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히든 챔피언' 독일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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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히든 챔피언독일에 가다 안철수의원실 <월간 안철수> 창간호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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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 Fi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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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히든 챔피언’ 독일에 가다안철수의원실

<월간 안철수> 창간호 부록

“메르켈 총리는 독일의 ‘industry 4.0‘ 경쟁력을 전 세계에 알리고, 핵심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이런 혁신 공장들을 직접 방문합니다.

‘미래로 가기 위해 현재의 문제를 푸는 정치’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월간 안철수> 창월호 부록

안철수, ‘히든 챔피언’ 독일에 가다

안철수, ‘히든 챔피언’ 독일에 가다

1. 들어가며

2. 소프트웨어 히든 챔피언, ‘브레인랩’(Brainlab)

3. 기어박스 분야의 최강가, ‘렝크 시스템’(Renk Systems)

4. 로봇 하나로 승부, ‘쿠카 로보틱스’(KUKA Robotics)

5. 현장 직원 아이디어로 혁신, ‘지멘스’(Siemens)

6. 특화된 국책연구소, ‘막스플랑크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7. 히든 챔피언은 독일, 창업은 미국에서 배운다

8. 실로콘밸리 와이-컴비네이터와 유사한 ‘뮌헨대학 기업가정신센터’

9. 현장에서 배워 한국경제 해법 찾는다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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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히든 챔피언, 제조업이 강한 나라 독일

일단 전반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이번에 독일에 가서 ‘히든 챔피언’ 세 개 회사, 대기업 지멘스(Siemens), 연구기관 LMU(뮌헨대학), 막스플랑크연구소(MPI). 이렇게 여섯 군데를 갔는데요.

독일의 ‘히든 챔피언’ 강소기업들과 대기업을 보고 나니 ‘독일은 히든 챔피언이 정말 강하구나’, ‘제조업이 강하구나’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어요. 우리나라 제조업이 잘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가 잘하는 분야는 대량생산 기술인 것 같아요. 이번에 제가 보고 온 곳은 대량 생산이 아니라 주문형 소량 생산을 잘하는 기업들이었어요.

그중 한 곳이 ‘기어박스’(구동축을 회전시키는데 필요한 동력을 전달하기 위한 각종 기어가 내장되어 있는 박스)라고, 배에서 엔진과 프로펠러를 연결해주는 부분, 탱크에서 엔진과 캐터필러(caterpillar)를 연결하는 부품들을 만드는 공장이었어요.

탱크 기어박스 같은 경우 (모델마다 다른 기어박스를 써야 해서) 한 종류로 만드는 개수가 많아 봤자 100개 정도, 배 기어박스 같은 경우는 배마다 각각 다른 기어박스를 만들어야 하더라고요.

당연히 대량 생산보다는 높은 수준의 정밀도와 품질을 요구하는 주문형 소량 생산 방식이 필요한데요. 이렇게 고도의 기술과 정밀도, 그리고 오랫동안 견디는 내구성까지 요구되는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 분야에서는 독일을 따라가기가 참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마침 제가 갔던 기업들이 다음 주에 메르켈 수상이 방문하기로 예정이 된 곳이었는데요. 운이 좋았던 셈이죠. 지멘스의 공장, 쿠카 로보틱스(KUKA Robot-ics) 두 군데를 메르켈 총리가 다음 주 월요일에 다녀갔더라고요.

거기 가보니 건물에 페인트 칠도 하고 단장 중이었는데, 공장 사람들이 총리 방문을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게 참 인상적이었어요. 독일 총리가 따로 방문할 정도로 대표적인 기업을 볼 수 있어서 짧은 독일 방문 기간이었지만 성과가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공장들을 독일에서는 ‘인더스트리 4.0’ (in-dustry 4.0)‘이라고 하는데요. 제조업 중에서 높은 수준으로 자동화되고 지능화된 제조업 공정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는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라고도 부르는데, 독일 제조업의 경쟁력이 참 대단하단 걸 많이 느꼈습니다.

메르켈 총리 60세 생일 전 국민이 축하

한 국가의 사회·문화·제도와 국민이 함께 ‘존경받는 정치 지도자’ 만들어

방문한 곳에서 메르켈 총리 이야기를 많이 듣다 보니 독일의 정치 분야에 대해서도 느낀 게 많아요. 메르켈 총리가 2005년에 취임을 해서 올해가 만 10년이 되는 해인데요. 독일 사람들 말로는 지금도 지지율 조사를 해보면 70% 정도 나온다고 해요. 실제로 인기도 많고요.

정치인으로서는 드물게 60세 생일을 전 국민이 축하해줬답니다. 지금까지 독일에서는 수상이 60세 생일 맞았다고 이렇게 축하해 준 적은 없었다고 하네요. 어떤 사람은 그 말까지 하더라고요. ‘우리 수상은 임기가 없어서 다행이다.’ 아마 메르켈 총리가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뜻인 것 같은데. 그걸 보면서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치 지도자가 참 부럽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런 모습은 물론 정치인도 노력해야 하지만, 한 국가의 전체적인 문화나 유권자, 국민이 함께 만들어 온 결과라고 생각해요. 어떤 분들은 메르켈 총리의 인기를 보며 내각책임제의 장점이라고 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내각책임제 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과 일본인데요. 독일은 지금까지 내각책임제 시작한 이래로 메르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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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째 수상입니다. 우리나라 대통령보다 숫자가 적어요. 그런데 같은 기간 일본은 수십 명의 수상이 계속 많이 바뀌었잖아요. 그래서 그게 꼭 제도의 문제만으로 국한해서 이야기할 순 없고요. 존경받는 정치 지도자가 있다는 건 어쩌면 함께 만들어가는 게 아닌가. 정치 지도자와 사회의 문화와 제도와 국민들까지 다 함께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제도는 한 부분이지 그걸로 모든 게 설명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MPI 보고서 직접 전달받는 메르켈 총리

 

메르켈 관련해서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게, 막스플랑크연구소 소장을 만났는데요. 소장은 6개월 동안 수많은 전문가들과 함께 보고서를 만드는 일은 한다고 해요. 그 보고서를 베를린에 가서 수상한테 직접 보고를 한데요. 그리고 보고가 끝나면 수상이 그 보고서를 직접 자기 손으로 전달받고 품에 안고 사진을 찍어요. 이런 행사를 매년 하는 거죠.

이게 참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본인도 전문가니까 내가 이 내용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누구를 통하지 않고 내가 직접 당신들이 힘들여서 만든 이 보고서를 챙겨서 정책에 반영하겠다.’ 저는 그런 뜻이 있는 것 같아요. 정말 국가적으로 중요한 보고서를 이렇게 품에 안고 사진을 찍는 게 지도자로서 굉장히 좋은 모습인 것 같아요. 한 나라의 지도자가 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가를 나타내주는 매우 상징적인 모습 같아요. 이런 중요한 보고서를 비서를 통해 받고 그러는 게 오히려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게 아닌가 싶어요.

2. 소프트웨어 히든 챔피언, ‘브레인랩’

회사 장기적 성장 위해 상장하지 않는 히든 챔피언, 브레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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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인력 빼가는 경우 때문에 어려움 겪기도

그 다음 이제 각론으로 들어가 보면, 제가 처음 방문한 곳이 브레인랩(Brainlab)이라는 회사였어요. 의학에서는 뇌의 종양이나 상처 부위를 치료하기 위해서 굉장히 정교하게 해당 부위를 정확하게 표시하고 치료제를 집어넣는 과정 등이 필요한데요. 브레인렙은 그 과정을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만을 취급하는 회사입니다. 역사는 25년이 되었고요.

이곳 창업자가 처음 회사 만들 때 책을 먼저 냈는데요. 관련 책을 먼저 내고 그 인세를 받아 창업을 했데요. 다른 자금을 끌어온 게 아니고요. 25년 지난 지금까지 오너가 직접 경영을 하고 있고요. 상장도 가능한데도 상장을 안 하고 있어요. 아마 상장을 하게 되면 돈은 많이 벌 수 있을지 몰라도 회사가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가는 건 힘들어진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주식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라는 주주들의 압력이 심한데요. 경영자가 주주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경영하기는 어렵기 때문이죠. 그래서 회사를 장기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지금도 주식시장에 상장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꽤 많은 히든챔피언들이 이런 방식으로 운영 하는 것 같아요.

정부 지원이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전혀 없데요. 기업 자체적으로 연구하거나 대학하고 협력해서 연구를 하지 정부에 기대고 하는 건 없다고 해요. 그럼 어려운 점이 뭐냐고 물으니 ‘인력 빼가기’ 문제래요. 그런데 대기업에서 빼가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인력을 빼간 데요.

뮌헨에는 지적 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관련해서 공공기관이 많데요. 독일 특허청뿐만 아니라 EU 전체 특허청도 뮌헨에 있어요. 기술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특허 심사를 하는데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기들이 주는 월급보다 더 많은 월급을 주고 정부에서 인력을 빼간다고 하네요. 그래서 굉장히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는 지금 브레인랩에서 하는 일이 사람을 살리는 일이니까 월급이 조금 적더라도 계속 같이 일하자고 직원들을 설득한답니다.

히든 챔피언이 살아남는 법, “빨리 혁신하는 수밖에 없다”

한 가지 집중하고 나머진 아웃소싱, 파트너십 구축

그리고 브레인랩을 보니까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CT 같은 여러 의료기구들과 연관이 되어 있는데요. 여러 기구들까지 만들면 한 분야에 집중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말고 필요한 하드웨어들은 전부 아웃소싱을 한데요. 어떤 경우에는 대기업에서 하드웨어를 사가지고 와서 일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느냐고 물어봤더니 빨리 혁신하는 수밖에 없답니다. 자기들은 지금 독일 내에서가 아니라 미국에 있는 더 큰 세계 1위 업체와 세계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기업 규모가 미국 업체의 1/10 정도밖에 안되고 매출이 2천억 정도에 불과하니까 조금이라도 더 빨리 혁신하는 게 유일하게 살아남는 길이라고 해요.

그리고 가능한 많은 파트너를 만든다고 해요. 자체적으로 하드웨어를 만들 수 있지만 그러기보다는 오히려 하드웨어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어서 그곳을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협력하면서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들을 들었어요.

3. 기어박스 분야의 최강자, ‘렝크 시스템’

다음에 렝크 시스템(Renk Systems)이란 곳을 갔어요. 창업자 이름을 딴 곳이라고 하는데요. 회사가 두 군데가 있어요. Renk AG라는 곳이 모회사인데 기어박스를 만든데요. 엔진하고 배의 프로펠러, 탱크의 케터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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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rpillar) 사이에 쓰이는 부품을 만드는 것이죠. 기어 박스는 속도를 조절할 때도 필요하지만, 탱크 기어박스 같은 경우에는 브레이크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고 합니다. 그걸 만드는 곳이 Renk AG입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테스트 장비를 만드는 데가 Renk Test System GmbH이라고 해요. 원래는 한 회사였는데 기어박스 만드는 것과 테스트 시스템을 만드는 게 워낙 성격이 달라서 100% 자회사로 분리되었다고 해요.

기어박스란 것이 대량생산이 아니라 주문형 소량생산이 적합한 제품인데요. 기어박스 하나가 사람 키 몇 배 되는데 그 정밀도가 정말 놀라워요. 정교하게 쇠를 다듬고 깎아내서 톱니바퀴를 만들고, 그 톱니바퀴들이 오차 없이 동력을 전달해야 하고 내구성도 뛰어나야 하니까요. 그런 기술은 독일을 따라가는 데가 없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가 따라가려면 정말 더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른 기업들이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특화하고 경쟁력을 갖춰 오랫동안 승승장구하는 게 ‘히든 챔피언‘이 되는 비결이 아닌가 싶어요.

4. 로봇 하나로 승부, ‘쿠카 로보틱스’

로봇 사업 유망해도 협력사에게 맡긴다

 

그다음이 쿠카 로보틱스(KUKA Robotics)라는 곳인데요. 이 기업은 역사가 100년이 넘고 2조 원 규모의 상장회사였어요. 여기는 보니까 로봇을 주로 만들어요. 예를 들면 의료장비에도 로봇이 필요한데요. CT만 봐도 혼자 회전하고 사람 머리를 기계 속에 넣고, 환자가 누워있는 침대로 들어 올리거나 옆으로 기울이고 하는데, 이게 다 로봇 시스템이에요. 이 회사가 그 로봇 시스템을 제공하는 거죠.

쿠카에서 만드는 로봇 가지고 의료장비회사에서는 최종 제품을 완성해요. 쿠카는 로봇까지만 하는 거지요. 더 이상은 하지 않아요. ‘브레인랩’이라는 곳도 소프트웨어만 하고 하드웨어는 하지 않고, ‘렝크 AG’나 ‘렝크 테스트 시스템’도 기어박스만 하지 엔진은 다른 기업에서 사 오는 것처럼, ‘쿠카 로보틱스’도 로봇만 하고 로봇을 응용해서 의료장비를 만드는 건 안 해요. 그건 다 납품을 받아요.

지멘스도 전에는 의료장비를 만들다 보니까 로봇을 했데요. 그런데 자기들이 로봇 분야에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30년 전에 자기들은 로봇 안 만들겠다고 했데요. 그 대신에 쿠카 로보틱스 로봇을 쓰겠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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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관계가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죠. 로봇사업이 유망하지만 지멘스는 직접 안 뛰어들고 협력사에 맡기는 거죠. ‘우리나라 대기업하고는 좀 다르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됐었어요. 로봇도 계속 성장하는 시장이고 계속 혁신들이 필요하고, 인더스트리 4.0에 공장 자동화에 이 로봇이 또 필수적이거든요. 그런데 이걸 협력업체에 맡기는 거죠.

미래로 가기 위해 현재의 문제를 푸는 것이 정치

메르켈이 쿠카 로보틱스를 방문한 이유 중 하나가 ‘인더스트리 4.0’ 내지 ‘스마트 팩토리’를 독일 내에서 널리 알리고 외국에도 알리기 위해서래요. 독일이 경쟁력을 갖춘 핵심 산업으로 키우려고 직접 수상이 하루 동안 방문을 했던 것 같아요.

이 공장들이 다 베를린에서 멀어요. 그럼에도 거기까지 가서 방문한다는 게 참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독일 정치인은 이런 걸 하는구나, 전문가들로부터 직접 보고서를 받고, 직접 가장 유망한 곳을 방문하고…’ 한마디로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정치 같다. 미래로 가기 위해 현재의 문제들을 푸는 것이 정치를 하는 방식인데, 그런 점에서 독일이 참 부럽다고 생각했어요.

5. 현장 직원의 아이디어에서 혁신, 지멘스 암베르크 공장

그리고 지멘스를 갔어요. 지멘스 공장들은 많이 흩어져 있는데, 그중에서 독일 남부에 있는 암베르크(Am-berg) 공장에 갔어요. 뮌헨에서 꽤 떨어져 있어요. 뮌헨에서 두 시간 정도 가야 하는 거리거든요. 서울 대전보다 더 먼 것 같아요.

이 공장은 자동화 비율이 높은데, 무엇보다 식스 시그마(Six sigma, 품질 혁신과 고객 만족을 달성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실행하는 21세기형 기업 경영 전략)에도 부합할 만큼 에러률이 낮아요. 거의 99.9999% 정도로 성공률이 높죠. 제조업의 경우 불가피하게 불량품이 많이 나오는데, 이 공장은 그렇지 않다고 해요. 끊임없은 혁신의 결과라고 하네요. 암베르크 공장이 그 대표적인 공장이었어요.

이 공장의 장점 중 하나가 끊임없는 혁신의 아이디어 중 많은 부분이 현장 직원들로부터 나온다고 해요. 직원들이 현장에서 일하면서 ‘이런 부분을 개선하면 좋겠다’고 건의하면 바로 반영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거죠. 끊이지 않고 물건 만드는 컨베이어 벨트 같은 게 있는데 여러 공정에서 혁신들이 이뤄지고 있고, 로봇들도 계속 투입되는 과정들이 인상 깊었어요. 

6. 특화된 국책연구소, 막스 플랑크 연구소

 

국책연구소 특화 시키고, 명확한 평가 지표 개발해야

회사 네 곳 이외에 연구소인 막스플랑크연구소(Max Planck Institute)를 갔어요. 막스플랑크협회 산하에 여러 연구소가 있는데, 이곳은 기초과학 쪽을 주로 하는 연구소예요. 또 다른 연구소는 응용 쪽을 많이 다루고요.

X축을 특허 숫자라고 하고 Y축을 논문 숫자라고 한다면, 막스플랑크연구소는 특허 숫자보다는 논문 숫자가 많고, 대신 다른 연구소는 논문보다는 특허를 주로 내는 식으로 특성화가 잘 되어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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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책연구소들도 명확한 지표를 가져야 할 것 같아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식이 아닌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을 구분을 해서 어떤 곳은 논문 수를 중심으로, 어떤 곳은 특허 수를 중심으로 본다든지 해야 할 것 같아요. 아니면 특허 숫자가 꼭 (사업화 성과를) 반영하는 건 아니니까, 얼마나 많이 특허를 라이선싱 했는가, 사업화를 얼마나 했는가 등도 넣을 수 있죠. 사업화가 안 되는 특허는 소용이 없는 거잖아요. 그런 식으로 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정부 R&D 예산, 중견 기업에 집중

독일 전체적으로 R&D 예산의 1/3 정도가 정부에서 집행하는 거고, 2/3 정도는 산업계에서 집행하는 거래요. 아마 우리도 산업계에서 집행하는 게 많을 텐데요.

그런데 독일 정부에서 집행하는 걸 보면 대부분 중소기업 쪽에 많이 집중을 한데요. 그리고 독일은 우리나라와 달리 연구개발에 대해 세제혜택이 없다고 하네요. 우리나라는 세제혜택이 꽤 많은 편이고 이 혜택을 대기업들이 거의 다 가져가고 있는데요. 독일은 중견 기업에서 연구가 필요하면 그 비용의 정부가 50%를 대준데요. 모럴 해저드가 생기지 않게 정부에서 비용의 절반을 대고 중견 기업에서 나머지 절반을 대서 연구소에서 연구를 하는 방식이 가장 많은 것 같아요. 중견 기업에 정부의 연구비 지원을 집중하고,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할 수 있게 자유롭게 놔둔다는 점이 인상 깊었어요.

7. 히든 챔피언은 독일, 창업은 미국에서 배운다 

히든 챔피언 정책과 벤처 정책의 충돌 고민하는 독일

 

요즘 독일도 고민이 있어요. ‘히든 챔피언’은 기업의 역사가 오래되고, 가족들이 대대로 경영을 하고, 비상장인 경우가 많은데요. 그러다 보니 기업을 대기업으로 키우거나 상장하기보다는 한 분야에서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죠. 히든 챔피언 기업들이 추구하는 혁신이란 ‘점진적인 혁신(incremental innovation)’, 즉 완전히 점프하는 혁신이 아니고 계속 끊임없이 조금씩 혁신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독일에서도 벤처들은 그렇지 않아요. 벤처들은 가능하면 빨리 대기업이 되려고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혁신도 점진적인 게 아니라 ‘파괴적 혁신(de-structive Innovation)’을 원하고요.

독일 정부도 이런 히든 챔피언과 벤처 기업 사이의 차이가 고민이래요. 두 개의 정책이 불가피하게 충돌할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하면 그 충돌을 피할 수 있는지가 고민인 것 같아요. 독일은 상대적으로 기업가정신(도전 정신)이나 창업이 활발하지 않다고 합니다. 오히려 독일에서는 창업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한국을 스터디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정도라는 걸 알았어요.

독일은 중견 기업과 히든 챔피언들을 어떻게 잘 육성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좋은 모델케이스이지만, 창업 부문에서는 독일보다는 미국에서 배우는 게 나은 것 같아요. 현장을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독일도 M&A가 활발하지 않아 고민

 

어쩌면 많은 것들이 다 연관되는 거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M&A가 활발하지 않는 이유는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을 M&A 하는 것보다 인력을 빼오는 게 비용이 더 적게 들기 때문인데요. 그러다 보니 새로운 벤처기업은 계속 무너지고, 1등 기업은 계속 1등을 하는 그런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거지요. 벤처기업이 실패를 많이 하니까 투자도 끊어지게 되고요. 엔젤 투자 액수도 굉장히 적고요. 그 악순환 고리가 바로 한국 상황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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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도 비록 대기업이 ‘인력 빼가기’ 하는 경우는 적지만 M&A가 굉장히 낮은 걸 보면, 창업도 적고 투자도 적어 순환 고리가 잘 작동하지 않아 고민 중인 건 아닌가 싶어요. 물론 우리나라보다는 M&A 비율이 높기는 하지만요.

8. 실리콘밸리 와이-컴비네이터와 유사한 ‘뮌헨대학 기업가정신 센터’

마지막으로 뮌헨대학의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센터에 갔어요. 창업을 하고 회사를 팔아 본 경험이 있는 분이 소장을 맡고 있었어요. 소장님이 학생들을 데리고 여러 활동을 열심히 해요. 짧은 시간에 굉장히 발전했더라고요.

대학과 연결해 사업을 진행하는데 센터를 통해 여러 활동을 해요. 창업자들로부터 지원서를 받아 그중에서 6개월 단위로 15명을 선발한데요. 그 사람들을 센터 내

에 공간을 주고, 6개월 동안 계속 사업 계획을 가다듬게 하고 교육을 시키고 그다음에 내보낸답니다.

결과적으로 다른 벤처캐피털로부터 펀딩 받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고 하던데요. 그래서 제가 실리콘밸리의 와이-컴비네이터(Y-Combinator)하고 비슷한 일을 하는구나 물었더니, 그렇데요. 그런데 와이-컴비네이터는 비록 소액이지만 파이낸싱도 직접 하거든요. 옛날에 제가 들었던 기억으로는 한 2만 달러 정도? 지분 7%? 이 정도 파이낸싱은 한다고 들었어요. 뮌헨대학 기업가정신센터는 파이낸싱은 하지 않는다고 해요. 그게 아마 와이-컴비네이터와 다른 점 아닌가 싶었어요.

다른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해커톤(hackerthon) 대회 같은 것도 한다고 그래요. 주로 앱(App) 관련 대회를 많이 하는데, 6개 정도 팀을 선발해서 자기들끼리 경쟁해 아이폰용이나 스마트폰용 앱을 만드는 경진대회를 벌인다고 합니다. 그 밖에 다른 활동도 많이 하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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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현장에서 배워 한국경제 해법 찾는다

지금까지 독일에서 살펴봤던 것들을 편하게 이야기했는데요. 탁상공론이 아니라 실제 현장을 가서 우리가 배울만한 모델케이스들, 이미 여러 시행착오를 해서 경험이 축적된 선진국들 사례를 보는 것이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CES에 가서도 전 세계 혁신 경쟁을 하는 그 전쟁터 같은 현장을 보고 여러 가지 많은 배움을 얻어서 왔고요. 이번에 독일에 가서 독일의 가장 핵심적인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는 ‘히든 챔피언’이라는 강소기업과 제조기업들을 직접 현장을 보고 왔고요.

이런 것들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서 제가 생각한 해결책을 만들고, 그 해결책들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정책들, 입법 활동들을 꾸준히 펼쳐갈 생각입니다.

(끝)

<월간 안철수> 창간호 부록

안철수, ‘히든 챔피언’ 독일에 가다

기획 김태형 · 편집 김우곤 · 사진 방영문

제작 안철수의원실 (2015. 3. 10)

http://monthlyah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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