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자비의 얼굴” · 2015. 11. 24. · 6 “하느님 자비의 얼굴”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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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자비의 얼굴” 2015년 10월 16일(금) 14:00~ 서울대교구 혜화동성당 하느님 자비의 특별 희년 맞이 대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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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자비의 얼굴”

2015년 10월 16일(금) 14:00~

서울대교구 혜화동성당

하느님 자비의 특별 희년 맞이 대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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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희년 공식 성가 ● 05

하느님 자비의 특별 희년 맞이 대강연 취지와 순서 ● 06

칙서 「자비의 얼굴」에 대하여 ● 08

자비의 특별 희년 선포 칙서: 「자비의 얼굴」(Misericordiae Vultus) ● 09

「자비의 얼굴」구조와 주요 내용 ● 17

「자비의 얼굴」 강독 자료 ● 25

‘자비’ 관련 용어 정리 ● 43

강연: 너희의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 51

‘자비의 특별 희년’에 따른 한국 천주교회의 과제와 실천 ● 67

자비의 특별 희년(2015년 12월 8일–2016년 11월 20일) 주요 일정 ● 80

자비의 선교사 ● 82

희년의 자원 봉사자 ● 84

자비의 특별 희년 대사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서한 ● 86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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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희년 공식 성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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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자비의 얼굴”하느님 자비의 특별 희년 맞이 대강연

● 일시: 2015년 10월 16일(금) 14:00~17:00

● 장소: 서울대교구 혜화동성당(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288 (혜화동) ☎(02)764-0221

● 취지

① 왜 지금 ‘자비의 특별 희년’이 선포되었는지를 알아본다.

② 칙서 「자비의 얼굴」이 권고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실천한다.

③ 자비와 정의의 관계를 정확하게 알고, 실천하도록 안내한다.

● 목표

① ‘자비의 특별 희년’을 보람 있게 보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② 칙서 「자비의 얼굴」을 읽고 관련 성경을 묵상하며 실천하도록 안내한다.

③ ‘자비의 특별 희년’이 주는 의미를 깨닫고 이를 선교와 접목시킨다.

● 진행 순서

1. 시작 기도와 인사 ............................................................. 김지영 신부

2. 트럼펫 묵상 ...................................................................... 김 수산나

3. 자비의 의미 ...................................................................... 주원준 박사

4. 자비의 얼굴 구조와 주요 내용

5. 강연 1부 ........................................................................... 이병호 주교

6. 성가 묵상(듀엣) .................................................................. 강훈 / 이정아

7. 휴식

8. 강연 2부 ........................................................................... 이병호 주교

9. 자비의 희년에 따른 과제 ................................................. 전 원 신부

10. 질의 응답 ......................................................................... 주원준 박사

11. 합창(가톨릭소년소녀 뮤지콰이어) ................................ 지휘: 송현아

12. 강복 ................................................................................ 이병호 주교

● 후원: 가톨릭신문, 평화방송·평화신문

● 주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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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자비의 특별 희년 맞이 대강연

● 프로필

1. 강연

이병호(빈첸시오) 주교: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장, 전주교구장

전원(바르톨로메오) 신부: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

2. 진행과 질의 응답

김지영(사무엘) 신부: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총무, 서울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

주원준(토마스 아퀴나스) 박사: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 한님성서연구소 연구원

3. 트럼펫 묵상

김 수산나: 독일 쾰른음대 졸업, 명동대성당 트럼페터

4. 성가 묵상

강훈(시몬): 한국예술종합학교 오페라과 및 이탈리아 꼬르시꼬 시립음악원 졸업

이정아(체칠리아): 이탈리아 베르디 국립음악원 졸업, 영남대학교 교수

5. 가톨릭 소년소녀 뮤지콰이어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사회교정위원회 소속,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콘서트와 프랑스

파리나무십자가 내한 공연 협연

<지휘: 송현아(글라라) / 한국종합예술학교 수석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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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13일, 베드로의 후계자로 선출되신 지 2주년을 기념하는 날에 프란치스코 교황께

서는 특별 성년(聖年)을 반포하셨다. 이는 평범한 기념일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속성 가운

데 구약과 신약 안에서 가장 높이 찬미되는 주님의 자비를 기념하는 첫 번째 성년이다.

2015년 4월 11일에 발표된 희년 선포 칙서 「자비의 얼굴」은 교황 성하의 계획을 상세히 밝혀

주며, 성년에 관한 성찰의 열쇠가 되고, 그 거행 관련 정보를 위한 탁월한 자료가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직무에서 자비가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은 회칙 「복음의 기쁨」

(Evangelli Gaudium)에서 교황께서 하신 말씀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교회는 “하느님 아

버지의 자비와 그 무한한 힘을 경험하였기에 자비를 베풀려는 끝없는 열망을 지니고 있습니

다”( 「복음의 기쁨」, 24항).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자비를 신학적으로 충실하게 종합한 「자비의 얼굴」을 통하여 이 희

년의 길과 방향 자체의 개요를 보여주신다. 자비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하느님의 얼굴, 나

자렛 예수님께서 날마다 구체적으로 하신 일, 교회의 신뢰성에 대한 확실한 표현 방식을 나타

내는 것이다.

이는 우리 각자, 모든 곳에서 모든 방식으로 드러나는 하느님의 표징들에 충실하도록 부르심을

받았음을 의미한다. 교황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신다. “교회는 용서와 헌신으로 이끄는 이러한

사랑의 봉사자요 전달자가 됩니다. 그러므로 교회가 있는 곳 어디에서나 하느님 아버지의 자

비가 드러나야 합니다. 우리 본당과 공동체, 단체와 운동, 곧 그리스도인들이 있는 곳에서는 누

구든지 자비의 안식처를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자비의 얼굴」, 12항).

성년 준비와 관련하여 교황께서는, 개별 교구가 이 해를 무엇보다도 사목 생활 쇄신을 위한 참

된 기회로 지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셨다.

성년의 영적 차원을 가장 잘 표현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희년은 그 긍정적인 의미에서 교

회에 도전이 된다. 이는 역사의 이 시점에서 우리가 당면한 도전들을 이해할 뿐 아니라, 무엇보

다도 우리 동시대인들이 우리 신자들에게 거는 기대를 이해하도록 해준다. 무엇보다도 여기

에는 그리스도의 이름을 전하는 이들의 생활 방식과 복음 선포의 일관성이 있다.

참조: 「자비의 얼굴」 전문은 희년 공식 홈페이지(www.im.va)와 사도좌 홈페이지(www.

vatican.va)에 게재되어 있으며, 한국 주교회의에서는 이를 번역하여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여

기에서는 10항까지만 게재하였다.

� 칙서 「자비의 얼굴」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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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얼굴(Misericordiae Vultus)

자비의 특별 희년 선포 칙서

하느님의 종들의 종 로마 주교 프란치스코가

이 편지를 읽는 모든 이에게 은총과 자비와 평화를 빕니다.

1.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의 얼굴이십니다. 그리스도 신앙의 신비는 이

말로 잘 요약되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자비는 나자렛 예수님 안에서 생생하게 드러나 그 정

점에 이르렀습니다. “자비가 풍성하신”(에페 2,4) 아버지께서는 모세에게 “자비하고 너그러

운 하느님, 분노에 더디고 자애와 진실이 충만한 하느님”(탈출 34,6 참조)이라고 당신 이름

을 알려 주시고 역사를 통하여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당신의 거룩하신 본성을 끊임없이 보여

주십니다. 구원 계획에 따라 모든 것을 마련하시고 “때가 차자”(갈라 4,4) 아버지께서는 당

신 아드님을 보내시어 동정 마리아에게서 태어나게 하시고 우리에게 완전한 사랑을 보여

주셨습니다. 예수님을 뵌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입니다(요한 14,9 참조). 나자렛 예수님

께서는 당신의 말씀과 행동, 당신의 온 인격으로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내십니다.1)

2. 우리는 언제나 자비의 신비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 신비는 기쁨과 고요와 평화의 샘입

니다. 여기에 우리 구원이 달려 있습니다. 자비라는 말은 거룩한 삼위일체 하느님의 신비를

보여 줍니다. 자비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만나러 오시는 궁극적인 최고의 행위입니다. 자비

는 인생길에서 만나는 형제자매를 진실한 눈으로 바라보는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 잡

는 근본 법칙입니다. 자비는 하느님과 사람을 이어 주는 길이 되어 우리가 죄인임에도 영원

히 사랑받으리라는 희망을 품게 해 줍니다.

1)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하느님의 계시에 관한 교의 헌장 「하느님의 말씀」(Dei Verbum), 4장, 참조,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한글판,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13(제3판6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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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리는 특별히 주님의 자비에 주의를 기울여 우리 자신이 자비를 베푸시는 아버지의 뚜

렷한 표지가 되도록 부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저는 자비의 특별 희

년을 선포합니다. 이 특별 희년에 신자들이 더욱 힘차고 효과적인 증언을 하여 교회에 은총

의 때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성년은 2015년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시작됩니다. 이

대축일은 하느님께서 인류 역사의 맨 처음부터 어떻게 활동하셨는지를 상기시켜 줍니다.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지은 후에 하느님께서는 인류를 죄악에 얽매인 채로 버려두고자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그분께서는 사랑으로 거룩하고 흠 없는 마리아를 선택하시어 인간

구원자의 어머니가 되기를 바라셨습니다(에페 1,4 참조). 무거운 죄에 대하여 하느님께서는

완전한 용서로 응답하셨습니다. 주님의 자비는 언제나 어떠한 죄보다도 더 크므로 그 누구

도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막을 수 없습니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에 저는 성문(聖門)을 여는 기쁨을 누릴 것입니다. 그날, 성문은 자비의 문이 될 것입니다.

그 문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누구나 위로하시고 용서하시며 희망을 불어넣어 주시는 하느

님의 사랑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대림 제3주일에 로마 주교좌 대성당, 곧 성 요한 라테라노 교황 대성전의 성문이 열릴 것

입니다. 이어서 다른 교황 대성전들의 성문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바로 그 주일에 저는, 모

든 개별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신자들의 어머니 교회인 주교좌 대성당이나 공동 주교좌

대성당, 또는 특별히 중요한 성당에서 자비의 문을 열고 성년 내내 열어 두라고 선포할 것

입니다. 많은 순례자들이 방문하는 순례지에서도 교구장 주교의 권위로 자비의 문을 열 수

있습니다. 이러한 거룩한 장소에서 순례자들은 마음으로 은총을 체험하고 회개의 길을

찾게 됩니다. 이렇게 모든 개별 교회는 직접 참여하여 이 성년을 특별한 은총의 때와 영적

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로마와 더불어 개별 교회에서도 온 교회의

가시적 친교의 표징으로 이 희년을 지내기 바랍니다.

4. 제가 12월 8일을 선택한 것은 이날이 교회의 근대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날이기 때

문입니다. 저는 사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50주년이 되는 이날 성문을 열 것입니다.

교회는 이 공의회를 생생하게 기억하여야 합니다. 이로써 교회는 역사 안에서 새로운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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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시작하였습니다. 참으로 성령 강림 때처럼 공의회 교부들은 하느님에 대하여 동시대

인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해야 할 필요성을 강렬하게 느꼈습니다. 오랫동안 교회를 안온

한 도성처럼 감싸 주던 성벽은 무너져 버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복음을 선포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복음화의 새로운 길이 열린 것입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의 새로운 임무는 열정과

확신으로 신앙을 증언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세상에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을 생생하게 보

여 주어야 할 책임을 각성하였습니다.

요한 23세 성인이 공의회를 시작하며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밝혔던 뜻깊은 말씀을

되새깁니다. “이제 그리스도의 신부는 엄격함이 아닌 자비의 영약을 사용하고자 합니다.

…… 가톨릭 교회는 공의회를 통하여 신앙 진리의 횃불을 높이 들고, 사랑이 넘치는 모든

이의 어머니, 인자하고 인내하는 어머니, 갈라져 사는 자녀들에게 다정하고 자비로운 어머

니로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자 합니다.”2) 바오로 6세 복자는 공의회를 마치면서 같은

맥락에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우리 공의회의 신앙은 무엇보다도 먼저 사랑이었음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 착한 사마리아인의 옛 이야기가 우리 공의회의 정신을 이끌어 준

모범이자 규범이었습니다. …… 공의회는 현대인들에게 열정과 감동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오류는 완전히 거부되었습니다. 진리만이 아니라 사랑 그 자체도 오류를 거부합니다. 사람

은 언제나 존중하고 사랑해야 하지만 오류는 경계하여야 합니다. 공의회는 분명히 정신을

혼란시키는 질병을 깨닫고 위로가 가득한 구원의 영약을 가져다주었으며 불길한 징조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희망과 신뢰의 메시지를 현대인들에게 전하였습니다. …… 다음과

같은 것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 공의회의 풍요로운 가르침은 인간에게 봉사하려는 단

하나의 목적을 지니고 있습니다. 모든 환경에서 살아가는 인간, 온갖 나약함을 지닌 인간,

갖가지 요구를 지닌 인간에게 봉사하려는 것입니다.”3)

이러한 정신으로 교회가 받은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제 앞에 놓인 직무에 대한 책

임감으로, 순례하는 우리를 지켜 주시고 보호하시는 부활하신 주님의 힘을 굳게 믿으며 저

는 성문을 열고 지나갈 것입니다. 믿는 이들의 발걸음을 그리스도의 구원 활동에 협력하도

2)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연설, “어머니인 교회가 기뻐한다”(Gaudet Mater Ecclesia), 1962년 10월 11일, 2-3항.

3)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최종 전체 회의에서 한 연설, 1965년 1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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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이끄시는 성령께서 하느님의 백성을 일으켜 세우시고 이끌어 주시어 그들이 자비의 얼

굴을 바라보도록 도와주시기를 빕니다.4)

5. 희년은 2016년 11월 20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끝날 것입니다. 그날 성문을 닫을 때, 우

리는 그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이렇게 특별한 은총의 시간을 주신 성삼위 하느님께 감사하

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을 것입니다. 그 때 우리는 교회의 삶과 모든 인간과 무한한 우주를

주님이신 그리스도께 맡겨 드리며 미래의 풍요로운 역사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모든 사람

에게 당신의 자비를 아침 이슬처럼 내려 주시기를 빌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해마다 자비가

넘쳐 우리가 모든 사람에게 다가가 하느님의 선하심과 온유하심을 가져다주기를 간절히 바

랍니다. 우리 가운데에 이미 현존하는 하느님 나라의 표징으로서 자비의 향유가 믿는 이나

믿지 않는 이나 모든 이에게 전해지기를 빕니다.

6. “자비를 베푸시는 것이 하느님의 고유한 본질입니다. 바로 그 자비 안에서 하느님의 전능

이 드러납니다.”5)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이 한 이 말씀은, 하느님의 자비가 나약함의 표시가

아니라 전능하신 하느님의 특성이라는 것입니다. 바로 그런 이유로 전례의 가장 오래된 본

기도에서 우리는 “전능하신 하느님, 크신 자비와 용서를 베푸시고”6)라고 기도합니다. 하느

님은 인류 역사에 언제나 가까이 계시며 섭리하시는 분, 거룩하고 자비로우신 분으로 현존

하실 것입니다.

구약 성경에서는 분노에 더디시고 자비로우신 분이라는 말로 자주 하느님의 본성이 묘

사됩니다. 하느님께서 자비로운 분이시라는 것은 그분의 인자하심이 징벌과 파멸보다 앞서

는 구원 역사의 많은 순간들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특히 시편은 주님의 위업을 이렇

게 찬양합니다. “네 모든 잘못을 용서하시고 네 모든 아픔을 낫게 하시는 분, 네 목숨을 구

렁에서 구해 내시고 자애와 자비로 관을 씌워 주시는 분”(시편 103[102],3-4). 시편의 다른

4)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 「인류의 빛」(Lumen Gentium), 16항;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 15항,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개정판 제3판 5쇄, 참조.

5) 성 토마스 아퀴나스, 「신학 대전」(Summa Theologiae) II-II, q. 30, a. 4.

6) 연중 시기 제26주일. 이 본기도는 8세기에 「젤라시오 성사집」(the Gelasian Sacramentary)(1198)의 기도문에 이미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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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에서는 더욱 명확하게 주님 자비의 구체적인 표지를 보여 줍니다. “억눌린 이들에게 올

바른 일을 하시며 굶주린 이들에게 빵을 주시는 분이시다. 주님께서는 붙잡힌 이들을 풀

어 주시고 눈먼 이들의 눈을 열어 주시며 꺾인 이들을 일으켜 세우신다. 주님께서는 의인

들을 사랑하시고 이방인들을 보호하시며 고아와 과부를 돌보신다. 그러나 악인들의 길은

꺾어 버리신다”(시편 146[145],7-9). 시편 작가는 이렇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마음이 부서

진 이들을 고치시고 그들의 상처를 싸매 주신다. …… 주님께서는 가난한 이들을 일으키

시고 악인들을 땅바닥까지 낮추신다”(시편 147[146-147],3.6). 그러므로 하느님의 자비는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당신의 사랑을 보여 주는 구체적인 실재입니다. 이는 부모가 자기

자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과 같습니다. 정녕 애끊는 사랑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

사랑은 온유한 배려와 너그러운 용서가 넘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자연스럽게 솟구치는

사랑입니다.

7. “주님의 자애는 영원하시다.” 이는 하느님의 계시 역사를 노래하는 시편 136편의 모든 절

마다 반복되는 후렴구입니다. 자비를 통하여 구약의 모든 사건이 심오한 구원의 의미를 지

니게 됩니다. 자비는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역사를 구원의 역사로 변화시켜 줍니다. 이 시편

처럼 “주님의 자애는 영원하시다.”라고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은 공간과 시간의 차원을 뛰

어넘어 모든 것을 영원한 사랑의 신비 안으로 들여놓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는 역사 안에서

만이 아니라 영원토록, 인간은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로운 눈길 아래 있으리라는 것을 말하

고자 하는 듯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른바 대찬양이라고 하는 이 시편을 그들의 가장 중

요한 전례 축일에 포함시키고자 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수난하시기 전에 이 자비의 시편으로 기도하셨습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예수님과 제자들이 “찬미가를 부르고 나서”(마태 26,30) 올리브 산으로 갔다고 말했을 때

이를 증언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성찬례를 당신과 당신의 파스카 희생에 대한 영원한

기념제로 제정하시면서, 자비의 빛이 상징적으로 이 최고의 계시 행위를 비추게 하셨습니

다. 바로 그 자비의 지평에서,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완성될 위대한 사랑의 신비를 의식

하시며 수난하시고 돌아가셨습니다. 우리가 예수님께서 이 시편으로 기도하셨다는 것을 알

게 되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시편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날마다 바치는 기도에서 이

찬미의 후렴구를 노래하게 될 것입니다. “주님의 자애는 영원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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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우리가 예수님과 그분의 자비로운 얼굴을 끊임없이 바라보면 거룩하신 삼위일체 하느님

의 사랑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사랑의 신비를 온전히 드러내라는 임

무를 아버지께 받으셨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8.16). 이는 요한 복음사가

가 성경 전체에서 처음이자 유일하게 단언하고 있습니다. 이 사랑은 이제 예수님의 온 삶에

서 눈에 보이게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그분께서는 오직 사랑, 자신을 거저 내어 주는 사랑

이십니다. 예수님을 만나는 사람들과 그분께서 맺는 관계는 각기 유일무이한 것입니다. 예

수님께서 특별히 죄인이나 가난한 이들, 버림받은 이들, 병자들, 고통 받는 이들에게 행하

신 모든 기적은 자비를 보여 줍니다. 그분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자비로 드러납니다. 그분 안

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 자비가 넘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라오는 군중을 보시자 그들이 지도자 없이 길을 잃고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는 것을 알아채시고 무척 가엾은 마음이 드셨습니다(마태 9,36 참조). 그분

께서는 가엾게 여기시는 마음으로 사람들이 데려온 병자들을 고쳐 주시고(마태 14,14 참

조), 빵 몇 개와 물고기 몇 마리로 수많은 군중을 배불리 먹이셨습니다(마태 15,37 참조).

이 모든 상황에서 예수님을 움직인 것은 다름 아닌 자비였습니다. 그 자비로 당신께서 만

난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그들의 절실한 바람을 채워 주셨습니다. 외아들의 장례를 치르

러 가는 나인의 과부를 만나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울부짖는 어머니의 커다란 고통을 보

시고 무척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그 아들을 죽음에서 다시 일으켜 어머니에게 돌려주셨

습니다(루카 7,15 참조). 게라사인 지방에서 마귀 들렸던 사람을 고쳐 주시고, 예수님께서

는 그에게 이렇게 명령하셨습니다. “주님께서 너에게 해 주신 일과 자비를 베풀어 주신 일

을 모두 알려라”(마르 5,19). 마태오를 부르신 것도 자비의 맥락 안에 있습니다. 예수님께

서는 세관 앞을 지나시다가 마태오를 바라보셨습니다. 그 사람의 죄를 용서하시는 자비의

눈길이었습니다. 제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예수님께서는 죄인이며 세리인 그를 뽑아 열

두 사도 가운데 하나로 삼으셨습니다. 베다 성인은 이 복음 구절을 설명하면서, 예수님께

서 마태오를 자비로운 사랑의 눈길로 바라보시고 그를 선택하셨다고 하였습니다. “자비로

이 부르시니”(miserando atque eligendo)7)라는 말씀에 감동을 받아 저는 이를 제 문장에

넣었습니다.

7) 성 베다, 「강론집」(Homiliae), 21, 「라틴 그리스도교 문학 전집」(Corpus Christianorum Series Latina, CCL) 122, 149-15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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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자비에 관한 비유들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본성을, 온갖 반대를 물리치시고, 연민

과 자비로 끝까지 용서하시는 아버지의 본성으로 보여 주십니다. 우리는 이러한 비유들 중

에 세 가지 이야기, 곧 되찾은 양, 되찾은 은전과 되찾은 아들의 비유를 잘 알고 있습니다

(루카 15,1-32 참조). 이 비유들에서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기쁨에 넘치시는 분으로 그려집

니다. 특히 하느님께서는 용서를 해 주실 때에 더욱 기뻐하십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복음

과 우리 신앙의 핵심을 발견합니다. 자비는 모든 것을 이겨내는 힘으로 드러나며, 마음속을

사랑으로 가득 채워 주고 용서를 통하여 위로를 가져다줍니다.

또 다른 비유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삶에 중요한 가르침을 얻습니다. 도대체 몇 번이

나 용서해 주어야 하느냐는 베드로의 물음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내가 너

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마태 18,22) 그분은

또한 매정한 종에 대한 비유를 드셨습니다. 주인이 자기에게 많은 빚을 진 종을 부르자, 그

가 엎드려 절하며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빌었습니다. 그 종의 주인은 그 빚을 탕감해 주었

습니다. 그런데 그 종은 자기에게 얼마 되지도 않는 빚을 진 동료가 그에게 엎드려 자비를

청하자 들어주지 않고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주인이 이 말을 듣고 화가 나서 그 종을 다시

불러들여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네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하지 않느냐?”(마태 18,33) 예수님께서는 이 비유를 이렇게 마치셨습니다. “너

희가 저마다 자기 형제를 마음으로부터 용서하지 않으면, 하늘의 내 아버지께서도 너희에

게 그와 같이 하실 것이다”(마태 18,35).

이 비유는 우리 각자에게 분명한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자비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베

푸시는 것 일뿐 아니라 참된 하느님 자녀의 식별 기준이 되는 것이라고 예수님께서 단언하

십니다. 한 마디로 우리가 먼저 자비를 입었으므로, 우리도 자비를 베풀어야 합니다. 잘못

을 용서하는 것은 자비로운 사랑의 명확한 표현이고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계명입니다. 거듭 용서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워 보입니까! 그럼에도 용서는 우리의

나약한 손에 쥐어진 도구이며 이로써 우리는 마음의 평온을 얻을 것입니다. 반드시 증오와

분노를 버리고, 폭력과 복수를 포기해야만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사도의 권고를 받아

들입시다. “해가 질 때까지 노여움을 품고 있지 마십시오”(에페 4,26). 무엇보다도 먼저 자비

를 삶의 이상으로 제시하시고 우리 신앙에 대한 신뢰성의 기준으로 삼으신 예수님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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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들읍시다.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마태 5,7). 이 참

행복을 우리는 이 성년에 특별히 추구하여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성경에 나타난 자비는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행위를 가리키는

열쇠가 되는 말입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의 사랑을 다짐하실 뿐만 아니라 그 사랑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게 해 주십니다. 사실 사랑은 결코 추상적인 단어가 될 수 없습니다.

사랑의 본질은 구체적인 삶입니다. 일상의 행동에서 사랑은 생각과 태도와 습관으로 드러

납니다. 하느님의 자비는 하느님께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책임지신다는 것입니다. 하느

님께서도 책임을 느끼십니다. 곧 그분께서는 우리의 안녕을 바라시며 우리가 행복해 하고

기쁨에 넘쳐 평화롭게 사는 것을 보고자 하십니다. 그리스도인의 자비로운 사랑도 바로 이

러한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아버지께서 사랑하시듯이, 자녀들도 그렇게 사랑합니다. 아버

지께서 자비로우신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서로서로 자비를 베풀어야 합니다.

10. 자비는 교회 생활의 토대입니다. 교회의 모든 사목 활동은 온유함으로 이루어져야 하

며, 그 온유함을 신자들에게 보여 주어야 합니다. 복음 선포이든 세상에 대한 증언이든 그

어떠한 것도 자비가 없이는 할 수 없습니다. 교회에 대한 신뢰도는 자비와 연민이 가득 찬

사랑에 달려 있습니다. 교회는 “자비를 베풀려는 끝없는 열망을 지니고 있습니다.”8) 어쩌

면 우리는 오랫동안 자비의 길을 가리키고 그 길을 따라 살아가는 것을 잊고 있었는지도 모

릅니다. 한편으로 언제나 정의만을 요구하려는 것은 정의가 필수불가결한 첫걸음이라는 사

실을 잊어버리게 하기도 합니다. 교회는 더 높은 더욱 중요한 목적을 추구하며 나아가야 합

니다. 다른 한편, 슬프게도 우리의 문화에서 용서에 대한 경험이 점점 드물어진다는 사실을

인정하여야 합니다. 때로는 용서라는 말조차도 사라져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용서에 대

한 보증이 없다면 우리는 마치 황량한 사막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아무런 생명력도 없는 불

모의 삶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교회가 용서를 기쁘게 선포하여야 할 때가 다시 왔습니다.

이제 근본으로 돌아가 우리 형제자매들의 나약함과 어려움을 받아들여야 할 때입니다. 용

서는 우리를 새로운 삶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고 희망을 갖고 미래를 바라보게 해 줍니다.

<11항부터 생략함>

8) 프란치스코,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 2013.11.24.,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14(제2판 12쇄), 24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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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3월 13일 성 베드로 대성당의 ‘주님을 위한 24시간’ 참회 예

식 강론에서 자비의 특별 희년을 발표하였다. 이어 2015년 4월 11일 하느님의 자비 주일 전

야에 자비의 특별 희년 선포 칙서 「자비의 얼굴」(Misericordiae Vultus)을 반포하였다.

교회는 25년마다 선포되는 정기 희년과 특별한 이유에서 선포되는 특별 희년을 기념한

다. 이번에 선포되는 자비의 특별 희년은 1585년 식스토 5세 교황이 최초로 선포한 특별

희년에 이어 65번째로 선포하는 특별 희년으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50주년이 되는

2015년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시작되어 2016년 11월 20일 그

리스도 왕 대축일에 마무리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50주년이 되는 날에 시작되는

이번 자비의 특별 희년에는 교회와 그 구성원 모두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다시

금 되새기고 그 정신을 ‘지금 여기에서’ 실제적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

2015년 5월 5일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자비의 특별 희년 준비를 위임받은 교황청 새

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살바토레 피시켈라 대주교는 자비의 특별 희년에 대한 기자회견문

을 통해 이번 희년의 주제는 “신앙의 핵심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하며 교회가 모든 사목 생

활에서 자비의 징표와 증언이 되어야 한다는 가장 중요한 사명”을 상기하도록 하는 것이라

고 말하였다. 이어 자비의 특별 희년 거행 일정이 세 가지 관점, 곧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행사,9) 사회에서 삶의 ‘변두리’에 있는 이들에게 직접 다가가시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징

표가 드러나는 것, 개인적으로 로마에 오게 될 많은 순례자들의 요구에 대처하는 관점에

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013년 11월 24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반포된 프란

치스코 교황의 첫 문헌, 현대 세계의 복음 선포에 관한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이야말로 자비의 특별 희년의 본질을 가장 뜻깊게 나타내고 있으며, 프란치스코

「자비의 얼굴」구조와 주요 내용

노주현 비비안나 / 유혜숙 안나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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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재임 기간에 실행될 계획을 미리 담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였다.10) 이에 「자비의

얼굴」 칙서의 구조와 내용을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복음의 기쁨」에 나타난 자비 관련 내

용과 그 의미를 간단하게 짚어보고자 한다.

「복음의 기쁨」에 따르면, “자비를 베푸는 것은 하느님의 고유한 속성이며”(37항), “하느

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구원은 당신 자비의 활동”(112항)이다. 따라서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와 그 무한한 힘을 경험”(24항)한 “교회는 보답을 바라지 않고 베푸는 자비의 자리가

되어야”(114항) 한다. “이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보여 주신 자비에 응답하는 것”(179항)이

다. 또한 교회는 하느님께서 “가난한 이들에게 ‘먼저 당신의 자비’를 베풀어”(198항) 주셨듯

이, 하느님과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 공동체 안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198

항)가 되어야 한다. “이는 빈곤의 구조적 원인을 없애고 가난한 이들의 온전한 발전을 촉진

하도록 일하라는 의미”(188항)를 갖는다. 「복음의 기쁨」에 나타난 이와 같은 하느님 자비의

의미와 자비 실천의 중요성은 자비의 특별 희년 선포 칙서 「자비의 얼굴」에서 더 구체화된

다. 이런 맥락에서 이제 「자비의 얼굴」의 구조와 내용을 살펴보자.

1. 1-5항: 자비의 특별 희년 선포 배경과 의의

1-5항에서는 먼저 자비의 특별 희년을 선포하게 된 배경과 의의를 설명한다. “예수 그리

9) 이 행사를 날짜순으로 살펴보면, 2016년 1월 19일에서 21일까지 성년이 참된 순례이며 그렇게 실천되어야 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거행되는 순례 조직에 관련된 이들을 위한 행사, 2016년 4월 3일 자비를 특별한

방식으로 경험하는 신자들을 한자리에 모으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자비의 은사를 받은 이들(운동 단체, 협회,

수도회)을 위한 예식, 2016년 4월 24일 일반적인 교회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거의 없는 13세에서 16세의 청소년

들을 위한 행사, 2016년 5월 29일 희년 기념 예식, 2016년 6월 3일 제160차 예수성심대축일에 거행되는 사제들을

위한 희년 기념 예식, 2016년 6월 12일 병자와 장애인들 그리고 사랑과 헌신으로 이들을 돌보고 있는 이들을 위

한 행사, 2016년 7월 26일부터 31일까지 17세 이상의 젊은이들을 위해 크라쿠프에서 개최될 세계청년대회, 2016

년 9월 4일 자비와 관련된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행사, 2016년 9월 25일 신앙의 삶의 전달에 전념하며 그리스도인

공동체, 특히 본당에 도움을 주고 있는 교리교사들을 위한 희년 기념 예식, 2016년 10월 9일 자비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특별하게 기념하고 마리아 영성을 따르는 이들을 위하여 거행하는 행사, 2016년 11월 6일 감옥에 있는

이들을 위한 희년 기념 예식 등이 있고, 이 외에도 견진성사를 받고 신앙 고백의 부름을 받은 젊은이들을 위한 행

사, 자신의 성소와 직무로 그리스도인 공동체 생활에서 자선 활동을 하도록 부름 받은 부제들을 위한 행사 등이

있다.

10)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살바토레 피시켈라 대주교, “자비의 특별 희년” 기자회견문, 2015년 5월 5일,

직접 인용과 참조.

http://www.cbck.or.kr/bbs/bbs_read.asp?board_id=k1200&bid=13011300&page=1&key=memo&keywo

rd=자비의%20희년&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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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도께서 …… 당신의 말씀과 행동, 당신의 온 인격으로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내”(1항)셨듯

이, 자비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만나러 오시는 궁극적인 최고의 행위”로써 “거룩한 삼위일

체 하느님의 신비를 보여”(2항) 준다고 밝힌다. 이에 “주님의 자비에 주의를 기울여 우리 자

신이 자비를 베푸시는 아버지의 뚜렷한 표지가” 되고, “이 특별 희년에 신자들이 더욱 힘차

고 효과적인 증언을 하여 교회에 은총의 되기를”(3항) 바라면서 자비의 특별 희년을 선포

한다.

자비의 특별 희년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50주년이 되는 2015년 12월 8일 원죄 없

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성문을 여는 미사를 드리고, 12월

13일 대림 제3주일에 성문을 여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2016년 11월 13일 연중 제33주일

과 11월 20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성문을 닫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자비의 특별 희년 내

내 로마 주교좌 대성당, 곧 성 요한 라테라노 교황 대성전과 다른 교황 대성전들, 더 나아가

모든 개별 교회 주교좌 대성당이나 공동 주교좌 대성당, 또는 특별히 중요한 성당들의 성문

을 열어 순례자들이 마음으로 은총을 체험하고 회개의 길을 찾도록 할 것이며, 교회가 자비

의 특별 희년 기간 동안 특별한 은총의 때와 영적 쇄신의 계기를 얻도록 할 것이다(3-5항).

2. 6-8항: 자비의 의미

6-8항에서는 구약의 하느님과 신약의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자비의 의미를 제시한다. 하

느님은 자비로운 분이시고, 그분의 자비는 영원하시다. “자비를 베푸시는 것이 하느님의 고

유한 본질”이며, “하느님의 자비는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당신의 사랑을 보여 주는 구체

적인 실재”이다. “이는 부모가 자기 자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 정녕 애끊는 사랑”(6항)

과도 같고, “예수님의 온 삶에서 눈에 보이게 분명히 드러났다.” “자비의 지평에서 예수님께

서는 십자가에서 완성될 위대한 사랑의 신비를 의식하시며 수난하시고 돌아가셨다”(8항).

3. 9-12항: 자비, 모든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사명

9-12항에서는 자비가 모든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사명이라고 역설한다. 하느님은 한 처

음부터 지금까지 마치 어미가 자식을 돌보듯이 우리를 지켜 주시고 돌보아 주셨으며, 예수

님은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의 모든 죄를 용서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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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듯이 우리도 사랑해야 하고, 하느님께서 자비로우신 것처럼 우

리도 자비로워야 하며, 하느님께서 용서해 주시듯이 우리도 그렇게 용서해 주어야 한다. 또

한 “자비는 교회 생활의 토대”이기에, “교회의 모든 사목 활동은 온유함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그 온유함을 신자들에게 보여 주어야”(10항) 한다. “교회는 말과 행동으로 자비를 전

하여 사람들의 마음속에 파고 들어가 그들이 다시 하느님 아버지께로 돌아가는 길을 찾아

나서도록” 인도해야 한다. “교회의 으뜸 진리는 그리스도의 사랑”이기에, “교회는 용서와 헌

신으로 이끄는 이러한 사랑의 봉사자요 전달자가” 되어야 하고, “교회가 있는 곳 어디에서

나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가 드러나야”(12항) 한다.

4. 13-19항: 자비의 특별 희년 실천 사항

13-19항에서는 자비의 특별 희년에 실천해야 할 사항들이 제시된다.

1) 하느님 말씀에 대한 경청과 묵상

13항에서는 “하느님의 자비를 관상하고 우리의 생활 방식으로 받아들”이며 실천하기 위

해서는 “먼저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여야” 하고, 그분의 “말씀을 묵상할 수 있게, 침묵의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고 언급한다.

2) 순례

14항에서는 “성년에 하는 순례는 특별한 표징”이라고 단언하면서, 자비의 특별 희년을

보내면서 우리 모두가 “자신의 능력에 맞게 순례를” 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또한 이 순례가

성문이 열려진 성당을 방문하는 순례이면서 동시에 단죄나 심판을 넘어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 용서를 실천하는 순례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언급한다. “순례는 회개의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며 “우리가 성문을 지나가면 하느님의 자비가 우리를 감싸 주시어 하느님 아버지께

서 우리에게 하시듯이 우리도 이웃에게 자비를 베풀도록 힘써 노력할 것”이라고 한다. 순례

의 실천적 차원과 영적인 차원을 함께 강조하는 것이다.

3) 자비의 육체적 활동과 영적 활동

15-16항에서는 자비의 육체적 활동과 더불어 자비의 영적 활동에도 힘써야 한다고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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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다. 우리 모두가 “배고픈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른 이들에게 마실 것을 주며,

헐벗은 이들에게 입을 것을 주고, 나그네들을 따뜻이 맞아주며, 병든 이들을 돌보아 주고,

감옥에 있는 이들을 찾아가 주며, 죽은 이들을 묻어 주는” 자비의 육체적 활동을 실천해야

하고, “의심하는 이들에게 조언하고, 모르는 이들에게 가르쳐 주며, 죄인들을 꾸짖고, 상처

받은 이들을 위로하며, 우리를 모욕한 자들을 용서해 주고, 우리를 괴롭히는 자들을 인내

로이 견디며, 산 이와 죽은 이들을 위하여 하느님께 기도”(15항)하는 자비의 영적 활동을

함께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4) 고해성사

17-19항에서는 “희년의 사순 시기는 하느님 자비를 기념하고 경험하는 가장 좋은 시기”

이므로, “고해성사를 통하여 주님께로 돌아가는 길, 열심히 기도하며 살아가는 길, 삶의 의

미를 되찾는 길을 다시 발견”하라고 촉구한다. “고해성사는 고해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참

된 내적 평화의 원천이” 되어야 하고, “고해 사제는 하느님 아버지 자비의 참된 표지가”(17

항) 되어야 하기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비의 특별 희년의 사순시기에 사도좌에 유보되어

있는 사죄권(죄를 사해 주는 권한)을 자비의 선교사들에게 새로이 부여하고 그들을 파견하

여 용서의 기쁨을 전하겠다고 선언한다. 이 자비의 선교사들을 통해 하느님의 놀라우신 자

비와 사랑, 관용과 용서가 온 세상에 충만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18항). 또한 “하느님의 은총과는 멀리 떨어진 생활 방식으로 살

아가는 이들”, “특히 모든 범죄 조직에 속한 이들”, “부패를 저지르거나 그에 연루된 사람들”

이 “교회가 마련한 자비의 특별한 시기에 모두”(19항) 진정으로 뉘우치고 회개하여 하느님

의 사랑과 자비를 체험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간곡하게 권유한다.

5. 20-21항: 정의를 넘어서는 자비의 의미와 중요성

20-21항에서는 자비와 정의의 관계에 주목하면서 자비의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한다.

“율법의 준수보다 신앙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신 예수 그리스도와 사도 바오로, “자비가

정의를 뛰어넘는 방법을 알려”(20항)준 호세아 예언자에 비추어, “하느님께서는 자비와 용

서로 정의를 넘어서”(21항)시는 분이시고, 정의의 바탕이 바로 사랑이라고 가르친다. 여기

에서 우리는 그 누구도 용서와 자비의 부르심에서 제외되지 않지만, 용서와 자비는 회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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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로 하고, 사랑과 정의는 서로 대립하거나 서로 모순되는 실재가 아니라 함께 양립할 수

밖에 없는 중요한 실재라는 사실을 올바로 인식해야 한다. 용서는 회개를 전제로 하고,

정의는 언제나 사랑과 함께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6. 22항: 대사의 의미와 중요성

22항에서는 자비의 특별 희년에 수여되는 대사의 의미와 중요성을 안내한다. “하느님께

서는 언제나 용서하여 주실 준비가 되어 계시고 또한 늘 새롭고 놀라운 방법으로 끊임없이

용서하여” 주시기에, “희년에는 대사도 수여”된다. 이에 모든 신자들은 “이 희년을 충실히

살아가며 하느님 아버지께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당신의 자비로운 대사로 우리를 깨

끗이 씻어 주시기를 간청”해야 한다. 자비의 특별 희년에 수여되는 대사를 통해 “하느님 아

버지의 용서가 믿는 이의 삶 전체에까지” 이를 것이고, 우리는 대사를 통해 “교회의 거룩함

을 체험”(22항)할 것이다.

7. 23항: 타종교와의 만남과 대화

23항에서는 하느님의 자비가 타종교와의 만남을 촉진한다고 제시한다. 먼저 하느님의

자비를 중요시하는 “유다교와 이슬람교”, 더 나아가서는 “다른 고귀한 종교 전통과의 만

남”(23항)과 대화가 자비의 특별 희년에 촉진될 것이라고 언급한다.

8. 24항: 전구의 기도

24항에서는 우리 모두가 자비의 특별 희년에 하느님의 특별하신 자비를 체험할 수 있도

록 “자비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와 “하느님 자비를 자신의 평생 사명으로 삼은 성인

과 복자들”, 특히 “하느님 자비의 위대한 사도인 마리아 파우스티나 코발스카 성녀”(24항)

에게 우리 모두를 위한 간절한 전구의 기도를 청한다. 마리아 파우스티나 코발스카(Maria

Faustyna Kowalska) 성녀는 1905년 폴란드에서 출생하였고, 1925년 자비의 성모 수녀회

에 입회하였으며, 1938년 33세의 젊은 나이로 선종하였다. 성녀는 환시와 신비 체험을 통

해 하느님의 자비를 널리 알리고 하느님의 자비에 의탁하도록 독려하는 특별한 사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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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받았다. 1993년 4월 18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시복되었고, 2000년 4월 30

일 시성되었다. 2000년 4월 30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마리아 파우스티나 코발스카 수

녀의 시성식을 거행하면서, 교회가 이날을 하느님의 자비를 기리는 날로 지낼 것을 선포하

였고, 이에 따라 교회는 이듬해인 2001년부터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기

념하고 있다.11) 이렇게 예수 그리스도 부활 이후 첫째 주일에 하느님 자비의 축일을 지내는

것은 하느님 구원의 신비와 하느님 자비의 신비가 서로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이 전 인류를 위한 하느님 자비의 가장 위대하고 궁극

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자비의 특별 희년 역시 하느님의 자비 주일인 부활

제2주일에 선포되었다.

9. 25항: 자비의 특별 희년 선포

25항에서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끊임없이 베푸시는 자비를 일상 생활에서 실

천하며 살아가도록” 자비의 특별 희년을 선포한다. “교회의 첫째 직무”가 바로 “모든 이를

하느님 자비의 위대한 신비로 이끌어 들이는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교회가 “자비의 참된

증인으로서 예수 그리스도 계시의 핵심인 그 자비를 찬양하고 실천하라는 부름을 받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어 “이 희년에 교회가 하느님의 말씀을 널리 전하여, 용서와 지지, 도움

과 사랑의 행위와 말씀이 강렬하고 분명하게 울려 퍼지게”, “언제나 용서하고 위로하며 끊

임없이 자비를 베풀게”, “모든 이의 목소리가 되어 확신에 차 끊임없이 노래하게” 해달라고

간구하면서 자비의 특별 희년 칙서를 마무리한다.

자비의 특별 희년을 맞이하여 각 교구와 본당에서는 먼저 신자 개인과 교회 공동체가 다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반포하신 자비의 특별 희년 선포 칙서 「자비의 얼굴」을 읽고 그

11) “자비주일과 성녀 파우스티나: ‘말과 행동, 기도’로 하느님 자비 실천”, 「가톨릭신문」, 2015년 4월 12일, 제2939호, 3면;

http://info.catholic.or.kr/saint/view.asp?ctxtSaintId=5881&Orggubun=101;

https://ko.wikipedia.org/wiki/%EB%A7%88%EB%A6%AC%EC%95%84_%ED%8C%8C%EC%9A%B

0%EC%8A%A4%ED%8B%B0%EB%82%98_%EC%BD%94%EB%B0%9C%EC%8A%A4%EC%B9%B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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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되새기며, 자비의 특별 희년 공식 기도문과 성가를 자주 바치고 부르는 시간을 가

져야 한다. 또한 자신이 저지른 죄를 진정으로 뉘우치고 참회하며, 거룩한 곳으로 지정된

성지를 순례해야 하고, 교회가 제시하는 일정한 조건을 수행하여 그 동안 지은 죄로 인해

받아야 할 모든 잠벌을 용서받고 하느님의 충만한 은총을 받을 수 있는 전대사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더 나아가 자비의 특별 희년을 보내면서 교회와 그 구성원 모두는 “너희 아버지께서 자

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는 가르침을 따라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고 자비로운 삶을 살아가야 한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자비하시고 너그러우시

며 분노에 더디시고 자애와 진실이 충만하시듯이, 우리 자신도 가족과 이웃에게, 특히 우

리에게 잘못한 이들에게 자비와 너그러움, 용서와 관용, 자애와 진실을 실천하는 참된 신

앙인이 되어야 한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말씀과 행적, 당신의 온 인격으로 하느님의 자비

를 보여주셨듯이, 우리 자신도 우리의 전 삶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를 증거하는 참된 그리

스도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교회가 당면한 사목적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하

느님 백성의 공동체’, ‘친교의 공동체’, ‘믿음과 바람과 사랑의 공동체’를 구현해야 하고,

우리 사회의 당면한 문제들도 선의의 사람들과 협력하면서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한

다. 자비와 사랑의 삶을 살아가면서 하느님 자비의 얼굴을 ‘지금 여기에서’ 증거하는 생활

한 신앙인이 되어야 하고, 용서와 자비, 사랑과 정의가 넘치는 사회를 건설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자비의 특별 희년을 선포한 것은 교회와 그

구성원 모두가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를 통

해 새롭게 태어나고 거듭나는 ‘쇄신’과 ‘새복음화’의 여정을 굳건하게 걸어가기를 바라는

원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5월 5일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살바토레 피시켈라 대주교가 자비의

특별 희년에 대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자비의 특별 희년이 모든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자비

를 체험하고 살아가는 참된 은총의 계기가 되고, 교회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되새기고 새로운 복음화의 삶을 살아가며 사목적 회개의 길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기

원하였듯이, 우리 모두가 자비의 특별 희년을 보내면서 ‘새로운 사람, 새로운 교회’로 거듭

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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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자료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발표하신 칙서 「자비의 얼굴」의 내용을 모든 이들이

깊이 이해하고 묵상하는 가운데 더 뜻깊게 자비의 해를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대략 한 시간에 걸쳐 칙서의 내용을 읽고 서로 나누면서 이해할 수 있도록 칙서를 여섯

단락으로 나누고, 이병호 주교님의 글을 편집하여 도움말로 첨부하였습니다.

강독은 <일반 강독>과 <심화 강독> 중 하나를 선택하여 시행할 수 있습니다. <일반 강독>

은 다음에 소개된 순서에 따라 여섯 단락을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읽고 나누는 것입니다. 이

때 읽어야 할 ‘도움말’과 칙서 본문은 <심화 강독>의 해당 단락을 찾아서 읽으면 됩니다. <심

화 강독>은 각 단락에 맞춰 사전에 준비된 질문을 중심으로 묵상하고 나누며 실천할 수 있

도록 돕기 위해서 마련된 것입니다. 자유롭게 묵상하고 나누기를 원하는 그룹에게는 <일반

강독>이 적합할 것이고, 본문의 강조점을 찾고 그에 맞춰 묵상하는 일에는 <심화 강독>이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칙서 본문의 단락의 구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자비의 희년(1~5항)

2) 계시의 역사 전체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자비(6~8항)

3) 자비의 사명을 살아가는 교회(9~12항)

4) 하느님 아버지처럼 자비롭게 되기 위해(13~16항)

5) 자비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 노력(17~20항)

6) 자비의 선포(21~25항)

한 해 동안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모임들, 사목회나 레지오 마리애 회합, 소공동

체 모임, 제 단체 모임 등의 기회에 이 자료를 활용하여 하느님의 자비를 깊이 이해하고 살

아가는 은총의 시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전주교구 사목국>

「자비의 얼굴」 강독 자료

천주교 전주교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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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 기도

(성호경 후) “주님께서 함께해 주시기를 청합시다.

한두 분이 자유기도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2) 도움 말씀 읽기

“단락별로 돌아가면서 다음의 도움 말씀을 읽겠습니다.

한 분이 시작해 주십시오.”

3) 칙서 「자비의 얼굴」 본문 읽기

“이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칙서 「자비의 얼굴」을 읽겠습니다. 오늘은 ( )항부터 ( )

항까지입니다. 읽는 도중에 의미 있게 다가오는 말씀에 밑줄을 치시고, 다 읽은 후 다시 그

의미를 묵상하도록 하겠습니다. 돌아가면서 한 항목씩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4) 나 눔

“지금부터 오늘 읽은 내용에 대해 함께 나누겠습니다.”

(각 질문 후 약간의 묵상 시간을 주고, 준비가 되면 나눔을 시작합니다).

질문 1. “오늘 읽은 대목에서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말씀은 무엇입니까? 그 말씀을 어떻게

이해하십니까?”

질문 2. “오늘 읽은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성경 말씀이 있다면 어떤 구절입니까?”

5) 실천하기

“개인과 공동체 차원에서 오늘 읽은 말씀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습니까? 함께 나누어 봅

시다.”

6) 마침 기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자비의 특별 희년에 바치는 기도’를 바치면서 모임을 마치겠습니다.”

일 반 강 독

※ 여섯 단락을 모두 다음의 순서에 따라서 다룹니다. 도움말과 본문의 내용은

<심화 강독>의 해당 부분을 찾아 읽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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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비의 희년(1~5항)

1) 시작 기도

(성호경 후) “주님께서 함께해 주시기를 청합시다.

한두 분이 자유 기도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2) 도움 말씀 읽기

“단락별로 돌아가면서 다음의 도움 말씀을 읽겠습니다.

한 분이 시작해 주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15년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축

일부터 2016년 11월 20일 그리스도왕 대축일까지를 ‘자비의 특별 성년’으로 선포하

고, 그에 따른 칙서 ‘자비의 얼굴’을 반포하셨습니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우리 신앙인들은 이 한 해를 특별 성년으로 지내면서 하느님

자비의 얼굴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묵상하고, 주님의 당부대로, 우리 자신도 자비로

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 자기 자신이 하느님의 무한한 용서와 자비를 받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는

일입니다. 그런 다음에야, 우리는 그것을 마음에 새기고, 다른 이들을 같은 너그러

움과 자비의 눈길로 바라보고 대함으로써 그들을 하느님의 자비에로 인도할 수 있

게 될 것입니다.

자비의 성년은 베드로 대성전을 비롯해서 로마 시내에 있는 여러 교황 대성전들의

성문을 연다는 상징적 동작으로 시작되어 그것을 닫는 것으로 마감될 것입니다. 이번

성년의 특징 중의 하나는 지금까지의 관례와는 달리 로마뿐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교구들도 주교좌와 공동 주교좌 성당 및 교구장이 정하는 순례지의 성당 성문도 함

께 열고 함께 닫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하여, 로마에까지 가지 않고도 모든 신앙

심화 강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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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들이 자기 교구 안에서 로마의 성전 문을 통과하는 것과 똑같은 대사와 은총을 받

게 될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는 말씀하십니다. “교회는 문을 항상 열어놓고 기다리는 아버

지의 집이라고들 말합니다. 그런 식으로 늘 열어놓는 자세의 구체적 표지 중 하나는

성당 문들을 언제나 열어놓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성령의 충동을 받아 하

느님을 찾아 성당에 왔을 때, 차갑게 닫혀 있는 문 앞에서 되돌아가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닫혀 있어서는 안 될 문에는 그런 종류의 문만 있는 것은 아

닙니다. 교회의 삶에는 누구든지 어떤 방식으론가는 참여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이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이유를 들어서도 성사들의 문이 닫혀져서는

안 됩니다. 특별히 그 자체가 ‘입문’ 성사인 세례가 그렇습니다. 성체성사는, 비록 성사

생활의 충만이지만, 그것은 완전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 아니고 나약한 사람에게 효

과가 아주 좋은 약입니다( 「복음의 기쁨」, 47항).

우리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각자 자신 속에 있는 “마음의 문”( 「자비의 얼

굴」, 25항)을 활짝 열어야 하겠습니다. 예수께서는 당대의 유다인들이 당신의 가르침

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궁극적 이유가 이 마음의 문을 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셨습

니다(마태 13,15와 병행구). 바오로 사도도 예수님의 이 말씀을 들어, 유다 지도자들

이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를 설명합니다(사도 28,27 참조). 요한 사

도 역시 ‘마음의 문’(1요한 3,17)을 열라고 촉구하십니다.

우리가 성년을 맞이하여 마음의 문을 열면, 우리는 그리스도의 ‘참 제자’(루가

9,23-25와 병행구), ‘지극히 높으신 분의 자녀’(루가 6,35)로 변모하고, 교회는 “자비

의 참된 증인”(자비의 얼굴, 25항)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예루살렘이 장차 모든

나라 모든 민족에게 문을 활짝 열어 평화와 정의로 세워질 ‘새로운 예루살렘’이 될 날

을 내다보던 예언자들의 꿈(이사 26,1-5; 60,11; 에제 48,30-32; 즈가 2,8-9 참조)이

이루어질 것이며, 교회는 어떤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나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자비로 “새 하늘, 새 땅”(묵시 21,1)이 그만큼

더 가까워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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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칙서 「자비의 얼굴」 본문 읽기

“이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칙서 「자비의 얼굴」을 읽겠습니다. 오늘은 1항부터 5항까지입니

다. 읽는 도중에 의미 있게 다가오는 말씀은 밑줄을 치시고 다 읽은 후 다시 그 의미를 묵상

하도록 하겠습니다. 돌아가면서 한 항목씩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4) 나눔

“지금부터 오늘 읽은 내용에 대해 함께 나누겠습니다.”

(각 질문 후 약간의 묵상 시간을 주고, 준비가 되면 나눔을 시작합니다)

질문 1.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자비의 희년을 선포하시는 배경은 무엇입니까?”

질문 2. “자비의 희년을 맞아 거룩한 문을 여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5) 성경 읽기

“사도 2,1~13(오순절의 성령 강림)을 읽고 묵상합니다.”

(3분간 침묵합니다.)

6) 실천하기

“성령께서 준비하시는 자비의 때를 우리는 어떻게 맞을까요? 함께 나누어 봅시다.”

7) 마침 기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자비의 특별 희년에 바치는 기도’를 바치면서 모임을 마치겠습

니다.”

2. 계시의 역사 전체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자비(6~8항)

1) 시작 기도

(성호경 후) “주님께서 함께해 주시기를 청합시다.

한두 분이 자유 기도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2) 도움 말씀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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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락별로 돌아가면서 다음의 도움 말씀을 읽겠습니다.

한 분이 시작해 주십시오.”

먼저 자기가 받은 무한한 자비를 깨닫고, 다음으로 다른 이들에게 그 자비를 전할

사명을 수행해야 한다는 가르침은 「자비의 얼굴」의 순서와 구조에 그대로 나타납니

다. 그리고 그런 순서와 정신을 깨닫기 위해서 제일 의미 있는 성서 대목 중의 하나는

마태오 복음 18장입니다. 이 대목을 깊이 묵상하면, 우리는 하느님께서 얼마나 자비

로운 분인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 대목 중에서도 특히 23-35절에 나오는 ‘무자비

한 종의 비유’는 교황님의 칙서 「자비의 얼굴」의 구조와 정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아

주 적절한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이 비유에서 왕의 종들 가운데 하나가 일만 달란트의 빚을 졌는데 갚을 길이 없자

왕 앞에 엎드려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곧 다 갚아드리겠습니다.” 하며 애걸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왕은 그를 ‘가엽게 여겨’ 빚을 탕감해 주고 놓아 보냈다.”고 성서는

말합니다. 여기까지가 「자비의 얼굴」」 전반부에서 보여 주는 내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종은 나가서 자기에게 백 데나리온밖에 안 되는 빚을 진 동료를 만나자

달려들어 멱살을 잡으며 “내 빚을 갚아라.” 하고 호통을 칩니다. 그 동료는 엎드려 “꼭

갚을 터이니 조금만 참아주게.” 하고 애원했지만, 그는 들어주기는커녕 오히려 그

동료를 끌고 가서 빚진 돈을 다 갚을 때까지 감옥에 가두어 둡니다. 다른 동료들이 이

광경을 보고 매우 분개하여 왕에게 가서 이 일을 낱낱이 일러바치자, 왕은 그를 다시

불러들여 말합니다. “이 몹쓸 종아, 네가 애걸하기에 나는 그 많은 빚을 탕감해 주지

않았느냐? 그렇다면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네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

었어야 할 것이 아니냐?” 그리고 왕은 몹시 노하여 그 빚을 다 갚을 때까지 그를 형리

에게 넘깁니다. 이 이야기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너희가 진심으로 형제들을 서로 용

서하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도 너희에게 이와 같이 하실 것이다.”

오늘날의 하루 노동 임금을 10만 원으로 계산할 때, 백 데나리온은 1,000만 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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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합니다. 한 달란트가 약 5천 데나리온에 해당한다고 하니, 일만 달란트는 약 5조

원이 되는 셈입니다. 한 개인이 갚기에는 전혀 불가능한 액수이지요. 이 비유에서 문

제는 왕으로 상징되는 하느님으로부터 일만 달란트라는 말로 표현되는 무한한 양의

빚, 곧 죄를 용서받은 종이,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하느님 앞에서 “우리는 과연 빚을 진 사람들입니

다”(로마 8,12).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것이니, 그

분께 빚을 지고 있다는 말은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관계를 가장 정확하게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말씀하십니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 하느님께

로부터 받은 것이 아닙니까? 이렇게 다 받은 것인데 왜 받은 것이 아니고 자기의 것인

양 자랑합니까?(1고린 4,7).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에서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오니 우리의

죄를 용서하소서.” 하는 말도, 그리스어 원문에는 “우리가 우리에게 빚진 이들의 빚을

탕감해 주오니, 우리의 빚을 탕감해 주소서.”로 되어 있다는 사실이, 이런 맥락에서 보

면, 대단히 강한 의미를 띠고 다가옵니다.

3) 칙서 「자비의 얼굴」 본문 읽기

“이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칙서 「자비의 얼굴」을 읽겠습니다. 오늘은 6항부터 8항까지입니

다. 읽는 도중에 의미 있게 다가오는 말씀은 밑줄을 치시고 다 읽은 후 다시 그 의미를 묵상

하도록 하겠습니다. 돌아가면서 한 항목씩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4) 나눔

“지금부터 오늘 읽은 내용에 대해 함께 나누겠습니다.”

(각 질문 후 약간의 묵상 시간을 주고, 준비가 되면 나눔을 시작합니다)

질문 1. “구약성경의 어떤 말씀과 사건에서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합니까?”

질문 2. “복음서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가장 감동적으로 느끼게 된 대목은 어디입

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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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성경 읽기

“루카 복음 7,11~17절의 말씀을 읽고 묵상합니다.”

(3분 간 침묵합니다.)

6) 실천하기

“우리 각자가 체험한 하느님의 자비에 대해서 나누어 봅시다.”

7) 마침 기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자비의 특별 희년에 바치는 기도’를 바치면서 모임을 마치겠습

니다.”

3. 자비의 사명을 살아가는 교회(9~12항)

1) 시작 기도

(성호경 후) “주님께서 함께해 주시기를 청합시다.

한두 분이 자유기도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2) 도움 말씀 읽기

“단락별로 돌아가면서 다음의 도움 말씀을 읽겠습니다.

한 분이 시작해 주십시오.”

우리 하나 하나가 개인적으로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와 용서를 받아 새 사람으로 변

했다면, 이제 우리가 교회로서 하느님의 가장 대표적 특성인 이 자비를 어떻게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여 그들도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게 할 것인가? 이것이 가장 중요

한 과제로 떠오릅니다.

교황님은 먼저, 자비라는 관점에서 생각할 때, 지금까지 교회가 많이 부족하고 본

질을 망각한 면이 있었음을 인정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오랫 동안 자비의 길을 가리

키고 그 길을 따라 실제로 살아가는 것을 잊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구체적으로는

우리가 그 동안 정의나 추상적 진리 혹은 원칙만을 앞세우고 거기에 머무르는 일이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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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칙서 「자비의 얼굴」 본문 읽기

“이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칙서 「자비의 얼굴」을 읽겠습니다. 오늘은 9항부터 12항까지입

니다. 읽는 도중에 의미 있게 다가오는 말씀은 밑줄을 치시고 다 읽은 후 다시 그 의미를 묵

상하도록 하겠습니다. 돌아가면서 한 항목씩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4) 나눔

았던 점을 반성합니다. 정의는 물론 대단히 필요하지만, 그것은 자비로 건너가기 위한

출발점으로서만 가치가 있을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비와 용서를 틀림없이 받을

수 있다는 확신과 보증이 없으면, “우리의 삶은 의미도 보람도 없게 되어 마치 황량한

사막을 걷는 형국이 되고 말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이 문헌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와 그 이후 역대 교황님들의

가르침을 돌아보며, 거기에서 자비가 한결같이 강조되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그 공

의회를 소집하신 요한 23세 교황님이 개막 연설에서 하신 말씀은 제1부에서 이미 횃

불처럼 제시되었습니다. “이제 그리스도의 아내(교회)는 엄격함이 아니라 자비라는

약을 사용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분의 뒤를 이어 공의회를 완성으로 이끄신 바오

로 6세의 말씀도 소개되었습니다. “우리 공의회의 신앙은 무엇보다도 먼저 사랑이었

음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 착한 사마리아인의 옛 이야기가 우리 공의회의 정신을

이끌어 준 모범이자 규범이었습니다. 공의회는 현대인들에게 열정과 감동을 불러일

으켰습니다. …… 질병을 깨닫고 위로가 가득한 구원의 약을 가져다주었으며 불길한

징조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희망과 신뢰의 메지시를 현대인들에게 전하였습니다.

……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인간, 온갖 나약함을 지닌 인간, 갖가지 요구를 지닌

인간에게 봉사하려는 것입니다(4항).

또한 공의회 이후 교황들 가운데에서, 먼저 「자비로우신 하느님」이라는 회칙을 반

포하신 성 요한 바오로 2세의 가르침, 특히 현대가 자비를 잊어버린 시대라는 말씀을

상기시킵니다. 따라서 교회는 자비를 다시 일깨우고 사람들에게 선포하라는 소명을

자각해야 한다는 그분의 말씀을 되새깁니다(1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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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오늘 읽은 내용에 대해 함께 나누겠습니다.”

(각 질문 후 약간의 묵상 시간을 주고, 준비가 되면 나눔을 시작합니다)

질문 1. “세상과 교회에서 자비와 용서가 점차 사라져 가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

니까?”

질문 2. “교회가 자비를 선포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5) 성경 읽기

“마태 12,9~14을 함께 읽고 묵상합니다.”

(3분 간 침묵합니다.)

6) 실천하기

“우리 자신이나 공동체가 자비를 실천하는 일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입니까? 함께 나

누어 봅시다.”

7) 마침 기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자비의 특별 희년에 바치는 기도’를 바치면서 모임을 마치겠습

니다.”

4. 하느님 아버지처럼 자비롭게 되기 위해(13~16항)

1) 시작 기도

(성호경 후) “주님께서 함께해 주시기를 청합시다.

한두 분이 자유 기도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2) 도움 말씀 읽기

“단락별로 돌아가면서 다음의 도움 말씀을 읽겠습니다.

한 분이 시작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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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항에서 자비는 “복음의 뛰는 심장”이라고 규정함으로써, 그것이 멈추면 교회는

이미 죽은 것이라는 점을 넌지시 표현하였습니다. 이제 13항에서는 “너희의 아버지

께서 자비로우신 것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가 6,36)는 말씀을 인용

하면서 이번 특별 성년의 좌우명을 밝힙니다. 이어서 순례(14항), 우리 주변에서 가장

그늘진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관심(15항), 메시아로서 세상에 공식적으로 등

장하신 예수님께서 당신의 사명을 선언하신 대목(루카 4,18-19)을 들어, 하느님의 아

들이 세상에 오신 목적을 상기시키면서, 그분을 따르는 우리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일

깨웁니다(16항).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장 대표적인 성문은 예루살렘 도시를 둘러싸고 있던

성벽에 설치된 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순례는 먼 길을 걸어 그 문을 향해 와

서 성전으로 들어가는 걸음걸이였습니다. 몇 날 며칠을 걸어간 끝에 마침내 저 멀리에

예루살렘 성문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그들이 느낀 기쁨이 어떠했을지는 비슷한 체험

을 한 이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시편 122편은 그 기쁨을 잘 표현합니다. 그

들은 출발하기도 전에 이미 도착한 듯한 기쁨과 설레이는 마음을 이렇게 나타냅니다.

“주님의 집에 가자 할 제 나는 몹시 기뻤노라. 예루살렘아, 네 성문에 우리 발은 이미

서 있노라”(시편 122,1-2).

예루살렘뿐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이 살고 있는 모든 마을과 도시는, 당시의 관례에

따라,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따라서 성문을 통해서만 드나들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성문 앞 광장은 주민들이 함께 모여 상거래, 정치적 모임, 재판, 외적을 물리치

러 나가는 군대의 출정식 등 공동체의 모든 일들을 논의하고 실행하기도 하는 다목

적 광장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예루살렘의 성문은 이스라엘 민족 전체의 관심사가

논의되는 역할을 한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후기 예언자들은 백성들이 하

느님께 충실하지 못하고 점점 그분에게서 멀어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하느님께서 그

도성을 버리실 날을 내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성전이 파괴되고 났을 때, 이제

사람이 하늘로 올라갈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하느님께서 몸소 “하

늘을 쪼개고 내려오시어”(이사 63,19), 양떼를 이끌고 그 성문을 통과해 그들을 인도

해 주시라고 간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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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들의 이 간절한 기도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이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

이 세례를 받으셨을 때 과연 하늘이 쪼개지고 하느님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하느님

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사람이 하늘로 오르기 위한 사다리요 하늘의 문입니

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너희는 하늘이 열려 있는 것과 하느님의 천사들이 하늘과

사람의 아들 사이를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요한 1,51). “다윗의 열쇠를 가

지신 분”으로서 “여시면 닫을 자가 없고, 닫으시면 열 자가 없는 분”(묵시 3,7)이신 예

수께서는, 그 열쇠를 베드로에게 주셨고(마태 16,19) 또 교회 공동체에게도 주셨습

니다(마태 18,18).

3) 칙서 「자비의 얼굴」 본문 읽기

“이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칙서 「자비의 얼굴」을 읽겠습니다. 오늘은 13항부터 16항까지입

니다. 읽는 도중에 의미 있게 다가오는 말씀은 밑줄을 치시고 다 읽은 후 다시 그 의미를 묵

상하도록 하겠습니다. 돌아가면서 한 항목씩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4) 나눔

“지금부터 오늘 읽은 내용에 대해 함께 나누겠습니다.”

(각 질문 후 약간의 묵상 시간을 주고, 준비가 되면 나눔을 시작합니다)

질문 1. “자비를 실천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가 필요합니까?”

질문 2. “이웃에게 자비를 실천하는 일이 왜 중요합니까?”

5) 성경 읽기

“마태 15,1~9을 함께 읽고 묵상합니다.”

(3분 간 침묵합니다.)

6) 실천하기

“우리 주변에 ‘자비의 육체적 활동’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봅시다.”

7) 마침 기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자비의 특별 희년에 바치는 기도’를 바치면서 모임을 마치겠습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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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자비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 노력(17~20항)

1) 시작 기도

(성호경 후) “주님께서 함께해 주시기를 청합시다.

한두 분이 자유 기도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2) 도움 말씀 읽기

“단락별로 돌아가면서 다음의 도움 말씀을 읽겠습니다.

한 분이 시작해 주십시오.”

희년의 사순 시기를 합당하게 지낼 구체적 방법을 제시합니다. 특히 사순 제4주일

을 앞둔 금요일과 토요일에 거행될 <주님을 위한 24시간>과 그 기회에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를 체험할 것을 제안합니다(17항). 또 이 시기에 교황님께

서 ‘자비의 선교사들’을 파견하여 하느님 자비에 관해 설명하고, 또 일부 사제들에게

는 평소에 교황에게 유보되었던 죄를 사해줄 권한을 위임하시겠다는 약속도 하십니

다(18항).

이에 따라 우리 교회가 이 특별 성년을 보람 있게 지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자비의 얼굴」에서 권고하는 몇 가지를 중심으로 실천 사항을 제시합니다.

가. 성지 순례: 탕자가 아버지 집을 향해 되돌아가는 마음으로 한 발 한 발 걸으며

인생이라는 나그넷길의 깊은 의미를 되새깁시다. 순례의 끝에 성지에 이르면 헐벗

은 거지꼴로 돌아온 탕자를 향해 달려가서 목을 끌어안고 반가워하며 하인에게 제

일 좋은 옷을 꺼내다가 입히고, 신발을 신기고, 가락지를 끼우고, 살진 송아지를 잡

아 잔치를 베풀어 주라고 이르는 아버지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거기에서 우리는 대

사(大赦), 곧 그 동안 지은 죄에 따른 벌을 완전히 벗겨 주는 은총을 받게 될 것입니

다. 그리고 우리 교구의 순례지들은 예외 없이 순교자들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세

상을 이겨 낸 그분들도 ‘성인들의 통공’ 속에서 천상 대군을 이루어 우리를 반겨줄

것이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하느님께 전구해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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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 한 해 동안 반이나 구역 모임, 레지오 마리에 회합, 소공동체 모임, 기타 자신

이 속한 신심 단체의 모임에서 교황님의 이 칙서를 첫 항부터 차례로 읽으며 관련

성서 대목도 같이 묵상하고, 이를 서로 나눔으로써, 개인적으로나 공동체별로 교황

님의 가르침을 깊이 소화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합시다.

다. 사순 제4주일 전 금요일에서 토요일 사이, 곧 2016년 3월 11일부터 12일까지

<주님을 위한 24 시간>을 지키고, 이 기회에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비를 크

게 체험해야 하겠습니다.

라. 이 성년의 사순 시기에 교황님의 특사로 파견될 선교사와 다른 분들의 강론에

적극 참여하여 하느님 자비의 깊은 뜻을 되새깁시다.

3) 칙서 「자비의 얼굴」 본문 읽기

“이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칙서 「자비의 얼굴」을 읽겠습니다. 오늘은 17항부터 20항까지

입니다. 읽는 도중에 의미 있게 다가오는 말씀은 밑줄을 치시고 다 읽은 후 다시 그 의미를

묵상하도록 하겠습니다. 돌아가면서 한 항목씩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4) 나눔

“지금부터 오늘 읽은 내용에 대해 함께 나누겠습니다.”

(각 질문 후 약간의 묵상 시간을 주고, 준비가 되면 나눔을 시작합니다)

질문 1. “우리는 성찰할 때, 어떤 차원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까? 돈에 집착하는 일,

다른 이를 쉽게 단죄하고 배제하려는 일, 용서하기보다는 폭력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일, 부패를 용인하고 강한 자에게 더 관대한 일 등에 대해서도 깊이 성찰하

고 있습니까?”

질문 2. “우리 개인과 교회의 율법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점들이 바뀌어야 하겠습니

까?”

5) 성경 읽기

“이사 58,6~11을 함께 읽고 묵상합니다.”

(3분 간 침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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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와 거기에 관해서 지금까지 묵상한 것들이 진지성을 유지하고 참된 구원의 메

시지가 되게 하기 위해서는, 정의와 자비의 관계를 정확히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

관계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자비에 관한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이 전혀 이해할 수 없

는 것이 되고, 자칫 본래의 의도를 깡그리 망쳐 놓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오해는, 주로, ‘죄’와 ‘죄인’을 구별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죄는 미워하고

척결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지만, 죄인은 너그럽게 대해야 한다는 것이 자비의 얼굴

이신 주님에게서 우리가 배우고 또 받은 사명입니다. 그 과정에서 악은 어디까지나 악

이며 죄는 어디까지나 죄일 뿐임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죄나 악이 선으로 바뀔 수는

없습니다. 구원은 죄악에 빠진 인간을 그 구렁텅이에서 건져 내는 것이지, 죄악 자체

를 선이라고 선언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러므로 자비는 원칙도, 객관적 진리도, 기준도 없이 덮어놓고 ‘좋다’ 하고, 무슨 짓

6) 실천하기

“죄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회개를 권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함께

나눠 봅시다.”

7) 마침 기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자비의 특별 희년에 바치는 기도’를 바치면서 모임을 마치겠습

니다.”

6. 자비의 선포(21~25항)

1) 시작 기도

(성호경 후) “주님께서 함께해 주시기를 청합시다.

한두 분이 자유 기도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2) 도움 말씀 읽기

“단락별로 돌아가면서 다음의 도움 말씀을 읽겠습니다.

한 분이 시작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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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해도 ‘오냐, 오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리와 오류는 분명하고 확실하게, 또 보태

거나 빼지 말고, 그대로 선포해야 합니다. 정의는 확실히 해 두어야 합니다. 문제는 정

의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고, 그것은 자비로 가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점을 기억하

는 일입니다. 자비는 정의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시킵니다. 그래서 토마스 아

퀴나스 성인의 말대로, ‘자비 없는 정의는 잔인하고, 정의 없는 자비는 모든 것을 망치

는 원인’이 됩니다. 그러므로 정의와 자비는 언제나 함께 가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정

의에만 머무르신다면, 그분은 더 이상 하느님이 아니고, 단지 율법 준수만 요구하는

인간과 다름이 없는 존재가 되실 것입니다”(21항).

하지만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누구든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뉘

우치며 돌아올 때는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씩 일흔 번”, 곧 무한히 용서해야 한다

는 점입니다. 여기에 자비가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베드로가 잘못한 형제를 몇 번이나

용서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시고, 이어서 ‘무자비한 종의 비유’(마태 18,

22-34)를 들려 주셨습니다.

그리고 정의와 자비의 관계를 가장 잘 보여 주며, 하느님께서는 자비로써 정의를 완

성하시고, 그분의 정의는 자비라는 사실을 생생하게 그려 주는 비유 가운데 하나를

우리는 마태오 복음(20, 1-16)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집 주인이 포도원에서 일할 일

꾼을 구하기 위해서 이른 아침에 나가서 만난 사람에게 하루 품삯을 한 데나리온으로

정하고 농장으로 보냈습니다. 그는 아침 6시부터 일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 뒤, 9시,

12시, 오후 3시, 오후 5시에도 계속 나가 사람들을 일터로 보낸 다음, 날이 저물어 품

삯을 받을 때가 되자 맨 나중에 온 사람도 처음 온 사람과 똑 같이 한 데나리온을 받

자 맨처음에 온 사람이 주인에게 투덜거립니다. “막판에 와서 한 시간밖에 일하지 않

은 저 사람들을 온종일 뙤약볕 밑에서 수고한 우리들과 똑같이 대우하십니까?” 대단

히 합리적이고 상식적이지만, 우리는 여기서 탕자가 아버지께 돌아온 뒤에도, 마음속

에서는 종의 정신에 매여 “종이나 다름없이 일하며”(루가 15,29) 아버지의 집으로 들

어가지 못했던 큰 아들의 목소리가 겹쳐 들리는 것을 느낍니다.

정의는 ‘상대방의 권리를 인정하고 그의 것을 그에게 돌려주는 것’입니다. 이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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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에서 주인은 일꾼과 품삯을 한 데나리온으로 정하고 일을 시키고 난 뒤에 한 데나

리온을 정확히 주었으니, 정의를 완전히 실천한 것입니다. 제일 늦게 온 사람은 1시간

을 일했고, 가장 먼저 온 사람은 12시간을 일했으니, 상식적으로 말하자면, 오래 고생

한 사람이 더 많은 품삯을 기대할 만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것이 일반 사회나 국가 생

활에서는 상식에 속하는 일이고 정의입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은 기

업체의 사장이 아니라, 한 나라를 통치하는 왕이 아니라, 한 가정의 아버지입니다. 사

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버지의 집인 가정에서는 일어납니다. 일을 조금도 못

했고, 오히려 앓아 누워 있는 자식에게도 아버지나 어머니라면 건강해서 일을 잘하는

자식과 똑같거나 오히려 더 많은 재산을 물려주는 일은 흔합니다. 일한 만큼이 아니

라 그가 먹고 살기 위해서 필요한 만큼을 주는 것이 부모의 심정이기 때문입니다. 이

아버지의 심정이 자비심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모든 사람들의 아버지이십니다. 누

구에게나 먹고 살 만큼 주고 싶어하시는 분입니다. 그 아버지에 비하면, 이 세상의 아

버지는 그림자에 불과합니다. “너희는 이 세상 누구를 보고도 아버지라 부르지 마라.

너희의 아버지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한 분뿐이시다”(마태 23,9).

3) 칙서 「자비의 얼굴」 본문 읽기

“이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칙서 「자비의 얼굴」을 읽겠습니다. 오늘은 21항부터 25항까지

입니다. 읽는 도중에 의미 있게 다가오는 말씀은 밑줄을 치시고 다 읽은 후 다시 그 의미를

묵상하도록 하겠습니다. 돌아가면서 한 항목씩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4) 나눔

“지금부터 오늘 읽은 내용에 대해 함께 나누겠습니다.”

(각 질문 후 약간의 묵상 시간을 주고, 준비가 되면 나눔을 시작합니다)

질문 1. “우리는 정의를 실천하는 일과 하느님의 자비를 선포하는 일에서 갈등을 겪고 있

지는 않습니까?”

질문 2. “고해성사와 대사를 통해서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한 경험이 있으면 나누어 봅시

다.”

5) 성경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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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11,8~9의 말씀을 다시 읽고 묵상합니다.”

(3분 간 침묵합니다.)

6) 실천하기

“자비의 희년에 이루어지는 프로그램들을 살펴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방법을 찾아봅

시다.”

7) 마침 기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자비의 특별 희년에 바치는 기도’를 바치면서 모임을 마치겠습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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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2015년 4월 11일 ‘자비의 특별 희년 선포 칙서’로 「자비의 얼굴」

(Misericordiae Vultus)을 반포하셨다. 이 문헌의 이해를 돕고자, 성경 전승과 서양어 전승

과 불교 전승에서 ‘자비’ 관련 용어를 그 어근을 중심으로 간략히 검토한다.

2. 구약성경 히브리어의 자비

라하밈( )

첫째는 라하밈이다. 이 말은 ‘태’(胎), ‘자궁’을 뜻하는 레헴( )에서 나왔다.

고대 셈족인들은 사람의 추상적 감정이 몸의 특정 기관에 거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따금 몸의 특정 부위를 가리키는 말을 추상적인 의미로 사용했다. 예를 들어, 흔히 ‘마음’이

나 ‘용기’로 옮기는 렙( )은 원래 ‘심장’이란 뜻이고, ‘영혼’, ‘생명’으로 옮기는 네페쉬

( )는 본디 ‘목구멍’이란 뜻이다.

라하밈은 레헴의 복수형이다. 이 경우는 복수형으로 더욱 추상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용

법에 해당한다고 볼수 있다(추상의 복수). 그러므로 라하밈은 ‘모성애’적 의미가 강한 말로

서, ‘자궁에서 느끼는 지극한 감정’이라고 새길 수 있다.

신구교 성경을 막론하고 라하밈을 대개 ‘자비’로 옮긴다. 헌신적이고 구체적인 사랑의 실

천을 동반하는 개념으로서, 인간 사이의 자비는 물론이고 하느님의 자비를 표현하는 데도

쓰인다. 구약성경에 40회 정도 나오는데, 대표적인 시편 구절은 다음과 같다.

당신 자비가 어서 저희에게 미치게 하소서.

저희가 이토록 불쌍하게 되었습니다. (시편 79,8)

당신의 자비가 제게 다다르게 하소서. 그러면 제가 살리니(시편 119,77 )

‘자비’ 관련 용어 정리

주원준 토마스 아퀴나스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 / 한님성서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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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드( )

헤세드는 본디 친척 간에, 친구 간에, 주인과 손님 사이에, 주인과 종 사이에 체결된 공

통의 의무’(joint obligation)를 뜻하는 말인데, 점차 친밀함, 연대성, 충실함, 충성, 선함 등

의 뜻을 지니게 되었다. 이 또한 매우 구체적인 실천을 전제하는 말이다. 특히 ‘관계에 충실

하게 지속되는 마음과 실천’을 의미한다(카스퍼).

구약성경에 약 250번 등장하는, 곧 매우 자주 나오는 단어인데 특이하게 시편에 그 절반

인 125번이나 나온다. 시편에서 이 낱말은 하느님의 충실하심, 선하심, 자비 등을 표현하는

데 쓰인다. 라하밈(자비)과 헤세드(자애)가 병행구로 쓰이는 경우도 많다.

시편 25,6 기억하소서, 주님, 먼 옛날부터 베풀어 오신

당신의 자비와 당신의 자애를.

시편 51,3 하느님, 당신 자애에 따라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의 크신 자비에 따라 저의 죄악을 지워 주소서.

시편 69,17 주님, 당신 자애가 너그러우시니 저에게 응답하소서.

당신의 크신 자비에 따라 저를 돌아보소서.

시편 103,4 네 목숨을 구렁에서 구해 내시고

자애와 자비로 관을 씌워 주시는 분.

이상의 이 두 낱말이 구약성경 히브리어에서 ‘자비’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하며 아래 두 낱말도 자비와 깊이 관련된 말로 자주 거론된다.

헨( )

본디 ‘호감’, ‘매력’ 등 ‘타인의 마음에 드는 매력’의 뜻을 지닌 말이다. 매우 관계적인 의

미로서,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헨을 하느님의 은총 또는 자비로 표현하기도 한다(즈카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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렙( )

‘심장’을 뜻하는데, 영어의 heart와 매우 비슷하게 쓰인다고 할 수 있다. ‘심장’을 뜻할

수도 있고, ‘마음’, ‘의도’, ‘진심’, ‘양심’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렙을

은총 또는 자비로 표현할 수 있다.

3. 칠십인역과 신약성경 그리스어의 자비

칠십인역과 신약성경에서 자비를 뜻하는 말도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스플랑크논( splanchnon, )

히브리어 구약성경을 그리스어로 번역할 때, 히브리어 라하밈의 번역어로 스플랑크논이

쓰였다. 이 말은 본디 ‘내장’, ‘창자’를 의미하는 말이다. 고전 그리스어에서 스플랑크논은 격

한 분노와 격한 사랑이 머무는 곳이었다. 그런데 히브리어 라하밈을 이 말로 옮기면서 반전

이 일어났다. 스플랑크논은 칠십인역에서 친절, 호의, 사랑, 자비, 연민 등을 뜻하게 되었고,

신약성경에서도 이렇게 쓰였다.

우리 하느님의 크신 자비로

높은 곳에서 별이 우리를 찾아오시어 (루카 1,78; 즈카르야의 노래)

흥미롭게도 이 말에서 독특한 동사가 파생된다. 스플랑크니조마이( )

이다. 서양의 사전들을 보면 흔히 ‘감동받아 창자 속으로 들어오다’(moved as to one’s

bowels)로 옮기는데 ‘내장이 흔들릴 정도로 감동받다’ 또는 ‘공감의 감정으로 감동받

다’(moved with compassion)로 새길 수 있다. 곧, 측은지심의 지극한 상태 또는 깊은 자비

의 느낌을 표현하는 말이다. 우리말의 ‘애가 끊어질 정도로 격하게 공감하다’로 번역하면

적절하다.

흥미롭게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자주 언급하시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루카 10,29-

37)와 ‘되찾은 아들의 비유’(루카 15,11-32)에서 이 동사는 결정적 장면에 공통적으로 등장한

다. 강도들을 만나 초주검이 되어 길에 내버려진 사람을 보고 사마리아 사람의 내면을 묘사

하는데 바로 이 동사가 쓰였다. 사마리아 사람은 애가 끊어지는 감정을 느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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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행을 하던 어떤 사마리아인은 그가 있는 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서는,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 ).(루카 10,33)

집을 떠난 둘째 아들을 처음 만났을 때, 아버지의 심정을 표현하는 데도 이 동사가 사용되

었다. 집을 나가 소식이 끊겼던 둘째 아들을 만난 아버지는 ‘애가 끊어지는 마음으로’ 달려가

끌어안았다.

그리하여 그는 일어나 아버지에게로 갔다. 그가 아직도 멀리 떨어져 있을 때에

아버지가 그를 보고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 ). 그리고 달려가

아들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루카 15,20)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자비의 희년’을 발표하시는 강론에서 이 대목을 인용하시며, 이

런 마음으로 아버지께서 직접적으로 행동하셨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이 말할 틈을 주지 않고 그를 끌어안습니다

(루카 15,17-24 참조). 예수님께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를 대하

십니다(자비의 희년 발표, 2015년 3월 13일 강론)

이밖에도 칠십인역 그리스어에서 자비를 뜻하는 낱말은 다음이 있다.

엘레오스( )

아마도 성경 그리스어에서 자비를 의미하는 대표적인 말일 것이다. 인간이 인간에게 베

푸는 자비는 물론이고, 하느님과 그리스도께서 인간에게 베푸는 자비를 의미한다. 앞에서

나온 라하밈과 헤세드 등을 엘레오스로 옮긴 경우가 많다.

오이크티르모스( )

이 말은 ‘동정’, ‘연민’, ‘자비’ 등 감정을 표현하는 말이다. 칠십인역에서 라하밈을 이 말로

옮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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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디아( )

‘심장’을 뜻하는데, 영어의 heart와 매우 비슷하게 쓰인다고 할 수 있다. ‘심장’을 뜻할 수

도 있고, ‘마음’, ‘의도’, ‘진심’, ‘양심’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

4. 불교의 자비

자비는 대표적인 ‘불교 용어’다. 「불교학대사전」은 자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慈는 즉 ‘불쌍히 여긴다’는 뜻으로 이 말의 원어는 팔리어 와 산스크리트어인

라고 하는데, 이것은 ‘벗’(mitra)에서 나온 관념으로서 진실한 우정을 말한다.

慈라는 것은 ‘연민’을 뜻하는데, 원어는 로서 동정, 공감, 함께 슬퍼함 등을

의미한다. 마치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자신의 외아들을 지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체의 생명에 대하여 무량의 자비심을 베풀라는 것이다(1342쪽) .

한마디로 자(慈)는 모든 중생을 향한 포용적 사랑이고, 비(悲)는 불쌍하고 고통받는 이

들을 향한 감정. 타인의 고통과 괴로움을 함께 느끼는 감정이다. 그런데 자비는 보시, 곧 실

천을 동반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같은 보시의 정신은 후기 불교의 역사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병원이나 약국

같은 기관들을 설립하고, 자비의 논밭을 일구어 그 수익금을 빈궁한 자들을

보살피는 데 사용하였다”( 「불교의 이해」 52쪽).

불교의 자비는 발고여락(拔苦與樂)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괴로움을 덜고 낙을 준다.’는

뜻이니 이를 위한 모든 실천을 자비행(慈悲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을 慈, 중생의 고를 없애주는 것을 悲라 한다. 반대로

고를 없애주는 것을 慈, 낙을 베풀어 주는 것을 悲라 한다. 그러므로 두 가지를

다 하는 拔苦與樂이 자비다( 「불교의 이해」 13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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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라틴어의 자비와 프란치스코 교황

자비를 뜻하는 대표적인 라틴어는 미제리코르디아(misericordia)이다. 이 말은 miser(가

난, 불쌍)와 cors(심장, 마음)가 결합한 합성어로서,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란 뜻이다.

일찍이 교황께서는 교황 표어로 ‘자비로이 부르시니’(miserando atque eligendo)를 택하

셨다. 이는 7세기 영국 성인 베다(Beda)의 성찰에서 인용된 것이다. 성 베다는 ‘마태오를 부

르시고 세리들과 함께 음식을 드시다’(마태 9,9-13)는 복음을 읽고, 예수님께서 세리를 보

시고 ‘자비로운 마음이 드시어 선택하셨다’(miserando atque eligendo)는 강론을 남겼고,

그의 훌륭한 성찰은 성무일도에 포함되어 전승되었다.

만 17세의 아르헨티나 젊은이 호르게 베르골료는 1953년 성 마태오 사도 복음사가 축일

에 이 본문을 읽고 하느님의 자비에 휩싸이는 체험을 하였다. 호르게는 당황스러웠지만, 자

신의 체험이 지닌 의미를 깨닫고, 수도자로서 온 생애를 바칠 결심을 했다. 그리고 정확히

만 60년 후에 교황이 된 그는 초심을 사목의 기준으로 삼았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이 표어의 라틴어 문구가 ‘misericordiando atque eligando’로 해

도 정확할 것’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하느님의 무한하신 자비는 일찍이 교황의 사목 원

칙의 첫자리를 차지하고, 그것은 교황의 초심과도 같다고 해석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

다( 「자비의 얼굴」, 8항 참조).

6. 카스퍼: 독일어의 자비

세계적인 신학자인 카스퍼(W. Kasper) 추기경은 「자비」(Mercy)라는 저서를 최근 출판

했는데, ‘자비의 희년’과 매우 관련이 깊다고 회자된다. 카스퍼 추기경은 이 책에서 ‘자비’와

관련된 독일어 표현으로 아래의 세 단어를 사용했다.

에어바멘(Erbamen)은 본디 ‘가슴’ 또는 ‘유방’을 뜻하는 말(barm)에서 파생한 말로서,

‘마음을 누르다’의 뜻이다. ‘마음을 누르는 지극한 감정’의 뜻이라고 하겠다. ‘바름헤르치히

카이트’(Barmherzigkeit)는 이 barm과 심장(Herz)이 합친 말로서,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란 뜻이다.

카스퍼 추기경은 여기에 두 가지 단어를 추가했다. ‘미트라이트’(Mitleid)는 ‘함께’(mit)와

‘고뇌’, ‘슬픔’(Leid)이 합친 말로써, ‘함께 느끼는 고뇌’란 뜻이고, ‘미트게퓔’(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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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mit)와 ‘느낌’( )이 결합한 단어로서, ‘함께 느끼는 느낌’이란 뜻이다.

카스퍼 추기경의 책은 영어로 번역되었다. 영어 번역자는 이 말을 문맥에 따라

mercy(자비), pity(불쌍하다), sympathy(동정), compassion(공감) 등으로 옮겼다.

7. 자비 관련 낱말의 고찰

이 개념들 외에 자비와 관련해 무척 다양한 표현이 사용되었다. 다만 지금까지 살펴본,

‘자비’와 직접 관련된 몇몇 낱말들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불쌍히

여기는 마음’의 의미와(misericordia, Barmherzigkeit, pity, 라하밈, 스플랑크논) ‘공감하다’

는 의미이다(同情, Mitleid, Mitgefühl, sympathy, compassion, 스플랑크니조마이). 사실

이 두 가지 의미는 서로 내적으로 깊이 연관되어 있다.

어떤 전승에서 유래한 단어이든, 자비와 관련된 용어들에는 모두 ‘마음’이 들어있다.

불교의 ‘자비’(慈悲)에는 두 글자 모두 ‘마음 심’(心)자가 들어 있다. 라틴어 misericordia

에 ‘심장’ 또는 ‘마음’을 뜻하는 cor가 들어 있고, 독일어에도 마찬가지다(Herz in

Barmherzigkeit). 히브리어 렙이나 그리스어 카르디아는 그냥 ‘마음’이란 말로 ‘자비’와 ‘동

정’을 표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성경의 용어는 더 구체적으로 ‘마음의 자리’까지 언급한다.

인간의 내부 장기에 자비와 연민이 구체적으로 자리잡고 있었다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다.

히브리어 라하밈과 그리스어 스플랑크논이 그런 말이다.

어떤 전승이든, ‘자비’를 단순한 감정이나 기분으로만 이해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면의 지극한 마음은 실천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카스퍼 추기경은 헤세드

가 ‘지속적 실천’의 개념임을 강조했다. 현대어로 하자면, ‘자비’와 ‘자비행’을 함께 고찰하는

것이 교황의 의도에 더 접근할 것 같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자비는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당신의 사랑을 보여 주는

구체적인 실재입니다. 이는 부모가 자기 자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과 같습니다.

정녕 애끊는 사랑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 사랑은 온유한 배려와 너그러운

용서가 넘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자연스럽게 솟구치는 사랑입니다( 「자비의

얼굴」, 6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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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성모님을 ‘자비의 어머니’로 부르신다. “하느님께서 사

람이 되신 강생의 심오한 신비를 마리아만큼 꿰뚫어 본 분은 없습니다”( 「자비의 얼굴」, 24

항). 이런 가르침을 들으니 성모송의 한 구절이 새삼스럽다. “태중의 아들 예수 또한 복되시

도다”의 ‘태’(胎)는 자궁이란 뜻이다. 하느님의 자비를 의미하는 구약성경의 가장 오래된

낱말이다. 구세사의 가장 큰 신비가 시작될 때, 가브리엘 천사는 바로 지극한 자비의 자리

에 인사드린 것이다.

8. 참고 문헌

「자비의 얼굴」 (Misericordiae Vultus)

사전: HALOT, Thayer, Mounce.

W. Kasper, Mercy - The Essence of the Gospel and the Key to Christian Life (2013)

케네스 첸 지음, 길희성/윤영해 옮김, 「불교의 이해」 (분도출판사 1994)

전관응 감수, 「불교학 대사전」 (홍법원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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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2015년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리아 대축일부터

2016년 11월 20일 그리스도왕 대축일까지를 ‘자비의 특별 희년’으로 선포하고, 그에 따른

칙서 「자비의 얼굴」을 반포하셨습니다.

따라서 전세계 어디에서나 우리 신앙인들은 이 한 해를 특별 희년으로 지내면서 하느님

자비의 얼굴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묵상하고, 주님의 당부대로, 우리 자신도 자비로운 사람

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 자기 자신

이 하느님의 무한한 용서와 자비를 받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는 일입니다. 그런 다음에

야, 우리는 그것을 마음에 새기고, 다른 이들을 같은 너그러움과 자비의 눈길로 바라보고

대함으로써 그들을 하느님의 자비에로 인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먼저 자기가 받은 무한한 자비를 깨닫고, 다음으로 다른 이들에게 그 자비를 전할 사명

을 수행해야 한다는 가르침은 「자비의 얼굴」의 순서와 구조에 그대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런 순서와 정신을 깨닫기 위해서 제일 의미 있는 성서 대목 중의 하나는 마태오 복음 18

장입니다. 이 대목을 깊이 묵상하면, 우리는 하느님께서 얼마나 자비로운 분인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 대목 중에서도 특히 23-35절에 나오는 ‘무자비한 종의 비유’는 교황님의 교

서 「자비의 얼굴」의 구조와 정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아주 적절한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2. 이 비유에서 왕의 종들 가운데 하나가 일만 달란트의 빚을 졌는데, 갚을 길이 없자 왕

앞에 엎드려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곧 다 갚아드리겠습니다.” 하며 애걸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왕은 그를 ‘가엽게 여겨’12) 빚을 탕감해 주고13) 놓아 보냈다.”고 성서는 말합니다. 여

기까지가 「자비의 얼굴」 전반부에서 보여 주는 내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너희의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강 연

이병호 빈첸시오 주교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위원장 / 전주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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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종은 나가서 자기에게 백 데나리온밖에 안 되는 빚을 진 동료를 만나자 달려들

어 멱살을 잡으며 “내 빚을 갚아라.” 하고 호통을 칩니다. 그 동료는 엎드려 “꼭 갚을 터이니

조금만 참아주게.” 하고 애원했지만, 그는 들어주기는커녕 오히려 그 동료를 끌고 가서 빚진

돈을 다 갚을 때까지 감옥에 가두어 둡니다. 다른 동료들이 이 광경을 보고 매우 분개하여

왕에게 가서 이 일을 낱낱이 일러바치자, 왕은 그를 다시 불러들여 말합니다. “이 몹쓸 종

아, 네가 애걸하기에 나는 그 많은 빚을 탕감해 주지 않았느냐?14) 그렇다면 내가 너에게 자

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네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할 것이 아니냐?”15) 그리고 왕은 몹

시 노하여 그 빚을 다 갚을 때까지 그를 형리에게 넘깁니다. 이 이야기의 결론은 이렇습니

다. “너희가 진심으로 형제들을 서로 용서하지 않으면16)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도 너희

에게 이와 같이 하실 것이다.”

3. 오늘날의 하루 노동 임금을 10만 원으로 계산할 때, 백 데나리온은 1000만 원에 해당

합니다. 한 달란트가 약 5천 데나리온에 해당한다고 하니, 일만 달란트는 약 5조원이 되는

셈입니다. 한 개인이 갚기에는 전혀 불가능한 액수입니다. 이 비유에서 문제는 왕으로 상징

되는 하느님으로부터 일만 달란트라는 말로 표현되는 무한한 양의 빚, 곧 죄를 용서받은 종

이,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하느님 앞에서 “우리는 과연 빚을 진 사람들입니다”(로

마 8,12).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것이니, 그분께 빚을 지

12) * ̆ splanknistheis˙de ho kyrios - splanknizomai - splanknon - 내장 = 오장육부 = 換腸 - 마음

* 루가 15,20: eiden auton ho pater autou kai ̆esplanknisthe˙ kai dramon epepesen epi ton trakelon autou

kai katephilesen auton.

* 마태 9,36 목자 없는 양과 같이 시달리며 허덕이는 군중을 보시고 불쌍한 마음이 들어(esplanknisthe) 37 제

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으니 38 그 주인에게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 달라

고 청하여라.” * 단장(斷腸)의 슬픔: 진(晉)나라 환온(桓溫)이 촉(蜀)을 정벌하기 위해서 배에 군사를 나누어 싣고 가던 도중

양자강 중류의 삼협(三峽)을 지나가게 되었다. 한 병사가 원숭이 새끼를 생포하자, 어미가 백여 리를 따라오며

슬피 울었다. 강어귀가 좁아지는 곳에 이르자 어미 원숭이는 몸을 날려 배 위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바로 죽었

다. 병사들이 그 어미 원숭이의 배를 가르자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다.

13) kai to daneion apheken auto.

14) pasan ten opheilen ekeinen apheka soi 탕감해 주지 않았느냐?15) ouk edei kai se eleesai ton syndouloun sou: 동료 종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

16) ean me aphete hekastos to adelpho autou apo ton kardion humon 너희가 형제에게 서로 마음으로부터 탕감해 주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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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다는 말은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관계를 정확하게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바오로 사도

는 말씀하십니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것이 아닙니까?

이렇게 다 받은 것인데 왜 받은 것이 아니고 자기의 것인 양 자랑합니까?”(1고린 4,7).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오니 우리의 죄를 용서하소서.” 주님의 기도에서 우

리가 이렇게 간청하는데, 이 말이 본래는 “우리가 우리에게 빚진 이들의 빚을 탕감해 주오

니, 우리의 빚을 탕감해 주소서.”로 되어 있다는 사실이 이런 맥락에서 보면 새롭게 강한 의

미를 띠고 다가옵니다.

그래서 이 칙서는 내가 받은 하느님의 자비를 깊이 묵상하고(제1부), 그런 사람들이 모인

교회 공동체가 이제 주변 세상에 그 자비를 증언하고 전달할 사명을 일깨우며(제2부), 끝

으로 정의와 자비의 관계를 설명한 다음(제3부), 자비의 성모님께 우리 교회와 세상을 위해

전구해 주시도록 기도하는 것으로 끝마칩니다.

제1부 : 하느님의 자비와 나(1-9항)

4. 제1부의 시작이자 이 문헌 전체의 서두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

느님 아버지의 자비의 얼굴입니다.” 그리고는 이어서, 성서 특히 신약 성서의 주요 대목을

중심으로 하느님 자비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감동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1부야말로, 우리 하나하나를 완전히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핵심 부분이라고 할 수 있

습니다.

시나이 산에 올라가 40일 동안 준비한 뒤 그분의 말씀을 들었던 모세처럼,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순간마다 홀로 산에 올라가 밤을 새우시며 아버지의 말씀을 들으셨던 예수님처

럼, 하느님 아버지의 목소리를 직접 대하는 마음으로, 이 부분을 한마디 한마디 읽으며 그

자비의 신비 속으로 들어가면, 우리는 말라기의 예언이 지금 여기 내 안에서 이루어짐을 체

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는 대장간의 불길 같고, 빨래터의 잿물 같으리라. 그는 자리를 잡고

앉아, 풀무질하여 은에서 쇠똥을 걸러 내듯, 레위 후손을 깨끗하게 만들리라. 그리하면 레

위 후손은 순금이나 순은처럼 순수하게 되어 올바른 마음으로 제물을 바치게 되리라”(말

라 3,2-3).

그렇게 하여 하느님의 자비를 깊이 깨달으면, 교회 학자로 선포된 성녀 소화 데레사와 함

께 확신을 가지고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제가 인류 역사상 사람들이 저지른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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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패악한 죄를 저 혼자 다 지었다고 해도, 하느님을 만나면 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

분께 달려가 그 품에 안길 것입니다. 제가 지었다는 죄를 다 합해도,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

와 사랑이라는 용광로에 비하면, 그것은 작은 빗방울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저는 잘 알

기 때문입니다.”

5. 우리가 이와 똑같은 믿음과 신뢰를 가질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예수님으로부

터 자비를 실제로 체험한 복음서의 인물 가운데 어떤 사람의 자리에 자신을 세우는 것입니

다. 예를 들어, 예리고의 길가에 앉아 있던 앞 못 보는 거지 바르티매오의 처지가 되어 예수

님께 간청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마르

10,48). 아니면, 그분의 말 한마디에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말조차

못하고, 온 존재가 간절한 기도로 바뀌어,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던 한 여인(요한 8,3-11 참

조)이 서있는 자리에 내가 서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다음에는, 이제는 입장을 바꾸어, 그 여인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처지에 내가

서고, 그 여인이 서있는 자리에는 평소에 내 삶의 테두리 속으로 받아들이기가 불가능하거

나 관심의 범위에서 완전히 제쳐 두고 살아온 이들을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가족이나 일

가 친척, 이웃, 직장 동료, 정치·사회적 노선에서 나와는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 조직 폭력

배 등 윤리적으로 모든 이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사람을 거기 세우는 것입니다.

보편 교회로서는, 지금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가정을 주제로 진행 중인 세계주교대의원

회의에서 가장 다루기 어렵고 사람들의 의견이 심하게 대립되어 있는 주제 중의 하나가, 이

혼 후 재혼한 이들에게 영성체를 허용할 것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입니다. 여기에서 시작하

여, 정식으로 혼인을 하지 않고 동거하는 이들, 거기에서 태어나는 어린이들, 낙태의 경험이

있는 이들, 동성애자들의 문제 등, 오늘날 우리나라에서까지 사회적 현실로 떠올라 있는 이

런 일들을 두고, 교회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과거에는 이런 일들이 드물었거나, 있어도

쉬쉬하고 넘어갔는데, 오늘날에는 그런 경우가 수적으로 크게 늘어났을 뿐 아니라, 당사자

들이 밖으로 나와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6. 이처럼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고, 어떤 면에서는 보통 사람들의 의

식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세상의 풍조를 배경으로 해서, 「자비

의 얼굴」을 읽어야 합니다. 그리스도론의 대가로서 현대 독일의 가장 저명한 신학자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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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이며, 오랫동안 교황청 ‘그리스도인 일치촉진 평의회’ 장관이었던 발터 카스퍼 추기경

은 최근의 저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애와 사랑의 혁명」에서 현 교황을 “계속 놀라게 하

는 교황”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과연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그 자리에 선출되던 첫 순간부터 파격적인 언행으로 사람들

을 계속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황으로 선출된 지 불과 4개월밖에 안 되었을 때

그분은 오늘의 교회가 가장 난처하게 생각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인 동성애자들에 관해서

말씀하시면서 우리를 놀라게 했습니다. 2013년 7월 23일 브라질에서 있었던 세계청년대회

를 마치고 로마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이 동성애자들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

시느냐고 물었을 때였습니다. “어떤 동성애자가 좋은 뜻을 가지고 하느님을 찾고 있다면,

… 음 … 내가 누구이기에 그를 판단하겠습니까?” 이 이야기는 대단한 뉴스거리가 되어 전

세계 언론 매체를 달구었습니다.

그리고 2015년 6월 24일에는 또 하나의 어려운 문제인 이혼한 사람, 이혼 후 재혼한 사

람들에 관해서도 말씀하셨습니다. 그날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베드로 대성전 광장에서 드

린 주례 미사의 강론에서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 관해 언급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신 것

입니다. “나는 비정상적이라는 단어를 싫어합니다.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돕고, 어떻게 함

께 할 수 있는지를 물어봐야 하고, 이를 통해 어린이가 부모 중 어느 한 쪽의 인질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이런 구체적인 문제들을 염두에 두고 읽을 때, 「자비의 얼굴」은 그 특

유의 긴장과 혁명적 특성이 선명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그리고 2015년 9월 1일에는 “낙태

한 여성이 죄를 깊이 뉘우치며 용서를 청한다면, 자비의 특별 희년 동안, 그 죄를 용서할 수

있는 권한을 모든 사제들에게 부여한다.”고 선언하셨습니다. 「자비의 얼굴」에서 예고하셨던

것( 「자비의 얼굴」, 18항)을 이제 밝히신 것입니다.

제2부 : 우리-교회는 세상에 하느님의 자비를 어떻게 전할 것인가?(10-23항)

7. 이렇게 해서 신앙인들이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와 용서를 받아 새사람으로 변했다면,

이제 교회로서 하느님의 가장 대표적 특성인 이 자비를 어떻게 세상 사람들에게 증거하고

전하여 그들도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게 할 것인가? 이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오릅니

다. 제2부에서는 바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제2부를 시작하는 10항에서 교황님은 먼저 자비라는 관점에서 생각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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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지금까지 교회가 많이 부족하고 본질을 망각한 면이 있었음을 인정합니다. “어쩌면 우

리는 오랫동안 자비의 길을 가리키고 그 길을 따라 실제로 살아가는 것을 잊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구체적으로는 우리가 그 동안 정의나 추상적 진리 혹은 원칙만을 앞세우고 거기

에 머무르는 일이 많았던 점을 반성합니다. 정의는 물론 대단히 필요하지만, 그것은 자비로

건너가기 위한 출발점으로서만 가치가 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비와 용

서를 틀림없이 받을 수 있다는 확신과 보증이 없으면, “우리의 삶은 의미도 보람도 없게 되

어 마치 황량한 사막을 걷는 형국이 되고 말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8. 그래서 이 문헌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와 그 이후 역대 교황님들의 가

르침을 돌아보며, 거기에서 자비가 한결같이 강조되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그 공의회를 소

집하신 성 요한 23세 교황님이 개막 연설에서 하신 말씀은 제1부에서 이미 횃불처럼 제시

되었습니다. “이제 그리스도의 아내(교회)는 엄격함이 아니라 자비라는 약을 사용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분의 뒤를 이어 공의회를 완성으로 이끄신 복자 바오로 6세의 말씀도 소

개되었습니다. “우리 공의회의 신앙은 무엇보다도 먼저 사랑이었음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 착한 사마리아인의 옛 이야기가 우리 공의회의 정신을 이끌어 준 모범이자 규범이었

습니다. 공의회는 현대인들에게 열정과 감동을 불러일으켰습니다. …… 사람들이 앓고 있

는 질병을 깨닫고 위로가 가득한 구원의 약을 가져다 주었으며, 불길한 징조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희망과 신뢰의 메지시를 현대인들에게 전하였습니다. ……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인간, 온갖 나약함을 지닌 인간, 갖가지 요구를 지닌 인간에게 봉사하려는 것입

니다”(4항).

그리고 이제 제2부에서 소개되는 공의회 이후 교황들 가운데에서, 먼저 「자비로우신 하

느님」이라는 회칙을 반포하신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가르침, 특히 현대가 자비를 잊어

버린 시대라는 말씀을 상기시킵니다. 따라서 교회는 자비를 다시 일깨우고 사람들에게 선

포하라는 소명을 자각해야 한다는 그분의 말씀을 되새깁니다(11항).

9. 자비는 “복음의 뛰는 심장”이라고 규정함으로써, 그것이 멈추면 교회는 이미 죽은 것

이라는 점을 넌지시 표현하는 12항은 새로운 복음화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야 할지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13항에서는 “너희의 아버지께서 자비로우신 것

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가 6,36)는 말씀을 인용하면서 이번 특별 희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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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명을 밝힙니다. 이어서 순례(14항), 우리 주변에서 가장 그늘진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

에 대한 관심(15항)을 표명하십니다. 그리고 메시아로서 세상에 공식적으로 등장하신 예수

님께서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당신의 사명을 규정하신 대목(루가

4,18-19)을 들어, 하느님의 아들이 세상에 오신 목적을 상기시키면서, 그분을 따르는 우리

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일깨웁니다(16항).

그리고 이어서 희년의 사순시기를 합당하게 지낼 구체적 방법을 제시합니다. 특히 사순

제4주일을 앞둔 금요일과 토요일에 거행될 <주님께 드리는 24시간>과 그 기회에 고해성사

를 통해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를 체험할 것을 제안합니다(17항). 또 이 시기에 교황님께서

‘자비의 선교사들’을 파견하여 하느님 자비에 관해 설명하고, 또 일부 사제들에게는 평소에

교황에게 유보되었던 죄를 사해 줄 권한을 위임하시겠다는 약속도 하십니다(18항).

제3부 : 정의와 자비의 관계 (20-21항)

10. ‘자비’와 거기에 관해서 지금까지 묵상한 것들이 진지성을 유지하고 참된 구원의 메

시지가 되게 하기 위해서는, 정의와 자비의 관계를 정확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 관계

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자비에 관한 예수님의 말씀과 행동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되

고, 자칫 본래의 의도를 깡그리 망치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마치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고, 세상의 풍조에 편승하여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몸을 내

맡기는 태도를 정당화시켜 주는 것으로 착각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독일의 양심적 신학자

이며 나치에 저항하다가 순교한 본회퍼의 말대로, 우리가 받은 구원의 은총은 ‘하느님 아

들의 피’라는 더할 수 없이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그것은

공짜니 제멋대로 살라는 식의 싸구려 은총을 선전하는 이들의 속임수에 휘둘릴 수 있습니

다. 대 그레고리오 성인의 말씀대로, “가장 좋은 것이 썩으면 가장 고약하게 되는 것입니다

(Corruptio optimi pessima)”(19항).

이런 오해는, 주로, ‘죄’와 ‘죄인’을 구별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죄는 미워하고 척결

하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하지만, 죄인은 너그럽게 대해야 한다는 것이 자비

의 얼굴이신 주님에게서 우리가 배우고 또 받은 사명입니다. 그 과정에서 악은 어디까지나

악이며 죄는 어디까지나 죄일 뿐임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죄나 악이 선으로 바뀔 수는 없

습니다. 구원은 죄악에 빠진 인간을 그 구렁텅이에서 건져 내는 것이지, 죄악 자체를 선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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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선언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정의와 자비뿐 아니라, 성서에서 하느님을 그려 내기 위해서 동원되는 모든 말이나 인

간 관계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빌려 쓰는 표현들이 우리 생각에 때로는 상충되는 듯이 보이

지만, 실상은 같은 사실의 다른 측면 혹은 ‘변조’(變調)들일 뿐입니다. 하느님의 본질은 ‘사

랑’(1요한 4,8.16)이라고 성서는 말합니다. 이 하나이고 똑같은 사랑이 상대방에 따라, 그리

고 그가 그때그때 맞닥뜨리는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조되어 나타나는 것입니

다. 햇빛이 우리 눈에는 하얗게 느껴지지만, 분광기를 통과하면 광파의 장단에 따라 일곱

가지 대표 색이 나타나고 그들 사이에도 무수한 색의 변조가 보입니다. 또 소리도 음파의

장단에 따라 셀 수 없이 다양한 음조로 우리 귀에 들립니다.

사랑이라는 하느님의 본질도 이와 같이 상대방과 그가 처한 구체적 상황에 따라 무수한

모습으로 변조됩니다. 그래서 사랑이신 하느님이 왕, 전사, 심판자, 주인, 아버지, 구원자, 스

승, 목자, 지도자, 친구, 애인, 남편 등으로 나타나시고, 거기에 맞추어 권능, 용맹, 정의, 정확

한 품삯, 자비, 우정, 사랑, 빛, 길, 진리, 생명, 충실성 등, 변조된 모습에 어울리는 개념이 그

분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사용됩니다.

11. 그런데 우리가 삶에서 흔히 체험하는 바와 같이, 정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한층 더

깊은 힘인 사랑이 정의를 포함한 인간 삶의 다양한 측면들에 깊이 스며들지 않은 채, 정의

만을 내세우면 자칫 정의 자체를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현실 세계의 경험에 비추어

“‘극단의 정의는 극단의 불의다.’라는 금언이 생긴 것입니다”(요한 바오로 2세, 「자비로우신

하느님」, 12항). 우리나라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여전히 유통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말해 줍니다. 정의를 수호하고 실현해야 하는 기관에 가면, 정의의 상징으로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정확하게 균형을 잡은 저울이 그림이나 조각으로 나타나 있는 것을

봅니다. 그런데 극도의 정의를 앞세워 극도의 불의가 자행되고 있는 현실은 그 저울이 자주

균형을 잃고 권력이나 금력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지는 현상을 보여 줍니다. 그러나 자비와

사랑의 하느님께서는 그와는 정반대쪽으로 기울어지시는 분입니다.

자비는 앞에 서있는 죄인의 아버지로서 하느님께서 느끼시는 단장의 슬픔 때문에 정의

의 저울이 완전히 기울어졌을 때, 사랑이 얻게 되는 다른 이름입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

의 말씀대로, “하느님께는 의노를 눌러 이기기가 자비를 눌러 이기기보다 훨씬 쉬웠습니

다”( 「자비의 얼굴」, 21항). 과연 하느님의 자비는 그분의 정의를 이깁니다. 그래서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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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정의는 그분의 자비입니다. 우리는 죄의 구렁텅이에 갇혀있는 인간을 보시고 창자가 뒤

틀리는 슬픔을 느끼시어, 거기에서 끌어내시려고 십자가에서 참혹하게 죽었다가 부활하시

고, 성령을 보내심으로써, “죄와 정의와 심판에 관한 세상의 그릇된 생각을 꾸짖어 바로잡

아 주신”(요한 16,8) 성령의 도움으로 그것을 깨달았습니다. 자비의 얼굴이신 그리스도 예

수께서는, 무서운 심판관으로서가 아니라 무한한 용서와 자비로 나타나는 당신의 전능으

로 사람들을 당신께 끌어올려 주시며(요한 12,32 참조), 우리는 이 희망으로 구원되었음을

(로마 8,24 참조) 믿는 것이 그리스도 신앙의 요체입니다.

우리가 이를 깊이 깨닫고 그만큼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되면, 똑같은 용서와 자비를 목말

라하는 다른 이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잘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

이에 자신과 그들 간에 세워져 있던 “담벼락이 무너지고”(에페 2,14-16), “그들을 향해 던지

려고 쥐고 있던 돌멩이가 손에서 스르르 빠져나가는 것”(요한 8,2-11)을 느낄 것입니다.

12. “어떤 형제가 너에게 잘못한 일이 있거든 단 둘이 만나서 그의 잘못을 타일러 주어

라. 그가 말을 들으면 너는 형제 하나를 얻는 셈이다. 그러나 듣지 않거든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을 더 데리고 가라. 그리하여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의 증언을 들어 확정하라.’는 말씀

대로, 모든 사실을 밝혀라. 그래도 그들의 말을 듣지 않거든 교회에 알리고, 교회의 말조

차 듣지 않거든 그를 이방인이나 세리처럼 여겨라.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무엇이든

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도 매여 있을 것이며 땅에서 풀면 하늘에도 풀려 있을 것이다”(마

태 18,15-18).

네 복음서 전체에 걸쳐서 ‘교회’라는 말이 나오는 곳은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맺고 푸

는 권한을 주신 마태오 복음 16장과, 비슷한 권한을 교회 공동체에게 주신 18장의 이 두

대목뿐입니다. 신앙인들의 모임인 교회도 하나의 공동체로서 거기 들어올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구분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그 공동체의 문을 열고 닫을 어떤 구체적 지침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교회 공동체 생활의 대헌장이라 할 만한 지침을 발견합

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처음에는 단 둘이 만나서 충고하고, 그것이 통하지 않으면 한두 사

람을 더 데리고 가고, 그들의 말도 효과가 없으면 교회에 알리고, 그마저 듣지 않으면, 이제

그는 교회의 ‘문’ 밖에 있는 처지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니, 교회가 그 사실을 선언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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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그러므로 자비는 원칙도, 객관적 진리도, 기준도 없이 덮어놓고 ‘좋다’ 하고, 무슨 짓

을 해도 ‘오냐, 오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리와 오류는 분명하고 확실하게, 또 보태거나 빼

지 말고, 그대로 선포해야 합니다. 문제는 정의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고, 그것은 자비로

가기 위한 출발점이라는 점을 기억하는 일입니다. 자비는 정의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시킵니다. 그래서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의 말대로, ‘자비 없는 정의는 잔인하고, 정의

없는 자비는 모든 것을 망치는 원인’이 됩니다. 그러므로 정의와 자비는 언제나 함께 가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정의에만 머무르신다면, 그분은 더 이상 하느님이 아니고, 단지 율법

준수만 요구하는 인간과 다름이 없는 존재가 되실 것입니다”(21항).

하지만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누구든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뉘우치

며 돌아올 때는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씩 일흔 번”, 곧 무한히 용서해야 한다는 점입니

다. 여기에 자비가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베드로가 잘못한 형제를 몇 번이나 용서해야 하느

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시고, 이어서 ‘무자비한 종의 비유’(마태 18,22-34)를 들려주셨

습니다.

그리고 정의와 자비의 관계를 가장 잘 보여 주며, 하느님께서는 자비로써 정의를 완성하

시고, 그분의 정의는 자비라는 사실을 생생하게 그려 주는 비유 가운데 하나를 우리는 마

태오 복음(20,1-16)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집 주인이 포도원에서 일할 일꾼을 구하기 위해

서 이른 아침에 나가서 만난 사람에게 하루 품삯을 한 데나리온으로 정하고 농장으로 보냈

습니다. 그는 아침 6시부터 일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 뒤, 9시, 12시, 오후 3시, 오후 5시에도

주인은 계속 나가 사람들을 일터로 보냈습니다. 날이 저물어 품삯을 받을 때가 되자 맨 나

중에 온 사람이 처음 온 사람과 똑같이 한 데나리온을 받자 맨처음에 온 사람이 주인에게

투덜거립니다. “막판에 와서 한 시간밖에 일하지 않은 저 사람들을 온종일 뙤약볕 밑에서

수고한 우리와 똑같이 대우하십니까?” 대단히 합리적이고 상식적이지만, 우리는 여기서 탕

자가 아버지께 돌아온 뒤에도, 마음속에서는 “종이나 다름없이 일하며”(루가 15,29) 아버

지의 집으로 들어가지 못했던 큰아들의 목소리가 겹쳐 들리는 것을 느낍니다.

14. 이 큰아들과 아침 6시부터 일했던 일꾼에게 하느님은 그저 값을 주고 물건을 받으면

끝나는 상거래의 대상이거나, 주어진 일을 하고 품삯을 받으면 더 이상 남는 것이 없는 주인

일 뿐이었습니다. 율법주의에 갇힌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표본이었습니다. 그러나 작은 아들이나, 늦게 와서도 일찍 일한 사람과 똑같이 받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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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는 그 하느님이 한없는 자비 그 자체였습니다. “히브리 사람 중의 히브리 사람으로서 율

법으로 말하면 누구보다 열정적인 바리사이파 사람”(필립 3,5)이었던 바오로는,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나고부터,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를 깨닫고, 가치관이 완전히 뒤집어져서, 그때

까지 유익했던 모든 것을 다 장애물로 생각했습니다. “나에게는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

는 지식이 무엇보다도 존귀합니다. 나는 그리스도를 위해서 모든 것을 잃었고 그것들을 모

두 쓰레기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려는 것입니다. 내가 율법

을 지킴으로써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얻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리스도를 믿을 때 내 믿

음을 보시고 하느님께서 나를 당신과의 올바른 관계에 놓아주시는 것입니다”(필립 3,8-9).

이제 하루 종일 일한 일꾼의 이야기로 돌아가, 주인의 말을 들어봅시다. “내가 당신에게

잘못한 것이 무엇이오? 당신은 나와 품삯을 한 데나리온으로 정하지 않았소? 당신의 품삯

이나 가지고 가시오. 나는 이 마지막 사람에게도 당신에게 준만큼의 삯을 주기로 한 것이

오. 내 것을 내 마음대로 처리하는 것이 잘못이란 말이오? 내 후한 처사가 비위에 거슬린단

말이오?”

15. 정의는 ‘각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그의 것을 그에게 돌려주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에

서 주인은 일꾼과 품삯을 한 데나리온으로 정하고 일을 시키고 난 뒤에 약정한 한 데나리

온을 정확히 주었으니, 정의를 완전히 실천한 것입니다. 제일 늦게 온 사람은 1시간을 일했

고, 가장 먼저 온 사람은 12시간을 일했으니, 상식적으로 말하자면, 오래 고생한 사람이 더

많은 품삯을 기대할 만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것이 일반 사회나 국가 생활에서는 상식에 속

하는 일이고 정의입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은 기업체의 사장이나 한 나라를 통치하는 왕이 아니

라, 한 가정의 아버지입니다.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버지의 집인 가정에서는 일어

납니다. 일을 조금도 못했고, 오히려 앓아 누워 있는 자식에게도 아버지나 어머니라면 건강

해서 일을 잘하는 자식과 똑같거나 오히려 더 많은 재산을 물려주는 일은 흔합니다. 일한

만큼이 아니라 그가 먹고 살기 위해서 필요한 만큼을 주는 것이 부모의 심정이기 때문입니

다. 이 아버지의 심정이 자비심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모든 사람들의 아버지이십니다. 누

구에게나 먹고살 만큼 주고 싶어하시는 분입니다. 그 아버지에 비하면, 이 세상의 아버지는

그림자에 불과합니다. “너희는 이 세상 누구를 보고도 아버지라 부르지 마라. 너희의 아버

지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한 분뿐이시다”(마태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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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자비의 희년은 베드로 대성전을 비롯해서 로마 시내에 있는 여러 교황 대성전들의

성문을 연다는 상징적 동작으로 시작되어 그것을 닫는 것으로 마감될 것입니다. 이번 희년

의 특징 중의 하나는 지금까지의 관례와는 달리, 로마뿐 아니라 전세계의 모든 교구들도

주교좌와 공동 주교좌 성당 및 교구장이 정하는 순례지의 성당 성문도 함께 열고 함께 닫

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하여, 로마에까지 가지 않고도 모든 신앙인들이 자기 교구 안

에서 로마의 성전 문을 통과하는 것과 똑같은 대사와 은총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

문에 우리는 이 기회에 성문을 열고 거기를 통과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깊이 생각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장 대표적인 성문은 예루살렘 도시를 둘러싸고 있던 성벽

에 설치된 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순례는 먼 길을 걸어 그 문을 향해 와서 성전으

로 들어가는 걸음걸이였습니다. 몇 날 며칠을 걸어간 끝에 마침내 저 멀리에 예루살렘 성문

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그들이 느낀 기쁨이 어떠했을지는 비슷한 체험을 한 이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시편 121편은 그 기쁨을 잘 표현합니다. 그들은 출발하기도 전에 이미

도착한 듯한 기쁨과 설레이는 마음을 이렇게 나타냅니다. “주님의 집에 가자 할 제 나는 몹

시 기뻤노라. 예루살렘아, 네 성문에 우리 발은 이미 서 있노라”(시편 121,1-2).

17. 예루살렘뿐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이 살고 있는 모든 마을과 도시는, 당시의 관례에

따라,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따라서 성문을 통해서만 드나들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성문 앞 광장은 주민들이 함께 모여 상거래, 정치적 논의, 재판, 외적을 물리치러 나가는 군

대의 출정식 등 공동체의 모든 일들을 상의하고 실행하기도 하는 다목적 광장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예루살렘의 성문이 이스라엘 민족 전체의 관심사가 논의되는 역할을 한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후기 예언자들은 백성들이 하느님께 충실하지 못하고 점점

그분에게서 멀어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하느님께서 그 도성을 버리실 날을 내다보았습니

다. 그리고 실제로 성전이 파괴되고 났을 때, 이제 사람이 하늘로 올라갈 수 없음을 깨달았

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하느님께서 몸소 “하늘을 쪼개고 내려오시어”(이사 63,19), 양떼를

이끌고 그 성문을 통과해 그들을 인도해 주시라고 간청했습니다.

예언자들의 이 간절한 기도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이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이

세례를 받으셨을 때 과연 하늘이 쪼개지고 하느님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하느님의 아

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사람이 하늘로 오르기 위한 사다리요 하늘의 문입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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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어 두어라. 너희는 하늘이 열려 있는 것과 하느님의 천사들이 하늘과 사람의 아들

사이를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요한 1,51). “다윗의 열쇠를 가지신 분”으로서

“여시면 닫을 자가 없고, 닫으시면 열 자가 없는 분”(묵시 3,7)이신 예수께서는, 그 열쇠

를 베드로에게 주셨고(마태 16,19 참조) 또 교회 공동체에게도 주셨습니다(마태 18,18

참조).

18. 이제 교회가 이 문을 활짝 열어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게 하자는 것이 희년의 취

지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는 말씀하십니다. “교회는 문을 항상 열어 놓고 기다리는 아

버지의 집이라고들 말합니다. 그런 식으로 늘 열어 놓는 자세의 구체적 표지 중 하나는 성

당 문들을 언제나 열어 놓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성령의 충동을 받아 하느님을

찾아 성당에 왔을 때, 차갑게 닫혀 있는 문 앞에서 되돌아가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합

니다. 그런데 닫혀 있어서는 안 될 문에는 그런 종류의 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교회의 삶

에는 어떤 방식으론가는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이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떤 이유를 들어서도 성사들의 문이 닫혀져서는 안 됩니다. 특별히 그 자

체가 ‘입문’ 성사인 세례가 그렇습니다. 성체성사는, 비록 성사 생활의 충만이지만, 그것은

완전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 아니고 나약한 사람에게 효과가 아주 좋은 약입니다( 「복음의

기쁨」, 47항).

여기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난외주’를 통해서 여러 성인 교부들의 말을 인용합니다. 먼

저, 성 암브로시오의 말을 들어봅시다. “나는 항상 성체를 모셔야 합니다. 그래야 그 성사가

언제나 나의 죄를 용서해 줄 테니까요. 내가 계속 죄를 짓는다면, 나는 계속 성체를 영해야

합니다.” “만나를 먹은 사람들은 다 죽었습니다. 그러나 이 몸을 먹는 사람들은 그 죄의 사

함을 받을 것입니다.” 알렉산드리아의 치릴로 성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자신을 깊이

성찰해 보았더니, (성체를 영할)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

들에게 한마디 하겠습니다. ‘언제쯤이면, 당신은 그 자격을 갖출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마침

내 그리스도 앞에 서게 될 때쯤이면 그렇게 될 것 같습니까? 당신의 죄가 성체께 다가가는

데에 장애가 된다면, 그리고, 그 누가 자신의 죄를 알랴 하는 시편의 말씀처럼, 당신이 계속

해서 넘어진다면, 영원한 생명을 주는 이 성화성사를 전혀 영하지 못한 채 한평생을 살 것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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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예수께서 당시 죄인으로 취급되던 가장 대표적 부류의 하나인 세리 레위를 제자로

부르시고 그 집에서 음식을 잡수실 때에 일어났던 일을 생각해 봅시다. 누구에게나 의인의

표상처럼 여겨지던 바리사이파의 율법학자들이 제자들에게 시비조로 말합니다. “저 사람

이 세리와 죄인들과 어울려 같이 음식을 나누고 있으니 어찌된 노릇이오?” 그리고 예수께

서는 그 말을 들으시고 말씀하십니다. “성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자에게

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이제 예수께서 오늘 여기 나타나시고, 사람들이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 가운데 누군

가의 초청을 받으신다면, 그분이 어떻게 반응하실까? 레위의 집에 초청을 받아 가셨던 일

에 비추어 생각해 보면 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문제는 우리의 마음, 사람들이 보통 곁을 주지 않는 이들에 대한 우리의 태도입니다. 한

마디로, 우리 “마음의 문”(자비의 얼굴, 25항)을 여는 일입니다. 예수께서는 당대의 유다인

들이 당신의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궁극적 이유가 이 마음의 문을 열지 않기 때문

이라고 하셨습니다(마태 13,15와 병행구). 바오로 사도도 예수님의 이 말씀을 들어, 유다

지도자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를 설명합니다(사도 28,27). 요한 사도

역시 ‘마음의 문’(1요한 3,17)을 열라고 촉구하십니다. 종교 안에서 이른바 지도자로 통하던

사람들을 두고 하신 예수님의 가장 가혹한 비판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

사이파 사람들아, 너희 같은 위선자들은 화를 입을 것이다. 너희는 하늘나라의 문을 닫아

놓고는 사람들을 가로 막아 서서 자기도 들어가지 않으면서 들어가려는 사람마저 못 들어

가게 한다”(마태 23,13).

20. 우리가 성년을 맞이하여 마음의 문을 활짝 열면, 우리는 그리스도의 ‘참 제자’(루가

9,23-25와 병행구), ‘지극히 높으신 분의 자녀’(루가 6,35)로 변모하고, 교회는 “자비의 참

된 증인”(자비의 얼굴, 25항)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예루살렘이 장차 모든 나라 모든

민족에게 문을 활짝 열어 평화와 정의로 세워질 ‘새로운 예루살렘’이 될 날을 내다보던 예

언자들의 꿈(이사 26,1-5; 60,11; 에제 48,30-32; 즈가 2,8-9 참조)이 이루어질 것이며, 교

회는 어떤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나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용기화 희망을 줄 수 있게 될 것입

니다. 하느님의 자비로 “새 하늘, 새 땅”(묵시 21,1)이 그만큼 더 가까워질 것입니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생각하고 논의하고 모색해야 하겠지만, “온갖 훌륭한 은혜와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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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선물은 위로부터, 우리를 외면하심으로써 그늘 속에 버려두시는 일이 없으신 하느

님 아버지께로부터 내려오는 것임을”(야고 1,17)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우

리를 놀라게 하시는 하느님의 몫을 생각하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이 희

년에 하느님께서 우리를 놀라게 해 주시도록 내맡겨 드립시다”( 「자비의 얼굴」, 25항).

제4부 : 자비의 특별 희년 동안의 실천 사항

21. 이제 우리는 이 특별 희년을 보람 있게 지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자비의 얼

굴」에서 권고하는 몇 가지를 중심으로 실천 사항을 제시합니다.

가. 성지 순례: 탕자가 아버지 집을 향해 되돌아가는 마음으로 한발 한발 걸으며 인생이

라는 나그넷길의 깊은 의미를 되새깁시다. 순례의 끝에 성지에 이르면 헐벗은 거지꼴

로 돌아온 탕자를 향해 달려가서 목을 끌어안고 반가워하며 제일 좋은 옷을 꺼내다

가 입히고, 신발을 신기고, 가락지를 끼우고, 살진 송아지를 잡아 잔치를 베풀어

주라고 하인에게 이르는 아버지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거기에서 우리는 대사(大赦),

곧 그 동안 지은 죄에 따른 벌을 완전히 벗겨 주는 은총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교구의 순례지들은 예외 없이 순교자들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세상을 이겨

낸 그분들도 ‘성인들의 통공’ 속에서 천상 대군을 이루어 우리를 반겨줄 것이며 새로

운 삶을 살아가도록 하느님께 전구해 주실 것입니다.

나. 이 한 해 동안 반이나 구역 모임, 레지오 마리에 회합, 소공동체 모임, 기타 자신이

속한 신심 단체의 모임에서 교황님의 이 교서를 첫 항부터 차례로 읽으며 관련 성서

대목도 같이 묵상하고, 이를 서로 나눔으로써, 개인적으로나 공동체별로 교황님의

가르침을 깊이 소화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합시다.

다. 사순 제4주일 전 금요일에서 토요일 사이, 곧 2016년 3월 11일부터 12일까지 <주님

을 위한 24시간>을 지키고, 이 기회에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비를 크게 체험해

야 하겠습니다.

라. 이 희년의 사순시기에 교황님의 특사로 파견될 선교사와 다른 분들의 강론에 적극

참여하여 하느님 자비의 깊은 뜻을 되새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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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특별히 읽고 묵상할 성서 대목들

마태 9,1-13: ‘내가 바라는 것은 동물을 잡아 나에게 바치는 제사가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가를 배워라.

12,1-8: ‘내가 바라는 것은 동물을 잡아 나에게 바치는 제사가 아니라

자비다.’

16장

18장: 특히 23-35절

루가 10,25-37: 착한 사마리아 사람.

15장: 잃었다가 다시 찾은 것들에 관한 하느님 자비의 비유

요한 8,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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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특별 희년은 이미 반포하신 「복음의 기쁨」의 본질을 사목 현장에 구체적으로 드러

내고 실천하고자 선포된 것입니다. 교황은 자비의 특별 희년을 선포하심으로써 제2차 바티

칸 공의회 정신을 실현하고 새복음화의 길을 여는(제13차 14차 세계 주교 시노드 관련) 계

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비의 특별 희년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50

주년 기념일에 맞추어 2015년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 성 베드

로 대성전의 성문(聖門)을 여는 것으로 시작되어 2016년 11월 20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마치게 됩니다.

자비의 특별 희년 선포 칙서는 대강연에서 밝힌 바와 같이 세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

습니다. 첫째,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하느님께서 베푸신 자비를 깊이 묵상하고 깨달으

며, 둘째,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한 사람들이 모인 교회 공동체가 하느님의 자비를 서로에

게 증언하고 전달하고 셋째, 세상을 향해 정의를 실천함으로써 하느님의 자비가 사회적

차원으로 확산되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자비의 특별 희년 실천 사항은 다음과 같습

니다.

1. 개인적 차원 – 하느님 자비를 묵상함

자비의 특별 희년은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깨닫고 온갖 우리들의 악습과 죄로부터 벗

어나 참회를 하고 용서를 청함으로써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를 깊이 만나는 시기입니

다. 교회가 자비의 문을 열 때 우리도 마음의 문을 열고 순례의 길을 나서야 합니다. 참회를

하고 용서를 구하며 하느님 자비를 깊이 체험하고 새롭게 거듭나는 시기입니다. 죄 많은 우

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자비로우신 눈길로 우리를 바라보시며 우리를 다시 일으켜 주시는

‘자비의 특별 희년’에 따른 한국 천주교회의 과제와 실천

전원 바르톨로매오 신부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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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을 만나야 합니다. 자비의 특별 희년은 이 기간 동안 신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삶을

살도록 초대합니다.

1) 참회와 고해성사

희년의 가장 중요한 내적 준비는 참회와 함께 하느님과의 깊은 화해입니다. 자기 죄를

깊이 성찰하고 참회하며 자신이 죄인임을 겸허하게 인정하는 고해성사는 희년에 필수적

인 신앙 행위입니다. 마치 탕자가 아버지의 집을 향해 돌아오듯, 고해성사를 통해서 우리는

“주님께로 돌아가는 길” “열심히 기도하며 살아가는 길”, “삶의 의미를 되찾는 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해성사는 고해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참된 내적 평화의 원천이 됩니다.(17

항 참조)

특별히 <주님을 위한 24시간>은 사순 제4주일(2016년 3월 4-5일) 금요일에서 토요일에

실행될 예정입니다. 본당은 24시간 동안 성당문을 열어놓고 성체조배와 고해성사를 볼 수

있도록 배려할 것이며 이 시간 동안 신자들은 기도와 단식 자선에 대한 묵상과 실천을 통

하여 주님을 위한 희생과 봉헌을 합니다.

또한 이번 희년에는 교황께서 “자비의 선교사”를 지역 교회에 파견하십니다. 교황께서는

사도좌에 유보되어 있는 죄도 용서해 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셔서 죄와 어둠 속에서 무

거운 짐을 지고 있는 모든 이들을 고해성사로 초대하셨습니다. 따라서 신자들은 자비의 특

별 희년 기간 동안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위해 활짝 열려진 교회로 돌아와 참회를 하고

고해성사를 통하여 새로운 삶을 살도록 결심하여야 합니다.

2) 순례

희년 동안의 순례는 단순히 공간의 이동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자신의 관습과 악습으

로부터 벗어나고자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며, 세속의 삶을 떠나 거룩한 장소를 찾아

가 회심을 하고 마침내 변화되고 쇄신된 모습으로 본래의 공동체로 되돌아오는 것입니다. 프

란치스코 교황께서도 성년에 하는 순례는 ‘특별한 표징’이라고 하셨습니다. 교황께서는 우리

인간 삶 자체가 순례이고, 인간은 나그네 곧 간절히 바라는 목적지를 향한 순례자라고 하시

며 특별히 이번 희년의 순례의 목적지는 자비하신 주님께 용서를 받고 우리도 용서의 도구가

되어 남들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삶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밝히셨습니다(14항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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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금년 12월 8일 자비의 해를 시작하면서 ‘성 베드로 대성전’의 문이 열리고 12월

13일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전과 성 바오로 대성전의 문이 열림과 동시에 각 지역 교회의

지정 성당의 문이 열게 됩니다. 교황께서는 모든 신자들에게 로마나 세상의 다른 곳에 있

는 성문을 향하여 모든 이는 자신의 능력에 맞게 순례를 하도록 요청하셨습니다. 순례자

들은 이 문을 통과함으로써 위로와 용서, 희망을 불어넣어 주시는 하느님 사랑을 체험하게

되고 회개의 길을 찾게 되며 은총의 받고 영적 쇄신의 계기가 될 것입니다.

3) 전대사를 받음

은총의 시기인 자비의 희년은 성문 즉 자비의 문을 통과해 들어가는 것으로 절정에 이릅

니다. 성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전대사는 순례자들이 특정한 신심 활동과 함께 기회

가 주어집니다. 순례자들은 이때 회개와 주님 자비 안으로 오롯이 침잠하는 구체적인 표지

로 기도와 고해성사 성찬례 참례 등의 신심 활동을 요청받게 됩니다. 대사 수여 조건에 대

한 구체적인 지침은 곧 교령으로 발표될 것이며 교구 희년 담당자들을 통해 전달받을 수 있

을 것입니다.

4) 선교와 사랑의 실천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고 말씀

하셨듯이 특별 희년의 표어도 “하느님 아버지처럼 자비로이”입니다.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

를 입은 우리는 하느님 자비의 얼굴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먼저

하느님께로부터 용서 받았기에 이웃을 용서하고 주님 사랑의 도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주님을 모르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전하고 그들을 교회로 초대해야 합니다.

상처 난 이들을 위로하고 주님을 떠난 이들에게 탕자를 기다리는 자비로우신 아버지의 심

정으로 그들에게 달려가 자비하신 아버지의 얼굴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또한 주님께서 가

르쳐 주신 자비의 실천 활동을 우리 삶 속에서도 실행해야 합니다. 배고픈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른 이들에게 마실 것을 주며, 헐벗은 이들에게 입혀 주고, 병든 이들을 돌보

아 주고 감옥에 갇힌 이들을 찾아 주어야 합니다. 우리 각자의 삶과 이웃을 향한 태도를 통

하여 주님의 자비로우신 얼굴을 보여 주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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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교회 내적 차원 – 하느님 자비의 얼굴이 됨

“교회는 용서와 헌신으로 이끄는 이러한 사랑의 봉사자요 전달자가 됩니다. 그러므로 교

회가 있는 곳 어디에서나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가 드러나야 합니다. 우리 본당과 공동체, 단

체와 운동, 곧 그리스도인들이 있는 곳에서는 누구든지 자비의 안식처를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자비의 얼굴」, 12항). 자비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하느님 사랑의 구체적인 표

현 방식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자비를 알려야 할 사명이 있고 교회를 통하

여 자비가 모든 이의 마음과 정신에 가닿아야 합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무한한 자비의 은

총을 입은 교회는 자비를 베풀려는 끝없는 열망으로 사목 활동을 쇄신하고 자비와 은총의

촉진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복음의 기쁨」, 24항, 37항 참조) 교회는 ‘문이 활짝 열려 있

는 아버지의 집’이 되어 모든 이를 환대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며 복음의 선한 삶을 살도록

격려하는 자비의 자리가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복음의 기쁨」, 46항, 114항 참조)

자비의 특별 희년을 맞이하여 한국 교회는 보편 교회와 일치하며 교구와 본당 차원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하여 교회를 쇄신하고 신자들을 도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1) ‘자비의 문’ 지정과 ‘순례’

각 교구는 주교좌 성당, 공동 주교좌 성당, 특별히 중요한 성당, 순례지 등에 교구장 주교

의 권위로 ‘자비의 문’을 지정하고 대림 제3주일에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전과 성 바오로 대

성전 개문(開門)과 동시에 자비의 거행 전례 양식에 따라 자비의 문을 여는 개문 예식을 거

행합니다. 이 자비의 문은 성년 내내 열어 두어 이 문으로 들어가는 순례자들에게 주님 자비

와 은총을 체험할 수 있도록 배려하게 됩니다. 교회는 대사를 받기에 합당한 준비가 된 사람

에게 대사를 수여하여 그리스도의 신부인 교회를 통하여 이미 용서받은 죄인에게 죄의 결

과로 남은 모든 것에서 그를 해방시켜 주시고 자비와 사랑의 삶을 살도록 이끌어 줍니다.

따라서 교구와 본당은 신자들이 회심과 은총의 순례의 길에 나서기를 권고하고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여 자비의 해에 은총을 충만히 누리고 뜻깊게 보내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특히 자비의 문이 있는 성당은 순례자들을 환대하고 그들이 편안하고 고요롭게 묵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주님의 자비를 묵상할 수 있는 성경 자료를 준비해 두어야 합니다.

또한 참회와 양심 성찰을 할 수 있는 자료를 비치하고 언제든지 순례자들이 고해성사를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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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도록 고해사제가 항상 함께해야 할 것입니다(맨끝의 ‘자비와 관련된 성경 묵상 참고 자

료 1’ 참조).

2) 자비의 선교사

이번 자비의 특별 희년의 근본적 특징은 사순 시기에 각 교구에 파견되는 자비의 선교사

입니다. 이들은 하느님 백성을 보살피는 교회의 어머니다운 배려의 표지로서 사도좌에 유

보되어 있는 죄를 사해 주는 권한을 부여받을 것이며, 신자로서의 장애를 극복하고 세례로

서 새로운 삶을 살도록 초대하는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이들입니다(18항 참조). 이

를 위해 교구장은 인간의 나약함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랑 넘치는 착한 목자인 자비의 선교사

가 될 사제를 추천합니다. 선발된 이들은 사도좌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아 다시 지역 교회로

파견되어 희년과 관련된 행사에 힘을 불어넣어 주고 강론과 고해성사로서 자비의 해를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게 됩니다.

따라서 교구와 본당은 각종 단체와 소공동체를 통하여 교회를 떠나 있거나 신자로서 여

러 가지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자비의 해를 적극 홍보하고 자비의 선교사와 만남을 주선해

서 용서와 해방, 하느님 자비의 참된 기쁨을 누리게 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3) 자비의 특별 희년을 위한 연수와 교육

각 교구는 2016년 사목 교서 등을 통하여 자비의 특별 희년에 대한 의미와 목적을 설명

하고 교구 사목 계획을 마련하여 교회 모든 구성원들에게 자비의 해를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한 홍보와 교육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교구는 프란치스쿄 교황 권고 「복음

의 기쁨」과 자비의 특별 희년 칙서 「자비의 얼굴」에 대한 이해를 위해 사목자들과 신자들에

게 교육과 연수를 시켜야 합니다. 소공동체와 단체들이 하느님의 자비를 잘 이해하고 묵상

할 수 있도록 나눔 자료를 제공하고 피정이나 다양한 교육을 교구와 본당 차원에서 마련하

여 신자들이 희년의 은총을 충만히 누리도록 도와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사제들은 연수나

피정 등을 통하여 「복음의 기쁨」과 「자비의 얼굴」에서 말하는 강론(자료 2 참조)과 좋은 고

해 사제가 되기 위한 이해(자료 3 참조)를 심화하여 특별 희년에 자비의 선교사와 마찬가지

로 사람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자비의 설교자가 되고, 용서를 구하는 모든 이들을 환대

하고, 살아있는 하느님 자비의 표지가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자비의 해를 맞이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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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하게 될 자비와 관련된 책자들(자료 4 참조)을 읽고 토론하며, 주님의 자비에 대한 이

해와 깨달음을 더욱 심화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4) 주님을 위한 24시간

2014년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the Pontifical Council for the Promotion of the

New Evangelization)’의 제안으로 시작된 <주님을 위한 24시간>은 이미 한국 교회에서

도 두 차례 실행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사순 제4주일(2016년 3월 4-5일) 금요일에서

토요일에 실행될 예정이며, 이때 본당은 24시간 동안 성당문을 열어 놓고 신자들이 성체

조배와 고해성사를 볼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주님을 위한 24시

간이 모든 교구에서 널리 시행되기를 바라십니다(17항 참조). 교구나 본당에서는 자비의

특별 희년을 맞이하여 신자들이 사순시기의 은총을 충만히 받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

록 사순 특강, 묵주 기도, 십자가의 길, 참회와 고해성사, 성체 현시와 조배, 미사 등을 마

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5) 사목 활동의 쇄신과 자비의 실천

자비의 특별 희년을 준비하는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살바토레 피시켈라 대주

교는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idum)이 자비의 희년의 본질을 뜻 깊게 나타

내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미 발표된 「복음의 기쁨」은 무엇보다 사목 활동의 쇄신을

촉구하며 교회의 모든 활동과 구조의 변화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지역 사회 사람들

과 더욱 가깝게 다가가고 따듯한 지역 사회 공동체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자비의 희년을 맞이하여 가난한 이들을 돕는 데 본당의 예산을 늘리고, 소외된 이들을

방문하고 교회로 초대하며 특히 지역 사회 안에 소공동체를 활성화하여 가난한 이들과 함

께하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밖에도 한 부모 가정, 조부모 가정, 독거 노인, 이혼 가정, 장애인, 성소수자, 감옥에 갇

힌 이들 등 교회와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는 온갖 종류의 상처 난 이들을 살펴보고 특별히

이들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교회가 하느님 자비를 전하고 교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

하고 돌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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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교회의 사회적 차원 – 세상 안에 하느님 자비의 표지가 됨

“자비는 결코 정의와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죄인에게 다가가시는 하느님의 활동을 나타

내는 것입니다”(21항). 앞서 강연에서 밝힌 바와 같이 토마스 아퀴나스의 표현처럼 ‘자비 없

는 정의는 잔인하고, 정의 없는 자비는 모든 것을 망치는 원인’이 됩니다. 정의는 하느님 자

비를 실현하는 방법이며 하느님의 자비는 정의를 완성시킵니다. 교회가 자신 안에만 갇혀

있거나 하느님 자비를 누리며 자기 연민에만 빠져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자비의 해는 세

상을 향한 수많은 사명을 드러냅니다. “말과 행동으로 가난한 이들을 위로하고, 현대 사회

의 새로운 노예살이에 얽매인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자신 안에 갇혀 있어 제대로 보

지 못하는 이들이 다시 볼 수 있도록 하고, 존엄성을 빼앗긴 모든 이가 다시 그 존엄성을 찾

도록 하는 것”(16항)입니다. 이 세상에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울부짖음을 외면하지 않으

며 이들의 해방을 도와주고 빈곤과 구조적 원인을 없애고자 하는 노력은 자비의 해를 보내

는 교회의 특별한 의무이자 사명입니다. 따라서 자비의 희년을 맞이하는 한국 교회는 무엇

보다 현대 사회가 처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복음적 식별과 활발한 참여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1) 자선 활동의 확대

“작은 이들 한 사람 한 사람 안에 바로 그리스도께서 계십니다. 고문 당하는 이들, 상처

입은 이들, 채찍질 당한 이들, 굶주리는 이들과 난민들의 몸에서 드러나는 그리스도의 몸

을 우리가 알아보고 만지며 정성껏 돌보아야 합니다”(15항). 특별히 자비의 해를 맞이하여

교구와 본당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사회적 고통 문제에 대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기

구를 만들고 자선 활동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한국 사회에만 국한

될 것이 아니라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서 가난과 질병 전쟁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더 폭넓은 자선 활동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2) 남북 화해와 통일을 위한 노력

해방과 분단의 70년의 아픈 역사를 안고 ‘자비의 특별 희년’을 맞습니다. 분단은 우리 민

족이 지고 있는 십자가이며 풀어 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한반도의 참된 평화와 해방은 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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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화해와 통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의 뚜렷한 표지가

되어야 할(3항) 한국 교회는 민족의 십자가를 교회의 것으로 삼아 무엇보다 남북의 분열의

상처를 치유하고 남북의 화해와 평화적 통일을 위해 더욱 힘써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자비

의 특별 희년을 맞이하여 남북 화해를 위한 교육을 강화하고 북한 돕기 등 평화 통일과 민

족의 복음화를 위한 활발한 노력이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3) 생태 환경 보존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비의 해를 앞두고 그분의 두 번째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반포하

셨습니다. 이번 회칙에서 인류가 직면한 ‘새로운 사태’는 ‘세계적 환경 악화’에 있다고 보면

서 생태계의 위기를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을 성찰하고 생태 환경에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자 회칙을 반포하신 것입니다.

인간 탐욕이 자행하는 생태 환경의 착취와 파괴는 고스란히 가난한 이들에 대한 착취로 이

어지고 고통으로 몰고 갑니다. 우리 교회는 “대지의 울부짖음과 사회적 약자의 울부짖

음”( 「찬미받으소서」, 49항)을 결코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4대강 사업

의 후유증으로 엄청난 재앙을 경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 환경을 파괴하는 정책들

이 계속 시행하고 있습니다. 핵발전소, 해군 기지 등 끊임없는 환경 파괴는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비의 해를 맞이하여 생태 환경 보호를

위한 교육을 강화하고, 실천적 활동과 참여, 시민 사회와의 연대 등으로 교회가 생태 환경

보호를 위해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4) 사회 정의의 실현과 인권 회복

오늘날 신자유주의가 낳은 경제 이념은 사회 소득의 양극화와 가난한 이들을 양산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청년 실업 문제, 천만 명에 육박하는 비정규직 노

동자, 턱없이 낮은 비정규직의 임금, 불안정한 고용 형태의 증가, 하루에 6명꼴로 산업 재해

때문에 죽어가는 노동자들, 자본과 시장 논리에 따른 쉬운 해고,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 등 자본주의의 사회 구조적 패악들이 상존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월호 사

건에서 본 바와 같이 관료 사회의 구조적 부패는 사회적 재앙을 불러일으키면서 국민을 고

통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무분별한 국책 사업들을 시행하면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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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곳곳에서 억울한 약자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의 불의를 고발하고 정

의를 실천하며 곳곳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하고 이들을 돕기 위

한 교회의 노력은 자비의 해에 더욱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5) 생명 존중

오늘날 인간 생명에 대한 위협이 전례 없이 다양해지고 죽음의 문화가 확산되고 있습니

다. 낙태, 안락사, 생명 조작, 사형 제도, 자살, 인간에 대한 온갖 종류의 폭력 등 생명 윤리

에 대한 왜곡과 유린은 계속 자행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선물인 인간 생명을 책임 있게 보

살피고 지혜로써 보호하며 사랑하는 마음은 교회의 가장 소중한 사명입니다. (「생명의 복

음」, 76항 참조). 특히 임신[受精]에서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신비

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다시 한 번 되새길 때입니다. 따라서 자비의 특별 희년에는 우리

의 죄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고 다시 교회의 성사적 은총을 누릴 수 있도록 특별

히 배려해야 하지만, 동시에 인간 생명을 유린하고 파괴하는 왜곡된 의식과 문화가 확산되

지 않도록 체계적인 교육과 생명 운동을 활발하게 실천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성모님께 전구하며

성모님은 하느님의 사랑의 신비에 가장 깊이 참여하신 분이시고 예수님과의 완전한 일

치 속에 당신의 마음 안에 하느님 자비를 고이 간직하신 분이십니다. 성모님은 당신의 아드

님을 통해 보여 주신 하느님의 자비가 그 끝이 없으며 모든 이에게 예외 없이 베풀어주신다

는 것을 증언하십니다.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서는 자비로우신 눈길로 우리를 끊임없

이 바라보시며 당신 아드님을 통해 보여 주신 자비의 얼굴을 바라보도록 우리를 초대하십

니다(24항 참조).

무엇보다 자비의 특별 희년 동안 묵주 기도를 자주 바치며 성모님의 생애와 함께 하신

예수님을 깊이 묵상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탄생에서부터 수난과 죽음,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하느님 자비의 얼굴을 깊이 관상하고 그분의 자비와 은총을 청하며 성모님께서 우

리를 위해 전구해 주시도록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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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비의 해 실천을 위한 참고 자료 ●

• 자료 1: 자비와 관련된 성경 말씀 묵상 참고 자료

시편 103; 146; 147 (「자비의 얼굴」, 6항 참조)

시편 136편: ‘주님의 자애[자비]는 영원하시다’(「자비의 얼굴」, 7항 참조)

마태 9,36; 마태 14,14; 마태 15,37; 루카 7,15; 마태 5,19 (「자비의 얼굴」, 8항 참조)

루카 10,25-37 : 착한 사마리아 사람.

루카 15,1-32: 되찾은 양, 되찾은 은전, 되찾은 아들의 비유 (「자비의 얼굴」, 9항 참조)

마태 18,22: 매정한 종의 비유 (「자비의 얼굴」, 9항 참조)

마태 9,1-13/12,1-8 내가 바라는 것은 … 자비다.

요한 8,1-11

• 자료 2: 「복음의 기쁨」에서 제시하는 강론 준비 방법

1. 기도: 성령의 이끄심을 청한다(146항; 이하 「복음의 기쁨」 항번호).

2. 성경 본문을 오래 들여다보기: 본문에 온전히 집중한다(146항).

가. 겸손한 마음을 일깨운다.

나. 나는 말씀의 주인도 소유자도 아님을 깨닫는다.

다. 나는 말씀의 겸손한 봉사자이며 전달자일 뿐이다.

3. 너무 서두르지 않는다(146항).

가. 쉽고 즉각적인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

나. 친한 친구와 함께 있듯이 말씀과 시간을 보낸다.

다. 하느님께서는 지금 나에게 사랑의 말씀을 들려주고 싶어하신다.

라. “주님,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1사무 3,9).

4. 성경 본문에 관한 훌륭한 주해를 읽을 필요가 있다(147항).

가. 성경은 고대 문헌이고 해석하기 쉽지 않다.

나. 거룩한 저자가 말하려는 바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다. 주해가 어떻게 우리를 이끄는지에 주목한다.

라. 이 과정에서 성서학자가 되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i) 말씀에 감동받아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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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핵심 메시지를 찾아야 한다.

마. 강론은 “성경 풀이”가 되어서는 안 되며,

i) 성경 본문의 본래 의도를 전달해야 한다.

바. 내 입장이나 의견을 뒷받침하려고 성경에서 여기저기 한 구절씩 이용하지 않도록 주

의한다(148항, 152항).

i) 성령께서는 성경 전체를 통하여 활동하신다.

ii) 성경 전체의 배경은 하느님의 사랑이다.

5. 온순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말씀에 다가간다(149항).

가. 말씀이 나의 생각과 감정을 깊이 파고들도록 한다.

나. 내 강론은 내 거룩함의 정도를 반영할 것이다.

다. 이 임무에 열의를 느낀다면 강론에서도 드러날 것이다.

6. 스스로의 진정성 돌아보기: 내가 하지 않는 일들을 남들에게 요구하지 않는다(150항).

가. 일상 생활에서 말씀을 실천하는 첫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 교사가 되기보다 증인이 되어야 한다.

i) 내 삶으로부터 나온 이야기들이 다른 이들에게 말씀의 뜻을 밝혀 줄 것이다.

ii) 실제 삶이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다. 티 없이 깨끗하기만 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151항).

라.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시고, 용서하시며, 나를 구원하심을 확신해야 한다.

마. 우선 나부터 아직 더 성장해야 함을 인정함으로써 진정성을 갖게 된다.

7.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를 통해 내면 바라보기: 거룩한 독서를 통해 성경 본문에 다가

간다.

가. 이 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뭐라고 말씀하시는가?(153항)

나. 나를 감동시키는 것,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 흥미로운 것, 매력적인 것은 무

엇인가?

다. 이 본문이 오직 다른 이들에게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i) 실제 내 삶에서 이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라. 이 과정에서 주님께 정직해야 한다.

i) 내 삶을 진실하게 바라보며 주님 앞에 정직해진다.

ii) 주님께서는 내가 드릴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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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밖으로 눈을 돌려 신자들에게 귀기울이기: 이제 신자들에게 귀를 기울인다(154항).

가. 말씀을 관상하듯 신자들을 관상한다.

나. 말씀의 메시지를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인간적인 상황과 연결시킨다.

다. 이런 물음을 던져 본다. 주님께서는 지금 이 시기에, 이 사람들에게, 이 본문을 통하

여 무엇을 말씀하고자 하시는가?

• 자료 3: 좋은 고해 사제가 되려면

1. 고해 사제 스스로가 먼저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는 고해자가 되어야 한다.

2. 고해 사제는 예수님의 사명에 참여하는 것이며, 용서하시고 구원하여 주시는 하느님의

영원한 사랑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표지가 되는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3. 사제는 죄를 용서해 주시는 성령의 은사를 받았으며, 이 일에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러나

이 성사의 주인이 아니라 용서해 주시는 하느님의 충실한 종이다.

4. 고해 사제는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 나오는 아버지와 같이 신자들을 맞이하여야 한다.

5. 고해 사제는 집으로 돌아오는 참회하는 아들을 끌어안고 그를 되찾은 기쁨을 드러내야

한다.

6. 고해 사제는 기뻐하지 못하고 밖에 서 있는 다른 아들에게도 다가가 하느님 아버지의 끝

없는 자비 앞에서 그의 완고한 생각은 바르지 못하고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끊임없이

설명해 주어야 한다.

7. 고해 사제들은 쓸데없는 질문을 하지 말고 그 비유에 나오는 아버지처럼 돌아온 아들이

미리 준비한 말도 막아 버려야 한다.

8. 고해 사제들은 도움을 청하고 용서를 비는 고해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알아야 한

다.

9. 한마디로, 고해 사제들은 언제나 어디서나 어떠한 상황에서나 그 무엇보다 앞서 자비의

으뜸가는 표지가 되어야 한다.

• 자료 4: 자비와 관련된 책자들

사목 자료를 위한 번역 예정 책들

-「자비의 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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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시편」

-「자비에 관한 이야기」

-「교부들 안의 자비」

-「자비 안의 성인들」

-「교황들의 가르침 안의 자비」

-「자비의 육체적 영적 활동」

-「고해: 자비의 성사」

-「자비」, 발터 카스퍼, 저 가톨릭 출판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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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의 특별 희년(2015년 12월 8일 - 2016년 11월 20일) 주요 일정

2015년

12

8일(화)

[원죄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문 개문 미사

(성 베드로 광장, 9:30-12:30 로마 시각)- 특별 미사 전례 예식

13일(주일)

[대림 제3주일]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당, 성 바오로 대성당,

세계의 주교좌 성당의 성문 개문

- 주교좌성당,

순례지 성당

2016년

1월

1일(금)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세계 평화의 날성모 마리아 대성전의 성문 개문

19일(화)-21일(목) 순례 조직 관계자들을 위한 희년

25일(월)

[성 바오로 사도 회심 축일]성 바오로 대성전에서 교회 일치 미사

2월

2일(화)

[주님 봉헌 축일, 봉헌생활의 날]봉헌생활을 위한 희년과 봉헌생활의 해 폐막

10일(수)

[재의 수요일]

‘자비의 선교사’ 파견

(성 베드로 대성전)

22일(월)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로마 교황청과 그 관련 행정 기관과 기구를 위한 희년

3월

4일(금)-5일(토)

‘주님을 위한 24시간’

참회의 전례와 함께 하는 ‘주님을 위한 24시간 행사’

- 4일(금) 오후

성 베드로 대성전

20일(주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청년을 위한 교구의 날

4월

3일(주일)

[하느님의 자비 주일]

하느님 자비의 영성에 헌신하는 이들을 위한 희년

24일(주일)

[부활 제5주일]청소년(13-16세)을 위한 희년

- 신앙 고백과 자비의

문화 건설

5월

5일(목) 18:00-19:30

[주님 승천 대축일] 위로가 필요한 모든 이를 위한 밤 기도

27일(금)-29일(주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부제들을 위한 희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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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일(금)

[예수 성심 대축일]사제들을 위한 희년

- 1856년 비오 9세 교황

의 축일 제정 160주년

12일(주일)

[연중 제11주일] 병자와 장애인을 위한 희년

7월26일(화)-31일(주일)

[연중 제18주일에 종료

젊은이들을 위한 희년세계 청년대회, 폴란드 크라쿠프

9월

4일(주일)

[연중 제23주일]

5일(월)

[복녀 마더 데레사 기념일]자비 활동가들과 자원 봉사자들을 위한 희년

25일(주일)

연중 제26주일]교리교사들을 위한 희년

10월

8일(토)-9일(주일)

[묵주 기도의 동정 마리아 기념일 뒤

토,주일]

성모 마리아의 희년

11월

1일(화) 16:00-17:00

[모든 성인 대축일]

세상을 떠난 신자들을 기억하는 교황 성하 집전 미사

6일(주일)

[연중 제32주일]감옥에 있는 이들을 위한 희년 - 성 베드로 대성전

13일(주일)

[연중 제33주일]로마의 대성전들과 세계 교구의 성문 폐문

20일(주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

성 베드로 대성전 성문의 폐문과 자비의 희년폐막

* 교황님 특별 일반 알현(2016년 매월 한 차례 토요일): 순례자, 운동 단체와 개별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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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선하며 인내심이 많고 인간의 나약함을 이해할 줄 알며, 강론과 고해성사의 사명을

통하여 착한 목자의 정신을 보여줄 자세를 갖춘 사제가 자비의 선교사가 될 것이다. 이 선

교사들은 주로 희년의 사순 시기에 그들의 직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지만, 희년 동안 계속

봉사를 요청받게 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되는 재의

수요일 예식에서 이 선교사들을 파견하실 것이다.

자비의 선교사의 특징은 칙서 「자비의 얼굴」 18항에 설명되어 있다. 이 선교사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다음과 같다.

가. 용서를 구하는 이들을 환대하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살아 있는 표지가 되기

나. 그 누구도 제외하지 않는 참된 인간적인 만남을 마련해 주는 이로서, 해방의 원천이 되

며, 장애를 극복하고 세례의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하도록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기

다. “사실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을 불순종 안에 가두신 것은, 모든 사람에게 자비를 베푸시

려는 것입니다.”(로마 11,32) 라는 말씀을 따르기

라. 힘을 불어 넣어주는 자비의 설교자가 되기

마. 용서의 기쁨의 전령이 되기

바. 환대하며 사랑하고 연민을 지니고 모든 이의 어려운 상황에 가장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

는 고해 사제가 되기얼

자비의 선교사의 활동

자비의 선교사는 각국의 개별 교구장 주교의 초대를 받아 선교를 촉진하고 희년과 관련된

행사에 힘을 불어 넣어줄 것이다. 특히 고해성사 거행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교황께서는 이 선교사들에게 사도좌에 유보되어 있는 죄도 용서해 줄 수 있는 권한을 부여

하실 것이다.

희년 공식 홈페이지의 접근 권한이 제한된 사이트에서 주교들은 이 선교사들의 목록을 검

자비의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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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할 수 있게 된다(이 책자 [영문판] 9면 참조). 이 목록에는 선교사가 나라와 사용 언어에

따라 분류되어 있고, 개별 연락처도 있다. 주교들은 선교사를 자기 교구로 초청하기 위하여

그와 직접 연락을 취할 수 있다.

자비의 선교사가 되는 방법

재의 수요일에 자비의 선교사로 파견될 후보자들을 선정하여 교황 성하께 추천하는 권한

은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에 유보된다. 이 선교사들을 초대하는 교구나 본당에서 요

청한 기간에만 봉사하게 될, 이 특별한 봉사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제들은 ‘선교사 되기’(To

become a Missionary)에서 신청서를 작성하여야 한다. 신청서 양식은 자비의 희년 공식 홈

페이지(www.im.va)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자비의 선교사는 각 지역 교구장이나 수

도회 장상들과의 논의를 거쳐 선정될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자비의 선교사는 자신이 이 특별 사명에 적합함을 증명하는 지역 교구장 또

는 수도회 장상의 추천서를 받아야 한다.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는 선정된 모든 선교사가 재의 수요일 예식에 참석할 기회를

가지도록 할 것이다. 이 예식에서 교황께서 그들에게 특별 권한을 수여하시게 된다. 또한

이 평의회는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자비의 선교사들에게 여행 경비 공제를 위한 재정 지원

마련을 주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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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로마로 오는 순례자들을 맞이하고자 희년을 위한 자원 봉사자가 되려는 이는

모두 18세 이상이어야 하며, 적어도 1주일, 특별 행사의 경우에는 4일 동안 봉사할 수 있어

야 한다. 자원 봉사자들은 여러 만남의 장소에서 순례자들을 맞이하고, 순례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러 행사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임무를 맡게 될 것이다. 또한 자원 봉사자들

은 순례자들이 정해진 길을 따라 성문을 지나서 성 베드로 대성전에 들어가도록 안내하고

사람들이 이 기도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일도 맡게 된다. 자원 봉사자들은 상황

에 따라 행사의 다른 필요한 부분에도 협조를 요청받을 수 있다. 세계의 다양한 지역에서

오는 많은 순례자들을 돕기 위하여 자원봉사자들은 적어도 2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자원 봉사자들은 최소한 기초 이탈리아어를 구사하여 다양한 봉사에서 조직

관리자들과 다른 자원 봉사자들, 그리고 이탈리아 공공 보안 담당자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희년의 모든 자원 봉사자는 로마 왕복 교통비를 자비 부담하여야 한다. 교황청 새복음화촉

진평의회는 숙식과 봉사 활동 기간에 발생하는 사고에 대비한 보험만을 부담한다.

참조: 이탈리아 입국 비자가 필요한 국가 출신으로 자원 봉사자가 되려는 이들은 로마 입국

과 봉사 기간의 체류 허가 비자를 각자 받아야 한다.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는 자원

봉사자들에게 초청 서한을 보내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국가의 교구가 청년 단체들을 파견

하여 이러한 봉사를 체험하도록 하고자 한다면 이 책자 [영문판] 26-27면에 나와 있는 교

구 순례를 위한 비자 요청 과정에 대한 세부 사항을 참조하기 바란다.

희년의 자원 봉사자가 되는 방법

자원 봉사자들의 주요 임무는 순례자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이는 특별한 봉사 정신을 필요

로 하며, 이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에 신뢰할만하다는 것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자원 봉사자가 되기 위해서는 본당 사제 또는 교회 운동의 지역 단체장의 추천이 있어야 한

다. 신학생과 [수도회] 수련자가 자원 봉사를 하려면 신학교 학장이나 수도회 장상의 추천

희년의 자원 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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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 있어야 한다.

조만간 희년 홈페이지(www.im.va)에 자원 봉사자에 대한 적절한 정보가 포함된 사이트가

마련될 것이다.

이 사이트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자원 봉사 지원자들이 홈페이지에 등록하여야 한다. 등록

을 하고 나면, 자원 봉사자들은 사용자 이름과 비밀 번호를 받아 자신의 개인 정보 제공을

위해 ‘자원 봉사자 되기’(Become a Volunteer)에 있는 신청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된다. 다음

과 같은 서류들의 복사본을 송부해야 한다. 주민등록증이나 여권(필요한 경우 비자 포함),

여권용 사진, 위에서 언급된 이들(본당 사제, 책임자, 신학교 학장 포함)의 추천서이다. 단,

이 추천서에는 제출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하여 추천서 작성자의 연락처(전자 우편 주소)가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작성을 마친 신청서를 인터넷을 통하여 제출하면,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가 이를 검

토하게 될 것이다. 후보자로 선발된 이들에게는 직접 전자 우편을 통한 추가 안내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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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살바토레 피시켈라 대주교님

자비의 특별 희년이 다가옴에 따라 저는 몇 가지 점들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는 모

든 신자에게 성년(聖年)의 거행이 하느님의 자비와 만나는 참된 시간이 되도록 하려는 것

입니다. 저는 이 희년에 신자들이 온유하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거의 손에 닿을 만큼 가까이

계심을 생생하게 체험하게 되어 그들의 신앙이 깊어져 더욱 효과적으로 신앙을 증언하기를

바랍니다.

저는 먼저 자기 교구에서든 로마를 순례하면서든 희년의 은총을 체험하게 될 모든 신자

를 생각합니다. 저는 희년의 대사를 통하여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참으로 하느님 자비를

체험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지은 죄를 완전히 잊으시고 용서해 주시며

기꺼이 맞아 주시는 아버지의 얼굴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러 오십니다. 대사를 실

제로 받아 누리려면, 신자들은 진심으로 회개하고자 하는 깊은 열망의 표시로 모든 주교좌

성당이나 교구장 주교가 지정한 성당들, 또는 로마의 네 교황 대성전에 있는 성문(聖門)으

로 짧은 순례를 하여야 합니다. 또한 자비의 문이 열려 있는 순례지와 전통적으로 대사를

얻도록 지정된 희년 성당에서 대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때에 무엇보다도 고해성사를 보

고 성찬례에 참여하며 자비를 묵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성사 거행과 더불어 반드

시 신앙 고백을 하여야 하며, 또한 저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교회와 온 세상의 선익을 위하

여 제가 마음에 담고 있는 지향으로 기도하여 주기 바랍니다.

또한 저는 여러 가지 이유로 성문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 흔히 집에만 갇혀 지내는

병자들과 외로운 노인들을 생각합니다. 이들이 질병과 고통 속에서도, 주님의 수난과 죽음

과 부활의 신비 안에서 고통과 고독에 의미를 부여하는 으뜸가는 길을 가리켜 주시는 주님

자비의 특별 희년 대사에 관한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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께서 가까이 계시다는 체험을 한다면 그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성체를 모시거나 다

양한 매체를 통하여서라도 미사 성제와 공동 기도에 참여하면서 믿음과 기쁜 희망으로 이

시련의 때를 살아가는 것은 그들이 희년 대사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됩니다. 저는 또한 자

유가 제한된 수인들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희년은 언제나 대사면의 계기가 되어 왔습니

다. 곧, 형벌을 받아야 하지만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깨닫고 사회 복귀와 성실한 기여를

진정으로 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사면해 왔던 것입니다. 모든 수인이, 용서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까이 계시고자 하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를 구체적으로 체험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들은 감옥의 경당에서 대사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들이 감방의 문지방을 넘어

갈 때마다 하느님 아버지를 생각하고 아버지께 기도를 드린다면, 그들에게는 그것이 성문

을 지나가는 상징이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자비는 마음을 변화시키고, 창살을 자유의 경험

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희년에 교회가 자비의 영적 육체적 활동에 담겨있는 풍요를 다시 발견하기를 바

랍니다. 예수님께서 몸소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것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표지들을 보고 사

람들은 참으로 자비를 체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신자들이 직접 이러한 활동을 한 번 이상

할 때마다, 희년의 대사를 반드시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으시

는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의 힘으로 철저하고도 완전한 용서의 은총을 얻으려면 자비를

실천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믿음과 희망과 사랑으로 거행하고 체험하는 바로

이 희년의 열매인 대사가 충만해질 것입니다.

더 나아가, 희년의 대사는 죽은 이들을 위해서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죽은 이들이

우리에게 남겨 준 신앙과 사랑의 증언으로 그들과 결합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성

찬례 거행 때에 죽은 이들을 기억하는 것처럼, 자비로운 얼굴을 하신 아버지께서 그들의

잠벌을 없애 주시어 영원한 참행복 안으로 그들을 이끌어 주시도록, 우리는 성인들의 통공

이라는 위대한 신비 안에서 죽은 이들을 위하여 기도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우리 시대의 가장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생명과 맺은 관계의 변화입니다.

널리 퍼진 사고방식으로 사람들은 새 생명 환대에 대한 올바른 개인적 사회적 감성을 잃어

버리게 되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마치 낙태 행위가 담고 있는 끔찍한 해악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비극적인 낙태를 아무런 생각 없이 저지릅니다. 반면에 많은 이들은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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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좌절로 느끼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믿습니다. 저는 특히 낙태를 하였던 모든

여성을 생각합니다. 저는 여성들이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어떠한 압박을 받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러한 결정이 현실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비극이라는 것을 알고 있

습니다. 저는 이 가슴 아프고 고통스러운 결정의 상처를 마음 깊이 담고 있는 많은 여성들

을 만났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은 참으로 부당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사정을 제대로 이해

할 때에만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뉘우치는 모든 이에 대한 하느님의 용서에는 예

외가 없습니다. 특히 하느님 아버지와 화해하고자 참된 마음으로 고해성사를 보러 오는 사

람의 경우에 그러합니다. 이러한 이유에서라도, 저는 이 희년 동안 모든 사제에게, 낙태를

하였으나 통회하는 마음으로 낙태에 대한 용서를 청하는 이들에게 낙태의 죄를 사해 주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에 반대되는 것은 무효입니다. 사제들은 이 막중한

임무를 위한 준비를 하면서 진심어린 환대의 말과 더불어 저질러진 죄를 깨닫도록 해 주는

성찰을 권유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의 현존으로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시는 하느님 아버

지의 참되고 너그러운 용서를 받을 수 있는 진정한 회개의 길을 가리켜 주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고려할 사항은 비오 10세 형제회 사제들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성당의 여

러 가지 사정이 있는 신자들에 관한 것입니다. 이 자비의 희년은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습

니다. 여러 지역에 있는 형제 주교님들께서 그들이 사목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키

고 있는 깊은 신앙심과 성사 생활의 실천에 대하여 저에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머지

않아 비오 10세 형제회의 사제들과 장상들과 완전한 친교를 회복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 사이에 이러한 신자들의 선익을 위하여, 저의 권한으로,

비오 10세 형제회의 사제들에게 고해성사를 보러 가는 이들은 자비의 희년 동안 유효하고

합법적인 사죄를 받을 것이라고 결정합니다.

자비의 모후이신 성모님의 전구를 믿고, 저는 이 특별 희년 준비를 성모님의 보호에 맡겨

드립니다.

바티칸에서

2015년 9월 1일

프란치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