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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정확한 측정표준을 통해 만들어갑니다. Better Standards, Better Life! 2014 November / Dec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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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정확한 측정표준을 통해

만들어갑니다.

Better Standards, Better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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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vemb

er / Decem

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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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 / Dec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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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November / December

www.kriss.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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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통해서도KRISS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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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열광하는가?

why

대한민국은 커피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우리나라의 커피 수입량은 9월 기준 9만 9372 t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민들의 하루 평균 커피 소비량 300 t으로 세계 6위를 자랑하며,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228잔에 달한다. 이쯤

되면 커피공화국이라 할 법하다. 한 집 건너 커피전문점이 있는 거리, 아침에 출근하면서 모닝커피, 점심 먹고 런치커피를

마시는 직장인들, 커피전문점에서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을 이용해 업무를 보는 ‘코피스족’의 등장과 커피업계의 새로운 트렌

드를 일으키고 있는 스페셜티 커피까지. 현대인에게 커피는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악마처럼 검고, 지옥

처럼 뜨거우며, 천사처럼 순수하고, 키스처럼 달콤하다.’ 프랑스 정치가인 샤를 모리스 드 탈레랑이 예찬했던 커피는 수세

기가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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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Prologue 현대인은 왜 커피에 열광하는가?

커피사랑에 빠져 있는 대한민국

우리는 왜 열광하는가 ❶ 커피문화의 진화, Deep & Variety

블랜딩을 통해 또 다른 즐거움을

가져다주고 있는 커피

우리는 왜 열광하는가 ❷ 한 잔 의 커피 속에 들어 있는 ‘측정’ 의 미학

커피에 관한 수분, 온도,

압력 이야기

살며 생각하며 소리와 꿈.

서재갑 책임기술원의 아이들의 꿈에 대한 이야기

Science Topic 과학기술 연구에 제한은 없다

연구의 자율성 보장을 위한 과제

짧은 여행 긴 여운 영화의 도시,

영화 같은 여행

부산 BIFF광장 일대 영화의 명소들

과학과 인문학의 대화 예술과 과학이 다를쏘냐,

진정성만 있다면 모두가 같은 게지

국악피아니스트 임동창과의 대화

말랑말랑한 물리공식 열 받으면 팽창한다?

인류의 생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열팽창 현상

과학은 축제다 놀이와 논리가 만나는 창의과학 놀이터

김천녹색미래과학관에서 놀고 느끼며 배우는

환경의 소중함

창의 공작소 조급해 하지 않고 성심성의를 다해

자연의 섭리에 다가가다

KRISS 밸브금속 양극산화 연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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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November / December

발행일┃2014년 11월 10일(통권 37권 6호)

발행처┃한국표준과학연구원

대전광역시 유성구 가정로 267

(도룡동 1번지) (042-868-5114)

발행인┃강대임

편집·기획┃한국표준과학연구원 홍보위원회

등록일자┃1978년 7월 11일

편집디자인·제작┃(주)홍커뮤니케이션즈

www.hongcomm.com

디자이너┃강태희, 천강은

일러스트┃mandi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격월간 사보 KRISS

이천십사년 11+12 격월간 사보 ‘KRISS’는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의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본지에 게재된 글이나 자료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허락 없이 무단 복사,

전재하는 것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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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창조, 협력 지원을 넘어 상생의 대상으로

KRISS 기술홈닥터 강상우 박사와

코리아스펙트랄프로덕츠

또 하나의 창조, 소통 오붓한 학교에서 오순도순 나눈 꿈

원산도 광명초등학교 과학교실

Zoom In R&D ❶ 초미세 그래핀 나노리본 세계 최초 개발

반도체 소자로서 그래핀 상용화 앞당겨

Zoom In R&D ❷ 직경 1 m 우주용 반사경 제작 성공

세계 최고 수준 해상도 실현, 상업용 인공위성에 활용 가능

과학은 셜록홈즈다 카메라가 찍고 신고까지 한다?!

똑똑해지는 CCTV와 블랙박스

KRISS가 바라보는 세상 투과전자현미경 : 꿈을 보다

투과전자현미경과 측정표준, 그리고 KRISS

KRISS News 지난 2달 간 KRISS의 소식

독자코너 독자들이 보내온 소중한 의견과 목소리들

사진으로 만나는 KRISS의 숨은 비경

KRISS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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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열광하는가 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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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문화의 진화,

Deep & Variety

special theme 1

글 김성진 (과학칼럼니스트, 루나 소사이어티)

자동차에게 석유가 있다면, 사람에게는 커피가 있다. 실제로 커

피의 교역 규모는 석유 다음으로 크다. 물 다음으로 많이 마시는

음료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하루 평균 소비량 300 t, 세계

에서 6번째로 커피를 많이 소비하는 국가다. 지난 한 해 동안 11만

1906 t에 달하는 원두를 수입했으며,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228잔에 달할 정도다. 최근에는 이러한 양적 성장과 함께 새로운

커피문화로서 자유로운 맛의 표현이 가능한 블렌딩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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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아메리카노·카페라떼

보통 커피의 종류라고 하면 에스프레소·아메리카노·카페라테·

카페모카 등등 커피숍 메뉴들을 떠올릴 것이다. 이것은 사실 커피의

종류라기보다는 커피 부재료의 종류를 말하는 것이다.

정통 커피라면 에스프레소를 들 수 있다. 에스프레소로 마시는 방

법은 19세기 후반 이탈리아에서 처음 등장했다. 보통 에스프레소 기

계를 통해 원두를 눌러 짜서 진액을 추출하기 때문에 커피의 순수

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 원액에 적당량의 물을 섞어 마시는 커피

로, 연한 커피를 선호하는 미국에서 시작된 미국식 커피다. 전쟁 중

미군들이 에스프레소에 물을 더 넣어 서로 나눠 마시던 것에서 유래

했는데, 이제는 세계적으로 가장 대중적인 커피종류로 자리 잡았다.

요즘은 물을 먼저 붓고 에스프레소를 넣는다던지, 드립커피와 에스

프레소를 혼합한다던지 하는 변형 아메리카노도 등장하고 있다.

국내 커피전문점의 판매순위를 보면 아메리카노와 함께 항상 1위를

차지하는 것이 카페라테다. 라테(latte)는 이탈리아어로 우유라는 뜻

으로, 이탈리아인들은 아침에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듬뿍 넣어 마신

다. 에스프레소와 우유는 궁합이 잘 맞는 음료이다. 최근 국내에서

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베리에이션(variation) 카페라테가 인기를 끌

고 있는데, 더치 원액과 우유를 혼합한 더치라테, 얼린 에스프레소

에 찬 우유를 넣은 아이스큐브라테 등 카페라테의 다양한 변형은 커

피 애호가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커피의 자유주의, 핸드드립

진정한 커피 마니아들은 커피를 그대로 마시느냐, 어떤 부재료를 첨

가하느냐보다 어떻게 원액을 추출하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단적으로 구분해 기계로 추출하는 커피와 손으로 추출하는 커피가

있다. 물론 마니아라면 후자, 즉 핸드드립 커피를 선호할 것이다.

핸드드립은 원두가루가 든 필터(거름종이)에 한 방울 한 방울 정성

스럽게 물을 부어서 추출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의 커피다. 냉동

01 ‘낭만주의 커피’로 불리는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에 물을 넣어 연하게 마시는 커피

이다. 02 커피의 원재료인 생두. 생두 상태에 의해 최적의 맛과 향을 낼 수 있는 로스팅

방법도 달라진다.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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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

건조 방식의 인스턴트커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커피 원형의 아로마

를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에스프레소의 강한 맛을 해소하여 커피

의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사람들이 핸드드립 커피를 좋아하는 이유가 맛 자체에만 있는 것

은 아니다. 즉 사람들은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맛

에 흥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핸드드립에는 커피 자체에 더해 바리

스타의 기술과 감각이 첨가된다. 90 ℃ 전후의 물 온도, 20 %의 커

피 액상 비율, 60 ℃의 커피 온도에 대해 바라스타들은 개인만의 최

적치 갖고 있다. 물론 오랜 반복을 통해 축적한 경험으로 얻은 수

치일 것이다. 같은 원두, 같은 물을 사용해도 바리스타에 따라 커피

맛이 다른 이유다.

제대로 된 핸드드립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로스팅에서부터 신경

을 써야 한다. 예를 들어 에디오피아 예가체프 원두는 로스팅을 연

하게 해야 한다. 로스팅을 할 때 원두가 두 번째 터지는 순간을 잘 잡

아야 예가체프의 향을 잡아내면서도 오일이 번져 나오지 않게 할 수

있다. 그 순간은 어느 정도는 적당한 시점이 정해져 있지만, 실제로는

로스터들의 취향에 따라 차이가 있다. 뉴잉글랜드의 약배전 로스팅,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강배전 로스팅 등 지역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

으며, 그보다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로스팅 시간이 결정된다.

커피의 향은 로스팅 단계에서 제대로 발현되기 때문에 로스팅은 커

피 만들기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코의 감각세포를 자극하는 휘발

성 성분들이 로스팅 단계에서 생겨나기 때문에, 적정한 온도에서 적

정한 시간 동안 생두를 볶아야 한다.

한편, 핸드드립에 사용되는 원두는 생두의 상태와 가공 방법에 따

라 등급이 매겨진다.

커피에 대한 등급도 존재하는데,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에서

그 등급의 기준을 제공한다. 원두의 재배, 수확, 유통, 로스팅 등 커

피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에서 스페셜티 커피가 갖춰야 할 기준을 만

들고 매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orld Barista Championship),

SCAA엑스포(SCAA Exposition)를 개최한다.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에서는 매년 각국 최고의 커피를 선발하는

CoE(Cup of Excellence)라는 커피 품평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

품평회를 통해 일반 상업용, 프리미엄, 스페셜티, 최고의 스페셜티

인 CoE, 그리고 가장 최상의 그레이드인 탑 오브 탑이 선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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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03 로스팅은 생두에 열을 가하여 볶는 공정으로, 커피 특유의 맛과 향을 생

성한다. 04 커피나무의 열매에 함유된 카페인 성분은 각성 효과가 있어 일

시적으로 피로를 잊게 해준다. 05 바라스타의 핸드드립은 커피의 다양한

향과 맛을 만들어낸다.

04 05

0908

탑 오브 탑은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에서 정한 기준 점수 95점을 넘

어야 할 정도로 까다롭게 선정된다.

커피의 표현주의, 블렌딩

핸드드립이 커피를 추출하는 자유로운 방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블렌딩은 원두를 혼합하는 창조적인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블렌딩은 두 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원두를 혼합해 새로운 맛과 향

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인도네시아 자바와 에디오피아의 모카를 혼

합해 신맛과 강한 바디의 조화를 창조한 모카-자바가 대표적이다.

즉 블렌딩을 하는 이유는 한 종류의 원두로부터 만들어낼 수 없는

새로운 향미를 창조하기 위함이며, 이를 통해 고유 브랜드 혹은 개

인만의 차별화된 커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블렌딩을 잘 하기

위해서는 원두의 종류별 특징을 잘 알아야 하며, 일관된 로스팅을

통해 조화로운 맛과 향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커피의 오랜 인기는 어쩌면 카페인 성분 때문일 지도 모른다. 커피

열매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카페인 성분이 사람들을 흥

분시키고 각성시키는 것이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포지티브 피드백

(일단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면 수확체증의 메커니즘에 따라 그 우

위성이 더욱 확대되는 현상)에 의해 우위성을 확보한 커피를 제치고

사람들을 매료시킬 음료는 당분간 나오기 힘들 것이다. 원인이 카페

인이든 포지티브 피드백이든 커피에 대한 열광은 다음 세대로까지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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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열광하는가 ❷

1110

한 잔의 커피 속에 들어 있는 ‘측정’의 미학

커피에 관한 수분, 온도, 압력 이야기

special theme 2 KRISS 온도센터 최병일, 이상욱 박사,

에너지소재표준센터 백운봉 박사

01

한 잔의 커피는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 마시는 달콤함

이며, 누군가에게는 졸음을 쫓아내주는 좋은 친구이며, 누군가에

게는 끝없이 즐거운 연구대상이다. 커피는 6~7세기 경 에티오

피아에서 발견되어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여전히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 다양

한 의미로 다가오는 한 잔의 커피에 수많은 측정의 기술들이 녹아

있다. 커피를 과학으로 느끼며 예술처럼 음미하는 커피 애호가

들은 아마도 측정의 미학이 주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

일 것이다.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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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

커피는 과학이다

커피에 관한 오래된 기록 중에 흥미로운 것은 커피의 각성효과 때문

에 약으로 사용했다는 이야기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의사들이 커피를

기호식품으로 분류해 음료로 보급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의학’에서

출발한 커피가 오늘날에는 기호식품답게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방법

으로 음용되며 ‘과학’이라 불리는데 어색함이 없다.

커피를 만드는데 필요한 공정을 간단히 살펴보면, 커피나무에서 수확

한 커피 열매 속 콩을 건조시킨 뒤 로스팅하여 물로 추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생두의 종류, 건조 방법, 로스팅의 온도와 속

도, 분쇄된 원두의 굵기, 추출할 물의 온도 등 다양한 공정 조건이 필

요하다. 이것들이 하나하나 다른 방식으로 표현될 때 커피의 맛은 각

양각색이 된다. 최고의 맛을 담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 최적의 조건들

을 만들어 나가는 것, 그것에 필요한 것이 측정이다.

생두에 머금은 수분을 측정하다

KRISS 온도센터는 국제온도눈금을 기반으로 온도표준 연구와 습도,

수분 및 열물성 분야의 국가표준을 확립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그 중 습도/수분 표준의 정확도 향상과 보급영역을 확장시키는 연구는

02

01 국제온도눈금을 기반으로 온도표준 연구와 습도, 수분 및 열물성 분야의 국가표준을

확립하는 연구를 하고 있는 KRISS 온도센터 최병일 박사와 이상욱 박사. 02 곡물 수분

함량이 무역거래의 중요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KRISS에서는 곡물 수분측정에 대한

표준 확립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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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산업 경쟁력 향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곡물수분의 표준을 확립하고 유지하는 것은 생산물의 품질관리뿐 아

니라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분입니다. 그

래서 더욱 중요한 일입니다. 저희 온도센터에서는 곡물수분 표준을 유

지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온도센터 최병일 박사는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습기 습도의 10억

분의 1에 해당하는 극미량의 가스수분표준을 확립해 습도표준영역에

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병일 박사의 수분계측에 대한 연구는 곡물

수분측정도과도 관련이 있는데, 여기에 생두도 빠질 수 없다. 생두의

표준 수분 함량은 10~12 %이며, 수분이 10 % 미만일 때는 묵은 생두

로 향미가 떨어진다. 수분이 13 % 이상일 때는 저장 중 곰팡이가 번식

할 뿐만 아니라 수분이 1 % 증가하면 가격이 약 8 %씩 높아진다고 한

다. 또한 볶은 커피의 수분은 2.5 % 미만이 바람직하다. 수분이 높으면

산화작용이 촉진되어 맛과 색이 변하고 불쾌한 냄새가 나게 된다.

“생두의 수분을 측정하는 것은 제품자체의 신선도의 간별뿐만 아니라

로스팅이나 추출 그리고 보관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합니

다. 또한 커피회사의 제조공정에서 수분의 조절을 못하면 좋은 향을

가진 커피를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생두의 수분

은 전체적으로 커피의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지요.”

생두의 수분을 측정하는데 사용되는 것으로 적외선분광수분계가 있

다. 이는 적외선 중 물 분자가 흡수하는 파장을 이용하여 수분함량을

신속하게 측정하는 수분계로서, 기존의 적외선 건조를 이용하는 방법

과 비교할 수 없는 신속한 측정이 가능함으로, 생산공정의 온라인상에

서 수분의 신속한 측정 및 조절이 가능하다.

“얼마 전 만해도 곡물수분계는 교정품목이 아닌 검정장비로 분류되어

있었는데, 수분계들 마다 값이 달라 사용자들 간에 많은 혼란이 있었

습니다. 그런데 최근 수분계가 교정품목으로 바뀌었습니다. 따라서

교정을 통해 수분계를 더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거죠.”

최병일 박사는 산업체에서 사용하는 수분계측기에 대한 교정을 실시

해 관련 분야 산업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정확한

수분계측기를 통해 생두의 수분함량이 파악된다면, 좀 더 맛있는 커피

를 향한 또 하나의 새로운 발걸음이 될 것이다.

커피 = f(온도, 압력)

“드립에 의한 커피 추출은 지구의 중력에 의한 것 입니다. 균일하게

분쇄된 원두를 거친 물이 중력에 의해 아래로 떨어지면서 커피를 추

출하는 방식입니다. 모카포트나 에스프레소 머신은 물을 끓여 압력을

높여서 분쇄된 원두를 통과하게 하여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입니다.

03 곡물수분 표준을 유지하는 것은 곡물의 품질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와도 관련이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최병일, 이상욱 박사.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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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맛에 영향을 미치는

압력, 온도, 시간 그리고 그 외의

다양한 측정요소들에 대해 정통하다

물론 커피를 추출하는 다양한 압력에 따라 원두의 분쇄 입도를 달

리 해야 합니다. 추출할 물의 온도와 추출 시간과도 연관 지어 생각

할 수 있습니다.”

KRISS의 알려진 커피애호가 에너지소재표준센터 백운봉 박사는 커

피의 맛에 영향을 미치는 압력, 온도, 시간 그리고 그 외의 다양한 측

정요소들에 대해 정통하다. 앞서 말한 커피 추출 시 미치는 압력의 차

이는 커피 맛의 확연한 변화를 가져온다. 커피가 압력과 온도의 함수

관계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각 변수들에 따라 결과 값이 다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생두에 열을 가하여 맛과 향을 만드는 과정이 로스팅입니다. 로스팅

할 때 생두 마다 이상적인 온도 프로파일이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로

스팅 할 때의 주변환경(대기온도 및 습도 등)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

는 있겠지만 몇 ℃에서 얼마의 시간을 유지해서 몇 번의 팝(pop)으로

로스팅을 할 것인지 정할 수가 있습니다. 이런 작업은 커피의 산미에

영향을 줍니다. 첫 번째 팽창(first crack)이 시작 되는 단계에서는 커

피의 특징인 신맛과 쓴맛 그리고 독특한 향기가 나타납니다. 두 번째

팽창(second crack)이 진행되면 산미는 줄고 쓴맛이 다른 맛을 압도

합니다.”

온도는 원두 추출 시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생두를 로스팅할 때에도

영향을 준다. 거기에 속도가 더 추가된다. 로스팅과 추출에 관여된 온

도와 압력 그리고 시간이 다양하게 영향을 미치고 여러 가지 원두를

다양한 비율로 블랜딩하여 천의 얼굴을 지닌 커피들이 탄생된다.

그런데 엄연한 기호식품인 커피에도 널리 알려진 맛있는 레시피가

존재한다. 핸드드립을 예로 들자면 다소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약간의 산미와 풍부한 커피향을 즐기기 위해서는 15 g의 원두를 그

라인더로 갈아 90~95 ℃의 물로 원두를 적셔 30초간 뜸을 들이고

2분 30초~3분 사이에 200 cc를 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의 차이가 있겠지만, 이 레시피는 많은 실험 끝에 내려

진 결론 같은 것이다.

“커피라는 것이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방식으로 마시면 되

지만,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 신선하고 품질 좋은 원두뿐만 아

니라 온도, 압력, 속도 그리고 분쇄된 원두의 입도 등이 연관되어 있다

는 것은 명백합니다. 이들을 통해 알아낸 맛있는 커피의 맛을 유지하

기 위해서 측정의 표준은 기본이겠죠.”

1312

04 커피의 맛에 영향을 미치는 압력, 온도, 시간 그리고 그 외의 다양한 측정요소들에 대해

정통한 백운봉 박사. 05 커피를 추출할 때 물의 온도와 압력 그리고 시간은 커피 맛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04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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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1514

나는 소리를 연구하는 과학자다. 그리고 가끔 연구원에 견학 온 아이

들의 1일 선생님이 되곤 한다. 이는 언제나 유쾌하고 즐거운 일이다.

더 즐거운 일은 따로 있다. 집으로 돌아간 아이들에게서 미래의 꿈에

대한 편지를 받는 것이다. 이럴 때면 딸을 가진 나는 아버지의 심정으

로 찬찬히 편지를 읽어본다. 요즘 들어 7년 전 편지를 보낸 한 소녀와

의 대화가 문득 생각난다.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나? 음.... 치과 의사.”

“왜 치과의사가 되고 싶은데?”

“몰라, 엄마가 그러던데, 난 치과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그럼 아저씨에게만 솔직히 말해 봐. 나중에 뭐가 되고 싶어?”

“2PM 매니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장래 희망을 치과 의사로 결정해 버린 소녀

를 보고 있자니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가수의

매니저가 되고 싶은 아이를 마냥 응원할 수도 없었기에, 그저 마른 한

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친구들의 장

래희망은 대통령 아니면 과학자같이 무모한 것들이 제법 많았다. 적

지 않은 시간이 지난 지금, 패기 넘치던 ‘꿈’을 가진 아이들을 찾아보

기는 어려워졌다.

소리와 꿈글. 사진 서재갑 (유동음향센터 책임기술원)

“여러분 타이타닉호 알죠? 초호화 유람선 타이타닉호가 1912년 빙산

과 충돌해서 침몰했죠. 많은 사람들이 죽고 실종된 안타까운 사건이

에요. 그런데 요즘 배들도 이렇게 빙산과 충돌할까요? 그렇지 않아요.

바다 속의 물체를 탐지하는 음향표정장치를 통해 수면 아래에 잠겨

있는 빙산이나 해저 장애물을 초음파로 탐지해요. 그래서 배가 바다를

항해할 때 장애물에 부딪치지 않을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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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경쟁인 요즘, 아이들은 ‘경쟁력을 갖춘 아이’로 크도록 강

요받는다. 이를 위해서는 일명 ‘돈’이 잘되는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

과 기술을 끊임없이 배우고 익혀야 할 뿐 아니라,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실용성 있는 것들을 선택하는 방법만을 배운다. 어떤 각

도로 그네에서 점프를 해야 더 멀리 뛸지, 팽이는 어떤 식으로 줄을

감아야 더 오랫동안 돌지에 대한 아이다운 생각은 ‘철없음’으로 여겨

진다.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나로서는 여간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과학은 상상에서 시작되며 과학자는 상상을 현실로 실현시킨다. 견

학을 오는 학생들에게 무향실, 잔향실 등 소리에 관한 장소를 보여주

면 의외로 많은 흥미를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들은 여전히 무한

한 ‘꿈’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

이다. 다만, 어른들의 욕심이 그들을 의사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아

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보기도 한다.

아무쪼록 아이들의 마음에 꿈이 생기고, 자라나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기쁘고 감사하다. 아이들의 꿈이 바로 우리

의 미래이므로. 오늘도 소리에 대해서 무언가를 연구하는 중에 어딘가

에서 자라나고 있을 그 아이들의 명랑한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그 아이들의 소리도 언젠가 연구해봤으면.

살며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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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To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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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현실의 간극, 인식의 전환이 선행돼야…

우리 과학계가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것은 안타까

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세계에서 가장 어렵게 살았고, 과학기술 분

야에서는 일본보다 한 세기나 뒤늦게 출발했던 우리에게는 기초과

학에 투자하고 노력할 여유가 없었다는 핑계는 옹색한 것이다. 그

동안 과학기술에 대해 적지 않은 투자를 해왔다고 믿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그런 핑계는 아무 설득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IMF 금융위기 이후에 이공계 기피가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기는 했

지만 예산 면에서는 정부가 실질적으로 적지 않은 노력을 해왔다.

1998년에 3조 원에도 미치지 못했던 과학기술 예산이 이제는 18조

원을 넘어서고 있다. 적어도 이제는 연구비가 부족하다는 불평으

로는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당장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우

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기초과학은 연구비만 쏟아 붓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초과학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꾸

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초과학을 미래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노력으로 인식하는 사회에서는 진정한 기초과학이 뿌리를 내

릴 수 없다. 자연과 인간의 정체와 작동에 대한 과학적 지식의 진정

한 가치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그런 지식의 증진을 위한 노력을 진

심으로 수용하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야만 한다. 기초과학은 경제적

으로 더 잘 살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선진국에게 주어진 국제사회

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임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실제로 기초과

학은 선진국의 전유물이었던 것이 명백한 역사적 진실이다. 그리고

노벨상은 기초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실제로 기초과학의 발전을 위

해 노력해왔던 선진국들의 잔치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우리 사회의

경제적 발전에 집착하느라 인류 공영(共榮)을 목적으로 하는 기초

과학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던 우리가 느닷없이 노벨상을 탐

낼 수는 없는 일이다. 늦었지만 우리도 인류 공영을 위한 기초과학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확실한 각오를 해야만 한다.

자율과 창의 실현을 위한 과제

물론 현실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유능한 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효

율적인 교육도 필요하고, 유능한 과학자가 노벨상에 걸맞은 성과를

Limitation orAutonomy

과학기술 연구에 제한은 없다

글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 (사)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

일러스트레이션 mandi

언젠가부터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10월은 몹시 잔인

한 달이 돼버렸다. 이 땅에서 활동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입장

에서는 그렇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다만 세계적인 학술정보

서비스사인 톰슨로이터가 발표한 노벨상 수상 예상자 명단에

처음으로 우리 과학자 2명이 포함되었다는 소식에 실낱같은

희망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일본 물리학자 3명의 수상 소식으로

상황은 오히려 더욱 나빠져 버렸다. 일본은 19명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놀라운 성과를 이룩하는 동안 우리 과학자

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따가운 눈총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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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출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연구 환경도 만들어야 한다. 기초과학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자율’과 ‘창의성’이다. 기초과학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의 자율과 창의성을 최대한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노벨상은 커녕 의미 있는 연구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

한 역사적 진실이다.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도 자율과 창의성이다. 자율과 창의성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에서

는 진정한 기초과학이 뿌리를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교육학계의 원로인 정범모 교수에 따르면, 진정한 자율과 창

의에는 반드시 ‘준비’, ‘몰입’, ‘여유’의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

선 기초과학 분야에서 자율과 창의가 진정한 효력을 발휘하기 위

해서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랜 기간에 걸쳐 각골

정진(刻骨精進)의 준비가 필요하다. 기초과학을 통해 이해해야 하

는 자연과 인간은 높은 수준의 연결성·비선형성·비평형성을 가

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의 핵심과 정체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준비의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강도 높은 몰입과 여유가 필

요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기초과학 분야

에서 우연과 행운에 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더 이상 남아있

지 않기 때문이다. 몰입의 과정에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마음껏

상상의 날개를 펼 수 있는 망중한(忙中閑)의 여유를 보장해줌으로

써 더욱 높은 수준의 몰입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연구 환경을 갖

춰야만 한다.

더욱이 창의는 과학자와 사회의 적절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발휘된

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과학자가 아무리 창의적인 잠재력을 가지

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가 과학자의 잠재력을 충분히 수용해주지

못하면 과학자의 창의적 잠재력은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다. 과학자의 창의적 잠재력이 발휘되기 위해 가장 중요

한 것이 바로 ‘부동의(否同意)의 자유’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그

렇게 생각하더라도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는 자유가 보장되지 않

은 사회에서는 자율과 창의적 잠재력이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자신

과 다른 생각에 대한 회의(懷疑)·의문·반대·일탈(逸脫)의 자유

도 함께 보장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성실한 실패의 자유도 필요하

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요구는 가능한 것도 아니고, 긍정적인

것도 아니다. 과학기술에 대해 강하게 요구되고 있는 ‘혁신’도 자율

과 창의가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교육·연구 환경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

결국 진정한 의미에서 기초과학의 진흥을 위해서는 교육과 연구의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학생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쉽고 재미있는 것만 골라서 가르치겠다는 현재와 같은 교육으

로는 진정으로 유능한 과학자를 양성할 수 없다. 불합리한 수능과

대학 입시 때문에 발생하는 선행학습의 폐해가 심각한 것은 사실

이지만,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싶어 하는 학생의 노력을 획일적인

과학자의 자율과 창의성을

최대한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노벨상은 커녕

의미 있는 연구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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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에 따라 제한하는 교육도 자율과 창의를 강조하는 교육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오히려 반드시 가르쳐야 할 것은 아무리 어려

운 것이라도 애써 가르치겠다는 책임 있는 교육이 절실하게 요구

되는 상황이다.

획일적인 교육만큼이나 개선이 필요한 영역이 바로 국가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일방적이고 무의미한 규제와 행정이다. 국가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국가 예산의 무분별한 낭비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강화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기초과

학을 포함하는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개발에 투입되는 예산의 경우

에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무엇보다 강조할 수밖에 없는 정부의 일반

회계 집행과는 차원이 다른 관리 제도가 필요하다. 관료 중심의 관

리를 위한 연구개발 사업의 관리가 연구개발의 자율과 창의를 불가

능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

처별로 서로 다른 복잡한 규제와 연구 행정을 관료가 아니라 연구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연구자 중심으로 개편해야만 한다. 연구자를

신뢰하는 입장에서 연구자의 자율을 최대한 보장해야만 진정한 과

학기술의 발전이 가능해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렇다고 연구자에게 무한한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뜻은 아니

다. 사회의 공적 자금을 활용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연구자도 자신

이 사용하는 연구비의 사용 내역을 떳떳하게 공개하고 검증을 받아

야만 한다. 연구비 집행의 투명성·공정성·윤리성에 대해서는 모

든 것을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분명하게 보여줘야만 한다.

연구 현장에 맞지 않고, 자신의 자율성을 해치는 잘못된 제도에 대

해서는 공개적으로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그런 노력을 포기하고

현실적으로 제도에 적응하겠다는 자세가 연구 환경을 더욱 불합리

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던 것이 분명한 현실이다. 연구비 집행에

대한 잘못된 관리·감사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과학기

술계 전체의 노력이 절실한 형편이다.

연구의 자율성이 연구비 집행에만 한정된 문제인 것은 아니다. 사

실 연구 환경 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연구 과제의 기획과 선

정이다. 연구 과제에 대한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한 관료들에 의한

연구 과제의 기획과 선정은 과학기술 연구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

인이다. 노벨상을 수상한 일본 과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평생 동안

자신이 원하는 연구에 몰입할 수 있었던 사실은 결코 가볍게 볼 일

이 아니다. 물론 연구자의 자율적인 선택이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

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연

구자의 자율을 보장해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길이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과학기술 연구에 대한 관료적 제한은 득보

다 독이 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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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여행 긴 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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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도시, 영화 같은 여행

부산영화의 명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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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0

지난 10월 11일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역대 최다 관객동원을 기록하며 그 화려한 막을 내렸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세계 79개국 312편의 초청작이 33개관을 통해 상영됐으며, 22만여 명의 관객이 상영관을

찾았다. 아시아 최고의 국제영화제로 자리 잡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영화의 도시’로 자리매김한 부산. 천만 관객을 돌파한 ‘해운대’, ‘도둑들’, ‘변호인’을 비롯해 ‘친구’, ‘리베

라 메’, ‘박수건달’ 등 부산을 배경으로 촬영한 영화도 많다. 충무로의 뒤를 잇는 한국영화의 메카, 부산

으로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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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천국’ BIFF광장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 불리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만큼이나, 부

산 곳곳에는 영화와 관련된 명소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BIFF광장

은 매년 부산국제영화제 전야제 행사가 열리는 장소로, 80여 년 동

안 부산 영화 거리의 명맥을 이어 온 남포동 극장가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BIFF광장 주변으로 (구)부영극장, 부산극장, 대영시네마, CGV

남포극장 등이 남포동 극장가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렇게 한곳

에 극장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은 국내는 물론 세계 어느 나라에

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1945년 광복 이후 극장이 한두 군데 들어

서기 시작해 60년대에는 무려 20여 개의 극장이 있었다고 하니,

‘한국영화의 본거지’로 불리는 이유를 알만 하다. 특히 부산극장은

1934년부터 이곳을 지키고 있는 부산지역 극장의 산 역사이다. 한국

전쟁 중에는 임시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됐으며, 70년대 유신체제와

함께 불어 닥친 영화산업의 침체기와 90년대 말 멀티플렉스 극장의

확산으로 인한 단관극장의 위기를 거치면서도 꿋꿋이 명맥을 이어

왔다.

BIFF광장에는 극장은 물론 영화와 관련된 상징물들이 즐비하다. 길

양옆으로는 영화 포스터로 장식된 가로등이, 위로는 부산국제영화제

를 상징하는 아치형 조형물이 거리를 밝히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가

장 특별한 것은 아래쪽에 있다. 광장 바닥에 새겨진 세계 영화계 거장

들의 손도장이 그것이다. 매년 이곳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 전야제 행

사로 영화인들의 핸드프린팅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영화가 아니더라도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영화·쇼

핑·유흥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다양한

음식점과 쇼핑센터가 즐비하고, 거리에 늘어선 포장마차들은 이곳의

또 다른 명물이다. 그중에서도 TV 예능 프로그램에 수차례 소개돼 전

국적인 명소가 된 씨앗호떡집은 웬만해선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자갈치시장

BIFF광장 길 건너편에는 그 유명한 자갈치 시장이 있다. 부산의 상

징이자, 우리나라 최대의 수산물 시장인 자갈치시장은 6.25 때 모여

든 피란민과 함께 노점상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형성됐다. 전쟁으로

생활 전선에 나선 여성들이 이곳에 모여 장사를 하면서 ‘자갈치 아지

매’라는 말도 생겨났다. 몸빼바지에 앞치마를 두르고 ‘오이소, 보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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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소’를 외치던 아지매들의 모습은 보기 힘들어졌지만, 그 억척스

러운 생활력은 여전히 자갈치시장에 펄떡펄떡 숨 쉬는 듯 하다.

여기저기서 상인들의 정겨운 사투리가 들리고, 싱싱한 생선과 해산물

들이 지천에 널린 시장통을 누비노라면, 꼭 뭘 사지 않더라도 마음이

넉넉해진다. 물론 웬만해서는 지갑을 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날 잡

은 생선을 노릇노릇 구워낸 생선구이도 유명하고, 빨갛게 양념을 입

혀 불판에 구운 막장어(일명 ‘꼼장어’) 구이도 맛있다. 막장어는 세계

에서 우리나라에서만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자갈치 시장에서는

막장어의 조리과정을 직접 볼 수도 있다. 조리과정이 조금 징그럽기

는 하지만 마지막에 고추장 양념을 바른 막장어가 야들야들 익어가

는 모습을 보면 징그러움은 싹 사라진다. 활어시장에서는 부산 앞바

다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생선회가 손님들을 유혹한다. 횟집에서 먹

고 가도 되지만, 횟감과 매운탕거리만 사다가 직접 해먹는 방법도 있

다. 흥정만 잘 하면 값을 깎을 수도 있고 덤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게 자

갈치 시장의 묘미이다.

한편 자갈치 시장은 영화와도 인연이 깊다. 이곳 건어물 골목에서는

70~8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한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의 주요 장

면이 촬영됐다. 검정 교복을 입은 준석, 동수, 중호, 상택이 건어물 골

목을 달리는 장면은 많은 관객들이 기억하는 ‘친구’의 명장면이다.

자갈치 시장 건물 뒤편의 수변공원은 그 유명한 영도대교를 조망하기

에 가장 좋은 곳이다. 영도대교는 1934년 개통된 부산 최초의 연육교

로, 개통 이후 다리의 육지 쪽 일부가 하루 7차례씩 들어올려졌는데,

도개 장면을 보기 위해 모여든 인파로 늘 북적거렸다고 한다. 영도대

교 부근에는 그 시절 부산 제일의 명물이었던 영도대교의 역사를 기

리는 기념비와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의 애환을 달래주었던 대중가

요 ‘굳세어라 금순아’의 가사가 새겨진 노래비가 있어 지나는 사람들

에게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부산시민의 오랜 휴식처’ 용두산 공원

자갈치 시장에서 부산항 여객터미널 방향으로 가다보면 또 하나의 명

소가 기다리고 있다. 용두산 공원이다. 용두산 공원은 부산시민의 만

남의 공간이자 추억의 장소로, 관광객들에게는 꼭 들러 가야하는 부

산의 명소로 이름나 있다.

공원 내에는 독재정권에 항거했던 수많은 젊은이들을 기리는 4.19의

거 기념탑과 백산 안희제 선생 흉상, 커다란 시계모양으로 가꿔놓은

꽃밭, 팔각정, 수족관 등이 있고, 매년 1월 1일과 3.1절, 광복절에 타종

식을 거행하는 부산시민의 종도 있다. 특히 1월 1일 새벽 0시에는 부

산의 각계 인사와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제야의 타종식이 거행된다.

주말마다 민속놀이마당이 열리는 용두산 미술관, 일제강점기에 동양

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으로 사용됐던 부산근대역사관 등 공원 곳곳

에 의미 있는 장소들이 자리하고 있다.

공원 정상에는 120 m 높이의 부산타워가 서있다. 타워 정상에서는 부

산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날씨만 좋으면 태종대와 오륙도 그리

고 일본의 대마도까지도 보인다.

한국영화의 메카로 떠오른 BIFF광장에서 시작해, 사람냄새 물씬 나

는 자갈치 시장을 거쳐, 부산시민의 만남과 추억의 장소인 용두산 공

원까지. 걸어도 지척인 이 세 곳을 돌아보면 부산의 역사와 부산사람

들의 삶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01 부산 남포동 극장가 중심에 자리한 BIFF 광장. 02 영화 포스터

로 장식된 가로등과 BIFF 상징 조형물. 03 부산타워와 함께

곳곳에 의미 있는 장소들이 자리한 용두산 공원. 04 광장

바닥에 찍힌 세계 영화계 거장들의 손도장.

05 부산의 상징인 자갈치시장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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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인문학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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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민 빗소리가 기분 좋게 들리네요. 참 멋있는 집입니다. 풍류학

교를 세우셨다고 들었습니다. 풍류학교는 과연 어떤 곳일까 궁금했

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생각하는 풍류란 무엇인지도 여쭤보고 싶

었고요.

임동창 풍류, 저는 멋이라고 생각합니다. 멋에 대한 생각이 모두

다르겠지만 저는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홀로 사는 삶을 만

족하는 것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잘 펼쳐내는 것, 이것이 멋진 삶

이라고 여기죠. 많은 사람들은 타인으로부터 상처받을까봐 혹은 소

외당하거나 손가락질 받을까봐 자신을 꽁꽁 숨기고 살아갑니다. 하

지만 이는 결국 자신의 철갑옷이 돼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어긋나

게 해요. 때문에 그냥 확, 벗어보자는 거죠. 부끄러우면 부끄러운 대

로 자신을 내보이는 게 멋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다 드러내고 살아요. 그게 곧 명상이죠. 자기를 온전히 보는 일이요.

그래야 자기 자신을 알고, 스스럼없이 갑옷을 벗을 수 있으니까요.

백경민 하지만 자기를 안다는 것은 평생 걸리는 일 아닌가요? 어

떤 계기가 있어야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임동창 오래 걸리는 일이라기보다, 어려운 일이죠. 온 대륙을 정복

한 나폴레옹도 아내와 함께 있을 때는 '진짜 무서웠다'며 속내를 보

여줬다고 하잖아요. 이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남 앞에서 용감한

것 뿐 아니라 홀로 있을 때도 진정 용감할 수 있는 것. 어렵긴 하지

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산다면 아주 건강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싶

어요. 저는 음악을 배우러 오는 학생들에게도 자신을 들여다보는 방

법을 먼저 알려줘요. 음악은 이 차(茶)가 담긴 그릇일 뿐이니까요. 그

릇보다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차죠.

백경민 피아니스트이신데, 이곳은 마치 국악원 같은 느낌입니다.

(웃음) 피아노를 국악기로 만든 피앗고도 만드신 것으로 아는데, 서

양음악인 피아노를 전공하셨음에도 국악 사랑이 남다른 이유가 있

으신가요?

임동창 저는 피아노를 공부했지만 그 소리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

았어요. 그래서 피앗고를 만든 것이고요. 우리나라 음악은 굉장히 역

동적입니다. 입체적이죠. 사물놀이패의 모습을 보면 신명이 납니다.

예를 들어 재즈의 박자와 국악의 박자는 셈하는 방식부터가 달라요.

국악은 박자를 아예 감아버리죠.

백경민 저는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배워서 그런지, 국악이 오히

려 낯설고 서양음악에 더 익숙한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선생님 이

야기를 듣고 보니, 음악의 기원 혹은 탄생된 배경이 생각나네요. 자

연의 소리를 흉내 내기 위해 음악이 만들어졌다고 하잖아요. 결국 과

학도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문인데, 그런 점에서 음악과

과학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국악피아니스트 임동창과의 대화

예술과 과학이 다를쏘냐,

진정성만 있다면 모두가 같은 게지

그들은 커다란 신종을 가만히 울렸다. 종의 울림이 방 안을 낮고

묵직하게 감고 돈다. 예술가는 신종의 울림이 마음을 치료해준

다고 이야기 했고, 과학자는 그 울림을 만들어내는 파동에 대해

설명했다. 그들의 대화는 달랐다. 하지만 다른것은 형식이었을

뿐 본질은 같았다. 결국 진정성을 담아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과학과 예술은 같은 것 아니겠냐는 대화 가운데

그들은 서로의 진심을 봤다.

25

01 음악이 왜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지, 음악의 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임동창과 백

경민 박사. 02 전북 완주에 위치한 풍류학교. 신나게 놀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고 아름

답고 신명나게 사는 법을 배우는 곳이다.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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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창 그럼요. 예술과 과학은 결코 다르지 않다고 봐요. 또한 두

분야는 꾸준히 만남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어릴 적 꿈이 과

학자였어요. 발명가가 되고 싶었죠. 그러다 음악을 만나 피아니스트

가 된 거예요.

백경민 그래서 피앗고를 만드신 건가요.(웃음)

임동창 그렇게 볼 수 있겠네요.(웃음) 가끔 궁금해요. 음악이 왜 우리

에게 감동을 주는지 말이에요. 저는 음악이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지

는 것을 넘어 사람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어요. 그런 기능이

있다고 생각하죠. 이런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나요? 예를 들어

음악이 왜 태교에 좋은지 등이요. 제가 갖고 있는 보물이 하나 있어

요. 방자유기(구리와 주석을 합금하여 만든 유기)로 만든 종인데 소리

가 정말 환상적입니다. 이 종 소리를 듣고 있으면 온 몸이 편안해

집니다. 방자유기 종이 몸과 마음에 끼치는 영향도 과학적으로 알고

싶어요.

백경민 성덕대왕 신종 등에 대해 진행한 연구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 주파수 분석 위주의 연구였어요. 인간에게

감정적으로 어떻게 전달되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내용이 없네요.

저도 아쉽습니다.(웃음)

임동창 정말 궁금해요. 피아노 소리와 피앗고 소리가 각각 어떻게

전달되는지도 궁금하고요.

백경민 말이 나왔으니, 피앗고 한 번 보여주실 수 있으신가요?

임동창 그럼요. 직접 연주해보세요.

백경민 (연주)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은 피아노이지만, 소리가 다르

네요. 그래서 그런지 느낌도 굉장히 달라요. 기회가 된다면 이 악기의

주파수 연구를 해보고 싶습니다.

임동창 저도 그러길 기대하겠습니다.(웃음) 얼마 전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음악가가 그러더군요. A 혹은 A♭이 사람에게 가장 안정감

을 주는 음이라고요. 그런데 우리 정악의 모든 기본음이 바로 A 혹은

A♭이에요. 이런 걸 보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백경민 피앗고를 만드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러고 보면 선생

님은 괴짜의 이미지도 강하신 것 같아요. 자유로운 이미지 때문이겠죠.

05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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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창 괴짜라는 저의 이미지는 사실 기자들의 관점이에요. 전 결코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 그 배경을 짐작해 보건데, 요즘 시대에 본을

파고드는 예술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제가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게 아

닌가 싶어요. 저는 제 음악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부단

히 고민합니다. 그게 해결되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거든요. 제가 음

악을 하는 사람인데 나다운 음악을 찾지 못한다면 행복할 수 있겠

어요? 예술가는 자신다운 것을 찾기 위해 몸부림 쳐야합니다. 유행

처럼 지나가는 예술이 아닌, 꾸준히 몰두할 수 있는 활동을 해야

하죠.

백경민 과학에서도 ‘유행’의 풍토는 분명 있는 것 같아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분야를 파고드는 연구자는 많지 않습니다.

임동창 과학에도 진정성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저 연구가

좋다, 혹은 이 연구가 뜬다고 해서 이리저리 휩쓸리는 건 좋지 않죠.

그건 예술도 마찬가지고요. 결국 진정성만 있다면 과학이나 예술이

나 모두 통하지 않겠습니까.

백경민 진정성. 그러게요. 제가 한 때 음악의 길을 걸어볼까 고민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꿈을 접은 이유는 음악이 나의 생계가

된다면 과연 순수하게 좋아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바로 선생님이 말

씀하신 그 ‘진정성’ 이죠. 아무래도 밥벌이가 되면 괴로운 일이 생기게

마련이니까요. 그래서인지 예술가 분들이 참 존경스러워요. 선생님은

어떠신가요? 음악이 곧 생계수단이 되는 게 괴롭지 않으신가요?(웃

음)

임동창 제 팔자소관이죠. 의지하고 상관없이요.(웃음) 어느 날 갑자

기 신 내림 받듯 피아노 의자에 앉은 후 지금까지 왔어요. 지금도 음

악은 제 삶의 한 도구입니다. 마치 수행하듯 음악을 했어요. 도를 닦

은 후 하나라도 얻은 게 있다면, 그것을 세상에 펼쳐내고 싶어요. 사

람들에게 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말이죠. 그 ‘도’ 라는 것은 처

음 이야기한 풍류가 될 것입니다. 저는 이제 멋있다는 게 뭔지 알겠어

요. 그건 곧 풍류에요. 제가 언제 이 세상을 떠날지 모르지만 사람들

과 함께 숨 쉬며 사는 동안, 다른 사람에게 이로운 도구가 되고 싶습

니다.

04

05

27

03 예술과 과학은 꾸준히 만남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국악피아니스트 임동창. 04 차를

우려 다과와 함께 대접하는 임동창의 손길에서 정성이 느껴진다. 05 풍류학교를 함께 둘러

보는 임동창과 백경민 박사.

임동창

피아니스트, 작곡가

소속사 t,a

수상 1989년 광주시립교향악단 상임 지휘자 취임

앨범 <임동창 풍류 - 1300년의 사랑이야기>,

<임동창 풍류 - 영산회상> 외 다수

수상 2011 제18회 무용예술상 무대예술상

1995 서울연극대상 특수부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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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t andexpan-sion

말랑말랑한 물리공식

PhySIcal foRmu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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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체에 열이 전해지면?

물체의 차갑고 뜨거운 정도를 나타내는 물리량을 온도라고 한다.

온도는 물체를 구성하는 분자들의 운동 상태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온도가 높은 물체는 분자들의 운동 속도가 빠르며, 저온인 물체는 속

도가 느리다. 따라서 온도가 다른 두 물체를 붙여 놓으면 분자들의

충돌로 인해 온도가 높은 물체에서 낮은 물체로 열이 이동한다. 이러

한 열의 이동은 두 물체의 온도가 같아지는 열평형 상태에 도달할 때

까지 계속 일어난다. 이때 열을 빼앗긴 물체는 분자운동 속도가 느려

지고 열을 얻은 물체의 분자들은 더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그리고

열의 이동으로 인해 물질의 상태가 변하기도 한다.

모든 물질은 고체나 액체, 기체 중 한 가지 상태를 가질 수 있으며 온도

에 따라 다른 상태로 변할 수 있다. 고체 상태인 경우에는 분자들이

자기자리에서 진동만 하기 때문에 모양과 부피가 일정하다. 하지만

분자들이 열에너지를 계속 공급받아 점점 활발해지면 분자사이의 인

력을 이기고 자유롭게 자리를 바꿀 수 있는 액체 상태로 되며, 더욱

분자 운동이 활발해지면 공간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기체 상태

가 된다. 이러한 상태변화를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

는 경우는 물이다. 얼음이 녹아 물이 되고, 수증기가 되는 현상을 쉽

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터미네이터2:심판의 날(1991)>에 등장하는 액체금속 로봇인

T-1000은 놀랍게도 자유롭게 상태를 변화 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

다. 액체금속으로 된 T-1000은 총알에 몸이 뚫려도 쉽게 원상복구

되고, 심지어 액체 질소를 뒤집어쓰고 얼었다가 산산조각이 나도 다

시 붙을 정도이다. 그동안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던 자

유롭게 변하는 액체금속이 얼마 전 발명되어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물론 영화 속에서와 같이 조각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전기를 이용해 모양을 자유롭게 바꾸는 것이었다. 어쨌건 아직까지

T-1000처럼 스스로 원하는 모양으로 변하는 로봇을 만들 수는 없지

만 실제의 금속들도 열의 출입이 있으면 모양이나 상태가 변한다.

열기구와 커피

T-1000을 비롯해 어떤 물질이라도 계속 열을 가하면 결국 상태변

화(상전이: phase transition)를 일으키게 된다. 하지만 물질이 상태 변

화를 일으키기 전이라도 단지 온도가 올라가는 것 외에 다른 변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는 냄비에 물을 끓여 보면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냄비의 물은 끓기 전에도 뜨거워진 물은 위로 올라오고 차가워

진 물은 아래로 내려가는 대류 현상을 일으키며 쉴 새 없이 움직이

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냄비 바닥을 가열 할 때 대류가 일어나는 이

유는 무엇일까?

29

열 받으면 팽창한다?

<이스케이프 플랜(Escape Plan, 2013)>은 한때 국민 미드로

인기를 끌었던 <프리즌 브레이크>와 마찬가지로 탈옥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재미있는 것은 소재뿐 아니라 탈옥전문가가 등장

한다는 것과 탈옥에 가장 중요한 부품이 바로 나사못이라는 공통

점도 있다. 물론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나사못이 벽을 긁어서

뚫는 고전적인 탈옥 도구로 활용되었다면, <이스케이프 플랜>에

서는 반사경으로 가열되어 독방을 탈출할 수 있게 만드는 부차

적인 역할을 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엄청난 조명으로 인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을 것 같았던 독방에서 반사경으로 나사못이 저

절로 튀어나오게 하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렇다면 왜

나사못을 가열하면 튀어나오는 것일까?

글 최원석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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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온도계는 유리관 내부에 알코올이나 수은을 넣어 온도를 측정할 수

있도록 만든 도구이다. 온도계로 온도를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열에 의

해 물질이 팽창하고 수축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물질이 열을 얻어 부

피가 증가하는 현상을 열팽창이라고 한다. 온도계 이외에도 액체의

열팽창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유리병 속에 음료

수를 가득 채워놓지 않고 일부 공간을 남겨두는 것은 액체의 열팽창

률이 고체인 병보다 커서 음료수를 가득 채우면 병뚜껑이 파손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주유소도 열팽창에 민감한 곳이다. 휘발유의 경우

1 ℃가 증가하면 부피가 0.11 % 증가한다. 따라서 주유소에서는 온도

가 높을 때 기름을 판매하는 것이 유리하며,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온

도가 낮을 때 주유하는 것이 득이 된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

의 부피팽창은 투발루(남태평양상에 있는 공화국)와 같은 저지대 국

가에는 생존에 위협이 될 만큼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물을 끓

일 때 대류현상도 열팽창에 의한 것이다. 냄비 바닥에서 가열된 물은

분자운동이 활발해지면서 부피가 증가하는 열팽창 현상이 일어난다.

부피가 증가한 물은 주변보다 밀도가 낮아 부력에 의해 상승하게 되

고, 온도가 내려간 물은 밀도가 높아 아래로 내려오기 때문에 대류 현

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물질이 상태 변화를 일으키거나 열팽창 하는 것을 단순하게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열로 인한 이러한 변화가 인류의 생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도 했다. 기체의 열팽창을 이용한 열기구는 인류가 하늘을

날 수 있게 해주었고 증기기관은 산업혁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열로 인한 물질의 상태변화가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것이

다. 과학의 발전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치자 커피를 추출하는데도

과학적 원리를 이용한 발명품이 등장했다. 1840년에 발명된 진공흡입

식 추출기는 두 개의 플라스크로 구성되어 있어 마치 화학실험도구처

럼 생겼다. 아래쪽 플라스크를 가열하면 물의 상태 변화에 의한 증기

압력으로 물이 밀려 올라간다. 물이 충분히 올라간 후 알코올램프를

빼면 증기가 다시 물로 상태 변화하면서 발생하는 진공을 이용해 커

피를 추출한다. 진공흡입식 추출기는 관리하기 번거롭지만 마술같이

아름다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 외에도 커피 메이커들은 대부분 액체의 열팽창과 상태 변화를 이

용한다. 특히 커피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은 증기기

관과 마찬가지로 과학의 힘으로 탄생한 혁신적인 커피 추출 기계이다.

일단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를 보면 그것이 물의 상

태변화를 이용한 것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에스

프레소 머신 내부에는 보일러가 있어서 커피를 내리기 위한 물과 가

압된 수증기가 들어있다. 물이 수증기로 바뀔 때 부피가 증가하여 압

력이 생기기 때문에 에스프레소를 빠르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에

스프레소 머신이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보일러 안에 항상 뜨거운 물과

물질이 상태 변화를 일으키거나

열팽창 하는 것을 단순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열로 인한 이러한 변화가

인류의 생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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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증기가 들어 있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많은 손님들이 밀려와도 오래

기다리지 않고 에스프레소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늘어난 에펠탑

이젠 따뜻한 커피와 함께 예술의 도시 파리의 에펠탑을 한번 바라

보자. 1889년 프랑스 혁명 100주년 기념으로 세워진 에펠탑은 높이

가 324 m에 이르며, 사용된 강철의 양은 무려 7300 t이나 된다. 지금

은 파리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자리 잡았지만 건설 당시에는 뒤마나

모파상 같은 많은 예술가들의 거센 비난에 시달렸다. 우여곡절 끝에

에펠탑은 완공되었고, 크라이슬러 빌딩이 완공될 때까지 40년 동안

세계에서 제일 높은 건물로 기록되면서 파리에서 가장 사랑받는 건

축물이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강철로 만들어진 에펠탑이 여름과 겨

울의 온도 차이로 인해 15 cm 정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에펠탑의 경

우에는 이정도 늘어나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열차 선로의

경우에는 다르다. 철은 1 ℃가 상승할 때 1 km 당 12 mm씩 늘어난다.

따라서 100 km의 선로라면 1.2 m나 늘어나기 때문에 온도에 따라 선

로가 휘어 기차가 탈선할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선로 사이

에 일정한 틈을 준다. 때문에 기차가 운행할 때 특유의 덜컹덜컹 소

리가 나는 것이다. 하지만 고속열차의 경우에는 레일 사이에 틈이 있

으면 승차감을 떨어트리고 차륜이 파손될 수 있어 열팽창률이 작은

특수강을 붙여서 만든 장대레일을 사용

한다. 철도와 마찬가지로 기다란 다리의

경우에도 지그재그 모양의 다리 이음매

를 둔다. 또한 송전 선로를 보면 팽팽하

게 전선을 이어놓은 것이 아니라 아래로 약간 처지도록 만든다. 이

는 겨울에 온도가 내려가 전선이 수축하게 되었을 때 끊어지는 것

을 막기 위한 것이다.

금속에서만 열팽창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뜨거운 유리컵을 찬물에

갑자기 넣었을 때 컵이 깨지는 것도 열팽창에 의한 것이다. 온도가

올라가 팽창한 유리컵을 찬물에 넣으면 내부와 외부 사이에 온도차

가 발생하면서 갑자기 수축하여 깨지는 것이다. 따라서 열에 강한 내

열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 열팽창률이 작은 재료로 유리를

만들어야 한다. 열팽창은 유리를 깨트리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유

리를 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판유리를 가열한 후 유리의 표면을 급랭

시키면 내부에서는 팽창에 따른 인장력, 표면에서는 수축에 의한 압

축력이 발생해 강화유리가 만들어진다. 이처럼 우리 주변의 모든 변

화에는 열의 출입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열은 많은 변

화를 일으킨다. 평상시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생활 속에서의 열

과 물체의 변화, 이제는 과학적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더 재미

있을 것이다.

heat and expan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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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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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대의 환경테마 과학관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김천혁신도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각종 시설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이곳에 유독 눈에 띄는 건물이 있

다. 2년여의 공사 끝에 지난 9월 개관한 김천녹색미래과학관이다.

‘청정도시’를 미래상으로 녹색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김천시가 야심차

게 조성한 김천녹색미래과학관은 미래 ‘그린에너지’를 주제로 한 전

국 최대의 환경테마 과학관이다. 1만6천5백 ㎡ 부지에 지상 4층 규모

로 건립된 건물은 CO₂배출 등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 공법으로 건

축됐으며, 에너지효율이 높은 지열과 태양열·태양광을 열원으로 사

용하는 냉·난방 설비를 갖추고 있다.

녹색 꿈이 자라나는 흥미진진한 모험

전시관은 ‘그린(Green)’, ‘미래(Future), ‘재미(Fun)’’라는 세 가지 키

워드 아래, 타 종합과학관들과 차별화 된 콘텐츠들로 꾸며져 있다. 내

용이 ‘그린’과 ‘미래’를 담고 있다면, 체험방식은 ‘재미’에 초점이 맞

춰져 있다.

먼저 2층 기후변화관에 들어서면 자원 고갈로 사람들이 떠나버린 암울

한 도시가 기다린다. 황폐한 거리를 지나면 180˚서클 스크린을 통해

온난화가 가져올 무서운 미래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지구의 기

온이 1 ℃씩 상승할 때마다 일어나는 재앙들을 보여주는 영상으로 극

심한 가뭄과 사막화가 진행되고, 식량이 고갈되며, 도시가 물에 잠겨,

마침내 지구에 종말이 찾아온다는 시나리오가 영상과 효과를 통해

생생하게 재현된다. 3 ㎡ 남짓한 방에 들어가면 -20 ℃의 이상기온을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고, 각 나라의 기후변화에 대한 퀴즈를 풀면서

점수를 쌓는 부루마블 게임도 해볼 수 있다. 또한 기후변화를 막기 위

한 아이디어나 실천다짐을 그린노트에 입력하면 과학관 홈페이지에

게재될 뿐만 아니라 e-mail과 문자메시지로 본인에게 보내준다.

놀이와 논리가 만나는 창의과학 놀이터

김천녹색미래과학관

01 곳곳에 마련된 놀이공간은 재미는 물론 안전까지 세심하게 고려해 만들어졌다. 02 2035년

미래로 꾸며놓은 녹색미래관. 12명이 한 팀이 되어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베릴 아일

랜드’를 구해야 한다. 03 김천녹색미래과학관은 ‘과학을 배우는’ 곳이 아닌 ‘과학과 함께 노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생태계 파괴가 심각하다’, ‘환경오염으로 지구가 병들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사실에

공감하지만, 생활 속에서는 잘 와 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아이들은 책으로 읽거나 TV에서 본 것은 금방 잊어버리기 마련

이다. 김천녹색미래과학관은 지구 환경문제의 심각성과 녹색

미래의 희망을 여러 가지 체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곳

이다.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다양한 체험형 전시물들은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참여하고 저절로 공감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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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면 커다란 생명나무가 맞이한

다. 탄소흡수량이 소나무의 4.4배에 달하는 맹그로브나무를 형상화

한 조형물이다. 그 안으로 들어가면 나무가 들려주는 자연보호에 대

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나뭇가지에 손을 얹어 생명을 불어넣어 줄

수도 있다.

그린에너지관에서는 빛을 쏘아주면 움직이는 태양광 모노레일, 자

동차를 운전하면서 경제적·친환경적인 운전습관을 배워보는 에코

드라이빙, 파이프·타이어·페트병 등 재활용 재료로 만든 악기들

로 난타공연을 해보는 리사이클뮤직홀 등 만들고, 두드리고, 뛰어놀

며 에너지와 자원절약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주는 공간으로 꾸며

져 있다.

4층은 녹색미래관이다. 2035년 미래로 꾸며놓은 공간으로, 12명이 한

팀의 환경지킴이가 되어 몇 단계의 미션을 수행하면서 환경오염과 이

상기후, 에너지고갈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베릴 아일랜드’를 구해

야 한다. 환경지킴이 대원들은 다양한 미래 에너지기술을 활용해 서

로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면서 가상의 섬을 지켜낸다.

34

04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실천다짐을 그린노트에 입력하면 과학관 홈페이지에 게재될 뿐

만 아니라 e-mail과 문자메시지로 본인에게 보내준다. 05 주사위를 굴려 기후변화에 관련

한 나라별 모습과 노력에 대해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부루마블 게임 공간. 06 풀돔스크린

을 통해 4K UHD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4D풀돔영상관. 07 지구의 기온이 1 ℃씩 상승할 때

마다 일어나는 재앙들을 보여주는 영상. 08 경제적·친환경적인 운전습관을 배워보는 에

코드라이빙. 09 김천녹색미래과학관의 모든 전시물들은 작은 손짓일지라도 아이들이 직

접 행동을 하도록 유도한다.

07

06

04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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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시간 내에 GM(유전자 조작)식물을 만들어 깨끗하게 정화시키

고, 구름씨를 쏘아 올려 인공강우를 만들어내 수자원 부족을 해결

하고, 태양광에너지, 핵융합에너지, 수소에너지를 만들어 에너지 고

갈로 인해 암흑으로 변해버린 루비시티를 구해내는 등 모든 미션

을 수행하면 우리의 노력으로 지켜낸 녹색지구의 모습이 영상으

로 보여 진다.

4층에는 또 김천녹색미래과학관이 자랑하는 4D풀돔영상관이 있다.

4D체험의자에 앉아 원형의 풀돔스크린을 통해 풀HD보다 4배 더

선명한 4K UHD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유조선 사고로 인해 파괴

될 위기에 처한 마을을 물고기들이 지켜내는 이야기를 비롯해 6가

지 재미있는 콘텐츠를 4D영상으로 관람하면서 환경과 지구의 미래

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야외에는 신재생에너지 체험시설을 갖춰 가족과 함께 체험할 수 있

는 열린공간으로 꾸며 놓았다. 신재생에너지만으로 가동되는 제로

하우스, 10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 생태공원 등 실제로 자연과

소통하는 공간이다.

녹색미래과학관이 꿈꾸는 진정한 ‘그린에너지’

이처럼 모든 전시물들은 작은 손짓일지라도 아이들이 직접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며,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하지 않고 정서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아이들은 1층부터 4층까지 흥미진진한 모험을 하

면서 내 손으로 지켜낸 지구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물

론 가상체험이지만 이를 통해 실제 생활에서의 실천의지를 심어주

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놀러가고 싶은 곳’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환경

보호나 에너지절약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생각할 때 실천

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김천녹색미래과학관이 아이들에게 그

런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녹색미래과학관 관리

팀 김경환)”

김천녹색미래과학관은 ‘과학을 배우는’ 곳이 아닌 ‘과학과 함께 노는

곳’이라고 해야 더 맞을 것 같다. 아이들이 이곳에서 놀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이 생활을 바꾸고 미래를 바꾸는, 진정한 ‘그린에너지’가

됐으면 좋겠다.

08

0908

아이들에게 ‘놀러가고 싶은 곳’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환경보호나 에너지절약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생각할 때

실천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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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는 화학 원소로서의 특성을 일찌 않는 범위에서 도달할 수

있는 물질의 기본적인 최소 입자로, 원자들이 서로 결합하여 물

질을 이룬다. 원자들이 어떻게 모여 결합하는가에 따라 물질의

성질이 결정된다. 이렇게 원자로 시작해 어떤 물질이 형성되는

과정은 매우 무질서한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

일정한 규칙성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아주 ‘잘’ 관찰해야만 그

규칙성을 찾아낼 수 있다.

조급해 하지 않고 성심성의를 다해 자연의 섭리에 다가가다

KRISS 밸브금속 양극산화 연구랩

창의 공작소

3736

01 열역학적 비평형계에서 Self-Organization을 일으키는 Driving Force를 연구하고

있는 밸브금속 양극산화 연구랩. 02 Self-Organization을 제어함으로써 특정한 구조나

규칙적인 패턴, 색을 조정할 수도 있다. 03, 04 이우 박사팀이 연구에 활용하는 간단한

전기화학 장비. 이들의 연구에는 특별한 분석법이나 툴이 동원되지 않는다.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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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6

‘Self Organization’의 원리를 찾아라

분자들이 모여 세포가 생성되고 세포들이 모여 기관을 형성하며 이

기관들이 서로 연결돼 하나의 생명체가 완성된다. 생명체뿐만 아니

라 모든 물질은 이와 같이 외부 간섭 없이 기본단위의 자발적 결합

에 의해 생성되는데, 이를 Self-Organization(자기조립현상)이라고

한다. 이처럼 Self-Organization은 원자와 분자스케일에서 뿐만 아

니라 생명체들 사이에서도 일어나며 태양계, 더 나아가 방대한 우주

스케일에서도 일어난다. 이를 이해하는 것은 자연의 일부분을 이해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Self-Organization을 일으키는 힘, 즉 Driving Force는 무엇

일까? 이것을 찾아낸다면 물질에 대한 많은 비밀이 밝혀질 것이며,

인류는 자연과 우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바로 이것이

KRISS 밸브금속 양극산화 연구랩의 연구주제이자 목표이다.

스트레스를 이용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가다

“분자들의 자기조립 단층막 또는 리피드 멤브레인 형성처럼 대부분

의 Self-Organization과정은 열역학적 평형상태에서 진행됩니다. 하

지만, Self-Organization은 열역학적 비평형상태에서도 놀랄만큼 우

아한 방식으로 일어나 아름답고 규칙적인 패턴이나 구조를 형성하

기도 합니다. 돋보기로 들여다본 눈 결정들처럼 말이죠. 하지만, 결

코 동일한 패턴을 갖는 눈 결정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저희는

열역학적 비평형상태를 전기화학적으로 형성시키고 그 속에서 특

수한 패턴이나 구조를 형성시키는 Self-Organization 과정의 Driving

Force가 무언지 밝혀내려는 겁니다. 당장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건

별로 없을 거예요. 자연현상의 일부로서 그 원리를 이해하는 것 자

체가 의미 있는 일이죠.”

자연의 법칙은 이해하기도,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 ‘설명하기 참

03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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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워요’라며 말문을 연 이우 박사. 이 주제를 가지고 연구해온 지

15년 가까이 됐지만, 아직까지도 일반인들에게는 기본개념조차 생

소한 분야이다. 현재 상황에서 향후 어떻게 활용될 것인가도 뚜렷

하지 않다. 하지만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과

학자의 역할이다.

“전 제가 연구하고 있는 열역학적 비평형계에서 Self-Organization

을 일으키는 Driving Force가 ‘스트레스’라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이

스트레스를 갖고 살듯이 물질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사람에게 적

당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삶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듯 물질들도 그렇

다고 생각합니다. 스트레스를 잘 제어하면 의도하는 대로 물질을 제

어할 수 있다는 겁니다. 원하는 물성, 구조를 유도해 낼 수 있고, 규

칙적인 패턴을 만들거나 색을 조정할 수도 있죠.” Self-Organization

을 이용하면 다양한 가능성이 열린다. 스트레스를 이용해 물질의 특

성을 더 좋게 개선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부여할 수도 있다.

현재 밸브금속 양극산화 연구랩은 금속 및 반도체의 전기화학적

산화반응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양극산화 과정 중

스트레스가 반응동력학 및 Self-Organization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 관련 연구를 정리한 논문이 화학분야 세계적

저널인 ‘케미컬 리뷰’에 실려 그 우수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2012년에는 대면적의 반도체 기판 위에 수십 nm 굵기의 극미세 나

노선을 수직으로 정렬해, 전기적 접촉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하

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반도체를 전기화학적으로 산화시키고

산화반응으로 생긴 산화물질을 제거해 원하는 형태로 디자인한 것

이다.

쉽지 않아 흥미롭고, 실패가 있어 깨달음이 있는 법

“글쎄요. ‘창의적연구사업’을 하고 있지만 특별히 창의적인 건 없는

것 같아요. 저희 실험에는 종이랑 연필, 그리고 간단한 전기화학 장

비만 있으면 되요. 이론을 모델링하고, 실험결과와 비교하는 거죠.”

밸브금속 양극산화 연구랩의 연구에는 특별한 분석법이나 툴이 동

원되지 않는다. 이들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실험을 한

다. 차이는 문제를 보는 관점에 있다. 규칙적인 패턴을 유도하는

Driving Force를 전기화학반응에 의한 스트레스에서 찾는 새로운 시

각 말이다. 물론 새로운 시각에 앞서 다른 과학자들의 관점을 아는

연구라는 것도 농사랑 똑같아서

수시로 실험을 돌봐줘야 하고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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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이우 박사는 팀원들에게 리서치(Re-Search)

를 강조한다. 자신의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 문제에 부딪치면 그 해

결책을 선배 또는 동료 과학자들의 선행 연구결과들을 찾아 철저

히 공부하는 과정을 통해 찾으라는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새로운

해석을 얻어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자신만의 연구분야를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농부는 겨울에 내년에 무슨 농사를 지을지 정보를 찾아보고 분석

해요. 그리고 봄이 되면 씨앗을 뿌려서 정성껏 키우죠. 물도 주고,

잡초도 뽑아주고, 비가 오면 피해를 입지 않게 돌봐주고요. 가을이

돼서 수확을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상품성 있는 것을 골라 잘 닦

고 포장해서 내놓죠. 연구라는 것도 농사랑 똑같아서 수시로 실험

을 돌봐줘야 하고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

다. 데이터 속에 숨은 의미를 찾아내고,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술로 상품화하는 것까지 말입니다. 그래야 자연이 감동해서 좋은

결과를 준다고 생각해요. 이제까지 15년 연구하면서 깨달은 게 이

거 딱 하나예요”

인내심을 갖고 조르지 않는 한 자연은 결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

다. 혹자는 “아직도 그 연구를 계속하고 있냐고, 더 연구할 게 있냐”

고 물어보기도 하지만 밸브금속 양극산화 연구랩은 조급해 하지 않

고 성심성의를 다해 자연이 숨기고 있는 답에 다가가고 있다.

“동역학모델링을 시도하고 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단순하지가 않

아요. 이 시스템의 경우 나노미터 스케일에서 국부적으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측정해야 하는데 계속 실패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실패

를 통해 또 다른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아마 잘 될 것 같아요.” 이론

과 실험결과가 다른 경우는 부지기수. 이 대상에는 적용이 되는데

다른 대상에는 적용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땐 왜 안 되는지,

뭐가 잘못됐는지 고민하고 수정하면 된다. 오랜 기간, 숱하게 반복

해온 과정이지만 지겹거나 지치지 않는다. 실패도 거름이 되어 보람

있는 결실을 가져다 줄 거라 믿기 때문이다.

케미컬 리뷰(Chemical Reviews)

세계 3대 과학저널로 불리는 네이처(Nature),

사이언스(Science), 셀(Cell)보다 인용지수가

41.298로 높은 영향력 있는 저널로, 이우

박사는 ‘알루미늄 양극산화와 나노기술 응용’

에 관한 이슈와 향후 전망을 담은 총론을

케미컬 리뷰 최근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Question나의 열정을 자극하는 Driving Force는?

01 야사르 마야메이훌륭한 과학자가 되고 싶은 꿈이 열정을 자극하는 Driving Force입니다. 그리고,

동료 연구원들의 모습을 보며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됩니다.

02 이우작은 호기심이 해결되었을 때의 즐거움을 맛본 이의 ‘self-generated stress’가

아닐까 합니다.

03 신정호연구를 한다는 것은 흥미롭고 매력적이지만, 결코 쉬운 길은 아니라는 생각을 종

종 하게 됩니다. 연구가 순조롭게 잘 진행될 때도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고민과 노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

느끼는 희열은 제가 즐겁게 연구할 수 있는 열정의 원동력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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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정밀한 분광기를 위해

올해 창립 11년 차. 업계에서는 ‘KSP’ 라는 약자만 나와도 서로 고개

를 끄덕인다. 빛을 분석해 물성을 파악하는 분광기를 개발하는 회사,

코리아스펙트랄프로덕츠(이하 KSP)는 실력과 성실함을 겸비한 중소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KSP는 액체비료(액비)분석기를 개발하며 또 한 번 스포트라이트

를 받았다. 현재 축산 분야는 부숙이 덜 된 불량액비가 유통되는 현실

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불량액비가 유통되는 원인은 정밀하지 않은

액비품질 측정에 있었다. 정확한 품질을 알려면 긴 시간동안 액비를

측정해야 하는데, 시간과 경제상의 부담을 이유로 주관적 판단에 의해

액비품질을 측정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시중에 유통되는 액비는 품질

을 신뢰할 수 없게 됐고, 이는 결국 가축분뇨 자원화의 걸림돌이 됐

다. KSP가 주목을 받은 것은 이러한 문제를 분광기로 해결했기 때

문이다. 전기화학적 방법으로는 통상 2~3일이 걸릴 일을 단 1분 이

내에 끝낼 수 있도록 했다. 분광기란 쉽게 말해 ‘프리즘의 고급형’ 이

라고 말할 수 있다. 물질에 빛을 조사해 거기서 나오는 빛의 스펙트

럼을 이용하여 물성을 파악한다. 분광기는 반도체 검사 등 초정밀 분

야에 반드시 필요한 기기로서, KSP의 제품은 대기업에서도 신뢰를

받고 있다.

“분광기의 가장 큰 장점은 물성을 파악할 때 비파괴적인 방식으로 진

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물질의 크기가 너무 작은 나노 세계,

혹은 자극을 가할 수 없는 물질의 경우 분광기를 이용하면 많은 이점

이 있죠. 물질의 성분을 변화시키지 않으므로 여러 진단에 효율적으

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양질의 반도체를 만들 때 꼭 필요하죠.”

KRISS의 공신력, KSP의 기술력

지난 10년 간 고속성장을 한 덕에 지금이야 KSP가 이토록 신뢰를 받

고 있지만, 처음부터 수요처 기업의 믿음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니

다. 여느 중소기업이나 그렇겠지만 KSP 역시 대기업 수요처의 신뢰

장벽을 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특히 품질 측정 단계는 반도체 제작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에 KSP의 분광기는 으레 외산

장비와 비교를 받아야만 했다.

“실제 진단시장은 거의 외산장비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10년 전부터 대기업에 응용제품을 납품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

구하고 공정진단제품은 늘 외산장비와 비교돼야 했어요. 국내 제품

이 아무리 사양을 높이 올려도 신뢰를 받는 일이 쉽지 않았죠. 때문

에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신뢰할 수 있도록 공신력 있는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물건 좋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봐야

밖에서는 잘 믿어주지 않으니까요. 그 때 KRISS 강상우 박사님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또 하나의 창조, 협력

40

물질의 성질을 파악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하는 일은 물질에

물리적 자극을 가하는 것이다. 가장 소극적인 방법은 슬쩍 만져

보는 것일 테고, 좀 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한다면 물질을 쪼개

는 등 변형을 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주 작은 물질이라면? 혹은

정밀한 물성파악이 필요한 물질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이를 파악,

측정 할 수 있을까. 코리아스펙트랄프로덕츠는 물질에 물리적인

자극을 가하지 않는 비파괴적인 방법으로 물성을 파악할 수 있는

분광기를 개발하는 회사다. 가장 정밀한 분광기를 개발하는 과정,

그 길 가운데에는 KRISS 강상우 박사도 동행하고 있었다.

지원을 넘어 상생의 대상으로

KRISS 진공기술센터 강상우 박사와코리아스펙트랄프로덕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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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우 박사는 KRISS 진공기술센터에서 오랫동안 진공상태 측정기

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반도체 장비를 운영할 때 외산장비와

국내장비를 비교하고, 국내장비가 어떤 부분에서 얼마나 부족한지 평

가할 수 있는 측정기를 다루고 있다.

“처음에는 부족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그 다음에는 부족한 점

을 극복하고 보완할 수 있는 자료를 공유 받았습니다. 멘토링 이후 제

2, 제 3의 성능향상이 이뤄졌어요. 이후 KRISS로부터 받은 평가를 갖

고 수요처를 찾아갔더니 신뢰할 수 있겠다며 기존 장비를 저희 제품

으로 교체하겠다더군요.”

이창석 대표가 KRISS로부터 받은 지원 내용을 이야기 하는 가운데,

강상우 박사는 불쑥 “지원이라기보다 협력이 맞다”고 언급했다. 수요

처 기업이 원하는 스펙을 KSP는 이미 갖춘 상태였고 그렇기에 지금

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시작은 KSP의 제품을 평가해주는 업무로 시작한 게 맞지만, 그 이

후에는 멘토-멘티의 관계라기보다 서로가 상생하고 협업하는 분위

기였다고 할 수 있어요. 기업도 능력이 되고 저희도 욕심이 생기면서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파트너가 된 거죠.”

강상우 박사는 “사실 많은 중소기업들이 기술력을 갖고 있음에도

유통경로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며 “KSP도 그런 사례

중 하나였다”고 이야기 했다.

“저희는 중간에서 수요기업의 요구와 중소기업의 기술고민을 듣습니

다. 그 가운데 저희가 보유한 장비를 갖고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늘 고민했어요.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KSP 덕에 확실한 길을 얻을 수

있었죠. 사실 KSP가 기술력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업무가 진척될 수

없었을 거예요. 잠재력이 매우 큰 회사입니다. KSP와 KRISS, 서로에

게 좋은 대상인 거죠.”

현재 기업에서 개발하는 센서 혹은 장비의 품질 측정단계는 더욱 중

요해지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KRISS와 KSP의 사례는 매우 바람직

하며 또 눈여겨볼 만하다. 그렇기 때문일까, 3년 내에 더욱 좋은 결

과와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강상우 박사의 이야기가 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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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코리아스펙트랄프로덕츠에서 개발한 분광기 제품. 물질에 자극을 가하지 않는 비파괴

적인 방법으로 물성을 파악할 수 있다. 02 가장 정밀한 분광기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코

리아스펙트랄프로덕츠의 사무실은 곧 연구현장이다. 03 강상우 박사(좌)와 이창석 대표

(우)는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파트너로서 상생,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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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창조, 소통

작은 섬마을 학교를 찾다

아침 일찍 찾은 학교는 깔끔하고 잘 정돈된 느낌이었다. 널찍한 강당

에서는 과학 강연을 준비하기 위해 한창 분주했다. 학생들은 차례차

례 모여 앉기 시작했다. 이제 한 반이 다 왔구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

선생님 한 분이 “시작하시면 될 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 한 반이 모

인 줄 알았더니 전교생이 다 모인 것이었다.

학교의 크기나 학생 수의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아이들의 눈은 처음

부터 흥미로 가득 찼다. “표준이 뭔지 알아요?” 과학 강연은 양자측

정센터 박세일 박사의 표준의 정의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시작됐다.

1~6학년까지 모든 학년이 모여 있는 만큼 대답 역시도 다양하게 나

왔다. 그 중에서는 “표준은 하나의 기준이에요.” 라고 하는 꽤나 지적

(?)인 정의가 나오기도 했다.

박세일 박사가 초전도체를 액체 질소에 넣은 후 공중에 뜬 모습을 보

여 주니 아이들의 함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다가와서 만지고

싶지만 액체질소가 손에 닿으면 위험하다고 주의를 줘서인지 선뜻 다

가오지는 못하는 모습이 귀엽기까지 했다. 이어서 풍선을 액체질소에

넣은 뒤 변화된 모습을 같이 관찰했다.

완전 쪼그라든 풍선이 상온에서 다시 제 상태를 찾는 모습을 보면서

4342

오붓한 학교에서 오순도순 나눈 꿈

“멀리 있다고 닿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서해 대천항에서 배를 타고 30분 정도 들어가면 원산도라는

섬이 나온다. 부드러운 빛을 뽐내는 갈대밭과 빨갛게 번지는 바다

위 석양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내는 이곳에 작은 초등

학교가 있다. KRISS는 매년 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는 벽지학교를

찾아가 과학 강연을 한다. 10월 7일(화) 우리가 찾은 곳은 전교생

이 30명도 되지 않은 작은 학교, 광명초등학교였다.

01 02

03

도서 벽지학교 과학교실 원산도 광명초등학교

01 빨갛게 번지는 바다 위 석양이 아름다운 원산도 풍경. 02 박세일 박사가 초전도체를 액체

질소에 넣어 공중에 띄우는 실험을 보여주고 있다. 03 체험물 중 단연 인기가 있었던 것은

공기대포. 04 직접 만든 풍선헬리콥터를 날리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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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4342

아이들은 연신 깔깔댄다. 박세일 박사는 마지막으로 액체질소에 초코

과자를 넣고 딱딱하게 만든 뒤 호호 불면서 먹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면서 재미를 선물했다.

오순도순 즐기는 과학 체험

강연이 끝난 후, 아이들의 체험 학습이 이어졌다. 중력탈출, 길이측정,

소리변화 체험 등 KRISS가 대전에서 직접 싣고 가져온 체험 학습 기

계는 바쁘게 손님을 맞이했다. 체험물 중 단연 인기가 있었던 것은 공

기대포였다. 10 m 앞 친구 머리 위에 종이컵을 세워놓고 대포 안에

스모그를 가득 채운 뒤 발사하면 도넛 모양의 공기가 나가 그 종이컵

을 떨어뜨린다. 아이들은 마치 황야에서 만난 카우보이들처럼 비장하

게 공기대포를 조준, 발사했다.

체험학습을 모두 마친 후 풍선헬리콥터 만들기, 종이 축구공 만들기

등의 순서가 진행됐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각자가 맡은

물건을 조립했다. 전교생이 모였지만 모두가 한 가족 같은 느낌이었

다. 6학년은 모두의 형, 누나였고 1, 2학년들은 모두의 동생들이었다.

서로 서로 챙겨주면서 만들기를 하는 것을 보고 있으니 도시 아이들

에게는 찾아보기 힘든 정(情)이 느껴졌다.

아쉬움 그리고 희망

과학강연의 모든 과정이 끝나고 단체 사진을 찍은 뒤 아이들은 아쉬

운 듯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집에 가기 위해 과학 교구들을 조용히 정

리하고 있는 우리를 보고 한 아이가 다가와서 말했다. “대전으로 놀러

가도 되죠?” “그럼, 당연하지. KRISS에 놀러오면 우리를 꼭 찾으렴.”

“알겠어요! 안녕히 가세요.” 배꼽 인사를 마치고 그 아이는 저 멀리

뛰어갔다. 그 발걸음에는 아쉬움이 담겨 있는 듯 보였다. 아니, 어쩌

면 우리가 그곳을 떠나는 것이 아쉬웠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른다.

과학은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준다. 한 CF의 카피

처럼 산골짜기의 아이도 에디슨을 꿈꿀 수 있고 아인슈타인이 될 수

있다.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직접 과학을

보고, 듣고, 만지게 해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과학의 참교육이

다. 도서 벽지의 아이들이 과학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도록 KRISS가

2014년에 원산도를 찾았듯이, 2015년에는 더 먼 곳도 즐겁게 찾아

갈 것이다. 단 한 명이라도 아인슈타인을 꿈꾼다면, 결코 멀리 있다고

닿지 않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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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Zoom IN R&D ❶

4544

반도체 소자로서 그래핀 상용화 앞당겨

초미세 그래핀 나노리본세계 최초 개발

국내외 공동 연구진이 미래의 반도체 소재인 그래핀의 단점을

보완한 초미세 그래핀 나노리본 제작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결

과를 세계적인 과학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 10월 30일자

로 발표했다(논문명: Room-temperature magnetic order

on zigzag edges of narrow graphene nanoribbons).

0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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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4

KRISS 나노측정센터 황찬용 박사팀과 헝가리 학술원 소속 자연과

학연구소 레벤떼 타파쵸(Levente Tapaszto) 박사팀은 실온에서 테

두리(edge) 모양을 제어할 수 있는 그래핀 나노리본(폭 2~10 nm)

을 세계 최초로 제작했다.

그래핀은 실리콘에 비해 100배 이상 높은 전도도와 휘는 특성으로 ‘

꿈의 신소재’로 불리지만 전류를 제어할 수 없어 반도체 소자에는 사

용하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다. 그러나 그래핀을 작은 크기로 자르

면 밴드갭이 형성되어 반도체의 특성을 지니게 되는데 이를 그래핀

나노리본이라 하며 이를 이용하면 소자의 제작이 가능해진다.

잘려진 그래핀 나노리본은 테두리의 모양에 따라 안락의자형

(Armchair) 또는 지그재그형(Zigzag)으로 구분되며, 그 크기 및 모

양에 따라 금속 또는 반도체로서의 특징이 확연하게 달라지기 때문

에 원하는 형상으로 정밀하게 자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공동연구팀은 STL기술을 이용하여 그래핀 나노리본의 테두리 모양

을 원하는 대로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미세탐침을 이용해 그래핀에

전압을 가하면 그래핀의 탄소가 주변의 물과 반응하여 CO2로 분해

되는 방식이다.

그동안 나노크기의 그래핀 리본을 만들기 위해 에칭, 용액을 이용한

합성 등이 활용되었으나 에칭의 경우 20 nm이하의 나노리본을 제

작할 수 없고, 합성의 경우 테두리 모양을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없

었다. 또한 공동연구팀은 2~10 nm 크기 그래핀 나노리본의 물리적

특성을 완벽히 규명함으로써 반도체 소자로서의 그래핀 상용화 기

술을 획기적으로 앞당겼다.

2~10 nm 크기에 달하는 그래핀 나노리본 폭의 증감에 따라 반도체

또는 금속으로 변하는 상전이 현상을 발견했다. (지그재그형의 경우,

7~8 nm 사이에서 반도체에서 금속으로 변함)

황찬용 박사는 “이번 연구 성과를 통해 그래핀의 단점인 전류 제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그래핀이 반도체 소자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

성을 높임과 동시에 스핀소재로서의 이용이 가능함을 제시했다.”고

말하며 “다른 방법으로 제작된 나노리본 보다 더 작은 사이즈로 제작

가능하기 때문에 반도체 소자의 소형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대표적인 국제공동연구 지

원사업인 「한-헝가리공동연구실사업」에서 얻어진 결실로, 한-헝가

리공동연구실 사업은 지난 2009년 한-헝가리 수교 20주년을 계기

로 2010년 헝가리의 정부연구기관인 헝가리학술원에 2개의 공동연

구실을 개소한 뒤, 매년 3억 원 수준의 연구비를 2~3개 공동연구실

에 각각 지원해 온 사업으로 현재까지 5년간 총 50여억원의 연구비

가 투입되었으며, 지금은 양국 간 안정된 과학기술협력 프로그램으

로 운영되고 있다.

헝가리는 유럽과의 과학기술협력 거점으로, 특히 에너지, 재료, 생명

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초과학 역량이 매우 높은(2010년 기준

노벨상 수상자 14명 보유) 국가이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관계자는 동 사업이 내실 있는 연구 성과가 도

출되고 있는 국제공동연구 지원사업인 만큼, 앞으로 꾸준히 연구비

를 투입하여 출연(연)의 글로벌화를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그래핀 나노리본 : 육각형의 탄소형태로 이루어진 그래핀은 높은 전도도와 강도 등으로

인해 꿈의 신소재로 불림. 하지만 전류제어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관련

물성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 그중에 폭이 수 나노미터인 리본형태의 그래핀의

경우 이론적으로 전류제어가 가능한 반도체 특성 등 독특한 물성이 예상되고 있음

* 밴드갭: 에너지갭 이라고도 불리우며, 전자가 존재하지 않는 에너지레벨. 부도체의 경

우, 밴드갭의 차이가 매우 크므로 전기가 통하지 않음

* STL(Scanning Tunneling Lithography) : 주사터널링 식각. 물질 표면과 탐침사이에 전압

을 가해 전류를 측정하는 주사터널링현미경(STM)을 응용한 방식으로 원자레벨 수준의

패턴 제작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01, 02 그래핀의 테두리(edge) 방향을 제어하면서 STL방법을 이용하여 리본을 제작하고

이미징한 모습(좌: 안락의자(Armchair)형, 우: 지그재그(Zigzag)형). 03 zigzag edge구조

의 그래핀 나노리본의 경우, 폭이 7nm정도에서 반도체서 금속으로의 상전이가 발생.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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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경 1 m 반사경을 사용하는 망원경은 상공 200 km에서 자동차 차

량번호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해상도를 가지기 때문에 상업용 인

공위성 망원경으로는 세계 최고수준의 성능을 가진다.

우주용 반사경은 전략물자로 분류되어 해외로부터 수입이 매우 까

다롭다. 특히 직경 1 m 급 반사경은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으므로

완제품 형태로의 수입 자체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제작 관련 기

술 역시 해외로부터 들여올 수 없다.

KRISS 우주광학센터 연구팀은 지난 10여 년간의 초정밀 광학측정

및 제작기술을 바탕으로 작년에 직경 0.8 m 반사경을 제작하였으며

이를 이용하여 직경 1 m 반사경 개발에도 잇따라 성공했다.

광학거울의 직경을 늘리는 것은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직경이 늘

어나면서 증가한 무게를 더 많이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반사경 무게를 43 kg이하로 제작하기 위해 경량화율을 기존 60 %

에서 80 %로 늘렸다. 이를 위해 깨지기 쉬운 유리소재 두께를 1/2

로 줄였다.

또한 줄어든 무게로 반사경이 중력과 같은 외부의 힘에 형상이 바뀌

는 등 성능이 저하되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반사경을 지지하는 기

계 구조물을 새로이 설계했다. 구조물 설계에도 1년 6개월 이상의 시

간을 쏟아 부은 끝에 연구팀은 중력에 의한 반사경 변형을 10 nm 이

하로 줄일 수 있었다.

경량화까지 이룬 직경 1 m 반사경 조립체는 우주 속 온도 및 진동

을 그대로 모사한 극한환경 시험을 무사히 마쳤고 외국 관련 전

문가들의 평가를 통해 상업용 인공위성에 활용될 수 있음을 증명

했다.

KRISS 연구팀은 자체 제작한 대형 열진공 시험기*를 이용해서 직경

1 m 반사경 조립체의 우주 환경시험을 수행한 결과, 반사경의 형태

가 나노미터 수준에서도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더불어 발사체의 충격을 대비한 진동시험에서도 구조적인 안정

성을 확인했으며, 시험 전후로 광학적 성능에 문제가 없음을 입증

했다.

474601 KRISS에서 자체 개발한 직경 1 m 우주용 반사경. 02 KRISS 우주광학센터

연구원들. 03 우주용 반사경의 깨지기 쉬운 유리소재를 두께가 2 mm 이내가

되도록 가공하는 작업. 04 KRISS 우주광학센터 연구원들이 국내기술로 제작한

직경 1 m 우주용 반사경을 열진공시험기에서 시험검사 하고 있다.

Zoom IN R&D ❷

세계 최고 수준 해상도 실현, 상업용 인공위성에 활용 가능

직경 1 m 우주용 반사경 제작 성공

KRISS 우주광학센터 연구팀이 직경 1 m 초경량 우주용 반사경

개발에 성공하였다. 인공위성의 눈에 해당하는 반사경은 촬영

하는 영상의 해상도를 결정하는 핵심부품이다. 반사경 직경이 크면

클수록 더욱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지만 인공위성에 싣기

위해서는 크기와 무게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상업용 위성으로는

최대 직경 1 m 이내의 반사경을 사용한다.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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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4746

본 사업 책임자인 KRISS 이윤우 산업측정표준본부장은 “전 세계 인

공위성 시장이 매년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상용위성으로 가장 높은

해상도를 가진 반사경에 대한 수요는 높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

라도 2020년 경 다목적 실용위성 7호 발사를 계획하는 만큼, 진정

한 인공위성 개발의 국산화를 앞당길 수 있는 성과”라고 소감을 밝

혔다.

02

* 열진공시험기 : 직경 2.5 m에 이르는 열진공 시험기는 대형 광학부품의 우주환경시험을

위해 KRISS에서 자체 개발. 1x10-6 mbar의 고진공 상태에 도달하며 냉온반복시험을 위

해 -90 ℃부터 160 ℃까지 조절 가능.

0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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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셜록홈즈다

48

카메라가 찍고 신고까지 한다?!

전국에 설치된 CCTV는 350만대, 그 뿐인가? 차량의 블랙박스

설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처럼 인식되는 세태다.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로 범죄의 사각지대가 급속하게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범죄 예방효과, 검거율 30 % 상승 등 CCTV나 블랙박스의 효

력은 누구려나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한층 더 똑똑해

진 영상장비들이 범인을 검거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흐릿한 영상으로 과거의 기록만을 그대로 전해주던 수동적 장비

에서 표정을 분석하고 범죄 상황을 인식, 신고까지 하는 능동적

기술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범죄의 사전 차단으로 그 활동영

역을 높이는 과학수사의 첨단 장비들, 그 속에서 표준을 만나보도

록 한다.

Closed circuit televi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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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까지 보는 카메라?

범죄의 시도를 인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역시 소리다.

KRISS 권휴상 박사팀은 소리로 위치를 파악하는 ‘음원위치 추적 카

메라 시스템’을 개발하여 지능형 영상분석기기 발전에 큰 획을 그었

다. 이 시스템은 소리가 센서에 도달하는 정보를 분석하여 음원이 갖

는 공간 정보를 추출한 후 이를 이용하여 음원의 위치를 파악, 공간

상에 가시화해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 기술로 범죄 현장에서 다른 곳

을 바라보는 CCTV들은 조만간 모두 사라질 것 같다. 범죄가 발생한

CCTV 화면에 알람이 울리도록 하면 현장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또한 음원 위치 파악 카메라는 영상에 비해 주야

간이나 시야각 등의 제약이 적어 보안 감시 분야에서 다양한 활용을

기대할 수 있다.

영상기기가 똑똑해진다.

아직은 신기술들이라 현실화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할 수

도 있겠지만, 향후 5년 이내에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 널리 사용될

전망이다. 인공지능형 카메라는 안양시나 관악구 등지에서 벌써 시범

운용되고 있으며, 특히 노원구 소재 7개 초등학교 주변과 공원 등에

설치된 CCTV는 어린이의 안전을 위해 자동감지 기능까지 탑재하고

있다. 이 CCTV들은 교내 침입, 배회, 폭력 등 9개 상황을 감지해 관

제센터에 경고메시지를 송출한다. 수배나 체납 등의 차량 번호를 인

식하여 송출하는 관악구의 문제차량 자동감지 서비스도 지능형 영상

분석이 시작되는 신호탄으로 보인다.

표준이 열어갈 범죄 없는 세상

수동적으로 범죄현장을 기록하던 카메라가 능동적으로 범죄 현장을

신고까지 하는 세상, 나아가 범인을 색출, 검거하는데 역할을 다하는

세상. 매일 매일이 비슷한 하루 같다 말하지만 과학과 기술은 하루씩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진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표준은 정확한

기준들을 제시하며 기술 발전의 기반이 되고 있다.

수동적 기록 기기로 전락하고 말 것인가?

끔찍한 살인이 벌어진 사건 현장. 누가 어떤 목적에서 범죄를 저질렀

는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울 때 현장 감식반이 무조건 찾는 것이 있으

니, 그것이 바로 CCTV와 블랙박스이다. 강력계 형사는 그 순간부터

CCTV와 블랙박스의 영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그 안에서 범인을 밝

히고자 노력한다. 결정적인 영상 하나만으로도 범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대감에 차서 영상을 들여다보는 형사는 쉽

게 그 결과를 만나기 어렵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22분 정도 연

속해서 영상물을 모니터하면 위험을 인지할 확률이 5%대로 떨어진

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대개 어두워지는 시간에 일어나는 범죄는

해상도의 벽을 넘지 못해 뚜렷하게 촬영되지 않기도 한다. 수사에 도

움이 된다 하여 급격하게 늘려 설치했던 CCTV와 블랙박스, 과연 무

용지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일까?

현실화되는 마이너리티리포트, 범죄예측 시스템

상상해보자. 수동적인 기록자의 한계를 넘어 범죄의 시도를 인지하

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신고자로서의 영상기기를. SF 소설에나 나

올 법한 이야기지만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 같다. 범죄의 사각지대를

놓치는 영상기기들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과학계에서 개발,

실험하고 있는 인공지능형 CCTV 때문이다.

‘계획된 범죄의 경우 범죄자의 행동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한국표

준과학연구원 안전측정센터 최만용 박사팀의 ‘지능형 보안상황 인지

대응 시스템’은 이 명제에서 시작되었다. 범죄자의 행동 패턴을 데이

터베이스로 구축해두어 동일한 행동패턴이 감지될 경우 CCTV 관제

실에 자동 통보하도록 하는 기능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미래 범죄예측시스템’인 셈이다.

범인을 신고하는 카메라?

어두운 밤, 방어력이 떨어지는 여성이나 노약자에게 낯선 남성이 접

근한다. 일정한 보폭으로 걷다가 어두운 길에 접어들며 점점 거리를

좁혀온다. 놀란 여성은 뛰다시피 하지만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

낯선 남자의 손이 닿는 순간 여자는 비명을 지른다. 어두운 밤거리를

비추기만 하던 CCTV라면 그 상황을 그저 흐릿하게 기록하기만 할 뿐

이다. 그러나 새로 개발되는 지능형 영상분석기기는 소리가 난 방향

을 감지, 추적하여 관제실에 통보, 경찰을 출동시킨다.

지능형 CCTV의 활약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적외선 열화상탐지 기

능을 갖춘 지능형 감시카메라로 범죄자가 검거될 때까지 집중 추적한

다. 24시간 상시 대기조 경찰관을 도시의 어두운 골목, 범죄 사각지역

에 배치시키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때 CCTV

는 얼굴 표정이나 눈빛, 음성 패턴 등 생체 인식과 관련된 것까지 데

이터베이스화하여 모두 단서로 활용한다.

49

01 관제센터에서 CCTV 화면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02

적외선 열화상탐지 기능을 갖춘 지능형 감시카메라. 24

시간 상시 대기조 경찰관을 얼굴 표정이나 눈빛, 음성

패턴 등 생체 인식과 관련된 것까지 데이터베이스화하

여 모두 단서로 활용한다. 03 도처에 깔린 CCTV가 행

인들 눈의 홍채를 인식해 용의자를 색출하는 미래가 묘

사되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

01

0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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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과전자현미경 : 꿈을 보다

KRISS가 바라보는 세상

5150

투과전자현미경과 KRISS

투과전자현미경은 이름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물질을 투과한

전자들을 이용해서 고분해능으로 원자 구조를 이미징 할 수 있

는 장비이다.

투과전자현미경은 1989년 일본국제협력기구(JICA) 사업의 일환으

로 KRISS에 처음 설치되었다. 최초 설치된 투과전자현미경은 가

속 전압이 300 kV인 일본 히타치사의 H-9000NAR 모델이었다.

설치 이후 최근까지 많은 연구결과를 내며 제자리를 지켜 왔으나

근래 들어 잦은 고장과 부품 조달의 어려움으로 올해 철거 작업이

진행되었다(2014년 6월).

1950년대 파인먼(Richard Phillips Feynman) 교수는 그의 강의

‘There’s plenty of room at the bottom’에서 전자현미경의 중요성

을 강조하였으며, 1986년 투과전자현미경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

고 연구한 공로로 독일의 루스카(Ernst Ruska) 박사는 노벨상

을 수상하였다. Ultramicroscopy, Microscopy, Microscopy and

Microanalysis, Journal of Microscopy 등의 저널은 현미경 관련

내용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우수한 연구 결과들이 투과전자

현미경 측정의 밑바탕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알

고 있는 나노과학기술의 도래가 전자현미경의 발전에 기반하고

있음을 우리는 인지해야 한다.

투과전자현미경은 측정과학의 ‘꽃’이 될 수 있을까?

우리 몸의 감각 기관들은 그 자체로 매우 우수한 측정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감각 기관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하나의

장치는 ‘눈’이다. 우리에게 ‘본다’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심지어

우리는 마음도 들여다 ‘본다’라고 표현을 할 정도이니 말이다. 이

러한 눈으로 더 많은 것을 보기 위해 인류는 부단히 노력해 왔다.

더 작은 것을 보고자 하는 욕구와 필요성은 전자현미경의 발전을

재촉해 왔다. 우리가 전자현미경이라고 하면 쉽게 주사전자현미

경을 떠올리지만, 주사전자현미경은 전자소자의 개발이 이루어진

1960년대 이후에 실제 활용이 가능해졌다. 많은 물리학적 발견에

기반 해 1930년대 최초로 투과전자현미경이 만들어졌고, 이후 의

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재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에 실제

로 활용되었다. 그 이후 확립된 물리학적 이론의 토대 위에 공학적

석사과정. 1년 남짓 투과전자현미경 시편 제작에만 몰두하다 처음

으로 투과전자현미경 앞에 앉았다. 이후 나는 꿈에서라도 원자 구

조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열망에 한동안 들떠 있었다. 투과전자

현미경을 이용한 원자 구조 관찰은 직업병을 만들었다. 특히, 가

을이 되면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다양한 체크무늬 옷들에서 대칭

성을 찾아내느라 바빴다. 지금은 시시디(CCD) 카메라 등 새로운

장치의 발전으로 인해 너무나 쉽게 물질의 원자 구조를 관찰할 수

있지만, 아날로그 투과전자현미경 시대의 막차를 경험했던 그때

에는 형광판 위에서 원자들을 관찰하기 위해 정말 눈이 빠지게 현

미경(binocular)을 바라보곤 했다.

글 김영헌 (첨단측정장비센터 책임연구원)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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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5150

접근을 통해 전자현미경의 성능 개선이 이루어져 왔다. 그 결과

현재 투과전자현미경의 공간분해능은 50 피코미터(picometer,

1×10-12 m)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구에 사용되는

투과전자현미경에서 전자를 가속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전압이 수

백 킬로볼트(kV) 정도이고, 이때 전자가 가질 수 있는 파장이 수

피코미터 수준이기 때문에 구현 가능한 분해능의 한계에 접근하

고 있는 것이다. 또한 원자의 반경이 수십에서 수백 피코미터 수준

이기 때문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극한의 분해능에도 근접하고 있

다. 이러한 분해능은 우리가 측정하고자 하는 모든 대상 물질의 구

성 요소인 원자의 관찰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게다가 투과전자현

미경에서 주사 모드와 전자에너지손실분석을 이용하면 수십 피코

미터 수준의 공간분해능에서 0.1 eV 수준의 에너지 분해능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원자 구조와 전자 구조를 동시에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전자현미경의 활용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진

공 내 관찰 문제를 극복하려는 연구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액상 내에서 물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장치

들의 개발이 이루어졌고, 기체 상태의 물질을 이용하여 새로운 물

질을 합성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시간분해능 구현을

위하여 레이저와 결합한 전자원의 개발과 고속 카메라와 같은 검

출기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측정과학과 표준의 미래-주사투과전자현미경

투과전자현미경에서는 주사모드와 투과모드를 병행함으로써 새

로운 현상들을 측정할 수 있고, 전자에너지손실분석을 이용해서

화학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실시간 측정 장치들을 활용하여

원자 거동을 관찰하면서 전기적, 기계적 특성 평가가 가능하다. 현

재 투과전자현미경에 사용가능한 검출기는 얼추 십여 개에 달하

고, 기계적-전기적 특성 평가 장치와 액상-기상 구현 장치 등 많

은 부가 장치들을 장착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이 기능들은 측정 과

학의 범위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머지않아 표준화의 영역

까지 도달할 것이다. 실제로 최근 나노입자 크기 및 분포 측정과

소재의 결정립 크기 측정 표준화 등의 작업에 투과전자현미경이

필수 장비로 인식되고 있다. KRISS도 APMP, VAMAS, ISO 등에

서 주관한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한 나노입자 크기 및 분포 측정

관련 국제 비교 연구에 참여하여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전자현미경 관련 연구는 매우 위축되고

있다. 전자현미경 연구는 일정 규모 이상이 유지되지 않으면 발전

하기 어렵다. 특히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양한 검출기 기술과

장치들의 융합이 이루어져야 새로운 연구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

으며, 장비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투과전

자현미경 관련 측정 기술 확립의 부재가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수입된 장비를 이용하여 기존 측정 기술을 바탕으로 한 결

과는 양산하고 있지만, 새로운 측정 기술의 개발과 해석은 거의 이

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KRISS는 투과전자현미경 기반 표준화와 측정 기술 개발을 체계

적으로 진행함은 물론 다른 측정 기술과의 융합을 통하여 새로운

측정 과학 분야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리고 체계적인 계

획 수립에 따른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01 KRISS에서 처음으로 투과전자현미경 연구를 시작했던 이확주 박사의 은퇴를 기념하며

촬영한 사진. 02, 03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하여 관찰한 비스무트 페라이트(BiFeO3, BFO)

박막의 원자 구조.

02

BiFeO3 : domain boundary

Bi

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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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와트저울 메인시스템 구축

8월 29일(금) 질량힘센터에서 ‘와트저울 메인시스템’ 제작 기념회를

열었다. 20명이 넘는 연구원들은 첨단동을 찾아 와트저울에 대한 간

단한 브리핑을 듣고 질문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KRISS 기반표준본

부는 2012년 4월부터 질량 신정의에 대한 연구에 돌입해 와트저울

을 이용한 신(新) 질량원기 구축 프로젝트에 착수했고, 가장 중요한

부분의 하나인 메인시스템과 진공챔버의 제작이 끝나 시험 및 조립

단계를 맞이했다. 올해 구축한 메인시스템을 기반으로 내년에는 영

구자석이 도입되고, 2017년에는 와트저울의 첫 성능테스트가 이루

어질 계획이다.

02 아시아-태평양 측정표준협력기구(APMP) 총회 개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측정표준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

30차 APMP 총회 및 국제 심포지엄이 9월 19일(금)부터 27일(토)까

지 열렸다. 이번 행사는 일본, 중국, 호주 등 30여 개국 표준기관장을

비롯해 400여 명의 국내ㆍ외 측정표준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국내에

서도 길이, 질량, 온도 등 표준분야별 전문가 170여 명이 총회를 찾았

다. 이번 회의에서는 글로벌 측정현안(에너지, 기후변화, 건강 및 안

전 등)에 대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국제협력 우선순위를 논의하고 실행방안을 중점적으로 수립했다.

03 KRISS 과학기자단 창단

KRISS 과학기자단이 10월 1일(수) 발대식을 가졌다. 과학기자단은

‘Young KRISS Reporter : 표준연 취재기’ 라는 콘셉트 아래 KRISS

의 연구 활동과 각종 행사들을 그들만의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하게

된다. 이번에 선정된 7명의 과학기자단은 10월부터 12월까지 정기 기

획회의를 통해 선정된 아이템을 직접 체험하고 취재한 뒤 KRISS 공

식 블로그 및 페이스북, 홈페이지, 개인 SNS에 기사를 쓰는 임무를

맡게 된다. 손성민(KAIST 산업시스템공학 전공)군은 “기자단 활동을

하면서 그동안 궁금했던 몇몇 단위에 대한 궁금증을 기사로 풀어내

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04 KRISS 창립 39주년 기념식 개최

10월 13일(월) KRISS 창립 39주년 기념행사가 행정동 대강당에서 열

렸다. 박승덕 前 원장을 비롯해 KRISS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

최된 이번 행사는 창립 기념 직원 포상 및 기념축사 등의 행사가 진

행됐다. 박승덕 전 원장은 축사를 통해 “이번 노벨 물리학상은 일본

과학자가 수상했다. 한국 과학은 좀 더 분발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

다. 앞으로 노벨상을 수상하는 과학자가 한국에서 나온다면, 아마 그

는 표준가족들 중 한 명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설립 39주년을 맞이

하여 강대임 원장은 “표준가족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세계 1등 측정 표준 대표기관이라는 하나의 목적

지를 향해 힘차게 전진하자.”라고 말했다.

KRIS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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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 dec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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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첨단측정연구동 준공식

첨단측정연구동 준공식이 10월 13일(월) 첨단동 앞에서 열렸다. 정광

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을 비롯해 전임 원장과 전임 감사들은

준공식에 참석하여 자리를 빛냈다. 문동규 경영지원부장의 경과보

고에 이어 원장 인사말에서 강대임 원장은 “첨단동 건설을 위한 예

산 확보에 힘쓴 예산팀을 비롯하여 시설팀, 그리고 건설 관계자 분들

께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또 “향후 한국에서 노벨상을 받는 과학자

를 배출한다면 바로 첨단동에서 나오지 않을까.”라며 유쾌하게 인사

말을 마쳤다. 이어서 첨단동 건축 관계자에 대한 감사패 수여식, 현

판제막식 및 테이프 커팅식 등이 진행됐다.

06 KRISS 성과확산 주간 개최

KRISS 성과확산주간 행사가 10월 13일(월)부터 16일(목)까지 개최됐

다. KRISS는 자체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측정기술을 산업체에 다양

한 방법으로 보급하고 있으며, 성과확산주간 행사는 1년 동안 KRISS

와 협업한 산업체들의 성과물을 확인하는 자리다. 측정기술을 지원

받은 31개 업체는 행정동에서 포스터, 시제품, 성과물 등을 선보였다.

이 밖에도 측정전문가 간 정보를 공유하고 KRISS가 보유한 측정표

준기술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측정전문가 아카데미’, 특허 과정 및 사

업화 전략을 상담할 수 있는 ‘특허주간’ 행사도 같이 열렸다.

07 영국 국가표준기관(NPL)장 내방

영국 국가표준기관 NPL(National Physical Laboratory)의 기관장인

Dr. Brian Bowsher와 연구 및 국제협력 부장 Dr. Kamal Hossain

이 10월 20일(월) KRISS를 방문했다. 이들은 오전과 오후 두 차례 기

관장 회의를 갖고 NPL과 KRISS의 현황 및 당면 과제들을 공유하고

기관 간 구체적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11월에 열리는 국제도량

형총회(CGPM)에 앞서 회의 안건도 공유했다. 방문단 일행은 회의

를 마치고 첨단측정연구동을 포함하여 연구실 6곳을 돌아보았다. 첨

단측정연구동에서 초전도 원자간섭계 연구실과 양자역학연구실 및

와트발란스 연구실 등을 둘러보았다.

08 아티언스 갤러리 오픈

10월 31일(금) 첨단동에서 아티언스 갤러리가 오픈 행사가 열렸다.

KRISS는 3월 27일 대전문화재단과 MOU 협약을 맺은 이래, 약 5개

월 동안 연구원 내 예술가 입주 프로그램인 <2014 아티언스 랩>을 진

행했다. 그 결과물들을 전시해 놓은 ‘아티언스 갤러리’를 오픈한 것이

다. 아티언스 갤러리에는 설치 예술가인 김희원, 미나미 스케 스케,

로와정 작가가 제작한 8개의 작품이 전시된다. 김희원 작가는 시간

센터, 광도센터와 협업하여 <누군가의 시계, 누구가의 창문> 작품을

선보였다. 로와정 작가의 <456개의 채널> 작품은 생체신호센터의 뇌

파자기신호를 표현했다. 전시장에는 간단한 작가 소개와 작품 소개

가 곁들어져 있다. 해당 작품들은 1년 동안 상설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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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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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독자의견

* 2014년 11/12월호 퀴즈

01 매년 부산국제영화제 전야제 행사가 열리는 장소로, 부산 영

화 거리의 명맥을 이어 온 남포동 극장가의 중심에 자리 잡

고 있다.

02 그래핀을 작은 크기로 자르면 밴드갭이 형성되어 반도체의 특

성을 지니게 되는데 이를 지칭하는 말은?

* 2014년 9/10월호 퀴즈 정답

01 라이카 카메라

02 보일법칙

* 2014년 9/10월호 독자퀴즈 당첨자

01 김성준 (서울 송파구 동남로)

02 박성식 (충북 제천시 청풍호로)

* 박남수 (경기도 시흥시 매화로)

말랑말랑 물리공식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작두타기나 차력쇼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정말로 신이 내렸

고, 팔고 있던 약 때문이라 생각했었던 게 생각나 한참 웃었습

니다. 압력이 증가하면 기체의 부피는 감소한다는 보일법칙이 생활

곳곳에 적용되는 것을 알았는데, 앞으로 과학에 더욱 관심을 갖고

독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글이 많은 KRISS를

열심히 읽어야겠습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더 나은 생활을 위해

궁금함을 풀고 계실 것을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과 박수를 보내며

응원해 드리고 싶습니다. 에볼라도 빨리 밝혀 주셔서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세요.

* 조향원 (경기도 의정부시 민락동)

이번호에서는 <창의 공작소>에 소개된 KRISS 시간센터 문종철

박사팀 기사가 흥미로웠습니다. 처음엔 '시간센터' 라는 말에 대체

무슨 일을 하는 곳이기에 시간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하고 호기

심 가득한 마음에 읽기 시작했으나, 기사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

가며 시간이 의미하는 뜻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물리량 측정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자를 냉각시켜 원자의 움직임

을 조정하는 그들이야 말로 시간의 연금술사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처럼 당장의 경제적 가치보다 미래의 위한 공익적 가치

에 중점을 두고 열정을 다해 노력하는 순수과학 분야의 여러분이

있는 한 우리의 내일은 밝다고 생각합니다. 노벨상의 계절인 10월

에 대한민국 순수과학을 두 어깨에 짊어지고 묵묵히 정진하는 젊

은 과학자들을 볼 수 있었던 좋은 기사 였습니다.

KRISS 사보를 읽고 독자의견을 [email protected]로 보내주세요. 채택되신 분께는 KRISS에서 준비한 소정의 선물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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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만나는 KRISS 캠퍼스

별 볼 일

요즘은 광해(光害)로 인해 별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도회지를 조금만 벗어나서 하늘을 보면

어릴적 보았던 눈에 익은 별자리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때로는 별들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

이 가을 KRISS 캠퍼스를 거니노라면 ‘별 볼 일’이 있다.

복자기, 은행, 단풍 나무가 저마다의 가장 아름다운 빛깔로 별을

쏟아 놓는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 중형 펜탁스 67에 코닥크롬을 물려서

200 밀리 망원으로 공간을 압축하여 별을 담아보았다.

함께 캠퍼스를 걸으며 ‘별 볼 일’을 만들어 볼 일이다.

글. 사진 박세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