살아있는 자의 책무: 세월호 참사 1주기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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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orea National Open University Weekly 제1802호 2015년 4월 27일 월요일 10 오피니언 살아있는 자의 책무: 세월호 참사 1주기에 부쳐 중인환시리에 참사는 일어났다. 전 국민이 중계방송을 보는 과정에서 세월호는 차 디찬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476명 중 295 명이 시신으로 발견되었고, 1년이 지난 오 늘까지 9명은 시신으로도 돌아오지 못했 다. 가족들과 시민들은 아직도 세종로 한 편에서 풍찬노숙을 견디며 진상규명을 애 원하고 있고, 팽목항에 남아 있는 유족들 은 바다만 쳐다보며 돌아오지 않는 망자 를 애절하게 부르고 있다. 1년이 지나도록 뭐 하나 제대로 달라진 게 없다. 대통령은 1주기를 맞이해 망자와 유족에 최소한의 예의라도 보여줘야 함에도 보란 듯이 해외 순방을 이유로 이 땅을 떠났다. 세월호 참 사의 진상규명과 안전사회를 목적으로 설 치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언제 가동 될지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신원권(伸寃權)이란 권리가 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나머 지 구성원이 그 진상을 밝혀내고 본인의 원한을 풀어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우 리나라 판례에서도 가끔 보이는 권리이 다. 우리나라에선 이 권리가 특별한 의미 를 지닌다. 국가에 의해 개인이 그 생명과 재산을 무참하게 침해당했음에도 서슬 퍼 런 권력 때문에 오랜 기간 말 한마디 못하 고 지내온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의 국론을 분열시켰고, 국가 의 존립근거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불 러일으켰다. 제대로 된 국가를 만들어 제 대로 국가를 경영하기 위해서는 국민들 사이에서 원한 있는 사람을 만들지 말아 야 하고, 혹시나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반 드시 그 원한을 풀어줘야 한다. 이 신원권이 권리개념으로 많은 사람들 로부터 동의를 받은 데에는 국제인권법의 대가인 네덜란드 학자 테오 반 보벤의 공 이 크다. 그는 20여 년 전 유엔인권위원회 에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 당한 희생자의 복권 및 배상 등 원상회복 권리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 보고 서에서 그는 우리나라에서 신원권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권리의 내용을 이렇게 설 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희생자 및 가족에 대한 완전한 금전적 배상이 실시돼야 한 다. 여기에는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대한 진료·고용·주택·교육 등의 형태에 의한 배 상도 이뤄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비금전 적 배상도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 나는 세 월호 참사를 생각하면서 이것을 특별히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사실 규명을 하고 이를 완전히 공 개한다. 둘째, 침해에 대해 공개적으로 책 임을 인정한다. 셋째, 책임자를 반드시 처 벌한다. 넷째, 희생자 및 가족과 증인을 보 호한다. 다섯째, 희생자에 대하여 애도하 고 기념한다. 여섯째, 희생자에 대하여 지 원하고 이에 필요한 기관을 설치한다. 일 곱째, 신원권 침해 재발방지를 위한 방안 을 강구한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난 오 늘 우리는 무엇을 다짐해야 할까. 바로 저 신원권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권리 자가 있다면 반드시 의무자가 있는 법이 다. 세월호 신원권의 의무자는 누구인가? 정부만이 아니다. 살아있는 모든 자다. 구 천을 떠도는 원혼의 한을 풀어주는 게 우 리들 살아있는 자의 책임이자 의무란 말 이다. 시론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년 전 이맘때쯤, 304개의 세상이 사라졌다. 언론이 주절주절 보이지 않던 희망을 말하 고, 가라앉은 그곳에 있다는 ‘에어포켓’이란 미지의 세계를 떠돌 동안 속절없이 304개의 세상이 사라졌다. 그리고 1년, ‘모든 것이 달 라져야 한다’는 외침과 다짐이 뜨거웠지만 이내 식어버렸다. 늘 그것만 기억하고 살기엔 너무 팍팍한 세상이었고, 그때 했던 각오를 다지기엔 세상이 너무 바빴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린 모두가 목격한 그리고 그래서 더욱 슬픈 그 304개의 사라진 세상에 대해, 여 전히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또 정확하게 성찰 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 때나 지금이나 이 거대한 부조리, 총체적 실패의 가장 큰 책 임은 ‘말하는 자의 숙명’을 부여 받은 언론이 질 수밖에 없다. 그 때, 팽목항에서 ‘매문’하다 가 ‘기레기’라고 불렸던 언론은 아직 팽목항 에 있는지도 모른다. 유가족들이 노숙 농성을 벌이고, 파르르하 게 제 머리를 밀어 정부에 단 한 가지 요구, ‘진 실 규명’을 절규하고 있는 상황에 언론은 사 실상 침묵했다. 그 침묵이 겸연쩍지 않도록 정 부는 ‘돈’과 ‘수치’를 제공했다. 받을 수 없다는 돈을 애써 내미는 정부의 저열한 속내에 대해 어떤 언론은 물론 그때 반성했던 언론들조차 따져 묻지 못했다. 약속했던 진상 조사는 파 행을 넘어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조사를 받아야 하는 공무원들이 조사를 지휘하게 되 는 상황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을 언론은 그러나 이번에도 그 조 문의 장난질을 난타하지 못했다. 세상을 잃은 유가족들이 다시 거리에서 다 만, 그 사라짐을 기억하기만 해달라고 외치는 광경은 처연함을 넘어 비통하기까지 하다. 이 비통의 감정 앞에 언론은 그저 ‘달력 기획’ 정 도를 내놓으며 책임을 벗으려 할 뿐이다. 지상 파 방송 3사 가운데 지난 1년여의 과정과 교 훈을 쫓는 ‘특집’을 편성한 곳은 KBS 딱 한 곳뿐이었다. 그나마 사고의 ‘책임’이 아닌 ‘재 발’에 방점이 찍혔다. MBC와 SBS는 작년에 내보냈던 다큐멘터리를 재방송하는 것으로 4 월 16일을 때웠다. 정권 실세들의 집단적 도덕성 붕괴 사건이 겹쳐지며, 세월호 참사는 언론에게 과거의 문 제로 그리고 단지 추모하고 기념해야 할 사건 으로 ‘강등’되어 버렸다. 정치적 폭발력이 사 회적 상실을 가려버린 꼴이다. 세월호 참사 1 년, 우리 사회가 그 참사를 진짜 기억하고 기 록할 수 있는 방법을 더 늦기 전에 찾아봐야 한다. 그 출발은 필연적으로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는 경화된 언론과의 작별에서부터 할 수 밖에 없다. 참사 이후 유가족들은 언제나 공 개적인 자리에 서게 되면, 언론을 나무랐다. 그 나무람은 결국 본질적으로 붕괴하고 내용 적으로 파산한 채 부질없는 형식만 유지되고 있는 ‘저널리즘’이란 실체에 떨어지는 불벼락 이었다. 김완 미디어스 편집장 언론이 잃은 것과 잊은 것 미디어 바로보기 빛 그림자 그리고 이야기 “고맙다, 친구야!” 동갑내기 친구 이서윤(가정 4) 학우를 만난 건 작년이다. 가정학과 스터디 ‘한울타리’ 온라인 카페를 통해 알게 됐다. 직접 얼굴을 본 적은 한 번 밖에 없지만 쪽지를 주고받고 채팅을 하면서 친해졌다. 공부하다 힘든 점이 있으면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학습 자료를 공 유하면서 공부를 함께 하기도 했다. 요즘 식품기사 자격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학우로부터 선물이 왔다. 책을 살 수 있는 문화상품권과 포스트잇, 지우개 등 공부할 때 필요한 물품들이었다. 시험에 꼭 붙 으라며 행운을 기원하는 네잎클로버와 간식도 함께 보내왔다. 공부하는 데 큰 힘이 됐 고 의지가 됐다. 꼭 시험에 붙어서 친구에게 보답해야겠다.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고운 내 친구 서윤아, 고맙고 사랑해!” 박시현(가정 졸) 도서 대출기간 조정됐으면 자격시험 공부하는 데 필요한 책을 빌리려고 중앙도서관에 갔다. 그런데 해 당 책이 이미 대출상태여서 반납되면 바로 빌리려고 대출예약을 해뒀다. 대출 기간 24일 안에 반납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나고 나서야 해당 책이 반납됐다는 문자가 왔다. 자격시험은 이미 끝난 상태였다. 도서관 측에 책 반납이 늦어진 이유를 물어보니 교직원이 빌린 책이라 반납 이 늦어졌다고 했다. 교직원 대출기간은 학생보다 무려 다섯 배 긴 120일이라는 것. 보다 많은 사 람들이 번갈아가며 책을 볼 수 있도록 대출기간을 조정해줬으면 한다. 대출기 간 조정이 어렵다면 도서 반납 예정일이라도 미리 알 수 있도록 배려해줬으면 좋겠다. 신동호(경영 4) 직원답변 : 타 대학 도서관들도 학생 · 교직원 도서 대출기간이 다르다. 단, 우리 대학은 교직원이 이미 빌려간 책을 학생이 대출예약 하면 교직원에 게 반납을 유도하고 있다. 반납예정일 안내는 고려해보겠다. 중앙도서관 정보관리팀 발언대 오피니언 면의 외부원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오피니언 면은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만드어집니다. 문의 02-3668-4283~5 팩스 02-741-2539 이메일 [email protected] 부천의 한 유치원에서 교육실습을 할 예정인 인천지역대 학 학생이다. 얼마 전 학교 홈페이지에서 ‘인천지역대학 학생은 실습할 유치원의 원장님께 실습동의서를 받아서 학교에 내야 한다’는 글을 봤다. 인천지역대학에 문의해 보니 부천에서 실습할 학생도 해당되는 내용이라고 했다. 제출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실습할 유치원에 양해를 구 하고 급하게 동의서를 받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부천에 서 실습할 경우 해당 서류가 필요하지 않았다. 지역대학 은 해당 직원이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잘못 안내한 것이라 했다. 실습을 시작하기도 전에 유치원 선생님들을 번거롭게 해가며 서류를 준비했는데 허탈했다. 실습과 관련해 잘 못된 정보가 전달되면 학생은 물론 실습기관에도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안내가 필요해 보인다. 김은희(유아 4, 가명) 정확한 실습안내 필요해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열린 장애인 권리 증진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에서 종로경찰서 모 경비과장의 발언이 물의를 빚었다. 모 경 비과장은 집회 참가자들을 막고 있던 의무 경찰들에게 “여러분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장애인들을 안전한 위치로 이동해 달라”고 말했다. 모 경비과장은 또한 “오늘 은 장애인들의 생일 같은 장애인의 날”이라 고 발언해 참가자들의 공분을 샀다. 나는 기사를 보자마자 세월호 1주기 추모 집회에 간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가 떠올랐 다. 세월호 인양과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 회가 밤늦도록 이어지자 경찰 측이 유가족 들과 시민들에게 해산명령을 내리면서 밤 이 늦었으니 어서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 아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가슴 철렁했다. 어 떤 사람들에게 가족의 품은 폐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도 그렇다. ‘그날’ 이후 집은 휴 식의 거처가 아니라 낯선 지옥의 공간이 되 어버렸다고 호소한다.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나올 것 같아 있을 수가 없단다. 왜 아니겠는 가. 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고통스러운 처지 를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나올 수 없는 말 이다. 요즘 말로 영혼 없이 관습적으로 임무 를 수행한 결과다. 그들에게 집회에 나온 사 람들은 사연을 가진 개별자가 아니라 그냥 진압 대상인 것이다. ‘하루치의 전시가 끝나길 기대하며/ 인사 말과 농담을 던지는 것이/ 세상의 관습이었 다.’ (이수명 ‘어떤 관습’ 중) 장애인의 날 발언은 어떤가.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을 동정하는 행사를 치르는 날이 아 니다. 정부가 정한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 별철폐의 날’로 만들고자 420 장애인차별철 폐공동투쟁단이 서울 도심에서 행진과 집회 를 열었다. 휠체어를 탄 사람은 고속버스라 는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 집안 에 화재가 나는데도 중증장애인이 몸을 움직 이지 못해 그대로 죽어가는 현실을, 장애인 들의 목소리로 알려서 장애차별이 사라질 수 있도록 기억하는 날이다. 차라리 생일보다 는 기일에 가깝다. 아마 그 경비과장은 초인 적 의지로 장애를 극복한 장애인에게 꽃다발 이 주어지는 관제 행사만을 보았기에 ‘생일’ 운운했을 것이다. 정작 자기 눈앞에 몰려있는 장애인들의 뒤틀린 육체와 당당한 목소리를 직시할 용기가 없기에 잘못하면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을 겁박용으로 사용한 것 같다. 이것이 비단 치안 권력만의 문제일까. 일상 에서도 허드렛일을 하는 육체노동자나 노숙 인을 가리키며 부모가 아이에게 “너 공부 안 하면 저런 사람 된다”고 말하는 장면은 모 경 비과장의 말과 그대로 겹친다. 당신도 노숙인 혹은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누구나 사 회적 약자의 자리에 갈 수 있다는 공감의 말 이 아니라 내 몫을 지키고자 주변을 보지 않 겠다는 배제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말실수가 아니라 말의 퇴행인 것이다. 이런 말들의 퇴행의 건너편에서 나는 또 다른 말들의 풍경을 목도했다. ‘당신 원통함 을 내가 아오. 힘내소, 쓰러지지 마시오. 5·18 엄마가 4·16 엄마에게’. 팽목항에 붙은 현수막 의 글귀는 근래 본 가장 지극한 염려와 사랑 의 말이다. 또 장애인(차별 철폐)의 날 행사 장에서는 통쾌한 저항과 존재 선언이 나오기 도 했다. “누구든 쉽게 쓰다가 버려질 수 있 는 자본과 더러운 권력자들의 사회에서, 장 애인은 애초에 폐기물 취급을 당하고 있습니 다. 가만히 있으면 시설로 가야하고, 싸우면 경찰서로 가야 합니다. 어디로 가실래요? 경 찰서요!” 은유 수유너머R 연구원 말실수가 아니라 말의 퇴행이다 올드걸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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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orea National Open University Weekly

제1802호 2015년 4월 27일 월요일10 오피니언

살아있는 자의 책무:세월호 참사 1주기에 부쳐

중인환시리에 참사는 일어났다. 전 국민이

중계방송을 보는 과정에서 세월호는 차

디찬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476명 중 295

명이 시신으로 발견되었고, 1년이 지난 오

늘까지 9명은 시신으로도 돌아오지 못했

다. 가족들과 시민들은 아직도 세종로 한

편에서 풍찬노숙을 견디며 진상규명을 애

원하고 있고, 팽목항에 남아 있는 유족들

은 바다만 쳐다보며 돌아오지 않는 망자

를 애절하게 부르고 있다. 1년이 지나도록

뭐 하나 제대로 달라진 게 없다. 대통령은

1주기를 맞이해 망자와 유족에 최소한의

예의라도 보여줘야 함에도 보란 듯이 해외

순방을 이유로 이 땅을 떠났다. 세월호 참

사의 진상규명과 안전사회를 목적으로 설

치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언제 가동

될지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신원권(伸寃權)이란 권리가 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나머

지 구성원이 그 진상을 밝혀내고 본인의

원한을 풀어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우

리나라 판례에서도 가끔 보이는 권리이

다. 우리나라에선 이 권리가 특별한 의미

를 지닌다. 국가에 의해 개인이 그 생명과

재산을 무참하게 침해당했음에도 서슬 퍼

런 권력 때문에 오랜 기간 말 한마디 못하

고 지내온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의 국론을 분열시켰고, 국가

의 존립근거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불

러일으켰다. 제대로 된 국가를 만들어 제

대로 국가를 경영하기 위해서는 국민들

사이에서 원한 있는 사람을 만들지 말아

야 하고, 혹시나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반

드시 그 원한을 풀어줘야 한다.

이 신원권이 권리개념으로 많은 사람들

로부터 동의를 받은 데에는 국제인권법의

대가인 네덜란드 학자 테오 반 보벤의 공

이 크다. 그는 20여 년 전 유엔인권위원회

에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

당한 희생자의 복권 및 배상 등 원상회복

권리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 보고

서에서 그는 우리나라에서 신원권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권리의 내용을 이렇게 설

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희생자 및 가족에

대한 완전한 금전적 배상이 실시돼야 한

다. 여기에는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대한

진료·고용·주택·교육 등의 형태에 의한 배

상도 이뤄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비금전

적 배상도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 나는 세

월호 참사를 생각하면서 이것을 특별히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사실 규명을 하고 이를 완전히 공

개한다. 둘째, 침해에 대해 공개적으로 책

임을 인정한다. 셋째, 책임자를 반드시 처

벌한다. 넷째, 희생자 및 가족과 증인을 보

호한다. 다섯째, 희생자에 대하여 애도하

고 기념한다. 여섯째, 희생자에 대하여 지

원하고 이에 필요한 기관을 설치한다. 일

곱째, 신원권 침해 재발방지를 위한 방안

을 강구한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난 오

늘 우리는 무엇을 다짐해야 할까. 바로 저

신원권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권리

자가 있다면 반드시 의무자가 있는 법이

다. 세월호 신원권의 의무자는 누구인가?

정부만이 아니다. 살아있는 모든 자다. 구

천을 떠도는 원혼의 한을 풀어주는 게 우

리들 살아있는 자의 책임이자 의무란 말

이다.

시론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년 전 이맘때쯤, 304개의 세상이 사라졌다.

언론이 주절주절 보이지 않던 희망을 말하

고, 가라앉은 그곳에 있다는 ‘에어포켓’이란

미지의 세계를 떠돌 동안 속절없이 304개의

세상이 사라졌다. 그리고 1년, ‘모든 것이 달

라져야 한다’는 외침과 다짐이 뜨거웠지만

이내 식어버렸다. 늘 그것만 기억하고 살기엔

너무 팍팍한 세상이었고, 그때 했던 각오를

다지기엔 세상이 너무 바빴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린 모두가 목격한 그리고 그래서

더욱 슬픈 그 304개의 사라진 세상에 대해, 여

전히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또 정확하게 성찰

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 때나 지금이나

이 거대한 부조리, 총체적 실패의 가장 큰 책

임은 ‘말하는 자의 숙명’을 부여 받은 언론이

질 수밖에 없다. 그 때, 팽목항에서 ‘매문’하다

가 ‘기레기’라고 불렸던 언론은 아직 팽목항

에 있는지도 모른다.

유가족들이 노숙 농성을 벌이고, 파르르하

게 제 머리를 밀어 정부에 단 한 가지 요구, ‘진

실 규명’을 절규하고 있는 상황에 언론은 사

실상 침묵했다. 그 침묵이 겸연쩍지 않도록 정

부는 ‘돈’과 ‘수치’를 제공했다. 받을 수 없다는

돈을 애써 내미는 정부의 저열한 속내에 대해

어떤 언론은 물론 그때 반성했던 언론들조차

따져 묻지 못했다. 약속했던 진상 조사는 파

행을 넘어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조사를

받아야 하는 공무원들이 조사를 지휘하게 되

는 상황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을 언론은 그러나 이번에도 그 조

문의 장난질을 난타하지 못했다.

세상을 잃은 유가족들이 다시 거리에서 다

만, 그 사라짐을 기억하기만 해달라고 외치는

광경은 처연함을 넘어 비통하기까지 하다. 이

비통의 감정 앞에 언론은 그저 ‘달력 기획’ 정

도를 내놓으며 책임을 벗으려 할 뿐이다. 지상

파 방송 3사 가운데 지난 1년여의 과정과 교

훈을 쫓는 ‘특집’을 편성한 곳은 KBS 딱 한

곳뿐이었다. 그나마 사고의 ‘책임’이 아닌 ‘재

발’에 방점이 찍혔다. MBC와 SBS는 작년에

내보냈던 다큐멘터리를 재방송하는 것으로 4

월 16일을 때웠다.

정권 실세들의 집단적 도덕성 붕괴 사건이

겹쳐지며, 세월호 참사는 언론에게 과거의 문

제로 그리고 단지 추모하고 기념해야 할 사건

으로 ‘강등’되어 버렸다. 정치적 폭발력이 사

회적 상실을 가려버린 꼴이다. 세월호 참사 1

년, 우리 사회가 그 참사를 진짜 기억하고 기

록할 수 있는 방법을 더 늦기 전에 찾아봐야

한다. 그 출발은 필연적으로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는 경화된 언론과의 작별에서부터 할 수

밖에 없다. 참사 이후 유가족들은 언제나 공

개적인 자리에 서게 되면, 언론을 나무랐다.

그 나무람은 결국 본질적으로 붕괴하고 내용

적으로 파산한 채 부질없는 형식만 유지되고

있는 ‘저널리즘’이란 실체에 떨어지는 불벼락

이었다. 김완 미디어스 편집장

언론이 잃은 것과 잊은 것

미디어 바로보기

빛 그림자 그리고 이야기

“고맙다, 친구야!”

동갑내기 친구 이서윤(가정 4) 학우를 만난 건 작년이다. 가정학과 스터디 ‘한울타리’

온라인 카페를 통해 알게 됐다. 직접 얼굴을 본 적은 한 번 밖에 없지만 쪽지를 주고받고

채팅을 하면서 친해졌다.

공부하다 힘든 점이 있으면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학습 자료를 공

유하면서 공부를 함께 하기도 했다.

요즘 식품기사 자격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학우로부터 선물이 왔다. 책을 살 수

있는 문화상품권과 포스트잇, 지우개 등 공부할 때 필요한 물품들이었다. 시험에 꼭 붙

으라며 행운을 기원하는 네잎클로버와 간식도 함께 보내왔다. 공부하는 데 큰 힘이 됐

고 의지가 됐다. 꼭 시험에 붙어서 친구에게 보답해야겠다.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고운 내 친구 서윤아, 고맙고 사랑해!”

박시현(가정 졸)

도서 대출기간 조정됐으면

자격시험 공부하는 데 필요한 책을 빌리려고 중앙도서관에 갔다. 그런데 해

당 책이 이미 대출상태여서 반납되면 바로 빌리려고 대출예약을 해뒀다. 대출

기간 24일 안에 반납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나고 나서야 해당

책이 반납됐다는 문자가 왔다. 자격시험은 이미 끝난 상태였다.

도서관 측에 책 반납이 늦어진 이유를 물어보니 교직원이 빌린 책이라 반납

이 늦어졌다고 했다.

교직원 대출기간은 학생보다 무려 다섯 배 긴 120일이라는 것. 보다 많은 사

람들이 번갈아가며 책을 볼 수 있도록 대출기간을 조정해줬으면 한다. 대출기

간 조정이 어렵다면 도서 반납 예정일이라도 미리 알 수 있도록 배려해줬으면

좋겠다. 신동호(경영 4)

직원답변 : 타 대학 도서관들도 학생 · 교직원 도서 대출기간이 다르다.

단, 우리 대학은 교직원이 이미 빌려간 책을 학생이 대출예약 하면 교직원에

게 반납을 유도하고 있다. 반납예정일 안내는 고려해보겠다.

중앙도서관 정보관리팀

발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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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면은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만드어집니다.

문의 02-3668-4283~5 팩스 02-741-2539 이메일 [email protected]

부천의 한 유치원에서 교육실습을 할 예정인 인천지역대

학 학생이다. 얼마 전 학교 홈페이지에서 ‘인천지역대학

학생은 실습할 유치원의 원장님께 실습동의서를 받아서

학교에 내야 한다’는 글을 봤다. 인천지역대학에 문의해

보니 부천에서 실습할 학생도 해당되는 내용이라고 했다.

제출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실습할 유치원에 양해를 구

하고 급하게 동의서를 받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부천에

서 실습할 경우 해당 서류가 필요하지 않았다. 지역대학

은 해당 직원이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잘못 안내한 것이라

했다.

실습을 시작하기도 전에 유치원 선생님들을 번거롭게

해가며 서류를 준비했는데 허탈했다. 실습과 관련해 잘

못된 정보가 전달되면 학생은 물론 실습기관에도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안내가 필요해 보인다.

김은희(유아 4, 가명)

정확한 실습안내 필요해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열린 장애인 권리

증진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에서 종로경찰서

모 경비과장의 발언이 물의를 빚었다. 모 경

비과장은 집회 참가자들을 막고 있던 의무

경찰들에게 “여러분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장애인들을 안전한 위치로 이동해

달라”고 말했다. 모 경비과장은 또한 “오늘

은 장애인들의 생일 같은 장애인의 날”이라

고 발언해 참가자들의 공분을 샀다.

나는 기사를 보자마자 세월호 1주기 추모

집회에 간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가 떠올랐

다. 세월호 인양과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

회가 밤늦도록 이어지자 경찰 측이 유가족

들과 시민들에게 해산명령을 내리면서 밤

이 늦었으니 어서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

아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가슴 철렁했다. 어

떤 사람들에게 가족의 품은 폐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도 그렇다. ‘그날’ 이후 집은 휴

식의 거처가 아니라 낯선 지옥의 공간이 되

어버렸다고 호소한다.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나올 것 같아 있을 수가 없단다. 왜 아니겠는

가. 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고통스러운 처지

를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나올 수 없는 말

이다. 요즘 말로 영혼 없이 관습적으로 임무

를 수행한 결과다. 그들에게 집회에 나온 사

람들은 사연을 가진 개별자가 아니라 그냥

진압 대상인 것이다.

‘하루치의 전시가 끝나길 기대하며/ 인사

말과 농담을 던지는 것이/ 세상의 관습이었

다.’ (이수명 ‘어떤 관습’ 중)

장애인의 날 발언은 어떤가.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을 동정하는 행사를 치르는 날이 아

니다. 정부가 정한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

별철폐의 날’로 만들고자 420 장애인차별철

폐공동투쟁단이 서울 도심에서 행진과 집회

를 열었다. 휠체어를 탄 사람은 고속버스라

는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 집안

에 화재가 나는데도 중증장애인이 몸을 움직

이지 못해 그대로 죽어가는 현실을, 장애인

들의 목소리로 알려서 장애차별이 사라질 수

있도록 기억하는 날이다. 차라리 생일보다

는 기일에 가깝다. 아마 그 경비과장은 초인

적 의지로 장애를 극복한 장애인에게 꽃다발

이 주어지는 관제 행사만을 보았기에 ‘생일’

운운했을 것이다. 정작 자기 눈앞에 몰려있는

장애인들의 뒤틀린 육체와 당당한 목소리를

직시할 용기가 없기에 잘못하면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을 겁박용으로 사용한 것 같다.

이것이 비단 치안 권력만의 문제일까. 일상

에서도 허드렛일을 하는 육체노동자나 노숙

인을 가리키며 부모가 아이에게 “너 공부 안

하면 저런 사람 된다”고 말하는 장면은 모 경

비과장의 말과 그대로 겹친다. 당신도 노숙인

혹은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누구나 사

회적 약자의 자리에 갈 수 있다는 공감의 말

이 아니라 내 몫을 지키고자 주변을 보지 않

겠다는 배제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말실수가

아니라 말의 퇴행인 것이다.

이런 말들의 퇴행의 건너편에서 나는 또

다른 말들의 풍경을 목도했다. ‘당신 원통함

을 내가 아오. 힘내소, 쓰러지지 마시오. 5·18

엄마가 4·16 엄마에게’. 팽목항에 붙은 현수막

의 글귀는 근래 본 가장 지극한 염려와 사랑

의 말이다. 또 장애인(차별 철폐)의 날 행사

장에서는 통쾌한 저항과 존재 선언이 나오기

도 했다. “누구든 쉽게 쓰다가 버려질 수 있

는 자본과 더러운 권력자들의 사회에서, 장

애인은 애초에 폐기물 취급을 당하고 있습니

다. 가만히 있으면 시설로 가야하고, 싸우면

경찰서로 가야 합니다. 어디로 가실래요? 경

찰서요!”

은유 수유너머R 연구원

말실수가 아니라 말의 퇴행이다

올드걸의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