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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 2018 4 양희은 · 서경석입니다 행복을 찾는 사람들 IBK기업은행 인천원당지점 거래고객 농업회사법인새싹㈜ 김해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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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804.pdf · 이경재 씨를 찾아서 ‘남들과는다른 삶’이 대세다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2018

4양희은·서경석입니다

행복을 찾는 사람들

IBK기업은행 인천원당지점 거래고객

농업회사법인새싹㈜ 김해경 대표

Page 2: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804.pdf · 이경재 씨를 찾아서 ‘남들과는다른 삶’이 대세다

04 여성시대가족을찾아서1

의미와개성이넘치는 친환경작은결혼식

12 이달의 편지

엄마와여성시대외

72 행복을 찾는 사람들

농업회사법인새싹㈜김해경대표

80 여성시대가족을찾아서2

취향을파는그림가게

86 코너 속 편지

오겠지,올거야외

104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남녀의공격성

108 양희은의 스튜디오에서

귀한사람들

110 서경석의 스튜디오에서

무언가에‘적당히’빠져사는즐거움

112 위기의 부부들

배려와존중에남녀가따로없다

2018년 4월호contents

80

72

04

IBK기업은행 협찬의 월간 여성시대는 작지만 큰 감동을 전하고자 합니다. 매월 10일 IBK기업은행에서 무료로 배포하며, 이웃과 함께 보면 감동이 2배로 늘어납니다.

전국 주파수 안내(표준FM) ※ 전국 각 지역은 위 주파수대에서 MBC 라디오 청취가 가능합니다.

서울 95.9 부산 95.9 / 106.5 대구 96.5 광주 93.9 대전 92.5 / 91.3 전주 101.7 / 94.3 마산 98.9

춘천 92.3 / 88.9 청주 107.1 제주 97.9(견월악) / 97.1(삼매봉) 울산 97.5 강릉 96.3 진주 91.1 / 93.5 목포 89.1

여수 100.3 안동 100.1 원주 102.5 / 92.7 충주 96.1 삼척 101.5 / 93.1 포항 100.7 울진 102.7 울릉도 98.5

발행일 2018년 4월 10일 발행인 (주)문화방송 대표이사 최승호

등록번호 라 - 5413 진행 양희은, 서경석 프로듀서 김빛나, 윤성환

방송 MBC라디오 매일 아침 9:05~11:00 인터넷 주소 www.imbc.com

방송중 열린전화 02-368-1500 문의 02-789-3415 주소 (03925)서울시 마포구 성암로 267 MBC 라디오 여성시대

편집·제작 하나로애드컴(02-3443-8005) 표지 작가 이미경 월간지(비매품)

※ 본지는 한국도서윤리위원회 규정을 준수합니다.

Page 3: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804.pdf · 이경재 씨를 찾아서 ‘남들과는다른 삶’이 대세다

‘대지를위한바느질’

이경재씨를찾아서

‘남들과는다른삶’이대세다.이전세대는남들처럼을강조했다.

남들처럼대학을가고,남들처럼직장을잡고,남들처럼결혼해아

들딸낳고잘사는게목표였다.하지만젊은세대들은‘왜남들처럼

살아야돼?’라는질문을공공연히던진다.

일생일대한번뿐인결혼식만해도그렇다.궁궐같은결혼식장에

서화려한드레스와턱시도를입고,예식이끝나면똑같은식단의

뷔페식식당에서밥을먹는다.

그런데결혼식풍속도가달라지고있다.나에게맞는결혼식을찾

아바닷가에서,밀밭에서,야외공원에서개성있는예식을치르는

이들이늘고있다.허례허식을던져버린실속있는작은결혼식이

봄날들꽃처럼번지고있다.

‘대지를위한바느질’이경재대표는‘친환경작은결혼식’으로결혼

문화를바꾸고있다.

의미와 개성이 넘치는 친환경 작은 결혼식

글 | 성기애 (여성시대 작가)사진 | 송인혁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1 04 | 05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1

Page 4: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804.pdf · 이경재 씨를 찾아서 ‘남들과는다른 삶’이 대세다

친환경작은결혼식은결혼식

을하며발생하는쓰레기를최

대한줄이자는취지다.신부가

입는드레스는거의다합성섬

유로예식장에서딱한번입고

벗어놓고오는데보통다른신

부가3~4회정도입고나면버

려진다.합성섬유라땅에묻어도분해되지않고태우면유해물질이

발생한다.단몇시간을위해너무도많은자원이낭비되는셈이다.

친환경작은결혼식의출발은웨딩드레스였다.대학에서의상을

전공한이대표는졸업후방송사의상팀에몸을담기도했다.사회

초년생으로살던즈음건강에이상이생긴아버지와공기좋고물맑

은시골동네여행을자주했다.어린시절아버지와주말이면등산을

했던지라,자연을찾아나서는길은늘익숙했다.

아버지지인이살던강원도홍천의한마을을자주찾았는데그곳

에정부가농어촌지원사업으로지어준마을공동건물을관리해줄사

람을찾는다는말에서울생활을정리하고자연의품에안겼다.동

네어르신들의자잘한심부름도해드리고주말에펜션이된마을공

동건물을찾는사람들의뒤치다꺼리하는삶이지루하지않았다.

그러던어느날텔레비전에모교의교수님이방송에나와그린디

자인에대한설명을하는게눈에들어왔다.‘그린디자인?재미있겠

는데…’하는생각으로덜컥야간대학원에등록을했다.주중에서울

에와서공부를하고주말에는여전히펜션을지켰다.

수업은흥미진진했다.그린디자인의대가인윤호섭교수님이수업

중에비닐을한보따리들고오셔서학생들에게“이게옥수수전분으

로만든비닐입니다.땅에들어가면자연분해되는소재예요.이걸

로무엇을만들지다들고민해보세요”하며나누어주셨다.

땅을오염시키지않고분해돼서사라진다는그말이마음속에꼭

박혔다.얼마후옥수수전분으로만든원단이있다는걸알게되고

그원단을사서웨딩드레스를만들어보았다.수업시간에그걸들고

갔더니교수님은‘좋은생각이다.더많이만들어전시회를해보는

건어떠냐?’제안하셨다.

그길로몇달동안열네벌의드레스를만들어개인전을했다.반

응이뜨거웠다.전시가끝나고결혼을앞둔신부인데친환경웨딩드

레스를입고싶다는연락이왔다.SNS로전시회소식을들은몇사

람이웨딩드레스를만들어달라요청해오며이대표의손은바빠졌

다.그렇게입소문으로친환경소재의드레스를입고싶다는예비신

부들이늘었고,그수요를감당하기위해강원도생활을정리하고

서울로돌아와성북구에자리잡았다.

처음엔웨딩드레스만만들

었는데,어느신부가청첩장

이나다른것도친환경으로

07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1 06 |

Page 5: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804.pdf · 이경재 씨를 찾아서 ‘남들과는다른 삶’이 대세다

해보고싶다하여해초와과일껍질로만든종이에콩기름잉크를사

용한청첩장도만들었다.청첩장을만들고나니신부손에들려지는

부케도친환경으로만들어보자는욕심이생겼다.

줄기를자르지않고뿌리까지고스란히살려부케를만들어예식

후에다시심을수있는종류를찾아나섰다.여러꽃집을찾아다니

다가난과다육식물을이용한부케가탄생했다.꽃장식은화분으로

대체해결혼식이끝나고하객들이가져갈수있게했다.

예복,청첩장,부케가완비되고보니예식을올릴장소가마땅치

않았다.대부분의예식장에서는웨딩드레스대여와메이크업,음식

까지모두하는걸원칙으로하고있어예식장만빌리는건어렵다.

그때부터이대표의발은더바빠졌다.관공서를찾아다니고야외

에서결혼식을올릴만한곳을물색하기시작했다.그래서찾아낸곳

은서울시민청,성북아트센터,각관공서등이다.협조를요청하여

좀더다양한곳에서의예식이가능해졌다.

그런데이번엔음식이문제였다.출장뷔페의경우내용과맛에비

해가격이턱없이비쌌던것.이것도단숨에해결했다.

성북구에있는맛집을꿰고있던이대표는각음식점을찾아서맛

있는것들로구성된차림표를만들었다.갈비탕을잘하는집에서는

갈비탕을,국수를잘하는집에서는국수를가져온다.손이많이가

는전과나물,무침은동네할머니들께맡겼다.성북구에서치러지

는결혼식은이제동네잔치가되어가고있다.

‘대지를위한바느질’사옥은결혼식장소로도사용되고있다.넓은

뜨락과탁트인하늘이보이고코앞에성곽길이멋들어지게자리하

고있다.

이제까지이대표의손을거쳐진행된결혼식은500건이넘는다.

이효리·이상순부부의제주도결혼식도그의기획과제작이었다.

신부를돋보이게해주는웨딩드레스도계속진화중이다.

“처음엔옥수수전분으로만든섬유를사용했는데요즘은쐐기풀과

한지로만든섬유를사용하고있어요.내구성이좋아일반옷감과

다를바가없어요.그리고웨딩드레스길이를짧게만들어예식중

에는그위에긴치마를덧입고예식이끝나면원피스로입을수있

게했죠.평상복으로입을수있어요.”

자연에해를끼치지않으면서개성을살리는친환경작은결혼식

이하나의문화로정착되는것이이대표의꿈이기도하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1 08 |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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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거짓말이었다며 봄은 달아나 버렸다’는

일본의 시가 있습니다.

봄은 왔나 싶으면 어느새 빠르게 달아나 버리곤 하지요.

언제 달아날지 모르는 봄을 마음껏 즐겨야 하는 때기도 합니다.

4월의 여성시대 우체통은 ‘신춘편지’로 차고 넘쳤습니다.

매년 열리는 여성시대 글 잔치는 해가 거듭될수록

더욱 큰 감동을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날아드는 편지가 여성시대 방에 가득 찼습니다.

진심을 담아 정성스럽게 쓰고, 조심스럽게 부쳤을 편지를 받으며

한 통 한 통 소중하게 읽어 내려갔습니다.

다음 달 월간 여성시대에서는

신춘편지쇼 수상작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신춘편지쇼가 열리는 기간에는

일반편지가 좀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순정한 밀도는 일반편지나 신춘편지나 같습니다.

4월의 이달의 편지는 아래쪽부터 밀고 올라오는

꽃소식처럼 환하고 다채롭습니다.

봄의 한복판인 4월,

여성시대 가족 모두 화사한 날들 보내셔요.

일러스트 | 이경선

[email protected]

12 엄마와여성시대

15 새학기맞는풍경

19 장롱버리던날의소회

22 딸기농사4년차

26 보람찬경비원생활

29 돈찾아가세요

31 두부세모와세뱃돈가방

33송아지출산기

36 무명가수의슬픈사연

40 냉장고지도

42 다이어트회원들

46 아빠와함께출근을

48 35년지기들과리마인드웨딩

52 28년만의매니큐어

56 그때그고민들,

이제와돌아보니

59 아버지와나의라디오사랑

62 아빠의이름을불러주세요

편지이달의

이달의 편지 10 | 11

Page 7: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804.pdf · 이경재 씨를 찾아서 ‘남들과는다른 삶’이 대세다

저는올해중학교1학년이되는이다연입니다.제가학교에있

는시간동안엄마의생활이궁금했습니다.저는엄마를항

상잘웃으시고,요리도잘하시고,어떤일이생겨도흔들림없는분

으로만생각하고있었습니다.

겨울방학이시작되자엄마께서저에게부탁하셨죠.9시부터11시

까지는엄마혼자만의시간을달라고요.예전부터육아에신경쓰느

라한시도편하게쉬시는것을본적이거의없었습니다.그런데엄

마혼자만의시간을달라고하시니조금당황스럽기도하고의아했

습니다.

그래서엄마께서9시부터11시까지무얼하시는지살펴보았습니

다.엄마는‘여성시대’라는라디오프로그램을듣고계셨습니다.처

이다연

경기도 오산시 운암로

엄마와여성시대

Letter 1음에는그냥라디오프로그램을들으시는거라고만생각했는데,찬

찬히살펴보니엄마의표정이달랐습니다.

늘웃고만계셨던엄마의표정이두시간동안듣는라디오프로그

램하나에수십가지표정으로바뀌는것만같았죠.그리고그표정

에엄마의힘듦이보였습니다.

그래서그날저녁,엄마께“요즘걱정이있냐?”고여쭤보았습니

다.그러자엄마께서는“걱정이야뭐늘있는거아니겠어?”라고아

무렇지도않게얘기하셨습니다.

그런데그말씀이저에게는큰반성으로다가왔습니다.늘행복해

서웃음을지으시는줄알았는데,엄마는“힘들때마다힘들다,힘

들다하면더힘들어져서억지로라도웃는거야”하셨습니다.

제가엄마를힘들게한건아닐까생각했습니다.그런데엄마는

“그래도나는너희들이있어서살맛이난다”라고해주셨어요.

사실저도엄마가도와주셔서학교생활하면서친구들과잘지낼

수있었고,엄마는학교와관련된영화나드라마를같이시청해주

면서현실적인조언을많이해주셨습니다.그덕분에고학년이될수

록자신감과내공으로무엇이든해결해나갈수있는능력이생긴것

같습니다.

이번에초등학교2학년이되는다섯살차이나는동생때문에아

직육아에만전념하는엄마를보면항상고마운마음이크지만,이

제는저희자매가알아서잘하고있으니,걱정좀덜어놓고건강에

만신경쓰셨으면좋겠어요.

엄마!중학교에가서도지금처럼모든일에최선을다하는다연이

가되도록더잘할게요.항상저희를믿고응원해주셔서감사합니

다.

이달의 편지 12 | 13이달의 편지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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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저희엄마를행복하게만들어주시는여성시대,감사합니

다!

친구들에게도하고싶은말이있어요.

“연극준비로한창바쁜친구들아!내가쓴희곡에적극적으로협

조해줘서정말고맙고,이한별선생님,사랑합니다.참,아빠,너무

엄마얘기만해서미안해요,사랑해요!”

저는올해로마흔둘,경력15년차의초등학교교사입니다.오

늘은학기가시작되기전초등학교만의특별한하루일상을

여성시대애청자분들께소개해드리려고합니다.

꿀잠을잤다.2~3분꼼지락거리다아쉬움을털어내듯이불을걷

어내고일어났다.나와는달리봄방학중인두딸을깨워함께아침

을먹고서둘러출근준비를했다.

“나는방학인데엄마네는왜방학아니야?안가면안돼?잉~”

초등학교3학년작은딸이투덜대며품을파고든다.그렇지만오

늘은내게아주중요한날이므로허리를약간숙여입내밀고선딸

아이와눈높이를맞춰말한다.

애청자

새 학기 맞는 풍경

Letter 2

이달의 편지 14 | 15이달의 편지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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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오늘드디어뽑기하러간다.떨린다.아으…”

그렇다.나는오늘중요한뽑기를하러출근한다.1년동안내품

안에둘아이들을뽑으러가는바로그날이다.매년맞는날이지만

또매년,아니갈수록떨린다.

회의실에전학년선생님들이다모였다.1년동안맡을업무와학

년까지는이미다정해진상태라학년별로옹기종이모여앉았다.

얼마후교무부장님과교감선생님께서들어오신다.역시나교무부

장님손에는하얀봉투가수북이들렸다.

“선생님들어젯밤에좋은꿈꾸셨습니까?사실어떤아이들을만

나도다열심히성심껏지도해주실것을저는믿습니다.”

교감선생님은늘말씀이장황하시다.죄송하지만오늘은더귀에

잘들어오지않는다.교감선생님말씀을뒤로하고드디어교무부장

님의멘트가이어진다.

“자,각학년부장님들나오셔서학년별반봉투받아가주세요.

봉투안은절대먼저열어보면안되는거아시죠?그럴일없을걸

알지만노파심에한번더말씀드립니다.반이다정해지면학년부

장님들이정리하셔서저한테제출해주세요.”

학년부장인나는우리학년을대표해서교무부장님께로가똑같

은모양의봉투4개를받아들고우리학년자리로돌아왔다.봉투

안에는선생님들이미리배정해놓은가,나,다,라반아이들의명

단이한장씩들어있다.

가져온네장의봉투를책상가운데내려놓고나는마치게임을하

듯봉투자리를이리저리바꾸어놓았다.그리고는“자선생님들,

뽑으시지요”하며양팔을뻗어보였다.그러자우리학년제일막내

선생님이말한다.

“부장님,찬물도위아래가있지요.부장님먼저뽑으셔야죠.”

떨리는손길로봉투하나를집었다.봉투안에종이를살짝빼고

마치타짜가마지막패를확인하듯가자미눈을하고접힌종이를슬

며시편다.‘나반당첨!’이제운명은정해졌다.주사위가던져진정

도가아니라떨어져서멈춰섰다.나는올해‘나반’으로배정받은스

물여덟명아이들의엄마로지지고볶으며1년을보내게될것이다.

3일이내에모든아이의이름과얼굴을매칭해서외울것!이것이

나의학기초미션인만큼입에익숙하도록아이들이름을여러번

읽어보았다.다른선생님들도받아든명단을보며“올해는여학생

이많네,남학생이많네”하며이야기가한창인데면면이다발그레

하니상기된표정들이시다.

이달의 편지 16 |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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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별로뽑은반을정리해서교무부장님께적어드리고우리는

모두각자교실로올라왔다.이제부터다들더바빠질것이다.교무

실에서는2월말쯤가,나,다,라반이각각몇반인지공지하고아

이들은본인이배정받은반으로3월2일등교하게된다.아마지금

쯤이제나저제나그날이오기만기다리는아이들도많을것이다.

나도이제할일이엄청많다.교실청소는기본이고우선아이들

이름을더자세히들여다보고외울것이고,교실환경도다손봐야

한다.예쁜환영문구도만들어붙여야하고이름표도여러개만들

어두어야개학날쓸수있다.

특별히며칠동안아이돌그룹에대해공부도좀해볼까한다.그

그룹이다그그룹같고,당최구분이안되지만아이들하고더많이

대화하려면이런노력도필요하다.

지난1월,1년동안함께했던아이들과헤어지며아쉬움에눈물을

흘렸었는데,이설렘은또무언가.

퇴근하고온내게둘째가또다다다다~뛰어온다.

“엄마,어느반뽑았어?”

“그건일급비밀인데.대통령이오셔도엄마는말못해.”

“에이~우리학교도아닌데뭐….”

입을삐죽거리며돌아서는딸아이볼을한번쓰다듬고화장대앞

에가방을놓고나가려는데거울속에내가보인다.마흔둘.아무리

봐도안예쁘다.‘아이들도예쁜선생님좋아할텐데’라는생각이잠

깐들었다가엄지와검지로입꼬리를쓱올리며웃어본다.

“내미소하나는어디다내놔도안빠지잖아.미모안되면,미소

로밀어붙여.파이팅!”

올한해도나는28명아이덕분에행복할예정이다.

“아휴,저골동품같은장롱을아직쓰고있어?”

방문하는사람마다한마디씩하곤했다.

분양받은새아파트에입주할때도새집에는어울리지않는다는

주위의만류가있었지만,혼수용으로장만해온장롱을버리지않

았다.가전제품도더수리할수없을지경이되어야만교체를하

던나였는데,나이를먹다보니그런것들이조금씩구차하게여

겨졌다.

그리고어느날부턴가25년이상을떡하니안방을점령하고있

는구닥다리장롱이눈에거슬리기시작했다.색깔도어두운밤색

이라칙칙하고,아이들이어릴때보행기를타면서여기저기찍힌

흔적이선명한데다가손잡이마저온전치않았지만,장롱으로서

전미정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봉영로

장롱 버리던 날의 소회

Letter 3

이달의 편지 18 | 19이달의 편지 18 |

Page 11: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804.pdf · 이경재 씨를 찾아서 ‘남들과는다른 삶’이 대세다

기능은충분했기에그냥두고썼는데방문하는사람마다지청구를

줘서새봄을맞이하는기분으로장롱속을모두비워내고폐기물

스티커를붙여서내다놓았다.

새장롱을주문해놓고산더미처럼쌓여있는물건들을정리하면

서,유행이지났지만,나중에혹시또입을까싶어쟁여놓았던옷

들을정리했다.막상버리자니또다시아까운생각이들어서입어

도봤지만,어깨에뽕이심하게들어가서거울속에비친내모습

이마치갑옷입은투사처럼우스꽝스러워미련없이버리기로했

다.

그렇게버릴옷가지들을하나씩추려내다보니옷더미속에서

조그만파우치하나가나왔다.

“어?이게뭐지?”

혹시남편의비자금이라도들었나하는마음에잽싸게열어보았

더니조그맣고빨간뿔도장이빼꼼히고개를내밀었다.

“아,이도장이여기있었네.”

빨간도장의출현으로바쁜손놀림은일시정지.순간이동으로

타임머신을타고초등학교6학년시절로추억여행을떠났다.그

도장은중학교입학원서를쓰기위해학교에서단체로맞춘것이

었는데,난생처음으로내이름석자가새겨진빨간도장을받고

어린마음에얼마나기뻤는지모른다.

그러나그기쁨은잠시였다,설레는마음으로꾹눌러찍어본

도장엔마지막내이름‘정’이‘경’으로잘못새겨져있었다.선생님

께말씀드렸더니“원서접수가얼마안남아서어쩔수가없구나.

그냥찍어라”하셨는데그때속상하고안타까웠던마음은이루다

말할수가없다.

이후성인이되어더좋은도장을여러개갖게되었지만난그

빨간도장을처음받았을때의기쁨과감격을잊을수가없어서비

록쓸모가없어진도장이지만차마버리지못하고장롱속에보관

하고있었다.

버릴옷들을모두분류하고나니이번엔장롱깊숙한곳에있던

추억상자두개가드러났다.중학생때친구들과다투고주고받

았던딱지모양으로접은쪽지부터국군아저씨,선생님,미지의

남학생에게서온편지랑크리스마스카드까지….여러번이사하

면서도40년이상고이간직하고있던상자속을뒤적이니‘맞아.

그때그랬었지’하면서바로어제일인양,선명하게떠오르는기

억의조각들이퍼즐맞추기를하고있었다.

리본모양의쪽지를펼쳐보다가“우리수업마치면냇가에머리

감으러가자”는내용을읽고웃음이터지기도했다.중학생때별

중요한내용도아닌것을수업시간에옆친구에게전달,또전달

하다가선생님께걸려혼쭐이났던기억이함께떠올랐기때문이

다.

아울러한여름에시냇물이흐르는방향으로머리를대고있으면

한번에시원하게머리를감을수있었던고향시냇가의추억도한

꺼번에떠올라서잠시감상에젖게만들었다.

이런저런상념에빠져있을때창밖에서쿵.쾅.쿵.쾅.망치로

무언가부수는요란한소리가들려서급히베란다로달려가보니,

폐기물수거하는아저씨들에의해우리장롱이하나씩해체되고

있었다.오랜세월동고동락하면서우리가족의역사가고스란히

배어있던혼수용장롱은그렇게추억만남겨놓고산산이부서진

채트럭에널브러져쓸쓸하게아파트단지를떠나갔다.

이달의 편지 20 | 21

Page 12: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804.pdf · 이경재 씨를 찾아서 ‘남들과는다른 삶’이 대세다

자동차업계근무18년,제과점운영13년,경남밀양시삼랑

진읍광천마을에귀농하여딸기농사4년차.저의직업은

참으로변화무쌍했습니다.늘새로운일에도전하고픈모험심탓이

랄까요!남들이보기엔삶이고달팠다고생각할지모르겠으나그렇

지만은않습니다.

삶에지친장년층이은퇴해꿈꾸는최고의로망이시골에서텃밭

가꾸며조용한삶을살아가는것이라고하지요.그런데대부분3년

정도살다보면풀과의전쟁으로힘들어역귀농이80%를넘는다는

기사를언뜻본것도같습니다.

우연히친지와함께방문한시골에서막연하게그냥행복이있을

거란기대감에삼겹살구워먹는로망이실현되는건아닐까가슴이

서성길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딸기 농사 4년 차

Letter 4설레었습니다.초겨울모닥불에포일에싼고구마를구우며쌀쌀한

공기에양볼이데워져있을즈음깜깜하던하늘의별들이쏟아지는

풍경을보며귀농을결심했습니다.

어설픈저의귀농은집짓기로부터시작됐습니다.뜨거운날씨에

무지하게땀을흘렸지요.직접지은집은6개월만에완성됐지만,

예산을150%초과하는바람에아내의눈살을찌푸리게했습니다.

같은직장에다니며1년간일방적으로쫓아다니며애걸복걸해결

혼한아내는저에겐항상든든한조력자이며응원군입니다.30년을

살아오며한번도제가하고자하는일에반대하거나잔소리하지않고

묵묵히뒤에서바라보아주고저질러진일을수습해주는아내죠.

13년간힘들게자리잡은제과점을접고연고도없는시골로귀농

하겠다고하니집사람은어처구니없는표정이었습니다.지금도결

혼전과똑같은40kg의몸무게를유지하는아내는힘든농사일을

저보다도더잘해내며농촌의들판을날아다닙니다.

집짓는6개월동안틈만나면마을에내려가넉살좋게밥한끼

얻어먹으며생활한덕에이사도하기전에마을청년회회원이되어

여름휴가도같이보내고,정월대보름달집태우기,풍물놀이도같이

하며어느새마을주민이되어있었습니다.

이장님과마을주민들의도움으로딸기농사를시작했습니다.딸

기하우스6동을짓고필요한농기계와트럭도사고텃밭도가꾸고

작목반에가입하여야간에는집사람과같이농업기술센터에서주관

하는딸기대학을수강하고,해보지않은삽질에힘이들었는지대상

포진도왔지요.첫해의딸기농사는동네분들농사짓는것보고따

라가며모르는것을하도많이여쭈어보아제별명이‘그만물어라’가

될정도였습니다.

이달의 편지 22 | 23이달의 편지 22 |

Page 13: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804.pdf · 이경재 씨를 찾아서 ‘남들과는다른 삶’이 대세다

그런데이렇게시작한딸기농사가첫해에대박이났습니다.끝도

없이쏟아지는딸기에모든투자비를제하고수익이꽤많이났으니

주변분들이그비결이뭔지궁금해한번씩농장을둘러보고가십니

다.모두가동네분들의도움덕분입니다.

또한,밀양시의도움도컸습니다.농업기술센터농업지원과의도

움으로농사시작전멘토&멘티프로그램을주선해주어낮에는동

네딸기농가에서일을배우고,저녁에는집사람과딸기대학에함께

다니고,시간이되면작목반딸기농가에들러실습을겸해딸기도

따드리고잡일을도우며경험을쌓았습니다.농촌지원사업으로관

리기,개별포토,자동개폐기까지시의보조를받았습니다.정착에

도움을주신담당공무원여러분에게도이자리를빌려감사말씀을

드립니다.

올해딸기농사4년차.저의귀농은많은것을바꾸어놓았습니

다.아직초보지만농사꾼이되어가고있는것을느낍니다.4년내

내하루도거르지않고농가경영기록장인‘농정일보’와일기를쓰며

기록사진도찍었습니다.매년농사자료를비교해데이터를분석하

며문제점을찾고딸기농가들이서로농사짓는일을의논하고경험

도나누는SNS상의모임도만들어정보도공유합니다.농사정보는

동네분들과의견을나누며검증도하지요.올해는동네세농가와

같이농축산부에서주관하는농산물우수관리인증서(GAP)도획득

했습니다.

제가우리마을에처음왔을때스마트폰을보유하신분이극소수

였지만지금은80%가보유하고,경쟁적으로비싼자전거를사서낙

동강을바라보며페달을밟는자전거하이킹,전국의유명한산을

찾아다니는등산모임,도시에서해보기어려웠던관광버스유람,농

번기와농한기가서로같아어울려해외여행과배낭여행을하고있

습니다.

저의귀농을스스로평가하면‘행복’그자체입니다.정착할때까지

땀도많이흘리며고생도했지만,나이들어동네분들과먹거리나

누고,오순도순같은취미생활을즐기며욕심없이늙어가는저의

미래에만족하며살아가렵니다.

그렇게10년후쯤,농정일보와일기장을참조하며미래의젊은세

대들이농촌에정착하는데도움될수있는책한권써서정보를제

공할수있다면제가받은고마움을보답할수있으리라여깁니다.

그게꿈이기도하고요.참고로우리마을청년회평균연령은65세

입니다.

끝으로“여보,고맙고사랑합니다.”

이달의 편지 24 | 25

Page 14: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804.pdf · 이경재 씨를 찾아서 ‘남들과는다른 삶’이 대세다

저는13년전에갑작스레폐암3기라는진단과3개월시한부

선고를받고할말을잊었지요.중증이라수술도할수없

었지만,하늘의도움과가족의헌신으로기적적으로3년만에병

을고쳤습니다.

항암후유증으로몸은야위었고,심신이약해졌으나,3년동안

가정경제를책임지며남편병수발하느라얼굴이수척해진아내를

볼때마다미안하고죄스러워,저는아파트경비직일자리를구했

습니다.

당시어느아파트경비원이주민에게폭행을당해서자살이라는

극단적인선택을한보도가있어망설여졌으나,‘열심히하면되겠

지’생각하며일을시작했지요.막상근무해보니,저희아파트경

김인태

경남 김해시 내외로

보람찬 경비원 생활

Letter 5우에는경비원과주민과의마찰은느낄수없었습니다.

79세송할머니께서는시장다녀오실때마다커피를사서식을

까봐고이품고오셔서경비실에두고가십니다.301동어머니는

재활용분리수거하는날은힘들다고까만비닐봉지에라면한봉과

일회용커피한봉,대봉감과라면먹을때는김치가최고라며묵은

김치한쪽을넣어주십니다.시장갔다오면서귤한개라도경비실

에주고가시는분들이많습니다.주민들께서경비실에베푸는사

랑을지면에다적을수가없네요.

그중에서가장기쁜일은유치원생과초등학생들이아침,저녁으

로경비실문앞에서예쁘게인사하는모습입니다.정말귀엽고너

무나도사랑스럽습니다.인사를받을때마다어린천사들에게꼭

빚을지는느낌이들어지난크리스마스에는어린학생들집에예

쁜크리스마스카드를넣어두었습니다.

그랬더니학생들보다어머니들이더좋아하시네요.어떤어머니

는“내가고등학생때크리스마스카드를받아보고는구경도못했

는데,경비아저씨덕분에카드를구경하니옛날생각이나고코끝

이찡했어요”하시며,감기들면안된다고홍삼음료를주셨습니

다.

유치원생태원이는서툰글로아저씨건강하시라고연하장을보

냈네요.

이렇게주민들에게사랑을받아도되나싶어서더열심히근무하

던중,생각지도않았던일이벌어졌습니다.

새벽4시30분에출근하여아파트정문사무실에출근도장을찍

으려고차를세우는데,갑자기차가후진하더니주민이세워둔외

제차를들이박았습니다.차를세워두면서사이드브레이크를정

이달의 편지 26 | 27이달의 편지 26 |

Page 15: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804.pdf · 이경재 씨를 찾아서 ‘남들과는다른 삶’이 대세다

확하게당기지않아생긴사고였습니다.외제차라수리비견적이

840만원나왔고,제차도95만원의견적이나왔지요.피해주민

에게정중히사과하고보험으로처리해서마무리했습니다.

한달쯤지났을때,피해주민이만나자고연락이왔습니다.무

슨일인가만났더니,사고를내고나면3년동안보험료가추가되

니더나오는보험료를부담하겠다는것이었습니다.고맙기도하지

만,당황해서극구사양했습니다.그런데도3년동안기존보험료

에서추가되는50만원을입금해주시며,힘들어도열심히근무하

라고격려까지하셨습니다.‘각박한요즘세상에이렇게좋은분이

있구나’생각하니더열심히일하게됩니다.310동의조사장님,

고맙습니다.

간간이언론에주민과경비원의불미스러운마찰이보도되곤하

는데,그럴때마다우리아파트는다른세상의아파트같습니다.

올해부터시급이올라서인원을감축하고근무시간을단축하는

일이곳곳에서일어나고있는데도,우리아파트는주민들의사랑으

로한명도인원을감축하지않고일하게되었습니다.

저는오늘도새벽4시에출근합니다.항상따뜻한김해도지난겨

울에는영하10도를가리키는세찬바람이불었지만,저는기분좋

게출근합니다.전국의아파트들이우리아파트처럼사랑과정이

넘치는터전이되기를간절히소원합니다.

나이많고부족함이많은저희를친정아버지처럼대해주는주민

들께다시금감사드리며,맡은분야에서더열심히근무할것을다

짐해봅니다.

저는충북제천장락동에서자그마한막국수가게를7년째하

고있습니다.

지난설명절다음날,가게에다녀가신손님중에한분이자그마

한비닐쇼핑백을놓고가셨습니다.가게를하다보면손님이물건

을두고가는것은흔히있는일이고,저희는잘보관하고있다가연

락이오거나직접찾으러오시면드립니다.물론멀리계신분은택

배로보내드린적도있고요.그게당연한도리니까요.

그비닐쇼핑백엔찌개용두부세모와어린여자아이용손지갑이

들어있었습니다.무심코연락처라도찾을겸아이지갑을열어보니

낙서한종이와함께세뱃돈일것같은돈이제법들어있었습니다.

그래서찾으러오거나연락을하겠지했는데며칠이지나도아무런

이호경

충북 제천시 동현동

돈 찾아가세요

Letter 6

이달의 편지 28 | 29이달의 편지 28 |

Page 16: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804.pdf · 이경재 씨를 찾아서 ‘남들과는다른 삶’이 대세다

연락이없어고민하던중,이렇게여성시대에몇자적어봅니다

여성시대는제가아침마다시장보고출근하면서듣는국민방송

이잖습니까!세뱃돈받은거잃어버린어린이마음,옆에서더속상

해하셨을부모님을생각하며,제가찾아드릴수있는최선의방법인

것같아희은누님과경석아우님의힘을빌립니다.꼭찾아드리고

싶습니다.

설다음날제천장락동의막국수가게에오셨다가신손님중에이

런일아는분은꼭연락해주셔서세뱃돈돌려줄수있길바랍니다.

참고로두부는유통기한이있어서제가맛있게먹었습니다.죄송합

니다.

저희가게는충북제천장락동에위치한용천막국수장락직영점입

니다.연락처여성시대에남겨둘테니연락해주십시오.

막국수집에서잃어버린두부세모와아이의세뱃돈가방을

찾게도와주신막국수집사장님과여성시대에감사의말씀

을전합니다.

저는현재대구에살고설날을맞아고향인제천에가게되었습니

다.대구로떠나기직전장락동막국수집에서식사를하게되었지

요.식사도중딸아이가화장실이급하다하여정신없이딸아이와

화장실에다녀오고나서얼떨결에결국두부와세뱃돈가방을놓고

나오게되었습니다.

6살딸아이가설날내내그세뱃돈가방을가슴에꼭안고다니

며,아무도못열어보게했던소중한가방이었어요.

대구집에와서두부와아이가방이없어진걸알고온짐을뒤집

두부 세 모와 세뱃돈 가방

김애림

대구광역시 달서구 상화로

Letter 7

이달의 편지 30 | 31이달의 편지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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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흔들고난리를쳐봐도나오지않더라고요.

혹시나해서막국수집전화번호를찾아전화했는데가방이없다

고하더라고요.알고보니,전화한곳은본점이고,제가간곳은2

호점이었네요.

이미제손을떠나버린두부와세뱃돈은영영찾을수없을거라

고체념하고돌아오지않을비닐쇼핑백을마음속에서비우려는찰

나에막국수집사장님께전화가왔습니다.

통화도중알게된사실인데주인을찾아주려고며칠동안200명

이넘는손님전화번호를출력해서일일이전화와문자를보내면서

주인을계속찾고계셨더라고요.그리고제가임신했을때부터자

주듣던여성시대에주인을찾는다고사연을올리셨다니더영광이

었습니다.

주인을찾고저보다더기뻐하시는사장님목소리에더감동하였

고,딸아이가사장님과통화한내용을옆에서듣고세뱃돈찾았다

고폴짝폴짝뛰며어찌나좋아하던지.정말감사합니다.

그리고두부세모는모기업두부연구원인친구에게선물받은

건데요.그귀한두부도같이잃어버려서누군가유통기한안에맛

있게먹기를바랐는데,정말정말다행이에요.

이런각박한세상에아이의동심을지켜준마음따뜻하고너무좋

으신사장님께정말감사합니다.사장님의따뜻한마음에벌써제

마음엔봄이왔습니다.다음번에찾아뵙고꼭인사드리러가겠습니

다.다시한번너무감사합니다.

사장님최고!여성시대최고!

한열흘전쯤,남편이축사에있는소들에게먹이를주고오더

니2월2일이출산예정일인소가아무래도좀더일찍새끼

를낳을것같다고해서겁이덜컥났다.일기예보상날씨가너무

추웠기때문이다.까딱하다간송아지가얼어죽는것을이웃축사에

서여러번보아서다.제발날이좀풀리면그때낳기를바랐다.

그날부터우린비상이었다.아침밥주면서한번,낮1시에또한

번,저녁밥줄때,밤10시에,그리고새벽3시.이렇게하루5번씩

살피기를6일째.

그러던지난1월27일,그날은날이계속춥다가조금풀린날이

다.오후4시부터소는산기가시작돼서오후7시30분쯤양수가

터졌다.초산이라엄청힘들어했다.소가힘을줄때마다나도덩달

송아지 출산기

사희분

세종시 연동면 새말다복동길

Letter 8

이달의 편지 32 | 33이달의 편지 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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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힘을주게됐다.1시간이지나도송아지앞발이안보인다.보통

송아지들은이정도가되면앞발이보여서끈으로묶어잡아당기면

되는데얘는안그렇다.

남편은아무래도난산이라손을써야겠다면서뿔을쇠파이프에묶

고얇은비닐로된어깨까지오는긴장갑을끼고손을집어넣어어

미배속에있는앞발을찾아서한쪽을묶더니날보고꼭잡고있으

란다.그리곤다른한쪽도묶어서둘이같이잡아당겼다.

“하나,둘,셋,영차~영차~영차~.”

아무리힘을모아당겨도발만조금나올뿐머리가나오질않아

겁이나고가슴은두근두근.어미소가괴성을지르더니털썩주저

앉는다.일어나라고엉덩짝을두들겨도꼼짝않는다.

“난감하네난감하네.”

정말난감했다.송아지발목이나온것이어미소무게로인해부

러질것같아더애가탔다.할수없이쇠파이프에묶은끈을풀어

서살살달래가며일으켜세운다음,다시묶고“영차~영차~”여

러번당겨서겨우새생명을밤9시가넘은시간에탄생시켰다.

밤이라날이더욱추워져서송아지를얼른안아다가축사컨테이

너방으로가려니미끄덩거려안을수가없다.사료포대로돌돌말

아남편이랑둘이옮겨서는수건으로물기를닦고난로곁에서말렸

다.

그리고다음날,하룻밤을보내고아침에어미소와상봉시키니세

상에나어미소가핥아주기는커녕송아지가젖을물려고하면발로

뻥뻥지새끼를찬다.또난감하다.화가난걸까?너무힘들어서일

까?아파서그런가?물어봐도답이없다.

송아지는“음매~음매~”엄마를찾고,젖을달라는데어미소는

발로차대니여러번시도끝에도저히안돼서할수없이가축약국

수의사와상담한후진정제주사약을사다가놓고,조금있다초유

를먹였다.

여태이런적이한번도없었다.또새로운경험을했다.오늘로

어미소가출산한지4일째인데,아직도하루한번씩주사를맞는

다.송아지는아주건강하고똘망똘망하다.남편이우리에들어가면

졸졸따라다니는것이아주귀엽고,예쁘다.

이달의 편지 34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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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2년전,33년간근무하던공직에서퇴직하고지금은소

일거리로근처농원에서잔디보수일을하며삽니다.저는

오늘아들과함께밴드활동을하다가불의의사고로33살짧은생을

마감한‘김신영’이란무명가수의사연을들려드리고자합니다.

저도70년대초반고교시절을보낸사람으로기타를못치면간

첩이란말을들을정도로누구나기타를치던시대였습니다.저도

지금의아내를만났을때어설픈기타실력으로엘비스프레슬리가

부른‘lovemetender’라는곡을쳐서아내의마음을사로잡았죠.결

혼후,아이들이태어나중학교에갈때까지도대단한연주자인양

한번씩기타를꺼내노래를불렀던기억이납니다.

그리곤직장일에파묻혀기타에대해선거의잊고살았는데아들

전동민

부산광역시 금정구 남산동

무명가수의슬픈 사연

Letter 9이고등학생이됐을때어느날아들의친구가지나가는말로아들이

밴드를만들어서교내행사때공연을했다는얘기를해서들었습니

다.그래서기타는왜배웠냐고하니까아버지가치는모습을보고

배웠다네요.그러니할말은없었습니다만,그때부터공부는하지

않고기타를메고친구들과어울려다니는아들이영맘에들지않았

습니다.2학년때에는비틀스처럼친구들과같이자퇴를하고본격

적으로밴드활동을하겠다고해서난리가난적도있었지요.

다행히저희의반협박에가까운간청으로아들은고등학교를졸업

하고부산에있는모대학에들어갔습니다.저희는‘아들이음악을

하지않았으면’했지만아들은대학에가서도음악하는친구들을계

속만났고그런아들의친구들을별로좋아하지않았습니다.‘찰리

브라운’이라는그럴듯한밴드이름도만들고당시록밴드를하는친

구들처럼아들이징박힌옷에머리를노랗게물들이고다닐땐정말

남들보기민망할정도였습니다.

제가아들의친구인‘신영’이를알게된건그무렵,지금으로부터

약5년전입니다.어느날,우리집에놀러왔는데아들이후배로소

개하더라고요.그래서음악하는친구라곤생각하지않았고그저조

금마르고인상이선한후배로생각했습니다.

아들의친구들은음악하는사람들의로망인서울홍대까지진출

했고그때신영이는여자친구를사귄모양입니다.그여자친구가덜

컥임신하면서앞으로태어날아기를위해좋아하던음악활동을접

고돈벌이를위해서울로갔다더군요.그렇게밴드가자연스럽게깨

지면서아들은일본동경에있는기타만드는학교로유학을갔습니

다.

그렇게시간이흘러지난해4월어느날갑자기아들로부터전화

이달의 편지 36 | 37이달의 편지 36 |

Page 20: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804.pdf · 이경재 씨를 찾아서 ‘남들과는다른 삶’이 대세다

가왔습니다.친구신영이가죽었다고요.비보를들은아들은일본

에서장례를치르기위해바로서울로온다했습니다.왜갑자기죽

었냐고물으니,신영이는서울로올라와처자식을위해인터넷설치

기사일을했는데그날도오토바이를타고고객집으로가다가음주

상태에서과속질주한차량에받혔다고했습니다.그리곤중환자실

에서치료받다가4월1일만우절에거짓말처럼사망했다는군요.그

때신영이나이가33살이었습니다.

33살의젊은친구가2살된아들과아내를위해그토록하고싶

어하던음악을포기하고눈이오나비가오나,매일그낯선서울거

리에오토바이를타고다니며인터넷설치작업을하다허무하게세

상을떠났다고하니,내자식은아니지만,가슴이너무아팠습니다.

신영이는가수의꿈을포기하지않았답니다.종일설치작업을하고

난뒤밤늦게까지작곡을하고,언젠가돈이모이면자기가작곡한

곡으로음반을내고싶어했다네요.그런데그꿈을이루지못하고

떠난것입니다.

그런데지난달,제아들앞으로온택배에신영이가만든음악CD

가담겨있었습니다.5곡이담겨있는데,개봉도하지않은새것이

었지요.다음날집에온아들과함께CD를틀어보니거기엔아들과

신영이가함께녹음한곡도있고,대개는돈이없다보니그냥휴대

폰이나컴퓨터를이용해서녹음한것들이었습니다.

혼자조용히그친구의노래를들으면서내아들도,그친구도모

두내가생각한것처럼그냥헛바람이들어서기타를메고다닌게

아니라는걸알게됐습니다.끝까지그음악을들으면서30대초반

나이에어린자식과아내를위해오토바이를타고고객의집을찾아

다니던그친구의고단한삶도보이는것같았습니다.그친구의부

모도생각했습니다.자식의목소리에얼마나더많이그리우셨을까

요?

이음반이어떻게나오게됐는지알아보니,신영이의아내가남편

의꿈을이뤄주기위해인터넷에사연을올려모금을했고그모금으

로음반이만들어지게됐다고합니다.남편의꿈을이루기위해애

쓰는그모습을보면서‘나는신영이를위해무얼해줄까?’고민하다

가문득방송으로이친구의사연을알려야겠다생각했습니다.

신영이의노래가방송을탄다면그여운이커져신영이가사는저

천국에까지전해지지않을까요?끝으로신영이의음반에실려있는

기타를안고환하게웃는그친구의사진을한번더봅니다.그리고

이말을전하고싶네요.여기,한사람의팬이더생겼으니기뻐하라

고말입니다.

이달의 편지 38 | 39

Page 21: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804.pdf · 이경재 씨를 찾아서 ‘남들과는다른 삶’이 대세다

음식물쓰레기줄이기를실천하는모임에2주마다참여하고있

다.음식물쓰레기를줄이기위해어떤실천을했는지서로

얘기나누고,좋은방법은공유한다.음식물쓰레기를버릴때마다

양을기록하고,음식물쓰레기를처리하는곳으로견학도갔다.옛날

에는바다에버리는일도있었지만,금지되었고,지금은시에서퇴

비로만드는데음식물쓰레기양이너무많아민간에위탁하기도한

단다.

이번모임에는냉장고내부사진을찍어오기로했다.냉장고를정

리하지않은상태로찍어야한다.냉장고문을열고사진을찍으려

니유독까만비닐봉지가눈에들어왔다.누군가가‘냉장고는여자의

자존심’이라고하던데,잡티가많은‘생얼’을많은사람앞에서보이

김수연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강선로

냉장고 지도

Letter 10는기분이었지만개선해야하므로그대로사진을찍었다.

냉장고칸만큼각자종이에줄을그어냉장고내부사진을보고있

는그대로적었다.문쪽에있는계란,여러가지소스,기름종류도

자세히기록했다.냉장고앞쪽에있는것은눈에보이니까적기쉬

웠는데,가득쌓여있는안쪽에는도대체무엇이있는지생각도안

나고알수도없었다.하루에도수십번씩냉장고문을열지만,무

엇이들었는지모른채또사서채워넣기바빴다.음식재료로가득

찬냉장고를보며더큰냉장고를사야겠다는생각도전에는했다.

냉장고지도를보고있는재료로무슨음식을만들수있는지이야

기를나누었다.모두가이런재료가들어있었는지몰랐다고입을모

았다.듣다보니우리집과별반차이가없다.

냉장고에지금들어있는것부터먼저먹은후,다시사진을찍어대

화방에올리기로했다.냉장고지도를문에붙여놓고,재료를사서

넣을때기록하고,사용하고나면지우기로했다.그러면음식재료

가있는데또사서먹지못하고버리는일을줄일수있기때문이다.

저녁에당근,감자를넣어카레라이스를만들고냉동실에만두도

꺼내구웠다.장을보지않았는데도있는재료로풍성한식탁이되

었다.주부라면매일뭘해먹을지고민이많은데,냉장고지도를만

들고보니,여러가지음식을만들수있겠다는생각이들었다.

나는날씬해진냉장고사진을찍어대화방에올렸다.모두냉장고

지도를만들기전과후의사진을보고놀랐다.서로잘했다고칭찬

하고,앞으로꾸준히실천하자고격려했다.비닐대신내용물이잘

보이는투명한용기를사용하고,냉장고는60%만채우려고노력하

고있다.내몸의다이어트도좋지만,냉장고다이어트도꼭필요한

것같다.

이달의 편지 40 | 41이달의 편지 40 |

Page 22: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804.pdf · 이경재 씨를 찾아서 ‘남들과는다른 삶’이 대세다

저는밥순이입니다.삼시세끼밥을안먹으면큰일나는줄

알고끼니때마다어김없이챙겨먹었죠.심지어아플때도

진짜아픈사람이맞나할정도로밥은꼭챙겨먹었습니다.그래서

저의20대는항상통통했습니다.매번빠졌다찌기를반복하며보

기좋은통통이로살았죠.

이런제가결혼하고아이를낳고키우다보니저도모르게뚱뚱이

가되어있더군요.오만가지운동을다해봤습니다.새벽에운동장

도돌고,집에서헬스자전거도타보고,헬스장도끊어보고,요즘유

행한다는줌마댄스도해봤지만모든게그때뿐이었습니다.게다가

아이를키우다보니변수가많아돈내고운동하는곳은가는날보

다못가는날이더많았습니다.

다이어트 회원들

박영미

전북 군산시 수송동

Letter 11

이대로는안되겠다싶었습니다!새해도맞이했고,설날도다가오

는데도저히이몸뚱이로살수없다고생각했죠.그러던참에지역

에서운영하는온라인상의맘카페에들어가봤습니다.소모임방에

이런문구가적혀있더군요.‘다이어트단톡방모집!’서둘러마우스

이달의 편지 42 | 43이달의 편지 42 |

Page 23: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804.pdf · 이경재 씨를 찾아서 ‘남들과는다른 삶’이 대세다

를클릭해열어보았습니다.읽어보니같은지역에사는엄마들끼리

단체채팅방에서다이어트를함께한다는거였습니다.단,운동할시

간이없으니식이조절로요.5분간망설였습니다.밥순이가먹는걸

줄일수있을까우려스러웠기때문입니다.그래도이대로는살수

없겠다싶어신청했습니다.

얼마지나지않아카리스마넘치는방장님의메시지가날아왔죠.

<마지막참가자이니게시판숙지하시고,맘단단히먹어야할거

예요.체중감량우습게보지마세요.인간이할수없는것일수도

있습니다.>

카리스마가뚝뚝전해졌습니다.저는기필코성공하겠다는메시

지를전하며의지를보였습니다.

사전에체중계에올라간동영상을찍어보내고,엄마들과의다이

어트가시작됐습니다.방장님이정해준식단대로식사하기를시작

했습니다.주메뉴는닭가슴살과고구마.딱정해진양만요.접시에

쥐똥만큼올라온닭가슴살과고구마를보고내가과연할수있을까

고민하면서신랑에게말했죠.

“자기야,나이것만먹고버틸수있을까?”

그러자신랑은“푸하하하하당신,삼일뒤에치킨시켜서뜯어먹

고있을걸.안어울리게무슨닭가슴살이야.집어치워.”순간열이

팍나고성질이났지만참았습니다.이게그동안먹었기때문에당

한수모라고생각했죠.저는더이를악물었습니다.다이어트에독

기를품었어요.

신랑이증폭제가됐습니다.매일아침,점심,저녁방장이정해준

양대로식사하고,저녁6시이후에는아무것도먹지않았습니다.

아이를재워놓고야식을달고살던제가밤10시에는잠을자고있

더군요.

아침엔일어나체중계로달려갔습니다.체중을사진찍어단톡방

에올려야하거든요.먹는것만줄이고바꿨는데도살은빠지기시

작했습니다.방장은매일달라지는체중을그래프로그려올려놨는

데,그것또한자극제가되더군요.하루,이틀,삼일.삼일째되더

니고비가왔습니다.아이밥을챙겨주다가남은밥한숟가락이먹

고싶더군요.‘에잇,인생뭐있어!다먹자고하는짓인데’이게다

뭐하는짓인가싶었죠.

그때휴대폰이울렸습니다.한회원의메시지가도착했더군요.

<우리살빠진모습으로다른사람들만나서확달라진모습보여

주자고요!할.수.있.다!>

그말에입에들어가려던밥숟가락을내려놓게됐습니다.지난몇

년동안가끔만나는친구들은제게말했죠.“어머,너살쪘니?”딱

보면모르나?찐거!그런데꼭그걸물어보더라고요.그리곤작년

부터는포기했는지제살을궁금해하지않더군요.그래서더보여주

고싶었습니다.살빠진저의모습을!

여자는365일다이어트한다고하죠.예뻐지고싶어서요.그말이

맞는것같습니다.현재다이어트5일째에돌입했습니다.휴대폰으

로응원의메시지가쏟아지고있습니다.

<우리정말대단해요.그어려운걸오늘도해내네요.>

이젠동지애까지느껴지는우리회원들.얼굴한번본적없지

만,다이어트라는이름하나로이렇게끈끈해지네요.저는이렇게

썼습니다.<같이했기에지금까지버틸수있었다!>고.

다이어트하는여성시대가족여러분,2018년올해도파이팅입니

다.우리더예뻐지자고요!

이달의 편지 44 | 45

Page 24: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804.pdf · 이경재 씨를 찾아서 ‘남들과는다른 삶’이 대세다

저는결혼을앞둔예비신부입니다.요즘줄임말로는‘예신’이

라고도하지요.제직업은치과위생사예요.매일아침,제

직장인치과출근길에는아빠께서함께해주신답니다.아빠와함께

출근하기시작한때는2016년8월의어느아침이에요.초보운전자

인제가운전에익숙해질수있도록아빠께서운전선생님이되어주

신거죠.다큰딸을아직도어린애처럼생각하시는우리아빠네요.

아침에아빠와함께출근한지벌써1년이넘었습니다.아빠와딸

의출근시스템은이렇습니다.추운겨울에는아빠가먼저나가서

차에시동을미리켜놓고예열해놓습니다.그럼저는10분뒤예열

한차에올라타운전을하고,11분뒤직장에도착합니다.아빠는보

조석에서제가운전을잘할수있도록감독하십니다.

최민선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삼원로

아빠와 함께 출근을

Letter 12저는직장에도착하면주차는하지않고바로내려출근합니다.제

가내리면보조석에앉았던아빠는운전석으로와서다시차를몰

고가십니다.그래서저는주행만할줄알고,주차는꽝이에요.제

가운전할때는항상아빠가옆에서운전하는법을알려주고지도해

주셨어요.결혼하고나면혼자운전하고혼자주차하는연습을많이

해야할것같습니다.이것은마치아기새가둥지를떠나세상을향

해비행하는것과비슷한것같아요.

아침출근길,차에타자마자하는일은라디오켜기입니다.즐겨

찾기에등록된FM95.9를틀고여성시대를들으며아빠와이런저런

얘기를하며출근길에오릅니다.아침에두분의목소리를들으면

마음에안정감과선한영향력을얻고하루를활기차게시작할수있

는원동력이됩니다.운전하며라디오를들을수있는시간은고작

11분.짧은주행거리라첫사연만듣고바로출근합니다.그짧은시

간에도애청하는‘예신’이있다는것을기억해주세요.

결혼하고나면지금의출근길이많이생각나고그리울것같습니

다.얼마전,딸바보우리아빠께서“우리딸래미결혼식때,아빠가

눈물이많이날것같아”하시는데,출근길내내어찌나마음이울컥

했는지모르겠습니다.

꼭제사연이채택되어결혼전마지막선물을받고싶어요!아빠

께드리고싶은말이있어요.

“눈이오나비가오나,아침출근길을항상함께해주시는우리아

빠,사랑해요!”

그리고두진행자님과여성시대청취자여러분,제결혼을축하해

주세요.

이달의 편지 46 | 47이달의 편지 46 |

Page 25: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804.pdf · 이경재 씨를 찾아서 ‘남들과는다른 삶’이 대세다

제겐35년지기친구들이있습니다.1982년여고를졸업하고

막들어간회사에서만난동갑내기친구들이에요.1,300여

명이나되는큰회사에서사회경험이없는앳된소녀7명이만나능

숙하지못한회사일을하면서서로의지도하고슬픔도기쁨도같

이나누었죠.

그러다1984년한친구가먼저결혼하고뒤이어나머지6명도차

례차례로결혼했죠.그리고남편의직장을따라서울로당진으로

그리고오산과천안심지어지금은베트남에가있는친구까지이렇

게다른지역에서살지만,지금까지여자들만아닌각자의배우자

들과함께오랜세월만남을유지하고있습니다.

몇년전우연히친구들남편중가장연장자인분의환갑이있는

이성실

충남 아산시 음봉면

35년 지기들과 리마인드 웨딩

Letter 13

이달의 편지 48 | 49이달의 편지 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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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에7쌍부부모두리마인드웨딩을하자는이야기가나왔어요.

그리고바로올해,친구성례의남편환갑을맞이해서우린리마인

드웨딩촬영을하기로했습니다.

전33년전집안사정으로인해첫아이를낳고백일이채안된

시점에서결혼식을올렸습니다.산후조리도못하고아이에게젖을

물려야해서결혼식을어떻게했는지정신도없었고드레스도아무

것이나대충입고결혼식직전까지아이를보다헐레벌떡식을치르

고또신혼여행조차아이를등에업고갔습니다.

그래서여자로서제일화려하고예뻐야할결혼식에대해아쉬움

이늘있었던터라처음엔웨딩드레스를다시입는다는것이너무

기뻤죠.

그런데촬영이있기전드레스를미리입어보는날중년의세월을

잔뜩머금은나의얼굴과두툼한뱃살이드레스밖으로툭!삐져나

온걸보니그동안아이낳고키우며없어진젊음과풋풋함이왜그

리아깝게느껴지던지요.

어쨌든전국에있던아니베트남에있는친구부부까지모두모여

7쌍의부부가아침8시30분부터화장하고드레스입고야단법석

을떨었습니다.

남편중“다늙어서이게뭔짓이야”하는분도계셨지만,턱시도

를입으면서새로운지연신거울을들여다보더군요.한쌍씩차례

로커플사진찍고여자들만모두모여누구의팔뚝이제일굵은가

내기라도하듯사진을찍었습니다.

그리고또다른이벤트가있었으니교복을대여해여고생과남고

생의모습으로변신을했습니다.남자들은교복모자에빨간양말

을신고그리고학교가방까지들고,여자들은양갈래머리와그때

유행하던깻잎머리까지재현해서로깔깔웃으며다리흔들며사진

을찍었습니다.

처음엔굳이돈들여이런거뭐하러하냐고하던친구의남편도

16세때그시절로돌아간듯행복해했습니다.‘나잡아봐라’포즈부

터‘벌서는’포즈까지,친구들은그때도미처못한포즈들을잡아가

며박장대소했습니다.

비록얼굴에한화장이웃음으로인해쫙쫙갈라져깊게패이고

화장이들떠영락없는중년의얼굴로돌아오긴했지만,마음만은

그때그시절을느끼고있었습니다.

웨딩숍과스튜디오직원들은정신없는과정에서도그동안많은

부부를상대했지만7쌍의부부를함께작업한적도없었고또한35

년째만남을쭉이어지내는부부를본적이없다면서참놀랍다는

이야기를하더군요.

지나고보니우리친구들은너무잘나지도않았지만,아이들낳고

일부는사위며느리도보고,아직가족들모두아픈가족없이그

저평범하게잘지낸것같습니다.그보다더한축복이어디있을까

요?

또한,남편들도다서로이해해서분위기를좋게이끌어주니이보

다더한행복도없지싶습니다.친구들이계획했던리마인드웨딩

은우리에게또하나의잊을수없는추억을만들어준것같습니다.

친구들모두헤어질땐지금껏살아온것처럼만살자다짐했어요.

친구들아,모두고맙다.사는게뭐별거겠니?어려움도물론있

겠지만그래도수십년의세월을함께했던친구들이있다는게너무

든든해.우리이제30년후는힘들겠고20년후에다시또이런일

한번만들자.

이달의 편지 50 |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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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망설이며가게안을서성이는저에게예쁜우리집딸같

은아가씨가다가오며“손님,무엇을찾으세요?”라고물어봅니다.

“있잖아요,저기요.요즈음홈쇼핑같은걸보면물건파는분들이

손톱끝에반짝반짝하게매니큐어칠한게참예쁘던데요.”그렇게

말하자아가씨는부지런하게인공손톱같은제품을제게보여주는

겁니다.쭈글쭈글한제손이부끄러웠지만,살며시펼쳐보였습니

다.

“이런손에그렇게예쁜손톱붙이면웃길것같아요.제가찾는

것은요,반짝이매니큐어같은것을손톱끝에3분의2만바르고싶

어서요”라고말을더듬으며이야기했습니다.

신희숙

경북 안동시 전거리

28년 만의 매니큐어

Letter 14그리고는잠시머뭇거리다가“스물일곱살에결혼해서아이셋을

낳아키우면서직장다니느라정말너무바빠서저는고무장갑을끼

고집안일을할시간이없었답니다.시간이나면그저집안일에청

소하고빨래하고다섯식구식사준비에주말마다시댁에가서어른

들봉양하느라제손은물이마를날이없었지요”라고누가묻지도

않았는데가게아가씨에게주절거리기시작했습니다.제손이처음

부터이렇게거칠었던게아니고삶이안겨준역사라고주장하고싶

었던거지요.

“손님,이분홍색반짝이매니큐어찾으시는거예요?”하며제품

하나를보여주었습니다.“TV홈쇼핑아가씨는손톱에분홍색먼저

바르고끝에다가회색펄반짝이바르니까예쁘던데요.”한마디던졌

더니저를손님이라고부르던아가씨가갑자기다정하게다가오며

‘어머니’라고부르기시작했습니다.

“어머니,그럼연한투명분홍색바르고,주홍색펄매니큐어를끝

에이렇게바르고,세번째로매니큐어보호제까지발라보실래요?”

친절하게이야기해주는겁니다. “그런데아가씨,회색펄은제게

안어울리나요?”물어보니“나이드신분들은피부가검어져서밝은

색이더예쁘답니다”이야기해서매니큐어3가지종류를사서집으

로돌아오는데참마음이기뻤습니다.

버스안에서나의늙어버린손등을계속비벼대면서며칠후남편

과함께떠날결혼30주년여행을생각해보았어요.

매니큐어가게에가기전에예쁜모자도샀습니다.늘저를꾸미고

싶었지만사는일이빠듯해서놓쳤던것들인데옷은새로사지못했

어도모자와매니큐어를저를위해샀다는것이신나더라고요.

집으로돌아와남편과둘이서저녁을먹고머리에새로산모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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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채손톱에매니큐어를바르기시작했어요.제손톱에매니큐어를

발라본지가28년정도된것같아요.바닥에신문을깔고엷은분

홍색을조심조심바르고입으로공기를불어말리며열손가락에모

두발랐어요.예전기억에매니큐어를바르고찬물을틀어손톱에

물을흘러내리면매니큐어가잘말랐던기억을꺼내어수돗물을틀

어손톱에시원한물을많이먹였더니1차매니큐어가다말랐더라

고요.이제는2차펄반짝이매니큐어를손톱끝에올려발라야하

는데정신집중이안되는거예요.헛기침을여러번해서마음을가

라앉히고떨리는손끝으로왼손을모두바르고오른손을바르려니

중심이잘안잡히고더어렵더라고요.조심조심왼손마지막손가

락까지매니큐어를바르고는피식웃었습니다.

어머,내손도분홍색바탕의매니큐어와손톱끝이반짝거리니까

너무예쁜거예요.

“신희숙,앞으로도이렇게예쁘게살아보아라.”

혼잣말을중얼거리며또수돗물을틀어손톱매니큐어를고정한

후장롱속원피스를꺼내서입어보니굵어진다리가꼭무같아서

검은색스타킹을신어봅니다.그러고나서“아유,왜이리키도작

은거야”투덜거리며매니큐어바르느라깔아놓은신문지위에굽

있는정장구두를신고힐끗거울을보니어머나,이렇게예쁜아줌

마가누구랍니까?

거울속에손끝을비추어보면서“아궁,예쁘다”혼잣말로칭찬을

하며머리위에올려있는모자를더멋스럽게연출하며깔깔거려봅

니다.저녁식사후목욕탕에서씻고나오던남편이저를보며“당

신,지금계모임에가는거야?”싱겁게툭던지더군요.그냥,예쁘

다고한마디하면얼마나좋을까요!부끄러운생각이들어서얼른

다른이야기로상황을모면해보았습니다.치,이남자눈에는제모

자와제반짝이손톱은보이지도않나봅니다.

당신,기다리셔요.일주일후여행가는날에긴코트를입고스카

프살며시감아바람에휘날리며,당신옆조수석에서내손끝은눈

부시게빛이날테니까요.30년전당신과함께결혼식을하던아름

다운신부처럼요.

이달의 편지 54 | 55

Page 29: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804.pdf · 이경재 씨를 찾아서 ‘남들과는다른 삶’이 대세다

중학교다닐때얼굴에여드름이나서참고민이많았습니다.

약도먹어보고병원도다녀봤지만,소용이없었지요.근데

어느순간엔가거짓말처럼사라지더군요.아무치료도안하고약

도먹지않았는데말이죠.사춘기엔당연히얼굴에여드름이날수

있는데그때는그게그렇게창피하고싫었습니다.

몇년후대학교입학시험을봤는데떨어져서재수하게됐어요.

태어나서처음느껴보았던실패라는것.그때는정말세상에혼자

팽개쳐져있는것처럼외롭고힘들더군요.어두운독서실에엎드려

서울기도했습니다.대학에떨어졌다는사실이그때는정말견디

기힘들었던것같습니다.

몇년후,군에입대했어요.힘든훈련들,엄격한교육,선임들의

이현호

인천광역시 부평구 삼산동

그때 그 고민들, 이제 와 돌아보니

Letter 15얼차려.사회에는가족과친구라도있었는데군대는아는사람도

없고,더외로웠습니다.

제대후엔아르바이트하다가사고로몇개월간입원을했어요.눈

부시게밝은봄햇살을맞으며병상에서맞는아침.몸을움직일수

가없어목만겨우가누고있는제모습이너무도비참했습니다.

퇴원하고도오랫동안치료를받으면서처음으로죽고싶다는생

각도해보았습니다.그런데신기하게도내가힘든상황에부딪혀

보니까나보다더힘든사람들이보이더라고요.

1년넘게치료하고몸이나아갈무렵,첫사랑에빠졌어요.‘콩깍

지가씐다’라는말이무슨말인지알겠더군요.머리부터발끝까지

모두좋았고,매일그녀생각뿐이었어요.밥도먹고영화도보면서

즐겁게연애를했는데갑작스럽게그녀가이별을통보했습니다.이

유도모른채이별을해야했고,충격에빠져서몇달을헤어나오

지못했어요.밥도넘어가지않아서이틀을꼬박굶기도했습니다.

사랑은일방적이어서는안된다는것을,나만좋은건사랑이아

니라는것을그때배웠습니다.

결혼하니더많은것들이펼쳐지더군요.매순간순간이고비였

던것같아요.그토록원했던가족을만들었지만혹독한책임도따

랐습니다.아이들이아플까,다칠까늘긴장했고,사랑해서결혼한

아내는사랑한날보다미운날이더많았습니다.가장가까이에서

위로해주고용기를주어야할부부가가장상처를주며서로를힘들

게했던것같네요.

또,2년마다전세날짜가돌아오면죄라도지은사람처럼마음이

불안했어요.주인에게는혹시라도기분을상하게할까,늘조심했

습니다.

이달의 편지 56 | 57이달의 편지 56 |

Page 30: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804.pdf · 이경재 씨를 찾아서 ‘남들과는다른 삶’이 대세다

집을구할때면,밤,낮,주말을가리지않고둘러보았지만내가

살집은없더군요.세상에집들이이렇게나많은데,어린아이가있

어서시끄러워안된다는주인도있었습니다.

그러다몇년후,어렵게어렵게작은집을하나마련했어요.오

래된낡은집이어서페인트칠도하고도배도하고욕실도수리했

죠.이사가서첫날밤,방안에누워서천장을바라보며느낀그기

쁨은이루다말로표현할수가없습니다.

그런데아이들도어느정도크고,이제는한숨돌리려나했더니

부모님의건강이갑자기나빠지시기시작했어요.아버님은2년간

힘겹게투병을하시다하늘로가셨고,어머니는건강이많이안좋

으셔서요양원에모시게되었습니다.어머니를요양원으로모시던

날,집에돌아와방안에혼자누워눈물을흘렸습니다.

지나고보면아무것도아닌것들.사실아무것도아닌일들은아

니었던것같아요.힘들었을때가지나가니그렇게말할수있는거

겠죠.지나갔으니힘들지않은것으로느끼며,잊고사는것이겠지

요.

그래도지금까지는잘견디어낸것같습니다.다시어려운일이

생겨도이겨낼거라고마음속으로다짐하지만,문득두렵기도합니

다.

2018년에제가다짐한몇가지중하나가‘봉사하기’입니다.생각

해보니지금까지살면서봉사를한번도해본적이없더라고요.제

게주어진하루하루를항상소중하게사용하고올해는꼭한번이라

도봉사,제대로해보렵니다.

제가여성시대를처음들었던때가중학교때였던것으로기억

이됩니다.우리집은조그마한신발가게를했는데아버지

께서는항상라디오를켜놓으셨습니다.온종일가게에서라디오를

틀어놓고,집에와서제일먼저하는일도라디오를켜는것이었습

니다.식사할때도,주무실때도항상머리맡에라디오를켜놓았습

니다.

저는아침마다학교에갈때아버지께날씨를물었습니다.

“아빠,오늘날씨어때요?추워요?”

사소한것이지만그때아버지께서말씀해주시던일기예보가지금

은참그립습니다.

그리고아버지께서즐겨듣던라디오프로그램이여성시대였습니

이현남

서울특별시 은평구 녹번동

아버지와 나의 라디오 사랑

Letter 16

이달의 편지 58 | 59이달의 편지 58 |

Page 31: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804.pdf · 이경재 씨를 찾아서 ‘남들과는다른 삶’이 대세다

다.그때아버지랑라디오를들으면서사람들살아가는모습도보고

배운것같습니다.고등학교에올라가서는가끔FM음악방송만듣

고거의라디오를듣지못했습니다.

첫번째대학입학시험은낙방하고재수를했는데,재수하는기간

에출판사에서아르바이트를했습니다.제가하는일은주문온책

을발송하는일이었는데여기관리부책임자는연세가일흔이넘은

부장님이셨습니다.이곳에서도부장님이여성시대를켜놓으셨습니

다.그렇게6개월정도일하면서다시자연스럽게라디오와친하게

되었습니다.

군제대하고대학졸업하고회사에취직했습니다.직업이라디오

를켜놓고자유롭게일할수있다보니,저도아버지처럼항상라디

오를켜놓고일을했습니다.정말친구같은라디오였습니다.공기

처럼저를숨쉬게해주는소중한존재,생물은아니지만,생물처럼

항상제옆에서살아있는존재,라디오.

아버지는며느리와손주를보고죽는게소원이라고말씀하셨는

데,10년전암투병을하다가하늘로가셨습니다.아버지를생각하

면두가지단어가생각납니다.소주,라디오.아마아버지의외로

움을달래주는친구는이두가지였던것같습니다.

사랑하는아내를만나서결혼하고10년동안큰탈없이살아왔는

데몇년전저에게도시련이다가왔습니다.갑작스러운실직으로

가족의생계에문제가생긴것입니다.

6개월간아르바이트를하며생계를걱정해야한다는것은생각보

다훨씬힘들었습니다.그때생활고에시달려자살하는가장의마음

을이해할수있었습니다.말을하고싶은데아무에게도말할사람

이없더군요.가족이있고,형제가있고,친구가있는데아무에게도

이야기할수가없었습니다.

그때라디오가제이야기를들어주었습니다.라디오에서힘내라고

말해주었고,그렇게고비를넘기고정신을추스르고보니벌써2년

이라는시간이지났습니다.

고마운라디오.요즘은라디오말고도즐길것이참많은세상인데

저에게라디오만큼은특별한의미가있는것같습니다.아이들과나

들이하러다닐때면차에서도항상라디오를켜놓습니다.아내는아

이들에게영어나클래식CD를틀어주라고하지만라디오만큼은양

보할수없습니다.

아버지께서도하늘에서라디오를듣고계신다면한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버지!저결혼해서아들딸낳고잘살고있어요.가끔힘들긴해

도아직잘견뎌내면서살고있어요.저힘내라고응원좀해주세요.

아버지!”

이달의 편지 60 |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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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부천에사는임병수씨딸임보라입니다.

2018년1월25일,아빠는사고로수술을받으셨습니다.

뇌혈관이터져서4시간가까이수술을받았지만,현재42일째눈만

뜨고의식이없으세요.중환자실에서3주정도있다가일반실로옮

겼고,지금은온가족이아빠의의식회복을위해힘쓰고있습니다.

의사선생님말씀은좋아하는음악을자주들려드리고,뇌에자극

을주면의식을회복하는데도움이된다고합니다.그래서생각난

것이여성시대였어요!아빠가여성시대열혈애청자시거든요.평일

에는운전하면서매일챙겨들으셨고,사연도자주보내시고,매월

10일이면기업은행문열자마자여성시대책자를챙겨오실정도로

애정이대단하십니다.예전에여성시대캠프에도다녀오셨는데,그

아빠의 이름을 불러주세요

임보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조마루로

Letter 17

뒤로평소에양희은선생님칭찬을많이하셨어요.그래서매일라

디오에이어폰을꽂아아빠에게여성시대를들려드리고있습니다.

제가이렇게사연을급하게쓴이유는아빠가좋아하시는양희은

선생님목소리로저희아빠,임병수씨!빨리기운내시고의식을회

복하시라고이름을크게불러주셨으면해서입니다.사연이소개되

면다시듣기로계속들려드리려고합니다.

아빠가잘들으실수있게우리가족이름도한번씩불러주세요.

아내이현옥,아들임정배,딸임보라,며느리최혜원,사위윤취

영,손녀임정원,윤승아온가족이매일눈물로호소하며기도하고

간호하고있다고아빠에게전해주세요.

마지막으로저희아빠처럼뇌수술로의식이없으신모든환자,그

리고가족분들힘내시고어서회복되시길기원합니다.

이달의 편지 62 | 63이달의 편지 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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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손편지 64 | 65이달의 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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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이달의 손편지 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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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만화로 보는 여성시대 68 | 만화로 보는 여성시대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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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만화로 보는 여성시대 70 |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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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을 담은

참기름 한 방울IBK기업은행 인천원당지점 거래고객

농업회사법인새싹㈜ 김해경 대표

글 | 이아름 (자유기고가) 사진 | 이동진

만드는 이의 정성과 애정이 들어간 음식은 티가 나기 마련이다.

소중한 사람들과 먹는 ‘집밥’은 화려한 반찬이 없어도 따스하고

맛있으니까. 농업회사법인새싹은 직접 농사를 짓고 좋은 쌀을 골라,

갓 지은 따뜻한 밥을 내어놓는 식당과도 같다. 만약 참깨만으로도 밥을

지을 수 있다면 말이다. 김해경 대표는 자신한다. 정성과 노력을 다해

얻은 참깨와, 그 참깨로 짜낸 참기름의 힘은 세다고.

농업회사법인새싹은 수입산이나

다른 재료를 단 1%도 섞지 않은, 순

수 100% 국산 참기름을 만든다. 국내

학교 급식시장의 50%(국산 참기름을

사용하는 학교 기준), 시중 참기름 유

통의 10~15%를 점유하고 있는 회사

다. 현재는 참깨 종자 개발부터 계약

재배, 납품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도 하다.

“첫 시작은 유통영업이었어요. 처

음부터 국산 참깨만 다룬 것도 아니

었고요. 협력사가 중국이나 수단에서

참깨를 들여와 가공하면 제가 유통

하는 방식이었죠.”

1998년, 김해경 대표는 막 국가정

책으로 시행되던 학교 급식을 우선

공략했다. 텔레마케팅을 배워 전화를

걸고, 참깨 샘플을 만들고, DM을 발

송하는 등 직접 발로 뛰었다. 인천 내

초등학교 위주로 시작한 사업이 서울

까지 확장되며 입가에 미소가 돌던

쯤, 유통해야 할 참깨의 품질이 점차

행복을 찾는 사람들 72 | 73행복을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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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걸 느꼈다. 홍보에 한참 열

을 올리던 때였다.

김 대표는 ‘100% 품질 보장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제조법인을 인수해 그동안 습득한 노

하우로 직접 제조에 나섰다. 국산 참

깨만을 사용한 참기름을 만들었고,

국산전용공장과 수입산전용공장을

분리해 생산 차별화를 이뤘다. 하지

만 소비자들의 시선은 그녀의 이상과

달랐다. 참기름이 고춧가루, 두부와

함께 3대 불신 식품으로 꼽히던 사회

분위기가 문제였다.

“제가 아무리 ‘100% 국산’이라고

말해도 믿어주지 않는 분위기였죠. 그

들에게 확신을 주려면 또 다른 결단

이 필요했어요. 생산하던 외국산 참기

름을 공장에서 모두 빼냈죠. 수입 참

깨가루가 들어갈 가능성을 아예 없애

니, 인식이 조금 달라지더라고요.”

‘진짜’의 본질에 다가서며 더 깊은

고민도 시작됐다. 품질을 높이기 위해

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 대표는 참깨 종자부터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참깨의 품종별 생육

특성과 품질 특성 차이를 연구한 논

문으로 석사과정을 취득했고, ‘특용

작물 연구소’를 개설해 항산화 성분이

더욱 높고 병충해에 강하면서도 참깨

가 많이 열리는 종자를 선발했다. 그

후 3년간의 시험재배와 적응시험을

거쳐 7년 만에 국립종자원에 5개의

종자를 등록했다. 참기름을 제조하는

민간 식품기업 중에 종자에서 완제품

까지 생산하는 회사는 유일한 회사

다.

“국내 참깨 생산량이 갈수록 많이

줄고 있어요. 현재 약 1만 톤 미만인

데, 이중 약 70%가 자가소비되고 있

었어요. 소비자들에게 공급될 참깨

의 절대량이 적다는 말이죠. 저희 종

자로 계약재배할 수 있는 농가를 모

집해 재배 면적량을 늘려가는 중이에

요. 참깨 재배 교육도 하고 있고요.

참외, 수박, 마늘 농가에게 연작 피

해를 막을 수 있는 대체 작물로 인기

가 많아요. 참깨는 100일 작물인데다

땅의 염분을 없애주어 농사 사이에

짓기 딱 맞거든요.”

2014년에는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종자와 재배 기술을 적극적으로 알

리고 참기름 식품 이력제를 실시하는

등 그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농업

회사법인새싹의 브랜드 ‘황금실’뿐만

아니라 이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우

리농가 수’, 이마트 내 자연주의 매장

에 입점한 ‘무농약 참기름&들기름’의

매출이 조금씩 늘고 있어 내심 그 성

과를 인정받는 기분이다. IBK기업은

행 인천원당지점 박찬길 지점장도 같

은 생각이다.

“김 대표님은 신념이 강한 분이에

요. ‘식품업은 장사가 아니라, 내 가족

에게 먹이는 것’이라고 생각하죠. 소

비자들이 점점 식재료 본연의 맛에

관심을 갖는 것 같아요. 더 많은 이들

이 이 가치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으

면 하고요.”

김해경 대표는 참깨가 아닌 다른

식품을 생산하는 데도 관심이 많다.

행복을 찾는 사람들 74 |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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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회사법인새싹㈜ 김해경 대표와 IBK기업은행 인천원당지점 박찬길 지점장

농업회사법인새싹㈜ 김해경 대표의 경영 철학 3가지

1. 초심을 잃지 말 것.

2. 직원 개개인의 성장에 힘쓰라.

3.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 항상 그 누구에게나 배우라.

농업회사법인새싹㈜

대 표 김해경

주 소 인천광역시 서구 세자봉로 146-1

홈페이지 www.ssack.co.kr

항당뇨 효과가 있는 ‘슈퍼홍미 쌀’, 아

토피에 효능이 있는 ‘슈퍼자미 쌀’로

기능성 라이스칩을 제조 중이다. 국

산 참깨 생산의 과정에 개입하고, 국

산 참기름을 생산하며 ‘건강한 식재

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땅에서 싹을 틔우기 시작해 꽃을

피워내는 참깨는 꼬투리(참깨 주머니)

를 만들며 차근차근 아래에서 위로

자라난다. 잘 익은 꼬투리를 털어내면

많은 양의 깨가 촤르르 소리를 내며

쏟아진다. 농업회사법인새싹의 지난

20년도 이와 같았다. ‘진짜 참기름’을

짜내기 위해 고민하며 차근차근 위로

올라갔고, 통통히 여문 꼬투리에서

쏟아질 깨를 이내 받아낼 것이다. 김

해경 대표는 바란다. 소비자들의 식

탁 위에도 행복한 추억이 가득 쏟아

지기를. 그 곁에 농업회사법인새싹이

함께하기를.

중소기업 명품전 IBK기업은행 대치역지점 거래고객

카페 아

라미스

음료 10

% 할

인 쿠

유효기간 :

2018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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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0] 벌써 봄입니다. 의성마늘이 자라고 있습니다.

[3248] 이제부터라도 폰은 멀리하

고 책을 많이 읽는 애청자가 됩시다.

[1237] 지금 노오란 참외 따고 있어

요. 이제 시작이에요. 올 한 해도 좋

은 품질 좋은 가격 기대합니다.

[9399] 여기는 경북 상주입니다. 시골 오일장 활기찬 봄소

식에 많은 꽃과 묘목들이 시골장 풍경을 가득 채우네요.

[1727] 여기는 후포리입니다. 아이들과 동네 드라이브하

면서 방송 듣고 있어요.

[4624] 봄비가 내리는 비닐하우스 딸기 따며 여성시대

듣고 있습니다.

79 78 | 여성시대 사진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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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2 80 |

글 | 성기애 (여성시대 작가)사진 | 송인혁

그림가게두나무의

임나은씨를찾아서

취향을 파는 그림가게

명품보다는취향이더중요해진세상이다.나만의개성을살리고

소소하지만확실한행복을찾는게트렌드로자리잡았다.그래서

누가명품을가졌는지보다취향이어떤지를더살펴보게된다.

집안을꾸미는일에서도취향의문제가우선이다.의자하나,그

림하나도남의눈치를보기보다는나에게어떤의미를갖는지에중

점을둔다.취향이존중받는시대,경기도성남시위례신도시에가

면이취향을파는가게가있다.여성시대가족임나은씨가운영하

는‘그림가게두나무’가그곳이다.

그림가게두나무의문을밀고들어서면온갖색들이한꺼번에말

을걸어온다.유리문을뚫고들어온봄볕을받은그림들은화사하기

이를데없다.

임나은씨가경기도성남시위례지구에그림가게문을연지는몇

달되지않았다.젊은사장님이라는말도아직은낯설다.

81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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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전공자도아니고그림에남다른관심이있던것도아닌임나

은씨가액자공방을운영해보겠다마음먹은건순전히아버지의영

향이다.30여년표구제작과액자공방을해왔던아버지는일을접

으려고하셨다.좋은작가와작품을찾아해외나국내를다니며발

품을팔던시절이지나고바야흐로인터넷상으로정보가오고가는

손품을팔아야하는시대에적응하기에아버지는이미연로하셨다

판단하신거다.

평생을했던일을그만둔다하셨을때,아쉬움이컸던건오히려

딸임나은씨였다.가끔아버지공방을찾았을때많은화가들이그

림을그리고예쁜액자가만들어지는걸어린시절부터보아왔던지

라안타까움이더했다.

“아버지바통을이어받아내가한번해보자하는마음이생기더라

고요.아버지의오랜연륜과저의젊은감각이더해지면좋을결과

가나오지않을까하는막연한기대가있었어요.”

두려운마음도있었지만젊은혈기를빌미로일을벌였다.여기에

미술사학을공부한오빠가천군만마로나서주었다.

졸지에가족경영이되며역할분담이이루어졌다.아버지는표구

제작에매진을하시고오빠는경영을임나은씨는블로그와SNS활

동으로그림과가게를알렸다.

그림거래는소매보다는도매물량이실속있다.인테리어업자

들이호텔이나관공서등건물에인테리어를위해그림을구입하는

데,요즘은인터넷상으로문의하고주문하는경우가훨씬많다.얼

마전제주도의한건물에들어갈그림을원하는분과연결이되어

제법큰계약을따내기도했다.

죽전에있는그림가게가어느정도안정되자2호점을열었다.경

기도성남시위례신도시에문을연2호점은임나은씨가전담하여

맡게됐다.

대단지의아파트가들어서고있는위례신도시는이제막연두빛

잎을피우는나무처럼젊고발랄한느낌이다.그림가게두나무가앉

아있는맞은편엔놀이터가있어아이들의재잘거림이동요처럼흘러

다닌다.

“가게앞에서들어올까말까망설이는분들도많아요.그림하면

어렵다,비싸다,고급문화다하는생각이먼저드시나봐요.”

그림에대한생각의문턱이높은건사실이다.

“얼마전에한할머니가손자를위해그림을그렸다며가져오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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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를해달라고하셨어요.그림뒤에손자에게쓴편지도있었고

요.그순간예술작품이따로있는게아니라이런게예술이라는확

신이생기더라고요.”

주고객은집안을꾸미기위해오는삼사십대여성들인데의외로

남성고객들도많다고한다.영업직에계신한분은‘그동안선물을

꽃으로많이했는데근래작은액자에담긴그림을선물했더니좋아

들하시더라.이젠아예선물품목을그림으로바꿨다’며단골손님이

됐다.

가게안의그림은2만원대부터다양하다.가격이만만해서인지

집들이선물이나기념일선물로그림을찾는분이늘고있다.정품

아트포스터와원화가적절한비율로섞여있고중진작가와신예작

가,국내,해외작가들의작품들이온벽면을채우고있다.

“이건지난번에독일그림박람회에서구입한아트포스터인데아

버지가구입을말렸던작품이에요.제가고집을부려사왔는데반응

이좋아요.”

하얀바탕에고양이나강아지얼굴만을담은작품으로젊은사람

들에게인기가높단다.

“아버지는주로고전에속하는작품들을선호하시는데비해저는

실험정신이가미된신예작가들의작품에눈이먼저가요.저희가게

를찾으시는분들이어떤게좋은지모르겠다고민하실때본인마음

에드는것을하시라권해드려요.사람도왠지끌리는사람이있듯

이그림도왠지끌리는게자기취향인거죠.”

대학에서사회학을전공한임나은씨의이십대는학교밖으로나

온청소년들을지도하며보냈다.잠시귀농을하기도하며여러가

지삶을모색하다가그림가게에안착했다.

그림가게두나무는임(林)씨성을따만든이름이다.

“큰나무그늘아래있는평상처럼저희가게가그런역할을했으

면좋겠어요.그림그리는분들이모여이야기나눌수있는장소가

되고,동네의젊은엄마들이잠깐쉬어가는사랑방이되었으면좋겠

어요.그림만파는가게가아니라즐거움을공유하고서로에게위로

가되는공간으로만들고싶어요.”

크고작은모임과강연강좌도유치할작정이다.젊은사장님의포

부는가게안의그림만큼이나다채롭고활기차다.

85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2 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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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장용의 단필충 오겠지, 올거야!

92 ‘빼당’의 추억

96 마음과 음악 사이 자식이 뭔데

98 일요일엔 편지를 나의 후원자, 장인어른께!

100 27년이 지난 지금

일러스트 | 조신애

코너 속 편지장용의 단·필·충

김민수 |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

오겠지, 올거야!

학창시절,아버지께서여성시대를들으실때는‘어른들이즐겨들

으시는구나’했는데,이제는제가출근할때도듣고,운동할때랑자

기전에도다시듣기를하는열혈청취자가되어버렸습니다.

1999년2월,당시서울에서대학을다니던저는1학년을마친후

휴학하고입대를위해고향인부산으로내려가있었습니다.‘입대’는

정말무섭고두려움그자체였지만,시간은왜그렇게빨리가는지

입대날이정말빨리찾아왔습니다.

입대날은부모님이나여자친구,친한친구들이훈련소까지배웅

하죠?하지만저는부모님이나여자친구가같이가면왠지더슬플

거같아아무도오지말라고했습니다.마침같은동네에살던죽마

고우재성이랑같은날입대하게되어부산역까지만가족들배웅을

받기로했죠.

춥디추운입대날새벽5시경,온가족이전날제대로잠도못자

코너 속 편지 86 |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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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산역에도착해서플랫폼에서춘천으로향하는기차를앞에두

고친구재성이를기다리는데아무리기다려도오지않았습니다.

“민수야,재성이왜안오노?이제출발할때다됐는데?”

정말의아하다는듯엄마가물으셨고,저는“오겠죠,설마군대가

는날안오겠어요?”라고대답했지만불안한마음은커지고커져부

모님과2년2개월동안헤어지는아쉬운마음보다춘천102보충대

까지혼자갈걱정에머릿속이하얘지기시작했습니다.

“민수야,일단타라.기차출발하겠다.이거엄마가재성이것까

지도시락쌌으니까가면서맛있게먹고,춘천도착하면전화해라

이.빨리타라타!기차가겠다.”

창밖으로어색하게손을흔들면서저는이렇게생각했습니다.‘오

겠지!올끼야!좀늦어서다른칸에탔겠지.설마군대가는데안오

겠나’라고애써마음을가다듬으며,정면에보이는다른칸출입구를

응시했지만,재성이는오지않더군요.

여기서잠깐,제친구재성이에대한설명을좀덧붙이겠습니다.

제친구재성이는참개방적이고낙천적인친구였습니다.삐쩍마

르고피부가유난히까맣고코가컸던재성이는별명이‘자메이카’였

고,단지별명이‘자메이카’라는이유로반대항100m달리기선수로

나가서꼴찌를하면서도해맑게웃으며뛰고,고등학교졸업선물로

재떨이를받았으며,대학교1학년때는수업에안나가전과목F를

받은무용담을늘어놓던그런자유를추구하는친구였죠.

이런제친구의자리는텅빈채기차는달렸고,배웅하는가족,

친구들로시끌벅적한입영열차안에서저만꿀먹은벙어리처럼멍

하니앉아있었죠.그리고점점더불안아니불길해졌습니다.‘그

래,오겠지!올끼야!좀늦어서구포역에서탔나보지뭐.구포역에

서는타겠지,탈끼야!’라며또한번위안을해봤지만,구포역을출

발하고대구를지나도재성이는나타나지않았습니다.

대전정도갔을까요.입석으로꽉찼던기차안에유일하게비어있

던제옆자리엔아무도오지않는다는걸눈치챈누군가가앉았고,

저는그누군가의친구들틈에둘러싸인채자포자기의심정으로외

로움,지겨움,괴로움,원망,분노,‘왜지?아니왜?’‘아!말하고싶

다’등온갖부정적인감정으로머릿속을채우고춘천으로향했습니

다.지금에야추억으로포장해쉽게말하지만정말지겹더군요.

입영열차라부산부터춘천까지안서는역이없었습니다.그기나

긴침묵의시간동안,남들이간식먹고,웃고떠들고하는약8시간

동안,저는한마디말도못한채어느덧춘천에도착했고,버스를

타고102보충대로이동했습니다.

새벽부터아무것도먹지못했지만배도고프지않았고,입대전삼

삼오오도시락을먹을때도저는엄마가싸준도시락가방을손에든

채부대근처를서성이기만했습니다.‘재성이인마뭐지?진짜너

무하네.그나저나이도시락을어쩌지?이제곧들어가야하는데,’

친구에대한원망과엄마의도시락에대한갈등에괴로워하던순간

결국,안내방송이나오더군요.

“안내말씀드립니다.금일입대하는장병여러분께서는지금즉시

부대안으로입장해주시기바랍니다.자,신속하게입장해주시기

바랍니다.”

입장하라는방송을들으니실감이나더군요.하지만쉬걸음을옮

길수가없었습니다.‘엄마가평생마지막일지도모르는도시락을얼

마나열심히싸주셨을까?’이런생각에엄마한테죄송한생각이들

었고더슬퍼졌습니다.하지만새벽부터이어진외로움에차마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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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시락을열지못하겠더라고요.솔직히그상황에혼자먹는다

는게부끄럽기도했습니다.그리고는몇차례안내방송이더나오

고나서야저는마침내부대정문으로걸음을옮기며옆에보이던쓰

레기통에‘툭’하고도시락을버렸습니다.찰나의순간이었지만마치

슬로우모션처럼긴울림이있었습니다.

“툭……”

그때‘툭’소리의느낌은정말묵직하고선명하게제귀에아니머

릿속에울렸고,지금도그때의‘툭’소리는잊히질않습니다.속세와

의마지막끈이었던도시락마저버리고나니모든게체념이됐고씩

씩한척부대안으로들어갔습니다.

세상에저처럼외롭게입대한사람이또있을까요?이럴줄알았

으면예뻤던여자친구라도오라고해서같이도시락도먹고,같이

얘기도하고,눈물도흘리며배웅해줬을텐데정말재성이가원망스

러웠습니다.

입소후체육관에서한참동안설명을듣고있는데뒤에서누가등

을치며“민수!민쑤야!김민쑤!!”하면서부르기에놀라서돌아보

니재성이가세상밝은표정으로반갑게저를바라보더군요.반가운

마음에자초지종을들어보니,배웅을마친제어머니께서혹시나해

서전화를해봤는데,낙천적인가풍의재성이네가족은그제야잠에

서깼다는것이었습니다.놀란재성이네는지인의도움으로급하게

비행기표를구해원주공항까지갔고,총알택시를타고지금도착했

다고하더군요.재성이는외로움과사투를벌인저에대한미안함은

없고,본인의스펙터클한지각입대무용담을늘어놓기바빴습니다.

전그래도그렇게라도와준재성이가정말반갑고안심이되더라고

요.

아무튼,이런우여곡절속에입대한우리는2년2개월을건강하

게보낸뒤제대했고,20여년이지난지금도같은동네에서우정을

이어가고있습니다.

[추신]십수년전제친구결혼식때장용참모병장님이보내신

화환을보고제친구아버님의성공을실감했습니다.그때제가700

명앞에서사회를봤는데떨려죽는줄알았습니다.정말도망치고

싶더군요.왜화환만보내셨어요?사회좀봐주시지.암튼사연재

미나게읽어주셔서감사합니다.충성!

코너 속 편지 90 |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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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남식 | 충남 천안시 동남구

장용의 단·필·충

저는약37년전,1980년6월입대하여가을에철원지역의포병

부대에배치받고이등병으로군생활을시작하였습니다.

내무반에는겨울난방용으로페치카(난로)가자리하고있었습니

다.이페치카를가동하고담당하는사병을‘페치카당번’이라했는

데,이걸줄여서‘빼당’이라고불렀습니다.총3개의페치카가있어

3명의‘빼당’이필요했는데,내무반생활과모든다른활동을열외로

해준다는말에혹해서‘빼당’을시작하게되었습니다.저는제일졸

병이었고,제위로송일병과이일병,두명의선임이있었습니다.

페치카는내무반안의난방을맡고있지만,불을지피고재를퍼내

는것은내무반밖에서이루어집니다.장작을페치카안에넣고,그

위에가루탄을물에개어빈대떡처럼만들어여러개를얹어놓고장

작에불을지피면얼마지나가루로개어놓은탄에불이옮겨붙게되

고,그다음부터는계속탄위에다시빈대떡같은탄을얹어주고,그

‘빼당’의 추억

아래다타고남은재는긴쇠꼬챙이로긁어내어버리는과정을반복

합니다.만일이작업중실수라도하여불이꺼져내무반이추운사

태가일어나게되면,선임들에게말로다할수없는얼차려를받게

되기때문에밤낮으로바짝긴장하지않을수가없었습니다.

이생활중가장어려운일이탄가루를퍼나르는일이었습니다.

이시커먼탄가루는고운가루인지라쉽게날려서내무반에서약

100여미터밖에보관하는데‘당카’라고하는운반기구에실어서두

명이들고날라야만했었습니다.한두번퍼나르고나면손과옷에

시커먼가루가묻는데저하고이일병이추운날하루에도십여차례

이상가루를지고나르는일은정말로힘든일이었습니다.

그래서하루는제가선임에게제안했습니다.

“이일병님!우리이렇게겨우내고생할게아니라부대옆마을에

내려가서리어카를한대훔쳐옵시다.가끔그마을갈때본적이

있는데몇대가굴러다니더라고요.”

이일병은잠시생각하더니선뜻그러자며당장오늘밤에결행하

기로했습니다.우리는모두깊은잠에빠진새벽4시경에행동을

개시했습니다.후문을이용해서약1km정도떨어져있는마을로

들어갔고,여기저기돌다마침내어느집문앞에세워져있는리어

카한대를발견했습니다.

제가리어카를앞에서끌고,이일병은뒤에서망을보면서부대로

들어가고있었습니다.그런데한3분의1쯤지나왔는데갑자기하

늘에서눈이내리기시작했습니다.거의반쯤왔을때는눈이꽤쌓

여지나가는길에바퀴자국이선명하게나서이대로가다가는영락

없이꼬리를밟히게된다고생각하니겁이덜컥나서“이일병님!안

되겠습니다.다시원위치시켜야할거같습니다”라고외쳤습니다.

코너 속 편지 92 | 93코너 속 편지 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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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만고끝에여기까지끌고왔는데어쩌겠냐?너는그냥몰고

들어가고나는싸리빗자루로쓸어서이바퀴자국을다지우고들어

갈게.다쓸어버리고그위에눈이또쌓여덮이면아무일없을거

야.”

그리고리어카는당장쓰지말고한이틀정도상황을본다음에

아무일없으면사용하자면서부대뒷산깊은곳에숨겨두었습니다.

우리는아무일없이지나가기만바라면서아침을맞았습니다.그

런데아침점호후7시가좀넘었는데,갑자기정문앞이소란스러

웠습니다.마을주민서너분이몰려와있었습니다.우리는직감적

으로우리가저지른일에대해서따지러왔다는걸느꼈습니다.그

리고전체부대원모두열외없이연병장에집합했고,전날당직사

관이었던소위장교가앞에서서격앙된소리로외쳤습니다.

“지금앞마을에서새벽에리어카한대를도둑맞았다고항의가들

어왔는데,바퀴자국을따라와보니우리부대후문으로이어졌다고

한다.어제리어카를훔친사실이있다면지금바로이실직고하기

바란다.”

저희는이실직고를하고그증거물을끌고정문주민들앞으로갔

습니다.

“이사병들이어제이걸가져왔습니다.대단히죄송합니다.”

당직사관은주민들에게사과와함께우리에게어서잘못을사과

하라고명령하듯말했습니다.

“죄송합니다.정말죄송합니다.용서해주세요.”

그런데우리가말을마치기도전에갑자기주민한분이키득키득

웃으며“아이고,저몰골하고는.장교님!아이들좀씻기며일좀시

키소”말했습니다.추워서군대용벙거지를쓴우리는머리부터발

끝까지탄가루가묻어외부인이보면영락없는거지처럼보였던겁

니다.그러더니“장교님,일단잃어버린리어카를찾았고저사병들

을보니엄청고생하는거같아더얘기안하겠고,앞으로이런일

이없도록단단히일러주시고,우리는가겠습니다”하며돌아갔습니

다.

이런사건은대부분군기교육대에가는게기정사실이지만우리

‘빼당’이모두빠지면엄동설한에내무반페치카를땔수가없다는결

론에이르자,포대장님은고민끝에완전군장하고연병장20바퀴를

도는것으로벌을대신하게해주셨습니다.

지금생각하면그때왜그런엉뚱한일을했는지참으로어이가없

었지만,아직도잊히지않는즐거운군대추억입니다.

코너 속 편지 94 |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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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혜 |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마음과 음악 사이

자식이 뭔데

자식이달랑하나였기에힘들다는성악을시켰고,달랑하나였기

에자식이그토록원하던유학도했다.이젠버젓이홀로서기를해

야할나이지만부모는장래가불안해애가타건만여유가넘치다못

해흘러서한강이안되려나모르겠다.

부모는오늘도새벽부터일어나일나갈채비를서두른다.퇴직으

로인해하루아침에중산층에서밑바닥으로추락해버린부모는오늘

도감당해야할대출금,이자,카드값과감당해야하는책임감에어

깨가아픈아빠는덕지덕지붙인파스냄새를향수삼아하루를시작

한다.며칠전내가돌보는아이와붕어빵을먹다가체해며칠동안

죽으로연명해기운이없는데도무거운몸을느릿느릿이끌며전쟁

터끌려나가듯집안을빠져나간다.

그런나날들속에엄마인내생일이돌아왔다.아빠는엄마에게

무언가를해주지못하는미안함에하트모양초콜릿을가슴에대고

심장떨림시늉을하며익살스럽게건네준다.엄마는아빠의미안해

하는마음을잘알기에심쿵한시늉을해가며즐겁게웃으며달콤한

초콜릿을먹으며행복해한다.

저녁이됐는데도자식에겐연락도없다.휴대폰알림방에생일이

라고뜬걸봤는지아빠휴대폰으로‘오늘이엄마생신이세요?’문자

로묻는다.어이가없는물음에엄마는당황한다.지금나이가몇개

인데엄마생일도모를까.갑자기엄마는억울한생각에왈칵눈물

부터쏟아진다.지금껏고군분투하며고생하던게눈앞을스치면서

부질없는짓을했다는자책감에도빠진다.

자식은계속시차가어쩌고저쩌고,일어나자마자전화한거니어

쩌고저쩌고핑계를대며못난모습을보인다.차라리‘죄송해요,제

가잊어버려서기억을못했어요’솔직히말하면지나갔을것을.쓸

데없는변명이나를더화나게만든다.미안할땐변명보단솔직한

게더좋은건지아직모르는미성숙아인가보다.그렇게된데는잘

못키운내탓이크겠지만.

자식은기대하는것도기대는것도안되는그런존재인것을.내

가무슨영광을보자고.부모는있는거없는거다퍼주고마지막

있는한톨마저다주고도뭐더줄거없을까고민하지만,자기거

건드릴까봐노심초사하는게자식인가보다.부모건자기거고,자

기거도자기건가보다.

이젠부모도좀살아보자.부모만을위해살자.우리가얼마나살

거라고퍼주기만하다깡통차겠다.자식이한가지해줄때마다생

색내며머리굴리며씀씀이아까워애태우는모습도보기싫다.그

냥우리만을위해사는거다.낼부턴1원도없을거다.결혼?독창

회?이젠공부많이하신자식이하셔야죠.안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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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욱 | 강원도 춘천시 충열로

일요일엔 편지를

나의 후원자, 장인어른께!

장인어른,제가벌써결혼한지19년차네요.저는대학졸업하고

결혼해야겠다는생각으로주변에서소개해준여성을만나고있었습

니다.제나이가29살이었죠.

아내와는1999년3월에처음만났습니다.그당시에는직장이서

울이라서춘천에서음악학원을하는아내를만나는것은주말에만

가능했고,아내와세번째만나던날,장인어른이제가아내와데이

트하고있던카페로찾아오셨죠.그때장인어른은참선하고정이

많아보이셔서처음뵙는데도마치여러번만난듯친근한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때기억나십니까?저에게몇가지를물어보셨는데제성격상

저는거침없이솔직하게대답했죠.만난지30분정도시간이흘렀

을때,장인어른께서먼저일어나겠다고하셔서배웅하러나갔지요.

그때저에게해주셨던한마디.“우리딸은자네가적극적으로나서

야연애가될거야”라는격려와응원어린말씀이제가아내와결혼

하게된결정적인계기가되었답니다.그래서저희가만난지두달

만에상견례를하고6개월만에결혼하게된거고요.

결혼하고두아들을낳아키워오며잦은부부싸움으로힘든시간

을겪고있을때도아버님은항상저를믿고힘이되어주셨죠.장인

어른은제결혼생활에진정한후원자셨습니다.

그런데도저는늘부족한사위였습니다.오래전부터슈퍼마켓을

운영하고계신장인어른께서가족끼리떠나는여행을단한번도못

해보셨다는말에늘아쉬움만많았습니다.

그러다드디어재작년,처음으로가족여행을제안하고가족들이

다함께이동할대형버스를준비하여인천차이나타운과월미도도

가고,서울의좋은호텔에서뷔페도먹고뜻깊은여행을했지요.그

리고내년에도또오자얘기했건만작년에는불행히도장인어른께서

췌장암으로수술하시고6개월간항암치료를받게되어가족여행을

갈수없었습니다.

그이후,가족들의정성어린간호와간절한기도의힘으로아버

님이건강을회복하게되시니얼마나다행인지모릅니다.건강하게

일어나주신덕분에올해는18명의모든가족이두번째가족여행을

함께떠날수있었습니다.태백산눈꽃축제도보고,맛좋은한우도

먹고,강릉커피거리에서따뜻한커피도마시고,주문진항에서싱

싱한회와대게도먹고.장인어른도즐거우셨죠?

저에게항상힘이되어주시는장인어른!장인어른이건강하셔야

가족들이함께여행을더많이다닐수있습니다.내년에는제가좀

더멋진경치가있는곳으로여행을준비할테니부디건강하십시

오.사랑합니다,장인어른!

코너 속 편지 98 | 99코너 속 편지 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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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선 | 서울특별시 구로구 개봉동

27년이 지난 지금

일요일엔 편지를

사랑하는아빠엄마,놀랐지?아빠가즐겨듣는라디오에서아빠

가주인공이될거라는건상상도못했지?요즘몸도안좋고,기운

도없어서많이힘들어하는아빠를위해서막내딸이이렇게깜짝이

벤트를준비했어.내작은이편지가아빠엄마에게힘이되었으면

정말좋겠다.

아빠엄마,내가서른살이되도록말못한게있어.나조차도말

꺼내기가너무눈물이날거같아서하지못했고,내가이런말을하

면또다시엄마아빠는그일을떠올려야해서죄책감에슬퍼할까봐

말하지못했어.

내가3살때큰뺑소니사고가났잖아.의사는살가망이없다고,

보내자고했는데,불구가되어도좋으니나를살려만달라고붙들어

줘서내가기적처럼살아났잖아.

그후로몇달은병원에서24시간나를간호하느라사는게사는

거같지않았을엄마.그리고병원비가없어서돈을꾸러다니느라

자존심센우리아빠가얼마나많은사람에게‘우리딸좀살려달라’

그리말했을까생각만해도눈물이난다.

아직도내몸에난상처들과내얼굴을보면,그때조금만더신경

써서나를봐주지못해아프게해서미안하다고눈물을흘리는우리

엄마아빠.그럴때마다말은못했지만,실은엄마아빠손을잡고

말하고싶었어.“나는정말괜찮아.”

다행히도그때의기억은전혀없고,아픔도없으니나는정말괜

찮아.내가내아이를낳아보니알겠더라고.내아이가아프면모든

게다부모의탓인것만같고,그아이의아픔과상처를부모는절대

로잊을수가없다는걸.나를안쓰럽게쳐다보는엄마아빠를웃으

면서장난스레넘기지만,사실은엄마아빠의속마음을이젠엄마가

된나도알기에많이가슴이아려.그러니까더는나에게미안해하

지도,죄책감을느끼지도,후회하지도않았으면좋겠어.절대로그

때그일은엄마아빠탓이아니야.나는내짝눈도,내얼굴의상처

도,다커버할수있을만큼엄마아빠를닮아서예쁘니까.

나괜찮아!내상처까지도안아주는멋진남자를만나이렇게아

들딸낳고잘살잖아.이모든게다엄마아빠의사랑과헌신덕분이

에요.정말감사합니다.그때나를포기하지않고,지옥과도같은

날들속에서도나를원망하지않고,이렇게건강하게예쁘게키워주

셔서정말감사합니다.

27년동안,그날로인해아팠던나를위해기도하고힘썼으니까

이제두분의여생은내가두분을위해기도하고사랑하며함께지

켜드릴게요.사랑해요.정말많이.

-막내딸박인선드림-

코너 속 편지 100 | 101코너 속 편지 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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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일반사연

살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 속 시원히 털어놓아야 할 말들,

간단한 사연 신청곡, 축하해 주고 싶은 일들을 보내주세요.

월: 사장의 재발견

골목상권, 전통시장, 도소매업, 음식업, 숙박업, 서비스업 등등

지금 어느 곳, 어느 분야에서 사장님 명찰을 달고 계신가요?

사장님들이 들려주는 보람, 애환,

때로는 은밀한 영업비밀과 노하우까지 전해 듣는 시간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사장님과 고객들의 마음을 하나로 잇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화: 위기의 부부들

다정했던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소통이 안 되는 부부사이, 흔들리는 가정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양소영 변호사와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보겠습니다.

수: 열린 수요일

매주 수요일은 여성시대 문을 활짝 열어놓기로 했습니다.

이름 하여, ‘열린 수요일’ .

살면서 궁금하고 알고 싶은 거, 알아야 할 거,

두루 알아보는 시간으로 수요일 3~4부를 꾸미겠습니다.

목: 남성시대

우주의 중심! 한 주일의 중심! 남성시대!

여 성 시 대 에

사 연 을 보 내 주 세 요

목: 장용의 단필충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군대 시절!

코미디 영화보다 더 웃기고 액션 영화보다 짜릿한!

군대 시절의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개그맨 장용 씨와 함께 나누겠습니다.

금: 우리 아이 문제없어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일상생활에서 생기는 소소한 육아고민과 청소년 자녀와의 갈등.

<우리 아이, 문제없어요> 방에 올려주시면 소아청소년정신과 의사 서천석

선생님과 지혜로운 해결책을 찾아보겠습니다.

토: 마음과 음악 사이

평일과 주말 사이, 일과 휴식 사이에 자리 잡은 토요일 아침.

왠지 평소와는 다른 아침시간을 보내고 싶으시다면

여성시대 <마음과 음악 사이>와 함께하십시오.

마음 읽어주는 남자, 정신과 의사 윤대현 교수와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

사람들에게 받은 크고 작은 상처를 함께 들여다보고 더불어 치유하는

시간입니다. ‘내 마음이 이런 일로 힘들고 아프다’ 하시는 분들

지체 없이 사연 보내주십시오.여기에 음악 좀 아는 남자인

윤대현 교수가 직접 선곡한 음악 선물까지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일: 어렵지 않아요!

영어와 우리말을 주거니받거니 하는 시간!

미국인 사위 크리스, 크서방과 함께합니다.

외국인만 보면 작아지는 우리,이제 어깨 펴고 대화할 수 있어요.

외국인 앞에서 기죽지 않을 생존영어를 알려드립니다.

문.찢.남(문법책을 찍고 나온 남자) 크서방에게

궁금한 영어표현 질문으로 남겨주세요. 영어 어렵지 않아요!

주소 : (03925) 서울시 마포구 성암로 267 MBC 라디오 여성시대

103 102 | 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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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서천석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트위터 아이디 @suhcs)

일러스트 | 조신애

남녀의 공격성

얼마전이번에초등학교에들어가는아이를둔어머니한분이물

어오셨다.남자아이를키우다보니걱정이든다고.학교에들어가서

다른친구들의영향을받아폭력적인성향을띄면큰일인데그렇게

만들지않을방법이없겠냐는질문이었다.지금까지살아오며남자

들의폭력적인성향으로상처를입었던경험이많다보니당연히할

수있는질문이었다.내가어린시절에도여자아이들을괜히건드리

고집적대거나,고무줄놀이를하면끊고도망가고,‘아이스케키’라

는지금생각하면성추행이명확한짓을놀이라생각하고즐기는분

위기였다.물론그즐기는주체는오직남자였고여자아이들은희생

자였다.어머니의걱정은자기아들이자기가끔찍이싫어했던그런

가해자가되어서는안된다는마음에서시작했으리라.

흔히생각하는것과는달리남자아이들이더공격적인것은아니

다.다만남자아이들의언어발달이상대적으로늦기에부정적인감

정을갖고있을경우몸으로표현하는경우가많다.반면여자아이

들은언어를사용하거나,사회적관계를조종하는방식으로자신의

부정적인감정을표현한다.공격성은비슷하지만표현하는수단이

다를뿐이다.게다가초등학교4~5학년까지는남자아이들이충동

적인면이좀더강하다.충동조절기능이늦게성숙하기때문이다.

충동성이강하면자기의감정을행동으로옮기는경우가많다.결국

눈에띄는공격행동만놓고보자면남자아이에게서더많이드러난

다.

과거에는남자아이가이렇게공격행동을보일때강하게제지하

지않았다.남자는그럴수있다고보았다.반면여자아이가공격적

인행동이나말을사용하면강하게제지했다.이런문화로인해남

자아이들의공격성을적절한시기에교정해주지못했다.여자아이

들은과도한억압을스스로하게되었다.그로인한부정적인영향

은모두가알다시피성인기까지이어졌다.

다행스럽게도상황은차츰나아지고있다.변화의속도도무척빠

르다.적어도초등학교교실에선실질적인권력을갖는쪽은여자아

이인경우가많다,실제남자아이를키우는부모들은상당한불만을

갖기도한다.여자아이가은근히가하는언어적/비언어적공격(약

올리기,귀찮게하기,무시하기)에미성숙한남자아이가자극을받

아공격행동을한경우남자아이만문제가된다는것이다.아이가

공격행동을한이유는알아보지않고결과만가지고일방적으로야

105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104 |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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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친다고속상해한다.감정조절도취약하고대처방식이빈곤한

경우다른아이의지능적인공격에당하는경우가드물지않다.이

런상황에서가해자는남자아이도,여자아이도될수있고,희생자

도남자아이도여자아이도될수있다.하지만발달의차이때문에

당하는아이가남자인경우가훨씬많다.

뿐만아니라여자아이들은협력을더잘한다.특히4학년이하라

면이런양상은뚜렷하다.교실에서남자아이들은대개개별적으로

활동한다.놀때보면모여서함께하는듯보이지만목표를두고서

로협력하는데취약하다.상대의의도를파악해서감각적으로대응

하는능력도부족하다.반면여자아이들은상대적으로상호작용능

력이뛰어나다.상대의의도나감정을잘읽고,협력도잘하며,순

간적인역할분담도해낸다.사회적인게임에익숙하다.그러다보

니같이힘을합쳐누군가를놀리거나따돌리는식의공격을가하기

도한다.물론그런놀이를즐기는공격적인여자아이들은소수다.

하지만이경우에도대부분의희생자는남자아이가된다.

지금의초등학교교실에서남자아이와여자아이중어느쪽이더

우위에있고,어느쪽이더공격적인지따지자면답하기가쉽지않

다.신체발달이란면에서도초등4학년까지는여자아이들이우세

한경우도많다.예전의여자아이들은공격을당하더라도여자니까

조신하게대처해야한다는압력을받아서그냥참곤했다.울어버리

기도했다.지금은그런분위기가아니고부모들이아이를그렇게

키우지않는다.여자아이들은과감히맞대응하고이기는경우도많

다.물론그러지못하는아이들도있다.하지만맞대응못하는것으

로따지자면남자아이들중에도많다.확실한것은예전처럼남자는

괴롭히고,여자는당하는것이당연한분위기는아니다.

아이들이가진공격성을가만놔둬서는곤란하다.무슨죄악시할

요소는아니지만사회화가필요하다.감정에공감해주면서감정의

방향이자신과타인에게해가되지않도록표현하는길을열어줘야

한다.아이들은아직공감능력이취약하기에타인의감정에공감하

는경험을갖게해야한다.상대에게호의적인행동을하고그속에

서기쁨을느낄수있도록기회를줘야한다.이것은남녀중어느

한쪽에만필요한것은아니다.한가지더이야기하자면부정적인

감정역시아이들에게반드시존재하는감정이다.공격적인행동은

뿌리뽑을일은아니다.어른이되어도공격적인행동을할상황은

존재하기에연습을해야세련되어진다.어릴때친구들과의관계를

통해연습하면서아이들은공격성의수위조절을연습하는셈이다.

남자아이를 키운다고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여자아이를 키운

다고 공격성 면에서 안심할 일도 아니다. 걱정하듯 남자아이만 다른

아이를 괴롭히고,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대신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괴롭힘에 대해서, 폭력에 대해서, 몸을 쓰

는 것이든,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든 우리는 최선을 다해 교육

해 막아야 한다.

내세대의남자들은문제가있다.우리는성차별적교육을받았

다.그러나우리세대가가진문제를지금자라는아이들이같이갖

고있지는않다.아이들은다른시대를살고있고,다른대접을받으

며,다르게성장하고있다.그러니자라를보고놀랐다고해도솥뚜

껑보고놀랄필요는없다.우리아이들은동등하게성장해야하고,

장차여남,남녀가동등한역할을해야한다.우리의몫은동등한기

준으로가르치고키워내는일이다.그렇게해야서로동등하기에,

여자든남자든더행복할수있는시대를앞당길수있을것이다.

107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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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나는옛날사람들과자주만난다.고2때부터알게된선배와

사회생활시작할때부터의선배들은서로들잘아는사이라서나보

다6살,8살위의세분모시고점심을했다.식사후다들핸드백을

뒤져작은보따리들을앞에놓고미지근한물을시켜약을털어넣으

면서우리는낄낄댔다.약속에맞춰오는길에맥이쫙풀리며식은

땀이나는데아침에먹은빵이체했나싶어병원들러처방받아왔다

는분,이틀전부터계속설사를한다는분,허리아프다보니다리

도당기고반사신경이둔해져차도없애버린데다가파킨슨이시작

됐다는분.

세분선배들과우리가이렇게나이들어갈줄은몰랐다며웃었다.

기억속에또렷한사진처럼각자인생의굴곡을잘아는사이.곁에

서지켜봐준사이.상대가무얼좋아하고무얼싫어하는지잘아는

사이.그세월은누구도끼어들수없고흉내낼수없는소중한것

이다.진흙탕에서빼어내준선배들,참귀한분들!

그중한선배가엄마께인사드리겠다기에집으로모시고왔더니

“살이빠지니어머니얼굴이그대로있네”하며반가워하셨다.69년

월남전대학생위문단으로다녀올때사다준은으로만든작은수레

를내가아직도갖고있다했더니놀란다.

양희은의 스튜디오에서

양희은 | 여성시대 진행자

귀한 사람들

세언니와의점심여운이길게갔다.서로나이들어가는모습을

눈에담았다.이렇게우리는익어가는구나.

그리고며칠후중1때부터친구들과점심을했다.우리는남편의

건강,노년의우울감,본인의건강얘기를하며털어버리고,동일한

문제끼리상쇄시키니까묵직하던어깨가가벼워졌다.

내고민은일찍잠들면꼭새벽1,2시에화장실다녀와서눈이딱

떠지고,잠을놓친다.5시쯤다시졸리지만,출근에지장있으니부

엌에서아침밥하고남편도시락싸고,엄마잡수실것까지챙기고

출근한다.다음날곯아떨어지니병도아니라고다독여준다.어찌이

리도어슷비슷할까?옷치수넉넉한친구는나를만나면옷을어디

서사는지물어보려했단다.아는대로가르쳐주었다.

인사동전통찻집에서따끈한게좋다며대추차,모과차,생강차

를마시다가독일서온친구를데리러내가먼저일어섰다.독일친

구는74년간호사로건너갔고,우리나라에서노년을보내려고많은

곳을기웃거리느라자주나온다.남의나라에서늙어가는게싫다며

우리것에대한그리움이서리서리깊다.

우리집에들어서자마자엄마방으로들어가수다가늘어졌다.10

여년전에는둘이유럽여행도갔었다.그런사이다.걔네엄마랑

울엄마는동갑이신데울엄마랑더긴밀하다.걔네엄마는혈액암

이시란다.칠순을바라보며구순이코앞인부모들을우리는모신

다.

선배들은 헤어질 때 그랬다. “늦기 전에 훠이훠이 다닐 수 있을 때

실컷 다녀.” 친구들은 헤어질 때 그랬다. “여러 가지 털어놓으니 후

련하다.” 독일서 온 친구는 그랬다. “엄마 혹시라도 어려워지면 내

가 있잖니? 노인들 간호가 내 전공이야. 걱정하지 마. 내가 올게.”

109양희은의 스튜디오에서 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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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대에는두분의정신과의사가출연한다.서천석박사는장

수코너‘우리아이문제없어요’를,윤대현교수는신설코너‘마음과

음악사이’를진행한다.두코너는제목에서도느껴지듯이고민의주

제가다르다.그리고같은코너앞으로도착하는사연들도정말다

양하다.이렇게내용이다양한데도불구하고,코너지기인두전문

가가공통으로가장많이제시하는해결책이있었다.

바로‘나’자신이가장좋아하는것이무엇인지찾아서,‘나’에게투

자하라는것.주변을둘러싸고있는많은환경에치여서지친‘나’를

안아주고,앞으로닥칠위기들에도대처할힘을주려면자신만의취

미가반드시있어야한다는것이다.

주말마다동네뒷산을가볍게오르내리기,탁구동호회에가입하

여일주일에한번은온몸이흠뻑젖도록땀빼보기,한달에한번

이상맛집을찾아떠나기,일년에한두번은영화관에가서개봉작

감상하기,계절별로책한권은꼭읽기,금요일저녁에는꼭대중

목욕탕에가서온탕에온몸담그기등등.조금만고민해보고조금만

시간을투자하면얼마든지할수있는나만의취미를정하고실천하

는것이야말로세상에서가장쉬운‘힐링’의방법이라는것이다.

청취자분들의사연을소개하고전문가의상담을들으며,‘나’의삶

서경석의 스튜디오에서

서경석 | 여성시대 진행자

무언가에 ‘적당히’ 빠져 사는 즐거움

도생각하게된다.매일아침일찍일어나방송사에나가두시간의

라디오방송을하고,그후의시간에는TV프로그램에도참여하고,

가끔있는행사에진행자로나서고,운영하는몇가지부업들도챙

기고,육아에도참여하고….

나름바쁘게살아가다보니‘나’를위한시간주기에인색해져있었

다.그렇게좋아하던‘축구’도어느순간부터피곤하다는이유로‘건

너뛰기’가자연스러워졌고,어렵게계획했던짧은여행도갑자기생

긴행사에참여하기위해포기하기일쑤였다.

그러던중,나도시공의제약을덜받는,게다가길게할수있는

나만의취미를찾게되었다.30대중반즈음부터좋아하기시작했

던것같고,결혼후에는평론까지하며본격적으로빠져들기시작

한드라마보기.아마도가장이되고아이를키우면서더공감할수

있는이야기들이많아져서인듯하다.

요즘 나는 드라마 보기에 푹 빠져있다. 본방송을 못 보면 다시보

기로라도 꼭 보고 있는 드라마들, 일상에 지쳐있던 나에게 웃음, 눈

물, 감동뿐 아니라 추리력, 분석력까지 키워주는 고마운 드라마들.

큰돈 들이지 않고, 많은 시간 내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취미

이다. 혹시 이렇다 할 취미를 찾지 못해 고민 중인 분들이 계신다면

좋은 드라마 한두 편을 정해 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다만,한가지주의할점이있는데,너무많은드라마에빠지게되

면작품과작품이섞여서들어오게되는경우가종종있고,주로늦

은시각에방송되는경우가많기에본방사수하다보면잠이모자라

게될수있다.

‘적당히’빠져있을수있으면,나만의취미는반드시필요한것같

다.조만간‘축구’도,‘여행’도다시시작하리라.

111서경석의 스튜디오에서 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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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부부들

글 | 양소영 변호사

배려와 존중에 남녀가 따로 없다

그리스로마신화를읽다보면인간만큼많은신이존재한다는사

실에놀랍니다.그런데그많은신이이름만신이지인간보다더인

간적인냄새를풍기는탓에인간세상만큼이나이야깃거리도많고

또신의모습을빙자한우리이야기라이해도쏙쏙됩니다.저는그

중에서야누스에대한관심이많아따로더찾아본적도있었어요.

‘야누스:로마신화에나오는두얼굴을가진신.문의수호신.성

과집의문을지키며,전쟁과평화를상징한다.’

저도세아이의엄마로서상황에따라야누스의얼굴로대하기도

합니다.위로딸둘,막내가아들,이렇게삼남매의위치와상황에

맞는자세를유도해야하니당연한일일수도있죠.

‘집안의맏이로서의젓해야지.장녀는무게가있어야해.’

‘너는가운데에서중심을잘잡아야지.’

‘누나들말잘듣고,잘따르고!’

자기포지션에맞는행동지침을마련해알려주고확인하는데,여

기에아들에게는학교나외부행동지침관련특별주문이하나더추

가됩니다.

‘참아라’

무엇을,언제,왜,설명도없이막연한포괄적범위의단어참아

라.

배려와포용의뜻이담긴화합의시대에가장필요한단어일수도

있지만,유독아들에게만종용합니다.딸아이에겐별로해본적이

없는말을왜막내에게만자꾸이야기하게되는걸까요?딸은원래

잘참아서그런걸까요?아들이나이가어려서그럴까요?막내라서

그럴까요?

아들은겁도많고조심스러운데다또래아이들보다더활동적이

지도않으며,외동아들의심리적풍요로움도없는그저평범한대한

민국의초등학생이지만남자라는말이붙어남학생이되는순간조

심하고가려야할것들이수십가지가더생겨납니다.

아들이다른집에피해를주게될까미안하고,그래서부정적이미

지를가지게되는것이겁나며이런저런이야기에얽혀불편한것이

아들과딸을달리보는야누스엄마가된까닭입니다.

아들이초등학교1학년때,저는일을해야하고아이를돌봐줄

사람이없어키즈카페에같이간적이있었습니다.아이가주스를

사러갔는데꼬마아이하나가넘어져울었나봅니다.

그어머니가달려와“◯◯야왜그래?아파?왜넘어졌어”하며옆

의아이들을둘러보다가“저오빠가그랬어?”라며제아들을가리켰

는데아들이아이가혼자넘어진거라말했다며제게이야기해주었

습니다.

113위기의 부부들 112 |

Page 58: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804.pdf · 이경재 씨를 찾아서 ‘남들과는다른 삶’이 대세다

그말을듣는순간“그래,니가넘어뜨린게아닌게확실하지”라

고말하고넘어갔는데집에와서내내불편했던그기억은지금도저

를힘들게합니다.

‘왜그엄마는내아들이넘어뜨린거로생각했을까?’

‘왜나도아들에게넘어뜨리지않았냐고확인했을까?’

‘남자아이와폭력은당연하게어울리는것일까?’

물론주먹을사용하는아이도있을수있고무력사용을용인하는

분위기에서자란아이도있을수있지만,남자아이들은힘으로해결

한다는오해와선입견,아니면경험으로왜곡된남자아이특유의패

턴들이그렇게만든것은아니었을까잠정적결론을내렸습니다.

사람은정의내려질때자기가만든우리안에자신을가두어버립

니다.남자이기때문에조심해야하고,여자이기때문에조심해야

하는것들은없을텐데말입니다.

타인에대한배려와존중은성별을떠나반드시지켜져야하며,저

도딸아이에게여자라는약점을가졌기때문에더노력해야한다고

가르치지않았거든요.

함께 살고 함께 만드는 사회를 위해 이제는 남자 여자의 구분 없이

뜻을 모아야 할 성숙기에 들어섰습니다. 사회는 남자와 여자가 따로

만드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서로 존중하고 의지할 때 원활한 방향으

로 나간다는 사실을 수많은 조정과 재판의 경험으로 예측할 수 있습

니다.

사회가발전하기위해서많은진통을겪어야합니다.그과정에서

엉뚱한피해자와가해자아닌가해자가나타날수도있습니다.그런

데중요한것은서로대화하고의견을나누며발전적인방향을논의

하며나가야할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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