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 ktheater.bravod.co.krktheater.bravod.co.kr/filedown.html?up_file=2_47.pdf ·...

5
30대 연기자 그룹에서 50대 연기자 그룹으로 “당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던 30대 배우 30여 명이 모여서 나름의 목소리를 내보려했습니다. 그런데‘노조’나‘압력단체’로바라보는시선이있어서힘 들었죠. 어떤 배우는 한동안 출연 제의를 받지 못하기도 했거든요. 연습실이나 사무실을 빌려서 현대무용도 하고 이론공부도 하던 와중에 배우 들이 늘어나면서‘서울 연기자 그룹’을 만들었죠. 십시일반으로 제작비를 모 아서 공연했는데, 흥행에도 성공하고 작품성도 인정받았습니다. 다만 극단이 아니기 때문에 어디서도 수상을 하지는 못했어요. 그러다 점점 배우들이 늘 어나면서‘한국연극배우협회’를만들었습니다. 첫작품으로윤대성작, 정일 성 연출의 <출세기>를 택해서 굉장한 히트를 쳤어요. 사무실도 마련하고 다 음 작품도 준비할 수 있었죠. 이후 막심 고리키 작, 김효경 연출의 <어머니> 를 비롯해 많은 작품을 공연했고, 협회와 상관없이도 모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차츰 구성원들이 영화배우나 탤런트가 되기도 하고 극단 대표를 맡기 도 하면서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어요. 그러다 50대가 되었으니 연극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나 싶어 다시금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정보도 교 환하고 산행도 다니면서 건강을 유지했 죠. 근래에 국립극단이 해체되면서 다 시 만난 배우들도 있고요. 지금 구성원들의 나이가 50대 초중반인 데요. 공공단체 프로덕션에서 활동하는 몇몇 배우를 빼고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저희들이 어렸 을 때는 선배들께서 나이 드시면 우리 가 그 자리에 갈 수 있겠구나 생각했는 데 생각보다 빨리 후배들이 올라왔어 요. 요즘은 지원정책도 젊은이들 위주 인 것 같더라고요. 한국연극의 세대교 체가 빨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 다. 아무래도 그들의 활동이 많으니까 그럴 테지만, 자꾸 소외되는 느낌이 들 었어요. 그래서 이 작품 안에도 있지만 ‘소외된 사람들’이 모여서 연극을 하기 로 했습니다. 세대를 막론하고 많은 분 들이 오셔서‘흘러간 배우들이 아니라 지금도 열심히 하는 구나’하고 생각하 셨으면 좋겠습니다. -예술감독 윤여성 5 일시: 11.30�12.18 평일7시반, 토3시7시, 일3시, 월쉼 장소: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 각색: 국민성 연출: 박장렬 예술감독: 윤여성 출연: 정상철, 이승호, 강희영, 노진우, 고인배, 차재성, 박 웅, 홍창진, 최병규, 박팔영, 김춘기, 이명희, 김용선, 오현경, 문영수, 도영희, 서민경, 정태준, 박상규, 박기산, 이재희, 신문영, 한필수, 김성자, 김명순, 노영화, 유진희, 조문경, 김인득, 정슬기, 이용녀, 정이주, 한근욱, 김명중, 김장호, 송현석, 고경혜, 김윤태, 김 명, 박혜영, 김성희, 임예나, 김정현, 조경주, 김은우, 정태준, 양형석, 문창완, 정종훈, 강정구, 윤도훈, 이승현, 정성우, 전나현, 조예현, 정예찬, 조재혁, 정예진, 김아린 문의: 929-8679 무대디자인: 엄진선 / 조명디자인: 최형오 / 음향감독: 한철 / 작곡: 박진규 / 사운드디자인: 신성아 / 의상디자인: 손진숙 / 소품디자인: 강민숙 분장: 김은희, 고혜진, 안현진, 권송아 / 움직임구성: 박호빈 / 합창∙노래지도: 문혜심 / 무대감독: 서지혜 / 조연출: 이성구, 송지나 / 음향오퍼레이터: 도명희 조명오퍼레이터: 김건영 / 제작감독: 반진수 / 기획: 이종열, 박우화 / 홍보: 홍근숙, 최빛나 / 마케팅: 이용도, 박지현 / AD: 유정현, 강혜지 / 홍보물디자인: 김은아 웹디자인: 전성욱 / 촬영: 김대영 소설에서 연극으로 <레 미제라블(Les Mis é rables)>은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가 1862년 발표한 동명의 장편소설이 원작이다. 1980년 파리에서 뮤지컬로 초연되고, 이를 1985년 프로듀 카메론 매킨토시(Cameron Anthony Mackintosh)와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Royal Shakespeare Company)이 개작해 런던에서 공연하여 범국가적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른바 ‘세계 3대 뮤지컬’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로 뮤지컬로서는 승승장구해온 반면에 연극으로서는 (특히 국내에서) 거의 공연되지도 않았고 번안된 희곡도 구하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50대 연기자 그룹의 이번 도전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본지 1984년 5월호에 코메디 프랑세즈(Comé de-Fran ç aise)의 공연 희곡을 번역한 오증자 교수 따르면, 빅토르 위고는“1828년경부터 작품으로 구상하기 시작하여 35년 동안 마음속에 품 어왔다고 한다. 그러니까 20대에서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그의 중요한 인생 기간을 다 바쳐 구상해온 작품이 <레 미제라블>이다.”아이부터 노인까지 세대가 등장하고, 장 발장(Jean Valjean)을 번갈아 연기하는 정상철, 이승호, 강희영, 노진우 그리고 주교로 나오는 홍창진 신부 를 포함해 총 출연진이 60명에 달하는 대작(大作)인 이유를 짐작케 한다. 군주정치에서 민주주의정치로의 전환기라는 배경과 도둑과 창녀 그리고 신부 등 갖가지 역할은 빅토르 위고가 겪은 1830년‘7월 혁명’과 1848년‘2월 혁명’사이의 사회적 혼란과 개인적 갈 등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다. 선악(善惡)과 빈부(貧富)의 문제를 직시하고 신에 대한 관념을 환 기하는 동시에 어느새 곁을 살피게 하는 공연을 마주하고 있으면, 또 한 번 고전의 통시성(通 時性)에 놀라지 않을 없다. 그리고 50대 연기자 그룹을 구성하는 연극계 중진들은 물론 오디 션에서 선발된 신진들까지 대거 무대에 오르는 만큼 성숙함과 풋풋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글_김지현 기자([email protected]) 사진_50대 연기자 그룹 제공 50대 연기자 그룹 <레 미제라블> 신진에서 중진으로 프리뷰 1983년 배우들의 권익 보호와 친목 도모를 위해 조직된‘30대 연기자 그룹’이 구성원들의 두터 워진 나이테를 따라‘50대 연기자 그룹’이 되어서 돌아왔다. 극단 내 도제식 교육 풍토 속에서 어쩔 없이 대표자 혹은 제작자와 수직 관계에 놓였던 젊은 배우들의 모임이었다. 출연 계약의 문서화 운동을 벌이고 개런티 보장을 촉구하는 한편, 직접 제작에 참여해 공동으로 수익을 분배 하는 새로운 제작방식을 제시했던 그들이 오랜만에 다시 기지개를 켠다.

Upload: others

Post on 28-Jun-2020

5 views

Category:

Documents


0 download

TRANSCRIPT

Page 1: 프리뷰 - ktheater.bravod.co.krktheater.bravod.co.kr/filedown.html?up_file=2_47.pdf · 은프랑스대문호빅토르위고 (Victor-Marie

30 연기자 그룹에서 50 연기자 그룹으로

“당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던 30 배우 30여 명이 모여서 나름의 목소리를

내보려 했습니다. 그런데‘노조’나‘압력단체’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어서 힘

들었죠. 어떤 배우는 한동안 출연 제의를 받지 못하기도 했거든요.

연습실이나 사무실을 빌려서 현 무용도 하고 이론공부도 하던 와중에 배우

들이 늘어나면서‘서울 연기자 그룹’을 만들었죠. 십시일반으로 제작비를 모

아서 공연했는데, 흥행에도 성공하고 작품성도 인정받았습니다. 다만 극단이

아니기 때문에 어디서도 수상을 하지는 못했어요. 그러다 점점 배우들이 늘

어나면서‘한국연극배우협회’를 만들었습니다. 첫 작품으로 윤 성 작, 정일

성 연출의 <출세기>를 택해서 굉장한 히트를 쳤어요. 사무실도 마련하고 다

음 작품도 준비할 수 있었죠. 이후 막심 고리키 작, 김효경 연출의 <어머니>

를 비롯해 많은 작품을 공연했고, 협회와 상관없이도 모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차츰 구성원들이 화배우나 탤런트가 되기도 하고 극단 표를 맡기

도 하면서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어요. 그러다 50 가 되었으니 연극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나 싶어

다시금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정보도 교

환하고 산행도 다니면서 건강을 유지했

죠. 근래에 국립극단이 해체되면서 다

시 만난 배우들도 있고요.

지금 구성원들의 나이가 50 초중반인

데요. 공공단체 프로덕션에서 활동하는

몇몇 배우를 빼고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저희들이 어렸

을 때는 선배들께서 나이 드시면 우리

가 그 자리에 갈 수 있겠구나 생각했는

데 생각보다 빨리 후배들이 올라왔어

요. 요즘은 지원정책도 젊은이들 위주

인 것 같더라고요. 한국연극의 세 교

체가 빨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

다. 아무래도 그들의 활동이 많으니까

그럴 테지만, 자꾸 소외되는 느낌이 들

었어요. 그래서 이 작품 안에도 있지만

‘소외된 사람들’이 모여서 연극을 하기

로 했습니다. 세 를 막론하고 많은 분

들이 오셔서‘흘러간 배우들이 아니라

지금도 열심히 하는 구나’하고 생각하

셨으면 좋겠습니다. -예술감독 윤여성

5

일시: 11.30�12.18 평일7시반, 토3시7시, 일3시, 월쉼 장소: 아르코예술극장 극장

작: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 각색: 국민성 연출: 박장렬 예술감독: 윤여성

출연: 정상철, 이승호, 강희 , 노진우, 고인배, 차재성, 박 웅, 홍창진, 최병규, 박팔 , 김춘기, 이명희, 김용선, 오현경, 문 수, 도 희, 서민경,

정태준, 박상규, 박기산, 이재희, 신문 , 한필수, 김성자, 김명순, 노 화, 유진희, 조문경, 김인득, 정슬기, 이용녀, 정이주, 한근욱, 김명중,

김장호, 송현석, 고경혜, 김윤태, 김 명, 박혜 , 김성희, 임예나, 김정현, 조경주, 김은우, 정태준, 양형석, 문창완, 정종훈, 강정구, 윤도훈,

이승현, 정성우, 전나현, 조예현, 정예찬, 조재혁, 정예진, 김아린

문의: 929-8679

무 디자인: 엄진선 / 조명디자인: 최형오 / 음향감독: 한철 / 작곡: 박진규 / 사운드디자인: 신성아 / 의상디자인: 손진숙 / 소품디자인: 강민숙

분장: 김은희, 고혜진, 안현진, 권송아 / 움직임구성: 박호빈 / 합창∙노래지도: 문혜심 / 무 감독: 서지혜 / 조연출: 이성구, 송지나 / 음향오퍼레이터: 도명희

조명오퍼레이터: 김건 / 제작감독: 반진수 / 기획: 이종열, 박우화 / 홍보: 홍근숙, 최빛나 / 마케팅: 이용도, 박지현 / AD: 유정현, 강혜지 / 홍보물디자인: 김은아

웹디자인: 전성욱 / 촬 : 김

소설에서 연극으로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은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가 1862년

발표한 동명의 장편소설이 원작이다. 1980년 파리에서 뮤지컬로 초연되고, 이를 1985년 프로듀

서 카메론 매킨토시(Cameron Anthony Mackintosh)와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Royal

Shakespeare Company)이 개작해 런던에서 공연하여 범국가적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른바

‘세계 3 뮤지컬’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로 뮤지컬로서는 승승장구해온 반면에 연극으로서는

(특히 국내에서) 거의 공연되지도 않았고 번안된 희곡도 구하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50 연기자

그룹의 이번 도전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본지 1984년 5월호에 코메디 프랑세즈(Coméde-Française)의 공연 희곡을 번역한 오증자 교수

에 따르면, 빅토르 위고는“1828년경부터 작품으로 구상하기 시작하여 35년 동안 마음속에 품

어왔다고 한다. 그러니까 20 에서부터 60 에 이르기까지 그의 중요한 인생 기간을 다 바쳐

구상해온 작품이 곧 <레 미제라블>이다.”아이부터 노인까지 전 세 가 등장하고, 장 발장(Jean

Valjean)을 번갈아 연기하는 정상철, 이승호, 강희 , 노진우 그리고 주교로 나오는 홍창진 신부

를 포함해 총 출연진이 60명에 달하는 작(大作)인 이유를 짐작케 한다.

군주정치에서 민주주의정치로의 전환기라는 배경과 도둑과 창녀 그리고 신부 등 갖가지 역할은

빅토르 위고가 겪은 1830년‘7월 혁명’과 1848년‘2월 혁명’사이의 사회적 혼란과 개인적 갈

등을 고스란히 변하고 있다. 선악(善惡)과 빈부(貧富)의 문제를 직시하고 신에 한 관념을 환

기하는 동시에 어느새 곁을 살피게 하는 이 공연을 마주하고 있으면, 또 한 번 고전의 통시성(通

時性)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50 연기자 그룹을 구성하는 연극계 중진들은 물론 오디

션에서 선발된 신진들까지 거 무 에 오르는 만큼 성숙함과 풋풋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_김지현기자([email protected])

사진_50 연기자 그룹 제공

50 연기자 그룹 <레 미제라블>신진에서 중진으로

프리뷰

1983년 배우들의 권익 보호와 친목 도모를 위해 조직된‘30 연기자 그룹’이 구성원들의 두터

워진 나이테를 따라‘50 연기자 그룹’이 되어서 돌아왔다. 극단 내 도제식 교육 풍토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표자 혹은 제작자와 수직 관계에 놓 던 젊은 배우들의 모임이었다. 출연 계약의

문서화 운동을 벌이고 개런티 보장을 촉구하는 한편, 직접 제작에 참여해 공동으로 수익을 분배

하는 새로운 제작방식을 제시했던 그들이 오랜만에 다시 기지개를 켠다.

Page 2: 프리뷰 - ktheater.bravod.co.krktheater.bravod.co.kr/filedown.html?up_file=2_47.pdf · 은프랑스대문호빅토르위고 (Victor-Marie

여기 두 소년, 민재와 상식이 있다. 공연이 시작되면 둘은 읊조린다. “그날도 우린 별 이유 없이 어슬 거렸

고, 심심하면 이유를 만들어 뛰기도 했다, 그냥 그랬을 뿐이었다.”그러나 공연의 마지막 장면, 그들은 다시

이렇게 말한다. “이제 우린 더 이상 뛸 이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혹은 더 빨리 뛸 이유를 만들게 될지도 모른

다.”이들의 질주는 어느 순간 멈추어 버리고 만다. 과연 이 두 소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쉴 틈

없는 빠른 속도감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그 이야기가 무 위에 펼쳐진다.

우리들의 이야기

(재)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첫 작품으로 청소년극 <소

년이 그랬다>를 선택했다. <소년이 그랬다>는 호주에서 일어난 실

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 <더 스톤즈(The Stones)>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더 스톤즈>는 1996년 초연 이후 전 세계를 돌며 공

연되었고 여러 번의 수상으로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우리나라에서 청소년극이 다루는 소재나 이야기들이 아직은 조

금 진부하다하나? 소재주의적 한계 속에 갇힌 작품들이 많았는

데 이 작품은 그러지 않았어요. 앞으로 우리 연구소에서도 해야

할 작업들이‘다양한 소재의 청소년극, 다양한 문화와 삶의 주체

로써의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자’인데 그것과 딱 들어맞는 작품

이었죠.”

그러나 <소년이 그랬다>는 원작을 그 로 옮긴 번역극이 아니다.

한국적 상황에 맞는 각색을 거쳐 새롭게 재창작된 작품이다.

“저는 번역극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이것을 어떻게 동시 적인

우리의 것으로 문화 번역을 해내는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

요. 그런 면에서 한현주 작가가 탁월했다고 생각하고요. 한현주

작가가 원작엔 없는 지금의 우리 이야기, 이것을 굉장히 감각적

으로 잘 잡아냈어요.”

실제로 작품에서는‘재개발 구역’, ‘왕따’, ‘트위터’, ‘컴퓨터 게

임’, ‘인터넷 기사와 댓 ’등 지금 우리 사회와 접하게 닿아있

는 소재들을 다루고 있다. 또한, 두 소년은‘초딩’, ‘중삐리’, ‘짱

깨’, ‘울트라 킹왕짱’, ‘죽빵’등 현재 청소년들이 즐겨 사용하는

언어를 그 로 쓴다. 엄격한 아버지의 모습과 부모의 부재가 좀

더 강화된 두 소년의 가정환경을 통해서도 우리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설정들은 이것이 무 위에서만이 아닌 지

금 우리들에게도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임을 쉽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7

(재)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소년이 그랬다>

우리들을 향해 질문을 던지다

일시: 11월24일�12월4일, 목금8시, 토4시, 일3시,

평일단체특별공연가능

장소: 백성희장민호극장

원작: 톰 라이코스 & 스테포 난쑤

<더 스톤즈(The Stones)>

각색: 한현주

연출: 남인우

예술감독: 손진책

예술교육감독: 최 애

협력연출: 유홍

출연: 김문성, 김정훈

연주: 남관우, 김홍식

문의: 3279-2226�7

프리뷰

드라마터그: 손서희 / 조연출: 이지혜 / 음악팀: 이향하, 신승태, 남관우, 김홍식 / 예술교육: 최기숙, 손준형, 김창 / 기술감독: 어경준 / 무 감독: 김지명

무 조감독: 정광진 / 무 디자인: 여신동 / 조명디자인: 이유진 / 의상디자인: 정민선 / 사운드디자인: 장태순 / 상디자인: 김 민, 김종헌

움직임디자인: 이윤정 / 사진: 이도희 / 그래픽디자인: 윤용석 / 마케팅: 윤다애 / 프로듀서: 김미선

연출가∙남인우

Page 3: 프리뷰 - ktheater.bravod.co.krktheater.bravod.co.kr/filedown.html?up_file=2_47.pdf · 은프랑스대문호빅토르위고 (Victor-Marie

98 The Korean Theatre Review 2011. 11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

<소년이 그랬다>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중학생인 민재와 상식은 그날도 어김없이 학원

을 가지 않고 아파트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이들은 동네와 학교 그리고 학원을‘쇼생

크’라 칭하며 그 탈출구로 이런저런 장난을 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자신들을 괴롭

히는 폭주족인 동네 중국집 배달원을 골탕먹이기 위해 일을 벌인다. 그렇게 육교 위로

올라가는 상황이 연출되고 그곳에서 소년들은 무심코 아래를 향해 돌을 던진다. 그런데

돌이 달리던 차의 유리창을 관통하고 운전자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만다. 공연은 그

후로 겪게 되는 소년들의 심리를 따라가며 그 사건을 전담하게 된 두 형사의 갈등구조

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들이 가지는 불안한 정신적 상태와 고민들 그

리고 이들을 둘러싼 사회의 모습과 여러 시선이 드러난다.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한

가지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이것은 과연 청소년들만의 문제인가.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

에게만 전적으로 잘못이 있는 것인가. 학교와 학원 사이에서 갈 곳을 잃은 채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방치해 버린 사회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상식은 사건이 일어난 후 집으로

가 외친다. “엄마? 엄마? 엄마! 좀 있으면 안 돼?”어른들은 이 외침에 뭐라고 답해줄

수 있을까. 그렇게 공연은 묻는다. 당신은 그 아이들을 향해 쉽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

“사실 저는 굉장히 보수적인 사람이에요. 어떤 면에서 그러냐면, 물론 청소년들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무책임함. 그런데 공부를 해보니 아이들의 뇌와 생리적인

구조가 어쩔 수 없겠는 거죠. 그렇다면 이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생각해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질문을 던지지 않았죠. 결과만 가

지고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만 보 지. 그래서 청소년들에게도 의미 있는 사회 구성원

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너희에게 어떠한 것이 필요한지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반 로 어른들에게는 과연 우리가 저렇게 공사 중인 뇌 구조를 가진 아이들에게 어

른이라는 사회적 안전망으로 존재하고 있었는가. 가정에서조차 부재했는데 누가 저 아

이들에게 진짜 돌을 던질 수 있을까요?”

“마지막에 아이들이 복도에서 누군가를 만나요. 그 부인은 죽은 운전수의 부

인인데 그 부인이 화도 내지 않고 울지도 않고 그러나 너무 할 말이 많은 얼굴

로 자신을 쳐다본다는 식의 사를 해요. 나는 이게 작품을 보는 건강한 어른

들의 모습인 것 같아요. 죄를 의도하지 않은 철딱서니 없는 아이들. 화를 낼

수도 울 수도 없는 복잡 미묘한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그 심정. 진짜 건강한 어

른들의 마음이 그 부인의 모습으로 변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그걸

봤을 때 청소년들이 변화할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마지막 부분이 있기

전까지 중요한 건 배신이라든가, 체벌을 받는가, 아버지에게 매를 맞나 이런

것들이었어요. 그러나 청소년들이 아줌마를 보았을 때, 어른들의 그 복잡한

뉘앙스를 봤을 때 진짜 내가 한 일이 무엇인가를 아는 거죠.”

마지막 장면은 우리들에게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먹먹함을 준다. 쉴 틈 없이 달

려오던 공연 속에서 갑작스레 찾아온 이 감정은 앞서 쌓아온 것들을 한 번에

쓰러뜨릴 만한 놀라운 힘을 가지게 된다.

“실제로 본이 나오고 나서 서 문 경찰서에 견학을 갔어요. 사실 우리는 형

사들을 보러 갔어요. 청소년은 공부를 많이 했으니깐. 물론 형사를 보고 공부

를 많이 했는데 그때 저희가 9~12시까지 있었거든요. 그때 현장 접수가 3건

이 있었어요. 평일이라 사건이 별로 없는 날이래요. 그중에 하나가 청소년 범

죄 어요. 그것도 재개발 지역에서 여러 명이 본드를 하다 현행범으로 잡혔어

요. 그들 중 한 명은 이뿐만이 아니라 온갖 절도, 폭행을 상습적으로 하는 아

이래요. 형사께서 저 아이는 정신을 고쳐야 한다고 자기가 뭘 잘못 했는지도

모른다는 거죠. 돌아오는데 3분의 1이 청소년 범죄인 거에요.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것 같아요. 그전까지

어린이 청소년극 하면 단순히 연극계의 인프라를 확장한다는 것에 더 많은 초

점이 있었거든요. 예술의 경 적인 측면에서 접근했다면 이제는 정말로 미룰

수가 없는 거에요. 청소년들의 문제, 삶. 이 시점에서 이들과 만날 수 있는 가

장 좋은 방법은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청소년들은 움직이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렇다면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찾아가서 보여주고 싶은 거죠.”

국립극단과 <가믄장 아기>, <사천가> 등의 작품으로 국내외에서 인정받은 남인

우 연출가, 그리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젊은 제작진들이 만나 선보이는 청소

년극 <소년이 그랬다>. 연극계의 주목을 받으며 기 가 되는 이유는 당연한 듯

싶다. 이 작품이 그들의 바람처럼 청소년뿐만이 아닌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

과 소통하여 변화의 작은 불씨를 가져올 수 있기를 바란다.

※ 기사 속 인터뷰는 연출가 남인우와 진행되었습니다.

_김미지기자([email protected])

사진_김지현 기자([email protected]) & (재)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제공

연극적 상상력으로 가득한 역동적인 무 ,

그 후에 찾아오는 먹먹함

<소년이 그랬다>는 연극이기에 가능한 마술로 가득 차 있다. 우선 한 명의 배우가 소년과

형사의 역할을 번갈아가며 연기한다. 두 명의 배우는 옷을 갈아입는 등의 시각적인 변화

없이 역할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배우들은 포즈와 목소리 등의 변화만으로 다양한 역할

을 소화해낸다. 또한, 작품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 역시 눈에 보이지 않으며 두 배우의 액

션만으로 표현된다. 이처럼 두 배우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공연의 커다

란 즐거움이다. 무 의 공간 사용 역시 연극적 변형과 상징으로 이루어진다. 실제의 장면

속 분위기에 맞는 소품이 아닌 상징적인 도구를 사용하여 인물들의 심리를 변한다. 공연

내내 뛰고 달리는 두 배우와 함께 라이브로 연주되는 음악은 극의 긴장감과 에너지를 더해

주는 또 하나의 백미이다. 공연의 이러한 역동적인 질주는 마지막 장면에 가서 그 힘을 더

욱이 발휘한다.

Page 4: 프리뷰 - ktheater.bravod.co.krktheater.bravod.co.kr/filedown.html?up_file=2_47.pdf · 은프랑스대문호빅토르위고 (Victor-Marie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천연한 사기꾼

<홀연했던 사나이>

11월2일�11월3일 3시8시

작 오세혁 연출 유수미

출연 이승기, 배수진, 박호석, 이은주, 장경아, 송 학, 배상돈, 이승구

조명 이주환 무 감독 도성종 음향 김경남 무 이윤수 음악 김은정 상 김민, 석선옥, 김선미

우린 꿈같은 삶을 꿈꾼다. 인생은 매정하고 난폭해졌다. 꿈꾸

는 사람보다 꿈 깨는 사람의 논리가 정확해져 있다. 그래서 삶

을 꿈과 함께 이해하려는 사람에게 현실은 너무나 비현실적인

것이 되었다. 여기 기이한 사나이가 나타난다. 시골 지하다방

에 바람처럼 나타났던 한 사나이. 엽차 한 잔 시켜놓고 두툼한

원고 뭉치와 씨름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던 그 사나이.

다방 사람들은 그가 자신들을 지하계단 너머의 세계로 이끌어

줄 것이라 기 하고 확신하며 저마다 한바탕 꿈을 꾼다. 그리

고 이제 막 꿈이 이루어지려는 긴박하고 긴장된 바로 그 순간,

사나이는 홀연히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꿈을 꾸고 난 사람들

은 재미있고 행복했지만 막막하다. 그 꿈은 현실이 아닌 그저

꿈이었을 뿐이니까. 그래도 우리는 고맙기만 하다. 뭘 더 바라

겠는가? 덕분에 우리는 꿈이라도 꿔볼 수 있었으니까. 미래에

매달릴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과거의 꿈이 주는 힘이라도 소

중하니까. 어른들의 무기력하고 슬픈 삶에서 꿈이 진행되는 쓸

쓸함을 바라보는 꼬마 주인공 승돌이는 바로 작가 자신이기도

하다. 이제 승돌이는 자라서 작가 오세혁이 되었고 홀연했던

사나이가 누구 는지 잘 알게 되었다. 이제 오세혁은 홀연했던

사나이처럼 사람들을 꿈꾸게 해줄 수도 있는 것이다. 유수미

연출가는 극중극, 극, 작가의 다큐멘터리로 이어지는 여러 겹

의 세계를 번갈아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지하다방의 불꽃놀

이를 보여주고자 한다. 어쩌면 기발하고 재치 있는 연극적 재

미를 뭉개버리며 삶의 쓸쓸함이 커져 버릴지도 모른다. 한바탕

웃고 위로받기를 원했던 작가와 연출가가 무색해지게 의도하

지 않았던 슬픔의 둑이 터져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괜찮을

것이다. “연극이 다 끝나고 객석에 불이 켜졌을 때 관객들 서

로가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신인 작

가의 간절하고 예쁜 소망이 더 강하게 삶의 곳곳에서 홀연하

게 다가올 것이다.

그들에겐 꿈 같은 1년이었다.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된‘봄

작가’들은 자신들의 당선작으로 두근거리는 첫무 를 마친 후

‘겨울 무 ’공연을 위한 신작을 의뢰받게 된다.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작가’로서의 첫걸음이다. 조심스럽고 서툴지만 치열하

고 진지했다. 어깨가 아프고 눈은 피곤했지만 쓰고 고치고 또 쓰

고 고치며 행복하고 신랄했던 여름을 보낸다. 그리고 가을,

젊고 도전적인 연출가들과의 조우. 책상을 떠나 현장

에서의 신뢰와 소통을 연습했고 많은 질문과 다양

한 시선을 경험했으며 연극은 물질적인 세계를 보

여주는 살아 있는 작업임을 분명히 확인한다. 그

리고 겨울, 이제 곧 그들의‘꿈의 무 ’가 시작이

다. 한국공연예술센터의‘차세 공연예술가의

체계적 육성’사업으로 추진되는 <봄 작

가, 겨울 무 >가 오는 11월2일부터 11월

13일까지 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신춘문예 당선작가 4인의 장

편 신작과 학로 차세 유망 연출가들

과의 행복한 만남이다. 아니 찐한 싸움

이다. 매년 봄마다 등장하는 신예작가들

에게 지속적으로 활동할 기회를 주고자 하

는 한국공연예술센터의 야심 찬 프로젝트.

젊은 예술가들에겐 말이 더 필요 없다. 치

열하게 그리로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세

계의 멱살을 움켜쥘 주먹을 쥐고.

한국공연예술센터

‘2011 봄 작가, 겨울 무 ’

꿈의 무 , 눈 부신 한걸음

일시: 11월2일�11월13일(각 2회씩 2일 공연)

장소: 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문의: 3668-0007

프리뷰

1110 The Korean Theatre Review 2011. 11

연출∙유수미 작가∙오세혁

Page 5: 프리뷰 - ktheater.bravod.co.krktheater.bravod.co.kr/filedown.html?up_file=2_47.pdf · 은프랑스대문호빅토르위고 (Victor-Marie

1312 The Korean Theatre Review 2011. 11

원히 지속될 것만 같은

<그날들>

11월5일�11월6일 3시7시

작 김성배 연출 전인철

출연 김문 , 민정희 외

조명 이주환 무 감독 도성종 음향 김경남 음악 이율구 의상 이민주

삶은 기억되고 잊혀지고 재생되며 변주된다. 분명한 건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

그건 마치 축구 경기와도 같다. 한정된 시간 안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공을

움직이며 상 방의 골 에 골을 넣으려 노력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종료 휘슬

이 울리면 그걸로 끝. 때로 로스타임이 주어져 조금 더 뛸 때도 있다. 막판의

드라마틱한 뒤집기로 승부가 역전되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휘슬이 울리면 끝.

그리곤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이다. 뜨거웠던 그날을 간직하고 있는 차가운 유

리 상자의‘그날들’뿐. 축구 경기장 외부의 휴식공간에서 처음 만난 철우와 명

희. 그들은 그곳에서 사랑했고 불행했던‘그날들’의 기억을 재생한다. 축구경기

의 진행과 함께 두 사람은 서로의 시간들을 간섭하고 이해하면서 서로의 추억

여행에 동행한다. 축구기자 던 이력으로 축구경기장의 주변 공간을 생생하게

묘사한 작가 김성배는 현 사회 속의 무수한‘혼자’들에게 이 극이 따스한 위

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인작가로서 공연화 과정 동안 텍스트와 공연

물 사이의 거리에 해 많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는 그에게‘겨울무 ’는 더 나

은 창작을 위한 귀한‘그날들’이 될 것이 분명하다. 어느 날 문득 시간 속에 수

많은 길이 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당신이라면 지금 당장 짐을 꾸려 이 도로

로 나서면 될 것이다.

삶의 비극성에 한 서 픈 위로

<서 퍼도 커튼콜>

11월9일�11월10일 3시8시

작 김슬기 연출 오유경

출연 송인성, 이혜진, 천용철

조명 이주환 무 감독 도성종 음향 김경남 조연출 김민경

음악 이호근 무 ∙소품 최두선 의상 김지연

뭐가 자꾸 어긋난다. 사는 게 지긋지긋하고 비루해서, 삶이 준 흔적들이 아프고

감당이 되질 않아, 날 오래 바라보던 너를 자꾸 피하기만 했었는데, 이제야 내민

내 손을 이제 넌 잡아줄 수 없구나. 유행가 가사 같은가. 이게 삶이다. 삶은 자꾸

어긋나고, 이상하게 비틀리고, 덧없어 슬픈 것이다. 서로에게 자주 상처가 되고

부딪치고 넘어지고 깨져야만 도착하는

<서울은 지금 맑음>

11월12일�11월13일 3시7시

작 배진아 연출 이용주

출연 박준석, 허혜경, 김미진, 윤 균, 허란, 이동욱

조명 이주환 무 감독 도성종 음향 김경남 조연출 양성훈

음악 심연주 무 이재근 무 ∙사진 서동신 의상∙소품 유리나

아프고 상처 나고 덧난 사람들이 부딪치고 엇갈리며 자기 자리들을 찾고 있

다. 네 자리가 내 자리 같고 내 자리가 네 자리 같다. 우린 그렇게 다르면서

닮았다. 서로를 친 손으로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서로를 매섭게 비난했던

목소리로 서로를 진실로 위로한다. 넘어지고 깨지면서 도착한 그곳‘서울은

지금 맑음’. 사람에게 입은 상처가 사람으로 인해 치유되는 과정을 구에

서 서울까지 운행하는 KTX 기차 여정에 비유하며 경쾌하게 풀어낸 이 작품

은 우리가 살아가며 경험하는 바로 인간관계에 한 이야기이다. 텍스트 활

자 너머 살아 흐르는 물길들을 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는 이용주 연출가

는 여러 극적 장치들을 이용할 생각이다. 콘트라베이스, 아코디언, 첼로가

연주될 라이브 음악, 바퀴가 달려 이동이 자유로운 열차 의자들, 움직임을

강조한 연기, 재즈, 탱고, 아카펠라로 다양하게 변주될 주제곡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혼합하며 기차를 무사히 도착지에 안착시킬 것이다. 기차가 도착

하면 승객들은 챙겼던 우산들이 더 이상 필요가 없게 된다. 그곳은 아주 맑

게 개어 있으므로. 서울의 밤하늘은 별들로 반짝반짝 빛날 것이므로.

_김성민(객원기자, [email protected])

사진_서동신 & 한국공연예술센터 제공

그래도 가끔 위로가 되는 반지와 우람, 정란은 안개에 쌓인 채 바람이 부는 집, 카페‘커

튼콜’로 모여든다.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는 공간인 그곳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자신을 들

키고 속을 열어 보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부딪치고 소리 지르고 울고 웃는다. 그러면서

삶을 이해하고 사람을 용서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객석을 향해 자신의 상처를 온전히

드러낼 때, 그들의 입가에 조용한 미소가 번질 때, 서 퍼도 커튼콜! 극을 통해 인간 정서

에 한 교감과 치유과정을 그려내고 싶다는 오유경 연출가는 사실적이면서도 추상적인

무 와 굵고 활달한 연기들을 통해 인물의 심리를 세 하게 표현할 것이라고 한다. 뭔가

말들이 모순된다. 어떻게 굵은데 세 할 수 있는가. 그것은 어쩌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가에 한 변주곡같이 느껴진다. 좋다. 속는 셈 치고 믿어보기로 한다. 한

번도 이해받지 못한 인물들이 서로 이해하게 됐을 때, 그 이해의 긴 여정에 관객이 온전

하게 교감할 수 있을 때, 관객들은 커튼콜이 끝나도 오래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연출∙전인철 작가∙김성배

연출∙오유경 작가∙김슬기

연출∙이용주 작가∙배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