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Broadcasting Trend & Insight 2017년 3호 Vol.1254

규격 파괴, 드라마의 새로운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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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드라마 전성시대가 열렸다. 기존 관습을 깬 형식과 내용을

장착한 다양한 드라마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4부작, 8부작,

12부작 등 편수도 다양해지고 회당 분량도 10분부터 70분까지

가지각색이다. 단막극 제작도 다시 활기를 띤다.

플랫폼 다양화와 광고시장의 경쟁 심화, 대중의 취향 변화와

어우러 지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더불어 콘텐츠 시장의 강세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경쟁 속에서 드라마의 형식은 더욱 다양화되고

있다.

글. 윤고은(연합뉴스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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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작, 8부작, 12부작 잇따라…단막극의 부활

드라마의규격파괴는케이블에서시작했다.지상파보다편성등에서운신의폭이넓고,후발주자로

서지상파와대등하게경쟁할수없었던탓에지상파에서오랜기간‘규격화’해온드라마의형식을

파괴하는틈새전략을썼다.

OCN에서방송한<나쁜녀석들>은11부작,<애타는로맨스>는13부작이었다.또<모민

의방>은7부작,<처용2>와<닥터프로스트>는10부작,<뱀파이어탐정>과<신의퀴즈>

는12부작이었다.tvN<삼총사>와<써클-이어진두세계>는12부작,<아르곤>은8부작이다.

JTBC도12부작<이번주아내가바람을핍니다>,<청춘시대>등을내놓았다.

과거에는미니시리즈라고하면기본이16부작으로,길면20부작까지의드라마를말했다.회당

분량은60~70분.지상파3사가월화극,수목극으로편성하는미니시리즈는이런틀에맞추어수

십년간제작되었고지상파는그에따른편성전략을짜왔다.

하지만어느순간부터지상파에도4부작,8부작,12부작짜리드라마가이어지고있다.편수의

변화에이어회당시간에도변화가생겼다.올해지상파의중간광고격인프리미엄CM(PCM)이등

장하면서지상파드라마의회당분량이30~35분으로줄어들기도했다.

KBS2TV는지난해부터<백희가돌아왔다>,<베이비시터>,<맨몸의소방관>등4부작드

라마를잇달아편성했고,MBC는2015년에10부작<퐁당퐁당러브>와올해12부작<죽어야사

는남자>를선보였다.10월에종영한KBS2TV월화극<란제리소녀시대>는8부작이다.

물론그전에도있었다.KBS2TV는<한성별곡>,<특수수사일지-1호관사건>,<도망자이

두용>,<특별수사대>,<완벽한스파이>등4부작,8부작짜리드라마를간헐적으로선보였다.

다만,과거에는이들드라마가단막극이확대된개념으로제작되었다면,지금은미니시리즈의한형

태로서적극적으로4부작,8부작드라마를발굴한다는차이가있다.

단막극시장도다시생기를얻고있다.MBC<베스트셀러극장>과KBS2TV<드라마시티>

로대표되던지상파단막극은1980~90년대신인드라마작가와연출자발굴을위한중요한창구

였다.SBS도2001~2004년<오픈드라마남과여>를통해단막극을매주선보였다.하지만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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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OCN<나쁜녀석들>,<애타는로멘스>,<닥터프로스트>,<신의퀴즈4>

드라마의 규격

파괴는 케이블에서

시작했다.

지상파에서 오랜

기간 ‘규격화’해 온

드라마의 형식을

파괴하는 틈새

전략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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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대중후반부터단막극은정규편성에서사라졌다.

단막극이다시활성화되기시작한것은2010년에KBS2TV가<드라마스페셜>을통해

선보인단막극이호응을얻은데이어올해CJE&M과JTBC등이드라마제작에적극적으로

나서면서부터다.

단막극이활성화되자인력보강에도순풍이불었다.CJE&M은지난4월드라마,영화신인작

가35명을선발해이들의작품창작과데뷔를지원하는‘오펜(O’PEN)’프로그램을시작했다.올해

부터2020년까지총130억원을투입해신진작가들을키운다는계획이다.이번에선발된드라마

작가의작품중우수대본10편은12월부터tvN을통해방송될예정이다.JTBC는자체진행한드

라마공모에서선정된작품을인터넷을통해웹드라마로공개하고있다.웹에서공개한뒤TV에서도

방송할계획이마련되어있다.

<아르곤>과 <란제리 소녀시대>가 8부작인 이유

9월26일마지막회를방영한tvN<아르곤>은방송사탐사보도팀의이야기를사실적으로전달하

고다양한인간군상의모습을생생하게그려내호평을받았다.같은CJE&M계열인OCN과달리

거의예외없이16~20부작을편성했던tvN이8부작을편성한이유는무엇일까.

<아르곤>의박호식책임프로듀서는“애초에는8부작이아니었으나기획과정에서작가가교

체되면서스토리를재검토하게됐다”고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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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tvN<아르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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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큰사건이있는드라마가아니고사람에초점을맞춘이야기였기때문에굳이할이야기가

없다면억지로늘리지말고8부정도로깔끔하게완성하자는데의견이모아졌다”고설명했다.광고

등을의식해이야기가없는데도억지로16부로끌고가거나,심지어연장도일삼았던방송가관행에

변화가온것이다.

주인공김백진역을맡은김주혁도“대본에무리수가없다.드라마대본을보면서이렇게무리

수가없는대본은처음”이라는말로<아르곤>이8부에어울리는드라마라는점을밝혔다.

KBS2TV<란제리소녀시대>는동명의소설을원작으로윤경아작가가8부작으로각색한작

품이다.드라마는1979년대구를배경으로여고생들의우정과사랑,성장통을그린다.‘복고풍’정

서와그때그시절추억이포인트인드라마다.

정성효KBS드라마센터장은“윤경아작가가개인적으로원작을각색해작성한1~2회대본을

가지고기획회의를했다”며“내용적으로16부로끌고가기에는부족함이있고,시대극이라4부작

으로는짧아서8부작으로만들기로했다”고설명했다.인기작가의기획안이라할지라도이제는무

조건16부작이되는게아니고,이야기의성격에맞게편수가결정된다는것이다.

소재와 이야기에 따른 다양한 형태 드라마 이어져

정성효KBS드라마센터장은“예전에는4부작,8부작드라마를소위편성상‘땜질용’으로급하게만

드는경우가많았지만요즘은아니다”라고말했다.그는“KBS미니시리즈드라마대본공모를봐도

드라마로꼭만들고는싶은데16부작분량으로는부족하거나성격이미니시리즈드라마에어울리지

이미지:KBS<란제리소녀시대>

인기 작가의

기획안이라 할지라도

이제는 무조건

16부작이 되는 게

아니고, 이야기의

성격에 맞게 편수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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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는대본들이있다”며“그런경우는4부작,8부작으로내용을압축시키고추후방송을염두에두

고면밀히준비하기시작했다”고전했다.과거처럼편성에문제가생겼을때급하게제작하는게아

니라,미리준비를해놓았다가계절적요인,편성의변수등을고려해적극적으로융통성을발휘한다

는것이다.

한제작사대표는“기획안을보면왜이이야기를16부로하려고했을까싶은작품들이있다.작

가들이16부라는규격에얽매인탓이아닌가싶다”면서“요즘에는채널이다양해지고장르드라마도

활성화되고있어소재와이야기에따라얼마든지다양한형태의드라마를만들수있다”고밝혔다.

이대표는이어“스릴러,SF등장르드라마의경우특히10부내외짧은구성이어울리는경우

가많다”면서“해외에서도10부내외의드라마가주류를이루고있어세계적추세를봐도16부라는

규격에변화가생기는것은자연스럽다”고진단했다.

또한기존에드라마를만들던채널외에도온스타일,MBC플러스미디어,드라마맥스등이드라

마제작에뛰어들었고,모바일시대를타고제작사와연예기획사에서는앞다퉈웹드라마를제작하

고있다.JTBC가평일드라마를부활시키는데이어TV조선도다시드라마제작을하겠다는계획

이다.이처럼드라마시장이커지고기존작가와연출인력풀(Pool)로는늘어나는수요를감당하기

어렵다.방송사는그어느때보다도새로운실험과기회제공을통해부지런히신진세력을발굴해야

한다.

정성효센터장은“올해<KBS드라마스페셜>을보면서깜짝놀랐다.작가와연출자의세대

가또한번바뀌었음을확인했다”고말했다.그는“과거에는작가도,연출자도문자세대였다면,어

느순간작가도연출자도영상세대로바뀌었다.드라마문법이예전과완전히달라졌다.영상세대

의작가들은글을쓸때처음부터영상을염두에두고쓰더라”면서“단막극이아니었다면이젊은세

대의생각을빨리확인하는것이불가능하다”고설명했다.

광고 시장의 경쟁 심화와 대중의 취향 변화

새로운드라마의출현은사실광고시장변화에서출발한다.과거에는16~20부로만들지않으면광

고영업이쉽지않았다.그정도길이로는만들어야시청률이어느정도는보장된다는이유에서였다.

16부보다편수가적은드라마는기존예정된드라마의편성이어그러지면서대타로급하게투입된

‘땜질용드라마’인경우가많았고,그래서캐스팅의경우에도신인배우나유명세가적은배우들이대

부분이었다.

그동안방송사가16부작드라마를고집했던또다른이유는제작비문제였다.일단캐스팅을

해만들기시작하면적어도16부까지는제작해야수익을내기쉬운데,8부작정도로짧게끝나면

시청률이나손익분기점도달에서불리한경우가많았다.

하지만광고시장이전반적으로침체되고,플랫폼다양화로광고가분산되면서이제는8부작,

방송사는 그

어느때보다도

새로운 실험과

기회제공을 통해

부지런히 신진세력을

발굴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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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부작,16부작드라마모두광고수주가어려워졌다.16부라는규격을지탱했던광고의논리가

사라지면서운용의묘가확대됐다.예전에는4부작,8부작을기획하면광고문제로부담이됐지만

요즘에는광고사정이안좋으니오히려자유로운형태로드라마를만들수있게된것이다.

단막극이부활하게된것도같은이유다.과거단막극은광고편성이어려워만들면오히려손해

였다.그런데16부작을만들어도광고가잘안붙는상황이이어지자역설적으로단막극의발목을

잡던‘단막극리스크’가낮아졌다.

10~15분짜리웹콘텐츠를즐기는젊은세대의시청패턴과다양한소재를드라마로받아들이

게된대중의취향변화도새로운드라마의출현을이끈다.시청률40~50%에육박하는국민드라

마의시대는사라지고,대부분의드라마가5~10%의시청률을보이는상황에대한방송가의개탄

이이어진다.하지만지금이야말로소재의다양성을실험할수있는기회라는진단도나온다.내로

라하는스타를캐스팅하는등각종성공공식에맞게드라마를만들어도시청률10%달성이어려

운상황이니캐스팅에얽매이지않고전혀새로운이야기를만들어볼수있게된것이다.

정성효센터장은“시청자는이미다양한것을원하는데공급자들이과거만생각하고마인드를

바꾸지않으면지금의상황을타개해나갈수없다”고밝혔다.

KBS단막극을봐도과거에는진지하고무거운이야기가대세였다면,요즘에는영상세대인젊

은층의취향에부합하는밝고경쾌한이야기가많이만들어진다.또SNS등을통해짧은영상이쉽

게확산되기시작하면서단막극한편이웬만한미니시리즈드라마보다더화제를모을수도있게되

었다.이슈가되니스타가절로드라마에합류하게되었고캐스팅의압박에서자유로워지고있다.

드라마제작환경,사업환경의변화속에내년에는70~80편의드라마가쏟아질예정이다.짧아

진만큼가지수는많아지고,내용과형식면에서도여러실험이계속되고있다.과연수많은드라마

중안방의선택을받게될드라마는어떤것이될까.실험의결과를지켜보는것도꽤나흥미로운일

이될것같다.

10~15분짜리 웹

콘텐츠를 즐기는

젊은 세대의 시청

패턴과 다양한

소재를 드라마로

받아들이게 된

대중의 취향 변화도

새로운 드라마의

출현을 이끈다.

이미지:네이버TV<웹드라마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