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심을 향한 스무고개 _ 심홍석 (암브로시오) 당신 뜻대로 하소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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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6 2015년 가을호 파키스탄에서 선교실습(FMA ) 중인 전병률(요아킴) 신학생. “가끔 힘이 센 아이들에게 맞고 울며 들어오는 어린 아이들을 보면 속상해요. 그래도 눈물을 닦아주면 아이들은 금방 해맑게 웃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그리스도의 참된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이는 골롬반 성인의 강한 신념이었습니다. 사제성소모임 강승원 신부 010-5397-8420 | 평신도선교사 관심자모임 김정혜 010-5003-5628 | 골롬반수녀회 성소모임 신하숙 수녀 010-5033-9302 www.columban.or.kr 136-036 서울시 성북구 동소문로 93-14 | 전화 02-926-1217 | 팩스 02-926-0551 지원사제 당신 뜻대로 하소서! 평신도선교사 우리 엄마 이름은 아녜스 생태환경과 인간 교황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 느림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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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부르심을 향한 스무고개 _ 심홍석 (암브로시오) 당신 뜻대로 하소서! _ 이용범 (사도요한) 신부 우유 한 잔의 기적 _오수성 (Michael O’Grady)

vol.962015년 가을호

파키스탄에서 선교실습(FMA) 중인 전병률(요아킴) 신학생.

“가끔 힘이 센 아이들에게 맞고 울며 들어오는 어린 아이들을 보면 속상해요. 그래도 눈물을 닦아주면 아이들은 금방 해맑게 웃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그리스도의 참된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이는 골롬반 성인의 강한 신념이었습니다.

사제성소모임 강승원 신부 010-5397-8420 | 평신도선교사 관심자모임 김정혜 010-5003-5628 | 골롬반수녀회 성소모임 신하숙 수녀 010-5033-9302

www.columban.or.kr

136-036 서울시 성북구 동소문로 93-14 | 전화 02-926-1217 | 팩스 02-926-0551

지원사제 당신 뜻대로 하소서!

평신도선교사 우리 엄마 이름은 아녜스

생태환경과인간 교황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

느림의 가치

Page 2: 부르심을 향한 스무고개 _ 심홍석 (암브로시오) 당신 뜻대로 하소서! _ 이용범 (사도요한) 신부 우유 한 잔의 기적 _오수성 (Michael O’Grady)

안녕하세요. 「골롬반선교」 새 편집장 김종근 신부입니다. 저

는 칠레에서 오랜 시간을 선교사제로 살아오다가 다시 한국에

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 오랜만에 만난 후배 신부가 저에게 사제서품 기념

상본 몇 장을 건네주었습니다. 낯이 익다 싶더니 바로 저의 서

품상본이더군요. 벌써 20년이 훌쩍 지난 오래전 상본인지라 저

도 한 장 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으

로 고맙게 받아 책상머리 잘 보이는 곳에 올려놓았습니다. 서

품상본을 통해 선교지에서 내 나라로 돌아온 후 조금씩 느슨

해지는 마음을 다잡으면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선교사답게

제대로 살아가라는 가르침이었습니다.

「골롬반선교」는 골롬반회가 추구하고 있는 선교의 다양한

모습을 독자들에게 전하는 공간입니다. 또한 해외에서 활동하

고 있는 골롬반 선교사들에게는 위로와 격려의 선물이기도 합

니다. 이 소중한 나눔의 공간을 통해 앞으로도 골롬반 성인의

뒤를 이어 낯선 문화, 민족 안에서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는 골

롬반 선교사들의 다양한 선교여정을 나누면서, 함께 만들어

가는 「골롬반선교」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골

롬반선교」를 만나는 여러분 모두에게 부족한 선교사의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골롬반선교」가 되겠습니다

김종근(도밍고) 신부•본지 편집장

⊙ 마음을 여는 글

함께 만들어가는 「골롬반선교」가 되겠습니다 _김종근(도밍고) 신부

교황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 _이현섭(안사노) 신부

느림의 가치 _맹주형(아우구스티노)

내게 살아갈 힘을 준 ‘숲’ _김인자(아가페)

“창조주를 알고 싶다면 먼저 피조물을 이해하십시오” _션 맥도나(Sean McDonagh) 신부

부르심을 향한 스무고개 _심홍석(암브로시오)

당신 뜻대로 하소서! _이용범(사도요한) 신부

우유 한 잔의 기적 _오수성(Michael O’Grady) 신부

우리 엄마 이름은 아녜스 _이수빈(마틸다)

삶은 계란 하나에도 행복한 아이들 _강민영(힐데가르트)

표지이미지 출처

www.shutterstock.com

편집실 Tel. 02-927-2705 E-mail. [email protected]

본부 Tel. 02-926-1217 Fax. 02-926-0551 Homepage. www.columban.or.kr

후원회 Tel. 02-929-2977 Fax. 02-929-1366 E-mail. [email protected]

발행일 2015년 9월 1일 발행처 성골롬반외방선교회 발행인 오기백(Daniel O’Keeffe) 신부 편집장 김종근(도밍고) 신부

편집위원 에이몬(Eamon Adams) 신부, 김정혜(로베르따) 선교사, 변정화(에바) 디자인 디자인 신화 인쇄 동진인쇄

마음을 여는 글

생태환경과 인간

신학생

지원사제

함께하는 여정

평신도선교사

필리핀 선교체험

묵상나눔

골롬반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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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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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62015년 가을호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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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보도된 지구촌 뉴

스 중, 지구와 60억km 떨어

져 있는 명왕성의 아름다운

사진이 세간의 화제가 된 적

이 있습니다. 명왕성에 다가

간 인공위성이 근접 촬영한

것으로, 그 표면이 하트모양

처럼 생겼다며 신기해하고 환호하는 장면은 개인적

으로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는 과학문명의 발달과 함께 인간이 끊임

없이 도전하고 탐구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얻은 성

과라는 점에선 실로 놀랄만한 뉴스이긴 하지만, 지

구라는 가장 아름다운 별에 살고 있으면서도 그 소

중함과 감사함은 깨닫지 못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명왕성의 아름다움에 온통 마음을 빼앗긴 사람들

「찬미받으소서」이현섭(안사노) 신부•의정부교구 환경농촌사목위원장

⊙ 생태환경과 인간

력이 자본주의와 산업문명의 발달을 촉진했고, 그것

이 인간을 더욱 이기적인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심

지어 인간은 하느님으로부터 피조된 존재임에도 불

구하고 마치 창조주인양 행세하였습니다. 손님이 주

인행세를 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

간은 주인행세를 합리화하고 변명으로 일관합니다.

이것이 지구인들의 모습입니다.

자연은 상호 유기적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인간

은 자연의 일부분이며, 자연과 불가분의 관계 속에

서 그 운명을 같이 하기 때문에, 이 관계성을 올바

르게 형성해나가는 것이 생태 회칙의 근본정신입니

다. 특별히 교황께서 발표하신 생태 회칙은 자본주

의의 욕망에서 파생된 개인의 소비지향성에 대해서

비판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욕

구와 소비적인 욕망을 분명히 구분하면서, 동시에

가난한 사람들의 빈곤이 부자들의 탐욕적인 욕망에

기인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즉, 쓰고 내다버리

는 문화와 자원 보존 능력을 결여한 산업 시스템(22

항), 일부 더 많은 자원과 사회적 정치적 권력을 소

유한 사람들의 이기적 관심(26항), 물 자원을 사유화

하여 시장 규칙에 종속된 상품으로 만들려는 경향

(30항), 거대한 경제 세력, 초국적 기업들의 경제적 이

익(38항), 가난한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지금

의 분배 모델을 합법화하려는 시도(50항), 정치뿐 아

니라 자유와 정의 문제까지도 장악하는, 기술·경제

패러다임에 토대를 둔 새로운 권력 구조들(53항), 충

돌에 대처하려는 정치적 노력에 강하게 저항하는 막

강한 금융 세력(57항) 등 문제를 야기한 배경 및 구조

적 원인을 지적합니다.

생태 회칙에서 교황은 ‘온전한 생태학’이라는 개

념을 제시했습니다. 온전한 생태학은 인간이 모든

피조물을 돌볼 책임 있는 위치에 있음을 일깨우며,

자연과 맺고 있는 관계를 존중할 것을 촉구합니다.

그리고 지구 환경과 생태계를 가꾸고 돌보는 방법들

을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이는 새로운 생활 습관

을 추구하는 ‘생태적 회심’의 삶입니다.

교황은 이 회칙에서 물을 아껴 쓰고, 쓰레기를

줄이며, 전기를 절약하는 작은 실천의 중요성을 간

과하지 않았고, 이러한 개인의 작은 행동들이 사회

의 큰 변화를 가져온다고 강조하며, 환경오염을 막

기 위해 소비를 줄이고 재활용품을 사용하기를 요

청합니다. 모든 피조물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

의 순환 구조를 설명하며, 산업사회가 일방적으로

쓰고 버리는 문화에서 벗어나 생태계의 순환구조를

적용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뿐만 아니라,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줄

이는 일과 화석 연료를 재생 가능한 연료로 대체하

는 일,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고, 미생물 분해가

가능해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세제를 사용하며,

농사 편의를 위해 뿌리는 농약과 살충제 사용에 주

의를 기울여 주기를 요청했습니다. 나무를 심고, 에

어컨 사용을 자제하고, 난방 대신 옷을 한 겹 더 입

으라는 생활 속 실천 사항들도 제시했습니다.

합리화와 변명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에게 생태

회칙은 합리화와 변명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이해시켜 줍니다. 구약성경에서 전

능하신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을 끝까지 보호하고

지켜 주실 것이라고 주장했던 예언자들은 모두 거

짓 예언자들이었지만, 이스라엘 민족을 파멸시킬 만

큼 하느님은 자유로우신 분이라고 가르친 예언자들

은 모두 참 예언자로 판명되었습니다.

생태 회칙은 예언서입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

는 예언을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교황께서는 생

태 회칙이 단지 문자로만 남게 되는 것은 원하지 않

습니다. 이제 지구가 가지고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절박함은 우리를 행동하고 실천할 수

있게 합니다. 그 행동과 실천은 하느님과 피조된 세

상에 대한 찬미입니다.

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명왕성이라는 별보다 우리가 두 발

로 서 있는 지구라는 별에 대해서, 지구가 우리 인

간에게 마련해준 생태에 대해서 감동하고, 환호하

고, 찬미해야 합니다. 가장 아름다운 별인 이 지구

가 우주의 한 일원으로서 그 아름다움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도록 잘 보존하고 가꾸어야 합니다.

지난 6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생태 회칙을 발표

하셨습니다. 사실 이 생태 회칙은 우리가 한 번쯤은

들어봄직한 내용으로, 모든 피조물이 더불어 살고

있는 공동의 집인 지구를 전 인류가 지속가능한 모

습으로 지켜 내자는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인 지

구의 전반적인 문제, 특히 생명과 환경에 대해서 너

무나 무관심했습니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기술

교황생태회칙

04 052015년 가을호

Page 4: 부르심을 향한 스무고개 _ 심홍석 (암브로시오) 당신 뜻대로 하소서! _ 이용범 (사도요한) 신부 우유 한 잔의 기적 _오수성 (Michael O’Grady)

⊙ 생태환경과 인간

느림의 가치창조질서보전을위한

신앙인의책임과실천

맹주형(아우구스티노)•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사무국장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합니다. 한참 뒤쳐진 거

북이를 보자 자만에 빠진 토끼는 한숨 잡니다. 그사

이 거북이가 이깁니다. 그날 밤 실의에 빠져있는 토

끼집 문을 누군가 두드립니다. “똑똑똑” 내다보니 달

팽이입니다. 달팽이는 토끼에게 달리기 시합을 청합

니다. 기가 막힌 토끼는 달팽이를 발로 찹니다. 1년

이 지난 다음 토끼는 다시 거북이와 달리기 시합을

합니다. 이날도 토끼는 자만에 빠져 거북이에게 지

고 맙니다. 그날 밤 또 누군가 토끼집 문을 두드립니

다. 이번에도 달팽입니다. 달팽이가 토끼에게 말합니

다. “토끼 너 지금 나 찼냐?” 1년 동안 기어온 달팽

이가 토끼에게 하는 말입니다.

토끼처럼 빠르고 자만에 빠진 세상입니다. 초고

속 인터넷, 초고속 열차, LTE급 핸드폰 등등 마치

빠른 것이 절대 선(善)이요,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세

상입니다. 하지만 하느님 창조질서보전은 느린 일입

니다. 거북이, 달팽이, 지렁이 같이 느린 일, 느린 생

각이 하느님 창조질서를 보전합니다.

인류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눈부신 문명의 발

전을 이루어왔지만,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두 가

지 문제이자 후유증을 안고 있습니다. ‘빈부격차 문

제’(전 세계 인구의 약 10%에 달하는 8억 명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와 ‘생태계 파괴문제’입니다. 사실 프란치스

코 교황님은 즉위 이후 이 빈부격차로 인한 먹을거

리 재분배와 생태계 파괴 문제에 깊이 천착하고 계

십니다. 또 이 두 문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 교황님은 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3개

국(에콰도르, 볼리비아, 파라과이)을 사목방문하시면서 “자

본주의가 추구하는 돈은 악마(dung of the devil)의 배

설물로써, 자본주의의 탐욕적 속성이 빈부격차와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구조적 원인”이라고 일갈하셨

습니다. 실제로 산업자본주의 문명의 탐욕으로 기후

변화와 지구온난화 등 생태계 문제가 인류 역사상

가장 심각한 때가 되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가 있습니다. ‘벌새’입니다.

중남미와 북미에 사는 이 새는 몸길이가 불과 10센

티 정도의 작은 새입니다. 남아메리카 원주민들 사

이에서는 ‘벌새의 물 한 방울’이란 이야기가 전해집

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숲이 타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숲속의 동물들은

앞 다투어 도망을 갔습니다. 그런데 ‘크리킨디’라는

이름의 벌새만은 강과 숲을 왔다 갔다 하며 부리에

물을 한 방울씩 담아 와서는 산불 위에 떨어뜨리고

갑니다. 동물들이 그 광경을 보고 ”그런다고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니?”라고 말하며 비웃었습니다. 그러

자 크리킨디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야.”

오늘날 생태 위기 시대에 직면해 있는 우리들은

지구 생태계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무력

감을 느끼기도 하고, 때론 좌절하기도 합니다. 이런

무력감과 한계를 느낄 때 조그마한 부리로 물을 담

아 산불을 끄는 작은 벌새 ‘크리킨디’를 기억해주세

요. 사실 우리 신앙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지구를 위

해 할 수 있는 일들은 많이 있습니다. 우선 기도해

야합니다. 만물이 창조주 하느님의 뜻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의심할 여지없이 기도는

우리 그리스도교 생태영성 생활의 기본이자, 생태적

회심(回心)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책임 있는 생태적

생활을 해야 합니다. 과도한 소비와 낭비를 하면서

생태계를 보전할 수는 없습니다. 충동구매를 하지

말고 물건을 버리는 습관을 바꾸어야 합니다. 육식

을 줄이고 생태적인 식단을 짜야 합니다. 그리고 재

생 가능한 자원을 이용해 다음 세대를 이어갈 우리

아이들에게 보다 풍요로운 지구 자원을 물려주어야

합니다. 지구는 사치스럽고 낭비벽이 강한 생활습관

으로는 결코 유지될 수 없습니다. 더 소박하고 더 결

핍된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보다 단순하고, 소박하

게 ‘생활의 간소화’를 이루어야합니다. 하느님 창조질

서보전은 내 삶의 단순화에서 시작됩니다.

지난 6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생태 회칙 ‘찬미

받으소서’에서 우리에게 아름다운 기도를 가르쳐주

셨습니다.

“우리가 지구를 착취하지 않고 보호하며, 오염과

파괴가 아닌 아름다움을 퍼뜨릴 수 있도록 우리의

삶을 치유해주소서. 오직 가난한 사람들과 자연의

희생으로 이익을 얻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

만지소서. 저희가 당신 영원한 빛의 여정에 함께 하

는 피조물들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하시

고, 공경과 바라봄이 가득 차게 하시어 피조물 하나

하나의 가치를 알게 하소서.” 1)

바로 창조질서보전을 위해 우리 신앙인들에게 바

라는 삶의 모습입니다.

1) ‘우리 지구를 위한 기도(A prayer for our earth)’,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

받으소서’ 246항.

06 072015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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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현대 과학자들이 밝혀

낸 최초의 인류 ‘아디(Ardi)’가 440만 년 전 아프리카

사바나지역의 숲에서 살았다는 기록에서 알 수 있

듯이, 인류의 조상이 삶을 시작한 곳이 숲이라는 점

을 생각해보면 스트레스가 가득한 현대사회에서 회

귀본능에 따른 이러한 열풍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

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자연과 생명에 대한 사랑을 ‘바

이오필리아’(Biophilia)라고 표현했다. 즉, 우리는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어머니를 그리워하듯, 본능

적으로 자연의 품을 그리워하게 된다고 한다. 나는

산림치유를 공부하면서 내가 숲으로 떠났던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 내 안

에 있는 바이오필리아가 나를 숲으로 불렀고, 다시

살아갈 힘을 주었다는 것을.

지금 나는 숲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내가 받은 감

동과 위로를 나누며 살고 있다. 그리고 우리 안에

있는 자연에 대한 사랑을 기억하고, 자연을 위태롭

게 만드는 인간의 무관심을 돌아보며, 자연과의 관

계회복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함께 고

민하고 있다. 자연과 더불어 이 땅에서 오래 살아남

기 위해서….

언제부터였을까. 농부가 되어 흙을 만지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1995년 나는 골롬반 평신도 선교사로 파견되어

필리핀의 어느 산속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다. 내가

선교지로 선택한 마을은 필리핀 소수부족 중 아이

타 원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이람’이라는 산 위의

마을이었다. 이 마을은 화산 폭발로 삶의 터전을 잃

어버린 원주민들을 위해 필리핀 정부에서 마련해준

재정착 마을이었다. 마닐라에서 이 마을까지 가려면

5시간 가까이 차를 타야했는데, 가는 길 곳곳에서

화산재에 의해 마을이 사라진 흔적들을 볼 수 있었

다. 화산폭발은 넓은 지역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고, 화산재가 뒤덮인 그곳에서는 그 후로 십여

년 동안 농사를 짓는 일이 어렵게 되었다.

내가 살게 된 이람은 화산이 폭발한 곳에서 좀

떨어져 있었지만, 화산재의 영향을 받은 지역으로

식물이 자라기 어려운 척박한 땅이었기에 농사를 짓

기 위해서는 연구와 노력이 필요한 땅이었다. 그래

서 필리핀 대학에서 농업을 전공한 이들이 정부의

지원으로 이 마을에 거주하면서 그 땅에 적합한 작

물을 연구하고, 산속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에게 농

사짓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나도 원주민들과

함께 그들에게 농사짓는 방법을 배우고 파파야, 카

사바, 파인애플 등을 심는 일을 거들면서 땀 흘리며

일하는 기쁨과 땅의 소중함을 느꼈다. 강원도 깡촌

에서 태어난 나는 어린 시절 시골마을의 추억을 늘

간직하고 지내왔는데, 이들과 함께 살아가면서부터

언젠가는 ‘시골에 가서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조금

씩 구체적으로 하게 되었다.

2003년 남미를 여행하던 중에 엄마가 갑자기 쓰

러지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루

가 넘게 걸리는 거리를 정신없이 달려와 중환자실에

‘숲’내게살아갈

힘을준

김인자(아가페)•산림치유지도사 누워 계신 엄마를 만났지만, 의식이 없던 엄마는 내

게 말 한마디 못한 채 다른 세상으로 가셨다. 그 몇

해 전, 필리핀에서 활동하던 중 아버지의 사고 소식

을 듣고 바로 달려왔을 때에도 얼굴조차 뵙지 못하

고 아버지를 보내야 했던 내게, 또 다시 준비 없이

맞는 엄마의 죽음은 큰 아픔이었다.

그렇게 엄마를 보내면서 나는 숲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내가 왜 그렇게 숲에 가고 싶었는

지 알지도, 설명할 수도 없다. 다만 이대로는 견디기

가 너무 힘들어서 산, 나무, 숲이란 단어로 무작정

인터넷을 검색했고, 숲을 공부하는 한 단체를 찾아

내어 그 곳에서 진행하는 숲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숲에 들어선 첫날, 눈물이 났다. 막 싹을 틔우고 있

는 나무와 이미 죽어서 넘어진 나무가 공존하는 곳,

죽은 나무들이 곤충들의 집이 되기도 하고 썩어서

다시 숲을 키우는 곳, 그곳에서는 죽음이 끝이 아니

었다. 죽음을 통해 다시 시작되는 생명들, 끊임없이

다시 시작되는 순환이 있었다. 그 숲에서 머리가 아

닌 가슴으로 위로를 받았고, 작은 생명들의 치열한

삶의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렇게 시작된 숲과

의 사랑은 이후 내 삶을 완전 바꾸어 놓았다.

다음 해 나는 하던 일을 정리하고, 서울을 떠나

아예 강원도의 숲으로 들어왔다. ‘언젠가는 흙을 만

지며 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것

이다. 숲을 걸으며 나무, 들풀, 새, 곤충 등 다양한

생명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만나고, 작은 텃밭을 가

꾸며, 봄이면 딱딱하고 단단한 씨앗이 마른 땅을 뚫

고 올라와 싹을 틔우는 모습에서 나는 경이로움을

느낀다.

요즈음 숲이 주는 다양한 효과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뜨겁다. 내가 숲과 사랑에 빠져 살고 있는 십

여 년 동안 숲과 관련한 새로운 직업들도 생겨났다.

많은 사람들이 숲을 찾고 있으며, 숲의 치유 효과를

연구하는 학과도 생겨났다. 가히 열풍이라 할 만큼

⊙ 생태환경과 인간

자연환경 훼손의 심각성과 그 대처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인자 - 1995~1998년 필리핀에서 평신도 선교사로 활동했다.

08 092015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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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했습니다. 그 후 며칠 동안 산

속에 사는 티볼리스 족 수백 명

이 이 경탄할 만한 하느님의 피

조물을 보기 위해 모여들었습니

다. 그 독수리의 키는 90센티미

터가 넘었고 날개의 폭은 거의 2

미터가 다 되었습니다. 독수리

의 눈매, 부리, 가슴 부분의 깃

털, 이 모든 것이 놀랍게 아름다

웠습니다. 수의사의 치료를 받

아 완쾌된 후, 우리는 그 독수리

를 야생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독

수리가 힘차게 날아오를 때 펄럭

이던 날개의 위력에 놀랐던 일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저와 함께 그 독수리를 볼 수 있었던 사람들은

독수리의 아름다움에 경탄하면서 동시에 이와 같은

필리핀 야생 독수리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는 믿기 힘든 사실에 슬픔을 느낍니다. 38억

년 전 지구상에 생명체가 존재하기 시작했고, 현재

우리는 2백만 개가 넘는 수많은 종(種)에 대한 광범

위한 자료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수십 혹은 수백 가지의 다른 종(種)들도 있을 수 있

습니다. 앞으로 50년 후 우리는 특별한 방법으로 하

느님을 드러내는 지구상의 모든 종(種)의 3분의 1 혹

은 반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이 만드신

자연과 피조물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겼던 골롬반

성인에 대한 추억이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의 경이로

운 피조물을 더 이상 잃어버리지 않고 보존할 수 있

게 해주기를 빕니다.

만 했을 뿐 그를 해치지 않고 가버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일화도 있습니다. 어느 날 식사시간

이 되자 골롬반은 작업하던 장갑을 벗어 수도원 식

당 문 앞에 놓아두었습니다. 수사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까마귀가 날아와 장갑 한 짝을 물고 가버렸습

니다. 요나에 의하면, 골롬반은 까마귀가 훔쳐간 장

갑을 되돌려주기 전까지 그 까마귀의 새끼들에게 먹

이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수사들에게 이야기하였다

고 합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수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 까마귀가 부리에 장갑을 문 채 도로 날아

와 골롬반의 바로 앞에 떨구어 놓고는 골롬반이 떠

나도 좋다는 허락을 할 때까지 날아가지 않고 기다

렸다고 합니다.

분명한 것은 골롬반 성인과 수사들이 자신들 주

변에 있는 하느님의 피조물들을 통해 하느님을 만났

다는 것입니다. 골롬반 성인은 한 강론에서 “하느님

을 찾기 위해 멀리 가지 마십시오. 하느님의 위대한

션 맥도나(Sean McDonagh) 신부•골롬반회

깊이를 알기를 원하는 사람은 먼

저 하느님이 만드신 피조물에 대

해 배워야 합니다.” “창조주를 알

고 싶다면 먼저 피조물을 이해

하십시오.”라며 피조물을 통한

창조주 하느님과의 만남을 강조

합니다.

수 세기가 지난 후, 토마스 아

퀴나스 성인은 다음과 같이 기

록했습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선하심이 만물을 통해 드러나도

록 피조물을 만들었습니다. 하나

의 피조물만으로는 하느님의 선

하심이 제대로 들어날 수 없으

므로 하느님은 여러 다양한 피조물을 창조하였으며,

하느님의 선하심이 하나의 피조물에서 제대로 나타

날 수 없을 때는, 다른 피조물이 보완을 하는 식으

로 하나의 피조물 보다는 우주 전체가 하느님의 선

하심을 보다 완전하게 드러내게 된다는 것입니다.”

( 「신학대전」Ⅰ, 제47문제, 1절)

다른 종(種)들도 인간이 할 수 없는 다양한 방법

으로 하느님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필리핀의 코타바

토 남쪽 스부(S’bu) 호수에서 몇 년 전에 제가 직접

겪은 일입니다. 어느 날 저녁, 여러 명의 어부가 우

리 숙소로 필리핀 독수리를 데리고 왔습니다. 커다

란 코뿔새의 무리가 어린 독수리를 강제로 스부 호

수로 내몰았는데, 그 어린 독수리의 발톱이 호수에

펼쳐놨던 어부의 그물망에 걸려서 꼼짝 못하게 되었

습니다. 우리가 강론을 통해 하느님의 피조물을 보

호해야 할 의무에 대해 계속 강조해왔기 때문에 그

어부들은 어린 독수리를 죽이지 않고 우리 숙소로

데리고 온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임시변통으로 커다

란 새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어린 독수리가

상처를 입은 것 같아서 다바오 시(Davao City)에 있는

필리핀 독수리 재단에 연락해 수의사를 보내달라고

⊙ 생태환경과 인간

1), 2) 골롬반 성인은 590년 경 프랑스의 안느그레(Annegray), 뤽세이(Luxeuil),

퐁텐느(Fontaine) 지역에 수도원을 설립하여 인재 양성에 힘썼고, 특히 뤽

세이 수도원은 유럽대륙에서 아일랜드의 수도생활과 선교생활의 정신을

전하는 중심지가 되었다.

* 션 맥도나(Sean McDonagh) 신부 - 필리핀에서 20년간(1969~1989년)

사목했고, 현재 아일랜드에서 활동, 생태학에 관해 많은 책을 출판

하였으며,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골롬반(543~615년) 성인의 전기를 쓴 수도자 요나

(Jonas)는 골롬반에 관한 몇 가지 일화를 다음과 같

이 들려줍니다.

골롬반이 안느그레(Annegray)1) 근처에서 기도하기

위해 조용한 장소를 물색하던 중, 기도하기에 안성

맞춤인 장소를 발견하였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곳은 곰의 굴이었습니다. 골롬반은 두려워하지 않

고 태연스럽게 곰에게 다가가 굴을 떠나 다시는 돌

아오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곰은 순순히 그의 말에

따랐고 안느그레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서 다시

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뤽세이(Luxeuil) 수도원2) 근처에 있는 숲에서 기

도하며 걷고 있었을 때, 골롬반은 한 무리의 이리떼

와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혀 동요하지 않

고 “하느님, 저를 도와주소서. 오 주님, 어서 빨리

오시어 저를 구해주소서”하고 기도하였습니다. 잠시

후, 골롬반에게 다가온 이리떼는 수도복을 건드리기

멸종 위기에 놓인 필리핀 독수리

“ 창조주를 알고 싶다면

먼저 피조물을 이해하십시오” -성골롬반-

성 골롬반의 발자취를 따라 나선 순례자들.(스위스 산베르나르디노(San Bernardino) 산길에서)

10 112015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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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제가 선택한 성소문구의 병행구절인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

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24)였습니다. 시험을 치

르고 난 후, 시험성적이 좋아서가 아니라 하느님께

서 불러주시니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

었습니다.

이렇게 하느님의 부르심으로 골롬반회에 입회했

지만, 아직은 선교가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골롬반 신부

님들과 평신도 선교사들

을 통해 선교의 모습을 조

금씩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

터 한국에서 살고계신 할

아버지 신부님들을 볼 때

면, 저도 젊음과 열정을 바

쳐 선교지에서 “달릴 길을 다 달리는”(2티모 4,7) 선교

를 꿈꿉니다. 미얀마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데려다

가 사랑으로 먹여주었다는 정복동 아녜스 선교사

(2008~2010년 미얀마에서 활동)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참

된 선교는 가난한 이들을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선교에 대해 알아갈수록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참 선교사로 살아간다는 것이 편안한 길이

아니며, 하느님 나라의 일꾼으로서 제가 포기해야

만 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는 선교에 대한 열망이 용솟음치는 것도 느낍니다.

힘들고 어려운 선교의 길이 오히려 저에게 참 행복

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하느

님께서는 사람이 생각해 본적도 없는 좋은 것들을

마련해 두신다고 했던가요? 단 한 번도 선교사가 되

고 싶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던 저에게 선교에 대한

열망을 선물로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

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부르심을 향한 스무고개심홍석(암브로시오)•골롬반 신학생

람의 전(全) 존재를 한마디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하느님 한 분뿐이 시기에 제가 하느님을 만났

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하느님과 저의 스무고개가 시작되었습

니다. 그전까지는 결혼 외에 다른 성소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제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느

낀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저에게 “암브로시오야, 나

는 네가 사제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불러 주신 것

이 아니었습니다. 언제나

부드럽고 온화하신 하느님

께서는 ‘하느님께서 나를

부르시는 것이 아닐까?’라

는 생각을 저에게 불어넣

어 주셨습니다. 저는 이 부

르심이 과연 하느님의 뜻

인지, 아니면 저의 일시적

인 기분이나 감정에 의한 것인지 밝혀내야 했습니

다. 이때부터 4년간의 식별 과정이 저에게는 스무고

개와도 같았습니다.

2011년 여름, 저는 인천교구의 ‘청년 성령세미나’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많은 청년들이 하느님

을 만나고,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함께 성령세미나에 참여한 청

년들이 하느님과의 만남에서 다양한 형태의 ‘부르심’

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흔히 성소를 씨앗에 비유하

기도 합니다. 마치 각각의 씨앗에서 서로 다른 꽃들

이 피어나는 것처럼, 하느님의 부드러운 손길 안에서

싹트기 시작한 성소들은 다양했습니다. 저는 사제성

소를 꿈꾸게 되었지만, 저와 달리 결혼해서 성가정

을 이루겠다고 다짐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을 깨닫게 된 결정적인 순간은

신학교 입학시험에서였습니다. 영어성경 구절을 한

글로 번역하는 문제가 출제되었는데, 그중 한 문제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임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임의 얼굴에 눈멀었

습니다.” (한용운의 「임의 침묵」중에서)

2010년 12월 어느 날, 그때의 체험은 이 시구처럼

너무나도 강렬해서 도저히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지금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신학생으로 살고 있지만,

2010년 12월 그날 그 시간 전까지만 해도 하느님을

믿지 않았습니다. 성당을 가지 않으면 어머니께 야단

맞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미사 참례만 하곤 했

던 저에게, 그날 한 성경말씀이 귀에 들어왔습니다.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

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루카 14,27)

어릴 적부터 성당을 다니면서 수없이 들었을 법

한 성경구절이었는데, 왜 그날 저에게 그 말씀이 첫

키스처럼 강렬하게 다가와서 제 운명의 지침을 돌

려놓았을까요. 그날 미사를 봉헌하면서 저는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로운”(히브

4,12) 하느님의 말씀을 체험했고, 저에게 말을 건네시

는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환시를 보거나 환청을 들

은 것이 아닙니다. 그날 저는 제 모든 것이 하루아침

에 변화되는 듯한 체험을 했고, 이 세상에서 한 사

⊙ 신학생

골롬반회 총장(캐빈 오닐 신부, 가운데)과 신학생들(왼쪽 두 번째가 필자)

12 132015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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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뜻대로 하소서!이용범(사도요한, 대전교구) 신부•지원사제

피지에 가면 학업(學業)이든 성무(聖務)든 주어지는

일에 성실히 임하며 살고 싶습니다. 저는 수동적 성

향을 지닌 사람인가 봅니다. 누군가가 하라는 일을

하는 것이 더 쉽고, 누군가가 가리키는 곳으로 걸어

가는 것이 더 쉽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다만 저에게

그 누군가가 언제나 예수님이고 교회였으면 합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제자들을 둘씩 짝을 지어 파

견하실 때 그 심정이 어떠하셨을까’ 문득 궁금해집

니다. 비록 지금 저는 주님의 그 깊은 마음을 이해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조금이나마 이해하

고 깨닫게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이제 장롱 위에

올려놓았던 가방을 꺼내 지퍼를 열어 차곡차곡 짐

을 꾸려야합니다. 저보다 앞서 선교지로 가 계신 주

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말씀드

리고 싶습니다. ‘제 뜻대로 마시고 당신 뜻대로 하소

서’ 라고 말입니다.

⊙ 지원사제

영어 속담 중에 ‘Time flies when we are

having fun’(즐거울 때 시간이 빨리 가는 법이다)이란 말이

있습니다. 5개월 남짓한 동안 저는 성골롬반외방선

교회 서울본부에서 비교적 즐겁게 지냈나봅니다. 지

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니 쏜살같이 지나간 것처럼

느껴지니 말입니다.

처음 지원사제 프로그램에 지원했을 때, 저는 기

대와 설렘으로 충만했습니다. 그런데 출국을 열흘

앞둔 지금, 약간은 두렵고 긴장도 됩니다. 머릿속으

로 그려만 오던 해외선교에 대한 이미지들이 이제는

제가 직접 그 삶의 현장으로 들어가 온전히 살아내

피지 선교사들(마리아(왼쪽)와 로세나)과 함께. 피지지부장 도널 신부(왼쪽)와 인사를 나누고 있는 이용범 신부.(가운데는 신학

원 부원장 요아니 신부)

전통음료인 양고나를 나누며 환영하고 있는 피지인들.

야 하는 현실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음식, 기후, 주

변 환경 등 모든 것들이 달라질 텐데 과연 제가 그

큰 변화를 잘 견디고 적응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

이 됩니다. 동양인 특히 한국인으로 40년 가까이 살

아왔는데, 남태평양 피지인들의 생활방식에 따라 살

아간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드

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걱정과 의구심보

다 하느님께서 먼저 그곳에 가시어 저를 맞이할 준

비를 하고 계시다는 믿음이 더 큽니다. 인간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은 가능하신 일들이 우리 주변

에는 생각보다 자주 그리고 많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본회 지원사제 프로그램은 해외선교사의 삶을 체험

하고자 하는 교구사제 혹은 수도자들이 일정기간

동안 본회를 통해 해외선교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

공하고자 마련한 프로그램입니다.

1996년부터 2015년 현재(7월 기준)까지 총 32명

의 지원사제(서울대교구 9명, 광주대교구 4명, 대전

교구 5명, 의정부교구 3명, 수원교구 2명, 전주교구

3명, 부산교구 2명, 안동교구 2명, 원주교구 1명, 인

천교구 1명)가 본회 지원사제 프로그램을 통해 5개

국(칠레, 페루, 필리핀, 미국, 피지)으로 파견되었습

니다.

최근 첫 계약기간 3년을 만료한 조규석(레오, 대전

교구) 신부를 비롯해 19명이 선교활동을 마치고 소

속교구로 복귀하였고, 페루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우

주(필립보, 서울대교구) 신부와 칠레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준형(알비노, 전주교구) 신부는 재계약(3년)

을 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지난 6월 25일 이용범

(사도요한) 신부가 피지로 파견되면서 현재 해외에

서 활동하고 있는 지원사제는 총 13명(칠레 8명, 페

루 3명, 필리핀 1명, 피지 1명)입니다. 해외 선교지

에서 사목하고 있는 지원사제들을 위해 기도 부탁

드립니다.

* 해외선교에 관심 있는 교구 및 수도회 사제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담당사제: 남승원(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010-9937-0901

[email protected]

본회 지원사제 활동 현황

14 152015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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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12년간 골롬반회 선교홍보 일을 담당

해오고 있습니다. 본당에 선교홍보를 나가면 저는

주로 본회를 소개하고 골롬반 신학생들을 모집하며

지원사제와 평신도선교사 프로그램에 관해 이야기

합니다. 또 본회의 후원회원이 되어 선교활동에 도

움을 주고 싶어 하시는 분들을 초청하기도 합니다.

후원회원들은 골롬반 가족이 되어 교회의 선교사

명에 동참하게 됩니다. 골롬반 선교사들이 한국뿐

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선교활동을 할 수 있는 것

은 후원회원들의 기도와 경제적인 지원이 있기에 가

능합니다. 그만큼 본회의 선교활동에 있어 후원회원

들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저는 선교홍보 일

을 하면서 늘 본회 후원회원들의 무한한 사랑에 감

동을 받습니다.

사목활동을 하시면서 40여권이 넘는 책을 쓰신

헨리 나우웬 신부님은 기금 마련 활동 대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기금을 마련하는 일은 시작하는 순간부터 마치

는 순간까지 기도 안에서 행하고 감사하는 마음에

기반을 두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기금을

요청하는 것은 그분들에게 자신의 재산을 하느님

왕국의 처분에 따르도록 맡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후원금을 모금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 앞

에 나설 때마다 우리는 그분들에게 보람과 결실의

기쁨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라고 말합니다. (2코린 9,7)

이와 관련해 나누고 싶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어

소개합니다.

한 가난한 소년이 학비를 벌기 위해 집집

마다 다니며 물건을 팔고 있었습니다. 물건을

파느라 온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저녁 무

렵이 되었을 때, 소년은 몹시 지치고 배가 고

팠습니다. 하지만 그의 주머니에는 10센트짜

리 동전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소년은 ‘다음

집에 가면 먹을 것을 좀 달라고 해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발걸음을 옮겼고, 그 집 문을 두

드렸습니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예쁜 소녀가 나왔습

니다. 소년은 부끄러워서 배고프다는 말을 하

지 못하고 다만 물 한 잔만 달라고 부탁했습

니다. 그러나 그 소녀는 소년이 배가 고프다

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얼른 큰 컵에 우유 한

잔을 내왔습니다. 단숨에 우유를 마신 소년

은 우유 값으로 얼마를 주어야 하는지 조심

스럽게 물었습니다.

그녀는 여생을 병원비 내는 데에 바쳐야

할 거라는 생각에 근심 가득한 얼굴로 병원

비 청구서를 받아들었습니다. 그런데 청구서

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습니다.

“이것으로 우유 한 잔 값을 대신합니다.”

-의사 하워드 캘리-

그녀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행복한 마

음으로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당신의 사랑을 몸과

마음을 다해 널리 전하겠습니다.”

물에 던진 빵은 다시 당신에게 돌아온다는 말이

있습니다.(코헬 11,1 참조) 오늘 여러분이 베푼 작은 친

절과 선행이 자신 또는 여러분이 사랑하는 누군가

에게 생각지도 못한 때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사소

한 것이라도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에

게 더 큰 축복으로 갚아주시지 않을까요?

우유 한 잔의 기적

오수성(Michael O’Grady) 신부•골롬반회

“어머니께서는 친절을 베풀면서 어떤 대가

를 바라지 말라고 하셨어요.” 소녀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소년은 그 말에 큰 감

동을 받았습니다. 감사의 인사를 하고 그 집

을 떠나면서 새로운 힘이 솟아나는 것 같았

고, 신과 인간에 대한 믿음 또한 강해지는 것

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세월이 흘러 소년에게 우유를 건넸던 소녀

는 중병에 걸렸고, 그 지역 병원에서는 감당

할 수 없는 병이라고 했습니다. 의사들은 그

녀를 큰 도시로 보냈고 그녀의 희귀한 질병

을 치료하기 위해 유명한 의사들이 모였습니

다. 의사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그 옛날의

소년 하워드 캘리(미국 존슨홉킨스 병원의 창립자)

는 그녀의 출신 지역을 들었을 때 머릿속에

섬광처럼 스치는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그는

즉시 일어나 그녀의 병실로 갔습니다. 의사

가운을 입은 그는 그녀를 금방 알아보았습니

다. 그는 회의실로 다시 돌아가 그녀의 생명

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긴 시간의 노력 끝에 그녀의 병을 고칠 수 있

었습니다.

⊙ 함께하는 여정

한국에서 골롬반 선교회 홍보활동을 할 수 있어 항상 감사하다고 말하는 오수성 신부.(성남시 은행동 본당 주임 신부와 함께)

* 오수성 신부 - 1970년 9월 한국에 파견되어 제주, 서울, 인천, 광주

교구에서 활동해 왔으며, 2003년부터 지금까지 광주 후원회를 담

당하고 있다.

16 172015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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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익숙함에 가려져 미처 보

지 못했던 저의 또 다른 모습을 그 시간을 통해 발

견하게 되었고, 하느님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낯선 선교지에서의 생활은 ‘같은 것을 다

르게 바라보게 하려는 하느님의 깊은 사랑이 아닌

가’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선교사의 삶은 제

가 생각했듯 먼 곳에 가서 누군가에게 무엇을 베풀

어주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30년 동안 요셉과 마

리아의 아들로, 이웃집 아이로, 가난한 목수로 우리

곁에서 평범하게 살았던 삶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제 엄마의

삶이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사람들과 늘 함께 하려

는 평신도선교사의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

가 엄마의 평범한 삶 안에서 하느님 사랑을 먹고 자

라며 그 사랑에 희망을 꿈꿀 수 있었듯이, 하느님과

의 관계 안에서 엄마가 보여준 삶을 이곳에서 나누

며 살아간다면 저는 끊임없이 성장할 것이라 믿습니

다. 엄마는 아실까요? 제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고

존경하는지…. 제 눈의 비늘을 벗기고 엄마를 통해

당신의 사랑을 알게 해 주신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

을 바칩니다.

우리 엄마 이름은 아녜스이수빈(마틸다)•평신도선교사

습니다. 아빠가 그렇게 무심하게 대했는데…. 저는

이런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제가 하느님 보시기에 안타까우셨던 걸까

요? 불교만 알던 저에게 어느 날 ‘천주교’라는 단어

가 귀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성당이라는 곳에 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나 성당 다녀도 돼?” 그때 알았습니다. 엄마

의 세례명이 ‘아녜스’라는 것을….

엄마는 약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엄마의 가족

에 대한 사랑과 배려, 헌신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이

제는 알 것 같습니다. 결혼 후 30년 동안 엄마는 하

느님의 집을 떠나 있었지만, 하느님의 사랑을 삶 안

에서 끊임없이 실천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이런 엄마의 삶은 선교사로 살아가는 저에게 좋

은 본보기가 되어줍니다. 평신도선교사의 삶을 꿈꾸

며 준비하던 시기에, 저는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

고 우리와 외모가 다른 가난한 나라에서 활동하기

를 원했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활동하는 것이 선

교라 생각했기에 파견지가 대만임을 알았을 때 솔

직히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기대와 달리 대만은 지

리적으로 한국과 너무 가까이 있고, 외모도 비슷할

뿐더러 음식이나 문화도 크게 다를 바 없는 나라라

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품은 채 대만에 온지 4,5개월 지났을 무렵부터는 조

금씩 회의가 들기도 했습니다. 내가 왜 이곳에 있는

지,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며 그리스도의 말씀 따라

사는 삶이란 무엇인지, 하느님이 어디에 계신지….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만 있을 뿐 기쁨이나 설렘,

행복은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제 존재마저도 낯설

게 다가왔습니다. 그저 익숙한 곳, 가족이 있는 한

국으로 돌아가고만 싶었습니다.

그렇게 방황의 시간을 지나오면서 저는 낯선 여행

에서 새로움을 만나듯 새로운 하느님을 만나는 기

우리 엄마 세례명은 아녜스입니다. 저는 이 이름

을 30년 동안 알지 못했습니다. 부모님이 결혼할 때

아빠는 결혼 후 성당에 다니겠다고 약속 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집은

불심이 깊은 집안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보니 저

는 자연스럽게 절에 다니게 되었고 다른 종교에 대

해서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제가 초등학생일 때 텔

레비전을 통해 명동 성당에서 큰 행사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성탄 대축일 미사를 봉헌

하는 장면을 본 것 같습니다. 그때 저는 궁금했습니

다. ‘저 사람들은 누구지? 그리고 머리에 하얀 색 천

을 쓰고 뭐하는 거지?’ 이 궁금증이 풀리는데 20년

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어릴 적, 가부장적인 분위기였던 우리 집안에서

엄마의 자리는 없는 것 같았고, 아빠의 무심함에도

엄마는 언제나 한결같이 배려하고 인내하셨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엄마가

약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아빠는 뇌졸중으로 쓰러지셨고, 그 이후로 말도 못

하고, 먹지도 걷지도 못하신 채로 4년 동안 고생하

시다 돌아가셨습니다. 병상에 누워 계시는 동안 혼

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아빠를 엄마는 지극

정성으로 돌보셨습니다. 엄마는 식당 일을 하면서도

틈만 나면 아빠의 상태를 살피셨고, 낮에는 아빠 혼

자 있어서 외롭다며 밤엔 항상 아빠를 안고 주무셨

습니다. 날씨 좋은 날엔 아빠를 업고 절에도 다니셨

⊙ 평신도선교사

장애인 자활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필자(왼쪽)

* 평신도선교사 이수빈(마틸다)은 배시현(소화 데레사), 김선희(마리아)

선교사와 함께 지난해 3월 대만으로 파견 되었다. 현재 이수빈은

장애인 자활센터에서 지적 장애인들의 자활을 돕고 있고, 배시현은

원주민 사목을, 김선희는 교정 사목을 하고 있다.대만에서 활동하고 있는 골롬반 선교사들

18 192015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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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에 부어주는 국이 전부였다. 아이들은 그것이 최

고의 식사인 양 맛있게 먹었다. 깨끗하게 싹싹 긁어

서 다 먹고 다시 음식을 받으러 오는 아이들도 많았

다. 일행 중 한 사람이 그 모습을 보더니 “반찬투정

많이 하는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하여 순간 뜨끔했지만, 그런 식의 비교는 무의미하

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찬투정을 하는 우리나라 아

이들이 문제라기보다는, 우리가 보기엔 별 볼일 없

는 음식임에도 기뻐하고, 하루에 두 끼 먹으면 많이

먹는 축에 속하는 이들의 상황이, 많은 곳에는 넘치

는데 부족한 곳에는 턱없이 모자라서 굶어 죽는 사

람들이 많은 이곳의 현실이 문제가 아닐까?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게 그 날의 처음이자 마지막 식사

인 아이들이 많다고 했다.

그날 오후에는 일행과 함께 나보따스를 방문했

다.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곳에서 사람

들이 살고 있었다. 끔찍했다. 하지만 그 사람들에

게 있어서 그곳은 위 세대부터 살아온 곳이고, 자신

들은 물론 후손들에게도 물려줘야 하는 생활터전

일 것이다. 그들의 처지가 너무 안타까웠고, 그런 현

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

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날 오후, 나에게 문제가 생겼다. 찌는 듯한 무

더위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머리가 너무 아팠

던 것이다. 돌아오는 지하철역에서 다리에 힘이 풀

려버렸다. 겨우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골롬반 본부에

도착했지만, 한참동안 누워있어야 했다. 결국 나는

저녁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고, 다음 날에도 계속 누

워있어야만 했다.

다행히 이틀 후엔 회복이 되어 예정대로 ‘사랑의

선교회’를 방문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부족

한 일손을 도와 빨래를 하거나 장애를 가진 아이들

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는데, 나는 빨래를 자청

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솔직히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보는 게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곳에

머무는 동안 행여 내 태도가 그들에게 상처가 될까

조심스러웠고,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난 그들과 함

께 하는 것이 두려웠다. 우리가 그곳에 머물렀던 시

간은 3시간 남짓이지만, 나는 많이 힘들었다. 비겁

한 내 모습을 보는 것이 짜증이 나서 더 힘들었다.

하지만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되어 힘들기만 한

경험은 아니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이번 필리핀 선교체험이 나에겐 힘

든 여정이었지만,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체험 전 기대했던 것만큼 내 인생의 결

정적인 전환점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경험들이 나의

성장에 좋은 양분이 될 것이라는 마음이 든다.

삶은 계란 하나에도

행복한 아이들강민영(힐데가르트)•인천박문여고 1학년

이번 여름방학 때 나는 필리핀으로 선교체험(7월

20~30일)을 다녀왔다. 해외여행인 데다가 ‘선교체험’

을 하기 위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여행은 좀

색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많이 했고, 이 경험이 뭔가

내 인생에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는 생각을 했다.

필리핀에 도착한 첫날에는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마닐라의 인트라무로스

(Intramuros)를 돌아보았고, 둘째 날부터 본격적인 체

험이 시작되었다. 그 첫 여정은 마닐라의 대표적 빈

민지역인 나보따스(Nabotas) 방문이었다.

오전에는 나보따스의 한 급식소에서 아이들 식사

준비를 도왔는데, 반찬이라고는 삶은 계란 하나에

에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놀랍게도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아이들은 웃었다. 구정물에서 수영을 하

면서도 행복하게 웃고, 우리에게 먼저 말을 걸고 인

사하면서도 웃고…. 그 웃음이 정말 행복한 웃음이

라서 가슴이 더 아팠지만, 반면 웃고 있어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여섯째 날에는 새벽 5시 30분에 숙소를 출발하

여 마닐라 남쪽에 있는 파사이(Pasay)시 공동묘지로

향했다. 그곳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들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는데, 시멘트로 덮인 네모난 관 모양의 무

덤 위에서 사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우리

는 그 아이들과 함께 하루를 보냈다. 아침식사(그들은

보통 10시가 되어야 아침식사를 한다고 한다.) 준비를 돕고 난

후,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서로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

을 가졌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실내 찜통 체육관으

로 이동해 작은 운동회를 열었다. 필리핀과 한국 사

람들이 섞여 두 팀으로 나눠 게임을 진행했다. 배구,

배드민턴, 농구에 이어 릴레이 달리기를 했다.

인상적이었던 경기는 릴레이 달리기였다. 줄넘기

열 번, 림보, 신발 던지기, 셔틀콕 다섯 번 튕기기,

훌라후프 다섯 번 돌리기 순으로 게임을 했는데. 필

리핀 아이들은 다들 흥분해서 소리를 지르고 난리

였다. 한국에서는 시시한 게임인데, 아이들은 그런

게임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며 무척 즐거워했다. 그

아이들이 기뻐해서 나도 기뻤다. 아니, 아이들이 너

무 기뻐해서 좀 슬프기도 했다. 그렇게 운동회를 마

치고 다시 묘지로 돌아와서 미사를 드렸는데, 영성

체 후 잠시 묵상을 할 때 아이들이 리코더를 불었

⊙ 필리핀 선교체험

필리핀 선교체험에 함께했던 참가자들과 현지 청소년들. (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빨간 옷)가 필자)

급식소에서 나눠주는 아이들 식사는 삶은 계란 하나에 밥에 부어주는 국이

전부였다.

행복한 표정으로 배식을 기다리는 아이들.

20 212015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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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회

“골롬반 가족으로 초대합니다”

02-929-2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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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

서울시 성북구 동소문로 93-14

는 국제 선교회로

현재 16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고, 한국인 골롬반 사제와 평신도 선교사들이

칠레, 페루, 필리핀, 피지, 대만, 일본, 중국, 미얀마 등에서

선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저희와 함께해 주십시오.

영적·물적으로 도움을 주시는 후원회원이 되셔서 골롬반

가족으로 선교에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승인번호10104 - 40097

발송유효기간2013.11.28 - 201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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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계좌 안내(일시납, 분기납 등 이용) 예금주 : 천주교 성골롬반외방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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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016737-04-001752

기업은행 012-056490-01-019

우 체 국 014001-01-001544

하나은행 287-910011-22005

부산은행 070-01-022777-8

외환은행 630-005797-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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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140-007-742530

광주은행 200-107-332094

대구은행 004-10-004189

⊙ 묵상나눔

22 2015년 가을호

하느님께서 우리 영혼에게 주신 능력을

올바로 사용한다면,

우리는 하느님을 닮아가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이 창조하신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다면,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주신 모든 은총을

다시 복원시켜 주실 것입니다.

프랑스 뤽세이(Luxeuil) 수도원에 있는 골롬반 성인 동상 ▶

- 성 골롬반 -

22 2015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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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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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하셔도 본회의 CMS계좌로 통합 입금됩니다.

아래 내용을 적어 보내 주시면 골롬반회에서 금융결제원으로 CMS 자동이체를 신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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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부금 영수증 요청 시 주민번호를 적어주시고,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꼭 안쪽으로 접어주세요.

이 름 세례명 교 구 본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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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해 주세요.

마 미카엘 신부 아일랜드 귀국

한국에서 50년간 선교사제로 활동했던 마익현 미카엘

(Michael McCarthy) 신부가 한국에서의 여정을 마치고 지난

7월 고향 아일랜드로 돌아갔습니다. 그동안 마 신부와 오

랜 인연을 이어왔던 교우들은 못내 아쉬워하며 작별 인

사를 나누었습니다.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많은 사

람들에게 사랑을 나누어준 마 미카엘 신부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영육 간의 건강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미얀마 선교팀 파견

본회 한국지부는 지난 6월 29일 지부장 오기백 신부

주례로 ‘미얀마 선교팀 파견미사’를 봉헌하고 정의균

(가롤로)·이제훈(아오스딩) 신부를 미얀마 미치나교구에,

장은열(골롬바)·손선영(가타리나) 평신도선교사를 바모교

구에 파견했습니다. 이들은 다음날(30일) 오후 출국해

현재 양곤에서 언어공부를 하고 있으며, 약 8개월간

언어공부를 한 후 미치나와 바모교구에서 활동할 예정

입니다.(왼쪽부터) 정의균(가롤로) 신부, 장은열(골롬바)·손선영(가타리나) 평신

도 선교사, 이제훈(아오스딩) 신부

권태문 신부 중국에서 선교활동

2010년 1월 사제품을 받은 후 대만에서 3년간 원주민

사목을 하고, 뉴욕 포담대학교에서 2년 동안 영성학을

공부한 권태문 신부는, 지난 5월 말경 공부를 마치고

귀국해 약 3개월간의 휴식기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8월 말 출국해 현재 중국 호북성의 무한에서 사목을 하

고 있습니다. 복음의 빛을 필요로 하는 중국 땅에서 가

난한 이웃들의 삶을 하느님의 사랑으로 채워줄 수 있

도록 권태문 신부와 중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선교사들

을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지원사제 이용범 신부 피지 파견

지난 6월 15일 본회는 대전교구 이용범(사도요한) 신부의

‘피지 파견미사’를 봉헌했습니다. 6월 25일 출국한 이용범

신부는 대전교구에서 골롬반 지원사제로 파견된 다섯 번

째 사제로, 6개월간 언어 공부를 한 뒤에는 본당에서 사

목하게 됩니다.

골롬반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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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6 2015년 가을호

⊙ 후원회 소식

1. CMS 자동이체 내용, 주소가 변경되었거나 우편물 수신을 원치 않는 분은

골롬반 홈페이지 혹은 해당 지역 후원회로 연락해주세요.

※ 홈페이지(www.columban.or.kr) 내 후원회 게시판

※ 서울, 인천, 수원, 충청, 강원지역

→ 서울후원회 전화 : 02-929-2977, 팩스 : 02-929-1366,

이메일 : [email protected]※ 전라, 경상, 제주지역

→ 광주후원회 전화 : 062-371-5823, 팩스 : 062-371-5824,

이메일 : [email protected]

2. 지로 납입 회원은 「골롬반선교」 발송할 때 지로 3장을 동봉하여 보내드리오니,

매월 한장씩 월별로 납입하셔도 되고, 한 장으로 여러 달 회비를 한 번에 납입하셔도 됩니다.

3. 후원회 월례미사(2015년 9월 – 12월)

9월 10월 11월 12월 장 소 문 의

서울 4일 2일 7일(피정) 4일 돈암동 골롬반본부 02-929-2977

인천 8일 13일 10일 8일 부평2동 성당 032-529-9621

원주 9일 14일 11일 9일 가톨릭센터 200호 033-765-3350

안산 11일 9일 13일 11일 원곡동 성당 031-491-2064

목포 22일 27일 24일(피정) - 대성동 성당 061-276-9218

순천 23일 28일 25일(피정) - 저전동 성당 061-741-8285

전주 24일 29일 26일(피정) - 덕진 성당 063-272-5302

광주 25일 30일 27일(피정) - 광주 골롬반 선교회관 062-371-5823

부산 10일 - - 10일 용호동 성당 051-625-3382

제주

16일 21일 18일 16일 제주 골롬반 사제관 064-711-2471

- 20일 - 15일 서귀 복자 성당 064-733-5523

15일 - 17일 - 서귀포 성당 064-762-3444

* 10월 안산미사는 한글날(10월 9일)에 봉헌할 예정입니다.

* 11월 후원회원을 위한 무료 피정

① 서울

일시 : 11월 7일(첫째 토요일), 9시 40분-16시

주제 : 존재와 영성(나를 깊이 알고 신앙하기)

지도 : 예수회 최영민(베드로) 신부

신청 : 02-929-2977(10월 30일 마감)

② 목포, 순천, 전주, 광주 - 후원회 미사로 피정 시작(강사 미정)

신청 : 062-371-5823* 목포, 순천, 전주, 광주 – 12월에는 미사가 없습니다.

천노엘 신부 ‘만해실천대상’ 수상

천노엘 신부(무지개공동회 대표)가 지난 8월 12일

강원도 인제에서 열린 ‘제19회 만해대상 시상

식’에서 ‘만해실천대상’을 수상했습니다. 만해

상은 만해 한용운 선생의 사상과 정신을 기리

는 상으로, 종교계·문화 예술계·언론계 등

사회 각 분야의 공로자를 엄선해 매년 포상하

고 있습니다. 천노엘 신부는 국내 최초로 지적

장애인과 봉사자가 함께 생활하는 소규모 가

족형 거주시설인 ‘그룹홈’(공동생활가정)을 만들어 지적 장애인이 지역사회 일원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기

반을 마련해주었습니다. 올해 설립 35주년을 맞는 무지개공동회는 엠마우스복지관을 비롯해 그룹홈(16곳), 엠

마우스산업 등 총 8개의 산하시설을 두고 있습니다.

제19회 만해대상 수상자들.(앞줄 왼쪽 세 번째 천노엘 신부)

피지 평신도선교사 임기 마치고 귀국

● 6년간 한국에서 활동했던 피지 평신도선교사 마리아(Maria

rosa Vuniivi)와 로세나(Losena Biau)가 임기를 마치고 지난 8월

27일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언제나 환한 웃음과 여유로

움으로 주위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두 선교사에게 감사드립

니다.

● 한국 평신도선교사 15번째 팀(K15)은 10월 선교지로 파견되

기에 앞서 마지막 과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8월부

터 임상사목교육(CPE)을 받고 있으며, 9월 초 마지막 식별과

정을 마치고 선교사로 새 출발을 하게 됩니다. 마리아(왼쪽)와 로세나

사제수품 50, 60주년 축하드립니다.

골롬반 아일랜드지부에서는 지난 8월 15일 골

롬반 신부들(15명)의 사제수품 50, 60주년을 축

하하며 감사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그 자리에

는 한국에서 활동하시며 올해 수품 50주년을

맞는 안광훈(Robert Brennan) 신부와 수품 60주

년을 맞는 황 프란치스코(Francis Ferrie) 신부도

함께 해 동료 신부들과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께 봉헌한 15명의 신부

들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하길 축원합니다.

사제수품 50, 60주년을 맞는 골롬반 신부들.

골롬반 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