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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6, No.4 December 2015 R ussia & R ussian F ederation 계간 2015년 겨울호 발행인·김현택 발행처·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연구센터 러시아연구소 2015년 12월 1일 발행 Vol.6, No.4 통권 제24호 December 2015 Russia & Russian Federation Russia & Russian Federation ISSN 2093-3789 4 0 No. December 2015 | Vol. 6 연구노트 : 러시아연방 인문공간 연구 두만강 유역개발사업(GTI)을 둘러싼 북한과 러시아의 각축 러시아 우랄 지역 이슬람 사회의 변화와 그 시사점 2006~2015년 한국 러시아정치연구의 경향과 추이 2014~2015년 러시아의 애국주의와 사회 통합: 설문조사를 통해 살펴본 국민의식 인간과 문학 『코틀로반』의 ‘건축학개론’ 스크린 속의 러시아 만인 대 일인의 싸움: 『바보』에 나타난 가치 부재의 사회 러시아 민족 이야기 느가나산인, 타이미르 반도의 소수민족 명화 속에 그려진 삶 러시아 풍속화가 열전(列傳) 바실리 수리코프의 <귀족 부인 모로조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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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ussia &Russian Federation

    Russia & Russian FederationISSN 2093-3789 40No.December 2015 | Vol. 6연구노트 : 러시아연방 인문공간 연구

    두만강 유역개발사업(GTI)을 둘러싼 북한과 러시아의 각축

    러시아 우랄 지역 이슬람 사회의 변화와 그 시사점

    2006~2015년 한국 러시아정치연구의 경향과 추이

    2014~2015년 러시아의 애국주의와 사회 통합: 설문조사를 통해 살펴본 국민의식

    인간과 문학

    『코틀로반』의 ‘건축학개론’

    스크린 속의 러시아

    만인 대 일인의 싸움: 『바보』에 나타난 가치 부재의 사회

    러시아 민족 이야기

    느가나산인, 타이미르 반도의 소수민족

    명화 속에 그려진 삶

    러시아 풍속화가 열전(列傳) 바실리 수리코프의

  • T h e M a g a z i n e o f R u s s i a & R u s s i a n f e d e R a T i o n

    042 0 1 5Vol.6 No.4

    Russia & Russian Federation

    contents

    Russia & Russian Federation 겨울호(계간)통권 제24호 2015년 12월 1일 발행

    발행인 / 김현택(한국외대)

    편집인 / 황성우(한국외대)

    편집위원 / 김민수(한국외대)

    김선래(한국외대)

    김준석(한국외대)

    김혜진(한국외대)

    라승도(한국외대)

    손현익(한국외대)

    송준서(한국외대)

    이지연(한국외대)

    장세호(한국외대)

    최우익(한국외대)

    발행처 /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연구센터

    러시아연구소

    주 소 / 17035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모현면

    외대로 81

    전 화 / 031-330-4852

    팩 스 / 031-330-4851

    인터넷 홈페이지 http://www.rus.or.kr

    디자인·편집 / (주)이환디앤비(02-2254-4301)

    인쇄인 / 송용수

    인쇄처 / (주)이환디앤비

    ISSN 2093-3789

    비매품

    ※ 본 잡지의 내용을 허가없이 무단전재하거나

    재배포하는 행위를 금합니다.

    T h e M a g a z i n e o f R u s s i a & R u s s i a n f e d e R a T i o n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가 인문한국(HK)사업의 일환으로 발행하는 은 러시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등 시사성 있는 주제를 분석

    하고, 러시아 지역연구의 선도적 역할을 지향하는 종합

    지역정보지입니다.

    1. 학술마당

    연구노트 : 러시아연방 인문공간 연구

    두만강 유역개발사업(GTI)을 둘러싼 북한과 러시아의 각축 / 김선래(한국외대) | 2러시아 우랄 지역 이슬람 사회의 변화와 그 시사점 / 송준서(한국외대) | 92006~2015년 한국 러시아정치연구의 경향과 추이 / 장세호(한국외대) | 162014~2015년 러시아의 애국주의와 사회 통합:

    설문조사를 통해 살펴본 국민의식 / 최우익(한국외대) | 21

    인간과 문학

    『코틀로반』의 ‘건축학개론’ / 김준석(한국외대) | 29

    스크린 속의 러시아

    만인 대 일인의 싸움: 『바보』에 나타난 가치 부재의 사회 / 라승도(한국외대) | 35

    러시아 민족 이야기

    느가나산인, 타이미르 반도의 소수민족 / 김혜진(한국외대) | 41

    명화 속에 그려진 삶

    러시아 풍속화가 열전(列傳)

    바실리 수리코프의 / 이지연(한국외대) | 50

    2. 정보마당

    러시아어 Tips - 러시아어 형용사 유의어(1) / 김민수(한국외대) | 58

    역사상식 - 권좌에 대한 욕심으로 ‘저주받은 군주’

    스뱌토폴크 블라디미로비치 / 황성우(한국외대) | 65

    3. 알림마당

    러시아 지방학술대회 안내 | 72

    러시아 신간서적 안내 | 74

    러시아연구소 후원자 모집 | 76

    영문학술지 REGION | 78

    Russia · CIS Focus 투고 안내 | 80

    슬라브연구 논문 투고 안내 | 81

  • 연구노트 : 러시아연방 인문공간 연구

    인간과 문학

    스크린 속의 러시아

    러시아 민족 이야기

    명화 속에 그려진 삶

    R u s s i a &

    R u s s i a n

    F e d e r a t i o n

  • 김 선 래 (한국외대 HK연구교수)

    두만강 유역개발사업(GTI)을 둘러싼 북한과 러시아의 각축

    연구노트러시아연방 인문공간 연구

    동북아 개발을 놓고 러시아, 중국, 한국, 북한이 대회전을 시작하였다. 특히 두만강 소 삼각지역인 중

    국의 훈춘,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북한의 나진 선봉 특별시의 개발을 둘러싸고 북·중·러 삼국이 공

    세적인 개발 프로젝트를 제시하면서 개발 주도권을 놓고 대립하는 구도를 보이고 있다. 1991년부터 시

    작된 유엔 개발계획인 두만강 종합개발계획이 24년 동안 진척이 안 되고 공전 한 이유는 두만강 유역 개

    발을 두고 북·중·러 삼국의 계산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1991년 출발한 북한의 나선 자유경제무역지대는

    동북아시아 금융, 무역, 관광기지로 도약하겠다는 웅대한 계획과 달리 투자유치 실패로 장기간 좌초되

    어 있었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와 다르지 않다.

    2 연구노트

  • 러시아가 이니셔티브를 쥐고 주도하는 남·북·

    러 삼각 협력 사업이 우크라이나 사태이후 러시

    아에 대한 서방진영의 경제봉쇄가 진행되면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은 5·24 조

    치로 인하여 대북투자에 발목이 묶여 있고, 미

    국의 대 러시아경제제재로 인하여 나진 선봉지

    구 투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

    러한 동북아의 고착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러

    시아는 극동 시베리아 지역에 대한 9개 선도 경

    제 지구와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이라는 정책

    을 제시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러

    시아의 적극적 제안에 뒤이어 북한은 나선(나진·

    선봉) 경제 무역지대(나선경제특구)에 대한 종합

    적인 개발 계획을 확정하여 발표하였다. 이 프로

    그램은 러시아가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극동 지

    역에 대하여 맞서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글

    에서 러시아가 추진하고 있는 신동방정책 중 한

    부분인 극동 지역의 개발과 블라디보스토크 자

    유항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고, 이에 대응한 북한

    의 나선 특구 종합 개발계획을 살펴봄으로서 두

    만강 개발 계획에 대한 한·중·러·북의 동상이몽과

    그 접점을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할 것이다.

    북한의 나선특구에 대한 종합개발계획

    2015년 11월 18일 북한은 나선경제특구를

    MICE(기업회의, 인센티티브 관광, 국제회의, 전시사

    업)을 중심으로 나선경제무역지대 종합개발 계

    획을 확정하고 발표하였다. 북한은 50여개의 나

    선경제무역지대 투자관련 법규를 게재하면서 관

    광지 개발대상 10곳과 산업구 개발 9곳, 8개소의

    기업과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투자항목, 세금정

    책, 기업창업절차, 투자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내

    용을 공개하였다. 이중 관광지 개발 10곳은 신해

    국제회의구, 비파섬 생태관광구, 해상금 관광지

    구, 창진동 식물원, 갈음단 해수욕장, 웅상해양체

    그림1. 2015 동방경제포럼(출처: http://kr.sputniknews.com)

    3연구노트

  • 육관광지, 우암 해돋이부감관광지, 사향산 등산

    관광지, 소초도 유람선관광, 추진 휴가 및 별장

    촌 등으로 총 투자 규모 62억 6천만 달러이다. 산

    업구 개발 9곳은 나진항 물류산업구, 신흥경공

    업구, 안주국제상업구, 관곡공업구, 안화·동명개

    발구, 두만강개발구, 웅상개발구, 구룡평·굴포 개

    발구, 백학공업구이다. 이 중 나진항 물류산업구

    는 남·북·러 3각 협력사업 중 대표적인 물류사업

    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해당되어 관심을 끌었

    다. 이는 나진부두 시설과 보세구역으로 이루어

    진 8㎢ 면적의 종합 물류산업구를 개발하는 사

    업이다. 신흥경공업구는 피복, 가구, 컴퓨터, 반도

    체소자를 위주로 경공업 첨단기술산업지구로 육

    성한다. 투자규모는 2억 달러이다. 안주국제상업

    구는 금융 서비스를 비롯하여 각종 서비스산업

    에 대한 12억 1천만 달러의 투자를 필요로 한다.

    백학공업구는 22㎢의 면적에 강철, 건재, 첨단기

    술 공업, 설비제작 공업구가 설립된다. 웅상개발

    구는 주로 강재와 시멘트와 건축용 유리, 자동차

    용 유리, 가소제, 건축 타일, 위생 자기 등 건재공

    업과 제지, 가구, 연필, 합판 등 목재가공 공업이

    함께 건설된다. 구룡평 지구에는 주로 컴퓨터 조

    립과 통신설비, 세탁기, 냉동기, 컬러TV 등을 생

    산하는 첨단기술산업구 그리고 버섯과 채소, 축

    산물 가공을 위한 농축산물가공공업구를 건설

    한다. 굴포 지역에는 유기농업과 굴포철새생태관

    광구가 들어선다. 마지막으로 두만강지구의 0.15

    ㎢ 구역이 개발지역으로 지정됐다. 이곳에는 주

    로 방직과 신발, 식료품가공, 일용품 공업 시설

    등이 유치된다. 8개소에 대한 기업 프로젝트는

    합작 또는 합영의 형태로 외국 투자를 받는다. 나

    선종합식료공장, 나진영예군인일용품공장, 나진

    음료공장, 선봉온실농장, 선봉피복공장, 나선영선

    종합가공공장, 남산호텔증축확장, 남산호텔광장

    재건축이 그 내용이다. 나선 종합식료공장의 경

    우 외국기업과 합영 혹은 합작을 통하여 건강식

    품을 개발하여 내수와 수출로 이어지며 총 투자

    규모는 360만 달러이다. 나진영예군인일용품공

    그림2. 중국 지린성 훈춘시의 3국(중국 러시아 북한) 접경지역인 팡촨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모습. 사진 오른쪽의 두만강 위로 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철길이 보인다. 철길 오른쪽은 북한, 왼쪽은 러시아 영토이며, 전망대는 중국에 세워졌다.

    (출처 :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

    4 연구노트

  • 장은 군복무중 신체적 정신적 상해가 있는 영예군인들이 생

    산한 세탁비누와 세제, 못 등을 특구에 공급하는 기업이다.

    나진음료기업은 특구 내 공급하는 음료와 물, 알콜 종류를 생

    산하는 기업으로 년 매출액 120만 불 정도이다. 선봉온실 공

    장은 온실에서 재배한 신선한 야채를 특구 내 공급하고 러시

    아 극동지역으로 수출하는 기업으로 투자 규모는 58만 달러

    이다. 선봉피복공장은 가공무역으로 작업복 등산복, 셔츠 등

    을 생산한다. 나선영선종합가공공장은 특구 내 연산 4만 톤

    규모의 식기세척제와 세탁세제, 치약 등을 생산하며 투자규모

    는 600만 달러이다. 남산호텔증축확장, 남산호텔광장재건축

    은 2개 층 증축과 호텔 앞 광장을 국제보행광장으로 개보수

    하여 다양한 기능을 지닌 카페, 원형 극장, 분수, 주차장, 슈퍼

    마켓으로 구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구체적인 사업계획

    과 북한 기업에 대한 제안은 북한이 사실상 '공개 세일'에 나섰

    다고 보고 있다. 투자 정책분야에서는 투자자가 이 지대에 들

    여왔던 재산과 합법적으로 취득한 이윤에 대하여 자유롭게

    입출입이 가능하다. 또한, 투자 기업의 경영과 관리 그리고 생

    산 재정 계획에 대한 권리, 생산물의 가격과 이윤 분배에 대하

    여 독자적인 결정을 할 권리도 주어졌다. 이는 외국 투자자들

    에게 과실송금에 대한 자유와 독자적 경영을 인정한다는 의

    미이다. 경제특구 내 세금에 대한 구체적인 세율과 우대정책

    도 발표했으며 세금의 종류도 거래세, 영업세, 기업소득세, 지

    방세, 재산세, 상속세 등으로 구체적으로 규정을 하였다. 기업

    소득세는 결산이윤의 14%, 장려부문은 결산이윤의 10%이며,

    총 투자액 3천만 유로 이상이 되는 철도, 도로, 항만, 통신, 공

    항과 같은 분야는 이윤이 발생한 날로부터 4년간 기업소득세

    를 면제, 다음 3년간 50% 감세하는 세금우대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나선경제특구에서 활동할 외국 자본뿐 아니라 북한기업에

    대해 자유로운 경영 활동과 이윤 보장 등 '자본주의적 시장경

    제'의 핵심 요소를 적용하기로 한 것은 나선경제특구를 '일국

    양제'(一國兩制·일국 이 체제)의 홍콩식 모델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임과 동시에 본격적인 '개방 실험'에 나섰음

    그림3. 서울신문 (출처: http://www.seoul.co.kr)

    5연구노트

  • 을 나타내며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기

    에 의미가 크다.

    러시아의 극동개발과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러시아의 극동개발 내용 중 가장 최근에 발표

    된 사항이 극동 러시아 선도 개발구와 블라디보

    스토크 자유항이다.

    “100여년 전의 영광을 다시 재현하자, 그리고

    우리는 손님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다.” 블라디보

    스토크는 자유항이라는 러시아 중앙정부의 선

    물에 국제물류의 중심지로, 그리고 관광거점 지

    역으로 부활의 날개 짓을 하고 있다. 19세기 후

    반 제정러시아 시기 블라디보스토크에 조선인과

    중국인이 몰려들면서 국제항의 면모를 보이자 제

    정러시아는 1904년 자유항으로 지정한 역사가

    있다. 100여년이 지난 지금 러시아정부는 예전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하여 또 다시 블라디보스토

    크를 중심으로 외국인들의 투자를 유인하고 있

    다. 러시아는 10년 이내에 연해주 지역 총생산량

    을 2배 이상 그리고 일자리 10만개 창출을 목표

    로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법률이 지난 10월 12

    일 발효되었다. 2016년 1월 1일부터 외국인들은

    비자없이 8주간 체류가 가능하다. 연해주 지역 6

    개 항구(바스토치니, 나호트카, 블라디바스토크, 자

    루비노, 포시에트, 올가)가 이에 해당된다. 이 중 물

    동량이 가장 많은 항구는 바스토치니 항이며 그

    뒤로 나호트카와 블라디보스토크 항이 물동량

    2,3위를 기록하고 있다. 주요 화물은 석탄과 석유

    등 원료 화물이 주를 이룬다. 연해주 내 항구 운

    영회사는 54개 업체로 항구운영 업체들이 소규

    모 계선설비 허가를 바탕으로 항만서비스를 제

    공하는 중소형 기업이 많아 극동물류 발전에 장

    애가 되고 있다. 이들 항구 주요 플레이어들은 자

    유항 지정으로 30~40%의 세금절감효과가 발생

    하여 가격경쟁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극동지역

    물류양의 획기적인 증대 이외에는 블라디보스토

    크를 중심으로 하는 항만 개발과 발전에 한계가

    있어 전문가들은 현재의 벌크 위주의 물동량보

    다는 컨테이너 화물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

    국에 투자요구가 많은 자루비노 항은 아직 기본

    인프라 시설이 미비하여 개발 프로젝트의 구체화

    가 요원하다.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지정 이외에 러시아

    정부는 9개 지역 선도개발구를 설정하여 자유경

    제지구와 비슷한 산업기지를 조성하고, 인프라

    구축을 통하여 각종 행정 세제상의 특혜를 제공

    하여 한국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려 한다. 러시아

    의 선도개발구역은 2014년 12월 29일 대통령 서

    명 이후 러시아 연방선도개발 구역법의 보호를

    받으며 안정적 투자유치와 기업들의 활동을 보장

    하는 지역이다.

    9개 선도 개발구는 다음과 같다.

    1) 하바로프스크 선도개발구역(공업 위주): 하

    바로프스크 지방

    2) 콤소몰스크 선도개발구역(공업 위주): 하바

    로프스크 지방

    3) 나데즈딘스키 선도개발구역(경공업.식품공

    업.운송-물류): 연해주 지방

    4) 미하일로프스키 선도개발구역(축산업.농식

    품 공업): 연해주 지방

    5) 프리아무르스키 선도개발구역(공업.운송-물

    류): 아무르 지방

    6) 벨로고르스크 선도개발구역(농업 위주): 아

    무르 지방

    6 연구노트

  • 7) 캄차트카 선도개발구역(관광-휴양.항만-공

    업.농업): 캄차트카 지방

    8) 베링고프스키 선도개발구역(광업): 추코츠

    키 자치구

    9) 칸갈라스 선도개발구역(공업 단지): 사하(야

    쿠티아) 공화국

    이와 같이 러시아는 개발전략의 중심축을 아

    시아 태평양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비록 극동

    러시아는 모스크바에서 9288㎞나 떨어져 있지

    만, 새로운 동북아 시대를 예측한 러시아가 전략

    적으로 투자와 집중을 하고 있는 곳이다. 러시아

    는 극동 러시아 개발에 있어서 한국의 참여를 상정하고 있다. 중국의 투자와 참여에 대하여 경계를 하

    며, 한국의 자본과 기술이 극동지역을 발전시키는데 가장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공세적 개방에

    대항하는 모습인 북한의 나진 선봉지구 특구제안은 러시아로는 매우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991

    년 두만강 종합개발 시 중국이 보였던 모습이 또 다시 반복 될 거라는 북한의 의심은 오히려 당연할 지

    그림4. 출처: http://russiafocus.co.kr / 러시아포커스

    출처: 블라디보스토크 코트라 무역관

    그림5. 2014년 연해주 항구 총 물동량 10억 1900만 톤(단위: 백만 톤)

    7연구노트

  • 도 모른다. 중국은 그 당시 한국의 자본과 기술

    이 절실하였으며, 한국의 대규모 투자를 중심으

    로 경제동력을 가동시켰던 것도 사실이다. 이후

    남·북·중 공동 투자지대인 나진선봉지구는 좌초

    하고 한중 협력의 시대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작

    년부터 시작된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의 주요 타

    겟 중 하나 한국의 극동러시아지역 투자이다. 러

    시아는 한국의 투자 유인 전략의 한 방법으로 남·

    북·러 삼각 협력에 대하여 이니셔티브를 쥐고 추

    진하였다. 북한은 1991년의 실패가 반복되어 북

    한의 나진선봉지역이 또 다시 좌초하는 경우를

    우려하는 것이다. 한국은 두만강 개발사업이 좌

    고우면하는 상황으로 가게 되는 상황을 우려한

    다. 한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과 러시아가 두만강

    투자 개발사업을 두고 획기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고 각 국가의 이해관계를 먼저 생각하고 진행

    시킨다면 이 사업이 진퇴양란의 상황에 빠질 수

    도 있다.

    그림8. 블라디보스토크 고지대에서 바라본 항만의 모습. 블라디보스토크는 지난달 자유항 지정을 계기로 국제물류거점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출처 : http://www.hankookilbo.com / 한국일보)

    그림7. 2015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에서 투자유치를 설명하는 푸틴대통령 (출처 : http://news.kbs.co.kr)

    그림6. (출처: http://news.kbs.co.kr)

    8 연구노트

  • 올해 10월 말 이집트 상공에서 발생한 러시아 여객기 폭발사건과 11월 중순 파리 테러 사건이 급진

    과격 이슬람 무장세력 IS와 관련된 단체의 소행으로 밝혀진 후 유럽 각국에서는 이슬람교도에 대한 경

    계심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경계심은 이미 시리아 난민들이 올 가을경부터 유럽으로 대거 몰려들면

    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소련 붕괴 이후 캅카스 지역, 중앙아시아 등지

    에서 보다 나은 삶의 기회를 얻고자 러시아로 이주한 이슬람교도의 수가 늘었다. 전통적으로 러시아

    내에서 이슬람교도 인구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은 주로 체첸, 다게스탄 등 북캅카스 지역과 볼가 강 유

    역에 위치한 타타르스탄, 바시키

    르 공화국 등이었다. 하지만 최근

    에는 볼가 지역 동쪽에 위치한 우

    랄 지역에도 중앙아시아, 아제르

    바이잔 등지로부터 이슬람교 이

    주민의 수가 늘고 있는 추세다. 이

    에 대해 올해 중반 모스크바 카네

    기센터(Carnegie Moscow Center)

    는 센터의 종교·사회·안보 분과

    장인 알렉세이 말라센코(Alexey

    Malashenko) 교수와 우랄국립탄

    광대학의 알렉세이 스타로스틴

    (Alexey Starostin) 교수는 “우랄 지

    송 준 서 (한국외대 HK교수)

    러시아 우랄 지역 이슬람 사회의변화와 그 시사점

    연구노트러시아연방 인문공간 연구

    그림1. 북부 우랄 지역의 야말-네네츠에 위치한 이슬람 사원 (검색일 : 2015. 11. 10. http://dumrf.ru)

    9연구노트

  • 역에서 비전통적 이슬람 인구의 증가”(�e Rise of

    Nontraditional Islam in the Urals)라는 공동보고

    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두 연구자는 러시

    아 남부 볼가 강 유역에서 수백 년 동안 거주해온

    소위 ‘전통적 이슬람교도’로 불리는 타타르인과

    바시키르인과는 구분되는 캅카스, 중앙아시아

    지역으로부터 소련 붕괴 이후 이주해온 회교도

    를 ‘비전통적 이슬람교도’로 명시하면서 이들이

    러시아의 대표적 철강단지이자 석유·가스 생산지

    인 우랄 지역에서 급진적 이슬람 세력으로 성장

    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그에 대한 대책

    을 제안하였다. 본고에서는 이 보고서를 중심으

    로 우랄 지역의 이슬람 인구의 성장과 그 시사점

    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세속 국가를 천명하고 있는 러시아 정부는 자

    국민을 종교에 따라 구분한 자료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지만 민족을 토대로 종교를 판단

    하는 기준을 적용한다면 러시아 전체 인구 1억

    4,240만 명(2014) 중 이슬람교도의 수는 약 1,600

    만 명이다. 이는 러시아 전체 인구의 11%를 차지

    하는 비율로서 낮지 않은 수치이다. 이들 러시아

    이슬람교도들은 주로 타타르, 바시키르인, 그리

    고 북캅카스 지역의 소수 민족들로 구성되어있

    고 볼가 강 유역의 타타르스탄 공화국, 바시키르

    공화국과 체첸, 다게스탄 등 북캅카스 지역에 많

    이 거주하고 있다. 이 외에도 카자흐, 우즈벡, 타

    직, 키르기스 등 중앙아시아 출신 이슬람교도들

    과 아제르바이잔 출신 이슬람교도 등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로 이주한 회교도 이주민의 수가 꾸

    준히 늘어 현재 약 500만 명을 헤아리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말라센코와 스타로스틴은 이들

    이주민 중 급진적 이슬람 사상을 가지고 있는 자

    들도 있어 지속적인 관심과 관찰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 보고서는 우랄 연방 지구 중 야말-네네

    츠와 한티-만시 자치구는 러시아 연방 예산의 1/3

    에 해당하는 세금이 걷히는 곳으로 이 지역을 포

    함한 우랄연방 지구의 사회·정치적 안정은 러시아

    전체의 안정과 직결되어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

    지역에서 급진적 이슬람 세력의 확산에 대해 예

    의주시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우

    랄 지역에서 비록 급진 이슬람 세력이 심각한 정

    도로 확산된 것은 아니지만 그 수가 늘고 있는 추

    세이므로 정부 관리와 종교 지도자들이 극단주의

    적 성향의 이슬람의 확산을 막는 데 공조하여야

    함을 지적한다.

    그림2. 제정 러시아 시기 첼랴빈스크 도심 한 복판에 세워진 타타르 이슬람 사원 (검색일 2015. 11. 4. http://mimege.ru)

    10 연구노트

  • 우랄 지역 이슬람교도 수와 민족 구성

    그렇다면 과연 우랄 연방지구에 이슬람교도의

    수와 세력은 어느 정도인가? 아래 에서 보

    듯 우랄 연방 지구는 6개 행정주체로 이루어져있

    다. 특히 석유 생산시설이 몰려있는 튜멘 주 그리

    고 각종 철강 생산시설이 밀집해 있는 첼랴빈스

    크 주에 많은 수의 모스크, 즉 회교 사원이 건립

    되어있다. 모스크 이외에 기도원, 기도실까지 합

    하면 2015년 현재 우랄 지역에 총 402개의 이슬

    람 관련 종교 시설이 개설되어있다. 이는 곧 이제

    까지 러시아 내에서 이슬람 종교 시설은 주로 북

    캅카스 지역과 타타르스탄 등에 밀집되어 있고,

    우랄산맥 이동 지역은 상대적으로 이슬람교의

    변방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음

    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이 카네기센터의 보고서는 최근까

    지 우랄 지역과 시베리아 지역의 이슬람교도들은

    극단주의 운동 등에 관심이 거의 없었고, 정치 상

    황에 미치는 영향도 무척 미미했지만 이러한 상

    황이 서서히 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랄 지역

    의 이슬람교도들의 구성 민족을 살펴보면 한 가

    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아래 에

    서 보듯, 소련 붕괴 이전까지는 소위 전통적 이슬

    람교도로 불리는 타타르 인과 바시키르 인들이

    이 지역 이슬람 인구의 주를 이루고 있었지만 지

    난 20여 년 동안 그 수가 많이 줄었다. 1989년 조

    사에서 이들 두 민족은 91만 9천 명 정도로 우랄

    우랄 연방지구 내 이슬람 사원 및 관련 시설 (2015)

    모스크 기도원 기도실 합계

    야말-네네츠 자치구 12 3 10 25

    한티-만시 자치구 23 7 - 30

    튜멘 주 80 22 5 107

    스베르들롭스크 주 47 15 29 91

    쿠르간 주 31 14 1 46

    첼랴빈스크 주 74 23 6 103

    합계 267 84 51 402

    우랄 연방지구의 회교도 인구와 민족 구성

    1989년 센서스 2002년 센서스 2010년 센서스

    명 비율 (%) 명 비율(%) 명 비율(%)

    총 회교도 인구 1,073,267 8.57 1,152,938 9.32 1,133,770 9.39

    타타르, 바시키르 인 919,660 7.34 910,845 7.36 834,115 6.90

    중앙아시아 출신 90,431 0.72 111,889 0.90 153,808 1.27

    북캅카스 출신 31,617 0.25 61,607 0.50 77,198 0.64

    아제르바이잔 인 31,081 0.25 66,632 0.54 66,819 0.55

    그 외(아랍, 위구르 인) 478 0.00 1,965 0.02 1,830 0.02

    11연구노트

  • 지역 이슬람 인구의 85.6%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2010년 센서스에는 83만 4천 명 정도로 감소하

    여 우랄 지역 회교 인구의 73.5%를 차지하는 것

    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우랄 연방

    지구 내 이슬람 인구의 비율은 8.57%에서 9.39%

    로 증가하였다. 이는 곧 에서 보듯이, 이 지

    역에서 수백 년 동안 살아왔던 전통적 이슬람 인

    구인 타타르, 바시키르 인들이 러시아 문화에 동

    화되어 민족 정체성을 바꾸거나 자연 인구 감소

    등의 이유로 줄어든 반면 북캅카스, 중앙아시아,

    아제르바이잔 등지로부터 이슬람교도 이주민 수

    가 늘었음을 의미한다.

    과격한 성향의 살라피 회교 세력의 대두와 확산

    최근 우랄 지역으로 새롭게 이주해 온 이슬람

    교도 이주민과 이 지역에서 오랜 기간 동안 조상

    대대로 살고 있는 소위 ‘전통적’ 이슬람 주민들과

    의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목격되고 있다.

    2013. 9월~2014. 3월까지 민족갈등 연구센터와

    지역 클럽이라는 단체가 우랄 연방관구를 포함

    하여 전 러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는

    튜멘 주, 야말-네네츠 자치구, 한티-만시 자치구

    에서 비전통적 이슬람이 특히 강한 것으로 나타

    났다. 이 지역의 이주민 이슬람교도들은 급진주

    의적 성향을 띠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정치적 활

    동도 중요시 여기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말라센코와 스타로스틴의 보고서는

    우랄 지역에서 급진적 이슬람 세력이 형성된 배경

    에는 한편으로는 기존의 전통적 이슬람 사회가

    실제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를 잘 다루지 못한 이

    유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슬람교도 이주민

    의 영향도 크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에는 우랄 지

    역 도시의 모스크에는 타타르인, 바시키르 인 등

    지역 토박이 이슬람교도 보다는 중앙아시아 등

    지로부터 온 이주민 이슬람교도의 수가 더 많다

    고 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급진적이고 정치 활동

    에 적극적인 이주민 이슬람교도들이 그렇지 않

    은 이 지역의 전통적 이슬람교도들을 내몰고 있

    다고 지적한다.

    스베르들롭스크 주의 경우 전체 이슬람 성직

    자의 4%는 캅카스로부터 그리고 약 2%는 중앙

    아시아 지역에서 이주해 온 자들로 이들은 대부

    분 급진적 성향의 살라피 이슬람교도들이다. 이

    비율은 한티-만시 자치구 그리고 야말-네네츠 자

    치구에서는 각각 10%, 15%로 높아진다. 이렇게

    급진적이고 정치적 성향을 띤 살라피 이슬람성직

    자의 경우 많은 수는 중동,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에서 교육받았는데 이들은 아랍어에 능통하고,

    코란에 대한 이해와 지식의 수준이 무척 높다. 이

    에 반해 대부분(90%)의 전통적 이슬람교 사제들

    은 정통 종교 훈련이나 교육을 받은 경력이 없다.

    따라서 살라피 이슬람 사제들과 전통적 이슬람

    사제들 간 논쟁이 일어나면 주로 살라피 이슬람

    사제들이 이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림3. 중부 우랄에 위치한 한티-만시 시의 소규모 이슬람 사원. 인근에 2층으로 된 사원을 건립하기 전에 사용한 임시사원이다.

    12 연구노트

  • 이런 상황에서 전통적 이슬람 지도자들은 ‘이방

    인’인 이주민 이슬람교도들이 이질적이고 급진적

    인 사상을 퍼트리며 선동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

    뜨리고 있다.

    그런가하면 카네기센터 보고서는 우랄 지역 급

    진 이슬람 세력과 체첸 전쟁 당시 북캅카스 이슬

    람 세력과의 연관성도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에

    의하면 1990년대 말 우랄 지역에 비밀 살라피 이

    슬람 집단이 있었는데 당시 러시아와 분쟁 중이

    었던 북캅카스 지역의 이슬람 전사들이 이들 우

    랄 지역 살라피 이슬람교도들의 안식처에 와서

    휴식을 취하거나 부상을 치료했다고 한다. 또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튜멘 주의 마트마시 고

    장의 모스크 이맘은 캅카스와 중앙아시아 출신

    신도들에게 반이슬람 세력에 대한 투쟁인 ‘지하

    드’를 촉구하기도 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전통적 이슬람교가 관장하는

    관구 중 우랄산맥 이동 지역에는 총 46개 조직과

    40개의 그룹모임이 있는데 최근에는 과격한 성

    향의 살라피 이슬람 세력이 이들 전통적 이슬람

    교 조직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러한 급진 이슬람 세력의 영향 결과 전통적 이슬

    람교 관구에 속한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급진적

    집단과 연계되는 경우가 생겨났고, 그로 인해 러

    시아 당국으로부터 해당 구성원들이 처벌을 받

    은 경우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이 보고서는 스베

    르들롭스크 주 예카테린부르크에 위치한 라흐마

    (Rahmar) 모스크의 수장들은 비록 이슬람 급진

    주의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종종 러시아 정부의

    이슬람교도들에 대한 억압적인 정책에 대해 비난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러시아 당국이 이 모

    스크의 지도자들에게 2013년 12월 캅카스 분리

    그림4. 2010년 한티-만시의 임시 이슬람 사원에 몰린 기도 인파. (검색일 2015. 11. 10. http://www.islamnews.ru)

    13연구노트

  • 주의자들에 의해 행해진 것으로 알려진 볼고그

    라드 역 폭탄 테러를 비난할 것을 요청했지만 모

    스크 지도자들이 그러한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우랄 지역 살라피 이슬람 세력이

    종종 죄수들과 회교권 국가로부터 온 이주민들

    에게 접근하여 살라피 이슬람 추종자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 이주민들은 낯

    선 환경의 객지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에 대

    해 온통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정신적, 물질

    적인 지원을 제공하면서 접근해 살라피 이슬람

    을 전파한다는 것이다. 이 결과 십 수 명의 우랄

    지역 이슬람교도들이 수천 명의 해외 지원자와

    함께 중동 지역에서 IS편에 가담하여 싸우는 사

    태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급진 이슬람 세력 확산 방지 노력

    카네기센터 보고서의 저자 말라센코와 스타로

    스틴은 지난 10여 년간 우랄 지역 이슬람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는데 특히 야말-네네츠 자치구와

    한티-만시 자치구에서의 ‘이슬람화’가 눈에 띄게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저

    자들은 우랄 연방관구가 더 이상 러시아 이슬람

    의 ‘변방’ 지역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역 사회에서는 이슬람교도들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나기도 하며, 이슬람교도 내에서도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이 지역의 전통적 이슬람

    과 급진적 이슬람 세력 간은 물론 급진적 이슬람

    내에서도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고, 또 같은

    이슬람교도라도 출신 민족을 중심으로 긴장 관

    계가 조성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우랄 지역에서의 급진적 이슬람 세력

    의 확산에 대처하기 위해 지역 정부 관리들과 지

    역의 이슬람 지도자들 간 협력을 모색하고 있지

    만 아직 구체적인 정책을 개발하여 실행에 옮기

    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말라센코와 스타로

    스틴 교수는 보고서에서 몇 가지 구체적 방책을

    제안하고 있다. 그들이 제시한 대책은 첫째, 이슬

    람 학자와 지식인을 대상으로 한 전문 교육 프로

    그램을 통해 이슬람 세력의 급진화를 저지하는

    것이다. 이는 곧 전통적 이슬람교 사제들과 그 외

    성직자들의 교육 수준 및 이슬람교에 대한 지식

    수준을 끌어올려 급진적 이슬람 세력에 맞설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대책

    의 일환으로 이미 이슬람교 사제들의 대중 연설

    기법 훈련 등을 포함한 교육 프로그램이 카잔 연

    방대학의 참여 하에 볼가 지역에서 시작되었다.

    둘째, 러시아 연방정부의 이민국(Федеральная

    миграционная служба)은 TV, 라디오, 신문 등

    다양한 대중매체를 통해 더 적극적으로 이슬람

    교도 이주민들을 위한 자선단체, 문화행사, 새로

    운 모스크 개원 공지, 이슬람교도와 타종교 신도

    간 대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다. 셋째, 러시

    아 정부의 보다 엄격한 입국 허가 규정을 만드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특히 중앙아시아 정부 기관

    과 더욱 긴밀히 협조하여 해당 지역의 이슬람 극

    단주의자들이 러시아로 유입되는 것을 막을 필

    요가 있음을 지적한다. 그 외에도 이 보고서는

    석유·가스 등 천연자원의 주요 생산 기지인 튜멘

    주 북쪽 지역을 국내외로부터 이주가 제한되는

    ‘닫힌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 현재 이 지역에서 서

    서히 나타나고 있는 민족 간 갈등, 이슬람 내부의

    온건, 급진 세력 간 갈등 등을 억제할 수 있는 방

    안이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14 연구노트

  • * * *

    소련 붕괴 이후 우랄 지역은 여타 지역과 비슷

    하게 급작스런 지정학적, 지경학적 변화를 경험

    했고 그에 따른 사회·경제·문화적 변화를 경험해

    야 했다. 남부 우랄 지역은 소연방으로부터 독립

    한 카자흐스탄과 국경을 접하는 접경 지역이 되

    었고, 석유·가스 생산지인 북부 우랄 지역으로는

    중앙아시아, 캅카스 등으로부터 많은 이주 노동

    자들이 유입되었다. 그 결과 우랄 지역의 이슬람

    인구수와 민족 구성도 변하게 되었다. 90년대 초

    까지는 타타르, 바시키르 등 비정치적이고, 친정

    부적 성향을 지닌 ‘전통적’ 이슬람 인구들이 주

    를 이루었지만 지난 20여 년 간 점차 중앙아시아,

    캅카스 지역으로부터의 이슬람 인구 유입이 늘

    면서 정치적이고 급진적 성향을 지닌, 때로는 러

    시아 정부 정책에 불만을 품은 세력이 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전문가

    들은 경계와 우려를 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이 그 문제해결 방안으로 과

    거 소련 시절을 연상시키는 이주 제한 정책까지

    도 제안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 우랄 지역

    이 ‘제2의 체첸’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을 미연

    에 막으려는 러시아 지도부와 엘리트들의 노력을

    엿 볼 수 있는 동시에 다민족, 다종교 국가, ‘제국’

    으로서의 러시아의 부담과 해결해야 할 ‘영원한’

    과제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한다.

    그림5. 2014년 10월 ‘우랄의 수도’예카테린부르크의 한 이슬람 사원에 종교 축일인 ‘쿠르반 바이람’을 기념하기 위해 모인 무슬림 인파 (검색일 2015. 11. 9. http://newdaynews.ru)

    15연구노트

  • 본 글은 한국 슬라브·러시아학 발전사에 큰 전환점이자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는 한국슬라브학

    회 출범 30년에 즈음하여 한국 러시아정치연구의 현황을 파악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기초적인 실증 분석을 통해 한국의 러시아정치연구의 경향과 추이를 규명코자 한다. 더불어, 본 글에서

    언급하는 ‘한국 러시아정치연구’란 ‘한국’이 갖는 다양한 의미 가운데 “한국 내에서”, “한국 국적의 연구

    자들에 의해 행해지는” 러시아 정치 분야에 대한 연구를 의미한다는 점을 밝혀둔다. 효과적 분석을 위

    해 2006~2015년까지 국내의 대표적 슬라브·유라시아학 학술지 및 정치학 학술지 6종에 출판된 러시아

    정치 관련 논문을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한국 러시아정치연구 논문수와 연구인력에 대한 평가

    에서 나타나듯 2006~2015년까지 6개 주

    요 학술지에 출판된 러시아 정치 관련 논문은 총

    135편이었다. 그 가운데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논

    문이 출판된 학술지는 『중소연구』와 『한국슬라브

    학보』였다. 반면, 정치학 전문 학술지인 『한국정치

    학회보』와 『국제정치논총』 게재 논문수는 상대

    적으로 적었다. 이는 한국의 러시아정치 연구자들

    이 자신의 연구성과를 지역학 전문 학술지에 발표

    하는 것을 더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 세 호 (한국외대 HK연구교수)

    2006~2015년 한국 러시아정치연구의경향과 추이

    연구노트러시아연방 인문공간 연구

    1996~2005년 주요 학술지별 러시아정치연구 논문 현황

    학술지명 편수 비율

    1 국제정치논총 16 11.9

    2 러시아연구 11 8.1

    3 슬라브연구 21 15.6

    4 슬라브학보 35 25.9

    5 중소연구 45 33.3

    6 한국정치학회보 7 5.2

    총 합 135 100

    16 연구노트

  • , 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주요 학

    술지에 게재된 한국의 러시아정치연구 논문의 수

    는 2006년 23편에서 2015년 12월 현재 9편으로

    대체적인 감소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의 측면에서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출판된 135편의 논문 가운데 대외정

    치 관련 논문이 74편으로 54.8%, 국내정치 관련

    논문이 57편으로 42.2%, 군사 관련 논문과 기타

    논문이 각각 2편으로 1.5%를 기록했다. 이는 분

    석 대상 시기 동안 러시아정치 관련 논문 중 대

    외정치 관련 논문이 과반 이상의 비율을 기록하

    는 등 다수를 이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1996~2005년까지의 대외정치 관련 논문수 대비

    국내정치 관련 논문수 우위 구조가 2000년대 중

    반 이후 다시 대외정치 부문의 우위 구조로 회귀

    하였음을 나타낸다.

    이와 함께, 세부 주제 측면에서는 가 보

    여주듯 지난 10년간 국제관계/외교정책 부문을

    필두로 다양한 주제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

    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통계는 한국 러시아정치

    연구의 연구대상과 세부 연구주제가 확대되고

    다양화됐다는 기존 분석이 유효함을 보여준다.

    특히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 왔던 ⑩ 국제관계/

    외교정책, ⑧ 정치체제/정치변동 부문 이외에도

    ⑤ 정치경제/국제정치경제, ③ 민족/종교/환경/여

    성/인권/시민사회(운동) 부문에 대한 연구물의 비

    율이 증대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⑩ 국제관계/외교정책 부문이 단일 부문으

    로서 과반 이상의 압도적 비율을 점하고 있는 점

    과 ① 정치사상/정치철학/정치이론/방법론 등 일

    부 부문이 그 중요성에 비추어 연구물의 수가 부

    족한 점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더불어, 2006~2015년까지 주요 학술지에 게재

    된 135개 논문의 저자 수는 총 70명이었다. 그 가

    운데 2015년 12월 기준 만 45세 이하의 신진 연

    구자로 분류될 수 있는 1970년생 이후 저자의 수

    는 총 14명이었으며 그 비율은 20%였다. 이 가운

    데 박사급 이상 정치학 전공 연구자의 수는 총 7

    명으로 그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앞서 진행한 양적 측면에서의 분석을 통해 다

    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

    째, 2006~2015년까지 주요 학술지에 게재된 논

    문의 연도별 숫자를 고려할 때, 한국 러시아정치

    2006~2015년 러시아정치연구 논문 현황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합계 비율

    국내정치 9 10 9 3 4 5 2 7 5 3 57 42.2

    대외정치 13 7 4 11 10 6 6 6 5 6 74 54.8

    군사 1 1 2 1.5

    기타 1 1 2 1.5

    합계 23 18 13 16 14 11 8 13 10 9 135 100

    2006~2015년 러시아정치연구 논문 출판 추이

    17연구노트

  • 연구 논문의 수는 현재 완만한 감소 추이를 나타

    내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정치 부문 전문 연구인

    력의 현황을 고려할 때 추후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현재 연구물 수의 감소를 상당 부분

    완충하고 있는 제3세대 연구자들의 학문적 생산

    성이 현격히 감소하는 시점에 다다르게 되면 이

    러한 추이는 더욱 가팔라 질 것이며 당연히 연구

    물 수는 심각한 퇴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제3세대 이후 연구자 수의 심각한 감소

    는 한국의 러시아정치연구 발전에 심각한 장애

    요소가 될 것이다. 한국의 슬라브·러시아학 발전

    은 제2세대, 제3세대 연구자 집단의 등장과 같은

    전문 연구인력의 양적 팽창으로부터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러시아정치 부문의 경우 제2~3세대

    이후 학문후속세대는 현재 급속한 감소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제3세대 이후 연구자 집

    단은 지금까지 ‘제4세대’ 등 특정 용어로 개념화

    되지도 못하고 있는 수준이다. 심각한 것은 1970

    년생 이후 박사급 정치학 전공자 가운데에서도

    80년생 이후 연구자는 단 1명으로 그 감소 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대외정치 분야, 특히 국제관계/외교정책

    부문 연구물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점은 향후

    정책지향적 연구로의 집중 등 연구 분야의 불균

    형 현상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국제관계/외교정책 부문 연구물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현상을 지역학이 내

    재한 본질적 한계로 인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한 이러한 현상이 정책지향적 연구물의 비율 증

    대라는 추론으로 완전하게 치환될 수 없다는 점

    도 분명하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

    대 중반까지 국제관계/외교정책 부문 연구물 비

    율 감소를 러시아정치연구의 질적 성장의 주요

    이유로 파악해왔다는 점에서 그 적실성이 더 이

    상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 러시아정치연구의 연구방법 대한 평가

    대체로 러시아정치연구를 비롯한 지역정치연

    구는 그동안 연구대상의 특수성, 사례연구, 정성

    연구, 자료중심 접근을 강조하는 ‘지역연구적 경

    향성’을 강하게 나타냈다. 그러나 일련의 연구방

    법 논쟁을 통해 2000년대 이후 미국정치연구를

    위시로 한 지역정치연구 다수는 연구대상의 일

    2006~2015년 출판 논문의 세부 연구주제별 논문 현황

    세부 연구주제 편수 비율

    1 정치사상/정치철학/정치이론/방법론 3 2.2

    2 정치행정 3 2.2

    3 민족/종교/환경/여성/인권/시민사회(운동) 13 9.6

    4 정치학사/정치사/외교학사/외교사 4 3.0

    5 정치경제/국제정치경제 17 12.6

    6 정치사회/정치문화 4 3.0

    7 의회/정당/선거 7 5.2

    8 정치체제/정치변동 11 8.2

    세부 연구주제 편수 비율

    9 연방관계/지방정치/지방자치 7 5.2

    10 국제관계/외교정책 51 37.8

    11 국제기구/국제조직 5 3.7

    12 군사/안보 2 1.5

    13 권력엘리트 8 5.9

    14 기타 0 0

    총합 135 100

    * 세부 연구주제의 구분은 한국연구재단 국가과학기술표준분류표의 정치학 부문을 필자가 재구성한 것임

    18 연구노트

  • 반성·보편성, 변수연구, 계량연구, 이론중심 접근

    을 강조하는 ‘비교정치학적 경향성’을 점차 강화

    해나가고 있는 추세이다.

    실제로 한국정치연구의 경우에도 다양한 방법

    론적 논의와 논쟁을 통해 최근 10여 년간 규범적

    (normative) 연구로부터 실증적(positive), 과학적

    (scienti�c) 연구로의 전환, 그리고 서술(description)

    로부터 인과적 설명(causal explanation)으로의 전

    환 경향과 추이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러한 경향은 실증적, 과학적 연구가 규

    범적 연구에 비해 방법적 적실성을 갖는다거나

    인과적 설명이 서술에 비해 방법적으로 우월함

    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지역연구

    와 비교정치학의 한 부분으로서 지역정치연구

    갖는 양가적 특성 중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비교

    정치학적 특성을 강화하여 절충과 균형을 추구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는 2006~2015년 한국 러시아정

    치연구의 정성(질적)/계량(양적)연구 현황을 보여

    주고 있는데 그 가운데 정성연구의 비율(97.8%)

    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정치

    연구물의 경우 대체로 계량연구의 비율이 낮은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의 러시아정치연구물은 그

    비율이 훨씬 낮다는 점이 특정적이다. 예를 들어,

    『한국정치학회보』에 게재된 논문의 경우 지난

    20여 년간 정성/계량연구의 비율이 약 8:2의 비

    율을 보였고 꾸준한 증가세에 있다. 즉, 한국정치

    연구 결과물 대비 러시아정치연구 결과물의 계

    량연구 비율은 약 1/10에 불과한 수준이다.

    다음으로 , 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2006~2015년 한국 러시아정치연구 결과물의 사

    례연구 유형은 단일사례연구의 비율이 압도적

    (94.8%)으로 높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00년대

    중반 이후 지역정치연구 분야에서도 이론의 일반

    화 또는 경험 검증의 일반화를 추구하는 비교연구

    특히 교차국가 다수사례연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의 러시

    아정치연구는 다수사례연구의 비율 측면에서 여

    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출판된

    러시아정치 관련 논문들 가운데 구체적 연구방

    법의 제시는 차치하더라도 분석의 바탕이 되는

    이론적 논의를 제시한 논문의 숫자는 전체 논문

    의 약 1/3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서, 이러한 결과

    는 한국의 러시아정치 관련 연구물에서 아직도

    기존 연구(선행연구)에 대한 기본적인 분석이나

    이론적 논의 없이 현상에 대한 단순 기술에 머무

    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은 본 연구의 분석시기 동

    안 출판된 러시아정치 관련 연구물의 분석 지

    역 범위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르면, 연방 차원

    의 연구가 지방 차원의 연구와 비교하여 약 9:1

    의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2006~2015년까지 러시아정치연구에 있어 90년대

    2006~2015년 출판 논문의 질적/양적 연구 현황

    연구방법 편/비율(%)

    1 정성(질적)연구 132/97.8

    2 계량(양적)연구 3/2.2

    총합 135/100

    2006~2015년 출판 논문의 사례연구 유형 분포

    연구방법 편/비율(%)

    1 단일사례연구 128/94.8

    2 (교차국가) 다수사례연구 7/5.2

    총합 135/100

    19연구노트

  • 중반 이후 나타났던 지방 차원의 연구 비율 증가

    현상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입증하고 있다.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한국 러시아정치연구

    의 연구방법에 대한 평가와 관련하여 다음의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그동안 한

    국에서 러시아정치 관련 연구자들 사이에 연구

    방법과 관련한 논쟁이 사실상 부재했고, 이러한

    상황이 결국 한국 러시아정치연구의 질적 발전

    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10년간의 러시아정치연구물 가운데 연구사

    관련 논문들에서 연구방법에 대한 논의가 부분

    적으로 진행된 바 있지만 본격적인 연구방법에

    학술적 성과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은 다양한 형태의 연구방법 논쟁이 존재했

    던 미국정치연구와 한국정치연구 분야와 선명하

    게 대비된다고 하겠다.

    둘째, 한국의 러시아정치 관련 연구물들의 방

    법론적 전략의 부재를 꼽을 수 있겠다. 앞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한국의 러시아정치연구물들은 연

    구대상의 고유한 맥락과 특수성을 강조하고, 단

    일사례연구, 정성연구, 자료중심 연구를 특성으

    로 하는 ‘지역연구적 경향성’이 강한 것으로 나타

    났다. 문제는 이에 대한 편중이 지나치다는 점이

    다. 그리고 이는 다른 지역정치연구 분야가 그동

    안 축적해온 전통적 ‘지역연구’의 토대 위해 최근

    ‘비교정치학적 특성’을 강화함으로써 분석적 절

    충과 혼합 접근을 추구하고 있는 추이에 반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한국의 러시아정치연구에

    있어서도 ‘비교정치학적 특성’을 지나치게 강조하

    면서 서구 이론의 무비판적 수용과 거친 적용의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는

    연구방법의 ‘과잉’에 따른 문제보다는 연구방법

    의 ‘빈곤’이나 ‘부재’가 더 큰 문제라 할 수 있으며,

    향후 장기적·거시적 발전을 위해 ‘지역연구적 경

    향성’과 ‘비교정치학적 경향성’ 사이의 어지간한

    균형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셋째, 국내 러시아정치연구의 ‘한국적 정체성’

    의 모색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앞서 사례연구의

    유형 분석에서 잘 드러난 것처럼, 그동안 한국의

    러시아정치연구에서 러시아 사례와 한국 사례

    사이의 비교 작업은 극히 제한적이었으며, 러시

    아의 경험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한국에 대한 시사

    점을 찾으려는 시도도 많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의 HK(인문한국) 프

    로젝트인 “러시아 인문공간의 한국적 재구성”의

    사례가 보여주듯 ‘한국적 러시아연구’에 대한 필

    요성에 대한 대응이 전무했던 것은 아니다. 실제

    로, 해당 사업단은 이른바 한국적 재구성의 의미

    를 “한국에 필요한”, “한국과 관련 있는”, “한국만

    의 시각”으로 정의하고 이에 대한 방법론 논의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일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고 본다. 다만, 이러한 방법적 논의가 구체적인 학

    술성과로 나타나지는 못했다는 점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2006~2015년 출판 논문의 이론적 논의 유무 현황

    연구방법 편/비율(%)

    1 이론적 논의 제시 50/37.0

    2 이론적 논의 미제시 85/63.0

    총합 135/100

    2006~2015년 출판 논문의 분석 지역 범위별 현황

    분석 지역 범위 편/비율(%)

    1 연방 차원의 연구 123/91.1

    2 지방 차원의 연구 12/8.9

    총합 135/100

    20 연구노트

  • 최근 1~2년 사이 러시아는 세계

    로부터 한층 더 눈길을 끌고 있다.

    2014년 초 크림병합부터 시작하

    여, 서방의 제재와 러시아의 반발,

    2015년 가을 최근에는 시리아 공

    습까지 러시아는 세계적인 이슈

    를 계속 양산하고 있다. 이 글에서

    는 이러한 국가 상황에 대해 러시

    아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리고 점차 팽배해지는 애국주의

    와 이를 통한 사회 통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문조사 자료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은 주로 러시아의 여론조사기관인 레바다 센터(Левада-центр)

    의 설문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2013년 11월 21일에 발생한 유로마이단 시위는 우크라이나 내 친유럽 성향의 서부와 친러시아 성향

    의 동부가 극렬하게 대립하는 결과를 낳았고,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러시아로 피신하면서 정국은 더 혼

    란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크림 반도 주민이 투표를 통해 러시아와의 병합을 결정했고, 2014년 3월 17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크림공화국의 독립국 지위를 승인하고, 18일에는 크림 반도 총리와 시장과 함께

    크림공화국 병합 조약에 서명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연합은 러시아의 크림 반도 편입 결정을 불법으로

    최 우 익 (한국외대 HK교수)

    2014~2015년 러시아의 애국주의와 사회 통합: 설문조사를 통해 살펴본 국민의식

    연구노트러시아연방 인문공간 연구

    그림1. 러시아, 우크라이나, 크림 지도(출처: www.yandex.ru)

    21연구노트

  • 규정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러시아에 국제

    수준의 경제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로부터

    2015년 말 현재까지 러시아 경제 상태는 심각하

    게 악화하였다. 게다가 2015년 2월 야권 지도자

    인 보리스 넴초프가 석연치 않게 피살되었는데,

    그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 정부 노선

    에 비판적 시각을 지녔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적지 않은 정치적 파국이 예상되었다.

    이처럼 2014~2015년에 러시아에서는 각종 정

    치적, 경제적 파문이 일어났다. 무엇보다도 러시

    아 국민의 경제 사정이 악화하였는데, 그것은 러

    시아 경제 상황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서 여실

    히 드러난다. 즉, 러시아 국민 중 2008년 세계금

    융위기 당시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과 현재의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하

    는 비율이 약 45%로 거의 같은 수준으로 높이

    나타났다. 또한, 2008년 경제위기로 인해 2009년

    2월 소비분위기 지수가 62포인트까지 떨어졌다.

    그 후 소비분위기 지수가 회복되어 최고 89포인

    트까지 올라간 적이 있지만, 2015년 1월과 2월에

    는 다시 63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역시 소비분위

    기 지수를 통해서도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와

    현재에 대한 국민의 경제적 체감이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사회분위기 지수도 2009

    년 3월 75포인트까지 떨어졌는데, 2015년 2월에

    도 똑같이 75포인트를 기록했다. 이것 역시 2015

    년 초 사회분위기가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와

    같은 수준으로 좋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표이다.

    이처럼 2015년 현재 러시아 국민은 2008년 세

    계금융위기 때와 유사한 수준의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러시아 국민

    은 겉으로는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

    이며, 정치적, 경제적 시위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

    고 있다. 설문조사를 통해 측정된 ‘정치적 원인으

    로 인한 시위 잠재력’은 2012년 2월 33포인트로

    이때가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2012년 2월은

    우리도 잘 알고 있듯이 부정선거로 전국적인 반

    정부 시위가 일어났던 때이다. 그런데 크림 병합

    으로 국제적 갈등이 발생하고 서방의 경제 제재

    가 시작되어 경제가 악화하던 시점인 2014년 8월

    에 이 지수는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인 12

    포인트를 기록했다. 2015년 6월 시점에도 14포인

    트로 여전히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적

    원인으로 인한 시위 잠재력’의 경우는 2009년 2

    월에 39포인트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이때

    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직후로 이 영향을 받아

    러시아의 경제 상태가 매우 악화했기 때문이었

    다. 그런데 이때와 유사한 수준으로 경제가 악화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 10월 시점 이 지수

    는 17포인트로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것은 2015년 6월 시점에도 18포인

    트로 여전히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국민이 느끼는 현재의 체감 경제

    는 2009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최악의 상태이다.

    그렇지만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어떤 원인으로

    도 2014년부터 2015년 현재까지 시위 잠재력은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국가의 현재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는

    그림2. 미국과 EU의 러시아 경제 제재(출처: www.yandex.ru)

    22 연구노트

  • 가?”라는 질문에 2014년 3월부터 현재까지 약

    60%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답하고

    있다. 이것은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고,

    게다가 현재 이 비율 대(54~64%)가 약 1년 반 이

    상 장기간 지속하고 있다. 약 60%대의 국민이 긍

    정적으로 국가의 상황을 인식하는 현상이 이처

    럼 장기간 지속하는 것은 200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참조) 즉, 요약하면 현재 러시아

    국민은 2000년 이후 경제적으로 가장 열악한 상

    태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국가 상황이 올바르다

    고 생각하는 사람이 가장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러한 현상의 발생 여건에 대해서는 레바다 센

    터의 사회분위기 지수를 통해 일정 정도 설명이

    가능하다. 레바다 센터는 ‘권력’, ‘국가’(러시아), ‘개

    인’(가족), ‘미래(기대)’에 대한 자기평가를 측정, 종

    합하여 사회분위기 지수를 도출하고 있다. 그런

    데 그동안 국민의 대규모 사회적 시위는 권력 지

    수가 다른 지수들보다 비교적 더 낮을 때 발생한

    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예를 들어 2005~2006

    년과 2011~2012년 시위 사태 때가 그러했다.

    2005년에는 정부의 복지개혁안에 반대하여 전국

    적인 시위가 발생했는데, 이때 권력 지수는 2005

    년 3월 시점 62포인트였다. 당시 국가 지수는 더

    낮은 60포인트로서 양자가 비슷하게 낮은 수준

    이었는데, 반면에 미래 지수는 68, 가족지수는

    78로 이들보다 훨씬 높았다. 따라서 권력 지수가

    다른 지수들보다 비교적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

    에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또

    한, 2011년 12월 권력 지수는 73포인트로 모든 지

    수 중 가장 낮았다. 따라서 이렇게 권력 지수가

    낮았던 2011년 말과 2012년 초에 부정선거를 규

    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러시아 전역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처럼 사회분위기 지수 중 특히 권력지

    수가 하위권일 때 국민의 대규모 시위가 과거에

    발생하곤 하였다( 참조).

    2011년 말과 2012년 초에 권력 지수가 다른 지

    수들보다 낮았던 현상은 2013년 10월까지 거의

    2년간 이어졌다. 그런데 그 이후 권력지수가 급상

    승하더니 2014년 6월 이후부터 2015년 말 현재

    까지 권력지수가 다른 지수들을 제치고 가장 높

    은 포인트를 기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따라서

    이처럼 권력 지수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

    므로 현재 대규모 시위가 억제되는 것으로 풀이

    도표 1. 현재 국가 상황에 대한 평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궁지에 몰려 있다

    23연구노트

  • 할 수 있다. 어떻게 이처럼 권력 지수가 급상승하

    여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기본

    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 국가 노

    선을 국민이 열렬히 지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

    며, 또한 이것은 무엇보다도 푸틴에 대한 국민의

    열광적인 지지 속에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은 2000년대 푸틴 신뢰도를 보여주고

    있다. 2000년대 집권 초기에는 신뢰도가 잠시 낮

    았지만, 전체적으로 푸틴 대통령은 75% 전후한

    신뢰도를 얻었다. 2003년 10월에는 86%를, 2008

    년 9월에는 88%의 높은 신뢰도를 얻기도 하였

    다. 반면 2005년 1월에는 65%, 2013년 11월에는

    61%의 신뢰도를 얻었다. 물론 60% 수준의 신뢰

    도도 수치상 결코 낮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푸틴

    에게 있어서는 이렇게 60%대의 신뢰도가 가장

    낮은 수준이었고, 이때 국민의 대중적인 사회적

    시위가 일어났었다. 을 보면 2005년과

    2011년(2013년 말까지 이어짐)에 신뢰도가 60%대

    인 것을 알 수 있는데, 바로 이때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한편 2008~2009년 세계금융위기 때는 러시아

    국민의 처지에서 2000년대 중 경제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그런데 이때 푸틴의 신뢰도

    가 가장 떨어졌던 시점이 2009년 4월로서 76%였

    고, 신뢰도는 적어도 60%대까지 떨어지지는 않

    았다. 따라서 이때는 어느 정도 푸틴에 대한 신뢰

    도가 유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시기

    에 일부 기업들에서 파업이 일어나긴 했지만, 전

    국 차원의 대중적 시위는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

    만 그 이후 점차 푸틴의 신뢰도가 떨어져 2011년

    12월 총선 부정 사태가 벌어졌을 때는 지지율이

    63%까지 떨어졌고, 따라서 당시 전국 규모의 사

    회적 시위가 발생하였다.

    그렇지만 결국 2012년 푸틴은 대통령에 당선되

    었고 그러한 현실이 국민에게 기정사실로 받아들

    여지며 사태는 마무리되어 갔다. 물론 이러한 마

    무리에는 소위 불법적이고 반국가적인 시위와 시

    민단체를 규제하는 법안 제정이 한몫했다. 2012

    년 6월 8일 시위를 규제하는 법안(Федеральный

    закон No. 65-Ф3 от 08.06.2012 О собраниях,

    митингах, демонстрациях, шествиях и пикети-

    рованиях)이 채택되었는데, 이것은 당시 점진적

    으로 진행되던 시민사회의 발전과는 거리가 있는

    조치였다. 어쨌든 그 이후 사태가 외형상 수습되

    도표 2. 사회분위기 지수

    가족 지수 러시아 지수 기대 지수 권력 지수

    24 연구노트

  • 었지만 2013년 11월(61%)까지도 푸틴의 신뢰도는

    60%를 겨우 넘는 수준을 유지했다. 그래프 모양

    에서도 두드러지게 보이듯 2년간 이 시기는 푸틴

    집권 이래 가장 오래 낮은 지지율이 지속하였던

    때이다.

    그런데 급반전하여 2013년 11월 이후 현재까지

    푸틴 집권 이래 가장 높은 지지율이 오래 지속하

    고 있다. 2015년 6월 지지율은 최고 89%까지 올

    랐다. 역시 그래프 모양으로 보았을 때도 이 시기

    의 모습은 다른 때와 두드러지게 차이가 난다. 어

    떻게 푸틴은 이렇게 높은 신뢰도를 국민으로부

    터 얻을 수 있었을까? 어떻게 2008년 세계금융

    위기 때와 유사한 수준으로 국민이 경제적으로

    고통스러운 이 시점에 반정부 시위는 고사하고

    푸틴에 대한 지지율은 더욱 높아질 수 있었을까?

    그 답은 바로 애국주의와 국민주의 노선의 강화

    로부터 찾을 수 있다.

    2012년 12월 12일 연방의회에서 푸틴은 애국

    적 가치와 지향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조하였

    다. “애국자가 되는 것은 존경심뿐 아니라 애정을

    가지고 자신의 역사를 대하는 것이고.... 무엇보

    다도 사회와 국가에 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리고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현대적 개혁을 위

    한 기반을 창출하고 사회 통합의 기초가 되는 정

    신적, 도덕적, 규범적 가치의 보전과 부흥을 목표

    로 하는 러시아 사회문화 발전 노선이 정부에 의

    해 채택되고 본격적으로 추진되기에 이르렀다.

    이로부터 국가 주도로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한

    가치관이 바로 국민주의(гражданственность)와

    애국주의(патриотизм)였으며, 이를 통해 국가는

    사회 통합을 추구하고자 했다.

    그런데 이러한 애국주의 노선은 바로 우크라이

    나 사태와 마주치며 증폭하기에 이른다. 우크라

    이나 사태는 2013년 9월부터 서서히 불거지기 시

    작했는데, 2014년 2월 유로마이단 시위로 절정에

    달했다. 급기야 우크라이나에 내분이 일어나고

    그중 친러시아 지역인 크림 혹은 심지어 우크라

    이나 동부까지도 러시아와 병합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급속히 대두하였다. 이때 이 문제

    에 대한 설문 조사가 진행되었는데 이 결과를 통

    해 당시의 국민 의식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이 설문은 2014년 3월 15~17일까지 전러시아

    여론연구 센터(ВЦИОМ) 등에서 러시아 국민

    48,59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것이데,

  • 1>에서 알 수 있듯이 러시아와 크림 병합에 대한

    찬성 답변은 91%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우크라

    이나 사태를 바라보는 러시아의 시각은 궁극적

    으로 서방 세계의 확대가 러시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따라서 러시아는 이에 맞서 단결

    해야 한다는 의식에 기초해 있다. 이러한 시각에

    서 친서방과 친러시아 진영으로 나뉜 우크라이

    나의 러시아인에 대한, 특히 역사적으로 러시아

    의 땅이라는 인식이 강한 크림 반도의 러시아인

    과 기타 민족에 대한 보호 의식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의 설문 결과에서도 알 수 있

    듯이 이러한 상황에서는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

    해 다른 나라와의 분쟁도 감수할 수 있다고 국민

    대다수는 답변하고 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사

    태는 푸틴의 애국주의 노선을 실험하고 강화할

    수 있는 매우 적절한 소재였다.

    그 이후의 전개과정을 보면 잘 알려졌다시피

    서방의 경제 제재가 시작되었고 러시아 경제는

    악화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러시아 국민을 오히

    려 더 단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를 보면

    2014년에 들어와 수개월 만에 미국과 EU의 관계

    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감정이 얼마나 급속히 변

    했는지 알 수 있다. 2013년까지 그리고 2014년 1

    월까지만 해도 러시아와 미국, 그리고 러시아와

    EU와의 관계는 평온하거나 냉랭하다는 생각이

    다수였지만, 수개월 후인 2014년 9월에는 긴장

    러시아와 크림 병합에 대한 설문 조사(단위: %)

    질문 찬성 반대 응답곤란

    러시아는 크림에 거주하는 러시아인과 기타 민족의 이해를 보호하여야 하는가? 94 3 3

    러시아는 다른 나라와 분규가 일어나더라도 크림에 거주하는 러시아인과 기타 민족의 이해를 보호하여야 하는가?

    83 7 10

    당신은 크림이 러시아라는 의견에 동의합니까? 86 9 5

    당신은 러시아연방의 주체로서 크림이 러시아에 병합되는 것에 찬성합니까? 91 5 4

    당신은 러시아와 미국, 그리고 EU와의 관계를 전반적으로 어떻게 생각합니까?

    미국 EU

    2013년 2014년 2013년 2014년

    1월 1월 3월 9월 1월 1월 3월 9월

    우방 관계 8 4 2 2 4 3 3 1

    선린 관계 7 4 4 1 14 9 4 2

    평온 관계 25 31 14 2 44 36 25 3

    냉랭 관계 38 40 30 11 24 34 31 25

    긴장 관계 15 13 35 43 4 9 27 50

    적대 관계 2 4 12 39 1 1 5 16

    응답 곤란 5 4 4 3 10 8 6 4

    26 연구노트

  • * 서방의 러시아 경제 제재 이후 러시아 국민들은 자신의 일상에서 미국에 제재를 가하는 다양한 모습을 패러디하여 인터넷에 올렸다(출처: www.yandex.ru).

    제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마가리타 카페 출입 권한을 박탈함(좌), 제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내 주변 40미터 이내 접근을 금지함(우)

    제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내 재봉틀 사용을 금지함-가정주부(좌)제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꿀 파는 가게 출입 권한을 박탈함(우)

    제재: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행정부 관리들이 내 고양이 쓰다듬는 것을 금지함(좌)제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야채 가게 출입 권한을 박탈함(우)

    27연구노트

  • 및 적대 관계라고 응답하는 비율이 다수를 차지

    하게 되었고, 특히 미국에 대해서는 더욱 적대적

    으로 여기게 되었다.

    반면 푸틴을 지지하는 양상은 당시의 다양한

    설문 조사에서 확인되었다. 예를 들어 “푸틴이 국

    가 문제를 훌륭하게 해결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는 비율은 2013년 14%에서 2014년 38%로 늘었

    고, “나는 푸틴의 시각과 입장에 전적으로 공감

    한다”라는 비율은 2013년 14%에서 2014년 31%

    로 늘었다. 또한, 크림 병합 후 “푸틴이 러시아를

    위대한 열강의 지위로 올려놓았다”라고 응답하

    는 비율은 2013년 36%에서 2014년 51%로 늘었

    다. 이처럼 애국주의는 고양되었고, 푸틴의 지지

    율도 높아졌다. 이것이 2014~2015년 러시아 국민

    의식의 변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애국주의의 고

    양과 이로부터 비롯된 국가 권력에 대한 높은 신

    뢰는 국민이 어려운 경제 여건에 있음에도 불구

    하고 결국 사회를 통합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풀이할 수 있다.

    * * *

    2014년 러시아의 크림 병합과 서방의 경제 제

    재는 러시아에 새로운 국면을 초래했다. 우선 러

    시아 국민이 느끼는 경제 현실은 2008년 세계금

    융위기 시의 수준과 유사한 정도로 악화하였다.

    이것은 러시아 국민의 경제 상황평가, 사회분위

    기 지수, 소비분위기 지수 모두에서 발견된다. 또

    한, 서방과의 국제적 대립이나 넴초프 피살 사건

    으로 불거진 국내 정치 사정도 러시아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2014년

    상반기부터 현재까지 푸틴과 정부에 대한 국민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주목할 만

    한 반정부 시위나 정치적 갈등 현상도 두드러지

    지 않는 실정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와 유사한 수준의 경

    제적 고통을 국민이 겪고 있으며, 대외 관계로나

    국내적으로도 불안한 정치 상황임에도 불구하

    고 2012년과 같은 사회적 시위가 억제되고 있는

    원동력은 우선 푸틴에 대한 지속적인 국민적 지

    지로부터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바

    로 국가에 의해 주도된 국민주의와 애국주의의

    유포, 그리고 이 노선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결합

    하여 증폭해 나타난 결과이다. 그리고 국민의식

    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방

    의 경제 제재는 오히려 러시아 사회의 통합을 강

    화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15년 현재 러시아는

    2008년 수준의 심각한 경제 악화 상태임에도 불

    구하고 반정부 의식을 억제하며 사회 통합력을

    유지하고 있다.

    28 연구노트

  • 김 준 석 (한국외대 HK연구교수)

    『코틀로반』의 ‘건축학개론’

    파괴와 창조의 1920년대

    지난 호에서 우리는 러시아

    문화사에 나타난 ‘집짓기’의 인

    문학적 의미를 고찰해보고, 20

    세기 초 모더니즘 문학에 등장

    한 ‘떠남’과 ‘부랑’의 주제가 어

    떻게 집의 전통적 의미구조를

    재조명했는지, 이후 좌파 예술

    의 주된 모토였던 ‘저항’과 ‘파

    괴’의 수평적 문화 기조가 초

    기 러시아 혁명사상과는 어떻

    게 결합했는지 살펴보았다.

    “현대라는 기선에서 푸시킨을 내던지자”고 외쳤던 러시아 좌파 예술의 파괴성이 구시대적 문화 잔재

    들을 제거하자, 사상가들은 일제히 새로운 유토피아 건설을 구체적으로 설계하기 시작한다. 러시아에

    서 집짓기의 제 원칙들이 전면 재 논의된 것이다.

    1920년대 논의된 ‘집짓기’, ‘건설’의 문화적 기호는 사회의 새로운 심리 현상이었다. 집의 전통적 ‘둥지’

    개념이 시대의 산물인 유토피아상과 결부되어 재검토된 것이다. ‘파괴’와 ‘떠남’, ‘부랑’의 의미 구조는 당

    시 ‘집짓기’의 새로운 이상으로 부상한 하워드 식 ‘정원 도시’, ‘공동주택’ 개념과 결합된다. 소위 아파트

    인간과 문학

    그림1, 2. 에버니저 하워드(1850~1928)와 그가 고안한 정원도시 (출처: www.google.com)

    29인간과 문학

  • 형 ‘코무날카’가 전통적 집짓기의 대안으로 등장

    한 것이다.1) 특기할 점은 이 새로운 양식의 기획

    과 고안이 건축가들이 아닌 사상가들의 제안으

    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유토피아를 꿈꾼 사상가들에게 정원 도시와

    공동주택의 건축은 공동체 이념과 이상사회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모던한 이상체였다. 토

    머스 모어, 찰스 푸리에의 공상적 사회를 꿈꿨던

    그들에게 19세기가 남긴 무질서하고 고립된 ‘개

    인주의적’ 주거 형태는 용납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것이 러시아가 혁명 직후 도시 계획의 첫 단계

    에서부터 전통적인 집 문화의 잔재들을 제거한

    이유이며, 1920년대 러시아가 ‘구시대 철폐’와 ‘신

    세계 건설’이라는 ‘파괴’와 ‘창조’의 서로 다른 문

    화 조류에 휩쓸렸던 까닭이다. 역사상 가장 역동

    적인 시기 중 하나였던 이 기간에 ‘집-둥지’의 파

    괴는 구시대의 붕괴로, 공동성의 건설은 새로운

    세계 질서의 구축과 동일시된다.

    이 같은 시대상을 짊어지고 1929년에 발표된

    스탈린의 논문 「위대한 변혁의 해」는 러시아 사

    회주의 투쟁 전략의 일대 분수령이 된다. 스탈린

    정권의 공고화와 더불어 러시아는 혁명의 혼돈

    을 잠재우려 했다. ‘파괴’보다는 ‘창조’를 기치로

    러시아는 새로운 이상 건설에 박차를 가한다. 스

    탈린이 주창한 집단화와 공업화, 코무날카와 콜

    호스(집단농장)의 구축이 사회의 당면과제로 떠

    오른 것이다. 이번 호에서 소개될 작가 안드레이

    플라토노프는(1899~1951) 당시 급변했던 시대의

    사상과 가치를 작품 안에 정직하고도 서정적으

    로 담아낸 20세기 러시아 문학의 기념비와도 같

    은 인물이다. 또한 1930년 집필된 그의 작품 『코

    틀로반』(The Foundation Pit, 기초터, 구덩이)2)은 건

    축을 통해 당시의 사회상을 독특한 필체로 그려

    낸 시대의 대작이라 할 수 있다.

    1) 공동주택 ‘코무날카’와 ‘정원 도시’(город-сад)는 서로 인접한 개념으로 이들의 사상적 조류는 서구 유토피아론으로 거슬러 오른다. 토머스 모어, 토머스 캄파넬라, 테오도르 데자미, 샤를 푸리에, 니콜라이 체르니솁스키 등의 저작에서 공동주택은 전통적인 ‘집-둥지’ 보다 더 완벽한 거주 형태로 묘사된다.

    그림3, 4. 이오시프 스탈린(1879~1953)과 그가 주창한 콜호스(집단농장)를 홍보하는 포스터 (출처: www.google.com)

    30 인간과 문학

  • 플라토노프는 누구인가

    1899년 러시아 보로네시 태생의 안드레이 플

    라토노프는 18세의 나이에 사회주의 혁명을 경

    험하며 소위 혁명 작가로 성장한다. 무산계급 출

    신인 그가 사회주의 사상을 지지하고 현실정치

    에 깊숙이 관여하고자 했던 것은 당시의 사회 분

    위기로 짐작해볼 때 어쩌면 자연스런 일이었다.

    하지만 시간을 조금 건너뛰어 보자. 1930년대 그

    는 어떤 모습인가? 우리는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변절자로 낙인찍힌 플라토노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20세기 초 사회

    주의 혁명의 이상을 우직하게 믿고 따랐던 유토

    피아 주의자가 왜 사상의 순수성을 의심받기 시

    작했을까? 연구자들은 주지된 그의 아이러니한

    삶의 종적을 ‘양가적’이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플

    라토노프가 자신이 바란 유토피아상과 실제 그

    려지는 현실 사이의 괴리 속에서 ‘주저’와 ‘의혹’을

    표출했고, 그 가운데 그의 작품도 작가를 닮아

    양가적 해석을 야기한 것이다. 이는 그의 삶을 궁

    지로 몰기에 충분했다. 1920년대 후반 그의 소설

    이 집단화, 공동주택의 삶과 함께 개성의 가치와

    그의 사유도 존중했기 때문이다.

    플라토노프의 작품은 20세기 초 격변의 러시

    아를 너무나 정면으로 조준했다. 이번 글에서 살

    펴볼 그의 소설 『코틀로반』(1930)이 작가 생전에

    출간되지 못한 것도 작품에 시대의 모순과 의혹

    이 너무나 정직하게 묻어났기 때문이리라.

    플라토노프가 집필한 글을 모두 모아 잘만 엮

    으면 다시 한편의 거대한 작품이 탄생한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전 시학 체계에 내재된 그토록

    강한 유기성은 작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고집스럽

    게 제기한 통일된 문제와 의식에서 비롯된다. 그

    긴 담론의 최고조에 『코틀로반』이 자리하고 있

    는 것이다.

    2) ‘코틀로반’이란 건물을 짓기 위해 터파기 공사를 할 때 생기는 ‘기초터’, ‘구덩이’에 다름 아니다.

    그림5, 6. 안드레이 플라토노프(1899~1951)의 사진 (출처: www.google.com)

    31인간과 문학

  • 『코틀로반』의 줄거리

    1928년의 장편소설 『체벤구르』가 무산계급

    청년들의 ‘유토피아 정원도시’ 건설을 다뤘다면,

    1930년의 『코틀로반』은 전체 무산계급을 위한

    ‘공동의 집’짓기를 묘사한다.

    혁명을 향한 농민과 노동자의 시각에 상당 부

    분 할애된 『체벤구르』는 러시아 역사의 꽤나

    긴 구간을 담고 있다. 혁명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