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북한 철도망 10구간 나눠 현대화 작업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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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로봇, 러시아군 실전 배치 초읽기 R6 궁전 속 360만점 유럽 넘버원 박물관 R8 이제 로봇이 전투병이 되는 시대다. 영화에나 나오는 일은 아니다. 러시아군은 2025년 전투병과의 30%를 로봇으로 채우려한다. 복잡 한 작전은 좀 힘 들어도 쏘는 일에는 척척 나선다. 상트 페테르부르그의 명물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12월 6일 250주년을 맞는 다. 그사이 박물관 옆에 있는 참모본부 건물도 어느새 박물관이 됐다. 백미 는 2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 거장의 음악과 레이저가 향연을 창출하다. 이 섹션은 <로시스카야 가제타(Rossiyskaya Gazeta), 러시아>와 중앙일보가 협력해 제작발간합니다. 2014년 12월 5일 금요일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 속도가 빨라지고 있 다. 소련시절부터 쌓여온 북한의 대러 채무 109.6억 달러 중 90%인 90.8억 달러를 러시 아가 지난 5월 탕감해 주면서 시작됐다. 이어 6월 러시아·북한 양국 간 루블화 결제가 도 입됐다. 이에 북한은 러시아 투자자들과 북 한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회사 직원들에 대 한 비자 완화 결정으로 화답했다. 알렉산드 르 갈루시카 러시아연방 극동개발부 장관은 “이런 결정들은 러시아 투자자들에게만 적 용되고 있다. 중국 등 다른 국가 투자자들은 러시아 측이 받는 특별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철도 현대화와 관련된 사업도 진행 중이다. 러시아 건설업체인 ‘모스토비크’의 올레크 시쇼프 사장은 최근 경제 분석 주 간지 ‘엑스페르트 온라인과의 인터뷰에 서 “북한 정부와 함께 철도 재건 계획을 이 미 수립해 놓았다”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 장 안전하고 현대적인 철도를 건설할 계획 이다. 기존 철도망을 재건할 뿐만 아니라 남북 양쪽에서 평양 주변을 통과하는 화물 수송용 구간도 새로 건설할 예정”이라고 말 했다. 그는 “프로젝트 실행을 위해 북한의 철도망을 10개 구간으로 구분했고, 필요한 자료 수집과 함께 첫 구간인 동평양 분기역 설계에도 이미 착수했다”고 말했다. 투자 자금은 북한의 자원 개발을 통해 조달되는 방식인데, 알렉산드르 갈루시카 극동개발 부 장관은 “현재 북한 천연자원의 특별 목 록을 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북러 관계의 급진전은 지난 11월 17일 최룡해 북한 정치국 최고회의 상무위 원이 북한 특사로 모스크바를 방문한 이후 가속화되고 있다. 방문 이튿날인 11월 18일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단독 면담 하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 아 외무장관은 11월 20일 최룡해 특사와의 개인적 회동을 결산하는 기자회견에서 “친 서에는 러시아와 북한 양국 관계의 전면적 발전과 한반도 문제 해결 협력을 위한 노력 의지가 재천명돼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에서는 “최룡해의 모스크바 방 문은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의 사망 3주기 이후 첫 외국 순방에 나서기 위한 정지 작업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위해 많은 사전작업이 있었다. 지난 10월 리수용 북한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 11 월 초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러시아 방문 과 푸틴 대통령 면담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채무 탕감 효과가 컸는데 이는 북한을 국제사회의 정당한 일원으로 인식 하고 있음을 북한에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한다. 나아가 중국처럼 채무와 채무상환 요구로 북한을 통제하기 보다 러시아는 북한과 대등하게 교류한다 는 뜻이 담겨 있다고 풀이한다. 6월의 루블화 결제도 효과가 컸다. 북한 의 대외무역은행과 고려개발은행은 러시아 ‘지역개발은행’에 루블 대리계좌를 개설했 다. 러시아와 북한 ‘정부 간 경제통상ㆍ과학 기술협력위원회’ 러시아 측 위원장인 알렉 산드르 갈루시카 극동개발부 장관은 “북한 의 대러 채무 탕감 결정을 통해 해결될 수 없 었던 일련의 문제를 해결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 북한의 부채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알렉세이 마슬로프 고등경제대학 동양 학과 학과장은 “루블화 결제 전환이 무엇보 다도 북한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루 블화는 러시아의 국부에 의해 가치를 보장 받지만 북한의 원화는 그렇지 않고 국부와 도 관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루블화 결 제 도입으로 러시아에는 아태지역 시장에 서 새로운 기회들이 열리고 루블화의 명성 도 강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기대한다. ▶R4로 계속 Russia포커스가 지난달 27일 제3회 ‘한- 러 비즈니스 어워드 수상식’에서 ‘올해의 베스트 브랜드’로 선정됐다. 러시아 포커스 는 러시아 국영언론사 로시스카야 가제타 가 중앙일보와 제휴해 발행한다. ‘한-러 비 지니스 어워드’는 산업자원부와 한러비즈 니스협의회(KRBC)가 공동 주최한다. 이 사업을 담당하는 로시스카야 가제 타의 부사장이자 국제프로젝트 RBTH (Russia Beyond The Headlines)의 담당자 인 예브게니 아보프 사장은 “Russia포커스 는 가스프롬, 벨루가 같은 쟁쟁한 브랜드들 과의 경쟁해 수상을 했습니다. 우리 브랜드 에 높은 평가와 신뢰를 보여주신 점에 감사 드립니다. 이런 신뢰는 한국 독자들의 애정 이 없이는 어려웠을 것이며 앞으로 더 훌륭 한 러시아 기사를 제공할 것을 약속드립니 다”라고 말했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도 축하 메시지를 통해 “Russia포커스가 올해의 ‘우수 브랜 드’로 선정된 것을 축하합니다. RBTH의 한국 파트너로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 다”라며 “러시아 포커스는 한국 독자들의 러시아에 대한 더 심도 있는 이해를 돕는 도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러, 북한 철도망 10구간 나눠 현대화 작업 착수 첫 구간 동평양역 설계 진행중 평양 주변 화물 수송로도 건설 대러 빚 90% 탕감에 교류 물꼬 루블화 결제수단으로 전격 도입 북, 러 사업가엔 비자 완화 혜택 Russia포커스 올해의 브랜드뽑혀 세계 최대 스케이트장 개장 지난달 28일 모스크바의 베데엔하에 세계 최대 규모 스케이트장이 오픈했다. 면적은 2만500, 45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10만개의 LED가 깔려 있는 바닥은 화면으로 바꿀 수 있다. 입장료는 200~400루블(4000~8000원). [Press Photo] 엘레나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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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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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러, 북한 철도망 10구간 나눠 현대화 작업 착수

전투로봇, 러시아군 실전 배치 초읽기 ▶R6 궁전 속 360만점 유럽 넘버원 박물관 ▶R8

이제 로봇이 전투병이 되는 시대다. 영화에나 나오는 일은 아니다.

러시아군은 2025년 전투병과의 30%를 로봇으로 채우려한다. 복잡

한 작전은 좀 힘 들어도 쏘는 일에는 척척 나선다.

상트 페테르부르그의 명물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12월 6일 250주년을 맞는

다. 그사이 박물관 옆에 있는 참모본부 건물도 어느새 박물관이 됐다. 백미

는 2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 거장의 음악과 레이저가 향연을 창출하다.

이 섹션은 <로시스카야 가제타(Rossiyskaya Gazeta), 러시아>와 중앙일보가 협력해 제작발간합니다.

2014년 12월 5일 금요일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 속도가 빨라지고 있

다. 소련시절부터 쌓여온 북한의 대러 채무

109.6억 달러 중 90%인 90.8억 달러를 러시

아가 지난 5월 탕감해 주면서 시작됐다. 이어

6월 러시아·북한 양국 간 루블화 결제가 도

입됐다. 이에 북한은 러시아 투자자들과 북

한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회사 직원들에 대

한 비자 완화 결정으로 화답했다. 알렉산드

르 갈루시카 러시아연방 극동개발부 장관은

“이런 결정들은 러시아 투자자들에게만 적

용되고 있다. 중국 등 다른 국가 투자자들은

러시아 측이 받는 특별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철도 현대화와 관련된 사업도 진행

중이다. 러시아 건설업체인 ‘모스토비크’의

올레크 시쇼프 사장은 최근 경제 분석 주

간지 ‘엑스페르트 온라인과의 인터뷰에

서 “북한 정부와 함께 철도 재건 계획을 이

미 수립해 놓았다”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

장 안전하고 현대적인 철도를 건설할 계획

이다. 기존 철도망을 재건할 뿐만 아니라

남북 양쪽에서 평양 주변을 통과하는 화물

수송용 구간도 새로 건설할 예정”이라고 말

했다. 그는 “프로젝트 실행을 위해 북한의

철도망을 10개 구간으로 구분했고, 필요한

자료 수집과 함께 첫 구간인 동평양 분기역

설계에도 이미 착수했다”고 말했다. 투자

자금은 북한의 자원 개발을 통해 조달되는

방식인데, 알렉산드르 갈루시카 극동개발

부 장관은 “현재 북한 천연자원의 특별 목

록을 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북러 관계의 급진전은 지난 11월

17일 최룡해 북한 정치국 최고회의 상무위

원이 북한 특사로 모스크바를 방문한 이후

가속화되고 있다. 방문 이튿날인 11월 18일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단독 면담

하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

아 외무장관은 11월 20일 최룡해 특사와의

개인적 회동을 결산하는 기자회견에서 “친

서에는 러시아와 북한 양국 관계의 전면적

발전과 한반도 문제 해결 협력을 위한 노력

의지가 재천명돼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에서는 “최룡해의 모스크바 방

문은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의

사망 3주기 이후 첫 외국 순방에 나서기 위한

정지 작업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위해 많은 사전작업이 있었다. 지난

10월 리수용 북한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 11

월 초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러시아 방문

과 푸틴 대통령 면담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채무 탕감 효과가 컸는데 이는

북한을 국제사회의 정당한 일원으로 인식

하고 있음을 북한에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한다. 나아가 중국처럼

채무와 채무상환 요구로 북한을 통제하기

보다 러시아는 북한과 대등하게 교류한다

는 뜻이 담겨 있다고 풀이한다.

6월의 루블화 결제도 효과가 컸다. 북한

의 대외무역은행과 고려개발은행은 러시아

‘지역개발은행’에 루블 대리계좌를 개설했

다. 러시아와 북한 ‘정부 간 경제통상ㆍ과학

기술협력위원회’ 러시아 측 위원장인 알렉

산드르 갈루시카 극동개발부 장관은 “북한

의 대러 채무 탕감 결정을 통해 해결될 수 없

었던 일련의 문제를 해결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 북한의 부채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알렉세이 마슬로프 고등경제대학 동양

학과 학과장은 “루블화 결제 전환이 무엇보

다도 북한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루

블화는 러시아의 국부에 의해 가치를 보장

받지만 북한의 원화는 그렇지 않고 국부와

도 관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루블화 결

제 도입으로 러시아에는 아태지역 시장에

서 새로운 기회들이 열리고 루블화의 명성

도 강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기대한다.

▶R4로 계속

Russia포커스가 지난달 27일 제3회 ‘한-

러 비즈니스 어워드 수상식’에서 ‘올해의

베스트 브랜드’로 선정됐다. 러시아 포커스

는 러시아 국영언론사 로시스카야 가제타

가 중앙일보와 제휴해 발행한다. ‘한-러 비

지니스 어워드’는 산업자원부와 한러비즈

니스협의회(KRBC)가 공동 주최한다.

이 사업을 담당하는 로시스카야 가제

타의 부사장이자 국제프로젝트 RBTH

(Russia Beyond The Headlines)의 담당자

인 예브게니 아보프 사장은 “Russia포커스

는 가스프롬, 벨루가 같은 쟁쟁한 브랜드들

과의 경쟁해 수상을 했습니다. 우리 브랜드

에 높은 평가와 신뢰를 보여주신 점에 감사

드립니다. 이런 신뢰는 한국 독자들의 애정

이 없이는 어려웠을 것이며 앞으로 더 훌륭

한 러시아 기사를 제공할 것을 약속드립니

다”라고 말했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도 축하 메시지를

통해 “Russia포커스가 올해의 ‘우수 브랜

드’로 선정된 것을 축하합니다. RBTH의

한국 파트너로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

다”라며 “러시아 포커스는 한국 독자들의

러시아에 대한 더 심도 있는 이해를 돕는

도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러, 북한 철도망 10구간 나눠 현대화 작업 착수

첫 구간 동평양역 설계 진행중

평양 주변 화물 수송로도 건설

대러 빚 90% 탕감에 교류 물꼬

루블화 결제수단으로 전격 도입

북, 러 사업가엔 비자 완화 혜택

Russia포커스

올해의 브랜드 뽑혀

세계 최대 스케이트장 개장 지난달 28일 모스크바의 베데엔하에 세계 최대 규모 스케이트장이 오픈했다. 면적은 2만500, 45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10만개의 LED가 깔려 있는 바닥은 화면으로 바꿀 수 있다. 입장료는 200~400루블(4000~8000원). [Press Photo]

엘레나 김

Page 2: 러, 북한 철도망 10구간 나눠 현대화 작업 착수

2 ┃ 의학 2014년 12월 5일 금요일 ┃ 경제 3section sponsored by Rossiyskaya Gazeta, Russia

2014년 말 러시아 약국에서 범용 항바이러

스제 ‘트리아자비린’의 시판이 시작된다. 트

리아자비린은 독감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뿐

아니라 에볼라 출혈열을 비롯한 다른 전염

병도 치료할 수 있다. 이 약은 우랄연방대학

교 화학기술연구소 연구진이 개발했다.

트리아자비린은 콩고-크림 출혈열, 리프

트 계곡열, 서부나일강열, 동물에 위험한 바

이러스 전염병에도 효과가 있다. 러시아 학

자들은 트리아자비린이 인류가 약 150년간

사용하고 있는 아스피린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한다.

“트리아자비린은 실제로 독특한 약학 특

성을 갖고 있다. 현재 약물 표적이 각각 다른

5개 제품 개발을 위해 활발한 작업이 이뤄

지고 있다.” 러시아 의학아카데미 정회원으

로 동 아카데미 독감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생물학박사 올레크 키셀료프 교수가 말한

다. 우랄에 위치한 유한책임회사 ‘자보트 메

드신테스’가 생산 한다. 출시 첫해에는 러시

아 내에서만 판매되고 의사의 처방이 반드

시 필요하며 세계시장 진출도 꿈꾼다.

키셀료프 교수에 따르면 미국도 관심을

갖는데, 미국은 2년 전 서부나일강열에 대

한 테스트에 성공했고 그 결과가 9월 중순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WHO) 회

의에서 소개됐다. 키릴료프 교수는 “에볼라

출혈열에 대항하는 항바이러스제 제안의

비교분석 결과 트리아자비린이 상위권에 들

었다. 트리아자비린은 지금 세계시장에 나

와 있는 제품 중 가장 뛰어난 약품 중 하나

다. 독성을 최소화해 중환자가 내복할 수 있

으며, 어떤 치료를 받든 복용을 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리아자비린은 ‘트리아졸-트리아진’ 군

에 속하며 바이러스의 생존에 필수적인 세

포 감염 초기단계를 진압한다. 트리아자비

린 분자가 바이러스 단백질과 결합해 바이

러스를 무력화시킨다. 병 진행의 모든 단계

에서 유기체를 보호하는 것인데, 이런 약이

임상에서 사용된 적이 없다. 현재 사용 중인

항바이러스제 대부분은 인체 면역력 유지

나 질병 증상 제거를 위한 것이다.

트리아자비린 개발 연구진 중 한 명인 블라

디미르 루시노프 우랄연방대학교 화학기술

연구소 소장은 Russia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세계시장에는 ‘리바비린’이라는 범용 항바

이러스제가 있지만 독성이 있고 적혈구에 축

적된다. 일례로 사스(SARS) 치료 시 중국에

서 환자에게 전례 없는 대량의 1회 복용량으

로 리바비린을 처방했더니 바이러스를 억제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환자의 간과 순환기관

이 손상됐다”며 “그러나 트리아자비린의 독

성은 극히 낮다. 시험에서 트리아자비린의 투

입량을 늘렸을 때도 쥐가 죽지 않았다. 이는

독성이 낮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트리아자비린은 여러 해에 걸쳐 쥐와 영

장류에 대한 실험실 검정과 시험을 거친 뒤

인간의 치료에 사용됐다. 중증 독감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상트페테르부르크

에 있는 독감연구소 산하 클리닉에서 성공

적으로 진행됐다. 트리아자비린은 20여 년

에 걸쳐 개발됐으며 1990년대 초에 시작된

다년간 기초연구의 결과물이다.

트리아자비린은 2009년 전 세계를 휩쓴

돼지독감에서 러시아 국민을 지켜내면서 러

시아 보건부가 평가를 받았다. 이후 보건부

의 지원을 받아 임상시험 2단계와 3단계를

마쳤으며, 에볼라 출혈열 치료 및 화학적 예

방 문제 해결의 필요성과 관련해 등록됐다.

그러나 이 신약의 미래가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니다. 트리아자비린 생산 권리가 민간 업체

에 귀속돼 있는 것과 관련해 러시아 학자들은

트리아자비린이 해외에 판매돼 더 이상 러시

아산 약품이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

고 있다. 트리아자비린 생산에 관계된 한 전

문가는 “이는 러시아 제약산업의 커다란 문

제다. 개발자들은 푼돈을 받으면서 힘들고 중

요한 일을 하지만 모든 권리가 민간 생산업체

에 넘어간다. 이는 국가의 이익에 반한다. 러

시아에서는 제약 산업 전체가 민간에 맡겨져

있다. 세계적 관행을 보면 가장 중요한 약품

에 대한 특허는 국가에 속해 있다. 미국 정부

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특허를 민간 기업에 허

용하지 않는다. 유감스럽게도 러시아에서는

정반대다. 약품 생산 분야에서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필자는 말레이시아에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를 경유해 모스크바로 돌아왔다.

에티하드 항공의 비행기가 도모데도보 공

항에 착륙하자, 승무원들이 승객을 내보내

기에 앞서 러시아 내 전염병 관리를 담당하

는 소비자권리보호감독청에서 나온 직원 두

명이 기내를 돌며 적외선 열 측정기로 승객

들의 체온을 쟀다. 지난 9월부터 계속된 러

시아로 들어오는 모든 국제선의 에볼라 바

이러스를 검역하는 작업이다. 러시아에는

라이베리아기니시에라리온 등 주요 에볼

라 발병지역으로 간주되는 서아프리카 국가

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하지만 바이러스학

자들은 러시아가 에볼라 전파 가능성으로

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현재 감독청이 맞닥뜨린 가장 큰 문제는 에

볼라 바이러스의 잠복기간이 최장 3주라는

점이다. 감염자가 국경을 통과할 때 심한 두

통쇠약감설사고열근육통복통구토탈

수 등 말라리아와 일부 비슷한 에볼라의 증

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건강한 것처럼 보

인다는 데 그 위험성이 있다.

소비자권리보호감독청 안나 포포바 청장

은 “올해 러시아에서 모두 20여 건의 에볼라

감염 의심 사례가 있었으나 모두 음성 판정

이 나왔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서아프리카

에서 입국한 600여 명이 의사의 관리를 받

았지만 이제는 대부분 관리대상에서 풀린

상태다.

에볼라 전문가이자 이바놉스키 바이러스

학 연구소 바이러스생태학 실험실장인 미하

실 셀카노프는 Russia포커스에 “러시아 국민

은 매년 200여 건 이상의 외국 바이러스 침투

사례를 적발해 환자를 격리하는 세균안전시

스템이 작동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무서워하고 있다. 러시

아의 대표적인 여론조사기관 여론펀드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7%는 ‘에볼

라 바이러스가 러시아에 전파될 위험이 있

다’고 생각하며, 60%는 ‘바이러스 대응 조

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중 ‘입

국자의 위생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

한 사람은 18%, ‘바이러스를 연구해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10%, ‘에볼라

감염국으로부터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는

답변은 9%였다.

공식 보고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나온 조

치들은 물론 다른 조치들도 이행되고 있다.

러시아는 바이러스에 대처하기 위해 1900만

달러의 예산을 책정하고 백신 개발에 박차

를 가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8월부터 아프

리카 기니에서는 러시아 전염병대책팀이 활

동 중이다. 대책팀은 국제보건기구(WHO)

가 효율성을 인정한 러시아식 검사체계를

활용해 현지 의사들의 에볼라 진단과 치료

를 돕고 있다.

에볼라 백신 문제를 담당하는 기관은 세

르기예프 포사드 시에 있는 국방부 미생물

학연구소 바이러스센터와 노보시비르스크

시에 있는 ‘벡토르’ 국립 바이러스세균학

센터다. 두 기관은 옛 소련시절부터 에볼라

바이러스를 이용한 세균무기 개발을 위해

에볼라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활동은 아

직 베일에 싸여 있으나, 연구진들은 때때로

정보를 공유하곤 한다.

지난 10월 중순 알렉산드르 아가포노프

벡토르 부소장은 “에볼라 백신 여러 개를

설계하는 데 성공했으며 임상 전 동물실험

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기니피그와 원숭

이를 대상으로 실험이 진행되었고 백신 중

하나가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포포바 청장은 Russia포커스와의 인터뷰

에서 “러시아산 에볼라 출혈열 실험백신이

현재 동물 실험을 거치고 있으며 곧 인체 실

험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조만간 에볼

라 예방을 위한 백신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으로 판단한 근거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지

만 정확한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벡토르 연구소 위험바이러스감염실험실

의 전 실험실장 알렉산드르 체푸르노프는

1980년대 후반부터 에볼라 바이러스를 연

구했다. 그의 실험실에선 에볼라 외에도 라

사마추포마르부르크 등 다른 치명적인 바

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1997년

이 실험실은 에볼라의 유전적 기반을 발견

했다. 4년 후엔 발병력을 결정하는 바이러스

의 변이도 밝혀냈다. 그러나 연구 중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2004년 벡토르의 연구원

안토니나 프레스냐코바가 감염된 주삿바늘

에 찔려 숨진 것이다.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이 Russia포커스

에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10월 10일 기준으

로 에볼라 감염자는 한 명도 없었다. 국제선

이 들어오는 다른 공항과 마찬가지로 셰레메

티예보 공항에는 소비자권리보호감독청 직

원이 상시 근무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감

염자 격리실도 제공될 수 있다. 올렉 살라가

이 보건부 공보관은 러시아 기자들에게 “미

국이나 스페인처럼 에볼라 유입이 한 건이라

도 확인된다면 전염병 대처에 관한 풍부한 경

험을 바탕으로 한 위생역학부가 에볼라 확산

가능성을 완전히 없앨 수 있다”고 자신했다.

러시아 에볼라 감염 0

“에볼라 백신 여러개 개발, 임상실험 앞둬”

제작 담당 러시아: 엘레나 김 에디터

한국: 안성규 게스트서브 에디터

russiafocus.co.kr [email protected]

프리마코프 전 러시아 총리

출렁이는 루블 자유변동환율제로 진화 나선 러시아

러시아 은행이 루블화 자유변동환율제를 전

면 도입하고 외환시장 개입 상한과 환율 조

정 정책을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자유변동

환율제 도입은 실제로 어떤 의미가 있으며,

러시아 물가 추이에 어떤 영향을 줄까.

우선 러시아 경제가 유가에 크게 의존하

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 의존성

은 루블화 유가의 지속적인 인상으로 나타

나고 있다. 2003~2010년 국제유가가 오를 때

루블화는 강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2011년

이후 유가가 안정되고 심지어 떨어지기 시

작하자 루블화 약세가 시작되었고, 특히 올

해는 상당한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달러화 유가가 떨어져도 루블화 유가는 루

블화 가치가 떨어진 덕에 변동이 없었다.

이런 추세가 지속해서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보다 러시아의 경제구조와 재정적 여건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에 따

르면 2014년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에서

정부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넘는

다. 지난 10년간 정부는 사회, 연금, 군사 분

야에서 재정 지출 의무를 빠르게 불려 왔다.

한편 예산을 충당하는 주요 납세자는 국영

기업들인데 이 기업들의 수익은 러시아 철

도 독점기업 ‘러시아철도공사’처럼 정부가

조정할 수 있는 공공요금이나 석유가스 대

기업인 가스프롬, 로스네프티처럼 외부 정

세나 루블화 환율에 달려 있다. 이들은 이윤

을 유지하고 국가에 필요한 세금을 내기 위

해 공공요금과 수출원료의 루블화 가격이

오르길 바란다.

국가의 입장에서 자유변동환율제로 전

환해야 하는 이유는 물가안정목표제의 도

입 때문이다. 지금의 경제 모델에서 물가안

정목표제는 어떻게 작용할까? 첫째, 루블화

의 주요 외부 수요자인 수출업체와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 여건에서는 러시아 국내 자

산 취득에 흥미가 없기 때문에 외환시장이

상당히 불안정해질 것이다. 연 10~15%의 이

자로 단기 대출을 받고 세금을 정산한 뒤 큰

환차익을 얻는 게 더 쉽기 때문이다. 둘째,

외환시장의 ‘위태로운 균형’을 유지하기 위

해 러시아 은행은 신용대출 긴축정책을 펼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는 경제 성장에는 분

명히 압박이 되겠지만 십중팔구 연말께 물

가인상률을 낮춰줄 것이다. 최소한 올해 시

행된 통화량 축소 정책은 물가인상률을 잡

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

셋째, 지금의 지정학적 긴장 상태는 자본

유출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무엇보다 대외

채무 상환 압박 때문에 그렇다. 러시아의 대

외채무는 총 6000억 달러가 넘는다. 채무 상

환 일정에 따른 불가피한 재융자는 러시아

대기업과 대형은행의 투자 결정에 큰 영향

을 미칠 것이다. 자본 유출은 국내 통화 여

건을 더욱 악화시키며 러시아 은행이 대출

을 확대하도록 작용하나 대출 확대는 외환

시장의 안정성 유지와는 배치된다.

물가안정목표제는 물가인상률을 낮추는

주요 수단으로 금리를 활용한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 목표 물가를 달성하려면 경제성

장률 하락, 저축의 달러화 전환(루블화 예금

자는 총액의 20~30%를 고스란히 잃었다),

전반적인 국민생활수준 하락 등 상당한 대

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새 경제정책에 적

응하는 진통의 과정이 지나고 나면 낮은 물

가인상률을 바탕으로 한 경제 성장이 나타

날 수도 있지만, 신용대출 확대와 저금리 없

이는 어려울 것이다.

외환시장 개입, 환율 조정 등

정책 수단, 물가안정 위해 포기

소비자보호감독청 직원 공항 파견

기내서 적외선 측정기로 체온 체크

감염 의심 사례 20여 건, 모두 음성

WHO, 러 검사체계 효율성 인정

글레프 표도로프

에볼라 치료제 트리아자비린 곧 출시 사스 같은 전염병에도 효과

다리야 케지나 우랄연방대 연구진 20년 연구

기존 치료제보다 독성 낮아

Russia포커스가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정

회원인 예브게니 프리마코프를 만났다. 그

는 러시아연방 부총리와 외무장관을 지냈

으며, 러시아의 현대 대외정책 수립에 깊이

관련된 인물이다. 그에게 ‘냉전’의 가능성과

세계의 주요 위협에 대해 들었다.

- 5년 전 “우크라이나와는 좋은 관계를 맺

어야 한다. 어떤 정치상황이 돼도 우크라이

나를 잃어선 안 된다. 가능한 한 우크라이나

와 계속해서 가까워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

다. 그렇게 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미래

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내가 5년 전 우크라이나에 관해 했던

말들을 철회하지 않겠다. 우크라이나와의

합의, 우크라이나와 가까워지는 것은 여전

히 러시아 정부와 러시아 국민의 국익에 부

합한다. 이점에서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

다. 그러나 지금은 우크라이나 국내 상황과

그를 둘러싼 상황이 변했다. 장래에 관해

서는 낙관주의를 견지하고 있지만 아직은

제한적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세계 질서 개편으로

이어질 ‘냉전’의 방아쇠가 되었다는데.

“‘냉전’ 체제로의 복귀를 피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서방과 관계가 소원해

진 것은 예전 의미에서의 ‘냉전’이 아니다.

당시에는 각각 미국과 소련이 이끄는 두 국

가 진영이 이데올로기적으로 대립하고 있

어 무력 전쟁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었기 때

문이다. 내 생각에 이제 이러한 대립은 없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세계질서

에 변화가 일어났고 이를 무시해서는 안 된

다. 러시아는 다극체제 세계에서 국익을 수

호하는 국가임을 증명했다. 미국과 유럽동

맹국들은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객관적인

역사적 움직임은 그러하다.”

-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3차 세계

대전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이미 제3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이

라는 이들과는 관점을 공유하지 않는다. 그

래서 교황은 내게 예언자처럼 보인다.”

- 전 세계의 모든 ‘핫 스팟(hot spot분쟁

지대)’이 표시된 세계 지도를 본다면 세계와

러시아에 가장 위험한 지역은 어디인가.

“말할 것도 없이, 가장 부글거리는 지역,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가장 들끓는 상황에

놓여있는 곳이다. 그 중 하나는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공격적 활동이 벌어지

는 지역이다. IS가 마치 자석처럼 여러 국

가의 극단적 이슬람주의자를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승리자에게는 언제나 끌리게 마

련이다. 그런데 IS는 이미 이라크와 시리아

영토, 특히 이라크 영토의 대부분을 통제

하고 있다.

또 이 단체는 다른 아랍 국가에 칼리프(이

슬람제국 통치자) 국가를 만드는 목적에 그

치지 않고 그 탐욕을 이슬람 인구가 거주하

는 모든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알

다시피 이런 지역은 매우 많다.

나아가 미국은 바샤르 아사드(시리아 대

통령) 체제의 파괴에 대한 근시안적 정책을

버리지 않고 있으며 이란과의 관계를 전혀

해결하지 않고 있다. 또 아마도 이것이 가장

중요할 텐데, 수니파를 이라크 및 해외의 IS

대적부대로 이끄는 데 최선을 다하지 않는

다. 몇 차례의 폭격만으로 IS를 격파할 수는

없다. 이를 위해서는 전 세계적 노력이 필요

하다.”

-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에볼라 바이러

스, 러시아의 유럽활동 및 ‘이슬람국가’ 단

체를 현재의 주요 세계적 위협으로 꼽았다.

오바마가 이러한 선언으로 얻고자 하는 것

은 무엇인가.

“이 선언을 오바마 대통령의 양심에 맡겨

두자. 좋게 말해 이 선언은 근시안적이다.

- 현재 많은 러시아 부모가 자녀를 해외로

보내 공부시키고, 거기서 살게 하기 위해 최

선을 다하고 있다. 외국이 더 전망이 밝고 안

전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러시아로 독립국가

연합(CIS) 전역에서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

다. 국경이 계속해서 ‘지워지는’ 것이 일부

전문가가 말하는 것처럼 정상적인 과정인가.

“해외 유학을 부모 또는 노년 세대가 자

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과 연결시켜야 한

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경의 ‘제거’라는

가정도 동의할 수 없다. 물론 세계화와 통합

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와 동

시에 국가 주권도 원래의 것과 다르다 할지

라도 유지되고 있다. 통합적 조직에서 국가

주권의 일부가 초국가적 수준으로 이전되

기 때문이다.”

교황 3차 대전 진행 중발언은 틀린 말 예전 같은 냉전 없다

서방과 관계가 소원해진 것일뿐

과거 이데올로기 대립과 달라

무력전쟁으로 이어질 위험 없어

막심 코르슈노프

콘스탄틴 코리셴코 (전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

일러스트=알렉셰이 요르스

[Rossiyskaya Gazeta]

러시아 비상사태부 소속 대원들이 에볼라 환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비행기를 대기시키고 있다. [RIA Novosti]

예브게니 막시모비치 프리마코프(1929년 생)=러시아 외무부 장관, 총리, 소비에트 최

고회의 중 연합위원회의 마지막 의장, 정보원장을 역임하였다. 러시아 과학아카데

미 소속이자 최고 회의 간부회의 회원이다. 1929년 키예프 태생으로 그루지야의 수

도 트빌리시에서 자랐다. 모스크바 동양학대학을 1953년에 졸업한뒤 56년에서 70년까지 소

비에트 라디오의 저널리스트와 프라우다 신문의 중동 특파원으로서 활동했다. 이 시기 코

드명 MAKSIM이란 이름으로 국가보안위원회 첩보원 활동도 했다. 1990~1991년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대통령 위원회원이었고 걸프 전쟁 전에 대통령의 이라크 특사로 사담 후세

인과 면담했다. 1991년 국가보안위원회의 초대 부의장으로 임명됐다. 러시아 해외정보국의

원장으로 1991년부터 1996년까지 재임했다.

연말까지 러시아 약국에는 에볼라까지 치료 할 수

있는 범용 항바이러스제 트리아자비린이 보급된

다. [Press Photo]

Page 3: 러, 북한 철도망 10구간 나눠 현대화 작업 착수

2 ┃ 의학 2014년 12월 5일 금요일 ┃ 경제 3section sponsored by Rossiyskaya Gazeta, Russia

2014년 말 러시아 약국에서 범용 항바이러

스제 ‘트리아자비린’의 시판이 시작된다. 트

리아자비린은 독감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뿐

아니라 에볼라 출혈열을 비롯한 다른 전염

병도 치료할 수 있다. 이 약은 우랄연방대학

교 화학기술연구소 연구진이 개발했다.

트리아자비린은 콩고-크림 출혈열, 리프

트 계곡열, 서부나일강열, 동물에 위험한 바

이러스 전염병에도 효과가 있다. 러시아 학

자들은 트리아자비린이 인류가 약 150년간

사용하고 있는 아스피린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한다.

“트리아자비린은 실제로 독특한 약학 특

성을 갖고 있다. 현재 약물 표적이 각각 다른

5개 제품 개발을 위해 활발한 작업이 이뤄

지고 있다.” 러시아 의학아카데미 정회원으

로 동 아카데미 독감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생물학박사 올레크 키셀료프 교수가 말한

다. 우랄에 위치한 유한책임회사 ‘자보트 메

드신테스’가 생산 한다. 출시 첫해에는 러시

아 내에서만 판매되고 의사의 처방이 반드

시 필요하며 세계시장 진출도 꿈꾼다.

키셀료프 교수에 따르면 미국도 관심을

갖는데, 미국은 2년 전 서부나일강열에 대

한 테스트에 성공했고 그 결과가 9월 중순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WHO) 회

의에서 소개됐다. 키릴료프 교수는 “에볼라

출혈열에 대항하는 항바이러스제 제안의

비교분석 결과 트리아자비린이 상위권에 들

었다. 트리아자비린은 지금 세계시장에 나

와 있는 제품 중 가장 뛰어난 약품 중 하나

다. 독성을 최소화해 중환자가 내복할 수 있

으며, 어떤 치료를 받든 복용을 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리아자비린은 ‘트리아졸-트리아진’ 군

에 속하며 바이러스의 생존에 필수적인 세

포 감염 초기단계를 진압한다. 트리아자비

린 분자가 바이러스 단백질과 결합해 바이

러스를 무력화시킨다. 병 진행의 모든 단계

에서 유기체를 보호하는 것인데, 이런 약이

임상에서 사용된 적이 없다. 현재 사용 중인

항바이러스제 대부분은 인체 면역력 유지

나 질병 증상 제거를 위한 것이다.

트리아자비린 개발 연구진 중 한 명인 블라

디미르 루시노프 우랄연방대학교 화학기술

연구소 소장은 Russia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세계시장에는 ‘리바비린’이라는 범용 항바

이러스제가 있지만 독성이 있고 적혈구에 축

적된다. 일례로 사스(SARS) 치료 시 중국에

서 환자에게 전례 없는 대량의 1회 복용량으

로 리바비린을 처방했더니 바이러스를 억제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환자의 간과 순환기관

이 손상됐다”며 “그러나 트리아자비린의 독

성은 극히 낮다. 시험에서 트리아자비린의 투

입량을 늘렸을 때도 쥐가 죽지 않았다. 이는

독성이 낮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트리아자비린은 여러 해에 걸쳐 쥐와 영

장류에 대한 실험실 검정과 시험을 거친 뒤

인간의 치료에 사용됐다. 중증 독감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상트페테르부르크

에 있는 독감연구소 산하 클리닉에서 성공

적으로 진행됐다. 트리아자비린은 20여 년

에 걸쳐 개발됐으며 1990년대 초에 시작된

다년간 기초연구의 결과물이다.

트리아자비린은 2009년 전 세계를 휩쓴

돼지독감에서 러시아 국민을 지켜내면서 러

시아 보건부가 평가를 받았다. 이후 보건부

의 지원을 받아 임상시험 2단계와 3단계를

마쳤으며, 에볼라 출혈열 치료 및 화학적 예

방 문제 해결의 필요성과 관련해 등록됐다.

그러나 이 신약의 미래가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니다. 트리아자비린 생산 권리가 민간 업체

에 귀속돼 있는 것과 관련해 러시아 학자들은

트리아자비린이 해외에 판매돼 더 이상 러시

아산 약품이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

고 있다. 트리아자비린 생산에 관계된 한 전

문가는 “이는 러시아 제약산업의 커다란 문

제다. 개발자들은 푼돈을 받으면서 힘들고 중

요한 일을 하지만 모든 권리가 민간 생산업체

에 넘어간다. 이는 국가의 이익에 반한다. 러

시아에서는 제약 산업 전체가 민간에 맡겨져

있다. 세계적 관행을 보면 가장 중요한 약품

에 대한 특허는 국가에 속해 있다. 미국 정부

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특허를 민간 기업에 허

용하지 않는다. 유감스럽게도 러시아에서는

정반대다. 약품 생산 분야에서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필자는 말레이시아에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를 경유해 모스크바로 돌아왔다.

에티하드 항공의 비행기가 도모데도보 공

항에 착륙하자, 승무원들이 승객을 내보내

기에 앞서 러시아 내 전염병 관리를 담당하

는 소비자권리보호감독청에서 나온 직원 두

명이 기내를 돌며 적외선 열 측정기로 승객

들의 체온을 쟀다. 지난 9월부터 계속된 러

시아로 들어오는 모든 국제선의 에볼라 바

이러스를 검역하는 작업이다. 러시아에는

라이베리아기니시에라리온 등 주요 에볼

라 발병지역으로 간주되는 서아프리카 국가

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하지만 바이러스학

자들은 러시아가 에볼라 전파 가능성으로

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현재 감독청이 맞닥뜨린 가장 큰 문제는 에

볼라 바이러스의 잠복기간이 최장 3주라는

점이다. 감염자가 국경을 통과할 때 심한 두

통쇠약감설사고열근육통복통구토탈

수 등 말라리아와 일부 비슷한 에볼라의 증

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건강한 것처럼 보

인다는 데 그 위험성이 있다.

소비자권리보호감독청 안나 포포바 청장

은 “올해 러시아에서 모두 20여 건의 에볼라

감염 의심 사례가 있었으나 모두 음성 판정

이 나왔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서아프리카

에서 입국한 600여 명이 의사의 관리를 받

았지만 이제는 대부분 관리대상에서 풀린

상태다.

에볼라 전문가이자 이바놉스키 바이러스

학 연구소 바이러스생태학 실험실장인 미하

실 셀카노프는 Russia포커스에 “러시아 국민

은 매년 200여 건 이상의 외국 바이러스 침투

사례를 적발해 환자를 격리하는 세균안전시

스템이 작동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무서워하고 있다. 러시

아의 대표적인 여론조사기관 여론펀드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7%는 ‘에볼

라 바이러스가 러시아에 전파될 위험이 있

다’고 생각하며, 60%는 ‘바이러스 대응 조

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중 ‘입

국자의 위생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

한 사람은 18%, ‘바이러스를 연구해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10%, ‘에볼라

감염국으로부터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는

답변은 9%였다.

공식 보고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나온 조

치들은 물론 다른 조치들도 이행되고 있다.

러시아는 바이러스에 대처하기 위해 1900만

달러의 예산을 책정하고 백신 개발에 박차

를 가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8월부터 아프

리카 기니에서는 러시아 전염병대책팀이 활

동 중이다. 대책팀은 국제보건기구(WHO)

가 효율성을 인정한 러시아식 검사체계를

활용해 현지 의사들의 에볼라 진단과 치료

를 돕고 있다.

에볼라 백신 문제를 담당하는 기관은 세

르기예프 포사드 시에 있는 국방부 미생물

학연구소 바이러스센터와 노보시비르스크

시에 있는 ‘벡토르’ 국립 바이러스세균학

센터다. 두 기관은 옛 소련시절부터 에볼라

바이러스를 이용한 세균무기 개발을 위해

에볼라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활동은 아

직 베일에 싸여 있으나, 연구진들은 때때로

정보를 공유하곤 한다.

지난 10월 중순 알렉산드르 아가포노프

벡토르 부소장은 “에볼라 백신 여러 개를

설계하는 데 성공했으며 임상 전 동물실험

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기니피그와 원숭

이를 대상으로 실험이 진행되었고 백신 중

하나가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포포바 청장은 Russia포커스와의 인터뷰

에서 “러시아산 에볼라 출혈열 실험백신이

현재 동물 실험을 거치고 있으며 곧 인체 실

험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조만간 에볼

라 예방을 위한 백신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으로 판단한 근거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지

만 정확한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벡토르 연구소 위험바이러스감염실험실

의 전 실험실장 알렉산드르 체푸르노프는

1980년대 후반부터 에볼라 바이러스를 연

구했다. 그의 실험실에선 에볼라 외에도 라

사마추포마르부르크 등 다른 치명적인 바

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1997년

이 실험실은 에볼라의 유전적 기반을 발견

했다. 4년 후엔 발병력을 결정하는 바이러스

의 변이도 밝혀냈다. 그러나 연구 중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2004년 벡토르의 연구원

안토니나 프레스냐코바가 감염된 주삿바늘

에 찔려 숨진 것이다.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이 Russia포커스

에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10월 10일 기준으

로 에볼라 감염자는 한 명도 없었다. 국제선

이 들어오는 다른 공항과 마찬가지로 셰레메

티예보 공항에는 소비자권리보호감독청 직

원이 상시 근무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감

염자 격리실도 제공될 수 있다. 올렉 살라가

이 보건부 공보관은 러시아 기자들에게 “미

국이나 스페인처럼 에볼라 유입이 한 건이라

도 확인된다면 전염병 대처에 관한 풍부한 경

험을 바탕으로 한 위생역학부가 에볼라 확산

가능성을 완전히 없앨 수 있다”고 자신했다.

러시아 에볼라 감염 0

“에볼라 백신 여러개 개발, 임상실험 앞둬”

제작 담당 러시아: 엘레나 김 에디터

한국: 안성규 게스트서브 에디터

russiafocus.co.kr [email protected]

프리마코프 전 러시아 총리

출렁이는 루블 자유변동환율제로 진화 나선 러시아

러시아 은행이 루블화 자유변동환율제를 전

면 도입하고 외환시장 개입 상한과 환율 조

정 정책을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자유변동

환율제 도입은 실제로 어떤 의미가 있으며,

러시아 물가 추이에 어떤 영향을 줄까.

우선 러시아 경제가 유가에 크게 의존하

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 의존성

은 루블화 유가의 지속적인 인상으로 나타

나고 있다. 2003~2010년 국제유가가 오를 때

루블화는 강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2011년

이후 유가가 안정되고 심지어 떨어지기 시

작하자 루블화 약세가 시작되었고, 특히 올

해는 상당한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달러화 유가가 떨어져도 루블화 유가는 루

블화 가치가 떨어진 덕에 변동이 없었다.

이런 추세가 지속해서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보다 러시아의 경제구조와 재정적 여건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에 따

르면 2014년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에서

정부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넘는

다. 지난 10년간 정부는 사회, 연금, 군사 분

야에서 재정 지출 의무를 빠르게 불려 왔다.

한편 예산을 충당하는 주요 납세자는 국영

기업들인데 이 기업들의 수익은 러시아 철

도 독점기업 ‘러시아철도공사’처럼 정부가

조정할 수 있는 공공요금이나 석유가스 대

기업인 가스프롬, 로스네프티처럼 외부 정

세나 루블화 환율에 달려 있다. 이들은 이윤

을 유지하고 국가에 필요한 세금을 내기 위

해 공공요금과 수출원료의 루블화 가격이

오르길 바란다.

국가의 입장에서 자유변동환율제로 전

환해야 하는 이유는 물가안정목표제의 도

입 때문이다. 지금의 경제 모델에서 물가안

정목표제는 어떻게 작용할까? 첫째, 루블화

의 주요 외부 수요자인 수출업체와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 여건에서는 러시아 국내 자

산 취득에 흥미가 없기 때문에 외환시장이

상당히 불안정해질 것이다. 연 10~15%의 이

자로 단기 대출을 받고 세금을 정산한 뒤 큰

환차익을 얻는 게 더 쉽기 때문이다. 둘째,

외환시장의 ‘위태로운 균형’을 유지하기 위

해 러시아 은행은 신용대출 긴축정책을 펼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는 경제 성장에는 분

명히 압박이 되겠지만 십중팔구 연말께 물

가인상률을 낮춰줄 것이다. 최소한 올해 시

행된 통화량 축소 정책은 물가인상률을 잡

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

셋째, 지금의 지정학적 긴장 상태는 자본

유출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무엇보다 대외

채무 상환 압박 때문에 그렇다. 러시아의 대

외채무는 총 6000억 달러가 넘는다. 채무 상

환 일정에 따른 불가피한 재융자는 러시아

대기업과 대형은행의 투자 결정에 큰 영향

을 미칠 것이다. 자본 유출은 국내 통화 여

건을 더욱 악화시키며 러시아 은행이 대출

을 확대하도록 작용하나 대출 확대는 외환

시장의 안정성 유지와는 배치된다.

물가안정목표제는 물가인상률을 낮추는

주요 수단으로 금리를 활용한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 목표 물가를 달성하려면 경제성

장률 하락, 저축의 달러화 전환(루블화 예금

자는 총액의 20~30%를 고스란히 잃었다),

전반적인 국민생활수준 하락 등 상당한 대

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새 경제정책에 적

응하는 진통의 과정이 지나고 나면 낮은 물

가인상률을 바탕으로 한 경제 성장이 나타

날 수도 있지만, 신용대출 확대와 저금리 없

이는 어려울 것이다.

외환시장 개입, 환율 조정 등

정책 수단, 물가안정 위해 포기

소비자보호감독청 직원 공항 파견

기내서 적외선 측정기로 체온 체크

감염 의심 사례 20여 건, 모두 음성

WHO, 러 검사체계 효율성 인정

글레프 표도로프

에볼라 치료제 트리아자비린 곧 출시 사스 같은 전염병에도 효과

다리야 케지나 우랄연방대 연구진 20년 연구

기존 치료제보다 독성 낮아

Russia포커스가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정

회원인 예브게니 프리마코프를 만났다. 그

는 러시아연방 부총리와 외무장관을 지냈

으며, 러시아의 현대 대외정책 수립에 깊이

관련된 인물이다. 그에게 ‘냉전’의 가능성과

세계의 주요 위협에 대해 들었다.

- 5년 전 “우크라이나와는 좋은 관계를 맺

어야 한다. 어떤 정치상황이 돼도 우크라이

나를 잃어선 안 된다. 가능한 한 우크라이나

와 계속해서 가까워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

다. 그렇게 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미래

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

“내가 5년 전 우크라이나에 관해 했던

말들을 철회하지 않겠다. 우크라이나와의

합의, 우크라이나와 가까워지는 것은 여전

히 러시아 정부와 러시아 국민의 국익에 부

합한다. 이점에서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

다. 그러나 지금은 우크라이나 국내 상황과

그를 둘러싼 상황이 변했다. 장래에 관해

서는 낙관주의를 견지하고 있지만 아직은

제한적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세계 질서 개편으로

이어질 ‘냉전’의 방아쇠가 되었다는데.

“‘냉전’ 체제로의 복귀를 피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서방과 관계가 소원해

진 것은 예전 의미에서의 ‘냉전’이 아니다.

당시에는 각각 미국과 소련이 이끄는 두 국

가 진영이 이데올로기적으로 대립하고 있

어 무력 전쟁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었기 때

문이다. 내 생각에 이제 이러한 대립은 없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세계질서

에 변화가 일어났고 이를 무시해서는 안 된

다. 러시아는 다극체제 세계에서 국익을 수

호하는 국가임을 증명했다. 미국과 유럽동

맹국들은 마음에 들지 않겠지만, 객관적인

역사적 움직임은 그러하다.”

-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3차 세계

대전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이미 제3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이

라는 이들과는 관점을 공유하지 않는다. 그

래서 교황은 내게 예언자처럼 보인다.”

- 전 세계의 모든 ‘핫 스팟(hot spot분쟁

지대)’이 표시된 세계 지도를 본다면 세계와

러시아에 가장 위험한 지역은 어디인가.

“말할 것도 없이, 가장 부글거리는 지역,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가장 들끓는 상황에

놓여있는 곳이다. 그 중 하나는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공격적 활동이 벌어지

는 지역이다. IS가 마치 자석처럼 여러 국

가의 극단적 이슬람주의자를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승리자에게는 언제나 끌리게 마

련이다. 그런데 IS는 이미 이라크와 시리아

영토, 특히 이라크 영토의 대부분을 통제

하고 있다.

또 이 단체는 다른 아랍 국가에 칼리프(이

슬람제국 통치자) 국가를 만드는 목적에 그

치지 않고 그 탐욕을 이슬람 인구가 거주하

는 모든 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알

다시피 이런 지역은 매우 많다.

나아가 미국은 바샤르 아사드(시리아 대

통령) 체제의 파괴에 대한 근시안적 정책을

버리지 않고 있으며 이란과의 관계를 전혀

해결하지 않고 있다. 또 아마도 이것이 가장

중요할 텐데, 수니파를 이라크 및 해외의 IS

대적부대로 이끄는 데 최선을 다하지 않는

다. 몇 차례의 폭격만으로 IS를 격파할 수는

없다. 이를 위해서는 전 세계적 노력이 필요

하다.”

-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에볼라 바이러

스, 러시아의 유럽활동 및 ‘이슬람국가’ 단

체를 현재의 주요 세계적 위협으로 꼽았다.

오바마가 이러한 선언으로 얻고자 하는 것

은 무엇인가.

“이 선언을 오바마 대통령의 양심에 맡겨

두자. 좋게 말해 이 선언은 근시안적이다.

- 현재 많은 러시아 부모가 자녀를 해외로

보내 공부시키고, 거기서 살게 하기 위해 최

선을 다하고 있다. 외국이 더 전망이 밝고 안

전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러시아로 독립국가

연합(CIS) 전역에서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

다. 국경이 계속해서 ‘지워지는’ 것이 일부

전문가가 말하는 것처럼 정상적인 과정인가.

“해외 유학을 부모 또는 노년 세대가 자

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과 연결시켜야 한

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경의 ‘제거’라는

가정도 동의할 수 없다. 물론 세계화와 통합

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와 동

시에 국가 주권도 원래의 것과 다르다 할지

라도 유지되고 있다. 통합적 조직에서 국가

주권의 일부가 초국가적 수준으로 이전되

기 때문이다.”

교황 3차 대전 진행 중발언은 틀린 말 예전 같은 냉전 없다

서방과 관계가 소원해진 것일뿐

과거 이데올로기 대립과 달라

무력전쟁으로 이어질 위험 없어

막심 코르슈노프

콘스탄틴 코리셴코 (전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

일러스트=알렉셰이 요르스

[Rossiyskaya Gazeta]

러시아 비상사태부 소속 대원들이 에볼라 환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비행기를 대기시키고 있다. [RIA Novosti]

예브게니 막시모비치 프리마코프(1929년 생)=러시아 외무부 장관, 총리, 소비에트 최

고회의 중 연합위원회의 마지막 의장, 정보원장을 역임하였다. 러시아 과학아카데

미 소속이자 최고 회의 간부회의 회원이다. 1929년 키예프 태생으로 그루지야의 수

도 트빌리시에서 자랐다. 모스크바 동양학대학을 1953년에 졸업한뒤 56년에서 70년까지 소

비에트 라디오의 저널리스트와 프라우다 신문의 중동 특파원으로서 활동했다. 이 시기 코

드명 MAKSIM이란 이름으로 국가보안위원회 첩보원 활동도 했다. 1990~1991년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대통령 위원회원이었고 걸프 전쟁 전에 대통령의 이라크 특사로 사담 후세

인과 면담했다. 1991년 국가보안위원회의 초대 부의장으로 임명됐다. 러시아 해외정보국의

원장으로 1991년부터 1996년까지 재임했다.

연말까지 러시아 약국에는 에볼라까지 치료 할 수

있는 범용 항바이러스제 트리아자비린이 보급된

다. [Press Photo]

Page 4: 러, 북한 철도망 10구간 나눠 현대화 작업 착수

4 ┃ 경제 2014년 12월 5일 금요일 ┃ 인터뷰 5section sponsored by Rossiyskaya Gazeta, Russia

북-러 삼각협력’이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을

통해 “러-북 양국 관계의 일반 모델이 이미

합의됐다”고 밝혔다. 그는“이 모델은 러시아

가 북한의 천연자원 발굴 대가로 북한에 투

자하고 물자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북

한 천연자원의 특별 목록을 작성하는 작업

이 이뤄지고 있다”며 “그 일은 실제로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목록을 준비하는 것은

북한에 자원이 있는지, 러시아 투자자들이

기대할 만한 것은 무엇이고, 그에 따라 프로

젝트들이 어느 정도의 규모로 실행될 수 있

는지 충분하고도 믿을 만하게 보여주기 위해

북한 측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 측에서 진행

하고 있다. 갈루시카 장관은 “현재 이 작업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러시아가 보는 북러 무역=2013년 러시

아와 북한의 교역량은 1억 1200만 달러였

다. 하지만 갈루시카 장관은 양국 교역량

이 앞으로 몇 년 후면 최대 1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확신했다. 이는 무엇보다도

‘포베다’ 프로젝트 때문이다. 러시아의 대

북 주력 수출품은 기계 제품과 전자기기,

기타 설비이고 북한의 대러 수출품은 금과

기타 광물이다.

북한의 외환 비축에 크게 일조하는 사

람들은 김정은 정부가 시베리아와 극동 지

역 계절 노동에 파견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다. 취업비자를 받고 온 북한 이주 노동자

들의 월급은 최저 40달러, 최대 100달러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이들이 받는 월급에서

70%를 ‘충성자금’ 명목으로 거둬 가고 있

다.(그런데 한국 기업들은 ‘포베다’ 프로젝

트에 참여할 수 있을까? 가까운 미래에 가

능한 남-북-러 삼각 프로젝트로는 어떤 것

이 있을지 R-Magazine 12월호에서 읽어

보시기 바랍니

다. 저널 사이

트에 가입하고

R-Magazine

전자저널을 무

료로 받아보시

길 바랍니다).

알렉산드르 갈루시카 극동개발부 장관은

남한과 북한을 오가며 바쁘게 움직였다. 아

시아·태평양 시대를 준비하는 작업이다.

그를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만나 러시아가

생각하는 아시아·태평양 시대의 의미를 들

었다. 마침 이문동의 한국외국어대학에서

특강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극동개발부 장관의 관점에서 러시아가

아시아로 선회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나.

“500년에 걸친 서구의 역사적 지배가

현재 막을 내리고 있다. 우리는 세계가 유

럽 중심적 고정관념을 거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 GDP의 60%는 지금 아시

아태평양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다. 사실

세계 경제 모델은 이제 아·태 지역 중심적

이지 유럽 중심적이지는 않다. 주지하듯

지난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을

구매력 평가 기준 세계 1위 경제대국으로

인정했다.

또 IMF는 내년이면 중국과 미국 경제의

격차가 1조 달러 이상 벌어질 것으로 내다

봤다. 현재 중국의 경제 규모는 19조 2000억

달러, 미국의 경제 규모는 18조 2000억 달

러다. 작년 세계에서 가장 급속하게 발전한

지역 경제도 아시아 경제였다. 특히 인도네

시아 경제는 2013년 18.5%의 GDP 성장률

을 기록했다. 유럽 경제는 추락 위기를 맞

았지만 아시아 경제는 성장했다. 우리 눈앞

에서 세계 7개 선진국 경제가 규모 면에서

7개 신흥국 경제에 밀렸다. 이처럼 새로운

역사적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연간 1회 진행되는

의회 연례교서를 통해 러시아의 전략 방향

을 설정했다. 게다가 이러한 방향은 21세기

전체에 걸친 국가 우선순위로 설정됐다. 이

것이 바로 태평양 선회이자 아시아 선회다.

이는 극동과 시베리아 지역의 가속 발전과

성장을 위한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아시아

선회를 준비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아

시아 선회는 바로 21세기 전체에 걸친 국가

우선순위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선회에서 주요 난관은.

“우리가 태평양으로 선회하고 태평양 열

강이 되는 과정을 분석해 보면 아시아태

평양 지역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여

기서는 많은 나라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제도 경쟁하고 국가 관할권도 경쟁하고

있다. 러시아도 이러한 도전을 인지하고 받

아들여 그에 응답하고 있다.”

-어떻게 응답하는가.

“응답은 단 하나, 바로 경쟁력 있는 나

라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는 러시

아 기업투자의 경쟁력 있는 여건들에 대

해 말한다. 예컨대 전기료는 ㎾당 25센트를

넘지 않아야 하고 전력은 25일 이내에 접속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건설 허가권은 15일

이내에 나와야 하고 통관 절차는 30분 안에

끝나야 한다. 구체적이면서도 동시에 세계

적인 국제 경쟁력은 이렇게 많은 직접 평가

지수들에서 나온다.”

-러시아의 경쟁력 제고 작업은 현재 어

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러시아 기업투자 환경을 다른 나라 사

례들에 비추어 적절하게 분석한 결과를 토

대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의 경쟁국

들과 비교해 최고의 기업 활동 환경을 달성

하는 것이 지향하는 목표이자 모델이다. 현

재 러시아 정부의 기본적인 노력은 이른바

‘국가비즈니스이니셔티브’에 집중되고 있

다. 이 프로젝트는 2011년 푸틴 총리의 지

지를 받았고 2012년 3월 4일 대통령 당선 이

후 취임 첫날 그가 서명한 대통령령에 전략

목표로 포함됐다. 이 목표는 러시아가 앞으

로 5~6년 안에 세계 기업투자 환경 순위

120위에서 최소한 20위까지 올라서는 것이

다. 2011년 러시아는 세계은행의 기업투자

환경 평가에서 120위를 기록했다. 이 목표

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비즈니스이니셔티

브’는 기업투자 환경에 민감한 매우 구체

적인 분야들에 걸쳐 상세한 사업 계획, 다

시 말해 로드맵을 수립해 정부의 승인을 거

쳐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이 모든 게 정부의 승인을 거쳐 실행되

는데, 비즈니스 이니셔티브로 불리는 이유

는.

“로드맵 자체가 부처 내 관리들에 의해

수립되지 않으며 또 이 과정에서 독자적인

기회가 기업에 가장 먼저 주어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관세와 조세 행정 개선, 전력망

접속 여건 개선, 건설 분야 활동 여건 개선

에 관한 의제는 기업들과 투자환경 수요자

들인 기업 대표들이 정한다.”

-현 프로젝트 평가는 어떻게 이뤄지나.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는 기업

들이 평가한다. 각 분야에서 기간 단축, 절

차 축소, 비용 절감이 있었는지를 평가한

다. 분야마다 프로세스의 완전 공개를 보장

하는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이 출범했다. 이

모든 것은 투자전략청을 통해 실행되고 있

고, 푸틴 대통령은 투자전략청의 감독위원

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나도 장관이 되기

전에는 감독위원회 위원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효과를 실제로 뒷받침해

줄 만한 게 있나.

“세계은행의 측정 결과가 최근 발표됐

다. 이 결과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러시아는

기업환경평가 순위 120위에서 62위까지 올

라섰다. 지난 2년 동안 우리가 상황을 두 배

개선한 것이다. 실제로 개선이 이뤄졌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성과에 안주

하고 싶지 않다. 러시아의 노력이 첫 결실

을 맺었다.

관세와 조세 행정 분야, 건설 허가서 취

득, 전략망 접속 등에서 성과가 있었다. 기

간과 비용이 단축됐고 절차가 간소화됐다.

게다가 이것은 정부의 평가가 절대 아니다.

재계의 평가다. 이에 못지않게 세계은행의

평가도 중요하다. 대통령이 설정한 목표는

앞으로 2~3년 안에 최소 20위 안에 드는 것

이다. 20위 안에 드는 것과 함께 투자환경

개선 작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다. 또 지

역 차원에서는 러시아 주지사 모두에게 투

자환경 개선과 직접투자 유치, 중소기업 발

전을 핵심성과지표(KPI)로 제시한 러시아

연방 대통령령이 승인되기도 했다.”

‘포베다(승리)’ 투자 프로젝트가 러시아

전문가들 사이에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 프로젝

트의 일환으로 러시아는 앞으로 20년간

3500㎞에 달하는 북한 철도망을 현대화

할 뿐만 아니라 터널과 교량ㆍ역 주변 도로

들도 건설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알려진

규모’만 해도 250억 달러라는 엄청난 돈

이 투자된다. 당초 러시아에서는 너무 큰

액수여서 ‘오타’로 받아들여졌을 정도다.

뒤에 나온 정부의 설명은 ‘러시아 기업들

이 북한의 자원 매장지를 개발하고 생산

한 자원을 판매하면 북한 정부는 여기서

나온 수익금을 철도 현대화 프로젝트에

투자한다’는 형태다.

러시아-북한 정부 간 협력위원회 위원장

인 알렉산드르 갈루시카 극동개발부 장관은

지난 10월 21일 동평양역에서 열린 ‘포베다’

프로젝트 출범식에 참석해 “이는 러-북 양

국의 경제통상 발전을 가로막았던 많은 문

제를 해결해 주는 양국 협력의 긍정적 경향

들을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것이다”라고 말

했다. 북한 철도 재건의 ‘황금고리’ 착공식

에는 리룡남 북한 대외경제상도 참석했다.

철도와 자원개발이 연계된 프로젝트는

아주 의미 있는 투자 프로젝트다. 중국과

영국, 프랑스, 일부 아랍 국가는 북한 하층

토 개발권을 오래 전부터 요청해 왔고, 북

한 철도 시스템 현대화에도 입찰한 바 있

다. 북한의 외화 주 수입원은 구리아연납

니켈텅스텐몰리브덴 같은 비철금속의 수

출이다. 북한에는 몇백만t 규모의 비철금

속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러시아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의 희토류

금속 매장량은 중국보다 7배 더 많다. 북한

의 천연자원 전체 가치는 아무리 적게 잡아

도 6조 달러로 평가된다.

‘포베다’ 프로젝트의 핵심 도급업체인 러

시아 건설기업 ‘모스토비크’의 올레크 시쇼

프 사장은 “러시아가 독보적인 철도 현대화

기술과 여건을 제안할 수 있었던 덕분에 ‘포

베다’ 프로젝트를 따냈다고 말했다. 그는 경

제 분석 주간지 ‘엑스페르트 온라인’과 인터

뷰했는데 “모스토비크가 북한 정부와 함께

철도 재건 계획을 이미 수립해 놓았다”면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현대적인

광궤도 철도를 건설할 계획이다. 기존 철도

망을 재건할 뿐만 아니라 특히 남북 양쪽에

서 평양 주변을 통과하는 화물 수송용 구간

도 새로 건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모스토비크’는 프로젝트를 위해

북한 측과 합작기업을 설립할 계획이다. 프

로젝트 실행을 위해 북한의 철도망 전체를

10개 구간으로 나눴고, 필요한 자료 수집과

함께 첫 구간인 동평양 분기역 설계에도 이

미 착수했다고 시쇼프 사장은 밝혔다.

북한 전역에는 총 연장 7000의 철도가

부설돼 있다. 20세기 초 일본이 건설한 북

한 철도는 현재 완전히 낙후돼 있다. 광물

매장지들, 그중 채굴이 비교적 어렵지 않고

운송도 빨리 할 수 있는 매장지에 인접한

구간에서 가장 먼저 보수 및 현대화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러시아 측은

북한 측의 천연자원 보충탐사와 채굴도 도

울 계획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 대해 회의적인 러

시아 전문가가 많다. 무엇보다 250억 달러

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액 때문이다. 게다가

어떤 러시아 기업들이 프로젝트 실행에 참

여하는지도 현재까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의 입장은 확고하다.

지난달 29일 갈루시카 장관은 서울의 한국

외국어대학교에서 ‘러시아 극동 개발과 남-

지난달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한국과 일

본 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제 과학기술

세미나가 열렸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활발

히 논의되는 주제는 미래 핵연료 주기다. 관

련 연구를 진행하길 희망하는 연구기관도

있다. 다목적 고속 연구로(Multipurpose

Fast Research Reactor, MBIR)는 이 주

제에 딱 들어 맞는다. 러시아도 국제원자력

기구(IAEA) 산하에 다목적 고속 연구로

국제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 다목적 고

속 연구로 신종 핵연료와 시공재료, 냉각수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에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MBIR을 활용하면 핵연료 주기 폐쇄 프

로젝트 실행에 도움이 되는 등 미래에 직면

할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현

재 이 연구용 원자로의 기술설계가 마무리

됐고 형태도 벌써 정해졌으며 그 사양도 알

고 있다. 2015년 봄 설비에 필요한 모든 허

가를 받을 예정이다.” MBIR 프로젝트 감

독을 맡고 있는 국영기업 로스아톰의 알렉

산드르 투조프 혁신부 차장의 말이다.

한국이 다목적 고속 연구로 센터의 명실

상부한 회원국이 되면 MBIR의 특수한 과

학적 성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이다. 센터의 회원국 가입 혜택도 적지 않

다. 예를 들면 회원국은 원자로의 실험 충

전물을 정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회

원국의 연구원은 원자로를 방문할 때 약식

절차를 거친다. 또 초기에 가입하는 회원국

에 부과되는 ‘가입료’는 다목적 고속 연구

로가 도입된 후에 관심을 보일 국가에 부가

되는 것보다 몇 배 더 저렴하다.

2013년 세계 55개국에 걸쳐 248개의 연

구용 원자로가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이었

으며 세계의 연구로 중 35%는 러시아 기술

을 기반으로 건설됐다.

MBIR 대안은 사실상 없다. 러시아에는

60년대 후반에 도입되어 가동된 연구용 원

자로 BOR-60이 있긴 하지만, 현재 이 원자

로는 점차 자체적 자원 개발을 하는 추세

다. 세계적으로도 MBIR의 대안은 한정적

이며 불분명하다. 예를 들어 중국의 CEFR

은 시험로이지 연구용 원자로가 아니다. 인

도의 FBTR은 인도 국가 프로그램에 맞춰

운영되며 미국의 FFTF는 가동이 완전히

중단되었고 이미 부분 해체됐다. 그리고 유

럽의 MYRRHA는 아직도 기획 단계에 있

다. 러시아는 이미 다목적 고속 연구로 건

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고, 미국과 프랑

스 학자들은 향후 원자로 연구 프로그램에

많은 시간을 들이기로 했다.

알렉산드르 갈루시카 극동개발부 장관 인터뷰북-러 포베다(승리) 프로젝트 닻 올려

러 기업투자 환경 5~6년 내 120→20위 끌어 올릴것

엘레나 김

러시아와 북한의 궤도는 다르다. 광궤인 러시아의

철로 폭은 1520, 북한은 1435다. 그래서 러시

아는 필요한 곳에 광궤협궤를 동시에 건설할 예정

이다. [Rossiyskaya Gazeta. 올레그 키리야노프]

기술설계 마무리 내년초 허가

회원국 가입땐 실험 참여 등 혜택

러시아 다목적 고속 연구용 원자로개발 완료 단계

철도-자원개발 연계 프로잭트

터널교량도로 등도 함께 건설

북 천연자원 가치 6조 달러 평가

250억 달러 들어 회의적 시각도

러시아산 석탄이 이 기차에 실려 북한의 나진항에 도착했다. POSCO가 구입한 이 석탄은 현대상선이 임대한 중국 선박 신 홍 바오시에 실려 지난 1일 포항에 도착했다. (사진은 항구의 배와 열차를 합성한 것이다.) [Rossiyskaya Gazeta. 올레그 키리야노프]

타마라 카시야노바 ‘러시아금융감독클럽’

수석 부회장은 “현재 러시아는 국가 결제시

스템을 개발하고 있고, 다른 국가들과도 루

블화 결제로 점차 전환하려 한다. 모든 국가

가 이를 따르지는 않겠지만 이런 행보는 세

계 경제에 미치는 미국 달러화의 영향력을

줄이고 다른 거대 행위 주체들이 통화시장

에 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거대 게임의

서막일 뿐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루블 유가가 달러 유가보다

몇 % 낮은 점들을 고려해 몇몇 국가는 이런

행보를 따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모든 변화 덕에 러시아와 북한의 경제

통상 관계는 질적으로 새로운 차원으로 나

아가고 있다. 북한 나진항에 러시아철도공

사의 참여로 현대화된 통합 철도 터미널을

설립한 것과 같은 이미 실행 중인 프로젝트

를 비롯해 러시아-북한의 대형 인프라 프로

젝트들이 몇 년 안에 완료될 예정이다. 남-

북-러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러시아

산 석탄 일부를 나진항을 통해 한국으로 운

송하는 시범사업도 최근 완료됐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석탄 공급 시범사업 결과 우리는 한반도종

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결하는 구체적인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북-러 양자 및 남-북-

러 삼자 관계의 틀을 뛰어넘는 중요한 인프

라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그는 “이 프로젝

트가 성공하게 되면 북한 측 파트너들이 남-

북-러 삼각 협력의 다른 방안들도 고려해 보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중에는 러시아산 가스전력을 북한을

경유해 한국에 공급하는 방안, 러시아 투자

자들이 개성공단에 진출하는 방안도 있다.

한국과 중국몽골의 투자자들이 이 모든 프

로젝트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프로

젝트에 조만간 합류할 예정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와 관련해 현재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러-북 정부 간 협력위원회에서

는 러시아-북한-한국을 잇는 송전탑을 건

설한다는 중요한 전략적 결정이 채택됐다.

이 프로젝트는 경제적ㆍ지정학적 과제들을

동시에 해결해 준다. 첫째, 러시아 극동에는

전력이 넘쳐나지만 수요는 많지 않다. 따라

서 이 프로젝트로 러시아는 새로운 전력 판

엘레나 김

안드레이 레틴게르

북 철도 3500 20년간 재정비

러 북 천연자원 목록 작성중

[RIA Novosti]

상트페테르부르크 핵물리연구소에 설치중인 연

구용 원자로. [TASS]

중국

일본

나진(출발)

(27일 오후9시30분경)

포항(도착)

(29일 오전5시)

시베리아철도

러시아

북한

한국

러시아

북한

한국

블라디보스토크54㎞(철도운송) 하산하산

나진~하산 프로젝트석탄 반입 경로

매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러시아의 한

기업이 프로젝트 세부사항에 관해 파트너들

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ㆍ경

제적 타당성 조사는 몇 년 전에 이미 끝난 것

이어서 상황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갈루시카 장관은 “이 프로젝트는 한

반도의 군사정치적 안정을 보장해 준다”고

기대한다. 러시아와 북한의 적극적인 접촉

이 한국 측의 불만을 살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갈루시카 장관은 “우리는 한국 파트너

들 몰래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또 하지도 않

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러시아는 중재

자로서 남-북-러 삼자 모두에 유리한 프로

젝트를 제안했다. 또 갈루시카 장관이 암시

한 것처럼 이 프로젝트가 마지막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R1서 계속

북 철도 현대화, 남북러 3자 관계 틀 넘는 프로젝트

Russia포커스와 함께 즐거운 연말연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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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 러, 북한 철도망 10구간 나눠 현대화 작업 착수

4 ┃ 경제 2014년 12월 5일 금요일 ┃ 인터뷰 5section sponsored by Rossiyskaya Gazeta, Russia

북-러 삼각협력’이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을

통해 “러-북 양국 관계의 일반 모델이 이미

합의됐다”고 밝혔다. 그는“이 모델은 러시아

가 북한의 천연자원 발굴 대가로 북한에 투

자하고 물자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북

한 천연자원의 특별 목록을 작성하는 작업

이 이뤄지고 있다”며 “그 일은 실제로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목록을 준비하는 것은

북한에 자원이 있는지, 러시아 투자자들이

기대할 만한 것은 무엇이고, 그에 따라 프로

젝트들이 어느 정도의 규모로 실행될 수 있

는지 충분하고도 믿을 만하게 보여주기 위해

북한 측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 측에서 진행

하고 있다. 갈루시카 장관은 “현재 이 작업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러시아가 보는 북러 무역=2013년 러시

아와 북한의 교역량은 1억 1200만 달러였

다. 하지만 갈루시카 장관은 양국 교역량

이 앞으로 몇 년 후면 최대 1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확신했다. 이는 무엇보다도

‘포베다’ 프로젝트 때문이다. 러시아의 대

북 주력 수출품은 기계 제품과 전자기기,

기타 설비이고 북한의 대러 수출품은 금과

기타 광물이다.

북한의 외환 비축에 크게 일조하는 사

람들은 김정은 정부가 시베리아와 극동 지

역 계절 노동에 파견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다. 취업비자를 받고 온 북한 이주 노동자

들의 월급은 최저 40달러, 최대 100달러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이들이 받는 월급에서

70%를 ‘충성자금’ 명목으로 거둬 가고 있

다.(그런데 한국 기업들은 ‘포베다’ 프로젝

트에 참여할 수 있을까? 가까운 미래에 가

능한 남-북-러 삼각 프로젝트로는 어떤 것

이 있을지 R-Magazine 12월호에서 읽어

보시기 바랍니

다. 저널 사이

트에 가입하고

R-Magazine

전자저널을 무

료로 받아보시

길 바랍니다).

알렉산드르 갈루시카 극동개발부 장관은

남한과 북한을 오가며 바쁘게 움직였다. 아

시아·태평양 시대를 준비하는 작업이다.

그를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만나 러시아가

생각하는 아시아·태평양 시대의 의미를 들

었다. 마침 이문동의 한국외국어대학에서

특강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극동개발부 장관의 관점에서 러시아가

아시아로 선회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나.

“500년에 걸친 서구의 역사적 지배가

현재 막을 내리고 있다. 우리는 세계가 유

럽 중심적 고정관념을 거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 GDP의 60%는 지금 아시

아태평양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다. 사실

세계 경제 모델은 이제 아·태 지역 중심적

이지 유럽 중심적이지는 않다. 주지하듯

지난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을

구매력 평가 기준 세계 1위 경제대국으로

인정했다.

또 IMF는 내년이면 중국과 미국 경제의

격차가 1조 달러 이상 벌어질 것으로 내다

봤다. 현재 중국의 경제 규모는 19조 2000억

달러, 미국의 경제 규모는 18조 2000억 달

러다. 작년 세계에서 가장 급속하게 발전한

지역 경제도 아시아 경제였다. 특히 인도네

시아 경제는 2013년 18.5%의 GDP 성장률

을 기록했다. 유럽 경제는 추락 위기를 맞

았지만 아시아 경제는 성장했다. 우리 눈앞

에서 세계 7개 선진국 경제가 규모 면에서

7개 신흥국 경제에 밀렸다. 이처럼 새로운

역사적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연간 1회 진행되는

의회 연례교서를 통해 러시아의 전략 방향

을 설정했다. 게다가 이러한 방향은 21세기

전체에 걸친 국가 우선순위로 설정됐다. 이

것이 바로 태평양 선회이자 아시아 선회다.

이는 극동과 시베리아 지역의 가속 발전과

성장을 위한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아시아

선회를 준비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아

시아 선회는 바로 21세기 전체에 걸친 국가

우선순위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선회에서 주요 난관은.

“우리가 태평양으로 선회하고 태평양 열

강이 되는 과정을 분석해 보면 아시아태

평양 지역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여

기서는 많은 나라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제도 경쟁하고 국가 관할권도 경쟁하고

있다. 러시아도 이러한 도전을 인지하고 받

아들여 그에 응답하고 있다.”

-어떻게 응답하는가.

“응답은 단 하나, 바로 경쟁력 있는 나

라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는 러시

아 기업투자의 경쟁력 있는 여건들에 대

해 말한다. 예컨대 전기료는 ㎾당 25센트를

넘지 않아야 하고 전력은 25일 이내에 접속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건설 허가권은 15일

이내에 나와야 하고 통관 절차는 30분 안에

끝나야 한다. 구체적이면서도 동시에 세계

적인 국제 경쟁력은 이렇게 많은 직접 평가

지수들에서 나온다.”

-러시아의 경쟁력 제고 작업은 현재 어

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러시아 기업투자 환경을 다른 나라 사

례들에 비추어 적절하게 분석한 결과를 토

대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의 경쟁국

들과 비교해 최고의 기업 활동 환경을 달성

하는 것이 지향하는 목표이자 모델이다. 현

재 러시아 정부의 기본적인 노력은 이른바

‘국가비즈니스이니셔티브’에 집중되고 있

다. 이 프로젝트는 2011년 푸틴 총리의 지

지를 받았고 2012년 3월 4일 대통령 당선 이

후 취임 첫날 그가 서명한 대통령령에 전략

목표로 포함됐다. 이 목표는 러시아가 앞으

로 5~6년 안에 세계 기업투자 환경 순위

120위에서 최소한 20위까지 올라서는 것이

다. 2011년 러시아는 세계은행의 기업투자

환경 평가에서 120위를 기록했다. 이 목표

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비즈니스이니셔티

브’는 기업투자 환경에 민감한 매우 구체

적인 분야들에 걸쳐 상세한 사업 계획, 다

시 말해 로드맵을 수립해 정부의 승인을 거

쳐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이 모든 게 정부의 승인을 거쳐 실행되

는데, 비즈니스 이니셔티브로 불리는 이유

는.

“로드맵 자체가 부처 내 관리들에 의해

수립되지 않으며 또 이 과정에서 독자적인

기회가 기업에 가장 먼저 주어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관세와 조세 행정 개선, 전력망

접속 여건 개선, 건설 분야 활동 여건 개선

에 관한 의제는 기업들과 투자환경 수요자

들인 기업 대표들이 정한다.”

-현 프로젝트 평가는 어떻게 이뤄지나.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는 기업

들이 평가한다. 각 분야에서 기간 단축, 절

차 축소, 비용 절감이 있었는지를 평가한

다. 분야마다 프로세스의 완전 공개를 보장

하는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이 출범했다. 이

모든 것은 투자전략청을 통해 실행되고 있

고, 푸틴 대통령은 투자전략청의 감독위원

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나도 장관이 되기

전에는 감독위원회 위원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효과를 실제로 뒷받침해

줄 만한 게 있나.

“세계은행의 측정 결과가 최근 발표됐

다. 이 결과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러시아는

기업환경평가 순위 120위에서 62위까지 올

라섰다. 지난 2년 동안 우리가 상황을 두 배

개선한 것이다. 실제로 개선이 이뤄졌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성과에 안주

하고 싶지 않다. 러시아의 노력이 첫 결실

을 맺었다.

관세와 조세 행정 분야, 건설 허가서 취

득, 전략망 접속 등에서 성과가 있었다. 기

간과 비용이 단축됐고 절차가 간소화됐다.

게다가 이것은 정부의 평가가 절대 아니다.

재계의 평가다. 이에 못지않게 세계은행의

평가도 중요하다. 대통령이 설정한 목표는

앞으로 2~3년 안에 최소 20위 안에 드는 것

이다. 20위 안에 드는 것과 함께 투자환경

개선 작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다. 또 지

역 차원에서는 러시아 주지사 모두에게 투

자환경 개선과 직접투자 유치, 중소기업 발

전을 핵심성과지표(KPI)로 제시한 러시아

연방 대통령령이 승인되기도 했다.”

‘포베다(승리)’ 투자 프로젝트가 러시아

전문가들 사이에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 프로젝

트의 일환으로 러시아는 앞으로 20년간

3500㎞에 달하는 북한 철도망을 현대화

할 뿐만 아니라 터널과 교량ㆍ역 주변 도로

들도 건설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알려진

규모’만 해도 250억 달러라는 엄청난 돈

이 투자된다. 당초 러시아에서는 너무 큰

액수여서 ‘오타’로 받아들여졌을 정도다.

뒤에 나온 정부의 설명은 ‘러시아 기업들

이 북한의 자원 매장지를 개발하고 생산

한 자원을 판매하면 북한 정부는 여기서

나온 수익금을 철도 현대화 프로젝트에

투자한다’는 형태다.

러시아-북한 정부 간 협력위원회 위원장

인 알렉산드르 갈루시카 극동개발부 장관은

지난 10월 21일 동평양역에서 열린 ‘포베다’

프로젝트 출범식에 참석해 “이는 러-북 양

국의 경제통상 발전을 가로막았던 많은 문

제를 해결해 주는 양국 협력의 긍정적 경향

들을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것이다”라고 말

했다. 북한 철도 재건의 ‘황금고리’ 착공식

에는 리룡남 북한 대외경제상도 참석했다.

철도와 자원개발이 연계된 프로젝트는

아주 의미 있는 투자 프로젝트다. 중국과

영국, 프랑스, 일부 아랍 국가는 북한 하층

토 개발권을 오래 전부터 요청해 왔고, 북

한 철도 시스템 현대화에도 입찰한 바 있

다. 북한의 외화 주 수입원은 구리아연납

니켈텅스텐몰리브덴 같은 비철금속의 수

출이다. 북한에는 몇백만t 규모의 비철금

속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러시아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의 희토류

금속 매장량은 중국보다 7배 더 많다. 북한

의 천연자원 전체 가치는 아무리 적게 잡아

도 6조 달러로 평가된다.

‘포베다’ 프로젝트의 핵심 도급업체인 러

시아 건설기업 ‘모스토비크’의 올레크 시쇼

프 사장은 “러시아가 독보적인 철도 현대화

기술과 여건을 제안할 수 있었던 덕분에 ‘포

베다’ 프로젝트를 따냈다고 말했다. 그는 경

제 분석 주간지 ‘엑스페르트 온라인’과 인터

뷰했는데 “모스토비크가 북한 정부와 함께

철도 재건 계획을 이미 수립해 놓았다”면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현대적인

광궤도 철도를 건설할 계획이다. 기존 철도

망을 재건할 뿐만 아니라 특히 남북 양쪽에

서 평양 주변을 통과하는 화물 수송용 구간

도 새로 건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모스토비크’는 프로젝트를 위해

북한 측과 합작기업을 설립할 계획이다. 프

로젝트 실행을 위해 북한의 철도망 전체를

10개 구간으로 나눴고, 필요한 자료 수집과

함께 첫 구간인 동평양 분기역 설계에도 이

미 착수했다고 시쇼프 사장은 밝혔다.

북한 전역에는 총 연장 7000의 철도가

부설돼 있다. 20세기 초 일본이 건설한 북

한 철도는 현재 완전히 낙후돼 있다. 광물

매장지들, 그중 채굴이 비교적 어렵지 않고

운송도 빨리 할 수 있는 매장지에 인접한

구간에서 가장 먼저 보수 및 현대화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러시아 측은

북한 측의 천연자원 보충탐사와 채굴도 도

울 계획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 대해 회의적인 러

시아 전문가가 많다. 무엇보다 250억 달러

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액 때문이다. 게다가

어떤 러시아 기업들이 프로젝트 실행에 참

여하는지도 현재까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의 입장은 확고하다.

지난달 29일 갈루시카 장관은 서울의 한국

외국어대학교에서 ‘러시아 극동 개발과 남-

지난달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한국과 일

본 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제 과학기술

세미나가 열렸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활발

히 논의되는 주제는 미래 핵연료 주기다. 관

련 연구를 진행하길 희망하는 연구기관도

있다. 다목적 고속 연구로(Multipurpose

Fast Research Reactor, MBIR)는 이 주

제에 딱 들어 맞는다. 러시아도 국제원자력

기구(IAEA) 산하에 다목적 고속 연구로

국제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 다목적 고

속 연구로 신종 핵연료와 시공재료, 냉각수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에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MBIR을 활용하면 핵연료 주기 폐쇄 프

로젝트 실행에 도움이 되는 등 미래에 직면

할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현

재 이 연구용 원자로의 기술설계가 마무리

됐고 형태도 벌써 정해졌으며 그 사양도 알

고 있다. 2015년 봄 설비에 필요한 모든 허

가를 받을 예정이다.” MBIR 프로젝트 감

독을 맡고 있는 국영기업 로스아톰의 알렉

산드르 투조프 혁신부 차장의 말이다.

한국이 다목적 고속 연구로 센터의 명실

상부한 회원국이 되면 MBIR의 특수한 과

학적 성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이다. 센터의 회원국 가입 혜택도 적지 않

다. 예를 들면 회원국은 원자로의 실험 충

전물을 정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회

원국의 연구원은 원자로를 방문할 때 약식

절차를 거친다. 또 초기에 가입하는 회원국

에 부과되는 ‘가입료’는 다목적 고속 연구

로가 도입된 후에 관심을 보일 국가에 부가

되는 것보다 몇 배 더 저렴하다.

2013년 세계 55개국에 걸쳐 248개의 연

구용 원자로가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이었

으며 세계의 연구로 중 35%는 러시아 기술

을 기반으로 건설됐다.

MBIR 대안은 사실상 없다. 러시아에는

60년대 후반에 도입되어 가동된 연구용 원

자로 BOR-60이 있긴 하지만, 현재 이 원자

로는 점차 자체적 자원 개발을 하는 추세

다. 세계적으로도 MBIR의 대안은 한정적

이며 불분명하다. 예를 들어 중국의 CEFR

은 시험로이지 연구용 원자로가 아니다. 인

도의 FBTR은 인도 국가 프로그램에 맞춰

운영되며 미국의 FFTF는 가동이 완전히

중단되었고 이미 부분 해체됐다. 그리고 유

럽의 MYRRHA는 아직도 기획 단계에 있

다. 러시아는 이미 다목적 고속 연구로 건

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고, 미국과 프랑

스 학자들은 향후 원자로 연구 프로그램에

많은 시간을 들이기로 했다.

알렉산드르 갈루시카 극동개발부 장관 인터뷰북-러 포베다(승리) 프로젝트 닻 올려

러 기업투자 환경 5~6년 내 120→20위 끌어 올릴것

엘레나 김

러시아와 북한의 궤도는 다르다. 광궤인 러시아의

철로 폭은 1520, 북한은 1435다. 그래서 러시

아는 필요한 곳에 광궤협궤를 동시에 건설할 예정

이다. [Rossiyskaya Gazeta. 올레그 키리야노프]

기술설계 마무리 내년초 허가

회원국 가입땐 실험 참여 등 혜택

러시아 다목적 고속 연구용 원자로개발 완료 단계

철도-자원개발 연계 프로잭트

터널교량도로 등도 함께 건설

북 천연자원 가치 6조 달러 평가

250억 달러 들어 회의적 시각도

러시아산 석탄이 이 기차에 실려 북한의 나진항에 도착했다. POSCO가 구입한 이 석탄은 현대상선이 임대한 중국 선박 신 홍 바오시에 실려 지난 1일 포항에 도착했다. (사진은 항구의 배와 열차를 합성한 것이다.) [Rossiyskaya Gazeta. 올레그 키리야노프]

타마라 카시야노바 ‘러시아금융감독클럽’

수석 부회장은 “현재 러시아는 국가 결제시

스템을 개발하고 있고, 다른 국가들과도 루

블화 결제로 점차 전환하려 한다. 모든 국가

가 이를 따르지는 않겠지만 이런 행보는 세

계 경제에 미치는 미국 달러화의 영향력을

줄이고 다른 거대 행위 주체들이 통화시장

에 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거대 게임의

서막일 뿐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루블 유가가 달러 유가보다

몇 % 낮은 점들을 고려해 몇몇 국가는 이런

행보를 따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모든 변화 덕에 러시아와 북한의 경제

통상 관계는 질적으로 새로운 차원으로 나

아가고 있다. 북한 나진항에 러시아철도공

사의 참여로 현대화된 통합 철도 터미널을

설립한 것과 같은 이미 실행 중인 프로젝트

를 비롯해 러시아-북한의 대형 인프라 프로

젝트들이 몇 년 안에 완료될 예정이다. 남-

북-러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러시아

산 석탄 일부를 나진항을 통해 한국으로 운

송하는 시범사업도 최근 완료됐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석탄 공급 시범사업 결과 우리는 한반도종

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결하는 구체적인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북-러 양자 및 남-북-

러 삼자 관계의 틀을 뛰어넘는 중요한 인프

라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그는 “이 프로젝

트가 성공하게 되면 북한 측 파트너들이 남-

북-러 삼각 협력의 다른 방안들도 고려해 보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중에는 러시아산 가스전력을 북한을

경유해 한국에 공급하는 방안, 러시아 투자

자들이 개성공단에 진출하는 방안도 있다.

한국과 중국몽골의 투자자들이 이 모든 프

로젝트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프로

젝트에 조만간 합류할 예정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와 관련해 현재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러-북 정부 간 협력위원회에서

는 러시아-북한-한국을 잇는 송전탑을 건

설한다는 중요한 전략적 결정이 채택됐다.

이 프로젝트는 경제적ㆍ지정학적 과제들을

동시에 해결해 준다. 첫째, 러시아 극동에는

전력이 넘쳐나지만 수요는 많지 않다. 따라

서 이 프로젝트로 러시아는 새로운 전력 판

엘레나 김

안드레이 레틴게르

북 철도 3500 20년간 재정비

러 북 천연자원 목록 작성중

[RIA Novosti]

상트페테르부르크 핵물리연구소에 설치중인 연

구용 원자로. [TASS]

중국

일본

나진(출발)

(27일 오후9시30분경)

포항(도착)

(29일 오전5시)

시베리아철도

러시아

북한

한국

러시아

북한

한국

블라디보스토크54㎞(철도운송) 하산하산

나진~하산 프로젝트석탄 반입 경로

매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러시아의 한

기업이 프로젝트 세부사항에 관해 파트너들

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ㆍ경

제적 타당성 조사는 몇 년 전에 이미 끝난 것

이어서 상황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갈루시카 장관은 “이 프로젝트는 한

반도의 군사정치적 안정을 보장해 준다”고

기대한다. 러시아와 북한의 적극적인 접촉

이 한국 측의 불만을 살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갈루시카 장관은 “우리는 한국 파트너

들 몰래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또 하지도 않

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러시아는 중재

자로서 남-북-러 삼자 모두에 유리한 프로

젝트를 제안했다. 또 갈루시카 장관이 암시

한 것처럼 이 프로젝트가 마지막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R1서 계속

북 철도 현대화, 남북러 3자 관계 틀 넘는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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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 러, 북한 철도망 10구간 나눠 현대화 작업 착수

6 ┃ 군사 2014년 12월 5일 금요일 ┃ 여행 7section sponsored by Rossiyskaya Gazeta, Russia

제2차 한러대학총장포럼이 11월 29~30일

블라디보스톡의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렸다.

2010년 한러 양국 대통령의 합의로 시작된

한러대화(Korea-Russia Dialogue)에서는

2013년 11월 양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열

린 3차 연차 포럼에서 한러대학총장포럼을

발족했고 이번에 2차 총장포럼을 러시아에

서 개최한 것이다.

포럼에 한국측에서는 대학교육협의회장

인 성균관대 김준영총장, 서거적 전북대총장

(전 대교협회장), 유지수 국민대총장, 김기언

경기대총장, 조무제 울산과기대총장, 부구욱

영산대총장 등 13명의 총장, 부총장이 참석

하였고, 러시아측에서는 한러대화 러시아측

조정위원장인 크로파체프 상트 페테르부르

그대총장, 이바네츠 극동연방대총장 등 20여

명의 총장 및 부총장들이 참석하였다.

2년 전 APEC 정상회담이 열렸던 극동연

방대 ‘모르스키홀’에서 진행된 이번 총장포

럼의 주제는 ‘교육의 국제화: 러시아와 한

국 대학의 사례교육 및 연구 분야에서의 러

시아와 한국 대학 간의 새로운 협력’이었

다. 최근 대학 랭킹과 국제화에 러시아 정부

와 교육계가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점이 주

제를 택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크로파체프

상트 페테르부르그대 총장은 양국 대학들

이 상대국 학생들을 받아들이는 장학제도

의 확충 필요성을 역설했고, 콕샤로프 우랄

연방대 총장은 신설된 한국학과에 대한 지

원을 요청했다. 러시아의 서쪽 끝의 칼리닌

그라드에 위치한 클레메쉐프 발트연방대학

총장도 이 지역에 기아자동차 공장이 있다

는 사실을 설명하며 한국과의 적극적 교류

를 희망했다. 한국측에서는 기초과학공학

분야에서 러시아와의 교류를 희망하는 대

학이 많았다. 서울사이버대학의 허묘연부총

장은 한국의 IT 기술에 기반을 둔 사이버교

육의 급속한 확산을 설명, 국토가 광활해 원

격 교육의 필요성이 큰 러시아 대학 총장들

의 관심을 받았다.

총장 포럼에선 특히 참가대학에서 온 1명

의 학생 대표들이 총장회의와 병행해 학생

포럼을 열고, ‘학생 입장에서 보는 양국 대

학 간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결과를 양국

총장들에게 보고한 점이다. 학생 대표들은

어학사회과학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서의 학생 교류를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고 상대국 방문 학생의 현지 적응과

수학을 돕는 버디(buddy)프로그램의 활성

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국 총장들은 내년

도 3차 한러대학총장포럼은 서울에서 개최

하기로 합의했다.

만능병사 ‘플랏포르마-M’=‘플랏포르

마-M’은 적과 직접 접촉하지 않고 전투를

수행하기 위해 개발된 최신형 로봇 전투시

스템이다. 개발자들의 구상에 따르면 이 시

스템은 정찰병, 주요시설 순찰병 및 경비병,

어떤 업무든 수행할 수 있는 범용 전투단위

다. 플랏포르마-M은 그 무기 덕분에 화력지

원에도 쓸모가 있다. 이 로봇의 목표공격 시

스템은 무인 자동조종 모드로 가동된다. 플

랏포르마-M은 미니어처 로봇이지만 유탄

발사기와 기관총 시스템으로 무장해 그 위

력은 가공할 만하다. 이 ‘꼬마’ 로봇은 이미

2014년 여름 있었던 칼리닌그라드 훈련에서

멋지게 그 능력을 증명했으며 현재 군부대

에 계속 투입되고 있다.

미사일시스템 엄호 이동식 로봇장비시스템 

‘볼크-2’=‘볼크-2’는 플랏포르마-M과 비슷

한 군사과제를 수행하는 또 하나의 ‘만능병

사’다. 조금 더 무겁다는 점만 다르다(볼크-2

는 1t, 플랏포르마-M은 800㎏). 주행성능이

향상된 궤도바퀴가 장착돼 있어 도로가 없는

곳에서도 속도가 전혀 느려지지 않는다. 5㎞

반경 내 무선채널로 조종되는 볼크-2는 시험

에서 봄철에 눈이 녹아 진창이 된 길을 거뜬

히 통과했다. ‘칼라시니코프’ 기관총과 ‘우

테스’ 중기관총 및 ‘코르드’ 중기관총이 장

착된 볼크는 어떤 날씨와 시간대에서든 시속

35㎞의 속력에서 발포할 수 있다. 열화상 카

메라, 레이저 거리계측기 및 자이로스태빌라

이저(자이로스코프를 응용하여 배나 비행기

가 옆으로 흔들리지 않게 하는 장치)가 목표

공격의 정확성을 보장하며, 특수장갑층으로

보호된다. 볼크-2는 아직 시험을 거치고 있으

나, 배치 장소는 이미 결정됐다. ‘토폴-M’ 및

‘야르스’ 미사일시스템의 경호용으로 전략

미사일군에서 사용될 것이다.

능수능란한 전투공병 ‘우란-6’=‘우란-6’

은 전투공병 20명을 대체할 수 있는 다목적

지뢰제거 시스템이다. 원격으로 작업한다.

오퍼레이터는 1㎞ 내의 안전한 거리에서 우

란-6을 조종한다. 불도저 날과 지뢰해제기

가 장착된 이 기계는 위험한 지역을 통과하

며 오퍼레이터의 명령에 따라 지뢰 및 불발

탄을 찾는다. 우란-6의 기술특성에 따르면

TNT당량 60㎏ 이하의 폭발위험물을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이 로봇의 모든 작업이

신뢰할 만한 것은 아니다. 전투공병이 그 뒤

를 따라다니며 우란-6이 얼마나 면밀하게 지

역의 장애물을 제거하는지 검사한다. 개발자

의 설계에 따르면 통과지역의 98%를 중립화

할 수 있다. 현재 우란-6은 러시아 체첸 공화

국 베덴스키 지방의 산악지역에서 시험을 거

치고 있다. 이곳은 매우 복잡한 지형으로, 우

란-6이 이 시험에서 충분히 기능을 발휘할

경우 양산체제로 생산하게 된다.

로봇 특공대원 ‘스트렐로크’=‘스트렐로

크’는 사실 궤도바퀴장치에 설치된 기관총

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기계는 특공대의 진

정한 보조병이다. 스트렐로크는 작은 사이

즈와 50㎏의 가벼운 무게 덕분에 건물이 밀

집된 도시 지역 환경에서 군인들의 목숨을

보호하며 건물을 공격하는 데 사용될 수 있

다. 이 로봇은 매우 조용히 움직인다. 사람

이 걷는 속도인 시속 4㎞로 이동하지만 계단

을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시가전이나 대테

러 작전에서는 말 그대로 대체 불가능한 존

재다. 스트렐로크는 2013년 9월 니즈니타길

방산전시회에서 처음 선보였으나, 현재 향후

사용처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수륙양용 로봇 ‘그놈’=잠수로봇 ‘그놈

(Гном)’은 무기가 전혀 장착되지 않으며

외형으로는 괴상한 비디오카메라처럼 생겼

다. 오퍼레이터가 조종스틱으로 움직임을

제어하고, 로봇은 물속에서 사람에게 위험

한 지뢰 등을 찾아내 해제시킨다. 그놈은 회

전주사 위치탐사장치가 장착돼 반경 100m

이하 거리를 볼 수 있다. 이 덕분에 구조수

색작업 뿐만 아니라 수중 정찰에도 쓸 수 있

다. 무게는 11㎏에 불과하며 크기도 손에 들

고 다닐 수 있을 만큼 작다. 2005년 발트해

에서 시험을 거쳤으며 그 이후 러시아 해군

부대에서 사용되고 있다.

시베리아뿐 아니라 러시아를 상징하는 불

곰은 눈표범처럼 세계자연보호연맹(IUCN)

의 적색목록에 등재되지도 않았고 멸종위

기종도 아니다. 하지만 산에서 내려와 사람

사는 도시에 자주 출몰해 잘 알려진 시베리

아에 관한 풍문을 확인시켜주고는 한다.

우리는 크라스노야르스크 주에서 불과 7

㎞ 떨어진 지점부터 펼쳐지는 자연보호구역

‘스톨비’의 연구원들과 야생 타이가 숲으로

향했다. 야생동물이 출몰하는 길을 따라 불

곰의 행동 및 생태 변화와 ‘타이가의 주인’

사냥, 산림 관리, 대도시 경계와 가까운 자

연보호구역이 겪는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서

였다.

베레치 마을에서부터 마나 강을 따라가

면 자연보호구역 ‘스톨비’의 만스크 산림구

까지, 산림 감시대 ‘베를리’와 ‘마슬랸카’,

‘칸달락’까지 갈 수 있다. 산림감시대는 산

림 관리원들이 거주하며 근무하는 곳이다.

‘스톨비’ 연구원들도 정기적으로 이곳에 와

서 생태계와 기후를 연구하고 동물과 자연

환경 전반에 관한 모니터링을 하며 불곰에

대한 연례 보고서를 작성한다.

자연보호구역 ‘스톨비’는 광대한 알타

이-사얀스크 산림주의 변방이자 서시베리

아의 저지대와 중앙 시베리아의 고원이 교

차하는 곳에 있다. ‘스톨비’는 크라스노야

르스크 주에서 가장 작은 자연보호구역 중

하나로 면적이 47ha 정도다. 바자이히와 볼

쇼이 슬리즈네바야, 그리고 우리가 탄 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떠내려 가는 마나 강 등

예니세이 강의 우측 지류 사이에 위치한다.

이곳의 타이가 숲은 전나무와 가문비나무,

삼나무로 울창해 어둑하며 강을 따라 키 큰

소나무들이 늘어서 있다. 높지 않은 산 사

이로 아름다운 잿빛 초록색을 띤 마나 강이

굽이굽이 흐른다.

50대 블라디미르 코제치킨은 자연보호구

역의 수석 연구원이자 대형 맹수 생태 전문

가이다. 1979년부터 자연보호구역에서 근무

하고 있는 그는 오소리를 주제로 논문을 쓰

기도 했지만 오래전부터 불곰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도시라는 ‘정글’을 벗어난 코제

치킨 연구원은 생물학 박사나 책상에 앉아

서 연구하는 학자라기보다는 산림 관리원

같았다. 그는 두꺼운 바지에 허리띠, 목 부분

이 넓고 늘어난 회색 목 폴라티셔츠 차림에

고무장화를 신고 어깨에는 오래된 청회색

배낭을 메고 있었다.

베를리 산림감시대는 자연보호구역 남부

에 위치한다. 이곳은 ‘완벽한 자연보호 구

역’이다. 코제치킨은 “산림 관리는 어려운

일입니다. 땔감도 만들 줄 알아야 하고 동물

이 다니는 길도 주시해야 해요. 이상적으로

는 가축들도 보고 자연환경도 모니터링 할

수 있으면 좋겠죠 …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

런 일들을 전혀 못 합니다. 자연보호구역에

서 거주하며 일할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도

거의 없고요”라고 토로했다.

감시대에 있는 오래된 산림 초소는 시골

집과 비슷하다. 난로와 땔감이 있고 벽에는

기름때 묻은 점퍼가 걸려 있으며 텔레비전

옆에는 산악용 스키가 놓여 있다. 저장고와

눅눅한 나무 특유의 냄새가 난다.

최근 10년간 야생 곰이 사람이 사는 도시

에 내려오고 다차와 도로, 국립공원 산책로

에 출몰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났기 때문에

시베리아에서는 곰들도 거리를 돌아다닌다

는 풍문은 이제는 이미 풍문으로만 치부하

기 어려워졌다.

-곰들이 왜 도시로 나오는 걸까요.

“도시가 곰의 식량자원에 큰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지요.”

코제치킨 연구원이 차를 홀짝이고는 햄

을 얹은 빵으로 손을 뻗었다.

“20~30년 전에는 곰이 먹을 것이 지금보

다 훨씬 많았어요. 산열매도 있고요. 그런데

지금은 열매가 거의 안 나지요. 호두도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곰이 섭취할 단백질이 부

족합니다. 굶주린 해에는 곰들이 묘지에 출

몰해 발포한 적도 두 번 있었어요. 그 곰들

은 묘지에서 시신이 묻힌 지 얼마 안 된 무

덤을 파내고 있었지요. 장례를 치르고 있는

데 옆에서 곰이 묘를 파내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90년대는 러시아 사회뿐 아니라 자연에도

큰 전환기였습니다. 도시 산업폐기물의 영

향으로 자연에서 열리는 열매가 급감했고

몇십 년 사이에 토양의 구성성분이 크게 바

뀌었으며 기후는 예측하기 어려워졌습니다.

특히 잣의 수확량이 타격을 입었어요. 동물

들이 급변한 자연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식은 차를 탁자에 남겨두고 타이

가 숲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시베리아 곰, 아니 러시아 곰은 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정치인들은 국력의 상징으

로, 마케팅 전문가들은 효과 있는 지역 브랜

드로, 기자들은 저녁 뉴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도시인들은 외국인 여행객

을 겁주기 위한 이야기로 이용한다. 하지만

동물학자에게 불곰은 그저 러시아 내 거의

모든 숲에 서식하는 거대한 육식 포유류로

서의 불곰일 뿐이다.

-곰이 타이가의 주인이라고요?

코제치킨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오소리와 늑대, 여우도 있습니다 불곰

은 단지 우리 자연보호구역에서 개체 수가

가장 많은 종일 뿐입니다.”

-곰 사냥을 하는 밀렵꾼이 많습니까.

“많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전문 사냥꾼이

곰 사냥을 충분히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 역사를 공유해 온 인간과 곰은

먹는 것도 같았고 사용하는 피난처도 비슷

했으며 서로를 사냥하는 일도 드물지 않았

다. 에벤키족을 비롯한 시베리아의 토착 민

족이 곰을 경배하며 ‘아만카(할아버지)라

고 불렀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시베리아에

오래 산 러시아 농민들이 비공식적으로는

곰을 주인‘이라고 부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또 이들에게 곰 사냥은 유일한 생존 수단

이었기 때문에 곰을 사냥할 때는 복잡한 의

식과 행사가 따랐다. 그런데 사람들이 숲을

벗어나 살게 되면서 곰 사냥은 ‘감동적이고

품격 있는 사냥’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혹

은 단순히 전리품을 얻기 위한 사냥이 되

기도 했다. 그런데 20세기, 특히 1980년대 중

반 러시아가 타이가 숲의 주인 사냥을 허

가하기 시작하면서 전문 사냥꾼의 곰 사냥

횟수가 줄어들었고 곰 개체 수는 늘었다. 일

반인이 사냥하니 전문 사냥꾼은 뒷전에 나

앉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곰은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 자주 출몰하고 농장의 염소나

말암소돼지를 공격하고 다차에서 머무는

사람들과 도시인들을 놀라게 한다.

코제치킨 연구원이 “사냥은 개체 수를 조

절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개체 수 조

절은 노동력이 많이 드는 데다 돌아오는 것

은 별로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농촌인구도

빠져나가고 좋은 사냥개나 라이카 개와 함

께 다니며 제대로 곰을 잡을 수 있는 사냥꾼

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 젊은이들은 곰 사

냥에 흥미가 없어요. ‘있는 사람들’ 중에 사

냥애호가들이 있긴 합니다. 그런데 그런 사

람들은 사냥개와 분주히 움직이는 것을 좋

아하지 않아요. 배를 타고 나와 의자에 앉아

잘 보이는 비탈길을 걷는 곰을 찾아 조준하

고 쏘는 거죠. 이들에게는 그게 사냥입니

다”라고 말했다.

오늘날 여러 사냥꾼이 곰 사냥에 어려움

을 느낀다. 사냥 허가권이 3000루블(약 7만

원)이고 최근 몇 년은 곰 굴에서의 사냥을

비인도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금지했다. 그

런데 고대에는 러시아의 모든 민족이 곰 굴

에서 곰 사냥을 했다. 우연히 마주친 동물을

사냥하는 경우는 그보다 드물었다. 곰이 나

무를 할퀴어 사냥꾼에게 승부를 걸 때뿐

이었다. 승부 후 사냥꾼들은 죽은 곰에게 사

과하며 경의를 표했고 “늙은이여, 나오라”

고 했다. 그리고는 몸통에서 가죽을 벗겨 곰

의 옷을 벗기는 듯한 모습을 취했다.

땅속 지뢰 98% 제거 ‘우란-6

적지 정찰병 플랏포르마-M

35㎞로 달리며 발포 ‘볼크-2’

시가전 보조병 ‘스트렐로크’

물속 위험물 찾아 해제 ‘그놈’

타티야나 루사코바

지난달 중순 러시아 국방부는 로봇장비시스템 개발 및 그 군사 목적의 활용 계획을 승인했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2017~2018년 로봇이 육군을 활발하게 ‘접수’하

기 시작해 2025년께 러시아 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군장비 중 30%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투로봇은 이미 ‘견장’을 달고 있다. 현재 많은 로봇이 육군

에서 성공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몇몇 모델은 시험을 거치고 있기 때문이다. Russia포커스는 러시아가 개발한 전투로봇 중 가장 유망한 5종을 선정했다.

러시아 전투로봇 톱5

전투로봇 실전 배치 초읽기 2025년 군장비 30% 차지

체첸 공화국 수르젠스키 지구의 지뢰밭에서 시험 중인 다기능 지뢰제거 로봇 복합체 ‘우란-6. [RIA Novosti]

플랏포르마-M 볼크-2 스트렐로크 그놈

크라스노야르스크 타이가숲의 주인 불곰

시베리아 토착민 할아<아만카>

버지라 불러 사냥꾼 줄며 개체수 늘어

불곰은 오래전부터 러시아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다. 불곰의 거대한 몸집과 힘때문이다. 그러나 야생의 불곰은 잔인하기도 하다. Lori Images

폐기물 영향 나무 열매 급감하자

굶주린 불곰들 민가 가축 공격

개체수 조절 유일한 방법은 사냥

연구 협력과 연수 장학금 논의

대학생들 포럼도 동시에 열려

안나 그루즈데바

모스크바

크라스노야르스크

타이가 숲의 곰을 조심하는 법=동물

학자와 마찬가지로 노련한 사냥꾼들

은 맹수와의 마찰을 피하는 가장 좋

은 방법은, 그들과 만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

고 입을 모은다. 그러니 타이가에서는 숲 속을

깊숙이 보고 덤불이 움직이는지 관찰하라. 또

멀리서 포효소리가 들려오지 않는지 귀를 기

울여 보라. 맹수가 가까이 있는데 아직 당신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뛰지 말고 조용히 자리를

떠야 한다.

한러 대학 총장들 블라디보스톡에서 포럼

지난달 29~30일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 한러대학총장포럼 뒤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허승철 교수

허승철 한러대화 사무국장 (고려대 교수)

Page 7: 러, 북한 철도망 10구간 나눠 현대화 작업 착수

6 ┃ 군사 2014년 12월 5일 금요일 ┃ 여행 7section sponsored by Rossiyskaya Gazeta, Russia

제2차 한러대학총장포럼이 11월 29~30일

블라디보스톡의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렸다.

2010년 한러 양국 대통령의 합의로 시작된

한러대화(Korea-Russia Dialogue)에서는

2013년 11월 양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열

린 3차 연차 포럼에서 한러대학총장포럼을

발족했고 이번에 2차 총장포럼을 러시아에

서 개최한 것이다.

포럼에 한국측에서는 대학교육협의회장

인 성균관대 김준영총장, 서거적 전북대총장

(전 대교협회장), 유지수 국민대총장, 김기언

경기대총장, 조무제 울산과기대총장, 부구욱

영산대총장 등 13명의 총장, 부총장이 참석

하였고, 러시아측에서는 한러대화 러시아측

조정위원장인 크로파체프 상트 페테르부르

그대총장, 이바네츠 극동연방대총장 등 20여

명의 총장 및 부총장들이 참석하였다.

2년 전 APEC 정상회담이 열렸던 극동연

방대 ‘모르스키홀’에서 진행된 이번 총장포

럼의 주제는 ‘교육의 국제화: 러시아와 한

국 대학의 사례교육 및 연구 분야에서의 러

시아와 한국 대학 간의 새로운 협력’이었

다. 최근 대학 랭킹과 국제화에 러시아 정부

와 교육계가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점이 주

제를 택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크로파체프

상트 페테르부르그대 총장은 양국 대학들

이 상대국 학생들을 받아들이는 장학제도

의 확충 필요성을 역설했고, 콕샤로프 우랄

연방대 총장은 신설된 한국학과에 대한 지

원을 요청했다. 러시아의 서쪽 끝의 칼리닌

그라드에 위치한 클레메쉐프 발트연방대학

총장도 이 지역에 기아자동차 공장이 있다

는 사실을 설명하며 한국과의 적극적 교류

를 희망했다. 한국측에서는 기초과학공학

분야에서 러시아와의 교류를 희망하는 대

학이 많았다. 서울사이버대학의 허묘연부총

장은 한국의 IT 기술에 기반을 둔 사이버교

육의 급속한 확산을 설명, 국토가 광활해 원

격 교육의 필요성이 큰 러시아 대학 총장들

의 관심을 받았다.

총장 포럼에선 특히 참가대학에서 온 1명

의 학생 대표들이 총장회의와 병행해 학생

포럼을 열고, ‘학생 입장에서 보는 양국 대

학 간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결과를 양국

총장들에게 보고한 점이다. 학생 대표들은

어학사회과학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서의 학생 교류를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고 상대국 방문 학생의 현지 적응과

수학을 돕는 버디(buddy)프로그램의 활성

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국 총장들은 내년

도 3차 한러대학총장포럼은 서울에서 개최

하기로 합의했다.

만능병사 ‘플랏포르마-M’=‘플랏포르

마-M’은 적과 직접 접촉하지 않고 전투를

수행하기 위해 개발된 최신형 로봇 전투시

스템이다. 개발자들의 구상에 따르면 이 시

스템은 정찰병, 주요시설 순찰병 및 경비병,

어떤 업무든 수행할 수 있는 범용 전투단위

다. 플랏포르마-M은 그 무기 덕분에 화력지

원에도 쓸모가 있다. 이 로봇의 목표공격 시

스템은 무인 자동조종 모드로 가동된다. 플

랏포르마-M은 미니어처 로봇이지만 유탄

발사기와 기관총 시스템으로 무장해 그 위

력은 가공할 만하다. 이 ‘꼬마’ 로봇은 이미

2014년 여름 있었던 칼리닌그라드 훈련에서

멋지게 그 능력을 증명했으며 현재 군부대

에 계속 투입되고 있다.

미사일시스템 엄호 이동식 로봇장비시스템 

‘볼크-2’=‘볼크-2’는 플랏포르마-M과 비슷

한 군사과제를 수행하는 또 하나의 ‘만능병

사’다. 조금 더 무겁다는 점만 다르다(볼크-2

는 1t, 플랏포르마-M은 800㎏). 주행성능이

향상된 궤도바퀴가 장착돼 있어 도로가 없는

곳에서도 속도가 전혀 느려지지 않는다. 5㎞

반경 내 무선채널로 조종되는 볼크-2는 시험

에서 봄철에 눈이 녹아 진창이 된 길을 거뜬

히 통과했다. ‘칼라시니코프’ 기관총과 ‘우

테스’ 중기관총 및 ‘코르드’ 중기관총이 장

착된 볼크는 어떤 날씨와 시간대에서든 시속

35㎞의 속력에서 발포할 수 있다. 열화상 카

메라, 레이저 거리계측기 및 자이로스태빌라

이저(자이로스코프를 응용하여 배나 비행기

가 옆으로 흔들리지 않게 하는 장치)가 목표

공격의 정확성을 보장하며, 특수장갑층으로

보호된다. 볼크-2는 아직 시험을 거치고 있으

나, 배치 장소는 이미 결정됐다. ‘토폴-M’ 및

‘야르스’ 미사일시스템의 경호용으로 전략

미사일군에서 사용될 것이다.

능수능란한 전투공병 ‘우란-6’=‘우란-6’

은 전투공병 20명을 대체할 수 있는 다목적

지뢰제거 시스템이다. 원격으로 작업한다.

오퍼레이터는 1㎞ 내의 안전한 거리에서 우

란-6을 조종한다. 불도저 날과 지뢰해제기

가 장착된 이 기계는 위험한 지역을 통과하

며 오퍼레이터의 명령에 따라 지뢰 및 불발

탄을 찾는다. 우란-6의 기술특성에 따르면

TNT당량 60㎏ 이하의 폭발위험물을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이 로봇의 모든 작업이

신뢰할 만한 것은 아니다. 전투공병이 그 뒤

를 따라다니며 우란-6이 얼마나 면밀하게 지

역의 장애물을 제거하는지 검사한다. 개발자

의 설계에 따르면 통과지역의 98%를 중립화

할 수 있다. 현재 우란-6은 러시아 체첸 공화

국 베덴스키 지방의 산악지역에서 시험을 거

치고 있다. 이곳은 매우 복잡한 지형으로, 우

란-6이 이 시험에서 충분히 기능을 발휘할

경우 양산체제로 생산하게 된다.

로봇 특공대원 ‘스트렐로크’=‘스트렐로

크’는 사실 궤도바퀴장치에 설치된 기관총

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기계는 특공대의 진

정한 보조병이다. 스트렐로크는 작은 사이

즈와 50㎏의 가벼운 무게 덕분에 건물이 밀

집된 도시 지역 환경에서 군인들의 목숨을

보호하며 건물을 공격하는 데 사용될 수 있

다. 이 로봇은 매우 조용히 움직인다. 사람

이 걷는 속도인 시속 4㎞로 이동하지만 계단

을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시가전이나 대테

러 작전에서는 말 그대로 대체 불가능한 존

재다. 스트렐로크는 2013년 9월 니즈니타길

방산전시회에서 처음 선보였으나, 현재 향후

사용처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수륙양용 로봇 ‘그놈’=잠수로봇 ‘그놈

(Гном)’은 무기가 전혀 장착되지 않으며

외형으로는 괴상한 비디오카메라처럼 생겼

다. 오퍼레이터가 조종스틱으로 움직임을

제어하고, 로봇은 물속에서 사람에게 위험

한 지뢰 등을 찾아내 해제시킨다. 그놈은 회

전주사 위치탐사장치가 장착돼 반경 100m

이하 거리를 볼 수 있다. 이 덕분에 구조수

색작업 뿐만 아니라 수중 정찰에도 쓸 수 있

다. 무게는 11㎏에 불과하며 크기도 손에 들

고 다닐 수 있을 만큼 작다. 2005년 발트해

에서 시험을 거쳤으며 그 이후 러시아 해군

부대에서 사용되고 있다.

시베리아뿐 아니라 러시아를 상징하는 불

곰은 눈표범처럼 세계자연보호연맹(IUCN)

의 적색목록에 등재되지도 않았고 멸종위

기종도 아니다. 하지만 산에서 내려와 사람

사는 도시에 자주 출몰해 잘 알려진 시베리

아에 관한 풍문을 확인시켜주고는 한다.

우리는 크라스노야르스크 주에서 불과 7

㎞ 떨어진 지점부터 펼쳐지는 자연보호구역

‘스톨비’의 연구원들과 야생 타이가 숲으로

향했다. 야생동물이 출몰하는 길을 따라 불

곰의 행동 및 생태 변화와 ‘타이가의 주인’

사냥, 산림 관리, 대도시 경계와 가까운 자

연보호구역이 겪는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서

였다.

베레치 마을에서부터 마나 강을 따라가

면 자연보호구역 ‘스톨비’의 만스크 산림구

까지, 산림 감시대 ‘베를리’와 ‘마슬랸카’,

‘칸달락’까지 갈 수 있다. 산림감시대는 산

림 관리원들이 거주하며 근무하는 곳이다.

‘스톨비’ 연구원들도 정기적으로 이곳에 와

서 생태계와 기후를 연구하고 동물과 자연

환경 전반에 관한 모니터링을 하며 불곰에

대한 연례 보고서를 작성한다.

자연보호구역 ‘스톨비’는 광대한 알타

이-사얀스크 산림주의 변방이자 서시베리

아의 저지대와 중앙 시베리아의 고원이 교

차하는 곳에 있다. ‘스톨비’는 크라스노야

르스크 주에서 가장 작은 자연보호구역 중

하나로 면적이 47ha 정도다. 바자이히와 볼

쇼이 슬리즈네바야, 그리고 우리가 탄 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떠내려 가는 마나 강 등

예니세이 강의 우측 지류 사이에 위치한다.

이곳의 타이가 숲은 전나무와 가문비나무,

삼나무로 울창해 어둑하며 강을 따라 키 큰

소나무들이 늘어서 있다. 높지 않은 산 사

이로 아름다운 잿빛 초록색을 띤 마나 강이

굽이굽이 흐른다.

50대 블라디미르 코제치킨은 자연보호구

역의 수석 연구원이자 대형 맹수 생태 전문

가이다. 1979년부터 자연보호구역에서 근무

하고 있는 그는 오소리를 주제로 논문을 쓰

기도 했지만 오래전부터 불곰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도시라는 ‘정글’을 벗어난 코제

치킨 연구원은 생물학 박사나 책상에 앉아

서 연구하는 학자라기보다는 산림 관리원

같았다. 그는 두꺼운 바지에 허리띠, 목 부분

이 넓고 늘어난 회색 목 폴라티셔츠 차림에

고무장화를 신고 어깨에는 오래된 청회색

배낭을 메고 있었다.

베를리 산림감시대는 자연보호구역 남부

에 위치한다. 이곳은 ‘완벽한 자연보호 구

역’이다. 코제치킨은 “산림 관리는 어려운

일입니다. 땔감도 만들 줄 알아야 하고 동물

이 다니는 길도 주시해야 해요. 이상적으로

는 가축들도 보고 자연환경도 모니터링 할

수 있으면 좋겠죠 …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

런 일들을 전혀 못 합니다. 자연보호구역에

서 거주하며 일할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도

거의 없고요”라고 토로했다.

감시대에 있는 오래된 산림 초소는 시골

집과 비슷하다. 난로와 땔감이 있고 벽에는

기름때 묻은 점퍼가 걸려 있으며 텔레비전

옆에는 산악용 스키가 놓여 있다. 저장고와

눅눅한 나무 특유의 냄새가 난다.

최근 10년간 야생 곰이 사람이 사는 도시

에 내려오고 다차와 도로, 국립공원 산책로

에 출몰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났기 때문에

시베리아에서는 곰들도 거리를 돌아다닌다

는 풍문은 이제는 이미 풍문으로만 치부하

기 어려워졌다.

-곰들이 왜 도시로 나오는 걸까요.

“도시가 곰의 식량자원에 큰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지요.”

코제치킨 연구원이 차를 홀짝이고는 햄

을 얹은 빵으로 손을 뻗었다.

“20~30년 전에는 곰이 먹을 것이 지금보

다 훨씬 많았어요. 산열매도 있고요. 그런데

지금은 열매가 거의 안 나지요. 호두도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곰이 섭취할 단백질이 부

족합니다. 굶주린 해에는 곰들이 묘지에 출

몰해 발포한 적도 두 번 있었어요. 그 곰들

은 묘지에서 시신이 묻힌 지 얼마 안 된 무

덤을 파내고 있었지요. 장례를 치르고 있는

데 옆에서 곰이 묘를 파내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90년대는 러시아 사회뿐 아니라 자연에도

큰 전환기였습니다. 도시 산업폐기물의 영

향으로 자연에서 열리는 열매가 급감했고

몇십 년 사이에 토양의 구성성분이 크게 바

뀌었으며 기후는 예측하기 어려워졌습니다.

특히 잣의 수확량이 타격을 입었어요. 동물

들이 급변한 자연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식은 차를 탁자에 남겨두고 타이

가 숲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시베리아 곰, 아니 러시아 곰은 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정치인들은 국력의 상징으

로, 마케팅 전문가들은 효과 있는 지역 브랜

드로, 기자들은 저녁 뉴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도시인들은 외국인 여행객

을 겁주기 위한 이야기로 이용한다. 하지만

동물학자에게 불곰은 그저 러시아 내 거의

모든 숲에 서식하는 거대한 육식 포유류로

서의 불곰일 뿐이다.

-곰이 타이가의 주인이라고요?

코제치킨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오소리와 늑대, 여우도 있습니다 불곰

은 단지 우리 자연보호구역에서 개체 수가

가장 많은 종일 뿐입니다.”

-곰 사냥을 하는 밀렵꾼이 많습니까.

“많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전문 사냥꾼이

곰 사냥을 충분히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 역사를 공유해 온 인간과 곰은

먹는 것도 같았고 사용하는 피난처도 비슷

했으며 서로를 사냥하는 일도 드물지 않았

다. 에벤키족을 비롯한 시베리아의 토착 민

족이 곰을 경배하며 ‘아만카(할아버지)라

고 불렀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시베리아에

오래 산 러시아 농민들이 비공식적으로는

곰을 주인‘이라고 부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또 이들에게 곰 사냥은 유일한 생존 수단

이었기 때문에 곰을 사냥할 때는 복잡한 의

식과 행사가 따랐다. 그런데 사람들이 숲을

벗어나 살게 되면서 곰 사냥은 ‘감동적이고

품격 있는 사냥’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혹

은 단순히 전리품을 얻기 위한 사냥이 되

기도 했다. 그런데 20세기, 특히 1980년대 중

반 러시아가 타이가 숲의 주인 사냥을 허

가하기 시작하면서 전문 사냥꾼의 곰 사냥

횟수가 줄어들었고 곰 개체 수는 늘었다. 일

반인이 사냥하니 전문 사냥꾼은 뒷전에 나

앉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곰은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 자주 출몰하고 농장의 염소나

말암소돼지를 공격하고 다차에서 머무는

사람들과 도시인들을 놀라게 한다.

코제치킨 연구원이 “사냥은 개체 수를 조

절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개체 수 조

절은 노동력이 많이 드는 데다 돌아오는 것

은 별로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농촌인구도

빠져나가고 좋은 사냥개나 라이카 개와 함

께 다니며 제대로 곰을 잡을 수 있는 사냥꾼

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 젊은이들은 곰 사

냥에 흥미가 없어요. ‘있는 사람들’ 중에 사

냥애호가들이 있긴 합니다. 그런데 그런 사

람들은 사냥개와 분주히 움직이는 것을 좋

아하지 않아요. 배를 타고 나와 의자에 앉아

잘 보이는 비탈길을 걷는 곰을 찾아 조준하

고 쏘는 거죠. 이들에게는 그게 사냥입니

다”라고 말했다.

오늘날 여러 사냥꾼이 곰 사냥에 어려움

을 느낀다. 사냥 허가권이 3000루블(약 7만

원)이고 최근 몇 년은 곰 굴에서의 사냥을

비인도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금지했다. 그

런데 고대에는 러시아의 모든 민족이 곰 굴

에서 곰 사냥을 했다. 우연히 마주친 동물을

사냥하는 경우는 그보다 드물었다. 곰이 나

무를 할퀴어 사냥꾼에게 승부를 걸 때뿐

이었다. 승부 후 사냥꾼들은 죽은 곰에게 사

과하며 경의를 표했고 “늙은이여, 나오라”

고 했다. 그리고는 몸통에서 가죽을 벗겨 곰

의 옷을 벗기는 듯한 모습을 취했다.

땅속 지뢰 98% 제거 ‘우란-6

적지 정찰병 플랏포르마-M

35㎞로 달리며 발포 ‘볼크-2’

시가전 보조병 ‘스트렐로크’

물속 위험물 찾아 해제 ‘그놈’

타티야나 루사코바

지난달 중순 러시아 국방부는 로봇장비시스템 개발 및 그 군사 목적의 활용 계획을 승인했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2017~2018년 로봇이 육군을 활발하게 ‘접수’하

기 시작해 2025년께 러시아 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군장비 중 30%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투로봇은 이미 ‘견장’을 달고 있다. 현재 많은 로봇이 육군

에서 성공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몇몇 모델은 시험을 거치고 있기 때문이다. Russia포커스는 러시아가 개발한 전투로봇 중 가장 유망한 5종을 선정했다.

러시아 전투로봇 톱5

전투로봇 실전 배치 초읽기 2025년 군장비 30% 차지

체첸 공화국 수르젠스키 지구의 지뢰밭에서 시험 중인 다기능 지뢰제거 로봇 복합체 ‘우란-6. [RIA Novosti]

플랏포르마-M 볼크-2 스트렐로크 그놈

크라스노야르스크 타이가숲의 주인 불곰

시베리아 토착민 할아<아만카>

버지라 불러 사냥꾼 줄며 개체수 늘어

불곰은 오래전부터 러시아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다. 불곰의 거대한 몸집과 힘때문이다. 그러나 야생의 불곰은 잔인하기도 하다. Lori Images

폐기물 영향 나무 열매 급감하자

굶주린 불곰들 민가 가축 공격

개체수 조절 유일한 방법은 사냥

연구 협력과 연수 장학금 논의

대학생들 포럼도 동시에 열려

안나 그루즈데바

모스크바

크라스노야르스크

타이가 숲의 곰을 조심하는 법=동물

학자와 마찬가지로 노련한 사냥꾼들

은 맹수와의 마찰을 피하는 가장 좋

은 방법은, 그들과 만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

고 입을 모은다. 그러니 타이가에서는 숲 속을

깊숙이 보고 덤불이 움직이는지 관찰하라. 또

멀리서 포효소리가 들려오지 않는지 귀를 기

울여 보라. 맹수가 가까이 있는데 아직 당신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뛰지 말고 조용히 자리를

떠야 한다.

한러 대학 총장들 블라디보스톡에서 포럼

지난달 29~30일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 한러대학총장포럼 뒤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허승철 교수

허승철 한러대화 사무국장 (고려대 교수)

Page 8: 러, 북한 철도망 10구간 나눠 현대화 작업 착수

8 ┃ 문화 2014년 12월 5일 금요일section sponsored by Rossiyskaya Gazeta, Rus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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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주년을 맞는 에르미타주박물관이 새로

운 번성기를 맞고 있다. 에르미타주가 이처

럼 빠르게 성장하고 발전한 시기는 설립자

인 예카테리나 2세 치하에서뿐이었을 것이

다. 1764년 예카테리나 2세는 베를린 상인

으로부터 네덜란드와 플랑드르, 이탈리아

회화작품 225점을 사들이면서 에르미타주

컬렉션을 모으기 시작했다. 현재 박물관에

는 초창기 컬렉션 중 96점이 남아 있다. 처음

이 미술품들은 궁의 외진 방에 걸려 있었다.

‘은거’를 의미하는 ‘에르미타주’라는 박물

관 이름도 바로 여기서 유래했다.

하지만 오늘날 에르미타주의 컬렉션은

더 이상 몇몇 방에 숨겨 둔 개인 컬렉션이

아니다. 수많은 건물에 석기시대부터 금세

기까지를 아우르는 예술품과 문화유산을

보유한 거대한 박물관 단지다. 그외에 다른

세계적인 박물관처럼 해외 전시실이 있다.

2000년 런던 서머싯하우스에 첫 해외 전시

실을 개관, 2001년에는 라스베이거스 전시

실을 열어 그 후 암스테르담과 베네치아 진

출 등 국제무대에서도 활발히 활약했다(서

머싯하우스는 2007년, 라스베이거스 전시

실은 2008년 철수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가장 큰 변화는 에

르미타주박물관과 박물관의 고향인 상트 페

테르부르크시다. 에르미타주 맞은편 궁전 광

장 건너 위치한 구참모본부 건물이 박물관에

편입된 것이다. 구참모본부 건물은 역사상 한

번도 박물관으로 쓰인 적이 없다. 1829년 건

설된 이래 이곳 바닥을 거친 것은 미술 애호

가들의 구두가 아닌 오로지 장교들의 군화였

다. 2013년 구참모본부의 동쪽 날개 건물은

대대적인 재건사업을 마치고 현대미술 상설

전시실로 활용되고 있다. 보수적인 전시정책

을 고수하고 예전에는 현대작품을 가끔 소개

하던 에르미타주에 처음으로 현대예술 전시

만을 위한 별채가 생긴 것이다.

요즘은 에르미타주 신관에서 ‘반향이

큰’ 전시회가 매년 개최된다. 2012년에는 미

국 작가들이 아우슈비츠를 보는 시각을 캐

리커처로 표현한 ‘채프먼 형제(Jake and

Dinos Chapman), 즐거움의 종결’ 전시회

가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해에는 ‘일본 현대

예술전’이 열렸다. 관람객들은 모두 구참모

본부 바닥에 수 미터의 ‘소금 미로’를 만든

모토이 야마모토의 설치미술에 큰 관심을

보였다. 올해 유럽 현대미술 비엔날레 ‘마니

페스타’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되기

도 했다.

미하일 피오트롭스키 에르미타주 관장은

“러시아에서 이런 수준의 의미 있는 전시회

가 열린 적이 없다. 이제까지는 스스로 전시

회를 열었을 뿐이다. 때로는 훌륭했고 때로

는 좀 부족했다”며 “이제는 유럽에서 유럽

을 위해 만들어진 전시회가 러시아에 왔다.

마니페스타가 유럽연합(EU) 가입국 외 다

른 나라에서 개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 말했다.

예술사가인 나탈리야 시묘노바는 ‘에르

미타주만의 특징’에 대해 “러시아에는 에르

미타주를 제외하면 이전에 대중이 모르던

다량의 전시품을 볼 수 있는 공개보관소(상

설전시 대상이 아닌 전시품을 보관하는 곳)

가 있는 박물관이 없다”고 말했다. 상트페

테르부르크 지역 스타라야데레브냐에 있는

에르미타주 보관소에서는 견학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컨퍼런스홀과 강의실이 있다.

12월 7일은 에르미타주 250주년이 되는

날이다. 피오트롭스키 관장은 “우리는 구참

모본부의 동쪽 건물, 스타라야데레브냐의

새 건물, 말리 에르미타주 건물, 에르미타주

극장 옆 보관소 등 박물관과 관련된 모든 곳

을 개방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는

“많은 계획이 있는데 그중 곧 진행될 대규모

전시회 계획으로는 ‘에르미타주에서의 고

고학’ ‘새 구입품들’ ‘에르미타주에서의 재

건’, 진열장 전시회, 박물관 디자인 역사 전

시가 있다”고 덧붙였다.

에르미타주 250주년에 맞춰 열리는 가장

큰 행사는 음악 조명 쇼 ‘역사의 무도회’다.

이 행사는 박물관의 생일 전야인 12월 6일 상

트페테르부르크의 궁전광장에서 열린다. 주

최 측에 따르면 3D 영상인 ‘역사의 무도회’

는 구참모본부 건물 전면에 프로젝터를 쏘는

방식으로 상영된다. 다양한 시대에 걸친 다

양한 양식의 음악을 배경으로 영상이 펼쳐진

다. 차이콥스키와 프로코피예프, 글린카, 쇼

스타코비치, 라모, 젠킨스, 슈베르트, 피아졸

라의 작품 일부가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최 측 관계자는 “영상을 본 관람객은 예카

테리나 2세의 통치, 니콜라이 1세 치하에 발

생한 화재, 에르미타주의 건설 및 러시아 최

초의 회화박물관 개관, 1917년 혁명, 레닌그

라드 봉쇄와 같이 에르미타주를 무대로 펼쳐

진 러시아 역사에서 가장 의미 있고 극적인

순간을 떠올릴 것”이라고 했다.

영상에는 유명한 인물들의 회고록과 아

흐마토바, 츠베타예바, 블록의 시가 인용된

다. 영상을 시작하는 인용구로는 보리스 피

오트롭스키 전 박물관장(현 박물관장의 아

버지)이 남긴 “우리가 아름다움을 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아름다움이 세계를 구하

겠는가?”가 선정됐다. ‘역사의 무도회’ 콘셉

트와 시나리오 작성, 오디오 파일 작업, 프

로듀스는 예카테리나 갈라노바 연출가를

필두로 한 축제 제작사 댄스 오픈(DANCE

OPEN)이 맡았다. 그래픽과 3D 영상 상

영 준비는 소치 올림픽 및 패럴림픽 폐회

식 준비에도 참여한 바 있는 프랑스 제작사

‘Cosmo AV’가 맡았다. 궁전광장에서 열리

는 이 음악 조명쇼는 누구나 관람할 수 있

다. 12월 6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30분마

다 상영되며 입장료는 무료다.

그런데 에르미타주의 주 목표는 세계 경험

의 보관창고로서 박물관을 유지하는 것. 이

경험을 더 접근성 있게 만들고 큰 노력을 기

울이지 않고도 변함없이 브랜드 가치를 창출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피오트롭스키 관

장은 “세계적으로 박물관의 성공 기준이 무

엇인지 파악하려는 시도가 있다. 그런데 그

성공을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실 박물관 성공의 기

준은 해당 도시와 나라에 사는 시민이 얼마

나 그 박물관을 사랑하고 즐기는가에 있다.

에르미타주 같은 대형 박물관은 상당히 민

주적인 문화기관이다. 많은 사람이 박물관에

관여하며 접근성도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

양한 사람의 흥미를 충족시키는 것들을 언제

나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250주년 맞은 에르미타주 박물관

다빈치모네피카소 360만점의 예술혼 살아숨쉬는 궁전

기사의 홀. 약 1만5000점의 무기 컬렉션 일부인 15~17세기 기사의 갑옷과 검, 화기가 전시돼 있다. 실제 말 모형이 전투마 갑옷을 입고 있다. [Geophoto]

네바 강에서 본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본관. 이 곳은 러시아 황제들의 궁이었다. [Shutterstock]

1764년 여황제 예카테리나 2세

회화 225점 사들여 전시 시작

초창기 컬렉션 중 96점 보존

구참모본부 건물 등 전시관 확장

음악 조명쇼 등 250주년 이벤트

대영루브르 제치고 유럽 최고

일리야 크롤, 게오르기 마나예프, 드미트리 로멘디크

올해 개관 250주년을 맞는 러시아 국립 에르미타주박물관이 유럽 최고 박물관으로 꼽혔다. 2014년 여행정보 전문 세계 최대 포털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 이용자가 평가한

순위에서다. 에르미타주는 피렌체 아카데미아미술관과 파리의 오르세미술관을 제쳤다. 에리미타주 박물관은 세계 최대의 박물관 중 한 곳이자 러시아 최대의 예술품 보물창고다.

숫자로 보는 에르미타주 박물관

연간 방문객 : 250만 명

전시물 : 발굴 유물, 고대 그리스로마의 명작,

동양슬라브권 등 포함한 컬렉션 300만 점 이상과

서유럽 예술품 60만 점 이상

상설 전시공간 : 4층 건물 120개 관

박물관 직원 : 2500명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