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의 전통주 시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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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ikpnews.net 창간 2000년 11월 27일 대표전화 (02) 2679-3693 2016년 3월 7일 월요일 [주간]제697호 발행인 겸 편집인 김영호 편집국장 심증식 인쇄인 배성한 전통주, 우리농업의 희망을 발효시킨다 3월 특집호 술의 어원은 수불에서 나왔다고 한다. 술이 익 어 가면 술독에서 기포가 생기고 끓어오르는 모 습을 보고 물(水)속에 불이 난다고 해서 ‘수불’이라 불리다 ‘술’이 됐다는 설명이다. 술을 빚는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고두밥 을 지어 식혀 누룩과 골고루 섞고 물을 부어 항 아리에 넣고 열흘 남짓 지나면 술이 된다. 이 술 을 윗부분 맑은 부분을 뜨면 청주고, 아랫부분은 동동주 그리고 나머지 지게미에 물을 부어 걸러 낸 것이 막걸리이다. 이 정도만 해도 세 가지 술 을 뜰 수 있다. 여기서 나온 술을 증류해 소주를 만든다. 술 만드는 과정은 이러한 방법을 기본으로 재료 나 과정을 달리해 가정마다 만드는 사람마다 다 른 술을 만들어 먹었다. 그러나 술을 통해 세금을 징수하기 시작하면서 가정에서 술을 빚지 못하게 함으로써 우리민족의 역사와 같이한 가양주의 전 통은 명맥이 끊기게 됐다. 결국 읍면에 하나씩 있 는 양조장에서 만들어 파는 막걸리가 우리 술의 명맥을 이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전통주가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전 통주는 문화, 관광 그리고 우리농산물 소비 등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전통주가 주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 에 불과하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 다 할 것이다. 특히 전통주는 100% 우리 농산물 로 빚는다. 전통주 산업의 활성화는 결국 우리농 산물 소비의 확대인 것이다. 그리고 전통주를 통 해 농촌사회의 전통문화가 발굴, 복원되고 농촌 관광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 작년 2월에 개관한 서울 인사동의 ‘전통주 갤 러리’에는 협소한 공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 들이 찾고 있다. 개관 1년 만에 인사동 관광 코스 의 하나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특히 젊은이들의 방문이 많다는 점이 주목된다. 전통하면 나이든 사람들의 전유물 같은데 전통주 갤러리를 찾는 젊은이들은 전통주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희 망의 증거인 듯하다. 이제 마루 밑창 속에서 숨 죽이며 익어가던 우 리 술이 당당히 밖으로 나올 때가 됐다. 전통주 가 우리농업의 희망을 발효시킬 것이란 믿음 때 문이다. 한국농정신문은 3월 특집호에서 전통주의 가 치를 되짚어 봤다. 100% 우리농산물로 빚는 우 리 술, 전통주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미래의 가능 성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편집국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의 전통주 시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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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의 전통주 시음관. …pdf.ikpnews.net/697/69712.pdf · 기는 막걸리 역시 누룩이나 부재료를

www.ikpnews.net 창간 2000년 11월 27일 대표전화 (02) 2679-3693

2016년 3월 7일월요일

[주간]�제697호

발행인 겸 편집인 김영호

편집국장 심증식

인쇄인 배성한

전통주, 우리농업의 희망을 발효시킨다

3월 특집호

술의 어원은 수불에서 나왔다고 한다. 술이 익

어 가면 술독에서 기포가 생기고 끓어오르는 모

습을 보고 물(水)속에 불이 난다고 해서 ‘수불’이라

불리다 ‘술’이 됐다는 설명이다.

술을 빚는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고두밥

을 지어 식혀 누룩과 골고루 섞고 물을 부어 항

아리에 넣고 열흘 남짓 지나면 술이 된다. 이 술

을 윗부분 맑은 부분을 뜨면 청주고, 아랫부분은

동동주 그리고 나머지 지게미에 물을 부어 걸러

낸 것이 막걸리이다. 이 정도만 해도 세 가지 술

을 뜰 수 있다. 여기서 나온 술을 증류해 소주를

만든다.

술 만드는 과정은 이러한 방법을 기본으로 재료

나 과정을 달리해 가정마다 만드는 사람마다 다

른 술을 만들어 먹었다. 그러나 술을 통해 세금을

징수하기 시작하면서 가정에서 술을 빚지 못하게

함으로써 우리민족의 역사와 같이한 가양주의 전

통은 명맥이 끊기게 됐다. 결국 읍면에 하나씩 있

는 양조장에서 만들어 파는 막걸리가 우리 술의

명맥을 이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전통주가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전

통주는 문화, 관광 그리고 우리농산물 소비 등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전통주가 주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

에 불과하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

다 할 것이다. 특히 전통주는 100% 우리 농산물

로 빚는다. 전통주 산업의 활성화는 결국 우리농

산물 소비의 확대인 것이다. 그리고 전통주를 통

해 농촌사회의 전통문화가 발굴, 복원되고 농촌

관광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

작년 2월에 개관한 서울 인사동의 ‘전통주 갤

러리’에는 협소한 공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

들이 찾고 있다. 개관 1년 만에 인사동 관광 코스

의 하나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특히 젊은이들의

방문이 많다는 점이 주목된다. 전통하면 나이든

사람들의 전유물 같은데 전통주 갤러리를 찾는

젊은이들은 전통주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희

망의 증거인 듯하다.

이제 마루 밑창 속에서 숨 죽이며 익어가던 우

리 술이 당당히 밖으로 나올 때가 됐다. 전통주

가 우리농업의 희망을 발효시킬 것이란 믿음 때

문이다.

한국농정신문은 3월 특집호에서 전통주의 가

치를 되짚어 봤다. 100% 우리농산물로 빚는 우

리 술, 전통주의 현주소를 확인하고 미래의 가능

성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 편집국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의 전통주 시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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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호 2016년 3월 7일 월요일

일제에 맥 끊겼던 전통주, 이제는 수입 맥주·와인에 밀려일제 주세령 된서리 … 자가 양조, 60년 동안 불법 족쇄

한때 막걸리 붐 일었으나 생산량·수출량 급감

일제 강점기에 맥이 끊기다시피 한 전통

주는 최근엔 수입 맥주와 와인의 공세에

쫓기고 있다. 관련 제도를 정비해 준비된

전통주를 만드는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 전통주는 고려시대 후기에 증

류주 문화가 유입되며 발효주에서 증류주

로 전환했다. 삼국시대 술은 삼국지 위지 <

동이전>에 ‘고구려 사람은 발효식품을 잘

만든다’는 기록 등을 볼 때 양조기술이 발

달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또, 일본 <고사

기>는 응신천황(오진천황, 재위 270~312)

때, ‘백제 인번이라는 사람이 와서 누룩을

사용해 술 빚는 새로운 법을 가르쳤다’고

전하고 있다. 신라 역시 이수광이 1614년

편찬한 <지봉유설>에 “한 잔 신라주의 기

운이 새벽 바람에 사라질까 두렵구나”고

기록될 정도로 명성을 떨쳤다.

고려시대엔 송·원대의 양조법이 도입돼

전래의 곡류 양조법이 발전하고 주품도 다

양해졌다. 이 시대엔 사찰이 술을 많이 빚

어 판매했다. 이어 몽고의 침입과 함께 증

류주가 다량으로 유입됐으며 소주 고리의

이용 방법도 이 시기 전파됐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선 술의 제조 원료가

멥쌀에 찹쌀로 바뀌고 일반 가정의 술 제

조가 활발해 자유로운 발전이 전개됐다.

조선 후기엔 지방마다 특색있는 술들이

전성기를 맞았으며 특히 약주의 산패 방

지를 목적으로 발효주와 증류주를 혼합한

과하주가 개발됐다. 이 술은 덥고 습한 여

름에도 즐길 수 있으며 그 중 김천 과하주

가 유명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접어들며 전통주

는 점차 자취를 감췄다. 일제는 통치자금

을 확보할 목적으로 술에 주세를 붙이고

가정에서 제조하는 가양주를 탄압했다.

1907년 주세령 공포

1906년 들어선 조선통감부는 이듬해 7

월 주세령을 공포했다. 1910년 한일병탄

이후 들어선 조선총독부는 1916년 주류

단속을 강화하고 주세령을 개정해 시행했

다. 모든 주류가 약주, 탁주, 소주로 획일화

됐으며 1917년부터 자가 양조가 금지됐다.

1934년 가양주 면허 제도까지 폐지하

며 일반 가정의 술 제조는 결국 금지됐다.

자가 양조는 1994년까지 60년 동안 불법

의 족쇄를 차게 된다. 이에 반해 주세는 전

체 조세의 29.5%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

났다.

1945년 해방 뒤에도 미군정이 양곡 관

리를 이유로 양조 금지령을 포고해 전통주

의 부활은 뒤로 미뤄진다. 1965년 양곡관

리법을 시행하면서 쌀로 술을 빚는 게 금

지돼 쌀막걸리와 증류식 소주도 자취를 감

춘다. 쌀막걸리는 1977년 한때 제조가 허

가됐으나 2년 만에 다시 금지됐다.

때늦은 전통주의 부활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

픽을 앞두고 세계에 우리 술을 알려야 하

는 필요성이 대두되며 전통주가 부활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80년대 민속주와 관

광토속주 개발이 시작됐고 1990년에야

막걸리 원료로 쌀 사용이 허용됐다. 그리

고 1995년에야 주세법이 개정되며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 가정에서 술을 빚

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주류 시장에선 맥주와 소주의

강세에 전통주는 자리를 잡기 힘든 상태

였다. 2008년 무렵 막걸리가 일본에서 인

기를 끌며 생산량이 늘기도 했지만 오래

지속되진 못했다. 통계청 광업제조업동향

조사를 보면 탁주 생산량은 2010년 38만

7,724㎘, 2011년 44만3,151㎘까지 늘었

으나 이후 감소해 2014년엔 37만6,696㎘,

2015년엔 35만4,236㎘에 그쳤다. 2011년

3만5,530㎘로 최대로 늘었던 탁주 수출

량도 2015년 9,750㎘로 급감했다.

외려 같은 기간 맥주와 와인 수입이 늘

어나 전통주의 입지는 더 흔들리게 됐다.

통계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맥주 수

입중량은 2011년 5만8,993톤에서 2015

년 17만919톤까지 3배 이상 늘었다. 와인

수입중량도 같은 기간 2만6,004톤에서 3

만6,815톤까지 증가했다.

전통주산업법 공포

2010년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전통주산업법)이 공포되며 전통주

품질향상과 산업진흥에 관한 제도정비가

닻을 올렸다. 류인수 한국가양주연구소

소장은 “어떤 주종의 술이 붐을 일으킬지

아무도 모른다. 전통주 붐이 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

다. 류 소장은 “종가세를 종량세로 바꾸고,

주세를 지방세로 전환해 소규모 전통주 제

조장이 법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며 “어떤

원료를 사용했고 첨가물들의 유무와 제조

방법에 따라 등급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다양한 술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 제안했다.� 홍기원�기자

‘술 조사’가 떴다 하면 …

「집밥」이라고? 이제는 「집술」이다!

‘집밥’이라는 말이 요즘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제

법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데, 본래는 없던 말이다.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지 않다. 아니 있을 필요가 없

는 말이었다. ‘밥을 집에서 먹는다’는 것이야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만큼이나 지당한 일이었기 때문

이다.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바깥에서 식사를 했다.

그래서 외식은 가족의 별난 행사 축에 들었다. 그런

데 시절이 바뀌어서 외식을 일상으로 하다 보니 바

야흐로 집에서 밥 먹는 일이 그리워진 것이다. 그래

서 사람들이 ‘집밥’을 입에 달고 다닌다.

그렇다면 ‘집술’이라는 말도 있을까? 있었다. 집

에서 빚는 술을 일컫는 ‘가양주(家釀酒)’가 그것이

다. 탁주, 청주, 약주, 소주 등 여러 종류의 술들은

빚는 방법은 엇비슷했을지라도 집집마다 그 맛이

차이가 있었다. 지금 우리가 가장 대중적인 술로 여

기는 막걸리 역시 누룩이나 부재료를 무엇으로 하

느냐, 얼마 동안 숙성하느냐, 혹은 어떻게 걸러내느

냐에 따라서 집집마다 그 맛이 달랐다. 이들 술의

명맥이 그대로 이어져 왔다면 지금쯤 우리의 전통

주는 그 종류와 맛이 매우 풍성하고 다양할 것이다.

그런데,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근대 국가의 통치

자들은, 각자의 술을 제멋대로 집에서 담가 마시는

‘가양주 문화’를 영 불편해 하였다. 바꿔 말하면, 세

원(稅源) 확보 방안으로 ‘술’만한 것이 따로 없다고

여겼는데 가양주 상태에서는 징세가 곤란했던 것이

다. 마시는 술에 세금을 매기자면 집에서 빚는 것을

금하고 공장제품으로 규격화 할 필요가 있었다. 우

리의 주권(主權)을 빼앗은 일제는 결국 세수확보의

일환으로, 다양하게 전승돼 오던 가양주 문화를 말

살함으로써, 우리의 주권(酒權)마저 빼앗고 말았던

것이다. 지방마다 고을마다 크고 작은 술 공장(양조

장)이 생겨났고 ‘도갓집’이라고 부르는 소규모 술 상

점들이 성시를 이뤘다. 이때부터 집안에서 술을 빚

는 것은 ‘밀주(密酒)’의 죄를 범하는 일이 되고야 말

았다.

흥미로운 것은, 아니 비극적인 것은, 일제의 강점

에서 벗어나 주권을 회복하고 나서도 무려 50년 동

안이나 가양주를 금하는 정책이 지속되었다는 점

이다. 해방이후에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일

제의 전통주 말살정책을 고스란히 세습한 것은, 물

론 술에 세금 매기는 재미를 포기할 수 없어서였다.

어지간히 나잇살이나 얹은 사람들이라면 밀주

단속 나온 세무서 직원들의 서슬에 쩔쩔 매던 부모

님들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사람들은 해방 이후

에도, 일제 강점기에 마치 독립운동 하듯이 집안에

서 몰래 술을 빚었던 그 밀주행위를 여전히 감행해

야 했다. 양조장의 술은 비싸기도 하려니와 맛이 영

아니었으므로, 몰래 누룩을 만들어 집안 아랫목에

술독을 앉히고는 청주도 뜨고 막걸리도 걸러내 마

셨다. ‘술 조사’가 떴다 하면 너도나도 집안의 술독

을 들어내어 감추느라 난리법석을 치렀다. 술독을

보리밭으로 내가다가 그만 깨뜨려서 아까운 술을

버리기도 하였고, 누룩을 만들다가 적발되자 만들

어놓은 누룩을 다시 절구통에 넣고 찧으면서 “된장

만들던 중이다, 왜?” 하고 따졌다는 일화가 전하기

도 하였다.

1995년에 이르러서야 집안에서 개인적으로 술

을 빚어 마셔도 좋다고 허용이 된 셈인데, 그렇다면

집에서 술 빚는 사람들이 ‘밀주범’의 혐의를 벗었다

고 해서, 예전의 다양한 가양주 문화가 되살아났을

까? 어림없었다. 그 긴 세월 동안에 우리의 입맛은

이미 공장제품에 철저히 길들여져 있었던 것이다.

소주의 경우 증류식이 전통이었는데 5.16 쿠데타

이후 주정에다 물을 타서 희석하는 희석식소주로

양조하도록 강요받았다. 쌀이나 보리나 밀 등의 식

량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내 고향마을에서는 고구

마가 많이 생산되었는데 그 희석식 소주의 주정을

만들 원료로서 절간고구마를 대대적으로 공출하였

다. 가을이면 생고구마를 얇게 썰어서 덕석이며 풀

밭 여기저기에 널어 말리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하

였다.

1970년대 중반에 강원도에서 군대생활을 하였

는데 밤중에 부대 울타리 너머 뒷집에서 몰래 소주

를 사다 마시는 것으로 졸병생활의 애환을 달랬다.

우리들 ‘군바리’들의 입맛은 입대 전에 이미 ‘진로’에

길들여져 있었다. 그런데 뒷집 할머니는 지방 술인

‘경월소주’ 두 병을 사야 진로 한 병을 끼워서 팔았

다. 희석식 소주 중에서도 거의 독과점 품목이다시

피 하였던 한 회사의 제품에 모두의 술맛이 길들여

져 있었던 것이다.

전통주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우선 ‘집술’을 빚는

가양주 문화를 되살려야 한다. 하지만 공장제 술맛

에 길들여진 우리들의 입맛을 되돌리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이상락�소설가

1900년대 이후 술 제도의 변화 연표

2 특 집 - 전 통 주 의 역 사

조선통감부, 주세령 공포 조선총독부, 주세령 시행규칙 공포 가양주 면허 제도 폐지 양곡관리법 시행, 술 제조 쌀 사용 금지 막걸리 원료로 쌀 사용 허용 자가 양조 허용 전통주산업법 공포 및 시행

1900년 1907년 1916년 1934년 1965년 1990년 1995년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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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호 2016년 3월 7일 월요일

민족 농민전통주 술병 안에 문화가 있고 경제가 있다

명품이 된 지역 전통주, 일본 니가타현 사케

일본의 니가타현은 우리나라의 호남

지역과 비교할 만한 곡창지대다. 이곳의

전통주 산업은 지역의 농업을 발판삼아

세계적인 명물로 자리잡았다.

니가타현은 면적이 광대한 홋카이도

를 제외하면 일본 제1의 쌀 생산지다. 기

온이 높고 날씨가 맑은 여름은 쌀 재배

에 유리하며 강설량이 많은 겨울은 술

빚기에 유리하다. 90여개의 양조장에서

500여개 브랜드의 사케를 제조하며 현

내 사케 소믈리에만 5,000명에 달한다.

양조장은 보통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 쌀을 도정하는 정도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데 고등급의 경우 쌀알의

50%까지 깎아낼 정도로 고급주 제조에

도 공을 들이고 있다. 천혜의 환경과 체

계적인 관심으로 니가타의 사케는 세계

적으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니가타 관광에 있어 첫손 꼽히는 것

도 단연 ‘술’이다. 양조장이나 사케박물

관은 물론 사케와 관련한 다양한 행사

까지 진행하면서 관광산업에 한층 활력

을 불어넣고 있다. 또한 원료의 대부분

을 지역에서 충당함으로써 지역농업에

도 기여하고 전통주에 대한 현민들의 자

부심을 한층 드높이고 있다. 양조업자가

직접 벼농사를 지어 원료를 일부 자급하

며 농촌을 지키는 사례도 있다.

일본의 사케는 물론 프랑스의 와인,

독일의 맥주도 100% 자국 농산물을 사

용해 만들고 있다. 전통주의 가치는 어

느 나라나 그 나라의 농업·농촌과 함께

하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 소주·맥주·

탁주의 원료 수입의존율은 80~90%다.

� 권순창�기자

전통주 산업은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가 특별

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농식품 6차산업이

라는 농식품부 정책 지향점에 적합한 특성도 있거니와,

이동필 장관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재직 당시 전통주 연

구를 담당한 적도 있다. 무엇보다 전통주 산업 활성화는

성공 여하에 따라 전통문화 회복은 물론 농가소득 안정

까지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농식품부는 2010년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전통주진흥법)」을 제정하면서 본격적으로 전통주

진흥에 나섰다. 체계적인 전통주 홍보와 유통센터 설치

지원, 원산지표시 및 품질관리와 전문인력 양성, 전통

주 제조업자 경영지원 및 교육·컨설팅 제공 등이 그 내

용이다. 각종 품평회나 홍보사업을 통해 조금씩 인지도

있는 전통주 브랜드가 늘어가고 있는 것이 일단은 가시

적 성과다.

전통주 산업의 발전은 전통문화의 복원과 연결된다.

우리나라 전통주는 근대사를 거치며 명맥이 거의 끊어

졌고, 오늘날 국내 주류시장은 맥주(점유율 48.7%, 출

고액 기준)와 희석식소주(38.9%)가 양분하고 있다. 전

통주의 시장점유율은 0.4%에 불과하다. 술 또한 김치나

장류와 같이 많은 시간과 기술을 투입한 고도의 음식문

화인 만큼 전통주 복원은 문화적으로 큰 의의를 갖는다.

그런데 한편으로 전통주 진흥을 문체부가 아닌 농식

품부가 담당하고 있는 이유는 전통주진흥법이 ‘지역 농

산물의 안정적인 공급과 소비촉진’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주진흥법은 전통주의 범주를 △주류부

문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가 제조한 술 △주류부문 식

품명인이 제조한 술과 △‘농어업경영체 및 생산자단체

가 직접 생산하거나 지역농산물을 주원료로 한 술 중 지

자체장의 제조면허 추천을 받아 만든 술’로 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장인이 만드는 특별한 술 외에 지역 농산물로

만든 막걸리나 와인 등도 전통주에 포함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지역별로 저마다의 전통주 산업이 발전할 수 있

도록 하고, 전통주 산업이 발전할수록 국산 농산물 유

통경로가 확장되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셈이다.

규모를 들여다 보면 아직까진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2013년 전통주 업체들의 국산 쌀 사용량은 2,456톤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산과 수입산을 망라한 전체 주류시

장의 소비량을 보면 주정용 쌀은 전체 쌀 가공물량의

17%를 차지하며(2014년), 막걸리 한 종류의 술에만 연

간 6만3,421톤의 쌀이 소비됐다(2013년). 국산 쌀이 주

류산업에 파고들 수 있는 여지가 작지 않은 것이다.

국지적으로는 이미 농촌지역에서 쏠쏠한 역할을 하

는 전통주 업체들이 더러 있다. 서천한산소곡주나 고창

서해안복분자, 예산사과와인, 영동와인코리아는 계약

재배 등의 원료조달을 통해 지역 농가소득 안정화에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사과나 포도 등 과실주의 경우엔

비상품과의 활용이 가능한 가공식품의 장점을 십분 발

휘하고 있으며, 각국과의 FTA 이후 점차 생과 판로가

줄어드는 시점에서 농가의 새로운 활로가 되고 있다. 농

식품부가 해마다 추가 지정하고 있는 ‘찾아가는 양조장’

은 관광산업과 연계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힘을 보태

고 있다. 전통주 산업의 발전과 함께 전국적인 확산이

가능한 표본들이다.

인소영 농식품부 식품산업진흥과 사무관은 “전통주

만큼 6차산업에 잘 부합하는 소재도 드물다. 아직은 주

류산업에서 비중이 큰 편은 아니지만 앞으로 적어도 몇

몇 지역에서 전통주를 소재로 한 관광상품을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다. 농가소득과 연결이 되는 효과도 실제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농가나 지자체에서도 의욕을 갖

고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의 꾸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전통주 산

업의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매출액으론 아직도

450억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발전 전망도 여

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다. 그러나 올해 우리나라 대중국

쌀 수출 목표량이 2,000톤임을 감안하면 연간 2,000

여톤의 쌀을 사용하고 있는 전통주 산업 역시 농산물 소

비의 대안으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안고 출발선에 서 있

다고 볼 수 있다. 전통주는 민족문화라는 관점에서라도

도외시할 수 없는 성격을 갖고 있으며 또한 국내 농업과

도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전통주 산업은 지금 전통문

화와 농가경제의 상생이라는 보기 좋은 밑그림 위에 형

형색색 색칠을 기다리고 있다.� 권순창�기자

3특 집 - 전 통 주 의 의 의

2011~2014년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 대상 수상작을 표시한 ‘우리술 지도’. � 농림축산식품부�제공

한국농정신문www.ikp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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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7일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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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산천어막걸리[포천] SSOA-포도

[가평] 미쓰리 그린

[가평] 대통주

[광주] 만품산삼가득酒

[서울] 매실원주

[양평] 허니와인

[천안] 두레앙

[강진] 병영설성사또

[금산] 수삼단본720

[무주] 붉은진주

[영동] 샤토미소로제스위트

[전주] 전주이강주

[예산] 추사애플와인

[남원] 지리산 허브잎술

[당진] 하얀연꽃 백련막걸리

[담양] 타미앙스

[제주] 고소리술

[안동] 명인 안동소주

[거창] 산내울 오미자주

[남원] 황진이

[제주] 제주감귤주

[대구] 미나리생막걸리

[사천] 다래와인 스튀트네귤러

� 농림축산식품부�제공

전통주의�국산원료�사용량�(2013년)

원료명 사용량(톤)

쌀 2,456

복분자 508

밀 363

머루 218

사과 193

포도 179

감자 28

보리 14

옥수수 0.5

Page 4: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의 전통주 시음관. …pdf.ikpnews.net/697/69712.pdf · 기는 막걸리 역시 누룩이나 부재료를

제697호 2016년 3월 7일 월요일

문화재를 넘어 대중 곁에 다가온 ‘문배주’원료 수수·조 100% 국내산 … 잡곡 판로처 기능도 톡톡 문배 과실 향이 난다 해서 이름 붙여

진 문배주는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86

호로 지정된 우리 전통주다. 현재 문화재

청에서 국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한 전

통주는 문배주, 두견주, 교동법주 뿐이다.

과실 향이 난다는 특징 때문에 과실이

들어간 술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정작 문

배주에는 문배는커녕 어떠한 과실도 들

어있지 않다. 오직 수수와 조, 밀을 이용

한 누룩 등 곡식을 원료로 만든 문배주는

그 독특한 향 때문에 더욱 의미 있다.

문배주는 고려 건국초기 왕건에게 진

상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올 정도

로 오래된 술이다. 그리고 현재의 문배주

는 문배주 제조법을 5대째 이어오고 있

는 이승용(43)씨의 고조할머니인 박씨할

머니가 가양주 형태로 명맥을 이어 온 것

으로 출발했다.

문배주를 상품화 한 것은 이승용씨의

증조할아버지 이병일씨와 할아버지 이경

찬씨가 1946년 평양에 평천양조장을 지

으면서부터다. 이후 전쟁이 일어나면서

남쪽으로 내려와 ‘거북선’이라는 이름으

로 문배술을 생산했으나 양곡관리법으

로 인해 생산이 중단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양곡관리법이

풀리고 이경찬씨가 중요무형문화재 문배

주 제조기능보유자로 지정되면서 문배주

는 다시 빛을 볼 수 있게 됐다.

문배주의 가치는 그 맛과 향뿐만 아니

라 원료가 되는 수수와 조가 100% 국

내산이라는 점에도 있다. 농가와의 계약

재배 비중이 제일 많고 일부 농가나 영

농조합법인과의 직거래, 그리고 김포시

내에서 자사 자체재배를 통해 원료를 조

달한다.

주 계약재배 지역은 강원도 영월 지역

이었으나 최근엔 충북 단양, 전남 해남·

신안, 경북 일대까지 확대했다. 이는 전통

주가 우리나라 잡곡 판로의 하나의 가능

성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배주는 만들기 시작해 약 15일 발효

를 거쳐 짧게는 6개월에서 1년까지 숙성

기간을 가진다.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에

위치한 문배주 양조장에서 만난 이승용

씨는 “수수 자체의 단맛으로 인해 첫 맛

은 달지만 끝 맛은 드라이한 맛입니다. 첨

가물이 없어서 목 넘김이 좋고 숙취도 없

죠”라고 문배주의 특징을 들었다.

이승용씨는 젊은 감각으로 새로운 마

케팅도 시도하고 있다. 기존 도자기로 만

들어진 문배주 병 외에 깨끗한 느낌의 유

리병을 새로 디자인해 시판한 것.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유리병을 시판한 이후 서

울 내 20~30군데에 불과했던 문배주 취

급 식당은 현재 200여개로 늘어났다.

이씨는 “도자기가 갖고 있는 올드함을

좀 벗어나고 싶었어요. 젊은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전통주의 식상함 등을 현대적

으로 표현하고 싶었고, 그렇게 만들어야

젊은 층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라며 “도자기는 도자기대로

유지하고 유리병을 개발하면서 한식 주

점이 아니더라도 이자카야 등에서도 문

배주에 쉽게 접근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 도수인

40도 외에 23도, 25도 등 상대적으로 낮

은 도수로 개발된 문배주도 반응이 좋다

고 한다.

전통주 진흥을 위해 이승용씨는 소비

자와 전통주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통주 진흥을 위해선 당연 소비가 많

이 돼야 합니다. 소비자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마트 등에 전통주가 많이 진열돼 있

어야 하고, 기존에 소비하던 맥주나 소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주도 평상시

에 소비될 수 있다는 인식이 많이 생겨야

합니다.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여건도 중요하죠. 술은 농산물이 있

어야 만들 수 있는데 원료 가격이 급상승

한다거나 물량이 줄어버리면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러시아의 보드카, 프랑스의 꼬냑, 영국

의 위스키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

하면 문배주가 떠오를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는 것이 이승용씨의 바람이다.

� 안혜연�기자

“지역 원료와 문화 담은 전통주 육성해야”예산 은성농원, ‘추사’로 과실주 대상 영예 … 브렌디 출시도 앞둬

농업계에서 6차산업의 성공사례로 알

려진 예산의 은성농원. 7,000여평의 사과

농장에 유럽식 와이너리를 접목해 사과와

인을 생산하고, 사과 수확과 사과파이 만

들기, 사과와인 시음, 와이너리 견학 등 체

험관광을 통해 6차산업을 현실화했다. 지

난 1일 예산 은성농원에서 정제민 농업회

사법인 예산사과와인 부사장(49)과 아내

인 서은경 팀장(46)을 만나 사과와인을 만

들게 된 사연과 6차산업이 나아갈 방향,

전통주의 현재를 확인했다.

예산 황토사과로 만든 명품와인, ‘추사

(가을이야기)’. 정 부사장과 서 팀장이 사

과와인에 입힌 브랜드다. 널찍한 사과밭

한켠에 지은 사무실 건물에 들어서니 ‘추

사’와 함께 상장들이 전시돼 있다. ‘추사’

는 전국 최대의 전통주 행사인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과실주부문에서 2011년

장려상, 2012년 대상, 2013년 최우수상,

2015년 대상을 수상했다. 과실주로는 업

계 최고나 다름없는 셈이다. 경기도 광명

와인동굴에선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애주가들의 기대속에 ‘추사’

브렌디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고 했다.

인상 좋은 이들 부부가 사과와인을 만

들게 된 사연이 궁금했다. 캐나다에서 교

민을 대상으로 한국서점을 하던 이들 부

부는 처음엔 아이들에게 한국문화를 보여

주기 위해 잠시만 한국에 있을 예정이었다.

“2001년 무렵 왔는데 한 해 한 해 지나도 남

편이 갈 생각을 안 하더라. 정서가 맞아서”

라며 서 팀장이 웃었다. 이어 “한국에 대

한 향수와 갈증이 언제나 있었다”라고 덧

붙였다.

2001년 무렵 한국에 온 이들은 유학원

을 여는 한편, 예산에서 1980년대부터 사

과농사를 지어온 서 팀장의 아버지, 서정

학 대표(74)를 돕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와

인을 만들게 됐다. 물론 이들 부부는 와인

을 좋아했다. 와인동호회 활동을 하며 초

보자를 대상으로 교육도 했다. 더불어 회

원들과 함께 ‘포도원정대, 사과원정대’ 등

의 이름으로 전국팔도를 돌며 제철과일을

수확하고 술을 담기도 했다. 정 부사장은

“장인어른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얻

은 것”이라고 겸손한 답을 했지만 와인에

대한 열정과 부단한 노력으로 ‘추사’를 명

품주 반열에 올렸다.

6차산업 성공에 대한 주변의 평가에

대해 정 부사장은 “제 평가는 버티고 있

는 것 자체가 성공”이라고 설명했다. 그만

큼 어렵고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이다. 농

업이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당연히

농산물을 가공하는 것도 어려울 수밖에

없어서다. 정 부사장은 “6차산업화가 고

육지책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지

만 모든 농민에게 6차산업을 하라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농가가 대

부분인 상황에서 농사만 짓기도 버거운

현실이어서다. 정 부사장은 정부에서 6

차산업을 장려하니 사업비를 받아서 공

장과 체험장을 짓는 게 6차산업으로 잘

못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상도 경계했다.

“미쳐있지 않거나 전문적 기술이 없는 사

람은 공장을 짓는다고 해도 제품이 나오

지 않아요. 공장을 짓고도 먼지가 쌓여

가동을 못하고 놀고 있는 경우가 허다합

니다.”

정 부사장은 “6차산업에 대한 선택의 여

지가 없다”며 무엇보다 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떼돈을 벌기 위한 목적 보다는

좋은 농산물을 잘 팔기 위한 보조적 수단

이죠. 손님을 맞는 자세로 농장과 가공장

을 정리정돈하고 이쁘게 꾸며야죠. 보여

주는 농업으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겁니다.

그렇게 소비자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합니다.”

정 부사장은 농민들에게 전하는 조언과

함께 정책적 변화도 당부했다. “외국의 경

우 패밀리 비즈니스가 대부분입니다. 아버

지는 농사를 짓고 아들은 와인을 만들고

딸은 마케팅을 담당하죠. 현실적으로 농

촌에서 어렵잖아요. 주변에 할머니들이 한

과를 만들어서 파는 영농조합법인이 있어

요. 경로당에서 10원짜리 화투를 치다가

소일도 하고 용돈도 벌고 하니 활력이 생

겼죠. 된장 등 어르신들 손맛을 결합한 상

품도 있을 수 있죠. 그러니 정책적으로 지

역이나 마을단위에서 공동체적 이익을 창

출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6차산업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은 정

부사장은 전통주의 현재도 되짚었다. “술

산업을 세금 걷는 수단으로 여기면서 잃어

버린 게 너무도 많아요.” 우리나라의 전통

주 문화는 이제 걸음마 단계라는 정 부사

장. 그는 “지역의 원료를 사용하고 문화를

담은 전통주를 육성하고 키워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박경철�기자

르포

르포

4 특 집 - 르 포

문배주 제조를 5대째 이어오고 있는 이승용씨가 최근 새롭게 시판된 유리병 문배주를 가리키고

있다.

충남 예산 은성농원의 정제민 부사장이 지난 1일 오크통에서 숙성중인 ‘추사’ 브렌디를 잔에 담아

맛과 향을 살펴보고 있다. � 한승호�기자

Page 5: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의 전통주 시음관. …pdf.ikpnews.net/697/69712.pdf · 기는 막걸리 역시 누룩이나 부재료를

제697호 2016년 3월 7일 월요일

“‘백련맑은막걸리’로 100년 기업 준비”

3대째 전통 이어가는 충남 당진 신평양조장

1933년 일제강점기부터 3대째 이어온

충남 당진의 신평양조장. 8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신평양조장은 2013년 농림축

산식품부의 근대문화유산 복원 프로젝트

‘찾아가는 양조장’에 최초로 선정됐다. 장

인의 예술혼이 담긴 우리술을 빚는 100년

기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김동교 신평양조

장 대표(43)와 그의 부친인 김용세(74) 전

대표를 백련양조문화원에서 만났다.

김 전 대표는 차를 건네며 차분하게 전

통주와 함께 빚어온 세월을 읊조렸다. “어

렸을 적엔 놀이터가 양조장이었지.” 선친

인 1대 김순식 대표가 1993년 24세때 양

조장을 연후 그곳은 그에겐 늘 놀이터였

다. 어려서부터 양조장과 함께 자란 김

전 대표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20대인

1960년대부터 양조장을 이었다. 일제강

점기에도 상을 탔다고 하니 술맛은 그때

도 일품이었다는 것이다.

책 하나도 변변치 않던 시절, 시행착오

와 우여곡절을 겪으며 터득한 주조법이

니만큼 김 전 대표의 자부심은 남달랐다.

“조금 안다고 지도하러 다니는 사람도 돌

팔이 수준이었고, 책을 설명하는 사람도

일선 양조장에 와서 술 담그라 그러면 술

버릴 사람이었지. 술은 담가본 사람만

알아.”

6·25전쟁 당시 황해도에서 피난 온 양

조 기술자로부터 개량누룩형태인 ‘입국’기

술을 전수받기도 했다. 다른 양조장에선

꺼렸지만 김 전 대표는 새로운 시도도 두

려워하지 않았다. “기본을 알고 원료의 성

질만 파악하면 어려울 게 없어. 쌀로 하던

밀가루로 하던, 다른 과일을 첨가하던 기

본은 같고 응용을 하는 거지. 수학공식처

럼. 물론 기본은 정성이야.” 고희가 지난

나이지만 여전히 술에 대한 애정이 뜨거

웠다. “아이를 달래듯 정성을 들여 키워야

제대로 된 술맛이 난다”는 김 전 대표는

그렇게 연잎으로 술 만드는 것을 시도했

고 ‘백련맑은막걸리’로 특허까지 출원했다.

이 술은 2012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에서 살균막걸리 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2013년엔 약주 부문 장려상을 수상했

다. 같은 해 런던주류품평회(IWSC)에서

청동(Bronze)메달을 수상했다.

오랜 역사만큼 신평양조장과 찾아오

는 이들을 맞이하기 위한 백련양조문화

원, 선대때부터 살아온 고택은 세월의 흔

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특히나

고택의 본채는 원형 그대로를 보전하고 있

다. 3대인 김 대표는 “고택이 원래 디귿자

형태의 모양을 하고 있었지만 본채만 남

긴 채 허물었는데 후회스럽다”며 안타까

운 마음을 내비쳤다. 전통주를 지키기 위

한 길에 뛰어들며 전통에 대한 생각도 남

달라졌을 터.

2010년까지 대기업에 다니던 김 대표

는 막걸리가 급부상하며 신평양조장이

주목을 받게 되자 아버지를 돕기 위해 양

조장에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술 제조에서도 전통의 방식

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새롭게 발전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국이라고 쌀로 만든

누룩이 있는데 예전부터 손으로 생산해

서 합니다. 백련 잎을 넣어서 만드는 것도

특징이죠. 백련을 넣으면서도 막걸리 자

체의 맛을 가리지 않고 은은하고 깔끔한

맛을 냈죠. 유명한 요리사나 전문가들이

더욱 높게 평가해주는 이유입니다.”

김 대표는 3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자부

심을 내비쳤다. “신발이나 술잔을 만드는

일을 이어간다는 것과는 다른 것 같아요.

전통주를 이어간다는 것에 더욱 자부심

을 느끼죠. 술을 만드는 데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라서죠.”

� 박경철�기자

“국내산 쌀 사용하고 싶지만…”

영세 주류 업체의 고충

지난 1일 경남 김해시 상동면의 상동면

사무소 근처 골목길에 위치한 상동양조장

을 찾았다. 흔한 간판 하나 달려있지 않아

겉으로 보면 일반 가정집 같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생산 설비가 생각보다 잘 갖춰

져 있다.

상동양조장은 박대흠(59) 대표가 32년

동안 한결같이 김해 향토주인 ‘상동생탁주’

를 빚어온 곳으로, 3~4명의 인원이 매일

새벽 4~5시 경 작업을 시작한다. 고두밥

을 짓고, 누룩을 만들고, 숙성시키는 과정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며 후 작업 일부

는 기계를 이용한다.

상동탁주의 원료는 쌀. 안타까운 일이

지만 100% 국내산 쌀만 이용했던 예전과

달리 박 대표는 몇 년 전부터 수입쌀로 만

든 탁주를 일부 따로 생산하고 있다. 도저

히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서다.

박 대표는 “국내산 쌀은 k g당

1,700~1,800원, 수입쌀은 750원이에요.

쌀 1kg에 막걸리가 3~4병 나오는데 한

병에 1,000원을 받아도 병값, 인건비, 기

름값 등을 빼면 수익을 낼 수가 없어요”라

며 “우리나라 농민 분들 심정도 이해하지

만 이래서야 도저히 큰 기업들과 경쟁할

수 없어요. 국내산 쌀이 단가만 맞으면 무

엇 하러 수입쌀 쓰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양조장은예 영세

할 수밖에 없어요. 주주를 모집해서 양조

장 규모를 키우고 싶으면 일단 주류제조

면허가 있어야 하는데, 그거 따려면 시설

비용만 20억 정도 들어가요”라며 “자본이

있어야 홍보도 상품개발도 하는데 하지

말란 소리나 똑같은 거죠”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소주, 맥주와 규모

있는 주류 업체 틈바

구니 속에서도 김해

시내 어느 정도 수요

를 갖추고 있는 상동

탁주지만, 최근엔 주

문량이 줄어 매일 작

업할 분량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박 대표는 “원래 매

일 작업해야 하는데

산업이 자꾸 영세해

져서…. 막걸리 붐 타

고 막걸리 제조업체

들도 막 생겨났다가

1~2년 지나니까 없어

지잖아요. 정부가 기

술 개발에 초점을 맞

춰야 하는데 자금 지

원에만 초점을 맞추

니까 산업이 성장하

질 않는 거예요”라고

꼬집었다.

식약처의 생산

시설 기준도 현실

과 비교했을 때 괴리가 있다는 것이 박 대

표의 설명이다. 양조장은 살아있는 효모

균을 다루는 곳인데 양조장이 공장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곰팡이와 관련된 기준

이 까다롭다는 것.

작업 과정을 따라 숙성실에 들어가자

술 냄새가 훅 끼쳤다. 박 대표가 “오늘 좋

은 구경하는 겁니다”라며 숙성통을 살짝

열어보이자 효모가 밥을 먹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이 보였다. 상동탁주는 깔끔

하고 숙취가 없는 것이 특징으로, 일반적

인 막걸리와 달리 첨가제나 향료가 전혀

안 들어가 유통기한도 10일 이내로 짧다.

박 대표에게 추천 안주를 물으니 ‘밥’ 이

라고.

“될 수 있는 한 쌀 자체의 향을 내려고 노

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전국에 우

리 탁주를 찾는 ‘매니아’들이 있어서 택배

로 보내기도 합니다”라고 말하며 씩 웃는

그에게서 자신감이 엿보였다.� 안혜연�기자

“전통주 알리고, 농민 살리는 세계적 술 명소로”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 전북 완주서 개관 … 명인명주·우리술품평회 수상작 시음도

우리술의 역사와 문화를 총망라한 대

한민국 술 테마박물관이 지난해 10월

전북 완주에 개관했다.

박물관은 전북 완주군 구이면 덕천리

일대 6만1,594㎡ 부지에 204억원의 예

산으로 건설됐으며 3층 규모의 전시관

과 야외시설로 이뤄져 있다.

1전시관 ‘수장형유물전시관’에선 5만

여점의 다양한 유물을 주제별로 전시했

다. 2전시관 ‘술의 재료와 제조관’에선

쌀, 물, 누룩, 마음, 온도, 그릇을 술을

빚는 여섯가지 재료로 분류하고 그 제

조과정을 전시했다. 2전시관에선 일제

강점기 전통주 암흑기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술의 역사와 문화관’이 있다. 또한

60년대 대폿집과 양조장, 90년대 호프

집을 재현해 시민들에게 추억도 선물했

다. ‘전통주 르네상스관’에선 묵묵히 명

맥을 이어온 전통주 명인의 이야기를 담

았다. 2전시관에선 우리나라의 술을 비

롯해 세계 각국의 다양한 술을 만날 수

있다.

더불어 박물관에선 2월 현재 술병 속

에 담긴 우리 문화를 주제로 ‘자세히 보아

야 아름답다’는 기획전시도 진행하고 있

다. 체험실습실에선 전통주와 와인, 맥주

등 술을 빚는 전문교육과 발효 체험도 할

수 있다. 부대시설 중 눈길을 끄는 부분

은 판매시음장이다. 이곳에선 명인명주

와 우리술품평회 수상 제품들을 각 분야

별로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을 찾은 시민

들은 시음도 할 수 있다.

박물관을 총괄관리하고 있는 심미정

계장은 “박물관은 태곳적부터 현대에 이

르기까지 우리술에 담긴 다양한 이야

기를 엮어 풍류와 여유가 가득했던 우

리술 문화를 알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

다”고 밝혔다. 배진희 학예사는 “개관하

고 입장객이 꾸준히 늘고 있어 하루평균

150~200명이 찾고 있고, 자주 찾는 분

도 많다”며 개관 이후 상황을 전했다. 식

객의 허영만 작가가 술과 관련된 조언을

위해 찾기도 했다는 박영국 관장은 “현재

박물관은 50% 정도 준공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전통주를 세계에 알리고, 원료

를 생산하는 농민들에게 도움도 될 수 있

도록 박물관을 세계적 술 명소로 만들겠

다”는 포부를 밝혔다. � 박경철�기자�

[ 르포 ] [ 르포 ]

김해 향토주 ‘상동생탁주’ 빚어온 박대흠씨

5특 집 - 르 포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충남 당진 신평양조장의 2대 대표인 김용세(왼쪽)씨와 현 대표인 김동

교씨가 양조장의 대표 술인 ‘백련맑은막걸리’를 손에 들고 밝게 웃고 있다. � 한승호�기자

박대흠씨가 갓 지어진 고두밥을 넓게 펴서 식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 술의 역사와 문화를 총망라한 전북 완주의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에서 지난 1일 한 관람객이

우리 전통주가 전시돼 있는 수장형유물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 한승호�기자

Page 6: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의 전통주 시음관. …pdf.ikpnews.net/697/69712.pdf · 기는 막걸리 역시 누룩이나 부재료를

제697호 2016년 3월 7일 월요일

“전통주는 명절에만 사는 술? 요즘엔 달라요”날렵한 유리병 ‘젊은 소비자’ 눈길

인터넷판매 확대 … 직접 빚고 맛보는 ‘찾아가는 양조장’ 인기

‘주세법’으로 통제되던 술 산업도

규제완화의 흐름을 타게 된다. 이는

1980년도 외국산 주류에 대한 시장

개방이 확대되면서 일종의 어부지

리 격으로 규제가 완화되고 한편으

론 국내산 농산물 사용 확대와 농가

소득 차원이 집약된 전통주 산업 육

성으로 이어진다. 오랜 역사만큼이

나 고루하게 취급받던 전통주는 정

부의 다양한 육성정책으로 선호층

을 넓히고 있다.

외국산 주류 수입개방,

묶여있던 규제 개혁대상 돼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

반은 대부분의 주류가 수입개방이

된 시기이다. 부족한 식량, 외화사

정, 국내 주류산업 육성 등의 이유

로 외국산 주류 수입과 유통을 엄격

히 금지해 왔지만 1980년대 중반부

터 수출규모가 확대되고 시장개방

압력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국내

술 산업의 지형이 바뀌기 시작한다.

1984년 7월 맥주가 개방된 이

래 1990년에는 포도주, 와인쿨

러, 과실주 등이 국내 시장에 반입

되는 등 수입개방이 속속 전개됐

다. 이런 흐름 속에 국내 모든 주

류에 적용되는 종가세(출고가격

에 일정 세율 적용) 등 주세 부과 방

식과 주세율 등이 무역마찰을 빚

었다. 이를 계기로 주세는 △탁주

10%(70~80년대)→5%(90년대~현

재)로 인하됐고 △약주 60%→30%

△청주 100%→30% △위스키

160%→72%로 조절됐다.

전통주, 부담 없는 가격으로 재정비

주세 50% 인하 … 용기·포장재 면세

전통주는 이에 한 발 더 나아간

세제 혜택이 있다. 농가소득과 우리

농산물 소비 확대라는 의미를 높이

기 위한 취지는 물론 영세한 전통주

생산업체의 인큐베이터 같은 도움

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전통주 판매를 통한

‘농가소득’에 대해 연간 2,000만원까

지 소득세를 비과세 했다. 2005년에

는 지역특산주 중 연간 500㎘ 미만

생산업체 중 연 200㎘에 대해 주세

를 50% 인하했다. 전통주 산업의 본

격적이 세제지원 혜택은 지난 2008

년경이다. 당시 농림부는 전통주의

주세인하, 지원대상 전통주 범위 확

대 등을 담은 주세법이 2007년 12월

28일 국회를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이듬해 7월부터 시행된 주세법 개정

안에는 소규모 과실주에만 농가소

득과 연계해 주세감면 혜택을 주던

것을 민속주와 농민주로 개념을 정

리하면서 ‘전통주’라는 범주로 통칭

해 혜택을 확대했다. 전통주에 대해

정상 주세율의 50%를 감면하기로

하면서 이를 계기로 전통주사업 육

성대책이 본격 추진됐으며, 전통주

산업진흥법도 탄생했다.

전통주 산업을 다시 일으키기 위

한 가장 핵심적 지원은 뭐니뭐니해

도 ‘술값’의 혜택이다. 주세 감면에

이어 2014년부터는 용기와 포장재

에 부가가치세를 없앤 주세법 시행

령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전 세법에

서는 도자기병에 담긴 전통주에 한

해 판매용기와 포장용기에 대해 면

세를 했지만, 세법개정안에 따라 전

통주에 사용되는 모든 판매용기와

포장비용이 면세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전통주 가격은 20~40%

낮아지는 효과가 생겼다. 이는 면세

혜택을 위해 도자기병을 고집하던

전통주 업계가 유리병 포장용기를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 선보이는 전통주는 젊은층

의 호감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용

기의 제품을 확인할 수 있다.

전통주 온라인 매장도 ‘활짝’

전통주 유통의 혁신은 2010년 인

터넷 판매가 시작되고 부터다. 주류

의 유통이 소주, 맥주 등 대중적인

술 중심으로 움직이다 보니 전통주

를 도매로 취급하는 일은 일반적이

지 않았다. 민속주나 농민주 등 전통

주 유통을 전담하는 ‘특정주류제조

자’ 면허가 새로 생기긴 했지만 크게

확산되지는 못했다. 이처럼 오프라

인 유통망이 쉽지 않다보니 전통주

업계는 온라인 유통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주세법에 따라 ‘우체국’ 통

신판매가 유일했던 온라인 매장이

2010년 농수산물유통공사(aT)와 우

체국 홈페이지, 전통주 제조업체 홈

페이지까지 범위를 넓혔다. 다만 국

세청은 청소년 접근을 막기 위해 해

당 홈페이지에 성인인증시스템을 구

축하고, 동일인에게는 1일 50병 이내

로 판매를 제한키로 했다.

지난해 8월엔 농협의 대표 인터넷

쇼핑몰인 농협a마켓에도 전통주가

입점했으며, 올해 1월부터는 조달청

의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서도 전

통주 판매가 시작됐다. 이로써 전통

주를 살 수 있는 온라인 매장은 총 5

곳으로 늘었다.

찾아가는 양조장,

술 향기 넘치는 체험현장

최근 전통주는 ‘전통’에 참신성을

더해 변화 발전 중이다. 외형부터

달라졌다. 왠지 모를 어려움이 느껴

지는 도자기병을 벗었을 뿐 아니라

일상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 중

하나가 찾아가는 양조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3년부

터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을 시작했

다. 국내 농산물 수요 확대, 농촌의

일자리 창출 등을 목적으로 사업시

행 첫해 충북 단양의 ‘대강양조장’과

당진의 ‘신평양조장’ 2개소를 선정했

다. 농촌지역의 양조장 중 농업농촌

과의 연계성, 술 품질 등을 고려해 선

정되는 찾아가는 양조장은 체험과

관광에 중점을 뒀다. 농식품부가 역

점을 두고 있는 ‘농업의 6차산업’을

재현한 현장이기도 하다. 현재 각 지

역별로 18개소의 찾아가는 양조장

이 선정돼 있으며 원료가 되는 농산

물 수확 체험부터 술 빚기, 술 짜보기

등의 다양한 체험은 물론 전통주를

직접 맛볼 수 있는 체험까지 마련돼

있다. � 원재정�기자

전통주 규제개혁 뒤에 버티는 ‘식품위생법’

해썹 기준 ‘부담’ … 소규모 영세업체 보호 육성해야

농가소득, 농산물 소비 확대 차원

에서 힘이 실리고 있는 전통주 산업

은 그러나 여전히 규모의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주류 출고

액 기준 0.5%에 불과한 전통주 산

업은 이 마저도 ‘전통주 계의 대기업’

으로 꼽히는 소수의 유명 전통주가

차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

식품유통공사가 공동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

에 따르면 2013년 대비 2014년 전

통주 시장은 다소 감소했으나 선방

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통주 시장

이 매출액 기준 450억원대 규모에

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면서 전체

주류시장의 0.5%라는 몸집임을 감

안한 해석이다. 보고서에서는 전통

주 산업의 개선점으로 △제조관련

협회는 있으나 판매와 유통 총괄 단

체가 없다는 점 △전통주의 법률적

정의 재설정 △종가세, 종량세 등의

주세 체계 필요 △품질 개선 필요 △

품질인증제 개선 △농식품부, 국세

청, 식약처로 분산돼 있는 정책 현

실을 꼽았다.

업계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제

기한다. (사)한국전통주진흥협회

(회장 김홍우) 관계자는 “세수 확보

가 시급했던 시절 국세청의 주류업

무가 식약처로 넘어 온 게 얼마 안

됐다. 술은 엄연히 식품이기 때문

에 당연한 조치이지만 식품위생

문제와 결부되면 전통주에 또 하

나의 올가미가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품질과 위생을 마다

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최근 해썹

(HACCP)이라는 엄격한 시설기준

을 전통주 업체에도 요구하고 있는

데, 그 시설을 갖추는데 1억원이든

다는 하소연이 공공연하다. 영세

한 업체 입장에서 얼마나 난감하겠

나”라며 “현실을 살피지 않는 위생

시설기준 문제로 200년 된 시설을

다 뜯어고쳐야 한다는 말까지 나

온다”고 답답해했다.

전통주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서울시내 한복판 대형백화점 매장

에 ‘우리술방’이 있다. 매출이 상당

히 늘었다는 게 백화점측의 설명인

데, 전통주도 생산자 소비자 생각

의 틀을 바꿔준다면 무한한 발전가

능성이 있다고 본다. 우리술방 전통

주를 보면 용기도 감각적이고, 종류

도 다양해 소비자층이 두텁다”면서

“올해를 전통주 부흥 원년으로 삼겠

다는 게 업계의 각오인데, 이를 위

해서는 농식품부가 보다 강력한 발

전의지가 필요하다. 식약처와의 문

제도 풀고 유통망 자체가 없는 영세

업체들의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전

통주 갤러리, 찾아가는 양조장에 버

금가는 중요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

다”고 말했다.� 원재정�기자

“봄기운이 녹아든 우리술 맛보세요”

우리술 시음·홍보 ‘톡톡’, 서울 ‘전통주 갤러리’

지난해 2월 종로구

인사동에 문을 연 ‘전

통주 갤러리’는 하루

세 번 생기가 돈다. 전

통주에 대한 설명을

듣고 맛볼 수 있는 시

음체험이 진행되기 때

문이다.

지난 1일 삼일절 휴

일에도 전통주 갤러

리는 문전성시를 이

뤘다. 이날 오전엔 이

동필 농림축산식품

부 장관 일행이 방문

을 했고, 1시·3시·5

시 정각 시음 체험 예

약 행사에도 10여명

의 체험객들이 모여

들었다.

이현주 관장은 “지

난해에는 전국의 주

요 전통주를 소개하는데 역점을

뒀다. 올해에는 주제별 전통주를

소개하려고 한다. 3월의 주제는

봄의 전통주다. 쑥, 진달래, 매화

등을 소재로 해 봄기운을 담은 전

통주를 소개하고 시음하고 있다”

면서 “테마주 외에도 작은 양조장

들의 신제품도 같이 홍보하고 있

다”고 설명했다.

이날 전통주 갤러리 방문객들

은 주로 이메일을 통해 미리 신청

을 한 사람들이었고, 우연히 방문

한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시음에

앞서 십여분간의 설명을 듣는 시

간은 필수다.

이 관장은 “맛만 봐서는 전통주

홍보에 한계가 있다. 전통주의 가

치, 종류, 얽힌 이야기들을 사전에

듣고 시음을 하면 눈빛부터 달라

진다. 참가자들은 우리술이 이렇

게 맛있었나, 는 감탄을 하곤 한다”

며 “일본 관광객은 한국전통술은

막걸리만 있는 줄 알았다가 다양

한 재료에 또 한번 놀란다. 사케가

쌀 중심의 술이라면 우리 전통주

는 약이 되는 술로 소재부터 다양

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에서 사업차 서울에 온 50

대 남성 참가자는 “오늘 맛본 이화

주가 인상 깊다. 떠먹는 술이 있다

는 것도 처음 알았고, 구입하기만

쉽다면 자주 먹을 것 같다. 전통주

갤러리가 광역지자체별로 한곳씩

은 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한식을 전공하는 오수환(25)씨

는 “전통주에 관심이 많은데 시음

할 수 있는 곳이 드물다. 처음엔 우

연히 들렀다가 오늘 두 번째 방문

인데 한식과 전통주는 연관도 깊

어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전통주 갤러리에선 막걸

리가 ‘막 만든’ 술이 아니라 ‘지금

막 만든’ 신선한 술이라는 의미도

배웠고, 막걸리를 먹으면 머리가

아프다는 속성은 막걸리 성분 탓

이 아니라 과음이 원인이라는 과

학적이면서 재치 있는 전통주 소

믈리에의 해석으로 웃음꽃이 피

었다.

얼굴이 벌개진 한 참가자는 다

음달 테마주를 궁금해 하며 방문

을 기약했다. 전통주 발전을 위한

홍보전은 ‘생활밀착형’으로 진행

중이다. � 원재정�기자

돈 얘기 대신 꺼내든 ‘예산 사과와인’

이동필 장관은 한 달에 한

번 국무위원 식사자리에 ‘전통

주’를 꼭 곁들이는 걸로 소문

이 나 있다. “내 돈으로 사가서

먹인다”고 말할 정도로 전통

주 전도사를 자처한다. 어느날

기재부 장관과 만나는 비공식

자리에서 “오늘은 예산(돈) 얘

기 하지 말자”고 서로 약속하

면서 “이게 ‘예산’ 사과와인”이

라고 내밀어 유쾌한 분위기가

됐다는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6 특 집 - 정 책

정부가 전통주 활성화 정책에 힘을 쏟으면서 오랜 역사만큼 고루하게 취급받던 전통주가 변화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대형백화

점 한 켠에 자리한 우리술 판매점. � 한승호�기자

지난 1일 인사동 ‘전통주 갤러리’에서 방문객들이 전

통주 시음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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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호 2016년 3월 7일 월요일

‘금색 품질인증’ 전통주가 뜻하는 것은좋은 제도 잘 알리는 일부터 우선해야

술의 원료는 농산물이다. 술을 빚는다는 것은 곧

농산물을 소비한다는 것이다. 국내 주류산업에 있

어서 국산 원료를 사용해 제조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전통주로 분류되어 있는 민속주와 명인주 그리고 지

역특산주다. 이들 전통주는 주세의 50%를 감면받

는 혜택을 누린다.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는 주류에

는 이것 말고도 일반주류 면허의 막걸리와 증류식소

주 약주(청주) 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 주류들은 전통

주의 범주에 들어가지 못해 주세 감면 혜택을 받지는

못한다. 똑같은 막걸리나 증류식 소주인데도 불구하

고 전통주로 분류된 것은 세금 혜택을 받고 그렇지 않

은 것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리농산물

을 많이 활용하게 하는 정책과도 동떨어져 있다.

전통주 정책은 우리농산물 특히 쌀의 수급조절

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조선시대에 흉

년이 들게 되면 으레 들고 나온 정책이 바로 금주령

이다. 조선시대에는 농산물을 절약하기 위해 금주

령을 썼다면, 이제는 우리 농산물의 소비를 촉진하

기 위해 전통주 활성화 정책을 펴는 것은 너무나 당

연한 일이다.

어떻게 하면 전통주산업 활성화를 통해 우리 농

산물 소비를 촉진할 수 있을까? 간단하게 정리하면,

우리 농산물 소비를 많이 하는 전통주 업체에 인센

티브를 주면 된다. 그런데 현재 법적으로 전통주로

분류되어 있는 업체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너무

한정적이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법적인 전통

주 개념이 일반인들의 전통주에 대한 생각과는 사

뭇 다르다.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막

걸리는 전통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법적으로 막

걸리는 대부분 전통주가 아니다. 그렇다면 막걸리

가 외국술이란 말인가? 증류식소주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발효 및 증류기술에 바탕을 둔 증류식소

주 제조업체가 우리농산물을 사용해 재래식소주를

만들지라도 일반 소주제조업 면허를 가지고 있다면

전통주가 아니다. 따라서 주세 감면 혜택도 없다. 주

류의 종류에 따라 전통주가 분류된 것이 아니라 똑

같은 주류라도 면허의 종류에 따라 전통주인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참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전통주에 대한 일반인의

개념을 수용하면서 우리술 제조에 우리농산물 소비

를 촉진시킬 수 있을까? 현재 전통주와 세금 혜택

을 동시에 적용하는 것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즉 일

반인들의 관점에서 볼 때 전통주라고 인증되는 술

(예를 들어 막걸리나 약주, 청주, 증류식소주 등)은

전통주의 범주로 분류하고, 주세 감면에 있어서는

국산 농산물을 100% 사용하는 주류에 대해서 주

세 감면 혜택을 주면 된다. 물론 우리농산물을 사용

한다고 무한정 주세 감면 혜택을 줄 수는 없다. 술의

종류에 따라서 적정량에 대해서 주세감면 혜택을

줌으로써 우리농산물 소비 촉진과 국제적인 협상

카드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주류관련 정책 중에는 주류품질인증제도도 있다.

일반 주류품질인증을 통과하게 되면 녹색 품질인

증서가 주어진다. 그런데 국산원료를 100% 사용해

빚는 술에 대해서는 특별히 금색 품질인증서가 주

어진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잘 모르기 때문에 판매

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주류

품질인증을 획득해야겠다는 업체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주류품질인증제도는 주류의 품질을 높이고

국산농산물의 소비를 촉진시키려는 좋은 제도였지

만 소비자에 대한 홍보 부족과 생산자들에 대한 인

센티브 부족으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제라도 우

리농산물을 100% 사용하는 금색 인증 제품에 대

해서는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조달청의 나라장터에 전통주가 들어가게 되

었다는데, 이런 곳에 금색 품질인증을 받은 업체의

제품이 우선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인센티브도 한

방법이다. 현재 우리농산물 촉진과 관련되는 좋은

제도들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는 것보다는 훨씬 간단

하면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전통주는 21세기의 인기산업이다

사자성어 중에 가계야치(家鷄野雉)라는 말이 있

다. ‘집안에서 기르는 닭은 미워하고, 들에서 노니는

꿩만 좋아한다’는 뜻으로, 바로 곁에 있는 것들의 가

치를 과소평가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멀리 있는 것

들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주는 세태를 점잖게 꼬

집는 말이다.

전통주가 그렇다. 전통주는 역사적으로 생활문

화의 상징이었으며, 현대 농업의 고부가가치화와 관

련해 많이 언급되고 있는 농업의 6차산업화를 대표

할 수 있는 동량(棟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하고 생산자는 물론 소비자인 일반 국민이 우리술

인 전통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인

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엄연한 현실이기도 하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먹을거리와 관련한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이 식품의 안전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 속

에서 일반주나 수입산 주류에 비해 국내에서 생산

된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된 전통주만큼 소비자

의 요구에 부응하는 술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전통주의 가공 및 보관, 관광 연계 등을 통

해 1차 산업인 농업을 6차 산업으로 완성시켜 가치

창출을 하고, 매년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쌀

과 같은 품목의 수급조절을 통한 가격안정에도 크

게 기여할 수 있는 소재이다.

다음으로 문화콘텐츠산업이 IT산업에 이어 새로

운 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창조산업이라면 전통주

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전통주가 지닌 다

양성은 물론, 오천년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술에 얽

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드라마와 영화 등에 접목시

키고 술에 맞는 안주와 음식을 개발하여 국내관광

과 연계하는 한편, 한류와 함께 세계로 진출시킨다

면 훌륭한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전통주가 전

체 주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출고량 기준으

로 1%에도 미치지 못하는 0.3%에 불과하다. GDP

규모 세계 11위·수출 6위이자 국민소득은 3만 달러

에 육박하고 있는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위상에도

걸맞지 않다. 해마다 국내수입과 소비가 늘고 있는

일본의 사케를 지켜보면 부끄러운 생각마저 든다.

최근 100년 남짓한 역사적 환경 속에서 많은 시

련을 겪은 전통주가 스스로가 지닌 잠재력을 극대

화시켜 발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과제해결이

선행돼야 한다.

첫째, 전통주에 대한 국민의 인식 혁신이 필요하

다. 전통주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둘째, 좋은 술을 만들기 위

한 생산 부문의 혁신이다. 소비자가 원하지 않으면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없다는 제조장의 인식과

생산 라인에 대한 연구개발, 시설 지원 등이 중요하

다. 셋째, 유통 부문의 혁신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든 기호에 맞는 다양한 전통주를 만날

수 있도록 유통환경의 조성이 필요하다. 넷째, 한류

와 함께 전 세계에 퍼져있는 700만이 넘는 해외교

포와 기업의 현지법인 및 현지인 대상의 활발한 마

케팅 활동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범정부차원의 전

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끝으로 일제강점기의 후유

증이라고 할 수 있는 전통주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를 일소시켜야 한다.

전통주는 분명히 21세기를 선도할 인기산업이다.

중요한 것은 제시한 과제를 담당하는 주체들이 얼

마나 빨리 제대로 된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그 성패

가 결정날 것이다.

“단순 가공 보다 농산물 사용량 월등,

전통주 확산을 바란다”

농업에 있어 전통주란 어떤 의미인가.

전통주는 우리 농산물이 원료이기 때문에

농산물의 수요측면, 이로 인한 농가소득 확

대까지 가능한 품목이다. 「전통주 등 산업진

흥에 관한 법률」 상 전통주는 국내산 농산물

을 주원료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법률 상 전통주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흔히

전통 주종으로 생각하는 막걸리, 약주, 증류

식 소주, 과실주 업체에서도 지역 농가와 계

약 재배를 통해 주류를 생산하고 있는 경우

가 많다. 익히거나 건조하는 단순한 가공과

정과 달리 발효를 통한 양조과정에서는 원료

농산물의 사용량이 더 많기 때문에 식품산

업으로서 주류 산업, 그 중에서도 국내산 농

산물을 사용하는 전통주 산업은 국내 농업에

서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또한, 생활 속에 이어져온 한식과 달리 전

통주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명맥이 약해졌

기에 전통주 산업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은 우

리의 술을 다시 되살려 주류의 산업과 문화

에서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회복해 나간다는

의미가 있다.

전통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은 무엇이 있

는지 궁금하다.

우선 전통주의 품질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

해서 품질인증, R&D 지원을 실시하고, 규제

개혁을 통해 전통주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춰

가고 있다. 결국 산업이 확대되려면 소비자들

이 많이 찾아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와의 접

점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는 술의 품질과 제조

장 관리 수준을 검사해 인증마크를 부여하

는 술 품질인증제도와 양조용 발효제 개발·

보급 등 R&D를 지원 중이다. 술 품질인증제

도는 7개 주종 즉 탁주, 약주, 청주, 과실주, 증

류식소주, 일반증류주, 리큐르 등이 대상이

된다.

규제개선도 적극 추진 중인데 전통주 인터

넷 판매 범위를 농협a마켓까지 넓히고, 소규

모 주류 제조면허(속칭 ‘하우스 막걸리’ 면허)

를 신설한 것이 최근 대표사례이다.

소비자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방편으로

한식과 연계한 우리술 홍보 축제, ‘찾아가는 양

조장’, ‘전통주 갤러리’ 등도 역점을 두고 있다.

올해 예산 규모와 핵심적으로 추진하는 사업

은 무엇이 있나.

2016년도 전통주 산업 육성을 위한 예산은

40억원이다. 올해 역시 ‘전통주 갤러리’와 ‘찾아

가는 양조장’ 사업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서울 인사동에 소재한 전통주 갤러리는 국

내외 방문객을 대상으로 전통주 문화와 개별

제품에 대한 교육·시음 체험 프로그램을 제

공하고 일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호텔·레

스토랑·주점 등 업체들을 위한 전통주 취급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다.

지역의 특색 있는 양조장을 지역 관광자원

으로 육성하는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도 호응

을 얻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총 18개 양조

장이 선정됐으며 올해에도 6개소가 추가 선

정될 예정이다. 찾아가는 양조장은 도시 체험

객들을 불러 모으는 역할도 하지만, 전국 유

통망 확보가 어려운 전통주 업체의 판매를

돕는다는 의미가 있다. 아울러 양조장과 소

비자 간에 술 빚는 이의 철학, 제조 과정, 직

접 술을 빚어보는 체험을 직접 공유하여 우

리 전통주 문화를 확산시키는 다중적 의미가

있는 사업이다.

정부의 최근 노력에도 전통주 산업 여건은 아

직 어려운 것 같다. 전통주 산업이 안고 있는

한계와 이를 위한 대책이 있다면.

현재 전통주 매출 규모가 그리 크지 않

다. 2014년 기준 전통주 출고액은 468억

원, 전체 주류시장에서 0.5% 정도를 차지한

다. 같은 해 기준 수출 규모는 4억400만불 중

3,500만불로 약 8.7% 규모이다. 내수시장도

수출시장도 여전히 작은 한계가 있다.

‘명절 선물용’ 이란 이미지를 벗어야 하는

과제도 남았다. 20, 30대를 타깃으로 한 홍보

를 확대해 희석식 소주나 맥주 외에 젊은 감

각의 전통주를 즐기는 문화를 확산하는 일이

필요하다. 아울러 여전히 영세한 전통주 제

조업체들의 제조기술 개발과 유통망 확보에

지원할 계획이다. 전통주 품질 향상을 위해

특허 등록한 양조용 우수 효모와 누룩을 작

년에 이어 올해에도 보급하는 사업도 진행 중

이다.

인터뷰 l 배상두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진흥과장

맥주와 소주로 대표되는 우리 술문화에

‘전통주’를 알리려는 정부의 노력이 최근

두드러진다. 익히고 말리는 단순 가공보

다 발효라는 과정을 거치는 전통주는 농

산물의 수요처로 농가소득원으로, 나아

가 전통식문화의 부활까지 다면적인 가

치가 높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역점

을 두는 전통주 진흥 사업은 어떤 것이

있는지 식품산업진흥과장을 통해 들어

봤다. � 원재정�기자

정석태 농업연구관

국립농업과학원

김홍우 회장

(사)한국전통주진흥협회

[ 전문가 기고 ]

[ 기고 ]

7특 집 - 대 안

Page 8: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의 전통주 시음관. …pdf.ikpnews.net/697/69712.pdf · 기는 막걸리 역시 누룩이나 부재료를

제697호 2016년 3월 7일 월요일

이 땅의 농부 96 강OO (81, 경북 안동시 풍천면 가곡리)

바야흐로 총선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

가왔다. 이번 선거부터 선거구가 다시 획정되

어 농촌지역 선거구 수는 줄어들고 도시지역

선거구는 더 늘어나게 되었다. 결국 농민·농촌

의 이익을 대변할 국회의원 수는 이전 국회보

다 줄어들게 되고 그로인해 다른 집단 내지 세

력과 비교하여 농민세력의 영향력은 더욱 약

화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도·농

간 심화되는 경제적 격차, 농촌인구의 급격한

고령화 및 농민의 빈곤화는 국가적 차원의 패

러다임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 현재 국회 시스

템을 통해서는 쉽사리 해결할 수 없어 보인다.

지난 총선 때, 농촌지역 국회의원들은 농촌

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공약을 제시했다. 그러

나 그들이 제안한 대다수의 공약은 무척이나

실망스러웠다. 그들의 방점은 ‘농촌·농업’이 아

니라 ‘지역’에 있었다. 도로를 확장하고 관광단

지를 개발하고, 기업을 유치하는 등의 방식으

로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것을 공약

의 주요 골자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산업적으로 낙후된 농촌지역에 도로

를 깔고 기업을 유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지

역을 살린다는 것이 그 자체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 농촌지역은 산업

화·도시화를 통해 성장해야할 곳이지 농업을

통해서는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는 곳

인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제시한 공약에 FTA

체결 등 대외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대책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러한 공약은 다들 피

해보전을 어떻게 할 것이냐 내지 어떤 시혜를

줄 것이냐에 한정돼 있다.

19대 국회가 마무리 되어가고 있는 이 시점

에, 국회의원의 공약대로 농촌지역의 경제가

활성화 되고 피해보전을 받은 농민들의 살림

살이가 좋아졌는가. 실상은 그 반대이다. 농촌

지역의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농민들의 삶

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이제 다시 바야흐로 총선의 시기가 도래했

다. 바뀌지 않은 현실에 아니 더욱 암울해지는

현실에 국민들의 무기력함은 더욱 심해지고 있

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는 노릇

이다. 일단, 줄어든 농촌지역 지역구에 대한 대

안으로 각 정당의 비례대표 중 농민의 입장을

대변할 국회의원의 비중을 늘리도록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농촌’이 사라진 ‘지

역’ 활성화 공약이나 시혜적 공약에 관심을 가

질 것이 아니라 진짜 ‘농업’과 ‘농민’을 위한 공

약에 관심을 가지고 그 실현가능성을 따져봐

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남은 기

간 동안 각 정당과 후보들에 대한 농업정책 및

공약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

해 유권자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

농업·농촌을 살리자는 구호는 차고 넘친다. 하

지만 그 실천은 미미하다. 정부가 다양한 농업

정책을 내고 국회가 수많은 법률을 입법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은 의문이다. 우리 농업과 농

촌을 살리기 위한 농민과 유권자의 작은 실천

은 농촌에 필요한 제대로 된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다. 너무나 진부하지만, 여전히 절실하고

유효한 명제라고 본다.

“이기 작년에 심은 다마내기(양파)라. 순이 많이 자

라서 비닐 위로 뽑아주려고. 앞으로 열흘 가량은 매

일 나와서 이리 해야 돼. 이제 작업 시작하는 건데 오

늘 바람이 엄청 부네. 추와. 늦게까지는 일 못하지. 아

직은 손도 시리고. 추우니 어여 가소. 이리 서서 바람

맞지 말고.” � 한승호�기자

농정춘추

길벗 따라 생활건강 50

생기발랄한 봄 맞이하세요

입춘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경칩이 다가왔습니다. 봄입

니다. 한해의 시작인 봄에 몸 관리를 잘해야 한해를 또 건

강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봄철에 맞는 양생법을 알아보

겠습니다.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춘삼월은 천지가 모두 생(生)하며 만물이 생겨나고 번

영하는 시기이므로 밤에는 늦게 자고 아침에는 일찍 일어

나서 천천히 마당을 거닐고, 의복과 머리를 느슨하게 하

여 몸을 편안하게 하며, 마음의 뜻은 살리는(生) 것에 중

심을 두어 생겨나는 만물에 대해서 그 생장을 도와주고

죽이지 않아야 하며, 남에게 주면서 빼앗지 말아야 하며,

상은 주되 벌은 주지 말아야 하니, 이것이 봄에 상응하는

양생의 도이다.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간을 상하고 여름

에 추운 병이 들어 자라나는 힘이 적어진다.”

밤에는 조금 늦게 자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라고 되어

있습니다. 봄뿐만 아니라 계절마다 자고 일어나는 시간

에 대해 씌어 있는데 해가 떠있는 시간과 유사합니다. 봄

이 되면서 해가 일찍 뜨고 또 늦게 지게 됨에 따라 좀 더

일찍 일어나고 조금 더 늦게 자라고 합니다. 쉽게 해를 많

이 보라는 의미 같습니다. 최근 겨울철에 해를 충분히 보

지 않으면 비타민D 결핍증이 생기니 햇빛을 충분히 받아

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유사한 내용입니다.

비타민D 결핍증이 생기면 팔, 다리, 골반, 척추에 통증

이 오고, 관절과 손목, 발목 부위에 부종을 유발할 수 있

습니다. 또한 당뇨, 천식, 치매의 발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날이 풀리는 봄에는 충분히

햇빛을 받으며 산책을 자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비타

민D는 햇빛을 받으면 몸에서 알아서 필요한 만큼 만들어

주기 때문에 따로 섭취할 필요 없이 햇빛을 충분히 받아

주시면 됩니다.

봄에는 겨울에 꽁꽁 얼었던 땅이 녹으며 새싹이 나듯

이, 사람 몸도 봄이 되면 활동량이 많아지면서 체내의 양

기가 밖으로 발산되기 시작합니다. 때문에 양기가 잘 발

산되도록 몸에 긴장을 풀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몸이 약

해서 발산이 잘 안 되는 사람들은 양기(陽氣)를 돕는 음

식을 먹는 것도 좋습니다. 부추, 파, 생강 같은 것들입니다.

봄철에는 일교차가 심해서 감기에 걸리는 경우도 많습

니다. 옷으로 온도변화에 모두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목도리와 모자를 들고 다니면서 상황에 맞게 몸을 따뜻

하게 해주시는 게 좋습니다. 특히 뒷목 쪽을 따뜻하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기에 걸렸을 때도 핫팩 같은 것

으로 목뒤를 뜨끈뜨끈하게 해주면 좀 더 쉽게 감기가 낫

습니다. 그 부분에 감기와 관련된 치료경혈들이 많이 있

기 때문입니다. 젊은 사람은 괜찮지만 나이가 드신 분들

은 모자도 꼭 챙기셔야 합니다. 꽃샘추위처럼 갑작스레

겨울처럼 추운 날들이 이따금씩 있기 때문입니다. 노인

분들은 갑작스런 온도변화로 머릿속의 혈관이 수축 팽창

하는 과정에서 중풍이 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모자를 쓰

는 것만으로도 중풍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니 꼭 챙기

시기 바랍니다.

내경 봄철 건강관리법에는 마음가짐에 대한 내용들

도 많이 있습니다. 절반정도는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

이니 건강관리에서 마음씀씀이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봄에는 특히나 만물이 태어나서 자라는 기

운이 충만한 시기입니다. 갓난아기는 크게 혼내기 보다

는 푸근한 마음으로 너그럽게 보아주듯이 봄철에는 그

런 여유로운 마음이 좀 더 필요합니다. 봄에 걸맞게 푸

근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산뜻하고 생기발랄한 봄철을

맞이합시다

올해는 한국농정신문 재창간 되는 해입니다.

재창간 10주년에 맞춰 한국농정신문이 달라집니다.

여 론 광 장8

임재현

기운찬한의원 원장

임영환

변호사

2016년 7월 4일! 한국농정신문의 놀라운 변신을 기대해 주세요.

현장 소식이 강화됩니다.

·현장의 지역 기자들이 만들어가는 생생한 현장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신문의 가독성이 높아집니다.

·가로체에 맞춘 글꼴로 변경돼 눈의 피로는 적고 글자는 또렷해 집니다.

·읽기 편한 지면의 디자인으로 바뀝니다.

취재 영역을 확대하고 증면합니다.

·축산면을 두면으로 늘리고 친환경·급식 지면을 신설합니다.

·12면에서 16면으로 늘어납니다.

새로운 제호와 로고가 탄생합니다.

·붓글씨 제호에서 디지털 제호로 변경됩니다.

·농업·농촌을 담아 로고를 제작합니다.

새로운 기획물이 연재됩니다.

·‘농정춘추’와 ‘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의 필자가 보강됩니다.

10주년

Page 9: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의 전통주 시음관. …pdf.ikpnews.net/697/69712.pdf · 기는 막걸리 역시 누룩이나 부재료를

제697호 2016년 3월 7일 월요일

병아리, 태평양을 날다

부화장에 들어간 달걀은 21일 만

에 생명을 내놓는다. 이 햇병아리들

은 태어나자마자 감별사들에 의하

여 암수가 판명되고, 유감스럽게도

수컷은 알을 깨고 나온 지 한 시간여

만에 폐기처분되어 생을 마감한다.

그렇다면 산란계(알 낳는 닭)가 아닌,

고기를 얻을 목적으로 기르는 육계

의 경우 암수를 구별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암수를 섞어

기르면 먹이를 독점하다시피 한 수

놈은 덩치가 비대해지고 상대적으로

암탉의 발육은 더디게 된다. 그래서

암놈 수놈을 분리사육해야 하는 것

이다.

사실 국내에서 활동하려면 감별사

자격증 따위가 필요 없었다. 그럼에

도 칠팔십년 대에 기를 쓰고 자격증

을 따려고 했던 것은 모두들 외국진

출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1978년,

병아리 감별사 자격증을 딴 김동일

이 난생 처음으로 비행기를 탔다. 미

국행이었다.

김동일이 도착한 곳은 노스캐롤라

이나 주와 버지니아 주의 접경지대에

있는 작은 농업도시였는데, 불과 6년

전에 건너가서 병아리 감별사로 활

동했던 그의 외사촌 형의 집은 건평

만 120평에 달하는 저택이었다. 미

국 이민 길에 오른 대부분의 한국인

들은 초반에 고전을 면치 못 했으나

병아리감별사만은 형편이 훨씬 유리

하였다.

“좋아. 나도!”

꿈이 있다는 건 좋은 것, 김동일

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고단한 감

별사 활동이 시작되었다. 외사촌 형

인 유금춘이 소속된 병아리 감별회

사는 일본인 소유였다. 당시만 해도

미국의 거의 모든 병아리 감별회사

는 일본인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

러니까 일본인이 병아리 감별회사를

차려놓고 미국의 각 부화장으로부터

일감을 주문받아서는 각 팀별로 배

분하는 방식이었다. 유금춘이 책임

맡고 있는 팀에는 유금춘 부부와 그

의 친동생들, 일본인 두 사람, 그리고

새로 들어온 김동일까지 합하여 9명

이 된 것이다.

땅덩이가 큰 나라여서인지 병아리

부화장의 규모가 어마어마하였다.

각자 자리를 잡고 감별작업을 시작

하였다. 일주일에 나흘 동안만 일한

다고 하지만 나날의 노동 강도는 살

인적이었다. 하루 20시간을 연속으

로 일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졸음

을 쫓기 위해서 한국에서 가져간 가

요 테이프를 돌렸다. 김동일 등의 애

창곡인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는

몇날며칠이고 쉴 새 없이 돌고 도느

라 지쳐 늘어졌고 김동일 일행도 녹

초가 되었다. 일감이 매번 같은 부화

장에만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한

곳에서 일을 마치고 서너 시간도 자

지 못 한 채 다른 부화장으로 옮아가

기도 했다.

아무리 그들이 감별 도사들이라

지만 그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판

정을 잘 못 하는 경우가 있었다. 98%,

그러니까 100마리 중 두 마리의 오

차는 양계장에서도 문제 삼지 않았

으나, 그 이상은 감별사가 책임을 져

야 했다. 가령 3개월 뒤에 수탉이 섞

여 있는 비율이 5%로 나타났다 하면

98%를 기준으로 하여 3%의 병아

리 값은 감별사가 해당 양계장에 배

상을 해야 했다. 어쨌든 일이야 힘들

었지만 주어진 보상은 만족스러웠다.

70년대 말 혹은 80년대 초에 주4일

근무하고 1천8백 달러의 월급을 손

에 쥐었다. 한화로 90여만 원이나 되

었으니 가히 파격적인 소득이었다.

98년도에 일시 귀국한 김동일은

이쁜 각시를 ‘얻어서’ 다시 미국으로

갔다. 아내도 병아리 감별을 배우고

싶어 했으나 작업장에 데리고 가서

가르치는 것을 일본인 사장이 용납

하지 않았다. 그래서 김동일은 한국

인이 사장으로 있는 감별회사를 찾

아 플로리다로 일터를 옮겼다. 일과

가 끝나면 아내에게 감별법을 가르

치기 위해 매일 작업장에서 병아리

한 상자를 가지고 퇴근하였다. 장소

가 마땅치 않아서 부부가 한밤중에

화장실에 들어가 연습을 하다가 수

상히 여긴 이웃으로부터 신고를 당

해 경찰이 다녀가기도 했다.

내가 그를 취재했던 2004년에,

김동일은 그 동안 모은 돈으로 아

칸소 주에 ‘놀이동산’ 하나를 조성

했다는데 당시 가격으로 30억 원에

이르는 재산이라 했다. 경제적으로

만 따지자면, 경기도 광주 촌놈인 김

동일의 아메리칸 드림은 보기 좋게

성취되었다.

다시 봄이다

그 매섭던 며칠간의 추위가 끝나

고 날이 훈훈하니 풀린다.

올해는 늦은 설연휴가 끝나니 맘

이 급해진다. 아직 자두나무 가지치

기도 덜 끝났고, 화목보일러에 넣을

나무도 좀 넉넉히 해 두어야 한다. 그

래도 제일 큰 일은 이 봄기운에 올라

오는 마늘을 비닐 위로 뽑아 올리는

일이다. 작년 가을부터 마늘씨를 장

만해서 11월에야 다 심을 수 있었다.

마늘을 다 심어 놓고 그 때부터 비가

줄기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마늘을

일찍 심은 사람들은 비 온다는 기상

정보에 재빠르게 비닐을 덮기 시작

했다. 오지랖 넓은 남편은 아직 마늘

못 심은 후배가 있다며 비 많이 온다

니 둘이서라도 비닐 좀 덮자는 나의

원망 어린 눈을 무시하고 마늘 심는

기계를 싣고 가 버린다. 남편을 원망

하면서도 아직 마늘을 못 심은 심정

은 오죽 할까 싶기도 했다. 그래도 우

린 다 심었으니….

그렇게 여유의 하루는 지나갔고

그 이후로 비는 쉴 새 없이 내리기 시

작했다. 비닐까지 덮어야 한해의 농

사일이 마무리 되는 것인데 이것은

볼일 보고 뒤 안 닦은 것처럼 계속 찜

찜하다. 그래도 맑은 날은 오리라 맘

을 달래며 전전긍긍하는데 마늘논

이 좀 말랐다 싶어 비닐을 덮어야지

하면 어김없이 비가 와서 논을 적신

다. 그렇게 11월을 다 보내고 나니 이

젠 더 이상 미루면 마늘이 냉해를 입

을 지경이어서 모내기 할 때처럼 질

퍽질퍽한 논에 못자리 할 때 흙 떠 붓

는 것처럼 그렇게 비닐을 덮었다. 모

래처럼 마른 논에 비닐 덮는 일도 벅

찬데 하물며 진논에 비닐을 덮는다

는 것은 온 논에 심어진 마늘씨에 대

한 자식같은 사랑이 아니고서는 도

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더더구나 그

자식이 얼어 죽을 판인데 더 이상 뭘

따지겠는가!

그렇게 비닐을 덮어놓고도 걱정은

끝나지 않는다. 그 질퍽함에 마늘은

도저히 뿌리를 못 내리고 썩어 버리

면 어쩌나… 깔끔하니 끝내고 드디

어 찾아온 2달간의 농한기를 여유롭

게 즐기고 싶었는데… 맘이 불편하

다. 그것이 병이 된다. 열달 넘게 들로

쫓아다닌 몸이 집안에 있자니 소화

도 안되고 의욕도 없어진다. 뭘 먹어

도 맛이 없다.

시장이 반찬이라던가, 들에서 시

장한 배를 부여안고 돌아와 떠 넣는

식은밥 한덩이도 꿀맛이었는데….

꼭 하이디가 알프스의 푸른산을 뛰

어다니다 도시의 집에 갇혀 있는 것

처럼….

일년여를 밀쳐 두었던 구석구석 집

안 정리라도 하면 좋을덴데 일철이

나 마찬가지로 집안은 어지럽다. 그

것도 맘이 불편하다. 들일이 바쁠 때

는 들일이 바쁜데 집안 정리는 무슨

하면서 이유라도 있지만, 지금은 나

의 게으름으로 돌아오니 더 불편할

수 밖에. 또 아이들에게는 따라 다니

며 잔소리다. 이미 들에 있는 엄마에

게 길들여진 우리 아이들은 집안의

엄마가 따라다니며 잔소리를 하니

자꾸 나갈 건수만 만든다.

그렇게 송아지 몇 마리 받아내고

젓멕이고 추위에 설사하는 놈 돌보

고 이제 제법 겅중겅중 뛰어다니니

날이 훈훈하다. 반갑게 마늘논으로

뛰어나가니 벌써 마늘이 제법 싹을

내민다. 신기하게도 그 질퍽했던 논

은 쌀가루처럼 흙이 보드랍고 보드

랍다. 더더구나 썩어버리지 않았나

했던 마늘은 예쁘게 예쁘게 싹을 내

밀고 있지 않는가! 그래서 생명은 위

대한 것이다. 어떠한 악조건에도 생

명을 키위내지 않는가.

그 여린 생명을 보는 순간 나의 몸

은 달아 오른다. 저 악조건에서 올

라온 어린 생명을 이젠 나의 손으로

키워내야 한다는 강한 모성애… 그

첫 번째 작업이 비닐위로 유인하는

일인 것이다. 소머리를 곤다. 일하시

러 오시는 어르신들 뜨듯하게 드실

것이다.

자, 다시 봄이다.

들을 휘 한바퀴 돌고 오니 밥맛도

좋고 아이들도 편안하다. 역시 난 들

체질 인가보다.

전통주, 젊은 세대에 홍보하라

우리민족의 역사와 함께 했던 우리술이 하

나의 산업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 불과 5년여

전이다. 2010년 전통주 진흥법이 제정되면서

정책적으로 우리술을 전통주라는 이름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쌀로 밥을 하면 한 배, 떡을 하면 두 배, 술

을 담그면 세 배의 가치가 된다고 한다. 쌀의

부가가치를 가장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술을

빚는 일이라는 뜻이다.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쌀이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조선시대에 흉년

이 들면 금주령을 내려 술을 담가 먹지 못하

게 했다. 불과 25년 전까지도 쌀로 술을 만들

지 못하게 해 막걸리는 전부 밀가루로 만들었

다. 그러나 지금 쌀 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

해 쌀이 남아돌아 쌀로 술을 담가 먹는 것을

권장하고도 남을 상황에 처해 있다.

2010년 전통주 진흥법이 제정되고 정부

와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전통주 제

조자들의 노력으로 다양한 전통주가 복원되

고 개발됐다. 그러나 이미 주류시장은 소주

(38.9%)와 맥주(48.7%)가 90%가량 점유하

고 있어 영세한 전통주가 시장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전통주에 대해 인터

넷판매 홈쇼핑 판매 등 일반 주류와 달리 예

외적으로 특혜를 주고 있지만 전통주는 선물

용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통주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극

적인 홍보를 통해 소비자들의 선입견을 바꿔

야 한다.

서울 인사동에 있는 전통주 갤러리를 찾

아 전통주 체험과 시음을 해본 소비자들은

하나같이 전통주의 맛과 종류에 감탄을 자

아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선 소비자들

이 쉽게 전통주를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하

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찾아가는 양조장,

전통주의 6차산업화를 통해 소비자 접촉

을 넓히고 있지만 그것으로 부족하다. 도심

에 규모 있는 전통주 갤러리를 개설해야한

다. 인사동의 전통주 갤러리는 너무 협소해

방문객들이 오랫동안 체류하고 다양한 경험

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전통주 업체와 관

련단체 그리고 정부가 힘을 모아 대규모 갤

러리를 만들어 전국에서 생산되는 전통주가

모두 전시되고, 다양한 체험과 시음 구매 등

이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이

는 전통주 홍보와 수요확대 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

러 전통주 전문 주점의 개설도 적극 검토해

야한다. 일본의 이자카야와 같은 고급스러

운 전통주 주점을 개설해 전통주 수요를 새

로이 만들어야 한다. 단절됐던 전통주 문화

가 21세기 신산업으로 각광받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에게 홍보해야 한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정책이 절실하다.

한의사협회, 생녹용 유통에 개입하지 말아야

2015년 2월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

품의 기준 및 규격」(식품공전)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개정안에는 생녹용 유통을 부

분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생

녹용의 ‘털을 제거 하거나 90℃ 이상 열수 등

으로 3회 이상 세척 후 냉동상태로 포장 및

보관·유통된 것이어야 하며 추출가공식품류

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국내에서 생산된 녹용은 건조·유통하던

것이었으나 이번 개정안으로 생녹용이 냉동

상태로 유통 가능해졌다. 사슴농가들은 생산

한 녹용을 별도의 건조시설에서 건조하지 않

고 위생처리를 거친 뒤 냉동상태로 유통할 수

있게 됐다. 생산비 절감은 물론 수입 건조녹

용과 비교해 다소나마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는 데 의미가 더해진다.

그런데 이 식품공전의 개정을 놓고 대한한

의사협회에서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아울러

지난달 발생한 사슴소모성질병을 계기로 생

녹용 유통에 더욱 적극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한국사슴협회는 ‘한의사들이 값

싼 수입산 녹용을 이용하여 이득을 보려는

속셈’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녹용은 축산물이다. 녹용은 생산해서 생

으로 먹는 것이 아니다. 생녹용은 생산 후 깨

끗이 씻어 즉시 냉동하여 냉동상태로 유통된

다. 식품으로 추출시에는 중탕기에서 100℃

이상에서 6~8시간 달여 사용하는 것으로 위

생상 문제가 될 소지가 없다. 도축 후 냉장 유

통된 축산물을 생으로 또는 가열해 먹는 우

리 식생활만 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

데 유독 생녹용만을 문제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한의사협회가 제기하는 사슴소모성질병은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전염된 사례도 없거니

와 사람·가축 및 다른 동물에 감염된다는 증

거도 없다고 WTO와 미국 캐나다의 관련 기

관에서 확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의사협회에서 국내산 녹용은 위험하고 수입

산 녹용이 위생적이라고 호도하면서 수입 녹

용을 홍보하고 있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신토

불이를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이해하기 어려

운 처사라 할 것이다.

이미 녹용시장은 수입산에 의해 장악돼 있

는 상태다. 2,600여 사슴농가들이 20%도

채 남지 않은 국내산 녹용시장에 매달려 있

다. 한의사협회의 녹용유통에 대한 과도한

개입은 여기서 중단돼야 마땅하다. 국민건강

을 빙자해 자신의 이익을 취한다는 비난을 어

떻게 막을 것인가.

사 설

여 론 광 장 9

그 시절 우리는 /

병아리 감별사 ③

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황정미

경북 의성군 봉양면

이상락

소설가

Page 10: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의 전통주 시음관. …pdf.ikpnews.net/697/69712.pdf · 기는 막걸리 역시 누룩이나 부재료를

제697호 2016년 3월 7일 월요일

농민운동, 또 하나의 큰 별이 지다

故 윤정석 전농 고문 장례 엄수 … 고인 따르던 많은 농민, 애도 물결

지난달 28일 오전 8시, 윤정석 전농 고

문이 향년 79세의 나이로 영면에 들었다.

윤 고문은 2014년부터 고향인 구미 선

산병원에 입원해 노환으로 인한 병마와

싸워오다 그토록 바라던 농민해방세상을

보지 못한 채 끝내 눈을 감고 말았다.

윤 고문은 경북 구미 선산에서 태어나

1989년 전국농민운동연합 의장 및 전국

민족민주운동연합 공동의장, 1990년 전

농 경북도연맹 초대의장을 거쳐 1993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을 역임하는 등 농

민운동에 한 평생을 바친 인물이었다.

이에 평소 윤 고문을 따르던 많은 농민

들은 장례위원회를 꾸리고 지난달 29일

저녁 추모제를 진행했다. 구미 선산제일

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 추모제에는

유족과 김영호 전농 의장, 정현찬 가톨릭

농민회 회장, 한도숙 전농 고문, 이광석 전

농 고문 등 200여명의 농민, 시민사회단

체 관계자들이 참여해 고인의 삶을 추억

하고 뜻을 기렸다.

김 의장은 추모사를 통해 “150살까지

살아서 우리 민중들을 핍박하던 놈들을

심판하겠다던 윤정석 의장, 죽어서도 염

라대왕에 출마해 생전에 나쁜 일한 사람

들을 심판하겠다던 윤정석 의장이 보고

싶다”라며 그가 떠남을 아쉬워했고, 이중

기 전 영천시농민회 회장은 “20대 후반의

나와 40대 후반의 윤정석 의장이 함께 오

토바이를 타고 농민들을 조직하러 다녔

던 일, 지금도 생생하다”라며 “농민들을

분연히 일으켜 세웠던 당신의 천둥 같은

직설을 잊지 않겠다. 당신이 바랐던 농민

해방세상 우리가 꼭 만들어 내겠다. 잘 가

시라”며 끝내 흐느꼈다.

추모제 참석자들은 이후 새벽까지 남

아 그를 애도했으며, 농민장으로 치러진

장례식은 이튿날인 1일 오전 7시 경 발인

을 시작으로 고인의 활동과 추억의 장소

인 고아농협과 선산 일호광장에서 그를

기리는 노제를 진행하고 그가 농민들을

조직했던 선산읍 거리를 걸으며 고인을

추억했다. 이후 고인의 흔적이 남은 생가

에서 넋을 위로하고 황산리 선산에서 하

관을 진행하기까지, 고인과 함께 했었던

많은 농민들은 자리를 함께 하며 그가 가

는 마지막 길을 지켰다.� 정주용�기자�

영원한 농민운동가 故 윤정석 의장이 걸어온 길

1938년 3월 1일 구미 출생

1985년 가톨릭농민회 대구교구연합회장( ~1989)

1989년 전국농민운동연합의장

1990년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 의장( ~1992)

1991년 민주주의민족통일 전국연합 대구경북연합

상임의장( ~1992)

1993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1995. 3)

1994년 2월 1일 서울 종로농민시위주도

UR저지운동

1994년 UR협상 국회비준 저지운동 주도

1995년 5월 민주당 구미을 지구당 위원장

2014년 7월 병원 입원

2016년 투병 중 2월 28일 오전 8시 구미 선산제일병

원에서 영면

즉석밥 수출·사업량 확대 … 농협 쌀값 동향 촉각

“지난해 지역농협 RPC 적자

340억원 집계돼 …

현재 재고량 110만톤”

계속되는 쌀값 하락과 쌀 소비 부진에

농협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2년 연속 300

억이 넘는 적자를 시현한 지역농협 RPC

들은 정부의 쌀 추가격리 발표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농협경제지주 계열사인 NH무역(대표

이사 김청룡)은 지난 3일 즉석밥 가공제

품을 미주·캐나다 지역으로 첫 수출했

다. 이번에 수출한 즉석밥 <집밥>은 남원

농협(전남 남원시)에서 생산한 쌀로 개발

했으며 미주 서부지역 및 캐나다의 대형

마트에 입점할 예정이다. 이날엔 초기 계

약물량 50톤 중 1차 수출분 14톤(210g×

2,800박스)이 선적됐다.

NH무역은 이번 수출을 시작으로 동남

아, 유럽, 호주 등으로 쌀 가공제품 수출

을 확대할 계획이다. NH무역은 지난 1월

중국에 우리쌀 30톤을 수출한 데 이어 지

난달에도 동송농협(강원 철원군) 오대쌀

36톤을 수출한 바 있다.

이상욱 농협중앙회 농업경제 대표이사

는 “일반양곡은 물론 쌀 가공품을 적극

개발해 중국을 비롯한 세계 전역에 우리

쌀 수출이 확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

겠다”고 밝혔다.

앞서 2일엔 농협양곡(대표이사 조권형)

이 2016년 사업추진 결의대회를 열고 올

해 사업물량 5,230억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이는 전년실적 대비 4.1%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농협양곡은 RPC간 조곡

중개 활성화와 계통판매장 및 제조업체

공급이 늘며 계획대비 543억원 초과한

5,022억원의 사업물량 실적을 올렸다.

농협양곡은 3대 핵심전략으로 △농협

양곡 및 지역농협간 사업경합 방지 원칙

하에 신규거래처 적극 개척 △소비자 기

호변화에 대응한 신상품 개발 및 마케팅

추진 △지역농협 보유 원료곡 가공·판매

사업 신규 추진을 선정했다. 또, 설립 1주

년을 맞아 지역농협과 공동으로 식자재

전문매장 및 기타 대량수요처 대상 판촉

행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가 지난달 쌀 시장 안정을 목

표로 15만7,000톤을 이달 중 추가격리하

겠다고 발표했지만 지역농협 RPC들의 표

정은 좀체 펴지지 않는 모습이다. 농협중

앙회 양곡부 관계자는 “지난해 지역농협

RPC 적자가 총 340억원 정도로 집계됐

다”며 “쌀 추가격리 발표가 시장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지역농협의 벼 재고량

이 110만 톤 정도다”라며 “신곡이 나올 때

까지 다 파는 게 목표지만 쌀값이 안정되는

방향으로 사업을 해야 하니 우선 가격이 보

합인지 반등인지 주시하고 있다”고 귀띔했

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432만7,000톤으

로 이 중 농협은 총 170만톤을 수매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홍기원�기자

실용화재단 “기술사업 지원 강화로 잘 사는 농촌 구현할 것”

2016년 수출 실적 1억 달러 달성 다짐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사장 류갑희)

이 지난달 26일 경기도 수원시 본사에서

2016년 주요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실용화재단 예산은 익산 이전에 따

른 건축 비용 포함 998억5,200만원이다.

우선 실용화재단은 기술사업 지원 강화

를 위해 지난 1월 1일 조직을 개편해 기술사

업 기능을 하나의 본부로 일원화하고 성과

관리팀을 신설했다.

실용화재단은 올해부터 농촌진흥청의

연구개발 기술뿐 아니라 민간기술의 사업

화를 본격 추진하기 위한 관련법 개정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식품가공 위

주의 기술이전에서 친환경, 미생물, 농자재

산업분야로 기술이전 대상을 확대하겠다

는 방침이다.

종자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하기 위한 사

업도 이어진다. 실용화재단은 호남권 종자

종합처리센터를 2017년 까지 완공하고, 향

후 영남권에도 종자종합처리센터를 설치

해 전국 규모의 종자생산 보급기지를 구축

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일본, 싱가포르 등 근거리 중심

으로 이뤄졌던 신선농산물 수출국을 ICT

와 농생명기술의 융복합으로 호주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실용화재단은 지난해 총 수출실적이

6,248만 달러로 집계됐다며 올해는 1억 달

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현재

수출실적의 65%를 농자재가 차지하고 있으

며, 지난해엔 딸기, 키위 등 국내육성품종의

첫 로열티 수입 성과도 있었다.

류갑희 이사장은 “2016년은 재단의 익

산 시대를 열어가는 중요한 길목인 만큼 연

초 새로운 비전 및 전략 체계를 마련하고

돈 버는 농업, 잘사는 농촌 구현을 위한 혁

신을 가속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안혜연�기자

도매시장법인협회 신임회장에 박상헌 대표

지난달 25일 정기총회 … 19대 회장 취임

박상헌 한국청

과 대표이사가 한

국농수산물도매

시장법인협회 회

장직을 새로 맡았

다.

도매시장법인

협회는 지난달 25

일 정기총회를 열고 회장을 선출했다. 투

표 결과 박상헌 대표가 이정수 대아청과

대표, 박상호 경기청과 대표를 제치고 당

선, 3년 임기를 시작했다.

박 회장은 1966년생으로 1985년 중앙

대학교에 입학해 동부워싱턴대학교에서

유학했다. 서울건해산물 대표이사와 동화

청과 대표이사, 한국청과 부회장을 거쳐

2012년부터 한국청과 대표이사직을 맡

고 있다.

박 회장은 “우리 협회가 도매법인협회

인 만큼 도매법인의 권익대변과 홍보를

중점적으로 하겠지만, 도매법인이 있는

건 농민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농민들과 많은 일을 같이 해 나갔

으면 한다”고 인사를 전했다.� 권순창�기자

삼삼데이 맞아 한돈 삼겹살 홍보 행사 열려

한돈자조금, 군 부대에 삼겹살 1,000㎏ 전달

삼삼데이(삼겹살데이)를 맞아 우리 돼

지를 알리는 행사가 열렸다. 삼삼데이는

국산 돼기고기 소비 촉진과 홍보를 위해

지난 2003년 제정한 날이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5일

부터 전국 주요 군 부대를 방문해 삼겹살

1,000㎏을 전달하는 한돈 사랑 캠페인을

벌였다. 한돈자조금은 캠페인 첫 날 육군

9사단에 삼겹살 350㎏을 전달하는 한편,

한돈 푸드트럭 ‘도니카’를 통해 간식용 한

돈 꼬치구이 500인분을 추가로 전했다.

강천수 육군 9사단 사단장은 “삼겹살

은 신세대 장병들이 가장 선호하는 메뉴

중 하나다”라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부

대원 모두가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감사를 표했다. 한돈자조

금은 같은날 해군 5전단, 그리고 지난 2

일 201 특공여단까지 3개 부대에 삼겹살

을 지원했다.

국방부는 2011년부터 매월 넷째 주 금

요일을 ‘삼겹살데이’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

으나 장병 1인당 삼겹살 양이 100g으로

한정돼 있다. 한돈자조금은 이런 점에 착

안해 장병들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한돈

삼겹살 파티를 제안해 행사를 마련했다.

이어 한돈자조금은 농협유통과 함께 3

일부터 6일까지 전국 49개 농협 하나로마

트에서 한돈 삼겹살 할인행사를 진행했

다. 이병규 한돈자조금 위원장은 “삼겹살

은 비타민B1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젖산

생성을 억제해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

라며 “최근 돼지고기 가격 하락 등으로 어

려움을 겪는 한돈 농가에 보탬을 주고자

행사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 홍기원��기자

10 종 합

고인이 생전에 농민들을 조직해냈던 선산읍 거리. 지난 1일 농민들이 고인을 추억하며 선산읍에서 노제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일 농협양곡 본사(서울 성동구)에서 2016년 농협양곡 사업추진 결의대회가 열렸다.

박상헌 신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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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호 2016년 3월 7일 월요일

민중연합당 창당 “99%의

직접 정치 실현할 것”

지난달 27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실내

체육관에서 열린 ‘99%의 희망 민중연합당 창

당대회’에서 2,500여명의 당원들이 ‘세상을 바

꾸자 민중연합당’이 적힌 손종이와 주황 풍선

을 흔들며 창당을 축하하고 있다. 농민,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여 만든 민중연합당은

이날 창당선언문에서 “상위 1%에게 위탁하는

정치, 대리 정치가 아니라 ‘99%의 직접 정치’를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 한승호�기자

학교우유 덤핑계약,

올해도 ‘역시나’유업체 간 과열경쟁 지난해보다 심해

올해도 학교우유급식 덤핑계약이 성행

하고 있다. 제도 정비가 이뤄지지 않아 지

난해의 문제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양

상이다. 한국낙농육우협회(회장 이승호)

는 “고정단가제에 준하는 제도가 필요하

다”는 지적을 계속하고 있다.

학교우유급식은 2001년부터 고정단가

제를 실시해 왔지만 2010년 공정위가 이

를 담합으로 규정한 뒤부터는 경쟁입찰

과 수의계약을 혼용해 왔다. 그러다 2012

년 감사원이 경쟁입찰을 실시할 것을 지

적하면서 학교마다 입찰제 전환을 진행

해 왔으며, 감사원은 지난해 말 이를 재차

지적함으로써 쐐기를 박아 놓은 상태다.

감사원이 ‘바로잡은’ 경쟁입찰제가 부

작용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원유 공급과

잉이 만성화되고부터다. 남아도는 원유를

헐값에라도 처분하기 위해 유업체들이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에 돌입했고 입찰단

가는 200ml 기준 200~300원으로 떨어

졌다. 농식품부가 시중가의 절반인 430

원을 기준단가로 설정했지만 여기서 다시

절반가량이 깎인 가격이다.

올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학교우유

급식 공급계약은 학교마다 매년 12~3월

사이 진행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12일까

지 수많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정부 대책은 전무했고 감사원의 압박만

이 가중됐다. 유업체들이 더욱 적극적으

로 덤핑에 뛰어든 결과 입찰단가는 100원

대 후반까지도 보편화됐다.

유업체 간 출혈경쟁은 특히 중소 유업

체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혀 낙농산업

전체를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여기에 낙농육우협회가 주목하는 더 큰

문제는 학교우유급식의 공공성 훼손이

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은 품질에 대한 학

생·학부모의 불신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원유수급 안정 시 민간유업체들의 우유급

식 기피 풍조를 만성적으로 조장하게 된

다. 우유 소비기반 안정과 미래 잠재수요

확보라는 학교우유급식의 취지가 무색하

게 되는 꼴이다.

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학

교우유급식 입찰단가에 ‘예정가격’과 ‘최

저제한가격’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도도

부현별로 이 두 가격을 설정해 예정가격보

다 낮고 최저제한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낙찰하는 방식이다. 낙

육협은 지난해부터 고정단가제가 힘들다

면 이같이 고정단가제에 준하는 제도를

마련할 것을 건의해 오고 있다.

조석진 낙농정책연구소장은 “지금 경쟁

입찰제도의 문제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

며 “학교우유급식의 올바른 시행을 위해

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의지가 중요하다”

고 지적했다.� 권순창�기자

음식점 김치도 국산 인증시대

국산김치 인증 1호점 탄생

음식점에서 흔히 사용하는 김치에도

국산 인증마크가 붙는다. 대한민국김치협

회(회장 김순자) 등 민간단체들이 주도한

‘국산김치자율표시’ 사업이 첫 발을 내딛

었다.

김치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매년 2

만~3만톤의 김치를 수출하는 반면 20만

톤가량의 김치를 수입하고 있다. 수입산

김치는 배추와 더불어 각종 채소류가 버

무려진 ‘수입채소 종합 세트’ 격이지만 일

반적으로 음식점주들은 원가 절감을 이유

로 수입산김치를 선호한다.

국산김치 사용 인증사업은 김치협회

와 한국외식산업협회,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한식재단 등 5

개 민간단체 대표로 구성한 국산김치자

율표시위원회(위원장 김순자)가 주관한

다. 100% 국산재료로 직접 김치를 담거

나 100% 국산재료를 취급하는 김치제조

업체 제품을 사용하는 업체가 자격대상

이다. 지난해부터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

해 지난달 26일 국산김치 사용 인증 1호

점 현판식을 열었다.

1호점으로 지정한 하남돼지집(대표 장

보환)은 지난해 대한한돈협회(회장 이병

규)의 한돈판매인증을 받은 업체로, 한돈

판매인증점 중 단일 프랜차이즈로 가장

많은 매장 수를 자랑한다. 현판식을 기점

으로 10개 가맹점에서 국산김치 사용을

시작하며 3월 15일까진 전국 170여개 매

장이 모두 참여할 계획이다. 하남돼지집

이 국산으로 전환할 김치는 연간 960톤

으로 배추 1,344톤, 무 192톤, 건고추 54

톤, 깐마늘 192톤에 해당하는 양이다. 농

가 예상 추가수익은 30억원 정도다.

이날 현판식엔 김순자 위원장과 장보환

대표를 비롯해 이현재 국회의원(하남), 이

준원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 이병

규 한돈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장보환 대

표는 “가격 차이 때문에 가맹점들을 설득

하는 데 많은 고충이 있었다”며 “이번에

국산김치 대체로 수입산과 차별화해 경쟁

력을 더욱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김순자

위원장은 “오늘 1호점을 기점으로 범국민

적 국산김치 소비확대 캠페인을 전개해 김

치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권순창�기자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 개선 … 부분환매 가능

환매대금 최초 상환 금액, 40%→30% 인하

한국농어촌공사(사장 이상무)가 경

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 제도가 개선

됨에 따라 부분환매가 허용돼 농가의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은 농어

촌공사가 경영위기에 처한 농가의 농

지를 매입해 매각대금으로 부채를 상

환하도록 하고, 매입 농지를 해당 농가

에 임대해 영농에 계속 종사하도록 지

원하는 제도다. 경영이 안정된 농가는

7~10년의 임대기간 종료 후 농지를 환

매할 수 있다.

지난 1월 1일 시행된 「한국농어촌공

사 및 농지관리기금법」 개정 법령에 따

르면, 종전에는 농가가 해당 농지 전체

를 환매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매도가

격의 2분의 1 이상으로 요청할 경우 부

분 환매가 가능해진다.

또 원래 환매대금의 분할 납부를 임

대기간 종료 전까지 상환해야 했지만,

법 개정에 의해 임대기간 종료 후 3년

이내 3회 분납할 수 있게 됐다. 최초 상

환 금액은 환매대금의 40%에서 30%

로 낮아졌다.

분할납부 시 적용하던 고정금리는

2.5%에서 2%로 인하하고 추가로 변동

금리를 도입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농어촌공사

(1577-7770, 061-338-5902~5903)

로 문의하면 된다.� 안혜연�기자

서울·부산 합한만큼 경지면적 줄었다

통계청, 2015년 경지면적조사 결과 발표

우리나라 경지면적이 지난 10년 동안

12만1,000㏊ 감소한 걸로 조사됐다. 논

과 밭 면적이 서울시(6만500㏊)와 부산시

(7만7,000㏊)를 합한 수준으로 줄어든 셈

이다.

통계청은 지난달 26일 2015년 경지면

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통계청에 따르

면 지난해 전국 경지면적은 167만9,000

㏊로 2014년 대비 1만2,100㏊ 줄었다. 한

해 동안 경지면적은 개간간척사업으로

1,100㏊ 늘었으나 시설공사(6,000㏊), 건

물건축(5,400㏊), 공공시설(1,400㏊), 유

휴지(300㏊) 등으로 줄어든 면적이 더 많

았다.

10년 전인 2006년 경지면적(180만

㏊)과 비교하면 지난해 논 면적은 108

만4,000㏊에서 90만8,000㏊로 줄어들

었고 밭 면적은 71만6,000㏊에서 77만

1,000㏊로 늘었다. 밭 면적 증가가 논 면

적 감소를 따르지 못하며 경지면적이 줄

어드는 추세다.

지난 한 해 동안 논 면적은 2만5,400㏊

감소했고 밭 면적은 1만3,300㏊ 증가해

같은 흐름을 보였다. 이는 밭에서 논으로

전환한 면적(1,800㏊)보다 논에서 밭으로

전환한 면적(2만900㏊)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시도별 경지면적은 전남(30만4,800㏊),

경북(27만4,500㏊), 충남(21만8,800㏊)

순으로 넓었으며 경지감소면적은 경북

(3,200㏊), 경남(2,300㏊), 강원(1,500㏊)

순으로 많았다. 경북은 논 면적이 9,000

㏊ 줄어든 반면 밭 면적이 5,800㏊ 늘어

논에서 밭으로의 전환이 가장 활발한 지

역으로 조사됐다.� 홍기원�기자

“풋거름 작물 습해 주의하세요”

언 땅 녹으며 습해 입어 … 배수로 관리 신경 써야

농촌진흥청(청장 이양호)이 풋거름 작

물 재배 농가에게 겨우내 얼어 있던 땅이

녹아 습해를 입을 수 있다며 철저한 배수

로 정비를 당부했다.

풋거름 작물 재배는 잡초가 자라는 것

을 막고 토양 유실도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유기물공급, 화학비료 대체, 토

양 특성 개량 등의 효과도 있어 현재 전국

2만6,205ha에서 풋거름 작물을 재배하

고 있다.

얼었던 땅이 녹으면 토양 내 수분이 많

아져 공기 흐름이 나빠지고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양분 흡수 기능이 떨어져

습해를 입게 된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12월부터 남부

지방 등에 많은 비와 폭설이 내린 만큼 습

해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며, 특히 비료 성

분이 풍부한 헤어리베치는 생육 초기에

습해를 받기 쉽고 눈이나 비가 내린 다음

기온이 내려가면 어는 피해까지 입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안혜연�기자

11종 합

국산김치자율표시위원회가 지난달 26일 하남돼지집 삼성코엑스 직영점에서 국산김치 사용 인증

점 현판식을 열었다. � 대한민국김치협회�제공

Page 12: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의 전통주 시음관. …pdf.ikpnews.net/697/69712.pdf · 기는 막걸리 역시 누룩이나 부재료를

www.ikpnews.net 12

[주간]

제697호2016년�3월�7일�월요일

전국쌀생산자협회

‘쌀 농가 대변하는 전국조직’ 결의

‘5,000회원, 100읍면분회, 50시군지부’ 건설 목표 … “쌀 생산비 보장받을 것”

전국쌀생산자협회(쌀협회)가

2016년 정기총회를 지난 3일 전북농

업인회관에서 열고 쌀 농가를 대변

하는 전국조직으로 우뚝 서 쌀 생산

비를 보장받을 것을 결의했다. 쌀협

회는 이를 위해 ‘5,000회원, 100읍

면분회, 50시군지부 건설’을 주요 목

표로 결정했다.

쌀협회는 △쌀수입 반대, 우리쌀

지키기 전국쌀생산자대회 성사 △쌀

값보장 위한 직불금 확대 등 제도개

선 사업 △회원확대와 재정자립을

위한 농약 공동구매사업 등을 중점

사업과제로 설정했다. 쌀협회는 또

한 쌀 가격 보장받기 위한 활동으로

△정부, 농협, 전문가, 농민 등이 참여

하는 쌀 생산비 공동조사 △물가상

승률 반영한 목표가격 인상 등 공공

비축수매 대응 △수분율 16% 통일

등 농협자체수매 대응 등을 전개할

계획이다. 더불어 △밥쌀용 쌀 수입

저지 및 저가수입쌀(TRQ) 시장 격

리 △중장기 쌀 수급안정 대책 대응

△지자체 직불금 유지·확대 △종자

와 재배 기술에 대한 시군 공유 등의

대중사업도 펼친다.

쌀협회는 정책적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정책위원장을 선임하고 정책팀

도 구성할 계획이다. 오는 총선과 관

련해선 우리쌀을 지키기 위한 요구

사항을 정리해 후보자 서약도 추진

한다. 소비자와 함께 감시단을 조직

해 수입쌀 부정유통에 대응하는 한

편, GM벼와 농지은행 등 농지문제

도 대응할 계획이다.

이효신 쌀협회 회장은 대회사에서

“식량주권과 우리쌀을 지키고 쌀농가

의 땀 흘린 대가를 보장받기 위해 쌀

농가의 염원으로 전국쌀생산자협회

가 창립한지 1년이 되는 의미있는 날

에 정기총회를 갖게 돼 감회가 새롭

다”며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반대

와 농민의 강력한 저항에도 2015년

부터 쌀관세화를 WTO에 통보해 쌀

전면개방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고,

쌀뿐만 아니라 우리농업을 포기하는

농정으로 농민들은 생존권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밝

혔다. 이 회장은 이어 “쌀값하락 대책

으로 정부가 발표한 ‘쌀수급 안정화

대책’을 분석해보면 쌀생산량과 생

산면적을 인위적으로 축소하고 그나

마 쌀값폭락으로 신음하는 농가들

에게 도움이 됐던 직불제를 축소하

려는 저의가 숨겨져 있다”며 “쌀협회

는 전농 등 우리쌀을 지키고자 뜻을

같이하는 국민과 함께 ‘전국쌀생산

자대회’를 성사시켜 정부의 쌀포기를

막아내고 쌀농가의 생존권을 지키는

투쟁을 전조직으로 힘차게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쌀협회는 “정부의 쌀 관세화 개방

이 쌀 뿐만 아니라 농업 포기 선언”이

라며 이에 맞서 쌀 농가의 이해와 요

구를 바탕으로 권익을 옹호하기 위

해 지난해 3월 창립했다. 쌀협회는

현재 8개 도본부를 구성했고, 46개

의 시군지부 책임자를 선정해 전국

적 조직 체계를 갖춰가고 있으며 회

원은 1,600여명이다.

한편, 쌀협회는 총회에 앞서 농촌

진흥청 앞에서 기자회견(사진)을 열

어 유전자조작 벼 개발 중단과 GM

작물개발 사업단 해체를 촉구했다.

� 박경철�기자�

수입산 녹용 팔려고 국내산 앞길 막나

생녹용 식품섭취, 한의사협 조직적 반대 … 사슴농가 “유별난 횡포” 격앙

지난해부터 추출가공식품류에 한해 생녹

용 원료사용이 제한적으로 허용됐지만 수입

녹용을 앞세운 한의사단체의 조직적인 반발

이 이어지고 있다. 한의사들의 국내산 생녹용

식품 섭취 반대 움직임에 사슴농가들의 근심

이 깊어지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4일 보도자료

를 통해 최근 발생한 사슴만성소모성질병을

언급하며 당분간 국내산 사슴뿔(녹용) 식품섭

취 자제를 권고했다. 그러면서 “한의의료기관

에선 뉴질랜드, 러시아 등의 의약품용 녹용을

건조한 채 각종 안전성 검사를 통과한 것만 사

용한다”라며 수입녹용의 안전성을 주장했다.

한국사슴협회는 “(한의사협회가)겉으로

는 국민보건을 운운하지만 속셈은 우리 농가

의 생녹용을 식품으로 사용 못하게 하고 값

싼 수입산 건녹용을 독점하려 한다”고 반발

하고 나섰다. 사슴협회는 한의사협회가 보도

자료를 배포한 다음날인 25일 “경남 사슴농

가에서 사슴만성소모성질병이 발생해 해당

농가 전두수를 살처분하고 거래관계가 있는

사슴농장을 포함 총 107두를 예방 살처분하

는 등 질병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

히며 “생녹용이 위생상 하등의 문제가 없음

에도 한의사협회가 횡포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대복 사슴협회 사무총장은 “녹용 역시 소

고기나 돼지고기처럼 축산물일 뿐이다. 한의

사들이 유별나게 대응한다”고 말했다. 신 사

무총장은 “현재 국산 생녹용은 1냥(37.5g)에

8,000원 대인데 뉴질랜드산 전지는 1냥에

4,000원 대에 수입된다”면서 “한의사들이 수

입산 건녹용을 쓰는 이유는 단가 차이 때문이

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생녹용은 지난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시를 개정하며 제한적

으로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식약처 개

정고시에 따르면 생녹용은 추출가공식품류

에 한해 털을 제거하거나 90℃ 이상의 열수 등

을 이용해 3회 이상 세척 뒤 냉동상태로 포장

및 보관 유통하면 원료로 사용된다.

윤혜정 식약처 식품기준과 과장은 “지금까

지 정보에 의하면 사슴만성소모성질병이 사

람으로 전염은 안 된다”라며 한의사협회의 국

내산 녹용 식품섭취 자제 권고를 일축했다. 윤

과장은 “또다른 안전성에 관한 정보가 나오지

않는 한 국내산 생녹용의 제한적인 식품원료

지위는 인정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5월 한의사협회 임원들이 식

약처를 상대로 개정고시 취소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취임한 서

종구 사슴협회 회장은 “한의사들이 대형로펌

변호사를 선임해 농가들의 근심이 깊다”라며

“국내산 녹용이 우리나라 소비의 20%도 미치

지 않는데 농가들이 생녹용을 팔지 못하면 어

떻게 하냐”고 호소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1위 녹용 소비국가이지만

수입산 소비가 국내산을 앞지르고 있다. 관세

청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지난해 사슴뿔전

지 수입중량은 184톤(2,916만5,000달러)에

이르며 이 중 뉴질랜드산이 143톤(1,948만

5,000달러)을 차지했다. 지난해 한-뉴질랜드

FTA가 발효되며 뉴질랜드산 녹용에 붙는 관

세(20%)도 15년 내 철폐된다.� 홍기원�기자

“쌀, 넘치니 줄이라” VS “대책을 달라”

정부, 영농철 앞두고 쌀 감산 집중 홍보

현장, 풍년 때마다 반복 … 정부 신뢰 ‘바닥’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정부가 쌀감산

홍보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농민들은 대책

이 없다며 고개를 내젓고 있다. 쌀 감산에는 동

의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대안이 전무한 실정

탓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9일 전주에 위

치한 한국농수산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들

녘경영체 쌀적정생산 워크숍에서 쌀 공급과잉

에 대한 문제점을 열거하면서 그동안의 쌀값

안정을 위한 노력을 설명했다.

김종훈 식량정책관은 “지난해 풍년으로 정

부 재고부담이 적정재고량 대비 2배를 넘어섰

다 ”면서 “쌀값이 하락하고 이를 보전하기 위

해 재정압박 또한 심각하다”며 쌀감산의 필요

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올해 3만ha 생산을

줄이고 수출목표도 4,000톤으로 확대했다”

고 밝혔다. kg당 2,000원 넘게 사들인 정부

양곡을 kg당 200원 사료용으로 파는 비효율

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이어 김 식량정책관은 “쌀에 대한 농가비중과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현실”도

언급했지만 결론은 “쌀 감산이 필요하다”로 모

아졌다.

박선우 식량산업과장은 “나쁜 생산량 증가

를 억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밀식재배,

과다시비 등을 자제해야 한다. 모든 분들이

10%씩만 생산량을 줄여 달라. 농사 품목의

다각화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날 전국 각지의 들녘경영체 농가들이 참

석했다. 경남의 한 브랜드 쌀 생산 농가로 참석

한 오춘기(66) 농민은 “올해부터 브랜드 쌀의

검사가 더욱 엄격해졌다. 수확전 후 5가지 검

사를 해서 합격하면 브랜드 쌀로, 불합격하면

일반쌀로 수매한다고 들었다”면서 “차등지급

얘기가 나왔는데 얼마나 가격차가 있는지는

군과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 고품질 쌀 생산을

위한 조치라 농민들도 이해는 하고 있다”고 말

했다. 하지만 당장 생산면적을 줄이라고 하는

데에는 적잖은 반발이 나왔다

같은 지역 농민 손해경(61) 씨는 “쌀대신 대

체작목을 심으라고 하는데, 가격만 좋다면 농

민들도 자연스레 관심을 가진다. 문제는 누가

쌀 만큼의 가격보장을 장담하겠냐는 것이다.

쌀 줄여 심으란 얘기도 올해만 나온 게 아니라

풍년 때마다 이어졌다. 그러나 흉년기운만 들

어도 정책이 원위치 되는데…. 정부 신뢰가 바

닥인 상태 아닌가”라고 쓴소리를 보탰다.

� 원재정�기자

※박홍규�화백의�농민만평은�개인

사정으로�한�주�쉽니다.

농민·노동자·시민 2만 명 “박근혜 독재 심판해야” l 지난달 27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기억하라! 분노하라! 심판하라! 4차 민중총궐기 및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약 2만여 명의 농민, 노동자, 시민들이 박근혜 정권 3년의 실정을 규탄하는 대회를 마친 뒤 지난해 11월 1차 민중총궐기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쓰러져 사경

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 농민을 상징하는 모형물을 앞세우고 백씨가 입원중인 서울대병원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 한승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