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294
§ 케냐부터 종단기 고고 아프리카(중동)

Upload: max-africa

Post on 20-Mar-2016

229 views

Category:

Documents


10 download

DESCRIPTION

케냐, 탄자니아, 잠비아, 나미비아, 남아공까지 육로 종단 후기 ( 남아공 월드컵 기간)

TRANSCRIPT

Page 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 케냐부터 종단기

고고 아프리카(중동)

Page 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소개글

여행하면서 제가 보고 느끼고 겪었던 것들을 한번 엮어 볼까 합니다. 제 블러그 (worldcup.tistory.com)에도 그때그때 포스팅

하기는 했지만 책으로 엮으면 좀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Page 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1

2

3

목차

1여행 둘러보기

342세-아빠-직장인, 민간인 족쟁이의 로망

5여행 루트 (케냐 to 남아공)

10월드컵 여행을 위한 준비

15배낭 꾸리기

18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215/16 프랑크푸르트, 쮜리히 찍고 나이로비

225/17 나이로비, 현지 적응훈련^^

275/18 나이로비 기차역 나들이

315/19 카렌 블릭센 박물관 & 커피 가든

355/19 나이로비-몸바사, 뿅가는 기차랍니다

385/20 기차가 선물하는 케냐 초원의 아침

435/20 바다가 있는 케냐, 몸바사

505/21 몸바사-다르, 버스가 사람잡겠네!

575/22 한.일.탄-3개국 친선 동네 축구대회

615/23 잔지바르, 그냥 눌러 앉아 살고 싶다!

715/24 잔지바르 Spice Tour

785/24 잔지바르 페리에서 바라보는 일몰

815/25 2박 3일을 달리는 타자라 열차

945/28 루사카-리빙스턴 찍고 빅폴까지

1035/29 쵸베 국립공원, 코끼리 똥꾸녕 100개!

1145/30 잠베지 강을 향해 번지 점프!

1165/31 짐바브웨쪽에서 본 빅폴의 장관

1206/2 한국 여행자들과 조인! 나미비아로!

1296/5 스와콥문트, 여기 아프리카 맞나요?

1406/6 월드컵의 나라, 드디어 남아공!

147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1496/8 희망봉에서 진짜 바다를 보았네!

1576/9 드디어, 월드컵 티켓을 내 손에!

1596/9 펭귄의 마을 - Simon's Town

1616/10 Mossel Bay에서 와인의 향기에 취하고

1686/11 포트 엘리자베스 - 결전 하루 전!

1766/12 그리스를 2대0으로 납작 눌렀어요

1816/13 해변이 아름다운 포트 엘리자베스

Page 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4

1896/14 Addo Elephant National Park

1936/15 요렇게 럭셔리한 숙소는 어때요?

1966/16 요하네스버그 입성

2016/17 모든 것이 빗나간 조벅

2066/18 가족들을 한국으로 보내고...

2106/20 드라켄스버그, 남아공의 히말라야?

2206/21 더반은 해운대 분위기군요!

2246/22 16강 진출! 더반 접수!

2286/24 남아공 국가 들어보셨나요?

2316/25 다시 찾은 포트 엘리자베스

2366/27 아쉽다! 포트 엘리자베스!

2426/29 우여곡절 끝에 블룸폰테인

2516/30 깔끔 안전한 블룸폰테인 둘러보기

2557/2 다시 조벅, 나의 마지막 경기

2627/4 SOWETO, 아픔과 희망이 공존하는 곳

274여행을 마치고

277부록1. 여행전 고래했던 루트들

280부록2. 나의 월드컵 연대기 (1982~2010)

284부록3. 아프리카에 관한 책들

287쫑! 감사합니다!

Page 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1여행 둘러보기

Page 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 여행자

◦ 42세(남), 직딩, 아들 하나 아내 하나

◦ 왕 축구팬, 포항 스틸러스 서포터

◦ 2006년 독일월드컵 육로 여행 (중국-몽골-러시아-폴란드 찍고 독일)

• 여행 기간

◦ 5월 16일(출국) ~ 7월 8일(귀국)

◦ 총 53일

• 여행 개요/컨셉

◦ 단독, 배낭 여행 (중간에 1주일 정도 가족 합류)

◦ 입출국 비행편 외에는 모두 육로 여행 (버스 & 기차)

◦ 케냐에서 출발하여 월드컵 한국 첫 경기 전에 남아공 입성

◦ 2010 남아공 월드컵 관전 (한국 예선 3경기, 16강전, 8강전)

• 방문 국가/도시

◦ 케냐 - 나이로비, 몸바사

◦ 탄자니아 - 다르에스살람, 잔지바르

◦ 잠비아 - 루사카, 리빙스톤

◦ 짐바브웨 - 빅폴 타운

◦ 보츠와나 - 쵸베 국립공원

◦ 나미비아 - 빈트후크, 스와콥문트

◦ 남아공 - 케이프 타운, 모셀베이, 포트 엘리자베스, 요하네스버그, 더반, 언더버그, 블룸폰테인

◦ 싱가폴 (귀국시 Stop-over)

• Best 3 여행지를 뽑는다면?

◦ 잔지바르 (파라다이스가 이런 모습일까?)

◦ 빅폴 (웅장한 폭포, 황홀한 번지 점프)

◦ 드라켄스버그 (남아공에서 히말라야 트래킹하는 기분이랄까? 히말라야는 못가봤지만... ㅋㅋ)

• Best 3 Activity를 뽑는다면?

◦ 나이로비-몸바사 열차 (야간, 침대, 1등석, 1박 2일, 서비스 짱)

◦ 빅폴 번지 점프 (110미터 상공, 리빙스턴 다리에서 잠베지 강을 향해 강심장 다이빙)

◦ 스와콥문트 사막의 4륜 바이크 (사막의 아름다움 & 스릴 넘치는 드라이빙)

• Worst 3를 뽑는다면?

◦ 몸바사-다르에스살람 장거리 버스 (거의 전신마비 직전)

◦ 요하네스버그의 물가 (특히, 교통비는 완전 후덜덜)

◦ 사람이 꽉 찰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하는 남아공의 장거리 미니버스택시

2ㆍ 여행 둘러보기

Page 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 아프리카 여행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 힘들지 않냐구요? - 얼마든지 견딜만 합니다.

◦ 불편하지 않냐구요? - 얼마든지 참을만 합니다.

◦ 위험하지 않냐구요? - 얼마든지 피할 수 있습니다.

42세-아빠-직장인, 민간인 족쟁이의 로망

42세(1969년생), 남자, 회사원, 아들 하나 (아내도 하나 ^.^)!

배낭하나 짊어 지고 어딘가로 훌쩍 떠나기에는 여러가지 걸림돌이 많은 스펙이죠?

그래도, 축구를 좋아하기에 다른 것은 다 양보해도 월드컵만은 양보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꾹 참고 지내도 월드컵에 대한 생각, 여행에 대한 생각이 머리속 어딘가에서 꿈틀거리거든요.

월드컵은 단순히 우승팀을 가리기 위한 축구 대회가 아닙니다. 제가 현장에서 느낀 월드컵은 축구 대회 이전에 전 지구적인 축

제였습니다. 2002년에도 그랬고, 2006년에도 그랬고, 이번 2010년 남아공 월드컵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축구를 매개로 전 세계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자기들만의 자부심을 맘껏 표현하고, 함께 출전한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무한

한 경의를 표하고, 개최국의 노고에 감사하며, 그곳의 사람들과 하나가 되는 축제의 마당입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제가 좋아하는 축구를 즐기는 것과 동시에, 개최국과 개최 대륙의 문화와 사람들을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

는 더 없이 좋은 여행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1998년, 맨 처음 붉은악마란 이름으로 몇 명의 사람들이 프랑스 월드컵에 갔습니다. 축구장에서 만나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는

형님 한 분도 그들과 함께 프랑스 월드컵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당시에 병역 문제로 해외 여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T.T)

"월드컵에서 우리는 완전 촌놈이더라. 그리고, 우리나라는 섬나라더라. 유럽 애들이 기차타고 재미있게 월드컵을 보러 오는게

너무 부러웠어!"

여행 둘러보기 ㆍ 3

Page 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그래서... 우리는 술잔을 부딪치면서 한 가지 거대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언젠가... 기차를 타고 아시아 대륙을 가로질러서 유럽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보러가자!

핏발 서린 응원전을 위해 가는게 아니라, 대륙을 느끼며 여행을 하자! 축제를 보러가자!

그리고, 2006년에 우리 두 사람은 인천항을 떠나 중국으로, 그리고 다시 몽골-러시아-폴란드를 거쳐서 독일 월드컵을 다녀왔

습니다. 아름다운 자연, 끝없이 펼쳐진 대륙의 초원을 가로지르는 열차, 밤하늘을 온통 뒤덮은 수억만개의 별들, 다양한 사람들

과 문화... 비행기로 훌쩍 다녀오는 것이 아닌, 기차와 버스로 느릿느릿 달리는 육로 여행의 여유와 즐거움...

월드컵은 축구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아닌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여행의 기회는 없다!

그래... 4년에 한 번만 무리하자!

4년이라는 시간이면 무엇이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닌가!

축구만 보고, 응원만 하기에는 너무 아까워...

그렇게... 2006년 독일 월드컵을 마치자마자 또 다른 4년짜리 계획을 세우고 조금씩 조금씩 준비를 했습니다. 돈을 마련하고,

보너스 항공권을 받기 위해 신용카드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아내를 설득하고, 회사를 설득하고,

아들 녀석을 세뇌시키고...^^

4년을 준비하니까 되더군요. ^^

기나긴 준비의 기간이었고 여러가지 걸림돌도 많았고, 이런저런 갈등도 있었지만... 결국은 되더군요. 회사에 말을 꺼내기가 너

무 힘들지만, 퇴직금 받아서 여행할 각오를 하니까 마음이 든든해 지더군요. 돈이 좀 부족하긴 해도, 자동차 업그레이드를 꾹

참으니까 되더군요. 처갓집 눈치가 좀 보였지만 견디지 못할만큼은 아니었고 아내도 결국은 제 편이 되어 주더군요.

어쩌면, 40대 직장인 아빠의 모습으로는 너무 철없는 행동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재미있는 걸 어떡해요... 꼭 하고 싶은걸, 안하면 미칠것 같은걸...

맛을 못봤으면 모르겠지만, 한 번 맛을 본 이상 도저히 끊을 수 없는 마약처럼 되어 버린걸...

맛을 보면 볼수록 더 깊숙히 빠져들게 되는걸...

남아공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지금 너무 행복합니다.

마흔 둘의 나이지만 제 어깨는 20킬로그램이 넘는 배낭을 메고도 몇 킬로미터는 거뜬히 갈 수 있을만큼 튼튼하다는 걸 다시 확

인했습니다.

사무실의 의자에서 단련된 제 엉덩이와 등판은 스무 시간이 넘는 버스 여행에도 잘 견뎌 주었습니다.

스무살 이상 차이나는 여행자들과도 즐겁고 유쾌하게 친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 비해 더욱 노련하고 여유로운 눈빛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4ㆍ 여행 둘러보기

Page 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예전에 비해서 세상이 그리 낯설지 않고, 사람이 그리 두렵지 않았습니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맥주 맛을 깊게 즐길 줄 아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더 많은 것을 눈과 가슴에 담아 올 수 있었습니다.

모험 가득한 아프리카 여행, 힘들고 험난하고 위험한 여행이라구요?

예비군 훈련보다 10배쯤 힘들지만 1000배는 더 재미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한 번 떠나볼만 하지 않나요?

20대의 젊은 시절처럼, 다시 한 번 배낭 질끈 둘러메고, 저랑 같이 월드컵 보러 가자구요!

여행 루트 (케냐 to 남아공)

여행 둘러보기 ㆍ 5

Page 1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이번 2010 남아공 월드컵 여행은 케냐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여러가지 루트를 두고 고민했습니다.

케냐에서 마사이마라도 가보고 싶고, 탄자니아에서는 세렝게티도 가보고 싶었습니다.

빅폴을 본 후에는 보츠와나의 오카방고델타에 가보고 싶었고, 빅폴에서 기차를 타고 짐바브웨를 여행하고도 싶었습니다.

어느 한 곳도 놓치고 싶지 않았지만....

천천히 쉬엄쉬엄 모든 곳을 다 둘러보고, 모든 것을 다 체험해 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저는 반드시 한국의 월드컵 첫 경기가 열리기 전에 남아공의 포트 엘리자베스에 도착해야 했거든요.

(여행하는 중간중간... 아프리카를 느끼면 느낄수록... 제가 월드컵을 보러 가는 길이라는 걸 잊은 적이 몇 번 있습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잡은 루트는 케냐 나이로비에서 시작하여 탄자니아, 잠비아, 짐바브웨, 나미비아 거쳐서 남아공으로!

그리고, 신나게 월드컵을 즐기자!

남아공에서는 월드컵 결승전까지 볼 계획이었으나 8강까지만 보고 돌아왔습니다.

제가 월드컵 티켓을 너무 많이 신청해서 여분의 티켓을 반값 이하에 처분하다보니 비용 손실이 너무 컸기 때문에 일정을 앞당

기게 되었습니다.

10일정도 빨리 귀국하고, 예정됐던 준결승과 결승전 티켓을 제값(액면가)에 처분하니까 손실 비용이 얼추 만회되더군요.

무엇보다도... 16강전에서 너무 아깝게 지고 나니까 급격하게 흥이 떨어져 버렸습니다.

오랜 시간의 여행으로 가족들도 많이 그리웠고요.

그리하야...

5월 16일 출국해서 7개국을 거치는 월드컵 여행을 마치고 7월 8일 귀국!

총 51일이 소요되는 긴 여행이었습니다.

케냐(Kenya) 탄자니아(Tanzania) 잠비아(Zambia) 짐바브웨(Zimbabwe)

나미비아(Namibia) 남아공(South Africa)

날짜 국가 여정/숙소 교통편 출발 도착 설명

5/16(일) 인천 -> 나이로비(비행기) 비행기 14:05 18:10(+) 프랑크푸르트, 취리히 경우

5/17(월) 나이로비

6ㆍ 여행 둘러보기

Page 1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5/18(화) 나이로비

5/19(수) 나이로비 -> 몸바사 기차 19:00 08:25(+)1등석, 기차는 꾸지지만 서비스는

5/20(목) 몸바사

5/21(금) 몸바사 ->다르에스살람 버스 08:00 18:006시간 출발지연, 4시간 연착! 초죽

음....

5/22(토) 다르에스살람

5/23(일) 잔지바르 페리 아~ 환상의 섬! 파라다이스!

5/24(월) 다르에스살람

5/25(화) 다르에스살람 -> 카피리음포시 기차 15:50 09:26(++) Tazara Train (2박 3일)

5/26(수) (열차)4시간 연착. 오후 2시 넘어서 도착

T.T

5/27(목) 카피리음포시 -> 루사카 버스 미니버스 타고 4시간. 어둑어둑...

5/28(금) 루사카 -> 리빙스톤(빅폴) 버스 06:30 12:00Mazhandu 버스를 타세요! 좋아

요~

5/29(토) 빅폴

5/30(일) 빅폴 쵸베 사파리 투어도 하고...

5/31(월) 빅폴 번지 점프도 하고...

6/01(화) 빅폴 탁아소 아이들과 소풍도 가고...

6/02(수) 빅폴 ->빈트후크 버스 11:00 05:25(+) Intercape Bus (1시간쯤 연착)

6/03(목) 빈트후크 사막투어 못했어요... T.T

6/04(금) 빈트후크 -> 스와콥문트 기차 19:55 05:30(+)버스로 4시간거리를 기차로는 10

시간!

6/05(토) 스와콥문트사막에서 즐기는 환상의 4륜 바이

6/06(일) 빈트후크 -> 케이프타운 버스 16:30 13:30(+)Intercape Bus의 반값자리 꾸진

버스

6/07(월) 케이프타운

6/08(화) 케이프타운 렌트카

여행 둘러보기 ㆍ 7

Page 1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6/09(수) 모셀베이 렌트카 와이너리 방문

6/10(목) 제프리스베이 렌트카

6/11(금) 포트엘리자베스 마눌님 & 아들 합류. 가족 상봉!

6/12(토) 포트엘리자베스 (그리스전) 첫 승리 잡고!

6/13(일) 포트엘리자베스

6/14(월) 포트엘리자베스 Addo Elephant 국립공원 투어

6/15(화) 포트엘리자베스 -> 요하네스버그 버스 17:00 08:10(+)Intercape Bus (이놈도 3시간 연

착!)

6/16(수) 요하네스버그 Sandton 시내 나들이

6/17(목) 요하네스버그 (아르헨티나전) 4대1 패배로 급우울...

6/18(금) 요하네스버그 마눌님 & 아들 귀국

6/19(토) 언더버그 렌트카 레소토행 좌절... T.T

6/20(일) 언더버그 드라켄스버그 환상 트래킹!

6/21(월) 더반 미니버스 07:30 11:30언더버그 익스프레스 (그냥 봉고차

^^)

6/22(화) 더반 (나이지리아전) 앗-싸! 가오리~ 16강이닷!

6/23(수) 더반

6/24(목) 더반 -> 포트엘리자베스 버스 16:45 06:30(+)Citiliner 버스. (중간에 고장. 3시

간 연착)

6/25(금) 포트엘리자베스

6/26(토) 포트엘리자베스 (16강-우르과이)아... 너무 아까워서 미칠것 같았

음.

6/27(일) 포트엘리자베스

6/28(월) 블룸폰테인 미니버스사람이 꽉 찰때까지 몇 시간이고

기다림

6/29(화) 블룸폰테인다시 레소토행 시도했으나 끝내 좌

6/30(수) 블룸폰테인

8ㆍ 여행 둘러보기

Page 1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7/01(목) 요하네스버그 버스 07:50 13:20Intercape 버스 (1시간 30분 연

착)

7/02(금) 요하네스버그 (8강) 나의 마지막 월드컵 경기!

7/03(토) 요하네스버그Sandton 시내에서 남은 티켓 팔아

치움

7/04(일) 요하네스버그 소웨토(SOWETO) 투어

7/05(월) 요하네스버그

7/06(화) 요하네스버그 -> 싱가폴 비행기 굿바이 아프리카!

7/07(수) 싱가폴 시티 투어, Sentosa 섬 방문.

7/08(목) 대~한민국!

육로 여행은 긴 시간이 걸리고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특히 아프리카처럼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는 더욱 어려움이 많겠지요.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괜한 고생을 한다고도 합니다.

저 역시 육로 여행을 고집하지 않았다면 좀 더 많은 곳을 보고, 좀 더 많은 것을 해 볼 수 있었겠지요.

좀 더 쉽게, 좀 더 편리하게, 좀 더 느긋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겠지요.

그러나... 여러가지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육로 여행이 주는 기쁨을 포기하기는 어렵지요.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과 사람들, 기차에서 만나는 여행 친구들, 느리게 가는 여유, 밤하늘에 쏟아지는 수 많은 별들...

새벽 안개 자욱한 들판, 대지를 깨우는 일출, 그리고 석양을 붉게 물들이는 일몰...

그렇기 때문에 많은 여행자들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육로 여행을 주저하지 않는 것이겠지요.

월드컵을 보러 남아공에 가는 길도 즐거웠고, 남아공에서의 월드컵도 말할 수 없이 즐거웠습니다.

여행의 재미와 제가 좋아하는 축구 축제를 함께 즐길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언제 또 아프리카에, 아니면 남아공에 갈지 모르겠지만...

꼭 다시 한 번 아프리카에 가고 싶습니다.

마사이 마라, 세렝게티, 킬리만자로, 오카방고 델타에 가보고 싶습니다.

잔지바르에 더 오래 머물면서 섬의 구석구석을 보고 싶습니다.

짐바브웨의 열차를 타보고 싶고, 나미비아에서는 사막 투어를 하고 싶고, 나미비아의 데저트 익스프레스도 타 보고 싶고, 두 번

이나 시도했다가 끝내 가보지 못한 레소토에도 가보고 싶습니다.

여행 둘러보기 ㆍ 9

Page 1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남아공의 기차도 타보고 싶고, 케이프타운에서 더반까지 좀 더 여유있는 일정으로 가든루트를 돌아보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은 너무너무 많네요.

꿈을 꾸면 언젠가 이루어지겠죠?

꼭 다시 가보고 싶네요.

월드컵 여행을 위한 준비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월드컵!

월드컵은 대륙을 순환하면서 개최하기 때문에 4년에 한 번씩 다른 대륙의 나라들을 여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요.

저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축구팬들이 월드컵 여행을 하기 때문에 반가운 여행 친구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4년이란 시간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준비 기간이 넉넉하다는 것이 하나의 장점입니다. (4년간 꾸준히 신경쓰고 준

비하는 것이 좀 성가시긴하지만 말입니다. ^^)

제 주변에 저와 함께 4년간 월드컵을 준비했던 사람들이 몇몇 있지만, 최종적으로 남아공 땅을 밟은 사람은 저를 포함해서 두

명 뿐이었습니다.

4년이라는 시간동안 여러가지 변수들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막상 준비를 하더라도 실제로 실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기도 합

니다.

그러나... 여행을 좋아한다면, 축구를 좋아한다면...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월드컵이라는 축제를 놓치는 것은 너무 아깝지요.

2014년 브라질에서는 더 많은 여행자들과 함께 신나는 월드컵 축제를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4년간의 준비에 착수!

마일리지로 보너스 항공권 따내기

저는 42세 직장인입니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꽤 되지요. 그리고 휴대전화 이용량도 꽤 되고요.

4년간 요놈들 잘 모으면 아프리카 왕복 항공권 하나 따낼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4년간 신용카드와 휴대전화 마일리지를 아시아나 항공으로 집중시켰더니 8만마일쯤 모아지더군요.

아프리카 왕복을 위해서는 10만 마일리지가 필요한데, 기존에 제가 가지고 있던 마일리지, 그리고 와이프가 가지고 있는 마일

10ㆍ 여행 둘러보기

Page 1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리지를 조금 얻어오니까 10만 마일리지가 그리 어렵지 않게 만들어졌습니다.

공항이용료와 세금 등으로 약 50만원 정도 추가지불하고 왕복 항공권이 확보되었습니다!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육로로 독일까지 간 다음에 돌아올 때만 편도 항공을 이용했는데, 이때도 보너스 항공권(3만 5

천 마일리지 공제)으로 해결했습니다.

여행 좋아하는 분들 잘 아시겠지만, 편도 항공권 살려면 정말이지 눈물 핑 돌지요.왕복 항공권이라도 In-out이 다른 도시면 또

한번 눈물 고이게 만들고요.

마일리지를 이용한 보너스 항공권은 이럴 때 상당히 유용합니다.

항공 성수기만 피해서 일정을 잡으면 충분히 좌석 확보할 수 있어요. (단, 조금 서둘러서 예약 및 발권을 하셔야합니다. 좌석 수

가 몇 개 없거든요.)

대학생들의 경우에는 신용카드가 없는 사람도 많고, 설사 카드가 있어도 대부분 사용량이 그리 많지 않겠지요.

하지만, 직장인이라면 카드 사용량이 꽤 되기 때문에 4년간 잘 모으면 항공권 하나 따낼 수 있습니다!

2014년 브라질에 가실분들!

항공 마일리지 짱짱하게 쌓이는 신용카드로 갈아타세요. ^^

숙소 예약하기

월드컵 기간에는 초강력 성수기 요금이 적용됩니다.

특히 남아공의 경우에는 최하 2배 이상의 요금을 적용하는 살인적인 숙박요금 때문에 많은 여행객들이 불편을 겪었지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 최대한 빨리 알아보고, 최대한 빨리 예약하는 것!

두울, 예약 없이 가서 빈 곳 찾아 발품 파는 것! (어쨌든 발품을 팔면 구할 수는 있더군요. ^^)

저의 경우, 본선 조추점이 끝나서 우리나라의 경기 장소가 확정되자마자 바로 숙소 탐색했습니다.

이 때, FIFA의 월드컵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Accomodation 서비스를 통해 예약하면 편리하고 가격도 비교적 좋은 편입니다.

다만... 경기가 있는 날을 기준으로 경기 전날과 경기 다음날까지 3일 연짱으로만 예약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 약간

부담스럽습니다.

FIFA의 월드컵 사이트 외에 다음의 사이트들도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www.booking.com (약간 가격대가 높은 호텔들)

www.hostelworld.com (저렴한 호스텔, 게스트하우스, 백패커)

www.roomsforafrica.com (아프리카, 특히 남아공 숙소가 풍부함)

여행 둘러보기 ㆍ 11

Page 1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교통편 예약하기

월드컵 기간, 특히 경기 전날이나 다음날과 같이 사람들 이동이 많이 몰릴 때는 교통편도 많이 붐비게됩니다.

따라서, 최대한 미리 계획을 세우고 미리 예약을 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취소 수수료를 물어야하

긴 하지만... 계획을 꼼꼼하게 잘 세워야죠.)

교통편은 숙소와 달리 현지에 가서도 어느 정도 해결은 가능합니다.

만약 미리 예약하지 않고 가실 경우라면, 도착하는 즉시 다음에 이동할 교통편부터 체크하시기 바랍니다.

빈자리가 얼마나 있는지, 없다면 다른 대체 교통편은 무엇인지... 특히 아프리카의 경우에 장거리 이동 수단으로 버스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버스를 어디서 몇시에 탑승하는지 꼭 알아두셔야합니다.

다음의 웹 사이트들을 참고하시면 남아공에서의 교통편을 온라인으로 확인하고 예약할 수 있습니다.

www.seat61.com (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열차 운행정보 및 육로 여행 루트 제공. 관련 링크도 제공. 완전 강추!)

www.computicket.com (버스 티켓뿐만 아니라 온갖 티켓 온라인 예매 가능. 주요 도시에는 오프라인 오피스도 있음)

www.intercape.co.za (남아공 및 인근 국가를 연결하는 버스 네트웍)

www.greyhound.co.za (인터케이프와 비슷. 어느 구간은 인터케이프만, 어느 구간은 그레이하운드만 운행하기도 함)

www.citiliner.co.za (그레이하운드랑 같은 회사. 그레이하운드보다 조금 저렴하고, 조금 더 불편함)

www.shosholoza-meyl.com (남아공 열차 예약. 월드컵 기간에는 대부분 운행을 하지 않더군요 T.T)

월드컵 티켓 예약하기

월드컵 티켓은 의외로 예약하기 쉽습니다. (단, 이것 역시 미리 움직여야합니다.)

그리고, 상당히 일찍부터 판매합니다. (저의 경우는 2009년 2월에 신청했습니다.)

제 경우에는 1차 추첨판매 할 때 여러사람 이름으로 신청을 했는데... 너무 많이 당첨되는 바람에 남는 티켓 처분하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때로는 너무 서두르는 것이 독이 될 수도 있겠더라구요.

월드컵 티켓 중에는 세트로 구입할 수 있는 옵션이 있습니다.

TST(Team Specific Ticket)이라고 하는데, 한 팀을 찍어서 그 팀의 모든 경기를 볼 수 있는 세트를 구입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팀을 기준으로 조별예선 3경기만(TST-3), 16강까지만(TST-4), 8강까지만(TST-5), .... 이런식으로 티켓을 구

입하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16강 진출에 실패하면, 일정 수수료를 지불하고 티켓을 취소하거나 우리조 1위팀의 16강전 경기를 볼 수 있

습니다.

약간의 수수료가(10%) 적용되긴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경기의 티켓을 한꺼번에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편리합니다.

특히, 월드컵 조추첨을 하기 전에도 티켓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의 경기 장소나 상대팀, 조편성을 모르는 상황에서도 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

12ㆍ 여행 둘러보기

Page 1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예방 주사

아프리카가 중남미지역, 기타 오지 여행을 할 때는 몇 가지 예방접종이 필요합니다.

복잡하게 생각하실 것 없이, 여행 일정표 들고 국립의료원(서울) 여행자 클리닉에 가서 상담 받으세요. ^^

저는 황열별, 장티푸스, A형간염, 파상풍 예상주사 맞고 말라리아 약 받았습니다.

주의) 말라리아약이 두 종류가 있습니다. 매일 먹는거(비싼거), 1주일에 한 번 먹는거(싼거).

근데, 제가 만난 여행자들 중에 1주일에 한 번 먹는 약의 부작용 때문에 너무 고생하는 분을 봤습니다.

악몽 꾸고, 우울증 증세 나타나고, 밤잠 설치고... 비싼약 먹거나, 아니면 차라리 말라리아 걸리면 치료제 먹는게 더 나을 것 같

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비자 준비

나미비아를 제외하고 케냐, 탄자니아, 잠비아, 짐바브웨, 남아공 모두 국경이나 공항에서 입국비자 받을 수 있습니다.

보츠와나는 우리나라 사람 무비자 입국 가능하고요.

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국에서 케냐 비자를 받아서 나갔는데, 굳이 그럴 필요 없이 그냥 공항에서 받으시면 됩니다.

나미비아는 국경에서 비자 발급이 안되고, 한국에 나미비아 대사관/영사관이 없어서 한국에서 비자 발급도 안됩니다.

나미비아 인근 국가(보츠와나, 짐바브웨, 잠비아, 남아공)에서 비자 받을 수 있습니다.

남아공의 케이프 타운과 요하네스버그에서는 당일에 비자 받을 수 있고, 나머지 나라는 3일정도 소요된다고 하니 일정 잡을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저는 짐바브웨에서 게스트 하우스 및 투어 오퍼레이션을 하시는 분을 통해서 나미비아 비자를 받았습니다.

대행이기 때문에 가격이 좀 비싼 것이 흠이긴 하지만, 이 방법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입국비자 받을 때는 한 번만 국경을 통과할 것인지, 두번인지, 아니면 여러번인지 미리 염두해 두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빅토리아 폭포는 잠비아와 짐바브웨의 국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츠와나도 바로 접해있지요.

잠비아에 숙소 정해 놓고 짐바브웨나 보츠와나 들렀다 올 경우가 허다합니다.

한 번만 사용하는 단수(Single) 비자를 받아 놓으면, 나갔다 들어올 때 다시 비자를 받아야하니까 돈이 배로 들지요.

이런것 고려해서 Double(두번 입국가능) 비자를 받거나 복수(Multiple) 비자를 받으시면 좋습니다.

Multiple까지는 아니더라도, Double 비자 정도는 여행 일정 고려하셔서 체크해 두시기 바랍니다.

기타

휴대폰 로밍

국내 휴대폰 자동로밍의 경우 로밍 안되는 국가가 있습니다. 공항의 로밍센터에서 확인하시고, 필요하시다면 공항에서 아예 폰

을 임대하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미리 체크하시기 바랍니다.

여행 둘러보기 ㆍ 13

Page 1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카메라

전문 사진가나 사진에 푹 빠진분이 아니라면 DSLR은 놓고 가세요. 저는 DSLR과 하이엔드 똑딱이 들고 갔는데, 80%는 똑딱

이만 썼습니다. 무겁고 거추장스럽기도 하고 안전 문제도 생각해야 하니까요.

컴퓨터

넷북이 있다면 들고 가시는 것도 좋습니다. 영화나 음악 파일, e-Book 담아가셔도 좋구요. 저의 경우는 생각보다 컴퓨터 끼고

노는 시간이 꽤 되더라구요. 인터넷을 못쓰더라도 틈틈이 사진 정리나 글쓰기, 자료 백업하기도 좋구요.

여행하면서 만난 친구들과 사진 돌려보거나 같이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짐이 무거워지는 단점이 있지만, 무거운 만큼 제 몫은 했던것 같습니다.

인터넷

남아공에서는 공항에서 무선 모뎀 렌트하니까 편하더군요. 대부분의 도시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같지는 않지

만 어느정도 불편없이 쓸 정도의 속도는 나오구요. 한달 기준 500메가까지 쓸 수 있는걸루 7~8만원 정도합니다.

대부분의 호텔이나 호스텔에서는 무선 인터넷(WiFi)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유료 T.T)

옷/날씨

6월과 7월의 남아공은 겨울입니다.

요하네스버그는 한국의 늦가을 날씨 정도됩니다.

케이프 타운, 포트 엘리자베스는 봄날씨 정도로 느껴졌고 낮에는 반팔로 다녀도 괜찮았어요.

더반은 초여름 날씨... 해변에서 일광욕하고 해수욕 할 수 있습니다. ^^

남아공의 드라켄스버그 지역은 산이 높고 춥습니다. 낮에는 가을 햇살 같지만 밤에는 영하로 떨어지기도합니다.

침낭이나 파카까지는 아니더라도 두꺼운 옷과 담요 한장은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장거리 야간 버스로 이동할 때, 밤에는 살짝 한기가 느껴지거든요. (맨발로 자다가 발 시려서 깨기도 합니다. 양말 챙기셔요.

^^)

케냐, 탄자니아, 잠비아는 추위걱정 안해도 되지만 짐바브웨(빅폴), 나미비아, 남아공은 밤날씨가 제법 쌀쌀합니다.

신용카드

남아공은 신용카드 잘 받아줍니다. 오히려 현금보다 신용카드가 더 유용한 경우도 많습니다.

남아공에서의 신용카드는 정말로 '신용' 카드입니다. 그러니까, 사람은 못 믿어도 신용카드는 믿는거지요.

특히, 현지에서도 인터넷으로 예약할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신용카드가 제 몫을 해 줍니다.

14ㆍ 여행 둘러보기

Page 1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도난이나 복제의 위험이 있다고도 하지만, 제 경우는 아무 문제없이 요긴하게 잘 사용했습니다.

급할 경우에 현금 서비스도 받을 수 있고 시내에서 ATM 기기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여행 책자

여러 나라를 여행할 경우, 모든 나라의 여행 책자를 챙겨가는 것 자체가 짐입니다.

현지 서점에서 구입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Lonely Planet 사이트에서 e-book을 다운로드해서 컴퓨터에 담아 놓고 필요한

부분만 프린트 했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Chapter만 구입할 수 있음)

짐도 줄일 수 있고, 여행중에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도 편하더군요. 필요 없어지면 그냥 버리면 되구요. ^^

환전

달러로 가져가서 현지에서 그때 그때 환전하면 됩니다.

가급적 2004년 이후에 발행된 것으로 환전해 달라고 하세요.

아프리카 몇몇 나라에서는 오래된 달러는 환전을 안해주기도 한답니다.

...............

아프리카 여행...

결코 만만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리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준비만 잘 하면 안전하고 즐겁게 여행할 수 있습니다.

설사 준비가 다소 미흡하더라도 대개는 현지에서 해결 가능하구요.

사람이 사는 곳입니다.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간다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지요. ^^

여행 준비 다 됐으면...

월드컵 보러 아프리카로 고고씽!

PS) 위의 준비 내용은 40대 직장인 남자, 왕 축구팬 기준입니다. ^^

배낭 꾸리기

여행 둘러보기 ㆍ 15

Page 2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배낭/가방

- 45리터 배낭 + 배낭커버

- 카메라&노트북 배낭

(DSLR 카메라 & 액세서리, 똑딱이, 넷북, 소형 외장하드, USB, 소형 비디오캠 수납)

대부분의 부피와 무게는 DSLR과 액세서리가 차지합니다. 사진에 목숨걸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놓고 가실 것을 권장!

의류

- 긴바지 2, 반바지 1

- 긴팔상의 1, 반팔상의 2, 국대 유니폼 1

(현지에서 기념 티셔츠 구입해서 입으면 좋습니다. 최소화하세요.)

- 폴라플리스 자켓 + 바람막이 점퍼

(짐바브웨, 나미비아, 남아공에서만 사용. 부피 많이 차지하지만, 없으면 추위에 덜덜덜...)

- 속옷 상하 각 3, 양말 3 (숙소에서 그때 그때 빨아서 입으면 됩니다. 최소화하세요.)

- 운동화 1, 샌들 1

- 휴대용 우비, 사파리 모자 (거의 사용하지 않았음)

- 여행용 안전 허리띠 (돈을 숨길 수 있음^^ 허리띠에 천달러 정도 감고 다녔습니다... ㅋㅋ)

먹을것

- 햇반 2개, 컵라면 4개, 건조김치 1봉지, 볶음고추장 1, 김 몇개.

(있으면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짐이 좀 됩니다. 최소화하세요.)

컵라면은 모두 뜯어서 빈컵끼리 겹쳐넣고 내용물은 따로 챙기면 부피를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의약품

- 말라리아 약 (국립의료원)

- 타이레놀, 지사제, 소화제, 종합감기약, 1회용 밴드, 상처치료제 등

(약국에 가서 두달 정도 아프리카 여행한다고 하면 대강 목록을 챙겨줌.)

저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여행중에 만난 현지인이 두통에 시달려서 타이레놀 챙겨줬음.

핸드폰

- 한국에서 사용하는 자동로밍 폰

(잠비아, 나미비아 로밍 안됨. 요금도 비쌈. SMS 사용 가능)

16ㆍ 여행 둘러보기

Page 2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 인천공항 임대 로밍폰

(아프리카 전역에서 사용 가능. 단, SMS 로밍이 안됨)

기타, 편의 용품

- Lonely Planet

(남아공은 책 1권, 나머지 나라는 Lonely Planet 사이트에서 PDF 파일 다운받아서 필요한 부분만 프린트)

- 손톱깎기, 다용도칼, 나침반, 휘슬비너

- 소형 손전등, Book Light

(백패커스 도미토리 룸에서 모두 잠자는데 전등 켜기 애매합니다.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 잠금열쇠 & Wire

- 목걸이형 여권지갑

- 미니 스태플러, 형광펜, Post-it, 볼펜, 수첩

(요거 상당히 유용! 영수증이나 기차표 스테플러로 꾹, 지도나 책에 형광펜으로 쫙, 연락처 주고받을 때 포스트 잇 짱!)

- 얇은 폴라플리스 담요 (이불 안주는 백패커스에서 유용. 야간 장거리 버스에서는 필수!)

- 수저/포크(여행용)

- 멀티 콘센트 (남아공과 나미비아는 3구짜리 콘센트 사용함. 현지 마트에서 구입)

- 칫솔, 치약, 물비누, 스포츠 타월, 로션(썬크림)

- 네일아트용 손톱 스티커

(마눌님이 챙겨준 선물용 기념품. 휴대간편하고 아프리카 여자들과 아이들 완전 좋아라합니다.

아이들 손톱에 스티커 붙여주면 완전 분위기 Up! 현지에서 작업용으로도 좋을 듯 ^_^)

...........

위의 물품 외에...

각종 연락처(대사관/영사관, 신용카드, 현지숙소 등), 여권 사본, 여행자보험 사본 등 추가로 챙겨갔습니다.

몇 개 기억나지 않는 것들이 더 있는 것 같긴한데... 대략 어떤걸 어느정도 챙겨가면 되는지는 파악하실 수 있을거 같네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의약품이나 몇몇 필수품 제외하고는 현지에서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으니까 그때 그때 보충하면 됩니

다.

여행 둘러보기 ㆍ 17

Page 2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2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2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 나이로비-몸바사 (기차)

◦ 1박 2일 소요. 기차 1등석(1인 1실 침대칸). 50달러 정도. 괜찮은 저녁식사와 아침식사 제공. 기차 시설은 좀 낙후되

었으나 서비스는 좋음. 요놈 기차, 완전 강추합니다! 저에게는 아프리카 여행의 즐거움을 본격적으로 알려준 기차였

답니다!

• 몸바사-다르에스살람 (버스)

◦ 지들 말루는 10시간 걸린다지만 나는 20시간 걸렸음 (출발 6시간 연기, 도착 4시간 연착). 진짜 사람 후덜덜하게 만

드는 초강력 고행길 어드벤쳐. 중간에 4시간 정도 비포장 도로 지남. 낡은 버스, 과속 난폭운전, 짐반 사람반 (경치는

끝내줌. 몸으로 때우는 아프리카 어드벤쳐를 즐길 수 있다면 함 해볼만합니다. ^^)

• 다르에스살람-잔지바르 (페리/왕복)

◦ 2시간 정도 걸리는 페리(배) 이용. 편도 30불 정도. 1등석이 좀 더 쾌적하지만 페리 출발하면 어차피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므로 큰 차이는 없음. 여러 페리 회사가 있고 부두는 완전 삐끼들의 천국!... 딴데 눈 돌리지 말고

"AZAM"이라고 쓰여진 티켓 부스로 가서 'Seabus'라는 페리를 타시오! (Seabus가 젤 빠르고 서비스 좋음)

• 다르에스살람-카피리음포시 (기차)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19

Page 2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 그 유명한 타자라 열차! 2박 3일 동안 국립공원 지역을 기차로 지나간다고 보면 됨. 기차 상태 안좋음. 식사는 돈내고

사먹어야 함. 그치만 바깥경치는 완전 죽여줌. (저는 솔직히 사파리보다 이 기차가 헐~ 좋았어요.) 1등석 한 방에 침대

4대, 2등석은 6개. 별 차이 없지만 1등석은 주로 외국인 여행자들이 이용함. 탄자니아 실링과 잠비아 콰차 모두 사용

할 수 있음. 나는 못봤는데... 타자라 열차에서 기린이나 코끼리 봤다는 사람들 많음! 동아프리카 여행자라면 놓치지

마시기를!

• 카피리음포시-루사카 (미니버스)

◦ 사람 만땅 채우는 미니버스(봉고차). 꽉 낑겨서 4시간정도 달림. 택시 말고는 루사카로 갈 수 있는 다른 옵션 없는 듯.

그냥 4시간 꾹 참으소서~

• 루사카-리빙스톤 (버스)

◦ 아프리카 땅에서 처음 만난 제대로된 버스(작은 것에서 감동의 물결~). 정시출발 정시도착, 규정인원 엄수, 지정 좌석,

아침 첫차는 머핀 케익과 쥬스도 제공해 줌. 루사카 인터시티 터미널에 가면 삐끼들이 1억명쯤 있음(^^). 전부 무시하

고 파란색의 Mazhandu 버스를 찾으시오!

• 리빙스톤-빅폴타운 (택시 & 도보)

◦ 빅토리아 폭포를 사이에 두고 잠비아쪽 도시는 리빙스톤, 짐바브웨쪽 도시는 빅폴타운. 리빙스톤에서 택시나 미니버

스 타고 잠비아쪽 폭포(국경초소 근처)까지 이동. 잠비아쪽 폭포에서 짐바브웨쪽 폭포까지는 1km 정도. 택시타도 되

고 슬슬 걸어가도 됨 (전 걸어서 국경 건넜습니다. 걸어서 리빙스턴 다리 건너가면서 바라보는 잠베지강 풍경이 죽여

줌!). 양쪽 국경 검문소만 왕복하는 택시도 있음. 저렴한 숙소와 식사를 원한다면 리빙스톤에 둥지를 트시고, 좀 더 비

싸지만 쾌적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빅폴타운에 둥지를 마련하시오!

• 리빙스톤-빈트후크 (버스)

◦ 버스는 잠비아쪽 빅토리아 폭포에서 출발, 리빙스톤 거쳐서 나미비아로 출발. (주의! 짐바브웨에서 줄발하지 않습니

다! 국경 넘어서 잠비아로 가야해요!) 정시출발, 규정인원, 비교적 편안하고 깨끗. 차내에서 음료, 커피, 물 팔고 화장

실도 있음. 버스편이 매일 있는 것이 아니니 스케줄 체크바람 (인터케이프 버스)

• 빈트후크-케이프타운 (버스)

◦ 어지간하면 인터케이프 버스 타시오... 우리 일행은 돈 아낄려고 인터케이프 반값(40불정도)짜리 버스 탔는데, 좀 불

편함. 특히... 국경에서 입출국 수속이나 보안검색할 때 인터케이프는 급행통과 시켜주는 모습 보면 스트레스가 증폭

됨! 어쨌든 아침녁이면 남아공의 평원과 오렌지밭, 와이너리 같은 것이 눈에 들어오면서 기분은 상당히 Up!

자... 그럼...

이제부터 케냐부터 남아공까지의 육로 여행, 하나 하나 본격적으로 풀어 보겠습니다!

약간의 고생, 뜸금없이 만나는 불편함, 막연한 걱정과 두려움이 있는 어드벤텨 여행이었지만 정말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었습니

다.

20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2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5/16 프랑크푸르트, 쮜리히 찍고 나이로비

[2010년 5월 16일, 일요일]

쮜리히 공항에서 나이로비행 비행기 대기중입니다.

비행기란 것이 대단히 빠르고 편리하긴 하지만 저한테는 무척 맞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이번에 저는 케냐 나이로비로 가기 위해 프랑크푸르트-쮜리히를 거치게 되었습니다.

긴 여행길이지만 보너스 항공권으로 가는 길이니까 크게 불만은 없지요.^^

지난 2006년에 육로로 프랑크푸르트까지 가는 데 20일이 걸렸던 길을 비행기는 11시간 만에 끊어주니까 빠르긴 빠르지요.

비행하는 동안... 기내 스크린에 표시되는 항로 정보를 보고 있자니 새삼 2006년의 육로 여행길이 생각나더군요.

어느새 친숙해져 버린 지명들...

베이징, 울란바토르, 이르쿠츠크, 노보시비르스크, 모스크바, 민스크, 바르샤바... (이건꼭 제가 육로로 같던 그 길을 비행기로

되짚어 가는 것 같더라구요.^^)

비행기 여행... 빠르고 편리함을 위해 자유를 좀 포기해야 하지요.

저에게는 극히 작은 공간만이 주어지고, 이동할 수 있는 최대 거리는 50미터 정도.

담배를 피울 수 없으며 창문을 열고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없습니다.

손바닥 두 개 정도의 쪽창을 통해서만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타고 내릴 때는 온갖 거추장스러운 검사와 의심을 받아야합니다.

비싼 위성 전화기가 있긴 하지만... 통신도 많은 제한을 받습니다.

이동하는 동안의 즐거움을 포기해야합니다.

창 밖을 보면서 이국적인 들판과 집과 마을을 느끼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지나쳐가는 것을 볼 수 없으니까요.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비행기 여행은 저에게 훌륭한 식음료 서비스와 친절한 교도관들이 있는 11시간의 교도소 여행이나 마

찬가지였습니다.

아마도 지금은 배부른 소리겠지요?

아프리카에 도착해서 피곤에 쩔고 불편함에 몸부림쳐 본 후에도 이런 소리를 할 수 있을지...

아프리카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아프리카에 가기 위해서...

조금 있다가 쮜리히발 나이로비행 8시간짜리 감옥에 잠시 수감되어야 하겠네요.^^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21

Page 2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누가 면회라도 와 줬으면 좋겠는데... 입맛이 싹 돌게 마눌님께서 사식이라도 들고 왔으면 좋겠는데...

그건 안된다네요. (^_^)

쮜리히 공항에서. 12시간 대기... 기다리다 지켜가고 있는 시간....

그래도... 조금만 참으면 아프리카행 비행기 탄다!

5/17 나이로비, 현지 적응훈련^^

22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2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2010년 5월 18일, 화요일]

여기는 나이로비의 한국가든(고고 세이프 포인트)!

인터넷이 되니까 멀고 넓었던 세상이 다시 가깝고 좁아졌습니다.

어젯밤 든든히 먹고, 먼저 여행중인 부부와 함께 늦도록 수다 떨고... (여행 이야기, 사는 이야기, 결혼 이야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육 예술 등등^^)

긴 비행시간, 늦은 잠자리...

완전 나가떨어졌다가 이제야 좀 리부팅이 된 상태입니다.

어제는 정말이지... 대기시간 합쳐서 이틀동안 시달리면서 온 여행길이라 많이 피곤했어요.

쮜리히에서 나이로비까지는 7시간 30분 정도가 걸렸습니다.

옆에 우간다 아가씨와 함께 앉아서 왔는데, 미국에서 공부하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랍니다.

한국에 오면 곧바로 미수다에 나가도 될만큼 예쁘고 상냥한 아가씨였답니다.^^ (이럴때 느낍니다... 영어를 쫌만 더 잘했으

면...^^)

그 아가씨는 나이로비 공항을 자주 이용했기 때문에, 공항에 내려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나이로비의 조모(Jomo) 국제공항이... 인천 국제공항과는 많이 틀리거든요. ^^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23

Page 2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이집트 상공입니다. 사진 속에서 피라미드 찾은 사람 있나요?

...

나이로비 조모 국제공항에 도착하니 벌써 어둑어둑하더군요.

저는 한국가든에 픽업을 요청했었고, 출국장을 나가니 한글로 제 이름을 쓴 종이를 든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숙소 바로 앞에 다 왔을 때, 경찰이 차를 세우더군요.

제가 안전벨트를 안맸다고 2000실링($50?) 벌금을 내랍니다.

친절한 운전기사와 함께 오면서 기분이 막 업되고 있던 찰라에... 경찰이 초를 치더군요.

돈 냈을까요?

ㅋㅋ 저는 그냥 개겼죠. 영어 못하는 척 하면서, 손짓 써가면서 운전기사한테 이야기하라고만 했습니다.

운전기사가 경찰과 살짝 언성을 높이고... 이 친구도 절대 물러서지 않더군요. ^^

결국 운전기사가 500실링을 내고서야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아주 노골적으로 돈 달라고... 물정 모르는 외국인 들어오는 길목

24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2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에 총 메고 서 있더군요. 쌰방쉐이... 구리게 해쳐먹을 거면 적당히 불러야지. $10 불렀으면 줬을지도 모르지요. ^^)

...

한국 가든에 도착하니, 사장님이랑 고고아프리카 카페의 '마마또또'님(사장님 아들^^)께서 반갑게 맞아 주시고...

바로 밥상 차려주시네요. (검색창에 "케냐 빅마마" 검색해보세요.^^ 방송에도 나오셨던 유명한 분이랍니다.^^)

한국에서 받은 밥상이 아닙니다! 나이로비에서 받은 저녁 밥상입니다. ^^

그리고... 어디를 가든 그 나라 맥주는 꼭 마셔야죠!

케냐 최고의 맥주, 터스커(Tusker)와 함께 저녁 늦도록 노닥노닥 이야기 놀이.^^

여행 이야기, 사는 이야기, 케냐 이야기, 빅마마님의 케냐 이야기...

이야기 나누는 중간에 쥐도 한마리 지나가고, 개들도 잠시 와서 아는척 하고..^^

한인 게스트 하우스는 이게 참 좋아요.

맛있는 식사, 반가운 손님들, 맘씨 넉넉하신 주인장...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25

Page 3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케냐의 대표 맥주, 터스커(Tusker)

많이 피곤한 날이었습니다.

이틀동안 5-6시간 정도 잔 것 같네요.

그것도 거의 쪽잠으로 자는둥 마는둥 하면서 왔으니까요.

26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3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피곤한 몸에 비해서 쉽게 잠은 오지않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퍽 하고 나가 떨어졌습니다.

저는 객지에 가면 잠을 무척 빨리 깹니다.

몇 시간 못자고 바로 잠이 깼는데, 워낙 심하게 나가 떨어진 탓인지 아주 개운합니다.

지금은... 아침상 기다리고 있어요.^^

어젯밤에 빅마마님이, "아침은 참치 김찌찌개 할까?" 하셨지요... ㅋㅋ

슬슬 배고프네요.^^

5/18 나이로비 기차역 나들이

어제 저녁부터 인터넷이 간당간항 하더니... 이제 좀 뭐가 돌아갑니다.^^ (아... 한국 같은 곳 없습니다.^^)

엊저녁 늦게 대학생들로 보이는 선교팀이 도착했습니다.

혈기가 넘치는 그들... 낯선 땅에서의 설레임으로 가득한 그들...

늦게까지 다소(?) 시끄럽게 떠들더만, 오늘(5월 19일) 아침 일찍 선교지역으로 출발해야 하는지 새벽 5시부터 북적북적 웅성

웅성, 기도소리, 노래소리, 식사소리... 저도 덩달아 일찍 잠이 깨버렸습니다.

크게 볼일 보고, 샤워하고... 현재 시각, 아침 6시 30분!!!

[2010년 5월 18일, 화요일]

시내 구경도 할 겸, 몸바사행 기차표도 살 겸 시내에 다녀왔습니다.

원래는 한국가든의 직원들이 장보러 나갈 때 따라 나가서 시장 구경도 하고 기차표도 끊어 올 예정이었는데

얼레벌레 하다가 직원들이 장보러 갈 타이밍을 날려 버렸답니다.^^

다녀왔다고는 하지만 사실 차를 탄 채 시내를 한 바퀴 돈 정도지요.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교통 체증이 워낙 심해서 짧은 거리도 1시간 넘게 걸리네요.

(지도에서 보면 제가 묵고있는 숙소에서 불과 10km에 불과합니다. 서울 기준으로 보면, 차가 막힐 때 시청에서 강남역 가는

상황을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도로 상황이 많이 안좋고, 거의 대부분이 오래된 차들이어서 매연도 심합니다.

신호등 설치된 곳이 별로 없는데... 그런데도 다들 요령껏 얽히고 섥히면서 잘들 헤쳐 나가는 것이 신기하지요.^^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는 도로 확장 공사가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그것들이 다 정비가 되면 지금보다 상황이 많이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27

Page 3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주의) 시내에서 함부로 카메라를 들이대지 말라고 합니다. 자신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겨 나가는 것에 민감해 할 수 있답니

다. 꼭 동행한 현지인에게 사진을 찍어도 될지 물어보세요. 여행자는 항상 조심하고, 겸손하게 현지 사람들을 대해야 한다는 것

잊지 마세요.

나이로비 시내 모습. 여느 대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차역은 매우 오래된 석조 건물로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운전을 해준 친구 말로는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건물이라네요.

언뜻 보아도 6-70년은 족히 되어 보이더군요.

기차역 앞 광장은 사실상 버스 터미널로 이용되고 있었습니다.

주변은 온통 버스와 퇴근길의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티켓을 파는 호객꾼들로 떠들석 했습니다.

28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3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나이로비 기차역. 안으로 들어가서 오른쪽을 보면 1등석 전용창구가 있습니다.

저는 5월 19일(수) 저녁 7시에 나이로비를 출발해서 다음날 아침 8시 25분에 도착하는 몸바사행 열차의 1등석 침대칸을 예매

했습니다.

1등석 예매 전용 Office가 따로 있더군요. 사람이 별로 없고 한산했습니다.

(이 열차는 1주일에 3번(월/수/금) 운행합니다.)

열차는 저녁 7시에 출발하는데, 5시 30분에서 6시 사이에 체크인을 하고 6시에 탑승한답니다.

어느 침대칸, 어느 침대를 쓸지는 체크인 할 때 정해준답니다.

가격은 식사와 침구 포함에서 3660 케냐실링. (대략 5만 5천원, 내지 50달러 정도 됩니다.)실제 어떤 열차인지, 어떤 특색이

있는지는 내일 저녁에 타보면 알겠지요.^^

(주의) 열차 출발시간보다 1시간 30분쯤 일찍 도착해서, 출발 1시간 전까지 체크인을 마쳐야합니다. 가까운 거리라 할지라도

나이로비의 교통체증을 생각해서 시간 넉넉하게 잡으시기 바랍니다.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29

Page 3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나이로비-몸바사 1등석 기차표. 출발하기 전에 체크인 하면 탑승권과 식사쿠폰을 줍니다.

....

나이로비에 온 후, 평소에 제가 나이로비에 대해 생각하던 것과 다른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5월의 나이로비는 덥지 않습니다. 서늘하고 시원한 고산지대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햇볕이 따가운 날도 그늘만 찾으면 서늘하고, 비가 내려도 후덥지근하거나 끈적거리지 않습니다.

새파란 하늘에서 낮게 드리운 흰구름이 시시각각 변합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맑은 날은 시원하고 상쾌하기 그지 없는 날씨지요.

저녁에는 긴팔 셔츠나 얇은 점퍼를 입지 않으면 약간의 추위도 느껴지네요.

둘째, 쭉쭉빵빵 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이 푸르게 뻗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인 풍경은 이국적인 모습을 많이 띄지만 어떤 면에는 서울이 더 나무가 많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30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3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셋째, 케냐를 찾는 관광객은 매우 많을텐데도 나이로비 시내에서는 외국인을 거의 볼 수 없습니다.

비즈니스 목적으로 방문한 사람들 외에, 관광객들은 마사이 마라나 국립공원쪽으로 다 가는 모양입니다.

나이로비는 그냥 케냐와 동아프리카의 관문 역할을 할 뿐, 관광객이 나이로비에서 할만한 것은 없다고합니다.

시내를 한 바퀴 둘러 본 것만으로도 많은 케냐 사람들이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다녀온 시간이 오후 4시~6시 경이었는데, 시내를 가득 메운 사람들 중에 많은 수가 큰 가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시내 곳곳에서 물건을 팔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하네요.

몇 개나 팔았을까... 얼마나 벌었을까...

생긴 모습과 행색은 다르지만...

나이로비나 서울이나 퇴근 시간의 고단한 얼굴들은 어찌 그렇게 닮았는지...

비록 생활 수준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도시에서의 삶은 케냐나 한국이가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적인, 케냐적인 모습의 나이로비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다른 삶을 사는 서울의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길이 많이 막히는 덕분에 차를 타고 오면서 차를 운전하던 친구와 함께 담배도 나누어 피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제 공항에 도착했을 때도 그 친구가 픽업을 나왔었지요.

제가 케냐에 도착한 후 가장 처음 알게된 케냐 사람이고,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눈 케냐 사람인 셈입니다.

그 친구에게 이런 나의 느낌과 인상을 이야기 했더니 몸바사에서는 좀 더 아프리카다운, 케냐 다운 모습, 내가 생각했던 케냐의

모습을 볼 수 있을거라고 하네요.

몸바사는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네요.

5/19 카렌 블릭센 박물관 & 커피 가든

[2010년 5월 19일, 수요일]

오늘은 저녁에 나이로비를 떠나 몸바사로 향합니다.

아직 시간의 여유가 있는 나이로비에서의 한나절...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작가 카렌 블릭센의 박물관을 찾았습니다.

제가 묵고 있는 한국가든에서 15~20km쯤 된다는군요.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서, 큰 맘 먹고 거금(?) 2천 실링(약 3만원?)을 주고 택시를 대절했습니다.

중간에 택시 기사가 헤메는 바람에 좀 늦게 도착했지요.^^ (대충 어디쯤인지만 알더군요.)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31

Page 3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음... 입장하지 못했어요.

외국인의 경우 800 실링(1만원 정도?)의 입장료를 내라고 하는데...

돈도 아깝고 약간 고깝게 느껴져서 그냥 먼 발치에서 사진만 찍었습니다.

약간은 피해의식이랄까?

내지는 경찰이고 박물관이고 관광객을 너무 봉 취급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반감?

(사실은 모르는 척 하고 좀 들어가서 돌아 다녔지요. 박물관 안에는 끝내 못들어갔지만...^^)

카렌 블릭센이 살던 집입니다. 지금은 내부를 박물관으로 꾸몄다고하네요.

집 안에는 못들어간다 하더라도, 마당에도 못들어가게 하는게 좀 심뽀가 그렇죠?

...

들어갈까 말까 갈등 때리는 순간, 한 외국인과 이야기를 했더니 바로 옆에 '카렌 블릭센 커피 가든'이 있다고 하더군요.

32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3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거기가 괜찮고 커피도 맛있고 음식도 맛있다고 하더이다...

그리하야... 다시 택시를 돌려서 커피 가든으로 향했습니다.

(참고로... 카렌 블릭센은 케냐에서 커피 농장을 운영하다가 부도를 맞았습니다.)

여기... 괜찮습니다.^^

박물관 본다고 해 놓고서 결국은 아름다운 정원에서 케냐 커피 한 잔 진하게 마셨습니다.

너무나 착한 가격, 150 실링(2천원 조금 넘을라나?)

넓게 펼쳐진 아름다운 정원에서 커피 한잔!

나이로비의 번잡한 다운타운에서 느낄 수 없는 아침 시간의 행복이었습니다.

남은 여행 일정도 머릿속에 그려보고, 언제 또 다시 나이로비에 올까하는 생각에 아쉬움도 밀려왔습니다.

남자 혼자 앉아서 커피 한 잔, 그리고 담배 한 모금...

혼자서 그닥 할일은 없고, 카메라 가지고 조물락 조물락...

집에 있는 마눌님와 아들놈 생각이 솔솔 나더이다...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33

Page 3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이제 겨우 3일 지났고, 아직도 20일은 더 있어야 만날 수 있다니...

벌써부터 그리우면 안되는데 말입니다.

케냐 AA 커피 좋아라하는 우리 마눌님에게 다음엔 꼭 같이 오자고 문자 한 방 쏘고...

쬐금 멜랑콜리한 아침이었습니다.

나이로비로 여행하시는 분들...

잠시 나이로비를 멋어나서 평화로운 가든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찾아 보시와요.

저처럼 오전에 일찍 다녀가시는 것도 좋을 듯 하네요.

아침의 향기와 어울리는 진한 커피 맛을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커플 여행객!

이렇게 좋은 커피 가든에서 둘만의 시간 가져볼 기회도 많지 않잖아요?

초초초 강추, 카렌 블릭센 커피 가든!

34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3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5/19 나이로비-몸바사, 뿅가는 기차랍니다

[2010년 5월 19일, 수요일]

정말 끝내주는 기차를 타고 나이로비에서 몸바사로 왔습니다.

초원을 달리는 야간 침대열차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열차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열차를 타고, 끝없이 펼쳐진 아프리카의 땅을 달리고 나니 비로소 내가 지금 아프리카의 여행자임을 알겠네요.^^

게다가 1등석!

2층 침대 컴파트먼트(방)지만 저 혼자 씁니다. 작은 세면기까지 있습니다.

1층에 제 침상을 세팅해 주고, 2층에는 편안하게 짐을 풀어 놓았습니다.

객실 매니저가 돌아다니면서 일일이 케어를 해 줍니다.

더구나... 저 혼자 쓰는 컴파트먼트이기 때문에 담배까지 필 수 있습니다.^^

선풍기도 돌아가지 않고 몇 가지 엉성한 구석이 있긴 하지만 혼자 쓰기에 별다른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안전요?

말씀 드렸잖아요... 1등석입니다.

문 걸지 않고 식당칸에서 2시간을 떠들다 와도 아무 걱정이 없습니다.

썩 괜찮은 저녁식사와 아침식사가 제공되고, 케냐 최고의 맥주 터스커(Tusker)를 마시며

처음만난 그 누구라도 함께 어울려서 각자의 여행담을 수다스럽게 쏟아 낼 수 있습니다.

15시간의 긴 열차 여행이 지루하다고요?

그런소리 마세요...

50달러에 재워주고 먹여주고 서비스도 일품입니다.

수프와 빵을 먹고, 썩 괜찮은 야채 커리와 닭고기와 쇠고기와 밥을 먹고

과일과 커피가 후식으로 제공되는 저녁 식사가 있습니다.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35

Page 4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한 자리에 모인 4명의 나홀로 여행자들. 케냐 사람 2명, 외국인 여행자 2명. 모두 함께 터스커(Tusker) 맥주를 ^^

저녁식사 시간에는 홀로 여행하는 네 사람을 한 테이블에 모아 주더군요.

제 옆에 있는 친구는 미국에서 나홀로 선교활동을 온 피터군!

제 옆방을 썼는데... 어찌나 부침성이 좋은지 이번 여행을 즐겁고 유쾌하게 한 1등 공신입니다.

그 맞은편의 버락 오바마 사촌같이 생긴 사람은 여행업을 하는 프란시스로 피터의 옆방,

그 옆의 몸매 여유로운 무토냐라는 아저씨는 공무원인데, 미국에서 케냐로 유학오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일을 한답니다.

남자들도 이렇게 수다스러울 수 있구나... 하고 느낄만큼 서로 신나게 떠들고...

각자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내일 아침 7시에 이 테이블로 다시 모여서 아침먹자!"

기어이 아침까지 어울려 먹은 후에, 각자의 연락처를 주고 받았습니다.

1등석 치고는 화장실이 좀 어이없습니다.

거의 100년이 다된 열차이고, 시설은 우리나라의 무궁화호에 훨씬 못미칩니다.

예상 도착시간 보다 1시간이 넘게 연착되는건 다반사지요.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좋은 추억을 남겨줄거라 확신합니다.

36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4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

그렇다면, 이 열차의 백미는?

무엇보다도... 창문을 내리고 밖을 바라보면 케냐의 평원위로 쏟아지는 별을 하늘 가득 볼 수 있습니다.

지평선 위는 모두 반짝이는 별로 가득하고,

지평선을 향해 달려가는 열차는 별 무리를 향해 이륙하는 은하철도 999처럼 느껴집니다.

지평선까지 쏟아져 내리는 수억개의 별들... 야간 열차 여행의 마약성분!

달리는 열차에서 도저히 쏟아지는 별을 찍을 수가 없어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창 밖으로 머리 내밀고, 어렵사리 기차 모습만 찍을 수 있었네요.

제가 느낀 하늘의 별들을 직접 그려 넣어 봤습니다. ^^

실제는 이것보다 훨씬 멋지다는 사실!

케냐 오신다구요? 나이로비를 본 후 몸바사나 키수무를 가실 계획인가요?

놓치지 말고 이 열차를 꼭 타세요!

평생에 못잊을 추억을 되돌려 줄거에요.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37

Page 4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재수가 좋으면 ...

메텔을 만날지도 모릅니다.^^

비록 메텔도 못 만나고 에스메랄다도 못 만났지만...

어쨌든 무사히 행복하게 몸바사에 도착했답니다!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후끈한 몸바사의 열기가 저를 반겨주네요!

나이로비는 청명한 늦여름 같았는데 이곳 몸바사는 뜨거운 여름이 느껴집니다.

5/20 기차가 선물하는 케냐 초원의 아침

38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4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2010년 5월 20일, 목요일]

아프리카의 초원을 지나는 야간 열차 여행!

수억개의 별이 빛나는 밤하늘이 황홀한 꿈을 선물한다면

기차에서 맞이하는 아침의 신선함은 심장이 확 터져 버릴것 같은 벅찬 감동을 선물해줍니다.

해가 떠오르면... 기차도 해를 닮아서 황금처럼 빛이 납니다.

야간 열차는 밤하늘의 별만 아름다운 것이 아닙니다.

기차에서 맞이하는 새벽의 신선함과 해돋이도 백만불짜리 선물!

혹시 아프리카 야간 기차로 여행을 하시게 되거든 절대 늦잠자지 마세요!

아침 일찍... 졸린 눈 비비고 일어나시면 초원과 지평선과 태양이 주는 아름다운 선물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39

Page 4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여행자는 기차에서 눈꼽 비비며 아침을 맞고, 아이들은 아침 일찍 학교에 갑니다.

아프리카의 아이들은 먼 길을 걸어서 학교에 가야하기 때문에 아주 일찍 길을 나선답니다.

제가 아주 어릴적.... 시골 학교에 다닐때에도 이렇게 아침 일찍 길을 나서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동틀 무렵에 집을 나서서 한 시간, 두 시간 걸어서 학교에 가는 친구들...

예전의 그 모습을 아프리카에서 다시 보게 되네요.

그 시절의 제 친구들처럼 많은 아이들이 책가방이 아닌 보자기나 주머니를 들고 학교에 갑니다.

에구궁... 하교길은 또 얼마나 오래 걸릴까요...

40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4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옆 방의 피터도 케냐 초원의 아침에 흠뻑 빠져 있네요.^^ 이런 기차 여행의 맛... 잃어버린지 오래지요?

피터는 선교사라서 그런지 항상 웃으면서 모든 사람을 정답게 대하네요.

기차가 설 때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피터...

아이 : 이름이 뭐에요? 어디서 오셨어요?

피터 : 난 피터야. 미국에서 왔어.

아이 : 아저씨가 가진거 아무거나 좀 던져 주세요!

피터 : 나는 하느님을 가지고 있단다....

아이 : ... (침묵 & 초난감. 내가 원한건 그게 아닌데하는 눈빛 ^^ )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41

Page 4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땅에는 기차와 초원, 하늘에는 구름뿐!

나이로비에서도 느꼈지만 케냐는 유난히 구름이 아름답습니다.

고지대에 있기 때문에 구름이 가깝게 있고 구름의 모습도 시시각각 바뀌기 때문입니다.

공기가 맑고 깨끗한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사람은 그곳의 환경을 닮는다고 하죠?

케냐 사람들을 겪어 보지는 못했지만 기차에서 보는 하늘처럼, 구름처럼, 초원처럼...

그들도 맑고 투명하고 깨끗하고 가슴 뻥 뚫리도록 시원한 사람들일거라 생각됩니다.

42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4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고즈넉한 케냐 시골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땅 모양도 틀리고 집 모양도 틀리고 사는 사람들도 다르겠지만, 우리네 시골 마을의 모습처럼 정겹기만 하네요.

제가 경험했던 몽골의 초원, 시베리아의 초원.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경험한 아프리카의 초원...

흔들리는 침대에서 잠을 설치고, 덜컹거리는 소리가 아무리 거슬려도...

새벽녘에 펼쳐지는 초원의 모습을 보는 순간 모두 사라집니다.

초원의 아침은 이렇게 멋진 풍경을 선물로 주는데...

어떻게 기차 대신 비행기를 타겠어요. ^^

아무리 시간이 걸리고,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여행자는 도저히 기차의 마법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겠네요!

5/20 바다가 있는 케냐, 몸바사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43

Page 4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2010년 5월 20일, 목요일]

야간 열차를 타고 오전에 몸바사에 도착!

케냐의 항구도시, 몸바사에서 하루 죽때리고 있습니다.

사실 굳이 이곳에 올 계획까지는 없었지요.

대개의 여행자들은 나이로비에서 탄자니아의 아루샤를 통해 다르 에스 살람으로 이동합니다.

제가 굳이 몸바사에 들른 이유는 오직 케냐의 초원을 달리는 기차를 타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거 진짜에요... 깜깜한 밤에 보는 별, 그리고 아침의 햇살이 너무 좋습니다.)

몸바사는 항구도시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나이로비가 서울이고, 몸바사가 부산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과거에는 동아프리카 교역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답니다.

이곳을 통한 아랍과 남아프리카로의 교역이 많았다고 합니다.

날씨가 매우 덥고 바닷가 특유의 습하고 짠 바람이 불지만, 케냐에서 해변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도시이기 때문에 관광지로 매

우 인기가 좋습니다.

나이로비에서는 저녁에 비가 내리곤 했는데, 몸바사는 하루 종일 맑은 날씨네요.

깨끗한 호텔들도 많고 서비스도 깔끔합니다.

제고 묵고 있는 Castle Royal 호텔도 아주 괜찮습니다.(1박 70불 정도. 조식포함.)

호텔 도착 후, 일단 야간 열차 여행으로 눅눅해진 몸을 좀 정갈하게 하고... 잠깐 낮잠도 자고...^_^

아프리카 도착 후 처음으로 에어컨을 경험했습니다.

나이로비는 에어컨이 필요 없을만큼 시원하고 청명한 날씨였지만, 몸바사는 살짝 더위가 느껴집니다.

몸바사에 와 보니 나이로비에서 느끼지 못했던 아프리카의 모습을 많이 보게 되네요.

거리도 비교적 안전하고 사람들도 친근합니다.

거리에서 외국인들도 많이 눈에 띄고요.

바쁘고 힘들게 살아가는 나이로비에 비해서 조금 더 느리게 돌아가는 모습입니다.

몸바사에 가 보시면 알겠지만, 나이로비의 번잡함 대신 한가로운 열대 바닷가 도시 특유의 여유로움이 느껴집니다.

처음 아프리카를 경험하는 초보 여행자가 혼자서도 시내로 발걸음을 옮길만큼 릴랙스된 분위기였습니다.

44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4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시내 중심가에 있는 Blue Room 이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카페테리아인데, 여러 나라 스타일의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서양음식, 인도음식, 아랍음식, 중국음식 정도랄까?

관광객을 상대하는 고급 음식점은 아니지만 직원들도 친절하고 음식도 괜찮습니다.

인터넷이 되는 PC도 쓸수 있다는 점이 특이하고 (Room이 따로 있습니다) 화장실 쓸 때 20실링(3백원?)을 내야 한다는건 더

특이하지요.^^

사진 속 음식은 Kheema Curry입니다.

알고 시킨게 아니라, 조금 자극적인게 먹고 싶어서 종업원한테 이야기 했더니 이거 추천하네요.

혹시 맛이 너무 강하지 않을까 싶어서 콜라한병하고 같이 주문했는데...

향이 독특하지만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카레 + 콜라 해서 475 실링. 6~7천원쯤.)

...

점심겸 저녁겸... 약간 어중간하게 식사를 했습니다.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45

Page 5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그리고, 오후 4시 30분 쯤... 오토바이를 개조한 3륜차 택시인 툭툭(Tuktuk)을 타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Port Jesus로 갔습

니다.

툭툭은 미터기도 없어요. 그냥 짧은 거리 갈때는 50실링, 좀 더 멀면 100실링. 이런 식입니다.

행선지 부르고, "How Much?" 하면 "Fifty", "One Hundred" 하는 식으로 쉽게 탈 수 있습니다.

택시는 눈에 잘 안띄지만 툭툭은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지요.

승차감 꽝이고 사고나면 작살이겠지만... 값도 싸고 이용하기 편합니다.

Port Jesus는 몸바사를 찾는 여행객들이 제일 먼저 찾는 곳 중 하나랍니다.

과거에 요새가 있던 곳인데, 바닷가에 바로 접해 있고 몸바사 올드타운이 바로 옆에 있습니다.

툭툭이나 택시, 마따뚜가 쉴새 없이 드나들기 때문에 이동하기도 편리하고요.

무엇보다도 Port Jesus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 완전히 넋을 빼 놓거든요. ^^

과거에 이 바다를 통해서 아프리카와 아랍, 인도가 뱃길로 이어졌겠지요?

해변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중에는 인도 사람들이나 아랍 사람들이 꽤 보였습니다.

나이로비가 완전 까만색이라면 몸바사는 몇 가지 컬러가 더 섞였다고나 할까?

46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5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어렴풋이 짐작하건데... 몸바사의 상권은 인도 사람들과 아랍 사람들이 쥐고 있는 듯합니다.

옷차림만 봐도 아프리카 원주민에 비해서 훨씬 여유롭게 사는 것 같습니다.

다만, Port Jesus에 들어가려면 입장료 800실링(만원쯤), 우리돈으로 만원 정도 깨진다는 것!

돈 절약하실 분이라면 요새에는 굳이 안들어가봐도 됩니다.

높은 곳에서 몸바사 해변을 보는 풍경이 아름답긴하지만 요새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어요.

저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47

Page 5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괜히 요새에 들어갔다가 입장료 800실링 뜯기고, 옆에서 귀찮게 구는 가이드 아저씨한테 또 800실링 뜯겼어요.

비싼거두 아깝지만, 제값 못하는걸 사게 되면 짜증나지요. 야간 기차는 $50 정도 가격이었지만 충분히 좋았는데 말입니다.

우쨌든... 돈은 아깝지만...

경치는 아주 좋았다는 거!

요새 앞은 바로 바닷가입니다.

바닷가에서 노는 사람들, 한가하게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많이 볼 수 있어요.

Port Jesus 옆에 해변으로 이어지는 곳에 공터가 있는데... 동네 아이들이 축구하고 놀더군요.^^

그러고 보니 케냐에 도착한 이후 처음으로 축구를 접하는군요!

월드컵 여행중이라 그런지... 축구하는 놈들 보니까 더 정이 가네요.^^

골대가 엉성해도, 축구장보다 훨씬 작은 공터지만...

축구를 하는 모습은 정말 행복하고 즐거워 보이네요. ^^

(나중에 알았습니다. 아프리카 어디든지... 작은 공터만 있으면 여지 없이 축구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48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5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툭툭 타고 Port Jesus에서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시내에 잠깐 들러서 기념품 티셔츠 하나 샀지요.

바로 Tusker 셔츠!

기차에서 만난 친구들과 이야기하던 중, 제가 월드컵 보러 가던 길이라고 했더니...

경기 볼 때 터스커 셔츠를 입으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카메라 앞에서 알짱거리래요... 그러면 자기네가 TV 보다가 저를 알아보겠답니다.^^

우리팀은 빨간거 입어야 된다고 했더만... 빨간 터스커 티셔츠 있다고 하더군요.

우리 경기를 볼 때 터스커 티셔츠를 입을지는 모르겠지만, 터스커 맥주가 아주 맛있어서요... ㅎㅎㅎ

그리고, 기차에서 만난 재밌는 친구들을 기억하고 싶어서 큰 맘 먹고 거금 750실링 던졌습니다!

호텔에 와서 터스커 한 병 홀짝거리면서...

이 좋은 곳에서 혼자라는 것이 가끔 쓸쓸하지만... 별 탈 없이, 또 재밌게 여행하고 있습니다.

내일 아침 8시, 탄자니아의 다르 에스 살람으로 떠납니다.

케냐에서의 마지막 밤이네요.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49

Page 5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탄자니아에서도 맛좋은 터스커 맥주를 싸게 마실 수 있을까?

아니면, 탄자니아에서도 터스커 처럼 맛있는 맥주를 만날 수 있을까?

갑자기 그게 젤 궁금하네...^_^

5/21 몸바사-다르, 버스가 사람잡겠네!

[2010년 5월 21일]

몸바사에서 다르에스살람까지의 버스 여행!

진짜로 죽여주는(?) 버스 여행이었습니다.

제가 하루 동안에 10만년은 늙어 버릴만큼 죽여주는 여행이었습니다.

일단, 출발부터 속을 썩이더군요.

전날 몸바사 도착하자마자 아침 8시 출발하는 버스를 예약했지요.

시간 맞춰 나갔더니 버스에 문제가 생겨서 10시에 출발을 한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호텔에 가 있으면 자기네가 시간 맞춰서 데려 오겠다고 했습니다.

한 발 양보하고 호텔로 갔습니다. 그리고, 말한 대로 픽업을 와 주더군요.

음... 약속은 지키는 사람들이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데리러 온 사람에게서 약간의 환전을 했는데... 50불쯤

손해 봤습니다. 진짜 왜이런다냐...T.T)

그런데... 10시에 출발한다는 버스...

움직일 생각을 안하네요. 곧 출발한다는 말만 반복할 뿐, 요지부동입니다.

그냥 내려서 비행기로 갈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치고 울화통이 터지다가도 결국은 "이게 아프리카의 진짜 모습이겠지" 하

고 생각하면서 견뎌냈지요.

푹푹 찌는 날씨에 땀이 차 오르고 지루함에 몸이 근질근질합니다. 이야기할 상대도 없고, 말도 안통하고...

그렇게 하면서 고문같은 6시간을 보내고, 오후 2시가 되어서와 버스가 출발을 했습니다.

(그 동안 버스를 수리하고 있었다는군요... T.T 이런 버스로 제대로 갈 수나 있을려나... 걱정걱정...)

...

50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5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버스가 출발한지 한 시간이나 됐을까? 갑자기 사람들이 우르르 내립니다.

옆에 보니까 화장실 비슷한 건물이 있어서, 저는 사람들이 화장실 가는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향하는 곳은 선착장이었습니다.

적당히 눈치로 때려잡고, 옆에 있던 착해 보이는 아줌마한테 달라 붙어서 손짓 눈짓... 대강 짐작해 보니까 버스 따로 사람 따로

만을 건넌 후에 다시 버스에 탄다는 듯!

이미 페리에는 수백명은 족히 돼 보이는 사람들이 콩나물 시루처럼 서 있었습니다.

그렇게 대강 눈치로 읽어가면서 페리를 타고 만을 건넜습니다.

저희 일행(버스 승객들)은 맨 나중에 타서 그나마 기다리는 시간 없이 빨리 타고 빨리 내렸습니다.

페리 안쪽에도 사람들이 빽빽했는데... 제 짐작에 그 사람들은 몇 시간 동안 기다렸을 것 같네요.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51

Page 5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페리로 만을 건너고, 다시 얼마간 걸어가니까 노점상이 즐비한 거리가 나오더군요.

물이나 음료수를 사 마시는 사람도 있고, 그냥 땡볕만 피해서 그늘에 서 있는 사람도 있고...

조금 있으니까 버스가 오더군요.

다시 버스를 타고... 고고씽!

정말 불편하기 짝이 없는 버스거든요.

짐 반 사람 반으로 꽉 차고, 복도 사이 짐 위에 앉은 사람도 있습니다.

에어컨 안되는 건 기본.

승차감이란 단어는 사전에 없음.

언뜻 봐도 우리나라에서는 폐차 연한이 지났어도 훨씬 지났을 중고 버스.

고막을 찢을 듯한 소음.

쾌적함의 반대쪽 구석에 있을 법한 눅눅한 냄새...

52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5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와~

근데여...

밖에 보이는 경치는 사람의 숨을 멋게 만들 정도로 죽여주는 겁니다!

완행 버스를 타고 세계 최고의 국립공원 안을 달리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달려도 달려도 그런 풍경은 멈추질 않습니다.

우리가 TV 속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아프리카 시골 모습, 싱그럽고 광활한 열대 자연의 모습, 그리고 거기서 살아가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전혀 도시화 되지 않은 아프리카 그대로의 모습이랄까?

버스는 몸과 머리를 물리적으로 죽여 주고 보이는 경치는 가슴을 감성적으로 작살내 주더군요.

그렇게 2시간쯤 갔을까... 드디어 케냐-탄자니아 국경에 도착했습니다.

육로 여행의 묘미 중 하나, 걸어서 국경 넘어가기!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53

Page 5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케냐의 국경마을 룽가룽가(Lungalunga)에서 버스를 내리고, 케냐 출국 수속을 마친 후, 그대로 걸어서 국경을 통과한 후 탄자

니아 입국 수속을 마칩니다. (입국 비자비 $50)

그러면, 탄자니아의 국경 마을인 호로호로(Horohoro)에 도착합니다.

호로호로에 들어가면 간단한 음식을 파는 노점상, 음료수나 물을 파는 어린 아이들, 환전꾼들이 각자 자기 용무대로 다가옵니

다.

그렇게 심하게 호객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적당히 웃으면서 이야기하면 됩니다.

너무 경계할 필요가 없는 것이, 그곳은 국경초소기 때문에 경찰이 늘 지척에 있으니까요.

제가 보기에는 사람들이 순박합니다.

저 또한 여행 초기라서 지나치게 긴장하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주로 육로로 운송하는 화물트럭이나 생계를 위해 왕래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저 같은 관광객은 별로 다니지 않는

루트이기도 합니다. (그날도 저 혼자였어요... T.T)

호로호로(Horohoro)는 국경 마을이기 때문에 케냐 실링과 탄자니아 실링을 모두 쓸 수 있습니다.

케냐 실링이 조금 남아 있다면, 거기서 털고 가기에 딱 좋겠더군요.

54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5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몇 백 실링(몇 천원 수준) 정도만 쓰면 물, 음료수, 간식 따위를 사먹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기서 식사를 하더군요. 그곳에서 버스에 타는 사람들도 몇 있었고요.

날씨도 덥고 배도 살짝 고프고 목도 심하게 마르니까 적당히 알아서 먹을것 먹고 쌀것 싸면 됩니다.^^ (공중 화장실도 있습니

다. 우리돈으로 2~300원 정도 하는 듯!)

저는 더위에 지쳐서 입맛도 없고, 음식도 그닥 입에 맞아 보이지가 않고, 제대로 다르에스살람에 갈 수나 있을지 걱정도 되고...

그냥 그 마을에서 담배 몇 대 피면서, 꼬마들과 농담 따먹기 좀 하면서 시간을 때웠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인지라... 이방인과도 금방 친해지고 금새 호기심을 나타내더군요.

여행 지도 펴 놓고 둘러 앉아서 함께 탄자니아도 찾아보고, 다르에스살람도 찾아보고, 우리가 서 있는 곳인 룽가룽가와 호로호

로도 찾아보고...

...

잠시 휴식을 마치고... 사람과 짐이 좀 더 많아진 버스가 다시 달립니다.

금방 부서져 내릴 것 같은 고물 버스가 아찔아찔하게 달립니다.

신나게 속도 내면서 힘껏 달립니다.

그런데... 비포장 도로네요.^^

국경 근처니까 그렇겠지 하면서 달렸는데, 1시간 2시간 3시간... 거의 4시간 가깝게 비포장 도로를 달렸습니다.

오늘 아침까지도 궁뎅이가 얼얼할 정도로 심하게 쿵쾅 거립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상태 안좋은 그 버스로 비포장 도로를 있는 힘껏 달렸거든요.

이 놈의 버스는 포장 도로건 비포장 도로건 안전운행 같은거 없습니다.

힘 닿는 데까지 악셀레터 밟으며 달리는 버스... 아마 사고가 난다면 무조건 대형 사고로 이어질 것 같더군요.

휴대폰도 안터집니다. 국경에서도 잘 터지던 휴대폰이 가물가물...

주변을 둘러보니 깊은 아프리카 초원을 가로지르는 길인만큼 휴대폰이 터지지 않을만도 하더군요.

그렇게 비포장 도로를 한 참 달려서 도착한 곳이 탕가(Tanga)!

탕가는 제법 큰 도시였습니다.

제법 버스 터미널 비슷한 곳에 버스가 들어갔고, 주변에는 간단한 음식점과 매점, 주점, 커피숍 등등등...

이미 날이 많이 어두웠지만, 버스가 들어오니까 주변이 갑자기 북적이기 시작하더군요.

탕가에서 내리는 사람들도 좀 있었고, 짐도 많이 내렸습니다. (이 버스는 승객도 나르고 화물도 나르고... ^_^)

그리고, 탕가에서 타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원래는 탕가에서 꽤 오랜시간 머물면서 식사도 하고 음료수도 마시는건데 출발이 워낙 늦어지는 바람에 탕가 대신 국경 마을에

서 식사를 했던겁니다.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55

Page 6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탕가에서는 사람과 짐을 내린 후 곧 출발했습니다. (말이 '곧'이지... 뒤엉킨 짐들 속에서 탕가에 내리는 짐들만 내리는게 쉬웠

겠어요?)

짐과 사람이 내리니까 버스가 제법 날렵하게 달리더군요.

탕가에 근접하면서부터 길도 포장도로로 바뀐 터라 좀 살만하더라구요.

그렇게... 탕가를 출발한 것이 밤 10시쯤 되었을겁니다.

그리고, 깜깜한 밤을 뚫고 뚫고 뚫고 또 뚫고 달려서 새벽 3시가 조금 넘어서야 다르에스살람 도착!

휴대폰도 잘 안터지고... 또 휴대폰이 터지지 않으니까 밧데리는 빨리 없어지고...

할 수 없이 휴대폰을 끄고 있다가 필요할 때만 켜곤 했는데, 그 바람에 제가 머물기로한 다르에스살람 게스트 하우스에는 연락

은 잘 안되고 시간은 계속 늦어지니 걱정은 점점 쌓여가고...

저는 저대로 답답하지요... 전화를 한들, 도대체 내가 어디까지 왔고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그렇게... 버스도 타고 페리도 타고 비포장 도로도 달리면서...

우여곡절 끝에... 호텔을 나선 지 장장 20시간만에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원래는 8시간에서 10시간 정도 걸릴거라고 했는데, 이렇게 저렇게 일이 꼬이다 보니 2배나 시간이 걸렸네요.

그런데, 제 생각에 8시간~10시간은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국경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절차와 대기시간이 있고, 사람들 식사하는 시간도 주어져야 하고, 탕가에서 짐 새로 정

56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6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리하는 시간, 그리고 아무리 밟아도 속도에 한계가 있는 결코 짧지 않은 비포장 구간...

버스가 달리는 중간중간에 검문소에서 허비하는 시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상당히 여러번 검문소를 통과했고, 그 때마다 차장이 내려서 돈을 좀 찔러 주는 것 같더군요.

차장과 경찰의 대화가 길어지게 되면 20분도 걸리고 30분도 걸립니다.

최소한 12시간은 생각해야 할 듯 합니다.

몸바사에서 다르에스살람으로 가는 버스 여행!

진짜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불편함, 더위, 피곤함, 두려움, 고독감...

자칫 사고라도 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무대뽀 운전도 무시할 수 없죠.

몇 명이 팀을 이뤄서, 현지인 가이드겸 기사 대동하고, 4륜 지프 가지고 간다면 케냐와 탄자니아의 대자연을 가슴 깊숙히 빨아

드릴 수 있는 훌륭한 여행 코스가 되겠지만 말입니다.

내 몸 하나 간수하느라 사진도 몇 장 못찍었다면 말 다했죠... T.T

하루만에 살이 쪽 빠지고 눈이 쑥 들어가는 어드벤쳐를 굳이 몸소 체험하시겠다는 분이 아니라면...

비추!

PS) 에구궁... 버스에서 힘을 다 빼가지고...

다르에스살람의 코리아 하우스라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운기조식하느라 여행일정 하루를 날렸답니다. T.T

5/22 한.일.탄-3개국 친선 동네 축구대회

[2010년 5월 22일, 토요일]

오늘은 공포의 버스 여행으로 완전 소진된 심신을 추스리기 위한 운기조식의 날!

늦은 아침을 먹고, 쫌 있다가 바로 점심 한 상 먹고... 딱 무료가 찾아 올 찰나...

쉰다고는 하지만 약간은 맹숭맹숭한데...

제가 묵고 있는 코리아 하우스 사장님의 조카분이 축구하러 간다네요?

그래? 마침 맹숭맹숭하던 차에 카메라 하나 들고 따라 나섰습니다. (제가 축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저 역시 축구 좋아하겠다... 마침 월드컵보러 가는 길이겠다...

저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관광상품도 없네요. ^^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57

Page 6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탄자니아에서 활동중인 한.일 양국의 국제협력단(한 KOICA, 일 JAICA)이 축구시합을 하기로 했는데, 탄자니아 팀도 섭외가

되어서 졸지에 3개국 초청 축구대회가 성사되었답니다.^^

KOICA, JAICA 모두 국제사회의 개발도상국들을 위한 협력사업 및 봉사활동을 하는 훌륭한 기구들입니다.

나중에 KOICA 단원으로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친구를 여행중에 만나기도 했는데, KOICA 단원들의 활발한 봉사활동

을 통해 현지민들도 많은 도움을 받고 우리나라에 대한 호감도도 높습니다.

잔지바르에서 스파이스 투어 할 때는 원주민 아이들이 우리에게 다가와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투어를 했던 농장 근처에 KOICA 봉사단에서 운영하는 지원센터가 있더군요.

이분들... 진정한 국가대표입니다!

앞으로 KOICA 단원 뽑을 때 학생시절 축구선수 경험이 있는 사람을 우대해 줬으면 좋겠네요. ^^

농담이 아니고요... 현지민들과 가깝게 어울리고 끈끈한 정의 나누기에 축구만큼 좋은 것도 없거든요!

58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6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동네 축구의 전형. 공에서 반경 5미터만 벗어나면 뛰지 않는다!

요것 만큼은 전세계 어디서나 만국공통!

축구 수준은 그닥 뭐... ^^ (No Comment!)

탄자니아 팀은 공을 좀 많이 다려본 듯 하고, 개중에는 뚱뚱한 몸이지만 센스 넘치는 칼날 패스에 논스톱 발리슛을 성공시키는

동네지존 형님도 있었습니다.

한국팀과 일본팀은...

경기 전후에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곤니찌와, 아리가또, 스미마셍....

경기하는 중에는 다르에스살람 대첩 분위기!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59

Page 6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최종 결과는...

- 탄자니아 2승, 한국 1승 1패, 일본 2패

팀별 간단 Review

- 탄자니아 : 매일 같이 모여서 축구하면서 노든 사람들이 아닌가 싶음 (쉽게, 놀면서 차면서도 우승!)

- 한국 : 순위 상관 없이 일본한테만 이기면 용서 받을 수 있는 팀?

- 일본 : 많은 것을 보여주었으나 결국은 2패한 팀

팀 구분 (그래도 국가 대항전입니다. ^^ 인간적으로... 유니폼 색깔은 맞춰줍니다!)

- 탄자니아 : 오렌지

- 한국 : 빨강

- 일본 : 파랑

60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6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오늘 전적, 1승 1패!!!

일본과의 다르에스살람 대첩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회식하기에 한 점의 부끄럼도 없다!!!

축구공만 하나 있으면...

이렇게 쉽게 하나가 될 수 있답니다!

아프리카와 함께, 탄자니아와 함께... 모두 행복하세요!

5/23 잔지바르, 그냥 눌러 앉아 살고 싶다!

[2010년 5월 23일, 일요일]

당초 잔지바르에서 2일을 보낼 계획이었는데, 몸바사에서 다르에스살람 올 때 버스에서 하도 진을 뺀 탓에 하루만 잔지바르에

서 보내게 되었네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무리 힘이 들었어도 잔지바르에 왔어야 했습니다.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61

Page 6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이곳의 아름다움, 평화로움, 시골 섬마을 같은 따뜻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네요.

하룻밤만 묵고 떠나야 한다는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

다르에스살람에서 잔지바르에 갈 때는 페리를 이용합니다.

저는 1시 페리를 타러 갔는데, 마침 12시 30분에 출발하는 페리가 있어서 그걸 바로 탈 수 있었습니다.

에어컨 나오고 자리도 편안한 1등석 끊었습니다. ($40)

뭐... 결론적으로 굳이 1등석 끊을 필요는 없었네요...

출발하면서 잠깐 눈 좀 붙이고, 나머지 시간은 밖에 나가서 바다 구경 하면서 갔으니까요.^^

마침 날씨도 너무 좋아서 새파란 바다 보면서 짠냄새 실컷 맡았습니다.

(주의) 다르에스살람의 페리 선착장에 도착하면 티켓을 끊어 주겠다면서 몰려드는 삐끼들이 천명쯤 됩니다. ^^

다르에스살람-잔지바르 사이를 운행하는 페리 회사도 여럿이라서 우왕좌왕하기 쉽습니다.

저를 태우고 간 택시 기사가 말하기를 "Seabus"가 가장 빠르고 좋다면서, 티켓 오피스와 대합실 문 앞에서 내려주더군요.

덕분에 삐끼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편하게 페리 티켓을 끊었습니다.

택시 타시면 기사에게 "Seabus" 또는 "Azam" 앞에서 내려 달라고 말하세요.

버스나 도보로 이동하실 경우, 딴 데 눈 돌리지 말고 "Azam"이라는 파란색 간판이 있는 오피스로 가시기 바랍니다.

62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6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Azam은 탄자니아의 삼성이나 현대쯤 되는 회사로, 잔지바르 페리도 운영하지만 기타 여러가지 사업을 합니다. 과자도 팔아

요.. ^^)

...

잔지바르도 그렇고 아프리카의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

길을 걸어가다 보면 현지인들이 말을 많이 걸어옵니다.

그냥 외국인이니까 재미삼아 말걸어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개중에는 자기가 가이드 해 주겠다면서 좀 더 질기게 달라붙

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그 중에는 덩치가 좀 있어서 살짝 겁을 낼만한 사람도 있지요.

하지만, 그냥 현지 사람들일 뿐입니다. 삐끼는 그냥 삐끼에요. 도둑도 아니고 강도도 아닙니다.

당신 뜻은 알겠는데 나는 그냥 혼자 둘러 보겠다고 두 세번 말하면 알았다고 하면서 인사하고 갑니다.

그 사람은 그냥 손님 하나 놓친 것일 뿐, 저를 이상하거나 나쁘게 생각하지도 않구요.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외국 사람들이 가락시장에 가면 얼마나 당황스럽겠어요?

시장 길 걸어가는 내내 호객하는 소리에, 팔 잡아 당기고, 어리버리하면 살짝 바가지도 쓸 수 있고...

하지만, 가락시장의 사람들은 장사를 하려는 것일 뿐이지 손님한테 해코지 하려는게 아니잖아요?

그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바가지를 좀 쓸 수도 있고, 약간 속을 수는 있겠지만...

이곳에서 느낀 잔지바르의 호객꾼들은 그냥 우리 나라의 호객꾼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되네요.

굳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잔지바르 페리 선착장에 내리는 순간부터 호객꾼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제일 먼저 택시 기사, 그 다음 자칭 가이드, 그 다음은 호텔 정하셨어요... 이런 식입니다.

호텔 정하셨으면 바로 택시 타시면 되고, 완전 무계획이라면 그냥 됐다고 말하고 스톤 타운이 왼쪽이냐 오른쪽이냐 하고 물어

보세요.

그리고, 조금만 걸어가면 바로 스톤 타운이 나오니까... 슬슬 걸어 다니면서 음식점도 찾아보고 숙소도 찾아 보시면 됩니다.

그러나, 짐 짊어지고 다니면 그 만큼 호객꾼 만날 가능성이 높겠죠? 숙소는 가급적 미리 정하심이 좋을 듯!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63

Page 6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페리를 타고 2시간 정도. 드디어 환상의 섬 잔지바르가 보입니다!

잔지바르에 도착하면 마치 국경을 넘는 것처럼 출입국 서류를 작성해야 합니다.잔지바르를 포함한 인근 섬지역(Zanzibar

Archipelago)은 말이 탄자니아일 뿐, 독립적인 자치구나 마찬가지 입니다. 문화도 완전히 틀리고요.

잔지바르는 아프리카 문화라기 보다는 아랍이나 인도 냄새가 많이 납니다.

길에서도 아랍인들과 인도인들 심심찮게 만납니다. 시간이 되면 무슬림들의 기도 소리도 들리고요.

지금이 비수기라고 하는데, 그래도 관광객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습니다.

아시아 사람들도 제법 있지요. (한국 사람은 못본 듯)

여기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동양인들이 별로 이방인 취급을 받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외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유도 있겠지만, 아랍과 인도 문화가 공존하기 때문에 동양인들이 완전히 낯선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마침 케냐에서 샀던 터스커(Tusker) 티셔츠를 입었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지나가면, "헤이, 터스커!" 이러면서 말을 붙이거나 그냥 혼잣말처럼 "터스커"라고 중얼거립니다.

여기서도 터스커 맥주는 꽤 유명한 모양이네요.

티셔츠 하나 입었을 뿐인데... 터스커 티셔츠 덕분에 이곳 사람들이 좀 더 친근하게 말을 걸어주네요.^^

64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6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굉장히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잔지바르는 본래의 모습을 많이 간직한 듯 합니다.

사람들의 순박함도 보이고 스톤타운 골목 골목의 그늘에 앉아 한여름의 땡볕을 피하는 모습들이 굉장히 편안해 보이고...

이곳에서는 좀처럼 새것을 보기가 힘듭니다.

집도 오래 되었고, 나무도 크고 굵습니다. 지도에는 Street, Road 이런 식으로 표시되시만 차 2대 지나가기에 벅찬 골목길들이

대부분입니다.

지도에 Stree이나 Road라고 표시되어 있다고 해서 큰 길 찾으면 절대 답 안나오지요.^^

잔지바르의 중심가는 Stone Town입니다. 작은 골목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지요.

Town이라는 말에, 그리고 미로라는 말에 겁먹지 마세요.

반나절만 걸어 다니면 거의 모든 구석을 다 지나치게 됩니다.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65

Page 7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미로에서 길 잃어도 괜찮습니다. 그냥 계속 가다보면 타운의 끝자락에 닿게 되니까요.^^

스톤 타운에는 낡고 오래된 것들 천지입니다.

오래된 집, 오래된 나무, 오랜 전통이 뭍어나는 사람들...

내리쬐는 햇볕과 더위도 피할 겸, 기념품 구경도 할겸, 그리고 잔지바르의 진짜 모습도 구경할 겸...

스톤 타운 골목에서 다리품 좀 파는 것도 좋을 듯 하네요.

밖에 아무리 강한 햇볕이 내리쬐어도 스톤 타운의 골목길 안쪽은 더위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시원합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 때문에 소소한 기념품 가게, 맛있는 식당, 저렴한 숙소들이 스톤 타운 근처에 널려 있습니다.

스톤 타운의 랜드마크는 Old Fort라는 성곽입니다.

이 앞에는 잔지바르 항구와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Forodhani Garden이 있고, 밤에는 이 근처에 갖가지 길거리 음식들을 파

는 야시장이 선다네요.

Old Fort를 시작으로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가서 한 낮의 더위도 식히고 미로 탐험도 하고...

아니면 그 앞에 펼쳐진 멋진 남국의 바다를 바라봐도 좋고...

해질녘에는 잔지바르가 자랑하는 Sun Set을 감상해도 좋고!

66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7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참고로... 저는 스톤 타운에 있는 Mauwani Inn 이라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묵었습니다. (싱글룸 $40. 조식포함.)

우리네 시골 여관이나 민박집쯤 된다고 보시면 되겠네요.

가족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 인데, 저렴한 만큼 시설들도 낡고 골목 안쪽에 있지만 아주 편안하고 좋네요.

인터넷을 쓸 수 없지만... 하루나 이틀 인터넷 안쓰는 것도 축복이지요.^^

(거리에 나가면 인터넷 카페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청명한 날씨와 아름다운 바다, 그리고 비교적 때가 묻지 않는 평화로운 섬마을.

제가 지금까지 여행한 여러 여행지 중에 첫째 아니면 둘째로 꼽을 만큼 좋은 곳입니다.

언제든 맘만 먹으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해변이 지척에 있고, 거리에서는 몇 백원만 내면 오렌지나 코코넛을 사먹을 수 있습

니다.

수레에 오렌지 싣고 있는 아이가 있어서 얼마냐고 물었더니 하나에 100실링이라네요. (대략 100원 근처^^)

하나 달라면서 1000실링 짜리 돈을 줬더만... (마침 잔돈이 없어서리)

아이고 이녀석...

주머니 깊숙한 곳에서 꼬깃꼬깃 말라 비틀어진 200실링 지폐를 네 장 꺼내네요.

그러면서 은근 슬쩍, 그냥 2개 사라는 눈짓 보내면서 오렌지를 하나 더 집어 들고 내 눈치를 보는겁니다.

"그래... 그래... 그냥 두 개 줘 ^^"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67

Page 7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그랬더니 살짝 웃으면서 오렌지 두 개를 칼로 갈라 주네요.^^

또 한 번은 레게 머리를 한 청년한테 500실링짜리 물 하나 샀는데, 물 줄 생각은 안하고 잔지바르 자랑만 줄줄이 늘어 놓고 있

더군요.

한 참을 듣다가...

"근데 물 안주니?"

"응? 물? 하나에 500실링이야. 시원한 것도 있어" (뭔 소리여... 돈 내고 거스름돈까지 다 받았는데..)

"아니, 내가 물 샀잖아."

"아... 미안 미안... 여기 시원한거 있어! 이따가 저녁에 요기서 내가 먹을거 파는데, 나머지 돈은 그때 써라.^^"

^__^

대강 분위기 감 잡히지 않나요?

너무너무 친근하고 여유로운 시골의 모습이 아닌지요?

아마 이런 곳을 보고 파라다이스라고 하는 모양이네요.

해변 식당에서 Sea Food Pasta 먹으면서 마눌님 한테 문자 보냈습니다.

다음에 우리 가족이 함께 여기로 여행 오자고...^^

68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7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그 만큼 아름답고 편안한 곳이네요.

가족 여행 올 때는... 험한 버스 대신 비행기 타야겠죠? ㅎㅎㅎ

꼭 이렇게... 혼자 분위기 좋은 곳에서 멋진 식사를 할 때면 문득 가족이 그리워집니다.

향수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앞으로는 꼬질꼬질한 곳에서 거지같이 먹어야 할까바요. ^^

아름다운 섬 잔지바르에서도 축구는 최고의 인기 스포츠군요.

황홀한 잔지바르에 마음을 빼았겼지만 나는 지금 월드컵을 보러 가는 중이기 때문일까요?

어쨌든 축구공 있는 곳으로 눈길이 가는건 어쩔 수 없군요.

한 낮에는 물놀이 하는 사람과 그늘에서 쉬는 사람밖에 안보이더니...

더위가 한 풀 꺾인 늦은 오후의 해변은 물놀이 하는 사람, 피크닉 나온 사람, 그리고 축구 하는 아이들과 청년들로 북적북적합

니다.

아름다운 섬 잔지바르에 축구공 하나가 더해지면 그만큼 더 아름다워지는 것 같지 않나요?

하지만... 숙소에서 물어 봤더니 해 떨어진 다음에는 좀 조심하라고 하더군요.

밤에 나갈 때는 값이 나가는 물건, 현금, 여권 같은 것은 숙소에 맡기고 가는 것이 좋답니다.

세계 어디서나 밤길은 조심해야지요.

그리고, 우리는 이방인이라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하고, 현지인을 의심할 필요는 없지만 여행자는 항상 조심하고, 겸손해야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69

Page 7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지요.

그나저나... 저녁은 뭘 먹나?

숙소에 물어 봤더니 바로 근처에 괜찮은 중국집이 있다고 소개해 주네요. ^^

숙소 근처 중국식당(Pagoda)에서 늦은 만찬을 했습니다.

메뉴는 늘과 고추로 맛을 낸 게찜 (대략 1만원 안됨)

요놈 기막히게 맛있습니다.

하나 받아 놓고 탄자니아 맥주 킬리만자로(Kilimajaro)로를 함께 마시면 매콤 짭짜름하 최고의 안주가 됩니다.

케냐에 터스커(Tusker)가 있다면 탄자니아에는 킬리만자로(Kilimanjaro)가 있습니다. ^^

점심 먹고 계속 쏘다녔더니 게 한 마리로는 부족해서 새우 볶음밥하나 추가했습니다. (쌀만 틀리고 나머지는 한국에서의 새우

볶음밥과 거의 비슷함 - 참고로, 잔지바르에서도 벼농사 짓습니다.^^)

...

이 아름다운 섬에서 하루만 묵고 떠나야 한다는 것이 너무 아쉬울 뿐입니다.

맛있는 음식, 아름다운 해변, 그리고 친근하고 순박한 사람들...

참 아름다운 섬에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답니다.

70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7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5/24 잔지바르 Spice Tour

[5월 24일]

잔지바르(Zanzibar)는 향신료의 섬입니다.

과거에 잔지바르를 중심으로 몸바사(케냐), 다르에스살람(탄자니아)를 아우르는 지배력을 가진 술탄이 있었는데

그가 후추와 정향 같은 향신료를 가지고 큰 상권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더 이상 잔지바르가 향신료를 통해서 돈을 벌어들이지는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과거의 향신료 농장들이 여전히 운영중이고 관광객들 투어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4시간 정도 걸리는 Spice Tour인데, 1인당 15 달러를 내면 점심이 제공되는 Shared Tour를 다녀올 수 있습니다.

(Private Tour는 60 달러. 점심은 제공 안됩니다.)

Tourist Information Office라는 곳을 찾아가서 이야기하면 어레인지 해 줍니다.

오전 10시 전에 출발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 예약하거나 그 전날 하셔야 합니다. (Office라고 해서 거창하지 않습니다. 동네 구

멍가게인데 간판만 그렇게 붙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략 10여명 정도의 인원에 가이드 1명, 기사 1명 붙어서 봉고차에 끼어 탑니다. (진짜 끼어탑니다 T.T 에어컨? 숙소 외에는

그런거 기대하지 마셔요...)

1시간 정도 스톤 타운 외곽으로 달려서 향신료 농장 투어를 하고, 옛날 술탄이 살았다는 유적지(라고는 말하지만 폐허가 되어

벽과 방 몇 개만 남아 있는 장소)를 잠시 둘러보고, 현지인 가정식 백반으로 점심 먹고, 해변에서 1시간 정도 놀다가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저는 다르에스살람으로 돌아가는 페리 시간 때문에 점심 식사 후에 일찍 나왔는데,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도 해변 투어 생략하

고 일찍 시마이 하더군요. (하긴... 잔지바르에 널린게 해변이니까요.)

현지인 가정식 백반은... 1인당 15 달러의 투어 비용을 보면 아시겠지만... ^^

쌀밥 + 코코넛 소스 + 나물볶음 같은거 나옵니다. 큰 그릇에 나오면 각자 알아서 덜어 먹는 식인데...

굳이 평가하자면 맛있다기 보다는 먹을만 하다... ^^

그냥 현지인 집에서 밥 나누어 먹는 재미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좋겠네요.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김치 없이 먹는 순한 맛 카레 덮밥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듯합니다. ^^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71

Page 7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여유롭게 과거의 잔지바르와 향신료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투어하면서 다른 외국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고 가이드도 친절하게 설명 잘 해줍니다.

(가이드 영어는 알아듣기 쉽습니다. 한국식 발음...^^ 여행객들과의 대화는 그보다 어려움... T.T)

향신료 농장에서 본 것들... 기억나는 대로 좀 올려 보겠습니다.

워낙 여러가지 풀들을 봐서리... 제 기억이 정확한지 잘 모르겠네요.^^

(좌)강황. 카레 및 기타 인도음식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노란 것이 바로 요놈의 뿌리입니다.

꽃이 이렇게까지 예쁜 줄은 몰랐네요.

언뜻보면 향신료가 아니라 화초를 보는 것 같습니다.

(중)계피. 계수나무의 껍질이 바로 계피죠.

수정과의 향긋한 냄새가 바로 계피냄새입니다.

"푸른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

어린시절 흥얼흥얼 거리던 동요 속에 나오는 계수나무를 잔지바르에서 처음 봤습니다.

(우)후추. 요놈 후추를 가지고 옛날 잔지바르의 술탄이 한 끗발 날렸답니다.

백후추 흑후추 종자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요...

후추 열매를 가공하는 단계와 정도에 따라 녹색, 노란색, 검은색 후추가 만들어지고 맛도 각각 다르답니다.

72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7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좌)절라 매운 고추. 한국사람이라는 이유도 내가 대표로 덤볐다가 죽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강하게 매운 느낌이어서 어느정도 견딜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매워지고 입술과 입 언저리가 따끔따끔해지면서 슬슬 아픔이 밀려옵니다.

그러면서... 입안이 후덜덜하게 화끈화끈.

어찌나 매운지 이마에서 땀이 뿅뿅 솟아나는데, 땀을 닦으면 이마 전체가 따끔거릴 정도! (거의 입 벌리고 혀 내밀고 투어했습

니다. ^^)

(우)오니타라고 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씨앗을 문지르면 인도 여자들이 얼굴에 연지곤지 바르는 것 같은 맑고 깨끗한 주홍 색깔이 나옵니다.

탄두리 치킨에 들어가는 거래요. (옆에 있던 예쁜 인도 아가씨가 잘 알려주더군요.^^)

저도 살짝 문질러서 맛을 봤는데 그냥 텁텁한 느낌이었습니다.

(좌) 레몬 그래스. 벌레 퇴치에 유용하답니다.

꼭 벼처럼 생겼는데... 잎을 따서 냄새를 맡으면 시중에 파는 벌레 퇴치 스프레이 냄새가 납니다.

냄새는 익숙한데 실제 생긴 모습은 처음이네요.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73

Page 7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중)바나나 꽃. 꽃잎을 들춰보면 성냥같이 작은 것들이 나란히 있는데...

요놈들이 그대로 커서 바나나가 된대요.

그러니까 꽃잎 하나하나마다 바나나 한 다발이 숨어 있는 셈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꽃 봉오리 하나가 다 자라면 줄기에 층층이 달려있는 커다란 바나나 꾸러미가 됩니다.

(우)우리 아들 좋아하는 바닐라!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느껴지는 고소하고 향긋한 냄새~

콩깍지 같이 긴 놈을 말리고 어쩌구 저쩌구 하면 우리가 아는 바닐라 향이 만들어 진다나...

(좌)빵 과일. 그냥 먹으면 안되고 요리를 해서 먹어야 한답니다.

익히면(삶으면? 찌면? 모르겠네... T.T) 하얀 속살이 빵처럼 된다네요.

물론 빵처럼 먹을 수도 있고요.

(우)오렌지. 연두색 껍질만 보고 아직 안익은 줄 알았는데, 먹어보면 달콤합니다.

잔지바르에는 오렌지가 지천입니다.

마당에 오렌지 나무를 심은 집도 흔하게 볼 수 있고, 길거리에서 수레 한가득 오렌지를 팔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투어를 하다보면 살짝 목이 말라오는데... 가이드가 건네주는 오렌지 한 입 깨물면 완전 꿀맛!

(좌)생강. 잘 아시듯 뿌리를 먹죠.

맨날 뿌리만 봤는데 처음으로 생강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았습니다. (우리나라 생강과 다르지 않겠죠?)

74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7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나중에 알았는데, 잔지바르에서 유명한 것 중 하나가 생강 커피래요.^^

저는 맛을 못봤는데... 잔지바르 가시는 분들은 꼭 맛보시기를!

(우)아라비카 커피 열매. 잔지바르에서도 질 좋은 아라비카 커피가 난답니다!

열매를 까면 커피 빈(Bean)이 나오고, 그놈을 말려서 볶아서 어쩌구 저쩌구하면 거무스름한 원두가 나오고...

그놈을 갈아서 생강과 함께 홀짝홀짝?

(좌)Star Fruit. 가로 방향으로 자르면 별 모양의 단면이 나옵니다.

시큼하면서 아주 시원한 맛이 납니다.

저희가 맛을 볼 때는 신맛이 너무 강해서 몸이 살짝 떨렸는데...

노랗게 익으면 신맛이 없어진답니다.

(우)이름이... 낫치라고 했던가?

요놈이 아주 희한하게... 첫날밤에 신부를 홀리게 만드는 효과가 있대요.^^

옛날 잔지바르에서 결혼식날 신부에게 많이 먹였다고 하네요.

그 말 듣고나서 투어에 함께 했던 몇몇 아가씨(아줌씨?)들이 요거 사가더라구요. ^^

약간 환각 성분이 있답니다. 잔지바르에서는 흔하게 먹지만 다른 곳에서는 금지된 열매랍니다.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75

Page 8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좌)투어에 왔던 여자들한테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일랑일랑 !

자스민 비슷한 냄새가 나는데, 향수를 만들 때 쓰인답니다.

향기가 은은하고 아주 좋습니다. (부드럽고 고급스럽다고 해야하나?)

바구니에 같이 담겨 있는 것은 일랑일랑 에세션 오일이랑 비누입니다.

마눌님을 위해서 살까 하다가, 여행중에 제대로 간수할 수 있을지 몰라서 그냥 접었습니다.

(우)정향. 바로 잔지바르의 상징이자 자부심이었던 향신료!

잔지바르에서 정향은 향신료, 치료제 등 다양하게 쓰인답니다.

실제로 정향을 소개하는 글에 보면 "Pride of Zanzibar"라고 써 있습니다.

한 때 전 세계 정향의 80%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인도네시아 정향에 밀려서 17% 정도밖에 안된답니다.

(좌)Curry Tree 라고 하더군요.

잎을 뜯어서 씹어보면 떱떠름 하면서 묘한 향이 납니다.

카레향 같기도 아니고 아닌거 같기도 하고...

제 느낌에는 그냥 어릴 때 동네 뒷산에서 나뭇잎 씹을 때 느껴지던 떱떠름한 맛...

(우)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코코 열매!

옆에 있던 태국 친구랑 노닥거리다가 설명을 놓쳤습니다.^^

이 친구가 한국에 가본 적 있다면서 홍대, 이태원 어쩌구 저쩌구....

가이드 설명 끝나고 어리버리하니까 옆에 있던 아저씨가 "초콜릿 만드는 코코 열매래~" 하더군요. ^^

76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8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

그리고... 함께 투어를 했던 맘씨 좋은 앤소니 아저씨!

향신료 농장 투어를 하는 동안 원주민 꼬마들이 계속 따라 다니며 이거저거 챙겨주고 도와주고 그럽니다.

물론... 나중에 팁을 몇 푼 받기 위해서죠.

대부분의 관광객은 그냥 점잖게 쌩까는데... 맘씨 좋은 앤소니 아저씨는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다 받아주더라구요.

꼬마들 모두 친절한 앤소니 아저씨한테 모두 달려들어서...

각 향신료를 모아서 쥐어주고, 모자도 만들어주고, 급기야 풀잎으로 만든 넥타이까지 만들어 주네요.^^

이 아저씨 어찌나 매너가 좋고 품위가 있으신지...

제가 영어가 짧아서 가이드 말을 조금 놓치면 옆에서 쉽게 이해되도록 거들어 주기도 하고 투어에 함께 했던 모든 사람들이랑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77

Page 8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현지인들에게도 너무나 친근하게 대해주시더라고요.

나도 이 다음에 나이가 들었을 때 저런 넉넉한 웃음과 매너를 갖추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멋진 분이었습니다.

앤소니 아저씨도 잠비아로 갈 계획이라는데, 혹시 만날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남은 여행도 멋지게 마무리 하시길 빌겠습니다!

5/24 잔지바르 페리에서 바라보는 일몰

[5월 24일]

잔지바르에서 오후 4시에 출발하는 페리를 타면 6시쯤에 다르에스살람에 도착하게 됩니다.

해가 넘어가고, 딱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무렵에 도착하더군요.

덕분에 배 위에서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해를 보면서 올 수 있었습니다.

잔지바르에 갈 때는 1등석 끊었는데, 돌아올 때는 2등석 끊었습니다. (5달러 차이던가? 별차이 없음)

1등석이 2등석보다 쾌적한 것은 맞습니다. 2등석은 좀 더 시큼한 냄새가 나더라구요. T.T

그래바야 어차피 자리에 앉아 있지않고 바깥 난간으로 가서 바다 구경할건데 뭐....

근데... 이 배가 한국에서 쓰던 중고선인가봐요.

군데군데 한국어 안내표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

파도는 조금 세더라구요.

아님... 파도는 그냥 평범한데 배가 너무 날았는지...

바다를 보면 그냥 평온해 보이는데 배는 심하게 파도에 부딪쳤습니다.

짠 바닷물이 튀고, 소금기 머금은 축축한 공기가 몸에 끈적거리며 붙지만

바다에서 멋진 일몰을 볼 수 있다면 그 정도야 못 견딜라구요.^^

78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8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배가 파도에 부딪쳐 요동 칠 때마다 꼬마들이랑 같이 바이킹 놀이 했습니다.

그런데 , 도 아이 키우는 입장인지라... 아무래도 위험해 보이더군요.

별다른 안전 장치도 없는 난간을 붙잡고 깔깔거리고 있었는데, 잘못하면 한 방에 바다로 날아가 버리겠더라구요.

안으로 들어가라고 했는데... 요 녀석들이 영어를 못알아 들었는지, 아니면 내말을 쌩깐건지 모르겠지만

들은 척도 안하고 계속 바이킹 놀이만 하더라구요.

급기야... 옆에 있는 아주머니가 제 눈치를 알아차리고 애들한테 뭐라뭐라 큰 소리로 호통을 칩니다.

그제서야 꾸물꾸물 객실로 들어가는 꼬마들... ^^

한국이나 아프리카나 애들은 큰 소리 한 번 들려야 움직이나봐요. ^^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79

Page 8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구름이 없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쉽슴다...

조금만 더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다면...

조금만 더 시간이 여유있게 주어졌더라면...

구름이 조금만 덜 끼었으면...

가족과 함께 왔더라면...

늘 아쉽기만 하네요.

특히 너무나 아름다운 잔지바르여서 그런지 아쉬운 마음이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80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8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다르에스살람 항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둠이 내린 시간...

다르에스살람 선착장에 도착하면서 다시 몰려오는 삐끼와 택시 기사들...^.^

유유히... 꿋꿋하게 그들을 헤치면서 밖으로 나가서, 줄 서 있는 택시들 중에 맨 앞에 있는거 타고 귀가!

황홀한 잔지바르 섬도 안녕, 그리고 오늘밤을 자고나면 탄자니아와도 안녕!

꼭 다시 한 번 이 배를 타고 잔지바르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아쉬웠던 1박 2일간의 잔지바르 여행을 마쳐야했습니다.

못 본 것, 보고싶은 것이 너무나 많은데...

아... 넘 아쉽다!

5/25 2박 3일을 달리는 타자라 열차

[2010년 5월 25일, 화요일 ~ 5월 27일, 목요일]

2박 3일간의 긴 기차여행!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81

Page 8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에서 타자라 열차를 타고 잠비아의 카피리음포시로(Kapiri Mposhi),

그리고 카피리음포시에서 미니버스(봉고차)를 타고 다시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Lusaka)까지!

장장 52시간의 긴 여행이었습니다. (이쯤되면...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나...ㅋㅋ)

달리는 기차에서 씻고 싸는 문제가 조금 불편했지만 긴 기차여행의 끝은 언제나 개운하고 시원하기만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여행은 돈 준다고 해도 못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저한테는 이것처럼 재밌는 여행이 없네요.

덜컹 거리는 기차의 규칙적인 리듬, 창밖으로 펼쳐지는 탄자니아와 잠비아의 다양한 풍경들, 정차역마다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

는 다양한 사람들과 볼거리, 기차에서 만나는 여행 친구들과의 즐거운 수다까지... 저한테는 모든 것이 흥미진진하기만 했습니

다.

국경 근처에서 맞은편에서 오는 열차와 교차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이래저래 중간 중간에 서기도 많이 서고... 그리하야, 무려 6시간이나 연착을 했습니다.

덕분에 루사카에 도착했을 때는 어둠이 짙게 깔리고 인적조차 뜸해진 시간에 도착했네요.

예정대로였다면 루사카에 일찍 도착해서 시내도 좀 돌아보면서 여유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2박 3일간 기차에서 함께 지냈던 친구들과 뒷풀이 맥주 한 잔도 나누지 못한채 모두들 각자 숙소로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루사카 도착하면 깨끗하게 샤워하고 한 잔 마시기로 했는데 말입니다. ^^

타자라 열차에 대한 첫 느낌은 너무 좋았습니다.

마침 저는 게스트 하우스에 부탁해서 미리 표를 끊어 놓은 상황이어서 모든 것이 편했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다르에스살람 타자라 기차역이었지만 역무원에게 1등석 티켓을 보여줬더니 바로 라운지를 가르쳐 주

었습니다.

오호라! 타자라 열차는 뭔가 다르군!

에어컨까지 시원하게 나오는 1등석 라운지에 살짝 감동까지 먹었습니다. (아프리카와서 에어컨 구경하기 쉽지 않아요. T.T)

그리고 라운지에는 전용 화장실까지 붙어 있네요!

케냐에서도 1등석 손님은 깍듯하게 대접해 주었는데... 여기는 더 좋구먼!

82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8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헌데... 기차에 오르자마자 밀려오는 실망감이라니...

아마 나이로비에서 몸바사 가는 기차가 워낙 좋아서 실망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1등석과 2등석의 차이는 한 방(컴파트먼트)에 침대가 4개냐 6개냐의 차이일 뿐, 나머지는 똑같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중국에서 들여온 기차인듯 합니다. 기차 여기저기에서 한자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많이 낡았고 상태가 좀 부실했습니다.

침대 상태 안좋아요... 나사 풀어진 것 많고, 전기 스위치 여러개 있지만 동작하는 건 하나 뿐입니다.

침대등 켜지지 않고, 방에 붙어있는 선풍기는 그냥 폼이고, 전기 플러그도 있지만 전기 안들어오구요.^^

1등석이라지만 창문을 위로 올려 놓은채로 고정이 잘 안돼서 작대기 지지대를 받쳐 놓아야했고요. (룸 메이트랑 그 작대기의

정체를 몰라서 한동안 머리를 좀 굴렸지요... ^^)

그나마 침대가 4개인 것으로 만족해야죠.^^

그리고 1등칸에는 외국인 여행자들이 많아서 친구 사귀기가 편했다는 것도 하나의 장점!

하여간... 주섬주섬 자리를 잡으니 룸메이트가 들어오더군요.

잉글랜드에서 온 스티브라는 친구인데, 우간다에서 봉사활동 마치고 여행중이라고 하더군요.

그나마 다행인지, 룸메이트가 상당히 괜찮은 친구였고 4명이 쓰는 방이지만 우리 둘 뿐이었습니다.

조금 모자란 1등석이었지만 다행히 여행하기에는 딱 좋은 상황!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83

Page 8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조금 있다가 넉살 좋은 녀석이 우리방을 찾아 왔습니다. 이 친구는 대합실에서 이미 스티브와는 통성명을 한 상태.

아일랜드에서 온 필이라는 친구인데, 자기도 월드컵을 보러 가는 길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이 기차에 월드컵 보러가는 이스라엘 친구가 한 명 더 있는 것까지 알려주더라구요.

그리고, 조금 있다가 넉살 좋은 이스라엘 청년 아론까지 합세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우리 방에 침대가 비어서 아론은 그냥 우리 방을 쓰기로 했습니다.

(사진에서 왼쪽부터) 아론, 필, 스티브.

저까지 네 명 모두 술 좋아함.

스티브 빼고 나머지는 모두 흡연인^.^

잘 뭉쳤죠 뭐. 월드컵 보러가는 3인 + 잉글랜드 출신 1인.

바로 뭉쳐서 맥주 마셔대고, 월드컵 이야기 주절주절하고...

아론이랑 스티브는 가방에 꼬불쳐 놓은 위스키 꺼내고...

저는 가방에서 김, 오징어 따위 맥주 안주 꺼내고, ...

첫 날은 이렇게 여행의 흥분 속에 한 참을 꽤 마셔대고서야 잠이 들었습니다.

84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8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아론은 다음날 음베야(Mbeya)라는 곳에서 먼저 내렸고, 나머지 셋은 루사카까지 계속 동행했습니다.

아론은 약간 히피 기질이 있는 친구랄까?

통통하고 귀엽게 생겼는데, 능글능글 싱글싱글하면서 잘 어울리더라구요.

약간 퍼질러져서 개기면서 사는 스타일입니다.

제가 펴 놓은 김이 맛있다면서 연신 집어먹으면서 위스키 홀짝홀짝... ^^

다 좋았는데 이번 월드컵에서 자기는 아르헨티나 응원할거라고 해서 1점 감점 당했습니다.

룸메이트였던 스티브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28살된 친구인데 우간다에서 봉사활동하다가 우간다 아가씨랑 사랑에 빠졌답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누구나 만나보면 영국신사라고 할 만큼, 점잖고 남을 잘 배려할 줄 아는 괜찮은 청년입니다.

영국에서는 수제 액자 만드는 일을 한다는군요.

영국의 부자들이 그림에 돈을 많이 쓰기 때문에 수제 액자도 비싸게 팔리는 편이고 돈벌이도 괜찮답니다.

이번 여행이 끝나면 나이로비에서 여자친구를 만난 후 자기는 다시 영국으로 돌아간답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가 그림이 가장 많이 팔리는 시기이니 그때까지 돈 좀 모은 후에 다시 우간다로 와서 여자친구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85

Page 9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랑 살거라네요.^^

자기는 우간다가 너무 좋고, 여자친구도 너무 좋답니다.

스티브 덕분에 긴 여행길을 안심하고 서로 의지하면서, 또 지루하지 않게 같이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많은 맥주를 마시고, 또 그만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2일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과 동행한다는 것은 큰 기쁨이지요.

주로 스티브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분위기 메이커는 언제나 필!

저랑 스티브는 비교적 방에서 개기면서 창밖 풍경 보면서 이야기하고, 중간중간 맥주 좀 마시면서 소일하는 스타일.

하지만, 필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쑤시고 다니는 듯 했습니다.

잠시 이야기 하다가 다른 곳으로 가고... 또 조금 있다가 다시 나타나고...

다시 나타나서는 목적지까지 얼마가 남았고 몇 시간 정도 걸릴거고 이 기차에는 어떤 어떤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하여간 움직임 빠르고 붙임성 좋고... (이 친구, 나중에 나미비아에서 다시 만났어요. ^^)

음베야(국경근처 도시)에서 열차가 한 참 동안 멈췄을 때, 마침 기차역 옆 공터에서 축구경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누가 잉글랜드 출신 아니랄까봐 스티브는 바로 창문에 달라붙어서 경기 관전 ^^

86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9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스티브도 곁에 붙어서 이런저런 코멘트를 해 가면서 꽤나 진지하게 관전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남자는 애나 어른이나 공 하나만 있으면 심심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차장 밖으로 떨어지는 석양을 안주 삼아 마시는 맥주 맛은 어떨까요?

ㅋㅋ 죽여줍니다. ^^

탄자니아에서 잠비아로 넘어가는 타자라 열차.

탄자니아에서는 탄자니아 맥주(킬리만자로, Kilimajaro), 잠비아에서는 잠비아 맥주(모시, Mosi)를 마셨습니다!

스티브와 둘이서 2박 3일동안 각 15~20병쯤 마신는 듯 하네요.^^

아침마다 역무원이 와서 방청소를 해 주는데... 테이블에 흩어져 있던 맥주병 뚜껑을 보고 실실 웃더군요. ^^

...

하여간 재밌는 친구들과 뭉쳐진 덕택에 비교적 재미있게, 또 믿음직하고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카피리음포시에 도착한 후에도 저랑 스티브, 필은 같이 뭉쳐서 루사카까지 왔습니다.

루사카에 도착한 후에 저는 예약해 놓았던 Kuomboka Backpackers로, 스티브는 Chachacha Backpackers로, 그리고 필은

루사카에 있는 여자친구 만나러 같습니다.^^

(Kuomboka Backpackers... 현지인들과 어울려 놀기 좋은 곳. 하지만 스텝들은 좀 불친절하더군요.)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87

Page 9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오늘 여기서 하루를 마감하고, 내일 아침에 바로 빅토리아 폭포(Victoria Falls)가 있는 짐바브웨로 떠날 예정입니다.

피곤하긴하지만 움직일 때 쭈~욱 움직이고 짐바브웨에서 며칠 묶으면서 여유를 좀 찾을까 합니다.

뭐, 루사카에서 그닥 할 일도 없고요.^^ (저와 같은 루트로 여행하는 여행자들의 대부분은 나미비아 비자를 받기 위해서 루사

카에 3일정도 머물곤 한답니다.)

그럼, 다르에스살람(탄자니아)에서 카피리음포시(잠비아)까지의 타자라(Tazara) 열차에서 바라본 풍경들 함 보시죠!

다르에스살람은 여름처럼 덥고 습하지만,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점점 가을 빛을 띕니다.

잠비아에 들어서면 한국의 초가을을 연상케하는 풍경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추수를 마친 옥수수 밭도 보이고 벼가 노랗게 익어가는 모습도 보입니다.

풍경이 다르고 사람이 다른데도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탄자니아 사람들의 검은 피부는 마치 검게 그을린 우리네 시골 사람들을 보는 것처럼 정겹습니다.

조금만 있으면... 이곳에서도 추석을 맞이할 것 같은 생각마저 들었으니까요.

88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9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89

Page 9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90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9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91

Page 9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

아프리카 여행은 불편합니다. 하지만, 견딜만 하구요.

또한 위험합니다. 하지만, 잘 살피고 조심하면 위험한 것들은 피할 수 있지요.

그러나... 제게 가장 불편한 것은 도저히 일정을 예상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대개의 문제가 여기서 생기지요.

오후 4시에 도착할 예정이었는데 새벽 4시에 도착하게 되면 바로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그 다음 여행 일정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니 불편함이 바로 찾아 오겠지요.

결국, 아프리카 여행이란 좀 더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여러 나라를 종횡무진 움직이기 보다는 어느 한 곳을 정하고 그곳

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시간이 더욱 넉넉하다면 여러 나라를 천천히 돌아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아프리카가 아름답냐, 여행지로 추천할만하냐... 이런건 물어보나마나입니다.

얼마나 좋은지 궁금하시다면 얼른 아프리카를 경험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보고 느끼기 전에는 이 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를테니까요.

92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9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아프리카 여행을 시작한 지 열흘쯤 되니까, 이제 비로소 현지인들이 별로 의식되지 않네요.

옆에 앉은 아저씨가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고, 내 옆에 아프리카 사람이 있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매일같이 보고 만나고 부딪치는 사람들이니까요.

물론 제 얼굴도 많이 까맣게 변해가는 중이구요 ^.^

...

하지만... 여행하는 내내 적응이 안되는 것들도 있습니다.

타자라 열차를 타고 오는 동안, 열차가 지나는 곳 마다 아이들이 나와 기다립니다.

그냥 달려가는 열차를 기다리는 아이들도 있고, 정거장에 정차해 있을 때 다가오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싱긋 웃기만 하는 아이들도 있고, 손을 흔들어 주면 반갑게 같이 손을 흔들어 주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돈이나 물건을 달라고 하는 아이들도 있고, 뭔가 팔 것을 내밀면서 사라고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맨발로 자갈 투성이 철길을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어떤 아이는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서인지 자꾸만 등에 업은 젖먹이를 앞으로 돌려 세워서 보여줍니다.

다른 사람들을 봐도 특별히 돈이나 물건을 주는 사람이 없는데도 한 참을 창밖에 서서 기다립니다.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93

Page 9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헬로, 하우 아 유, 웨어 아 유 프럼, 왓츠 유어 네임...

기브 미 썸 머니, 기브 미 애니씽 왓 유 해브... 플리즈... 머니... 머니...

이 것만큼은 아직 잘 적응이 안됩니다.

물건이나 돈을 줘야할지, 물건을 사줘야 할지, 그냥 이야기만 나눠주고 손만 한 번 잡아주면 될지,

아니면 그냥 멋적은 웃음만 띤채 슬그머니 외면해야 할지...

지금까지는 몇 마디 주고받다가 슬그머니 피하고 있습니다.

물건을 팔아주거나 돈을 주자니 그게 과연 그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지 의문이 들기도 하고,

그게 과연 여행자로서 맞는 행동인지로 모르겠고, 한 명이 아니라 여럿이 달려드는데 모두 다 해 줄 수도 없고...

뭐... 여행을 계속하면서 저도 저 나름의 방법을 찾겠죠.

그들에게 실례가 안되면서 저 자신에게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방법이 있겠지요.

잠시나마 같이 이야기를 나눠보면 모두 하나 같이 호기심 많고 수줍은 많은 평범한 아이들이란걸 금방 느낄 수 있거든요.

창밖으로 손을 흔들어 주면 아이고 어른이고 하나 같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는 사람들입니다.

지금처럼 여행하는 한 구석이 무겁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언젠가 저도 다시 아프리카를 찾겠지요.

유럽이나 미국, 호주, 아시아에서 경험하지 못한 아프리카만의 느낌이란 것이 제 가슴속에 남아 있을테니까요.

위험 때문에, 불편함 때문에, 또는 미개발 대륙이라는 이유로 아프리카를 멀리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준비가 되신 분들은... 여행이건 사업이건 아프리카 땅에 발을 디뎌 보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아프리카만의 아름다움, 아프리카에서만 얻을 수 있는 기회가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확신합니다.

레게 음악 비슷한... 잠비아의 노래를 들으면서...

2박 3일간의 기차여행 마감!

5/28 루사카-리빙스턴 찍고 빅폴까지

[2010년 5월 28일, 금요일]

94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9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아침일찍 루사카(Lusaka)를 떠나 리빙스톤(Livingstone)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리고, 리빙스톤 박물관과 빅폴(Victoria Falls)을 구경하고 오후 늦게 짐바브웨 빅폴타운으로 이동!

꽤나 길고 힘든 하루였습니다.

루사카를 떠날 때... 여행하는 동안 버스에서 하도 고생을 했기에 이번에도 살짝 걱정이 되더군요.

루사카에서 리빙스톤까지 7시간이 걸린다는데... 내심 10시간은 작정을 했습니다.

만약 늦어지면 리빙스톤에서 하루를 묵고 빅폴로 넘어갈 생각도 했구요.

그런데, 아프리카에서 처음 버스 때문에 감동 먹었어요!

정시출발, 정시도착, 정원고수, 지정좌석, 음료와 스넥 서비스, 버스상태도 양호 & 깔끔.

비록 한 줄에 좌석 5개가 있어서 조금 좁긴 하지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만족도였습니다.

혹시 아프리카 잠비아를 여행하는 분들은 마즈한두(Mazhandu) 패밀리 버스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일명 Blue 버스라고 하는데, 버스 색깔 및 직원들 복장이 모두 파란색입니다.

루사카의 Inter-City Bus Terminal에서 파란색 티켓 오피스를 찾으시면 됩니다. (터미널에 삐끼들 득실거립니다. 딴데 눈 돌리

지 말고 파란색 Mazhandu 티켓 오피스만 찾으세요. 티켓은 티켓 오피스에서만 끊어줍니다.)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95

Page 10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리빙스톤행 첫차는 아침 6시 30분.

저는 6시쯤 숙소에서 나왔습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컴컴한 새벽...

안전이 걱정되어 택시를 탈려고 했는데 숙소 근처에서 택시를 찾기가 쉽지 않더군요.

워낙 컴컴해서 조금 걱정도 되고...

마침 지나가는 청년이 있더군요. 보아하니 출근을 하는 모양입니다.

나 : 인터시티 터미널 갈려는데, 택시 타려면 여기서 기다리면 되요?

청년 : 여기 말고 조~오기 큰 길로 가야해요. (그 청년이 걸어가는 방향)

나 : 아... 그래요? (그러면서 그 청년과 함께 걷기 시작)

어제 보니까 걸어갈만한 거리던데... 이 시간에 걸어가면 위험한가요?

청년: 지금은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위험하지 않아요.

나 : 어디로 가세요? 방향 같으면 같이가죠?

청년 : 저는 시내로 출근해요. 버스 탈 돈 없어서 걸어다니죠. 중간에 제가 터미널 알려드릴께요.

그래서... 중간지점까지 그 청년과 같이 걸었고, 청년은 터미널이 보이는 곳 쯤에서 제갈 길을 갔습니다.

조금 걸어가다가 왠 아줌마와 눈인사를 하게 됐습니다.

나 : 인터시티 터미널 가는 길 맞죠?

아줌 : 맞아요. 조금만 가면 되요. 조~오기 보이죠?

나 : 아줌마도 걸어서 일하러 가시네요...

아줌 : 돈이 없거든요 T.T

나 : 네... 그렇군요...

아줌 : 어디서 왔어요?

나 : 코리아요.

아줌 : 아, 그래요... 제가 터미널까지 안내해 줄께요.

나 : 고맙!

맘씨 좋은 아줌마는 저를 버스 터미널에 데려다 주고, 삐끼들이 제게 접근하면 막아주고, 마즈한두 버스 티켓 오피스까지 안내

해 주고, 제가 무사히 버스표를 구입한 후에야 일터로 향하시더군요.

너무 고맙고... 또 미안했습니다.

아줌마 말씀이, 삐끼들이 버스표 좋은 자리로 끊어주겠다면서 약간의 수수료를 취한답니다.

그럴필요 전혀 없고, 그냥 티켓 오피스에 가서 사면 된다고 하더군요.

96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10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저는 잠비아 콰차가 별로 남아있지 않아서 달러로 샀습니다.

20달러가 쬐금 넘는데, 25달러 줬네요. T.T

어쩔수 없죠 뭐. 버스 시간이 임박해서 환전하러 다녀올 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나 : 저 땜에 회사 늦으시면 어째요...

죄송해요... 늦지 마시고, 버스타고 가세요. ^^

(미안한 마음에 1천 콰차, 우리돈으로 2-3백원쯤 되는 돈을 건네 주었습니다.)

아줌 : (웃음 활짝) 이런, 넘 고마워요. 여행 잘하세요.

참 맘 좋은 사람들이죠?

택시비 몇 푼이 아까운게 아니라, 이렇게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버스를 타서 그런지 기분이 훨씬 좋았습니다.

글구, 버스도 상당히 만족스러워서 기분좋게, 또 수월하게 리빙스톤에 갈 수 있었답니다.

마침 제 자리는 버스의 맨 앞자리!

옆에는 잠비아 아주머니, 그리고 주변에 콩고에서 여행온 대학생들...

여행자에게 늘 친절하고 순박한 미소로 대해주는 고마운 사람들...

지금까지 아프리카에서 경험한 버스와는 너무 다른 버스네요.

드디어 '쾌적함'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다니! (사람이 이렇게 작은거에서 큰 기쁨을 누리게 되네요. ^^)

비록 한 줄에 다섯명씩 앉기 때문에 좌석은 다소 좁았고 리빙스톤에 다다를 쯤 1시간 정도 비포장 도로를 달리기는 했지만 나

머지는 거의 퍼펙트!

....

리빙스톤 둘러보기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97

Page 10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대략 12시쯤 되니 리빙스톤에 도착하네요.

빅토리아 폭포를 두고 잠비아, 짐바브웨, 보츠와나, 나미비아가 국경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리빙스톤은 잠비아쪽 도시이고, 리빙스톤 다리를 건너면 짐바브웨의 빅폴 타운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니까, 빅토리아 폭포의 반은 잠비아에 있고 나머지 반은 짐바브웨에 있는 셈이지요.

실제로 양쪽 국경 검문소는 1Km 정도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리빙스톤과 빅폴 타운을 비교하자면, 리빙스톤이 좀 더 여행자들로 북적거리는 느낌이랄까?

저렴한 숙소랑 음식점들도 많고 택시도 많이 돌아다닙니다.

조금 더 번화한 느낌이고 장사가 잘 되는 지역이랄까?

빅폴 타운은 그보다 좀 더 조용하고, 그 대신 푸근한 느낌이 듭니다.

리빙스톤이 배낭 여행자들에게 어울리는 북적거림이라면, 빅폴 타운은 휴식처나 리조트 같은 느낌이에요.

당초에는 리빙스톤에서 점심만 먹고 짐바브웨로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이 리빙스톤 박물관이랑 잠비아

쪽 빅폴을 구경하고 넘어오는게 낫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마침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고, 그래서 리빙스톤에서 좀 더 시간을 보냈습니다.

덕분에 리빙스턴 박물관에서 잠비아 축구의 역사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케냐부터 여행을 하면서... 가끔은 제가 월드컵을 보러 가는 길이란걸 잊곤 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리빙스톤 박물관에 가니까 월드컵 관련 특별관이 있더군요.

그러고보니 월드컵이 이제 열흘 정도밖에 남지 않았군요...

버스에서도 택시에서도... 라디오만 틀면 월드컵 이야기가 나오구요.

레전드는 축구를 잘하는 나라들만 가지는 것이 아닙니다.

비록 단 한 번도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지 못한 잠비아지만...

98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10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그들에게도 잠비아 축구의 가장 화려했던 시기를 수놓은 레전드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1974년 아프리카컵에서 잠비아를 결승에 올려 놓은 선수들!

잠비아 사람들은 그들의 축구팀을 '치폴로폴로(Chipolopolo)'라고 부른답니다.

그들의 응원 구호이기도 하구요.

언제가 어디가 될지는 모르지만... 잠비아 축구팀을 만나게 되면 '치폴로폴로'라고 외치며 엄지손가락을 높이 세워주고 싶네요.

잠비아 축구가 월드컵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던 것은 1994년 미국 월드컵!

"미국이여, 여기 잠비아가 온다!"라는 Bag Tag를 만들었지만... 결국 이 Tag를 쓰지는 못했답니다.

마지막 모로코와의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월드컵에 나갈 수 있었는데 0대1로 패하는 바람에 그들의 꿈은 막을 내렸습니다.

여전히 월드컵을 향한 잠비아 축구팀의 꿈은 진행중입니다.

친선 평가전에서 우리를 이길 정도로 그들의 축구 실력이 초라하지도 않습니다.

잠비아의 월드컵을 향한 염원이 언젠가는 꼭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잠비아쪽 빅토리아 폭포 한 바퀴

리빙스톤 박물관을 둘러본 후에 잠비아쪽 빅토리아 폭포를 구경하기 위해 국경으로 이동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이동했는데... 택시 기사가 자기 볼일이 있는지 중간에 은행에서 잠깐 서더군요. ^^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뭔가 못마땅한 내 표정을 읽은 듯이...

"이제 빅폴로 갈꺼에요. ^^"

리빙스톤 도착해서 계속 배낭을 메고 있었더니 힘도 들고 땀도 차 오르고...

에고고 나이는 못 속이겠고....

빅폴 관리 사무소쯤 되어 보이는 곳에 배낭 맡겨 놓고 폭포구경하러 고고!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99

Page 10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나이아가라 폭포, 이과수 폭포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라 불리는 빅토리아 폭포.

짐바브웨쪽 빅폴은 아직 구경하지 못했지만...

역시 명불허전! 그 웅장함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크기에 놀라고 소리에 놀라고 아름다움에 놀랍니다.

폭포 아랫쪽, 일명 Boiling Point에서는 마치 물이 끓고 수증기가 올라오는 것처럼 물방울이 알알이 튀어 오릅니다.

더구나 그 크고 웅장한 폭포 바로 옆에까지 갈 수도 있고, 위험하지 않은 곳을 찾아서 잠시 발도 살짝!

(이게 허락된건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말입니다.^^)

100 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10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빅토리아 폭포는 굉장히 넓고 높습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튀면서 폭포 일대는 항상 비가 내리는 것과 탁습니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보았던 잠비아의 풍경과 달리 폭포 주변은 마치 비가 쏟아지는 열대우림 속에 있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습

니다.

쉴새 없이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돌과 바위는 온통 이끼 투성이, 주변에는 무성한 식물들...

그래서, 맑은 날에도 이렇게 우비를 입고 폭포 구경을 합니다. (비 쫄딱 맞을려면 우비가 필요 없겠지만... ^^)

사진속 친구들은 아예 신발까지 멋고 맨발로 구경을 하는군요. ^^

뭐... 아예 초경량 간편 복장으로 실컷 비맞으면서 폭포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

이제, 짐바브웨로 가자!

빅폴까지 구경하고 나니까 얼출 시간이 꽤 되더군요. (오후 4시쯤?)

잠비아와 짐바브웨의 국경을 가르는 잠베지강, 그리고 그 잠베지강을 건너 양쪽 나라를 오갈 수 있는 리빙스턴 다리.

빅폴이 바로 잠비아와 짐바브웨 국경이기 때문에 잠비아쪽 빅폴 구경하고 바로 다리 건너서 짐바브웨로 가면 됩니다.

우리나라와 비교되지 않나요?

이럴때 우리가 휴전중인 분단 국가에 살고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낍니다.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101

Page 10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이렇게... 다리 하나를 건너는 걸로 국경을 넘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우리에게도 남과 북을 연결하는 다리는 있지만 그 다리는 돌아올수 없는 다리, 건널 수 없는 다리네요.

저는 걸어서 리빙스턴 다리를 건넜습니다.

국경 검문소 사이를 오가는 택시들도 있는데, 가격이 너무 일관성이 없더라구요.

게스트 하우스에 여쭤 보니 2달러 정도면 된다고 하는데... 이눔들이 10달러, 5달러 막 불러대더군요.

나는 2달러라고 알고 있다고 했더만, 그러면 다른 사람들과 합승을 하라고 하더라구요.

옆에 어떤 아저씨 한 명이 있어서 눈길을 싹 주니까... 자긴 걸어서 갈거라고 하네요.

돈 몇 달러가 아까운게 아니라, 그냥 제값보다 비싸다는 생각이 들고...

무엇보다도 걸어서 건너면서 리빙스톤 다리에서 빅토리아 폭포와 잠베지 강을 구경하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가 않았기 때문입

니다.

그래.. 걷자!

배낭이 무겁고 등판에 땀이 줄줄 차오르지만 그까짓거 1km 밖에 안되는거!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국경이잖아?

102 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10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

루사카에서 빅폴 타운까지는 비교적 수월한 여행이었네요. (모르지요... 그 전에 하도 버스와 기차에 시달렸기 때문에 상대적인

만족감일뿐일지도...)

그리고, 빅폴 타운에서는 한국분들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기 때문에 간만에 집에 온 것 같은 푸근함도 느껴지구요.

주인 내외분도 그렇고 같이 묵는 손님들도 그렇고 서로 맘 잘맞고 좋네요.^^

여기서 며칠간 요양겸 휴양겸 관광겸...

잠시 동안 어드벤쳐는 좀 접어두고 룰루랄라 모드로 며칠 지내면서...

남아공 월드컵을 위한 체력 좀 비축해야겠습니다.^^

5/29 쵸베 국립공원, 코끼리 똥꾸녕 100개!

[2010년 5월 29일, 토요일]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103

Page 10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보츠와나의 쵸베(Chobe) 국립공원에 사파리 다녀왔어요.

꽤 비싼... 아니, 상당히 비싼 사파리 다녀왔습니다. (무려 $170!)

여행자에게는 이틀 동안 부족하지 않게 먹고 자고 놀 수 있는 큰 돈입니다.

케냐에서도 탄자니아에서도 사파리는 전혀 하지 않았고, 그래서 아프리카에서 본 동물이라고는 닭, 염소, 소가 전부였지요.^^

그래서, 큰 맘 먹고 쵸베에 다녀왔습니다.

마침 이곳 빅폴(Victoria Falls)의 게스트하우스에 묶고 있는 다른 손님이 있어서 함께 다녀왔어요.

결론적으로... 170 달러 값어치 하는 사파리 투어네요.^^

오전에 쵸베강 보트 사파리, 끝내주는 점심식사($30 짜리) 포함, 오후에는 트럭 사파리로 구성된 Day Tour입니다.

잘 보존된 보츠와나의 국립공원에서 TV로만 보던 동물들을 1미터 앞에서, 그것도 떼로 몰려 다니는 놈들을 볼 수 있었답니다.

사육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야생동물입니다.

제가 머물고 있는 빅폴타운은 짐바브웨의 도시입니다.

잠비아와 보츠와나, 나미비아 국경과 지척에 있습니다.

따라서, 이곳 사람들은 국경을 넘어 다니는 일이 일상생활이나 마찬가지고요.

우리도 쵸베 국립공원 Day Tour를 위해서 보츠와나로 넘어갔다 왔습니다. (하루동안이나마 보츠와나 땅을 밟고 왔답니다.

^^)

그리고, 대한민국 여권 있으면 보츠와나 무비자로 다녀올 수 있습니다.

다만... 다시 짐바브웨로 들어와야 하는데, 만약 짐바브웨 비자가 더블비자나 복수비자가 아닌 단수(Single Entry) 비자인 경우

에는 $30를 내고 다시 비자를 받아야합니다.

저는 마침 잠비아에서 짐바브웨 들어올 때 $45 내고 더블 비자를 받았습니다. 더블 비자 받지 않았다면 $30(잠비아) +

$30(보츠와나) 해서 $60 낼 뻔 했네요.

쵸베 국립공원은 우리나라 경상북도 정도 크기라는군요.

보츠와나에서 제일 큰 국립공원은 오카방고 델타(Okavango-Delta)이고 쵸베가 두번째입니다.

코끼리, 하마, 기린, 임팔라, 그리고 좀처럼 보기 힘들다는 표범까지!

동물의 왕국을 생생한 라이브로 보고, 또 가슴속에 담아 왔답니다!

104 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10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오전에는... 커피와 과자, 음료수가 제공되는 보트를 타고 쵸베강 위에서 사파리를 즐깁니다.

보트를 하마 바로 옆에까지 몰고 가기도하고 강가에 바싹 붙어서 이구아나나 악어 옆에까지 가기도합니다.

(우리가 아는 이구아나와 달리 쵸베의 이구아나는 물가에서 산다네요.)

오전에는 살짝 실망했습니다.

날도 꾸물꾸물하고... 쵸베강의 경치가 좋긴 했지만... 강 보려고 비싼 사파리 온게 아닌데 말입니다.

하마, 이구아나, 몇 가지 새들, 식물들, 악어...

하마 외에는 그닥 우리의 가슴을 채워주지 못하더군요. 쬐금 신기하긴 하지만 뭔가 모자란 느낌...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다지 흥분하지 못하는 눈치...

오전에 쵸베강 보트 사파리를 마치고, 점심식사.

그리고, 오후에는 트럭을 몰고 야생동물들 코앞에까지 다가가는 Game Drive!

점심식사는 아주 훌륭했습니다.

마침 배도 좀 고팠던 상태에서 제대로 차려된 뷔페가 제공되니... 진짜 시간 가는줄 모르고 배터지게 먹었습니다.

결국, 나중에 게임 드라이브 안내하는 사람이 아직도 먹을 것이 남아있는 우리 테이블로 찾아왔더군요.

"이제 게임 드라이브 할 시간입니다... ^^

게임 드라이브를 하기에 앞서서 장황하게 영어로 설명을 합니다.

"쵸베 국립공원은 보츠와나에서 두 번째로 큰 국립공원으로서.... (어쩌구 저쩌구...)

몇 년도 만들어 졌으며... (어쩌구 저쩌구...)

총 면적이 얼마이며 (어쩌구 저쩌구...) .....

...... (한 참 더 어쩌구 저쩌구) .............................

그러면, 지금부터 주의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진을 찍어도 좋습니다. 단, 트럭에 앉아 있어야합니다. 일어서거나 움직이게 되면 야생동물의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동물들은 여러분과 트럭을 하나로 보기 때문에 공격하지 않습니다.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105

Page 11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 (또 한 참 어쩌구 저쩌구) .........."

여행하면서 정말 신기한 것 중 하나!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자기 생명과 관련된 내용은 용케 잘도 알아 먹습니다. ^^ (어떻게 그 부분만 제대로 들리는지

모르겠어요! 집중력의 결과인가? ㅋㅋ)

게임 드라이브를 하면서, 드디어 말로만 듣던 아프리카의 야생동물들을 코 앞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트럭을 몰고 오프로드를 달리다가 동물이 보이면 바로 핸들 꺾어서 그쪽으로 접근합니다.

가이드하는 트럭 기사와 투어 참가자 모두 귀 쫑긋, 눈 부리부리!

가장 쉽게 눈에 띄는 임팔라! 강가에 서 있는 임팔라의 우아하면서도 가녀린 자태.

106 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11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좌) 쿠두(Kudu) 수컷. 수컷은 멋진 뿔이 있고 암컷은 밋밋합니다. 수컷 하나에 암컷 줄줄이...

(우) 푸쿠. 쵸베에서만 볼 수 있답니다. (내 눈에는 노루나 고라니로 보이는걸... ^^)

쵸베 사파리의 백미, 코끼리를 원없이 본다는 것!

코끼리 똥구멍 100개 한 꺼번에 본 적 있어요?

없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ㅋㅋㅋ

바로 코 앞에서 야생 코끼리 실 컷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여행하던 5월은 건기입니다.

우기에는 물이 풍부해서 코끼리들이 숲속에서 지내지만, 건기에는 웅덩이나 강가에 모여 있다는군요.

그 때문에 오히려 건기에 코끼리 떼를 쉽게 찾을 수 있답니다.

(코끼리는 큰 덩치 만큼이나 똥도 스파게티 접시 사이즈 만큼이나 큽니다. 제 생각에... 키 크고 등빨 좋은 사람은 똥도 그만큼

크게 싸지 않을까 싶네요. ㅋㅋㅋ)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107

Page 11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108 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11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기린, 고고하고 품격있는 아름다움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109

Page 11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휘적휘적 긴 다리를 이용해서 슬로우 비디오 모드로 성큼성큼 달리는 기린의 모습은 너무도 품위가 있습니다.

쵸베에서 본 야생동물 중에서 가장 고품격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동물입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키크고 S라인에 하체가 길게 잘 빠져야만 대접 받는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110 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11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야생 표범을 만나는 행운까지!

쵸베에서 사자를 만나기 보다도 어려운 것이 표범(레오파드)을 만나는 것이라고 했는데...

저희 일행은 운 좋게도 표범을 만났습니다.

쉽게 찾은 것은 아닙니다.

가이드를 포함해서 일행 모두가 눈 부릅뜨고 한 참을 노려보다가 수풀 속 그늘아래 웅크리고 있는 표범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에 어떤 아저씨가 가이드보다 먼저 알아봤습니다.

그러고는 금새 놓쳐 버렸고 아무도 표범을 보지 못했습니다. (가이드도 못봤어요.)

가이드가 트럭을 몰고 표범이 있을 것 같은 수풀쪽으로 살살 접근을 했고, 주변을 슬금슬금 돌면서 정찰...

그 때, 제 눈에 들어온 표범!

어슬렁 거리면서 그늘을 나서고 있었습니다!

"저기요! 표범이닷!"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111

Page 11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표범이 등장하자... 우리도 표범을 보고 잠시 흥분을 했지만 우리보다 주변의 임팔라들이 먼저 반응을 보이더군요.

서로 꾸룩꾸룩 소리를 내면서 신호를 보내고 고개를 돌리면서 사주경계 돌입!

이곳이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야생 그 자체라는 걸 그제서야 제대로 알아차렸습니다.

다행히 표범은 별일 없다는 듯 다시 숲풀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표범을 보는 것을 끝으로 사파리를 끝냈습니다.

게임 드라이브에 참가한 다른 여행객들과도 이야기를 했는데...

그 시간대에 게임드라이브를 한 그룹 중에서 표범을 본 것은 우리뿐이었습니다!

....

재밌는 것은... 국립공원뿐만 아니라 길에서도 심심찮게 야생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보츠와나로 가는 길에 원숭이 떼를 만나기도 하고 쵸베 사파리를 마치고 짐바브웨 국경을 넘었더니 코끼리 한마리가 어슬렁 거

리며 길 옆으로 지나가네요... ^^

실제로 짐바브웨 빅폴 타운에서는 종종 코끼리 떼가 지나가기도 하고

제가 머물렀던 게스트 하우스의 직원 하나는 하마에게 다리를 밟히는 바람에 지금도 다리를 절고 있었습니다.

112 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11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좌)쵸베로 가는 길. 아침 햇살이 떨어지는 도로를 점령하고 있던 원숭이들.

(우)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리 차 앞에 어슬렁어슬렁 코끼리가 걸어갑니다.

....

그리고... 항상!

하루를 마감할 때는 멋진 맥주와 함께!

여행 기간 내내 거의 하루도 안빼고 매일 맥주를 마셨던 것 같네요. ^^

게스트 하우스 주인장님네 가족들이랑 함께 묵고 있는 손님들이랑 강가에서 바베큐랑 맥주 한 잔으로 시원~하게 하루 마무리!

PS) 짐바브웨에 있는 동안, 저는 Castle Lager가 짐바브웨 맥주인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남아공에 가서 보니까 남아공 맥주더라구요.

남아공에서 Castle Lager 100명쯤 마신거 같네요. ^^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113

Page 11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5/30 잠베지 강을 향해 번지 점프!

[2010년 5월 30일]

잠비아와 짐바브웨의 국경을 흐르는 잠베지강.

그리고, 잠베지강을 가로지르는 높이 110미터의 리빙스턴 다리!

두 나라의 국경을 잇는 이 다리에서 바라보는 잠베지강의 모습은 너무나 역동적이고 아름답습니다.

한 마리 새가 되어서... 웅장하고 아름다운 잠베지강 위를 한 번 날아보고 싶은데... ^.^

큰 맘 먹고... 거금 $110 내고...

이 멋진 다리에서 목숨 걸고 몸 한 번 던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다리가 후덜덜덜덜...

하지만, 그 짜릿함 또한 새록새록합니다.

114 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11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 자신이 한 마리 새가된 것 같았습니다.

(우리 마눌님... 담부터는 이런 짓 할 때 허락받고 하라네요. ^^)

제가 시력이 상당히 나쁩니다.

점프할 때는 안경을 벗게 되어 있는데...

안경을 벗으니까 눈에 뵈는게 없어서 점프할 때 겁은 덜나지만 아름답고 힘차게 흐르는 잠베지 강을 제대로 보지 못한것 같아

서리... 그게 너무 안타깝네요!

..........

번지 점프 하는 곳은 리빙스턴 다리 중간입니다.

잠비아 국경사무소 - 리빙스턴 다리 - 짐바브웨 국경사무소.

차례대로 이렇게 위치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국경 사무소를 통과해야 하구요.

저희는 짐바브웨쪽 국경 검문소를 통해 리빙스턴 다리로 들어갔는데...

국경 사무소의 출국심사하는 곳에 가서 그냥 번지점프 하러 간다고 말하면 도장이 찍힌 작은 종이 쪼가리 하나를 줍니다.

그걸 국경 검문소 경비원에게 보여주면 됩니다.

종이 쪼가리 없이 그냥 경비원에게 번지하러 간다고만 해도 된다고도 하더군요.

번지 점프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번지 카페'라는 곳에서 접수를 합니다. (리빙스턴 다리의 잠비아쪽 끝에 있음)

번지 카페는 말 그대로 번지 점프 하는 사람들과 리빙스턴 다리, 잠베지 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카페입니다.

점프는 안하고 그냥 맥주나 커피 마시면서 멋진 풍경을 감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접수할 때 간단한 건강 체크, 죽더라도 그건 니가 책임진다는 서약서에 사인, 그리고 몸무게를 측정합니다.

여기서 여성분들은 다소 민감해 지는데...

각자 팔뚝에 접수번호와 함께 몸무게를 매직으로 크게 써 넣거든요. ^^

하지만 걱정 마세요.

서양 여자들... '70' 넘는 숫자도 많이 쓰고 다닙니다. ^^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115

Page 12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접수를 한 후에 다리 중간에 있는 점프대로 이동!

진행자들이 번호와 이름을 부르면 점프 수트(여러가지 안전장치가 있는 옷)를 착용하고 대기합니다.

단, 접수번호 순서대로 점프를 하지는 않는다는 점!

이유는... 번지 점프용 고무줄(?)을 몸무게에 맞춰서 세팅을 하기 때문에 70Kg 대의 사람이 점프를 하면 접수번호가 가까운 사

람 중에서 몸무게가 비슷한 사람을 먼저 점프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하여간, 적당히 기다리고 있으면 자기 차례가 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점프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빨리 뛰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테니까요. ^^

그리고, 점프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근데... 포기해도 환불 안해준다는 말이 있던데... 쩝!)

점프를 하지 않더라도 옆에서 얼마든지 구경할 수 있습니다.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찌릿찌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거에요. ^^

5/31 짐바브웨쪽에서 본 빅폴의 장관

[2010년 5월 31일, 월요일]

빅토리아 폭포는 잠비아와 짐바브웨 양쪽으로 나누어집니다.

리빙스톤 도착하는 날 잠비아쪽 폭포는 봤고, 이번에는 짐바브웨쪽 폭포를 봤습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짐바브웨쪽 폭포가 좀 더 볼만한 것 같네요.

그러나 오해하지 마세요. 둘 다 멋지고 웅장합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둘 중 하나만 선택하셔야한다면, 저 개인적으로는 짐바브웨를 권한다는 뜻일 뿐입니다.

그러나... 짐바브웨쪽 입장료가 살짝 비쌉니다. ^^

지금은 한 참 물이 많은 시기라서 폭포도 장관입니다.

폭포 근처에 가면 천둥같은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 자욱한 안개, 비처럼 떨어지는 물방울...

그리고, 날씨가 좋은 날에 가면 폭포에 아름답게 떠 있는 무지개도 볼 수 있습니다!

루사카에서 일하고 있다는 프랑스 사람과 우연히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물이 적을 때는 폭포 위에서 수영도 할 수 있답니다.

116 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12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한가지 아쉬운 것은 지금처럼 물이 많을 때는 잠베지강에서 래프팅을 즐길 수 없답니다.

다음에 또 오게 되면 꼭 잠베지강에서 래프팅을 해 보라고 권하네요. ^^

(나두... 진짜루 꼭 한 번 다시 오고 싶단말야!)

다음에 오면 꼭 래프팅 해야지!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117

Page 12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118 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12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장엄 & 웅장!

말 그대로 세계 3대 폭포의 웅장함이 느껴지지 않나요?

이 멋진 폭포를 먼 발치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코앞에까지 다가갈 수 있다는 것도 너무나 환상적입니다.

단, 우비 꼭 챙겨가시고...

혹시라도 배낭을 메고 가시게 되면 관리 사무소(매표소)에 맡겨 두시거나 큰 판쵸우의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맨 몸으로 비 흠뻑 맞으면서 폭포를 즐기는 사람들도 가끔 보이긴하는데... 모양이 상당히 빠집니다. ^^

그리고, 저 같이 안경을 쓰시는 분들은 우비 말고도 모자 하나 쓰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아니면.... 안경에 와이퍼 달던가... ㅎㅎ

특히 디지털 카메라 간수 잘 하시기 바랍니다.

빅폴에서 만난 친구 중에 호주에서 1년 넘게 아르바이트로 여행경비 마련해서, 필리핀 찍고 아프리카로 넘어온 멋진 친구가 있

었습니다. (여행중에 탁아소에서 봉사활동까지 하는 착한 싸나이!)

빅폴이 어찌나 멋진지... 입도 다물지 못하고 너무 즐거워서... 비 맞으면서 셔터 퍽퍽 눌러대다가 디카 고장났어요. T.T

[참고하세요!] 빅폴 호텔

짐바브웨의 빅폴타운에는 영국 여왕도 세 번이나 묵었다고 하는 빅폴 호텔이 있습니다.

우울하게도 하룻 밤 묵는데 $220...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119

Page 12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비록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하여 하룻 밤을 잘 수는 없었지만...

하도 유명한 호텔이기에 그냥 지나칠 수는 없어서 한가한 아침 시간에 잠시 호텔에 들러서 커피 한 잔 했네요.

너무나 착한 커피값, 단돈 $2, 무한리필 이라는군!

커피 홀짝거리면서 남은 여행 일정도 다시 조정하고, 다음 행선지인 나미비아에 대해서 공부 좀 하고...

멀리 잠베지 강과 리빙스턴 다리가 보이는 아름다운 정원을 앞에 두고 잠시 영국 여왕이 느꼈을 아침의 여유를 마실 수 있습니

다.

혹시 커플 여행객이시라면... 주머니에 돈 일발 장전하고...

딱 하룻 밤만 호사를 누려보시던가 ^_^

저는... 혼자 여행중이라서... 분위기 있는 호사를 누리기 보다는 주머니를 택했답니다. ^^

6/2 한국 여행자들과 조인! 나미비아로!

[2010년 6월 2일, 수요일 ~ 2010년 6월 3일, 목요일]

짐바브웨를 떠나 나미비아의 빈트후크에 도착했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한 버스와는 차원이 다른 남아공의 인터케이프(Intercape) 버스를 이용했습니다! (정말 차원이 다릅니다. ^^ 한

줄에 4명씩 앉습니다. 이렇게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

비교적 편안하고, 인터넷으로 예매도 가능하고, 스텝들도 친절하고 좋습니다.

저는 빅폴에서 버스에 탔는데,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리빙스톤에서 타더군요.

빅폴에서 인터케이프 버스 타는 곳은 잠비아 국경초소 앞입니다.

만약 짐바브웨쪽 빅폴타운에서 머물렀다면 국경 넘어서 잠비아로 와야합니다.

잠비아 비자가 단수 비자라면, 버스타러 다시 잠비아로 들어가기 위해 비자 값 $50 또 내야합니다.

리빙스톤에서 반가운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제 블로그를 통해 저한테서 월드컵 티켓을 사기로 한 사람들을 버스에서 만난거에요!

120 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12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한국 여행자를 만나니 반갑고, 월드컵을 보러 간다니 더 반갑고, 그것도 나랑 티켓을 주고 받기로 한 사람을 만나니 더욱 더 반

가웠습니다.

그래서, 일단 셋이 뭉쳐서 남아공까지 함께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인터케이프 버스는 2층 버스입니다.

저희가 탄 버스는 1층에 화장실과 4인용 테이블도 있었습니다.

버스 꽁무니에 짐을 싣는 트레일러를 따로 달고 달립니다. (좌석에 들고 탈 것들 말고, 큰 배낭은 배기치 태그 부쳐서 트레일러

에 넣고 열쇠로 잠금.)

나미비아 국경 넘은 후, 국립공원 지역 통과할 때는 방역을 위해서 잠시 버스에서 내려야합니다.

방역 절차가 복잡한 것은 아니구요, 버스에서 내려서 간단히 소독약(?)에 적신 스폰지를 밟고 지나가면 됩니다. (잠시 내려서

맑은 공기 마시고, 맑은 공기 마셨으니까 다시 담배 한 대 피고... ^^)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121

Page 12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122 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12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잠비아에서 나미비아로 넘어가는 동안 우리가 TV에서나 접하면 아프리카 시골 마을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흙으로 지은 집, 엉성하게 나무로 엮은 울타리...

어떤 곳에서는 연기가 피어 오르고, 어떤 곳에서는 사람들이 둘러 앉아 담소를 나누고...

개중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지 텅빈 마을도 많이 보였습니다.

과연 이 사람들에게 잠비아, 나미비아 같은 나라가 의미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

6월 3일, 목요일 이른 아침... 밤새 달린 버스가 드디어 빈트후크 도착!

빈트후크는 지금까지 본 다른 아프리카의 도시와는 많이 틀린 느낌입니다.

도시가 깨끗하고 상당히 선진화된 느낌이 듭니다.

높은 건물은 몇 개 없지만 (땅이 넓으니까^^) 건물들은 대부분 깨끗하고 현대적입니다.

나미비아 입국 할 때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조금 더 까다롭게 검사합니다.

여행객들 짐도 확인하고 입국 심사도 좀 더 뜸을 들이면서 이것저것 살피네요.

정확히 말하면 나미비아가 좀 더 제대로 입국 심사와 세관 검사를 한다고 봐야죠.^^

케냐, 탄자니아, 잠비아, 짐바브웨...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123

Page 12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이 나라들로 들어갈 때는 입국 심사가 솔직히 좀 설렁설렁 이었습니다.

크게 딴지 걸지도 않고 까탈스럽지도 않게... 그까이꺼 대~충 돈 내면 도장 꽝!

우리 일행 중 한 명, 월드컵 때 응원도구로 사용하려고 잠비아에서 북(젬베)하나 샀는데...

방역 처리가 되지 않은 동물 가죽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뺏겼네요... 쩝! (사실은 젬베 2개 샀는데... 하나는 배낭 깊숙한 곳에 꼬

불쳐 두었던 덕택에 뺏기지 않고 간직할 수 있었네요.)

공무원들의 태도도 좀 더 진지하고, 잠비아 국경의 출입국 사무소와 나미비아 국경의 출입국 사무소는 그 뽀대에서도 차이가

많이 나고...

아무튼, 지금까지 경험한 다른 나라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

여기 도착해서 사막 투어를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했는데 수월하지가 않군요.

가격이 안맞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 그나마 가격이 조금 괜찮은 것은 조금만 머뭇거리면 다른 여행자의 몫이 되고 마네요.

같이 여행하는 친구들 중에 대학 1학년 마치고 주머니 돈 탈탈 털어서 여행 온 친구가 있습니다.

몇 명 뭉치면 투어 가격을 많이 낮출 수 있을듯 해서, 이 친구 주머니를 기준으로 사막 투어를 꾸려 보려고 셋이 머리 맞대고 궁

리도 많이하고 발품도 많이 팔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저렴한 사막 투어도 2박 3일에 $300은 생각하셔야 할 듯!)

1차 시기 : 숙소에서 제공하는 투어. 좋은 가격이긴 한데... 그래도 우리에게는 비싸서 포기

2차 시기 : 시내에서 직접 가이드 섭외. 그러나, 3명일 경우에는 큰 효과가 없음. 숙소에서 일행을 더 찾아보기로 함.

3차 시기 : 일행 2명 찾았음. 그런데... 이 친구들이 차라리 차 빌리고 캠핑장비 빌려서 직접 가자고 제안! 대폭 낮아진 가격!

(남녀 커플이었는데, 이것저것 렌트 알아보려고 돌아다니다가 여자분이 지쳐서 두 손 드는 바람에... 쩝!)

4차 시기 : 함께 하기로 한 일행 2명 포기! 결국 하루를 그냥 버리고... 나가리 났다네~

사막 투어가 여의치 않으면 빈트후크에서 스와콥문트까지 가는 Desert Express 열차를 탈 생각이었는데, 막상 기차역에 가니

까 당분간 운행을 안한다고 하더군요.

제가 기차로 여행하면서 기차에서 먹고 자면서 풍경 즐기는거 너무 좋아하고, 특히 Desert Express는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프리미엄급의 서비스와 사막 투어도 포함되어 있어서 꼭 한 번 타보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나미비아까지 왔으니 사막 구경을 꼭 해보고 싶긴한데... 방법을 좀 더 찾아 봐야죠.

...

저희가 묵고 있는 숙소는 Cardboard Box Backpackers입니다.

배낭 여행자들을 위한 저렴한 숙소지요.

124 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12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예약을 안하고 넘어와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자리가 몇 개 있었네요.

스텝들도 매우 친절하고 좋은 숙소입니다.

Cardboard Box Backpackers 이용자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것 중 하나가 아침밥입니다.

커피 & 팬 케익. 쫄깃한 팬 케익은 위에 흑설탕과 계피가루가 살짝. 커피도 팬 케익도 더 달라면 무한리필. ^_^

하룻밤 1만원 조금 넘는 돈으로, 침대 하나 주고 이런 아침밥 주는 곳.... 흔치 않지요.

나미비아의 화창한 날씨만큼 이곳 숙소의 스텝들이나 여행자들 모두 밝고 신나게 저희를 맞아 주었습니다.

6월은 원래 비수기라는데... 월드컵 때문인지, 아니면 워낙 잘 알려진 곳이라서 그런지 여행객들이 북적북적했습니다.

...

저녁에는 이곳 숙소에서 브라이(Braai, 숯불구이쯤 되나?)를 해 먹었습니다.

저녁 시간이 되면 이곳 스텝들이 불을 피워주고, 나무가 다 타고나서 숯이 되면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습니다. (단, 매주 목요

일과 일요일만 가능 하다는군!)

브라이는 남아공이나 나미비아 사람들이 매우 즐기는 요리방법이랍니다.

저희도 엄청 맛있게 먹었고요.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125

Page 13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더구나... 인터케이프에서 만난 두 친구... 빠듯한 여행경비 아끼느라고 식빵을 주식으로 며칠을 지냈다니 고기 맛이 얼마나 좋

았겠습니다.

"형님, 나미비아에서도 식빵 한 줄이면 버틸 수 있을거 같은데요?"

"......... 저.... 고기는 내가 살테니까, 니덜이 맥주 사면 안되겠니?"

"네!!!!"

고기는 7~8천원 정도 내면 한 사람이 먹고 남을 만큼 충분한 양을 줍니다.

돼지고기, 소시지, 오릭스(Oryx, 영양종류) 등등...

이 가격도 부담된다면 마트에서 직접 사가지고 와서 구워 먹어도 되구요.

그리고, 낮에 눈여겨 두었던 주류 판매점에서 나미비아 맥주 'Windhoek'를 사와서 브라이와 곁들여 먹었습니다. (빈트후크

기차역 근처의 주류 판매점에 가면 나미비아 맥주 6병 세트를 6천원 정도면 살 수 있습니다. 숙소에서도 그리 멀지 않고... 자

주 들르게 되더군요 ^^)

모닥불 옆에 둘러 앉아 맥주나 커피를 마시면서 서로 이야기도 나누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별다른 투어 없이 그냥 여기서

126 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13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이렇게 며칠 개길까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머물고 있는 여행자들도 좀 있고요.^^)

나미비아 오는 버스에서 만난 용건이랑 창수와 모닥불가에서 노닥거리다보니 이런저런 이야깃거리가 술술 나오구요.

제 나이 42, 용건 29, 창수 21.

뭐, 나이차이가 좀 나지만... 고기 한 점 구워 먹고 맥주 한 잔 나누기에는 아무 불편 없는 형, 동생입니다.^^

고기 구워 먹는 맛도 좋지만 서늘한 밤에 모닥불 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각자의 여행담을 나누는 재미가 더 좋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숙소에서 일하는 스텝들이 들려주는 나미비아와 남아공과 아프리카 이야기

가 밤이 깊도록 계속 이어지거든요.

....

배낭 여행자들의 숙소라서 많은 재미있는 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부터 캠핑카로 내려온 사람, 오토바이와 텐트로 여행하는 커플...

혼자 여행하면서 나미비아에서만 아무 하는 일 없이 1주일을 개기는 사람...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에 남는 여행자는 캐나다에서 온 세바스티앙 부자입니다.

세바스티앙은 올해 21살인데 아버지와 함께 아프리카를 여행중이라고 합니다.

울 아들이 지금 9살...

이 다음에 우리 치우가 어른이 되었을 때, 세바스티앙의 아버지처럼 함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서 여행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

습니다.

가족과 떨어져서 여행을 하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문득문득 가족들 생각 날때가 있습니다.

특히, 세바스티앙처럼 아버지와 함께 여행하는 모습을 보면 가족 생각이 더 납니다.

좀 있으면 아들녀석 생일인데... 이번 생일은 아빠와 떨어져서 맞이하게 되겠네요. T.T

일주일쯤 있으면 만나겠지만, 마눌님이랑 아들놈이랑 같이 하는 여행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기도 하고...

반면에 이렇게 험한 여행길을 함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들기도 하고 그렇네요.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127

Page 13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가운데 야구모자 쓴 친구가 세바스티앙(21살). 오른쪽 아래 구석에 무릎에 손 괴고 있는 사람이 세바스티앙 아버지. ^^

그나저나... 예정했던 사막 투어를 못해서 너무 안타깝네요.

아쉬운건 아쉬운거고... 별일 없으면 내일은 스와콥문트로 떠납니다.

비록 Desert Express는 아니지만, 여행자들이 탈만한 기차는 있네요.

4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를 10시간 정도 달려주는 황당한 센스를 발휘하는 기차이긴 하지만...

나미비아의 창밖 풍경을 천천히 즐겨볼 생각입니다.

PS) 월드컵이 다가오면서 여행자들의 화제도 대부분이 월드컵입니다.

어디서 왔냐고 물은 다름에는 월드컵 보러 가는 길이냐고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TV와 라디오에서도 월드컵 이야기가 자주 나오구요.

멋진 축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128 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13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6/5 스와콥문트, 여기 아프리카 맞나요?

[2010년 6월 4일, 금요일 ~ 6월 5일, 토요일]

6월 4일 저녁 7시 55분, 빈트후크를 출발하는 열차를 타고 새벽 5시 30분에 스와콥문트 도착!

자동차로 4시간 걸리는 거리를 8시간 달려주는 멋진 기차... T.T

결국 빈트후크에서는 사막 투어 알아보다가 이틀을 날려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냥 Cardboard Box Backpackers에서 제시하는 3박 4일짜리 사막투어가 가장 좋았는데...

이것 저것 돈 계산하다가 그걸 놓치고 말았습니다.

목요일 아침에 출발해서 일요일 오후에 돌아오는 투어인데...

아침 일찍 사막 투어하는 사람들이 떠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엄청스레 부럽더군요.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고...

일단, 스와콥문트로 넘어가서 다른 재밌는 것들은 없는지 찾아 보기로 했습니다.

낮에는 빈트후크 시내에서 먹을거리도 좀 사고, 환전도 하고, 구경도 하고...

슬슬 시간 때우기 놀이를 하고 해가 떨어질 때쯤 기차역으로 갔는데...

객차 1량짜리, 한 100살쯤 돼 보이는 너무나 소박한 기차가 우리를 기다려 주네요.^^ (그리고 컨테이너 화물칸 두 개)

사실상 기차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없지요...

객차 1량... 그나마 그걸 둘로 나눠서 앞쪽은 비즈니스 클래스, 뒤쪽은 이코노미 클래스라는... ㅋㅋ

1등석은 조금 자리가 넓고 의자가 뒤로 눕혀지는 점이 더 좋은데, 2등실에도 자리가 많이 비기 때문에 2등석 끊어도 널널하게

앉아 올 수 있고 의자 2개 차지해서 누워 올 수도 있다는...ㅋㅋ

그래도 우리는 비즈니스 클래스를 끊어다는... ㅋㅋ

객차 중간에 남/녀 화장실이 있습니다. (사진에서 빨간색 조명이 있는 곳)

이 화장실을 경계로 앞쪽이 비즈니스 클래스, 뒷쪽이 이코노미 클래스입니다.

[참고] 빈트후크에서 케트만스호프(Keetmanshoop)로 가는 열차에는 침대칸도 있습니다.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129

Page 13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기차 타고 오는 내내...

제 뒷자리에 앉은 바퀴벌레 커플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잤네요. T.T

제가 잠자리가 좀 예민한 편이기도 하지만...

이눔의 커플...

밤 새도록 알라뷰, 허니, 오우~굿 하면서 쪽쪽 뽀뽀 부비부비하는 소리와 야릇한 웃음소리를 생산해 내더라구요.

잠을 자는둥 마는둥...

살짝 호기심 생겨서 가끔 귀도 쫑긋!

하여간... 좌석도 그리 편하지 않은데다가 에로 무비성 소음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130 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13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열차는 새벽 일찍 안개가 짙게 깔린 스와콥문트에 도착했습니다. (덜덜 떨리게 춥슴다!)

대합실에서 잠시 몸을 녹이는데 1등칸에서 안면이 있는 아주머니가 두통으로 고생을 하시네요.

아주머니는 조심스럽게 저희에게 약 가진것 있냐고 물어보시고...

비상약으로 준비해 두었던 타이레놀 두 알 건네 드렸습니다.

저와 용건이는 스와콥문트에서 먼저 내려서 숙소 잡고 적당한 투어나 액티비티를 찾아보기로 했고 창수는 웰비스베이(Walvis

bay)에 갔다가 저녁 무렵에 스와콥문트로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창수는 휴대폰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스와콥문트로 온 후에 서로 연락할 방법이 없네요...

그리하야 생각해 낸 세 남자의 무식한 방법!

1. 스와콥문트에서 숙소 잡을 때 바닷가에서 가까운 곳부터 숙소를 뒤질테니 그 순서대로 우리를 찾아라.

Log Lodge, Cameleon Backpackers, Swakop Lodge, .... 요런 순서가 될 것이다.

2. 그래도 못 만나면 오후 4시에 우체국 앞에서 만나자.

3. 그래도 못 만나면 빈트후크에서 남아공 가는 버스 탈 때 만나자... TT (버스표는 미리 끊어 뒀거든요. ^^)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131

Page 13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결국은... 그날 못 만났네요. T.T

스와콥문트는 작은 도시입니다. 눈은 크게 뜨고 돌아다니면 만날 줄 알았는데...

저녁 무렵에 백패커스 한 바퀴 돌면서 창수가 묵는 곳을 찾아내긴 했는데...

이미 짐풀고 숙소가다 정리된 상태라서 다음날 아침에야 만날 수 있었습니다.

...

스와콥문트에서 먼저 내린 저와 용건이...

빨리빨리 사막 투어 제대로 못한 한을 풀기로 했습니다.

아침 일찍 숙소 잡고, 사막에서 4륜 바이크 함 신나게 타고, 간단히 시내도 한바퀴 돌았습니다.

헤어진 동생이 낯선 도시에서 어떻게 되었는지 걱정이 되면서도...

컵라면+햇반+동결건조김치+양반김 세트로 밥 한상 차리니까 동생이고 뭐고 까맣게 잊게 되더군요. ^^

그리고... 사막 4륜 바이크 투어 회사에서 남은 오후는 인터넷하면서 놀았습니다.

Outback Orange라는 투어인데 여기 친구들 친절하고 시원시원하고 좋네요.^^

저희들 숙소는 바로 그 옆에 있는 Swakop Lodge.

숙소도 만족, 투어 회사도 만족! (숙소 대략 1만 5천원, 사막 4륜 바이크 투어 & 샌드 보딩 대략 10만원. 모두 1인 기준)

스와콥문트(Swakopmund)는 해변 도시입니다. 여기... 우리가 알던 아프리카와는 완전 틀리네요!

과연 이곳이 아프리카인지 유럽의 어느 해변인지 구별이 안되네요.

거리 너무 깨끗하고, 사람들 너무 친숙하게 대해주고, 건물이며 상점까지... 해변도 넘 아름답고...

어디 리조트 도시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나미비아의 작은 독일'이라고 말은 들었는데... 정말로 아프리카라기 보다는 독일의 작은 도시 같습니다.

132 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13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133

Page 13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134 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13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토요일 오후의 한산한 거리 너머에는 사막도 보이고 바다도 보입니다.

이곳의 6월은 겨울이라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늦여름이나 초가을 정도?

수영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날씨는 그다지 쌀쌀하지 않습니다.

근데... 해변에서 놀고 있던 사람들.... 우리가 옆에 지나가면 "니 하오!" 그러면서 인사하네요...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내내 우리를 중국사람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일일이 "아뇨, 저 한국사람이에요!"라고 말해줬는데...

나중에는 이것도 귀찮아서 저도 같이 "니 하오!"하거나, 그냥 우리말로 "네, 안녕하세여~"하기도 하고... ^^

시원한 해변, 그리고 해변을 따라 늘어선 리조트 같은 빌라들...

사막의 나라 나미비아에서 이렇게 멋진 바다를 보다니!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몸바사와 잔지바르에서 본 바다는 인도양이고 스와콥문트에서 본 바다는 대서양입니다.ㅎㅎ

....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135

Page 14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우리가 해변에만 심취한 것은 아니죠. ^^

해변에서 느낀 시원한 청량감 x 100 만큼 더 멋진 경험!

멋진 해변은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지만, 스와콥문트에서만 즐길 수 있는 멋진 액티비티!

지금도 가슴 뻥 뚫리는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는 어드벤쳐, 사막에서 맘껏 달리는 4륜 바이크!

완전 기분 찢어지게 상쾌합니다!

더구나, 우리는 아침 9시부터 달렸는데... 쌀쌀한 찬바람 느끼면서 사막을 달리는 기분... 제대로 죽여준다는... ㅋㅋ

사막 투어 제대로 못해서 너무너무 아쉬웠는데, 이곳에서 4륜 바이크 타고 사막에서 한 참을 신나게 달렸더니 아쉬움이 많이

풀렸습니다.

제 나이 마흔 두살이지만 놀이 동산 온 것처럼 너무 신나게 놀았습니다.

이른 아침의 찬 기운이 남아 있는 사막을 걷고, 뒹굴고... 도마맴을 쫒아 달리고...

온 몸은 모래 투성이에 살짝 몸이 뻐근할 지경....^^

그래도, 너무 신나는 놀이였습니다.

4륜 바이크가 조금 익숙해진 다음에는 악셀레터를 힘껏 밟아 제꼈더만 다리까지 뻐근하네요. ^^

136 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14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137

Page 14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저희는 4륜 바이크와 샌드 보딩을 함께 하는 패키지를 선택했습니다.

4륜 바이크에 비해서 샌드 보딩은 그닥 특별한 것은 없었습니다.

저희는 스노우 보드 타는 것을 상상했는데...

그냥 높은 언덕에서 왁스칠한 나무판자(샌드보드)로 모래 미끄럼 타고 내려오는 놀이!

그래도... 사막에서 모래와 뒤엉켜서 한 번 제대로 구르는 맛도 일품입니다.

단, 카메라 조심하세요. 저는 주머니에 조심스럽게 잘 간수한다고 했는데도... 사막의 모래는 감당이 안됩니다.

아쿠아 팩 같은 것에 잘 넣어 다니세요. 제 카메라... 잠시 작동하지 않아서 상당히 애먹었습니다. (지금도 동작할 때 약간 모래

갈리는 소리가 나네요. T.T)

투어를 마치고 볼일(작은 일^^) 보려고 화장실을 찾았더니...

지붕이 없네요... ^^

조금 황당하긴 했는데... 시원한 하늘 보면서 시워~~언하게 볼일 보라는 뜻이겠죠?

요런 기분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아예 큰 일을 한 번 치러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냥 사진만 하나 딸깍 찍었습니다.

...

아침에 사막에서 신나게 놀고, 오후에는 해변 나들이.

그리고, 헤어진 동생 찾아 시내 한 바퀴.. 숙소도 한 바퀴...

우체국 유리창에 "창수야! Swakop Lodge"라고 메시지도 남기고..^^ (마침 토요일 오후라 우체국도 문 닫은 시간!)

결국은 Cameleon Backpackers라는 곳에 동생이 체크인 한 것을 알았습니다.

체크인 한 후에 다시 나갔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Swakop Lodge에 묵고 있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138 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14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막내 동생이 굶고 있는지 어쩐지는 뒤로 한 채...

저와 용건이는 근사한 아이스바인(Icewein, 독일식 족발요리)과 맥주로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

...

새벽에 기차역에서 헤어졌던 창수는 결국 다음날 아침에 저희가 숙소로 다시 찾아가서야 만났습니다.

전날 저녁에 저희가 찾아갔을 때... 주인 아주머니가 직원들에게 크게 호통을 치고 있더만...

자기 기분 꿀꿀해서인지, 뭔가 다른 바쁜 문제 때문인지 몰라도

주인 아주머니가 아침이 돼서야 쪽지를 전달해 줬다네요... 쩝!

혼자 쓸쓸하게 밥 차려 먹었을 동생에게 너무 미안했지만...

아이스바인와 빈트후크 라거 맥주는 정말 환상 궁합이었습니다. ^^

...

잔지바르 갔을 때 거기 눌러 앉고 싶다는 생각 들었는데...

요기 나미비아의 스와콥문트가 10% 정도 더 땡기는군요... ㅋㅋ

그리고... 우리 아들 서치우!

이 녀석 생일이 6월 6일입니다. (2002년 6월 6일생. 완전 월드컵 돌이!)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도 아이 생일날 여행중이었는데, 이번에도 여행중에 아이 생일을 맞게 되네요.

오늘이 6월 5일, 내일이 생일날입니다.

축구 좋아하고 여행 좋아하는 아빠를 둔 덕분에(?) 4년에 한 번씩은 아빠 없는 생일을 맞이하게 생겼습니다.

멀리 나미비아의 사막에서...

아들 녀석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 하나 보냈습니다!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139

Page 14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여행이 길어질수록 여행속으로 점점 빠져들지만

그 만큼 가족들도 더 많이 그리워지더이다...

우쨌든!

이제 며칠 뒤면 월드컵, 그리고 저는 내일 드디어 월드컵의 나라 남아공을 향해 출발합니다!

6/6 월드컵의 나라, 드디어 남아공!

[2010년 6월 6일, 일요일 ~ 6월 7일, 월요일]

나미비아 스와콥문트에서 빈트후크로, 다시 빈트후크에서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으로 들어왔습니다.

스와콥문트에서 빈트후크까지는 작은 미니버스(우리나라 승합차 정도?)를 이용했습니다.

140 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14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저희가 묵은 Swakop Lodge의 리셉션 데스크에 물어봤더니, 친절하게 전화해서 예약까지 도와주더군요.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정식 버스는 없고, 마치 콜 택시 부르는 것처럼 미리 예약해 놓으면 출발 시간에 맞춰서 숙소로 Pick-up

나옵니다.

마침 승객이 거의 없어서 진짜 승합차 널널하게 타는 기분으로, 편하고 쾌적하게 빈트후크에 갈 수 있었습니다.

가격은 1인당 1만 5~6천원. 약 4시간 소요! (기차로는 9시간~10시간이 걸린다는... ^^)

빈크후크에서 야간 열차타고 스와콥문트 올 때는 창밖이 깜깜해서 경치를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창 밖 풍경은 미국의 텍사스나 아리조나 어디쯤? 그니까... 서부영화에 나오는 장면 비슷합니다.

빈트후크에서 남아공까지는 버스를 이용했습니다.

원래는 인터케이프 버스를 이용할 예정이었는데, 돈을 좀 아껴보려는 마음에 인터케이프의 반값밖에 하지 않는 Bailey Reo라

는 버스를 이용했습니다.

스와콥문트 행 기차를 타기 전에...

저는 역에서 짐을 지키고 동생들은 시내에 남아공행 버스표를 끊으러 갔습니다.

나 : "내 나이 마흔 둘이다... 꼭 인터케이프 버스로 끊어줘. 니들은 싼 버스로 갈려면 가고... 난 죽어도 인터케이프!"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141

Page 14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

동생들 : "형... 인터케이프 가격이 두 배도 넘더라구요. 그냥 싼 걸루 형꺼까지 끊었어요. ^___^"

좌석이 좁고 약간 후졌지만 평균수준은 해 주는 버스인데...

문제는 이 버스를 타고 20시간 정도를 달려야 한다는 거죠... 흐흐...

약간 꾀를 부려서 맨 뒷자리, 화장실 앞에 셋이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버스에 화장실 있어요. ^^)

맨 뒷자리이고, 더구나 화장실 앞자리라서 사람들이 좀 기피할 테고... 그러면 우리끼리 좀 널널하게 갈 수 있을거라는 생각!

예상이 적중해서 비교적 넓은 자리 차지하고 케이프타운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버스가 정차하는 곳마다 인터케이프 버스도 거의 동시에 도착해서 옆에 서더라구요.

보아하니 대부분의 외국인 여행자들은 인터케이프 버스를 이용하고, 우리가 탄 버스는 현지인들이 값싸게 이용하는 버스인 듯

했습니다.

옆에 서 있는 인터케이프 버스를 보면서 얼마나 입을 다셨는지... 쩝쩝!

옆에서 보자니 우리 버스보다 훨씬 때깔 곱고, 좌석도 넓어 보이고, 편안하고 보이고... 쩝쩝쩝!

우리 일행들 모두... "비싸도 인터케이프 탈껄~"

우리를 더 열받게 한거는...

나미비아 국경에서 출국신고 할 때, 그리고 남아공에서 입국신고 할 때 인터케이프 승객들은 급행처리를 해 주더군요.

심지어 남아공 국경에서 입국심사할 때, 우리 버스는 승객들 짐 검사를 하면서 인터케이프는 버스를 그냥 통과시켜 주더라구

요.

부럽기도 하고, 인터케이프 안탄거 후회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뭐, 이런게 다 있어?" 하는 울화통도 치밀고...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 함께 여행하는 동생들(용건&창수)이 있어서 그닥 힘들지 않게...

서로 유쾌하게 웃고 떠들면서 긴 여행을 수월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혼자였다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었을지도 몰라요...

^^)

142 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14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

차에서 하룻밤을 자는 둥 마는 둥 보내고 났더니, 버스는 아름다운 남아공의 초원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월드컵의 나라에 왔구나... 이제 월드컵이 시작되는구나!

월드컵에 대한 기대와 흥분, 들판과 산과 강의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남아공' 이라는 나라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 & 걱정을 안고 케이프타운을 향해 달려갑니다.

남아공은 지금 겨울입니다.

말이 겨울이지 우리나라로 치면 가을 날씨 정도가 되겠네요.

이미 들판의 수확도 다 끝났고 갈색 빛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창 밖 풍경은 초원 같기도 하고, 황무지 같기도 하고, 잘 정돈된 밭이나 과수원 같기도 하고...

날씨가 흐리긴 했지만 지금까지 지나온 아프리카의 나라들과는 또 다른 풍경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치안이 불안하건 어쨌건 간에...

창밖으로 보이는 남아공은 너무나 아름다운 나라였습니다.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143

Page 14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144 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14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케이프 타운에 도착하니 부슬부슬 비가 내리네요.

월드컵이 코 앞인데, 아직 전혀 월드컵 분위기를 느낄 수 없습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랑은 너무 차이가 많이 납니다.

치안이 걱정돼서 그런지 월드컵 여행자들도 숙소에서 방콕 중인듯 하고...

비가 내리기 때문에 거리가 더 을씨년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남아공의 불안한 치안 문제 때문에 계속 신경이 쓰이고...

하여튼, 저희들도 바싹 긴장한 채 각자 숙소로 헤여졌습니다.

용건이와 저는 다른 사람과 Join을 했고, 창수도 케이프 타운에 먼저 도착한 일행과 합류했습니다.

그래도... 케이프 타운의 도시 분위기는 너무 좋아요.

흐린 날씨 속에서 잠깐 훑어 보았을 뿐이지만 아름다운 해변을 볼 수 있었고, 거리 곳곳의 도로와 건물들도 깔끔한 유럽의 모습

입니다.

치안이 좀 불안하긴 하지만 도시를 걸어다니는 사람들만 봐서는 별다른 일 없이 평화로워 보이네요.

내일은 좀 더 월드컵 분위기가 느껴지기를 기대해 봐야죠.

그나저나... 날씨가 맑아야 아름다운 케이프 타운의 모습을 볼텐데... 내일도 비가 올까봐 그게 좀 걱정됩니다.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ㆍ 145

Page 15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그래도 월드컵은 월드컵!

곧 분위기 Up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제... 드디어 월드컵이 시작되는거야!!!

146 ㆍ 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Page 15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3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15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 케이프 타운 (Cape Town)

◦ 본격적인 월드컵 여행을 위한 워밍 업 & 남아공 적응훈련^^

◦ 그린포인트, 워터 프론트, 희망봉, 허트 베이, 시몬스 타운... 케이프 타운은 정말로 모든 것이 다 아름답습니다.

• 모셀 베이 (Mossel Bay)

◦ 케이프 타운에서 포트 엘리자베스까지 가는 길은 말 그래도 환상 드라이브 코스!

◦ 버스편도 많이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렌트카를 이용해서 쉬엄쉬엄 가셔도 좋을 듯 합니다. 중간에 멈추고 싶은 곳이

너무 많거든요!

◦ 와이너리 방문해서 시음도 하고 와인도 사고! (1만원 아래에서 좋은 와인 수두룩함)

◦ 와이너리뿐만 아니라 각종 농장이나 목장들이 널려 있어서 손수 운전하면 얼마든지 좋은 곳 발굴할 수 있어요.

• 포트 엘리자베스 (Port Elizabeth)

◦ 맨 처음 만들 때부터 휴양도시였다고 합니다. 남아공의 치안 문제도 이곳에서는 남의 이야기 같습니다.

◦ Boardwalk 및 그 근처의 Kings Beach쪽에 숙소도 많고 경치도 좋고 놀기도 좋아요.

◦ 16강전 이기고 8강가기 딱 좋았는데... 너무 아쉽슴다!

• 요하네스버그 (Johannesburg)

148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15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 치안 문제 이전에... 좀 불친절하고 물가 장난아니게 비쌉니다. (택시 타면 일단 3~4만원 기본 T.T)

◦ 공항 근처나 주변 위성도시 쪽에 숙소 잡으시는 편이 좋겠네요. (공항 주변에 숙소도 많고 공항을 중심으로한 교통망

도 괜찮습니다.)

◦ Sandton 지역은 조벅 내에서 안전하고 편리한 곳이긴 한데 살짝 비쌉니다. (한국의 삼성역 비슷함)

◦ 소웨토(Soweto)에 가면 남아공 서민들의 모습, 넬슨 만델라와 남아공 인권 투쟁의 역사를 볼 수 있음. (강추!)

• 언더버그 (Underburg)

◦ 요하네스버그에서 직접 가는 버스는 없는 듯하나, 더반에서는 접근성 좋습니다. (더반-언더버그 구간을 운행하는

Underburg Express라는 프리미엄급 미니버스 있음. 깨끗하고 친절. 3시간 소요. 1인당 약 4만원)

◦ 드라켄스버그 국립공원 지역으로 산이 너무너무 아름답고 하늘이 정말 청명합니다. 레소토로 들어가는 관문이기도 하

구요. 때묻지 않은 남아공의 산골 마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강추!)

◦ 케이프 타운이 지중해 풍이라면 언더버그는 티벳 풍이라고 보시면 될 듯! (둘 다 안가봤지만... ㅎㅎ)

• 더반 (Durban)

◦ 홍수환이 세계 챔피언 먹은 도시, 월드컵 16강에 올라간 도시! 한국 스포츠와 인연이 깊은 도시랍니다!

◦ 남아공의 해운대쯤 될라나? 포트 엘리자베스가 휴양도시 성격이라면 더반은 놀기 좋은 곳! (포트 엘리자베스에는 개

끌고 해변 산책하는 사람 많음. 더반에는 비키니 입고 일광욕하는 언냐들 많음. ^^)

◦ 해변에 나가면 온통 놀고 먹고 마시는 분위기 ^_^

◦ 더반 국제공항에서 중동이나 홍콩 경유해서 한국까지 연결되니까 비행편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레소토 투어 상품들도 더반에서 많이 출발한다는군요. (이걸 나중에야 알았다는... 쩝! 너무 아까워!)

• 블룸폰테인 (Bloemfontein)

◦ 우리나라로 치면 과천 같은 분위기 ^^ 작고 조용하지만 깨끗하고 잘 가꾸어진 도시입니다.

◦ 저는 레소토에 갈 생각으로 블룸폰테인에 갔는데... 끝내 레소토에는 못갔네요.

◦ 가는 길에 하루 들러볼만한 도시. But... 굳이 시간 쪼개서 가 볼 필요는 없는 도시 ^^

그럼... 한 도시 한 도시...

한 바퀴 돌아볼께요. ^^

6/8 희망봉에서 진짜 바다를 보았네!

[2010년 6월 8일, 화요일]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149

Page 15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케이프 타운의 해변을 따라 희망봉까지 다녀왔습니다.

어제 비가 내려서 오늘 날씨가 어떨지 상당히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오늘은 날씨도 좋았습니다.

케이프 타운부터 렌트카로 함께 동행하기로 한 동생들 덕분에 즐겁고 편안한 하루였습니다.

케이프 타운의 겨울...

맑고 푸른 바다와 함께 해변과 절벽을 때리는 파도가 사람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 주네요.

예정보다 케이프 타운에서의 일정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케이프타운의 곳곳을 모두 둘러보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희망봉에 서

서 바다를 가슴에 품어 봤다는 것으로 위로를 삼아야죠. ^^

희망봉에 가는 길에 그린 포인트와 헛 베이(Hout Bay)를 들렀습니다.

그린 포인트는 말 그대로 푸른 잔디가 깔린 곳! 해변 바로 옆에 넓은 잔디받이 있습니다.

저희가 찾았을 때는 럭비 연습을 하는 아저씨들과 축구(사실상 공놀이)를 하는 아이들 뿐...

기타 산책하는 사람과 조깅하는 사람 정도?

겨울이라서 그런지 파도는 약간 사납게 몰아치더군요.

150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15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그린 포인트 잔디밭에서 공돌이하던 꼬마들이 하도 귀여워서 사진 찍은거 보여줬더니...

요눔 시키들 당돌하기도 하지...

양 손으로 둥근 공 모양을 그리면서... 대뜸 하는 말!

"공 사주세요!"

...

Hout Bay는 작은 어촌 같은 느낌입니다.

배들이 많이 정박해 있고, 물개(바다표범인가?)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생선을 배에서 내리고 손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

다.

우리나라의 7번국도를 따라 가면서 볼 수 있는 풍경의 케이프 타운 버전쯤 될까?

케이프 타운 중심가는 모든 것이 곱게 차려진 휴양도시의 분위기입니다만 역동적인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침부터 생선을 나르고 손질하는 Hout Bay 어부들의 분주한 모습에서 생기가 느껴지더군요.

관광지나 휴양지가 아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모습, 힘찬 하루가 느껴지는 우리네 어촌 풍경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151

Page 15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Hout Bay를 지나 한 참을 달려 다다른 곳이 바로 희망봉(Cape of Good Hope)!

케이프 타운 시내에서 자동차로 꽤 오래 달려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희망봉까지 가는 길에 만나는 바다와 해안의 풍경... 정말 아름답지요.

푸른 바다와 기암절벽을 끼고 도는 커브길 또 커브길...

사실 저는 희망봉의 바다라고 해서 별다른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기암절벽에 시원한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은 많으니까요.

152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15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하지만... 희망봉은 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뱃머리에 부딪치는 파도를 맞으면서 바다를 향해 항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희망봉이 바다 앞으로 툭 튀어나와 있기 때문에 마치 뱃머리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153

Page 15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책에서 배운 것이 머리에 강하게 남아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희망봉 옆의 케이프 포인트에 서면 대륙의 끝자락에 서 있다

는 느낌이 저절로 드는 것 같습니다.

154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15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진짜 역동적인 바다의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강하게 절벽을 때리는 파도, 끝없이 큰 두 개의 바다를 양쪽에 거느린 듯한 느낌, 왠지 앞으로 전진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

넓은 바다를 보면서 잔잔하게 마음이 가라 앉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꿈틀거리듯이 가슴이 확 치미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옛날의 바스코 다가마처럼...

희망봉에 서서 바다를 보는 기분!

내가 바스코 다가마다!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155

Page 16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희망봉을 지나 산 위로 더 올라가면 케이프 포인트 등대가 있습니다.

여기에 서면 왼쪽으로 인도양, 오른쪽으로 대서양을 볼 수 있지요.

정말 대륙의 끝, 인도양과 대서양이 만나는 갈림길!

케이프 포인트 등대에는 큰 바위가 있습니다.

그리고 바위에 빼곡하게 써 있는 낙서들....

이곳을 그냥 지나쳐 가기에는 너무 아쉬웠는지 많은 사람들이 자기들의 흔적을 남겨 놓았네요. (잘 보면 한국인의 흔적도 보입

니다. ^^)

우리는 남자 셋이였지만...

이곳 바위 앞에는 완전 로맨틱 무드 속에서 진한 포옹과 키스를 나누는 커플들 많아요.^^

이곳에 서면 누구나 그런 분위기에 빠질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꼭 잡고 싶고, 서로 어깨를 깊게 맞대고 싶고, 꼭 안아주고 싶고...

혼자서는 너무 멜랑꼴리하고... 꼭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세요!

...

아쉽지만 희망봉을 본 것으로 케이프 타운에서의 일정은 마무리 짓고, 내일은 대한민국의 첫 경기가 열리는 포트 엘리자베스로

향합니다.

156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16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첫 경기가 열리기 바로 전날, 6월 11일에 포트 엘리자베스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일찍 도착해서 한 달만에 만나는 마눌님과 아들 녀석 마중 나가야 하거든요. ^^

버스를 타면 10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이지만 동행하는 친구들과 함께 좀 더 길게, 여유있게 움직이려고 합니다.

남아공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해변을 휙 지나칠 수는 없으니까요.

원래는 저 혼자 버스로 이동할 예정이었는데, 여행중에 만난 친구들이 렌트카로 함께 가자고 하네요.

덕분에 저는 여행 친구들과 함께 좀 더 느긋하고 즐거운 여행을 만들 수 있게 되었네요.

아름답지만 리조트의 냄새를 지울 수 없는 케이프 타운을 벗어나서 진짜 해변과 바다를 느끼면서 포트 엘리자베스로 달려가렵

니다!

6/9 드디어, 월드컵 티켓을 내 손에!

[2010년 6월 9일, 수요일]

케이프 타운의 Ticket Collection Office에서 예약해 두었던 월드컵 티켓 찾았습니다.

자동 발매기에 티켓팅 할 때 등록한 신용카드를 넣으면 예매한 모든 티켓이 화면에 표시되면서 줄줄이 프린트 됩니다.

[주의사항]

16강, 8강, 4강 경기는 조 1위냐 2위냐에 따라 경기 장소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티켓을 찾을 수 없습니다.

조별 예선이 끝난 후에 티켓을 찾을 수 있답니다.

조별 예선이 끝나기 전까지는 조별 예선 경기와 결승전 티켓만 찾을 수 있습니다.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157

Page 16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티켓 많이도 신청했죠?

흑흑... 너무 많이 신청하는 바람에...

남는 티켓 처리하느라고 엄청 애먹었어요. (손해도 막심했다는...T.T)

월드컵 티켓을 손에 넣기까지의 대략적인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는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요...)

1. FIFA 사이트(www.fifa.com)에서 티켓을 예약합니다. 1차, 2차, 3차... 여러 단계에 걸쳐서 티켓을 판매하는데, 대략 본선 조

추첨 끝나는 시점에 예매하시면 될 듯 합니다. 물론, 그 전에도 예매가능하고 그 후에도 예매가 가능합니다만... 월드컵이 입박

할수록 티켓 구하기는 점점 힘들어 질 수 있습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은 티켓 구하기가 정말 쉬웠습니다. 직접 경기장을 찾

은 축구팬들이 그만큼 적었다는 말이지요.)

2. 티켓을 예매하면 '확인증'이 우편으로 배달됩니다. 이것은 실제 티켓이 아니고, 아무개가 월드컵 티켓을 예매 했다는 증빙서류

입니다. 비자를 받거나 기타 다른 증빙 자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3. 현지에 도착해서 Ticket Collection Office를 찾아가서 티켓 발매기에서 티켓을 출력합니다. Ticket Collection Office는 각

개최 도시마다 있습니다. 이 때, 반드시 티켓 예매할 때 사용한 신용카드가 있어야 합니다. 만약 예매할 때 사용했던 신용카드

대신 새 카드를 사용하게 되었다면, FIFA 사이트에 가서 카드 등록정보를 변경하면 됩니다. 아예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상

황(도난, 분실 등)이라면 티켓 확인증과 여권을 챙겨서 Office의 담당자에게 말씀하세요.

158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16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4. 이렇게... 프린트한 실물 티켓은 위와 같이 경기, 날짜, 구매자, 좌석 등이 명시됩니다. 이제 이 티켓을 가지고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으며, 티켓에 오류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더 이상의 신원확인 절차는 없습니다. (그니까... 다른 사람에게 넘겨줘도 된다는

말입니다. ^^)

6/9 펭귄의 마을 - Simon's Town

[2010년 6월 9일, 수요일]

케이프 타운에서 약 1시간 정도 포트 엘리자베스 쪽으로 가면 펭귄을 맘껏 볼 수 있는 Simon's Town이 있습니다.

해변에 가면 바로 코 앞에서 발에 채이듯이 펭귄을 맘껏 볼 수 있습니다.

걷는 녀석, 날개짓 하는 녀석, 물에 뛰어드는 녀석, 물에서 나오는 녀석, 새끼를 소중하게 품고 있는 어미...

옆에서 펭귄이 함께 걷기도 하고 제 발소리에 놀라서 살짝 도망가기도 합니다.

사람들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 듯!

그래서, 아주 가깝게 다가갈 수도 있어요!

동물원이나 아쿠아리움이 아닌, 해변에 살고 있는 야생의 펭귄!

그것도 한 두 마리가 아닌 떼지어 살고 있는 펭귄!

실제로 본 펭귄은 마치 3-4살배기 꼬마처럼 작고 이쁘고 귀엽습니다.

마치 옆에서 말을 걸면, 말도 못하고 알아 듣지도 못하지만 엄마 아빠 얼굴을 보고 방긋 웃는 아기같이...

한 참을 보고 있어도 웃음이 떠나지 않습니다.

귀여운 펭귄들, 사진으로나마 전해 드립니다.^_^

아효~ 요 귀염둥이 꼬마들!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159

Page 16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160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16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잘 차려 입은 귀여운 작은 꼬마 같죠?

손 잡고 함께 바닷가 산책이라도 하고 싶을 만큼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 같지 않나요?

제가 동물을 안아주고 쓰다듬어 줄 만큼 동물들과 친하게 지내지 못하는 편인데도...

펭귄은 이상하게 정이 확 끌리는 동물이네요.

6/10 Mossel Bay에서 와인의 향기에 취하고

[2010년 6월 10일, 목요일]

케이프 타운에서 포트 엘리자베스 가는 길목에 있는 도시 Mossel Bay.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161

Page 16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대략 케이프 타운과 포트 엘리자베스의 중간쯤에 있는 작은 항구가 있는 예쁜 도시입니다.

전날 오후 늦게 케이프 타운을 출발해서 5시간쯤 달려 Mossel Bay 근처에 숙소를 잡았습니다.

밤 10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지만...

도착하자마자 삼겹살, 목살, 소세지로 브라이(숯불구이) 한 판 구워서 맥주와 함께 알큰하게... ^_^

그리고, 아침 일찍 숙소의 주인 아주머니가 추천하는 와이너리에 다녀왔습니다.

저희가 묵었던 숙소의 주인 아주머니...

와이너리 가보고 싶다고 했더만, 직접 와이너리 소개해 주고, 전화 걸어서 손님 간다고 해 놓고,

아침 일찍 자기가 직접 차 몰고 갈림길까지 안내해 주었습니다.

여행하면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점 중 하나!

어느 나라건 대도시 보다는 소도시나 작은 마을에서 훨씬 융숭한 대접을 받습니다.

인터넷도 안되고, 사람들도 약간은 투박하고, 집들도 그닥 세련되지 못했지만...

한 사람의 여행객에게 어쩌면 그리 정겹게 대해주는지 고마울 따름입니다.

와이너리에 가는 내내 아름다운 농장과 목장이 계속 이어집니다.

타조, 소, 양 등을 키우는 농장이 늘어서 있고, 이른 아침이라 제법 운치있게 피어오르는 안개도 볼 수 있었답니다.

아침에 만나는 들판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도록 시원한 풍경이 계속됩니다!

162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16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163

Page 16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저희가 방문한 와이너리는 자칼스블레이(Jakkalsvlei)!

164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16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옛날에 이 근처에 자칼이 많이 살았다고 합니다.

구글(Google)과 피파(FIFA)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두 마리 개가 반갑게 맞아주는 와이너리 입니다. ^_^

개 이름 지으려고 구글에서 검색하다가 그냥 개 이름을 구글이라고 지었답니다.

그리고, 월드컵에서 힌트를 얻어서 다른 한 녀석은 피파라고 지었다는군!

아시다시피 6월의 남아공은 초겨울입니다.

와이너리를 찾는 사람도 드물고 와이너리를 둘러봐도 포도 한 알 찾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농부들이 노는 것은 아니고, 엄청 바쁘답니다.

가지치기, 거름 만들기, 땅 고르기, 기타 여러가지 농장 보수작업들...

와이너리에서는 대략 다섯가지 정도의 와인 맛을 보고 직접 마음에 드는 와인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괜찮은 와인도 1만원을 넘지 않으니 완전 좋은거죠?

조금씩 마시지만... 이게 또 술인지라 다섯 잔 쯤 마시니까 알딸딸하게 취하더라구요.

저는 오늘 저녁 숙소에서 마실 레드 와인 한 병, 그리고 내일 우리 마눌님 도착하면 한 잔 하기 위해서 화이트 와인 하나 샀습니

다. (둘 합쳐서 1만원 조금 넘는 착한 가격!)

함께 여행중인 친구들도 와인 2~3병씩 챙겼고요.

자동차 트렁크에 좀 더 여유가 있었다면 아예 한 박스를 사서 싣고 다니면서 마셔도 좋겠더라구요. ^^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165

Page 17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말로만 듣던 남아공 와인을 아름다운 와이너리에서 직접 맛보고, 또한 자세한 설명까지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와이너리도 아름답고, 와이너리에 가는 길도 아름답고, 멋진 테라스에서 마시는 와인 맛은 더 좋고!

166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17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비단 와이너리만 멋진 것이 아닙니다.

케이프타운에서 모셀베이, 그리고 다시 포트 엘리자베스로 이어지는 내내...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정말 그림같습니다.

특히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에 낮게 비추는 햇살이 대지를 가득 채울 때의 풍경이란!

이 길에 왜 가든 루트라는 멋진 이름을 붙였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을 여행하시는 분들은 기회가 되신다면 렌트카를 이용해서 천천히 여행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쉬엄쉬엄... 아름다운 곳에서는 한 걸음 멈추고...

아담한 마을을 만나면 하룻만 묵고

땅을 밟아보고 풀과 나무를 만져보고

와인 한 잔에 여유있게 취해보면서 말입니다.

저는 달리는 차 안에서 석양을 봤지만...

부디 새로 여행하시는 분들께서는 석양처럼 붉은 와인 한 잔과 함께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167

Page 17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아름답게 물든 하늘과 구름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6/11 포트 엘리자베스 - 결전 하루 전!

[2010년 6월 11일, 금요일]

그리스와의 첫 경기를 하루 앞두고 포트 엘리자베스에 들어왔습니다.

오전 일찍 도착해서 숙소에 짐 풀고, 여기까지 함께 달려와준 고마운 친구겸 동생들과 커피 한 잔!

한 달간 헤어졌던 마눌님과 아들놈도 드디어 상봉!

경기 전날의 긴장감 보다는 즐겁고 유쾌한 일이 많았던 하루였습니다.

적당히 분위기 파악 해 보니 포트 엘리자베스는 비교적 안전하고 조용한 휴양도시 분위기입니다.

만나는 사람들 모두 친절하게 웃으며 반갑게 맞이해 주고요.

곳곳에 월드컵 자원 봉사자들도 보이고 공항에서도 한국 사람들이 심심찮게 보이고...

이제 좀 월드컵 분위기가 달아 오릅니다.

공항에서 만난 택시 기사 아저씨 왈, 내일 한국이 분명히 이긴대요.

어제부터 오늘 오전까지 쭉 지켜봤는데 빨간 옷 입은 사람들이 파란 옷 입은 사람들(그리스)보다 훨씬 많답니다. ^^

근데... 공항에서 본 많은 사람들은 다 오데로 갔을까나... 시내에서는 좀처럼 보이지가 않네요...

경기는 경기고... 아직은 좀 즐길만 하네요. ^^

슬슬 재미난 일들이 벌어지려합니다!

가족을 다시 만나서 그런가요?

오늘 하루는 유난히 즐겁고 재미있었습니다.

이렇게 신나는게 진짜 월드컵이잖아요!

1) 우리 마눌님의 철통 보안!

요하네스버그 공항에서 거금 8천원 주고 여행가방을 랩-으로 꽁-꽁- 랩-으로 꽁-꽁- 단단히 묶어라~~~

공항에서 여행 가방을 털렸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립니다.

가방에 안전장치(자물쇠, 와이어 등) 하시는게 좋을 것 같고, 우리 마눌님처럼 랩핑이라도 하심이 좋을 것 같네요.

168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17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2) 포트 엘리자베스의 지역신문

"우리 도시를 방문하는 외국인을 위한 초간편 기본 회화!"

지역 신문에 포트 엘리자베스에서 경기를 하는 각 나라들의 기본적인 인사말을 영어화 함께 그 나라 말로 소개해 주었습니다.

당연히 그 중에는 한국도 있지요. ^^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169

Page 17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그런데...

한국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니... 웃음만 실실... ㅋㅋ

"야! 주심 잘좀봐!"

완전 압권! ㅋㅋㅋㅋ

170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17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3) 숙소 근처에 있는 Boardwalk

카지노, 식당, 카페, 오락장, 놀이시설... 등등등 (일명 Entertaionment Complex)

이곳에 무대가 있는 커다란 천막극장(서커스 극장 같은 분위기)있는데, 월드컵 경기를 볼 수 있도록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놓았

습니다.

저희 일행도 거기서 남아공-멕시코의 개막전을 봤답니다!

분위기 넘 좋아요... 음식 짱 맛있어요! 완전 안전지대!!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171

Page 17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4) 남아공 사람들과 함께 개막전 관전!

아래 사진에서 예쁜 남아공 치어리더 언냐들 따라가다 보면 울 아들놈 & 마눌님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남아공에서 만난

새로운 동행자 최종원님도^^)

사진에서는 다들 앉아 있지만 남아공이 득점 올리는 순간부터 춤추고 노래하고 난리 났습니다.

늦어서 자리 없다고 안들여보내 주는거... 끈질기게 사정해서, 결국은 치어리더 언냐들 옆에 앉았다는... ㅋㅋ

사실 일찍 갔거든요. 그때는 자리도 조금 널널하게 남아 있었고요.

그런데 간식거리랑 맥주 좀 사러 다녀온 사이에 자리가 꽉 찼다고 못들어간다네요.

"너, 아까 나 봤지?"

"응..."

"내가 먹을거 사가지고 온다고 했지?"

"응..."

"그걸~~ 아는 사람이 그래? 엉?"

172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17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나 대한민국에서 왔어!

안되는게 어딨니? 다~ 되지!

5) 아들놈을 이용한 애교 서비스!

축구 경기를 볼 때는 어느 한 팀을 우리편 처럼 응원해 줘야 재밌죠.

오늘은 남아공을 응원하기로 했습니다.

아들놈 얼굴에 거금 3천원 주고 남아공 국기 하나!

요렇게 해 주면 남아공 사람들한테 귀염 독차지합니다. ^^

아들놈 덕분에 예쁜 남아공 언냐들과 수다 많이 떨었답니다. ^^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173

Page 17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6) 숙소로 돌아와서...

개막전 본 다음에 숙소에 와서 최종원님과 맥주 한 잔! (사실은 각 3병^^)

요 타이밍에 저희 숙소에 함께 묵는 그리스 아저씨들 등장해서 벽에다 그리스 국기 걸어 놓는 선제 공격 감행!

부랴부랴 방에 가서 태극기 가져다 걸어줬습니다. ^_^

술 한 잔 나누면서... 축구 이야기, 월드컵 이야기, 한국 이야기, 그리스 이야기...

경기는 경기일 뿐, 월드컵은 어디까지나 축제니까요!

이렇게 한국 사람과 그리스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잖아요!

174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17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남아공 치안이 불안하다 불안하다 해도 월드컵은 월드컵이네요.

아직 요하네스버그를 경험하지 못해서 뭐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순탄하고 즐겁게 월드컵을 즐기고 있습

니다.

특히, 오늘 Boardwalk에서 개막전 볼 때는 반갑게도 한국에서 온 경찰관 아저씨들을 만났습니다.

교민과 한국 여행객들의 안전문제 때문에 한국에서 경찰들을 남아공에 파견했다는군요.

무슨일 생기면 연락하라고 현지 직통 핸펀 전화번호까지 친절하게 챙겨주셨고요.

먼 나라에서 우리 경찰 제복을 입고 반갑게 맞아주시니 한결 반갑고 든든합니다!

감사 x 100 !!!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175

Page 18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6/12 그리스를 2대0으로 납작 눌렀어요

[2010년 6월 12일, 토요일]

경기 잘 보셨죠?

월드컵에서 이렇게 시원~하게 이긴게 얼마난인지 모르겠네요.

경기에 이긴 덕분에 남아공 사람들이 한국 사람만 보면 "싸우스 꼬레아"를 외치면서 엄지 손가락을 올려 주네요.

어제와는 또 다른 활기가 넘치는 포트 엘리자베스입니다.

2006년의 독일만큼은 안되지만 남아공도 나름대로 열심히 대회 준비를 했습니다.

저희 숙소에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Kings Beach라는 곳이 나오는데, 이곳에 대행 주차장이 있습니다.

여기에 가면 공항, 팬 페스트(거리 응원하는 곳 비슷함), 경기장가는 셔틀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새로 장만한 깨끗한 버스에 진행요원과 기사들도 모두 친절하고 좋아요.

1인당 1천 5백원 정도의 티켓을 끊으면 하루 종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 아들놈... 월드컵 경기 보다도 셔틀버스 타는걸

더 좋아하는군요.^^)

잘 몰라서... 말이 안통해서 조금 헤메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월드컵 관람객을 위한 준비는 다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셔틀 버스를 타는 순간부터 거의 경기장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각자 자기 팀의 옷을 입고, 응원의 노래를 부르고, 서로 웃고 떠들면서 경기장에 갑니다.

아직은 우리편도 상대편도 없습니다.

왠일인지 대부분의 남아공 사람들은 한국을 응원하네요. ^^

누구를 응원한들 어떻습니까?

모두가 같이 월드컵을 즐기기 위해 여기에 왔으니까요!

176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18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사진속의 키다리 아저씨... 누군지 아시겠죠?

ㅎㅎ 서수남 아저씨... ^^

월드컵에 가면 연예인들 쉽게 만나요.

그리고, 그들도 같은 여행객인지라... 함께 사진도 찍고 그럽니다.

경기장가는 셔틀버스에서 만난 남아공 사람들도 오늘 만큼은 한국 응원할거라면서 같이 우리 응원가 부르면서 재미있게 갔습

니다.

경기 끝나고 나오는 길에 이 친구들 또 만났네요. ^^

아르헨티나 레플리카가 좀 거슬리지만, 이 친구들 오늘 하루는 붉은악마처럼 우리팀을 응원해 줬습니다.

...

아쉽게도 한국 축구팬들을 월드컵을 반만 즐기고 있네요.

패키지 여행 상품처럼 움직이고, 대부분 호텔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도시 외곽의 호텔에 단체로 머물면서 관광 버스로 우리끼리 움직입니다.

숙소, 경기장, 관광명소 같은 곳을 단체로 움직이니까 의외로 한국사람 만나기가 힘듭니다.

경기장에 가 보면 꽤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말입니다.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177

Page 18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최소한 이곳 포트 엘리자베스에서는 승리의 기쁨과 신나는 월드컵을 즐겨도 좋겠는데 말입니다.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맞지만, 모두들 너무 움츠리고 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최소한 이곳 포트 엘리자베스는 우리가 아는 남아공의 치안문제가 훨씬 덜한 곳입니다.

이 아름다운 도시와 사람들을 좀 더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남아공 사람들...

특히 흑인 원주민들은 선천적으로 신나게 놀고 춤추며 노래하는 사람들입니다.

아까는 왠 예쁜 아가씨가 춤추며 달려와서 저를 꼭 안아주는 바람에 살짝 당황하기도 했지요. (마눌님도 그냥 재밌게 웃어주었

지만 말입니다. ^^)

시내에서 미니버스를 타면 기사와 차장이 음악 크게 틀어 놓고 어깨 들썩 엉덩이 실룩하면서 운전합니다.

거리에서 또는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이 그 다음에 저를 보면 먼저 와서 "하이, 프렌드"하면서 아는척을 해 줍니다.

조심할 것 조심하더라도... 조금만 여유롭게, 또 조금만 따뜻하게 아프리카와 남아공을 바라봤으면 좋겠습니다.

월드컵 경기에서 승리한 팀의 팬!

어깨 쫙 펴고 맘껏 신나게 노래부르고 축하 받을 수 있습니다!

178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18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경기 마친 후 저녁시간.

마침 그리스 뮤지션들이 노래와 연주를 하네요. 경기에는 졌지만, 그리스 아저씨가 신나게 노래 한 곡 뽑는 중... (한 곡 뽑고,

두 곡 뽑고.... 세 곡, 네 곡, 다섯 곡.... 이 아저씨 노래 솜씨도 보통이 아니더라구요!)

비록 그리스가 경기에서 지긴 했지만, 수 많은 그리스 팬들은 그닥 개의치 않네요.

술집에 모여서 노래하고 춤추고, 한국 사람들 보이면 승리 축하한다는 말 꼭 해주고요.

아주 낙천적인 사람들 입니다.

숙소에 돌아왔을 때, 어젯 저녁에 서로 인사한 그리스 아저씨도 축하의 말을 건네 주더군요.

"난 한국이 이길줄 알았어요. 그리스 팀은 몇년전에 비해서 많이 노쇠했습니다. 한국은 젊고 빠르더군요!"

경기에 지고도 월드컵을 제대로 즐기는 그리스 축구팬들!

이게 바로 월드컵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입니다!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179

Page 18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이렇게 함께 춤도 추면서... 승자와 패자 모두 월드컵을 즐깁니다.

월드컵은 경쟁 이전에 다 함께 즐기는 축제니까요!!

그리스 사람도... 한국 사람도... 승자도 패자도 없이...

다 같이 그리스 전통 음악에 맞춰 그리스 전통 춤을 춥니다.

사진속에 자세히 보면 한국사람(빨간 옷) 등판이 살짝 보이죠?

저희 가족과 함께 월드컵 여행중인 최종원님입니다.^^

....

음... 경기 내내 뭔가 응원의 목소리가 하나로 뭉쳐지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SBS 응원단과 붉은악마가 스탠드 양쪽에 나뉘어서 응원을 하고, 응원의 호흡도 잘 맞지 않더군요.

응원은 쪽수 보다 하나된 조직력입니다.

아르헨티나전에서도 이렇게 분산된 조직력으로 나선다면 우리 선수들 너무 힘들어집니다.

남아공 사람들... 춤 추고 노래하고 노는 것 엄청 좋아합니다.

붉은악마의 응원이 통일된 모습과 강한 임프레션을 보여준다면, 아마 남아공 사람들 대부분이 우리 팀을 응원할겁니다.

응원이 아니라 재미있고 신나는 놀이처럼 말입니다.

180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18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축구 응원처럼 간단하고 배우기 쉬운게 또 없지요 ^.^

부디... 다음 경기부터는 하나의 붉은악마로 막강파워를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6/13 해변이 아름다운 포트 엘리자베스

[2010 6월 13일, SUN]

어제의 승리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포트 엘리자베스 해변을 거닐었습니다.

보면 볼수록 포트 엘리자베스는 편안하고 아늑한 도시네요.

화려함이나 액티브한 요소는 별루 없지만... 가족이 함께 지내기에는 더 없이 편안합니다.

약간은... 젊은이의 도시 보다는 중장년층의 도시랄까?

제 나이가 되면 이런 도시가 좋아진답니다. ^^

제가 묵고 있는 숙소에 그리스 팬도 함께 묵었는데, 며칠간 서로 얼굴 익혔다고 떠나기 전에 자기가 입었던 그리스 팀의 레플리

카를 선물로 주네요. (유니폼은 선수들만 교환하는게 아닙니다.^^)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오늘 하루는 그 옷을 입고 보냈습니다.

그 덕분인지 많은 그리스 사람이 다가와서 아는척을 해 주고, 비록 자기네가 졌지만 축하의 인사를 건네 주었습니다.

남아공 사람들도 우리를 알아보고 어제의 승리를 축하해 주고...

처음 케이프 타운에 들어올 때만 해도 저는 중국사람이나 일본사람 취급을 받았는데,

이곳 포트 엘리자베스에서 승리를 한 후에는 다들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면서 인사를 건네주네요.

하룻만에 이렇게 달라지다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최소한... 지금 이곳 포트 엘리자베스는 대단히 안전하고, 평화롭고, 아름답고, 모두를 너무 친절하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한국에서 우려하는 남아공의 어두운 모습은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하루 사이에 한국 축구팬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지금 이곳에는 몇몇 개별 여행객들과 방송이나 미디어 관련 사람들만이

남아 있는 듯 합니다.

좀 더 월드컵을 즐겼으면 좋겠는데...

이 예쁘고 아름다운 포트 엘리자베스를 느겼으면 좋겠는데... 아쉽네요.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181

Page 18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제가 느낀 아름다운 포트 엘리자베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봤습니다.

아쉽게도 이곳 사람들의 친근하고 따뜻한 마음은 담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182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18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183

Page 18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184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18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해변도 아름답지만 해변 주변에서는 여러가지 즐거운 것들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해변에 있는 길거리 시장에서는 각종 기념품이나 간단한 생활용품들을 살 수 있습니다.

그냥 둘러 보기만 해도 볼것 도 많고 참 재미있습니다.

이곳 포트 엘리자베스에서는 모든 것이 즐겁고 편안합니다.

평화롭고, 아늑하고, 미소와 웃음이 가득하고, 누구나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즐거운 해변입니다.

저희 가족에게 오늘 하루는...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185

Page 19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남아공 도시에서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즐거운 나들이 였습니다.

바닷가 백사장 위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있더군요.

다리 밑 백사장에 그림을 그리는데, 사람들이 아래로 동전을 던져 줍니다.

내려가서 돈을 내면 자기 모습을 그려준대요!

그림을 잘 보세요... 그 속에 자랑스런 대한한국도 있습니다! (South Korea, LEE CHUNG YONG)

...

아름다운 해변과 함께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 식사하러 다시 Boardwalk으로!

어제 경기를 되새기며 그리스 음식점에서 제대로 근사하게 만땅으로 맛있게 한 번 하기로 했습니다.

Boardwalk에서 전날 봐 둔 식당이 하나 있거든요. ^^

제가 그리스 레플리카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식당에서 가끔 그리스 사람들이 인사를 하더군요.

186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19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이 사람들은 경기에 지고도 어쩌면 이렇게 표정이 밝은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낙천적인 사람들!

뭐를 시켜 먹을까...

에라 모르겠다 그냥 가게 벽에 붙어 있는 '오늘의 스페샬' 적당히 시켜보자!

스테이크 + 새우 & 볶음밥 + 피트 브레드 + 맥주 각 1병! (토탈해서 대략 4만원~4만 5천원)

주문하는 웨이트리스에게 너무 많지 않냐고 계속 물어봤건만...

절~대 많지 않다고 우기던 그녀...

그러나 밥상을 차려 놓고 보니 여자 낀 어른 셋에 아이 하나가 먹기에는 너무나 어마어마한 양!

남아공의 레스토랑은 음식값의 10% 정도를 팁으로 주는게 관례인데...

이 아가씨... 우리가 많이 시켜야 자기 팁도 많아 진다는 계산이었던 것 같네요. T.T

뭐 어쨌든, 맛있게, 거뜬히... 거의 다 먹었습니다. ^^

음식들이 아주 맛있거든요.

특히 새우 요리는 다시 한 번 먹어보고 싶네요!

그런데... ㅋㅋㅋ

예쁘고 귀여운 웨이트리스 아가씨!

계산서에 귀여운 센스를 발휘했네요. ^_^

"Kam sa ham nida"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187

Page 19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아직은 모든 것이 즐겁기만한 월드컵입니다.

월드컵에는 축구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인이 반갑고, 모두가 친구 같은 즐거운 축제입니다.

이곳 남아공 사람들, 그리고 아프리카의 사람들...

"프렌드"라는 표현을 좋아하고 스킨십 좋아합니다.

"익스큐즈미"라고 말하는 것보다, "하이, 프렌드!" 라고 말하는 것을 훨씬 좋아합니다.

서로 어깨 툭툭 두드려주고, 손 내밀어 악수하거나 하이 파이프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드디어 우리 마눌님 입에서도 아프리카 찬양이 나오네요.

"우리 2년 후에 아프리카로 여행 함 오자..."

ㅋㅋ

188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19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6/14 Addo Elephant National Park

[2010년 6월 14일, 월요일]

포트 엘리자베이스에서의 마지막 날, 코끼리 구경하러 국립공원 투어 다녀왔습니다.

아들 녀석이 워낙 자동차와 탈것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원래는 증기 기관차 투어를 다녀오려고 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저희가 원하는 날에는 증기 기관차 투어가 없다고 하더군요.

아들 녀석 핑계를 대긴 하지만... 솔직히 저는 보츠와나의 쵸베에서 한꺼번에 코끼리 똥구멍을 100개도 넘게 봤기 때문에 그닥

새로울 것도 없거든요. ^^

결정적으로... 코끼리 구경하는 것보다 증기 기관차 투어가 헐~ 쌉니다. ^^

그래도 커다란 코끼리를 코 앞에서 본다는 것은 언제나 흥분되고 색다른 경험이네요.

그것도 넓은 들판에서 야생으로 보는 것이니까 또 봐도 즐겁고 재밌네요.

혼자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 하는 투어라서 더 재밌고요.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189

Page 19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코끼리는 그닥 새로울 것이 없고...

요놈들... 얼룩말... Addo Elephant 국립공원에서 본 것 중 가장 멋진 놈들!

쵸베에서도 얼룩말은 보지 못했는데, 남아공에 와서 보게 되네요.

요놈들... 기린 못지 않게 우아한 아름다움!!!

얼룩말이 이렇게 예쁘고 우아한줄 미처 몰랐슴다.

섬세하고 수려한 줄무늬는 마치 붓으로 정성스레 선을 그은 것처럼 선명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요걸 한 번 타봤으면 더 재밌었을텐데 말입니다. ^^

190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19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그런데... 우리 아들녀석...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191

Page 19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동물들이 별로 신기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이 녀석은 여기가 그냥 넓은 에버랜드쯤으로 생각하는걸까?

"뭐가 제일 기억에 남니?"

"사파리 트럭이랑 캠핑카요!"

" T.T ..."

비싼 돈 내고 여기까지 데려 왔는데 동물보다 자동차에 더 관심이 많다니...

못 이기는 척 하면서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사파리 트럭 장난감 하나 사줬더니 마냥 행복해 하네요. ^^

투어를 마칠즈음 늦은 점심식사!

가이드가 안내한 곳은 Sundays Liver라는 곳에 있는 외딴 백패커스였습니다.

네덜란드 사람이 주인인데 직접 요리한 소세지, 스테이크, 닭고기, 빵, 샐러드 등을 내놓습니다.

썩 훌륭하진 않지만 나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음식 남긴 사람 한 명도 없었음!)

사진속에 보이는 커플. 여자는 한국사람, 남자는 영국사람.

이 영국친구는 수원 삼성의 서포터라고 하더군요. ^.^

192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19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하지만 이 친구... 채식주의자여서 먹을 만한 음식이 별로 없었다는 거!

똑 같은 돈 내고 샐러드와 빵만 먹었답니다!!

-----------------------------------------------

[참고] 투어 정보

비용은 700란드/인 (약 10만원). 어린이는 할인해 줍니다.

현지식으로 중식 포함이며 숙소 Pick-up 제공하고 투어 마친 후에 다시 숙소까지 데려다 줍니다.

중식은 현지식에 가까운데 돼지, 닭 등의 고기류와 빵이 제공되고 맥주나 음료는 사서 마십니다. (현지식에 가깝지만 음식은 괜

찮습니다.)

가이드겸 기사가 봉고차 몰고와서 태워가고, 그 봉고차로 끝까지 투어를 합니다. (중간에 사파리 트럭으로 갈아타는거 없음

^^. 사파리 트럭 타는 투어는 더 비싸다네요.)

소요시간은 5~6시간 정도인데, 대략 적당히 고무줄 시간표 적용됩니다.

예약은 현지 Operator나 관광 안내소를 통해 하시면 됩니다.

저희는 Boardwalk에 있는 Operator를 통해서 예약했습니다.

6/15 요렇게 럭셔리한 숙소는 어때요?

[2010년 6월 15일, 화요일]

이제 포트 엘리자베스에서의 편안한 시간을 마감하고 아르헨티나와의 두번째 경기를 보기 위해 요하네스버그로 떠납니다.

이곳 포트 엘리자베스에 있는 동안 "Manor 38"이라는 게스트 하우스에 묵었습니다.

일반 게스트 하우스에 비해 가격은 약간 비쌉니다.

특히, 월드컵 기간이라서 거의 1박/룸에 20만원 가깝게 나온다는... T.T

월드컵이 아니면 100불 정도에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월드컵 여행을 준비하면서 사실 처음에는 남아공의 치안에 대해 저 역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저 혼자라면 모를까... 연약한(사실은 강한) 아내와 9살짜리 아이와 함께 남아공에 간다는게 그리 쉬운 결정은 아니죠.

그래서, 오랜만의 가족 여행인 만큼 돈을 좀 쓰더라도 편안하고 안전한 숙소에서 묵기로 했습니다.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193

Page 19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한 편으로는... 남아공에 가기까지 케냐부터 저 혼자 좋은 구경 다 하는게 가족들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또 한 편으로는 저 역시 가족이 함께 머무는 동안만이라도 호사를 누리면서 편안함을 느끼고 싶었지요.

굳이 이 게스트 하우스를 잡은 이유는 많은 여행자들이 가격이 아깝지 않은 서비스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인

데... 제가 직접 경험해 본 결과, 여러 여행자들의 의견과 다르지 않네요.

대개는 약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왕창 비싼 가격을 받는데, 이곳 Manor 38은 약간 비싼 가격에 왕창 기대 이상의 서비

스를 제공해 주는군요.

매니저와 스텝들 모두 친절에 친절에 또 친절!

심지어 방에 약간의 팁을 두고 나와도 손님의 돈이라는 생각에 전혀 손을 대지 않는군요. (하지만, 직접 주면 고맙게 받는다는

거... ㅋㅋ)

Backpackers는 말할 필요도 없고, 별 2~3개 짜리 호텔이나 일반적인 게스트 하우스보다는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여행자들에

게 맘 편하게 추천하기는 어렵겠지만...

가족이나 연인이 큰 맘 먹고 편안한 숙소에서 휴식을 하고 싶다면 권할만 하겠네요.

정말로... 비용이 아깝지 않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일반 배낭 여행자에게 권하기에는 아무래도 비용 측면에서 좀 부담스럽습니다.

그리고, 제가 여행을 하면서 겪어보니... 배낭 메고 움직일 때는 백패커스나 한인 게스트 하우스가 더 편하고 가격도 더 저렴합

니다.

백패커스는 일단 가격에서 큰 장점이 있고, 세계 각국의 여행 친구들과 재미있는 만남을 가질 수 있고, 놀거리가 풍부하고, 저

렴한 투어 상품들을 찾기가 쉽습니다.

한인 게스트 하우스는 백퍼커스에 비해 가격은 좀 더 비싸지만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말을 쓸 수 있고, 한국 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고, 아무래도 주인이 한국사람이기 때문에 좀 더 정감어린 보살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쨌든, 조금 무리가 가는 가격이었지만... 간만의 가족 여행에서 호사 한 번 누렸습니다!

셋이니까 이런 숙소에 묵었지, 혼자라면 엄두도 못내요 ^^

194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19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게스트 하우스에는 작은 정원과 풀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정원에 있는 커다란 야자수. 야자수도 멋지지만 포트 엘리자베스의 아름다운 하늘과 함께 더 잘 어울립니다.

깔끔하고 정성스런 아침 식사는 이 게스트 하우스를 이용했던 여행자들이 가장 칭찬하는 부분!

아침 식사와 함께 나오는 과일과 요거트. 맛도 끝내주지만 작은 음식 하나 하나도 정갈하고 예쁘게!

요거트에 꽃 잎 띄운거 함 바요...

아침은 빵과, 계란, 베이컨, 버섯, 치즈...

갓 내린 커피와 신선한 사과 쥬스, 망고 쥬스는 알아서 맘껏!

거실에서 쉬면서 소일하고 있으면...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195

Page 20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우드 유 드링크 썸...?"

"우드 유 해브 썸...?"

커피, 쥬스, 과일, 쿠키, 핫 쵸콜릿... 술 종류를 제외하고는 다 공짜로 제공해 줍니다.^^

저녁에는 쵸콜렛을 침실에 넣어줍니다.

월드컵이라고 앙증맞은 축구공 쵸콜렛을 주네요. 완전 귀엽고 웃음이 절로 나오죠?

그리고, 쵸콜렛과 함께 제공되는 한 잔의 술!

잠자리 청하기 딱 좋겠죠? 향긋한 맛이 일품입니다.

단 며칠 뿐이었지만, 포트 엘리자베스에서의 추억을 더욱 즐겁고 재미있게 만들어준 좋은 숙소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조2위로 16강 진출하면 다시 포트 엘리자베스에 올텐데, 그 때는 가격이 살짝 부담돼서리...

그냥 백패커스에 묵을래요. ^^ ㅋㅋ

그럼, 요하네스버그로 Go Go~

6/16 요하네스버그 입성

[2010년 6월 16일, 수요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했습니다.

많은 분들의 염려 덕분인지 무사히(^_^) 도착해서 편안하게 호텔에 묵고 있습니다.

포트 엘리자베스에서 요하네스버그까지는 인터케이프 버스를 이용했습니다.

버스 출발시간이 늦은 오후라서 시간이 좀 여유가 있었습니다.

오전에 숙소 체크아웃 하고, 짐 맡겨 놓고 Kings Beach로 산책!

196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0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그런데, 오늘 포트 엘리자베스에서 포르투갈과 코트디부아르의 경기가 있군요.

저희 숙소에서 해변으로 나오는 길목에 Protea Hotel이 있는데, 포르투갈 선수들이 이 호텔에 묵는 모양입니다.

오전부터 포루투갈 팬들이 호텔 앞 도로를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점점 더 모여들고... 어쩌다가 선수 한 명이 창문 커튼을 젖히고 손이라도 한 번 흔들면 "우와~~~" 하면서 소리를 지

르고... ^^

이런거 보면 우리랑 참 문화가 틀리죠?

우리 선수들은 아마도 철통보안 되는 곳에서 외부와 접촉 차단한 채 열공 준비모드였겠죠.

포루투갈 팬들 속에 끼어서 잠시 저도 어슬렁거려 보다가...

배도 출출하고....

전날 봐뒀던 Boardwalk의 중국 음식점으로 가서 이름모를 적당한 국수 & 새우 볶음밥으로 간단히 요기를 했습니다.

그래도 남는 시간...

적당한 장소에서 포르투갈과 코트디부아르 경기를 전반전까지 보고 나니까 얼추 버스 시간이 되더군요.

저, 마눌님, 아들녀석, 그리고 포트 엘리자베스에서 조인한 다른 친구 1명.

요렇게 넷이 뭉쳐서 요하네스버그로 출발!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197

Page 20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남아공의 6월은 초겨울. 밤이면 기온이 뚝 떨어지고 이른 아침에는 이렇게 유리에 성에가 가득 낍니다.

요하네스버그가 가까워지면서 날씨는 훨씬 더 쌀쌀해지고...

그래봐야 우리나라 가을 날씨 정도지만 밤에는 몸을 부르르 떨 정도로 춥습니다.

15시간이 넘는 버스 여행...

슬슬 지쳐가고 지루함에 몸부림치는 아들 녀석...

성에 낀 유리창에 원시적인 발도장 페인팅 놀이하면서 길고 지루한 여행을 잘도 버텨주네요.

마냥 아기처럼만 보였는데... 이번에 함께 여행을 하면서 보니 어느새 훌쩍 자라 버렸네요. ^^

...

제 숙소는 요하네스버그 북쪽의 Sandton이란 지역인데, 이곳은 서울과 비교하자면 요하네스버그의 강남쯤 되겠네요.^^

요하네스버그 외곽에 만든 돈 있는 백인들을 위한 신도시라고 합니다.

낮에 시내 한바퀴 둘러 보았는데 안전은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듯 해요. (물론... 그래도 조심 또 조심)

마눌님이랑 아이 손잡고 시내 돌아다녀도 전혀 문제 없고, 주변 사람들도 비교적 잘 대해줍니다.

해 떨어진 후에 시내 중심부에서 숙소까지 걸어다녀도 별다른 위험은 못느꼈고요.

다만...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는 몰라도 포트 엘리자베스에서처럼 활짝 웃고 장난기 넘치는 사람들의 모습은 좀처럼 찾기가 힘

들군요.

저는 Town Lodge라는 호텔에 묵고 있습니다.

이 호텔이 Media Hotel이어서 그런지 세계 각국의 기자들과 리포터들이 꽉 들어차 있습니다.

월드컵을 즐기기보다는 일하러 온 기자들이라서 그런지 많이 지치고 힘든 표정들이라서 좀 안쓰럽기도합니다.

일본에서온 기자와 담배 피면서 이야기를 좀 나누게 되었는데...

자기는 지금 월드컵이 너무 고되다고, 여행하면서 즐기고 있는 제가 너무 부럽다고 하더군요. ^^

계속해서 호텔과 경기장, 공항만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는데...

결승전까지 취재할 생각을 하니 너무너무 괴롭답니다. ^^

198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0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호텔 로비에서 맥주 한 잔 하면서 월드컵 경기 보고 있는데

한 로이터 통신사 기자가 한국에서 5년 있었다면서 유창한 한국말로 말을 걸어오기도 하네요.^^

기자 : "한국에서 오셨어요?" (제가 태극기 박힌 시뻘건 옷을 입고 있었거든요)

나 : "네. 한국말 잘하시네요?"

기자 : "한국에서 5년 있었어요."

나. "기자신가요? 어디서 일하세요?"

기자 : "로이터요." ('로이러'도 아니고 '롸이러'도 아니고... 그냥 한국말처럼 로.이.터.요!)

나 : "이거 좀 봐요... ^^" (마침 아들 녀석이 'KORE 2 : 1 ARG' 라고 쓴 A4 용지를 가지고 놀고 있었음)

기자 : "허걱!............ (잠시 침묵) ..... 잘 키우셨네요! ㅎㅎㅎ"

....

요하네스버그는 대도시답게 모든 것이 바쁘고 북적거리고 복잡합니다.

포트엘리자베스에서의 평화롭고 여유로운 분위기는 느낄 수 없네요. (여행자에게는 그닥 반갑지 않은 도시 분위기랄까?)

남아공의 대표 도시나 마찬가지이고, 월드컵 경기장도 두 곳이나 있는데 비해서 월드컵 여행자를 위한 서비스는 너무나 취약합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199

Page 20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니다. 월드컵 가이드하나 제대로 구하기도 힘들고, 여행자를 위한 자원 봉사자들도 적고, 그나마 자원 봉사자들도 서비스 마인

드가 아주 약합니다. 물가 장난아니게 비싸고 (특히, 택시비는 살인적!) 여행자를 위한 서비스보다는 여행자에게 바가지 씌워

먹는 분위기라서 사실 많이 못마땅합니다.

그래도, Sandton 중심부를 한 바퀴 돌아보니 음식은 가격도 좋고 맛도 좋고 양도 푸짐하네요.

도시도 깨끗하고 활기찹니다.

치안 상태도 우려했던 것에 비해서는 훨씬 괜찮고요.

다만... 날씨가 좀 춥네요. 그렇다고 한국의 겨울 수준은 아니지만 늦가을이나 초겨울 같이 쌀쌀합니다.

내일 우리 선수들이 이 추위를 확 녹여줘야 할텐데....

경기에 이기면 모든 것이 아름답고, 모든 것이 즐거운 추억이지요. ^_^

치우(아들녀석)가 쓴 편지 두 통!

치우에게는 월드컵 관련해서 두명의 아저씨가 기억에 남는 모양입니다.

한 명은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만났던 인철 아저씨.

다른 한 명은 이번에 포트 엘리자베스에서 함께 일정을 나눈 종원아저씨.

인철 아저씨는 원래 이번에 함께 남아공 월드컵 여행을 할 예정이었는데 아기가 태어나는 바람에 계획을 접어야 했고, 종원 아

저씨는 포트 엘리자베스에 있는 동안 삼촌처럼 치우를 잘 챙겨 주셨거든요. ^^

호텔 바에서 남아공-우르과이 경기를 보는 중에 아저씨들한테 편지를 쓰네요. ^_^

사실 뭐... 어린 놈이 월드컵의 재미나 축구의 재미를 알 턱이 없지요.

무료하던 참에 자기에게 좋은 추억을 준 아저씨들이 생각난 모양입니다.

아이들은 다른 방식으로 여행을 즐길 줄 아네요.^^

200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0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6/17 모든 것이 빗나간 조벅

[2010년 6월 17일, 목요일]

아르헨티나 4 : 1 한국

심하게 지고 말았네요... 아주 심하게...T.T

저희 가족 역시 아침부터 이리저리 부침이 많은 하루였습니다.

비교적 일찍, 9시 30분경에 숙소를 나왔습니다.

전날 오후에 Sandton(요하네스버그 북쪽의 부촌 내지 신도시 같은 곳) 중심부를 둘러 보고, 무료 셔틀버스 탑승 위치까지 알

아 놓았기에... 아침겸 점심을 먹고 경기장으로 출발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전날 알아 두었던 셔틀 버스 정류장에 가니 셔틀 버스가 없습니다.

왠 버스가 서 있긴 한데... 경기장(Soccer City)까지 1인당 130란드(2만원쯤. 그것도 편도!)를 내야 한다는군요.

옆에 있는 택시 운전수는 1인당 120란드에 모시겠다며 택시를 타라고 꼬셔대고...

이것은 셔틀 버스가 아니고 그냥 사설 버스였습니다.

조직위원회에서 나온 듯한 진행요원 찾아가서 이리저리 묻고 따지고 했더니, 다른 버스가 올거라고 하더라구요.

오기는 개뿔...

계속해서 1인당 130란드 짜리 버스만 보이고, 자원봉사자들이라는 사람들도 축구팬들을 그 버스로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조직위원회의 진행요원에게 다시 찾아가서 따져 물었지만 다른 버스가 올거라는 말을 되풀이할 뿐!

한국 팬들 아르헨티나 팬들 모두 슬슬 동요하고 화를 내기 시작합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축구 팬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못마땅한 것이지요.

일부는 1인당 130란드짜리 차를 타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분명히 셔틀 버스가 있을 것이고, 반드시 있어야만 하고, 피

파의 가이드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고 서로 말하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서로 정보를 모아 왔습니다.

이제 더 이상 자원 봉사자의 말은 듣지 않고, 팬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사방으로 뛰면서 정보를 모아 온 결과...

무료 셔틀이 있을테지만 지금으로서 확실한 것은 없다.

경기 시간이 다가오는데 마냥 기다릴 수는 없고, 1인당 왕복 50란드짜리 시내버스가 있으니 그걸 타자는 걸로 의견이 모아졌

습니다. 그 버스를 타면 경기장 셔틀을 운행하는 West Gate라는 곳에 갈 수 있고, 거기에 가면 경기장까지 무료 셔틀이 있다

는 것입니다.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01

Page 20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거의 빛의 속도로 주변에 있던 축구팬들에게 정보가 퍼지고, 사람들이 모여서 줄을 서기 시작하니까 순식간에 주변 정리가 되

고 팬들이 버스 주변으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팬, 아르헨티나 팬, 기타 다른 축구팬들이 각개 전투로 움직인 결과죠.

이 과정에서 진행요원이나 자원봉사자들은 잘못된 정보를 줄 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외국 사람들 입에서 S자로 시작하는 욕들 많이 튀어 나왔고, 한국 팬들은 택시타고 가면 갔지 저따위 바가지 버스는 탈 수 없다

고 상당히 격앙되기도 했지요. 씨x, 졸y 등의 단어들이 한국사람들 있는 곳에서 솔솔 흘러나오고... ^^

암튼... 우여곡절 끝에 경기장에 도착!

이건 뭐 경기장 입구부터 완전히 아르헨티나 팬들 일색입니다.

한국 팬들은 단체 관광버스로 움직이기 때문에 경기장 안에서만 보일 뿐, 경기장 주변이나 버스에서는 별로 보이지도 않습니

다. 그나마 경기장 안에서도 몇 개 그룹으로 나뉘어지기 때문에 응원이 너무 힘들고요...

경기장에 도착하는 그 순간부터 온통 아르헨티나 팬들 속에서 빨간 점처럼 움직여야 했습니다.

Soccer City 경기장은 대단히 크고 웅장합니다.

남아공 사람들에게는 이제 하나의 자랑거리이자 기념물이 되었습니다.

202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0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하지만, 시설과 서비스는 상암 경기장의 10분의 1도 못따라 간다고 감히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입장구 및 좌석 안내도도 잘 안돼있고, 안내도에 현재 위치 표시도 잘 안돼있고, 갈림길에는 방향을 안내해 주는 표지판도 잘

안돼있습니다. 그렇다보니 팬들이 우왕좌왕하면서 경기 진행요원들에게 달라 붙어서 물어보는데... 진행요원들 또한 능숙하지

가 않고...

나중에는 팬들이 우왕좌왕하는 갈림길에 진행요원이 서서 큰 소리로 이리 가세요, 저리 가세요 하면서 구두로 안내를 하는 지

경이더군요. 9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은 있지만, 그 많은 축구팬을 경기장까지 수송할 수 있는 교통체계와 경기장 인프

라가 갖추어지지 못한 것이지요.

결국... 9시 반에 길을 나서서... 제대로 식사도 못한 채...

양국 국가 연주가 끝나갈 쯤 돼서야 좌석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헥헥...

처음 출발할 때 셔틀 버스 정류장에서 씨름하느라 보낸 시간이 1시간 반 정도였으니까요.

경기장은 온통 아르헨티나 팬들 일색!

아르헨티나 팬들도 많이 왔지만 대개의 남아공 사람들이 마라도나와 메시의 팀을 응원하네요. T.T

경기장 안에서도 밖에서도 모두들 "아르-헨- 티나!"

제 앞리아 뒤에도, 양 옆에도... 메시의 발에 공만 닿아도 "와아~~~~"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03

Page 20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선수가 아닌 감독이지만 마라도나의 제스쳐 하나하나에도 "와아~~~~"

어쩌다 마라도나가 공이라도 건드리면 "우와아아아아아아~~~~"

첫 골이 너무 일찍, 아주 안좋은 상황에서 터진 것이 제일 큰 패인이고 그 다음은 코칭스텝의 한 박자 늦은 대처와 선수들의 위

기관리 능력이 1:4라는 큰 스코어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경기 내용으로 봤을 때는 많아야 2골차 정도에서 승부가 갈렸을 것 같은데...

일이 꼬이려니까 아주 안좋은 방법으로 실점이 계속 이어져 버리네요.

후반 15~20분경, 조금만 더 빨리 허정무 감독이 움직여 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니면, 경기 흐름상 감독이 선수교체를 통해 승부수를 한 번 던질거라는 감을 잡고 선수들이 조금만 더 위기관리를 잘 해 줬으

면 보다 좋은 결과가 있었을 것 같네요.

우리 수비가 하염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이운재의 존재를 다시 한 번 그리워해야 했습니다.

아르헨티나가 강하기난 하지만, 탱크처럼 돌진하는 메시와 이구아인을 향해 투지 넘치는 태클조차 날리지 못한 우리 선수들의

소극적인 경기운영이 너무 아쉽습니다.

204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0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경기를 마치고 다시 Sandton에 돌아오니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네요.

이곳 남아공은 지금 겨울이고, 해가 빨리 지니까요.

사진에 보이는 Sandton City라는 높은 건물이 Sandton의 중심입니다.

서울의 삼성역처럼 한 블록 내에 쇼핑몰, 호텔, 레스토랑, 광장 등이 밀집된 곳입니다

경기장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동안.... 1 대 4의 패배 탓인지 남아공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을 보면 슬슬 눈을 피합니다.

패자에게 웃는 얼굴로 말을 걸기는 힘들테지요.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한 꼬마가 저에게 위로의 말을 보내주더군요.

눈망울 땡글땡글. 시무룩한 저를 빤히 올려다보면서, 밝고 이쁜 미소와 함께...

"다음엔 여러분이 이길거에요. ^_^"

요 이쁜 꼬마... 잊지 않을게요.

...

기분 완전히 Down... 괜히 마음만 속상하고... 입맛도 별로 없고... 만사 귀차니즘 급습...

숙소 근처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 들러서 이것저것 주섬주섬 싸들고 숙소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뺑뺑 우왕좌왕, 경기도 우왕좌왕...

아침 먹고나서 경기 끝날 때까지 제대로 식사도 못한 채 쫄쫄...

경기에서 지고 나니까, 그것도 큰 스코어로 지고 나니까 괜히 모든 것이 다 귀찮아 지더라구요.

숙소에 돌아와서 맥주 한 잔 마시고는 그대로 쭉 뻗어 버렸습니다.

아들놈은 나름대로 우리 팀의 승리를 바라는 마음에 오늘도 편지 한 통을 쓰네요.

요 녀석... 어제저녁부터 편지에 맛을 들인걸까요?

대표팀의 박태하 코치께 보내는 편지입니다.

나이지리아 잡고 16강!

OK?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05

Page 21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시상대의 1등이 한국, 2등이 아르헨, 3등이 나이지리아라고 하네요. ^^

옆에서 웃고 있는 사람이 태하 아저씨래요. 선수시절 백넘버, 17번.^^

모든 것이 빗나가고, 너무나 Unfriendly한 조벅이지만...

내가 너 땜에 기분 살아난다!

ㅎㅎㅎ

6/18 가족들을 한국으로 보내고...

[2010년 6월 18일, 금요일]

마눌님과 치우는 오늘 한국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아르헨티나전. 승패를 떠나서 좀 더 뿌듯한 경기였으면 좋았을텐데...

귀국길이 조금은 씁쓸할 듯 합니다.

뒤에 남겨진 제 마음도 쓸쓸하구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요하네스버그의 택시비는 살인적입니다.

공항까지 400란드 (6만원쯤!) 달라고 하네요...

다행히 요하네스버그에는 Gautrain('하우트레인'이라고 읽습니다)이라는 도심 전철이 있습니다.

원래는 요하네스버그 - OR Tambo 공항 - 프리토리아를 연결하는 전철망을 월드컵 전에 완공할 계획이었으나

지금 개통되어 있는 구간은 제가 머물고 있는 요하네스버그의 Sandton에서 OR Tambo 공항까지 뿐입니다.

나머지는 2011년에 개통된다네요.

206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1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Sandton에서 OR Tambo 공항까지는 1인당 100란드(1만 6천원쯤)입니다.

티켓은 현금 또는 신용카드로 구입할 수 있는데, 신용카드가 더 편하고 빠릅니다.

티켓은 종이 티켓이 아니고 충전 카드입니다.

편도일 경우 요금 100란드 + 10란드(카드값), 총 110란드 충전하시면 되고, 그 다음부터는 필요한 만큼 충전하시면 됩니다.

카드값 10란드는 되돌려주지 않습니다. 카드도 되돌려 주지 않고요... T.T

기차 때깔은 괜찮죠? 새것 냄새 팍팍나고, 넓고 깨끗하고 쾌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천원짜리 한 두장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을 1만 6천원에 이용해야한다는 것은 좀 우울하지만...

가격이야 비싸건 말건... 자동차와 모든 탈것에 관심이 많은 치우는 Gautrain 감상하느라 여념이 없더군요.^^

그나마 Gautrain이 공항과 Sandton을 가장 빨리, 가장 편안하게, 가장 안전하게, 그리고 비교적 저렴하게 이어주는 교통편인

듯 합니다. 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고요.

깨끗하고 편리하고 15~20분 정도면 Sandton에서 공항까지 갈 수 있습니다.

가격 부담 때문에 서민들은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용객들은 외국인이거나 부자들입니다.

공항에서 Sandton으로 들어오실 분들도 Gautrain을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Sandton에서는 넬슨 만델라 스퀘어에 전철역이 있고, 공항에서는 Gautrain 표시를 따라가시면 매표소와 개찰구가 나옵니다.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07

Page 21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가족들을 배웅한 후에 다시 동행하는 친구들과 Join해서 Sandton으로 돌아왔습니다.

포트 엘리자베스까지 동행했던 두 친구, 용건 & 광원과 조벅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저와 용건이는 더반까지 함께 가기로 했고, 광원이는 저희를 언더버그(조벅과 더반 중간)에 내려주고 따로 움직이기로 했습니

다.

마침 마눌님과 아이가 귀국을 해서 제 방에 여유가 있으니 아예 제 방에서 셋이 함께 묵기로 했습니다.

남자들 끼리, 그것도 총각 두 명과 어울려 다닌다는 것에 마눌님께서 경고의 눈초리를 좀 보냈지만 말입니다. ^^

하루를 마감하기에는 넉넉한 시간... 건들건들 남자 셋이 Sandton 중심부 한 바퀴 둘러봤습니다.

Sandton은 요하네스 버그의 강남, 그리고 그 중에서도 중심부는 넬슨 만델라 스퀘어.

광장에는 상당히 큰 넬슨 만델라의 동상이 있습니다.

스퀘어라고 해서 커다란 광장은 아니고, 서울로 치면 삼성역의 코엑스(지상) 정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Sandton은 요하네스버그에서도 안전한 곳이기 때문에 넬슨 만델라 스퀘어가면 꽤 많은 여행객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작은 공연도 하고, 월드컵 홍보 부스도 있고, 광장 주변을 따라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즐비합니다.

한 마디로!

돈 들고 와서 먹고 마시며 놀기 좋은 곳!

조벅뿐만 아니라 월드컵 개최도시 곳곳에는 축구 관련 사진들을 전시해 놓고 있는데, 마침 2002년 석가 탄신일에 한국의 동자

승들과 미국 어린이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도 있네요.

208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1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사진 속의 노란 레플리카 입고 있는 친구가 함께 동행했던 용건이!

한국사람입니다... ㅋㅋ

르완다에서 2년간 자원봉사 하면서 외모까지 완전 현지화가 되었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조차 주저주저하면서 "한국분이시...

죠....??" 할 때가 많았답니다. ^^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손재주가 좋습니다.

거리 곳곳에서 손으로 직접 만든 공예품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기념품 가게에서 발견한 한국팀 이미지의 목각인형이 너무 우스꽝스럽네요~

너무 아프리카 풍의 한국 선수인데...

이번 월드컵 대표팀에 뽑히지는 않았지만, 현영민 선수가 생각납니다. ^^

현영민 선수의 별명이 '부시맨'이라고 했던거 같네요. ^^ ㅎㅎ

...

대강 하루를 마감하고 숙소로 돌아갈 시간...

일주일만에 다시 만난 동생들과 간만에 만난 기념으로 맛있는 것도 먹고 술도 한 잔 해야죠?

광원 : "형, 오늘은 우리 한국음식 한 번 먹어요. 매운게 확 땡기네!"

용건 : "한국음식 비싸요..."

광원 : "그래도 먹자!"

나 : "좋아, 그러면 소주는 내가 쏠께!"

.... (인터넷 검색해서 조벅 근처의 한인식당하나 찾았음!)

나 : "아줌마, 여긴 소주 얼마해요?" (유창한 한국어로 시원~하게 주문. 조금 비싸겠지...?)

아줌 : "100란드에요."

나 : (순간적인 환율계산..... 허걱! 한 병에 1만 6천원!... 표정 어두워지면서 내 눈치 살피는 동생들...)

"야, 기냥 마시자! 여기까지 와서 돈 아깝다고 소주도 못마시면 어떡하냐?"

.... (한 병 비우고, 두 병 비우고...)

동생들 : "형 마음은 알겠는데... 이 이상은 안넘어가겠어요... T.T" (끝내 가격이 부담스러운 동생들)

우쨌든 다시 뭉친 세 남자!

반갑게 소주 잔도 기울이면서 순두부, 비빔밥, 김치찌개, 제육볶음까지 맛있게 먹었습니다.

...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09

Page 21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한 달만에 다시 만난 가족.

일주일간의 가족 여행.

그리고, 다시 이별...

이제 한 달 후에나 다시 가족을 만날 수 있겠네요.

오늘은 그냥... 누군가와 신나게 수다 떨고 싶은 그런 날입니다.

내일은 다시 짐을 꾸려서 더반을 향해 길을 떠나야겠습니다.

중간에 함께 동행했던 동생들과 다시 동행하기로 했으니 여행길은 심심찮을 듯 하네요.

그래도... 오늘 밤은 가족 생각을 많이 하면서 잠이 들 것 같습니다.

6/20 드라켄스버그, 남아공의 히말라야?

[2010년 6월 10일, 토요일 ~ 6월 20일, 일요일]

당초 계획은 더반에 가기 전에 레소토(Lesotho)에서 이틀 정도 묶는 것이었습니다.

레소토는 남아공 안에 있는 나라입니다.

아프리카의 티벳, 하늘 왕국 (Kingdom of sky)이라 불리는 산악 국가지요.

요하네스버그에서 이스트코트(Estcourt), 그리고 다시 레소토 코밑에 있는 언더버그(Undergurg)까지 이동했는데... 거기서

그냥 이틀을 묶었습니다.

레소토까지 가는 길도 쉽지 않을뿐더러, 하루만에 일정을 마치고 더반까지 가는 길이 순탄치 않을 듯 해서요.

그리고... 도착하는 순간부터 느낀 바...

이곳 언더버그의 풍경이 너무나 목가적이고 아름답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상당히 편안하고 경치 좋은 곳에서 이틀을 보냈습니다.

TV도 안나오고, 인터넷도 안되고, 휴대폰 조차 마당에서 조금 더 큰 길로 걸어 나가야만 사용할 수 있는 산골짝 백패커스였답

니다. ^^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드라켄스버그(Drakensburg)'라는 국립공원 지역인데, 지금까지의 남아공 도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날씨가 굉장히 춥고, 먼 산에 눈도 좀 보이고, 인적도 드물고, 눈을 조금만 돌리면 높은 산들이 보입니다.

210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1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사람들의 모습도 아주 오래된 옛날 사람들을 보는 것같은 느낌이 듭니다.

한국으로 치면 대관령 깊은 산골 어디쯤 되겠네요. ^^

저희가 묵은 곳은 Khotso Backpackers라는 곳인데, 말 농장과 함께 운영하는 곳입니다.

가족이 운영하는 백패커스. 주인 내외, 딸, 조카딸, 딸 남자친구(?)...

그래도 월드컵이 열리는 시기라서 그런지 이 산골 백패커스에도 사람들은 제법 있더군요.

프랑스, 독일, 미국, 캐나다... 몇 명의 남아공 사람들도 있고...

다들 월드컵을 즐기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주인 아저씨도 이렇게 여러 나라 사람들이 즐겁게 모인 적이 없다면서 무척 좋아하더군요.

아주 가족적인 분위기 & 조금 망가지는 분위기라고 할까요?

숙소에서는 TV도 나오지 않습니다.

월드컵 경기가 있는 날은 주인집 가족과 여행객들 모두 자동차를 나눠 타고 읍내로 나가서 함께 맥주 마시면서 축구도 보고...

웃고 떠들고... 알딸딸하게 취한 상태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한 잔 더!

다만... 밤에는 진짜루 절라 추운 동네입니다.

그런데, 이 동네 사람들은 겨울에도 난방을 하지 않는군요.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11

Page 21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난방이라는 것이 거실에 있는 벽난로가 전부이고 침실은 완전 냉랭합니다.

점퍼까지 입은 채로, 양말 신고, 이불 푹 뒤집어쓰고 잤습니다.

그래도... 아침에 따뜻한 물로 시원하게 샤워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행복 ^.^

드라켄스버그 지역은 레소토로 들어가는 길목으로 사방이 온통 높은 산과 바위들입니다.

옛날 원시 부시맨들이 바위에 새겨 놓은 암각화(Rock Painting)가 유명한 곳이기도 하구요.

경치가 너무 좋고, 산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리고 그 유명하다는 암각화도 보고 싶어서 하루 시간을 내서 하이킹(등산)을 다녀

왔습니다.

우와~ 이게 얼마만의 등산인지 모르겠네요.

최근 10년간... 예비군 훈련이랑 집안 벌초할 때 말고는 산에 올라 본 적이 없는것 같네요. T.T

아름다운 경치에 흠뻑 취하고, 가슴속까지 후련하게 만드는 맑고 찬 공기를 마음껏 누렸습니다.

공기는 잡것 하나 없이 완전 투명!

하늘은... 이게 바로 진짜 하늘색, 다른 곳의 하늘색은 하늘색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

212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1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티베트가 이런가요?

라다크에 가면 이런 하늘을 볼 수 있을까요?

가보지는 못했지만... 신과 구름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그 곳의 하늘도 이와 같지 않을까 싶네요.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13

Page 21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214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1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15

Page 22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216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2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저희가 택한 하이킹 코스는 부시맨 암각화가 있는 바위 동굴까지 가는 길이었습니다.

코스는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그냥 운동화 신고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는 정도!

중간에 아무도 만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지금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하지만 비교적 무난하게 하이킹을 할

수 있습니다.

약 2시간 정도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올라가면 바위 동굴이 나오고 동굴 벽에 그려진 옛날 부시맨들의 그림을 볼 수 있습니

다.

그리 힘든 길도 아니었지만... 워낙 저질 체력인지라 돌아오는 길은 살짝 다리에 힘이 풀리려고 하더군요.

그래도... 하이킹을 마치고 사이다 한 모금 넘어가는 순간...

아... 이래서 요놈들에게 '청량음료'라는 이름을 붙였구나!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비와 바람에 색이 바랬고 일부는 훼손된 곳도 있기 때문에 온전한 암각화는 별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의 손이 닿기 힘든 곳에는 수천년을 버티며 살아남은 선명한 암각화들이 남아 있네요.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17

Page 22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부시맨 동굴 바로 밑에는 작은 폭포와 깨끗한 웅덩이가 있습니다.

잠시 세수도 하고, 준비해 온 도시락을 간단히 해치우고...

하늘이 준 그대로의 깨끗한 물을 몇 모금 마시고...

얼음이 얼 정도로 차가운 물이지만... (근처에 실제로 얼음도 있어요.)

너무나 맑고 깨끗한 물이 우리를 가만 놔두지 않네요. ^^

갑자기 장난기 발동한 두 남자!

'1박 2일'에서 강호동과 이수근이 많이 보여주던 TV 속의 한 장면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버라이어티 정-신-!

218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2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우리는 1박 2일보다 더 독하게... 누드 입수!!

주변에 아무도 없습니다.

그냥 우리끼리 헤엄치고 놀아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 없습니다.

국립공원에서 뭣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지만... 이럴 때는 객기도 한 번 부려보는거 아니겠슴까?

ㅋㅋ 이거 제 몸 아닙니다. 저와 같이 동행한 20대 청년의 몸!

하지만... 저도 곧 따라서 누드 입수!

물이 얼음장 같습니다.인증샷 한 컷만 찍고 바로 나왔다는... ^^

...

드라켄스버그 지역 참 아름답습니다.

산도 아름답고 하늘도 아름답고 사람들도 아름답습니다.

결국 레소토는 가보지 못했지만 레소토 코밑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경험하고 나니 더욱 더 레소토에 가보고 싶어 지네

요.

16강전 후에 4~5일 정도 시간이 생기면 그때는 꼭 레소토에 가보고 싶네요.

레소토는 레소토고...

일단, 더반으로 가서 나이지리아부터 잡자!!!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19

Page 22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6/21 더반은 해운대 분위기군요!

[2010년 6월 21일, 월요일]

나이지리아전이 열리는 더반에 왔습니다.

더반은 아주 오래전에 우리에게 승리의 땅이었죠.

홍수환 선수가 "엄마, 나 참피온 먹었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곳이 바로 이곳 더반입니다.

언더버그(Underburg)에서 '언더버그 익스프레스'라는 미니버스(봉고차)를 타고 왔습니다.

더반까지는 대략 3시간 남짓...

미니버스라고는 하지만 그냥 깨끗한 봉고차를 타고 왔다고 보시면 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언더버그에서 추운 겨울을 경험했는데, 더반에 오니까 한 여름 해변가처럼 따뜻하네요.

도시 분위기는 부산의 해운대 같은 분위기... ^_^ (아니면, 강릉 경포대? ㅎㅎ)

해변의 흥겨움, 바닷가에서 일광욕과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놀기 좋은 도시의 모습... ^^

요하네스버그를 떠나니 다시 남아공의 낭만과 아름다움이 느껴지네요.

언더버그에서 하도 추위에 떨어서 그런지 더반에 오니까 너무 따뜻하고 좋네요.

홍수환 선수를 기를 받아서, 꼭 승리하고 16강 갔으면 좋겠습니다!

220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2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도시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숙소(Road Lodge)에서 해변까지 쉬엄쉬엄 걸어가니까 30분쯤 걸리네요.

제가 묵고 있는 숙소는 시내 중심부에서 한 블록 정도 떨어진 곳으로, 기차역과 가깝습니다.

30분쯤 걸어서 해변에 가고 별 문제 없을 정도로 비교적 안전한 도시이기도 하고...

저, 그리고 함께 동행하는 친구도 얼굴과 차람새가 많이 현지화 되어서 이방인 취급을 덜 받기도 하고... ^^

무엇보다도 더반이라는 도시 자체가 일하는 도시 보다는 노는 도시라서 사람들 자체가 그리 빡빡하지가 않습니다.

해변에 나가보면 다들 웃고 떠들면서 일광욕도 하고, 수영도 하고, 서핑도 하고, 배구도 하고...

몇 미터만 걸어가면 노래와 춤을 만날 수 있고...

월드컵 기간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해변에는 여러가지 공연(춤, 노래, 퍼포먼스) 볼거리가 많습니다.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21

Page 22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남아공에서 제가 본 팬 페스트(Fan Fest) 중에서 제일 근사한 곳이 바로 더반입니다.

해변에 있기 때문에 경치도 좋고, 접근성도 좋고, 주변에 먹을 것 마실 것 많고!

해변에서 놀던 사람들이 그대로 월드컵 보러 보이기 때문에 노는 분위기도 확 살아나고!

그리고... 미인들도 많구요. ^^

222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2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케냐의 몸바사, 탄자니아의 잔지바르, 그리고 남아공의 더반.

음식도 그렇고 사람들도 그렇고 아프리까 동쪽 해안의 도시들은 아프리카, 아랍, 인도의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 같습니다.

그 때문인지 이방인들에게 훨씬 관대하고 여유롭게 대합니다.

저 같은 한국 사람들도 그닥 신기한 이방인처럼 대하지 않고 편하게 대해 주고요.

그냥, 자기네 도시를 방문한 여행객으로 편하게 대해주니까 저도 편안함을 느낍니다.

마침 팬 페스트에서는 포루투갈과 북한 경기를 중계해 주었습니다.

내심 북한이 어느정도 선전해 주기를 바랬는데... 워낙에 호되게 골을 먹어버리니 괜히 기분 씁쓸...

포루투갈이 워낙 여유있게 이겨서 그런지 포루투갈 팬으로 보이는 청년은 전반전만 보고 후반전에는 공놀이를 하네요!

....

참고로...

저희가 남아공에서 얼마나 안전하게 보호 받고 있는지 모르시죠?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23

Page 22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일테지만...

무슨 경찰들이... 경기 시간이 가까워 오니까 근무하다 말고 하나 둘 호텔 로비로 들어오네요. ^^

호텔 로비에서 스페인:온두라스 경기를 남아공 경찰들과 함께 보았답니다.

거의 10명의 보디가드가 지켜주는 가운데 안전하게 TV를 본 셈이죠. ^^

이 시간에 밖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누군가 경찰을 찾고 있는지 어떤지...

난 몰라요... ㅋㅋ

6/22 16강 진출! 더반 접수!

[2010년 6월 22일, 화요일]

남아공에 들어온 후 가장 신난 하루가 아니었을까...

16강 진출해서 좋고, 경기도 재밌게 보고, 놀기도 재밌게 놀고!

출발 전부터 느낌이 좀 좋았습니다.

일찍 숙소를 나와서 해변에서 인도식 빵과 커피로 간단히 식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해변에 있는 팬 페스트에서 남아공-프랑스 경기 봤는데 거기서부터 분위기 완전 죽여줬지요.

16강에는 못 나갔지만 남아공이 프랑스를 2 대 0으로 잡다니!

남아공 사람들 너무 행복해 했고, 같이 놀면서 한국 응원해 주기로 하고...^^

이미 팬 페스트에서 맥주를 1천cc 이상 마신 상태에서, 손에 맥주 잔을 하나씩 들고 경기장으로 출발한 것 같네요.

224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2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방송국에서 촬영도 나오고 오늘은 한국 사람들도 제법 돌아다니네요.

더반 해변에서 유상철 선수 봤어요! (아니지... 이제는 유상철 감독이군요!)

여러 사람들 같이 사진 찍으니까, 남아공 사람들이 그 사람 누구냐고 물어봅니다.

"월드컵에서 골 넣은 사람이야!"

팬 페스트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

시청앞 광장을 꽉 채운 것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아프리카 사람들... 어디서나 음악만 있으면 춤추고 놉니다.

특히 흑인들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리듬만 있으면 몸을 흔듭니다.

이곳 더반은 특히 해운대 같은 분위기라고 말씀드렸죠?

현지인도 여행자도 모두 신나게 놀고 즐길 거리가 많은 도시입니다.

멋진 해변에 차려진 팬 페스트! 모두 다 같이 떠들고 마시고 노래부르고 하이 파이브하고 포옹하고...

더구나 남아공의 경기!

분위기는 더 말할 것도 없겠죠?

"남아공 응원해줘. 저녁에는 우리가 한국 응원해 줄께!"

만나는 남아공 사람마다 신나게 대해주고 함께 하는 것을 너무 즐거워합니다.

모두들 손에는 남아공 국기를 하나씩 들고, 아가씨들은 얼굴에 남아공 국기를 그려 넣고...

키 크고 몸매 나오고 장난끼 넘치는 아저씨는 남아공 국기로 쫄쫄이를 해 입고... ^^

남아공 도착한 이후... 가장 월드컵 다운 분위기를 느낀 날이었습니다.

함께 동행한 동생은 월드컵을 직접 보는 것이 이번이 처음입니다.

자신있게 한 마디 했습니다.

"이게 월드컵이야, 재밌지?"

제 주변의 아줌마들은 골 들어갈 때마다 꼭 안아줍니다.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25

Page 23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어찌나 세게 안아 주던지... 체격들도 장난 아닌데 말입니다. ^^

환호의 순간마다 부부젤라 소리가 귀를 찢을 듯이 울려 퍼집니다.

흑인, 백인, 인도계, 아랍계, 내국인, 외국인, 아이, 어른... 그리고, 한국에서 온 축구팬도...

모두 이렇게 하나가 되어서 신나게!

우리의 2002년 같지 않나요?

마침 팬 페스트에서 한국말 좀 하는 스코틀랜드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3명 중 2명이 한국에 살고 있고, 그 중 한명은 여자친구가 한국사람이라네요.

제대로 한국 응원복장 갖추고 한국 응원곡도 모르는게 없습니다.

자기는 수원 팬이라고 하면서, 내가 포항 스틸러스 팬이라고 하니까, "오~ 아시아 챔피언!" 하면서 엄지 손가락 번쩍!

팬 페스트에서부터 이 친구들과 맥주잔 주거니 받거니...

덩달아 옆에 끼어서 노는 남아공 언냐들과도 주거니 받거니...

마침 지나가던 한국인 유학생이 찾아와서 또 주거니 받거니...

모두다 약간씩 취한 상태...

에라 모르겠다, 경기도 시작하기 전부터 기분 완전히 달아 올랐겠다!

경기장 가는 셔틀 버스 안에서도 남아공 사람들과 "대-한민국", "오-필승 코리아" 부르면서 갔습니다. ^^

226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3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대충 분위기 감 잡히죠?

이렇게 신나게 경기장에 갔는데, 어떻게 16강에 못 가겠습니까!!

경기장에서 돌아오는 길에도 남아공 사람들과 함께 "대~한민국"하면서 걸어왔어요. ^^

...

처음 더반에 왔을 때는 한국팀의 경기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알긴 알아도... 남한인지 북한인지 헷갈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경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만나는 남아공 사람들 마다 "사우스 코리아, 굿!" 하면서 엄지 손가락을 세워줍니다.

내일은 포트 엘리자베스로 넘어갑니다.

한 번 한국팀이 경기를 가졌던 곳이기 때문에 더욱 편안하고 즐겁게 저희를 맞아 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욱 신나는 경기가 될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저는 우리 축구팬들이 너무 아쉽습니다.

경기장에 가 보면 꽤 많은 한국사람들이 있지만, 너무 움츠리고 단체로만 다니기 때문에 거리에서 좀처럼 만날 수가 없습니다.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27

Page 23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신나는 팬 페스트에서도 한국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 밖에 못봅니다.

우리가 16강에 진출한 날... 승리의 노래를 부르면서 맘껏 신나게 즐길 수 있는데...

오늘 같은 날은 모든 축구팬들이 우리를 축하해 주는 날인데...

만나는 한국 사람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뭘 털렸다는 이야기를 한 번 씩은 듣습니다.

여전히 불안한 구석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겠죠.

하지만, 월드컵을 즐기지 못할 만큼은 아닙니다.

조심할 것 조심하고, 현지인에게 겸손하게 대하고, 마음을 열어야 할 때는 활짝 열었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즐기세요!

월드컵은 세계에서 가장 큰 축제입니다!

6/24 남아공 국가 들어보셨나요?

[2010년 6월 24일, 목요일]

더반을 떠나 16강전이 열리는 포트 엘리자베스로 떠나는 날입니다.

버스 시간까지 여유가 좀 있어서 그동안 찍은 사진과 비디오 클립들을 좀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주 감동적인 것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한국-나이지리아 경기가 열리기 전에 남아공-프랑스의 경기를 더반 팬 페스트에서 관전했다고 말씀 드렸죠?

그 때 남아공 사람들이 다 함께 남아공 국가를 부르는 모습을 비디오로 찍었습니다.

흑인, 백인, 인도계, 아랍계... 모두 다 같이 웃는 얼굴로 국가를 부르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거든요.

228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3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그런데... 국가를 잘 들어보니 좀 이상하더라구요.

아프리카 말 같기도 하고, 영어 같기도 하고...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 보니, 남아공의 국가는 모두 5개 언어로 부분부분이 만들어 졌답니다. (남아공 국가 가사 및 자세한 소개

보기 - Wiki)

예를 들어, 1절과 2절이 각각 다른 언어로 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5개의 언어별 버전이 아니라, 한 노래가 다섯 개의 언어로 구성 되었다는 뜻!

오랜 시간을 거쳐 오면서 각각 다른 말로 불려지던 다른 노래들이 하나의 국가로 탄생한 것이지요.

오랜 시간 동안... 하나씩 하나씩 갈등을 극복해 가는 남아공의 역사가 국가에도 고스란히 담긴 듯합니다.

흑백 갈등이 있고, 빈부의 격차가 심각하고, 치안이 불안하고...

하지만, 이 나라가 추구하는 위대한 평등과 조화의 정신이 국가에도 담겨 있는 것 아닐까요?

여러 부족, 여러 민족이 모였기에 여러가지 갈등이 있었겠지만

결국은 그런 갈등을 모두 조화롭게 해결하고 하나의 아름다운 나라 남아공을 만들 듯이

그들의 국가도 각 부족, 각 민족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뜻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왜 남아공 같은데서 월드컵을 하냐고 하기도 합니다.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29

Page 23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저 역시 그런 불만이 있었고, 불편함을 겪을 때마다 남아공이 아닌 유럽의 선진국에서 월드컵이 열렸으면 하는 생각을 몇 번인

가 했었지요.

많은 사람들이 월드컵 후의 남아공 경제 파산을 예측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은 분명 남아공 사람들에게 특별한 경험과 자부심, 자신감을 줄거라 믿습니다.

갈등을 넘어서, 화합과 평등과 자유가 가득한 나라가 될거라 생각합니다.

버스를 기다리거나 할 때면 많은 남아공 사람들이 저에게 물어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남아공 어때요?"

"참 좋아요."

처음엔 그냥 인사치례로 한 말이었지만, 지금은 정말 진심으로 대답을 하고 있답니다.

비록 아주 짧은 순간의 대화이고,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끝날 때도 많지만...

여전히 약간은 경계하는 마음을 속에 담고 있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

포트 엘리자베스행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터미널로 가기 전에 숙소 근처의 Workshop이라는 쇼핑몰에서 간단히 먹을 것도 사

고 점심도 먹었습니다.

Workshop에서 숙소로 걸어오는 길...

중간에 월드컵 경기장이랑 팬 페스트, 공항에 가는 셔틀버스 타는 곳이 있습니다.

며칠 얼굴을 봤다고 거기서 일하는 아저씨와는 서로 아는체를 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오며 가며 눈인사 슬쩍 하는 처지까지

안면을 텄습니다. ^^)

아찌 : "하이루, 방가방가!"

나 " 나두 하이루!"

아찌 : "어디 가요?"

나 : "이제 짐 싸서 포트 엘리자베스로 갈려구요."

아찌 : "공항으로 가요? 셔틀 버스 조~오기 있어요."

나 : "아뇨, 난 버스타고 갈거에요."

아찌 : "버스? 터미널 가는 셔틀버스는 없는데..."

나 : 아뇨, 그냥 작별 인사하러 왔어요. 호텔 들렀다가 곧 갈거에요. 다들 친절히 대해줘서 넘 고마웠어요!"

아찌 : "오오~"

230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3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주변에 있던 다른 아저씨들도 오오~ 하면서 달려와 제 어깨를 두드려 주고... 악수 나누고...

서로 감사의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고마웠거든요.

정말 친근하고 좋은 사람들... 그리고, 정말 진심으로 참 좋은 나라입니다.

6/25 다시 찾은 포트 엘리자베스

[2010년 6월 25일, 금요일]

16강전이 열리는 포트 엘리자베스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우리에게 행운과 승리를 가져다 주는 곳이죠?

그래도 한 번 왔던 곳이라서 그런지 모든 것이 친숙하기만 합니다.

사람들도 친숙하고, 해변도 친숙하고... 작은 도시라서 어느정도 지리도 머릿속에 그려지고요.

남아공에 있는 고향에 돌아온 것 같습니다. ^^

좀 어렵게 왔습니다.

더반과 포트 엘리자베스를 연결하는 버스 중에는 그레이하운드(Greyhound)가 좋다는데, 제가 버스표를 끊으로 갔을 때는 그

레이하운드는 모두 매진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그레이하운드에서 같이 운영하는 Citiliner라는 버스를 끊었습니다.

(더반 중심가에 있는 Workshop이라는 쇼핑몰에 Computicket 오피스에서 버스 티켓 예매했습니다.

www.computicket.co.za 사이트에서도 온라인 예매 가능하고, 오피스에서 직접 예매할 수도 있습니다.)

일단, 버스에 타는 순간 5열 좌석이 저를 짓누르더군요. (한 줄에 다섯 명씩!)

이 버스는 더반에서 케이프타운까지 24시간 넘게 내리 달려가는 장거리 버스 입니다.

포트 엘리자베스는 대략 중간쯤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근데... 이눔의 버스가 3시간쯤 잘 가다가 중간에 멈추더군요.

운전기사 왈, 기계적인 문제가 좀 있는데 장거리 운전할 때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버스를 바꿔야겠답니다.

그러니... 더반에서 다시 새 버스가 올 때까지 2시간 가량 기다려야 한다는군요.

운전기사가 자기 손으로 좀 고쳐볼라고도 해 봤는데... 버스를 바꾸는게 안전하다고 말하더군요.

포트 엘리자베스까지만 가는거도 아니고, 케이프 타운까지 달려야한다면서...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31

Page 23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안전 때문이라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만...

늘상 일어나는 일인양, 남아공 사람들은 누구도 불만이나 불평없이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받아들이는 것이 언제나 신기할 뿐입

니다.

이렇게 버스가 중간에 3시간 가량을 낯선 도시에서 멈춰 섰고, 그 덕분에 함께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

었고 이것 저것 서로 물어보면서 나름 괜찮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

버스가 멈춰 있는 3시간... 이제는 저도 어느덧 이 정도의 시간을 기다리는 데에는 많이 익숙해 졌습니다.

담배 몇 대를 피우고, 길가 구석진 곳에서 작은 볼일을 보고,

길 건너 패스트 푸드 점에서 청소하는 직원과 몇 마디 노닥거리고,

같이 버스에 탔던 사람들 중 몇 명과 월드컵 노가리를 풀고, 다시 담배 한 모금 빨고...

결국, 오전 7시쯤에 도착할 예정이던 버스는 10시가 좀 넘어서 도착했습니다.

저희는 포트 엘리자베스 중심가가 아닌 Green Archres라는 곳에서 내렸습니다.

함께 버스에 탔던 남아공 사람들이, 포트 엘리자베스 중심가보다는 Green Archres가 훨씬 안전하고 택시 잡기도 편하다고면

서 거기서 내리라고 하더군요.

대부분의 남아공 사람들도 거기서 내렸고 저희도 따라 내렸습니다.

232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3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

더반 터미널에서 한국에서 온 친구 2명을 만났습니다.

예선 3경기만 보고 갈려고 했는데, 한국이 16강에 진출해서 일정을 좀 늘였다네요.

그 친구들 덕분에 외롭지 않은 여행길이 됐습니다.

이 친구들... 재수없게 더반 시내에서 카메라와 휴대폰을 뺏겼다고 하네요...

더반 시내 중심부에서 좀 껄렁껄렁해 보이는 사람들이 보이던데, 재수없게 이 친구들이 당하고 말았다네요.

다행히 여권이나 지갑은 온전하게 간수를 했고, 무엇보다도 다치지 않았으니 정말 다행이지요.

남은 여행길에서는 별 탈 없이 안전하게 여행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저와 달리 외모도 말쑥하고 자~알 생긴 대학생들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때문에 표적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구요.

이 친구들은 월드컵 여행 패키지로 왔는데... 그 동안 패키지로 움직이느라고 제대로 된 여행도 못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일행과 떨어진 것을 계기로 맘 먹고 더반 시내에 구경 나왔다가 재수없는 일을 당했더군요.

저까지 셋이 움직이면 전보다는 더 안전하고 서로 의지가 되겠지요.

그들도 많이 안도하는 눈치였고 무엇보다도 서로 알아보고 의지할 수 있는 한국사람을 만났으니

그 친구들도 다시 기분이 업되고, 새로운 여행이 기대되는 눈치였습니다.

"좋아! 같이 신나게 월드컵을 즐겨 보자구!"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33

Page 23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포트 엘리자베스에 염전이 있다는 것을 새로 알았습니다! (포트 엘리자베스와서 제프리스 베이 가는 쪽)

포트 엘리자베스는 고향처럼 푸근합니다.

친근한 사람들... 친근한 풍경...

승리의 예감이 팍팍 느껴지는 곳!

그리스전을 보면서 며칠 지냈다고 제가 현지인 행세를 좀 했습니다. ^^

사람들 데리고 슈퍼에도 다녀오고, 셔틀 버스 타는 곳, 그리고 타는 방법, 팬 페스트 위치와 가는 방법, 포트 엘리자베스에서 볼

만한 곳 안내...^^

낮에는 엔터테인먼트 콤플렉스인 Boardwalk에서 간단히 점심식사를 한 후 브라질-포르투갈 경기를 봤습니다.

남아공 사람들은 살짝 브라질을 더 많이 응원하더군요. ^^

Boardwalk에서 몇몇 한국 사람들이 눈에 띄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사람을 보기는 힘드네요. T.T

그래도, 경기장에 가면 많이 보이겠죠?

숙소는 Hippo Backpackers라는 곳에 잡았습니다.

234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3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원래 저는 다른 곳을 예약했는데, 더반 터미널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움직이려고 숙소를 그 친구들 묵는 곳으로 바꿨습니다.

여유있는 방이 없다고 하더니...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이라서 이렇게 저렇게 해서 제 잠자리 하나는 만들어 주네요. ^^

한 걸음 더 나가서, 경기 당일날 합류하는 다른 친구 2명 자리는 되겠냐고 했더니... 그건 도저히 안되겠다고 말하네요.

잘 아는 다른 백패커스라도 좀 알아봐 줄 수 없는가... 방 구하기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 했더니...

한 직원이 나서서 자기방을 내 주겠다고 하네요. ^^

넌 어디서 잘거냐고 물으니, 그건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고맙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이곳 백패커스에서 미국에서 온 한국인 친구도 만났고 (Korean American),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독일, 캐나다 친구들을 만

났습니다.

저녁에는 모두 의기투합해서 숙소 근처의 팬 페스트로 가서 스페인-칠레 경기를 같이 보았습니다.

맥주 한 잔 흥겹게 나누면서, 남아공 사람들과 떠들고 놀면서 재밌게 단체관람 했습니다.

여럿이 함께 움직이니까 훨씬 재밌는 일들이 많이 생기고, 모두들 서로에게 참 친절하고 좋네요. ^^

더반에서 만난 두 친구도 함께 어울리면서 무척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자기들은 월드컵 보면서 이렇게 재밌게 현지 사람들과, 그리고 다른 여행객들과 어울린 것도 처음이고 팬 페스트도 처음이라

고...

그 친구들만 재밌었겠어요? 저도 재미있었고 거기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다 재밌있었을겁니다.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35

Page 24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한국팀이 한 번 왔던 곳이라서 그런지 이곳 사람들도 한국 사람들을 반갑게 맞아 주네요.

저도 이곳이 낯설지 않고요.

그 사이에 이곳 사람들도 월드컵의 재미에 빠져들었는지 처음 왔을 때보다 훨씬 즐겁게 월드컵을 즐기고 있습니다.

모두들 한국을 응원하겠다고 합니다. ^^

한국 사람 10명만 더 있었으면 팬 페스트를 시청앞 광장처럼 만들 수 있었는데....

아... 요거이 너무 아쉽다!

6/27 아쉽다! 포트 엘리자베스!

[2010년 6월 27일, 일요일]

8강 진출을 코 앞에서 놓치다니...

어제 경기의 후유증처럼... 오후가 다 되어서야 하루를 시작하게 되네요.

236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4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원래는 오늘 Bloemfontein으로 가서 잉글랜드-독일의 경기를 Fan Fest에서 볼 생각이었는데...

경기가 경기인지라 숙박을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네요.

그냥, 이곳 포트 엘리자베스에서 하루 더 묵은 후에 내일 움직일 생각입니다.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서 Bloemfontein에서 하루를 보내고 레소토(Lesotho)로 가 볼 생각입니다.

제가 묵었던 Hippo Backpackers는 결과적으로 패자들의 숙소가 되어 버렸습니다.

여행객의 대부분이 미국, 잉글랜드, 한국 사람들이었는데... 세 나라 모두 16강에서 고개를 숙이고 말았네요.

그래도 한국 축구팬들은 경기 후에 두둑한 위로와 격려를 받았지만, 라이벌 독일에게 충격의 대패를 당한 잉글랜드 팬들에게는

도저히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없을 만큼 실망이 컸습니다.

일글랜드와 독일의 축구경기는 한일전과 마찬가지로 서로의 자존심 싸움이 심한데, 잉글랜드가 한국의 입장이니 그 패배가 얼

마가 아팠을까요...

...

우리에게도 어제 경기는 너무 아깝죠?

경기전만 해도 포트 엘리자베스 분위기는 완전 한국의 날이었거든요.

첫 경기를 여기서 한 덕분에 현지 사람들도 다시 찾아온 한국 팬들을 더욱 친숙하게 대했고, 한국 팬들도 포트 엘리자베스가 안

전하고 즐거운 곳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거리에서도 훨씬 활기찬 모습이었습니다.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37

Page 24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킹스비치(Kings Beach)에 있는 길거리 장터의 모습도 첫 경기 때와는 좀 달라졌습니다.

그리스와의 첫 경기 때는 태극기 찾기가 정말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많은 상인들이 태극기를 팔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태극기를 샀습니다.

자원 봉사자들도 첫 경기 때보다 훨씬 능숙하게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지난 독일 월드컵 때 독일에서 함께 뒹굴던 후배 일행이 포트 엘리자베스에 왔는데, 포트 엘리자베스는 월드컵 준비가 참 잘 돼

있고 편리하다고 했습니다. (그 친구들... 월드컵 취재차 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거의 요하네스버그와 프리토리아에만 있었다

는... ㅋㅋ 월드컵은 많이 봤지만 남아공은 별로 못봤다고 넋두리...T.T)

그리스전은 여기 사람들에게도 첫 경기여서 다소 낯설고 미숙했겠지만 몇 번 경기를 치르면서 이곳 사람들도 덩달아 월드컵을

즐기고 손님들을 맞이하는 방법에 익숙해 진 것 같습니다.

이 좋은 도시와 이제는 진짜 작별을 해야 한다니... 그게 너무 아쉽습니다.

238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4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저는 경기장에 일찍 도착해서 남아 있는 표부터 팔아야 했습니다.

사진속 한국 사람은 제가 잘 아는 후배의 후배, 그리고 외국 사람은 저랑 동갑내기 캐나다 친구!

저도 남는 티켓이 꽤 있었고 외국 친구도 남는 티켓이 좀 있어서 같이 표 팔았어요...

예상보다 관중들이 적어서, 몇 장은 반값에 처분했고 남는 티켓은 저희가 묵고 있는 백패커스의 스텝에게 주었습니다.

암표 장사는 아니고, 그냥 남는 티켓 손절매 한거니까 이상하게 보지 마시기를...

사실 이것도 월드컵을 즐기는 하나의 재미일 뿐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남아공 경찰이 나타나서 팔지 말라고 겁주고 가더군요.

"계속 여기서 티켓을 팔면 당신을 체포하겠소!"

대강 알아 듣는 척, 약간은 못 알아듣는 척... 하면서 다른 장소로 이동했죠 모.^^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39

Page 24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240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4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경기를 지배하면서도 골은 안터지고, 비는 내리기 시작하고..

마지막 10여분은 정말이지 미칠 것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선수들의 발끝에 공이 걸리는 순간 순간마다 우리의 온 신경이 극한으로 곤두서기를 반복하는 그 느낌...

이 경기를 지면 우리에게는 이번 월드컵의 마지막 경기가 된다는 절막함, 반대로 이것만 이기면 우리는 8강에 오른다는 절실

함... 단 1초도 너무나 소중한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우리의 절박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 앞에 앉은 남아공 청년들은 시종일관 춤추고 노래하면서 신나게 잘도 놀더군요.. ^^

기특하게도 우루과이가 아닌 우리를 응원해 주었지만...

우리와 같은 절박한 마음 보다는, 그런 절박한 순간조차 그들에게는 재미있는 시간의 일부였겠지요.

그래도 이 친구들... 나름 열심히... 그리고 신나게!

"대~한민국"은 완벽하게 마스터 했으나 "오-필승 코리아"는 끝내 마스터 하지 못했습니다. ㅋㅋ

이길듯 이길듯 하던 경기는 끝내 우리의 패배로 끝나고...

8강 진출의 꿈도 물건너 가고...

선수들도 관중들도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고...

그라운드에 넘어져 우는 차두리의 모습에 저도 왈칵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41

Page 24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비가 내리는 그라운드에서 한 참 동안 아쉬움을 달래던 우리 선수들도 무거운 걸음으로 퇴장.

반대편의 우루과이 팬들은 너무 신나게 놀고 있고... 비오는 날의 패배는 너무 견디기 힘들어요...

그래도, 우리 선수들 열심히 잘 했죠?

우리에게 운이 조금 덜 따랐을 뿐이지 경기는 훌륭했습니다.

많은 외국 사람들이 저희 보면서, "운이 없었을 뿐이야. 한국팀의 경기였어!"라고 위로해 주었습니다.

어떤 위로도 패배의 아픔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 스스로를 충분히 자랑스러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월드컵 8강 별거 아니죠?

조금 더 노력하면, 2002년의 4강 신화도 다시 만들 수 있을거 같지 않나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아주 먼 곳에 있는 꿈은 아닙니다.

아직 월드컵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실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즐기자구요!

멋진 경기들이, 그리고 멋진 팬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6/29 우여곡절 끝에 블룸폰테인

[2010년 6월 29일, 화요일]

돌고 돌아 블룸폰테인까지

블룸폰테인에서 밍기적거리면서 시간 죽이고 있습니다.

어제 여기까지 오면서 하도 고생을 했더만, 오늘은 만사가 귀찮네요. ^^

일이 꼬일려니까 아주 요상하게 돌아가더군요.

일단, 포트 엘리자베스에서 블룸폰테인 가는 버스가 모두 오후 늦게 출발합니다.

그 버스를 탈 경우 블룸폰테인에는 새벽 3시쯤에 떨어지게 됩니다.

이 시간에 도착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거져.

242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4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제가 묵었던 포트 엘리자베스의 백패커(Hippo Backpackers)에서 방법을 찾아주더군요.

새벽에 일찍 미니버스를 타고 킹 윌리엄스 타운으로 가라.

거기에 가면 블룸폰테인 가는 미니버스가 자주 있으니 그걸 이용하면 일찍 도착할 수 있다.

그래서... 새벽 일찍 택시를 타고 포트 엘리자베스 외곽의...

서민 주거촌에 있는 장거리 미니버스 터미널로 갔습니다.

숙소에서 알려준 말은 모두 맞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이 연땅으로 꼬여 버리니까 정말 대책이 없더군요.

일단, 킹 윌리엄스 타운에 저를 내려주기로 한 기사가 저를 이스트 런던에 내려주었습니다.

제가 여러 번 킹 윌리엄스 타운에서 블룸폰테인 가는 미니버스로 갈아타야 한다고 말했것만...

자기가 버스 타는 곳에 내려줄테니 걱정 말라고 해 놓고서는 이스트 런던에서 퀸스타운 가는 미니버스를 안내해 주네요. (포트

엘리자베스와 이스트 런던 사이에 킹 윌리엄스 타운이 있고, 킹 윌리엄스 타운과 블룸폰테인 사이에 퀸스타운이 있습니다.)

자기 생각에는 퀸스타운이 블룸폰테인 가기에 더 좋다고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킹 윌리암스 타운" 어쩌구 하는걸 잘못 알아

들어서 "퀸스타운" 가는걸로 생각했는지... (아프리카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좋은데 자기가 아는 범위

에서 열심히 설명해 주면서 그게 맞다고 한다는 거... T.T

...

느닷없이 이스트 런던에 내리게 되니까 황당하기 그지 없더군요.

기껏 방법을 찾아서 새벽부터 움직였는데 첫판부터 이렇게 일이 꼬여 버리다니...

미니버스 정류장에서 여기저기 운전기사를 찾아 다니면서 블룸폰테인 가는 방법을 찾아 봤습니다.

이 사람 저 사람 각각 여러가지 의견들을 내 놓으면서 자기들도 나름 진지하게 방법을 의논하더니...

결론!

"다시 킹 윌리엄스 타운으로 가십쇼. 거기 가서 미니버스 타는게 젤 빠릅니다!"

"여기서 블룸폰테인 가려면 4시간쯤 기다려야 해요. 킹 윌리엄스 타운에서는 바로 떠나는 버스들이 많아요."

...

그리하야...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다시 킹 윌리엄스 타운으로 왔습니다.

마침 바로 앞에 블룸폰테인 거쳐서 요하네스버그까지 가는 미니버스가 있길래 잽싸게 표를 끊었는데...

이놈의 미니버스(현지 사람들은 미니버스 택시라고 합니다.)가 떠나질 않네요.

고장이 난 것도 아니고, 다른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사람이 꽉 찰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는겁니다.

킹 윌리엄스 타운에서는 블룸폰테인이나 요하네스버그로 가는 방법이 미니버스 밖에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금방금방 차고 버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43

Page 24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스도 바로바로 떠난다고 했건만...

같이 버스를 기다리던 아가씨 말로는 월요일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하더군요. 일요일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났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 아가씨가 웃으면서 한 마디 하네요.

"참는거에 익숙해져야 해요 ^_^"

또 그리하야...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오후 3시가 넘어서야 버스가 출발을 했고 블룸폰테인에는 10시가 넘어서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이리저리 시달렸더만 몸살이 날 지경이네요.

그것도... 좌석이 불편하기 짝이 없는 미니버스로 하루 종일 시달렸으니 말입니다.

이곳 라이프 스타일에 많이 적응된거 같으면서도...

하염없이 기다림에 관대해야 한다는 것은 왜 이렇게 적응이 안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현지의 보통 사람들은 요런 미니버스를 타고 10시간 20시간도 웃고 떠들면서 잘만 가는데 말입니다.^^

244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4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늦은 밤에 숙소 도착, 적당히 씯고, 옷 몇장 빨고...

티셔츠 빨리 말리려고 전자 레인지에 넣고 돌리다가 하나 태워먹고... T.T

결국은 12시를 넘기고서야 잠을 청하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일단 시내 한 바퀴 돌아봐야죠?

조용하고 깨끗한 도시 블룸폰테인!

하지만, 블룸폰테인에서는 잉글랜드:독일 경기를 끝으로 월드컵 마감했습니다. (더 이상 월드컵 경기 없음!)

경기장 쪽에 나가 봤더니 월드컵 때문에 설치했던 시설물들을 철거하고 있더군요.

자원 봉사자들도 거의 보이지 않고, 그나마 몇몇 보이는 사람들도 경기장 주변 뿐입니다.

한 때는 수 많은 축구팬으로 붐볐을 경기장 주변이 마치 가건물 해체하는 것처럼 너저분 했습니다.

마지막 잉글랜드:독일 경기가 일요일, 오늘은 화요일. 하룻만에 바로 철거를 하다니...

너무 일찍 파장 분위기로 가는거 아닌가?

다른 때는 그렇게 느긋하게 세월아 네월아 하는 사람들인데 말입니다.^^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45

Page 25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월드컵을 위해 설치한 경기장 시설을 철거중이기 때문에 크게 통제를 하지 않습니다.

대충 보니까 경기장을 가로질러서 가면 지름길이 될것 같아서 그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거의 다 통과해서 나갔는데.... 문을 지키던 사람이 제게 말을 거네요.

문지기 : "어디가슈?"

나 : "워터프론트에 가는디?"

문지기 : "뭐, 사러 가슈?"

나 : "그냥 뭐... 좀 둘러보고, 점심도 먹고, 기타 등등 좀 살 것이 있어서리..."

문지기 : "집에 갈 때 다시 이리 돌아올거유?"

나 : "그래야쥬?"

문지기 : "나 한테는 뭐 사다줄거유?"

나 : (급 당황!) "뭔 말이유? 이거 통과하는데 뭐 좀 바쳐야 하는거유?"

문지기 : "그건 아니고... 목 마른디 시원~한 음료수 하나 사다줬으면 좋겄슈!"

하여간... 알다가도 모를 사람들입니다.

그냥 웃으면서 몇 마디 주고받다 보면 이런식으로 대화가 새 버리거든요.

천진난만하게 능글능글 하다고 해야할까?

달라는 말도 잘하고 주기도 잘주고... 안준다고 크게 실망하지도 않고...

돌아오는 길에 콜라 한 병을 샀습니다.

그런데... 제가 길을 잘 몰라서 아까 지나왔던 게이트를 그냥 지나쳐버렸지 뭐에요?

조금 길을 가다가 뭔가 이상해서 잠시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하는데...

아까 저한테 말을 걸었던 친구가 두 손을 높이 들고 열심히 흔들고 있었습니다!

문지기 : "이봐유... 여기! 여기!"

나 : "아이고, 그냥 지나칠 뻔 했네..." (콜라를 집어서 건네줌)

문지기 : "아저씨가 그냥 쌩까고 지나가는 줄 알았슈! 근데, 그게 아니었어! 내 말을 잊지 않았네!"

나 : (그냥 방긋)

문지기 : (기분 너무 좋아서 방긋방긋방긋방긋) "고맙! 당신은 정말 좋은 친구야! 거듭 고맙!"

혼자 여행하다보니...

그냥 콜라 한 병 쏘면서 이렇게 현지 아저씨들이랑 노닥거리는 것도 큰 재미네요. ^.^

246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5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숙소 근처에 워터프론트(Water Front)라는 큰 쇼핑 컴플렉스가 있습니다.

남아공의 특징 중 하나!

제가 방문한 모든 도시에는 흑인 빈민들이 사는 곳과 약간 떨어진 곳에 쇼핑, 오락,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대형 콤플렉스가 있

습니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손쉽고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더 없이 좋긴 하지만, 이 나라가 가진 빈부의 격차와 흑백간의

사회 불균형이 심각하게 느껴집니다.

마침 워터프론트에 괜찮은 식당이 하나 보여서 거기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가게 이름은 Ocean Basket. 나미비아랑 남아공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체인 레스토랑입니다.

한국 식당은 아니지만, 한국 음식과 최대한 비슷한 것을 쉽게 먹을 수 있거든요.

제가 선택한 메뉴는 캘리포니아 롤 ^.^

혼자 이렇게 느긋하고 편안하게, 오후의 햇살도 즐기면서 점심을 먹은 지도 참 오래전이네요.

식사를 마치고 음료수 한 잔 하는데 옆 테이블의 아줌마가 잠시 도움을 청합니다.

"죄송합니다만, 우리 딸 아이에게 젓가락 사용법 좀 가르쳐 주실 수 있나요?"

제가 젓가락으로 김밥 집어 먹는 것이 신기해서 아이가 따라했던 모양입니다.^^

....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47

Page 25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그 동안 계속해서 어디론가 이동하고 누군가와 뭔가를 하는 일들의 반복이었는데

그냥 이렇게... 노닥 거리고 어슬렁 거리면서... 미적미적 뒹굴뒹굴 하는 것도 괜찮네요.^^

이럴걸 뭐하러 그 고생하면서 여기까지 왔을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월드컵 파장한 도시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괜찮은 것 같

습니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상당히 안전한 곳인 듯합니다. 도시도 작고, 평화롭고, 비교적 깨끗한 인상이구요.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편안하게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사진찍고 쉬고 그럽니다.

제가 묵고 있는 숙소는 게스트 하우스인데, 여전히 월드컵 요금을 받는 것인지 가격이 좀 쎄네요. (백패커스의 2배 정도? 약

6~7만원쯤)

잉글랜드 팬들과 독일 팬들로 북적거렸을 이곳 게스트 하우스도 텅 비어 있습니다.

다른 손님들이 없어서 재미는 없지만 조용히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편안하고 좋네요. (근데, 이러면 사실 방값 다시 내려

야 하는거 아닌가?)

포트 엘리자베스에서도 느꼈지만, 남아공의 게스트 하우스는 굉장히 훌륭합니다.

예쁜 정원과 수영장이 딸려 있고 시설 깨끗하고, 친절하고, 움식 좋고, 안전합니다.

248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5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호텔에 비해서 가격도 저렴하구요.

도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어서 교통이 좀 불편하긴 하지만, 잘 고르면 도보로 충분히 이동 가능한 곳을 찾을 수 있습니다.

판타스틱하 정원을 보며 아침도 먹고, 커피도 한 잔 하고, 담배도 한 대 피고!

2인 1조로 방 하나 쓰면 비용 부담이 좀 덜할텐데... 혼자 쓰려니까 가격이 좀 쎕니다.

그래도 서비스가 아주 좋아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별로 안들더라구요.

짧은 거리는 그냥 주인 아줌마 아저씨가 차로 태워 주기도 하고요.

레소토행 포기...

원래는 블룸폰테인 거쳐서 레소토로 들어갈 예정이었습니다만 여의치 않게 되었습니다.

우선 블룸폰테인까지 오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그리고 블룸폰테인에서 레소토로 가는 교통편이 미니버스뿐이네요.

그나마 미니버스들도 요즘은 사람이 없어서 언제 출발하는지조차 불투명하답니다.

여기 오면서 미니버스로 고생만 안했어도 멋모르고 덤비겠는데... 아고고... 엄두가 안나요!

혹시나해서 투어 오퍼레이터를 알아봤는데, 레소토 투어는 당분간 없답니다.

지금이 비수기인데다가 이곳 블룸폰테인에서는 더 이상 월드컵 경기가 없기 때문에 시즌 마감했답니다.

제가 처음부터 생각을 잘못 했습니다.

레소토로 갈 계획이었으면 포트 엘리자베스에서 16강전 끝난 후에 더반으로 갔어야 했습니다.

괜찮은 레소토 투어는 모두 더반에서 출발하더군요.

그리고, 더반에서 시작해서 들어가는 루트가 레소토 투어의 백미라고 하네요...

더반에서 좀 더 알아봤어야 했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

그런데, 레소토로 가지 못한 뜻하지 않은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

제가 미리 구입해둔 티켓이 너무 많아서 고민중인거 아시는지... T.T

혹시나 여유분을 취소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티켓 오피스에 갔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긴 했지만 프린트한 티켓은 환불이 안된다고 하더군요. (안되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어떻게든 해 보려는

마음에...^^)

솔직히 왜 환불이 안되는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그거 알고 샀으니 할 말은 없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지금 8강 4강 결승 티켓 찾는 사람들 많거든요.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49

Page 25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심지어 티켓 오피스의 직원들 스스로도 전화가 많이 오는데 티켓이 없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이곳 사람들 참으로 여유만만입니다.

티켓 오피스에서 환불 안된다면서도...

"그거 나한테 주면 안되니?" 라고 능청스럽게 말하는가 하면, 티켓 다른 사람에게 재판매 안된다고 공식적으로 말하면서도

"다른사람한테 직접 팔아요. 전부 티켓 찾고 난리던데... 환불하면 수수료 떼지만 직접팔면 남길수도 있어요!"

... 하여간 어떤 때 보면 정말 순진하고 낙천적입니다.

이렇게... 티켓 환불 관련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 한 청년이 등장!

자기에게 티켓을 팔 수 없냐고 하더군요.

이런저런 가격 흥정을 한 후, 8강 티켓 가격을 좀 깎아주겠다고 하니까 낼름 하나 사더라구요.

그러면서, 자기는 4강 결승도 보고 싶은데 지금 돈이 없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네요.

뭐... 레소토 가는 것도 여의치 않은 판에 티켓이나 팔아 보자는 생각에 그냥 눌러 앉기로 했습니다.

ㅎㅎㅎ 그런데 이 친구... 저녁에 제 숙소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돈을 좀 더 준비해 와서는 8강 티켓 돌려주고 결승전 티켓 사갔습니다. ^^

여자 친구랑 같이 볼거라면서 2 장을 사가지고 갔습니다.

여기서 하루 더 묵는다고 했더니, 돈 좀 더 구해지면 내일 8강이랑 4강 티켓도 사겠다고 하고 갔습니다.

근데, 이 친구 하는 짓이 너무 귀엽습니다.

제가 축구팬인거 알아차리고 아래 위 축구 유니폼에 축구화 스타킹까지 착용하고 나타났습니다.

방금 축구하고 왔다고 하면서... (자세히 보니까 금방 갈아 입은 새옷이구만!)

그리고 여자친구까지 대동하고 나타나서 제발 쪼금만 깎아 달라고 애교 떠네요. ^^

그냥 웃으면서 쪼금 깎아주고, 마침 제 배낭에 미개봉 붉은 티셔츠 하나 남아 있어서 사은품까지 챙겨줬네요. ^^

...

어쨌든, 여기서 하루 더 개긴 후에 7월 1일에 요하네스버그로 넘어갈 생각입니다.

거기서 남은 티켓들 좀 처분하고, 혹시 티켓 임자들이 많으면 아예 남은 티켓을 모두 처분하고 귀국을 앞당길까 하는 생각도 있

습니다.

식당에서 점심 먹는데 아들놈이 쓸쓸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오니까 갑자기 가족들이 엄청 그리워 지네요.

가나:우루과이 승자와 네덜란드:브라질이 맞붙는 준결승전, 그리고 대망의 결승전이 너무너무 땡기면서도 한국이 떨어지고 나

니까 저도 흥이 덜 나는건 어쩔수가 없네요.

요하네스버그에서 8강전보면서 좀 더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250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5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6/30 깔끔 안전한 블룸폰테인 둘러보기

[2010년 6월 30일, 수요일]

블룸폰테인은 크게 볼 것 없는 도시이긴 하지만, 찬찬히 보니까 여기서 우리나라가 경기를 했어도 좋았을 것 같네요.

월드컵 경기장-버스터미널-쇼핑몰-공원, 이 모든 것이 반경 2km 안에 다 모여 있습니다.

시내 중심까지 범위를 넓혀도 반경 3km 정도 범위!

그러니까, 반경 2~3km 안에서 먹고 자고 놀고 월드컵 구경하는 일을 다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일본이 여기서 경기를 했는데... 일본 사람들 취향에도 딱 맞았을 듯 하네요.

특히 경기장이 워터프론트(Waterfront)라는 공원+쇼핑몰, 그리고 장거리 버스 터미널과 바로 붙어있네요.

숙소들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요. (물론 숙소가 충분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도시 자체가 조용하고 평화롭고 안전하기 때문에 편안하게 걸어 다니면서 놀기도 좋습니다.

워터 프론트 바로 뒤에 월드컵 경기장이 붙어 있어서, 경기가 끝나면 수 많은 축구팬들이 워터프론트에서 즐거운 축제의 시간

을 가졌을 듯 하네요.

한국의 경기가 이곳에서 열렸다면 놀기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이 워터프론트를 완전 점령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그러니까, 관광지로는 좀 거시기 하지만 월드컵 개최 도시로는 상당히 괜찮아 보입니다.

다만, 한 가지 문제는 다른 도시로 이어지는 교통편이 좀 구리다는 것!

블룸폰테인뿐만 아니라 남아공 전체가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이 그리 좋지가 않습니다.

이동하는 거리도 만만찮은데 말입니다.

요것만 잘 해결됐으면 이번 월드컵이 훨씬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51

Page 25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252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5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호수변에는 쇼핑몰이 있고, 야외 테라스가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 각종 가게들이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블룸폰테인에서의 마지막 월드컵 경기가 끝난 탓인지 거의 모든 상점이 세일중이었습니다.

다른 도시에서는 아직 8강, 4강, 결승이 열리는데도...

블룸폰테인에서는 월드컵 기념품까지 세일 판매를 하고 있더군요.

워터프론트에서 산책도 하고 점심도 먹고...

세일하는 가게에 가서 긴팔 티셔츠하나 살까 하고 둘러 봤는데, 제 맘에 드는 것은 없네요. (어제 저녁에... 전자 렌지로 빨래 말

리다가 티셔츠 태워 먹었잖아요... T.T)

그냥 수퍼마켓에 가서 저녁에 야식으로 먹을 과일 몇 개, 그리고 내일 조벅가는 차 안에서 간단히 요기할 빵이랑 과자, 음료수

좀 장만해서 돌아왔습니다.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53

Page 25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간간이 축구팬들이 보이긴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블룸폰테인을 떠나고, 이곳은 이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 같았습니다.

더 이상 월드컵 경기가 없어서인지, 호수 주변에는 경찰들이 한가로이 앉아서 쉬고 있더군요. ^^ (하여간... 남아공 경찰들은

우리나라 경찰들처럼 빠릿빠릿해 보이지 않아서리... ^^)

놀고 있는 경찰 아저씨들 말이, 아직 월드컵이 끝나서 비상근무가 해제되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비교적 한가하답니다.

다행히 아무 사고 없이 잘 끝나서 자기들도 자부심 느낀다고 하네요.

...

그러고 보니 아프리카 땅을 밟은지 벌써 한달 하고도 반이 지났네요.^^

남아공/아프리카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인사도 그동안 많이 바뀌었네요!

1. 처음 아프리카 도착했을 때

- "니 하오!"

- (지금도 중국사람이라고 보는 사람들 꽤 됩니다.)

2. 월드컵이 시작된 후

- "어디서 오셨어요?"

- "한국 아님 일본?"

3. 그리스전 승리 후

254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5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 "오! 싸우스 코레아!"

(더반에서 16강 진출 확정 후에는 더 열렬하게 "싸우스 코레아!")

4. 얼굴이 새까맣게 되고 수염이 덥수룩하고 행색이 많이 초라해진 지금

- "남아공에 사세요? 아니면, 외국에서 오셨어요?"

- "필리핀에서 오셨어요?"

- 심지어 제가 말을 걸면 슬쩍 피하려 하는 백인들도 있다는... T.T

(그동안 상태 많이 안좋아 졌어요... 쩝!)

7/2 다시 조벅, 나의 마지막 경기

[2010년 7월 2일, 금요일 ~ 7월 3일, 토요일]

7월 1일부터 요하네스버그에 머물고 있습니다.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8강전, 가나:우르과이의 경기가 저에게는 이번 월드컵의 마지막 경기가 되겠네요.

원래는 결승전까지 볼 계획이었는데... 일정을 앞당겨 귀국하기로 했습니다.

돈도 많이 썼고, 시간도 많이 썼고, 가족도 그립고...

무엇보다도 흥을 잃어버린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요.

혼자 숙소랑 교통편 찾아 다니면서 경기 따라다니자니 힘도 들고 신경쓸 것도 많고요.

월드컵이 재밌기 위해서는 적어도 아래의 3개 팀이 잘해야합니다.

1. 개최국 - 개최국이 잘해야 분위기 팡팡 뜨고 신이납니다.

2. 브라질 - 브라질이 잘할 때, 월드컵은 멋진 골과 멋진 장면이 많이 나오고 새로운 기록도 만들어집니다.

3. 잉글랜드 - 볼거리가 많고 사건 사고와 각종 이벤트가 풍부해집니다.^^

그리고... 제 입장에서는 한국까지 잘했다면 주체할 수 없는 흥분 모드가 되었겠지요. ^.^

이번 월드컵은... 사상 최초로 개최국(남아공) 예선 탈락, 잉글랜드 16강 탈락!

남은건 브라질 하나인데... 그마저도 유럽 팀들에게 후덜덜해 보이고

한국은 16강에서 너무 아쉽게 떨어져 나갔고... 이런저런 일로 슬슬 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여행 경비도 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준결승전과 결승전 티켓 값을 합치면 80만원쯤 됩니다.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55

Page 26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여기에... 준결승전과 결승전을 보기 위해서 필요한 교통비와 숙박비, 식비 등을 합치면 150만원쯤!

예상보다 돈을 더 많이 쓴 것도 있고, 티켓 손절매하면서 발생한 손실금도 있고...

이쯤에서 150만원이라도 건져야할 상황입니다.

하여간... 마지막 8강전을 보기 위해 다시 조벅에 왔습니다.

우리가 16강전에서 이겼더라면 한국:가나의 경기가 될뻔한 경기라서 마음이 남다르더군요.

경기 보셔서 알겠지만 우루과이는 전력도 좋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운이 잘 따르는 팀이 아닌가 싶습니다.

경기 종료 직전의 페널티킥 찬스에서 가나가 그렇게 실수를 하다니...

월드컵 역사상 가장 아쉬운 실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프리카 팀 최초의 월드컵 4강!

역사를 기록할 수 있는 순간이 그렇게 사라져버리다니 너무 아쉽습니다.

함께 경기보던 사람들 모두 다 같이 가나를 응원했던터라... 아쉬움이 더하네요.

우리 대한민국이 8강전에서 그렇게 무릎을 꿇었더라면 우리 가슴은 얼마나 찢어졌을까 싶기도하구요.

..

저는 Mufasa Backpackers라는 숙소에 묵고 있습니다.

아마 여기서 마지막까지 개기면서 월드컵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할 듯 하네요.

요하네스버그 외곽, OR Tambo 공항 근처의 Benoni라는 도시 부근의 한적한 곳입니다.

딴세상처럼... 주인 부부와 아이, 그리고 백패커스의 여행자들과 함께 그냥 소소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도심에서 좀 멀고 교통이 다소 불편하지만 주인 부부가 너무 친절하고 즐겁게 대해주기 때문에 별 불편함이 없습니다.

인터넷에 나름 소문이 난 백패커스라서 제법 손님들로 북적거리고 손님들도 다들 매너가 좋습니다.

저녁 식사도 맛있고요. ^^ (아침은 공짜, 저녁은 50란드 내고 사먹거나 직접 해 먹거나... 핏자 시켜 먹거나 ^^)

마침 마음 맞는 친구들이 있어서 함께 그 무섭다는 조벅 시내도 좀 구경하고 (^_^) Fan Fest에 가서 네덜란드:브라질 경기도

보고... 또 같이 뭉쳐서 가나:우루과이 경기도 함께 봤습니다.

제게 여유분의 8강전 티켓이 있어서 염가에 그 친구들에게 제공하고 남는 티켓은 같이 힘 모아서 또다시 염가에 처분했습니다.

(남는 티켓 때문에 생긴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T.T)

256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6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사진 왼쪽부터) 아일랜드에서 온 유진 & 마크, 그리고 이집트 싸나이 모하메드.

유진 & 마크는 의학도입니다. 숙소에서도 틈틈이 의학서적 펼쳐 놓고 공부를 하더라구요.^^

월드컵을 본 후에 케냐로 봉사활동을 떠날 예정이라네요.

모하메드는 저와 같은 방에 묵었습니다.

석유회사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로 이틀 후에는 이집트로 돌아간답니다.

그리고 다시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은 후에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남미로 여행을 갈 계획이라나?

룸 메이트이기도 하고... 성격도 착하고... 초보적인 마술을 선보이기도 하고...

모하메드하고 주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네요.^^

서로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들도 나눠 보고 같이 놀러갈 궁리도하고...

백패커에서 심심하게 뒹굴뒹굴하던 차에 저하테 여분의 티켓이 있다는 말을 듣더니 냉큼 자기가 티켓 하나 살테니 같이 경기보

러 가자고 따라나섰습니다.

무슬림은 술을 안마실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친구는 술도 잘 마시더라구요. ^^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57

Page 26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우리 일행은 조벅의 Melrose Arch라는 곳의 광장에서 네덜란드:브라질 경기를 봤습니다.

공식 팬 페스트는 아니지만 열기와 분위기는 장난 아닙니다.

공식 팬 페스트가 조벅에만 두 곳이 있는데... 아마도 치안 문제가 염려되어서 여행객들과 백인들은 이곳 멜로즈 아크에 모여

든 것 같습니다.

여기도 서울의 삼성동 풍의 매우 현대화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입니다.

쉽게 말해서 백인 부자들을 위한 지역 같은데, 시설도 훌륭하고 다 좋긴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적당한 식당 찾는데 애를

좀 먹었습니다.

심지어 광장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으려면 1인당 무조건 100란드(1만 6천원) 이상 주문해야 한다는 곳도 있었습니다.

맥주 한 잔 마시면서 경기를 보고 있었는데... 담배를 한 대 피고 싶어지더군요.

군중들 속에서 담배 피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바깥쪽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귀찮고...

슬쩍 주위를 돌아 봤더니...

동네 청년들이 모여서 물담배 가져다 놓고 계속해서 뻑뻑 빨아대더군요. ^^

사람 많은 곳에는 꼭 나타나는... 살짝 불량해 보이는 행색...

그래도 사진 찍자고 하면 웃으면서 "오~예~~"

이 친구들이 계속 물담배 연기 피우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이 쬐끔 짜증을 냈습니다만 저를 포함한 몇몇 담배쟁이들은 그 덕분

에 별다른 눈총 받지 않고 편하게 담배를 폈습니다. ^^

...

멜로즈 아크에서 브라질:네덜란드 경기를 본 후 가나:우르과이 경기를 보기 위하여 사커 시티로 이동했습니다.

저 외에는 모두 조벅이 처음이라서 제가 현지인 행세를 했습니다.

멜로즈 아크에서 택시타고 샌톤(Sandton)으로 이동, 거기서 West Gate까지 메트로 버스로 이동, 그리고 West Gate에서 셔

틀버스 타고 사커 시티까지!

넷이서 함께 움직이니까 택시를 타더라도 비용 부담이 훨씬 적고 또 서로 의지하고 도와주니까 든든하고 편했습니다.

258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6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어느새 남아공의 명소, 남아공 월드컵의 상징이 된 Soccer City!

저에게는 이번 월드컵의 마지막 경기장이 되었습니다. (사진 맨 오른쪽, 완전 현지화된 제 모습 ^.^)

밤에 본 사커 시티는 정말 멋지네요!

마치 UFO 하나가 방금 착륙한 것처럼 사방으로 빛을 뿜어내는 거대한 모습!

경기장에 들어 갔더니 9만명 넘게 수용하는 이 큰 경기장이 거의 꽉 찼습니다.

가나와 우르과이의 경기는 8강 경기 중에서 가장 볼 것 없는 경기임에도 (팀의 네임밸류만 보면 그렇죠 ^^) 수 많은 남아공 사

람들이 아프리카의 희망인 가나 팀을 응원하기 위해 사커 시티에 모였습니다.

모두들... 정말 열광적으로 가나를 응원했지만...

결과는 너무 아쉽게 가나의 패배로 끝났습니다.

만약 우리가 16강전에서 우르과이를 꺾고 올라왔다면, 9만명의 가나 서포터를 상대로 경기를 치를 뻔 했습니다.

조금 아찔하기도하지만... 그 만큼 재밌고 멋진 경기가 됐을 것 같네요.

요런 생각만 하면 16강 패배가 너무 아쉽기만 합니다.

이 멋진 경기장에서... 멋진 남아공 팬들과 함께... 우리가 경기를 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59

Page 26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8강전 다음날 (7월 3일, 토요일)

그럭저럭 남은 준결승전 티켓과 결승전 티켓은 제값(액면가)에 처분을 했습니다.

마지막 남은 티켓 때문에 고민이 좀 되었는데...

요하네스버그의 Sandton에 있는 티켓 오피스에 가서 티켓 살 사람을 찾았더니 의외로 쉽게 임자가 나타나더군요.

피파에서 티켓 리셀링을 못하게 하기 때문에 티켓을 내 놓으려고 해도 내 놓을수가 없답니다.

준결승과 결승전을 보고 싶어서 티켓 찾는 사람이 많은데도 말입니다.

괜히 성질 올라서 티켓 오피스에서 짜증 좀 부렸습니다.

"니들은 왜 무조건 안된다고만 하냐? 나는 티켓을 팔고 싶고, 내 티켓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밖에 있는데...

웃돈 받지도 않고 그냥 제값에 넘겨주려는 거야. 아니면, 내 티켓을 환불받아 주던가...

너희 말대로라면 이 티켓을 버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공짜로 주라는건데... 말이 되냐?"

.... (잠시 뜸...)

"저.... 넬슨 만델라 스퀘어에 가보세요. 거기에 가면 티켓 원하는 사람 많아요..." (거기가서 알아서 팔라는 뜻인데...)

"경찰 보는데서는 팔지 말아요...."

..... (할말 없슴 ^_^)

약간 어이없다는 듯 인상쓰면서 티켓 오피스 밖으로 나왔습니다.

일단, 살짝 경찰이 있나 살펴보고... (없다!)

웅성웅성 모여있는 무리에게로 가서 손에 있는 티켓을 보여주고...

"케이프 타운에서 열리는 준결승 3장, 그리고 결승전 1장 액면가에 가져갈 사람 있나여?"

바로 임자 나타났습니다.

나는 내일 떠나야 하니까 미국 달러로 달라고 했더니, 걱정 말라면서 무조건 OK!

옆에 있는 친구가 어디론가 가더니만 100달러 지폐를 한주먹 들고 나타나더군요.

그리고... 남들 보는 눈을 피해 그 친구들 차에 들어가서 줄것 주고 받을 것 받고...^^

한 큐에 아주 쉽게 팔아 버렸습니다. (역시 준결승과 결승전은 그 값을 하네요!)

거기 모여 않아서 피파랑 월드컵 조직위 신나게 씹어대고, 각자의 여행담과 월드컵에 대한 각종 노가리, 지난 경기에 대한 리

뷰, 준결승과 결승전에 대한 경기 예상평...

티켓 딜러가 아니라 축구팬들이기 때문에 이럴 때는 신속 화끈하게 모든것이 정리되네요.

260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6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티켓 팔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하우트레인(Gautrain) 기차역 앞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소년 소녀 그룹이 있었습니다.

소웨토(Soweto) 지역의 청소년들로 구성된 자선 그룹이라고 하더군요.

저도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아이들의 모습은 어디에서나 너무 예쁘기만 하네요.

더구나 흥겨운 아프리카의 리듬과 함께 움직이는 아이들은 더 예쁘지요.

조벅에서의 마지막 모습을 예쁘게 남게 해준 이들이기에...

이 친구들 음악이 담긴 CD 2장 사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남아공과 조벅을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비행기 예약도 완료, 남은 티켓도 모두 처분!

슬슬 귀국준비 들어가야죠?

귀국까지는 아직 이틀정도 여유가 있는데... 뭘 하면서 소일할지는 숙소에 가서 좀 고민해 봐야겠네요. ^^

뭐, 재밌는거 없을까...요? ㅋㅋㅋ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61

Page 26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7/4 SOWETO, 아픔과 희망이 공존하는 곳

[2010년 7월 4일, 일요일]

요하네스버그 외곽의 소웨토(SOWETO) 지역에 투어를 다녀왔습니다.

귀국(7월 6일)까지 이틀 정도 일정이 남아서 당초에는 크루거 국립공원 1박 2일 투어를 다녀올까 했는데 크루커 투어는 최소

2박 3일부터 시작한다는군요. (물론 가격도 후덜덜 했지요...^^)

그래서, 그냥 숙소에서 시간을 때울까 하다가 마침 시티 투어를 찾고 있던 프랑스 커플이 있어서 함께하게 됐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인데 지금 중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더군요.

어쩌다가 제가 "아임 쏘리"라고 하면 "메이콴씨"라고 대답하더라구요. ^^

처음 들른 곳은 아파르트헤이트 박물관!

표를 사서 입구로 가면, "백인은 왼쪽으로 가세요." "유색인은 오른쪽으로 가세요" 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백인과 유색인을 나누는 것은 아니고 말만 그렇게 합니다.

인종 분리 정책의 실체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지요.

실제로는 백인 보고 유색인이라고 하기도 하고, 유색인 보고 백인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전시물 보다는 영상물과 사진, 기록 위주로 되어 있는 박물관입니다.

특히 넬슨 만델라에 대한 영상과 기록물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가히 넬슨 만델라 기념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

이것만 봐도 넬슨 만델라가 남아공의 역사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넬슨 만델라는 남아공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이미지와도 같습니다.

남아공의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넬슨 만델라의 이야기와 만날 수 있습니다.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의 신분증(주민등록증?)을 보면 그 실체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신분증에는 그 사람의 피부색이 표기되어 있는데, 이것은 단순히 피부색을 표시한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속한 차별적인 인종 그룹을 표시한 것입니다!

262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6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그리고 박물관의 전시실로 들어가는 길에는 사람 실제 크기의 설치물이 있습니다.

그들이 어디론가 걸어가는 듯한 모습인데...

설치물 속의 사람들은 모두 실제 아파르트헤이트와 관련된 역사속의 인물 또는 그들의 후손들입니다.

제가 느끼기로는 아파르트헤이트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이 길은 오랜 세월 동안 남아공의 평등과 자유를 위해 걸어간 선구자들

의 자취를 따라가는 길이라는 의미가 아닐가 싶네요.

박물관 안에 들어가면 이 사람들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

그런데, 박물관에서 재미있는 것을 봤습니다.

재미있기도 하고 어처구니가 없기도 한 것인데...

"유색인과 백인을 구별하는 방법 중 하나! 축구를 좋아하면 유색인, 럭비를 좋아하면 백인!"

관람객 모두 한 번씩 썩소를 날리며 지나갔습니다.

웃으면서 볼 수 있었지만, 이게 실제로 케이프타운의 신문에 실렸던 내용이라니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이 얼마나 무례하고 반인

권적인 것인지 단적으로 느낄 수 있지요.

지금도 축구는 주로 흑인들이 좋아하고, 백인들은 럭비나 크리켓을 좋아하기는 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법적으로는 아파르트헤이트가 무너졌지만 흑인과 백인들의 사는 모습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63

Page 26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아파르트헤이트 박물관 관람 후에 본격적으로 소웨토 투어!

소웨토 투어의 핵심은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하나, 요하네스버그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

두울, 넬슨 만델라를 비롯한 남아공 흑인 인권운동 역사의 심장부를 본다.

운전기사겸 가이드가 차로 이동하면서 계속 설명을 하고, 중간중간 내려서 설명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 일행의 안내를 맡은 잭이라는 친구는 자기를 소웨토인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소웨토를 보지 않고 남아공을 떠난다면 돈만 쓰고 간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소웨토는 남아공 역사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간직한 곳이에요."

264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6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잭은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백인과 흑인 사이의 벽은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여전히 큰 돈을 만지고 큰 돈을 버는 사람들은 백인들이고 흑인들은 대부분 백인 회사의 직원이나 백인 가정의 일꾼으로 일하

고 있으니까요.

사진에서 잭의 얼굴 뒤로 보이는 두 개의 탑은 예전에 화력 발전소였답니다.

그러나 이 화력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와 뜨거운 물은 백인들에게만 공급이 되었다고 하네요.

지금은 더 이상 발전소 가동은 하지 않고, 두 개의 탑을 사이에 두고 번지 점프를 한답니다.

나 : "이번 월드컵 때 돈 쫌 벌었어요?"

잭 : "벌기야했지요. 그렇지만 생각처럼 많지는 않아요."

나 : "택시 운전하는 사람이 그러는데, 돈 버는 재미에 밤에 잠도 안온다던데?"

잭 : "택시는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요하네스버그가 위험하다는 생각 때문에 외국인들이 생각처럼 많이 오지 않았고

찾아온 대부분의 사람들도 백인들이 운영하는 큰 투어 회사, 큰 투어 버스를 이용했습니다.

저보다 훨씬 비싼데도 말이죠. 흑인이 운영하는 값싼 투어는 위험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함께 차에 타고 있던 관광객들을 좀 머쓱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만 해도 소웨토쪽 게스트 하우스를 알아 보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백인들이 주로 살고있는 샌톤(Sandton) 지역의 호텔에

묵었거든요.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저 역시 모든 남아공의 흑인들을 색안경 낀 채로 봤었다는 사실이 조금 미안했습니다.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65

Page 27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소웨토는 요하네스버그의 보통 사람들이 살고 있는 주거지역입니다.

요하네스버그의 흑인들을 외곽으로 몰아내면서 만든 집단 주거지역인데, 지금은 이곳 소웨토에도 빈부의 차가 많이 나타난다

고 하네요.

실제로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고급 주택, 한쪽은 판자집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소웨토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외곽쪽)

전기와 수도가 공급되지 않고, 마을 군데군데 이동식 화장실, 아이들 대부분은 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으며, 부모들도 대부분 실

직자입니다.

그리고, 얽기섥기 적당히 벽을 치고 함석 지붕을 얹은 집에 살고 있습니다.. (Match Box, 즉 성냥갑이라고 표현하더군요.)

"아이들도 학교에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복을 살 돈이 없어요.

교복을 입은 아이와 입지 않은 아이로 또 구별이되고, 교복을 반드시 입어야하는 학교도 있고...

단지 교복 때문에..."

...

"저기 연기 피어오르는거 보이나요?

전기나 가스를 쓸 수 없고, 기름은 돈이 드니까 나무나 쓰레기로 불을 피워서 밥을 지어야 하거든요."

266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7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남아공 정부에서는 순번대로 빈민들을 위한 집을 계속 공급하고 있다고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집들도 정부에서 보급한 집들인데...

둥근 지붕이 코끼리 등을 닮았다고 해서 Elephant House라고 부른답니다.

돈을 벌고 모아서 이런 집을 장만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현실적인 그들의 삶은 당장 먹고 사는 것조차 어렵기 때문에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그 순번을 기다리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대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기본적인 삶의 터전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맑은 눈동자를 가진 소웨토의 아이들이 어떤 미래를 가질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쓰레기 더미에서도 장미는 핀다고들 말하지만, 그것은 성공한 사람들이나 가진자들의 말이지요.

조금만 더 좋은 토양에 조금만 더 물을 주어도 싱그럽고 아름다운 장미들이 쑥쑥 자랄텐데 말입니다.

남아공 정부에서도 빈민들을 위한 정책을 꾸준히 펴고 있다니 조금씩 더 나은 환경이 만들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67

Page 27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소웨토 일대를 한 바퀴 둘러 본 후에는 소웨토의 상징이자 자부심, 남아공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인 넬슨 만델라의 흔적을 찾아

갑니다.

소웨토의 VILAKAZI Street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투투 주교와 넬슨 만델라의 집이 모두 이 거리에 있거든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 거리에서 두 명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탄생한 곳!

역설적으로... 소웨토 지역이 그만큼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었고, 치열한 흑인인권 투쟁이 있었던 곳이라는 말이기도 하겠지요.

그러니, 넬슨 만델라가 남아공의 흑인들에게 얼마나 자랑스럽고 큰 존재인지 알 수 있겠죠?

그때문인지 소웨토 어디를 가든지 넬슨 만델라의 자취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마을의 길 모퉁이에도 넬슨 만델라! 어디에나 넬슨 만델라!

넬슨 만델라 하우스는 현재 작은 박물관이 되었습니다.

그냥 소웨토의 여느 집들과 다름 없는 평범한 집을 박물관으로 다시 꾸몄을 뿐입니다.

특별한 것이 있는 곳이 아니라, 그냥 넬슨 만델라가 살았던 집!

대략 어림짐작으로 봐도 20평 남짓한 크기의 작은 집과 약간의 부대시설이 전부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는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지요.

268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7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27년간의 감옥 생활을 마치고 넬슨 만델라가 돌아온 곳, 그리고 27년간 그의 옥바라지를 했던 위니 만델라가 살았던 집이기

때문입니다.

[참고]

만델라는 석방 후 얼마 안있어 위니 만델라와 이혼 했습니다.

그리고, 이혼 2년 후 만델라는 남아공의 대통령이 됩니다. 결국 만델라의 부인이자 동지였던 그녀지만 퍼스트 레이디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위니 만델라는 지금도 소웨토에 살고 있습니다.

넬슨 만델라 하우스 앞이 완전 인산인해!

경찰들 쫙 깔리고, 카메라와 마이크를 든 방송 취재진들까지 북적북적...

경찰들은 폴리스 라인을 치고 도로를 통제하기 바쁘고, 밀려드는 사람들은 인도를 꽉 채우더니 급기야 차도까지 밀려 나오려합

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많은 사람들이 가나팀의 레플리카, 머플러, 가나 국기를 두르고 있네요?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69

Page 27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운 좋게도... 저희가 소웨토를 방문한 때에 마침 가나 대표팀도 소웨토를 방문한 것이었습니다!

넬슨 만델라가 아니라 가나 대표팀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습니다^^

남아공에서 가나의 인기는 정말 대단합니다.

비록 8강에서 너무나 아깝게 탈락하긴 했지만, 남아공 사람들과 아프리카 사람들의 가나에 대한 자부심은 정말 엄청납니다.

저희도 투어를 잠시 멈추고 그곳에서 가나 팀을 열렬히 환영하는데 잠시 동참 ^^

저희끼리 농담삼아 이야기 했습니다.

"만델라 하우스에 와서 가나팀을 만나다니! 넬슨 만델라가 우리에게 선물을 주었군!"

많은 남아공 사람들이 연장 막판에 페널티 킥을 실축한 기안의 이름을 불러주었고, 기안이 잠시 버스 출입문에서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너무나도 아쉬운 실수이지만 그것을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가나팀 버스에 쓰여있듯이, 그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진정으로 아프리카의 희망이었습니다!

정말이지 월드컵 우승팀이라도 현지 사람들에게 이렇게 열렬한 환영을 받지는 못했을것 같습니다.

아프리카의 아픔을 함께 안고 살아가는 흑인들이기에 더 마음이 통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

270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7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넬슨 만델라 하우스 방문 후에 들른 곳은 헥터 피터슨 박물관!

헥터 피터슨(Hector Peterson)은 백인 학생들과의 차별 정책에 반대하는 흑인 학생들의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발포한 총에 맞

아 숨진 어린이의 이름입니다.

숨진 그의 시신을 안고 있는 사진이 지역 신문을 통해 남아공 전체, 그리고 전 세계로 알려지면서 대대적인 흑인 인권 시위의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건이 있었던 6월 16일은 우리나라의 4.19와 같은 기념일이 되었습니다.

헥터 피터슨 박물관 표지석 (표지석의 글은 넬슨 만델라가 헌정)

박물관의 전시물 중에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1976년 학생시위 당시에 숨진 어린이와 학생들의 이름이 새겨진 전시물이었습

니다.

전시장의 바닥을 가득 채우도록 흩뿌려진 작은 벽돌 하나 하나가 모두 숨진 아이들의 이름이 새겨진 위패입니다.

인권운동가도 아니고 투쟁가도 아닌 아이들의 이름입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아빠이기 때문인지 살짝 눈물이 고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헥터 피터슨뿐만 아니라 수 많은 아이들의 목숨까지 치르고서야 남아공의 흑인들은 지금의 작은 인권과 평등이나마 얻을 수 있

었던 것입니다.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71

Page 27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아이들이 인권을 알았을까요? 아니면, 평등을 알았을까요?

어른들의 투쟁 만으로는 부족했을까요?

역사는 참 잔인합니다. 아이들의 목숨마저 요구했다는 것이 너무 슬픕니다.

그래도 여전히 차별은 존재하고, 기회의 불평등이 존재하는 남아공...

이제 더 이상 아이들이 희생되는 역사는 없어야겠지요.

남아공과 우리나라의 인권운동 역사에 닮은 점이 많습니다.

6.16-4.19, 헥터 피터슨-김주열, 만델라-김대중 ...

세계 어디에서나 비슷한 과정의 노력과 투쟁을 통해 인권과 자유, 평등을 누릴 수 있겠지요.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친 남아공이기에 한국인인 저의 눈에는 그들이 지금 걸어가는 자유와 평등을 향한 발걸음에 존경을 표

할 수 밖에 없고, 또한 그들의 위대한 노력이 언젠가는 찬란하게 빛나는 남아공을 만들거라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비슷한 길을 걸어온 한국 사람들이라면 남아공 사람들의 아픈 역사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272 ㆍ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Page 27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솔직히 그냥 별 생각없이 하루를 때우기 위해 나선 투어였습니다.

실제로 하루를 잘 때웠고요.

하지만...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사실상 남아공과 조벅, 그리고 아프리카에서의 마지막 날이나 마찬가지인데...

남아공 사람들의 눈물과 아픔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네요.

저의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남아공은 범죄와 치안부재의 나라가 아닙니다.

위대한 인권 혁명의 나라이고 아름다운 자연과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나라입니다!

이제 남아공을 떠나면 언제 다시 남아공에, 아프리카에 오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다시는 오지 못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제 인생의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제 얼굴이 검게 그을린만큼, 더 가깝게 남아공과 아프리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꼭 다시 한 번 오고 싶습니다.

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ㆍ 273

Page 27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4여행을 마치고

Page 27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여행을 마친지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마음은 아프리카에서 돌아오지 못했네요. ^^

마음의 반은 아프리카에 있고, 나머지 반의 반은 다음 월드컵이 열리는 브라질에 가 있습니다.

4분의 1쪽짜리 마음을 추스려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셈이니 제 마음이 얼마나 공중에 떠 있겠습니까?

결코 쉽지 않은 여행이었습니다.

그러나 마냥 힘들고 어려운 여행도 절대 아니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아름다웠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친근했으니까요.

이제 저에게도 아프리카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멀게만 느껴지던 아프리카가 저에게는 이제 아주 가깝게 느껴집니다.

황량하고 위험하고 못사는 대륙이 아니라 아름답고 포근하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대륙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마흔 두 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이긴 하지만 여전히 보고 듣고 배울 것이 많기에 한 뼘은 더 성장할 수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솔직히 언제 다시 아프리카에 가게 될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 만큼 아프리카는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니까요.

지리적으로도 멀고... 마음의 거리도 멀고...

하지만, 분명히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꼭 다시 한 번 아프리카에 가보고 싶다는 것!

언제 어떤 구실로 가게 될지는 모르지만...

다시 한 번 아프리카에 가게 된다면 그곳의 아름다움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곳의 아픔도 조금은 더 열린 마음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가 땡기시나요?

두렵기도하고 엄두도 나지 않고 약간은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으신가요?

갈까 말까, 올해 갈까 내년에 갈까, 누구랑 갈까... 고민에 고민 중이신가요?

그럼, 지금 떠나세요. ^_^

여행은 마음 먹고 준비하고 기다린다고 되는게 아닙니다.

가방하나 둘러 메고, 나의 튼튼한 두 다리와 어깨를 믿고, 힘차게 문을 나설 때 비로소 여행이 시작되는겁니다.

지금까지 이것저것 따져보고 궁리하고 망설일만큼 망설이셨다면, 이제는 짐 꾸려서 아프리카로 떠나시기 바랍니다.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그 자연을 닮은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실 수 있을겁니다!

여행을 마치고 ㆍ 275

Page 28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원래 모습의 긴 머리 --> 여행 직전에 깔끔하게 리모델링 --> 여행에서 돌아온 직후의 몰골 ^^

...

이번 아프리카 여행이 저에게는 두 번째 장기 월드컵 여행입니다.

2006년에 유라시아를 거쳐서 독일에 갈 때는 동행하는 10년지기 형님과 쉬엄쉬엄 잘도 갔는데

이번 남아공 월드컵 여행은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려니 그만큼 힘들고 고독했습니다.

반면에 차분하게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구요.

여행을 한다는 것, 축구를 보고 즐기는 것!

저에게는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그리고, 월드컵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니까요.

여행도 즐거웠고 지난 4년 동안 하나씩 하나씩 준비해 가는 과정도 재미있었습니다.

남아공에서 월드컵을 보는 내내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월드컵을 보러 왔지만 월드컵이라는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은 별로 만나지 못했습니다.

반대로 이곳 저곳 즐거운 여행을 하면서도 축구경기에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여행객들도 많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남아공의 치안 문제에 대한 지나친 우려가 사람들을 움츠리게 만든 것 같습니다.

조심해서 나쁠 것 없고, 여행에서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지요.

그러나, 우리 마음 한 구석에서 남아공이라는 나라를 너무 멀리한 것은 아닌지요?

우리보다 어렵고, 우리나라보다 치안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남아공 전체를 싸잡아서 낮추어 본 것은 아닌지요?

조금만 더 따뜻한 시선으로,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조금만 더 깊숙하게 남아공과 아프리카를 살펴본다면

276 ㆍ 여행을 마치고

Page 28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겉으로 드러나는 작은 위험들 속에 아름다운 땅과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될겁니다.

우리 앞에 놓인 작은 장애물들을 직접 부딪치고 헤쳐나간다면 더 많은 것을 보고 즐길 수 있을겁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월드컵=응원" 또는 "월드컵=대회"라고만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진짜 월드컵은 응원도 아니고 선수권대회도 아닙니다.

이것은 4년마다 전 세계인이 동참하는 지구촌의 큰 축제입니다.

다양한 문화와 사람을 접하고 축구와 함께 울고 웃으면서 극한의 감정을 솓구치게 만드는 축제입니다.

축구공을 매개로 웃고 떠들고 노래하면서 신명나게 노는 축제가 바로 월드컵입니다.

세계인과 함께 호흡하면서 술잔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웃음과 눈물을 나누며 하나가 되는 축제입니다.

저는 다시 4년 뒤의 브라질 월드컵을 위해 준비해야겠습니다.

돈을 모으고, 시간을 만들고, 티켓을 알아보고, 여행 정보를 모으고, 브라질과 남미에 대해 공부하고...

긴 시간이 남은 것 같지만 일상에 쫒겨서 살다보면 4년은 금새 돌아옵니다. ^_^

마흔 여섯 살의 여름, 저는 브라질에서 맞이하고 싶네요!

부록1. 여행전 고래했던 루트들

기차 타고, 버스 타고... 느릿느릿...

더 빨리, 더 편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은 많겠지요.

하지만... 달리는 기차에서 편안히 차창밖 풍경을 바라보면서...

때론 자고, 술도 한잔 하고, 책도 좀 읽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풍경을 즐기는 여유로움이 더 좋습니다.

새벽 이른 아침 차창으로 들이치는 햇살과 고요하게 깨어나는 아침 풍경도 잊을 수가 없구요.

그래서, 이번 여정에도 될 수 있으면 기차편으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많은 여행자들이 경험한 루트지만 열차랑 버스 출발 요일/시간 등을 따져서 기간에 맞게 구성하는게 꽤 손이 많이 가는 작

업이네요.

대략적인 루트를 올려봅니다.

세 가지 옵션이 있는데, 저는 나미비아를 경유하는 루트로 잡았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ㆍ 277

Page 28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이 외에도 여러가지 여행 루트가 가능할겁니다.

자기만의 여행 루트를 만들어 보는 재미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일단, 케냐 나이로비(Nairobi)까지는 비행기로 휘리릭~ 이동할 계획입니다.

(저는 지난 4년간 착실히 모은 아시아나 항공 마일리지로 항공권 해결했습니다.)

나이로비 ~ 빅토리아 폭포

나이로비에서 2박 정도 하면서 워밍업을 좀 하고... 여행 정보도 좀 더 수집할 계획입니다.

케냐 나이로비에서 몸바사(Mombasa)까지는 기차로 이동한 후, 몸바사에서 버스를 이용해 탄자니아의 다르에스살람(Dar Es

Saalam)으로 이동합니다. 나이로비에서 다르에스살람으로 가는 버스편도 있지만, 케냐 기차를 한 번 경험해 보고 싶어서요.

278 ㆍ 여행을 마치고

Page 28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다르에스살람에서는 3일정도 머무르면서 세렝게티나 잔지바르(Zanzibar) 섬에 다녀올 수 있을 듯 합니다.

음... 끌리기는 잔지바르가 더 끌립니다. "향신료의 섬"으로 여행자들에게 워낙 유명한 곳이고, 그룹 퀸(Queen)의 리더인 프레

디 머큐리가 태어난 곳이지요.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아프리카의 야생동물들이 있는 초원을 지날테니... 아쉽지만 그걸로 세렝게티를 대신할 수도 있고요.

남아공까지 가는 동안에 야생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또 있을테니까요.

다르에스살람에서 빅토리아 폭포가 있는 잠비아의 리빙스톤(Livingstone)까지는 탄자니아와 잠비아를 연결하는 타자라

(Tazara) 열차를 이용합니다.

다르에스살람에서 카피리음포시(Kapiri Mposhi)까지 타자라 열차로 이동하고, 카피리음포시에서 열차를 갈아탄 후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Lusaka)를 거쳐 리빙스톤까지 갑니다. (리빙스톤은 빅토리아 폭포의 잠비아쪽 도시이고, 다리 하나를 건너면 짐

바브웨의 빅폴타운입니다.) 리빙스톤이나 빅폴타운에서 3일정도 머무를 계획입니다.

일단... 여기까지는 확정된 루트!

가지치기 1) 빅토리아 폭포 ~ 나미비아 ~ 남아공

나미비아를 경유하여 남아공 케이프 타운을 거쳐 우리나라의 첫 경기가 열리는 포트 엘리자베스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리빙스톤에서 나미비아의 빈트후크(Windhoek)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있습니다. (인터케이프 버스: www.intercape.co.za)

빈트후크에서 며칠 머물면서 나미브 사막을 다녀오면 좋겠네요.

깨끗하고 청명한 붉은 나미브 사막과 밤하늘의 별들을 실컷 볼 수 있을테니까요.

아니면, 바다와 사막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스와콥문트(Swakopmund)에 다녀와도 좋겠구요.

빈트후크에서 케트만스호프(Keetmanshoop)까지는 나미비아 열차로 이동하고, 케트만스호프에서 남아공의 케이프타운

(Cape Town)까지는 인터케이프 버스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빈트후크에서 케이프타운까지 가는 직행버스도 있지만 나미비

아 열차를 한 번 타보는 것도 좋겠네요.

그리고, 케이프타운에서 다시 인터케이프 버스를 타고 한국팀의 첫 경기(그리스전)이 열리는 포트 엘리자베스(Port

Elizabeth)로 이동합니다. 케이프타운에서 포트 엘리자베스까지 기차편이 있긴 한데 날짜가 맞지 않습니다.

그리스전 열리기 바로 전날인 6월 11일 저녁에 기차편이 있네요.

여행을 마치고 ㆍ 279

Page 28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가지치기 2) 빅토리아 폭포 - 짐바브웨 - 남아공

두번째로 가능한 루트는 짐바브웨쪽 빅토리아 폭포에서 기차를 타고 불라와요(Bulawayo)까지 이동한 후에, 불라와요에서 버

스를 타고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로 이동, 그리고 요하네스버그에서 버스 타고 포트 엘리자베스로 가는 루트입니다.

불라와요에서 요하네스버그는 그레이하운드(www.greyhound.co.za) 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요하네스버그에서 포트 엘리

자베스까지는 앞서 소개한 인터케이프버스를 이용하면 됩니다.

이 코스도 여행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코스입니다.

사막이 땡기면 나미비아 경유, 짐바브웨를 더 느끼고 싶으면 이 코스를 택하면 되겠습니다.

가지치기 3) 빅토리아 폭포 ~ 보츠와나 ~ 남아공

마지막 옵션은 빅토리아 폭포에서 보츠와나의 프란시스타운(Francistown)까지 기차로 이동한 후, 프란시스타운에서 가보로

네(Gaborone)까지 보츠와나 버스로 이동, 그리고 가보로네에서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요하네스버그까지, 요하네스버그

에서 인터케이프 버스로 포트 엘리자베스로 가는 코스가 있습니다.

맨 처음에는 이 루트를 이용할 계획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빅토리아 폭포에서 가보로네까지 기차로 갈 수 있었다는데, 아쉽게도 작년(2009) 봄부터 프란시스타운-가보로네 구

간의 열차 운행이 중단되었답니다. 먼저 여행하신 분들의 말에 따르면 보츠와나는 물가가 좀 비싸고 교통편이 불편하다는 의견

이 있더군요. 그래서... 이 루트는 쬐끔 멀리 두었습니다만... 혹시라도 상황이 달라졌을지 모르겠네요.

....

위의 루트로 여행을 한다면 어떤 루트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2-3일 차이가 생기긴 하겠지만 케냐에서 포트 엘리자베스까지 가

는데 대략 25일 정도 걸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좀 더 시간과 돈의 여유가 되시는 분들은 빅폴에서 가지치기 하지 마시고

불라와요 찍고 보츠와나로 넘어간 후, 거기서 나미비아 거쳐서 케이프타운으로 들어가시면 아쉬울게 없을 듯 합니다!

부록2. 나의 월드컵 연대기 (1982~2010)

280 ㆍ 여행을 마치고

Page 285: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1982, 스페인

아무것도 모르던 시기입니다. 단지 제 기억속에 남아 있는 첫번째 월드컵입니다.

파울로 로시라는 선수가 방방 날았고, 그의 팀 이탈리아가 우승을 했다는 것만 기억에 남고 떠오르는 신성 마라도나가 이단 옆

차기를 하는 바람에 퇴장 당했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아! 몇 가지 더 기억에 남는군요!

1982 스페인 월드컵을 마친 후에 올스타전이 열렸는데... 그 경기를 본 것은 기억이 나네요.

특이하게도 당대 남미와 유럽을 대표하는 두 영웅, 펠레와 베켄바워가 두 올스타팀의 감독으로 나섰고

심지어 베켄바워는 잠시 경기에 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소련(러시아)의 다사예프라는 골키퍼가 유독 인상에 남았습니다.

1986, 멕시코

잘 아시죠? 우리나라가 32년만에 월드컵 진출을 했던 바로 그 대회! (그 이후 지금까지 쭈~우욱 연속출전^^)

이때는 저도 제법 철이 들었던 시기라서 아시아 예선부터 대부분의 중계방송을 빠지지 않고 다 봤습니다.

지금도 그 당시의 선수들은 하나같이 저의 영웅들입니다.

차범근, 최순호, 허정무, 이태호, 정용환, 조병득, 김종부, 조광래, 최인영, 변병주, 박창선...

어찌보면 2002년보다도 더 황금멤버가 아니었나 생각되네요.

조금만 더 우리 축구가 세계 무대를 일찍 경험했더라면...

이미 1986년에 우리는 16강을 넘어서 그 이상까지도 달려가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심장을 찌르는 듯한 최순호의 그림같은 슛이 이탈리아의 골 네트를 가르던 순간이 지금도 너무 생생합니다.

그리고... 마라도나!

저는 1986년의 마라도나 이후로 그 어느 누구도 그에 필적하는 영웅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단언합니다.

현란한 기술은 물론이고, 그의 지치지 않는 대쉬와 에너지, 열정과 기쁨이 뿜어져 나오는 그의 행복한 얼굴...

드리블하며 전속력으로 돌진하는 중에도 기쁨에 겨운 표정이 넘치던 마라도나의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겁니다.

가장 아름다운 월드컵, 가장 재미있는 월드컵, 가장 기억에 남는 월드컵이 아니었나 생각되네요.

1990, 이탈리아

우리나라로서는 황보관의 캐넌 슛 외에는 솔직히 기억할게 아무것도 없는... ^^

하지만, 제게 이탈리아 월드컵은 마라도나의 눈물로 기억됩니다.

마라도나는 대략낭패 상황의 팀을 기어이 결승까지 끌고 올라왔습니다.

결국, 결승전에서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는 독일에게 페널티 골을 허용하면서 0대1로 패하고 말았지요.

그토록 용맹하게 적진을 달리던 선수, 축구=기쁨=열정 이라는 공식을 온몸으로 보여주었던 마라도나가...

어깨를 들썩거리며 하염없이 울던 슬픈 마라도나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중요한 교훈을 하나 얻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ㆍ 281

Page 286: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독일이 우승을 하면 월드컵이 재미 없구나...^_^

1994, 미국

이때부터 한국 축구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기 시작합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축구의 대 약진이 이루어진 터닝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네요.

한국은 어느덧 3회 연속 진출을 이룩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선전(16강진출)도 눈부셨습니다.

비록 일본이 최종예선 마지막에 어이 없이 다 따놓은 월드컵 티켓을 놓치긴 했지만 1994년을 기점으로 일본 축구가 비약적인

성장을 하게 되면서 아시아 축구의 동반상승에 크게 기여했으니까요.

1994년은 저 개인에게 있어서 하나의 뜻깊은 계기가 되었으니...

이때부터 제가 포항 스틸야드에 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부끄럽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황선홍 선수 되게 욕했어요. ^^

그 이후로.... 스틸야드에서 한 경기, 두 경기 보게 되면서부터 황선홍이 얼마나 훌륭한 선수인지를 알게 되었고, 또한 그 후로

지끔까지 그의 열렬한 팬입니다. 또한 뼛속까지 포항 스틸러스의 서포터이구요.

이렇게... 1994년의 월드컵은 저를 TV 앞에서 축구장으로 옮겨다 준 대회였습니다.

그때는... 스틸야드에 가면...

최전방에 황선홍과 라데가 있었고, 최후방에 홍명보가 있었던 포항 스틸러스의 황금기였습니다.^^

1998, 프랑스

정말이지... 이건 두고두고 한이 남는 월드컵입니다.

성적은 다들 아실테고...

저는 개인적으로 진짜로 프랑스 월드컵은 꼭 현장에 가서 보겠노라고 다짐에 다짐에 또 다짐을 했던 대회입니다.

심지어 1997년에 학회 참석차 프랑스 툴루즈에 갔을 때도, 기어이 시간을 내서 건설중이던 월드컵 경기장은 둘러보고 왔으니

까요.

특히, 1997년에는 PC 통신 시절부터 함께 축구의 정을 나눠왔던 사람들이 붉은악마라는 이름으로 함께 뜻을 합치게 되었기에

저 또한 거기에 동참하면서 단단히 마음을 먹었었는데...

1997년 아시아 최종예선 기간에는 신병훈련을 받고 있었고, 1998년 월드컵 때는 병역특례(즉, 신분상으로는 군인) 중이어서

해외여행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도저히 프랑스로 날아갈 수 없는...

그러나,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은 저에게 하나의 숙제과 꿈을 주기도 했습니다.

당시 프랑스 월드컵 원정을 다녀온 붉은악마의 친구들이 말하기를...

축구도 그렇고 문화도 그렇고 우리가 너무나도 변방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답니다.

그리고... 중요한 말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결국 섬나라였어!"

다른 나라로 갈 때, 비행기와 배로 가야만 하는 나라는 섬나라나 마찬가지지요?

282 ㆍ 여행을 마치고

Page 287: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당시 함께 축구판에서 어울리던 사람들과 약속아닌 약속을 하게 됩니다.

"다음에 유럽에서 월드컵이 다시 열리게 되면, 그 때는 같이 열차를 타고 대륙을 가로질러서 한 번 가보자!"

그리고, 이 꿈은 2006년을 기약하게 됩니다.

2002, 대~한민국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___^)

예선부터 마지막 3-4위전까지, 한국의 전 경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우리 아들녀석이 월드컵 중에 태어났지요. ^^

이 녀석도 어지간히 월드컵이 보고 싶었는지... 예정보다 2주 정도 빨리 세상에 나왔습니다.

6월 4일날 부산에서 우리가 폴란드를 꺾으면서 꿈에도 그리던 월드컵 1승을 올렸는데...

그 함성이 궁금해서인지 6월 6일날 바로 세상에 나왔네요. ^^

그래서, 아이 이름도 붉은악마의 휘장인 '치우천왕'에서 힌트를 얻어 '치우'라고 지었습니다.

2006, 독일

1998년 프랑스 월드컵 후에 축구판 친구들과 나누었던 꿈을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한국에서 출발하여 북한을 통과해서 유럽까지 갈 수는 없었지만...

인천에서 배편을 이용해 중국 단둥(신의주 접경)으로 갔고, 거기서 월드컵 육로원정을 시작했습니다.

중국-몽골-러시아-벨로루시-폴란드를 거쳐 독일까지 이르는 1만 km가 넘는 월드컵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술 한잔 기울이며 나누었던 20대 끝자락의 꿈 한 조각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비록, 북한을 통과하는 진정한 육로원정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것은 또 하나의 꿈으로 남겨두고...

다시 유럽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때에 한 번 더 도전해 보렵니다.

2006년의 독일에서는 무엇보다도 '축제로서의 월드컵'을 느낀 것이 가장 큰 감동이었습니다.

2002년에는 승리와 함성에 도취되어서 축제로서의 월드컵을 즐기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는 승리의 찬가를 불렀지 축제의 노래를 부른것은 아니었습니다.

이기는 팀도 진 팀도, 심지어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한 나라들까지...

이념과 갈등을 모두 넘어서, 축구공 하나로 모두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축제...

독일에서 경험한 월드컵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2010, 남아공

사실 배를 타고 한 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거 장난 아니더군요. 우리나라에서 남아공 더반까지 직빵으로 가는 철광석 운반선이 있긴 하더군요. 선장 3명이 3

교대로 주구장창 22일간 내달린답니다.^^ (철광선 운반선 같은 벌크 화물선 말고 컨테이너 화물선도 있긴 합니다만... 제가 하

나 찾아낸 배편은 한국을 출발해서, 미국-남미를 거쳐서 남아공까지 50일이 걸린다고 하더군요.^^)

여행을 마치고 ㆍ 283

Page 288: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아쉽지만... 케냐에서 시작해서 내려가는 여행을 택했습니다.

땅과 강과 별을 함께 느끼며 달리는 육로여행, 그것도 인류의 어머니와도 같은 대륙 아프리카!

저에게는 또 하나의 값진 여행이었습니다.

2006년보다 험난하고 우여곡절이 많은 여행이었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가슴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멀게만 느껴졌던 아프리카가 이제는 너무나도 가깝고 익숙하게 느껴져서 좋네요.

2014년, 브라질!

너 딴데 가지말고 거기서 4년만 기다려랏!

부록3. 아프리카에 관한 책들

아프리카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제가 읽었던 책들입니다.

아프리카와 남아공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그만큼 아프리카를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프리카에 관한 다른 좋은 책들이 많이 있습니다

284 ㆍ 여행을 마치고

Page 289: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아웃 오브 아프리카 (Out of Africa)

- 카렌 블릭센 지음, 민승남 옮김, 열린책들 펴냄

영화로 더 유명한 책이기도 하죠. 카렌 블릭센이 케냐에서 커피 농장을 하며 경험한 일을 기록한 그녀의 자전적 이야기입니다.

오랜 시간 케냐에서 지내면서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자연의 이야기, 그리고 사랑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녀는 자기 농장의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마님'으로 불리는 위치였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을 유럽인의 눈이 아닌 그들 본연의

모습대로 담아낸 책입니다.

'Out of Africa' - "모든 것은 아프리카로부터"라는 뜻을 담고 있답니다. 아프리카를 여행하고자하는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습

니다.

헉! 아프리카 (Hug Africa)

- 김영희 지음, 교보문고 펴냄

일명 '쌀집 아저씨'로 잘 알려진 김영희 PD의 아프리카 여행기입니다.

김영희 PD의 프로그램에는 늘 따뜻함이 있었지요.

그의 여행은 자연과 풍경이 아닌 사람을 보는 여행이었고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그의 마음속에도 변함없는 따뜻함이 있습니다.

특히, 저자는 책 속에서 본인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많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김영희 PD의 그림으로 아프리카를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 양반이 원래 그림을 잘 그리나봐요?)

너만의 길을 떠나라 - 마음의 부르심을 따라간 아프리카 14,000킬로미터 여행길

- 에릭 미랜디트 지음, 주지현 옮김, 좋은씨앗 펴냄

남아공에서 이집트까지 오토바이로 여행한 청년들의 다이어리입니다.

이 책은 개인적으로 좀 아쉬움이 남습니다. 먼저, 너무 기독교적인 입장에서 말을 풀어나가고 기독교적 문장들이 많이 등장하

기 때문에 약간 종교적인 테두리가 생기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흥미진진한 여행기임에도 편집과 구성상의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프리카 육로 여행에서 겪는 생동감 있는 모험과 즐거움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ㆍ 285

Page 290: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커피 기행

- 박종만 지음, 효형출판 펴냄

지은이는 남양주에서 커피 박물관과 레스토랑 '왈츠 앤 닥터 만(Waltz & Dr. Mahn)'을 운영하는 커피 전문가입니다. 케냐, 탄

자니아, 이디오피아, 그리고 홍해를 넘어서 터키까지... 커피의 기원과 이동 경로를 몸소 체험한 내용을 담은 여행기이자 커피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커피와 함께 살아간 아프리카 사람들의 삶의 역사와 현재의 모습, 그리고 커피 문화와 역사를 읽을 수

있습니다.

나는 오늘도 사막을 꿈꾼다

- 김효정 지음, 일리 펴냄

영화 연출가 김효정 PD가 각 대륙의 사막 마라톤을 경험하면서 겪은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청춘의 시기에 뭔가 가슴이 터지도

록 도전하고픈 마음에 사막 마라톤에 도전하게 되었으며, 그렇게 사막과의 사랑에 빠진 나머지 사막 마라톤 그랜드슬램까지 달

성했답니다.

남들에게는 무모하고 별 의미 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몸부림치도록 강렬한 꿈이기도 합니다.

도전하고 달성하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드는 모습에 저의 젊은 날을 반성해 볼

수 있었습니다.

연금술사 (Alchemist)

-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문학동네 펴냄

앞에 소개한 "나는 오늘도 사막을 꿈꾼다"에서 저자가 마라톤 틈틈이 읽었던 책이라네요.^^

(사막 마라톤은 2~3시간 달리는 것이 아니랍니다. 한 일주일쯤 달린다네요...^^)

이 책은 우주속에서 유일한 자신의 존재를 찾아, 그리고 자기의 꿈을 찾아 사막을 여행한 끝에 온전한 자기의 모습을 찾아낸 한

여행자의 이야기입니다.

동화나 신화적인 형식을 취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저자 파울로 코엘료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자아의 정체성과 존재 이

유로 고민하면서, 멍하니 꿈의 환상에 짓눌리는 사람이 읽는다면... 당장 짐 꾸려서 길을 떠나게 만들 책입니다.^^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방문했습니다

- 장태호 지음, 소복이 그림, 종이심장 펴냄

저자가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겪은 일상적인 내용을 사진과 함께 소개한 에세이입니다.

(사진은 많고 글을 짧습니다. 두께도 얇아요. 이 책을 읽으면 자기도 모르게 케이프 타운을 동경하게 됩니다.^^)

여행자를 위한 정보나 모험 가득한 여행기는 아닙니다.

아프리카를 깊이 이해하기 보다는 짧은 시간에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이라서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여행 에세이라고 보면 될듯 싶

습니다.

286 ㆍ 여행을 마치고

Page 291: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야기

- 베벌리 나이두 지음, 이경상 옮김, 생각과느낌 펴냄

남아공이 처한 각종 사회적인 문제와 그 현상들에 대해서, 특히 남아공을 짓눌러 왔던 인종차별정책의 문제와 그 역사를 에피

소드처럼 이야기합니다.

책은 이야기 책이지만 그 안에는 남아공 사회와 아이들 문제, 역사의 아픔이 진하게 베어 있습니다.

월드컵의 나라, 치안이 불안한 나라, 미수다에 출연했던 브로닌의 나라...

우리가 아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란 이런 이미지입니다.

그러나, 진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오랜시간 인종 차별과 맞서 싸우면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사람에 대한 차별이 없는 평등

국가를 만들어가고 있는 장엄한 역사와 부단한 노력,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은 아픔을 함께 담고있는 웅장하고 거룩한 나라입

니다.

Lonely Planet South Africa, Lesotho & Swaziland

- James Bainbridge 지음, Lonely Planet Publications 펴냄 (Paperback, 8th Edition)

두 말하면 잔소리!

여행자에게는 가장 유용한 필독서!

비록 영어의 압박이 강하지만.. 세세한 여행정보는 이 책을 따라갈만한 경쟁자가 없을 듯합니다.

(지난 2006년 여행길에도 이 책의 위력을 톡톡히 실감했답니다.^^)

남아공 원정길에도 요놈은 꼭 챙겨서 갈 생각입니다.

책 한권으로 사기 부담이 되신다면, Lonely Planet 사이트에서 자기가 원하는 부분만 PDF로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케냐, 탄자니아, 잠비아, 나미비아, 빅토리아 폭포 관련 부분은 PDF 파일로 골라서 구입했습니다.)

쫑! 감사합니다!

이번 월드컵 여행을 하면서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특히, 고고아프리카 카페의 도움은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여행전부터 여행후까지 많은 조언을 해 주신 카페지기 알맨님,

여행 내내 응원과 격려로 많은 힘을 주신 춤추는베니님, G피디님, 배한성님 감사합니다.

많은 고고인들이 제게는 큰 후원자처럼 든든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ㆍ 287

Page 292: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그리고, 낯선 아프리카 여행길에 따뜻하게 보살펴주셨던 해외 지키미님들!

나이로비의 빅마마님 & 마마또또님, 다르에스살람의 해미님, 빅폴의 바람순이님 & 규리아빠, 케이프타운의 암사자님 감사합

니다.

초행길이었지만 집처럼 따뜻하고 편안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288 ㆍ 여행을 마치고

Page 293: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색인

18기차와 버스로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15배낭 꾸리기

277부록1. 여행전 고래했던 루트들

280부록2. 나의 월드컵 연대기 (1982~2010)

284부록3. 아프리카에 관한 책들

1여행 둘러보기

5여행 루트 (케냐 to 남아공)

274여행을 마치고

10월드컵 여행을 위한 준비

147월드컵과 함께 남아공 한 바퀴

287쫑! 감사합니다!

0~9

342세-아빠-직장인, 민간인 족쟁이의 로망

215/16 프랑크푸르트, 쮜리히 찍고 나이로비

225/17 나이로비, 현지 적응훈련^^

275/18 나이로비 기차역 나들이

355/19 나이로비-몸바사, 뿅가는 기차랍니다

315/19 카렌 블릭센 박물관 & 커피 가든

385/20 기차가 선물하는 케냐 초원의 아침

435/20 바다가 있는 케냐, 몸바사

505/21 몸바사-다르, 버스가 사람잡겠네!

575/22 한.일.탄-3개국 친선 동네 축구대회

615/23 잔지바르, 그냥 눌러 앉아 살고 싶다!

715/24 잔지바르 Spice Tour

785/24 잔지바르 페리에서 바라보는 일몰

815/25 2박 3일을 달리는 타자라 열차

945/28 루사카-리빙스턴 찍고 빅폴까지

1035/29 쵸베 국립공원, 코끼리 똥꾸녕 100개!

1145/30 잠베지 강을 향해 번지 점프!

1165/31 짐바브웨쪽에서 본 빅폴의 장관

1616/10 Mossel Bay에서 와인의 향기에 취하고

1686/11 포트 엘리자베스 - 결전 하루 전!

1766/12 그리스를 2대0으로 납작 눌렀어요

1816/13 해변이 아름다운 포트 엘리자베스

1896/14 Addo Elephant National Park

1936/15 요렇게 럭셔리한 숙소는 어때요?

1966/16 요하네스버그 입성

2016/17 모든 것이 빗나간 조벅

2066/18 가족들을 한국으로 보내고...

1206/2 한국 여행자들과 조인! 나미비아로!

2106/20 드라켄스버그, 남아공의 히말라야?

2206/21 더반은 해운대 분위기군요!

2246/22 16강 진출! 더반 접수!

2286/24 남아공 국가 들어보셨나요?

2316/25 다시 찾은 포트 엘리자베스

2366/27 아쉽다! 포트 엘리자베스!

2426/29 우여곡절 끝에 블룸폰테인

2516/30 깔끔 안전한 블룸폰테인 둘러보기

1296/5 스와콥문트, 여기 아프리카 맞나요?

1406/6 월드컵의 나라, 드디어 남아공!

1496/8 희망봉에서 진짜 바다를 보았네!

1576/9 드디어, 월드컵 티켓을 내 손에!

1596/9 펭귄의 마을 - Simon's Town

2557/2 다시 조벅, 나의 마지막 경기

2627/4 SOWETO, 아픔과 희망이 공존하는 곳

Page 294: 케냐에서 남아공까지 민간족쟁이 종단기

§ 케냐부터 종단기

카페

고고 아프리카(중동)

http://cafe.naver.com/gotoafrica

감수

알맨(hunkyu77)

참여저자

민간인 족쟁이(00mymy)

발행일

2012.01.07 14:46:26

No. book74717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복제와 전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