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GAZINE OF THE KOREAN SOCIETY OF CIVIL ENGIN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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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조어 중에 ‘잘.알.못’ 이라는 단어가

있다. 어떤 주제가 거론되었을 때 그에 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1990년대 이후 가장 각광받는 음악 장르로 기

반을 다져온 힙합 음악, 그 중 랩 음악을 젊은

세대들은 거리낌 없이 받아들인다. 하지만 랩

음악을 듣고 도대체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지

몰라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안 들려서, 선율

이 분명치 않아 듣기 힘들어서 감상하기 힘들

다는 기성세대의 푸념을 들었다. 가사가 가장

중요한 음악적 요소인 랩 음악에 대해 이야기

를 시작해 보자니 서양음악에 있어 ‘가사’가 가

2017 김현경의 음악에세이

범주를 넘어서 (Beyond Category) II

가사의 중요성이 가져온 변혁의 음악: 모테트에서 랩 음악까지Lyric is Everything! From Motet to Rap Music

김현경 | Hyun-Kyung Kim | 피아니스트, 작가

│ CULTURE & ART Ⅰ │ 음악에세이

져온 변화들이 엄청난 시대적 사건들을 가져왔

다는 것이 불현 듯 생각났다. 마치 랩 음악이 대

중음악에 허리케인 급의 선풍적 변화를 가져온

것처럼. 이번 기회에 서양 음악사의 변혁의 포

인트를 가져온 ‘가사의 중요성’을 살펴보고 현

실 유행도 따라 잡는 ‘랩 음악 잘.알.못’ 탈출도

꾀할까 한다.

노래에 있어서 가사가 우선이냐 선율이 우선이

냐 하는 문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

는 선택과 같이 우열을 가리기 힘든 문제이다.

하지만 면면히 흘러온 음악의 역사에 있어 선택

은 항상 가사의 중요성에 먼저 있었다. 표현하

고자 하는 내용은 단어를 통해 형상화 되고 그

것들은 운율을 가지고 리듬을 타고 인간의 음

성으로 내뱉어 진다. 작곡가들은 가사로 사용

할 시나 텍스트를 우선 탐색하고 자신의 창작

의지와 동화되는 내용을 가사로 선정한다. 여

기에 가사의 의미와 잘 어울리는 색채 있는 선

율이 얹히면 아름다운 노래로 탄생하는 것이

고, 강하고 어울리는 비트(Beat)를 배경으로 가

사를 율동적으로 리듬을 타며 읊어대면 랩 음

악이 만들어진다.

서양 음악의 역사에 있어서 언어의 중요성을 강

조하는 음악들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매우 중

요한 악곡의 탄생을 가져왔다. 13세기 중엽 중

세시대를 주름잡았던 프랑스의 노트르담 악파

는 가사 텍스트의 참신한 첨가를 통해 ‘모테트

(Motet)’라고 하는 새로운 악곡을 선보였다. 프

랑스 어원인 ‘Mot(단어)’에서 악곡의 이름이 유

래한 모테트는 가장 낮은 성부인 테노르에는 그

레고리안 성가와 라틴어를 사용하는 기존의 방

식을 고수하지만, 위의 성부들에는 새로이 만

들어진 가사와 선율을 사용하였다. 즉 ‘새로운

단어로 만들어진 가사’가 중요해진 새로운 스

타일의 모테트는 오르가늄(중세시대 대표적 종교

성악음악)이 지배적이던 당시에 변화의 바람을

가져왔다. 오래된 언어인 라틴어 위에 당시의

살아 움직이는 프랑스어가 얹히면서 노래는 종

교적 내용에서 점차 세속적 내용으로 변화하는

등 내용면에서 자유로운 소재의 선택을 예고하

게 되었다. 새로운 언어의 사용은 노래의 리듬

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데, 약속된 규범적

인 리듬(Modal Rhythm)을 사용하는 테노르 성

부와는 달리 새로운 언어의 성부들은 언어의 운

율을 반영할 수 있는 자유로운 리듬이 부과되기

도 하였다. 이렇게 언어와 리듬의 자유가 주어

진 모테트의 유행은 14세기 새로운 음악적 흐

름인 아르스 노바(Ars Nova)로의 발전을 가져오

는 시발점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300년 후 17세기 서양 음악의 커다란 변곡점

은 오페라의 창안으로 대표된다. 이탈리아 피

렌체의 ‘카메라타’라는 음악 동아리는 고대 그

리스 비극의 부활을 목표로 음악극을 만들어

냈는데, 초기에 이 음악극의 가장 큰 목표는 가

사의 정확한 전달을 통한 극적 전개의 완성도

그림 1. 모테트를 기보한 악보(Manuscript with the Omnium bonorum plena by Loyset Compere, 1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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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있었다. 따라서 가사 전달과 등장인물들의

감정 표현을 위해서 이전까지의 폴리포니적

(Polyphony, 다성부적) 음악구성은 이 목표를

실현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새로운 악곡양식을 만들어 냈는데, 바로 단조

로운 선율에 가사의 운율과 의미를 얹어 듣는

이에게 말하듯이 건네는 단선율과 간단한 반주

가 수반되는 ‘모노디(Monody)’가 탄생되었다.

가사의 전달을 중시한 모노디로부터 시작한 극

장 양식(Stile rappresentativo)은 바로크, 고전,

낭만, 현대 시대에 이르기까지 가장 화려한 클

래식 음악의 장르인 오페라를 꽃피우는 밑거름

이 되었을 뿐 아니라, 수백 년간 서양 음악을 지

탱해온 다성부의 음악적 구성에서 단성부의 화

성진행을 중시하는 호모포니적(Homophony)

구성으로 변화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가사의 중요성이 보여준 변혁은

20세기 음악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20세기에

들어오며 서양 음악은 모든 한계를 무너뜨리는

무한의 자유를 선포한다. 조성으로부터의 한계

성, 리듬과 박자로부터의 한계성, 악음과 소음

으로부터의 한계성을 탈피한 현대 음악의 시작

은 1900년대 초 무조음악을 선사한 아놀드 쇤

베르크의 실험성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쇤베르

크의 무조 음악(Atonality)은 당시의 세기말 정

신을 반영한 표현주의(Expressionism)와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인간이 가지는 내면의 심리

상태, 특히 불안전함, 소외, 고통, 절망과 같은

어두운 면을 다수의 불협화음을 사용하며 음악

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1912년 작품 <달에

홀린 피에로(Pierrot Lunaire, Op.21)>는 쇤베르크

의 무조 표현주의 음악 중 최고의 걸작이다. 표

현주의 시인 알베르 지로(Albert Giraud)의 시를

독일어로 변역한 가사를 사용한 <달에 홀린 피

에로>는 소프라노인 서술자가 소규모 앙상블

의 반주에 맞추어 노래하는 모노드라마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크게 청중을 놀라게 하는 이

작품의 특이성은 소프라노의 가사 전달 방식에

있다. ‘스프레흐 스팀메(Sprechstimme style)’라

고 불리는 이 창법은 ‘말하듯이 노래하는’ 방법

으로 작곡가는 정확한 음정을 제시하지 않았으

며 가사를 전달하는 방법은 전적으로 소프라노

의 결정에 따른다. 이는 가사의 운율과 표현성

을 극대화하기 위한 음악적 표현주의의 한 시

도인데, 이 시도로 인한 음악 표현의 자율성과

우연성의 획득은 50년 후 나타날 ‘우연성 음악

(Aleatory Music)’의 첫 시도로도 볼 수 있다. 즉

쇤베르크가 실험한 가사의 전달 방식은 무조주

의, 표현주의, 우연성 음악 등 20세기 현대음악

의 날카로운 변혁을 담고 있는 매우 중요한 시

도였던 것이다.

우리가 즐기는 서양 클래식 음악이나 미국의

재즈/대중음악을 알아 가면 알아갈수록 이 둘

의 발전 양상이 매우 비슷하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는 바이다. 쇤베르크가 도달한 ‘스프레흐

스팀메’ 스타일처럼 랩 음악의 탄생 또한 대중

음악에 있어 가장 참신한 보컬 스타일의 출현

이라는 것, 이 둘 모두 말하듯 외치듯 한 스타일

로 가사를 전달한다는 것, 모든 규범과 전통을

품고 가장 혁신적인 방향으로 분출된, 가장 원

초적인 악기인 인간의 목소리로 만들어지는 예

술 스타일의 시도라는 점 등은 예술문화를 관

찰하는 필자의 시점에서 놀라운 유사성이 감지

된다. 그렇다면 대중음악의 변혁을 가져온 랩

음악의 탄생과 선풍적 인기는 어떻게 이루어졌

는가?

랩 음악(Rap music)은 단 시간에 만들어진 것

이 아닌 아프리카 전통의 민속적 특징이 미국

의 도시 대중문화와 결합하며 시너지를 일으

킨 융합적 음악이다. 1970년대 미국 뉴욕 브롱

스 지역의 블록 파티를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

작한 랩 음악은 서아프리카의 ‘그리오(griot)’

전통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그리오’ 들

은 서아프리카 민족의 구비 설화나 족보, 전통

등을 언어적 기교를 가지고 전달하던 사람들이

다. 이들은 재치 있는 언어전달 스타일, 벌떡거

리고 고동치는 리듬감 있는 시의 운율 등을 이

용하여 청중과의 소통(Call and response)을 중

요시하였으며 그들이 전달하는 내용에는 전통,

문화 뿐 아니라 개인에 대한 찬사나 비판도 다

반사로 포함되었다. 따라서 그리오 전통은 흑

인들의 언어 사용의 창조성과 과장성을 시대적

요구에 따라 변형시켜 분출해 낸 랩 음악의 밑

거름이 되어 흑인 대중예술의 정점을 찍는 장

르를 탄생시켰다.

랩 음악은 종종 힙합 음악(Hip hop music)과 혼

동해서 쓰는 경우가 많지만 힙합음악은 훨

씬 더 큰 범주이다. 성악적 전달인 랩 음악과

엠씨잉(MCing), 레코드를 틀어 새로운 사운

드와 비트, 브레이크를 만들고 믹싱된 음악

을 틀고 전달하는 디제잉(DJing), 턴테이블돌

리기(Turntablism)와 스크래칭(Scratching), 입

으로 타악기적 요소를 흉내 내는 비트박스

(Beatboxing), 그리고 기악적 연주곡까지 모

두 포함하는 것이 힙합 음악이다. 여기에 기

존음악의 비트나 베이스라인을 따오는 샘플

링, 새로운 전자적 비트와 사운드를 만드는 작

곡적 요소, 머리부터 발끝까지 격렬한 율동을

보여주는 길거리 댄스인 브레이크 댄스(Break

dance, B-boying), 스프레이 프린트로 낙서같이

사회적, 정치적 이슈를 휘갈기는 그래피티 그

리기(Graffiti)까지 포함되면 도시의 거대한 서브

컬쳐(Sub-culture)인 힙합 문화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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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Richard Urgell 作, Opera (1922)

그림 3. 달빛 아래 술 취한 피에로(Pierrot Lunaire, cartoon by Adolphe Willette, 1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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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Rap)’은 원래 16세기부터 쓰이기 시작한 단

어로 ‘톡톡 날카롭게 두드리는 소리’를 뜻한다.

이 단어가 흑인들 사이에서 구어적으로 주고받

는 음악적 대화를 지칭하게 되고 결과적으론

지금의 음악적 스타일을 지칭하게 된 것이다.

랩은 운율, 어미(Rhyme)를 맞추는 가사를 디제

이, 턴테이블리스트, 비트 박서 등이 제공하는

백비트나 반주에 맞춰 쏟아내는 율동적 스피치

이자 리듬이 최우선되는 노래이다. 랩을 만들

때는 가사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contents), 가

사가 전달되는 리듬이나 라임, 그것이 전달되

는 속도를 뜻하는 플로우(flow), 그리고 랩을 전

달하는 목소리 톤이나 발음, 종지(가사를 끊어

내는 방법) 등을 의미하는 딜리버리(delivery)가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감상하는 입장에서도

이 세 가지, “내용, 플로우, 딜리버리를 통해 누

가 얼마나 새롭고 참신하게 나의 취향을 저격

하는가” 로 래퍼들의 음악을 선별해 보는 것이

좋다.

랩 음악의 가사 내용들은 매우 적나라하고 비

속어가 섞인 경우도 많다. 흑인들의 사회적 처

지, 대우에 대한 반발과 비판, 흑인 사회에 만

연한 범죄와 섹스, 비도덕성에 대해 개의치 않

는 내용, 맘에 들지 않는 상대방에 대한 저돌

적인 공격 등 래퍼가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것

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특히 래퍼들은 공개

적인 배틀을 통해서 서로를 공격하는 ‘디스

랩’(disrespect를 줄임)을 가사가 미리 정해지

지 않은 ‘프리스타일’로 쏟아 내며 자신의 출중

한 실력을 내세우기도 한다. 랩의 리듬은 “비트

주세요!(Drop the beat!)”로 시작되는 래퍼의 말

대로 DJ에 의해 제공되는 비트에 의해 좌우된

다. 이 비트위에 실리는 래퍼의 가사는 라임이

딱딱 떨어지는 리듬감을 가지고, 단어를 정확

한 딕션으로 주어진 템포를 타고 맛깔나게 전

달되어야 한다. 래퍼의 목소리 톤과 발성, 숨 쉬

는 방법, 그리고 청중과 소통하는 방법과 카리

스마 있는 무대 장악력 등을 즐기는 것, 그리고

래퍼들이 선동하는 데로 플로우를 같이 느끼

며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것이 랩 음악을 감상

하는 방법이다. 랩이라고 알려진 음악적 스타

일을 처음 시도한 사람은 뉴욕 할렘의 “DJ 할리

우드(DJ Hollywood)”로 불리는 안소니 할로웨이

(Anthony Holloway)였는데, 그가 턴테이블을 돌

리며, 마이크를 잡고 청중들의 호응을 얻어내

기 위해 처음 외쳤던 “Say, yeah!”, “Throw ya

hands in the air!” 등의 구호는 30년 이상이

지난 지금에도 래퍼와 청중이 하나가 되는 힙

합 음악 무대에서 종종 들을 수 있다.

1979년 슈가힐 갱(The Sugarhill Gang)의 <래퍼

의 환희(Rapper's Delight)>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이후 수많은 가수들의 랩 음악이 미국 대

중음악을 장악하였다. 랩의 전달력뿐 아니라

샘플링 비트와 중독성 강한 후렴구(훅이나 사

비라고 불림)의 음악으로 무장하기 시작한 이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은 전 세계적으로 퍼져

1990년대 이후 랩 음악은 유행의 최첨단을 주

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 미국에서는 ‘갱스터

랩(Gangsta rap)’ 이라고 불리는 갱들의 폭력

적 삶을 옹호하고 흑인들의 빈민 생활, 인종 차

별에 대한 항거 등을 여과 없이 폭로하는 내용

으로 점철된 랩 음악이 유행하며 사회적 문제

로 대두되기 시작한다. 이는 많은 경우 래퍼

들이 실제로 갱단의 일원이기도 했으며, 서로

랩 배틀 뿐 아니라 갱단의 보복성 총격전에서

목숨을 잃기도 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였

다. 특히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한 서부 해

안(West Coast)의 대표적 래퍼인 투팍 샤쿠르

(Tupac Shakur)와 뉴욕 할렘을 중심으로 한 동

부 해안(East coast)의 천재적 래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The Notorious B.I.G)의 비극적 죽음

(1996/1997)은 두 래퍼 사이의 반목 뿐 아니라

두 지역 랩 세력들의 불화가 총격전으로까지

비화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1995년 그래미

상을 받은 최고의 히트 싱글인 쿨리오(Coolio)

의 <갱스터의 낙원(Gangsta's Paradise)>은 이러

한 흑인들의 삶을 강렬한 랩과 비극성 강한 후

렴구를 통해 표현해 지금까지도 사랑 받고 있

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백인 래퍼인 에미넴

(Eminem a.k.a Slim Shady)은 활발한 활동과 기

록적인 음반 판매를 올리며 더 이상 흑인들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인종의 아티스트들이 즐

기고 만들어 낼 수 있는 랩 음악의 개방성을 선

포했다. 이후 스눕 독(Snoop Dogg), 카니예 웨

스트(Kanye West), 니키 미나지(Nicki Minaj), 켄

드릭 라마(Kendrick Lamar), 위즈 칼리파(Wiz

Khalifa)등의 미국의 래퍼들은 독립적으로 또는

다른 가수들과의 합작(Featuring)으로 수많은

히트곡과 엄청난 수입을 벌어들이는 랩 아티스

트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전통적인 흑인 랩의 풍부한 리듬감과 플로우,

색채감도 좋지만 선정적인 내용이나 적나라한

비속어들이 꺼려 진다면 개인적으로 노래 안

에 포함된 읊조리거나 외치는 랩핑 처리가 훨씬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는 음악들을 권하고 싶

다. 올해 유명을 달리한 체스터 베닝턴(Chester

Bennington)이 속했던 린킨 파크(Linkin Park)의

<Numb>, <In the End>, <Faint> 같은 랩 메탈

은 내 자신과 주변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들

며, 영국의 최신예 히트송라이터 에드 시런(Ed

Sheeran)의 기타 반주 위에 얹힌 엄청나게 빠른

<Take it back>, <You need me, I don’t need

you>의 랩은 기분 좋게 만드는 위트 넘치는 가

사로 감탄을 이끌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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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슈가힐 갱(The Sugarhill Gang)

│ CULTURE & ART Ⅰ │ 음악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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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므로 우리나라 아티스트들의 랩 음악

은 더욱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자랑 거리이다.

1990년대 초 서태지와 아이들로 시작된 한

국의 랩 음악은 2016년 ‘쇼미 더 머니 5(Show

me the Money)’의 우승자 비와이(BewhY)의 등

장으로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필자가 랩 음

악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바

로 비와이 때문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

이 떡 벌어질 정도로 정확한 가사 전달력과 몰

아치는 듯 거침없는 타이트한 랩으로 플로우

를 타고 낭랑하고 찌르는 목소리 톤으로 왕좌

에 오른 비와이의 퍼포먼스는 가히 놀라웠다.

축구 영웅 박지성에 비견할 만한 폐활량을 지

닌 비와이의 숨 쉴 틈 없이 내 뱉는 가사가 귀에

꽂히는 완벽함과 퍼포먼스의 카리스마는 랩

배틀, 싸이퍼(Cipher, 주어진 비트에 래퍼들이

돌아가며 프리스타일로 하는 랩), 콜라보레이

션 등 어느 무대에서도 돋보였다. <Forever>,

<Day Day>, <The time Goes On>, <Red

Carpet>, <9UCCI Bank> 등의 히트곡으로

그의 진가를 살펴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한

국 힙합 음악의 매력적인 분위기들을 즐기

고 싶다면 유쾌한 다이내믹 듀오의 <Jam>, 세

련된 래퍼 도끼(Dok2)의 <Still on my way>,

매력 넘치는 보이스와 재능의 딘(Dean), 크

러쉬(Crush)와 아이돌 랩퍼 지코(ZICO)의

<Bermuda Triangle>, 킬라그램과 함께한 <

어디>, 뛰어난 프로듀서 그레이(Gray)가 우원

재, 로꼬와 함께한 <시차>, <Good>, <잘> 등을

들어 보면 최근 한국 랩 음악의 다채로운 주제

와 음악적 스타일의 눈부신 발전을 느낄 수 있

다. 이렇게 랩 음악이 인기가 있다 보니 K-Pop

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에도 꼭 래퍼 포지션

이 있고 음악, 댄스, 율동적 랩의 조화는 더 화

끈하고 인기 있는 트랙들을 쏟아 내고 있다. 지

난달 미국 전역에 방송되는 대중음악시상식에

서 엄청난 무대를 보여준 방탄소년단(BTS)은

젊은 세대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가사로 무

장한 랩-퍼포먼스 그룹으로 한국 아이돌의 자

랑스러운 위상을 전 세계에 떨치고 있으며, 나

날이 발전하는 프로듀싱 능력을 보여 주는 블

락비의 지코 외에도 iKON의 바비, NCT의 마

크, WINNER의 송민호는 군계일학의 랩 실력

을 가진 아이돌 그룹의 대표 래퍼들이다.

위에 언급한 모든 래퍼와 노래들은 필자가 개인

적 취향으로 너무 좋아하고 즐기는 음악들이지

만 현재 한국과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랩

음악을 주도하는 스타일을 쉽게 만나볼 수 있

다. 다른 장르의 음악을 연주하지만 그들의 가

사가 담은 정서와 비판, 그들의 플로우가 내뿜

는 에너지, 그들이 선동하는 스테이지의 카리스

마를 사랑한다. 더 나아가 보로딘 오페라 <이고

르 공>, 베토벤 <운명 교향곡> 등 클래식 음악을

샘플링한 힙합 음악을 듣고 웅장한 관현악 배경

에 덧 입혀진 기계적 비트나 랩의 가사가 더 역

동적으로 어울리고 현대적 매력을 발산한다고

느끼며, 가사가 변혁의 요소가 될 또 다른 크로

스 오버 장르의 출현도 기대해 본다.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

다. 그리고 용기 있는 도전은 새로운 에너지를

샘솟게 한다. 그리고 에너지의 활력으로 젊음

을 다시 느낄 수 있다. 더 젊어지고자 하는 바람

으로 지나가는 2017년의 마지막을 랩 음악의

열정적 비트와 플로우를 타며 즐겨보는 것은

어떠한가? LET’S GET IT, YO!

제65권 제12호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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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INTRODUCTION

피아니스트 김현경은 음악연주학 박사(미

국 콜로라도-볼더 대학)로 이화여대, 명

지대, 세종대, 백석대, 숭실대, 동국대에

서 전공 및 서양음악사, 재즈음악사 등의

강의를 해왔다. 「김현경의 서양음악사 산

책」의 저자이며 Ewha Brillante Piano

Ensemble 및 Aspen Music M&C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hkkim1015@gmail.com

기획│사무국 solasys@ksce.or.kr

관련 동영상 및 음반

피아니스트 김현경 (Hyun K. Kim) YouTube Link:

https://www.youtube.com/channel/UCtzlwPW_

jOJqUEG5JZB21JA의 라이브러리, 재생 목록

Rap, Hip Hop & Fusion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QR코드로도 접속하실 수 있습니다.)

그림 5. 음반 믹싱 디제잉 (DJ Hypnotize and Baby Cee DJ'ing, 2007)

출처: www.flickr.com/photos/35284396@N00/439153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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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래퍼 비와이(Bew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