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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design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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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나뢰크 : 리프의 고백(약 3분)

그날 아침, 저는 평소와 같이 나무열매 하나로 주린 배를 채우고 있었어요. 막 한 입 베어물려는 순간, 사방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어요.고개를 들어보니 늑대가 태양을 삼키고 있었습니다. 달도 마찬가지였어요. 해와 달이 뿌린 피가 구름을 붉게 물들이고 별들이 하늘에서 떨어져버렸어요.그리고는 무시무시한 지진이 시작되었어요. 산들이 흔들리고 나무가 뿌리째 뽑혀 나갔어요. 때문인지 악동 로키와 그의 아들인 늑대 펜리르가 풀려났죠. 풀려난 펜리르는 눈과 코에서 불길을 내뿜으며 세상을 집어삼킬 듯이 입을 벌렸어요. 뿐만이 아니에요. 요르문간드가 몸을 뒤트는지 바다에 해일이 일어나고 폭풍이 몰아쳤어요. 그 뱀이 곧 바다에서 올라와 독을 뿜어내 대기와 바다는 오염되었어요. 숨조차 쉬기 힘들었죠.그 때, 저 멀리서 무언가 빛이 나는 게 보였어요. 불칼을 휘두르는 거인 수르트르였어요. 그가 엄청난 불의 군대를 이끌고 온 것이었지요. 해와 달, 별이 없는 세상이 다시 환해졌지만 그건 사나운 불의 광채때문이었어요.수평선 너머로 거인 흐림르가 이끄는, 죽은 자들의 손톱과 발톱으로 만든 배 나글파도 보였어요.그들은 거인, 괴물, 난쟁이들을 이끌고 앞장서서 저 위, 아스가르드로 향했어요. 그들이 비프뢰스트를 지나가는데 비프뢰스트는 불길의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녹아내려버렸어요. 어디선가 길게 뿔나팔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던 것도 같고요.저는 모든 걸 세계수 이그드라실 안에서 숨어 지켜보고 있었지요. 그래서 아스가르드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자세히는 몰라요. 다만 이그드라실이 크게 흔들리고 난 후 신의 군대와 거인의 군대가 맞붙었다는 것만은 확실해요. 어둡기 짝이 없는 세상에서 불길만이 번쩍였어요. 그 번쩍임은 죽은 것과 산 것을 모두 삼키며 피와 살을 태워 연기를 만들어냈어요. 그리곤 피가 강물처럼 흘러내리고, 바람, 축축한 안개, 싸움터의 외침, 죽은 혼과 시체들이 세상을 가득 채웠지요. 끔찍했죠.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지... 아스가르드를 비롯한 모든 세계는 용광로처럼 변했어요. 기어이 대지는 재가 돼 바닷속으로 가라앉았고... 세상에 더 이상 태울 것이 없어지자 결국 수르트르도 사라져버렸어요.그리고는 오랜 시간, 도래한 종말 가운데 서성이는데, 기적이 일어났어요. 바다에서 녹색으로 뒤덮인 땅이 솟아오른 거에요. 그곳에는 곡식이 가득했지요. 사라져버린 줄 알았던 해와 달도 시간이 지나자 다시 빛이 돌아오기 시작했고요.아제 신 비다르와 발리도 죽지 않고 살아있었어요. 모디와 마그니도요. 발더와 그 아내 난나, 그리고 회두르는 죽은 자들의 나라에서 살아 돌아왔고요. 그들은 서로 웃으며 드넓은 평원을 거닐었어요.하지만 저와 남편은 기뻐할 수 없었습니다. 저희가 원한 것도 아닌 전쟁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는데, 어떻게 쉽게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요. 그들이 변하지 않는 한 다시 희망을 되찾는 것은 불가능할 겁니다. 영원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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