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부패방지넘어 윤리경영으로 - posri · 2015-12-28 · 22 chindia journal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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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부패방지법 제정이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시민운동가인 안나 하자 레는 의회가 제정하려던 부패방지법이 고위 공직자들을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비판하며 단식에 돌입해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 냈다. 의회는 결국 더 강화된 수준의 부패방지법을 제정하기로 약속했다. 부정부패는 어느 나라에서나 이슈가 되지만, 인도에서는 작은 민원이나 사업 에서도 뇌물이 일상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경제 효율을 저해하는 장애물로 지목 되어 왔다. 사업 진행에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경제계에서 부정부패 풍토가 사라지면 자원이 경제 선순환에 활용되고, 외국인들의 투자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인도는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도 부패 척 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 인도, 부패 방지 넘어 윤리경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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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부패방지법 제정이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시민운동가인 안나 하자

레는 의회가 제정하려던 부패방지법이 고위 공직자들을 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고 비판하며 단식에 돌입해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 냈다. 의회는 결국 더 강화된

수준의 부패방지법을 제정하기로 약속했다.

부정부패는 어느 나라에서나 늘 이슈가 되지만, 인도에서는 작은 민원이나 사업

에서도 뇌물이 일상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경제 효율을 저해하는 장애물로 지목

되어 왔다. 사업 진행에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경제계에서 부정부패 풍토가 사라지면 자원이 경제 선순환에 활용되고,

외국인들의 투자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인도는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도 부패 척

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

인도, 부패방지넘어윤리경 으로

22 Chindia Journal 2011. 10.

인도는 지금 공무원의 부정부패 문제로 떠들썩하

다. 독립 이후 연방정부 총리, 연방정부 장관, 주

정부 총리 등 고위 공직자가 연루된 부정부패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현재 인도 중앙수사국(CBI)에서 수사 중인 2세 통신

망 입찰 관련 부정부패 사건은 2001년 인도국민당(BJP)

정부가 시작한 이동통신사업의‘선착순 우선’정책과

관련되어 있다. 감사원은 6개 통신사들이 2008년에 2G

통신주파수 사용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정부가 1조

7,690억 루피(약 40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봤다는 보고

서를 제출했다. 인도 국민들은 경악했다. 연방정부는 그

외에도 2010년 연방경기 회와 관련된 뇌물 사건 등

여러 부정부패 사건들로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부정부패 사건들은 부분 인도의 국내 기업 또는 다

국적 기업이 특혜를 받기 위해 정치가와 관료에게 뇌물

을 제공한 경우다. ‘인허가’가 부정부패 고리의 핵심이

다. 인도에서 기업을 운 하는 데 필요한 갖가지 인가

및 허가를 얻기 위해서는 정치가와 관료의 후원이 필수

적이다.

한편 정치가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선거자금이 필

요하고 관료는 이 정치가에 줄을 기 위한 자금이 필

요하다. 이것이 부정부패의 근본 원인이다. 액턴(Acton)

경이 언명한 바와 같이“권력은 부패하며 절 권력은

절 부패한다.”

전국적인 관심을 끄는 형 사건들 외에도 일상에서

벌어지는 공무원의 부정부패 사례는 허다하다. 행정관

청의 업무는 지연되고 재판은 연기되며‘급행료’가 필

요하다. 세무공무원이 챙기는 뇌물은 탈세로 이어져 세

금이 줄줄 새고, 빈민에게 지원되는 식량이 사라지고,

공익사업의 노임이 착복된다.

부패는 경제 발전을 저해하고 전체 사회에 한 믿음

을 훼손한다. 그 결과 정치는 파편화되고 군소 정당들

이 난립하여 자신들의 편협한 이해만 관철시키려 한다.

부패는 인도에서 자본주의와 의제 민주주의 발전이

갖는 가장 어두운 측면의 하나일 것이다.

인도, 국민의 힘으로 부패 문제에 칼을 다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공감 형성

Cover Story

ⓒ연합뉴스

단식 투쟁을 통해 엄격해진 부패방지법의 제정 약속을 이끌어 낸 안나 하

자레

2011. 10. Chindia Journal 23

정부, 부정부패감시위해〈로크팔〉법추진

현재 집권 중인 연방정부는 2004년 정권 집권 시 발

표한 공동최소강령(CMP)에서〈로크 팔〉(Lok Pal) 법안을

제정하기로 약속했다. 로크 팔은 문자 그 로 해석하면

‘민치(民治)’라고 할 수 있으나‘반(反)부정부패기구’

또는‘인도판 옴부즈맨’으로 명명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는 약속의 이행을 미루고 있다가 여러 부정부패

혐의로 궁지에 몰리자 마침내 올해 1월 프라납 무케르

지 연방 재무장관을 의장으로 하는 장관단을 구성하여

〈로크 팔〉의 제정을 포함하여 부정부패를 해결할 조치

를 내놓도록 했다.

현재 인도에서는 공무원의 부

정부패 행위를〈형법〉과〈부정부

패방지법〉에 의해 소추할 수 있

다. 그러나〈형사소송법〉과〈부정

부패방지법〉에는 CBI와 같은 조사

기관이 연방정부 및 주정부 공무

원을 법원에 소추하려면 먼저 해

당 정부 부서의 재가를 받도록 되

어 있다. 물론 이 규정은 정직한

공무원이 괴로움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장치

다. 하지만 실제로는 공무원의 소추 요구를 지연시키

는 데 악용되고 있다. 2010년 말 기준 연방정부는 236

건의 재가 요청에 답하지 않고 있으며, 그중 66%에 달

하는 155건은 3개월 이상 지연되고 있다. 주정부는 84

건에 해 회신하지 않고 있고, 그중 13건은 3개월 이

상 경과한 것이다. 나아가 연방정부의 부정부패 사건

담당기관인 중앙감시위원회(CVC)가 2005년과 2009년

사이에 혐의 공무원에 한 형사 소추를 허가한 건수

는 846건으로 전체 요청 건수인 1만 3,061건의 6%에 불

과하다.

인도의 연방정부 총리 등 고위공직자들은 그 누구도

부정부패 사건으로 소추되어 유죄판결을 받은 적이 없

다. 이는 현재 부정부패 방지법들이 부패공무원, 특히

고위 공직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장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자레단식으로고위관료에 한적용요구

〈로크 팔〉법안은 인도 공무원의 부패문제를 다룰

옴부즈맨 형태의 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으로 1968

년 처음으로 제안되었다. 그 후 2001년까지 7차례나

더 제안되었지만, 1985년에 철회된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자동 폐기되었다. 한편 18개 주는 주정부 차원에

서‘로카유크타’(Lokayukta, 국민청원)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주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

나 체로 법원 판사나 고등

법원장이‘로카유크타’직을 담

당하여 주총리, 주의회 의원, 주

공무원, 공기업체 직원 등의 부

정부패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로크 팔〉법안의 기본적인 아

이디어는 핀란드, 노르웨이, 덴

마크, 스웨덴, 국 및 뉴질랜드

에서 시행하고 있는 옴부즈맨

개념에서 차용한 것이다. 옴부즈맨은 사법부, 행정부

및 입법부 모두로부터 독립한 고위 사법관과 유사한 기

관이다.

〈로크 팔〉법안은 지난 8월 4일 의회에 제안되어 법

률 및 사법 담당 상임위원회에 회부되었다. 그런데 법

안이 의회에 제출되자, 사회운동가인 안나 하자레(Anna

Hazare)와 지지자들(안나 팀으로 불림)은 정부가 제출한

법안이 자신들이 주장한‘잔 로크 팔(시민 로크 팔)’법

안 내용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하면서 8월 16일 단식

투쟁에 들어가려 했다. “현직 연방총리와 사법부 판사

들 및 의회 의원들의 의회 내 활동을 조사 관할 상에

서 제외”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국은 그와 지지자들을 체포해 델리 근처 티하르 감

옥에 수감시켰다. 공교롭게도 티하르 감옥은 바로 2G

인도, 부패방지넘어윤리경 으로

평소 정치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던 인도

중산층이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계기로

부정부패 문제에 관심을 갖고, 언론이 이

를 적으로 보도하면서 하나의 거

한 반부패 사회운동이 전개되었다.

통신주파수 스캔들의 주인공인 라자(A. Raja)가 투옥되

어 있는 곳이다. 안나 팀을 시민들로부터 격리하려 했

던 정부 당국의 의도와는 정반 로 티하르 감옥 주변을

비롯하여 인도 전역에서 수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 그의

체포에 항의하는 집회와 시위를 벌 다. 결국 당국은 8

월 18일에 그를 석방할 수밖에 없었다.

하자레는 석방되자마자 델리의 람릴라 마이단 공원

에서 15일간의 단식에 들어갔다. 단식 기간 중에 하자

레는“사회의 긍정적인 것 모두의 상징이자 사회문제의

해결사”로 부상했고, 힌두 근본주의 성향의 단체에서부

터 각기 다른 성향의 비정부기구(NGO)들이 단식 농성

장에 몰려들어 그의 단식을 지지했다.

정부, 국민들의요구에굴복

평소 정치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던 인도 중산층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그것이 일

상생활에 미치는 향으로 인해 중산층이 부정부패, 특

히 고위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문제에 눈을 뜨고, 언론

이 이를 적으로 보도하면서 하나의 거 한 반부패

사회운동이 전개되었다.

마침내 인도 정부는 하자레와 국민들의 힘에 굴복했

다. 의회는 8월 27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잔 로크 팔’

에 명시된 하자레의 주요 요구 사항들을 수용하여〈로

크 팔〉법안을 마련하겠다는 결의를 채택했다. 이 결의

는 인도 의회 사상 처음 있는 역사적인 일로, 모든 정당

들이 정부 법안을 도입하면서 국민들의 여론을 읽지 못

했음을 고백한 셈이다. 이제 의회는 국민들이 제기한

핵심 사항들을 새로 반 하여 정부 법안을 다시 논의하

게 되었다.

31명의 상하원 의원으로 구성된 상임위원회는 정부

법안 외에‘잔 로크 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전국 캠

페인(NCRPI)의 논평과 제안, 록사타(Lok Satta) 당의 제안

등 모든 시민사회의 견해들을 반 하여 이번 의회 겨울

회기 전에 새 법안에 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시민운동단체들이 지적하는 정부 법안의 주요 문제점

은 △ 현직 연방정부 총리, 사법부 판사 그리고 의회의

원들의 의회 내 활동이 로크 팔의 조사 관할 상에서

제외되어 있고, △ 로크 팔이 불법적인 행위를 한 기업

에 해 취할 수 있는 조치, 예컨 정부와 기업 간의 불

법적인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한, 정부가 입은 손실

을 회복하기 위해 벌금을 부과하는 권한, 부정부패를 저

지른 회사들이 정부계약에 참여할 수 없도록 블랙리스

트를 작성하는 권한 등을 규정해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나 팀은 연방총리의 공공질서 및 국가안보에 관한

기능은 관할 상에서 제외할 수 있으며, 현재 의회에

제안된〈사법 기준 및 책임에 관한 법안〉보다 사법부의

책임을 더 강력하게 물을 수 있는 법안을 제정하는 조건

으로 판사들을 로크 팔의 관할 상에서 제외하는 데 동

의하는 등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의회의원들의 의

회 내 행위에 한 조사는 헌법상 보장된 의원들의 의회

내 활동에 한 면책권에 위배된다는 의견이 많다.

안나 하자레 운동이 인도 정부를 움직여 의회가‘효

율적이고 강력한 로크 팔’의 필요성을 언급하게 하는

결과를 거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정말 효율적이고

강력한〈로크 팔〉법이 제정될 때까지 시민운동가들과

전체 국민들은 관심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로크 팔〉법 제정은 부정부패 척결의 시작에 불과

하다. 그 위에 정치적 부패의 가장 중요한 원천인 금

권 선거를 차단하기 위한 선거제도의 개혁과‘음성자

금’을 밝혀내기 위한 세법 개혁도 이루어내야 한다.

또한 부정부패의 핵심 고리인 기업-정치가-관료 3자

관계에 타격을 주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제

도화하고 이들에 한 감시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24 Chindia Journal 2011. 10.

Cover Story

백 좌 흠경상 학교 법학과 교수

2011. 10. Chindia Journal 25

인도, 부패방지넘어윤리경 으로

지난해 인도의 부패지수 순위는 178개국 중 87위

다. 이는 알바니아, 자메이카, 라이베리아와 같은

수준이다. 부정부패는 입법, 행정, 사법 전반에 걸쳐 만

연해 있으며 일반인들도 이를 관행으로 여기고 있다.

인도에서 뇌물은 불법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제때 일

이 되도록 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 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상층 지도부까지 부정부패 스캔들로

곤혹을 겪고 있으며, 인도판 엔론 사건으로 불리는 사

티암 회계부정 사태에서 보듯 민간 기업의 부정부패도

만만치 않다.

일상에서도관례가된뇌물

인도의 가장 낮은 행정체계에서부터 뇌물이 횡행한

다. 운전면허증, 여권 등을 받는 데 보통 100루피에서 1

만 루피까지 뇌물을 준다. 급행을 원한다면 이의 4~5배

를 지급한다. 뇌물을 주면 일주일에서 한 달까지 걸리

는 운전면허증을 당일에 받을 수 있다. 고급 관료들의

부정부패 규모는 훨씬 더 크다. 2세 통신망 입찰 부

정이 표적이다.

행정체계의 고하를 막론하고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

다 보니‘사환에서 총리까지’라는 말이 생겼다. 1990년

인도국민회의(INC) 나라심하 라오 총리가 뇌물 수수

로 유죄를 판결 받았고, 현 UPA 정권의 장관과 각료들

도 부정부패 스캔들에 연루되어 감옥에 있다. 인도 고

등법원과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부정부패 사

건도 여럿 있다.

일반인들은 공무원이 뇌물을 요구하더라도‘일만 해

준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법원과경찰도예외가아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인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

들도 마찬가지다. 역설적이게도 부정부패와 관료주의의

폐해를 없애고자 설립된 곳이 오히려 온상이 되고 있다.

현재 인도 지방의회는 농촌 개발 사업과 관련해 정부로

부터 많은 예산을 지원받고 있는데, 이 돈이 지방의회

의원이나 관계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도시에서는

시의회가 주택 설계나 상수도 설치 등의 승인 권한을

갖는데, 이것이 뇌물의 고리가 된다. 현재 델리 시의회

는 인도에서 가장 부정부패가 심한 곳으로 꼽힌다.

경찰의 뇌물 수수도 심각하다.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

해 찾아간 사람은 경찰서에 사건을 접수시키기 위해 뇌

물을 줘야 한다.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 차량 등록과 운

전 면허증 관련 뇌물도 일상적이다. 교통 경찰은 도로

에서 오토바이나 차를 세워 트집을 잡아 뇌물을 요구하

기도 한다.

법원의 경우는 하급 법원이 상급 법원보다 뇌물 수수

행태가 심각하다. 범죄자와 변호사, 판사가 강하게 유

착되어 있으며, 법원 서기도 뇌물을 받는다.

농민들에게 출해 주는 농촌 금융기관도 부패가 매

우 심하다. 정부가 농민 출금 5만 루피를 승인했다면,

이 기관은 1만 루피를 제외한 4만 루피를 농민에 출

해 준다. 농민들은 이를 개의치 않는다. 다음 선거에서

서민부터 총리까지, 뇌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각종 승인은 물론 증명서 발급에도 뇌물

정부가 농민들의 출금을 탕감해주리라 기 하기 때

문이다. 농촌 지역 출은 이런 악순환을 되풀이한다.

인도는 광물이 풍부한 국가로 채광 산업의 수익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광물 관련 로비는 규모도 크다. 채광

권을 승인하고 갱신하는 광업부가 그 중심에 있다. 이

슈화되어 있는 자르칸드주의 마두코다 건과 카르나타

카주의 레디 형제 건이 표적인 광업부의 부정부패 사

건이다.

부동산업계의 부정부패도 심각하다. 주택부와 민간

건축업체들이 강하게 유착되어 있으며, 건설 업체들은

주택 건설을 위한 각종 승인을 얻기 위해 주택부에 뇌

물을 제공한다. 건설업체가 존재하

지도 않는 부지의 주택을 분양하는

경우도 있다. 선도 건설 업체 한 곳

은 최근 수도권 지역인 노이다 인

근에 주택 분양을 하고 수억 루피

를 받았다. 그러나 분양한 지역은

실체가 없었다. 주택부가 중산층에

주택을 할당할 때에도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다. 소위 줄이 있거나 뇌

물을 준 사람에게 분양을 하는 것

이다. 델리시 주택 관할 기구인 델리개발청(DDA) 역시

이 같은 이유로 비난을 받고 있다.

동부와북부지역에서더심각

공공기관이 부정부패로 병들어 있는 상황에서 민간

기업이 깨끗하기를 기 하기란 어렵다. 민간 기업의 부

정부패는 기업 자체 비리와 정부에 제공하는 뇌물로 나

뉜다.

기업 자체 비리는 사티암 회계 부정 사건과 씨티은행

사건이 표적이다. 탈세를 목적으로 구매 가격을 부풀

리는 것은 일반적이다. 유령 회사들을 활용해 회계 비

리를 저지르기도 한다.

민간 기업들은 각종 승인과 면허를 얻기 위해 공공

기관이나 공무원에 뇌물을 제공한다. 2세 통신망 주

파수를 따 내기 위해 민간 기업들은 통신부 장관인 라

자와 관료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했다. 인도는 정치

가, 로비스트, 기업인이 강하게 유착되어 있다. 암바니

와 진달 같은 기업 표가 정치인과 결탁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유명 여성 로비스트 니

이라 라디아가 정∙재계, 언론의 주요 인사들과 통화한

내용을 녹음한‘라디아 테이프’에는 라탄 타타 회장과

같은 기업인이 UPA 정부의 통신부 장관 재임에 어떤

향을 미쳤는지가 담겨 있다.

부정부패는 특히 경제 발전이 더딘 동부과 북부 지역

에서 더 심하게 나타난다. 자르칸

드, 비하르, 오리사, 웨스트벵갈, 우

타르프라데시 등 가난한 주들이 상

적으로 부유한 구자라트, 타 나

두, 케랄라 주보다 부정이 심하다.

가난과 높은 문맹률이 하나의 이유

가 되겠지만, 펀자브, 하리야나, 마

하라슈트라, 카르나타카, 델리 등

부유한 주들에서도 부패가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부정부패의 원인

은 훨씬 복합적이다.

공공서비스공급부족이근본원인

인도 부정부패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수요와 공급

의 불균형이다. 수요는 많은 반면 공급은 적기 때문이

다. 최근 많은 인도인이 해외 여행을 나간다. 여권 수요

가 더 많아진다. 그러나 여권 창구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여권 창구에 긴 줄이 늘어서 있고, 긴 줄을 서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뇌물을 준다.

둘째, 선거를 통해 정치 지도자들을 선출하는 인도에

서 선거 자체가 부정부패로 가득 차 있다. 다수 정당

은 정당 후보자 자리를 돈을 받고 판다. 이런 후보자가

당선되어 고위 행정 관료가 되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청

인도에서 뇌물은 불법적인 경우가 아

니더라도 제때 일이 되도록 하기 위

해 지불하는 비용이 되었다. 최근에

는 상층 지도부와 민간 기업들도 부

정부패 스캔들로 곤혹을 겪고 있다.

26 Chindia Journal 2011. 10.

Cover Story

2011. 10. Chindia Journal 27

렴할 것을 기 하기는 어렵다. 부패한 고위 관직자가

있고, 그 밑에 있는 공무원은 이를 따라 가는 것이다.

셋째, 인도 국민들은 부정부패를 견디고 있을 뿐 아

니라 부추기고 있다. 부정부패에 항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관례로 받아들이고,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는 것

을 인사치레로 생각하여 기꺼이 제공한다.

넷째, 교육이 도구적, 취업 중심적이다. 도덕과 윤리

교육은 학교와 학에서 점차 퇴색하고 있다. 도시에서

는 가족의 역할도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돈이 삶의 목

적이 되고 있다.

다섯째, 인도의 법과 각종 절차들은 매우 복잡하다.

일반인들이 이를 이해하기는 매우 어려워, 중개자가 필

요하다.

여섯째, 인도 공무원들의 임금이 상 적으로 적다. 공

무원들은 그들의 수입에 만족하지 못해 뇌물의 유혹을

받는 것이다.

일곱째, 문맹이 부정부패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을 모르는 사람에게 법률적인 것을 문제 삼아 겁을 주

고 뇌물을 받는 일은 어렵지 않다.

부정부패, 정치이슈로부상

1988년 부정부패방지법이 발효됐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고위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다루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밝혀지고 있는 2세 통신망 입찰

부정, 연방경기 회관련 부정사건, 의원 매수 사건 등

은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문제에 한 국민들의 인식을

깨우고 있다.

인도 국민들은 부정부패를 일상의 일부로 용인하지

만, 정부의 부정부패가 드러날 때마다 선거로 응징해왔

다. 특히‘부정부패에 반 하는 인도(India Against Cor-

ruption (IAC))’라는 NGO 단체는 부정부패에 한 국민

들의 의식과 행동에 불을 당겼다. IAC는 의회와 중앙정

부에‘잔 로크 빌’통과를 요구했다.

이 법은‘사환에서 총리까지’모든 계층의 부정부패

를 규제하고 있다. IAC를 이끌고 있는 안나 하자레(Anna

Hazare)는 중앙정부가 이 법안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

며 4월과 8월 두 차례 단식 투쟁을 했다. 이 단식 투쟁

은 인도 전역에서 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는‘그동

안 참을 만큼 참았고, 이제는 맞서 싸울 때’임을 인도인

에게 호소했다. 반(反)부정부패 운동에 한 국민들의

호응은 단하다.

인도의 부정부패는 매우 복잡한 원인을 가진, 뿌리

깊은 문제다. 따라서 한 번에 퇴치되거나 없어지기 어

렵다. 공공기관과 각종 법과 규제, 선거, 교육, 정경 유

착, 사고의 전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혁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부정부패를 일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국

민들이 이에 해 항의해야 한다. 뇌물을 주지 않으면

관공서 일이 제때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버리고 관공

서의 민 서비스는 국민의 당당한 권리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부정부패가 선거에 미치는 향력도 커졌다. 2010년

비하르주 선거에서는 부정부패 스캔들이 없었던 니티

시 쿠마르(Nitish Kumar)가 재당선됐다. 니티시 쿠마르는

이에 한 보답으로 공무원이 정해진 기간 내에 민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규정하는〈서비스 권리법〉(2011)

을 인도에서 처음으로 시행했다. 부정부패 이슈는 올해

있었던 타 나두와 웨스트벵갈의 지방선거에도 향을

미쳤으며, 2012년에 있을 우타프라데시와 구자라트 지

방선거에서도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한 조사가 보여 주듯이 부정부패 문제로 현 UPA

정부의 지지도는 급속히 추락하고 상 적으로 인도국

민당(BJP)의 지지도가 높아졌다. 아직 먼 시점이긴 하나,

2014년 총선에서도 부정부패는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 부패방지넘어윤리경 으로

산토시 쿠마르포스코경 연구소 델리사무소 책임연구원 [email protected]

28 Chindia Journal 2011. 10.

인도로 유학 가기 전, 그곳에서 살다 오셨던 분들

은 초콜릿이나 사탕 같은 작은 선물을 사서 가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해 주었다. 학교 행정업무 담당자에

게 선물을 주면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인

도에서 지내는 4년 동안 나 역시 그런 선물의 필요성을

인정하게 되었다. 이처럼 아주 공적인 일에도‘성의 표

시’가 있어야 하는 것이 인도의 풍토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매년 국가경쟁력지수(GCI)를

발표한다. 인도의 경쟁력지수는 2006년에 42위 으나

2011년 순위에서는 56위로 하락했다. 경쟁력지수는 인

프라수준, 사회제도, 거시 경제 안정성, 교육 현황 등을

종합하여 평가된다. 뇌물 및 불법 자금, 기업의 윤리성

등을 기반으로 도출한 것이 사회제도 항목이다. 지난해

부터 포함된‘뇌물 및 불법 자금’에서 인도는 2010년에

83위, 2011년에는 95위로 낮아졌다. 이는 경쟁력지수의

평균 순위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기업의 윤리성’

은 2008년 61위에서 2011년 86위로 크게 떨어졌다.

2000년 후반부터 불거져 나온 주요 기업과 정부의

굵직굵직한 부정부패 스캔들이 큰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부패지수순위더떨어져

인도와 같이 관료주의가 만연한 국가에서는 규모 프

로젝트의 인허가를 받는 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만큼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래서 기업인들은 원활한

사업 진행과 효율성을 위해 담당 공무원에게‘급행료’라

는 명목으로 뇌물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단기적으로

는 이런 뇌물이‘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여 기업 활동이

나 경제에 긍정적인 향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

으로는 인도의 사업 환경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부패 척결, 경제 성장 위한 미션으로 부상해외로 유출된 불법 자금도 막 한 규모

Cover Story

2008 25.5 10.1 14.6

2009 24.6 11.0 14.0

2010 18.5 17.3 14.4

2011 17.0 16.7 13.5

연도 인프라 부패 관료주의

인도에서의 사업 활동을 저해하는 요소

주: 응답자가 15개의 항목 중 가장 문제가 되는 5개를 골라 1위에서 5위까지 순위를 매기고 가중평균으로 계산한 값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문제가 됨. 자료: 국가경쟁력지수 보고서, WEF

2011. 10. Chindia Journal 29

로벌 회계그룹인 KPMG가 인도에서 사업하는 기업

인들을 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99%에 가까운 응

답자가 부정부패가 인도의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고 응답했다. 2011년의 조사 결과를 중국과 비교해 보

면, 중국의 경우 부패와 관료주의가 8.5, 10.9점을 받은

데 반해, 인도는 각각 16.7, 13.5점을 받았다.

기업인들이 사업 추진 시 뇌물을 주는 것이 관행이

되어 버린 인도에서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사업자를 선

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인프라 건설과 같은 거 부동

산 투자 프로젝트와 논란이 된 2세 통신망 입찰이

표적이다. 위에서 언급한 KPMG 보고

서에 따르면 인도 기업인들이 부정부

패가 가장 심한 산업으로 꼽은 것이

부동산 및 건설 산업이다. 그만큼

규모 건설 프로젝트에서 뇌물 수수 관

행을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뇌물을 주고 선정된 사업자

는 예상치 못하게 증가한 비용을 충

당하기 위해 질이 떨어지는 건설 자

재를 사용하는 등 편법을 써서 부실

시공을 부추긴다. 또한, 비용 상승을 우려한 기업들이

인프라 사업 투자를 꺼리게 되기도 한다. 이는 결국 인

도의 인프라 환경을 개선하지 못하고 경제 성장을 더

디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스위스은행에예치된비 자금규모막

청렴한 이미지로 국민들의 존경을 받았던 만모한 싱

총리와 타타그룹까지 연루된 2세 통신망 스캔들도 이

와 비슷한 형태다. 2001년 인도 정부는 2세 통신망 입

찰 과정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하지 않고 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 신규 사업자를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부정

이 있었다는 사실은 올해 초 3세 사업자 선정 과정에

서 제기되었는데, 총리까지 연루된 스캔들인 만큼 국가

이미지의 훼손과 막 한 재정 손실을 낳았다는 전 국민

적 비난을 받았다.

만약 2세 통신망 주파수 입찰 시 공정한 경매 방식

을 거쳤다면, 인도 정부가 올릴 수 있었던 세수는 400억

달러로 추정된다.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면서 세

수 확보에 골몰해 온 인도 정부의 노력이 무색해진다.

스위스 은행의 비 계좌에 예치되어 있는 인도인들

의 불법 자금에 한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지금까지 정확한 규모와 예치한 인도인들의 명단에

해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인도와 스위스 정

부 사이에 이중과세방지법 개정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

면서 스위스에 비 계좌를 갖고 있

는 외국인 중 가장 많은 수가 인도

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회지

도층 인사들인 고위 공무원과 기업

인들이 세금 회피와 불법 자금 형

성을 위해 해외로 자금을 유출했다

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스위스 은행에 인

도인들이 예치한 금액은 약 67조 루

피(1조 4,560억 달러)로 이는 인도

외채의 6배, 전체 GDP의 9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런 거 한 금액이 인도 경제에 유입되어 순환한다면 외

채 상환, 투자 증가 등 경제 성장에 상당히 긍정적인 원

동력이 될 것이다.

거시경제의불안정성야기

부정부패는 투자 비용 증가나 의사 결정의 불확실성

과 접하게 관련이 있으며 이는 결국 투자 감소로 이

어진다. 투자자들이 프로젝트 인허가를 위해 지불하는

뇌물은 결국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수익성 하락이라는

결과를 낳게 된다. 뇌물의 규모와 결과에 해서는 예

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의사 결정의 불확실성 또한 증가

하게 된다.

빠른 경제 성장을 달성한 인도는 중국과 함께 세계에

인도, 부패방지넘어윤리경 으로

2세 통신망 입찰 시 공정한

경매 방식을 거쳤다면, 인도

정부는 400억 달러의 세수를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성적인 재정적자로 세수

확보에 골몰해온 인도 정부의

노력이 무색해진다.

서 가장 매력적인 FDI 투자처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FDI 유입액이 크게 증가해 왔다. 인도에 들어온 총 FDI

는 2000년에 40억 3천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2008년에는

10배 이상 증가한 378억 4천만 달러로 급상승했다. 그러

나 가파르게 상승하던 FDI 유입액은 2010년(FY), 전년보

다 25% 감소한 303억 달러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세계

경제 침체 등 외부 요인도 작용했지만, 사티암 회계 부

정과 연방경기 회 스캔들로 투자 과정의 불확실성

을 우려한 외국인들의 투자 심리 위축도 작용했으리라

분석된다.

또한, 최근 인도에서 벌어진 부정부패방지법 도입을

위한 시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일반 국민들의 참여가

늘었다. 국내외 언론도 중요한 이슈로 부각시켰다. 정

부가 국민의 의견을 받아들여 법안을 도입하겠다고 밝

혔지만, 이 과정에서 외국 기업가나 투자자들이 인도

사회, 정치의 불안정성이 투자와 경제 전반에 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각인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인도

의 부정부패 문제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상황이어서,

정부가 이번 기회에 부정부패를 척결하려는 확실한 의

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매우 큰 부작용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빈곤문제해결에도걸림돌

경제적 불평등과 빈곤 문제 해결에도 부정부패가 걸

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가 불평등과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도 실제로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로 서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

줄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빈곤층에게

식료품을 지원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주인 비하르에서는 정부가 지원하는 음식

의 80%가 실제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일정 소득 수준 이하의 농민들에게 인도 정부가 100일

의 고용을 보장해주는 농촌고용보장법(NREGA) 역시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100일의 고용이 제 로 보장되

지 않는 것은 물론 설사 일을 하더라도 임금을 제 로

받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 외에도 정부의 지출 정책도 사회 복지나 교육 등

과 같이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것보다는 불

법자금 형성과 뇌물 수수가 용이한 사업(예를 들어, 무

기 구입, 인프라 건설 등)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렇듯 부정부패의 고리가 정부 정책의 난맥상을 만

들어냄으로써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정치

사회적 불안정까지 증 시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사회 운동가인 안나 하자레의 부패방지법 도

입에 인도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인도의

부정부패 문제의 심각성이 크게 부각되었다. 법안을

도입한다고 정부가 밝히긴 하 지만, 인도에서 부정

부패 척결이 곧바로 나타날 거라고 기 하기 어렵다.

문제를 인식한 인도 정부, 국민, 기업인들 모두가 함

께 나서서 노력한다면 느리지만 점차 개선될 여지는

보인다.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서는 행정 처리의 투명성을 강

화시키고 관료주의를 없앨 수 있는 근본적인 책이

필요하다. 이렇게 된다면 좀 더 공정한 환경에서 기업

들이 경쟁하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고 경제 전반

의 효율성 증가가 투자 증가로 이어지고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다. 또한, 경제적 불평등을 감소시킬 기반도

만들어지기 때문에 경제 성장으로 가는 선순환 고리

가 형성될 것이다. 인도 정부는 2012년부터 개시되는

12차 5개년계획에서 9% 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정부패를 척결하지 않고서

는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공감 가 확산되고

있다.

30 Chindia Journal 2011. 10.

Cover Story

김 미 수포스코경 연구소 책임연구원 [email protected]

2011. 10. Chindia Journal 31

인도, 부패방지넘어윤리경 으로

인도에서‘반부패(Against Corruption)’가 핫이슈가

되고 있다. 부정부패 문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인류의 보편적인 문제다. 중국, 러시아, 브라질도 부정

부패 해결에 골몰하고 있고, 국, 미국, 프랑스, 스페

인, 이탈리아와 같은 서구 선진국에서도 부패 스캔들이

끊임없이 터진다. UN 차원에서‘부패방지협정’을 만들

정도로 세계적으로 부정부패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인도는 지난 5월에 UN ‘부패방지협정’관련 법을 비

준했다. 국으로서 위상을 높이려는 인도는 지난해 G-

20 회담에서 반부패 실행계획에도 서명했다.

2000년 들어와 엔론, 월드콤, 타이코와 같은 형

회계부정 사건이 터지면서 선진국들도 민간기업들의

비윤리 및 뇌물 문제를 억제하기 위한 법률들을 제정

하고 있다. 미국이〈해외부정거래방지법〉을 제정한 데

이어 국도 2010년에〈뇌물법〉을 제정했다. 이런 법들

은 정부 또는 공공기관보다 민간기업들의 부정부패 행

위에 한 감시를 강화하고 사업 환경을 보다 공정하

고 투명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들이다.

인도 정부도 최근 외국인을 상으로 한 부패방지법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법이 도입될 경우

외국인이 인도 내 사업 계약 과정에서 뇌물 수수가 적

발되면 최 7년 형까지 처벌 받을 수 있다. 인도 재무

부도 불법 자금 세탁을 방지하고 조세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외국 정부와 이중과세방지협약에 관한 재협상을

추진하고 있어 외국 기업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재계“규제풀면부패척결된다”

사실 인도에서 부정부패 수준은 1991년 경제개혁개방

정책을 단행한 이후 크게 낮아졌다. 정부가 엄격히 관

리하던 외국환, 독과점, 산업허가 및 수입허가 관련 규

제가 해제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인도 기업들은 여

전히 규제와 불필요한 인허가 사항(red-tape)이 너무 많

고, 이것을 줄여야 부패가 줄어들 것이라며 불만의 소

리를 높이고 있다.

인도 재계 4위인 아드티야비를라그룹 회장은 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면 여러 부처와 기관들로부터 수

많은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과거‘면허왕국(licence raj)’

으로 회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비를라 회장은 정

기업들의 윤리경 실천 요구 확산부정부패의 피해자이자 조장자인 기업

32% 17% 13% 10% 9% 6% 5% 9% 100%

부동산/

건설통신 사회개발분야* 금융서비스** 방위

IT/ITeS/

BPO

에너지

및 전력기타 합계

인도에서 가장 부패한 업종에 한 조사 결과

주: * - 교육, 빈곤퇴치, ** - 은행, 보험, 뮤추얼 펀드 등자료: KPMG, Survey on bribery and corruption, 2011.

부 정책과 게임의 규칙들이 분명하지 않은 데다 너무

자주 바뀌고 개정에 수년이 걸린다며 정부가 개혁의 속

도를 높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타타스틸의 부회장이자 인도상공연맹(CII)의 회장직

을 맡고 있는 무쓰라만은 단일창구 허가제 도입을 제안

하고,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철광석, 석탄 등 천연자원

의 배분과 가격책정 메커니즘의 개선을 요구했다. 그는

정부가 법규를 단순화하고 투명하게 해야 인도가 로

벌 제조기지로서 경쟁력을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외거주인도인(NRI) 기업인 힌두자그룹의 회장은

부패로 인해 기업 지배구조가 심각한 향을 받고, 이

는 사회적 유 감, 포괄적인 경제 성장, 외국인 투자

의 유입, 국내 치안에까지 악 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

았다. 따라서 그동안 빠른 성장의 혜택을 독식해온 정

치인, 관료, 산업계 간의 유착관계를 끊는 노력이 필

요하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부패 척결을

위해 실질적인 안을 제시했는데, 예를 들어 메가급

산업 프로젝트 사업권을 승인할 때 교육, 보건, 물 공

급 등 사회적 인프라 시설 구축을 전제 조건으로 하

는 것이다.

이렇듯 인도 재계 리더들은 안나 하자레에 의해 촉발

된 국가적인 반부패 관심이 관료적인 형식주의를 감축

하고 정책과 결정을 보다 투명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

를 염원하고 있다.

로벌 신용평가기관인 피치(Fitch)는 인도가 중국이

나 러시아만큼 부패하지는 않다고 밝히며, 인도의 문제

는 과도한 규제와 세금 문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기업들도윤리경 노력필요

올해 컨설팅기업인 KPMG가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

자의 68%는 인도 민간기업에 부정부패가 존재한다고

답했으며, 42%는 산업계에서 뇌물이 용인될 수 있는 행

동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답했다. 가장 부패한 업종을

묻는 질문에는 32%가 부동산∙건설업을 손꼽았으며,

17%는 통신업종을 지목했다. 업종 특성상 부동산∙건

설 및 통신 분야는 정부와 정치인의 간섭이 높다. 규

모 자본투자, 여러 단계의 승인 절차, 복잡한 프로세스,

막 한 규모로 인해 부패 여지가 많다.

흥미로운 것은 약자들을 위한 교육이나 빈곤퇴치 계

획을 이행하는 사회개발 분야가 3위로 지목되었다는 점

이다. 인도에서는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 애쓰는 NGO들

도 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KPMG는 기업들이 부정부패를 억제하기 위해 필요한

예방적 장치들을 제안했다. △ 포괄적인‘행동규범’제

정 및 부패에 한‘무관용원칙’시행, △ 잠재된 뇌

물∙부패 문제를 보고할 수 있는 체계적인 내부고발 장

치 마련, △ 포괄적이고 주기적인 리스크 평가 장치 마

련(제3자 감사 포함), △ 정규적인 모니터링으로 뇌물과

부패 문제 감시하기 등이다.

그러나 KPMG는 뇌물과 부패 등 반윤리적 관행을 방

지하는 최상의 방법은‘사회적 통제’라고 보고 있다.

사회적 통제 방법으로는 △ 종업원 교육 실시(용인될

수 없는 관행들을 분명하게 제시) △ 말단부터 경 진

까지 피드백이 되는 효과적인 의사소통 장치, △ 조직

내 윤리문화 강화 등이 있다.

CII도 최근 자체적으로 8가지 사업윤리규범(Code of

Business Ethics)을 개발하고 8천여 회원사들에게 자발적

인 동참을 촉구했다. CII는 기업의 모든 관행과 사업

행동의 최상의 목적은 국가 이익에 기여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사업윤리규범에는 △ 어떤 개인적

이득이나 혜택을 얻기 위해 공식적인 직위를 사용하여

개인이나 기관에 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 △ M&A와

합작사업을 평가할 때 뇌물 및 부패에 해서도 상세

한 조사를 이행해야 한다. △ 직원이나 기업 표는 사

업관계에 있는 공공 또는 민간 분야와 뇌물을 주거나

받아서는 안 되며, 고가의 물건을 제공해서도 안 된다.

이외에도 내부 고발을 강화하고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

는 사항도 포함되어 있다.

32 Chindia Journal 2011. 10.

Cover Story

2011. 10. Chindia Journal 33

인도에서가장윤리적인기업들

인도에서는 일반적으로 타타그룹의 표적인 자회사

들(타타스틸, 타타자동차, TCS)과 표적인 IT 소프트웨

어 회사들인 인포시스, 위프로가 가장 존경 받는 기업

으로 손꼽힌다.

반면, 2009년에 엄청난 회계부정 스캔들을 일으켰던

소프트웨어 회사인 사티암이 표적인 비윤리적인 기

업으로 꼽힌다. 재벌그룹 중에서는 릴라이언스그룹이

과거부터 정권과 착하여 각종 이권을 획득해온 것으

로 알려져 있어 기업 이미지가 좋지 않다.

또한 KFC, 코카콜라 등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도 인도의 공격적인

NGO들의 타깃이 되어 유해물질, 수

질오염 등에서 비윤리적인 측면이

보도되기도 하 다. NGO들이 NRI

기업인 베단타가 보크사이트 광산

을 개발하기 위해 오리사주 부족민

을 강제 이주시키려 한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까지 널리 알려 승인된

사업이 취소된 사례도 있었다.

한편, 미국의 한 기관은 2007년부터 기업의 윤리

와 사회적 책임, 지속가능경 등을 장려하기 위해

매년‘세계에서 가장 윤리적인 기업 110개’를 선정해

왔다. 선정을 위해 100개 국가 36개 산업 분야에서

3천여 개 기업을 심사한다.

초년도인 2007년에는 사회적 책임 활동이 활발한 힌

두스탄레버과 타타그룹이 선정되었다. 그런데 타타그

룹의 라탄 타타 회장은 최근 2세 통신망 스캔들에 연

루되어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2008~2010년에는 인도 기

업들이 선정되지 못하다가 2011년 평가에서는 주택개발

금융공사(HDFC)가 선정되었다(참고로 한국 기업들은

한 번도 선정되지 못했다).

우리에게 생소한 HDFC는 1977년에 설립된 인도 최

의 주택 모기지를 제공하는 비은행금융회사로, 현재는

100% 민간기업이다. 이 기업은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높은 수준의 윤리성과 투명한 거래 관행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HDFC도 사회적 책임 활동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2010년에는 8,880만 루피(약 23억 원)

를 출연하여 의료 등 분야에서 약 190개 프로그램들을

지원했다.

한국기업들도경 투명성높여야

인도인들은 이념적이고 이상적이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이나 법규∙규제의 방향과 수준이 선진국과 비슷

한 경우가 많다. 인도 정부와 국민들

이 민간기업에 윤리경 과 사회적

책임 활동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

고 나아가 이것들을 법률화할 가능

성도 높다. 특히 외국 기업들에게는

더 높은 잣 를 두고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는 최근 외국 기업들

에 한 집중적인 세무조사와 엄청

난 세금 추징과도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인도에서 사업하는 한국

기업들은 기업 내부 회계와 세금 납부에서 더 투명해

져야 한다. 또한 공급자, 소비자, 종업원과의 관계, 경

쟁체제 및 환경문제에 있어서도 공정하고 양심적이어

야 한다.

정부 관계에서도 장기적으로 보면 무리한 로비보

다는 시간이 더 걸리지만 공정하게 인허가를 받는 것

이 바람직하다. 또한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 활

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각 기업에 맞게‘윤리규범’

을 만들어 한국 파견자들이 앞장서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인도, 부패방지넘어윤리경 으로

인도 재계 리더들은 안나 하자레

에 의해 촉발된 국가적인 반부패

관심이 관료적인 형식주의를 감축

하고 정책과 결정을 보다 투명하

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염원하

고있다.

임 정 성포스코경 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