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소셜미디어선거)-김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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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방송 2012.03 004 ¤ SNS와 선거 보도 김장현 하와이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월 13일 전체 위원 회의를 통해 인터넷 홈페이 지와 전자우편, SNS를 활용한 선거운동을 상시 허용한다는 내용의 공직선 거법 운용 기준을 공표했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와 싸이월드 등의 미니홈페이지, 그리고 블로그는 물론 이메일,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를 이용한 의사표현에 대한 족쇄가 모 두 풀린 것이다. 선거 홍보성 메시지 넘쳐 벌써 카오스 조짐 그러나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다 할지라도 허위임을 알았거나 악의에 기반을 둔 내용을 공표할 경우 명예훼손으로 처벌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또한 선 관위의 조치와는 별개로 정치권에서는 과연 소셜 미디어라는 입을 푸는 것 이 공명 선거에 도움이 되느냐는 주제로 여러 입장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 다. 이 글에서는 선관위의 조치가 선거 관련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변화시 키고 있는지 살펴본 뒤 언론인과 언론 기업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를 검토해 보기로 한다. 선관위의 발표가 있자마자 선거 출마자, 선거운동원, 또는 정당 지지자 소셜 미디어 선거 문화와 언론의 대응 방안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개인의 페이스북에 홍보 메시지를 올린다면 사람들은 상당히 불쾌할 것이다.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가상공간에서의 자유를 무한정 누리려다가는 커다란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이미 일부 후보자들의 페이스북을 이용한 무례한 홍보성 메시지는 문전박대의 조짐도 엿보이고 있다. 소셜시대의선거보도 ‘관점’과‘스토리’를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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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문 과 방 송 2 0 1 2 . 0 30 0 4 0 0 5

특집¤SNS와 선거 보도

김장현하와이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 �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월 13일 전체 위원 회의를 통해 인터넷 홈페이

지와 전자우편, SNS를 활용한 선거운동을 상시 허용한다는 내용의 공직선

거법 운용 기준을 공표했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와 싸이월드

등의 미니홈페이지, 그리고 블로그는 물론 이메일,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를 이용한 의사표현에 대한 족쇄가 모

두 풀린 것이다.

선거 홍보성 메시지 넘쳐 벌써 카오스 조짐

그러나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다 할지라도 허위임을 알았거나 악의에 기반을

둔 내용을 공표할 경우 명예훼손으로 처벌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또한 선

관위의 조치와는 별개로 정치권에서는 과연 소셜 미디어라는 입을 푸는 것

이 공명 선거에 도움이 되느냐는 주제로 여러 입장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

다. 이 글에서는 선관위의 조치가 선거 관련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변화시

키고 있는지 살펴본 뒤 언론인과 언론 기업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를

검토해 보기로 한다.

선관위의 발표가 있자마자 선거 출마자, 선거운동원, 또는 정당 지지자

소셜 미디어 선거 문화와 언론의 대응 방안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개인의 페이스북에 홍보 메시지를 올린다면 사람들은 상당히 불쾌할 것이다.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가상공간에서의 자유를 무한정 누리려다가는 커다란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이미 일부 후보자들의 페이스북을 이용한 무례한 홍보성 메시지는 문전박대의 조짐도 엿보이고 있다.

소셜 시대의 선거 보도‘관점’과 ‘스토리’를 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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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문 과 방 송 2 0 1 2 . 0 30 0 4 0 0 50 0 5

들의 홍보성 메시지가 일반 이용자들의 메시지와 뒤

섞여 일종의 카오스(혼돈) 상태를 일으킬 가능성마

저 엿보이고 있다. 또한 이미 팔로어가 많은 트위터

사용자의 타임라인이나 ‘친구’ 수가 많은 페이스북

이용자의 벽(Wall)에는 선거에 나설 예비 후보자들

의 연결 신청이나 홍보성 메시지 게시물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선거 기간 중 의사 표현의 자유는 민주국가에서

예전부터 허용됐어야 할 기본 항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인터넷 공간에 대한 규제가 일상

화돼 있다 보니 선거운동원이나 이용자 입장에서 이

런 자유화가 다소 낯설고 두렵기까지(?) 한 측면이

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 특히 지지하지 않는 정당

의 선거운동원이 개인의 페이스북에 홍보 메시지를

올린다면 그들은 상당히 불쾌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가상

공간에서의 자유를 무한정 누리려다가는 커다란 역

풍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일반 이용자들의 입장에서도 선거에 관한 입

장 표명이 제한돼 있을 때에는 그에 대한 반감을 바

탕으로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면서 규제에 저항하

는 자로서의 성취감과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데 이제는 그러한 자유가 희소성을 잃게 되면서 어

떤 메시지를 올리느냐, 어떤 질의 커뮤니케이션이 이

루어지느냐에 따라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평판이나

위상이 달라질 수 있음을 고려하는 단계에 이르게

됐다.

언론 기업의 입장에서 이러한 흐름을 요약하자면

소셜 미디어가 선거 국면의 주요 커뮤니케이션 매체

로 등장하게 되므로 언론사 역시 소셜 미디어를 취

재원으로 삼고, 기사를 출고시키며 널리 알리는 매

체로 활용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는 나아가

기사에 관한 실시간 피드백으로 이어진다. 먼저 눈

에 띄는 흐름은 포털 중심의 뉴스 배급이 소셜 미디

어를 매개로 한 체계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까지 위세를 떨쳤던 포털의 지배력에 관해 언

급해 보자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언론사와 신문,

방송, 잡지와 같은 이른바 전통 매체가 공통적으

로 가진 고민은 개별 매체로서의 존재감 또는 자신

의 브랜드를 각인시키기 어려웠다는 데 있었다. 포

털 사이트들이 신문사나 방송사들이 공들여 제작

한 콘텐츠를 아주 적은 비용만 지불하고 배급함으

로써 기존 언론사의 수익원이 타격을 입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어쩌면 더 큰 위기는 대형 언론사나

군소 언론사나 포털 사이트 안에서는 그저 외양이

나 내용에서 차별성을 가질 수 없는, 다만 하나의 기

사일 뿐이라는 가혹한 현실이었다.

포털 뉴스에서 소셜 뉴스로 중심 이동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포털이 모든 언론의 기사

를 동질화시키고 뉴스 배급 시장에서 지배력을 향

유해 왔다면, 이젠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이

읽고 있는 기사나 감명받은 기사를 공유하기 때문

에 소셜 미디어가 조금씩 대체재로 등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에서 ‘워싱턴포스트 소

셜 리더’라는 앱을 설치하면 같은 앱을 가지고 있는

페이스북 친구가 지금 어느 뉴스 기사를 읽고 있는

지 실시간으로 중계해 준다.

이런 앱을 설치하지 않더라도 독자들은 자신의

친구가 ‘좋아요’ 버튼을 누른 기사를 주목하게 된

다. 왜냐하면 친구들이 페이스북상에서 행하는 행위

들이 끊임없이 ‘뉴스 업데이트’난을 통해 기록되고

제공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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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측면은 소셜 미디어에서 범람하는 선거 관련

자의 홍보성 메시지도, 선거를 보도하는 언론 매체

의 보도조차도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의 게이트키핑

과정을 거치게 됨을 의미한다. 지면상 밝히기는 어렵

지만 한국의 일부 매체는 트위터에 위성 계정을 수

십 개 만들어 올리는 기사마다 그들을 통해 의도적

으로 리트위트하고 있다. 일종의 여론 조작을 시도

하는 것이지만 사실상 반향은 거의 없다.

트위터 이용자들이 이미 실제 트위터 이용자가 아

니라 기계적으로 특정 언론사의 기사를 리트위트하

는 일종의 봇(bot) 계정임을 간파하고 친구 관계를

끊어 버리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이미 선거운동

에 돌입한 일부 후보자들의 페이스북을 이용한 무

례한 홍보성 메시지는 이용자들에게 삭제를 당하는

등 문전박대의 조짐도 엿보인다.

소셜 미디어 환경에서 수천 명 혹은 수십만 명의

팔로어를 갖는 파워 트위터리안이나 파워 페이스

부커를 인용한 언론 보도는 넘쳐난다. 진중권, 우석

훈 같은 진보 논객뿐만 아

니라 ‘세금혁명당’ 같은 온

라인 정당, 이외수나 공지

영 같은 문화예술계 인사

들, 그리고 정지훈 같은 IT

전문가들이 요즘 각광받

는 ‘소셜 셀레브리티’들이

다. 그래서인지 언론인들

은 그들의 트위트를 몇 개

짜깁기하여 기사로 작성한

다. 이런 풍조는 그들의 소

셜 지배력을 다시 강화시

킨다. 예를 들어 서울대 조

국 교수의 경우 페이스북

에 메시지를 남길 때마다 수백 명이 ‘좋아요’를 누

르고, 일부 발언은 바로 당일 지면에 기사화되는 게

현실이다.

소셜 인기에 편승 ‘주워 먹는’ 기사 범람

소셜 미디어의 특성상 이런 소셜 리더들의 부상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팔로어가 많은 그들이 온라

인상 관계의 중심이 되고, 정보의 중심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널리즘의 입장

에서 이런 유명인 받아쓰기 식의 저널리즘이 어떤 의

미를 갖고 있는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본래 뉴스 가치가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

는 어젠다 주도자들인가, 아니면 그들이 소셜 미디

어를 통해 발언했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인가. 혹

시 비록 팔로어 수는 적더라도 음지에서 꿋꿋이 탁

월한 식견을 공유하고 있는 트위터리안을 찾지 못

하는 것은 아닌가.

페이스북 친구가 지금 무슨 기사를 읽고 있는지를 중계해 주는 ‘워싱턴포스트 소셜 리더’ 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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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 기반 대안 언론이 왜 뜨는 것일까? 무엇보다 그들은 주류 매체가 보여 주지 않는

‘관점’을 제공한다. 이것은 그들이 수집한 자료와 증거들에 의해 뒷받침되며, 논리적으로

탄탄하다는 인상을 준다. 지난 10·26 보궐선거에서 ‘나는 꼼수다’가 취한 전략이다.

아주 중요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이런 문제의식은

일부 유명인에게 치중된 소셜 미디어 저널리즘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상에서의 다양한 행위를 계량화해 특정

계정(소유자)의 온라인 영향력을 수치로 제공해 주

는 클라우트 같은 서비스는 특정 이용자가 다양한

정보를 모아서 제공하는 큐레이터 타입인지, 아니면

소수의 여론 지도층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문가 타입인지 분석해 준다.

뿐만 아니라 영향력을 수치로 계량화해 표현해

준다. 이런 계량화된 자료를 바탕으로 다양한 종류

의 영향력(예를 들어 리트위트 수)을 가진 이들을

발굴해 기사화한다면 꼭 선거 보도가 아니라 할지

라도 보도의 품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소셜은 감성적·냉정한 이용자 연결망

‘나꼼수’의 부상 이후 기성 매체들은 수백 명의 기자

들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단 네 명의 야인(野人)

들이 내보내는 ‘내곡동 사저’, ‘나경원 피부과 관련

의혹’, ‘선관위 디도스 공격’ 등의 어젠다에 질질 끌려

다녀야 했던 아픈(?) 상처를 갖게 됐다. 기성 매체가

집요한 견제에 나섰지만 경제 분야를 특화한 팟캐

스트 ’나는 꼽사리다’ 등의 인기는 기존 주류 매체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소셜 미디어의 존재감을

더욱 뚜렷이 보여 주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소셜 미디어 기반 대안 언론이

뜨고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 그들은 주류 매체가

보여 주지 않는 ‘관점’을 제공한다. 대체로 그러한

관점은 억압받는 약자의 그것이자 주류 매체가 다

루지 않았던 심연에 갇혀 있던 논제들이다. 이러한

관점상의 차별점은 제도권 언론에 속하지 않은 그

들이 수집해 온 자료와 증거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뒷받침되며, 논리적으로 탄탄하다는 인상을 주기

마련이다.

지난 10·26 보궐선거에서 ‘나는 꼼수다’가 취한

전략이 바로 그것이었다. 소셜 미디어에서 더 많은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이렇듯 기존에 없었던 그 무

특정 계정의 온라인 영향력을 수치로 계량화하는 클라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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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그러나 증거에 의해서 뒷받침되는 ‘쿨’한 그 무엇

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 그들은 ‘휴머니즘’에 호소한다. 고아

출신의 한 청년이 텔레비전 재능 경연에 나와 자신

이 겪은 고난을 토로하면서도 천상의 목소리를 들

려줄 때 수백만 대중은 열화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바로 유튜브 시대의 한 단면이다.

이런 사연이 주는 감성의 울림은 수백만 명에게

전염되는 데 단 며칠이면 충분하다. 한 정치인이 공

수부대 복무 시 찍은 늠름한 모습의 사진은 병역 비

리와 면제로 점철된 기성 정치권 인사들과 묘한 대

비를 이루면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수백만 명에게 퍼

져 나갔다. 그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꼼꼼함·장인정신 필요

물론 페이스북에서 공유되는 기사의 대부분은 여전

히 주류 언론의 산출물들이다. 소셜 미디어를 기반

으로 한 대안 언론은 그야말로 골리앗에게 도전하

는 다윗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

성 언론 매체가 갖고 있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계정

들이 소셜 공간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는 현상은 그

들이 가진 막강한 맨파워와 자본이 자발성에 기반

을 둔 소셜 공간에서는 결코 성공을 보증하지 않음

을 잘 보여 준다. 결국 전통 매체들이 이용자들의 기

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한국 언론사의 웹사이트를 방문할 때마다

주변에 아이들이 있는지 살핀다. 웹사이트들이 수십,

수백 개의 성인광고나 성형외과 광고로 가득 차 있

기 때문이다. 그런 광고들은 이용자들의 주의를 분

산시킬 뿐만 아니라 외부 서버에 광고들을 의존하

기 때문에 웹사이트 자체의 로딩이 느리다. 신문사

웹사이트들이 주목을 받아도 부족할 자신들의 제

품, 신문 기사들로부터 스스로 주목을 분산시키는

기이한 행태다.

그뿐인가. 많은 신문사들은 신문에 쓰일 종이의

색과 질, 글자체, 기사의 배치와 스타일에는 신경

을 많이 쓰면서 자신들의 웹사이트나 모바일 홈페

이지에는 그다지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들에게 웹

사이트는 여전히 하나의 보조 매체일 뿐이다. 방문

자들을 만족시켜 재방문을 유도하는 게 목적이 아

니라 기왕에 방문한 사람들에게 가급적 많은 광고

를 노출시켜 서버 운영비라도 뽑아 먹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니 일반 이용자 입장에서 다시 방문하고 싶

겠는가. 오랜 기간 포털 사이트 비판에만 혈안이 돼

있을 뿐이다. 막상 포털에서 직접 기사 링크를 제공

하기 시작하자 어떻게 새로운 방문자를 끌어들일

까, 어떻게 하면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들은 결국 소수의 힘없는 웹 관리자의 몫이 되

고 있을 뿐이다.

여러 가지 공과가 있는 인물이지만 스티브 잡스

가 매킨토시 컴퓨터에 쓰일 글자체와 제품의 디자인

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생각해 보면, 이제 포털 시

대에서 소셜 시대로 접어드는 언론 기업에 주는 교

훈이 있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개발한 기기에서

가장 아름답게 보이면서도 이용자들의 눈에 피로를

주지 않는 최적의 폰트를 구입하는 데 돈을 전혀 아

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노트북 컴퓨터의 웹캠 옆에

아주 작은 구멍을 뚫어 작동 중임을 나타내는 연두

색 불빛을 은은하게 발산시키기 위해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구멍을 뚫을 수 있는 드릴 수천 대를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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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였다. 그는 사람들이 PC와 항상 함께 쓰는 마우

스의 핵심은 가격이 아니라 손에 쥐어지는 감촉, 손

의 곡선과 일치하는 부드러운 선에 있다고 보았다.

거의 10만 원에 육박하는 애플사 마우스는 연간 수

십만 개가 팔린다.

기성 매체는 ‘발’과 ‘코’를 잘 활용해야

스티브 잡스의 이런 접근 방식은 소셜 선거 시대의

언론에도 유용할 것이다. 기성 언론 매체에는 ‘발’이

있다. 언제든 현장에 뛰어갈 수 있는 고도로 숙련

된 수십, 수백 명의 인력이 있는 것이다. 그들의 ‘발’

과 뉴스 가치가 있는 아이템을 사냥하는 ‘코’는 소

셜 시대의 선거 취재에도 유용할 것이다. 이미 여당

과 야당의 총선을 향한 전면전은 시작됐다. 그들

은 소셜 미디어라는 자유의 공간에서도, 이제 황량

한 느낌마저 드는 골목 시장에서도, 그리고 한·미

FTA 관련 시위 현장에서도 오직 ‘표’를 위해 충돌

할 것이다.

바로 지금 트위터상에서 떠오르는 논제를 ‘해시

태그’와 ‘트렌드’를 살펴보며 감지하라. 그리고 경쟁

사보다 먼저 관련 인물을 면 대 면으로 인터뷰할 기

자를 파견하라. 예민한 ‘코’로 논제의 중요성을 감

지하고, ‘발’을 이용해 취재원에게 달려가며, 마침내

그를 만나 노련한 기자만이 할 수 있는 날카로운

‘화살’(질문)을 쏜다. 그렇게 작성된 기사에는 어느

사이엔가 수만, 수십만의 ‘리트위트’가 따라붙을 것

이다.

이 원고의 핵심은 본래 선거 보도에 초점을 맞추

는 것이었지만 글을 전개하면서 전반적인 소셜 미

디어 전략으로 확장된 면이 있다. 그러나 선거 보도

이든 일반 보도이든 이제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가

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기성 매체들은 일반 이용자

들이 게이트 키퍼가 되고, ‘좋아요’ 버튼을 통해 자발

적인 언론사 홍보 요원이 되는 ‘소셜의 시대’를 맞아

선거 보도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취재, 기사 작성, 배

급의 전 과정에서 새로운 레볼루션을 단행할 호기

를 맞고 있다. 살아남느냐, 아니냐는 얼마나 ‘소셜

화’되느냐에 달렸다.

‘소셜화’의 핵심은 가짜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

열심히 ‘좋아요’ 버튼을 눌러 인기를 조작하는 데 있

지 않다. 오히려 기존 보도에서 제공하지 못했던 ‘관

점’을 보여 주고, 이용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마음을

울리는 ‘휴머니즘’으로 가득 찬 기사를 내보낸 뒤 이

용자들이 언론사의 웹사이트나 페이스북 페이지를

방문할 때 어떤 ‘유저 경험’(UX: User Experience)

을 겪게 되는지 자세히 살펴서 꼼꼼히 배려해 주는

스티브 잡스의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

‘소셜’의 입이 풀리는 새로운 선거법의 시대에는,

그런 배려를 가진 후보자가 소셜 공간에서 인기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런 배려를 가진 언론사가 높은 평

판을 얻게 될 것이다.

기성 매체들은 일반 이용자들이 게이트 키퍼가 되고, ‘좋아요’ 버튼을 통해 자발적인

언론사 홍보 요원이 되는 ‘소셜의 시대’를 맞아 새로운 레볼루션을 단행할 호기를 맞고 있다.

살아남느냐, 아니냐는 얼마나 ‘소셜화’되느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