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05+06...2014/05/06  · 푸른 연금술사 2014 05+06 꽃씨 하나, 바람을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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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연금술사 2014 05+06 www.hyundai-steel.com 꽃씨 하나, 바람을 만나 세상을 환하게 아우성치게 하고 숱한 기다림의 시간들, 피고 지며 온갖 생명을 키워냅니다. 돌고 돌아 순환하고 재생하는 자연의 섭리. 현대제철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철을 가장 생태적으로 다루어 환경을 보호하고 깨끗한 자연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 자연의 소중함. 그 큰 가르침을 현대제철은 배우고 실천합니다. 맑은 물, 맑은 공기 그리고 사람과 함께하는 2014. 05+06 www.hyundai-steel.com 아름다운 별 지구를 사랑하는 홍콩 컨벤션센터(Hong Kong Convention and Exhibition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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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

    연금

    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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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씨 하나, 바람을 만나

    세상을 환하게 아우성치게 하고

    숱한 기다림의 시간들,

    피고 지며 온갖 생명을

    키워냅니다.

    돌고 돌아 순환하고

    재생하는 자연의 섭리.

    현대제철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철을 가장 생태적으로 다루어

    환경을 보호하고 깨끗한 자연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

    자연의 소중함. 그 큰 가르침을

    현대제철은 배우고 실천합니다.

    맑은 물, 맑은 공기 그리고 사람과 함께하는

    2014. 05+06www.hyundai-steel.com

    아 름 다 운 별 지 구 를 사 랑 하 는

    홍콩 컨벤션센터(Hong Kong Convention and Exhibition Center)

  • 제철 풍경 그리고 생각 /

    유월이 두른

    가장 빛나는 목걸이

    하루 이틀 사흘…. 흔들리고 풀어지는 마음을

    단단히 실로 꿰매어 지켜야 할 그 자리에

    달아두었습니다. 밖으로만 맴도는 얄팍한

    호기심, 한없이 가라앉기만 하는 게으름,

    늘 말썽을 일으키는 사랑 그 못된 습관일랑

    탈탈 털어내니 단정한 다짐과 간절한

    열망만이 뜨겁게 남았습니다.

    오롯하고 인내한 열정에만 열매가 맺는 법.

    어떤 주저도 어떤 나태도 모르는 맹목과

    충만한 생의 에너지로 절정의 순간을 준비한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훈장, 열매.

    달고 향기로왔던

    지난 시절의 눈부신 기억들을 모아

    ‘청.매.실.’

    명랑하고 낭만적인 이름으로 영근 이 계절의

    선물 앞에서 현대제철은 자연처럼

    환하고 맑은, 여러분의 얼굴을 봅니다.

  • Cover Story

    아시아 최고의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 인 홍

    콩’이 열리고, 성룡의 영화 에 등장하기도 했으며, 1997년 홍콩의 중

    국 반환 기념 행사가 열리기도 했던 홍콩 컨

    벤션센터는 크고 작은 이벤트와 축제로 붐비

    지 않는 날이 없습니다. 모든 행사는 끝이 있

    기 마련이지만, 흔적을 남깁니다. 아트 페어

    에서 눈도장을 찍은 작가의 작품은 많은 이

    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감성을 각인시킬 것이

    고, 노회한 성룡의 성실한 액션은 두고두고

    우리를 감탄하게 만들 것이며, 본토 반환이

    라는 엄청난 사건은 시간이 흐를수록 역사책

    에서 의미를 더해갈 테니까요. 마치 꽃이 져

    도 퍼져나가는 민들레 홀씨처럼 말입니다.

    홀씨 가득한 꽃대 같은 홍콩 컨벤션센터의 스

    틸 지붕을 보며 현대제철이 품는 생각도 같습

    니다. 자연을 생각하고 함께 사는 삶을 이야

    기하는 우리의 몸짓과 목소리가 흔들리는 바

    람결에 멀리멀리 퍼져 세상을 가득 채웠으면

    하는 마음. 그 마음으로 이 계절을 여러분과

    함께 아낌없이 누리고 싶습니다.

    2014년 6월 2일 발행 | 통권 302호 | 발행인 박승하 | 편집인 김상규 | 편집장 김경식

    발행처 현대제철 홍보팀(02-3464-6096) 서울 서초구 헌릉로 12(양재동) 현대기아차빌딩

    기획 및 디자인 디자인21(02-3443-4877) | 사진 라이브스튜디오(02-511-5396)

    인쇄 세화인쇄사(02-461-1616) | 이 책에 실린 글과 사진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현대제철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아 름 다 운 별 지 구 를 사 랑 하 는

    www.hyundai-steel.com2014. 05+06 Vol.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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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철 풍경 그리고 생각

    그 사람을 만나다

    스틸월드 원더월드

    조홍섭 기자의 물 바람 숲

    After 10 Years

    권여선의 소박한 밥상

    풍경에 길을 묻다

    이 아름다운 풀무간

    몸으로 읽는 녹색 이야기

    함께 가는 이 길

    당신이 주인입니다

    현대제철 News

    독자의 소리 | 퀴즈·당첨자

    착한 생활 백서

    유월이 두른 가장 빛나는 목걸이

    조각가 박주현

    아헨 버스정류장 VS 마르세유 구 항구 파빌리온

    무인기, 야생동물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다

    조영탁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나물

    제천 수산면

    피아노

    대성스틸 생산부 임의호 부장 가족과 함께한 활판공방 체험

    가정에너지 코디네이터

    영업본부 기술영업실 기술영업1팀

  • 0706 /푸른 연금술사그 사람을 만나다 / 조각가 박주현

    예술이 된 연장들의 이야기

    조각가 박주현

    망치, 톱, 못, 칼 등 낡고 오래된 금속 도구(Tool)를 두드리고 깎아 노동의

    숭고함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조각가 박주현. 낡은 도구에 숱한 이야기를

    새겨 넣으며 가치를 잃어버린 노동이 빚어낸 우울과 소외를

    보편적인 은유로 풀어낸 그의 작품 세계를 만나본다.

    글 / 우승연·사진 / 김학리

    2014 부산대, 동아대, 울산대 출강

    2011 부산대학교 대학원 졸업

    2003 동아대학교 조각과 졸업

    개인전

    2013 ‘TOOL STORY 1-2, SPACE TIME’, 스페이스 오뉴월, 서울

    ‘TOOL STORY 1-2, SPACE TIME’,

    이연주 갤러리, 부산

    ‘VISIBLE INVISIBLE’,

    아트 스페이스 H, 서울

    ‘TOOL STORY 1-2, SPACE TIME’,

    프랑스문화원 아트 스페이스, 부산

    2011 ‘TOOL STORY 1-2, SPACE TIME’, 또따또가 갤러리, 부산

    2009 ‘TOOL STORY 1-2, SPACE TIME’, 비올 갤러리, 서울

    ‘TOOL STORY 1-2, SPACE TIME’,

    임화랑, 부산

    ‘TOOL STORY 1-2, SPACE TIME’, 한전프라자 아트센터 기획전시실, 서울

    2008 ‘TOOL STORY 1-2, SPACE TIME’, 큐브 스페이스, 서울

    단체전/기획전

    2014 ‘조각 바람’ KOSA SPACE, 서울 ‘6단 STICK’ 해오름 갤러리 초대전, 부산

    2013 ‘사랑의 나눔전’, KBS 부산방송총국 갤러리, 부산 ‘예술가의 선물’, 갤러리 SEIN, 서울

    2012 ‘Beyond Reality’, Able Fine Art NY Gallery, 뉴욕 ‘Exhibition Project 4인전’, 센텀 아트 스페이스, 부산

    2011 ‘지역네트워크(비밀-오차의 범위)展’, 부산·광주시립미술관 아르코미술관

    ‘Watagata 한일 교류전’,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 일본

    ‘도구적 조우’ 박주현·아사이 히토 2인전,

    LVS갤러리, 서울

    작품 소장처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부산 중앙공원 야외 조각공원,

    양산 현충탑(용사상), 양산 6.25참전 기념탑

    Profile

    의자

    46 x 22 x 10cm

    망치 머리쇠, 자석, 못, 2013

    아빠는 슈퍼맨

    40 x 30 x 55cm

    망치, 다듬잇돌, 2010

    대화

    14 x 10 x 40cm

    식칼, 2013

    15 x 15 x 30cm

    망치, 2007

  • 0908 /푸른 연금술사

    1시 39분

    40 x 60cm

    나무, 태엽시계, 2013

    연인

    50 x 25 x 45cm

    도끼, 나무다듬이, 2013

    노동의 도구 vs 예술가의 작품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건 옛말이다. 지난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조

    사한 바로는 전국 초·중·고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학부모 총 7,211명

    중 68퍼센트가 직업에 귀천 의식이 있다고 답했다. 육체노동보다 지적

    활동을 선호하는 그들은 머리 쓰는 일에 가치를 둔다. 자본주의와 맞물

    린 선민의식은 돈과 권력이 따르지 않는 상당수를 발아래에 두고 만다.

    그 토대에서 차별, 구별, 차이, 다름이란 단어를 선과 악, 옳고 그름, 귀

    하고 천함을 표현하는 가치 척도로 이용한다. ‘차별’은 차등을 두어 ‘구

    별’하는 것이고, ‘구별’은 ‘차이’에 따라 나누는 단어이며, ‘차이’는 서로

    어긋나거나 ‘다른 것’을 뜻할뿐더러, ‘다름’은 서로 같지 않음, 즉 ‘다양

    성’을 나타내는 중립적 단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예술을 바

    라보는 시각도 다르지 않다. 예술적 삶과 사유는 추앙해도 예술은 홀대

    한다.

    조각가 박주현의 작품은 이런 시절에 만들어낸 결과물이기에 더욱 특

    별하다. 무엇보다 그의 예술이 손 내밀어 맞잡은 땀내 나는 노동이기

    때문이다. 낡고 오래된 금속 도구를 통로 삼아 현대인이 잃어버린 ‘생

    각하는 손’과 맞닥뜨리니 계급 운운하던 편견이 우습다. 편견이 사그라

    진 그 자리엔 땀방울이 스며들어 환히 빛난다. 박주현은 그렇게 ‘불가

    능한 것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도구에 밴 노동의 가치와 땀, 사용자의

    이야기를 통해 ‘노동의 도구는 예술품이 아니다’는 상식을 흔들며 낯설

    게 조명한다.

    “어느 사물이건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예상치 못한 순간 이야기가 흘러

    나와요. 목적을 띠고 태어난 사물이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되는 거죠. 이들이 모두 살아 숨 쉰다고 생각하면

    세상이 달리 보이죠. 그 경험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물이 바로

    노동하는 사람들이 밤낮으로 쥐고 있는 망치나 톱, 칼입니다. 이 도구

    에 예술이 깃드는 순간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릅니다.”

    도구에게 치유적인 말 걸기

    음향 장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박주현의 작품은 청각적이다. 작품이

    어렵지 않아 무엇을 말하려는지 공감하기도 쉽다. 그래서 종종 수다스

    럽기도 하다. 놀라운 일이다. 묵묵히 제 할 일에 매진하던 각양각색의

    도구가 이토록 속을 환히 드러내기까지 어떤 과정이 필요했을까? 그는

    거두절미하고 ‘대화’라고 강조한다. 경계를 허물고 그들의 시간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이야기. 그래서 고즈넉한 작업실이 필요했다. 사실

    시(市)에서 지원해준 작업실에선 오브제와 오붓이 지내기 어려웠다.

  • 1110 /푸른 연금술사

    대장장이

    15 x 15 x 35cm

    망치, 2009

    어린 왕자

    40 x 40 x 17cm

    솥뚜껑, 청동, 2013

    의자

    40 x 40 x 60cm

    망치, 2009

    동선과 월세를 고려해서 공간을 찾던 중에 마음을 빼앗긴 곳이 바로 지

    금의 작업실이다. ‘부산식당’이라는 파란색 간판이 걸려 있는 이곳은

    뭇사람이 허기를 채우러 드나들던 장소라서 좋았다. 넓지 않아 불편하

    기도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숱한 사연이 흘러들어 속을 든든히 채웠을

    공간이라서 부대낌 없이 안착할 거라고 확신했다.

    “현관문 오른쪽에 놓아둔 건 완성된 작품이고 작업실 안쪽 구석구석에

    쌓아둔 건 오브제예요. 시계, 라디오, 징, 돌, 나무, 피규어…. 잡동사

    니 같지만 우연처럼 만나 하나둘 옮겨 놓은 소중한 물건이죠. 물론 이

    렇게 사연 담긴 오브제와 만났다고 해서 한 번에 뚝딱 작품을 만드는 건

    아닙니다. 계속 째려봐야 해요(웃음). 언젠가는 사물이 나한테 이야기

    할 거라고 믿으면서 기다립니다. 말 걸어줄 때까지! 신기하죠? 버려지

    면 그저 쓰레기요, 공구 보관함에 남아있으면 도구로 존재할 뿐인데,

    저와 만나 다시 제 이야기를 입으면 예술로 변한다는 게.”

    비단 오브제뿐이랴. 어디에 놓이는지,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전혀

    다르게 펼쳐지는 게 인생이다. 돌아보면 박주현의 삶도 그랬다. 가난

    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찰흙을 매만지면서 상상을 구

    현할 수 있다는 희열을 느끼지 않았다면, 부산공예고등학교에 진학해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모퉁이를 돌 때마다 미술과 마주하지 않

    았더라면 그는 아마도 지금과는 다른 삶을 꾸리고 있었으리라.

    “유년 시절, 빚보증 때문에 집이 굉장히 어려웠어요. 네 식구가 달동네

    로 쫓기듯 이사를 했는데 배움이 짧고 상황이 안 좋으니 금전적인 부

    분에 집착하게 됐죠. 크게 상심한 아버지가 매일 대청공원(민주공원)

    에 올라 하늘만 보고 계시던 게 아직도 눈에 선해요. 저녁 드시라고 말

    씀드리러 갔다가 울고 계신 뒷모습을 보며 우두커니 서 있었죠. 그래서

    고등학교 땐 학교 미술반에서 살았어요. 집에 가기 싫어서. 한데 그게

    지금의 저를 만들었어요. 놀랍게도!”

    박주현은 그 시절의 이야기를 와 에 담아냈다. 41

    센티미터의 다듬잇방망이와 3.8미터의 거대한 망치 손잡이에 새겨 넣

    은 수십 년 전의 삶은 뭉클하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작가의 노동이 예

    술로 재탄생했고 비로소 어린 박주현의 꿈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노동

    자의 자식이 노동자로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품은 은 2012

    년, 아버지가 절망을 토해내던 바로 그 공원에 안착했다. 그의 과거는

    이제 짐짓 모른 체하거나 도망가고픈 상처가 아니다. 봉인된 채 늑골

    어디께에 밀어두는 대신 꺼내어 꼼꼼히 살폈으므로. 그래서 가로등인

    양 우뚝 서서 누군가의 시련을 담담히 목도할 수도 있다. 어떤 이유에

    서건 꿈을 잃지 말라고 다독이며 따뜻한 응원을 보내는 게 가능하다.

    시간의 자루에 이름을 새기다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불혹이라지만 그는 여전히 사물, 특히 도

    구에 매혹당한다. 호미를 들고 와 우산 쓴 사내를 조각하고, 망치 손잡

    이에 신발을 낚는 김씨와 실업자를 앉히는가 하면, 작두 위에 해우소를

    짓고, 도끼날을 지지대 삼아 의자 쌓는 순간을 사랑한다. 무겁고 날카

    로운 쇠로 만든 오래된 도구를 품 안으로 끌어와 손잡이에 제 이름을 새

    기는 작업은 꽤나 흥미롭다.

    “고등학교 때 6~7,000원짜리 조각도를 누가 그렇게 훔쳐가는 거예요.

    네임펜으로 이름을 적어두면 사포질해서 가져가니까 머리를 썼죠. 조

    각도로 손잡이 부분에 얼굴 같은 걸 조각했어요. 그러자 아무 데나 굴

    러다녀도 내 것이라는 걸 알 수 있고, 무엇보다 신기했어요. 도구에 이

    름을 쓸 땐 어색했는데 조각은 다르더란 말이죠. 아, 이게 내 것이구나!

    이것이 나로구나!”

    이상할 것도 없었다. 칸트가 이르기를 ‘손은 마음에 이르는 창문’이라

    고 했으니 자기 자신을 찾는 과정이라면, 더군다나 재능 있는 조각가라

    면 너무도 당연한 수순이요 자각이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역시 그 맥락에서 ‘박주현’과 닿아있다. 30여 년 동안 가족 부양하

    느라 닳고 휜 망치는 박 작가가 가지 않은 길이며, 아버지가 걸어온 과

    거였다. 대장장이가 꼭 쥐느라 펴보지 못한 수십 년을 천천히 들여다보

    는 일은 어쩌면 그가 더듬거리며 찾고 빚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필요

    한 일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세월이고 기억이며 관성의 일기장인 도구

    를 다독이고 공감하며 예술로 이끄는 게 그의 몫. 훌륭한 미적 감각과

    풍부한 표현력을 가진 그리스 신화 속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를 닮

    은 박주현에겐 그 과정 모두 스스로를 지지하고 수용하며 세계를 확장

    하는 일이다.

    “작업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돈을 마련하려면 작업을 할 수 없던 아이

    러니한 시절을 잘 지나왔어요. 간혹 엔지니어나 장인이 되었더라면 어

    땠을까 생각합니다. 그럭저럭 현실적으로 살았겠다 싶다가, 아마 병에

    걸렸겠지, 하고 중얼거려요. 처음에 부모님께 이거 안 하면 죽을 수도

    있다, 이거라도 해야 마음이 편하다, 협박하듯 말씀드렸는데 그 말이

    괜한 건 아니었죠.”

    일상과 예술, 도구와 작품의 경계를 오가며 호모사피엔스와 호모파베

    르의 접점을 찍는 조각가 박주현. 그에게 미술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

    은 성장의 동력이자 성찰을 돕는 거울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

    하는 거부할 수 없는 존재의 토대이다.

  • Aachen Bus Shelter vs Marseille Vieux Port Pavilion

    1312 /푸른 연금술사

    단순하거나 과감하거나,공공디자인의 놀라운 상상력공공장소의 여러 시설을 보다 합리적인 디자인으로 색다르게 꾸미는 일을 ‘공공디자인’이라고 칭한다.

    최근에는 독특한 디자인 구성은 물론 친환경적 요인까지 겸비한 다양한 역할의 공공디자인 시설이 늘고

    있다. 자연의 흐름, 반복되는 관습에 따라 사는 사람들의 소박한 도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공공디자인의 변모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때이다.

    글과 사진 / 김정후 도시사회학 박사·런던대학UCL

    건축가와 도시를 살리는 공공디자인

    요즘은 대부분의 분야에서 디자인의 수준과 그에 따른 가치를 중요하

    게 인식하고 있다. 같은 양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더라도 디자인의 수

    준에 따라 그 가치가 적게는 몇 배에서 많게는 몇십 배까지 차이 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공공디자인 또한 도시에 존

    재하는 공공시설의 질적·미적 수준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며 주목받

    고 있다. 시민들이 익숙하게 이용하는 공공시설의 디자인을 통해 환경

    적·공간적·시각적인 부분의 가치를 더욱 높이 개선하려는 것이다. 높

    은 수준의 공공디자인을 갖춘 도시일수록 살기 좋고, 아름다운 곳이라

    고 평가받는다.

    흥미로운 점은 공공디자인이 단순히 보기 좋으냐 마냐의 차원을 넘어

    도시의 환경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점은 건축

    가들에게 디자인적 도전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건축적

    개념을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하게 실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

    가오기 때문이다. 건축가들은 점차 공공디자인의 대상을 휴게소, 파빌

    리온, 버스정류장, 매표소, 가로등, 벤치, 간판, 표지판 등 범위를 한정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넓히고 있다.

    해체주의 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피터 아이젠만(Peter Eisenman)

    이 독일 아헨에 디자인한 버스정류장과 하이테크 건축을 대표하는 건

    축가인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가 프랑스 마르세유에 디자인한

    파빌리온은 공공디자인을 통해 건축가의 신선한 상상력과 도전정신을

    읽을 수 있는 좋은 사례다. 두 작품은 철을 주재료로 사용했지만 전혀

    다른 개념과 형태로 도시에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스틸월드 원더월드 / 아헨 버스정류장 VS 마르세유 구 항구 파빌리온

  • 1514 /푸른 연금술사

    설치 미술로 변신한 버스정류장

    집의 기원을 이야기할 때 ‘원시 오두막’을 언급하곤 한다. 원시 오두막

    은 인간이 눈, 비, 바람 등의 자연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하여 만든

    원초적인 구조물로 바닥, 기둥, 보, 지붕으로 구성된다. 이 네 가지 요

    소는 건물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다. 비록 버스정류장은 건물이 아니지

    만 이러한 건축적 원리가 고스란히 적용된다는 점에서 건축가에게는

    흥미로운 관심의 대상이다.

    버스정류장은 말 그대로 버스를 기다리는 곳이다. 거주하는 곳이 아

    니라 잠시 스쳐가는 곳이고, 때로는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더불어 오늘날에는 날씨나 교통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도 겸

    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업이나 관공서가 광고와 홍보를 위해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이렇듯 오늘날의 버스정류장은 편안함, 안전

    함, 즐거움 등을 고루 갖춘 다목적 시설이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단순

    히 기둥이나 벽을 세우고 지붕을 덮는 무미건조했던 과거의 버스정류

    장은 점차 사라지고 이제는 디자인적 요소를 품은 작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독일 아헨 시내의 프리드리히 빌헬름 광장은 석조 건물로 즐비한 클래

    식한 유럽의 분위기를 간직한 지역이다. 1996년, 피터 아이젠만은 이

    곳의 주변 환경과 전혀 다른 모습의 버스정류장을 선보였는데, 디자인

    이 공개되자 반대의 목소리가 엄청났다. 고전 건물이 즐비한 차분한 유

    럽 도시에서는 그 파격성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터 아이젠만은 그가 추구하는 해체주의 건축의

    개념을 십분 살려 기존의 수직·수평 구조물 체계를 완전히 무시하는

    디자인 개념을 적용했다. 오렌지와 회색 빛의 강철을 마치 종이 접기하

    듯 엮고, 유리로 최소한의 칸막이를 만들었다. 내부 역시 크고 작은 몇

    개의 공간으로 나눠 기존에 일렬로 앉는 일반적인 형식의 버스정류장

    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아헨 버스정류장은 한 마리의 거대한 거미처럼 보이는데 첫인상부터

    역동적이고 강렬하다. 정류장 주변 대부분의 석조 건물이 간결하고 차

    01 독일 서쪽 국경도시인 아헨은 로마인들이 건설한 도시답게 고풍스러운 옛 건축물들이 많은 만큼 피터 아이젠만의 버스정류장

    은 등장부터 파격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유럽 최고의 명문대로

    꼽히는 아헨 공과대학교가 위치하고 있어 인구 중 20대가 가장 많

    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진보적인 디자인에 대한 지지

    또한 뜨겁다. 02 강철에 회색과 오렌지색 두 가지 컬러를 입히고, 유리 칸막이를 부분적으로 사용해 매우 모던한 이미지를 연출한

    다. 03 강철을 종이처럼 접어서 만든 다리는 그 모양도 각기 다른

    데, 거대한 한 마리의 거미가 도로 위에 착지한 듯 보인다. 04 아헨 버스정류장은 해체주의 대표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의 작품 중

    가장 규모가 작지만, 그의 이론과 독특한 설계 방식이 절정을 이

    룬 것으로 평가받는다.

    분한 형태여서 더욱 파격적이다. 그래서 버스정류장이라기보다 광장

    에 놓인 하나의 설치 미술이라 평가받기도 한다.

    이곳의 진면목은 밤에 더 여실히 드러나는데, 바닥에 조명을 설치해 수

    직·수평에서 벗어난 강철의 예리한 각과 음영을 보여줌으로써 아름다

    운 조각품의 위용을 드러낸다. 정류장이라는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하

    는 동시에 주변에 공간적·시간적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공공디

    자인의 가치를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좋은 사례다.

    Aachen Bus Shelter, Germany 독일 아헨 버스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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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16 /푸른 연금술사

    하늘과 바다를 넘나드는 파빌리온

    유럽연합은 1985년부터 유럽문화수도(European Capital of

    Culture)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유럽문화수도로 제정된 도시는 유

    럽연합의 지원을 받아 1년 동안 문화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개

    최함으로써 도시의 경쟁력을 드높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2013

    년 유럽문화수도로는 유럽을 대표하는 중세 항구도시인 프랑스의 마

    르세유가 선정됐다. 마르세유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공공디자인 프

    로젝트에 돌입했다. 향후 펼쳐질 다양한 문화행사를 훌륭하게 치러낼

    상징적인 무대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항구에 파빌리온을 건립하는 것이었다. 첨단 재료와 공법을

    접목하며 현대건축을 선도하고 있는 노먼 포스터가 이 파빌리온의 디

    자인을 맡았는데, 그는 기존의 상상을 깨면서도 단순한 디자인을 선보

    임으로써 다시 한 번 전 세계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노먼 포스터는 스테인리스스틸로 길이 46미터, 폭 22미터에 달하는 캐

    노피를 만든 후 날렵한 여덟 개의 원형 기둥 위에 얹었다. 아주 단순한 디

    자인이었지만, 보는 사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노먼 포스터가 디자인한 파빌리온에는 또 한 가지 놀라운 비밀이 담

    겨 있다. 바로 거대한 캐노피의 천장을 매끈하게 가공해 마치 거울처

    럼 반사되도록 만든 것이다. 파빌리온의 천장은 보는 위치에 따라 주

    변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교차로 반영하며, 하늘에 거대한 블랙홀

    이 있는 듯한 착시효과까지 선사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거울형 천장은 바닷가와 인근에 정박한 요트의 모

    습을 시시각각 투영함으로써 항구도시인 마르세유의 정체성을 담아

    낸다. 하늘이 바다가 되어 그곳에 요트가 떠 있는 셈이다. 파빌리온에

    서 행사가 진행될 때마다 거울형 천장은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풍경을

    연출하며 항구도시 마르세유의 아름다움을 배가시킨다.

    01 거울과 비슷한 수준의 반사율을 자랑하는 슈퍼 미러 스테인리스스틸 지붕이 시간과 각도에 따

    라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02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공연장이자 더위를 피하는 텐트’라고 설명할

    만큼 활용성이 무궁무진하다. 03 2013년 유럽문화수도 마르세유의 수평선을 따라 세워진 파빌리온. 두께는 마치 종잇장 같고, 느낌은 거울 같아 단순하기 그지 없지만, 항구도시 마르세유가 가진

    정체성을 다채롭게 담아낸다. 04 경량 스틸 구조, 심플한 실버 라인만으로 마르세유를 가장 잘 이해하고 포용하는 공간으로 거듭나 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해가 지는 초저녁 무렵이 되면 파빌리온은 더욱 환상적이다. 파란색

    하늘에 비친 광장 바닥은 마치 거대한 양탄자를 펼친 듯 장관을 연출

    한다. 노먼 포스터만이 할 수 있는 기술로 빚은 아름다움이다.

    건축과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용적인 랜드마크

    도시를 풍요롭게 만들고,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공공디자인이다. 도시에는 다양한 공공시설

    이 필요하고, 각각에 필요한 기능이 있다. 여기에 더해 높은 수준의 디

    자인을 필요로 한다. 피터 아이젠만이 디자인한 아헨 버스정류장과 노

    먼 포스터가 디자인한 마르세유 구 항구 파빌리온은 철을 활용해 디자

    인한 공공시설이 도시의 공간적·시각적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음을 충분

    히 입증했다. 건축과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한 것이다.

    Marseille Vieux Port Pavilion, France프랑스 마르세유 구 항구 파빌리온

    Ⓒ Brendan Ho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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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앓이 좀 했던 무인기의 이유 있는 변신 그동안 무인기는 전쟁을 위한 최첨단 무기라는 무거운 꼬리표를 달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무인기는 이유 있는 변신을 꾀하기

    시작했다. 전쟁을 위한 비행이라는 지독한 꼬리표를 떼고 야생동물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변신한 무인기 이야기를 들어보자.

    글과 사진 /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1918 /푸른 연금술사조홍섭 기자의 물 바람 숲 / 무인기, 야생동물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다

    나미비아에서 쓰이는 팰컨 무인기 ⒸHelge Denker(WWF-Namibia_bungee-launch-drone)

    뜨거운 감자에서 보디가드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비밀 트레일러에 앉은 군인은 모니터 화면을 들여

    다보며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한다. 이 미군이 조종하는

    무인폭격기 프레데터(Predator)는 1만 2,000킬로미터 떨어진 아프가

    니스탄을 저고도로 날며 테러 용의자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다. 미국

    이 2001년부터 이라크, 파키스탄, 소말리아, 예멘 등에서 벌이고 있는

    이런 원격 공격은 자국 군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적군을 정확하게 타

    격한다는 예찬을 받지만, 한편으로는 민간인 피해와 국제법 위반이라

    는 비난에 시달리기도 한다. 조종사가 타지 않는 비행체를 뜻하는 ‘드론

    (Drone)’의 일종인 무인기(UAVs: Unmanned Aerial Vehicles)의 이미

    지는 위 사례에서 보듯이 적을 가장 효율적으로 물리치는 최첨단 무기

    의 느낌이지만, 꼭 군사적으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야생동물 보전에

    도 무인기가 유용하게 쓰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야생동물 보호에 무인기를 쓰려는 국제적인 움직임이 촉발된 것은

    2012년에 발생한 케냐 대참사 때였다. 그 해 케냐에서만 아프리카 코끼

    리 435마리와 코뿔소 400마리 이상이 밀렵으로 희생됐다. 올해 들어 4

    월까지만 해도 벌써 코끼리 51마리와 코뿔소 18마리가 밀렵꾼의 손아귀

    에 들어갔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사정은 비슷해 코뿔소 668마리가 밀

    렵당했다. 이처럼 밀렵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상아와 코뿔소 뿔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인데, 특히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의 야생

    동물 부산물 시장 규모는 1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

    럼 밀렵 시장 규모가 크다보니 밀렵꾼은 야간 투시경, 소리가 나지 않는

    소총, 헬리콥터 등 새로운 장비를 마련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희망을 비행하는 무인기의 날개

    구글은 지난해 세계자연보호기금(WWF: World Wide Fund for

    Nature)에 50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해 야생동물 보호와 밀렵 감시

    에 첨단 기술을 도입하는 물꼬를 텄다. 이 기금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서 ‘야생동물 범죄 기술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고, 나미비아에서는 ‘팰

    컨(Falcon)’ 무인기를 활용해 코뿔소를 밀렵꾼으로부터 지키고 있다.

    카메라 등 장비를 포함한 이 무인기의 가격은 약 2만 달러인데, 배터리

    를 이용해 소음을 내지 않고 90분간 19킬로미터 거리를 비행할 수 있

    다. 날개폭 길이가 2미터 정도로 아무데서나 손으로 날릴 수 있고, 프

    로그램된 비행을 마친 뒤에는 정해진 곳에 작은 낙하산을 펴고 떨어진

    다. 비행 중 촬영한 정지화상과 동영상은 인공위성을 통해 트럭의 휴대

    용 컴퓨터로 실시간 전송된다. 이 무인기를 이용하면 사람이 엄두도 내

    지 못할 넓은 면적을 순찰할 수 있고, 무선송신장치를 부착한 코뿔소의

    위치를 하나하나 확인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밤중에 유용한데 레인저

    (Ranger: 기습이나 정찰 임무를 하는 특수부대원)는 칠흑 같은 밤에는

    몇 발자국 옆에 기린이 있는지, 바로 옆에 밀렵꾼이 숨어있는지 알 길

    이 없지만 무인기의 적외선 카메라엔 고스란히 잡힌다.

    네팔에서도 세계자연보호기금으로부터 무인기 2대를 지원받아 코뿔

  • 2120 /푸른 연금술사

    소, 코끼리, 호랑이 등의 밀렵을 감시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전자통신 기기의 가격 인하 흐름 덕분에 몇 년 전만 해도 수만 달러이

    던 무인기가 성능은 더 좋아지고 가격은 낮아졌다. 부품을 직접 조립

    하는 방식을 쓰면 1,000달러 이내로 구할 수 있어 개발도상국의 밀렵

    방지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케냐 국립보호구역에서는 아프리카코끼리를 보호하는 데 아이패드를

    이용해 조종하는 300달러짜리 소형 무인기를 쓴다. 프랑스에서 만든

    길이 60센티미터의 소형 무인기 ‘패롯 AR 드론(Parrot AR Drone)’이

    그것인데, 이 한 대가 레인저 50명 구실을 한다. 주로 하는 일은 밤중에

    적외선 센서를 이용해서 밀렵꾼을 적발해 보호구역에서 쫓아내거나,

    코끼리에 부착한 원격탐지장치를 바탕으로 이동 경로를 추적해 코끼

    리와 마을 주민과의 마찰을 사전에 막는 것이다. 벌을 겁내는 코끼리는

    무인기가 내는 붕붕거리는 소리를 아주 싫어하기 때문에 무인기의 소

    리로 코끼리의 이동 경로를 조절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는 기름야자 재배를 위한 열대림 불법 벌채

    감시와 오랑우탄과 코뿔소를 조사하기 위해 무인기를 쓴다. 특히 오

    랑우탄은 나무 꼭대기에 둥지를 만들기 때문에 지상에서 이들의 서식

    실태를 조사하기는 매우 어려운데, 무인기를 이용하면 손쉽게 알 수

    있다.

    선진국의 무인기 활용법

    독일에서는 무인기를 새끼 사슴을 구하는 데 응용한다. 사슴은 봄에

    새끼를 낳은 다음 포식자로부터 지키기 위해 숲 가장자리의 키 큰 풀

    밭에 숨겨 놓는다. 보호색 때문에 주변 풀밭과 구별하기 쉽지 않은 새

    끼 사슴은 어미가 부를 때까지 풀숲에 꼼짝 않고 엎드려 있는다. 그런

    데 사슴이 새끼를 낳을 즈음에 독일 농부들은 건초를 만들기 위해 풀

    을 벤다. 이때, 건초 수확용 콤바인이 풀을 베며 다가오는데도 어린 사

    슴은 본능대로 도망치지 않고 숨죽이고 엎드려 있다가 희생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해마다 그렇게 희생되는 새끼 사슴은 10만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단지 농민의 가슴만 아프게 만드는 게

    아니라 가축의 사료로 쓸 건초가 오염되는 문제도 함께 일으킨다. 이

    문제의 해법으로 최근 동원된 것이 무인기다. 바바리아주는 소형 무

    저렴한 비용으로 조립한 드론

    비행 중인 패롯 AR 드론 ⒸHalftermeyer(위키미디어 코먼스_Parrot_AR_Drone_2_0_in_flight)

    인기에 사슴의 색깔 패턴과 체온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달고 풀밭

    을 비행하면서 그곳에 숨어있는 새끼 사슴을 가려내 전파 발신 장치를

    다는 일을 하고 있다. 전파가 수신되면 콤바인에서는 경보음이 울리

    게 된다.

    우리의 든든한 지원이 필요할 때

    구글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등 여러 글로벌 기업들은 무인기를 야

    생동물을 구하는 데 활용하기 위해 밀렵 관련 기술과 자금을 아프리카

    와 아시아 개발도상국에 투자한다. 하지만 무인기가 밀렵과 싸우는

    최종 해법이 될 수는 없다. 밀렵꾼은 무인기에 대항할 새로운 전략을

    개발할 것이고, 동물 보호 무인기를 무력화하는 밀렵꾼의 무인기가

    나오지 말란 법 역시 없다. 새로운 무기는 군비 경쟁을 불렀지 평화를

    가져오진 않았다. 상아와 코뿔소 뿔이 비싼 값으로 팔리는 한 가난한

    개발도상국에서 목숨을 걸고 밀렵에 나서는 사람들을 무인기로 막지

    는 못한다. 결국 밀렵을 막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수요를 줄이고 상아

    와 코뿔소 뿔을 찬양하지 않는 세계의 양심에 달려있는 것이다.

    (사진 위) 소형 드론으로 촬영한 오랑우탄 서식지

    (사진 아래) 네팔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야생 코뿔소 두 마리

  • 2322 /푸른 연금술사After 10 Years / 2322 /푸른 연금술사

    조영탁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벌써 십 년 전 일이다. 당시 현대제철에서 단순한 홍보 차원을 넘어 환경 보전이란 사회적 의미까지 담을

    수 있는 사보를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를 지인에게 들었다. 생태경제연구원 회원이었던 나는 이

    이야기를 회원들에게 풀어놓았고, 개인의 고민이 모두의 고민이 되는 연구회의 끈끈한 분위기 덕분에

    사보의 작명은 물론 여러 가지 의견들이 쏟아졌다.

    우리들의 의견이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저울로 달 수 없지만, 감사의 인사와 함께 나에게 원고

    청탁까지 해오는 인연으로 이어졌다. 창간호에 실린다니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웬걸, 한 번이면

    될 줄 알았던 원고가 ‘조영탁 교수의 에코이코노미’라는 과분한 명칭의 고정칼럼으로 이어졌다.

    돌이켜 보면 ‘생태경제(에코이코노미)’를 주제로 대중적인 글을 연재한 것은 가

    처음이었다. 그만큼 와의 인연에 남다른 소회가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태적

    가치를 중시하는 생태경제학자가 환경 부담을 유발하는 기업의 사보에 기고한다는 남모를 긴장감 역시

    적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긴 고민 끝에 나는 결론을 내렸다. 기업 중심의 시장경제에서 기업이 바뀌지

    않으면 생태경제가 불가능하다는 것. 그 일념으로 긴장감을 오히려 사명감으로 바꾸고, 생태경제에

    대한 열정을 자유롭게 쏟아 놓을 수 있었다.

    물론 이는 사보에 다양한 생각을 담는다는 편집진의 넉넉한 자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는 한 기업의 사보를 넘어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생각을 담는 공보의

    역할도 같이 해온 셈이다.

    그런 가 10주년을 맞이하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한다. 하지만 의 초심과 자세는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지난 10년보다 더 다양한 생각과 뜻 깊은

    가치를 담는 큰 그릇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제철 산업의 변화를 꾀하는 ‘산업의 연금술사’를 넘어

    천박한 물질주의에 찌든 우리 사회의 변화까지 일깨우는 ‘영혼의 연금술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최근 탐욕과 무책임으로 침몰해 버린 세월호에 투영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생각하니 그런

    기대와 소망이 더욱 간절해진다. 노란 색의 ‘1,000개의 바람이 되어’ 푸른 하늘을 날아다닐 그 귀한

    생명들을 생각하면서 창간 10주년을 맞이한 에게 차분한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그림 / 강태이 일러스트레이터

  • 권여선의 소박한 밥상 / 나물 2524 /푸른 연금술사

    흉측하고 거무죽죽한 까막고기의 기적

    우리 부모님은 딸만 셋을 두었는데, 그중 둘째인 작은언니는 태어날 때

    도 제일 작았고 지금도 제일 작다. 첫째인 큰언니는 엄청난 우량아여서

    어머니가 난산의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작은언니를 가졌을 때 어머니

    는 입덧도 심하고 소화도 안 되어 잘 먹지 못했다. 그래서 충분히 자라

    지 못한 작은언니는 어머니가 해산을 하려고 단단히 마음먹고 드러누

    워 미처 속옷을 다 벗기도 전에 그 속옷 위로 톡 떨어져 나왔다고 한다.

    이 장면은 내가 다른 글에서도 표현한 바 있듯이, ‘낳았다’기보다 ‘누었

    다’에 가까운 해산이었다. 막내인 나는 크기는 보통이었는데 태어난 날

    이 몹시 더워 어머니를 고생시켰다.

    출산의 고통만 놓고 보면 세 딸 중 가장 효녀였던 작은언니는 태어나자

    마자 갖은 병치레를 다함으로써 불효녀로의 급반전을 보여주었다. 나

    도 나름대로 병치레를 한다고 했지만 작은언니에게는 비할 바가 못 되

    었다. 나는 아직 아기이고 작은언니는 막 어린이로 발돋움할 즈음, 어

    머니가 둘을 쪽마루에 앉혀 놓으면 나는 똑바로 잘 앉아 있는데 작은언

    니는 균형을 못 잡고 흔들흔들하다 쪽마루에서 떨어진 적도 있다고 한

    다. 떨어지고 나서 심한 경기를 일으켜 부모님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건 작은언니의 병력에서 애교에 속하는 일이다.

    작은언니가 다섯 살인가 여섯 살 때 지독한 설사병에 걸렸다. 물만 먹

    어도 설사를 하는 지경이라 약도 듣지 않았다. 어머니는 ‘설사에는 시

    래기나물이 즉효’라는 외할머니의 말을 듣고 얼른 말린 무청을 불려 푹

    삶은 뒤 억센 껍질을 벗기고 집간장에 달달 볶아 시래기나물을 만들었

    다. 작은언니가 그 흉측하고 거무죽죽한 모양새를 보고 먹으려 하지 않

    자 어머니는 그게 맛있는 고기의 일종이라고, 까마니까 ‘까막고기’라고

    속여 먹였다. 그리고 모든 유년의 전설이 그러하듯 까막고기를 먹은 작

    은언니는 곧바로 설사를 멈추었다고 한다.

    그 후로도 작은언니는 크고 작은 병에 시달렸는데, 까막고기의 기적을

    경험한 어머니는 병의 증상에 상관없이 까막고기를 열심히 만들어 먹였

    고, 이상하게도 까막고기를 먹은 작은언니는 어느 병에서건 쉽게 회복

    하곤 했다. 그래서 우리 식구들은 모두 까막고기를 즐겨 먹게 되었다.

    무념무상 단순노동의 쾌거, 일 년 치 시래기나물

    음식 중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마 말리고 불리고 삶고 볶아야

    하는 ‘말린 나물’이 아닐까 싶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시래기나물은 시간

    과 품이 보통 많이 드는 게 아니다. 그러나 시래기나물에 심오한 치료

    의 효능이 있다고 믿는 나는 종종 몸이 아플 때면 시래기나물을 만들어

    먹는다.

    나는 매년 엄청난 양의 말린 무청을 사서 한꺼번에 손질해둔다. 우선 무

    봄은 나물의 계절이다. 향이 짙은 쑥부터 달래와 냉이를 두루두루 가리지 않고 끼니를 이어가다 더 이상 새롭게 추가되는 나물이

    없이 동이 날 즈음 봄도 끝이 난다. 소설가 권여선은 벚꽃이 지고 철쭉이 필 이맘때를 ‘까죽나물’의 맛으로 기억한다.

    채식주의자인 어머니가 찾아낸 그 고기 같은 나물 맛을 잊지 못해 시장에 간다. 보들보들한 잎 사이사이 향기로운 봄 기운을

    가득 품은 까죽나물을 무쳐도 먹고 조려도 먹고 볶아도 먹으며 계절을 나는 그녀의 행복한 나물 밥상 이야기.

    글 / 권여선 소설가

    심오하거나 사소하거나아무래도 좋은

    나물의

  • 2726 /푸른 연금술사

    청이 부서지지 않도록 커다란 스테인리스스틸 대야에 물을 붓고 불린

    다. 반나절쯤 불리면 무청에서 씁쓸하고 시퍼런 물이 우러나온다. 이때

    부터 물을 서너 번 갈아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루를 불린 무청을 커다란

    양은 들통에 넣고 세 시간 넘게 삶은 후 그대로 식도록 한두 시간 내버

    려둔다. 정작 문제는 이때부터인데, 삶아서 식힌 시래기의 비닐처럼 투

    명하고 질긴 껍질을 하나하나 벗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생략

    하면 시래기나물이 질기고 양념도 배지 않아 맛이 없다. 나는 무념무상

    한 상태로 시래기 한 줄기 한 줄기의 껍질을 벗긴다. 눈이 침침하고 어깨

    가 아파도 쪽쪽 벗겨낸 껍질이 쌓이는 걸 보는 재미로 서너 시간은 너끈

    히 버틴다. 중간에 간식 먹고 쉬었다 벗기고 저녁 먹고 쉬었다 다시 벗긴

    다. 껍질 벗긴 시래기는 깨끗이 씻어 적당한 분량씩 나누어 냉동실에 넣

    어 둔다. 그러면 내가 먹을 일 년 치 시래기가 준비된 것이다.

    시래기나물이 먹고 싶으면 냉동실에서 시래기 한 봉지를 꺼내 해동한

    다음 양념하여 볶거나 조리면 된다. 어머니처럼 집간장으로 하면 까막

    고기가 되고, 집된장으로 하면 된장시래기가 된다. 마늘 다진 것과 맛난

    멸치 몇 마리, 들기름 한 숟가락만 넣으면 충분하다. 콩나물이나 무나물

    처럼 간단한 나물을 만들어 시래기나물과 같이 비벼 먹어도 좋지만 나

    는 오로지 시래기나물만 넣고 비벼 먹는 걸 좋아한다. 밥 한 숟가락에 자

    르지 않은 긴 시래기 한 줄기를 둘둘 얹어 먹기도 한다. 바삭한 가을 햇

    빛과 씁쓸한 땅의 맛을 은은하게 간직한 시래기나물의 독특한 맛은 어

    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렵다. 그저 나는 이게 바로 까막고기의 맛이려니

    할 뿐이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결백한 고기 맛, 까죽나물

    내가 시래기나물만큼이나 열광하는 나물 한 가지가 또 있다면 그건 까

    죽나물이다. 참죽나무 또는 가죽나무의 새순이라 참죽순 또는 가죽순

    이라고도 하는데, 내게 그것은 어머니가 처음 일러준 그대로 ‘까죽’이

    다. 까죽은 일 년 중 4월 말에서 5월 중순 사이에만 나온다. 벚꽃이 지

    고 철쭉이 필 즈음이면 시장에서 연한 까죽을 한 묶음씩 묶어놓고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내가 처음 까죽을 먹어본 것은 이십대 후반이었다. 그때 나는 육식주의

    자가 되어 있었고 어머니는 채식주의자가 되어 있었다. 어머니가 채식

    주의자가 된 까닭은 육류나 해물류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종교

    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다 보니 어머니는 채식 식단에 결코 만족하

    지 못하면서도 혹시 그런 불만을 토로했다가는 종교적인 징벌을 받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그래서 우아한 백조처럼 겉으로는 초연한 태도를

    취했지만 물밑에서는 어머니 나름대로 아주 바빴다. 어머니는 채식의

    소박함과 지루함을 어떻게든 벌충하기 위해 채소와 버섯에 온갖 조리

    법을 응용하여 육류나 해물류의 맛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

    어머니가 개발한 조리법 중에는 말린 표고버섯의 질긴 기둥만을 모아

    몇날 며칠을 불려 쿵쿵 찧어 갖은 양념으로 반죽해 부치는 ‘버섯고기동

    그랑땡’이 있는데, 그걸 한 채반 부쳐내기 위해서는 말린 표고 한 가마

    니 정도가 필요하다. 또 밀가루를 오래 치대어 쫄깃한 육질처럼 만들

    어 갖은 양념에 볶아먹는 ‘밀고기볶음’도 있고, 같은 방식으로 콩단백

    을 치대어 길죽하게 썰어 녹말가루에 묻혀 튀기는 ‘콩고기탕수육’도 있

    다. 두 가지 다 팔죽지가 떨어져나갈 듯한 고된 노동이 필요하다. 아무

    튼 까죽도 그렇게 채식을 다양화하려는 어머니의 노력이 찾아낸 식재

    료 중 하나였다. 그때 나는 까죽을 처음 먹고 무슨 이런 맛이 다 있나 싶

    어 깜짝 놀랐다. 어머니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흐뭇한 표정으로 내게

    ‘이게 바로 까죽이다’ 하고 일러주셨다.

    ‘목금토’의 맛 한 오라기

    까죽은 보통 한 단에 5,000원 정도 하는데, 한 단의 크기가 엄지와 검지

    로 동그랗게 만 정도밖에 안 된다. 나는 항상 만 원 주고 두 단을 사온다.

    우선 까죽의 소중한 이파리들이 떨어져나가지 않도록 조심해서 씻는

    다. 씻은 까죽을 끓는 물에 데쳐 간단히 무쳐먹기도 한다는데 그렇게 하

    면 까죽 고유의 향이 날아가서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씻은 까죽은 은근한 소금물에 담가 반나절 정도 절인 후 너무 꽉 짜지 말

    고 꾸욱 눌러 짠 다음 채반에 잘 펼쳐 하루 정도 말린다. 꾸욱 눌러 짜느

    라 접히고 오그라진 잎들을 살살 펼쳐 말려야 하는데, 이때에도 잎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말릴 때도 햇볕에 바싹 말려선 안 되고

    그늘에서 꾸덕꾸덕 말려야 한다. 안 그랬다간 잎들이 다 부서져 달아난

    다. ‘아기 다루듯이’라는 말은 까죽 이파리 다룰 때 하는 말 같다.

    말린 까죽은 장아찌나 김치나 나물, 뭘 해도 맛있다. 고추장에 박아두

    면 까죽장아찌가 되고, 김치양념에 버무려 익히면 까죽김치가 된다.

    까죽나물은 갖은 양념에 고춧가루와 액젓 등을 넣어 팔팔 끓이다 까죽

    순을 넣고 후딱 튀기듯 볶아내면 된다. 나는 주로 반은 까죽장아찌, 반

    은 까죽나물로 만들어 먹는다. 그러려고 두 단을 산 것이다. 까죽의 맛

    은 정말 묘해서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까죽에서

    는 나무와 쇠와 흙의 맛이 동시에 난다. 나는 그것을 ‘목금토’의 맛이라

    고 부른다. 밀폐된 용기에 꽁꽁 넣어둔 까죽장아찌는 여름에 그 진가를

    발휘하는데, 찬밥을 보리차에 말아 밥 한 술에 까죽장아찌 한 오라기

    얹어 먹으면 그 맛이 기가 막힌다. 물이 더해졌으니 ‘수목금토’의 맛이

    난다고나 할까.

    지금 우리 집 냉동실에는 까막고기가 있고 냉장고에는 까죽장아찌가 있

    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그것으로 끝!

    까죽에서는 나무와 쇠와

    흙의 맛이 동시에 난다.

    나는 그것을‘목금토’의

    맛이라고 부른다. 밀폐된

    용기에 꽁꽁 넣어둔

    까죽장아찌는 여름에 그

    진가를 발휘하는데, 찬밥을

    보리차에 말아 밥 한 술에

    까죽장아찌 한 오라기 얹어

    먹으면 그 맛이 기가 막힌다.

    물이 더해졌으니

    ‘수목금토’의 맛이

    난다고나 할까.Ⓒ박정아(blog.daum.net/white0192)

  • 천천히, 가만히마음을 물들이는 순한 시간

    물질적 풍요와 기술적 진보의 추구 끝에 기다리는 것이 오로지 ‘행복’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현실은 소망을 배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행복은 ‘즐거움’과 ‘만족’의 다른 말이다.

    그런데 마침내 잡았다고 생각하는 그 행복의 곁에는 때로 ‘외로움’과 ‘공허’가 버젓이 앉아 있다.

    그다지 마주하고 싶지 않은 불청객과 함께 나타난 행복을 진정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충북 제천시 수산면은 첩첩한 산과 광활한 호수에 기대어 삶을 영위하는 곳이다.

    일반적 시각으로 보자면 갖는 것보다 갖지 못하는 것, 누리는 것보다 누리지 못하는 것이 많은

    오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산면 사람들의 얼굴은 왜 그렇게 편안할까. 조용히 그 안을

    여행하노라면 깨닫게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과연 무엇인지.

    글 / 김동옥·사진 / 안홍범

    제 천 수 산 면

    2928풍경에 길을 묻다 / 제천 수산면 /푸른연금술사

  • 3130 /푸른 연금술사

    전통을 이어가는 삶의 풍경

    수산면은 농사로 한창 바빴다. 평지가 워낙 적어서 논농사를 짓는 곳

    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대부분 산비탈을 깎아 일군 밭에 각종

    작물을 심었다. 주종은 양상추, 치커리, 케일 등의 양채류였다. 2012

    년 10월 슬로시티로 지정된 지역답게 수산면에서는 아직도 소를 이용

    해 밭을 갈고 있었다. 사라져가는 전통문화가 수산면에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오티리에서는 정월 대보름이면 여전히 풍년과 안녕을 기

    원하는 별신제를 지내고 있다.

    수산면에는 워낙 경사가 심해서 기계가 접근할 엄두조차 못 내는 밭이

    수두룩했다. 기계도 쓸데없게 만드는 밭에 소는 우직하게 고랑을 그

    었다. 주인이 하라는 대로 꾀부리지 않고 묵묵히 쟁기를 끌었다. “이

    랴, 워디워디, 어뎌더뎌” 구성진 구음에 가고, 서고, 돌고, 속도를 붙

    였다. 간혹 어린 송아지들이 밭 귀퉁이의 나무에 매인 채 어미 하는 일

    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자신이 물려받게 될 일을 자연스럽게 배우

    는 것이었다.

    우리의 식탁에서 계절이 사라진 지 오래다. 비닐하우스 탓이다. 한겨

    울에도 수박, 딸기, 상추, 가지가 보란 듯이 생산되어 장바구니에 담

    긴다. 덕분에 애써 참지 않고 원하는 것을 섭취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런데 그것이 정말로 반길 만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비닐하우스는 우

    선 기다림이라는 단어를 지웠다. 계절마다 가장 빛나게 마련인 것들

    을 기다릴 때의 그 기분 좋은 설렘을 우리는 잃고 말았다. 또한 비닐하

    우스는 맛을 희석해 버렸다. 제철에 난 것들은 그 맛과 향이 확실했다.

    그렇지만 인공적으로 온도를 높이고, 채광 시간도 조절한 ‘공장’에서

    재배된 푸성귀와 과일이 어디 그렇던가. 푸성귀는 밋밋하기 짝이 없

    으며, 과일은 그저 설탕처럼 달기만 하다. 최고로 맛있는 지역에서 제

    철에 난 것들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그 속에 자연이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수산면에서는 비닐하우스를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가을 추수가 끝나

    고 찬바람이 불면 사람들은 농사를 멈춘다. 땅도 쉬어야 건강해진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농사 인구가 태부족이어서 한 가

    지 타협하기는 했는데, 바로 멀칭 재배(Mulching Cultivation: 농작물

    을 재배할 때 논밭의 표면을 비닐 등으로 덮어서 키우는 농사법)였다. 젊

    은이들이 다 빠져나가고, 노인들밖에 남지 않았으니 누가 그 넓은 밭에

    서 김을 맬 것인가. 그런 피치 못할 이유로 고랑의 흙을 더 북돋아서 이

    랑을 높이고 위에는 비닐을 덮은 다음 구멍을 뚫어 씨앗을 심었다. 막 빗

    은 머리칼처럼 가지런한 그 이랑들은 볕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쓸쓸함은 다시 생의 기운으로

    제천은 청풍호(충주에서는 자기 땅에 댐을 쌓아 만들었다는 이유를

    들어 충주호라고 부른다. 제천에서 청풍호라고 하는 이유는 호수를

    품은 면적이 압도적이어서다. 제천을 청풍명월의 고장이라고 하는

    데, 거기서 호수의 이름을 따왔다)를 빼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1985

    년 이 호수가 완공되면서 수많은 사람이 터전을 잃었다. 수몰의 흔적

    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청풍호반을 따라서 자동차를 타고 달리노라

    면 봄철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진 탓에 모습을 드러낸 집과 논밭 터들

    이 심심찮게 보인다. 흐르는 것이 어디 세월뿐이랴. 슬픔으로 가득했

    던 마음도 흐르고 흘러 마침내 담담해져서 태어난 집을 송두리째 삼킨

    그 아픔의 물을 생활기반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 새벽, 수

    03 모내기를 앞두고 촌부의 손길이 분주하다. 땅 힘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지런히 삽을 놀

    리고 있다. 04 초파일 연등이 꽃송이처럼 매달린 작은 암자 앞으로 물안개를 품은 청풍호

    가 수묵화처럼 걸려 있다. 05 과수원을 고고하게 거니는 닭들. 이 마을에서는 답답한 양계장 안이 아니라 집집마다 닭을 풀어서 기른다.

    01 충주댐이 들어서면서 만들어진 청풍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잃었지만, 30여 년의 시간이 흐르고 보니 누군가에게는 기대어 살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되

    었다. 02 산이 깊은 마을이다 보니 향 좋고 약효 좋은 약초가 많이 난다. 봄부터 내내 캐낸 약초는 제대로 손질해야 값이 더 나간다.

    01 02

    03

    05

    04

  • 3332 /푸른 연금술사

    01 산기슭 모난 터를 일구어 밭을 만든 부지런함이 지금껏 살아온 힘이었을 농군 부부. 곱게 갈아놓은 밭이랑에 씨앗

    을 심을 계절이 돌아왔다. 02 산야초마을에서 15년간 천연 염색 일을 하고 있는 송영선 씨 가족. 곱고 투명한 빛깔이

    모두 자연에서 난 재료에서 얻어진다. 03 풍년과 마을의 안녕을 비는 솟대는 제천의 명물이다.

    산면의 어부들은 전날 늦은 오후 던져두었던 그물을 거둬들인다. 쏘가

    리, 잉어, 가물치 등 고기들이 많이 잡히고 올라오는 것들마다 실했다.

    그렇지만 결코 남획하지는 않는다. 먹고 살만큼만 적당히 잡았다. 욕

    심을 부리면 당장은 배부를지언정 나중에는 추수가 끝난 후의 빈 들판

    에서처럼 흘린 이삭이나 주워야 함을 잘 알기 때문이다.

    수몰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갑작스러운 영락(零落)으로 말미암아

    큰 후유증을 앓았던 곳도 있다. 수산면의 동쪽 끝이자 단양군 단성면

    과 접경에 있는 대전리였다. 현재 100여 가구 200여 명이 사는 이 마을

    에는 탄광이 명맥을 유지하던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면 소재

    지인 수산리 못잖게 활기가 넘쳤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학생 수가 한

    때 650여 명에 달한 적도 있었다니 마을이 요즘과 비교해 얼마나 컸었

    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 학교가 1999년 졸업생 배출을 끝으로 폐교되

    었다. 채산성이 맞지 않아 탄광이 문을 닫은 이후 마을은 급격히 공동

    화되어 적막해졌다.

    그 묵직한 긴장을 기분 좋게 깬 것이 마을이야기학교였다. ‘예술과 마을

    네트워크’라는 단체가 2010년에 폐교를 손보아 다시금 개교하자 꼬깃

    꼬깃 싸매두었던 추억들이 되살아나 대전리에는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

    다. 주민들은 자신의 비밀스런 사연을 들려주는 대가로 초상화와 그 이

    야기가 실린 마을 소식지를 선물 받았다. 그것이 고마워 주민들은 또다

    시 자기의 자랑거리를 기증했다. 나무를 깎아 만든 조각품, 마당에 열

    렸던 열매, 들판에서 꺾어온 향기로운 꽃…. 이 교실 저 교실 들락거리

    며 ‘예술과 마을 네트워크’와 대전리 주민들 간 주고받은 소박한 징표들

    을 들여다보노라면 마음이 금세 따뜻해져서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현재에 만족하며 순간을 즐길 것

    청풍대교에서 옥순대교 방향으로 이어진 호반길에서 특별한 두 사람

    을 만날 수 있다. 한 사람은 솟대 조각가 윤영호, 다른 한 사람은 천연

    염색가 송영선이다. 윤영호는 일평생 솟대 문화를 연구하고 대중들에

    게 전파하고 있는 이다. 능강리 청풍호 바로 앞에 능강솟대문화공간

    이라는 국내 유일의 솟대 전문 박물관을 자비로 지어 무료 개방하고

    있다. 그가 일일이 만든 크기와 모양이 다른 솟대들로 박물관이 꽉 차

    있다. 솟대는 풍요를 기원하며 세우는 것으로 장대 위에 새 모양의 조

    각을 얹어 완성하는데, 팔도의 솟대에 얽힌 민간신앙 이야기가 꽤나

    흥미진진하다.

    송영선은 하천리 산야초 마을에 산다. 15년 전 이곳에 내려와 터를 잡

    고 약초생활건강이라는 사업체를 꾸려가고 있다. 제천에서 나는 갖은

    약초들을 제대로 말려서 일반에 보급하고 있다. 게다가 그는 약초를

    이용한 천연염색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약초로 속을 채우고 겉을 물

    들인 베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인증하는 글로벌 명품 등재를 앞두고

    있다. 예부터 염색가들은 쪽물을 제대로 들이느냐로 서로의 실력을

    평가했다. 그만큼 어려운 것이 쪽물 들이기인데, 그의 가게 마당 빨랫

    줄에 걸린 파란 쪽물 천은 어디 하나 뭉치거나 얼룩진 곳 없이 전체적

    으로 곱고 투명했다. 계화, 꼭두서니, 신나무로 물들인 노랑, 빨강, 보

    랏빛의 천들도 산들바람에 춤을 추는데 톺아볼 것 없이 훌륭했다.

    수산면은 호수와 산봉우리들이 빚어내는 풍경이 한 폭 수묵화 같다.

    진부한 표현임에도 수묵화보다 적합한 단어는 찾을 수가 없다. 구담,

    옥순을 위시한 월악의 기기묘묘한 봉우리들이 마치 이 땅의 것이 아

    닌 듯 솟아서 물을 가두고 있었다. 그 모습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만한

    곳이 청풍호 전망대였다. 두무산 다불암에서 교행 불능의 임도를 타

    고 조심조심 달리면 백봉산마루 주막이 나온다. 거기서부터 약 5분쯤

    산길을 걸으면 가슴마저 시원한 전망대에 닿는다. 옥순대교가 보이

    고, 그 밑으로는 유람선이 오갔다. 움직이지 않는 듯 보였으나 물 위에

    분명한 자취를 남기며 유람선은 나아갔다.

    해거름 녘의 조망은 정방사가 더 나았다. 능강리 금수산 꼭대기 바로

    아래 좌정한 정방사는 애초에 규모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벼랑 위에

    어찌어찌 공간을 내어 절을 지었다. 크기야 보잘것없으나 그곳이 품

    은 세상만은 비할 데 없이 거대했다. 정면으로 펼쳐진 능선들이 이우

    는 태양 아래서 황금 물결로 일렁였다. 구름은 포말 같았다. 법당의 주

    련이 이 광경을 노래했다. ‘산중에 무엇이 있을까, 산마루에 흰 구름

    많이 머물러 있구나. 다만 나 홀로 즐길 수 있을 뿐, 그대에게까지 바

    칠 수가 없구나.’

    슬로 라이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원주택 한 채쯤은 있어야 할 것 같

    고, 멋진 디자인의 기능성 아웃도어 의류와 캠핑 장비 또한 필수로 갖

    춰야 할 것처럼 여겨진다. TV 광고나 잡지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들 수밖

    01

    02

    03

  • 모퉁이마다 만나는 작은 호수의 아름다움- 영국 밀턴 케인즈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개발되고 있는 도시이자 가장 성공적인 계

    획도시인 밀턴 케인즈(Milton Keynes)는 런던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여의도 면적의 30배 정도인 이 곳을 개발하는 데 걸린 시간

    은 무려 30여 년. 성장이 목표가 아니라 ‘인간적인 도시’를 모토로

    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도시 개발 사례보다는 한참 걸렸다.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었던 밀턴 케인즈를 개발하며 세운 원칙은

    ‘Clean, Green, Safe’였다. 수백 년 된 나무와 숲, 늪지를 원래 모습

    그대로 보존하면서 건물을 지었고, 층수 또한 아름다운 경관을 위

    해 대부분 3층 이하로 제한했다. 도심이라고 해도 6층 건물이 가장

    높다. 원래 있던 숲 이외에 녹지를 확보하기 위해 매년 100만 그루

    가 넘는 나무를 심고 있는데, 현재 2,000만 그루가 넘는 나무가 자

    라고 있고 도시 면적의 22%가 공원, 잔디밭 등 녹지공간이다.

    낮은 구릉지대였던 밀턴 케인즈는 곳곳에 작은 호수와 늪이 자리하

    고 있는데, 개발을 하면서 인공호수를 더 만들었다. 늪지대를 활용

    해 만든 인공호수는 홍수를 막는 것은 물론 생태계의 보고이자 주

    민들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모두 12개에 달하는 이 호

    수들은 빗물을 이용해 조성했고, 오염 방지를 위해 기존의 하천이

    나 운하와 연결해 물을 순환시키고 있다. 호수 근처로 난 산책로와

    런던에서 버밍햄까지 이어지는 운하를 무대로 다양한 수상 레포츠

    를 즐길 수도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밀턴 케인즈는 친

    환경 수변 도시의 모범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100만 제곱미터의 싱그러움을 만나다프랑스 세르지-퐁투아즈

    프랑스가 만든 신도시 세르지-퐁투아즈(Cergy-Pontoise)는 인공

    호수를 배경으로 세워진 아름다운 예술작품과 같은 공간이다. 도

    시 한가운데를 흐르는 우아즈 강(Oise River)을 막아 만든 인공호

    수 주변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들어선 도시는 비즈니스 공간과 상

    업시설은 물론 교육과 여가시설까지 두루두루 알차고 조화롭게 갖

    추고 있어 우리나라가 판교를 개발할 때 모델로 삼기도 했다.

    인구는 20만 명이 채 되지 않지만, 훌륭한 기반시설과 생활여건은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을 불러모아 3,500여 개에 달하는 기업이 이

    곳에 적을 두고 있다. 풍부한 녹지공간과 레저시설에 이끌려 이곳

    을 찾는 이들도 많다. 자그마치 10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인공호수

    주변에는 ‘세르지 뇌빌(Cergy-Neuville)’ 레저단지가 자리잡고 있

    는데, 수상 스포츠시설과 골프장 등 훌륭한 여가시설이 풍부하다.

    공들여 세운 아름다운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세르지-퐁투아즈의

    노력은 남다르다. 주민들은 1인당 10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어야 하

    는 식목 조성 기준을 따라야 하고, 소형부터 대형 고급주택을 한

    구역에 골고루 배치해 사회 계층이 골고루 섞이도록 하는 현명한

    주택 정책을 펼치고 있다.

    도시의 중심을 인공호수에 두어 주민들에게 자연이 주는 아름다

    움과 건강한 활력을 풍족하게 공급하고 있는 세르지-퐁투아즈. 인

    간의 손으로 만든 인공 자연 역시 넘치는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제천시 수산면에는 자연이 아닌 사람의 손으로 만든 호수 청풍호가 있다. ‘인공’이라는 말에서 자칫 선입견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이곳 사람들의 일터이자 삶터, 휴식처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제천처럼 세계 곳곳에는 사람이 만든 호수가 또 하나의 자연이 되어 건강한

    삶의 무대가 되는 곳들이 있다. 인공호수에 아름답게 자연을 담은 친환경 도시 두 곳을 소개한다.

    사람이 만든 호수에 아름답게 고인 자연의 풍경

    TIP /

    3534 /푸른 연금술사

    여행을 행복하게 하는 맛

    수산면 수산리에 가람(043-651-2264)이라는 음식점이

    있다. 제천시가 ‘약채락(藥菜樂)’으로 선정한 한방음식 전

    문점이다. 약채락은 ‘약이 되는 채소를 먹으면 몸이 즐거

    워진다’는 뜻으로 제천시가 오래전부터 추진해온 자연주

    의 밥상 브랜드다. 가람에서는 약채락 업소답게 제천에서

    나는 온갖 약채들이 상에 오른다. 중댕가리, 다래순, 당귀,

    붉은치커리, 산뽕잎, 더덕 등으로 만든 음식이 정갈하고

    맛있다. 직접 잡은 잉어를 이용한 스테이크도 별미다.

    여행을 편안하게 하는 잠자리

    호반을 따라 돌다 보면 ES리조트(043-648-0480), 능강

    송펜션(043-651-0033), 솔레이크펜션(043-646-9496)

    등 묵을 만한 곳들이 많다.

    문의

    제천슬로시티방문자센터(www.slowcityjecheon.com,

    043-642-8311)

    에 없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 우리는 더욱더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해야 한

    다. 목적 있는 삶이 나쁘다고 말하려 함이 아니다. 단지 과연 이루기나

    할 수 있을지 알 수도 없는 ‘미래’에게 저당 잡힌 ‘현재’가 안타까운 것이

    다. 모든 것을 다 채웠기 때문에 수산면 사람들이 행복한 게 아니다. 대

    대로 이어온 전통을 지키면서 생활이 다소 불편할지언정 거기서 즐거움

    과 만족을 찾았기에 그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편안해 보이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문화인류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쓰지 신이치

    (Tsuji Shinichi)는 말한다. 슬로 라이프의 비결은 더하기가 아니라 빼

    기에 있다고. 그는 수산면 사람들처럼 욕심을 덜어내고 안분지족할

    것을 권한다. 그럴 때 비로소 현재를 즐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지

    금 이 순간, 햇살로 적당히 데워진 따사로운 바람이 불고, 온갖 꽃은

    다투어 피고, 신록은 물결처럼 산꼭대기를 향해 한 걸음씩 올라가고

    있다. 한 톨 의심도 없이, 또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일에만 파묻혀 나

    를 고달프게 하는 바로 지금 이 순간, 다시는 없을 2014년의 봄은 끝을

    향해가는 중이다.

    01 제철 산나물과 채소로 차린 밥상은 그 자체로 보약이 된다. 정갈하고 맛도 좋고 몸에도 좋다.

    02 제천 10경 중 8경인 옥순봉. 옥처럼 희고 푸른 바위들이 비 갠 후 땅을 뚫고 솟아나는 죽순처럼

    기세등등하고 아름답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01

    02

    ⒸThru The Round Window Ⓒsaigneurdeguerre

  • 3736 /푸른 연금술사 3736 /푸른 연금술사이 아름다운 풀무간 / 피아노

    88개 건반에 담긴

    다채로운 인생

    피아노누구나 피아노에 대한 추억이 한 가지쯤은 있을 것이다.

    젓가락 행진곡을 두드려 봤거나

    학창시절 좋아하는 여자애 혹은 남자애가

    멋드러지게 두드리는 피아노 소리에 얼이 빠져봤거나 말이다.

    글 / 윤정애 현대제철 홍보팀 과장

    여리게 그리고 세게,

    따로 또 같이 어우러지는 세상

    검은 건반 36개 흰 건반 52개, 88개의 건반을 넘나드는 소리는 마치 우여곡

    절 많은 우리네 인생을 이야기하듯 때로는 가냘프고 때로는 강렬하다. ‘피아

    노’라는 명칭이 여리게 연주하라는 피아노(Piano)와 세게 연주하라는 포르테

    (Forte)가 합쳐진 ‘피아노에 포르테(Piano e Forte)’의 줄임말이라니 무릎이

    탁 쳐진다. 현을 뜯어 소리 내던 이전의 악기들이 표현하지 못했던 소리의 강

    약을 미묘한 수준까지 조절할 수 있는 피아노. 과연 기쁨과 슬픔, 애환과 아

    름다움이라는 강약 담긴 인생을 이렇게 빼닮은 악기가 또 있을까.

    1700년경 이탈리아 악기제조공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Bartolomeo

    Cristofori, 1655∼1731)에 의해 발명된 피아노의 또 다른 매력은 혼자서 그

    면모를 과시하다가도 어느새 다른 소리를 돋보이게 해준다는 데 있다. 현악

    기나 관악기가 여러 개의 음을 동시에 연주하기 어려운 반면, 88개 건반이 7

    옥타브를 넘나들며 내는 피아노의 선율은 솔로로도, 반주 악기로써 다른 악

    기나 노래와의 어울림도 탁월하다. 실제로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 작품 리허

    설에서 오케스트라를 대신해 피아노로 반주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피아노

    를 모든 악기 가운데 가장 뛰어난 악기라고 칭한 전설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의 말이 십분 이해된다.

    피아노 소리의 원천은 바로 ‘철로 만든 현’이다. 조금이라도 소리가 이상하다

    싶으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피아노 조율인데, 그제서야 피아노 외관을 둘러

    싼 나무 안쪽에 숨어있는 현들의 위용을 엿볼 수 있다. 피아노 건반을 누르면

    건반에 연결된 해머가 현을 때리면서 소리가 만들어진다. 현의 굵기에 따라

    소리가 다르게 나기 때문에 피아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일 터. 평균적으로 90

    킬로그램의 장력을 뽐내며 스턴트맨들의 사랑까지 독차지하고 있는 현의 조

    율 상태를 유지하고 소리를 강하게 증폭시키기 위해 프레임도 주철로 제작된

    다고 하니 철에게 유독 고마워지는 순간이다.

    중학교 때였던가 어느날 집 앞에 배달차가 도착했다. 이제나저제나 학수고대

    하던 언니와 내가 맨발로 뛰어나가 맞이한 것은 다름아닌 황홀할 만큼 웅장

    한 피아노였다. 그날 이후로 우리 둘은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같이 피아노를

    두드렸다. 지금은 어느덧 흰 건반들이 누렇게 변해버렸지만 여섯 살 조카의

    손끝에서 벌써 또다른 소리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철이 만드는 소리가 얼

    마나 다채롭게 펼쳐질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 일명 ‘책공장’이라 불리는 대규모 인쇄소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파주 출판단지. 디지털

    인쇄기에서 수많은 책이 쉼 없이 쏟아져 나오는 그곳에서 유독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곳이 있다.

    코끝을 스치는 잉크 냄새, ‘철컥철컥’ 활자를 찍어내는 기계 소리, 선반 가득 60여만 개의 활자가

    공간을 가득 채운 곳. 현대제철 주요 고객사인 대성스틸 생산부 임의호 부장 가족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납 활자 인쇄 공정으로 책을 찍는 ‘활판공방’을 찾았다.

    글 / 박향아·사진 / 김학리·도움 주신 곳 / 활판공방 031-955-0084

    느릿느릿 1,000년의 시간을 여행하는 우직한 글자들

    대성스틸 생산부 임의호 부장 가족과 함께한 활판공방 체험

    3938 /푸른 연금술사몸으로 읽는 녹색 이야기 / 활판공방 체험

    ‘활판 인쇄’의 부활을 꿈꾸는 곳, 활판공방

    경기 파주출판단지 활판공방은 ‘활자’가 사라진 자리를 ‘폰트(Font)’가

    대신하는 시대에, 느리고 불편한 데다 경제성마저 없는 ‘활판 인쇄’를

    고집스레 이어가는 유일무이한 곳이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각 신문

    사에서는 새벽까지 활자를 조판하고 인쇄하는 작업이 한창이었고, 을

    지로와 충무로 일대에 자리한 인쇄소에서는 활판 인쇄기가 쉬지 않고

    돌아갔다.

    하지만 컴퓨터와 디지털 인쇄의 발전 속에서, 직접 금속을 녹여 활자를

    만들고 일일이 손으로 조판해 찍어내는 활판 인쇄는 급속하게 자취를

    감췄다. 전국 각지의 인쇄소에서 만들어진 수십만 개의 활자와 그 활자

    를 찍어내던 주조기, 활판 인쇄기까지 함께 사라지면서 활판 인쇄는 역

    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지는 듯했다.

    “아빠! 여기 좀 봐요. 글자가 가득 쓰여 있어요.”

    활판공방에 들어서자마자 한쪽 벽면을 빼곡하게 채운 엄청난 숫자의

    활자에 놀란 태형이(9세)는, 자신의 손톱보다도 작은 활자에 새겨진 한

    글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어느새 형 옆에서 활자를 살펴보던 태완

    이(7세)도 “여기 ‘태’자도 있어요!”라며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고는 신이

    났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오래된 기계와 수십만 개의 활

    자가 어우러진 모습은 두 아이들뿐만 아니라 엄마와 아빠에게도 낯선

    풍경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왔는데, 오히려 저와 아내가 더

    신기하네요. 저희 학창 시절에는 활판 인쇄로 만든 책들이 대부분이었

    는데, 활자와 인쇄기를 직접 보는 건 처음이거든요.”

    2007년 박한수 대표가 문을 연 활판공방에는 10년 동안 전국 각지를

    샅샅이 뒤져 모은 금속활자와 주조기, 활판 인쇄기가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곳을 오래된 물건들을 전시해 놓은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곳에서는 옛날 방식 그대로 활판 인쇄를 통해 책을 만

    들어 내고 있다. 디지털 인쇄의 발달과 함께 일자리를 잃은 장인들의

    손끝에서 활판 인쇄가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느리고 불편한 활판 인쇄를 고집하는 이유

    한 자 한 자 직접 새겨 넣어 자모를 만들고, 섭씨 300~400도의 고온에

    서 녹인 납을 부어 찍어낸 활자를 원고 내용에 맞게 한 글자 한 글자 조

    합해 일일이 손으로 찍어내는 활판 인쇄.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글을

    쓰고 출력 버튼만 누르면 빠르고 선명하게 인쇄물을 확인할 수 있는 디

    지털 시대에 인력도, 시간도, 비용도 상당한 활판 인쇄를 고집하는 이

    유는 무엇일까? 2008년부터 이곳 활판공방에서 전통적인 활판 인쇄

  • 4140 /푸른 연금술사

    방식으로 만들고 있는 시집, 을 보면 그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손으로 만져보면 종이의 질감뿐만 아니라 글자의 질감이 느껴지네

    요.” 아내 안정은 씨의 얘기에 가족들도 활판 인쇄로 만들어진 시집을

    손끝으로 가만히 따라 읽어본다. 활자를 조판해 압력을 가해 눌러 찍었

    기 때문에 표면이 매끄러운 디지털 인쇄와는 달리, 활판 인쇄만의 독특

    한 요철감이 손끝에 전해진다.

    “활자는 1분에 60개 정도 만들 수 있고, 인쇄는 많아야 한 시간에 1,500

    장 정도 찍을 수 있어요. 그렇다 보니 당연히 디지털 인쇄보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요. 일일이 사람의 손을 거쳐 완성되기 때문에 지면에

    따라서 잉크의 농도나 글자의 모양이 균등하지 않을 수도 있고요.”

    활판공방의 백경원 실장은 그럼에도 활판 인쇄를 고집하는 이유를 시

    간이 흘러도 변함 없이 보존할 수 있는 ‘영원성’ 때문이라고 했다.

    “디지털 인쇄로 찍어낸 책은 50여 년만 지나면 잉크가 흐려지거나 종

    이가 부식되기 시작해요. 하지만 우리 고유의 한지에 활판 인쇄를 사용

    해 만든 책은 500년, 길게는 1,000년이 지나도 그대로 보존됩니다. 그

    래서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간직하고 싶은 아름다운 시들을 활판 인

    쇄로 기록하기 시작했죠. 앞으로도 오래도록 보존해야 할 문서들을 기

    록하는 작업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가족의 손끝에서 탄생한, 세상에서 하나뿐인 책

    일일이 사람의 손길을 거쳐야 가능한 활판 인쇄. 그 녹록하지 않은 과

    정을 임의호 부장 가족이 직접 경험해 보기로 했다. 활판 인쇄를 통해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판권지를 만들고, 전통 제본 방식으로 천자문 책

    을 만들기로 한 가족. 글자를 새겨 넣는 ‘자모’ 과정과 활자를 찍어내는

    ‘주조’ 과정은 공방의 장인들이 손수 만들어 놓은 활자로 대신하기로 하

    고, 수십만 개의 활자 중 각자의 이름을 찾는 ‘문선’을 시작했다.

    “아빠, 글자가 너무 많아서 찾기가 어려워요.” 이제 막 한글을 익힌 막

    내 태완이에게는 글자의 크기, 서체별로 빼곡하게 들어 있는 활자 중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찾는 일이 만만치 않다. 그 사이 벌써 ‘임’, ‘태’ 두

    글자를 찾은 태형이가 “우리 이름은 두 글자가 같으니까 ‘완’자만 찾으

    면 되겠다”면서 태완이의 어깨를 가볍게 해준다.

    가족 모두 각자의 이름이 새겨진 활자를 찾은 후, 아빠는 특별히 두 아

    들을 위해 ‘2014 어린이날 기념’을 새겨 넣을 활자까지 문선을 마쳤다.

    각자가 찾은 활자들을 순서, 행간, 자간, 위치 등을 조정해 판을 짠 후,

    드디어 활판 인쇄를 시작할 차례. 조판된 활자에 잉크가 채워지고, 양

    손에 힘을 가하자 하얀 한지에 가족의 이름이 선명히 새겨졌다.

    “우와! 내 이름이 여기에 찍혔어요. 엄마 아빠 이름도요!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처음 해보는 활판 인쇄가 마냥 신기한 태형이와 태완이

    는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한지를 보고 또 보고, 손끝으로 가만히 글자

    의 질감도 느껴본다.

    “제가 회사에서 하는 업무가 현대제철 코일 센터에서 생산한 코일을 가

    공해서 다시 자동차 쪽에 판매하는 일이거든요. 아무래도 ‘철’과 관련

    된 일을 하다 보니, 활판 인쇄 과정에 괜히 정이 가네요. 어린이날이라

    서 아이들과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현대제철에서 마련한 활판공방 체

    험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최고의 어린이날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전통 제본 방식에 따라 천자문이 새겨진 한지를 실로 엮고 각자의 이름

    과 ‘2014 어린이날 기념’이란 글자가 새겨진 ‘판권지’를 붙이자, 세상에

    서 단 하나뿐인 활판 인쇄 천자문 책이 완성됐다. 화학 접착제를 사용

    하지 않고, 한지에 구멍을 뚫어 실로 꿰매서 엮는 전통 제본 방식을 사

    용했기 때문에 튼튼할 뿐만 아니라, 책을 펼치기도 쉽고 시간이 지나도

    낱장이 뜯어질 일이 없다. 한지에 활판 인쇄로 글자를 새겨 넣었기 때

    문에 잉크가 날아갈 걱정도 없다.

    1,000년 후에도 선명하게 남아 있을 가족의 이름이 새겨진 책을 가만

    히 만져본다. 뜨거운 온도에서 녹여낸 활자를 가족의 손으로 일일이 조

    합하고 활판 인쇄를 통해 직접 찍어낸 단 하나뿐인 책. 빠르고 정확한

    디지털 인쇄로는 담아낼 수 없는 활판 인쇄만의 따뜻한 온기가 손끝 가

    득 느껴진다.

    TIP

    활판 인쇄로 책 만들기

    자모 만들기 : 자동 조각기를 사용해 금속 봉에 글자를 새겨 넣는다.

    ❷ 활자 주조하기 : 활자 주조기에 자모를 넣고 녹인 납을 부어 활자를 만든다.

    ❸ 문선하기 : 만들어 놓은 활자 중 인쇄에 필요한 활자를 찾는다.

    ❹ 조판하기 : 문선한 활자를 활용해 인쇄할 원고 내용에 맞게 판을 짠다.

    다양한 공목을 사용해 순서, 행수, 행간, 자간, 위치 등을 일일이

    조정하여 조판을 완성한다.

    ❺ 인쇄하기 : 식자한 조판을 인쇄기에 고정한 후, 인쇄한다.

    ❻ 제본하기 : 전통 방식에 따라 한지에 구멍을 뚫은 후, 실로 튼튼하게 엮어

    책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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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342함께 가는 이 길 / 가정에너지 코디네이터 /푸른 연금술사

    우리네 이웃집을 찾아다니며 에너지 절약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현대제철 가정에너지 코디네이터들이다. 직접 발로 뛰며 집집마다 새고 있는 에너지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한 걸음 한 걸음을 따라가 보았다.

    글 / 김정수·사진 / 김학리

    똑똑, 당신의 에너지를 지켜드립니다

    이웃사랑으로 빛나는 봉사를 말하다

    사실 가정에너지 코디네이터 활동은 누군가의 부탁으로 하는 것도,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닌 순수 봉사로 자신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야

    한다. “단순히 에너지 절약을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라는

    마음으로 실천하게 되면 그 마음이 자연히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어지

    지 않을까 해서 봉사활동을 신청하게 됐습니다”라는 정영자 코디네이

    터의 말에 이어 김경숙 코디네이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