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50
라디오 2011. 05 (주)문화방송 05 2011 May 2011 여성시대 신춘편지쇼 휴대용 라디오 외 이달의 편지 아빠와 1,000원 외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양희은∙강석우입니다

Upload: others

Post on 21-May-2020

0 views

Category:

Documents


0 download

TRANSCRIPT

Page 1: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라디오

20

11

. 05

(주)문화방송

052011•May

◆ 2011 여성시대신춘편지쇼

휴대용라디오외

◆이달의편지

아빠와 1,000원 외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양희은∙강석우입니다

Page 2: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매일아침 9:05~11:00

인터넷주소 www.imbc.com

방송중열린전화_ 02-368-1500

문의_ 02-789-1339

주소_ (150-604) 서울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400호

표지_ 김성신

여성시대/월간지/비매품

2011년 5월호

발행_ 2011년 5월 10일

발행인_ (주)문화방송

대표이사_김재철

등록번호_ 라-5413

편집·제작_ B&M 커뮤니케이션

(02-2272-6046)

본지는한국도서윤리위원회규정을

준수합니다.

IBK기업은행협찬의월간여성시대는작지만큰감동을전하고자합니다.

매월 10일 IBK기업은행에서 무료로 배포하며, 이웃과 함께 보면 감동이

두배로늘어납니다.

C O N T E N T S

2011+May+05

월간여성시대 5월호

이달의편지아빠와1,000원외

행복을찾는사람들세계어디에내놔도당당한최고의명품만든다

양희은의스튜디오에서시인의강연과노래가만나다

강석우의스튜디오에서스타와사생활

장PD의 사소한이야기마음을벼리는시간

04

44

94

96

98

2011

신춘편지쇼과정

심사평

이경자·양귀자·성석제

당선작

최우수상 I 휴대용라디오

우수상 I 라디오는나의나침반

라디오와함께한50년

가작 I 라디오가들어준아버지의소원

내아버지를죽인라디오

52

56

60

Page 3: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04 여성시대

일러스트레이터김성신이달의편지

052011.05

“아빠, 저왔어요.”

동생과교대를하기위해병실에들어서는순간동생이손가락을입

술에대며조용히하라고합니다.

“왜? 주무셔?”

“응, 언니. 아빠지금잠드셨는데저것좀봐. 아빠가손에1,000원

짜리한장쥐고계시거든. 아까부터내가뺏어갈지모른다면서손에꼭

쥐고계시더니그대로주무시네. 내가장난으로빵사먹게달라고했거

든. 그랬더니그다음부터저렇게꼭쥐고계시는거있지? 아빠도참.”

그말을듣는순간돌덩이한개가제숨구멍을막은것처럼숨이탁

막히는느낌이었습니다.

“그래알았다. 수고했어. 학원에가봐야하잖아. 얼른가봐. 피곤하

겠다.”

동생이돌아가고주무시는아빠의모습을물끄러미보고있자니힘겹

게숨을쉬며주무시는모습조차살아오신이력처럼고생스러워보였습

니다.

동생의말처럼아빠는한쪽손에돌돌말린1,000원짜리한장을꼭

쥐고계셨습니다. 손에너무힘을주고주무시면안될것같아살짝빼

서주머니에넣어드리려고했더니무슨기척을느꼈는지이내더꽉쥐

05p _ 아빠와1,000원

10p _ 이름이똑같다고?

13p _ 그리운지하방

18p _ 미역국이아깝다

24p _ 주유원취업기

27p _ 고마운분들

31p _ 세상에이런일이

34p _ 연상연하커플의집안내력

37p _ 여군해병 만들기

41p _ 노점단속원의눈물

아빠와1,000원

김태욱 경기도용인시처인구역북동

Letter 01

3월 10부터 4월 1일방송된사연들중가려뽑아실었습니다.

Page 4: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072011.0506 여성시대

는말씀한번드릴수없어늘마음이무거웠습니다. 그런데지금이렇

게병원에계시니죄인이된것같아답답하기만합니다.

한시간쯤뒤, 잠을깬아빠에게“아빠, 그돈주머니에넣어두지왜

그렇게꼭쥐고계세요?”했더니, 환자복을뒤적뒤적하셨습니다. 그런

데주머니를못찾으셨습니다.

손바로밑이바로주머니인데, 그게주머니인걸모르셨습니다. 눈

물이흐르려는걸억지로참으면서“에이아빠도, 주머니여기있네. 나

진짜안가져간다니까”하니햇살이가득한창가옆에계신어르신께서

“그집은딸많아좋겠소. 저렇게딸들이돌아가면서아버지를간병하

니얼마나좋아. 며느리들은그렇게못한다고”하셨습니다.

저희집은딸만넷이랍니다.

병실에서간병을하다보니세상의희로애락이모두모여있는것같

습니다. 각자가자신이가장힘든상황일거라여기며서로의답답함을

토로하고그상황에맞게또서로를걱정하고위로합니다. 정직하게최

선을다하며살았는데왜병에걸렸는지모르겠다는분들이많습니다.

그동안고생이란고생은다하고이제좀살만하니암에걸려마른하

늘에날벼락맞은것같다는분도계셨습니다. 왜내가전생에무슨죄

를지었기에이런시련을겪는건지모르겠다고탄식하는분도계셨고,

젊어서는생활이어려워먹고싶은거못먹고허리띠졸라매고살다이

제는먹고싶은거, 하고싶은거다할수있는데, 당뇨병에걸려먹고

싶어도먹지못하니차라리죽었으면좋겠다는분도계셨습니다.

전 아빠께‘아빠는지금여기왜계신거예요?’라고묻고싶었지만

차마여쭤볼수없었습니다. 도둑이제발저리다고제탓인것만같고,

또사실제탓이니까요. 지금아빠는당신이어디가어떻게아프고안

좋은지조차모르십니다.

셨습니다.

아빠가이렇게오래누워계신건제나이마흔이넘도록단한번도

없었습니다. 매일새벽같이나가서밤늦게까지일하느라잠한번편안

하게주무시지못했습니다.

그런데지금은편안하게누워계셔도되는데, 그모습조차힘겨워보

여속상했습니다. 주무시는아빠의모습을처음으로찬찬히들여다보았

습니다. 피부는오랜세월바람과햇볕에그을려시커멓고, 손과발은

지나온세월의고통만큼굳은살이덮여손이라기보다는차라리‘돌덩

이같다’는표현이맞을것같습니다.

아빠의얼굴을들여다보고있자니무슨마음으로1,000원짜리한장

을꼭쥐고계시는지알수있을것같아마음이저려왔습니다.

아빠와엄마의힘든삶에기름을붓고불을붙인사람이바로맏딸인

저입니다. 오래전, 남편이다니던회사가부도나고, 보증문제가얽히

고설키면서빈털터리가됐습니다. 그때아빠·엄마는두말도안하고

평생고생고생어렵게장만했던집을팔아못난저를도와주셨습니다.

자식이어렵게사는건부모죄도있다고하면서요.

아빠는젊어서부터험한일을해오다나이들면서그일도못하게되

니한동안우울해하셨는데, 어느날인가애들과자값이라도벌어야겠

다면서여기저기일자리를알아보다가야간주차관리일을찾아다시

일을하셨습니다.

야간에하는일이다보니저녁 6시에출근해다음날아침에퇴근을

하는데, 갑자기낮과밤을바꿔생활해야하니처음에는적응을못해많

이힘들어하셨습니다. 그렇게고생해서받은월급중일부를제손에

쥐어주며생활비에보태라고하실땐차라리멀리떠나고싶었습니다.

그렇게힘들게일하는아빠의모습을보면서도“일그만하고쉬시라”

Page 5: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092011.0508 여성시대

그때화장실가야겠다고일어나시기에따라나갔는데병실문밖에서

안절부절못하고그냥서계십니다. 화장실이병실바로옆인데, 그화

장실을못찾고문앞에서한참을망설이는아빠의뒷모습이저를너무

아프게했습니다. 살아오면서제가아빠를아프게한것에비하면아무

것도아니란걸알지만왜그렇게속상하던지요.

아빠가왜이렇게되셨는지아빠자신은모르셔도전알것같아서마

음이더아팠습니다.

저녁에동생과교대하고나가면서“아빠, 저 가요. 내일아침에올

게요”하며돌아서는데“욱아, 이거”하며손을내미는데깜짝놀랐습

니다.

그건아침부터돌돌말아손에꼭쥐고계시던 1,000원짜리였습니

다. 나오는눈물을억지로참으면서“아빠, 이건왜요. 아빠주머니에

넣어두시라니까”했더니“호빵사먹어. 너, 호빵좋아하잖아”하셨습

니다.

네, 맞습니다. 제가어릴때부터호빵을너무좋아해서얼굴도호빵

처럼펑퍼짐하게동그랗다고놀림을받기도했습니다. 별명도호빵일

정도로호빵을좋아했으니호빵이나오는겨울철이되면일나가셨다가

돌아오는길, 아빠손엔꼭호빵봉투가들려있어저를행복하게해주

셨습니다.

병실문을나와서의자에앉아한참울었습니다. 아빠가제가어려서

부터저한테해주신말씀이있습니다. “가난은죄가아니다. 그러니까

어딜가든기죽지말고당당해라”라고요.

돌덩이같은아빠의손에꽉쥐어져있던 1,000원짜리를주머니안

에서이리저리만져보니아빠가느껴집니다.

그때결심했습니다. 이젠아빠한테맘껏사랑한다고표현하며살겠다

고요. 딸이많은집들보면딸들의애교가아빠를살뜰하게챙긴다는데

사실그동안우리집네명의딸들은그렇지못했습니다.

나이마흔을넘긴딸이아빠사랑한다며목에매달리기는좀그렇지

만아빠의눈을바라보면서‘아빠, 사랑해요. 고마워요. 감사해요. 죄

송해요’이렇게끝없이떠들어야겠다고결심했습니다.

제가그동안아빠것을얼마나많이아니전부뺏으면서살아왔는지

그사실을이제야새삼알았거든요.

‘이젠아빠것아무것도안뺏아갈게요. 이제제가아니우리딸들이

아빠께사랑을드리면서살겠습니다. 제가이세상사는것이힘들어주

저앉고다포기하고싶어도그럴수없는이유가되는아빠. 그저우리

들곁에계셔만주세요. 아빠사랑해요!’*

“ ”호빵사먹어.

너, 호빵좋아하잖아.

Page 6: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112011.0510 여성시대

그리고몇달후, 근처에사는고종사촌언니가집으로놀러왔습니다.

그언니도손자를보아이름을지어야하는데마땅한곳이없다며제가

갔던곳을알려달라고했습니다. 그래서그곳의약도와전화번호를적

어주었습니다그런데며칠뒤기가막히는일이벌어졌습니다.

언니가전화를걸어왔습니다.

“얘, 나손자이름짓고지금지하철타러내려가는중이야.”

“아, 그래? 이름뭐라고지었어?”

“승훈이래. 이름좋지?”

순간이상했습니다.

“승민이와승훈둘이나왔는데, 승훈이가여러가지로훨씬좋대.”

“엥! 이게무슨소리야?”

“그런데네손자이름도승훈이아니었던가?”

“맞아언니. 한자로무슨승훈이래?”

“지하철들어오니까타서확인해보고전화할게.”

전머리가하얘지면서아무생각도안났습니다. 참별일이라는생각

이들었습니다.

그리고언니에게‘우리손자승훈이가한자로, 이을‘승(承)’자에

공로‘훈(勳)’자’라는전화가왔습니다.

언니와전동시에멍하니아무말도하지못했습니다. 전화를끊고얼

른 ○○○작명소라는 곳으로 통화를 했습니다. 밖에서 접수하는 이가

그분과“직접통화는곤란합니다”라고했지만전무조건바꾸라고목소

리에힘을주었고, 그분과한참후에연결이됐습니다.

저는“오전에제소개로사촌언니가아기이름을그곳에서받았는데,

우리손자이름과어떻게한자풀이까지똑같게나올수가있냐! 우연치

고는너무이상한생각이든다”고따졌습니다.

그분은처음부터끝까지한치의흔들림없는목소리톤으로설명을

어제도손자승훈이가다녀갔습니다. 그뒤엔온집안이아수라장입

니다. 폭탄맞은광경이라고한다면너무과한표현인가요?

아무튼승훈이는이제막돌이지나걷기시작했습니다. 증조할머니

부터삼촌까지온가족으로부터귀여움을한몸에받고있습니다.

그런데도항상제마음에는풀어지지않는게있습니다. 세상을살다

가이런일도다있나싶어아직도찜찜하고도묘한기분이남아있어

적어봅니다.

작년에 텔레비전에도 소개되는등제법알려졌다는‘○○○작명소’

에남편과함께직접가보니각방송출연사진과일본텔레비전에서촬

영한사진으로도배되어있었습니다. 내심여기저기알아보다가이곳에

잘왔다는생각이들었고, 그곳에서사뭇엄숙한마음으로거금을들여

지은손자이름이‘승훈’이었습니다.

승민과승훈두가지를받았는데, 작명가는‘승민’이라는이름이‘승

훈’보다못하고, 승훈이라는이름이부모자식에합이들고커가면서

장차앞날이무난할것이라고했습니다. 그말씀에이름이더욱맘에들

어한치의주저함도없이남편과같이결정을하고엘리베이터를기다

리며둘이서소리없이씩웃었습니다.

이름이똑같다고?

이정희서울시중랑구목동

Letter 02

Page 7: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132011.05

결혼전에돈에맞추어방을얻으려고한동네에서몇바퀴를돌다가

마지막으로본다고들어간집이나의신혼집이됐다. 주인집하고따로

살아부딪칠일없어서좋았다.

계약하는날, 내가본주인아줌마는아주젊었다. 얼마나시집을잘

갔으면4층건물을가지고있을까? 부럽긴했지만말씀한마디한마디

가얼마나상냥한지주인아줌마를보고있으면내마음이편안해졌다.

“새댁, 우리식구된거정말고맙고, 무슨일있으면전화하고. 지하

방이지만오래오래살다가집사서이사가. 방세안올릴테니재미있게

살아. 여기서열심히돈벌어서부자도되고말이야. 우리집에서살다

간사람들전부집사서나갔으니깐새댁도그렇게해알았지?”

주인아줌마의따뜻한마음에금방이라도부자가될것같았고, 이집

에온것이너무잘했다싶었다.

주인집은큰대문을이용하고우린옆에있는쪽문을사용하여여섯

계단을내려가면다섯식구가문하나사이로다닥다닥붙어나란히정

감있게살았다. 옆집끼리너무붙어있다보니저녁만되면누구집에서

반찬은무얼하는지알수있었다.

고소한냄새가나면난부엌문을열고“아줌마, 왜이렇게맛난음식

을해? 먹고싶어지네”하며이집저집똑같이문을열어서집집마다모

그리운지하방

김경순경기도고양시덕양구화정동

Letter 03

12 여성시대

했습니다. 이름을지을때는총5,051개의한자를바탕으로하며오행

이어쩌고저쩌고하는데, 저는전혀알아듣지못하는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저는“낳은월, 일, 시가전혀다른데어떻게이런우연이있

을수있냐. 이해가안된다”고했더니, “예를들어똑같은병을가지고

병원에서치료를받는데각환자의나이나환경등에따라치료법이다

르지만결국그병을고친다는목적은같지않느냐?”고했습니다.

전완전히어이가없었습니다. “어찌됐든소개까지했는데무슨이런

일이다있느냐”며티격태격하다전화를끊었습니다.

다음날, 언니는이름을지어준그분과의몇번의전화시도끝에결국

접수를받는사람에게이렇게말했다고합니다.

“찾아가서 좀 시끄럽게 만들어줄까? 아님 조용히 은행계좌에 돈을

다시넣어줄래?”

그쪽에서잠시기다리라고하더니감감무소식. 화가난언니가다시

전화했더니결국계좌번호를알려달라고해서알려주고한시간후은

행에알아보니입금되었다고합니다. 그렇게해서언니는그일을일단

락짓고, 며칠뒤다른곳에서이름을새로지었다고했습니다.

그런데문제는저도손자이름을이런식으로받은게아닌가해서남

편에게이야기를하니, 남편은“그냥다편안하게생각하자”며“출생신

고도끝냈고지금다시들춰내면아들과며느리도기분상할테니모르고

지나가게마음을접자”고했습니다. 그리고‘승훈이라는이름이비교적

무난하니그사람도뽑아놓았겠지’라고생각했습니다. 그래서다좋게

생각하자고하고아무에게도말하지않고저희둘만알고있습니다.

그러나 1년이지난지금도“승훈아! 승훈아!”하고불러보지만맘먹

고지은이름, 그냥이대로조용히사는것이옳은지자꾸마음이무겁

습니다. 승민보다더좋다는승훈이라는이름을그분께받은또다른아

기들이있을까궁금합니다.*

Page 8: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152011.0514 여성시대

두“나도먹고싶어”한마디씩했다. 이렇게서로얼굴쳐다보면서웃

는것도행복했다.

4년동안살면서옆집끼리단한번도싸운적도없고, 음성을높인

적도없었다.

넓은마당이따로있는데도애들은꼭문앞에서놀이터처럼뛰고, 고

무줄하고숨바꼭질까지한다.

때론싸놓은연탄이무너지고항아리가깨져도절대아이들을야단치

지않았고, 깨진물건은잠시후원상복귀를해놓았다.

아줌마들은“여러가구가한공간에서살다보면남의자식도내자식

처럼사랑으로봐줘야해”하면서서로를이해했고, “손해좀봐도사

람의정보다무서운것없다는걸살아오면서깨달았다”면서“새댁도

사람마음얻는것을중요하게생각해”하고당부했다.

어느일요일날, 옆집아저씨가한나절이라도햇빛을보고담소나나

누라고평상을만들어주었다. 나만빼고네가구아줌마들전부집안에

서재봉일을했다. 점심때만되면유미엄마는며칠전에총각김치를담

았다면서먹음직스럽게한그릇담아서가지고나왔고, 또유진이엄마

는삶은고구마나찐감자를내오며총각김치척척걸쳐먹으면그맛이

일품이라고먹는방법까지도알려주었다. 우리는그렇게마치한가족

처럼함께웃고떠들었다.

비록지하방에살고있지만이웃들이너무좋아마냥행복해서다음

날이기다려지곤했다.

하루는까칠하고잘난척하는친구가연락도없이찾아왔다. 난부스

스한머리에화장안한얼굴에다남편추리닝까지걸치고있었다. ‘왜

하필이면이날찾아왔을까.’

“여기어떻게알고찾아왔니?”

“얼마전시골에갈일이있어갔다가네가하도연락이없기에너희

집에갔더니네엄마가‘우리경순이잘있나가보라’면서주소를알려

“ ”나도먹고싶어.

Page 9: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172011.0516 여성시대

주더라.”

친구는시집을잘가서아파트에서완벽하게갖추어놓고산다. 나랑

너무비교가돼서내가먼저연락하는일은절대로없었다. 순간내자

신이너무초라하다는생각에‘이것이꿈이었다면얼마나좋을까’싶었

다.

“너, 이런데서사니? 이런곳에서도사람들이사는구나.”

“너, 미국에서살다왔니? 예전이나지금이나잘난척하는것은여전

하구나! 그리고그렇게보지마. 여기도다너랑똑같은사람들이사는

집이야. 들어가자점심해줄게.”

“우리, 나가서먹자.”

“우리집에온손님인데내가따신밥해줄게.”

“됐어. 참화장실어디있니?”

“쭉나가면귀퉁이에있어. 아참! 양동이에물담아가. 화장실에수도

꼭지가없어서물을가지고가야돼. 화장실문앞에두었다가볼일다

보고부어버리면돼. 양동이는가지고오고.”

“나, 화장실안가! 서울에별희한한화장실이다있어.”

“야! 이런화장실안써본사람처럼말하지마.”

“밤에는무서워어떻게가는데?”

“밤에는요강에다볼일보고아침에남자들출근하면그때비우러간

다. 됐냐? 옆집들도다그래. 왜나사는게우습니?”

“너이렇게살려고좋다는남자다버리고, 가진것없는남자랑결혼

했니? 너미쳤어.”

“너앞으로이런소리할거면나찾아오지마!”

짧은시간에친구가나의자존심을엉망으로짓밟아놓고가버린후

나는문을꼭꼭걸어잠그고한참을울었다. 내우는소리가창문을통

해옆집까지들렸는지옆집아줌마들이찾아와물었다.

“새댁, 왜그래? 무슨일이야? 문열어봐.”

“아줌마, 이런데서사는것창피하세요?”

“무슨소리야. 있는사람에비하면없는사람이조금불편할뿐이지.

사람사는것다똑같아. 아까보니까잘차려입은친구같은데새댁속

을뒤집어놓고간모양이군. 열심히돈벌어지상으로올라가면되잖아.

뭘울기까지해. 옆에우리가떡버티고있는데. 우리도결혼해서지금

까지지하방에서떳떳하게살고있잖아. 힘들때면노래도부르고, 괴

로울때는재봉틀을밟고. 그렇게5년이되었어.”

당장삶이고달프고경제적으로힘들지만아직건강하고젊으니깐열

심히노력하면희망이보인다고했다.

다음날재봉일을하는옆집아줌마께나도보조로써달라고했더니,

아줌마는재봉일까지가르쳐주겠다고했다. 난부식비는벌수있다는

생각에열심히보조일을했고, 아줌마들과어울려생활하다보니절약

정신이강해져서내몸에돈들여꾸며본적도없다. 통장에돈이점점

불어나니밥을안먹어도배가불렀다. 옆집아줌마는철없는나에게많

은도움을주고막내동생처럼챙겨주었다.

때론사는것이힘들고지쳐도이렇게아옹다옹오순도순미운정고

운정들어가면서지하다섯가구서로없는사람끼리의지하고정나누

면서오랜시간동안함께살았다.

그리고모두가집을사서같은동네로이사갔고, 우리도열심히돈

모아서4년만에햇볕이잘들어오는3층집으로이사를했다. 그집에

서또열심히돈모아결혼10년만에경기도에정착했다.

나살기에바빠잊고있었던, 그때함께살았던지하방식구들이너무

보고싶다. *

Page 10: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192011.0518 여성시대

그리고첫날밤, 신랑이씻는틈을타얼른속옷에부적을붙였습니다.

씻고나온신랑은깜짝놀라면서“이것이뭐여? 나이런것붙이면뒤숭

숭해서잠못잔다말이여”하며신혼여행4일내내징징거렸지만아들

을낳기위해서는그정도는감수해야한다는말로설득을했습니다.

그리고저희는허니문베이비를가졌다는걸알았습니다. 돌하르방

코도만졌고, 부적도 4일내내붙였고, 항상오른쪽을지키면서만든

아이이니약발이정통으로통해서당연히아들일거라고100% 믿었습

니다.

어른들이제배를보시고는모두아들배라고하셨기에저는출산준

비물도모두파란색으로준비했습니다. 그러나뚜껑열어봐야안다고

하더니, 정말로뚜껑열고보니아들이아닌딸이었습니다. 저는한없

이울었습니다.

산후조리를해주러오신엄마도제손을잡고“엄마닮았다는소리는

안들어야허는디어쩌까이”하며눈물을흘리셨습니다.

그와중에눈치없는남편은“야호, 장모님딸이래요. 저희집안은딸

이귀한데정말잘됐어요”하면서깡충깡충뛰면서좋아했습니다.

그렇게엄마와외할머니의슬픔을안고딸은태어났습니다. 딸이커

가는모습도예뻤지만저와엄마의숙원인아들을낳아야한다는생각

에는변함이없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엄마는 둘째를 아들로 낳는 프로젝트에 돌입했습니다.

먼저엄마가시골에서아들만낳은여자의고쟁이를입수해오셨습니

다. 밤낮으로항상그날그날빨아서헤어드라이기와다리미로말려서

바로바로입고다녔습니다.

다음으로엄마가날짜까지정해주면서남자가동쪽, 여자는서쪽방

향을항상맞춰누워야했습니다. 그리고엄마는부처님코를갈아먹으

저는딸만여섯인집의장녀로태어났습니다. 어릴때부터엄마가아

들을못낳았다고할머니로부터구박을심하게받는걸보고자랐습니

다. ‘그깟 아들이 대체 무엇이기에 우리 엄마가 저리 구박을 당하실

까?’하는마음으로살았습니다. 그래서시집을가는저의궁극적인목

표는아들을낳는것이돼버렸습니다.

그러던중제가결혼을하게되었습니다. 엄마는결혼식전날제손을

꼭잡고“너는인자부터아들을낳아야한다는생각만가지고살어야

헌다. 내가잘아는점쟁이한테가서부적을써왔응께이것을김서방

빤스에찰싹붙여서입혀라. 신혼여행내내갈아입히면안된다이. 꼭

명심혀라. 글고더중요한건니가김서방오른쪽에누워야헌다. 절대

로왼쪽은안된다. 이거는아(아이가)가생길때까지명심해야헌다이.

꼭오른쪽이여”하셨습니다.

그당시에는신혼여행을부곡온천으로가는추세였지만엄마가우기

고우겨서제주도로갔습니다. 어머니가제주도에가서돌하르방코를

만지면‘아들’을낳는다는말을들으셨기때문입니다.

저는가는곳마다돌하르방코를몇번씩만지면서“아들낳게해주

세요”하고주문을걸었습니다. 저는코도만지고, 코에뽀뽀도하고,

콧구멍에안들어가는손도집어넣고사진도많이찍었습니다.

미역국이아깝다

애청자

Letter 04

Page 11: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212011.0520 여성시대

코를풀었다고하고, 보름달의기운을받으면아들이라고해서보름달

뜨는날옥상에올라가서사극에서봤던대로달기운을들이마시고신

랑을기다렸습니다. 그런데보탬이안되는남편은꼭그런날술퍼마

시고새벽에겨우들어오곤했습니다.

그러던어느날엄마가전화를하셨습니다.

“내가알아봤는디화순에운주사라는절이있드라. 거그는부처님들

이겁나게많이계시고부처님한분은누워계신다한다. 누워있는부처

님코도만지고또긁어서먹기도허게무조건내려온나. 느그동상이

데려다준다고했시야. 꼭와야혀.”

저는신랑한테는엄마가편찮으시다고거짓말을하고내려갔습니다.

엄마는운주사를가는데멀미를심하게하셨습니다. 그렇게심한멀

미때문에어디를못가시는분이화순까지가실생각을하셨으니과연

엄마는강하다는말을실감했습니다.

운주사에도착하니엄마말씀대로입구부터부처님이계셨습니다.

엄마는“오메, 오메, 봐라봐. 이러고많은부처님을어디서보것냐.

얼른이리와서코만져야. 많이만질수록좋은께부지런히만져라이”

하면서엄마도연신부처님코를만지셨습니다.

누워계시는부처님(와불)은평지가아닌높은산위에계셨습니다.

엄마는부처님얼굴로저를끌고가시더니“여그얼른만져라. 아따정

성들여서문질르랑께”하셨습니다. 제가 코를문지르는사이엄마는

주섬주섬가방에서뭔가를꺼내셨습니다. ‘허거덕!’엄마는부처님코

를깎으려고끌과망치를준비해오셨던것이었습니다.

엄마를보고놀란저와동생은“엄마, 몰매맞아죽으려고그래? 얼

른내려가요”하면서엄마를끌다시피내려왔습니다.

다내려와서엄마는“어따서운허다. 꼭긁었어야했는디. 그래야효

면대번에아들을낳는다고언젠가는돌가루를먹이기도하셨습니다.

‘설마이런게정말아들낳는비법일까?’하고의심도했지만엄마

의한을풀어드리기위해, 아니솔직히저도아들을낳기위해할수있

는짓은다해보고싶었습니다.

비싼부적써서신랑지갑에넣어줬더니술퍼마시고휴지인줄알고

Page 12: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232011.05

“엄마, 저예요.”

아들이었습니다.

“그래. 고맙다. 꽃이너무이쁘다, 사랑해아들.”

“엄마, 이쁜걸로왔어요? 장미는싱싱해요?”

“응, 너무이쁘고싱싱해.”

“다행이네. 엄마, 내일 선희 들리면 그 꽃바구니 전해주세요”하는

겁니다. ‘허거덕!’

“뭐라고, 엄마한테보낸거아니야?”

“아니에요. 엄마한테 꽃을 왜 보내요. 내일이 선희 생일이에요. 잘

보관하세요. 물도한번뿌려주세요. 엄마, 전화끊겨요또할게요.”

찰칵하고전화가끊기자마자저는‘나쁜놈’하면서꽃바구니를한

쪽구석으로치워놨습니다.

‘아무리여자친구가좋다지만내돈뜯어다여친꽃사면서내것도

하나사주면안되냐? 이나쁜놈아, 너낳고먹은미역국이아깝다.’

잔뜩속상해있는데딸이들어오면서케이크에아들놈이보낸꽃바구

니보다더큰꽃바구니를들고들어왔습니다. 물론저희들선물까지사

왔습니다. 역시큰딸은살림밑천이라는말이맞았습니다.

아들, 아무것도아닙니다. 아들은엄마등골빼서여자친구챙기는놈

이고, 엄마좋은것은죄다훔쳐서여자친구에게선물하는놈이고, 엄마

가무슨비서라도되는양시도때도없이부려먹기만하는놈입니다.

딸은정반대입니다. 엄마화장품떨어졌으면살짝사다놓고지옷사

면서엄마·아빠옷도가끔하나씩챙겨옵니다. 옛말에‘잘키운딸하

나열아들안부럽다’했는데, 그말이딱맞는것같습니다.

‘여러분! 아들낳겠다고애쓰지마세요. 크면클수록억울해지고괜

히아들낳았다는생각매일매일하게됩니다. 아들! 이놈아, 철좀들

어라.’*

22 여성시대

과가있을것인디”하며못내아쉬워하셨습니다.

저는엄마의기도덕인지와불을보고온지얼마안돼서임신을했

습니다. 엄마의숨막히는 10개월이지나고, 드디어뚜껑을열어보니

아들이었습니다.

엄마는대성통곡을하며어찌나큰소리로우셨던지옆에있는사람들

이“산모가잘못됐나요?”하고묻는사람도있었습니다.

그렇게우여곡절끝에아들놈하나낳아서잘키웠습니다. 아들만낳

으면세상에부러울것이없을줄알았습니다. 키울때는뿌듯하고, 엄

마가못하신일을큰딸인제가해냈다는생각에할일다했고, 큰효도

했다고생각했습니다.

그러나그렇게고생해서낳은아들놈이커갈수록‘저런놈을왜그고

생해서낳았을까? 괜히낳았당께’하는생각이새록새록들었습니다.

고등학생이되더니참고서값올려받는건일도아니고, 여자친구챙

겨준다고엄마화장품을훔쳐가는건사건도아니었습니다. 요즘에는

군대에서전화합니다.

“엄마, 할머니하고사는내친구알지? 걔가공부하고싶은데책값이

없대. 쪼금도와줬으면좋겠는데…”하기에도와주라고돈을붙여줬더

니이놈이여자친구하고놀러가려는수작이었다는걸나중에알았습니

다. 그고생해서낳은아들놈은엄마등쳐먹으려고하고, 대충낳은딸

은엄마생각해서맛있는거사주고고급화장품도사줍니다.

며칠전에는군대에있는아들놈이꽃바구니를보내왔습니다. 그래도

자식이라고엄마·아빠결혼기념일은잊지않았는지크나큰장미꽃바

구니를보내왔습니다.

꽃바구니를받고보니‘이래서아들낳는가보다’생각하고한껏기분

이좋아있을때전화벨이울렸습니다.

Page 13: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252011.0524 여성시대

었습니다. 나이가들어도채용한다는곳도몇군데나와있고, 시간당

최저임금을지급하고식사도한끼는제공해준다는조건이었습니다.

이력서를가지고몇군데면접을보다보니새벽6시에시작해서오후

2시까지근무하는일자리에취업이되어주유원으로새롭게일을시작

하게됐습니다. 새벽5시에일어나서머리를감고, 아침밥을챙겨먹고

자전거를타고집을나서니정신이번쩍들더군요. 그래도일터로간다

는생각에기분은무척이나상쾌하더군요.

주유소에도착하니저에게일을가르쳐주시는선배분이먼저나와

계셨고, 저에게주유기사용법을비롯하여손님응대법이나주유하는

방법과요금계산하는방법을하나하나가르쳐주셨습니다.

몇 년 전, 다니던 은행에서 구조조정으로 퇴직을 했습니다. 새로운

일자리를구해보려고이력서를써가지고여기저기면접도보고, 부탁도

하며돌아다녔지만일자리는쉽게구해지지않았습니다. 50대초반이

라는나이가취업에가장큰걸림돌이었습니다.

그나마취업이가능한곳은정수기판매나기능성침대를판매하는

곳이었고, 월급을준다는곳은기획부동산정도였습니다. 모두가아는

사람들에게어려움을호소해부담을안겨야수입이생기는일자리였습

니다.

그렇다고아파트경비라도해보려했으나거기는오히려나이가적어

서곤란하다는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예전에은행에서함께퇴직했던

동료들이처음에는몇천만원에서2억원정도의자금으로식당이나디

카현상소를개업한후1년도되지않아경험부족이나불경기로폐업하

고창업자금을날리는것을지켜본저로서는사업을시작하는건엄두

도낼수없었습니다.

그래도매달지출해야하는각종모임의참가비나기본용돈을아내

에게손내밀기도그래서아르바이트라도뭔가시작해야했습니다.

궁리끝에생활정보지를뒤지다보니주유원이괜찮겠다는생각이들

주유원취업기

정병천대구시북구침산동

Letter 05

Page 14: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272011.0526 여성시대

서울외곽의대단지아파트단지에살고있는결혼17년차전업주부

입니다. 최근에제가아파트부녀회총무를맡게되었습니다.

남편을출근시키고아이들을학교에보낸후집안청소등을대략하

고나면<여성시대> 3, 4부가시작됩니다. 그와동시에청소한다고반

쯤열어놓은출입문을비집고아파트3, 4라인에거주하는아줌마부대

가저희집출입문을활짝열어젖힌뒤왁자지껄하며들이닥칩니다.

오늘도저희집에찾아오신티타임멤버를한분한분소개드리면,

위층 303호는언니가살고계신데저희들모임의연장자로‘왕언니’

라는호칭을쓴답니다.

가끔 저희들에게 고추·고구마·상추 등의 농작물을 주말농장에서

직접재배했다면서나눠주고저희들모임의경조사도일일이챙기는인

정미넘치는후덕한분이랍니다.

603호는민서엄마인데, 30대 중반의주부로비즈공예전문가입니

다. 결혼할 때까지 남대문시장에서 비즈공예점을 운영했는데, 손재주

좋다는소문이나면서주민자치센터에출강까지할정도의실력있는공

예가입니다. 우리와수다를떠는그와중에도그녀의양쪽손에는와이

어와니퍼가번갈아가며부지런히움직이고있지요.

804호는결혼한지 1년이안된새댁으로결혼이전에사진작가로

고마운 분들

김지예경기도양주시삼숭동

Letter 06

저는처음에단순하게차가들어오면기름넣고돈만받으면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일을배우다보니그렇게간단하지만은않은일이었

습니다.

차량마다휘발유와경유를구별해서넣어야하고, 카드계산도할부나

포인트계산이다르고, 주유구나주유캡도다양하게존재하고, 화물을

많이싣고다니는차량은기름이넘칠정도로가득주유해야하는등고

객들의성향에맞추어해야했습니다.

주유를하다보니다양한모습의고객들을마주하게되는데기름을

다넣고나서지갑을갖고오지않았다며넣은기름을다시빼내라는고

객이 있는가 하면, 다음에 주겠다며 명함을 내미는 분도 있었습니다.

또기름이요금보다적게들어갔다며사무실에들어가서항의하다주유

컴퓨터를확인하고서야시동을거는분도있고, 기름은3만원만넣고

는집에서가져온생활쓰레기자루를2개씩이나버리고가는분도있었

지요. 반면고생한다며따뜻한음료를건네주고가시는분도계셨습니

다. 참다양한모습들과마주하게됩니다.

처음에일을배울때는주유기사용이서툴러온몸에휘발유를덮어

쓰기도하고주문보다기름을더넣어돈을물어내기도했습니다. 하지

만이제몇달이지나다보니일찍하루를시작해건강도챙기고, 아내

에게손내밀지않아도되니기쁘고, 일터에서도잘한다고인정도받으

니그렇게좋을수가없습니다.

이제며칠있으면아내의생일입니다. 그동안못난남편때문에마음

고생이컸을텐데조그만선물이라도해주고싶습니다. 비록값비싼선

물은아닐지라도아내를사랑하는남편이최고의정성으로준비한것이

라생각해주길바란답니다.

‘사랑해요당신! 그리고실직자여러분들도힘내시고요. 파이팅!’*

Page 15: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292011.0528 여성시대

에할머니집으로뛰어올라갔습니다.

“할머니! 여기아래층보세요. 비둘기배설물이산더미같이쌓였잖아

요. 비둘기를 키우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어떡해

요”하며할머니를쳐다보다저는더이상말을잇지못하고그만말문

을닫아야했습니다.

고개를숙이던할머니의두눈에눈물이고여있음을발견했고, 옆에

있던손주들또한저를쏘아보고있음을느꼈습니다.

“에구우리며느리가살아있었다면댁나이정도나되었을라나? 몹

쓸병에걸려고생만하고혼자하늘나라로가버리니이늙은이가아들

놈집에이사와애처로운손주두명을혼자키우고있잖수! 우리아들

놈은며느리가죽자, 자식들버리고집을뛰쳐나가행방불명된지벌써

몇달째라이늙은이가혼자생활하기빠듯한데저렇게피붙이손주까

지떠맡고있어앞길이막막했는데때마침우리집에비둘기가날아오

기에며느리생각도나고, 손주들도좋아하기에비둘기집을만들었다

오. 근데남한데이렇게피해가갈줄은몰랐네그려. 미안하게됐구려.

비둘기집은내가없앨테니늙은이가생각없어한일이라생각하고이

해하구려.”

저는할머니의말씀을듣고할머니께어찌나미안하고측은한마음마

저드는지고개를제대로들지못했습니다.

아줌마부대는어제있었던제이야기를듣고아무래도도움이필요할

것같다는데공감하고자리에서일어나모두할머니댁으로함께가보

았습니다.

할머니는갑자기많은사람들이방문하니놀란표정으로쳐다보다가

자초지종을듣고나서야그간의생활사정과손주양육에대한고충등

을우리들에게말씀해주셨습니다. 살고계신아파트는아들명의의아

활동했는데, 남편과는사진동호회를통한만남이인연이되어작년에

결혼하여우리가살고있는아파트에신접살림을차렸답니다.

1503호다희엄마는연극인출신인데, 결혼전에대학로극단에소속

되어국내, 해외공연도여러번했을정도로관록과실력을겸비했던연

기자였다고하네요. 가끔다희엄마의장난기섞인능청스러운연기력에

우리들이속아넘어가웃음보가터지곤한답니다.

이렇게다섯가구가저희집에매일오전10시면어김없이모여서정

담을주고받으며각자취향에따라커피나녹차한잔을마시며그날하

루의수다를시작한답니다.

오늘도 1503호다희엄마의진짜연기자뺨치는맛깔스러운드라마

연기장면재연과603호민서엄마의빵터지는사투리섞인구수한말

투는우리모두의큰웃음을자아내게하는웃음촉진제역할을하고있

었습니다.

그런데수다를떨다가아파트베란다를쳐다본 804호새댁이깜짝

놀라며“어머머! 저게뭐예요? 어휴깜짝이야! 비둘기잖아! 그런데오

늘따라왜이리떼를지어날아다니지?”하는겁니다.

저는그렇지않아도오늘모임에서비둘기이야기를꺼내려고했는

데, 이참에여러사람의의견을물어보기로정하고말문을열었습니다.

저희집위층에평소뵌적없던할머니가자주보이시기에궁금해했

는데, 며칠전제가우연히베란다청소를하다가비둘기배설물이에어

컨실외기에가득쌓여있는걸보고깜짝놀랐습니다.

고개를들어보니할머니집베란다에지푸라기와보자기천등으로싸

인비둘기집이베란다난간에지어져있는겁니다. 저희시어머니연배

의위층어르신이하신일이라생각되어모른척하려했지만비둘기가

있는한앞으로도피해는계속있을것같아이유나알아야겠다는마음

Page 16: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312011.0530 여성시대

40여년전, 저는제주도제주시에있는한초등학교를다녔습니다.

입에풀칠하기도힘든집안에서학교를다니던터라전교에서유일하게

고무신을신고다니는학생이었고, 친구들은제이름대신‘고무신’이

라는별명을주로불렀습니다.

공부에서도별반뚜렷한두각을나타내지못했던터라정말존재감

없이학교를다녔지만 6학년같은반제짝꿍‘이경아’란여자아이를

마음속으로짝사랑하며살았습니다.

그러나당시로는좀살만한집이었던목욕탕집딸이었던‘경아’란

아이는존재감없는나를늘무시하고거들떠보지도않았습니다. 책상

에금을그어놓고조금이라도자기자리를침범하면가차없이응징을

가하던매몰찬아이였습니다.

그렇게마음에상처만입고중학교에진학을하면서짝꿍인‘경아’를

두번다시볼수없었고, 마음속한켠에어릴적가슴아픈첫사랑으로

남겨두었습니다.

그후저는중학교를졸업하고집안형편상공고에진학하기위해제

주도에서육지로올라왔고, 우여곡절끝에사범대학까지졸업을한후

서울에있는중학교에서교편을잡았습니다.

세상에이런일이

최병용경기도가평군청평면

Letter 07

파트지만대출이자를제때못내대출이자연체독촉장이여러번와서

걱정이태산이라며경제적으로힘든생활임을내비치셨습니다. 정기적

인수입이없다보니마트에언제쯤장을보러간지기억에도없을정도

였고, 냉장고안은텅비어있었습니다.

할머니말씀을듣고보니최근몇년간절망적인삶을살아오셨지만

노력만한다면해결책이있을법하여우리는십시일반도움을드리기로

의견일치를보았습니다.

저는아줌마부대원들과같이다니며부녀회장님과관리소장님, 아파

트운영위원님등을상대로할머니의경제적자립을위한협조요청을

했습니다. 그결과아파트관리소에서는할머니에게관리소직원들에게

밥을지어주시고월급을받을수있도록주선해주셨고, 아파트입대위

운영위원님들께서는고맙게도할머니의손주 2명에대한장학금지원

을약속해주셨습니다.

아줌마부대원으로구성된부녀회에서는알뜰장터에서나오는수익

사업을통하여할머니께서경제적자립기반을확립할때까지생필품등

을주기적으로지원하는걸로지원방법을정했습니다.

할머니께서는“이늙은이가이렇게은혜를입고앞으로어찌살아가

야할지모르겠네. 정말고맙소. 내가여생이얼마남지않았지만도와

주는여러분과우리손주들을위해서라도열심히살아보겠소”하며눈

물을흘리셨습니다.

저는우리주위에는어렵고힘들게살아가는이웃이많은데이분들에

게우리가작은관심과사랑을보여준다면이분들에게는고난과역경을

이겨나가는큰힘이될수있다는것을느꼈습니다.

‘할머니께서앞으로밝고건강한노후생활이될수있도록물심양면

으로도와주신아줌마부대원과아파트관리소, 입대위운영위원님, 부

녀회여러분들께감사드립니다.’*

Page 17: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332011.0532 여성시대

‘세상에그럼나하고동창이란말인데도대체누구일까? 내가아는사

람일까?’

궁금증에전잠을설치고다음날부리나케출근을했습니다. 그리고

제컴퓨터에앉아있던선생님의이름을전부터이부서에계신부장님

께여쭤봤습니다.

“부장님, 제자리에앉아계시던선생님성함이어떻게되시죠?”

“아! 그자리요? 거기이경아선생님자리인데요. 영어선생님. 올해

는생활지도부로가셨어요.”

전‘이경아’란이름을듣는순간가슴이멎을것같았습니다.

‘제주도남초등학교 29회이경아?’그렇다면제가초등학교때짝

사랑하던 여학생, 바로 제 짝꿍‘이경아’가 맞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까칠하고도도한까도녀. 목욕탕집딸그경아? 설마?’하면서도흥분

된마음을억누르고이경아선생님이계시다는생활지도부를찾아갔습

니다.

이미올해지천명의나이인50이되었고, 초등학교시절호리호리한

얼굴과몸매는중년의수더분한몸매와얼굴로변해있었지만분명앨

범속의앳된‘이경아’의얼굴이남아있었습니다.

설레는마음으로우린인사를나눴습니다.

“나, 남초등학교29회, 6학년3반최병용이야. 기억나니?”

“최병용! 아, 그래기억이난다. 내짝꿍.”

그렇게우린즐겨찾기를통해 40여년만에재회를했습니다. 정말

우연치곤너무나기막힌우연으로말입니다.

이런우연한만남이이루어질수있는확률이얼마나될까요? 저는잊

고살았던어릴적추억들을하나하나다시금새록새록새기며너무나

행복한하루하루를보내고있습니다. 인터넷즐겨찾기가40여년만에

찾아준짝꿍! 세상에이런일이생길경우의수가얼마나될까요?*

서울에서근무를하면서일곱곳의학교를옮겨다니며아이들을가르

친게벌써30여년이돼갑니다. 그리고짝꿍인‘경아’와헤어진지어언

40여년이돼가는올해부임한학교에서기적같은일이일어났습니다.

서울의한중학교로올해전출을갔고, 한부서에배치를받았습니다.

제자리를쓰던선생님이인접부서로옮기면서그선생님이쓰던컴퓨

터를물려받았는데, 깨끗이정리를했더라고요. 그래서제가쓸파일들

을정리를하다그선생님이쓰던인터넷즐겨찾기를지우지않은게눈

에띄었습니다.

혹쓸만한사이트가있나하나하나보면서지우고가는데유달리제

주도에관한사이트들이눈에많이띄었습니다.

‘어! 이상하네. 이자리에앉아계시던선생님고향이제주도인가?’

하고 생각하며 정리를 하는데 제가 졸업한‘제주남초등학교 29회 카

페’가즐겨찾기된게보였습니다.

‘남초등학교면내가졸업한학교인데, 난몇회지? 아마 26회로기

억하는데내후배인가?’하고생각하고퇴근후집에와서초등학교앨

범을꺼냈습니다. 앨범을보는데제가졸업한기수가‘29회’였습니다.

Page 18: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352011.0534 여성시대

30년전, 5남매맏며느리로시집을와서사는동안저희집안엔재미

있는공통점이하나있습니다. 그건집안남자들대부분이거의연상녀

와인연을맺어누나뻘과함께사는겁니다.

81세인어머님은3년전고인이되신아버님보다두살연상입니다.

딸부잣집귀한아드님이던아버님은돌아가실때까지어머님께서막둥

이아들키우듯떠받들어조금무능하긴했지만집안어르신들이나아

버님지인들의부러움을독차지했어요.

그리고작은아버님은세살연상의작은어머님과지금껏살고계신데

저희아버님과는정반대로80이다되어가는데도작은어머님을공주

님모시듯살고계십니다. 하지만늘작은어머님은골골하십니다.

그래서가끔샘이나신어머님은맏며느리인제게작은어머님흉을

보곤했는데, 전그게너무싫었지만꼼짝없이듣고만있죠.

“늙은것이뻔뻔하게어리광을피우는게어찌나꼴보기싫은지모르

겄다. 니그작은아부지가얼마나아까운지. 생각할수록얄미워서원.”

혼잣말처럼하셨지만아무리철없던제가들어도그건같은여자로서

분명히샘이잔뜩나서하신말씀이더라고요.

하지만그렇게흉을보시면서도조금만색다른음식이있으면어머님

은바로옆동네사시던몸이약한작은어머님과늘나눠드셨어요.

연상연하커플의집안내력

박화순광주시남구월산동

Letter 08

지금도어머님을저희집에모시고올때면시내와조금떨어진송정

리사는작은어머님께“거동을잘못하시고집안에만계시는데얼마나

답답하실고”하며저희더러모셔오라고해서는어떨땐며칠씩함께

지내다어머님살고계시는목포까지같이내려가곤하십니다. 아무래

도오랫동안쌓아오신끈끈한정때문이아닌가싶네요.

한번은두분이말씀하시는걸들었는데어머님께서“동상, 동상은

복을타고났나벼. 서방님이지금까지도지극정성으로보살펴주니말이

여. 그인간은내가그렇게보살펴줬는데도뭐가그리바쁘다고가버렸

는지원.”

“그래도성님은건강은타고났어라. 앉은뱅이돼서살믄뭣한다요.”

그렇게신세타령도하고시집살이하던얘기도나누십니다. 저는수십

번도더들어이젠달달외우고있지만웃어드리고, 부추기며맞장구도

쳐드리곤한답니다. 또4남1녀를두신어머님은둘째와막둥이시동생

을두살과세살위연상녀에게장가를보냈는데, 처음엔약간반대했

지만살아보니괜찮다며금방찬성하셨지요. 근데그럭저럭아옹다옹하

며잘지내는것같네요.

나이가누가많으면어때요?

서로아끼고위해주며

행복하게살면되는거죠뭐.

Page 19: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372011.0536 여성시대

명절이나집안행사때모이면막내시동생은장난기가많은데가끔

동서한테“누나! 누나나물좀줘. 누나! 누나”하고부르는데장남인

제남편이동생을나무라더라고요.

“니 나이가 몇이냐. 누나가 뭐야. 조카들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냐?

제수씨입장을니가생각안하면누가한다고. 에이쯧쯧제수씨, 앞으

로동생이누나라부르면듣는척도하지말아부쇼잉.”

“네아주버님. 모임 가서도누나라부르지말라는데술이들어가면

더한다니까요.”

그래서모두한바탕웃지만동서는조금민망해하는것같았어요.

그리고저도아들만둘인데서른살된둘째아들이두살위형을밀치

고결혼을했는데, 며느리가두살위연상이랍니다. 엄청난닭살커플

이지만전대만족입니다.

처음에누나라부르며만나서지금도가끔누나라는말이튀어나오지

만남편과제가자꾸지적을하자요즘은“자기야”란칭호를쓰는데얼

마나보기좋은지요. 두살연상인며느리는요즘애들과달리어찌나

속이깊고착한지전아직짝이없는큰아들에게도연상녀든누나든얼

른장가들라고보채고있답니다.

아무래도30년전시부모님때부터쭉연상녀랑살고계신집안내력

때문인지연상녀연하남커플인연예인들도다른사람들보다많이이해

하는편이니나이는숫자에불과하다는철학이제머릿속깊숙이박혀

있답니다.

나이가누가많으면어때요? 서로아끼고위해주며행복하게살면

되는거죠뭐. 앞으로먼훗날손주들이장가갈때누나든, 연상녀든행

복하게 살아주기만 하면 더 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거고 일단 손

자·손녀가많이태어나길바랄뿐입니다. *

2007년큰아이가여고3학년1학기때였다. 입시와졸업을얼마남

겨놓지않은상태라그랬는지자신의미래에대한두려움이가득차있

는것처럼보였다. 원래난딸들하고이야기를자주하고, 되도록대화

의눈높이를맞추려노력하는편이다.

그래서아버지로서위엄이나무게감같은것은별로없지만딸들친

구들한테까지나름인기는있는아버지였다. 고민하는딸을곁눈질하며

‘어떻게하면될까?’속으로고민에빠졌다.

큰딸은학교공부가상위권실력이고, 얼굴도미인형이기에그냥 4

년제대학졸업하고직장생활조금하다가돈벌어서시집이나평범하게

가면좋겠다는생각을했다.

딸아이는대학에들어가서4학년쯤되면공무원시험준비를해서졸

업후공무원이되겠다는의중을표현한적도있다. 요즘시대에여성의

사회진출이남성을능가하는면도있고, 사회곳곳에서여성파워를십

분발휘하는분야도많은터라좋은생각이라느꼈다.

나는 1983년도에해병대를부사관으로입대하여4년6개월을복무

하고전역했다. 원래는직업군인을목표로입대했는데, 복무중허리

에부상을입어어쩔수없이만기제대를하여많은아쉬움을안고있

여군해병만들기

정낙연대전시서구관저동

Letter 09

Page 20: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392011.0538 여성시대

었다.

전역후아내를만나딸만셋을낳아딸딸딸아빠가되어지금까지잘

살고있다.

그런데해병대전통중에‘해병대전역자는결혼후자식을낳아해

병대에입대시켜모군(해병대)의발전을꾀한다’라는전통의인계사항

이있다. 그래서그런지아버지가해병대출신이면그자식들도대부분

해병대에입대시키는집안이많다. 3대해병가족, 집안전체해병가족

들도많다.

그런데딸만3명을둔나는거의불가능한일이었다. 그때얼마전신

문에난특이한대학의학과가생각났다. 충남당진의모대학에해병대

부사관과(전문사관과)가신설이되어부사관으로서필요한기본교육을

배우고, 후에해병대부사관으로입대하는학과가생겼다는기사였다.

딸만3명을둔나에게드디어해병대의전통을이어갈수있는방법

이생긴것이다. 하지만어떻게큰딸에게이야기를해야할지막막했다.

어느날큰딸에게아버지와미래에대해이야기좀하자며자리를만

들었다.

“얘야? 니생각에직업군인이돼보는건어떠냐? 군인도공무원이고

한데말이야! 공무원도종류가참많다. 행정공무원·경찰공무원·소

방공무원·법무공무원등많은중에군인공무원은대우도좋단다. 물

론절제된울타리안에서생활하는면도있지만긍정적사고를갖고보

면괜찮단다. 집도주지, 옷도주지, 돈도주지, 정말괜찮은직업아니

니? 그러니아버지뒤를이어해병대에입대하여직업군인이되는것이

어떻겠니?”

딸은펄쩍뛰었다.

“아버지 욕심을 위해 딸을 어떻게 해병대에 보낼 생각을 할 수 있

냐?”며난리를쳤다.

더이상말도못붙인나는그뒤로며칠간냉전상태에돌입했다.

또다시며칠이지났다. 어느날큰딸이조용히와서“아버지! 진짜

직업군인이괜찮아요? 월급은많이주나요? 힘들진않아요?”라며여러

가지를한번에물어보는것이다.

‘헉! 이게웬일이지? 이녀석이? 지난번그일이있은후저도나름

대로미래를고민하다가여기저기에서무슨정보를들었나?’

나는속으로쾌재를불렀다

군인이되면이러이러한장점이있고, 되는방법은이러이러한것이

있다고죽설명을해줬다. 설명을듣던큰딸이갑자기“아버지, 저직업

군인해볼래요”하는것이었다.

Page 21: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412011.0540 여성시대

저는30대남자입니다. 60대노점상을하는할머니께서단속원과의

실랑이를하다돌아가셨다는뉴스를보고가슴이저려제이야기를해

볼까합니다.

2년전겨울. 노점상단속원으로용역회사에서약3개월아르바이트

를했습니다. 말그대로공무원과함께노점상들을계도, 단속하는일

입니다. 단속을하다보면참가슴아픈일들이많습니다.

미역줄기를팔아남긴몇천원으로소주두어병사서주위노숙하는

분과같이나눠드시는할머니, 바퀴달린박스위에떡을놓고팔다가

단속하기위해가면슬금슬금바퀴굴려서뒤쪽으로가시는아주머니,

군고구마를파는대학생, 직접만든액세서리를팔기위해처음나왔다

며내정체도알지못하고방긋웃으며“손으로만들었어요. 좋아요. 사

세요”하던여대생, 아들이좋은대학나와서지금취업준비중이니뒷

바라지를더열심히해야한다던이불과옷을함께길에널어놓고파시

는아주머니.

밥상·그림·책·옷·과일모든걸다파는노점은이렇듯각종사

연을가진서민들이살기위해꿈틀거리고있는곳이었지요.

그날도어김없이신고, 즉민원이제기되어노점을단속하러갔습니

노점단속원의눈물

애청자

Letter 10

“그래잘생각했다. 그럼아버지하고방법을찾아보자. 우선담임선

생님께말씀을드리고, 너는체력이약하니까야간자율학습은빠지고

그시간에체력보강을위한운동으로대체해야겠다.”

그때부터 대학 수시모집 체력검정을 위한 윗몸일으키기·팔굽혀펴

기·오래달리기등체력훈련에돌입했다. 수시원서쓰는시기가돌아

왔다.

혹시몰라서4년제경찰행정학과와2년제부사관과를동시에접수해

서떨어지는위험을줄였다.

그런데4년제와2년제학교에둘다합격했다. 어차피대학을졸업하

면직장생활을해야되는데하루라도빨리진출하는것이나을것같아

2년제대학으로진로를잡았다.

기숙사생활을하며학교생활을열심히하는큰딸에게가끔전화로

“니진로에대해혹시후회가되니?”하고물으면“아버지, 제가결정한

일후회는없습니다. 잘한것같습니다”라고답한다. 그땐정말가슴이

뿌듯해진다.

지금은대학졸업후여군해병대부사관으로입대하여경기도김포에

서24개월째군대생활잘하고있다. 아주가끔군생활이힘들때전화

를하곤한다.

그때마다“해병대가뭐가힘들어”하면“아버지몇기야?”라고까불

기도하는데, 그때또다른행복을느낀다.

앗! 그런데둘째딸도큰딸과마찬가지로언니가다닌대학에입학하

여올해2학년이다. 올해5월여군해병대부사관시험을보는데, 꼭합

격했으면좋겠다. 참고로셋째딸은초등학교6학년인데, 여자축구초

등부충남대표선수다.

세딸! 30명아들안부럽다. *

Page 22: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432011.0542 여성시대

“자식이있긴한데절대도와주질않아. 밥은먹어야살지. 그래서하는

건데, 허구헌날단속에딱지에밥도밥이지만, 딱지값내려면일을해

야할것아냐? 나다른데서써주지도않아. 내나이가80이넘었어.”

순간할아버지의뻥튀기를싣고있던저희단속원들은얼음이돼버렸

습니다. 그러나해야하는일. 가슴에서자꾸울음이나더라고요. 얼굴

이아닌가슴에서나오는울음! 처음있는일이었습니다.

그때단속반장님이할아버지께가더니“할아버지, 저희도해야할일

이에요. 어쩔수가없어요. 제발큰길에서하지마시고다른곳에가셔

서하세요. 물론장사가여기보다못하겠지만이자리만고집하시면저

희들까지곤란하게됩니다”하고실었던물건들을다시할아버지용달

차에실어주었습니다.

그뒤, 며칠이지나도그할아버지께선그곳에안보이셨습니다. 인간

적으로죄송하지만, 그일을그만두지않는한, 해야했던일이었습니다.

그일을안하고있는지금도할아버지에대한미안함이드네요.

‘할아버지죄송했습니다. 잘지내시죠?’

노점단속원들도누구의아버지고자식입니다. 일의특성상고압적으

로보일수있으나, 옆에서그저보는분들보다마음속으로더큰진한

아픔이있습니다. 칼들고나와서생존권을외치는노점상부터눈물로

호소하는분들까지모두가마음아픕니다.

어린애가뛰어와서달고나아저씨단속하라는어이없는상황에서도

쓴웃음밖에지을수없고요. 제가살기위해노점상분들에게태클거는

것같은자죄감도많이들었답니다.

그거아시나요? 노점단속하라고신고, 민원넣는분도우리이고, 단

속하는단속원들을보며쓴표정보내는분들도우리입니다. 착잡하고

씁쓸합니다. *

다. 하루에도 여러 번 신고가 들어오는 그곳에는 뻥튀기 할아버지가

계십니다. 할아버지는차도에조그마한용달차를대놓고, 인도에는만

든뻥튀기와옛날과자를늘어놓은채연신뻥튀기를튀겨내고있었습

니다.

“할아버지, 여기서장사하시면안됩니다. 할아버지가위험할뿐더러

통행하는사람들에게도방해가됩니다.”

그러면할아버진항상아무말없이길에있는뻥튀기를차에싣고그

자리를떠나시지요. 그러나단속하는우리가떠난후 10분뒤면다시

똑같은자리에서또다시뻥튀기를풀어요.

하루에도몇번씩반복되지만다른곳도단속해야하기에그할아버

지만따라다닐수없어서매번단속할때마다애를먹었죠. 그날도뻔히

반복될걸알았기에이번에좀강력한조치가필요하겠다고판단해할

아버지에게다가가“할아버지, 자꾸이렇게반복하시는데오늘도반복

될경우압수조치할거예요. 그리고압수된물건은벌금내고찾아가셔

야하고요”그랬더니할아버지께서용달차앞쪽으로가더니종이한장

을들고오시더라고요.

한달이넘도록말씀한마디안하셨던할아버지께서종이를보여주

며말씀을하십니다.

“몰라. 그냥난할거야. 이거봐이거.”

주차위반딱지더군요. 차를세워두고하니주차단속을당하셨던모양

입니다.

“딱지값이라도벌어야해. 절대못가.”

안타깝지만저희도해야할일을할처지였습니다.

“그러면모두압수조치하겠습니다”하고길에있던뻥튀기와과자들

을단속차에하나둘씩싣기시작했습니다.

갑자기 할아버지가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Page 23: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44 452011.05여성시대

IBK기업은행장림동지점고객

(주)흙강무웅회장

세계 어디에 내놔도 당당한

최고의명품만든다

웰빙과건강에대한관심이높아지고있다. 침대도 예외는아니라서나이지

긋한어르신들의경우기능성침대에대한관심이높다. 특히 흙에서방사하

는 양질의 원적외선이 피로를 풀어준다는 황토온돌침대는 소비자들의 입소문이

자자하다.

흙침대 시장에서약 90%의 시장점유율을확보하고있는㈜흙의흙표흙침대

는그인지도만큼이나탁월한품질로소비자들의많은사랑을받고있다. ㈜흙의

강무웅회장은흙침대라는단어를최초로만들어사용한, 말그대로이분야의선

두주자다. 그만큼 오랜역사와기술을기반으로하는까닭에국내흙침대제조회

사중유일하게생산공장을운영하며판넬을자체생산하는등경쟁업체와는확연

히차별화된특징을자랑한다.

흙의성능을누구보다잘알고있는강회장은직접온돌방을놓아본경험이있

어불길의 흐름이나황토의성질등을훤히꿰뚫고 있다고한다. 불의 원리를 잘

아는 일류 미장이가 온돌을 놓으면 방에 불이 잘 들고, 엉터리 미장이가 놓으면

불길이안들듯흙에대한다양한기초지식은그가일류흙침대를만드는바탕이

됐다.

“온돌방을 놓아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흙침대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

한생각이확실히정립되어있었습니다. 저희는 실제로방에미장하듯이옛날방

식으로제품을만드는데, 이는하루아침에만들어낼수있는기술이아닙니다.”

흙 자체는 점력이 약하기 때문에 예전에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집을 지을 때

해초류인도박(미역류)을 고아서넣었다. 강 대표는이에착안, 도박을고아만든

반죽풀에 황토를 갠 후 수사(식물성 섬유질 재료)와 당귀·창출·약쑥 등 각종

한약재를넣고흙판을만들었다. 20년이상오로지흙에만매달려끊임없이연구

에매진한결과, 흙판의두께는점점얇아졌다.

“잘모르시는분들은흙판이두꺼울수록좋다고생각하는데, 전혀그렇지않습

니다. 오히려기술력이부족한경우, 흙이휘고부러지는것을방지하기위해 2센

티미터나 1.8센티미터의두께를유지하는경우가많습니다. 제가처음에만든흙

판이 2.1센티미터였습니다. 한데무겁기만하고전기도많이먹는거예요. 최적의

두께를 찾기 위해 꾸준히 실험한 결과, 현재의 1.5센티미터까지 두께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전기는 투입된 만큼 열량을 배출하기 때문에 흙판이 두꺼우면 전기가 많이 소

글오인숙(자유기고가) 사진김영광행복을찾는사람들

Page 24: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46 472011.05여성시대

모될 수밖에 없다. 강 회장은 전기 소모를줄이고 효율을높이기위해단열에 기

술을집약했다. 또한흙의열전도를높이기위해단열층안에열전도체인철망(그

물망)을 넣었다. 시간이흐르고경험이쌓이면서단열층의두께는 1.5센티미터에

서 1.7, 2.0센티미터로두꺼워진반면, 흙판은 2.1센티미터에서 1.8, 1.5센티미

터로 얇아졌다. 흙판의 두께를 2센티미터에서 1.8센티미터로 줄이니 전기세가

10% 절감됐고, 1.5센티미터로줄이니20% 이상절감하는효과를거뒀다.

IBK기업은행장림동지점정종숙지점장은“건강에대한관심이높아지면서향

후 흙침대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며“㈜흙은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끊임없이연구개발하며제품을생산하고있기때문에앞으로의성장이더욱기대

된다”고 장밋빛 미래를 점쳤다. 아울러“강 회장님은 향토기업인으로서 지역 발

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사회 환원 활동도 활발히 하고 계신다”는 말도

잊지않았다.

강무웅회장이좋은제품만들기에전념하는동안위기도없지않았다. 그가회

사를운영하면서겪은가장큰시련은약 15년전에발생한공정거래위원회제소

사건이었다. 전자파차단광고를내자국내전기장판업체가모두들고일어나그

를공정거래위원회에고발한것이

다. 불 대신 전기를 사용하는 흙

침대의 특성상, 전자파 차단은 필

수였다. 당시만 해도 미국 및 국

내에서전자파에대한논란이

한창 일던 시기였다. 강 대표

는 전자파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당시 미국 거

주한국인에게서전자파기술

특허를사는한편독자적으로

기술개발에매달려전기장과

자기장두가지모두를없애는데

성공했다. 광고는 거짓이 아니었

기에 그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오랫동안 마음고생을했지만결국공정위는그의손을들어줬다. 그가 스스로당

당하지않았다면당시의위기를넘길수없었으리라. 잠자리분야에서만큼은세계

최고의제품을만들겠다는강회장의뚝심이현재의흙표흙침대를일궈냈다고해

도과언이아니다. 제품에대한자신감이있기에 5~6년전부터는생산에서출하

에이르기까지모든과정을소비자들에게투명하게공개하고있다.

“저는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 사업을 합니다. 대기업이 흙침대를 만들어도

지지않을자신이있습니다. 대기업 회장이 20년 이상 연구하지않는이상저를

못따라올겁니다. 잠자리 문화에있어서는제가최고의제품을만들었다고자부

하고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뭔가 하나라도 보탬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은 이제 먹을거리에까

지손길이미쳤다. 그일환으로강회장은 3년전부터액젓을만들어판매하고있

Page 25: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48 여성시대

오너의자세 오너가명품을만들겠다는마음과기본자세를가지고있어야한다.

직원들의마인드 사장이 아닌 자신을 위해서 일하는 직원들이 많아야 한다.

내가 세계적인명품을만드는데일조했다, 내 손이 지금명품을만들고있다는

자세가필요하다.

원가에연연하지말라 우선 좋은 제품을 만들고 후에 대량생산이나 숙련에

의해 원가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처음부터 돈에 연연하면 좋은 작품이

나올수없다.

강무웅회장의성공노하우

다. 대대로 어부 집안이었고, 그 역시

오랫동안 어장을 운영해 온 수산인으

로서 제대로 된 먹을거리를 만들고,

우리나라전통식품의우수성을알리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도전이었다. 최고

의신선도를자랑하는원료에신안최

고의 천일염을 넣어 대형 숙성장에서

2년간 숙성시켜 자동화시스템으로 생산한 액젓은 그래서 여느 제품과 비교가 불

가하다. 원료부터 판매까지모든것을직접관여하기에어느누구와경쟁해도자

신있다는것. 그래서그는“먹을거리와잠자리두가지는어디에내놔도지지않

을자신이있다”고당당하게말한다.

강무웅 회장은명품이되기위해서는몇가지조건을갖춰야한다고강조한다.

첫째좋은제품, 둘째적절한홍보, 셋째소비자의반응및 A/S, 넷째이러한시

간을최하 5~10년이상거칠것. 짧은기간에제품만좋다고해서명품이될수

없고, 제품은엉터리인데광고만많이해서되는것도아니다. 이 네가지를모두

충족해야비로소명품이란타이틀을붙일수있다. 그것이바로㈜흙의흙표흙침

대가진정한명품이라불리는이유다.*

IBK기업은행 장림동지점 정종숙 지점장(오른쪽)은향후흙침대시장은더욱커질것이라고전망했다.

Page 26: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50 여성시대

2008년개원한GS안과(대표원장김무연)는인간존중의정신을바탕으로끊임없는의료기술개

발을통해사회에기여하며공정하고투명하게발전한다는경영이념을철저하게실천하고있다.

GS안과는 고객지향, 창의적 혁신, 선한 의지라는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더 밝은 세상을 열어가

기위해노력하고있다. 특히차별화된의료기술을이용한고부가가치진료를통해결과가좋은

신뢰할만한병원이되고, 교육과 네트워크확장을통한단계별성장을이뤄 2020년에는 동아

시아대표안과병원, 2040년에는세계수준의안과병원으로도약하며, 효율적경영과사회공헌,

후진양성을통해지속적인성장을이뤄나간다는미래비전을보여주고있다.

첨단의료장비를보유하고있는GS안과는눈안쪽촬영을통해눈의상태를체크할수있는진

료실, 수술전정밀한검사를받을수있는검사실, 수차분석및각막지형도검사실, 안내시야

적 결손부분이나상태를검진할수있는시야검사실, 다양한 콘택트렌즈를착용해볼수있고

피팅및관리방법등을상세히안내받을수있는렌즈실, 아이라식 및 기타 커스텀뷰등의시

력교정 수술을 진행하는 제1수술실, ASA라섹

및웨이브프론트, 노안백내장동시교정술을진

행할 수 있는 제2수술실 등의 첨단시설을 갖추

고있다.

또한 보다 많은 이웃들이 건강한 눈을 찾을 수

있는데 중점을 두고 국내외 봉사활동을 정기적

으로펼치고있다.

● IBK기업은행테헤란로지점거래고객●회사명 : GS안과

홈페이지 :www.gseyecenter.com

전화 : 02-3469-0900

주소 : 서울시강남구역삼동 825

미진플라자 8층

IBK기업은행에서추천하는우량중소기업을소개하는코너로, 위축된중소기업의경기활성화에다소나마일조할수있기를바랍니다.

중소기업명.품.전.

일러스트레이터조신애

2011

Home of Good will

더밝은세상을열어가는 GS안과

Page 27: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532011.0552 여성시대

아름다운이봄,

‘2011 여성시대신춘편지쇼’가열렸습니다.

올해의글제는‘라디오’였습니다.

올해가문화방송창사50주년인데MBC 50년은

라디오의50년이기도해서

친구처럼늘우리곁에있는‘라디오’를글제로정했습니다.

여성시대는 1975년부터방송해온37년역사를가진프로그램이고,

여성시대신춘편지쇼역시1979년봄부터이어온

전통있는봄행사입니다.

올해도인터넷과우편을통해2,000통이넘는작품이접수되었는데,

예심을거쳐소설가이경자선생님, 양귀자선생님, 성석제선생님,

양희은·강석우두진행자가본심을맡아수상자를가렸습니다.

수상자와수상자가족이모여

웃음과축하를나눈시상식은

4월22일금요일오전 11시여의도문화방송에서있었습니다.

2011 여성시대신춘편지쇼

수상자들과함께

2011

ⓒ함수현

Page 28: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552011.0554 여성시대

·최우수상 | 상금300만원과LCD 텔레비전

휴대용라디오_연상진대전시대덕구신탄진동

·우수상 | 상금200만원과드럼세탁기

라디오는나의나침반_애청자

라디오와함께한50년_정용탄경기도화성시송산면

‘어둠속에갇혀지내는이들에게작은라디오를내밀며

손을잡아주는아름다운동행이야기’가담긴

최우수상 <휴대용라디오>를비롯해서수상작과수상자인터뷰는

4월 18일월요일부터일주일동안

여성시대3, 4부에‘2011 여성시대신춘편지쇼수상작시리즈’를

통해방송되었고, 이후에도매주일요일에방송하고있습니다.

그어느공부보다더큰가르침인‘삶의지혜’를나누는

거대한인생학교에서동창생으로사는전국의여성시대가족들,

2011 여성시대신춘편지쇼에참여해주셔서고맙습니다!

2011여성시대신춘편지쇼수상자

·가작 | 상금100만원과그릴가스레인지

라디오가들어준아버지의소원_ 김미자경기도의왕시포일동

내아버지를죽인라디오_ 김수영서울시용산구한강로

라디오야, 앞으로도부탁해_ 한은경경기도화성시시동

·입선 | 상금50만원과기념품

김미경경기도화성시병점동

장미자부산시동래구온천동

김윤영부산시해운대구중동

오윤남부산시해운대구반여동

김동규경기도안성시당왕동

·장려상 | 20만원상당의백화점상품권

이형순인천시부평구부평동

김미선전남순천시별량면

안춘수서울시관악구신림동

박효미경기도광명시철산동

최영철충남서산시음암면

박후영부산시금정구부곡동

김숙현경기도고양시일산서구대화동

서미애경남진주시평거동

조성신서울시서대문구창천동

한태연충남아산시음봉면

우수상정용탄씨

대상연상진씨

가작김수영씨

Page 29: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572011.0556 여성시대

좋은글은1)내용이좋아야하고2) 내용을통해말하고자하는중심

을정확히포착하고3) 정직하고소박하고겸손하게쓰는것입니다

안좋은글은1) 내용이주어진글제에잘맞지않고2) 자신이드러

내고싶은주제를장악하지못하고3) 내용을일부러꾸미고치장하고

덧바르지는, 진실하지못한글입니다. 이런글들의특징은똑똑해보이

고한편냉정하고어지럽습니다.

이번응모작중에서는수상을목적으로잘꾸며서쓴거짓글들이여

러편보였습니다. 가장잘쓴글은불행하거나슬픈이야기라도그밑

바닥엔사랑이느껴지는글입니다. 사랑은이미거짓이아닙니다.

오윤남님의<나는여성시대대학을나왔다>는그런의미에서감동적

이었습니다. 하고싶은이야기를잘털어서필요한것들만모아썼네요.

글에 군더더기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진솔하고 겸손하기 때문입니다.

본선에오른작품들중에서는자신의경험을과장하려는것들이있었습

니다. 그것은욕심때문에, 혹은돋보이려는조바심때문에생깁니다.

글쓰기는자기수양의한과정과도같습니다. 그리고자기경험을다

른사람들과나누는것입니다. 마치좋은음식을이웃과나누고, 슬픔

이나고통을이웃을통해위로받고더는것과같지요. 아마그래서글이

영원히사랑받게되나봅니다. 한은경님의 <라디오야! 앞으로도부탁

해>는솔직하고희망적이어서읽는데즐거웠습니다. 김숙현님의<어

머니와라디오>를읽고한참숙연해졌습니다.

이전응모작중에본선에오른쉰한편의글들은모두제각각좋은점

들을갖춘글들입니다. 그런글중에서좋은글들을추려상을드린다는

일이가혹하게느껴지긴합니다. 그러나위의사항에따라심사를했습

니다. 특히라디오를주인공으로해야함에도불구하고아버지가주인

공이거나억지로꾸민이야기라서모래씹는맛으로읽히는것들은왜

그렇게썼을까, 이런기회에자기내면을반추해보면, 수상하는것보다

더큰상을자기가자기스스로에게주는것이될것입니다. 그럼다음

엔잘쓸수있을테니까요. 나의스승은내안에있는나도모르는나

자신이기때문이지요. *

신춘편지쇼심사평

내스승은내안에있는또다른나

이경자(소설가)

가장잘쓴 은불행하거나슬픈이야기라도

그밑바닥엔사랑이느껴지는 입니다.

사랑은이미거짓이아닙니다.{ }

Page 30: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592011.0558 여성시대

가슴아리고유쾌하고추억

이서린사연을읽으면서라디

오가단순한정보전달자를넘

어서인간의희로애락을담은

총체적인매체임을알게됐다.

스피커에서 벽돌 모양, 초소

형 라디오, 카세트, 컴퓨터로

듣는라디오까지라디오는세

월에따라모양이바뀌어왔지

만라디오가가지고있는정겨

움과따뜻함은조금도손상되지않은것같다. 라디오는일하는사람의

친구, 여행자의반려, 슬프고외롭고병든사람들의위로자이다. 또한

삶의감동을전해줄수있는최고의중개자라고할수있다.

‘여성시대신춘편지쇼’는주제가어떻든언제나함께살아가고있는

사람들, 이웃의삶을진솔하게, 다채롭게전해준다. 특히슬픔과외로

움, 장애, 가난등등의고초속에서오히려더살아나는인간애, 인간미

를볼수있다. 라디오가가장인간적인매체이며, <여성시대>가가장

인간적인프로그램임을다시한번확인할수있었다. *

인간적인, 너무나인간적인라디오

성석제(소설가)

오래전에도몇번인가<여성시대>

신춘편지쇼의심사를맡은적이있었

다. 아마도시간이꽤흘러서잊었던

듯, 책상에앉아본심에올라온편지

를서너편읽자마자마음가득차오

르는난감함에그만아차, 하는심정

이되고말았다. 참가지가지의사연

들로넘쳐나는편지, 짊어지고가기힘든삶의그잔인한무게를감당하

느라휘어지고무너진마음을다스리는글들에점수를매기는일은정

말이지못할노릇이다. 원래 <여성시대>의문을두드리는편지들이그

러했던것을, 그리하여편지한통한통의무게가제각각태산이었던

것을잠시잊고이일을맡았으니뒤늦은후회로며칠머리가복잡했다.

1,500통이넘는응모작들중예심을거쳐내게전달된본심대상편

지는모두51편.

비교적갈등없이입상작으로올릴수있었던편지가두통있었다.

마흔셋, 젊은나이에사고로세상을떠난언니의노트에서발견한부치

지못한편지, 그래서동생이대신보낸 <여성시대로보낼편지>를읽

고나니하루사이에피고또하루사이에지고마는담장너머희디흰

목련꽃이자꾸눈에밟혔다. 어둠속에갇혀지내는이들에게작은라디

오를내밀며손을잡아주는아름다운동행의이야기가담긴<휴대용라

디오>는그반듯함이하도또렷해서손에서놓지못하였다.

라디오가어떻게한사람의인생에스며들어메마른상처를어루만져

주는지를기교없이담백하게털어놓은편지들은오히려아주근원적인

질문, 삶이란무엇인가에대해깊은생각을하게만들었다.

그러므로부디, 순서에마음다치지않기를바랄뿐이다. *

한통한통의무게

양귀자(소설가)

Page 31: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612011.0560 여성시대

16년전. 대학입학에실패한저는매우절망하고있었습니다. 제인

생의첫번째실패였기때문에깊이절망하고있었던것입니다.

부모님과선생님, 주변친구들까지‘너는실패자야!’라고바라보는

듯했고, 길거리를스쳐지나는사람들도모두저를비웃는것같았습니

다. 특히부모님의슬퍼하시는표정은저를숨막히게했습니다.

저는방황하기시작했습니다.

재수를결심하고공부를시작하든지, 기술을배울수있는곳을알아

보든지, 아니면빨리군대라도가든지…어떤결정을내려야했지만아

무런생각도, 결정도내릴수가없었습니다.

집안에틀어박혀외출도하지않은채‘무엇을해야할까? 어떤삶을

살아야할까? 도대체내가잘할수있는것이뭐지?’이런생각만하면

서시간을보냈습니다.

아무리생각을해봐도제가잘하는것이없었습니다.

공부를뛰어나게잘하는것도아니고, 예체능에재능이있는것도아

니고, 특별히관심이가는분야도없었습니다. 재수를한다고해도무

슨과에가서어떤공부를해야할지….

이런저런생각을하다보니저는쓸모없는인간이라는생각이들었습니

다. 부끄럽게도‘죽음밖에는내게길이없구나!’하는생각이들었습니다.

글 연상진 대전시 대덕구 신탄진동

그렇게점점깊은수렁에빠져들고있을때교회선배에게서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상진아! 뭐해? 요즘왜이렇게얼굴보기가힘들어! 잠깐좀보자!”

아무도만나고싶지않았던저는싫다고했습니다.

그렇게전화를끊고제방에아무생각없이누워있는데30분후쯤

초인종이울렸습니다. 그선배였습니다.

선배는거실로들어와앉더니저를붙잡고말했습니다.

“힘좀내라. 짜식이하늘에구멍이라도생겼냐? 왜집에서나오지를

않어.”

“그냥, 좀….”

저는아무말도할수가없었습니다.

선배도아무말없이저를바라보기만했습니다.

한참을그렇게있었습니다.

“내일교회로와라. 나랑같이어디좀가자! 3시까지와! 너시간많

잖아. 꼭와!”

다음날저는고민끝에교회로갔습니다. 정말내키지않는발걸음이

었지만밝게웃으며현관을나서던선배의얼굴이계속떠올라결국교

회로갔던것입니다.

선배는저를데리고한사회복지시설에갔습니다. 그곳에서선배는

독거노인분들에게반찬을나누어드리는자원봉사를하고있었습니다.

그일을제가함께하기를바랐던것이었습니다.

저는어쩔수없이선배를따라나섰는데, 한영구임대아파트에서

제게첫임무를주었습니다.

“807호에가면할머니한분이계실거야. 그분한테이반찬을드리

고여기서기다리고있어. 나는다른곳을돌리고올테니까.”

저는8층으로갔습니다.

휴 용

라디오

Page 32: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62 632011.05여성시대

선배가말한대로807호에는허리가많이굽은할머니한분이반갑

게맞아주셨습니다.

반찬을드리고밖으로나와엘리베이터쪽으로걸음을옮기려할때,

806호에서이상한소리가들렸습니다.

“으~ 으~ 으~.”

처음엔잘못들었나싶어걸음을옮기려는데소리가다시들렸습니다.

“으~ 으~ 으~.”

806호 안에서들려오는게분명했습니다. 사람의신음소리가분명

히들렸습니다.

‘무슨소리지?’

아픈사람이있는것같았습니다.

혹시아무도없는상황에서누가아픈건아닌지걱정이되었습니다.

저는급하게초인종을눌렀습니다. 아무반응이없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것은, 초인종이울린후에는그신음소리가들리지않는다는것

이었습니다. 정말이상한일이었습니다.

저는807호할머니께옆집에서이상한소리가났다고말씀드렸습니

다. 할머니께서는아무일도아니라는듯말씀하셨습니다.

“어, 그거? 거기앞못보는딸래미가있어. 아빠하고둘이사는디,

아빠가이틀마다한번씩집에와. 배고파서소리내는겨! 내가좀봐줄

라고해도문을열수가있어야지. 지아빠는상관하지말라고만날소

리만질러. 그러니께신경쓰지말어!”

집으로돌아와서도저는이상하게806호에서났던신음소리를잊을

수가없었습니다.

‘앞을못본다면시각장애인일텐데얼마나배가고팠으면그런신음

소리를낼까?’

저는형광등을끄고가만히책상에앉아보았습니다.

‘어둠. 이런어둠을평생안고살아야한다면?’

이런생각을하자갑자기두려움이밀려왔습니다. 무서웠습니다. 앞

을볼수있다는게감사하게느껴진건그때가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저의주변을생각해봤습니다.

지금은대학입학에실패하고무기력하게있는아들때문에한숨짓고

계시지만언제나저를사랑해주시는부모님, 그리고언제든웃고떠들

수있는든든한친구들, 선배들….

제게는정말감사해야할것들이많았습니다.

생각하면할수록제게있는감사의조건들이떠올라잠을청할수없

을정도였습니다.

그날이후저는선배를따라매주반찬나누는자원봉사를했습니다.

807호할머니께들를때마다806호앞창문에귀를대고무슨소리가

들리지는않는지서있다가돌아오곤했습니다.

그신음소리는가끔씩들을수있었지만그분을위해할수있는게

없어서그냥돌아서곤했습니다.

Page 33: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652011.05

저는그분에게라디오를사드리면어떨까생각했습니다.

앞을보지못하지만분명히듣는건문제가없을거라생각했습니다.

라디오로세상을보실수도있을것이라생각했습니다. 그래서망설이

지않고휴대용라디오를하나골랐습니다.

그런데한가지문제가있었습니다. 라디오를어떻게그분에게전달

하느냐의문제.

고민 끝에 807호 할머니께 라디오를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할머니께서는제얘기를들으시더니마음이예쁘다고하면서꼭전해주

겠다고약속을해주셨습니다.

그렇게할머니께부탁만해놓고는대학시험준비때문에저는그일

을까마득하게잊게되었고, 시험이가까워지면서자원봉사도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공부를해야한다는핑계로자원봉사까지그만두면서열심히한다고

했지만몇개월의방황끝에공부를시작했던터라만족할만한점수가

나오질않았고, 또다시저는실패라는쓴맛을봐야했습니다.

그러나저는 1년 전의저와는완전히달라져있었습니다. 부모님께

다시한번제대로도전해보겠다고말씀드렸습니다. 그런말을하고있

는저자신에저도놀랐습니다.

부모님께서도무기력한모습이아닌자신있게말하고있는모습에

안심이되셨는지크게속상해하지않으셨고, 아버지께서는차라리군

대에빨리다녀와서어떻게해야할지생각해보라고하셨습니다.

군입대를한달여남긴어느날, 제삐삐가요란하게울렸습니다. 반

찬나누기를했던사회복지시설이었습니다. 시설로와달라는것이었습

니다.

다음날시설을찾아갔더니, 직원분이주소한장을적어주면서그곳

에가보라고말씀하셨습니다. 종이에적힌주소는807호할머니의옆

64 여성시대

그렇게자원봉사를시작한지 2개월쯤지났을때, 807호할머니께

반찬을드리고나오는데 806호에서한아저씨가나오는걸보았습니

다.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던 아빠인 것 같았습니다. 저는 저도 모르게

그분에게다가가말했습니다.

“저, 아저씨!”

“뭐요?”

“아니, 저다른게아니구요. 제가반찬나누어드리는자원봉사를하

고있는데혹시필요하시면반찬좀나눠드릴까요?”

“됐어요!”

“아니, 저집에아프신분도계신것같던데요. 제가….”

제말이끝나기도전에아저씨가호통을치셨습니다.

“됐다니까! 신경쓰지않아도돼요!”

저는머쓱해져서도망치듯엘리베이터를타고내려오고말았습니다.

그뒤로도저는계속자원봉사를했습니다.

자원봉사를하고 3개월이지난다음부터는공부도다시시작했습니

다. 막연히다시대학에가야겠다는생각을했습니다.

죽음같은것을생각했던것자체가많이부끄러웠고, 또무기력하게

시간을보내는것이건강하고감사할것이많은저에게얼마나큰죄인

가를자원봉사를하며절실히느꼈기때문입니다.

어느날학원을마치고집으로돌아오는길에노점가판대가눈에들

어왔습니다. 그곳에는‘무조건5,000원’이라고쓰여져있는휴대용라

디오가진열되어있었습니다.

문득806호여자분이생각났습니다. 어둠속에서살수밖에없는그

분. 할머니께서한번도본적이없다고하는걸로봐서는외출도거의

하지못하고있을그분.

Page 34: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672011.05

아저씨는말씀을잇지못하고눈시울을붉히셨습니다.

“얘가어제나한테‘아빠’라고하는거야!”

저는딸이아빠한테아빠라고하는것이무슨대단한일이냐는듯아

저씨를쳐다보았습니다.

“세살쯤이던가? 열이많이나서병원에갔는데, 그뒤로시력을 잃

었어. 쟤엄마는그뒤로집을나가버렸고. 몇년을술만퍼마시면서정

신을못차렸지. 쟤를때리기도많이때렸고. 앞도못보는애가뭘할

수있을까해서쟤도죽이고나도죽으려고몇번을벼르기도했지. 그

런데그럴수가없더라구. 그래서방안에가둬놓고저렇게20년을키

웠어. 그런데말이야. 어릴때옹아리할때이후로말한마디안하던

애가어제아빠라고나를부르는거야!”

아저씨는흥분하신듯보였습니다.

“내가저애한테못할짓을했지. 남들이이상하게보는눈이싫어서

방안에만가둬놨던내가못된아빠지!”

가슴을치며말씀하시는아저씨앞에서저는아무말도할수가없었

습니다.

괜히저도눈물이나려했습니다.

아저씨는제가드렸던라디오때문에아빠라는소리를듣게되었다고

하면서몇번이고제게고맙다는말씀을하셨습니다.

집에돌아와서야전주체할수없는감정을가라앉힐수있었습니다.

휴대용라디오! 그것때문에20년가까이아무말없던시각장애인이

아빠를아빠라고부를수있었다는아저씨의말씀이제안에서마구요

동쳤습니다.

또아저씨께서이제부터라도딸에게최선을다하는아빠가되어야겠

다고하신말씀도제안에서요동쳤습니다.

‘정말그랬을까? 정말그라디오때문일까?’

66 여성시대

집, 806호였습니다.

‘도대체무슨일로나를찾으신거지?’

아무리생각해보아도알수가없었습니다. 호통을치던아저씨생각

에초인종을누를생각은하지도못하고그렇게서있는데, 현관문이열

렸습니다. 그아저씨였습니다.

“왜안들어오고그렇게서있어요?”

예전과는다르게아저씨의말투는부드러웠습니다.

현관에들어서자왼쪽에있는방문안쪽에서희미하게라디오소리

가들렸습니다. 저는직감할수있었습니다. 그라디오, 제가노점상에

서샀던5,000원짜리휴대용라디오소리라는것을.

아저씨께서제손을꽉잡으며말씀하셨습니다.

“고마워요!”

“네?”

저는얼떨떨했습니다. 갑자기고맙다니. 아저씨의말씀은이랬습니다.

제가할머니께라디오를맡기고돌아온다음날. 아저씨께서퇴근하고

돌아왔는데옆집할머니께서집앞에서기다리고계셨다는것이었습니

다. 할머니께서는아저씨의손에라디오를들려주며딱한마디하고집

으로들어가버리셨다고했습니다.

“이거, 만날반찬가져다주던학생이주는겨. 딸래미듣게해주라고.”

황당했던아저씨는807호초인종을계속눌렀지만할머니는아무런

소리도내지않으셨고, 할수없이그라디오를가지고들어왔는데, 하

루종일방안에만있는딸이문득불쌍하다는생각이들어라디오를딸

의방에가져다놓고, 주파수를맞추어틀어주었다는것이었습니다.

“처음엔그저불쌍하다는생각에라디오를틀어주었는데, 며칠을그

렇게틀어주니까딸의표정이바뀌더라고. 그래서건전지가떨어지면

갈아주면서계속틀어줬지. 그런데말이야. 글쎄, 어제….”

Page 35: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692011.0568 여성시대

이런생각이머릿속에서떠나질않았습니다.

저는처음806호에서신음소리를들었던그때처럼형광등을껐습니

다. 어둠이두렵게느껴졌습니다.

라디오를 켰습니다. 라디오를 켜자 거짓말처럼 두려움이 사라지고,

바로옆에있는것처럼사람을느낄수가있었습니다.

그뒤로저는매일라디오를들었습니다. 라디오엔웃음이있고, 울

음이있고, 사람이있고, 세상이있었습니다. 전에는알지못했던것들

이제안에가득차는것이느껴졌습니다.

806호의그분도저와같은느낌을… 아니저보다더절실하게그런

것들을느꼈을것이라고생각했습니다.

20년의어둠을무너뜨린라디오의소리가제마음에서벅차게울려

퍼졌습니다.

군생활을하는2년2개월동안단한순간도저는제안의휴대용라

디오를잊은적이없었습니다.

그리고제가앞으로무엇을해야할지를깊이생각하고또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론은사회복지사가되는것이었습니다. 사회복지사가되어휴대용

라디오를많은장애인분들에게전해야겠다고생각했습니다.

16년이지난지금! 저는매일장애인분들을만나고있습니다. 그것이

저의직업이되었기때문입니다.

저의휴대용라디오를받아주실또다른806호그분을찾기위해열

심히뛰고있습니다. 또그열정을지키기위해저는오늘도라디오를

듣습니다.

그리고 806호 그분은맹학교를졸업하고, 지금은안마사로열심히

일하고계십니다. *

글 애청자

라디오는나의

나침반

우선제소개를하자면저의고향은이북, 바로북한입니다. 몇년전,

자유대한민국품에안기었죠.

아직도예전생각을하면지금도꿈을꾸고있는것같습니다. 그런

저의꿈때문에고향에계시는부모형제에게혹시라도피해가갈까두

려워저의실명과고향을말씀못드리는점죄송합니다.

새터민이무슨라디오에대한사연이있을까의아하시겠지만저에게

라디오는일생일대의큰결심을하는계기가되었죠.

수년전이었습니다. 저의고향은어디라고말씀은못드리지만물좋

고공기좋은자그마한동네입니다. 그곳에서태어나자랐죠.

꿈도많고발랄했던저에게일생의사건이생겼습니다. 그것은바로

라디오가생긴것이지요. 저보다한살많은정말친자매같았던앞집

언니가조심스럽게저에게준것이지요.

“언니는다른곳으로가니까절대로걸리지않게조심히들어”라는

말을하며건네준라디오.

그때부터그라디오는아무도모르는저만의보물이되었습니다.

‘라디오!’정말신기한물건이더군요. 북한에서라디오는주파수가

고정되어한방송만들을수있으며한국처럼청취자중심이아닌일방

적인방송이죠.

Page 36: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70 712011.05여성시대

싫든좋든저희에게는선택권이없으니그냥들을수밖에없습니다.

하지만언니가주고간라디오는주파수조절을하면중국방송·영어

방송등갖가지방송이나오더군요.

무슨소린지는몰라도사회자가웃으면따라웃고좋은노래가나오

면따라흥얼거리기도했답니다.

그렇게며칠이지난후정말큰사건이일어났습니다. 어느때와마찬

가지로이불속에서라디오를소리죽여듣고있다가주파수조절을했

는데잡음사이로희미하게남조선노래가들렸습니다. 저는깜짝놀라

방송을꺼버렸죠. 정말심장이멈추는듯했습니다.

누가들은건아닌가두리번거리며불안해했습니다. 북한에서는개인

이라디오를가지고있다는것도큰죄인데남조선방송을들었다면정

말진짜큰일나거든요.

하지만 호기심에, 그 호기심 때문에 결국 라디오를 다시 켰습니다.

잡음때문에잘들리지는않지만귀기울여들었습니다.

한국에와서안사실이지만제가그때처음들었던노래가주현미씨

의 <짝사랑>이었습니다. 어찌나간드러지고듣기좋던지남조선에대

한호기심이더커졌죠.

그이후전시간이되면남조선방송에더욱귀를기울였고, 남조선을

한국이나대한민국이라고하는것도알았고, 남조선이제가배우고알

고있는그런곳이아니었다는사실을느낄수있었습니다.

그렇게남조선방송에푹빠져있을때정말친한친구에게라디오를

보여줬죠. 그친구는처음에는뭔지모르다가제가설명을해줬더니깜

짝놀라며그냥집으로가려고하더군요.

하지만전이렇게된이상이친구도저와같은배를타야한다는생

각에친구에게말했습니다.

“이거한번들어봐. 너니까들려주는거지다른사람같으면말도안

꺼내. 얼마나재미있는지알아? 좋은노래도많이나와. 정그러면내가

누구오나볼테니까들어봐.”

이렇게안심을시키고듣게하였죠.

전사실많이무서웠습니다. 이친구가다른사람에게말이라도할까

봐. 하지만그친구는다행히라디오에흥미를느껴서우리만의비밀이

되었죠.

그시절북한의상황은갈수록어려워졌습니다. 오랜강행군으로배

급이끊긴지오래되었고, 작은땅에농사를지어도매년흉년이었죠.

Page 37: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72 732011.05여성시대

오빠는군에가서집안일할사람은없고, 그즈음에엎친데덮친격

으로아버지마저병환으로자리에누우셨죠. 정말앞이캄캄하더군요.

미래는보이지않고고난은계속밀려오고그래서저는결심해야만

했습니다. 이대로이곳에서우리가족모두힘들게살것인지아니면저

라도이곳을벗어나집안에도움을줄것인지.

정말몇날며칠을밤새며고민했습니다. 아마겪어보지못하면절대

로이해못하실겁니다. 얼마나상황이힘든지.

저는끝내마음을굳혔습니다. 중국으로넘어가기로. 그때당시중국

으로가면큰돈을벌수있다는얘기가있었거든요. 부모님께서안된다

고하실줄알았지만너라도살아야한다며위험한길이지만허락을하

셨습니다. 지금생각이지만그때부모님마음이어떠셨을지그마음헤

아릴수가없습니다.

부모님과마지막인사를나눌때부모님두손에라디오를쥐어드렸

습니다. 여분의건전지와함께어머니께사용법을알려드리고그렇게

모녀는누가들을까봐소리내어울지도못하고이불속에서두손을잡

은채밤새숨죽여흐느꼈습니다.

이고생저고생죽을고생을하며중국으로간신히친구와넘어왔는

데생각과는다른삶이기다리고있었습니다.

그래도고마운분들을만나친구와저는일을하기시작하였고, 한달

두달모은돈을부모님께보내드렸죠. 그분들의배려로라디오도구했

고, 집에서쉴때는라디오를벗삼아즐거운시간을보냈답니다.

그러던중라디오에서뜻밖의소리를듣게되었습니다. 바로탈북자

에관한이야기였지요. 저도이곳에서탈북자들이한국으로간다는이

야기는들었지만그렇게많은사람들이한국에정착하여자유롭게산다

는사실은몰랐습니다.

그순간한국에있는탈북자들이정말부럽더군요.

저는지금이곳에서마음졸이며숨어지내고있는데그곳에서자유

를누리는사람들은얼마나행복할까하는생각을했습니다.

그이후전한국에대한생각을떨칠수가없었습니다. 이곳에서는항

상도망자신세에언제어떻게될지모르는불확실성에하루하루가힘

겨운삶이었죠. 그래서전결심을했습니다. 한국으로가야겠다고.

친구와상의를했지만친구는그곳에남겠다고하더군요. 전할수없

이혼자서라도한국으로가기로마음먹고한국으로갈수있는방법을

찾았고, 우여곡절끝에한국으로왔습니다.

한국에도착한순간전저의눈을의심할수밖에없었습니다. 제가교

육받았던거리의거지들은전혀볼수없었고, 다기울어무너져가는

Page 38: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752011.0574 여성시대

집들도전혀볼수없었습니다.

‘아정말내가근수십년간속으면서살았구나!’하는생각에한숨이

나왔습니다.

정말이좋은곳에부모형제와같이왔다면정말좋았을, 아니꿈같을

텐데. 어찌같은하늘아래같은민족인데이렇게다른삶을살고있는

지한탄스럽더군요.

몇년이지난지금전이렇게잘살고있습니다. 잘산다는거뭐별거

있겠어요. 잘먹고잘자고아프지않은거이걸로정말감사합니다.

하지만제가이렇게편하게지내는동안고향에남아있는부모형제

동포들에게정말죄송합니다. 저혼자만이렇게누리며지내는것같아

서요.

한국에와서도라디오는저에게있어중요한친구지요.

한국에서제일힘들었던게말투였습니다. 어디 가까운슈퍼마켓을

가더라도저의말투때문에한번씩더저를보시죠. 전고민끝에라디

오에서나오는말들을따라하며저의말투를고쳤습니다.

지금도완벽하지는않지만정말많이좋아졌다는얘기를듣죠.

라디오!

라디오는저에게있어인생의나침반같은귀중한보물이었던것같

습니다. 라디오가 없었다면 제가 한국으로 올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요? 하물며저의말투를이렇게빨리고칠수있었을까요?

라디오를만들어주신분께감사드리고, 라디오방송을만들어주시

는분들께진심으로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북에계신부모님들, 혹시라도방송을들으신다면우리들

은모두몸건강히잘지내고있으니걱정하지마시고다시만나는그날

건강한모습으로만나뵙겠습니다.

그날을위해뜨거운눈물아껴놓겠습니다. *

글 정용탄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내게는평생잊지못할라디오와의추억이몇가지있습니다.

나의라디오와의첫인연은1960년대초내가5, 6세쯤되던호기심

많던어린시절부터시작됩니다.

6·25전쟁이끝난지얼마안된피폐한당시에도서울에는이미라

디오방송은물론텔레비전까지보급되었지만내가살던서해중부해

안가벽촌마을에는전깃불대신등잔을켜고라디오대신스피커라는

수신기가처음보급되기시작한시기였습니다.

스피커란마을회관에라디오송신기한대를놓고스피커를연결하여

일방적으로틀어주는일종의유료유선방송과같은것이었죠.

우리집은마을회관에서1킬로미터쯤떨어진약간외진곳에있었는

데, 아버지는어느봄날사람을데려와가늘고까만줄이마을회관까지

연결된조그만나무상자같은것을안방창문옆에걸어놓으셨습니다.

호기심어린눈으로쳐다보며이게뭐냐고묻는제게아버지는“아주

작은사람들이살고있는집이니절대만지지는말고사람들이무슨얘

기를하는지조용히듣기만하거라”말씀하시고는조그만꼭지같은것

을“똑”하며돌리자정말신기하게도그물건에서사람소리가나기시

작하는겁니다.

나는사람소리가나는나무상자가마냥신기하기만했습니다.

라디오와함께한

50년

Page 39: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772011.0576 여성시대

며칠후, 스피커를켜놓은채아버지와어머니는여느때처럼농사일

을하러밭으로나가셨고호기심많던나는두살아래동생과함께사

람소리가나는신기한물건을벽에서떼어낸다음귀를대보기도하고

말을걸어보기도하다가스피커속의사람들이너무나궁금하여참지

못하고결국스피커소리막을뜯어버리고말았지요.

처음에는손가락에침을발라문창호지에구멍을내듯뱅뱅돌려서

뚫은다음, 구멍속을이리저리들여다보았지만소리만들릴뿐사람은

보이질않았습니다.

결국조금씩더스피커를찢어내다가나중에는소리막을완전히들어

내게된거지요. 그때부터는스피커에서더이상사람소리가나지않았

고, 내가한짓에슬슬겁이나기시작할무렵밭에서점심을준비하러

들어오신어머니와마주치게되었습니다.

“아이쿠, 라디오소리가안난다했더니우리말썽쟁이가또사고를

쳤구만. 요녀석아, 이게얼마짜린데이렇게해놨냐. 아버지가자그마

치쌀닷말을주고사오신거야.”

다음날, 아버지는얼마간의쌀을더주시고고장난스피커를새것으

로바꿔다가그자리에다시걸어놓으셨고, 우리가족은밤늦도록재미

난라디오를듣다가행복하게잠들곤했습니다. 물론내게는그사건이

후라디오접근금지령이내려졌고, 라디오에대한호기심을충분히풀

지못한나는몇년뒤제2차라디오분해사건을터트리고맙니다.

내가초등학교4학년이되던해봄, 군에서하사관출신이셨던아버

지는먼친척의소개로인천의미군부대에취직을하게되었고, 그때문

에우리가족은대도시인천으로이사를하게되었지요.

나는처음으로책보자기대신분홍색책가방을메게되었고, 화사한

운동화를신고어깨를으쓱하며학교를다녔는데촌티흐르는말과행

동때문에친구들사이에서늘촌놈취급을당하기일쑤였답니다.

그러던어느날, 아버지는퇴근길에큼직하고보기에도튼튼하게생

긴라디오를하나손에들고오셨는데, 주인집아저씨가아주귀한미제

라디오라며무척부러워했던기억이납니다.

여하튼나는진품라디오를탐구할기회가생겨무척흥분했고, 그래

서학교에서돌아오면먼저라디오를켜는게일과가될만치라디오를

좋아했습니다.

시골에서듣던스피커와는달리방송채널을선택할수있는다이얼이

라는것이달려있어서이리저리돌리다보면무슨소린지솰라솰라알

아들을수없는미군방송도나왔는데나는동생들앞에서다알아듣는

척고개를끄덕이기도했습니다.

그런데하도다이얼을계속돌려대다보니튼튼하기로소문난미제

라디오다이얼도고장이나서헛돌기시작하는겁니다.

‘아이쿠, 이거큰일났네.’

나는아버지의연장통속에서십자드라이버를찾아내다이얼을고친

Page 40: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792011.05

나는해맑고청초한웃음에마음이착해보이던그여선생에게관심이

쏠렸지만얼마안있어군대에갈주제에차마만나자는말을할용기가

나질않았습니다.

그래도뭔가그녀에게관심을표현하지않고서는견딜수가없어그

시절이종환씨가진행했던심야라디오음악프로그램에트윈폴리오의

<하얀손수건>이라는노래를엽서로신청하면서“이노래를어려운환

경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희망의 노래를 가르치시는 예쁜 한선애

선생님과단둘이듣고싶습니다”라는사연을적어보냈지요.

그리고쉬는시간에그녀의책상위에‘노래를신청한날밤에라디

오를꼭들어달라’는내용의쪽지를올려놓았답니다.

그시절엔라디오를통해자신의사연과함께당대의정서를대변하

는노래가흘러나오면그보다더가슴뭉클한감동의수단이없던참단

순한시절이었는데, 나는그런점을이용해서기술적인(?) 프러포즈를

한것이고, 내작전은대성공을거둬우린금세오랜연인처럼가까워져

서서로집을오가는사이가되었습니다.

그로부터몇달후인1976년8월13일, 내가머리를빡빡밀고인천

의수인역에서입영열차에오르던날, 내어머니와함께나를배웅나와

갑작스러운이별앞에서안타까이눈물을뿌리던그녀에게나는내가

평소아끼던조그만포켓용일제라디오를그녀의손에쥐어주며“내가

제대하는날까지나처럼아끼며잘듣고있어”라는말을남긴후기차

에올랐지요.

그리고그녀는나의힘들었던군생활3년을수많은편지와면회로따

뜻하게지켜줬고, 둘은몇년후결혼을해서아들둘을낳고지금까지

30년이넘도록연인처럼친구처럼서로의동반자가되어행복하게잘살

고있습니다. 회상컨대‘내인생은라디오와아주특별한인연이었구나’

하는생각이들어이번기회에<여성시대>를통해소개해봅니다. *

78 여성시대

다고라디오를뜯기시작했습니다. 라디오는스피커와는달리내부가

아주복잡했고, 가느다란전선과부품들이빼곡히들어차있었습니다.

나는라디오부품하나하나의생김새가너무나예쁘고신기해서이것

저것만져보고비틀어보고하다가결국재조립도못한채반파상태의

라디오를만들어버린겁니다.

물론값비싼라디오를고장낸나는부모님께크게혼쭐이났고, 한동

안식구들의따가운눈치속에서소위왕따신세가되었습니다.

그러나라디오에대한나의호기심은식을줄몰라서1968년중학교

진학하고부터는아예라디오제작에관한기술서적을공부하고직접부

품을구입하여납땜을해가며라디오를만들기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학생들사이에라디오직접만들기가유행했는데, 나도처음

으로리시버로듣는초급과정의광석라디오로시작하여중학교2학년

때이미6석(증폭기의수) 트랜지스터와중학교3학년땐전문가수준의

진공관식하이파이전축까지만들기에이르는마니아가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동네에서고장난라디오나전축의수리는전파사대신

우리집으로몰렸고, 어머니는이웃들의감사인사에좋아하시며아울

러손재주많은아들이라고제자랑도많이하셨습니다.

또한우리집엔미제라디오대신제가만든라디오와전축이안방에

버젓이자리를잡았지요.

그렇게세월이흘러20대초반의내겐또다시라디오와의인연이연

결됩니다.

1976년봄날, 군입대를몇개월앞둔나는선배의부탁으로중학교

과정을가르치는비인가야학에서공석중인영어선생님을대신하여잠

시아이들에게영어를가르치게되었는데, 그때지금나의아내가된여

자는나보다먼저들어와서국어와음악을가르치고있었습니다.

Page 41: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812011.0580 여성시대

내가세살되던해엄마는심장병으로세상을떠나셨다.

그후, 오빠와나는고흥에사는할머니댁으로보내졌다.

할아버지는 바다에 나가 생선을 잡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셨는데,

어려운형편이었지만내원피스도, 오빠운동화도, 먹을것도자주사

주셨다.

할아버지는장에다녀오시면술이얼큰하게취하셔서는“이리와, 내

새끼들!”하고무릎에앉히곤얼굴을쓰다듬으며“이불쌍한것들, 세상

에서엄마없는새끼들이제일불쌍하다는데어쩌다가… 이세상에서

제일이쁜것들…이쁜내새끼들…불쌍한내새끼들…”하며, 한숨도

쉬셨다가눈물도흘리셨다가오빠와나를쓰다듬고보듬고하셨다.

그렇게우리남매는할아버지, 할머니의사랑을듬뿍받으며어린시

절을보냈다.

내가여덟살되던해, 아빠는재혼을하신다며시골로우리를데리러

오셨다. 눈도내리고엄청추웠던그날, 우리는아빠를따라용인의어

느양품점안으로들어갔다.

“네가은경이구나. 이쁘게생겼네”하며새엄마는내볼을만졌다.

“추운데오느라고고생많았지?”

그양품점에는손님을대하고있는여자분도있었다.

글 한은경 경기도 화성시 시동

“이쪽은이제니들엄마고, 저쪽은니들이모고, 또막내이모도있는

데학교갔어”하셨다.

양품점안에는방이2개있었는데, 엄마는그중작은방으로우리를

안내했고, 오빠와나는새둥지에짐을풀었다.

세월이흘러나는초등학교4학년, 오빠는6학년이되었다.

아빠는몇년동안일을참많이저지르셨다.

벽돌공장을하다가부도가났고, 자동차부품찍는공장을하다가또

부도를냈고, 부동산을하다가사기를당하셨다.

이런아빠때문에엄마의신경은매우날카로워우리를비롯해이모

들에게도비수같은말로가슴에상처를주셨다.

이모들에게는“내가무슨죄로니들까지공부시켜야하냐. 도대체나

한테도움되는것들은하나도없고, 다내얼굴만쳐다보고있으니숨이

막혀살수가없다. 니들인생, 니들이살던지… 다나가! 내눈앞에서

사라져. 다디져버려!”하셨다.

오빠와나에게는“서방이미우면새끼들도밉다고, 니들은내새끼도

아닌데, 왜나한테이렇게빌붙어있니? 시골로다시내려가든지, 니들

아부지랑꺼지던지니들얼쩡거리는것만봐도꼴보기싫고, 정내미뚝

뚝떨어진다. 뚝뚝떨어져…”하며심한욕도하셨다.

아빠와엄마는매일싸우고, 욕하고, 부수고, 서로를할퀴셨다.

나는부모님이싸우실때마다심한우울증에빠졌다. 눈물이그치질

않고, 심장이두근거리고금방이라도쓰러질것처럼힘이없었다.

‘난왜이렇게불행할까? 죽고싶다. 그냥시골로도망쳐버릴까?’

나는온갖시름에빠져하염없이눈물만흘렸고, 내가하도우니까,

“울지마, 울지좀마. 제발”하던오빠는내눈물을닦아주며주머니에

서주섬주섬뭔가를꺼내더니내귀에이어폰을꽂아주며라디오를틀

어주었다.

라디오야!앞으로도

부탁해

Page 42: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832011.0582 여성시대

막내이모가오빠에게준작은라디오였다. 오빠는“이거라도듣고있

자!”며이리저리주파수를맞추더니나에게음악을들려주었다.

그리고는혹시바깥에들릴까싶어이불을푹뒤집어씌웠다. 오빠와

나는이불을푹뒤집어쓴채, 귀에이어폰을한쪽씩나눠끼고, 우리가

처한현실을회피한채라디오에귀를기울였다.

그런데그칠것같지않았던내울음이, 금방까지죽고만싶었던내

가슴이, 엄마가방문을열고들어와언제나가라고할지몰라두근두근

거렸던내심장이, 라디오에귀를기울이면서이상하게괜찮아졌다.

라디오에서나오는음악을들으며DJ가우스갯소리를하면나도모르

게웃었고, 심지어오빠는작은목소리로노래를따라부르기까지했다.

밖에선아빠와엄마가싸우고, 부수고, 욕하고, 이모들은나가고난

리가났는데, 철딱서니없는우리들은태평하게라디오를듣고있었다.

오빠와나는듣고싶은것만듣고싶었다. 듣고싶지않은소리는듣

고싶지않았다.

어느날엄마께서말씀하셨다.

“그렇게난리가났으면한번내다보기라도해야되는거아니냐? 도

대체니들은뭐하는애들이야? 니들나이면니아부지한테말한마디라

도뭘잘했냐고, 왜부수냐고해야되는거아니냐고? 다른사람말은

안들어도지자식말은무서워하겠지, 안그래? 니들한테는입에밥들

어가는것조차아깝다. 꼴보기싫어, 나가!”

나도나가고싶었지만그럴수없었다.

내가중학생이되었는데도부모님의싸움은그치질않았다. ‘저렇게

싸우며살거면차라리이혼을하지뭐하러같이살면서저렇게서로에

게상처를줄까?’나는내가나서서두분을당장이라도이혼시키고싶

은심정이었다.

말로만가족이지우리는대화가없는, 서로눈치만보는, 서로할퀴

고상처만주는, 그런가족이었다.

내가중학생이되면서다큰남매를한방에재울수없다는부모님의

의견으로오빠는결혼한이모집에서살게되었다.

오빠는학교를다녀와가게로와서밥만먹고는뒤도안돌아보고이

모네집으로가버렸다.

사춘기였던오빠는늘싸우던부모님의모습과늘울상인여동생이보

기싫었겠지.

나는오빠에게기댔고, 의지했는데, 오빠까지없으니내마음은휭휭

언제나찬바람이휘몰아쳐서너무너무추웠다.

그럴수록나는늘라디오를오빠삼아, 친구삼아가까이지냈다.

나는 특히 <밤을 잊은 그대에게>라는 음악프로그램을 즐겨들었다.

음악도많이틀어주고, 연예인들이콩트도하고, 재미있었다.

Page 43: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852011.0584 여성시대

그런데나의유일한친구순진이가“어제라디오들었어? 별밤, 별밤

극장안들었어?”했다.

“난별밤안듣는데….”

“야, 얼마나재미있는데… 95.9에서문세오빠가진행하거든. 오늘

꼭들어. 내가사연보냈거든. 나올지도몰라”했다.

라디오는그냥듣는것인줄만알았는데, 내주위에이렇게참여하는

애가있다니신기했다.

언제나밝고명랑하며친구들사이에서인기가많고공부도잘하고,

모든일에적극적이고, 가수가꿈인순진이는항상수심이가득하고의

욕이없는나의유일한친구다.

그런친구가권해준 <별이빛나는밤에>를집에와서당장들었다.

두시간이가는게아쉬울정도로정말재미있었다.

그후, 나는하루도빠짐없이매일매일 <별밤>을들으며웃기도하

고, 내힘든마음을엽서로써보내기도했다.

내심정을누군가에게털어놓는다는것만으로도나에게는위안이었다.

또친구가하나밖에없던나는, <별밤> 덕분에친구들이생겼다.

<별밤>을듣는다는이유만으로얘깃거리가풍부해지고, 어른들말대

로낙엽만굴러가도웃는사춘기여학생이되었다.

조랑말처럼얼굴이긴가수 3명을지칭하는마삼트리오(이문세, 이

수만, 유열)를좋아하고, <별밤>을매일듣는다는이유로우리반별밤

가족들은똘똘뭉치게되었다.

여름방학때, ‘별밤가족캠프’라는이름으로별밤가족과문세오빠와

인기연예인들과함께캠프를갈수있는기회가있었는데, 우리반아이

들은너도나도엽서를보내며, 당첨되기만손꼽아기다렸다.

그런데유일하게선미만당첨되어별밤가족캠프에다녀왔다.

선미는무슨대통령이라도된듯우쭐해했고, 그런선미를우리는마

냥부러워하며“어때? 문세오빠실제로보니까어때? 잘생겼어? 얼굴

진짜로길어? 멋있지? 가서뭐했어?”등등등선미를따라다니며귀찮

게했다.

그리고선미의얘기를들으며상상으로나마행복해했다.

그런데어느날, 별밤지기문세오빠가“내가바뀌어야세상도바뀐

다”라는말을했다.

“내가울면매일울일만생기고, 내가웃으면매일웃을일만생긴

다. 꿈과희망을가져라, 긍정적인삶을살아라. 지금닥친힘든일들을

잘이겨내면분명좋은날이꼭온다”며열변을토하고, 또어느날은

우스개로재미있게얘기해주셨다.

맨처음에는‘말로는누가못해? 겪어보지못한사람들이말로는무

슨 말을 못하냐고…’하며 그냥 흘려들었지만 하루 이틀, 자주 듣고,

나보다어려운환경속에서도웃음을잃지않는사연을들으며곰곰생

각해보니, 이렇게남의탓만하고부모님원망만하고살면안되겠다

는마음이들면서어느순간나도달라지고있었다.

나는그동안나를천덕꾸러기에꼴도보기싫은애로만취급받게행

동했다. 인상쓰고대답도잘안하고, 공부도안하고, 집안일도나몰

라라하며, 내인생을한탄만하며지냈다. 다시는돌아오지않을풋풋

한소녀시절을정말거지발싸개처럼지냈다.

나는하나하나도전했다. 먼저장사하느라힘든엄마를위해집안청

소며빨래, 설거지같은일을하기시작했다.

그랬더니엄마는나에게웃음을보이셨고, 어색한모녀사이에서친

구같은모녀사이로조금씩조금씩발전하게되었다.

처음엔어색해서말도잘못했지만, 한마디두마디씩하다보니학교

에서있었던얘기며에버랜드에서하는‘별밤예쁜엽서전’에나도참

Page 44: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872011.0586 여성시대

나맡아열연을했고, 학교에서제일예쁜학생을뽑는학교축제에참가

해‘진’으로뽑히는영광까지얻었다.

별로예쁘지도않은내가‘진’이됐다고하니엄마께서는“니네학교

에그렇게인물이없니?”하며놀리면서도기뻐하셨다.

그리고는김밥을 3칸짜리찬합으로두통이나싸서나를뽑아준반

친구들과함께먹으라고하셨다.

나는이문세의<별이빛나는밤에>를듣고자라면서몸도마음도참

많이컸다.

방송의위력은참대단했다. 나같은천덕꾸러기를사랑받는아이로

만들어주었고, 또‘별밤가족’이라는이유만으로친구들과는가족보다

도더끈끈한우정을자랑하게했다.

문세오빠한마디에울고웃었던우리는지금까지도전화통화를하

며, 전부애엄마가되었다.

가수를꿈꾸던순진이는아들만둘을낳아그큰목청을두아들들에

게만쓰고있고, 나는농촌에서아내이자세아이의엄마가되었다.

그렇게싸우던우리부모님은결국이혼을하셨고, 오빠는싸우지않

고사랑만하며살여자를아직만나지못해혼자살고있다.

나는여전히라디오와함께생활한다.

라디오에나오는모든사람들의이야기는나를화나게만들었다가감

동을주었다가웃음을주기도한다. 어떤영화나드라마보다, 어떤소

설책보다도나를눈뜨게한다.

라디오는귀로만들으면서고추도딸수있고, 감자도캘수있고, 다

른일을다할수있으니얼마나고마운존재인가.

‘라디오야! 니가 있어서 너무 고맙고 감사하고 행복하다. 앞으로도

잘부탁해.’*

여했는데, 뽑혔는지모르겠다며가고싶다는얘기까지했다.

그러면엄마는흔쾌히다녀오라며차비랑용돈까지주셨다.

또새벽시장을다녀오신날이면한숨주무시라고자청해서가게도봐

드렸고, 지쳐쓰러져주무시는엄마를보면서울컥마음이아프기도했다.

나는내입장만생각했지엄마의마음은하나도이해하려하지않았

다. 아빠의사업실패로얼마나힘이드셨을까? 그많은빚청산하려고

얼마나노력하셨을까?

하루에서너시간밖에못주무시고, 어린나이에부모대신큰딸이라

는이유만으로4명의동생들공부시키고, 처녀몸으로애딸린남자와

결혼했는데그남자는사업한다고다망하고사기당한것도모자라아

이들은자기멋대로니, 어느여자가가슴에칼을품고살지않겠는가?

나는같은여자로서엄마의눈물을내가슴속에넣어두었다.

내가고등학교에진학하고도부모님은여전히싸우셨지만나는예전

처럼회피하지도우울해하지도, 죽고싶다고울지도않았다.

대신아빠께딸로서솔직한내심정을말씀드렸다. 사업하실생각마

시고, 엄마랑가게일같이하셨으면좋겠다고, 두분자주싸우시는거

원인제공은아빠가하는것같다고, 싸울때마다심장이두근두근하고

미칠것같고, 너무힘들다고. 또엄마께는내가커서돈많이벌어호강

시켜드릴테니건강만하시라고, 신랑잘만나비행기도태워드린다며

애교도부렸다.

이런나를엄마는예뻐해주셨다.

문세오빠말대로정말, 내가바뀌었더니세상도바뀌었고, 내가웃

었더니웃을일이하나둘씩생기는것같았다.

나는매일매일 <별밤>을들으며자신감있는아이로고교시절을보

냈다. 뭐든지적극적으로참여했다.

학교에서1년마다학교축제를했는데, 나는연극주인공을두번씩이

Page 45: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892011.0588 여성시대

‘국민체조시작! 팔운동하나둘셋넷, 둘둘셋넷. 다리운동하나

둘셋넷….’

1950년대말충청북도중원군주덕면신중리신촌마을, 아침햇살을

받으며국민체조를시작하는구령소리가우렁차게울려퍼졌다.

당시우리아버지는동네마흔세가구집집마다스피커를달아라디

오소리가들리게하는신종사업을시작했다.

충주시내전파사에서성능좋은현대식트랜지스터라디오를준비하

고, 거기에스피커를연결하여마을로전하는방식이었다.

아버지가우리집사랑방에본부를두고, 집집마다선을달아일정한

시간에라디오를중계하고있었다.

아버지가그사업이시작하자온동네사람들이신이나서무척즐거

워했고, 당시초등학교에다니던나는전자산업을하는부잣집아들로

통했다.

동네에라디오라고는이장댁에손바닥만한트랜지스터라디오하나만

있던시절이었다.

나라의중심인서울에서어떤일이벌어지는지세상돌아가는소식도

듣고, 신나는노래도들려오는신식문화는시골촌구석의놀라운사건

이었다.

글 김수영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

아침이면국민체조를필두로, 휘파람소리와함께시작하는<콰이강

의다리> 주제가로시작하는<오늘도희망차게>, 그리고점심시간에는

<김삿갓 북한방랑기>, 저녁에는 그 유명한 <재치문답>·<희망 관광

열차>·<유쾌한 응접실>, 연속극으로는 <열두 냥짜리 인생>·<임금

님의첫사랑>·<청실홍실> 등이집집마다울려퍼졌다.

그때유행하던노래는이미자의<동백아가씨>, 배호의<돌아가는삼

각지>, 문주란의 <동숙의 노래>가 인기여서 동네 젊은이들은 노래를

따라하며농사일도하고, 개울에서빨래도하며어려운시기를보내고

있었다.

스피커사업은아버지가인생을걸고목돈을들여시작한일이었지

만, 수입은기대만큼좋지못했다.

한달에얼마씩정기적으로스피커요금을받아야수입이되는데, 보

리거둘때보리한말, 가을에쌀한말씩받는것으로는수입이시원치

않아서우리육남매공부가르치고키우기엔턱없이부족했다.

아버지는욕심을부려이웃마을까지스피커사업을확장했는데, 그

해말에는이동네저동네무려350개의스피커를달아서우리아버지

는현대문화전달자로칭송이자자했다.

설비자금이부족하여두어마지기있던논배미를팔아사업자금을

보충하였고, 인력이부족하여읍내기술자두명을불러이젠남들이보

기에제법사업이활발한것처럼모양을갖추었다.

스피커사업은우리가정에혁명이일만큼대단한성공을거두었다.

그러나그사업이하루아침에물거품이되는사건이일어났다.

1959년가을, 추석이얼마남지않은오후였다. 우리가살던주덕면

들판에저멀리시커먼구름이몰려오는가싶더니, 귀를째는듯한, 어

머어마한천둥소리와함께엄청난태풍이불어온것이다.

내아버지를죽인

라디오

Page 46: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912011.0590 여성시대

어린나는신작로에서있다가바람에날아가논바닥으로나뒹굴었

고, 집앞개울에서빨래하던엄마들이갑자기밀려오는홍수에떠내려

가고, 언덕에매어있던황소가호박, 돼지와함께떠내려가는가하면,

누렇게익어가던벼이삭이순식간에휩쓸려바다가되어버렸다.

벗겨진신발을못찾아맨발로달려간우리집은지붕이날아가버려

안방에소낙비가쏟아져얼굴을때렸다.

마당에장독이깨져간장·된장이진흙속에범벅이되고, 엄마는쓰

러지던가로수에이마가찢어져피를흘리고있었다.

그러나무엇보다우리집전재산이던사랑방의라디오중계시설이

완전히파괴되어못쓰게되었다.

사라호!

그태풍사라때문에전국에서무려 1,000명이죽었으며 6·25전

쟁이끝나이제겨우살아보겠다고몸부림치던사람들을캄캄한절망에

빠뜨리고말았다.

그리고사라는우리가정도완전히황폐하게만들어버리고말았다.

아버지가운영하는스피커의날씨예보시간에아버지가라디오를켜

놓지않고좋아하던전통가요로주민들의귀를멀게한것이화근이되

었다.

여기저기서“그딴놈의벌소리(음악)만 들리게하면뭐혀? 뉴스도

들어야지!”

“태풍소리도안들리게해놓고무슨낯짝으로스피커짓을해먹는디

여.”

“황금심·남인수·배호가밥먹여준디여?”

하며아버지를원망했고, 더구나온마을의스피커는모두물살에떠내

려가버려회수도불가능했다.

그리고남아있던몇몇집도그해농사를완전히망쳐수금을하나도

못하고말았다.

아버지는사업에실패하자시름시름앓다가무슨병인지치료도제대

로받지못하고이듬해돌아가시고말았다.

우리엄마는눈물속에육남매를이끌고피난보따리같은봇짐을싸

들고무작정상경하여서대문밖홍은동산동네에게딱지같은판잣집에

세살며영천시장에서보따리장사로우리를굶지않게하셨다.

어머니는근처에서우리아버지를죽인라디오소리만들리면, “야,

Page 47: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932011.0592 여성시대

시끄러워! 그거끄지못해?”하며신경질이었고, 야간중학교에다니던

내가 피세영·이종환·최동욱이 진행하는 <두시의 데이트>·<세 시

의다이얼>·<탑튠쇼> 같은 팝송프로를들으면“솰라솰라하는그거

듣기싫으니께안치워? 망치로뽀개버릴겨!”하며야단치셨다.

나는아침에조간신문돌리고, 낮에는건재상에서점원으로일하고

점심도굶고오후4시에야간학교에다녔다.

독한마음으로공부열심히하여나도언젠가는부자가되리라이를

악물었다.

누나가다니던청계천피복공장의불빛을보며밤열한시가넘어집

으로돌아오는힘없는귀갓길에도라디오는어김없는내친구였다.

배가고파창자가쓰린것을참으며귀에들려오는문화방송의<절망

은없다>·<밤의플랫홈> 그리고 <밤을잊은그대에게>·<밤의디스

크 쇼>·<별이 빛나는 밤에>는 내 질긴 목숨의 피안이자 쓰러져가던

나를지탱하는지렛대였다.

나는라디오중독자면서한편으로는팝송마니어가되었다.

희망사항이부자에서유명한화가로바뀌어미술학원에다니면서석

고와씨름을하면서하루열두시간씩라디오를들었다.

라디오에서들리는비틀즈·비지스·존바에즈·존뎀버·캐니로

저스·로이클락·발 딜런·루 크리스티 같은 팝 싱어의 감성에 젖었

고, <해 뜨는 집>·<슬픈 로라>·<검은 돛배>·<새디스트씽> 같은

슬픈곡에빠져들었다.

아침방송진행자인김세원·김미숙의목소리그리고김광한·김기

덕의목소리는내친구목소리나마찬가지였다.

비싼미술재료비가없어눈물이날때면풋치니의<히브리포로들의

합창>·<루비튜스데이>를흥얼거리며연필데생에청춘을불살랐다.

점심때들려오던 <유공쑈>의이기동·배연정·이대성·권귀옥·

이순주의발랄한목소리, 임국희씨의<여성살롱>은내정신세계를살

찌우는보약이었다.

1962년이던가? 내가그림감상을위해인사동에갔던날을잊지못

한다.

인사동에들어서첫사거리, 검은 자개농이가득하던동일가구라는

곳이있고, 그건물위층에문화방송이라는글자가보였다.

내생애처음으로본방송국건물이었다.

별로화려하지도커다랗지도않았지만그곳이, 전국으로퍼져나가는

라디오의목소리가시작되는곳이란걸알고, 한참동안넋을잃고바라

보았다.

커다란꿈을펼치며스피커사업을하던내아버지를결국죽음으로

몰고간유혹의라디오.

영양실조로 피죽같이 마른 얼굴에 실낱같은 희망을 실어 전해주던

곳, 그리고전국의꿈잃고방황하던백성들의마음을다독여주던곳이

란생각에그저멍하니한참을바라보았다.

이제50년의세월이흘러, 나는머리가희끗희끗한노인이되었고, 작

은화실에서세상에없는색채와형상을찾아가는서양화가가되었다.

오늘도유난히길고추운겨울을이긴앙상한나목이늘어선거리를

걸어출근하여화실문을연다. 그리고제일먼저물감이덕지덕지묻은

오래되고낡은라디오를켠다. 그림을그리기위해하얀캔버스앞에앉

는다. 화려한컬러를듬뿍칠해힘껏붓을잡는다. 하루열시간씩내인

생의둘도없는단짝라디오와함께희망의푸른색을칠하고기를모아

욕망의세계를그린다.

라디오는내미술세계를보상없이도와주는맑은소리를쉬지않고

들려준다. *

Page 48: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94 952011.05여성시대

4월말고은시인의강연과내노래가만

나는 시간이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뵈었

다. 《만인보》완간기념으로모임이있었을

때, 그곳에서<세노야>를불렀는데그후로

도 세월이 훌쩍 지나버렸다. 고은 시인은

어쩌면 그렇게 여전하신지 세월이 그분만

비껴간모양이다.

그분을처음만난건라디오방송을통

해서였다. 재수할때귀기울여들었던기

독교방송심야프로그램<꿈과음악사이에>에서매일그분은짤막하니,

그러나깊은느낌의<세노야>라는코너를진행하셨다. 그날그날의느낌

을쓴수필을읽으셨다. 시인이직접쓴글과음성이어린내귀를잡아

당겼다. 그때가1970년이었다.

그로부터 2년후, 그분이사시는방을창문을통해들여다볼기회가

있었다. 책장에책이가득했다. 정릉사는내친구네집마당옆에시멘트

블록으로방을만들어사신다는데그때방주인은그곳에안계셨다. 그

분의기행에얽힌이야기만친구의입을통해들었다.

실제로고은시인을뵌건 1977년도쯤이었다. 복학해서학교다닐때

였던걸로기억한다. 처음뵀는데약주가거나하셔서날보시고는“스물

일곱살에죽어서넌전설이될거다.”계속그말만하셨다. 어린마음에

그말이와서콕박혔다.

1978년, 내나이스물일곱살의10월. 내가탄버스가대관령내리막길

에서브레이크파열로전복됐다. 난두달동안입원했다. 목·허리등을

다쳐서그후로도오랫동안고생을했다.

며칠전, 고은시인을만났을때“짐을벗으려고하지마라. 그걸내려

양희은의스튜디오에서

놓으면넌바로죽음이야. 해방되지말아라.

넌시대의짐꾼이야. 어마어마한짐을지고

가니까양희은이지, 그렇지않으면넌뭐니?

왜양희은이냐? 넌부모도없고, 이웃도없

어. 네가 부모가 되고, 이웃이 되어주고 네

양팔을 날개처럼 펴서 많은 이들에게 이웃

이되어줘야해”그러셨다.

조신하게 듣다가“선생님이 저 스물일곱

살때만나서스물일곱살에죽어전설이되

라고하셨잖아요? 실제로스물일곱살에차

사고나서두달이나병원에입원했었어요.”말씀드리니“어머, 그러니.

몰랐다. 난정말몰랐다. 얘.”시인은수다떠는동네아줌마처럼그렇게

말씀하셨다.

강연중에시인과나의담화시간이이어졌는데시인은계획된구성안

에서벗어나우리끼리자유롭게얘기하자고하시더니‘술’과‘격류’라는

단어로주제를골라이어가셨다.

“양희은은노래를툭툭던졌다, 던지듯이불렀다, 물살로표현하자면

폭포같았다”고말씀하셨다. 나는다른이에게비쳐진내모습이생경했

다. 도대체나의어떤모습에그렇게느끼게할까! 알수가없다. 고은시

인의《만인보》중<양희은>편을잠시보자.

응혈의음색/투원반의음향/슬픔도슬픔이아닌의지//겨울공화국나뭇가

지들에바람이걸려울었다//양희은과/양희은의비겁할줄모르는통기타//

치사할줄모르는노래/이셋이시대의자유를꿈꾸었다모두와함께….

그날은내다큐멘터리를찍는팀이아침부터밤까지쭉따라붙었다.

끝내고30대의그들이말했다.

“선생님도누군가의앞에선어린사람이었네요.”만남의여운이진했다. *

시인의강연과노래가만나다글양희은여성시대진행자

Page 49: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신비주의를표방하는배우나가수가있

기도하고, 누구누구처럼서민의이미지로

팬들과친근하게지내는스타도있다.

물론신비주의를추구하는연예인에비

해서친근한이미지의연예인은폭발적인

인기는 없을지 모른다. 어떤 방향을 택하

든그것은돈벌이의수단이기보다는그사

람의태생적성향이아닌가한다.

태어나길서민적이고, 인화력이있고, 사람들사이에섞이길좋아하

는스타는신비주의스타일이답답해서견디지못할것이다. 반대로수

줍음많고, 대인관계에서자신감이좀결여되었거나, 상처를많이받는

스타일의스타는신비주의가몸에맞는양복같을것이다.

요즘세간의화제인신비주의를표방하는대표적인모가수와여배우

의소송이화제다. 그들의사생활에는애당초관심이없다. 다만신비주

의든 아니든 남녀관계는 별개의 일이라는 생각이다.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도그아내를숨겨진여자로살게하는것은나같은체질에서는불

가능한일이다.

도대체뭐가더중요할까? 세상살면서돈을번다는것은워낙중요한

일이고, 꼭필요한일임에틀림없다. 그러나진실한사랑을하고가정을

꾸리고지키는것도어쩌면돈을많이버는것보다중요하다고생각할

강석우의스튜디오에서

수도있다.

돈을 더 벌기 위한 수단으로의 인기를

지속하기 위한 것과 아내를 사랑하는 것

과맞바꿀수있는정도의사람이라면너

무철저한사업가이거나아내를사랑하지

않거나일것같다.

순전히내생각이다.

세상은 변했다. 스타가 스타이던 시절

이있었다.

지금으로부터30, 40년이전얘기다. 그때는스크린이아니면배우를

볼수없는지금과는다른시절이어서텔레비전이나엄청난숫자의매

체를통해서친근하게연예인을만나는지금과는비교할수없다.

리얼프로그램을봐도그렇고, 이제는팬들과얼마나친근할수있는

가가스타의생명을연장하는길이되어버렸다.

미국의유명한골퍼아놀드파마를미국인들은너무좋아한다. 미프

로골프를세워놓은공도있고, 골프를잘치기도하지만그는언제나팬

들에게친절하고, 특히어린아이를보면그냥지나치는법이없다.

친절하기에존경받는다.

스타를막연히존경하던시대는아닌것같다. 우리는이미너무많은

것이벗겨져있기때문이다. *

스타와사생활

글강석우여성시대진행자

972011.0596 여성시대

Page 50: *표1234(5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5.pdf · 2017-03-14 ·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992011.0598 여성시대

안녕하세요. 새롭게<여성시대>의가족이된장수연PD입니다.

‘잉? 지난호에정영선PD가새로운가족의탄생어쩌구하더니?’

라고생각하시는분들많죠? 그래서지난6개월간<여성시대>에서명

멸해간조연출들을한자리에모아봤습니다. 오른쪽이하정민 PD,

왼쪽이정영선PD 그리고가운데가이제막<여성시대>에입성한저

입니다. 6개월, 혹은 1년 단위로 프로듀서들이 바뀌는 게 보통인

MBC 라디오에서한학기동안이렇게많은조연출들이치고빠지다

니, 낯선풍경이긴한데요.

글쎄요, 공전주기가특이한‘핼리혜성’정도로생각해주시면어

떨까요?

어쨌든느닷없는공전주기로<여성시대>에등장하고나서제가제

일먼저한일은‘신춘편지쇼’예심이었습니다. 2,000여통의편지를

읽으며점수를매기는것, 쉽지않더군요. 청취자들이한자한자마

음으로꼭꼭눌러쓴편지는그야말로그분들의인생이었습니다. 그

삶, 그시간들을읽어내려가다보면이게‘눈의노동’이아니라‘마

음의노동’이구나싶었습니다. 조금오버해서표현하자면, 배우들이

연기하는일, ‘감정노동’하는심정이었다고나할까요? 헌데읽는것

도이렇게힘든데여기에점수를매기고순서를정해야하다니요. 양

귀자선생님의심사평대로‘제각각무게가태산’인편지들을앞에두

고, 양손에떡을쥔아이처럼울상일수밖에없었습니다.

장PD의사소한이야기

어찌저찌시간이흘러신춘편지쇼시상식까지마무리가

되고 나니, <여성시대>에서 처음 맡은 업무가 신춘편지쇼

작업인 것, 신춘편지쇼의 글제가‘라디오’인 것이 저에게

얼마나큰행운인지깨달았습니다. 방송에조금씩익숙해져

뭔가아는듯착각하고있는입사3년차, 라디오에관한글

들을읽으며나의붕뜬마음을다시벼리는시간이었거든

요. 네, <여성시대>는, 라디오라는매체는그렇게어쭙잖은

겉멋으로만들수없는거지요.*

마음을

벼리는

시간

글장수연여성시대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