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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철학에서 과거와 미래의 변증법 김 옥 경 . 서론: 헤겔과 반헤겔주의 . 대논리학에 나타난 자기동일성 개념과 헤겔철학의 과거성 . 대논리학에 나타난 차이 개념과 헤겔철학의 미래성 . 헤겔의 방법 개념에 나타난 과거와 미래의 변증법 . 결론 요약문 헤겔 이후의 철학들은 헤겔철학의 영향 속에 있으면서도 모두 반 헤겔주의를 표방한다 . 헤겔주의에 입각한 철학자들의 근본 의도는 어떤 지평에 서 있든지 헤겔철학과 결별을 선언하면서 비 변증법 , 목적론 , 절대적 / 완결적 , 관념론적 체계를 지향한다 . 그런데 언급한 이 특성들을 잘 살펴보면 반 헤겔주의 철학들이 모두 완전히 화해되지 않는 열린 체계를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열린 체계를 지향한다는 것은 결국 하나의 철학 체계가 더 이상 완결된 과 거성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에 열린 사유 가능성을 추구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 헤겔 철학 체계의 완결성이 자주 헤겔 철학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으로 제기 되는 이유는 헤겔 철학이 절대자의 자기전개와 자기기술을 근본과제로 설정하고 또한 현실의 완성 이후에 현실에 대한 기술 또는 해석 , 다시 말해 과거성에 머무 르는 사유체계로만 기능하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 헤겔의 절대 주체성의 철학은 절대자의 자기전개를 통해 자신으로 다시 회귀하 는 변증법적인 운동을 통해 설명된다 . 헤겔의 절대자의 운동은 자기회귀를 통해 자기동일성을 유지하고 또한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는 과거성을 지닌다 . 이러한 관 점에서 볼 때 반 헤겔주의 철학들이 비판하는 헤겔철학의 과거성과 폐쇄성은 일 면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 내면으로 향하는 회귀적인 운동 은 항상 자신에게 내재적인 차이를 정립해 나가는 전진적인 운동이며 , 이 운동은 또한 인간에 의해 이루어지는 미래에 열린 역사적 운동과 결부되어 있다 . 자유이 념이라는 목적을 향해 운동해 나감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역사성은 열린 지평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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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철학에서 과거와 미래의 변증법

김 옥 경

Ⅰ. 서론: 헤겔과 반-헤겔주의

Ⅱ. �대논리학�에 나타난 자기동일성 개념과 헤겔철학의 과거성

Ⅲ. �대논리학�에 나타난 차이 개념과 헤겔철학의 미래성

Ⅳ. 헤겔의 방법 개념에 나타난 과거와 미래의 변증법

Ⅴ. 결론

요약문

헤겔 이후의 철학들은 헤겔철학의 영향 속에 있으면서도 모두 반-헤겔주의를

표방한다. 반-헤겔주의에 입각한 철학자들의 근본 의도는 어떤 지평에 서 있든지

헤겔철학과 결별을 선언하면서 비-변증법, 비-목적론, 비-절대적/ 완결적, 비-

관념론적 체계를 지향한다. 그런데 언급한 이 특성들을 잘 살펴보면 반-헤겔주의

철학들이 모두 완전히 화해되지 않는 열린 체계를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열린 체계를 지향한다는 것은 결국 하나의 철학 체계가 더 이상 완결된 과

거성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에 열린 사유 가능성을 추구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헤겔 철학 체계의 완결성이 자주 헤겔 철학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으로 제기

되는 이유는 헤겔 철학이 절대자의 자기전개와 자기기술을 근본과제로 설정하고

또한 현실의 완성 이후에 현실에 대한 기술 또는 해석, 다시 말해 과거성에 머무

르는 사유체계로만 기능하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헤겔의 절대 주체성의 철학은 절대자의 자기전개를 통해 자신으로 다시 회귀하

는 변증법적인 운동을 통해 설명된다. 헤겔의 절대자의 운동은 자기회귀를 통해

자기동일성을 유지하고 또한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는 과거성을 지닌다. 이러한 관

점에서 볼 때 반-헤겔주의 철학들이 비판하는 헤겔철학의 과거성과 폐쇄성은 일

면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 내면으로 향하는 회귀적인 운동

은 항상 자신에게 내재적인 차이를 정립해 나가는 전진적인 운동이며, 이 운동은

또한 인간에 의해 이루어지는 미래에 열린 역사적 운동과 결부되어 있다. 자유이

념이라는 목적을 향해 운동해 나감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역사성은 열린 지평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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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제1부 헤겔 논리학

가능성 위해 존립한다. 그렇기 때문에 헤겔에게서 과거를 향하는 운동은 미래를

향하는 운동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다.

● 검색어: 동일성, 차이, 반성, 모순, 힘, 개념, 방법, 역사

Ⅰ. 서론: 헤겔과 반-헤겔주의

「헤겔과 실존주의」라는 글에서 메를로 퐁티는 현대 철학 사조와 헤겔철학의 관계

를 논하면서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지난 세기의 모든 위대한 철학적 사상들은-마

르크스, 니체, 현상학, 독일 실존주의와 정신분석-그 시원을 헤겔에서 취한다; 헤

겔은 비이성적인 것을 탐구하고 또한 이를 확장된 이성 (expanded reason)으로 통

합하려고 처음 시도한 철학자이며, 이 확장된 이성은 우리 시대의 과제로 남아 있

다.”1) 이 인용문에서 보여진 바와 마찬가지로 메를로-퐁티는 헤겔 이후 많은 근/

현대의 철학은 헤겔철학의 영향 하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메를

로-퐁티는 이어서 헤겔철학의 영향을 받은 이 철학들이 대부분 헤겔철학에 빚지

고 있다는 사실보다는 헤겔에서 물려받은 유산에서 자신들이 거부하고 있는 점들

을 더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인다.2)

메를로 퐁티의 지적처럼 헤겔 이후의 많은 철학들이 헤겔 사유의 영향 하에 있

지만 어떠한 철학적 사유를 전개하든지 역설적으로 거의 모두 반-헤겔주의를 표

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 몇 사례를 살펴보면 헤겔의 이념적인 정신의

변증법을 모순에 기초한 실재적 유물 변증법의 관점으로 대체하고 하는 청년 헤

겔주의자들의 시도는 반-헤겔주의의 시작을 알리는 징표이다. 또한 현대철학을

열어주는 니체 철학도 반-헤겔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니체철학을 통해 자신의 철

학을 확립한 들뢰즈는 니체철학에 관해 서술하면서 끊임없이 자기를 생성하고 영

원히 회귀하는 니체의 주체 개념은 헤겔철학의 핵심개념인 ‘지양’과 ‘화해’를 거부

하는 비-변증법적이고 비-목적론적인 사유, 즉 반-헤겔주의적인 관점에서 접근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3) 키에르케고르는 실존의 단계를 설명하면서 헤겔의 절대

지평 속에서 확립되는 보편적 인간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구체적인 개별자, 즉 단

독자의 실존과 자유를 구해내기 위하여 헤겔의 절대자의 변증법을 자신의 개별자

의 비-체계적 변증법으로 발전시킨다.4)

1) M. Merleau - Ponty, “Hegel’s Existentialism”, in: G. W. F. Hegel. Critical Assessments,

edited by R. Stern, (London: Routledge, 1993), 426.

2) 참조. 같은 곳.

3) 참조. 질 들뢰즈, �니체와 철학�, 이경신 역, (서울: 민음사, 1998), 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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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철학에서 과거와 미래의 변증법|김옥경 39

니체와는 달리 현상학적 지평에서 현대철학의 이론적인 토대를 마련해 주는 하

이데거는 자신의 현존재의 철학을 확립하기 위해 두 방향에서의 극복 대상을 갖

는다. 하나는 현상학의 창시자인 후설의 선험적 의식 철학이고 다른 하나는 헤겔

철학이다.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자신의 존재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핵심

적인 시간 개념을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헤겔은 “시간”과 “정신”

의 연관을 규정하려고 시도하며, 거기에서부터 왜 정신이 역사로서 “시간 안으로”

떨어져 들어오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려고 한다. 현존재의 시간성과 거기에

세계시간이 속한다는 앞의 우리의 해석은 결과에서 헤겔과 일치하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여기의 이 시간분석이 근본적으로 이미 단초에서 헤겔과 구별되고 그 목

표, 다시 말해서 기초존재론적 의도에서 그와 정반대되게 방향잡고 있기 때문에,

시간과 정신의 관련에 대한 헤겔의 견해를 간략하게 서술하는 것이 현존재의 시

간성, 세계시간, 통속적 시간개념의 근원 등에 대한 실존론적-존재론적 해석을 간

접적으로 명확하게 하고 잠정적으로 마무리짓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5) 이처럼 하이데거는 헤겔의 시간성/역사성 개념과 정반대되는 방향에서 자신의

시간성 또는 역사성 개념을 해명하려고 시도한다. 더 나아가 헤겔의 즉자/대자 개

념을 자신의 초기 철학의 중심 용어로 차용한 사르트르 역시�존재와 무�에서 유

한한 실존의 운동에서는 완벽한 화해와 지양으로 이르는 즉자-대자의 단계가 없

으며, 즉자를 무화시키고 대자화시키는 실존의 비목적론적이고 비완결적인 자유의

운동만이 있을 뿐임을 강조하면서 헤겔의 영향 속에서 반-헤겔주의를 표방한다.

헤겔의 주체 개념과 욕망 개념에 많은 영향을 받은 라캉 또한 헤겔에서와는 달리

자신의 주체 개념을 화해되지 못하고 통합될 수 없는 분열된 주체 혹은 탈중심성

에 기초한 주체 개념으로 확립한다.6)

상술된 반-헤겔주의에 입각한 철학자들의 근본 의도는 어떤 지평에 서 있든지

헤겔철학과의 결별을 선언하면서 비-변증법, 비-목적론, 비-절대적/ 완결적, 비-

관념론적 체계를 지향한다. 언급한 이 특성들을 잘 살펴보면 반-헤겔주의 철학들

이 모두 완전히 화해되지 않는 열린 체계를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열린 체계를 지향한다는 것은 결국 하나의 철학 체계가 더 이상 완결된

4) 참조. F. 짐머만, �실존철학�, 이기상 역, (서울: 서광사, 1987), 84쪽.

5) M. Heidegger, �존재와 시간�, 이기상 역, (서울: 까치글방, 1998), 528쪽.

6) 참조. 슬라보에 지젝, �부정적인 것과 함께 머물기�, 이성민 역, (서울: 도서출판 b,

2007), 59-61쪽. 들뢰즈는 구조주의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구조주의의 실

천은 공존의 공간에 분배된 변별적 특성들에 기초한다. 현대 소설은 가장 추상적인 성

찰뿐 아니라 실제적인 기법에서까지 차이와 반복의 주위를 맴돈다. 모든 영역에서 반복

의 고유한 역량이 발견되고 있으며, 또한 이는 무의식, 언어, 예술의 힘으로서 나타난

다. 이 모든 조짐들은 반-헤겔주의로 집약될 수 있다.”, 들뢰즈, �차이와 반복�, 김상환

역, (서울: 민음사, 200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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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제1부 헤겔 논리학

과거성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에 열린 사유 가능성을 추구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헤겔 철학 체계의 완결성이 자주 헤겔 철학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으로 제기

되는 이유는 헤겔 철학이 현실의 완성 이후에 현실에 대한 기술 또는 해석을 지

향함으로써 미래보다는 과거성에 머무르는 사유체계로만 기능하고 있다고 여겨지

기 때문이다. 세계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변혁하는 것을 철학의 과제로 삼고 있

는 마르크스의 명제는 이와 같은 헤겔 철학의 과거성에 대한 비판을 암시하는 것

이며, 마르크스의 철학적 사유를 계승하여 희망의 철학을 추구하는 블로흐도 다음

과 같이 말한다: “지금까지 철학자들은 궁극적으로 말해서 변증법적이고 개방적인

에로스에 대한 플라톤의 ‘재기억’(anamnesis)의 덮개를 계속 끊임없이 사용해 왔음

이 틀림없다. 헤겔을 포함한 지금까지의 철학은 ‘최전선’과 ‘새로운 무엇’의 진지

한 특성으로부터 변증법적이고 개방적인 요소를 완전히 차단시키고, 이를 사변적

이고 낡은 방법으로 폐쇄시켰다. 이러한 방법으로 앞으로 향하려는 시각은 중지되

고, 기억은 희망의 끈을 느슨하게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7) 블로흐의 지적처럼 헤

겔철학은 ‘기억’(anamnesis)에 의존하는 과거성의 철학 혹은 동일성의 철학으로 자

주 해석되어 왔다. 이러한 해석에 의거해 볼 때 헤겔의 철학은 회색에 회색을 덧

칠하는 과거성을 지향하는 사상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과거성에 머물고 있는 헤겔

철학에서 새로움과 희망은 어떠한 자리도 부여받지 못하는 듯하다.

이러한 반-헤겔주의 철학자들의 문제제기에 직면하여 우리는 헤겔의 철학체계

의 근본 구조에 관해 고찰하면서 헤겔철학이 서양 철학사에서 갖고 있는 위상과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반성해 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따라서 이 글은 헤

겔 �대논리학�에서 헤겔철학의 과거성을 보여주고 있는 동일성 개념과 미래성을

보여주고 있는 차이 개념 그리고 과거와 미래의 공속성을 보여주는 절대 이념에

서의 ‘방법’(Methode) 개념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대논리학�에서 확립된 절대자

의 자기전개가 어떻게 역사적 이성과 관련 맺고 있는지를 고찰해보면서 헤겔철학

이 지닌 과거성과 미래성의 의미를 반추해 보고자 한다.

Ⅱ. �대논리학�에 나타난 자기동일성 개념과 헤겔철학의 과거성

서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헤겔철학은 많은 경우 현대 철학자들에 의해 절대

동일성의 철학에 입각한 과거성의 철학 또는 폐쇄적인 절대성의 철학으로 이(오)

해되었다. 그 이유는 ‘절대자의 고유한 [자기]현시’(die eigene Auslegung des

Absoluten)8) 또는 자기전개(Selbstentwicklung)와 자기 복귀를 근본 과제로 설정한

7) E. Bloch, �희망의 원리�, 박설호 역, (서울: 열린책들, 2004), 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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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철학에서 과거와 미래의 변증법|김옥경 41

헤겔철학이 자기 자신 외에 어떤 것도 전제하지 않는 절대자의 폐쇄적이고 완결

된 자기동일성의 철학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해석들이 과

연 정당한지를 검증해 보기 위해 우리는 먼저 헤겔철학을 과거성의 철학으로 해

석하도록 이끄는 절대자의 자기 동일성과 자기 복귀 개념을 살펴보고자 한다.

�정신현상학�이 출간된 1806년 이후에 헤겔은 실체 혹은 동일성을 강조하는 셸

링 철학과 결별하면서 절대 부정성에 입각한 주체성의 철학을 확립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헤겔은 절대 부정성에 기초한 주체성 철학의 기본 구조를 자

신의 주저인�대논리학�을 통해서 해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이전 형이상학의 존

재 개념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대논리학�의 마지막 부분인 ‘개념론’에서 자신의

고유한 절대 주체성의 철학을 확립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대논리학�은 헤

겔의 고유한 형이상학을 이해하게 해 주는 결정적인 저서로 간주될 수 있다. �대

논리학�의 근본과제는 절대자의 자기기술을 규명하는 데 있다. 헤겔에 따르면 절

대자의 자기기술은 �대논리학�의 마지막 부분인 ‘절대 이념’에서 완성된다. 그리고

‘절대 이념’은 논리적’(logisch)인 것이며 순수한 사유 안에 포괄되어 있고, 따라서

�대논리학�은 ‘신적 개념의 학’(die Wissenschaft des göttlichen Begriffs)이라고 말

한다.9) 또한 다른 곳에서 �대논리학�은 ‘논리적인 학’(die logische Wissenschaft)

또는 ‘절대적 형식의 학’(die Wissenschaft der absoluten Form)으로10) 규정된다. 달

리 말해 �대논리학�은 어떤 것도 전제로 하지 않고 자신 안에 모든 것을 포괄하

는 절대자를 논리적이고 순수한 사유의 절대적 형식을 기술하는 학이다. 순수한

사유의 절대적 형식을 통한 절대자의 자기 기술이란 따라서 완결된 체계를 지향

하며 논리학 이후에 전개될 자연철학과 정신철학의 논리적이고 형식적이며 이론적

인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절대자의 완결된 체계는 달리 표현하면 모든 것을 절대

자의 자기 동일성 속에서 파악하려는 시도를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먼

저 절대자의 자기 동일성 개념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절대자의 자기기술이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대논리학�은 ‘학의

시원은 무엇으로 이루어져야만 하는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한다. 이 시원은 다름

아닌 ‘순수 존재’(reines Sein)이다. 절대자로 정의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 외에 어

떠한 원인이나 전제도 갖고 있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가장 첫

번째 개념이 다름 아닌 어떠한 전제도 갖지 않는 절대적인 출발점으로서의 순수

존재이다. 헤겔은 �대논리학�에서 절대자의 자기 기술을 ‘순수 존재’에서 시작하여

8) 참조. G. W. F. Hegel, Gesammelte Werke, Bd. 11, Wissenschaft der Logik (1812/1813), hrsg.

von F. Hogemann und W. Jaeschke (Düsseldorf: Felix Meiner Verlag, 1978), 370. (이하에서

는 GW로 약칭함)

9) GW. 12, 253.

10) GW.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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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제1부 헤겔 논리학

‘본질’과 ‘개념’으로 발전시켜나간다. 헤겔에 따르면 절대자의 첫 규정인 순수 존

재는 “자신의 무규정적인 직접성 속에서 오직 자기 자신과 동등한 것”11)이다. 다

시 말해 순수 존재는 자기 자신 이외에 어떠한 타자도 전제하지 않는 것으로서

‘자기 자신과의 동등성’으로만 이해될 수 있는 개념이다. 헤겔의 절대 주체성 철

학은 일차적으로 무전제적인 존재 혹은 구체적인 규정을 결여한 자기 동등성으로

서만 파악되는 자기 개념으로 시작한다. 헤겔은 순수 존재로 학의 시원을 마련함

으로써 칸트와 초기 피히테철학에 난제로 남아있던 유한과 무한의 이율배반적인

관계를 극복하고자 시도한다. 순수 존재란 모든 유한적 계기들을 자기 안에 포함

하는 절대적 일자로 이해된다.12) 그런데 헤겔은 자기 안에 포함하고 있는 계기들

과 절대자의 관계가 순수 존재의 개념을 통해서는 완전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자기동일적인 절대자에 포괄되어 있는 유한적 계기들이 어떻

게 절대자로부터 나와서 절대자의 차이성을 이루며 또한 이 차이성이 어떻게 절

대자의 자기동일성으로 다시 통합될 수 있는지가 순수 존재 개념에서는 잘 드러

나지 않는다.

‘존재론’에서 다루어지는 순수 존재 개념에서는 존재와 비존재 또는 동일성과

차이성이 교호적으로만 들어나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의 절대적 주체의 ‘자기’

운동의 모습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헤겔에 따르면 절대자의 동일성 개념과

차이 개념의 공속성은 �대논리학�의 ‘존재론’이 아닌 ‘본질론’에서 처음으로 구조

화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존재의 운동의 결과를 통해 얻어진 ‘본질’ 개념에서 비

로소 모든 것을 자신 안에 포괄하고 있는 ‘자기’(das Selbst)의 영역이 밝혀지기 때

문에 “본질[das Wesen]이 존재[das Sein]의 진리”13)로 이해된다. 헤겔은 존재의 진

리로서의 본질은 존재의 운동 배후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며 ‘직접적인 존재로부

터 상기된/내면화된 것’(erinnert)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같은 사실을 언어에서의

시칭을 사용하여 본질(Wesen)이 존재(Sein)의 과거분사인 “gewesen”에서 왔음을 보

여준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본질이 시간적으로 존재에 선행하는 것이 아

니라 논리적으로 선행한다는 점이다.14) 여기서 차이를 정립해나갔던 존재의 운동

은 본질의 자기동일성 또는 절대자의 자기 내면으로 복귀된다.

헤겔에게서 ‘본질’은 먼저 ‘지양된 존재’(das aufgehobene Sein) 또는 모든 것을

자기 속에 포괄하는 ‘자기와의 단순한 동등성’(einfache Gleichheit mit sich selbst)

11) GW. 11. 43.

12) 여기서 우리는 헤겔의 신플라톤주의적인 일자와 셸링을 통해 계승된 스피노자의 유

일실체 개념을 연관지을 수 있다. 참조. K. Düsing, �헤겔과 철학사�, 서정혁 역, (서

울: 동과서, 2003), 166쪽-188쪽; 211-232쪽.

13) GW. 11, 241.

14) 같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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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철학에서 과거와 미래의 변증법|김옥경 43

으로 지칭된다. 그런데 헤겔은 자기와 단순한 동등성으로서의 본질을 ‘자기 안에

머무르는 생성과 이행의 운동’, 즉 ‘반성’(Reflexion)이라고 규정한다. ‘반성’은 자기

자신을 대상화하고 타자화하여 자기 자신을 정립하며 동시에 정립된 것을 부정하

여 자기 자신에로 되돌아오는 자기운동을 말한다. 여기서 반성의 자기동일성 혹은

“직접성이 바로 운동 자체[die Bewegung selbst]”이다.15) 이 운동은 달리 표현하면

‘부정적인 것의 자기동등성’(die Gleichheit des Negativen mit sich selbst) 또는 ‘자

기를 부정하는 동등성’(die sich selbst negierende Gleichheit)이다. 자기 부정하는 운

동으로서 부정성 속에서 본질은 자기 자신으로 있으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이 아

니며 이 둘을 포괄하는 통일성 속에 있다.16)

자기 안에 머물면서 자기를 부정하는 본질의 운동은 다름 아닌 자기를 현상하

는 운동이다. 자기를 현상한다는 것은 헤겔에 따르면 “자기에게 드러나는 (in sich

scheint)”17) 운동 이며 자기 자신 안에 현상을 정립하는 운동이다. 이 본질의 운동

속에서 현상은 본질 자체의 외화이기 때문에 본질과 동일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본질의 타자이다. 이는 현상이 본질의 ‘자기내 반성’이면서 동시에 ‘타자내 반성’

이라는 표현으로 집약될 수 있다. 그런데 본질과 현상의 관계는 바로 본질의 ‘자

기관계’이다. 헤겔은 이 본질의 자기관계를 ‘동일성’ 개념으로 파악한다. 그리고

이러한 본질의 동일성은 “타자로부터 재건된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로부터 그리고

자기 안에서 비롯된 순수한 산출로서의 본질적인 동일성이다”18) 본질의 자기동일

성은 따라서 ‘자기와 관계하는 부정성’(die sich auf sich beziehende Negativität) 혹

은 ‘부정성의 자기동일성’으로 특징지어진다. 헤겔은 이러한 본질/반성의 운동이

‘무에서 무에로의 운동이며 또한 이 운동을 통해 자기에로 회귀하는 운동’19)이라

고 서술한다. 타자를 정립하는 것은 곧 자신을 정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질의 운

동은 자기로 회귀한다. 이 관점에서 자기를 정립하고 부정해 나가는 본질의 운동

이 ‘자기와의 단순한 동일성’으로 머물 수 있다.

부정성의 자기동일성으로서의 본질/반성은 자기를 외화하는 ‘힘’(Kraft)의 구조를

통해 보다 명확하게 설명될 수 있다. 힘은 사실상 그 자체로 모순적인 개념이다.

왜냐하면 힘의 본질적 특성은 유발하는 힘과 유발되는 힘의 이중성에 있기 때문

이다. 그런데 유발되는 힘은 외부로부터 가해진 힘을 통해 유발되는 것이지만 사

실상 외부로부터 가해진 힘은 바로 힘 자신이다. 헤겔은 “힘이 유발당한다고 하는

것은 오직 힘 자체의 작용, 행위”20)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로 향하는 힘

15) GW. 11, 250.

16) 참고. GW. 11, 250.

17) GW. 11, 249.

18) GW. 11, 260.

19) GW. 11,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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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1부 헤겔 논리학

과 내부로 회귀되는 이중적인 힘은 바로 힘 자체의 동일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힘

의 이중적 분열과 통일을 통해 본질과 현상의 동일성은 내면과 외면의 동일성이

산출된다. 헤겔은 이 두 계기들의 통일을 통해 본질의 세계와 현상의 세계의 통일

로 이해되는 무전제적인 절대자 개념이 드러난다고 말한다: “절대자의 단순하고

순수한 동일성은 무규정적이며, 이 동일성 속에서 본질과 실존 또는 존재와 본질

의 모든 규정성들은 용해된다.”21) 여기서 헤겔은 본질의 자기운동을 ‘절대자의 고

유한 [자기]해석/현시’(die eigene Auslegung des Absoluten) 또는 ‘자기 개

시’(Sich-selbst-Manifestieren)라고 규정하는데 자기현시 또는 자기개시는 달리 말하

면 ‘자기를 동등한 것으로 정립하는’ (die sich selbst gleichsetzende) 절대자의 운동

이다.22)

이 자기운동 속에서 절대자는 자기를 발견하는 자기 정립적 운동, 즉 자기 전개

를 실현한다. 엄밀한 의미에서 자기전개를 수행하는 절대자를 헤겔은 ‘개념’

(Begriff)이라고 규정하며 이 개념은 “자기자신과 구별되는 것들을 자기자신으로

관계하면서 자기자신으로 회귀하는 보편자”23)라고 말한다. 자기 전개 속에서 절대

자는 이제 논리학의 시원으로 간주되었던 존재와 존재의 진리로 드러났던 본질을

통일하여 ‘자기를 파악하는 개념’(der sich begreifende Begriff)이 된다. 절대자는 이

제 단지 자기를 현상하고 현시하는 실체의 운동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파악해가는 주체성의 운동 속에 있게 된다. 절대 주체성 개념이 완결되는 ‘절대

이념’을 헤겔은 주관적 이념과 객관적 이념의 통일, 즉 주관성과 객관성의 통일로

규정한다. 헤겔의 이론은 근본적으로 자기를 전개해 나가는 개념, 더 자세히 말해,

자기를 전개해 나가는 주체성의 이론인데,24) �대논리학� 개념론에서 바로 헤겔의

절대 주체성이론이 완성된다.

이상에서 우리는 헤겔 논리학의 근간을 이루는 절대자의 자기전개과정을 절대

자의 동일성 개념에 입각하여 고찰하였다. 절대자의 자기전개는 자기를 자신의 타

자로 정립하면서 이를 다시 부정하고 자신에로 회귀하는 과정이다. 자기 복귀를

통해 절대자는 자기 밖에 어떠한 것도 전제하지 않는 완결된 체계를 형성하게 된

다. 이러한 절대자의 자기동일성 구조 속에서 우리는 헤겔철학이 지닌 과거성의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본질과 개념의 운동 속에서 드러난 바와 마찬가지

로 이 동일성은 아직 실체의 차원에 머물고 있는 셸링적인 무차별적 동일성을 의

20) GW. 11, 363.

21) GW. 11, 370.

22) 참조. GW. 11, 375.

23) GW. 12, 35.

24) 참조. C. Iber, Subjektivität, Vernunft und ihre Kritik, (Frankfurt am Main: Suhrkamp

Verlag, 1999). 188.

Page 9: 020. 김옥경

헤겔철학에서 과거와 미래의 변증법|김옥경 45

미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운동의 동일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헤겔은 절

대자의 자기동일성을 강조하는 가운데서 절대자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차이를 동시

에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절대자의 동일성은 차이 개념을 필연적으로 동

반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운동으로서의 동일성이 만들어내는 차이를 살펴보고

자 한다.

Ⅲ. �대논리학�에 나타난 차이 개념과 헤겔철학의 미래성

위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존재와 본질의 운동을 통해 보여진 절대자의 자기정

립적 운동은 타자와의 통일로 이해되는 자기동일적 운동이다. 이 같은 자기동일성

개념에 입각해 헤겔은 셸링의 동일성 철학과 차별화하여 자기 동일적인 절대 주

체성의 본질이 절대 부정성 속에 있음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절대자의 자기동일

성은 동시에 차이 개념을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왜냐하면 절대 부정성으로서

의 절대자의 자기동일성은 자기 자신에게 자신의 차이/구별을 정립하는 부정성의

운동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헤겔에서 절대자의 자기동일성 개념은

다른 한편에서 ‘자기 내적 반발’(Abstossen von sich selbst), 더 자세히 말해 ‘직접

적으로 자기를 자기 자신에로 거두어들이는 [자기]반발’로 규정된다.25) 헤겔은 이

러한 동일성을 ‘자기와 동일한 구별’ (der mit sich identische Unterschied)라고 정의

한다: “구별은 전체이며 동시에 자신의 고유한 계기이다; 이는 마치 동일성이 전

체이면서 자신의 계기인 것과 마찬가지이다.”26) 이 개념을 통해 ‘자기’운동의 의

미가 구체화된다.

전장에서 자기 자신을 현상으로 정립하는 본질의 운동과 본질의 자기동일성 개

념이 고찰되었다. 현상하는 본질의 자기운동이란 자기를 부정하여 자신의 타자가

되고 또 다시 이를 부정하여 자신에게로 회귀하는 운동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자

기의 동일성을 회복하는 본질의 운동은 다른 한편에서는 자신과의 내적 충돌과

반발로 이해된다. 여기서 자기운동에서 드러나는 동일성은 ‘절대적 자기 구별’(das

absolute Sich-Unterscheiden)이며, 헤겔은 이 구별 일반이 이미 ‘모순 그 자체’(der

Widerspruch an sich)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자기를 부정하는 운동은 자신을 자신

의 타자로 정립하면서 다시 이를 부정하여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운동으로서 동

일성과 차이성을 동시에 안고 있는 모순의 운동이기 때문이다. 헤겔은 모든 생명

의 본질이 첨예한 대립과 모순에 있다고 강조한다.

25) 참조. GW. 11, 262.

26) GW. 11, 266.

Page 10: 020. 김옥경

46 제1부 헤겔 논리학

자기를 현상으로 정립하는 본질/반성은 현상을 자기와 동등한 것으로 정립함으

로써 자기 자신의 동일성을 확보하지만 동시에 현상을 자기와 구별되는 차이로

정립함으로써 자신의 동일성과 대립시킨다.27) 이 관점에서 헤겔은 반성을 ‘자기를

배제하는 반성’(die sich selbst ausschliessende Reflexion)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반성을 통해 정립된 현상은 한편에서 반성 자체와 동일적인 것으로 다른 한편에

서는 반성과 대립된 것으로 드러나며, 이 모두 반성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

에 반성은 자기를 배제하는 모순으로 이해된다. 배제하는 반성 속에서 자기와의

동등성을 의미하는 긍정적인 것과 차이를 의미하는 부정적인 것은 서로 독립적인

것으로 있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지양하여 자기 자신의 반대물로 이행하고 전환

된다. 여기서 동일성과 차이성의 두 계기들은 타자를 배제하고 독자적이고 자기동

일적인 것으로 남아 있지 못하고 타자와의 관계를 지닌 자기동일적인 것으로 규

정되기 때문에 파멸에 이르게 된다. 이 파멸을 통해 모순은 해소된다. 그런데 헤

겔은 모순의 해소 속에서 “대립이 단지 파멸되었을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근거로

되돌아간 것‘(nicht nur zu Grunde, sondern in seinen Grund zurückgegangen)28)이라

고 말한다. 이제 자신을 현상으로 정립하는 본질은 자신을 정립하는 근거(Grund)

로 이행한다. 따라서 본질과 현상의 관계는 근거와 근거지어진 것의 관계로 전환

된다.

이 점에서 주지되어야 할 사실은 모순의 해소가 모순이 완전히 제거된다는 것

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본질을 이루고 있던 동일성과 차이성이라는

모순적인 계기들이 단지 모순적인 관계를 통해 대립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

히려 서로 내적으로 관계하고 서로를 제약하는 관계로 이행한다. 근거로서의 본질

은 자기자신을 이제 근거지어진 것으로 정립한다. 따라서 본질은 근거와 근거지어

진 것의 관계가 되는데, 한편에서 근거지어진 것은 근거에 의해 정립되었기 때문

에 근거와의 동일성 속에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근거로 환원되지 않고 근거 자

체의 차이를 형성하면서 근거를 제약한다. 그렇기 때문에 헤겔은 근거로서의 본질

이 자기 자신을 배제한다고 말한다.29) 대립과 모순은 근거 속에 지양되고 보존되

어 있다. 이처럼 모순의 해소는 모순을 이루고 있는 대립자들이 서로 내적으로 제

27) 김상환은 차이철학을 추구하는 구조주의와 헤겔의 차이개념을 연결시켜 고찰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헤겔은 논리적인 엄밀성을 가하여 차이로부터 실체성이나 동일성을 설명한

철학자이다. 참조. 김상환, 「헤겔의 �정신현상학�출간 200주년 기념 학술대회 발표논문:

헤겔과 구조주의」, �헤겔연구�제 23호, 2008, 17쪽. 또한 강순전도 반-헤겔주의자인 들뢰

즈와 헤겔의 이론을 분석하면서 들뢰즈가 확립한 차이를 통한 존재의 정립이 이미 헤겔

에서 그 연원을 갖는다고 강조한다. 참조. 강순전, 「포스트구조주의의 헤겔변증법 비판에

대한 응답-들뢰즈의 헤겔 비판을 중심으로-」, �헤겔연구�제 16호, 2004, 32쪽.

28) GW. 11, 282.

29) 같은 곳.

Page 11: 020. 김옥경

헤겔철학에서 과거와 미래의 변증법|김옥경 47

약하는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헤겔에게서 [모순적인] 자기배제는 한편에서 타

자의 정립을 의미한다.30) 근거는 긍정적인 자기동일성이면서 동시에 부정성으로서

자기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자기를 규정하고 자신을 정립된 것으로 만들면

서 자기에게 차이를 생산하는 운동이다. 이 운동의 구조 역시 전장에서 분석된 힘

의 운동 속에서 잘 설명된다.

전장에서 살펴본 바와 마찬가지로 본질의 자기운동을 해명해 주는 힘은 발현하

고 발현되는 이중적 힘의 통일과 동일성으로 존립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힘의 동

일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힘은 역설적으로 다시 발현함으로써 자신을 이중적으로

분열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힘의 자기복귀는 다시 힘의 자기발현 또는 자기와의

절대적 차이로 있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헤겔은 힘을 ‘자기자신으로부터 반

발하는 모순’이라고 규정한다.31) 힘은 활동적인 것이며 ‘자기와 관계하는 부정적

통일’이다. 이는 이중화되는 힘의 자기동일성이 다름 아닌 차이를 끊임없이 만들

어내는 부정성의 자기동일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힘에서 드러나는

자기동일성은 차이를 무화시키는 자기동일성이 아니라 실체적인 지반을 동요시키

는 차이를 포괄하는 자기와의 부정적인 통일이다. 힘의 자기동일성은 유발하는 힘

과 유발되는 힘 또는 수동적 힘과 능동적 힘의 끊임없는 교호작용, 다시 말해 자

신의 타자로 이행해가는 운동을 통해서만 유지되는 동일성이다. 이 동일성은 실체

적인 동일성이 아니라 활동성(Aktus)으로서의 힘의 형식적인 동일성이다. 이 동일

성을 통해 본질과 현상의 부정적인 통일이 이루어지며 차이를 자기 자신으로부터

생산하여 자기 자신과 자신의 계기들과의 관계로 있게 되는 절대자가 드러나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절대자는 자신의 동일성을 이분화시켜 단순한 동일

성이 아닌 절대적 매개의 차원으로 이행한다.

헤겔은 이러한 절대자가 바로 주관성과 객관성의 통일로서의 개념 혹은 이념이

라고 말한다. 그런데 헤겔은 이러한 통일로서의 절대자의 자기동일성을 강조하면

서, 다른 한편에서는 모순에 대한 인식이 개념으로서의 주체성의 본질적인 계기라

고 강조한다.32) 모든 차이를 지양하여 절대적인 통일에 도달한 개념, 더 자세히

말해 절대 이념의 자기동일성 개념 속에 모순적인 요소는 완전히 사상되지 않고

보존된다. 여기서 우리는 왜 헤겔의 절대 주체성이 절대 부정성에 기초해 있는지

를 알 수 있다. 헤겔에게서 모순의 해소는 한편에서 절대자의 동일성에로의 회귀

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동일성에로의 회귀는 역설적으로 계기들을 자신의 차이로

확립해 나가는 것이기도 하다. 헤겔은 이러한 모순적인 두 방향의 운동을 변증법

30) 참조. H. Fink-Eitel, Dialektik und Sozialethik. Kommentierende Untersuchungen zu

Hegels Logik, (Meisenheim am Glan: Anton Hain Verlag, 1978), 134-135.

31) GW. 11, 361.

32) GW. 12, 246.

Page 12: 020. 김옥경

48 제1부 헤겔 논리학

적인 운동이라고 말한다. 이상의 분석을 통해 우리는 헤겔에게서 자기동일성이 부

정성의 자기동일성, 다시 말해 차이를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동일성임을 보았다. 이

처럼 절대자가 자기를 전개하는 운동은 한편에서 자기 자신에게로 회귀함으로써

동일성을 유지하고 자신의 과거로 회귀하는 운동이면서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자신의 내재적인 차이를 끊임없이 전진적으로 정립해나가는 미래를 향한 운동이기

도 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절대자의 자기동일성은 과거로 회귀하면서 동시

에 미래로 기투해 나가는 야누스적인 운동에 기초해 있다.

Ⅳ. 헤겔의 방법 개념에 나타난 과거와 미래의 변증법

이상에서 우리는 헤겔 논리학에서 상술된 절대자의 자기동일성 개념과 차이성

개념을 살펴보면서 헤겔철학이 갖고 있는 과거성과 미래성을 살펴보았다. 상술된

바와 마찬가지로 헤겔의 절대자 개념에서 동일성과 차이성은 한 쪽으로 환원되지

않는 공속성 혹은 통일성을 통해서만 해명될 수 있다. 이러한 공속성 또는 통일성

을 헤겔은 이념 자체의 동일성으로 규정하는데, 이 동일성이 다름 아닌 ‘과

정’(Prozess)이라고 말한다.33) 과정으로서의 절대자의 동일성은 따라서 정적이고 직

접적인 동일성이 아니라 자신의 직접성을 벗어나 자신을 끊임없이 매개해 나가는

과정 혹은 운동의 동일성을 의미한다. 헤겔의 절대 주체성의 본질은 바로 이러한

활동성과 자유로운 힘에 놓여 있다.34) 과정으로서의 동일성은 자기를 매개해나가는

활동성이기 때문에 첨예한 대립을 자기 내에 포함하고 있다: “개념이 이념 속에서

도달한 자유 때문에, 이념은 가장 첨예한 대립을 자기 내에 포함하고 있다.”35)

자기를 매개해 나가는 과정으로서의 주체성 운동에 대해 헤겔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시원[Anfang]으로 되돌아가는 [자기] 정초는 시원을 전진적으로 규정하

는 것과 일치한다.”36) 절대자는 무규정적인 존재, 본질 그리고 개념을 거쳐 절대

이념에 도달하였다. 이 운동 과정 속에서 절대자는 무규정성을 벗어나 구체적인

규정성을 획득한다. 그런데 구체적인 규정성을 정립해 나가는 전진적 운동은 사실

상 절대자 자신의 총체성을 회복해 나가는 자기복귀의 운동이기도 하다. 헤겔에게

33) 참조. Gesammelte Werke, Bd. 20, Enzyklpädie der philosophischen Wissenschaften im

Grundrisse. (1830), hrsg. von Wolfgang Bonsiepen und Hans-Christian Lucas, (Düsseldorf:

Felix Meiner Verlag, 1992). §. 215. (이하에서는 GW. 20으로 약칭함)

34) 여기서 과정 자체가 바로 주체성이다. 참조. Dieter Henrich, “Hegels Logik der Reflexion”,

in: Hegel im Kontext, (Frankfurt am Main: Suhrkamp Verlag,1981), 95쪽.

35) 같은 곳.

36) GW. 12, 251.

Page 13: 020. 김옥경

헤겔철학에서 과거와 미래의 변증법|김옥경 49

서 절대자의 자기성은 역설적이게도 자기를 벗어나서 자기에로 회귀할 때야 비로

소 완결된다. 절대자의 전진적인 자기전개는 자기 자신의 전개 이기 때문에 운동

의 출발점이었던 시원으로서의 자신에로 되돌아가는 운동이다. 이 두 방향의 운동

속에서 절대 주체성은 자신을 규정/매개해 나간다.

헤겔은 이 두 가지 방향의 통일로 이해되는 ‘이념’을 ‘방법’(Methode)라고 정의

하는데, 절대 주체성으로서의 절대 이념이 바로 ‘방법’ 자체이다.37) 헤겔에서 방법

은 데카르트와 칸트에서 사용된 유한한 인식의 표상 수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

라 주체성의 가장 핵심적인 운동,38) 즉 절대자가 자신을 전개해 나가는 두 방향의

운동 자체를 의미한다. 한 방향은 ‘분석적’인 방향이고 다른 방향은 ‘종합적’인 방

향이다. 이념이 자기 자체 내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분석적’이며, 동시에 절대

자가 자신의 차이를 정립해 나가기 때문에 ‘종합적’이다.39) 분석적 방법은 직접적

인 것에서 출발하며 구체적인 규정들이 어떤 다른 타자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로

개념/이념 자체로부터 전개됨을 보여주며, 종합적 방법은 다양한 개념규정들을 연

결해주는 방법이다.40) 그렇기 때문에 자기동일적이면서 자기와 구별되는 절대자의

운동은 분석적이고 종합적인 방법을 통해 해명될 수 있다.

분석적이고 종합적인 절대 주체성의 운동은 자기운동 속에서 자기에게 차이를

정립해 나가는 ‘전진적’(vorwärts) 운동이며 동시에 자기에게로 회귀하는 ‘후진

적’(rückwärts) 운동이다.41) 헤겔은 절대자가 자기를 규정하고 정립/매개해 나가는

전진적 운동이 종합적이지만, 절대자의 내재적인 변증법을 통해 자신에게 포함되

어 있는 것들을 정립해 나간다는 점에서 분석적이라고 말한다. 절대자가 거쳐 온

존재, 본질, 개념의 전진적 전개과정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추상적인

전진[Fortgang]의 형식은 존재에서는 타자와 타자에로의 이행이며, 본질 속에서는

대립된 것들 속에서 드러남 (Scheinen)이며 개념 속에서는 개별적인 것과 보편성의

구별성이다.”42) 여기서 헤겔은 ‘방법’ 개념에 입각하여 �대논리학� 의 세 부분을

이루는 존재론, 본질론, 그리고 개념론에 나타난 절대자 운동의 각각의 특성을 구

분한다. 존재론에서는 대립자들의 교호적인 규정이 문제가 되고 본질론에서는 본

질과 현상, 즉 정립하는 것과 정립된 것의 관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념론에서는

37) Enzyklopädie에서 헤겔은 이 “방법이 외적인 형식이 아니라 혼(Seele)이며 내용의 개

념(Inhalt des Begriffs)”이라고 말한다. 참조. GW. 20, §243.

38) M. Heidegger, “Hegel and the Greeks“, in: Pathmarks, edited by W. McNeill,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8), 326.

39) 참조. GW. 12, 248.

40) K. Düsing, Das Problem der Subjektivität in Hegels Logik, (Bonn: Bouvier Verlag, 1984),

314.

41) 참조. GW. 12, 249; 251.

42) GW. 20, §240.

Page 14: 020. 김옥경

50 제1부 헤겔 논리학

유와 종의 관계를 이루는 보편성과 개별성의 관계가 해명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

치면서 절대자는 ‘실현된 개념’(der realisierte Begriff)이 된다.

그런데 절대자가 실현된 개념이 된다는 것은 자기부정과 자기매개의 과정 속에

서 분열되었던 절대자가 자신의 총체성을 획득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진적 과정은 후진적 과정이 되며 분석적인 방법은 종합적인 방법과 일

치한다. 이 운동 속에서 절대자는 자신의 운동의 시원이면서 동시에 결과이다. 헤

겔은 시원으로서의 자기 자신에게 후진적으로 다가가는 [자기]근거지움과 시원으

로서의 자기 자신을 전진적으로 규정해 나가는 방향은 동일하며 원환(Kreis)을 그

리고 있다고 말한다.43) 이 원환운동 속에서 운동의 끝은 그 시작으로 다시 되감기

는 구조를 취하는데, 자기로 복귀한 시원은 전진적인 운동 속에서 정립되고 매개

된 계기들을, 더 자세히 말해 새롭게 매개해 나가는 계기들을 자기 안에 포괄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자기에로의 회귀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하여 헤겔은

이 원환이 매개된 많은 분지(Glied)를 가진 ‘원환들의 원환‘(ein Kreis von Kreisen)

이라고 설명한다.44) 이러한 관점에서 헤겔은 “진리는 오직 직접성의 부정성을 통

한 자기-자신에로-옴[Zu-sich-selbst-kommen]”45)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는 자기-

자신에로-회귀한 절대자는 실체로서의 존재나 본질이 아닌 자기를 파악하는 절대

이념, 즉 절대 주체성이라고 강조한다.46) 이 관점에서 논리학은 절대자의 자기파

악 또는 ‘신적 개념’의 학으로서 규정된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헤겔이 �대논리학�의 근본 과제로 설정했던 절대자의 자

기기술과 자기파악이 이전 철학에서와는 달리 어떤 근대적 의미를 띠고 있는지를

반추해 보고자 한다. 헤겔은 한편에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신플라톤

주의자들이 제시했던 일자 혹은 절대자의 구조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신플라톤주의의 일자 또는 신적 정신은 개인의 내면성과 자유의 이념

을 포함하는 역사적 실재성과 분리되어 있다고 지적한다.47) 헤겔철학은 절대자의

자기전개 혹은 자기기술을 통해 서양 근대의 산물인 개인의 내면성과 자유의 이

념에 대한 이론적인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헤겔에게서 절대자의

형식적이고(formelle) 논리적인 자기기술은 궁극적으로 역사성 또는 역사적 이성과

관계 맺고 있다.48) 이 점에서 헤겔의 절대자의 논리는 헤겔 이전의 형이상학적인

43) GW. 12, 251.

44) GW. 12, 252.

45) GW. 12, 251.

46) 여기서 우리는 스피노자적인 실체의 위력적이고 맹목적인 필연성이 헤겔에서 자기를 파

악하는 절대자의 순수한 사유의 자유로 고양됨을 볼 수 있다. 참조. K. Düsing, (2003),

231쪽.

47) 참조. 같은 책, 188쪽.

48) 참조. M. Buhr, “Absolute Vernunft-ein Oxymoron?”, in Hegels Logik der Philosophie, hr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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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철학에서 과거와 미래의 변증법|김옥경 51

논의와는 단절된 근대적 사유의 관점에서도 접근되어야 한다. 헤겔은 근원적 자유

이념으로서의 신이 인간적인 자유이념을 통해서 실현되어야 함을 강조한다.49) 그

에 따르면 서양 근대성의 핵심적인 이념은 다름 아닌 인간자유의 구체적인 실현

이다.

헤겔은 절대자와 인간역사 또는 정신과 역사의 필연적인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인간의 역사는 자유이념으로서의 신이 자신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이며, 이 과정은

신의 자기전개와 자기회귀를 통해 설명된다. �대논리학�에서 개념적이고 형식적인

방식을 통해 서술되었던 절대자의 운동은 시간성과 관계하지 않는 논리적인 운동

이었던 반면에 정신의 역사 속에서 절대자의 운동은 시간성을 통해 해명된다. “논

리학이 이성의 구조를 논증하는 것이라면 역사 철학은 이성의 역사적 내용을 논

증하는 것이다.”50) 그런데 여기서 역사적 내용이란 잡다한 역사적 사실들을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역사를 이성적인 전체로 만드는 이념을 의미한다. 따라서 헤겔

에게서 역사는 이념/정신으로서의 절대자가 자신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며, “정신

은 자신의 역사 속에서 획득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이다.”51) 이러한 헤겔의

주장은 사실상 헤겔철학과 그 이전 철학을 구별하는 중요한 단초가 되기도 하고

동시에 헤겔철학과 그 이후 반-헤겔주의 철학들과 구별하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인간역사에는 절대자의 ‘자기성’과 자기성의 실현이라는 목적이 이미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역사의 목적론은 헤겔 이전의 역사철학에서 나타났던 부동의

목적을 상정하는 신정론의 모습과 일치하는 듯이 보인다. 그런데 헤겔은 정신과

자연을 구분하면서 정신의 영역에서는 새로움이 출현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52) 헤

겔에 따르면 유기체는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53) 왜냐하면 유기체 혹은 자연의

운동은 동일한 순환작용의 반복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역사 속에 실

현되는 정신의 운동은 새로움을 창출하는 운동이다.54) 자유이념으로서의 정신의

본질 혹은 절대자는 단순히 자신의 동일성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부정을

von D. Henrich und P-R. Horstmann, (Stuttgart: Klett-Cotta, 1984), 103.

49) 참조. G. W. F. Hegel, Die Vernunft in der Geschichte, hrsg. von Johannes Hoffmeister,

(Hamburg: Felix Meiner Verlag, 1955), 75. (이하에서는 VS로 약칭함); 헤겔, �역사 속의

이성�, 임 석진 역, (서울: 지식산업사, 1992), 82-83쪽.

50) H. Marcuse, Reason and Revolution, (Boston: Beacon Press, 1964), 224.

51) 장 이폴리트, �헤겔의 정신현상학�Ⅱ, 이종철/김상환 역, (서울: 문예출판사, 1988), 9쪽.

52) 유헌식은 헤겔과 헤겔의 이전의 목적론의 차이를 명확히 분석하고 목적과 새로움이 어

떻게 같이 갈 수 있는지를 세계사와 민족정신과의 관계를 통해 잘 설명하고 있다. 참

조. 유헌식, 「헤겔의 역사목적론에서 역사혁신의 서술문제」, �헤겔연구�제 30호, 2011,

144-170쪽.

53) G. W. F. Hegel, Phänomenologie des Geistes, hrsg. von H.-F. Wessels und H.

Clairmont, (Hamburg: Felix Meiner Verlag, 1988), 199.

54) VS, 70;�역사 속의 이성�, 1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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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제1부 헤겔 논리학

통해 자신을 초월하여 인간의 역사성 속에서 새로워지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절대

자의 운동은 자기회귀적인 과거를 향한 운동이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움과

열린 지평을 가능케 하는 인간의 역사성 속에서 미래를 향한 운동으로 이해된다.

여기서 우리는 헤겔철학의 과거성과 미래성의 공속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55)

종합해 보면 헤겔에게서 역사는 정신으로서의 절대자가 자기목적과 자기회귀를

향해 나아가는 운동으로 파악됨으로써 한편에서 목적론적이면서 닫힌 체계로 해석

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정신의 본질이 바로 새로움을 향한 자기변전

또는 자기 자신을 넘어섬 속에 있기 때문에 역사는 열린 지평을 전제로 하고 있

다. 이처럼 역사 이성과 관계 맺는 절대자의 모순적인 자기운동의 구조 속에서 우

리는 앞에서 상술했던 헤겔과 반-헤겔주의자들의 관계를 볼 수 있다. 역사 속에

서 궁극적인 목적과 완결된 절대자의 체계를 추구하는 헤겔철학은 비-목적론적이

고 열린 체계를 지향하는 헤겔 이후의 모든 반-헤겔주의 철학에서 볼 때 아직도

해체되어야 할 근대 주체성의 철학을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목적론은 헤겔 이

전의 목적론과는 달리 자연의 단순한 반복이나 전통적인 신정론이 아닌 새로움을

창출하는 정신의 끊임없는 운동 속에서 우연성을 허용하는 인간 역사 운동의 관

점에서 접근될 수 있다. 이 점에서 볼 때 헤겔철학은 실재와 현실의 영역에서 즉

자-대자 혹은 완벽한 화해와 지양을 거부하는 반-헤겔주의철학과 단순히 대립적

인 관계에 서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Ⅴ. 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마찬가지로 헤겔의 절대 주체성의 철학은 절대자의 자기

전개를 통해 자신으로 다시 회귀하는 변증법적인 운동을 통해 설명된다. 헤겔의

절대자의 운동은 자기회귀를 통해 자기동일성을 유지하고 또한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는 과거성을 지닌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반-헤겔주의를 지향하는 현대철

학들이 비판하는 헤겔철학의 과거성과 폐쇄성은 일면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

데 다른 한편에서 내면으로 향하는 회귀적인 운동은 전진적인 운동을 하는 인간

에 의해 이루어지는 역사적 운동과 결부되어 있으며, 자유이념이라는 목적을 향해

운동해 나감에도 불구하고56) 인간의 역사성은 열린 지평의 가능성 위해 존립한다.

55) 유헌식은 폐쇄적인 체계로 많이 오해받았던 헤겔 철학 속에서 새로움이 어떻게 출현

할 수 있는지를 우리 학계에서 가장 심도 있게 연구해 오고 있다. 그는 헤겔철학을 과

거지향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새로움의 철학으로 읽어내며, 이를 시간성과의 관련성

속에서 분석하고 있다. 참조. 유헌식, 「철학의 시간성과 새로움의 문제」, �헤겔연구�

제 6호, 296-3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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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철학에서 과거와 미래의 변증법|김옥경 53

그렇기 때문에 헤겔에게서 과거를 향하는 운동은 미래를 향하는 운동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다.

헤겔철학이 과거성과 미래성의 변증법적 관계를57)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는 헤겔의 근대 인륜적 공동체 개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헤겔은 인륜성이라는 문

맥을 결여한 순수하게 자유주의적인 개인과 공동체를 비판한다.58) 왜냐하면 인간의

자유가 궁극적으로 드러나는 곳은 모든 개인들을 묶어 줄 수 있는 인륜적 공동체이

기 때문이다. 헤겔이 추구하는 인륜적 공동체는 서양 근대의 새로운 이념인 자유이념

을 실현해나가기 위해 한편에서 전통과의 단절을 꾀하면서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 전

통과 뿌리를 가진 한 문화 속의 개인을 확립하기 위해 전통의 문맥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헤겔에서의 인륜적 공동체는 일견 모순된 면모를 지닌 ‘전통과 혁명

사이에’59) 있는 공동체이다. 이러한 야누스적인 헤겔의 변증법적 운동은 메를로-퐁

티의 지적처럼 이후 근/현대 철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면서도 동시에 그들이 자신

의 유산을 거부하는 반-헤겔주의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단초를 마련해 주었다

고 할 수 있다.

56) 헤겔의 목적론은 이중의 의미를 안고 있다. 한편에서는 역사에 목적이 상정되기 때문에

반-헤겔주의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도 헤겔철학이 헤겔 이전의 목적론적 철학처럼

닫힌 체계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헤겔의 목적론은 내적 합목적성 개

념을 통해 외적인 목적을 상정하는 헤겔 이전의 목적론과 구별되기 때문에 열린 체계

로 기능할 수 있다.

57) 헤겔에게서 동일성은 곧 차이성이기 때문에 동일성에 연관된 과거성과 차이성에 연관

된 미래성은 사실상 동일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성과 미래성의 관계가 “변증법

적”이지 않다라는 관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헤겔이 �대논리학�의 본질론과 개념론

을 통해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이 둘의 동일성과 차이성은 동일성으로 환원되지 않고

원환을 그리는 계속적인 운동을 구성한다. 따라서 이 점에서 우리는 이 둘의 관계를 변

증법적인 관계라고 주장할 수 있다.

58) 헤겔은 이 문맥에서 루소의 일반의지로서의 국가 개념을 비판한다. 헤겔에게서 국가는

인륜성의 최고 형태이다. 참고. Charles Taylor, Hegel and Modern Society,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79), 84ff.

59) M. Riedel은 헤겔 정치철학을 정리한 자신의 책에서 ‘전통과 혁명 사이’(Zwischen Tradition

und Revolution)에 있는 헤겔 이론의 고유성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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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제1부 헤겔 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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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제1부 헤겔 논리학

The Dialectic between the Past and the Future

in Hegel’s Philosophy

Kim, Ock-Kyoung

Abstract

All the great philosophical movements that are under the influence of the

philosophy of Hegel profess the anti-hegelianism. The anti-hegelian philosophers who

advocate the separation from Hegel’s philosophy pursue the non-dialectical,

non-teleological and non-absolute philosophical system. According to these

characteristics, the non-hegelian philosophies intend to establish the open system

that is never completely reconciled. The pursuit of the open system means the

striving for philosophical ideas of the future that is not remained in the closed

system of the past. The reason why Hegel’s philosophy has been criticized was

that it’s been considered as the philosophy of the past, which is concerned with

the interpretation of the reality.

Hegel’s philosophy of the absolute subject is explained in the self-development of

the Absolute returning to itself, which Hegel defines as the dialectical movement.

The movement of the Absolute maintains the self-identity by returning to itself, and

this regressive movement towards to itself is determined by the past. From this

perspective, the claims of anti-hegelian philosophies that criticize Hegel’s philosophy

as a closed philosophical system seems to be a valid statement. But on the other

hand, the self-returning movement of the Absolute in the inner dimension means the

progressive movement of the immanent difference, and this movement is closely

bound up with the historical movement projected towards the future. Hence although

the historical movement of man develops into the realization of the idea of freedom,

this movement is only possible on the basis of open horizon of possibility. This is

the reason why for Hegel the movement towards the past is at the same time the

movement towards the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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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철학에서 과거와 미래의 변증법|김옥경 57

Key words: identity, difference, reflection, contradiction, force, notion, method,

history

• 투고일: 2012.04.11. 심사완료일: 2012.04.22. 게재확정일: 2012.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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