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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치 l 133 대외 공개 활동을 시작한 태 공사는 12월 23일 국회 정보위 원회에 출석해 자신의 망명 경위와 김정은 통치 체제에서 북 한 주민의 실상 등을 언급했다. 12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일부 출입기자단과의 기자간담회에서 태 공사는 “김정 은(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있는 한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며 “1조 달러, 10조 달러를 준다고 해도 북한은 핵무기 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북한인권법 발효와 북한인권기록센터 출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인 북한인권법이 9월 4 일 발효됐다. 북한인권법은 2005년 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후 여야 간 견해차로 번번이 입법이 무산되다 2016년 3월 11년 만에 국 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북한인권기록센터를 통해 북한 당국에 의해 자행되는 인권범죄를 체계적으로 기록해 처벌 근거로 삼 고, 북한인권재단을 통해 북한 주민 인권 증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북한인권법 발효 이후 북한인권 실태조사를 위한 북한인권 기록센터는 9월 28일 출범했으나, 민간 북한인권 단체 지원 등 의 역할을 하는 북한인권재단은 야당의 재단 이사 추천 지연 으로 2016년 말까지도 출범하지 못했다. 탈북민 3만 명 돌파와 사회통합형 탈북민 지원대책 발표 국내에 들어온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이 11월 11일 기준으로 3 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 입국 탈북민은 2007년 2월 1만 명, 2010년 11월 2만 명 을 돌파했으며, 이후 6년 만에 3만 명을 넘어섰다. 2016년 말 기준 탈북민은 3만212명이다. 통일부는 탈북민 3만 명 돌파를 계기로 ‘사회통합형’ 탈북 민 지원대책을 11월 27일 발표했다.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 단체, 공공기관 내 탈북민 일자리를 발굴하기로 했다. 특히 중 앙행정기관이 지자체를 평가할 때 인사부문 등에 탈북민 고용 지표를 반영키로 했다. 또 민간기업에 탈북민 채용을 권고하는 등 단계적으로 탈북민 일자리를 확대하기로 했다. 탈북민 생활안정과 자립역량 강화를 위해 현재 1인 기준 각 각 700만원, 1천300만원인 정착금과 주거지원금을 임금 및 물 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현실화하기로 했다. 정착금 은 2013년, 주거지원금은 2007년에 각각 지금 수준으로 인상된 이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나, 월 최저임금은 2013년 109만8 천360원에서 2016년 136만2천780만원으로 25% 상승했다. 12 · 2 대북 독자제재 발표 정부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12월 2일 대북 독자제 재를 발표했다. 12·2 대북 독자제재에 따라 개인 36명(북한 32명, 중국 4 명), 기관·단체 35개(북한 34개, 중국 1개)가 금융제재 대상 에 추가됐다. 이번 조치로 우리 정부의 독자 제재대상은 34 개·43명에서 69개·79명으로 확대됐다 개인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최측근 인사인 황 병서, 최룡해를 비롯해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박영식 인민 무력상, 윤정린 호위사령관, 최영호 항공·반항공사령관, 김명 식 해군사령관, 박정천 인민군 화력지휘국장, 김기남 당 부위 원장, 김정식·정승일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 왕창옥 원자력공 업상, 노광철 제2경제위 위원장 등 북한 정권을 떠받치는 당· 정·군 핵심 지도부 인사들이 총망라됐다. 외 교 개 요 2016년 한국 외교는 북한의 2차례 핵실험과 24차례에 걸친 각종 탄도 미사일 발사에 따른 중대 안보 위협,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를 둘러싼 한·중 갈등, 위안부 합의 이행을 둘러싼 한·일 관계의 격동 등 외부 요인과 탄핵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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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정 치 - 연합뉴스cdnvod.yonhapnews.co.kr/yonhapnewsvod/public/yearbook/... · 2018-05-08 · 정 치 l 135 한 · 미 관계 한·미 관계는 한·미 동맹과 한·미·일

정 치 l 133

대외 공개 활동을 시작한 태 공사는 12월 23일 국회 정보위

원회에 출석해 자신의 망명 경위와 김정은 통치 체제에서 북

한 주민의 실상 등을 언급했다. 12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일부 출입기자단과의 기자간담회에서 태 공사는 “김정

은(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있는 한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며 “1조 달러, 10조 달러를 준다고 해도 북한은 핵무기

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북한인권법 발효와 북한인권기록센터 출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인 북한인권법이 9월 4

일 발효됐다.

북한인권법은 2005년 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후 여야

간 견해차로 번번이 입법이 무산되다 2016년 3월 11년 만에 국

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북한인권기록센터를 통해 북한 당국에

의해 자행되는 인권범죄를 체계적으로 기록해 처벌 근거로 삼

고, 북한인권재단을 통해 북한 주민 인권 증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북한인권법 발효 이후 북한인권 실태조사를 위한 북한인권

기록센터는 9월 28일 출범했으나, 민간 북한인권 단체 지원 등

의 역할을 하는 북한인권재단은 야당의 재단 이사 추천 지연

으로 2016년 말까지도 출범하지 못했다.

■ 탈북민 3만 명 돌파와 사회통합형 탈북민 지원대책 발표

국내에 들어온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이 11월 11일 기준으로 3

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 입국 탈북민은 2007년 2월 1만 명, 2010년 11월 2만 명

을 돌파했으며, 이후 6년 만에 3만 명을 넘어섰다. 2016년 말

기준 탈북민은 3만212명이다.

통일부는 탈북민 3만 명 돌파를 계기로 ‘사회통합형’ 탈북

민 지원대책을 11월 27일 발표했다.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

단체, 공공기관 내 탈북민 일자리를 발굴하기로 했다. 특히 중

앙행정기관이 지자체를 평가할 때 인사부문 등에 탈북민 고용

지표를 반영키로 했다. 또 민간기업에 탈북민 채용을 권고하는

등 단계적으로 탈북민 일자리를 확대하기로 했다.

탈북민 생활안정과 자립역량 강화를 위해 현재 1인 기준 각

각 700만원, 1천300만원인 정착금과 주거지원금을 임금 및 물

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현실화하기로 했다. 정착금

은 2013년, 주거지원금은 2007년에 각각 지금 수준으로 인상된

이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나, 월 최저임금은 2013년 109만8

천360원에서 2016년 136만2천780만원으로 25% 상승했다.

■ 12 · 2 대북 독자제재 발표

정부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12월 2일 대북 독자제

재를 발표했다.

12·2 대북 독자제재에 따라 개인 36명(북한 32명, 중국 4

명), 기관·단체 35개(북한 34개, 중국 1개)가 금융제재 대상

에 추가됐다. 이번 조치로 우리 정부의 독자 제재대상은 34

개·43명에서 69개·79명으로 확대됐다

개인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최측근 인사인 황

병서, 최룡해를 비롯해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박영식 인민

무력상, 윤정린 호위사령관, 최영호 항공·반항공사령관, 김명

식 해군사령관, 박정천 인민군 화력지휘국장, 김기남 당 부위

원장, 김정식·정승일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 왕창옥 원자력공

업상, 노광철 제2경제위 위원장 등 북한 정권을 떠받치는 당·

정·군 핵심 지도부 인사들이 총망라됐다.

외 교

■ 개 요

2016년 한국 외교는 북한의 2차례 핵실험과 24차례에 걸친

각종 탄도 미사일 발사에 따른 중대 안보 위협,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를 둘러싼 한·중 갈등, 위안부 합의

이행을 둘러싼 한·일 관계의 격동 등 외부 요인과 탄핵 국면

Page 2: 정 치 - 연합뉴스cdnvod.yonhapnews.co.kr/yonhapnewsvod/public/yearbook/... · 2018-05-08 · 정 치 l 135 한 · 미 관계 한·미 관계는 한·미 동맹과 한·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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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입에 따른 정상외교의 마비 등 내부 요인으로 격동의 한 해

를 보냈다.

1월 6일 벌어진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은 북한의 핵무기 실전

배치가 임박했음을 알린 중대 사건인 동시에 한국 외교의 방

향 전환을 초래한 사건이기도 했다.

2015년만 해도 한국 정부는 북한의 지뢰도발에 따른 위기

국면을 남북대화로 넘기면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

고,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활용해 북핵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

가고자 한·중 관계에 큰 공을 들였다.

그러나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안보위협을 크게 느낀 한국

정부는 한·미·일 중심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의 대

북 영향력 행사에 대한 기대를 접고, 대북 압박에 ‘다 걸기’하

는 쪽으로 외교·안보정책의 방향을 틀었다.

2월 7일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

서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호’를 발사하자 당일 정부는 주한미

군 사드 배치 문제를 미국과 공식 협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로부터 사흘 뒤인 2월 10일 정부는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으

로 숱한 고비에도 명맥을 이어온 개성공단의 가동을 전격 중

단시켰다. 사드 협의 결정과 개성공단 중단은 박근혜 정부 외

교정책의 중대 전환을 알린 일이었다.

북한이 9월 9일 단행한 제5차 핵실험은 정부의 대북 압박

기조와 사드 추진을 가속시켰다. 정부는 국제사회를 무대로 유

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인 2270호(3월 2일)에 이

은 2321호(11월 30일)의 도출을 주도했고 해외 북한 노동자 문

제를 포함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집요하게 제기했다.

7월 8일 사드 배치 결정을 공식 발표하고, 11월 23일 일본과

군사비밀정보공유협정(GSOMIA)을 체결함으로써 한·미·일

공조를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이 가해지면서

한·중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걷게 됐다.

일본과는 2015년 12월 28일의 위안부 합의를 통해 관계 개

선의 계기를 마련했다. 그 뒤 북한의 도발에 따른 안보 공조 필

요성이 커지면서 한동안 개선되는 쪽으로 나아가는 듯했다. 그

러나 12월 30일 시민단체가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을 설치한 데 일본이 강력 반발하면서 양국관계는 다시

위안부 합의 이전의 ‘빙하기’로 돌아갔다.

■ 대북 제재 · 압박 외교

정부는 2016년 한 해 외교부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대북 제

재·압박 외교를 폈다.

북한 4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 차원에서 3월 2일 채택된 안

보리 결의 2270호는 북한을 드나드는 모든 화물의 검색을 의

무화하고, 금지품목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항공기의 유

엔 회원국 영공 통과를 불허했다. 북한의 주요 외화수입원인

석탄·철·철광의 수출은 민생 목적을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금지했으며, 금·바나듐광·티타늄광·희토류의 수출도 전면

금지했다.

또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된 자산동결 조치를 취하면

서 처음으로 북한 정부와 노동당을 지정했다. 북한 은행이 유

엔 회원국 내에 지점·사무소를 새로 열지 못하도록 하는 동

시에 기존의 지점도 90일 안에 폐쇄하고 거래활동을 종료하도

록 했다. 마찬가지로 유엔 회원국의 금융기관이 북한에 지점·

사무소·은행계좌를 개설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인도지원, 외

교관 활동 등을 제외하고는 90일 안에 WMD와 관련된 기존 사

무소와 계좌를 폐쇄하도록 했다. 로켓 연료를 포함한 대북 항

공유의 판매·공급도 금지했다.

북한의 제5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로 11월 30일 채택된 안

보리 결의 2321호는 북한 대외무역의 약 40%를 차지하는 것

으로 알려진 석탄 수출에 대해 연간 액수기준 4억 달러, 물량

기준 750만t으로 각각 한계를 설정함으로써 북한 재정에 상

당한 타격을 주는 내용을 담았다. 북한으로부터 수입할 수 없

는 광물에 은, 동, 아연, 니켈이 추가됐고 북한의 중요한 수입

원인 동상 등 조형물(statue) 해외 공급·판매·이전도 금지

했다.

두 건의 안보리 제재로 북한이 받은 경제적 타격은 연간 8

억∼9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정부는 추산했다. 이와 같은

결의가 채택되기까지 우리 정부는 외교력을 총동원하다시피

해가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윤병세 장관은 유엔 총회 등을 계기로 개최된 여러 나라와

의 양자회담 또는 다자회의에서 강력한 대북 제재·압박 필요

성을 강조했다.

▲ 윤병세 외교장관(왼쪽부터)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9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매리엇 이스트 사이드 호텔에서 회담을 갖고 북한의 도발에 강하게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윤 장관은 9월 2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행한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이 평화를 사랑하는 유엔의

회원국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재고해야 할 시점”이라며 북한

의 유엔 회원국 자격에 대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남

북한이 1991년 유엔에 동시 가입한 이후 우리 외교수장이 북

한의 회원국 자격을 국제회의에서 정식 언급한 것은 처음이

었다.

윤 장관은 또 “북한 지도자가 북한 주민에 대한 보호를 완

강히 거부하는 상황에서 북한 주민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 모

두의 공동 책임”이라며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해 더 이상 불처

벌이 허용돼서는 안 되며 이제는 행동을 취해야 할 때”라고 밝

혔다. 아울러 “북한 당국에 의한 해외 강제노동 문제에 관심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해외 북한 근로자의 인권 및 북한

근로자 임금의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전용 가능

성에 대해 조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age 3: 정 치 - 연합뉴스cdnvod.yonhapnews.co.kr/yonhapnewsvod/public/yearbook/... · 2018-05-08 · 정 치 l 135 한 · 미 관계 한·미 관계는 한·미 동맹과 한·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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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 미 관계

한·미 관계는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통해 ‘북핵 파고’를 넘어선다는 정부의 전략에 따라 안보 및 대

북정책 관련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10월 19일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연석회의에서

양국 외교·국방부 고위급 인사가 참여하는 ‘확장억제 전략협

의체(EDSCG)’ 신설 등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국은

확장억제 전략협의체를 통해 확장억제와 관련된 정책 이슈들

에 대해 긴밀하게 협력키로 했다. 양국 장관들은 한·미 상호

방위조약에 기반을 둔 굳건한 연합방위태세 및 상호안보 증진

을 통해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상호 간의 공약을 재확인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과 존 케리 국무장관은 핵우산, 재

래식 타격능력,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한 확장억제를 한국에 제공한다는 미국의 굳은 공

약을 재강조했다. 카터 장관과 케리 장관은 미국 또는 동맹국

에 대한 그 어떤 공격도 격퇴될 것이며, 그 어떤 핵무기 사용의

경우에도 효과적이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미국의 오랜 정책을 재확인했다.

또 11월 9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대

통령 당선인은 11월 10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과 10여 분간 전화

통화를 하고 공고한 한·미 동맹 및 한국방위 공약을 재확인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굳건하

고 강력한 방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흔들리지 않고 한국

과 미국의 안보를 위해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당선을 축하하고 한·미

동맹 관계는 지난 60여 년간 도전에 함께 맞서며 신뢰를 쌓아

왔고, 아태지역 평화ㆍ번영의 초석이 돼왔다”며 “앞으로도 공

동의 이익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 있어서 동맹관계를 강화 발

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고 트럼프 당선인은 “100%

동의한다”고 답했다.

■ 한 · 중 관계

한·중 관계는 한국 정부의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로 내

내 삐걱댔다.

1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서

“안보·국익에 따라 사드 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2월 11

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뮌헨안보회의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사드 배치 논의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고 같은 달 15

일 중국 외교부가 사드 배치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히며 계

획 철회를 요구했다.

7월 8일 한·미가 사드 배치 결정을 공식 발표하자, 중국 당

국은 한국인을 상대로 상용 복수비자 관련 업무를 해오던 중

국 대행업체에 대해 자격취소 조치를 취하고, 8월부터 한류 관

련 문화 행사들을 잇달아 취소하는 ‘한류 제한령’을 가동했다.

성주 골프장 부지를 사드 부지로 제공키로 한 롯데에 세무조

사도 실시했다.

9월 5일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

상회의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이

에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얽힌 갈등은 풀리지 않았다.

▲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월 5일 오전(현지시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사드는 오직 북핵과 미사일 대응 수단으로 배

치돼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제3국의 안보 이익을 침해할 이유

도, 필요도 없다. 더욱이 북핵·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면 (사드

는) 더 이상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미·중

간 소통을 통해서도 건설적이고 포괄적인 논의를 해나가기를

기대한다”며 “양국이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전략적 소

통과 대화를 강화함으로써 양국 관계가 구동존이를 넘어 구동

화이를 지향하여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김구 선생님 아들인 김신 장군님께서

1996년에 항저우 저장성 옆에 있는 하이옌 도시를 방문했을

때 ‘음수사원(飮水思源) 한중우의’라는 글자를 남겼다”고 말해

한·일 접근 및 한·미·일 공조에 대한 우려와 견제, 사드 철

회를 통한 한·중 밀월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 등을 담은 메시

지로 풀이됐다. 그러면서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반도

평화 안정 수호에 대한 입장은 확고하다”며 “중국이 안보리

결의를 계속 완전하고 엄격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재확인

했다.

두 정상은 ▲다양한 전략적 소통체계 심화발전 ▲한·중 자

유무역협정(FTA) 활용 ▲산업협력단지 투자협력 기금 조성 ▲

제3국 공동진출 ▲인문 유대 강화 및 인적교류 증진 등에 의견

을 같이했다.

■ 한 · 일 관계

한·일 관계는 2015년 12월 28일 이루어진 위안부 합의의

이행으로 순항하는 듯했다.

양국 합의에 따라 7월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치

유 재단’ 발족에 이어 일본이 송금한 재단 출연금으로 생존 피

해자들에 대한 현금 지원 사업(생존 피해자 1인당 1억원, 사망

자 1인당<유족 대리 수령> 2천만원)을 10월부터 진행했다.

그러나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동의를 구하

는 절차가 충분치 못했던 탓인지 합의는 한국 내에서 환영받

지 못했다.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정부 예산으로 피해자 구제

에 나선 것은 분명 진전된 성과였지만 ‘법적 책임’을 인정하라

는 피해자들의 요구에 못 미쳤고 아베 총리가 10월 3일, 사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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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를 편지로 써서 피해자들에게 전달할 용의가 “텉끝만큼도

없다”고 밝히면서 사죄의 진정성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런 와중에도 한국 정부는 대일 비판을 극도로 자제하며

한·일 관계의 개선 흐름을 이어가려 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뒤였지만 여론의 반대가 컸던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

협정을 추진한 것이 대표적인 예였다.

9월 7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33분간 열린 한·일 정상회담

에서는 합의와 갈등 국면이 모두 나타났다.

양국 정상은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을 포함해 북핵·미사

일 도발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이

더욱 긴밀히 공조해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한·일·

중 3국 정상회의 개최, 핵비확산 등 글로벌 이슈, 유엔 등 지역

및 국제무대에서의 협력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서울 일본대사관 앞 소녀

상 이전을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화해·치유 재단 사업을 통

해 피해자분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가 하

루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협력해 나가자”며 이

를 받아 넘겼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 측의 회담 결과 발표 때 소개되지 않았

다가 추후 일본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일본은 화해·치유 재

단 출연금 10억 엔 거출로 한·일 합의 이행 책임이 한국 측으

로 넘어갔다는 듯 소녀상 문제에 집착했다.

12월 30일 부산의 시민단체가 부산 동구청의 묵인 아래 부

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설치하고 그에 일본 측이 강

하게 반발함으로써 한·일 관계의 개선 흐름은 꺾이고 말았다.

■ 한 · 러 관계와 대 중견국 외교

한국-러시아 관계는 역시 사드 배치 문제로 껄끄러웠지만,

팽팽히 대치한 한·중 관계만큼 심각하지는 않았다.

9월 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동

방경제포럼(EEF)을 계기로 이뤄진 한·러 정상회담에서 박근

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핵 불용’의

기조를 확인하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 해소를 위한 전략적

소통을 강화키로 했다.

박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러 협

력을 더욱 확대해나가기 위해서는 이 지역의 큰 안보 위협인

북핵·미사일 문제를 시급히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

핵·북한 문제 해결에 있어 푸틴 대통령과의 전략적 소통을

더욱 강화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도 회견에서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한반도 정세

를 비롯한 중요한 국제 현안을 심도있게 논의했다”며 “우리 두

나라는 평양의 자칭 핵보유 지위를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는 한반도 핵문제가 동북아에서의 전반적인 군사·

정치의(긴장) 완화 틀 내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본다”며 “군사

대립 수준을 저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주도로 2013년 설립된 중견 5개국(한국, 멕시코, 인도

네시아, 터키, 호주) 협의체인 믹타(MIKTA)는 9월 22일 뉴욕에

서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해 북한의 도발에 대한 경

고 메시지를 내는 등 자리를 잡아갔다.

또 오바마 행정부가 드라이브를 건 미국과 쿠바

의 국교정상화 바람을 타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6월 4∼5일 한국 외교장관으로는 처음 쿠바를 방문

해 6월 5일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과 75

분간 회담했다. 두 장관은 양자 문제, 글로벌 협력,

인사(교류) 문제를 포함한 양국 간 관심사에 대해

얘기를 나눴고 우리 측은 수교 의사를 전달했다.

■ 최순실 게이트로 정상외교 중단

최순실 게이트로 한국 외교는 정상 외교의 중단

사태를 맞았다.

11월 19∼20일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

협력체(APEC) 정상회의에는 박근혜 대통령 대신

황교안 총리가 참석했고, 연내 일본에서 개최 예정

이었던 한·일·중 3국 정상회의는 연기됐다. 중

국이 참석 의사를 분명히 밝히지 않은 이유도 있지

만, 한국의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박 대통령이 참

석할 수 없는 상황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

가가 나왔다.

한편, 칠레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며 공공

외교를 담당한 박모 참사관(파면)이 9월, 14세 안팎

의 현지 여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성추행

을 한 혐의가 드러나 큰 파문을 일으켰다. 박 참사

관은 파면 및 형사고발 처분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