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ok

14
HAGGSY AU BOOK

Upload: owlfactory

Post on 21-Jul-2016

216 views

Category:

Documents


1 download

DESCRIPTION

Haggsy AU Soldier

TRANSCRIPT

Page 1: It’s ok

- 1 -

HAGGSYAU BOOK

Page 2: It’s ok

- 2 -

It’s OKWritten by Miss Owl

햇빛만으로도 뜨거운 이라크, 바그다드. 수류탄

이 터지는 소리와 대포를 쏘는 소리, 군인들의

함성과 비명소리가 어우러지고 마른 모래가 핏

기를 머금는 곳. 사막의 붉은 장미가 탐스럽게

피어올랐다가 음속으로 달리는 총알에 꺾여 목

숨을 잃었다.

"해리, 비켜요!"

멀리서 또 한 번의 총소리가 울렸다. 에그시는

흐트러진 군복을 입고 전장을 내달리는 해리를

덮쳐눌렀다. 해리와 대치하던 적군은 머리에 바

Page 3: It’s ok

- 3 -

람구멍을 아로새기고 힘없이 쓰러졌다. 풀썩. 모

래가 날려 잠시간 해리와 에그시의 시선이 엇갈

리고 해리는 순식간에 허리춤에서 단도를 꺼내

에그시를 향해 찔러들어갔다.

"크악!"

에그시는 등 위로 무게를 싣는 또다른 적군의

시체를 옆으로 던지며 일어나 손을 뻗었다. 내

밀어진 손을 잡고 일어난 해리와 에그시가 등을

기댔다.

"등 뒤가 허술한 건 여전하군."

"해리가 구해줬으니까 됐죠."

"혼자서도 살아남아야지."

"끔찍한 소리하지 말고요."

말하는 사이 사방에서 적들이 달려들었다. 생각

없이 휩쓸리는 살육으로 가득한 이 곳에서는 흔

한 일이었다. 다만 흔하지 않은 일은 어디서나

존재하는 법이므로. 하하. 해리? 에그시는 허탈

Page 4: It’s ok

- 4 -

한 웃음을 지으며 해리를 불렀다. 배 부근이 뜨

겁고 축축한 것만으로 상황이 파악했다. 하지만

에그시는 멈출 수 없었다. 적은 여전히 달려들

고 등 뒤의 해리에게서 반나절간 뜨거운 태양아

래 계속되는 전쟁의 피로감이 느껴졌다. 아 씨

발 미치겠네. 더럽게 아프잖아 개새끼들아. 에그

시는 피가 흘러 넘치는 배를 부여잡고 단도를

던지고, 발아래 채이는 시체의 손목을 밟아 으

스러뜨리고 총을 빼앗아 연사해 5명의 머리를

갈겨버렸다. 죽기 직전에는 힘이 장사가 된다던

데 영 틀린 말은 아닌가 보네. 적어도 해리를

지키면서 죽긴 좋잖아? 총탄이 떨어지기가 무섭

게 달려드는 까까머리 이스라엘인의 목을 잡아

비틀어 단도로 동맥을 긋자 피가 솟구쳐 올라

에그시의 얼굴을 적셨다. 동시에 전쟁의 끝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울렸다. 땅거미가 지고 있었

다. 해가 지고 기온이 떨어지면 전쟁이고 뭐고

전부 개죽음이다. 에그시는 해리가 뒤돌기도 전

에 하도 총탄에 맞아 너덜너덜해지고 찢어진 핏

빛 방탄복 위로 죽은 자의 군복을 걸쳤다. 그러

곤 다른 군인의 군복을 벗겨 해리에게 던졌다.

Page 5: It’s ok

- 5 -

"받아요, 해리."

"신분은 숨길 것. 그건 잊지 않아서 다행이야."

선혈을 온몸에 뒤집어쓰고 야차처럼 숨을 몰아

쉬던 해리가 에그시를 보며 웃었다. 젠장, 씨발.

놓고 죽기 아깝게. 복부의 상처를 군복으로 가

린 채 그 통증을 애써 숨긴 에그시가 마주 웃었

다. 벌써 태양이 그 육중한 몸체를 대지에 반쯤

뉘이고 있었다. 조금만 지체해도 빛을 잃은 매

서운 사막에서 길을 잃고 죽을 것이다. 에그시

는 피로 진득거리는 손을 대충 문질러닦고 해리

의 손을 잡았다.

"어서 나 좀 이끌고 가봐요, 해리. 아무래도 오

늘 너무 무리해서 손 좀 잡아야 힘이 날 것 같

은데요."

"허튼 소리."

그러면서도 해리는 에그시의 손을 잡고 달렸다.

거대한 사구의 그림자로 어둠을 드리우는 사막

Page 6: It’s ok

- 6 -

의 모래 위로 해리가 달리고, 그 뒤로 에그시가

달리고, 마지막으로 진홍색 발자국이 달렸다. 젠

장할. 뻐킹. 시간이 갈수록 에그시의 몸이 무거

워졌다. 아니, 피를 흘리면 가벼워져야 할 몸이

어째서 무거워지는 것인지, 에그시는 말없이 투

덜거렸다. 헬리콥터가 오기로 한 장소까지 얼마

남지 않았고 전장은 충분히 멀어졌다.

"에그시?"

해리는 갑자기 손을 놓은 에그시때문에 뒤를 돌

아보았다. 그는 아무말도 없었다. 에그시는 손을

놓은 것이 아니라 힘이 빠진 것이고 대체 어디

서부터 흘렸는지 모를 피가 저 멀리서부터 이어

져있었다.

"죽여줘요, 해리."

"그럴 순 없다."

"젠장, 해리! 정신 차려요! 내가 흘린 피를 보고

적들이 쫓아올테고 여기서 더 가면 우리 정체가

녀석들한테 드러나요. 그렇다고 날 남겨두고 갔

Page 7: It’s ok

- 7 -

다가 어떤 방법으로든 다시 돌아와서 날 데려간

다 해도 그 사이에 녀석들이 쫓아와서 날 족치

면 난 고문당하다 죽거나, 그냥 죽거나 어쨌든

결국 죽어요!"

끝에 가서는 정신이 혼미해진 에그시는 혈액부

족으로 덜덜 떨리는 손으로 품에서 단도를 꺼내

해리 앞으로 던졌다.

"당신이 처음으로 준 선물이에요. 그걸로 죽여줘

요."

"에그시."

"씨발 내가 험한 말 해야 알아들어요? 죽이라

고! 내가 지금 당신 지키고 여기까지 쫓아오느

라 개고생했으니까 이제 좀 쉬게 해달라고요."

"에그시!"

드넓은 사막에서는 아무리 크게 소리를 쳐도 황

망한 법이다. 에그시는 해리를 올려다보았다. 감

출 수 없는 아픔으로 얼룩진 그에게 손을 내밀

었다. 아마 그는 지금까지 이런 상황을 수도 없

Page 8: It’s ok

- 8 -

이 겪어왔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다시 한 번

아픔을 주는 것은 미안하지만,

"죽여주세요, 해리. 이제 우리 파트너십은 여기

서 그만 끝내자고요."

해리는 묵묵히 발아래 떨어진 단도를 쥐고 에그

시에게 다가갔다. 에그시가 내밀었던 손으로 해

리의 손목을 감싸고 자신의 목에 단도를 가져다

대게 했다. 여길 그으면 죽어요. 알죠. 나긋한

에그시의 목소리에 해리의 손이 떨려왔다. 부탁

인데 지각은 좀 그만해요. 다음 파트너가 시간

약속 어기는 거 싫어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에

그시의 손에 힘이 실리고 단도가 에그시의 얇은

살결을 파고 들었다. 아 그리고 전 아무래도 베

르무트를 한 방울 넣은 마티니가 더 맛... 예리

한 칼날이 마침내 동맥에 닿았다. 그 전에 성대

를 건드렸는지 갑자기 에그시의 목소리가 뚝 끊

겼다. 해리는 점점 더 떨려오는 손 위에 다른

손을 겹치고 꾹 눌렀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에

그시의 동맥이 끊어지고 마치 오늘 죽였던 그

Page 9: It’s ok

- 9 -

병사와 같이 에그시의 목에서도 피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해리는 빠르게 에그시의 몸에서 킹스

맨의 존재를 알릴 수 있을만한 요소를 전부 수

거했다. 방탄복까지 벗겨지고 꼴랑 적군의 군복

하나로 몸을 가린 에그시의 시체는 아직 식지

않아 손이 닿을 때마다 그 온기가 전해져왔다.

젖어가려는 눈가를 두손으로 꾹 눌러 마사지한

해리는 에그시의 머리 위로 두 무릎을 꿇고 앉

아 허리를 숙였다.

쪽.

정중한 키스. 경의와 사랑을 담아 입을 맞춘 해

리가 접선장소를 향해 뛰었다.

[해리.]

바람은 얄궂어서 항상 죽은자의 목소리를 전달

하기 마련이다.

[해리.]

Page 10: It’s ok

- 10 -

물론 더욱 얄궂은 점이 있으니, 그것을 언제 전

해줄지 바람 자신조차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다.

[말하면 더 힘들어할까봐 말 못 했는데 죽기 전

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요. 빌어먹게 사랑

해요, 해리.]

앞서 말했다시피 이것이 언제 전해질는지는 바

람조차 모른다.

Page 11: It’s ok

- 11 -

[Epilogue]

‘혼자서도 살아남아야지.’

‘끔찍한 소리하지 말고요.’

정말로 끔찍한 소리였군 그래. 해리는 자조하며

추모주를 들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해리는 인기

척에 뒤를 돌았다.

“그런 출신도 모르는 고아를 용병단에 받아들인

것 자체가 잘못이었네. 자네도 이제 그 쓸데없

는 정을 버릴 때가 되지 않았나.”

“......허튼 소리는 알츠하이머에 걸렸을 때 하시

죠, 아서.”

독기를 담아 쏘아붙인 아서는 그 긴다리를 뻗어

빠르게 방을 나왔다. 지나가는 복도에 10m 간

격으로 늘어선 창밖으로는 용병단에 지원한 어

린 아이들이 훈련하는 모습이 보였다. 에그시는

항상 그 아이들을 부러워했다. 남들과 다르게

길가에 버려져 해리의 품에 안겨 들어온 에그시

Page 12: It’s ok

- 12 -

였기에 밖에 함부로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무도 존재를 모르는 에그시가 해리

와 함께 일할 수 있었지만 에그시는 항상 훈련

장을 애타는 눈길로 바라봤었다. 이럴 줄 알았

다면 한 번쯤은 같이 놀게 해줄걸 그랬군. 쓰디

쓴 감초사탕을 먹은 듯 텁텁한 입안에 해리가

눈을 내리깔았다. 정갈한 체크무늬 복도에는 에

그시의 발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 작은

아이가 돌아다니기는 얼마나 돌아다녔던지 책임

지고 맡아기르던 해리가 피곤해할 지경이었다.

해리는 가슴이 답답해져서 창문을 열어제꼈다.

시원한 바람이 복도로 들어오며 해리의 머리를

흐트러트렸다.

‘해리.’

“......에그시?”

환청인가. 해리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누가

자신을 부르는가 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해리.’

Page 13: It’s ok

- 13 -

하지만 그것은 환청이 아니었다. 분명 장난기

넘치는 꼬마 에그시이자 믿고 목숨을 맡길 수

있었던 청년 에그시의 목소리였다. 그것은 창밖

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말하면 더 힘들어할까봐 말 못 했는데 죽기 전

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요. 빌어먹게 사랑

해요, 해리.’

바람에서 익숙한 냄새가 났다. 자유롭고 순수한,

향수보다 향기로운 냄새였다. 에그시의 냄새였

다.

“젠장!”

창틀을 내려친 해리의 주먹은 너무 힘을 준 바

람에 하얗게 질려 부들부들 떨려왔다. 그 위로

눈물방울이 후두둑, 떨어졌다. 빌어먹을 이마가

아니라 입술에 입을 맞추는 건데. 적어도 죽기

전에 사랑한다고 해주는 건데. 타이밍을 놓쳤던

Page 14: It’s ok

- 14 -

오열이 끝내 쏟아져나오고 그 자리에 무릎꿇은

해리는 창밖으로 손을 뻗었다. 잡아주지 못한

손을 잡으려 해도 쥘 수 있는 건 허공뿐.

“에그시...!”

사막에는 이런 전설이 있다.

사막에서 길을 잃는 자

걱정하지 말라.

드넓은 대지와 자비로운 바람은

그대의 혼을 실어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인도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