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를 알아보는 기업이 되는 방법€¦ · 프랭크 스텔라 作, 아마벨-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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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포커스 16 LG Business Insight 2012 4 11 우리는 직장 생활에서나 일상 생활에서 늘 사 람에 관한 평가를 하고 그 결과 어떤 식으로든 선택을 하게 된다. 고대 중국의 공무원 선발에 서부터 대학 신입생 선발을 위한 수능시험, TV의 오디션 프로그램들 그리고 자신의 평생 반려자 선택까지 그 종류는 끝이 없다(<Box 기사> 참고). 그런데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는 일만큼 어 려운 일도 드물다. 천하의 제갈공명도 지식만으 로 사람을 가려 뽑은 결과 ‘읍참마속(울며 마속 을 참수하다)’의 실패를 겪었고, 문화심리학자 인 김정운 교수는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 한다’는 제목으로 베스트셀러를 만들기도 했다.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는 안목이 있다면 세상을 살아가면서 성공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구성원의 힘으 로 영위되는 조직이다. 기업의 성공을 위해서 는 그래서 좋은 인재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런데 많은 기업의 경우 좋은 인재를 가려 뽑는 데 그리 성공적이라고 하기엔 힘들어 보인다. 인재의 평가와 선발은 기업 경영에서 제일 어 려운 과제의 하나이다. 그 이유는 크게 2가지 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 어려운 2가지 이유 중국 황제들의 인재학 참고서라 할 ‘변경(辨 經)’에서는 인재를 얻기가 어려운 이유를 두 가 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는 인재를 알아보는 잣대의 문제이고, 둘째는 인재를 천거할 기회 의 문제이다. ●‘척 보면 알지’, ‘그 사람은 내가 알아’의 함정 인재를 가려 뽑는 일에 있어서 첫 번째 어려움 이자 함정은 바로 주관성의 함정이다. 테헤란 로 포스코센터 앞에는 ‘아마벨(Amabel)’이라 노용진 연구위원 [email protected] 기업 성공에 있어 인재 평가와 선발만큼 중요한 일을 찾기란 어렵다. 특히 상위 경영자 선발에서 주관적 판단에 의해 잘못된 인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그 손해는 크고 파장도 오래간다. 그래서 인재를 보는 안목을 높이기 위한 기업의 노력도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인재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은 성공적 인사결정 나아가 기업 성공의 첫 걸음이다. 인재를 알아보는 기업이 되는 방법 이기적 유전자 이야기 자연 세계에서 성실하고 가정적인 성격을 가진 배우자를 선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혼자보다는 암수가 짝이 되어 함 께할 때 새끼 양육에 드는 에너지도 분담되고 성공적인 양육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 성질을 사전에 식별하는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성공적인 자손 번식과 유전자 보존에 매우 유용할 것이다. 자연계에서 통상 암컷이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사용하는 방법은 수컷과의 접촉 을 오랫동안 피하며 수줍어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암컷이 최종 적으로 허락해 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는 수컷은 성실한 배우자 가 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긴 약혼기간을 통해 암컷은 변덕 스러운 상대를 솎아내고 성실성과 인내를 인정받은 수컷과 자식 을 갖게 된다. 그런 경우 수컷도 둥지를 만들거나 먹이를 제공하 는 등 그간 들인 공을 생각해 쉽게 변절하지 않는다고 한다. 인사 결정의 성공 여부도 이처럼 들인 시간과 공에 비례하는 것은 자연 계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출처 :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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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인재를 알아보는 기업이 되는 방법€¦ · 프랭크 스텔라 作, 아마벨-꽃이 피는 구조물 . Weekly 포커스 18 LG Business Insight 2012 4 11 선발, 육성,

Weekly 포커스

16 LG Business Insight 2012 4 11

우리는 직장 생활에서나 일상 생활에서 늘 사

람에 관한 평가를 하고 그 결과 어떤 식으로든

선택을 하게 된다. 고대 중국의 공무원 선발에

서부터 대학 신입생 선발을 위한 수능시험,

TV의 오디션 프로그램들 그리고 자신의 평생

반려자 선택까지 그 종류는 끝이 없다(<Box

기사> 참고).

그런데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는 일만큼 어

려운 일도 드물다. 천하의 제갈공명도 지식만으

로 사람을 가려 뽑은 결과 ‘읍참마속(울며 마속

을 참수하다)’의 실패를 겪었고, 문화심리학자

인 김정운 교수는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

한다’는 제목으로 베스트셀러를 만들기도 했다.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는 안목이 있다면 세상을

살아가면서 성공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구성원의 힘으

로 영위되는 조직이다. 기업의 성공을 위해서

는 그래서 좋은 인재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런데 많은 기업의 경우 좋은 인재를 가려 뽑는

데 그리 성공적이라고 하기엔 힘들어 보인다.

인재의 평가와 선발은 기업 경영에서 제일 어

려운 과제의 하나이다. 그 이유는 크게 2가지

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 어려운 2가지 이유

중국 황제들의 인재학 참고서라 할 ‘변경(辨

經)’에서는 인재를 얻기가 어려운 이유를 두 가

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는 인재를 알아보는

잣대의 문제이고, 둘째는 인재를 천거할 기회

의 문제이다.

●�‘척�보면�알지’,�‘그�사람은�내가�알아’의�함정

인재를 가려 뽑는 일에 있어서 첫 번째 어려움

이자 함정은 바로 주관성의 함정이다. 테헤란

로 포스코센터 앞에는 ‘아마벨(Amabel)’이라

노용진 연구위원 [email protected]

기업 성공에 있어 인재 평가와 선발만큼 중요한 일을 찾기란 어렵다.

특히 상위 경영자 선발에서 주관적 판단에 의해 잘못된 인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그 손해는 크고 파장도 오래간다. 그래서 인재를 보는 안목을 높이기 위한 기업의 노력도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인재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은 성공적 인사결정 나아가 기업 성공의 첫 걸음이다.

인재를 알아보는 기업이 되는 방법

이기적 유전자 이야기

자연 세계에서 성실하고 가정적인 성격을 가진 배우자를 선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혼자보다는 암수가 짝이 되어 함

께할 때 새끼 양육에 드는 에너지도 분담되고 성공적인 양육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 성질을 사전에 식별하는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성공적인

자손 번식과 유전자 보존에 매우 유용할 것이다. 자연계에서 통상

암컷이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사용하는 방법은 수컷과의 접촉

을 오랫동안 피하며 수줍어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암컷이 최종

적으로 허락해 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는 수컷은 성실한 배우자

가 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긴 약혼기간을 통해 암컷은 변덕

스러운 상대를 솎아내고 성실성과 인내를 인정받은 수컷과 자식

을 갖게 된다. 그런 경우 수컷도 둥지를 만들거나 먹이를 제공하

는 등 그간 들인 공을 생각해 쉽게 변절하지 않는다고 한다. 인사

결정의 성공 여부도 이처럼 들인 시간과 공에 비례하는 것은 자연

계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출처 :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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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학습하고 성장하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잘못된 선발을 합리화시켜주진 않는다.

는 특이한 조형물이 하나 있다. 프랭크 스텔라

(Frank Stella)가 만든 16억짜리 “꽃이 피

는 구조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떤 이의 눈에

는 아무리 열심히 들여다봐도 ‘꽃’이라는 단어

는 연상되질 않는다. 언뜻 보기에 흉측한 쓰레

기더미 내지 알루미늄 판과 쇠붙이 등을 아무

렇게나 꾸겨놓은 듯한 느낌만 든다. 설명을 듣

고 나서 바라보는 각도를 잘 맞추면 그제서야

그런 것 같기도 하다는 느낌이 드는 정도이다.

많은 경우 사람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주관적인 요소가 작용을 하

게 된다. 특히 첫인상처럼 논리적으로 설명하

기는 어렵지만 순간적인 판단을 주관하는 인

간의 원시 뇌가 평가를 하는 경우가 그 중 하

나다. 다행히 이런 경우는 시간을 두고 평가를

하면 힘들지만 교정이 가능하다.

이보다 더 어려운 경우는 ‘오랫동안 내가

겪어봐서 잘 알아’라고 하는

경우다. 스스로 인재를 알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

은 분석력이나 프리젠테이션

능력, 그리고 성공에 대한 집

념이나 카리스마와 같은 눈에

보이는 요소나 기술에 좌우될

소지가 크다. 이는 훌륭한 재

능이긴 하지만, 진정한 리더십

잠재력을 판단할 수 있는 행

동이나 사고 그리고 품성과는

다를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모습만으로 판단을 하게 되면

비록 긴 세월 같이 지내더라도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될 위험이 존재한다.

●인재�추천의�어려움…�1/8의�법칙

그걸 넘어서면 또 하나, 그 사람을 잘 아는 사

람이 그 사람을 추천할 위치에 있지 않더라는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필자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스마트하고 충성심이 높은 임직원

을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반적으로 프로

누가 더 미남이냐는 질문의 답은 사람마다 다른 법이다.

프랭크 스텔라 作, 아마벨-꽃이 피는 구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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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육성, 보상 등 평가의 목적에 따라

평가 내용과 방식은 달라진다.

젝트를 고객사 직원과 같이 하는 경우, 그 멤

버가 보여주는 과제 분석 능력과 아이디어 창

출 능력 그리고 조직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볼 수 있게 된다. 면접 대기실에서 보여주는 입

사지원자들의 진짜 모습을 보는 인사팀 직원

과 마찬가지 상황인 셈이다. 그리고 인터뷰를

위해 만나는 사람들 중에서도 식견과 조직 몰

입도가 높은 관리자들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외부인의 경우,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취지를 갖고 있다 하더라

도 누군가에게 칭찬을 할 수는 있으되 근본적

으로 추천권한이 주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게

다가 만약 전문적 훈련을 받지 않았다면 정확

성과 신뢰성도 보장하기 어렵다. 인터뷰에서

매우 인상 깊게 느꼈던 인재가 몇 년 후 풍파

를 겪으며 소신도 흐릿하고 기회주의적인 모습

이 되어 있는 걸 보며 사람을 판단하는 일의

어려움을 새삼 경험한 적도 있다. 알아주는 사

람이 먼저 필요하고, 다음으로 그 사람이 추천

할 위치에 있어야 하며, 추천이 또한 받아들여

져야 하니 각각을 반반의 확률로 잡고 단순히

계산해도 1/8의 확률에 불과한 셈이다. 게다가

자신의 잠재적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계산 때

문에 귀곡자의 제자로 함께 동문수학한 손빈

을 모함했던 위나라의 방연처럼 질투와 시기

가 때로 작용하기도 하므로 인재 추천이 성공

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훌륭한 인재 평가란?

그래서 우리가 성공적인 인사결정을 하기 위해서

는 평가라는 과정을 잘 고찰해 보고 효과적으로

조직 내에서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

다. 무엇보다 목적에 맞는 훌륭한 평가가 되기 위

해서는 타당성과 신뢰성이 갖추어져야 한다.

●선발�목적에�맞는�평가(평가의�타당성)

자기가 선발하고자 하는 사람이 현재 맡고 있

는 업무를 잘하기 때문이라면, 개인 공헌자

(Individual Contributor)로서는 훌륭하지만

남들을 이끄는 리더가 되기에는 부족한 사람

은 아닌지 되돌아 보아야 한다. 종종 이런 리

더를 만나면 본인도 아랫사람들이 따라와주지

않아 고생이지만, 아랫사람들은 실무 전문가

로서의 성공 패러다임에 갇힌 리더 탓에 힘들

어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처럼 선발 목적

에 맞는 기준으로 평가를 하는 것이 타당성의

차원이다.

●�주관적�오류에�빠지지�않는�평가�

(평가의�신뢰성)

또 하나, 앞서 지적한 것처럼 인재 평가의 주관

적 오류에서 벗어나 누가 평가를 하던지 동일

한 결과가 나와야만 한다. 그래야만 평가 결과

를 신뢰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타당성과 신뢰

성이 확보되어야만 적재적소 배치의 근거이자,

육성의 출발점, 그리고 적절한 인정과 보상의

기초로서 평가가 의미 있게 쓰일 수 있게 된다.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의 불평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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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결정에 있어 가장 우선적인 원칙은 ‘우수함’이다.

위원의 평가도 재미있는 부분의 하나다. 요즘

은 TV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성시대라 해도 과

언이 아닌 세상이다.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의

최종 라운드를 보면 종종 시청자 투표에 의해

뜻밖의 인물이 탈락하거나 합격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 때 간혹 심사위원이 자신들의

관점과는 다르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불편해하

는 경우를 보게 된다. 과연 시청자와 심사위원

중 누구의 의견이 옳고 정당한 것일까?

경연자(競演者)의 한 사람이 특정 라운드

에서 한 순간 즐거움을 선사하면 해당 라운드

통과는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최종 라운드

로 가면서 쟁쟁한 경쟁자들 속에서 결국 걸러

지는 대상이 되고 말 게 뻔하다. 시청률 제고

를 고려하지 않고 신뢰할 수 있는 평가라는 관

점에서만 본다면, 심사위원의 평가가 더욱 중

요할지도 모른다. 반면 우수 신인 발굴보다 시

청자 만족이 프로그램의 우선적 목적이라면

재미있는 무대를 만든 후보가 합격하는 것이

더 타당할지도 또한 모른다.

인재를 가려 뽑는 기준은 우수성

기업의 장면에서도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뽑아야 하는가의 문제가 먼저 매듭지어져야

한다. 물론 철학적 사유의 관점에서는 인재 선

발 결정의 기준으로 개인의 우수함을 우선해

야 하는지, 또는 좋은 상사나 조직 여건과 같

은 상황적 요인이 더 성과에 중요하다는 관점

에서 이를 무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론(異論)

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일본 미라이공업에서

는 이름을 적은 종이쪽지를 선풍기에 날려 가

장 멀리 날아간 이름표를 기준으로 과장 승진

자를 결정하기도 한다. 누구나 기회가 주어지

면 더 큰 책임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믿

음이 전제된 탓이다. 하지만, 야마다 아끼오

사장만의 괴짜 경영에서는 가능하지만 다른

기업들이 모방하기에 쉽지 않은 경영 방식이

다. 그래서 인사선발 및 평가(2006)에서

Guion과 Highhouse 교수는 인사결정에 있어

가장 우선적인 원칙은 우수함이라고 말한다.

우수함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2가지 과제

가 해결되어야 한다. 첫 번째는 상대적인 우수

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이 필요하게 된다. 주

로 역량이 그 해결책이 된다. 두 번째로 역량

을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는 일관된 잣대를 공

유하는 다수 평가자의 존재가 필요하다. 이는

어세서(Assessor)의 양성을 통해 해결되어야

신인 발굴만이 오디션의 목적이라면 재능과 끼를 알아보는 심사위원이

유일한 평가자인 게 맞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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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함을 판별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기준으로서의 역량을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할 과제라 할 수 있다.

우수함의 기준, 역량

역량은 ‘기대 수준을 넘는 성과를 만들어 내는

개인의 내적 특성’이라고 정의된다. 영업 사원

의 예를 들면, 제품 지식은 기본이 되는 부분

이고 여기에 더해 조직의 기대보다 높은 목표

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려는 성취 지향성이

역량이 된다.

역량을 1973년 처음 소개한 하버드대학의

McClelland 교수 이래로 지금까지 수많은 학

자들이 연구를 해 오면서 많은 역량 항목이 영

역별로 정의되어오고 있다. 채용과 선발의 심

리학(2002)에서 Wood와 Payne은 기업에서

가장 널리 채택되는 대표적인 역량으로 12가지

를 꼽고 있다(<표 1> 참고).

하지만 인재 육성과 코칭을 위한 가이드

북인 FYI(For Your Improvement, 2009)에

서 Lombardo와 Eichinger는 67개의 역량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을 정도로 그 분류는 다양

하고 많다.

국내에서 역량 평가를 전문적으로 수행하

는 전문 어세서(Assessor)를 양성하는 김앤장

CTD(Center For Talent Decision)에서는 24

개 역량 항목을 크게 4가지로 묶어서 분류하

고 있다(<표 2> 참고).

역량을 알아보는 안목

기업에서 역량을 토대로 인재를 평가하고 선발

하기 위해서는 선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첫 번

째, 역량 자체의 개념과 평가 척도가 명확해

야 한다. 최근 여러 기업들이 핵심 가치를 토대

로 공통 역량이라는 것을 인재 선발이나 인사

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회사의 경영 방침을 구

성원에게 체화 시키기 위해서는 핵심 가치를

평가 제도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

단 때문이다. 그러나 먼저 역량 항목의 개념

구성에 있어 핵심 가치가 잘 반영되었는지, 실

질적인 성과 창출에 연계되는지를 따져보는 것

이 바람직하다.

두 번째로 평가자들이 각 역량에 대해 갖

고 있는 개념과 잣대가 같아야 한다. 연말에

실시하는 역량 평가에서 흔히 나타나는 오류

의 하나는 평가자가 주관적으로 역량의 용어

만을 보고 자기 방식으로 해석하여 평가를 한

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척도 역시 제각각이어

서 동일한 대상을 두고 평가자에 따라서는 2

점을 주기도 하고 5점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평가 결과를 신뢰할 수 없게 된

다. 역량 항목의 정의와 척도에 대해 평가자들

과 공유하는 작업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연말 인사평가를 위한 평가자 훈련도 이런 맥

<표 1> 가장 널리 채택되는 12가지 역량

출처 : 우드 & 페인, 채용과 선발의 심리학(2002), p.44

1 의사소통 7 사업적�인식

2 성취/결과�지향 8 유연/적응성

3 고객�집중 9 타인�개

4 팀워크 10 문제�해결

5 리더십 11 분석적�사고

6 계획�및�조직 12 관계�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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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 항목의 정의와 척도에 대해서는

평가자(Assessor)들과 공유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락에서 매년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것

이 바람직하다.

이상의 내용에 대해 개념적으로 설명하고

전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추상

적인 개념만으로는 역량을 알아보는 안목이

어떤 것인지 설명할 도리가 없다. 실제로 가장

흔히 활용되는 역량 평가 방식인 행동사건면접

(BEI : Behavioral Event Interview)도 구체

적 과거 사실과 경험을 통해 역량을 판단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본 고에서는 김앤장CTD 프로페셔

널 어세서 자격과정에서 사용하는 24개 역량

중 대표적인 항목 몇 가지를 예로 들어 간단히

설명해 보고자 한다.

●집단�내�업무�수행�역량(Working�in�Group)

이과장은 틈만 나면 팀 동료 자랑을 한다. 경청

을 잘 하는 C차장 그리고 논리적인 B과장, 긍

정적 에너지로 팀의 활력소가 되는

A대리 등 같은 부서 사람들에 대해

칭찬할 것이 너무 많다. 이과장의

경우는 조직헌신(Organizational

Commitment) 역량이 높은 편으

로 판단할 수 있다.

김부장은 인사 커뮤니티에서

만나는 외국계 인사팀장들을 종종

초청하여 팀원들에게 선진 인사제

도를 배울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

어 준다. 김부장은 부하육성

(Growing Others) 역량이 높은

관리자다.

김대리는 속칭 눈치가 빠른 친구다. 그는 요

사이 새로 오신 팀장과 친분이 있는 선배 사원을

통해 그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도록 공을 들

이고 있다. 김대리는 조직영향(Organizational

Impact) 역량이 뛰어나 향후 대외 업무 등에서

실력을 발휘할 소질을 갖고 있는 셈이다.

●��대인관계�역량(People�&�Relations)

홍변호사는 새로 만난 사람과 개인적 친분을

남보다 빨리 맺는다. 나아가, 많은 경우 가족

과 함께 집으로 초대하여 식사를 같이 하며

친분을 돈독하게 발전시켜 나간다. 홍변호사

는 관계구축(Relationship Building) 역량이

최고 수준이 이른 사람이다.

윤컨설턴트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

내는 일에 가장 신경을 쓴다. 단순히 다음 프

팀/조직 영역(Working in Group)

Teamwork(조직협동력)

Team Leadership(조직통합력)

Growing Others(부하육성력)

Driving Others(실행지시력)

Organizational Commitment(조직헌신력)

Organizational Impact(조직영향력)

대인관계 영역(People & Relating)

Interpersonal Awareness(대인이해력)

Influencing Others(설득영향력)

Customer Awareness(고객이해력)

Relationship Building(관계구축력)

Motivationg Others(동기부여력)

Communication(의사소통력)

자기관리 영역(Managing Self)

Future Initiative(미래주도력)

Achievement(도전성취력)

Adaptability & Flexibility(유연적응력)

Honesty & Integrity(정직유지력)

Self-Discipline(자기절제력)

Self-Confidence(자기확신력)

사고 영역(Data & Thinking)

Analytical Thinking(분석사고력)

Conceptual Thinking(개념사고력)

Informatin Gathering(정보확보력)

Detail Monitoring(철저확인력)

Out-of-Box Thinking(창의사고력)

Decising Making(의사결정력)

<표 2> 고성과 달성을 위한 24가지 역량

출처 : 김앤장 CTD, 프로페셔널 어세서 과정 자료(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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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LG Business Insight 2012 4 11

역량 평가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방법은

실제 사례를 통해 평가하는 행동사건면접 방식이다.

로젝트의 수주를 위해서나 돈을 벌기 위해서

가 아니라, 진심으로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 해결해 주고자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고객이해(Customer Awareness) 역량이 높

은 컨설턴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대표는 아파트 동대표로서 노인회에 매

월 지급되는 지원금에 대한 회계감사가 없었던

점을 발견하고 이 문제를 상의하러 다른 동대

표들과 함께 노인정을 방문했다. 여기서 그는

노인회 간부들의 굳은 표정을 보고 그들이 불

쾌해하고 있으며, 자존심을 다치지 않게 처리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서두

르기보다 시간을 두고 의견차이를 좁힘으로써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김대표는 의사소통

(Communication) 역량이 매우 높은 편이다.

●자기�관리�역량(Managing�Self)

전략담당인 김이사는 6개월에서 1년 내 업계

에 불황이 닥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긴축예

산 편성과 분기별 결산 등 상황에 유연하게 대

응해 나갈 수 있는 사전 준비를 이사회에서 주

장하여 통과시켰다. 그의 미래주도(Future

Initiative) 역량이 타 사보다 성공적으로 불경

기에 대응할 수 있게 하고 결과적으로 회사를

살리는 데 기여를 한 것이다.

정부장은 사내에서 유보금을 처리하는 회

계 처리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해고

의 위험을 무릅쓰고 시정을 요구하였고 그 덕

분에 회사는 조기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정부장은 정직유지(Honesty & Integrity) 역

량이 높은 덕분에 그 후 회사 감사인의 직책을

수행하게 되었다.

이팀장은 최근 새로 부임한 상사로부터

반복되는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아 처음에는

힘든 시간을 보냈으나, 예전에 즐겨 하던 악기

연주와 운동을 통해 마음의 평정을 얻는 방법

을 터득하게 되었다. 이팀장은 반복적 스트레

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수준의 자기절제

(Self-Discipline)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

로 판단할 수 있다.

●사고�역량(Data�&�Thinking)

이상무는 최근 임금인상률 결정을 위해 자료

분석을 하면서 급여인상 효과 외에 시간외근

무수당 상승에 따른 인상 효과를 분석하여 총

인건비 상승 효과를 감안한 대안분석을 실시

하였다. 이상무는 연쇄적 관계성을 파악하는

높은 수준의 분석사고(Analytical Thinking)

역량을 가진 임원으로 판단할 수 있다.

박팀장은 본인이 처리한 사안은 물론, 팀

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대해서 항상 두 번 이상

확인을 통해 업무가 정확히 처리됐는지를 점검

한다. 박팀장은 철저확인(Detail Monitoring)

역량에서 중간 수준의 역량을 보여주고 것으

로 평가할 수 있다.

김연구위원은 지난 번 개발한 제품에서

적용했던 방식의 문제점과 한계를 검토해 본

결과 이번 제품 개발에는 맞지 않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기존에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독창적인 방법을 제로베이스 관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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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포커스

LG Business Insight 2012 4 11 23

역량의 정의와 척도는 조직의 특성에 맞게

다르게 설정할 수도 있다.

시도해서 검증해 볼 생각이다.

김연구위원은 창의사고(Out-

of-Box Thinking) 역량에 있

어 주변의 모범이 될 정도로 높

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이상과 같은 각 역량별 수준

의 판단 사례는 조직별로 역량에

대한 조작적 정의와 척도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반드시 평

가자(Assessor)들간에 공유하는

과정은 거쳐야 한다.

잠재 역량에 대한 평가 기법의 트렌드

과거처럼 단순히 시험 성적만으로 대학 신입생

을 뽑는 시절은 이제 끝나고 있다. 금년부터

서울대 신입생의 80%는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수시로 선발된다. 정시에서 수능

시험을 보고 입학하는 학생이 전

혀 없는 전공 과목도 생기고 있

다. 서울대 입학본부측은 입학사

정관이라는 평가자(Assessor)들

을 활용하여, 현재 그 학생이 얼

마나 많은 지식을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앞으로 얼마나 학습을

잘 수행할 수 있는지를 본다고

한다. 수행성과의 예측도를 향상

시키기 위한 평가의 진화를 보여

주는 한 예이다.

2006년 7월 1일자로 고위공무원단제도라

는 것이 시행되고 있다. 예전처럼 근속년수가

차면 진급하던 방식이 아니라, 일정한 평정을

통과한 사람만 고위공무원단 후보가 될 수 있

도록 제도가 바뀐 것이다. 인사위원회는 이 제

도의 운영을 위해 고위공무원단 어세서 풀을

운영하고 있다.

민간기업에서도 이런 움직임은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신입 사원 채용에서부터 경영자

선발에까지 이런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Hay

Group이나 DDI(Development Dimensions

International), PDI(Personnel Dimensions

International)와 같은 어세스먼트 서비스 분

야의 해외업체는 물론 김앤장 CTD 등 국내로

컬 업체들도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에 있다.

만약 아직도 인사 평가 자료나 상사의 추

천 의견 그리고 동료나 부하의 설문에 의한 자대학 신입생 선발도 현재 보유한 지식보다는 향후 학업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10.4

15.6 15.1

15.2

20.821.5

2006 2008 2010

<그림 1> 연도별 고위 공무원단 역량 평가 미통과율

자료 : 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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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포커스

24 LG Business Insight 2012 4 11

인재의 강약점 분석을 토대로 코칭을 비롯한

개별 맞춤형 육성을 실시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료만으로 인재 평가 및 선발을 하고 있다면,

올바른 인사결정을 위해서나 정확한 강약점

진단을 바탕으로 한 인재 육성을 위해서나 새

로운 접근을 신중히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평가는 능력 개발을 위한 시작에 불과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 리더십 개발 전문 기

관 CCL(Center for Creative Leadership)에

는 평가 퍼실리테이션 자격과정(Assessment

Facilitation Certification Workshop)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과정은 한마디로 개인의

강약점을 분석하고 본인이 이를 바탕으로 성

장을 위한 구체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

도록 피드백해 주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

이다(<그림 2> 참고).

우리 기업에서 흔히 평가 결과는 평가등

급 정도만 겨우 알려주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 역시 우리와 선진기업이 아직도 격차가 많

이 나는 부분의 하나다. 한국 기업은 아직 이

런 활동의 중요성을 모르거나, 알아도 실행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만약 실행 여력이 없

는 경우라면 전체 구성원에 대해 적용하기에

앞서 소수의 핵심 인재를 대상으로 파일럿을

겸하여 실행해 보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한

대기업 CEO로부터 젊은 관리자 시절에 미래

인재로 선발만 해 놓고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회사와 인사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

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만약 그에게 강점

은 물론 보완할 점을 분석하고 꼼꼼히 보완해

주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른 성장을 기

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인재를 제대로 알아보

는 안목과 그를 통해 인재를 잘 키우는 것은

기업 성공의 첫 걸음이라고 하겠다.

핵심 인재

인사부문 과제

Assessment &Analyze Results

Individual DevelopmentPlanning

Implementation/Feedback

-조직의 필요 역량 요건 정립 : 가치1)+직무 역량

-설문 시스템 구축

-Assessor(사내외)활용 고려

-단위 조직별 육성활동을 지원할 인사 Business Partner 조직 구축

-강점, 보완점, 잠재 실패 (Derailor)요인 분석 � 본인, 상사, 선배, 동료, 부하 의견을 설문 분석/종합

-미래 성과에 가장 필요한 강점/보완점 우선순위 결정

-명확하고 구체적이며 달성 가능한 2~3개의 개발 목표 정의

-목표별 개발 전략 선택2)

� 직무부여(Job Assignment) � 지속 피드백(Ongoing F/B) � 코칭(Role Models & Coaches) � 교육(Training & Reading)

-강화/보안 역량 연습 정기적 피드백/진척 체크 � 360도 평가 또는 동료나 코치 의견 청취

-목표 조정

-사내 Coach 양성과 Coaching 제도 실시

-HRD 조직 개편 고려

<그림 2> CCL의 미래 리더 육성 프로세스

1) 기업의 핵심 가치(예 : 열정, 전문성, 결속)

2) Development Planning Worksheet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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