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마을신문 33호

24
2012 12 제33호

Upload: -

Post on 09-Mar-2016

212 views

Category:

Documents


0 download

DESCRIPTION

농도상생마을공동체를 일구는 아름다운마을신문 12월

TRANSCRIPT

Page 1: 아름다운마을신문 33호

농 도 상 생 마 을 공 동 체 를 일 구 어 가 는

2 0 1 2 1 2 제 3 3 호

Page 2: 아름다운마을신문 33호

3 [편집실에서] 내일을 열어가는 우리 일상 최소란

4 [만나보기] “지금 직장이 ‘비전’ 이 아닐지라도” 김형우

직장생활 7년차 심지연 님이 들려주는 이야기

7 [함께 산다는 것] 살림에 색을 입히는 도시총각들 신 원

8 [청춘답게] 역사 한가운데로 뛰어든 청년, 다시 일상으로 정인곤

11 [지금 이 순간] 네 마음에 비친 내 모습 박지혜

12 [마을학교] 함께 부를 노래를 짓다 이주원

16 [밥상머리] 땅에 묻은 보물, 김장 숙성 비결 장윤희

18 [農생활] 올해 수확물, 다음 농사 씨앗이 된다 조시형

20 [생태건축] 태양열만 모아 덥혀도 50도는 거뜬! 박영호

22 [이웃공동체] 성서 나눔으로 영성 키우는 사랑방공동체 임안섭

<아름다운마을> 펴낸 곳 아름다운마을공동체 기자 김세진 김준표 김형우 임안섭 주재일 최소란 디자인 김지명 서아름 황지영

문의 02-999-9294, 010-2578-6050 누리편지 [email protected] 누리집 www.maeullo.net 후원 국민은행 487101-01-436510

<아름다운마을신문>은 강원도 홍천 아미산 자락 효제곡 마을과 서울 북한산 자락 인수 마을을 오가며 농촌과 도시에서 농도상

생마을공동체를 일구는 아름다운마을공동체의 삶과 기도를 증언합니다. 시대 과제 앞에 ‘소통’을 건네고 질문을 던지며 ‘대안’을

모색하는 이들의 수고를 [소통과 대안]에 담습니다. 일상과 관계, 수련을 통해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와 이유를 찾아봅니다. 마을

밥상 지기들이 밥을 차리는 마음을 [밥상머리]에 모읍니다. 기독청년아카데미에서 만나는 20·30대 청년대학생들과 [청춘답게] 모

험하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청소년마당]과 [마을학교] [아이들세상]은 홍천과 인수 마을학교 아이들이 살아있는 배움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공동체 귀촌으로, 농(農)을 통해 문명과 삶 전체를 다시 살피고 재구성하는 [農생활]과 건강한 주거 문화

를 만들어가는 [생태건축] 현장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만나보기]에서는 당신과 우리가 함께 만나고픈 사람을 찾아갑니다.

2012 12 제33호

11 12 16

Page 3: 아름다운마을신문 33호

3 아름다운마을 201212 33호

편집실에서

이번 호 마을신문은 우리가 출퇴근길에서 언제 한 번쯤 마주쳤음직한 삼십대 초반

회사원 이야기를 [만나보기]에 실었습니다. 그가 한 말 중에 흥미로운 표현이 있습니

다. ‘일상의 몸에 밴 리듬감’. 쳇바퀴 같은 직장생활에서도 리듬감 있는 일상을 창조

해가는 것입니다. 이런 직장인은 과대한 비전으로 현실을 자조하는 소시민의 한계

에 갇히지 않습니다.

벼락치기하듯 나라 일꾼 세우는 과제 앞에 온 나라가 씨름하는 요즈음, 역사의 과

오를 되풀이하지 않고자 질곡의 한국근현대사 흔적을 짚어가는 청춘들도 만났습니

다. 분노와 무기력함을 변혁의 힘으로 승화할 수 있는 것도 오늘의 역사, 일상을 잘

살아가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번 호 마을신문으로 우리 일상이 더욱

애틋해지길, 맑아지길 기대합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지긋하게 지키다보면, 함께 사는 이들과 집에서 벌인 김장

일도 잔치가 될 수 있습니다. 밤잠 설치며 재운 배추로 직접 담근 김치가 맛깔나다

는 사실을 몸으로 알게 된 도시총각들이 계속 시도할 살림의 모험이 기대됩니다. 맛

난 요리를 먹기 위해서라기보다 함께 사는 이들과 새롭게 도전해보는 과정 자체가

즐거운 것이지요.

채종할 배추가 행여나 얼지 않을까 얼마나 씨를 거둘까 긴장하는 마음으로 땅을

파고 저장공간을 만들어 묻는 것으로 갈무리되는 농생활을 보며, 들뜨기 쉬운 연말

연시에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스케줄러를 채우고, 선물을 사고, 화려한 불빛을 찾

아가는 분주함에 떠밀려 새해를 열어갈 수 있을까요? 한 해를 마무리하고 또 생명을

품고 가게 될 다음해를 맞이하는 이 시기, 일상의 자리에서 홀로 침묵하며 온전히 쉼

을 갖는 것은 어떨까요?

내일을 열어가는 우리 일상

최소란 편집장

Page 4: 아름다운마을신문 33호

4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 직장에서 성공하는 것이

내 삶 전체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됩니다.” 취업이란 그야말로

인생의 모든 것이 되어버린 우

리 시대 청년들에게 직장인 7

년 차 심지연 님이 한 이야기

이다. 졸업 이후 진로를 모색

하는 청년 50여 명은 지연 님

이 제시하는 직장에 대한 새로

운 관점에 숨죽이며 귀 기울였

다. 기독청년아카데미와 JOY,

IVF, SFC 세 선교단체가 공동

기획한 ‘기독교세계관 특강 대

학생 졸업예비학교’ 강의 자리

였다. 자신이 발 담근 현장 속

에서 고민을 놓지 않고 살아온

지연 님 이야기를 들어보자.

4

저는 일터에서 집까지 1시간

반 걸립니다. 보통 직장에 들어

가면 직장 근처에다 집을 구합

니다. 왜 직장 가까이에 살아야

할까요? 물론 교통시간이 줄어

효율적이지만, 그만큼 일찍 출

근하고 오래 야근하게 되고 밥

도 주로 직장에서 해결합니다.

결국 직장을 중심으로 살 공간

을 구성하는 것이죠. 이렇게 충실히 일해서 강남 내 집 마련을 꿈

꾸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집을 마련하는 조건이 자기 삶을 다

양하고 풍성하게 하는 곳, 즉 회사와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두

고 전환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기 맑은 곳을

원한다면 산 부근으로, 신앙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면 삶을 나

눌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배치를 고려할 수 있지요. 그렇게 안 된

다면 나와 함께 사는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직장을 옮길 배짱도

있어야 합니다.

‘전환’은 직장 초년에서 3년차를 넘으면서 꼭 마주하는 화두입

니다. 기운을 잘 전환하지 못하면, 주위 사람들에게 폭력 아닌

폭력을 휘두를 수 있지요. 엄청난 노동 강도로 스트레스가 쌓이

면 , 보상심리가 작용합니다. ‘불금’이란 말이 있지요. 불타는 금

요일! 주말마다 현실을 잊게 해줄 만한 곳을 찾아다니며 엉뚱한

관계를 맺고 소비하며 스트레스를 배설합니다. 직장 상사의 눈

치를 보면서 2주 유럽여행을 다녀오고 그걸로 6개월을 버티기도

합니다. 이런 패턴으로는 전환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피곤함

을 느끼게 됩니다. 여행 다녀온 이후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

지요. 일상과 괴리만 더 커질 뿐입니다.

지금 직장이 ‘비전’이 아닐지라도직장생활 7년차 심지연 님이 들려주는 이야기

Page 5: 아름다운마을신문 33호

5 아름다운마을 201212 33호

만나보기

쳇바퀴 같은 직장인의 일상을 완전히 이탈하는 게 답이 아닙니다. 자기 기운

이 하향으로 치달을 때 그 흐름을 멈추게 하고 다시 상향시켜주는 힘은, 외부로

부터 오는 커다란 충격이 아니라 몸에 밴 일상의 리듬감을 통한 회복입니다. 규

칙적으로 먹고 자고 출퇴근하는 생활은 삶의 나락으로 추락하지 않도록 일상

의 리듬감을 선사합니다. 저는 일정한 시간에 퇴근해서 친구들과 밥상을 나누

는 시간을 지키고 있습니다. 밥상에서 아이들, 다른 일터의 친구 등 다양한 이

들을 만나면서, 매몰되어 있던 직장생활에서 전환되고, 매일 안식일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밥을 나누어 먹고 다시 새로운 기운으로 출근할 수 있지요.

직장을 그만두는 70%의 이유는 관계 문제라고 합니다. 필연적으로 경쟁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늘 갈등이 있습니다. 저랑 같이 일 못하겠다는 후배 이야기

에 주말 내내 울었던 적도 있었어요. 그러면서 자신의 못남을 직면하고, 신앙공

동체와 직장에서의 판이한 태도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직장을 끊임없는 인

격수련의 장으로 삼고, 언제나 자신을 비춰줄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적극적으로 자기노출을 하는 것이지요. 직장에서 신뢰

관계를 쌓고자 하는 노력을 하다 보면 그게 잘 안 되는 현실을 맞닥뜨릴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체념하지 않고 거리두기를 해야 합니다. 삶의 다양한 단면

들이 있는데, 직장에 모든 것을 걸어버리면 삶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직장을 다니는 의미에 대하여 오랫동안 질문해봤지만, 답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현재 기업의 목

적은 궁극적으로 ‘주주의 이윤 극대화’입니다. 또 알게 모르게 많은 업체들이 군수업과 연결되어 있습니

다. 그렇다면 직장에서 일하는 게 곧 전쟁에 일조하는 것이 되죠. 직장생활만을 두고 충분한 의미를 찾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시민단체, 해외선교, 사회적 기업 등으로 뜻있는 젊은이들이 몰리는 현상이 되고 있

습니다. 직장생활에 의미를 부여하는 삶의 총체적인 과정과 틀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손쉽게 직장과

비전을 하나로 연결해 버립니다. 우리는 직장인으로만 규정될 순 없지 않을까요?

우리는 다양한 일상의 사건을 마주하는 생활인일뿐 직장은 그 일부에 불과합니다. 제가 텀블러를 사

용하고 먹거리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 생태운동가의 외침보다 얕지 않다고 봅니다. 내 삶

을 규정하고 지탱해주는 더 큰 관계와 소명 속에서 직장을 그 일부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이 지금 우리에

게 필요합니다. 좋은 직장을 얻는 것, 직장에서 성공하는 것이 내 삶 전체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도록 내

버려둬서는 안 됩니다. 자기 삶에 대한 전망을 가지고, 직장을 자연스럽게 맺고 끊을 수 있는 연대의 자

리로 설정해야 합니다. 그렇게 생존하다보면 예기치 못한 곳에서 열매는 맺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때

에 맺히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다음 세대에 열매를 맺는다는 믿음으로 열심히 살아가려 합니다.

심지연 님은 화학회사에서 기업을 상대로 기술 영업을 하고 있다. 인문학을 전공하다 기술 영업을 하고 있는 게 스스로도 신기하다고 한다. 전국으로 영업 다니려고 차를 구입하면서 조금 큰 차를 선택한 그에게 ‘비혼여성이 왜 큰 차가 필요한지’ 묻는 사람이 많지만, 그는 주말마다 많은 친구들을 태우고 비전의 현장을 찾곤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으로서울숲에서 자원봉사하는 심지연 님

같은 부서 여직원들과 함께

Page 6: 아름다운마을신문 33호

6

청년대학생들에게 직장에 대한 관점을 환기해준 심지연 님은 강의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직장생활에서 고민해왔던 주제들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돌아보니 나도 모르게 넘어온 산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화창한 주말 오후 지연 님을 잠시 만났다.

강의에서 직장의 중요한 문제의식을 두루 담아냈는데,

이런 생각을 한 계기가 있었나?

대학 때 선교활동을 하면서 졸업하면 바로 해외선교사로 나가

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선배들이 만류하면서 공부를 더 하

라고 했다. 그래서 우선 어느 정도 직장생활을 경험한 뒤 그걸 바

탕으로 다시 선교사나 NGO 활동가를 하려고 5년을 계획했다. 올

해 직장인 7년차이다. 세상 정사와 권세가 지배하는 직장이 땅끝

이라는 깨달음과 함께 일전의 계획을 수정해 씩씩하게 직장을 다

니고 있다. 2009년 신종플루란 문명의 질병을 보며 직장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다. 함께 하는 공동체가 문명의 위기 속에 홍천 귀촌이라는 큰 걸음을 내딛고 있

는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했다. 평범하거나 치열한 직장에서 건강하게 살아남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이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나 홀로가 아니라 새로운 대안을 일

구며 살아가는 이들과 연대할 때 비로소 기존체제에서의 삶도 풍성해질 수 있다.

직장인으로서 요즘 화두는 무엇인가?

소위 직장인으로서 성공했다는 의미는 승진, 영향력의 확대, 고액 연봉인 것 같다. 현재 과장

으로서 중간 직급이다.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여기서 ‘성공’을 꿈꾸려면 외국 MBA코스를 밟

고 오거나 다른 기업으로 잘 갈아타며 향후 임원자리를 노려야 한다. 아니면 만년 부장으로 남을

수 있다. 직장인의 성공을 다르게 찾아가고 싶고 그렇게 발견되는 새로운 가치로 어떻게 직장생

활을 전망해야 할지가 여전한 숙제다. 요즘 농촌을 오가며 받는 영감이 크다. 농촌에 가면 비로소

도시 삶이 다시 보이게 되는데, 아직은 막연하지만 나의 직장 고민을 풀어줄 실마리도 여기 있는

것 같다. 다른 생명을 내 몸 안에 들여 또 다른 생명을 살리는 홍천 농생활을 교훈 삼아 오늘 직장

에서 생명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나의 과제가 아닐지.

김형우

Page 7: 아름다운마을신문 33호

7 아름다운마을 201212 33호

너무 쉽게 봤다. 절임이 이렇게 오묘하고 어려운

것일 줄이야. 소금 뿌려서 그저 8시간 놔두면 되는

줄 알았는데, 어째 이놈의 배추는 여전히 빳빳이 오

기를 부리고 있는 건지….

인수마을 도시남자 여섯이서 김장을 하기 위해

형제공동체 집 ‘사랑방’에 모인 것이 어제 저녁 여

섯시였다. 거실에 둘러 앉아 스텐다라(대야)를 하

나씩 얼싸안고는, 쪽파를 손으로 일일이 다듬고 (

거의 두 시간이 걸렸다) 마늘을 까고 무채를 썰고

재료를 준비했더니, 어느덧 아홉

시. 배추에 소금을 속속들이 뿌려

넣고 마무리한 것이 밤 열시였다.

아삭한 맛을 보장한다는 그 레

시피대로라면 아침 6시면 배춧잎

들이 물컹 접혀야 하는데, 톡 소

리가 나며 생배추마냥 끊어지

는 것이 아닌가. 절임이 맛을

좌우한다는데. 낭패였다. 결

국 새벽잠을 즐기던 모두가 일

어나 다시 일일이 뒤집고 소금

을 치며 배추를 달랬다. ‘보통

절인 배추를 주문하던데, 대세

를 따랐어야 하나…’, ‘소금을

계량해서 넣었어야 했는데 손

감각을 너무 믿었어’, ‘올해 배

추가 가을 기상이변 때문에 표

준 배추보다 훨씬 작아서 어려

웠던 거야’… 온갖 생각이 들었

다. 반나절 지나고 나니 다행

히도 배추는 맛있게 절여졌다.

둘러앉아 김칫속을 버무리고

배춧잎 한 장씩 들추며 빨갛게

양념으로 색칠했다. 남은 김칫

속과 보쌈으로 점심을 차렸다. 듣던 대로 보쌈은

김장의 화룡점정이었다.

울릉도를 걸어서 여행한 적이 있다. 차를 타면 반

나절 걸릴 코스를 걸어서 완주하니 3박4일이 걸렸

다. 발품을 팔아 걸으면서 만나는 길가의 꽃들, 널

어 말린 밭작물들, 해안도로를 돌아갈 때 발견되는

마을 전경이 여행의 쏠쏠한 기쁨이었다. 살림의 맛

도, 예전에 지나쳤던 일상의 소소한 것에 숨어 있는

색깔과 모양, 정감을 알아가는 것이 아닐까.

이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먹던

김치가 이제는 다채로운 관심의

주제가 된다. 고춧가루가 왜 비

싼지 이야기 나누면서, 그 넓은

밭의 고추가 한줌의 고춧가루로

되기까지 수고가 머릿속에 그려

진다. 가을의 때아닌 장마로

턱없이 속이 비어 있는 올가을

배추를 보면서 속이 상하고,

기상이변이 이제 내 밥상의 문

제가 되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홍천마을 밥상에서는 더 소박

한 양념으로 김장을 했다는 소

식을 들으면서, 내년 김장에는

어떤 시도를 해볼까 떠올려보

게 된다. 살림하며 도시총각들

이 계절의 리듬을 타는 법을 배

우고 있다.

신 원 / 부엌 창을 열면 감나무와 멀리 인수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동익빌라에 살고 있다. 직장생활의 승부수는 직장 안이 아닌 밖에 있다는

것을 깨달아가는 7년차 직장인이다.

함께 산다는 것

Page 8: 아름다운마을신문 33호

8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서울에 살게 됐어요. 기독교동아리와 교회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점점 모이기 힘들어지고 생존하기 위해서 뭐라도 바쁘게 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친구들도 저도 모두 자기 일에만 갇혀서 지냅니다. 이렇게 살다보면 더 힘

들어지고 행복하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역사현장 탐방에 참여했지요.”

‘먹고살기도 바쁜데 역사가 웬 말이냐’는 핀잔을 듣더라도 역사는 단순히 지나간 과거가 아닙니다. 지

금도 살아 숨쉬며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사건이 역사입니다. 역사의 현장은 먼 곳에 있지 않고 우리가 평

소 오가는 길에 있습니다. 기독청년아카데미는 청년들과 살아있는 역사현장을 찾아나섰습니다.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김대중도서관과 서대문구 현저동에 있는 서대문형무소를 탐방하고 나서 대학생 근범(22

살, 국어교육 전공)과 소감을 나눴습니다.

근범 친구들과 올바른 신앙생활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신앙하는 삶은 자기가 아닌 타자에 주목하는 것

임을 깨달았습니다. 평소 역사에 흥미도 없었고 쌓아둔 지식도 없었지만, 역사현장을 탐방하면서 분노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역사를 들여다볼수록 억울한 일을 당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습니

다. 또 여전히 진상이 규명되지 않고 충분히 보상받지 못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슬픔에 너무

나 무감각한 자신을 발견했어요. 저의 개인주의 성향 때문에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하는 혼

란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우리 주변에 살아있는 역사현장을 찾아가다

청춘답게

Page 9: 아름다운마을신문 33호

9 아름다운마을 201212 33호

김대중도서관, 시대의 부름 앞에 서다

인곤 진정성 있는 역사 공부는 충격과 함께 시작됩니다. 자신 안에 갇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면 이제

는 자신과 무관해 보이는 사람들과 사건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다면 역사가 우리

의 일상 안으로 들어오게 될 겁니다. 저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 많이 듣기만 했다가 이번 기회에 꼼

꼼히 공부했습니다.

근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감옥에서 읽었던 책이 200권 이상이었습니다. 감옥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치열하게 공부하셨던 모습이 존경스러웠습니다. 3·1민주구국선언으로 갇혔을 때도 감시원들 몰

래 과자 포장지에 못으로 눌러 쓰신 편지를 봤어요. 닮고 싶은데 왠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저와는 급이 다

른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인곤 실제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타고난 정치인이었어요. 서른 살에 자력으로 선거에 출마한 이후 줄곧

군사독재의 탄압 속에서도 폭넓게 활동했어요. 특히 70년대부터는 김대중 개인사가 우리의 현대사이기

도 합니다. 그만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역사의 한복판에 있었습니다. 그렇더라도 개인의 능력보다 시대

의 부름이었다고 보는 게 정확한 평가일 겁니다.

최초의 전직 대통령 도서관이라서 흥미로웠는데, 아쉬운 부분도 있어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만을

기록하고 당신 스스로 인정한 실책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더군요. 93년 대선과정에서 노태우 전 대

통령으로부터 20억 원을 받아 선거자금으로 썼어요. 상대 후보에 비해 상당히 적은 규모라 하더라도 자

신의 신념에 모순되는 행동이었습니다. 불가피했다면 실존적인 고백을 함께 기록해야 뒤따르는 사람에

게 교훈이 될 거라 생각해요.

일제가 조선을 강제병합하는 과정에서 의병들을 잡아 가두기 위해 1908년 만든 서대문형무소. 최초의 근대식 감옥인 서대문형무소는 1987년까지 약 80년간 한국을 대표하는 구금시설로 기능해왔다. 1998년부터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으로 개관하였다(왼쪽). 김대중도서관에 탐방한 참가자들(오른쪽 위). 김대중 전 대통령은 70~80년대 오랫동안 동교동자택에 가택연금을 당했다. 자연스럽게 동교동자택은 반독재인사들이 찾는 곳이 되었고 이들을 '동교동계'라고 부르기도 했다. 김대중도서관은 연세대학교가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를 기증받아 개관한 최초 전직 대통령 도서관이다.

Page 10: 아름다운마을신문 33호

10

근범 ‘역사 현장을 탐방한다’고 하면, 남아있는 역사 흔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장면이 떠오르는데,

인곤 님은 마치 역사책을 비판적으로 읽듯이 김대중도서관을 둘러보신 것 같아요. 시대의 부름이라는 것

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뛰어난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시대의 부름

이 있는 건가요? 있다면, 어떻게 그것을 발견할 수 있나요?

인곤 시대의 부름을 생각할 때, 언론이 떠들썩하게 주목하는 사건 때문에 헷갈리는 경우도 있어요. 마

치 어떤 입장을 취하는 것이 진보적인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지요. 진보는 아는 것과 사는 것의 괴리를 좁

혀가는 일상적 실천이라고 생각해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가려면 과거와 다른 삶을 만들어가는 관계

를 만들어야 합니다. 다양한 삶의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친구가 되는 과정 자체도 시대의

부름에 응답하는 삶입니다. 일단 자신의 삶에 걸어들어오는 역사적 만남에 제대로 응대하기 바랍니다.

서대문형무소는 독재정권의 사법살인 알고 있다

인곤 인간이 얼마나 치밀하게 잔인할 수 있는지를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할 때마다 느낍니다. 서대문형

무소 보안과청사 지하실에서 체계적인 취조와 고문을 했다고 해요. 일제가 이런 근대식 감옥체계를 구축

하기 시작한 것이 1908년인데, 전국으로 확산된 계기가 1919년 3·1운동이었어요. 일제강점기 형무소

전국배치도를 보면 마치 전국이 감옥 같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놀라운 것은 이곳을 일제세력에 이어 이승만정권과 박정희정권에서도 이용했다는 것이에요. 서대문

형무소의 치명적인 결함은 형무소의 현대사를 다루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최근 조봉암 진보당 대표

가 억울하게 사법살인을 당했다는 역사적 재평가가 이뤄졌어요. 조봉암 선생이 부당하게 고문당하고 사

형당한 곳이 서대문형무소입니다. 또한 인혁당 재건위 사건도 박정희정권에서 부당하게 이루어진 일인

데, 도예종 등 여덟 분이 사형당한 곳도 서대문형무소에요. 서대문형무소는 이분들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습니다.

근범 서대문형무소에서 초등학교 학생들이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마치 놀이동산에 온 것 같

은 느낌을 받았어요. 갑자기 우리 시대가 평화의 시대인 것 같지만 모두 속고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

습니다. 보이지 않은 감옥에 갇혀 있는 거랄까. 학벌, 경제력, 외모, 출신 같은 장벽 때문에 자유로운 교류

를 못하고 있으니까요. 현재 교회가 감옥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감옥에서 죄수들 간에 소통이 어려운 것

처럼, 교회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인곤 현대사회와 교회가 구조적으로 감옥과 비슷하다는 발견에 공감해요. 효과적 관리를 위해 구성원

을 개별화시키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성적을 매기지요. 그러나 완벽히 구조화되어 있지 않고 변화의

가능성이 늘 열려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해요. 그래서 악독한 일제식민지에서 해방될 수 있었고 폭력적

인 군사독재에서 민주화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의미 있는 변화가 없다면, 그것은 사람들이 잠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억압적인 구조는

실재하지만 사람들에게 삶의 자율성도 있거든요. 그래서 구조만 탓하는 것은 게으른 겁니다. 근범의 삶

과 관계를 변화시키려면 어떤 삶의 자율성이 있는지 깨달아야 해요. 자유의 반대는 구속이 아니라 관성

입니다. 삶과 세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일상적 삶에서 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역사현장에서 청년들

이 꿈과 행복을 발견하길, 건투를 빕니다.

정인곤 / 대학에서는 정치학을 전공했고 시민사회운동을 하고 싶어 여러 곳에서 자원활동도 했다. 20대에는 세미나, 잠, 축구에 빠져 살았고 지금은 사람을 좋아하고 산과 들, 바람, 벌레와 어우러져 살고자 한다. 기독청년아카데미 5년차 활동가이다.

Page 11: 아름다운마을신문 33호

11 아름다운마을 201212 33호 11

사진 / 박지혜둘째 넷째주 토요일 오후에 홍천 효제곡마을에서 열리는 주말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사진 수업을 하는 청년활동가

지금 이 순간

Page 12: 아름다운마을신문 33호

12

내가 초등학생이던 80년대 중후반 시절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대부분 음악교과서에 나오는 동요

나 번역한 외국곡들이었다. 또는 교회에서 배운 노

래나 반공 노래들도 많았다. 친구들과 고무줄하면

서 불렀던 ‘무찌르자 공산당’으로 시작하는 노래는

가사가 끔찍하다. 결코 어린이들이 부를 만한 노래

가 아니었다. 그렇게 내 생각이나 삶과는 상관없는

노래를 아무 생각 없이 불렀고, 그 노래의 가사는

어느샌가 내 정서 속에 자리 잡았다.

시대가 많이 흘렀어도 아이들은 아이들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대중문화에 무분별하게 노출된 아

이들은 어른들의 유행가와 춤을 따라한다. 어린아

이들이 대중가수들의 선정적인 춤과 노래를 따라

하면 신동으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노래집 <

곱기도 해라>를 만드신 김희동 선생님은 이를 두

고 어른 흉내에 아이들이 병들어간다고 말하셨다.

그런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아이들이 부르기 좋은

노래를 만들고자 노력한 분들 덕분에 지금은 아이들

과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들이 무척 많아졌다. 계절

과 절기, 상황에 따라 함께 공감하며 부를 수 있는 노

래가 많아서 아이들과 노래 부르는 시간이 무척 풍

성해졌다. 특히 자연에서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는

마을학교 아이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노래들이

무척 많다. 아이들이 쓴 시와 글로 만든 노래는 아이

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나와 재미있으면서, 아이

들의 생각과 마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 삶과 마음을 담아 함께 창작해서 부르는 생일축하곡

Page 13: 아름다운마을신문 33호

13 아름다운마을 201212 33호

그럼에도 한계는 있다. 모든 아이들이 자라는 상

황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질감이 느껴지는 부

분들도 있기 마련이다. 또 함께 부르고 싶은 주제

와 관련된 노래가 없는 경우도 많다. 극복하는 방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노래를 직접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랫말을 바꿔 부르는 것이

다. 첫 번째 방법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약간의 전

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두 번째 방법을 자주 사용

한다. 부르기 쉬운 노래에 우리에게 어울리는 노랫

말을 만들어 아이들이 부르면 입에 더 잘 붙고, 귀

에 쏙쏙 들어온다.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날은 생일이다. 친구들

에게 축하도 받고, 선물도 받을 수 있는 날이라서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생일 축하에 빠질 수 없

는 노래가 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

다. 사랑하는 ○○의 생일 축하합니다.” 누구나 다

아는 노래다. 곡조도 쉽고 가사도 쉬워서 3~4세만

되어도 쉽게 따라 부른다. 우리가 부르는 생일 축

하 노래는 미국에서 만든 노래다. 1893년 켄터키

주에 사는 패티 힐과 밀드레드 힐이 만든 ‘모두에

게 아침 인사를’이라는 노래였고, 지금 사람들이 알

고 있는 가사는 1935년 프레스톤 웨어 오렘이 붙였

다고 한다.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인수터전 아이들이 15명

이니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생일잔치를 하게 마련이

다. 생일잔치에 빼질 수 없는 ‘생일 축하 노래’를 학

교에서만큼은 다른 노래로 바꿔 부르고 싶었다. 미

국에서 만든 노래라서가 아니라, 정말 축하하는 마

음을 담은 우리 노래를 부르고 싶은 게 이유였다.

가사를 바꾸기에는 노래가 너무 짧아 새로 지어보

기로 했다.

지난해 공룡서당(7세반) 학생들과 소리활동 시

간에 노래를 만들었다. 기타로 멜로디를 만들면,

아이들이 듣고서 마음에 드는지 평가를 한다. 특

히 중요한 것은 어디서 들어본 노래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어린이집에서부터 노래를 많이 듣고 자란

아이들은 귀가 밝아 바로바로 확인을 해준다. 아이

들이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요” 하면 아쉬운 마음

을 뒤로 하고 과감히 털어낸다. 4마디 정도 멜로디

를 만들면, 멜로디 위에 노랫말을 붙였다. 보통 노

랫말을 먼저 쓰고 그 위에 멜로디를 입힌다고 하는

데, 우리는 처음이니 편한 대로 했다. 역시 아이들

과 만드니 나무와 꽃, 해와 같은 자연이 담긴 노랫

말들이 나왔다. 생각보다 줄줄 나왔고, 한 시간도

안 되어서 20마디로 구성된 생일 축하 노래가 완성

됐다. 아이들도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그 때 만든 노래는 생일 축하가 있는 날이면 어김

없이 불려진다. 지난 해 마을에서 돌을 맞이한 동

생에게 불러주기도 했다. 그때 느꼈던 뿌듯함은 지

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 이후로 아이들이 쓴 글

로 노래를 만들어보려고 몇 번 시도를 해봤지만 생

각보다 어려웠다. 열심히 멜로디를 붙여오면 아이

들은 번번이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요”라고 말한

다. “너희들이 착각하는 건 아니야?” 하고 말하면,

아이들은 내가 만든 노래와 비슷한 노래를 바로 부

른다.

새로운 노래를 만든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

다. 지금도 내 수첩에는 만들다가 만 노래들이 적

혀있다. 아이들이 졸업하기 전에 아이들의 이야기

가 고스란히 담긴 노래집을 만들어보고 싶다. 그런

노래들이 아이들을 더 아이답게, 우리 마음과 삶을

더 따뜻하고 풍요롭게 해줄 거라 믿는다.

이주원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인수터전 교사

마을학교

Page 14: 아름다운마을신문 33호

14

생일축하노래Words & Music by 공룡서당친구들

C

-1-23-

G7

1---23

Am

-132--

F

1123-T

G

43--12

Em7

-4--2-

D

321---

Dm

132---

Moderate h = 125

: 441

C

B늘

B은

A친(친

G7

B구구

B~이

B가름 )

Am

AH H

F

B어

B난

B날

B B입

B니

B다

G

A P

5

F

B과

B같

B이

G

A아

Am

B B름

B답

B고

C

A향

G7

B기

B로

B운

B B친

B구

B야

C

AP

9

F

B님

B과

G

A비

Em7

B가

B되

B어

Am

AL L

F

A께

G

B할

B께

C

A P

13

F

B리

B함

B께

G

AH H

Em7

B르

B른

Am

A세

F

B상

B을

B만

D

B들

B어

B가

B

G

A P

Page 1/1

17

C

B과

B같

B은

A친

Dm

B B구

B의

AL L

F

B일

B을

B축

G

B하

B합

B니

B다

C

A P

오 늘 은 친 구 ~ 가 태 어 난 날 입 니 다 (친 구 이 름)

꽃 과 같 이 아 름 답 고 향 기 로 운 친 구 야

햇 님 과 비 가 되 어 함 께 할 께

우 리 함 께 푸 르 른 세 상 을 만 들 어 가 자

꽃 과 같 은 친 구 의 생 일 을 축 하 합 니 다

글, 곡 / 공룡서당 친구들

마을학교

Page 15: 아름다운마을신문 33호

15 아름다운마을 201212 33호 15

아름다운마을밥상에서

행복한 밥상을 함께 차리며

정을 쌓아오던 밥상지기 병철과 소진이

부부의 연을 맺습니다.

밥상에서 더불어 생명을 살리는 삶을

더 힘차게 살아가려 합니다.

아름다운 다짐과 격려의 자리에 초대합니다.

- 밥상지기 혼인잔치 -

때 _ 이천십삼년 새해 일월 열아홉째날 오후 두시

곳 _ 아카데미하우스(서울 강북구 수유6동 산76번지)

지하철 4호선 수유역 1번 출구 1번 마을버스 종점 하차

Page 16: 아름다운마을신문 33호

16

농사의 갈무리는 김장이다. 강원도 홍천으로 내려와 3년 동안 농사 지으면서 긴 시간 공들여 직접 채종

한 배추 씨앗, 그 씨앗이 자라 드디어 든든한 겨울 저장 먹거리가 되는 순간이다. 여러 곳에서 받은 토종

씨앗과 우리가 채종한 배추씨를 땅에 직접 뿌려 키우기도 하고, 모종으로 내서 옮겨 심기도 했다. 결구 배

추로는 매운 맛이 나는 무릉배추와 달착지근한 청방배추를 심었고, 반결구 배추로는 개성배추와 청도콩

밭열모배추, 의성뿌리배추를 키웠다. 옆 마을에서 농사지으시는 분에게 불암배추도 받아 총 400포기 김

장을 했다.

홍천마을밥상 김장은 마을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과 밥상 식구들이 다 같이 담는다. 김장 일주일 전부

터 학생들은 하루 한 시간씩 농생활 수업으로 마늘도 까고 김장독 묻을 구덩이도 팠다. 입동 날 아침 일찍

학생들은 밭에서 배추와 갓을 수확했다. 밭에서 칼로 배추를 거두는 일이 초등학생과 중학생 친구들에

게는 좀 위험하고 어려운 일인데도 다들 차분하게 잘했다. 지난해 밥상 김장을 한 번 해봤던 경험 덕인지

배추를 다듬고 씻고 절이는 모든 과정에서 아이들은 지혜를 모아가며 놀이하듯 제법 능숙하게 일했다.

배추를 절일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노란 잎을 떼먹는 재미다. 소금물에 살짝 절인 노란 배추 맛에서 소

외된 친구들이 있을까 싶어 서로 입에 넣어주느라 신났다. 그렇게 하룻밤 꼬박 소금물에 재웠다가 다음

날 아침밥을 먹고 배추를 씻기 시작했다. 장갑을 두 겹 끼고 양말 두 켤레를 신었는데도 밖에서 작업하기

에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배추 물기를 빼는 사이 김치에 들어갈 쪽파와 갓, 무, 마늘을 썰고 양념도 만들

었다.

마을밥상 김치는 양념을 과하지 않게 한다. 손수 기르지 않은 것을 사서 쓰는 다른 양념을 넣기보다, 밭

에서 거둔 재료들을 활용해서 참맛을 내보려고 한다. 설탕이나 과일 대신 단맛이 우러나도록, 한 달 전

땅에 묻은 보물 김장 숙성 비결

손수 씨 뿌려 키운

배추, 자연 양념, 그리고 땅의 기운

밥상머리

Page 17: 아름다운마을신문 33호

17 아름다운마을 201212 33호

부터 부지런히 햇볕에 말려 가루 낸 고구마가루를 넣었다. 그리고

김치가 익었을 때 군내가 나지 않게 잡아주는 콩물을 넣어 찹쌀풀

을 만들었다. 장기간 보관하려면 필요하기에 고춧가루도 넣지만

가급적 많이 넣지 않는다. 최소한의 양념으로도 맛있는 김치를 담

글 수 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밥상 김치는 식구들에게 사랑

을 받는다.

둘째날 오전, 김장에 들어갈 모든 재료 준비를 마치고 한숨 돌리

며 따끈한 떡국으로 몸을 녹였다. 김장의 마지막 순서, 김칫속 버무

리기가 남았다. 먼저 먹을 김치에는 속을 더 넣고, 나중에 먹을 김

치에는 속을 조금만 넣었다. 김장의 별미라 할 수 있는 보쌈과 같이

먹을 김칫속도 잊지 않고 따로 덜어놓았다. 다 같이 학교 ‘온누리서

당’에 둘러앉아 버무린 김치를 겉잎으로 예쁘게 싸서 차곡차곡 볏

짚 넣어 묻은 김장독에 넣었다. 김치를 넣고 맨 위에 우거지를 덮어

주고 소금을 뿌린 다음, 무거운 돌로 눌러주면 끝이다.

싱거우면 김치가 더디 익는다. 김치맛은 어느 정도 숙성해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올해로 김장 담그기 3

년차인 나에겐 간 맞추기가 여전히 어렵다. 최선을 다해 김치를 담그고 맛은 이제 땅 속 항아리의 몫으로

남겨둔다. 자연과 밭 생명의 기운, 힘 모아 김장 담근 식구들의 정성이 땅의 기운을 힘입어 항아리에서 새

로운 맛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김장 전후로 부지런히 챙겨야 할 밥상 살림도 많다. 배추보다 추위에 약한 무를 먼저 수확해서 크기에

따라 분류한다. 큰 것은 국거리나 반찬용으로 쓰고, 보통 것은 동치미, 작은 무로는 무청김치를 담았다.

내년 여름 별미로 먹으려고 무짠지도 담았고, 옆 마을에서 얻은 배추도 짜게 절여 김치가 귀할 때 먹으려

고 김치짠지로 저장했다. 밭에 조금 심은 순무도 김치로 담갔다. 다른 밭에 버려져 있는 배추시래기도 모

아서 깨끗한 부분들만 떼어내어 맛있게 배추된장국을 끓여 먹었다. 배추 겉잎은 김치 덮을 우거지로 쓰

고, 김치 다듬으면서 나온 배춧잎도 데치거나 묶어서 시래기로 저장했다. 1박2일 동안 30여 명이 한 공

간에서 동시다발로 김장을 담그니 왁자지껄했다. 한 사람의 손이 귀한 때에 여럿이 함께 웃고 떠들면서

김장하는 것이 잔치처럼 흥겨웠다. 올 겨울 한 항아리 가득 담은 김치를 맛있게 먹으면서 지내려 한다.

장윤희 홍천 효제곡마을에서 농사짓고, 거둔 것들로 밥 지으면서 생명을 살리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며 살는 밥상지기

홍천마을 밥상 김치를 마을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과 밥상 식구들이 다같이 담았다. 다들 힘든 기색 없이 웃고 떠들면서 함께 일하니 잔치처럼 흥겨웠다.

Page 18: 아름다운마을신문 33호

18

비 대신 눈발이 날리는 요즘 홍천 날씨가 김장하기에 딱 좋다. 김장채소를 수확하고 저장하며 겨울을

준비한다. 잦은 비에 아직 콩은 털 날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김장채소를 바라보며 마지막 농사 갈무리를

한다. 밥에 필요한 쌀과 잡곡, 김치에 필요한 채소와 양념을 농사지어 먹는 것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미래

를 내다보는 것이다.

무 무는 얼면 먹을 수가 없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갈 때는 얼지 않게 해야 한다. 큰 무는 뽑아서 김장

을 담그고, 소금물에 담가 무짠지를 만들기도 한다. 썰고 말려서 무말랭이를 만들어도 된다. 남는 것은

시원한 땅속에 저장하면 이듬해까지 먹을 수 있다. 작은 무는 동치미를 담그기에 좋다. 무잎은 생으로 그

늘에 말리거나 데쳐 말려 시래기로 두면 겨우내 건강 나물로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 아무래도 무와 배추

는 넉넉하게 심어야 아쉽지 않다.

배추 한여름 폭염에 일군 배추밭에 청도열모와 의성뿌리, 구억배추와 불암3호배추 씨를 뿌리고 모

종을 키워 밭에 옮겨 심었다. 결구가 안 되는 배추는 적게 심고, 결구 배추는 많이 심었는데, 반결구(배추

속이 둥글게 들지 않고 윗부분이 벌어진 포기) 배추도 그나마 부족한 양을 잘 채워줄 것 같다. 배추는 속

이 노랗고 두껍지 않은 것이 좋은데 올해 작황은 가뭄에 속도 적고 푸른 잎이 많다. 포기도 작지만 그런

대로 김장 담그고 쌈배추로 먹을 수 있다. 볏짚으로 잎을 묶어주면 영하 5~6도에 견딜 만큼 강한 배추지

만, 김장하고 남은 배추를 저장할 때는 온도와 습도를 잘 유지해 무르거나 잎이 누렇게 변하지 않도록 하

는 게 중요하고도 어렵다. 채종할 것은 뿌리를 잘 저장해서 이듬해 봄에 심는다. 마르거나 얼지 않게 땅

이나 항아리에 잘 저장하면 된다. 심고 가꾸고 거두고 저장하고 씨를 퍼뜨려 다시 심는 것을 농사의 기본

으로 삼고 공부하련다.

올해 수확물, 다음 농사 씨앗이 된다내년 봄 채종할 배추, 추운 겨울 동안 뿌리 얼지 않게

Page 19: 아름다운마을신문 33호

19 아름다운마을 201212 33호

갓과 쪽파 갓은 추위에 강하다. 가시가 있어서 껄껄하지만 김치에 넣으면 그 매운 맛이 입맛을

돋운다. 순무 잎과 비슷해 시래기로 만들지는 않지만 김장 양념에 넣기도 한다. 쪽파와 파는 두해살이로,

따로 저장할 필요 없이 해를 넘기면 봄에 다시 돋아나 먹기도 하고 씨를 받을 수도 있다. 쪽파는 양념할 때

필수다. 굵지 않으면 다듬을 때 꽤 오랜 시간 공이 드니 너무 작지 않게 키우는 것이 좋다. 물론 쪽파김치,

파김치도 맛있고 파장아찌 역시 별미다.

순무 강화 순무씨로 재배한 홍천산 순무다. 맛이 두부 씹는 듯 부드럽고 달다. 강화 순무와 많이 다

르다. 순무김치에 들어가고 남은 순무 잎은 갓처럼 소금물에 오래 삭혀 저장해 먹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순무나박김치를 만들어 놓으면 고구마와 꽤 잘 어울린다. 양념에는 생새우와 새우젓이 주로 들어가고 순

무 잎 외에 다른 양념은 별로 들어갈 것이 없다. 그렇게 버무리고 남은 양념에 물을 조금 넣어 김치에 넣

으면 물이 생겨 순무나박김치가 된다.

고춧가루 올해는 마늘과 파는 잘 키우지 못해 구해 오고, 고추는 많이 내서 자급을 이루었다.

김장에 쓸 고춧가루를 내려고 방앗간에 가서 애써 길러 말린 고추를 빻아달라고 한 보따리 안아 건네주었

다. 맵기도 해서 고추씨는 빼달라고 했다. 김치 재료를 거의 다 손수 생산하니 기쁘다.

땅에 씨를 뿌려 가꾸고 거두면서 땀 흘려 일한 시간들은 추운 겨울을 잘 이겨낼 수 있는 소중한 먹을거

리가 되어 돌아온다. 마음에 고마움이 가득해진다. 이제 겨울이 되면 산에 올라 놀 일만 남았다. 산에서

먹을거리와 땔감을 구하다 보면 이게 일하는 건지 노는 건지 구분이 안 되지만, 공생하고 조화로운 삶에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조시형 / 홍천 용오름마을로 귀촌해 자연농법으로 3년째 농사짓고 있는 농부

무잎은 생으로 그늘에 말리거나 데쳐 말려두면 겨우내 건강 나물로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 (왼쪽 위) 강화 순무씨로 재배한 홍천산 순무. 맛이 두부 씹는 듯 부드럽고 달다. (왼쪽 아래)

키만한 배추 수레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딸아이. 가뭄 탓에 속이 적고 푸른 잎이 많아도 그런대로 맛있다. (오른쪽)

Page 20: 아름다운마을신문 33호

20

태양열만 모아 덥혀도 50도는 거뜬!

강원도는 기본적으로 산간지방이지만, 홍천 서석면은 분지지형으로 제법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습니

다. 태양열을 난방에너지로 사용해볼 만한 조건을 어느 정도 갖춘 셈입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도전해보

았습니다. 태양열 온풍기의 기본 원리는 햇빛으로 알루미늄 주름관을 데우고 데워진 공기가 그 관을 통

과해 실내로 유입되도록 순환시켜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햇빛을 좀 더 받을 수 있도록 반사판을 설치해

서 효율을 높여주면 됩니다.

마을학교 한쪽 귀퉁이에 지은 구멍가게는 외부로 노출된 두 벽면이 동쪽과 남쪽을 향하고 있어서 햇빛

을 활용하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실내 면적의 1/3 정도 되는 벽면을 집열판으로 확보할

수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이미 지어진 건물에 새로운 난방방식을 적용하는 경우 벽체에 구멍을 뚫거나

바닥을 뜯어내는 등 추가 공정이 필요한데, 새로 만드는 건물은 난방방식을 고려해서 지어가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진행을 할 수 있습니다.

구멍가게는 벽체를 세우는 과정에서 집열판이 들어설 벽면을 계산하고 필요한 위치에 공기가 순환할

수 있는 구멍을 뚫었습니다. 벽체 단열은 그동안 몇 차례 사용해봤던 왕겨숯을 썼습니다. 바깥 마감을 하

면서 미리 정해둔 위치에 집열판을 설치했습니다. 집열판은 아주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보통

경량목구조 방식의 건축에서 사용하는 4*18센티미터의 각재로 상자를 만들고 그 내부에 냉난방이나 환

기를 위해 사용하는 주름관을 설치합니다. 주름관은 공기가 그 내부를 지나면서 데워지는 부분이기 때문

에 가급적이면 최대한 길게(구불구불하게) 설치합니다. 그리고 햇빛을 잘 흡수할 수 있도록 집열판 내부

를 검은색 페인트로 칠해줍니다.

보통 햇빛을 오래 받거나 열을 받으면 변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위에는 ‘내열 페인트’라는 재료

를 이용합니다. 하지만 썩지 않고 변하지 않으며 영구히 그 상태를 유지하는 물질은 그만큼 많은 에너지

를 들여 만들기도 하고 유해한 물질을 내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후 추가적인 보수가 예상된다 하더라

도 가능하면 해가 덜 되는 재료들을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물에도 쉽게 씻어

지는 친환경 수성페인트를 사용했습니다.

그렇게 칠하고 나서, 집열판 내부로 햇빛은 전달하면서 내부의 열기를 빼앗기지 않고 가둬둘 수 있는

보온장치를 부착해야 합니다. 유리를 사용할 수도 있고 비닐 같은 재료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재

료를 사용할지 고민하면서, 태양열 온풍기가 설치되는 공간은 아이들이 공놀이를 자주 하는 공간이기 때

문에 안전성이나 강도를 중요하게 고려하기로 했습니다. 적합한 재료를 찾다가 유리보다는 폴리카보네

하늘이 주는 열에너지 잘 받아 그만큼 누리는 태양

Page 21: 아름다운마을신문 33호

21 아름다운마을 201212 33호

이트라는 합성수지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뭔가 만들 때마다 필요한 기능과 그 재료가 만들어지는 과정

사이에 긴장이 늘 따라옵니다.

반사판 역시 거울을 사용하면 반사 효율이 높겠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은박지를 이용했습니다. 그리고

반사판은 여름철 온풍기를 사용하지 않는 기간을 고려해 접어 올릴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반

사판이 접혀져 있을 때는 아무것도 없는 벽이지만 반사판을 펼치면 감춰진 온풍기가 모양을 드러냅니다.

공기의 순환은 컴퓨터 내부에 사용하는 냉각팬을 사용했고 전원은 지붕에 조그마한 태양전지판으로 충

당했습니다. 태양열 온풍기는 구상단계부터 햇빛이 있는 시간에만 사용할 것을 고려했기 때문에 태양전

지의 전기를 저장할 필요가 없었고 축전지나 제어장치가 없이 아주 단순하게 공기순환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온풍기를 완성한 시기는 태양이 강렬했던 8월이었습니다. 온풍기가 어떤 성능을

발휘할지 궁금했지만 당장 확인할 수는 없던 셈이었죠.

이제 겨울이 성큼 다가와 온풍기를 쓰는 날이 잦아졌습니다. 온풍기가 펼쳐져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따

뜻한 마을구멍가게를 찾는 이들도 많아집니다. 온도계를 확인해보니 온풍기 출구에서 나오는 공기 온도

가 섭씨 50도를 거뜬히 넘어섭니다. 이런 성능을 기대하고 만들긴 했지만 결과를 보니 신기할 따름입니

다.

태양열 온풍기는 태양이 없으면 제 구실을 하지 못합니다. 사용할 때는 반사판을 펼쳐줘야 하고 사용

하지 않을 때는 접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습니다. 간단하게 전기난로를 사용하면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손쉽게 사용할 수 있지만 직접 만든 태양열 온풍기는 여러 한계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하

지만 태양열 온풍기는 사용하는 동안 다른 에너지를 더 소비하지 않고 해가 되는 부산물을 만들어 내지

도 않습니다. 그저 하늘이 주는 빛을 잘 받아 딱 그만큼 누리고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습니다. 온풍기

앞에서 따뜻한 바람을 쬐고 있다 보니 윙윙거리며 탁한 공기를 내뿜는 기계보다는 햇빛의 온기가 더 탁

월함은 분명해 보입니다.박영호 / 생태건축연구소 흙손에서 함께 일하며 대안기술과 에너지에 관심 많은 청년

생태건축

온풍기 반사판에 은박지를 부착하는 중이다. (왼쪽)변색을 막기 위해 알루미늄 주름관에 검은색 친환경 페인트로 도색했다. (아래)

온풍기를 통해 공기가 순환될 수 있게 하는

컴퓨터용 팬

Page 22: 아름다운마을신문 33호

22 사랑방공동체 성서모임. 매주 금요일 저녁에 지체들 집을 돌아가며 모여 같이 식사하고 성서일기를 나눈다.

한 주간 일을 마치고 주말 쉼을 앞둔 금요일 늦은

저녁, 교인 한 분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12명이 둘

러앉아 피곤한 기색도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

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랑방공동체에 속한

‘햇살사랑방’ 성서모임이다. 사랑방공동체는 1984

년부터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매주 말씀을 읽고 삶

을 나누는 성서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서울 종로5가에서 시작한 사랑방공동체는 공동

체 영성을 구현하고자 도시를 떠나 1997년 지금의

포천 무림리 시골마을에 정착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온 교인이 함께 드리는 예배, 주중에 모이

는 아홉 개 사랑방 성서모임, 신앙을 기반으로 참교

육을 지향하는 공동체학교가 사랑방공동체의 핵심

축이다. 재롱이(3~4살)·꾸러기(5~7살)·어린이

(초등)·멋쟁이(중·고등 통합) 학교에는 공동체

안팎의 아이들 150여 명이 다니고 있다.

사랑방 성서모임은 교회 안의 작은 교회다. 사랑

방마다 매주 평일 하루 저녁 구성원 집을 돌아가

며 방문해 함께 식사하고 성서 일기를 나눈다. 성

서 일기는 교인들이 매일 성서를 읽으면서 묵상한

내용을 기록하는 것이다. 지도자가 전달하지 않고,

교인들이 자기 삶에서 말씀의 뜻을 발견해 일기를

쓰고 있다. 교인들은 성서가 개인을 변화시키고 교

회를 개혁하는 힘의 원천이라는 마음으로 기꺼이

모임에 참여한다.

사랑방공동체 정성한 목사는 “성서모임을 통해

공동체적인 삶(코이노니아)을 배운다”고 말한다.

정 목사는 처음 사랑방에 참여하는 교인들은 적응

하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서로 삶을 나누고 피드백

을 하면서 얻는 유익이 크다고 한다.

이웃공동체

성서 나눔으로 영성키우는

사랑방공동체

사랑방 성서모임을 통한 꾸준한 공동체 훈련이 자발적 생활공동체로

Page 23: 아름다운마을신문 33호

23 아름다운마을 201212 33호

사랑방공동체 ‘그루터기’ 사랑방은 생활공동체

를 이루어 살고 있다. 2009년부터 교인 여덟 가정

과 두 명의 비혼자들이 공동주택 다섯 채를 지어

서 모여 살고 있다. 초반 2년간은 서로 다르고 모

난 모습 때문에 많이 싸우고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

만 지금은 차이를 인정하면서 맞춰가는 것을 훈련

하고 있다고 한다.

평신도들이 생활공동체를 이루는 것은 사랑방

공동체가 중요하게 여기는 과제 중 하나다. 그렇

지만 온 교인이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

니다. 그루터기에서 살고 있는 최화선 님은 “생활

공동체를 시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사

랑방 성서모임을 통해 꾸준히 공동체 훈련을 해

왔기에 지금의 그루터기를 이룰 수 있었다”고 말

한다. 생활공동체로 들어오는 데는 누구의 말보다

자기 스스로 결단하도록 기다려준다.

생활공동체 구성원들은 함께 사는 의미를 새롭

게 발견해가고 있다. 지금 여기에서 하나님나라를

사는 경험을 하고, 세속적인 가치와 싸워가는 것

을 강조한다. 자녀들도 소위 명문대에 보낼 생각

으로 가르치지 않는다. 사랑방공동체학교는 아이

들이 공동체 삶을 배우면서 스스로 길을 찾아가도

록 교육하고 있다.

재롱이학교 교사인 정혜정 님은 “서로 없는 살

림살이를 공유하기도 하고, 자녀들이 함께 어울리

는 놀이문화도 만들고, 가정 안에서 겪는 갈등을

상담하기도 하고, 차량을 공유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며 공동생활로 얻는 유익을 얘기한다.

사랑방공동체 지체들 중 다양한 형태의 생활공

동체를 꿈꾸고 있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할머

니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무림 사랑방’도 공동생활

을 하길 바라고 있고, 멋쟁이학교 졸업생들 중에

서도 같이 살아볼 마음을 품은 이들도 있다고 한

다.

처음 공동체가 정착할 때와 달리 몇 년 전부터

공동체 터전 주변으로 전원주택이나 펜션이 들어

서는 등 개발이 잦아지고 있다. 정성한 목사는 “사

랑방교회가 서울 종로를 떠나 포천으로 온 이유는

도시 공간이 공동체가 지향하는 영성을 담을 수 없

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지금 시골이었

던 이곳이 점점 도시화될 수 있어서, 그로 인한 긴

장이 담긴 설명이다.

사랑방공동체에서는 공동체 안팎의 사람들의

지도력 양성을 위해 한국교회지도력훈련원을 운

영하고 있다. 훈련원에 오는 사람들은 ‘공동체지

도력훈련’과 ‘공동체지도자과정’을 통해 공동체적

삶에 대한 공부를 하고, ‘대안교육 지도자과정’을

통해 교사나 대안교육 관심자들을 대상으로 배움

을 갖고 있다. 앞으로 훈련원은 지도력 양성과정

을 통해 다양한 공동체가 생기고, 건강한 대안교

육이 확장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임안섭

교인들이 공동주택을 지어 생활공동체를 이루어 살고 있다. (위) 사랑방공동체학교 학생들이 일구는 텃밭. (아래)

Page 24: 아름다운마을신문 33호

2013년 달력은

농생활연구소·농생활소농연대 친구들이 강원도 홍천에서 농사지으며 기록한 한 해 농사 흐름과

아름다운마을生活(cafe.daum.net/agimazung)에 썼던 농사일기를 농생활 절기달력으로 엮었습니다. 농사력은 강원도 홍천, 노지재배, 땅에 씨앗을 직접 뿌리는 것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달력이미지가 들어가고, 국내에서 만든 재생종이에 콩기름 잉크로 인쇄하고 되살려 쓸 수 있는 끈으로 묶었습니다.

크기는 가로 300mm 세로 500mm, 벽걸이용입니다.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는 농사일지로 사용할 수 있고,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자연의 흐름을 기억하며

다양하게 농생활에 함께할 수 있는 달력입니다.

가격은 1부에 1만원입니다. (10부를 사시면 1부를 선물로 드립니다.)

달력을 원하시는 분은 전화나 메일, 다음쪽지로 <이름/원하는 달력부수/전화번호/주소>를 남겨주세요.

(우편료 _ 1~2부 3,000원/ 3부 이상 4,000원 달력값 입금시 우편료도 함께 입금해주세요. )

전화 033.436.9190 / 010.4539.5724 / 메일 [email protected]계좌입금: 농협 352-0188-4934-23 김수연

농생활연구소·농생활소농연대는

강원도 홍천에서 온생명과 더불어 소박하게 농사를 짓습니다. 농도 상생 농생활이 아름다운 미래문명의 희망이라 믿습니다.

농생활이 주는 물음에 정직하게 몸으로 답하며 생명평화의 삶을 창조해갑니다.

도시에서 살던 아름다운마을공동체 청년들이 농도상생마을공동체를 꿈꾸며 강원도 홍천으로 귀촌해,

효제곡 마을에서 농사짓고 마을을 이루며 지낸지 3년째 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