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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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창작 담당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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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현대시 창작

담당 강사 최 은 하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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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강의 회차 강의 제목

1 회 시에 대한 마음가짐

2 회 시란 무엇인가

3 회 시의 종자(씨앗)

4 회 정서와 소재

5 회 체험과 주체

6 회 상상력과 성장과정

7 회 현대시와 이미지

8 회 시의 바탕과 의인법

9 회 아이러니와 역설

10 회 시와 비유법

11 회 형용사 형용사절이 시적표현에 미치는 영향

12 회 이미지(Image)와 그 시적 표현효과에 대하여(II)

13 회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4 회 현대시와 형이상시

15 회 현대시와 여러가지 기법

16 회 주제의 명확성

17 회 시의 구성과 단계

18 회 시 창작의 실제

19 회 시창작의 실제

20 회 심상의 실상 1 (황금찬 강계순 홍윤숙 황송문)

21 회 심상의 실상 2 (김광섭 신석정 최은하 이형기)

22 회 심상의 형상 1 (유치환 김영랑 정지용 최은하)

23 회 심상의 형상 2 (김소월 박목월 유승우 문덕수)

24 회 심상의 형상 3 (한용운 김현승 김춘수 최은하)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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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차 시에 대한 마음가짐

1 현대시창작반을 개설하며

1) 우리는 서로 상통하는 관계다

- 얼굴은 모르지만 서로 아는 사이다

2) 상통의 계기와 원인 - 시(詩)

3) 첫 만남에서의 3 가지의 잣대(유형)gt

① 꼭 만나야 할 만남인가

② 만나도 좋(되)고 안 만나도 좋(되)은 그런 만남인가

③ 만나서는 안 되는 결코 만나서는 안 되는 만남인가

지금 이 시간 우리의 만남은 ①의 만남이어야 하고 거기에서 우리가 성취하고자 하는 것을 꼭

달성하기를 기원한다

2 윤동주의 lt서 시gt

죽는 날 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이 시에 대한 3가지의 마음가짐

① 이 세상 살다 가는 날까지 부끄러움(욕됨 떳떳치 못함 해맑지 못함)이 없기를 괴로워 한다는 마음가짐-

종교적 도덕적으로 욕됨이 없이 살기를 괴로워 한다는 그 인간적 고백

② 이 세상에서 죽어가는(살아가는이라고 사고하는 게 아니고) 만물을 사랑해야겠다는 결의요 표명

③ 자기에게 정해진 몫(사명 달란트)을 두고 오직 매진하겠다는 각오

- 철저히 자기 인생에 대한 다시 말하여 시에 대한 자기 성찰이요 고백 그리고 자세 자기 사명에

대한 확인이요 결행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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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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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 창조하려는 사람은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한다

한시라도 해찰하거나 머무를 수 없고 되외시하거나 물러설 수가 없다

어디에 만족이 있으며 적당한 상태가 있겠는가

항상 도전하고 자리 세계의 확인 그리고 시간 맞추어 도약하고 제 2 3의 단계를 또 다시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성서에서도 항상 깨어나 있으라고 가르치고 있잖은가

진리 안에서 살려는 이는 해이해 있을 수 없고 궁리하며 차원의 세계를 발돋음할 수 밖에 없는

숙명이라 하여도 좋다

깨어있으란 말의 참뜻은 나태함에 빠지지 말고 긴장감의 한가운데서 초점을 잃지 말라는 말이다

그리고 어느 때나 준비된 마음 예비의 정신이어야 함을 이르는 것이다

2) 시를 생각하는 마음은 항상 고대하는 마음 기다림의 정신으로 비어있어야 한다

- 가난한 마음

가난한 마음은 먹이를 찾는 새처럼 부지런하고 열중한다

놓치거나 빠뜨리는 법이 없고 팽팽한 낚시줄처럼 온 신경이 한 곳에 집중해 있으며

바로 무엇이든지 확보 할려는 자세다

여유나 여가가 있을 수 없고 휴식은 다음 착수나 결행의 준비일 뿐이다

긴장상태가 피곤하거나 지루할지라도 그걸 이겨내는 자기성찰이랄까 자기최면 같은 비법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4 예사로움은 없다

1) 사람이 사는 이 땅 위에는 필연(必然)만이 있을 뿐이다

- 인간(人間)이란 말뜻도 사람끼리의 상관관계라는 것으로 본다

- 사회생활의 어울러 사는 지기 독존은 있을 수 없고 서로가 동아리 이루는 관계라는 걸 따지고

보면 유기적 고리의 연결이요 그 연결체다

2)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설(緣起說)이나 인과(因果)를 헤아려 보아라

- 이승에서 죽음까지 우연적인 것은 없다

- 모든 일이 당연한 귀결이요 처음과 끝이 착오 없는 진행이며 그 실상이다

3) 우리의 일상도 그렇지만 지내 온 날을 돌이켜 보면 그렇게 되어질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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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사로움이 아닌 필연을 강조하는 이유

- 단언하여 나 자신과 주위 온갖 사물에 대하여 의미를 부여하자는 뜻이다

- 의미론(意味論)이 존재하는 것은 모두가 존재론적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미론은 아름다움(즐거움)의 가치를 지닌 결과라고 보는 것이다

rarr 화합 화답 중용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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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회차 시(詩)란 무엇인가

1 어원(語源)적으로

1) 동양

① 시언지(詩言志) - 서경(書經)

사람의 어떤 뜻 어떤 마음의 상태 및 현상을 나타냄을 말(글)하는 것

정(情)을 나타냄

인간의 정서를 문자로 기술해내는 것

② 사무사(思無邪) - 공자

생강에 사특함이 없다는 것으로 올바름의 본분

사람의 마음에 그릇됨이 없다는 정의

시를 생각함에 오직 깨끗하고 바른 상념의 세계(우주)만이 존재한다

③ 시(詩)라는 글자 풀이

절(사원)에서의 말 - 기도문과 같은 것이 곧 시다

가장 진솔하고 핵심적이며 절실한 말 - 신(神)과의 대화(말)

2) 서양

① 포에트리(Poetry)

행동하다 만든다 창조하다(새롭게 이룩하다)

창작의 근원 - 無에서 有창조

② 아트(Art)

기(技)나 술(術) - 꾸미고 다듬고 만든다

장인(匠人)을 말함 - 손으로 물건을 만드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

무엇인가를 만드는 기술적 측면으로 예술(시)을 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2 정의(定義)적으로

① 시는 리듬 있는 말에 의한 모방이다 ndash 아리스토텔레스

② 시는 가르치고 즐거움을 주려는 의도를 가진 말하는 그림이다 - P Sidney

③ 시는 상상과 정열의 언어다 - 해즈리트

④ 시는 감정의 자연적 발로(유로)다 - 워즈워즈

⑤ 시는 상상과 감정을 통한 인생(자연)의 해석이다 - 허드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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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시는 아름다움의 운율적 창조다 - E A Poe

⑦ 시는 정서의 표출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요

개성의 표현이 아니라 개성으로부터의 도피다 - T S 엘리엇

⑧ 시는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3 일반적 견해로

① 민요무용(Ballad Dance) 가운데서의 노래 가사말

② 노동요나 민요로부터의 노랫말

③ 제천의식(祭天儀式)이나 무가(巫歌)중의 가사말

- 추수감사절이나 종교적 예배 드릴 때의 말이나 노래

- 고구려lt동맹gt 예lt무천gt 부여lt영고gt 의식행사시 그 바탕이 소원성취나 확신에서 온 것

4 현대시에서의 뜻

1) 시를 정서적 반응이나 노출 그리고 정서의 환기가 아니라 정서를 물화(物化)하는 의도적 제작으로

말한다

- 일종의 기술적인 만듦

2) 19세기 낭만주의

- 시 천성(天性)의 미학

- 시인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의 소유자

3) 시인에 대한 잘못된 견해

- 유별난 감정을 갖고 여느 사람들보다 특별한 정서반응을 환기할 수 있다

4) 시인에 대한 올바른 해석

- 시를 짓는 수준을 상당히 연마하고 제작하는 사람

- 천성적이 아니고 수련을 쌓으며 개발 rarr 성숙 rarr 발전

- 오로지 시작 기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꾸준히 집착하면 신념에 따라 획득되어질 수 있다

현대시에서는 천부적 자질이나 재능 따위는 무의미하다

부단한 연마 끈질긴 노력의 조건만이 현대시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모더니즘적 사조에서는 관념적 사고나 주제보다는 일반적 생활의 소재로부터 서사적 제재를 들어

새로운 관심을 형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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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회차 시의 종자(씨앗)

1 시상(詩想)이라는 종자

시상을 얻는다 - 시를 쓰는 계기 착상

1) 영감의 실오라기 rarr 메모 혹은 기록하는 습관

일상 가운데서 언뜻 떠오르는 상념 혹은 심상

종교적 신앙체험이나 어떤 꿈 순간적 감정이 스쳐가는 것

2) 하찮은 충격적 심상

원시시대의 시인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노동할 수 없거나 신체적 결함(허약)자 그리고

전쟁이나 사냥 중에 부상 당한 사람 불의의 장애자였을 거다

- 남 다른 예민성과 감각이 발달하고 환상(청)이 크고 절실하다

- 시적 집착성 민감성 등이 강하다

- 호머 같은 시인은 장님이었다

3) 계절이나 자연에서 느끼는 신비 경외감

인간의 나약성

계절감각 밤과 낮 춘하추동 산천 태양 바다 꽃 등의 자연

천재지변

4) 일상의 희노애락(5욕 7정)

5욕 - 재물욕 명예욕 식욕 수면욕 색욕

7정 - 희 노 애 락 애 오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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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상 떠올리기 잡기

1) 일생생활 가운데서 사물에 대한 관심 갖기

- 마음을 순수하게 어린 아이처럼 지니고 정신을 가다듬어야

- 유감적 유정적 관찰력으로 사물간의 상관관계를 알아차리도록

- 감수성과 상상력이 누구보다 예민하고 풍부해야

2) 떠오른 시상은 머리 속에서 굴려 닦을 것

- 시상의 모양 색깔 강도 취향 성향 등을 주도면밀하게 선별하고 탐색해야

- 오직 자기 나름대로의 섭생에 알맞은 시상인가를 알아보고 선택함이 최상이다

- 선별과 선택은 자신의 체험이라는 용기의 과정을 수용하고 겪어낸 다음의 문제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 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서정주 lt국화 옆에서gt -

서정주 시인은 이 시에서 맨 먼저 떠오른 시상이 제 3 연이었다고 한다

- 40 대 여인이 국화꽃으로 변용되기까지 2~3 년의 세월이 지나갔고 그 여인이란 종자(씨앗)는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여자로 이미지가 발전하기까지 시인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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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상 정리하기

1) 떠오른 시상 중에 버릴 것은 버리라

2) 보다 더 키울만한 시상은 키워라

- 일차적으로 되겠다 싶은 시상은 여러 측면에서 덧붙이고 초점 맞추어 배양해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 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서정주 lt국화 옆에서gt -

서정주의 lt국화 옆에서gt

- 면밀한 발전단계를 구성

3연의 가을이란 계절과 봄철의

소쩍새(1연) 그리고 한 여름의

천둥(2연)의 구성이 바로 그것

봄날의 소쩍새와 여름날의 천둥이

내리쳐 울음 운 것은 불교적 윤회나

연기설로 보아서 서로 상관관계를

인과적으로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4연에서의 무서리와 불면까지도

모두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한 총동원이요 조화다

3) 이 과정에서 우리는 시상의 착상이 한동안 내재해 있다가 새로운 생활체험과 교합이 맞아 들면

그 순간 불이 붙어 타오르기 시작한다는 걸 놓치지 말아야 한다

- 앞 뒤 연결성을 궁리하고 취사선택을 분명히 해야

- 인내심으로 기다리고 제 능력을 모두 경주해야

4 시상 가다듬기

1) 모습을 갖추어가는 시상이 정리가 되면

- 시인의 체험이란 용광로에 끌어들여 달구고 변용시키는 성숙의 단계를 최대로 활용하여 한 편의

시로 마무리를 해가야 할 것이다

2) 소재의 가닥이 잡힌 다음이면

- 앞뒤 안팎 그리고 시대적 차이 단순과 복잡 등이 상호관계를 유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 현대적 감각에 들어맞는 하나의 우주(세계)가 완성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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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격양 흥분된 감정은 걸러지고 객관적 태도가 자리 잡은 후에

- 시의 씨앗은 이제 사명을 완수하고 제 하늘과 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4)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

- 그 한 송이 국화꽃은 비로소 피어나고 새로운 세계는 열린 것이다

- 그 환희 그 아름다움의 극치 그리고 창조적 의미는 향기롭게 휘날리는 것이다

그 안에 또 하나의 씨앗(종자)을 마련해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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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회차 정서와 소재

1 정서란 무엇인가

1) 정서

①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생각할 때에 일어나는 감정이나 그런 감정을 유발하는 주위의 분위기나 기분

② 희로애락과 같이 본능적 충동적으로 외부에 표출되기 쉬운 감정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2) 감정

① 느끼어 일어나는 심정 마음 기분

② 외계의 자극에 응하여 변하는 쾌불쾌 희비 노여움 공포 따위의 주관적 의식현상

3) 감각

사물의 미추(美醜) 선악 호오(好惡) 변화 등을 알아내는 정신능력

정서란 감정과 비슷하고 감정은 감각적 자극에서부터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4) 심리적으로 해석해 본 정서

- 자극이 되는 대상에서 일어나는 강한 감정으로서 신체적 변화가 현저한 것

- 그리고 그것이 일정한 상태로 지속되다가 끝나거나 다른 정신상태로 옮겨가는 의식과정

5) 문학적 해석으로서의 정서

- 문학의 주요 요소인 지적요소 정적요소 상상적 요소 기교적 요소

- 이 정서를 강조한 것이 낭만주의를 이루었고 이것이 극단에 이르면 감상주의

- 그리고 억제하여 조절하면 고전주의와 주지주의가 된다

6) 시에 있어서의 정서의 역할과 위치

- 시의 발생근거는 감정(정서)에 있다

- 시는 곧 정서의 표출이다

- 표현수단으로 언어를 동반해야만 한다

2 실감유리(實感遊離)

1) 실감보수(補修) 실감회상이라고도 한다

- 작정이란 말과 대응되는 것으로 실제적 정서와 거리(간격)을 갖는다

- 실제 체험한 정서를 그대로 시로 형상화하기 보다 객관화

- 실제 정서(체험) rarr 수정 보완 rarr 새로운 정서로 환기

2) 시는 곧 감정 그 자체가 아니다

- 정서를 어떻게 나타내어야만 시가 되는 것일까 rarr 실감유리

- 공포 위협 긴장 두려움 같은 감정이 걸러지고 수정 보수되어 나와야 한다 rarr 실감회상

3) 시는 힘찬 감정의 위세 좋은 충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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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원천은 조용히 회상된 감동이다 - 오스카 와일드 -

시는 정서의 일방적 몰입이나 정서를 통한 동일시가 아니라 사물로부터 환기되는 정서를 유리시키고

객관화시켜 사물화함으로써 구체적 표현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3 정서로부터의 도피

1)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 도피다 - TS 엘리엇 -

2) 정서의 주관성 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 - 특수한 정서

3)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는 뜻

-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객관화

4) 정서의 객관화는

-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대자적 파악을 성립시키고

- 정서는 하나의 사물로 바뀌어 나타날 수가 있게 된다

- 정서로부터의 도피가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가 되는 것에 이른다

5) 물화(物化)는 이미지화를 말한다

- 존재는 곧 물화다

- 물화 정서로 드러낼 것을 사물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 드러낸다 형상화란 말로서 사물을 빌어 정서를 구체적 이미지로 나타낸다는 뜻

- 시의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정서적 이미지로 대체)

4 시와 소재

내 마음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혀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노른노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 영 랑 lt동백잎gt 전문 -

섬세한 이미지와 부드럽고 은밀하며 미묘하고 그윽한 음률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창조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우리의 토속적 정서가 낮은 목소리로 드러남

엉뚱한 소재들의 동원 - 강물 아침날 빛 은결 가슴 눈 핏줄

동백잎을 내세워 자기 심상을 표출

새로운 자기만의 강물 끝없는 강물을 안고 살리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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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회차 체험과 주제

1 체험이란

1) 사람이 직접 경험한 심적 과정이다

- 인격이 몸소 경험한다

2) 시문학에서의 체험

- 그것은 작품 창작이다

- 작품 창작의 동기를 마련해 주는 외적 조건

- 시가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하는 형상화 작업이라 볼 때 체험이란 그대로 수반되는 요소가 된다

- 형상화란 이미지로서 상상하여 마음속에 떠오르는 대상의 모습을 일컫는다(원인이 곧 체험)

3) 시를 창작하는 것은 체험이다

- 릴케 lt말테의 수기gt에서 여성의 수태 분만에 비유

- 스티븐슨 시를 읽는 것은 체험이어야 한다

그리고 시를 쓰는 것도 체험이어야 한다

4) 체험적인 시란

- 객관적 대상 존재나 사물을 지적 감각화로 굴절시켜 의식에 인화했다가 이것을 언제든지 재생

조립 복합화 하는 것이다

2 감각적 체험과 시

1) 체험의 3가지 경로

① 생체험 - 주로 감각기능에 의해서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② 간접체험 - 지적체험 독서 등

③ 선체험 - 선험적 체험 병아리의 숨기 뱀의 공포(원시인의 공포 - 원형적 잔유물)

2) 현대시는 객관적 경험인 감각적 체험에서 출발시킴

- 체험은 감각을 통해 외적이고도 객관적 대상물과 만나는 일

- 필연적 관계성립이다

[예] 꽃 rarr 의식에 인화(여인이 아이를 가짐) rarr 기다림(착상 분만을 기다림 배태) rarr 시 창출(분만)

- 직접적인 매체가 되는 것이 바로 객관적 대상물이다

- 체험을 통한 천착이 아니라 체험을 통한 배태와 분만의 여성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3) 체험시론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닌 객관적 사물의 지적 감각적 해석이라는 점에서 과학적 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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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즉자적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대자적으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과학적 시각이다

체험의 산물인 이미지를 중시하고 이미지를 통한 변용이나 의미의 전의인 치환의 방법론으로

동원한다

3 예시

예감(豫感)

- 최 은 하 -

간밤 꿈에도 비가 내렸었지

행인들의 각양 우산에 듣는 빗방울

너의 오랜 목소리가

다 해진 내 소매끝에 젖어오는구나

흥건히 가슴 밑바닥에까지

다시금 너를 영접하는

나는 조심스레 겨울의 기인 해안으로부터

돌아와 밤을 차지해 앉았다

왜 말이 없지

세월따라 각기 손금대로

살아온 지 얼마 만인데

마주 앉은 채 머리카락 풀어 날리며

굳이 입을 다물고

청각만 모으는 것일까

새찬 비의 탄주 속에서

네 감기를 팔 벌려 꼬옥 안아 힘 주라는 건가

널 처음 알게 된 적은

건너다 보던 연극이

막을 내리는 장면이었지

이 시는 예감의 이미지 조합이다

이미지를 얻은 것은 이전의 내 체험이라는 그릇(바탕)에서 전의 되어온 것이다

객관적 대상을 포착하거나 투시함으로써 감각적 체험을 성립시키고 감각적 체험에 의해 인화된

대상물은 심상이라는 사물의 그림으로 남아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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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체험과 이미지

1) 체험과 이미지는 언제나 상관성을 지닌다

- 이미지의 조형성 입체적 조소성 공감각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 감동 공명 정서반응 제2의 체험(경험)은 같은 뜻의 말로써 작품을 두고 시인과 독자와의

상관관계를 이르는 것이다

- 동조적 관심을 공감으로 말한다 - 현대시가 감각적 체험을 중시한다는 점

2) 대상물 설정 rarr 감각(자극으로 반응) rarr 체험 rarr 이미지 성립(인화 작업) rarr 형상화(한편의 시)

3) 이미지는 사물로 그린 그림이다

- 필연적으로 사물과 만나는 감각적 작업이 선행되어야

- 감각적 체험에 의존된다고 볼 때 이미지는 곧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란 이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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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회차 상상력과 성장과정

1 상상이 하는 일

1) 상상력

- 과거 현재 미래의 일들을 그려(헤아려) 보는 힘

- 정신적 내면의 힘(능력) 창조적 내면의 힘

- 사물을 이전까지와는 달리 새롭게 바라보는 힘

2) 지각의 자동화 현상

- 인습의 거울에 비친대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

- 자동화된 지각의 인습적 시각으로만 바라본다면 우리 삶은 과거를 되풀이할 뿐

진보나 발전의 새로움을 성취할 수 없게 된다

- 자동화된 지각의 안경을 벗고 상상력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면

새로운 사물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 지각의 자동화를 거부하는 상상이란 여태껏 보이지 못한 것을 본다는 말과 같은 뜻이 된다

3) 상상은 공상이나 환상과 다르다

- 상상 객관적 대상을 체험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

- 공상 체험의 구체성이 배제된 황당무계한 환상

4) 현대시는

대상사물과의 체험적 관계를 중시

체험을 통해 이미지를 형상화 시키는 존재화 물화 존재자체이기를 희망한다

상상력을 기본원리 근원적 능력으로써 시의 생명 내면의 힘이 될 수 있게 한다

2 상상의 종류

1) 재생적 상상 - 기억상상

기억은 체험을 통해서 형성되고 체험을 이끌어내어 재현시키는 것

상상력이란 체험의 재현이나 재생이다

재현이나 재생은 상상력에 의존되어 있다고 해도 시적이랄까 창조적 기능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2) 연상 상상 - 연계 상상 관념 연상 연합적 상상

한 사물이나 존재의 유사성을 빌어 기왕에 알고 있는 것이나 그 체험한 사실에 겹치게 하는

것을 연상이라 하고 이를 결합하는 정신적 힘을 연상 상상이라 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18 70

연상상상은 감성적 체험을 토대로 한 오성적(悟性的) 능력이라 할 수 있다

3) 창조적 상상

체험으로 해석한 이미지를 결구시키는 이미지의 결합원리이자 이미지를 연계시키고 결합시키는

기능이고 이미지를 해체시키는 결합과 해체를 자유롭게 하는 상상이다

이 원리는 이미지 비유 아이러니 역설 같은 결구력의 원리이자 동시에 착상의 발상차원이

되어 준다는 점에서 창조적 상상력은 현대시를 성립시키는 절대원리가 된다고 보겠다

3 예시

낙 화

- 이 형 기 -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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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19 70

이 시에서 우리는 낙화에 대해서 실제로 지는 꽃의 영상과 화자의 청춘이 그대로 함께 오버랩

되는 상상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 직접 고통의 인내와 눈의 이미지가 이 시를 형상화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걸 보면 현실에서의 상상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구도임을 알 수 있다

4 상상력의 성장과정

1) 상상력은 동일한 대상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작용의 결과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다

- 각자의 개성과 상상력이 밀착되는 현상이다

- 언제나 대상을 종합적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2) 시를 쓰는 사람은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 언제나 준비된 마음 긴장된 정신력 그리고 가다듬는 자기 삶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모두는 당신으로 향하여

- 최 은 하 -

어둠이어도

헤어나지 못할 어둠의 골짜기어도

고요한 시간을 허락하소서

자유롭게 하소서

내력 없이 드높아진 목숨

요란한 바람과 바람결을

타지 않게 하시고

올려쌓기만 하던 탑 아래

분산 당한 언어와 모습

그리고 가슴은 부끄러움만

거래하는데

당신을 거리하여

견딜 수 없는 내 안에서

감각은 어디로 휘몰리기만 하는가

배우러 온 것만이라거나

버릇하러 태어난 게 아니라

외면 못할 당신을 지키는

시방 내 목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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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70

넘치고 꺾이고 속임 당하지만

피해 가지만

모두는 당신을 향하여

돌아 가는 것

돌아가는 길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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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70

7 회차 현대시와 이미지

1 이미지(심상心象)와 갈래

1) 이미지란

상상력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사물로부터 받은 어떤 인상이 마음에 새겨져 떠오르는 것

이미지 사물로 그린 그림 말로 만들어진 그림 언어의 회화

TS 엘리엇이 말한 객관적 상관물도 이미지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설명이나 해설이 아닌 표현 보여줌이 이미지다

추상어(관념) rarr 구상어(이미지)

2) 이미지의 종류

① 시각적 이미지

관념이나 정서를 사물로 바꾸어서 보여 주는 것

예 꽃 rarr 1차적 정서반응 rarr 느낌 소멸 rarr 꽃의 모습(이미지로)

- 시각적 체험

② 감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를 복합적 감각으로 드러낸 것

미각 후각 근육 감각(촉) 역학적 색체적인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동시에 하나로

효과를 드러내는 것

3) 시란 결국 이미지요 메터퍼라 할 수 있다

2 관념배제와 무의미시

관념배제한 사물시

현대시는 관념배제한 사물시(이미지즘 시)다

사물시란 사물 이미지로 구성한 시이며 단지 이미지를 보여 주거나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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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70

3 절대 심상

관념 이전의 사물세계 사물세계 자체로 환원시켰을 때 비로소 순수의 경지에 이르고

이 순수의 이미지를 동원한 것이 절대심상이다

이전의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인 관념의 제로화(지대)를 내세움

관념의 해방 rarr 사물자체로 환원(이미지) rarr 절대심상

4 예시(例詩)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군함이 한 척

닻을 내리고 있었다

여름에 본 물새는 죽어 있었다

죽은 다음에도 물새는 울고 있었다

한결 어른이 된 소리로 울고 있었다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없는 해안선을

한 사나이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한 쪽 손에

죽은 바다를 들고 있었다

- 김 춘 수 lt처용단장 제 1 부gt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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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70

8 회차 의인법과 시의 바탕

1 의인법이란

1) 정의

인간이외의 사물이나 추상개념에 인격적 요소를 부여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은유의 한 가지로 환유라고도 한다

사물에 투시된 인간의 마음이 사물로 하여금 인간적 속성을 갖도록 하는 은유법이다

2) 의인법의 종류

① 의인법 생명이 없는 것을 생명이 있는 것으로 인격화

② 반의인법(결정법) 생명이 있는 걸 생명이 없는 것으로 표현

2 예시

병(病)에게

- 조 지 훈 -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엔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외경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즉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 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미를 짚어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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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 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lt중략gt

자네와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넨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두고 나를 설복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 앞에 경도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가게 이 친구

생각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3 의인법에서의 궁극적 표현

자연이 모든 시의 소재(모방)라 하겠지만 선택된 소재는 오직 인간적 그리고 인격적이다

여기 인본적(人本的) 가치와 기준이 있다

차라리 의물법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인성(人性)을 갖춘 물화(物化)이다

모든 시의 궁극적 표현은 인간이요 그 위에 신(神)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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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차 아이러니와 역설

1 아이러니란

본의와는 다르게 시침을 떼고 겉으로 드러난 내용과는 반대가 되는 뜻의 말을 하는

표현 방법이다

- 본의와 반대의 말을 하건 또 부정적이고도 소극적 표현으로 도리어 긍정적 적극적 뜻을

나타내는 수사법이다

아이러니와 역설(파라독스)은 다 같이 모순되는 의미 대립되는 두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가 진술자체는 모순이 없는데 반해 역설은 진술자체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곧이 곧대로의 액면가보다 아이러니와 역설은 비틀고 도치 시키면서 훨씬 크고 깊은 효용성을

얻는다

예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rarr 아이러니

-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 rarr 역설

2 아이러니의 일반적 특성(요소)

① 속임수다

② 대조(對照)가 있다

③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

④ 거리감 자유로움 자유가 있다

⑤ 일종의 멋 부림이 있다

⑥ 비꼼이나 비판의 풍자적 요소

⑦ 비개성적(객관적 논리성)이다

⑧ 자기비하의 양식을 선택한다

⑨ 순진의 아이러니

⑩ 자기폭로의 양식을 취함

3 아이러니의 유형과 종류

1) 유형(類型)

① 언어적 아이러니

- 화자의 언어진술 자체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실제는 그 반대 입장(풍자적 아이러니 역설 익살 언어유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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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상황적 아이러니

- 어떤 사태나 사건이 상황이 아이러니칼하게 보이는 데서 발생 극적 상황 전환 등을 말함

(극적 아이러니 실존적 아이러니 낭만적 아이러니)

2) 종류

① 역설

- 일반적 상식이나 믿음을 뒤집어 엎는 이론

- 예 좋아 죽겠다 즐거운 비명 아름다운 슬픔 등

② 패러디 골계 익살 우스꽝스런 짓이나 말로써 남을 웃기기 위한 의도를 바탕으로 함

주관적 익살 인물 사건 등 대상화 자체에서 일어나는 걸로 육체적 정신적 결함에서 오는 익살 성격

상황 운명골계 등

객관적 익살 주관적 정신적 자율성을 갖고 특수 연관관계로 성립시킴 기지 풍자 해학 등

펀(Pun) 말 재롱 언어유희

4 예시

먼 후일

- 김 소 월 -

먼 훗날 당신이 날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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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70

10 회차 시와 비유법

1 왜 비유법인가

비유란 A라는 대상(사물)을 B라는 사물(대상)과 비교해서 이해하는 표현이다

1) 비유의 당위성

- 언어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나타내고 표현하고 지시하고자 하는 사물은 무한하므로 그 대상 사물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 여기에 비유가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

- 비유는 언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특히 시창작에서는 비유가 필수적인 것이어서 시 자체라고까지 확대해석 할 수 있는 시어의 본질적

기능이자 원리라고 볼 수가 있다

2) 비유의 갈래

① 광의의 비유

- 문체 수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문장에 변화와 정체를 더하기 위한 수사 형식

② 협의의 비유- 구상적 회화적 비유 표현으로 은유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형식

3) 원관념(본의)과 보조관념(유의)

-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체의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 또 하나의 사물이나

의미(관념)를 끌여들여야 비교가 성립되는데 이때 본래의 것을 원관념 또 하나의 동원된 것을

보조관념이라 한다

4) 비유를 성립시키기 위한 원리

① 비유엔 꼭 두 가지 사물과 두 가지 의미의 비유가 있어야만 한다

② 본의와 유의가 서로 이질적이어야 한다(폭력적 결합-엘리엇) (통합적 마술적 상상력에의 비유)

③ 서로 이질적인 두 사물은 어딘가에 어떤 유사성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2 직유와 은유

1) 직유(명유)

- 두 가지 사물 또는 의미를 같이 처럼 듯이 만큼 같은 등의 연결어로 결합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 하나의 사물 즉 하나의 관념을 다른 사물 다른 관념과 직접 비교하는 비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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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관념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서 두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를

끼워넣어 직접 비교하는 형식이다

직유의 3단계

① 1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한 단어로 연결합된 직유(꽃 같은 여자 앵두같은 입술 등)

② 2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연결어에 의해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되는 직유

(꽃 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③ 3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하나의 구체적 영상이거나 한 면으로 이루어진 직유

(푸른 밤 고이 맺은 이슬같은 보람을 보일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2) 은유(암유)

(1) 은유란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조사를 끼어넣지 않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시하는 비유 (둘 이상의

말 가운데서 하나가 갖는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 다른 의미나 의미가 함축하는 뜻으로

옮겨 놓는 것)

언어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은유가 적당히 쓰이면 문체가 크게 아름다워진다

은유는 등가물을 원활하게 조명해낸다

현대시를 대표하는 표현양식이다(상징과 더불어)

구상적 언어가 추상적 사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창조자(연금술사)이다-새로운(낯설은) 은유를 만들자

(2) 은유의 요소(본질)의 원리

① 언어의 상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유의 궁극성은 바로 상충을 통한 상반의 균층을 획득하는 것)

② 언어의 긴장성을 들 수 있다

(언어의 리듬이 아닌 언어의 긴장에 의한 새로운 리듬창)

③ 언어의 긴장은 문맥을 넓히는 것

(대치론이나 비교론이 아닌 상호작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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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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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70

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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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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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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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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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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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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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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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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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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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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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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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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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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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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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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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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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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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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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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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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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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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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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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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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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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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6 70

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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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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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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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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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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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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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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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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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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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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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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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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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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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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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70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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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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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70

목 차

강의 회차 강의 제목

1 회 시에 대한 마음가짐

2 회 시란 무엇인가

3 회 시의 종자(씨앗)

4 회 정서와 소재

5 회 체험과 주체

6 회 상상력과 성장과정

7 회 현대시와 이미지

8 회 시의 바탕과 의인법

9 회 아이러니와 역설

10 회 시와 비유법

11 회 형용사 형용사절이 시적표현에 미치는 영향

12 회 이미지(Image)와 그 시적 표현효과에 대하여(II)

13 회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4 회 현대시와 형이상시

15 회 현대시와 여러가지 기법

16 회 주제의 명확성

17 회 시의 구성과 단계

18 회 시 창작의 실제

19 회 시창작의 실제

20 회 심상의 실상 1 (황금찬 강계순 홍윤숙 황송문)

21 회 심상의 실상 2 (김광섭 신석정 최은하 이형기)

22 회 심상의 형상 1 (유치환 김영랑 정지용 최은하)

23 회 심상의 형상 2 (김소월 박목월 유승우 문덕수)

24 회 심상의 형상 3 (한용운 김현승 김춘수 최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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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차 시에 대한 마음가짐

1 현대시창작반을 개설하며

1) 우리는 서로 상통하는 관계다

- 얼굴은 모르지만 서로 아는 사이다

2) 상통의 계기와 원인 - 시(詩)

3) 첫 만남에서의 3 가지의 잣대(유형)gt

① 꼭 만나야 할 만남인가

② 만나도 좋(되)고 안 만나도 좋(되)은 그런 만남인가

③ 만나서는 안 되는 결코 만나서는 안 되는 만남인가

지금 이 시간 우리의 만남은 ①의 만남이어야 하고 거기에서 우리가 성취하고자 하는 것을 꼭

달성하기를 기원한다

2 윤동주의 lt서 시gt

죽는 날 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이 시에 대한 3가지의 마음가짐

① 이 세상 살다 가는 날까지 부끄러움(욕됨 떳떳치 못함 해맑지 못함)이 없기를 괴로워 한다는 마음가짐-

종교적 도덕적으로 욕됨이 없이 살기를 괴로워 한다는 그 인간적 고백

② 이 세상에서 죽어가는(살아가는이라고 사고하는 게 아니고) 만물을 사랑해야겠다는 결의요 표명

③ 자기에게 정해진 몫(사명 달란트)을 두고 오직 매진하겠다는 각오

- 철저히 자기 인생에 대한 다시 말하여 시에 대한 자기 성찰이요 고백 그리고 자세 자기 사명에

대한 확인이요 결행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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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 창조하려는 사람은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한다

한시라도 해찰하거나 머무를 수 없고 되외시하거나 물러설 수가 없다

어디에 만족이 있으며 적당한 상태가 있겠는가

항상 도전하고 자리 세계의 확인 그리고 시간 맞추어 도약하고 제 2 3의 단계를 또 다시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성서에서도 항상 깨어나 있으라고 가르치고 있잖은가

진리 안에서 살려는 이는 해이해 있을 수 없고 궁리하며 차원의 세계를 발돋음할 수 밖에 없는

숙명이라 하여도 좋다

깨어있으란 말의 참뜻은 나태함에 빠지지 말고 긴장감의 한가운데서 초점을 잃지 말라는 말이다

그리고 어느 때나 준비된 마음 예비의 정신이어야 함을 이르는 것이다

2) 시를 생각하는 마음은 항상 고대하는 마음 기다림의 정신으로 비어있어야 한다

- 가난한 마음

가난한 마음은 먹이를 찾는 새처럼 부지런하고 열중한다

놓치거나 빠뜨리는 법이 없고 팽팽한 낚시줄처럼 온 신경이 한 곳에 집중해 있으며

바로 무엇이든지 확보 할려는 자세다

여유나 여가가 있을 수 없고 휴식은 다음 착수나 결행의 준비일 뿐이다

긴장상태가 피곤하거나 지루할지라도 그걸 이겨내는 자기성찰이랄까 자기최면 같은 비법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4 예사로움은 없다

1) 사람이 사는 이 땅 위에는 필연(必然)만이 있을 뿐이다

- 인간(人間)이란 말뜻도 사람끼리의 상관관계라는 것으로 본다

- 사회생활의 어울러 사는 지기 독존은 있을 수 없고 서로가 동아리 이루는 관계라는 걸 따지고

보면 유기적 고리의 연결이요 그 연결체다

2)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설(緣起說)이나 인과(因果)를 헤아려 보아라

- 이승에서 죽음까지 우연적인 것은 없다

- 모든 일이 당연한 귀결이요 처음과 끝이 착오 없는 진행이며 그 실상이다

3) 우리의 일상도 그렇지만 지내 온 날을 돌이켜 보면 그렇게 되어질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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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70

4) 예사로움이 아닌 필연을 강조하는 이유

- 단언하여 나 자신과 주위 온갖 사물에 대하여 의미를 부여하자는 뜻이다

- 의미론(意味論)이 존재하는 것은 모두가 존재론적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미론은 아름다움(즐거움)의 가치를 지닌 결과라고 보는 것이다

rarr 화합 화답 중용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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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회차 시(詩)란 무엇인가

1 어원(語源)적으로

1) 동양

① 시언지(詩言志) - 서경(書經)

사람의 어떤 뜻 어떤 마음의 상태 및 현상을 나타냄을 말(글)하는 것

정(情)을 나타냄

인간의 정서를 문자로 기술해내는 것

② 사무사(思無邪) - 공자

생강에 사특함이 없다는 것으로 올바름의 본분

사람의 마음에 그릇됨이 없다는 정의

시를 생각함에 오직 깨끗하고 바른 상념의 세계(우주)만이 존재한다

③ 시(詩)라는 글자 풀이

절(사원)에서의 말 - 기도문과 같은 것이 곧 시다

가장 진솔하고 핵심적이며 절실한 말 - 신(神)과의 대화(말)

2) 서양

① 포에트리(Poetry)

행동하다 만든다 창조하다(새롭게 이룩하다)

창작의 근원 - 無에서 有창조

② 아트(Art)

기(技)나 술(術) - 꾸미고 다듬고 만든다

장인(匠人)을 말함 - 손으로 물건을 만드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

무엇인가를 만드는 기술적 측면으로 예술(시)을 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2 정의(定義)적으로

① 시는 리듬 있는 말에 의한 모방이다 ndash 아리스토텔레스

② 시는 가르치고 즐거움을 주려는 의도를 가진 말하는 그림이다 - P Sidney

③ 시는 상상과 정열의 언어다 - 해즈리트

④ 시는 감정의 자연적 발로(유로)다 - 워즈워즈

⑤ 시는 상상과 감정을 통한 인생(자연)의 해석이다 - 허드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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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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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시는 아름다움의 운율적 창조다 - E A Poe

⑦ 시는 정서의 표출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요

개성의 표현이 아니라 개성으로부터의 도피다 - T S 엘리엇

⑧ 시는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3 일반적 견해로

① 민요무용(Ballad Dance) 가운데서의 노래 가사말

② 노동요나 민요로부터의 노랫말

③ 제천의식(祭天儀式)이나 무가(巫歌)중의 가사말

- 추수감사절이나 종교적 예배 드릴 때의 말이나 노래

- 고구려lt동맹gt 예lt무천gt 부여lt영고gt 의식행사시 그 바탕이 소원성취나 확신에서 온 것

4 현대시에서의 뜻

1) 시를 정서적 반응이나 노출 그리고 정서의 환기가 아니라 정서를 물화(物化)하는 의도적 제작으로

말한다

- 일종의 기술적인 만듦

2) 19세기 낭만주의

- 시 천성(天性)의 미학

- 시인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의 소유자

3) 시인에 대한 잘못된 견해

- 유별난 감정을 갖고 여느 사람들보다 특별한 정서반응을 환기할 수 있다

4) 시인에 대한 올바른 해석

- 시를 짓는 수준을 상당히 연마하고 제작하는 사람

- 천성적이 아니고 수련을 쌓으며 개발 rarr 성숙 rarr 발전

- 오로지 시작 기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꾸준히 집착하면 신념에 따라 획득되어질 수 있다

현대시에서는 천부적 자질이나 재능 따위는 무의미하다

부단한 연마 끈질긴 노력의 조건만이 현대시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모더니즘적 사조에서는 관념적 사고나 주제보다는 일반적 생활의 소재로부터 서사적 제재를 들어

새로운 관심을 형상화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8 70

3 회차 시의 종자(씨앗)

1 시상(詩想)이라는 종자

시상을 얻는다 - 시를 쓰는 계기 착상

1) 영감의 실오라기 rarr 메모 혹은 기록하는 습관

일상 가운데서 언뜻 떠오르는 상념 혹은 심상

종교적 신앙체험이나 어떤 꿈 순간적 감정이 스쳐가는 것

2) 하찮은 충격적 심상

원시시대의 시인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노동할 수 없거나 신체적 결함(허약)자 그리고

전쟁이나 사냥 중에 부상 당한 사람 불의의 장애자였을 거다

- 남 다른 예민성과 감각이 발달하고 환상(청)이 크고 절실하다

- 시적 집착성 민감성 등이 강하다

- 호머 같은 시인은 장님이었다

3) 계절이나 자연에서 느끼는 신비 경외감

인간의 나약성

계절감각 밤과 낮 춘하추동 산천 태양 바다 꽃 등의 자연

천재지변

4) 일상의 희노애락(5욕 7정)

5욕 - 재물욕 명예욕 식욕 수면욕 색욕

7정 - 희 노 애 락 애 오 욕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9 70

2 시상 떠올리기 잡기

1) 일생생활 가운데서 사물에 대한 관심 갖기

- 마음을 순수하게 어린 아이처럼 지니고 정신을 가다듬어야

- 유감적 유정적 관찰력으로 사물간의 상관관계를 알아차리도록

- 감수성과 상상력이 누구보다 예민하고 풍부해야

2) 떠오른 시상은 머리 속에서 굴려 닦을 것

- 시상의 모양 색깔 강도 취향 성향 등을 주도면밀하게 선별하고 탐색해야

- 오직 자기 나름대로의 섭생에 알맞은 시상인가를 알아보고 선택함이 최상이다

- 선별과 선택은 자신의 체험이라는 용기의 과정을 수용하고 겪어낸 다음의 문제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 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서정주 lt국화 옆에서gt -

서정주 시인은 이 시에서 맨 먼저 떠오른 시상이 제 3 연이었다고 한다

- 40 대 여인이 국화꽃으로 변용되기까지 2~3 년의 세월이 지나갔고 그 여인이란 종자(씨앗)는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여자로 이미지가 발전하기까지 시인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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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상 정리하기

1) 떠오른 시상 중에 버릴 것은 버리라

2) 보다 더 키울만한 시상은 키워라

- 일차적으로 되겠다 싶은 시상은 여러 측면에서 덧붙이고 초점 맞추어 배양해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 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서정주 lt국화 옆에서gt -

서정주의 lt국화 옆에서gt

- 면밀한 발전단계를 구성

3연의 가을이란 계절과 봄철의

소쩍새(1연) 그리고 한 여름의

천둥(2연)의 구성이 바로 그것

봄날의 소쩍새와 여름날의 천둥이

내리쳐 울음 운 것은 불교적 윤회나

연기설로 보아서 서로 상관관계를

인과적으로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4연에서의 무서리와 불면까지도

모두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한 총동원이요 조화다

3) 이 과정에서 우리는 시상의 착상이 한동안 내재해 있다가 새로운 생활체험과 교합이 맞아 들면

그 순간 불이 붙어 타오르기 시작한다는 걸 놓치지 말아야 한다

- 앞 뒤 연결성을 궁리하고 취사선택을 분명히 해야

- 인내심으로 기다리고 제 능력을 모두 경주해야

4 시상 가다듬기

1) 모습을 갖추어가는 시상이 정리가 되면

- 시인의 체험이란 용광로에 끌어들여 달구고 변용시키는 성숙의 단계를 최대로 활용하여 한 편의

시로 마무리를 해가야 할 것이다

2) 소재의 가닥이 잡힌 다음이면

- 앞뒤 안팎 그리고 시대적 차이 단순과 복잡 등이 상호관계를 유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 현대적 감각에 들어맞는 하나의 우주(세계)가 완성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11 70

3) 격양 흥분된 감정은 걸러지고 객관적 태도가 자리 잡은 후에

- 시의 씨앗은 이제 사명을 완수하고 제 하늘과 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4)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

- 그 한 송이 국화꽃은 비로소 피어나고 새로운 세계는 열린 것이다

- 그 환희 그 아름다움의 극치 그리고 창조적 의미는 향기롭게 휘날리는 것이다

그 안에 또 하나의 씨앗(종자)을 마련해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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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회차 정서와 소재

1 정서란 무엇인가

1) 정서

①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생각할 때에 일어나는 감정이나 그런 감정을 유발하는 주위의 분위기나 기분

② 희로애락과 같이 본능적 충동적으로 외부에 표출되기 쉬운 감정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2) 감정

① 느끼어 일어나는 심정 마음 기분

② 외계의 자극에 응하여 변하는 쾌불쾌 희비 노여움 공포 따위의 주관적 의식현상

3) 감각

사물의 미추(美醜) 선악 호오(好惡) 변화 등을 알아내는 정신능력

정서란 감정과 비슷하고 감정은 감각적 자극에서부터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4) 심리적으로 해석해 본 정서

- 자극이 되는 대상에서 일어나는 강한 감정으로서 신체적 변화가 현저한 것

- 그리고 그것이 일정한 상태로 지속되다가 끝나거나 다른 정신상태로 옮겨가는 의식과정

5) 문학적 해석으로서의 정서

- 문학의 주요 요소인 지적요소 정적요소 상상적 요소 기교적 요소

- 이 정서를 강조한 것이 낭만주의를 이루었고 이것이 극단에 이르면 감상주의

- 그리고 억제하여 조절하면 고전주의와 주지주의가 된다

6) 시에 있어서의 정서의 역할과 위치

- 시의 발생근거는 감정(정서)에 있다

- 시는 곧 정서의 표출이다

- 표현수단으로 언어를 동반해야만 한다

2 실감유리(實感遊離)

1) 실감보수(補修) 실감회상이라고도 한다

- 작정이란 말과 대응되는 것으로 실제적 정서와 거리(간격)을 갖는다

- 실제 체험한 정서를 그대로 시로 형상화하기 보다 객관화

- 실제 정서(체험) rarr 수정 보완 rarr 새로운 정서로 환기

2) 시는 곧 감정 그 자체가 아니다

- 정서를 어떻게 나타내어야만 시가 되는 것일까 rarr 실감유리

- 공포 위협 긴장 두려움 같은 감정이 걸러지고 수정 보수되어 나와야 한다 rarr 실감회상

3) 시는 힘찬 감정의 위세 좋은 충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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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원천은 조용히 회상된 감동이다 - 오스카 와일드 -

시는 정서의 일방적 몰입이나 정서를 통한 동일시가 아니라 사물로부터 환기되는 정서를 유리시키고

객관화시켜 사물화함으로써 구체적 표현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3 정서로부터의 도피

1)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 도피다 - TS 엘리엇 -

2) 정서의 주관성 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 - 특수한 정서

3)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는 뜻

-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객관화

4) 정서의 객관화는

-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대자적 파악을 성립시키고

- 정서는 하나의 사물로 바뀌어 나타날 수가 있게 된다

- 정서로부터의 도피가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가 되는 것에 이른다

5) 물화(物化)는 이미지화를 말한다

- 존재는 곧 물화다

- 물화 정서로 드러낼 것을 사물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 드러낸다 형상화란 말로서 사물을 빌어 정서를 구체적 이미지로 나타낸다는 뜻

- 시의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정서적 이미지로 대체)

4 시와 소재

내 마음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혀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노른노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 영 랑 lt동백잎gt 전문 -

섬세한 이미지와 부드럽고 은밀하며 미묘하고 그윽한 음률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창조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우리의 토속적 정서가 낮은 목소리로 드러남

엉뚱한 소재들의 동원 - 강물 아침날 빛 은결 가슴 눈 핏줄

동백잎을 내세워 자기 심상을 표출

새로운 자기만의 강물 끝없는 강물을 안고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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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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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회차 체험과 주제

1 체험이란

1) 사람이 직접 경험한 심적 과정이다

- 인격이 몸소 경험한다

2) 시문학에서의 체험

- 그것은 작품 창작이다

- 작품 창작의 동기를 마련해 주는 외적 조건

- 시가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하는 형상화 작업이라 볼 때 체험이란 그대로 수반되는 요소가 된다

- 형상화란 이미지로서 상상하여 마음속에 떠오르는 대상의 모습을 일컫는다(원인이 곧 체험)

3) 시를 창작하는 것은 체험이다

- 릴케 lt말테의 수기gt에서 여성의 수태 분만에 비유

- 스티븐슨 시를 읽는 것은 체험이어야 한다

그리고 시를 쓰는 것도 체험이어야 한다

4) 체험적인 시란

- 객관적 대상 존재나 사물을 지적 감각화로 굴절시켜 의식에 인화했다가 이것을 언제든지 재생

조립 복합화 하는 것이다

2 감각적 체험과 시

1) 체험의 3가지 경로

① 생체험 - 주로 감각기능에 의해서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② 간접체험 - 지적체험 독서 등

③ 선체험 - 선험적 체험 병아리의 숨기 뱀의 공포(원시인의 공포 - 원형적 잔유물)

2) 현대시는 객관적 경험인 감각적 체험에서 출발시킴

- 체험은 감각을 통해 외적이고도 객관적 대상물과 만나는 일

- 필연적 관계성립이다

[예] 꽃 rarr 의식에 인화(여인이 아이를 가짐) rarr 기다림(착상 분만을 기다림 배태) rarr 시 창출(분만)

- 직접적인 매체가 되는 것이 바로 객관적 대상물이다

- 체험을 통한 천착이 아니라 체험을 통한 배태와 분만의 여성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3) 체험시론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닌 객관적 사물의 지적 감각적 해석이라는 점에서 과학적 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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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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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즉자적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대자적으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과학적 시각이다

체험의 산물인 이미지를 중시하고 이미지를 통한 변용이나 의미의 전의인 치환의 방법론으로

동원한다

3 예시

예감(豫感)

- 최 은 하 -

간밤 꿈에도 비가 내렸었지

행인들의 각양 우산에 듣는 빗방울

너의 오랜 목소리가

다 해진 내 소매끝에 젖어오는구나

흥건히 가슴 밑바닥에까지

다시금 너를 영접하는

나는 조심스레 겨울의 기인 해안으로부터

돌아와 밤을 차지해 앉았다

왜 말이 없지

세월따라 각기 손금대로

살아온 지 얼마 만인데

마주 앉은 채 머리카락 풀어 날리며

굳이 입을 다물고

청각만 모으는 것일까

새찬 비의 탄주 속에서

네 감기를 팔 벌려 꼬옥 안아 힘 주라는 건가

널 처음 알게 된 적은

건너다 보던 연극이

막을 내리는 장면이었지

이 시는 예감의 이미지 조합이다

이미지를 얻은 것은 이전의 내 체험이라는 그릇(바탕)에서 전의 되어온 것이다

객관적 대상을 포착하거나 투시함으로써 감각적 체험을 성립시키고 감각적 체험에 의해 인화된

대상물은 심상이라는 사물의 그림으로 남아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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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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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체험과 이미지

1) 체험과 이미지는 언제나 상관성을 지닌다

- 이미지의 조형성 입체적 조소성 공감각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 감동 공명 정서반응 제2의 체험(경험)은 같은 뜻의 말로써 작품을 두고 시인과 독자와의

상관관계를 이르는 것이다

- 동조적 관심을 공감으로 말한다 - 현대시가 감각적 체험을 중시한다는 점

2) 대상물 설정 rarr 감각(자극으로 반응) rarr 체험 rarr 이미지 성립(인화 작업) rarr 형상화(한편의 시)

3) 이미지는 사물로 그린 그림이다

- 필연적으로 사물과 만나는 감각적 작업이 선행되어야

- 감각적 체험에 의존된다고 볼 때 이미지는 곧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란 이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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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17 70

6 회차 상상력과 성장과정

1 상상이 하는 일

1) 상상력

- 과거 현재 미래의 일들을 그려(헤아려) 보는 힘

- 정신적 내면의 힘(능력) 창조적 내면의 힘

- 사물을 이전까지와는 달리 새롭게 바라보는 힘

2) 지각의 자동화 현상

- 인습의 거울에 비친대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

- 자동화된 지각의 인습적 시각으로만 바라본다면 우리 삶은 과거를 되풀이할 뿐

진보나 발전의 새로움을 성취할 수 없게 된다

- 자동화된 지각의 안경을 벗고 상상력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면

새로운 사물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 지각의 자동화를 거부하는 상상이란 여태껏 보이지 못한 것을 본다는 말과 같은 뜻이 된다

3) 상상은 공상이나 환상과 다르다

- 상상 객관적 대상을 체험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

- 공상 체험의 구체성이 배제된 황당무계한 환상

4) 현대시는

대상사물과의 체험적 관계를 중시

체험을 통해 이미지를 형상화 시키는 존재화 물화 존재자체이기를 희망한다

상상력을 기본원리 근원적 능력으로써 시의 생명 내면의 힘이 될 수 있게 한다

2 상상의 종류

1) 재생적 상상 - 기억상상

기억은 체험을 통해서 형성되고 체험을 이끌어내어 재현시키는 것

상상력이란 체험의 재현이나 재생이다

재현이나 재생은 상상력에 의존되어 있다고 해도 시적이랄까 창조적 기능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2) 연상 상상 - 연계 상상 관념 연상 연합적 상상

한 사물이나 존재의 유사성을 빌어 기왕에 알고 있는 것이나 그 체험한 사실에 겹치게 하는

것을 연상이라 하고 이를 결합하는 정신적 힘을 연상 상상이라 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18 70

연상상상은 감성적 체험을 토대로 한 오성적(悟性的) 능력이라 할 수 있다

3) 창조적 상상

체험으로 해석한 이미지를 결구시키는 이미지의 결합원리이자 이미지를 연계시키고 결합시키는

기능이고 이미지를 해체시키는 결합과 해체를 자유롭게 하는 상상이다

이 원리는 이미지 비유 아이러니 역설 같은 결구력의 원리이자 동시에 착상의 발상차원이

되어 준다는 점에서 창조적 상상력은 현대시를 성립시키는 절대원리가 된다고 보겠다

3 예시

낙 화

- 이 형 기 -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19 70

이 시에서 우리는 낙화에 대해서 실제로 지는 꽃의 영상과 화자의 청춘이 그대로 함께 오버랩

되는 상상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 직접 고통의 인내와 눈의 이미지가 이 시를 형상화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걸 보면 현실에서의 상상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구도임을 알 수 있다

4 상상력의 성장과정

1) 상상력은 동일한 대상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작용의 결과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다

- 각자의 개성과 상상력이 밀착되는 현상이다

- 언제나 대상을 종합적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2) 시를 쓰는 사람은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 언제나 준비된 마음 긴장된 정신력 그리고 가다듬는 자기 삶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모두는 당신으로 향하여

- 최 은 하 -

어둠이어도

헤어나지 못할 어둠의 골짜기어도

고요한 시간을 허락하소서

자유롭게 하소서

내력 없이 드높아진 목숨

요란한 바람과 바람결을

타지 않게 하시고

올려쌓기만 하던 탑 아래

분산 당한 언어와 모습

그리고 가슴은 부끄러움만

거래하는데

당신을 거리하여

견딜 수 없는 내 안에서

감각은 어디로 휘몰리기만 하는가

배우러 온 것만이라거나

버릇하러 태어난 게 아니라

외면 못할 당신을 지키는

시방 내 목숨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20 70

넘치고 꺾이고 속임 당하지만

피해 가지만

모두는 당신을 향하여

돌아 가는 것

돌아가는 길이옵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21 70

7 회차 현대시와 이미지

1 이미지(심상心象)와 갈래

1) 이미지란

상상력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사물로부터 받은 어떤 인상이 마음에 새겨져 떠오르는 것

이미지 사물로 그린 그림 말로 만들어진 그림 언어의 회화

TS 엘리엇이 말한 객관적 상관물도 이미지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설명이나 해설이 아닌 표현 보여줌이 이미지다

추상어(관념) rarr 구상어(이미지)

2) 이미지의 종류

① 시각적 이미지

관념이나 정서를 사물로 바꾸어서 보여 주는 것

예 꽃 rarr 1차적 정서반응 rarr 느낌 소멸 rarr 꽃의 모습(이미지로)

- 시각적 체험

② 감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를 복합적 감각으로 드러낸 것

미각 후각 근육 감각(촉) 역학적 색체적인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동시에 하나로

효과를 드러내는 것

3) 시란 결국 이미지요 메터퍼라 할 수 있다

2 관념배제와 무의미시

관념배제한 사물시

현대시는 관념배제한 사물시(이미지즘 시)다

사물시란 사물 이미지로 구성한 시이며 단지 이미지를 보여 주거나 제시해 준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22 70

3 절대 심상

관념 이전의 사물세계 사물세계 자체로 환원시켰을 때 비로소 순수의 경지에 이르고

이 순수의 이미지를 동원한 것이 절대심상이다

이전의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인 관념의 제로화(지대)를 내세움

관념의 해방 rarr 사물자체로 환원(이미지) rarr 절대심상

4 예시(例詩)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군함이 한 척

닻을 내리고 있었다

여름에 본 물새는 죽어 있었다

죽은 다음에도 물새는 울고 있었다

한결 어른이 된 소리로 울고 있었다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없는 해안선을

한 사나이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한 쪽 손에

죽은 바다를 들고 있었다

- 김 춘 수 lt처용단장 제 1 부gt에서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23 70

8 회차 의인법과 시의 바탕

1 의인법이란

1) 정의

인간이외의 사물이나 추상개념에 인격적 요소를 부여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은유의 한 가지로 환유라고도 한다

사물에 투시된 인간의 마음이 사물로 하여금 인간적 속성을 갖도록 하는 은유법이다

2) 의인법의 종류

① 의인법 생명이 없는 것을 생명이 있는 것으로 인격화

② 반의인법(결정법) 생명이 있는 걸 생명이 없는 것으로 표현

2 예시

병(病)에게

- 조 지 훈 -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엔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외경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즉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 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미를 짚어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24 70

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 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lt중략gt

자네와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넨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두고 나를 설복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 앞에 경도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가게 이 친구

생각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3 의인법에서의 궁극적 표현

자연이 모든 시의 소재(모방)라 하겠지만 선택된 소재는 오직 인간적 그리고 인격적이다

여기 인본적(人本的) 가치와 기준이 있다

차라리 의물법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인성(人性)을 갖춘 물화(物化)이다

모든 시의 궁극적 표현은 인간이요 그 위에 신(神)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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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차 아이러니와 역설

1 아이러니란

본의와는 다르게 시침을 떼고 겉으로 드러난 내용과는 반대가 되는 뜻의 말을 하는

표현 방법이다

- 본의와 반대의 말을 하건 또 부정적이고도 소극적 표현으로 도리어 긍정적 적극적 뜻을

나타내는 수사법이다

아이러니와 역설(파라독스)은 다 같이 모순되는 의미 대립되는 두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가 진술자체는 모순이 없는데 반해 역설은 진술자체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곧이 곧대로의 액면가보다 아이러니와 역설은 비틀고 도치 시키면서 훨씬 크고 깊은 효용성을

얻는다

예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rarr 아이러니

-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 rarr 역설

2 아이러니의 일반적 특성(요소)

① 속임수다

② 대조(對照)가 있다

③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

④ 거리감 자유로움 자유가 있다

⑤ 일종의 멋 부림이 있다

⑥ 비꼼이나 비판의 풍자적 요소

⑦ 비개성적(객관적 논리성)이다

⑧ 자기비하의 양식을 선택한다

⑨ 순진의 아이러니

⑩ 자기폭로의 양식을 취함

3 아이러니의 유형과 종류

1) 유형(類型)

① 언어적 아이러니

- 화자의 언어진술 자체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실제는 그 반대 입장(풍자적 아이러니 역설 익살 언어유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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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상황적 아이러니

- 어떤 사태나 사건이 상황이 아이러니칼하게 보이는 데서 발생 극적 상황 전환 등을 말함

(극적 아이러니 실존적 아이러니 낭만적 아이러니)

2) 종류

① 역설

- 일반적 상식이나 믿음을 뒤집어 엎는 이론

- 예 좋아 죽겠다 즐거운 비명 아름다운 슬픔 등

② 패러디 골계 익살 우스꽝스런 짓이나 말로써 남을 웃기기 위한 의도를 바탕으로 함

주관적 익살 인물 사건 등 대상화 자체에서 일어나는 걸로 육체적 정신적 결함에서 오는 익살 성격

상황 운명골계 등

객관적 익살 주관적 정신적 자율성을 갖고 특수 연관관계로 성립시킴 기지 풍자 해학 등

펀(Pun) 말 재롱 언어유희

4 예시

먼 후일

- 김 소 월 -

먼 훗날 당신이 날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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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차 시와 비유법

1 왜 비유법인가

비유란 A라는 대상(사물)을 B라는 사물(대상)과 비교해서 이해하는 표현이다

1) 비유의 당위성

- 언어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나타내고 표현하고 지시하고자 하는 사물은 무한하므로 그 대상 사물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 여기에 비유가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

- 비유는 언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특히 시창작에서는 비유가 필수적인 것이어서 시 자체라고까지 확대해석 할 수 있는 시어의 본질적

기능이자 원리라고 볼 수가 있다

2) 비유의 갈래

① 광의의 비유

- 문체 수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문장에 변화와 정체를 더하기 위한 수사 형식

② 협의의 비유- 구상적 회화적 비유 표현으로 은유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형식

3) 원관념(본의)과 보조관념(유의)

-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체의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 또 하나의 사물이나

의미(관념)를 끌여들여야 비교가 성립되는데 이때 본래의 것을 원관념 또 하나의 동원된 것을

보조관념이라 한다

4) 비유를 성립시키기 위한 원리

① 비유엔 꼭 두 가지 사물과 두 가지 의미의 비유가 있어야만 한다

② 본의와 유의가 서로 이질적이어야 한다(폭력적 결합-엘리엇) (통합적 마술적 상상력에의 비유)

③ 서로 이질적인 두 사물은 어딘가에 어떤 유사성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2 직유와 은유

1) 직유(명유)

- 두 가지 사물 또는 의미를 같이 처럼 듯이 만큼 같은 등의 연결어로 결합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 하나의 사물 즉 하나의 관념을 다른 사물 다른 관념과 직접 비교하는 비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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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관념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서 두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를

끼워넣어 직접 비교하는 형식이다

직유의 3단계

① 1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한 단어로 연결합된 직유(꽃 같은 여자 앵두같은 입술 등)

② 2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연결어에 의해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되는 직유

(꽃 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③ 3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하나의 구체적 영상이거나 한 면으로 이루어진 직유

(푸른 밤 고이 맺은 이슬같은 보람을 보일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2) 은유(암유)

(1) 은유란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조사를 끼어넣지 않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시하는 비유 (둘 이상의

말 가운데서 하나가 갖는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 다른 의미나 의미가 함축하는 뜻으로

옮겨 놓는 것)

언어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은유가 적당히 쓰이면 문체가 크게 아름다워진다

은유는 등가물을 원활하게 조명해낸다

현대시를 대표하는 표현양식이다(상징과 더불어)

구상적 언어가 추상적 사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창조자(연금술사)이다-새로운(낯설은) 은유를 만들자

(2) 은유의 요소(본질)의 원리

① 언어의 상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유의 궁극성은 바로 상충을 통한 상반의 균층을 획득하는 것)

② 언어의 긴장성을 들 수 있다

(언어의 리듬이 아닌 언어의 긴장에 의한 새로운 리듬창)

③ 언어의 긴장은 문맥을 넓히는 것

(대치론이나 비교론이 아닌 상호작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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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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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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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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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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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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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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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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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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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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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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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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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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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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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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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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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5 70

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6 70

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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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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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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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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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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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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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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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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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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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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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7 70

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8 70

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9 70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0 70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1 70

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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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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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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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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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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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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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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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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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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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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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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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회차 시에 대한 마음가짐

1 현대시창작반을 개설하며

1) 우리는 서로 상통하는 관계다

- 얼굴은 모르지만 서로 아는 사이다

2) 상통의 계기와 원인 - 시(詩)

3) 첫 만남에서의 3 가지의 잣대(유형)gt

① 꼭 만나야 할 만남인가

② 만나도 좋(되)고 안 만나도 좋(되)은 그런 만남인가

③ 만나서는 안 되는 결코 만나서는 안 되는 만남인가

지금 이 시간 우리의 만남은 ①의 만남이어야 하고 거기에서 우리가 성취하고자 하는 것을 꼭

달성하기를 기원한다

2 윤동주의 lt서 시gt

죽는 날 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이 시에 대한 3가지의 마음가짐

① 이 세상 살다 가는 날까지 부끄러움(욕됨 떳떳치 못함 해맑지 못함)이 없기를 괴로워 한다는 마음가짐-

종교적 도덕적으로 욕됨이 없이 살기를 괴로워 한다는 그 인간적 고백

② 이 세상에서 죽어가는(살아가는이라고 사고하는 게 아니고) 만물을 사랑해야겠다는 결의요 표명

③ 자기에게 정해진 몫(사명 달란트)을 두고 오직 매진하겠다는 각오

- 철저히 자기 인생에 대한 다시 말하여 시에 대한 자기 성찰이요 고백 그리고 자세 자기 사명에

대한 확인이요 결행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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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 창조하려는 사람은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한다

한시라도 해찰하거나 머무를 수 없고 되외시하거나 물러설 수가 없다

어디에 만족이 있으며 적당한 상태가 있겠는가

항상 도전하고 자리 세계의 확인 그리고 시간 맞추어 도약하고 제 2 3의 단계를 또 다시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성서에서도 항상 깨어나 있으라고 가르치고 있잖은가

진리 안에서 살려는 이는 해이해 있을 수 없고 궁리하며 차원의 세계를 발돋음할 수 밖에 없는

숙명이라 하여도 좋다

깨어있으란 말의 참뜻은 나태함에 빠지지 말고 긴장감의 한가운데서 초점을 잃지 말라는 말이다

그리고 어느 때나 준비된 마음 예비의 정신이어야 함을 이르는 것이다

2) 시를 생각하는 마음은 항상 고대하는 마음 기다림의 정신으로 비어있어야 한다

- 가난한 마음

가난한 마음은 먹이를 찾는 새처럼 부지런하고 열중한다

놓치거나 빠뜨리는 법이 없고 팽팽한 낚시줄처럼 온 신경이 한 곳에 집중해 있으며

바로 무엇이든지 확보 할려는 자세다

여유나 여가가 있을 수 없고 휴식은 다음 착수나 결행의 준비일 뿐이다

긴장상태가 피곤하거나 지루할지라도 그걸 이겨내는 자기성찰이랄까 자기최면 같은 비법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4 예사로움은 없다

1) 사람이 사는 이 땅 위에는 필연(必然)만이 있을 뿐이다

- 인간(人間)이란 말뜻도 사람끼리의 상관관계라는 것으로 본다

- 사회생활의 어울러 사는 지기 독존은 있을 수 없고 서로가 동아리 이루는 관계라는 걸 따지고

보면 유기적 고리의 연결이요 그 연결체다

2)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설(緣起說)이나 인과(因果)를 헤아려 보아라

- 이승에서 죽음까지 우연적인 것은 없다

- 모든 일이 당연한 귀결이요 처음과 끝이 착오 없는 진행이며 그 실상이다

3) 우리의 일상도 그렇지만 지내 온 날을 돌이켜 보면 그렇게 되어질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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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사로움이 아닌 필연을 강조하는 이유

- 단언하여 나 자신과 주위 온갖 사물에 대하여 의미를 부여하자는 뜻이다

- 의미론(意味論)이 존재하는 것은 모두가 존재론적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미론은 아름다움(즐거움)의 가치를 지닌 결과라고 보는 것이다

rarr 화합 화답 중용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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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회차 시(詩)란 무엇인가

1 어원(語源)적으로

1) 동양

① 시언지(詩言志) - 서경(書經)

사람의 어떤 뜻 어떤 마음의 상태 및 현상을 나타냄을 말(글)하는 것

정(情)을 나타냄

인간의 정서를 문자로 기술해내는 것

② 사무사(思無邪) - 공자

생강에 사특함이 없다는 것으로 올바름의 본분

사람의 마음에 그릇됨이 없다는 정의

시를 생각함에 오직 깨끗하고 바른 상념의 세계(우주)만이 존재한다

③ 시(詩)라는 글자 풀이

절(사원)에서의 말 - 기도문과 같은 것이 곧 시다

가장 진솔하고 핵심적이며 절실한 말 - 신(神)과의 대화(말)

2) 서양

① 포에트리(Poetry)

행동하다 만든다 창조하다(새롭게 이룩하다)

창작의 근원 - 無에서 有창조

② 아트(Art)

기(技)나 술(術) - 꾸미고 다듬고 만든다

장인(匠人)을 말함 - 손으로 물건을 만드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

무엇인가를 만드는 기술적 측면으로 예술(시)을 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2 정의(定義)적으로

① 시는 리듬 있는 말에 의한 모방이다 ndash 아리스토텔레스

② 시는 가르치고 즐거움을 주려는 의도를 가진 말하는 그림이다 - P Sidney

③ 시는 상상과 정열의 언어다 - 해즈리트

④ 시는 감정의 자연적 발로(유로)다 - 워즈워즈

⑤ 시는 상상과 감정을 통한 인생(자연)의 해석이다 - 허드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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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시는 아름다움의 운율적 창조다 - E A Poe

⑦ 시는 정서의 표출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요

개성의 표현이 아니라 개성으로부터의 도피다 - T S 엘리엇

⑧ 시는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3 일반적 견해로

① 민요무용(Ballad Dance) 가운데서의 노래 가사말

② 노동요나 민요로부터의 노랫말

③ 제천의식(祭天儀式)이나 무가(巫歌)중의 가사말

- 추수감사절이나 종교적 예배 드릴 때의 말이나 노래

- 고구려lt동맹gt 예lt무천gt 부여lt영고gt 의식행사시 그 바탕이 소원성취나 확신에서 온 것

4 현대시에서의 뜻

1) 시를 정서적 반응이나 노출 그리고 정서의 환기가 아니라 정서를 물화(物化)하는 의도적 제작으로

말한다

- 일종의 기술적인 만듦

2) 19세기 낭만주의

- 시 천성(天性)의 미학

- 시인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의 소유자

3) 시인에 대한 잘못된 견해

- 유별난 감정을 갖고 여느 사람들보다 특별한 정서반응을 환기할 수 있다

4) 시인에 대한 올바른 해석

- 시를 짓는 수준을 상당히 연마하고 제작하는 사람

- 천성적이 아니고 수련을 쌓으며 개발 rarr 성숙 rarr 발전

- 오로지 시작 기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꾸준히 집착하면 신념에 따라 획득되어질 수 있다

현대시에서는 천부적 자질이나 재능 따위는 무의미하다

부단한 연마 끈질긴 노력의 조건만이 현대시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모더니즘적 사조에서는 관념적 사고나 주제보다는 일반적 생활의 소재로부터 서사적 제재를 들어

새로운 관심을 형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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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회차 시의 종자(씨앗)

1 시상(詩想)이라는 종자

시상을 얻는다 - 시를 쓰는 계기 착상

1) 영감의 실오라기 rarr 메모 혹은 기록하는 습관

일상 가운데서 언뜻 떠오르는 상념 혹은 심상

종교적 신앙체험이나 어떤 꿈 순간적 감정이 스쳐가는 것

2) 하찮은 충격적 심상

원시시대의 시인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노동할 수 없거나 신체적 결함(허약)자 그리고

전쟁이나 사냥 중에 부상 당한 사람 불의의 장애자였을 거다

- 남 다른 예민성과 감각이 발달하고 환상(청)이 크고 절실하다

- 시적 집착성 민감성 등이 강하다

- 호머 같은 시인은 장님이었다

3) 계절이나 자연에서 느끼는 신비 경외감

인간의 나약성

계절감각 밤과 낮 춘하추동 산천 태양 바다 꽃 등의 자연

천재지변

4) 일상의 희노애락(5욕 7정)

5욕 - 재물욕 명예욕 식욕 수면욕 색욕

7정 - 희 노 애 락 애 오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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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상 떠올리기 잡기

1) 일생생활 가운데서 사물에 대한 관심 갖기

- 마음을 순수하게 어린 아이처럼 지니고 정신을 가다듬어야

- 유감적 유정적 관찰력으로 사물간의 상관관계를 알아차리도록

- 감수성과 상상력이 누구보다 예민하고 풍부해야

2) 떠오른 시상은 머리 속에서 굴려 닦을 것

- 시상의 모양 색깔 강도 취향 성향 등을 주도면밀하게 선별하고 탐색해야

- 오직 자기 나름대로의 섭생에 알맞은 시상인가를 알아보고 선택함이 최상이다

- 선별과 선택은 자신의 체험이라는 용기의 과정을 수용하고 겪어낸 다음의 문제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 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서정주 lt국화 옆에서gt -

서정주 시인은 이 시에서 맨 먼저 떠오른 시상이 제 3 연이었다고 한다

- 40 대 여인이 국화꽃으로 변용되기까지 2~3 년의 세월이 지나갔고 그 여인이란 종자(씨앗)는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여자로 이미지가 발전하기까지 시인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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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상 정리하기

1) 떠오른 시상 중에 버릴 것은 버리라

2) 보다 더 키울만한 시상은 키워라

- 일차적으로 되겠다 싶은 시상은 여러 측면에서 덧붙이고 초점 맞추어 배양해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 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서정주 lt국화 옆에서gt -

서정주의 lt국화 옆에서gt

- 면밀한 발전단계를 구성

3연의 가을이란 계절과 봄철의

소쩍새(1연) 그리고 한 여름의

천둥(2연)의 구성이 바로 그것

봄날의 소쩍새와 여름날의 천둥이

내리쳐 울음 운 것은 불교적 윤회나

연기설로 보아서 서로 상관관계를

인과적으로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4연에서의 무서리와 불면까지도

모두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한 총동원이요 조화다

3) 이 과정에서 우리는 시상의 착상이 한동안 내재해 있다가 새로운 생활체험과 교합이 맞아 들면

그 순간 불이 붙어 타오르기 시작한다는 걸 놓치지 말아야 한다

- 앞 뒤 연결성을 궁리하고 취사선택을 분명히 해야

- 인내심으로 기다리고 제 능력을 모두 경주해야

4 시상 가다듬기

1) 모습을 갖추어가는 시상이 정리가 되면

- 시인의 체험이란 용광로에 끌어들여 달구고 변용시키는 성숙의 단계를 최대로 활용하여 한 편의

시로 마무리를 해가야 할 것이다

2) 소재의 가닥이 잡힌 다음이면

- 앞뒤 안팎 그리고 시대적 차이 단순과 복잡 등이 상호관계를 유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 현대적 감각에 들어맞는 하나의 우주(세계)가 완성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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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격양 흥분된 감정은 걸러지고 객관적 태도가 자리 잡은 후에

- 시의 씨앗은 이제 사명을 완수하고 제 하늘과 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4)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

- 그 한 송이 국화꽃은 비로소 피어나고 새로운 세계는 열린 것이다

- 그 환희 그 아름다움의 극치 그리고 창조적 의미는 향기롭게 휘날리는 것이다

그 안에 또 하나의 씨앗(종자)을 마련해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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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회차 정서와 소재

1 정서란 무엇인가

1) 정서

①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생각할 때에 일어나는 감정이나 그런 감정을 유발하는 주위의 분위기나 기분

② 희로애락과 같이 본능적 충동적으로 외부에 표출되기 쉬운 감정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2) 감정

① 느끼어 일어나는 심정 마음 기분

② 외계의 자극에 응하여 변하는 쾌불쾌 희비 노여움 공포 따위의 주관적 의식현상

3) 감각

사물의 미추(美醜) 선악 호오(好惡) 변화 등을 알아내는 정신능력

정서란 감정과 비슷하고 감정은 감각적 자극에서부터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4) 심리적으로 해석해 본 정서

- 자극이 되는 대상에서 일어나는 강한 감정으로서 신체적 변화가 현저한 것

- 그리고 그것이 일정한 상태로 지속되다가 끝나거나 다른 정신상태로 옮겨가는 의식과정

5) 문학적 해석으로서의 정서

- 문학의 주요 요소인 지적요소 정적요소 상상적 요소 기교적 요소

- 이 정서를 강조한 것이 낭만주의를 이루었고 이것이 극단에 이르면 감상주의

- 그리고 억제하여 조절하면 고전주의와 주지주의가 된다

6) 시에 있어서의 정서의 역할과 위치

- 시의 발생근거는 감정(정서)에 있다

- 시는 곧 정서의 표출이다

- 표현수단으로 언어를 동반해야만 한다

2 실감유리(實感遊離)

1) 실감보수(補修) 실감회상이라고도 한다

- 작정이란 말과 대응되는 것으로 실제적 정서와 거리(간격)을 갖는다

- 실제 체험한 정서를 그대로 시로 형상화하기 보다 객관화

- 실제 정서(체험) rarr 수정 보완 rarr 새로운 정서로 환기

2) 시는 곧 감정 그 자체가 아니다

- 정서를 어떻게 나타내어야만 시가 되는 것일까 rarr 실감유리

- 공포 위협 긴장 두려움 같은 감정이 걸러지고 수정 보수되어 나와야 한다 rarr 실감회상

3) 시는 힘찬 감정의 위세 좋은 충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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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원천은 조용히 회상된 감동이다 - 오스카 와일드 -

시는 정서의 일방적 몰입이나 정서를 통한 동일시가 아니라 사물로부터 환기되는 정서를 유리시키고

객관화시켜 사물화함으로써 구체적 표현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3 정서로부터의 도피

1)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 도피다 - TS 엘리엇 -

2) 정서의 주관성 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 - 특수한 정서

3)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는 뜻

-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객관화

4) 정서의 객관화는

-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대자적 파악을 성립시키고

- 정서는 하나의 사물로 바뀌어 나타날 수가 있게 된다

- 정서로부터의 도피가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가 되는 것에 이른다

5) 물화(物化)는 이미지화를 말한다

- 존재는 곧 물화다

- 물화 정서로 드러낼 것을 사물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 드러낸다 형상화란 말로서 사물을 빌어 정서를 구체적 이미지로 나타낸다는 뜻

- 시의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정서적 이미지로 대체)

4 시와 소재

내 마음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혀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노른노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 영 랑 lt동백잎gt 전문 -

섬세한 이미지와 부드럽고 은밀하며 미묘하고 그윽한 음률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창조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우리의 토속적 정서가 낮은 목소리로 드러남

엉뚱한 소재들의 동원 - 강물 아침날 빛 은결 가슴 눈 핏줄

동백잎을 내세워 자기 심상을 표출

새로운 자기만의 강물 끝없는 강물을 안고 살리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14 70

5 회차 체험과 주제

1 체험이란

1) 사람이 직접 경험한 심적 과정이다

- 인격이 몸소 경험한다

2) 시문학에서의 체험

- 그것은 작품 창작이다

- 작품 창작의 동기를 마련해 주는 외적 조건

- 시가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하는 형상화 작업이라 볼 때 체험이란 그대로 수반되는 요소가 된다

- 형상화란 이미지로서 상상하여 마음속에 떠오르는 대상의 모습을 일컫는다(원인이 곧 체험)

3) 시를 창작하는 것은 체험이다

- 릴케 lt말테의 수기gt에서 여성의 수태 분만에 비유

- 스티븐슨 시를 읽는 것은 체험이어야 한다

그리고 시를 쓰는 것도 체험이어야 한다

4) 체험적인 시란

- 객관적 대상 존재나 사물을 지적 감각화로 굴절시켜 의식에 인화했다가 이것을 언제든지 재생

조립 복합화 하는 것이다

2 감각적 체험과 시

1) 체험의 3가지 경로

① 생체험 - 주로 감각기능에 의해서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② 간접체험 - 지적체험 독서 등

③ 선체험 - 선험적 체험 병아리의 숨기 뱀의 공포(원시인의 공포 - 원형적 잔유물)

2) 현대시는 객관적 경험인 감각적 체험에서 출발시킴

- 체험은 감각을 통해 외적이고도 객관적 대상물과 만나는 일

- 필연적 관계성립이다

[예] 꽃 rarr 의식에 인화(여인이 아이를 가짐) rarr 기다림(착상 분만을 기다림 배태) rarr 시 창출(분만)

- 직접적인 매체가 되는 것이 바로 객관적 대상물이다

- 체험을 통한 천착이 아니라 체험을 통한 배태와 분만의 여성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3) 체험시론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닌 객관적 사물의 지적 감각적 해석이라는 점에서 과학적 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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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15 70

대상을 즉자적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대자적으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과학적 시각이다

체험의 산물인 이미지를 중시하고 이미지를 통한 변용이나 의미의 전의인 치환의 방법론으로

동원한다

3 예시

예감(豫感)

- 최 은 하 -

간밤 꿈에도 비가 내렸었지

행인들의 각양 우산에 듣는 빗방울

너의 오랜 목소리가

다 해진 내 소매끝에 젖어오는구나

흥건히 가슴 밑바닥에까지

다시금 너를 영접하는

나는 조심스레 겨울의 기인 해안으로부터

돌아와 밤을 차지해 앉았다

왜 말이 없지

세월따라 각기 손금대로

살아온 지 얼마 만인데

마주 앉은 채 머리카락 풀어 날리며

굳이 입을 다물고

청각만 모으는 것일까

새찬 비의 탄주 속에서

네 감기를 팔 벌려 꼬옥 안아 힘 주라는 건가

널 처음 알게 된 적은

건너다 보던 연극이

막을 내리는 장면이었지

이 시는 예감의 이미지 조합이다

이미지를 얻은 것은 이전의 내 체험이라는 그릇(바탕)에서 전의 되어온 것이다

객관적 대상을 포착하거나 투시함으로써 감각적 체험을 성립시키고 감각적 체험에 의해 인화된

대상물은 심상이라는 사물의 그림으로 남아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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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70

4 체험과 이미지

1) 체험과 이미지는 언제나 상관성을 지닌다

- 이미지의 조형성 입체적 조소성 공감각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 감동 공명 정서반응 제2의 체험(경험)은 같은 뜻의 말로써 작품을 두고 시인과 독자와의

상관관계를 이르는 것이다

- 동조적 관심을 공감으로 말한다 - 현대시가 감각적 체험을 중시한다는 점

2) 대상물 설정 rarr 감각(자극으로 반응) rarr 체험 rarr 이미지 성립(인화 작업) rarr 형상화(한편의 시)

3) 이미지는 사물로 그린 그림이다

- 필연적으로 사물과 만나는 감각적 작업이 선행되어야

- 감각적 체험에 의존된다고 볼 때 이미지는 곧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란 이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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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회차 상상력과 성장과정

1 상상이 하는 일

1) 상상력

- 과거 현재 미래의 일들을 그려(헤아려) 보는 힘

- 정신적 내면의 힘(능력) 창조적 내면의 힘

- 사물을 이전까지와는 달리 새롭게 바라보는 힘

2) 지각의 자동화 현상

- 인습의 거울에 비친대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

- 자동화된 지각의 인습적 시각으로만 바라본다면 우리 삶은 과거를 되풀이할 뿐

진보나 발전의 새로움을 성취할 수 없게 된다

- 자동화된 지각의 안경을 벗고 상상력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면

새로운 사물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 지각의 자동화를 거부하는 상상이란 여태껏 보이지 못한 것을 본다는 말과 같은 뜻이 된다

3) 상상은 공상이나 환상과 다르다

- 상상 객관적 대상을 체험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

- 공상 체험의 구체성이 배제된 황당무계한 환상

4) 현대시는

대상사물과의 체험적 관계를 중시

체험을 통해 이미지를 형상화 시키는 존재화 물화 존재자체이기를 희망한다

상상력을 기본원리 근원적 능력으로써 시의 생명 내면의 힘이 될 수 있게 한다

2 상상의 종류

1) 재생적 상상 - 기억상상

기억은 체험을 통해서 형성되고 체험을 이끌어내어 재현시키는 것

상상력이란 체험의 재현이나 재생이다

재현이나 재생은 상상력에 의존되어 있다고 해도 시적이랄까 창조적 기능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2) 연상 상상 - 연계 상상 관념 연상 연합적 상상

한 사물이나 존재의 유사성을 빌어 기왕에 알고 있는 것이나 그 체험한 사실에 겹치게 하는

것을 연상이라 하고 이를 결합하는 정신적 힘을 연상 상상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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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70

연상상상은 감성적 체험을 토대로 한 오성적(悟性的) 능력이라 할 수 있다

3) 창조적 상상

체험으로 해석한 이미지를 결구시키는 이미지의 결합원리이자 이미지를 연계시키고 결합시키는

기능이고 이미지를 해체시키는 결합과 해체를 자유롭게 하는 상상이다

이 원리는 이미지 비유 아이러니 역설 같은 결구력의 원리이자 동시에 착상의 발상차원이

되어 준다는 점에서 창조적 상상력은 현대시를 성립시키는 절대원리가 된다고 보겠다

3 예시

낙 화

- 이 형 기 -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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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70

이 시에서 우리는 낙화에 대해서 실제로 지는 꽃의 영상과 화자의 청춘이 그대로 함께 오버랩

되는 상상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 직접 고통의 인내와 눈의 이미지가 이 시를 형상화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걸 보면 현실에서의 상상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구도임을 알 수 있다

4 상상력의 성장과정

1) 상상력은 동일한 대상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작용의 결과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다

- 각자의 개성과 상상력이 밀착되는 현상이다

- 언제나 대상을 종합적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2) 시를 쓰는 사람은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 언제나 준비된 마음 긴장된 정신력 그리고 가다듬는 자기 삶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모두는 당신으로 향하여

- 최 은 하 -

어둠이어도

헤어나지 못할 어둠의 골짜기어도

고요한 시간을 허락하소서

자유롭게 하소서

내력 없이 드높아진 목숨

요란한 바람과 바람결을

타지 않게 하시고

올려쌓기만 하던 탑 아래

분산 당한 언어와 모습

그리고 가슴은 부끄러움만

거래하는데

당신을 거리하여

견딜 수 없는 내 안에서

감각은 어디로 휘몰리기만 하는가

배우러 온 것만이라거나

버릇하러 태어난 게 아니라

외면 못할 당신을 지키는

시방 내 목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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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70

넘치고 꺾이고 속임 당하지만

피해 가지만

모두는 당신을 향하여

돌아 가는 것

돌아가는 길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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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회차 현대시와 이미지

1 이미지(심상心象)와 갈래

1) 이미지란

상상력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사물로부터 받은 어떤 인상이 마음에 새겨져 떠오르는 것

이미지 사물로 그린 그림 말로 만들어진 그림 언어의 회화

TS 엘리엇이 말한 객관적 상관물도 이미지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설명이나 해설이 아닌 표현 보여줌이 이미지다

추상어(관념) rarr 구상어(이미지)

2) 이미지의 종류

① 시각적 이미지

관념이나 정서를 사물로 바꾸어서 보여 주는 것

예 꽃 rarr 1차적 정서반응 rarr 느낌 소멸 rarr 꽃의 모습(이미지로)

- 시각적 체험

② 감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를 복합적 감각으로 드러낸 것

미각 후각 근육 감각(촉) 역학적 색체적인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동시에 하나로

효과를 드러내는 것

3) 시란 결국 이미지요 메터퍼라 할 수 있다

2 관념배제와 무의미시

관념배제한 사물시

현대시는 관념배제한 사물시(이미지즘 시)다

사물시란 사물 이미지로 구성한 시이며 단지 이미지를 보여 주거나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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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절대 심상

관념 이전의 사물세계 사물세계 자체로 환원시켰을 때 비로소 순수의 경지에 이르고

이 순수의 이미지를 동원한 것이 절대심상이다

이전의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인 관념의 제로화(지대)를 내세움

관념의 해방 rarr 사물자체로 환원(이미지) rarr 절대심상

4 예시(例詩)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군함이 한 척

닻을 내리고 있었다

여름에 본 물새는 죽어 있었다

죽은 다음에도 물새는 울고 있었다

한결 어른이 된 소리로 울고 있었다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없는 해안선을

한 사나이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한 쪽 손에

죽은 바다를 들고 있었다

- 김 춘 수 lt처용단장 제 1 부gt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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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차 의인법과 시의 바탕

1 의인법이란

1) 정의

인간이외의 사물이나 추상개념에 인격적 요소를 부여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은유의 한 가지로 환유라고도 한다

사물에 투시된 인간의 마음이 사물로 하여금 인간적 속성을 갖도록 하는 은유법이다

2) 의인법의 종류

① 의인법 생명이 없는 것을 생명이 있는 것으로 인격화

② 반의인법(결정법) 생명이 있는 걸 생명이 없는 것으로 표현

2 예시

병(病)에게

- 조 지 훈 -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엔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외경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즉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 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미를 짚어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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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 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lt중략gt

자네와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넨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두고 나를 설복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 앞에 경도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가게 이 친구

생각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3 의인법에서의 궁극적 표현

자연이 모든 시의 소재(모방)라 하겠지만 선택된 소재는 오직 인간적 그리고 인격적이다

여기 인본적(人本的) 가치와 기준이 있다

차라리 의물법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인성(人性)을 갖춘 물화(物化)이다

모든 시의 궁극적 표현은 인간이요 그 위에 신(神)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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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차 아이러니와 역설

1 아이러니란

본의와는 다르게 시침을 떼고 겉으로 드러난 내용과는 반대가 되는 뜻의 말을 하는

표현 방법이다

- 본의와 반대의 말을 하건 또 부정적이고도 소극적 표현으로 도리어 긍정적 적극적 뜻을

나타내는 수사법이다

아이러니와 역설(파라독스)은 다 같이 모순되는 의미 대립되는 두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가 진술자체는 모순이 없는데 반해 역설은 진술자체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곧이 곧대로의 액면가보다 아이러니와 역설은 비틀고 도치 시키면서 훨씬 크고 깊은 효용성을

얻는다

예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rarr 아이러니

-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 rarr 역설

2 아이러니의 일반적 특성(요소)

① 속임수다

② 대조(對照)가 있다

③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

④ 거리감 자유로움 자유가 있다

⑤ 일종의 멋 부림이 있다

⑥ 비꼼이나 비판의 풍자적 요소

⑦ 비개성적(객관적 논리성)이다

⑧ 자기비하의 양식을 선택한다

⑨ 순진의 아이러니

⑩ 자기폭로의 양식을 취함

3 아이러니의 유형과 종류

1) 유형(類型)

① 언어적 아이러니

- 화자의 언어진술 자체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실제는 그 반대 입장(풍자적 아이러니 역설 익살 언어유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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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상황적 아이러니

- 어떤 사태나 사건이 상황이 아이러니칼하게 보이는 데서 발생 극적 상황 전환 등을 말함

(극적 아이러니 실존적 아이러니 낭만적 아이러니)

2) 종류

① 역설

- 일반적 상식이나 믿음을 뒤집어 엎는 이론

- 예 좋아 죽겠다 즐거운 비명 아름다운 슬픔 등

② 패러디 골계 익살 우스꽝스런 짓이나 말로써 남을 웃기기 위한 의도를 바탕으로 함

주관적 익살 인물 사건 등 대상화 자체에서 일어나는 걸로 육체적 정신적 결함에서 오는 익살 성격

상황 운명골계 등

객관적 익살 주관적 정신적 자율성을 갖고 특수 연관관계로 성립시킴 기지 풍자 해학 등

펀(Pun) 말 재롱 언어유희

4 예시

먼 후일

- 김 소 월 -

먼 훗날 당신이 날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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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차 시와 비유법

1 왜 비유법인가

비유란 A라는 대상(사물)을 B라는 사물(대상)과 비교해서 이해하는 표현이다

1) 비유의 당위성

- 언어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나타내고 표현하고 지시하고자 하는 사물은 무한하므로 그 대상 사물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 여기에 비유가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

- 비유는 언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특히 시창작에서는 비유가 필수적인 것이어서 시 자체라고까지 확대해석 할 수 있는 시어의 본질적

기능이자 원리라고 볼 수가 있다

2) 비유의 갈래

① 광의의 비유

- 문체 수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문장에 변화와 정체를 더하기 위한 수사 형식

② 협의의 비유- 구상적 회화적 비유 표현으로 은유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형식

3) 원관념(본의)과 보조관념(유의)

-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체의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 또 하나의 사물이나

의미(관념)를 끌여들여야 비교가 성립되는데 이때 본래의 것을 원관념 또 하나의 동원된 것을

보조관념이라 한다

4) 비유를 성립시키기 위한 원리

① 비유엔 꼭 두 가지 사물과 두 가지 의미의 비유가 있어야만 한다

② 본의와 유의가 서로 이질적이어야 한다(폭력적 결합-엘리엇) (통합적 마술적 상상력에의 비유)

③ 서로 이질적인 두 사물은 어딘가에 어떤 유사성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2 직유와 은유

1) 직유(명유)

- 두 가지 사물 또는 의미를 같이 처럼 듯이 만큼 같은 등의 연결어로 결합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 하나의 사물 즉 하나의 관념을 다른 사물 다른 관념과 직접 비교하는 비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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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관념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서 두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를

끼워넣어 직접 비교하는 형식이다

직유의 3단계

① 1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한 단어로 연결합된 직유(꽃 같은 여자 앵두같은 입술 등)

② 2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연결어에 의해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되는 직유

(꽃 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③ 3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하나의 구체적 영상이거나 한 면으로 이루어진 직유

(푸른 밤 고이 맺은 이슬같은 보람을 보일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2) 은유(암유)

(1) 은유란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조사를 끼어넣지 않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시하는 비유 (둘 이상의

말 가운데서 하나가 갖는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 다른 의미나 의미가 함축하는 뜻으로

옮겨 놓는 것)

언어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은유가 적당히 쓰이면 문체가 크게 아름다워진다

은유는 등가물을 원활하게 조명해낸다

현대시를 대표하는 표현양식이다(상징과 더불어)

구상적 언어가 추상적 사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창조자(연금술사)이다-새로운(낯설은) 은유를 만들자

(2) 은유의 요소(본질)의 원리

① 언어의 상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유의 궁극성은 바로 상충을 통한 상반의 균층을 획득하는 것)

② 언어의 긴장성을 들 수 있다

(언어의 리듬이 아닌 언어의 긴장에 의한 새로운 리듬창)

③ 언어의 긴장은 문맥을 넓히는 것

(대치론이나 비교론이 아닌 상호작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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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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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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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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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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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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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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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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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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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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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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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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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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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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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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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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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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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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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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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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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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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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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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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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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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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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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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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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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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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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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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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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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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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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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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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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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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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3 70

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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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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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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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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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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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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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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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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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 창조하려는 사람은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한다

한시라도 해찰하거나 머무를 수 없고 되외시하거나 물러설 수가 없다

어디에 만족이 있으며 적당한 상태가 있겠는가

항상 도전하고 자리 세계의 확인 그리고 시간 맞추어 도약하고 제 2 3의 단계를 또 다시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성서에서도 항상 깨어나 있으라고 가르치고 있잖은가

진리 안에서 살려는 이는 해이해 있을 수 없고 궁리하며 차원의 세계를 발돋음할 수 밖에 없는

숙명이라 하여도 좋다

깨어있으란 말의 참뜻은 나태함에 빠지지 말고 긴장감의 한가운데서 초점을 잃지 말라는 말이다

그리고 어느 때나 준비된 마음 예비의 정신이어야 함을 이르는 것이다

2) 시를 생각하는 마음은 항상 고대하는 마음 기다림의 정신으로 비어있어야 한다

- 가난한 마음

가난한 마음은 먹이를 찾는 새처럼 부지런하고 열중한다

놓치거나 빠뜨리는 법이 없고 팽팽한 낚시줄처럼 온 신경이 한 곳에 집중해 있으며

바로 무엇이든지 확보 할려는 자세다

여유나 여가가 있을 수 없고 휴식은 다음 착수나 결행의 준비일 뿐이다

긴장상태가 피곤하거나 지루할지라도 그걸 이겨내는 자기성찰이랄까 자기최면 같은 비법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4 예사로움은 없다

1) 사람이 사는 이 땅 위에는 필연(必然)만이 있을 뿐이다

- 인간(人間)이란 말뜻도 사람끼리의 상관관계라는 것으로 본다

- 사회생활의 어울러 사는 지기 독존은 있을 수 없고 서로가 동아리 이루는 관계라는 걸 따지고

보면 유기적 고리의 연결이요 그 연결체다

2)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설(緣起說)이나 인과(因果)를 헤아려 보아라

- 이승에서 죽음까지 우연적인 것은 없다

- 모든 일이 당연한 귀결이요 처음과 끝이 착오 없는 진행이며 그 실상이다

3) 우리의 일상도 그렇지만 지내 온 날을 돌이켜 보면 그렇게 되어질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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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사로움이 아닌 필연을 강조하는 이유

- 단언하여 나 자신과 주위 온갖 사물에 대하여 의미를 부여하자는 뜻이다

- 의미론(意味論)이 존재하는 것은 모두가 존재론적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미론은 아름다움(즐거움)의 가치를 지닌 결과라고 보는 것이다

rarr 화합 화답 중용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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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회차 시(詩)란 무엇인가

1 어원(語源)적으로

1) 동양

① 시언지(詩言志) - 서경(書經)

사람의 어떤 뜻 어떤 마음의 상태 및 현상을 나타냄을 말(글)하는 것

정(情)을 나타냄

인간의 정서를 문자로 기술해내는 것

② 사무사(思無邪) - 공자

생강에 사특함이 없다는 것으로 올바름의 본분

사람의 마음에 그릇됨이 없다는 정의

시를 생각함에 오직 깨끗하고 바른 상념의 세계(우주)만이 존재한다

③ 시(詩)라는 글자 풀이

절(사원)에서의 말 - 기도문과 같은 것이 곧 시다

가장 진솔하고 핵심적이며 절실한 말 - 신(神)과의 대화(말)

2) 서양

① 포에트리(Poetry)

행동하다 만든다 창조하다(새롭게 이룩하다)

창작의 근원 - 無에서 有창조

② 아트(Art)

기(技)나 술(術) - 꾸미고 다듬고 만든다

장인(匠人)을 말함 - 손으로 물건을 만드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

무엇인가를 만드는 기술적 측면으로 예술(시)을 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2 정의(定義)적으로

① 시는 리듬 있는 말에 의한 모방이다 ndash 아리스토텔레스

② 시는 가르치고 즐거움을 주려는 의도를 가진 말하는 그림이다 - P Sidney

③ 시는 상상과 정열의 언어다 - 해즈리트

④ 시는 감정의 자연적 발로(유로)다 - 워즈워즈

⑤ 시는 상상과 감정을 통한 인생(자연)의 해석이다 - 허드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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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시는 아름다움의 운율적 창조다 - E A Poe

⑦ 시는 정서의 표출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요

개성의 표현이 아니라 개성으로부터의 도피다 - T S 엘리엇

⑧ 시는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3 일반적 견해로

① 민요무용(Ballad Dance) 가운데서의 노래 가사말

② 노동요나 민요로부터의 노랫말

③ 제천의식(祭天儀式)이나 무가(巫歌)중의 가사말

- 추수감사절이나 종교적 예배 드릴 때의 말이나 노래

- 고구려lt동맹gt 예lt무천gt 부여lt영고gt 의식행사시 그 바탕이 소원성취나 확신에서 온 것

4 현대시에서의 뜻

1) 시를 정서적 반응이나 노출 그리고 정서의 환기가 아니라 정서를 물화(物化)하는 의도적 제작으로

말한다

- 일종의 기술적인 만듦

2) 19세기 낭만주의

- 시 천성(天性)의 미학

- 시인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의 소유자

3) 시인에 대한 잘못된 견해

- 유별난 감정을 갖고 여느 사람들보다 특별한 정서반응을 환기할 수 있다

4) 시인에 대한 올바른 해석

- 시를 짓는 수준을 상당히 연마하고 제작하는 사람

- 천성적이 아니고 수련을 쌓으며 개발 rarr 성숙 rarr 발전

- 오로지 시작 기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꾸준히 집착하면 신념에 따라 획득되어질 수 있다

현대시에서는 천부적 자질이나 재능 따위는 무의미하다

부단한 연마 끈질긴 노력의 조건만이 현대시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모더니즘적 사조에서는 관념적 사고나 주제보다는 일반적 생활의 소재로부터 서사적 제재를 들어

새로운 관심을 형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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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회차 시의 종자(씨앗)

1 시상(詩想)이라는 종자

시상을 얻는다 - 시를 쓰는 계기 착상

1) 영감의 실오라기 rarr 메모 혹은 기록하는 습관

일상 가운데서 언뜻 떠오르는 상념 혹은 심상

종교적 신앙체험이나 어떤 꿈 순간적 감정이 스쳐가는 것

2) 하찮은 충격적 심상

원시시대의 시인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노동할 수 없거나 신체적 결함(허약)자 그리고

전쟁이나 사냥 중에 부상 당한 사람 불의의 장애자였을 거다

- 남 다른 예민성과 감각이 발달하고 환상(청)이 크고 절실하다

- 시적 집착성 민감성 등이 강하다

- 호머 같은 시인은 장님이었다

3) 계절이나 자연에서 느끼는 신비 경외감

인간의 나약성

계절감각 밤과 낮 춘하추동 산천 태양 바다 꽃 등의 자연

천재지변

4) 일상의 희노애락(5욕 7정)

5욕 - 재물욕 명예욕 식욕 수면욕 색욕

7정 - 희 노 애 락 애 오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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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상 떠올리기 잡기

1) 일생생활 가운데서 사물에 대한 관심 갖기

- 마음을 순수하게 어린 아이처럼 지니고 정신을 가다듬어야

- 유감적 유정적 관찰력으로 사물간의 상관관계를 알아차리도록

- 감수성과 상상력이 누구보다 예민하고 풍부해야

2) 떠오른 시상은 머리 속에서 굴려 닦을 것

- 시상의 모양 색깔 강도 취향 성향 등을 주도면밀하게 선별하고 탐색해야

- 오직 자기 나름대로의 섭생에 알맞은 시상인가를 알아보고 선택함이 최상이다

- 선별과 선택은 자신의 체험이라는 용기의 과정을 수용하고 겪어낸 다음의 문제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 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서정주 lt국화 옆에서gt -

서정주 시인은 이 시에서 맨 먼저 떠오른 시상이 제 3 연이었다고 한다

- 40 대 여인이 국화꽃으로 변용되기까지 2~3 년의 세월이 지나갔고 그 여인이란 종자(씨앗)는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여자로 이미지가 발전하기까지 시인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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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상 정리하기

1) 떠오른 시상 중에 버릴 것은 버리라

2) 보다 더 키울만한 시상은 키워라

- 일차적으로 되겠다 싶은 시상은 여러 측면에서 덧붙이고 초점 맞추어 배양해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 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서정주 lt국화 옆에서gt -

서정주의 lt국화 옆에서gt

- 면밀한 발전단계를 구성

3연의 가을이란 계절과 봄철의

소쩍새(1연) 그리고 한 여름의

천둥(2연)의 구성이 바로 그것

봄날의 소쩍새와 여름날의 천둥이

내리쳐 울음 운 것은 불교적 윤회나

연기설로 보아서 서로 상관관계를

인과적으로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4연에서의 무서리와 불면까지도

모두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한 총동원이요 조화다

3) 이 과정에서 우리는 시상의 착상이 한동안 내재해 있다가 새로운 생활체험과 교합이 맞아 들면

그 순간 불이 붙어 타오르기 시작한다는 걸 놓치지 말아야 한다

- 앞 뒤 연결성을 궁리하고 취사선택을 분명히 해야

- 인내심으로 기다리고 제 능력을 모두 경주해야

4 시상 가다듬기

1) 모습을 갖추어가는 시상이 정리가 되면

- 시인의 체험이란 용광로에 끌어들여 달구고 변용시키는 성숙의 단계를 최대로 활용하여 한 편의

시로 마무리를 해가야 할 것이다

2) 소재의 가닥이 잡힌 다음이면

- 앞뒤 안팎 그리고 시대적 차이 단순과 복잡 등이 상호관계를 유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 현대적 감각에 들어맞는 하나의 우주(세계)가 완성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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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격양 흥분된 감정은 걸러지고 객관적 태도가 자리 잡은 후에

- 시의 씨앗은 이제 사명을 완수하고 제 하늘과 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4)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

- 그 한 송이 국화꽃은 비로소 피어나고 새로운 세계는 열린 것이다

- 그 환희 그 아름다움의 극치 그리고 창조적 의미는 향기롭게 휘날리는 것이다

그 안에 또 하나의 씨앗(종자)을 마련해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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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회차 정서와 소재

1 정서란 무엇인가

1) 정서

①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생각할 때에 일어나는 감정이나 그런 감정을 유발하는 주위의 분위기나 기분

② 희로애락과 같이 본능적 충동적으로 외부에 표출되기 쉬운 감정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2) 감정

① 느끼어 일어나는 심정 마음 기분

② 외계의 자극에 응하여 변하는 쾌불쾌 희비 노여움 공포 따위의 주관적 의식현상

3) 감각

사물의 미추(美醜) 선악 호오(好惡) 변화 등을 알아내는 정신능력

정서란 감정과 비슷하고 감정은 감각적 자극에서부터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4) 심리적으로 해석해 본 정서

- 자극이 되는 대상에서 일어나는 강한 감정으로서 신체적 변화가 현저한 것

- 그리고 그것이 일정한 상태로 지속되다가 끝나거나 다른 정신상태로 옮겨가는 의식과정

5) 문학적 해석으로서의 정서

- 문학의 주요 요소인 지적요소 정적요소 상상적 요소 기교적 요소

- 이 정서를 강조한 것이 낭만주의를 이루었고 이것이 극단에 이르면 감상주의

- 그리고 억제하여 조절하면 고전주의와 주지주의가 된다

6) 시에 있어서의 정서의 역할과 위치

- 시의 발생근거는 감정(정서)에 있다

- 시는 곧 정서의 표출이다

- 표현수단으로 언어를 동반해야만 한다

2 실감유리(實感遊離)

1) 실감보수(補修) 실감회상이라고도 한다

- 작정이란 말과 대응되는 것으로 실제적 정서와 거리(간격)을 갖는다

- 실제 체험한 정서를 그대로 시로 형상화하기 보다 객관화

- 실제 정서(체험) rarr 수정 보완 rarr 새로운 정서로 환기

2) 시는 곧 감정 그 자체가 아니다

- 정서를 어떻게 나타내어야만 시가 되는 것일까 rarr 실감유리

- 공포 위협 긴장 두려움 같은 감정이 걸러지고 수정 보수되어 나와야 한다 rarr 실감회상

3) 시는 힘찬 감정의 위세 좋은 충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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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원천은 조용히 회상된 감동이다 - 오스카 와일드 -

시는 정서의 일방적 몰입이나 정서를 통한 동일시가 아니라 사물로부터 환기되는 정서를 유리시키고

객관화시켜 사물화함으로써 구체적 표현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3 정서로부터의 도피

1)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 도피다 - TS 엘리엇 -

2) 정서의 주관성 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 - 특수한 정서

3)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는 뜻

-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객관화

4) 정서의 객관화는

-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대자적 파악을 성립시키고

- 정서는 하나의 사물로 바뀌어 나타날 수가 있게 된다

- 정서로부터의 도피가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가 되는 것에 이른다

5) 물화(物化)는 이미지화를 말한다

- 존재는 곧 물화다

- 물화 정서로 드러낼 것을 사물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 드러낸다 형상화란 말로서 사물을 빌어 정서를 구체적 이미지로 나타낸다는 뜻

- 시의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정서적 이미지로 대체)

4 시와 소재

내 마음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혀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노른노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 영 랑 lt동백잎gt 전문 -

섬세한 이미지와 부드럽고 은밀하며 미묘하고 그윽한 음률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창조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우리의 토속적 정서가 낮은 목소리로 드러남

엉뚱한 소재들의 동원 - 강물 아침날 빛 은결 가슴 눈 핏줄

동백잎을 내세워 자기 심상을 표출

새로운 자기만의 강물 끝없는 강물을 안고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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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회차 체험과 주제

1 체험이란

1) 사람이 직접 경험한 심적 과정이다

- 인격이 몸소 경험한다

2) 시문학에서의 체험

- 그것은 작품 창작이다

- 작품 창작의 동기를 마련해 주는 외적 조건

- 시가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하는 형상화 작업이라 볼 때 체험이란 그대로 수반되는 요소가 된다

- 형상화란 이미지로서 상상하여 마음속에 떠오르는 대상의 모습을 일컫는다(원인이 곧 체험)

3) 시를 창작하는 것은 체험이다

- 릴케 lt말테의 수기gt에서 여성의 수태 분만에 비유

- 스티븐슨 시를 읽는 것은 체험이어야 한다

그리고 시를 쓰는 것도 체험이어야 한다

4) 체험적인 시란

- 객관적 대상 존재나 사물을 지적 감각화로 굴절시켜 의식에 인화했다가 이것을 언제든지 재생

조립 복합화 하는 것이다

2 감각적 체험과 시

1) 체험의 3가지 경로

① 생체험 - 주로 감각기능에 의해서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② 간접체험 - 지적체험 독서 등

③ 선체험 - 선험적 체험 병아리의 숨기 뱀의 공포(원시인의 공포 - 원형적 잔유물)

2) 현대시는 객관적 경험인 감각적 체험에서 출발시킴

- 체험은 감각을 통해 외적이고도 객관적 대상물과 만나는 일

- 필연적 관계성립이다

[예] 꽃 rarr 의식에 인화(여인이 아이를 가짐) rarr 기다림(착상 분만을 기다림 배태) rarr 시 창출(분만)

- 직접적인 매체가 되는 것이 바로 객관적 대상물이다

- 체험을 통한 천착이 아니라 체험을 통한 배태와 분만의 여성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3) 체험시론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닌 객관적 사물의 지적 감각적 해석이라는 점에서 과학적 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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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즉자적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대자적으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과학적 시각이다

체험의 산물인 이미지를 중시하고 이미지를 통한 변용이나 의미의 전의인 치환의 방법론으로

동원한다

3 예시

예감(豫感)

- 최 은 하 -

간밤 꿈에도 비가 내렸었지

행인들의 각양 우산에 듣는 빗방울

너의 오랜 목소리가

다 해진 내 소매끝에 젖어오는구나

흥건히 가슴 밑바닥에까지

다시금 너를 영접하는

나는 조심스레 겨울의 기인 해안으로부터

돌아와 밤을 차지해 앉았다

왜 말이 없지

세월따라 각기 손금대로

살아온 지 얼마 만인데

마주 앉은 채 머리카락 풀어 날리며

굳이 입을 다물고

청각만 모으는 것일까

새찬 비의 탄주 속에서

네 감기를 팔 벌려 꼬옥 안아 힘 주라는 건가

널 처음 알게 된 적은

건너다 보던 연극이

막을 내리는 장면이었지

이 시는 예감의 이미지 조합이다

이미지를 얻은 것은 이전의 내 체험이라는 그릇(바탕)에서 전의 되어온 것이다

객관적 대상을 포착하거나 투시함으로써 감각적 체험을 성립시키고 감각적 체험에 의해 인화된

대상물은 심상이라는 사물의 그림으로 남아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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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체험과 이미지

1) 체험과 이미지는 언제나 상관성을 지닌다

- 이미지의 조형성 입체적 조소성 공감각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 감동 공명 정서반응 제2의 체험(경험)은 같은 뜻의 말로써 작품을 두고 시인과 독자와의

상관관계를 이르는 것이다

- 동조적 관심을 공감으로 말한다 - 현대시가 감각적 체험을 중시한다는 점

2) 대상물 설정 rarr 감각(자극으로 반응) rarr 체험 rarr 이미지 성립(인화 작업) rarr 형상화(한편의 시)

3) 이미지는 사물로 그린 그림이다

- 필연적으로 사물과 만나는 감각적 작업이 선행되어야

- 감각적 체험에 의존된다고 볼 때 이미지는 곧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란 이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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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회차 상상력과 성장과정

1 상상이 하는 일

1) 상상력

- 과거 현재 미래의 일들을 그려(헤아려) 보는 힘

- 정신적 내면의 힘(능력) 창조적 내면의 힘

- 사물을 이전까지와는 달리 새롭게 바라보는 힘

2) 지각의 자동화 현상

- 인습의 거울에 비친대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

- 자동화된 지각의 인습적 시각으로만 바라본다면 우리 삶은 과거를 되풀이할 뿐

진보나 발전의 새로움을 성취할 수 없게 된다

- 자동화된 지각의 안경을 벗고 상상력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면

새로운 사물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 지각의 자동화를 거부하는 상상이란 여태껏 보이지 못한 것을 본다는 말과 같은 뜻이 된다

3) 상상은 공상이나 환상과 다르다

- 상상 객관적 대상을 체험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

- 공상 체험의 구체성이 배제된 황당무계한 환상

4) 현대시는

대상사물과의 체험적 관계를 중시

체험을 통해 이미지를 형상화 시키는 존재화 물화 존재자체이기를 희망한다

상상력을 기본원리 근원적 능력으로써 시의 생명 내면의 힘이 될 수 있게 한다

2 상상의 종류

1) 재생적 상상 - 기억상상

기억은 체험을 통해서 형성되고 체험을 이끌어내어 재현시키는 것

상상력이란 체험의 재현이나 재생이다

재현이나 재생은 상상력에 의존되어 있다고 해도 시적이랄까 창조적 기능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2) 연상 상상 - 연계 상상 관념 연상 연합적 상상

한 사물이나 존재의 유사성을 빌어 기왕에 알고 있는 것이나 그 체험한 사실에 겹치게 하는

것을 연상이라 하고 이를 결합하는 정신적 힘을 연상 상상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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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18 70

연상상상은 감성적 체험을 토대로 한 오성적(悟性的) 능력이라 할 수 있다

3) 창조적 상상

체험으로 해석한 이미지를 결구시키는 이미지의 결합원리이자 이미지를 연계시키고 결합시키는

기능이고 이미지를 해체시키는 결합과 해체를 자유롭게 하는 상상이다

이 원리는 이미지 비유 아이러니 역설 같은 결구력의 원리이자 동시에 착상의 발상차원이

되어 준다는 점에서 창조적 상상력은 현대시를 성립시키는 절대원리가 된다고 보겠다

3 예시

낙 화

- 이 형 기 -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19 70

이 시에서 우리는 낙화에 대해서 실제로 지는 꽃의 영상과 화자의 청춘이 그대로 함께 오버랩

되는 상상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 직접 고통의 인내와 눈의 이미지가 이 시를 형상화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걸 보면 현실에서의 상상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구도임을 알 수 있다

4 상상력의 성장과정

1) 상상력은 동일한 대상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작용의 결과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다

- 각자의 개성과 상상력이 밀착되는 현상이다

- 언제나 대상을 종합적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2) 시를 쓰는 사람은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 언제나 준비된 마음 긴장된 정신력 그리고 가다듬는 자기 삶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모두는 당신으로 향하여

- 최 은 하 -

어둠이어도

헤어나지 못할 어둠의 골짜기어도

고요한 시간을 허락하소서

자유롭게 하소서

내력 없이 드높아진 목숨

요란한 바람과 바람결을

타지 않게 하시고

올려쌓기만 하던 탑 아래

분산 당한 언어와 모습

그리고 가슴은 부끄러움만

거래하는데

당신을 거리하여

견딜 수 없는 내 안에서

감각은 어디로 휘몰리기만 하는가

배우러 온 것만이라거나

버릇하러 태어난 게 아니라

외면 못할 당신을 지키는

시방 내 목숨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20 70

넘치고 꺾이고 속임 당하지만

피해 가지만

모두는 당신을 향하여

돌아 가는 것

돌아가는 길이옵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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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회차 현대시와 이미지

1 이미지(심상心象)와 갈래

1) 이미지란

상상력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사물로부터 받은 어떤 인상이 마음에 새겨져 떠오르는 것

이미지 사물로 그린 그림 말로 만들어진 그림 언어의 회화

TS 엘리엇이 말한 객관적 상관물도 이미지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설명이나 해설이 아닌 표현 보여줌이 이미지다

추상어(관념) rarr 구상어(이미지)

2) 이미지의 종류

① 시각적 이미지

관념이나 정서를 사물로 바꾸어서 보여 주는 것

예 꽃 rarr 1차적 정서반응 rarr 느낌 소멸 rarr 꽃의 모습(이미지로)

- 시각적 체험

② 감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를 복합적 감각으로 드러낸 것

미각 후각 근육 감각(촉) 역학적 색체적인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동시에 하나로

효과를 드러내는 것

3) 시란 결국 이미지요 메터퍼라 할 수 있다

2 관념배제와 무의미시

관념배제한 사물시

현대시는 관념배제한 사물시(이미지즘 시)다

사물시란 사물 이미지로 구성한 시이며 단지 이미지를 보여 주거나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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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절대 심상

관념 이전의 사물세계 사물세계 자체로 환원시켰을 때 비로소 순수의 경지에 이르고

이 순수의 이미지를 동원한 것이 절대심상이다

이전의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인 관념의 제로화(지대)를 내세움

관념의 해방 rarr 사물자체로 환원(이미지) rarr 절대심상

4 예시(例詩)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군함이 한 척

닻을 내리고 있었다

여름에 본 물새는 죽어 있었다

죽은 다음에도 물새는 울고 있었다

한결 어른이 된 소리로 울고 있었다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없는 해안선을

한 사나이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한 쪽 손에

죽은 바다를 들고 있었다

- 김 춘 수 lt처용단장 제 1 부gt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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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차 의인법과 시의 바탕

1 의인법이란

1) 정의

인간이외의 사물이나 추상개념에 인격적 요소를 부여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은유의 한 가지로 환유라고도 한다

사물에 투시된 인간의 마음이 사물로 하여금 인간적 속성을 갖도록 하는 은유법이다

2) 의인법의 종류

① 의인법 생명이 없는 것을 생명이 있는 것으로 인격화

② 반의인법(결정법) 생명이 있는 걸 생명이 없는 것으로 표현

2 예시

병(病)에게

- 조 지 훈 -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엔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외경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즉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 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미를 짚어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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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 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lt중략gt

자네와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넨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두고 나를 설복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 앞에 경도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가게 이 친구

생각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3 의인법에서의 궁극적 표현

자연이 모든 시의 소재(모방)라 하겠지만 선택된 소재는 오직 인간적 그리고 인격적이다

여기 인본적(人本的) 가치와 기준이 있다

차라리 의물법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인성(人性)을 갖춘 물화(物化)이다

모든 시의 궁극적 표현은 인간이요 그 위에 신(神)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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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차 아이러니와 역설

1 아이러니란

본의와는 다르게 시침을 떼고 겉으로 드러난 내용과는 반대가 되는 뜻의 말을 하는

표현 방법이다

- 본의와 반대의 말을 하건 또 부정적이고도 소극적 표현으로 도리어 긍정적 적극적 뜻을

나타내는 수사법이다

아이러니와 역설(파라독스)은 다 같이 모순되는 의미 대립되는 두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가 진술자체는 모순이 없는데 반해 역설은 진술자체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곧이 곧대로의 액면가보다 아이러니와 역설은 비틀고 도치 시키면서 훨씬 크고 깊은 효용성을

얻는다

예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rarr 아이러니

-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 rarr 역설

2 아이러니의 일반적 특성(요소)

① 속임수다

② 대조(對照)가 있다

③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

④ 거리감 자유로움 자유가 있다

⑤ 일종의 멋 부림이 있다

⑥ 비꼼이나 비판의 풍자적 요소

⑦ 비개성적(객관적 논리성)이다

⑧ 자기비하의 양식을 선택한다

⑨ 순진의 아이러니

⑩ 자기폭로의 양식을 취함

3 아이러니의 유형과 종류

1) 유형(類型)

① 언어적 아이러니

- 화자의 언어진술 자체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실제는 그 반대 입장(풍자적 아이러니 역설 익살 언어유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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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상황적 아이러니

- 어떤 사태나 사건이 상황이 아이러니칼하게 보이는 데서 발생 극적 상황 전환 등을 말함

(극적 아이러니 실존적 아이러니 낭만적 아이러니)

2) 종류

① 역설

- 일반적 상식이나 믿음을 뒤집어 엎는 이론

- 예 좋아 죽겠다 즐거운 비명 아름다운 슬픔 등

② 패러디 골계 익살 우스꽝스런 짓이나 말로써 남을 웃기기 위한 의도를 바탕으로 함

주관적 익살 인물 사건 등 대상화 자체에서 일어나는 걸로 육체적 정신적 결함에서 오는 익살 성격

상황 운명골계 등

객관적 익살 주관적 정신적 자율성을 갖고 특수 연관관계로 성립시킴 기지 풍자 해학 등

펀(Pun) 말 재롱 언어유희

4 예시

먼 후일

- 김 소 월 -

먼 훗날 당신이 날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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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차 시와 비유법

1 왜 비유법인가

비유란 A라는 대상(사물)을 B라는 사물(대상)과 비교해서 이해하는 표현이다

1) 비유의 당위성

- 언어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나타내고 표현하고 지시하고자 하는 사물은 무한하므로 그 대상 사물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 여기에 비유가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

- 비유는 언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특히 시창작에서는 비유가 필수적인 것이어서 시 자체라고까지 확대해석 할 수 있는 시어의 본질적

기능이자 원리라고 볼 수가 있다

2) 비유의 갈래

① 광의의 비유

- 문체 수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문장에 변화와 정체를 더하기 위한 수사 형식

② 협의의 비유- 구상적 회화적 비유 표현으로 은유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형식

3) 원관념(본의)과 보조관념(유의)

-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체의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 또 하나의 사물이나

의미(관념)를 끌여들여야 비교가 성립되는데 이때 본래의 것을 원관념 또 하나의 동원된 것을

보조관념이라 한다

4) 비유를 성립시키기 위한 원리

① 비유엔 꼭 두 가지 사물과 두 가지 의미의 비유가 있어야만 한다

② 본의와 유의가 서로 이질적이어야 한다(폭력적 결합-엘리엇) (통합적 마술적 상상력에의 비유)

③ 서로 이질적인 두 사물은 어딘가에 어떤 유사성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2 직유와 은유

1) 직유(명유)

- 두 가지 사물 또는 의미를 같이 처럼 듯이 만큼 같은 등의 연결어로 결합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 하나의 사물 즉 하나의 관념을 다른 사물 다른 관념과 직접 비교하는 비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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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관념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서 두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를

끼워넣어 직접 비교하는 형식이다

직유의 3단계

① 1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한 단어로 연결합된 직유(꽃 같은 여자 앵두같은 입술 등)

② 2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연결어에 의해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되는 직유

(꽃 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③ 3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하나의 구체적 영상이거나 한 면으로 이루어진 직유

(푸른 밤 고이 맺은 이슬같은 보람을 보일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2) 은유(암유)

(1) 은유란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조사를 끼어넣지 않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시하는 비유 (둘 이상의

말 가운데서 하나가 갖는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 다른 의미나 의미가 함축하는 뜻으로

옮겨 놓는 것)

언어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은유가 적당히 쓰이면 문체가 크게 아름다워진다

은유는 등가물을 원활하게 조명해낸다

현대시를 대표하는 표현양식이다(상징과 더불어)

구상적 언어가 추상적 사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창조자(연금술사)이다-새로운(낯설은) 은유를 만들자

(2) 은유의 요소(본질)의 원리

① 언어의 상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유의 궁극성은 바로 상충을 통한 상반의 균층을 획득하는 것)

② 언어의 긴장성을 들 수 있다

(언어의 리듬이 아닌 언어의 긴장에 의한 새로운 리듬창)

③ 언어의 긴장은 문맥을 넓히는 것

(대치론이나 비교론이 아닌 상호작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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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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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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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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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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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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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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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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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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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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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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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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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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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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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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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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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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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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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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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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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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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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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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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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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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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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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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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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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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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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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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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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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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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8 70

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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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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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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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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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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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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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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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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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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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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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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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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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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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사로움이 아닌 필연을 강조하는 이유

- 단언하여 나 자신과 주위 온갖 사물에 대하여 의미를 부여하자는 뜻이다

- 의미론(意味論)이 존재하는 것은 모두가 존재론적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미론은 아름다움(즐거움)의 가치를 지닌 결과라고 보는 것이다

rarr 화합 화답 중용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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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회차 시(詩)란 무엇인가

1 어원(語源)적으로

1) 동양

① 시언지(詩言志) - 서경(書經)

사람의 어떤 뜻 어떤 마음의 상태 및 현상을 나타냄을 말(글)하는 것

정(情)을 나타냄

인간의 정서를 문자로 기술해내는 것

② 사무사(思無邪) - 공자

생강에 사특함이 없다는 것으로 올바름의 본분

사람의 마음에 그릇됨이 없다는 정의

시를 생각함에 오직 깨끗하고 바른 상념의 세계(우주)만이 존재한다

③ 시(詩)라는 글자 풀이

절(사원)에서의 말 - 기도문과 같은 것이 곧 시다

가장 진솔하고 핵심적이며 절실한 말 - 신(神)과의 대화(말)

2) 서양

① 포에트리(Poetry)

행동하다 만든다 창조하다(새롭게 이룩하다)

창작의 근원 - 無에서 有창조

② 아트(Art)

기(技)나 술(術) - 꾸미고 다듬고 만든다

장인(匠人)을 말함 - 손으로 물건을 만드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

무엇인가를 만드는 기술적 측면으로 예술(시)을 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2 정의(定義)적으로

① 시는 리듬 있는 말에 의한 모방이다 ndash 아리스토텔레스

② 시는 가르치고 즐거움을 주려는 의도를 가진 말하는 그림이다 - P Sidney

③ 시는 상상과 정열의 언어다 - 해즈리트

④ 시는 감정의 자연적 발로(유로)다 - 워즈워즈

⑤ 시는 상상과 감정을 통한 인생(자연)의 해석이다 - 허드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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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시는 아름다움의 운율적 창조다 - E A Poe

⑦ 시는 정서의 표출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요

개성의 표현이 아니라 개성으로부터의 도피다 - T S 엘리엇

⑧ 시는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3 일반적 견해로

① 민요무용(Ballad Dance) 가운데서의 노래 가사말

② 노동요나 민요로부터의 노랫말

③ 제천의식(祭天儀式)이나 무가(巫歌)중의 가사말

- 추수감사절이나 종교적 예배 드릴 때의 말이나 노래

- 고구려lt동맹gt 예lt무천gt 부여lt영고gt 의식행사시 그 바탕이 소원성취나 확신에서 온 것

4 현대시에서의 뜻

1) 시를 정서적 반응이나 노출 그리고 정서의 환기가 아니라 정서를 물화(物化)하는 의도적 제작으로

말한다

- 일종의 기술적인 만듦

2) 19세기 낭만주의

- 시 천성(天性)의 미학

- 시인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의 소유자

3) 시인에 대한 잘못된 견해

- 유별난 감정을 갖고 여느 사람들보다 특별한 정서반응을 환기할 수 있다

4) 시인에 대한 올바른 해석

- 시를 짓는 수준을 상당히 연마하고 제작하는 사람

- 천성적이 아니고 수련을 쌓으며 개발 rarr 성숙 rarr 발전

- 오로지 시작 기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꾸준히 집착하면 신념에 따라 획득되어질 수 있다

현대시에서는 천부적 자질이나 재능 따위는 무의미하다

부단한 연마 끈질긴 노력의 조건만이 현대시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모더니즘적 사조에서는 관념적 사고나 주제보다는 일반적 생활의 소재로부터 서사적 제재를 들어

새로운 관심을 형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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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회차 시의 종자(씨앗)

1 시상(詩想)이라는 종자

시상을 얻는다 - 시를 쓰는 계기 착상

1) 영감의 실오라기 rarr 메모 혹은 기록하는 습관

일상 가운데서 언뜻 떠오르는 상념 혹은 심상

종교적 신앙체험이나 어떤 꿈 순간적 감정이 스쳐가는 것

2) 하찮은 충격적 심상

원시시대의 시인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노동할 수 없거나 신체적 결함(허약)자 그리고

전쟁이나 사냥 중에 부상 당한 사람 불의의 장애자였을 거다

- 남 다른 예민성과 감각이 발달하고 환상(청)이 크고 절실하다

- 시적 집착성 민감성 등이 강하다

- 호머 같은 시인은 장님이었다

3) 계절이나 자연에서 느끼는 신비 경외감

인간의 나약성

계절감각 밤과 낮 춘하추동 산천 태양 바다 꽃 등의 자연

천재지변

4) 일상의 희노애락(5욕 7정)

5욕 - 재물욕 명예욕 식욕 수면욕 색욕

7정 - 희 노 애 락 애 오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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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상 떠올리기 잡기

1) 일생생활 가운데서 사물에 대한 관심 갖기

- 마음을 순수하게 어린 아이처럼 지니고 정신을 가다듬어야

- 유감적 유정적 관찰력으로 사물간의 상관관계를 알아차리도록

- 감수성과 상상력이 누구보다 예민하고 풍부해야

2) 떠오른 시상은 머리 속에서 굴려 닦을 것

- 시상의 모양 색깔 강도 취향 성향 등을 주도면밀하게 선별하고 탐색해야

- 오직 자기 나름대로의 섭생에 알맞은 시상인가를 알아보고 선택함이 최상이다

- 선별과 선택은 자신의 체험이라는 용기의 과정을 수용하고 겪어낸 다음의 문제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 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서정주 lt국화 옆에서gt -

서정주 시인은 이 시에서 맨 먼저 떠오른 시상이 제 3 연이었다고 한다

- 40 대 여인이 국화꽃으로 변용되기까지 2~3 년의 세월이 지나갔고 그 여인이란 종자(씨앗)는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여자로 이미지가 발전하기까지 시인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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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상 정리하기

1) 떠오른 시상 중에 버릴 것은 버리라

2) 보다 더 키울만한 시상은 키워라

- 일차적으로 되겠다 싶은 시상은 여러 측면에서 덧붙이고 초점 맞추어 배양해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 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서정주 lt국화 옆에서gt -

서정주의 lt국화 옆에서gt

- 면밀한 발전단계를 구성

3연의 가을이란 계절과 봄철의

소쩍새(1연) 그리고 한 여름의

천둥(2연)의 구성이 바로 그것

봄날의 소쩍새와 여름날의 천둥이

내리쳐 울음 운 것은 불교적 윤회나

연기설로 보아서 서로 상관관계를

인과적으로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4연에서의 무서리와 불면까지도

모두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한 총동원이요 조화다

3) 이 과정에서 우리는 시상의 착상이 한동안 내재해 있다가 새로운 생활체험과 교합이 맞아 들면

그 순간 불이 붙어 타오르기 시작한다는 걸 놓치지 말아야 한다

- 앞 뒤 연결성을 궁리하고 취사선택을 분명히 해야

- 인내심으로 기다리고 제 능력을 모두 경주해야

4 시상 가다듬기

1) 모습을 갖추어가는 시상이 정리가 되면

- 시인의 체험이란 용광로에 끌어들여 달구고 변용시키는 성숙의 단계를 최대로 활용하여 한 편의

시로 마무리를 해가야 할 것이다

2) 소재의 가닥이 잡힌 다음이면

- 앞뒤 안팎 그리고 시대적 차이 단순과 복잡 등이 상호관계를 유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 현대적 감각에 들어맞는 하나의 우주(세계)가 완성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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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격양 흥분된 감정은 걸러지고 객관적 태도가 자리 잡은 후에

- 시의 씨앗은 이제 사명을 완수하고 제 하늘과 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4)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

- 그 한 송이 국화꽃은 비로소 피어나고 새로운 세계는 열린 것이다

- 그 환희 그 아름다움의 극치 그리고 창조적 의미는 향기롭게 휘날리는 것이다

그 안에 또 하나의 씨앗(종자)을 마련해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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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회차 정서와 소재

1 정서란 무엇인가

1) 정서

①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생각할 때에 일어나는 감정이나 그런 감정을 유발하는 주위의 분위기나 기분

② 희로애락과 같이 본능적 충동적으로 외부에 표출되기 쉬운 감정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2) 감정

① 느끼어 일어나는 심정 마음 기분

② 외계의 자극에 응하여 변하는 쾌불쾌 희비 노여움 공포 따위의 주관적 의식현상

3) 감각

사물의 미추(美醜) 선악 호오(好惡) 변화 등을 알아내는 정신능력

정서란 감정과 비슷하고 감정은 감각적 자극에서부터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4) 심리적으로 해석해 본 정서

- 자극이 되는 대상에서 일어나는 강한 감정으로서 신체적 변화가 현저한 것

- 그리고 그것이 일정한 상태로 지속되다가 끝나거나 다른 정신상태로 옮겨가는 의식과정

5) 문학적 해석으로서의 정서

- 문학의 주요 요소인 지적요소 정적요소 상상적 요소 기교적 요소

- 이 정서를 강조한 것이 낭만주의를 이루었고 이것이 극단에 이르면 감상주의

- 그리고 억제하여 조절하면 고전주의와 주지주의가 된다

6) 시에 있어서의 정서의 역할과 위치

- 시의 발생근거는 감정(정서)에 있다

- 시는 곧 정서의 표출이다

- 표현수단으로 언어를 동반해야만 한다

2 실감유리(實感遊離)

1) 실감보수(補修) 실감회상이라고도 한다

- 작정이란 말과 대응되는 것으로 실제적 정서와 거리(간격)을 갖는다

- 실제 체험한 정서를 그대로 시로 형상화하기 보다 객관화

- 실제 정서(체험) rarr 수정 보완 rarr 새로운 정서로 환기

2) 시는 곧 감정 그 자체가 아니다

- 정서를 어떻게 나타내어야만 시가 되는 것일까 rarr 실감유리

- 공포 위협 긴장 두려움 같은 감정이 걸러지고 수정 보수되어 나와야 한다 rarr 실감회상

3) 시는 힘찬 감정의 위세 좋은 충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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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13 70

그 원천은 조용히 회상된 감동이다 - 오스카 와일드 -

시는 정서의 일방적 몰입이나 정서를 통한 동일시가 아니라 사물로부터 환기되는 정서를 유리시키고

객관화시켜 사물화함으로써 구체적 표현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3 정서로부터의 도피

1)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 도피다 - TS 엘리엇 -

2) 정서의 주관성 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 - 특수한 정서

3)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는 뜻

-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객관화

4) 정서의 객관화는

-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대자적 파악을 성립시키고

- 정서는 하나의 사물로 바뀌어 나타날 수가 있게 된다

- 정서로부터의 도피가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가 되는 것에 이른다

5) 물화(物化)는 이미지화를 말한다

- 존재는 곧 물화다

- 물화 정서로 드러낼 것을 사물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 드러낸다 형상화란 말로서 사물을 빌어 정서를 구체적 이미지로 나타낸다는 뜻

- 시의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정서적 이미지로 대체)

4 시와 소재

내 마음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혀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노른노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 영 랑 lt동백잎gt 전문 -

섬세한 이미지와 부드럽고 은밀하며 미묘하고 그윽한 음률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창조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우리의 토속적 정서가 낮은 목소리로 드러남

엉뚱한 소재들의 동원 - 강물 아침날 빛 은결 가슴 눈 핏줄

동백잎을 내세워 자기 심상을 표출

새로운 자기만의 강물 끝없는 강물을 안고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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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70

5 회차 체험과 주제

1 체험이란

1) 사람이 직접 경험한 심적 과정이다

- 인격이 몸소 경험한다

2) 시문학에서의 체험

- 그것은 작품 창작이다

- 작품 창작의 동기를 마련해 주는 외적 조건

- 시가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하는 형상화 작업이라 볼 때 체험이란 그대로 수반되는 요소가 된다

- 형상화란 이미지로서 상상하여 마음속에 떠오르는 대상의 모습을 일컫는다(원인이 곧 체험)

3) 시를 창작하는 것은 체험이다

- 릴케 lt말테의 수기gt에서 여성의 수태 분만에 비유

- 스티븐슨 시를 읽는 것은 체험이어야 한다

그리고 시를 쓰는 것도 체험이어야 한다

4) 체험적인 시란

- 객관적 대상 존재나 사물을 지적 감각화로 굴절시켜 의식에 인화했다가 이것을 언제든지 재생

조립 복합화 하는 것이다

2 감각적 체험과 시

1) 체험의 3가지 경로

① 생체험 - 주로 감각기능에 의해서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② 간접체험 - 지적체험 독서 등

③ 선체험 - 선험적 체험 병아리의 숨기 뱀의 공포(원시인의 공포 - 원형적 잔유물)

2) 현대시는 객관적 경험인 감각적 체험에서 출발시킴

- 체험은 감각을 통해 외적이고도 객관적 대상물과 만나는 일

- 필연적 관계성립이다

[예] 꽃 rarr 의식에 인화(여인이 아이를 가짐) rarr 기다림(착상 분만을 기다림 배태) rarr 시 창출(분만)

- 직접적인 매체가 되는 것이 바로 객관적 대상물이다

- 체험을 통한 천착이 아니라 체험을 통한 배태와 분만의 여성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3) 체험시론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닌 객관적 사물의 지적 감각적 해석이라는 점에서 과학적 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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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즉자적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대자적으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과학적 시각이다

체험의 산물인 이미지를 중시하고 이미지를 통한 변용이나 의미의 전의인 치환의 방법론으로

동원한다

3 예시

예감(豫感)

- 최 은 하 -

간밤 꿈에도 비가 내렸었지

행인들의 각양 우산에 듣는 빗방울

너의 오랜 목소리가

다 해진 내 소매끝에 젖어오는구나

흥건히 가슴 밑바닥에까지

다시금 너를 영접하는

나는 조심스레 겨울의 기인 해안으로부터

돌아와 밤을 차지해 앉았다

왜 말이 없지

세월따라 각기 손금대로

살아온 지 얼마 만인데

마주 앉은 채 머리카락 풀어 날리며

굳이 입을 다물고

청각만 모으는 것일까

새찬 비의 탄주 속에서

네 감기를 팔 벌려 꼬옥 안아 힘 주라는 건가

널 처음 알게 된 적은

건너다 보던 연극이

막을 내리는 장면이었지

이 시는 예감의 이미지 조합이다

이미지를 얻은 것은 이전의 내 체험이라는 그릇(바탕)에서 전의 되어온 것이다

객관적 대상을 포착하거나 투시함으로써 감각적 체험을 성립시키고 감각적 체험에 의해 인화된

대상물은 심상이라는 사물의 그림으로 남아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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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체험과 이미지

1) 체험과 이미지는 언제나 상관성을 지닌다

- 이미지의 조형성 입체적 조소성 공감각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 감동 공명 정서반응 제2의 체험(경험)은 같은 뜻의 말로써 작품을 두고 시인과 독자와의

상관관계를 이르는 것이다

- 동조적 관심을 공감으로 말한다 - 현대시가 감각적 체험을 중시한다는 점

2) 대상물 설정 rarr 감각(자극으로 반응) rarr 체험 rarr 이미지 성립(인화 작업) rarr 형상화(한편의 시)

3) 이미지는 사물로 그린 그림이다

- 필연적으로 사물과 만나는 감각적 작업이 선행되어야

- 감각적 체험에 의존된다고 볼 때 이미지는 곧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란 이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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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회차 상상력과 성장과정

1 상상이 하는 일

1) 상상력

- 과거 현재 미래의 일들을 그려(헤아려) 보는 힘

- 정신적 내면의 힘(능력) 창조적 내면의 힘

- 사물을 이전까지와는 달리 새롭게 바라보는 힘

2) 지각의 자동화 현상

- 인습의 거울에 비친대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

- 자동화된 지각의 인습적 시각으로만 바라본다면 우리 삶은 과거를 되풀이할 뿐

진보나 발전의 새로움을 성취할 수 없게 된다

- 자동화된 지각의 안경을 벗고 상상력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면

새로운 사물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 지각의 자동화를 거부하는 상상이란 여태껏 보이지 못한 것을 본다는 말과 같은 뜻이 된다

3) 상상은 공상이나 환상과 다르다

- 상상 객관적 대상을 체험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

- 공상 체험의 구체성이 배제된 황당무계한 환상

4) 현대시는

대상사물과의 체험적 관계를 중시

체험을 통해 이미지를 형상화 시키는 존재화 물화 존재자체이기를 희망한다

상상력을 기본원리 근원적 능력으로써 시의 생명 내면의 힘이 될 수 있게 한다

2 상상의 종류

1) 재생적 상상 - 기억상상

기억은 체험을 통해서 형성되고 체험을 이끌어내어 재현시키는 것

상상력이란 체험의 재현이나 재생이다

재현이나 재생은 상상력에 의존되어 있다고 해도 시적이랄까 창조적 기능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2) 연상 상상 - 연계 상상 관념 연상 연합적 상상

한 사물이나 존재의 유사성을 빌어 기왕에 알고 있는 것이나 그 체험한 사실에 겹치게 하는

것을 연상이라 하고 이를 결합하는 정신적 힘을 연상 상상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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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상상은 감성적 체험을 토대로 한 오성적(悟性的) 능력이라 할 수 있다

3) 창조적 상상

체험으로 해석한 이미지를 결구시키는 이미지의 결합원리이자 이미지를 연계시키고 결합시키는

기능이고 이미지를 해체시키는 결합과 해체를 자유롭게 하는 상상이다

이 원리는 이미지 비유 아이러니 역설 같은 결구력의 원리이자 동시에 착상의 발상차원이

되어 준다는 점에서 창조적 상상력은 현대시를 성립시키는 절대원리가 된다고 보겠다

3 예시

낙 화

- 이 형 기 -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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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서 우리는 낙화에 대해서 실제로 지는 꽃의 영상과 화자의 청춘이 그대로 함께 오버랩

되는 상상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 직접 고통의 인내와 눈의 이미지가 이 시를 형상화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걸 보면 현실에서의 상상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구도임을 알 수 있다

4 상상력의 성장과정

1) 상상력은 동일한 대상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작용의 결과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다

- 각자의 개성과 상상력이 밀착되는 현상이다

- 언제나 대상을 종합적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2) 시를 쓰는 사람은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 언제나 준비된 마음 긴장된 정신력 그리고 가다듬는 자기 삶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모두는 당신으로 향하여

- 최 은 하 -

어둠이어도

헤어나지 못할 어둠의 골짜기어도

고요한 시간을 허락하소서

자유롭게 하소서

내력 없이 드높아진 목숨

요란한 바람과 바람결을

타지 않게 하시고

올려쌓기만 하던 탑 아래

분산 당한 언어와 모습

그리고 가슴은 부끄러움만

거래하는데

당신을 거리하여

견딜 수 없는 내 안에서

감각은 어디로 휘몰리기만 하는가

배우러 온 것만이라거나

버릇하러 태어난 게 아니라

외면 못할 당신을 지키는

시방 내 목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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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고 꺾이고 속임 당하지만

피해 가지만

모두는 당신을 향하여

돌아 가는 것

돌아가는 길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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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회차 현대시와 이미지

1 이미지(심상心象)와 갈래

1) 이미지란

상상력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사물로부터 받은 어떤 인상이 마음에 새겨져 떠오르는 것

이미지 사물로 그린 그림 말로 만들어진 그림 언어의 회화

TS 엘리엇이 말한 객관적 상관물도 이미지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설명이나 해설이 아닌 표현 보여줌이 이미지다

추상어(관념) rarr 구상어(이미지)

2) 이미지의 종류

① 시각적 이미지

관념이나 정서를 사물로 바꾸어서 보여 주는 것

예 꽃 rarr 1차적 정서반응 rarr 느낌 소멸 rarr 꽃의 모습(이미지로)

- 시각적 체험

② 감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를 복합적 감각으로 드러낸 것

미각 후각 근육 감각(촉) 역학적 색체적인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동시에 하나로

효과를 드러내는 것

3) 시란 결국 이미지요 메터퍼라 할 수 있다

2 관념배제와 무의미시

관념배제한 사물시

현대시는 관념배제한 사물시(이미지즘 시)다

사물시란 사물 이미지로 구성한 시이며 단지 이미지를 보여 주거나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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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절대 심상

관념 이전의 사물세계 사물세계 자체로 환원시켰을 때 비로소 순수의 경지에 이르고

이 순수의 이미지를 동원한 것이 절대심상이다

이전의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인 관념의 제로화(지대)를 내세움

관념의 해방 rarr 사물자체로 환원(이미지) rarr 절대심상

4 예시(例詩)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군함이 한 척

닻을 내리고 있었다

여름에 본 물새는 죽어 있었다

죽은 다음에도 물새는 울고 있었다

한결 어른이 된 소리로 울고 있었다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없는 해안선을

한 사나이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한 쪽 손에

죽은 바다를 들고 있었다

- 김 춘 수 lt처용단장 제 1 부gt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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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차 의인법과 시의 바탕

1 의인법이란

1) 정의

인간이외의 사물이나 추상개념에 인격적 요소를 부여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은유의 한 가지로 환유라고도 한다

사물에 투시된 인간의 마음이 사물로 하여금 인간적 속성을 갖도록 하는 은유법이다

2) 의인법의 종류

① 의인법 생명이 없는 것을 생명이 있는 것으로 인격화

② 반의인법(결정법) 생명이 있는 걸 생명이 없는 것으로 표현

2 예시

병(病)에게

- 조 지 훈 -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엔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외경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즉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 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미를 짚어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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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 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lt중략gt

자네와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넨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두고 나를 설복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 앞에 경도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가게 이 친구

생각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3 의인법에서의 궁극적 표현

자연이 모든 시의 소재(모방)라 하겠지만 선택된 소재는 오직 인간적 그리고 인격적이다

여기 인본적(人本的) 가치와 기준이 있다

차라리 의물법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인성(人性)을 갖춘 물화(物化)이다

모든 시의 궁극적 표현은 인간이요 그 위에 신(神)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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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차 아이러니와 역설

1 아이러니란

본의와는 다르게 시침을 떼고 겉으로 드러난 내용과는 반대가 되는 뜻의 말을 하는

표현 방법이다

- 본의와 반대의 말을 하건 또 부정적이고도 소극적 표현으로 도리어 긍정적 적극적 뜻을

나타내는 수사법이다

아이러니와 역설(파라독스)은 다 같이 모순되는 의미 대립되는 두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가 진술자체는 모순이 없는데 반해 역설은 진술자체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곧이 곧대로의 액면가보다 아이러니와 역설은 비틀고 도치 시키면서 훨씬 크고 깊은 효용성을

얻는다

예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rarr 아이러니

-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 rarr 역설

2 아이러니의 일반적 특성(요소)

① 속임수다

② 대조(對照)가 있다

③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

④ 거리감 자유로움 자유가 있다

⑤ 일종의 멋 부림이 있다

⑥ 비꼼이나 비판의 풍자적 요소

⑦ 비개성적(객관적 논리성)이다

⑧ 자기비하의 양식을 선택한다

⑨ 순진의 아이러니

⑩ 자기폭로의 양식을 취함

3 아이러니의 유형과 종류

1) 유형(類型)

① 언어적 아이러니

- 화자의 언어진술 자체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실제는 그 반대 입장(풍자적 아이러니 역설 익살 언어유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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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상황적 아이러니

- 어떤 사태나 사건이 상황이 아이러니칼하게 보이는 데서 발생 극적 상황 전환 등을 말함

(극적 아이러니 실존적 아이러니 낭만적 아이러니)

2) 종류

① 역설

- 일반적 상식이나 믿음을 뒤집어 엎는 이론

- 예 좋아 죽겠다 즐거운 비명 아름다운 슬픔 등

② 패러디 골계 익살 우스꽝스런 짓이나 말로써 남을 웃기기 위한 의도를 바탕으로 함

주관적 익살 인물 사건 등 대상화 자체에서 일어나는 걸로 육체적 정신적 결함에서 오는 익살 성격

상황 운명골계 등

객관적 익살 주관적 정신적 자율성을 갖고 특수 연관관계로 성립시킴 기지 풍자 해학 등

펀(Pun) 말 재롱 언어유희

4 예시

먼 후일

- 김 소 월 -

먼 훗날 당신이 날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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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차 시와 비유법

1 왜 비유법인가

비유란 A라는 대상(사물)을 B라는 사물(대상)과 비교해서 이해하는 표현이다

1) 비유의 당위성

- 언어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나타내고 표현하고 지시하고자 하는 사물은 무한하므로 그 대상 사물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 여기에 비유가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

- 비유는 언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특히 시창작에서는 비유가 필수적인 것이어서 시 자체라고까지 확대해석 할 수 있는 시어의 본질적

기능이자 원리라고 볼 수가 있다

2) 비유의 갈래

① 광의의 비유

- 문체 수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문장에 변화와 정체를 더하기 위한 수사 형식

② 협의의 비유- 구상적 회화적 비유 표현으로 은유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형식

3) 원관념(본의)과 보조관념(유의)

-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체의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 또 하나의 사물이나

의미(관념)를 끌여들여야 비교가 성립되는데 이때 본래의 것을 원관념 또 하나의 동원된 것을

보조관념이라 한다

4) 비유를 성립시키기 위한 원리

① 비유엔 꼭 두 가지 사물과 두 가지 의미의 비유가 있어야만 한다

② 본의와 유의가 서로 이질적이어야 한다(폭력적 결합-엘리엇) (통합적 마술적 상상력에의 비유)

③ 서로 이질적인 두 사물은 어딘가에 어떤 유사성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2 직유와 은유

1) 직유(명유)

- 두 가지 사물 또는 의미를 같이 처럼 듯이 만큼 같은 등의 연결어로 결합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 하나의 사물 즉 하나의 관념을 다른 사물 다른 관념과 직접 비교하는 비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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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관념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서 두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를

끼워넣어 직접 비교하는 형식이다

직유의 3단계

① 1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한 단어로 연결합된 직유(꽃 같은 여자 앵두같은 입술 등)

② 2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연결어에 의해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되는 직유

(꽃 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③ 3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하나의 구체적 영상이거나 한 면으로 이루어진 직유

(푸른 밤 고이 맺은 이슬같은 보람을 보일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2) 은유(암유)

(1) 은유란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조사를 끼어넣지 않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시하는 비유 (둘 이상의

말 가운데서 하나가 갖는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 다른 의미나 의미가 함축하는 뜻으로

옮겨 놓는 것)

언어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은유가 적당히 쓰이면 문체가 크게 아름다워진다

은유는 등가물을 원활하게 조명해낸다

현대시를 대표하는 표현양식이다(상징과 더불어)

구상적 언어가 추상적 사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창조자(연금술사)이다-새로운(낯설은) 은유를 만들자

(2) 은유의 요소(본질)의 원리

① 언어의 상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유의 궁극성은 바로 상충을 통한 상반의 균층을 획득하는 것)

② 언어의 긴장성을 들 수 있다

(언어의 리듬이 아닌 언어의 긴장에 의한 새로운 리듬창)

③ 언어의 긴장은 문맥을 넓히는 것

(대치론이나 비교론이 아닌 상호작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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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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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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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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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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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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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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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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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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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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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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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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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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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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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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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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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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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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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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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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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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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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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1 70

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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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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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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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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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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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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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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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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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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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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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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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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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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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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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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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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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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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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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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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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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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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9 70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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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6: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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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회차 시(詩)란 무엇인가

1 어원(語源)적으로

1) 동양

① 시언지(詩言志) - 서경(書經)

사람의 어떤 뜻 어떤 마음의 상태 및 현상을 나타냄을 말(글)하는 것

정(情)을 나타냄

인간의 정서를 문자로 기술해내는 것

② 사무사(思無邪) - 공자

생강에 사특함이 없다는 것으로 올바름의 본분

사람의 마음에 그릇됨이 없다는 정의

시를 생각함에 오직 깨끗하고 바른 상념의 세계(우주)만이 존재한다

③ 시(詩)라는 글자 풀이

절(사원)에서의 말 - 기도문과 같은 것이 곧 시다

가장 진솔하고 핵심적이며 절실한 말 - 신(神)과의 대화(말)

2) 서양

① 포에트리(Poetry)

행동하다 만든다 창조하다(새롭게 이룩하다)

창작의 근원 - 無에서 有창조

② 아트(Art)

기(技)나 술(術) - 꾸미고 다듬고 만든다

장인(匠人)을 말함 - 손으로 물건을 만드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

무엇인가를 만드는 기술적 측면으로 예술(시)을 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2 정의(定義)적으로

① 시는 리듬 있는 말에 의한 모방이다 ndash 아리스토텔레스

② 시는 가르치고 즐거움을 주려는 의도를 가진 말하는 그림이다 - P Sidney

③ 시는 상상과 정열의 언어다 - 해즈리트

④ 시는 감정의 자연적 발로(유로)다 - 워즈워즈

⑤ 시는 상상과 감정을 통한 인생(자연)의 해석이다 - 허드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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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시는 아름다움의 운율적 창조다 - E A Poe

⑦ 시는 정서의 표출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요

개성의 표현이 아니라 개성으로부터의 도피다 - T S 엘리엇

⑧ 시는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3 일반적 견해로

① 민요무용(Ballad Dance) 가운데서의 노래 가사말

② 노동요나 민요로부터의 노랫말

③ 제천의식(祭天儀式)이나 무가(巫歌)중의 가사말

- 추수감사절이나 종교적 예배 드릴 때의 말이나 노래

- 고구려lt동맹gt 예lt무천gt 부여lt영고gt 의식행사시 그 바탕이 소원성취나 확신에서 온 것

4 현대시에서의 뜻

1) 시를 정서적 반응이나 노출 그리고 정서의 환기가 아니라 정서를 물화(物化)하는 의도적 제작으로

말한다

- 일종의 기술적인 만듦

2) 19세기 낭만주의

- 시 천성(天性)의 미학

- 시인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의 소유자

3) 시인에 대한 잘못된 견해

- 유별난 감정을 갖고 여느 사람들보다 특별한 정서반응을 환기할 수 있다

4) 시인에 대한 올바른 해석

- 시를 짓는 수준을 상당히 연마하고 제작하는 사람

- 천성적이 아니고 수련을 쌓으며 개발 rarr 성숙 rarr 발전

- 오로지 시작 기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꾸준히 집착하면 신념에 따라 획득되어질 수 있다

현대시에서는 천부적 자질이나 재능 따위는 무의미하다

부단한 연마 끈질긴 노력의 조건만이 현대시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모더니즘적 사조에서는 관념적 사고나 주제보다는 일반적 생활의 소재로부터 서사적 제재를 들어

새로운 관심을 형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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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회차 시의 종자(씨앗)

1 시상(詩想)이라는 종자

시상을 얻는다 - 시를 쓰는 계기 착상

1) 영감의 실오라기 rarr 메모 혹은 기록하는 습관

일상 가운데서 언뜻 떠오르는 상념 혹은 심상

종교적 신앙체험이나 어떤 꿈 순간적 감정이 스쳐가는 것

2) 하찮은 충격적 심상

원시시대의 시인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노동할 수 없거나 신체적 결함(허약)자 그리고

전쟁이나 사냥 중에 부상 당한 사람 불의의 장애자였을 거다

- 남 다른 예민성과 감각이 발달하고 환상(청)이 크고 절실하다

- 시적 집착성 민감성 등이 강하다

- 호머 같은 시인은 장님이었다

3) 계절이나 자연에서 느끼는 신비 경외감

인간의 나약성

계절감각 밤과 낮 춘하추동 산천 태양 바다 꽃 등의 자연

천재지변

4) 일상의 희노애락(5욕 7정)

5욕 - 재물욕 명예욕 식욕 수면욕 색욕

7정 - 희 노 애 락 애 오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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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상 떠올리기 잡기

1) 일생생활 가운데서 사물에 대한 관심 갖기

- 마음을 순수하게 어린 아이처럼 지니고 정신을 가다듬어야

- 유감적 유정적 관찰력으로 사물간의 상관관계를 알아차리도록

- 감수성과 상상력이 누구보다 예민하고 풍부해야

2) 떠오른 시상은 머리 속에서 굴려 닦을 것

- 시상의 모양 색깔 강도 취향 성향 등을 주도면밀하게 선별하고 탐색해야

- 오직 자기 나름대로의 섭생에 알맞은 시상인가를 알아보고 선택함이 최상이다

- 선별과 선택은 자신의 체험이라는 용기의 과정을 수용하고 겪어낸 다음의 문제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 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서정주 lt국화 옆에서gt -

서정주 시인은 이 시에서 맨 먼저 떠오른 시상이 제 3 연이었다고 한다

- 40 대 여인이 국화꽃으로 변용되기까지 2~3 년의 세월이 지나갔고 그 여인이란 종자(씨앗)는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여자로 이미지가 발전하기까지 시인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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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상 정리하기

1) 떠오른 시상 중에 버릴 것은 버리라

2) 보다 더 키울만한 시상은 키워라

- 일차적으로 되겠다 싶은 시상은 여러 측면에서 덧붙이고 초점 맞추어 배양해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 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서정주 lt국화 옆에서gt -

서정주의 lt국화 옆에서gt

- 면밀한 발전단계를 구성

3연의 가을이란 계절과 봄철의

소쩍새(1연) 그리고 한 여름의

천둥(2연)의 구성이 바로 그것

봄날의 소쩍새와 여름날의 천둥이

내리쳐 울음 운 것은 불교적 윤회나

연기설로 보아서 서로 상관관계를

인과적으로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4연에서의 무서리와 불면까지도

모두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한 총동원이요 조화다

3) 이 과정에서 우리는 시상의 착상이 한동안 내재해 있다가 새로운 생활체험과 교합이 맞아 들면

그 순간 불이 붙어 타오르기 시작한다는 걸 놓치지 말아야 한다

- 앞 뒤 연결성을 궁리하고 취사선택을 분명히 해야

- 인내심으로 기다리고 제 능력을 모두 경주해야

4 시상 가다듬기

1) 모습을 갖추어가는 시상이 정리가 되면

- 시인의 체험이란 용광로에 끌어들여 달구고 변용시키는 성숙의 단계를 최대로 활용하여 한 편의

시로 마무리를 해가야 할 것이다

2) 소재의 가닥이 잡힌 다음이면

- 앞뒤 안팎 그리고 시대적 차이 단순과 복잡 등이 상호관계를 유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 현대적 감각에 들어맞는 하나의 우주(세계)가 완성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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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격양 흥분된 감정은 걸러지고 객관적 태도가 자리 잡은 후에

- 시의 씨앗은 이제 사명을 완수하고 제 하늘과 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4)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

- 그 한 송이 국화꽃은 비로소 피어나고 새로운 세계는 열린 것이다

- 그 환희 그 아름다움의 극치 그리고 창조적 의미는 향기롭게 휘날리는 것이다

그 안에 또 하나의 씨앗(종자)을 마련해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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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회차 정서와 소재

1 정서란 무엇인가

1) 정서

①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생각할 때에 일어나는 감정이나 그런 감정을 유발하는 주위의 분위기나 기분

② 희로애락과 같이 본능적 충동적으로 외부에 표출되기 쉬운 감정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2) 감정

① 느끼어 일어나는 심정 마음 기분

② 외계의 자극에 응하여 변하는 쾌불쾌 희비 노여움 공포 따위의 주관적 의식현상

3) 감각

사물의 미추(美醜) 선악 호오(好惡) 변화 등을 알아내는 정신능력

정서란 감정과 비슷하고 감정은 감각적 자극에서부터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4) 심리적으로 해석해 본 정서

- 자극이 되는 대상에서 일어나는 강한 감정으로서 신체적 변화가 현저한 것

- 그리고 그것이 일정한 상태로 지속되다가 끝나거나 다른 정신상태로 옮겨가는 의식과정

5) 문학적 해석으로서의 정서

- 문학의 주요 요소인 지적요소 정적요소 상상적 요소 기교적 요소

- 이 정서를 강조한 것이 낭만주의를 이루었고 이것이 극단에 이르면 감상주의

- 그리고 억제하여 조절하면 고전주의와 주지주의가 된다

6) 시에 있어서의 정서의 역할과 위치

- 시의 발생근거는 감정(정서)에 있다

- 시는 곧 정서의 표출이다

- 표현수단으로 언어를 동반해야만 한다

2 실감유리(實感遊離)

1) 실감보수(補修) 실감회상이라고도 한다

- 작정이란 말과 대응되는 것으로 실제적 정서와 거리(간격)을 갖는다

- 실제 체험한 정서를 그대로 시로 형상화하기 보다 객관화

- 실제 정서(체험) rarr 수정 보완 rarr 새로운 정서로 환기

2) 시는 곧 감정 그 자체가 아니다

- 정서를 어떻게 나타내어야만 시가 되는 것일까 rarr 실감유리

- 공포 위협 긴장 두려움 같은 감정이 걸러지고 수정 보수되어 나와야 한다 rarr 실감회상

3) 시는 힘찬 감정의 위세 좋은 충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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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원천은 조용히 회상된 감동이다 - 오스카 와일드 -

시는 정서의 일방적 몰입이나 정서를 통한 동일시가 아니라 사물로부터 환기되는 정서를 유리시키고

객관화시켜 사물화함으로써 구체적 표현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3 정서로부터의 도피

1)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 도피다 - TS 엘리엇 -

2) 정서의 주관성 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 - 특수한 정서

3)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는 뜻

-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객관화

4) 정서의 객관화는

-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대자적 파악을 성립시키고

- 정서는 하나의 사물로 바뀌어 나타날 수가 있게 된다

- 정서로부터의 도피가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가 되는 것에 이른다

5) 물화(物化)는 이미지화를 말한다

- 존재는 곧 물화다

- 물화 정서로 드러낼 것을 사물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 드러낸다 형상화란 말로서 사물을 빌어 정서를 구체적 이미지로 나타낸다는 뜻

- 시의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정서적 이미지로 대체)

4 시와 소재

내 마음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혀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노른노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 영 랑 lt동백잎gt 전문 -

섬세한 이미지와 부드럽고 은밀하며 미묘하고 그윽한 음률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창조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우리의 토속적 정서가 낮은 목소리로 드러남

엉뚱한 소재들의 동원 - 강물 아침날 빛 은결 가슴 눈 핏줄

동백잎을 내세워 자기 심상을 표출

새로운 자기만의 강물 끝없는 강물을 안고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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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회차 체험과 주제

1 체험이란

1) 사람이 직접 경험한 심적 과정이다

- 인격이 몸소 경험한다

2) 시문학에서의 체험

- 그것은 작품 창작이다

- 작품 창작의 동기를 마련해 주는 외적 조건

- 시가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하는 형상화 작업이라 볼 때 체험이란 그대로 수반되는 요소가 된다

- 형상화란 이미지로서 상상하여 마음속에 떠오르는 대상의 모습을 일컫는다(원인이 곧 체험)

3) 시를 창작하는 것은 체험이다

- 릴케 lt말테의 수기gt에서 여성의 수태 분만에 비유

- 스티븐슨 시를 읽는 것은 체험이어야 한다

그리고 시를 쓰는 것도 체험이어야 한다

4) 체험적인 시란

- 객관적 대상 존재나 사물을 지적 감각화로 굴절시켜 의식에 인화했다가 이것을 언제든지 재생

조립 복합화 하는 것이다

2 감각적 체험과 시

1) 체험의 3가지 경로

① 생체험 - 주로 감각기능에 의해서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② 간접체험 - 지적체험 독서 등

③ 선체험 - 선험적 체험 병아리의 숨기 뱀의 공포(원시인의 공포 - 원형적 잔유물)

2) 현대시는 객관적 경험인 감각적 체험에서 출발시킴

- 체험은 감각을 통해 외적이고도 객관적 대상물과 만나는 일

- 필연적 관계성립이다

[예] 꽃 rarr 의식에 인화(여인이 아이를 가짐) rarr 기다림(착상 분만을 기다림 배태) rarr 시 창출(분만)

- 직접적인 매체가 되는 것이 바로 객관적 대상물이다

- 체험을 통한 천착이 아니라 체험을 통한 배태와 분만의 여성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3) 체험시론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닌 객관적 사물의 지적 감각적 해석이라는 점에서 과학적 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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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즉자적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대자적으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과학적 시각이다

체험의 산물인 이미지를 중시하고 이미지를 통한 변용이나 의미의 전의인 치환의 방법론으로

동원한다

3 예시

예감(豫感)

- 최 은 하 -

간밤 꿈에도 비가 내렸었지

행인들의 각양 우산에 듣는 빗방울

너의 오랜 목소리가

다 해진 내 소매끝에 젖어오는구나

흥건히 가슴 밑바닥에까지

다시금 너를 영접하는

나는 조심스레 겨울의 기인 해안으로부터

돌아와 밤을 차지해 앉았다

왜 말이 없지

세월따라 각기 손금대로

살아온 지 얼마 만인데

마주 앉은 채 머리카락 풀어 날리며

굳이 입을 다물고

청각만 모으는 것일까

새찬 비의 탄주 속에서

네 감기를 팔 벌려 꼬옥 안아 힘 주라는 건가

널 처음 알게 된 적은

건너다 보던 연극이

막을 내리는 장면이었지

이 시는 예감의 이미지 조합이다

이미지를 얻은 것은 이전의 내 체험이라는 그릇(바탕)에서 전의 되어온 것이다

객관적 대상을 포착하거나 투시함으로써 감각적 체험을 성립시키고 감각적 체험에 의해 인화된

대상물은 심상이라는 사물의 그림으로 남아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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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체험과 이미지

1) 체험과 이미지는 언제나 상관성을 지닌다

- 이미지의 조형성 입체적 조소성 공감각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 감동 공명 정서반응 제2의 체험(경험)은 같은 뜻의 말로써 작품을 두고 시인과 독자와의

상관관계를 이르는 것이다

- 동조적 관심을 공감으로 말한다 - 현대시가 감각적 체험을 중시한다는 점

2) 대상물 설정 rarr 감각(자극으로 반응) rarr 체험 rarr 이미지 성립(인화 작업) rarr 형상화(한편의 시)

3) 이미지는 사물로 그린 그림이다

- 필연적으로 사물과 만나는 감각적 작업이 선행되어야

- 감각적 체험에 의존된다고 볼 때 이미지는 곧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란 이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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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회차 상상력과 성장과정

1 상상이 하는 일

1) 상상력

- 과거 현재 미래의 일들을 그려(헤아려) 보는 힘

- 정신적 내면의 힘(능력) 창조적 내면의 힘

- 사물을 이전까지와는 달리 새롭게 바라보는 힘

2) 지각의 자동화 현상

- 인습의 거울에 비친대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

- 자동화된 지각의 인습적 시각으로만 바라본다면 우리 삶은 과거를 되풀이할 뿐

진보나 발전의 새로움을 성취할 수 없게 된다

- 자동화된 지각의 안경을 벗고 상상력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면

새로운 사물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 지각의 자동화를 거부하는 상상이란 여태껏 보이지 못한 것을 본다는 말과 같은 뜻이 된다

3) 상상은 공상이나 환상과 다르다

- 상상 객관적 대상을 체험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

- 공상 체험의 구체성이 배제된 황당무계한 환상

4) 현대시는

대상사물과의 체험적 관계를 중시

체험을 통해 이미지를 형상화 시키는 존재화 물화 존재자체이기를 희망한다

상상력을 기본원리 근원적 능력으로써 시의 생명 내면의 힘이 될 수 있게 한다

2 상상의 종류

1) 재생적 상상 - 기억상상

기억은 체험을 통해서 형성되고 체험을 이끌어내어 재현시키는 것

상상력이란 체험의 재현이나 재생이다

재현이나 재생은 상상력에 의존되어 있다고 해도 시적이랄까 창조적 기능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2) 연상 상상 - 연계 상상 관념 연상 연합적 상상

한 사물이나 존재의 유사성을 빌어 기왕에 알고 있는 것이나 그 체험한 사실에 겹치게 하는

것을 연상이라 하고 이를 결합하는 정신적 힘을 연상 상상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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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상상은 감성적 체험을 토대로 한 오성적(悟性的) 능력이라 할 수 있다

3) 창조적 상상

체험으로 해석한 이미지를 결구시키는 이미지의 결합원리이자 이미지를 연계시키고 결합시키는

기능이고 이미지를 해체시키는 결합과 해체를 자유롭게 하는 상상이다

이 원리는 이미지 비유 아이러니 역설 같은 결구력의 원리이자 동시에 착상의 발상차원이

되어 준다는 점에서 창조적 상상력은 현대시를 성립시키는 절대원리가 된다고 보겠다

3 예시

낙 화

- 이 형 기 -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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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서 우리는 낙화에 대해서 실제로 지는 꽃의 영상과 화자의 청춘이 그대로 함께 오버랩

되는 상상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 직접 고통의 인내와 눈의 이미지가 이 시를 형상화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걸 보면 현실에서의 상상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구도임을 알 수 있다

4 상상력의 성장과정

1) 상상력은 동일한 대상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작용의 결과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다

- 각자의 개성과 상상력이 밀착되는 현상이다

- 언제나 대상을 종합적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2) 시를 쓰는 사람은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 언제나 준비된 마음 긴장된 정신력 그리고 가다듬는 자기 삶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모두는 당신으로 향하여

- 최 은 하 -

어둠이어도

헤어나지 못할 어둠의 골짜기어도

고요한 시간을 허락하소서

자유롭게 하소서

내력 없이 드높아진 목숨

요란한 바람과 바람결을

타지 않게 하시고

올려쌓기만 하던 탑 아래

분산 당한 언어와 모습

그리고 가슴은 부끄러움만

거래하는데

당신을 거리하여

견딜 수 없는 내 안에서

감각은 어디로 휘몰리기만 하는가

배우러 온 것만이라거나

버릇하러 태어난 게 아니라

외면 못할 당신을 지키는

시방 내 목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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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70

넘치고 꺾이고 속임 당하지만

피해 가지만

모두는 당신을 향하여

돌아 가는 것

돌아가는 길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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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70

7 회차 현대시와 이미지

1 이미지(심상心象)와 갈래

1) 이미지란

상상력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사물로부터 받은 어떤 인상이 마음에 새겨져 떠오르는 것

이미지 사물로 그린 그림 말로 만들어진 그림 언어의 회화

TS 엘리엇이 말한 객관적 상관물도 이미지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설명이나 해설이 아닌 표현 보여줌이 이미지다

추상어(관념) rarr 구상어(이미지)

2) 이미지의 종류

① 시각적 이미지

관념이나 정서를 사물로 바꾸어서 보여 주는 것

예 꽃 rarr 1차적 정서반응 rarr 느낌 소멸 rarr 꽃의 모습(이미지로)

- 시각적 체험

② 감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를 복합적 감각으로 드러낸 것

미각 후각 근육 감각(촉) 역학적 색체적인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동시에 하나로

효과를 드러내는 것

3) 시란 결국 이미지요 메터퍼라 할 수 있다

2 관념배제와 무의미시

관념배제한 사물시

현대시는 관념배제한 사물시(이미지즘 시)다

사물시란 사물 이미지로 구성한 시이며 단지 이미지를 보여 주거나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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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절대 심상

관념 이전의 사물세계 사물세계 자체로 환원시켰을 때 비로소 순수의 경지에 이르고

이 순수의 이미지를 동원한 것이 절대심상이다

이전의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인 관념의 제로화(지대)를 내세움

관념의 해방 rarr 사물자체로 환원(이미지) rarr 절대심상

4 예시(例詩)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군함이 한 척

닻을 내리고 있었다

여름에 본 물새는 죽어 있었다

죽은 다음에도 물새는 울고 있었다

한결 어른이 된 소리로 울고 있었다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없는 해안선을

한 사나이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한 쪽 손에

죽은 바다를 들고 있었다

- 김 춘 수 lt처용단장 제 1 부gt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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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차 의인법과 시의 바탕

1 의인법이란

1) 정의

인간이외의 사물이나 추상개념에 인격적 요소를 부여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은유의 한 가지로 환유라고도 한다

사물에 투시된 인간의 마음이 사물로 하여금 인간적 속성을 갖도록 하는 은유법이다

2) 의인법의 종류

① 의인법 생명이 없는 것을 생명이 있는 것으로 인격화

② 반의인법(결정법) 생명이 있는 걸 생명이 없는 것으로 표현

2 예시

병(病)에게

- 조 지 훈 -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엔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외경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즉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 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미를 짚어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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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 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lt중략gt

자네와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넨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두고 나를 설복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 앞에 경도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가게 이 친구

생각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3 의인법에서의 궁극적 표현

자연이 모든 시의 소재(모방)라 하겠지만 선택된 소재는 오직 인간적 그리고 인격적이다

여기 인본적(人本的) 가치와 기준이 있다

차라리 의물법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인성(人性)을 갖춘 물화(物化)이다

모든 시의 궁극적 표현은 인간이요 그 위에 신(神)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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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차 아이러니와 역설

1 아이러니란

본의와는 다르게 시침을 떼고 겉으로 드러난 내용과는 반대가 되는 뜻의 말을 하는

표현 방법이다

- 본의와 반대의 말을 하건 또 부정적이고도 소극적 표현으로 도리어 긍정적 적극적 뜻을

나타내는 수사법이다

아이러니와 역설(파라독스)은 다 같이 모순되는 의미 대립되는 두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가 진술자체는 모순이 없는데 반해 역설은 진술자체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곧이 곧대로의 액면가보다 아이러니와 역설은 비틀고 도치 시키면서 훨씬 크고 깊은 효용성을

얻는다

예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rarr 아이러니

-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 rarr 역설

2 아이러니의 일반적 특성(요소)

① 속임수다

② 대조(對照)가 있다

③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

④ 거리감 자유로움 자유가 있다

⑤ 일종의 멋 부림이 있다

⑥ 비꼼이나 비판의 풍자적 요소

⑦ 비개성적(객관적 논리성)이다

⑧ 자기비하의 양식을 선택한다

⑨ 순진의 아이러니

⑩ 자기폭로의 양식을 취함

3 아이러니의 유형과 종류

1) 유형(類型)

① 언어적 아이러니

- 화자의 언어진술 자체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실제는 그 반대 입장(풍자적 아이러니 역설 익살 언어유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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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상황적 아이러니

- 어떤 사태나 사건이 상황이 아이러니칼하게 보이는 데서 발생 극적 상황 전환 등을 말함

(극적 아이러니 실존적 아이러니 낭만적 아이러니)

2) 종류

① 역설

- 일반적 상식이나 믿음을 뒤집어 엎는 이론

- 예 좋아 죽겠다 즐거운 비명 아름다운 슬픔 등

② 패러디 골계 익살 우스꽝스런 짓이나 말로써 남을 웃기기 위한 의도를 바탕으로 함

주관적 익살 인물 사건 등 대상화 자체에서 일어나는 걸로 육체적 정신적 결함에서 오는 익살 성격

상황 운명골계 등

객관적 익살 주관적 정신적 자율성을 갖고 특수 연관관계로 성립시킴 기지 풍자 해학 등

펀(Pun) 말 재롱 언어유희

4 예시

먼 후일

- 김 소 월 -

먼 훗날 당신이 날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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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차 시와 비유법

1 왜 비유법인가

비유란 A라는 대상(사물)을 B라는 사물(대상)과 비교해서 이해하는 표현이다

1) 비유의 당위성

- 언어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나타내고 표현하고 지시하고자 하는 사물은 무한하므로 그 대상 사물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 여기에 비유가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

- 비유는 언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특히 시창작에서는 비유가 필수적인 것이어서 시 자체라고까지 확대해석 할 수 있는 시어의 본질적

기능이자 원리라고 볼 수가 있다

2) 비유의 갈래

① 광의의 비유

- 문체 수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문장에 변화와 정체를 더하기 위한 수사 형식

② 협의의 비유- 구상적 회화적 비유 표현으로 은유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형식

3) 원관념(본의)과 보조관념(유의)

-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체의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 또 하나의 사물이나

의미(관념)를 끌여들여야 비교가 성립되는데 이때 본래의 것을 원관념 또 하나의 동원된 것을

보조관념이라 한다

4) 비유를 성립시키기 위한 원리

① 비유엔 꼭 두 가지 사물과 두 가지 의미의 비유가 있어야만 한다

② 본의와 유의가 서로 이질적이어야 한다(폭력적 결합-엘리엇) (통합적 마술적 상상력에의 비유)

③ 서로 이질적인 두 사물은 어딘가에 어떤 유사성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2 직유와 은유

1) 직유(명유)

- 두 가지 사물 또는 의미를 같이 처럼 듯이 만큼 같은 등의 연결어로 결합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 하나의 사물 즉 하나의 관념을 다른 사물 다른 관념과 직접 비교하는 비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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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관념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서 두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를

끼워넣어 직접 비교하는 형식이다

직유의 3단계

① 1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한 단어로 연결합된 직유(꽃 같은 여자 앵두같은 입술 등)

② 2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연결어에 의해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되는 직유

(꽃 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③ 3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하나의 구체적 영상이거나 한 면으로 이루어진 직유

(푸른 밤 고이 맺은 이슬같은 보람을 보일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2) 은유(암유)

(1) 은유란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조사를 끼어넣지 않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시하는 비유 (둘 이상의

말 가운데서 하나가 갖는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 다른 의미나 의미가 함축하는 뜻으로

옮겨 놓는 것)

언어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은유가 적당히 쓰이면 문체가 크게 아름다워진다

은유는 등가물을 원활하게 조명해낸다

현대시를 대표하는 표현양식이다(상징과 더불어)

구상적 언어가 추상적 사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창조자(연금술사)이다-새로운(낯설은) 은유를 만들자

(2) 은유의 요소(본질)의 원리

① 언어의 상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유의 궁극성은 바로 상충을 통한 상반의 균층을 획득하는 것)

② 언어의 긴장성을 들 수 있다

(언어의 리듬이 아닌 언어의 긴장에 의한 새로운 리듬창)

③ 언어의 긴장은 문맥을 넓히는 것

(대치론이나 비교론이 아닌 상호작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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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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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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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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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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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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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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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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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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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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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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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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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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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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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3 70

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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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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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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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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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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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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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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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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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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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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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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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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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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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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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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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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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8 70

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9 70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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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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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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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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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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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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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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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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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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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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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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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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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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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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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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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시는 아름다움의 운율적 창조다 - E A Poe

⑦ 시는 정서의 표출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요

개성의 표현이 아니라 개성으로부터의 도피다 - T S 엘리엇

⑧ 시는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3 일반적 견해로

① 민요무용(Ballad Dance) 가운데서의 노래 가사말

② 노동요나 민요로부터의 노랫말

③ 제천의식(祭天儀式)이나 무가(巫歌)중의 가사말

- 추수감사절이나 종교적 예배 드릴 때의 말이나 노래

- 고구려lt동맹gt 예lt무천gt 부여lt영고gt 의식행사시 그 바탕이 소원성취나 확신에서 온 것

4 현대시에서의 뜻

1) 시를 정서적 반응이나 노출 그리고 정서의 환기가 아니라 정서를 물화(物化)하는 의도적 제작으로

말한다

- 일종의 기술적인 만듦

2) 19세기 낭만주의

- 시 천성(天性)의 미학

- 시인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의 소유자

3) 시인에 대한 잘못된 견해

- 유별난 감정을 갖고 여느 사람들보다 특별한 정서반응을 환기할 수 있다

4) 시인에 대한 올바른 해석

- 시를 짓는 수준을 상당히 연마하고 제작하는 사람

- 천성적이 아니고 수련을 쌓으며 개발 rarr 성숙 rarr 발전

- 오로지 시작 기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꾸준히 집착하면 신념에 따라 획득되어질 수 있다

현대시에서는 천부적 자질이나 재능 따위는 무의미하다

부단한 연마 끈질긴 노력의 조건만이 현대시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모더니즘적 사조에서는 관념적 사고나 주제보다는 일반적 생활의 소재로부터 서사적 제재를 들어

새로운 관심을 형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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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회차 시의 종자(씨앗)

1 시상(詩想)이라는 종자

시상을 얻는다 - 시를 쓰는 계기 착상

1) 영감의 실오라기 rarr 메모 혹은 기록하는 습관

일상 가운데서 언뜻 떠오르는 상념 혹은 심상

종교적 신앙체험이나 어떤 꿈 순간적 감정이 스쳐가는 것

2) 하찮은 충격적 심상

원시시대의 시인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노동할 수 없거나 신체적 결함(허약)자 그리고

전쟁이나 사냥 중에 부상 당한 사람 불의의 장애자였을 거다

- 남 다른 예민성과 감각이 발달하고 환상(청)이 크고 절실하다

- 시적 집착성 민감성 등이 강하다

- 호머 같은 시인은 장님이었다

3) 계절이나 자연에서 느끼는 신비 경외감

인간의 나약성

계절감각 밤과 낮 춘하추동 산천 태양 바다 꽃 등의 자연

천재지변

4) 일상의 희노애락(5욕 7정)

5욕 - 재물욕 명예욕 식욕 수면욕 색욕

7정 - 희 노 애 락 애 오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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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상 떠올리기 잡기

1) 일생생활 가운데서 사물에 대한 관심 갖기

- 마음을 순수하게 어린 아이처럼 지니고 정신을 가다듬어야

- 유감적 유정적 관찰력으로 사물간의 상관관계를 알아차리도록

- 감수성과 상상력이 누구보다 예민하고 풍부해야

2) 떠오른 시상은 머리 속에서 굴려 닦을 것

- 시상의 모양 색깔 강도 취향 성향 등을 주도면밀하게 선별하고 탐색해야

- 오직 자기 나름대로의 섭생에 알맞은 시상인가를 알아보고 선택함이 최상이다

- 선별과 선택은 자신의 체험이라는 용기의 과정을 수용하고 겪어낸 다음의 문제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 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서정주 lt국화 옆에서gt -

서정주 시인은 이 시에서 맨 먼저 떠오른 시상이 제 3 연이었다고 한다

- 40 대 여인이 국화꽃으로 변용되기까지 2~3 년의 세월이 지나갔고 그 여인이란 종자(씨앗)는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여자로 이미지가 발전하기까지 시인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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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상 정리하기

1) 떠오른 시상 중에 버릴 것은 버리라

2) 보다 더 키울만한 시상은 키워라

- 일차적으로 되겠다 싶은 시상은 여러 측면에서 덧붙이고 초점 맞추어 배양해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 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서정주 lt국화 옆에서gt -

서정주의 lt국화 옆에서gt

- 면밀한 발전단계를 구성

3연의 가을이란 계절과 봄철의

소쩍새(1연) 그리고 한 여름의

천둥(2연)의 구성이 바로 그것

봄날의 소쩍새와 여름날의 천둥이

내리쳐 울음 운 것은 불교적 윤회나

연기설로 보아서 서로 상관관계를

인과적으로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4연에서의 무서리와 불면까지도

모두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한 총동원이요 조화다

3) 이 과정에서 우리는 시상의 착상이 한동안 내재해 있다가 새로운 생활체험과 교합이 맞아 들면

그 순간 불이 붙어 타오르기 시작한다는 걸 놓치지 말아야 한다

- 앞 뒤 연결성을 궁리하고 취사선택을 분명히 해야

- 인내심으로 기다리고 제 능력을 모두 경주해야

4 시상 가다듬기

1) 모습을 갖추어가는 시상이 정리가 되면

- 시인의 체험이란 용광로에 끌어들여 달구고 변용시키는 성숙의 단계를 최대로 활용하여 한 편의

시로 마무리를 해가야 할 것이다

2) 소재의 가닥이 잡힌 다음이면

- 앞뒤 안팎 그리고 시대적 차이 단순과 복잡 등이 상호관계를 유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 현대적 감각에 들어맞는 하나의 우주(세계)가 완성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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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격양 흥분된 감정은 걸러지고 객관적 태도가 자리 잡은 후에

- 시의 씨앗은 이제 사명을 완수하고 제 하늘과 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4)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

- 그 한 송이 국화꽃은 비로소 피어나고 새로운 세계는 열린 것이다

- 그 환희 그 아름다움의 극치 그리고 창조적 의미는 향기롭게 휘날리는 것이다

그 안에 또 하나의 씨앗(종자)을 마련해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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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회차 정서와 소재

1 정서란 무엇인가

1) 정서

①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생각할 때에 일어나는 감정이나 그런 감정을 유발하는 주위의 분위기나 기분

② 희로애락과 같이 본능적 충동적으로 외부에 표출되기 쉬운 감정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2) 감정

① 느끼어 일어나는 심정 마음 기분

② 외계의 자극에 응하여 변하는 쾌불쾌 희비 노여움 공포 따위의 주관적 의식현상

3) 감각

사물의 미추(美醜) 선악 호오(好惡) 변화 등을 알아내는 정신능력

정서란 감정과 비슷하고 감정은 감각적 자극에서부터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4) 심리적으로 해석해 본 정서

- 자극이 되는 대상에서 일어나는 강한 감정으로서 신체적 변화가 현저한 것

- 그리고 그것이 일정한 상태로 지속되다가 끝나거나 다른 정신상태로 옮겨가는 의식과정

5) 문학적 해석으로서의 정서

- 문학의 주요 요소인 지적요소 정적요소 상상적 요소 기교적 요소

- 이 정서를 강조한 것이 낭만주의를 이루었고 이것이 극단에 이르면 감상주의

- 그리고 억제하여 조절하면 고전주의와 주지주의가 된다

6) 시에 있어서의 정서의 역할과 위치

- 시의 발생근거는 감정(정서)에 있다

- 시는 곧 정서의 표출이다

- 표현수단으로 언어를 동반해야만 한다

2 실감유리(實感遊離)

1) 실감보수(補修) 실감회상이라고도 한다

- 작정이란 말과 대응되는 것으로 실제적 정서와 거리(간격)을 갖는다

- 실제 체험한 정서를 그대로 시로 형상화하기 보다 객관화

- 실제 정서(체험) rarr 수정 보완 rarr 새로운 정서로 환기

2) 시는 곧 감정 그 자체가 아니다

- 정서를 어떻게 나타내어야만 시가 되는 것일까 rarr 실감유리

- 공포 위협 긴장 두려움 같은 감정이 걸러지고 수정 보수되어 나와야 한다 rarr 실감회상

3) 시는 힘찬 감정의 위세 좋은 충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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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원천은 조용히 회상된 감동이다 - 오스카 와일드 -

시는 정서의 일방적 몰입이나 정서를 통한 동일시가 아니라 사물로부터 환기되는 정서를 유리시키고

객관화시켜 사물화함으로써 구체적 표현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3 정서로부터의 도피

1)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 도피다 - TS 엘리엇 -

2) 정서의 주관성 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 - 특수한 정서

3)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는 뜻

-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객관화

4) 정서의 객관화는

-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대자적 파악을 성립시키고

- 정서는 하나의 사물로 바뀌어 나타날 수가 있게 된다

- 정서로부터의 도피가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가 되는 것에 이른다

5) 물화(物化)는 이미지화를 말한다

- 존재는 곧 물화다

- 물화 정서로 드러낼 것을 사물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 드러낸다 형상화란 말로서 사물을 빌어 정서를 구체적 이미지로 나타낸다는 뜻

- 시의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정서적 이미지로 대체)

4 시와 소재

내 마음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혀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노른노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 영 랑 lt동백잎gt 전문 -

섬세한 이미지와 부드럽고 은밀하며 미묘하고 그윽한 음률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창조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우리의 토속적 정서가 낮은 목소리로 드러남

엉뚱한 소재들의 동원 - 강물 아침날 빛 은결 가슴 눈 핏줄

동백잎을 내세워 자기 심상을 표출

새로운 자기만의 강물 끝없는 강물을 안고 살리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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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회차 체험과 주제

1 체험이란

1) 사람이 직접 경험한 심적 과정이다

- 인격이 몸소 경험한다

2) 시문학에서의 체험

- 그것은 작품 창작이다

- 작품 창작의 동기를 마련해 주는 외적 조건

- 시가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하는 형상화 작업이라 볼 때 체험이란 그대로 수반되는 요소가 된다

- 형상화란 이미지로서 상상하여 마음속에 떠오르는 대상의 모습을 일컫는다(원인이 곧 체험)

3) 시를 창작하는 것은 체험이다

- 릴케 lt말테의 수기gt에서 여성의 수태 분만에 비유

- 스티븐슨 시를 읽는 것은 체험이어야 한다

그리고 시를 쓰는 것도 체험이어야 한다

4) 체험적인 시란

- 객관적 대상 존재나 사물을 지적 감각화로 굴절시켜 의식에 인화했다가 이것을 언제든지 재생

조립 복합화 하는 것이다

2 감각적 체험과 시

1) 체험의 3가지 경로

① 생체험 - 주로 감각기능에 의해서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② 간접체험 - 지적체험 독서 등

③ 선체험 - 선험적 체험 병아리의 숨기 뱀의 공포(원시인의 공포 - 원형적 잔유물)

2) 현대시는 객관적 경험인 감각적 체험에서 출발시킴

- 체험은 감각을 통해 외적이고도 객관적 대상물과 만나는 일

- 필연적 관계성립이다

[예] 꽃 rarr 의식에 인화(여인이 아이를 가짐) rarr 기다림(착상 분만을 기다림 배태) rarr 시 창출(분만)

- 직접적인 매체가 되는 것이 바로 객관적 대상물이다

- 체험을 통한 천착이 아니라 체험을 통한 배태와 분만의 여성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3) 체험시론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닌 객관적 사물의 지적 감각적 해석이라는 점에서 과학적 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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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15 70

대상을 즉자적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대자적으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과학적 시각이다

체험의 산물인 이미지를 중시하고 이미지를 통한 변용이나 의미의 전의인 치환의 방법론으로

동원한다

3 예시

예감(豫感)

- 최 은 하 -

간밤 꿈에도 비가 내렸었지

행인들의 각양 우산에 듣는 빗방울

너의 오랜 목소리가

다 해진 내 소매끝에 젖어오는구나

흥건히 가슴 밑바닥에까지

다시금 너를 영접하는

나는 조심스레 겨울의 기인 해안으로부터

돌아와 밤을 차지해 앉았다

왜 말이 없지

세월따라 각기 손금대로

살아온 지 얼마 만인데

마주 앉은 채 머리카락 풀어 날리며

굳이 입을 다물고

청각만 모으는 것일까

새찬 비의 탄주 속에서

네 감기를 팔 벌려 꼬옥 안아 힘 주라는 건가

널 처음 알게 된 적은

건너다 보던 연극이

막을 내리는 장면이었지

이 시는 예감의 이미지 조합이다

이미지를 얻은 것은 이전의 내 체험이라는 그릇(바탕)에서 전의 되어온 것이다

객관적 대상을 포착하거나 투시함으로써 감각적 체험을 성립시키고 감각적 체험에 의해 인화된

대상물은 심상이라는 사물의 그림으로 남아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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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체험과 이미지

1) 체험과 이미지는 언제나 상관성을 지닌다

- 이미지의 조형성 입체적 조소성 공감각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 감동 공명 정서반응 제2의 체험(경험)은 같은 뜻의 말로써 작품을 두고 시인과 독자와의

상관관계를 이르는 것이다

- 동조적 관심을 공감으로 말한다 - 현대시가 감각적 체험을 중시한다는 점

2) 대상물 설정 rarr 감각(자극으로 반응) rarr 체험 rarr 이미지 성립(인화 작업) rarr 형상화(한편의 시)

3) 이미지는 사물로 그린 그림이다

- 필연적으로 사물과 만나는 감각적 작업이 선행되어야

- 감각적 체험에 의존된다고 볼 때 이미지는 곧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란 이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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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회차 상상력과 성장과정

1 상상이 하는 일

1) 상상력

- 과거 현재 미래의 일들을 그려(헤아려) 보는 힘

- 정신적 내면의 힘(능력) 창조적 내면의 힘

- 사물을 이전까지와는 달리 새롭게 바라보는 힘

2) 지각의 자동화 현상

- 인습의 거울에 비친대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

- 자동화된 지각의 인습적 시각으로만 바라본다면 우리 삶은 과거를 되풀이할 뿐

진보나 발전의 새로움을 성취할 수 없게 된다

- 자동화된 지각의 안경을 벗고 상상력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면

새로운 사물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 지각의 자동화를 거부하는 상상이란 여태껏 보이지 못한 것을 본다는 말과 같은 뜻이 된다

3) 상상은 공상이나 환상과 다르다

- 상상 객관적 대상을 체험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

- 공상 체험의 구체성이 배제된 황당무계한 환상

4) 현대시는

대상사물과의 체험적 관계를 중시

체험을 통해 이미지를 형상화 시키는 존재화 물화 존재자체이기를 희망한다

상상력을 기본원리 근원적 능력으로써 시의 생명 내면의 힘이 될 수 있게 한다

2 상상의 종류

1) 재생적 상상 - 기억상상

기억은 체험을 통해서 형성되고 체험을 이끌어내어 재현시키는 것

상상력이란 체험의 재현이나 재생이다

재현이나 재생은 상상력에 의존되어 있다고 해도 시적이랄까 창조적 기능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2) 연상 상상 - 연계 상상 관념 연상 연합적 상상

한 사물이나 존재의 유사성을 빌어 기왕에 알고 있는 것이나 그 체험한 사실에 겹치게 하는

것을 연상이라 하고 이를 결합하는 정신적 힘을 연상 상상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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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상상은 감성적 체험을 토대로 한 오성적(悟性的) 능력이라 할 수 있다

3) 창조적 상상

체험으로 해석한 이미지를 결구시키는 이미지의 결합원리이자 이미지를 연계시키고 결합시키는

기능이고 이미지를 해체시키는 결합과 해체를 자유롭게 하는 상상이다

이 원리는 이미지 비유 아이러니 역설 같은 결구력의 원리이자 동시에 착상의 발상차원이

되어 준다는 점에서 창조적 상상력은 현대시를 성립시키는 절대원리가 된다고 보겠다

3 예시

낙 화

- 이 형 기 -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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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서 우리는 낙화에 대해서 실제로 지는 꽃의 영상과 화자의 청춘이 그대로 함께 오버랩

되는 상상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 직접 고통의 인내와 눈의 이미지가 이 시를 형상화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걸 보면 현실에서의 상상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구도임을 알 수 있다

4 상상력의 성장과정

1) 상상력은 동일한 대상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작용의 결과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다

- 각자의 개성과 상상력이 밀착되는 현상이다

- 언제나 대상을 종합적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2) 시를 쓰는 사람은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 언제나 준비된 마음 긴장된 정신력 그리고 가다듬는 자기 삶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모두는 당신으로 향하여

- 최 은 하 -

어둠이어도

헤어나지 못할 어둠의 골짜기어도

고요한 시간을 허락하소서

자유롭게 하소서

내력 없이 드높아진 목숨

요란한 바람과 바람결을

타지 않게 하시고

올려쌓기만 하던 탑 아래

분산 당한 언어와 모습

그리고 가슴은 부끄러움만

거래하는데

당신을 거리하여

견딜 수 없는 내 안에서

감각은 어디로 휘몰리기만 하는가

배우러 온 것만이라거나

버릇하러 태어난 게 아니라

외면 못할 당신을 지키는

시방 내 목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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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고 꺾이고 속임 당하지만

피해 가지만

모두는 당신을 향하여

돌아 가는 것

돌아가는 길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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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회차 현대시와 이미지

1 이미지(심상心象)와 갈래

1) 이미지란

상상력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사물로부터 받은 어떤 인상이 마음에 새겨져 떠오르는 것

이미지 사물로 그린 그림 말로 만들어진 그림 언어의 회화

TS 엘리엇이 말한 객관적 상관물도 이미지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설명이나 해설이 아닌 표현 보여줌이 이미지다

추상어(관념) rarr 구상어(이미지)

2) 이미지의 종류

① 시각적 이미지

관념이나 정서를 사물로 바꾸어서 보여 주는 것

예 꽃 rarr 1차적 정서반응 rarr 느낌 소멸 rarr 꽃의 모습(이미지로)

- 시각적 체험

② 감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를 복합적 감각으로 드러낸 것

미각 후각 근육 감각(촉) 역학적 색체적인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동시에 하나로

효과를 드러내는 것

3) 시란 결국 이미지요 메터퍼라 할 수 있다

2 관념배제와 무의미시

관념배제한 사물시

현대시는 관념배제한 사물시(이미지즘 시)다

사물시란 사물 이미지로 구성한 시이며 단지 이미지를 보여 주거나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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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절대 심상

관념 이전의 사물세계 사물세계 자체로 환원시켰을 때 비로소 순수의 경지에 이르고

이 순수의 이미지를 동원한 것이 절대심상이다

이전의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인 관념의 제로화(지대)를 내세움

관념의 해방 rarr 사물자체로 환원(이미지) rarr 절대심상

4 예시(例詩)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군함이 한 척

닻을 내리고 있었다

여름에 본 물새는 죽어 있었다

죽은 다음에도 물새는 울고 있었다

한결 어른이 된 소리로 울고 있었다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없는 해안선을

한 사나이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한 쪽 손에

죽은 바다를 들고 있었다

- 김 춘 수 lt처용단장 제 1 부gt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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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차 의인법과 시의 바탕

1 의인법이란

1) 정의

인간이외의 사물이나 추상개념에 인격적 요소를 부여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은유의 한 가지로 환유라고도 한다

사물에 투시된 인간의 마음이 사물로 하여금 인간적 속성을 갖도록 하는 은유법이다

2) 의인법의 종류

① 의인법 생명이 없는 것을 생명이 있는 것으로 인격화

② 반의인법(결정법) 생명이 있는 걸 생명이 없는 것으로 표현

2 예시

병(病)에게

- 조 지 훈 -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엔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외경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즉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 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미를 짚어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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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 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lt중략gt

자네와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넨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두고 나를 설복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 앞에 경도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가게 이 친구

생각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3 의인법에서의 궁극적 표현

자연이 모든 시의 소재(모방)라 하겠지만 선택된 소재는 오직 인간적 그리고 인격적이다

여기 인본적(人本的) 가치와 기준이 있다

차라리 의물법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인성(人性)을 갖춘 물화(物化)이다

모든 시의 궁극적 표현은 인간이요 그 위에 신(神)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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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차 아이러니와 역설

1 아이러니란

본의와는 다르게 시침을 떼고 겉으로 드러난 내용과는 반대가 되는 뜻의 말을 하는

표현 방법이다

- 본의와 반대의 말을 하건 또 부정적이고도 소극적 표현으로 도리어 긍정적 적극적 뜻을

나타내는 수사법이다

아이러니와 역설(파라독스)은 다 같이 모순되는 의미 대립되는 두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가 진술자체는 모순이 없는데 반해 역설은 진술자체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곧이 곧대로의 액면가보다 아이러니와 역설은 비틀고 도치 시키면서 훨씬 크고 깊은 효용성을

얻는다

예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rarr 아이러니

-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 rarr 역설

2 아이러니의 일반적 특성(요소)

① 속임수다

② 대조(對照)가 있다

③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

④ 거리감 자유로움 자유가 있다

⑤ 일종의 멋 부림이 있다

⑥ 비꼼이나 비판의 풍자적 요소

⑦ 비개성적(객관적 논리성)이다

⑧ 자기비하의 양식을 선택한다

⑨ 순진의 아이러니

⑩ 자기폭로의 양식을 취함

3 아이러니의 유형과 종류

1) 유형(類型)

① 언어적 아이러니

- 화자의 언어진술 자체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실제는 그 반대 입장(풍자적 아이러니 역설 익살 언어유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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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상황적 아이러니

- 어떤 사태나 사건이 상황이 아이러니칼하게 보이는 데서 발생 극적 상황 전환 등을 말함

(극적 아이러니 실존적 아이러니 낭만적 아이러니)

2) 종류

① 역설

- 일반적 상식이나 믿음을 뒤집어 엎는 이론

- 예 좋아 죽겠다 즐거운 비명 아름다운 슬픔 등

② 패러디 골계 익살 우스꽝스런 짓이나 말로써 남을 웃기기 위한 의도를 바탕으로 함

주관적 익살 인물 사건 등 대상화 자체에서 일어나는 걸로 육체적 정신적 결함에서 오는 익살 성격

상황 운명골계 등

객관적 익살 주관적 정신적 자율성을 갖고 특수 연관관계로 성립시킴 기지 풍자 해학 등

펀(Pun) 말 재롱 언어유희

4 예시

먼 후일

- 김 소 월 -

먼 훗날 당신이 날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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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차 시와 비유법

1 왜 비유법인가

비유란 A라는 대상(사물)을 B라는 사물(대상)과 비교해서 이해하는 표현이다

1) 비유의 당위성

- 언어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나타내고 표현하고 지시하고자 하는 사물은 무한하므로 그 대상 사물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 여기에 비유가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

- 비유는 언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특히 시창작에서는 비유가 필수적인 것이어서 시 자체라고까지 확대해석 할 수 있는 시어의 본질적

기능이자 원리라고 볼 수가 있다

2) 비유의 갈래

① 광의의 비유

- 문체 수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문장에 변화와 정체를 더하기 위한 수사 형식

② 협의의 비유- 구상적 회화적 비유 표현으로 은유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형식

3) 원관념(본의)과 보조관념(유의)

-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체의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 또 하나의 사물이나

의미(관념)를 끌여들여야 비교가 성립되는데 이때 본래의 것을 원관념 또 하나의 동원된 것을

보조관념이라 한다

4) 비유를 성립시키기 위한 원리

① 비유엔 꼭 두 가지 사물과 두 가지 의미의 비유가 있어야만 한다

② 본의와 유의가 서로 이질적이어야 한다(폭력적 결합-엘리엇) (통합적 마술적 상상력에의 비유)

③ 서로 이질적인 두 사물은 어딘가에 어떤 유사성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2 직유와 은유

1) 직유(명유)

- 두 가지 사물 또는 의미를 같이 처럼 듯이 만큼 같은 등의 연결어로 결합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 하나의 사물 즉 하나의 관념을 다른 사물 다른 관념과 직접 비교하는 비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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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관념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서 두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를

끼워넣어 직접 비교하는 형식이다

직유의 3단계

① 1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한 단어로 연결합된 직유(꽃 같은 여자 앵두같은 입술 등)

② 2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연결어에 의해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되는 직유

(꽃 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③ 3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하나의 구체적 영상이거나 한 면으로 이루어진 직유

(푸른 밤 고이 맺은 이슬같은 보람을 보일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2) 은유(암유)

(1) 은유란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조사를 끼어넣지 않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시하는 비유 (둘 이상의

말 가운데서 하나가 갖는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 다른 의미나 의미가 함축하는 뜻으로

옮겨 놓는 것)

언어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은유가 적당히 쓰이면 문체가 크게 아름다워진다

은유는 등가물을 원활하게 조명해낸다

현대시를 대표하는 표현양식이다(상징과 더불어)

구상적 언어가 추상적 사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창조자(연금술사)이다-새로운(낯설은) 은유를 만들자

(2) 은유의 요소(본질)의 원리

① 언어의 상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유의 궁극성은 바로 상충을 통한 상반의 균층을 획득하는 것)

② 언어의 긴장성을 들 수 있다

(언어의 리듬이 아닌 언어의 긴장에 의한 새로운 리듬창)

③ 언어의 긴장은 문맥을 넓히는 것

(대치론이나 비교론이 아닌 상호작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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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70

(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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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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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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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70

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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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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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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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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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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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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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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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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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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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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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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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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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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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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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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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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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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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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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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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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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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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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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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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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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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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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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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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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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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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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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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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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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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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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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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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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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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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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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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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8: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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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회차 시의 종자(씨앗)

1 시상(詩想)이라는 종자

시상을 얻는다 - 시를 쓰는 계기 착상

1) 영감의 실오라기 rarr 메모 혹은 기록하는 습관

일상 가운데서 언뜻 떠오르는 상념 혹은 심상

종교적 신앙체험이나 어떤 꿈 순간적 감정이 스쳐가는 것

2) 하찮은 충격적 심상

원시시대의 시인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노동할 수 없거나 신체적 결함(허약)자 그리고

전쟁이나 사냥 중에 부상 당한 사람 불의의 장애자였을 거다

- 남 다른 예민성과 감각이 발달하고 환상(청)이 크고 절실하다

- 시적 집착성 민감성 등이 강하다

- 호머 같은 시인은 장님이었다

3) 계절이나 자연에서 느끼는 신비 경외감

인간의 나약성

계절감각 밤과 낮 춘하추동 산천 태양 바다 꽃 등의 자연

천재지변

4) 일상의 희노애락(5욕 7정)

5욕 - 재물욕 명예욕 식욕 수면욕 색욕

7정 - 희 노 애 락 애 오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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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상 떠올리기 잡기

1) 일생생활 가운데서 사물에 대한 관심 갖기

- 마음을 순수하게 어린 아이처럼 지니고 정신을 가다듬어야

- 유감적 유정적 관찰력으로 사물간의 상관관계를 알아차리도록

- 감수성과 상상력이 누구보다 예민하고 풍부해야

2) 떠오른 시상은 머리 속에서 굴려 닦을 것

- 시상의 모양 색깔 강도 취향 성향 등을 주도면밀하게 선별하고 탐색해야

- 오직 자기 나름대로의 섭생에 알맞은 시상인가를 알아보고 선택함이 최상이다

- 선별과 선택은 자신의 체험이라는 용기의 과정을 수용하고 겪어낸 다음의 문제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 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서정주 lt국화 옆에서gt -

서정주 시인은 이 시에서 맨 먼저 떠오른 시상이 제 3 연이었다고 한다

- 40 대 여인이 국화꽃으로 변용되기까지 2~3 년의 세월이 지나갔고 그 여인이란 종자(씨앗)는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여자로 이미지가 발전하기까지 시인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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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상 정리하기

1) 떠오른 시상 중에 버릴 것은 버리라

2) 보다 더 키울만한 시상은 키워라

- 일차적으로 되겠다 싶은 시상은 여러 측면에서 덧붙이고 초점 맞추어 배양해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 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서정주 lt국화 옆에서gt -

서정주의 lt국화 옆에서gt

- 면밀한 발전단계를 구성

3연의 가을이란 계절과 봄철의

소쩍새(1연) 그리고 한 여름의

천둥(2연)의 구성이 바로 그것

봄날의 소쩍새와 여름날의 천둥이

내리쳐 울음 운 것은 불교적 윤회나

연기설로 보아서 서로 상관관계를

인과적으로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4연에서의 무서리와 불면까지도

모두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한 총동원이요 조화다

3) 이 과정에서 우리는 시상의 착상이 한동안 내재해 있다가 새로운 생활체험과 교합이 맞아 들면

그 순간 불이 붙어 타오르기 시작한다는 걸 놓치지 말아야 한다

- 앞 뒤 연결성을 궁리하고 취사선택을 분명히 해야

- 인내심으로 기다리고 제 능력을 모두 경주해야

4 시상 가다듬기

1) 모습을 갖추어가는 시상이 정리가 되면

- 시인의 체험이란 용광로에 끌어들여 달구고 변용시키는 성숙의 단계를 최대로 활용하여 한 편의

시로 마무리를 해가야 할 것이다

2) 소재의 가닥이 잡힌 다음이면

- 앞뒤 안팎 그리고 시대적 차이 단순과 복잡 등이 상호관계를 유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 현대적 감각에 들어맞는 하나의 우주(세계)가 완성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11 70

3) 격양 흥분된 감정은 걸러지고 객관적 태도가 자리 잡은 후에

- 시의 씨앗은 이제 사명을 완수하고 제 하늘과 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4)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

- 그 한 송이 국화꽃은 비로소 피어나고 새로운 세계는 열린 것이다

- 그 환희 그 아름다움의 극치 그리고 창조적 의미는 향기롭게 휘날리는 것이다

그 안에 또 하나의 씨앗(종자)을 마련해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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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12 70

4 회차 정서와 소재

1 정서란 무엇인가

1) 정서

①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생각할 때에 일어나는 감정이나 그런 감정을 유발하는 주위의 분위기나 기분

② 희로애락과 같이 본능적 충동적으로 외부에 표출되기 쉬운 감정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2) 감정

① 느끼어 일어나는 심정 마음 기분

② 외계의 자극에 응하여 변하는 쾌불쾌 희비 노여움 공포 따위의 주관적 의식현상

3) 감각

사물의 미추(美醜) 선악 호오(好惡) 변화 등을 알아내는 정신능력

정서란 감정과 비슷하고 감정은 감각적 자극에서부터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4) 심리적으로 해석해 본 정서

- 자극이 되는 대상에서 일어나는 강한 감정으로서 신체적 변화가 현저한 것

- 그리고 그것이 일정한 상태로 지속되다가 끝나거나 다른 정신상태로 옮겨가는 의식과정

5) 문학적 해석으로서의 정서

- 문학의 주요 요소인 지적요소 정적요소 상상적 요소 기교적 요소

- 이 정서를 강조한 것이 낭만주의를 이루었고 이것이 극단에 이르면 감상주의

- 그리고 억제하여 조절하면 고전주의와 주지주의가 된다

6) 시에 있어서의 정서의 역할과 위치

- 시의 발생근거는 감정(정서)에 있다

- 시는 곧 정서의 표출이다

- 표현수단으로 언어를 동반해야만 한다

2 실감유리(實感遊離)

1) 실감보수(補修) 실감회상이라고도 한다

- 작정이란 말과 대응되는 것으로 실제적 정서와 거리(간격)을 갖는다

- 실제 체험한 정서를 그대로 시로 형상화하기 보다 객관화

- 실제 정서(체험) rarr 수정 보완 rarr 새로운 정서로 환기

2) 시는 곧 감정 그 자체가 아니다

- 정서를 어떻게 나타내어야만 시가 되는 것일까 rarr 실감유리

- 공포 위협 긴장 두려움 같은 감정이 걸러지고 수정 보수되어 나와야 한다 rarr 실감회상

3) 시는 힘찬 감정의 위세 좋은 충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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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원천은 조용히 회상된 감동이다 - 오스카 와일드 -

시는 정서의 일방적 몰입이나 정서를 통한 동일시가 아니라 사물로부터 환기되는 정서를 유리시키고

객관화시켜 사물화함으로써 구체적 표현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3 정서로부터의 도피

1)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 도피다 - TS 엘리엇 -

2) 정서의 주관성 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 - 특수한 정서

3)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는 뜻

-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객관화

4) 정서의 객관화는

-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대자적 파악을 성립시키고

- 정서는 하나의 사물로 바뀌어 나타날 수가 있게 된다

- 정서로부터의 도피가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가 되는 것에 이른다

5) 물화(物化)는 이미지화를 말한다

- 존재는 곧 물화다

- 물화 정서로 드러낼 것을 사물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 드러낸다 형상화란 말로서 사물을 빌어 정서를 구체적 이미지로 나타낸다는 뜻

- 시의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정서적 이미지로 대체)

4 시와 소재

내 마음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혀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노른노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 영 랑 lt동백잎gt 전문 -

섬세한 이미지와 부드럽고 은밀하며 미묘하고 그윽한 음률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창조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우리의 토속적 정서가 낮은 목소리로 드러남

엉뚱한 소재들의 동원 - 강물 아침날 빛 은결 가슴 눈 핏줄

동백잎을 내세워 자기 심상을 표출

새로운 자기만의 강물 끝없는 강물을 안고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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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회차 체험과 주제

1 체험이란

1) 사람이 직접 경험한 심적 과정이다

- 인격이 몸소 경험한다

2) 시문학에서의 체험

- 그것은 작품 창작이다

- 작품 창작의 동기를 마련해 주는 외적 조건

- 시가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하는 형상화 작업이라 볼 때 체험이란 그대로 수반되는 요소가 된다

- 형상화란 이미지로서 상상하여 마음속에 떠오르는 대상의 모습을 일컫는다(원인이 곧 체험)

3) 시를 창작하는 것은 체험이다

- 릴케 lt말테의 수기gt에서 여성의 수태 분만에 비유

- 스티븐슨 시를 읽는 것은 체험이어야 한다

그리고 시를 쓰는 것도 체험이어야 한다

4) 체험적인 시란

- 객관적 대상 존재나 사물을 지적 감각화로 굴절시켜 의식에 인화했다가 이것을 언제든지 재생

조립 복합화 하는 것이다

2 감각적 체험과 시

1) 체험의 3가지 경로

① 생체험 - 주로 감각기능에 의해서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② 간접체험 - 지적체험 독서 등

③ 선체험 - 선험적 체험 병아리의 숨기 뱀의 공포(원시인의 공포 - 원형적 잔유물)

2) 현대시는 객관적 경험인 감각적 체험에서 출발시킴

- 체험은 감각을 통해 외적이고도 객관적 대상물과 만나는 일

- 필연적 관계성립이다

[예] 꽃 rarr 의식에 인화(여인이 아이를 가짐) rarr 기다림(착상 분만을 기다림 배태) rarr 시 창출(분만)

- 직접적인 매체가 되는 것이 바로 객관적 대상물이다

- 체험을 통한 천착이 아니라 체험을 통한 배태와 분만의 여성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3) 체험시론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닌 객관적 사물의 지적 감각적 해석이라는 점에서 과학적 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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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즉자적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대자적으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과학적 시각이다

체험의 산물인 이미지를 중시하고 이미지를 통한 변용이나 의미의 전의인 치환의 방법론으로

동원한다

3 예시

예감(豫感)

- 최 은 하 -

간밤 꿈에도 비가 내렸었지

행인들의 각양 우산에 듣는 빗방울

너의 오랜 목소리가

다 해진 내 소매끝에 젖어오는구나

흥건히 가슴 밑바닥에까지

다시금 너를 영접하는

나는 조심스레 겨울의 기인 해안으로부터

돌아와 밤을 차지해 앉았다

왜 말이 없지

세월따라 각기 손금대로

살아온 지 얼마 만인데

마주 앉은 채 머리카락 풀어 날리며

굳이 입을 다물고

청각만 모으는 것일까

새찬 비의 탄주 속에서

네 감기를 팔 벌려 꼬옥 안아 힘 주라는 건가

널 처음 알게 된 적은

건너다 보던 연극이

막을 내리는 장면이었지

이 시는 예감의 이미지 조합이다

이미지를 얻은 것은 이전의 내 체험이라는 그릇(바탕)에서 전의 되어온 것이다

객관적 대상을 포착하거나 투시함으로써 감각적 체험을 성립시키고 감각적 체험에 의해 인화된

대상물은 심상이라는 사물의 그림으로 남아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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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체험과 이미지

1) 체험과 이미지는 언제나 상관성을 지닌다

- 이미지의 조형성 입체적 조소성 공감각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 감동 공명 정서반응 제2의 체험(경험)은 같은 뜻의 말로써 작품을 두고 시인과 독자와의

상관관계를 이르는 것이다

- 동조적 관심을 공감으로 말한다 - 현대시가 감각적 체험을 중시한다는 점

2) 대상물 설정 rarr 감각(자극으로 반응) rarr 체험 rarr 이미지 성립(인화 작업) rarr 형상화(한편의 시)

3) 이미지는 사물로 그린 그림이다

- 필연적으로 사물과 만나는 감각적 작업이 선행되어야

- 감각적 체험에 의존된다고 볼 때 이미지는 곧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란 이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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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회차 상상력과 성장과정

1 상상이 하는 일

1) 상상력

- 과거 현재 미래의 일들을 그려(헤아려) 보는 힘

- 정신적 내면의 힘(능력) 창조적 내면의 힘

- 사물을 이전까지와는 달리 새롭게 바라보는 힘

2) 지각의 자동화 현상

- 인습의 거울에 비친대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

- 자동화된 지각의 인습적 시각으로만 바라본다면 우리 삶은 과거를 되풀이할 뿐

진보나 발전의 새로움을 성취할 수 없게 된다

- 자동화된 지각의 안경을 벗고 상상력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면

새로운 사물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 지각의 자동화를 거부하는 상상이란 여태껏 보이지 못한 것을 본다는 말과 같은 뜻이 된다

3) 상상은 공상이나 환상과 다르다

- 상상 객관적 대상을 체험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

- 공상 체험의 구체성이 배제된 황당무계한 환상

4) 현대시는

대상사물과의 체험적 관계를 중시

체험을 통해 이미지를 형상화 시키는 존재화 물화 존재자체이기를 희망한다

상상력을 기본원리 근원적 능력으로써 시의 생명 내면의 힘이 될 수 있게 한다

2 상상의 종류

1) 재생적 상상 - 기억상상

기억은 체험을 통해서 형성되고 체험을 이끌어내어 재현시키는 것

상상력이란 체험의 재현이나 재생이다

재현이나 재생은 상상력에 의존되어 있다고 해도 시적이랄까 창조적 기능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2) 연상 상상 - 연계 상상 관념 연상 연합적 상상

한 사물이나 존재의 유사성을 빌어 기왕에 알고 있는 것이나 그 체험한 사실에 겹치게 하는

것을 연상이라 하고 이를 결합하는 정신적 힘을 연상 상상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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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70

연상상상은 감성적 체험을 토대로 한 오성적(悟性的) 능력이라 할 수 있다

3) 창조적 상상

체험으로 해석한 이미지를 결구시키는 이미지의 결합원리이자 이미지를 연계시키고 결합시키는

기능이고 이미지를 해체시키는 결합과 해체를 자유롭게 하는 상상이다

이 원리는 이미지 비유 아이러니 역설 같은 결구력의 원리이자 동시에 착상의 발상차원이

되어 준다는 점에서 창조적 상상력은 현대시를 성립시키는 절대원리가 된다고 보겠다

3 예시

낙 화

- 이 형 기 -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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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19 70

이 시에서 우리는 낙화에 대해서 실제로 지는 꽃의 영상과 화자의 청춘이 그대로 함께 오버랩

되는 상상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 직접 고통의 인내와 눈의 이미지가 이 시를 형상화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걸 보면 현실에서의 상상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구도임을 알 수 있다

4 상상력의 성장과정

1) 상상력은 동일한 대상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작용의 결과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다

- 각자의 개성과 상상력이 밀착되는 현상이다

- 언제나 대상을 종합적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2) 시를 쓰는 사람은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 언제나 준비된 마음 긴장된 정신력 그리고 가다듬는 자기 삶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모두는 당신으로 향하여

- 최 은 하 -

어둠이어도

헤어나지 못할 어둠의 골짜기어도

고요한 시간을 허락하소서

자유롭게 하소서

내력 없이 드높아진 목숨

요란한 바람과 바람결을

타지 않게 하시고

올려쌓기만 하던 탑 아래

분산 당한 언어와 모습

그리고 가슴은 부끄러움만

거래하는데

당신을 거리하여

견딜 수 없는 내 안에서

감각은 어디로 휘몰리기만 하는가

배우러 온 것만이라거나

버릇하러 태어난 게 아니라

외면 못할 당신을 지키는

시방 내 목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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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고 꺾이고 속임 당하지만

피해 가지만

모두는 당신을 향하여

돌아 가는 것

돌아가는 길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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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회차 현대시와 이미지

1 이미지(심상心象)와 갈래

1) 이미지란

상상력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사물로부터 받은 어떤 인상이 마음에 새겨져 떠오르는 것

이미지 사물로 그린 그림 말로 만들어진 그림 언어의 회화

TS 엘리엇이 말한 객관적 상관물도 이미지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설명이나 해설이 아닌 표현 보여줌이 이미지다

추상어(관념) rarr 구상어(이미지)

2) 이미지의 종류

① 시각적 이미지

관념이나 정서를 사물로 바꾸어서 보여 주는 것

예 꽃 rarr 1차적 정서반응 rarr 느낌 소멸 rarr 꽃의 모습(이미지로)

- 시각적 체험

② 감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를 복합적 감각으로 드러낸 것

미각 후각 근육 감각(촉) 역학적 색체적인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동시에 하나로

효과를 드러내는 것

3) 시란 결국 이미지요 메터퍼라 할 수 있다

2 관념배제와 무의미시

관념배제한 사물시

현대시는 관념배제한 사물시(이미지즘 시)다

사물시란 사물 이미지로 구성한 시이며 단지 이미지를 보여 주거나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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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절대 심상

관념 이전의 사물세계 사물세계 자체로 환원시켰을 때 비로소 순수의 경지에 이르고

이 순수의 이미지를 동원한 것이 절대심상이다

이전의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인 관념의 제로화(지대)를 내세움

관념의 해방 rarr 사물자체로 환원(이미지) rarr 절대심상

4 예시(例詩)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군함이 한 척

닻을 내리고 있었다

여름에 본 물새는 죽어 있었다

죽은 다음에도 물새는 울고 있었다

한결 어른이 된 소리로 울고 있었다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없는 해안선을

한 사나이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한 쪽 손에

죽은 바다를 들고 있었다

- 김 춘 수 lt처용단장 제 1 부gt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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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차 의인법과 시의 바탕

1 의인법이란

1) 정의

인간이외의 사물이나 추상개념에 인격적 요소를 부여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은유의 한 가지로 환유라고도 한다

사물에 투시된 인간의 마음이 사물로 하여금 인간적 속성을 갖도록 하는 은유법이다

2) 의인법의 종류

① 의인법 생명이 없는 것을 생명이 있는 것으로 인격화

② 반의인법(결정법) 생명이 있는 걸 생명이 없는 것으로 표현

2 예시

병(病)에게

- 조 지 훈 -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엔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외경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즉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 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미를 짚어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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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 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lt중략gt

자네와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넨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두고 나를 설복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 앞에 경도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가게 이 친구

생각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3 의인법에서의 궁극적 표현

자연이 모든 시의 소재(모방)라 하겠지만 선택된 소재는 오직 인간적 그리고 인격적이다

여기 인본적(人本的) 가치와 기준이 있다

차라리 의물법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인성(人性)을 갖춘 물화(物化)이다

모든 시의 궁극적 표현은 인간이요 그 위에 신(神)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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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차 아이러니와 역설

1 아이러니란

본의와는 다르게 시침을 떼고 겉으로 드러난 내용과는 반대가 되는 뜻의 말을 하는

표현 방법이다

- 본의와 반대의 말을 하건 또 부정적이고도 소극적 표현으로 도리어 긍정적 적극적 뜻을

나타내는 수사법이다

아이러니와 역설(파라독스)은 다 같이 모순되는 의미 대립되는 두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가 진술자체는 모순이 없는데 반해 역설은 진술자체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곧이 곧대로의 액면가보다 아이러니와 역설은 비틀고 도치 시키면서 훨씬 크고 깊은 효용성을

얻는다

예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rarr 아이러니

-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 rarr 역설

2 아이러니의 일반적 특성(요소)

① 속임수다

② 대조(對照)가 있다

③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

④ 거리감 자유로움 자유가 있다

⑤ 일종의 멋 부림이 있다

⑥ 비꼼이나 비판의 풍자적 요소

⑦ 비개성적(객관적 논리성)이다

⑧ 자기비하의 양식을 선택한다

⑨ 순진의 아이러니

⑩ 자기폭로의 양식을 취함

3 아이러니의 유형과 종류

1) 유형(類型)

① 언어적 아이러니

- 화자의 언어진술 자체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실제는 그 반대 입장(풍자적 아이러니 역설 익살 언어유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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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70

② 상황적 아이러니

- 어떤 사태나 사건이 상황이 아이러니칼하게 보이는 데서 발생 극적 상황 전환 등을 말함

(극적 아이러니 실존적 아이러니 낭만적 아이러니)

2) 종류

① 역설

- 일반적 상식이나 믿음을 뒤집어 엎는 이론

- 예 좋아 죽겠다 즐거운 비명 아름다운 슬픔 등

② 패러디 골계 익살 우스꽝스런 짓이나 말로써 남을 웃기기 위한 의도를 바탕으로 함

주관적 익살 인물 사건 등 대상화 자체에서 일어나는 걸로 육체적 정신적 결함에서 오는 익살 성격

상황 운명골계 등

객관적 익살 주관적 정신적 자율성을 갖고 특수 연관관계로 성립시킴 기지 풍자 해학 등

펀(Pun) 말 재롱 언어유희

4 예시

먼 후일

- 김 소 월 -

먼 훗날 당신이 날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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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차 시와 비유법

1 왜 비유법인가

비유란 A라는 대상(사물)을 B라는 사물(대상)과 비교해서 이해하는 표현이다

1) 비유의 당위성

- 언어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나타내고 표현하고 지시하고자 하는 사물은 무한하므로 그 대상 사물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 여기에 비유가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

- 비유는 언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특히 시창작에서는 비유가 필수적인 것이어서 시 자체라고까지 확대해석 할 수 있는 시어의 본질적

기능이자 원리라고 볼 수가 있다

2) 비유의 갈래

① 광의의 비유

- 문체 수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문장에 변화와 정체를 더하기 위한 수사 형식

② 협의의 비유- 구상적 회화적 비유 표현으로 은유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형식

3) 원관념(본의)과 보조관념(유의)

-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체의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 또 하나의 사물이나

의미(관념)를 끌여들여야 비교가 성립되는데 이때 본래의 것을 원관념 또 하나의 동원된 것을

보조관념이라 한다

4) 비유를 성립시키기 위한 원리

① 비유엔 꼭 두 가지 사물과 두 가지 의미의 비유가 있어야만 한다

② 본의와 유의가 서로 이질적이어야 한다(폭력적 결합-엘리엇) (통합적 마술적 상상력에의 비유)

③ 서로 이질적인 두 사물은 어딘가에 어떤 유사성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2 직유와 은유

1) 직유(명유)

- 두 가지 사물 또는 의미를 같이 처럼 듯이 만큼 같은 등의 연결어로 결합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 하나의 사물 즉 하나의 관념을 다른 사물 다른 관념과 직접 비교하는 비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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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관념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서 두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를

끼워넣어 직접 비교하는 형식이다

직유의 3단계

① 1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한 단어로 연결합된 직유(꽃 같은 여자 앵두같은 입술 등)

② 2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연결어에 의해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되는 직유

(꽃 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③ 3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하나의 구체적 영상이거나 한 면으로 이루어진 직유

(푸른 밤 고이 맺은 이슬같은 보람을 보일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2) 은유(암유)

(1) 은유란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조사를 끼어넣지 않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시하는 비유 (둘 이상의

말 가운데서 하나가 갖는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 다른 의미나 의미가 함축하는 뜻으로

옮겨 놓는 것)

언어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은유가 적당히 쓰이면 문체가 크게 아름다워진다

은유는 등가물을 원활하게 조명해낸다

현대시를 대표하는 표현양식이다(상징과 더불어)

구상적 언어가 추상적 사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창조자(연금술사)이다-새로운(낯설은) 은유를 만들자

(2) 은유의 요소(본질)의 원리

① 언어의 상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유의 궁극성은 바로 상충을 통한 상반의 균층을 획득하는 것)

② 언어의 긴장성을 들 수 있다

(언어의 리듬이 아닌 언어의 긴장에 의한 새로운 리듬창)

③ 언어의 긴장은 문맥을 넓히는 것

(대치론이나 비교론이 아닌 상호작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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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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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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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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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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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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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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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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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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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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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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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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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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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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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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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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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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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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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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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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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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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0 70

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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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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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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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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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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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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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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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8 70

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9 70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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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1 70

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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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3 70

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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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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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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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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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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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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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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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9: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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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상 떠올리기 잡기

1) 일생생활 가운데서 사물에 대한 관심 갖기

- 마음을 순수하게 어린 아이처럼 지니고 정신을 가다듬어야

- 유감적 유정적 관찰력으로 사물간의 상관관계를 알아차리도록

- 감수성과 상상력이 누구보다 예민하고 풍부해야

2) 떠오른 시상은 머리 속에서 굴려 닦을 것

- 시상의 모양 색깔 강도 취향 성향 등을 주도면밀하게 선별하고 탐색해야

- 오직 자기 나름대로의 섭생에 알맞은 시상인가를 알아보고 선택함이 최상이다

- 선별과 선택은 자신의 체험이라는 용기의 과정을 수용하고 겪어낸 다음의 문제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 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서정주 lt국화 옆에서gt -

서정주 시인은 이 시에서 맨 먼저 떠오른 시상이 제 3 연이었다고 한다

- 40 대 여인이 국화꽃으로 변용되기까지 2~3 년의 세월이 지나갔고 그 여인이란 종자(씨앗)는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여자로 이미지가 발전하기까지 시인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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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상 정리하기

1) 떠오른 시상 중에 버릴 것은 버리라

2) 보다 더 키울만한 시상은 키워라

- 일차적으로 되겠다 싶은 시상은 여러 측면에서 덧붙이고 초점 맞추어 배양해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 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서정주 lt국화 옆에서gt -

서정주의 lt국화 옆에서gt

- 면밀한 발전단계를 구성

3연의 가을이란 계절과 봄철의

소쩍새(1연) 그리고 한 여름의

천둥(2연)의 구성이 바로 그것

봄날의 소쩍새와 여름날의 천둥이

내리쳐 울음 운 것은 불교적 윤회나

연기설로 보아서 서로 상관관계를

인과적으로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4연에서의 무서리와 불면까지도

모두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한 총동원이요 조화다

3) 이 과정에서 우리는 시상의 착상이 한동안 내재해 있다가 새로운 생활체험과 교합이 맞아 들면

그 순간 불이 붙어 타오르기 시작한다는 걸 놓치지 말아야 한다

- 앞 뒤 연결성을 궁리하고 취사선택을 분명히 해야

- 인내심으로 기다리고 제 능력을 모두 경주해야

4 시상 가다듬기

1) 모습을 갖추어가는 시상이 정리가 되면

- 시인의 체험이란 용광로에 끌어들여 달구고 변용시키는 성숙의 단계를 최대로 활용하여 한 편의

시로 마무리를 해가야 할 것이다

2) 소재의 가닥이 잡힌 다음이면

- 앞뒤 안팎 그리고 시대적 차이 단순과 복잡 등이 상호관계를 유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 현대적 감각에 들어맞는 하나의 우주(세계)가 완성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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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격양 흥분된 감정은 걸러지고 객관적 태도가 자리 잡은 후에

- 시의 씨앗은 이제 사명을 완수하고 제 하늘과 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4)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

- 그 한 송이 국화꽃은 비로소 피어나고 새로운 세계는 열린 것이다

- 그 환희 그 아름다움의 극치 그리고 창조적 의미는 향기롭게 휘날리는 것이다

그 안에 또 하나의 씨앗(종자)을 마련해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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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회차 정서와 소재

1 정서란 무엇인가

1) 정서

①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생각할 때에 일어나는 감정이나 그런 감정을 유발하는 주위의 분위기나 기분

② 희로애락과 같이 본능적 충동적으로 외부에 표출되기 쉬운 감정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2) 감정

① 느끼어 일어나는 심정 마음 기분

② 외계의 자극에 응하여 변하는 쾌불쾌 희비 노여움 공포 따위의 주관적 의식현상

3) 감각

사물의 미추(美醜) 선악 호오(好惡) 변화 등을 알아내는 정신능력

정서란 감정과 비슷하고 감정은 감각적 자극에서부터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4) 심리적으로 해석해 본 정서

- 자극이 되는 대상에서 일어나는 강한 감정으로서 신체적 변화가 현저한 것

- 그리고 그것이 일정한 상태로 지속되다가 끝나거나 다른 정신상태로 옮겨가는 의식과정

5) 문학적 해석으로서의 정서

- 문학의 주요 요소인 지적요소 정적요소 상상적 요소 기교적 요소

- 이 정서를 강조한 것이 낭만주의를 이루었고 이것이 극단에 이르면 감상주의

- 그리고 억제하여 조절하면 고전주의와 주지주의가 된다

6) 시에 있어서의 정서의 역할과 위치

- 시의 발생근거는 감정(정서)에 있다

- 시는 곧 정서의 표출이다

- 표현수단으로 언어를 동반해야만 한다

2 실감유리(實感遊離)

1) 실감보수(補修) 실감회상이라고도 한다

- 작정이란 말과 대응되는 것으로 실제적 정서와 거리(간격)을 갖는다

- 실제 체험한 정서를 그대로 시로 형상화하기 보다 객관화

- 실제 정서(체험) rarr 수정 보완 rarr 새로운 정서로 환기

2) 시는 곧 감정 그 자체가 아니다

- 정서를 어떻게 나타내어야만 시가 되는 것일까 rarr 실감유리

- 공포 위협 긴장 두려움 같은 감정이 걸러지고 수정 보수되어 나와야 한다 rarr 실감회상

3) 시는 힘찬 감정의 위세 좋은 충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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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원천은 조용히 회상된 감동이다 - 오스카 와일드 -

시는 정서의 일방적 몰입이나 정서를 통한 동일시가 아니라 사물로부터 환기되는 정서를 유리시키고

객관화시켜 사물화함으로써 구체적 표현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3 정서로부터의 도피

1)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 도피다 - TS 엘리엇 -

2) 정서의 주관성 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 - 특수한 정서

3)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는 뜻

-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객관화

4) 정서의 객관화는

-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대자적 파악을 성립시키고

- 정서는 하나의 사물로 바뀌어 나타날 수가 있게 된다

- 정서로부터의 도피가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가 되는 것에 이른다

5) 물화(物化)는 이미지화를 말한다

- 존재는 곧 물화다

- 물화 정서로 드러낼 것을 사물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 드러낸다 형상화란 말로서 사물을 빌어 정서를 구체적 이미지로 나타낸다는 뜻

- 시의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정서적 이미지로 대체)

4 시와 소재

내 마음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혀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노른노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 영 랑 lt동백잎gt 전문 -

섬세한 이미지와 부드럽고 은밀하며 미묘하고 그윽한 음률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창조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우리의 토속적 정서가 낮은 목소리로 드러남

엉뚱한 소재들의 동원 - 강물 아침날 빛 은결 가슴 눈 핏줄

동백잎을 내세워 자기 심상을 표출

새로운 자기만의 강물 끝없는 강물을 안고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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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회차 체험과 주제

1 체험이란

1) 사람이 직접 경험한 심적 과정이다

- 인격이 몸소 경험한다

2) 시문학에서의 체험

- 그것은 작품 창작이다

- 작품 창작의 동기를 마련해 주는 외적 조건

- 시가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하는 형상화 작업이라 볼 때 체험이란 그대로 수반되는 요소가 된다

- 형상화란 이미지로서 상상하여 마음속에 떠오르는 대상의 모습을 일컫는다(원인이 곧 체험)

3) 시를 창작하는 것은 체험이다

- 릴케 lt말테의 수기gt에서 여성의 수태 분만에 비유

- 스티븐슨 시를 읽는 것은 체험이어야 한다

그리고 시를 쓰는 것도 체험이어야 한다

4) 체험적인 시란

- 객관적 대상 존재나 사물을 지적 감각화로 굴절시켜 의식에 인화했다가 이것을 언제든지 재생

조립 복합화 하는 것이다

2 감각적 체험과 시

1) 체험의 3가지 경로

① 생체험 - 주로 감각기능에 의해서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② 간접체험 - 지적체험 독서 등

③ 선체험 - 선험적 체험 병아리의 숨기 뱀의 공포(원시인의 공포 - 원형적 잔유물)

2) 현대시는 객관적 경험인 감각적 체험에서 출발시킴

- 체험은 감각을 통해 외적이고도 객관적 대상물과 만나는 일

- 필연적 관계성립이다

[예] 꽃 rarr 의식에 인화(여인이 아이를 가짐) rarr 기다림(착상 분만을 기다림 배태) rarr 시 창출(분만)

- 직접적인 매체가 되는 것이 바로 객관적 대상물이다

- 체험을 통한 천착이 아니라 체험을 통한 배태와 분만의 여성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3) 체험시론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닌 객관적 사물의 지적 감각적 해석이라는 점에서 과학적 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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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즉자적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대자적으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과학적 시각이다

체험의 산물인 이미지를 중시하고 이미지를 통한 변용이나 의미의 전의인 치환의 방법론으로

동원한다

3 예시

예감(豫感)

- 최 은 하 -

간밤 꿈에도 비가 내렸었지

행인들의 각양 우산에 듣는 빗방울

너의 오랜 목소리가

다 해진 내 소매끝에 젖어오는구나

흥건히 가슴 밑바닥에까지

다시금 너를 영접하는

나는 조심스레 겨울의 기인 해안으로부터

돌아와 밤을 차지해 앉았다

왜 말이 없지

세월따라 각기 손금대로

살아온 지 얼마 만인데

마주 앉은 채 머리카락 풀어 날리며

굳이 입을 다물고

청각만 모으는 것일까

새찬 비의 탄주 속에서

네 감기를 팔 벌려 꼬옥 안아 힘 주라는 건가

널 처음 알게 된 적은

건너다 보던 연극이

막을 내리는 장면이었지

이 시는 예감의 이미지 조합이다

이미지를 얻은 것은 이전의 내 체험이라는 그릇(바탕)에서 전의 되어온 것이다

객관적 대상을 포착하거나 투시함으로써 감각적 체험을 성립시키고 감각적 체험에 의해 인화된

대상물은 심상이라는 사물의 그림으로 남아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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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체험과 이미지

1) 체험과 이미지는 언제나 상관성을 지닌다

- 이미지의 조형성 입체적 조소성 공감각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 감동 공명 정서반응 제2의 체험(경험)은 같은 뜻의 말로써 작품을 두고 시인과 독자와의

상관관계를 이르는 것이다

- 동조적 관심을 공감으로 말한다 - 현대시가 감각적 체험을 중시한다는 점

2) 대상물 설정 rarr 감각(자극으로 반응) rarr 체험 rarr 이미지 성립(인화 작업) rarr 형상화(한편의 시)

3) 이미지는 사물로 그린 그림이다

- 필연적으로 사물과 만나는 감각적 작업이 선행되어야

- 감각적 체험에 의존된다고 볼 때 이미지는 곧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란 이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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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회차 상상력과 성장과정

1 상상이 하는 일

1) 상상력

- 과거 현재 미래의 일들을 그려(헤아려) 보는 힘

- 정신적 내면의 힘(능력) 창조적 내면의 힘

- 사물을 이전까지와는 달리 새롭게 바라보는 힘

2) 지각의 자동화 현상

- 인습의 거울에 비친대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

- 자동화된 지각의 인습적 시각으로만 바라본다면 우리 삶은 과거를 되풀이할 뿐

진보나 발전의 새로움을 성취할 수 없게 된다

- 자동화된 지각의 안경을 벗고 상상력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면

새로운 사물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 지각의 자동화를 거부하는 상상이란 여태껏 보이지 못한 것을 본다는 말과 같은 뜻이 된다

3) 상상은 공상이나 환상과 다르다

- 상상 객관적 대상을 체험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

- 공상 체험의 구체성이 배제된 황당무계한 환상

4) 현대시는

대상사물과의 체험적 관계를 중시

체험을 통해 이미지를 형상화 시키는 존재화 물화 존재자체이기를 희망한다

상상력을 기본원리 근원적 능력으로써 시의 생명 내면의 힘이 될 수 있게 한다

2 상상의 종류

1) 재생적 상상 - 기억상상

기억은 체험을 통해서 형성되고 체험을 이끌어내어 재현시키는 것

상상력이란 체험의 재현이나 재생이다

재현이나 재생은 상상력에 의존되어 있다고 해도 시적이랄까 창조적 기능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2) 연상 상상 - 연계 상상 관념 연상 연합적 상상

한 사물이나 존재의 유사성을 빌어 기왕에 알고 있는 것이나 그 체험한 사실에 겹치게 하는

것을 연상이라 하고 이를 결합하는 정신적 힘을 연상 상상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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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상상은 감성적 체험을 토대로 한 오성적(悟性的) 능력이라 할 수 있다

3) 창조적 상상

체험으로 해석한 이미지를 결구시키는 이미지의 결합원리이자 이미지를 연계시키고 결합시키는

기능이고 이미지를 해체시키는 결합과 해체를 자유롭게 하는 상상이다

이 원리는 이미지 비유 아이러니 역설 같은 결구력의 원리이자 동시에 착상의 발상차원이

되어 준다는 점에서 창조적 상상력은 현대시를 성립시키는 절대원리가 된다고 보겠다

3 예시

낙 화

- 이 형 기 -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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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서 우리는 낙화에 대해서 실제로 지는 꽃의 영상과 화자의 청춘이 그대로 함께 오버랩

되는 상상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 직접 고통의 인내와 눈의 이미지가 이 시를 형상화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걸 보면 현실에서의 상상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구도임을 알 수 있다

4 상상력의 성장과정

1) 상상력은 동일한 대상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작용의 결과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다

- 각자의 개성과 상상력이 밀착되는 현상이다

- 언제나 대상을 종합적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2) 시를 쓰는 사람은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 언제나 준비된 마음 긴장된 정신력 그리고 가다듬는 자기 삶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모두는 당신으로 향하여

- 최 은 하 -

어둠이어도

헤어나지 못할 어둠의 골짜기어도

고요한 시간을 허락하소서

자유롭게 하소서

내력 없이 드높아진 목숨

요란한 바람과 바람결을

타지 않게 하시고

올려쌓기만 하던 탑 아래

분산 당한 언어와 모습

그리고 가슴은 부끄러움만

거래하는데

당신을 거리하여

견딜 수 없는 내 안에서

감각은 어디로 휘몰리기만 하는가

배우러 온 것만이라거나

버릇하러 태어난 게 아니라

외면 못할 당신을 지키는

시방 내 목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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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고 꺾이고 속임 당하지만

피해 가지만

모두는 당신을 향하여

돌아 가는 것

돌아가는 길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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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회차 현대시와 이미지

1 이미지(심상心象)와 갈래

1) 이미지란

상상력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사물로부터 받은 어떤 인상이 마음에 새겨져 떠오르는 것

이미지 사물로 그린 그림 말로 만들어진 그림 언어의 회화

TS 엘리엇이 말한 객관적 상관물도 이미지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설명이나 해설이 아닌 표현 보여줌이 이미지다

추상어(관념) rarr 구상어(이미지)

2) 이미지의 종류

① 시각적 이미지

관념이나 정서를 사물로 바꾸어서 보여 주는 것

예 꽃 rarr 1차적 정서반응 rarr 느낌 소멸 rarr 꽃의 모습(이미지로)

- 시각적 체험

② 감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를 복합적 감각으로 드러낸 것

미각 후각 근육 감각(촉) 역학적 색체적인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동시에 하나로

효과를 드러내는 것

3) 시란 결국 이미지요 메터퍼라 할 수 있다

2 관념배제와 무의미시

관념배제한 사물시

현대시는 관념배제한 사물시(이미지즘 시)다

사물시란 사물 이미지로 구성한 시이며 단지 이미지를 보여 주거나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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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절대 심상

관념 이전의 사물세계 사물세계 자체로 환원시켰을 때 비로소 순수의 경지에 이르고

이 순수의 이미지를 동원한 것이 절대심상이다

이전의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인 관념의 제로화(지대)를 내세움

관념의 해방 rarr 사물자체로 환원(이미지) rarr 절대심상

4 예시(例詩)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군함이 한 척

닻을 내리고 있었다

여름에 본 물새는 죽어 있었다

죽은 다음에도 물새는 울고 있었다

한결 어른이 된 소리로 울고 있었다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없는 해안선을

한 사나이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한 쪽 손에

죽은 바다를 들고 있었다

- 김 춘 수 lt처용단장 제 1 부gt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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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차 의인법과 시의 바탕

1 의인법이란

1) 정의

인간이외의 사물이나 추상개념에 인격적 요소를 부여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은유의 한 가지로 환유라고도 한다

사물에 투시된 인간의 마음이 사물로 하여금 인간적 속성을 갖도록 하는 은유법이다

2) 의인법의 종류

① 의인법 생명이 없는 것을 생명이 있는 것으로 인격화

② 반의인법(결정법) 생명이 있는 걸 생명이 없는 것으로 표현

2 예시

병(病)에게

- 조 지 훈 -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엔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외경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즉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 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미를 짚어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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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 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lt중략gt

자네와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넨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두고 나를 설복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 앞에 경도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가게 이 친구

생각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3 의인법에서의 궁극적 표현

자연이 모든 시의 소재(모방)라 하겠지만 선택된 소재는 오직 인간적 그리고 인격적이다

여기 인본적(人本的) 가치와 기준이 있다

차라리 의물법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인성(人性)을 갖춘 물화(物化)이다

모든 시의 궁극적 표현은 인간이요 그 위에 신(神)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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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차 아이러니와 역설

1 아이러니란

본의와는 다르게 시침을 떼고 겉으로 드러난 내용과는 반대가 되는 뜻의 말을 하는

표현 방법이다

- 본의와 반대의 말을 하건 또 부정적이고도 소극적 표현으로 도리어 긍정적 적극적 뜻을

나타내는 수사법이다

아이러니와 역설(파라독스)은 다 같이 모순되는 의미 대립되는 두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가 진술자체는 모순이 없는데 반해 역설은 진술자체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곧이 곧대로의 액면가보다 아이러니와 역설은 비틀고 도치 시키면서 훨씬 크고 깊은 효용성을

얻는다

예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rarr 아이러니

-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 rarr 역설

2 아이러니의 일반적 특성(요소)

① 속임수다

② 대조(對照)가 있다

③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

④ 거리감 자유로움 자유가 있다

⑤ 일종의 멋 부림이 있다

⑥ 비꼼이나 비판의 풍자적 요소

⑦ 비개성적(객관적 논리성)이다

⑧ 자기비하의 양식을 선택한다

⑨ 순진의 아이러니

⑩ 자기폭로의 양식을 취함

3 아이러니의 유형과 종류

1) 유형(類型)

① 언어적 아이러니

- 화자의 언어진술 자체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실제는 그 반대 입장(풍자적 아이러니 역설 익살 언어유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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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상황적 아이러니

- 어떤 사태나 사건이 상황이 아이러니칼하게 보이는 데서 발생 극적 상황 전환 등을 말함

(극적 아이러니 실존적 아이러니 낭만적 아이러니)

2) 종류

① 역설

- 일반적 상식이나 믿음을 뒤집어 엎는 이론

- 예 좋아 죽겠다 즐거운 비명 아름다운 슬픔 등

② 패러디 골계 익살 우스꽝스런 짓이나 말로써 남을 웃기기 위한 의도를 바탕으로 함

주관적 익살 인물 사건 등 대상화 자체에서 일어나는 걸로 육체적 정신적 결함에서 오는 익살 성격

상황 운명골계 등

객관적 익살 주관적 정신적 자율성을 갖고 특수 연관관계로 성립시킴 기지 풍자 해학 등

펀(Pun) 말 재롱 언어유희

4 예시

먼 후일

- 김 소 월 -

먼 훗날 당신이 날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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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차 시와 비유법

1 왜 비유법인가

비유란 A라는 대상(사물)을 B라는 사물(대상)과 비교해서 이해하는 표현이다

1) 비유의 당위성

- 언어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나타내고 표현하고 지시하고자 하는 사물은 무한하므로 그 대상 사물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 여기에 비유가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

- 비유는 언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특히 시창작에서는 비유가 필수적인 것이어서 시 자체라고까지 확대해석 할 수 있는 시어의 본질적

기능이자 원리라고 볼 수가 있다

2) 비유의 갈래

① 광의의 비유

- 문체 수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문장에 변화와 정체를 더하기 위한 수사 형식

② 협의의 비유- 구상적 회화적 비유 표현으로 은유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형식

3) 원관념(본의)과 보조관념(유의)

-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체의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 또 하나의 사물이나

의미(관념)를 끌여들여야 비교가 성립되는데 이때 본래의 것을 원관념 또 하나의 동원된 것을

보조관념이라 한다

4) 비유를 성립시키기 위한 원리

① 비유엔 꼭 두 가지 사물과 두 가지 의미의 비유가 있어야만 한다

② 본의와 유의가 서로 이질적이어야 한다(폭력적 결합-엘리엇) (통합적 마술적 상상력에의 비유)

③ 서로 이질적인 두 사물은 어딘가에 어떤 유사성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2 직유와 은유

1) 직유(명유)

- 두 가지 사물 또는 의미를 같이 처럼 듯이 만큼 같은 등의 연결어로 결합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 하나의 사물 즉 하나의 관념을 다른 사물 다른 관념과 직접 비교하는 비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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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관념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서 두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를

끼워넣어 직접 비교하는 형식이다

직유의 3단계

① 1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한 단어로 연결합된 직유(꽃 같은 여자 앵두같은 입술 등)

② 2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연결어에 의해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되는 직유

(꽃 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③ 3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하나의 구체적 영상이거나 한 면으로 이루어진 직유

(푸른 밤 고이 맺은 이슬같은 보람을 보일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2) 은유(암유)

(1) 은유란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조사를 끼어넣지 않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시하는 비유 (둘 이상의

말 가운데서 하나가 갖는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 다른 의미나 의미가 함축하는 뜻으로

옮겨 놓는 것)

언어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은유가 적당히 쓰이면 문체가 크게 아름다워진다

은유는 등가물을 원활하게 조명해낸다

현대시를 대표하는 표현양식이다(상징과 더불어)

구상적 언어가 추상적 사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창조자(연금술사)이다-새로운(낯설은) 은유를 만들자

(2) 은유의 요소(본질)의 원리

① 언어의 상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유의 궁극성은 바로 상충을 통한 상반의 균층을 획득하는 것)

② 언어의 긴장성을 들 수 있다

(언어의 리듬이 아닌 언어의 긴장에 의한 새로운 리듬창)

③ 언어의 긴장은 문맥을 넓히는 것

(대치론이나 비교론이 아닌 상호작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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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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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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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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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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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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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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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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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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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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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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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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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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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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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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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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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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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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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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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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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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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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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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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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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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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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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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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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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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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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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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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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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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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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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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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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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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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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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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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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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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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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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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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0: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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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상 정리하기

1) 떠오른 시상 중에 버릴 것은 버리라

2) 보다 더 키울만한 시상은 키워라

- 일차적으로 되겠다 싶은 시상은 여러 측면에서 덧붙이고 초점 맞추어 배양해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 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서정주 lt국화 옆에서gt -

서정주의 lt국화 옆에서gt

- 면밀한 발전단계를 구성

3연의 가을이란 계절과 봄철의

소쩍새(1연) 그리고 한 여름의

천둥(2연)의 구성이 바로 그것

봄날의 소쩍새와 여름날의 천둥이

내리쳐 울음 운 것은 불교적 윤회나

연기설로 보아서 서로 상관관계를

인과적으로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4연에서의 무서리와 불면까지도

모두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한 총동원이요 조화다

3) 이 과정에서 우리는 시상의 착상이 한동안 내재해 있다가 새로운 생활체험과 교합이 맞아 들면

그 순간 불이 붙어 타오르기 시작한다는 걸 놓치지 말아야 한다

- 앞 뒤 연결성을 궁리하고 취사선택을 분명히 해야

- 인내심으로 기다리고 제 능력을 모두 경주해야

4 시상 가다듬기

1) 모습을 갖추어가는 시상이 정리가 되면

- 시인의 체험이란 용광로에 끌어들여 달구고 변용시키는 성숙의 단계를 최대로 활용하여 한 편의

시로 마무리를 해가야 할 것이다

2) 소재의 가닥이 잡힌 다음이면

- 앞뒤 안팎 그리고 시대적 차이 단순과 복잡 등이 상호관계를 유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 현대적 감각에 들어맞는 하나의 우주(세계)가 완성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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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격양 흥분된 감정은 걸러지고 객관적 태도가 자리 잡은 후에

- 시의 씨앗은 이제 사명을 완수하고 제 하늘과 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4)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

- 그 한 송이 국화꽃은 비로소 피어나고 새로운 세계는 열린 것이다

- 그 환희 그 아름다움의 극치 그리고 창조적 의미는 향기롭게 휘날리는 것이다

그 안에 또 하나의 씨앗(종자)을 마련해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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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회차 정서와 소재

1 정서란 무엇인가

1) 정서

①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생각할 때에 일어나는 감정이나 그런 감정을 유발하는 주위의 분위기나 기분

② 희로애락과 같이 본능적 충동적으로 외부에 표출되기 쉬운 감정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2) 감정

① 느끼어 일어나는 심정 마음 기분

② 외계의 자극에 응하여 변하는 쾌불쾌 희비 노여움 공포 따위의 주관적 의식현상

3) 감각

사물의 미추(美醜) 선악 호오(好惡) 변화 등을 알아내는 정신능력

정서란 감정과 비슷하고 감정은 감각적 자극에서부터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4) 심리적으로 해석해 본 정서

- 자극이 되는 대상에서 일어나는 강한 감정으로서 신체적 변화가 현저한 것

- 그리고 그것이 일정한 상태로 지속되다가 끝나거나 다른 정신상태로 옮겨가는 의식과정

5) 문학적 해석으로서의 정서

- 문학의 주요 요소인 지적요소 정적요소 상상적 요소 기교적 요소

- 이 정서를 강조한 것이 낭만주의를 이루었고 이것이 극단에 이르면 감상주의

- 그리고 억제하여 조절하면 고전주의와 주지주의가 된다

6) 시에 있어서의 정서의 역할과 위치

- 시의 발생근거는 감정(정서)에 있다

- 시는 곧 정서의 표출이다

- 표현수단으로 언어를 동반해야만 한다

2 실감유리(實感遊離)

1) 실감보수(補修) 실감회상이라고도 한다

- 작정이란 말과 대응되는 것으로 실제적 정서와 거리(간격)을 갖는다

- 실제 체험한 정서를 그대로 시로 형상화하기 보다 객관화

- 실제 정서(체험) rarr 수정 보완 rarr 새로운 정서로 환기

2) 시는 곧 감정 그 자체가 아니다

- 정서를 어떻게 나타내어야만 시가 되는 것일까 rarr 실감유리

- 공포 위협 긴장 두려움 같은 감정이 걸러지고 수정 보수되어 나와야 한다 rarr 실감회상

3) 시는 힘찬 감정의 위세 좋은 충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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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원천은 조용히 회상된 감동이다 - 오스카 와일드 -

시는 정서의 일방적 몰입이나 정서를 통한 동일시가 아니라 사물로부터 환기되는 정서를 유리시키고

객관화시켜 사물화함으로써 구체적 표현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3 정서로부터의 도피

1)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 도피다 - TS 엘리엇 -

2) 정서의 주관성 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 - 특수한 정서

3)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는 뜻

-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객관화

4) 정서의 객관화는

-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대자적 파악을 성립시키고

- 정서는 하나의 사물로 바뀌어 나타날 수가 있게 된다

- 정서로부터의 도피가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가 되는 것에 이른다

5) 물화(物化)는 이미지화를 말한다

- 존재는 곧 물화다

- 물화 정서로 드러낼 것을 사물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 드러낸다 형상화란 말로서 사물을 빌어 정서를 구체적 이미지로 나타낸다는 뜻

- 시의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정서적 이미지로 대체)

4 시와 소재

내 마음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혀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노른노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 영 랑 lt동백잎gt 전문 -

섬세한 이미지와 부드럽고 은밀하며 미묘하고 그윽한 음률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창조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우리의 토속적 정서가 낮은 목소리로 드러남

엉뚱한 소재들의 동원 - 강물 아침날 빛 은결 가슴 눈 핏줄

동백잎을 내세워 자기 심상을 표출

새로운 자기만의 강물 끝없는 강물을 안고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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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회차 체험과 주제

1 체험이란

1) 사람이 직접 경험한 심적 과정이다

- 인격이 몸소 경험한다

2) 시문학에서의 체험

- 그것은 작품 창작이다

- 작품 창작의 동기를 마련해 주는 외적 조건

- 시가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하는 형상화 작업이라 볼 때 체험이란 그대로 수반되는 요소가 된다

- 형상화란 이미지로서 상상하여 마음속에 떠오르는 대상의 모습을 일컫는다(원인이 곧 체험)

3) 시를 창작하는 것은 체험이다

- 릴케 lt말테의 수기gt에서 여성의 수태 분만에 비유

- 스티븐슨 시를 읽는 것은 체험이어야 한다

그리고 시를 쓰는 것도 체험이어야 한다

4) 체험적인 시란

- 객관적 대상 존재나 사물을 지적 감각화로 굴절시켜 의식에 인화했다가 이것을 언제든지 재생

조립 복합화 하는 것이다

2 감각적 체험과 시

1) 체험의 3가지 경로

① 생체험 - 주로 감각기능에 의해서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② 간접체험 - 지적체험 독서 등

③ 선체험 - 선험적 체험 병아리의 숨기 뱀의 공포(원시인의 공포 - 원형적 잔유물)

2) 현대시는 객관적 경험인 감각적 체험에서 출발시킴

- 체험은 감각을 통해 외적이고도 객관적 대상물과 만나는 일

- 필연적 관계성립이다

[예] 꽃 rarr 의식에 인화(여인이 아이를 가짐) rarr 기다림(착상 분만을 기다림 배태) rarr 시 창출(분만)

- 직접적인 매체가 되는 것이 바로 객관적 대상물이다

- 체험을 통한 천착이 아니라 체험을 통한 배태와 분만의 여성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3) 체험시론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닌 객관적 사물의 지적 감각적 해석이라는 점에서 과학적 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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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즉자적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대자적으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과학적 시각이다

체험의 산물인 이미지를 중시하고 이미지를 통한 변용이나 의미의 전의인 치환의 방법론으로

동원한다

3 예시

예감(豫感)

- 최 은 하 -

간밤 꿈에도 비가 내렸었지

행인들의 각양 우산에 듣는 빗방울

너의 오랜 목소리가

다 해진 내 소매끝에 젖어오는구나

흥건히 가슴 밑바닥에까지

다시금 너를 영접하는

나는 조심스레 겨울의 기인 해안으로부터

돌아와 밤을 차지해 앉았다

왜 말이 없지

세월따라 각기 손금대로

살아온 지 얼마 만인데

마주 앉은 채 머리카락 풀어 날리며

굳이 입을 다물고

청각만 모으는 것일까

새찬 비의 탄주 속에서

네 감기를 팔 벌려 꼬옥 안아 힘 주라는 건가

널 처음 알게 된 적은

건너다 보던 연극이

막을 내리는 장면이었지

이 시는 예감의 이미지 조합이다

이미지를 얻은 것은 이전의 내 체험이라는 그릇(바탕)에서 전의 되어온 것이다

객관적 대상을 포착하거나 투시함으로써 감각적 체험을 성립시키고 감각적 체험에 의해 인화된

대상물은 심상이라는 사물의 그림으로 남아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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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체험과 이미지

1) 체험과 이미지는 언제나 상관성을 지닌다

- 이미지의 조형성 입체적 조소성 공감각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 감동 공명 정서반응 제2의 체험(경험)은 같은 뜻의 말로써 작품을 두고 시인과 독자와의

상관관계를 이르는 것이다

- 동조적 관심을 공감으로 말한다 - 현대시가 감각적 체험을 중시한다는 점

2) 대상물 설정 rarr 감각(자극으로 반응) rarr 체험 rarr 이미지 성립(인화 작업) rarr 형상화(한편의 시)

3) 이미지는 사물로 그린 그림이다

- 필연적으로 사물과 만나는 감각적 작업이 선행되어야

- 감각적 체험에 의존된다고 볼 때 이미지는 곧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란 이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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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회차 상상력과 성장과정

1 상상이 하는 일

1) 상상력

- 과거 현재 미래의 일들을 그려(헤아려) 보는 힘

- 정신적 내면의 힘(능력) 창조적 내면의 힘

- 사물을 이전까지와는 달리 새롭게 바라보는 힘

2) 지각의 자동화 현상

- 인습의 거울에 비친대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

- 자동화된 지각의 인습적 시각으로만 바라본다면 우리 삶은 과거를 되풀이할 뿐

진보나 발전의 새로움을 성취할 수 없게 된다

- 자동화된 지각의 안경을 벗고 상상력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면

새로운 사물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 지각의 자동화를 거부하는 상상이란 여태껏 보이지 못한 것을 본다는 말과 같은 뜻이 된다

3) 상상은 공상이나 환상과 다르다

- 상상 객관적 대상을 체험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

- 공상 체험의 구체성이 배제된 황당무계한 환상

4) 현대시는

대상사물과의 체험적 관계를 중시

체험을 통해 이미지를 형상화 시키는 존재화 물화 존재자체이기를 희망한다

상상력을 기본원리 근원적 능력으로써 시의 생명 내면의 힘이 될 수 있게 한다

2 상상의 종류

1) 재생적 상상 - 기억상상

기억은 체험을 통해서 형성되고 체험을 이끌어내어 재현시키는 것

상상력이란 체험의 재현이나 재생이다

재현이나 재생은 상상력에 의존되어 있다고 해도 시적이랄까 창조적 기능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2) 연상 상상 - 연계 상상 관념 연상 연합적 상상

한 사물이나 존재의 유사성을 빌어 기왕에 알고 있는 것이나 그 체험한 사실에 겹치게 하는

것을 연상이라 하고 이를 결합하는 정신적 힘을 연상 상상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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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상상은 감성적 체험을 토대로 한 오성적(悟性的) 능력이라 할 수 있다

3) 창조적 상상

체험으로 해석한 이미지를 결구시키는 이미지의 결합원리이자 이미지를 연계시키고 결합시키는

기능이고 이미지를 해체시키는 결합과 해체를 자유롭게 하는 상상이다

이 원리는 이미지 비유 아이러니 역설 같은 결구력의 원리이자 동시에 착상의 발상차원이

되어 준다는 점에서 창조적 상상력은 현대시를 성립시키는 절대원리가 된다고 보겠다

3 예시

낙 화

- 이 형 기 -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19 70

이 시에서 우리는 낙화에 대해서 실제로 지는 꽃의 영상과 화자의 청춘이 그대로 함께 오버랩

되는 상상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 직접 고통의 인내와 눈의 이미지가 이 시를 형상화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걸 보면 현실에서의 상상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구도임을 알 수 있다

4 상상력의 성장과정

1) 상상력은 동일한 대상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작용의 결과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다

- 각자의 개성과 상상력이 밀착되는 현상이다

- 언제나 대상을 종합적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2) 시를 쓰는 사람은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 언제나 준비된 마음 긴장된 정신력 그리고 가다듬는 자기 삶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모두는 당신으로 향하여

- 최 은 하 -

어둠이어도

헤어나지 못할 어둠의 골짜기어도

고요한 시간을 허락하소서

자유롭게 하소서

내력 없이 드높아진 목숨

요란한 바람과 바람결을

타지 않게 하시고

올려쌓기만 하던 탑 아래

분산 당한 언어와 모습

그리고 가슴은 부끄러움만

거래하는데

당신을 거리하여

견딜 수 없는 내 안에서

감각은 어디로 휘몰리기만 하는가

배우러 온 것만이라거나

버릇하러 태어난 게 아니라

외면 못할 당신을 지키는

시방 내 목숨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20 70

넘치고 꺾이고 속임 당하지만

피해 가지만

모두는 당신을 향하여

돌아 가는 것

돌아가는 길이옵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21 70

7 회차 현대시와 이미지

1 이미지(심상心象)와 갈래

1) 이미지란

상상력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사물로부터 받은 어떤 인상이 마음에 새겨져 떠오르는 것

이미지 사물로 그린 그림 말로 만들어진 그림 언어의 회화

TS 엘리엇이 말한 객관적 상관물도 이미지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설명이나 해설이 아닌 표현 보여줌이 이미지다

추상어(관념) rarr 구상어(이미지)

2) 이미지의 종류

① 시각적 이미지

관념이나 정서를 사물로 바꾸어서 보여 주는 것

예 꽃 rarr 1차적 정서반응 rarr 느낌 소멸 rarr 꽃의 모습(이미지로)

- 시각적 체험

② 감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를 복합적 감각으로 드러낸 것

미각 후각 근육 감각(촉) 역학적 색체적인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동시에 하나로

효과를 드러내는 것

3) 시란 결국 이미지요 메터퍼라 할 수 있다

2 관념배제와 무의미시

관념배제한 사물시

현대시는 관념배제한 사물시(이미지즘 시)다

사물시란 사물 이미지로 구성한 시이며 단지 이미지를 보여 주거나 제시해 준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22 70

3 절대 심상

관념 이전의 사물세계 사물세계 자체로 환원시켰을 때 비로소 순수의 경지에 이르고

이 순수의 이미지를 동원한 것이 절대심상이다

이전의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인 관념의 제로화(지대)를 내세움

관념의 해방 rarr 사물자체로 환원(이미지) rarr 절대심상

4 예시(例詩)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군함이 한 척

닻을 내리고 있었다

여름에 본 물새는 죽어 있었다

죽은 다음에도 물새는 울고 있었다

한결 어른이 된 소리로 울고 있었다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없는 해안선을

한 사나이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한 쪽 손에

죽은 바다를 들고 있었다

- 김 춘 수 lt처용단장 제 1 부gt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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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23 70

8 회차 의인법과 시의 바탕

1 의인법이란

1) 정의

인간이외의 사물이나 추상개념에 인격적 요소를 부여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은유의 한 가지로 환유라고도 한다

사물에 투시된 인간의 마음이 사물로 하여금 인간적 속성을 갖도록 하는 은유법이다

2) 의인법의 종류

① 의인법 생명이 없는 것을 생명이 있는 것으로 인격화

② 반의인법(결정법) 생명이 있는 걸 생명이 없는 것으로 표현

2 예시

병(病)에게

- 조 지 훈 -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엔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외경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즉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 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미를 짚어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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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24 70

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 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lt중략gt

자네와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넨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두고 나를 설복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 앞에 경도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가게 이 친구

생각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3 의인법에서의 궁극적 표현

자연이 모든 시의 소재(모방)라 하겠지만 선택된 소재는 오직 인간적 그리고 인격적이다

여기 인본적(人本的) 가치와 기준이 있다

차라리 의물법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인성(人性)을 갖춘 물화(物化)이다

모든 시의 궁극적 표현은 인간이요 그 위에 신(神)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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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70

9 회차 아이러니와 역설

1 아이러니란

본의와는 다르게 시침을 떼고 겉으로 드러난 내용과는 반대가 되는 뜻의 말을 하는

표현 방법이다

- 본의와 반대의 말을 하건 또 부정적이고도 소극적 표현으로 도리어 긍정적 적극적 뜻을

나타내는 수사법이다

아이러니와 역설(파라독스)은 다 같이 모순되는 의미 대립되는 두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가 진술자체는 모순이 없는데 반해 역설은 진술자체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곧이 곧대로의 액면가보다 아이러니와 역설은 비틀고 도치 시키면서 훨씬 크고 깊은 효용성을

얻는다

예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rarr 아이러니

-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 rarr 역설

2 아이러니의 일반적 특성(요소)

① 속임수다

② 대조(對照)가 있다

③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

④ 거리감 자유로움 자유가 있다

⑤ 일종의 멋 부림이 있다

⑥ 비꼼이나 비판의 풍자적 요소

⑦ 비개성적(객관적 논리성)이다

⑧ 자기비하의 양식을 선택한다

⑨ 순진의 아이러니

⑩ 자기폭로의 양식을 취함

3 아이러니의 유형과 종류

1) 유형(類型)

① 언어적 아이러니

- 화자의 언어진술 자체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실제는 그 반대 입장(풍자적 아이러니 역설 익살 언어유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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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70

② 상황적 아이러니

- 어떤 사태나 사건이 상황이 아이러니칼하게 보이는 데서 발생 극적 상황 전환 등을 말함

(극적 아이러니 실존적 아이러니 낭만적 아이러니)

2) 종류

① 역설

- 일반적 상식이나 믿음을 뒤집어 엎는 이론

- 예 좋아 죽겠다 즐거운 비명 아름다운 슬픔 등

② 패러디 골계 익살 우스꽝스런 짓이나 말로써 남을 웃기기 위한 의도를 바탕으로 함

주관적 익살 인물 사건 등 대상화 자체에서 일어나는 걸로 육체적 정신적 결함에서 오는 익살 성격

상황 운명골계 등

객관적 익살 주관적 정신적 자율성을 갖고 특수 연관관계로 성립시킴 기지 풍자 해학 등

펀(Pun) 말 재롱 언어유희

4 예시

먼 후일

- 김 소 월 -

먼 훗날 당신이 날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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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70

10 회차 시와 비유법

1 왜 비유법인가

비유란 A라는 대상(사물)을 B라는 사물(대상)과 비교해서 이해하는 표현이다

1) 비유의 당위성

- 언어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나타내고 표현하고 지시하고자 하는 사물은 무한하므로 그 대상 사물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 여기에 비유가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

- 비유는 언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특히 시창작에서는 비유가 필수적인 것이어서 시 자체라고까지 확대해석 할 수 있는 시어의 본질적

기능이자 원리라고 볼 수가 있다

2) 비유의 갈래

① 광의의 비유

- 문체 수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문장에 변화와 정체를 더하기 위한 수사 형식

② 협의의 비유- 구상적 회화적 비유 표현으로 은유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형식

3) 원관념(본의)과 보조관념(유의)

-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체의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 또 하나의 사물이나

의미(관념)를 끌여들여야 비교가 성립되는데 이때 본래의 것을 원관념 또 하나의 동원된 것을

보조관념이라 한다

4) 비유를 성립시키기 위한 원리

① 비유엔 꼭 두 가지 사물과 두 가지 의미의 비유가 있어야만 한다

② 본의와 유의가 서로 이질적이어야 한다(폭력적 결합-엘리엇) (통합적 마술적 상상력에의 비유)

③ 서로 이질적인 두 사물은 어딘가에 어떤 유사성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2 직유와 은유

1) 직유(명유)

- 두 가지 사물 또는 의미를 같이 처럼 듯이 만큼 같은 등의 연결어로 결합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 하나의 사물 즉 하나의 관념을 다른 사물 다른 관념과 직접 비교하는 비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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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28 70

- 원 관념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서 두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를

끼워넣어 직접 비교하는 형식이다

직유의 3단계

① 1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한 단어로 연결합된 직유(꽃 같은 여자 앵두같은 입술 등)

② 2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연결어에 의해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되는 직유

(꽃 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③ 3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하나의 구체적 영상이거나 한 면으로 이루어진 직유

(푸른 밤 고이 맺은 이슬같은 보람을 보일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2) 은유(암유)

(1) 은유란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조사를 끼어넣지 않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시하는 비유 (둘 이상의

말 가운데서 하나가 갖는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 다른 의미나 의미가 함축하는 뜻으로

옮겨 놓는 것)

언어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은유가 적당히 쓰이면 문체가 크게 아름다워진다

은유는 등가물을 원활하게 조명해낸다

현대시를 대표하는 표현양식이다(상징과 더불어)

구상적 언어가 추상적 사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창조자(연금술사)이다-새로운(낯설은) 은유를 만들자

(2) 은유의 요소(본질)의 원리

① 언어의 상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유의 궁극성은 바로 상충을 통한 상반의 균층을 획득하는 것)

② 언어의 긴장성을 들 수 있다

(언어의 리듬이 아닌 언어의 긴장에 의한 새로운 리듬창)

③ 언어의 긴장은 문맥을 넓히는 것

(대치론이나 비교론이 아닌 상호작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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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29 70

(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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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30 70

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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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70

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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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70

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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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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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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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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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35 70

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36 70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37 70

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38 70

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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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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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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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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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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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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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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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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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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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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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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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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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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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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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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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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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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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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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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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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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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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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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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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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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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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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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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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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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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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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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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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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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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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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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1: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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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격양 흥분된 감정은 걸러지고 객관적 태도가 자리 잡은 후에

- 시의 씨앗은 이제 사명을 완수하고 제 하늘과 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4)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

- 그 한 송이 국화꽃은 비로소 피어나고 새로운 세계는 열린 것이다

- 그 환희 그 아름다움의 극치 그리고 창조적 의미는 향기롭게 휘날리는 것이다

그 안에 또 하나의 씨앗(종자)을 마련해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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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회차 정서와 소재

1 정서란 무엇인가

1) 정서

①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생각할 때에 일어나는 감정이나 그런 감정을 유발하는 주위의 분위기나 기분

② 희로애락과 같이 본능적 충동적으로 외부에 표출되기 쉬운 감정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2) 감정

① 느끼어 일어나는 심정 마음 기분

② 외계의 자극에 응하여 변하는 쾌불쾌 희비 노여움 공포 따위의 주관적 의식현상

3) 감각

사물의 미추(美醜) 선악 호오(好惡) 변화 등을 알아내는 정신능력

정서란 감정과 비슷하고 감정은 감각적 자극에서부터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4) 심리적으로 해석해 본 정서

- 자극이 되는 대상에서 일어나는 강한 감정으로서 신체적 변화가 현저한 것

- 그리고 그것이 일정한 상태로 지속되다가 끝나거나 다른 정신상태로 옮겨가는 의식과정

5) 문학적 해석으로서의 정서

- 문학의 주요 요소인 지적요소 정적요소 상상적 요소 기교적 요소

- 이 정서를 강조한 것이 낭만주의를 이루었고 이것이 극단에 이르면 감상주의

- 그리고 억제하여 조절하면 고전주의와 주지주의가 된다

6) 시에 있어서의 정서의 역할과 위치

- 시의 발생근거는 감정(정서)에 있다

- 시는 곧 정서의 표출이다

- 표현수단으로 언어를 동반해야만 한다

2 실감유리(實感遊離)

1) 실감보수(補修) 실감회상이라고도 한다

- 작정이란 말과 대응되는 것으로 실제적 정서와 거리(간격)을 갖는다

- 실제 체험한 정서를 그대로 시로 형상화하기 보다 객관화

- 실제 정서(체험) rarr 수정 보완 rarr 새로운 정서로 환기

2) 시는 곧 감정 그 자체가 아니다

- 정서를 어떻게 나타내어야만 시가 되는 것일까 rarr 실감유리

- 공포 위협 긴장 두려움 같은 감정이 걸러지고 수정 보수되어 나와야 한다 rarr 실감회상

3) 시는 힘찬 감정의 위세 좋은 충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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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원천은 조용히 회상된 감동이다 - 오스카 와일드 -

시는 정서의 일방적 몰입이나 정서를 통한 동일시가 아니라 사물로부터 환기되는 정서를 유리시키고

객관화시켜 사물화함으로써 구체적 표현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3 정서로부터의 도피

1)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 도피다 - TS 엘리엇 -

2) 정서의 주관성 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 - 특수한 정서

3)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는 뜻

-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객관화

4) 정서의 객관화는

-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대자적 파악을 성립시키고

- 정서는 하나의 사물로 바뀌어 나타날 수가 있게 된다

- 정서로부터의 도피가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가 되는 것에 이른다

5) 물화(物化)는 이미지화를 말한다

- 존재는 곧 물화다

- 물화 정서로 드러낼 것을 사물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 드러낸다 형상화란 말로서 사물을 빌어 정서를 구체적 이미지로 나타낸다는 뜻

- 시의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정서적 이미지로 대체)

4 시와 소재

내 마음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혀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노른노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 영 랑 lt동백잎gt 전문 -

섬세한 이미지와 부드럽고 은밀하며 미묘하고 그윽한 음률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창조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우리의 토속적 정서가 낮은 목소리로 드러남

엉뚱한 소재들의 동원 - 강물 아침날 빛 은결 가슴 눈 핏줄

동백잎을 내세워 자기 심상을 표출

새로운 자기만의 강물 끝없는 강물을 안고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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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회차 체험과 주제

1 체험이란

1) 사람이 직접 경험한 심적 과정이다

- 인격이 몸소 경험한다

2) 시문학에서의 체험

- 그것은 작품 창작이다

- 작품 창작의 동기를 마련해 주는 외적 조건

- 시가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하는 형상화 작업이라 볼 때 체험이란 그대로 수반되는 요소가 된다

- 형상화란 이미지로서 상상하여 마음속에 떠오르는 대상의 모습을 일컫는다(원인이 곧 체험)

3) 시를 창작하는 것은 체험이다

- 릴케 lt말테의 수기gt에서 여성의 수태 분만에 비유

- 스티븐슨 시를 읽는 것은 체험이어야 한다

그리고 시를 쓰는 것도 체험이어야 한다

4) 체험적인 시란

- 객관적 대상 존재나 사물을 지적 감각화로 굴절시켜 의식에 인화했다가 이것을 언제든지 재생

조립 복합화 하는 것이다

2 감각적 체험과 시

1) 체험의 3가지 경로

① 생체험 - 주로 감각기능에 의해서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② 간접체험 - 지적체험 독서 등

③ 선체험 - 선험적 체험 병아리의 숨기 뱀의 공포(원시인의 공포 - 원형적 잔유물)

2) 현대시는 객관적 경험인 감각적 체험에서 출발시킴

- 체험은 감각을 통해 외적이고도 객관적 대상물과 만나는 일

- 필연적 관계성립이다

[예] 꽃 rarr 의식에 인화(여인이 아이를 가짐) rarr 기다림(착상 분만을 기다림 배태) rarr 시 창출(분만)

- 직접적인 매체가 되는 것이 바로 객관적 대상물이다

- 체험을 통한 천착이 아니라 체험을 통한 배태와 분만의 여성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3) 체험시론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닌 객관적 사물의 지적 감각적 해석이라는 점에서 과학적 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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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즉자적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대자적으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과학적 시각이다

체험의 산물인 이미지를 중시하고 이미지를 통한 변용이나 의미의 전의인 치환의 방법론으로

동원한다

3 예시

예감(豫感)

- 최 은 하 -

간밤 꿈에도 비가 내렸었지

행인들의 각양 우산에 듣는 빗방울

너의 오랜 목소리가

다 해진 내 소매끝에 젖어오는구나

흥건히 가슴 밑바닥에까지

다시금 너를 영접하는

나는 조심스레 겨울의 기인 해안으로부터

돌아와 밤을 차지해 앉았다

왜 말이 없지

세월따라 각기 손금대로

살아온 지 얼마 만인데

마주 앉은 채 머리카락 풀어 날리며

굳이 입을 다물고

청각만 모으는 것일까

새찬 비의 탄주 속에서

네 감기를 팔 벌려 꼬옥 안아 힘 주라는 건가

널 처음 알게 된 적은

건너다 보던 연극이

막을 내리는 장면이었지

이 시는 예감의 이미지 조합이다

이미지를 얻은 것은 이전의 내 체험이라는 그릇(바탕)에서 전의 되어온 것이다

객관적 대상을 포착하거나 투시함으로써 감각적 체험을 성립시키고 감각적 체험에 의해 인화된

대상물은 심상이라는 사물의 그림으로 남아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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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체험과 이미지

1) 체험과 이미지는 언제나 상관성을 지닌다

- 이미지의 조형성 입체적 조소성 공감각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 감동 공명 정서반응 제2의 체험(경험)은 같은 뜻의 말로써 작품을 두고 시인과 독자와의

상관관계를 이르는 것이다

- 동조적 관심을 공감으로 말한다 - 현대시가 감각적 체험을 중시한다는 점

2) 대상물 설정 rarr 감각(자극으로 반응) rarr 체험 rarr 이미지 성립(인화 작업) rarr 형상화(한편의 시)

3) 이미지는 사물로 그린 그림이다

- 필연적으로 사물과 만나는 감각적 작업이 선행되어야

- 감각적 체험에 의존된다고 볼 때 이미지는 곧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란 이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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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17 70

6 회차 상상력과 성장과정

1 상상이 하는 일

1) 상상력

- 과거 현재 미래의 일들을 그려(헤아려) 보는 힘

- 정신적 내면의 힘(능력) 창조적 내면의 힘

- 사물을 이전까지와는 달리 새롭게 바라보는 힘

2) 지각의 자동화 현상

- 인습의 거울에 비친대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

- 자동화된 지각의 인습적 시각으로만 바라본다면 우리 삶은 과거를 되풀이할 뿐

진보나 발전의 새로움을 성취할 수 없게 된다

- 자동화된 지각의 안경을 벗고 상상력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면

새로운 사물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 지각의 자동화를 거부하는 상상이란 여태껏 보이지 못한 것을 본다는 말과 같은 뜻이 된다

3) 상상은 공상이나 환상과 다르다

- 상상 객관적 대상을 체험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

- 공상 체험의 구체성이 배제된 황당무계한 환상

4) 현대시는

대상사물과의 체험적 관계를 중시

체험을 통해 이미지를 형상화 시키는 존재화 물화 존재자체이기를 희망한다

상상력을 기본원리 근원적 능력으로써 시의 생명 내면의 힘이 될 수 있게 한다

2 상상의 종류

1) 재생적 상상 - 기억상상

기억은 체험을 통해서 형성되고 체험을 이끌어내어 재현시키는 것

상상력이란 체험의 재현이나 재생이다

재현이나 재생은 상상력에 의존되어 있다고 해도 시적이랄까 창조적 기능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2) 연상 상상 - 연계 상상 관념 연상 연합적 상상

한 사물이나 존재의 유사성을 빌어 기왕에 알고 있는 것이나 그 체험한 사실에 겹치게 하는

것을 연상이라 하고 이를 결합하는 정신적 힘을 연상 상상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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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상상은 감성적 체험을 토대로 한 오성적(悟性的) 능력이라 할 수 있다

3) 창조적 상상

체험으로 해석한 이미지를 결구시키는 이미지의 결합원리이자 이미지를 연계시키고 결합시키는

기능이고 이미지를 해체시키는 결합과 해체를 자유롭게 하는 상상이다

이 원리는 이미지 비유 아이러니 역설 같은 결구력의 원리이자 동시에 착상의 발상차원이

되어 준다는 점에서 창조적 상상력은 현대시를 성립시키는 절대원리가 된다고 보겠다

3 예시

낙 화

- 이 형 기 -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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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서 우리는 낙화에 대해서 실제로 지는 꽃의 영상과 화자의 청춘이 그대로 함께 오버랩

되는 상상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 직접 고통의 인내와 눈의 이미지가 이 시를 형상화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걸 보면 현실에서의 상상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구도임을 알 수 있다

4 상상력의 성장과정

1) 상상력은 동일한 대상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작용의 결과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다

- 각자의 개성과 상상력이 밀착되는 현상이다

- 언제나 대상을 종합적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2) 시를 쓰는 사람은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 언제나 준비된 마음 긴장된 정신력 그리고 가다듬는 자기 삶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모두는 당신으로 향하여

- 최 은 하 -

어둠이어도

헤어나지 못할 어둠의 골짜기어도

고요한 시간을 허락하소서

자유롭게 하소서

내력 없이 드높아진 목숨

요란한 바람과 바람결을

타지 않게 하시고

올려쌓기만 하던 탑 아래

분산 당한 언어와 모습

그리고 가슴은 부끄러움만

거래하는데

당신을 거리하여

견딜 수 없는 내 안에서

감각은 어디로 휘몰리기만 하는가

배우러 온 것만이라거나

버릇하러 태어난 게 아니라

외면 못할 당신을 지키는

시방 내 목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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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고 꺾이고 속임 당하지만

피해 가지만

모두는 당신을 향하여

돌아 가는 것

돌아가는 길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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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회차 현대시와 이미지

1 이미지(심상心象)와 갈래

1) 이미지란

상상력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사물로부터 받은 어떤 인상이 마음에 새겨져 떠오르는 것

이미지 사물로 그린 그림 말로 만들어진 그림 언어의 회화

TS 엘리엇이 말한 객관적 상관물도 이미지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설명이나 해설이 아닌 표현 보여줌이 이미지다

추상어(관념) rarr 구상어(이미지)

2) 이미지의 종류

① 시각적 이미지

관념이나 정서를 사물로 바꾸어서 보여 주는 것

예 꽃 rarr 1차적 정서반응 rarr 느낌 소멸 rarr 꽃의 모습(이미지로)

- 시각적 체험

② 감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를 복합적 감각으로 드러낸 것

미각 후각 근육 감각(촉) 역학적 색체적인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동시에 하나로

효과를 드러내는 것

3) 시란 결국 이미지요 메터퍼라 할 수 있다

2 관념배제와 무의미시

관념배제한 사물시

현대시는 관념배제한 사물시(이미지즘 시)다

사물시란 사물 이미지로 구성한 시이며 단지 이미지를 보여 주거나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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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절대 심상

관념 이전의 사물세계 사물세계 자체로 환원시켰을 때 비로소 순수의 경지에 이르고

이 순수의 이미지를 동원한 것이 절대심상이다

이전의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인 관념의 제로화(지대)를 내세움

관념의 해방 rarr 사물자체로 환원(이미지) rarr 절대심상

4 예시(例詩)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군함이 한 척

닻을 내리고 있었다

여름에 본 물새는 죽어 있었다

죽은 다음에도 물새는 울고 있었다

한결 어른이 된 소리로 울고 있었다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없는 해안선을

한 사나이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한 쪽 손에

죽은 바다를 들고 있었다

- 김 춘 수 lt처용단장 제 1 부gt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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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차 의인법과 시의 바탕

1 의인법이란

1) 정의

인간이외의 사물이나 추상개념에 인격적 요소를 부여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은유의 한 가지로 환유라고도 한다

사물에 투시된 인간의 마음이 사물로 하여금 인간적 속성을 갖도록 하는 은유법이다

2) 의인법의 종류

① 의인법 생명이 없는 것을 생명이 있는 것으로 인격화

② 반의인법(결정법) 생명이 있는 걸 생명이 없는 것으로 표현

2 예시

병(病)에게

- 조 지 훈 -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엔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외경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즉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 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미를 짚어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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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 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lt중략gt

자네와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넨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두고 나를 설복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 앞에 경도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가게 이 친구

생각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3 의인법에서의 궁극적 표현

자연이 모든 시의 소재(모방)라 하겠지만 선택된 소재는 오직 인간적 그리고 인격적이다

여기 인본적(人本的) 가치와 기준이 있다

차라리 의물법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인성(人性)을 갖춘 물화(物化)이다

모든 시의 궁극적 표현은 인간이요 그 위에 신(神)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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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차 아이러니와 역설

1 아이러니란

본의와는 다르게 시침을 떼고 겉으로 드러난 내용과는 반대가 되는 뜻의 말을 하는

표현 방법이다

- 본의와 반대의 말을 하건 또 부정적이고도 소극적 표현으로 도리어 긍정적 적극적 뜻을

나타내는 수사법이다

아이러니와 역설(파라독스)은 다 같이 모순되는 의미 대립되는 두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가 진술자체는 모순이 없는데 반해 역설은 진술자체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곧이 곧대로의 액면가보다 아이러니와 역설은 비틀고 도치 시키면서 훨씬 크고 깊은 효용성을

얻는다

예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rarr 아이러니

-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 rarr 역설

2 아이러니의 일반적 특성(요소)

① 속임수다

② 대조(對照)가 있다

③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

④ 거리감 자유로움 자유가 있다

⑤ 일종의 멋 부림이 있다

⑥ 비꼼이나 비판의 풍자적 요소

⑦ 비개성적(객관적 논리성)이다

⑧ 자기비하의 양식을 선택한다

⑨ 순진의 아이러니

⑩ 자기폭로의 양식을 취함

3 아이러니의 유형과 종류

1) 유형(類型)

① 언어적 아이러니

- 화자의 언어진술 자체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실제는 그 반대 입장(풍자적 아이러니 역설 익살 언어유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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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상황적 아이러니

- 어떤 사태나 사건이 상황이 아이러니칼하게 보이는 데서 발생 극적 상황 전환 등을 말함

(극적 아이러니 실존적 아이러니 낭만적 아이러니)

2) 종류

① 역설

- 일반적 상식이나 믿음을 뒤집어 엎는 이론

- 예 좋아 죽겠다 즐거운 비명 아름다운 슬픔 등

② 패러디 골계 익살 우스꽝스런 짓이나 말로써 남을 웃기기 위한 의도를 바탕으로 함

주관적 익살 인물 사건 등 대상화 자체에서 일어나는 걸로 육체적 정신적 결함에서 오는 익살 성격

상황 운명골계 등

객관적 익살 주관적 정신적 자율성을 갖고 특수 연관관계로 성립시킴 기지 풍자 해학 등

펀(Pun) 말 재롱 언어유희

4 예시

먼 후일

- 김 소 월 -

먼 훗날 당신이 날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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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차 시와 비유법

1 왜 비유법인가

비유란 A라는 대상(사물)을 B라는 사물(대상)과 비교해서 이해하는 표현이다

1) 비유의 당위성

- 언어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나타내고 표현하고 지시하고자 하는 사물은 무한하므로 그 대상 사물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 여기에 비유가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

- 비유는 언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특히 시창작에서는 비유가 필수적인 것이어서 시 자체라고까지 확대해석 할 수 있는 시어의 본질적

기능이자 원리라고 볼 수가 있다

2) 비유의 갈래

① 광의의 비유

- 문체 수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문장에 변화와 정체를 더하기 위한 수사 형식

② 협의의 비유- 구상적 회화적 비유 표현으로 은유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형식

3) 원관념(본의)과 보조관념(유의)

-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체의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 또 하나의 사물이나

의미(관념)를 끌여들여야 비교가 성립되는데 이때 본래의 것을 원관념 또 하나의 동원된 것을

보조관념이라 한다

4) 비유를 성립시키기 위한 원리

① 비유엔 꼭 두 가지 사물과 두 가지 의미의 비유가 있어야만 한다

② 본의와 유의가 서로 이질적이어야 한다(폭력적 결합-엘리엇) (통합적 마술적 상상력에의 비유)

③ 서로 이질적인 두 사물은 어딘가에 어떤 유사성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2 직유와 은유

1) 직유(명유)

- 두 가지 사물 또는 의미를 같이 처럼 듯이 만큼 같은 등의 연결어로 결합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 하나의 사물 즉 하나의 관념을 다른 사물 다른 관념과 직접 비교하는 비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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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관념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서 두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를

끼워넣어 직접 비교하는 형식이다

직유의 3단계

① 1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한 단어로 연결합된 직유(꽃 같은 여자 앵두같은 입술 등)

② 2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연결어에 의해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되는 직유

(꽃 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③ 3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하나의 구체적 영상이거나 한 면으로 이루어진 직유

(푸른 밤 고이 맺은 이슬같은 보람을 보일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2) 은유(암유)

(1) 은유란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조사를 끼어넣지 않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시하는 비유 (둘 이상의

말 가운데서 하나가 갖는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 다른 의미나 의미가 함축하는 뜻으로

옮겨 놓는 것)

언어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은유가 적당히 쓰이면 문체가 크게 아름다워진다

은유는 등가물을 원활하게 조명해낸다

현대시를 대표하는 표현양식이다(상징과 더불어)

구상적 언어가 추상적 사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창조자(연금술사)이다-새로운(낯설은) 은유를 만들자

(2) 은유의 요소(본질)의 원리

① 언어의 상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유의 궁극성은 바로 상충을 통한 상반의 균층을 획득하는 것)

② 언어의 긴장성을 들 수 있다

(언어의 리듬이 아닌 언어의 긴장에 의한 새로운 리듬창)

③ 언어의 긴장은 문맥을 넓히는 것

(대치론이나 비교론이 아닌 상호작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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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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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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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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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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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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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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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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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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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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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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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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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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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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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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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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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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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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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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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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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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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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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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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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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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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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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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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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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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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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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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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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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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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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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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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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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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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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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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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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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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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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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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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2: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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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회차 정서와 소재

1 정서란 무엇인가

1) 정서

①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생각할 때에 일어나는 감정이나 그런 감정을 유발하는 주위의 분위기나 기분

② 희로애락과 같이 본능적 충동적으로 외부에 표출되기 쉬운 감정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2) 감정

① 느끼어 일어나는 심정 마음 기분

② 외계의 자극에 응하여 변하는 쾌불쾌 희비 노여움 공포 따위의 주관적 의식현상

3) 감각

사물의 미추(美醜) 선악 호오(好惡) 변화 등을 알아내는 정신능력

정서란 감정과 비슷하고 감정은 감각적 자극에서부터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4) 심리적으로 해석해 본 정서

- 자극이 되는 대상에서 일어나는 강한 감정으로서 신체적 변화가 현저한 것

- 그리고 그것이 일정한 상태로 지속되다가 끝나거나 다른 정신상태로 옮겨가는 의식과정

5) 문학적 해석으로서의 정서

- 문학의 주요 요소인 지적요소 정적요소 상상적 요소 기교적 요소

- 이 정서를 강조한 것이 낭만주의를 이루었고 이것이 극단에 이르면 감상주의

- 그리고 억제하여 조절하면 고전주의와 주지주의가 된다

6) 시에 있어서의 정서의 역할과 위치

- 시의 발생근거는 감정(정서)에 있다

- 시는 곧 정서의 표출이다

- 표현수단으로 언어를 동반해야만 한다

2 실감유리(實感遊離)

1) 실감보수(補修) 실감회상이라고도 한다

- 작정이란 말과 대응되는 것으로 실제적 정서와 거리(간격)을 갖는다

- 실제 체험한 정서를 그대로 시로 형상화하기 보다 객관화

- 실제 정서(체험) rarr 수정 보완 rarr 새로운 정서로 환기

2) 시는 곧 감정 그 자체가 아니다

- 정서를 어떻게 나타내어야만 시가 되는 것일까 rarr 실감유리

- 공포 위협 긴장 두려움 같은 감정이 걸러지고 수정 보수되어 나와야 한다 rarr 실감회상

3) 시는 힘찬 감정의 위세 좋은 충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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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원천은 조용히 회상된 감동이다 - 오스카 와일드 -

시는 정서의 일방적 몰입이나 정서를 통한 동일시가 아니라 사물로부터 환기되는 정서를 유리시키고

객관화시켜 사물화함으로써 구체적 표현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3 정서로부터의 도피

1)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 도피다 - TS 엘리엇 -

2) 정서의 주관성 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 - 특수한 정서

3)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는 뜻

-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객관화

4) 정서의 객관화는

-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대자적 파악을 성립시키고

- 정서는 하나의 사물로 바뀌어 나타날 수가 있게 된다

- 정서로부터의 도피가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가 되는 것에 이른다

5) 물화(物化)는 이미지화를 말한다

- 존재는 곧 물화다

- 물화 정서로 드러낼 것을 사물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 드러낸다 형상화란 말로서 사물을 빌어 정서를 구체적 이미지로 나타낸다는 뜻

- 시의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정서적 이미지로 대체)

4 시와 소재

내 마음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혀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노른노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 영 랑 lt동백잎gt 전문 -

섬세한 이미지와 부드럽고 은밀하며 미묘하고 그윽한 음률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창조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우리의 토속적 정서가 낮은 목소리로 드러남

엉뚱한 소재들의 동원 - 강물 아침날 빛 은결 가슴 눈 핏줄

동백잎을 내세워 자기 심상을 표출

새로운 자기만의 강물 끝없는 강물을 안고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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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회차 체험과 주제

1 체험이란

1) 사람이 직접 경험한 심적 과정이다

- 인격이 몸소 경험한다

2) 시문학에서의 체험

- 그것은 작품 창작이다

- 작품 창작의 동기를 마련해 주는 외적 조건

- 시가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하는 형상화 작업이라 볼 때 체험이란 그대로 수반되는 요소가 된다

- 형상화란 이미지로서 상상하여 마음속에 떠오르는 대상의 모습을 일컫는다(원인이 곧 체험)

3) 시를 창작하는 것은 체험이다

- 릴케 lt말테의 수기gt에서 여성의 수태 분만에 비유

- 스티븐슨 시를 읽는 것은 체험이어야 한다

그리고 시를 쓰는 것도 체험이어야 한다

4) 체험적인 시란

- 객관적 대상 존재나 사물을 지적 감각화로 굴절시켜 의식에 인화했다가 이것을 언제든지 재생

조립 복합화 하는 것이다

2 감각적 체험과 시

1) 체험의 3가지 경로

① 생체험 - 주로 감각기능에 의해서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② 간접체험 - 지적체험 독서 등

③ 선체험 - 선험적 체험 병아리의 숨기 뱀의 공포(원시인의 공포 - 원형적 잔유물)

2) 현대시는 객관적 경험인 감각적 체험에서 출발시킴

- 체험은 감각을 통해 외적이고도 객관적 대상물과 만나는 일

- 필연적 관계성립이다

[예] 꽃 rarr 의식에 인화(여인이 아이를 가짐) rarr 기다림(착상 분만을 기다림 배태) rarr 시 창출(분만)

- 직접적인 매체가 되는 것이 바로 객관적 대상물이다

- 체험을 통한 천착이 아니라 체험을 통한 배태와 분만의 여성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3) 체험시론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닌 객관적 사물의 지적 감각적 해석이라는 점에서 과학적 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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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15 70

대상을 즉자적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대자적으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과학적 시각이다

체험의 산물인 이미지를 중시하고 이미지를 통한 변용이나 의미의 전의인 치환의 방법론으로

동원한다

3 예시

예감(豫感)

- 최 은 하 -

간밤 꿈에도 비가 내렸었지

행인들의 각양 우산에 듣는 빗방울

너의 오랜 목소리가

다 해진 내 소매끝에 젖어오는구나

흥건히 가슴 밑바닥에까지

다시금 너를 영접하는

나는 조심스레 겨울의 기인 해안으로부터

돌아와 밤을 차지해 앉았다

왜 말이 없지

세월따라 각기 손금대로

살아온 지 얼마 만인데

마주 앉은 채 머리카락 풀어 날리며

굳이 입을 다물고

청각만 모으는 것일까

새찬 비의 탄주 속에서

네 감기를 팔 벌려 꼬옥 안아 힘 주라는 건가

널 처음 알게 된 적은

건너다 보던 연극이

막을 내리는 장면이었지

이 시는 예감의 이미지 조합이다

이미지를 얻은 것은 이전의 내 체험이라는 그릇(바탕)에서 전의 되어온 것이다

객관적 대상을 포착하거나 투시함으로써 감각적 체험을 성립시키고 감각적 체험에 의해 인화된

대상물은 심상이라는 사물의 그림으로 남아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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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체험과 이미지

1) 체험과 이미지는 언제나 상관성을 지닌다

- 이미지의 조형성 입체적 조소성 공감각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 감동 공명 정서반응 제2의 체험(경험)은 같은 뜻의 말로써 작품을 두고 시인과 독자와의

상관관계를 이르는 것이다

- 동조적 관심을 공감으로 말한다 - 현대시가 감각적 체험을 중시한다는 점

2) 대상물 설정 rarr 감각(자극으로 반응) rarr 체험 rarr 이미지 성립(인화 작업) rarr 형상화(한편의 시)

3) 이미지는 사물로 그린 그림이다

- 필연적으로 사물과 만나는 감각적 작업이 선행되어야

- 감각적 체험에 의존된다고 볼 때 이미지는 곧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란 이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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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회차 상상력과 성장과정

1 상상이 하는 일

1) 상상력

- 과거 현재 미래의 일들을 그려(헤아려) 보는 힘

- 정신적 내면의 힘(능력) 창조적 내면의 힘

- 사물을 이전까지와는 달리 새롭게 바라보는 힘

2) 지각의 자동화 현상

- 인습의 거울에 비친대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

- 자동화된 지각의 인습적 시각으로만 바라본다면 우리 삶은 과거를 되풀이할 뿐

진보나 발전의 새로움을 성취할 수 없게 된다

- 자동화된 지각의 안경을 벗고 상상력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면

새로운 사물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 지각의 자동화를 거부하는 상상이란 여태껏 보이지 못한 것을 본다는 말과 같은 뜻이 된다

3) 상상은 공상이나 환상과 다르다

- 상상 객관적 대상을 체험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

- 공상 체험의 구체성이 배제된 황당무계한 환상

4) 현대시는

대상사물과의 체험적 관계를 중시

체험을 통해 이미지를 형상화 시키는 존재화 물화 존재자체이기를 희망한다

상상력을 기본원리 근원적 능력으로써 시의 생명 내면의 힘이 될 수 있게 한다

2 상상의 종류

1) 재생적 상상 - 기억상상

기억은 체험을 통해서 형성되고 체험을 이끌어내어 재현시키는 것

상상력이란 체험의 재현이나 재생이다

재현이나 재생은 상상력에 의존되어 있다고 해도 시적이랄까 창조적 기능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2) 연상 상상 - 연계 상상 관념 연상 연합적 상상

한 사물이나 존재의 유사성을 빌어 기왕에 알고 있는 것이나 그 체험한 사실에 겹치게 하는

것을 연상이라 하고 이를 결합하는 정신적 힘을 연상 상상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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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상상은 감성적 체험을 토대로 한 오성적(悟性的) 능력이라 할 수 있다

3) 창조적 상상

체험으로 해석한 이미지를 결구시키는 이미지의 결합원리이자 이미지를 연계시키고 결합시키는

기능이고 이미지를 해체시키는 결합과 해체를 자유롭게 하는 상상이다

이 원리는 이미지 비유 아이러니 역설 같은 결구력의 원리이자 동시에 착상의 발상차원이

되어 준다는 점에서 창조적 상상력은 현대시를 성립시키는 절대원리가 된다고 보겠다

3 예시

낙 화

- 이 형 기 -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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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서 우리는 낙화에 대해서 실제로 지는 꽃의 영상과 화자의 청춘이 그대로 함께 오버랩

되는 상상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 직접 고통의 인내와 눈의 이미지가 이 시를 형상화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걸 보면 현실에서의 상상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구도임을 알 수 있다

4 상상력의 성장과정

1) 상상력은 동일한 대상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작용의 결과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다

- 각자의 개성과 상상력이 밀착되는 현상이다

- 언제나 대상을 종합적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2) 시를 쓰는 사람은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 언제나 준비된 마음 긴장된 정신력 그리고 가다듬는 자기 삶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모두는 당신으로 향하여

- 최 은 하 -

어둠이어도

헤어나지 못할 어둠의 골짜기어도

고요한 시간을 허락하소서

자유롭게 하소서

내력 없이 드높아진 목숨

요란한 바람과 바람결을

타지 않게 하시고

올려쌓기만 하던 탑 아래

분산 당한 언어와 모습

그리고 가슴은 부끄러움만

거래하는데

당신을 거리하여

견딜 수 없는 내 안에서

감각은 어디로 휘몰리기만 하는가

배우러 온 것만이라거나

버릇하러 태어난 게 아니라

외면 못할 당신을 지키는

시방 내 목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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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고 꺾이고 속임 당하지만

피해 가지만

모두는 당신을 향하여

돌아 가는 것

돌아가는 길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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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회차 현대시와 이미지

1 이미지(심상心象)와 갈래

1) 이미지란

상상력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사물로부터 받은 어떤 인상이 마음에 새겨져 떠오르는 것

이미지 사물로 그린 그림 말로 만들어진 그림 언어의 회화

TS 엘리엇이 말한 객관적 상관물도 이미지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설명이나 해설이 아닌 표현 보여줌이 이미지다

추상어(관념) rarr 구상어(이미지)

2) 이미지의 종류

① 시각적 이미지

관념이나 정서를 사물로 바꾸어서 보여 주는 것

예 꽃 rarr 1차적 정서반응 rarr 느낌 소멸 rarr 꽃의 모습(이미지로)

- 시각적 체험

② 감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를 복합적 감각으로 드러낸 것

미각 후각 근육 감각(촉) 역학적 색체적인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동시에 하나로

효과를 드러내는 것

3) 시란 결국 이미지요 메터퍼라 할 수 있다

2 관념배제와 무의미시

관념배제한 사물시

현대시는 관념배제한 사물시(이미지즘 시)다

사물시란 사물 이미지로 구성한 시이며 단지 이미지를 보여 주거나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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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절대 심상

관념 이전의 사물세계 사물세계 자체로 환원시켰을 때 비로소 순수의 경지에 이르고

이 순수의 이미지를 동원한 것이 절대심상이다

이전의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인 관념의 제로화(지대)를 내세움

관념의 해방 rarr 사물자체로 환원(이미지) rarr 절대심상

4 예시(例詩)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군함이 한 척

닻을 내리고 있었다

여름에 본 물새는 죽어 있었다

죽은 다음에도 물새는 울고 있었다

한결 어른이 된 소리로 울고 있었다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없는 해안선을

한 사나이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한 쪽 손에

죽은 바다를 들고 있었다

- 김 춘 수 lt처용단장 제 1 부gt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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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차 의인법과 시의 바탕

1 의인법이란

1) 정의

인간이외의 사물이나 추상개념에 인격적 요소를 부여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은유의 한 가지로 환유라고도 한다

사물에 투시된 인간의 마음이 사물로 하여금 인간적 속성을 갖도록 하는 은유법이다

2) 의인법의 종류

① 의인법 생명이 없는 것을 생명이 있는 것으로 인격화

② 반의인법(결정법) 생명이 있는 걸 생명이 없는 것으로 표현

2 예시

병(病)에게

- 조 지 훈 -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엔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외경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즉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 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미를 짚어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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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 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lt중략gt

자네와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넨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두고 나를 설복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 앞에 경도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가게 이 친구

생각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3 의인법에서의 궁극적 표현

자연이 모든 시의 소재(모방)라 하겠지만 선택된 소재는 오직 인간적 그리고 인격적이다

여기 인본적(人本的) 가치와 기준이 있다

차라리 의물법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인성(人性)을 갖춘 물화(物化)이다

모든 시의 궁극적 표현은 인간이요 그 위에 신(神)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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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차 아이러니와 역설

1 아이러니란

본의와는 다르게 시침을 떼고 겉으로 드러난 내용과는 반대가 되는 뜻의 말을 하는

표현 방법이다

- 본의와 반대의 말을 하건 또 부정적이고도 소극적 표현으로 도리어 긍정적 적극적 뜻을

나타내는 수사법이다

아이러니와 역설(파라독스)은 다 같이 모순되는 의미 대립되는 두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가 진술자체는 모순이 없는데 반해 역설은 진술자체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곧이 곧대로의 액면가보다 아이러니와 역설은 비틀고 도치 시키면서 훨씬 크고 깊은 효용성을

얻는다

예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rarr 아이러니

-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 rarr 역설

2 아이러니의 일반적 특성(요소)

① 속임수다

② 대조(對照)가 있다

③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

④ 거리감 자유로움 자유가 있다

⑤ 일종의 멋 부림이 있다

⑥ 비꼼이나 비판의 풍자적 요소

⑦ 비개성적(객관적 논리성)이다

⑧ 자기비하의 양식을 선택한다

⑨ 순진의 아이러니

⑩ 자기폭로의 양식을 취함

3 아이러니의 유형과 종류

1) 유형(類型)

① 언어적 아이러니

- 화자의 언어진술 자체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실제는 그 반대 입장(풍자적 아이러니 역설 익살 언어유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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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상황적 아이러니

- 어떤 사태나 사건이 상황이 아이러니칼하게 보이는 데서 발생 극적 상황 전환 등을 말함

(극적 아이러니 실존적 아이러니 낭만적 아이러니)

2) 종류

① 역설

- 일반적 상식이나 믿음을 뒤집어 엎는 이론

- 예 좋아 죽겠다 즐거운 비명 아름다운 슬픔 등

② 패러디 골계 익살 우스꽝스런 짓이나 말로써 남을 웃기기 위한 의도를 바탕으로 함

주관적 익살 인물 사건 등 대상화 자체에서 일어나는 걸로 육체적 정신적 결함에서 오는 익살 성격

상황 운명골계 등

객관적 익살 주관적 정신적 자율성을 갖고 특수 연관관계로 성립시킴 기지 풍자 해학 등

펀(Pun) 말 재롱 언어유희

4 예시

먼 후일

- 김 소 월 -

먼 훗날 당신이 날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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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차 시와 비유법

1 왜 비유법인가

비유란 A라는 대상(사물)을 B라는 사물(대상)과 비교해서 이해하는 표현이다

1) 비유의 당위성

- 언어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나타내고 표현하고 지시하고자 하는 사물은 무한하므로 그 대상 사물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 여기에 비유가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

- 비유는 언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특히 시창작에서는 비유가 필수적인 것이어서 시 자체라고까지 확대해석 할 수 있는 시어의 본질적

기능이자 원리라고 볼 수가 있다

2) 비유의 갈래

① 광의의 비유

- 문체 수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문장에 변화와 정체를 더하기 위한 수사 형식

② 협의의 비유- 구상적 회화적 비유 표현으로 은유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형식

3) 원관념(본의)과 보조관념(유의)

-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체의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 또 하나의 사물이나

의미(관념)를 끌여들여야 비교가 성립되는데 이때 본래의 것을 원관념 또 하나의 동원된 것을

보조관념이라 한다

4) 비유를 성립시키기 위한 원리

① 비유엔 꼭 두 가지 사물과 두 가지 의미의 비유가 있어야만 한다

② 본의와 유의가 서로 이질적이어야 한다(폭력적 결합-엘리엇) (통합적 마술적 상상력에의 비유)

③ 서로 이질적인 두 사물은 어딘가에 어떤 유사성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2 직유와 은유

1) 직유(명유)

- 두 가지 사물 또는 의미를 같이 처럼 듯이 만큼 같은 등의 연결어로 결합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 하나의 사물 즉 하나의 관념을 다른 사물 다른 관념과 직접 비교하는 비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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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관념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서 두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를

끼워넣어 직접 비교하는 형식이다

직유의 3단계

① 1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한 단어로 연결합된 직유(꽃 같은 여자 앵두같은 입술 등)

② 2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연결어에 의해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되는 직유

(꽃 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③ 3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하나의 구체적 영상이거나 한 면으로 이루어진 직유

(푸른 밤 고이 맺은 이슬같은 보람을 보일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2) 은유(암유)

(1) 은유란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조사를 끼어넣지 않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시하는 비유 (둘 이상의

말 가운데서 하나가 갖는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 다른 의미나 의미가 함축하는 뜻으로

옮겨 놓는 것)

언어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은유가 적당히 쓰이면 문체가 크게 아름다워진다

은유는 등가물을 원활하게 조명해낸다

현대시를 대표하는 표현양식이다(상징과 더불어)

구상적 언어가 추상적 사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창조자(연금술사)이다-새로운(낯설은) 은유를 만들자

(2) 은유의 요소(본질)의 원리

① 언어의 상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유의 궁극성은 바로 상충을 통한 상반의 균층을 획득하는 것)

② 언어의 긴장성을 들 수 있다

(언어의 리듬이 아닌 언어의 긴장에 의한 새로운 리듬창)

③ 언어의 긴장은 문맥을 넓히는 것

(대치론이나 비교론이 아닌 상호작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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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70

(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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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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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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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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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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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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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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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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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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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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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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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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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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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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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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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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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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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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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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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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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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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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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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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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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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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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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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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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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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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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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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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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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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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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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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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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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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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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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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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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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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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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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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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3: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13 70

그 원천은 조용히 회상된 감동이다 - 오스카 와일드 -

시는 정서의 일방적 몰입이나 정서를 통한 동일시가 아니라 사물로부터 환기되는 정서를 유리시키고

객관화시켜 사물화함으로써 구체적 표현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3 정서로부터의 도피

1)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 도피다 - TS 엘리엇 -

2) 정서의 주관성 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 - 특수한 정서

3)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는 뜻

-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객관화

4) 정서의 객관화는

-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대자적 파악을 성립시키고

- 정서는 하나의 사물로 바뀌어 나타날 수가 있게 된다

- 정서로부터의 도피가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가 되는 것에 이른다

5) 물화(物化)는 이미지화를 말한다

- 존재는 곧 물화다

- 물화 정서로 드러낼 것을 사물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 드러낸다 형상화란 말로서 사물을 빌어 정서를 구체적 이미지로 나타낸다는 뜻

- 시의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정서적 이미지로 대체)

4 시와 소재

내 마음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혀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노른노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 김 영 랑 lt동백잎gt 전문 -

섬세한 이미지와 부드럽고 은밀하며 미묘하고 그윽한 음률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창조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우리의 토속적 정서가 낮은 목소리로 드러남

엉뚱한 소재들의 동원 - 강물 아침날 빛 은결 가슴 눈 핏줄

동백잎을 내세워 자기 심상을 표출

새로운 자기만의 강물 끝없는 강물을 안고 살리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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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회차 체험과 주제

1 체험이란

1) 사람이 직접 경험한 심적 과정이다

- 인격이 몸소 경험한다

2) 시문학에서의 체험

- 그것은 작품 창작이다

- 작품 창작의 동기를 마련해 주는 외적 조건

- 시가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하는 형상화 작업이라 볼 때 체험이란 그대로 수반되는 요소가 된다

- 형상화란 이미지로서 상상하여 마음속에 떠오르는 대상의 모습을 일컫는다(원인이 곧 체험)

3) 시를 창작하는 것은 체험이다

- 릴케 lt말테의 수기gt에서 여성의 수태 분만에 비유

- 스티븐슨 시를 읽는 것은 체험이어야 한다

그리고 시를 쓰는 것도 체험이어야 한다

4) 체험적인 시란

- 객관적 대상 존재나 사물을 지적 감각화로 굴절시켜 의식에 인화했다가 이것을 언제든지 재생

조립 복합화 하는 것이다

2 감각적 체험과 시

1) 체험의 3가지 경로

① 생체험 - 주로 감각기능에 의해서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② 간접체험 - 지적체험 독서 등

③ 선체험 - 선험적 체험 병아리의 숨기 뱀의 공포(원시인의 공포 - 원형적 잔유물)

2) 현대시는 객관적 경험인 감각적 체험에서 출발시킴

- 체험은 감각을 통해 외적이고도 객관적 대상물과 만나는 일

- 필연적 관계성립이다

[예] 꽃 rarr 의식에 인화(여인이 아이를 가짐) rarr 기다림(착상 분만을 기다림 배태) rarr 시 창출(분만)

- 직접적인 매체가 되는 것이 바로 객관적 대상물이다

- 체험을 통한 천착이 아니라 체험을 통한 배태와 분만의 여성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3) 체험시론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닌 객관적 사물의 지적 감각적 해석이라는 점에서 과학적 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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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15 70

대상을 즉자적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대자적으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과학적 시각이다

체험의 산물인 이미지를 중시하고 이미지를 통한 변용이나 의미의 전의인 치환의 방법론으로

동원한다

3 예시

예감(豫感)

- 최 은 하 -

간밤 꿈에도 비가 내렸었지

행인들의 각양 우산에 듣는 빗방울

너의 오랜 목소리가

다 해진 내 소매끝에 젖어오는구나

흥건히 가슴 밑바닥에까지

다시금 너를 영접하는

나는 조심스레 겨울의 기인 해안으로부터

돌아와 밤을 차지해 앉았다

왜 말이 없지

세월따라 각기 손금대로

살아온 지 얼마 만인데

마주 앉은 채 머리카락 풀어 날리며

굳이 입을 다물고

청각만 모으는 것일까

새찬 비의 탄주 속에서

네 감기를 팔 벌려 꼬옥 안아 힘 주라는 건가

널 처음 알게 된 적은

건너다 보던 연극이

막을 내리는 장면이었지

이 시는 예감의 이미지 조합이다

이미지를 얻은 것은 이전의 내 체험이라는 그릇(바탕)에서 전의 되어온 것이다

객관적 대상을 포착하거나 투시함으로써 감각적 체험을 성립시키고 감각적 체험에 의해 인화된

대상물은 심상이라는 사물의 그림으로 남아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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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체험과 이미지

1) 체험과 이미지는 언제나 상관성을 지닌다

- 이미지의 조형성 입체적 조소성 공감각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 감동 공명 정서반응 제2의 체험(경험)은 같은 뜻의 말로써 작품을 두고 시인과 독자와의

상관관계를 이르는 것이다

- 동조적 관심을 공감으로 말한다 - 현대시가 감각적 체험을 중시한다는 점

2) 대상물 설정 rarr 감각(자극으로 반응) rarr 체험 rarr 이미지 성립(인화 작업) rarr 형상화(한편의 시)

3) 이미지는 사물로 그린 그림이다

- 필연적으로 사물과 만나는 감각적 작업이 선행되어야

- 감각적 체험에 의존된다고 볼 때 이미지는 곧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란 이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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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회차 상상력과 성장과정

1 상상이 하는 일

1) 상상력

- 과거 현재 미래의 일들을 그려(헤아려) 보는 힘

- 정신적 내면의 힘(능력) 창조적 내면의 힘

- 사물을 이전까지와는 달리 새롭게 바라보는 힘

2) 지각의 자동화 현상

- 인습의 거울에 비친대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

- 자동화된 지각의 인습적 시각으로만 바라본다면 우리 삶은 과거를 되풀이할 뿐

진보나 발전의 새로움을 성취할 수 없게 된다

- 자동화된 지각의 안경을 벗고 상상력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면

새로운 사물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 지각의 자동화를 거부하는 상상이란 여태껏 보이지 못한 것을 본다는 말과 같은 뜻이 된다

3) 상상은 공상이나 환상과 다르다

- 상상 객관적 대상을 체험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

- 공상 체험의 구체성이 배제된 황당무계한 환상

4) 현대시는

대상사물과의 체험적 관계를 중시

체험을 통해 이미지를 형상화 시키는 존재화 물화 존재자체이기를 희망한다

상상력을 기본원리 근원적 능력으로써 시의 생명 내면의 힘이 될 수 있게 한다

2 상상의 종류

1) 재생적 상상 - 기억상상

기억은 체험을 통해서 형성되고 체험을 이끌어내어 재현시키는 것

상상력이란 체험의 재현이나 재생이다

재현이나 재생은 상상력에 의존되어 있다고 해도 시적이랄까 창조적 기능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2) 연상 상상 - 연계 상상 관념 연상 연합적 상상

한 사물이나 존재의 유사성을 빌어 기왕에 알고 있는 것이나 그 체험한 사실에 겹치게 하는

것을 연상이라 하고 이를 결합하는 정신적 힘을 연상 상상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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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상상은 감성적 체험을 토대로 한 오성적(悟性的) 능력이라 할 수 있다

3) 창조적 상상

체험으로 해석한 이미지를 결구시키는 이미지의 결합원리이자 이미지를 연계시키고 결합시키는

기능이고 이미지를 해체시키는 결합과 해체를 자유롭게 하는 상상이다

이 원리는 이미지 비유 아이러니 역설 같은 결구력의 원리이자 동시에 착상의 발상차원이

되어 준다는 점에서 창조적 상상력은 현대시를 성립시키는 절대원리가 된다고 보겠다

3 예시

낙 화

- 이 형 기 -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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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서 우리는 낙화에 대해서 실제로 지는 꽃의 영상과 화자의 청춘이 그대로 함께 오버랩

되는 상상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 직접 고통의 인내와 눈의 이미지가 이 시를 형상화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걸 보면 현실에서의 상상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구도임을 알 수 있다

4 상상력의 성장과정

1) 상상력은 동일한 대상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작용의 결과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다

- 각자의 개성과 상상력이 밀착되는 현상이다

- 언제나 대상을 종합적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2) 시를 쓰는 사람은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 언제나 준비된 마음 긴장된 정신력 그리고 가다듬는 자기 삶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모두는 당신으로 향하여

- 최 은 하 -

어둠이어도

헤어나지 못할 어둠의 골짜기어도

고요한 시간을 허락하소서

자유롭게 하소서

내력 없이 드높아진 목숨

요란한 바람과 바람결을

타지 않게 하시고

올려쌓기만 하던 탑 아래

분산 당한 언어와 모습

그리고 가슴은 부끄러움만

거래하는데

당신을 거리하여

견딜 수 없는 내 안에서

감각은 어디로 휘몰리기만 하는가

배우러 온 것만이라거나

버릇하러 태어난 게 아니라

외면 못할 당신을 지키는

시방 내 목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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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고 꺾이고 속임 당하지만

피해 가지만

모두는 당신을 향하여

돌아 가는 것

돌아가는 길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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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회차 현대시와 이미지

1 이미지(심상心象)와 갈래

1) 이미지란

상상력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사물로부터 받은 어떤 인상이 마음에 새겨져 떠오르는 것

이미지 사물로 그린 그림 말로 만들어진 그림 언어의 회화

TS 엘리엇이 말한 객관적 상관물도 이미지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설명이나 해설이 아닌 표현 보여줌이 이미지다

추상어(관념) rarr 구상어(이미지)

2) 이미지의 종류

① 시각적 이미지

관념이나 정서를 사물로 바꾸어서 보여 주는 것

예 꽃 rarr 1차적 정서반응 rarr 느낌 소멸 rarr 꽃의 모습(이미지로)

- 시각적 체험

② 감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를 복합적 감각으로 드러낸 것

미각 후각 근육 감각(촉) 역학적 색체적인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동시에 하나로

효과를 드러내는 것

3) 시란 결국 이미지요 메터퍼라 할 수 있다

2 관념배제와 무의미시

관념배제한 사물시

현대시는 관념배제한 사물시(이미지즘 시)다

사물시란 사물 이미지로 구성한 시이며 단지 이미지를 보여 주거나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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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절대 심상

관념 이전의 사물세계 사물세계 자체로 환원시켰을 때 비로소 순수의 경지에 이르고

이 순수의 이미지를 동원한 것이 절대심상이다

이전의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인 관념의 제로화(지대)를 내세움

관념의 해방 rarr 사물자체로 환원(이미지) rarr 절대심상

4 예시(例詩)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군함이 한 척

닻을 내리고 있었다

여름에 본 물새는 죽어 있었다

죽은 다음에도 물새는 울고 있었다

한결 어른이 된 소리로 울고 있었다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없는 해안선을

한 사나이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한 쪽 손에

죽은 바다를 들고 있었다

- 김 춘 수 lt처용단장 제 1 부gt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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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차 의인법과 시의 바탕

1 의인법이란

1) 정의

인간이외의 사물이나 추상개념에 인격적 요소를 부여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은유의 한 가지로 환유라고도 한다

사물에 투시된 인간의 마음이 사물로 하여금 인간적 속성을 갖도록 하는 은유법이다

2) 의인법의 종류

① 의인법 생명이 없는 것을 생명이 있는 것으로 인격화

② 반의인법(결정법) 생명이 있는 걸 생명이 없는 것으로 표현

2 예시

병(病)에게

- 조 지 훈 -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엔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외경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즉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 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미를 짚어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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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 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lt중략gt

자네와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넨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두고 나를 설복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 앞에 경도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가게 이 친구

생각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3 의인법에서의 궁극적 표현

자연이 모든 시의 소재(모방)라 하겠지만 선택된 소재는 오직 인간적 그리고 인격적이다

여기 인본적(人本的) 가치와 기준이 있다

차라리 의물법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인성(人性)을 갖춘 물화(物化)이다

모든 시의 궁극적 표현은 인간이요 그 위에 신(神)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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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차 아이러니와 역설

1 아이러니란

본의와는 다르게 시침을 떼고 겉으로 드러난 내용과는 반대가 되는 뜻의 말을 하는

표현 방법이다

- 본의와 반대의 말을 하건 또 부정적이고도 소극적 표현으로 도리어 긍정적 적극적 뜻을

나타내는 수사법이다

아이러니와 역설(파라독스)은 다 같이 모순되는 의미 대립되는 두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가 진술자체는 모순이 없는데 반해 역설은 진술자체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곧이 곧대로의 액면가보다 아이러니와 역설은 비틀고 도치 시키면서 훨씬 크고 깊은 효용성을

얻는다

예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rarr 아이러니

-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 rarr 역설

2 아이러니의 일반적 특성(요소)

① 속임수다

② 대조(對照)가 있다

③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

④ 거리감 자유로움 자유가 있다

⑤ 일종의 멋 부림이 있다

⑥ 비꼼이나 비판의 풍자적 요소

⑦ 비개성적(객관적 논리성)이다

⑧ 자기비하의 양식을 선택한다

⑨ 순진의 아이러니

⑩ 자기폭로의 양식을 취함

3 아이러니의 유형과 종류

1) 유형(類型)

① 언어적 아이러니

- 화자의 언어진술 자체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실제는 그 반대 입장(풍자적 아이러니 역설 익살 언어유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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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상황적 아이러니

- 어떤 사태나 사건이 상황이 아이러니칼하게 보이는 데서 발생 극적 상황 전환 등을 말함

(극적 아이러니 실존적 아이러니 낭만적 아이러니)

2) 종류

① 역설

- 일반적 상식이나 믿음을 뒤집어 엎는 이론

- 예 좋아 죽겠다 즐거운 비명 아름다운 슬픔 등

② 패러디 골계 익살 우스꽝스런 짓이나 말로써 남을 웃기기 위한 의도를 바탕으로 함

주관적 익살 인물 사건 등 대상화 자체에서 일어나는 걸로 육체적 정신적 결함에서 오는 익살 성격

상황 운명골계 등

객관적 익살 주관적 정신적 자율성을 갖고 특수 연관관계로 성립시킴 기지 풍자 해학 등

펀(Pun) 말 재롱 언어유희

4 예시

먼 후일

- 김 소 월 -

먼 훗날 당신이 날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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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차 시와 비유법

1 왜 비유법인가

비유란 A라는 대상(사물)을 B라는 사물(대상)과 비교해서 이해하는 표현이다

1) 비유의 당위성

- 언어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나타내고 표현하고 지시하고자 하는 사물은 무한하므로 그 대상 사물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 여기에 비유가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

- 비유는 언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특히 시창작에서는 비유가 필수적인 것이어서 시 자체라고까지 확대해석 할 수 있는 시어의 본질적

기능이자 원리라고 볼 수가 있다

2) 비유의 갈래

① 광의의 비유

- 문체 수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문장에 변화와 정체를 더하기 위한 수사 형식

② 협의의 비유- 구상적 회화적 비유 표현으로 은유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형식

3) 원관념(본의)과 보조관념(유의)

-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체의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 또 하나의 사물이나

의미(관념)를 끌여들여야 비교가 성립되는데 이때 본래의 것을 원관념 또 하나의 동원된 것을

보조관념이라 한다

4) 비유를 성립시키기 위한 원리

① 비유엔 꼭 두 가지 사물과 두 가지 의미의 비유가 있어야만 한다

② 본의와 유의가 서로 이질적이어야 한다(폭력적 결합-엘리엇) (통합적 마술적 상상력에의 비유)

③ 서로 이질적인 두 사물은 어딘가에 어떤 유사성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2 직유와 은유

1) 직유(명유)

- 두 가지 사물 또는 의미를 같이 처럼 듯이 만큼 같은 등의 연결어로 결합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 하나의 사물 즉 하나의 관념을 다른 사물 다른 관념과 직접 비교하는 비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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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관념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서 두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를

끼워넣어 직접 비교하는 형식이다

직유의 3단계

① 1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한 단어로 연결합된 직유(꽃 같은 여자 앵두같은 입술 등)

② 2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연결어에 의해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되는 직유

(꽃 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③ 3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하나의 구체적 영상이거나 한 면으로 이루어진 직유

(푸른 밤 고이 맺은 이슬같은 보람을 보일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2) 은유(암유)

(1) 은유란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조사를 끼어넣지 않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시하는 비유 (둘 이상의

말 가운데서 하나가 갖는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 다른 의미나 의미가 함축하는 뜻으로

옮겨 놓는 것)

언어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은유가 적당히 쓰이면 문체가 크게 아름다워진다

은유는 등가물을 원활하게 조명해낸다

현대시를 대표하는 표현양식이다(상징과 더불어)

구상적 언어가 추상적 사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창조자(연금술사)이다-새로운(낯설은) 은유를 만들자

(2) 은유의 요소(본질)의 원리

① 언어의 상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유의 궁극성은 바로 상충을 통한 상반의 균층을 획득하는 것)

② 언어의 긴장성을 들 수 있다

(언어의 리듬이 아닌 언어의 긴장에 의한 새로운 리듬창)

③ 언어의 긴장은 문맥을 넓히는 것

(대치론이나 비교론이 아닌 상호작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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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70

(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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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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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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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70

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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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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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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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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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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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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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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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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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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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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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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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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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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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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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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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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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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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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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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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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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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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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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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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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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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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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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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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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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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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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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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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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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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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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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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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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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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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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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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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4: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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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회차 체험과 주제

1 체험이란

1) 사람이 직접 경험한 심적 과정이다

- 인격이 몸소 경험한다

2) 시문학에서의 체험

- 그것은 작품 창작이다

- 작품 창작의 동기를 마련해 주는 외적 조건

- 시가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하는 형상화 작업이라 볼 때 체험이란 그대로 수반되는 요소가 된다

- 형상화란 이미지로서 상상하여 마음속에 떠오르는 대상의 모습을 일컫는다(원인이 곧 체험)

3) 시를 창작하는 것은 체험이다

- 릴케 lt말테의 수기gt에서 여성의 수태 분만에 비유

- 스티븐슨 시를 읽는 것은 체험이어야 한다

그리고 시를 쓰는 것도 체험이어야 한다

4) 체험적인 시란

- 객관적 대상 존재나 사물을 지적 감각화로 굴절시켜 의식에 인화했다가 이것을 언제든지 재생

조립 복합화 하는 것이다

2 감각적 체험과 시

1) 체험의 3가지 경로

① 생체험 - 주로 감각기능에 의해서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② 간접체험 - 지적체험 독서 등

③ 선체험 - 선험적 체험 병아리의 숨기 뱀의 공포(원시인의 공포 - 원형적 잔유물)

2) 현대시는 객관적 경험인 감각적 체험에서 출발시킴

- 체험은 감각을 통해 외적이고도 객관적 대상물과 만나는 일

- 필연적 관계성립이다

[예] 꽃 rarr 의식에 인화(여인이 아이를 가짐) rarr 기다림(착상 분만을 기다림 배태) rarr 시 창출(분만)

- 직접적인 매체가 되는 것이 바로 객관적 대상물이다

- 체험을 통한 천착이 아니라 체험을 통한 배태와 분만의 여성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3) 체험시론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닌 객관적 사물의 지적 감각적 해석이라는 점에서 과학적 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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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즉자적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대자적으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과학적 시각이다

체험의 산물인 이미지를 중시하고 이미지를 통한 변용이나 의미의 전의인 치환의 방법론으로

동원한다

3 예시

예감(豫感)

- 최 은 하 -

간밤 꿈에도 비가 내렸었지

행인들의 각양 우산에 듣는 빗방울

너의 오랜 목소리가

다 해진 내 소매끝에 젖어오는구나

흥건히 가슴 밑바닥에까지

다시금 너를 영접하는

나는 조심스레 겨울의 기인 해안으로부터

돌아와 밤을 차지해 앉았다

왜 말이 없지

세월따라 각기 손금대로

살아온 지 얼마 만인데

마주 앉은 채 머리카락 풀어 날리며

굳이 입을 다물고

청각만 모으는 것일까

새찬 비의 탄주 속에서

네 감기를 팔 벌려 꼬옥 안아 힘 주라는 건가

널 처음 알게 된 적은

건너다 보던 연극이

막을 내리는 장면이었지

이 시는 예감의 이미지 조합이다

이미지를 얻은 것은 이전의 내 체험이라는 그릇(바탕)에서 전의 되어온 것이다

객관적 대상을 포착하거나 투시함으로써 감각적 체험을 성립시키고 감각적 체험에 의해 인화된

대상물은 심상이라는 사물의 그림으로 남아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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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16 70

4 체험과 이미지

1) 체험과 이미지는 언제나 상관성을 지닌다

- 이미지의 조형성 입체적 조소성 공감각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 감동 공명 정서반응 제2의 체험(경험)은 같은 뜻의 말로써 작품을 두고 시인과 독자와의

상관관계를 이르는 것이다

- 동조적 관심을 공감으로 말한다 - 현대시가 감각적 체험을 중시한다는 점

2) 대상물 설정 rarr 감각(자극으로 반응) rarr 체험 rarr 이미지 성립(인화 작업) rarr 형상화(한편의 시)

3) 이미지는 사물로 그린 그림이다

- 필연적으로 사물과 만나는 감각적 작업이 선행되어야

- 감각적 체험에 의존된다고 볼 때 이미지는 곧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란 이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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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70

6 회차 상상력과 성장과정

1 상상이 하는 일

1) 상상력

- 과거 현재 미래의 일들을 그려(헤아려) 보는 힘

- 정신적 내면의 힘(능력) 창조적 내면의 힘

- 사물을 이전까지와는 달리 새롭게 바라보는 힘

2) 지각의 자동화 현상

- 인습의 거울에 비친대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

- 자동화된 지각의 인습적 시각으로만 바라본다면 우리 삶은 과거를 되풀이할 뿐

진보나 발전의 새로움을 성취할 수 없게 된다

- 자동화된 지각의 안경을 벗고 상상력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면

새로운 사물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 지각의 자동화를 거부하는 상상이란 여태껏 보이지 못한 것을 본다는 말과 같은 뜻이 된다

3) 상상은 공상이나 환상과 다르다

- 상상 객관적 대상을 체험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

- 공상 체험의 구체성이 배제된 황당무계한 환상

4) 현대시는

대상사물과의 체험적 관계를 중시

체험을 통해 이미지를 형상화 시키는 존재화 물화 존재자체이기를 희망한다

상상력을 기본원리 근원적 능력으로써 시의 생명 내면의 힘이 될 수 있게 한다

2 상상의 종류

1) 재생적 상상 - 기억상상

기억은 체험을 통해서 형성되고 체험을 이끌어내어 재현시키는 것

상상력이란 체험의 재현이나 재생이다

재현이나 재생은 상상력에 의존되어 있다고 해도 시적이랄까 창조적 기능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2) 연상 상상 - 연계 상상 관념 연상 연합적 상상

한 사물이나 존재의 유사성을 빌어 기왕에 알고 있는 것이나 그 체험한 사실에 겹치게 하는

것을 연상이라 하고 이를 결합하는 정신적 힘을 연상 상상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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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상상은 감성적 체험을 토대로 한 오성적(悟性的) 능력이라 할 수 있다

3) 창조적 상상

체험으로 해석한 이미지를 결구시키는 이미지의 결합원리이자 이미지를 연계시키고 결합시키는

기능이고 이미지를 해체시키는 결합과 해체를 자유롭게 하는 상상이다

이 원리는 이미지 비유 아이러니 역설 같은 결구력의 원리이자 동시에 착상의 발상차원이

되어 준다는 점에서 창조적 상상력은 현대시를 성립시키는 절대원리가 된다고 보겠다

3 예시

낙 화

- 이 형 기 -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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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서 우리는 낙화에 대해서 실제로 지는 꽃의 영상과 화자의 청춘이 그대로 함께 오버랩

되는 상상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 직접 고통의 인내와 눈의 이미지가 이 시를 형상화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걸 보면 현실에서의 상상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구도임을 알 수 있다

4 상상력의 성장과정

1) 상상력은 동일한 대상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작용의 결과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다

- 각자의 개성과 상상력이 밀착되는 현상이다

- 언제나 대상을 종합적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2) 시를 쓰는 사람은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 언제나 준비된 마음 긴장된 정신력 그리고 가다듬는 자기 삶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모두는 당신으로 향하여

- 최 은 하 -

어둠이어도

헤어나지 못할 어둠의 골짜기어도

고요한 시간을 허락하소서

자유롭게 하소서

내력 없이 드높아진 목숨

요란한 바람과 바람결을

타지 않게 하시고

올려쌓기만 하던 탑 아래

분산 당한 언어와 모습

그리고 가슴은 부끄러움만

거래하는데

당신을 거리하여

견딜 수 없는 내 안에서

감각은 어디로 휘몰리기만 하는가

배우러 온 것만이라거나

버릇하러 태어난 게 아니라

외면 못할 당신을 지키는

시방 내 목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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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고 꺾이고 속임 당하지만

피해 가지만

모두는 당신을 향하여

돌아 가는 것

돌아가는 길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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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회차 현대시와 이미지

1 이미지(심상心象)와 갈래

1) 이미지란

상상력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사물로부터 받은 어떤 인상이 마음에 새겨져 떠오르는 것

이미지 사물로 그린 그림 말로 만들어진 그림 언어의 회화

TS 엘리엇이 말한 객관적 상관물도 이미지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설명이나 해설이 아닌 표현 보여줌이 이미지다

추상어(관념) rarr 구상어(이미지)

2) 이미지의 종류

① 시각적 이미지

관념이나 정서를 사물로 바꾸어서 보여 주는 것

예 꽃 rarr 1차적 정서반응 rarr 느낌 소멸 rarr 꽃의 모습(이미지로)

- 시각적 체험

② 감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를 복합적 감각으로 드러낸 것

미각 후각 근육 감각(촉) 역학적 색체적인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동시에 하나로

효과를 드러내는 것

3) 시란 결국 이미지요 메터퍼라 할 수 있다

2 관념배제와 무의미시

관념배제한 사물시

현대시는 관념배제한 사물시(이미지즘 시)다

사물시란 사물 이미지로 구성한 시이며 단지 이미지를 보여 주거나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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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절대 심상

관념 이전의 사물세계 사물세계 자체로 환원시켰을 때 비로소 순수의 경지에 이르고

이 순수의 이미지를 동원한 것이 절대심상이다

이전의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인 관념의 제로화(지대)를 내세움

관념의 해방 rarr 사물자체로 환원(이미지) rarr 절대심상

4 예시(例詩)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군함이 한 척

닻을 내리고 있었다

여름에 본 물새는 죽어 있었다

죽은 다음에도 물새는 울고 있었다

한결 어른이 된 소리로 울고 있었다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없는 해안선을

한 사나이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한 쪽 손에

죽은 바다를 들고 있었다

- 김 춘 수 lt처용단장 제 1 부gt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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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차 의인법과 시의 바탕

1 의인법이란

1) 정의

인간이외의 사물이나 추상개념에 인격적 요소를 부여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은유의 한 가지로 환유라고도 한다

사물에 투시된 인간의 마음이 사물로 하여금 인간적 속성을 갖도록 하는 은유법이다

2) 의인법의 종류

① 의인법 생명이 없는 것을 생명이 있는 것으로 인격화

② 반의인법(결정법) 생명이 있는 걸 생명이 없는 것으로 표현

2 예시

병(病)에게

- 조 지 훈 -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엔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외경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즉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 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미를 짚어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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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 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lt중략gt

자네와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넨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두고 나를 설복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 앞에 경도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가게 이 친구

생각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3 의인법에서의 궁극적 표현

자연이 모든 시의 소재(모방)라 하겠지만 선택된 소재는 오직 인간적 그리고 인격적이다

여기 인본적(人本的) 가치와 기준이 있다

차라리 의물법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인성(人性)을 갖춘 물화(物化)이다

모든 시의 궁극적 표현은 인간이요 그 위에 신(神)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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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차 아이러니와 역설

1 아이러니란

본의와는 다르게 시침을 떼고 겉으로 드러난 내용과는 반대가 되는 뜻의 말을 하는

표현 방법이다

- 본의와 반대의 말을 하건 또 부정적이고도 소극적 표현으로 도리어 긍정적 적극적 뜻을

나타내는 수사법이다

아이러니와 역설(파라독스)은 다 같이 모순되는 의미 대립되는 두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가 진술자체는 모순이 없는데 반해 역설은 진술자체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곧이 곧대로의 액면가보다 아이러니와 역설은 비틀고 도치 시키면서 훨씬 크고 깊은 효용성을

얻는다

예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rarr 아이러니

-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 rarr 역설

2 아이러니의 일반적 특성(요소)

① 속임수다

② 대조(對照)가 있다

③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

④ 거리감 자유로움 자유가 있다

⑤ 일종의 멋 부림이 있다

⑥ 비꼼이나 비판의 풍자적 요소

⑦ 비개성적(객관적 논리성)이다

⑧ 자기비하의 양식을 선택한다

⑨ 순진의 아이러니

⑩ 자기폭로의 양식을 취함

3 아이러니의 유형과 종류

1) 유형(類型)

① 언어적 아이러니

- 화자의 언어진술 자체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실제는 그 반대 입장(풍자적 아이러니 역설 익살 언어유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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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상황적 아이러니

- 어떤 사태나 사건이 상황이 아이러니칼하게 보이는 데서 발생 극적 상황 전환 등을 말함

(극적 아이러니 실존적 아이러니 낭만적 아이러니)

2) 종류

① 역설

- 일반적 상식이나 믿음을 뒤집어 엎는 이론

- 예 좋아 죽겠다 즐거운 비명 아름다운 슬픔 등

② 패러디 골계 익살 우스꽝스런 짓이나 말로써 남을 웃기기 위한 의도를 바탕으로 함

주관적 익살 인물 사건 등 대상화 자체에서 일어나는 걸로 육체적 정신적 결함에서 오는 익살 성격

상황 운명골계 등

객관적 익살 주관적 정신적 자율성을 갖고 특수 연관관계로 성립시킴 기지 풍자 해학 등

펀(Pun) 말 재롱 언어유희

4 예시

먼 후일

- 김 소 월 -

먼 훗날 당신이 날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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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차 시와 비유법

1 왜 비유법인가

비유란 A라는 대상(사물)을 B라는 사물(대상)과 비교해서 이해하는 표현이다

1) 비유의 당위성

- 언어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나타내고 표현하고 지시하고자 하는 사물은 무한하므로 그 대상 사물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 여기에 비유가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

- 비유는 언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특히 시창작에서는 비유가 필수적인 것이어서 시 자체라고까지 확대해석 할 수 있는 시어의 본질적

기능이자 원리라고 볼 수가 있다

2) 비유의 갈래

① 광의의 비유

- 문체 수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문장에 변화와 정체를 더하기 위한 수사 형식

② 협의의 비유- 구상적 회화적 비유 표현으로 은유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형식

3) 원관념(본의)과 보조관념(유의)

-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체의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 또 하나의 사물이나

의미(관념)를 끌여들여야 비교가 성립되는데 이때 본래의 것을 원관념 또 하나의 동원된 것을

보조관념이라 한다

4) 비유를 성립시키기 위한 원리

① 비유엔 꼭 두 가지 사물과 두 가지 의미의 비유가 있어야만 한다

② 본의와 유의가 서로 이질적이어야 한다(폭력적 결합-엘리엇) (통합적 마술적 상상력에의 비유)

③ 서로 이질적인 두 사물은 어딘가에 어떤 유사성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2 직유와 은유

1) 직유(명유)

- 두 가지 사물 또는 의미를 같이 처럼 듯이 만큼 같은 등의 연결어로 결합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 하나의 사물 즉 하나의 관념을 다른 사물 다른 관념과 직접 비교하는 비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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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관념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서 두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를

끼워넣어 직접 비교하는 형식이다

직유의 3단계

① 1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한 단어로 연결합된 직유(꽃 같은 여자 앵두같은 입술 등)

② 2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연결어에 의해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되는 직유

(꽃 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③ 3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하나의 구체적 영상이거나 한 면으로 이루어진 직유

(푸른 밤 고이 맺은 이슬같은 보람을 보일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2) 은유(암유)

(1) 은유란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조사를 끼어넣지 않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시하는 비유 (둘 이상의

말 가운데서 하나가 갖는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 다른 의미나 의미가 함축하는 뜻으로

옮겨 놓는 것)

언어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은유가 적당히 쓰이면 문체가 크게 아름다워진다

은유는 등가물을 원활하게 조명해낸다

현대시를 대표하는 표현양식이다(상징과 더불어)

구상적 언어가 추상적 사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창조자(연금술사)이다-새로운(낯설은) 은유를 만들자

(2) 은유의 요소(본질)의 원리

① 언어의 상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유의 궁극성은 바로 상충을 통한 상반의 균층을 획득하는 것)

② 언어의 긴장성을 들 수 있다

(언어의 리듬이 아닌 언어의 긴장에 의한 새로운 리듬창)

③ 언어의 긴장은 문맥을 넓히는 것

(대치론이나 비교론이 아닌 상호작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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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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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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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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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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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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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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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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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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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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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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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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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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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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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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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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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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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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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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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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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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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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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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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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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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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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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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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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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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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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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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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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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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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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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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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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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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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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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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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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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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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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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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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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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5: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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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즉자적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대자적으로 해석한다는 점에서 과학적 시각이다

체험의 산물인 이미지를 중시하고 이미지를 통한 변용이나 의미의 전의인 치환의 방법론으로

동원한다

3 예시

예감(豫感)

- 최 은 하 -

간밤 꿈에도 비가 내렸었지

행인들의 각양 우산에 듣는 빗방울

너의 오랜 목소리가

다 해진 내 소매끝에 젖어오는구나

흥건히 가슴 밑바닥에까지

다시금 너를 영접하는

나는 조심스레 겨울의 기인 해안으로부터

돌아와 밤을 차지해 앉았다

왜 말이 없지

세월따라 각기 손금대로

살아온 지 얼마 만인데

마주 앉은 채 머리카락 풀어 날리며

굳이 입을 다물고

청각만 모으는 것일까

새찬 비의 탄주 속에서

네 감기를 팔 벌려 꼬옥 안아 힘 주라는 건가

널 처음 알게 된 적은

건너다 보던 연극이

막을 내리는 장면이었지

이 시는 예감의 이미지 조합이다

이미지를 얻은 것은 이전의 내 체험이라는 그릇(바탕)에서 전의 되어온 것이다

객관적 대상을 포착하거나 투시함으로써 감각적 체험을 성립시키고 감각적 체험에 의해 인화된

대상물은 심상이라는 사물의 그림으로 남아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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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체험과 이미지

1) 체험과 이미지는 언제나 상관성을 지닌다

- 이미지의 조형성 입체적 조소성 공감각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 감동 공명 정서반응 제2의 체험(경험)은 같은 뜻의 말로써 작품을 두고 시인과 독자와의

상관관계를 이르는 것이다

- 동조적 관심을 공감으로 말한다 - 현대시가 감각적 체험을 중시한다는 점

2) 대상물 설정 rarr 감각(자극으로 반응) rarr 체험 rarr 이미지 성립(인화 작업) rarr 형상화(한편의 시)

3) 이미지는 사물로 그린 그림이다

- 필연적으로 사물과 만나는 감각적 작업이 선행되어야

- 감각적 체험에 의존된다고 볼 때 이미지는 곧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란 이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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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회차 상상력과 성장과정

1 상상이 하는 일

1) 상상력

- 과거 현재 미래의 일들을 그려(헤아려) 보는 힘

- 정신적 내면의 힘(능력) 창조적 내면의 힘

- 사물을 이전까지와는 달리 새롭게 바라보는 힘

2) 지각의 자동화 현상

- 인습의 거울에 비친대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

- 자동화된 지각의 인습적 시각으로만 바라본다면 우리 삶은 과거를 되풀이할 뿐

진보나 발전의 새로움을 성취할 수 없게 된다

- 자동화된 지각의 안경을 벗고 상상력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면

새로운 사물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 지각의 자동화를 거부하는 상상이란 여태껏 보이지 못한 것을 본다는 말과 같은 뜻이 된다

3) 상상은 공상이나 환상과 다르다

- 상상 객관적 대상을 체험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

- 공상 체험의 구체성이 배제된 황당무계한 환상

4) 현대시는

대상사물과의 체험적 관계를 중시

체험을 통해 이미지를 형상화 시키는 존재화 물화 존재자체이기를 희망한다

상상력을 기본원리 근원적 능력으로써 시의 생명 내면의 힘이 될 수 있게 한다

2 상상의 종류

1) 재생적 상상 - 기억상상

기억은 체험을 통해서 형성되고 체험을 이끌어내어 재현시키는 것

상상력이란 체험의 재현이나 재생이다

재현이나 재생은 상상력에 의존되어 있다고 해도 시적이랄까 창조적 기능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2) 연상 상상 - 연계 상상 관념 연상 연합적 상상

한 사물이나 존재의 유사성을 빌어 기왕에 알고 있는 것이나 그 체험한 사실에 겹치게 하는

것을 연상이라 하고 이를 결합하는 정신적 힘을 연상 상상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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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상상은 감성적 체험을 토대로 한 오성적(悟性的) 능력이라 할 수 있다

3) 창조적 상상

체험으로 해석한 이미지를 결구시키는 이미지의 결합원리이자 이미지를 연계시키고 결합시키는

기능이고 이미지를 해체시키는 결합과 해체를 자유롭게 하는 상상이다

이 원리는 이미지 비유 아이러니 역설 같은 결구력의 원리이자 동시에 착상의 발상차원이

되어 준다는 점에서 창조적 상상력은 현대시를 성립시키는 절대원리가 된다고 보겠다

3 예시

낙 화

- 이 형 기 -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19 70

이 시에서 우리는 낙화에 대해서 실제로 지는 꽃의 영상과 화자의 청춘이 그대로 함께 오버랩

되는 상상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 직접 고통의 인내와 눈의 이미지가 이 시를 형상화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걸 보면 현실에서의 상상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구도임을 알 수 있다

4 상상력의 성장과정

1) 상상력은 동일한 대상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작용의 결과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다

- 각자의 개성과 상상력이 밀착되는 현상이다

- 언제나 대상을 종합적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2) 시를 쓰는 사람은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 언제나 준비된 마음 긴장된 정신력 그리고 가다듬는 자기 삶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모두는 당신으로 향하여

- 최 은 하 -

어둠이어도

헤어나지 못할 어둠의 골짜기어도

고요한 시간을 허락하소서

자유롭게 하소서

내력 없이 드높아진 목숨

요란한 바람과 바람결을

타지 않게 하시고

올려쌓기만 하던 탑 아래

분산 당한 언어와 모습

그리고 가슴은 부끄러움만

거래하는데

당신을 거리하여

견딜 수 없는 내 안에서

감각은 어디로 휘몰리기만 하는가

배우러 온 것만이라거나

버릇하러 태어난 게 아니라

외면 못할 당신을 지키는

시방 내 목숨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20 70

넘치고 꺾이고 속임 당하지만

피해 가지만

모두는 당신을 향하여

돌아 가는 것

돌아가는 길이옵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21 70

7 회차 현대시와 이미지

1 이미지(심상心象)와 갈래

1) 이미지란

상상력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사물로부터 받은 어떤 인상이 마음에 새겨져 떠오르는 것

이미지 사물로 그린 그림 말로 만들어진 그림 언어의 회화

TS 엘리엇이 말한 객관적 상관물도 이미지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설명이나 해설이 아닌 표현 보여줌이 이미지다

추상어(관념) rarr 구상어(이미지)

2) 이미지의 종류

① 시각적 이미지

관념이나 정서를 사물로 바꾸어서 보여 주는 것

예 꽃 rarr 1차적 정서반응 rarr 느낌 소멸 rarr 꽃의 모습(이미지로)

- 시각적 체험

② 감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를 복합적 감각으로 드러낸 것

미각 후각 근육 감각(촉) 역학적 색체적인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동시에 하나로

효과를 드러내는 것

3) 시란 결국 이미지요 메터퍼라 할 수 있다

2 관념배제와 무의미시

관념배제한 사물시

현대시는 관념배제한 사물시(이미지즘 시)다

사물시란 사물 이미지로 구성한 시이며 단지 이미지를 보여 주거나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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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22 70

3 절대 심상

관념 이전의 사물세계 사물세계 자체로 환원시켰을 때 비로소 순수의 경지에 이르고

이 순수의 이미지를 동원한 것이 절대심상이다

이전의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인 관념의 제로화(지대)를 내세움

관념의 해방 rarr 사물자체로 환원(이미지) rarr 절대심상

4 예시(例詩)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군함이 한 척

닻을 내리고 있었다

여름에 본 물새는 죽어 있었다

죽은 다음에도 물새는 울고 있었다

한결 어른이 된 소리로 울고 있었다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없는 해안선을

한 사나이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한 쪽 손에

죽은 바다를 들고 있었다

- 김 춘 수 lt처용단장 제 1 부gt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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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70

8 회차 의인법과 시의 바탕

1 의인법이란

1) 정의

인간이외의 사물이나 추상개념에 인격적 요소를 부여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은유의 한 가지로 환유라고도 한다

사물에 투시된 인간의 마음이 사물로 하여금 인간적 속성을 갖도록 하는 은유법이다

2) 의인법의 종류

① 의인법 생명이 없는 것을 생명이 있는 것으로 인격화

② 반의인법(결정법) 생명이 있는 걸 생명이 없는 것으로 표현

2 예시

병(病)에게

- 조 지 훈 -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엔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외경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즉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 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미를 짚어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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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24 70

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 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lt중략gt

자네와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넨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두고 나를 설복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 앞에 경도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가게 이 친구

생각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3 의인법에서의 궁극적 표현

자연이 모든 시의 소재(모방)라 하겠지만 선택된 소재는 오직 인간적 그리고 인격적이다

여기 인본적(人本的) 가치와 기준이 있다

차라리 의물법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인성(人性)을 갖춘 물화(物化)이다

모든 시의 궁극적 표현은 인간이요 그 위에 신(神)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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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70

9 회차 아이러니와 역설

1 아이러니란

본의와는 다르게 시침을 떼고 겉으로 드러난 내용과는 반대가 되는 뜻의 말을 하는

표현 방법이다

- 본의와 반대의 말을 하건 또 부정적이고도 소극적 표현으로 도리어 긍정적 적극적 뜻을

나타내는 수사법이다

아이러니와 역설(파라독스)은 다 같이 모순되는 의미 대립되는 두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가 진술자체는 모순이 없는데 반해 역설은 진술자체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곧이 곧대로의 액면가보다 아이러니와 역설은 비틀고 도치 시키면서 훨씬 크고 깊은 효용성을

얻는다

예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rarr 아이러니

-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 rarr 역설

2 아이러니의 일반적 특성(요소)

① 속임수다

② 대조(對照)가 있다

③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

④ 거리감 자유로움 자유가 있다

⑤ 일종의 멋 부림이 있다

⑥ 비꼼이나 비판의 풍자적 요소

⑦ 비개성적(객관적 논리성)이다

⑧ 자기비하의 양식을 선택한다

⑨ 순진의 아이러니

⑩ 자기폭로의 양식을 취함

3 아이러니의 유형과 종류

1) 유형(類型)

① 언어적 아이러니

- 화자의 언어진술 자체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실제는 그 반대 입장(풍자적 아이러니 역설 익살 언어유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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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70

② 상황적 아이러니

- 어떤 사태나 사건이 상황이 아이러니칼하게 보이는 데서 발생 극적 상황 전환 등을 말함

(극적 아이러니 실존적 아이러니 낭만적 아이러니)

2) 종류

① 역설

- 일반적 상식이나 믿음을 뒤집어 엎는 이론

- 예 좋아 죽겠다 즐거운 비명 아름다운 슬픔 등

② 패러디 골계 익살 우스꽝스런 짓이나 말로써 남을 웃기기 위한 의도를 바탕으로 함

주관적 익살 인물 사건 등 대상화 자체에서 일어나는 걸로 육체적 정신적 결함에서 오는 익살 성격

상황 운명골계 등

객관적 익살 주관적 정신적 자율성을 갖고 특수 연관관계로 성립시킴 기지 풍자 해학 등

펀(Pun) 말 재롱 언어유희

4 예시

먼 후일

- 김 소 월 -

먼 훗날 당신이 날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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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70

10 회차 시와 비유법

1 왜 비유법인가

비유란 A라는 대상(사물)을 B라는 사물(대상)과 비교해서 이해하는 표현이다

1) 비유의 당위성

- 언어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나타내고 표현하고 지시하고자 하는 사물은 무한하므로 그 대상 사물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 여기에 비유가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

- 비유는 언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특히 시창작에서는 비유가 필수적인 것이어서 시 자체라고까지 확대해석 할 수 있는 시어의 본질적

기능이자 원리라고 볼 수가 있다

2) 비유의 갈래

① 광의의 비유

- 문체 수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문장에 변화와 정체를 더하기 위한 수사 형식

② 협의의 비유- 구상적 회화적 비유 표현으로 은유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형식

3) 원관념(본의)과 보조관념(유의)

-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체의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 또 하나의 사물이나

의미(관념)를 끌여들여야 비교가 성립되는데 이때 본래의 것을 원관념 또 하나의 동원된 것을

보조관념이라 한다

4) 비유를 성립시키기 위한 원리

① 비유엔 꼭 두 가지 사물과 두 가지 의미의 비유가 있어야만 한다

② 본의와 유의가 서로 이질적이어야 한다(폭력적 결합-엘리엇) (통합적 마술적 상상력에의 비유)

③ 서로 이질적인 두 사물은 어딘가에 어떤 유사성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2 직유와 은유

1) 직유(명유)

- 두 가지 사물 또는 의미를 같이 처럼 듯이 만큼 같은 등의 연결어로 결합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 하나의 사물 즉 하나의 관념을 다른 사물 다른 관념과 직접 비교하는 비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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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70

- 원 관념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서 두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를

끼워넣어 직접 비교하는 형식이다

직유의 3단계

① 1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한 단어로 연결합된 직유(꽃 같은 여자 앵두같은 입술 등)

② 2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연결어에 의해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되는 직유

(꽃 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③ 3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하나의 구체적 영상이거나 한 면으로 이루어진 직유

(푸른 밤 고이 맺은 이슬같은 보람을 보일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2) 은유(암유)

(1) 은유란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조사를 끼어넣지 않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시하는 비유 (둘 이상의

말 가운데서 하나가 갖는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 다른 의미나 의미가 함축하는 뜻으로

옮겨 놓는 것)

언어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은유가 적당히 쓰이면 문체가 크게 아름다워진다

은유는 등가물을 원활하게 조명해낸다

현대시를 대표하는 표현양식이다(상징과 더불어)

구상적 언어가 추상적 사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창조자(연금술사)이다-새로운(낯설은) 은유를 만들자

(2) 은유의 요소(본질)의 원리

① 언어의 상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유의 궁극성은 바로 상충을 통한 상반의 균층을 획득하는 것)

② 언어의 긴장성을 들 수 있다

(언어의 리듬이 아닌 언어의 긴장에 의한 새로운 리듬창)

③ 언어의 긴장은 문맥을 넓히는 것

(대치론이나 비교론이 아닌 상호작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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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70

(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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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30 70

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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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70

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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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70

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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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70

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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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70

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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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70

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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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37 70

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38 70

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39 70

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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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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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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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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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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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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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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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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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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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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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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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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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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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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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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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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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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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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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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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8 70

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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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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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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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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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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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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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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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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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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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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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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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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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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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6: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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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체험과 이미지

1) 체험과 이미지는 언제나 상관성을 지닌다

- 이미지의 조형성 입체적 조소성 공감각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 감동 공명 정서반응 제2의 체험(경험)은 같은 뜻의 말로써 작품을 두고 시인과 독자와의

상관관계를 이르는 것이다

- 동조적 관심을 공감으로 말한다 - 현대시가 감각적 체험을 중시한다는 점

2) 대상물 설정 rarr 감각(자극으로 반응) rarr 체험 rarr 이미지 성립(인화 작업) rarr 형상화(한편의 시)

3) 이미지는 사물로 그린 그림이다

- 필연적으로 사물과 만나는 감각적 작업이 선행되어야

- 감각적 체험에 의존된다고 볼 때 이미지는 곧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란 이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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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회차 상상력과 성장과정

1 상상이 하는 일

1) 상상력

- 과거 현재 미래의 일들을 그려(헤아려) 보는 힘

- 정신적 내면의 힘(능력) 창조적 내면의 힘

- 사물을 이전까지와는 달리 새롭게 바라보는 힘

2) 지각의 자동화 현상

- 인습의 거울에 비친대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

- 자동화된 지각의 인습적 시각으로만 바라본다면 우리 삶은 과거를 되풀이할 뿐

진보나 발전의 새로움을 성취할 수 없게 된다

- 자동화된 지각의 안경을 벗고 상상력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면

새로운 사물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 지각의 자동화를 거부하는 상상이란 여태껏 보이지 못한 것을 본다는 말과 같은 뜻이 된다

3) 상상은 공상이나 환상과 다르다

- 상상 객관적 대상을 체험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

- 공상 체험의 구체성이 배제된 황당무계한 환상

4) 현대시는

대상사물과의 체험적 관계를 중시

체험을 통해 이미지를 형상화 시키는 존재화 물화 존재자체이기를 희망한다

상상력을 기본원리 근원적 능력으로써 시의 생명 내면의 힘이 될 수 있게 한다

2 상상의 종류

1) 재생적 상상 - 기억상상

기억은 체험을 통해서 형성되고 체험을 이끌어내어 재현시키는 것

상상력이란 체험의 재현이나 재생이다

재현이나 재생은 상상력에 의존되어 있다고 해도 시적이랄까 창조적 기능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2) 연상 상상 - 연계 상상 관념 연상 연합적 상상

한 사물이나 존재의 유사성을 빌어 기왕에 알고 있는 것이나 그 체험한 사실에 겹치게 하는

것을 연상이라 하고 이를 결합하는 정신적 힘을 연상 상상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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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상상은 감성적 체험을 토대로 한 오성적(悟性的) 능력이라 할 수 있다

3) 창조적 상상

체험으로 해석한 이미지를 결구시키는 이미지의 결합원리이자 이미지를 연계시키고 결합시키는

기능이고 이미지를 해체시키는 결합과 해체를 자유롭게 하는 상상이다

이 원리는 이미지 비유 아이러니 역설 같은 결구력의 원리이자 동시에 착상의 발상차원이

되어 준다는 점에서 창조적 상상력은 현대시를 성립시키는 절대원리가 된다고 보겠다

3 예시

낙 화

- 이 형 기 -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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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서 우리는 낙화에 대해서 실제로 지는 꽃의 영상과 화자의 청춘이 그대로 함께 오버랩

되는 상상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 직접 고통의 인내와 눈의 이미지가 이 시를 형상화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걸 보면 현실에서의 상상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구도임을 알 수 있다

4 상상력의 성장과정

1) 상상력은 동일한 대상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작용의 결과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다

- 각자의 개성과 상상력이 밀착되는 현상이다

- 언제나 대상을 종합적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2) 시를 쓰는 사람은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 언제나 준비된 마음 긴장된 정신력 그리고 가다듬는 자기 삶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모두는 당신으로 향하여

- 최 은 하 -

어둠이어도

헤어나지 못할 어둠의 골짜기어도

고요한 시간을 허락하소서

자유롭게 하소서

내력 없이 드높아진 목숨

요란한 바람과 바람결을

타지 않게 하시고

올려쌓기만 하던 탑 아래

분산 당한 언어와 모습

그리고 가슴은 부끄러움만

거래하는데

당신을 거리하여

견딜 수 없는 내 안에서

감각은 어디로 휘몰리기만 하는가

배우러 온 것만이라거나

버릇하러 태어난 게 아니라

외면 못할 당신을 지키는

시방 내 목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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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고 꺾이고 속임 당하지만

피해 가지만

모두는 당신을 향하여

돌아 가는 것

돌아가는 길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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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회차 현대시와 이미지

1 이미지(심상心象)와 갈래

1) 이미지란

상상력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사물로부터 받은 어떤 인상이 마음에 새겨져 떠오르는 것

이미지 사물로 그린 그림 말로 만들어진 그림 언어의 회화

TS 엘리엇이 말한 객관적 상관물도 이미지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설명이나 해설이 아닌 표현 보여줌이 이미지다

추상어(관념) rarr 구상어(이미지)

2) 이미지의 종류

① 시각적 이미지

관념이나 정서를 사물로 바꾸어서 보여 주는 것

예 꽃 rarr 1차적 정서반응 rarr 느낌 소멸 rarr 꽃의 모습(이미지로)

- 시각적 체험

② 감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를 복합적 감각으로 드러낸 것

미각 후각 근육 감각(촉) 역학적 색체적인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동시에 하나로

효과를 드러내는 것

3) 시란 결국 이미지요 메터퍼라 할 수 있다

2 관념배제와 무의미시

관념배제한 사물시

현대시는 관념배제한 사물시(이미지즘 시)다

사물시란 사물 이미지로 구성한 시이며 단지 이미지를 보여 주거나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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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절대 심상

관념 이전의 사물세계 사물세계 자체로 환원시켰을 때 비로소 순수의 경지에 이르고

이 순수의 이미지를 동원한 것이 절대심상이다

이전의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인 관념의 제로화(지대)를 내세움

관념의 해방 rarr 사물자체로 환원(이미지) rarr 절대심상

4 예시(例詩)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군함이 한 척

닻을 내리고 있었다

여름에 본 물새는 죽어 있었다

죽은 다음에도 물새는 울고 있었다

한결 어른이 된 소리로 울고 있었다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없는 해안선을

한 사나이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한 쪽 손에

죽은 바다를 들고 있었다

- 김 춘 수 lt처용단장 제 1 부gt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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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차 의인법과 시의 바탕

1 의인법이란

1) 정의

인간이외의 사물이나 추상개념에 인격적 요소를 부여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은유의 한 가지로 환유라고도 한다

사물에 투시된 인간의 마음이 사물로 하여금 인간적 속성을 갖도록 하는 은유법이다

2) 의인법의 종류

① 의인법 생명이 없는 것을 생명이 있는 것으로 인격화

② 반의인법(결정법) 생명이 있는 걸 생명이 없는 것으로 표현

2 예시

병(病)에게

- 조 지 훈 -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엔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외경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즉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 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미를 짚어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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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24 70

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 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lt중략gt

자네와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넨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두고 나를 설복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 앞에 경도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가게 이 친구

생각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3 의인법에서의 궁극적 표현

자연이 모든 시의 소재(모방)라 하겠지만 선택된 소재는 오직 인간적 그리고 인격적이다

여기 인본적(人本的) 가치와 기준이 있다

차라리 의물법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인성(人性)을 갖춘 물화(物化)이다

모든 시의 궁극적 표현은 인간이요 그 위에 신(神)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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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차 아이러니와 역설

1 아이러니란

본의와는 다르게 시침을 떼고 겉으로 드러난 내용과는 반대가 되는 뜻의 말을 하는

표현 방법이다

- 본의와 반대의 말을 하건 또 부정적이고도 소극적 표현으로 도리어 긍정적 적극적 뜻을

나타내는 수사법이다

아이러니와 역설(파라독스)은 다 같이 모순되는 의미 대립되는 두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가 진술자체는 모순이 없는데 반해 역설은 진술자체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곧이 곧대로의 액면가보다 아이러니와 역설은 비틀고 도치 시키면서 훨씬 크고 깊은 효용성을

얻는다

예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rarr 아이러니

-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 rarr 역설

2 아이러니의 일반적 특성(요소)

① 속임수다

② 대조(對照)가 있다

③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

④ 거리감 자유로움 자유가 있다

⑤ 일종의 멋 부림이 있다

⑥ 비꼼이나 비판의 풍자적 요소

⑦ 비개성적(객관적 논리성)이다

⑧ 자기비하의 양식을 선택한다

⑨ 순진의 아이러니

⑩ 자기폭로의 양식을 취함

3 아이러니의 유형과 종류

1) 유형(類型)

① 언어적 아이러니

- 화자의 언어진술 자체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실제는 그 반대 입장(풍자적 아이러니 역설 익살 언어유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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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상황적 아이러니

- 어떤 사태나 사건이 상황이 아이러니칼하게 보이는 데서 발생 극적 상황 전환 등을 말함

(극적 아이러니 실존적 아이러니 낭만적 아이러니)

2) 종류

① 역설

- 일반적 상식이나 믿음을 뒤집어 엎는 이론

- 예 좋아 죽겠다 즐거운 비명 아름다운 슬픔 등

② 패러디 골계 익살 우스꽝스런 짓이나 말로써 남을 웃기기 위한 의도를 바탕으로 함

주관적 익살 인물 사건 등 대상화 자체에서 일어나는 걸로 육체적 정신적 결함에서 오는 익살 성격

상황 운명골계 등

객관적 익살 주관적 정신적 자율성을 갖고 특수 연관관계로 성립시킴 기지 풍자 해학 등

펀(Pun) 말 재롱 언어유희

4 예시

먼 후일

- 김 소 월 -

먼 훗날 당신이 날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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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차 시와 비유법

1 왜 비유법인가

비유란 A라는 대상(사물)을 B라는 사물(대상)과 비교해서 이해하는 표현이다

1) 비유의 당위성

- 언어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나타내고 표현하고 지시하고자 하는 사물은 무한하므로 그 대상 사물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 여기에 비유가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

- 비유는 언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특히 시창작에서는 비유가 필수적인 것이어서 시 자체라고까지 확대해석 할 수 있는 시어의 본질적

기능이자 원리라고 볼 수가 있다

2) 비유의 갈래

① 광의의 비유

- 문체 수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문장에 변화와 정체를 더하기 위한 수사 형식

② 협의의 비유- 구상적 회화적 비유 표현으로 은유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형식

3) 원관념(본의)과 보조관념(유의)

-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체의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 또 하나의 사물이나

의미(관념)를 끌여들여야 비교가 성립되는데 이때 본래의 것을 원관념 또 하나의 동원된 것을

보조관념이라 한다

4) 비유를 성립시키기 위한 원리

① 비유엔 꼭 두 가지 사물과 두 가지 의미의 비유가 있어야만 한다

② 본의와 유의가 서로 이질적이어야 한다(폭력적 결합-엘리엇) (통합적 마술적 상상력에의 비유)

③ 서로 이질적인 두 사물은 어딘가에 어떤 유사성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2 직유와 은유

1) 직유(명유)

- 두 가지 사물 또는 의미를 같이 처럼 듯이 만큼 같은 등의 연결어로 결합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 하나의 사물 즉 하나의 관념을 다른 사물 다른 관념과 직접 비교하는 비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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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관념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서 두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를

끼워넣어 직접 비교하는 형식이다

직유의 3단계

① 1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한 단어로 연결합된 직유(꽃 같은 여자 앵두같은 입술 등)

② 2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연결어에 의해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되는 직유

(꽃 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③ 3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하나의 구체적 영상이거나 한 면으로 이루어진 직유

(푸른 밤 고이 맺은 이슬같은 보람을 보일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2) 은유(암유)

(1) 은유란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조사를 끼어넣지 않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시하는 비유 (둘 이상의

말 가운데서 하나가 갖는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 다른 의미나 의미가 함축하는 뜻으로

옮겨 놓는 것)

언어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은유가 적당히 쓰이면 문체가 크게 아름다워진다

은유는 등가물을 원활하게 조명해낸다

현대시를 대표하는 표현양식이다(상징과 더불어)

구상적 언어가 추상적 사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창조자(연금술사)이다-새로운(낯설은) 은유를 만들자

(2) 은유의 요소(본질)의 원리

① 언어의 상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유의 궁극성은 바로 상충을 통한 상반의 균층을 획득하는 것)

② 언어의 긴장성을 들 수 있다

(언어의 리듬이 아닌 언어의 긴장에 의한 새로운 리듬창)

③ 언어의 긴장은 문맥을 넓히는 것

(대치론이나 비교론이 아닌 상호작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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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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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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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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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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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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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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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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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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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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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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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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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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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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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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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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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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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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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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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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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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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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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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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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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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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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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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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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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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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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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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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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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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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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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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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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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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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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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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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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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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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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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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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7: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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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회차 상상력과 성장과정

1 상상이 하는 일

1) 상상력

- 과거 현재 미래의 일들을 그려(헤아려) 보는 힘

- 정신적 내면의 힘(능력) 창조적 내면의 힘

- 사물을 이전까지와는 달리 새롭게 바라보는 힘

2) 지각의 자동화 현상

- 인습의 거울에 비친대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

- 자동화된 지각의 인습적 시각으로만 바라본다면 우리 삶은 과거를 되풀이할 뿐

진보나 발전의 새로움을 성취할 수 없게 된다

- 자동화된 지각의 안경을 벗고 상상력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면

새로운 사물의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 지각의 자동화를 거부하는 상상이란 여태껏 보이지 못한 것을 본다는 말과 같은 뜻이 된다

3) 상상은 공상이나 환상과 다르다

- 상상 객관적 대상을 체험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

- 공상 체험의 구체성이 배제된 황당무계한 환상

4) 현대시는

대상사물과의 체험적 관계를 중시

체험을 통해 이미지를 형상화 시키는 존재화 물화 존재자체이기를 희망한다

상상력을 기본원리 근원적 능력으로써 시의 생명 내면의 힘이 될 수 있게 한다

2 상상의 종류

1) 재생적 상상 - 기억상상

기억은 체험을 통해서 형성되고 체험을 이끌어내어 재현시키는 것

상상력이란 체험의 재현이나 재생이다

재현이나 재생은 상상력에 의존되어 있다고 해도 시적이랄까 창조적 기능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2) 연상 상상 - 연계 상상 관념 연상 연합적 상상

한 사물이나 존재의 유사성을 빌어 기왕에 알고 있는 것이나 그 체험한 사실에 겹치게 하는

것을 연상이라 하고 이를 결합하는 정신적 힘을 연상 상상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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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상상은 감성적 체험을 토대로 한 오성적(悟性的) 능력이라 할 수 있다

3) 창조적 상상

체험으로 해석한 이미지를 결구시키는 이미지의 결합원리이자 이미지를 연계시키고 결합시키는

기능이고 이미지를 해체시키는 결합과 해체를 자유롭게 하는 상상이다

이 원리는 이미지 비유 아이러니 역설 같은 결구력의 원리이자 동시에 착상의 발상차원이

되어 준다는 점에서 창조적 상상력은 현대시를 성립시키는 절대원리가 된다고 보겠다

3 예시

낙 화

- 이 형 기 -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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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서 우리는 낙화에 대해서 실제로 지는 꽃의 영상과 화자의 청춘이 그대로 함께 오버랩

되는 상상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 직접 고통의 인내와 눈의 이미지가 이 시를 형상화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걸 보면 현실에서의 상상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구도임을 알 수 있다

4 상상력의 성장과정

1) 상상력은 동일한 대상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작용의 결과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다

- 각자의 개성과 상상력이 밀착되는 현상이다

- 언제나 대상을 종합적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2) 시를 쓰는 사람은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 언제나 준비된 마음 긴장된 정신력 그리고 가다듬는 자기 삶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모두는 당신으로 향하여

- 최 은 하 -

어둠이어도

헤어나지 못할 어둠의 골짜기어도

고요한 시간을 허락하소서

자유롭게 하소서

내력 없이 드높아진 목숨

요란한 바람과 바람결을

타지 않게 하시고

올려쌓기만 하던 탑 아래

분산 당한 언어와 모습

그리고 가슴은 부끄러움만

거래하는데

당신을 거리하여

견딜 수 없는 내 안에서

감각은 어디로 휘몰리기만 하는가

배우러 온 것만이라거나

버릇하러 태어난 게 아니라

외면 못할 당신을 지키는

시방 내 목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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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고 꺾이고 속임 당하지만

피해 가지만

모두는 당신을 향하여

돌아 가는 것

돌아가는 길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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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회차 현대시와 이미지

1 이미지(심상心象)와 갈래

1) 이미지란

상상력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사물로부터 받은 어떤 인상이 마음에 새겨져 떠오르는 것

이미지 사물로 그린 그림 말로 만들어진 그림 언어의 회화

TS 엘리엇이 말한 객관적 상관물도 이미지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설명이나 해설이 아닌 표현 보여줌이 이미지다

추상어(관념) rarr 구상어(이미지)

2) 이미지의 종류

① 시각적 이미지

관념이나 정서를 사물로 바꾸어서 보여 주는 것

예 꽃 rarr 1차적 정서반응 rarr 느낌 소멸 rarr 꽃의 모습(이미지로)

- 시각적 체험

② 감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를 복합적 감각으로 드러낸 것

미각 후각 근육 감각(촉) 역학적 색체적인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동시에 하나로

효과를 드러내는 것

3) 시란 결국 이미지요 메터퍼라 할 수 있다

2 관념배제와 무의미시

관념배제한 사물시

현대시는 관념배제한 사물시(이미지즘 시)다

사물시란 사물 이미지로 구성한 시이며 단지 이미지를 보여 주거나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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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절대 심상

관념 이전의 사물세계 사물세계 자체로 환원시켰을 때 비로소 순수의 경지에 이르고

이 순수의 이미지를 동원한 것이 절대심상이다

이전의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인 관념의 제로화(지대)를 내세움

관념의 해방 rarr 사물자체로 환원(이미지) rarr 절대심상

4 예시(例詩)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군함이 한 척

닻을 내리고 있었다

여름에 본 물새는 죽어 있었다

죽은 다음에도 물새는 울고 있었다

한결 어른이 된 소리로 울고 있었다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없는 해안선을

한 사나이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한 쪽 손에

죽은 바다를 들고 있었다

- 김 춘 수 lt처용단장 제 1 부gt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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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차 의인법과 시의 바탕

1 의인법이란

1) 정의

인간이외의 사물이나 추상개념에 인격적 요소를 부여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은유의 한 가지로 환유라고도 한다

사물에 투시된 인간의 마음이 사물로 하여금 인간적 속성을 갖도록 하는 은유법이다

2) 의인법의 종류

① 의인법 생명이 없는 것을 생명이 있는 것으로 인격화

② 반의인법(결정법) 생명이 있는 걸 생명이 없는 것으로 표현

2 예시

병(病)에게

- 조 지 훈 -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엔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외경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즉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 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미를 짚어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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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 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lt중략gt

자네와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넨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두고 나를 설복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 앞에 경도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가게 이 친구

생각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3 의인법에서의 궁극적 표현

자연이 모든 시의 소재(모방)라 하겠지만 선택된 소재는 오직 인간적 그리고 인격적이다

여기 인본적(人本的) 가치와 기준이 있다

차라리 의물법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인성(人性)을 갖춘 물화(物化)이다

모든 시의 궁극적 표현은 인간이요 그 위에 신(神)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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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차 아이러니와 역설

1 아이러니란

본의와는 다르게 시침을 떼고 겉으로 드러난 내용과는 반대가 되는 뜻의 말을 하는

표현 방법이다

- 본의와 반대의 말을 하건 또 부정적이고도 소극적 표현으로 도리어 긍정적 적극적 뜻을

나타내는 수사법이다

아이러니와 역설(파라독스)은 다 같이 모순되는 의미 대립되는 두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가 진술자체는 모순이 없는데 반해 역설은 진술자체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곧이 곧대로의 액면가보다 아이러니와 역설은 비틀고 도치 시키면서 훨씬 크고 깊은 효용성을

얻는다

예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rarr 아이러니

-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 rarr 역설

2 아이러니의 일반적 특성(요소)

① 속임수다

② 대조(對照)가 있다

③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

④ 거리감 자유로움 자유가 있다

⑤ 일종의 멋 부림이 있다

⑥ 비꼼이나 비판의 풍자적 요소

⑦ 비개성적(객관적 논리성)이다

⑧ 자기비하의 양식을 선택한다

⑨ 순진의 아이러니

⑩ 자기폭로의 양식을 취함

3 아이러니의 유형과 종류

1) 유형(類型)

① 언어적 아이러니

- 화자의 언어진술 자체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실제는 그 반대 입장(풍자적 아이러니 역설 익살 언어유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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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상황적 아이러니

- 어떤 사태나 사건이 상황이 아이러니칼하게 보이는 데서 발생 극적 상황 전환 등을 말함

(극적 아이러니 실존적 아이러니 낭만적 아이러니)

2) 종류

① 역설

- 일반적 상식이나 믿음을 뒤집어 엎는 이론

- 예 좋아 죽겠다 즐거운 비명 아름다운 슬픔 등

② 패러디 골계 익살 우스꽝스런 짓이나 말로써 남을 웃기기 위한 의도를 바탕으로 함

주관적 익살 인물 사건 등 대상화 자체에서 일어나는 걸로 육체적 정신적 결함에서 오는 익살 성격

상황 운명골계 등

객관적 익살 주관적 정신적 자율성을 갖고 특수 연관관계로 성립시킴 기지 풍자 해학 등

펀(Pun) 말 재롱 언어유희

4 예시

먼 후일

- 김 소 월 -

먼 훗날 당신이 날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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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차 시와 비유법

1 왜 비유법인가

비유란 A라는 대상(사물)을 B라는 사물(대상)과 비교해서 이해하는 표현이다

1) 비유의 당위성

- 언어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나타내고 표현하고 지시하고자 하는 사물은 무한하므로 그 대상 사물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 여기에 비유가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

- 비유는 언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특히 시창작에서는 비유가 필수적인 것이어서 시 자체라고까지 확대해석 할 수 있는 시어의 본질적

기능이자 원리라고 볼 수가 있다

2) 비유의 갈래

① 광의의 비유

- 문체 수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문장에 변화와 정체를 더하기 위한 수사 형식

② 협의의 비유- 구상적 회화적 비유 표현으로 은유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형식

3) 원관념(본의)과 보조관념(유의)

-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체의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 또 하나의 사물이나

의미(관념)를 끌여들여야 비교가 성립되는데 이때 본래의 것을 원관념 또 하나의 동원된 것을

보조관념이라 한다

4) 비유를 성립시키기 위한 원리

① 비유엔 꼭 두 가지 사물과 두 가지 의미의 비유가 있어야만 한다

② 본의와 유의가 서로 이질적이어야 한다(폭력적 결합-엘리엇) (통합적 마술적 상상력에의 비유)

③ 서로 이질적인 두 사물은 어딘가에 어떤 유사성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2 직유와 은유

1) 직유(명유)

- 두 가지 사물 또는 의미를 같이 처럼 듯이 만큼 같은 등의 연결어로 결합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 하나의 사물 즉 하나의 관념을 다른 사물 다른 관념과 직접 비교하는 비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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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관념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서 두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를

끼워넣어 직접 비교하는 형식이다

직유의 3단계

① 1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한 단어로 연결합된 직유(꽃 같은 여자 앵두같은 입술 등)

② 2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연결어에 의해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되는 직유

(꽃 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③ 3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하나의 구체적 영상이거나 한 면으로 이루어진 직유

(푸른 밤 고이 맺은 이슬같은 보람을 보일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2) 은유(암유)

(1) 은유란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조사를 끼어넣지 않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시하는 비유 (둘 이상의

말 가운데서 하나가 갖는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 다른 의미나 의미가 함축하는 뜻으로

옮겨 놓는 것)

언어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은유가 적당히 쓰이면 문체가 크게 아름다워진다

은유는 등가물을 원활하게 조명해낸다

현대시를 대표하는 표현양식이다(상징과 더불어)

구상적 언어가 추상적 사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창조자(연금술사)이다-새로운(낯설은) 은유를 만들자

(2) 은유의 요소(본질)의 원리

① 언어의 상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유의 궁극성은 바로 상충을 통한 상반의 균층을 획득하는 것)

② 언어의 긴장성을 들 수 있다

(언어의 리듬이 아닌 언어의 긴장에 의한 새로운 리듬창)

③ 언어의 긴장은 문맥을 넓히는 것

(대치론이나 비교론이 아닌 상호작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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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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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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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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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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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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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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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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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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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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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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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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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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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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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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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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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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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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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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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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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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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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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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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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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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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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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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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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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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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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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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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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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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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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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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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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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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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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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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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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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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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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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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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8: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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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상상은 감성적 체험을 토대로 한 오성적(悟性的) 능력이라 할 수 있다

3) 창조적 상상

체험으로 해석한 이미지를 결구시키는 이미지의 결합원리이자 이미지를 연계시키고 결합시키는

기능이고 이미지를 해체시키는 결합과 해체를 자유롭게 하는 상상이다

이 원리는 이미지 비유 아이러니 역설 같은 결구력의 원리이자 동시에 착상의 발상차원이

되어 준다는 점에서 창조적 상상력은 현대시를 성립시키는 절대원리가 된다고 보겠다

3 예시

낙 화

- 이 형 기 -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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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서 우리는 낙화에 대해서 실제로 지는 꽃의 영상과 화자의 청춘이 그대로 함께 오버랩

되는 상상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 직접 고통의 인내와 눈의 이미지가 이 시를 형상화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걸 보면 현실에서의 상상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구도임을 알 수 있다

4 상상력의 성장과정

1) 상상력은 동일한 대상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작용의 결과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다

- 각자의 개성과 상상력이 밀착되는 현상이다

- 언제나 대상을 종합적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2) 시를 쓰는 사람은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 언제나 준비된 마음 긴장된 정신력 그리고 가다듬는 자기 삶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모두는 당신으로 향하여

- 최 은 하 -

어둠이어도

헤어나지 못할 어둠의 골짜기어도

고요한 시간을 허락하소서

자유롭게 하소서

내력 없이 드높아진 목숨

요란한 바람과 바람결을

타지 않게 하시고

올려쌓기만 하던 탑 아래

분산 당한 언어와 모습

그리고 가슴은 부끄러움만

거래하는데

당신을 거리하여

견딜 수 없는 내 안에서

감각은 어디로 휘몰리기만 하는가

배우러 온 것만이라거나

버릇하러 태어난 게 아니라

외면 못할 당신을 지키는

시방 내 목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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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고 꺾이고 속임 당하지만

피해 가지만

모두는 당신을 향하여

돌아 가는 것

돌아가는 길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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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회차 현대시와 이미지

1 이미지(심상心象)와 갈래

1) 이미지란

상상력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사물로부터 받은 어떤 인상이 마음에 새겨져 떠오르는 것

이미지 사물로 그린 그림 말로 만들어진 그림 언어의 회화

TS 엘리엇이 말한 객관적 상관물도 이미지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설명이나 해설이 아닌 표현 보여줌이 이미지다

추상어(관념) rarr 구상어(이미지)

2) 이미지의 종류

① 시각적 이미지

관념이나 정서를 사물로 바꾸어서 보여 주는 것

예 꽃 rarr 1차적 정서반응 rarr 느낌 소멸 rarr 꽃의 모습(이미지로)

- 시각적 체험

② 감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를 복합적 감각으로 드러낸 것

미각 후각 근육 감각(촉) 역학적 색체적인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동시에 하나로

효과를 드러내는 것

3) 시란 결국 이미지요 메터퍼라 할 수 있다

2 관념배제와 무의미시

관념배제한 사물시

현대시는 관념배제한 사물시(이미지즘 시)다

사물시란 사물 이미지로 구성한 시이며 단지 이미지를 보여 주거나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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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절대 심상

관념 이전의 사물세계 사물세계 자체로 환원시켰을 때 비로소 순수의 경지에 이르고

이 순수의 이미지를 동원한 것이 절대심상이다

이전의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인 관념의 제로화(지대)를 내세움

관념의 해방 rarr 사물자체로 환원(이미지) rarr 절대심상

4 예시(例詩)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군함이 한 척

닻을 내리고 있었다

여름에 본 물새는 죽어 있었다

죽은 다음에도 물새는 울고 있었다

한결 어른이 된 소리로 울고 있었다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없는 해안선을

한 사나이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한 쪽 손에

죽은 바다를 들고 있었다

- 김 춘 수 lt처용단장 제 1 부gt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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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차 의인법과 시의 바탕

1 의인법이란

1) 정의

인간이외의 사물이나 추상개념에 인격적 요소를 부여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은유의 한 가지로 환유라고도 한다

사물에 투시된 인간의 마음이 사물로 하여금 인간적 속성을 갖도록 하는 은유법이다

2) 의인법의 종류

① 의인법 생명이 없는 것을 생명이 있는 것으로 인격화

② 반의인법(결정법) 생명이 있는 걸 생명이 없는 것으로 표현

2 예시

병(病)에게

- 조 지 훈 -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엔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외경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즉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 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미를 짚어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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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 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lt중략gt

자네와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넨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두고 나를 설복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 앞에 경도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가게 이 친구

생각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3 의인법에서의 궁극적 표현

자연이 모든 시의 소재(모방)라 하겠지만 선택된 소재는 오직 인간적 그리고 인격적이다

여기 인본적(人本的) 가치와 기준이 있다

차라리 의물법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인성(人性)을 갖춘 물화(物化)이다

모든 시의 궁극적 표현은 인간이요 그 위에 신(神)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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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차 아이러니와 역설

1 아이러니란

본의와는 다르게 시침을 떼고 겉으로 드러난 내용과는 반대가 되는 뜻의 말을 하는

표현 방법이다

- 본의와 반대의 말을 하건 또 부정적이고도 소극적 표현으로 도리어 긍정적 적극적 뜻을

나타내는 수사법이다

아이러니와 역설(파라독스)은 다 같이 모순되는 의미 대립되는 두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가 진술자체는 모순이 없는데 반해 역설은 진술자체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곧이 곧대로의 액면가보다 아이러니와 역설은 비틀고 도치 시키면서 훨씬 크고 깊은 효용성을

얻는다

예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rarr 아이러니

-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 rarr 역설

2 아이러니의 일반적 특성(요소)

① 속임수다

② 대조(對照)가 있다

③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

④ 거리감 자유로움 자유가 있다

⑤ 일종의 멋 부림이 있다

⑥ 비꼼이나 비판의 풍자적 요소

⑦ 비개성적(객관적 논리성)이다

⑧ 자기비하의 양식을 선택한다

⑨ 순진의 아이러니

⑩ 자기폭로의 양식을 취함

3 아이러니의 유형과 종류

1) 유형(類型)

① 언어적 아이러니

- 화자의 언어진술 자체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실제는 그 반대 입장(풍자적 아이러니 역설 익살 언어유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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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상황적 아이러니

- 어떤 사태나 사건이 상황이 아이러니칼하게 보이는 데서 발생 극적 상황 전환 등을 말함

(극적 아이러니 실존적 아이러니 낭만적 아이러니)

2) 종류

① 역설

- 일반적 상식이나 믿음을 뒤집어 엎는 이론

- 예 좋아 죽겠다 즐거운 비명 아름다운 슬픔 등

② 패러디 골계 익살 우스꽝스런 짓이나 말로써 남을 웃기기 위한 의도를 바탕으로 함

주관적 익살 인물 사건 등 대상화 자체에서 일어나는 걸로 육체적 정신적 결함에서 오는 익살 성격

상황 운명골계 등

객관적 익살 주관적 정신적 자율성을 갖고 특수 연관관계로 성립시킴 기지 풍자 해학 등

펀(Pun) 말 재롱 언어유희

4 예시

먼 후일

- 김 소 월 -

먼 훗날 당신이 날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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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차 시와 비유법

1 왜 비유법인가

비유란 A라는 대상(사물)을 B라는 사물(대상)과 비교해서 이해하는 표현이다

1) 비유의 당위성

- 언어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나타내고 표현하고 지시하고자 하는 사물은 무한하므로 그 대상 사물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 여기에 비유가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

- 비유는 언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특히 시창작에서는 비유가 필수적인 것이어서 시 자체라고까지 확대해석 할 수 있는 시어의 본질적

기능이자 원리라고 볼 수가 있다

2) 비유의 갈래

① 광의의 비유

- 문체 수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문장에 변화와 정체를 더하기 위한 수사 형식

② 협의의 비유- 구상적 회화적 비유 표현으로 은유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형식

3) 원관념(본의)과 보조관념(유의)

-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체의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 또 하나의 사물이나

의미(관념)를 끌여들여야 비교가 성립되는데 이때 본래의 것을 원관념 또 하나의 동원된 것을

보조관념이라 한다

4) 비유를 성립시키기 위한 원리

① 비유엔 꼭 두 가지 사물과 두 가지 의미의 비유가 있어야만 한다

② 본의와 유의가 서로 이질적이어야 한다(폭력적 결합-엘리엇) (통합적 마술적 상상력에의 비유)

③ 서로 이질적인 두 사물은 어딘가에 어떤 유사성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2 직유와 은유

1) 직유(명유)

- 두 가지 사물 또는 의미를 같이 처럼 듯이 만큼 같은 등의 연결어로 결합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 하나의 사물 즉 하나의 관념을 다른 사물 다른 관념과 직접 비교하는 비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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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관념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서 두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를

끼워넣어 직접 비교하는 형식이다

직유의 3단계

① 1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한 단어로 연결합된 직유(꽃 같은 여자 앵두같은 입술 등)

② 2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연결어에 의해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되는 직유

(꽃 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③ 3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하나의 구체적 영상이거나 한 면으로 이루어진 직유

(푸른 밤 고이 맺은 이슬같은 보람을 보일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2) 은유(암유)

(1) 은유란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조사를 끼어넣지 않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시하는 비유 (둘 이상의

말 가운데서 하나가 갖는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 다른 의미나 의미가 함축하는 뜻으로

옮겨 놓는 것)

언어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은유가 적당히 쓰이면 문체가 크게 아름다워진다

은유는 등가물을 원활하게 조명해낸다

현대시를 대표하는 표현양식이다(상징과 더불어)

구상적 언어가 추상적 사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창조자(연금술사)이다-새로운(낯설은) 은유를 만들자

(2) 은유의 요소(본질)의 원리

① 언어의 상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유의 궁극성은 바로 상충을 통한 상반의 균층을 획득하는 것)

② 언어의 긴장성을 들 수 있다

(언어의 리듬이 아닌 언어의 긴장에 의한 새로운 리듬창)

③ 언어의 긴장은 문맥을 넓히는 것

(대치론이나 비교론이 아닌 상호작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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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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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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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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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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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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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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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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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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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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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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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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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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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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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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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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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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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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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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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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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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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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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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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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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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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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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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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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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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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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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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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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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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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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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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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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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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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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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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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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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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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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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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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9: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19 70

이 시에서 우리는 낙화에 대해서 실제로 지는 꽃의 영상과 화자의 청춘이 그대로 함께 오버랩

되는 상상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 직접 고통의 인내와 눈의 이미지가 이 시를 형상화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걸 보면 현실에서의 상상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구도임을 알 수 있다

4 상상력의 성장과정

1) 상상력은 동일한 대상이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작용의 결과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다

- 각자의 개성과 상상력이 밀착되는 현상이다

- 언제나 대상을 종합적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2) 시를 쓰는 사람은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 언제나 준비된 마음 긴장된 정신력 그리고 가다듬는 자기 삶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모두는 당신으로 향하여

- 최 은 하 -

어둠이어도

헤어나지 못할 어둠의 골짜기어도

고요한 시간을 허락하소서

자유롭게 하소서

내력 없이 드높아진 목숨

요란한 바람과 바람결을

타지 않게 하시고

올려쌓기만 하던 탑 아래

분산 당한 언어와 모습

그리고 가슴은 부끄러움만

거래하는데

당신을 거리하여

견딜 수 없는 내 안에서

감각은 어디로 휘몰리기만 하는가

배우러 온 것만이라거나

버릇하러 태어난 게 아니라

외면 못할 당신을 지키는

시방 내 목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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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70

넘치고 꺾이고 속임 당하지만

피해 가지만

모두는 당신을 향하여

돌아 가는 것

돌아가는 길이옵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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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70

7 회차 현대시와 이미지

1 이미지(심상心象)와 갈래

1) 이미지란

상상력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사물로부터 받은 어떤 인상이 마음에 새겨져 떠오르는 것

이미지 사물로 그린 그림 말로 만들어진 그림 언어의 회화

TS 엘리엇이 말한 객관적 상관물도 이미지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설명이나 해설이 아닌 표현 보여줌이 이미지다

추상어(관념) rarr 구상어(이미지)

2) 이미지의 종류

① 시각적 이미지

관념이나 정서를 사물로 바꾸어서 보여 주는 것

예 꽃 rarr 1차적 정서반응 rarr 느낌 소멸 rarr 꽃의 모습(이미지로)

- 시각적 체험

② 감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를 복합적 감각으로 드러낸 것

미각 후각 근육 감각(촉) 역학적 색체적인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동시에 하나로

효과를 드러내는 것

3) 시란 결국 이미지요 메터퍼라 할 수 있다

2 관념배제와 무의미시

관념배제한 사물시

현대시는 관념배제한 사물시(이미지즘 시)다

사물시란 사물 이미지로 구성한 시이며 단지 이미지를 보여 주거나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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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절대 심상

관념 이전의 사물세계 사물세계 자체로 환원시켰을 때 비로소 순수의 경지에 이르고

이 순수의 이미지를 동원한 것이 절대심상이다

이전의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인 관념의 제로화(지대)를 내세움

관념의 해방 rarr 사물자체로 환원(이미지) rarr 절대심상

4 예시(例詩)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군함이 한 척

닻을 내리고 있었다

여름에 본 물새는 죽어 있었다

죽은 다음에도 물새는 울고 있었다

한결 어른이 된 소리로 울고 있었다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없는 해안선을

한 사나이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한 쪽 손에

죽은 바다를 들고 있었다

- 김 춘 수 lt처용단장 제 1 부gt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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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차 의인법과 시의 바탕

1 의인법이란

1) 정의

인간이외의 사물이나 추상개념에 인격적 요소를 부여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은유의 한 가지로 환유라고도 한다

사물에 투시된 인간의 마음이 사물로 하여금 인간적 속성을 갖도록 하는 은유법이다

2) 의인법의 종류

① 의인법 생명이 없는 것을 생명이 있는 것으로 인격화

② 반의인법(결정법) 생명이 있는 걸 생명이 없는 것으로 표현

2 예시

병(病)에게

- 조 지 훈 -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엔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외경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즉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 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미를 짚어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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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24 70

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 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lt중략gt

자네와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넨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두고 나를 설복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 앞에 경도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가게 이 친구

생각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3 의인법에서의 궁극적 표현

자연이 모든 시의 소재(모방)라 하겠지만 선택된 소재는 오직 인간적 그리고 인격적이다

여기 인본적(人本的) 가치와 기준이 있다

차라리 의물법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인성(人性)을 갖춘 물화(物化)이다

모든 시의 궁극적 표현은 인간이요 그 위에 신(神)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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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차 아이러니와 역설

1 아이러니란

본의와는 다르게 시침을 떼고 겉으로 드러난 내용과는 반대가 되는 뜻의 말을 하는

표현 방법이다

- 본의와 반대의 말을 하건 또 부정적이고도 소극적 표현으로 도리어 긍정적 적극적 뜻을

나타내는 수사법이다

아이러니와 역설(파라독스)은 다 같이 모순되는 의미 대립되는 두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가 진술자체는 모순이 없는데 반해 역설은 진술자체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곧이 곧대로의 액면가보다 아이러니와 역설은 비틀고 도치 시키면서 훨씬 크고 깊은 효용성을

얻는다

예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rarr 아이러니

-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 rarr 역설

2 아이러니의 일반적 특성(요소)

① 속임수다

② 대조(對照)가 있다

③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

④ 거리감 자유로움 자유가 있다

⑤ 일종의 멋 부림이 있다

⑥ 비꼼이나 비판의 풍자적 요소

⑦ 비개성적(객관적 논리성)이다

⑧ 자기비하의 양식을 선택한다

⑨ 순진의 아이러니

⑩ 자기폭로의 양식을 취함

3 아이러니의 유형과 종류

1) 유형(類型)

① 언어적 아이러니

- 화자의 언어진술 자체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실제는 그 반대 입장(풍자적 아이러니 역설 익살 언어유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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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상황적 아이러니

- 어떤 사태나 사건이 상황이 아이러니칼하게 보이는 데서 발생 극적 상황 전환 등을 말함

(극적 아이러니 실존적 아이러니 낭만적 아이러니)

2) 종류

① 역설

- 일반적 상식이나 믿음을 뒤집어 엎는 이론

- 예 좋아 죽겠다 즐거운 비명 아름다운 슬픔 등

② 패러디 골계 익살 우스꽝스런 짓이나 말로써 남을 웃기기 위한 의도를 바탕으로 함

주관적 익살 인물 사건 등 대상화 자체에서 일어나는 걸로 육체적 정신적 결함에서 오는 익살 성격

상황 운명골계 등

객관적 익살 주관적 정신적 자율성을 갖고 특수 연관관계로 성립시킴 기지 풍자 해학 등

펀(Pun) 말 재롱 언어유희

4 예시

먼 후일

- 김 소 월 -

먼 훗날 당신이 날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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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차 시와 비유법

1 왜 비유법인가

비유란 A라는 대상(사물)을 B라는 사물(대상)과 비교해서 이해하는 표현이다

1) 비유의 당위성

- 언어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나타내고 표현하고 지시하고자 하는 사물은 무한하므로 그 대상 사물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 여기에 비유가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

- 비유는 언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특히 시창작에서는 비유가 필수적인 것이어서 시 자체라고까지 확대해석 할 수 있는 시어의 본질적

기능이자 원리라고 볼 수가 있다

2) 비유의 갈래

① 광의의 비유

- 문체 수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문장에 변화와 정체를 더하기 위한 수사 형식

② 협의의 비유- 구상적 회화적 비유 표현으로 은유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형식

3) 원관념(본의)과 보조관념(유의)

-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체의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 또 하나의 사물이나

의미(관념)를 끌여들여야 비교가 성립되는데 이때 본래의 것을 원관념 또 하나의 동원된 것을

보조관념이라 한다

4) 비유를 성립시키기 위한 원리

① 비유엔 꼭 두 가지 사물과 두 가지 의미의 비유가 있어야만 한다

② 본의와 유의가 서로 이질적이어야 한다(폭력적 결합-엘리엇) (통합적 마술적 상상력에의 비유)

③ 서로 이질적인 두 사물은 어딘가에 어떤 유사성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2 직유와 은유

1) 직유(명유)

- 두 가지 사물 또는 의미를 같이 처럼 듯이 만큼 같은 등의 연결어로 결합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 하나의 사물 즉 하나의 관념을 다른 사물 다른 관념과 직접 비교하는 비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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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관념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서 두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를

끼워넣어 직접 비교하는 형식이다

직유의 3단계

① 1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한 단어로 연결합된 직유(꽃 같은 여자 앵두같은 입술 등)

② 2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연결어에 의해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되는 직유

(꽃 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③ 3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하나의 구체적 영상이거나 한 면으로 이루어진 직유

(푸른 밤 고이 맺은 이슬같은 보람을 보일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2) 은유(암유)

(1) 은유란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조사를 끼어넣지 않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시하는 비유 (둘 이상의

말 가운데서 하나가 갖는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 다른 의미나 의미가 함축하는 뜻으로

옮겨 놓는 것)

언어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은유가 적당히 쓰이면 문체가 크게 아름다워진다

은유는 등가물을 원활하게 조명해낸다

현대시를 대표하는 표현양식이다(상징과 더불어)

구상적 언어가 추상적 사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창조자(연금술사)이다-새로운(낯설은) 은유를 만들자

(2) 은유의 요소(본질)의 원리

① 언어의 상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유의 궁극성은 바로 상충을 통한 상반의 균층을 획득하는 것)

② 언어의 긴장성을 들 수 있다

(언어의 리듬이 아닌 언어의 긴장에 의한 새로운 리듬창)

③ 언어의 긴장은 문맥을 넓히는 것

(대치론이나 비교론이 아닌 상호작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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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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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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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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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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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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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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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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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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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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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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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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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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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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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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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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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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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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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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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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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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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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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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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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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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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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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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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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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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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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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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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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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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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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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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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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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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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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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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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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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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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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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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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0: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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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고 꺾이고 속임 당하지만

피해 가지만

모두는 당신을 향하여

돌아 가는 것

돌아가는 길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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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회차 현대시와 이미지

1 이미지(심상心象)와 갈래

1) 이미지란

상상력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사물로부터 받은 어떤 인상이 마음에 새겨져 떠오르는 것

이미지 사물로 그린 그림 말로 만들어진 그림 언어의 회화

TS 엘리엇이 말한 객관적 상관물도 이미지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설명이나 해설이 아닌 표현 보여줌이 이미지다

추상어(관념) rarr 구상어(이미지)

2) 이미지의 종류

① 시각적 이미지

관념이나 정서를 사물로 바꾸어서 보여 주는 것

예 꽃 rarr 1차적 정서반응 rarr 느낌 소멸 rarr 꽃의 모습(이미지로)

- 시각적 체험

② 감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를 복합적 감각으로 드러낸 것

미각 후각 근육 감각(촉) 역학적 색체적인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동시에 하나로

효과를 드러내는 것

3) 시란 결국 이미지요 메터퍼라 할 수 있다

2 관념배제와 무의미시

관념배제한 사물시

현대시는 관념배제한 사물시(이미지즘 시)다

사물시란 사물 이미지로 구성한 시이며 단지 이미지를 보여 주거나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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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절대 심상

관념 이전의 사물세계 사물세계 자체로 환원시켰을 때 비로소 순수의 경지에 이르고

이 순수의 이미지를 동원한 것이 절대심상이다

이전의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인 관념의 제로화(지대)를 내세움

관념의 해방 rarr 사물자체로 환원(이미지) rarr 절대심상

4 예시(例詩)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군함이 한 척

닻을 내리고 있었다

여름에 본 물새는 죽어 있었다

죽은 다음에도 물새는 울고 있었다

한결 어른이 된 소리로 울고 있었다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없는 해안선을

한 사나이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한 쪽 손에

죽은 바다를 들고 있었다

- 김 춘 수 lt처용단장 제 1 부gt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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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차 의인법과 시의 바탕

1 의인법이란

1) 정의

인간이외의 사물이나 추상개념에 인격적 요소를 부여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은유의 한 가지로 환유라고도 한다

사물에 투시된 인간의 마음이 사물로 하여금 인간적 속성을 갖도록 하는 은유법이다

2) 의인법의 종류

① 의인법 생명이 없는 것을 생명이 있는 것으로 인격화

② 반의인법(결정법) 생명이 있는 걸 생명이 없는 것으로 표현

2 예시

병(病)에게

- 조 지 훈 -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엔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외경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즉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 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미를 짚어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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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 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lt중략gt

자네와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넨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두고 나를 설복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 앞에 경도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가게 이 친구

생각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3 의인법에서의 궁극적 표현

자연이 모든 시의 소재(모방)라 하겠지만 선택된 소재는 오직 인간적 그리고 인격적이다

여기 인본적(人本的) 가치와 기준이 있다

차라리 의물법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인성(人性)을 갖춘 물화(物化)이다

모든 시의 궁극적 표현은 인간이요 그 위에 신(神)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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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차 아이러니와 역설

1 아이러니란

본의와는 다르게 시침을 떼고 겉으로 드러난 내용과는 반대가 되는 뜻의 말을 하는

표현 방법이다

- 본의와 반대의 말을 하건 또 부정적이고도 소극적 표현으로 도리어 긍정적 적극적 뜻을

나타내는 수사법이다

아이러니와 역설(파라독스)은 다 같이 모순되는 의미 대립되는 두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가 진술자체는 모순이 없는데 반해 역설은 진술자체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곧이 곧대로의 액면가보다 아이러니와 역설은 비틀고 도치 시키면서 훨씬 크고 깊은 효용성을

얻는다

예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rarr 아이러니

-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 rarr 역설

2 아이러니의 일반적 특성(요소)

① 속임수다

② 대조(對照)가 있다

③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

④ 거리감 자유로움 자유가 있다

⑤ 일종의 멋 부림이 있다

⑥ 비꼼이나 비판의 풍자적 요소

⑦ 비개성적(객관적 논리성)이다

⑧ 자기비하의 양식을 선택한다

⑨ 순진의 아이러니

⑩ 자기폭로의 양식을 취함

3 아이러니의 유형과 종류

1) 유형(類型)

① 언어적 아이러니

- 화자의 언어진술 자체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실제는 그 반대 입장(풍자적 아이러니 역설 익살 언어유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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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상황적 아이러니

- 어떤 사태나 사건이 상황이 아이러니칼하게 보이는 데서 발생 극적 상황 전환 등을 말함

(극적 아이러니 실존적 아이러니 낭만적 아이러니)

2) 종류

① 역설

- 일반적 상식이나 믿음을 뒤집어 엎는 이론

- 예 좋아 죽겠다 즐거운 비명 아름다운 슬픔 등

② 패러디 골계 익살 우스꽝스런 짓이나 말로써 남을 웃기기 위한 의도를 바탕으로 함

주관적 익살 인물 사건 등 대상화 자체에서 일어나는 걸로 육체적 정신적 결함에서 오는 익살 성격

상황 운명골계 등

객관적 익살 주관적 정신적 자율성을 갖고 특수 연관관계로 성립시킴 기지 풍자 해학 등

펀(Pun) 말 재롱 언어유희

4 예시

먼 후일

- 김 소 월 -

먼 훗날 당신이 날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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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차 시와 비유법

1 왜 비유법인가

비유란 A라는 대상(사물)을 B라는 사물(대상)과 비교해서 이해하는 표현이다

1) 비유의 당위성

- 언어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나타내고 표현하고 지시하고자 하는 사물은 무한하므로 그 대상 사물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 여기에 비유가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

- 비유는 언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특히 시창작에서는 비유가 필수적인 것이어서 시 자체라고까지 확대해석 할 수 있는 시어의 본질적

기능이자 원리라고 볼 수가 있다

2) 비유의 갈래

① 광의의 비유

- 문체 수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문장에 변화와 정체를 더하기 위한 수사 형식

② 협의의 비유- 구상적 회화적 비유 표현으로 은유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형식

3) 원관념(본의)과 보조관념(유의)

-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체의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 또 하나의 사물이나

의미(관념)를 끌여들여야 비교가 성립되는데 이때 본래의 것을 원관념 또 하나의 동원된 것을

보조관념이라 한다

4) 비유를 성립시키기 위한 원리

① 비유엔 꼭 두 가지 사물과 두 가지 의미의 비유가 있어야만 한다

② 본의와 유의가 서로 이질적이어야 한다(폭력적 결합-엘리엇) (통합적 마술적 상상력에의 비유)

③ 서로 이질적인 두 사물은 어딘가에 어떤 유사성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2 직유와 은유

1) 직유(명유)

- 두 가지 사물 또는 의미를 같이 처럼 듯이 만큼 같은 등의 연결어로 결합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 하나의 사물 즉 하나의 관념을 다른 사물 다른 관념과 직접 비교하는 비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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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관념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서 두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를

끼워넣어 직접 비교하는 형식이다

직유의 3단계

① 1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한 단어로 연결합된 직유(꽃 같은 여자 앵두같은 입술 등)

② 2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연결어에 의해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되는 직유

(꽃 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③ 3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하나의 구체적 영상이거나 한 면으로 이루어진 직유

(푸른 밤 고이 맺은 이슬같은 보람을 보일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2) 은유(암유)

(1) 은유란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조사를 끼어넣지 않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시하는 비유 (둘 이상의

말 가운데서 하나가 갖는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 다른 의미나 의미가 함축하는 뜻으로

옮겨 놓는 것)

언어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은유가 적당히 쓰이면 문체가 크게 아름다워진다

은유는 등가물을 원활하게 조명해낸다

현대시를 대표하는 표현양식이다(상징과 더불어)

구상적 언어가 추상적 사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창조자(연금술사)이다-새로운(낯설은) 은유를 만들자

(2) 은유의 요소(본질)의 원리

① 언어의 상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유의 궁극성은 바로 상충을 통한 상반의 균층을 획득하는 것)

② 언어의 긴장성을 들 수 있다

(언어의 리듬이 아닌 언어의 긴장에 의한 새로운 리듬창)

③ 언어의 긴장은 문맥을 넓히는 것

(대치론이나 비교론이 아닌 상호작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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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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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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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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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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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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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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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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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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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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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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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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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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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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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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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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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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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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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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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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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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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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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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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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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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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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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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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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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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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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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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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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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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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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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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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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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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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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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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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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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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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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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1: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21 70

7 회차 현대시와 이미지

1 이미지(심상心象)와 갈래

1) 이미지란

상상력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사물로부터 받은 어떤 인상이 마음에 새겨져 떠오르는 것

이미지 사물로 그린 그림 말로 만들어진 그림 언어의 회화

TS 엘리엇이 말한 객관적 상관물도 이미지를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

설명이나 해설이 아닌 표현 보여줌이 이미지다

추상어(관념) rarr 구상어(이미지)

2) 이미지의 종류

① 시각적 이미지

관념이나 정서를 사물로 바꾸어서 보여 주는 것

예 꽃 rarr 1차적 정서반응 rarr 느낌 소멸 rarr 꽃의 모습(이미지로)

- 시각적 체험

② 감각적 이미지

시각적 이미지를 복합적 감각으로 드러낸 것

미각 후각 근육 감각(촉) 역학적 색체적인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동시에 하나로

효과를 드러내는 것

3) 시란 결국 이미지요 메터퍼라 할 수 있다

2 관념배제와 무의미시

관념배제한 사물시

현대시는 관념배제한 사물시(이미지즘 시)다

사물시란 사물 이미지로 구성한 시이며 단지 이미지를 보여 주거나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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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22 70

3 절대 심상

관념 이전의 사물세계 사물세계 자체로 환원시켰을 때 비로소 순수의 경지에 이르고

이 순수의 이미지를 동원한 것이 절대심상이다

이전의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인 관념의 제로화(지대)를 내세움

관념의 해방 rarr 사물자체로 환원(이미지) rarr 절대심상

4 예시(例詩)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군함이 한 척

닻을 내리고 있었다

여름에 본 물새는 죽어 있었다

죽은 다음에도 물새는 울고 있었다

한결 어른이 된 소리로 울고 있었다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없는 해안선을

한 사나이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한 쪽 손에

죽은 바다를 들고 있었다

- 김 춘 수 lt처용단장 제 1 부gt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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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차 의인법과 시의 바탕

1 의인법이란

1) 정의

인간이외의 사물이나 추상개념에 인격적 요소를 부여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은유의 한 가지로 환유라고도 한다

사물에 투시된 인간의 마음이 사물로 하여금 인간적 속성을 갖도록 하는 은유법이다

2) 의인법의 종류

① 의인법 생명이 없는 것을 생명이 있는 것으로 인격화

② 반의인법(결정법) 생명이 있는 걸 생명이 없는 것으로 표현

2 예시

병(病)에게

- 조 지 훈 -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엔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외경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즉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 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미를 짚어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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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 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lt중략gt

자네와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넨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두고 나를 설복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 앞에 경도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가게 이 친구

생각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3 의인법에서의 궁극적 표현

자연이 모든 시의 소재(모방)라 하겠지만 선택된 소재는 오직 인간적 그리고 인격적이다

여기 인본적(人本的) 가치와 기준이 있다

차라리 의물법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인성(人性)을 갖춘 물화(物化)이다

모든 시의 궁극적 표현은 인간이요 그 위에 신(神)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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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차 아이러니와 역설

1 아이러니란

본의와는 다르게 시침을 떼고 겉으로 드러난 내용과는 반대가 되는 뜻의 말을 하는

표현 방법이다

- 본의와 반대의 말을 하건 또 부정적이고도 소극적 표현으로 도리어 긍정적 적극적 뜻을

나타내는 수사법이다

아이러니와 역설(파라독스)은 다 같이 모순되는 의미 대립되는 두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가 진술자체는 모순이 없는데 반해 역설은 진술자체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곧이 곧대로의 액면가보다 아이러니와 역설은 비틀고 도치 시키면서 훨씬 크고 깊은 효용성을

얻는다

예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rarr 아이러니

-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 rarr 역설

2 아이러니의 일반적 특성(요소)

① 속임수다

② 대조(對照)가 있다

③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

④ 거리감 자유로움 자유가 있다

⑤ 일종의 멋 부림이 있다

⑥ 비꼼이나 비판의 풍자적 요소

⑦ 비개성적(객관적 논리성)이다

⑧ 자기비하의 양식을 선택한다

⑨ 순진의 아이러니

⑩ 자기폭로의 양식을 취함

3 아이러니의 유형과 종류

1) 유형(類型)

① 언어적 아이러니

- 화자의 언어진술 자체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실제는 그 반대 입장(풍자적 아이러니 역설 익살 언어유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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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상황적 아이러니

- 어떤 사태나 사건이 상황이 아이러니칼하게 보이는 데서 발생 극적 상황 전환 등을 말함

(극적 아이러니 실존적 아이러니 낭만적 아이러니)

2) 종류

① 역설

- 일반적 상식이나 믿음을 뒤집어 엎는 이론

- 예 좋아 죽겠다 즐거운 비명 아름다운 슬픔 등

② 패러디 골계 익살 우스꽝스런 짓이나 말로써 남을 웃기기 위한 의도를 바탕으로 함

주관적 익살 인물 사건 등 대상화 자체에서 일어나는 걸로 육체적 정신적 결함에서 오는 익살 성격

상황 운명골계 등

객관적 익살 주관적 정신적 자율성을 갖고 특수 연관관계로 성립시킴 기지 풍자 해학 등

펀(Pun) 말 재롱 언어유희

4 예시

먼 후일

- 김 소 월 -

먼 훗날 당신이 날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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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차 시와 비유법

1 왜 비유법인가

비유란 A라는 대상(사물)을 B라는 사물(대상)과 비교해서 이해하는 표현이다

1) 비유의 당위성

- 언어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나타내고 표현하고 지시하고자 하는 사물은 무한하므로 그 대상 사물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 여기에 비유가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

- 비유는 언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특히 시창작에서는 비유가 필수적인 것이어서 시 자체라고까지 확대해석 할 수 있는 시어의 본질적

기능이자 원리라고 볼 수가 있다

2) 비유의 갈래

① 광의의 비유

- 문체 수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문장에 변화와 정체를 더하기 위한 수사 형식

② 협의의 비유- 구상적 회화적 비유 표현으로 은유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형식

3) 원관념(본의)과 보조관념(유의)

-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체의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 또 하나의 사물이나

의미(관념)를 끌여들여야 비교가 성립되는데 이때 본래의 것을 원관념 또 하나의 동원된 것을

보조관념이라 한다

4) 비유를 성립시키기 위한 원리

① 비유엔 꼭 두 가지 사물과 두 가지 의미의 비유가 있어야만 한다

② 본의와 유의가 서로 이질적이어야 한다(폭력적 결합-엘리엇) (통합적 마술적 상상력에의 비유)

③ 서로 이질적인 두 사물은 어딘가에 어떤 유사성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2 직유와 은유

1) 직유(명유)

- 두 가지 사물 또는 의미를 같이 처럼 듯이 만큼 같은 등의 연결어로 결합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 하나의 사물 즉 하나의 관념을 다른 사물 다른 관념과 직접 비교하는 비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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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관념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서 두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를

끼워넣어 직접 비교하는 형식이다

직유의 3단계

① 1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한 단어로 연결합된 직유(꽃 같은 여자 앵두같은 입술 등)

② 2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연결어에 의해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되는 직유

(꽃 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③ 3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하나의 구체적 영상이거나 한 면으로 이루어진 직유

(푸른 밤 고이 맺은 이슬같은 보람을 보일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2) 은유(암유)

(1) 은유란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조사를 끼어넣지 않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시하는 비유 (둘 이상의

말 가운데서 하나가 갖는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 다른 의미나 의미가 함축하는 뜻으로

옮겨 놓는 것)

언어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은유가 적당히 쓰이면 문체가 크게 아름다워진다

은유는 등가물을 원활하게 조명해낸다

현대시를 대표하는 표현양식이다(상징과 더불어)

구상적 언어가 추상적 사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창조자(연금술사)이다-새로운(낯설은) 은유를 만들자

(2) 은유의 요소(본질)의 원리

① 언어의 상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유의 궁극성은 바로 상충을 통한 상반의 균층을 획득하는 것)

② 언어의 긴장성을 들 수 있다

(언어의 리듬이 아닌 언어의 긴장에 의한 새로운 리듬창)

③ 언어의 긴장은 문맥을 넓히는 것

(대치론이나 비교론이 아닌 상호작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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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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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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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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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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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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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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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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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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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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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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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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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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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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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2 70

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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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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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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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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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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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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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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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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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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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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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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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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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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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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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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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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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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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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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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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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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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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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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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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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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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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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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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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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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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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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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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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2: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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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절대 심상

관념 이전의 사물세계 사물세계 자체로 환원시켰을 때 비로소 순수의 경지에 이르고

이 순수의 이미지를 동원한 것이 절대심상이다

이전의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인 관념의 제로화(지대)를 내세움

관념의 해방 rarr 사물자체로 환원(이미지) rarr 절대심상

4 예시(例詩)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군함이 한 척

닻을 내리고 있었다

여름에 본 물새는 죽어 있었다

죽은 다음에도 물새는 울고 있었다

한결 어른이 된 소리로 울고 있었다

눈보다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없는 해안선을

한 사나이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한 쪽 손에

죽은 바다를 들고 있었다

- 김 춘 수 lt처용단장 제 1 부gt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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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차 의인법과 시의 바탕

1 의인법이란

1) 정의

인간이외의 사물이나 추상개념에 인격적 요소를 부여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은유의 한 가지로 환유라고도 한다

사물에 투시된 인간의 마음이 사물로 하여금 인간적 속성을 갖도록 하는 은유법이다

2) 의인법의 종류

① 의인법 생명이 없는 것을 생명이 있는 것으로 인격화

② 반의인법(결정법) 생명이 있는 걸 생명이 없는 것으로 표현

2 예시

병(病)에게

- 조 지 훈 -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엔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외경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즉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 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미를 짚어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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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 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lt중략gt

자네와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넨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두고 나를 설복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 앞에 경도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가게 이 친구

생각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3 의인법에서의 궁극적 표현

자연이 모든 시의 소재(모방)라 하겠지만 선택된 소재는 오직 인간적 그리고 인격적이다

여기 인본적(人本的) 가치와 기준이 있다

차라리 의물법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인성(人性)을 갖춘 물화(物化)이다

모든 시의 궁극적 표현은 인간이요 그 위에 신(神)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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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차 아이러니와 역설

1 아이러니란

본의와는 다르게 시침을 떼고 겉으로 드러난 내용과는 반대가 되는 뜻의 말을 하는

표현 방법이다

- 본의와 반대의 말을 하건 또 부정적이고도 소극적 표현으로 도리어 긍정적 적극적 뜻을

나타내는 수사법이다

아이러니와 역설(파라독스)은 다 같이 모순되는 의미 대립되는 두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가 진술자체는 모순이 없는데 반해 역설은 진술자체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곧이 곧대로의 액면가보다 아이러니와 역설은 비틀고 도치 시키면서 훨씬 크고 깊은 효용성을

얻는다

예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rarr 아이러니

-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 rarr 역설

2 아이러니의 일반적 특성(요소)

① 속임수다

② 대조(對照)가 있다

③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

④ 거리감 자유로움 자유가 있다

⑤ 일종의 멋 부림이 있다

⑥ 비꼼이나 비판의 풍자적 요소

⑦ 비개성적(객관적 논리성)이다

⑧ 자기비하의 양식을 선택한다

⑨ 순진의 아이러니

⑩ 자기폭로의 양식을 취함

3 아이러니의 유형과 종류

1) 유형(類型)

① 언어적 아이러니

- 화자의 언어진술 자체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실제는 그 반대 입장(풍자적 아이러니 역설 익살 언어유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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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상황적 아이러니

- 어떤 사태나 사건이 상황이 아이러니칼하게 보이는 데서 발생 극적 상황 전환 등을 말함

(극적 아이러니 실존적 아이러니 낭만적 아이러니)

2) 종류

① 역설

- 일반적 상식이나 믿음을 뒤집어 엎는 이론

- 예 좋아 죽겠다 즐거운 비명 아름다운 슬픔 등

② 패러디 골계 익살 우스꽝스런 짓이나 말로써 남을 웃기기 위한 의도를 바탕으로 함

주관적 익살 인물 사건 등 대상화 자체에서 일어나는 걸로 육체적 정신적 결함에서 오는 익살 성격

상황 운명골계 등

객관적 익살 주관적 정신적 자율성을 갖고 특수 연관관계로 성립시킴 기지 풍자 해학 등

펀(Pun) 말 재롱 언어유희

4 예시

먼 후일

- 김 소 월 -

먼 훗날 당신이 날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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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차 시와 비유법

1 왜 비유법인가

비유란 A라는 대상(사물)을 B라는 사물(대상)과 비교해서 이해하는 표현이다

1) 비유의 당위성

- 언어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나타내고 표현하고 지시하고자 하는 사물은 무한하므로 그 대상 사물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 여기에 비유가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

- 비유는 언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특히 시창작에서는 비유가 필수적인 것이어서 시 자체라고까지 확대해석 할 수 있는 시어의 본질적

기능이자 원리라고 볼 수가 있다

2) 비유의 갈래

① 광의의 비유

- 문체 수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문장에 변화와 정체를 더하기 위한 수사 형식

② 협의의 비유- 구상적 회화적 비유 표현으로 은유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형식

3) 원관념(본의)과 보조관념(유의)

-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체의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 또 하나의 사물이나

의미(관념)를 끌여들여야 비교가 성립되는데 이때 본래의 것을 원관념 또 하나의 동원된 것을

보조관념이라 한다

4) 비유를 성립시키기 위한 원리

① 비유엔 꼭 두 가지 사물과 두 가지 의미의 비유가 있어야만 한다

② 본의와 유의가 서로 이질적이어야 한다(폭력적 결합-엘리엇) (통합적 마술적 상상력에의 비유)

③ 서로 이질적인 두 사물은 어딘가에 어떤 유사성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2 직유와 은유

1) 직유(명유)

- 두 가지 사물 또는 의미를 같이 처럼 듯이 만큼 같은 등의 연결어로 결합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 하나의 사물 즉 하나의 관념을 다른 사물 다른 관념과 직접 비교하는 비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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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관념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서 두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를

끼워넣어 직접 비교하는 형식이다

직유의 3단계

① 1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한 단어로 연결합된 직유(꽃 같은 여자 앵두같은 입술 등)

② 2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연결어에 의해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되는 직유

(꽃 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③ 3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하나의 구체적 영상이거나 한 면으로 이루어진 직유

(푸른 밤 고이 맺은 이슬같은 보람을 보일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2) 은유(암유)

(1) 은유란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조사를 끼어넣지 않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시하는 비유 (둘 이상의

말 가운데서 하나가 갖는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 다른 의미나 의미가 함축하는 뜻으로

옮겨 놓는 것)

언어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은유가 적당히 쓰이면 문체가 크게 아름다워진다

은유는 등가물을 원활하게 조명해낸다

현대시를 대표하는 표현양식이다(상징과 더불어)

구상적 언어가 추상적 사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창조자(연금술사)이다-새로운(낯설은) 은유를 만들자

(2) 은유의 요소(본질)의 원리

① 언어의 상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유의 궁극성은 바로 상충을 통한 상반의 균층을 획득하는 것)

② 언어의 긴장성을 들 수 있다

(언어의 리듬이 아닌 언어의 긴장에 의한 새로운 리듬창)

③ 언어의 긴장은 문맥을 넓히는 것

(대치론이나 비교론이 아닌 상호작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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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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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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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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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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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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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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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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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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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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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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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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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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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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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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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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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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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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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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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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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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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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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1 70

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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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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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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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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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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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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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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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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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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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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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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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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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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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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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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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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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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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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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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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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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9 70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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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3: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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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회차 의인법과 시의 바탕

1 의인법이란

1) 정의

인간이외의 사물이나 추상개념에 인격적 요소를 부여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은유의 한 가지로 환유라고도 한다

사물에 투시된 인간의 마음이 사물로 하여금 인간적 속성을 갖도록 하는 은유법이다

2) 의인법의 종류

① 의인법 생명이 없는 것을 생명이 있는 것으로 인격화

② 반의인법(결정법) 생명이 있는 걸 생명이 없는 것으로 표현

2 예시

병(病)에게

- 조 지 훈 -

어딜 가서 까맣게 소식을 끊고 지내다가도

내가 오래 시달리던 일손을 떼고 마악 안도의 숨을 돌리려고

할 때엔

그때 자네는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네

자네는 언제나 우울한 방문객

어두운 음계를 밟으며 불길한 그림자를 이끌고 오지만

자네는 나의 오랜 친구이기에 나는 자네를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동안을 뉘우치게 되네

자네는 나에게 휴식을 권하고 외경을 가르치네

그러나 자네가 내 귀에 속삭이는 것은 마냥 허무

나는 지긋이 눈을 감고 자네의

그 나즉하고 무거운 음성을 듣는 것이 더 없이 흐뭇하네

내 뜨거운 이미를 짚어주는 자네의 손은 내 손보다 뜨겁네

자네 여윈 이마의 주름살은 내 이마보다도 눈물겨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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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 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lt중략gt

자네와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넨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두고 나를 설복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 앞에 경도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가게 이 친구

생각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3 의인법에서의 궁극적 표현

자연이 모든 시의 소재(모방)라 하겠지만 선택된 소재는 오직 인간적 그리고 인격적이다

여기 인본적(人本的) 가치와 기준이 있다

차라리 의물법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인성(人性)을 갖춘 물화(物化)이다

모든 시의 궁극적 표현은 인간이요 그 위에 신(神)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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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차 아이러니와 역설

1 아이러니란

본의와는 다르게 시침을 떼고 겉으로 드러난 내용과는 반대가 되는 뜻의 말을 하는

표현 방법이다

- 본의와 반대의 말을 하건 또 부정적이고도 소극적 표현으로 도리어 긍정적 적극적 뜻을

나타내는 수사법이다

아이러니와 역설(파라독스)은 다 같이 모순되는 의미 대립되는 두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가 진술자체는 모순이 없는데 반해 역설은 진술자체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곧이 곧대로의 액면가보다 아이러니와 역설은 비틀고 도치 시키면서 훨씬 크고 깊은 효용성을

얻는다

예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rarr 아이러니

-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 rarr 역설

2 아이러니의 일반적 특성(요소)

① 속임수다

② 대조(對照)가 있다

③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

④ 거리감 자유로움 자유가 있다

⑤ 일종의 멋 부림이 있다

⑥ 비꼼이나 비판의 풍자적 요소

⑦ 비개성적(객관적 논리성)이다

⑧ 자기비하의 양식을 선택한다

⑨ 순진의 아이러니

⑩ 자기폭로의 양식을 취함

3 아이러니의 유형과 종류

1) 유형(類型)

① 언어적 아이러니

- 화자의 언어진술 자체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실제는 그 반대 입장(풍자적 아이러니 역설 익살 언어유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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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상황적 아이러니

- 어떤 사태나 사건이 상황이 아이러니칼하게 보이는 데서 발생 극적 상황 전환 등을 말함

(극적 아이러니 실존적 아이러니 낭만적 아이러니)

2) 종류

① 역설

- 일반적 상식이나 믿음을 뒤집어 엎는 이론

- 예 좋아 죽겠다 즐거운 비명 아름다운 슬픔 등

② 패러디 골계 익살 우스꽝스런 짓이나 말로써 남을 웃기기 위한 의도를 바탕으로 함

주관적 익살 인물 사건 등 대상화 자체에서 일어나는 걸로 육체적 정신적 결함에서 오는 익살 성격

상황 운명골계 등

객관적 익살 주관적 정신적 자율성을 갖고 특수 연관관계로 성립시킴 기지 풍자 해학 등

펀(Pun) 말 재롱 언어유희

4 예시

먼 후일

- 김 소 월 -

먼 훗날 당신이 날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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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차 시와 비유법

1 왜 비유법인가

비유란 A라는 대상(사물)을 B라는 사물(대상)과 비교해서 이해하는 표현이다

1) 비유의 당위성

- 언어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나타내고 표현하고 지시하고자 하는 사물은 무한하므로 그 대상 사물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 여기에 비유가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

- 비유는 언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특히 시창작에서는 비유가 필수적인 것이어서 시 자체라고까지 확대해석 할 수 있는 시어의 본질적

기능이자 원리라고 볼 수가 있다

2) 비유의 갈래

① 광의의 비유

- 문체 수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문장에 변화와 정체를 더하기 위한 수사 형식

② 협의의 비유- 구상적 회화적 비유 표현으로 은유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형식

3) 원관념(본의)과 보조관념(유의)

-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체의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 또 하나의 사물이나

의미(관념)를 끌여들여야 비교가 성립되는데 이때 본래의 것을 원관념 또 하나의 동원된 것을

보조관념이라 한다

4) 비유를 성립시키기 위한 원리

① 비유엔 꼭 두 가지 사물과 두 가지 의미의 비유가 있어야만 한다

② 본의와 유의가 서로 이질적이어야 한다(폭력적 결합-엘리엇) (통합적 마술적 상상력에의 비유)

③ 서로 이질적인 두 사물은 어딘가에 어떤 유사성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2 직유와 은유

1) 직유(명유)

- 두 가지 사물 또는 의미를 같이 처럼 듯이 만큼 같은 등의 연결어로 결합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 하나의 사물 즉 하나의 관념을 다른 사물 다른 관념과 직접 비교하는 비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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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관념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서 두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를

끼워넣어 직접 비교하는 형식이다

직유의 3단계

① 1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한 단어로 연결합된 직유(꽃 같은 여자 앵두같은 입술 등)

② 2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연결어에 의해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되는 직유

(꽃 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③ 3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하나의 구체적 영상이거나 한 면으로 이루어진 직유

(푸른 밤 고이 맺은 이슬같은 보람을 보일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2) 은유(암유)

(1) 은유란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조사를 끼어넣지 않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시하는 비유 (둘 이상의

말 가운데서 하나가 갖는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 다른 의미나 의미가 함축하는 뜻으로

옮겨 놓는 것)

언어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은유가 적당히 쓰이면 문체가 크게 아름다워진다

은유는 등가물을 원활하게 조명해낸다

현대시를 대표하는 표현양식이다(상징과 더불어)

구상적 언어가 추상적 사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창조자(연금술사)이다-새로운(낯설은) 은유를 만들자

(2) 은유의 요소(본질)의 원리

① 언어의 상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유의 궁극성은 바로 상충을 통한 상반의 균층을 획득하는 것)

② 언어의 긴장성을 들 수 있다

(언어의 리듬이 아닌 언어의 긴장에 의한 새로운 리듬창)

③ 언어의 긴장은 문맥을 넓히는 것

(대치론이나 비교론이 아닌 상호작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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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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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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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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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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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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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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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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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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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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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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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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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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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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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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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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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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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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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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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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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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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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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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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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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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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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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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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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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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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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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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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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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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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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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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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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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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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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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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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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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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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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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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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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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4: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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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네에게서 젊은 날의 초췌한 내 모습을 보고

좀 더 성실하게 성실하게 하던

그 날의 메아리를 듣는 것일세

----------------------------lt중략gt

자네와 나의 정다운 벗 그리고 내가 공경하는 친구

자네가 무슨 말을 해도 나는 노하지 않네

그렇지만 자넨 좀 이상한 성밀세

언짢은 표정이나 서운한 말 뜻이 서로 맞지 않을 때는

자네는 몇 날 몇 달을 두고 나를 설복하려 들다가도

내가 가슴을 헤치고 자네 앞에 경도하면

그때사 자네는 나를 뿌리치고 떠나가네

잘가게 이 친구

생각내키거든 언제든지 찾아주게나

차를 끓여 마시며 우리 다시 인생을 얘기해 보세그려

3 의인법에서의 궁극적 표현

자연이 모든 시의 소재(모방)라 하겠지만 선택된 소재는 오직 인간적 그리고 인격적이다

여기 인본적(人本的) 가치와 기준이 있다

차라리 의물법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인성(人性)을 갖춘 물화(物化)이다

모든 시의 궁극적 표현은 인간이요 그 위에 신(神)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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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차 아이러니와 역설

1 아이러니란

본의와는 다르게 시침을 떼고 겉으로 드러난 내용과는 반대가 되는 뜻의 말을 하는

표현 방법이다

- 본의와 반대의 말을 하건 또 부정적이고도 소극적 표현으로 도리어 긍정적 적극적 뜻을

나타내는 수사법이다

아이러니와 역설(파라독스)은 다 같이 모순되는 의미 대립되는 두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가 진술자체는 모순이 없는데 반해 역설은 진술자체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곧이 곧대로의 액면가보다 아이러니와 역설은 비틀고 도치 시키면서 훨씬 크고 깊은 효용성을

얻는다

예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rarr 아이러니

-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 rarr 역설

2 아이러니의 일반적 특성(요소)

① 속임수다

② 대조(對照)가 있다

③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

④ 거리감 자유로움 자유가 있다

⑤ 일종의 멋 부림이 있다

⑥ 비꼼이나 비판의 풍자적 요소

⑦ 비개성적(객관적 논리성)이다

⑧ 자기비하의 양식을 선택한다

⑨ 순진의 아이러니

⑩ 자기폭로의 양식을 취함

3 아이러니의 유형과 종류

1) 유형(類型)

① 언어적 아이러니

- 화자의 언어진술 자체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실제는 그 반대 입장(풍자적 아이러니 역설 익살 언어유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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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상황적 아이러니

- 어떤 사태나 사건이 상황이 아이러니칼하게 보이는 데서 발생 극적 상황 전환 등을 말함

(극적 아이러니 실존적 아이러니 낭만적 아이러니)

2) 종류

① 역설

- 일반적 상식이나 믿음을 뒤집어 엎는 이론

- 예 좋아 죽겠다 즐거운 비명 아름다운 슬픔 등

② 패러디 골계 익살 우스꽝스런 짓이나 말로써 남을 웃기기 위한 의도를 바탕으로 함

주관적 익살 인물 사건 등 대상화 자체에서 일어나는 걸로 육체적 정신적 결함에서 오는 익살 성격

상황 운명골계 등

객관적 익살 주관적 정신적 자율성을 갖고 특수 연관관계로 성립시킴 기지 풍자 해학 등

펀(Pun) 말 재롱 언어유희

4 예시

먼 후일

- 김 소 월 -

먼 훗날 당신이 날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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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차 시와 비유법

1 왜 비유법인가

비유란 A라는 대상(사물)을 B라는 사물(대상)과 비교해서 이해하는 표현이다

1) 비유의 당위성

- 언어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나타내고 표현하고 지시하고자 하는 사물은 무한하므로 그 대상 사물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 여기에 비유가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

- 비유는 언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특히 시창작에서는 비유가 필수적인 것이어서 시 자체라고까지 확대해석 할 수 있는 시어의 본질적

기능이자 원리라고 볼 수가 있다

2) 비유의 갈래

① 광의의 비유

- 문체 수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문장에 변화와 정체를 더하기 위한 수사 형식

② 협의의 비유- 구상적 회화적 비유 표현으로 은유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형식

3) 원관념(본의)과 보조관념(유의)

-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체의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 또 하나의 사물이나

의미(관념)를 끌여들여야 비교가 성립되는데 이때 본래의 것을 원관념 또 하나의 동원된 것을

보조관념이라 한다

4) 비유를 성립시키기 위한 원리

① 비유엔 꼭 두 가지 사물과 두 가지 의미의 비유가 있어야만 한다

② 본의와 유의가 서로 이질적이어야 한다(폭력적 결합-엘리엇) (통합적 마술적 상상력에의 비유)

③ 서로 이질적인 두 사물은 어딘가에 어떤 유사성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2 직유와 은유

1) 직유(명유)

- 두 가지 사물 또는 의미를 같이 처럼 듯이 만큼 같은 등의 연결어로 결합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 하나의 사물 즉 하나의 관념을 다른 사물 다른 관념과 직접 비교하는 비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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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관념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서 두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를

끼워넣어 직접 비교하는 형식이다

직유의 3단계

① 1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한 단어로 연결합된 직유(꽃 같은 여자 앵두같은 입술 등)

② 2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연결어에 의해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되는 직유

(꽃 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③ 3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하나의 구체적 영상이거나 한 면으로 이루어진 직유

(푸른 밤 고이 맺은 이슬같은 보람을 보일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2) 은유(암유)

(1) 은유란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조사를 끼어넣지 않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시하는 비유 (둘 이상의

말 가운데서 하나가 갖는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 다른 의미나 의미가 함축하는 뜻으로

옮겨 놓는 것)

언어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은유가 적당히 쓰이면 문체가 크게 아름다워진다

은유는 등가물을 원활하게 조명해낸다

현대시를 대표하는 표현양식이다(상징과 더불어)

구상적 언어가 추상적 사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창조자(연금술사)이다-새로운(낯설은) 은유를 만들자

(2) 은유의 요소(본질)의 원리

① 언어의 상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유의 궁극성은 바로 상충을 통한 상반의 균층을 획득하는 것)

② 언어의 긴장성을 들 수 있다

(언어의 리듬이 아닌 언어의 긴장에 의한 새로운 리듬창)

③ 언어의 긴장은 문맥을 넓히는 것

(대치론이나 비교론이 아닌 상호작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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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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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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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70

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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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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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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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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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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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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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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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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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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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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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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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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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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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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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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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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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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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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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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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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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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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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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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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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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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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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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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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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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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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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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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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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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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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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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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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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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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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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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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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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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5: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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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차 아이러니와 역설

1 아이러니란

본의와는 다르게 시침을 떼고 겉으로 드러난 내용과는 반대가 되는 뜻의 말을 하는

표현 방법이다

- 본의와 반대의 말을 하건 또 부정적이고도 소극적 표현으로 도리어 긍정적 적극적 뜻을

나타내는 수사법이다

아이러니와 역설(파라독스)은 다 같이 모순되는 의미 대립되는 두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는 사실이다

아이러니가 진술자체는 모순이 없는데 반해 역설은 진술자체가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곧이 곧대로의 액면가보다 아이러니와 역설은 비틀고 도치 시키면서 훨씬 크고 깊은 효용성을

얻는다

예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rarr 아이러니

-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하면 산다 rarr 역설

2 아이러니의 일반적 특성(요소)

① 속임수다

② 대조(對照)가 있다

③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

④ 거리감 자유로움 자유가 있다

⑤ 일종의 멋 부림이 있다

⑥ 비꼼이나 비판의 풍자적 요소

⑦ 비개성적(객관적 논리성)이다

⑧ 자기비하의 양식을 선택한다

⑨ 순진의 아이러니

⑩ 자기폭로의 양식을 취함

3 아이러니의 유형과 종류

1) 유형(類型)

① 언어적 아이러니

- 화자의 언어진술 자체 나는 그를 사랑한다

- 실제는 그 반대 입장(풍자적 아이러니 역설 익살 언어유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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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상황적 아이러니

- 어떤 사태나 사건이 상황이 아이러니칼하게 보이는 데서 발생 극적 상황 전환 등을 말함

(극적 아이러니 실존적 아이러니 낭만적 아이러니)

2) 종류

① 역설

- 일반적 상식이나 믿음을 뒤집어 엎는 이론

- 예 좋아 죽겠다 즐거운 비명 아름다운 슬픔 등

② 패러디 골계 익살 우스꽝스런 짓이나 말로써 남을 웃기기 위한 의도를 바탕으로 함

주관적 익살 인물 사건 등 대상화 자체에서 일어나는 걸로 육체적 정신적 결함에서 오는 익살 성격

상황 운명골계 등

객관적 익살 주관적 정신적 자율성을 갖고 특수 연관관계로 성립시킴 기지 풍자 해학 등

펀(Pun) 말 재롱 언어유희

4 예시

먼 후일

- 김 소 월 -

먼 훗날 당신이 날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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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차 시와 비유법

1 왜 비유법인가

비유란 A라는 대상(사물)을 B라는 사물(대상)과 비교해서 이해하는 표현이다

1) 비유의 당위성

- 언어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나타내고 표현하고 지시하고자 하는 사물은 무한하므로 그 대상 사물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 여기에 비유가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

- 비유는 언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특히 시창작에서는 비유가 필수적인 것이어서 시 자체라고까지 확대해석 할 수 있는 시어의 본질적

기능이자 원리라고 볼 수가 있다

2) 비유의 갈래

① 광의의 비유

- 문체 수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문장에 변화와 정체를 더하기 위한 수사 형식

② 협의의 비유- 구상적 회화적 비유 표현으로 은유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형식

3) 원관념(본의)과 보조관념(유의)

-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체의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 또 하나의 사물이나

의미(관념)를 끌여들여야 비교가 성립되는데 이때 본래의 것을 원관념 또 하나의 동원된 것을

보조관념이라 한다

4) 비유를 성립시키기 위한 원리

① 비유엔 꼭 두 가지 사물과 두 가지 의미의 비유가 있어야만 한다

② 본의와 유의가 서로 이질적이어야 한다(폭력적 결합-엘리엇) (통합적 마술적 상상력에의 비유)

③ 서로 이질적인 두 사물은 어딘가에 어떤 유사성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2 직유와 은유

1) 직유(명유)

- 두 가지 사물 또는 의미를 같이 처럼 듯이 만큼 같은 등의 연결어로 결합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 하나의 사물 즉 하나의 관념을 다른 사물 다른 관념과 직접 비교하는 비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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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관념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서 두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를

끼워넣어 직접 비교하는 형식이다

직유의 3단계

① 1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한 단어로 연결합된 직유(꽃 같은 여자 앵두같은 입술 등)

② 2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연결어에 의해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되는 직유

(꽃 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③ 3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하나의 구체적 영상이거나 한 면으로 이루어진 직유

(푸른 밤 고이 맺은 이슬같은 보람을 보일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2) 은유(암유)

(1) 은유란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조사를 끼어넣지 않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시하는 비유 (둘 이상의

말 가운데서 하나가 갖는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 다른 의미나 의미가 함축하는 뜻으로

옮겨 놓는 것)

언어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은유가 적당히 쓰이면 문체가 크게 아름다워진다

은유는 등가물을 원활하게 조명해낸다

현대시를 대표하는 표현양식이다(상징과 더불어)

구상적 언어가 추상적 사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창조자(연금술사)이다-새로운(낯설은) 은유를 만들자

(2) 은유의 요소(본질)의 원리

① 언어의 상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유의 궁극성은 바로 상충을 통한 상반의 균층을 획득하는 것)

② 언어의 긴장성을 들 수 있다

(언어의 리듬이 아닌 언어의 긴장에 의한 새로운 리듬창)

③ 언어의 긴장은 문맥을 넓히는 것

(대치론이나 비교론이 아닌 상호작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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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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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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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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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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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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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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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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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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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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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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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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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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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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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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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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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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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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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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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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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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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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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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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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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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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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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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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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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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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8 70

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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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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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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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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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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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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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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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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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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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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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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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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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6: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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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상황적 아이러니

- 어떤 사태나 사건이 상황이 아이러니칼하게 보이는 데서 발생 극적 상황 전환 등을 말함

(극적 아이러니 실존적 아이러니 낭만적 아이러니)

2) 종류

① 역설

- 일반적 상식이나 믿음을 뒤집어 엎는 이론

- 예 좋아 죽겠다 즐거운 비명 아름다운 슬픔 등

② 패러디 골계 익살 우스꽝스런 짓이나 말로써 남을 웃기기 위한 의도를 바탕으로 함

주관적 익살 인물 사건 등 대상화 자체에서 일어나는 걸로 육체적 정신적 결함에서 오는 익살 성격

상황 운명골계 등

객관적 익살 주관적 정신적 자율성을 갖고 특수 연관관계로 성립시킴 기지 풍자 해학 등

펀(Pun) 말 재롱 언어유희

4 예시

먼 후일

- 김 소 월 -

먼 훗날 당신이 날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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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차 시와 비유법

1 왜 비유법인가

비유란 A라는 대상(사물)을 B라는 사물(대상)과 비교해서 이해하는 표현이다

1) 비유의 당위성

- 언어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나타내고 표현하고 지시하고자 하는 사물은 무한하므로 그 대상 사물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 여기에 비유가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

- 비유는 언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특히 시창작에서는 비유가 필수적인 것이어서 시 자체라고까지 확대해석 할 수 있는 시어의 본질적

기능이자 원리라고 볼 수가 있다

2) 비유의 갈래

① 광의의 비유

- 문체 수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문장에 변화와 정체를 더하기 위한 수사 형식

② 협의의 비유- 구상적 회화적 비유 표현으로 은유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형식

3) 원관념(본의)과 보조관념(유의)

-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체의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 또 하나의 사물이나

의미(관념)를 끌여들여야 비교가 성립되는데 이때 본래의 것을 원관념 또 하나의 동원된 것을

보조관념이라 한다

4) 비유를 성립시키기 위한 원리

① 비유엔 꼭 두 가지 사물과 두 가지 의미의 비유가 있어야만 한다

② 본의와 유의가 서로 이질적이어야 한다(폭력적 결합-엘리엇) (통합적 마술적 상상력에의 비유)

③ 서로 이질적인 두 사물은 어딘가에 어떤 유사성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2 직유와 은유

1) 직유(명유)

- 두 가지 사물 또는 의미를 같이 처럼 듯이 만큼 같은 등의 연결어로 결합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 하나의 사물 즉 하나의 관념을 다른 사물 다른 관념과 직접 비교하는 비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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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관념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서 두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를

끼워넣어 직접 비교하는 형식이다

직유의 3단계

① 1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한 단어로 연결합된 직유(꽃 같은 여자 앵두같은 입술 등)

② 2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연결어에 의해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되는 직유

(꽃 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③ 3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하나의 구체적 영상이거나 한 면으로 이루어진 직유

(푸른 밤 고이 맺은 이슬같은 보람을 보일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2) 은유(암유)

(1) 은유란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조사를 끼어넣지 않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시하는 비유 (둘 이상의

말 가운데서 하나가 갖는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 다른 의미나 의미가 함축하는 뜻으로

옮겨 놓는 것)

언어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은유가 적당히 쓰이면 문체가 크게 아름다워진다

은유는 등가물을 원활하게 조명해낸다

현대시를 대표하는 표현양식이다(상징과 더불어)

구상적 언어가 추상적 사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창조자(연금술사)이다-새로운(낯설은) 은유를 만들자

(2) 은유의 요소(본질)의 원리

① 언어의 상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유의 궁극성은 바로 상충을 통한 상반의 균층을 획득하는 것)

② 언어의 긴장성을 들 수 있다

(언어의 리듬이 아닌 언어의 긴장에 의한 새로운 리듬창)

③ 언어의 긴장은 문맥을 넓히는 것

(대치론이나 비교론이 아닌 상호작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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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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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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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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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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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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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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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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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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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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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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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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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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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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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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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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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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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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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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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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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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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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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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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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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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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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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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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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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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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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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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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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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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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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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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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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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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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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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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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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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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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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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7: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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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차 시와 비유법

1 왜 비유법인가

비유란 A라는 대상(사물)을 B라는 사물(대상)과 비교해서 이해하는 표현이다

1) 비유의 당위성

- 언어는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나타내고 표현하고 지시하고자 하는 사물은 무한하므로 그 대상 사물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 여기에 비유가 있어야만 하는 당위성이 있다

- 비유는 언어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 특히 시창작에서는 비유가 필수적인 것이어서 시 자체라고까지 확대해석 할 수 있는 시어의 본질적

기능이자 원리라고 볼 수가 있다

2) 비유의 갈래

① 광의의 비유

- 문체 수사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고 문장에 변화와 정체를 더하기 위한 수사 형식

② 협의의 비유- 구상적 회화적 비유 표현으로 은유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어떤 사물이나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의미에 유추하여 표현하는 형식

3) 원관념(본의)과 보조관념(유의)

- 무언가 표현하고자 하는 본체의 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나타내기 위해서 또 하나의 사물이나

의미(관념)를 끌여들여야 비교가 성립되는데 이때 본래의 것을 원관념 또 하나의 동원된 것을

보조관념이라 한다

4) 비유를 성립시키기 위한 원리

① 비유엔 꼭 두 가지 사물과 두 가지 의미의 비유가 있어야만 한다

② 본의와 유의가 서로 이질적이어야 한다(폭력적 결합-엘리엇) (통합적 마술적 상상력에의 비유)

③ 서로 이질적인 두 사물은 어딘가에 어떤 유사성과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2 직유와 은유

1) 직유(명유)

- 두 가지 사물 또는 의미를 같이 처럼 듯이 만큼 같은 등의 연결어로 결합하여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 하나의 사물 즉 하나의 관념을 다른 사물 다른 관념과 직접 비교하는 비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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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관념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서 두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를

끼워넣어 직접 비교하는 형식이다

직유의 3단계

① 1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한 단어로 연결합된 직유(꽃 같은 여자 앵두같은 입술 등)

② 2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연결어에 의해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되는 직유

(꽃 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③ 3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하나의 구체적 영상이거나 한 면으로 이루어진 직유

(푸른 밤 고이 맺은 이슬같은 보람을 보일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2) 은유(암유)

(1) 은유란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조사를 끼어넣지 않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시하는 비유 (둘 이상의

말 가운데서 하나가 갖는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 다른 의미나 의미가 함축하는 뜻으로

옮겨 놓는 것)

언어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은유가 적당히 쓰이면 문체가 크게 아름다워진다

은유는 등가물을 원활하게 조명해낸다

현대시를 대표하는 표현양식이다(상징과 더불어)

구상적 언어가 추상적 사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창조자(연금술사)이다-새로운(낯설은) 은유를 만들자

(2) 은유의 요소(본질)의 원리

① 언어의 상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유의 궁극성은 바로 상충을 통한 상반의 균층을 획득하는 것)

② 언어의 긴장성을 들 수 있다

(언어의 리듬이 아닌 언어의 긴장에 의한 새로운 리듬창)

③ 언어의 긴장은 문맥을 넓히는 것

(대치론이나 비교론이 아닌 상호작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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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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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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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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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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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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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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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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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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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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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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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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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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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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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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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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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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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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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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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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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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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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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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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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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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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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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5 70

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6 70

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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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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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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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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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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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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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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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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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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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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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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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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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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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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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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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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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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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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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8: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28 70

- 원 관념을 보다 잘 드러내기 위해서 두 사물이나 관념 사이에 ~처럼 ~같이와 같은 조사를

끼워넣어 직접 비교하는 형식이다

직유의 3단계

① 1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한 단어로 연결합된 직유(꽃 같은 여자 앵두같은 입술 등)

② 2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연결어에 의해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되는 직유

(꽃 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③ 3단계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하나의 구체적 영상이거나 한 면으로 이루어진 직유

(푸른 밤 고이 맺은 이슬같은 보람을 보일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2) 은유(암유)

(1) 은유란

-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조사를 끼어넣지 않고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동일시하는 비유 (둘 이상의

말 가운데서 하나가 갖는 의미를 다른 사물이나 사물의 속성 다른 의미나 의미가 함축하는 뜻으로

옮겨 놓는 것)

언어의 생명은 비유에 있다

은유가 적당히 쓰이면 문체가 크게 아름다워진다

은유는 등가물을 원활하게 조명해낸다

현대시를 대표하는 표현양식이다(상징과 더불어)

구상적 언어가 추상적 사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창조자(연금술사)이다-새로운(낯설은) 은유를 만들자

(2) 은유의 요소(본질)의 원리

① 언어의 상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유의 궁극성은 바로 상충을 통한 상반의 균층을 획득하는 것)

② 언어의 긴장성을 들 수 있다

(언어의 리듬이 아닌 언어의 긴장에 의한 새로운 리듬창)

③ 언어의 긴장은 문맥을 넓히는 것

(대치론이나 비교론이 아닌 상호작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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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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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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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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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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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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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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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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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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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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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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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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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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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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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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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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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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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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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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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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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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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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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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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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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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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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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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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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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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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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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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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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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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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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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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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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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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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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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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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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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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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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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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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9: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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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치환(置煥)은유와 병치(竝置)은유

① 치환은유

- 원래의 의미를 다른 사물의 의미로 자리를 바꾸는 것(의미의 이동 전의)

② 병치은유

- 사물이나 의미에 관련없이 서로 별개의 독립성을 지닌 사물이나 존재를 동원하여 대립과 갈등으로

긴장을 유지해 나란히 자리하게 한 비유의 형식(사물이나 존재의 진열 형식 취함)

3 예시

논 개

- 변 영 로 -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나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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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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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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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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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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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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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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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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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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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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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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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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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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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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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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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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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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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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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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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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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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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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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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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2 70

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3 70

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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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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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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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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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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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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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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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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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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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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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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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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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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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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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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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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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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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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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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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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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0: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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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조사 ~보다로 이어진 직유로 된 시다

그런가 하면 애국혼을 상징하는 붉은 정절이나 의미 전환이나 전이를 그대로 볼 수가 있다

4 환유와 제유

1) 환유

- 사물의 일부로써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과 관계되는 사물 전체를 드러낸다

(본의와 유의가 서로 관련되어진 인접의 비유)

예 백의(민족)-우리 민족 태극기-한국

2) 제유

- 서로 비슷한 본의와 유의의 관계가 긴밀한 특성을 지니는 비유

(유의가 나타내는 의미나 사물이 전체의 한 부분으로서 그 부분을 전체와 대체시키는 한 방법)

예 빵-식량 푸른 눈-서양인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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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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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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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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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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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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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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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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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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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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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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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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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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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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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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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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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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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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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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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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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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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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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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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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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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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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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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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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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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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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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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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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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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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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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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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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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3 70

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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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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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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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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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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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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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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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1: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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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차 상징과 알레고리

1 상징(Symbol)이란

어떤 사물이 그 자체 이외의 다른 것을 대신하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로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

인간의 지각을 초월한 만유의 근원인 형이상적 실제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암시해

주는 표징

우연적 유사성에 의하여 다른 무엇을 대신 암시하는 그 무엇

보조 관념(유의)으로써 원관념(본의)을 드러내는 것

불가시적(不可視的)인 것을 암시하는 가시적인 것

상징의 특성

① 동일성 - 본의와 유의가 완전 결합 추이

② 암시성 - 은폐를 전제로 하고 은폐는 불확실의 모호성이나 신비성을 이름

③ 다의성 - 한 언어 속에 함의되어 있는 여러 의미 기능을 차용함

④ 입체성 - 무엇인가 형상을 만들어 세운다는 뜻

⑤ 문맥성 - 문맥에 연계를 통한 일체성 전체성으로 의미 확대 기능

⑥ 초월성 - 진실을 은폐 위장함으로써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초월성적 표현

2 전통적 상징과 개인적 상징

1) 전통적 상징(관습적 상징)

- 한 집단의 오랜 전통이나 약속이 인습에 의해 형성된 상징

(제도적 상징 인습적 상징)

예 십자가-교회 백로-순결 여성-달

2) 개인적 상징

- 개성과 독창적 의미를 지닌 상징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개인의 상징)

한 시인의 상상적 삶과 그 실제 생활에 대하여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 넣고 타당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를 취하여 수시로 반복해 나타나는 상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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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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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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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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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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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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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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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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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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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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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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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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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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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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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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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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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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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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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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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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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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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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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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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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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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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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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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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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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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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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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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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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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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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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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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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3 70

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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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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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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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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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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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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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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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2: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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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알 수 없어요

- 한 용 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발자취 얼굴 입김 노래 시 등은 lt누구gt라는 초월적 존재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일시적인 것에

대한 상징적 초월의 결합 일체로 보면 좋을 것이다

4 풍유(알레고리) 원형 상징

1) 풍유란

- 비유와 상징의 중간물적 성격을 띤 것으로 동 식물로 위장시켜 의인화해서 일대 일의 관계로 현실을

암시한다(일종의 우언(寓言)으로 사람도 등장할 수 있고 반드시 교훈적이 아니어도 괜찮다)

부조리한 현실을 비평하려 할 때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도덕적 교훈이나 인간성에 대한 비판은 현대에도 계승

2) 원형상징

- 원형은 진화 소멸되지 않는 원시형태의 어떤 사물이 갖고 있는 근원적 양상을 말한다

- 원형적 이미지란 원형상징을 의미하고 상징의 유형으로 원형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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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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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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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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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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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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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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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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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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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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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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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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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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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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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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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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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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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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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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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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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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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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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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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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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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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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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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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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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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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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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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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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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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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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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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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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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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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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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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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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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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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3: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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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의 특성

① 인류 조상들의 오랜 반복적 생활경험에서 형성된 원초적 이미지 또는 심리적 잔존물이다

② 원형은 집단의식 속의 실제적인 내용을 구성한다

③ 원형은 본능적이며 선험적인 이미지다

④ 원형은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어서 지각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의식적 영역 속에서 들어와 지각될 수

있는 것도 있다

⑤ 원형은 자연적으로 깊은 통로를 파면서 수십세기 동안 생명의 물이 흐른 장구한 수로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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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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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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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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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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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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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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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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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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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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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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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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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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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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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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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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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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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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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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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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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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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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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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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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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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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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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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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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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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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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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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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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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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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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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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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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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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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4: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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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회차 시의 언어와 리듬

1 말과 리듬의 기원

인간의 언어에는 리듬이 들어 있다

진실한 언어는 리듬이 기본이다 (기도문)

자연은 리듬의 바탕이고 생명은 리듬이다

반복됨은 곧 리듬이다(호흡 사계절 밤낮)

시작과 끝은 리듬의 단위다

의미도 규칙성을 고려하여 배열하면 리듬이 발생한다

리듬은 희열이요 영원이다

시의 언어는 음악의 처음이요 끝이다

2 심성의 기본과 표현

1) 시의 리듬(은율)

운(라임)-소리의 반복

율(미터)-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2) 인간의 감정표현은 그 기본이 리듬이다(정형시-외형률 자유시-내재율)

3) 자유시의 리듬은 시인마다 다르고 작품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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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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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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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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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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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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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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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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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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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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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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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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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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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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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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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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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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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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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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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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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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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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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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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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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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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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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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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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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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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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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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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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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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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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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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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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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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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5: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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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나그네

- 박 목 월 -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산유화

- 김 소 월 -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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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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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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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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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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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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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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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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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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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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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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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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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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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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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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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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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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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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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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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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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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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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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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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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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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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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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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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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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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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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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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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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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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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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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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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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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6: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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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4 현대시와 리듬

1) 현대인의 각박한 심성 가운데서는 율격이 거의 무너지고 있다

2) 그러나 우리는 선험적 잠재의식 중에 3음보 같은 lt평시조의 기본형gt 리듬을 갖고 있다

3) 산문이 아닌 시에는 메카니즘적 현대라 할지라도 거기엔 나름의 음악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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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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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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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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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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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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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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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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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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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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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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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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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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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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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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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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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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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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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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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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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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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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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8 70

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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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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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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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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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3 70

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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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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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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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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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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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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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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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7: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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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회차 시의 행과 연의 구분

1 시의 행과 운율 이미지

시의 행을 운율적으로 짜여져 있는 줄이라 한다

정형시에서의 시행은 시 전체를 구성하는 운율의 한 단위이다

한시에서의 구가 행이다

시조(평시조)는 3장 6구체이다

행과 연의 구별에서 이미지의 커다란 의미 효과

1) 운율의 단위

- 음수율 글자수 (34 조 44 조 75 조 등)

- 음보율 음보(foot) 수 (하늘에는 별이 형제 2 음보)

2) - 4 음보격 - 안정된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 3 음보격 - 변화와 불안의 심정을 드러내는 리듬

2 시행과 연의 구분

가는 길

- 김 소 월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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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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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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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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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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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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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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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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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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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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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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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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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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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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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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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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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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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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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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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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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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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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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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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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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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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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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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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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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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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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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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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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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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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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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8: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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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75 조)을 3 행으로 한 것은 이별의 현실적 감정이 고조된다

(복받치는 그리움으로 목에 메어서 말 못하는 심리와 갈등이 절정을 이룬다)

제 2 연(75 조 변형)에서도 차마 그냥 떠나지 못하는 행동의 갈등상과 리듬이 조화를 이룬다

제 34 연은 리듬 속도가 빨라지고 떠나야 하는 화자(까마귀 강물)의 심리를 다급하게 반영하고

있다

- 이상에서 보면 리듬이 시행을 구분하는 요인임을 알게 한다

- 형식이나 음수가 시상을 표현한다

- 리듬의 한 단위가 곧 의미의 한 단위

-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드러냄이 더 큰 문제이다

- 현대의 자유시에서는 리듬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의 한 단위 또는

이미지의 한 단락이라는 쪽에 더 치중하여 행을 끊어 쓰는 것으로 본다

3 현대 자유시와 행 연의 구분

연의 구분보다 의미나 이미지를 드러냄이 더 큰 문제다

- 박 남 수 -

나의 내부에도

몇 마리의 새가 논다

은유의 새가 아니라

기왓골을

옮아 앉는

실제의 새가 놀고 있다

쭁 쭁 쭁 을 세 시행으로 끊어 써서 기왓골을 한 이랑씩 날아서 옮아 앉는 시각적 이미지가

선명하다

독자의 감동에 가볍고 무구하며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서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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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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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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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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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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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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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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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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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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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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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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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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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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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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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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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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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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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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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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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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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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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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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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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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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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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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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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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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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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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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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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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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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9: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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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차 현대시와 형이상시

1 형이상시란

상상력에 의하여 형이상적 인식을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

관념의 시와 사물시의 각 장단점을 보완한 제 3의 타입의 시다

사상을 감각화 하는 시

사물과 관념 감각과 사상이 통합된 시

형이상시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사물에서 출발하여 다른 사물의 이미지로

연계되는 확대과정을 밟는 데 모아진다 그리하여 사상이 감각화 되고 사상의 감각화를

통해 사상이 물화 되는 과정이 곧 바탕이 된다고 보아진다

2 예시

마음의 집

- 김 현 승 -

네 마음은

네 안에 있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 안에 있다

마치 달팽이가 제 작은 집을

사랑하듯

나의 피를 뿌리고

살을 찢던

네 이빨과 칼날도

내 마음의 아득한 품 속에서

어린 아이와 같이 잠들고 만다

마치 진흙 속에 미치는

납덩이와도 같이

내 작은 손바닥처럼

내 조그만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영광을 가리울 수도 있고

누룩을 넣은 빵과 같이

아 때로는 향기롭게 스스로 부풀기도 한다

동양의 지혜로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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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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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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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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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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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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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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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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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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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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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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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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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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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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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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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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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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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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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8 70

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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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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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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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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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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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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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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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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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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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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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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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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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0: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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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것은 없는 것이다

내 마음 그 가엾음을

내 그릇에 알맞게 주려 넣은 듯

바래움의 입김을 불면 한없이 커진다

그러나 나의 지혜는 또한

풍선처럼 터지지 않을 때까지만 그것을

네 마음은

네 안에 있으나

나는 내 마음 안에 살고 있다

꽃의 아름다움은 제 가시와 살보다

제 뿌리 안에 더 풍성하게 피어나듯

위 시에서 보면 사상이 감각화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상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감각적 이미지만이 있는 것도 아닌 상보적 형상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3 형이상시의 특성

1) 사물시와 관념시의 지양

- 이미지 일변도의 사물시나 사상 일변도 관념 일변도의 관념시를 지양하고 사물을 총체적으로 보는

힘 곧 사상과 감각이 통합된 감수성의 시를 말한다

2) 기상(寄想 컨시트)

- 진귀하고 기발한 착상으로 서로 이질적인 두 이미지를 의외의 연상선상으로 결부시키는 비교의

방법이다

- 가장 이질적인 사상도 폭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3) 긴장과 총체

- 서로 상반되고 내립되며 이질적이고 모순되는 양극을 극복 결합되었을 때 긴장과 충격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4) 포괄

- 조화로운 관계설정의 결합을 위해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경우와 이를 폭력적으로 결합하는 경우

그리고 균형과 조화로 포괄하는 것

4 형이상시와 명상시

형이상시는 형이상적 인식이 있다

추상적 사상이 형이상시에서는 구체적 사물 이미지로 감각화 되고 있다

형이상시를 현대시의 방향으로 적극 발전시킨 시인은 TS 엘리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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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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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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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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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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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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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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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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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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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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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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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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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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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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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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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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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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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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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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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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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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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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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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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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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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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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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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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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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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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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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1: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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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시 주제는 생사 상스럽고 속된 것 이상과 현실 시간과 영원의 역설적 관계 등이었다고 한다

- 명상시에는 형이상적 인식의 암시가 없다

- 명상시에는 사상이 사상이나 이론으로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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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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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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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5 70

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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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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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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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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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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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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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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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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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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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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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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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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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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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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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8 70

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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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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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1 70

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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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3 70

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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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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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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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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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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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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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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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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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2: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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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차 현대시의 여러 가지 기법

1 메타 언어의 동원

1) 메타 언어란

밖으로 드러나는 의미가 아닌 안에 감추어진 뜻의 언어

축어(逐語)적 의미를 넘어선 초월의 의미 혹은 배후에 가려진 비의라 할 수 있다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현대시는 바로 메타 언어의 동원이라 할 수 있다

메타 언어는 단순히 언어에서만 성립되는 의미론적인 것은 아니다

2) 메타 언어의 기능

메타 언어는 창조의 원리가 되고 또 창조의 수단 및 매체가 될 수 있게 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 자유로움으로 사물을 재해석 재구성 재배치할 수 있게

되고 또 모든 사물을 영적 존재로 변용해 낼 수 있다

2 중층 묘사

1) 중층 묘사란

한 대상물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감각적인 표현양식에다 추상적인 표현 즉 사상의

표현을 교차 시켜 이중적으로 서술하는 방법

기존의 방법을 극복한 장점의 혼용을 통해 새 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괄의 시라고 할 수 있고 또 형이상시의 방법론적 기축이 된다고도 하겠다

2) 중층 묘사의 기능

추상(사상적 표현)과 구상(감각적 표현)을 교차시켜 묘사를 해나가야 할 것

앞으로 현대시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기법

3 객관적 상관물

① 직접적 표현이 아니고 추상적 관념을 서서히 환기할 수 있는 다른 구체적 사물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② 표현코자 한 대상의 정서를 객관적 상관물을 통하여 의도했던 세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rarr 독자는 그 암시를 풀어나가면서 점차적으로 작품세계에 동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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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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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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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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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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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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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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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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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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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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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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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4 70

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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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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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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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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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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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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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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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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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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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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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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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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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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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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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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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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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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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3: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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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과거의 시가 정서의 직접적이고 유로적인 산물이었다면 현대시에서는 객관적으로 구체적인 사물을

지시하는 가운데 간접적 정서환기를 시키는 방법이다

lt예시gt

절대 신앙

- 김 현 승 -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 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 송이를

자취도 없이 품어 줍니다

4 자동기술법

프랑스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고안해 낸 방법

자동기술법은 의식과 무의식의 여러 힘의 자동현상과 자유로운 종합을 의도한다

의식으로부터 전해오는 메시지를 그대로 기록한 것으로서 의도나 수사라든가

심미적 관심 같은 의식권의 통제를 일체 거부한다

현실의 제약이나 의식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된 무의식 세계의 자유로운 표출

의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세계 초월의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진술

심층의식 속에서의 우연한 접촉 또는 폭력적인 강제결합에 의한 이미지 집단을 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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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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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6 70

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7 70

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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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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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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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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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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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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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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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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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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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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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8 70

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9 70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0 70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1 70

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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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3 70

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4 70

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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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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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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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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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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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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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4: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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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차 주제의 명확성

1 주제(Theme)란

rarr 글 가운데서 우선적으로 으뜸이 되는 중심 사상이다

사상이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이 된다

작품의 동기(모티브)를 전개하는 기본적 이념이다

무엇을 쓰겠다고 하는 목적(항해사의 행선지)

작품의 중심과제로서 표현의 포인트(목표점)

하나의 작품 가운데서 지배하는 통일된 원리

1) 주제 설정의 요건

① 주제는 항상 새로운 의의를 내포해야 한다

② 역량에 맞는 선택의 주제여야 한다

③ 관념적 주제는 피해야 한다

④ 체험을 통한 주제여야 한다

⑤ 구체적 생활이 드러나는 인생의 새로운 의미 해석(탐구)

⑥ 제재와 소재 선택이 주제 위주여야 한다

2) 주제와 제목과의 관계

① 시 제목은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게 좋다

② 같은 주제라도 제목은 여러가지로 다룰 수 있다

③ 주제와 제목은 꼭 일치되지 않아도 된다

2 주제와 제목이 갖는 메시지성

rarr 메시지성(性)이란 한 작품이 내포하여 (독자에게) 시사한다든지 전달할려고 하는 주된 내용이나

목적의식을 일컫는다

1) 주제가 나타내려고 하는 갈래

① 인생적인 것 삶에 대한 고뇌 갈등 희락 허무 고독 신과 인간관계

사랑의 증오 생사문제 등에 문제 제기와 극복 극복하려는 것

② 사회적인 것 현실 사회의 부정 비리 고발 상황 정의 구현 등에 따른 메시지성이 강한 것

③ 정치적인 것 정치 현실에 대한 주의 주장 동조 반대 등에 시사적인 것

2) 제목과 메시지성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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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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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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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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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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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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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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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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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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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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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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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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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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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8 70

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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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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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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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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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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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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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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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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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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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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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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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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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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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5: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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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쓰는 경우

(제목이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주제를 먼저 정해 놓은 것)

② 작품을 쓰는 도중이나 완성 후 제목을 붙이는 경우

(자유로운 상상으로 주제가 바뀔 수도 있다-제목붙이기에 지나친 구속을 받지 않아도 된다)

③ 제목이 없이 일련번호나 기호(무제 실제) 따위를 붙이는 경우

(내용이나 주제에 적합한 제목이 필요 없다rarr 프랑스 시인 발레리 이상 - 오감도 등)

3 예시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주제 비둘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 사회를 비평(고발)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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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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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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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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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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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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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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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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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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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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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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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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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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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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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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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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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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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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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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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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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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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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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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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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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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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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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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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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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6: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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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기억에 남는 주제시

김소월 - 진달래 꽃 초혼 가는 길

유치환 - 바위 깃발 행복

서정주 - 화사 국화 옆에서

김광섭 - 산 성북동 비둘기 마음

김현승 - 가을의 기도 눈물 프라타나스

박목월 - 나그네 경상도 가랑잎

박두진 - 해 시인 공화국

정지용 - 향수 백록담

황금찬 - 보리고개 촛불 새

김영랑 - 내 마음 아실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 - 거울 참회록 자화상

한용운 - 님의 침묵 복종 알 수 없어요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화석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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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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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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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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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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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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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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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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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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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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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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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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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9 70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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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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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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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3 70

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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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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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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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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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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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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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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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7: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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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차 시의 구성과 단계

1 형상화란

rarr 현대시를 창작하는데 깊은 체험으로부터 일어나는 상상을 하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시는 언어를 수단 매개로 한 형상화 작업이다

이미지를 갖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감각과 마음에서 잡히는 사물의 모습 그 모습으로 표현된 것

체험을 상상력으로 하여 재생 이동 해체 결합하는 작용이다

체험lt선체험 직접(생)체험 감각체험gtrarr상상력rarr형상화lt새롭고 또 다른 변용(變容)시(作品)gt

형상화 작업은 곧 시 창작이다

정신적 관념(주관적)rarr물화(物化)(객관적)rarr이미지화

감각적 체험에 의한 사물의 회화다

관념(사상)-(주정적) rarr 물화-(객관화) 형상화

사상의 육화(肉化)-관념의 제로화(化) rarr 사상(사물)의 이미지화

2 시의 구성단계

rarr 시(문장)의 구성방법으로 특히 한시에서 적용했다

1) 기승전결(起承轉結) - 4 단구상

기 - 시상을 일으킴(흥미 유발)

승 - 이어서 발전시킴

전 - 굴리고 돌림

결 - 전체를 마무리(대단원)

2) 서부 본부 결부 - 3 단구상

서부(序部) - 시작(머리)되는 유발 전제 이유 등

본부(本部) - 집중 문제해결 모색 해법 구체화

결부(結部) - 귀결 단정(여백 상징)

그러나 현대시에서는 체험 가운데서 이미지로써의 형상화가 우선되는 것을 주지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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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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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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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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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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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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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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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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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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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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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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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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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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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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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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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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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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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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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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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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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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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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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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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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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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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8: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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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의 발상차원의 단계

rarr 일본 시인 「이토오 케이치」의 시 발상차원의 8 단계를 들어보자

보이는 것을 세밀히 보는 것 ①~④

실제 보이지는 않지만 깊이 보아야 할 것 ⑤~⑧

① 나무를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②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③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④ 나무의 잎사귀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⑤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⑥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⑦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⑧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①~④단계는 나무를 감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⑤~⑧단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는 물론이고 초월적 세계까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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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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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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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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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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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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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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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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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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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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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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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0 70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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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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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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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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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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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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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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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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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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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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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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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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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49: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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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이는 세계와 안보이는 세계-예시(例詩)

산(山)

최 은 하

사악(邪惡)을 참회하다

죽어 간 몸

짓인가

아직 그 곳에는

종교가 있기 전

전쟁보다 더 고요한 시간

자즈러져버린 목숨의

경골(硬骨)이 아니다

혈맥에는 황혼빛에 주름 주름진

메아리가 스며 흐르고 성글대는데

어느 지각에선가는 참지 못할

시뻘겋게 사무친 증언을

속속들이 사리어

지녀

억년을 두고도 서럽지 않은

고혼(孤魂)의 응집으로

화가가 눈 멀어

훗날에 빚을 조각

상(像)

너 부활의 의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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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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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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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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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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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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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6 70

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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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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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8 70

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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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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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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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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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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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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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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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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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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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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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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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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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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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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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0: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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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차 시창작의 실제

1 현실 인식의 철저

1) 사물에 대한 관찰과 명상

① 온갖 사물의 겉모양으로부터 내용 파악

② 사물의 생장과 섭생 성질 그리고 이데아 세계 섭렵

③ 생성 죽음 사후와 우리 관계(우주 안에서)

④ 체험-상상력(이미지)-형상화(구체적 사실(寫實))

⑤ 현실의 요건과 거기에 따른 인식 철저

⑥ 진실의 가치 효용 한계 미학 시간등과의 연관성

2)역사 인식과 문명 비평

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선택과 운명

② 고뇌와 갈등 그리고 희열의 의미

③ 사상(이념) 종교 가치 상생 자유 평화 관계

④ 현대 문명에 대한 비평 의식

⑤ 문화의 발전 순환 종말

⑥ 진실한 존재 탐구와 사실적 방법

⑦ 시대적 상황과 역사의식

2 관념으로부터 실념(實念)

현대시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존재의 탐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현대는 과학적 배경으로 문명을 창출했다

한 마디로 과학은 실증적 사실에 근거한다

여기에서 관념이나 추상은 쇠하고 실재 실존 실체로서의 존재를 요구하게 된다

① 관념적 이상화나 절대 초월화로부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인간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다

② 천상적 이미지(절대 초월자 신 자연 등)가 지상적 이미지(인간의 시대적 상황 인간 실존(재)의

실체)로의 반전이다

③ 관념적 해석 rarr 실념적 실재

④ 주관적 즉자성(卽自性) rarr 객관적 대자성(對自性)

⑤ 우연적 사고 rarr 필연적 사고(실제)로부터 창조적 세계(무 허무 극복)

⑥ 인간의 내면세계(관념 사유 감정 의식 감각) rarr 물화하여 존재화(확인 탐구)

⑦ 의미 rarr 사물로 구체화되어 재창조된다

⑧ 무형의 것 rarr 시각(감각)화 rarr 유형화(공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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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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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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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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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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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6 70

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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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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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8 70

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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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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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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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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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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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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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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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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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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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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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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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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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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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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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1: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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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정서로부터 도피

rarr TS 엘리엇이 시는 정서의 해방이 아니라 정서로부터의 도피다라고 한 데서 시작된 말이다

① 정서의 주관성보다 비개인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② 비개인성이란 보편적 정서가 아닌 특수한 정서라 할 수 있다

③ 상당히 이성적 해석에 의존한다고 보아진다

④ 정서적 즉자성(卽自性)을 객관적 대자성(對自性)으로 대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⑤ 정서의 객관화는 정서와 적당한 거리를 설정했을 때 파악된다

⑥ 정서의 거부나 배제가 아니라 정서의 물화(物化)다

⑦ 정서적 표출이 아니고 사물로써의 표출이다

⑧ 이미지화 형상화는 구체적 이미지로 드러낸다는 뜻이다

⑨ 정서적 요소가 감각적 요소로 대체된다

⑩ 정서의 감각화 rarr 정서의 물화 rarr 정서의 이미지화(사물화)

⑪ 정서의 직접 표현이 아닌 실감 유리로부터 실감회상 실감보수가 이뤄져야 한다

⑫ 실감의 직정적 노출이 아니라 미적 정서가 되도록 수정 보완 순화 여과를 시켜야 한다

⑬ 주정적 낭만주의의 정서적 표출을 거부한 반발이었다

4 예시(例詩)

순명(順命)

최 은 하

흘러가는 것은 흘러가게 해야지

굽이치는 것은 굽이치는 대로

멀리 비켜가는 것은 비켜가는 대로

빠르면 빠른 대로 아쉬우면 아쉰 대로

소용돌이치다 휘돌아 가면 또한 그대로

맞아가고 잊혀가고 앗아가는 것이면

모두 그대로 흘러 가게 해야지

날아 가고 숨어 가고 서둘러 가고

돌아가는 건 돌아가는 대로

떠나가는 것이면 그런 대로

놓아 주고 풀어 줘야지

제 목숨 부지하는 날로

어쩌다 얻은 아픔 지병이 되어

쇠잔해 다 하더라도

가로막는다든지 거슬려올리는 일은

원한이요 삭힘이 아니지

두고두고 서로가 환이지

안팎이 피멍으로 터지도록 부어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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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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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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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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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6 70

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7 70

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8 70

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9 70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0 70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1 70

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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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3 70

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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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5 70

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6 70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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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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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9 70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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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2: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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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를 이어 태질하는 일이지

사위어 가고 시들어 가는 건 그대로

착각의 비늘 벗어버리고

가게 해야지 흘러 흘러 가게 해야지

장승으로 버티어 서 있으면

그대로 삭아 고운 흙이 되든지

날벼락을 맞아 스러지든지

거기 그대로 남아 잠깐 머무르게 하고

끝끝내 매잡아 두고 싶은 무엇이라도

시방은 고이 가려 가려내어

돌아 가게 버려 줘야지

흘러 가게 풀어 놓아 줘야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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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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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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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6 70

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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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8 70

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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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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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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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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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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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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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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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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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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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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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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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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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3: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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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차 시창작의 실제(II)

1 체험에서 이미지로

① 시는 감정이 아니라 진실로 체험이다(라이나 마리아 릴케)

② 현대시의 성립조건은 이미지의 형상화요 그 이미지는 곧 체험의 바탕에서 떠오른다

③ 체험은 감각이나 지각 작용으로부터 깨달아 갖게 되는 내용이다

④ 체험 rarr 이미지 성립 rarr 재구성 현대시

⑤ 체험시론(詩論)은 주관적 사물의 해석이 아니고 객관적 사물의 지적middot감각적 해석이다

⑥ 체험중에서도 감각적 체험의 산물이 이미지다

⑦ 감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기관감각등이 있다고 하겠는데 현대시에서는 그 중에서도

시각적 감각을 중시한다

⑧ 시각적 감각 rarr 시각적 이미지 rarr 공간적 회화성(시작품)

2 절대 이미지와 무의미시

① 사물시를 형상화할 때 관념이나 의식을 배제해 버리고 무의미한 기호로 제시하거나 이것을 서로

대립 시키는 방법이다

② 관념 의미가 배제된 순수한 사물의 이미지로서 관념의 제로화의 시를 형상화할 수 있다

③ 관념은 원래 의미의 결정체인데 여기에서 의미를 제거해버리고 나면 사물자체의 절대 이미지만 남게

된다

④ 관념 이전의 사물 세계 사물 그 자체일 때 비로소 순수에 이르게 되고 거기 절대 심상에 다다른다

⑤ 절대 이미지는 무의미시를 탄생시키는데 이는 새로운 의미의 창조라 할 수 있다

⑥ 무의미시는 언어의 지시기능을 그대로 꼭 배제하는 게 아니고 기존 관념이 아닌 새로운 의미로

탄생한다는 뜻이다

⑦ 현대시는 체험시론으로부터 이미지즘 시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절대 이미지화하는 방향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사실(事實)에서 변용(變容)으로

① 19 세기 낭만주의 시를 관념과 직정의 노출미학 이라 할 수 있다면 20 세기 시는

은폐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② 노출시법은 시인의 사상 감정을 직접 토로하여 메세지화한 의미전달이다

③ 은폐시법은 관념이나 정서를 감추고 이미지로 바꾸어 형상화하는 방법이다

④ 낭만주의 시는 천성(天性)적 청각적시라고도 했으나 현대시는 감각(그 중에서도 시각적)적

회화적으로 변혁해 왔다

⑤ 현대시는 직접적 표출을 감추고 다른 수단(변용)을 동원하여 보이게 하는 작시법이다

⑥ 은폐에는 변용 치환 역설 반어 풍자 언어유희 등의 아이러니로써 적극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⑦ 변용에는 비유(은유)나 상징 아이러니 객관적 상관물 발견이 있다고 할 수 있다(수사적 측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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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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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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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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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8 70

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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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0 70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1 70

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2 70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3 70

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4 70

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5 70

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6 70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7 70

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8 70

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9 70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70 70

Page 54: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4 70

⑧ 변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치환 환기 전이등의 비틀어짜기 낯설게 쓰기 모자이크 짜집기(꼴라주

기법) 등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⑨ 현대시는 변용의 미학이다

⑩ 변용의 미학은 일종의 아이러니 표출로 볼 수 있다

⑪ 현대시법에서 진실을 은폐 rarr 상징적 역할 진실을 암시적 드러냄 rarr 은유적 성질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4 예시

왕십리 안개

최 은 하

날이 훤히 든 진포리 하오의 반공엔

솔개 하나 맴을 돈다

비끼는 구름 저 편에서

거의 날마다 까마득히

높이 떠 무일 지키는 것이겠지

한가롭지만은 않다

어쩌다가 잘 못 날아든

한 마리 나비는 아직도

무우 배추나 미나리밭을 기억해 찾는 걸까

두리번거리지 않아도 곳곳엔

말뚝이 박혔던 자리

별이지 않은 삼김이 어디 있는가

그 별들은 갖가지 제 운행과 반짝임으로 사위어가고

그런 날이면 조석으로 자욱한 안개가 돌아 내려

지척을 헤아릴 수가 없다

매어 사는 발길로

떠나지 못하는 왕십리(往十里)

휘젓는 목에 물음만 첩첩 막히고 쌓여

누군가 무얼 짚어 살피느라 숨이 가쁘다

진포리지금 서울 왕십리 기차 역앞 마을의 옛 이름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5 70

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6 70

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7 70

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8 70

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9 70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0 70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1 70

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2 70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3 70

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4 70

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5 70

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6 70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7 70

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8 70

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9 70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70 70

Page 55: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5 70

20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촛 불

황 금 찬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 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 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6 70

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7 70

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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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8 70

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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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9 70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0 70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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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1 70

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2 70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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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70

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4 70

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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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70

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6 70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7 70

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8 70

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9 70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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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시

감 꽃 middot Ⅰ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홍 윤 숙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어디선가 시나브로 해 지는 소리 들려

을지로 퇴계로 한남동 고개에서

한강 서강 샛강 건너에서

지는 해 댕댕댕 우는 소리가 들려

가슴에 새 한마리

덩달아 부엉부엉 우는 소리가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꽃을 바라보노라면

사방에서 뚝뚝뚝 해 지는 소리 들려

동서남북 어디서나 지는 소리만 들려

이 근래 나의 귀엔

지는 소리만 들려

눈 감고 지는 소리 듣고 있노라면

무척 아름다운 세상 하나가

쟁쟁쟁 피리 불며 떠나는 소리 들려

감꽃 지는

감나무 밑에서

지는 감곷을 바라보노라면

이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보슬보슬 빗발 되어

저 먼 나라로 떠나는 소리 들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7 70

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8 70

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9 70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0 70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1 70

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2 70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3 70

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4 70

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5 70

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6 70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7 70

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8 70

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9 70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70 70

Page 57: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7 70

3 예시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겠네

저것 봐 저것 봐

너보다도 나보다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겠네

4 예시

꽃 잎

황 송 문

내가 바라볼 때 너는 피어났고

내가 외면할 때 너는 시들었다

나의 눈길에 너는 불이 붙었고

나의 손길에 너는 악기처럼 소리를 내어

꿀벌들을 불러 모았다

네가 잉잉거리는 벌떼들을 불러들일 때

별은 빛나고

내가 너의 꿀물에 젖을 때

달은 부끄러워 했다

네가 피어날 때 나는 살고

네가 시들 때 나는 죽었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8 70

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9 70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0 70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1 70

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2 70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3 70

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4 70

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5 70

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6 70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7 70

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8 70

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9 70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70 70

Page 58: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8 70

21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IⅠ)

1 예시

저녁에

김 광 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 예시

박 두 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네가 오면 네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59 70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0 70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1 70

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2 70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3 70

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4 70

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5 70

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6 70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7 70

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8 70

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9 70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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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59: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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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helliphellip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뙤고 고은 날을

누려 보리라

3 예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로이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 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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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1 70

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2 70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3 70

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4 70

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5 70

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6 70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7 70

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8 70

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9 70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70 70

Page 60: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0 70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4 예시

불 꽃

최 은 하

불꽃들이 타오른다

깊은 어둠의 마지막을 모여 춤을 추나

합창의 노래는 여울을 이루다가

별이 되어 떠오른다

이 시간은 누구나 눈을 감고

숙연히 팔을 치켜 벌린다

저마다 되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은

추억으로 남고 훗날엔

회상으로 번지어 이야기가 된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떠도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다가

한점 불티로 삭아 흩날리는가

물음은 물음의 사슬로 엮어지고

누구던가 아련히 기억은 멀어지기만 한다

가슴 깊숙이 타오르던 불꽃은

무거운 그림자 떨쳐버리고

이제야 차지한 자유로움으로

하늘 향해 훨훨 날아드는구나

손짓하여 부르거나

무슨 수작의 시늉일랑 하지 말아라

바람따라 들어올리는 그 모습은

제대로의 완성일지니

불꽃의 환상은 가까이 별로 뜨고

별들은 사람의 머리 위에 자리한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1 70

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2 70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3 70

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4 70

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5 70

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6 70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7 70

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8 70

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9 70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70 70

Page 61: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1 70

22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Ⅰ)

1 예시

고 향

정 지 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2 예시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2 70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3 70

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4 70

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5 70

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6 70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7 70

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8 70

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9 70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70 70

Page 62: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2 70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3 예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ㅎ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내 마음의

김 영 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3 70

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4 70

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5 70

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6 70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7 70

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8 70

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9 70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70 70

Page 63: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3 70

4 예시

연기(煙氣)

최 은 하

남김 없이 형상을 태워버리고

소소(簫簫)로히 하늘로 닿은 비원(悲願) -

저 손길을 보아라

학대의 깊은 골짜기일수록

타오르던 꿈은

이제 다리(橋)놓아

찬란히 건넨다

마음에도 없는 교통(交通)

한 오라기 좁은 길을 지켜가고저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그립던 고요함도 끝났다

그래 그 얽히고 설킨 연유로 하여

너와 내가 주고 받은 건 무엇이었는가

언젠가는 모두가

환원의 향연으로 자리 할

타고 난 목숨의 지점(趾點)에서

아무런 채색도 없이 끝내 공간을 채우려드는

욕(慾)이라고만 말아라

저 외로운 합창

최후를 들어(聞)

보아라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4 70

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5 70

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6 70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7 70

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8 70

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9 70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70 70

Page 64: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4 70

23 회차 심상(心象)의 실상 (Ⅱ)

1 예시

무제(無題)

문 덕 수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를

오늘은 철쭉꽃이 보고

그 철쭉꽃이 시들어 이운지

천년이 지난 오늘엔

그 절벽의 소나무가 보고

그 소나무가 말라 죽은 지

또 천년이 지난 오늘엔

낙낙(落落) 가지를 찾아온 학(鶴)이 보고

그 학이 자취를 감춘 지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먼 바다 끝을 넘어온 갈매기가 보고

그 갈매기가 돌아간 지

또 다시 천년이 지난 오늘엔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있는

바위가 스스로 제 모습을 보면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5 70

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6 70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7 70

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8 70

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9 70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70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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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5 70

2 예시

가을날

라이나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길을 헤맬 것입니다

3 예시

가지 않는 길

R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전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볼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6 70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7 70

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8 70

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9 70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70 70

Page 66: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6 70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4 예시

꽃뱀 울음

최 은 하

윤기 넘치는 맨살로

뙤약볕길 한나절을 기거나

며칠토록 또아리져 앉아서도

머리 하늘 향하여

울음 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달래주는 이 없다

한 줄기 바람기도 머얼리 비켜 날 뿐

징허기만한 살무늬라 곱기만 하다

몰래 숨은 자리로만 찾아들어

천벌을 달게 받아 살며

눈빛 서러이 굴리고

이빨 끝에 독을 모아뿜어

바라는 하늘빛은 푸르러 사무친다

무어라 이를 말 다 못해

날름거리는 혓바닥은

이제 탈대로 타버려 검기만 한

속으로 울다 울다가

하루씩 지내넘기는 평생이다

피멍울음에 그 무슨 말을 붙이랴

소리죽여 꺾이는 울음에 무얼 보태랴

어이 할 수 없이 사린 몸매에

달빛만 요기롭구나

이 땅 어느 기숡에선가

뱀딸기 한 숭어리 탐스럽겠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7 70

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8 70

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9 70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70 70

Page 67: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7 70

24 회차 심상(心象)과 형상

1 예시

복 종

한 용 운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2 예시

봄 비

이 수 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겄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 겄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겄다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8 70

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9 70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70 70

Page 68: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8 70

3 예시

눈 물

김 현 승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helliphellip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 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 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69 70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70 70

Page 69: 현대시 창작 · 2017-05-27 ·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4 / 70 3.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 1) 탐구자나 새로운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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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구비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4 예시

그리운 중심(中心)

최 은 하

그리웠다 오늘도 떠돌면서

중심을 잡으려 중심이 그립기만 했다

만 천길로 공전의 속력에 갇혀

우리의 별은 현기증으로 들떠있고

흔들리지 않는 무엇이 어디 있으랴

명확해 보이는 것일수록 헤매도는 허공에서

끝내 그리운 손길과 눈빛은 중심이었다

어디서나 교차점 한 가운데

매인 중심의 자유여

언제나 자유는 그물코 안에만 있는가

그 풀기 어려운 끈이기에 사람들은

자유를 찾아 좇는 불나비인가

십자(十字)의 상징이여

그리움으로 하루의 아침부터 밤까지

지친 육신을 허우적이다가

제 위치로 돌아와 허탈하는

나와 이웃들의 생살 껍질벗기 --

애간장 녹여 부르는 노래만 절절히

중심으로 모아져 빛살을 내뿜고

거기 그 자리 그 시간에

실명(失明)으로 나는 어둠을 살고

그리움의 성(城) 쌓기는 그적지 멀기만 하다

오늘도 그리워라 그리운 중심이여

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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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변화가 시작되는 곳

최은하의 현대시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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