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33
서울 시민의 아름다운 삶을 위한 평생 건강주치의,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 2020 Vol.145 코로나19 특집호

Upload: others

Post on 26-Apr-2021

1 views

Category:

Documents


0 download

TRANSCRIPT

Page 1: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서울 시민의 아름다운 삶을 위한

평생 건강주치의,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

2020 Vol.145 코로나19 특집호

Page 2: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시간이 갈수록 거리의 상태는 악화되었다.

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두 번째 확진자가 나왔고,

벌써 1년이 지난 지금,

누적 확진자는 7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것은 모범사례다.

세계 각국은, 대한민국의

진단-방역 시스템을 배우고 있다.

Page 3: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Cover Story : 코로나19 확진자 치료를 위해 음압격리병동으로

갈 준비 중인 여태훈 전공의(좌), 안은희 간호사(우)

왕진가방 2020년 코로나19 특집호 Vol.145

병원이념 시민의 건강증진을 실현하는 최고의 공공병원

발행인 송관영

편집주간 홍보팀

발행처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

(서울특별시 중랑구 신내로 156)

홈페이지 www.seoulmc.or.kr 02)2276-7000

디자인 해든디앤피

CONTENTS2020 코로나19 특집호 Vol.145

#1 Article

08 코로나19,

시민과 함께 꼭 극복해내겠습니다 서울의료원장 송관영

10 축적된 노하우, 준비된 의료원

- 코로나19 발생과 초기 대응

14 선진 시스템에 세계 이목 집중

- 코로나19 적극 대응 운영

20 코로나19 발생 1년 타임라인

22 사진으로 보는

서울의료원 코로나19 1년

#2 Interview & Memory

28 코로나19를 대하는 묘책 감염내과 최재필 과장

32 중환자실의 혹독한 시간 호흡기내과 김수현 과장 36 응급실과 코로나 응급의료센터 하늘 응급구조사 38 “야! 나 코로나 양성이래!” 정신건강의학과 김영인 전공의

40 끝날 때까지! 끝까지! 병동간호팀 강지혜 간호사

42 선별진료소·생활치료센터

#3 Essay & Diary

46 나의 판독은 치료의 방향타 영상의학과 이영경 과장 48 안전한 길 닦아 혼란 최소화 감염관리실 정희용 차장

50 하늘의 별 따기 같던 물품 확보 구매물류팀 이현아 간호사

52 오늘도 전화벨이 울리고 총무팀 박광성 사무관리사

54 마지막 완치자의 격리 의료폐기물 시설관리팀 김현도 사무관리사

56 ‘코로나19 전담병원’ 서울의료원 24시

서울 시민의 아름다운 삶을 위한

평생 건강주치의,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

56

50

10

22

특 집 기 획

코로나19와의 사투,

지난 1년의 기록

사진 : 병동간호팀 고노영 간호사

Page 4: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항상 그렇죠. 나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싸움을 멈출 수는 없잖아요.”

알베르 카뮈, 『페스트』

Article코로나19, 시민과 함께 꼭 극복해내겠습니다 서울의료원장 송관영 08

축적된 노하우, 준비된 의료원- 코로나19 발생과 초기 대응 10

선진 시스템에 세계 이목 집중- 코로나19 적극 대응 운영 14

코로나19 발생 1년 타임라인 20

사진으로 보는서울의료원 코로나19 1년 22

#1

Page 5: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 생활 속 방역을 실천하면서 감염병 확산 방지

를 위해 노력하고 계신 서울 시민 여러분 그리고 코로나 최전선에서 불철주야 수고하시는 서울의료원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서울의료원장 송관영입니다.

인류가 코로나19라는 큰 도전에 맞선 지 어느덧 1년이 지났습니다. 두렵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이어지

고 있습니다만 어느 누구도 우리의 미래를 바이러스에게 내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매순

간 사회 각계각층에서 최선의 방식으로 이 싸움에 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의료원 역시 방역과 진

단, 치료를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왔습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의 구성원으로서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모든 직원이 직무와 분야를 막론하고 높은 사명감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켜왔기 때문에 4

천 명이 넘는 확진 환자를 치료했고 수많은 시민들의 선별 검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의료진뿐만 아

니라 비상상황에 맞추어 시설 관리에 여념이 없는 직원들과 의료원 곳곳을 내 집보다 더 청결하게 보살

펴주시는 미화원분들의 수고에 또 한 번 고개가 숙여집니다. 그뿐입니까. 영양팀, 물류팀, 보안팀 등 각

분야에서 묵묵히 일하는 모든 직원들의 헌신은 마땅히 널리 알려지고 오래 기억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난 메르스 때도 서울의료원을 지켜보시는 많은 분들이 의료진과 구성원들, 정말 고생 많았다고 큰 격

려를 보내주셨습니다. 당시는 위기 대응 기간이 약 2개월 정도였고 전염력도 위협적이긴 했으나 통제가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모두들 아시는 것처럼 발생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그 확산세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메르스에 대응하던 때처럼 초반부터 전력을 다했

는데 도무지 그 끝이 보이지 않으니 어느 누구라 할 것 없이 지쳐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휴식과

보상만이 지친 구성원들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저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료원 내 모든 인력을 각 단위에 배치하고도 부족할 만큼 대체인력이 없다보니 휴가를 충분히

주기 어려운 상황이고 보상 또한 여러 제약이 많아 녹록치 않습니다. 의료원장으로서 저는 이 문제를 현

재 제게 주어진 소임 중에 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으며 서울시와 함께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는 중입니

다. 구체적인 해결책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있어 몹시 안타깝습니다. 우선은 의료기관에 종사하

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희생과 헌신을 강요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만은 꼭 약속드리고 싶습니다.

서울 시민 여러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기관과 단체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이나 유치

원 아이들까지 정성을 모아 보내주신 많은 응원을 기억합니다. 의료물품부터 과자와 음료, 과일에 밑반

찬이며 손수 만든 도시락을 보내주셨는가 하면 가수분들은 공연을 기부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정말 고

마운 정성들이 계속 답지해왔습니다. 크건 작건 저희에게 보내주시는 응원에 의료원의 구성원 모두가

감사한 마음으로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한 분 한 분 빠짐없이 손잡고 고마움을 표해야 도리겠지만 그

럴 수 없는 사정에 죄송한 마음을 감사 인사에 얹어 전합니다.

해외로부터 K방역이라고 칭송받을 정도로 지금 대한민국과 서울시의 공공의료 체계는 상당히 선진적

인 역량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코로나19 대응만이 아니라 여러 공공의료 주제에서도 이미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질적으로나 외형적으로나 상당히 앞서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런 우위가 코로나19의

대응 과정에서 가감 없이 드러났던 것뿐입니다. 만일 코로나19 이후를 생각할 여유가 있다면 시민을 위

한 일상적인 공공의료에 대해 좀 더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세계 주요 국가들조차 부러워할 만큼의 공공

의료 체계를 갖추고 있으니 이를 기반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 서비스를 확충하는 등의 정책에 우리

는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서울의료원과 같은 공공병원은 시민, 그리고 국민의 성원과 관심에 존폐를 의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

이 아닌 사회 시스템입니다. 지금처럼 힘든 시기에 시민 여러분의 강력한 신뢰와 성원이 없었다면 내부

구성원의 의지만으로는 의료원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지금의 관심과 지지가 코로나

19 이후에도 이어지길 소망합니다. 그래야 또 다른 감염병 재난과 맞닥뜨리더라도 단단하게 막아낼 수

있는 상시적 체력이 갖춰지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저희대로 일상적인 공공의료 서비스의 영역을 넓히

고 질도 높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저희가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고 공공의료를 고

민할 수 있는 데는 서울시의 많은 행정적, 정책적 지원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서울의료원과 더

불어 서울시도 함께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코로나19, 시민과 함께 꼭 극복해내겠습니다

송 관 영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장

09 Article 08#1

Page 6: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축적된 노하우, 준비된 의료원코로나19 발생과 초기 대응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처음 발생한 뒤 전세계

로 확산된,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에 의한 호흡기감

염질환이다. 초기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기 전염병으로 알려졌으나, 세

계보건기구(WHO)가 2020년 1월 9일 해당 폐렴의 원인이 새로운 유형의 코

로나바이러스(국제바이러스분류위원회 2월 11일 명명, 이하 코로나19)라고

밝히면서 병원체가 확인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판코

로나바이러스 검사법(Conventional PCR)과 염기서열분석 일치 여부를 통한

확진 검사를 진행했다. 이는 의심환자에 대해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인지 여

부를 확인한 뒤 양성반응이 나오면 환자 검체에서 나온 바이러스 유전자 염

기서열을 분석해 검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약 1~2일이 소요됐다.

그러나, 1월 31일부터는 코로나19만을 표적으로 하는 검사법인 ‘Real Time

PCR’이 개발되면서 질병관리본부(국립인천공항검역소 포함)와 전국 18개 보

건환경연구원에서부터 적용됐다.

이 검사법은 판코로나 검사처럼 코로나바이러스 전체 계열이 아닌 코로나19

를 특정해 진단할 수 있는 ‘시약 키트’가 핵심으로, 검사 6시간 이내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 키트는 2월 7일부터 민간병원에도 보급되면서,

코로나19의 신속한 진단이 가능해졌다.

코로나19는 2019년 12월에 발생하여 2020년 3월 6일까지 불과 2개월여 만

에 전 세계적으로 91,429명을 감염시켰고 이 중 3,339명이 사망했다. 2003

년 사스로 인한 전체 사망자 744명과 2015년 메르스로 인한 전체 사망자

588명을 훨씬 웃도는 수치였다.

이와 같이 확진자와 사망자가 증가하자 세계보건기구에서는 2020년 3월 12

일 팬데믹(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사태)을 선포했다. 세계보건기

구는 감염병의 위험도에 따라 감염병 경보 단계를 1~6단계로 나누는데, 팬

데믹은 최고 경고 등급인 6단계에 해당한다. 1948년에 세계보건기구가 창

설된 이례 6단계 최고 경고의 팬데믹이 선포된 것은 세 차례로, 앞선 사례로

는 1968년의 홍콩 독감, 2009년의 신종플루가 있었으며, 각각의 감염병으로

100만 명, 1만 8천5백 명 이상이 사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선포

코로나19 국내 발생

2020년 1월 20일, 코로나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인천공항검역

소가 중국 우한시에서 관광 목적으로 국내에 입국하는 중국 국적의 35세 여

성을 검역한 결과, 발열 등 의심증상이 나타나 즉시 인천의료원의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으로 이송시켜 코로나19 감염증 검사를 시행했으며, 그 결과 양

성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검역 및 방

역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질병관리본부는 해외 감염병 경보를 ‘유의’ 단계에

서 ‘주의’ 단계로 상향시켰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 내에는 중앙대책본부

가 설치되고 코로나19의 조기발견과 지역사회 확산방지를 위해 유관부처, 지

자체, 의료계·민간전문가와 협력을 강화하며, 현장방역조치 및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확대 가동했다. 또한, 해외여행 후 의료기관 방문 시 여

행력을 의료진에게 알릴 것과 감염병 예방행동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이

후 1월 24일과 26일, 그리고 27일 연달아 2번째, 3번째, 4번째 확진자가

발생하자 보건복지부는 위기 경보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서울의료원에서는 새로운 감염병의 출연에 긴장하며 직원들에게 지속적

으로 관련 내용들을 공지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23명(전국 환자

186명)의 확진자를 치료하며, 일선에서 사투를 벌인 경험이 있었기 때문

에 감염병에 대한 모니터링을 꾸준히 해왔고 덕분에 서울의료원은 빠른

선제적 대응에 나설 수 있었다.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바로

다음날인 1월 21일, 의무부원장(의료원장 대행), 감염관리실장, 기획조정

실장, 총무부장, 간호부장 등 10명의 주요 보직자가 긴급히 모여 비상회

의를 개최하고, 감염관리실 주관의 긴급대책반을 구성하며 코로나19 예

방 강화에 나섰다.

서울의료원의 즉각 대응

11 Article 10#1

Page 7: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이후, 1월 23일에는 보다 구체적인 대응을 위해 종합대책본부를 구성했

다. 대책본부장(의료원장)을 필두로 종합대책본부, 신속대응팀, 진료지

원팀이 만들어졌고, 코로나19의 조기발견과 확진자 치료 등을 위해 서울

시, 보건소, 질병관리본부 등과의 24시간 긴급전달체계가 구축됐다.

종합대책본부를 구성하면서 선별진료소를 설치했다. 설 연휴가 코앞이

라 응급의료센터를 찾는 환자가 많아질 것을 고려한 조치였다. 선별진료

소는 응급의료센터 출입문에 위치토록 하여 감염증 의심증상자가 의료시

설에 출입하기 전에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출입구에는 코

로나19 안내 문구와 더불어 열감지 카메라를 설치해 출입자의 체온을 체

크했고, 내원객의 이동 경로, 증상 유무 등을 확인하는 방명록을 작성했

으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방문한 환자에게는 마스크를 제공했다. 선

별진료소 업무에는 전문의 3명을 포함해 전공의 3명, 간호사 6명, 방사선

사 3명, 응급구조사 4명, 보조원 3명, 원무행정원 5명 등 총 27명이 매일

투입되었다. 감염병 치료의 위험성과 업무의 난이도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었으나 이들은 모두 자원한 인력이었다. 메르스 때에 이어 다시 자원한 인원

이 태반이었으며 이들은 호흡마저 힘든 5킬로그램 상당의 보호구와 장비를

착용하고 탈진에 이를 정도의 격무를 감당해내면서도 동료들을 믿고 의지하

며 사력을 다했다. 이후에도 서울의료원의 많은 직원들은 코로나19와의 전쟁

이 변곡점을 찍을 때마다 자발적으로 휴가도 반납해가며 최전선을 사수했다.

〈질병관리청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운영규정〉에는 “평시와 국가 공중보건

위기 시 신종 감염병환자 등을 입원치료함에 있어서 환자 및 의료진의 감염

예방과 병원성 미생물의 확산 차단을 위하여 별도로 구획된 공간 내 특수 시

설·설비가 설치된 구역을 가진 감염병관리시설”을 각급 병원이 설치 및 운

영할 수 있도록 하고 법령에 의해 심사하여 지원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를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전문격리병동)이라 하는데, 서울의료원도 만일을 대

비해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의 가동 준비를 마쳐둔

상태였다. 음압시설이 완비된 총 10개 병상 중 우선 5개 병상의 가동을 시작

하고 자원을 통해 선발된 의료진을 투입하여 확진 환자의 입원에 상시 대비

하도록 했다.

2020년 1월 30일, 코로나19 확진환자가 서울의료원 전문병동으로 입원했다.

전국 5번 확진자였다. 중국 우한시에서 무증상으로 입국했다가 증상이

발현되어 중랑구 보건소에서 검사 받은 후 확진 판정을 받고 자택

에서 서울의료원으로 이송된 환자였다.

서울의료원은 그동안의 경험과 무수히 훈련했던 시나리오대로

확진 환자를 맞이했다. 얼굴에는 N95마스크를 쓰고 레벨D

선별진료소 설치

코로나19 확진환자 입원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가동

반복된 훈련으로 준비된 대응태세

방호복을 착용한 의료진들은 전문병동 1층에서 환자를 기다렸고, 보건소 차

량이 도착하자마자 전문병동음압병상으로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동시켰다.

이제 막 전문병동에 입원한 환자에게는 치료계획과 입원생활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며, 환자의 불안감을 최소화시켜 안정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심

리적인 부분까지 관리했다.

주지하다시피 서울의료원은 메르스 당시 제작했던 감염병 위기 대응 가이드

초안을 토대로 가상의 감염병 위기 시나리오 안에서 모의훈련을 꾸준히 진행

해왔다. 모의훈련은 감염병 위기경보의 ‘관심’ 단계 및 ‘심각’ 단계의 시나리

오를 바탕으로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으로 인한 위기 발생 시 수행해야 할 초

동대응에 초점이 맞춰졌다.

프로세스 맵, 조직도, 체크리스트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감염병 위기대응

커뮤니케이션 키트를 이용해 빠르고 체계적인 위기대응 전략을 구축했다.

훈련을 반복하며 위기대응 커뮤니케이션 키트의 내용을 꾸준히 보완했다.

근무인원과 물품수량, 환자 케어방안, 임시진료소와 선별진료소에 대한 프

로세스 등을 포함해 실전을 경험한 의료진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실제 현장에

서 요구되는 사안들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했다.

그렇게 완성된 ‘감염병 위기 대응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에는 병동·외래·응

급센터 등 각 조직 단위의 세부 업무지침이 담겨 있어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이렇게 감염병에 대한 자구책을 마련하는 한편으로 타 기관들이 감염병에 대

비한 의료인력을 확충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감염병 대비 전문 의료인력

교육을 진행하며 의료원이 가진 노하우와 경험을 적극적으로 전수해왔던 것

이다. 교육프로그램은 서울시와 서울시의사협회가 함께했으며 교육받은 의

료인력들은 각 병원으로 돌아가 교육내용을 공유함으로써 새롭게 발생하는

감염병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13 Article 12#1

Page 8: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선진 시스템에 세계 이목 집중코로나19 적극 대응 운영

코로나19가 국내에 발생한 지 약 한 달이 되어가던 시점인 2월 16일까지 총 확진 환

자는 28명으로, 5일 연속으로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진정세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전국 확진 환자 가운데 완치 판정을 받은 9명은 24시간 간격으로 두 번씩 진행한 검

사에서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고 치료 중인 19명 가운데 18명은 안정적인 상태였다.

나머지 1명도 폐렴 때문에 산소치료를 받고 있었지만 의료진의 적절한 조치로 단계

별 호전이 전망되었으며 퇴원도 희망적이었다.

그렇게 적절하고 발빠른 초기대응으로 지역 확산을 막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일상으

로 돌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2020년 2월 18일 전국 31번(대구 최초) 확진자가 발생

하며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대구 신천지 교회에 다니는 교인이 감염되며 집단

감염이 확인되었고, 21일 대구에서만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섰으며 29일 하루 국

내 신규 확진자는 909명을 기록했다. 지역사회 감염 전파의 시작이었다.

정부에서는 집단감염으로 인한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감염병예방법 제37조에 의거, 대구 확진자 발생

이틀 뒤인 2월 20일에 본원을 포함해 69개소의 감염

병전담병원을 지정했고 이후 개별 사정으로 2개소가

지정 해제되어 67개소의 감염병전담병원이 운영되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코로나19 전문병동과 선별진료소를 운영하

는 동시에 일반 입원환자의 진료도 진행하고 있었으

나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되었기에 입원병동 전체

를 코로나19 관련 환자를 위한 공간으로 전환해야 했다. 일주일 이내에 입원 중인

환자들을 타 기관으로 옮겨야 했고 음압병상을 구축해야 했으며 체계적이고 신속한

운영을 위하여 직원교육도 병행해야 했다. 그야말로 본격적인 24시간 비상체계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병상 확보였다. 중앙사고수습본부의 명령과 서울특별시 보건

의료정책과의 지시에 따라 환자 소개(疏開)를 위한 계획을 세워야 했다. 원무팀과

진료협력팀이 주축이 되어 중증도를 기준으로 환자들을 4단계로 분류하는 업무부

터 시작해 밤낮없이 매진한 결과 서울시립병원 및 의료원 협력병원들과 환자들을

전원(轉院)시키는 협의를 마쳤다.

감염병전담병원 지정 4일만인 2월 24일 코로나19 대응 병상확보를 위한 환자 전원

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계획만큼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못했다. 그동안 서울의료원에

입원해 있던 장기입원환자의 거부가 문제였다. 환자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되어도 상

관없으니 그대로 입원해 있겠다며 버텼다. 원무팀과 간호부에서는 환자뿐 아니라 보

호자와도 지속적으로 접촉해 설득했다. 결국 전원을 거부하던 환자들은 코로나19 상

황이 종료된 뒤에 서울의료원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나서야

시책을 받아들였다.

3월 5일 마지막 환자를 동부병원으로 무사히 보냄으로써 총 156명의 환자가 48곳

의 의료기관으로 전원되었다. 이때 구급차 운행만 102건에 달했다.

입원환자 전체 소개를 위한 계획을 원무팀과 진료협력팀에서 수립할 동안 시설관리

팀에서는 완벽한 음압 시스템을 갖출 방안을 마련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의료진,

확진환자, 감염물의 이동 동선도 구축해야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

해 주어진 시간은 고작 일주일뿐이었다. 전 구성원들이 개인 일정을 희생해가며 유

기적으로 합심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시설관리팀과 더불어 간호부, 감염관리실, 총무팀,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 등

여러 관련 팀이 모여 승강기의 용도별 구분, 병동별 병실 배치안, 층별 출입통제 방

안에 대해 논의했다. 우선 각층을 안전구역, 준비구역 및 상황실, 음압병상이 있는

감염병실로 구분했다. 지상 6층까지는 안전구역으로 지정해 외래방문 하는 환자들

을 안전하게 진료하게 만들었고 7층은 코로나19 전담 의료진들의 준비 및 상황실,

악몽의 시작

환자 소개(疏開)

음압병상 등 시설 구축

감염병전담병원 지정

156102

타 의료기관으로 전원된 인원

전원에 동원된구급차 운행 건수

9092월 29일 하루 국내 신규 확진자

15 Article 14#1

Page 9: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8층부터 13층까지는 코로나19 확진환자 입원실로 지정했다.

음압설비가 설치되는 입원실은 3월 16일까지 총 109병상으로 확보하기로 했다. 공

조기의 설계에 맞춰 12층과 13층부터 개방하고 나머지 병실은 음압기 설치를 최대

한 서둘러 개방했다. 이에 맞춰, 모든 승강기의 용도를 환자의 입·퇴원, 치료구역

진·출입, 청결/오염물품 이송, 검체 이동, 배식, 의료폐기물 전용으로 나누었고 코

로나19 감염 병동으로 투입되는 직원들의 이동 동선도 새롭게 만들어졌다.

그외에도, CCTV와 모니터를 설치해 확진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병실을 실시간으

로 모니터링하면서 환자의 상태를 체크할 수 있게 7층 상황실을 정비해 나갔다.

2월 27일, 드디어 코로나19 입원환자 대상 치료 및 의료진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병동운영상황실의 구축이 완료되자, 서울시에서 지원받은 이동형 음압기가 도착했

다. 계획에 따라, 12층과 13층 병실에 이동형 음압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시설관리

팀은 늦은 시간까지 이동형 음압기를 설치하며 계획보다 이르게 19병상을 추가로

확보했다. 상황의 급박함을 방증하기라도 하듯 병상이 확보된 바로 다음 날인 28일

에 10명의 확진 환자가 입원했다.

이동형 음압기가 계획에 따라 설치되었으나, 본래 감염환자 치료를 위한 병상이 아

니라서 정상적으로 음압이 생성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이 때문에 시설관리

팀에서는 매주 목요일, 일주일에 한 번씩 레벨D 방호복을 입고 병실 내 음압설비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포터블 음압체크 기계를 이용해 확인하고 있다.

3월 8일, 계획보다 이르게 병실 내에 이동형 음압기의 설치가 완료되며, 서울의료

원은 109명의 확진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덕분에 9일과 10일 사

이에 35명의 확진 환자를 받을 수 있었다.

서울의료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하는 데 투입된 인원은 약 1

천 명이었으며 시설 구축 및 장비와 소모품을 확보하는 데 든 비용은 7억 원에 이르

렀다.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는 코로나19의 가장 흔한 증상이 발열, 마른 기침, 인후

통, 콧물, 코막힘 등 호흡기질환과 관련이 있어 병원 내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

해 비호흡기질환과 분리된 호흡기질환 전용 진료구역(외래·입원)을 운영하는 국민

안심병원 체제를 구축했다.

의료기관 여건에 따라 호흡기 전용 외래를 분리해서 운영하는 A형과, 선별진료소·

호흡기 병동 등 입원실까지 운영하는 B형으로 구분되어있다.

서울의료원은 음압병상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 입원치료를 시행하는 동시에 외래

진료를 운영하고 있어 만성질환자와 호흡기질환 환자들이 마음 놓고 진료를 받을

수 있게 국민안심병원 B형을 신청했다.

3월 27일 환자 분류, 호흡기 환자 외래 진료구역 분리, 대상자 조회, 감염관리 강

화, 면회 제한, 의료진 방호, 선별진료소 운영, 입원실, 중환자실 운영 등의 요건을

충족하여 보건복지부로부터 ‘국민안심병원B’로 지정받아 호흡기 안심 진료소를 운

영하게 되었다.

1층 외부에 설치된 호흡기 안심진료소에서는 1일 평균 17명(의사 10, 간호사 5, 원

무 2)의 인원이 진료실, 엑스레이 검사실, 접수실 및 진료대기실, 음압공조시스템이

갖춰진 진료실에서 호흡기 증상 환자를 치료했다.

또한 서울의료원은 8월부터 태릉생활치료센터 302개 병상을, 12월부터는 한전생활

치료센터 124개 병상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2021년 1월 19일 기준, 서울의료원 본

원과 태릉 그리고 한전 생활치료센터를 거쳤거나 재원하고 있는 누적 확진자 수는

총 4,901명으로 이는 일선 병원 단독으로 진료 수행한 수치로는 상당한 실적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서울의료원은 “국가지정 감염병전담병원”과 “서울시 지정 감염

병관리기관”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4월 26일, 경기 북서부 지역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을 운영하는 명지병원에서 간

호사 2명이 양성판정을 받았다.

다음날인 27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는 정은경 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이 명

지병원 2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7명의 의료진이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진료하거나

간호하는 과정에서 감염됐고, 확진 여부를 선별 검사하는 과정에서도 3명의 의료진

이 감염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의료진의 피로가 가중되고 있었고, 확진자를 돌볼

때 집중력이 떨어져 ‘감염사고’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서울의료원은 의료

진의 감염방지 및 피로 경감을 위해 자가 모니터링 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3개월

동안 감염구역에서 근무한 후 다시 감염구역으로 복귀 예정인 자에게는 7일, 2주

동안 감염구역에서 근무한 후 일반병상으로 복귀 예정인 자에게는 14일의 자가 모

국민안심병원 지정, 호흡기안심진료소 설치, 생활치료센터 직접 운영

의료진 보호 위한 자가 모니터링

상황의

급박함을

방증하기라도 하듯

병상이 확보된

바로 다음 날인

28일에 10명의

확진 환자가 입원했다.

17 Article 16#1

Page 10: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니터링 기간을 갖도록 했다. 지금도 근무자들은 업무복귀 하루 전 코로나19 PCR 검

사를 시행하고 결과에 따라 현장으로 복귀하게 된다. 자가 모니터링 기간 동안 의료

진들은 일 2회 발열 및 호흡기 증상 유무를 확인하여 일지를 작성하고, 복귀 후 감

염관리실로 제출해야 한다. 만일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본원 선별진료

소의 진료·검사를 거쳐 자가격리에 준하는 조치를 받게 된다.

자가 모니터링과 더불어 직원 감염 관리 교육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환자 접점부

서 의료인력을 대상으로 개인보호장비 사용법을 숙지시키고 있는가 하면 감염 관련

지침을 실시간으로 공유하여 변동 사항이 모든 구성원에게 전달되도록 만전을 기하

고 있으며 감염관리부서에서는 부서별 방문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서울의료원은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전환된 시점부터 종합상황실, 감염관리실, 시설

관리팀, 구매물류팀, 총무팀 등의 업무를 가급적 코로나19 대응에 맞췄으며 모든 역

량을 집중하도록 했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진단 방역 시스템은 효과를 발휘했고

곧장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증하고 있던 지구적인 추세

와 비교했을 때 대한민국의 상황은 크게 달랐기 때문이었다.

맨 먼저 세계보건기구(WHO)가 서울의료원의 문을 두드렸다. 호흡기 및 감염 전문

가로 구성된 세계보건기구 자문위원단(윌리엄 피셔_의학박사, 노스캐롤라이나 채

퍼힐 의과대학, 토머스 플레처_의학박사, 리버풀 대학병원)은 3월 18일 코로나19의

전향적 동일집단(코호트) 연구 제안 및 한국의 데이터를 통한 진료 정보와 근거 마

련을 위해 방한했다. 이들은 이튿날인 19일에 코로나19 환자 진료와 관련된 노하우

를 얻기 위해 서울의료원을 찾아왔다. 세계보건기구 공식팀이 일선 병원을 찾은 것

은 서울의료원이 처음이었다.

자문위원단은 서울의료원에 도착하자마자 일반병실에서 음압병실로 탈바꿈한 본관

병동을 8층에서 13층까지 둘러본 후 7층 상황실에 도착하여 의료진과 함께 환자들

의 상태와 경과, 치료법 등에 대해 질문하고 논의했다.

이후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이 위치한 전문병동으로 자리를 옮겨 최재필 감염관리

실장에게 감염 예방과 방지를 위해 철저히 통제되고 있는 시설 및 시스템과 축적된

환자 진료 데이터의 관리법 등에 대해 설명 듣는 시간을 가졌다.

세계보건기구뿐만 아니었다. 카자흐스탄 보건당국에서 긴급 화상회의 요청이 들어

온 건 세계보건기구가 다녀간지 5일 만인 3월 23일이었다. 카자흐스탄은 코로나19

상황을 타개할 대책을 서울의료원을 통해 배우고자 했고 서울의료원은 사안의 심

각성을 인지하고 요청을 받아들였다. 카자흐스탄의 아카다예바 랴잣 메이라셰브나

보건부 차관은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사태 속에서 대한민국이 가장 대처를 잘

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라는 점을 깊이 공감하며 특히 대한민국의 주요 의료기관인

서울의료원이 많은 정보와 경험을 공유해 준 데 대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프랑스 국영방송인 France2의 인기 시사 다큐 프로그램에도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방역이 성공사례로 소개됐다. 그 중 서울의료원이 ‘가장 선도적인 병원’으로, 철저

한 감염 대응 체계를 갖춘 모습과 의료진 인터뷰 등이 방영됐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4월 19일에 미국 지상파 방송사 CBS, NBC, abc의 공동주관으

로 진행된 글로벌 온라인 콘서트 ‘One World: Together at Home’에 서울의료원이

대한민국의 코로나19 대응 성공사례로 소개됐다. 존레전드, 빌리아일리시, 스티비

원더, 샘스미스 등 세계 최정상급 가수들이 등장하는 영상에 서울의료원 소식과 함

께 최재필 감염관리실장과 강지혜 간호사의 인터뷰가 전해졌다. 2천2백만 명 이상

의 세계인이 실시간으로 봤고(닐슨 집계 기준), 유튜브 조회수는 4천만 뷰 이상이었

다. 세계적인 축제에 한국을 대표로 서울의료원이 함께한 순간이었다.

선진 시스템에 세계의 이목 집중

3개월 동안 감염구역에서 근무한 후 다시 감염구역으로 복귀 예정인 자

7일

2주 동안 감염구역에서 근무한 후 일반병상으로 복귀 예정인 자

14일

19 Article 18#1

의료진 감염방지 및 피로경감 위한 자가모니터링 기간 부여

Page 11: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코로나19 발생 1년, 서울의료원 타임 라인

11 03

12

2019

2019

17.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정체불명의 폐렴으로 추정되는 감염병 처음

발생

05. 코로나19 확진환자 진료 위해 서울의료원 입원환자 전원소개 시행

07. •전 세계 누적 확진자 10만 명 돌파 •국내 누적 확진자 7천 명 육박

09. 공적마스크 구입 5부제 도입

12. WHO, 질병 경계수위 최고단계인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 선언

16. 서울의료원 전체 병실에 이동형 음압기가 설치되어 음압병상으로 탈바꿈

19. WHO 임상팀 COVID-19 자문위원 의료원 방문

22. 정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첫 시행

25. 카자흐스탄 보건당국과 긴급 화상회의 개최

27. 보건복지부 국민안심병원 사업기관 지정

29. 정부, 해외입국자 2주간 의무적 자가격리 실시

30. 정부,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결정

0506. • 정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 • 이태원 클럽발 집단 감염 첫 확진

자 발생

20. 전 세계 누적 확진자 5백만 명 돌파

10 11. 전국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로 완화

0901. 국내 누적 확진자 2만 명 돌파 (최초 확진자 발생 이후 226일 만)

03. 국내 누적 코로나19 검사자 200만 명 돌파

17. 전 세계 누적 확진자 3천만 명 돌파

28. 전 세계 사망자 100만 명 돌파

0606. 국내 누적 코로나19 검사자 1백만 명

돌파

28. 전 세계 누적 확진자 1천만 명 돌파 (사망자 50만 명 돌파)

0711. 공적 마스크 제도 종료

23. 키르기스스탄 의료진과 코로나19 온라인 컨퍼런스 개최

0805. 전 세계 사망자 70만 명 돌파

10. 전 세계 누적 확진자 2천만 명 돌파

12. 의료원 내 모바일 출입시스템 (QR코드) 도입

16. • 광복절 광화문 집회 및 사랑제일교회발 2차 대유행

• 서울-경기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상향

19. 태릉 생활치료센터 의료지원반 운영

28. 수도권 누적 확진자 7,200명 (대구 누적 확진자 7,007명 돌파)

1101. • 전 세계 사망자 120만 명 돌파 (국내 466명)

• 정부, 사회적 거리두기 5단계로

세분화 발표

07. 미국 내 누적 확진자 1천만 명 돌파

08. 전 세계 누적 확진자 5천만 명 돌파

20. • 국내 누적 확진자 3만 명 돌파 (사망자 501명)

• 수도권 중심 3차 대유행 공식화

24. 수도권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

1203.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 150만 명 돌파

05. 한전 생활치료센터 의료지원반 운영

08. • 수도권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 영국서 세계 최초 백신 접종 시작

10. 국내 누적 확진자 4만 명 돌파

13. 국내 일일 신규 확진자 첫 1천 명 돌파

17. 서울지역 일일 신규 확진자 4백 명 돌파

20. 미국 내 누적 확진자 1천8백만 명 돌파

21. 정부, 수도권 지역 5인 이상 모임 금지 발표

26. 전 세계 누적 확진자 8천만 명 돌파

27. 국내 누적 코로나19 검사자 4백만 명 돌파

31. •국내 누적 확진자 6만 명 돌파 •국내 누적 사망자 9백 명 돌파

0403. • 전 세계 누적 확진자 1백만 명 돌파 • 국내 누적 확진자 1만 명 돌파

11. 코로나19 전 세계 총 사망자 10만 명 돌파(국내 211명)

27. 전 세계 누적 확진자 3백만 명 돌파

29. 서울의료원, 코로나19 의료진 자가모니터링 시행

12. 중국 우한 보건당국이 감염병 첫 사례 보고

012020 20. 국내 코로나19 1호 환자 발생

21. 국내 확진 환자 발생 따른 선제대응 대책반 구성

23. • 서울의료원 종합대책본부 운영 및 긴급전달체계 구축

• 선별진료소 설치 및 운영 개시

•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전문격리병

동) 가동

27. 보건복지부 산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 가동

30. 코로나19 확진환자(5번) 첫 입원

02 01. 전 세계 확진자 1만 명 돌파

11. 세계보건기구(WHO), COVID-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질병 이

름 확정

18. 대구 신천지발 국내 1차 대유행 시작

20. 코로나19 국내 첫 사망자 발생

20. 서울의료원 감염병관리기관으로 지정

28. 의료원 내 일부병상(12~13층) 음압병상으로 변환, 10명의 확진환자 입원

26. 국내 누적 확진자 1천 명 돌파

29. 국내 일일 확진자 909명 (국내 누적 확진자 3천 명 돌파)

국내외 코로나19 이슈서울의료원 코로나19 이슈

21 Article 20#1

Page 12: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코로나19 확진 수험생의

수험을 위해 마련된

서울의료원 내 수능 고사

장에서 감독관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11

천만 서울시민의 건강주치의 ‘서울의료원’ 2020년 코로나19 최전선 현장을 기억하다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에 우리는 모

든 것이 달라진 일상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에 맞서 시

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많은 공공병원들이 사투를 펼

쳤고, 그중 가장 많은 환자를 치료했고 앞으로도 치료할

서울의료원의 지난 1년을 되돌아본다.

방호복 착용 교육을 실시 중인

감염관리실 직원들

기존 일반병실을 감염병 치료 음압격리병실로

전환하는 공사를 진행 중인 시설관리팀 직원들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 후

기존 입원환자의 소개가 시작되었다1

내원한 환자의 체열을 확인 중인 의료진23

4

코로나19 종합상활실에서 CCTV를 통해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 중인 의료진7코로나19 확진자 치료를 위해

레벨D 방호복을 착용 중인 의료진8

코로나19 전담병동 간호사들이

근무하는 사무실 출입구에 붙여진 사진9SACRIFICE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음압격리병동으로

이동하는 동료 간호사를 배웅하고 있다1012 코로나19 격리병동에 근무 중인 의료진들이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HEROES

23 Article 22#1

확진 환자를 빠르게 찾아내기 위해

365일 열려 있는 선별진료소5

#희생과봉사 #헌신과수고 코로나19의 영웅들

SERVICE

음압격리병동 안에서 근무 중인 의료진이

유리벽에 물품 지급을 요청하고 있다6

Page 13: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Thankyou

5대한적십자사를 통해 기부된 마스크 등

방역물품을 전달 받은 구매물류팀 직원들이

감사의 의미로 손하트를 만들고 있다

#덕분에챌린지 #함께해요 의료진 여러분 고마워요

가수 수안과 폴킴이

코로나19 의료진을 응원하는

‘잠시멈춤 콘서트’에서 의료진들과

함께 ‘덕분에 챌린지’ 포즈를 취하고 있다

1

시민들의 위문품에 답례하고자

직접 감사의 편지를 쓴 코로나19 병동 간호사들이

손편지와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4

3

6

8

10

의료진을 격려하기 위해 열린 두 번째

‘잠시멈춤 콘서트’에서 가수 하동균의 무대를

격리병동 의료진이 모바일 기기를 통해

시청하고 있다

코로나19 의료진을 응원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각계각층의 위문품이 서울의료원에

도착하였다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출연자 유재석과 박명수가 서울의료원 의료진을 위한

치킨을 만들고 감사의 인사를 SNS를 통해 전하고 있다

아이스크림 업체가 기부한 제품을 드론을 통해

전달 받고 있는 코로나19 병동 의료진

9서울 중랑맘카페 회원들이

의료진을 위해 준비한 손편지와

기부물품

서울시가 코로나19 의료진을 위로하기 위

해 병동 벽면에 설치한 미술작품을 방호

복을 착용한 의료진들이 살펴보고 있다

7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이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서울의

료원 의료진을 위해 선물한 튤립을 받아든 의료진들이

밝은 표정으로 셀카를 촬영하고 있다

2TOGETHER

25 Article 24#1

Page 14: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아아! 오라! 구멍 뚫린 보트,

구멍 뚫린 몸뚱이여! 하지만 영혼만은 구멍낼 수 없으리.

허먼 멜빌, 『모비딕』

Interview & Memory코로나19를 대하는 묘책 감염내과 최재필 과장 28

중환자실의 혹독한 시간 호흡기내과 김수현 과장 32

응급실과 코로나 응급의료센터 하늘 응급구조사 36

“야! 나 코로나 양성이래!” 총무팀 박광성 사무관리사 38

끝날 때까지! 끝까지! 병동간호팀 강지혜 간호사 40

선별진료소·생활치료센터 42

#2

Page 15: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코로나19를 대하는 묘책

어서 감기와 같은 가벼운 증상을 일으

키고 노약자나 만성폐쇄성폐질환을 가

진 환자에게 심각한 폐렴을 유발하는 원

인 병원체가 되어 왔습니다. 여기에 사

스(SARS)나 메르스(MERS)와 같은 중

증 폐렴을 일으키는 신종 호흡기 감염병

들도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란 사

실이 알려진 바 있지요. 이번 감염병 대

유행의 원인인 코로나19는 앞에서 살펴

본 바이러스들과 한통속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에게

SARS CoV-2라는 정식 명칭을 부여

해서 우리가 싸울 상대를 명확히 했죠.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白錢不

殆)라는 손자병법의 가르침 중에서 지

피(知彼)는 일단 해낸 겁니다. 어려운

싸움이 시작되었고 그나마 우리가 무

엇과 싸우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으니

이제 효율적으로 싸우기 위한 전략이

필요했겠지요. 무엇보다 확전을 막는

게 급선무였습니다.

봇물

장마가 길어지거나 폭우가 쏟아지면 농

부들은 집에 앉아서도 마음은 논두렁에

보내놓습니다.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냇

물을 끌어들이느라 쌓은 작은 둑을 보

(堡)라고 하는데 둑 안에 갇혀서 논으로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코로나19에 의한 팬데믹 상황이 인류의

간절한 염원과는 달리 돌파구를 찾지 못

한 채 확산을 지속하며 발생 1년을 맞이

했습니다. 서울의료원 감염관리실장 겸

코로나19 병동 진료 총괄업무를 맡아 팽

팽한 긴장 속에서 지금의 상황을 예의주

시한 지도 어느덧 12개월이 넘어섰습니

다. 과연 우리는 어떠한 사태와 마주하

고 있는 걸까요.

먼저 이 사태의 주범인 코로나19에 대

해서 말씀드려야 할 것 같네요. 코로나

19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종류인 SARS

CoV-2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

기 감염병입니다. 코로나19는 코로나바

이러스의 일종이란 뜻입니다. 코로나바

이러스라는 것이 생소하실 테지만 이미

흘러드는 물이 불면 보가 터져버리기 때

문에 노심초사인 겁니다. 바로 그 물이

봇물이고 ‘봇물 터지다’라는 관용구는 그

렇게 해서 만들어졌지요. 농부들은 수시

로 보를 확인하며 조금이라도 낡으면 흙

을 덧대며 보수해줍니다. 그러나 갑자기

수량이 많아지면 물이 새는 수준이 아니

라 아예 보가 허물어져서 터져버립니다.

감염병의 전염도 마찬가지입니다. 폭우

가 쏟아지듯 전염력이 강한 감염병일수

록 봇물이 터질 확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염력은 보통 재생산지수(R0)로 이야

기를 하는데 한 사람이 몇 명을 감염시

킬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수치로 나타낸

것 입니다. 전염력이 낮으면 가랑비에

비유 할 수 있겠고 전염력이 높으면 장

대비인 겁니다. 재생산지수는 사회적 거

리두기나 환자의 격리, 약제의 사용 등

을 통해 낮출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통제

가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기 마련이라

지수를 낮추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염

력이 더 왕성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평

균적으로 감염자 한 명이 2.2명에서 3.3

명에게 전파하는 걸로 추산하고 있습니

다. 이는 코로나19라서 특별히 심각한

수준은 아닙니다. 우리에게 이미 익숙

한 독감도 비슷한 지수를 보이거든요.주

우리는 여러 경로를 통해 경험한 바 있

습니다. 조류에서 전염성 기관지염 바이

러스(Infectious bronchitis virus, IBV)

가 전파된 적이 있었고요, 돼지로부터

유행성 설사병 바이러스(Porcine

epidemic diarrhea virus, PEDV)도 발

견되었지요. 그뿐이 아닙니다. 고양이에

게선 전염성 복막염 바이러스(Feline

Infectious Peritonitis virus, FIPV)가

옮겨오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동물을 숙

주로 삼고 있다가 인간에게 감염병을 일

으키는 바이러스들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코로나바이러스가 동물에게

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인간도 이미 오

래전부터 OC43, 229E, NL63, HKU1

네 가지의 코로나바이러스를 지니고 있

SARS CoV-2(제2형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

어려운 싸움이

시작되었고 그나마

우리가 무엇과 싸우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으니

이제 효율적으로

싸우기 위한 전략이

필요했겠지요.

무엇보다 확전을

막는 게 급선무였습니다.

Spike Glycoprotein(S)

M-Protein

Hemagglutinin-esterasedimer(HE)

EnvelopoRNA and N proteinE-Protein

글 최재필 감염내과 과장진료과목 폐혈관 질환, 호흡기 질환, 중환자 관리

29#2

Interview & Memory28

Page 16: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요증상도 독감과 비슷합니다. 발열(37.5℃ 이상), 마른기침, 가슴 답답함,

호흡곤란을 겪기도 하고 오한, 두통, 근육통 등의 전신증상을 동반하죠.

때로는 인후통, 후각·미각 소실 등의 증상을 보일 때도 있으며 피로, 식

욕감소, 가래, 소화기 증상(오심, 구토, 설사 등)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그

래서 감염 초기에는 아주 독한 몸살감기 정도로 여기고 병원을 찾지 않은

채 버텨버린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독감과 전염률이나 증세가 비슷

하다고 해서 만만히 볼 수는 없습니다. 코로나19 감염증의 사망률은 독감

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죠.

독감으로 인한 사망률이 일반적으로 0.1% 미만인 것에 비해 코로나19는

세계적으로 2.2에서 3.4%(국내는 현재까지 1.4%)에 이르고 있어 독감보

다 10~20배 이상 위험합니다. 열심히 보를 막아도 물새는 곳이 자꾸 더

생기고 심지어는 물이 보 위로 넘치는 지경인 것입니다.

그래도 보가 아주 허물어지지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인류가 지금 보의

높이와 두께를 보강할 기술을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부디 조

금만 더 버텨주기만 바랄 뿐입니다.

면역의 아이러니

인류는 그간 지속적으로 환경, 주변의 동물계, 바이러스 등과 상호작용을

해오면서 공존해왔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새롭게 노출된 질병에 사망

하기도 하고, 이환되기도 하면서 면역이라는 것을 만들어 왔습니다. 면역

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상당히 복잡합니다. 우선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하

면 원인 병원체를 알아내고 치료제를 찾습니다. 항바이러스제를 새로이

개발하기도 하고 기존에 개발되어 있는 약제를 재사용(repurposing)해보

기도 하지요. 무엇보다 애초에 감염병에 걸리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기 때

문에 궁극적으로는 백신이 개발되어야 합니다. 천연두가 백신에 의해 박

멸되었고 독감도 백신을 찾아서 컨트롤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코로나19에

대해서도 이러한 일련의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류가 아직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세계의 인구가

이에 대한 보호 면역을 갖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이전에 경

험했던 여러 바이러스들에 대한 면역반응이 오작동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위험한 게 들어왔으니 뭔가 하긴 해야 하는데 엉뚱한 짓을 해버린다는 겁

니다. 물이 새는 보를 막기 위해서는 흙을 덧대어야 하는데 모래를 부어버

리는 격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요? 이런 애석한 몸의 반응 때문에 어떤

환자들의 경우엔 치료의 효과를 보기도 전에 중증 폐렴으로 진행되어버리

기도 합니다.

지난 감염병들과는 다른 치료

저는 2009년의 신종플루 때부터 전 지구적인 감염병의 발생과 진행 과정을

경험한 것 같습니다. 감염병 대응 현장에서 직접 부딪친 건 메르스부터였고

코로나19에 대한 의학적 보건학적인 지식이 축적되면서 완치 기준도 명

확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증상에서 무증상으로 전환된 지 5일 이

후엔 거의 전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증상 발생 후 10일 내에 폐렴이 호전되고, 다시 무증상 확진 후

10일이 지나면 격리 해제되어 퇴원할 수 있습니다. 무증상 확진 후에도

몸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PCR찌꺼기라는 게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나오는데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수개월까지도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찌꺼기이기 때문에 증상을 일으킬

수 없고 일상생활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퇴원하신 분들이

위축될 필요도, 주변 분들이 꺼릴 필요도 없단 뜻입니다. 일각에서는 완

치자의 재확진 사례 때문에 바이러스가 부활한 게 아니냐 하시는데 전

혀 의과학적인 증거가 없습니다. 재확진 사례는 완치 후에도 면

역 체계가 완벽히 자리 잡지 못해 외부에서 재감염된 것으로

보는 게 마땅합니다.

환자가 되지 말아주십시오

고령의 중환자분들이 호전되어 퇴원할 때면 큰 보람을 느끼

기도 하지만 3, 5, 8, 11월에 유행이 크게 생길 때마다 환자들의

중증도도 매우 높아 담당하는 인력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 사망하시는 분들이 있지요. 그분

들은 돌아오지 못할 길을 걸으면서도 곁에서 가족들의 배웅을 받지는 못

합니다. 더없이 비극적인 풍경입니다. 의료진으로서 투명막을 사이에 두

고 유선으로 가족분들에게 환자의 마지막을 설명하는 과정에는 형언하기

힘든 고통이 따릅니다. 진료과 선생님들, 간호사 선생님들, 시설팀, 보안

팀, 행정, 원무, 전산, 감염관리실, 홍보, 영양, 물류팀 등 다양한 직원들이

팀으로 함께 일하면서 안 가본 길을 걷고 있고, 새로운 모델과 기준들을 만

들어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최후의 보루라는 사명감과 우리만을 바라보고

요. 메르스는 전담 의료진과 함께 소수

의 중환자들을 국가지정격리병상이라

는 지정된 작은 공간 안에서 돌본 적이

있습니다. 해외 유입 1급 감염병의 중환

자치료 역량을 개발하고 대응하는 경험

이 쌓인 계기였죠.

앞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메르스는 노약

자나 기저질환자들이 특히 취약한 감염

병이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특정

위험인자의 환자군이 아닌 전 연령대가

타격을 받게 되는 질환입니다. 증상 또한

매우 넓고 다양한 범위에서 발생하고 있

어 감염내과, 호흡기내과 등의 특정 전문

과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죠. 그래서 지금

도 병원 전과의 선생님들이 코로나19 병

동에 들어오셔서 힘을 보태고 계십니다.

본원에 입원하시는 60% 이상의 환자분

들이 증상을 인지한 후 일주일 내외에

폐렴을 겪으시는데 이분들이 잘 이겨내

실 수 있도록 바이러스의 진입과 증식

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항

바이러스제 치료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염증에 대해서는 이를 감소시키기 위한

스테로이드와 같은 면역조절약제들을

사용하고요. 다행히 폐렴으로 진행되지

않는 분들은 대증요법을 통해 증상을 조

절해 드리고 있습니다.

있는 환자들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힘

든 내색을 보일 수 없습니다. 이런 저희

의료진을 도와주시는 길은 오직 하나, 환

자가 되지 말아주시는 것뿐입니다.

아직까지는 백신이 상용화되지 않았고

지역사회 감염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개

인 스스로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

다. 집에서 가족과 있을 때를 제외하고

는 항상 코와 입을 확실히 가릴 수 있도

록 마스크를 착용하시기 바랍니다. 외부

에서의 취식, 모임은 특히 위험합니다.

일정 시간 동안 마스크를 벗고 입

과 코를 노출할 수밖에 없으므

로 감염당하겠다고 나서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코로나19와 싸우는 묘책은

따로 없습니다. 지금으로선

오로지 예방만이 최선책입니

다. 물론 예방에 만전을 기하더라

도 감염되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한

민국의 모든 의료진은 오늘도 자기 자리

를 지키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

러니 부디 소홀한 예방, 안이한 습관으

로는 환자가 되지 말아주십시오. 그것만

이 의료진에게 주실 수 있는 최고의 보

상입니다.

31 Interview & Memory30#2

부디 소홀한 예방,

안이한 습관으로는

환자가 되지 말아주십시오.

그것만이 의료진에게

주실 수 있는

최고의 보상입니다.

Page 17: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처음 전문병동에서 근무할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코로나19 중환자가 그리 많

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산

소 수치가 급격히 악화되어 전문병동으

로 전동이 필요한 환자가 발생했고, 고유

량 산소 장비를 장착한 50대의 환자분과

처음 만나게 되었다. 코로나19 진단 직

후에는 증상이 심하지 않고 폐 사진에서

도 특별한 위험 소견이 보이지 않던 분들

도 발병 이후 6~11일 사이에 크게 악화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환자분 역

시 딱 그 시기에 고열이 시작되고 호흡곤

란이 발생했다. 당시에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약물을 처방하고, 산소 농도를 점

점 늘려가면서 치료를 계속 했지만, 호흡

곤란은 점점 심해지고 산소 수치는 한계

에 다다르게 되었다. 전문병동 의료진은

상의 끝에 기관 내 삽관을 시행하고 인공

호흡을 시작하기로 결정하였다. 격리병

동 특성상 응급처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는 보호구 착용을 위한 시간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치료의 시작은 좀 더 선제적

으로, 그리고 가장 숙련된 의료진이 진행

하게 된다. 전문병동 과장들은 환자 상태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24시간 실

시간 채팅으로 환자의 상태를 공유했다.

그러다 보니 12시간 근무 후 24시간 휴무

동안에도 늘 긴장 상태였고, 인계를 위하

여 근무 시간 전후로 추가 근무를 하면서

의사들의 피로도는 매우 심각한 상태까

지 올라갔다. 뿐만 아니라 부족한 인력으

로 중환자실의 간호를 완벽히 해내야 하

는 간호사들의 업무 강도와 긴장감은 이

루 말할 수 없었다. 건강하게 사회활동을

하던 환자분들 또한 갑자기 진정제와 진

통제, 그리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서 신

종 감염병에 대항하다 보니 낯선 의료기

기와, 지속되는 발열과, 자율 신경계 부

조화로 급변하는 혈압과 싸우는 일이 반

전문병동에서 코로나19로 처음 인공호흡

기 치료를 받게 되었던 환자분께 전문병

동 근무를 마치면서 선물로 드렸던 책에

끄적거렸던 메모가 떠오른다.

2020년 1월 말의 어느 금요일, 외래 진료

를 마치자마자, 이미 근무를 시작한 감염

내과 과장님들과 합류하기 위하여 전문

병동으로 파견가라는 명을 받았다. 메르

스 때에 미국에서 연수중이었던 나는 호

흡기 내과 의사로서 그 기간을 함께하지

못하였다는 것이 큰 수치였고, 동료들께

늘 죄책감으로 남아 있었다.

그렇기에 국내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발

생한 뒤부터, 지체 없이 전문병동 근무를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

었고, 이미 병원은 여러 차례 실무진 회

의를 마친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 오늘부터 근무를 시작하게 된다

니 입원 중인 환자분들과 당장 다음 주

부터 예약되어 있는 외래 환자분들이

큰 혼란을 겪을 일이 걱정됐다. 그러나

힘든 때일수록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서울의료원 직원들, 특히 동료 내과 과

장님들과 전공의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전문병동 근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

복되었다. 그렇게 환자뿐만 아니라, 의

사, 간호사까지 한 팀이 되어 코로나19와

싸웠다. 힘든 시간이 기약 없이 늘어지고

강도 높은 업무에 지쳐갈수록 의료진들

은 마음속으로 단 한 가지 바람만을 되뇌

면서 의지를 다잡았다.

“환자분이 싸움을 이겨내고 어서 일어나

주시기를……”

얼마 지나지 않아 옆방으로 전동 오신 할

머니 또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기 시작

했다. 따님이 같은 병실에서 함께 치료를

받으면서 간병해주시던 중이었는데 의식

이 악화되고 저산소증이 진행되어 전문

병동으로 전동하셨던 분이었다. 따님과

워낙 각별하셔서 전동 이후 따님도 환자

분도 많이 힘들어 하셨다.

며칠간 잘 견뎌 주셨지만 갑작스럽게 저

산소증이 악화되어 응급하게 인공호흡기

를 달게 되었다. 동의서를 작성하기 위하

여 보호자분이 내원해주셔야 했지만, 가

족들 대부분이 코로나19 확진 혹은 자가

격리 중이라서 발이 묶여 있었다. 다행히

가족 모임에 참석하지 않아서 격리를 면

한 아드님이 내원하셔서 서류를 작성하

긴 하였지만 코로나19라는 질병이 정말

혹독하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코로나19

가 환자의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부터 물

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가혹한 질

병이 방호복과 후드 너머 아주 가까운 곳

에도 도사리고 있음에 매번 놀라고 솔직

히는 두렵기도 했다.

이런 특수한 환경 속에서, 의료진으로서

원하든 원치 않든 환자의 삶과 가치관,

저마다의 사연과 환자를 둘러싼 주변 환

경들에 깊숙이 개입하게 되고, 가족들이

함께해주지 못하는 사적인 부분까지도

의료진의 몫이 되다 보니, 의료진은 기어

코 ‘번 아웃’을 느끼고 우울감마저 맞이하

당신이 깨어 있지 않은

동안에도 많은 의료진들이

당신이 깨어나길,

회복하시길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기도하였습니다.

환자분이

싸움을 이겨내고

어서 일어나 주시기를…

인공호흡기 적용 환자와 입모양으로 대화

기관지절개관 내 흡인 치료

유리벽에 적어 소통하는 인공호흡기와 수면제 처방

중환자실의혹독한 시간

33

글 김수현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과장진료과목 폐혈관 질환, 호흡기 질환, 중환자 관리

Interview & Memory32#2

Page 18: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기도 했다. 또한 증세가 위중해질 경우 전파했던 가족이 느끼게 되는 죄책

감은 고스란히 의료진에게도 전달됐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환자분의

상태를 설명 드리기 위해 전화 면담을 진행하다가 주보호자의 감정 지지요

법으로 이어져야 하곤 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보호자

분의 상담을 함께 진행하기도 하였고, 신종 전염병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과장들 또한 정신건강의학과 과장님을 통해 도움받기도 했다. 전쟁터 같은

의료 현장에서 어쩌면 환자도 보호자도 의료진도 모두 코로나19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공포와 끝도 없는 터널 속에서 싸우고 있었는지 모른다.

중환자실 환자를 진료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격리병동에서 인공호흡기를

장착한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매번 어려움이 많았다. ‘역시 신종 감염병이구

나’ 싶을 정도로 환자분들에게는 실시간 이벤트가 발생하였고, 인공호흡기

에 잘 순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격리실이라는 한계 때문에 매번

치료에는 항상 아쉬움이 남았다. 장갑을 여러 겹 착용한 채 혈관을 느끼고,

후드 위로 청진해야 하는 시술 앞에서는 숙련된 의료진들도 겸손해질 수밖

에 없었다. 방호복과 후드를 착용하고 무거운 공기 호흡기를 매단 채 격리

실을 뛰어다니다 보면 이명과 만성 통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시시각각 변화

하는 환자들의 상태 속에 잠시 화장실에 가는 것도 걱정스러워 환자와 모니

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시간이 계속됐다.

비슷한 시기에 이송된 세 번째 중환자는 원내 최고령 할아버지였다. 고유

량 산소 요법으로 혈중 산소 농도가 유지되고 있었지만 상태는 조금씩 나

빠지고 있었다. 환자분은 기력이 저하되어 걷지는 못하였지만 항상 치료에

협조적이었으며 의료진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시던 따뜻한 분이었다.

환자분과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눌 시간이 주어졌고, 평소 가치관이 연명 의

료를 원하지 않았던 분임을 알게 되었다. 연명 의료 거부 요청서를 본인이

직접 작성하였고, 수면 상태로 연명 의료를 받는 대신에 가족들과 자주 통

화하고, 의료진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삶의 마지막 과정이 환자분이

원하시던 모습대로 지켜지도록 노력하였다. 가족들 대부분이 코로나19로

치료 중이거나 자가격리 중이었지만, 자가격리를 마친 가족분이 환자분 임

종이 임박했을 때에 CCTV를 통하여 면회하실 수 있었다. 그러나 보호구

를 착용한다 해도 격리병실 안에서 임종을 지키도록 하는 것은 많은 부작

용이 우려되는 일이었다. 아무리 고심해봐도 의료진이 가족의 역할을 맡는

수밖에 없었다. 전문병동으로 전동하기 전에 진료를 담당했던 의료진들도

정이 많이 들었던 분이라 정말 가족처럼 임종을 함께하고 슬퍼했다. 보호

자가 곁에 없이 외롭게 임종하신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지만, 가족을 대신

해서 환자분을 배웅해드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오히려 감사했다. 혼수상

태에서 인공호흡기와 같은 기기에 의지하고 계시다가 임종하시는 분들과

달리, 연명치료를 거부하였기에 임종 전까지 눈을 맞출 수 있던 분과 끝내

작별 인사를 하게 되면 오랫동안 그 눈빛

을 잊지 못한다. 그럴 때면 다시 한 번 영

면을 기원해드리면서 안타까움과 그리움

을 달랠 수밖에 없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부디 편히 쉬십시

오……”

그렇게 3주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난 어

느 날, 첫 번째 환자분의 발열이 드디어

호전되었고, 매일 성함을 불러드리던 목

소리에 반응해 눈을 맞추기 시작하시고,

인공호흡기를 뗄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은 비몽사몽 정도의 의식 상태이던 환자

분이 초인적으로 갑자기 스마트폰의 잠

금 패턴을 풀 수 있게 되었던 어느 날, 역

시 확진자로 입원 중이던 부인, 아드님과

영상 통화를 처음 하던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환자분은 기관 절개관

을 빼기 전이라 말소리는 나오지 않고 의

식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눈빛과

눈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이후에

의식 상태가 빠르게 호전되기 시작했다.

두 번째 입실한 할머니 역시 긴 싸움 끝

에 바이러스가 음성 전환되어 일반 중환자실로 전동했고 인공호흡기 없이

자가호흡도 시도해보게 되었다. 고령이고 동반 질환이 있었던 분으로 인공

호흡기를 떼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웠기 때문에 이동형 인공호흡기를 장착하

여 전원하기로 결정했는데 퇴원 무렵에는 인사도 해주실 수 있을 정도로 의

식을 회복하셨다. 그러던 중에 첫 번째 환자분 또한 퇴원이 결정되었고 침침

한 눈으로 며칠간 공들여 써두신 손 편지를 남기고 가셨다.

그분은 편지에서 서울의료원에서 생애 최초 최대 위기를 맞았고, 그것을

이기는 과정에서 열심히 살아볼 가치가 있구나 하고 새삼 삶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며, 의료진 각각에게 고마움을 표현해주셨다. 마침 오늘 정

기 추적을 위해 외래 진료실을 찾으셨는데 자가 재활 치료와 함께 직장 생

활도 잘 하고 있다는 소식을 활짝 웃으면서 선물처럼 전하고 가셨다.

나는 어느새 두 번의 전문병동 근무를 마치고 다시 외래 진료를 하고, 전

공의 선생님들과 병동 입원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우리가 원했던 것은 그

냥 일상적인 평소의 삶이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매우 일상스럽지 않았던

2020년은 훗날 어떻게 기억될까, 궁금해진다. 처음 접했던 세 분의 중환자

이후에도 우리 팀은 많은 코로나19 중환자들과 만나고 헤어졌고, 지금 이

순간에도 격리병동은 12개월째 현재 진행형이다. 씩씩하게 잘 견디고 일상

으로 복귀하였던 환자분들도 있었지만, 원치 않는 이별을 해야만 했던 분

들도 있었다. 삶과 죽음을 모두 곁에서 지켜주는 것이 의사의 역할임을 더

분명하게 깨닫게 된 시간들이었다. 삶을 지켜드릴 수 있어서 감사했고 다

행이었다. 어쩔 수 없이 임종하신 분들께는 최선을 다해서 함께해드리고자

노력하였던 우리 팀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편안하셨기를, 가족분들의 아픔

이 약간이라도 치유되었기를 기도해본다.

우리가 원했던 것은

그냥 일상적인

평소의 삶이었구나...

퇴원하는 환자에게 받은 편지

화이팅을 외치는 전문격리병동 의료진

환자분께 드린 책 선물

35 Interview & Memory34#2

Page 19: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응급실과 코로나

코로나19와의 첫 만남

2020년 1월 30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나이트 근무를 위해 출근했었던 그날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코로나19와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모든 과정이 생

생하게 기억납니다.

바로 그날, 앞으로의 선별 진료 업무와 코로나19 확진 환자 수용을 위해 응급실

폐쇄가 결정되었고 나이트 근무자들은 근무 내내 회의를 통해 동선을 짜내었으며

회의 후엔 응급실 내에서 사용하던 개인용품들이 업무 중에 오염될 것을 대비하

여 클린존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습니다. 언제나 북적였던 응급실이 비어가는 것

을 보며 이 상황이 신기하기도 무섭기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준비가 끝난

다음날부터 서울의료원 응급의료센터는 이전 응급실과는 전혀 다른 코로나19 전

담병원 응급의료센터로 탈바꿈하게 되었습니다.

낯설었던 감염 업무

초반의 저희는 선별 진료 업무를 담당했었습니다. 그 당시 매우 추운 날씨를 보였

지만 선별 문진 공간은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야외와 자동문 하나를 사이에 두

고 있었습니다. 히터가 있어 다소 도움이 되긴 했지만, 히터기 소음이 너무 심하여

환자가 왔을 때 대화하기 위해서는 꺼야 했습니다. 때문에 업무 중에 체온계가 얼

어 작동이 되지 않는 일이 잦았습니다. 선별 문진 리스트에 체온을 적어야 했기 때

문에 저희는 담요로 체온계를 감싸며 최대한 살려보려 노력했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을 때는 실내에 있는 여분의 체온계와 바꿔가며 추위와 싸웠습니다.

우리 응급의료센터는 이처럼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어가며 코로나19와 싸워나갔

습니다. 신내동을 넘어 중랑구, 서울 전역에서 선별 검사를 위해 내원하는 환자들

을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나갔고 차차 1층 안심진료소와 선

별 업무를 분담하며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감염방지와 거리두기

저는 지금까지 확진 환자 업무와 선별 진료를 병행하며 몇 가지 코로나19 집단 감

염 이슈를 직접 몸으로 겪어왔습니다. 코로나19 집단 감염 이슈를 하나하나 지나

올 때마다 무서울 정도로 넘쳐나던 선별 검사와 확진자 배정은 감염의 위험성을

크게 느낄 수 있게 해주었고, ‘정말 감염이란 것은 우리가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면

무섭게 퍼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해주었습니다. 완벽한 코로나19 방역을 위

※ 이 글은 서울의료원 직원 대상 <코로나19 극복 수기> 핑크스토리(대상) 수상작 내용 중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해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족 단위가 아닌 개인 단위에서 이뤄져야

하고, 개인의 위생관리와 철저한 거리두기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선별진료소 근무자들은 검사자들 중에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능

동 감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업무 중에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했습니

다. 병원으로부터 많은 배려를 받고 있지만 사실 쉬는 날에는 따로 사는

가족들이 보고 싶었고 모처럼의 오프를 충분히 즐기고 싶었습니다. 이 모

든 걸 꾹 참고 능동감시자가 되었던 기간 동안 병원에서 제공해준 코로나

19 근무 직원 전용 숙소를 이용하며 병원과 숙소 출퇴근을 반복했습니다.

집단 감염이 발생했을 땐 능동 감시 대상 기간이 늘어나게 되었고 이 때

문에 우울했던 기간도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혼자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쉽게 익숙해지지 않았습니다. 많은 걸 포기하고 인내하며 어느 덧 일회용

도시락에 적응되었고 확진 환자 업무도 선별 진료 업무도 손에 익게 되었

지만 코로나19 전담병원 이전 일상이 가끔은 너무나 그립습니다.

새로운 취미

저는 코로나19 발생 전에는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스트레스를 풀었지

만, 코로나19 전담병원이 된 후부터는 새로운 취미로 스트레스를 풀어

보려 노력했습니다.

그건 코로나19 현장을 누비는 우리의 모습을 태블릿으로 그려내며, 우

리가 겪는 순간순간을 기록하는 것이었습니다. 초반에 레벨D 방호복을

입고 오랜 시간을 보내고 난 다음 밖으로 나왔을 때, 고글과 마스크에

짓눌려 자국이 난 얼굴를 보며 속상해하던 그때와 무더운 여름 날 검체

채취를 위해 선별진료소 컨테이너에서 근무하던 중 갈증과 더위로 간

절하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원했던 순간, 또 처음 PAPR(전동식호흡

보호장치)을 착용했을 때 그 모습이 마치 우주인 같아서 신기해했던 순

간들을 그림으로 그려내었습니다. 저의 바뀐 업무 환경이 전부 처음이

라 신기하기도 어색하기도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날마다 쌓여

가는 그날의 경험들을 그림으로 그려내며 점차 업무에 적응해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불편하기만 했던 내 일상과 힘든 상황을 좋은

그림 소재로 생각하며, 좀 더 긍정적으

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일상으로 복귀

이 수기를 적고 있는 지금도 응급의료센

터는 아직도 선별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2021년 새해에도 코로나19 전담병원 응

급실에서의 생활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아직 코로나19 종식은 멀었고 여러모로

불안한 환경이지만 우리는 끝까지 감염

방지에 힘쓸 것입니다. 지금도 코로나19

때문에 고통받고 애쓰시는 많은 선생님

들이 빠른 시일 내에 원래의 업무에 복귀

하여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누릴 수 있

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끝까지 긴장의 끈

을 놓지 않고, 건강관리에 유의하며 근무

할 것이며, 코로나가 종식된 후에 2020

년에는 이런 일이 있었고, 나는 이 현장

에서 이런 일을 겪었다고 추억할 수 있는

순간이 오기 바랍니다.

감염병 최전선에서 일한다는 것은 위

험하고 꺼림칙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

지만 저는 지금 이 순간이 제 인생에서

제일 자랑스럽고 빛나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빛나는 순간을 보

내는 우리 모두가 저는 자랑스럽습니

다. 그러니 부디 힘내

시길 바라며 일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안전하

시길 바랍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이

제 인생에서

제일 자랑스럽고

빛나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빛나는

순간을 보내는

우리 모두가 저는

자랑스럽습니다.

그렇게 불편하기만 했던

내 일상과 힘든 상황을 좋은 그림

소재로 생각하며, 좀 더 긍정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글 하늘 응급의료센터 응급구조사

37 Interview & Memory36#2

Page 20: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야! 나 코로나 양성이래”

2020년 2월, 뉴스에서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떠들썩하

던 어느 날 정신건강의학과 치프 전공의였던 나는 ‘병동을 비우라’는 통

보를 받았다.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인가 싶었다. 병동을 비우라는

말은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레지던트 생활 4년 간 별일을 다 겪어봤지

만, 이런 경우는 없었기에 큰일이 났다 싶었다. 과장님들과 동료 전공의

들, 간호사 선생님들이 빠르게 타 병원 전원을 알아보았고,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보호병동은 텅 비어버렸다. 병원 전체가 코로나19 전담병원

으로 지정되면서 보호병동뿐 아니라 병원 전체가 비워졌다. 이후 병원

은 음압 공사를 하고, 보호병동은 코로나19 병동 상황실로 변모했다. 보

호병동의 병실은 각 병동의 와드(ward)가 되었고, 환자들이 차를 마시

고 탁구를 치던 공간은 코로나19 전담 치료진의 회의실이 되었다.

생전 처음 경험해보는 상황에 의료진과 환자, 그리고 전 병원 직원들이

적응을 해나갔다. 순식간에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로서의 일상도 달

라졌다. 정신건강의학과 보호병동은 사라져버렸고, 응급실은 제 기능을

잃었으며, 일반 병실은 입원환자 대신 코로나19 환자들이 한 명, 한 명

채웠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레벨D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직접 접하

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 환자들의 정신건강관련 협진을 보게 되었다.

코로나19 환자들의 병실은 CCTV가 설치되어 있어서, CCTV와 유선전

화를 통해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었다. 주로 협진이 의뢰된 환자들은 코

로나19 감염으로 일상이 갑작스럽게 변해버려 스트레스에 압도된 급성

스트레스 장애환자였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직장을 잃고 가정도 무너지

는 등의 슬픈 사연들을 가진 환자들도 많았다. 그 외에도 다양한 환자가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코로나19 환자는 바로 내 친구다.

“야! 나 코로나 양성이래.”

친구가 하루 이틀 열난다고 해서 몸조심하라며 무심히 대꾸해줬는데

코로나19 검사를 통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무척 가까운 친구라 그의

생활 반경이 고작 1km 남짓밖에 안 되며 그마저 ‘자취방-학원-헬스

장’인 것을 뻔히 아는데, 그런 녀석이 코로나 확진이라니…… 뒤통수를

크게 맞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고령이 아님에도 기침과 고열이 심해 생

활치료센터로 가지 못하고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오후 친구는 우리

병원에 왔다.

친구는 본인이 걸린 감염 경로도 모른

채 병원에 도착했다. 수년 간 헬스와 수

영으로 체력을 관리한 건강한 체격의 친

구였지만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정도로

온몸이 욱신거리고, 열은 하루에도 몇

번씩 39도까지 올라가 통화하기도 힘든

상태였다. 게다가 호흡기 질환을 동반하

는 바람에 하루 종일 기침하거나 기침이

없어도 거친 숨소리로 목을 긁어댔다.

평소에도 자주 통화하고 만나서도 떠들

길 좋아하는 친구였는데 기침이 심해 전

화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친구의 직업은 학원 선생님이다. 주로

수능을 앞둔 고3, 또는 수능 예비반인

고2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20년

수능이 얼마 안 남았는데, 코로나19에

걸려버린 것이다. 코로나19로 학교도 가

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원 선생님이 확진

이라니. 선생님도, 학생도, 학부모도 모

두 비상이 걸렸다. 친구의 수업을 들은

학생들과 주변 선생님들 모두 밀접 접촉

자가 되었다. 친구는 학생들과 학부모

들, 그 외에도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줬

다는 생각에 마음이 어두워졌다. 어릴

때부터 내성적이고 모범생이라 순한 줄

은 알았지만, 우울감에 사로잡힌 친구는

자책하며 괴로워했다. 짧은 임상경험이

지만 이렇게 가까운 관계의 환자는 처음

이었다.

하고 수업한 덕에 학원 선생님들, 학생

들은 모두 음성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친구의 죄책감이 조금은 줄어들었을 것

이라는 생각에 나도 한결 마음이 편했

다. 하지만, 퇴원 후 친구의 일상은 이전

과는 달랐다. 주변의 달라진 태도, 감염

자라는 낙인과 함께 경제적 손실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남아있었다. 퇴원 후에

도 여러 차례 이야기를 들어줘야 할 것

같다. 국내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수만

명에 달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적개

심과 낙인이 남아있어 이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 큰 관심을 가지고 다뤄야 할 부

분이라고 생각했다.

퇴원 후 통화에서 친구는 병동 간호진이

친절했다며 아낌없이 칭찬했다. 또한,

외롭고 갇힌 공간에서 의료진은 유일하

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기에 더 의지하

게 되더라는 이야기를 했다. 나 또한 한

사람의 의료진으로서 환자들의 입장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말이었다. 2020년

겨울, 코로나19는 여전히 기세등등하지

만, 여러 가지로 나에게 가르침을 줬다.

텅 비워졌던 보호병동이 언젠가 다시 열

리고 이전처럼 환자들로 북적인다면, 나

는 코로나 이전과는 다른 의사가 되어

있을 것 같다.

“야, 나 어디 놀러 가지도 않았는데…… (콜록 콜록) 대체 왜……. 게

다가 혹시 나 때문에 또 다른 사람이 걸렸으면 어쩌지? (콜록 콜록) 그

럼 나 미안해서 진짜 죽어버릴지도 몰라.”

억울한 만도 했다. 올해 1년 간 밖이라곤 거의 나가지도 않고 새벽까지

강의 자료 만들고, 수업하고, 수업 분석하는 걸 봐왔던 터라 억울한 마

음이 이해가 되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친구는 가족들이 병원비를

걱정할까 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응어리진 마음을 풀 곳도 나밖

에 없었다. 입원했다는 통화를 하던 중 얼마 지나지 않아 처음으로 친

구의 우는 목소리를 들었다. 마음이 나도 덩달아 무거워졌다.

입원 후 며칠이 지나도 열은 떨어지지 않았고, 38~39도가 유지되었

다. 근육통과 기침으로 몸은 움직이기도 힘들었고, 외부와 연결된 유일

한 통로인 휴대폰으로 오는 연락은 일과 관련된 연락뿐이었다. 인터넷,

뉴스를 보지 말라 조언했지만, 온라인상에는 코로나 확진자를 욕하는

글들로 가득했고, 그들을 죄인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연예인이 악성 댓

글 때문에 자살하는 이유를 알겠다는 그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

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밖에 없었다.

“야, 네가 내 얘기 들어주니까 그래도 좀 나아지는 거 같아.”

기침이 다소 잦아들고 열이 차츰 내리자 전화 통화하는 시간이 길어졌

다. 환자들의 상담은 매일같이 해오던 일이지만, 인생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의 죄책감, 불안감, 우울감은 그대로 나에게 전달되어 왔다.

그 느낌, 감정을 되새기며 다시 한 번 내 직업 대해 되돌아보게 되었다.

전에도 환자를 대하며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감정이입이 되기도 하였

으나, 이 친구는 환자로 만난 사이가 아니었기에 내 일처럼 공감을 느

꼈고 그건 또 다른 감정이라고 생각되었다. 의사가 환자만큼 환자들 삶

의 깊이를 공감하게 되면 치료의 경과는 좋았었다. 수일 간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하자 친구는 점차 불안감과 죄책감이 줄어들었고, 그런 친

구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내 일같이 괴로워하고 또 이내 안심했던 경험

은 어떤 깊은 울림으로 내 기억에 남았다.

시간은 흘러 친구는 몇 차례 검체를 채취했고 결과는 음성이 나왔다.

친구는 퇴원 후 일상으로 돌아갔다. 입원 전 다행히 마스크를 잘 착용

텅 비워졌던 보호병동이 언젠가 다시 열리고 이전처럼 환자들로 북적인다면,

나는 코로나 이전과는 다른 의사가 되어 있을 것 같다.

모두 함께 이겨내요

※ 이 글은 서울의료원 직원 대상 <코로나19 극복 수기> 골드스토리(금상) 수상작 내용 중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글 김영인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39 Interview & Memory38#2

Page 21: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끝까지!

글 강지혜 병동간호팀 간호사

We can do it, we can beat it(COVID-19)

2020년 1월,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이후 대한민국은 코로나19와의 싸

움을 시작하였다. 이제는 K-방역 모델을 국제표준화로 추진할 정도로 전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벤치마킹하기도 한다. 서울의료원에 미국 CBS에서 취재를 왔었

고 나는 병원을 대표해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리포터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을 물어오자 “우리는 할 수 있어요, 우리는 이겨낼 수 있어요”라고 웃으며 인터뷰

를 마무리 지었다. 벌써 반년 전 일이다. 그때만 해도 코로나19 전담병원 간호사

로 1년 가까이 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코로나19 발생 전 나의 꿈은 미국간

호사가 되는 것이었고 미국 면허를 취득하기도 하였다.

전 병동을 감염병동으로

2월 말 서울의료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모든 병동의 환자를 소개

하라는 공지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난 메르스 때만 해도 국가지정격

리병상만 운영하였고 이렇게 전 병동을 전담으로 운영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국가

적 재난에 해당하는 급박한 상황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는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었다.

이제 선진국은 이곳 대한민국

그 당시 미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하고 감기 정도로 받아

들이면서 사망자가 급속하게 늘어났다. 내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던 미국은 더

이상 선진국이 아니었다. 대한민국만큼 방역과 역학조사를 철저히 하고, 병상 수

를 빠르게 확보하고 ‘덕분에’라는 캠페인으로 의료진의 수고를 인정해주는 이곳

이야말로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고생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이 조금 아

쉽긴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코로나19와의 사투 그 중심에 의료인이 있

었고 서울 시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공공병원의 간호사로서 내가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간호사의 꿈도 잠시 접어두었다.

첫 환자 입원

병동 카톡방이 계속 울렸다. 마포에서 발생한 첫 환자가 우리 병동에 입원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실시간으로 상황에 대해 공유하였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첫 환

자를 받았다. 역시나 연습한 대로 첫 주자 간호사들은 잘 해내었다. 상황실에서는

CCTV를 뚫어져라 보면서 긴장하는 마음으로 첫 신규환자 받는 모습을 모니터링

하고 병동과 전화로 소통하였다. 그렇게 우리병원도 코로나19와의 긴 마라톤 같

은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선생님! 아무리 썩션(suction)해도 세츄(saturation)가 안올라요!”

여느 때와 다르게 나는 상황실에서 vital(활력징후) 등 간호기록을 하면서 CCTV

와 PC모니터를 번갈아 보며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었다. 전일 이브닝 근무자와의

인수인계에서 19호 환자 상태가 안 좋았다는 내용을 전달받은 후로 CCTV를 통하

여 뿌옇게 보이는 환자 모니터의 Spo2(산소포화도)를 주시하고 있었다.

‘모니터’로 ‘모니터’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당장 환자 상태

를 파악할 수 없는 상태에서 모니터의 리듬과 숫자가 plat(심박수 소실) 또는 0으로

보일 때 상황실 간호사는 CPR 방송코드를 섣불리 요청할까? 아니다.

먼저 간호사는 방호복을 입고 헐레벌떡 병동으로 올라가서 환자 상태를 확인할 것

이다. 모니터 연결선이 환자에게 잘 부착되지 않았다면 다행인 것이고, 의식과 맥

박이 없는 상태라면 그제야 CPR 방송을 요청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나는 이런

상황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기도 하였다.

갑자기 19호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다급하게 다른 병실에 있

는 간호사를 콜하여 얼른 가보라고 하였다. 상황실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아무

리 썩션해도 세츄 안 올라요!”라며 놀란 목소리는 2년차 간호사의 전화였다. 흡인

을 하면 산소포화도 유지가 잘 되었던 환자인데 아무리 흡인해도 오르지 않는 산소

포화도와 저혈압 수치에 놀란 모양이었다.

그 환자는 이미 Optiflow(고유량산소요법)의 최대치를 유지하고 있었고, DNR(심폐

소생술거부) 상태였다. 이내 환자는 Cheyne-Stroke(임종전호흡양상)를 보이면서

맥박이 떨어지고 있었다. 더 이상의 흡인간호는 의미가 없었다. 내가 돌려본 시뮬레

이션과는 다르게 이분은 심폐소생술거부 환자로 당직전문의에게 보고 후 Flat(심박

수 소실)이 될 때까지 처치는 중단하기로 하였다. 먼저 병동에 있는 간호사들에게

연습하였던 임종환자 프로토콜대로 사체낭을 준비하도록 지시하였다. 보호자에게

연락하였지만 1시간 이상이 걸린다고 하였다. CCTV로도 임종 모습을 지켜보지 못

하고 환자는 끝내 1인실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끌어안은 채 포에 담겼다.

10년 동안 수차례의 임종환자를 보아왔지만 지금까지 겪었던 가장 쓸쓸하고 처참

해 보이는 임종의 순간이었다. 피부에 꽂혀 있는 카테터를 제거하지도 못하고 포

에 싸이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바이러스가 야속하기까지 했다. 마음속으로 좋은

곳에 가셨기를 기도했다. ‘그 곳은 바이러스가 없는 곳이길……’

끝날 때까지! 끝까지!

온라인 수업, 언택트 공연, 방구석 챌린지, 재택근무 등 코로나19는 우리네 삶을 많

이 변화시켰다. 누군가가 그랬다. ‘2030년에나 발생할 것 같은, 막연하게 상상하던

미래가 10년 일찍 찾아온 것 같다’고 말이다.

우리는 가족과 동료들을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지켜주기 위하여 마스크 쓰기

와 생활방역을 철저하게 이행하면서 이 위기를 잘 헤쳐나아가야 할 것이다. 신종

바이러스는 또 생길 수도 있다. 아니 생길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겪는 코로나19 또한

끝날 때까지 결코 끝난 것이 아니다.

※ 이 글은 서울의료원 직원 대상 <코로나19 극복 수기> 골드스토리(금상) 수상작 내용 중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끝날 때까지! 신종 바이러스는

또 생길 수도 있다.

아니 생길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겪는

코로나19 또한

끝날 때까지

결코 끝난 것이

아니다.

41 Interview & Memory40#2

Page 22: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43 Interview & Memory42#2

‘선별진료소’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거나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실

시하는 곳으로, 병원의 응급실 외부 또는 의료기관, 보건소 진료시설 외부에 설치된다. 코로나19 감염 의심증상자

가 의료시설에 출입하기 전에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체 체취를 받도록 하는 공간이다. 국내에서 최초 확진

자가 나온 2020년 1월 말에 설치되었으며, 12월 현재 전국적으로 600여 개의 선별진료소가 운영되고 있다.

서울의료원은 국내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서 곧바로 선별진료소를 설치 운영(1월 23일)했다. 이는 ‘검사’ 와 ‘격

리’를 철저히 시행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을 봉쇄하기 위함이었다. 최초에는 의료원 후문에 위치한 응급

의료센터 옆 컨테이너에 설치했다가 현재는 1층 정문 앞으로 이전해 있다. 서울의료원은 2021년 1월5일 기준

총 2만4천여 명의 코로나19 의심환자를 검사했다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는 대구·경북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른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경증

환자에 대한 생활 지원과 치료 서비스를 위해 지난 3월 2일 도입됐다. 코로나19 환자 중 입원치료가 필요하지

않는 경증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시설로, 병원은 아니지만 24시간 의료인력이 상주하며 입소자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점검하여 치료와 방역 등을 밀착 지원하는 곳이다. 생활치료센터는 병원의 입원 환자 치료 부

담을 낮춰 코로나19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의료원은 지난 8월 광복절 집회 이후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경증 환자 수용을 위

해 구 태릉선수촌 시설을 활용한 태릉생활치료센터를 8월 19일부터 운영, 의료진과 의료물품 지원, 환자 심리

상담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11월 이후 국내에 3차 대유행이 발생해 수도권에서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

가하면서 한국전력 인재개발원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도 추가적으로 운영 중에 있다. 서울의료원은 총 426개

병상의 생활치료센터를 운영 중에 있으며 현재까지 2천300명이 넘는 환자가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선별진료소’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거나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는 곳

‘생활치료센터’에는 대부분 무증상 혹은

경증 환자들이 들어오므로 환자 상태

관찰과 감염 관리에 역점을 두고 있다.

그야말로 날씨와의 싸움이었다. 2월에 처음으로 선별진료소 근무를 시작했는데 의료 공간과 구분된 실외에 긴급히 마련하느라 임시텐트로 꾸려진 진료소는 상황이 아주 열악했다. 겨울 끝자락이었지만 추위는 아직 매서웠다. 의료진이 견뎌야 하는 문제도 있었지만 너무 낮은 온도에 노출된 의료기기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건 치명적이었다. 우리는 기기를 몸으로 감싸 안아 녹이며 사투를 벌였다. 계절이 바뀌어도 날씨와의 싸움은 계속되었다. 여름으로 접어들자 수은주가 40도를 넘나들었다. 진료에 투입되기 위해 AP가운과 N95마스크를 착용하면 10분이 채 되지 않아 온몸이 땀으로 흥건해졌다. 한두 시간 만에 탈진 증세를 호소하는 동료가 속출했으나 누구도 보호 장구를 벗을 수는 없었다. -정수연 간호사-

어느 여름날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한 젊은 남성이 선별진료소에 나타났다. 그는 무증상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병동에서 치료받다가 퇴원한 분이었다. 최종 음성 판정을 받기 위해 선별진료소에 내원했고 세 차례의 검사 끝에 음성 판정이 나왔다. 그리고 그분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문득 잊고 있던 나의 일상, 우리의 일상이 떠올랐고 그리워졌다. -차승연 간호사-

생활치료센터에는 대개 무증상자 혹은 기침, 가래, 코감기 등의 가벼운 증상이 있는 환자만 입소한다. 때문에 센터에서는 본원 병동과 달리 전화로 문진하며 필요한 경우에만 환자를 직접 접촉해 상태를 파악하고 PCR 검사를 진행한다. 이때 모든 의료진은 본원 병동에서처럼 레벨D 방호복을 착용해야 한다. -김세리 간호사-

몇몇 입소자분들이 자기 편의만 주장하며 화를 내고 욕하실 때면 당황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와 격리되어 있는 입장을 생각하면 답답하고 두려운 심정이 이해되기도 했다. 나는 그 불안한 마음마저 보듬어 간호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허정인 간호사-

담당 간호사 선생님 이름을 불러주면서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행복한 하루되세요. 조심히 퇴근하세요’라고 말씀해주시던 입소자가 생각난다. 이 분은 다행히 상태가 빠르게 호전되어서 일찍 퇴소하셨다. 따뜻한 말 한마디, 사소한 간식 한 줌을 통해 잠시 잊고 있던 보람과 의미를 발견한다. -문성호 간호사-

선별진료소

생활치료센터

Page 23: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기형도, 「정거장에서의 충고」 Essay & Diary

나의 판독은 치료의 방향타 영상의학과 이영경 과장 46

안전한 길 닦아 혼란 최소화 감염관리실 정희용 차장 48

하늘의 별 따기 같던 물품 확보 구매물류팀 이현아 간호사 50

오늘도 전화벨이 울리고 총무팀 박광성 사무관리사 52

마지막 완치자의 격리 의료폐기물 시설관리팀 김현도 사무관리사 54

Photos‘코로나19 전담병원’ 서울의료원 24시 56

#3

Page 24: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4746 47Essay & Diary글 이영경 영상의학과 과장진료과목 흉부, 심장 영상의학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저는 환자에게서 나오는 그림자(영상)들을 보고 이상 부위

를 찾아내어 임상적 최종 진단에 도움을 주는 일을 하는 영

상의학과 의사입니다. 2020년 1월 30일, 우리 병원 응급의

료센터에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확진 환자가 처음으로

내원했고 흉부 사진과 흉부 시티 검사에 대한 판독 요청이

응급으로 들어왔습니다. 5년 전 메르스 감염 때가 떠오르며

‘또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잘 지나가리라고 조금은 가볍게 여겼던 것 같습니다. 1년이

다 돼가는 지금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자를 맞이하던 그

날을 되돌아보니 긴 터널의 초입에 들어선 것이더군요.

코로나19는 아주 특이한 모습을 보여 저를 당황케 했습니

다. 전반적으로 검정색이어야 정상인 흉부 사진에 하얀

병변이 관찰되면 폐렴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

나19 감염은 다릅니다. 호흡기 증상(인후통, 기침, 가래,

고열 등등)이 있어도 확진 초기 흉부 사진은 정상으로 보

이는 경우가 흔합니다. 드러나는 호흡기 증상들은 분명히

심한 폐렴을 가리키고 있는데 흉부 사진에서 폐렴을 의심

할 만한 하얀 병변이 전혀 보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입니

다. 반대의 경우 역시 흔했습니다. 코로나19로 확진된 환

자의 초기 흉부 사진에서 버젓이 하얀 병변들이 여기저

기 뚜렷하게 보여도 환자의 호흡기 증상이 전혀 없는 것

이었습니다. 흉부 사진이나 흉부CT검사에서 분명한 폐

렴 영상 소견을 보여도 증상은 약간의 열감과 피로감 정

도의 미미한 증상들을 보이는 경우를 많이 경험하게 됩니

다. 기존에 알고 있던 일반적인 폐렴과는 확실히 다른 임

상 양상을 보입니다. 또한 입원 후 시행하는 여러 날의 흉

부 사진들 속에 코로나19는 다양한 얼굴을 드러내 보입니

다. 그제는 나빠졌다가 어제는 좀 좋아졌다가 오늘은 다

시 나빠지고…… 그러다 보니 내일은 어떻게 될지 예상이

쉽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라는 놈은 양 폐에서 다양한

위치로 왔다 갔다 하면서 하얀 병변들을 만들었다가도 또

이내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한 곳에 제대로

자리를 잡게 되면 하얀 병변은 매우 빠른 속도로 커집니

다. 저는 이 순간을 ‘코로나가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를 밟았다’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마치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것처럼 흉부 사진과 함께 환

자의 임상 양상도 급격하게 나빠지는 것은 보통은 코로

나19로 확진된 후 14일 이내에 일어납니다. 환자의 상태

가 급격하게 나빠진다는 것은 환자를 직접 돌보고 치료

하고 있는 의료진에게는 매우 긴장되는 순간입니다. 저

는 지난 1년 간 1만 건 이상의 코로나19 환자의 흉부 사

진들과 1천 건 이상의 흉부CT검사들을 판독해오면서 이

렇게 급격하게 나빠지는 것을 예상할 수 있는 초기 영상

소견들, 즉 흉부 영상들이 저에게 주는 악화 가능성의 힌

트들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급격하게 나빠질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 대해 담당 의료진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해

주고 미리 준비하고 조치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

게끔 하는 것이 코로나19 감염 전담 병원에서 흉부 영상

의학과 의사인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

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나의 판독은 치료의 방향타 드러나는 호흡기 증상들은 분명히 심한 폐렴을 가리키고 있는데 흉부 사진에서 폐렴을 의심할 만한

하얀 병변이 전혀 보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반대의 경우 역시 흔했습니다.

올해 초 처음 경험하게 되는 감염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과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습니다. 더욱이 이 모든 일들을 혼자 공부하고, 혼

자 판독하고, 혼자 결정하면서 마주해야 했던 외로움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고생하고 있는 임상 의사들에게 조금

이라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중압감까지 더해져 참 어려

운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토록 힘겨웠던 지난 시

간들은 제게 누구에게도 배울 수 없는 코로나19 감염병에

대한 소중한 경험들과 값진 지식들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과장님! 폐렴 있어요?” “코로나 폐렴 같나요?” “이 환자분

나빠질 거 같으세요?”

속단할 수 없는 질문이 쏟아지지만 저는 어느새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환자의 임상 양상과 영상 소

견이 서로 상반된 경우에 임상 의사가 치료 방향을 잘 결

정할 수 있도록 흉부 영상 소견이 갖는 의미를 잘 전달하

려고 노력했습니다.

안심/선별 진료소, 병원 내 외래, 입원실, 중환자실, 건강

검진센터, 생활치료센터 등등으로부터 수시로 걸려 오는

전화들과 응급 판독 요청 메시지들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

금의 저에게 현재 진행형의 일과입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서 감기 환자들도 당연히 늘어날 터이고 우리 병원에서 치

료, 시술이나 수술을 받으려는 사람들 중에 기침 등과 같은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들도 당연히 증가할 것입니다. 그

러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흉부 사진과 흉

부CT검사 건수도 늘어나고 저에게 오는 응급 판독 요청 역

시 더욱 많아질 것입니다.

흉부 사진에 대한 호기심으로 흉부영상의학 전공을 선택

하였고 영상의학과 의사로 살아 온 지도 20년이 지나가

고 있습니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SARS)를 시작으로 몇 년

마다 크게 유행하는 인플루엔자 호흡기감염, 2011년 가습

기살균제 사건(폐손상),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 2020년 코

로나19 그리고 최근 심해진 미세먼지에 의한 호흡기 질환

환자 수의 증가까지 단순한 호기심으로 폐와 심장 영상을

전공으로 선택한 20년 전의 제 순진한 결정에 종종 깊이

후회를 하곤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다른 일을 선택할 생각

들을 잠시 미루어 두고 제가 이 일에 전념하는 이유가 무언

인가 고민해봅니다. 메르스 감염병이 종식되었던 날에 느

꼈던 후련함, 누군가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시간들을 보냈

다는 자부심. 이러한 긍정적인 감정의 기억들로 오늘도 이

코로나19의 긴 터널에서 고생하고 있는 임상 의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이곳을 지키고 있는지도 모르겠

습니다.

마지막으로 무거운 납 가운에 방호복까지 입고 직접 환자

들의 흉부 영상을 촬영하느라 고생하고 있는 영상의학과

방사선사 선생님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

고 이 지면을 빌려 병원 여러 곳에서 묵묵히 본인에게 주

어진 일들을 하면서 여러 어려움들을 견뎌내고 있는 병원

임직원들에게 격려와 응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감사

합니다.

코로나19 환자 입원일 흉부

코로나19 환자 퇴원 후 흉부

#3

Page 25: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4948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Essay & Diary

글 정희용 감염관리실 차장

감염관리실은 병원의 감염병과 관련된 체계를 마련하고

관리하기 위해 의료법에 의해 설치된 부서입니다. 감염

관리실에 소속되어 있는 인력은 감염내과·진단검사의

학과 의사와 감염관리실에 상주하는 감염관리전담간호

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로 병원 감염 상황을 분석 및

평가하면서 교육과 자문을 통해 감염 상황이 확산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2020년 초 원장님 주재 하에 긴급회의가 열리고 종합대

책본부가 구성되면서 응급실 옆에 선별진료소가 설치될

때 감염관리실은 각 상황별로 내외부의 상세 동선을 만

들어 교육하는 동시에 내원객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안내문을 곳곳에 부착했습니다. 한편 국가지정입원치료

병상 가동을 위한 준비에도 박차를 가해 투입될 직원들

에게 레벨D 방호복 착탈의법이나 병동 내 동선 등을 교

육하고 감염물품 현황도 빠짐없이 점검했습니다.

신종 감염병에 대한 국가지침이 따로 없었기에 2015년

도의 메르스 지침을 토대로 모든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시를 생각하면 일분일초가 급박

하게 진행되면서 퇴근을 해서도 계속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장기화를 대비해 충분한 양의 소독

제와 일반마스크를 포함한 개인보호구를 충분히 구비해

놓는 것도 시급했습니다. 감염물품을 받기 위해 행복한

마음으로 새벽 한시까지 대기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2020년 1월 30일에 국내 5번, 7번 환자가 국가지정입원

치료병상으로 입원을 하게 되었고 응급의료센터도 코로

나19 전담센터로 전환하였습니다. 병원에 확진환자가 입

원함에 따라 병원 내원객들이나 주변에 살고 계시는 주

민들의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원내 환경관

리를 강화하고 병원 외곽도 보건소를 통해 정기적으로

방역했습니다.

국내 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지침을

하나둘씩 배포하기 시작했고, 감염관리실에서는 질본에

안전한 길 닦아 혼란 최소화

서 배포되는 상황을 매일 체크하여 원내 실무지침에 적

용하고 직원들과 공유하거나 교육했습니다.

2월 20일에는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

서 병동을 전면 폐쇄하고 입원환자를 전원 소개한 후 일

반병동을 감염병동으로 전환하는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전 병상을 소개하여 전환하는 것이기에 투입인력 교육

및 동선확인, 직원안전 등 모든 일이 지금까지의 경험을

크게 넘어서는 범위에 걸쳐 있었고 순간순간 난관에 봉

착할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감염관리실 과

장님 및 전담간호사들과 논의하며 최선책을 찾아 나아갔

습니다. 또한, 서울의료원 직원들이 메르스를 경험했기

에 오히려 앞서서 제안해주시거나 의견을 주신 경우도

많아서 일을 진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전담

병원 운영 초기에 세계보건기구에서 다녀간 것도 이례적

이면서 자랑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지난 8월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

면서 서울에 확진자가 급증하자 주말에 응급으로 태릉생

활치료센터 오픈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투입직원 교

육, 동선확인, 사용될 감염물품 등을 확인하면서 또 한

번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서울의료원은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 본관감염병

동, 선별진료소, 안심진료소, 태릉생활치료센터, 한전생

활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입원한 병원이지만 각각의 위치에서 임직원분들

이 감염관리 원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에 지금까지 확진 환자 내원으로 인한 추가노출 사

례나 병동 입원 환자 중 확진 환자 발생은 한 건도 없습

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절실

히 깨달았습니다. 감염관리실은 국내 코로나 첫 확진자

가 발생한 2020년 1월 20일 이후 24시간 365일 대기하

며 원내 감염 응급 발생상황을 주시하고 있고, 1년 가까

운 대기 상황에 다들 몸이 지쳐가지만 누구하나 지친 내

색 없이 하나가 되어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서울의

료원이 어느 병원보다도 훌륭히 감염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코로나19

상황에 대처해나갈 것입니다.

#3

저희는 서울의료원이 어느 병원보다도 훌륭히 감염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코로나19 상황에 대처해나갈 것입니다.

Page 26: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5150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Essay & Diary

글 이현아 구매물류팀 간호사

코로나19 바이러스가 2020년 1월부터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해 같은 달 30일 우리 의료원에도 확진자가 입원하면

서 구매물류팀 전 파트의 직원들은 분주해졌다.

마스크, D레벨 방호복, 고글, 글러브, 일회용 환자 가운,

각종 소독 용품, 코로나19 보존치료제, 확진에 필요한 각

종 소모품, 선별진료소 등에서 사용할 공기구나 비품 및

의료장비 등 당장 필요한 물품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나타나서 단가계

약이 되어 있던 업체들은 물건을 도저히 납품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누가 먼저 실물을 빠르게 많이 확보하는

지가 관건이 되었다.

구매물류팀 직원들의 전쟁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처음 국

가지정 입원치료병상(전문격리병동)이 문을 열고 응급실이

폐쇄되고 코로나19 의심자와 확진자만을 위한 진료를 시작

할 때쯤에는 22명의 구매물류팀 직원들만으로 모든 것을

해내야만 했다. 직원들은 본래 업무를 미루고 스케줄표를

만들어 전문격리병동과 응급실에 위생재료 및 멸균 물품,

약품들을 직접 이송하는 일들을 해야만 했다. 많게는 하루

10번이 넘게 전문격리병동과 응급실을 왔다 갔다 해야 했

고 저녁 늦은 시간까지 남아서 일해야 하는 날도 많았다.

물품이 마련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은 담당 부서가

아니면 모르는 고통이다. 팀장님의 집요한 노력 끝에 서울

시, 질병관리청, 대한적십자사 등 다양한 곳에서 마스크,

보호복, 글러브, 고글 등의 물품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으나

물품이 들어오는 날짜며 시간이 정확하지 않았고 주말이

나 저녁 늦은 시간에 들어오는 일도 다반사였다. 우리에게

는 물품을 탑차에서 내리는 지게차 같은 중장비도 없었고

배정된 인력도 없었기에 모든 것을 우리가 직접 내리고 옮

겨야 했다. 그러나 찬밥 더운밥을 가릴 사정이 아니었으니

우리는 누구든 물품을 지원해준다고 하면 무조건 받아야

만 했다. 늦은 시간에 도착한 지원 물품은 늦게까지 남아

있던 팀 직원들과 팀장님이 받았었고 때론 병원 근처에 사

는 진료재료 담당 선생님이 퇴근하신 뒤에도 남편분과 함

께 병원에 오셔서 도움을 주시기도 했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판에 나타난 선생님과 남편분이 얼마나 반갑던

지,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하고 싶다.

3월 17일에 들어온 물품 한 가지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중

국의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의 창업주인 마윈이 대한적십

자사를 통해 우리 병원에 마스크를 보내주었다. 유명인이

보내준 마스크여서인지 취재진들이 몰려와 있었고 우리가

물품을 옮기는 모습이 그대로 뉴스가 되어 나갔다. 관련

기사들 중에는 내 사진을 실은 것도 있어서 나는 퇴근하고

집에 와서 자랑하듯 가족들에게 보여주었다. 어린 두 딸은

뉴스에 나온 엄마 모습이 멋있다며 신나서 좋아했었는데

친정엄마는 달랐다. 엄마는 내가 이렇게 고생하며 일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며 다독여주셨다. 엄마의 말을 듣고 기사

에 실린 사진들을 다시 보니 구매물류팀으로 지원 나온 다

른 선생님들까지도 하나 같이 카트에 마스크를 잔뜩 실어

나르며 고생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우리의 모습이

‘하늘의 별 따기’ 같던 물품 확보 우리에게는 물품을 탑차에서 내리는 지게차 같은 중장비도 없었고 배정된 인력도 없었기에

모든 것을 우리가 직접 내리고 옮겨야 했다. 그러나 찬밥 더운밥을 가릴 사정이 아니었으니

우리는 누구든 물품을 지원해준다고 하면 무조건 받아야만 했다.

가족들에게는 안타까운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우

리 모두는 코로나19가 종식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일했던 것 같다.

지원되어 들어온 모든 물품들은 품목별로 박스 포장이 되

어 들어왔다. 이제 그것들을 모두 끌러서 확진자를 돌보

는 의료진들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보호구, 덧신, 글

러브, 고글, 마스크 등으로 된 한 세트를 만들어 재포장

하는 작업을 해야 했다. 포장할 장소도 작업 테이블도 없

었던 직원들은 사용하지 않는 환자 침대를 작업 테이블로

삼아 하루에 몇 백 개의 보호구 세트를 만들어냈다. 참 많

이 힘들었던 시간이었지만 함께였기에 신나게 일할 수 있

었다. 무엇보다 우리가 코로나19 종식에 힘을 보태고 있

다는 보람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지원

부서에 근무하고 있다 보니 우리 중 한 명이 혹여나 코로

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우리 부서원 전체가 자가격리

대상이 되면 병원 물품은 누가 관리하고 세척기며 멸균기

는 누가 돌리고 환자 및 직원 피복은 누가 내줄 것이며

환자 치료에 필요한 약품은 누가 구해올까 하는 생

각을 해본다. 우리 부서가 잘못되면 병원 업무가 마

비된다는 생각 때문에 더 조심해야 했고 더 철저

히 거리두기를 해야만 했다. 구매물

류팀에서 올해 직원 두 명이 결혼

했는데 결혼식에 참석하지도 못

했다. 양해를 구하긴 했지만 지

금까지도 우리 부서원의 경사

에 참석해서 축하해주지 못해

미안한 감정이 마음 한편에 걸려

있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이런 우리

부서가 유난스럽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가 할 수 있

는 최선의 일 중에 하나였고 우리 부서가 가지고 있는 사

명감이라 생각한다.

우리 부서 말고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시는 직원분

들이 많을 것이다. 힘들게 최선을 다해 일했는데 알아주는

이가 없을 때 오는 박탈감을 잘 알고 있다. 이런 박탈감을

느끼고 계시는 다른 부서 선생님들께 말해주고 싶다. “당

신도 진정한 영웅이십니다, 당신들이 계셔서 우리가 편하

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그리고 마지막

으로 인사를 꼭 전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 구매물류팀으로

지원 나오셨던 간호사 선생님, 조무사님, 보조원님, 그리

고 물품 이송할 때마다 도와주셨던 병동 기사님, 여러분들

덕분에 힘든 시간이었지만 재밌고 즐겁게 일했고 한마디

불평 없이 최선을 다해 도와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맛있는 식사 한 끼 대접하지 못하고 보내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우리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다 같

이 모여서 꼭 밥 한 끼 같이해요.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3

Page 27: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5352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Essay & Diary

글 박광성 총무팀 사무관리사

총무팀 사무실에는 전화벨 소리가 쉬지 않고 울립니다.

“로비에서 소란이 발생했습니다.” “셔틀버스 운행 시간이

어떻게 되나요?” “경력증명서가 필요해요.” 의료원 내 안

전부터 청결한 청사 관리와 문서 수발 등의 지원 업무, 급

여를 비롯한 예산 집행까지 총무팀 업무는 실로 다양합니

다. 의료원의 임직원이 시민을 위한 공공의료서비스에 최

선을 다할 수 있도록 날마다 의료원 구석구석을 살피고 챙

기는 살림꾼 역할을 하다 보니 임직원 가운데 총무팀에 한

번도 들르지 않은 직원은 아마 없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

을 만큼 분주한 부서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의료원이 신속하게 대응 체계를 갖춰

나감에 따라 총무팀도 청사 안전 관리와 각 부서 지원으

로 더욱 분주해졌습니다. 감염병 발생 시 가장 먼저 챙겨

야 할 것은 의료원을 방문하는 내원객과 임직원이 바이러

스로부터 안전하도록 출입을 통제하고,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 동선을 분리하는 일입니다. 서울의료원은 메르스 이

후 병원 내에서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방문객 관리시스

템을 운영해오고 있었기에 이를 토대로 지하 1층과 지상 1

층 입구와 출구를 각 1개소로 일원화하고 통제 인력을 배

치해 모든 출입자의 체온을 측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

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수기로 작성하던 출입대장은 모

바일 출입증(QR)으로 정착시켰고, 안면인식 비접촉 카메

라와 출구 플랩게이트가 도입되었습니다. 초기에는 까다

로워진 출입 절차로 번거로움을 호소하거나 모바일 앱 사

용이 익숙하지 않아 불편을 토로하는 분도 종종 있었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 기꺼이 불편을 감수해주신 덕분에 오

늘도 서울의료원은 원내 감염 확산 없이 감염병 전담병원

으로 소임을 다하고 있습니다.

시민을 위한 공공병원인 서울의료원의 문은 늘 열려 있지

만, 감염병 상황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우편물이나 택배를

배달하거나 입원 환자에게 물품을 전달하기 위한 방문 등

진료 외 목적을 최소화해야 의료원 안팎 모두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출입통제

를 강화해야 할수록 택배나 배달 수요는 증가합니다. 그래

서 총무팀에서는 한시적으로 택배 관리 부스를 도입했습

니다. 각 부서로 직접 전달하던 택배와 방문객이 직접 전

달하던 환자 물품을 한 곳에서 수령하여 전달함으로써 감

염 우려와 출입 제한에 따른 불편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 병동으로 감염 위험이 있거나 안전을 위협하는

물품이 반입되지 않도록 검수하는 것도 택배 관리 부스의

주요 업무입니다. 한때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택배대리점

을 방불케 할 만큼 많은 물품을 분류해 병동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감염병 발생 시 출입과 동선을 통제하는 이유는 혹시 모를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병동은 감염

위험이 상존하는 곳입니다. 그럼에도 치료를 위해 한여름

에도 방호복을 입고 병동에 들어가는 의료진의 모습을 뉴

스를 통해 많이 보셨을 겁니다. 의료진 외에도 방역 및 청

소를 위한 미화원과 보안을 위한 보안 인력이 병동을 출입

합니다.

오늘도 전화벨이 울리고

방역은 누군가 꼭 해야 하는 일이지만 그 위험성 때문에

누구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감

사하게도 미화원 몇 분이 먼저 들어가겠다고 용기를 내주

셨습니다. 방역 담당자로서 현장에서 근무하는 분들의 불

안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자 저도 방호복을 착용하

고 함께 참여했습니다. 환경소독, 방호복 착탈의, 폐기물

처리 등 안전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실무에 적용하기까

지 시행착오를 반복했지만, 잠깐의 실수가 안전을 위협할

수 있기에 어느 과정 하나 소홀히 하고 넘어갈 수 없었습

니다. 감염병은 환자가 퇴원한 후에도 입원실을 철저히 소

독해야 합니다. 업체를 통한 환경소독을 계획하였으나 투

입 인력이 확보되지 않아 다시 한 번 방호복을 입고 방역

에 참여하였습니다. 환경미화 관련 행정업무를 담당하면

서 평소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티 나지 않는 일에 최선

을 다하는 미화원 여러분의 수고에 감사한 마음을 늘 가지

고 있었는데 현장에서 함께 뛰다 보니 숨어 있던 영웅과

만나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분들 외에도 드러나지 않은 영웅이 의료원 이곳저곳에

많습니다. 출입구에서 발열 체크와 안내를 담당하는 분들

은 한여름 더위에도 비닐가운을 덧입고 하루에도 수백 번

같은 안내를 하느라 목이 성할 날이 없어도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주고 계십니다. 택배 부스에서도 한시적 운영

이다 보니 공간 확보가 어려워 몇 번씩 장소를 옮기고 하

루에도 몇 번씩 병동 반입 물품을 검수하느라 쌀쌀해진 날

씨에도 땀을 흘리면서도 밝은 미소를 잃지 않고 애써주시

고요. 코로나19 상황 전에도 24시간 보안과 안전을 책임

지던 보안팀은 출입구부터 코로나 병동, 선별진료소 등을

아우르며 더욱 물 샐 틈 없이 철통 보안에 힘써주십니다.

2020년 1월에 시작된 코로나19는 여름을 지나 다시 겨울

이 돌아오기까지 종식되지 않고 있어 다들 지칠 만도 한데

혹여 감기라도 걸리면 동료들에게 업무가 과중될까 염려

하는 책임감을 보여주시는 든든한 영웅들에게 감사한 마

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를 전하고 싶은 분들이 또 있습니다. 그야말로 각계

각층에서 후원물품으로 응원의 뜻을 전해주셨습니다. 지

자체나 공사공단 외에도 기업, 학교, 지역 소상공인, 초

등학생까지 다양한 후원처에서 마스크, 간식, 과일 등

300종이 넘는 다양한 물품을 1월 말부터 현재까지 꾸준

히 후원해주고 계십니다. 코로나19 일선에서 애쓰는 직

원들을 중심으로 가급적 모든 직원들에게 응원의 마음이

전해질 수 있도록 배부하였습니다. 먹고 싶은 과자를 한

봉지씩 담았을 초등학생 후원자의 마음과 한 글자 한 글

자 정성들여 적은 손 편지에 담긴 고마움이 코로나19로

지친 직원들에게 잠깐의 휴식과 위안이 되었습니다. 진

심으로 감사드립니다.

#3

먹고 싶은 과자를 한 봉지씩 담았을 초등학생 후원자의 마음과 한 글자 한 글자 정성들여

적은 손 편지에 담긴 고마움이 코로나19로 지친 직원들에게

잠깐의 휴식과 위안이 되었습니다.

Page 28: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몇 차례의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를 겪으면서, 높아진 경

각심과 많은 사람들의 수고 덕분에 확산세가 잠잠해지는가

싶었다. 하지만, 11월 중순부터 산발적인 감염 확산이 생기

며 확진자 수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과연 이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는 언제 끝날 것인가. 백신

이 개발되더라도 코로나19 감염병 종식은 불가하다고 전

망하는 영국 면역학계 권위자가 있는가 하면, 2021년 말

마지막 코로나19 환자가 나올 것을 예측하고 코로나 이

후의 삶을 이야기하는 미국의 저명인사도 있다. 이렇듯

전문가들도 종식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충격

이 크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경제적

으로 입은 상처를 하루빨리 회복할 수 있길 바라며, 반드

시 극복할 것이라 믿는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불러온 팬데믹이 온 세상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료원의 의료진을 비롯한 행정직, 보

안요원, 미화원, 영양사 등 진료지원 부서 모두가 땀흘려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치러내고 있다. 이전과는 다른 이

낯선 재난상황이 우리 곁에 상존하고 있음을 각자의 자

리에서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최일선에 서있

는 의료진은 눈앞에 있는 환자상태를 통해 체감하는 것

처럼, 나는 의료폐기물을 보며 간접적으로나마 의료진의

수고를 짐작하고 감염병 추이를 체감한다.

갑작스레 찾아온 코로나19 감염병은 우리 병원의 일반병

동을 격리병동으로 전환시켜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하게

끔 만들었고, 이에 따라 의료폐기물 취급에 관한 기존의

역할과 규칙 또한 뒤흔들었다.

병동,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 응급실, 선별진료소, 심혈

관센터, 장례식장 등 각 구역별 상황을 참작하여 동선이

수립되었고 의료폐기물을 ‘밀봉-운반-보관-위탁처리’하

기까지 각 단계별 새로운 역할분담과 의료폐기물 배출·

수거시간 등의 규칙을 적용하기 위해 간호부, 미화원, 위

탁업체 간 상호협의와 협조가 필요했다.

의료폐기물은 일반쓰레기와는 구분하여 취급하는데, 취

급 시 가장 큰 차이점은 별도의 전용용기를 사용하여 안

전하게 처리한다는 점이다. 코로나19 감염병은 환자 1인

당 의료폐기물 배출량을 2배 가까이 증가시켰고, 기존

사용하던 용기 사이즈로는 감당하기 어렵게 되었다.

코로나19 환자 진료 시 기존의 일반 입원환자와는 다르

게 의료진의 보호복을 폐기하고 사용하는 용품 대다수가

일회용인데다가, 환자가 먹는 도시락의 용기와 남은 음

식물, 사용하던 이불과 침대보, 베갯잇 등을 모두 의료

폐기물로 처리하게 되기에 폐기물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다. 또한 환자가 장기간 입원하면서 사용하던 생활용품

도 의료폐기물로 버려지는데, 한번은 요가 매트 폐기방

법에 대한 문의를 받은 적도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폐기

물로,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언젠가 서울의료원의 마지막 코로나19 감염병 환자가 퇴

원하게 되는 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도하는 와중에도

마지막 완치자의 격리 의료폐기물 언젠가 서울의료원의 마지막 코로나19 감염병 환자가 퇴원하게 되는 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도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는 마지막 코로나19 환자의 폐기물을 운반하고 보관할 분들이 있다.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는 마지막 코로나19 환자의 폐기물을 운반하고 보관

할 분들이 있다. 이 분들의 수고 덕분에 의료폐기물 전용

용기를 병동 상황실로 보급하고, 최종 반출된 확진자의

의료폐기물을 안전하게 창고로 운반한다.

매뉴얼과 규칙이 갖추어져 있더라도 어느 현장이든 실제

상황에서는 변수가 생기게 되는데, 의료폐기물 운반과정

에서도 마찬가지다. 남자미화원분들이 운반작업 도중 승

강기 전실 보안장치가 잠겨 한동안 갇힌 적도 있고, 확진

자의 입·퇴원 시간과 겹치는 바람에 착오 발생으로 승

강기가 최하층에 정지되기도 하고, 전용용기 밀봉상태가

미흡하여 폐기물 노출 위험에 직면한 적도 있어 병동전

체 밀봉요령 교육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여러 배출 부서들의 협조와 관련 직원 분들의 노고가 있기

에 서울의료원의 코로나19 의료폐기물은 안전하게 소각되

고 있다. 여전히 코로나19 관련 확진자 증가 등 부정적인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의료폐기

물이 올바로 처리되기까지 끊임없

이 노력하고 안정적으로 의료폐기

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관리하여 코

로나19 극복에 기여하고자 한다.

대응보단 예방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이번 코로나

19 사태를 겪어보니 더욱 와 닿는다. 많은 직원분들이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매순간 발생하는 문제해결에 집중

하고 예방에 힘쓰다 보면, 코로나19 감염병 극복뿐만 아

니라 대응체계도 강해져 우리병원 또한 발전해나갈 거라

믿는다.

스스로와 서로를 지킬 수 있도록 마스크 착용을 철저하

고 마지막 코로나19 환자가 남긴 격리 의료폐기물이 ‘최

종 처리 완료’되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55Essay & Diary54

글 김현도 시설관리팀 사무관리사

#3

Page 29: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야간 근무 중인 코로나19 병동 간호사

음압격리병동 주변을 소독중인 직원들

코로나19 환자용 도시락 배송 준비 중

정문 출입시스템 점검하고 있는 보안요원

57Photo Essay56#3

2020년 1월 30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입원한 이후

지난 1년여 동안 서울의료원이 치료한 환자 수는

총 4천 명이 넘는다(본원, 생활치료센터 포함)

본원에만 285병상을 운영하면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서울의료원의 24시간을 사진 속에 담아보았다.

코로나19전담병원

06 : 00

24

코로나19 병동 근무 위해 승강기에 탑승하는 의료진

서울의료원

Page 30: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59Photo Essay58#3

정문 출입구를 통제하고 있는 보안요원

검체 체취 중인 선별진료소 의료진

감염병 의심환자 확인 위해 방문객 체온을 체크

비말 전파 방지 위해 접수창구에 설치된 칸막이

선별진료소 검사 대기 중인 시민들

코로나19 종합상황실에서 근무 중인 의료진

09 : 00

의료진용 방호복을 나르는 구매물류팀 직원

12 : 00

코로나19 환자용 점심 도시락을 만들고 있는 영양팀

방호용 아이템들을 사용하기 편하게 정리 중

음압텐트에 둘러싸인 확진환자가 구급차에서 내리고 있다

격리병동에서 걸려온 응급 전화를 받고 있는 간호사

코로나19 병동 의료진용 마스크와 방호복을 불출

Page 31: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61Photo Essay60#3

16:00

코로나19 환자 치료 위해 근무에 들어가는 의료진

코로나19 선제검사 위해 줄을 서고 있는 서울시민

코로나19 병동 환자들에게 배송된 택배를 확인하고 있다

20: 00 코로나19 종합상황실 야간 당직자 근무 모습

한파 속에서도 운영 중인 코로나19 선별진료소

병원 내 야간 순찰 중

응급환자 진료 위해 방호복을 착용한 의료진

응급의료센터 앞에 환자 이송을 위해 대기 중인 구급차

전문격리병동 근무 중인 의료진과의 전화 통화

코로나19 종식까지 불이 꺼지지 않을 서울의료원

Page 32: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왕진가방을 집에서 받아 보자왕진가방을 집이나 회사로 받아보기 원하시는 분은

홍보팀으로 주소나 E-mail을 알려주세요.

무료로 발송해드립니다.

주소가 변경되신 분도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원고를 기다립니다.

함께 꾸려가는<왕진가방>은

직원분이나 환우 여러분 누구나 환영합니다.

병원소식, 문학단상, 의학상식, 병실 동정, 동호회 소식,

의료장비 소개, 여행감상, 여행기, 제언 등 살아가는 얘기들,

나누고 싶은 이야기 언제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제출처 : 서울의료원 홍보팀

Tel. 02.2276.7131~3 E-mail. [email protected]

편집주간 홍보팀

편집위원 한순웅, 윤재식, 박문수, 김상희, 김주영(이상 홍보팀)

Page 33: 코로나19 특집호„œ울의료원...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다. 4일 뒤

※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셔틀버스의 운행은 당분간 중단됩니다.

천만 서울시민의 건강주치의,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

콜센터 예약전화 : 02)2276-7000

서울의료원 찾아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