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장학생의 여름 - pdf.sgunews.compdf.sgunews.com/642/64210.pdf · 10 오피니언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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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오피니언 2015년 11월 9일(월) 642호 오늘의 독자 서강학보사는 여러분의 글을 받습니다 자유주제로 모든 학우들의 의견을 받습니다. 원고지 6~7매 분량 으로 이름과 연락처학번을 포함하여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채 택된 글에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홈페이지 : http://sgunews.com 화 : 02-703-0797, 010-4703-2744 e - m a i l : [email protected] 근로장학생의 여름 카르네아데스의 널을 읽고 진실된 인간관계에 대하여 7월 7일. 서울여자중학교로의 출근이 시작됐 다. 기말고사가 끝난 다음 날이라 교무실은 어느 때보다 활기가 있었고, 선생님들은 분주하게 일 을 하고 계셨다. 잠깐이었지만 복도를 지나가며 몇 년이 흘러도, 몇십 년이 흘러도 학교의 풍경은 늘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교무실로 들어가 담당 선생님을 찾아가자 굉장히 젊고 키 가 크신 선생님이 맞아주셨다. 선생님과 함께 학 교 구경을 간단하게 마친 후 학생이 아닌 선생으 로서의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됐다. 나는 언어교육부에 소속돼 일을 하게 됐다. 첫 날 맡겨진 업무는 2학기에 있을 독서퀴즈대회에 낼 문제를 만들고, 글쓰기 대회를 나가는 아이들 의 원고를 봐주고, 도서관에 필요한 책을 주문하 는 일이었다. 첫날에 이어 계속된 선생님들의 업 무는 생각했던 것보다 양이 많았다. 계속해서 책 을 읽어 누구보다도 책 내용에 통달해야 했고, 아 이들의 수준에 맞춘 문제를 제출해야 하며, 그 의 도도 명확해야 했다. 또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 들이 계속해서 가져오는 논설문이나 독후감을 읽 어보고 적절한 피드백을 줘야 했으며, 교무실에 찾아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문제를 해 결해 줘야 했다. 학생 때는 쉬는 시간이 유일한 낙 이고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시간이었다면, 선생님 들에게 쉬는 시간은 또 다른 업무의 시간이었다. 방학을 맞아 특별한 일이 주어졌다. 독서캠프에 나가는 아이들을 데리고 생각의 틀을 넓혀 달라는 선생님의 부탁이었다. 매일 아이들과 함께 토론주 제를 정하고 그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을 하 면 할수록 높은 학생들의 수준이 보여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중학생이지만 아이들의 생각은 어 른들보다 더 깊었고, 자신의 생각에 대한 근거도 확 고했다. 열심히 토론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선생님 의 입장이 되어서 가르치는 것이지만, 아이들에게 서 배울 점이 훨씬 많으며 미래의 삶에 대해 해이했 었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됐다. 그리고 정말 작은 성 의에도 크게 감동하고 감사해하는 아이들을 보면 서 어느새 계산적이고 속물적으로 변해버린 나 자 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한 달간의 근로 생활이 끝나고 많은 것이 달라 졌다. 가방 속에는 항상 읽을 책이 있게 됐고, 학 교에서의 업무처리를 하며 느꼈던 어려움을 발판 삼아 컴퓨터 활용 능력평가 시험을 준비하게 됐 다. 그리고 다가가기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할 말이 없는 것만 같아 대하기 어려워했던 교수님 들과 기숙사의 사감님에게도 아랫사람으로 다가 가 이야기를 할 용기를 얻었다. 앞으로 있을 방학에도 나는 계속 근로 장학생 을 신청할 계획이고, 다양한 직업을 미리 체험해 봄으로써 미래 진로 선택에 분명히 긍정적인 영 향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 한국장학재단에 감사하며, 나뿐만 아 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기회를 활용할 수 있 었으면 한다. 박지현(경영 14) 수업시간에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 잠복 에 수록된 ‘카르네아데스의 널’을 접하게 됐다. 이 소설에는 사기고소와 살인이라는 범죄가 등 장하고 이 사건들의 동기가 주인공의 모습을 통 해 나타난다. 주인공 구무라 다케지는 일본에 명 망 있는 진보적인 사학자로 학계에서 추방당한 자신의 은사의 복귀를 돕고 극진히 모신다. 하지 만 이것은 허울일 뿐 실상 다케지는 그의 은사 를 성가신 존재라 여기고 있었다. 그가 보인 ‘사 제 간의 예의’는 그저 우월함을 과시하거나 사회 적인 시선을 고려한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친절한 성향을 가지고 있 지만 그것이 전혀 진실되지 않은 사람인 것이다. 이런 관계 속에서 경제적으로 넘쳐나던 자신의 생활이 위협을 받는 상황이 오자 긴급피난 상황 에 적용되는 ‘카르네아데스의 널’로 자신의 범 죄를 합리화하며 은사를 추락시키는 계략을 짜 게 된다. 구무라 다케지가 이용한 ‘카르네아데 스의 널’이란 망망대해에서 배가 난파했을 때, 널 하나에 매달려 있는 다른 사람을 빠트려 죽 이고 자신만 사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하지 만 구무라에게 닥친 상황이 생존의 문제와 직결 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끝까지 범죄를 정 당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이 장면에서 구무라 다 케지의 가식적인 모습을 강하게 느꼈다. 자신의 연인이었던 스미코에게 은사를 폭행혐의로 사기 고소하게 만들고 그 후에 정이 떨어졌다는 이유 로 스미코를 버린 후 그녀가 은사의 일로 협박하 자 살인을 저지르기까지 한다. 이 범죄들이 일어 나게 된 것은 구무라 다케지가 그들과 맺어왔던 관계가 모두 거짓됐으며 그들을 자신이 설계한 인생의 말쯤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나는 이전에 어떤 이익을 바라지 않고 타인에 게 베푸는 친절함에 대하여 무조건적으로 긍정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 이 바뀌었다. 구무라가 은사의 부탁을 들어주고 친절하게 대한 것이 늙고 힘없는 게이노스케에 게 무엇을 바라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와 은사의 관계는 구무라의 우월성을 과시하 기 위함이거나 사회의 눈치를 보는 거짓된 관계 였고 결국 위기가 닥첬을 때 끝없이 추락하고 파 탄이 나게 되었다. 은사를 ‘재앙’으로 여기며 자 신의 길에 방해가 된다면 가차 없이 제거해버리 는 구무라의 잔혹함이 우리 모두가 조금씩 가지 고 있는 모습일 수 있다. 하지만 진심으로 타인 을 대하는 태도는 그것이 올바르지 못한 모습으 로 발현되지 않도록 막아 주는 역할을 한다. 이 소설은 인간관계가 갖는 나약함과 타락적인 모 습을 절묘하게 지적하며 우리에게 참되고 올바 른 인간관계에 대해 깨달음을 준다. 김지현(경제 15) 지나간 시험의 발자국 서강학보 641호를 읽고 강인에게 물었습니다 자 모니터링 힘겨웠던 중간고사 기간이 끝났다. 연이어 학점이 올라오고 있 는 지금, 서강 학우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시험장 추억에 관해 물어봤다. 그 발자국을 따라가 보자. 이수현 (경제 15) 함다인 (컴공 14) 미안하다, 시험이다 이번 학기에는 실험 수업을 듣는데 그 날 시험도 있어서 같은 조 친구 에게 실험을 맡겨둔 채로 시험을 치 러 갔어요. 시험을 마치고 나오니 친구가 실험을 이미 다 끝낸 후라 미안했어요. 김한슬 (프문 13) 너 때문이야 대학수학 수업의 반 평균은 50점이 었는데 저는 14점을 받았어요. 그런 데 친구가 그 시험지를 페이스북에 올린 겁니다! 그래서 창피함에 다음 시험은 보러 가지도 않아 F를 받았 던 기억이 나네요. 송태현 (미문 14) 시험 전날은 금주 시험 전날 친구와 밤새 술을 마시다 다음날 늦잠자서 시험에 40분이나 지각했어요. 늦게라도 시험을 보러 온 노력이 가상했는지 D-에서 C0로 성적이 올라 울지도, 웃지도 못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오재우 (화공 11) 공부량과 성적은 반비례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가 다음 날 시 험이 있는데도 썸녀가 데이트를 신 청했다고 그냥 시험공부를 포기하 고 놀러 간 적이 있어요. 그런데 열 심히 공부한 저보다 그 친구가 성적 이 더 높아서 너무 얄미웠습니다. 이용문 (기계 10) 서강학보 641호는 대학 현실의 현실적 문제와 함께 잠시 잊고 있었던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자연과학대 엠티문화, 갑론을박 이어져라는 기사는 엠티문화의 씁쓸한 이면을 보여 줬다. 이와 관련한 문제가 올해 여러 번 담론화된 것으로 미뤄 볼 때 대학 내 각 집단에서는 이런 문제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줬다. 인식 의 다양성과 윤리적 기준의 타협점을 찾아 즐거운 대학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면에서는 교환학생과 각종 행사 소식을 전 했다. 교환학생에 대해 평소 궁금했던 점이 일목 요연하게 정리돼있어 좋았다. 이준석 대표의 강 연, 창업지락과 같은 행사는 충분히 홍보가 되지 않아 참여하지 못했는데 지면으로나마 접할 수 있어 반가웠다. 또한 서강인 마주보기 신호창 교 수 인터뷰를 통해 서강인의 자부심과 긍지를 느 낄 수 있었다. 사회면에서는 학생회비에 관한 문제가 담겼다. 학생회비를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고 알고 있는 신 입생들에게 유용했을 것으로 보였고 이에 대한 문 제의식을 가질 수 있었다. 학생회비의 사용행태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 알기가 어 려운데 이것은 단순히 대학의 모르쇠 문제뿐 아니 라 학생 개개인의 적극적인 관심도 필요하다는 것 을 지적해준 점이 만족스러웠다. 기획면에서는 한글날에 맞춰 한글에 관련된 특 집기사를 담았다. 학우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한글 에 대한 실제적인 인식을 전했고, 한글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그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 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하는 편집자 의도가 잘 전해 졌다. 이와 관련한 학생들의 활동을 담아 관심 있 는 학생들의 참여를 도모할 수 있게 도왔다. 문화면에서는 가장 큰 이슈를 모으고 있는 젠 트리피케이션과 사물인터넷에 관련된 기사를 다 뤘다. 문화예술의 주체가 프랜차이즈로 바뀌는 점에 대한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 다. 사물인터넷에 관련된 기사의 경우 가독성이 좋아 이해하기 쉬웠다. 다양한 공간적인 정보를 초점으로 한 실질적 내용이 있었으면하는 아쉬움 이 남았다. 오피니언 면에서 '신촌 우울'이라는 이나은 학 우의 글은 다시 한 번 글을 읽게 만들었다. 이글 은 필자의 과거 생각과 많이 닮아있었다. 신촌이 라는 공간에 오고 싶었던 마음, 그리고 그런 엘 리트 교육에 대한 거부감. 이러한 내용은 많은 학우들의 공감을 이끌 수 있는 감동적인 글이었 던 것 같다. 문혜진(아텍 15) 잊지 말아요 교수님이 시험 날짜를 착각하셔서 그 날 원래 시험이 3개 였는데 4개 로 늘어나 버렸지 뭐예요. 덕분에 하루 종일 시험을 치렀는데 체력이 떨어져서 시험 하나는 완전히 망쳐 버렸어요. 교수님의 한마디 시험 기간 이후 첫 수업 시간에 교수 님이 시험지를 나눠주셨어요. 시험 지를 다 나눠주신 후 교수님이 제 눈 을 빤히 쳐다보시면서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라고 말씀하시는 데, 괜히 찔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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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오피니언 2015년 11월 9일(월) 642호

오늘의 독자

서강학보사는

여러분의 글을 받습니다

자유주제로 모든 학우들의 의견을 받습니다. 원고지 6~7매 분량

으로 이름과 연락처학번을 포함하여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채

택된 글에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홈페이지 : http://sgunews.com

■ 전 화 : 02-703-0797, 010-4703-2744

■ e-mail : [email protected]

청 년 광 장

근로장학생의 여름

카르네아데스의 널을 읽고 진실된 인간관계에 대하여

7월 7일. 서울여자중학교로의 출근이 시작됐

다. 기말고사가 끝난 다음 날이라 교무실은 어느

때보다 활기가 있었고, 선생님들은 분주하게 일

을 하고 계셨다. 잠깐이었지만 복도를 지나가며

몇 년이 흘러도, 몇십 년이 흘러도 학교의 풍경은

늘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교무실로

들어가 담당 선생님을 찾아가자 굉장히 젊고 키

가 크신 선생님이 맞아주셨다. 선생님과 함께 학

교 구경을 간단하게 마친 후 학생이 아닌 선생으

로서의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됐다.

나는 언어교육부에 소속돼 일을 하게 됐다. 첫

날 맡겨진 업무는 2학기에 있을 독서퀴즈대회에

낼 문제를 만들고, 글쓰기 대회를 나가는 아이들

의 원고를 봐주고, 도서관에 필요한 책을 주문하

는 일이었다. 첫날에 이어 계속된 선생님들의 업

무는 생각했던 것보다 양이 많았다. 계속해서 책

을 읽어 누구보다도 책 내용에 통달해야 했고, 아

이들의 수준에 맞춘 문제를 제출해야 하며, 그 의

도도 명확해야 했다. 또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

들이 계속해서 가져오는 논설문이나 독후감을 읽

어보고 적절한 피드백을 줘야 했으며, 교무실에

찾아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문제를 해

결해 줘야 했다. 학생 때는 쉬는 시간이 유일한 낙

이고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시간이었다면, 선생님

들에게 쉬는 시간은 또 다른 업무의 시간이었다.

방학을 맞아 특별한 일이 주어졌다. 독서캠프에

나가는 아이들을 데리고 생각의 틀을 넓혀 달라는

선생님의 부탁이었다. 매일 아이들과 함께 토론주

제를 정하고 그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을 하

면 할수록 높은 학생들의 수준이 보여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중학생이지만 아이들의 생각은 어

른들보다 더 깊었고, 자신의 생각에 대한 근거도 확

고했다. 열심히 토론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선생님

의 입장이 되어서 가르치는 것이지만, 아이들에게

서 배울 점이 훨씬 많으며 미래의 삶에 대해 해이했

었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됐다. 그리고 정말 작은 성

의에도 크게 감동하고 감사해하는 아이들을 보면

서 어느새 계산적이고 속물적으로 변해버린 나 자

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한 달간의 근로 생활이 끝나고 많은 것이 달라

졌다. 가방 속에는 항상 읽을 책이 있게 됐고, 학

교에서의 업무처리를 하며 느꼈던 어려움을 발판

삼아 컴퓨터 활용 능력평가 시험을 준비하게 됐

다. 그리고 다가가기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할

말이 없는 것만 같아 대하기 어려워했던 교수님

들과 기숙사의 사감님에게도 아랫사람으로 다가

가 이야기를 할 용기를 얻었다.

앞으로 있을 방학에도 나는 계속 근로 장학생

을 신청할 계획이고, 다양한 직업을 미리 체험해

봄으로써 미래 진로 선택에 분명히 긍정적인 영

향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 한국장학재단에 감사하며, 나뿐만 아

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기회를 활용할 수 있

었으면 한다. 박지현(경영 14)

수업시간에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 잠복

에 수록된 ‘카르네아데스의 널’을 접하게 됐다.

이 소설에는 사기고소와 살인이라는 범죄가 등

장하고 이 사건들의 동기가 주인공의 모습을 통

해 나타난다. 주인공 구무라 다케지는 일본에 명

망 있는 진보적인 사학자로 학계에서 추방당한

자신의 은사의 복귀를 돕고 극진히 모신다. 하지

만 이것은 허울일 뿐 실상 다케지는 그의 은사

를 성가신 존재라 여기고 있었다. 그가 보인 ‘사

제 간의 예의’는 그저 우월함을 과시하거나 사회

적인 시선을 고려한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친절한 성향을 가지고 있

지만 그것이 전혀 진실되지 않은 사람인 것이다.

이런 관계 속에서 경제적으로 넘쳐나던 자신의

생활이 위협을 받는 상황이 오자 긴급피난 상황

에 적용되는 ‘카르네아데스의 널’로 자신의 범

죄를 합리화하며 은사를 추락시키는 계략을 짜

게 된다. 구무라 다케지가 이용한 ‘카르네아데

스의 널’이란 망망대해에서 배가 난파했을 때,

널 하나에 매달려 있는 다른 사람을 빠트려 죽

이고 자신만 사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하지

만 구무라에게 닥친 상황이 생존의 문제와 직결

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끝까지 범죄를 정

당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이 장면에서 구무라 다

케지의 가식적인 모습을 강하게 느꼈다. 자신의

연인이었던 스미코에게 은사를 폭행혐의로 사기

고소하게 만들고 그 후에 정이 떨어졌다는 이유

로 스미코를 버린 후 그녀가 은사의 일로 협박하

자 살인을 저지르기까지 한다. 이 범죄들이 일어

나게 된 것은 구무라 다케지가 그들과 맺어왔던

관계가 모두 거짓됐으며 그들을 자신이 설계한

인생의 말쯤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나는 이전에 어떤 이익을 바라지 않고 타인에

게 베푸는 친절함에 대하여 무조건적으로 긍정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

이 바뀌었다. 구무라가 은사의 부탁을 들어주고

친절하게 대한 것이 늙고 힘없는 게이노스케에

게 무엇을 바라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와 은사의 관계는 구무라의 우월성을 과시하

기 위함이거나 사회의 눈치를 보는 거짓된 관계

였고 결국 위기가 닥첬을 때 끝없이 추락하고 파

탄이 나게 되었다. 은사를 ‘재앙’으로 여기며 자

신의 길에 방해가 된다면 가차 없이 제거해버리

는 구무라의 잔혹함이 우리 모두가 조금씩 가지

고 있는 모습일 수 있다. 하지만 진심으로 타인

을 대하는 태도는 그것이 올바르지 못한 모습으

로 발현되지 않도록 막아 주는 역할을 한다. 이

소설은 인간관계가 갖는 나약함과 타락적인 모

습을 절묘하게 지적하며 우리에게 참되고 올바

른 인간관계에 대해 깨달음을 준다.

김지현(경제 15)

지나간 시험의 발자국

서강학보 641호를 읽고

서강인에게 물었습니다

독자 모니터링

힘겨웠던 중간고사 기간이 끝났다. 연이어 학점이 올라오고 있

는 지금, 서강 학우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시험장 추억에 관해

물어봤다. 그 발자국을 따라가 보자.

이수현 (경제 15)

함다인 (컴공 14)

미안하다, 시험이다

이번 학기에는 실험 수업을 듣는데

그 날 시험도 있어서 같은 조 친구

에게 실험을 맡겨둔 채로 시험을 치

러 갔어요. 시험을 마치고 나오니

친구가 실험을 이미 다 끝낸 후라

미안했어요.

김한슬 (프문 13)

너 때문이야

대학수학 수업의 반 평균은 50점이

었는데 저는 14점을 받았어요. 그런

데 친구가 그 시험지를 페이스북에

올린 겁니다! 그래서 창피함에 다음

시험은 보러 가지도 않아 F를 받았

던 기억이 나네요.

송태현 (미문 14)

시험 전날은 금주

시험 전날 친구와 밤새 술을 마시다

다음날 늦잠자서 시험에 40분이나

지각했어요. 늦게라도 시험을 보러

온 노력이 가상했는지 D-에서 C0로

성적이 올라 울지도, 웃지도 못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오재우 (화공 11)

공부량과 성적은 반비례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가 다음 날 시

험이 있는데도 썸녀가 데이트를 신

청했다고 그냥 시험공부를 포기하

고 놀러 간 적이 있어요. 그런데 열

심히 공부한 저보다 그 친구가 성적

이 더 높아서 너무 얄미웠습니다.

이용문 (기계 10)

서강학보 641호는 대학 현실의 현실적 문제와

함께 잠시 잊고 있었던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자연과학대 엠티문화, 갑론을박 이어져라는

기사는 엠티문화의 씁쓸한 이면을 보여 줬다. 이와

관련한 문제가 올해 여러 번 담론화된 것으로 미뤄

볼 때 대학 내 각 집단에서는 이런 문제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줬다. 인식

의 다양성과 윤리적 기준의 타협점을 찾아 즐거운

대학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면에서는 교환학생과 각종 행사 소식을 전

했다. 교환학생에 대해 평소 궁금했던 점이 일목

요연하게 정리돼있어 좋았다. 이준석 대표의 강

연, 창업지락과 같은 행사는 충분히 홍보가 되지

않아 참여하지 못했는데 지면으로나마 접할 수

있어 반가웠다. 또한 서강인 마주보기 신호창 교

수 인터뷰를 통해 서강인의 자부심과 긍지를 느

낄 수 있었다.

사회면에서는 학생회비에 관한 문제가 담겼다.

학생회비를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고 알고 있는 신

입생들에게 유용했을 것으로 보였고 이에 대한 문

제의식을 가질 수 있었다. 학생회비의 사용행태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 알기가 어

려운데 이것은 단순히 대학의 모르쇠 문제뿐 아니

라 학생 개개인의 적극적인 관심도 필요하다는 것

을 지적해준 점이 만족스러웠다.

기획면에서는 한글날에 맞춰 한글에 관련된 특

집기사를 담았다. 학우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한글

에 대한 실제적인 인식을 전했고, 한글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그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

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하는 편집자 의도가 잘 전해

졌다. 이와 관련한 학생들의 활동을 담아 관심 있

는 학생들의 참여를 도모할 수 있게 도왔다.

문화면에서는 가장 큰 이슈를 모으고 있는 젠

트리피케이션과 사물인터넷에 관련된 기사를 다

뤘다. 문화예술의 주체가 프랜차이즈로 바뀌는

점에 대한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

다. 사물인터넷에 관련된 기사의 경우 가독성이

좋아 이해하기 쉬웠다. 다양한 공간적인 정보를

초점으로 한 실질적 내용이 있었으면하는 아쉬움

이 남았다.

오피니언 면에서 '신촌 우울'이라는 이나은 학

우의 글은 다시 한 번 글을 읽게 만들었다. 이글

은 필자의 과거 생각과 많이 닮아있었다. 신촌이

라는 공간에 오고 싶었던 마음, 그리고 그런 엘

리트 교육에 대한 거부감. 이러한 내용은 많은

학우들의 공감을 이끌 수 있는 감동적인 글이었

던 것 같다. 문혜진(아텍 15)

잊지 말아요

교수님이 시험 날짜를 착각하셔서

그 날 원래 시험이 3개 였는데 4개

로 늘어나 버렸지 뭐예요. 덕분에

하루 종일 시험을 치렀는데 체력이

떨어져서 시험 하나는 완전히 망쳐

버렸어요.

교수님의 한마디

시험 기간 이후 첫 수업 시간에 교수

님이 시험지를 나눠주셨어요. 시험

지를 다 나눠주신 후 교수님이 제 눈

을 빤히 쳐다보시면서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라고 말씀하시는

데, 괜히 찔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