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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협찬의 월간 여성시대는 작지만 큰 감동을 전하고자 합니다. 매월 10일 기업은행에서 무료로 배포하며, 이웃과 함께 보면 감동이 2배로 늘어납니다. 양희은·강석우의 여성시대입니다 진행_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안재주, 김나형 방송_MBC라디오 매일 아침 9:10~11:00 MBC인터넷 www.imbc.com 방송중 열린전화_02-368-1500~3, 문의_02-789-1339 주소_ (150-604) 서울 여의도우체 국 사서함 400호 여성시대 여성시대/월간지/비매품/2007년 11월호 발행_2007년 11월 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최문순 등록번호_라-5413 편집·제작_B&M 커뮤니케이션(02-2272-6046) 본지는 한국 도서윤리 위원회 규정을 준수합니다. 커버스토리 <여성시대>의 MC 양희은·강석우 씨. 04 >> 08 >> 52 >> 58 >> 65 >> 74 >> 78 >> 82 >> 86 >> 90 >> 92 >> 94 >> 96 >> 충남 논산의 버스기사 배문현 씨 추억만 가득한 옷장 외 스물한 직딩 인아 씨의 - 경남 의령의 이인아 씨 기업은행 공릉역지점 고객 - 창신리빙 이영철 대표 ‘아버지의 가을’외 독설 성형수술 후유증 - 외모 열등감 우영희의 요리비법 경북 문경 건학, 차갓마을의 두 할머니 성과 사랑 결혼 20주년 기념 여행 머물지 못하는 사람 엄마 얼굴 예쁘네요 2007 11 I 여성시대가 흐르는 I I I I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 I I 행복을 찾는 사람들 I I 특집 - 아빠, 사랑해요 ! I I 남자는 왜 ! 여자는 왜! I I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I I 요 리 보 고 조리보고 I I 최 상 일 의 민속기행 I I I I 양희은의 스튜디오에서 I I 강석우의 스튜디오에서 I I 김 PD의 안녕하세요 I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10~11:00 2007 11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1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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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협찬의 월간 여성시대는 작지만 큰 감동을 전하고자 합니다.

매월 10일 기업은행에서 무료로 배포하며, 이웃과 함께 보면 감동이 2배로 늘어납니다.

양희은·강석우의 여성시대입니다 진행_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안재주, 김나형 방송_MBC라디오 매일 아침 9:10~11:00

MBC인터넷 www.imbc.com 방송중 열린전화_02-368-1500~3, 문의_02-789-1339 주소_(150-604) 서울 여의도우체

국사서함400호여성시대

여성시대/월간지/비매품/2007년 11월호 발행_2007년 11월 10일 발행인_(주)문화방송 대표이사_최문순 등록번호_라-5413

편집·제작_B&M 커뮤니케이션(02-2272-6046) 본지는한국도서윤리위원회규정을준수합니다.

커버스토리

<여성시대>의두MC 양희은·강석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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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의 버스기사 배문현 씨

추억만 가득한 옷장 외

스물한 살 직딩 인아 씨의 꿈 - 경남 의령의 이인아 씨

기업은행 공릉역지점 고객 - 창신리빙 이 철 대표

‘아버지의 가을’외

독설

성형수술 후유증 - 외모 열등감

우 희의 요리비법

경북 문경 건학, 차갓마을의 두 할머니

성과 사랑

결혼 20주년 기념 여행

머물지 못하는 사람

엄마 얼굴 예쁘네요

2007 11I 여성시대가 흐르는 곳 I

I 이 달 의 편 지 I

I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 I

I 행복을 찾는 사람들 I

I 특집 - 아빠, 사랑해요! I

I 남자는 왜! 여자는 왜! I

I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I

I 요리보고 조리보고 I

I 최상일의 민속기행 I

I 생 활 건 강 I

I 양희은의 스튜디오에서 I

I 강석우의 스튜디오에서 I

I 김 PD의 안녕하세요 I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10~11:00

2007

11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1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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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November >> 5

충남 논산의 버스기사 배문현 씨는 운전하랴, 인사하랴, 안부 나

누랴 바쁘기만 하다. 칼같이 다려진 와이셔츠에 짙은 선 라스를

끼고 호탕한 웃음소리로 승객들을 맞아들인다.

승객들의 인상을 일일이 메모해 두었다가 익힌 이름이 무려

1,000여 명에 이른다. 논산 시내의 학교를 오가는 아이들의 이

름은 거의 외웠다고 해도 무방하다. 아이들이 버스에 오르면 이

름을 부르며 꼭 안부를 묻는다. 나를 알아주는, 내 이름을 알아

구불구불 길은 이어지고 연신 인삿말도 이어진다.

“안녕하셔유? 어르신 조심해서 타셔유.”

“유림아, 보라야, 소라야. 느덜, 시험은 잘봤냐?”

“안녕히 가셔유. 어르신, 만수무강하셔유.”

여성시대가 흐르는 곳

시골버스는시끌시끌- 충남논산의버스기사배문현씨

4 << 여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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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November >> 76 << 여성시대

주는 버스기사이니 아이들도 어른들도 대하기가 피붙이마냥 살

갑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의 풍광을 마음껏 누리는 기사라는

직업이 마음에 꼭 드는 그다. 화물차 운행경력 10년에 버스운행

5년차. 15년간 운전을 해왔지만 사람 상대하는 버스기사가 제일

신나고 즐겁기만 하다.

알고 보면 다 내 어머니·아버지 같은 분들. 대하

고 보면 다 내 누이요, 형님이요, 동생이요, 조카

같은 사람들. 그 사람들 사이에 오늘도 하하 소리

내며 웃는 행복한 운전기사 배문현 씨. 길을 이어

사람을 만나게 해주고 사람을 통해 정을 나누는

그의 버스에는 언제나 즐거움이 함께 실려 있다.

(만약, 사는 일이 심드 하거나 고단하다고 느낄 때면

논산 시내버스를 타보셔요. 시끌시끌 왁자지껄, 사

람 사는 냄새가 확 풍겨올 겁니다. 거기에 여성

시대가 흐르고 있으니 말입니다.) ■●성기애(여성시대작가), 사진●한향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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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여성시대

“어머, 선미씨도옷이어지간히없나봐. 일주일을바지두벌로버

티네.”

같은회사에다니는언니의말은칭찬인지흉보는건지파악하기어려웠

습니다. 제가원래옷이없기는한데, 요즘같은날씨에입을옷은더없습

니다. 여름옷도입을수없고, 겨울옷도입을수없어서만만한게사시사

철입고다니는청바지네요.

그래서오늘은퇴근을하면서큰마음을먹었답니다. 지난주에아이들겨

울옷을꺼내주면서제옷은서랍하나에모두담아놓았거든요. 몇년동안

입지않은옷들인데, 가뜩이나수납공간이부족해모두정리해서버리고

새옷을장만하리라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정작버릴옷은목이늘어난

티셔츠몇벌뿐입니다.

제가처음취업했을때가 1992년, 아주좋은곳에취업을했습니다. 이

름만대면알만한곳이요. 정작근무는적성에안맞는다는이유로두달

만에그만두었지만요. 그때는진초록색이유행을했을까요? 아버지께서

진초록빛의투피스를사주셨습니다. 좋은직장이아버지에게도자랑거리

가되었던터, 입사소식이전해지기가무섭게짠돌이아버지께서마른고

추를팔아사주신옷입니다. 5일장에는예쁜옷이없다고읍내까지나가

서굉장히넓은의류타운에서사주신옷입니다. 이옷을보면그때아버지

의웃음이옷속에들어가있음을느낍니다. 옷을사러버스를타고읍내에

가고, 오는길에엄마는식구수대로양말을사고, 시장모퉁이에서한그

릇씩먹었던순대국밥…그리고“참예쁘다”하시는아버지의감탄사까지

Letter 01 _ 추억만 가득한 옷장

Letter 02 _ 시험 감독

Letter 03 _ 마음이 더 자란 딸

Letter 04 _ 면접관의 고충

Letter 05 _ 나의 행복과 언니

Letter 06 _ 사랑한다, 현수야!

Letter 07 _ 반항의 아침

Letter 08 _ 부자간의 밤낚시

Letter 09 _ 둘째 꼭 낳으세요!

Letter 10 _ 소중한 남편

Letter 11 _ 냉장고엔 찰밥이 가득

Letter 12 _ 비

일러스트|이수민

∷ 김선미_경기도 부천시 원미동

추억만 가득한 옷장이달의편지

2007 November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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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November >> 11

주위만 하얗고 나머지는 새카맣게 타 있었습니다. 손은 굳은살에, 상처

에…단순히보조로일하는게아니었다는걸그때알았지요. 반가움에안

타까움에눈물을 썽이는절데리고남편은옷가게로갔습니다. 그때당

시의유명연예인이광고하는꽤비싼메이커가있었거든요. 그휘황찬란

한옷가게에서제반코트를하나사준다고했답니다. 그곳분위기에, 가격

에놀라서어리둥절해있는저에게남편이골라준옷은주황빛반코트입니

다. 한번입어보라고하더니, 저에게아주잘어울린다고하더라고요. 남편

이힘들게번돈으로옷을살수없어서전안산다고실랑이를했는데, 남

편은제귀에작게얘기를했습니다. “내가네옷한벌사주고싶어서그

래. 내 소원이다”그옷이 19만 9,000원이었답니다. 아마남편도가격에

많이놀랐을거예요. 지갑에서돈을꺼내는손이떨렸거든요. 지금까지살

아오면서결혼전이나결혼후에도남편에게이렇게비싼선물을받아본

적이없거든요. 모양도촌스럽고, 결정적인것은살이쪄서단추가채워지

지않고소매도꽉끼지만, 이옷에는그당시남편의까만얼굴과반짝이

는눈…그리고사랑하는여인에게뭔가해주고싶은마음까지들어있는

제게특별한옷입니다.

하얀바탕에검은동그라미로이루어진투피스도있습니다. 앙증맞아보

이는조끼까지있는이옷은제결혼예복입니다. 정확하게 1995년 6월 5

일결혼을했거든요. 결혼식을하고폐백을드리고이예복으로갈아입고

제주도갈때까지입었던옷입니다. 이옷은지금은돌아가신시어머니와

저와의특별한사연이있는옷입니다. 저희는남편이직장에들어간지얼

마되지않아서작은방을얻어서결혼을했답니다. 그당시에작은단칸방

에화장실도공동화장실을사용했는데, 방을얻으면서저희시어머니는

제게많이미안해하셨습니다. 제남편은자기가돈이없으니고생을해도

되지만전괜히남자잘못만나서고생하게되었다며눈물을보이셨답니

다. 결혼전야외사진찍는것도생략하고, 예물은커플링으로하고결혼

예복도가지고있는옷중에서제일밝은옷을입으려고했는데, 저희시어

요. 모두어제의일인듯, 아주생생히기억을합니다.

양어깨위에봉이많이들어간주황빛반코트도있습니다. 이건남편이

결혼하기전에제게선물해준거랍니다. 대학을졸업하고취업이안되어

서남편이많이힘들어했습니다. 전직장에다니고있어서제가밥을사주

고커피를사주곤했는데, 그런걸무척자존심상해했지요. 그래도사랑하

는사이니저는당당하게만나자고전화를하고, 밥을먹고는했답니다. 그

런남편이두달동안아는형을따라지방공사장에일을하러간적이있

었는데, 두달동안만날수도없었답니다. 일을마치고온남편을봤을때

저는눈물이났습니다. 늦가을이었는데하루종일햇볕에타서안경쓴눈

10 << 여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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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November >> 1312 << 여성시대

머니께서처음이자마지막으로제가다니던직장으로전화를하셨습니다.

예비시어머니라고하시면서요. 그리고만나자고하셨답니다.

“왜요? 어머니? 무슨일있으세요?”

“아니다, 무슨일은. 내가네얼굴좀보려고그러지.”

“그럼퇴근하고집으로갈까요?”

“아니, 집으로오지말고우리밖에서만나자.”

이렇게해서어머니와전역앞에서만났답니다. 시어머니는제손을잡

으시더니, 옷가게로향했습니다. 제예복을사주고싶다고하셨습니다. 저

는싫다고했지요. 하지만시어머니는제손을더꼭잡으시며“아들이돈

이없으면엄마라도돈이많아야할텐데, 내가다른사람은아니고너에게

젤로미안하다”고하셨습니다.

“어머니는요, 왜그런말 하세요. 열심히맞벌이하면금방부자돼요.”

어머니의물기어린눈에서전어머니의마음을읽었답니다. 그래서가

장예쁜예복을골랐습니다. 너무예복같아서신혼여행때입고한번도

못입었지만제게는특별한예복입니다. 예복을사고오는길, 어머니와저

는둘이서돼지갈비를먹고, 소주한병을나눠마셨습니다. 저희어머니

돌아가신지2년이지났는데, 지금까지어머니와단둘이저녁을먹은적이

그때밖에없어서…저는이예복을보면고기를구워주시던어머니가생각

이나서눈물이날때가많습니다.

버리려고꺼내놓은옷버리지못하고차곡차곡개어다시서랍에집어

넣는데, 남편이한마디합니다.

“마나님, 그정도면궁상이에요. 못입는건버리세요.”

전아무말도하지않았습니다. 한집에사는남편이라도제마음을알까

요? 분명옷이없어진다고해도그옷에관한추억은제가슴에그대로남

아있는거겠지만, 옷을버리기싫습니다.

옷장을여니, 입을옷은없고추억만가득있네요. 올겨울이가기전에

기필코겨울옷을장만해야겠다고다시한번다짐, 다짐해봅니다.■

중학교3년딸애의중간고사마지막날, 시험감독을하러학교에다

녀왔다. 8시 20분에학교도서관으로가서배정표를받고, 시간표

와감독들어갈학년·반을죽훑어보고, 학교안내도를보면서교실위치

를알아두었다. 8시 40분 1교시가시작되니까학생들이실내화를갈아신

고시험시작2분전에각교실로들어가서감독선생님이오시면선생님은

앞문으로, 엄마감독은뒷문으로들어갔다. 선생님께서시험지와답안지를

나눠주시는동안엄마감독은그틈을타서혹시라도아이들이부정행위를

하지는않는지예리한두눈을번뜩이며지켜본다. 주로선생님은교단정

중앙에계시고엄마감독은뒤창문쪽, 즉대각선으로서서보조감독을하

게된다.

국어시험이시작되었는데 1, 2학년이섞인남학생만 35명이시험을치

다. 맨뒤1학년학생은시험을시작한지15분쯤지나자고개를숙인채

움직이지않았다. 유심히살펴보니약간고개를끄덕이는것같아가까이

가보니자고있었다. 선생님께손을들어사인을보냈더니, 선생님이오셔

서등에손을얹어깨우셨다. 두눈을비비던학생은대충답안지를찍어

내리듯이빈칸을메우고또다시고개를숙이고있었다. 답안지를걷고제

자리로온학생에게말했다.

“어제안잤어? 피곤한가봐.”

“오늘100점받으려고날샜어요.”

“그럼, 잘봐야지졸면어떡해.”

“자꾸졸려요.”

시험감독

∷ 김종순_전북 전주시 서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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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세수하고와.”

벼락치기공부를한모양이다. 시험을망치지말아야할텐데….

2교시는체육시험이다. 1학년 4반교실로갔는데 1, 3학년이있었다. 1,

2학년은체육시험을중간고사에서는안보는관계로다음시간시험공부

를할수있게해주고, 3학년만시험을치 는데시작하자마자맨앞에운

동장창문쪽에앉은남학생이열심히볼펜을책상에굴렸다.

“시끄럽다. 조용히하세요.”

데구르르데구르르….

“한번만더굴리면답안지뺏는다.”

학생은볼펜을공중으로던져올렸다. 찍기를하는거같았다. 15분이지

나자이번에도맨뒤에앉은남학생이변성기오는목소리로“선생님, 답지

걷어요.”

모두들 조용했다.

“선생님, 답지 걷어

요.”

“너무 빨리 걷어도

다른반에방해되니까,

10분만 더 있다 걷을

거예요. 잘풀었나답

지에 잘 옮겼나 확

인하세요.”

체육시험시간

은30분이다.

“선생님, 과

학 공부해야

돼요. 그냥

걷어요.”

“여러분, 다풀었나요? 걷는데동의하면5분후에걷겠어요.”

“나, 과학공부해야되는데….”

나는그학생이공부를대단히잘하나보다생각하고답지를보았다. 아

뿔싸! 주관식이5문제인데그학생은‘꿈’이란단어한 자만써있었다.

다른학생의답지를보니모두풀었는데꿈이란단어는없었다. ‘무슨생

각으로꿈을써놓고빨리걷자고했을까?’궁금했다.

3교시는과학시험인데 10분이지나자복도쪽에앉은남학생이왼손으

로머리를 적 적했다. 무슨사인을보내나유심히관찰했다. 5분후또

다시 었다. 나중에는오른손에볼펜을들어 더니왼손으로머리를자

꾸털었다. ‘비듬이있나?’했는데, 어대는게나중에는거의신경질적

이라고할까? 자꾸신경쓰이게했다. 45분시험시간인데, 아이들이시계

를보느라가끔고개를들어복도쪽머리를 적이는학생을쳐다보았다.

학생이앉은벽위에시계가있어서그쪽을바라보는것이었다. 선생님은

아이들끼리눈빛사인을보내지않을까예리하게지켜보시다가시계를떼

어칠판에세워놓는센스를보이셨다. 시험이끝날때까지그학생은머리

를 었다. 뒤쪽에옆쪽에앉은학생들이피해를보았을듯싶다.

‘띠리리리리띠리리리링.’

시험이끝나고“머리가려움증있니?”하고물었더니,

“아뇨!”

“근데, 왜자꾸 어?”

“원래시험보기전날부터끝날때까지머리를안감아요. 그래서가려

워요.”

“ 느라고집중이안되잖아.”

“괜찮아요. 저는.”

“시험은잘봤어?”

“어려워요.”

“머리가맑으면더잘보지않을까?”

2007 November >> 1514 << 여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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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요. 습관이라서.”

토요일부터시험이었으니까, 금·토·일·월·화5일째다. 얼마나가려

울까? 마지막4교시미술시간은35분, 남학생39명, 여학생 1명이시험을

보았다. 그렇잖아도긴장될텐데혼자서외로운시험을보아야한다. 덤덤

하게열심히푸는모습이대견하다.

“5분간검토하고걷죠.”

“아아~ 드디어시험끝났다.”

“조용히하세요. 그럼걷을테니모두들머리위로손올려요.”

이번시험때내가들어간교실에서는아무도커닝을하는학생이없었

다. 휴대전화나MP3플레이어를가지고온학생도없었다. 혹시나필통에

적었나, 손에적었나유심히보았지만학생들은자세를똑바로하고움직

이지않았다. 공부를안한학생은아예시험시작하자마자5분만에후다

닥답안지만보면서번호를체크해내려갔고주관식은백지로냈다. 어떤

학생은계속엎드려자다가끝나기10분이나5분남겨놓고, 역시시험지는

필요없이답안지의번호만찍어내려갔다. 지난번에는커닝을하다들킨

학생두명이규정에따라0점처리됐다는소식을들었는데, 이번에는깨

끗하게시험이치러진것같다. 적어도내가감독한반은그랬다. 아쉬운

점이있다면학생들이선생님께인사를안한다는점이었다. 이동시험이라

고는하지만원래반에남겨진학생중에대표가선생님께경례를외쳐도

될법한데, 시작할때나끝날때도인사가없다. 그리고시험이끝나면쉬

는시간에이동해온학생들이우르르자기반교실로다녀오거나복도로

나가서재잘대다시작종이울리면들어오는학생이대부분이었다. 다음시

간시험공부를하는학생은별로보지못했다.

3학년은시험이끝난다음날모의고사를보게된다. 언제쯤시험에서자

유로워질까? 어른이되어도시험은계속된다. 보다나은나를잡기위해서

승진하기위해서…밝은웃음잃지않고꿈을갖고노력하면행복하다고

생각하는아들딸로자라주었으면좋겠다.■

16 << 여성시대

지난휴일, 친구가자기집을지을땅에가보자고해서다녀왔는데,

갔다오니괜히기분이좋지않고마음이싱숭생숭했습니다.

저는전셋집에애들데리고이사다닐때, 친구는결혼때부터시댁에서

아파트를사줘서편하게살고지금도우리집보다훨씬큰집에서남부럽

지않게살고있는데, 새로집지을땅까지사줘서새집지을생각에기분

이하늘을날고있는친구를보면서제처지가한심스러웠습니다.

찬바람나서여름옷을정리하고집안을청소하다보니, 살림살이들이강

산이변한만큼흘러우리딸이종종

“엄마, 다른집은전부양문냉장고인데우리집은이게뭐예요? 냉장고

좀바꿔요. 친구들오면창피해요”

했는데이참에하도오래사용해서낡고쳐져서헤벌레하는소파랑의

자, 살이부러지고삐걱거리는식탁을바꿔볼까하고인터넷을뒤졌지만

가격이만만치않습니다.

이런저런고민을하고있던저에게친구의행복한고민은저를심란하

게만들었습니다. 3층을지어서1층은세를주고2, 3층은자기가살것이

니종종놀러오라고했습니다. 저는중풍을앓는시어머니모시느라들어

간병원비·약값·용돈이집을한채사고도남을만큼들어

갔는데….

친구는 부모님이 쨍쨍하여 말 한마디면 비싼 가구에,

좋은차에어려움모르고삽니다.

제가시어머니응가기저귀받아낼때, “뭐하러고생

∷ 조 숙_대전시 유성구 신성동

마음이 더 자란 딸

2007 November >>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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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November >> 19

“그냥…괜히가을이라마음이싱숭생숭하네.”

“울엄마가왜그러실까?”

말이나온김에딸에게친구이야기를했더니, 우리딸이저를꼭안으면

서하는말에저는놀랄수밖에없었습니다.

고등학교에다니는딸은공부스트레스를종종저에게풀면서, 요즘시

험기간인데공부안된다고어제도나와티격태격했는데,

“엄마, 그집은시도때도없이부모님께손벌려서하고싶은것하지만

효도라는것을모르잖아요. 다큰어른들이부모님재산탐해서이것저것

받는것을보고자식이뭘배우겠어요? 하지만우리집은효도라는것을

배우잖아요. 엄마가할머니께하시는거다보고있어요. 조금만기다리

시면제가어른이되어엄마기분좋게해드릴테니기대해요. 부모님께

돈 받아서 행복한 것보다 자식이 잘되어서 엄마가 행복한 것이 더 좋을

것같아요. 제가열심히노력하니, 다음에엄마하고싶은것다하게해

드릴게요.”

‘오매, 오매!’

요것이언제이렇게마음이자랐을까요? 며칠전만해도가을옷없다고

입을것없다고옷모두꺼내놓고난리를치더니, 언제마음이자라서엄마

를이렇게다독거리고있냐고요.

애가하는말에놀라서가만있으니,

“엄마! 그 집은 자식들이 부모 챙길 줄 모르겠지만 우리는요, 담에 엄

마·아빠께잘할거예요. 엄마늙으시면제가기저귀도갈아주고요. 다이

아몬드반지에뭐든말 만하세요.”

말만들어도행복합니다.

중년아줌마투정이고등학생보다못했으니, 이를어쩌면좋습니까?

그래서애등을토닥거리며,

“내가자식교육은잘시켰나보다”했더니만

“헤헤, 제가누구게요. 바로엄마딸이잖아요”합니다.

18 << 여성시대

해? 도우미분부르면되지”라고말합니다. 여태껏친구가부럽지않았다

면거짓말이겠지만올해처럼부러운때가없었습니다. 저녁준비를하다

보니괜히심술이나고, 시어머니가애들방차지해아들에게변변한방도

마련해주지못하고거실에서자게하는것이마음도아프지만큰집으로

이사갈여유가없어죄없는그릇들만탕탕거리니, 학교갔다온딸이

“엄마, 왜그래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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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여성시대 2007 November >> 21

제가은행에입사한지올해로10년째….

제가하는일은외환업무입니다. 하지만꼭입사철인때가되면1박

2일의면접일정에서면접관으로5 대1의경쟁률을뚫으려는예비신입사

원들의불꽃튀는전선에서자리매김해야하는위치에있습니다. 그런데

제가면접관으로서정말로자격이있는지의문이들때가많습니다.

그것은저도인간이기때문에객관적이지가, 공정해지기가쉽지않다는

것을고백하고싶습니다. 수천명의지원자중1차와2차의서류심사, 시험

등을통과하고마지막으로 3차면접에서당락이결정됩니다. 다섯명중

한명을뽑는, 개인에게는그야말로일생일대의일인만큼중요한순간인

데, 저는면접관으로서너무나주관적인점수를매기게되는것같습니다.

이번에도면접관으로1박2일의일정을함께해야한다는게솔직히너무나

두렵습니다.

10년전, 제가이은행에들어올때면접시간은5분도채안되었던걸

로기억합니다. 질문도하나인가, 두개인가…. 너무나간단해제가이회

사에들어오게한그질문조차기억이안날정도입니다.

그런데요즘은정말까다롭기그지없습니다. 1박2일동안면접관과의면

접은기본이고, 경쟁자들끼리조를짜서토론을시켜보기도하고, 밥을먹

기도하고, 게임도시켜보기도하고, 하나의프로젝트를내주고조끼리완

성해보라고시키기도합니다. 물론그들중에는리더로서조를이끌어가는

사람이있는가하면, 말한마디조리있게하지못하고전전긍긍하는지원

자도있습니다.

치매와중풍으로아무데서나옷내리고, 자기밖에모르

는시어머니때문에힘들어서울기도많이했고, 초등학

교 때는 할머니 왜 저러시냐고 우리 집에 안 살았으면

좋겠다던애들이그새자라서엄마를위로하고있습니

다. 방4칸짜리집이없으면어떻습니까? 오래사용해서

푹꺼진소파면어떻습니까? 우리애들이열심히해서엄

마아빠행복하게해주겠다고하는데.

“자식보다더좋은보석은없으니까, 우리보고살라”고하는말처럼,

자식들이있는데이보다더행복한것이뭐가있겠습니까? 나는어머니께

할만큼한다생각하고여러해를이렇게고생하면서사는데, 당신어머니

께못한다고소리하는고모들이있으면어떻습니까?

당신들은어머니용돈도안드리고기저귀한번안갈아드리면서, 큰소

리친다고화가나서씩씩거릴필요가어디있습니까?

괜히애들앞에서투덜거린것이미안하네요. 언제우리애가이렇게자

랐나요? “야, 키만크지말고마음도좀자라라.”딸이제속을태울때마다

우리딸에게외친소리인데,

“엄마, 내가아직애니까그렇지요, 다잘하면애가아니게요.”

헤헤거리는우리딸, 이맛에힘들어도삽니다. 애들자라는맛에산다니

까요.

아이고, 오십줄을바라보고살면서고등학생딸만도못했으니, 이를어

쩌면좋겠습니까?

지인이보내주신토실토실알밤과고구마같이 어가는자식들의웃

음이행복보따리가되어줍니다.

괜히불어오는가을바람에가슴이벌 거린것이창피하고미안할뿐입

니다.

‘그래, 이녀석아! 너희들만큼귀한보석이없단다. 나에게가장소중한

보물이우리자식들이구나.’■

∷ 조창규_부산시 금정구 구서동

면접관의 고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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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을만들수는없었으니까요. 물어보지도않은종교얘기로면접관의환

심을사려는건 50 대 50이라는확률이있으므로정말조심해야합니다.

그지원자가독실한기독교집안출신의면접관을만났다면더후한점수

어려운질문과애매한질문을던져그사람이깊게생각하는과정에서

인내력테스트도하고정말기분나쁜질문도한번던져봄으로써그인격

의바닥이드러나게도해봅니다.

그중에는참지못하고얼굴이붉으락푸르락해지는지원자도있고, 부드

럽게‘참을인자’세개를그리며잘넘어가는지원자도있습니다. 즉저

희들눈에는그게너무나잘보인다는거죠.

그런데제가고민하는것은, 저와면접을보는지원자들중저의개인적

인상념때문에피해를보는지원자들이나타날수있다는겁니다. 작년에

3차면접을보는데(참고로제고향이부산입니다.) 한지원자는P대를나

왔고, 다른후보자는D대를나왔더라고요. 객관적으로보면당연히P대가

부산의대표국공립대이기에호감이더갈수가있지만저에게는D대를나

왔다는그지원자에게더끌리는것이었습니다.

왜그럴까…. 그건제가D대근처에살았기때문입니다. 학창시절에그

대학에서축구도하고, 농구도하고, 친구들과미루나무그늘아래누워농

담따먹기도하고, 첫사랑과데이트도즐겼던곳이기에저에게는잊을수

없는, 너무나추억이많이서려있는학교 습니다.

정말이지원자가그대학을다녔다는것이무엇보다반가웠고, 제추억

을이야기할때함께공유할수있다는착각도들었으니까요. 그래서저는

그D대를나온지원자에게더높은점수를주게되었습니다.

그리고또다른지원자와는면접에서종교얘기가나왔는데, 그가독실

한기독교인이라그러데요. 모태신앙이라온집안식구들이교회에서직분

들이다있다그러더군요. 그말을듣는순간, 매주수요일마다6시만되면

칼퇴근을하는B양이떠오르더라고요. 아무리일이많고정리할것이많아

도, 그녀는다던져두고책상을떠납니다. 수요예배에꼭참석해야한다는

그이유하나로말입니다.

저는일단독실한불교집안이라는지원자에게더후한점수를줄수밖

에없었습니다. 그 B양을따라매주수요일마다책상을떠날다른신입사

22 << 여성시대 2007 November >>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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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November >> 2524 << 여성시대

가을이라그런지무얼먹어도속이허전하고자꾸배가고픈것같기

도하고, 아침에일어나는것도점점힘들어진다. 벌써늙었나? 아

니면내몸에병이생겼나? 덜컥겁이난다.

휴일에는정말아무것도안하고실컷잠만자며쉬고싶은데, 아이들은

“엄마는잠꾸러기, 게으름뱅이야. 맨날피곤하다, 힘들다, 엄살만부리고.

우리랑놀아주지도않고. 진짜시시해. 심심하고, 배고파”한다.

‘그래, 놀아줘야하는데’하는미안한마음과‘아휴, 내맘대로할수있

는게하나도없어’하는짜증으로억지로일어나려는데, 남편이“너희들!

엄마그냥쉬게내버려둬. 휴일인데엄마도좀쉬어야지”한다.

남편의그한마디에마음이확풀려, 기분좋게일어나며“아니에요. 청소

도 해야 하고… 빨래도 해야죠. 그리고 아침도 먹어야지”했더니, 남편은

“청소는내가청소기돌리면되고, 빨래는그냥세탁기돌려. 손빨래하지말

고. 그리고아침은내가애들하고대충챙겨먹을게. 피곤하면더자”한다.

고맙고행복하다. 결혼참잘한거같고, 갑자기힘이난다. 늘먹던김

치, 특별한것없는돼지고기로끓인김치찌개가유난히맛있다.

내기분이좋으니아이들도더예뻐보이고, 부실한반찬이미안하다.

“점심에는김밥싸서운동장에놀러가자. 오늘은특별히컵라면도사줄

게”했다. 라면을좋아하지만몸에좋지않다고해서평소에는자주안주

는데, ‘컵라면’소리에아이들은신이나서밥한공기씩뚝딱해치우고는

시키지도않았는데, 저희들방정리를한다고난리다. 참귀엽다.

운동장에서제법멀리까지날아가는아들이찬공을보며아이들크는

를받았겠죠.

그리고면접에서재테크로어느방법을선호하겠냐는의견을물어보았

을때, 주식으로재테크를생각한다는이를, 부동산으로재테크를한다는

이보다더낮은점수를줄수밖에없더라고요. 회사내기업정보시스템을

역이용해주식장에서큰손들과역모해작전세력을만들어한몫챙긴P씨

가생각나, 더이상그런위험한인물은이바닥에발을못디디게해야겠

다는생각이번쩍들더라고요.

그지원자는아무생각없이요즘유행하는펀드물결에더적극적인면

을보이고자주식투자로재테크를생각했을뿐인데, 제 머릿속에는그런

개인적인소견들로꽉차있어그순수성을말살해버리고있으니까말입

니다. 그덕에부동산이라고말해버린후보가더큰점수를가져가버렸습

니다.

그렇습니다. 정말마지막고비인면접…. 자기인생이걸려있는그날하

루에이루어지는그면접은알고보면면접관의개인적인판단에의해이

루어지는경우가많습니다. 그러기에내가학벌이좋지못하다고내가백

이없다고, 내가가진게없다고주눅들거하나도없습니다. 오히려그날

보여주는자신감과성실함이면접관에게더호감을살수도있으니까요.

기계가아닌사람이사람을뽑는일이기에, 정말면접은그날의운이라고

할수있지않을까그런생각이듭니다.

물론저같은사람은한명만으로족하지요. 면접관들이다저같다고생

각하시면안되고요. 올해있을면접을더객관적으로보기위해제가먼저

반성하는입장에서 을써보았습니다. 오해가없으셨으면합니다.

사람이사는세상이기에사람이사람을그날하루관찰하고얘기해보

고, 누가더훌륭하고인격있는지원자인지가려내는것은정말해운대모

래사장에서바늘찾는것만큼힘든일이아닐까요? 그러니예비신입사원

들, 미리걱정하지말고자기의소신을마음껏펼칠수있는그날, 최선을

다해후회없는면접을보시길바랍니다.■

나의 행복과 언니

∷ 이경옥_부산시 북구 화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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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November >> 2726 << 여성시대

손자·손녀를 건넌방으로 보내고 조그만 상 앞에 앉아 펜을 들었지

만, 무슨이야기를써야할지정리가되지를않네요. 할말이무척

이나많았는데….

안녕하세요!

저는 5학년 8반이고수원에살고있는라일심이라고합니다. 저에게는

아들만둘있는데, 전부결혼했습니다.

큰며느리가우리집과인연을맺은지10월3일로딱10년이됩니다. 잘

사는집같으면결혼10주년이라고보석에옷에선물도많이해주련만, 마

음뿐…진작부터생각만하고실행에옮기지못한채여성시대문을두드

려봅니다.

저희며느리이름은‘김현수’, 올해 34세입니다. 고향은산높고물맑

은충청도청양이랍니다. 할머니, 부모님, 형제자매많은가족속에서자라

서인지요즘애들같지않고그야말로신토불이랍니다.

까다로운자기신랑의입맛을맞춰가며집안에큰소리한번내지않고,

10년동안서로보듬어가며남매건강하게키우며잘살고

있습니다.

내아들이지만입맛이은근히까다롭거든요. 음식타박은

하지않는데, 밖에서사온음식은용케도알고젓가락이가

지를않습니다. 아침밥도꼭먹어야되고생선도가시를발라

줘야먹는식성이랍니다.

저또한보통이넘는성격인데, 10년이된지금은며느리가

건참좋은데, 나와남편은안늙었으면좋겠다는생각을한다. 운동장에서

내가한일은공놀이하는아이들과남편을가만히앉아서웃으며본일과

김밥과컵라면을배불리먹고온일밖에는없는데, 현관문을열고신발을

벗으며“피곤하다, 너무피곤해”하는말이저절로나온다. 이러니까애들

이나보고엄살쟁이라고하나보다.

모처럼신나게놀고와서인지밤 9시도안됐는데, 아이들은졸리다며

자러간다. 빨래를개고있는데, 대전에사는언니에게서전화가왔다. 언

니한테도요즘너무피곤하다며투정을부리고또아이들이랑운동장에서

공놀이하다왔는데, 제법잘차더라는둥자랑도하다가문득정신을차려

“언니, 오늘뭐했어?”했더니, 언니는담담하게“뭐하긴. 장사했지”한다.

순간미안했다.

형부가떠나고혼자중학생조카를키우며, 노점상으로하루하루힘겹게

사는우리언니.

“언니, 요즘많이힘들지. 장사도잘안된다며”했더니, 언니는웃으며

“응. 장사가안돼서조금힘들기는한데, 우리훈이가공부를잘해서힘든

줄도몰라. 우리훈이이번에반에서2등했어. 학원도안보내는데기특하

지?”한다.

나는일부러더크게놀라며“정말? 대단하다. 훈이보고이모가진짜

축하하고고생했다고전해줘”했다. 그리고는언니와요즘시골에계신엄

마가부쩍많이늙으신거같다는것과사는게만만치않다는얘기를하다

끊었다.

가만히아이들옆에누워생각해봤다. 혼자힘겹게길거리에서더운날

에는작은파라솔에지친몸숨기고, 칼날처럼추운날에는겹겹이껴입은

옷속에고통을감추며사는언니에비하면, 난얼마나편하고쉽게살고

있는지…반성해본다. 부끄럽다.■

사랑한다, 현수야!

∷ 라일심_경기도 수원시 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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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여성시대

작은며느리가결혼한지5년째인데, 두번실패하고큰애딸을낳고이

번에둘째를임신했습니다. 큰애때도유산기미가있어병원에입·퇴원

을반복하다가수술해서낳았는데, 한달가량큰집에와서산후조리를하

고갔습니다. 물론수고비는주었지만식성까다로운동서, 조리원에있으

면음식못먹는다고괜찮으면수원집에와있으라고큰며느리가먼저이

야기를꺼냈답니다.

이번에도입덧이심해한달가량수원형님댁에머물다갔습니다. 물론

내가손자들봐주니, 왔다갔다했지만요즘애들같지않게아무내색하지

않고음식하나라도해먹이려고애쓰고동서간에우애있게지내니, 형제

간우애또한돈독해져너무보기좋습니다.

올추석때도작은며느리는추석나흘전에내려왔지만, 해마다해봤듯

이부침과전은아들둘이서하고, 나물과기타음식은큰며느리혼자서다

하다시피했습니다.

왜그애라고시댁식구모두좋기만하고화나고스트레스가없겠습니까?

아들이대기업에잘다니다가IMF 때정리해고당해서조그만중소기업

에 2년동안근무하다개인사업해보겠다고식당을크게하다가있는돈

다날리고빚까지졌습니다. 다시회사에다닌지2년이넘었지만빚은갚

지못하고이자만내고있고, 자동차는10년이되어수리비가더많이들어

가는현실이랍니다.

저는옆에서사람이건강하면해쳐나갈수있다고위로를해보지만, 올

여름처럼무더운여름에선풍기바람에지내기란정말힘들더군요. 나이가

드니웬땀이그리도나는지, 눈꺼풀은처져땀이눈으로들어가눈이충혈

돼해마다여름이면안과에가는일이연중행사가되었답니다.

전셋집이만기되어주인이쓴다고방을비워달라니, 며칠을다녀도터무

니없이올라버린집값에발은물집까지잡혔답니다. 10년넘게부어온청

약저축이있지만한번신청도못하고, 내년에는어떻게든신청해본다고

며느리도1년넘게직장생활을하고있답니다.

자신이없이는선뜻덤비지못하는바보로만들어놓았답니다.

시장에가도함께, 마트에가도함께, 내옷이뭐가있는지신발이계절

에맞게몇켤레있는지저보다더잘알고있답니다. 때로는둘이앉아아

들흉도보고과일깎다달고맛있으면서로입에넣어주고, 어쩌다놀러나

가면커피값하시라고만원짜리한장챙겨주지만이따금시어머니불호

령에눈물도짜면서지내다보니, 미운정고운정들어버린딸같은며느

리랍니다.

2007 November >>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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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이랍시고큰용기를내반찬뚜껑을덮지않고나와버렸습니다.

TV 보느라여념없는아내가몰라서그렇지, 만약에알았다간요절

이났을겁니다.

문을열고나오면서도금방“이거뭐예요? 아이고미쳤구만, 미쳤어. 당

장못들어와요? 나뚜껑열리게하지말고당장들어와뚜껑닫아요. 알

간?”하며제머리카락을쥐어당길듯날카롭게외쳐대는무서운목소리

가나올것같아그만모골이송연해졌습니다.

정년이되기전에제가물러나야했던교직은교원감축바람이불어대

는통에나이든교장단들이부들부들떨어야만했고, 또의리와폼아니면

죽음을달라고하듯멋있게굴던제게그감축바람은구차한바람이었습니

다. 그래서박차고나와버렸습니다.

그자리를너구리처럼끌어안은채고액의월급을받아가며앉아있다는

말을듣고싶지않아박차고나와버렸던것입니다. 아내는저더러미쳤다

고했습니다. 아내는매우아쉬워했지만저는제가내린결론을후회하지

않았습니다. 제가나옴으로써초임교사두명을쓸수가있다는생각만했

습니다. 스스로위로가됐습니다.

그리고저를따라서주변의교장선생님들이줄줄이명예퇴직을해주는

것도고마웠습니다.

저랑분명뜻이같은사람들이니뭘해도마음이맞을거같았습니다. 그

래서 산악회를 조직했습니다. 일주일에 세 번씩 만나기로 했고, 이름을

‘청우회’라고지어봤습니다.

2007 November >> 3130 << 여성시대

저희시댁이1·4 후퇴때피란온가족입니다. 시누이가둘있지만결혼

해살고, 저희친정은제가무남독녀라형제가없습니다. 명절때, 온가족

이모여시끌벅적한게너무부러워큰며느리한테결혼하거든명절전에

친정에다녀오면어떻겠느냐고했더니그렇게했습니다만, 동서가들어오

니그룰이깨지더군요.

작은며느리는딸이여섯인집안에셋째인데결혼한

딸들이추석날오후가되면다모인답니다. 그래서다녀

오랬더니차례를끝내자마자친정으로갑니다. 어찌보

면편파적이지않나싶습니다. 하여몇년전부터는너도맘대로하라고했

더니, 교통체증이심하다고선뜻나서지못하고언니네집에다녀오곤한

답니다.

웃기는이야기하나더할까요. 우리아들네집에는객식구가많이생활

했답니다. 결혼한지한달이나되었을까? 한참신혼집에가보니, 웬아가

씨가있더라고요. 누구냐고물으니, 회사친구인데당분간함께생활할거

라고하더라고요.

한달가량지나서그아가씨가나가자마자, 이번에는학교때친구가와

서또생활, 안되겠다싶어서신혼집에객식구들이지말라고야단을쳤습

니다.

몇달지나서조카들과함께생활, 또친정언니가와서몇년. 최근에는

동서네여동생이기숙사를못구해서4개월가량지내다갔습니다.

사람집에사람이드나드는것은좋지만아가씨는안된다고못을박고,

시내생활이불편하고힘드니, 이제는그만이라고이야기는하지만과연

며느리한테통할까싶네요.

어때요? 우리며느리인간성좋고, 심성곱고칭찬해줄만하죠?

현수야! 사랑한다, 많이많이.

건강조심하고결혼10주년정말축하해! 우리가족이되어주어정말고

맙고, 감사해. 사랑한다.■

∷ 김관수_부산시 부산진구 부암동

반항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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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November >> 33

마음을이해못하는것은아니지만사람이늘책만가까이하면서살수는

없잖아요. 제가가끔씩오락프로그램같은것을보면저더러천박하다는

듯“쯧쯧쯧. 부끄럽지도않아요? 사람이그런것을보면서히히덕댈꼬?”

라고하면정말제자신이형편없어보입니다.

갈수록작아지는제모습을발견하고서럽기까지합니다. 일하지않는다

고돈벌어다주지않는다고이렇게철저하게외면당하고무시당해야하는

가. 지난흘러간30년동안집마련하고자, 애들대학보내고자, 장가보내

고자정신없이동당거렸던그날들이아깝고억울했습니다.

아내랑오순도순알콩달콩이이야기, 저이야기하면서여행도좀다니

고평소못써봤던돈들도좀써가면서살아가고싶었건만아내는가난해서

32 << 여성시대

푸른우정. 뭐다늙어가는주제에푸른색이있는우정이겠소마는그래

도이름이라도지어놓으니마음이젊어지는것같았습니다.

30년넘게달려온이길…. 비록단칼에자르듯내놓아버려아쉬움이짙

었지만마음을달래고‘목표는일만개의산’에도전하여꼭내삶이마감

되는날까지정복하리라하고결심을했습니다. 좋고반가운사람들이었기

에정말꾸준히만나산에올랐습니다.

하지만저는번번이무력해지기만했습니다. 아내는퇴직한저를매우

미워했고싫어했습니다. 교장선생님일적에는사모님이라는호칭을들을

수가있었고, 그만큼의예우가따랐으니아내는그것을퍽즐기는듯싶었

지만, 막상퇴직을해버리고나자저를존경한다면서따르던사람들이거

짓말처럼사라져버렸습니다.

눈에띄게쌀쌀했습니다. 다른선생님들은산에

오를적에간식을참좋게싸오더군요. 저는고작

슈퍼마켓에서산열개들이호떡아니면집앞김밥집

에서파는찐만두가다 습니다.

“아, 귀찮아. 귀찮아서못해요. 그냥몇개슈퍼마켓에

서사가요”라는말을해버리니정말뭐라요구를할수가

없어뻣뻣하게슈퍼마켓으로들어가

호떡봉지를사들고나오는심정이

많이울적했습니다.

산에오르기전에는좀뜨뜻한

국물과 밥을 먹고 싶지만 아내는

알아서 담아먹으라는 듯 빈 그릇을 식

탁위에올려놓고자기방으로들어가버

립니다.

아내는책을좋아합니다. 그만큼시간을

허비하는사람들을경멸합니다. 물론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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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November >> 3534 << 여성시대

만을바라면서정작아내에게는잘해준게하나도없는주제에감히반찬

뚜껑을열어놓고나와버려? 이제나는죽었다.

완전냉장고랑같이버려지겠군. 큰일났네. 저는걱정이됐고친구에게

털어놨더니,

“뭐라고? 이친구미쳤나? 등산이고나발이고얼른돌아가세. 빵간식은

자네줄테니까, 집에가서사모님이랑같이나눠들게.”

친구는제팔목을잡아당겼고얼떨결에산을내려와집으로향했습니다.

지 거리게구웠는지삼치냄새가코를자극했습니다. 구수한된장찌개냄

새도났습니다.

“저어기말이여.”

아침의반항을회개하듯쭈뼛쭈뼛아내에게로다가서니,

“왜요?”

하면서퉁명스레받는아내를확하고안아버렸습니다.

“아이고, 드디어미쳤군미쳤어. 아침에나갔던사람이정오도못되어

들어오더니아주미쳤구만미쳤어”하는데, “아, 뭐가미쳤어? 내사람내

가내집에서껴안는데?”하자“아, 시끄러워요. 자빨리삼치구이나드시

구랴. 배도고프게생겼네. 자요얼른.”

입은거칠어도손끝은야무져반찬맘먹고하면끝내주게맛있는것을

만들어내는우리아내의손을잡아봤습니다.

“그만하고밥퍼먹으라니까?”

“응. 알았어. 퍼먹을게.”

밥을퍼먹으면서가만히생각해보니까아마최소한냉장고랑버려지진

않을거같았습니다.

만약에그렇다면밥어설프게퍼먹고나간남편생각해삼치랑된장찌개

를맛나게준비해주지않았을것아닙니까?

생각할수록좋았습니다. 이제는두번다시반항같은것하지않으렵니

다. 반찬뚜껑잘덮으렵니다.■

많은돈이없으니, 애들을펑펑못도와준다면서이런인생이짜증만난다

고했습니다.

애들은애들입니다. 그만큼해줬으면부모된도리는하지않았는가하면

저더러몰인정한스크루지같다고합니다. 정체성이흔들립니다.

“어친구오늘등산가자고? 조오치~. 내가오늘아주맛있는간식을싸

갈게. 아, 우리집사람이말이야, 문화센터에서빵굽는법을배웠데. 만들

어줬는데아주맛이좋아내가준비해감세.”

친구는할일없어서산에가자라는제제안이솔깃했는지선뜻동의를

해줬고, 얼김에빵간식자랑도하더라고요.

에이, 더욱더화가났습니다. 그래서반항한답시고 폐용기뚜껑을덮

지않고헤벌레하게열어둔채나와버렸던것입니다. 그것이지금이시

점에서제가할수있는유일한반항이었으니까요.

아마주방으로나와그꼬라지를본아내의속이하루종일부 거리겠

지? 에이, 고소하다싶어서대문밖으로나올때까지통쾌했습니다.

친구를만나산에오르다보니등줄기가후줄근하게더웠습니다.

“모름지기말일세, 집사람에게잘해야겠어. 우리집사람나만나서고생

억수로했지. 우리월급이어디사람살만한금액이었는가? 그때고생많

이했던탓에지금손목이시려서칼을못들잖아. 무릎아파서밤마다끙

끙거려노인네다되서아프다고하면정말미안하더라고.”

더워진몸을좀식히려고옷을벗고자잠시길을멈춰서면서친구가하

는말을천천히듣고있노라니정말우리아내에게딱들어맞는말이었습

니다. 고생을업으로알듯, 저랑결혼해살면서형님이갈아엎어놓는빚

감당하느라, 아버지가벌여놓은사업뒷감당하느라고생만바가지로한사

람이었습니다. 제대로된속옷이없어서가슴쪽이너덜거리는레이스를

한내복을입은채외풍센단칸방에서오들오들떨던사람.

겨우살만하니까이제는덜컥퇴직해버려아내의환상과꿈을깨놓은

이사람이과연아내에게무슨할말이있겠습니까. 그저나에게잘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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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승화_경북 경산시 진량읍

부자간의 밤낚시

2007 November >> 3736 << 여성시대

남편은밤마다아이들머리맡에서동화책을읽어줍니다. 남편은베갯머리

에서자신의동화를들으며편안하게잠이든아이들을보면서하루를정

리하는것이일상이된지오래되었습니다.

얼마전입니다. 남편이“민지엄마, 앞으로가능하면금요일은집에가서

아버지와밤낚시를가고싶어”하며아이들에게읽어준동화이야기를들

려주었습니다.

매주금요일밤이면남편은저에게허락된외박을합니다.

저는외박하는남편을위해이것저것먹을거리를챙겨줍니다. 아이들도

환하게웃으며“아버지, 다녀오세요”라고큰소리로인사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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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November >> 3938 << 여성시대

가만히생각해보니‘효도’라는게거창한게아니더라고요.

명절, 생신날용돈을많이드리는것보다는평소에시간날때찾아뵙

고많은이야기를나누면서지내는게효도가아닐까싶습니다.■

사진●정태수

“어느마을에효자아들이있

었는데 그 아들은 외출을 하

고 나면 병들어 집에만 계시

는 아버지께 마을 이야기를

시시콜콜하게 다 해드렸대.

그걸 본 한 이웃이, 당신은

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까

지아버지께하느냐고물었대. 그러자아들은아버지께대화를통해기쁨

을드리기위해서입니다라고대답했어.”

남편은바쁘다는핑계로그동안은시골집에얼굴만비치고돌아오곤했는

데, 이제는그동화속주인공처럼아버지의말벗을해드리고싶다고했습

니다.

부자간의밤낚시는그렇게시작되었고아버님은남편과의밤낚시이후에

한층더밝아지셨습니다. 그런부자지간이부러워저도시어머님과이런

저런이야기를나누게되었고, 한번은이야기하느라불에얹어놓은국을

태워먹기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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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다고 몸부림쳤습니다.

그러면 전 그런 아이를

꼭 안고“열이 떨어지려

면이렇게해야돼. 미안

해. 엄마가 더 잘해줘야 네가

안 아픈데. 미안해”하며 엉

엉울었고, 남편은잠좀자

자 짜증을 부렸습니다.

그럴때마다다시는아이

안 가질 테다, 이렇

게피가마르는

데. 그럴 때마다

얼른 둘째 가지라는

친정엄마가원망스럽더군요.

그런데어느정도지나니, 아이가차츰말귀도알아듣고옹알이를하면

서예쁜짓을하니까둘째욕심이생기더군요.

“둘째는절로큰다. 키워봐서더잘키운다.”

자꾸옆에서유혹하는엄마들의말, 어른들의조바심때문에몇달지나

둘째가지기에돌입하 고, 몇달간남편과의노력끝에둘째를가지고낳

았습니다. 둘째를낳기전, 둘째는정말저절로크는줄알았어요. 어른들

이하나같이그러시기에정말그런줄알았습니다. 그런데힘듭니다. 절로

큰다더니기절할지경입니다.

늙어서둘째낳은지라기력도딸리고회복도안되고젖주랴안고뛰

랴. 거기다다섯살딸챙겨주는일이만만치않습니다. 하루가전쟁이고,

밤마다 아파서 죽습니다. 가서 따지고 싶어요. 누가 둘째는 그냥 큰다고

했는지!

회복도안된몸을이끌고, 두아이를매달고결혼식장에갔습니다. 다들

2007 November >> 4140 << 여성시대

저는몇달전둘째를낳은두아이의엄마랍니다. 첫아이를낳고다

들그러대요.

“둘째꼭낳아라. 아니얼른낳아. 첫아이는좀힘들지만둘째는지혼자

큰다.”

그말을들었던때가첫아이가7개월쯤되었을때인데첫아이인지라너

무힘들었거든요. 육아지식도없고, 경험도없고…. 활동적이고호기심많

은성격의첫아이, 좋기는한데놀아줄때는힘에부치는게이만저만힘든

게아니었습니다.

이제껏완전모유수유만했는데, 조금만먹는것에신경을못쓰면젖의

양이확줄여버려친정엄마랑외할머니의젖줄어서애기배곯는다는잔소

리가쉴새없이저에게날아들어, 저는잔소리에지쳤습니다.

이유식먹을시기가되자이유식먹이기훈련에들어갔는데, 먹이다조

금먹는다싶더니이내딴짓하고숟가락만가져다대면안먹으려고도리

도리하고얼굴에, 보행기에, 내옷에, 바닥에묻히기만하고전애달래가

며“제발좀먹어”하다가억지로입에숟가락마구넣었는데…. 그러고나

니내자신이왜그리싫어지던지요.

좋은말로예쁜행동으로만키우겠다던다짐은어디갔는지, 이유식하

기시작하면서벌써몇번소리를질 어요.

애가감기에걸려기침을하고일주일넘게약을먹고토하고힘들어할

때, 열이올라열이떨어지길기다리며물수건으로온몸을닦아줄때마다

∷ 정은미_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

둘째 꼭 낳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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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November >> 4342 << 여성시대

남편고향친구들모임이있다. 모임을만든지한20년정도되었나?

그런데그리오랜시간동안아내동반모임은다섯손가락안에들

뿐이고늘자기들끼리만모인다. 그런데무슨바람이불었는지이번엔아

내들을위한모임을한다는게아닌가.

가뭄에콩나듯바라다만난아내들의얼굴이많이변해있었다. 더구나

난아주많이변해버린축에끼는듯했다. 그래서잠시주눅이들었지만그

래도내가누군가. 금방마음을고쳐먹고애써웃는다. 잠시후아내들소

개가이어졌다. 그리고남편은나를이렇게소개한다.

“우리마누라이름은아무개입니다. 바로여기가고향인사람이죠. 머…

저만나고생만했는데아직도고생못끝내고죽어라일하고삽니다.”

아직도못끝낸고생이라는말을들으니, 조금먹먹한기분이들었다. 고

생을하는줄은아는모양이군. 혼자시큰둥하니어정쩡하게웃고들어선

자리…그래도낯익은형님뻘이신분이직송된것이라며복분자술한잔을

따라주신다. 그리고그술한잔을금세비워버린다.

몇년만의외출인가싶기도하고얼마만의외식인가싶기도하다.

시골아줌마는접시들고일등으로음식을가지러간다. 일단늘그랬듯

이샐러드위주로담아들고회부터눈독을들인다. 광어한마리가눈동그

랗게뜬채곱게누워서나잡아드슈하고있다. 체면이고뭐고없이광어

랑연어를담고그옆에초밥서너개를올려놓고자리로온다.

모처럼산뜻함이라그런가. 입에딱하니들러붙어맛이참좋다. 게다가

복분자술달짝지근함이목구멍에약올리며넘어간다. 복분자술을혼자넘

화사하더군요. 내두개의혹이몹시짜증납니다.

그때오랜만에만난아는언니의아이는이미큰아이일곱살, 둘째네

살. 재작년에봤을때보다무척안정적이고환해졌더군요. 그언니만나는

사람마다말합디다.

“어머, 둘째안낳으세요? 꼭낳으세요. 꼭낳아야지요.”

그런언니에게되물었던기억이떠오르더군요.

“둘째가그렇게예뻐요?”

“그건낳아보세요. 낳으면알아요.”

이렇게말한그언니, 그래서둘째를왜낳으라고했는지나만이렇게힘

든지싶어옆에서보던나, 가서물어봤습니다.

“언니는둘째키우는거쉬웠나봐요. 둘째많이예뻐요?”

“아뇨. 둘째힘들어서죽는줄알았어요. 맨날힘들어서울었어요.”

하는게아니겠습니까?

“근데왜둘째꼭낳으라고말하세요?”

씩~ 썩소날려주시면서

“억울해서요. 나만힘든게억울해서. 호호호. 나처럼낳고힘들라고요.

호호호. 저도속았거든요. 그래서저처럼고생하라고보는사람마다꼭낳

으라고하고다녀요.”

귀여운그녀만의복수 답니다. 그리곤갓난쟁이들데리고나온엄마들

보면서“힘들지요?”하며속으로웃는답니다. 그래, 내가애낳고힘들어

할때니들은홀가분한몸으로 화보고쇼핑하고시간이남아돌아주체

못하고그게행복인지도모르고살았었지? 하면서말이죠.

그뒤로저도놀이터에서하나낳은엄마보면말합니다.

“어머~ 둘째꼭낳으세요. 낳아보면알아요.”

저의복수도이제시작입니다. 근데이렇게힘든둘째가이시기만지나

면더큰기쁨을준다지요? 그날을기다리며….

둘째다들낳으세요. 꼭이요!■

∷ 임옥임_충남 아산시 선장면

소중한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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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쳐. 흐흐흐.”

아줌마들은주거니받거니서로

의집안들안부챙겨가며수다도

멈추지않는다.

그렇게 먹는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느즈막히한팀이도착한다. 갑

자기숨이턱하니막혀오며먹은

것들이 그냥 제자리에 멈춰버린

기분이다. 오지 못할 것이라, 올

수없을것이라생각했던회원한

사람의등장은이루말할수없는그런

기분을들게했다. 멀쩡하고건강해보 던남편친구

의아내분. 그러나그분은자궁암말기.

처음그말을전하던남편앞에서가슴이싸늘하게어

는듯했다. 그냥아랫배가좀자주아팠을뿐이고몸이

좀무거웠다고했다는데…. 병원진단결과는무서운결

과를내놓았고본인에게도알렸단다.

믿기지않는다고했다던그아내분은수술을원했고, 입원하는날이바

로며칠후란다. 참석하지않아도되는모임이라며말렸겠지만그아내분

의마음을우리네가왜헤아리지못할것인가. 여자의마음은여자가안다

고…마지막일수도있다는생각에왔을것이다.

이윽고남편의소개가이어졌다.

“우리늦게도착한이사람은제아내입니다. 음…그리고이옆의이녀

석은올겨울에장가갈아들놈입니다.”

머리숙여인사하는아내는젖은눈을감추려얼른손으로눈을가린다.

가슴이그냥아파지면서나또한눈물이흘러버린다. 한잔술김에그녀

기는나를옆자리의아주머니가보시곤

“기왕이면건배하고먹읍시다, 우리”

그렇게이어지는인사말

“반갑습니다. 건강하세요.”

술술넘어간다고술술마시는복분자술이나의얼굴을따끈하게데워

준다.

“이거은근하게올라오네. 호호호.”

“천천히마셔야해요. 안그럼이거나중에혼난다니까. 우습게보다큰

2007 November >> 4544 << 여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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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도마주치자고한다.

“그럽시다. 한세상이렇게가는것인데…. 낯이설면어떨

것이고, 또낯이익으면어떠하겠습니까?”

웃으며두어번잔을맞대고마시면서순간남편을안아

보고싶어진다. 그래도나혼자사는세상보다는같이마주하고사는세

상이훨씬가벼울텐데, 잘 챙겨옆에두고살아야겠다는생각이자꾸만

든다.

잘해주고잘하던사람들도죽고나면못해준것만생각난다던데못해

주고 보내면 얼마나 두고두고 후회스러울까 싶은 것이 아릿한 아픔이

스민다. 집에쌓여있는일거리들로조금은이르게빠져나와집으로향

했다.

“많이먹었어? 잘먹는것같던데.”

“어, 먹고싶은것만챙겨서먹었네. 술도먹고.”

“잘했어. 내가나오자고하면아무말말고따라나와그러니까.”

“아이고, 좀 괜찮은데 데리고 가봐라. 먹지도 않는데 데리고 다니지

말고.”

그새남편에게콩닥대고어깃장을놓는다. 금세아까의생각을다잊어

버린새대가리다.

차안에서이러쿵저러쿵소곤소곤이야기를나누고집에들어서는데취

기가올라온다는나의말에얼른주전자에물을따라올려놓는남편이참

기특하다. 내가좋아하는매실차를타줄모양이다.

사람한평생을얼마나함께할지그누구도모른다. 먼저가는사람마음

은천갈래만갈래찢어지고아플테고, 남겨지는사람의막막함은얼마나

까맣게녹아들까.

그저수술이나좀잘되어서아들녀석장가가는것이나볼수있었으면

좋겠다. 나도있을때잘해야지. 없는것보다있는것이나을테니까. 아직

은남편이내겐더없이필요하니까.■

2007 November >> 4746 << 여성시대

의마음이마구다가오는것만같아서덤벼드는이울컥함을감추기가버

거워진다. 결국손수건을꺼내몰래닦아냈지만알길없는이눈물은자꾸

만흐른다. 어쩌면이얼굴들을마지막으로볼지도모르는이자리. 본인

의마음도그러하겠지만먼저보내야할지도모르는남편의친구들앞에

서얼마나많은생각들이겹쳐질까싶은것이가엾고안쓰러워목이또먹

먹해온다.

흰눈내리는겨울에결혼한다는그아들녀석또한마음이아픈것도보

이고…. 어쩌면결혼식에참석못할지도모른다는상황을지레느껴가며

자신의엄마를한없이바라보는그눈빛또한내게는보인다. 입딱다물고

있는멀찌감치떨어져앉아있는내남편의얼굴이다시보인다.

꽥꽥거리고못살게굴던내행동들이괜스레미안해진다. 저사람이막

상 내 곁에서 없어지고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아진다는 것을

상상해보려니 왠지 소름

돋는듯하고없었으면좋

겠다고 대들던 나의 말

들이 다 거짓말인 것이

드러나는순간이다.

생각해보니 남편의 친

구가 둘이나 하늘로 떠났

다. 그 내외는 아들과 요기만 조금 한 채

친구들과인사를하며사라졌다. 아무렇지

도않게전과같이행동했겠지만사라지는

그들의 뒷모습이 애써 감추는 마음이 역력

해 보인다. 등 뒤를 바라다보면 또 한 잔의

술이그냥넘어간다. 옆자리의처음보는아

주머니도내눈물을보며따라훌쩍거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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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November >> 49

“싫은소리들어도좋

아. 엄마가신문에서봤

는데 찰밥이 임신하기

전에 좋다고

하더라.”

결혼한 지

1년이 다 되

어가지만우

리 부부 사이에 아

직아이가안생기는

것에 대해 내색 한번

안하시던우리엄마

가그렇게저에대한

걱정과 안타까움

을푸신겁니다.

순간, 엄마에

게 너무 미안해 무

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떠오르지않았답니다.

그저저는그날저녁, 사랑하는내엄마가임신에찰밥이좋다는내용을

신문에서보고, 그더운날에팥을급히사고정성껏삶아부랴부랴만들어

보내주신찰밥을정말고마운마음으로먹었답니다.

‘엄마, 너무걱정마. 엄마가싸준찰밥먹고몸더건강해져서얼른아

기가질게. 아기나면엄마보여주러더자주갈게요.’

우리집냉장고에엄마마음대신으로와있는두통의찰밥…. 먼훗날,

엄마와이별한후에도찰밥을보면엄마생각참많이나겠다, 그런생각합

니다.■

저는엄마와멀리떨어져사는터라친정에한번가면과일에야채,

반찬을한가득싣고옵니다.

지난주에는엄마가토마토며상추, 고추, 김치온갖것을싸주셨는데함

께싸주신것중에는제가좋아하는찰밥도있었지요.

처음에는한두끼를맛있게먹었어요. 그런데그찰밥의양이너무많아

서, 처음에는맛있게먹던그것이천덕꾸러기가되어냉장고에서이리뒹

굴저리뒹굴하던차 답니다. 그런데오늘볼일볼겸, 혼자친정을거

쳐온신랑손에는, 쎄또한가득의찰밥이들려있었습니다.

전그걸보자마다전화기부터찾았지요.

“냉장고에가득있는거먹지도않고있는데왜상의없이찰밥보내고

그래요? 아무리맛있는거라도매일먹으면어떤지모르시냐고요?”

아주차갑고따갑게말했지요. 그렇게말해야엄마가다시는찰밥을안

하실거같았거든요.

“어, 그래? 엄마는그것도모르고낮에팥사다가씻어서급하게삶아다

했는데….”

이렇게말 하시는엄마목소리는참작았습니다. 그래서저는더욱크게

“앞으로는반찬이구뭐구해주지마요. 엄마가해준감자찜도반은넘

게 버렸고, 고추 졸인 거랑 비싼장조림까지도다 버렸어. 나랑 상의 좀

하지, 뭐싸줄때마다양만많고…. 나한테이렇게싫은소리들으니까좋

아요?”

이래버렸지뭡니까. 그랬더니엄마는

48 << 여성시대

∷ 박재윤_서울시 등포구 문래동

냉장고엔 찰밥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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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만화는 이순옥 씨(서울시 등포구 대림동)가 보내주신 사연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2007 November >> 5150 << 여성시대

비∷ 그림_심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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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대 가족을 찾아

스물한살그때는누군가를사

랑하고 싶고, 스물한 살 그

때는집을떠나혼자살고싶지요.

스물한 살 그때는 촛불 켜고 밤

새도록음악을듣고, 뭔가를쓰고,

스물한살그때는좋은것도, 싫

은것도참많지요.

우리의스물한살같은모습으로

여성시대 문을 두드린 인아 씨를

기억하십니까?

인아 씨는, 경상남

도 의령군 지정면

농협마트에서일

하는 직장여성

입니다. 인아 씨

는 처음 일할 때

마음을 편지에 이

렇게적었습니다.

“음, 첨엔 정말 눈물 날 만

큼 싫었어요. 친구들은 대학 가고,

도시에서 생활하고 문화혜택 누리

며 젊음을 발산하고 사는데, 나는

이런 촌구석에 박혀서 친구도 없

고, 태어난 고향에서 학교 다니고,

직장생활도 해야 하잖아요. 저도

도시에 나가서, 큰물에서 좀 놀아

보고 싶었거든요. 첨엔 그냥 포기

상태에서 아침에 눈 뜨면 직장 가

고그냥그렇게살았어요.”

대학의 간호학과에 합격한 인아

씨는, 도시로대학갈꿈에부풀었

습니다. 그런데 아빠는 딸을 곁에

두고 싶어하셨고, 가만 보니 집안

형편도 그리 넉넉하지 않은 것 같

고, 그래서인아씨는스스로부모

님 곁에 남았고, 농협마트에서 일

하게되었습니다.

농협에서일한다고

해서 창구에서 금

융 업무를 맡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

니라마트에서물

건 팔고 정리하는

일이었습니다. 인아씨

는마트를혼자관리합니다.

마트에는 없는 게 없이 다 있는

데, 요즘 인아 씨는 매장 물건을

파는것외에연탄과소금, 멸치젓

주문은 따로 받고 있습니다. 김장

소금을지역주민들이농협을통해

주문하면, 배달해 드려야 하거든

요. 연탄역시지금한창주문받는

중입니다. 명절 무렵에는 마을마

스물한살직딩인아씨의꿈- 경남의령의이인아씨

스물한살직딩인아씨의꿈- 경남의령의이인아씨

2007 November >>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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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일때문에피곤하시고몸이아프

시거든요. 그러면 술 드시고 그냥

으으으하시며앓다가주무시고그

러시는거죠. 안쓰러워요.”

간혹매장에서소주를그냥드시

는분도계십니다. “이러시면안돼

요. 댁에가지고가셔서드셔야해

요.”이러면서매달리는인아씨와

“어허, 딱 한 꼬뿌만 마신다카이”

하시는 할아버지 모습이 그려지지

요? 더러는“김하나없나? 소금도

개안은데”하시며 안주까지 찾으

십니다.

스물한 살 아가씨가 감당하기에

는어려운상황일수도있는데, 인

아씨는‘내할아버지다!’하고생

각해버리는데, 이제익숙해졌습니

다. 지역사회라, 실제로 친척들도

많습니다. 집안 어른이 같은 직장

에도계신걸요.

처음에 인아 씨는 마트 열기도

전에, 미리 와서 기다리시는 할머

니들 때문에 난감했습니다. 날도

추운데, 마트 앞에 쪼그리고 앉아

계시면, 손녀같은인아씨는어쩔

줄모르겠습니다.

‘아이참, 남들이보면, 내가지

각한줄알겠다. 대체왜저렇게일

찍 오시는 걸까?’그래서 하루는

여쭤보았습니다.

“왜이렇게빨리나오심니꺼?”

할머니들이답해주셨습니다.

“첫 빠스가, 아즉 묵고 나믄 온

다아이가.”

그랬습니다. 차편이 나쁜 거지,

인아씨를힘들게하려고할머니들

이일찍오신게아니었습니다.

무거운 술과 음료수, 과자를 잔

다다니며이동판매도합

니다.

마트를 처음 맡고 나

서물건의자리도많이바꾸었습니

다. 잡화는잡화끼리모아서안쪽으

로배치하고, 자주찾으시는건앞

쪽으로놓아보고, 단팥빵은인기품

목이니까, 오른쪽에 놓고. 마와 알

로에를넣고갈아서드시느라고요

구르트도많이찾으시니까, 냉장고

앞에손이쉽게가는자리에놓고.

그리고 수시로 생각합니다. 한

눈에둘러보면서원하는물건을쉽

게 찾을 수 있도록 배치하는 방법

은무얼까. 인아씨가이렇게고민

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인아

씨가 맡고 있는 마트의 주 고객은

노인들이시거든요. 나이가 많으시

니귀도잘안들리고, 행동도느리

고, 눈도어두우시고, 바

로 코앞에 있는

물건도 지

나치시고, 늘있던자

리에 있는 물건도 매

번처음인듯물으시죠.

오실때마다“라멘어

딨노? 라멘못찾긋드라아가씨야”

하는 할머니가 있습니다. “저쪽에

있어예. 여기예”하면“아, 여있는

거를못찾았네”하시고는, 다음에

오셔서똑같은상황이필름을되돌

린 듯 돌아가지요. “라멘 어딨노?

라멘못찾긋드라아가씨야.”

상품특징만 반복해서 말 하시

는 분도 있습니다. “그거 있다 아

이가, 빨갛코, 새파랗코… 알긋

제?”

“소주 작은 병이랑, 1.8ℓ큰 병

술을많이사가세요. 이미코가빨

개지셔가지고, 또술사러오시

고…. 사실 피곤하셔서 그래

요. 시골 어르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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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November >> 57

뜩산어르신께서는, “무거워서못

들고 가겠다 아이가. 그래도 우리

자슥 올낀데 묵을 끼라도 있어야

지”하시며응차, 그 무거운걸어

깨에지십니다. 그럴때면인아씨

는생각하지요. ‘우리엄마도늙어

서저러실까? 음, 나도늙어서자식

생각하며저럴까?’

인아씨가마음으로토라질때도

있습니다. 바로, 돈을 던져서 주실

때예요. 던져주는돈을받을때, 기

분 나쁘거든요. 인아 씨는, 인생이

란하고싶은일만하면서살순없

다는걸압니다. 힘들어도, 지금자

리를 잘 지켜내면서,

내일을꿈꾸는사

람이 현명한 사

람이라는 걸,

고향에서일

하며깨달았

습니다.

인아 씨가 마트에서 일한 지 이

제 2년, 인아 씨는 꿈이 생겼습니

다. 유통쪽에관심을가지게되었

고, 내년에는유통경 학과로대학

도가요. 외지에나간친구들과어

쩌다 만나면, 인아 씨는 친구들이

부러운데, 친구들은 인아 씨가 부

럽다고합니다.

“인아넌취업을잘했잖아.”

“인아넌부모님이랑사니까, 엄

마가해주는따뜻한밥먹잖아. 부

러워.”

그런친구들앞에서, “나도독립

해서살고싶단말이야!”하고외치

지만친구들은들은척도안합니다.

인아씨네부모님은그유명한의

령수박농사를 지으십니다. 남동생

은 창원에서 고등학교 3학년에 다

니지요. 인아 씨는 일터에서 어르

신들을만나인사하고웃으며일해

야하니까, 집에가면입을다물게

됩니다.

“오늘은 어떻더노? 많이 팔았

나?”아빠가 물으셔도, 말하기 싫

어집니다. “말하기싫어요, 오늘말

많이 했어요”하고 말 드리면 부

모님은 서운해 하시지요. 아빠는

인아 씨가 늘 눈에 보이기를 원하

시고, 연애도하지말것이며, 결혼

도선보고가라고하십니다.

인아씨의얼굴을유심히보아주

세요, 인아씨의꿈과에너지를나

눠받으시게요.

“10년후제모습요? 공부를열

심히해서, 유통업계에서맹렬하게

일하는 관리직 여성요! 열심히 일

하느라고 시집은 안 갔을 거예요.

남자친구는키가크고통통하면좋

을것같아요. 조인성은너무잘생

겼고… 누구라고 할까, 성질은 좀

있어야할것같아요. 내가까불면

나를제어해줄수있어야하니까.

우리 엄마·아빠 잘 챙기고, 기념

일잘챙기는사람, 직업은착실한

공무원이면좋겠다. 크크크.”■●박금선(여성시대 작가), 사진●한향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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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찾는 사람들

2007 November >> 59

집안을찬찬히둘러보면플라스틱을소재로한생활용품이의외로많

다는것을새삼깨닫게된다. 욕실에있는세숫대야부터옷장속의

옷걸이, 책상옆에놓여있는휴지통, 온갖크기의수납용박스까지그야말

로우리네생활구석구석에서플라스틱제품들은꽤유용하게쓰이고있다.

창신리빙은 국내 플라스틱 생활용품 업계에서 단연 독보적인 존재다.

600여 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독창적인

제품으로소비자들의신뢰와사랑을받고있다. 지금은세계적으로내로라

하는플라스틱생활용품회사들과어깨를나란히하고있지만창신리빙의

이 철대표가사업을시작한계기는의외로양면팬이었다.

“어린나이에우연한기회로양면팬 업을하게됐는데, 시연판매라는

독특한기법을쓴덕분에무척많이팔았어요. 직접생산해보고싶은욕심

에여기저기서돈을끌어와제품개발에쏟아부었는데생각처럼쉽지않

았어요. 결국빚독촉에시달려도망다니는처지가됐고, 그와중에생산

업자에게특허를뺏기는등고생이이루말할수없이컸어요.”

겨우빚을다갚고나니 장이나와입대를했고, 제대후무일푼이었던

그는언젠가자신의힘으로양면팬을다시만들어서꼭성공하리라마음을

다잡았다고한다. 7년동안식품회사의 업부에서근무하고받은퇴직금

으로사업을시작한것이 1987년 2월. 아내와함께온갖시행착오를거쳐

만든 제품을 처음으로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던 날, 그는 공장에서 꼼짝도

할수없었다.

“제품이 과연 잘 팔릴지 가슴이

두근거려서차마나갈수가없었어

요. 그때집사람이울먹이며‘성공

했다’고전화를했는데….”

당시기억이떠올랐는지이대표

의눈시울이금세붉어졌다.

이후사업은승승장구했다. 플라

창신리빙 이 철 대표(왼쪽)와 기업은행공릉역지점 홍순덕 지행장.

생활속에서빛나는플라스틱제품들기업은행공릉역지점고객- 창신리빙이 철대표

생활속에서빛나는플라스틱제품들기업은행공릉역지점고객- 창신리빙이 철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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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다는 각오 아래 저를

잘 따라줬어요. 우리 직원

들에게늘우러나오는감사

의마음을가지고있어요.”

그의 아내 사랑 또한 말

로다표현할수없을정도

다. 이대표의아내인김옥

화씨는현재‘아름다운생

활’의 대표를 맡고 있다.

아름다운생활은 창신리빙의 제품 일부를 만드는 생산회사로 출발해 지금

은자체상품을만들어대형할인점전용으로공급하고있다.

“예전이나지금이나모든과정에늘집사람이옆에있었어요. 디자인은

물론생활에편리함을제공하는아이디어에대한조언을아끼지않았지요.

저희가만들어서실패한제품이거의없는데, 그게다집사람의뛰어난감

각이그속에녹아들었기때문이에요.”

김옥화대표는“사업파트너로서아내로서이제는서로눈빛만봐도무

슨생각을하고있는지다안다”며“회사를더탄탄히키우고발전시켰으

면하는바람”이라고화답했다.

기업은행공릉역지점의홍순덕지행장은“이대표님부부가평소어려

운이웃에대한후원활동에도관심을가지고적극참여하고있다”며“최근

양주시에서 주최한‘사랑의 집짓기’운동과 상계사회복지관에서 주최한

‘저소득취약계층의자립및재활기금조성’행사에도후원을아끼지않았

다”고덧붙 다.

이대표는앞으로도소비자들에게꼭필요한편리하고아름다운제품들

을꾸준히개발해나갈것이라고밝혔다.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으로 기여하고 우리 창신리빙 가족들이 늘 행복

하게지낼수있도록앞으로도부지런히노력해야죠. 한눈팔지않고더열

2007 November >> 61

스틱소재아이템도하나둘늘기시작했다. 이즈음디자인의중요성을깨

달은 그는 외국제품의 벤치마킹에서 벗어나 디자인회사와 라이센스를 맺

고제품개발에몰두하기시작했다. 창신리빙의남다른점은국내에대형할

인점이들어선뒤부터바로‘맞춤 업’을시작했다는것이다. 대형할인점

의MD와창신리빙직원이협력해소비자들이원하는제품이무엇인지연

구하고개발하는작업으로, 개발·생산·판매능력을고루갖춘회사 기

에가능한일이었다.

하지만대부분의기업들이그렇듯, 창신리빙역시원재료가격의상승과

저가의중국산제품으로어려운고비를겪어야했다.

“2년 반 전에 비해 원재료 가격이 배 이상 올랐어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생산성을높이고인원을전환배치했어요. 또 2년전서울에서경기

도양주로이전하면서가격경쟁력을갖추기위해생산시설도대폭확장하

고현대화했고요.”

어려운때일수록도전적으로제품개발에나선것도주효했다. 신제품개

발에더욱박차를가해품목을늘려나간결과, 이윤은줄었지만매출신장

으로위기를극복할수있었다. 현재창신리빙은매년20%의매출신장을

기록하며꾸준히성장세를보이고있다.

이 철 대표의 성

공에는함께땀흘려

일하는 직원들과 오

랜 사업 파트너이자

인생의 동반자인 아

내가늘함께했다.

“회사가 어려울

때마다전직원이위

기위식을 갖고 하나

로 똘똘 뭉쳐서 할

60 << 여성시대

창신리빙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항상 노력하고 있다.

창신리빙은 제품개발을 꾸준히 한 결과, 매년 20%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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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 여성시대

참신한 아이디어와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 투자 : 작은 생각으로 시작되는 아이디어를

다듬고 디자인하면서 제품개발은 시작된다. 창신리빙은 품격 있는 공간 연출과 편리

함을 희망하는 소비자 욕구에 적극 호응하기 위해 작은 제품에도 큰 정성을 기울여

디자인하고있다.

최고의 품질을 향한 끊임없는 기술혁신 : 최고의 품질로 고객의 사랑을 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사고전환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으며, 표준화

된생산시설과선진화된물류시스템운 을통한끊임없는기술혁신을실천하고있다.

‘맞춤식 마케팅 전략’경 실천 : 적극적인 디자인경 실천으로 유통 구매자와 소

비자 간의 맞춤식 마케팅 전략을 세워 전사적으로 기업경 에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제품개발, 생산, 판매시스템을직접운 관리하여생산성의효과를극대화시켰다.

그의성공에는이유가있다 이 철 대표의 성공 노하우

창신리빙 이 철 대표와 부인 김옥화 씨가 기업은행 공릉역지점 직원들과 함께했다.

심히노력해서작지만강한회사를만들겠습니다.”

진심이우러나오는그의말에서어려움을이겨내고성공을이뤄낸이의

강한의지와충만한기쁨이전해졌다.■ ●오인숙(자유기고가), 사진●주병수

월급통장만 바꿔도 4% 인상 효과IBK기업은행 이 단연 화제입니다은행권에서 이런 월급통장은 IBK기업은행이 처음입니다. 최고 연 4% 금리가 적용됨은물론, 각종 수수료 면제에 대출시 우대금리까지! 월급만으로도 뿌듯한 재테크, 은행에선 IBK기업은행이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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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의 새로운 바람,

64 << 여성시대

중소기업 명품전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인가 했더니 벌써 가을도 마지막 끝

자락을 보이며 사라져갑니다. 멀어져 가는 가을을 따라 왠지

싱숭생숭해지는 마음에 집안 분위기를 확 바꾸어보고 싶은데

인테리어를 전부 다시 하자니 이것도 일거리가 되어버리고

마네요. 작은 소품하나로 달라진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분들

께 ㈜창의 지존 커튼/베드 스프레드 세트를 소개합니다.

화려한 컬러와 클래식한 패턴무늬가 눈길을 사로잡는

셔닐자카드 커튼은 두께가 있는 원단의 특성상 가을과 겨울에

모두 어울리며 거실이나 안방 등에 연출하기에 좋은 아이템입니다. 커튼뿐 아니라 베드

스프레드용으로도 출시되고 있어 통일감 있는 공간연출이 가능한 지존커튼은 레드,

블루 두 가지 컬러로 색다른 느낌을 만들어냅니다.

지존 커튼/베드 스프레드 세트이외에도 커튼, 침장, 소파, 소품 등 창 장식제품과

패브릭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전문 패브릭 프랜차이즈 회사인 ㈜창은 분당, 논현, 일

산에 3개의 직 점과 전국적으로 33개의 대리점을 가지고 있으며 백화점에도 입점

해 있습니다. 신세계 본점, 죽전점, 인천점, 마산점, 광주점은‘커튼명가 창’이란 브랜

드로 롯데백화점에는‘몽크웰’이란 브랜드로 본점, 잠실점, 등포점, 분당점에서 각

각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유럽, 이태리, 미국, 인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직접 원단

을 수입하고 자체 공장에서 100% 오더메이드 형태로 제품을 제

작하는 시스템을 갖춘 ㈜창의 제품들은 동일한 품질과 좋은 가격

대로 고객감동을 실현시키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 ㈜창 기업은행 학동역지점 거래 고객

■ 문의 031-706-9885 www.echang.co.kr

기업은행에서 추천하는 우량 중소기업을 소개하는 코너로, 위축된 중소기업의 경기 활성화에 다소나마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창의지존커튼/베드스프레드세트

특집 - 아빠, 사랑해요!

‘아빠, 사랑해요! 가족사랑수기공모’가

대단원의막을내렸습니다.

가족사랑아이스크림빙그레

투게더와함께한이번수기공모에는

2,000여통의아빠이야기가

도착했습니다.

지금은만날수없는

아빠에대한사연도있고,

다정했던아빠, 미워했던아빠에

대한사연도있었습니다.

소설가성석제씨,

드라마작가김운경씨,

시인황인숙씨의심사로

수상작이가려졌습니다.

이번호에는최우수상과우수상을

함께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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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 여성시대

싫고당신의자유가구속되는걸염려해서다. 건강하실적에는무뚝뚝하시

고애정표현에인색하셨던아버지께서, 어머니가치매로쓰러지신뒤로는

지극정성으로어머니를보살피고계신다. 당신은굶더라도어머니만은조

석으로식사를챙기고손수기저귀를갈아주시는아버지를보면서부부란

무엇인가를다시한번곰곰이생각하게된다. 자존심이강하고남에게털

끝하나라도신세지기를싫어하는우리아버지.

오늘은그런아버지를모시고병원에다녀왔다. 아버지께선, 며칠전부

터소변에서시뻘건피가물컹물컹섞여나오고오른쪽엉치뼈근처에심

한통증과함께마비증상이느껴진다고하셨다. 소변에피가조금씩섞여

나오기시작한것은이미여러달이되었고, 엉치뼈도망치로맞은듯이뻐

근하게아파왔지만그동안병원비가아까워숨기고있다가오늘에서야말

하신것이다.

흰가운을입은, 새파랗게젊은의사는아버지의굽은등짝을치며

2007 November >> 67

가을바람이스산하다. 새벽녘에는저절로이불깃이당겨질정도로춥

다. 거리의가로수들은하나둘가을물이들기시작하고공원의은

단풍나무에는벌써살굿빛단풍이반나마곱게내려앉았다. 세월의빠름에

조급해지고쓸쓸해하는것은꼭죽음과마주한노인들만은아닌모양이다.

시들어가는초목이그렇고, 사연이있는사람이그렇고, 소외된자들의일

상이그렇다.

늦은저녁을먹고아버지댁을찾았다. 불도켜지않은컴컴한방안에서

텔레비전불빛만이번쩍이고있다. 아버지의오랜습관으로전기료를한

푼이라도아껴보려고그러시는것이다.

달그락달그락. 그어두운방안에서숟가락부딪히는소리가들린다. 저

녁을드시는중인모양이다. 내가헛기침을몇번하고나서야방문이열렸

다. 훅하니끼치는불쾌한냄새와함께씻지도않은얼굴에낡은메리야스

차림의아버지가고개를내미신다. 텔레비전불빛이발광할때마다듬성듬

성빠지기시작하는머리카락과굵은이마의주름이유난히돋보인다.

항상그래왔듯나는방안에들어서자마자삼년째치매로누워계신어

머니의얼굴을쓰다듬으며인사를드린다. 어머니는신기하게도이집트미

라처럼창백한모습으로누워있다가도막내아들만보면눈을뜨고희미한

미소를지으신다.

아버지는몇년전부터당신들을모시겠다는자식들의성화를뿌리치고

치매에걸리신어머니와단둘이살고계신다. 자식들에게피해를주기도

최우수상

아버지의가을

∷ 김동수_충남 서산시 수석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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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November >> 6968 << 여성시대

있음의희열을느끼게되는순간은어느때일까? 나또한중년의남자이기

에요즘들어삶과죽음에대해많은생각을하게된다. 순간순간미망(迷

妄)에빠진생각들을끊임없이하게되는것이다. 미세한떨림하나에도거

미줄에걸린 롱한아침이슬하나에도나름대로의의미를부여해가며인

생을천착해보지만해답은없다. 더욱더미궁속으로빠져들뿐.

병원에갔다온다음날, 저녁을드신아버지께서장롱위에서무언가를

주섬주섬꺼내고계셨다. 누런신문지로겹겹이싸매놓은그것은이승에

서의마지막옷, 수의 다. 몇년전윤달을맞았을때손수장만해놓으신

것이었다. 평생을아끼기만하셨던부모님께서어쩐일인지수의만큼은최

고급품으로하셨다. 수의를꺼내고계신아버지의뒷모습이쓸쓸해보

다. 나는울컥콧날이시큰해졌다. “아버지, 기분은좀어떠세요?”물었더

니기분이썩좋지는않다는말 을하시곤입을다무셨다. 아버지가처음

으로약한모습을보이고있었다. 우리들에게항상강하고높은산같은분

이셨는데….

그날저녁나는오랜만에아버지와함께나란히잠자리에들었다. 아버

지의손을잡았다. 아버지의손은아직도따스했다. 창밖에서는늦은저녁

자전거를타는아이들의해맑은웃음소리가각성제를복용한것처럼선명

하게들렸다. 그날밤난아버지의품에안겨잠이들고아버지의품에서

깨어났다.

집으로향하는길. 들녘은온통가을걷이로한창이었다. 모든것이갈무

리되는이가을에, 아버지의인생도부디행복한기억만을간직한채아름

답게갈무리되기를기원해본다. 문득허전한가을바람이분다. 아, 삶이란

한 줄기 바람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그 한 줄기 바람이 사라지는 것일

뿐. 누가인생길이무엇이냐물으면나도알지못하여그저세월의길그대

로걸어간다말하리.

아버지, 이다음제가아버지의뒤를따라갈때, 가을바람따라홀연히

가신것처럼다시, 가을바람따라홀연히오소서.■

“아이고왜이렇게늦게오셨어요. 병을아주키울대로키우셨어! 여기

이사진보이시죠? 방광안에혹들이가득찼는데, 그혹들이혈관을건드

려피가나와소변으로배출되는겁니다.”

젊은의사는약간은수다스러울정도로자기의할말만을늘어놓더니방

광암4기로확진되며연세가많아수술도못하고현재자신이할수있는

건통증과출혈을멈추게하는처방뿐이라고했다. 그러면서생리식염주사

와통증완화제를처방해주면서많이사시면1년이고짧으면6개월이라는

진단을내렸다. 흔히드라마나 화에서처럼의사가심각한얼굴을한채

가족들에게만비 리에알려주던장면과는너무나거리가멀었다. 마치아

무렇지도않은감기나몸살을알려주듯이지극히평범했기에오히려듣는

내가민망할지경이었다.

당신나이83세. 그런대로건강하게잘지내오시던아버지. 시골에서태

어나평생농사밖에모르고손발에굳은살이박히도록살아오신아버지.

살아생전새끼들을위해모든것을다바치고, 그것도모자라빈껍질뿐인

육신까지어린자식들에게먹잇감으로내어주는거미의일생처럼모든것

을헌신하신아버지가방광암말기판정을받은것이다.

간단한처방약이든봉투를들고병원문을나섰다. 도로변은행나무가

노란가을색으로물들어가고있었다. 바람이일때마다파르르소리내며

떠는은행잎소리가오늘따라유난히크게들린다. 그때까지도아버지는

아무렇지도않다는표정이다. 아니방금들은젊은의사의말을애써부정

하고계신지도모른다. 나는슬그머니아버지의얼굴을바라보았다. 아버

지의얼굴도누리끼리한가을색을닮아가고있었다. 그 얼굴에서외롭고

쓸쓸한눈빛이나를바라보고있었다. 지금아버지의심정은어떤것일까.

천길땅속무너진막장속에갇힌막막한심정일까. 그막장에서아버지가

바라보는세상은어떤것일까. 세상의모든것이지극히아름다울까아니

면위풍당당한세상에내던져진초라함을느끼며절망하고있을까.

나도덩달아쓸쓸해졌다. 도대체남자의삶이란무엇이고우리가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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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아버지전상서

∷ 배 미_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2007 November >> 7170 << 여성시대

1남7녀중6번째인제나이22세, 신랑도22세. 어린나이에언니

들을 추월도 모자라 임신했으니 결혼하겠다고 데려온 남자가

직장은커녕군대도이제간다하고, 고졸에기술하나없으며집에놀고있

다는말에얼마나충격이셨는지말 을잇지못하시다가, 감정을억누르시

고아버지께서조용히말 하셨습니다.

“조금더준비한2~3년후에꼭시켜줄테니아버지한테조금만시간을

다오.”

하고시작하는데, 안그래도성에안차는신랑될자가울어도시원찮은판

에피식웃었나봅니다. 그렇게얼떨결에아버지의손이날아오는듯하더

니, 엄마와언니들이아버지를말리고우리는쫓겨나다시피한게저의처

녀적우리집마지막방문이되었습니다.

평생을근엄하고, 좋아도나빠도좀처럼얼굴에나타내지않으시고, 많

은딸을두셨지만, 이날까지그흔한‘가시나’소리한번안하실정도로

강직하고, 세상을순리대로한번의거역없이곧게사신바른생활의아버

지! 그말수없으신아버지께서얼마나고심이크고속을태우셨는지, ‘원

수’라는표현까지하시며애원하다시피보내주신편지한통.

똑똑하고잘난 미야보아라.

너의뜻을알고싶으니아버지말 을깊이생각하여정확한답을하여

라. 너의언니를둘이나두고어렵게공부한대학도하루아침에포기를하

고결혼을한다는것이얼마나어리석고, 언니들결혼길도가로막고부모

의가슴에못을박아서야되겠느냐.

컴퓨터시대인데유산은앞날에아무런지장을초래하지않으니잘생각

해라.

굳이네가고집을피우고아버지의뜻을거역하면부모자식간의인연

을끊고임신이란말이사람들의입에오르내리기전에강원도저멀리낯

선곳에가서부모형제에게소식을감추어라. 혹, ‘아이를낳고살면언니

들결혼후나도결혼시켜주겠지’하는생각은하지도말아라. 불효중에

부모의마음을상하게하는것이제일큰불효다. 자식이아니라원수야!

원수를결혼시켜주고잘살아라축복할아버지가아님을너도잘알지?

아버지가죽은후에도내집앞에는얼씬도하지마라.

그러나네가지금이라도아이를낳지않고조용히학교마치고하면, 언

니들결혼도서둘러시키고, 네가원하는결혼도많은하객님앞에서빛나

게시켜주겠다.

아버지의약속이다. 꼭, 약속한다. 꼭….

하루하루애타게‘아버지의뜻대로하겠노라’는답장을기다리고계시

는걸너무나도잘알면서, 전제몸속에꿈틀대며자리잡고있는생명체

를죽일순없다고. 앞으로아버지이름석자에더이상먹칠하지않고,

‘그집딸’이라하면모두‘역시그집딸이네’란말을들을수있게해드

릴테니, 한번만아버지께서제뜻을받아주시라는답장을감히보낼수

가없어매일눈물로가슴으로만띄워보냈습니다.

그렇게시간은흘러아버지께선앓는가슴으로언니한명을결혼시키셨

고, 내배는불러사회생활과학교생활을모두정리하고, 친정과차로10분

거리에있는시댁에서살게되었습니다. 한달뒤, 제왕절개로해산을하고

병원에서몸조리를하고있는데, 엄마와동생이찾아왔습니다.

“너아버지가제일좋은걸로사라고돈많이주셔서, 제일비싼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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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November >> 7372 << 여성시대

움푸시고, 이제받아주시면안되겠습니꺼?”

이어둘째·셋째·넷째형부와언니들의간곡한구애작전30분이지나

도록한마디도않고등돌리고계시던아버지께서흐느껴우시며,

“내가졌다. 너희는남들보다몇배는잘살아야된다이알긋제. 야들배

고플낀데, 밥주라.”

그한마디하셨습니다.

‘세월이약’이란말이있듯, 그후13년이지난지금은결혼도순서도없

이임자있는순으로가고, 아이는필수혼수품1호라할정도로혼전임신

도많이하는터라언제그랬냐는듯지내고있지만, 아직도저를바라보시

는아버지의아련한눈빛에묻어나오는그때의아픈상처와내가슴속에

13여년매일적어온답장을더늦기전에아버지·어머니건강하실때전

해드리고, 아직완치하지못한아픔이있다면, 뿌리를뽑아완치하고싶

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저그때답장보내드리지못해정말죄송했습니다. 하지만저행동으로

보여드리려고, 매일13년동안가슴한켠에묻어두고, 열심히어긋남없이

노력하고살면서몸으로답장을써왔습니다. 그덕에식구 10여명남짓

한작은회사도운 하고, 그때볼품없던여섯째사위선택한거여태후회

한적한번없으며, 아이들건강히잘키우고, 시댁에서도인정받고, 맏며

느리로서할도리도잘하고있습니다. 이만하면저아버지와의약속을지

킨건가요? 아버지·어머니의자랑스럽진못하더라도, 부끄럽지않은딸

맞죠?

아버지, 올해맞으시는칠순진심으로축하드리고, 11월에하는칠순잔

치때저아버지딸이란거온하객들앞에소문내고, 아버지와어깨춤도

춰볼랍니다.

그리고어머니와건강히오래오래저희효도받으실거죠? 아버지·어

머니많이많이사랑합니다.■

사왔다.”

원래아기를낳으면친정에서포대기를사주는풍습이있어언니들모두

사주는걸봤지만, 보통시장표 는데, 전그당시제일비싼메이커A사의

것이었습니다. 옛말에미운놈떡하나더주고, 아픈손가락을더돌본다

더니…. 엄마와동생이가고난뒤, 그두꺼운누빔포대기가흠뻑젖는것

도모르고얼마나울었는지.

그러고한달뒤설날. 네명의형부가저희를데리러왔습니다.

“부모자식이10분도안되는거리에살면서어떻게가슴에대못을박고

살끼고. 자식이기는부모없다카이, 우리가도와줄때싹싹빌고, 더이

상의벽을쌓으면서로힘든께. 용서를구해봐라.”

그렇게못이기는척붓기도덜빠진몸으로아이를데리고, 친정으로갔

습니다. 차마아버지의얼굴을뵐수가없어바닥에코가닿도록고개를숙

이고있는데, 큰형부께서먼저말문을열었습니다.

“장인어른, 처제와동서가수백번잘못했지만아이까지낳은마당에우

짜겠습니까? 인자는잘살아라할수밖에요. 둘이잘살든못살든저희사

위들이책임질테니깐저희들믿으시고장인어른힘드시겠지만, 그만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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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November >> 7574 << 여성시대

독설의 현상학

●김용석( 산대 교수)

독설은일상의현상이다. 이세상에선과악이존재하듯이, 약(藥)이

되는말못지않게독(毒)이되는말이있다. 독설이비판과정신적

치유의효과를주는경우도있다. 이렇게보면, 독설의현상은참으로다양

하다. 그현상을몇가지만짚어보자.

- 철학자의 독설 -

철학자이자문학작가이며평론가 던장폴사르트르가남들이몽매에도

받고싶어하는노벨상을거부한사실은잘알려져있다. 그가노벨문학상

거부이유로말했다던“다이너마이트의발명자가만든상을평화주의자인

내가받을수는없다”라는독설은노골적이다. 한편“나로말하면노벨상

을거부했기때문에아직도살고있는것이다”라는그만년의풍자는, 노

벨상위원회뿐만아니라노벨상을기대하는작가들에게은근한독설이다.

사르트르는죽을날이다된늙은작가를선정하는노벨상위원회와만년에

도노벨상에미련을못버리는작가들을동시에놀리고있기때문이다.

이런독설들은우리를생각하게만든다. 정신에약이된다는말이다. 하

지만일상의인간 관계에서독설이약이되는경우는찾기힘들다. 철학자

의독설은공적(公的)인성격을갖지만, 가까운사람들사이에서일상의독

설은사적(私的)인것이기때문이다. 그래서우리는독을삼키며어떻게하

면독으로되갚아줄까하며잔뜩벼르기도한다.

- 일상의 독설 -

일상에서는오히려상대에대한아무런배려없이무심코하는말이독이

될경우가적지않다.

이는부부사이라도예외가아니다. 유방암수술로가슴이망가진것에

속상해하소연하는아내에게남편은“성형수술을받지그래. 그러면전과

같은모습을찾을수있을거야”라고위로한다. 아내가위로를받을것인

가? 그렇지않다. 이럴때남편이할말은다른것이다. “가슴이망가졌어

도당신은여전히매력적이야. 나에게그런건아무문제도되지않아.”이

게바로아내에게약이되는좋은말이다. 성형수술은둘이함께구체적으

로생각해볼다음문제다.

상대의어떤행동을일반화시켜서하는말도일상의독설이다. 어쩌다

지각한 사람에게“당신은 항상 조금씩 늦는단 말이야”라고 말하지 말라.

그냥“오늘은좀늦었네”라고하면된다. 넘겨짚어서하는말도일상의독

설이다. 그예는수없이많으니각자반성해볼일이다.

- 부메랑이 되는 독설 -

끝으로남을향한독설이사실은자신에게지독한말이되는경우가있다.

일종의‘독설부메랑효과’이다. 우리말가운데“…하면, 내손에장을지

진다”라는표현이그대표적이다. 자기손에장을지진다는다짐은결국

남자는 왜! 여자는 왜! - 독설

매주수요일 <여성시대>는

남자와여자에대해폭넓게공부하고,

서로의차이를받아들이며,

서로이해하는시간을마련하고있습니다.

이번호에서는‘독설’을주제로,

산대학교김용석교수와

여성학자오숙희씨의생각을

함께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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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도쓰기나름

●오숙희(여성학자)

여자가한을품으면오뉴월에도서리가내린다고한다. 그서리가입

으로나오는것이독설이다. 약자로서피해를입었으나마땅히저

항할만한힘이나바로잡아주는사회정의의지원을받지못했을때그억

울함이한으로맺혀있다가입으로역류하는것이니, 꾹꾹눌러담았다가

터트리게되는이최후의말은독성이강할수밖에없다.

대체적으로보아여자의독설이약자의한이표출되는것이라면남자의

독설은지배력의과시에가깝다. 상대가만만하다고여겨질때자기기분

에따라나오는말을충동적으로다쏟아내고그것이상대에게얼마나큰

상처를주었는지조차모르는남자가적지않다.

“남편이했던그말을아무리잊으려해도머리에서떠나질않아요. 밥

을먹다가도그생각이나면밥숟갈이저절로놓아지고자다가도벌떡일

어나앉게돼요.”

최근 가정폭력의 상담현장에서는 정서적·언어적 폭력에 대한 호소가

늘어나고있다. 남편에대한원망이나분노도있지만이런수모를겪으며

살아야하는자신의처지에대한비관이더큰독소가되고있다. 원망이나

2007 November >> 77

분노는 오기를 자극하기라도 하지만 비관은 무기

력한마음이들게하고나아가삶을포기하고싶은

충동을불러오기때문이다.

때로는독설이약이되기도한다. 나를억압하는

사람에게 비록 앞에서 대놓고는

아무 말 못해도 뒤에서라도 독설

을 퍼붓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린

다. 권력층에대한사회평론가의독설은

평범한시민들의등을시원하게 어주는효과가있다. 이런점에서독설

은필요악이라고할수있다.

그렇다면독설도쓰기나름이라는결론이나온다. 실제로독도제대로

알고잘쓰면약이된다고하니이때는치사량을넘지않아야하고독을쓰

는목적이살리기위해서임을잊지말아야한다. 자존심을건드리는말로

상대를분발시켜성공하게한다거나억압된심정을한마디독설로표현해

상대가각성하게한다면이건분명살리는독이될수있다.

독에는반드시해독제가필요하듯독설에는해독의말이필요하다. 가장

쉬운것은사과의말이다. ‘말한마디로천냥빚을갚는다’고했듯이, 말은

대단한치유의힘또한가지고있다. 자신보다약한사람에게기꺼이하는

용기있는사과는그만큼해독력이높다. 그러나상대가해독제를주지않을

때는어떻게할것인가. 자가면역능력, 해독능력을높여야한다. 독설을들

었을때자신을반성해보아서일리가있거나책임질부분을알게되었다면

그것은약이되는독이다. 그러나억울한독설, 무책임한독설이라면그건

온전히상대방의몫으로두어야한다. 접수하지말아야한다. 한귀로듣고

한귀로내보내는훈련이되어야한다. 그것이자기를지키는내공이된다.

독설을계기로, 내입에서는꽃이많이피는지가시가많이돋는지, 내

말에서사람들은향기를맡는지, 얼굴을찌푸리게되는지되돌아본다면오

늘의독설이야기는그야말로약되는독이되지않을까.■

76 << 여성시대

자신에게돌아오게마련이다.

독설의현상들을주저리주저리늘어놓으니, 누군가이렇게한탄할지모

르겠다. 아, 독설없는삶은없단말인가? 하지만이것은악(惡) 없는세상

이가능한가묻는것과다를바없다. 그러므로우리모두만고의진리를

상기하자. 말은한번뱉으면주워담을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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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박사학위를가진지적인여성이었지만코문제만은이성

적일수없었다. 사람을만날때도되도록거리를두고앉

았다. 남편도 코 때문에 자기를 무시하는 것 같았다. 그

렇다고그녀의코가흉측스러운것은아니었다. 그녀는

코이야기만나오면감정적이되고말았다. 예컨대어

느날남편이TV를보다가예쁜탤런트를보고“야,

참 예쁘다”고 감탄했다. 그녀는 갑자기 화가 났다.

‘저인간이나들으라고하는소리야. 내코를비웃는거야.’화가난그

녀는“그렇게 예쁘면 가서 그 여자랑 살아요”라고 쏘아붙 다. 한바탕

부부싸움을하고났는데기분은 쓸하고비참했다.

결국그녀는코를성형했다. 수술은아주잘되었다. 그러나반창고를

떼고자기의변한코를본순간그녀는충격을받았다. 낯선코가거기에

있었다. 자기얼굴한가운데정체불명(?)의코가앉아있었다. 남의옷을

입은것같았다. 어색하고불편하고창피하고…. 그런데상태를더욱어

렵게 만든 것은 남편이었다. 그녀의 코를 처음 본 순간, 남편은 어색한

웃음을지으며“괜찮네”했다. 그건그녀가기대했던반응, “예쁘네”가

아니었다. 성형수술을한사람에게가장중요한것은수술후처음보는

사람들의 반응이다. “예쁘다, 정말 예쁘다”고 말해 주어야 한다. “수술

하길참잘했다”고말해줘야한다. 주변의반응이부정적이거나애매해

도그들은치명적인상처를입는다.

그녀도 불행한 경우 다. 남편의 시큰둥한 반응이 그녀를 강타했다.

다시원상복구하고싶었지만재수술도할수없었다. 그날로부터그녀는

외출을 할 수가 없었다. 부득이 외출할 경우에는 검은 선 라스에 마스

크를 쓰고 다녔다. 얼굴을 보지 않으려고 집안의 거울을 모두 없애버렸

다. 상가를걸을때도쇼윈도에비치는자신의코를보지않으려고바닥

만보고다녔다. 그녀는휴직까지하고두문불출숨어서살았다. 허구한

날울고, 남편과소리지르고싸우며살았다. 잠도잘수없었다. 그러다

78 << 여성시대 2007 November >> 79

열등감은인간을가장힘들게하는감정이다. 모든신경증의기저에

는열등감이있다. 사람이한번자신의신체어떤부분에대한열

등감에빠지면, 그부분에대해서는이성적으로생각하기가힘들어진다.

한청년은자기코가혼혈아의코같다며심한열등감에빠져있었다. 그

러나그의코는조각처럼잘생긴코 다. 성형외과의사가아무리설명

해주어도막무가내로코를깎아달라고요구했다. 열등감은비교에서온

다. 잘살던사람도자기가알던누군가가자신보다돈을더벌었다거나

승진을했다거나, 자녀가더좋은대학에가면열등감이자

극되어 우울해진다. 열등감이

있으면다른사람과친 해지기

가 힘들어진다. 다른 사람이 나

의 열등한 부분을 알까 두렵기

때문이다.

코에대한열등감으로괴로운

여성이 있었다. 남들은 모르는

그녀만의고민이었다. 그녀는코가예

쁜 여성을 보면 기가 죽었다. 남들

앞에 서면 모두 자기 코만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대인관계가 편치 않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성형수술 후유증-외모 열등감●이무석(전남의대 정신과 교수, 한국정신분석학회 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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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자기 코를 부끄러워하고 미

워하고 제거하고 싶었던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건 자기

코가 어머니의 코와 닮았다는 것

이었다. 아버지의 코는 오뚝한데

어머니의 코는 주먹코 다. 자기

의주먹코는어머니를상징하고있

었다. 미운 어머니가 자기 얼굴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어머니, 미운 어머니

가 거기에 있었다. 코에 대한 열등

감뒤에는어머니에대한감정이숨

어 있었다. 그녀가 이런 마음속의

비 을이해하고직장에복귀하는데는거의일년이걸렸다. 지독한세

월이었다. 성형수술후유증이었다.

열등감 중 가장 많은 열등감이 외모에 대한 열등감이다. 열등감 중

60%가외모열등감이다. 그중에서도눈에대한열등감이가장많다. 그

래서그런지성형수술중쌍꺼풀수술이가장많다. 다음이코와가슴의

순이다. 예뻐지기위해서기계적으로얼굴만고치면인생도달라질것이

라고기대하는사람들이성형수술을받는다. 열등감도극복될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인생은 그렇게 일차함수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열등감

은그뿌리가훨씬깊다. 성형수술을받기전에자신의신체열등감에대

해서더깊이생각해볼필요가있다. 눈에대한열등감이있다면‘언제

부터눈에대한열등감을느꼈는가?’, ‘그눈은누구눈을닮았는가? 그

분에대한나의감정은어떤것인가?’, ‘수술후나의모습은어떤것이

될까?’하는생각을해볼필요가있다. 컴퓨터앞에앉아서조용히눈과

관련된이런생각들을써보는과정도필요하다.■

2007 November >> 81

가문득‘이러다가내가폐인이되겠다’하는생각이들어, 친정어머니와

함께정신과를찾게되었다.

알고 보니 그녀의‘코 콤플렉스’는 어머니와 관련이 있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어머니를 싫어했다. 어머니는 냉정하고 극성스러운 분이었

다. 유순하고친절한 아버지는항상 어머니의밥(?)이었다. 아버지는돈

을잘버는변호사 다. 그래도어머니는입만열면아버지를무능한인

간이라고무시했다. 그럴때마다아버지는자리를피하거나침묵하는게

고작이었다. 어린그녀는구박받는아버지가불쌍했다. 아버지를구박하

고 무시하는 어머니가 미웠다. 어머니는 같은 말도 아프게 말하는 분이

었다. “아이고, 못난 것이…”빈정거리거나 조롱하는 말투 다. 그녀는

어려서부터지금까지어머니에게한번도위로나칭찬을받아본기억이

없다고했다.

그녀는아픈기억을갖고있었다. 초등학교일학년때 다. 엉덩이에

부스럼이났다. 엄마에게달려가서“엄마, 엉덩이가아파”하며팬티를

내리고엉덩이를보여주었다. 그때엄마는몹시화를내며“계집애가어

디서함부로엉덩이를까보이니?”하고나무랐다. 그녀는몹시부끄러

웠다. 팬티를 다시 올릴 수도 없고 그대로 있을 수도 없었다.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던 기억이었다. 그녀는 이 일을 이야기하면서 엉엉 울

었다. 잊을수가없다고했다. 이상하게도어머니를생각하면늘그일이

생각난다고했다. 이런기억을정신분석에서는아주의미있는기억으로

본다. 엉덩이에 부스럼이 난 어린 딸은 어머니의 도움이 필요했을 것이

다. 어머니의위로를기대하고달려갔는데반대로어머니는차갑게책망

했다. 수치심을주었다. 아이의감정은복잡했을것이다. 이것이바로상

처받은기억(traumatic memory)이다. ‘나는부끄러운아이야.’‘수치

심’이그녀의의식세계로들어왔다. 코에대한열등감도이수치심과관

련되어 있다. ‘부끄러운 아이’의‘부끄러운 코’ 다. 그래서 부끄러운

코를제거하고싶었다.

80 << 여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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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November >> 8382 << 여성시대

■버섯순두부들깨탕

|재료| 표고 5개, 느타리버섯 100g(표고는 채썰 듯이 썰고 느타리는 굵직하게 찢어 준비한

다), 순두부 1봉지(수저로 떠서 채에 받혀 물기를 제거한다), 팽이버섯 1봉지(밑둥을 자

르고 가닥가닥 뜯어 놓는다), 청양고추 1~2개(어슷 썰어 찬물에 비벼 씨를 제거한다),

들깨가루 4~6큰술, 찹쌀가루 2큰술, 소금 1작은술, 파 1/2개(송송 썰어 준비한다)

|육수| 물 5컵, 멸치 20마리, 다시마 1장(15×15), 말린새우 15마리, 양파 1/2개를 굵게 썰어 넣

고 10분간 끓여 육수를 만든다.

∷만드는법

①뚝배기를준비하여육수와찹쌀가루, 들깨가루를넣고소금간하여끓인다.

(이때끓을때까지저어주어야한다)

②여기에준비된청양고추도넣으면국물이칼칼하다.

③끓기시작하면버섯을넣고한번저어주고, 물기를제거한순두부를큼직

한모양을살려떠넣고어슷썬파도넣고함께끓인다.

들깨가루는 거피낸(껍질을 제거한 것)으로 사용해야 좋다.

들깨가루는 지방산이 많아 유통기한이 짧은 것을 선택하자.

매운맛이 부담스러우면 청양고추를 파와 함께 나중에 넣어 주면 된다.

들깨에는 노화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식물성 지방이 많다.

들깨에 들어 있는 리놀산은 피부미용에 좋고, 비타민 A와 비타민 E가 많이 들어 있어

피부가 거친 사람, 임신중인 사람, 신경과 두뇌를 많이 쓰는 사람, 머리카락에 윤기가

없는 사람 등에도 좋다.

■가지전과부추겨자소스

|재료| 가지 2개(0.5cm두께, 7cm길이로 어슷 써는데, 떡국 떡 써는 모양으로 썬다), 양부추 1

단(200g, 깨끗이 씻어 5cm 길이로 자른다), 양파 1개(작은 것, 얇게 곱게 채 쳐서 찬물에

담근다), 달걀 3개(소금 약간 뿌려 고루 저어 준비한다), 깨소금 1작은술, 참기름 1큰술

|겨자소스| 겨자2큰술, 설탕 4큰술반, 물 3큰술, 소금 1작은술, 간장 1작은술, 식초 4큰술(또는 5

큰술), 다진마늘 1큰술, 참기름 1큰술

Tip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우 희의요리비법

요리보고 조리보고

요리도 배우고, 조리도 배우는‘요리보고 조리보고’는 매주 금요

일 <여성시대>를 통해 소개됩니다. 요리의 기본은 물론이고 요리솜

씨까지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양가 있는 시간입니다. 귀로는 방

송을 듣고 손으로는 요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요리연구가 우 희 씨가 전해주는 요리는 간편하고, 맛깔스럽다는

게 특징입니다. 여러분의 요리솜씨와 요리능력을 한 단계 높여주는

‘요리보고 조리보고’에 소개된 요리법을 지면에 옮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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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 여성시대 2007 November >> 85

■채소넣은호 샌드위치

|재료| 호박, 가지, 새송이, 파프리카, 단감 등(채소는 0.7cm에서

1cm 두께로 잘라 그릴 또는 프라이팬에 굽는다. 소금 약간

뿌려 가며 굽고 올리브오일을 발라도 좋다)

호 빵(식빵두께로 잘라 올리브오일 발라 팬에 구워낸다)

|스프레드| 마요네즈 3큰술, 머스터드 1큰술, 꿀 1큰술(머스터드는

씨겨자를 사용해도 좋다)

∷만드는법

구워낸호 빵에마요네즈와머스터드를바르고구어낸채소를켜켜로올려

완성한다.

취향에 따라 버터를 사용해도 좋다.

가지와 호박은 수분이 많은 채소이므로 1cm두께로 썰어 준다.

■바나나소스크림샌드위치

|재료| 식빵 8조각, 플래인 크림치즈 200g, 올리브오일 2큰술(식빵 한쪽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또 다른 식빵을 덮어 올리브오일 조금씩 두르고 노릇노릇 구워낸다)

|바나나소스| 잣 2큰술(기름 두르지 않은 팬에 볶아낸다), 호두 1/2컵(올리브오일 1큰술 넣고 볶아

낸다), 바나나(큰 것) 2개(0.5cm두께로 동 동 썬다), 버터 1큰술, 흑설탕 3큰술

∷만드는법

①팬에버터1큰술을두르고바나나를볶는다.

②버터가모두흡수된것같으면흑설탕3큰술과볶은잣, 호두를넣고약한

불에서저어준다.

③소금은아주약간만넣어주고취향에따라계피가루를첨가해도좋다.

구워낸 식빵을 사선으로 자르고 따끈한 바나나 소스를 올린다. Tip

Tip

∷만드는법

①어슷썬가지에소금을약간뿌려재운다. 취향에따라후춧가루를약간뿌

려도좋다.

②잠시후가지에서물방울이생기면참기름을1큰술고루뿌려손으로골고루

묻도록만져준다.

③ 가루와달걀물을입혀중간불에서노릇하게익혀낸다.

④ 양부추와양파에참기름1/2큰술과깨소금1작은술넣어살살버무린다.

⑤접시를준비하여익혀낸가지전을꽃모양으로펼쳐담고옆으로 양부추와

양파무침을곁들이고겨자소스와함께낸다.

가지에 참기름 대신 들기름으로 사용해도 풍미가 좋다.

■깍두기

|재료| 무 1개(2~2.5kg, 사방 1인치(2.5cm)로 썰어 꽃소금 3큰술

에 1시간 또는 1시간 30분 정도 절인 후 채에 받혀 준비한

다.(물기는 제거한다)

|양념| 다진마늘 2와 1/2큰술, 다진 생강 1작은술, 쪽파 15줄기, 새

우젓 2큰술, 멸치액젓 3큰술, 소금 1/2큰술, 설탕 2큰술, 고

춧가루 1/2컵(무에 먼저 버무린다. 새우젓 국물은 꼭 짜고 나머지는 곱게 다져 넣는다)

∷만드는법

①물기 제거하여 채에 받힌 무에 고춧가루 1/2컵을 넣고 버무려 놓는다.(색

이고추배도록한다)

②5분 정도 지나 나머지 양념을 넣고 살살 버무려 용기에 담고 실온에서 8

시간지난후냉장보관한다.

무는 껍질을 깨끗이 씻어 껍질째 사용한다.(껍질에 비타민 C가 많다)

액젓의 염도에 따라 양을 조절한다.

Tip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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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산북동쪽의문경동로면명전리골짜기를따라올라가면지난번

에찾아갔던당골마을입구를지나막다른곳에건학마을이나온다.

마을왼쪽에대미산, 오른쪽에는문수봉이솟아있어앞이콱막힌곳이다.

단세집밖에살지않는건학마을에서토박이는78세엄순이할머니뿐이

었다. 저만치쪼그리고앉아밭을고르고계신할머니가보 다.

“들깨심을라고. 들깨는뻐꾸기울기전에갈아야한대. 내가이마실서

젤나이많아. 전에는아흔집이나살았는데다나가고…. 저기뽕나무있

는데가다집이었어. 저아래추자나무아래도집이었고. 뭘해먹고살았

느냐고? 저 낙엽송심은데서숙하고감자심어먹었지. 감자하구서숙잘

됐어. 나무땐재받아가지고감자심으먼그래맛이좋아. 시방은그감자

씨가없어.”

지금은단세집뿐인이곳에아흔집이나살았다는것이도무지믿어지지

않는다.

“산너머동로장에많이다녔지. 이리넘어가면삼십리. 동로장이컸어.

새목재를넘어가. 콩한말이고가서팔아보리쌀도사고. 일본정치때는베

짜느라고놀때도없이일만했지. 미 을 남에가서받아다가정월초사

흘만되면베를짠다고. 삼베도짜고.”

얘기도중에아까부터우르릉거리던하늘에서드디어빗방울이떨어지기

시작한다. 비설거지를하러가시는할머니를따라할머니댁으로간다. 텃밭

86 << 여성시대 2007 November >> 87

호박잎에빗방울떨어지는소리가정겹다. 툇마루에앉아이야기를계속한

다. 할머니는담배를한대피워무신다.

“어이구비잘온다. 그렇게덥더구만…. 감은일본군갔다와서진작

죽고, 다큰아들이교통사고로죽었어. 팔자가더러운지내가남자복이없

어. 살았으면쉰다섯인데. 손자하나있는거군인가고, 메느리는직장다니

고. 그러니내가그집에가서우두커니있으면뭐해? 전세방하난데. 오라

고해도안가.”

할머니께담배를피우시는연유를여쭤보니시름없이집안얘기를하신

다. 일찍돌아가신 감님은그렇다치고, 얼마전에아들이교통사고로세상

을뜬것때문에기운을차리지못하고계셨다. 이야기를다른데로돌린다.

“이집은임시로짓는다는게그냥살고있어. 저게방창이야.(벽에손바

닥만한구멍이있다) 매칠을해서벽이뽀얗지. 일년에한번씩칠을해. 이

게톰박집이래는거여. 나무를턱턱걸쳐놓고. 여기도이거하나여. 피란하

고들어와급히지은건데도튼튼해.”

할머니말 을듣고집모양을자세히보니요즘보기드문귀틀집이다.

벽에는문옆으로손바닥만한‘방창’이라는것이뚫려있고, 해마다‘매칠’

이라해서벽에진흙물을한번씩발라준흔적이뚜렷하다.

“산등성이에서농사짓던얘기? 참거북스럽지. 불놓구낭구비어척척

놓구태워서감자놓지. 불감자. 분이많아참맛있어. 새조밭은일찍파서

갈아야여물어. 감자보다더먼저놔야돼. 감자는음력4월에놓고새조밭

은더일찍뿌려. 서숙이새조여. 그렇게덥더니비가오네. 이치가참이상

하지. 밥잘먹기는하나님덕, 옷잘입기는마누라덕. 돈잘쓰기는부모님

덕이래잖어? 옛말하나도그른거없어.”

“옛날엔논이많았는데지금은마캉밭이돼서…. 산중이라아무것도돈

되는게없어. 그래도여~는더워도덥지를안해서배차를해서…. 다른건

되고짐승이다파먹어서안돼. 서숙이고강냉이고돼지가다먹어. 아주매

대기를쳐요. 돼지하구오소리. 돼지지킨다고막을짓고있으면한쪽머리

최상일의 민속기행

●최상일(MBC 라디오 <민속기행> PD)

경북 문경 건학, 차갓마을의 두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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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November >> 89

만와서먹고가.”

이렇게해서애써농사지은곡식을가지고이마을분들은겨울이면‘도

로리떡’이라는것을해먹었다. 돌아가면서돈이나쌀을걷어가지고해먹는

떡이도로리떡이다. 다른곳에서는‘떡돌이’라고도하는백두대간의산골

풍습이다. 주로차좁쌀을쪄서떡을치는데, 안반이아니라계곡가의넓은

반석에다놓고쳤다.

“차조는차랍(찹쌀) 같애. 저앞에반석에가서떡을쳐. 나무판보다돌게

다치면좋지. 치는자리가있어. 반석이아주좋아. 넙적한게곱고반들반

들한게. 도로리떡쳐서콩가루묻혀서김치해서먹고. 술은집에서좁쌀이

나보리쌀로하고. 좁쌀막걸리도누룩해서잘해놓으면좋아.”

할머니는도로리떡해먹던얘기를하시면서조금기분이나아진것같았

다. 어느덧쏟아지던소나기도멈추고, 해가기울어저녁을준비해야할시

간이다. 국수라도삶아줄테니먹고가라는할머니를뒤로하고건학마을을

빠져나오면서보니계곡가에떡을칠만한넓은반석이보인다. 늦겨울양지

바른개울가에서반석에떡을치고좁쌀막걸리를마시며즐겁게하루를놀

았던옛산골사람들의모습을눈에그려본다.

명전골을반쯤빠져나오는데오른쪽으로개울을건너흙길이가파르게

나있는것이보인다. 지도에서보던차갓이란마을로가는길이다. 길이있

는 곳에 사람이 살

고 있을 터이니 당

연히 가봐야 한다.

차가 겨우 지나갈

만한 길을 따라 얼

마쯤을올라가니길

옆 언덕 위로 허름

한집이한채있고,

집안에 할머니 한

88 << 여성시대

분이계신다.

할머니께옛날에살던얘기를여쭤보니, 젊었을때살았다는산꼭대기차

돌백이라는지명이나온다.

“저우에차돌백이에서십년이상살았어. 우리하고두집있었고두리봉

에도두집있었고. 떠난지한30~40년돼. 우리내려온다음에화전정리가

됐지. 거기서감자·피·서속·콩따위심어먹고. 아이고말도못해요. 거기

는땅한섬지기에곡식이두말밖에안나. 돼지가얼마나많은지시아버지

가담을빙둘러치고….”

차돌백이와두리봉에사람이살았다는데, 지도를아무리봐도차갓재언

저리에그런지명은나오지않는다. 지도에표시조차되지않은곳에사람이

살았다는얘기다. 산돼지가많아아예담을둘러치고농사를지었다는얘기

가흥미롭다.

“담을돌로빙둘러쳐서성문이라고했어. 돌이많아. 거기서스물둘에

첫딸낳고, 아들도거기서낳고. 왜올라갔냐고? 농사잘된다고, 산전떼기

파먹으러올라갔지. 차갓재에서황장산쪽으로펀~한게살기좋았어.”

펀~한게살기좋았다는차돌백이에서할머니는세남매를낳아키웠다.

아들은산너머산다리학교엘다녔고, 왕복육십리길인동로장을주로보

러다녔다. 주로백두대간남쪽이생활권이었던셈이다.

“동로장보러다녔지. 더덕캐고고사리꺾고해서파느라고장마다가야

하지. 나물도많이먹고살았는데, 이제는쌀밥도맛이있네없네하고사네.”

차갓마을은지금도행정구역으로동로면산다리에속한마을이다. 백두

대간남쪽과북쪽이한동네인, 참보기드문경우다. 행정구역만그런것이

아니었다. 옛날에정초에풍물을치고놀적에도산다리풍물패가이곳차갓

마을까지넘어와서지신을밟아주곤했다는것이다.

“옛날엔저산다리에서여기까지올라왔지. 한동네라고많이넘어다녔

어. 길이빤했는데, 이젠길이안보여.”

“하도고생을해서오래사나봐. 포시라왔으면벌써죽었을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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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November >> 91

유대교에서나온<탈무드(Talmud)>는400년에필리스티아에서발간한

것과500년에바빌로니아에서발간한것두가지가있다. 이책은종교적

차원에서성생활을기술하고있다.

이처럼성에대한타고난원죄는수천년을거치면서발전해왔고, 제2차

세계대전이후부터개방되기시작하여1970년대에이르러‘섹스혁명’시

대가도래했다. 도덕적으로옳건그르건간에자위행위·혼외정사·섹스

산업·매춘부·동성연애등이자연스럽게행해지고부각되는것이엄연한

사실이다. 이런섹스와관련된일련의행위를무조건외면하고금기시하는

시대는이미지나갔다.

요즈음젊은남성들에게서성기능장애가늘어간다는것은심각한현

상이다. 성기능 저하의 원인으로 과로와 피로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젊은 세대들이 섹스를 너무 성급하게 행하는

데있다.

남성성기능장애는크게발기부전증과사정장애로나뉘며그비율은

반반이다. 발기부전증의원인은정신적인것과기질적인것이반반이다.

정신적인이유는스트레스·과로·불안·약물남용등을들수있다. 이것

이주원인이라면심리치료와행동변이요법이도움이된다.

기질적인이유는신경성·혈관성·호르몬장애가있으며, 치료는그원

인에따라달라진다. 사정장애의가장대표적인경우는성교시에남자의

사정이병적으로빠른조루(早漏)이며, 이것의원인은나이를먹음에따라

신경가지가너무많이분포되어있기때문이라고밝혀졌다.

근래에잉 랜드의학저널에발표된연구결과를보면성행위와건강사

이에 접한 관계가 있음도 확인됐다. 건강한 사람일수록 성생활을 더욱

적극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는 성행위를 하면 건강도 좋아진다는 뜻도

되는것이다. 성행위는물리적인운동이되는동시에엔도르핀과성장호르

몬이분비되는데엔도르핀은스트레스완화를, 성장호르몬은체지방을줄

이고근육을늘려줘결과적으로노화를늦추는효과가있다. ■

생활건강

90 << 여성시대

성에 관한 세계 4대 고전은 중국의 <소녀경>, 인도의 <카마수트라>,

유대인의<탈무드>, 이슬람의<향기가가득찬정원>을들수있다.

중국에서 전해내려 오는 <소녀경(素女經)>은 기원 200~264년 사이에

저술됐다고한다. 이책은동양의학과동양철학에바탕을두고성은자연

의섭리에따른다는원리에입각하고있다. 인간의건강과병약(病弱), 요

절과장수의모든원인은성생활에서비롯된다고가르치고있다.

인도의<카마수트라>에는성을환희로이끄는84가지의자세가들어있

다(믿어지지않겠지만20세기해적판에는1,001 가지의‘성적포옹’이들

어있다).

성과 건강

●김문호(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외래교수, 통증치료전문센터 <안아픈세상>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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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장에서의마지막날, 비는그치지않았고웬만한우비갖고는스

며드는빗물을어쩔수없었다. 우산은별도움이안될듯싶어등

산장비로머리부터발끝까지둘러감았다. 새삼배낭씌우개가필요함을

알았다. 다니면서잘챙긴다고챙겨도두서너가지씩은빠진물품이있으

면꼭메모해둔다. 다음엔이런아쉬움이없었으면하는바람으로….

리장에서의마지막오전시간은나시족의본부격인목부에서보냈다.

관광객보다 이곳 주민들이 드나드는 쌀국수집에서 아점을 때웠다. 낮

12시반, 여강을벗어나빗속에산길을꼬불꼬불내려가다보니집들모

양새가바뀐다. 연초생산농가가한눈에들어온다. 운남성의담배가유

명하다더니눈으로확인할수있었다. 벼는 3모작. 옥수수농사도많이

짓고집집마다개들도많았다. 땅은기분좋은황토에서붉은색을더많

이띤다.

3시간가량산길을돌고돌아소수민족백족의지역으로오니이해호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호수모양이 우리 귀같이 같고, 바다처럼 넓기도

해서붙여졌단다), 창산이예사롭지않다. 백족은모계사회다. 모든고된

일은여자들이하며경제권역시어머니가쥐고있었다. 결혼을해도부

모슬하를떠나지않으며돈벌기위해대도시로부모형제들을떠나가는

사람도없다고한다. 흰색을좋아해백족이요, 우리민족과연관이있다

92 << 여성시대

양희은의 스튜디오에서

2007 November >> 93

고본단다. 추적추적내리는빗속에대리석의고장인대리의성산, 이골

목저골목걷다가뜨끈한조개탕과쌀국수로저녁을대신했다.

대리에서의이틀째도종일비가내렸고, 우리는한국주인아저씨가

구워주신 민물장어 숯불구이와 맛난 김치도 먹었다. 주인아저씨는 매

일산에간단다. 왕복서너시간이걸린다는데매일한다니대단하다.

아저씨성품은별로흔들리지않는바위같아보 다. 비가이리흔하

니까 시장에 장화가 많았다. 재래시장 한 바퀴 돌면 그 고장사람들이

먹는주된야채·과일·간식·옷가지등을짐작할수있다.

백족의공연도보았는데관람중차를세번이나내준다. 삼도차의첫

차는쓴맛으로태어난것자체가쓴맛이라는뜻일테고, 두번째차는단

맛, 즉고생끝에는낙이온다는뜻, 세번째내는차의맛은단맛에쓴맛

이섞여있었다. 어차피인생은달거나쓰거나간에떠날수없다는뜻이

란다. 리장이나곤명과는달리대리는바람이세다. 백족이꽃을좋아해

꽃도많고꽃장수도거리에널렸다. 궂은날씨덕에창산으로오르는케

이블카도못타고, 이해호구경도못했다. 창산기슭따라늘어선집들

에서번져나오는불빛이따사롭기만했다.

두밤자고, 곤명행비행기를탔다. 공항에서야크뼈로만든젓가락을

기념품으로샀다. 쇠고기육포도알고보면아! 야크고기란다. 곤명에서

한나절쉬는동안한국인이하는공중탕에가서쉬다가밤비행기를타기

까지여전히시간이남아꽃시장·동물시장을구경했다. 애완동물종류

도놀랍게다양하고시장도제법컸다. 난방울달린개목걸이를샀다.

그리고시댁식구들과엄마를위해월병을두상자샀다. 월병으로유명

하다는제과점앞진열대에서보니한달월급액수만큼비싼월병도있

었다. 놀라웠다.

우리결혼20주년기념여행의여드레째날이저물고집으로가는날,

이제마음이놓인다. 역시내나라, 내집이최고다.■

●양희은(여성시대 진행자)

결혼20주년기념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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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November >> 95

모르겠다.

“아빠! 다음여행은휴양지같은데로가요.”

인내심도있고싫은소리안하는우리아들녀석이드디어처음으로한

곳에머물면서쉬는여행을하자는의견을냈다.

지난여름도쿄는정말, 정말, 정말더웠다. 도심의기온은섭씨40℃에

육박내지는넘은것같아차로움직이기에도지치는날씨 다. 바람도없

는그찜통같이뜨끈뜨끈한거리를한없이헤매었으니지친아내와아이들

의고통을충분히이해한다. 가족에게미안하기도하고바쁜시간에내돈

주고이고생이뭔가하는생각에스스로에게짜증이나기도했다.

나는왜한곳에머물지못할까? 고속도로를달릴때도휴게소에서쉬면

그사이내가앞지른차들이다시나를앞지를까봐쉬지도못하고한걸음

에달려버리는나에게측은지심을보낸다. 나와아무상관없는그차들에

게나는도대체왜경쟁심을갖는걸까.

나에게는유럽여행을하리라는희망이있어서좋다. 나의제어안되는

삶의스피드는그희망때문에유지되고또위안받는지도모르겠다.

가까운장래에는어렵겠지만만약그여행의꿈이이루어지면그다음

목표는어디일까? 벌써그다음까지생각, 걱정, 계획하는나는하여튼뭔

가바쁘다. 그런나를불쌍하다고말해도이제는변명할생각이없다.

어느덧인생의스피드를조금줄여야할때가된것도같고, 고속도로휴

게소에도들러서얼른작은일(?)만해결하고앞서간놈(미안합니다) 잡으

려고황급히뜰것이아니라바쁜사람빨리가든말든나는차도한잔마

셔보고그래야할때가된것같다.

최근까지중간고사치르느라애쓴두녀석과아내를보면서이번겨울방

학에는휴양지로가봐야지하는결심을해본다. 그러나넓지않은그휴양

지안에서도빨빨대며돌아다닐내가그려지니풋! 하고웃음이나온다.■

●강석우(여성시대 진행자)

옛날에는, 그러니까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에는 주로 음악다방에서

친구들을만나곤했는데, 그때나지금이나약속시간보다먼저나가

서기다리는체질인나는기다리던친구가허겁지겁들어오면“야! 나가

자”하고는탈출하듯밖으로나왔다.

그때는어느다방이나너나없이질낮은커피 을테고, 양도비슷해서

마음에드는다방을찾아헤매는일이없었을텐데도한곳에‘죽때리지’

못하고여기저기기웃거렸던우리들, 아니나는무엇때문이었고, 왜그래

야만했을까.

좋다. 그때는젊어서라고치부할수있지만, 세월이많이지난지금도그

습성이나에게붙어있는이유는뭘까.

훌쩍커버린고1 준 이와중학생인딸다은이와꼭같이하는게있는데

그것은아이들여름방학과겨울방학에는함께가족여행을가는것이다.

우리는여행가서현지에도착하면짐을풀자마자호텔근처를답사한다

고숙소를나서면서부터걷기시작한다. 택시보다는버스, 지하철같은대

중교통을많이이용하다보니걷는양이보통많은게아니다. 우리가족이

모두걷는걸좋아한다지만이건장난이아니다. 말들은안하지만엄청힘

들어하는것같았다.

그래서저녁먹고받는발마사지에우리가족모두‘청춘’을거는지도

94 << 여성시대

강석우의 스튜디오에서

머물지 못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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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고 하면 기억 어딘가에서부터 천천히 떠오르는 풍경이 있

다. 엄마가있고, 아빠가있고, 동생과나, 서울에서가끔씩다니

러 오는 언니가 있다. 살림이 정말 많은 집인데도 널찍한 느낌이다. 꾸민

데는없지만모든것이정돈되어있다. 바닥도가구도깨끗하게닦여있고

베란다에는 보송보송하게 삶은 빨래가 마르고 있는 집. 지금에야 돌이켜

보건데, 있어야할모든것이제자리에있었던그런집이었던모양이다.

그런집을가꾸어낸것은역시어머니다. 옷에는돈을쓰지않으셨지만

식구들이 먹는 것만큼은 아끼지 않으셨던 분. 어시장에서 싱싱한 생선을

걷어와큼지막하게구우시고, 사과며감을살때도제일알이굵고좋은것

을고르셨던당신. 일년에열두번도넘는제사를너끈히치러내던그야

무지고빠른손. 남들에게‘안할짓’을하는일도, 일을허투루하는법도

없던올곧은냉정함.

그러나당신께서도이제곧환갑을바라보신다. 모든이가다늙어가도

우리어머니만큼은늙지않을것같았는데, 그런당신이한해가다르게노

쇠해간다는사실을받아들이기가쉽지않다.

작년에처음으로어머니와둘이서여행을다녀왔는데그때만해도어머

니는나보다더생생하셨다. 내가이불끝을부여잡고끙끙거리고있을때

도새벽같이일어나채비를하고나의부은다리를주물러주실정도 다.

96 << 여성시대

김 PD의 안녕하세요

2007 November >> 97

엄마얼굴예쁘네요

참좋았다고, 다음번엔같이어디어디를가면좋겠다고어린아이처럼들

뜬엄마. 그런모습이기뻐올해도어머니와여행을떠났으되사정은달랐

다.

고작일년이지났을뿐인데…. 어머니는눈에띄게체력이떨어지셔서

여행하는내내온몸이퉁퉁부어계셨고차를타는것조차힘들어하셨다.

작년경험을고려해서계획을짰던것인데, 이리힘들어하실줄알았으면

그냥쉬다올수있는데로모시고갈걸그랬다고후회를했다.

속이상했다. 언제나한발앞에서나를기다리시던분이, 이제는내뒤

에서서내게잔소리를듣는노인이되어가신다는게속상했다. 이제겨우

어머니를모시고여행을갈수있을만큼자리를잡았는데어머니를모시

고여행을갈수있는날은이미얼마없는지도몰랐다. 무엇보다…노쇠해

가는자신을받아들이고있을당신의그속마음이애달팠다.

얼마전방청소를하다한무더기사진을발견했다. 내가대학에갓들

어갔을즈음, 동생이중학교를졸업하는날이다. 한장한장넘기다보니웃

음이난다. 멋부리기좋아하는우리아가씨가이때는이렇게어렸구나, 내

피부가 저렇게 뽀얗구나…. 그날의 따사로운 햇살이 당장이라도 와 닿을

듯선명해서마음이짠해졌다.

문득눈물이쏟아진다. 엄마가있다. 예쁜블라우스를입고입술을빨갛

게칠한엄마가뭐가그리신이나셨는지개구쟁이처럼환하게웃고있다.

엄마가저렇게젊었던가. 엄마가저렇게웃었던가. 엄마가저렇게나이를

먹어왔던가. 저렇게저렇게우리에게모든것을주었던가.

알고있다. 돌아갈수는없다는것을. 저따사로운햇살이있는때로, 어

머니의 활기가 넘치는 내 기억 속의 그 집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대신 이제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집을 닦고 가꾸겠지. 어머

니의 늙음을 받아들이고 나의 늙음 역시 받아들이면서. 그렇게 늙어갈

것이다.■ ●김나형(여성시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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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소개

매일 : 일반사연

살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 속 시원히 털어놓아야

할 말들, 간단한 사연, 신청곡, 축하해 주고 싶은

일들, 칭찬하고 싶은 사람 부담 없이 편하게 올

려주세요.

매일 : 미.고.사

주변사람에게전하고싶은

미안함, 고마움, 또 사랑의말들….

누구에게나있게마련이죠?

<미. 고. 사> 게시판에올려주십시오.

여성시대가대신전해드립니다.

월 : 웬수열전

가끔주변사람들이웬수같을때가있습니다.

남편이 웬수 같을 때, 아들이, 딸이 웬수 같을

때, 미움의 밑바탕에는 찐한 사랑이 깔린 줄 다

알고 있으니까, <웬수열전>에서 마음 놓고 흉보

시기 바랍니다. 다흉본다음에다시끌어안고받

아들이자, 이거죠.

화 : 열린전화

일상 생활에서 겪게되는 어려운 점이나, 고민들

을 청취자들의 전화, 문자, 미니를 통한 직접 참

여로 해법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우리 주변에

서 같은 고민을 가졌던 분들의 생활의 지혜를

빌려보는열린전화…많이참여해주세요!!

수 : 남자는 왜 여자는 왜

한가지주제에대해남자의시각에서,

여자의시각에서 -

그리고남녀공통의시각에서바라보는시간

남자는 왜, 여자는 왜 산대 김용석 교수님과

여성학자오숙희씨와함께합니다.

목 : 남성시대

이 시대,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남성들, 멀리

해외에 있는 모든 대한민국의 남성분들을 위한

남자들의시간

장용의 단필충

우리 남성들의 땀과 인내를 이야기 하는 <단필

충>! 군대에서 일어난 일, 선임과 후임, 동기와

나눈찐한우정의사건을보내주세요.

금 : 요리보고 조리보고

요리전문가우 희선생과함께하는

‘요리보고조리보고’

생활속에서쉽고싸게구할수있는재료로

간단하지만멋있는음식해보기.

매주 금요일에여러분을찾아갑니다.

토 : 사랑의 계절

달콤한 사랑, 풋풋한 사랑, 쓰라린 사랑, 지금은

덤덤해진 남편과의 연애까지 <사랑의 계절>에

보내주십시오. 다시 한번 그리운 그 시절로 돌아

가게해드리겠습니다.

일 : 불멸의 길다방

거리에서 만난 여성시대 가족들로부터 이야기

가 담긴 곡 소개를 받겠습니다. 언제 여러분을

찾아갈지 모릅니다. 테이프가 늘어지게 들었던

비틀즈의 <예스터데이>, 화보다 더 시렸던 로

미오와 줄리엣의 주제곡… 어떤 곡이든 좋습니

다. 여러분의 목소리로 일요일 3, 4부가 꾸며집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