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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2013년 가을·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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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92013년

    가을·겨울호

  • 동향과 전망 2013년 가을·겨울호 통권 89호

    발행인 박영률편집인 박영호

    동향과 전망 편집위원회편집위원장 이일영(한신대) 편집위원 남궁곤(이화여대) 남기곤(한밭대) 박규호(한신대) 유종성(UC SanDiego)

    조석곤(상지대) 조형제(울산대) 홍석준(목포대) 편집자문위원 김영범(한림대) 김용현(동국대) 김종엽(한신대) 백욱인(서울과학기술대)

    양문수(북한대학원대학교) 오유석(성공회대) 유철규(성공회대) 이건범(한신대) 이남주(성공회대) 이영희(가톨릭대) 이인재(한신대) 장홍근(한국노동연구원) 전병유(한신대) 전창환(한신대) 정대화(상지대) 정건화(한신대) 정해구(성공회대) 조효래(창원대) 허상수(성공회대) 홍장표(부경대)

    편집간사 양예정 ([email protected])

    발행일 2013년 10월 1일등록번호 제1-2136호출판등록 1997년 2월 13일

    박영률출판사([email protected])121-869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571-17 청원빌딩 3층전화 02-7474-001팩스 02-736-5047

    지식재산권이 책의 지식재산권은 한국사회과학연구회와 박영률출판사가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의 내용과 형식을 사용하려면 지식재산권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저자, 편집위원장, 출판사에게 전자우편으로 물어주십시오.

  • 편집자의 글  3

    편집자의 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넘었지만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비전

    과 정책은 발목이 잡혀 있다. 정권 출범 직후 인사 문제로 인한 혼란이

    계속되다가 인사체계를 안정화시키는 과정에서 미래보다는 과거를 대

    표하는 세력이 득세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여권 내부에서는 대선

    과정의 후유증을 정리하고 미래를 향한 비전을 개척해 갈 핵심세력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야권도 선거 패배의 후유증 속에서 무기력증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통합진보당 내의 ‘시대착오’적 행태가 표면화되었

    다. 진보개혁 세력 역시 현실적이고 진취적인 정책세력이 중심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이후의 긴장과 개성공단의 위기는 한

    고비를 넘어섰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동아시아 질서의 재균형화

    (rebalancing)는 계속 진행 중이다. 그간의 동아시아형 성장·발전모

    델은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렵게 되었다.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가지 않

    으면 민주주의와 다수 국민의 복지를 보장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

    나 여권과 야권 내부에서 모두 새로운 시대를 위한 비전과 정책을 중심

    으로 한 세력이 강화되지 않으면, 기존 권력기관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구조와 사회적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결

    국 새로운 발전 동력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동향과 전망은 지난 18대 대선을 점검하는 것이 새로운 정치·경제모델을 만들어 내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판단한다. 소모적인 대

    립과 갈등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18대 대선에서 발견된 쟁점들을 끈질

    기게 천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18대 대선을 비판적으로 성찰함

  • 4  동향과 전망 89호

    으로써 미래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이론과 실천의 지침을 발견할 수 있

    다고 생각한다. 이에 동향과 전망은 지난 87호, 88호에 이어 이번 89호에서도 다시 한 번 18대 대선의 주요 쟁점을 점검하는 특집을 마련했다.

    한귀영은 2012년 대선을 가난한 이들이 보수 세력을 지지한 선거로

    그 성격을 규정했다. 18대 대선은 사회경제적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진

    보세력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실제로는 세대갈등과

    결합한 계급배반투표가 행해졌다는 것이다. 진보세력을 지지한 40대

    이하의 빈곤층도 정치적·정책적 지지라기보다는 반이명박 정서에 의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연철은 18대 대선의 통일외교 분야는 북방한

    계선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대립 때문에 정책 경쟁이 이루어지지 못했

    다고 평가한다. 박근혜 후보 측은 선거 전략으로는 전통적인 색깔론을

    활용했으며, 문재인 후보 측과 안철수 후보 측은 국방 공약에서 차이를

    나타냈다.

    유철규는 박근혜 후보의 공약이 경제민주화 요구를 상당히 수용한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집권 반년의 시점에서는 경제활성화 정책과

    의 상충관계가 우위를 보이고 정책적 일관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경제민주화와 경제성장의 관계를 상충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역사적 과정에서 보인 반(反)경제민주화의 특성이라고 한다. 박기백은

    18대 대선 공약을 자원배분(또는 성장), 재분배, 재정안정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세 후보 모두 복지에 대한 공약이 많고 복지지출이 재분배 효

    과가 크다는 점에서 모두 성장보다는 분배에 초점을 두었는데, 복지지

    출의 크기는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 박근혜 후보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호에는 일반논문으로 6편의 논문을 게재하였다. 이정은의 “한

    국 민주화 운동단체 연결망의 변천(1980∼1992)”, 박태주의 “토론과 조

    정의 노동정치: 현대자동차 ‘노사전문위원회’의 활동경과 및 평가”, 이

    병천의 “소유, 통제 그리고 자본주의의 다양성: 법인자본주의론의 재구

  • 편집자의 글  5

    성에 기반하여”, 서정렬의 “‘도시걷기’의 인문학적 접근과 도시공간의

    경쟁력 강화 방안”, 김양희의 “아베노믹스의 이론적 메커니즘과 파급경

    로의 현실적 작동 가능성”, 전창환의 “1930년대 미국의 금융 뉴딜”이 그

    것이다. 집필하신 필자들께 감사드린다.

    2013. 9. 25.

    동향과 전망 편집위원장 이일영

  • 차례

    3 편집자의 글

    특집 • 2012년 대선을 다시 돌아본다9 2012년 대선,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정당을 지지했는가?

    한귀영

    41 18대 대선의 통일·외교 분야 정책 비교와 평가김연철

    71 경제민주화 공약과 박근혜 정부

    : 중간평가와 대안적 과제

    유철규

    107 18대 대선의 재정부문 쟁점 분석과 평가박기백

    일반논문

    143 한국 민주화 운동단체 연결망의 변천(1980∼1992)이정은

    185 토론과 조정의 노동정치

    : 현대자동차 ‘노사전문위원회’의 활동경과 및 평가

    박태주·이문호

  • 222 소유, 통제 그리고 자본주의의 다양성

    : 법인자본주의론의 재구성에 기반하여

    이병천

    259 ‘도시걷기’의 인문학적 접근과 도시공간의 경쟁력 강화 방안서정렬

    291 아베노믹스의 이론적 메커니즘과 파급경로의 현실적 작동 가능성김양희

    322 1930년대 미국의 금융 뉴딜전창환

  • 2012년 대선,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정당을 지지했는가?  9

    특 집   [2012년 대선을 다시 돌아본다]

    2012년 대선,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정당을 지지했는가?1)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1. 들어가며

    2012년 대선을 전후하여 한국 정치의 변화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화

    두로 계급배반투표가 부각되었다. 계급배반투표란 고소득층은 자기

    이익에 부합하는 보수정당을 일관되게 지지하는 반면 저소득층은 자신

    의 이익과 배치되는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빈곤보수로 특징되는 계급배반투표는 이번 대선에서 새롭게 나타

    난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민주화 이전에서는 가난한 서민층이

    보수후보를 지지하는 현상이 만연했다. 하지만 18대 대선은 양극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위기의 만연화로 계층 간 갈등이 고조되고 가난한 서

    민들의 복지에 대한 열망이 강력히 표출된 선거였다. 가난한 이들의 절

    박감이 선거를 통해 표출되고, 이로 인해 계층균열이 기존의 지역균열,

    세대균열, 이념균열을 위협하면서 한국정치의 가장 중요한 축으로 부

    상하리라는 전망도 설득력 있게 제기되었다.

    * [email protected]

  • 10  동향과 전망 89호

    하지만 2012년 대선은 이러한 기대를 무참히 깨뜨렸다. 대선을 전

    후한 여론조사마다 다소 간의 편차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

    적인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난한 사람들은 민주진보

    계열 연합후보인 문재인 후보보다 보수정당의 박근혜 후보를 더 열정

    적으로 지지했다. 둘째, 부자들은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 셋째, 민주

    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층은 주로 ‘먹고 살 만한’ 중간층이나 중산층

    이었다.1)

    지난 대선에서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보수 정당의 박근혜 후보

    지지도가 높았다. 또한 방송사 출구조사에 의하면 50대 이상 중장년층

    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보다 2배 이상의 득표율을 보였으며,

    그 외 자영업, 여성, 특히 전업주부층이 박근혜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

    지했다. 이러한 결과는 ‘지역의 보수화’와 불가분 연관이 있다. 수도권

    과의 격차가 더 심화되고 있는 지방, 50대, 자영업층, 전업주부 여성

    등의 유권자들은 지역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생활하면서 정치의식 역

    시 지역에서 관계 맺는 이웃들, 기층 조직들, 교회 등의 영향을 받고 있

    다. 이는 제1야당인 민주당의 중산층 정당화, 서민 기반 상실과도 연관

    된다. 민주진보계열 정당은 어느 정도 학력과 정치적 지식을 갖춘 식

    자층과 접촉할 수 있는 공중전에서만 존재감을 나타낼 뿐 가난한 서민

    들과 접속할 수 있는 수로인 지역에서는 외면당했다. 빈곤보수의 등

    장, 그리고 지역의 보수화라는 상이한 흐름은 이렇게 하나의 물줄기로

    합쳐진다.

    이 글은 지난 대선에서 나타난 ‘빈곤보수’ 현상에 주목한다. 가난한

    이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체제인 민주주의에서 부자정당의 집

    권을 위해 가난한 이들이 동원되는 현상에 주목하고자 하는 것이다. 먼

    저 정확한 실태파악이 중요하다는 문제의식하에, 이것이 한국 정치에

    서 오래전부터 나타나 지속되고 있는 현상인지, 근래 들어 강화된 현상

  • 2012년 대선,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정당을 지지했는가?  11

    인지 그 역사적 과정을 살펴볼 것이다. 만일 최근의 현상이라면 한국

    정치의 어떤 요인들이 빈곤층의 보수화를 가속화했는지를 규명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빈곤보수 현상의 현재적 실태도 살펴볼 것이다. 빈곤보

    수 현상이 어떠한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는지, 특히 세대문제와 관련해

    살펴봄으로써 ‘빈곤보수’ 현상이 작동하는 방식, 그리고 변화 가능성도

    검토해 보고자 한다.

    2. 기존 연구

    미국을 제외한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 계급은 가장 보편적인 균열 축

    으로 투표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립셋과 록칸(1967)에 따르면 계

    급 균열이 가장 보편적인 형태의 갈등으로 1920년대 생성된 계급균열

    은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물론 1970년대 이후 서구의 계급 정치는

    약화되고 있으며 정당 역시 특정 계급에 의존하는 계급정당에서 계급

    을 넘어 다수의 지지를 추구하는 포괄정당(catch-all party)으로 변화하

    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의 선거에서 계급의 영향력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

    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지역주의의 강고한 영향력으로 인해 계급, 즉

    사회경제적 지위가 투표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거나 설령 영향을

    미친다 하더라도 그 방향은 서구와 반대의 방향, 즉 가난한 이들이 오히

    려 보수적 선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중산층이 ‘진보적’, ‘자

    유주의적’ 성향을 지니고 진보정당의 주된 지지층도 노동자나 빈민층

    이 아니라 이들, 중산층이라고 하는 사실은 여러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바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강원택(2003)은 1997년 대선을 분석한

  • 12  동향과 전망 89호

    결과 소득수준에 따라 투표 선택도 상이하게 나타나는데, 저소득층이

    다른 층과 비교해 변화보다 안정을 지향하고 복지보다 국방비 지출을

    더 선호하는 등 보수적 성향을 보였다고 결론을 내렸다. 2007년 대선을

    분석한 박찬욱(2009)도 저소득층이 다른 계층보다 이명박 후보를 더

    강력히 지지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계층투표의 가능성, 즉 저소득층이 비보수 후보를 선택하는

    경향이 2000년 이후 등장하고 있음에 주목하는 연구들도 있다. 박찬욱

    (2000년)은 2000년 총선에서 서울 강남 아파트 지역에서의 한나라당

    후보 당선이나, 울산, 창원 등 노동자 지구에서 노동자 후보가 선전한

    것에 주목하면서 계층투표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신광영(2004)도 2004

    년 총선 이후 노동자 밀집 지역인 울산과 창원, 그리고 서울의 강남지역

    등과 같이 사회적 차원에서 계급 형성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곳에서 계

    층투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손낙구(2010)는 부동산이라

    는 자산에 따라 투표 선택이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음에 주목했다. 소득

    이 아닌 자산을 중심으로 계층 투표의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다. 그는 계층과 투표 행태의 관계는 거의 일차함수 형태의 높은 상관

    성을 나타냈으며 국민들은 자신이 가진 자산에 따라 계층투표를 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서는 생태적 오류라는 일각의 비판도

    있다.

    한국의 선거에서 계층 투표 가능성은 2011년 무상급식 투표를 거치

    면서 본격화되었다. 정한울(2011)은 계층에 따라 한나라당 지지 경향

    도 뚜렷이 나타났음에 주목했다. 즉 상위 계층일수록 한나라당을 지지

    하고 하위계층일수록 한나라당 지지가 약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반

    면 민주당에 대한 태도에서는 계층 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서복경(2012)의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19대 총선 직전 여론조사

    를 통해 정당의 사회적 기반에 대해 분석하면서 새누리당 지지에 유의

  • 2012년 대선,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정당을 지지했는가?  13

    미한 영향을 주는 변수로 살펴본 정당의 지지기반을 고연령층, 고자산

    층, 보수성향층 등이라고 보았다. 이에 반해 민주통합당의 지지 기반은

    고소득층, 호남, 진보성향층 등이라고 분석했다. 야권연대의 지지 기반

    은 저연령층, 호남, 진보성향층으로 더 제한되었다. 새누리당이 민주통

    합당이나 통합진보당에 비해 계층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견고한 사회

    적 기반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결과다. 특히 재산이라는 계층변수

    의 영향력, 즉 경제적 상층과 보수정당이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한귀영(2012)은 계층투표와 세대를 결합해 분석하면서 계층투표가

    세대별로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음에 주목했다. 2010년 지방선거 전후

    부터 경제활동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는 30대와 40대에서 고학력, 고소

    득층 못지않게 저학력, 저소득층에서 야권 지지가 높게 나타났으며, 이

    는 30대와 40대에서는 빈곤보수와는 다른 흐름이 형성되고 있음을 의

    미한다고 분석했다. 이 연령층만 놓고 보면 계층적 분화와 정치적 지지

    가 조응해 가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지속되

    어 2012년 총선까지도 이어졌다. 20∼40세대만 따로 놓고 보면 경제적

    약자층의 급진화 경향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민주진보정당의 주된

    지지기반이 중산층에서 변화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른바 ‘강남좌파’를

    대신하는 ‘강북좌파’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19대 총선을 거치면서 20∼40세대 내에서 경제적 약자층과

    민주진보계열 정당간 거리가 다시 멀어졌는데, 이는 정당이 대변하는

    계층과 정당의 지지기반간의 거리가 좁혀지면서 계층균열 이 중요한

    갈등축으로 부상하던 흐름이 끊긴 것을 의미한다. 야권의 선거전략 실

    패로 인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즉, 새누리당은 상층이라는 확실한 계층

    적 기반의 강화는 물론, 19대 총선을 거치면서 중간층까지 그 기반을

    확대해가는 조짐이 나타났으나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2010년,

  • 14  동향과 전망 89호

    2011년 선거를 거치면서 중간층과, 하층이라는 계층적 기반을 확보할

    가능성이 일부 나타났으나 19대 총선을 거치면서 오히려 기반이 허약

    해졌다는 것이다.

    한편, 최장집(2012)은 빈곤보수의 문제를 정당의 역할과 관련해 설

    명한 바 있다. 봉제산업 등 우리사회 주변부 노동에 종사하는 이들에

    대한 인터뷰에서 공식제도 밖에 존재하는 얼굴 없는 사회경제적 집단

    은 정치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냉소적 태도를 가졌고 국가권력에 대

    한 피해의식도 적잖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 핵심에 정당이 존재하는데

    한국에서 정당은 서민들의 생활 현실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으며, 무

    엇보다 한국 사회를 위협하는 문제들이 정치적 사안의 범위로 들어오

    지 못한 결과, 정치적 무관심, 냉소주의, 낮은 투표율 등 정치 참여의 저

    조와 같은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또한 민주정부의 무능력으로 인

    해, 실제의 사회경제정책은 민주화 이전과 차이를 실감하기 어렵게 되

    면서 가난한 서민층에게 정치적 효능감을 주지 못했고 결국 가난한 이

    들이 정치에서 배제되거나 보수화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가난한 이들이 부자정당을 지지하는 현상은 한국 정치의 고유한 현

    상은 아니다. 미국에서 과거에는 리버럴 정당을 지지하는 등 진보적 전

    통을 지닌 가난한 지역이 오늘날 급속히 보수화되면서 공화당의 지지

    기반이 되고 있다.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라는 책에서 프랭크(2012)는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낙태와 같은 가치의 문

    제가 가난한 이들의 정치적 선택을 결정하고 있다고 보았다. 즉, 보수

    세력이 부자, 보수 기독교, 영향력 있는 언론사와 ‘가치의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고 가난한 서민들이 여기에 적극 호응하면서 계급배반투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았다. 하이트(Heidt 2012)도 계층에 따른 경

    제적 이해관계보다 사회적 질서의 유지와 같은 도덕적 이해관계가 서

    민층의 분노를 자극하면서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한 투표를 막고 있다

  • 2012년 대선,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정당을 지지했는가?  15

    고 주장하고 있다.

    2012년 대선을 분석한 강원택(2013) 역시 한국에서도 저소득층 유

    권자들은 부의 재분배 등 개인의 경제적 이해관계보다 안보, 법과 질서

    등 사회적, 문화적 가치를 중시하며 이것이 보수 정당 및 보수 후보 지

    지와 관련되어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들은 아직까지 엄밀

    한 실증적 분석에 의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기존연구들은 계층투표와 관련해 빈곤보수화 경향에 주목

    하거나 이와는 반대로 일부 세대, 지역에서는 빈곤진보 경향도 나타나

    고 있음에 주목하기도 했다. 또한 사회경제적 지위를 측정하는 기준으

    로 소득뿐만 아니라 자산, 주관적 경제적 지위 등 여러 변수를 도입하기

    도 했다. 하지만 빈곤보수이건, 빈곤진보이건 계층투표를 강화시키는

    원인에 대한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 글은 먼저 한국정치에서 계층투표와 관련한 정확한 실태파악이

    중요하다는 문제의식하에 이번 대선에서 두드러진 빈곤보수 경향의 역

    사적, 현재적 실태를 분석하고자 한다. 그리고 빈곤보수 현상이 나타나

    게 된 원인을 살펴보기 위해 여러 측면에서 탐색적 시도를 하고자 한다.

    3. 빈곤보수의 실태

    1) ‘빈곤보수’의 등장

    18대 대선은 여러모로 16대 대선과 비교된다. 16대 대선은 IMF 이후 양

    극화가 본격화되면서 서민들의 고통이 심화되었던 시기다. 당시 IMF

    의 직격탄을 맞아 명예퇴직 당하던 40대들이 속출하면서 사오정 오륙

    도2)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먹고 사는 문제, 즉 사회경제적 이

    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 문제가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

  • 16  동향과 전망 89호

    요한 문제(Most Important Problem)로 부각되었다.3) 그 전까지는 민

    주화와 민주주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우리사회의 과제로 간주되었다.

    이 같은 사회경제적 욕구에도 불구하고 정치개혁을 내세웠던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것은 탈권위주의와 변화에 대한 갈망이 ‘노무현’이라는

    인물과 만나 정치적 에너지로 분출되었던 당대의 사회적 분위기 때문

    일 것이다.

    18대 대선을 앞둔 시기, 시민들의 사회경제적 불안감은 그 어느 때

    보다 높았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로 인해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근본

    적 회의가 높아지고 양극화와 중산층의 몰락 등 위기의 징후는 곳곳에

    서 표출되었다. 경제적 양극화는 계층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우리사회

    의 통합까지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치러진 2012년 대

    선은 사회경제적 이슈가 유권자들의 투표선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라는 전망이 높았다.

    실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한국 사회는 사회경제적 불안감이 전방

    위적으로 고조되면서 정책적 지향은 물론 정치적 선택에도 영향을 미

    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1년 4월 재보선,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

    등 여러 선거에서 야당 후보들이 전략상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당선되

    었다. 복지담론 확산, 정의에 대한 관심 폭증도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

    에 일조했다. 그 결과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개선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한 정당 후보를 선택하는 등 적극적으로 정치적 의사

    를 표출하고 민주진보계열정당들도 이에 부응하면서 정당과 정당이 대

    변하고자 하는 지지층간 접속하는 선거가 될 수 있으리라고 보았다.

    하지만 18대 대선 결과는 에서 드러나듯이 저소득층의 압도

    적 다수가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을 뿐만 아니라 10년 전과 비교해 이 같

    은 경향이 훨씬 강화되었다. 2002년 대선에서는 저소득층에서 보수성

    향의 이회창 후보가 민주진보성향의 노무현 후보보다 더 많은 지지를

  • 2012년 대선,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정당을 지지했는가?  17

    16대 대선 18대 대선

    이회창 노무현 박근혜 문재인

    저소득층 51.8 46.1 60.5 39.5

    중간소득층 38.2 58.9 47.9 52.1

    고소득층 40.9 57.2 46.5 53.5

    * 자료 : 2002년 자료는 TNS / 2012년 자료는 KSOI 대선 전 여론조사 종합4)

    18대 대선 소득별 득표율 (단위 : %)

    얻었지만 그 격차는 5.7%P에 불과했다. 하지만 18대 대선에서는 격차

    가 21%P로 대폭 확대되었다. 18대 대선에서 민주당은 좌클릭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서민정당임을 강력히 표방했고 정책면에서도 이 같은

    정체성이 강하게 나타났지만 막상 서민층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한 것

    이다. 는 지난 10년 사이에 가난한 서민층이 이탈한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던 층

    중 2007년 대선에서 가장 많이 이탈한 층은 바로 저소득층이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한 저소득층 중에서 42.3%나 이명박 지지

    로 이탈했고, 정동영 지지로 움직인 층은 24.2%에 불과했다.

    선거학회 데이터를 분석한 민주당 대선평가 보고서는 1997년 집권

    한 이후 민주정부 10년을 거치면서 상황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명확

    히 보여 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15대 대선 당시 새정치국민회의와 김

    대중 후보는 전 연령대의 고른 지지와 저소득층, 자영업자 등 서민층 지

    지기반을 자산으로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16대 대선에서도 유

    지되어 서민층과 호남이라는 사회적 기반은 일정부분 유지되었다. 다

    만 20대와 30대의 젊은층의 지지가 더 강화되었다는 점이 이전과 달랐

    다. 하지만 민주정부 10년을 거치면서 고통 받고 있는 가난한 이들이

    민주당 지지에서 대거 이탈해 보수정당 후보를 선택하는 결과가 나타

  • 18  동향과 전망 89호

    저소득(200 미만) 중간소득(200∼400) 고소득(400 이상)

    16대

    노무현

    지지

    (100)

    정동영 24.2 30.4 34.4

    이명박 42.3 33.0 33.3

    기권 22.1 24.3 14.0

    기타 11.4 12.2 18.3

    합계 100 100 100

    * 자료 : 선거학회 16대, 17대 대선 자료

    소득집단별 16∼17대 대선 지지이동(16대 노무현 지지 기준) (단위 : %)

    났다.

    특히 17대 대선에서 민주당과 진보정당 등 야권은 역대 최저 득표

    율을 기록했고, 과거 민주진보 계열 정당을 지지했던 다양한 유권자 집

    단이 지지를 철회하면서 사실상 사회적 기반이 붕괴되었다. 그리고 유

    실된 지지기반은 18대 대선에서도 온전히 회복되지 못했는데, 특히 저

    소득층 유권자 집단과 자영업자 집단, 60대 이상 유권자 집단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민주당 대선평가 보고서의 분석에서도 드러나듯이 저소득층, 자영

    업 집단의 이탈은 국민의 정부 시기 민주당과 노무현 정부 초기 민주당

    이 유지했던 서민층 대변 정당의 정체성이 변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

    고 민주당이 중산층 기반 정당으로 기반이 변화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중간층의 지지는 충성도 높은 지지라기보다는 조건적, 전략적 지지이

    기 때문에 매우 유동성이 크다.

    위의 분석 결과는 가난한 서민들의 계급배반투표가 한국 선거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현상이 아니라 17대 대선 이후 강화된 현상임을

    보여 준다.5) 민주정부 10년에 대한 평가가 담겨있음은 물론이다. 이는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을 표방한 민주당의 사회적 기반 약화 및 변화와

  • 2012년 대선,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정당을 지지했는가?  19

    2010년 서울시장선거 2011년 서울시장재보선

    오세훈 한명숙 나경원 박원순

    20대 34 56.7 30.1 69.3

    30대 27.8 64.2 23.8 75.8

    40대 39.8 54.2 32.9 66.8

    50대 57.6 38.8 56.5 43.1

    60대 71.8 26 69.2 30.4

    2010년, 2011년 서울시장 세대별 투표 결과 (단위 : %)

    관련을 갖는다. 진보정당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처럼 가난한 이들이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현상이 근래 들어 강화된 역사적 현상이라면 왜,

    어떤 계기를 통해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는지를 철저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2) 2012년 대선의 경험적 분석: 세대와 계층

    가난한 이들의 보수정당 지지가 오래전부터 탄탄하게 자리 잡은 것이

    아니라 17대 대선 이후 강화된 역사적 현상이라는 사실과 더불어 주목

    할 만한 것은 이러한 경향이 전 세대에 고루 퍼져있는 현상이 아니라 세

    대별로 단절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점이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여러

    차례 실시된 선거에서 40대 이하와 50대 이상 간 정치적 선택이 단절적

    으로 이루어진 바 있다. 또한 2002년 대선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당시

    20대와 30대의 2/3는 노무현 후보 지지로, 50대 이상은 이회창 후보 지

    지로 갈린 가운데, 당시 40대는 반분되었다. 십년이 지난 후 당시 가장

    진보적이었던 20대와 30대가 30∼40대가 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40

    대는 이미 보수화된 지금의 50대와 다르며, 오히려 20∼30대와 묶어서

    볼 이유가 충분한 것이다. 그 결과 40대 이하에서는 야권, 50대 이상에

  • 20  동향과 전망 89호

    서는 여권이라는 정치적 선택뿐만 아니라 그 정치적 선택 이면의 균열

    양상도 상이할 수 있다.

    실제 분석 결과, 와 같이 40대 이하에서는 오히려 월평균 가

    계소득 200만 원 이하인 가난한 층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가 가장 높았

    다. 물론 소득별로 차이가 크지 않고 소득에 관계없이 문재인 후보 지

    지가 높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세하게나마 계층투표 경향도 드러

    난다. 즉 40대 이하에서는 가난할수록 민주당 등 야당 후보를 지지하고

    부자일수록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등 정당과 정당이 표방하는 지지층

    간 일치가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50대 이상에서는 다른 경향이 나타난다. 저소득층에서 박근

    혜 후보 지지와 문재인 후보 지지율 간 격차가 다른 소득층과 비교해 가

    장 크다. 물론 50대 이상에서는 소득에 관계없이 박근혜 후보 지지가

    압도적이었지만 특히 저소득층, 가난한 서민층에서 이 같은 경향이 두

    드러졌다.

    이처럼, 가난한 사람이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계급배반투표 현상은

    전 연령층에 해당되는 현상이 아니라 50대 이상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며 40대 이하에서는 다른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결과는

    아직까지 통계적 유의미성은 낮다. 또한 서베이 데이터마다 다소 상이

    한 결과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의 핵심 이슈인 계층투표와

    관련해 의미 있는 흐름으로 주목할 만하다.

    그렇다면 50대 이상 고연령층의 경우 가난한 층에서 박근혜 후보

    지지가 압도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65세 이상 노

    인들의 빈곤율은 45.1%에 이르러 세대와 빈곤문제가 깊이 관련되어 있

    다는 점을 무시할 수 있다. 또한 중장년층에서는 박정희 향수, 즉 그 시

    대의 ‘성장 신화’가 깊이 뿌리내리고 있으며 이것이 박근혜 후보에 대한

    정서적 친밀감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 2012년 대선,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정당을 지지했는가?  21

    40대 이하 50대 이상

    박근혜 문재인 박근혜 문재인

    200만 원 이하 28.2 58.3 66.7 26.5

    201∼400만 원 31.5 57.6 66.9 28.0

    401만 원 이상 33.6 56.5 63.3 29.0

    * 자료 : KSOI 2012년 대선 조사 종합 / 문재인 지지는 문재인 지지율과 이정희 지지율 합

    소득별 후보 지지도 : 40대 이하와 50대 이상 비교

    4. 빈곤보수의 원인 분석

    빈곤보수가 오래전부터 한국정치에 깊이 뿌리내린 현상이 아니라 근래

    들어 강화된 현상이라면 어떤 제도적, 환경적 요인들이 영향을 주었는

    지를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세대별로 분절적인 현상이라면 그

    실태와 원인은 무엇인지 실증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1) 가난한 이들의 정당선택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한국 정치에서 가난한 서민층은 어떠한 경로를 통해 정당을 선택하는

    가? 앞서도 살펴보았듯이 40대 이하와 50대 이상 연령층 간 정치적 선

    택이 단절적으로 이루어지는 데, 특히 50대 이상 연령층에서 빈곤층의

    보수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한 가장 일반적 가설은 미디어 이용의 차이가 정치적 선택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간의 경험적 분석은 정치정보를 획득하는

    주된 통로로 인터넷이나 SNS를 이용하는 층보다 전통적 매체인 공중파

    TV를 이용하는 층이 보수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종편을 포함해 보다 급속히 보수화되고 있는 미디어환경의 변화가 대선

    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추론에 힘을 실어준다.

  • 22  동향과 전망 89호

    두 번째 고려해 볼 수 있는 지점은 정치참여, 정치적 효능감, 정치적

    결정의 능동성 여부 등과 같은 정치적 태도의 문제다. 정치적 태도는 학

    력은 물론 경제적 지위와도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변수다. 대체로 고학

    력, 중산층에서 정치적 관심도 높고 정치참여에 적극적이며 능동적이다.

    그 결과 정치적 효능감도 비교적 높다. 이 같은 정치적 태도의 차이가 실

    제 빈곤층과 중간이상층에서 유의미하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비교하는

    것은 가난한 이들의 정치적 선택과 관련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세 번째는 정책 이슈나 사회문화적 이슈에 대한 태도에서도 빈곤층

    과 중간이상층 간 차이가 날 수 있고 이것이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경험적 분석을 위해 19대 총선 직후 실시된(2012년 5월 5일) 여론

    조사 자료를 분석했다.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정치 구도와 결

    과라는 측면에서 비슷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총선 직후 자료를 사용

    해도 무방하다고 판단했다. 본 조사에 사용한 데이터 중 총선정당 투표

    는 새누리당 45.2%, 민주통합당 41.7%, 통합진보당 10.4%였고, 이를

    보수계열로 진보계열 지지로 구분하면 보수계열 47.4%, 진보계열

    52.6%로 나타나 실제 대선 결과와 차이가 크지 않았다.

    본 논문의 데이터에서는 계층의 기준으로 가계평균 소득이 아니라

    6개 구간으로 구분한 주관적경제적 지위를 사용했다. 한국사회에서 현

    재 나타나고 있는 양극화 경향, 불평등 경향은 소득 보다는 부동산 등

    자산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단순 소득만으로 계층을 구분하

    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히 자산이 적은 젊은 층일수록

    이 같은 경향이 강하다. 다만 가계 소득과 달리 주관적 경제적 지위는

    주관적 응답이라는 한계가 있으나 적어도 계층균열을 보여 주는 데 소

    득수준보다 더 의미 있는 기준이라고 보았다.

    분석을 위해, 40대 이하와 50대 이상 연령층 간 정치적 선택이 단절

  • 2012년 대선,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정당을 지지했는가?  23

    하위층 중간이상층

    40대 이하 연령집단 40대 이하_하위층(서민빈곤층) 40대 이하_중간이상층

    50대 이상 연령집단 50대 이상_하위층(서민빈곤층) 50대 이상_중간이상층

    분석틀

    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두 집단을 구분했다. 그리고 두 연령집단 내에서

    빈곤층이 다른 층과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주관적 경

    제적 지위에서 6개 구간 중 하위 2개 구간에 속하는 하위층(서민빈곤

    층)과 나머지 4개 구간에 속하는 중간이상층으로 각각 구분했다. 이를

    통해 40대 이하층과 50대 이상층 내에서 하위층과 중간이상층 간 집단

    비교 분석이 가능해졌다. 분석에서 굳이 하위층과 중간이상층의 두 집

    단으로 나눈 것은 빈곤층의 특성을 다양한 측면에서 보다 집중적으로

    파악하기 위함이다.

    분석방법으로는 하위층과 중간이상층간 집단평균분석을 시도했

    다. 정치적 선택을 종속변수로 하여 사회경제적 지위를 포함한 다양한

    변수들이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파악하는 회귀분석이

    아니라 집단평균분석을 방법으로 택했다. 그 이유는 하위층과 중간이

    상층 간 여러 측면에서 비교 분석을 통해 가난한 이들의 정치적 선택과

    관련한 영향요인을 탐색적으로 검토하고자 하는 본 연구의 목적에 집

    단평균분석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먼저, 40대 이하와 50대 이상 연령집단 내에서 하위층과 중간이상

    층간 정치적 선택을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총선정당 투표라는 변수와

    주관적 이념성향변수를 함께 사용했다. 분석 결과 와 같이 40대

    이하 연령층에서는 하위층과 중간이상층 간 총선정당 투표에 차이가

    나타났다. 중간이상층과 비교해 하위층에서 민주진보계열 정당지지가

    더 높았다(유의수준 90%). 하지만 이념성향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

  • 24  동향과 전망 89호

    40대 이하 50대 이상

    경제적 지위별  2012년 총선

    정당투표

    주관적

    이념성향

    2012년 총선

    정당투표

    주관적

    이념성향

    중간이상층

    평균 1.64 3.57 1.36 4.18

    N 257 403 159 186

    표준편차 0.48 1.28 0.48 1.63

    하위층

    평균 1.87 3.71 1.28 4.59

    N 35 59 58 64

    표준편차 0.34 1.46 0.45 1.35

    합계

    평균 1.67 3.59 1.34 4.29

    N 292 462 216 250

    표준편차 0.47 1.30 0.474 1.57

    유의수준 0.07# 0.435 0.312 0.073#

    경제적 지위별 정치적 선택_40대 이하

    타나지 않았다. 반면 5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하위층과 중간이상층 간

    총선정당 투표 결과는 통계적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참조).

    그러나 이념성향에서는 하위층에서 보수적 경향이 강했다(유의수준

    90%). 통계적 유의수준은 낮지만 총선정당 투표와 이념성향이라는 두

    가지 변수를 동시에 고려할 때, 40대 이하에서는 빈곤진보 경향이 50대

    이상에서는 빈곤보수 경향이 일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40대 이하와 50대 이상 연령층에서 경제적 약자층의 선택

    이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40대 이하 연령층에 주목해

    분석하면, 하위층과 중간이상층은 과 같이 미디어이용에서 별다

    른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중파TV, 인터넷, 신문 등 정치정보 획득

    경로에서 계층별로 별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과 같이 정치적 태

    도와 관련된 항목, 즉 정치적 관심, 정치적 효능감, 정치적 참여, 정치적

  • 2012년 대선,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정당을 지지했는가?  25

    경제적 지위별   티브 인터넷 신문

    중간이상층

    평균 0.31 0.46 0.12

    N 414 414 414

    표준편차 0.46 0.50 0.32

    하위층

    평균 0.33 0.45 0.08

    N 60 60 60

    표준편차 0.47 0.50 0.27

    합계

    평균 0.32 0.46 0.11

    N 474 474 474

    표준편차 0.47 0.50 0.32

    유의수준 0.795 0.91 0.343

    경제적 지위별 미디어 이용 실태_40대 이하

    경제적 지위별   정치관심도 정치효능감정치참여를 통한 개입

    정치적 결정의 능동성

    복지효능감

    중간이상층

    평균 1.68 1.39 1.54 1.75 1.59

    N 405 412 408 412 409

    표준편차 0.47 0.49 0.50 0.43 0.49

    하위층

    평균 1.68 1.33 1.52 1.72 1.58

    N 59 59 57 60 56

    표준편차 0.47 0.47 0.50 0.45 0.50

    합계

    평균 1.68 1.38 1.54 1.75 1.59

    N 464 471 465 472 464

    표준편차 0.47 0.49 0.50 0.43 0.49

    유의수준 0.94 0.394 0.69 0.63 0.91

    경제적 지위별 정치태도_40대 이하

  • 26  동향과 전망 89호

    경제적 지위별   복지방향우리사회

    방향한미 FTA

    부자증세 도입

    외국인들의 국회진출

    중간이상층

    평균 1.37 1.61 1.34 1.19 1.28

    하위층 406 402 390 399 393

    합계 0.48 0.49 0.48 0.39 0.45

    하위층

    평균 1.59 1.50 1.27 1.23 1.35

    N 59 57 56 58 57

    표준편차 0.50 0.50 0.45 0.42 0.48

    합계

    평균 1.40 1.60 1.33 1.19 1.29

    N 465 460 445 457 450

    표준편차 0.49 0.49 0.47 0.39 0.45

    유의수준 0.001 0.097 0.271 0.464 0.289

    경제적 지위별 사회경제적 가치지향_40대 이하

    결정의 능동성, 복지효능감6)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도 두 집단 간 차이

    가 없었다. 정책지향 및 사회문화적 가치와 관련된 대부분의 항목에서

    도 두 집단 간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복지정책의 방

    향과 관련해 하위층은 보편복지보다는 선별복지를 지향하고 우리사회

    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경쟁보다는 평등주의를 선호하는 경

    향이 나타났다.7)

    이렇듯 40대 이하 연령층 내에서 하위층과 중간이상층은 정치적 선

    택에서는 차이를 보였지만 정치적 선택과 관련 있다고 간주한 여러 항

    목들, 즉 미디어 이용, 정치적 태도, 정책적 사회문화적 가치 등에서 거

    의 차이가 없었다. 특히 고학력, 중간층 이상에서 정치참여도 높고 정

    치적 결정도 능동적으로 이루어지며 정치적 효능감도 높다는 기존의

    가설과 달리 하위층과 중간이상층 간 차이가 거의 없었다. 40대 이하

    연령층에서 경제적 지위별 정치적 선택이 왜 고연령층과 다른방향으로

    이루어졌는지 추론해 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40대 이하 연령층은

  • 2012년 대선,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정당을 지지했는가?  27

    경제적 지위별   티브 인터넷 신문

    중간이상층

    평균 0.52 0.17 0.20

    N 202 202 202

    표준편차 0.50 0.38 0.40

    하위층

    평균 0.75 0.05 0.08

    N 79 79 79

    표준편차 0.44 0.22 0.27

    합계

    평균 0.58 0.14 0.17

    N 281 281 281

    표준편차 0.49 0.34 0.37

    유의수준 0.001 0.009 0.017

    경제적 지위별 미디어 이용_50대 이상

    학력수준이 대체로 높고 정보획득 경로도 개방적이고 다양하기에 하위

    층이라 할지라도 과거와 같이 보수적 선택으로 일방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해석된다.

    그렇다면 40대 이하 연령층에서 하위층의 진보적 선택과 관련된 요

    인은 무엇일까? 여기에서 우리는 40대 이하 연령층이 정치적 선택을 할

    때 다른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론해 볼 수 있다. 즉, 정

    치적 효능감과 같은 보다 본질적 차원이 아니라 ‘반이명박’ 등과 같은

    국면적, 정치적 요인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

    는 40대 이하에서 나타난 빈곤진보 경향이 매우 불안정한 현상임을 의

    미한다. 향후 이 층이 민주진보세력에게 정치적 효능감을 획득하지 못

    할 경우 언제든 이탈할 수 있다는 시그널로 읽을 수도 있다.

    한편, 50대 이상 연령층은 하위층과 중간이상층에서 어떠한 차이를

    보일까? 먼저, 미디어 이용에서도 두 집단 간 차이가 뚜렷했다. 하위층

    에서는 정치정보 획득을 위해 공중파 TV에 집중적으로 의존했고 신문

    이나 인터넷 의존 정도는 매우 낮았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종편의 영

  • 28  동향과 전망 89호

    향력을 일정부분 뒷받침해 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공중파 TV와 비슷한

    범주인 종편이 가난한 50대 이상 고연령층에게 영향을 미쳐 보수적 선

    택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치적 태도에서도 하위층과 중간이상층 간 차이가 나타났다. 정치

    관심도나 정치효능감, 복지효능감 등에서는 두 집단 간 유의미한 차이

    가 발견되지 않았으나 정치참여를 통한 개입이나 정치적 결정의 능동

    성 등에서는 하위층에서 더 낮게 나타났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앞

    서 살펴본 40대 이하 연령층에서는 하위층과 중간이상층 간 정치태도

    에서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결과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대체

    로 학력이 높고 경제적 지위가 높은 집단에서 정치참여도 높고 정치적

    결정도 능동적으로 이루어지며 정치적 효능감도 높다는 기존의 가설과

    일치한다. 물론 이 같은 정치적 태도로 인해 정치적 선택도 영향을 받

    는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하위층에서 정치적 결정이 수동적

    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공중파 TV등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 쉽게 영향

    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적 조작’이 가능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책적, 사회문화적 태도에서도 하위층과 중간이상층 간 차이가 드

    러났다. 우리사회의 방향에 대해 하위층에서는 평등주의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40대 이하 연령층과 유사한 결과다. 특징적인 것은

    필리핀 이주노동자 출신인 이자스민의 국회진출 등 외국인 국회진출과

    관련한 태도였는데, 하위층에서 부정적 태도가 뚜렷했다. 이는 다른 정

    책적 측면보다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하위층과 중간이상층 간 태도 차

    이가 큼을 의미하는 결과다.

    이렇듯, 50대 이상 연령층 내에서는 빈곤보수화 경향이 나타났는

    데, 하위층과 중간이상층 간 미디어이용, 정치적 결정의 능동성과 참여,

    사회문화적 가치 등 여러 측면에서 두 집단 간 차이가 뚜렷했다. 물론,

  • 2012년 대선,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정당을 지지했는가?  29

    경제적 지위별  

    정치관심도 정치효능감정치참여를 통한 개입

    정치적 결정의 능동성

    복지효능감

    중간이상층

    평균 1.52 1.27 1.47 1.84 1.49

    N 193 198 195 200 193

    표준편차 0.50 0.45 0.50 0.7 0.50

    하위층

    평균 1.59 1.25 1.33 1.70 1.47

    N 78 78 73 79 74

    표준편차 0.49 0.44 0.47 0.46 0.50

    합계

    평균 1.5718 1.27 1.43 1.80 1.48

    N 437 277 267 278 267

    표준편차 0.49538 0.44 0.50 0.40 0.50

    유의수준 0.247 0.75 0.039 0.08 0.812

    경제적 지위별 정치적 태도_50대 이상

    경제적 지위별  

    복지방향 우리사회방향 한미 FTA부자증세

    도입외국인들의 국회진출

    중간

    이상층

    평균 1.56 1.62 1.62 1.17 1.36

    N 197 185 178 196 188

    표준편차 0.50 0.49 0.49 0.38 0.48

    하위층

    평균 1.59 1.43 1.63 1.14 1.60

    N 78 70 57 74 65

    표준편차 0.49 0.50 0.49 0.35 0.49

    합계

    평균 1.57 1.57 1.62 1.16 1.42

    N 276 254 236 270 254

    표준편차 0.49 0.34 0.37 0.40 0.50

    유의수준 0.597 0.005 0.877 0.583 0.001

    경제적 지위별 사회경제적 가치_50대 이상

  • 30  동향과 전망 89호

    이러한 사실이 가난한 이들의 보수정당 지지 이유, 즉 인과관계를 의미

    하지는 않는다. 정치적으로 보수적이어서 사회문화적 태도에서도 보

    수적일 수 있고, 그래서 더 공중파 TV나 종편 등 보수매체에 의존할 수

    도 있다. 하지만 가난한 이들의 보수화가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대략의

    메커니즘을 살펴보는 단서는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2) 가난한 이들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이유는 무엇인가?

    민주진보계열 정당이 서민기반을 상실한 이유로 먼저 지구당 해체와

    같은 정치제도 변화의 효과를 들 수 있다. 지구당이 해체되면서 정당과

    지역과의 연계가 현저히 약화되고 정당의 지역 기반이 궤멸되었다. 그

    런데 이러한 효과가 유독 민주당 계열 정당에 강력하게 작용한 것은 어

    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지구당이 없어지더라도 보수정당은 이를 대신

    하는 강력한 지역 조직을 지녔기 때문에 지역 기반이 지속될 수 있지 않

    았나 추론해 볼 수 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작동해 온 모세혈관과 같

    은 조직들은 주로 보수적이며 이 중 상당수는 여성조직들이다. 보수 여

    성 세력들의 근간은 박정희 정부시기에 활성화된 농촌지역과 서울특별

    시 외부의 지방 시군구의 통반 단위로 조직된 새마을부녀회 같은 조직

    이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본부 회원 300만 명 중 여성이 280만 명, 최

    근에는 전체 200만 명 중 여성이 180만 명이다. 새마을부녀회는 수도권

    이 아니라 99%가 지방의 시도군에 분포하며 중앙집권형이 아닌 지역

    중심적 조직이며 남성중심적이 아닌 여성중심적 조직이다.8) 가난한 서

    민들의 일상적인 삶의 공간인 지역에서 정당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보

    수조직이 대체하면서 민주진보정당은 거의 기반을 상실했다. 2004년

    이후 민주당이 분당, 합당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면서 지역의 풀뿌리 조직

    이 사실상 붕괴되고 지역이 보수 정치의 독무대가 되었다는 점도 중요

    하다. 물론 이는 엄밀한 실증조사를 통해 검증을 해야 할 부분이다.

  • 2012년 대선,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정당을 지지했는가?  31

    둘째, 교회 등 지역의 근간이 되는 기층 조직의 역할이다. 한국에서

    기독교는 70∼80년대 산업화 시기 국가의 성장과 풍요, 개인의 성공을

    강조하면서 가난한 기층 대중을 적극 끌어안았고, 지역에서 서민층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수정부와 정치적으로 유착한 대형교회의

    보수성이 심화되면서 서민층도 자신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달리 보수적

    인 교회의 영향하에 보수적 가치를 자연스럽게 내면화하게 되었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 가난한 보수주의자들의 특징을 기독교근본

    주의와 연관시켜 분석한 프랭크(Frank 2011)의 분석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가난한 이들의 특징으로 경건하고

    교회에 열심히 다니고, 신앙심이 두텁다고 서술하면서 무질서하고 자

    유분방한 자유주의자들과 대비시킨다. 또한 이들은 예의바르고 친절

    하며, 정직하게 일하는 소박한 노동자로 민주당을 지지하는 ‘농땡이 치

    는 건방진 사무직들’과 다르다고 구분한다. 한국에서 기독교 근본주의

    자들이 리버럴한 대중문화에 대해 반대하는 문화적 경직성을 보이고,

    정치적으로 친미 반공의 입장을 수용하면서 종종 보수정치 세력과 친

    화성을 지닌다는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는 대목이다.

    셋째, 종편 등 언론환경의 영향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종편

    의 주 시청층이 50대 이상이고 이들에게 종편의 보수적 논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미디어 오늘 시청률 조사 자료에 따르면 대선 직전인 2012년 11월

    가장 시청률이 높았던 종편인 MBN의 경우, 20대에서는 0.1%의 시청

    률을 기록한 반면, 50대에서는 0.5%, 60대 이상에서는 0.7%를 기록해

    50∼60대의 시청률이 20대 시청률의 5∼7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층의 높은 시청률은 투표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

    다. KSOI 대선 사후 조사(2013년 1월)는 종편방송이 후보 결정에 적잖

    은 영향을 주었음을 보여 준다. 20대와 30대에서는 각각 22.6%, 26%만

  • 32  동향과 전망 89호

    이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한 반면,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각각 42.5%,

    44.4%가 영향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민주정부 10년의 경험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각인되면서 누가 되어

    도 마찬가지고 자신의 삶은 별로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치적 효능

    감 부재도 가난한 서민들의 보수화로 이어진 듯하다. 강서구 방화동 임

    대아파트 주민을 인터뷰한 한겨레신문 기사(2012년 5월 15일 자)는 이를 잘 보여 준다.

    “가난한 사람들한테 복지가 중요하긴 하다. 그렇지만 새누리당이나 민주

    당이나 뭐가 다르겠나… 어느 정권이 들어와도 이 동네 사람들 사는 건

    똑같다.”(최영훈 48세)

    “뽑아주면 뭐해요. 공약을 실천하는 것도 아니고. 나한테 도움 안 되잖아

    요.”(유민영 29세)

    “예전엔 김대중 씨를 지지하긴 했는데 다 헛일이더라고. 김대중에게 속

    았다. 김대중이 대통령되면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들이 잘 살게 될 줄 알

    았지…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똑같다”(강진철 63세)

    앞서 언급했듯이 보수적 교회나 종편, 보수 언론을 통해 유포되는

    보수담론은 서민들이 자신의 경제적 이해에 둔감하도록 하면서 오히려

    부자정당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이에 대한 기존

    의 가설은 서민층일수록 경제보다는 안보 문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거

    나, 경제적 이슈보다는 사회문화적 이슈, 가치 이슈를 더 중시하고 이에

    입각해 정치적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기 긍정 담론, 자기 계발

    담론 등이 만연하면서 빈곤을 야기하는 사회 구조적 원인보다는 개인의

    책임을 부각시키는 사회적 분위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민주정부 10년의 경험은 서민층의 보수화와 관련해 무시할 수 없는

  • 2012년 대선,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정당을 지지했는가?  33

    중요한 요인이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다는 민주정부하에서 오히려 연

    대보다는 경쟁과 효율을 앞세우는 신자유주의가 가속화되고 민주정부

    의 정책들로 인해 서민들의 삶이 힘겨워졌다. 경제적 위기와 양극화라

    는 시대적 흐름 앞에 중산층의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지만 서민층의 불

    안감은 훨씬 절박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 결과 정권교체라는 대의보다

    당장 자신의 생활과 삶의 안정을 가져다 줄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능한 민주정부, 그 이후에도 별로 변화하지 않은 민주진보계열

    정당에 대한 실망이 서민층이 민주당을 외면하고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5. 결론

    이글은 지난 대선에서 가난한 이들이 왜 계급배반투표를 했는지 그 원

    인을 규명하기 위한 탐색적 성격의 글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빈곤보수

    현상의 실태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며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하느

    냐에 따라 결과도 상이하다. 본 논문은 빈곤보수 현상이 지난 대선의

    가장 중요한 논쟁점이라는 점에 주목해 그 실태부터 규명하고자 하는

    탐색적 시도다.

    빈곤보수 현상에 대한 제대로 된 규명을 위해서는 참여 관찰 등 다

    양한 실증 조사에 입각한 철저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며 서베이 데이터

    에 입각한 분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적 여건상 본 논

    문에서는 서베이 데이터에 입각해 분석을 시도했다. 따라서 무리하게

    인과관계를 밝히기보다, 제한된 데이터 내에서나마 하위층의 정치적

    선택과 관련한 제 요인을 점검해 보고자 했다.

    인과관계에 대한 규명에 앞서 한국에서 빈곤보수 현상이 어떻게 나

  • 34  동향과 전망 89호

    타나고 있는지 그 역사적, 현재적 실태를 파악하고자 했다. 특히 세대

    갈등의 심화 속에서 계층갈등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

    해 40대 이하와 50대 이상으로 구분해 각 집단 내에서 빈곤층과 비빈곤

    층의 정치적 선택 과정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50대 이상에서는 빈곤보수 현상이 나타났으나 40대 이

    하에서는 이와 달리 빈곤진보 경향도 일정 부분 나타났다. 그리고 40대

    이하 집단에서 하위층과 중간이상층 간 미디어이용실태, 정치적 태도,

    사회경제적 가치 등에서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0대

    이하에서 나타난 빈곤진보 경향이 복지효능감, 정치효능감 등과 같은

    보다 본질적인 요인에 입각한 것이 아니라 외부적 요인, 반MB정서 등

    과 같은 사회분위기에 기인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들의 지지가 매우

    불안전한 지지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50대 이상에서는 빈곤보수경향이 나타났으며, 하위층과 중

    간이상층 간 미디어 이용, 정치 참여 및 능동적 선택 등 정치적 태도, 사

    회문화적 가치 등에서 차이가 현저했다. 고연령층에서 빈곤보수 경향

    이 여러 측면에서 구조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본 논문은 빈곤보수 현상을 규명하기 위한 본격적 연구라기보다는

    후속 연구를 위한 탐색적 연구에 가깝다. 따라서 여러 한계를 지니는데,

    무엇보다 연구방법으로서 서베이 데이터 중심의 연구를 시도했기에 보

    다 입체적 분석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또한 대선데이터가 아니라 총선

    직후 데이터를 이용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계층의 지표로 주관적 경제적 지위를 이용했는데, 주관적 경제적 지위

    지표는 가계 소득 중심의 단순한 경제상황보다 훨씬 풍부한 경제적 상

    황을 담고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작 자산 등 중요한 경제적 지표와 어

    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향후 계층을 나타내

    는 지표에 대해 보다 엄밀한 연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또한 새롭게

  • 2012년 대선,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정당을 지지했는가?  35

    부상하고 있는 계층균열이 기존의 지역균열, 세대균열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도 규명해야 할 문제다.

    2013. 08. 05 접수/ 2013. 08. 23 심사/ 2013. 09. 01 채택

  • 36  동향과 전망 89호

    주석

    1) 이는 서울대학교 한국정치연구소의 대선 사후 조사를 분석한 강원택(2013)의

    글에서도 확인되는 데, 가계평균소득을 5구간으로 나누었을 때 상층, 하층과 중

    하층은 박근혜 지지, 중간층과 중상층은 팽팽하거나 문재인 지지로 나타난 바

    있다.

    2) 사십오세 정년, 오십육세까지 남아있으면 도둑놈이라는 의미다.

    3) 하승태와 조의현(2008)은 1991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갤럽에서 실시한

    MIP(Most Important Problem)에 대한 여론조사 자료를 활용해 한국에서 공

    중의 중요한 사회적 아젠다(MIP)가 무엇인지를 살펴보았다. 연구 결과 경제 관

    련 이슈들이 평균 42.3%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복지 관련 이슈가 17.3%, 정치

    이슈가 14.6%로 나타났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시기에 경제 관련 이슈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졌다.

    4) 2002년 데이터는 여론조사전문기관 TNS의 2002년 대선 직전(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부터 대선직전까지) 여론조사를 2회 종합한 데이터이고, 2012년 데

    이터는 한겨레신문-KSOI의 여론조사 중 2012년 11월 문재인-안철수 후보단일

    화 직후부터 대선직전까지 여론조사 2회를 종합한 데이터다. 대선 사후 조사가

    실제 결과보다 당선자인 박근혜 후보 지지가 훨씬 더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과

    달리 이 데이터는 박근혜 45.7%, 문재인 42.5%로 실제 결과에 거의 근접하고

    있다.

    5) 물론 이는 민주화 이후로 한정지을 때 타당할 수 있다. 민주화 이전 권위주의 정

    부시기에는 빈곤보수 현상이 훨씬 만연했기 때문이다. 다만 빈곤보수 문제를 민

    주화 이전부터 비교분석하기 어려운 것은 활용가능한 데이터의 한계 때문이다.

    6) 정치적 결정의 능동성에 대한 설문은 다음과 같다.

    정치적 결정을 할 때 어떻게 하시는 편입니까?

    ① 주변의 의견보다는 나의 판단에 따라 결정하는 편이다 ② 부모님이나 배우

    자 등 주변의 권고를 받아들이는 편이다

    복지효능감에 대한 항목은 다음과 같다.

    우리사회 복지가 확충될 경우 선생님의 삶이 나아질 것으로 보십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 2012년 대선,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정당을 지지했는가?  37

    ① 나아질 것이다 ②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7) 구체적 설문 항목은 다음과 같다.

    향후 우리사회의 방향에 대해 다음 중 어느 주장에 더 공감이 가세요?

    ① 선천적인 개인차를 보완하여 평등하게 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② 선천적인

    개인차를 인정하고 각자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8) 2013년 1월 30일 남유인순 의원이 주최한 ‘여성의 관점에서 본 18대 대선과 전

    망’ 세미나에서 허성우 성공회대학교 교수가 발표한 내용 중 일부를 인용했다.

  • 38  동향과 전망 89호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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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년 대선,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정당을 지지했는가?  39

    초록

    2012년 대선,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정당을 지지했는가?

    한귀영

    이글은 지난 대선에서 가난한 이들의 계급 배반 투표의 실태 및 원인을 살펴보기

    위한 탐색적 성격의 글이다. 민주화 이후로 한정할 때, 계급배반 투표는 2007년

    대선 이후 강화된 현상이며 이번 대선에서는 세대갈등과 결합해 나타났다. 본 논

    문에서는 세대갈등과 계층갈등이 어떻게 교차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유권자집단

    을 40대 이하와 50대 이상으로 구분해 각 집단 내에서 하위층과 중간이상층의

    정치적 선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50대 이상에서는 빈곤보수 현상이 나타났으나 40대 이하에서는 빈곤

    진보경향도 일정부분 나타났다. 40대 이하에서 나타난 빈곤진보 경향은 복지효

    능감, 정치효능감 등과 같은 보다 본질적인 요인에 입각한 것이 아니었다. 반이

    명박정서 등과 같은 외부적 요인이 작용했던 것으로 추론된다. 그리고 50대 이상

    에서는 빈곤보수경향이 나타났으며, 하위층과 중간이상층 간 미디어 이용, 정치

    참여 및 능동적 선택 등 정치적 태도, 사회문화적 가치 등에서 차이가 현저했다.

    고연령층에서 빈곤보수 경향이 구조화되고 있는 것이다.

    주제어 ∙ 계급투표, 계급배반투표, 2012대선

  • 40  동향과 전망 89호

    Abstract

    Why Did the Poor Vote to the Conservative Party in 2012 Presidential Election?

    Guiyoung Han

    This article aims to analyse the reason why the poor did cross-class voting in the last Korean presidential election 2012. The analytical results shows that the cross-class voting was happened among the people over 50 while the people under 50 chose class voting. However, class voting tendency of the under 50 people was not based on the essential factors for class voting such as social welfare efficacy and political efficacy, but on the external factor such as anti-incumbent president(Lee Myung Bak) sentiment. The cross-class voting tendency of the over 50 people also accompanies striking differences in media use pattern, political attitude, and sociocultural value between the lower and the middle and upper strata.

    Key words ∙ class voting, cross-class voting, 2012 presidential election

  • 18대 대선의 통일·외교 분야 정책 비교와 평가  41

    특 집   [2012년 대선을 다시 돌아본다]

    18대 대선의 통일·외교 분야 정책 비교와 평가2)

    김연철*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

    1. 18대 대선에서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의미

    대통령 선거에서 정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당연한 질문

    을 하는 이유는 한국의 선거에서 ‘정책경쟁의 실종’이 지속되고 있기 때

    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정책이 구체적이지 못하기 때문

    에, 정책을 둘러싼 찬반 여론이 분명하지 않은 이유도 있다. 예를 들어

    ‘무상급식’ 이슈처럼, 분명한 차이를 부각시킬 수 있는 쟁점개발에 성공

    하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공약의 실현가능성이나 부분 공약 사이의 상

    충가능성 등을 평가할 수 있는 공론장의 발전 수준도 높지 않다. 특히 언

    론환경의 악화가 정책경쟁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18대 대선 또한 선거에서 정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았다. 정

    책의 차별성이 크지 않았고, 그래서 정책 논쟁이 부각되지도 못했다.

    선거에서 정책의 출발은 기존 정책에 대한 평가와 이에 대한 대안 제시

    가 핵심이다. 당연히 통일외교 분야 정책공약의 출발은 이명박 정부 5

    * [email protected]

  • 42  동향과 전망 89호

    년의 정책에 대한 평가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

    5년의 정책 평가가 부각되지 못했다.

    사실 이명박 정부 5년의 통일외교안보 정책은 탈냉전 이후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남북관계에서 당국 대화는 금강산

    관광재개와 이산가족 상봉 등에 관한 실무회담을 제외하고, 거의 열리

    지 않았다. 남북대화가 1971년 시작되었고, 박정희 정권부터 정권별로

    남북대화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처럼

    대화 단절을 겪은 적은 없었다. 당연히 국민이 불안할 정도로 평화가

    사라졌다. 남북경협도 개성공단을 제외하고, 모두 중단되었다. 중소기

    업의 희망도, 최소한 노태우 정부이후 역대 정부가 강조해 왔던 남북경

    제공동체의 꿈도 사라졌다. 북핵문제는 어떤가? 대화의 동력이 사라진

    자리에, 북한의 핵 능력만 강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정부 5년에 대

    한 비판과 성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박근혜 후

    보 측은 최소한 담론 수준에서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물

    론 정책은 너무 추상적이었고, 서로 상충했다. 그러나 야권은 박근혜 후

    보의 철학, 의지, 방법론, 그리고 실현가능성을 문제 삼는 데 실패했다.

    왜 그랬을까? 18대 대선의 또 다른 측면이 있다. 바로 보수 진영의

    색깔론이다. 2007년 정상회담에서의 ‘북방한계선(NLL) 문제’가 부각되

    면서, 정책 논쟁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북방한계선 문제가 제기되고,

    논란이 되는 과정은 한국 민주주의의 수준을 드러내고 있다. 정상회담

    합의문이 발표된 상황에서 대화의 과정, 다시 말해 설득 논리를 문제 삼

    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정상회담을 포함한 외교행위에 대한 평가 대상

    은 합의의 결과다. 그리고 2007년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서해평화협력

    지대는 북방한계선을 인정하면서도 가능하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대화의 과정을 문제 삼았다. 자의적인 판단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 18대 대선의 통일·외교 분야 정책 비교와 평가  43

    일종의 비밀외교문서를 정치적 이유로 공개해 버렸다. 안타까운 현실

    이 아닐 수 없다.

    이 논문은 대선 국면에서 통일, 외교, 안보 분야의 공약과 이른바 북

    방한계선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평가하고자 한다. 통일외교안보 분야

    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대북정책이다. 북핵문제의 해법을 제외하고 한

    미·한중 외교정책은 대부분 비슷하고, 공공외교와 중견국 외교전략

    역시 대부분 큰 차이가 없다. 분야별로 보더라도 대북정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외교 분야는 적다. 이에 따라 본 논문에서는 대북정책을

    중심으로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공약들을 평가하고자 한다.

    평가의 기준은 미래지향성, 논리적 정합성, 공약별 상호관계, 그리

    고 실현 가능성을 중심으로 살펴 볼 것이다. 대체로 박근혜 후보와 문

    재인 후보 진영의 차이를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나, 안철수 후보 측의 입

    장도 주목할 것이다. 특히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토론에

    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는 대표적인 입장 차이를 보인 이슈였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심층적 분석이 필요하다.

    이 논문에서 사용한 자료는 후보별 정책 공약집, 후보들의 각종 언

    론 인터뷰, 그리고 토론 등의 발언을 중심으로 하고, 각 후보 진영의 대

    표적인 정책 담당자들의 발표문 등도 참고할 것이다. 나아가 대선국면

    에서 관련 단체들의 공약 평가 등도 반영하고자 한다.

    2. 후보별 대표공약 평가

    18대 대선에서 북방한계선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대립이 심화되면서,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정책 공약들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내용적으

    로 보면, 평화와 번영의 추구라는 미래지향적 목표를 박근혜 후보가 강

  • 44  동향과 전망 89호

    조했고, 이에 비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튼튼한 안보를 강조하

    면서 어느 정도 비전과 전략에서 수렴 현상이 발생했다. 박근혜 후보의

    안보중시와 미래지향적 평화사이에는 논리적 충돌이 있었으나, 야권

    주자들 역시 안보를 중시하면서, 그 차이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나

    아가 그것을 근거로 평화정책의 구체성에서 차별성을 보일 수 있는 기

    회 또한 야권 후보들이 스스로 차단한 측면이 있다. 여기서는 우선적으

    로 각 후보별 대표공약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1) 박근혜 후보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평가

    박근혜 후보의 통일 외교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신뢰였다. 새

    로운 한반도를 건설하기 위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강조하면서,

    국민적 신뢰, 남북 신뢰, 그리고 국제적 신뢰를 강조했다(새누리당,

    2012).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외국의 외교 관련 전문잡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기고 형태로 처음으로 등장했다. 주요 내용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으로 북한이 남북관계에서의 신뢰를

    파기했고, 우라늄 농축으로 2005년 9·19 공동성명을 파기한 상황”에

    서 “한손으로 박수를 칠 수 없다”는 것이고, 그래서 이른바 신뢰정책

    (Trustpolitik)은 “북한이 약속을 지켜야 하고, 북한의 검증가능한 행동

    이 뒷받침되어야 신뢰가 만들어질 수 있다”1)는 주장이다.

    그래서 박근혜 후보 측의 핵심 정책담당자였던 최대석 교수는 한반

    도 신뢰 프로세스에서 말하는 신뢰는 “서로의 약속을 따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신뢰(enforcing trust)의 개념”(최대석, 2012)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박근혜 후보 측이 주장하는 신뢰는 국제정치에서 일반적으

    로 논의되는 ‘신뢰 형성 과정’과는 차이가 있다. 적대적인 상대와 신뢰

    를 형성하는 것은 과정이다. 대부분의 협상은 불신 상황에서 이루어지

    는 것이고,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신뢰가 점진적으로 만들어지는

  • 18대 대선의 통일·외교 분야 정책 비교와 평가  45

    것이다. 또한 남북관계나 북핵문제 등에 대해서도 ‘관계의 성격’을 이해

    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관계의 악화는 어느 일방의 책임으로 돌리

    기 어렵다. 상호 관계의 과정에서 관계가 악화되는 것이다. 그리고 남

    북관계나 북핵문제의 경우, 우리 정부의 ‘상황 관리 능력’도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관계 악화의 일방적 북한책임론’은 정책 수준의

    가정이 아니라, 이념적 주장에 가깝다. 물론 현실적으로 정세 악화의

    ‘상호 관계적 맥락’이 있다고 하더라도, 드러나는 것은 북한의 직접적

    도발이고, 이에 대한 보수적 여론이 존재한다. 선거 국면에서 국민들의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보수적 의식을 동원하는 것은 보수진영의 일관

    된 선거 전략이었다.

    그러나 ‘북한책임론’을 전제하면, 정책 제시는 능동적이기보다는 수

    동적일 가능성이 커진다. 정책 수준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의 행위를 예

    방하고, 협상과정을 관리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황 파악을

    ‘북한 책임론’으로 돌려버리면, 과거 정책의 오류를 평가할 기회도 없어

    지고, 당연히 정책 개선의 근거도 약해진다. 박근혜 후보의 정책이 추

    상적이거나 부분별 정책이 상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체적인 수준에서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근본적으로 변경할 의사

    가 없는 상황에서, 그렇다고 이명박 정부를 계승하겠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선택한 것은 절충이다. 정책이 아니라, 담론

    수준에서 이명박 정부정책과 야권의 정책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 캠프는 균형 정책을 제시하면서, 균형을 “한반

    도 문제에 있어 대립적 요인들을 균형 있게 조율(Alignment)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안보와 교류협력, 남북대화와 국제협력, 그리고 협상

    과 억지 등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최대석, 2012: 9)으로 설명했다.

    그래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여러 요소들이 혼재되어 있다. 군사

    적 억지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있는가 하면, 북방경제론의 필요성이나

  • 46  동향과 전망 89호

    동북아 안보협력에서의 한국의 적극적 역할 등의 긍정적 내용들도 포

    함하고 있다. 당연히 정반대되는 공약들이 충돌하기도 한다. 그리고 대

    부분 정책들의 실현 가능성이나 방법론은 없다.

    예를 들어 기존합의, 즉 7·4 공동성명이나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성명이나 2007년 10·4 정상회담 합의를 존중한다고 하지만, 구체

    적인 정책에서는 기존합의를 부정하거나 상충되는 주장들이 적지 않

    다. 10·4 합의를 존중하면, 북방한계선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 7·4

    공동성명에서 체제존중이나 상호 비방 중상금지 조항이 있는데, 공약

    에서 북한인권법을 주장하는 것도 상충된다. 그리고 통일문제에서 자

    유 민주주의 질서에 바탕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계승·발전을 주장

    한 것도 6·15 공동선언의 2항과 충돌한다.2)

    또한 박근혜 후보 측의 공약은 구체성이 떨어진다. 금강산 관광재

    개나, 사실상의 경제제재에 해당되는 5·24 조치 해제 문제와 같은 구

    체적인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길정

    우 새누리 의원의 경우는 “현 정부가 물러나기 전에 5·24 조치를 해제

    해서 차기 정부에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3)고 주장했지만, 최대석 교

    수는 “5·24 조치의 해제가 차기정부의 과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

    러나 박근혜 후보가 실제로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문재인 후보와의 TV 토론에서 전통

    적인 보수 논리인 ‘퍼주기’론을 주장하는 것으로 보아, 대단히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2) 문재인 후보의 남북 경제 연합론 평가

    문재인 후보 측은 한반도 평화구상과 남북관계의 분야별 공약들을 종

    합적으로 발표했다. 그중에서도 대표 공약은 ‘남북경제연합’ 구상이다.

    9월 25일 도라산역에서 역대 통일부 장관을 초청해 열린 좌담회에서 문

  • 18대 대선의 통일·외교 분야 정책 비교와 평가  47

    후보는 “평화가 곧 경제라는 관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남북경제연합은

    남북이 먼저 경제공동체를 이루고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

    국민소득 3만 불 한반도 시장 8천만 명이라는 30∼80 시대를 여는 구상”

    을 발표했다. 그리고 ‘남북경제연합위원회’ 구성을 제시했다(문재인,

    2012b).

    남북경제연합 구상은 경제 분야 공약이 갖는 긍정적 측면과 국민들

    의 일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의 화해 협력이 그리고 통일로 나가는 과정이 보수진영이 지적

    하듯이 퍼주기가 아니라, 경제적으로 이익을 주는 것이고, 그 과정 자

    체가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확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에 대한 경제공약을 통일방안과 연결하여 제시한

    것은 아무래도 현실성이 부족해 보인다. 일반적으로 개혁 진영이 갖는

    통일방안의 문제점, 즉 기능주의적 한계도 드러내고 있다. 남북경제연

    합 구상은 “상호의존, 화해협력의 확대로 통일이 가능하다고 보는 경

    향”이나 “경제 분야에서 먼저 사실상의 통일 상태로 나가겠다는 구상”

    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재인 후보는 이에 대해 “경제적으로 경제연합

    을 먼저 이루고 나면 그 뒤에 군사, 외교, 정치, 이런 분야의 합의가 추

    가되면 그것이 국가연합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4)

    물론 문재인 후보 측이 남북경제연합론만 주장한 것이 아니다.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해서도 전략과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제시했다. 남북관

    계에 대해서도 다양한 정책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왜 남북경제연합을

    대표공약으로 제시했는지, 그러한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에 대

    해서는 평가가 필요하다.5)

    남북경제연합구상의 문제점은 너무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함으로

    써 이 공약이 현재의 시점에서 어떤 계층에 혹은 어떤 지역에 얼마나의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있는지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남북관계에서 경제

  • 48  동향과 전망 89호

    분야의 공약은 구체적일 필요가 있다. 접경지역 개발과 관련된 지역 공

    약, 아니면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경제정책의 방향, 혹은 구체적인 산업

    별 남북경제협력 전략은 이해 당사자와의 교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선거 공약에서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