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onang sunday korea julio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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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Focus 7 6 제175호 2010년 7월 18일~7월 19일 제175호 2010년 7월 18일~7월 19일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는 해발 2640m에 자리 잡고 있다. 백두산(2750m)과 비슷한 높이다. 엘도라도 공항을 나서면 어디선가 많이 본 노 란색 소형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다. 대우차 가 유행시켰던 마티즈 경차, 현대 아토스 모 델이다. 유럽풍 분위기가 강하지만 마치 1990 년대 중반 베이징의 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콜롬비아는 꽃과 커피·바나나·에메랄드로 유명하다. 거기에 석탄·석유·천연가스 같은 천연자원까지 풍부해 어느 나라 못지않게 축 복받은 나라다. 국민들도 부지런하다. 초등학교 수업은 오 전 7시, 직장 업무는 8시부터 시작된다. 가톨 릭교에 대한 신앙심도 두텁고 예술과 춤·노 래를 각별히 사랑한다. 백년 동안의 고독 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브리엘 마르케스, 볼륨(volume)의 파괴로 독특한 풍자 미술을 구축한 페르난도 보테로, 남아공 월드컵 폐 막 무대를 장식한 수퍼스타 샤키라를 배출했 다. 거리엔 혼혈의 미학을 간직한 남녀들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콜롬비아의 1인당 소득은 3000 달러에 불과하다. 빈곤층 비율은 50%를 넘 나든다. 도시 곳곳에 무장병력이 배치돼 삼 엄한 경계를 펼치고 행인들을 검문한다. 마 치 계엄령 상태와 같다. 무엇 때문일까. 원인은 폭력과 내전과 부패 였다.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이 “200년 동안 평화는 47년뿐이었다”고 말한 대로 정정 불 안은 국력을 깎아먹었다. 그 바람에 수십만 명이 무고하게 희생되고 국내외 자본은 안전 지대를 찾아 빠져나갔다. 2002년 취임한 우리베 대통령은 ‘민주·안 보’를 기초로 투자·고용, 사회적 결속을 추 구하는 행보를 추구해왔다. 그 덕에 지난 해 좌익 게릴라 숫자는 8600명(2002년 1만 6000명)으로 줄었다. 살인 사건은 1만5817 건(2002년 2만8837건), 납치 사건은 213건 (2002년 2882건)으로 격감했다. 다음 달 취 임할 후안 마누엘 산토스 차기 대통령도 친 미 노선을 바탕으로 반테러 전쟁을 계속할 전망이다. 콜롬비아 경제는 8년 전부터 성장 궤도를 달리면서 외국인투자 유치가 늘고 있다. 최대 경제단체인 전국제조업연합회(ANDI) 루이 스 발레가스 회장은 “3년 전부터 마이애미· 브라질·멕시코 등으로 빠져나갔던 자본이 되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간의 인터 뷰 뒤 “경제 후퇴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었 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폭력”이라고 짧 게 답했다. 메데진의 빈곤퇴치 프로젝트 5일 오전 방문한 메데진시(市)는 인구 240만 명의 제2 도시다. 1980∼90년대 좌·우익 게 릴라부터 마약·폭력 조직까지 600여 개 조직 이 활개치며 연 700명이 피살당했다고 한다. 폭력조직은 주민의 60%가 사는 슬럼가를 기 반으로 위세를 떨쳤다. 시 중심가에서 동북쪽으로 30분쯤 자동차 를 달려 도착한 산토 도밍고 지역. 산꼭대기 까지 빨간 벽돌집이 빽빽이 들어선 달동네였 다. 주민 숫자는 11만2000명. 몇 년 전만 해도 경찰과 외부 주민은 접근조차 어려웠다. 하지 만 지금은 현대식 케이블카가 8명 단위로 쉴 새 없이 승객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곳곳에 서 무장병력이 삼엄한 감시를 펼치는 마당에 폭력조직이 설 땅은 없어 보였다. 이곳을 안내한 다니엘 마우리시오(36)는 “간선도로와 달동네를 연결하는 2.2㎞의 메 트로케이블(요금은 600원)이 2년 전 개통되 면서 빈곤퇴치 프로젝트가 힘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 핵심은 바로 치안 확보와 교육, 전기·상수도, 의료, 창업 지원을 패키지로 묶 어 폭력과 빈곤을 동시에 추방하는 것이었 다. 메트로케이블은 주민의 발이 되면서 폭 력조직의 음습한 활동공간을 뺏었다. 시 정부는 또 교육 분야에 예산(연 9억 달 러)의 40%를 배정해 빈곤층을 위한 학교·도 서관 건립을 확대했다. 산토 도밍고에 세워진 ‘라이브러리 파크’는 600만 달러를 들여 건 설한 7개 층의 최신식 건물이었다. 책과 컴퓨 터는 물론 강당·학습실·회의실 등을 갖춰 놓 고 각종 교육과 주민참여, 심리치료를 실시하 고 있었다. 마르타 그리사레스(50대 후반·여) 도서관 장은 “하루 이용자가 2000명쯤 되는데 젊은 이들은 5층 PC방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 다. 도서관 근처에는 창업을 지원하는 소(小) 금융센터도 눈에 띄었다. 봉제공장을 다니거 나 막노동·파출부·노점상 등을 하는 주민들 의 소득은 월 20만원 수준. 절반 이상이 여성 가장이어서 가난의 대물림 현상이 심각하다. 메트로케이블-도서관-소금융센터 등은 슬럼가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엄마와 함께 컴퓨터 관련 숙제를 하러 도서관에 온 다비예(13·중학생)는 “장차 경 찰이 되겠다”고 말했다. 어릴 때 총격전을 겪 어 가슴에 관통상을 입었던 존 데이비(15)는 “관광가이드가 되려고 영어를 열심히 공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완공된 달동네의 ‘라이브러리 파크’는 5곳. 연인원 이용자는 500만 명에 이 른다. 시 정부는 다른 4개 지역에도 건설을 추진 중이다. 달동네에 케이블카 건설 ‘도시 개조’ 교육예산 40%, 도서관 5곳 건립 분위기 밝아지자 폭력조직 사라져 국가 경제도 생기, 8년째 성장세 중남미의 유일한 6·25 참전국 콜롬비아 “6·25전쟁에 참전한 것은 내 생애의 가장 큰 자랑이다.” 지난 1일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북쪽에 있 는 국방대학 교정. 한국의 리틀앤젤스 방문 공연을 계기로 6·25 참전용사들을 초청한 행 사가 열렸다. 양국에서 500여 명이 참석한 제 법 큰 행사였다. 석가탑 모양의 참전기념비 앞에서 만난 예 비역 준장 가브리엘 푸야나(84)는 외손녀 아 나 마리아(4)를 무릎에 앉혀놓고 “5년 전 한 국의 발전상을 직접 본 뒤 한국을 더욱 사랑 하게 됐다”고 말했다. 색동옷 차림의 외손녀 는 처음 보는 한국 사람들이 신기한 듯 이곳 저곳을 뛰어다녔다. 곁에 있던 6·25 참전용사회 라울 마르티네 즈 회장은 “중남미 유일 참전국인 콜롬비아 와 한국 간의 관계가 더욱 업그레이드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콜롬비아는 6·25 당시 4300여 명의 병력을 보내 전사 214명, 부상 438명의 희생을 치른 혈맹국이다. 두 나라는 이제 ‘경제동맹 시대’를 앞두고 있다. 내전과 테러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콜 롬비아가 아시아 국가 중에선 처음으로 한국 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있는 것 이다. 안드레스 보테로(65) 국제올림픽위원 회(IOC) 위원은 “한국 기업들이 더 많이 투 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젊은 층 사이에서도 6·25 참전과 한국의 발전상이 알려지면서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 다. 8일 페레이라(커피 생산지)발 비행기에 서 만난 20대 후반의 남성은 “휴대전화 세 대를 갖고 있는데 한 대는 삼성 애니콜”이라 며 주섬주섬 노키아와 아이폰을 꺼냈다. 삼 성은 올해 휴대전화 600만 대를 판매한다 는 목표를 세웠다. 자동차 분야의 진출도 눈부시다. 대도시를 달리는 택시는 대부분 GM대우·현대·기아의 소형차들이었다. 마티스·아토스의 경우 자 동차 관세(35%) 때문에 1만2000달러 안팎의 비싼 가격에 팔린다. 현지 관계자는 “승용차 시장의 점유율은 40%, 한국산 부품까지 포 함하면 60%쯤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가전·컴퓨터의 경우 멕시코 등 제3국에서 생 산한 삼성·LG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 전자 최익석 법인장은 “월드컵 특수 덕택에 3D TV는 없어서 못 팔았다”고 설명했다. 6·25를 매개로 한 정서적 유대는 경제인에 게도 흘렀다. 전국제조업협회(ANDI) 루이 스 빌레가스 회장은 2일 “한국·칠레 FTA가 먼저 체결됐지만 콜롬비아는 제조업과 서비 스업이 모두 강하고 자원·에너지도 풍부하 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쟁 참전 역사를 생각하면 양국 관계의 프레임워크(뼈대)는 좋다. 한국이 새로운 파트너가 되길 바란다” 고 말했다. 콜롬비아가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 일까. 44세의 외교장관 자이메 베르무데스는 ‘아시아의 재발견’을 토로했다. 콜롬비아는 지금까지 미국·캐나다와 유럽, 중남미 위주 로 경제 파트너십을 맺어왔다. 그는 “지속적 인 경제발전을 위해 아태 지역은 중요한 전략 적인 대상으로 부상했다”며 “나만 해도 최근 6개월간 한·중·일·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을 네 번이나 방문했다”고 밝혔다. 요컨대 콜롬 비아는 아태 지역으로 나갈 단단한 플랫폼이 필요하고, 그 후보 중 하나가 한국이라는 얘 기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콜롬비아는 결코 ‘멀고 위험한 국가’가 아니다”며 “우리의 미 래는 아시아에 달려있다”고 역설했다. ‘우리의 미래는 아시아에 달려있다’는 콜롬비아 아시아의 이슬람 석유부국 브루나이 보고타=이양수 기자 한국차 점유율 60%, 이르면 올해 말 FTA 체결 건물 밖은 찜통, 실내는 ‘국왕 온도 18도’ 40만 주민에 차 40만대…10대 가진 집도 “가난 구제는 나라가 한다”… 공기업 수익 30% 빈민가에 투자 몸이 으스스 떨린다. 브루나이의 수도 반 다르세리베가완의 센트레포인트 호텔. 밖 은 30도를 웃도는데 방엔 추워서 있지 못 하겠다. 담요를 뒤집어 쓴다. 이 호텔만이 아니다. 호텔 밖 커피숍, 기자단이 탄 버스, 음식점 다 마찬가지다. 적도 바로 위 북위 4도에 있는 열대 국가가 아니다. 이슬람 절 대왕정 체제인 이 나라의 하사날 볼키아 국 왕이 좋아하는 18도에 실내 기온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34도 찜통 거리에서 실내로 들어가면 16 도가 뚝 떨어진다. 한국에서 이랬다간 에 너지 낭비로 고발당하겠지만 이 나라는 아 니다. 40만 주민 중 자국민 26만을 기준으 로 2008년 석유·가스 수출로 벌어들인 수 입이 1인당 4만 달러쯤 된다. 실제 1인당 GDP는 3만6000달러. 이 통계 속엔 문제가 숨어 있다. 왕과 95개 귀족 같은 상위 몇 % 가 독식하고, 상당수 주민 소득은 연 3000 달러 선이다. 인구 10% 선이 ‘열악한 환경 에 빈곤층이 수두룩한’ 수상 가옥에 산다. 그러나 어쨌든 즉위 42년째인 29대 볼키아 국왕의 정책에 따라 국민은 긴소매 옷을 입어가며 에어컨을 펑펑 틀고 ‘국왕의 온 도’ 속에 산다. 석유로 돈을 벌기 시작한 90 년대 중반 이후 풍속도란다. 오일 머니가 펑펑 들어오지만 최장수 이 슬람 절대 왕정이고 인구 66%가 이슬람이 어서 유흥 문화가 약한 탓인지 특이한 소 비 행태가 생겨났다. ‘차 중독’ 현상이다. 나라 전체의 보유 차량은 40만 대라는데 가구당 평균 보유 대수는 5대라고 한다. 임 시 거주자를 제외한 26만 주민이 다 그렇 다는 게 아니다. 상위층 평균으로 추정되 는 수치다. 그럴 수밖에 없다. 현지인들은 “국왕의 차가 5000대쯤”이라 한다. 95개 귀 족 가문도 꽤 될 것이다. 그러나 수상 가옥 주민에겐 차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10 대 이상 보유’ 가구도 아주 많을 것이란 얘 기가 나온다. 취업자의 57%가 공무원이고 제조업 하나 없이 석유만 퍼올리는 이 나라 거리엔 외제차만 굴러다닌다. 수상 가옥 박물관을 안내했던 20대 여 성은 “집에 차가 7대”라고 했다. 아버지는 중간직 공무원, 어머니도 비슷하다. 그는 “정비소가 적으니 차가 여러 대 있어야 대 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응시한 짬 을 내 가이드 아르바이트를 하는 피가(19· 여)의 집엔 벤츠 두 대, 일제차 두 대. 쌍용 차 한 대 모두 다섯 대다. 부모는 공무원. 파라는 “운전할 사람은 셋뿐”이라고 했다. 소득만으로 보면 부르나이는 아시아 최 고다. 인구도 적은 경기도 반만 한 나라가 ‘석유·가스 밭 위에 앉아 있다’고 한다. 일 산(日産) 17만 배럴의 석유는 한국·일본· 호주로, 가스는 90% 일본, 10%는 한국으 로 수출된다. 개인 소득세도 없다. 나라의 58%는 아직도 원시림. 남중국해로 향한 해변의 맹그로브(홍수림) 숲과 지류 일부 는 관광 코스로 개발돼 있다. 수량 풍부한 계곡을 ‘롱(long)-보트’를 타고 오르내리 고 카누도 타며 래프팅도 한다. 이렇게 넉넉한데도 도약을 꿈꾼다. 경제 개발청(BDBE)의 레라 슈아일리 공보관은 “정유공장 중심의 산업 단지, 푸라우 무아 라 베사르 섬의 대단위 종합 물류 항구 건 설을 계획한다”고 했다. 항구 건설 총투자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1단계 정비사업 에만 13억 달러다. 이런 자국 내 투자보다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할랄 브랜드’라 부 르는 ‘글로벌 이슬람 스탠더드’ 사업이다. 7월 1일 산업자원부를 찾았다. 하자 노 르마 국장이 설명한 할랄 프로젝트는 ‘샤 리야 방식으로 만들거나 서비스해야 이슬 람권 수출 도장을 찍어 준다’는 야심 프로 젝트다. 미 식품의약국(FDA) 인가를 받 을 의무는 없지만 있으면 수출에 유리하 고 아니면 힘든 현실을 원용한 것이다. 노 르마 국장은 ‘브루나이 다루살람 스탠더 드’라는 설명서를 보여줬다. 그중 ‘할랄 푸드’의 13~15페이지엔 닭·소·양 도살법이 있다. 칼로 목의 경동맥을 정확히 갈라야 된다. 아니면 브루나이 상륙을 못하고, 십 중팔구 ‘반(反)이슬람 식품’이 돼서 아랍 권 진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생선은 상관없다. 이슬람 교도가 많은 나라, 혹은 이런 나 라로 수출하려는 국가들은 심각하다. 영 국엔 이미 가금류를 기계 도살하느냐 손 으로 하느냐 논란이 있었다. 말레이시아에 는 기계 도살이 거의 금지됐다. 가톨릭 국 가인 필리핀, 불교 국가인 태국도 신경 쓴 다. 인도네시아·싱가포르도 그렇다. 캐나 다·뉴질랜드·몽골은 재빨리 할랄식으로 각각 소와 양을 키우고 도살해 수출한다. 유럽의 이슬람국가인 보스니아 헤르체고 비나도 관심을 보인다. 영국의 켄터키치킨 (KFC)과 프랑스의 퀵(Quick·햄버거 체 인)도 매장 일부를 할랄식으로 운영했다. 말레이시아가 1996년 ‘할랄 허브’를 주 창하며 시작된 할랄은 2006년 브루나이가 끼어들면서 커져 2010년에는 영국 옥스퍼 드대에서 포럼이 개최될 만큼 성장했다. 브 루나이는 ‘우리는 확실한 이슬람국’이라 며 승부수를 던진다. 서기 907년 이슬람이 들어와 이슬람이 생활에 가득 찬 원조 이 슬람국이란 것이다. 브루나이의 모든 공식 자리는 축복 기도로 시작한다. 항공기도 이슬람 축복 절차 뒤 이륙한다. 무서운 것은 할랄 브랜드가 식품을 넘어 화장품·의약품도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예 를 들어 개·돼지 문제가 있다. 이슬람권에 서 개·돼지는 불결의 상징. 손도 대면 안 된 다. 돼지 피부에서 추출해 여성 피부를 촉 촉하게 해주는 콜라겐이 서방에선 인기겠 지만 이슬람권에선 죄악이다. 개를 키우거 나 만진 사람이 음식을 만들거나 화장품· 의약품 제조 과정에 끼어들다간 시비가 걸 릴 수 있다. 할랄 방식의 레스토랑·숙박 사 업도 거론된다. 소위 서방 방식과는 다른 조건이 할랄 브랜드의 핵심 컨셉트다. 그 래서 할랄은 전 세계 인구 25%인 이슬람의 문을 지키는 수문장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노르마 국장은 “지금 시장은 5000억 달러 규모지만 조만간 1조 달러가 될 것”이라며 “캐나다와 일본 회사가 이미 할랄 의약품 분야에 진출했다. 한국은 화장품 쪽이 가 능할 것”이라고 했다. 노르마 국장은 ‘프라운 크래커’라는 봉 지를 들어 보였다. 우리로 치면 새우깡. -한국 새우깡이 들어오면 어떤가. “튀김용 기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야자유를 써도 문제인가. “샤리아 기준에 맞는지 검사해야 한다” -그건 이슬람식 음식 패권주의 아닌가. “할랄은 선택이지 강제가 아니다.” ‘할랄 스탠더드’에 맞지 않으면 세계 인 구의 25% 즉 24억 명은 포기해야 할 판이 다. 에어컨 때문에 이미 추웠지만 오싹한 느낌이 더해진다. 브루나이 수도 반다르세리베가완에 있는 이슬람 사원. 이 나라는 907년 이슬람을 받아들여 1000 년 넘은 원조 이슬람 국가를 자처한다. 반다르세리베가완=안성규 기자 빈곤퇴치 프로그램의 효과는 주민들의 목 소리에서도 묻어났다. 액세서리 노점상을 하 는 민소매 티셔츠 차림의 루세로 암파로(23· 여)는 “남자친구와 함께 넉 달 전 300만 페소 (약 160만원)를 투자해 사업을 시작했는데 하루 9만 페소어치를 판다”고 말했다. 이곳에 선 2008년까지 총격전이 발생했지만 요즘엔 성폭력 사건도 일어나지 않을 만큼 치안이 좋 아졌다고 한다. 시 정부는 요즘 달동네 주민 들을 현대식 임대주택으로 이주시키기 위해 단계적인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55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메데인시 공사는 이런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전력· 에너지·상하수도 등 각종 사업으로 지난해 벌어들인 9억 달러(매출액은 37억 달러) 중 30%를 빈곤퇴치 프로젝트에 투입하고 있다. 페데리코 포사다 사장은 “한 도시 안에 일본 과 방글라데시가 공존할 경우 빈곤지역에 먼 저 투자하는 게 효율적”이라며 “빈곤 지역의 치안과 경제가 좋아지면 그 혜택은 부유층에 도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가난 구제는 정부 나 공공 분야가 해야 한다는 논리다. 메데진의 성공 모델은 요즘 중남미 국가들 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보수 성향의 시장이 취임할 경우에도 이를 뒷받침 할지는 미지수다. 외자 유치로 일자리 창출 안간힘 콜롬비아 정부는 요즘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외자 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다. 치안이 안정되면서 미국·영국·스페인 등에 서 오는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2005년부 터 4년간 347억 달러를 기록했다. 연 87억 달 러다. 그전까지 연 20억 달러에 그친 것과 비 교하면 천양지차다. 어느 곳을 가든, 누구를 만나든 FDI 급증을 자랑스러워한다. 2일 오전 6시30분 보고타 인근 히노 (HINO)자동차. 3년 전 1800만 달러를 투자 해 중형 트럭을 조립하는 일본 도요타 자회 사다. 7시30분부터 라인이 돌아가는 이곳에 선 125명의 근로자가 올해 3000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내수 판매 비율은 80%. 요코야마 히토시(55) 사장은 “장차 콜롬비아 시장이 넓어질 것으로 보고 5년 전부터 준비했다” 며 “앞으로 에콰도르·베네수엘라까지 아우 르는 생산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 다. 29년째 콜롬비아에 살고 있는 그는 “80∼ 90년대엔 치안이 불안해 밤이면 집 안에만 있어야 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나아졌 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은 5∼6년 전 외국 인 납치 사건이 빈발하자 콜롬비아를 떠났 지만 요즘 되돌아오는 분위기라고 한다. 콜 롬비아 정부는 히노를 외국 기업의 진출 성 공 사례로 손꼽는다. 이런 투자 열기는 보고타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커피 생산 지역이나 노 천 탄광이 있는 북동쪽 지방 도시에서도 대 단했다. 그런 점에서 한·중·일은 새로운 사업 파 트너로 각광 받고 있다. 콜롬비아 전국제조 업협회 루이스 발레가스 회장은 “대중국 수 출이 지난해 250%나 급증했다”며 “10년 전 에는 생각도 못한 일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 했다. 콜롬비아는 현재 25개국과 FTA를 체 결했거나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중 아태 지 역은 6∼8개국에 이른다. 발레가스 회장은 “한·콜롬비아 FTA 체결 뒤 더 많은 한국 기 업들이 진출하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인프라·자원·에너지·자동차·전자를 유 망 분야로 손꼽았다. 콜롬비아는 요즘 자신감에 차있다. 정·재 계 인사들은 브라질·멕시코보다 앞선 민주 주의, 부지런하고 정직한 노동력, 풍부한 자 원을 강점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우리는 향 후 20년간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홍성화( 사진) 주콜롬비아 대사 역시 중남 미에서 세 번째로 시장이 큰 콜롬비아에 대 한 진출 확대를 강조했다. 홍 대사는 8일 “미 국·캐나다·멕시코·유럽연합(EU) 등이 이미 FTA를 체결했다. 우리도 이를 신속히 타결해 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FTA 협상은 언제 타결될 것 같나. “총 17개 분야 중 6개 분야를 합의했는 데 제4차 협상은 10월께 열린다. 이르면 올해 말, 늦으면 내년 상반기께 성사될 전 망이다. 우리의 주력 상품인 자동차·전 자·석유화학의 관세율이 높아 가급적 빨리 타결할 필요가 있다.” -투자 유망 분야는.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 취임(2002년) 이후 치안 과 경제 여건이 크게 개선되면서 2007년부 터 3년간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268억 달 러에 이른다. 우리로선 에너지·자원 개발, 인 프라, 정보기술(IT), 자동차, 의료기기 분야 가 유망하다. 최근 KT가 통신서비스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중국의 중남미 진출이 활발하다 고 한다. “콜롬비아는 중남미에서 최 대 석탄 생산량을 자랑한다. 우 리는 운송비 부담 때문에 수입 을 꺼리지만 중국은 그에 관계 없이 에너지·자원이 있 으면 먼저 계약을 해놓 고 본다. 페루·브라질 등지에서도 그랬다. 우리도 적극 대응 할 때다.” 6·25 참전용사들. 가브리엘 푸야나(84·가운데)옹 이 색동옷 차림의 손녀를 무릎에 앉혀놓고 있다. 보고타 인근 히노의 트럭 조립라인에서 일하고 있 는 근로자들. 달동네인 산토 도밍고에 설립된 도서관. 주민 교육 과 소통의 중심 역할을 한다. 도서관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자료를 찾거나 공부 하고 있는 청소년들. 아르메니아의 한 커피농원에서 여성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콜롬비아는 흔히 마약·게릴라·미녀의 3 다(多) 나라로 일컬어진다. 16세기 스페 인 식민지로 출발해 백인·인디언·흑인이 서로 섞이고, 독립 후엔 보수·자유의 대 립으로 폭력투쟁이 계속돼 온 역사 때문 이다. 또 미인을 많이 배출해 ‘ABC(아르 헨티나·브라질·콜롬비아)’ 또는 ‘3C(콜 롬비아·칠레·코스타리카)’ 중 하나로 손 꼽힌다. 테러·범죄·빈곤의 어두운 역사를 털고 새로운 경제도약을 모색하는 콜롬 비아의 변화상을 르포 형식으로 전한다. 기자는 콜롬비아 정부 초청으로 지난 1일 부터 열흘간 수도 보고타를 비롯해 8개 도시를 둘러보았다. 보고타=이양수 기자 [email protected] 한국에서 인기 만점인 양념 치킨을 브 루나이로 가져가면 어떨까. 고개를 돌 릴 가능성이 거의 100%다. 닭이 문제가 아니다. 도살 방식 때문이다. 이 나라에 선 샤리아(이슬람법)에 따라 도살하지 않은 짐승은 못 먹는다. 한국 닭은 샤리 아식으로 죽지 않는다. 브루나이는 바 로 이 ‘샤리아 스탠더드’, 즉 ‘할랄 브랜 드’를 국제화하는 데 앞장선다. 할랄은 ‘이슬람 계율에 따른다’는 의미다. 할랄 이 글로벌 기준이 되면 한국 식품과 가 공품의 이슬람권 수출은 막힐 수 있다. 아세안과 한국 외교부의 언론인 교류 프로그램으로 6월 30일~7월 3일 방문 한 브루나이를 소개한다. 반다르세리베가완(브루나이)=안성규 기자 askme@joongang.co.kr 1인당 GDP 3만6000달러 907년에 이슬람 받아들인 ‘원조’ 이슬람 율법 안 따른 식품 수입 막는 ‘할랄 브랜드’ 세계화 프로젝트 앞장 삼성LG 전자제품도 인기 많아 중국은 자원에너지 선점 나서 70∼80대 된 한국전 참전용사들 “내 생애의 가장 큰 자랑거리” 태평양 카리브해 에콰도르 콜롬비아 파나마 브라질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보고타 메데진 콜롬비아 개황 자료:외교통상부 인구 4600만 명 (백인+인디언 58%, 백인 20%, 백인+흑인 14%) 면적 114만㎢(남한의 12배) 수도 보고타(인구 800만 명) 언어 스페인어(토착 언어는 200가지) 국경 길이 6341㎞ 종교 가톨릭(95%) GDP 규모 1340억 달러(2000년 고정가격 기준) 1인당 GDP 2997달러 수출입 규모 658억 달러 브루나이 개황 인구 39만 명(27%가 임시거주자) 면적 5765㎢(경기도의 약 1/2) 정체 이슬람 절대 세습왕정 1인당 GDP 3만6000달러(2008년) 경제구조 석유가 GDP 70%, 수출의 98% 석유 생산 일산 17만 배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브루나이 반다르세리베가완 템브롱 GDP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성장률 물가상승률 1.9 0.4 2.0 2.4 5.7 4.5 4.9 5.5 6.5 7.7 7.5 6.9 4.7 4.9 3.9 7.0 (단위: %) 2002년 03 04 05 06 07 08 09 콜롬비아 제2의 도시인 메데진의 달동네를 관통하는 8인승 케이블카. 현재 3곳에 설치돼 빈민층의 교통 수단으로 애용되고 있다. 메데진=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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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Focus76 제175호 2010년 7월 18일~7월 19일 제175호 2010년 7월 18일~7월 19일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는 해발 2640m에 자리

잡고 있다. 백두산(2750m)과 비슷한 높이다.

엘도라도 공항을 나서면 어디선가 많이 본 노

란색 소형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다. 대우차

가 유행시켰던 마티즈 경차, 현대 아토스 모

델이다. 유럽풍 분위기가 강하지만 마치 1990

년대 중반 베이징의 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콜롬비아는 꽃과 커피·바나나·에메랄드로

유명하다. 거기에 석탄·석유·천연가스 같은

천연자원까지 풍부해 어느 나라 못지않게 축

복받은 나라다.

국민들도 부지런하다. 초등학교 수업은 오

전 7시, 직장 업무는 8시부터 시작된다. 가톨

릭교에 대한 신앙심도 두텁고 예술과 춤·노

래를 각별히 사랑한다. 백년 동안의 고독

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브리엘 마르케스,

볼륨(volume)의 파괴로 독특한 풍자 미술을

구축한 페르난도 보테로, 남아공 월드컵 폐

막 무대를 장식한 수퍼스타 샤키라를 배출했

다. 거리엔 혼혈의 미학을 간직한 남녀들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콜롬비아의 1인당 소득은 3000

달러에 불과하다. 빈곤층 비율은 50%를 넘

나든다. 도시 곳곳에 무장병력이 배치돼 삼

엄한 경계를 펼치고 행인들을 검문한다. 마

치 계엄령 상태와 같다.

무엇 때문일까. 원인은 폭력과 내전과 부패

였다.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이 “200년 동안

평화는 47년뿐이었다”고 말한 대로 정정 불

안은 국력을 깎아먹었다. 그 바람에 수십만

명이 무고하게 희생되고 국내외 자본은 안전

지대를 찾아 빠져나갔다.

2002년 취임한 우리베 대통령은 ‘민주·안

보’를 기초로 투자·고용, 사회적 결속을 추

구하는 행보를 추구해왔다. 그 덕에 지난

해 좌익 게릴라 숫자는 8600명(2002년 1만

6000명)으로 줄었다. 살인 사건은 1만5817

건(2002년 2만8837건), 납치 사건은 213건

(2002년 2882건)으로 격감했다. 다음 달 취

임할 후안 마누엘 산토스 차기 대통령도 친

미 노선을 바탕으로 반테러 전쟁을 계속할

전망이다.

콜롬비아 경제는 8년 전부터 성장 궤도를

달리면서 외국인투자 유치가 늘고 있다. 최대

경제단체인 전국제조업연합회(ANDI) 루이

스 발레가스 회장은 “3년 전부터 마이애미·

브라질·멕시코 등으로 빠져나갔던 자본이

되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간의 인터

뷰 뒤 “경제 후퇴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었

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폭력”이라고 짧

게 답했다.

메데진의 빈곤퇴치 프로젝트

5일 오전 방문한 메데진시(市)는 인구 240만

명의 제2 도시다. 1980∼90년대 좌·우익 게

릴라부터 마약·폭력 조직까지 600여 개 조직

이 활개치며 연 700명이 피살당했다고 한다.

폭력조직은 주민의 60%가 사는 슬럼가를 기

반으로 위세를 떨쳤다.

시 중심가에서 동북쪽으로 30분쯤 자동차

를 달려 도착한 산토 도밍고 지역. 산꼭대기

까지 빨간 벽돌집이 빽빽이 들어선 달동네였

다. 주민 숫자는 11만2000명. 몇 년 전만 해도

경찰과 외부 주민은 접근조차 어려웠다. 하지

만 지금은 현대식 케이블카가 8명 단위로 쉴

새 없이 승객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곳곳에

서 무장병력이 삼엄한 감시를 펼치는 마당에

폭력조직이 설 땅은 없어 보였다.

이곳을 안내한 다니엘 마우리시오(36)는

“간선도로와 달동네를 연결하는 2.2㎞의 메

트로케이블(요금은 600원)이 2년 전 개통되

면서 빈곤퇴치 프로젝트가 힘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 핵심은 바로 치안 확보와 교육,

전기·상수도, 의료, 창업 지원을 패키지로 묶

어 폭력과 빈곤을 동시에 추방하는 것이었

다. 메트로케이블은 주민의 발이 되면서 폭

력조직의 음습한 활동공간을 뺏었다.

시 정부는 또 교육 분야에 예산(연 9억 달

러)의 40%를 배정해 빈곤층을 위한 학교·도

서관 건립을 확대했다. 산토 도밍고에 세워진

‘라이브러리 파크’는 600만 달러를 들여 건

설한 7개 층의 최신식 건물이었다. 책과 컴퓨

터는 물론 강당·학습실·회의실 등을 갖춰 놓

고 각종 교육과 주민참여, 심리치료를 실시하

고 있었다.

마르타 그리사레스(50대 후반·여) 도서관

장은 “하루 이용자가 2000명쯤 되는데 젊은

이들은 5층 PC방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

다. 도서관 근처에는 창업을 지원하는 소(小)

금융센터도 눈에 띄었다. 봉제공장을 다니거

나 막노동·파출부·노점상 등을 하는 주민들

의 소득은 월 20만원 수준. 절반 이상이 여성

가장이어서 가난의 대물림 현상이 심각하다.

메트로케이블-도서관-소금융센터 등은

슬럼가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엄마와 함께 컴퓨터 관련 숙제를 하러

도서관에 온 다비예(13·중학생)는 “장차 경

찰이 되겠다”고 말했다. 어릴 때 총격전을 겪

어 가슴에 관통상을 입었던 존 데이비(15)는

“관광가이드가 되려고 영어를 열심히 공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완공된 달동네의 ‘라이브러리

파크’는 5곳. 연인원 이용자는 500만 명에 이

른다. 시 정부는 다른 4개 지역에도 건설을

추진 중이다.

달동네에 케이블카 건설 ‘도시 개조’

교육예산 40%, 도서관 5곳 건립

분위기 밝아지자 폭력조직 사라져

국가 경제도 생기, 8년째 성장세

중남미의 유일한 6·25 참전국 콜롬비아

“6·25전쟁에 참전한 것은 내 생애의 가장 큰

자랑이다.”

지난 1일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북쪽에 있

는 국방대학 교정. 한국의 리틀앤젤스 방문

공연을 계기로 6·25 참전용사들을 초청한 행

사가 열렸다. 양국에서 500여 명이 참석한 제

법 큰 행사였다.

석가탑 모양의 참전기념비 앞에서 만난 예

비역 준장 가브리엘 푸야나(84)는 외손녀 아

나 마리아(4)를 무릎에 앉혀놓고 “5년 전 한

국의 발전상을 직접 본 뒤 한국을 더욱 사랑

하게 됐다”고 말했다. 색동옷 차림의 외손녀

는 처음 보는 한국 사람들이 신기한 듯 이곳

저곳을 뛰어다녔다.

곁에 있던 6·25 참전용사회 라울 마르티네

즈 회장은 “중남미 유일 참전국인 콜롬비아

와 한국 간의 관계가 더욱 업그레이드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콜롬비아는 6·25 당시

4300여 명의 병력을 보내 전사 214명, 부상

438명의 희생을 치른 혈맹국이다.

두 나라는 이제 ‘경제동맹 시대’를 앞두고

있다. 내전과 테러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콜

롬비아가 아시아 국가 중에선 처음으로 한국

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있는 것

이다. 안드레스 보테로(65) 국제올림픽위원

회(IOC) 위원은 “한국 기업들이 더 많이 투

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젊은 층 사이에서도 6·25 참전과 한국의

발전상이 알려지면서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

다. 8일 페레이라(커피 생산지)발 비행기에

서 만난 20대 후반의 남성은 “휴대전화 세

대를 갖고 있는데 한 대는 삼성 애니콜”이라

며 주섬주섬 노키아와 아이폰을 꺼냈다. 삼

성은 올해 휴대전화 600만 대를 판매한다

는 목표를 세웠다.

자동차 분야의 진출도 눈부시다. 대도시를

달리는 택시는 대부분 GM대우·현대·기아의

소형차들이었다. 마티스·아토스의 경우 자

동차 관세(35%) 때문에 1만2000달러 안팎의

비싼 가격에 팔린다. 현지 관계자는 “승용차

시장의 점유율은 40%, 한국산 부품까지 포

함하면 60%쯤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가전·컴퓨터의 경우 멕시코 등 제3국에서 생

산한 삼성·LG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

전자 최익석 법인장은 “월드컵 특수 덕택에

3D TV는 없어서 못 팔았다”고 설명했다.

6·25를 매개로 한 정서적 유대는 경제인에

게도 흘렀다. 전국제조업협회(ANDI) 루이

스 빌레가스 회장은 2일 “한국·칠레 FTA가

먼저 체결됐지만 콜롬비아는 제조업과 서비

스업이 모두 강하고 자원·에너지도 풍부하

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전쟁 참전 역사를

생각하면 양국 관계의 프레임워크(뼈대)는

좋다. 한국이 새로운 파트너가 되길 바란다”

고 말했다.

콜롬비아가 한국을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

일까. 44세의 외교장관 자이메 베르무데스는

‘아시아의 재발견’을 토로했다. 콜롬비아는

지금까지 미국·캐나다와 유럽, 중남미 위주

로 경제 파트너십을 맺어왔다. 그는 “지속적

인 경제발전을 위해 아태 지역은 중요한 전략

적인 대상으로 부상했다”며 “나만 해도 최근

6개월간 한·중·일·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을

네 번이나 방문했다”고 밝혔다. 요컨대 콜롬

비아는 아태 지역으로 나갈 단단한 플랫폼이

필요하고, 그 후보 중 하나가 한국이라는 얘

기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콜롬비아는 결코

‘멀고 위험한 국가’가 아니다”며 “우리의 미

래는 아시아에 달려있다”고 역설했다.

‘우리의 미래는 아시아에 달려있다’는 콜롬비아

아시아의 이슬람 석유부국 브루나이

보고타=이양수 기자

한국차 점유율 60%, 이르면 올해 말 FTA 체결

건물 밖은 찜통, 실내는 ‘국왕 온도 18도’

40만 주민에 차 40만대…10대 가진 집도“가난 구제는 나라가 한다” … 공기업 수익 30% 빈민가에 투자

몸이 으스스 떨린다. 브루나이의 수도 반

다르세리베가완의 센트레포인트 호텔. 밖

은 30도를 웃도는데 방엔 추워서 있지 못

하겠다. 담요를 뒤집어 쓴다. 이 호텔만이

아니다. 호텔 밖 커피숍, 기자단이 탄 버스,

음식점 다 마찬가지다. 적도 바로 위 북위

4도에 있는 열대 국가가 아니다. 이슬람 절

대왕정 체제인 이 나라의 하사날 볼키아 국

왕이 좋아하는 18도에 실내 기온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34도 찜통 거리에서 실내로 들어가면 16

도가 뚝 떨어진다. 한국에서 이랬다간 에

너지 낭비로 고발당하겠지만 이 나라는 아

니다. 40만 주민 중 자국민 26만을 기준으

로 2008년 석유·가스 수출로 벌어들인 수

입이 1인당 4만 달러쯤 된다. 실제 1인당

GDP는 3만6000달러. 이 통계 속엔 문제가

숨어 있다. 왕과 95개 귀족 같은 상위 몇 %

가 독식하고, 상당수 주민 소득은 연 3000

달러 선이다. 인구 10% 선이 ‘열악한 환경

에 빈곤층이 수두룩한’ 수상 가옥에 산다.

그러나 어쨌든 즉위 42년째인 29대 볼키아

국왕의 정책에 따라 국민은 긴소매 옷을

입어가며 에어컨을 펑펑 틀고 ‘국왕의 온

도’ 속에 산다. 석유로 돈을 벌기 시작한 90

년대 중반 이후 풍속도란다.

오일 머니가 펑펑 들어오지만 최장수 이

슬람 절대 왕정이고 인구 66%가 이슬람이

어서 유흥 문화가 약한 탓인지 특이한 소

비 행태가 생겨났다. ‘차 중독’ 현상이다.

나라 전체의 보유 차량은 40만 대라는데

가구당 평균 보유 대수는 5대라고 한다. 임

시 거주자를 제외한 26만 주민이 다 그렇

다는 게 아니다. 상위층 평균으로 추정되

는 수치다. 그럴 수밖에 없다. 현지인들은

“국왕의 차가 5000대쯤”이라 한다. 95개 귀

족 가문도 꽤 될 것이다. 그러나 수상 가옥

주민에겐 차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10

대 이상 보유’ 가구도 아주 많을 것이란 얘

기가 나온다. 취업자의 57%가 공무원이고

제조업 하나 없이 석유만 퍼올리는 이 나라

거리엔 외제차만 굴러다닌다.

수상 가옥 박물관을 안내했던 20대 여

성은 “집에 차가 7대”라고 했다. 아버지는

중간직 공무원, 어머니도 비슷하다. 그는

“정비소가 적으니 차가 여러 대 있어야 대

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응시한 짬

을 내 가이드 아르바이트를 하는 피가(19·

여)의 집엔 벤츠 두 대, 일제차 두 대. 쌍용

차 한 대 모두 다섯 대다. 부모는 공무원.

파라는 “운전할 사람은 셋뿐”이라고 했다.

소득만으로 보면 부르나이는 아시아 최

고다. 인구도 적은 경기도 반만 한 나라가

‘석유·가스 밭 위에 앉아 있다’고 한다. 일

산(日産) 17만 배럴의 석유는 한국·일본·

호주로, 가스는 90% 일본, 10%는 한국으

로 수출된다. 개인 소득세도 없다. 나라의

58%는 아직도 원시림. 남중국해로 향한

해변의 맹그로브(홍수림) 숲과 지류 일부

는 관광 코스로 개발돼 있다. 수량 풍부한

계곡을 ‘롱(long)-보트’를 타고 오르내리

고 카누도 타며 래프팅도 한다.

이렇게 넉넉한데도 도약을 꿈꾼다. 경제

개발청(BDBE)의 레라 슈아일리 공보관은

“정유공장 중심의 산업 단지, 푸라우 무아

라 베사르 섬의 대단위 종합 물류 항구 건

설을 계획한다”고 했다. 항구 건설 총투자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1단계 정비사업

에만 13억 달러다. 이런 자국 내 투자보다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할랄 브랜드’라 부

르는 ‘글로벌 이슬람 스탠더드’ 사업이다.

7월 1일 산업자원부를 찾았다. 하자 노

르마 국장이 설명한 할랄 프로젝트는 ‘샤

리야 방식으로 만들거나 서비스해야 이슬

람권 수출 도장을 찍어 준다’는 야심 프로

젝트다. 미 식품의약국(FDA) 인가를 받

을 의무는 없지만 있으면 수출에 유리하

고 아니면 힘든 현실을 원용한 것이다. 노

르마 국장은 ‘브루나이 다루살람 스탠더

드’라는 설명서를 보여줬다. 그중 ‘할랄

푸드’의 13~15페이지엔 닭·소·양 도살법이

있다. 칼로 목의 경동맥을 정확히 갈라야

된다. 아니면 브루나이 상륙을 못하고, 십

중팔구 ‘반(反)이슬람 식품’이 돼서 아랍

권 진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생선은

상관없다.

이슬람 교도가 많은 나라, 혹은 이런 나

라로 수출하려는 국가들은 심각하다. 영

국엔 이미 가금류를 기계 도살하느냐 손

으로 하느냐 논란이 있었다. 말레이시아에

는 기계 도살이 거의 금지됐다. 가톨릭 국

가인 필리핀, 불교 국가인 태국도 신경 쓴

다. 인도네시아·싱가포르도 그렇다. 캐나

다·뉴질랜드·몽골은 재빨리 할랄식으로

각각 소와 양을 키우고 도살해 수출한다.

유럽의 이슬람국가인 보스니아 헤르체고

비나도 관심을 보인다. 영국의 켄터키치킨

(KFC)과 프랑스의 퀵(Quick·햄버거 체

인)도 매장 일부를 할랄식으로 운영했다.

말레이시아가 1996년 ‘할랄 허브’를 주

창하며 시작된 할랄은 2006년 브루나이가

끼어들면서 커져 2010년에는 영국 옥스퍼

드대에서 포럼이 개최될 만큼 성장했다. 브

루나이는 ‘우리는 확실한 이슬람국’이라

며 승부수를 던진다. 서기 907년 이슬람이

들어와 이슬람이 생활에 가득 찬 원조 이

슬람국이란 것이다. 브루나이의 모든 공식

자리는 축복 기도로 시작한다. 항공기도

이슬람 축복 절차 뒤 이륙한다.

무서운 것은 할랄 브랜드가 식품을 넘어

화장품·의약품도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예

를 들어 개·돼지 문제가 있다. 이슬람권에

서 개·돼지는 불결의 상징. 손도 대면 안 된

다. 돼지 피부에서 추출해 여성 피부를 촉

촉하게 해주는 콜라겐이 서방에선 인기겠

지만 이슬람권에선 죄악이다. 개를 키우거

나 만진 사람이 음식을 만들거나 화장품·

의약품 제조 과정에 끼어들다간 시비가 걸

릴 수 있다. 할랄 방식의 레스토랑·숙박 사

업도 거론된다. 소위 서방 방식과는 다른

조건이 할랄 브랜드의 핵심 컨셉트다. 그

래서 할랄은 전 세계 인구 25%인 이슬람의

문을 지키는 수문장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노르마 국장은 “지금 시장은 5000억 달러

규모지만 조만간 1조 달러가 될 것”이라며

“캐나다와 일본 회사가 이미 할랄 의약품

분야에 진출했다. 한국은 화장품 쪽이 가

능할 것”이라고 했다.

노르마 국장은 ‘프라운 크래커’라는 봉

지를 들어 보였다. 우리로 치면 새우깡.

-한국 새우깡이 들어오면 어떤가.

“튀김용 기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야자유를 써도 문제인가.

“샤리아 기준에 맞는지 검사해야 한다”

-그건 이슬람식 음식 패권주의 아닌가.

“할랄은 선택이지 강제가 아니다.”

‘할랄 스탠더드’에 맞지 않으면 세계 인

구의 25% 즉 24억 명은 포기해야 할 판이

다. 에어컨 때문에 이미 추웠지만 오싹한

느낌이 더해진다.

브루나이 수도 반다르세리베가완에 있는 이슬람 사원. 이 나라는 907년 이슬람을 받아들여 1000

년 넘은 원조 이슬람 국가를 자처한다. 반다르세리베가완=안성규 기자

빈곤퇴치 프로그램의 효과는 주민들의 목

소리에서도 묻어났다. 액세서리 노점상을 하

는 민소매 티셔츠 차림의 루세로 암파로(23·

여)는 “남자친구와 함께 넉 달 전 300만 페소

(약 160만원)를 투자해 사업을 시작했는데

하루 9만 페소어치를 판다”고 말했다. 이곳에

선 2008년까지 총격전이 발생했지만 요즘엔

성폭력 사건도 일어나지 않을 만큼 치안이 좋

아졌다고 한다. 시 정부는 요즘 달동네 주민

들을 현대식 임대주택으로 이주시키기 위해

단계적인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55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메데인시 공사는

이런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전력·

에너지·상하수도 등 각종 사업으로 지난해

벌어들인 9억 달러(매출액은 37억 달러) 중

30%를 빈곤퇴치 프로젝트에 투입하고 있다.

페데리코 포사다 사장은 “한 도시 안에 일본

과 방글라데시가 공존할 경우 빈곤지역에 먼

저 투자하는 게 효율적”이라며 “빈곤 지역의

치안과 경제가 좋아지면 그 혜택은 부유층에

도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가난 구제는 정부

나 공공 분야가 해야 한다는 논리다.

메데진의 성공 모델은 요즘 중남미 국가들

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보수

성향의 시장이 취임할 경우에도 이를 뒷받침

할지는 미지수다.

외자 유치로 일자리 창출 안간힘

콜롬비아 정부는 요즘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외자 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다.

치안이 안정되면서 미국·영국·스페인 등에

서 오는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2005년부

터 4년간 347억 달러를 기록했다. 연 87억 달

러다. 그전까지 연 20억 달러에 그친 것과 비

교하면 천양지차다. 어느 곳을 가든, 누구를

만나든 FDI 급증을 자랑스러워한다.

2일 오전 6시30분 보고타 인근 히노

(HINO)자동차. 3년 전 1800만 달러를 투자

해 중형 트럭을 조립하는 일본 도요타 자회

사다. 7시30분부터 라인이 돌아가는 이곳에

선 125명의 근로자가 올해 3000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내수 판매 비율은 80%. 요코야마

히토시(55) 사장은 “장차 콜롬비아 시장이

넓어질 것으로 보고 5년 전부터 준비했다”

며 “앞으로 에콰도르·베네수엘라까지 아우

르는 생산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

다. 29년째 콜롬비아에 살고 있는 그는 “80∼

90년대엔 치안이 불안해 밤이면 집 안에만

있어야 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나아졌

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은 5∼6년 전 외국

인 납치 사건이 빈발하자 콜롬비아를 떠났

지만 요즘 되돌아오는 분위기라고 한다. 콜

롬비아 정부는 히노를 외국 기업의 진출 성

공 사례로 손꼽는다.

이런 투자 열기는 보고타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커피 생산 지역이나 노

천 탄광이 있는 북동쪽 지방 도시에서도 대

단했다.

그런 점에서 한·중·일은 새로운 사업 파

트너로 각광 받고 있다. 콜롬비아 전국제조

업협회 루이스 발레가스 회장은 “대중국 수

출이 지난해 250%나 급증했다”며 “10년 전

에는 생각도 못한 일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

했다. 콜롬비아는 현재 25개국과 FTA를 체

결했거나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중 아태 지

역은 6∼8개국에 이른다. 발레가스 회장은

“한·콜롬비아 FTA 체결 뒤 더 많은 한국 기

업들이 진출하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인프라·자원·에너지·자동차·전자를 유

망 분야로 손꼽았다.

콜롬비아는 요즘 자신감에 차있다. 정·재

계 인사들은 브라질·멕시코보다 앞선 민주

주의, 부지런하고 정직한 노동력, 풍부한 자

원을 강점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우리는 향

후 20년간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홍성화(사진) 주콜롬비아 대사 역시 중남

미에서 세 번째로 시장이 큰 콜롬비아에 대

한 진출 확대를 강조했다. 홍 대사는 8일 “미

국·캐나다·멕시코·유럽연합(EU) 등이 이미

FTA를 체결했다. 우리도 이를 신속히 타결해

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FTA 협상은 언제 타결될 것 같나.

“총 17개 분야 중 6개 분야를 합의했는

데 제4차 협상은 10월께 열린다. 이르면

올해 말, 늦으면 내년 상반기께 성사될 전

망이다. 우리의 주력 상품인 자동차·전

자·석유화학의 관세율이 높아

가급적 빨리 타결할 필요가

있다.”

-투자 유망 분야는.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

취임(2002년) 이후 치안

과 경제 여건이 크게 개선되면서 2007년부

터 3년간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268억 달

러에 이른다. 우리로선 에너지·자원 개발, 인

프라, 정보기술(IT), 자동차, 의료기기 분야

가 유망하다. 최근 KT가 통신서비스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중국의 중남미 진출이 활발하다

고 한다.

“콜롬비아는 중남미에서 최

대 석탄 생산량을 자랑한다. 우

리는 운송비 부담 때문에 수입

을 꺼리지만 중국은 그에 관계

없이 에너지·자원이 있

으면 먼저 계약을 해놓

고 본다. 페루·브라질

등지에서도 그랬다.

우리도 적극 대응

할 때다.”

6·25 참전용사들. 가브리엘 푸야나(84·가운데)옹

이 색동옷 차림의 손녀를 무릎에 앉혀놓고 있다.

보고타 인근 히노의 트럭 조립라인에서 일하고 있

는 근로자들.

달동네인 산토 도밍고에 설립된 도서관. 주민 교육

과 소통의 중심 역할을 한다.

도서관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자료를 찾거나 공부

하고 있는 청소년들.

아르메니아의 한 커피농원에서 여성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콜롬비아는 흔히 마약·게릴라·미녀의 3

다(多) 나라로 일컬어진다. 16세기 스페

인 식민지로 출발해 백인·인디언·흑인이

서로 섞이고, 독립 후엔 보수·자유의 대

립으로 폭력투쟁이 계속돼 온 역사 때문

이다. 또 미인을 많이 배출해 ‘ABC(아르

헨티나·브라질·콜롬비아)’ 또는 ‘3C(콜

롬비아·칠레·코스타리카)’ 중 하나로 손

꼽힌다. 테러·범죄·빈곤의 어두운 역사를

털고 새로운 경제도약을 모색하는 콜롬

비아의 변화상을 르포 형식으로 전한다.

기자는 콜롬비아 정부 초청으로 지난 1일

부터 열흘간 수도 보고타를 비롯해 8개

도시를 둘러보았다. 보고타=이양수 기자

[email protected]

한국에서 인기 만점인 양념 치킨을 브

루나이로 가져가면 어떨까. 고개를 돌

릴 가능성이 거의 100%다. 닭이 문제가

아니다. 도살 방식 때문이다. 이 나라에

선 샤리아(이슬람법)에 따라 도살하지

않은 짐승은 못 먹는다. 한국 닭은 샤리

아식으로 죽지 않는다. 브루나이는 바

로 이 ‘샤리아 스탠더드’, 즉 ‘할랄 브랜

드’를 국제화하는 데 앞장선다. 할랄은

‘이슬람 계율에 따른다’는 의미다. 할랄

이 글로벌 기준이 되면 한국 식품과 가

공품의 이슬람권 수출은 막힐 수 있다.

아세안과 한국 외교부의 언론인 교류

프로그램으로 6월 30일~7월 3일 방문

한 브루나이를 소개한다.

반다르세리베가완(브루나이)=안성규 기자

[email protected]

1인당 GDP 3만6000달러

907년에 이슬람 받아들인 ‘원조’

이슬람 율법 안 따른 식품 수입 막는

‘할랄 브랜드’ 세계화 프로젝트 앞장

삼성LG 전자제품도 인기 많아

중국은 자원에너지 선점 나서

70∼80대 된 한국전 참전용사들

“내 생애의 가장 큰 자랑거리”

태평양

카리브해

에콰도르

콜롬비아

파나마

브라질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보고타메데진

콜롬비아 개황 자료:외교통상부

인구 4600만 명

(백인+인디언 58%, 백인 20%, 백인+흑인 14%)

면적 114만㎢(남한의 12배)

수도 보고타(인구 800만 명)

언어 스페인어(토착 언어는 200가지)

국경 길이 6341㎞

종교 가톨릭(95%)

GDP 규모 1340억 달러(2000년 고정가격 기준)

1인당 GDP 2997달러

수출입 규모 658억 달러

브루나이 개황

인구 39만 명(27%가 임시거주자)

면적 5765㎢(경기도의 약 1/2)

정체 이슬람 절대 세습왕정

1인당 GDP 3만6000달러(2008년)

경제구조 석유가 GDP 70%, 수출의 98%

석유 생산 일산 17만 배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브루나이

반다르세리베가완템브롱

GDP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성장률

물가상승률

1.9

0.4

2.02.4

5.7

4.5

4.95.5

6.5

7.77.56.9

4.74.93.9

7.0

(단위: %)

2002년 03 04 05 06 07 08 09

콜롬비아 제2의 도시인 메데진의 달동네를 관통하는 8인승 케이블카. 현재 3곳에 설치돼 빈민층의 교통

수단으로 애용되고 있다. 메데진=이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