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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구독신청 및 배달•광고문의(업무국) ☎ 880-5215 (구독료: 3만원/1년) 기사제보 및 기사 관련 불편•불만 접수, 독자투고(편집국) (우) 08826 서울특별시 관악구 관악로 1 서울대학교 75동 2층 대학신문사 ☎ 880-5214 / E-mail [email protected] / 페이스북 메시지 @snupress / 카카오톡 옐로아이디 @snunews 『대학신문』은 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외부 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대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952년 2월 4일 창간(주간) Seoul National University News 맥 박 대학만평 15 홍해인 기자 [email protected] 취재부장 김창연 사회부장 김용훈 학술부장 이승연 문화부장 신다현 사진부장 유수진 발행인 오세정 주간 박태균 부주간 윤지현 편집장 신동준 부편집장 강지형 | 2019년 9월 9일 월요일 강지형 부편집장 학술 논문은 지식 공공재,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올해 초, 국공립대학도서관 협의회와 학술 논문 상용 데이터베이스 업체인 누리미디어(주)-한국 학술정보(주)의 공동구매 구독료 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따라 부산대, 전남대, 제주대 등 10개 국공립 대학은 누리미디어가 제공하는 국내 최대 유료 학 술 논문 플랫폼인 디비피아(DBpia)와 계약이 만료 됐다. 해당 학교의 교수, 연구자, 학생들이 연구와 학습에 큰 불편을 겪고 있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 다. 이유는 데이터 서비스 구독료의 인상 문제다. 국내 전체 대학 도서관의 전자자료 구입비는 지난 10년간 20배 이상 상승해, 2018년 기준 1,536억 원 에 이른다. 이 중 31%를 과학-의료 논문 데이터 서 비스인 ‘사이언스 다이렉트’가 차지한다. 암스테르 담을 기반으로 한 다국적 출판기업 엘스비어가 운 영하는 이 유료 서비스는 서울대로부터 2017년 22 억 원을 구독료로 받았으며, 1년 후, 1억 원을 인상 했다. 한국과학기술원의 경우 7,285만 원, 포항공대 도 6,757만 원이 인상됐다. 이 서비스 이용료는 지 난 5년간 평균 7%의 가격 인상률을 보여 이 추세 대로라면, 몇 년 내 국내 전체 대학 도서관 전자자 료 구입비의 50%를 사이언스 다이렉트가 차지하 게 되리라 전망된다. 국내 민간 데이터베이스 업체 들 또한 구독료를 급격하게 인상하는 추세다. 민간기업이 상업적으로 운영하는 학술 논문 데 이터베이스 유통구조는 학문과 지식 생산 체제의 종속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 해, 오픈 액세스(open access, 전면 무료 공개) 출판 등이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2018년 4월 20일 한 국의 문헌정보학 분야 8개 학술 단체는 오픈 액세 스 출판을 선언했다. 선언에 참여한 한국기록관리 학회는 지난해 9월 디비피아와 저작권 계약이 만 료된 후, 학술지 논문들을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와 국회도서관, 국립중 앙도서관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이런 운동은 점 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 8월 29일에는 학술단체협 의회, 국어학회 등 37개 학회 및 단체가 성균관대 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공공기관의 전자 논문 서 비스를 오픈 액세스 형태로 개편하고, 정부 및 학술 진흥 공공기관들은 오픈 액세스 학술지 출판을 지 원할 것을 촉구했다. 이런 대안적 지식 공유 플랫폼 운동은 이미 전 세 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민간기업이 관리해 상업 화돼가는 학술지 문제 해결을 위해 모인 여러 연구, 학술, 도서관 단체가 부다페스트 오픈 액세스 선언 을 한 해가 2002년이다. 지난 2월 28일 미국의 캘리 포니아 주립대학은 엘스비어와의 계약을 잠정 중 단한다고 발표했다. 공공 교육기관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소속 연구자가 발표한 논문은 누구나 무 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픈 액세스로의 전환 요구를 회사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제 점점 더 많 은 민간 연구자와 학술 재단도 논문 공개에 참여하 고 있다. 2018년 11월에는 빌과 맬린다 게이츠 재 단과 영국의 웰컴 트러스트가 2020년부터는 자신 들의 재단 기금이 투자한 연구 논문을 모두 무상 으로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학술 논문이 연구자 간에 자유롭게 공유되고, 검증되고, 발전돼야 함은 학문 생태계의 지속성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나아 가 국민의 세금으로 구성된 연구 개발 기금을 받 아 이뤄진 연구 결과와 학문 지식이 공공재임은 다 시 강조돼도 지나치지 않다. 이를 특정 기업이 독 점적으로 유통하며, 이용료를 받아, 이윤을 창출하 고, 학문 생태계를 위협하는 불합리한 구조는 개선 돼야 한다. 지식의 공공성 강화가 연구의 질과 성 과를 높인다. 최근 ‘조국 논란’만큼 나라를 뜨겁게 달궈놓은 이슈 는 없을 것이다. 학교 안에서도 이런저런 목소리가 나 왔다. 오프라인에서는 촛불 집회가 열렸고, 학생회가 성명을 냈고, 그 성명에 문제를 제기하는 성명도 나 왔다. 페이스북 등 온라인에서도 치열한 ‘전투’가 벌 어졌다. 이런 가운데 『대학신문』에서는 지난주 학부 생들을 대상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의 임명 논란 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때까지 존재하는 유 일한 학내 여론조사였던 스누라이프 투표는 재학생 과 졸업생을 구분하지 않았고, 그 결과를 모든 언론이 ‘서울대생’의 생각이라 보도하는 상황에서, ‘학내 공 식 언론’인 『대학신문』은 현재 학생들의 생각을 조사 해 건전한 논의를 활성화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 했기 때문이다. 사안의 특성상 짧은 시간 안에 조사를 마쳐야 했기에 처리가 편리한 온라인 조사를 택했다. 모든 학부생에 게 이메일을 보낼 수 있고, 조사 대상 집단의 크기에 따 른 응답속도 차이 및 조사원의 영향이 없는 상황에서 전수조사를 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스누메일을 쓰 지 않는 사람들과 수신거부로 인한 포함 오차를 최소 화하기 위해 학내 곳곳에 비치되는 『대학신문』에 이례 적일 정도로 큼지막한 알림을 냈고, 홈페이지 및 페이 스북 페이지에도 링크를 내걸었다. 설문 중도이탈 등 의 무응답 오차를 줄이기 위해 질문 문항도 아주 간단 한 객관식 3개를 스크롤 식으로 구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문 결과를 집계하자 이번 설 문의 한계는 명확히 드러났다. 무엇보다도 응답률이 3.6%에 그쳤다. 가장 최근에 실시했던 “2018 서울대학 교 성폭력‧인권 침해 실태조사”의 학부생 응답률에 비 하면 두 배 이상 뛴 수치였지만, 여전히 낮은 값이었다. 중간에 특정 사람들에 의해 ‘좌표’가 찍혀 오염됐을 가 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수치였다. (다행히 특정 시간대 에 응답자 수나 응답 비율이 급변하는 경우는 없었다.) 결국 충분한 응답자 수를 확보하지 못한 채 섣불리 결 과를 보도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독자들의 지적이 들리는 듯했다. 분명 좀 더 신뢰도 높은 결과를 낼 방법이 있었을 것 이다. 구성원 전체에게 문자 안내를 하고 같은 메일을 여러 번 보냈다면 응답률이 좀 더 높아졌을지도 모른 다. 하지만 정말 『대학신문』기자들이 열심히 했다면 큰 변화가 있었을까. 월요일에 가판대에 비치해 둔 『대 학신문』이 금요일 저녁에도 별로 줄어들어 있지 않고, 『대학신문』에서 일한다고 하면 잘 읽고 있다는 말보다 는 “그거 일간이냐 주간이냐” “그거 홈페이지도 있냐” 라는 질문이 더 많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나도 말로는 ‘서울대 유일의 공식 언론’을 외치며 자랑스레 다녔지 만, 설문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 600명‘밖에’가 아닌 600 명‘이나’ 응답해줬다는 사실에 통계적 계산보다는 학습 된 무기력감이 먼저 반응해 순간적으로 기뻐했음을 시 인하지 않을 수 없다. 신문을 읽지 않는 학교의 구성원들의 탓을 하는 것 이 아니다. 독자가 신문을 읽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의 잘못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이 『대학신문』은 역사의 뒤안길로 도태돼 사 라져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라 생각한다면, 이대로도 좋다. 하지만 여러분이 아직 『대학신문』이 필요하다 고 생각한다면 나는 감히 『대학신문』을 조금만 읽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대학신문』기자를 움직이는 힘은 장학금도 스펙도 아닌 『대학신문』을 읽는 독자 의 모습이다. 나는 아직 『대학신문』이 필요하다 생각 하는 사람이니, 서울대인과 『대학신문』사이의 양성 피드백이 앞으로 조금씩 더 활성화될 수 있기를 바라 는 염치없는 마음을 이번 설문에 대한 아쉬움과 버무 려 적어본다. 네, 저희도 압니다, 아는데… 이번 가을학기부터 전자출결시스템이 시행됐 다. 대상 강좌는 258개로 본교 모든 강좌를 대상 으로 한 전격적인 시행은 아니다. 본부는 전자 출결시스템을 통해 정확한 출결현황을 관리하 는 것뿐만 아니라 출결통계를 통한 분석, 나아 가 학사시스템의 통합관리까지 내다보고 있다. 그런데 지난 계절학기에 시범 운영을 거쳐 보완 된 시스템이라고는 하지만 전자출결시스템 운 영에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는 것 으로 알려졌다. 본부는 시범 운영 과정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 을 다수 확인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개선하지 않 았다. 출결시스템의 도입 목적은 교수자와 수강 생의 편의 확보다. 하지만 전자출결시스템과 기 존의 eTL 온라인 출결이 연동되지 않아 교수가 수기로 출결 결과를 확인해 온라인에 재입력해 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출결상황을 수기로 작성해야 하는 것은 이전과 다를 것이 없다. 출 결 관련 정보량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인데, 이 는 시간을 들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는 부분 이다. 시범 운영을 거쳐 사용자의 불편을 확인 했는데도 개선 없이 확대 적용하는 일은 성급 한 처사다. 또한 편의성 개선을 내세운 전자출결시스템 은 학사운영의 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겠지만, 학생의 학사관리에 구멍이 뚫릴 가능성을 안고 있다. 부정출결이 대표적인 경우인데, 이는 전 자출결시스템을 먼저 적용한 다른 대학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인증번호 입력의 경우 함께 수업을 듣는 친구가 번호만 공유해주면 강의실 바깥에서도 얼마든지 출석할 수 있다. 학생증 을 맡기면 대리 출석도 가능하다. 또한 교수와 학생의 면대면 접촉이 줄어드는 만큼 ‘출튀’하 는 학생을 잡아내기도 힘들어진다. 성실히 강 의에 임하는 학생들의 형평성을 지키기 위해서 라도 대학은 이러한 악용 사례를 꼼꼼히 파악하 고, 제도상 허점을 줄인 후 전자출결시스템을 시행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이 매개하는 기술진 화 사회에서 본부는 교육환경의 개선에 앞장서 고 있다. 학사관리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기술 의 혜택을 통해 학사 시스템은 운영의 효율성 및 사용자 편의성을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러나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전자출결시스템을 편의성을 내세워 서둘러 도입하는 것이 필요한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시스템의 기술적인 문제도 채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목표로 하 는 편의성마저도 확보될 수 있을지 모르는 상 황이다. 본부는 이미 도입한 전자출결시스템 운 영의 문제들을 분석적으로 검토하고 정비해, 학 사관리에 따른 불편을 일소할 수 있도록 노력해 야 할 것이다. 전자출결시스템의 정비에 만전을 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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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네, 저희도 압니다, 아는데…pdf.snunews.com/1991/199115.pdf ·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이 매개하는 기술진 화 사회에서 본부는 교육환경의 개선에

의견

구독신청 및 배달•광고문의(업무국) ☎ 880-5215 (구독료: 3만원/1년)

기사제보 및 기사 관련 불편•불만 접수, 독자투고(편집국)

(우) 08826 서울특별시 관악구 관악로 1 서울대학교 75동 2층 대학신문사

☎ 880-5214 / E-mail [email protected] / 페이스북 메시지 @snupress / 카카오톡 옐로아이디 @snunews

『대학신문』은 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외부 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대학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952년 2월 4일 창간(주간)Seoul National University News

맥 박

대학만평

15

홍해인 기자 [email protected]

취재부장 김창연 사회부장 김용훈 학술부장 이승연 문화부장 신다현 사진부장 유수진

발행인 오세정 주간 박태균 부주간 윤지현 편집장 신동준 부편집장 강지형

사 설

| 2019년 9월 9일 월요일

강지형 부편집장

학술 논문은 지식 공공재,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올해 초, 국공립대학도서관 협의회와 학술 논문

상용 데이터베이스 업체인 누리미디어(주)-한국

학술정보(주)의 공동구매 구독료 협상이 결렬됐다.

이에 따라 부산대, 전남대, 제주대 등 10개 국공립

대학은 누리미디어가 제공하는 국내 최대 유료 학

술 논문 플랫폼인 디비피아(DBpia)와 계약이 만료

됐다. 해당 학교의 교수, 연구자, 학생들이 연구와

학습에 큰 불편을 겪고 있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

다. 이유는 데이터 서비스 구독료의 인상 문제다.

국내 전체 대학 도서관의 전자자료 구입비는 지난

10년간 20배 이상 상승해, 2018년 기준 1,536억 원

에 이른다. 이 중 31%를 과학-의료 논문 데이터 서

비스인 ‘사이언스 다이렉트’가 차지한다. 암스테르

담을 기반으로 한 다국적 출판기업 엘스비어가 운

영하는 이 유료 서비스는 서울대로부터 2017년 22

억 원을 구독료로 받았으며, 1년 후, 1억 원을 인상

했다. 한국과학기술원의 경우 7,285만 원, 포항공대

도 6,757만 원이 인상됐다. 이 서비스 이용료는 지

난 5년간 평균 7%의 가격 인상률을 보여 이 추세

대로라면, 몇 년 내 국내 전체 대학 도서관 전자자

료 구입비의 50%를 사이언스 다이렉트가 차지하

게 되리라 전망된다. 국내 민간 데이터베이스 업체

들 또한 구독료를 급격하게 인상하는 추세다.

민간기업이 상업적으로 운영하는 학술 논문 데

이터베이스 유통구조는 학문과 지식 생산 체제의

종속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

해, 오픈 액세스(open access, 전면 무료 공개) 출판

등이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2018년 4월 20일 한

국의 문헌정보학 분야 8개 학술 단체는 오픈 액세

스 출판을 선언했다. 선언에 참여한 한국기록관리

학회는 지난해 9월 디비피아와 저작권 계약이 만

료된 후, 학술지 논문들을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와 국회도서관, 국립중

앙도서관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이런 운동은 점

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 8월 29일에는 학술단체협

의회, 국어학회 등 37개 학회 및 단체가 성균관대

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공공기관의 전자 논문 서

비스를 오픈 액세스 형태로 개편하고, 정부 및 학술

진흥 공공기관들은 오픈 액세스 학술지 출판을 지

원할 것을 촉구했다.

이런 대안적 지식 공유 플랫폼 운동은 이미 전 세

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민간기업이 관리해 상업

화돼가는 학술지 문제 해결을 위해 모인 여러 연구,

학술, 도서관 단체가 부다페스트 오픈 액세스 선언

을 한 해가 2002년이다. 지난 2월 28일 미국의 캘리

포니아 주립대학은 엘스비어와의 계약을 잠정 중

단한다고 발표했다. 공공 교육기관인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소속 연구자가 발표한 논문은 누구나 무

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픈 액세스로의 전환

요구를 회사가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제 점점 더 많

은 민간 연구자와 학술 재단도 논문 공개에 참여하

고 있다. 2018년 11월에는 빌과 맬린다 게이츠 재

단과 영국의 웰컴 트러스트가 2020년부터는 자신

들의 재단 기금이 투자한 연구 논문을 모두 무상

으로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학술 논문이 연구자

간에 자유롭게 공유되고, 검증되고, 발전돼야 함은

학문 생태계의 지속성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나아

가 국민의 세금으로 구성된 연구 개발 기금을 받

아 이뤄진 연구 결과와 학문 지식이 공공재임은 다

시 강조돼도 지나치지 않다. 이를 특정 기업이 독

점적으로 유통하며, 이용료를 받아, 이윤을 창출하

고, 학문 생태계를 위협하는 불합리한 구조는 개선

돼야 한다. 지식의 공공성 강화가 연구의 질과 성

과를 높인다.

최근 ‘조국 논란’만큼 나라를 뜨겁게 달궈놓은 이슈

는 없을 것이다. 학교 안에서도 이런저런 목소리가 나

왔다. 오프라인에서는 촛불 집회가 열렸고, 학생회가

성명을 냈고, 그 성명에 문제를 제기하는 성명도 나

왔다. 페이스북 등 온라인에서도 치열한 ‘전투’가 벌

어졌다. 이런 가운데 『대학신문』에서는 지난주 학부

생들을 대상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의 임명 논란

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때까지 존재하는 유

일한 학내 여론조사였던 스누라이프 투표는 재학생

과 졸업생을 구분하지 않았고, 그 결과를 모든 언론이

‘서울대생’의 생각이라 보도하는 상황에서, ‘학내 공

식 언론’인 『대학신문』은 현재 학생들의 생각을 조사

해 건전한 논의를 활성화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

했기 때문이다.

사안의 특성상 짧은 시간 안에 조사를 마쳐야 했기에

처리가 편리한 온라인 조사를 택했다. 모든 학부생에

게 이메일을 보낼 수 있고, 조사 대상 집단의 크기에 따

른 응답속도 차이 및 조사원의 영향이 없는 상황에서

전수조사를 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스누메일을 쓰

지 않는 사람들과 수신거부로 인한 포함 오차를 최소

화하기 위해 학내 곳곳에 비치되는 『대학신문』에 이례

적일 정도로 큼지막한 알림을 냈고, 홈페이지 및 페이

스북 페이지에도 링크를 내걸었다. 설문 중도이탈 등

의 무응답 오차를 줄이기 위해 질문 문항도 아주 간단

한 객관식 3개를 스크롤 식으로 구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문 결과를 집계하자 이번 설

문의 한계는 명확히 드러났다. 무엇보다도 응답률이

3.6%에 그쳤다. 가장 최근에 실시했던 “2018 서울대학

교 성폭력‧인권 침해 실태조사”의 학부생 응답률에 비

하면 두 배 이상 뛴 수치였지만, 여전히 낮은 값이었다.

중간에 특정 사람들에 의해 ‘좌표’가 찍혀 오염됐을 가

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수치였다. (다행히 특정 시간대

에 응답자 수나 응답 비율이 급변하는 경우는 없었다.)

결국 충분한 응답자 수를 확보하지 못한 채 섣불리 결

과를 보도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독자들의

지적이 들리는 듯했다.

분명 좀 더 신뢰도 높은 결과를 낼 방법이 있었을 것

이다. 구성원 전체에게 문자 안내를 하고 같은 메일을

여러 번 보냈다면 응답률이 좀 더 높아졌을지도 모른

다. 하지만 정말 『대학신문』 기자들이 열심히 했다면

큰 변화가 있었을까. 월요일에 가판대에 비치해 둔 『대

학신문』이 금요일 저녁에도 별로 줄어들어 있지 않고,

『대학신문』에서 일한다고 하면 잘 읽고 있다는 말보다

는 “그거 일간이냐 주간이냐” “그거 홈페이지도 있냐”

라는 질문이 더 많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나도 말로는

‘서울대 유일의 공식 언론’을 외치며 자랑스레 다녔지

만, 설문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 600명‘밖에’가 아닌 600

명‘이나’ 응답해줬다는 사실에 통계적 계산보다는 학습

된 무기력감이 먼저 반응해 순간적으로 기뻐했음을 시

인하지 않을 수 없다.

신문을 읽지 않는 학교의 구성원들의 탓을 하는 것

이 아니다. 독자가 신문을 읽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의 잘못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이 『대학신문』은 역사의 뒤안길로 도태돼 사

라져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라 생각한다면, 이대로도

좋다. 하지만 여러분이 아직 『대학신문』이 필요하다

고 생각한다면 나는 감히 『대학신문』을 조금만 읽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대학신문』 기자를 움직이는

힘은 장학금도 스펙도 아닌 『대학신문』을 읽는 독자

의 모습이다. 나는 아직 『대학신문』이 필요하다 생각

하는 사람이니, 서울대인과 『대학신문』 사이의 양성

피드백이 앞으로 조금씩 더 활성화될 수 있기를 바라

는 염치없는 마음을 이번 설문에 대한 아쉬움과 버무

려 적어본다.

네, 저희도 압니다, 아는데…

이번 가을학기부터 전자출결시스템이 시행됐

다. 대상 강좌는 258개로 본교 모든 강좌를 대상

으로 한 전격적인 시행은 아니다. 본부는 전자

출결시스템을 통해 정확한 출결현황을 관리하

는 것뿐만 아니라 출결통계를 통한 분석, 나아

가 학사시스템의 통합관리까지 내다보고 있다.

그런데 지난 계절학기에 시범 운영을 거쳐 보완

된 시스템이라고는 하지만 전자출결시스템 운

영에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는 것

으로 알려졌다.

본부는 시범 운영 과정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

을 다수 확인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개선하지 않

았다. 출결시스템의 도입 목적은 교수자와 수강

생의 편의 확보다. 하지만 전자출결시스템과 기

존의 eTL 온라인 출결이 연동되지 않아 교수가

수기로 출결 결과를 확인해 온라인에 재입력해

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출결상황을 수기로

작성해야 하는 것은 이전과 다를 것이 없다. 출

결 관련 정보량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인데, 이

는 시간을 들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는 부분

이다. 시범 운영을 거쳐 사용자의 불편을 확인

했는데도 개선 없이 확대 적용하는 일은 성급

한 처사다.

또한 편의성 개선을 내세운 전자출결시스템

은 학사운영의 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겠지만,

학생의 학사관리에 구멍이 뚫릴 가능성을 안고

있다. 부정출결이 대표적인 경우인데, 이는 전

자출결시스템을 먼저 적용한 다른 대학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인증번호 입력의 경우 함께

수업을 듣는 친구가 번호만 공유해주면 강의실

바깥에서도 얼마든지 출석할 수 있다. 학생증

을 맡기면 대리 출석도 가능하다. 또한 교수와

학생의 면대면 접촉이 줄어드는 만큼 ‘출튀’하

는 학생을 잡아내기도 힘들어진다. 성실히 강

의에 임하는 학생들의 형평성을 지키기 위해서

라도 대학은 이러한 악용 사례를 꼼꼼히 파악하

고, 제도상 허점을 줄인 후 전자출결시스템을

시행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이 매개하는 기술진

화 사회에서 본부는 교육환경의 개선에 앞장서

고 있다. 학사관리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기술

의 혜택을 통해 학사 시스템은 운영의 효율성

및 사용자 편의성을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러나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전자출결시스템을

편의성을 내세워 서둘러 도입하는 것이 필요한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시스템의 기술적인

문제도 채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목표로 하

는 편의성마저도 확보될 수 있을지 모르는 상

황이다. 본부는 이미 도입한 전자출결시스템 운

영의 문제들을 분석적으로 검토하고 정비해, 학

사관리에 따른 불편을 일소할 수 있도록 노력해

야 할 것이다.

전자출결시스템의 정비에 만전을 기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