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현안,시장에70%맡기고정부는20%만개입해야돲 - yons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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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대 연세대 신임 총장으로 선임된 정갑영 경제학부 교수가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캠퍼스 연구실에서 한국 경제의 미래와 사회 복지, 교육 정책 및 학교 운영 방안 등에 대한 소신을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표명하고 있다. 연수기자 nyskim@ 10문10답 돥 돳神입자돴 힉31 돳反푸틴 앞돴 러 중산층 33 29 제6018호 2011년 12월 16일 금요일 녪인터뷰를 위해 정갑영(60) 연세대 차기 총장을 만난 지난 6일 만 해도 그의 정확한 교내 위상은 돳총장 인준 확정자돴였다. 그 러다 8일 후인 지난 14일 정 교수는 대학 재단이사회로부터 내 년 2월 임기를 시작하는 차기 총장으로 정식 선임됐다. 서울 서 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캠퍼스 연구실로 정 교수를 찾아갔을 때 그의 시선은 10년 뒤, 20년 뒤 대한민국의 미래에 놓여 있었다. 곀경제학자로 한길을 걸어오셨는데, 지금까지 견지해 온 경 제 철학이라면 어떤 걸까요. 돱전 경제 문제가 100개가 있다면 정부가 직접 개입해 해결할 수 있는 건 10∼20개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에서 해결하는 것이 70개 정도 되고요, 나머지 10∼20개는 정부든 시 장이든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자면 완전 고 용, 인플레, 공황 같은 것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이죠.돲 곀의외로군요. 교수님은 시장주의자인 줄로만 알았는데, 시 장이 대부분 해결하는 게 아니네요. 돱거꾸로 저는 정부가 하나하나 개입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걸 말씀드린 겁니다.돲 보통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돳정부 개입 중시돴냐 돳시 장 역할 중시돴냐에 따라 진보와 보수로 나뉜다. 경제에 위기가 닥치면 시장에서 정부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다가 부작용 이 생기면 다시 시장으로 온다. 사회 경제적인 변동에 따라, 혹 은 역사적인 상황 변화에 따라 경제의 시계추는 안정적일 수만 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 정 교수의 강조점은 경제 문제 해결의 주체는 시장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데 있었다. 돱우리나라도 최근 경제 위기 이후 시장보다는 정부 쪽으로 시 계추가 이동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나중에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요. 시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시장에 맡겨 두고 시장에서 되지 않는 것을 정부에서 제한적으로 도와줘야 하는 데, 주(主)와 부(副)가 너무 많이 바뀌면 부작용이 따르게 됩니 다. 요즘 그리스를 비롯해 유럽을 뒤흔드는 경제 위기도 결국 이런 맥락에서 이해를 해야 합니다. 특히 선거 같은 정치 과정 을 맞게 되면 더더욱 그렇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돲 정 교수가 한국 최고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사립대 차기 총장 이전에 경제학자로서 걱정하는 것은 바로 돳경제의 정치화돴 문 제였다. 돱경제가 정치화하면 돳표돴가 많이 가는 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어요. 무상 복지 같은 게 그런 겁니다. 경제 정책이 그 렇게 가는 건 길게 보면 우려스러운 일이죠. 당장은 효과가 있 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말입니다.돲 정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된 전력 요금 문제도 도마 위에 올렸 다. 돱전력 요금을 보세요. 경제적 해결 방법으로 보면 가격이 비 용을 커버해야 되는데, 정치적 의사 결정을 하다 보니 그동안 가격이 비용보다 낮았던 겁니다. 전기가 싸니까 너도나도 펑펑 쓰고요. 수요돚공급을 컨트롤하기 어려워지는 거죠. 보십시오. 벌써 문제가 됐지만 올겨울에도 다시 문제로 떠오를 겁니다. 전 기 요금이 비싸면 어려운 계층이 문제가 되겠지만 그런 건 사회 정책으로 보존을 해야 할 것입니다.돲 곀교수님이 지적하셨지만 경제의 정치화는 특히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더 심해지는 형국인데요. 우리나라 경제의 정치 화 정도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십니까. 돱굳이 비율로 말하자면 대한민국 경제의 정치화 비율은 한 60 ∼70%쯤 돼 보입니다. 심각한 상황이에요. 시간이 지날수록 문 제는 그 속도가 늘어납니다. 눈덩이처럼 말이죠.돲 정 교수는 유쾌한 달변가다. 강단이 느껴지면서도 깊이가 있 고 온화한 스타일이다. 뜨거운 쟁점이 되는 이슈들과 관련한 신 념을 밝히는 대목에선 열변이 이어진다. 돱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습니까. 무상 급식요? 한쪽이 공짜면 어디에선가 누군가가 그걸 물어내야 하는 겁니다. 경제를 풀어 가기 위해서는 시장 메커니즘에 맡겨 두고 추후 발생하는 문제는 별도의 사회 정책 으로 해결하는 식으로 가야 합니다.돲 곀하지만 시장 메커니즘에만 맡겨 놓기에는 현존하는 양극화 의 문제가 너무 심각합니다. 이것을 조율하는 데 일정 부분 정 치의 역할이 필요한 것 아닐까요. 정 교수는 양극화 문제 해결의 해법을 정부가 아닌 교육에서 찾았다. 양극화, 특히 빈곤이 세습되지 않아야 하고, 그러기 위 해서는 소외계층에서 좋은 교육을 통해 신분이 이동할 수 있어 야 하는데 그걸 담당하는 게 교육이란 논리다. 돱예를 들어 우리가 자랄 땐 돳개천에서 용 난다돴고 하지 않았 나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기대하기가 상당히 어렵게 되고 있습니다. 지금의 교육 제도가 그렇게 돼 있는 겁니다. 예전처 럼 지방 사람들이 지방의 명문 고등학교를 통해 좋은 대학에 갈 기회는 줄어들었고 모두 서울 강남으로 보내야 신분 상승 기회 가 생깁니다. 평준화 정책이 고교 자체를 평준화하는 데는 성공 했을지 몰라도 과거와 같은 신분 상승 기회는 오히려 줄어 버렸 습니다.돲 곀시장의 역할, 정부 개입의 최소화, 교육의 중요성 등을 말 씀해 주셨습니다. 케인스 쪽도 아니고 하이에크 쪽이라고 볼 수 도 없고…. 돱하이에크는 지나치게 시장주의적이죠. 그것보단 정부의 역 할을 조금은 인정하는 쪽이고요. 구태여 말하자면 요즘 유행하 는 자본주의4.0의 정신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요.돲 는 돳경제의 정치돴 심각 무상복지 돚 전기요금 등 대표적 내년 양대선거 앞두고 화 우려 主와 副가 바뀌면 부작용 커유럽 위기도 이런 맥락서 발생 30면에 계속 경제 현안, 시장에 70% 맡기고 정부는 20%만 개입해야돲 연세대학교 총장 선임된 정갑영 경제학 교수 인터뷰 = 허민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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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경제현안,시장에70%맡기고정부는20%만개입해야돲 - Yonsei ...web.yonsei.ac.kr/kyjeong/2015/media_doc/munhwa_111216.pdf생합니다. 대통령이인사를 하는 것도혈연,

제17대 연세대신임총장으로선임된정갑영경제학부교수가서울서대문구신촌동연세대캠퍼스연구실에서한국경제의미래와사회복지,교육정책및학교운영방안등에대한소신을부드럽지만단호한어조로표명하고있다. 김연수기자 nyskim@

10문10답 돥 돳神의 입자돴힉스 31 돳反푸틴 앞장돴러 중산층 33

29제6018호 2011년 12월 16일 금요일

녪인터뷰를 위해 정갑영(60) 연세대 차기 총장을 만난 지난 6일

만 해도 그의 정확한 교내 위상은 돳총장 인준 확정자돴였다. 그

러다 8일 후인 지난 14일 정 교수는 대학 재단이사회로부터 내

년 2월 임기를 시작하는 차기 총장으로 정식 선임됐다. 서울 서

대문구 신촌동 연세대 캠퍼스 연구실로 정 교수를 찾아갔을 때

그의 시선은 10년 뒤, 20년 뒤 대한민국의 미래에 놓여 있었다.

곀경제학자로 한길을 걸어오셨는데, 지금까지 견지해 온 경

제 철학이라면 어떤 걸까요.

돱전 경제 문제가 100개가 있다면 정부가 직접 개입해 해결할

수 있는 건 10∼20개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에서

해결하는 것이 70개 정도 되고요, 나머지 10∼20개는 정부든 시

장이든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자면 완전 고

용, 인플레, 공황 같은 것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이죠.돲

곀의외로군요. 교수님은 시장주의자인 줄로만 알았는데, 시

장이 대부분 해결하는 게 아니네요.

돱거꾸로 저는 정부가 하나하나 개입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걸 말씀드린 겁니다.돲

보통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돳정부 개입 중시돴냐 돳시

장 역할 중시돴냐에 따라 진보와 보수로 나뉜다. 경제에 위기가

닥치면 시장에서 정부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다가 부작용

이 생기면 다시 시장으로 온다. 사회 경제적인 변동에 따라, 혹

은 역사적인 상황 변화에 따라 경제의 시계추는 안정적일 수만

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 정 교수의 강조점은 경제 문제 해결의

주체는 시장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데 있었다.

돱우리나라도 최근 경제 위기 이후 시장보다는 정부 쪽으로 시

계추가 이동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나중에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요. 시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시장에 맡겨 두고

시장에서 되지 않는 것을 정부에서 제한적으로 도와줘야 하는

데, 주(主)와 부(副)가 너무 많이 바뀌면 부작용이 따르게 됩니

다. 요즘 그리스를 비롯해 유럽을 뒤흔드는 경제 위기도 결국

이런 맥락에서 이해를 해야 합니다. 특히 선거 같은 정치 과정

을 맞게 되면 더더욱 그렇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돲

정 교수가 한국 최고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사립대 차기 총장

이전에 경제학자로서 걱정하는 것은 바로 돳경제의 정치화돴 문

제였다. 돱경제가 정치화하면 돳표돴가 많이 가는 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어요. 무상 복지 같은 게 그런 겁니다. 경제 정책이 그

렇게 가는 건 길게 보면 우려스러운 일이죠. 당장은 효과가 있

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말입니다.돲

정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된 전력 요금 문제도 도마 위에 올렸

다. 돱전력 요금을 보세요. 경제적 해결 방법으로 보면 가격이 비

용을 커버해야 되는데, 정치적 의사 결정을 하다 보니 그동안

가격이 비용보다 낮았던 겁니다. 전기가 싸니까 너도나도 펑펑

쓰고요. 수요돚공급을 컨트롤하기 어려워지는 거죠. 보십시오.

벌써 문제가 됐지만 올겨울에도 다시 문제로 떠오를 겁니다. 전

기 요금이 비싸면 어려운 계층이 문제가 되겠지만 그런 건 사회

정책으로 보존을 해야 할 것입니다.돲

곀교수님이 지적하셨지만 경제의 정치화는 특히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더 심해지는 형국인데요. 우리나라 경제의 정치

화 정도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십니까.

돱굳이 비율로 말하자면 대한민국 경제의 정치화 비율은 한 60

∼70%쯤 돼 보입니다. 심각한 상황이에요. 시간이 지날수록 문

제는 그 속도가 늘어납니다. 눈덩이처럼 말이죠.돲

정 교수는 유쾌한 달변가다. 강단이 느껴지면서도 깊이가 있

고 온화한 스타일이다. 뜨거운 쟁점이 되는 이슈들과 관련한 신

념을 밝히는 대목에선 열변이 이어진다. 돱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습니까. 무상 급식요? 한쪽이 공짜면 어디에선가 누군가가

그걸 물어내야 하는 겁니다. 경제를 풀어 가기 위해서는 시장

메커니즘에 맡겨 두고 추후 발생하는 문제는 별도의 사회 정책

으로 해결하는 식으로 가야 합니다.돲

곀하지만 시장 메커니즘에만 맡겨 놓기에는 현존하는 양극화

의 문제가 너무 심각합니다. 이것을 조율하는 데 일정 부분 정

치의 역할이 필요한 것 아닐까요.

정 교수는 양극화 문제 해결의 해법을 정부가 아닌 교육에서

찾았다. 양극화, 특히 빈곤이 세습되지 않아야 하고, 그러기 위

해서는 소외계층에서 좋은 교육을 통해 신분이 이동할 수 있어

야 하는데 그걸 담당하는 게 교육이란 논리다.

돱예를 들어 우리가 자랄 땐 돳개천에서 용 난다돴고 하지 않았

나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기대하기가 상당히 어렵게 되고

있습니다. 지금의 교육 제도가 그렇게 돼 있는 겁니다. 예전처

럼 지방 사람들이 지방의 명문 고등학교를 통해 좋은 대학에 갈

기회는 줄어들었고 모두 서울 강남으로 보내야 신분 상승 기회

가 생깁니다. 평준화 정책이 고교 자체를 평준화하는 데는 성공

했을지 몰라도 과거와 같은 신분 상승 기회는 오히려 줄어 버렸

습니다.돲

곀시장의 역할, 정부 개입의 최소화, 교육의 중요성 등을 말

씀해 주셨습니다. 케인스 쪽도 아니고 하이에크 쪽이라고 볼 수

도 없고….

돱하이에크는 지나치게 시장주의적이죠. 그것보단 정부의 역

할을 조금은 인정하는 쪽이고요. 구태여 말하자면 요즘 유행하

는 자본주의4.0의 정신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요.돲

票만 좇는돳경제의 정치化돴심각

무상복지돚전기요금 등 대표적

내년 양대선거 앞두고 악화 우려

主와 副가 바뀌면 부작용 커져

유럽 위기도 이런 맥락서 발생

곍30면에계속

돱경제 현안, 시장에 70% 맡기고 정부는 20%만 개입해야돲

연세대학교 총장 선임된

정갑영 경제학 교수

인터뷰=허민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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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제6018호 2011년 12월 16일 금요일 녡녢녣녤

한미 FTA 갈등도 신뢰의 문제

정부돚공적기관 발표도 안믿어

장기적으론 교육에 대한 투자가

최고의 복지정책이자 고용정책

신뢰 구축을 위한 방법은

돱합리적 소통돚열린 네트워크 향한 노력서 출발해야돲

녪정 교수가 요즘 고민하는 주제는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

해가장필요한게 무엇인가하는 것이다.

정 교수는 그 대답을 돳신뢰돴에서 찾았다. 그는 한국 경

제와 사회가 한층 더 높은 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돳신뢰

의 구축돴이 요구되며, 신뢰야말로 물적 자본과 인적 자본

에 이은 돳제3의 자본돴이자 사회적 자본의 토대라고 역설

했다.

돱왜냐고요? 신뢰가 없으니 온갖 정치 사회적 비용이 발

생합니다. 대통령이 인사를 하는 것도 혈연, 지연, 학연

네트워크고요, 대기업 집단이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도 핏

줄 세습 아닙니까. 정치권에 대한 신뢰, 사회적 신뢰가 부

족해 생기는 비용이 굉장히 많아요. 신뢰가 구축되는 사

회에서는 이런 불필요한 비용이 사라집니다.돲

곀신뢰 부재가 경제 구조의 왜곡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돱물론이죠. 기본적인 신뢰가없으니갈등이많습니다. FT

A 같은문제가다 그런 것 아닌가요. 아무리정부와공적기

관에서발표해도못믿겠다는 거죠.돲

정 교수는 신뢰 구축을 위해 필요한 요소라며 돳사소한 약

속지키기돴, 돳공정한법 집행돴, 돳시민리더십교육돴, 돳열린네

트워크를 향한 노력돴, 돳합리적 소통을 통한 사회 갈등의 해

결돴등을일일이손가락으로꼽았다.

10년후 대학 입학인원 30% 줄어

사립대 재정구조 취약성 못면해

돳3不정책돴중 기부입학은시기상조

고교편차인정…본고사는자율로

곀대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는어떻게 평가합니까.

돱내 생각엔 우리 대기업이

그동안성장하고발전하는 과정에대해국민들이아직

따뜻하게 보고 있지 않습니다. 대기업의 역할이 크고

경제 성장에서 한 일이 많은데도 파급 효과가 과거보

다 적어서 그런지 대기업 정서에 대한 비판 분위기가

많아요. 대기업은대기업대로 사회적책임을지금보다

강화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우리 국민들도 대기

업이국내에서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합

니다. 대기업이 국내 고용이나 성장에 기대만큼 역할

을 하지못하고있는 것이사실이지만, 이는 우리사회

의 환경 변화 탓도 있어요. 임금은 높고, 규제는 많아

지고…. 대기업이 해외로 나가니까 사회 파급 효과는

적어지는 거죠. 대기업에 애국심만 강요할 수는 없습

니다. 대기업도 국내에서 사회적 책임을 충분히 지는

방향으로 가야 하고, 국민은 국민대로 대기업이 기업

활동을 잘하도록 토양을 만들어줘야합니다.돲

곀말씀을 들어 보니까 교수님은 돳조화론돴자 같다는

느낌입니다.

돱어쨌든 하이에크쪽은 아닙니다. 하하하.돲

정 교수는 연세대에서경제학을 전공하고미국 펜실

베이니아대와 코넬대를 거치면서 산업 조직을 공부했

다. 박세일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과이주호교육과

학기술부 장관도 돳코넬 스쿨돴이다. 코넬대는 미국 명

문사립대그룹인 아이비리그중에서도가장자유로운

대학이다. 이같은 학문풍토가정교수의정체성에영

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지만 정 교수는 자신을 리버

럴리스트와 같은 반열에 놓는 걸 거부한다. 돱굳이 얘

기한다면전중도우파정도아닐까요.돲

곀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안 처

리는어떻게 평가합니까.

돱FTA는 바람직한 겁니다. 경제적으로 보면 이렇습

니다. 모든 거래는서로이익이있어야성사됩니다. 이

익이없으면, 일방이안하겠다면성사가안되는 거예

요. 그게 경제학의기본이에요. 자유 무역은한국에이

익이 되는 제도입니다. 그것을 반대하는 건 거래 활성

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거든요. 대신 일부 피해를 볼

수 있는 품목이나 산업을 보조하고 국내 산업 보호 장

치를 많이만드는 게정부의할 일이겠죠. 하지만 분명

한것은 그걸 다 하고도우리에게 남는이익은 클 것이

라는 사실입니다.돲

정 교수는 투자자돚국가소송제도(ISD)다 사법권 논

쟁이다하는데우리에게이익이더클것이라는점은경

제적으로명확하다고거듭강조했다. 을사늑약이런 식

으로평가하는건 돳너무멀리간것돴이라는말도함께.

곀부자증세정책은 필요한건가요.

돱이렇게 보는 게 좋겠군요. 지금의 조세 구조는 기

본적으로 부자 증세를 논할 구조가 안 됩니다. 현재의

소득 구간이설정된지너무 오래됐거든요. 이미십 몇

년 이상 돼 그때와는 경제 구조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

에그 구간을 조절해줘야된다고봅니다. 소득 구간은

더 올리되 일정 구간 이상의 사람들에겐 세금을 더 많

이내도록 세율을 함께 올리는 것도한방안입니다. 미

국의 경우 세율 구간이 물가에 따라 매년 조정되는데

그걸 벤치마킹할 필요가있습니다.돲

쏟아 내는 질문에 막힘 없는 답변이 이어졌다. 대화

주제를 정치 쪽으로 옮겼다. 내년 대선의 화두를 묻자

돳복지와 고용돴이란 답이 돌아왔다. 돱고용은 제가 보기

엔 쉽게해결되기어렵게 돼 있어요. 음…실은복지도

쉽진 않아요. 좀 더 개인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즉 일할 기회를 만들어 준다든가 하는 게 필요하거든

요. 결국복지정책이교육에대한지원을 확대하는 방

향으로 갔으면하는데….돲

교육의확대와복지를 연계하는정책을 내놓은대권

주자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정 교수는 돱장

기적으로 보면 각 개인의 부가 가치나 잠재력을 높이

는 것은 교육인 만큼 교육이 최고의 복지 정책이자 고

용정책이란소신을 갖고있다돲고목소리를 높였다.

곀내년 대선 주자 중에 마음에 드는 인물이 있습니

까.

돱글쎄요…. 전정치는 좀…. 하하.돲

곀불현듯 등장해서 지지율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돳안철수 현상돴은어떻게 보십니까?

돱그의 인기는 변화, 소통, 기성 정치에 대한 불만,

이런 게 반영된 현상아닐까요.돲

곀안교수가경제는 잘할까요.

돱잘 모르겠어요. 그에 대해 제가 아는 것은 v3바이

러스 체크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말씀은 드릴

수 있습니다. 돳경제적 시간돴이란 관점에서는 최근 1년

동안의 변화가 과거 10년 동안의 변화처럼 빨리 흘러

가지 않습니까. 어른과 아이들의 격차가 20~30년이라

고 보고 이를 반영하면 200~300년 차이가 되죠. 기성

세대가젊은 세대를이해하려는노력이필요한때라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돲

정 교수는 10월중순 12명가운데한명으로차기총

장 경쟁에 나선 뒤 재단이사회의 후보 압축과 후보 지

명, 교수평의회의 인준 투표 등을 거쳐 두 달 만인 지

난 14일 재단이사회에서 차기 총장에 선임됐다. 연세

대가 비(非)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한 건 23년 만의 일

이다. 적어도 권위주의 군사 정부 시절에는 총장 직선

제가 대학 민주화의 한 요소로 이해됐지만 지금은 비

효율과 낭비, 심지어 분열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

는 실정이다.

돱직선제 때엔 아무래도 후보자들 간의 과열이나 인

기 영합주의 같은 문제가 있었죠. 유권자가 오랫동안

폐쇄된 조직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직선제가

끝나고도 부작용이 많았습니다.돲 정 교수는 대학가의

총장 직선제 폐지 추세를 하나의 발전적인 흐름으로

보고 있었다. 돱대학의 거버넌스, 즉 지배 구조가 선진

화되는 쪽으로가는 거 아닌가합니다. 과거정치의민

주화와 맞물려 직선제가 이어져 왔는데, 이제 총장 직

선제는 선진국엔 없어요. 그렇다고 대학 민주화 정신

이죽는 게 아닙니다. 이번에저희대학의차기총장을

뽑는 과정에서동문, 학부모, 교수등이참가하는 심사

위원회가있었고교수와 직원들의인준 과정도거쳤습

니다.돲

곀총장 선거에 임하면서 연세대를 포함, 한국의 사

립대학들이당면한문제점에대해많이생각하셨을 텐

데.

돱대학 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의 어느 대학도 세계와의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

니다. 학문도 융돚복합화가 일어나고 있고요, 대학 환

경 자체가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변하고 있습니다. 여

기에 대비해야 합니다. 10년 후면 저출산 여파로 대학

입학 인원이 30%나 줄어듭니다. 반면 교육에 대한 수

요 수준은 올라가고 있어요. 소외계층 배려도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지만 사립대의 재정 구

조는 여전히취약성을면하지못하고있습니다.돲

정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들이 돳월드 클래스돴

수준으로 가려면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우수한

교수와 학생의 확보, 둘째 건전한 재정 구조 확보, 셋

째지배 구조의안정화. 정교수는 우리대학들이첫째

와 셋째 조건은 그런대로 갖췄지만 문제는 재정 구조

의 취약성이라고 강조했다. 돱우리나라의 사립대 정부

지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 가장

낮은 편입니다. 교육은 일종의 공공재입니다. 우수 인

재가사회에진출하면경제에상당히기여한다는 측면

에서 교육의 공공재적 성격은 자명하죠. 하지만 우리

나라는 사립대에 대한 정부 지원이 너무 취약합니다.

이런상황에서사립대들이등록금에의존할 수밖에없

는이유가있었습니다.돲

정 교수는 대학의 재정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

국 케이스들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

처럼 등록금 인하를 겨냥한 정부 개입 방식은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도 함께 내놨다. 돱세계적인 대학들은 등

록금이 비싸든지 아니면 기업이나 재단 등의 막대한

후원을 받고 있어요. 예를 들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들은 등록금이 엄청 비쌉니다. 등록금 수준을 일률적

으로 내리면 교육의 질이 떨어져 하향 평준화가 될 수

밖에없습니다.돲

그는 대학 경영에도 정부의 개입이 가능한 한 적은

게 좋다는지론을 갖고있다. 돱3불(不)정책의예를 들

어 볼까요. 본고사돚기부 입학돚고교 등급제 불가라는 3

불 가운데 기여 입학제는 현실적으로 아직 아닌 것 같

습니다. 고교등급제는용어가좀이상하긴 하지만, 학

교 간 편차는 어느 정도 인정돼야 합니다. 외국어고나

과학고, 특수목적고처럼 평준화하지않은 학교가존재

하는데 좋은 학생을 뽑으려 하니까 학교 간 편차가 어

쩔 수 없이 발생하죠. 본고사의 경우는 당연히 대학의

자율에맡기는 게 바람직합니다.돲

곀정리하자면 3불 가운데 기부 입학제는 시기상조

지만 고교 등급제와 본고사는 대학 자율에 맡기자는 1

불2가(可)로 요약되네요.

돱고교 등급제라고 하면 오해받죠. 특정 고교에 대한

일방적인가점(加點)은 저도반대입니다. 다만 잠재력

을 감안해 대학이 학생을 뽑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

서그렇다는 말씀입니다.돲

곀입학사정관은어떻게 봅니까?

돱입학사정관은 대학의 자율성을 넓혀 가는 과정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세세한 가

이드라인까지정부가정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않습

니다.돲

곀현정부의대학 구조조정정책엔 동의하시나요.

돱지금 정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학령 인구가 워낙 감

소하고있기때문에빠른 속도로 구조조정이불가피할

것입니다. 정부는 시장에 맡겨 두기보다 그걸 가속화

하려고 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기준에 대해 논란은 있

지만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으로기대됩니다.돲

곀이주호장관의교육정책을 총체적으로 평가해주

시죠.

정 교수는 돱점수 주기가 어렵다돲며 직답을 피했다.

대신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변화상을 밝혔다.

돱대학 교육도 큰 산업의 하나입니다. 우리가 대학 교

육으로 국제 경쟁력을 가지면 우리 경제 발전에 직접

기여할 수 있고 미래 선진국으로서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요소죠. 이런 맥락에서 한국 학생이 외국으로 나

가기만 하지말고외국의유학생을 우리나라로 들여올

수 있는 체제로 바꿔 줘야합니다. 아웃 바운드이상으

로 인 바운드 국제화가필요하다는 뜻입니다.돲

[email protected]

정갑영 연세대 신임 총장이 연세대 신촌 캠퍼스 교정에서 활짝 웃고 있다. 23년 만에 간선제로 총장에 선출된 그는 돱3불(不) 정책 중 기부 입학은 아직 이르고, 고교 간 학력 편차는 인정돼야 하며, 본고사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돲고 밝

히면서대학경영에서정부간섭의최소화를역설했다. 김연수기자 nyskim@

곎29면서계속

통찰 담긴 글솜씨 돳일품돴

칼럼 나오면 官街 돳긴장돴

정갑영 신임 총장은

녪연세대 차기 총장으로 선임된 정갑

영 교수는 말솜씨 이상으로 풍부한 통

찰이 담긴 글솜씨의 소유자다. 관(官)

쪽에서는 정 교수의 칼럼이 나오면

돳긴장 속에돴 숙독하는 분위기가 형성

된지오래다.

정 교수는 71학번으로 연세대에 입

학해 경제를 전공한 뒤 198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석사 학위, 1985년 코

넬대 박사 학위를 받고 1986년 이후

연세대 경제학부에서 교수로 재직했

다. 코넬대에서 R 마송 교수를 만난

게 산업 조직론과 인연을 맺은 계기

다. 2006년에는 연세대 원주 캠퍼스

부총장을 역임하고, 2010년부터 자유

기업원 이사장으로 재직해 왔다.

정 교수는 최근 돳다산경제학상돴을

받았다. 국내 산업 조직에대한체계적

인 실증 분석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

았다는 게 시상이유인데, 원로 경제학

자에대한예우차원도있다고한다.

수상 소감을 묻자 돱저에게 참 빨리

온 상돲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어감

에 대한 무상함은 다른 곳에서도 나

타난다. 그는 지난 8월 환갑을 맞았

다. 생일잔치 같은 건 없었고 당일

졸업생 제자들과 저녁 식사를 했다고

한다.

돱나이두자리숫자앞줄에 5자대신

6자를 쓰려니 느낌이 이상하던데요.돲

정 교수는 스스로 말하고는 민망했는

지껄껄 웃었다. 독실한기독교신자인

그는서울에서가장유서깊은교회중

한 곳인 경동교회에서 장로 직분을 맡

고있다.

낛1951년 전북 김제 출생 낛전주고

졸 낛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 낛미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석사 낛미 코

넬대 경제학 박사 낛연세대 교수 낛

한국동북아경제학회 회장 낛한국산업

조직학회 회장 낛한국비교경제학회

회장 낛자유기업원 이사장 낛연세대

차기 총장

돱신뢰는 돳제3의 자본돴… 여기에 대한민국의 미래 달렸다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