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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생명과학과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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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SSN 2092-8599

    의생명과학과 법

    제12권 (2014. 12.)

    원광대학교 법학연구소 의생명과학법센터

  • 목 차

    - 3 -

    의생명과학과 법 第12卷

    목 차

    ◈ 연구논문 ◈

    의료과오소송에서 의사의 설명의무 ··········································· 이정환 ············ 5

    원격의료에서 손해배상책임 ························································ 이재경 ·········· 39

    중국 의료소송에 있어서의 입증책임과 구성요건 ···················· 김정진 ·········· 57

    존엄사의 현재와 미래 ································································· 홍태석 ·········· 81

    ◈ 부 록 ◈

  • 의생명과학과 법 제12권

    - 4 -

    의생명과학과 법 第12卷

    Contents

    Explanation duty of doctor In case the malpractice suit

    ········································································ Lee, Jeong-Hawn ············ 5

    Die Haftung bei Telemedizin ·································· YI, Jae-Kyeong ·········· 39

    The Burden of Proof and Component of Article in Chinese

    Medical Litigation ················································ Kim Jung-Jin ·········· 57

    The present and future of death with dignity ···· Hong, Tae–Seok ·········· 81

  • - 5 -

    원광대학교 법학연구소

    의생명과학과 법 제12권 (2014. 12)

    의료과오소송에서 의사의 설명의무

    Explanation duty of doctor In case the malpractice suit

    1)이 정 환*

    Lee, Jeong-Hawn

    《 목 차 》

    Ⅰ. 서 론

    Ⅱ. 설명의무의 근거 및 법적 성질

    Ⅲ. 설명의무의 내용

    Ⅳ. 설명의무위반에 대한 증명책임

    Ⅴ. 설명의무위반의 효과

    Ⅵ. 결 론

    Ⅰ. 서 론

    종래 의사와 환자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면 일정한 좁은 지역사회 안에서 상

    호 인간적인 신뢰관계에 바탕을 두고 의사의 치료행위가 이루어져 왔고, 환자는

    모든 치료행위에 대하여 의사에게 일임하는 것이 통례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

    나 오늘날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일반인은 질병에 이환된 경우 비로소 의사

    와 최초의 접촉을 가지게 될 뿐 아니라 일반종합병원의 거대한 의료조직은 의

    * 서해대학교 부동산과 강사. 법학박사(민사소송법 전공).

  • 의생명과학과 법 제12권

    - 6 -

    사와 환자 사이의 개인적인 인적 신뢰관계의 형성을 저해하고 있는 실정이다.1)

    이러한 의료현실을 직시하여 의사의 전단적 의료행위로부터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사상이 대두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의사의 설명의무와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각국에서 여러 가지 관점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여 왔으며, 현대의

    의료사회에서는 환자의 자율성존중이 매우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2)

    의료행위는 환자의 건강증진 및 질병의 진단, 치료, 예방을 목적으로 실시되

    는 유익한 행위이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인체에 대한 침습을 포함하는 것이므

    로 그것이 적법한 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의술의 적정성과 의학의

    적응성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환자는 의사로부터 자신의 신체의 치료에 대하여

    진료행위의 내용, 진료의 과정뿐만 아니라 그 행위의 위험성, 부작용, 예후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은 후 자기가 인식한 정보를 기초로 자기결정권

    (Selbstbestimmungsrecht)에 기하여 의료행위의 시행에 대한 동의여부를 결정

    하여야 하고, 이에 따라 의사의 시술행위가 이루어진다.3)

    의료과오소송4)에서 의사의 설명의무는 일반적으로 의사가 신체의 침습을 수

    1) 박일환, “의사의 설명의무와 그 해태에 따른 법적 책임”, 「민사재판의 제문제」, 한국사법

    행정학회, 1989, 139면.

    2) 의사의 설명의무의 유형에는 견해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세분화하면 조언설명, 고지설명,

    지도설명 등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조언설명에 국한되고, 그 외의 설

    명의무는 자기결정권과는 무관하게 인정되는 것이다. 고지설명은 환자의 질병과 치료에 관

    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며 환자의 동의를 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환자의 알 권리의 충족

    에 기여하는 것뿐인 설명이고, 지도설명은 환자의 알 권리 또는 자기결정권과는 관계없이

    환자가 질병의 치료나 부작용의 예방을 위하여 지키거나 조심하여야 할 내용을 설명하는 것

    이다. 이에 반하여 조언설명은 환자가 의료행위에 문외한이므로 그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행

    사하는데 도움을 주는 설명이다(김천수,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의사의 설명의무”, 서울대학

    교 박사학위논문, 1994, 141면~142면 참조).

    본고에서 다루어지는 의사의 설명의무는 자기결정권을 바탕으로 한 설명의무의 전형적인 유

    형인 조언설명의무를 그 범위로 하고, 이를 바탕으로 논리를 전개하고자 한다.

    3) 이경환, “의료과오소송에서의 설명의무에 대한 고찰”, 「대전지방변호사회지」, 대전지방변

    호사회, 2005, 272면.

    4) 의료과오소송에 있어서의 주된 쟁점은 과연 의료인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는지에 대한 과실

    의 유무에 관심이 있으며, 이에는 크게 진료상의 주의의무, 설명의무, 증명책임, 책임의 제한

    등의 문제로 대별하여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의료행위과정에서의 과실과 관련된 소송을 '의

    료과오소송'으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 법률용어에서 '과오'라는 용어는 없으며, 과오에

    대하여 어떠한 법적효과가 부여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의료소송에서 의사에게 '과실'이 인정

    될 때 비로소 법적 책임이 부과되고 있으므로 이를 '의료과실소송'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또

    한 의료행위에 있어서의 과실은 진료상의 주의의무위반과 설명의무위반으로 나누어지며, 전

  • 이정환: 의료과오소송에서 의사의 설명의무

    - 7 -

    반하는 의료행위를 시행함에 있어서 인격권에 근거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해 주고 동의를 받을 의무를 말하며,5) 환자는 단

    순히 의사로부터 치료를 받는 객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존재라는

    인식에 근거를 두고 있다.6) 따라서 각 개인의 자기결정권의 의미가 강화될수록

    환자에 대한 설명의 비중이 커진다.7)

    이러한 의사의 설명의무와 관련하여 의사가 환자측에게 진료나 수술 등의

    의료행위로 인하여 나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 충분한 설명이

    없었고, 그와 같은 설명을 해주었더라면 환자가 그 의료행위를 받지 않았을 것

    이라는 것은 의료과오소송의 선결문제이며,8) 의사의 설명의무는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

    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설명의무위반이론을 의료소송에 도

    입하게 된 이유는 환자측의 증명책임(burden of proof, Beweislast)9)을 경감시

    켜 주고자 하는 증명책임경감이론10)에서 출발하였다.11)

    자를 ‘진료과실’로, 후자를 ‘설명과실’로 부르기도 한다(이경환, 위의 논문, 272면 참조).

    5) 일본의 경우 설명의무와 관련하여 의사가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 환자가 당해 의료행위에

    대하여 이성적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 뒤에, 미리 그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하는 원칙으로 'informed consent' 이론이 정립되었다고 한다(岩志和一郞, “醫療にお

    ける患者の自己決定と醫師の責任 -インポォ-ムド·コンセント 理論の基本的視座-”, 「韓日法

    學會」(第18輯), 韓日法學會, 1999, 123面-124面.

    6) 범경철, “의료과오소송에 관한 연구”, 전북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1, 189면~193면.

    7) 이수경,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판례연구(제24집), 서울지방변호사

    회, 2010. 9, 90면~91면.

    8) 강봉수, “의료소송에 있어서의 증명책임”, 「재판자료」(제27집), 법원행정처, 1985. 349면

    ; 안법영, “의료사고의 불법행위책임”, 「법학논집」(제33집), 고려대학교법학연구소, 1977,

    277면.

    9) ‘입증책임’ 또는 ‘거증책임’이라고 하는데 국내의 경우는 물론 일본의 경우도 용어는 통일되

    어 있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증명책임’이라고 칭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본고에서는 ‘증명

    책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증명책임의 개념에 관하여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피정

    현, “증명책임의 개념에 관한 검토”, 「원광법학」(제26권3호), 원광대학교법학연구소,

    2010. 9, 345~377면 참조.

    10) 의료과오소송에서의 증명책임경감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이정환, “의료과오소송에서의 증

    명책임경감론-일응의 추정이론을 중심으로”, 「의생명과학과 법」(제7권), 원광대학교법학연

    구소, 2012.6, 151면~182면 ; 이정환, “의료과오소송에서의 증명책임전환론”, 「의생명과학

    과 법」(제8권), 원광대학교법학연구소, 2012.12, 59면~88면 ; 이정환, “의료과오소송에서

    의 증명방해이론”, 「의생명과학과 법」(제9권), 원광대학교법학연구소, 2013.6, 33면~64면

  • 의생명과학과 법 제12권

    - 8 -

    설명의무에 대하여는 의료행위의 경중, 설명의무 수령자의 능력, 침습의 정

    도, 의무이행의 시기, 묵시적·추정적 동의의 인정여부,12) 의료행위 당시의 의료

    수준에 비추어 예견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하여도 설명의무를 인정할 수 있는

    지,13) 이러한 설명의무가 의사에게 유리 또는 불리하게 작용하는지 여부 등 여

    러 면에서 논할 수 있다.

    하지만 본고에서는 지면의 한계상 설명의무의 근거 및 법적 성질과 내용, 설

    명의무위반에 대한 증명책임 및 위반의 효과 등을 국한하여 검토하기로 한다.

    Ⅱ. 설명의무의 근거 및 법적 성질

    1. 설명의무의 근거

    가. 윤리적 근거

    윤리란 인간이 반드시 지켜야 할 당위적 행동규범을 말한다. 의료행위에 있

    어서 의사의 설명과 환자의 동의는 의사의 진실의무 및 환자의 자기결정 그리

    고 의사의 직업윤리에서 그 윤리적 근거를 찾을 수 있다.

    ; 이정환, “의료과오에 있어서의 인과관계론”, 「의생명과학과 법」(제11권), 원광대학교법

    학연구소, 2014.6, 131면~164면 참조.

    11) 박일환, “의사의 설명의무와 환자의 승낙”, 「재판자료」(제27집), 법원행정처, 1985, 151

    면 ; 신현호, 「의료소송총론」, 육법사, 1997, 193면~195면.

    12) 대판, 1994. 4. 5, 92다25885(환자가 의사로부터 올바른 설명을 들었더라도 위 투약에 동

    의하였을 것이라는 이른바 가정적(假定的) 승낙에 의한 의사의 면책은 의사 측의 항변사항

    으로서 환자의 승낙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할 것인 바, 기록에 의하면 피고

    법인의 이에 관한 주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원심판사와 같이 의사입장에서 달리 대체할 치

    료방법이 없었다는 사유만으로 환자인 원고가 위 부작용을 고려하여 여러 가지로 대처할 선

    택의 가능성을 모두 배제하고 그 투약을 승낙했을 것이 명백하다고 추정하여 환자의 자기결

    정권 침해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13) 대판 1999. 9. 3, 99다10479(안과수술 후 갑자기 나타난 예측불가능한 시신경염으로 환자

    의 시력이 상실된 경우, 수술 전에 그 수술의 필요성, 방법, 합병증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

    였고 수술 전후에 걸쳐 환자의 기왕병력인 신경섬유종의 변화 유무를 관찰하였으나 아무런

    변화가 없었으며, 수술 부위가 시신경과는 무관한 안검 부위로서 시신경염으로 인한 시력상

    실은 통상적으로 예견되는 후유증이 아니라는 점에 비추어 그에 대한 의사의 설명의무 및

    의료과실을 부정한 사례).

  • 이정환: 의료과오소송에서 의사의 설명의무

    - 9 -

    의사는 환자에게 진실을 말해야 하고, 진실은 윤리적으로 요구되는 기본행위

    라 할 수 있은데,14) 윤리적 측면에서 볼 때 사람은 누구나 거짓이 아닌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그러므로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 있어서도 의사는 환자에게 진

    실을 알릴 의무를 부담하고, 이에 대하여 환자는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따라

    서 의료행위에 있어서 의사의 설명의무는 “진실의무”에서 그 윤리적 근거를 찾

    을 수 있는 것이다.15)

    한편 의료행위에서 진실의무와 더불어 또 하나의 윤리적 근거는 “환자의 자

    기결정”에서 찾을 수 있다. 의료행위에서 환자의 자기결정은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 그리고 의료행위를 받는다면 어느 범위까지 받을 것인가를 환자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자가 이러한 자기결정에 의하여 의학적 관점에

    서 볼 때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린 경우에도 의사는 이를 존중해야만 한다.16)

    또한 의사는 히포크라테스(Hippokrates)의 선서17)를 함으로써 그들의 직업

    으로부터 윤리적 의무, 즉 “직업윤리”를 부담한다. 이러한 의사의 직업윤리는

    의료행위에 있어서의 의사의 설명의무의 윤리적 근거가 된다.18)

    14)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연수원, 「임상윤리학」, 서울대학교출판부, 1999, 64면.

    15) 박종원, “의사의 설명의무”, 전북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02, 23면. 그러나 의료행위에 있

    어서 이러한 진실의무는 모든 경우에 예외 없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즉, 진실이 오히려

    환자에게 해로운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허위설명'을 하게 되는 데, 이는 '진실의 자비로운 형

    태'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한다.

    16) 권오승, 「민법의 쟁점」, 법원사, 1993, 528면 ; 문국진, 「의료법학」, 청림출판, 1991,

    78면 ; 김민중, "의료행위에서의 설명과 동의", 「대한병원협회지」(제202호), 1993. 3, 33

    면 ; 김민중, 「의료분쟁의 법률지식」, 청림출판, 2000, 224면 ; 박일환, 앞의 논문, 167

    면. 그러나 대법원은 대판 1980. 9. 24, 79다1387판결에서 여호와의 증인인 생모가 전격성

    간염에 걸려 장내출혈의 증세까지 생긴 만 11세의 딸을 병원으로 데리고 다니면서 치료를

    받게 함에 있어 의사들이 당시의 의료기술상 최선의 치료방법이라고 하면서 권유하는 수혈

    을 자신이 믿는 종교의 교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시종일관 완강히 거부하는 등의 언동을

    하여 딸로 하여금 의학상의 적정한 치료를 받지 못하도록 이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방해한

    사건에서 의사가 권하는 최선의 치료방법인 수혈이라도 하지 않으면 그 환자가 사망할 것이

    라는 위험이 예견가능한 경우에 아무리 생모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나 후유증

    발생의 염려만을 이유로 환자에 대하여 의사가 하고자하는 위의 수혈을 거부하여 결과적으

    로 그 환자로 하여금 의학상 필요한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판시하여 비이성적인 결정을 자기결정권의 남

    용으로 보고 존중하지 않고 있다.

    17) 선서내용은 “나는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치며, 양심과

    품위를 가지고 의술을 베풀었으며,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면 인종, 종교, 국적,

    정과 혹은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라는 내

    용이다.

    18) 김민중, 앞의 책, 70면 ; 김민중, "의사책임 및 의사법의 발전에 관한 최근의 동향", 「민사

  • 의생명과학과 법 제1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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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외에도 의사의 설명의무는 각종 의료윤리선언에서도 그 윤리적 근거를 찾

    을 수 있는데, 헬싱키선언(1964), 시드니선언(1968), 오슬로선언(1970), 미국병

    원협회의 환자권리헌장(1973), 동경선언(1975),19) 리스본선언(1981),20) 베니스

    선언(1983),21) 미국의 생명윤리에 관한 대통령위원회의 최종보고서(1983) 등이

    그것이다.

    나. 법적 근거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인체에 대한 침습이 수반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신

    체의 침습에 관하여 위법성을 조각하는 적법화의 사유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의한 진료에 대한 동의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의

    사의 설명의무와 대응 또는 표리관계에 있으며, 오늘날 법학계 뿐만 아니라 의

    학계에서도 널리 인정되고 있다.

    의사의 설명의무는 이러한 인간의 자기결정권으로부터 법적 및 윤리적으로

    발생하나, 단순히 자기결정권의 실현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신체의 온전성에 대

    한 침습에 대한 결정의 자유에 관한 문제이다.22) 따라서 의사의 설명이 제대로

    행하여져야 환자는 자신의 신체에 가하여질지도 모르는 의료행위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오늘날 널리 인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

    의 자기결정권을 명문으로 직접 규정하고 있는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23)

    법학」(제9호, 제10호), 한국사법행정학회, 1993, 77면 ; 이덕환, "민법상 의사의 설명의무

    법리에 관한 연구", 한양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1, 61면 ; 정지영, "의료행위의 특수성과

    의사의 주의의무", 사법연수원수료논문, 1998, 208면.

    19) 인체실험연구에서 모든 잠정적 대상은 그 연구의 목적, 방법, 기대되는 유익, 잠정적 위험,

    불편함까지라도 적합하게 통보를 받아야만 한다. 그 실험대상은 연구에 참여하는 것을 자유

    롭게 그만둘 수 있고 어느 때이고 참여에 동의한 것을 자유롭게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을 통

    보 받아야 한다. 의사는 실험대상에게 통보된 후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문서화해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20) 환자는 자신의 병에 대한 적절한 정보를 얻은 후에 치료를 수락하거나 거부할 권리가 있

    다.

    21) 의사는 어떤 의료행위에 있어서도 인간존엄성에 대한 애정과 존중심을 가지고 완전한 기술

    적·도덕적 자주성을 다한 진료를 베풀기 위해서 헌신하여야 한다.

    22) Engisch, Aufklarung und Sterbehilfe, S.521 ; Kern/Laufs, Die arztliche Aufklarungspflicht,

    1983, S.7ff.

    23) 하지만 학설은 이론없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참고문헌으로는 문

  • 이정환: 의료과오소송에서 의사의 설명의무

    - 11 -

    의사의 설명의무는 학설과 판례에 의하여 형성·발전하고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그 근거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인정근거를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인권보장”을 규정한 헌법 제10조에서 찾고 있는데,24) 대법원 판례25)도 일

    관되게 의사에게는 설명의무가 있고, 환자에게는 자기결정권이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26)

    한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는 환자가 결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의

    직접적 근거는 헌법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하여도, 이러한 헌법에서 유래하는 원

    칙이 민법상의 신의칙의 한 내용을 구성하는 것으로 보아, 의사와 환자의 민사

    적 법률관계에도 그러한 원칙이 적용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즉, 의사의

    설명의무는 일단 의사측과 환자측 사이의 법률관계인 의료적 법률관계로부터

    발생한다고 할 수 있고, 그 의료적 법률관계가 계약관계이든27) 사무관리 등의

    국진, 앞의 책, 77면 이하 ; 권오승, "의사의 설명의무", 「민사판례연구(XI)」, 박영사,

    1991, 244면 이하 ; 김민중, 앞의 논문, 339면 이하 ; 박일환, 앞의 논문, 151면 ; 석희태,

    "의사의 설명의무와 환자의 자기결정권", 「연세행정론」(제7집), 연세대학교출판부, 1980,

    287면 이하 ; 이덕환, 앞의 논문, 42면 이하 ; 이성진, "미국에서의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설

    명의무", 「재판자료」(제58집), 1992, 295면 이하. 다만, 외국의 경우 1947년의 뉴른베르

    그 강령(Nurnberg Code)은 “인체실험은 실험대상이 되는 인간의 자유로운 동의가 절대적

    으로 필요한 요건이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독일의 거세법(Kastrationsgesetz) 제3조 제1항

    과 독일형법 개정초안 제162조 및 의약품법(Arzneimittelgesetz) 제40조 제1항 및 제41조

    제5호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형법 제110조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관한 직접적인 규정을 두

    고 있다. 하지만 김천수, 앞의 논문, 127면에서는 이들도 설명의무를 자세히 규정하고 있지

    는 않고 설명의무를 전제로 할 뿐이라고 한다.

    24) 권영성, 「헌법학원론」, 법문사, 1992, 329면 ; 김철수, 「신헌법학원론」, 박영사, 1988,

    467면 ; 김민중, 앞의 논문, 339면 ; 김천수, 앞의 논문, 34면.

    25)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전제로 의사의 설명의무를 인정한 판례. 대판 2009. 12. 10, 2008다

    22030 ; 대판 2007. 5. 31, 2005다41863 ; 대판 2006. 10. 27, 2004다2342 ; 대판2005.

    9. 30, 2004다52576 ; 대판 2004. 10. 28, 2002다45185 ; 대판 2003. 11. 27, 2001다

    20127 ; 대판 2003. 1. 24, 2002다3822 ; 대판 2002. 10. 25, 2002다48443 ; 대판

    2002. 8. 27, 2001다19486 ; 대판 2002. 1. 11, 2001다27449 ; 대판 2001. 3. 23, 99다

    48221 ; 대판 2000. 1. 21, 98다50586 ; 대판 1999. 2. 12, 98다10472 ; 대판 1995. 12.

    5, 94다57701 ; 대판 1996. 1. 23, 95다24340 ; 대판 1995. 2. 10, 93다52402 ; 대판

    1994. 4. 15, 93다60953 ; 대판 1992. 4. 14, 91다36170 ; 대구고등법원 1990. 5. 11, 86

    나1574.

    26) 한편, 의료법 제22조 및 의료법시행규칙 제15조와 제16조 등에서도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있다(박종원, 앞의 논문, 184면).

    27) Munchener Rechtslexikon, Bd. I, 1.Aufl., S.268 ; Deutsch/Geiger, Medizinischer

    Behandlungsvertrag, S.1065 ; Waltz/Inbau, Medical Jurisprudence, p.152.

  • 의생명과학과 법 제12권

    - 12 -

    법정관계이든 그 관계의 법적 성질에 관계없이 인정되는 신의칙에 따라 의사는

    환자에게 설명의무를 부담한다고도 볼 수 있다.28)

    독일의 경우는 설명의무의 인정근거를 기본법 제1조 제2항 및 제2조 제1

    항29)에서 인정되는 인격실현의 보장에서 찾고 있다.30) 또한 설명의무의 인정기

    초와 출발점을 환자의 자기결정권에서 찾는다.31) 즉, 모든 의료행위는 신체의

    온전성과 관계되므로 적어도 기본법 제2조 제2항 제1문의 보호법익과 관련되는

    (beruhren) 것이고, 따라서 의료행위는 법적 근거에 의하여 정당화되어야 하며,

    일반적으로 그 법적 근거를 환자의 동의에서 구하는 것32)이 독일 판례와 다수

    설의 태도이다.33)

    28) 그러나 사무관리의 본인의 지위에 있는 환자에게도 의사의 구체적 의료행위에 대한 자기결

    정권이 일반적 인격권으로서 인정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 위하여 역시 설명의무가 그러

    한 환자의 의사에게도 부과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설명의무의 근거를 포괄적으로 의사와 환

    자의 관계라는 의료적 법률관계로 봄이 좋다고 생각된다(김천수, 앞의 논문, 129면).

    29) 인간의 존엄은 불가침이다. 따라서 독일국민은 불가침 그리고 불가양의 인권을 지상의 모

    든 인간공동체, 평화 및 정의의 기초로 신봉한다. (제2조 제1항) 누구든지 타인의 권리를 침

    해하지 않고 헌법질서나 도덕률에 반하지 않는 한 그 인격의 자유로운 발전에 관한 권리를

    가진다.

    30) BGH NJW 1980, 1904는 인간의학(Humanmedizin)에 있어서의 의사의 설명의무는 위탁

    자에게 동물수술의 위험에 관하여 설명하는 수의사의 의무에는 적용될 수 없다고 한다. 이

    는 설명의무의 법리가 인간의 존엄성의 존중이라는 데에서 그 보호가치를 찾고 있음을 보여

    준다. 헌법상 존중될 존엄성의 주체인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행위에 있어서 인정되는

    의사의 설명의무의 고유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김천수, 앞의 논문, 127면).

    31) Deutsch, Das therapeutische Privileg des Arztrechtes, S.1306 ; Eberhardt,

    Selbstbestimmungsrecht des Patienten und arztliche Aufklarungspflicht im Zivilrecht

    Frankreichs und Deutschlands, 1968, S.23 ; Kleinwefers, Die Aufklarungspflicht des

    Arztes unter besonderer Berucksichtigung der Rechtsprechung des BGH, VersR

    1962, 197 ; BGHZ 29, 46(49)= NJW 1959, 811 ; BGHZ 29, 176(179)=NJW 1959,

    814.

    32) Steindorff, Zur Aufklarungspflicht des Arztes gegenuber Krebskranken, JZ 1960,

    139 ; Luig, Der Arztvertrag in: Vertragsschuldverhaltnisse, 1974, S.232.

    33) 독일에서 처음으로 환자에게 자기결정권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의사의 설명의무를 인정한

    판례는 1931년 자궁종양제거수술(이 사건에서 환자는 자궁좌측에 종양이 생겨 수술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상태였다. 환자는 의사에게 수술을 하면 혹시 불임에 이르게 되는 것

    이 아니냐고 의사에게 물었으나 의사는 불임이라는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설명을 하지

    않은 채로 자궁종양제거수술을 했는데, 수술결과 월경이 없고 불임에 이르게 되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수술결과에 대하여 완전한 예견이 불가능함에도 수술효과에 대하여 단호한

    자세로 수술결과를 표명하는 의사는 경우에 따라서는 과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이 경우에

    사전에 환자에게 수술이 반드시 바람직한 결과를 약속하는 것은 아니며 어떤 종류의 부작용

    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해 주는 것이 양심적인 의사의 의무이다'라고 판시하여 의사

  • 이정환: 의료과오소송에서 의사의 설명의무

    - 13 -

    의학적인 치료 전반 그리고 개개의 침습적 행위(invasive Akte)는 오직 환자

    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며 그 동의는 대상 및 위험에 대하여 미리 그리

    고 충분히 설명되어야 하는데,34) 여기에는 독일 기본법상 보장된 환자의 자기

    결정권이 표현되어 있다고 한다.35)

    2. 설명의무의 법적 성질

    가. 서

    심장이나 뇌수술을 시행함과 같이 생명에 영향이 큰 위험한 수술을 함에 있

    어서 설명의무는 예후나 부작용, 위험성 등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

    하여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기한 동의를 받아야 할 중요한 의무이다.

    의사의 설명의무의 법적 성질과 관련된 핵심적인 문제는 ① 설명의무가 법

    적인 의무인가, 아니면 독립된 법적 의무가 아니라 유효한 동의를 얻기 위한 전

    제에 불과한 것인가의 문제, ② 만약 의사의 설명의무가 법적 의무라면 의사의

    설명의무를 의사의 진료의무와 병행하는 독립된 주의의무로 볼 것인가, 아니면

    진료의무로부터 생기는 부수적 파생의무로 볼 것인가 등의 문제이다.

    의 과실, 즉 설명의무위반을 인정하였다. RG, 1931. 5. 19, JW 32, 3328)에서이다. 1950

    년대에 이르러 독일연방대법원(BGH)은 발생가능한 위험 중에서 “전형적인 위험(typisches

    Risiko)”에만 설명을 요구하고, “비전형적인 위험(atypisches Risiko)”에 관하여는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하는 원칙을 세우게 되었다. 소위 제1차 전기쇼크판결(이 사건에서 환자

    는 정신병으로 말미암아 시립병원에 입원하여 전기쇼크요법으로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마

    지막 치료 도중 등뼈가 부러져 왼발의 마비와 심장의 이상으로 인하여 작업능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이에 대하여 독일연방대법원은 의사가 그 발생확률이 100명중 7명꼴로 발생되는

    골절에 대하여 환자에게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은 전형적인 위험에 대하여 설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의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BGH, 1954. 7. 10. NJW, 1956,

    1109)과 제2차 전기쇼크판결(이 사건에서 만성 알콜중독자인 환자는 정신병원에서 전기쇼

    크요법으로 치료를 받던 중 왼쪽 정강이에 복합골절을 입었다. 독일연방대법원 민사부는 의

    사는 그 발생확률이 1000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합병증에 대하여 이는 전형적인 위험이

    아니므로 환자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판시하였다. BGH, 1958. 12. 9, BGHZ 29, 46)

    은 바로 이러한 원칙에 따른 판결이다.

    34) BGH, NJW 1974, 604; Larenz, Schuldrecht I, 1982, S.527.

    35) Deutsch, Neuere internationale Entwicklungen des Arztrechts und der Arzthaftung,

    S.233.

  • 의생명과학과 법 제12권

    - 14 -

    나. 학설의 대립

    1) 동의무효설

    의사의 설명의무는 독립된 법적 의무가 아니라고 보고, 의사의 설명은 단지

    환자의 동의에 필요한 유효요건 또는 전제조건에 불과하기 때문에 의사의 불충

    분한 설명은 환자의 동의를 무효로 한다는 견해이다. 즉, 의사의 환자의 동의가

    없는 전단적 의료행위는 아무리 의술적 적정성이 있고 의학적 적응성이 높다

    하더라도 위법한 것이고 환자의 동의는 위법한 전단적 의료행위의 위법성을 조

    각하는 사유로 보는 것이다.

    이 견해에 의하면 의사의 설명은 독립된 법적 의무가 아니므로 의사의 ‘설명

    의무’라고 표현해서는 안 되고 단순히 의사의 ‘설명’이라고 해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불충분한 설명과 함께 진료를 행한 의사는 진료의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아 불법행위책임 또는 계약법상의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한다고 본다.36)

    위법성조각사유설이라고도 한다.

    2) 법적 의무설

    의사의 설명의무를 일단 환자의 동의와는 관계가 없는 법적 의무로 보는 견

    해이다. 그러나 의사의 설명의무를 의사의 진료의무와 병행하는 독립된 주의의

    무로 볼 것인지, 아니면 진료의무로부터 생기는 부수적 파생의무로 볼 것인지에

    대하여는 견해가 대립된다.

    (가) 독립적 주의의무설

    설명의무를 진찰 및 치료라는 진료의무와 병존하는 “독립적 주의의무(selbst

    andige nebenpflicht)”로 보는 견해이다.37) 이 견해에 의하면 환자는 설명의무

    의 이행을 청구할 권리를 가지고, 진료의무와는 별도로 그 이행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다.38)

    36) 신현호, 앞의 책, 208면 이하에서는 서울지방법원 1992. 12. 28, 90가합60353 판결을 불

    충분한 설명은 환자의 동의를 무효로 한다는 소위 '동의무효설'에 따른 것으로 이해하고 있

    다.

    37) 이 견해는 독일 판례의 입장이기도 하다. 참조판례로 BGH 1959. 1. 26. BGHZ 29, 176.

    38) 이호정, 「채권법총론」, 한국방송통신대학출판부, 1985, 7면 ; 신현호, 앞의 책, 197면 ;

    이덕환, 「의사의 설명의무와 법적 책임론」, 행법사, 1992, 21면 ; 김충원, “의사설명의무

  • 이정환: 의료과오소송에서 의사의 설명의무

    - 15 -

    이 견해에서 의사의 설명의무는 주된 급부의무인 진료의무의 내용을 실현하

    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수술기구의 소독파손 여부의 확인 등의 시설점검의무, 수

    술에 있어서의 주의의무 등과는 그 성질이 다르다고 한다.

    의사의 설명은 진료행위의 여부를 결정하는데 필요한 것으로 시간적으로 진

    료행위보다 선행된다는 점과 환자의 자기결정권이라는 독립된 목적을 위한 독

    립적 부수의무라는 점에서 주된 급부의무와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나) 부수적 파생의무설

    설명의무를 진료의무로부터 생기는 “부수적 파생의무(unselbstandige neben

    pflicht)”로 보는 견해이다.39) 이 견해에 의하면 의사의 설명의무는 일단 긍정되

    고, 의사의 책임을 추급하기 위하여 설명의무의 성질을 진료의무로부터 생기는

    부수적·파생적 주의의무로 파악한다.

    이 견해는 설명의무해태는 주의의무위반이 되어 의사는 그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보고, 의사의 설명의무를 비독립적 부수의무로 파악한다. 따라서 의사는

    유책적으로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신체침해를 초래한 경우에 손해배상책임을 부

    담하게 된다고 한다.

    총체적 주의의무설 또는 비독립적 부수의무설(Unselbstandige Nebenpflicht)

    이라고도 한다.

    설명의무를 법적 의무 중에서도 진료의무로부터 생기는 부수적 파생의무로

    파악하는 경우에는 다시 설명의무를 불법행위법상의 주의의무라고 보는 견해와

    진료계약상의 주의의무라고 보는 견해, 그리고 불법행위법상의 주의의무인 동시

    에 진료계약상의 주의의무로 보는 견해로 나뉜다.

    ① 불법행위법상의 주의의무라고 보는 견해

    설명의무를 일단 법적 의무로 파악하고 불법행위법적 의무로 보는 견해는

    다시 여러 가지 입장이 대립한다. (i) 침습을 신체의 완전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는 “상해설”, (ii) 침습을 상해와 동일시하기를 부정하고 인격권의 침해로 보

    는 “인격권침해설”, (iii) 신체의 완전성과 인격권의 구별이 불가능하므로 양자를

    침해하는 것으로 보는 “이중침해설” 등이 있다. 다만 독일의 통설40)과 판례41)

    에 있어서 설명의무의 범위”, 법률신문사, 2005. 4. 29 ; 박종원, 앞의 논문, 70면 ; 이경환,

    앞의 논문, 274면 ; 이수경, 앞의 논문, 92면~93면.

    39) A.Hubner/H.Drost, Arztliches Haftpflichtrecht(Berlin·Gottingen·Heidelberg ; Springer

    Verlag, 1955), S.33.

  • 의생명과학과 법 제12권

    - 16 -

    는 “상해설”을 취하고 있다.

    ② 진료계약상의 주의의무라고 보는 견해

    이 견해에 의하면 설명의무는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일방

    의 당사자가 계약상의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설명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독일민법(BGB) 제242조의 규정42)에 따라 존재한다고 한다.

    ③ 불법행위법상의 주의의무이면서 진료계약상의 의무로 보는 견해

    이 견해는 설명의무를 법적 의무 그 중에서도 진료의무로부터 생기는 부수

    적 파생의무로 파악한 후, 설명의무를 불법행위법상의 주의의무인 동시에 진료

    계약상의 주의의무라는 보는 견해이다.

    다. 판례

    우리나라 대법원의 초기 판례는 의사의 기본급부의무인 주의의무의 하나로

    보았으나,43) 최근 대법원 판례의 입장은 진료의무와는 별도로 설명의무위반을

    근거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므로 이를 법적 의무로 인정하

    고 있으며, 설명의무를 의사의 주된 주의의무와는 독립된 부수의무로서 인정하

    며 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와 진료상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경우를 명확히 구분

    하고 있다.44) 그리고 설명의무의 법적 성질을 불법행위법상의 책임인 동시에

    40) G.Bruggemeier, Deliktsrecht, 1986, Rz. 690; RGSt 25, 375(378); Kleinschmidt,

    MMW 1980. 713, Grupp, MedR 1992, 256.

    41) BGH NJW 1972. 335; BGH NJW 1963, 393; BGHZ 29, 33(46); 29,176(179).

    42) 채무자는 거래상의 관습을 고려하여 신의성실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서 급부를 할 의무가

    있다.

    43) 대판 1979. 8. 14, 78다488 ; 대판 1987. 4. 28, 86다카1136 ; 대판 1992. 4. 14, 91다

    36710(자궁적출수술에 있어 진찰 당시 자궁외 임신에 의한 증상이라고 볼만한 사정이 있었

    고 진찰의사 자신도 자궁외 임신의 가능성을 생각해 보기까지 하였음에도 자궁에 혹이 만져

    진다고 하여 자궁근종이라고 진단하고 더 이상의 보다 정밀한 확인검사를 하지 아니한 잘못

    으로 자궁외 임신임을 알지 못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환자로 하여금 위와 같은 진단상의 과오

    가 없었다면 당연히 설명 받았을 내용을 설명 받지 못한 채 수술승낙을 하게 하였다면 의사

    가 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함으로써 환자의 승낙권을 침해한 과실이 있다).

    44) 대판 1994. 4. 15, 93다60953 ; 대판 1995. 2. 10, 93다52402 ; 대판 1997. 7. 22, 95

    다49608 ; 대판 1998. 3. 27, 97다56761 ; 대판 1999. 12. 21, 98다29261 ; 대판 2002.

    10. 25, 2002다488443 ; 대판 2004. 10. 28, 2002다45185(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

    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

    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 이정환: 의료과오소송에서 의사의 설명의무

    - 17 -

    계약법상의 책임으로 파악하고 있다.45)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예외적인 경우, 즉 설명의무위반이 구체적 치료과정에

    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의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며, 그러한 위반행

    위와 악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전손해의 배상이 인정

    된다고 판시하고 있다.46)

    라. 검토

    일반적으로 의사가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 생명, 신체의 완전성에 대한 진료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

    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의료

    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의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의 여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가 극히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수술 도중 환자에게

    사망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그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입증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겠으나,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

    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 독일의 경우도 의사의 설명의무를 파생의무가 아닌

    독립적 병존의무로 보고 있다(BGH 1959. 1. 26, BGHZ 29, 176).

    45) 대판 1995. 1. 20, 94다3421(환자인 원고는 국가가 운영하는 국립의료원의 흉곽외과 과장

    의사 등에게 개심수술을 받았는데 수술의 결과 우측상하지불완전마비, 실어증, 지능저하, 성

    격변화 등의 개선 불가능한 장해를 입게 되었다. 그런데 의사는 수술을 시행하기에 앞서 환

    자에게 그 수술 후에 뇌전색 등의 부작용이 따를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하여 설명을 하지 않

    았다. 일반적으로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

    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

    행위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 응급환자의 경우나 그밖에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진료계약상의

    의무 내지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당해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

    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하도록 할 의무가 있다).

    46) 대판 1996. 4. 12, 95다56095(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수술 등을 하여 환자에게 사

    망 등의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환자측에서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 대하여 위자료만이 아닌 전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경우에는, 그 설명의무의

    위반이 구체적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의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러한 위반행위와 환자의 사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함이 입증되어야 한다).

    이는 설명의무위반이 주의의무위반과 다르게 평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이경환, 앞의 논

    문, 274면).

  • 의생명과학과 법 제12권

    - 18 -

    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였을 때에 이를 과실이라 평가한다.47) 마찬가지로

    인격권인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못하였을 때도 이를 과

    실이라 평가하고 있는데, 이를 주의의무위반과 동일한 정도의 과실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의사의 설명의무는 환자의 합리적인 자기결정에 도움을 주도록 의사에게 특

    별히 지워진 독자적인 기능을 가진 의무이고, 자기의 독립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의무이며 의사측이 주된 급부의무인 진료의무를 보다 완전하게 이행하는데 도

    움이 되는 부수적 의무이므로, 의사의 진료행위 과정에서의 주된 급부의무인 진

    단 및 치료의무와 병존하는 독립적 부수의무라고 보아야 한다.48)

    따라서 설명의무의 위반이 있는 의료행위는 곧 주의의무위반으로서 과실이

    있는 의료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고, 설명의무의 위반에 유책성이 있어도 시술상

    의 과오나 기타의 주의의무의 위반여부를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49)

    그러므로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은 현행 민법상 의료계약위반에 따른 채무불

    이행 내지 불법행위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

    고,자기결정권의 침해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주위의무를 위반한

    경우와는 별개의 독립된 소송이 가능하며, 재산상의 손해배상이 인정되지 않고

    정신적 손해인 위자료 배상책임에만 한정된다 할 것이다.50)

    Ⅲ. 설명의무의 내용

    1. 설명의 주체와 상대방

    47) 대판 1997. 2. 11, 96다5933.

    48) 신현호, 「의료소송론」, 육법사, 2000. 201면 ; 이경환, 앞의 논문, 274면.

    49) 전병남, “의사의 설명의무위반과 손해배상책임”, 「의료법학」(제3권제1호), 대한의료법학

    회, 2002, 277면.

    50) 대판 2002. 10. 25, 2002다48443(피고는 위 수술을 함에 있어서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원

    고가 수술을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였다 할 것이고 이로 인하여

    원고에게 가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반면, 주의의무위반으로 인한 과실책임

    에 대하여는 재산적, 정신적 손해 등 모든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이 인정된다.

  • 이정환: 의료과오소송에서 의사의 설명의무

    - 19 -

    가. 설명의 주체

    설명은 처치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예외적이고

    어려운 수술이어서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중요시되는 경우에는 수술

    의사가 직접 설명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오늘날의 종합병원과 같이 대형화·분업화된 병원에서는 처치의사가 모

    두 직접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러한 경우에는 처치 전에 환자가 충

    분히 설명을 들었는지 확인하여야 할 것이다.51)

    처치의사가 다른 동료의사를 통하여 설명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겠으나, 의사

    가 아닌 간호사나 의료기관의 사무직원에게 설명하게 할 수는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설명의무는 진료의무와 독립한 의무로서 의사의 고유한 의무이고,

    또한 설명이 불충분하거나 특히 환자 자신과 관련하여 관심 있는 부분에 대하

    여 질문 등을 통하여 이를 명확히 해야 할 의무가 환자에게 있다면 그 상대방은

    의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52)

    나. 설명의 상대방

    의사가 설명을 할 상대방은 당해 의료행위에 대하여 동의할 자로서 원칙적

    으로는 환자 자신이 된다. 따라서 어떤 의사도 환자와 의논하지 아니하고 그의

    친족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질병 및 의료처치에 대하여 설명하고 그들로부터 동

    의를 기대하거나 그들에게 동의를 위임 받도록 할 권리는 없다.53)

    51) 대판 1999. 9. 3, 99다10479(설명의무의 주체는 원칙적으로 당해 처치의사라 할 것이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치의사가 아닌 주치의 또는 다른 의사를 통한 설명으로도 충분하

    다).

    52) 김충원, “의사의 설명의무위반 정도와 손해배상의 범위”, 판례연구(21집), 서울지방변호사

    회, 2007, 138면.

    53) 대판 1994. 11. 25, 94다35671(수술 전날에 환자의 시숙이 ‘수술을 함에 있어 의사의 병

    내용 설명을 숙지하고 자유의사로 승낙하며 수술 중 및 수술 후 경과에 대하여 의사와 병원

    당국에 하등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지 아니하기로 하고 수술시행을 승인한다’는 내용의 부동

    문자로 인쇄된 수술승인서 용지에 서명 날인한 사실만으로는, 환자에 대한 수술 및 그 준비

    로서의 마취를 함에 있어서 병원의 의료팀이나 마취담당 의사가 환자나 그 가족에게 수술,

    특히 전신마취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이나 부작용에 대하여 설명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환자가 성인으로서의 판단능력을 가지고 있는 이상 인척에 불과한 시숙의 승낙으로

    써 환자의 승낙에 갈음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환자에 대한 치료행위

  • 의생명과학과 법 제12권

    - 20 -

    설명의 상대방으로서의 환자에게 행위능력까지는 요구되지는 않으나, 완전한

    의사능력, 즉 자신이 판단하고 결정한 사안의 의미와 효과를 인식할 수 있는 변

    식력은 갖춰야 하고, 그러한 경우에만 그 설명은 유효하게 된다.

    미성년자인 환자가 충분한 판단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환자에

    게 설명하여야 하고, 그 환자는 부모의 동의에 반대할 수도 있다고 본다. 왜냐

    하면 동의권은 민법상의 행위능력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실제적인

    이해력과 판단능력에 달려 있으므로 미성년자인 경우에도 실제적인 이해력과

    판단능력이 있으면 동의권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54)

    다만, 미성년자의 신체상태에 지속적이고 중대한 변화를 유발시킬 수 있거나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입원하는 경우와 같이 미성년자를 부모의 보호로부터

    격리하여 침습을 행할 경우에는 판단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동의 외에 부모의

    동의도 필요하다55)고 본다.56)

    2. 설명의 시기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설명은 적시에, 즉 환자가 자신의

    인식능력과 결정능력을 완전히 가지고 있고, 행하여질 의료침습시까지 상당한

    고려기간이 남아있는 시점에서 행하여져야 한다.57) 특히, 선택치료를 언급할 때

    치료에 너무 늦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고, 이에 반하여 진단사항이 모두 나오지

    아니한 상태에서 너무 이른 설명 역시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그 기준은 환

    자가 형량하여 결정하는데 기여하고, 상황에 의하여 편견이 이미 생기지 아니한

    진정한 선택에 도움이 되도록 하여야 하는 데 있다.

    구체적인 경우에 설명의 시기가 언제쯤이 적절한지는 다양한 상황에 달려

    로서 마취담당 의사의 마취는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함과 아울러 환자의 승낙

    권을 침해하여 이루어진 위법한 행위라고 할 수 있다).

    54) 살펴본 대판 1994. 11. 25, 94다35671 판결에서도 행위능력이 아닌 판단능력이라는 용어

    를 사용하고 있다.

    55) 영국은 1969년 가족법개정법률 중에서 의료에 관한 승낙을 위하여 미성년자의 개념을 일

    반의 경우와 다르다고 하는 특별규정을 두었다(Family Law Reform Act 1969). 이 규정에

    따라 의료의 승낙에 관하여 16세 이상의 자는 완전한 성년자로서 취급받게 되었다. 영국과

    우리의 관습이 일치하지는 아니하나 참고할 만한 규정이다.

    56) 김충원, 앞의 논문, 138~139면.

    57) 이덕환, 앞의 책, 109면.

  • 이정환: 의료과오소송에서 의사의 설명의무

    - 21 -

    있으며 이를 일률적으로 확정시키기는 어렵다. 원칙적인 경우에 대안적인 경과

    예후(Verlaufsprognosen)를 형량하여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과 의논하고 충분히

    숙고한 후 결정할 시간이 환자에게 주어지면 된다.

    또한 의사의 설명과 진료간의 시간적 간격은 시간과 질병 자체의 실질적인

    적응증(diseases for which medicine is efficacious)에 의하여 본질적으로 함

    께 결정된다. 즉, 시간적으로 긴급하거나 질병 자체가 긴급한 경우에는 시간적

    간격이 적어진다. 요컨대 설명은 중요시되는 법익 보호와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보장을 실현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상황의 고려 하에 가능한 한 빨리 행하여야

    된다는 것만이 공식화될 수 있을 것이다.58)

    3. 설명의 방법

    설명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것이어야 하나, 동의와 마찬가지로 어떤 특정한

    형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원래 구두상으로 하는 설명이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관계에 부합되고, 양식이

    나 서면에 의한 설명은 증명책임에 관한 부담은 덜어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설명

    그 자체로는 불충분하고 구두상의 설명이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설명은 환자의 연령과 교육 정도에 맞춰서 이해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일방적이어서는 안 되고 환자 쌍방의 대화이어야 한다. 또한 의사는 이와 같은

    대화를 통해서 환자가 이미 설명을 들었는지, 얼마나 알고 있는지와 설명이 적

    절한지의 여부를 탐지할 수 있는 것이다.59)

    일반적으로 취하여진 설명서 또는 동의서에 대한 서명은 환자가 그것을 읽

    고 이해하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며 단지 서명에 앞서 치료 내지는 수

    술과 그것의 발생가능한 결과에 대한 대화가 나누어졌다는 사실에 대한 정황이

    될 수 있을 뿐이다.60)

    58) 이덕환, 앞의 책, 237면.

    59) 이덕환, 앞의 책, 239면~240면.

    60) 대판 1994. 11. 25, 94다35671(교통사고로 입은 상해부위의 수술을 위하여 전신마취를

    받은 환자가 급성심부전증으로 사망한 사안에서 「이 사건 수술을 함에 있어 의사의 병 내

    용 설명을 숙지하고 자유의사로 승낙하여 수술 중 및 수술 후 경과에 대하여 의사와 병원

    당국에 하등 민· 형사상 책임을 묻지 아니하기로 하고 수술 시행을 승인한다」는 내용이 부

    동문자로 인쇄된 수술승인서 용지에 서명 날인을 받은 것만으로는 전신마취로 초래될 수 있

  • 의생명과학과 법 제12권

    - 22 -

    Ⅳ. 설명의무위반에 대한 증명책임

    1. 서

    민사소송에서는 당사자 사이의 공평·타당한 분쟁의 해결을 위하여 증명책임

    을 분배하고 있다. 진료상의 주의의무위반에 대하여 의료소송은 의료행위의 전

    문성·재량성·비공개성 등의 특성61)이 있음으로 인하여, 일반인으로서는 의료진

    의 과실이나 과실과 악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의료소송은 일반의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소송에서와는 달리 증명

    의 부담정도를 피해자인 환자에게 상당부분 완화시켜 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경우 설명의무위반에 대한 증명책임을 의사측에서 부담하는지, 아니

    면 환자측이 부담하는지가 문제된다.

    2. 학설의 대립

    가. 의사부담설

    설명의무위반에 대하여 환자측은 단순히 설명을 받지 못하였다는 주장을 함

    으로써 충분하고, 의사가 증명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견해인데,62) 의사가 증

    명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논거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견해가 있

    다.

    첫째, 의사의 설명의무에 있어서의 증명책임의 법리는 의사의 치료적 침습이

    신체침해라는 불법행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점을 전제로 하여, 그 침습은 환

    자의 승낙을 정당화사유로서 필요로 하며, 이러한 정보에서의 설명 및 승낙에

    대한 증명책임이 의사에게 귀속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이다.63) 이처럼 설명

    는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하여 설명의무를 다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61) 자세한 내용은 이정환, “의료과오사건의 특성과 법률적 구성”, 「의생명과학과 법」(제10

    권), 원광대학교법학연구소, 2013.12, 5면~30면 참조.

    62) 김선중·이경환·김원호, 「최신의료판례」, 동림사, 2003, 67면 ; 최재천·박영호, 「의료과실

    과 의료소송」, 육법사, 2001, 695면 ; 이경환, 앞의 논문, 278면 등.

    63) 신은주, “의사의 설명의무위반과 손해배상책임”, 「판례월보」, 1995. 1, 9면 ; 이덕환, 앞

    의 책, 126면. 이 견해는 설명의무의 법적 성질을 위법성조각사유설에 기초로 한다.

  • 이정환: 의료과오소송에서 의사의 설명의무

    - 23 -

    과 승낙의 증명책임을 의사에게 부담시키는 근거를 설명이 신체침해로 간주되

    는 의료침습의 정당화사유인 승낙의 유효조건이라는 데서 찾는 것이 독일의 일

    반적 경향이다.64) 이때 특히 수령자의 능력, 침습의 정도, 명시적 동의냐, 묵시

    적·추정적 동의냐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서 충분한 설명에 기한 동의가 이루

    어졌는지 여부를 주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한다.

    둘째, 의사에게 문서화 의무를 부과하고 그 문서는 증명의 수단이 되므로 환

    자에게는 불가능한 “문서화 가능성”의 결과증명이 의사에게는 용이하므로 의사

    가 증명책임을 진다는 견해가 있다.

    셋째, 설명이 되지 아니하였을 경우에 피해자는 그가 적시에 설명을 하였으

    면 그 때에 그에게 권유된 조치를 취하였을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거의 불

    가능하고, 이 불확실성의 위험은 바로 설명의무의 위반에 의하여 만들어졌고,

    그렇기 때문에 그 위험은 의사에게 부과되는 것이라고 보는 견해이다.

    나. 환자부담설

    이 견해는 환자가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을 증명하여야 한다고 보는 견해이

    다.65) 불법행위의 존재는 원고가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므로 설명의 부존재

    의 증명책임은 환자인 원고가 부담한다고 한다.66)

    한편, 의료의 현장에서 의사가 환자의 의사에 반하여 치료를 실시하는 것은

    경험칙에 반한다고 보아서, 환자가 그 치료가 자신의 의사에 반하였음을 증명하

    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67)

    다. 동의와 설명을 나누는 견해

    64) 안영환, “의사의 설명의무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석사학위 논문, 1994, 65면.

    65) 김장환, “의사의 설명의무”,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논문, 1998. 2, 108면. 이 견해는 설명

    의무의 법적 성질을 법적 의무, 즉 독립적 부수의무설과 독립적 주의의무설을 기초로 한다.

    66) 이수경, 앞의 논문, 102면 ; 전병남, 앞의 논문, 142면.

    67) Baumgartel, Das Wechselspiel der Beweislastverteilung im Arzthaftungsprozess,

    Gedachtnisschrift Bruns, 1980, S.105 ; Laufs, Arztrecht, 1988, S.59ff ; Weyers,

    Empfiehltessich, im Interesse der Patienten und Arztliche Vertrags(Standes) und

    Haftungsrecht einzufuhren Verhandlung des 52. Deutschen Juristentages, Gutachten

    A, 1978, 20ff.

  • 의생명과학과 법 제12권

    - 24 -

    이 견해는 의사의 설명과 환자의 동의를 구분하여 환자측은 자신의 동의가

    없었음을 주장하는 것이므로(즉, 자기결정권의 침해가 있었음을 주장하는 것이

    므로), 그 점에 관하여 증명책임이 있고, 반대로 설명의무의 이행여부(특히, 그

    충분성 여부)에 관해서는 의사측이 의료계약상 진료의무와 병렬적인 설명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에 비추어 그 증명책임 또한 의사측에 있다고 함이 상당하다는

    견해이다.68)

    3. 판례

    초기판례의 태도는 증명책임에 관하여 명확하게 판시한 내용은 없고,69) 1990

    년대에 들어 오히려 위자료청구만을 하는 경우에 환자에게 증명책임을 지우는

    듯한 판결이 나타나고 있었으나,70) 최근 대법원은 "설명의무는 침습적인 의료

    68) 석희태, “의료과오 민사책임에 관한 연구”, 연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8, 50면.

    69) 대판 1979. 8. 14, 78다488(원고는 위와 같은 후유증에 대하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자

    이고 긴급을 요하는 사태도 아니였다면 그러한 후유증이 수반되는 수술을 승낙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니 집도의사들이 설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함과 동시에 동

    원고의 승낙권을 침해함으로써 위법한 수술을 실시하였다는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

    고 의료행위에 대한 설명의무와 승낙의 정도를 잘못 인정하여 불법행위에 대한 법리를 오해

    한 위법은 없다) ; 대판 1987. 4. 28, 86다카1136(성형수술을 한다 하더라도 외관상 다소

    간의 호전이 기대될 뿐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피부이식수술로 인한 피부제공처에 상당한 상

    처로 인한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고려하여 수술 전에 충분한 검사를 거쳐 환자

    인 원고에게 수술중 피부이식에 필요하거나 필요하게 될 피부의 부위 및 정도와 그 후유증

    에 대하여 구체적인 설명을 하여준 연후에 그의 사전동의를 받아 수술에 임하였어야 할 업

    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막연한 두피이동술 및 식피술등

    의 수술에 관한 동의만 받았을 뿐 양대퇴부의 피부이식에 대한 내용 및 그 후유증 등에 대

    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주지 아니하고 수술에 이른 이상 원고의 위 상해는 위와 같은 주

    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과실로 인한 것이다). 독일판례의 경우 설명의무의 위반에 대한 상

    당한 사유가 있음을 증명하는 것은 의사의 책임이라고 한다(BGHZ 29, 46=NJW 1959,

    811. BGH NJW 1976, 363).

    70) 대판 1995. 2. 10, 93다52402 ; 대판 2002. 10. 25, 2002다48443(판결의사가 설명의무

    를 위반한 채 수술 등을 하여 환자에게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환자측에서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 대한 위자료만을 청구하는 경우에

    는 의사의 설명결여 내지 부족으로 선택의 기회를 상실하였다는 사실만을 입증함으로써 족

    하고, 설명을 받았더라면 사망 등의 결과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까지 입증할 필요

    는 없으나, 그 결과로 인한 모든 손해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 중대한 결과와 의사의 설명

    의무 위반 내지 승낙취득 과정에서의 잘못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하며, 그

    때의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내지 치료행위에 대한 선택의 기회를 보호

    하기 위한 점에 비추어 환자의 생명, 신체에 대하나 구체적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위반과 동일시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 이는 전 손해배상의 경우에는 설명의무

  • 이정환: 의료과오소송에서 의사의 설명의무

    - 25 -

    행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의사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상의 조치로서,

    그 의무의 중대성에 비추어 의사로서는 적어도 환자에게 설명한 내용을 문서화

    하여 이를 보존할 직무수행상의 필요가 있다고 보여 질 뿐 아니라, 통상적인 의

    료행위에 비해 오히려 긴급을 요하는 응급의료의 경우에도 의료행위의 필요성,

    의료행위의 내용, 의료행위의 위험성 등을 설명하고 이를 문서화한 서면에 동의

    를 받을 법적 의무가 의료종사자에게 부과되어 있는 점, 의사가 그러한 문서에

    의해 설명의무의 이행을 입증하기는 매우 용이한 반면 환자 측에서 설명의무가

    이행되지 않았음을 입증하기는 성질상 극히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특별한 사

    정이 없는 한 의사 측에 설명의무를 이행한 데 대한 입증책임이 있다고 해석하

    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

    및 법체계의 통일적 해석의 요구에 부합한다"고 하여71) 명시적으로 의사에게

    증명책임이 있다고 하여 그간의 논의를 정리한 바 있다.72)

    4. 검토

    환자측으로서는 의사가 진료기록부 등을 작성하여 서면을 남기는 것과는 달

    리 아무런 준비 없이 의료행위를 당하는 입장으로서 의사가 설명을 하지 않았

    다는 것을 증명할만한 수단이 없어 이러한 의사의 설명의무 불이행을 증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구나 현실적으로도 의사들이 대부분 수술승낙서 등

    의 문서형태로 설명의무 이행사실에 대한 증거를 남기기에 의사에게 이에 대한

    증명을 부담시키는 것73)이 형평에 맞다 할 것이다.74)

    위반이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와 동일시할 정도의 잘못이며 과실과 결과와

    의 상당인과관계까지 증명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를

    증명책임의 분배에 대한 판결로 보아서는 안 되고, 위자료청구의 요건사실을 강조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71) 대판 2007. 5. 31, 2005다5867.

    72) 백경희, 앞의 논문, 85면.

    73)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9조 같은 법 시행규칙 제3조 및 서식1에 의하면 통상적인 의료행

    위에 비해 오히려 긴급을 요하는 응급의료의 경우에도 의료행위의 필요성, 의료행위의 내용,

    의료행위의 위험성 등을 설명하고, 이를 문서화한 서면에 동의를 받을 법적 의무가 의료종

    사자에게 부담되어 있다.

    74) 설명의무에 대한 증명책임은 환자의 주장책임과는 구별된다. 증명책임의 분배에 관한 법률요

    건분류설에서는 주장책임과과 증거제출책임 및 설명책임의 분배는 일치하는 것이 원칙이나,

    이처럼 의료과오소송 등에서 도입되고 있는 위험영역설 또는 증거거리설의 경우에는 전통적

  • 의생명과학과 법 제12권

    - 26 -

    또한 의료과오소송 전체에 있어서도 환자측의 증명곤란을 해소하기 위하여

    정책적으로 증명책임을 완화하고 있고, 설명의무위반이 실무에서 이용되는 것은

    실제로 환자들이 증명책임을 잘 이행하지 못하여 피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나

    손해배상을 전혀 못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 증명책임을 피하여 위자료라도 지급받기 위하여 우회

    적으로 설명의무위반을 주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정책적 배경 등을 고려

    하여 볼 때 의사가 설명의무에 대한 증명책임을 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75)

    Ⅴ. 설명의무위반의 효과

    1. 서

    의사의 유효한 설명과 환자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진료행위는 설사 그것이

    사회적 타당성 등 다른 유효요건을 충족하고 있어도 진료의 내용에 따라 신체

    또는 정신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이와 같은 진료행위와 의사의 전단적인 행위에 의한 의료침습의 유형으로는

    ① 의료기술에 맞고 침습이 성공한 경우, ② 의료기술에 맞으나 침습이 실패한

    경우, ③ 의료기술에 맞지 않으나 침습이 성공한 경우, ④ 의료기술에 맞지 않

    고 침습이 실패한 경우가 있다.

    ①유형과 ③유형의 경우에는 환자에게 재산적 손해는 발생하지 않으나, 환자

    의 자기결정권의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는 인정된다.

    인 "증명책임과 주장책임과의 관계를 어떻게 처리 해명할 것인가 하는 난점"이 지적되고 있

    다. 예컨대 변론주의하에서 환자는 의사의 설명불이행사실을 주장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위험영역설의 입장에서는 의사의 행위, 즉 불설명이라는 부작위는 그의 위험영역에 속하여 이

    에 대한 증명책임을 의사가 부담하게 된다. 즉, 의사의 위험영역에 의사 자신의 행위가 속하

    고, 이에 따라서 손해의 원인이 의사의 위험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상, 의사에 대하여 기

    계와 같은 정확성을 가지고 진료할 것을 요구할 수 없다는 사정이 의사에게 증명책임을 부담

    시키지 않기 위한 어떠한 합리적 근거도 될 수 없다는 것이다(Prolss, Beweiserleiterungen

    im Schadensersatzprozess, 1966, S.78. 김용한, “의료과오의 서론적 고찰”, 「사회과학」

    (제8집), 건국대학교, 1984, 137면).

    75) 김충원, 앞의 논문, 142면~143면.

  • 이정환: 의료과오소송에서 의사의 설명의무

    - 27 -

    ④유형의 경우에는 의사가 환자의 신체에 대한 완전성을 침해하였으므로, 의

    사는 환자에게 전 손해배상의무가 발생한다.

    ②유형의 경우에는 의사가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면 외형적으

    로 행하여진 동의는 무효가 된다. 따라서 의사는 자신의 침습으로 인하여 환자

    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 되므로 불법행위적 또는 계약위반적인 행위를

    한 것으로 되어 환자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이 발생할 수 있는데,76) 이 경우 설명

    의무위반의 효과에 대하여 재산상의 손해를 포함한 전 손해배상을 인정할 것인

    지, 아니면 단지 정신적 손해인 위자료의 배상만을 인정할 것인지가 문제된

    다.77)

    2. 침해법익에 대한 학설

    가. 자기결정권침해설

    의사의 설명의무에 대한 이행이 불충분한 경우에는 그 자체로서 환자의 자

    76) 손해배상책임은 법적 성질에 따라 ①불법행위책임설, ②계약책임설(채무불이행책임설), ③

    양청구권경합설이 대립한다. ①불법행위책임설은 설명의무위반책임의 근거로 민법 제750조

    의 불법행위책임을 드는 것이 종래의 일반적인 경향이다(추호경, 「의료과오론」, 육법사,

    1992, 79면 ; 신현호, 앞의 책, 240면). 의사가 법적으로 유효한 환자의 동의 없이 실행한

    의료행위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동시에 불법행위상의 신체침해의 구성요건을 충

    족하기 때문에 무효이며 환자에게 손상이 발생한 경우에는 상당한 인과관계와 과실이 있으

    면 의사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는데, 불법행위규정에 의한 의사책임은 재산적 손해

    에 대한 금전배상과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의 지급책임이 발생한다고 한다. ②계약책임

    설(채무불이행책임설)은 설명의무위반책임의 근거로서 민법 제390조의 채무불이행책임을 드

    는 것이 최근 경향이다(석희태, 앞의 논문, 65면 ; 최재천·박영호, 앞의 책, 233면). 이 견해

    에서 의사의 설명의무는 계약상 의사의 주된 급부인 진료의무와 병존하는 독립적 부수의무

    이므로, 의사가 환자에게 설명을 하지 않거나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을 경우에 그것은 계약

    의무위반이 된다고 한다. 의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

    에 환자가 자신의 건강상태나 위험에 대하여 알았더라면 다른 결정을 했을지도 모르는 손상

    적인 치료결과의 위험을 환자에게 야기시키고 그 위험이 발생한 경우에 의사는 과실있는 행

    위를 한 것이 되며, 의사는 환자에게 그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한

    다. ③양청구권경합설은 설명의무위반에 의한 의사 등의 배상책임으로서는 불법행위책임 또

    는 채무불이행책임의 어느 쪽을 청구하든 그것은 피해자의 자유라는 견해이다(곽윤직, 「채

    권각론(신정판)」, 박영사, 1998, 792면 ; 이영환, 「의료과오와 의사의 민사책임」, 부산대

    학교 출판부, 1997, 44면 ; 주호노, 「의료와 법률」, 유성문화사, 1992, 106면 ; 박종원,

    앞의 논문, 152면).

    77) 이수경, 앞의 논문, 103면.

  • 의생명과학과 법 제12권

    - 28 -

    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의사에게 불법행위책임이 성립되고 이는 신체상

    의 침해와는 무관하다는 견해이다.78)

    이 견해에서는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이 있고 이에 따라 신체침해가 있다 하

    더라도 설명의무위반이 신체침해에까지 미치는 것은 아니고, 신체침해에 대하여

    는 별도의 진료상 과실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따라 책임을 지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설명의무위반에 대한 책임으로는 정신적 손해,79) 즉 위자료청구권만

    이 발생한다고 본다.

    나. 신체침해설

    설명의무는 환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침해로서 이를 위반하여

    의료행위를 하다가 환자의 신체에 손해를 가하게 되면 설명의무위반과 신체침

    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견해이다.80)

    따라서 설명의무위반에 대한 책임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물론 치

    료비 등 재산상의 손해81)까지도 모두 인정된다고 본다.

    78) 이덕환, 앞의 책, 275면.

    79) 정신적 손해는 가해행위에 의하여 피해자가 생명의 침해 또는 신체의 상해를 받고 이로 인

    하여 정신적 안정상태를 침해받음으로써 생긴 손해를 말하고, 정신적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

    금은 위자료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직업, 연령, 사회적 지위, 가족관계,

    사고경위 등의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산정하며, 청구권자는 본인 외에 배우자, 직계 존비속,

    정신적 고통을 받을 수 있는 동거자 등이 포함된다(이영환, 앞의 책, 413면 ; 신현호, 앞의

    책 418면 ; 최재천·박영호, 앞의 책, 732면 ; 범경철, 앞의 논문, 205면). 대법원은 민법 제

    390조가 규정하는 손해에는 정신적 손해가 포함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판 1994. 4. 15,

    92다25885).

    80) 김상용, 「채권각론(하)」, 법문사, 1998, 377면.

    81) 재산적 손해는 금전으로 평가할 수 있는 손해로서, 적극적 손해와 소극적 손해가 있다. 적

    극적 손해는 가해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지출하였거나 채무를 부담함으로써 감소된 재산상

    의 이익을 말하고, 설명의무위반 소송에서의 치료비, 장례비, 변호사 비용 등이 이에 해당한

    다. 치료비에는 의료비, 입원비, 약품대, 치료기구대, 간병인 비용, 특별 식비, 영양보급비,

    온천 요양비, 입원 통원 교통비, 기타 잡비 등이 포함되고, 장례비에는 사체처리 비용, 주식

    접대비, 제례 비용, 영구차 비용, 묘지 구입비 등이 해당된다. 반면, 소극적 손해는 가해행위

    가 없었더라면 얻었을 재산상의 이익을 말하고, 일실이익이라고도 하며, 휴업손해나 퇴직금

    등이 이에 해당된다. 소극적 손해를 평가하는 방법으로는 차액설과 평가설이 있는데, 환자의

    사망 또는 상해와 이로 인한 노동능력의 상실 또는 감소를 기준으로 환자의 노동능력의 가

    치 자체를 평가하여 산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박종원, 앞의 논문, 162면).

  • 이정환: 의료과오소송에서 의사의 설명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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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판례

    판례82)는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에 대하여 자기결정권의 침해라는 점을 명시

    하여 정신적 손해배상으로서의 위자료 청구를 인정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설명의무의 위반을 이유로 재산적 손해 등 모든 손해배상

    을 청구하는 경우 그것이 신체침해의 전제로서 설명의무의 위반인가에 대하여

    는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예외적인 사건83)에서의 과실은 비록 설

    명의무위반이라 판시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진료상의 주의의무위반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결국 부수적 의무위반으로 인정되는 설명의무위반의 경우

    환자는 자기결정권의 침해로 인한 위자료 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

    다.

    4. 검토

    설명의무는 의사가 인체침습행위에 대하여 치료의 내용, 경과, 예후, 부작용

    과 위험성 등을 환자에게 알려주고, 환자가 자기결정권에 기하여 결정을 하면,

    의사가 그 결정에 따라 시술 및 투약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82) 대판 1994. 4. 15, 92다25885(피해자가 의사의 치료상의 과실이 없더라도 그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투약 여부에 대한 승낙권을 침해당하였다면 그 위법행위 때문에 예기치 못한 의약

    품의 부작용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 할 것이고, 가족들도 위 고통을 함께 입었다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 병원을 경영하는 법인은 위 피해자에게 신체장해 등에 의한 재산

    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은 없다 하더라도 위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위 정신적 고통에 대

    한 위자료는 지급할 책임이 있다). 대판 2002. 1. 11, 2001다27449 ; 대판 2002. 5. 28,

    2000다46511 ; 대판 2002. 10. 25, 2002다48443 ; 대판 2002. 12. 10, 2001다56904 ;

    대판 2007. 9. 7, 2005다69540 ; 대판 2009. 5. 21, 2009다17417(전원합의체) ; 대판

    2010. 3. 25, 2009다95714 ; 대판 1997. 7. 22, 95다49608 ; 대판1994. 4. 15, 93다

    60953 ; 대판 1995. 1. 20, 94다3421 ; 대판 1995. 2. 10, 93다52402 ; 서울지방법원

    1994. 8. 24, 93가합80648.

    83) 대판 1996. 4. 12, 95다56095(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수술 등을 하여 환자에게 사

    망 등의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환자측에서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 대하여 위자료만이 아닌 전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경우에는, 그 설명의무의

    위반이 구체적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의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러한 위반행위와 환자의 사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함이 입증되어야 한다) ;

    대판 1995. 2. 10, 93다52402 ; 광주지법ᅠ2005. 8. 16,ᅠ2003가합9188(피고는 원고에게 재산상 손해 34,794,996원과 위자료 3,0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 의생명과학과 법 제1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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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결정권은 인격권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고 있는바, 이는 인체의 침습행위 그

    자체와는 별개의 법익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의 설명에 근거하여 동의를 받거나 동의를 받지 않고 한 행위가 진료상

    의 과실에 기인하여 의료사고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설명의무위반의 문제가 아

    니고 진료과실문제로서 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설명의무위반은 단지 인체침해를 수반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단지

    인격권인 자기결정권84)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자기결정권침해설이

    타당하다85)고 보아야 할 것이다.

    Ⅵ. 결 론

    의료소송에서는 의료행위의 전문성, 재량성, 비공개성에 대응하여 환자측이

    부담하는 의료과실에 대한 증명의 어려움을 경감시키려는 목적으로 형성되고

    발전되어 왔다.

    이에 따라 법원은 의사가 환자에게 수술 등 인체에 위험을 가하는 행위를

    함에 있어 그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환자 본인 또는 그 가족에게

    그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

    여 당시의 의료수준과 충분히 비교하여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의무를 정의하고 있

    다.86)

    의사측과 환자측간의 의료분쟁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 이에 윤

    리적인 의사는 자신의 과실, 특히 설명의무위반을 인정하고 기꺼이 책임을 지려

    고 할 것이고, 그러한 경우는 의료분쟁에 휩싸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신이

    아닌 의사가 환자에게 과실을 범하고서도 이를 부정한다면 최후의 보루로서 환

    84) 인격권은 명예훼손과 같이 그 피해가 외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

    는 인격적 침해의 외부적 효과를 동반하게 되어 피해가 재산상의 손해에까지 미치게 되므로

    재산상의 손해배상도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인격권인 자기결정권은 단지 환자 자신이 결

    정할 기회를 갖지 못한 손해를 입은 경우이므로 그 영향은 외부적인 효과는 전혀 없고 단지

    자신의 내부로만 영향을 주게 된다(이경환, 앞의 논문, 280면).

    85) 이경환, 앞의 논문, 279면~280면.

    86) 이경환, 앞의 논문, 280면.

  • 이정환: 의료과오소송에서 의사의 설명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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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는 의사윤리의 최소한인 의사의 설명의무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87)

    이에 본고에서는 설명의무의 근거와 법적 성질, 설명의무의 내용과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증명책임 및 효과 등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의사의 설명의무는 윤리적 근거로서 진실의무, 환자의 자기결정권, 의사의

    직업윤리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법적 근거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 제10조와 민법상의 계약 및 신의칙, 의료법 제16조, 제22조 및 의료법시

    행규칙 제15조와 제16조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서 파생되는 권리임을 고려할 때, 결국 윤리적 근거와 법적 근거

    는 교차하게 된다.

    의사의 설명의무는 오늘날 일단 법적 의무로 파악된다고 할 수 있는데, 의사

    의 설명의무는 의사의 주된 의무인 진료의무와는 독립된 부수적 의무라고 보아

    야 한다. 그러므로 부수적 의무위반으로 인정되는 설명의무위반의 경우, 민사상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로서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만이 인정됨이 논리적으

    로 타당하다 할 것이고, 주의의무를 위반한 경우와는 별개의 독립된 소송이 가

    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환자는 의사의 설명의무위반에 대하여 불법행

    위책임 또는 채무불이행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설명의무의 주체는 원칙적으로 처치의사이지만 동료의사를 통하여 설명

    이 이루어졌다면 그러한 경우에는 처치 전에 환자가 충분히 설명을 들었는지 확

    인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동의권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