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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05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2009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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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 05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2009 09

  • Seoul Founationfor Arts and Culture

    2009 / 09 / Vol 31

    COVER STORY2008 청소년 비전 Arts-TREE의

    결실인 계성여고 연극반의 이 남산예술센터 극장

    무대에 올랐다. 방학도 더위도 잊은 채

    연극 연습으로 여름을 보낸 아이들의

    눈빛이 다부지다.

    서울은 오래도록 이 나라의 수도였다. 그리고

    광화문은 줄곧 그런 서울의 중심을 지켜왔다.

    도심의 가운데 우뚝 서서, 그간 내려다본

    이 땅의 600년 역사는 어떠했을까.

    광화문 조성 사업을 맞아, 광화문광장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광화문이 안고 있던

    우리민족의 역사를 풀어놓았다. 수많은 사람이

    들고난 곳, 그 긴 발자국을 보고 왔다.

    38

    자라나는 청소년을 끌어주고 밀어주는 것만큼

    보람찬 일이 또 있을까.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에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학교교육이 끌어주기라면, 자기계발 지원은 밀어주기다.

    문화예술인의 꿈을 키워나가는 청소년들을 위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

    청소년 비전 Arts-TREE가 나섰다.

    8

    새 집은 다 지어졌다. 이제 새

    주인을 맞을 차례다. 주인에게

    모든 것을 맡길 요량으로

    신당창작아케이드는 속을

    비워두었다. 이곳에 발을

    들일 입주 작가들은 각자

    가지를 물어다 어떤 둥지를

    만들까. 여기 빈 공간을

    채워 예술 터를 꾸밀 입주

    작가들을 미리 만나봤다.

    66

  •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2009/09 vol 31

    서울문화재단 「문화+서울」 | 발행일 2009년 8월 26일 | 등록일 2005년 6월 8일 | 발행인 안호상 | 발행처 (재)서울문화재단

    편집기획 서울문화재단 홍보마케팅팀 | 홍보마케팅팀장 이현아 | 이승민, 변현정, 김민지, 신동석, 김보연, 나오미

    발행 (재)서울문화재단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130-823)Tel 02.3290.7000 Fax 02.6008.7347 | 홈페이지 www.sfac.or.kr

    디자인·제작 AGI Society 02.3141.9902 | 사진 AGI Studio

    (재)서울문화재단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문화+서울」은 서울의 숨어 있는 문화 욕구와 정보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예술가들의 창조적 힘과

    시민들의 일상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고자 합니다.

    「문화+서울」에 실린 글과 사진은 (재)서울문화재단의 허락 없이 사용할 수 없으며, 「 문화+서울」에 실린 기사는 모두 필자 개인의 의견을 따른 것입니다.

    Contents w

    ww.sfac.or.kr

    02 CULTURAL NEWS 9월의 공연전시 소식

    9월의 문화+서울

    08 청소년 비전 Arts-TREE, 그 성장과정을 되돌아보다 12 열일곱, 우리들의 이야기 - 계성여고 연극동아리 새별18 꿈이라는 렌즈로 나를 보고 세상을 본다 - 작가의 눈으로 본 ‘나의 가장 빛나던 날’

    다시 보는 서울

    22 이경민의 경성 산책 구보씨, 박람회에 가다 (상) 30 IMAGE SEOUL 네가 되길 꿈꾸는…

    지금 서울은

    34 HOT SKETCH 장애는 창조적 예술의 원동력 -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가능성의 예술 ‘Able Art’ 38 HOT SKETCH 광화문이 품은 역사를 꺼내다 - 「光·化·門 - 광화문광장 준공기념 특별사진전」·「광화문 연가, 시계를 되돌리다」 展46 HOT SKETCH 홍대 앞 젊음의 에너지로 폭발하는 실험영상축제 - 제 9회 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52 서울을 말한다 ‘무지개 프로젝트’의 탄생54 EMERGING SPACE 환경을 품에 안은 곳 - 오르그닷 갤러리

    사람과 사람

    60 FOCUS INTERVIEW 사랑받는 시의회, 주목받는 서울시를 위해 - 서울특별시의회 김기성 의장66 YOUNG ARTIST 2009 신당창작아케이드의 새 주인을 미리 만나보다 - 전통자수공예 김태자 명장·미술작가 성희승

    서울 안과 밖

    72 OPEN REPORT_서울 너머로 딱딱한 지원 속 숨은 배려를 엿보다 - 네덜란드의 문화정책78 I AM SEOULITE Drawn in by sound80 OPEN REPORT_서울 속으로 이방인이 아닌 함께 하는 세상을 꿈꾸다 - 극단 ‘샐러드’ 84 한 장의 쉼표 나를 가르친 사람들, 나를 가르친 책들86 재단사업 어르신들의 라디오·스크린 점령기 - 현장 속으로90 재단소식94 문화 캘린더97 독자엽서

  •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2009/09 vol 31

    가을밤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매주 토요일 오후 5시 서울숲

    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별밤축제는 서울 시민들을 위해 세종문화

    회관이 엄선한 특별공연으로,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서울숲 뚝

    섬야외무대 잔디밭에 자유롭게 앉아 관람할 수 있다.

    9월에는 재즈를 다루는 4개 그룹이 각각 색다른 음악축제를 준비

    하고 있다. 9월 5일(토)에는 재즈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 중인 가, 9월 12일(토)에는 고전탱고 곡들을 재즈적 화성

    으로 재해석한 탱고&재즈 프로젝트 밴드 가 낭만

    음악회를 이끌어 간다. 또 9월 19일(토)에는 트렘펫 연주자 이주한

    을 주축으로 이뤄진 4인조 팝재즈 밴드 윈터플레이의 가, 9월 26일(토)에는 아이돌그룹 티티마 출신 소이가 결성한

    의 공연이 이어진다. 축제는 우천 시

    취소되며, 공연은 오후 5시부터 한 시간 동안 진행된다. 자세한 내

    용은 서울숲 별밤 축제 홈페이지(http://www.sejongfestival.co.kr)

    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남산예술센터 2009 시즌 개막

    9월 11일 첫 개관공연 시작

    서울의 현재와 미래를 한 눈에

    도시모형영상관 개관

    1960년대 연극인들의 메카였던 남산드라마센터가 2009년 남산예술센터라는 이름으로 재단장하여 9월

    11일 첫 개관공연을 갖는다. 서울시 창작공간사업의 일환으로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남산예술센터는

    480석 규모의 중극장으로 예술성과 대중성을 바탕으로 한 현대 연극 중심의 프로그램을 꾸려나갈 예정

    이다.

    오는 11일 남산예술센터에서 진행될 개관공연을 위해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젊은 작가와 연출진들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40대 전후로 구성된 이 작가진과 연출진은 연극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호기심을 가질 만한 인물들이다. 작가진은 최치언, 고연옥, 장성희, 연출진으로는 최용훈, 고선웅, 구태환이

    모여 현대, 도시, 서울이라는 큰 주제 안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낼 계획이다.

    공연은 평일 8시, 토요일은 3시, 7시, 일요일은 2시, 6시 각각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며 남산예술센터는 명

    동역 1번 출구에서 남산방향으로 200m 전방에 있다.

    정교한 모형과 IT기술을 결합해 서울 전체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도록 제작한 도시모형영상관이 지

    난 8월 11일 개관했다. 서울역사박물관에 마련된 이 멀티미디어 전시관에는 605.25㎢의 서울을 1500

    분의 1 크기로 축소한 가로 21.5m×세로 14.5m의 대형모형이 설치돼 있다. 이 모형은 최신 항공사진, 시

    가지 노선도, 현장 조사 등을 바탕으로 시내 전체 도로와 70여만 동의 건물, 산, 하천, 강, 다리 등 서울

    의 현재 모습을 실제 그대로 표현했다. 모형의 표현 시점은 2008년 10월을 기준으로 하였으나, 동대문

    디자인플라자&파크와 용상국제업무지구, 한강르네상스, 세운녹지축 등 2010~2012년 서울의 모습도

    미리 담았다. 그 중 강남, 강동, 강서 지역은 유리를 덮은 보행데크를 설치해 바로 위에서 모형을 내려다

    볼 수 있게 했는데, 2층 브리지와 관람 데크를 통해 마치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에서 서울 시내를 내려

    다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서울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관광공간은 물론, 서울의 자연환경, 인

    문·사회지리, 도시경관 등을 공부할 수 있는 학습장소로도 활용할 방침이다. 서울역사박물관 관람권

    으로 입장 가능하며, 평일 9시~18시, 토ㆍ일ㆍ공휴일은 10~18시 문을 연다.

    아름다운 숲에서 즐기는 공연피크닉

    서울숲 별밤축제

    장소 서울역사박물관

    문의 02-724-0146~50

    일시 2009. 9. 5~9. 7 매주(토) 17:00

    장소 뚝섬 서울숲 야외무대

    문의 세종문화회관 사업지원팀 02-399-1111

    기간 공연명 연출 작가

    9.11~9.20 개관기념 공동 창작 프로젝트 (제목 미정) 최용훈, 고선웅, 구태환 최치언, 고연옥, 장성희

    9.26~10.4 바다거북의 꿈 박근형(극단 골목길) 김민정

    10.5~10.15 Festival 場  10.20~10.21 선비와 망나니 상해연극예술센터  

    10.27~10.31 길삼봉뎐 안경모(극단 연우무대) 김민정

    11.26~11.29 장기하와 얼굴들 ‘퍼포먼스 콘서트’ 장기하와 얼굴들

    12.4~12.13 운현궁 오라버니 이성열 신은수

    C u l t u r a l N e w s

    시 분 기본영상 테마영상 모형관람

    9,13,17 00 30 도시모형영상관 안내 광화문 이미지 다큐(3분) 자유관람

    10,14 00 30 도시모형영상관 안내 서울의 궁궐(3분 30초) 자유관람

    11,15 00 30 도시모형영상관 안내 서울사람의 하루(3분) 자유관람

    12,16 00 30 도시모형영상관 안내 서울의 하루(3분) 자유관람

  • 3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2009/09 vol 31

    국립극장에 오르는 세계의 무대

    2009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

    무더위 쫓는 두드림의 향연

    서울 드럼 페스티벌

    10월 24일, 서울 도심에서 펼쳐지는 감동의 레이스

    2009 나이키휴먼레이스 신청 안내

    올해로 11회를 맞이한 서울 드럼 페스티벌이 9월 5일부터 27일까지 뚝섬 서

    울숲, 성동구 소월 아트홀, 남산 한옥마을 국악당, 뚝섬 한강지구에서 개최

    된다. 시민들에게 타악문화예술을 알리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

    공하는 한편, 전문가와 비전문가 타악인들이 연주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 2009년 주 공연은 국내 8개팀, 해외 3개팀

    이 “통하는 울림, 소통하는 어울림”이라는 주제로 참여한다. 그밖에도 타악

    아트마켓과 타악 퍼레이드, 전국타악경연대회를 통해 대한민국 타악문화

    의 발전과 세계 타악문화를 이끄는 새로운 지평을 열고자 한다.

    뉴욕, 파리, 베를린, 멕시코시티, 도쿄, 광저우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열

    리는 Nike+The Human Race. 서울에서는 오는 10월 24일 오후 4시, 여의

    도공원 문화마당에서 개최된다. 2009 나이키휴먼레이스는 총 3팀(김연아,

    박지성, DJ DOC)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울문화재단은 김연아 선수와 함

    께 열정연아 Passion팀으로 나이키의 매칭 기부를 받게 되었다. 나이키는

    서울문화재단의 ‘예술로 희망드림’ 사업 중 저소득 가정 자녀들의 순수예

    술관련 교육비를 지원하는 사업에 기부를 약정했다. 나이키휴

    먼레이스 신청 시 열정연아 Passion팀을 선택하면, 참가비 중 일부가 서울

    문화재단으로 기부되어 저소득층 자녀의 예술영재 발굴을 위한 교육비로

    쓰인다. 이번 행사에는 열정연아팀 외에도 저소득 가정의 체육 장학금 지

    원을 위한 도전지성팀, 결식아동의 스포츠 활동 지원을 위한 명랑 DOC팀

    이 함께 참여한다.

    일시 2009.9.4~10.25

    장소 해오름 극장, 명동 예술극장, 달오름 극장, KB청소년 하늘극장

    홈페이지 http://www.ntok.go.kr

    일시 2009.9.5~9.27

    장소 뚝섬 서울숲 페스티벌

    홈페이지 http://www.drumfestival.org

    행사명 Nike+The Human Race Seoul 10K

    일시 2009년 10월 24일 (레이스 : 오후 4시 / 콘서트 : 오후 5시 30분)

    참가인원 20,000명(선착순 마감)

    참가신청 http://www.nike.co.kr/humanrace_register/introduce.jsp

    대한민국의 기간예술극장인 국립극장이 관객들에게 세계적인 공연예술 트렌드를 보여주

    기 위해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을 연다. 세계 각국 국립단체들의 대표급 공연들을 초청하

    여, 풍성한 가을만큼이나 다양한 각 나라 고유의 문화적 전통과 공연문화를 경험할 수 있

    는 기회를 마련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축제를 통해 국내 공연관계자들에게 새로운 자

    극이 되는 동시에, 국내 공연들을 해외공연 관계자들에게 소개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총 9개국의 12개 작품과 한국작품 12개가 준비되어 있다. 공연은 9월 4일 당대전기극장의

    을 시작으로 10월 25일 극단 동의 가 가을 내내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은 국제 페스티벌의 위상에 부합하고자 국내외 거주 외국인

    들의 관람에 불편이 없도록 전 공연에 영어자막을 사용하고 있다. (비언어공연 제외)

    작품 일정 장소

    당대전기극장의 9.4~9.6 해오름극장

    스트라스부르 국립극장의 9.9~9.12 해오름극장

    담드픽의 9.18~9.19 달오름극장

    이태리 나폴리 산카를로 국립극장의

    9.25~9.26 해오름극장

    필리핀 국립전통예술단의

    9.30~10.1 해오름극장

  • C u l t u r a l N e w s

    파리 아방가르드, 빛의 세기를 열다

    20세기 사진의 거장전

    사진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질 좋은 사진전에 대한 기

    대도 높아졌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 미술관에서 이러한 시민

    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빛의 세기’를 연 거장사진작가들의 대표작

    을 한 자리에 모았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RMN)이

    소장, 관리하고 있는 20세기 사진작가들의 작품 180점을 엄선했다.

    1920~1940년대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했던 앙 드레 케르테츠, 브랏

    사이, 만 레이, 드니즈 콜롱, 마르셀 보비, 에두아르 부바, 프랑수아 콜

    라, 로베르 두아노와 같은 거장들의 작품과 그들과 아방가르드 정신

    을 공유했던 예술가들의 핵심 걸작을 만나볼 수 있다. 현대 사진의 독

    창적인 작가적 시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사진이라는 ‘예술’ 분

    야에 사용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사진의 역

    사를 되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가장 사진다운 시각의 아

    름다움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구성하여, 라는 일곱 가지 맥락으로 꾸몄다. 인간의

    ‘눈’을 대신하게 된 사진 예술의 본질과 힘을 확인할 수 있는 값진 시

    간이 될 것이다.

    일시 2009.9.10~10.29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아시아의 대표적 아트페어

    제 7회 한국 국제 아트페어

    올 가을에도 어김없이 풍성한 아트페어가 준비되어 있다. 올해로 제 7회를 맞이하는 KIAF

    2009(Korea International Art Fair 2009)는 주빈국 인도를 포함해 국내외 16개국 168개 갤러

    리가 참가한다. 사단법인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한 이번 아트페어는 현재 세계미술시장에서

    전례 없는 주목을 받고 있는 인도 미술을 소개하고 세계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둔화된 한국

    미술시장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고자 기획됐다. 주빈국 프로그램은 미술평론가이자 독

    립 큐레이터로 활약 중인 가야트리 신하(Gayatri Sinha)가 맡았으며, 부대행사로 인도현대미

    술전과 강연이 준비되어 있다. 국내특별전 큐레이터로는 정준모 미술평론가가 선정돼 한국

    미술의 흐름을 되짚고 정리하는 전시로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 밖에 맞춤형 도슨트가 부대 프로그램으로 제공된다. 이전까지의 도슨트 프로그램과 달

    리 대상을 좀 더 구체화하고 확대하여 관람객들의 이해를 도울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작

    가PT, 슈팅히든스팟,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작가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진취적이고 참신한 작

    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의 창작의욕을 고취하고 작가와 화랑간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자 한

    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http://www.kiaf.org)에서 확인가능하며 전화문의는 KIAF사무국

    (02)766-3702~4)으로 하면 된다.

    일시 2009.9.18~9.22

    장소 삼성동 무역센터 코엑스 3층

    HALL C(대서양홀) & HALL D(컨벤션홀)

    SIPA2009(Seoul International Print Photo Art Fair 2009)는 세계유일의 판화, 사진 전문 아

    트페어로 올해로 15회째를 맞이했다. 이번 해에는 10개국 45개 갤러리가 참여해 작년보다

    그 규모가 커졌다. 참여작가로는 데미안허스트, 파블로 피카소, 로이 리히텐슈타인, 무라카

    미 다카시, 쿠사마 야요이, 로버트 인디애나, 프랭크 스텔라, 왕광위, 리광신 등이 있으며 한

    국작가로는 백남준, 김중만, 이우환, 김아타, 구본창, 김준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제2전시실에서는 네덜란드 사진전이 함께 열린다. 네덜란

    드 사진작가와 한국 디자이너 7인이 각각 선정되어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번 전시는

    한국과 네덜란드 현대미술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 문화적 소통의 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

    대된다. 아트페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SIPA 2009 홈페이지(www.sippa.org)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대판화와 사진을 한 자리에

    제 15회 서울국제판화사진아트페어

    일시 2009.9.12~9.16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전관), 한가람 디자인미술관(2관), V Gallery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2009/09 vol 31

  •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2009/09 vol 31

    영화와 미술의 색다른 만남

    제1회 New 이탈리아 영화예술제

    클래식 초보를 위한 무대

    2009 예술의전당 청소년 음악회 ‘위대한 베토벤’

    문화의 계절 가을, 색다른 영화를 보러갈 기회가 마련됐다. 네오리얼리즘 영

    화 에서 에 이르기

    까지 세계영화사에 큰 반향을 일으켜왔던 이탈리아 영화를 단편작품으로 만

    날 수 있는 작은 영화제가 개최된다.

    오는 9월 9일부터 15일까지 인사아트센터, 하이퍼텍 나다, 아트하우스 모모

    등지에서 열릴 이번 영화제는 ‘New and Old-Interaction’ 이라는 주제로 이탈

    리아 영화의 현주소와 미래를 짚어보는 단편영화 수작을 선보인다. 다른 영

    화제와 달리 영화예술제의 형태로 진행돼 이탈리아의 독립단편영화와 미술

    전시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영화제 기간에는 코르티소니치 페스티벌의

    디렉터인 마시모(Massimo)와 자코모(Giacomo) 감독이 한국을 방문, 이탈리

    아의 단편영화 제작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공개하는 시간도 마련돼 있다. 또,

    이탈리아의 사진작가인 알레산드로(Alessandro), 알베르티나(Albertina), 쟈

    다(Giada)와 평론가인 지오바니(Giovanni) 등이 전시를 위해 방문, 작가와 작

    품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이외에도 국내 작가로 이탈리아에서 작품 활동을

    한 김승환 조각가가 이번 영화제에 출품한 작품을 통해 사진, 조각, 영화가

    뫼비우스띠처럼 하나로 연결되어 서로 소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새 학기를 맞은 청소년들을 위한 음악회가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21세기

    문화시대의 주역이 될 청소년들과 클래식 입문자들에게 예술적 역량을 심

    어주기 위해 준비한 이 음악회에서는 베토벤의 음악 세계를 조명해보고 그

    가 보여준 음악적 영감과 열정을 느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얼마 전 인기리

    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로 클래식 신드롬을 일으킨 베토벤

    의 음악을 참신하고 명쾌한 해설과 수준 높은 연주로 다시 듣는다. 이번 음

    악회는 청소년들이 그의 음악을 깊이 있게 살펴보고 클래식 음악 세계를 쉽

    게 이해하는 또 한번의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입장권은 일반 15,000원이

    며 청소년 10,000원이다.

    일시 2009.9.9~9.15

    장소 인사아트센터, 하이퍼텍 나다, 아트하우스 모모

    일시 2009.9.12

    장소 예술의 전당

    예술공장, 도시를 재생하다

    문래예술공장 개관기념 프로그램 참여예술가 공모

    ‘서울시창작공간’ 중 하나로, 서울문화재단이 위탁운영하는 문래예술공장이 12월 개관을

    앞두고 개관 기념 프로젝트에 참여할 예술가를 모집한다.

    ‘예술공장, 도시를 재생하다’라는 주제로 공모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크게 한·중 창작촌

    예술가 교환 프로그램, 예술가 거리 프로젝트 공공예술, 문래창작촌 환경개선 공공예술

    (인포메이션 부스) 등 3개 분야로, 각각 문래창작촌 관련 예술가 4명, 공공예술프로젝트

    1팀 및 국내 예술가 1팀을 모집한다.

    공모기간은 8월 24일(월)부터 9월 11일(금)까지이며, 활동실적 및 활동계획의 창의성, 그

    리고 창작촌과 지역문화 활성화를 지향하는 예술공장 개관기념 공모사업 취지와 얼마

    나 부합하는지가 중요한 심사기준이다. 1차 합격자는 9월 18일(금), 최종 공모선정자는 9

    월 25일(금)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선정된 작가들 중 한·중 창작촌 예술가 교환 프로그램 참가 예술가는 10~11월 내 한 달

    간 중국창작촌 체류와 함께 창작활동을 펼칠 수 있으며, 예술가 거리 프로젝트 - 공공예

    술, 문래창작촌 환경개선 공공예술(인포메이션 부스)은 문래예술공장 개관(12월 18일 예

    정) 전에 제작 진행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www.sfac.or.kr)에서 확인 가능하며, 문의는 서울

    문화재단 창작공간추진단(02)3290-7093)으로 하면 된다. 한편 문래예술공장은 오는 9

    월 30일 개관예정인 금천구 독산동의 금천예술공장과 더불어 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을

    도모하는 예술공장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 다양한 심포지엄과 개관 기념행사를 준비하

    고 있다.

    공모명 문래예술공장 개관 기념 프로젝트 참가 예술가 공모

    기간 8월 24일(월)~9월 11일(금)

    접수 - 우편접수 : (우)130-823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서울문화재단 2층 창작공간추진단

    문래예술공장 담당자 앞(우편물은 등기 우편으로만 접수되며 마감당일 우편소인까지 접수)

    - 방문접수 : 서울문화재단 2층 창작공간추진단 사무실(평일 09:00~18:00까지 접수)

    공모분야 공모인원 공모규모

    한·중 창작촌 예술가 교환 프로그램

    문래창작촌 예술가 4명- 왕복항공권 및 체재비 일부

    - 작가 1인당 1,000천원

    예술가 거리

    프로젝트공공예술 공공예술프로젝트 1팀(명)

    - 작품기획료 및 제작비 일체

    - 최대 20,000천원(추후가격협의)

    문래창작촌

    환경개선 공공예술인포메이션 부스 국내 예술가 1팀(명)

    - 작품기획료 및 제작비 일체

    - 최대 10,000천원(추후가격협의)

    정리 | 김나현·박수진(오픈리포터)

    공모분야 및 내용

  • 1 청소년 비전 Arts-TREE 그 성장과정을 되돌아보다

    2 열일곱, 우리들의 이야기 계성여고 연극동아리 새별

    3 꿈이라는 렌즈로 나를 보고 세상을 본다 작가의 눈으로 본 ‘나의 가장 빛나던 날’

    특 집 9 월 의 문 화 + 서 울

  • 1 청소년 비전 Arts-TREE 그 성장과정을 되돌아보다

    2 열일곱, 우리들의 이야기 계성여고 연극동아리 새별

    3 꿈이라는 렌즈로 나를 보고 세상을 본다 작가의 눈으로 본 ‘나의 가장 빛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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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비전 Arts-TREE,그 성장과정을 되돌아보다

    자라나는 청소년을 끌어주고 밀어주는 것만큼 보람찬 일이 또 있을까.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에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학교교육이 끌어주기라면, 자기계발 지원은 밀어주기다.

    문화예술인의 꿈을 키워나가는 청소년들을 위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

    청소년 비전 Arts-TREE가 나섰다.

    9월의 문화+서울 청소년 비전 Arts-TREE, 그 성장과정을 되돌아보다

    청소년 비전 Arts-TREE는 2008년부터 서울문화재단과 서울시 교육청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중점

    학교 사업이다. 뮤지컬 남경주, 연극 조재현, 음악 강동석, 김대진, 김동규, 전통예술 김덕수 등 각계의 내로라하는 전문가

    들이 프로젝트 마스터가 되어 학생들을 만나고 예술가 그룹과 작업도 진행하는 이 사업은, 작년 말 공개수업을 통해 한

    번의 결실을 맺고 올해 두 번째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특별히 작년 연극 분야의 우수결과물 중 하나로, 공개수업 당시 학생들의 호응이 특히 좋았던

    이 남산예술센터 극장 무대에 오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은 학생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공동

    창작물이라는 점에서 Arts-TREE의 의미와도 맞닿아있다. 이 작업에 예술가 지원 그룹으로 참여한 이해제 연출가, 계성

    여고 연극 동아리 ‘새별’의 지도교사 박동준 선생님의 이야기로 지난 1년 반 동안의 과정을 되돌아보았다.

    2008. 4 첫 만남, 기분 좋은 예감

    조재현 선생님과는 연극열전으로 친분이 있었어요. 이런 프로젝트가 있는데 같이 해보자고 하셔서 참여하게 됐지요. 연

    극분야에서는 4개 학교가 선정된 걸로 알고 있는데 배우 엄효섭, 최정우, 연출가 김낙형, 그리고 저 이렇게 4명이 각각 한

    학교씩 맡았어요. 전 교통도 편하고 학교 건물도 멋진 계성여고 연극 동아리 학생들과 만나게 되었죠. (이해제)

    계성여고 연극반은 꽤 오래되었어요. 최종률 선생님이라고, 를 쓰고 연출하신 분이 오래도록 연극

    반을 맡아 지도하셨거든요. 저는 91년 부임해 이강백 작의 라는 작품을 첫 공연으로

    올렸었지요. 그리고 잠깐 쉬다가 95년에 다시 연극반을 맡았어요. 모집 공고를 띄우면 스무 명 넘게 연극반으로 몰리는

    거예요. 그래서 수학 시험을 통과한 사람만 연극반에 들어올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죠. 제가 수학교사거든요. 사고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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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이 안 생기게 말예요. 99년까지 이렇게 하다가 2000년 들어서는 서서히 연극에 관심을 가진 친구들이 연극반에 들

    어오게 되었어요. 아예 배우가 되겠다고 연극반 때문에 학교를 지원해서 오는 학생도 있었고 여기 와서 연극을 하면서 이

    쪽으로 진로를 결정한 학생도 있고요. 나중에 배우가 된 제자들이 찾아오면 참, 대견하죠. (박동준)

    2008.6-7 이야기 꾸리기

    처음 만났을 땐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지요. 연극이 어떤 장르인지 말예요. ‘연극은 살아있는 책이다. 역사, 사회, 인

    문학 모든 게 담겨 있는.’ 실제로 좋은 연극에는 이 모든 게 담겨 있잖아요? 또 연극은 어찌됐건 공동 작업이에요. 연출, 작

    가, 스태프, 배우 등 각자 자기가 맡은 분야가 있지만 서로간의 협업이 중요하고 때론 이 경계를 허물기도 해요. 참 재미있

    는 작업이죠. 그래서 친구들과 공동체에서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이해제)

    이렇게 해서 이해제 씨가 선택한 방법은 공동창작이다. 학생들도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낯설었지만, 완성된 희곡 작품으

    로 공연을 준비하는 건 새로울 게 없을 것 같았다. 그것은 이미 해오던 작업방식이기도 했고, 앞으로도 할 수 있는 작업이

    었다. 오랜 극단 활동으로 공동창작에 익숙해있던 이해제 연출가는 아이들에게 좀 멀리 가더라도 가보지 않은 길을 제안

    하고 싶었다.

    연기하는 것 말고, 먼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어요. 아이들이 적어낸 쪽지에는 진로, 가정 불화, 친구와의 갈

    등, 사랑에 대한 고민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마 ‘꿈’이 아닐까 싶었죠. 모

    든 고민들이 결국 진로와 미래 자신의 모습에 닿아있었거든요. 자, 그럼 할 이야기는 정해진 거죠? 우리는 꿈에 대해서 이

    야기를 하기로 결정했어요. 그다음 제가 친구들한테 질문을 던졌어요. 낯선 여자 한 명이 길거리에서 울고 있다. 그렇다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2009/09 vol 31

    2008년 6월 1차 현장교육 현장

  • 10

    면? 그 여자에게 다가가겠죠. 그런데 그 여자가 꿈이 뭐냐

    고 물어봐요. 그 후엔 어떻게 될까? 그렇게 이야기를 엮어

    나가다 마지막에 한 마디를 던졌어요. 그 여자가 미래의 네

    모습이라면…. 이제 이야기의 전체 틀이 나온 거예요. (이

    해제)

    공동창작을 하는 과정은 즐겁기도 하지만 모두가 적극적

    으로 참여해야 의미가 있다. 이해제 연출가는 학생들의 입

    을 열기 위해, 생각을 열어주기 위해 긍정의 힘을 더했다.

    ‘그래, 네 생각 참 좋다. 그래, 정말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

    는. 쉬운 것 같지만 더 잘해야 한다, 성적 올려야 한다, 라

    는 압박에 시달리는 학생들은 언제나 칭찬과 격려에 목말

    라있다.

    이렇게 이야기가 구성될 거야, 라고 말했더니 친구들이 저

    희가 한번 정리해볼게요, 하더라고요. 그리고 일주일 후

    다시 만났는데 대본이 나와 있는 거예요. 정말 놀랐어요.

    그래, 이것으로 한번 시작해보자. 할 수 있겠다 싶었지요.

    친구들의 열정이 대단해요. 싸이월드에 클럽을 만들고 인

    터넷으로 의견을 나누거든요. 연습한 장면을 구성해서 올

    리면 다른 아이들이 댓글로 그 장면에 대해 의견을 남기고

    분석해요. 저도 가끔 들어가서 보는데 어떤 날은 동시에 들

    어온 친구들하고 새벽 세 시까지 작품 이야기를 한 적도 있

    어요.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것이 친구들에게 동

    기 부여가 되었던 거겠죠. (이해제)

    2008.8 청소년 연극제 SAC에 참가하다

    개학하자마자 대회가 있었어요. 6,7년 정도 꾸준히 대회에

    참여했던 터라 작년에도 신청을 했지요. 마침 준비하고 있

    던 작품도 있었으니 중간점검의 시간을 갖자는 마음도 있

    었고요. 이 작품으로 단체 장려상을 받았어요. 선주 역할

    을 한 학생은 연기상을 받았고요. 상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

    만 학생들에게 큰 격려가 되는 건 사실이죠. 올해는 아쉽게

    도 신청을 못했네요. 무대에 올릴 공연 준비를 하느라 신청

    기간을 넘겨버렸어요. (박동준)

    2008.11 공개수업 발표를 하다

    보통 그동안의 성과물을 20여 분간 보여주고 조재현 선생

    님이 특강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저희 같은 경우에

    는 어느 장면만으로 20분을 보여주기가 참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1시간 공연을 올리고 특강시간을 가졌어요. 이틀

    간 올렸는데 그간 학교 선생님들,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

    팀들이 와서 봤어요. 한 번 하고 끝내기는 어딘지 아깝고 아

    쉽다는 생각을 하셨나 봐요. 뒤풀이 자리에서 공연 내용이

    2008년 최종공개수업 무대

  • 11

    Arts-TREE 프로젝트의 의미와도 맞아 떨어지니 극장에서

    공연을 추진해보자는 말이 나왔어요. 학생들에게도 특별

    한 경험이 될 것이고요. (이해제)

    2009. 여름, 남산예술극장

    올 초, 남산예술극장에서의 공연이 결정되고 나서 다시 대

    본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제목도 에서 로 바뀌었다. 빡빡한 입시환경 속에 사는

    고등학생들이다보니 기말고사가 끝난 다음에야 연습할

    짬이 났다. 여름방학 동안 더위도 휴가도 잊고 하루 5시간

    씩 연습을 했다. 그래봐야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연습기간

    이다. 올해는 1학년 신입생들이 새로 참여해 바뀐 배역에,

    보강된 대본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연습 중에도 수

    정은 계속되었다. 좀 나아진 것이라면, 학교의 어두컴컴하

    고 좁은 연습실에서 벗어나 남산예술극장의 근사한 연습

    실을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작년에 고2였던 학생들은 고3이 되어 참여하지는 못해도

    관심은 많이 가져줘요. 졸업한 연극반 선배들이 찾아와서

    격려해주고 이것저것 조언도 해주고요. 작년에 고1이었던

    학생들은 2년간 이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으니 운이 좋은

    거죠. 그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생각하는 힘, 고민의 깊이

    가 달라졌다고 할까요. 대본을 쓰는 것도 그렇고 연극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도 훨씬 자유로워졌어요. 현장에서

    작업하는 전문가 분들에게 지도를 받으니 아이들이 자신

    감이 붙었나 봐요. 이제 제 말은 잘 안 들어서 큰일입니다.

    그래도 학생들에게는 다시 못 올 시간이지요. 틀 안의 연극

    에서 벗어나 자기가 갖고 있었던 것들을 계발해내는 계기

    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박동준)

    이번 공연에 올리는 대본은 첫 대본에서 출발하긴 했지만

    6번 정도 수정을 했어요. 한 작품을 올리는 데 많은 시간과

    공이 들어갔죠. 그런 만큼 아이들이 여기서 뭔가를 배우고

    느꼈다면 제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이번 프로젝트가 충분

    히 의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늘 사진까지 다 찍

    으시는 겁니까? 우리 조연출이, 유일한 학생 스태프에요.

    정말 열심히 한 친구인데 오늘 아파서 못 나왔는데…. 아,

    진짜 고생 많이 했는데, 사진 찍어야 하는데…. (이해제)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 햇볕도 들었다 말았다 한다. 날

    씨가 꼭 공연을 준비하는 계성여고 학생들 마음 같다. 이거

    실수했네, 하다가도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는 춤을 연습하

    고 있는 발랄한 여고생들. 공연 날짜가 코앞에 다가온 것처

    럼 그들이 잡고 싶은 꿈도 손 내밀면 바로 잡힐 것만 같다.

    막이 오르면 호흡을 고르고 무대에 오른다. 커튼콜을 하고

    관객들의 박수가 귀에 쟁쟁하게 들릴 때까지 이 무대는 내

    세상이다, 내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다.

    정리 | 김민정

    220센티미터의 작은 발로 평생 밟을 수 있는 땅은 얼마나 될까, 누구를

    만나러 다닐까, 무엇을 보러 다닐까, 몇 번이나 진흙탕에 빠지게 될까,

    넘어지지 않고 잘도 돌아다니는 게 용하다는 생각을 하며 산다.

    사진 | 김병구(신기루스튜디오)

    잡지 필름2.0과 DAZED & CONFUSED의 사진을 찍었다. 지금은 문화와

    예술에 관한 오브제를 찾아 국내외를 여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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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9 vol 31

    계성여고 연극 동아리 ‘새별’의 은

    8월 10일부터 15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무대에서 일반인

    대상으로 공연이 진행되었다.

  • 열일곱、

    우리들의

    이야기

    계성여고

    연극동아리

    새별

    9월의 문화+서울 계성여고 연극동아리 새별

  • 소리높여 발성 연습을 하고, 꼼꼼히 동선을 확인한다. 무대 이곳저곳을 활보하며 연습에 여념이 없는 계성여고 연극반 학생들.

    누가 이들을 아마추어라는 이름으로 낮추어보겠는가. 열일곱 소녀들이 말하는 미래가 모두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금은 믿고 나아가는게 최선이다. 이들의 앞날에 밝은 빛만 가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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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장문영, 정예은, 김경은

  •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2009/09 vol 31

    낙엽 굴러가는 모양만 보아도 웃음이 터지던 그 시절, 돌아보면 열일곱 열여덟은 인생의 가장 빛나던 날들이었

    다. 간절한 꿈을 꾸고, 친구의 고민으로 밤새 뒤척이고, 다시 못 일어설 것 같은 절망을 겪고, 짝사랑만으로도 인

    생이 끝장난 것 같던 그때. 가끔 길거리에서 손잡고 걸어가는 여고생들을 보면 나의 그 시절이 떠오른다. 비록

    어른들의 꿈은 빛이 바래져가도 가장 푸르른 꿈을 꾸고 있는 그들, 공연을 앞두고 목하 연습중인 계성여고 연

    극반 학생들을 만나보았다. 이번 공연의 대표 집필을 맡은 정예은, 선주 역을 맡은 장문영, 무대 위의 야심찬 꿈

    을 키우고 있는 김경은 학생, 그들이 이 지면의 주인공이다.

    꿈 어느 날 선주는 길거리에서 마주친 낯선 여자에게 질문을 받는다. “넌 꿈이 뭐니?” 그리고 그 여자가 건네준 낡

    은 카메라 한 대. 선주는 고민에 빠진다. “난 꿈이 뭘까?”

    문영 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극반에 들어와 공연을 준비하고 무대에 서면서 연극이 좋아졌어요. 연극을 계속하

    고 싶다, 무대에 계속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 물론 힘들겠죠. 근데 아직까진 힘든 것보다 재밌는 게 더

    많은데…. 연극을 하고 배우로 산다는 것, 힘들어도 할 거에요.

    예은 저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소설이나 수필을 쓰는? 잘 모르겠지만 뭐가 됐든 글 쓰는 일을 평생 하고 싶어요. 예

    전에는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면 요즘은 오래도록 기억되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요.

    그 일이 글 쓰는 일이 아닐까 하고요.

    경은 아버지가 방송계에 계셔서 공연을 자주 보러 다녔는데 초등학교 고학년 때 뮤지컬 캣츠를 봤거든요. 전 춤도

    좋아하고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하는데 두 가지를 함께 할 수 있는 게 바로 저거다 싶었어요. 뮤지컬 배우가 되

    는 것이 지금의 제 목표에요.

    무대 열일곱이면 무조건 발랄해야 하고, 건강해야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는데…. 우리에게 꿈을 고민할 시간

    이 있었던가? 선주는 낡은 카메라에 친구들의 모습을, 가족의 얼굴을, 주변의 풍경을 담기 시작한다. 그리고 처

    음으로 가슴 떨리는 경험을 한다. “사진 찍는 거, 이게 내 주제야.”

    예은 작년에 공개수업을 위해 연습할 때는 연극반 선배들이 무섭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옆에서 듣고 계시던

    연극반 선생님 아주 의외의 표정이시다) 아, 지금 1학년들은 저희 안 무서워 할 걸요.

    경은 우린 그런 거 없는데….

    문영 오히려 작년엔 이런저런 갈등도 많았던 것 같은데 이번엔 그냥 자기 학년끼리 친하니까….

    예은 아무튼 과정은 힘들었어도 막상 공연을 마친 후 무대 뒤에서 서로 안고 격려해주다 보니 가슴이 벅차오르는 거

    예요. 문득 내가 왜 여기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공연을 하고 나니까 이래서 연극을 하나보다 싶더라고요.

    9월의 문화+서울 계성여고 연극동아리 새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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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9 vol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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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영 작년 공개수업 무대가 제 인생의 첫 무대였어요. 공연을 앞두고 떨리고 들뜨고 그랬는데 막상 무대에 올라가니

    까 재미있던걸요. 조명 효과 때문인지 무대에 혼자 있는 느낌. 아무 것도 안 보이고…. 오히려 역할 끝나고 내려

    오면 더 긴장돼요.

    예은 맞아. 내가 뭐 틀린 거 없었나? 그때부터 고민되지.

    문영 그런 일도 있었잖아. 구두를 신고 등장해야 하는데 나 혼자만 양말 신고 있었던.

    예은 난 뒤에서 구두를 갖다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고.

    경은 저는 첫 무대 경험이 초등학교 4학년 때 동요대회에 나간 거였는데 오히려 무대에서 내려오니 더 떨리던데요.

    막상 무대에 있던 그 순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잘 기억도 안 나요. 연극반 공연은 처음인데 아직까진 모르겠

    어요. 그냥 긴장? 기대?

    연극 “엄마, 사실은 관심 가는 일이 생겼어요. 그런데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잘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럼 선주 네가 그 일을 할 때 재미있어? 막 신나고 그래?”

    “네.”

    “그럼 해봐야지! 한번 열심히 해봐.”

    예은 창작하는 과정부터 재미있었어요. 선생님이 먼저 우리들 고민을 물어보시는 걸로 시작했으니까요. 종이를 돌

    리고 거기에 고민을 적었어요. 그 다음엔 릴레이처럼 이야기 만들기를 하고.

    문영 상황을 만들고 장면 설정을 하고, 그러다가 대사를 써와보자 했죠.

    예은 전 그냥 지목된 거였어요. 써왔는데 괜찮다고 하셔서. 그리고 한 4고, 5고까지 수정했나? 저 혼자 쓴 게 아니고

    다 같이 이야기하고 만들면서 쓴 거니까 힘들진 않았어요. (아직 일학년인 경은이는 작년의 상황을 알지 못해

    경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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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은 배역 정할 때는 오디션도 했어요. 맡고 싶은 역의 대사를 하고. 주요 역할은 지금은 3학년이 된 선배 언니들이

    맡았고 저희들은 친구 역 정도였고요.

    문영 이번에는 하고 싶은 역할을 적어내고 선생님들이 배역 발표를 하셨어요.

    경은 우리는 오디션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근데 뭐 별 불만은 없어요.

    예은 이해제 선생님이요? 완전 성자 같아요. 예수님 이미지?

    경은 다정다감하시고, 말씀도 조용조용하시고…. 언제나 우리 편에서. 너무 멋있어.

    문영 야, 진짜 예술인은 저렇구나…. 하고 생각하죠.

    인생 언젠가 저 아이도 지금의 이 시절을 기억하겠지? 저 아이, 잘 해낼 수 있을까?

    선주가 길에서 마주친 낯선 여자는 미래의 선주였다.

    예은 고민이야 많죠. 당장은 이 공연이 무사히 잘 올라갈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거.

    문영 저도요. 이 공연을 잘해내고 싶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때가 때이니 만큼 진학에 대한 것?

    예은 문학을 하고 싶은데 국문과를 갈 것인가 문창과를 갈 것인가, 내 성적으로 어느 수준의 대학이 가능할까, 하는

    것들이요.

    문영 꿈을 이루기 위해 특별히 준비하는 거요? 그냥…. 이 무대에 최선을 다하는 것.

    경은 전 살 빼는 거요. 무조건 살을 빼야 해요. 아까 피자는 먹었지만…. 그러니까 운동을 해야죠. 그리고 아버지하고

    공연을 많이 보러 다녀요. 앞으로 오디션도 보려고 해요. 경험삼아.

    문영 연극영화과를 가고 싶은데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짧은 이야기를 마치고 경은이는 건대입구로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했다. 친구를 만나면 맛있는 것을 한껏 먹겠지만 다이

    어트는 내일부터 하면 되니까, 라고 위로하겠지. 이야기 도

    중 연극반 선생님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신문기자가 주인

    공 선주 역을 맡은 문영이를 취재하러 온단다. 예은이는 문영

    이를 위해 함께 기다리고 있다. 그 사이에도 작품에 대해 이

    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은 알까, 지금 너희들의 모습이

    오후 두시의 햇빛보다 눈부시다는 것을. 그들의 성공적인 공연을 위해, 빛나는 꿈을 위해 파이팅을 외친다.

    글 | 김민정

    사진 | 한금선

    판자촌, 독거노인, 거리의 아이들 등 소외된 이들에 대한 사진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2007년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을 통해

    작업을 발표해 왔다. 현재 월간 에서 사진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17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2009/09 vol 31

    연출가 이해제

    연극반 지도교사 박동준

  •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2009/09 vol 31

    꿈이라는 렌즈로

    나를 보고 세상을 본다 작가의 눈으로 본 ‘나의 가장 빛나던 날’

    ‘꿈’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해본 사람은 안다. 단 한

    글자가 얼마나 많은 힘과

    희망을 주는지 말이다.

    다 자라지 않은 소녀들이

    말하고 몸소 표현하는 꿈은

    그래서 더 뜻 깊다. 당장

    오늘 오른 무대보다 앞으로의

    무대가 더 기대되는 이유도,

    바로 그들의 ‘꿈’ 때문 아닐까.

    ‘그녀와 함께 책을 읽었다. 그녀는 자신이 읽던 책들에 대해 어느 매체에 발표할

    정도로 이야기하지는 못했지만, 특별히 마음에 들었던 책에 대해서는 곧잘 설명

    했다. 그녀는 그 작가들이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썼다는 듯이 “근데 난 그렇지 않

    아”라고 가끔 말하곤 했다. 그녀는 모든 책이 자신의 삶을 묘사한 것이라고 생각

    하면서 읽었고, 독서를 하면서 생기를 얻었다. 독서를 함으로써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을 감싼 껍데기로부터 벗어났고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을 배웠다.

    책을 읽을 때마다 그녀는 더욱 많은 생각을 떠올렸다. 그래서 나도 점차 그녀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연극 과 영화 의 원작자로 유명한 페터 한트

    케는 어느 날 어머니의 부음을 듣는다. 어머니의 나이 51세. 어머니는 수면제를

    과다복용 함으로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한트케는 그녀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은 꿈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떻게 작

    용하는지를 이야기한다. 꿈은 우리 인생의 한 시절을 환하게 비추다가 어느 새

    속절없이 꺼져간다. 물론 꿈으로 환해진 인생을 내내 밝게 살다가는 사람도 있

    다. 하지만 질풍노도 같은 청춘의 시기를 보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 대신

    현실과 손을 잡는다. 꿈이란 우리의 힘이자 짐. 꿈이 있으면 아무리 어려워도 살

    아갈 힘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꿈이 짐이 되어 더 견디기 힘든 인생을 보

    내게 되기도 한다.

    ‘내가 꿈을 찾았던 날이 나의 가장 빛나는 날이었다’고 말하는 청소년 공동

    창작극을 보면서 아주 오래 전에 시효가 만료되었다고 생각한 ‘꿈 유기죄’ 내지

    는 ‘꿈 실종 방조죄’가 아직도 살아 있음을 깨달았다. 대체 언제부터 자신에게

    “너는 꿈이 뭐니?”하고 묻는 걸 그만두었을까? 아니 그보다 “나는 꿈이 뭐였나?”

    9월의 문화+서울 작가의 눈으로 본 ‘나의 가장 빛나던 날’

  •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2009/09 vol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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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이라는 렌즈로

    나를 보고 세상을 본다 작가의 눈으로 본 ‘나의 가장 빛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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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고 돌아보는 일조차 그만둔 건 도대체 언제부터였

    을까?

    꿈이란 단어는 달콤하지 않다. 꿈이 있는 한 인간

    은 늘‘여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손에 닿지 않는 ‘저기’

    를 바라보게 된다. 꿈이 있는 한 인간은 행복할 수 없

    다. 그러니까 “난 꿈이 있어 행복해요”라는 말은 현실

    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말이 아니라 미래에 행복을 예

    약해 두겠다는 말이다. 아무것도 이룬 것 없고 장차 자

    신이 무엇이 될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도무지 알

    수 없어서 불안하게 흔들리는 청소년기. 그 불확실성

    의 시기에 꿈은 확실히 살아갈 힘이 된다. 청소년기에

    자기 자신에게 확신을 갖기란 정말 어려운데 그럴 때

    꿈은 자신을 버티게 해주는 버팀목이자 지지대가 되

    어 준다. 나이든 사람들이 청춘을 부러워하는 이유는

    꿈이 힘이 될 뿐 짐이 되는 일은 거의 없는 시기가 그

    때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주는 내세울 게 별로 없는 평범한 여고생이다.

    외모도 그저 그렇고 성적도 그저 그렇고 그나마 집안

    사정은 그저 그런 정도도 되지 못하고…. 그래도 선주

    는 별 갈등 없이 그저 그렇게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다.

    그런 선주가 어느 날 낯선 여자로부터 불쑥 질문을 받

    는다. “넌 꿈이 뭐니?” 질문은 간단하지만 대답은 간단

    히 나오지 않는다. 이 질문은 평생을 끌어안고 살아가

    야 하는 화두 같은 것이어서, 오히려 간단하게 대답하

    는 사람이 비정상이다. 이 질문은 선주에게 자신을 돌

    아보고 자신에 대해 생각하도록 가르쳐준다. 꿈이라

    는 렌즈로 자신을 보다가 선주는 엄마, 가장 가깝지만

    가장 무심해지기 쉬운 존재인 엄마도 다시 보게 된다.

    ‘나의 가장 빛나던 날’은 오랜만에 아마추어 연극

    의 재미를 만끽하게 해준 무대였다. 나는 예전의 드라

    마센터 무대를 기억하는 사람이다. 그 옛날 삼일로 창

    고극장과 엘칸토 예술극장을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던

    시절 객석에서 느낀 건 관객만큼이나 배우들도 미완

    성이구나, 하는 거였다. 당시 자주 무대에 오르던 부조

  • 글 | 김경옥

    여성지 기자와 텔레비전 구성작가를 거쳐 1990년부터 MBC 라디오 프로그램

    ‘배철수의 음악캠프’ 원고를 맡아 지금까지 써오고 있다. 잡지에 책 소개

    원고를 연재하고 있기도 하다. 등의 책을

    냈다.

    사진 | 김병구(신기루스튜디오)

    리극의 경우, 배우들은 정말 열심히 연기를 했지만 그들도

    자신이 무어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적

    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당시엔 열정 하나만으로 아마추어

    들도 자주 무대에 올랐고 관객들도 그것을 용인해 주었다.

    트이지 않은 발성과 무대에서 자유롭지 못한 스텝, 공간을

    자연스럽게 장악하지 못하는 동작, 무엇보다 객석과 소통

    하지 못하는 시선과 대사…. 그래도 그들에겐 꿈이 있었고

    가능성이 있었다.

    요즘은 대학로에서 아무 소극장이나 불쑥 들어가도

    ‘무대가 참 프로답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배우들은 관

    객이 원하는 게 무언지 눈치 빠르게 알아차리고 그것을 만

    족시켜 준다. 지루해질 틈이 없이 섹시 코드가 등장하고 웃

    음 풍선을 터뜨려 준다. 슬쩍슬쩍 정치권을 풍자하는 대사

    도 쳐준다. 막말과 욕설도 거리낌 없이 내뱉어진다. 배우

    들은 연기도 뛰어나지만 춤과 노래에도 능해서 예전의 진

    지하기만 할뿐 뻣뻣했던 연극인들 생각이 절로 나게 한다.

    처음 보는 낯선 배우들도 관객을 손바닥 위에 얹어놓고 자

    유자재로 갖고 놀 줄 안다. 관람료가 아깝지 않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극장을 나서면서 어쩐지 허전한 건 무슨 까닭

    일까?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를 꿈과 열정의 무게로 일반

    화해서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아마추어에게

    점수를 더 주고 싶은 부분은 그들의 가능성, 꿈을 향해 가

    는 과정의 어설픈 발걸음이다. 비틀거리고 뒷걸음질 하면

    서, 때로는 엉뚱한 데서 헤매면서 자기 길을 찾아가는 과정

    이 그들을 성숙하게 한다. 학업의 부담을 안고 과외활동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도 그것을 한 편의 멋진 연극으

    로 만들어낸 계성여고 연극반 학생들이 참 대단하다. 그들

    이 함께 만든 ‘나의 가장 빛나던 날’의 줄거리- 우연히 엄

    마의 소녀시절 꿈을 알게 되면서 그를 통해 엄마를 이해하

    게 되고, 나아가 친구들과 동생까지 이해하게 된다는 선주

    의 이야기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 청소년 모두의 내밀한 바

    람일 것이다. 너나없이 공주병 왕자병 환자로 자기만 안다

    고 비난받지만 사실 그들의 속마음은 다른 사람들을 이해

    하고 자신도 이해받으면서 잘 지내고 싶은 것이다.

    신인류니 뭐니 하면서 기성세대들은 걸핏하면 요즘

    청소년들을 괴물 취급하지만 시대가 아무리 달라져도 인

    간의 본성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의 인

    생을 자기로서 살면서 지금보다 더 나은 자신을 꿈꾼다. 앞

    서 언급한 에서 작가의 어머니는 무언가

    가 되고 싶었지만 될 수 없어서 생명을 포기하고 말았다.

    하지만 ‘나의 가장 빛나던 날’의 선주와 선주 엄마에겐 아

    직 가능성이 열려 있다. 꿈을 모르고 살던 선주는 평범한

    소녀였다. 그렇지만 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꿈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마침내 자신의 꿈까지 찾아

    낸 선주는 이제 빛나는 얼굴을 한 소녀다. 꿈이 있는 한 우

    리는 분발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빛나는 존재가 된다.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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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보는 서울

    이경민의 경성 산책

    일제강점기에도 박람회는 있었다. 허나 지금처럼 주제가 있고, 정해진 관람객 층이 있었을 것 같지는

    않다. 조선사람 눈에는 마냥 진기한 볼거리가 가득했을 그 당시 박람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사람 많고 볼거리 많은 박람회 이야기를 2회로 나누어 연재한다. 이번 달은 조선총독부가 주최한

    ‘조선박람회’현장을 들여다보자.

    구보씨, 박람회에 가다(하)는

    10월호에 이어집니다.

  •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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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박람회가 열리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80년 전인 1929년. 경성(서울)에서는 시정(施政) 20년을 기

    념하여 조선총독부가 주최한 ‘조선박람회’가 열렸다. 이 박람회는 1915년에 열린

    ‘시정5년기념조선물산공진회’에 이은 두 번째 공식박람회로서, 9월 12일부터 10월

    31일까지 50일간 경복궁에서 개최되었다. 조선총독부는 10만여 평의 경복궁 부지

    에 1만8천여 평의 건물을 사용하여 ‘조선내의 시정 각반의 상태를 한 곳에 전시하

    여 조선의 기왕과 현재를 일목요연케 하고 또한 조선 이외의 각 방면에도 다수의 출

    품을 청하고 자타 비교하여 조장보결(助長補缺)하고 상호 소개에 편리하게 하며,

    이 기회에 내외 조야의 다수 인사를 초청하여 박람회를 통하여 혹은 실지로 친히 조

    선의 현상을 시찰케 하고 진정한 조선을 소개하여 공정한 이해와 동정을 얻어 상호

    제휴하여 조선의 발전을 촉진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박람회장 안에는 각종 진열관

    과 특설관 그리고 기타 시설물이 설치되었으며, 조선내의 출품점수만 2만점이 넘었

    다. 박람회 경비도 1915년의 조선물산공진회에 비해 5배가 넘는 250만원에 달할 정

    도로, 거액의 예산이 동원되었다. (당시 동아일보의 보도에 의하면 실제로는 500만

    원의 경비가 소요되었다고 추정했다)

    박람회에 가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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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2009/09 vol 31

    이러한 박람회의 전시물과 유흥거리를 모두 구경하

    려면 꼬박 3일이라는 시간이 걸렸으며, 각 전시관의 일주

    거리를 늘어놓으면 80리(약 32km)가량이나 되었다고 한

    다. 주최 측에서는 회장 입구에 ‘조선박람회회장안내도’

    를 비치하여 입장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여기에 동선

    을 표시하여 체계적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동

    선에 따르면 먼저 회장 정문 입구의 매표소에서 입장권

    을 사서 입장한 후 조선의 생산품을 일목요연하게 진열

    해 놓은 ‘산업남관’과 ‘산업북관’ 그리고 조선의 쌀을 선

    전하는 ‘미관(米館)’을 둘러보고, 미취학아동과 불량아

    및 부랑아 등의 보호시설, 생활개선과 직업소개 등의 사

    회사업시설, 각종 경제기관 관련 출품을 모아놓은 ‘사회

    경제관’을 참관하게 된다. 그리고 좌측에 위치한 ‘심세관’

    에 들어가(경쟁적으로 기교를 다하여 설비한) 각 도의 자

    랑거리를 본 후에 다시 우측으로 가서 유치원부터 대학

    까지 각 교육에 관한 통계와 도면, 모형, 성적, 미술관, 동

    식물, 명승고적, 천연기념물에 대한 출품을 진열한 ‘교육

    미술공예관’을 시찰한다. 이어서 조선의 명산, 금강산 교

    통망의 대모형과 주요 항만, 도로, 하천 개수의 상황을 출

    품한 ‘토목건축교통관’과 위생 · 경무 · 사법당국에서 출품

    한 ‘사법경무위생관’, ‘기계전기관’을 보고, 그 사이에 위

    치한 ‘충청남도관’, ‘함경북도관’, ‘전라남도관’, ‘음악당’

    그리고 사설음식점 등을 둘러본다. 그다음 경회루 연당

    을 끼고 우측으로 돌아 ‘일본관’, ‘오사카관’, ‘나고야관’,

    ‘평안북도관’, ‘전라북도관’을 구경하고, ‘연예관’, ‘큐슈

    관’, ‘산림관’, ‘도쿄관’, ‘야외극장’을 지나 중국색이 풍부

    한 ‘만몽관’에 다다르면 중국복장의 미인이 따르는 중국

    차 맛을 볼 수 있다. 다음은 아동기차를 타고 조선과 세계

    의 풍경을 파노라마식으로 볼 수 있는 ‘아동국’을 돌아본

    후 다시 왔던 길로 돌아나가 현대 군기(軍器)의 정예를 진

    열한 ‘육해군관’과 ‘활동사진관’, ‘축산관’을 구경하고 향

    원정에서 휴식을 취한 뒤 육교를 건너 경성협찬회에서 마

    련한 각종 흥행물과 음식점 구역에 다다르면 비로소 박람

    회 구경을 마치게 된다.

    개장식은 9월 12일 근정전에서 열렸다. 오전 9시 총독인

    사이토 마코토(齋藤實)를 비롯하여 1,500명의 내빈이 참

    석한 가운데 보통학교 학생들의 축하 만세를 받으며 30분

    간 개장식이 치러졌으며, 오후 1시부터는 일반 관람객의

    입장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개장일 전까지도 일부 진열관

    과 특설관이 준성(竣成)되지 않은 상태였다. 각종 시설이

    미비한 상태에서 개장한 조선박람회는 야간개장 없이 오

    전 9시부터 5시까지 열렸으며, 기간 연장도 없이 50일간

    의 회기를 마치고 10월 31일 폐회하였다. 폐회 다음날인

    11월 1일 조선박람회사무국에서는 50일간의 입장객 수

    를 발표하였는데, 애초의 예상인원인 백만 명을 훨씬 넘24

    다시보는 서울

    이경민의 경성 산책

    조선박람회 회장 안내도, 1929

  • 25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2009/09 vol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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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선 144만 5천명으로 집계되었다. 1929년 12월 당시 경

    성의 인구가 31만 5천명이었음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수의 인파였다. 숫자상으로만 보면 조선박람회는 전 조선

    인을 대상으로 흥행몰이에 성공한 대형 이벤트였다.

    관람객을 잡아라

    그러나 박람회를 전후하여 크고 작은 사건이 일어났고,

    숱한 문제점이 노정되었다. 박람회가 열린 1929년은 세

    계적으로 대공황이 일어난 해였다. 따라서 조선박람회는

    20년간 조선통치의 실적을 자랑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일본 내지의 경기불황과 실업자 급증 문제를 타개하기 위

    한 방책의 하나로 기획되었던 것이다. 긴축재정을 유지

    했던 일본의 경제정책을 조선에서는 예외로 하여 박람회

    가 열리는 동안 막대한 예산을 지출케 했으며, 일본 각 부

    현(府縣)의 특설관과 내지관을 통해 일본의 근대적 물품

    들에 대한 홍보와 소비를 촉진시키고자 했다. 이러한 경

    제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박람회의 실질적인 운영(선전과

    관객 유치활동)을 맡았던 경성협찬회는 처음부터 예상관

    람객 수효를 100만 명으로 정하고 각종 부대시설을 짓고

    임대사업을 벌였다. 일본보다도 더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조선 현지에서 이러한 대규모의 박람회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 처음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으나, 박람회의 성공

    적인 개최를 위해 주최 측은 각종 묘안을 짜내고 편법을

    동원하였다.

    우선 경성협찬회는 박람회 홍보를 위해 개장 두 달

    전부터 선전용 일산(日傘) 1,300개와 부채 1만개를 제작

    하여, 일산은 유흥객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각 기

    생권번과 유곽, 카페 등에 나눠주고 부채는 전기 각처 외

    에 은행, 회사, 신문사, 유원지 등에 배포하였다. 또한 7월

    12일에는 조선의 기생과 일본의 예기 500여 명을 동원하

    여 시내 곳곳을 돌며 흥을 돋우게 했으며 제등행렬도 마

    련하여 분위기를 띄웠다. 거리에는 가두장식을 위해 조

    명과 각종 선전탑 등을 설치하였으며, 포스터와 사진엽

    서를 제작해 외지인과 지방민들을 대상으로 한 선전매

    체로 삼았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과 준비에도 불구하고 입장객 수

    는 예상을 밑돌았다. 100만 명이 들려면 1일 평균 2만 명

    이 입장해야 하는데, 개장 첫날 관람자는 7천여 명에 그

    쳤고 유료관객은 4,287명에 불과했다. 둘째 날에도 무료

    관객 3천여 명을 포함하여 8,508명을 기록했을 뿐, 입장

    객 저조 현상은 열흘이 지나도록 계속되었다. 이렇게 되

    자 조선총독부는 각 지방 행정당국에 박람회 참가를 독

    려하도록 훈령을 내렸다. 각 지역의 행정 책임자들은 할

    당된 인원을 채우기 위해 박람회 관광단을 강제적으로

    모집하여 경성으로 올려 보냈다. 관광단에 동원된 면민

    들은 흉작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찾아오는 면서기와 구장

    들의 성화에 울며 겨자 먹기로 승낙하고도 여비가 없어

    고리의 빚을 얻어가면서까지 경성유람을 떠나야만 했다.

    김천군의 20개면에서는 박람회 관광단으로 모집된 인원

    이 1,100명에 달했는데, 역시 면장의 권고를 거절할 수 없

    어 모집에 승낙은 했으나 돈이 없어 의복과 가구, 기명(器

    皿) 등을 저당 잡혀 겨우 여비를 마련한 참담한 경우까지

    발생하였다. 더욱이 박람회 회기인 9월과 10월은 추수를

    앞둔 시기여서 박람회에 일손을 빼앗긴 농촌의 피해는

    커져만 갔다. 전남 영광지방에서는 한재로 인해 면세지

    가 2천여 정보에 달했는데, 재해를 입은 농민들이 면세혜

    택을 받으려면 납세 기간 안에 면세신청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주요 면당국자들이 박람회 관광을 떠나 거의 개장하자마자 동십자각을 지나 박람회장 정문으로 몰려드는 인파, 1929.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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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2009/09 vol 31

    모든 면이 텅 빈 상태에 놓이자 면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

    결국 이렇게 해서 조선의 각 지방에서 상경한 농민들

    은 폐회 14일 전인 10월 17일 약 60여만 명에 달했고 총

    입장객도 100만 명을 넘겼다. 그러나 그 중에는 무료가 많

    고 단체 관람객은 이미 대부분 다녀가, 주최 측에서는 개

    인 입장객을 유치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만 했다. 협

    찬회는 결국 23일부터 30일까지 매일 ‘무슨 데이’, ‘무슨

    데이’라 하며 경품 행사를 벌여 입장객을 끌어들이려고

    했다. 1등 경품으로 자동차를 내걸자 27일의 박람회장은

    개장 이래 처음으로 대혼잡을 이루었다. 경품 취체규칙

    에 의하면 경품 최고가를 500원 이하로 정해놓고 있었는

    데, 1,500원 상당의 자동차 가격은 당연히 규칙 위반이었

    다. 그러나 협찬회는 경찰의 묵인 하에 한 사람이 입장권

    을 30매 내지 50매까지 매점(買占)하는 사행심을 부추기

    며 입장객을 받았으며, 준비한 3만매의 경품권도 입장객

    이 급증하자 다시 3만매를 늘리는 편법과 불법을 저질렀

    다. 결과적으로 27일 하루 동안 입장객은 6만여 명에 달했

    고,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은 입장료를 반액으로 할인

    하는 행사를 펼쳐 마지막까지 한사람이라도 더 입장시키

    려고 했다.

    박람회 폐회 후 사무국에서 집계한 입장객 수는 총

    144만 5천 명 중 유료 입장객이 112만 여명으로 발표되었

    다. 당초의 예상인원을 훨씬 뛰어넘는 수였다. 그러나 이

    는 경무국에서 발표한 것보다 14만 6천명 더 많게 계산된

    수치이며, 정작 이해당사자인 협찬회에서는 각 시내 상점

    에서 판매한 입장권 수가 불명하다는 구실로 입장객 수효

    를 발표하지 않아 의혹을 샀다. 세간에는 사무국의 발표

    가 협찬회 측의 실수를 속이고 40만을 가산한 수치라는

    말도 돌았다. 이렇듯 박람회는 숫자상으로만 성공한 행사

    였다.

    박람회와 경계

    이처럼 조선총독부는 성공적인 박람회 유치를 위해 모든

    행정조직을 동원하여 관중몰이에 나서는가 하면, 다른 한

    편으로는 이렇게 모인 관중들에 의해 시위나 동요가 일어

    날 것을 염려하여 경계 강화에 나섰다. 즉 박람회는 전 조

    선의 민중들이 일시에 한 곳에 모이는 행사였으므로, 항

    일운동단체가 이 틈을 이용하여 3 · 1운동이나 6 · 10만세운

    동과 같은 대규모 시위나 민중 봉기를 일으킬까 우려하여

    이에 대한 단속과 경계를 강화했던 것이다.

    국경 지역의 수비대와 경찰서로부터 수시로 첩보를 받

    은 일제는 민족주의자나 사회주의자 등 각종 ‘주의자’와

    모든 항일운동단체들의 동태를 살피고 감시의 눈을 밝혔

    다. 특히 이들의 조선 잠입을 막기 위해 경무국에서는 8월

    3일 조선군사령부와 헌병대의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각 도

    의 고등과장을 소집하여 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4만여

    원의 예산을 들여 요주의 인물을 미행하고 감시하는 이동26

    다시보는 서울

    이경민의 경성 산책

    조선총독부, 조선박람회 기념사진엽서,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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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9 vol 31

    경찰반의 부활과 함께 400여 명의 임시 경관 증원, 이외에도 각 도로부터 응원 경관을 청하기로 결의했다. 일제는 이러

    한 경찰력을 동원하여 박람회 개장 전부터 검문검색을 철저히 하는 한편 여관과 음식점, 요리점 등 은신할 만한 곳을 대

    상으로 불시수색을 벌였다. 이동경찰반이 부활하고 임시 경관이 증원되자 경성은 순식간에 경찰국가의 모습으로 변했

    으며, 상경한 관람객과 경성 주민 모두에게 부자유와 불안과 불쾌함을 주게 되었다. 이는 박람회를 통해 조선의 평온을

    말하고 조선인의 현 체제에 대한 만족을 대내외에 선전하고자 했던 조선총독부의 의도와는 사뭇 모순되는 일이었다.

    일제의 우려대로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항일운동단체들은 실제로 박람회를 기회로 조선에 들어와서 민중들을 대상

    으로 민족사상과 계급투쟁사상을 고취시키려는 계획을 세웠다. 우선 해삼위(블라디보스토크)에 근거를 두고 있던 고

    려공산당에서는 1929년 7월 상순, 모종의 계획 하에 평북 강계 출신의 당원 이 모씨를 국내에 잠입시켰으며, 중순에는

    이계일을 비롯한 5명의 여자선전원을 조선에 파견, 작부로 변장시켜 각처 음식점에서 사상단체와 좌경청년들과 연락

    하여 공산주의에 대한 선전 계획을 세웠다. 또한 10월 초순에는 서응호와 윤충식, 김철호 등 1919년 만주 길림성에서

    조직된 비밀항일운동단체인 의열단원 세 명이 본정경찰서에 체포되었다. 상하이에 근거를 두고 있던 의열단과 그 하

    부단체인 유월한국혁명동지회의 중앙집행위원을 겸했던 서응호는 1928년 6월에 조선으로 들어와 각 방면에서 활동

    했다. 이후 조선박람회를 기회로 삼아, 미리 들여보낸 상기 단원들과 함께 민심에 큰 파란을 일으킬만한 운동(관공서

    조선박람회 회장 전경, 경복궁 후원,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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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2009/09 vol 31

    다시보는 서울

    이경민의 경성 산책

    파괴와 대관 암살)을 계획하고 밀의를 거듭하다가 치안유지법위반으로 잡힌 것이다. 누군가의 밀고로

    체포된 것이었으나 경무국에서는 이미 해외정보망을 통해 서응호에 대한 인상까지 첨부하여 각 경찰

    에 수배를 내려놓은 상태였다. 검거된 이들 의열단원에 대한 공판은 수많은 방청객이 참석한 가운데 11

    월 29일에 열렸는데, 주범으로 지목된 서응호에게는 징역 5년, 윤충식과 김철호에게는 각각 징역 1년

    이 선고되었다.

    조선총독부는 이와 같이 사상적 침투의 저지에 나서는 한편, 전염병 예

    방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경기도 경찰부에서는 박람회를 앞두고 경성에 일

    시에 많은 인파가 몰리면 전염병이 유행하지 않을까 하여 그에 대한 예방책

    으로 1929년 7월 중에 기생과 창기, 음식점 뽀이와 카페 여급, 여관 하인 등

    모든 접객업자에 대하여 정밀한 분뇨 검사를 실시했으며, 경성 주민들 가운

    데 의심할 만한 체질을 가진 사람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예방주사를 맞혔다.

    또한 8월에는 경무국 위생과에서 각 도의 위생과장회의를 열어 9월에 개최

    될 박람회의 방역시설에 대한 협의를 하는 한편, 총 5만원의 비용을 들여 남

    녀 접객인의 건강진단 실시를 결정하였다. 전염병이나 항일운동이나 모두

    예방과 단속의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둘 사이의 동질성을 읽을 수 있다.

    박람회에서 생긴 일

    개장 초반 저조했던 입장객은 경성협찬회의 노력과 입소문을 타고 점차 늘어났다. 면장과 구장의 권고

    에 따라 관광단을 조직하여 단체로 상경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개인 구경꾼도 줄을 이었다. 개중에는 부

    친의 돈을 훔쳐 박람회 구경을 온 이도 있었으며 주인의 돈 10원을 훔쳐 경성으로 떠나려다 평양역에서

    순사에게 잡힌 어린 사환도 있었다. 이처럼 조선 각지에서 박람회 관람을 동경하는 미성년 남녀의 출가

    가 빈번해지자 경성 각 처에는 각지 경찰로부터 그들을 찾아달라는 수색원이 답지하기도 했다. 또한 박

    람회를 보기 위해 시골에서 올라오는 지방민들이 늘면서 경성역 구내에 유실물이 증가해, 이를 취급하

    는 동역 철도안내소 부근 유실물품 게시판에는 지팡이, 보따리, 담뱃대 등을 찾아가라는 공지가 줄지어

    붙었다. 박람회장도 현금과 지갑, 은시계, 축견, 모자와 지팡이 등의 유실물들이 매일 늘어 경비사무소

    에는 그 물건들로 산을 이룰 정도였다.

    관광차 박람회에 왔다가 초행길에 길을 잃은 아이와 학생, 노인들도 급증하였다. 9월 21일 하루에만

    각지에서 몰려든 단체와 동행 가운데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이 5~6명 발생했는데, 진기한 구경거리에 눈

    이 팔려 동행을 놓치거나 행방불명되는 경우도 있었다. 조선전역과 외국에서 출품된 박람회의 각종 상품

    과 볼거리들은 경성 자체의 풍경들과 함께 당시 시골사람들에게 시각적 충격을 넘어 정신적 충격으로까

    지 다가왔던 것 같다. 9월 24일 전남 곡성에서 올라온 58세의 부호 정성균은 25일 거리로 구경을 나갔다가

    행방불명이 되었는데, 그는 상경한 날부터 오가는 전차와 자동차의 경적소리에 놀라고 혼잡한 거리에서

    신경이 마비되고, 정신에 이상이 생겨 허튼소리를 반복했다. 그러다 당일 두루마기도 걸치지 않은채 갓만

    쓰고 명주저고리와 바지 차림으로 나가 종적을 감춰버렸다는 것이다. 또한 경적 소리에 놀라 정신을 잃고

    의열단 중앙집행위원 서응호와 퇴정하는

    의열단원들, 1929.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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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9 vol 31

    길을 헤매다 교통기관에 몸을 다치는 일도 자주 일어났는

    데, 근대적인 경성의 모습을 처음 본 그들에겐 그야말로 충

    격이었던 듯하다.

    일시에 한 장소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자 각종 사건

    들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사람이 몰릴수록 활기를 띠는

    것은 단연 소매치기들이었다. 중국의 마적단을 모방한 대

    형 소매치기단이 박람회를 기회로 조직적 활동을 꾸미다

    개장 전날 검거되기도 했으며, 평북 사는 한 지방민이 전

    재산 1천원을 가지고 박람회 관람을 왔다가 구경도 제대

    로 하지 못한 채 전차 안에서 그 돈을 송두리째 소매치기

    당한 일도 있었다. 또한 일본과 조선을 오가며 현금 수천

    원을 사취하고 두 차례나 징역을 다녀온 소매치기단장이

    박람회를 기회로 부하들과 함께 경성에 들어와서 수십 차

    례 소매치기를 벌이다 경성역전에서 경찰에 의해 체포되

    기도 했다.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한 금품갈취와 상해 사건도 줄

    을 이었다. 상업상의 볼일로 경성에 올라온 인천 사는 최

    창윤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그와 평소 교분이 있던 두 명

    의 모르핀 밀매업자가 돈을 빼앗을 목적으로 다량의 모르

    핀 주사를 놓아 그를 사망케 한, 전율할 만한 범죄가 박람

    회 개장 며칠 전에 일어났다. 또한 시골에서 올라온 박람

    회 입장객을 상대로 입장권을 위조하여 돈을 사취한 일도

    발생했으며, 귀금속을 위조하여 도금을 순금으로, 색유리

    를 비취나 옥으로 팔다가 잡힌 사례도 여럿 있었다. 이렇

    듯 순진한 시골사람들의 눈을 현혹케 하는 사기사건이 끊

    이지 않은 가운데 박람회장 안에 있는 매점과 일부 특설

    관에서도 품질과 수량을 속여 파는 일이 속출하자 경무출

    장소 경관들이 일제히 임검하여 부정 상인을 발각하고 경

    고에 처하기도 했다.

    한편 박람회를 맞아 주최 측에서 신경 쓴 것 중의 하

    나는 교통 문제였다. 임시 열차를 증발하여 원활한 여객

    수송이 이루어지게 했으며, 박람회 기간 중 경성부에서

    경영하는 부영버스의 노선을 변경하여 박람회 노선을 신

    설하거나 박람회입구에 정차하도록 배려하였다. 또한 이

    기간 중 인파가 몰릴 것을 대비해 교통 당국에서는 시내

    의 교통정리를 위한 묘책으로 전차선로를 건너는 곳 좌우

    양측에 금을 그어 횡단보도를 만들어 놓고 단속에 나섰

    다. 보행자들은 횡단보도의 바깥쪽으로 건너거나 걸음걸

    이를 잘못하기만 해도 파출소에 붙들려가 징벌을 받았다

    고 하니, 처음 시행된 교통체계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었

    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우리나라 횡단보도의 기원이 이

    때 설치된 것에서 비롯된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29

    글 | 이경민

    대학에서 도시공학을 전공했으며,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2005년 중앙대 첨단 영상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사진아카이브연구소를 운영하며 근대 사진 아카이브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사진사 연구에 관심을 두고 사진 평론과

    전시 및 출판, 기획 등의 일을 해왔다.

    박람회를 일주일 앞두고

    설치된 횡단보도, 192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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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age Seoul

  • 네가 되길 꿈꾸는…

    서로를 닮고 싶어 한다.

    자연은 도시를 꿈꾸고,

    도시는 자연을 꿈꾸고.

    사람은 도시의 꿈, 자연을 거닌다.

    도시 속 함께하던 이들은 저편으로 사라진다.

    그들이 그리워 발걸음은 다시 향한다.

    사람은 자연에서 되돌아간다. 도시로.

    글·사진 | 한금선

  • 중량천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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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는 창조적 예술의 원동력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가능성의 예술 ‘Able Art ’

    삐뚤빼뚤, 울퉁불퉁, 늘 올곧은 잣대를 들이대는 우리들의 눈에 장애인이 만든 예술 작품은

    낯설게 다가온다. 하지만 차이를 ‘가능성’으로 바꿀 때, 이야기는 달라진다. 마음의 눈으로

    보는 그들의 작품은 우리에게 새로운 예술의 세계를 열어줄 것이다.

    오감지도-우리학교와 동네 윤석현, 2004, 한빛맹학교 초등6

    Hot Sketch

    가능성의 예술

    ‘Able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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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뛰어난 예술가들 중에는 장애를 가진 이들이 많이 있다. 그 가운데는 베토벤이나 고야, 김기창 화백처

    럼 유명한 이들도 있지만,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크고 작은 장애를 가진 예술인들도 여럿 있다.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 뇌성마비 퍼포머 강성욱, 시각 장애인 클라리넷 연주자 이상재, 의수 화

    가 석창우 화백 등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이처럼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발산하는 많은 장애인들이 있

    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은 턱없이 낮다. 사람들은 그들을 ‘장애인’으로서 주목하면서, ‘예

    술가’로서는 쉽게 주목하지 못한다. 장애로 인한 고통이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되거나 그 장애가 예술

    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배경이 될 수도 있을 텐데, 일반인들의 눈에는 그저 장애인들이 예술 활동을

    한다는 점이 신기하게 비춰질 뿐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장애인 예술 활동을 다른 각도로 조명하고, 조직화하려는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운동을 흔히 ‘에이블 아트(able art)’라고 부르는데, 이는 1970년대 일본에서 시작된 장

    애인 예술 문화 활동을 일컫는 용어이다.

    에이블 아트 운동의 핵심은 장애(disabled)를 차별의 대상이 아니라 다름에서 비롯된 ‘가능성

    (able)’으로 보는 것. 장애의 경험이 창조적인 예술 활동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장

    애의 유무와 관계없이 장애인들이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국내에서도 장애인들이 문

    화 예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향유하고 작품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각종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는 곳들

    이 있어, 여기에 대표적인 기관 몇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들의 눈은 상상력이죠.” another way of seeing

    서울의 중심지인 종로구 삼청동 길을 올라가다 화동 쪽 골목으로 접어들면 아담한 갤러리를 만날 수

    있다. ‘우리들의 눈’이라는 작은 간판이 걸린 이곳은 국내 최초로 운영되는 시각장애인 전용 전시 갤

    러리. 시각 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미술 교육 워크숍을 열고, 그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감상하는 작은 문

    화 공간이다.

    우리들의 눈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시각장애’와 ‘그림’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공

    존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앞을 못 보는 아이들이 어떻게 그림을 그리고, 공예 작품을 만드는 것인지 의

    아해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갤러리 측은 “미술은 오감의 산물이고 눈은 단지 그 일부일 뿐”이라고 대

    답한다. 미술 작품을 창조하는 데 있어 반드시 눈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시각장애인들도 표

    현의 욕구가 있고, 그들만의 고유한 감각을 바탕으로 한 창작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지난 7월 25일까지 우리들의 눈에 전시된 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일반인의 고정관념을 뒤집는 것들이었다. 출품된 작품들은 맹학교 학생들이 학교

    와 집을 오가며 느낀 길을 주제로 표현한 것인데, 그림에는 시각 대신 온몸으로 느낀 이미지들이 담겨

    있다.

    한빛맹학교 윤석현(초등 6학년) 군은 길을 걸으며 떠올린 이미지를 ‘오감지도(五感地圖)’란 작

    품으로 표현했다. 학교 복도와 계단을 ‘다다다다’ 소리를 내며 내려가다 느낀 감각을 점, 선, 면으로 그

  •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2009/09 vol 31

    렸다. 그림 속에는 직접 밟아보며 상상한 넓은 운동장의 질감과 전봇대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