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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Oct. November 11 10. www.NAMDOzine.com 지역커뮤니티 가치실현 1회 독서문화 축제 현장 취재 서관이 만들어낸 새로운 문화를 맛보다! 강을 지키는 순수를 경험하고 싶다면 저 말고 고민 말고 딸기네집으로 놀러 와! 4회 진도 우수영 ‘명량대첩축제’를 가다 ‘명량’에서 보낸 명랑한 한 때 천 낙안읍성과 갈대숲이 장관을 이룬 순천만을 다녀오다. 즈넉이, 맛과 사색의 길을 따라 걷다 울로 코엘료의 소설 ‘순례자’를 통해 들여다본 돗개에 관한 몇 가지 명상 가운 손을 덥히는 달빛의 몰약 ‘강강술래’를 찾아서 노보, 사나운 침팬지들을 향해 봄날의 하이킥을 날리다 라남도 사회적 기업 ‘마을 기업 박람회 탐방’ NAMDO 문화 수다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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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Oct. November

1110.

www.NAMDOzine.com지역커뮤니티 가치실현

제1회 독서문화 축제 현장 취재도서관이 만들어낸 새로운 문화를 맛보다!

건강을 지키는 순수를 경험하고 싶다면

주저 말고 고민 말고 딸기네집으로 놀러 와!

제4회 진도 우수영 ‘명량대첩축제’를 가다‘명량’에서 보낸 명랑한 한 때

순천 낙안읍성과 갈대숲이 장관을 이룬 순천만을 다녀오다.

고즈넉이, 맛과 사색의 길을 따라 걷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순례자’를 통해 들여다본진돗개에 관한 몇 가지 명상

차가운 손을 덥히는 달빛의 몰약‘강강술래’를 찾아서

보노보, 사나운 침팬지들을 향해 봄날의 하이킥을 날리다전라남도 사회적 기업 ‘마을 기업 박람회 탐방’

NAMDO 문화

수다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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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DO 문화

NAMDO 수다공간

제1회 독서문화 축제 현장 취재

도서관이 만들어낸 새로운 문화를 맛보다!

건강을 지키는 순수를 경험하고 싶다면

주저 말고 고민 말고 딸기네집으로 놀러 와!

제4회 진도 우수영 ‘명량대첩축제’를 가다

‘명량’에서 보낸 명랑한 한 때

순천 낙안읍성과 갈대숲이 장관을 이룬 순천만을 다녀오다

고즈넉이, 맛과 사색의 길을 따라 걷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순례자’를 통해 들여다본

진돗개에 관한 몇 가지 명상

차가운 손을 덥히는 달빛의 몰약

‘강강술래’를 찾아서

보노보, 사나운 침팬지들의 향해 봄날같은 하이킥을 날리다

전라남도 사회적 기업 ‘마을 기업 박람회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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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진” 로고는 그래픽 아티스트 정지범님의 작품으로 남도의 풍요로움

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2011년 10월호[제1권 제3호, 통권3호]

남도진에 실린 사진과 글을 허락없이 옮겨 쓸수 없습니다.

발 행 및 편 집 / 이길찬

디자인 / 한주연 에디터/ 박혜미

발행처/ [주]크레펀 전남 무안군 삼향읍 남악리 1970번지 [재]전남문화산업진흥원 내 F-103

등록번호/ 전남 아 000149

ISSN 등록번호/ ISSN 2234-1234

FAX/ 061] 283-1254E-Mail/ [email protected] www.NAMDOzine.com

2011. Oct. November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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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들의 특별한, 첫 번째 외출

‘광양, 영광, 담양, 곡성.’ 여기에 ‘구례, 보성, 벌교, 화순’이 함께 했다. ‘장흥, 해남, 영암, 무안’도 이에 빠질 순 없었다. ‘함평, 영광, 장성, 진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라남도라는 지역적 유대감을 제외하면 이곳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눈치 빠른 분들은 짐작하겠지만, 이들의 교집합은 바로 ‘도서관’이다. 2011년의 가을이 무르익자 전라남도의 공공도서관들은 일제히 특별한 외출을 꿈꿨고, 그 꿈을 멋지게 실현해냈다.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1일까지 진행된 ‘제 1회 독서문화 축제’는 바다가 있는 풍경인 목포 평화광장에서 ‘참여, 소통, 어울림’이라는 세 가지 테마를 주제로 책과 사람을 하나로 이었다. 이번 축제에서는 책을 열고 느끼며, 책에 대해 말하고, 책과 함께 놀 수 있는 흥겨운 잔치로 꾸며졌다.

메인 무대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13개의 부스 안에서는 각 지역 도서관들이 준비한 프로그램들이 다채롭게 진행되었다. 먼저 나주공공도서관은 ‘도서관과 책의 역사’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도서관의 모습과 기록매체의 발달과정을 시대 순으로 전시했다. ‘우리가 만드

는 미니도서관’ 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축제를 주관한 영암공공도서관은 도서관에서 운영되는 자료 장비, 정리, 보수 등에 대한 설명과 함께 어린이들이 직접 책 정리를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또한, 무안공공도서관이 준비한 ‘사서에게 물어보세요’는 사서 선생님이 축제 현장에서 아이들의 독서능력을 진단하고, 독서를 통한 간단한 상담을 병행했다. 즉, 아이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독서에 대한 평소 생각이나 느낌을 묻고, 올바른 독서 습관에 대한 상담을 주로 진행했다. 길게 줄을 선 아이들이 사서 선생님께 재잘재잘, 자신이 좋아하는 책과 평소 읽기 습관에 대해 늘어놓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책 읽는 마음에 불화살을 쏜

책과 바다, 음악과 시 그리고 사람들. 그들이 한자리에 모이자 핑크빛 낭만이 탄생했다. 한낮, 책을 손에 쥔 사람들은 잘 익은 능금처럼 발그레한 미소를 지었고,한밤이 되자 음악과 시가 주는 아기자기한 리듬에 몸을 맡겼다. 2011년 가을, 목포에서 개최된 제 1회 독서문화 축제. 그곳에선 사람들의 서늘한 일상을 헤친 따뜻한 낭만의 온기가 아련히 퍼져 나갔다.

도서관이 만들어낸 새로운 문화를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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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 한비야

독서문화 축제 첫날. 특별한 손님이 축제를 빛내기 위해 초대됐다. 그녀는 다름 아닌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그건, 사랑이었네> 둥의 저서로 유명한 한비야 씨. 그녀가 ‘작가와 소통하기’ 행사를 위해 평화광장 메인 무대에 얼굴을 내밀었을 때는 오후 다섯 시 무렵이었다. 태양이 서서히 기력을 쇠진한 틈을 타 눅눅한 바닷바람이 차갑게 불어왔다. 하지만 메인 무대 아래 다닥다닥 붙어 앉은 300여 명의 축제 관람객들은 이가 덜덜 떨리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비야 씨의 강연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백두대간 종주 중 독서문화 축제를 위해 태백산맥에서 부랴부랴 하산했다는 그녀는 청바지 차림에 편안한 재킷을 걸치고 무대에 들어섰다. 때마침 그녀에게 찾아든 기쁜 소식이 청중들을 더욱 들뜨게 만들었다. 축제 첫날, 그녀가 유엔 자무위원으로 위촉된 것이다. 한비야 씨의 강연

은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다.

그녀의 작은 체구가 내뿜는 에너지는 무대 위에 부는 세찬 바람을 온통 막아설 것만 같았다. 강연 내용은 ‘머리, 가슴, 손’의 순서로 이어졌다. “여러분은 목포 시민이자, 군민이자, 대한민국 국민이자, 세계시민이다.” 그녀는 강연 내내 ‘세계 시민이 되자’고 강조했다. “세계 지도가 여러분의 머릿속에 들어있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나라뿐만 아니라, 특히 우리를 필요로 하는 나라가 여러분 머릿속에 들어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녀는 밝혔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1년에 책 100권 읽기를 실천해 오고 있다는 그녀. “여러분의 베이스캠프는 대한민국이지만 우리의 관심과 사랑은 전라남도에만 국한되지 않았으면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부심과 세계 시민이라는 각성을 동시에 느꼈으면 한다” 고 거듭 강조했다. 자신은 지도 한 장 때문에 세계 일주를

여기에 담양공공도서관이 준비한 ‘체험’ 프로그램은 축제에 참가한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책 도장, 책가방, 팝업 북 등을 만들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을 제공했다. 남평공공도서관 역시 ‘전남 문학관’이라는 제목으로 이청준ㆍ한승원ㆍ공선옥ㆍ김영랑 등 지역출신 작가들의 일대기와 작품들을 전시해 지역민들의 자긍심을 고취시켰다. 이처럼 도서관들은 2011년 최초로 개최된 ‘독서문화 축제’를 통해 저마다의 공간과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나눔과 어울림을 실천했다. 딱딱하거나 무료하다는 기존 이미지를 탈피해 한손에는 책, 다른 한손에는 다채로운 ‘소통’의 물감을 들고서 축제에 활발히 참여했다.

NAMDO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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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게 됐고, ‘견딜 수 없는 뜨거움으로’ 지금껏 세계 빈민 구호활동을 하고 있다는 한비야 씨. 그녀는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그 법칙은 무엇인가? 라고 청중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관중석은 조용히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42살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정글의 법칙’만 있는 줄 알았다.”고 운을 뗐다. “1등만이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세계. 물론 그러한 정글의 법칙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

지만 그와 동시에 ‘사랑과 은혜의 법칙’도 존재한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이어 아프카니스탄 구조활동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사랑과 은폐의 법칙이 가장 극명한 곳이 바로 긴급구호현장이다. 1.2.3초 만에 굶주림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간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긴급구호현장에서 식량 담당이었다는 그녀는 생후 6개월 된 아이가 자신의 품에서 굶주려 서서히 죽어갔던 옛 기억을 더듬으며 “그곳으로부터 45분 거리에 식량창고가 있었다. 그곳에 있는 밀가루 한 줌

가슴을 따뜻하게 녹인 시와 음악의 향연

축제 행사장에 어스름이 짙어지자 가을밤의 낭만적인 정취는 오간데 없고 매몰 찬 바람에 두 볼이 얼얼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쉽게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가을밤에 듣는 시(詩)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저녁 일곱 시부터 시작된 ‘작가와 함께 하는 Book 콘서트’는 나희덕 시인의 ‘서시’, ‘별’, ‘해일’을 노래로 만든 공연이 그 서막을 열었다. 시노래 공연이 끝나자 ‘나희덕 시인과의 대화’ 기회가 주어졌다. 시집 한 권을 손에 들고 무대에 오른 그녀는 시를 잘 쓰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시란 특별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 속에 면면히 숨어 있다”며 “시를 쓰기 위해선 일상을 촘촘히 관찰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빈 그릇처럼 내 자신을 비워내면 시의 언어들이 그 안에 차고 넘치게 되고, 결국 한 편의 시가 자연스레 세상에 탄생하게 된다”고 조용히 시작(詩作)에 대해 언급했다. 그녀가 무대를 내려서자 몇몇 청중들이 사인을 받기 위해 가로등 밑으로 모여들었다. 그녀는 어두침침한 가로등불 아래서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스런 친필 사인을 건넸다.

나희덕 시인이 자신의 시를 낭송한 후, 인디밴드 ‘바닥프로젝트’가 그 뒤를 이어 ‘귀뚜라미(시: 나희덕/ 작곡, 노래: 안치환)’를 열창하

이었으면 죽어가는 아이를 살릴 수 있었다. 과연 현재 우리 마음의 식량창고는 어떤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99°C의 물과 100°C의 온도 차이는 비슷하지만 분명한 차이를 드러낸다며 “바로 100°C의 물은 끓어오르고 99°C는 끓지 않는다.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지 잘 생각해보라. 그런 다음 머리와 가슴이 아닌 손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말하며 열띤 강연을 마쳤다.

2011. Oct. November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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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무대를 선보였다. 만능 노래꾼 임웅과 피리 부는 사나이, 김현무. 우크렐레를 치는 김영훈 등 세 명의 젊은이들로 구성된 ‘바닥프로젝트’는 ‘귀뚜라미’의 후렴구인 ‘귀 뚜루 루루- 귀 뚜루 루루-’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후, 유쾌하고 명랑한 ‘홍어’라는 곡으로 관객들을 잔뜩 들썩이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지난 2008년 결성된 박남준 시인이 보컬을 맡고 있는 ‘지리산 동네 밴드’가 독서문화 축제의 첫날밤을 함께 수놓았다. 반백의 소년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박남준 시인은 꾸미지 않은 진솔한 목소리로 자신의 작품인 ‘노랑오토바이’를 열창했다. 그런 다음 ‘문 밖의 세상’이라는 자작시를 낭송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인이 부는 하모니카의 음색은 유독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에 의한

‘독서문화 축제’

독서문화 축제 둘째 날인 10월 1일 오전 10시. 전라남도 각 지역을 대표하는 어린이들이 동화구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평화광장에 모여들었다. 어제와 달리 아침부터 쏟아지는 햇발 사이로 아이들의 또랑또랑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4번 참가자는 목포영산초등학교 3학년, 김수원 어린이. ‘10원짜리 금빛 동전’이라는 제목의 이야기를 선보였다. 아이답지 않은 표현력으로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풀어냈다. 다음으로 5번 참가자는 장성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이수빈 어린이. ‘강아지 똥’ 이라는 동화로 무대에 올랐다. 노란 머리핀을 하고 나온 수빈 양은 검게 그을린 얼굴로 앙증맞게 동화를 구연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무대에 오르자마다 차렷 자세를 갖췄고, 마이크를 코앞에 들이대는 순간 자신의 이름과 학교를 구구단처럼 내뱉었다. 따가운 햇볕에 낯빛을 찡그릴 법도 한데, 동화구연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일제히 진지한 표정으로 최선을 다했다. 동화 구연 도중 대사가 떠오르지 않는 어린이는 한참 숨을 고르고 난 후 이야기를 겨우 이어나가기도 했다. 8번 참가자는 ‘할머니와 단풍’이라는 동화를 구연한 목포신흥초등학교

2학년, 이재빈 어린이. 다소 긴장한 탓에 침 삼키는 소리가 ‘꼴깍, 꼴깍’ 마이크를 타고 관객들에게까지 전해져왔다. 참가번호 12번, 광양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정산 어린이는 ‘검은 소나무’라는 동화를 선보였는데, ‘할아버지 소나무’를 구연할 때는 노인의 음성을 생생하게 흉내 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대형 스크린 위로 동화의 그림이 배경으로 펼쳐진 가운데, 아이들은 저마다 앙증맞은 제스처를 선보이며 귀여운 무대를 만들었다. 또한, 이날 독서문화 축제의 마지막 행사로는 아동 성폭력 예방에 관한 내용을 담은 인형극 ‘빨간 망토야, 위험해!’가 연출돼 부모와 자녀들의 관심을 받았다.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인형극을 통해 ‘나쁜 늑대’로 상징되는 낯선 어른들을 경계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인형극을 끝으로, 제 1회 독서문화 축제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틀간 진행된 독서문화 축제를 통해 책과 사람이 도서관 밖, 열린 공간 속에서 얼마나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와 동시에 지역사회의 발전을 꾀하는 새로운 문화의 모델로서 독서문화 축제의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이제 막 목포 도심에 착륙한 독서문화 축제가 앞으로도 단단한 아스팔트를 뚫고 더욱 비옥한 토양과 만나게 되길 기대해본다. 에디터 박혜미

바람이 그 기세를 꺾지 않는 평화광장의 오싹한 밤을 훈훈하게 바꿔 놓았다. 시가 노래가 되고, 노래가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고유한 리듬이 되어 형형색색으로 빛날 때쯤 독서문화 축제의 스포트라이트는 어둠 속에 잠겼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수많은 발걸음 위에는 여전히 전기에 감전 된 듯 좀처럼 잦아들 줄 모르는 흥분이 가득했다. 그렇게 첫날 독서문화 축제는 모래먼지 날리는 메마른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달콤한 가을밤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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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지키는 순수를 경험하고 싶다면, 주저 말고 고민 말고으로

놀러 와!‘딸기네 집’

“여자들에겐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핑크빛 로망에 가깝다. 오랜 직장 생활 끝에 마침내 내게 그런 로망을 실현시킬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8월 26일 처음으로 수제 케이크 전문점을 오픈해 선을 보이고 있는 신참 사장님, 최희경 씨. 생기 넘치는 미소를 간직한 그녀는 직장을 다닐 당시 서울을 찾을 기회가 많았다. 해를 넘길수록 직장에 매인 생활보다 자신만의 일을 찾고 싶다는 열망에 들떴다는 그녀. 희경 씨는 업무상 서울에 갈 일이 생길 때마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수제 베이커리 샾을 찾았다. 그러면서 서서히 자신의 꿈을 키워나갔다.

“처음에는 주변에 수제 케이크 전문점을 해보면 어떨까, 라는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농담 반 진담 반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우스갯소리에 가까웠다. 그런데 주변 반응이 놀랍더라. 그래, 한 번 해봐라. 괜찮을 것 같다, 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녀는 평소 관심은 있었지만 자신에게는 전혀 생경한 ‘수제 케이크’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1년 8개월이 넘는 기간을 고군분투했다.

깊고 깊은 베이커리의 밑바닥을 헤집기 시작한 그녀는 인터넷 레시피와 관련 서적을 뒤지며 베이커리에 대한 기본 지식을 습득해 나갔다. 또 학원에 다니면서 베이커리 자격증을 착실하게 취득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메울 수 없는 틈은 있었다. 희경 씨는 그 틈을 메우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에 있는 유명 베이커리 전문점, 카페 등을 찾

아다니며 수제 케이크를 직접 시식해본 후 맛을 기록하고, 사진까지 찍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그렇게 스크랩한 케이크의 맛을 재현해내기 위해 밀가루 배합 비율에 대한 실험과 생크림 만들기, 케이크 완성에 열을 올렸다.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매번 스폰지를 무려 100판 가까이 구워내는 일도 예사였다. 그녀는 예쁘고 맛있는 케이크를 만드는 곳은 그곳이 어디든 발품을 팔아가며 자료조사에 나섰다. 천릿길도 마다하지 않은 열정으로 결국 자신만의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완성해냈다.

핑크빛 로망을 꿈이 아닌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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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짜여 진 스웨터처럼 푹신하고 편안한 공간. 여자들을 위한 자기만의 방. 녹슬고 탁한 고민들이 달콤한 여유로 변신을 꾀하는 즐거운 놀이터. 딸기네 집에서의 하루는 좀 특별하다. 짙푸른 새벽부터 오렌지 빛 석양이 내려앉을 때까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을 위한 딸기 생크림 케이크가 속속 탄생한다. 화려한 겉치레 대신 소담한 정성으로, 혀끝을 현혹하는 요란한 맛 대신 순수를 담아낸 진심 어린 맛으로. 둥글둥글 모나지 않은 공간을 따라 커피 향이 그윽하게 흐르고, 손수 만든 딸기 생크림 케이크가 누군가에게 훈훈한 마음을 전할 소중한 기회를 선물한다.

“난 개인적으로 케이크를 특별히, 많이 좋아하질 않는다. 우선 그 맛이 지나치게 달콤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서다” 생크림 케이크 전문점을 운영 중인 그녀의 입에서 케이크를 좋아하질 않는다는 아이러니와 같은 말이 터져 나왔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굳이 ‘생크림 케이크’에 주목하게 된 걸까? 그녀의 대답이 무척 기대됐다. “예전엔 케이크가 사람을 부담스럽게 만들 정도로 달콤하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래서 즐겨 먹지 않았다. 그런데 우연히 서울에서 맛본 수제 케이크의 맛은 실로 놀라웠다. 케이크를 좋아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만큼 달지 않고 담백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연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자신의 경험담을 쏟아냈다. 달지 않은 수제 케이크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그녀는 모험을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그 비밀을 밝혀냈다. 그녀는 고백했다. “달지 않고 담백한 수제 케이크의 비밀은 바로 ‘크림’에 숨어 있었다. 서울에서 그 맛을 만난 이후 목포에 비교대상이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다양한 맛을 즐길 권리가 목포 사람들에게도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리고 좋은 먹을거리를 사람들에게 선물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됐다”

그렇다면 모두들 궁금해 할 딸기네 집의 생크림 케이크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국내산 100% 생크림과 매일 구워내는 스폰지(케이크의 베이스가 되는 빵), 대관령에서 직접 공수해 오는 싱싱한 딸기가 그 비밀이다.

생크림이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는 것은 다름 아닌 트렌스 지방 때문이다. 트렌스 지방은 보통 유지에서 나온다. 일반적으로 생크림 케이크의 크림을 만들 때는 식물성 유지를 사용한다. 팜유나 야자 기름 등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유지를 사용하면 생크림 케이크는 반들반들한 윤기와 화려한 외형을 갖출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유지들의 유통기한은 길게는 두, 세 달까지다. 반면, 딸기네는 국내산 생크림을 사

용하는 탓에 겉이 화려하진 않다. 대신 건강에는 유익하다. 국내산 생크림의 경우 유통기한은 단 일주일뿐이다. 딸기네는 현재 실제로 생크림 케이크를 만들고 나면 유통기한이 이틀이 채 안 된 상황에서 생크림이 동이 난다고. 그래서 소량씩 매일매일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하루 동안에도 중간 중간 손님들의 그날 수요를 체크해 수제 케이크를 자주 만들어내고 있다.

딸기네 집 수제 케이크에 감춰진 비밀?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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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네 집은 케이크를 베이스가 되는 빵인 ‘스폰지’를 매일 구워낸다. 프렌차이즈 베이커리에서는 보통 냉동 빵을 가져와 그 빵을 해동시킨 후 케이크를 만든다. 빵을 냉동한다는 것은 유통과정에서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첨가물을 더 넣는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딸기네는 손님들의 건강을 무엇보다도 먼저 챙긴다. 그래서 매일 아침 향긋한 빵을 직접 구워낸다.

다음으로 생크림 케이크에 사용하는 딸기에 감춰진 비밀을 들여다보자. 딸기네 집은 현재 대관령에서 나는 여름 딸기를 사용하고 있다. 딸기는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란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는 11월부터 겨울, 봄까지 생산된다. 특히 여름이면 딸기를 구하기가 쉽지 않고, 값도 제철에 나는 딸기에 비해 4배가량 비싼 편이다. 수량 역시 매우 제한적이다. “싱싱하고 맛 좋은 대관령 딸기를 사용하는 것은 손님들과의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그 약속을 잘 지켜나가는 것이 이윤 추구보다도 앞선다는 게 내가 가진 생각이다” 쉽지 않은 모험과 티내지 않은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최희경 씨.

그녀에게 물었다. “어째서 딸기 생크림 케이크인가?”그러자 그녀가 밝게 웃으며 이야기해주었다. 그녀는 “그동안 과일 생크림 케이크를 많이 먹어봤지만, 딸기만큼 생크림과 궁합이 잘 맞는 과일을 보지 못했다. 딸기의 상큼한 맛이 자칫 느끼하게 여겨질 수 있는 생크림의 맛을 잡아준다”면서 “딸기 생크림 케이크는 케이크 위에 장식된 딸기뿐만 아니라, 케이크 안에도 ‘딸기밭’을 감추고 있다”고 말했다. 스폰지 빵을 일일이 슬라이드 한 후 그 안에 시럽을 바른 다음 딸기를 얹고 다시 생크림을 바르는 과정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그럴싸한 외형만 갖추기 위해 보이는 곳에만 딸기를 장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입맛을 일관되게 사로잡기 위해 딸기와 생크림의 향연을 깊숙한 곳으로부터 이끌어낸다고.

카페 내부는 그녀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잠시 머무는 내내 곡선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모나지 않은 둥근 시간이 깃든 것만 같은 공간. 최희경 씨는 카페를 운영하겠다고 먹었을 당시만 해도 작은 공간을 꿈꿨다고 한다. 그런데 점점 생각이 바뀌더란다. 다양한 사람들을 폭넓게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싹트기 시작했다. 특히 가장 먼저는 ‘기혼 여성들’에게 이 공간을 선물하고 싶었다. “여자들은 나이가 듦에 따라 경험하게 되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가 크다. 결혼을 해 육아를 시작하고

외조를 하다보면 편안히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갖기란 거의 불가능해진다. 그들을 위한 편안한 수다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녀는 직선이 주는 불편함 대신 곡선이 주는 쉼표를 통해 사람들에게 휴식을 전하고 싶어 한다. 현재 주말이면 가족 단위 손님들이 딸기네 집을 많이 찾는다. 최희경 씨는 부드러운 어조로 자신이 새롭게 일군 ‘딸기네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언급했다. “나는 여성들과 아이들, 그리고 가족에 대해 생각한다. 사춘기의 스트레스

둥글고 부드러운 공간 안에서 누구든 평온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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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해소할 길 없는 아이들이 음침한 곳에서 나와 밝고 건전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공간. 또 사춘기 자녀들을 둔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딸기네 집’에서 먹고 마시며 대화를 이어가길 바란다.” 홀로, 혹은 둘이, 또는 여럿이 편안히 머물며 뾰족한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어갈 수 있는 따뜻한 공간. 희경 씨는 이제껏 그런 둥근 꿈을 키우며 카페에 비치할 의자, 컵, 스푼, 접시 하나하나까지 본인이 직접 찾아 나섰다. “아직 시작 단계라 찾아오는 손님은 적지만, 그분들께 슬며

시 내 정성이 보인 모양이다. 손님들이 커피가 담긴 머그잔을 바라보면서 내 정성이 보통은 넘는다고 말씀하시더라.” 쾌활하게 웃는 그녀의 미소가 딸기 케이크의 생크림처럼 희고 고왔다. 딸기네 집은 ‘건강을 지키기 위한 약속’이라고 말하는 최희경 씨. 좋은 먹을거리를 손님들에게 전하려는 그녀가, 그녀의 딸기 생크림 케이크가 앞으로 목포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길 기대해본다. 에디터 박혜미

수다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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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414년 전의 울음 섞인 바다가 2011년 명량을 찾은 이들에게 가슴 따뜻한 해피엔딩을 선물했다. 바다가 운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울돌목’. 해남 우수영과 진도 녹진 사이를 잇는 가장 협소한 해협. 공식 명칭인 ‘명량’(울명 鳴, 대들보 梁)으로도 불리는 이곳을 배경으로 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명량대첩축제’가 열렸다. ‘승리의 바다 울돌목’이라는 주제와 ‘화합하는 명량, 전진하는 명량’이라는 슬로건으로 열린 이번 축제는 해남 및 진도 군민과 전남 도민이 함께 참여한 가운데 국내외 관광객 36만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1597년 7월 7일. 선조 재위 서른아홉 번 째 해를 맞은 여름. 원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은 칠천량 해전에서 왜군에 맞서 뼈아픈 참패를 겪는다. 수군 400여명이 전사하고 200여척의 전선이 겨우 12척만 남게 된다. 이에 선조는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 겸 전라좌도 수군절도사로 재임명

한다. 이순신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수군을 재건하기 위해 전라도 남방 330km를 우회하며 병력과 군량, 무기 등을 갖춘다. 첫 번째 전투는 8월 19일 회령포에서 벌어진다. 그는 전선에 승선해 명량 방향으로 후퇴하면서 왜군과의 결전을 모색한다. 임진왜란 당시 수군영을 둔 지역이자, 진도의 관문인 ‘벽파진’에 잠시 주둔하지만 그곳에서의 전투가 불리할 것으로 판단, 우수영으로 진을 옮긴다. 그리고 마침내 9월 16일, 13척의 배로 133척의 왜선과 맞서 명량 대첩을 거둔다.

역사 속에서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에 출전해 23전 23승을 거뒀다. 그 중 22승이 조선 수군의 승리라면 명량해전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전라 민초들의 승리로 기록된다. 이런 역사적 의의를 되살리기 위해 이번 축제에서는 전일(9월 29일) 행사로 ‘이순신 장군 수군랠리’가 펼쳐졌다. 다음날(30일)까지 치러진 이

울음 섞인 바다가 선물한 가슴 따뜻한 해피엔딩

그곳에선 승자의 자만심이나 오만, 패자의 슬픔과 좌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승리가 아니면 패배라는 이분법적 논리가 사라진 자리에는 지난 역사를 담백하게 기념하고,화해와 화합을 이끌어낸 후대들의 명랑한 기원이 숨 쉬고 있었다.올해로 네 번째를 맞은 ‘명량대첩축제’어느덧 세계인을 부르는 우렁찬 외침이 된 축제의 현장을 다녀왔다.

보낸 명랑한 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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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는 전남 서남권 동호회 MTB 동호회원 160여 명이 참여해 이순신 장군이 수군을 재건하고 민초들의 동참을 이끌어낸 역사적 사실을 기념했다. 수군 랠리는 구례군청을 출발해 곡성ㆍ순천ㆍ보성ㆍ장흥ㆍ강진ㆍ해남 우수영 축제장까지 800리에 걸쳐 진행됐다. 각 지역의 랠리를 마치고 축제장에 도착한 랠리단장은 이순신 장군에게 민초들의 의지를 담은 수군재건 깃발을 전달했다. 그와 동시에 명량대첩 해전을 재현한 거대한 서사시가 연출됐다. 기적 같은 해전을 재현하기 위해 울돌목 바다 위에 실제 판옥선 두 척이 등장했고, 전선으로 꾸며진 수 십 척의 배들이 연기를 내뿜으며 명량해전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거기다 지역민 등으로 구성된 3000여 명의 출연진이 당시 민초들의 뜨거운 구국정신을 담아내 감동을 주었다.

올해로 4회를 맞은 명량대첩축제의 숨겨진 의의는 단순히 역사를 재현해내고 기념했다는 데

그치지 않았다. 전쟁이 갖는 폭력성과 우울에서 벗어나 화해와 화합의 장을 추구했다는 사실이 이번 명량대첩축제 안에 숨겨진 진정한 가치다.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착수된 ‘명량해전 후손 찾기’작업은 이번 축제에서 그 빛을 발했다. 10월 1일 진행된‘만가행진 평화의 길놀이’에는 정운, 이억기 등의 조선수군 후손들과 정충량ㆍ마하수 등의 민초의병 후손, 일본 수군 참전후손 및 관광객 등이 함께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만가 상여행렬과 함께 이날 진행된 ‘명량해전 국화꽃 헌화의식’에서도 이순신장군 후손인 덕수 이씨 종친회, 해남진도 지역 의병 오극신, 양웅지 등의 후손, 명나라 장수로 강진 고금도에서 이순신 장군과 함께 공을 세운 진린 장군 후손인 진방식 임진전란연구소란 등이 자리를 빛내주었다. 특히 왜군 장수였던 구루시마 장군의 현창보존회 사무국장, 무라세 마키오를 비롯한 현창회 회원 14명이 행사에 참여해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두 손을 맞잡을수록 역사도 삶도 뜨거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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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은 1597년 9월 16일 명량대첩 당시 전라남도 해남 우수영에 진을 쳤다. 왜군에 비해 아군의 수가 현저히 적어 고심하던 찰나, 장군은 마을 부녀자들을 모아놓고 남장을 하게 한 후, 옥매산(玉埋山) 중턱에 불을 놓고 산허리를 감싸듯 뱅글뱅글 원을 돌게 했다. 이에 벽파진(진도)까지 침입한 왜적은 우리 군세가 많아 전쟁에서 불리할 것으로 여기고 패주하는 데 분주했다. 이를 계기로 민초 아낙들이 해마다 정월대보름과 추석, 명량대첩 전승축제날이면 함께 모여 협동심을 키우는 놀이마당으로 강강술래를 계승해오고 있다.

명량대첩을 기념하는 이번 축제는 우수영 관광지를 비롯한 진도 녹진 무대에서 다양하게 연출됐다. 축제 둘째 날인 10월 2일. 바람이 많이 부는 탓인지 오전 10시로 예정되었던 강강술래대회가 조금 늦춰졌다. 색색의 한복을 차려입고 전세버스에서 줄지어 내리는 어머님들의 모습이 보였다. 연세 지긋한 어머님들이 새색시처럼 사뿐사뿐 무대 중앙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다 위에 세워진 녹진 수변 무대 밑으로는 썰물 때를 맞은 바다가 갯벌을 드러냈다. 진도대교가 올려다 보이는 곳에서 어머님들은 강강술래대회를 준비했다. 수변 무대는 거북선의 뱃머리를 형상화해 만든 건축물로, 이순신 장군이 한 손을 뻗어 수군들을 호령하는 것 같은 동상 아래에 조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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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에 이어 2일까지 펼쳐진 강강술래대회에는 청소년부와 성인부 등 전국에서 총 10개 팀이 참가했다. 둘째 날인 10월 2일에는 연세 지 긋한 어머님들의 무대가 마련되었다. 오랜만에 입술에 고운 립스틱을 바르고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어르신들이 눈에 띤 이유이다.

첫 번째 참가팀은 구리에서 온 백합무용단. 60세 이상 어머님들로 구성된 팀이었다. 두 번째 참가팀은 경기도 광명시 종합사회노인복지관 회원들. 평균 연령대가 75세 이상인 어르신들이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언니들 사진 찍자!”라는 말이 어쩐지 재밌어 그녀들을 내내 구경했다. 대회는 정시보다 20여분 가량 늦춰져 시작되었다. 관중석에는 대회 참가자이자 관객인 어머님들이 마치 여고생들처럼 모여앉아 까르르 웃음보를 터뜨렸다. 세 번째 참가팀은 깜깜한 새벽에 일어나 무려 일곱 시간이나 전세버스를 타고 달려왔다는 포항 문화원 팀. 연습 한 번 없이 무대에 오를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지독한 연습 벌레들이었다. 그녀들은 강강술래와는 비슷한 전승놀이지만, 춤의 전체적인 형태는 그와 대조를 이루는 ‘월월이청청’을 선보였다. 동해안의 강강술래로 불리는 ‘월월이청청’은 보는 이에게 신선한 재미를 던져주었다. 버선

발로 무대를 재빠르게 오가며 ‘월월이 청청~~ 월월이 청청~~’을 외치는 포항 문화원 회원들. 그들의 무대는 술래잡기를 하듯 어지럽게 돌았다. 어지러운 직선의 달음질. 곡선은 찰나였고, 여인네들은 약동하듯 빠르게 움직였다.

준비된 강강술래 경연이 모두 끝나자 목포 제일중학교 남학생들로 구성된 ‘마당소리’ 풍물패가 신명나는 공연을 펼쳤다. 대회에 참가한 어르신들과 관객들이 모두 한데 어우러져 흥이 절정에 이르도록 강강술래를 뛰었다. 사춘기 소년들이 발산하는 풋풋한 열정에 이끌려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일상을 홀가분하게 벗어던진 사람들. 뜨겁게 타오르는 그들 곁으로 구국의 역사를 간직한 명량의 은빛 물결이 유유히 흘러갔다. 굵은 획을 그은 한 줄기 역사를 기념하며 그렇게 사람들은 두 손을 맞잡고 가슴 속에 작은 불꽃을 지폈다.

2011. Oct. November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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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뒤안길에는 메밀꽃 피는 언덕이 숨어있다

오후로 접어들수록 명량대첩축제는 축제를 찾은 인파와 자동차들로 점점 혼잡해졌다. 차량 진입을 통제해 놓은 진도대교 위에서는 ‘23전 23승 체험장’이 흥미진진한 체험거리를 제공했다. 이순신 장군과 수군, 민초들의 캐릭터로 구성된 포토존이 관광객들의 기념사진 촬영을 가능케 했고, 명량해전을 모티프로 기획한 활쏘기, 연날리기 등의 체험코너가 관광객들의 걷는 즐거움을 더했다. 한편, 명량의 바다 위에서는 파도를 시원하게 가르는 수상 모토쇼가 오래도록 펼쳐져 관광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외에 진도대교 아래서는 진돗개 체험과 시끌벅적한 ‘품바 한바탕’, 진도 북놀이 체험 등이 다채롭게 벌어졌다. 길게 늘어선 천막 부스 안에서도 진도, 해남 등지에서 생산된 대표적인 특산물들의 시음 행사가 끊임없이 진행돼 축제를 찾은 이들의 미각을 자극했다. 400여 년 전의 역사가 현재와 풍요롭게 뒤섞인 축제의 무대를 벗어나 녹진항 부근에 있는 메밀꽃밭으로 향했다. 축제 행사장에서 자동차로 10분. 걸어서는 20분 정도 소요되는 곳에 거대한 안개꽃을 연상시키는 메밀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기나긴 과거의 터널을 지나 2011년에 착륙한 역사의 현장을 빠져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일까. 가슴 속엔 여전히 조선 수군들과 민초들이 환히 밝힌 불꽃이 일렁였다. 하지만 일상으로의 회귀를 위해서는 조금의 차분함과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

메밀꽃밭은 역사의 뒤안길처럼 조용히, 명량대첩축제를 찾은 열기 띤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밭두렁에 서 있는 환한 미소의 허수아비들을 지나 누군가의 발자취가 고요히 새겨진 새하얀 안개꽃밭으로 접어들었다. 가깝고도 먼 곳에 이순신 장군의 용맹한 얼과 전라도 민초들의 용감한 생애가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 꽃밭에는 오로지 다시 평범한 일상을 살아야 하는, 그렇기에 특별한 낭만이 필요한 한 개인이 서 있었다. ‘추억’. 제 4회 명량대첩축제는 메밀꽃밭을 마침표로 삼아 명량을 찾은 사람들에게 ‘추억’이라는 명랑한 느낌표를 던져주었다. 에디터 박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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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진돗개 선발 대회를 다녀온 후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짙은 피로감 때문에 글에 몰두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집 근처 서점을 찾았고, 그곳에서 우연히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진돗개와 파울로 코엘료의 상관관계는 글쎄, 제로에 가깝다. 그런데도 나는 책 속에 등장한 ‘너희 보물이 있는 곳에 너희 마음이 있다’라는 구절에 마음을 빼앗겼다. 보배로운 섬, 진도. 珍(보배 진)자를 써서 임금과 같은 사람들이 여럿이 사는 동네라는 의미를 지닌다는 진도.

진돗개를 통해 진도의 보물, 전통의 맥을 이어가려는 열정적인 사람들. 그들이 만들어낸 ‘제 19회 우수 진돗개 선발 대회’. ‘보물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라는 구절이 진도만큼 어울리는 지역도 드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만하면 브라질 리우데자이루에서 태어난 한 외국인 작가와 진돗개의 상관관계는 머리카락 한 올만큼쯤은 성립되는 것 아닐까?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순례자’를 통해 들여다본

진돗개에 관한 몇 가지 명상!!

씨앗 훈련과 진돗개의 유래

소설, ‘순례자’에서 제안한 씨앗훈련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땅에 무릎을 꿇으십시오. 엉덩이를 뒤꿈치에 대고 앉아 얼굴이 무릎에 닿을 정도로 웅크리고 두 팔은 뒤로 뻗으십시오, 당신은 이제 태아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차차 자신이 안락한 대지에 안겨 있는 아주 작은 씨앗이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당신은 편안하게 잠이 듭니다. 깊고 아늑한 잠에 빠져듭니다. ~중략~ 이 모든 시간 동안 씨앗에서 새싹으로 변화하며 점차로 흙을 뚫고 나가고자 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십시오.”

2011. Oct. Novemb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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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찾아가는 깊은 잠.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씨앗에 대한 탐구. 씨앗을 뚫고 나온 새싹. 그렇다면 진돗개의 유래는 과연 어떨까? 지금의 진돗개를 있게 한 기원은 어떨까? 먼저 한반도에서 사람과 개가 같이 살았음을 입증하는 증거는 구석기 시대 부산의 동래 패총과 신석기 시대 김해 패총은 물론 1983년 해남에서 발견된 개뼈의 출토를 엿볼 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진돗개에 대한 정확한 문헌상의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돗개 연구가들은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진돗개가 한반도 서남단에 위치한 진도에 존재해왔다는데 동의한다. 옛 고구려를 중심으로 자생하던 토착견이 1세기 삼국의 형성과 백제의 건국이라는 민족 대이동에 따라 백제 땅에 유입되었다, 그 후 진도에 정착했다는 설이 주류를 이룬다.

1995년 3월 10일 오스트리아 비엔나 전체회의에서 진돗개가 공인 334호로 등록되었다. 이를 계기로 진돗개 발전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해왔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진돗개를 육성하고 관리하는 곳은 많지 않았다. 특히 혈통고정과 번식의 중요성을 이해하며 번식을 하는 브리더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도그

쇼에 출품해 우승을 한 견에 대한 번식이 주류를 이루었고, 진돗개가 비엔나 전체회의에서 승인을 받으면서는 진돗개의 일반 외모와 관련된 주장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면서 진돗개 표준 체형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그것은 진돗개의 열악한 번식 환경과 전문 번식장 자체에서도 혈통이 고정되지 못한 현실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낀 당시 전주상산고등학교 이사장 홍성대 씨는 한국애견연맹 스탠다드와 가장 이상적이고 결격 사유가 적은 진돗개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전국에 우수한 상력을 가진 경과 우수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암컷, 수컷을 모아 번식을 시도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수한 형질의 강아지를 골라내어 장점을 살리고 단점은 보완해 나갔다. 그리하여 혈통고정에 성공을 거뒀고, 현재 모산 진도견연구소는 혈통서상 70% 이상이라는 코리안 챔피언 칭호를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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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고 끊긴 사랑을 다시 이어가도록 하는 자연의 법칙이 바로 ‘회귀의 법칙’이라고 말하는 작가. 초등학교 2,3학년에 다닐 무렵 들었던 이야기다. 진돗개가 자신을 개장수에게 팔아버린 매정한 옛 주인을 찾아 8백리 길을 후각과 청각, 방향 감각에만 의지해 7개월 만에 찾아온 일화가 있었다. 야속한 주인을 그리워하며 만신창이가 돼서도 끝내 고향을 찾아온 충견. 귀소본능이야말로 진돗개가 여느 개와 다르며 특별한 개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진돗개는 대담하고 용감하며 무엇보다도 주인에게 충성스럽다. 한 주인에게 복종하는 타입으로 주인이 바뀌면 새 주인을 받아들이긴 하지만, 강아지 때부터 자신을 기른 주인에게는 평생 애착심을 갖는다. 사랑을 단절시킨 주체는 사람이나 주인과의 우정을 지켜나가는 일, 즉 작가 코엘료가 말하는 회귀의 법칙을 실천하는 것은 바로 진돗개였다. 애견 인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그만큼 유기견의 숫자도 늘어가고 있는 요즘. 코엘료의 회귀법칙을 지키는 진돗개들이 사람들을 깨우치는 부분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귀소본능 이외에도 진돗개의 성격은 다양하다. 첫째, 수렵본능을 갖는다. 진돗개는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스스로 끝까지 사냥감을 쫓는다. 그리고 결국 사냥에 성공하는 그야말 ‘사냥의 귀재’이다. 특히 쥐를 사냥할 때는 쥐구멍 앞에서 쥐가 나올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리는 근성을 보인다. 뛰어난 후락과 집중력, 천부적인 지구력을 타고 났다.

둘째, 경계본능이 뛰어난 성품을 지닌다. 특히 집을 지킬 때는 주인과 낯선 사람을 명확히 구분한다. 한 번이라도 주인과 함께 집으로 들어온 사람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풀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경계심을 강하게 발휘한다.

셋째, 진돗개는 훈련을 통한 뛰어난 학습능력을 보인다. 가정견이나 경비견들처럼 단순히 집이나 건물을 지키는 개들과는 달리, 진돗개는 복종교육과 장애물 교육에서 뛰어난 학습능력을 발휘한다.

넷째, 진돗개는 어릴 때부터 주인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대소변을 가린다. 외출하고 들어온 주인을 반길 때에도 무작정 뛰어오르거나 옷에 발자국을 남기는 등의 행동을 기피한다. 물웅덩이 같은 곳을 피해 다니며, 자신의 몸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한다.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에 보면 ‘회귀의 법칙’을 설명하는 구절이 나온다.

“회귀의 법칙이 기예르모 공작으로 하여금 그가 중단시켰던 동생의 일을 이어가도록 작동한 겁니다. 우리에겐 모든 것이 허락돼 있습니다. 사랑이 구현되지 못하도록 막는 것만 제외하고는. 그러므로 파괴하려고 했던 자는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하는 의미를 지게 되는 것이죠.”

회귀의 법칙과 귀소본능

2011. Oct. November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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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는 인연이자 진도 사람들이 섬에 들어온 기원과도 같은 상징이다. 현재 진도사람들은 타지 사람들에 비해 오히려 진돗개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함께 생활해 온 탓에 특별함이 사라졌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벗처럼 함께 하는 존재. 하지만 진돗개의 그런 익숙한 이미지가 명견을 보존하고 귀히 여기는 일마저 소홀히 만든 부분이 없지 않다.

진도에 사람이 입도한 시기는 대략 380여 년 전쯤이다. 진돗개의 출발도 사람들이 섬에 들

어온 시기와 비슷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추측해본다. 현재 일부 지역대학에서 진돗개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진돗개 연구는 걸음마 수준이다. 일본의 경우 ‘아끼다’를 발 빠르게 세계에 알렸다. 진돗개는 세계 어느 나라의 명견에도 뒤지지 않는 우수한 품성을 지닌 우리 고유견이다. 따라서 진돗개를 알리는 일은 중요하며, 전문적인 연구 역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진돗개의 우수성을 우리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미국에 진돗개의 우수성을 알리려 해도 그것은 소귀에 경 읽기다. 진돗개를 직접 길러보지 않으면 그 우수성

코엘료는 소설 ‘순례자’를 통해 씨앗 훈련과 함께 사람들에게 속도 훈련을 제안한다.

“보통 걸음보다 두 배 이상 느린 속도로 이십 분 동안 걸으십시오. 당신 주위에 있는 사물들의 세세한 부분과 사람들, 그리고 풍경에 주의를 집중하십시오.”

코엘료가 말하고 싶은 속도 훈련은 의미를 잃어가는 어떤 대상에 대한 의미 찾기일 것이다. 슬로우, 슬로우, 천천히 주변에 감춰진, 잊혀진 것들에 대한 의미를 찾는 것. 일상을 생동감 있게 만드는 것.

신비의 바닷길이 시작되는 진도 가계 해변에서 바다를 울타리 삼아 펼쳐진 제 19회 우수 진돗개 선발 대회. 대회 이틀째 날에 방문을 해서일까, 대회를 관람하기 위해 모여든 인파는 많지 않았다. 팸플릿을 얻기 위해 이리저리 기웃대던 중 이번 대회를 추진한 우주진도개선발대회 추진위원회 위원 중 한 사람인 이백진 씨를 만났다. 그리고 한참동안 그의 못 말리는 진도사랑, 진돗개 사랑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속도 훈련과 ‘우수 진돗개 선발 대회’가 갖는 의의

이백진 위원과의 인터뷰: 진돗개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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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싸움과 우수 진돗개 선발대회에

남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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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확신하기 어렵다. 그렇게 세계인에게 진돗개를 알리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우리 개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의 것은 고리타분하다는 고정관념. 일상 속에 묻혀 있기 때문에 특별하지 않다는 무덤덤함은 도움이 되질 않는다. 진돗개는 개일 뿐이지만, 이제는 진도를 알릴 수 있는 살아있는 전통이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과거 진도사람들에게 진돗개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인연’을 의미했다. 예부터 진돗개는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었다. 이웃 간에

서로의 정을 주고받는 선물이었다. 그래서 값을 매길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실정이 다르다. 진돗개가 최저와 최고, 그리고 여러 등급으로 값이 매겨지고 있다.

진돗개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이어나가는 일. 그것이 바로 ‘우수 진돗개 선발대회’가 갖는 의의이다. 이번 대회에는 500여 마리의 진돗개가 참여했다. 전국 각지에서 이 대회를 위해 애견가들이 모여들었다. 진도 관내 주민들보다 타 지역에서 온 관외 사람들의 열정이 더욱 돋

보였다. 진돗개를 사랑하는 애견가들을 불러 모아 그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 준비된 자리가 바로 ‘우수 진돗개 선발대회’이다. 지역주민들과 타지 사람들이 진돗개라는 하나의 연결고리로 서로가 추억을 공유하는 자리. 우수 진돗개 선발대회를 그동안 지속해온 진짜 이유이다. 그래서 품평회 못지않게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 ‘진돗개와 사람의 추억 만들기’이다.

선한 싸움은 우리가 간직한 꿈의 이름으로 행하는 것입니다. 우리 내면에 간직한 꿈들이 힘들게 꿈틀댈 때면 우리는 용기백배하지만, 그땐 아직 싸우는 법을 알지 못했지요.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그 방법을 터득했을 때는 전장에 뛰어들 용기가 남아있지 않지요. 결국은꿈이 유치하다거나 실행하기 힘들다거나, 인생에 대해 몰랐을 때나 꾸는 꿈이라고 스스로 합리화하죠. 우리가 꿈들을 죽일 때 나타나는 첫 번째 징후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겁니다.

~중략~ 두 번째 징후는 삶이 우리 앞에 놓인 거대한 모험이라는 것을 보려고 하지 않는 것이죠. ~중략~ 세 번째 징후는 삶이 안온한 일요일 같은 한낮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대단한 무엇을 요구하지도, 그 이상을 바라지도 않죠. 그리고는 우리 자신이 성숙해졌다고 여깁니다. 우린 자신의 꿈을 위해 싸우는 ‘선한 싸움’을 포기한 겁니다.”

우수 진돗개 선발대회는 크게 우수견을 뽑는 품평회와 진돗개 체험 등으로 나뉜다. 먼저 품평회의 연혁은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수 진돗개 선발은 진도군 관내에 있는 진돗개만이 참가할 수 있었다. 1992년까지도 관내의 진돗개들만을 순수 혈통 진돗개로 인정해 품평회를 실시했다. 그러다 제 7회(1995년)부터 전국의 진돗개들을 참여대상으로 삼는 ‘우수 진돗개 선발대회’가 개최되었다.

현재 우수진돗개 선발대회에서 진행되는 품평회는 관내외를 통합해 출산증명서 또는 반출증을 첨부해야 하는 육성견조(3개월~12개월)/ 관내외의 출신을 구분 짓는 미성견조(12개월~24개월)/ 관내외의 출신을 구분 짓는 성견조(24개월 이상) 등의 영역으로 나뉜다. 이번 대회는 우수진돗개를 뽑는 품평회뿐만 아니라, 진돗개 훈련 체험과 애견 자랑대회, 진돗개 경주 시범 달

2011. Oct. November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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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기 대회 등의 일정으로 지난 10.29~30(2일간) 진행됐다. 진도군과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개최된 이번 대회에는 대회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점심이 제공되었고, 참여에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http;//cafe.naver.comk/jdfestival)와 대회 당일 현장에서 직접 참가서를 작성하고 접수토록 하였다.

대회 둘째 날. 주변은 비교적 한산했다. 한눈에 봐도 지역 언론들의 관심은 저조한 편이었다. 애견인구의 증가와 함께 진돗개의 발원지인 진도에서 개최되는 행사치고는 지나치게 여유로웠다. 물론 대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거친 바닷바람을 뚫고 자신이 키우는 개들을 이끌고 적극적으로 품평회에 참가하거나, 아기자기한 묘기를 다채롭게 선보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여전히 무언가 아쉬웠다.

전국의 진돗개 애호가들이 일 년에 한 번 있는 이 대회에 참가하고 싶도록 대회를 격상시키는 노력. 진도군을 비롯한 추진위원회원들과 진도 군민들의 공동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여겨진다. 물론 고유견에 대한 개개인의 관심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대회를 들여다보면서 단순하게는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려보았다.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소정의 참가 증서를 부여하는 일. 사람들 스스로 이 대회에 의의를 갖도록 만드는 일. 기념사진 촬영과 같이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기록도 중요하지만, 공식적으로 대회 참가를 인증 받는 양식이 있다면 참여자들의 자긍심을 더욱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잠시 고민해보았다.

잠깐이었지만, 이번 대회를 관망하면서 진돗개는 마치 진도 사람들의 꿈과 같고, 또 진돗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꿈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을 지키기 위해서는 권태로워져서도 안일해져서도, 또한 그런 일상을 성숙이라고 불러서도 안 될 것이다. 작가 코엘료가 언급한 ‘선한 싸움’을 통해 진돗개를 지켜나가는 진도 사람들과 우리들을 기대해 본다.

에디터: 박혜미

참고서적파울로 코엘료 ‘순례자’/문학동네

‘진도견’/동물과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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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이,

남도의 맛으로 향하는 길이 환히 열렸다. 권태로운 일상을 통과하느라 지나치게 무뎌져 버린 심장의 아련한 미각이 성곽 길을 따라 걸으며 새록새록 되살아났다.얼굴과 얼굴을 따뜻하게 맞댄 돌덩이들을 천천히 지르밟으며 둥글게 걷다보니 결국 그 길에 올랐던 첫 마음과 다시 만나게 됐다.

더 이상 홀로 비어있지 않은 ‘마음’이란 그릇 안에는 농익은 가을볕과 그리움을 잘 우려낸 남도의 맛이 정답게 포옹을 나누고 있었다. 두 어깨에 남아있는 온기를 조심스레 끌어안고 발길을 돌려 사색이 깃든 길로 향했다. 하나인 듯 여럿인 갈대들이 바람결에 눕고 일어서고를 반복했다. 어제와 다르며 내일과도 다를 ‘오늘’의 반복. 하늘의 순리를 묵묵히 따르는 ‘순천’에서 맛과 사색의 두 갈래 길을 만났다.

맛과 사색의 길을 따라 걷다!

순천 낙안읍성과 갈대숲이 장관을 이룬 순천만을 다녀오다

2011. Oct. November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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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 남도 전통의 맛을 지켜내다

전남 순천시에 소재한 낙안읍성은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계획도시다. 성, 동헌, 객사, 초가 등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돼 있으며, 국내 최초로 성과 마을이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사적 제 302호로 지정됐다. 지난 3월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기도 했다. 현재 낙안읍성 안에는 90여 가구의 민가와 120세대 288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수의 문화재와 창(唱)에 가야금 연주를 곁들인 ‘가야금병창’, 판소리 등의 전통문화가 지역 소리꾼들에 의해 면면히 전승되고 있다.

조선 태조 6년인 1397년. 왜구가 침입하자 이 고장 출신인 김빈길 장군은 의병을 일으켜 토성을 쌓았다. 이것이 바로 낙안읍성이 축조된 최초의 이유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300년 후인 인조 4년(1626). 충민공 임경업 장군이 낙안 군수로 부임해 낙안읍성을 현재의 석성으로 중수했다. 토성으로는 왜구로부터 읍민을 구제하고 군을 지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성곽의 길이는 1,410m이며, 높이는 4~5m, 넓이는 2~3m로서 면적은 41,018평에 달한다. 성곽을 따라 동서남북 4개의 성문이 존재했으나 북문의 경우 호랑이가 사람을 해치는 일이 많아 폐쇄했다고 전한다. 낙안읍성은 대개 성곽이 산이나 해안에 축조되는 데 반해, 들 한가운데 세워졌다는 점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6.25 당시 심하게 훼손됐지만, 1983년 사적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는 연중 축제의 흥겨운 마당이 연출된다. 먼저 2월에는 정월대보름을 기념한 ‘민속한마당큰잔치’가 열려 장승 세우기ㆍ달집태우기ㆍ연날리기ㆍ임경업 군수 추모제 등 다양한 민속놀이와 세시풍속을 계승해 오고 있다. 이어 5월에는 ‘낙안민속문화축제’, 10월에는 ‘남도음식문화큰잔치’등의 굵직한 행사들이 열린다. 동시에,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주말공연과 상설무대가 펼쳐진다. 주말공연으로는 수문장교대의식ㆍ가야금병창ㆍ읍성군악ㆍ소달구지 체험ㆍ낙안서당 체험 등의 행사가 진행된다. 짚물공예, 천연염색, 국악당, 농악교실, 목공예를 체험할 수 있는 상설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낙안읍성의 성곽을 따라 걷다보면 과거의 풍경으로 되돌아가는 느낌을 받는다. 흑백사진처럼 빛바랜 옛날이 아닌, 정이 살아 숨 쉬는 옛 사람들 곁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아마도 그곳에는 부모와 조상, 그리고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는 후손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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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안팎을 감싸는 흥미롭고 그윽한 전설의 맛

낙안읍성 동문 밖 평석교(平石橋) 앞. 석구(石狗) 두 마리가 성문을 지키고 있다. 세월에 마모되어 그 생김새를 자세히 알아보긴 힘들지만, 삽살개를 형상화했다고 전해진다. 구전에 따르면 정유재란 때 지금의 오봉산(옛 멸악산) 아래서 수많은 왜군들이 목숨을 잃었다. 석구는 전쟁으로 한 맺힌 삶을 살다간 원귀들이 함부로 고을을 넘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세워졌다고. 우리나라에서는 개를 수호신으로 받드는 일이 흔치 않다. 반면, 일본은 새로 짓는 신사나 절 정문에 돌로 깎아 만든 개의 신상을 앉히고,‘고마이누(高麗犬)’라고 부른다.

고마이누는 한자 그대로 ‘고려 개’라는 뜻이다. 이런 점 때문에 석구는 고려 승려들이 불법과 절 짓는 축조 기술을 일본에 전수해주면서 함께 개를 전파한 것 아니냐는 학술적 의문을 남긴다. 낙안읍성의 석구는 국내에서 유일하며, 예부터 석구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자손이 번성하고 많을 복을 누린다고 한다.

석구를 지나 성문을 통과하면 야트막한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람들을 반긴다. 나무로 만든 희화화된 장승들이 낯선 손들을 바라보며 갖가지 재밌는 표정을 짓는다. 이곳을 지나면 ‘미인 샘’이라고 불리는 우물이 있다. 옛날 군수가 드셨다는 우물로, 이 우물물을 마시면 마음씨가 고와지고 미인이 된다고 해서 일명 미인 샘으로

불린다. 풍수지리에 따르면 낙안의 전체적인 지형에서 미인 샘은 아가씨가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고 있는 형국이란다. 상수도 개설로 미인 샘은 이제 더 이상 식수로 사용되지 않는다. 비록 물을 마셔볼 기회는 사라졌지만 우물에 담긴 전설이 낙안읍성을 찾는 여성들을 왠지 모를 기대감에 설레게 만들 듯 하다. 석구, 미인 샘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노거수’와 은행나무다.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당시 낙안군 객사에 머물면서 뒤뜰에 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게 해달라는 간절한 기원을 담아 나무를 심었다. 노거수는 그 둘레가 10m에 이르는 푸조나무로 천연 기념물 133호로 지정되어 있다. 한편 장터 난전마당에 움터 있는 은행나무도 유서가 깊다. 그 나무 아래서 수군들은 군량미를 싣고 갈 수례를 손질하고 군량미를 지원받았다. 주민들은 정월 대보름이면 이곳에서 당산제를 모시고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한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라는 역사를 아프지만 끝내 이겨냈기 때문일까? 주민들은 대대로 이 두 나무를 향해 소원을 빌면 어떤 소원이든 모두 이뤄진다고 믿어 왔다.

2011. Oct. November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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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늘여 트린 엿가락을 엿장수 맘대로 자르는 풍경과 방금 절구에 치댄 따끈따끈한 인절미를 써는 분주한 손길이 머무는 풍경을 지난다. 입안에 가득 도는 군침을 가까스로 삼키며 성문 초입을 벗어나자 성곽 길과 평행선이 되도록 설치된 ‘남도음식문화큰잔치’ 중앙무대가 보였다. 중앙무대 오른편 잔디밭 위에서는 대학생들이 참여한 남도음식경연대회가 치러지고 있었다. 무대 왼편으로는 남도음식전시관이 마련돼 관광객들을 맞았다.

전시관은 전남 시군을 대표하는 남도 요리 명인들의 작품을 둘러보는 사람들로 만원을 이뤘다. 명인들이 직접 만든 실제 요리들이 예술작품을 방불케 할 정도로 화려하고 다채롭게 전시되었다. 여기에 각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과 볼거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벽면 한쪽에 내걸려 관람객의 이해를 도왔다. 영광 법성포는 굴비의 최대 생산지로 한때 조기가 많이 났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굴비는 조기를 염장해 말린 건어물로 조기를 짚으로 엮어 매달면 생선이 구부러지는데, 그 모양을 본 따 ‘구비조기’라고 불렀다. 이런 명칭이 이후에 ‘굴비’가 되었다. 장성군은 햅쌀을 이용해 빚은 막걸리인 ‘사미인주’로 유명하고, 신안군은 홍어로 명성이 자자하다. 홍어를 이용한 요리 중에 홍어탕은 장의 노폐물을 제거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칠맛 나는 표고

버섯으로 유명한 장흥에서는 바지락회도 별미이다.

장흥에서도 최고의 청정해역인 득량만 앞으로는 수문포 해수욕장이 펼쳐지는데, 썰물 때면 이곳에 거대한 바지락 밭이 드러난다고. 재래식 고기구이 방식을 고집하는 광양의 숯불갈비는‘天下一味 馬老火炙(천하일미 마노화자)’라는 옛말이 생겨날 정도로 유서가 깊다. ‘馬老’는 광양의 옛 명칭이자, 숯불갈비를 먹어야만 광양을 진정 경험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조그만 전시장 안에서 경험한 남도 맛의 무지개는 기대보다 더 강렬했고 인상적이었다. 평소 남도 요리를 직접 엿볼 기회가 많지 않았던 관람객들은 남도 진미를 만난 소중한 하루를 기념하기 위해서 쉴 새 없이 카메라 플래시를 눌렀다.

맛의 무지개를 경험한 소중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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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음식전시관을 둘러보던 중 순천시를 대표해 요리를 선보인 노명희 씨를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붐비는 전시관 한구석에서 게릴라로 진행된 인터뷰. 그러나 그녀의 열정은 혼잡한 공간을 뚫고 힘껏 솟아올랐다.

다음은 노명희 씨의 말이다. “순천시의 대표적인 식재료는 오이와 짱뚱어 등이다. 순천시는 사실 다른 지역에 비해 음식과 관련된 관광 상품이 많질 않다. 나를 비롯해 지역을 대표하는 요리 명가들은 매년 낙안읍성에서 열리는 남도음식문화큰잔치에 선보일 요리를 한 달 전부터 구상한다. 어떤 요리를 선보일지 몇날 며칠을 고심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오이를 이용한 아이템 구상에 중점을 두었다. 오이는 평범해 보이지만 순천시를 대표하는 특산물이다. 사람들은 흔히 오이를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지나치게 평범한 식재료로 생각한다. 하지만 여름을 지나 10월 축제기간에 접어들면 오이는 특별해진다. 제철이 지나 값이 오르고 구하기가 힘들어

진다. 요리전시회를 위해 좋은 오이를 찾아나서는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다. 나는 순천시의 특산물 중 하나인 오이를 사람들이 특별하게 생각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축제를 통해 오이를 이용한 ‘오이쿠키’를 선보인 것이다. 오이를 동결 건조시켜 캐릭터 모양의 쿠키를 만들었다. 아이들 몸에 좋은 오이를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외에 오이를 이용한 시럽을 만들어 전과나 한과 위에 끼얹었다. 어떻게 해서든 요즘 시대에 맞는 순천만의 관광 상품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다. 조만간 ‘오이 캔디’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현재 남도음식전시관에 해마다 전시되는 요리들은 관광객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선물하고 있다. 하지만 축제가 끝난 후 관광 상품으로까지 연결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남도음식문화축제가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관광 상품을 발굴해내는 적극적인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건져 올린 야무진 손길

2011. Oct. November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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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을 빠져나와 자동차로 40여 분. 숨 돌리지 않고 달려 순천만에 도착했다. 순천만은 TV 광고에 자주 등장한 탓에 머릿속에서 이미 익숙한 이미지로 떠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부옇기만 한 이미지였다. 그 이상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수평선처럼 펼쳐진 갈대밭. 그 한 가운데 서면 어떤 느낌일까. 갈대숲에 이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순천만은 교량동과 대대동, 해룡면의 중흥리, 해창리, 선학리 등에 걸쳐 있는 2.3㎢(70만평)의 드넓은 갈대밭, 28㎢(800만평)의 갯벌로 이루어

진 천연습지이다. 순천 시내를 관통하는 동천과 순천시 상사면에서 흘러나온 이사천에서 부터 하구에 이르는 3km의 물길. 그 물길 양 쪽이 모두 갈대밭이다. 이곳에서 발견되는 철새는 무려 230여 종으로, 우리나라 조류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칠면초 군락, S자형 수로 등은 자연이 창조해낸 해안 생태경관을 잘 보여준다. 한편, 비옥한 갯벌 위에는 갯지렁이, 게, 조개류 등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어 생물학적 가치도 크다. 이러한 가치를 입증 받아 순천만은 지난 2003년 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2006년에는 ‘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인 람사협약(Ramsar Convention)에 등록되었으며, 이어 2008년에는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 41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매표소를 지나 생태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무작정 인산인해를 이룬 관광객들을 따라 공원을 걷기 시작했다. 이윽고 ‘갈대열차’라는 팻말이 서 있는 작은 부스를 만났다. 열차는 이미 떠났는지 눈에 띄지 않았다. 갈대열차 매표소 왼편으로 갈대숲을 가르는 순천만테크가 흐르는 강물처럼, 유유히 펼쳐져 있었다. 드디어 갈대숲 길로 접어들었다. 테크를 따라 사람들은 무리지어 걷거나 혼자 걸었다. 관광객들은 잠시 작은 배를 연상시키는 벤치에 머물거나 포토타임을 가졌다. 갈대숲이 끝나는 곳엔 용산 전망대로 향하는 산행 코스가 마련돼 있었다. 용산 전망대에 오르니 순천만을 한눈에 조망하는 일이 가능했다. 특히 곡선의 미학을 간직한 S자 형의 수로를 충분히 마음에 담아볼 수 있었다.

갈대숲의 잃어버린 그림자들처럼 사람들은 은빛 수로를 벗하며 그들 각자에게 말을 걸었다.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눕고 일어서고를 반복하는 갈대들의 다양한 표정. 서로 이웃하더라도 완전히 의지하거나 기대지 않는 갈대들의 습성. 그리움처럼 흐트러진 갈꽃이 만들어낸 계절을 따라 깊고 짙은 사색의 길이 오래도록 이어졌다.

에디터 박혜미

순천만 갈대숲의 그림자로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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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강술래’ 한낮의 태양을 뚫고 달빛을 부르는 둥근 춤사위가 광장을 가득 메웠다. 국화꽃 향기가 곡식더미처 럼 차곡차곡 내려앉은 가을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네들이 바람결에 달뜬 옷고름과 치맛자락을 흩날리며 혼신을 다해 강

차가운 손을 덥히는

등재된‘강강술래’

2011. Oct. November32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올해로 제 2회를 맞은 전국 강강술래 경연대회. 진도군은 강강술래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하고, 남도의 전통문화를 보존 및 계승하기 위해 지난 10월 22일 진도 향토문화회관 야외공연장에서 강강술래 경연대회를 개최했다.

강강술래는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는 쾌거를 거뒀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은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대표목록, 긴급목록에 각국의 무형유산을 등재하는 제도이다. 지금은 세계유산과 마찬가지로 정부 간 협약으로 발전한 상태이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대표목록은 종료제례 및 종묘제례악, 판소리, 강릉 단오제 등이다. 강강술래는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개최된 제4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남사당놀이, 영산제,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처용무 등과 함께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다. 현재 세계유산의 등재현황은 2005년을 기준으로 총 42개국 48건이며, 공동등재 무형유산은 총 4건에 이른다. 유네스코에 무형유산이 등재될 경우 국내외적 관심과 조명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정보교환, 무형유산의 보존연구, 전문가 활동지원 및 재정지원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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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의 몰약

유네스코 무형문화재 등재와 함께 국내에서도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 8호로 지정된 ‘강강술래’. 전라남도 진도군에서 부녀자들에게 의해 전승되고 있는 민속놀이 중의 하나다. 진도를 비롯한 해남, 완도, 무안 등 주로 전남 해안지역에서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강강술래는 한국의 노래, 무용, 음악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하나로 버무려져 탄생한 원시종합예술이다. 현재 강강술래의 기원은 달밤에 춤을 추고 노래하던 원시시대의 유습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원시시대의 다양한 유습이 추석이나 정월 대보름에 아녀자들이 즐기는 놀이로 정형화됐고, 이후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이를 의병술로 활용하면서 더욱 널리 보급되었다는 주장이 보편적이다.

예부터 우리 민족은 달의 소멸과 재생에 주목해 왔다. 과거 강강술래가 설이나 단오, 백중 등에 연행되었지만, 특히 추석과 대보름날에 가장 성대하게 치러졌던 이유를 찾을 수 있는 부분이다. 추석에 행해지는 강강술래는 여성 중심의 행사로 큰 의의를 갖는다. 지난날 농경사회에서 달은 곧 여성을, 여성은 곧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존재였다. 일 년 중 곡식을 수확하는 시기와 맞물리는 추석. 강강술래는 추석날, 달이 슬며시 고개를 내미는 어스름 저녁부터 서산으로 달이 기우는 깊은 밤까지 계속되었다. 곡식의 풍성한 수확을 자식의 생산과 일치시키고, 생산의 주체로서 ‘여성’을 바라본 선조들의 사고방식이 은유적으로 드러난다. 둥근 보름달 아래 서로 손을 맞잡고 빙글빙글 원을 돌며 춤을 추는 여성들. 들녘의 곡식이 알알이 영글길, 풍년을 맞길 간절히 기원하던 선조들의 바람이 짙게 투영되었다.

강강술래의 역사

를 찾아서

달의 잔영으로 남아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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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술래를 뛰었다. 주름 띤 어머님의 얼굴에는 수줍은 소녀의 미소가 어렸다.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 여자애의 이마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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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강술래에 대해 당신은 정말로 알고 있나요?

ㆍ고사리 꺾자

꼬사리 대사리 껑자 나무 대사리 껑자 유자꽁꽁 재미나난다 아장장장 벌이여~♪

고사리를 꺾는 여인들의 행위를 묘사한 놀이. 고사리 꺾자의 가사는 마을마다 가창자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여성들의 노동활동을 예술활동으로 승화시킨 여흥놀이.

ㆍ덕석몰이

앞소리: 비온다 덕석몰자/ 뒷소리: 몰자몰자 덕석몰자~♪

앞소리: 볕난다 덕석풀자/ 뒷소리: 볕난다 덕석풀자~♪

선소리꾼이 “몰자몰자 덕석몰자”를 중중모리 가락으로 부르면, 나머지 놀이꾼들이 이를 받아 부르면서 선두를 따라간다. 멍석을 말고 풀고를 재현한 여흥놀이.

ㆍ남생아 놀아라

앞소리: 어화새끼 저새끼/뒷소리: 촐래촐래가 잘논다~♪

앞소리: 남생아 놀아라/ 뒷소리: 촐래초래가 잘논다~♪

놀이꾼들이 춤을 추고 사람을 웃기는 동작을 하면서 노래도 부르는 놀이. 곱사춤과 궁둥이춤이 주가 되는데, 이를 본 놀이꾼들은 폭소를 터트리며 둥글게 원을 돈다.

사람들은 흔히 강강술래란 여성들이 두 손을 맞잡고 큰 원을 그리며 “강강술래~강강술래”라는 후렴구를 읊조리는 민속놀이 정도로 여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둥글게 원을 도는 ‘원무(圓舞)’는 강강술래의 백미이다. 하지만 그와 함께 연출되는 다양한 동작들 역시 강강술래를 다채롭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강강술래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눈. 전통에 대한 관심이 미진한 오늘날의 우리에게 묻고 싶다. “정말 강강술래를 알고 있습니까?” 또한 이 질문은 강강술래 경연대회를 취재했던 나에게도 묻고 싶은 질문이다. 그리고 그 답은 “나 역시 이전에는 관심도 없었고 알지 못했고 결국 몰랐다”라는 빈약하고 상투적인, 무기력한 항변들로 축약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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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기와밟기

앞소리: 어디골 기완가/ 뒷소리: 장자 장자골 기와세~♪

앞소리: 기와밟세/ 뒷소리: 기와밟세~♪

허리를 굽히고 늘어선 대열의 등을 밝고 건너는 놀이. 기와밟기의 가사는 창을 교환하는 방식, 앞소리는 묻고 뒷소리는 대답하는 형식. 기와밟기 놀이는 옛날 왕과 공주가 난리에 피난을 갈 당시 공주의 발이 젖지 않도록 마을 소녀들이 등을 굽혀 공주를 건너게 해 주었다는 고사를 가지고 있다. ‘밟기’라는 행위를 통해 무병장수의 의미도 담고 있다.

ㆍ청어 엮고 풀기

앞소리: 위도군산 청애영자/ 뒷소리: 위도군산 청애영자~♪

앞소리: 위도군산 청애풀자/ 뒷소리: 위도군산 청애풀자~♪

‘청어 엮고 풀기’는 청어를 엮듯이 강강술래를 하는 사람들이 손과 손을 엮었다가 풀기를 반복하는 여흥 놀이이다. 먼저 ‘청어 엮기’는 둥글게 돌던 원을 깨고 맨 선두에 선 사람이 왼쪽으로 돌아서 맨 뒤 사람과 뒤에서 두 번째 사람의 손 밑으로 끼어 들어가 한 바퀴를 돈다. 반면, ‘청어 풀기’는 청어 엮기와 반대 방향으로 돌아 나와 다시 원래의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먼저 강강술래는 매기는 소리인 ‘앞소리’와 이에 화답하는 소리인 ‘뒷소리’로 이뤄진다. 보통 앞소리는 마을 부녀자들 중에서 소리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 가창자를 맡고, ‘뒷소리’는 강강술래를 뛰는 놀이꾼인 나머지 부녀자들이 그 역할을 맡는다. 그중 앞소리, 즉 춤을 이끄는 노랫가락의 빠르기에 따라 강강술래는 긴강강술래, 중강강술래, 잦은강강술래로 나뉜다. 강강술래를 시작할 초반에는 느릿한 리듬을 지닌 긴강강술래가 연출되며, 점점 흥이 고조될수록 춤동작은 노래에 맞춰 빨라진다. 빠르기가 최고조에 이르면 잦은강강술래가 연출되고, 부녀자들은 역동적인 원무를 선보인다. 그리고 잦은강강술래로 가빠진 호흡을 고르기 위해 중간에 다양한 여흥을 즐긴다. 현재까지 진도에서 전승되고 있는 강강술래의 여흥놀이로는 개고리타령, 남생아 놀자, 고사리 꺾자, 쥔쥐새끼놀이, 청어 엮고 풀기, 기와밟기, 덕숙몰이, 꼬리따기, 문지기놀이, 가마등, 수건놓기, 외따먹기 등이 있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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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열린 강강술래 경연대회의 다양한 표정을 들여다보기 위해 강강술래 참가자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원 밖을 서성이지 않고 전통이라는 원 안으로 과감히 걸어들어 간 사람들의 생각, 느낌이 궁금했다.

태양보다 빛나는 달빛의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

ㆍ서포리 걸군 농악실존회 강강술래 경연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진도 서포리 걸군 농악실존회 회원과 짧고 굵은 대화시간을 가졌다. 여느 농악놀이와는 다른 색깔을 띤 걸군 농악놀이가 흥미로웠다.

서포리 농악회를 이끌고 있는 조열환 씨 :서포리 걸군 농악은 임진왜란 당시 사용된 군사진법을 농악으로 풀어낸 것으로 군인들의 작전 전술을 바탕으로 시작됐습니다. 전쟁 다시 적들의 동태를 살펴 아군에게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민속놀이로 연출한 것이죠. 강강술래가 임진왜란과 깊은 상관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데 걸군 농악놀이가 적절하다는 생각에서 참여하게 됐어요.

ㆍ담양 강강술래 보존회 담양의 강강술래는 선소리를 하는 가창자와 함께 농악놀이꾼들이 무대에 올라 장단을 맞췄다. “달 떴네 달 떴네~ 이네 마을에 달 떴네~” 얼굴에 황혼이 깃든 담양팀. 소녀들처럼 상기된 얼굴로 강강술래를 뛰었다. 공연이 끝나고 담양 강강술래 보존회의 김순자 회장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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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대전 목원대학교 유아교육학과 3학년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그녀들. 앳된 얼굴의 여학생들이 머리를 정성껏 땋아 내리고 옷고름을 서툴게 묶었다. 하지만 그녀들의 열정만큼은 서툴거나 어설프지 않았다. 스스로, 더 나아가 함께 즐길 줄 아는 여유와 자연스러움이 그 열정 속에 깃들어 있었다.

젊은 그녀들을 이끈 리더, 홍승진 교수: 현재 목원대학교 유아교육학과는 전통문화를 중심으로 수업을 편성해 강강술래뿐만 국악 등을 습득하는 일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실제로 3학년 때부터 학생들이 참여하는 커리큘럼이 필수전공과목으로 마련된 상태죠.

장지혜 학생: 같이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워요. 같은 학과지만 모두가 서로 친밀했던 것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강강술래를 함께 연습하는 동안 친구들과 하나가 됐어요. 이 시간을 통해 교우들과 친밀해진 거죠.

조혜연 학생: 전공수업이니까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기도 하지만 비단 의무감만으로 참가한 것은 아니에요. 참여하면서 자연스레 보람이 샘솟았어요. 그리고 더 잘하고 싶단 생각도 생겨났죠. 연습기간이 시험기간과 맞물려 사실 어려움도 많았어요. 하지만 대회 참가를 결심한 만큼 대회를 찾은 분들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이를 악물었죠.

김순자 회장님: 담양의 강강술래는 해남이나 진도의 강강술래와 그 명칭에서부터 차이를 드러냅니다. 담양은 빛날 광(光)을 써서 ‘광광(光光)술래’라고 부르죠. 대나무가 유명한 담양에서는 광광술래를 통해 곧은 절개를 형상화해 냈어요. 우리 담양팀은 평균 연령이 70세 이상이에요. 결성된 지 이달로 1년이 되었죠. 한 달에 한번, 금요일마다 정기적으로 강강술래 연습을 해오고 있어요. 다문화가족을 비롯해 젊은이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게 바람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에요. 특히 요즘 젊은이들은 일과 학업에 쫓겨 강강술래와 같은 전통문화를 경험할 여유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강강술래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맞아요. 어린 시절 추억 속에 잠긴 동심을 다시 되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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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진도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팀 오전에 있었던 일반부 공연에 이어 강강술래 경연대회의 2부는 학생부의 무대가 마련됐다. 무대 주변으로 한복을 알록달록하게 차려입은 어린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대가 보이는 잔디밭에 앉아 있는 진도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는 조아름 양과 그의 친구들에게 강강술래에 대한 느낌을 물었다.

조아름 양: 강강술래를 하면 재미있어요. 특히 친구랑 뛰면서 같이 놀 수 있어 제일 신나요. 강강술래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배웠어요. 이제 강강술래를 한지 2년째가 됐어요.

김혜미 양: 평소에 입지 않는 한복을 입고 춤을 추려니 힘들어요. 하지만 힘들지만 재미있어요.

“전통을 지키는 것은 나를 나답게 하는 일이다”라는 사회자의 말이 마음을 비집고 들어올 때 쯤 첫 무대가 마련됐다. 강강술래 경연대회를 첫 번째로 장식한 참가팀은 ‘인지리 강강술래 체험마을팀’. 머리카락을 단아하게 틀어 올려 옥비녀로 마무리한 어머님들의 머리 모양이 눈길을 끌었다. 흰 적삼에 검정치마를 두른 참가자들이 야외공연장 한가운데 둥근 원을 만든 후 다소곳이 관람객들을 향해 절을 올렸다. 반달을 닮은 한복 저고리 곡선. “풀자 풀자 덕석 풀자~” “발치기 손치기~ 손치기 발치기~”. 우리가 평소 알지 못했던 강강술래의 다양한 동작들이 대회를 관람하는 이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전통에 대한 생각. 낡고 고리타분하다는 고정관념들. 눈앞에 해체된, 더 이상 둥글지 않은 원의 이미지가 거품처럼 사라졌다. 그래서 일까. 대회를 관람하는 이들이 지역민들과 참가자들에 불과한 상황을 들여다보며 못내 안타까웠다. 우리 것을 즐기고 보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조금한 관심이라는 진부하지만 진리인 각성들이 밀려왔다. 내 손을 맞잡는 누군가의 손. 누군가의 손을 맞잡는 나의 손. 점점 온기를 잃어가고 있는 우리네 삶 속에 강강술래와 같은 전통놀이가 잃어버린 인간성을 회복시켜 줄 것만 같은, 조금은 거대하지만 실제적인 고민에 빠져보았다. 그런 면에서 이번 강강술래 경연대회에 참가한 반백의, 청춘의, 풋풋한, 혹은 나이 어린 그녀들의 열정은 한낮 태양보다도 더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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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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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침팬지들을 향해 봄날의 하이킥을 날리다

-전라남도 사회적 기업, 마을 기업 박람회 탐방-

‘보노보’는 유인원 중에서 유전학적으로 인간과 가장 밀접하다. 하지만 오랑우탄이나 침팬지에 비해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유인원 종이다.

동물학자들조차 1950년대에 이르러서야 보노보의 존재를 새삼 인식했다. 영장류 학자인 드 발은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인간상으로 보노보를 꼽는다.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성향이 강한 침팬지와 달리, 보노보는 평화롭고 낙천적이며 무리 내 평등을 추구하는 본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침팬지의 속성을 지닌 존재는 무엇이 있을까, 또 보노보를 닮은 존재는?

보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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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기업’은 침팬지 얼굴을 한 자본주의의 표상이었다. 이윤추구의 극대화를 위해 무섭도록 경쟁에 집착하는 사회 조직체. 기업이 주도하는 무한 경쟁의 마지막은 결국 다양한 시차를 두고 사회적 약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비극적인 결말이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최근 국내외에서 이러한 기업 운영에 대한 크고 작은 반성과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거기다 그 대안으로 ‘보노보 경제학’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정 개인 혹은 조직의 이윤만을 추구하는 ‘침팬지’ 기업 운영에서 벗어나, 사회적 약자들을 포용하는 ‘보노보식 자본주의’가 모색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보노보식 자본주의를 실천하는 새로운 주체로서 사회적 기업들이 작지만 의미 있는 활동들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흔히 ‘사회적 기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혼동을 일으킨다. 두 가지 모두 인간과 사회를 존중하는 따뜻한 자본주의를 표방하지만, ‘사회적 책임’에서 의미하는 기업은 ‘자본주의 기업’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기업과 성격이 다르다. 자본주의 기업은 이윤추구를 최상위 목표로 삼으며, 기업 활동을 통해 창출된 이윤 역시 특정인 즉, 주주들에게 귀속된다. 반면 사회적 기업은 공공을 위한 사회적 목적을 추진하기 위해 ‘자본주의’라는 시장 기능을 도입한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저소득자ㆍ고령자ㆍ장애인ㆍ성매매 피해자ㆍ장기실업자ㆍ경력단절 여성 등)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지역사회의 발전과 공익에 기여하는 한편, 기업 활동으로 창출된 수익의 일부(상법상 회사 이윤 2/3)를 지역사회에 재투자하는 운영상의 특징을 갖는다.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 보호라는 측면 말고도 국내 고용시장에서 성장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고용 없는 유명무실한 성장과 청년 실업이 만연한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 사회적 기업이 육성된 배경은 1997년 외환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가적인 재정 위기와 실업 대란으로 경제는 심각한 양극화 현상을 드러냈다. 이에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내고자 하는 사회적 요구와 필요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또한 고령화 현상, 저출산 문제, 전통적인 가족구조의 해체 등 다양한 사회 변화가 공공서비스의 수요를 증가시켰다. 이러한 시대상은 우리 사회 내부로부터 기업이 갖는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게 만들었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각성과 함께 ‘사회적 기업’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사회적 기업의 태동은 1990년대 초반부터였다. 빈민지역을 중심으로 한 생산공동체운동, 노동자생산협동조합 등의 결성이 사회적 기업의 시초가 되었다. 1996년에는 복지부의 자활사업이 전개되었고, 1997년 외환위기로 ‘공공근로’가 시작되었다. 이후 2000년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통한 자활지원사업이 제도화되기에 이른다. 또한 2003년에는 ‘사회적일자리사업’으로 저소득층을 비롯한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서비스가 제공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되어, 1차로 36개 기업이 사회적 기업으로 승인을 받았다.

보노보를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에 대해

보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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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Oct. November42

작지만 뚝심 있는 지역 보노보들과의 만남!

지난 10월 18일 전라남도 도청 1층 윤선도홀에서는 뜻 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사회적 기업과 마을 기업 제품을 공동 판매하는 특설 매장이 열린 것이다. 이번 행사는 2011년 전라남도 사회적 기업 부속행사로 열려, 사회적 기업과 마을 기업이 생산해낸 다양한 상품을 선보였다. 40여개의 참여 기업들은 총 150여 개 품목을 전시하고 소개하며 적극적인 홍보활동과 판매에 나섰다. 이날 행사장에 진열된 주요 상품은 전라남도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들을 이용한 모싯잎 송편, 한과, 함초 된장, 빵과 쿠키, 전통 수제차, 김치, 인조견으로 손수 지은 의류와 침구류, 한지, 목가공 공예품 등이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주)나눔은 2010년 11월 설립돼 문화적 혜택이 취약한 농어촌 아동들을 위한 무비인형극, 교육인형프로그램 등을 제공해오고 있다. 지역 대학의 우수 인재들을 고용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앞으로 추가적인 문화 콘텐츠 발굴을 통해 지역 발전에 이바지할 계획이다. (주)나눔은 ‘찾아가는 시네마’라는 공연프로그램을 운영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생동감 넘치는 ‘무비인형극’을 선보이고 있다. 이외에 ‘우리아이 10cm 프로젝트’라는 건강 체크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운동욕구를 표출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장비를 활용해 건강 체크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5~7세 유아의 성장을 돕는 맞춤형 조기운동 제안 프로그램으로, 자칫 도시 아동들에 비해 쉽게 안일해질 수 있는 농어촌 아동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고 있다.

이날 행사장에는 ‘(주)나눔’과 같이 문화적 콘텐츠를 활용한 사회적 기업 이외에도 다양한 성격의 사회적 기업이 함께 참여했다. 그중 결혼이주여성들이 홍보사원으로 나온 곳이 눈에 자주 띄었다. 특히 여수 다문화복지원 산하의 다문화 공방인 ‘국경 없는 마을’에서는 수작업으로 생산된 천연 염색 제품(이불, 건강목베개, 지갑 등)과 주문 제작하는 신생아용품, 수의, 모시의

류, 실내복 등을 다채롭게 선보였다. 이외에도 목포지역에서 활동 중인 ‘(주)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눈길을 끌었다. 두 명의 결혼이주여성이 자신들이 직접 구워낸 쿠키를 판매대에 진열해놓고 서툴지만 신중한 어조로 홍보 멘트를 곁들었다. 현재 ‘(주)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외국인 결혼 이주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간병서비스지원사업’과 ‘제과제빵사업’, ‘우꿈세 두부촌’을 운영해오고 있다. 우꿈세(이하, 우리가 꿈꾸는 세상)는 지난 2008년 7월 노동부로부터 설립허가를 받아 2009년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목포, 광주, 나주 등 10여개 병원과 협약을 맺고, 2009년 1월 제과제빵사업부를 신설해 2월에는 ‘KKAㆍKKA 쿠키점’을 개점했다. 이어 3월에는 동신대건강복지사업단과 간식납품 협약을 맺어 같은 해 12월부터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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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업은 지역공동체가 향토ㆍ문화ㆍ자연자원 등을 활용해 스스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지역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마을 단위 기업을 말한다. 지난해부터 행정안정부가 주도해 전국 184곳을 시작으로 지금은 그 규모가 500여 곳에 이른다. 마을기업은 지역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그 지역만이 안고 있는 다양한 과제를 ‘기업’이라는 경제수단을 활용해 해결해나간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행정안전부는 현재 마을기업 육성 규모 목표치를 2011년 500곳, 2012년 700곳, 2013년 1,000곳 등으로 삼고 있다. 물론 양적 규모보다 질적 재고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전남지역의 마을기업으로는 먼저 ‘나주황토공방’을 들 수 있다. 나주황토공방은 도자기 체험장 시설과 충주산방의 도자기 제조기술을 활용해 지역 어르신들이 직접 수제화분과 관상용 화분을 생산해낸다. 지역 어르신들은 3개월 동안 화분제작 기술교육을 받은 후, 직접 제작한 수제화분에 다육식물과 야생화를 식재해 관상용 화분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낸 화분들은 실제로 판매돼 어르신들의 안정적인 수익원이 되어주고 있다.

순천시에 소재한 ‘풍덕동 한솥밥동네가게’는 지역농산물을 활용해 전통식품을 제조하고, 가공 판매한다. 동시에 친환경 수제비누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풍덕동은 원도심 지역으로 전통시장인 ‘아랫장’이 있는 곳이다. 현재 40~50대 주부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으며, 그들은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적극적인 편이다. ‘한솥밥동네가게’는 앞으로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최에 대비해 아랫장에서 마을기업 점포를 개설해 여성 일자리 창출에 더욱 기여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장흥청태전영농조합법인은 1,200여 년 전 장흥지역에서 생산됐던 야생차인 ‘청태전’을 복원해 마을기업의 소득원으로 삼았다. 직접 재배한 야생녹차 뿐만 아니라,장흥 군내 농가로부터 구입한 녹차로 농가수익 향상을 돕고 있다. 거기

다 민박체험, 전통음식만들기, 전통민속놀이 체험, 녹차 및 청태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수익 증대에 힘쓰고 있다.

마을기업, 고향을 터전으로 삼은 정겨운 보노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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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보노보의 ‘착한’ 발걸음

사회적 기업은 아직까지 국내 시장에서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에너지 시장의 신재생 에너지처럼 고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기업은 우리 사회의 작은 희망이다.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들과 정부주도의 복지정책 집행기구의 관료제의 비효율성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가게’는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불린다. 2002년 10월 문을 열어 그해 1억 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후 성장을 계속해 2009년에는 138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아름다운가게는 물건을 재사용하고 순환시켜 생태를 보전하고, 우리 사회의 친환경적 변화를 도모하고자 설립됐다. 이곳에서는 기증받은 각종 물품을 약간 손보거나, 다른 물건으로 만들어 저렴하게 팔고 있다. 비영리 법인이기 때문에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은 급여, 관리비와 같은 최소한의 비용만 제외하면 대부분 사회적 목적을 위해 투자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생산성을 높이는 아이디어 창출 노력은 결코 만만치 않다. 현재까지 아름다운 가게는 시민과 접하는 창구를 다양화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인다. 매장 말고도 버스를 개조한 이동매장, 벼룩시장, 온라인 쇼핑몰 등으로 판매 경로를 넓혔다. 모은 물품은 ‘경기그

전라남도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박람회가 개최된 당일날. 한편에서는 ‘프로보노’ 발대식이 진행됐다. 전남 도청 왕인실에서 박준영 도지사 주재로 전남 사회적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프로보노(재능나눔)’가 결성됐다. 프로보노(Probono)란 ‘공익을 위하여’라는 라틴어 ‘Pro bono publico’의 줄임말로 본래 의미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서비스를 공익차원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법조계에서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무보수 변론이나 자문 봉사활동을 지칭한다. 현재 프로보노는 법조계의 법률서비스 뿐만 아니라, 의료ㆍ교육ㆍ경영ㆍ노무ㆍ세무ㆍ전문기술ㆍ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전문지식과 기술을 이용해 벌이는 봉사활동이라는 뜻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지난 10월 18일 도청에서 발대식을 갖은 프로보노는 전남에 소재한 (예비)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지도, 기업경영전반에 관한 전문성 등을 지원하기 위해 경영, 회계, 세무, 법률, 마케팅, 인사, 노무 등 각 분야 전문가 25명으로 구성됐다. 이와 함께 전남도와 한국수력원자력(주) 영광원자력본부, 한국수자원공사 전남지역본부, 농협중앙회 전남지역본부, 한국철도공사 전남본부, 광주은행 등 5개 유관기관의 지원협약이 체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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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코센터’와 ‘용담되살림센터’에서 분류나 수선작업을 한 후, 가격을 책정한다. 그런 다음 전국 매장에서 소비자들에게 판매된다. 특히 ‘에코파티 메아리’ 사업은 폐기물로 분류된 재료를 모아 가공하고 독특한 디자인을 가미해 부가가치를 높였다. 아름다운가게는 사회 환원이 판매가 활성화 되었을 때만 비로소 가능하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한다. 즉, 사회적 목적과 시장성, 관리를 조화시키는 법을 스스로 터득한 것이다.

아름다운가게의 일화는 이제 막 출발한 전남지역의 사회적 기업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사회적 기업도 시장에서 내실 있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생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전남의 지역경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침체되어 있다. 농산물과 다양한 관광자원을 간직한 천연의 보고(寶庫)이지만 지역적인 관심 밖으로도 밀려나 있는 경우가 흔하다. 사회적 기업은 ‘관심’으로부터 출발한다. 내가 살고 있는 환경과 주변, 이웃에 대한 관심, 스스로에 대한 관심. 하지만 단순히 관심만으로는 부족하다.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일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조언과 도움, 그리고 실제적인 지

원이 요구된다. 전라남도는 이제 막 깨어나고 있는 동토이다. 문화적 혜택의 향유, 공동체적 삶에 대한 새로 인식, ‘나눔’의 주체로서 기업의 역할 등 아직까지 채워나가야 할 ‘빈 공책’이 켜켜이 수북하다. 그런 상황에서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려는 움직임은 긍정적으로 여겨진다. 물론 숱한 시행착오와 조화를 이루기 위한 불협화음을 겪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서툰 손길, 힘겹게 내딛는 한 걸음은 소중하다. 그 손길과 발걸음에 지금보다 더 살기 좋은 남도를 일구려는 뜨거운 열정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에디터 박혜미

참고 문헌 및 사이트

1.<한국의 보노보들>자본주의를 위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부키, 안치

용ㆍ이은애민준기ㆍ신지혜 외 지음

2. <보노보 혁명>제 4섹터, 사회적 기업의 아름다운 반란

부키, 유병선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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