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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2011. 08 (주)문화방송 08 2011 August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서로 기대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와 우리 여성시대가 흐르는 곳 끝나지 않는 동화마을 이야기 이달의 편지 헌혈증과 식빵 외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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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표1234(8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8.pdf매월10일 기업은행에서무료로배포하며, 이웃과함께보면감동이2배로늘어납니다

라디오

20

11

. 08

(주)문화방송

082011•August

◆여성시대가족을찾아서

서로기대고있는외국인근로자와우리

◆여성시대가흐르는곳

끝나지않는동화마을이야기

◆이달의편지

헌혈증과식빵외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Page 2: *표1234(8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8.pdf매월10일 기업은행에서무료로배포하며, 이웃과함께보면감동이2배로늘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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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대가흐르는곳

끝나지않는동화마을이야기

이달의편지

헌혈증과식빵외

여성시대가족을찾아서

서로기대고있는외국인근로자와우리

행복을찾는사람들

독보적인기술력자랑하는냉동공조전문기업

코너속편지

편의점점장이되기까지외

부부클리닉

부부살이, 잔뿌리를늘려라

아이와함께자라는부모

아이와긍정적인관계를만들자

그사람의도전이야기

상처와아픔을보듬어문학으로완성한작가- 신경숙

양희은의스튜디오에서

어디만큼왔니?

강석우의스튜디오에서

걱정인형이필요해

장PD의사소한이야기

빨리가면안돼생각하며가야지

기업은행협찬의월간여성시대는

작지만큰감동을전하고자합니다.매월 10일기업은행에서무료로배포하며,

이웃과함께보면감동이 2배로늘어납니다.

발행_2011년 8월 10일발행인_(주)문화방송대표이사_김재철

등록번호_라-5413 편집·제작_B&M 커뮤니케이션(02-2272-6046)

※본지는한국도서윤리위원회규정을준수합니다.

진행_ 양희은, 강석우 프로듀서_ 안혜란, 장수연 방송_ MBC라디오 매일 아침 9:05~11:00 인터넷 주소 www.imbc.com

방송중열린전화_ 02-368-1500 문의_ 02-789-1339 주소_ (150-604) 서울 여의도우체국사서함 400호표지_ 김성신

2011.08+AUGUST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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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시대/월간지/비매품/2011년 8월호

Page 3: *표1234(8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8.pdf매월10일 기업은행에서무료로배포하며, 이웃과함께보면감동이2배로늘어납니다

여. 성. 시. 대. 04

대부분동화의시작은‘옛날, 아주먼옛날어느

마을에…’로시작합니다.

그러나경기도화성시봉담읍동화마을이야기의시작

은‘지금여기동화마을에는행복한아이들과엄마가살

고있습니다…’로시작됩니다.

마을이름이‘동화마을’이라그런지, 이곳에서는동화

가현실에서이루어지고있습니다. 아침이면아이들이하

나둘 엄마 손을 잡고 놀이터에 나옵니다. 아이들은 놀이

터에서 마음껏 뛰놀고, 엄마들은 놀이터 옆 정자에 모여

앉아이야기꽃을피웁니다.

손에는 각각 삶은 감자와 잘 익은 수박, 시원

한냉커피, 시골에서방금도착한복숭아가들

려있습니다. 가져온음식들을한상가득차려

놓으면대궐집잔칫상이결코부럽지않습

니다. 아이들은 뛰노는 중

간 중간 간식으로 배

를채우고, 젊은엄마

들은 살림살이며 육

아 방법을 입에서

글 I 성기애(여성시대작가) 사진 I 함수현여성시대가흐르는곳

끝나지않는동화마을이야기

경기도화성시동화마을의홍혜연씨를찾아서

여성시대가족홍혜연씨와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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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2 0 1 1 . . + A U G U S여. 성. 시. 대. 06

옆집에누가사는지도모른다는아파트촌이대부분이라지만동화마

을엄마들은피붙이보다진한정을나누며삽니다. ‘그후로도오래도

록행복하게살았답니다’를위해오늘도아름다운이야기를만들어갑

니다.*

입으로전합니다.

한집에아이들이둘셋은기본이고, 많게는넷인집도있어몇집만

모여도웬만한유치원규모가됩니다.

4년전, 이곳국민임대주택으로이사하며언니, 동생이된젊은엄

마들은이제한식구와다름없습니다. 서로아이들옷을물려입히고,

누구네집에무슨일이있다하면한달음에달려갑니다. 아이를봐주

고, 두팔걷어붙이고일도돕습니다.

여성시대가족홍혜연씨는이곳에서왕언니대접을받고있답니다.

다른엄마들에비해나이도많고, 사람들을아우르는넉넉한마음이있

어어느새왕언니가되었답니다.

가끔저녁모임이만들어지기도합니다. 그런날은누군가의생일입

니다. 밤 10시, 아이들을남편에게맡겨두고동네호프집에모여앉습

니다. ‘누구 엄마’라는 호칭을 이날만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서로의

이름을부르며‘나’와‘너’로만납니다. 육아에지친엄마들이‘나자

신’이되는아주특별한날이지요. 한집에아이들이

둘셋은기본이고,

많게는넷인집도있어

몇집만모여도

웬만한유치원규모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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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2 0 1 1 . . + A U G U S여. 성. 시. 대. 08

일러스트레이터김성신

이달의편지

“사장님, 식빵주세요. 여기헌혈증있어요.”

한학생이가게에들어와헌혈증을보여주면서식빵을달라고한다.

“네. 그럼헌혈증주세요.”

“어! 헌혈증드려야식빵주시는거예요?”

“그럼요. 헌혈증을주셔야식빵을드리지요.”

“그래요. 전보여주기만하면되는줄알았죠. 히히.”

“그럼저도식빵을보여만줄게요. 헤헤.”

“그럼이번엔안되겠네요. 이건제가처음받은헌혈증이거든요. 이

건기념으로코팅을해서보관을할거예요. 다음에헌혈하고그때가져

올게요.”

“그래요그때꼭가져오고, 이빵하나먹으면서가요.”

저는그냥가려는학생에게소보로빵하나를건넸습니다. 학생이가

게문을나서면서쑥스러운지뒤도안돌아보고뛰어가네요. 저희빵집

에서는손님들이헌혈증을가게로가져오면식빵으로교환을해주고있

습니다. 식빵과헌혈증이전혀어울릴것같지않다고요? 그렇지만우

리빵집에서만큼은궁합이아주잘맞는답니다.

제가헌혈증을모으게된것은가게를열기전, 직장생활을할때고

Letter 01

헌혈증과식빵

고재영경기도 군포시 오금동

09p_헌혈증과식빵

13p_ 주인집할머니가사는법

17p_마트직원의눈물

20p_ 노부부의사랑이야기

23p_고마운친구

26p_ 여성들의건망증

29p_ 귀파주는선생님

33p_지독한고독

36p_ 할머니의텔레비전

39p_엄마의방송욕심

43p_큰며느리의제사준비

47p_ 꽃띠청춘외할머니

2011년 6월 1일부터 30일까지

방송된사연들중

가려뽑아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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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2 0 1 1 . . + A U G U S여. 성. 시. 대. 10

래서가게를열고부터‘어떻게하면헌혈증을많이모아서드릴수있을

까?’고민하다가우리천사(집사람이자우리빵집회장님)에게“어떤빵

집에서나가장인기있고누구나좋아하는식빵과헌혈증을바꿔주면

어떨까?”하고이야기했는데우리천사도“그거좋은생각이네, 그렇게

하면헌혈증을더많이모아서보내드릴수있겠네”하고적극적으로

동의해주어서그때부터헌혈증과식빵의교환이시작됐습니다.

처음시작을했을때는손님들도반신반의했습니다. 하지만모아진

헌혈증이무상으로필요한사람에게전달이된다는사실을알고부터는

많은분들이헌혈증을가져오셨습니다.

그렇게6개월동안모아진헌혈증을고향에사는선배에게보내드렸

습니다. 그리고6개월뒤에는고향선배에게헌혈증을보내는일을멈

췄습니다. 그 아이가 백혈병을 이기고 완치가 됐기 때문이죠. 그때의

기쁨은말로표현을못할정도였습니다.

더이상헌혈증을모을개인적이유는없었지만헌혈증을모으다보

니의외로헌혈증을필요로하는분들이많다는사실을알게됐고, 그래

서이행사를멈출수가없었습니다. 그렇게시작한게벌써5년째네요.

그동안저희가게에서식빵과교환해모아서전달한헌혈증이한800

여장쯤됩니다.

지난5년동안헌혈증을가져온많은분들중가장기억에남는분은

문화해설사로 활동하며 80여 회 헌혈을 하신 한덕택 형님입니다. 이

형님은헌혈 100회를채우기전까지는해외여행도안가신다고할정

도로열심히헌혈을하시는분입니다. 헌혈중독자라고할만큼틈만나

면헌혈을합니다. 아마지금도어딘가에서헌혈을하고있을지모르겠

네요. 이형님은주변에서도헌혈증을모아서저희가게에가져다주시

죠. 그래서인지지난5년동안가장기억에남는헌혈증기증자입니다.

향에사는선배아들이군에서백혈병에걸렸다는진단을받으면서시

작됐습니다. 하지만직장생활을할때는만나는사람이한정돼있어서

그런지헌혈증을모으는게쉽지가않더라고요. 그래서한달에두장

모으기도힘들었습니다.

돕고싶은마음은간절했으나마땅한방법이떠오르지않았지요. 그

6개월뒤,

고향선배에게

헌혈증을보내는일을

멈췄습니다.

그아이가백혈병을이기고

완치가됐기때문이죠.

그때의기쁨은말로표현을

못할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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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2 0 1 1 . . + A U G U S

지금까지저는헌혈증을모으면서헌혈증을가져간사람이누구인지

어디에쓰이는지궁금해하지않습니다. 저도사람이기때문에어떤사

람이가져갔는지를알면‘그사람이나에게뭔가를해주지않을까?’하

는대가를바라는마음이생길수있기때문이지요. 제기억력은3초인

데, 이럴때는저의형편없는기억력이고맙기까지합니다.

그동안 헌혈증을 모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맨 처음

헌혈을하고헌혈증을가져온고등학생, 친구들끼리단체로헌혈을하

고찾아온학생들, 자기도어려울때헌혈증을무상으로기증을받았다

며그동안모은헌혈증을가져오신분, 이유도말하지않고막무가내로

헌혈증을달라고찾아온사람, 가슴저미는사연을이야기하며헌혈증

을달라는분등. 그래도가장기억에남는사람들은헌혈증을들고빵집

을찾아주시는분들입니다.

이분들은진정으로나눔을실천할줄아는분들입니다. 자기피를다

른분들께나누어주는분들이니까말입니다.

그분들에비하면제가하는일은헌혈증이있는사람과헌혈증이필

요한사람들을연결해주는아주작은일일뿐입니다.

물론어려운점도있습니다. 계속하기는해야하는데주변의오해부

터불경기와원재료비상승으로인해현실적으로부딪치는금전적인문

제까지어느하나쉬운일이없네요. 하지만주변에서아무리오해를하

고, 금전적으로손해를본다해도저는이일을계속하고싶어요.

봉사는 나를 희생함으로 인해 진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니까 말입

니다.

여성시대가족분들도지금장롱속이나책상서랍속, 지갑속에서조

용히잠자고있는헌혈증을찾아서정말헌혈증이필요한분께드리세

요. 아니면헌혈증을들고저희빵집에오시면식빵으로바꿔드립니다.

오늘헌혈한번하러가시지요.*

여. 성. 시. 대. 12

며칠전, 육지에서근무할때같이살았던친구와 10년여만에통화

를하게됐습니다. 그런데그친구와지난옛일을이야기를하던중우

리가잠시살았던다세대주택주인할머니가돌아가셨다는이야기를들

었습니다.

당시사회초년생인우리에게너무나무서웠던주인집할머니였습니

다. 겉으로야무섭게하셨지만속마음만은우리네어머니처럼뜨거워서

감히그사랑의온도를느끼지못할정도로깊고따스한마음을가진분

이셨죠. 그할머니와의기억이주마등처럼스쳐지나갑니다.

10년전, 직장생활을하던저는경기도안산고잔동에서잠시산적

이있습니다. 당시친구2명과함께돈을모아서한자그마한다세대주

택지하를얻어사글세로생활했습니다.

입주당시부터주인집할머니의서릿발처럼엄한모습에우리는주눅

이들었습니다. 그리고워낙예민하신분이라우리는술을먹거나야근

을해밤 12시가넘으면직장이나아니면근처여관에들어가잠을잘

정도로할머니를무서워했습니다.

그런데알고보니주인집할머니는표정과말투만무서웠지마음은

Letter 02

주인집할머니가사는법

양지훈제주도 제주시 용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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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2 0 1 1 . . + A U G U S여. 성. 시. 대. 14

그집에대해좋지않은감정이있어서그런지는몰라도옛날같으면

서로집으로데리고가서밥을먹이던지언니·오빠들과놀게했을텐

데, 신뢰와따뜻한정이돈몇푼으로인해하루아침에무너졌던지아무

도살갑게보살피는사람들이없더군요.

그러던어느날아침, 다세대주택에“드르릉, 드르릉”하면서전기

드릴소리가들렸습니다. 그리고각층의세입자들은주인집할머니와

‘알루미늄새시김씨’의방문을받았습니다. 그리고는2층과3층안방

을비롯해건넛방과공부방등에뭔가를달기시작했습니다. 그건바로

보통아파트베란다에설치하는‘어린이들이창밖으로떨어지지않게

막는망’이었습니다.

그날저녁, 할머니는세입자모두를1층자신의집으로초대하셨습니

다. 할머니는사람들이다모인앞에서“돈몇푼때문에그렇게도가족

같던사람들이멀어지는것을보고마음이너무나아팠다”며201호분

에게는격려를, 다른세입자분들에게는예전으로돌아갈것을진심으로

요청했습니다.

너무나따뜻하신분이었습니다. 할머니는우리가외지에서온젊은사

람들인것을알고는지하로내려오셔서“김치를먹다너무시어서, 그

리고좀남아서주려고왔어. 먹기싫으면말고”하고는많은양의김치

를퉁명스럽게내려놓고서는올라가시곤했습니다.

그러한주인집할머니의마음을진정으로알수있는사건이있었습

니다. 당시다세대주택은지은지족히10년이상돼보이는낡은집이

었습니다. 할머니내외두분이 1층에사셨고, 2층에 2세대, 3층에 2

세대그리고지하에우리까지총6세대가함께살았습니다.

지하에사는우리와달리다른분들은주인집할머니내외분과가족

같은분위기였습니다. 여름이면다세대주택에기거하는사람들이모두

옥상에올라가수박파티를벌이기도했고, 겨울에는한집의수도배관

이터지거나난방기가고장나면고칠때까지돌아가면서숙식을같이

하기도했습니다.

그런데가족같은분위기를자랑하던다세대주택사람들사이가틀

어지는일이생겼습니다. 그건바로 201호아저씨가자그마하게운영

하던가게가부도가나면서다세대주택사람들에게빌린돈을못갚게

된것입니다. 이로인해아침부터저녁까지사람들이왔다갔다하면서

2층에서고함소리도들리고, 무언가깨지는소리도들려왔습니다. 그

러다보니경찰차가하루가멀다하고왔고요.

한동안정신이없었습니다. 특히주인집할머니도꽤큰금액의돈을

그분에게꾸어주었다고하더라고요. 그런일이있은후2층아저씨는

한동안보이지않았고, 아주머니도새벽에나갔다가우리가출근할시

간에돌아오기도했습니다.

그런데그201호에사는분들에게는여섯살짜리딸이한명있습니

다. 다소지능이떨어지는여자애인데갑작스럽게집안사정이이렇게

되자그아이를제대로보살피는사람이없었습니다.

세희를보고

내가많은것을깨달았지.

그놈의돈이

그동안

미운정고운정을쌓아온

우리마음까지

막아버렸다는걸말이야.

내가참으로어리석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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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불과 1년전까지만해도대형마트의서비스담당관리자로근

무를했습니다. 대학을졸업하고뭔가해보겠다며입사한유통업체는

일하는사람도, 고객도참많은곳이었습니다. 항상생기가넘치고, 재

미있는일이늘벌어지는신나는일터였습니다. 언제까지라도이곳에서

일하고싶었습니다.

그생각이바뀐것은입사10년이다되어가던즈음둘째를임신하고

나서였습니다. 급작스럽게걸려온전화에서는우리부서에서가장친절

하기로소문난직원의목소리가떨리고있었습니다.

“과장님, 어서와보세요. 고객님이화가많이나셨어요. 무조건점장

나오래요.”

떨리는목소리를가다듬고물어보았습니다.

“언니, 왜그래요? 무슨일있었어요?”

화가난고객을하나둘상대해본것은아니었지만목소리에서느껴

지는긴박감에저도모르게긴장이되었습니다.

알고보니마트에서특정카드로구매하면주는 A와 B라는선물이

있는데B선물이당일매진이됐답니다. B선물을받고싶었던한고객

이나중에라도받기위해서이름을적어놓고갔다고합니다. B선물이

어색했던사람들의마음이조금은풀렸는지차갑게대했던201호분

들에게말을걸기시작했고, 이후에서로예전의모습으로웃으며차를

마셨습니다.

그때301호아주머니가갑작스러운공사에대해묻자할머니는“내

가친목모임때문에외부에갔다가돌아오는데2층세희(201호6세여

자애)가창밖으로아슬아슬하게몸을내밀고는비눗방울을불고있더라

고. 그걸보고곧바로‘알루미늄새시김씨’를불렀지. 사업으로인해

마음이좋지않은데만약애까지다치게되면젊은내외가실의에빠질

것같아서. 그리고이왕하는데다른집에도애들이있으니까나머지집

도다해버린것이야”라고호탕하게웃으셨습니다. 그리고는“세희를

보고내가많은것을깨달았지. 그놈의돈이그동안미운정고운정을

쌓아온우리마음까지막아버렸다는걸말이야. 내가참으로어리석었

어!”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랜만에 다세대 주택은 웃음소리가 들렸

고, 그날이후로더욱더좋은관계가유지되었습니다.

그후저는직장을정리하면서주인집할머니내외분과세입자들그

리고지하실친구들과헤어졌고, 세상살이에바쁘다는핑계로당시일

을서서히잊어버렸지요. 그렇게앞만보고세상을살아가다친구의전

화를받고주인집할머니를통해깨달았던따뜻한우리네이웃간의정

을새삼스레떠올렸습니다.

하늘에서도무뚝뚝한얼굴로내려다보실것만같은할머니. 당신이

오늘너무나그립습니다. 그때할머니가보여준모습에대한기억은점

점물질만능주의가팽배하고, 첨예한대립과경쟁으로서로에게냉정해

지는사회에서냉혈한으로살아가던저에게반성의기회를주었습니다.

또제가따뜻한심장의사회인으로거듭나도록일깨워주었습니다. 다시

한번진심으로삼가조의를표합니다.*

Letter 03

마트직원의눈물

애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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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2 0 1 1 . . + A U G U S여. 성. 시. 대. 18

오라고했잖아. 너같은년말고남자데리고오라고.”

때마침상급자인OO 차장이도착했고, 저는그방에서나왔습니다.

어찌나속상하고눈물이나던지요. 결국그손님은본인이원하는대로

B선물보다더좋은제품을무상으로받고신나게마트를떠났습니다.

그러나그고객보다저를더욱아프게만들었던것은상급자의질타

였습니다.

“OOO 과장, 서비스업무를얼마나했는데아직까지그러면되겠어.

내가잘설득해서보냈으니다음엔이런일없도록해.”

그날이후, 10년간의제경력과앞으로의비전을두고고민했지만직

원의, 아니한개인의인권이나자존감보다더중요한그놈의서비스가

하기싫어퇴사했습니다.

날이갈수록느는게마트와마트에서일하는직원들이라는말이있

습니다. 그만큼경쟁이치열해질테고, 서비스역시차별화가이뤄지겠

지요. 그러면서직원들의피눈물도늘어날거고요.

회사라는조직이한순간에바뀌어직원위주의시스템이될리는만

무하겠지요. 그래서그조직에있었던한사람으로서제가할수있는,

또꼭해야하는한가지를실천하려고합니다.

‘좋은손님되기!’

마트나홈쇼핑에서내가손님의입장에서있을때판매자입장을더

배려하고혹시나화가나거나불합리한부분이있더라도되도록고객

엽서등을통해서차분하게제기하려고합니다.

더운날씨에불쾌지수가많이올라가는계절입니다. 마트에서일하는

분들도한가정의어머니이자우리의이웃이고, 소중한인격체라는사

실잊지말아주세요. 너무화가나는일이생기더라도‘실수했겠지’하

고한번이해해주면어떨까요?*

추가로입고되어직원중누군가가선물을수령하시라고해당고객에게

연락을드렸는데, 그손님에게연락한걸몰랐던다른직원이B선물을

다른고객에게줘버렸던것입니다. 결국그손님은B선물을찾으러왔

다가A선물밖에없자화가난것입니다.

9개월의만삭의배를부여잡고뛰어서그손님에게갔습니다.

“고객님, 너무죄송합니다. 저희직원이실수를했습니다. 저희가B

선물이들어오면댁으로보내드리면어떨까요?”

손님은제배와얼굴을번갈아보더니말했습니다.

“어디서재수없게, 여자가나와서뭐래. 야, 너말고더높은사람나

오라고해.”

순간당혹감과수치심으로눈물이나올것같았습니다. 하지만나이

가 어려도 상사라 믿고 있는 수많은 직원들의 눈빛이 느껴져 꾹 참고

‘더당당해야지물러서면안돼’하고마음먹었습니다.

“고객님이원하신다면상급자를불러드릴수도있지만이업무와관

련해서는제가책임자입니다. 다른상급자가온다고해도고객님의불

편사항에대해서는저보다잘처리해드릴수없습니다.”

그리고는손님을고객상담실이라는곳으로데리고들어갔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그손님손에들려있던비닐봉지속의과자며물건들이제

게날아오기시작했습니다. 큰물건은아니었지만과자가불룩한제배

에, 제아기에맞았을때는저도흥분이되었습니다.

“고객님! 지금임산부인저를폭행하시는건가요? 지금행동에책임

지실수있겠어요? 여기는CCTV가녹화되고있습니다. 알아서행동

하세요.”

그제야그손님은뭔가두려웠는지더이상물건을던지지않았지만

대신입에담을수없는험한욕설을하기시작했습니다.

“야이 XX년아, 그러니까내가여자는재수없으니까남자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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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성. 시. 대. 20 21 2 0 1 1 . . + A U G U S

공호흡기를하게되었습니다. 응급조치가끝난뒤가족면회시간이이

어졌습니다. 할머니의보호자로여든이다되어보이는할아버지한분

이들어오셨습니다. 인공호흡기를달고수면유도제를맞아주무시는할

머니를할아버지는그저눈물을흘리며바라보고계셨어요.

중환자실의특성상하루두번30분의면회시간외에는가족들이계

속옆에있을수가없기때문에30분후할아버지는중환자실을나가셨

습니다.

그리고다음날면회시간이되자할아버지는젖은수건한장을들고

들어오셔서는할머니의몸구석구석을닦아주고는할머니의귀에대고

끊임없이“오늘따라참이쁘네. 동네에벚꽃이한창이던데얼른일어나

서꽃구경가야지”하며한참을속삭이셨습니다. 그리곤 30분이지나

자할머니볼에뽀뽀를하고는중환자실을나가셨어요.

그렇게매일면회시간이면할아버지는항상과자몇봉지를사와저

희들에게나눠주고는젖은수건으로할머니의얼굴이며손발을닦아주

시면서“오늘은더이쁘네. 텃밭에상추가얼마나잘자랐는데…. 내가

여기간호사들한테좀갖다줘야겠어!”하셨습니다.

할머니에게이얘기, 저얘기하시고는항상마지막엔뽀뽀를하고나

가셨어요.

그렇게시간이한달보름쯤지났고, 연세가있으셔서인지할머니는

결국의식을회복하지못하고상태가점점안좋아지셨습니다. 보호자

라고해봐야할아버지한분밖에안계신지라할머니의상태를정확히

말씀드리는것조차쉽지않았고, 참마음이무거웠습니다.

하루는할아버지께제가여쭤봤어요.

“할아버지, 할머니는정말좋으시겠어요. 할아버지처럼할머니를이

렇게사랑해주시는분이계셔서요.”

저는8년동안중환자실에서근무해온간호사입니다. 간호대학을졸

업하고그토록원하던간호사가되었고, 병원에입사하여처음배치받

은곳이중환자실이었습니다. 중환자실의특성상인공호흡기를하고계

신분들, 그리고의식이온전치못한환자들이대부분입니다.

대학 4년동안배운이론과실습으로환자들을대해봤지만막상중

환자실에서처음환자들을간호하니긴장이많이되었습니다. 그리고

죽음을맞이하는환자들을볼때면마음이많이아프고두렵기도했습

니다.

그런데1년, 2년시간이지날수록조금씩무뎌지기시작했어요. 중환

자들, 심지어죽음에임박한환자들이나죽음을맞이하는환자들을볼

때도처음처럼마음이아프고떨리기보다는그냥늘접하는일처럼무

뎌져버렸습니다. 사실그렇게무뎌지지않으면간호사일을계속하는

게힘든것도사실입니다.

그렇게중환자들을그저무덤덤하게간호하던 1년전어느날, 일흔

이넘은할머니께서폐렴으로일반병실에입원해있던중호흡곤란으

로급히저희중환자실로옮기게되었습니다.

할머니는내려오시자마자의료진에게둘러싸여기관삽관을하고인

Letter 04

노부부의사랑이야기

애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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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 0 1 1 . . + A U G U S여. 성. 시. 대. 22

학창시절아버지가계시지않아경제적으로너무나힘들었습니다. 그

래서아르바이트를할수밖에없었습니다. 솔직히저는그런생활이너

무불만이었습니다. 남들은모두편안하게공부만하면되는데, 전놀

지도못하고학교수업을마치자마자바로일을하러가야하는입장이

라불만을가지지않을수가없었습니다.

하지만제가당장돈을벌지않으면어머니혼자버는돈으로생활하

기힘들었기때문에어쩔수없었습니다. 공부에지쳐, 그리고일에지

쳐있던저는사람들이말하는나쁜친구들과어울리기시작했습니다.

당시저에게는고등학교 1학년때부터함께해오던단짝친구가한

명있었습니다. 물론지금까지도그친구와인연을이어오고있고, 평

생을함께할친구라고자부합니다. 근데그때는나쁜친구들과어울리

면서단짝친구와거리가조금씩멀어졌습니다.

그러던어느날단짝친구가찾아와할이야기가있다며같이매점으

로가자고했습니다. 그친구는정말저에게아버지같은존재였습니다.

늘저에게좋은말을해주며올바른길을제시해주는등대와도같은친

구였습니다. 하지만그당시엔그친구가옳은말을해줘도그말이너

무나듣기싫었습니다. 그친구가쓴소리를좀하자오히려전화를내

“좋긴. 나이 열여덟에 나한테 시

집와서고생만많이했지. 호강한

번못시켜주고자식이라고아들하

나있던건교통사고로세상먼저뜨

고. 이나이까지여행한번못데리

고가보고.”

할아버지는 결국 말을 잇지 못하

고눈시울을붉히셨어요.

그날밤할머니는결국상태가많

이안좋아지셨고, 보호자대기실에

서주무시던할아버지를찾아가급히깨웠습니다. “할아버지”하고부

르는작은목소리에도할아버지는금방눈을뜨셨고, 저는차마할머니

가위독하다는말이나오지않아할아버지의눈만쳐다보고있자니어

쩔수없이제눈에눈물이고이기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는저를보

시고는오히려저의어깨를다독이며“가자”하며자리에서일어나셨

습니다.

할아버지와함께중환자실에들어갔을때할머니의심장박동수는점

차느려졌고, 할아버지는할머니의손을꼭붙잡으시고는“편히가라.

다음생에도꼭나랑결혼하자. 그때는내가해외여행도보내주고왕비

처럼행복하게해줄게”하고말씀하셨습니다. 할아버지의말씀이끝나

자마자할머니의심장은멈췄습니다.

그렇게할머니의마지막순간에도할아버지는할머니의볼에뽀뽀를

해주셨고, 할머니의가시는길을왕비대하듯지켜주셨습니다.

그후로그할아버지를뵐순없었지만할머니를향한할아버지의사

랑은지금도제무뎌져버린심장을따뜻하게데워주는것같습니다.*

Letter 05

고마운친구

윤흥기대구시 남구 대명동

할아버지는할머니의손을

꼭붙잡으시고는

“편히가라.

다음생에도꼭나랑결혼하자.

그때는내가

해외여행도보내주고

왕비처럼

행복하게해줄게”하고

말씀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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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 0 1 1 . . + A U G U S여. 성. 시. 대. 24

‘집세를 내기 위한 돈인데….’세상은 정말 만만한 게 아니었습니다.

고작돈몇십만원이지만학교까지가지않고힘들게일한돈인데그돈

을받지못한제자신이너무나한심스럽고답답했습니다.

그렇게하루가지난일요일, 누가밖에서절불렀습니다. 그는다름

아닌 단짝 친구 호진이었습니다. 전“웬일이야?”하고 물어보았습니

다. 친구는아무말없이저에게꾸깃꾸깃해진흰봉투를내밀었습니다.

“이게뭐야?”

그안에는현금30만원이들어있었습니다. 아마학교에서저의어

려움을선생님께듣고왔나봅니다. 전받았던봉투를다시주면서말했

습니다.

“호진아! 내가힘들더라도네가나한테이렇게까지할필요없다. 도

로가져가라.”

친구는웃으면서절대잊히지않을말을했습니다.

“이돈은있어도그만없어도그만이지만내친구인너를잃고싶지

않다.”

그말을듣자제가슴한곳이찡해오면서잠시나쁜길로빠져살아

온것이너무나후회되었습니다. 늘저에게뭔가를원하지않고옆에서

만지켜봐준제친구호진이!

벌써세월이이렇게나많이흘렀지만아직도저와그친구는하루도

보지않으면안될사이가되었습니다. 제나이벌써서른세살이되었

습니다. 힘든학창시절을보내며그친구의관심과배려가없었더라면

어쩌면전지금이렇게사회구성원의한사람으로서떳떳하게살아갈

수도없었을것입니다.

항상내옆에서든든한버팀목처럼나를이끌어준호진아! 늘깊은우

정변치말고평생함께하자. 고맙고또고맙다.*

며자리를박차고매점에서나와버렸습니다.

세월이흘러도가정형편은나아진것이하나도없었습니다. 어려우면

어려웠지그가난함은그렇게쉽게벗어날수있는게아니었습니다.

하루는저녁시간이다되어서집으로들어가는데대문밖까지소리가

들렸습니다. 집세가밀렸으니집주인이얼른집세를내라는것이었습니

다. 저희는보증금없이월세15만원을냈는데집세가석달치가밀렸

다는것입니다. 그걸알면서도저히그냥넘어갈수가없었습니다. ‘그

만큼어머니가힘드셨구나!’생각하니가슴이너무나아팠습니다.

결국학교에가서선생님께사정을말씀드리고며칠막노동을하기로

했습니다. 그당시일당이 3만 2,000원. 뜨거운햇볕아래시멘트를

나르며 일주일을 정말 힘들게 일했습니다.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고,

일을마치고수돗가에서얼굴을씻으면코안에서시멘트덩어리가막

튀어나왔습니다.

그렇게일주일동안일을하고돈을받으려고아저씨께전화를드렸

는데없는번호라고나오더군요. 전정말그순간죽고만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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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 0 1 1 . . + A U G U S여. 성. 시. 대. 26

는데, 어떻게된거냐면서제게화를냈습니다. 저는단지주차만하고

내렸을뿐이어서가방이있었는지모르겠다고했지만그여성분은얼굴

이붉으락푸르락해져서제게마구화를냈습니다.

단체로오신여성분들도저를둘러서서가방을찾아내라고다그쳤습

니다. 저는어찌할수가없어서가만히있었는데, 저쪽방에서우리직

원이소리쳤습니다.

“이거, 손님가방아니에요?”

모두고개를돌려보니, 그여성분이갑자기뛰어가면서가방을받았

습니다. 그리고고개도못들고차를타고가더군요. 나머지분들이미

안하다고하면서돌아갔습니다.

또어떤여성분은차열쇠를손에쥐고저에게묻습니다.

“차열쇠어디에두셨어요?”

저는아내와함께작년겨울에추어탕집을시작했습니다. 7년동안

추어탕을한가게를인수한까닭에단골고객이확보돼있어서초기의

어려움은없었습니다.

그런데이상한것은단골여성분들이물건을놓고돌아가는일이너

무많다는겁니다. 아이를안고와서는포대기를놓고가고, 가족이와

서모자를놓고가고, 휴대전화는남녀노소를안가리고놓고갑니다.

서빙을하는우리직원들이일찍발견하면맨발로뛰어나가출발하려

는차를붙잡고창문을두드리고소리를쳐서돌려주는날도많습니다.

한번은가슴을철렁하게한사건이있었습니다. 점심시간에는제가

주차관리를하는데, 어느여성분들이단체로오셔서차키를제게맡기

고식사를하려고들어가셨습니다.

저는차를안전하게주차시키고자동차열쇠는카운터의지정된곳에

놓아둔후, 다른차를주차하느라바빴습니다.

그런데한참후에저를찾는소리가들렸습니다. 단체로오신그여성

분들중에한분이가방을잃어버렸다는겁니다. 차안에가방에두고

내렸는데, 식사를하고나와보니가방이차안에없다는겁니다.

그가방에현금이많이들어있어들고다니기가무거워차에두고왔

Letter 06

여성들의건망증

김주덕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어떤여성분은

차열쇠를손에쥐고

저에게묻습니다.

“차열쇠어디에두셨어요?”

저는웃으면서대답해줍니다.

“손에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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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 0 1 1 . . + A U G U S여. 성. 시. 대. 28

“어머니, 어머니! 오늘우리샘대박! 진짜시원했어요. 어머니보다

훨씬더시원했어요.”

밤 10시야간자율학습까지마치고돌아온고1 아들녀석이집에들

어오자마자하는말입니다.

“뭐가? 뭐가어머니보다더시원하다고?”

“오늘우리샘이우리반애들전체귀를파주셨거든요.”

“뭐? 선생님이너희들귀를파주셨다고?”

놀라움과흥미로움으로녀석의방에까지따라들어가취조하듯물었

습니다.

7교시영어듣기시간. 스피커를통해나와야할영어는나오지않고

담임선생님이불쑥들어오시더니“1번나와!”했답니다.

반 아이들은갑작스러운담임선생님의등장도의아했지만갑자기 1

번을다짜고짜불러내는바람에잔뜩긴장을했고, 앞으로불려나가는

1번학생또한완전히굳은표정이었답니다.

선생님은1번학생을햇빛잘드는남쪽창문벽에다바짝붙어서게

하곤“자, 머리오른쪽으로약간수그리라”하며주머니에서기다란귀

저는웃으면서대답해줍니다.

“손에있는데요.”

그여성분은그냥웃으면서인사합니다.

“잘먹고갑니다. 담에또올게요.”

이거는보통입니다. 남자분들은수첩을놓고가면서휴대전화기도

함께놓고갑니다. 저는그분의전화기로전화를걸어휴대전화주인

을찾을수있도록연결해드립니다. 그러면그분은우리가게단골이

되지요.

추어탕을포장해가는분도많습니다. 그런데가끔씩포장한것을신

발장위에놓고가시는분들이계십니다. 신발장위에얼굴을확인하고

가라는의미로작은거울을놓았는데, 그옆에포장한추어탕은놓고나

가십니다. 어쩌면좋을까요?

그런데이상한건직원들까지그런다는겁니다. 주문을받고도주방

에알리지않고주문서를빼놓고나갑니다. 그러면순서가바뀌어서나

중에온손님이먼저식사를하는경우도있습니다.

또추어튀김을서비스로주는데탕이배달되는순서대로튀김을배

달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빼먹고 건너뛰고 하는데, 모두 순간순간 딴

생각을하나봅니다.

아내의건망증도한몫단단히합니다. 자동차열쇠를두개복사해서

가지고다니라고해도꼭제키를빌려갑니다. 본인열쇠는어디에있는

지도모릅니다. 두개씩이나줬는데말이죠.

‘아! 이건망증의끝은어디일까요?’

우리식당에남자는저혼자뿐입니다. 7명의여성분들이저를공격합

니다. 아이를낳아보라고. 아이낳는게얼마나힘든데. 그래서건망증

이생긴거라고. 이걸핑계로들어줘야하나요?*

Letter 07

귀파주는선생님

유영남경북 경주시 배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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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2 0 1 1 . . + A U G U S여. 성. 시. 대. 30

맣고딱딱한덩어리를하나파내며말씀하셨답니다.

“햐! 이거완전달인이다. 16년동안귀를한번도파지않은달인이

나왔다. 달인. 야이야우째니는이걸16년동안박아놓고있었냐? 어

떻노? 인자시원하제? 잘들리제?”

각자의손에받아든귀지는대부분휴지통에툴툴털어버리는반면

그아이는정말신기하다는듯그‘왕건이’를받아들고휴지에돌돌싸

가지고무슨보물이라도되는냥가방에넣더랍니다.

드디어아들녀석의차례가되어“우리장작가귀는어떤가보자”하

셨답니다. 문예반에서시깨나쓰는녀석을선생님께선이렇게부르신

답니다. 왼쪽귀를들여다보시고는“뭐꼬? 이기맘에안들어. 맘에안

들어. 이렇게뻥뚫린귀는싫다. 싫어. 정말싫어. 반대로돌아. 그래!

그래! 이정도는있어줘야지”하시며오른쪽귀를스윽스윽긁어주면

서“그래너거어머니는요즘도니보고간호사되라카시더나?”하셔서

깜짝놀랐답니다.

학기초가정실태조사서에‘부모가원하는자녀의장래희망’란에남

편은성직자(신부님)라적었고, 저는간호사라고적어보냈거든요.

당시 선생님께서 보시곤“너거 어머니는 니가 간호사되길 원하시

나?”하며특이하다는반응을보이셨다는데그걸기억하고계시다니,

정말대단하신선생님입니다.

다행히녀석의오른쪽귀에선제법많은양의귀지가나와선생님께

서매우흡족해하셨답니다.

저는아들녀석에게“너거선생님참4차원이시다”고말을했지만이

쯤되니선생님을달리생각하게되고, 또흥미가아닌존경의마음까지

들기시작하더군요. 특히귀지가많이나온26번과28번아이에겐어

깨를몇번이나다독여주며흐뭇한미소를지으셨다는데, 이대목에서

저는긴장하지않을수가없었습니다. ‘이거완전강적을만났네!’라는

이개를꺼내더랍니다.

놀라눈이휘둥그레진아이, 흥미진지하게쳐다보는아이, 킥킥거리

는아이…. 소란스러워지는아이들을향해“자, 나머지는자습!”하고

한쪽눈을약간찡그리며현란한솜씨로능수능란하게귀를파기시작

하셨는데, 1번학생의표정이가관이었답니다. 갑자기불러내귀이개를

들이대니애가얼마나놀랐겠습니까? 표정이일그러질대로일그러져

“아아아아으음”하고묘한신음을토해내니아이들은마치개그프로

를보고있는듯폭소를터뜨렸답니다.

“야! 너희들자습안해? 집중이안된다아이가.”

그렇게왼쪽귀, 오른쪽귀를다파고는한손은이마에다른한손은

뒤통수에다대고좌우로기울여머리전체를몇번흔들어귓속에남아

있는잔여물을털어내는동작까지하고새끼손가락을귓속에넣어쓰윽

훑어내며깔끔하게마무리를하시더랍니다.

2번, 3번차례대로불러내귀를파면서선생님은귀지가거의나오지

않는아이들에겐“좀채우고다녀라. 어이?”“이런, 이런. 이 녀석도

재미없네!”하시다가귀지가많이나오는아이한테는“좋아! 좋아! 고

맙다. 내스타일이다. 허허”하셨답니다.

담임을맡은지석달도채안된선생님께선아이들한명한명의신

상을거의꿰뚫고계시는지멀리울진에서와기숙사생활을하고있는

아이에게는“자, 울진귀는어떤가보자”하시고, “포항귀는또어떻

게생겼나?”, 또같은경주이지만외곽이라기숙사생활하는아이에게

“아하! 가까운외동(경주시외동읍)귀는좀많이나오겠나?”하면서아

이들하나하나의귀를파주시며잘들리진않았지만조곤조곤계속이

야기도하시더랍니다.

그런선생님의모습에반아이들은거의자습을건성으로하며그시

간을즐겼다고하네요. 그런데갑자기“햐! 이거왕건이다”하시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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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2 0 1 1 . . + A U G U S여. 성. 시. 대. 32

몸서리쳐지게지독한적막이흐르는밤이다. 이방저방아무리둘러

봐도개미새끼한마리없다.

‘우예진짜개미새끼도한마리없노! 개미라도한마리있으면이리

외롭지않을낀데. 이럴줄알았으면방역을하지말걸.’

후회막급이다. 저녁밥도안했다. 같이먹어줄사람도없고, 나도먹

기싫다. 미숫가루한그릇으로저녁을때웠다.

큰공주는지난달에시집을가고, 작은공주는며칠전에호주에갔

다. 두놈이연발탄으로떠나‘나홀로집에’를만들어버린거다. 그림

공부를열심히하는남편은아침이돼야볼수있고, 고명아들은학교

근처자취방에있다.

딸이 많으면 비행기를 태워준다고 하던데 자기들만 비행기를 탔다.

큰놈은결혼해도저녁은만날집에와서먹을거라고하더니얼마나되

었다고자기들집이편안하다며, 오라고사정해야겨우코빼기한번보

여준다. 그것도맛난거해놓고불러야온다. 그냥부르면안온다.

작은놈은호주에잘도착했다는전화한번오고는여태소식이없다.

내귀가전화기에달린지며칠됐다. 거처할곳은정했는지, 밥은잘먹

고다니는지, 호주는겨울이라하던데감기는안걸렸는지, ‘코쟁이’는

생각이들었습니다, 저는평소귀파기의달인이라고자부를하며지금

껏살아왔거든요.

아들녀석을취조하면서저또한흥분을감출수가없었습니다. 40대

초반의남성, 반아이들의귀를파주는선생님, 이선생님에대해점점

더궁금해지고꼭한번찾아가만나뵙고인사드리고싶다는생각이확

들었습니다.

귀지가많이나오는아이가“내스타일”이라고말씀하시는선생님이

“내스타일”이라고, 남편과아들녀석에게말하며한참이나웃었습니다.

그렇게선생님은25명전체의귀를파주시고종례를마치고유유히

사라지셨다는데, 귀를왜파주셨는지, 느낌이어떠했다든지하는그어

떤언급도없으셨다네요. 선생님이나가자아이들반응또한거의폭발

적이었답니다.

“야야. 우리샘와이카노?”

“이야. 시원하다야.”

“야, 거왕건이그거함보자. 도대체우째생겼노?”

“어이왕건이. 니는그거뭐할라꼬그래돌돌싸가지고가노?”

“아! 이거내보물상자에넣어둘라칸다. 와.”

“귀가뻥뚫리고나니소리도잘들린다야.”

“우리샘, 멋쟁이.”

‘스승님의그림자는밟지도않는다’는옛말과는달리선생님의위상

이날로추락하고있는요즘, 안타까움과애석함을금치못하고있었는

데, 아들녀석의얘기를들으며더더욱흥분되고가슴뭉클했습니다.

아이들하나하나의체온을느끼며따뜻하게관심을보여주시는선생

님! 이선생님이야말로이시대의귀감이될만한선생님, 진정으로아

이들과소통하려고눈높이를맞추는선생님아닐까요!*

Letter 08

지독한고독

정희자대구시 달서구 대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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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2 0 1 1 . . + A U G U S여. 성. 시. 대. 34

식이희소식이라하지않던가. 일단은미숫가루를먹고비어있는배를

좀채워야겠다. 배가얼마나욕하겠나. 배는아무런잘못이없다.

이때울리는휴대전화소리! 얼른받았더니시집간예쁜도둑님이다.

얼마전에손톱깎기한개훔쳐갔다. 된장국은어떻게끓이냐고한다.

인터넷찾아보면될텐데, 왕실망이다.

자식들다소용없다. 남의편을든다고남편이라한다더니만어찌됐

든남편이제일이다. 그림공부한답시고고생깨나하고있을텐데휴대

전화한번걸어봐야겠다. 안된다. 전화하면그림공부하는데방해안

되겠나! 방해하면안되지. 절대안된다. 하늘같은남편아닌가.

그나저나20여년전, 애가세명이라며나를미개인인양쳐다보며

승차거부한택시기사를어떡할까. 지금심정같아선잡아서콱! 주먹

이운다, 울어. 그렇지만지금와서어쩔것인가. 시절을잘못택해아

이세명이나낳은내팔자소관인것을. 지금은아이많이낳으면상준

다하던데나는운도지독히도없나보다.

진짜정신차려야지. 이러고신세한탄만하고있다간큰일나겠다.

우울증걸리겠다. 우울증걸리면나만손해아닌가. 그래일자리를찾

는거다. 그런데누가 50대아줌마를써주겠나! 써주는데가있을거

다. 아직은쓸만하다. 뜻이있는곳에길이있다하지않던가.

내가제일좋아했던영화 <바람과함께사라지다>에서스칼렛이했

던명언이생각난다. 내일은내일의태양이또떠오를거라는. 그래맞

다. 나한테도내일은내일의땡볕이쨍쨍내리쬘거다.

너무외로워, 가슴속까지진짜너무외로워하소연해봤다. 우리공

주가엄마자꾸울면다시전화안할거다하더니진짜안한다.

이젠안운다고약속했는데…나는약속은잘지키는데…. 잘있다고

곧전화가오겠지!*

사귀지않는지온갖걱정으로머리가복잡하고, 볼에는물같은게자꾸

흐른다.

‘우째계속흐르노! 물꼬가터졌나! 홍수나겄다.’

적막을깨고뻐꾸기가운다. 세어보니열번을운다. 10시인가보다.

그러고보니배가고프다. 몸에서물이그렇게빠져나갔으니배가안고

프고배기겠나.

뭘먹지? 냉장고도텅텅비었는데. 미숫가루나또타먹을까! 먹을게

그것밖에없으니까. 선택하려고아픈머리안써도되니좋다. 그런데

귀찮다. 뭐가이리귀찮을까?

누가타주면먹을텐데. 에효! 뭐를해야바닥에찰떡같이달라붙은

이기분이업되겠나! 소주나한병들이킬까? 오메! 내가왜이러나?

정신차려야지. 혹시내가‘빈둥지증후군’에걸린거아녀! 그러면안

되는데. 진짜안되는데. 정신차리자!

일단은내머리에있는모든걱정들을기우라고생각하는거다. 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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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2 0 1 1 . . + A U G U S여. 성. 시. 대. 36

신기하게도할머니는몰입해서텔레비전을보고계셨지만거대한머리

를달고진지하게연기를하는배우들을보면서‘이고물텔레비전이

그들의열정을농락한다’는생각마저들었습니다.

“할머니! 이거뭐다외계인만나오잖아요. 웃겨서어떻게봐요.”

“아녀, 쬠만기다리면점점몸이늘어난당께.”

그래서참고기다리며텔레비전을보다보니처음에는얼굴만나왔던

배우들이목이생기고, 점점얼굴이늘어납니다. 처음에는얼굴만가래

떡처럼늘어났다가한두시간기다리면머리가다나옵니다. 그텔레비

전속에선모두한껏무스로머리를끌어올린듯뻗어있습니다.

그리곤할머니는“이제말짱하지?”하며흡족해하시더군요. 완성된

단계에서도그들은여전히 5등신이었습니다. 본의아니게굴욕당하는

스타들이불쌍했습니다. 할머니텔레비전으로싸우는장면이나올때마

다웃음이나와미칠것같습니다. 다리가너무짧습니다. 발차기를하

얼마전에할머니를모시고산책을나갔는데, 할머니가버려진텔레

비전을주웠습니다. 저는 무거워서안가져가려했지만할머니는“이

동네마씨성을가진할머니가괜찮은고물은다쓸어간다”며“있을때

챙기자”고하셨습니다.

힘도없는저는결국무거운텔레비전을짊어지고집으로가져왔습니

다. 할머니는집에텔레비전이있으면서도고물텔레비전을연결하더니

“잘나온다”며그텔레비전을보시겠다고하더군요. “이게잘나오면

마씨할머니가배아파죽을거”라며할머니는힘도없으시면서안테나

선을직접연결하셨습니다.

그리고몇주후, 할머니방에들어가텔레비전을보고전깜짝놀랐

습니다. 텔레비전 속의‘쭉쭉빵빵’배우들이 죄다‘짜리몽땅’해져서

는, 영화 <오스틴파워>에나오는미니미라고아시는지요? 죄다그꼴

이나있는게아니겠습니까?

“할머니, 이게뭐예요! 이거고장난거맞잖아요?”

“머시여? 환하게잘만나오는데먼고장이여.”

그텔레비전으로는뉴스를봐도슬프지않고, 걸그룹의섹시댄스를

봐도 웃음폭탄이었습니다. 다들‘뒤뚱뒤뚱 짜리몽땅’하게 나옵니다.

Letter 09

할머니의텔레비전

정지선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할머니가텔레비전을안버리십니다.

처음에는가족들도버리라고했지만

방에들어올때마다

벌어지는대두들의향연이우스워

이제는굳이

할머니방에들어가

낄낄웃으며

텔레비전을보는사람도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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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2 0 1 1 . . + A U G U S여. 성. 시. 대. 38

얼마전, 방송에사연이소개된일이있었어요. 농사일만하신우리

엄마, 평소라디오를모르고지내셨는데, 가까이살고있는언니덕에

그날 사연을 들으셨나 보더라고요. 그날, 딸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좋으셔서전화를하셨어요.

“응. 아이고우리딸야물다. 어떻게라디오에나왔냐?”

“응. 엄마, 어떻게그런행운이왔네.”

“많이가르치지도못했는디우리딸최고다.”

그리 큰일은 아닌데…. 참고로 저희는 2남5녀인데요, 우리 엄마는

자식중에최고가늘바뀝니다. 가까이에살고있는언니가와서일을

도와주면“오매우리곶감같은이쁜딸”하시면서그날은언니가최고

고, 전화제일잘하는정육점동생이전화하면“우리막둥이가최고다.

너안날라고하다낳는디내가호강한다”하십니다.

말을들어주고잘받아주는제앞에선“딸만다섯이라고느그아버지

가논에가서술먹고자부러서느그언니들이모시고왔는디니가최고

다”하시네요. 큰언니도작은언니들도이런저런이유로엄마에게“우

리집최고”가됩니다. 물론어쩌다전화한통만으로도오빠는언제나

든든한최고의아들이지요.

며심각하게격투하는장면에서도머리만보이니거참곤란합니다. 열

연하는배우들한테미안할정도입니다.

하지만할머니는텔레비전을안버리십니다. 처음에는가족들도버

리라고했지만방에들어올때마다벌어지는대두들의향연이우스워

이제는굳이할머니방에들어가낄낄웃으며텔레비전을보는사람도

생겼습니다.

최고미인이민정도, 개성강한가수싸이도우리할머니텔레비전에

서는모두다평등하게못생겨졌습니다. 더재밌는건할머니친구분들

이집에오셔서는한마디씩하십니다.

“아따인물이훤하네. 잘보이고좋다야.”

“어서이런걸구해왔누. 명기고마잉.”

좋아하시는할머니들의모습을보면참신기하면서도놀랍습니다. 할

머니들의특이취향이실까요?

더웃긴건저희집에놀러올때마다이텔레비전을탐내는마씨할머

니셨습니다. 마씨할머니는할머니방에들락날락하며함께텔레비전을

보시다가도대뜸말씀하십니다.

“별거지같은걸주웠네. 갖다버려라! 버려. 쯧쯧.”

“뭐땀시시비당가. 와, 버리면댁이주워가려고!”

두분은매일투닥투닥거리십니다. 그리고마씨할머니는꼭잊지않

고꼬투리를다셔요.

“누가주워가, 주워가기는. 누굴거지로아나! 쓰다버리면전화한통

넣어줘. 스티카는내가붙일꺼니께.”

갖다버릴때는꼭자기한테전화를하라시는마씨할머니! 그꿍꿍이

가수상합니다. 할머니는“택도없는소리말라”며오기로텔레비전을

보고계신것같습니다. 큰일입니다.*

Letter 10

엄마의방송욕심

이미영서울시 강북구 수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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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성. 시. 대. 40 41 2 0 1 1 . . + A U G U S

든요. 혼자있는동서한테도외갓집조카들까지챙기다보니많이주었

대요. 수첩에적어진사람들한테는다보냈다네요. 그렇게써라. 내가

농사하니이런재미가있어야.”

“아니엄마. 한번도오지않은조카까지챙긴가?”

“아야가시네야. 그래야그것들이고모라고전화한통하지. 언제한

디야.”

“엄마가힘들잖아.”

“그래도전화오면다잊어부러.”

제가잔정이많은건엄마닮았나봅니다. 저도먹을것이생기면시

어머니에시누이주는것좋아하니말입니다.

이야기들으면서얼마나행복하게웃었는지요. 엄마도저도. 우리신

랑은“딸하고엄마하고할말이어쩜그리많냐?”며신기해하더라고요.

전일주일에2번정도엄마랑통화하는데늘우리신랑이하는소리지

요. 우리가정이야기, 회사이야기며심지어텔레비전뉴스에서드라

아버지임종때약속했어요. 엄마생각하고위하며살겠다고. 하지만

늘죄송할뿐입니다. 그런데오늘은라디오때문에제가최고자리에올

랐네요. 내년이면팔십! 당신일도힘에부치련만남의일까지하신다

니퇴근후힘들어하는제모습이왠지투정처럼느껴집니다.

“아니아직도엄마한데일해달라고헌가?”

“오매오직하면날부르겠냐. 그래서간다. 짠해서. 그라고기계가

진사람이해달라고하면가야지. 그사람도나일해주는디안가면쓰

겠냐. 늘하던일이라힘안든다. 아이근디그거어떻게썼다냐?”

“엄마, 그냥회사에서일하는모습썼는디행운이지뭐.”

그리곤저녁땜에나중에통화하기로전화를끊었는데다시전화가

왔어요.

“아야, 너지금볼펜하고종이있으면내가말하는대로좀써라. 한

가지생각이났다.”

“엄마, 무슨소리요. 나지금박서방밥줘야하는데.”

“잊어불기전에써야한께, 좀있다묵고내가불러준대로써라. 그

럼이번에도분명좋은소식있을거이다.”

뜻밖의엄마말씀에좀당황했지만엄마가흥분하신것같아우선말

을받아주었어요.

“아야요즘은노인공경시대라서내가이야기하는대로만써라. 어떻

게쓰냐하면, 우리엄마는내년이80인데요, 아직도혼자서농사일을

한답니다. 쌀은 물론이고 고구마·감자·마늘·고추·땅콩·참깨·

콩·양파등을수확하여자식들한데다보내주지요. 그것도다친환경

으로만요. 벼는물론밭에도농약은최소로하며아직까지호미로풀을

맵니다. 밤에피곤해서잠도잘안올때도있지만자식들건강생각하

면조금힘들어도힘있을때까지친환경으로하신다고고생입니다. 글

쎄어제는택배만 22개나보냈다네요. 마늘·양파·감자랑수확했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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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2 0 1 1 . . + A U G U S여. 성. 시. 대. 42

오늘은조상님제삿날. 할아버지의아버지, 할아버지의어머니, 할아

버지, 할머니, 아버지…. 얼굴한번뵙지못한분들을위한조촐하지만

정성스러운상차림이시작된다.

D-day 일주일전. 메모지가득준비해야할식품의목록이작성된다.

D-day 삼일전, 작성된목록의80% 준비완료더하기심장의두근

거림증상시작.

마침내D-day 하루전, 두평남짓작은주방바닥에신문지쫙깔

아놓고야채다듬기돌입.

제사당일, 아침부터음식준비를해야겠지만토요일짧은하루마저

도쉬는날을허용치않는대단한곳에출근하는나, 이집안의큰며느

리는퇴근이후시간을이용해제사음식을준비해야한다.

며느리가자그마치셋이나있으면뭐하나. 만날하는놈만고생이다.

오늘밤내로삼색나물을비롯한야채준비를완료하면결전의내일은

다행히토요일이라오후3시에퇴근하면집에도착하자마자전투에돌

입. 전부치기부터시작하면된다.

절인배추를쪽파길이에맞추어서썰고, 맛살은빛깔고운쪽으로줄

줄이찢어서준비하고, 동태포는소금·후추간해서밀가루, 계란옷을

마이야기까지하니그런소리가나올법도하지요.

어쨌든오늘엄마덕에참많이도웃었어요. 너무도진지한우리엄

마. 마지막말이압권이었어요.

“아야중요한것잊어부렀다야.”

“뭐가또있어.”

“이말안쓰면느그들욕먹응께느그들이늘하는말써라. 꼭써라.

자식들이그렇게농사하지말고부산이고서울이고자식들집다니면서

좀편하게쉬라고하지만우리엄마는내땅이있으니까자식한데택배

보내는재미로움직일수있을때까지한다고고집을부립니다. 역시우

리엄마입니다. 요렇게써라.”

혹시나자식들욕먹을까이런당부까지하시네요. 모든부모가그러

겠지만우리엄만좀더하신것같아요. 이제좀걱정안해도될만큼

자식들도다잘살건만그저주는것밖에모르시네요. 그래도다행인

것은엄마가힘들면나타나서일도와주는언니가가까이있어서얼마

나고마운지모릅니다. 그후엄마가벌써몇번이나전화해서물었는지

모릅니다.

“보냈냐? 이상하다. 나생각은꼭될것같은디. 요즘은노인위하는

세상인디.”

“엄마, 쓰긴썼는데이거어려워요. 근데방송안되어도좋으니또

방송에보낼것생각나면볼펜들고종이에다쓸거니까계속말해주셔

요. 내가연습많이해서꼭엄마사연소개할께요.”

“농지정리도잘되고, 기계도좋고무엇보다내손이일등농사꾼인데

이제몸이말안듣는다”고속상해하시는울엄마. 건강하게오래오래

사세요. 그리고이제자식들이용돈주면“고맙다”하고냉큼받는연

습도하셔요. 엄마는받을자격이충분해요.

전남장흥에서농사하는일등농사꾼우리엄마안 님씨! 사랑해요.*

Letter 11

큰며느리의제사준비

김경희충북 옥천군 이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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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성. 시. 대. 44 45 2 0 1 1 . . + A U G U S

이쯤되면다리뻗고눕고싶은데너무도정확히한치의오차도없이

십몇년전부터지금까지똑같이“때르릉때르릉”전화가온다.

“형님! 저희도착했는데뭐사가지고갈것없어요?”

진심인지그냥하는소린지. 제사음식다해놓고제사전에도착하는

친지들먹을음식까지다해놓았는데뭐가더필요할까.

“아니필요한것없어. 오느라수고했네. 얼른들어와.”

내입에서쏟아진세줄의멘트. 완전접대용이다. 절대진심아니다.

그래너희들은좋겠다. 큰며느리가무슨봉이니? 십수년간단한번도

미리와본적없는너희들! 제사는제사대로명절은명절대로차막힌

다, 아이들학교간다, 큰애가고3이라움직이기어렵다한다. 직업이

경찰인막내시동생은툭하면작전중이다. 작전은남편이하지동서

입혀지져내고, 동그랑땡은빚어대기어려워만들어놓은것을사다가

마치집에서손수빚은것처럼계란입혀지져내고, 모양좋게소고기·

돼지고기차례로산적굽고, 절대고수의비법으로티끌하나없이두부

일곱쪽곱게부쳐내면잠깐숨고르고커피한잔.

또다시시작되는전과의전쟁. 파한줄, 배추한줄, 맛살한줄, 파

한줄, 배추한줄, 맛살한줄….

너무두껍지도, 얇지도않게배추색깔전부쳐내면드디어마지막에

커다란피자팬전부를차지하는통북어전. 지느러미잘라내고, 뼈발라

내고, 꼬리조금잘라내고, 마지막에힘주어대가리댕강잘라내밀가

루옷입혀팬위에올려주면치지지직, 치지지직.

넙적한통북어에밀가루옷발라앞, 뒤갈라진곳하나없이깔끔하게

단장하고대나무채반위에올려놓으면모든준비가마무리되는것같

지만아니, 아니, 아니어림도없는소리. 전투는이제부터시작이다.

고난도의탕끓이기. 잠깐숨고르고뒤이어전골냄비에나무젓가락

줄줄이깔아주고팔뚝만한반건조염장조기올려놓고, 물딱반컵붓

고, 중불에뭉근히끓여주면어느새맑은물은우윳빛조기육수로바

뀌고, 비늘하나없이깨끗한조기는그렇게꼬들꼬들육질좋게익어

간다.

‘그래이게전부다. 요리의마지막이다’라고말하고싶지만다가아

니다. 화룡점정. 제사상위의화려함의극치과일깎기! 홍동백서라붉

은과일은동쪽, 백색과일은서쪽. 붉은사과는위아래조금만평평하

게잘라서꼭지부분상처없이깨끗하게돌려파서홀수로세개. 배는

사과와같되껍질부분전부돌려깎아홀수로세개. 곶감은모난데없

이동글동글모양잡아예쁘게제기에올려놓고, 밤은껍질쳐서물속에

풍덩! 혹시라도색깔변하면큰일. 대추는작은솔로주름사이사이깨

끗하고, 반짝반짝하게닦아놓고아이들좋아하는약과에산자에….

그래도힘들어

녹초가된

몸과마음에꽃이핀다.

우리꼬맹이,

엄마위하는

애처로운마음에

내가슴

일곱빛깔무지개가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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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과곡식이무르익어가는이계절에여전히꽃띠청춘으로꿈과

희망이무럭무럭자라가는저희외할머니를소개합니다.

저희외할머니는올해81세. 그러나마음은18세소녀세요. 귀가아

주살짝안들리는것만빼면81세의나이라고믿기힘들만큼정정하

시고, 외모또한둘째가라면서러울만큼고우시죠.

이런저희외할머니는세월이가는것이아쉬워그러실까요? 아직도

부러우신것도많고, 하고싶으신것도많은가봅니다. 제가어렸을때

직장여성이신엄마를대신해외할머니와함께많은시간을보냈는데

요, 한동안은저의흰피부와긴팔다리를그렇게도부러워하셨죠.

한없이저를쓰다듬으시면서“너는참좋것다. 피부가어쩌면이리

하얗노. 손가락도아빠닮아길쭉길쭉이쁘기도하고, 팔다리도늘씬헌

게참말로부럽다”하셨습니다.

며칠전, 사촌동생결혼식에서만난외할머니는곱게한복을차려입

고오셨죠.

“할머니, 할머니가새색시같네. 화장도예쁘게하시고….”

진심어린손녀의말에기분이좋으셨는지할머니얼굴엔꽃이피셨

죠. 그리고이내물으셨습니다.

자기가하나? 또잘나가는둘째시동생해외출장중이다. 출장은남편

이갔지동서자기가갔나? 힘든일다끝나면들어와가지고“어머니!”

감기도아닌데콧구멍이갑자기막혔나. 안어울리게웬애교?

아! 진짜속뒤집어진다. 거기서끝나면그나마괜찮다. 조상님시식도

안한음식에연방손질, 입질하며“어엉형님, 전진짜잘부치신다. 어

쩜이렇게쫄깃해요”한다. 속에선열불이나지만“음그래오느라고시

장하겠네. 이것도좀먹고시장하면서방님하고먼저밥먹을래?”한다.

말이떨어지기가무섭게옆에서계시던어머니“그래어여어여”하

신다. 빨리빨리밥차려주란소리다.

그렇게1막이끝나고결전의2막이시작될즈음이제열한살4학년

인꼬맹이딸아이가입을열었다.

“이제엄마는주방에서그만나왔으면좋겠어요.”

열심히입질하던둘째동서가달덩이만한얼굴을획뒤로젖히며묻

는다. “꼬맹아왜애?”

“며칠전부터엄마혼자준비다하셨고, 오늘도퇴근하고쉬지도못

하고엄마가혼자다하셨으니이제그만나왔으면좋겠어요.”

가슴이뭉클하며눈물이핑돈다. 열한살꼬맹이도아는데, 열한살

꼬맹이눈에도불합리한행동들이보이는데, 저것들은그저시어머니

옆에붙어가지고“어머니!”, 파란지전몇장주머니에넣어주며“어머

니!”하고는모르쇠다. 오호! 통재라! 오호! 애재라!

그래, 그래도참자. 나잠깐힘들고, 나잠깐참으면온집안이화목

하고온집안이웃음인데…. 그래도힘들어녹초가된몸과마음에꽃

이핀다. 우리꼬맹이, 엄마위하는애처로운마음에내가슴일곱빛깔

무지개가뜬다.

아! 그렇게시간이지나고, 그렇게심장이방망이질치는제삿날큰

며느리의일기가막을내린다.*

Letter 12

꽃띠청춘외할머니

차지영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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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2 0 1 1 . . + A U G U S여. 성. 시. 대. 48

지요. 더군다나계절도여름인지라할머니에게좋은크림을소개해드

리고일단급한불을껐습니다.

할머니의꽃띠청춘마음은비단외모에만있지않습니다. 저녁시간

부터주무시기전까지적적한시간을텔레비전으로달래는우리외할머

니는웬만한연예인은다아세요. 특히발라드가수와남자배우들에게

관심이많으십니다. 요즘다시부활하는7080세대연예인들이요? 저

희외할머니에겐안중에도없답니다.

한번은할머니댁에놀러갔다가함께텔레비전을보던중이었어요.

감미로운목소리의음악이흘러나오자할머니는“저노래는참말로듣

기좋다. 목소리도멋지고, 얼굴도멋지고”하시면서해맑은표정으로

텔레비전속으로금방이라도빨려들어갈듯한얼굴을하며좋아하시더

군요. 그러더니급기야집에가려고나서는저에게수줍게말씀하셨습

니다.

“그노래를계속듣고싶은데그런건어디가서사야하냐?”

“무슨노래? 누구노래요?”

“그있잖아, 성시경이. 내가듣고싶을때들으려고하는데그노래

테이프는어디서사야하냐?”

결국귀여우신외할머니의마음을헤아려제가사다드렸지요. 성시경

의팬층이어떻게될진모르겠지만최고령층의어디쯤엔가저희할머

니가우뚝서계시답니다. 1집앨범부터쭉음반을사서들으시는그사

랑! 아직까지변함없으시죠. 성시경의입대로활동이뜸할때쯤엔소지

섭·권상우·송승헌등의배우들이그자리를대체하고있었고요.

요즘은‘이승기앓이’중입니다. 외할머니께서는 지금도 꽃띠청춘으

로, 저희가족들을가끔당황하게도만드시지만아직건강하시고기운

넘치는증거니그저감사하게생각하고있답니다. 할머니, 사랑해요.*

“내가요즘얼굴에점이많아져서고민인데, 피부과에가서상담하고

빼면되겠지? 얼마나드는지넌아냐?”

‘오마이갓!’

친정엄마와저는금방얼음이되었습니다. 사실할머니의고민인점

은점이아니에요. 피부노화현상으로자연스럽게생기는검버섯인데,

외할머니는인정하고싶지않으신모양입니다. 그거다빼려면외할머

니얼굴삼분의이는레이저에게희생당하셔야하는데, 눈앞이캄캄했

“너는참좋것다.

피부가어쩌면

이리하얗노.

손가락도아빠닮아

길쭉길쭉이쁘기도하고,

팔다리도늘씬헌게

참말로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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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04

최백호 노래/작사/작곡

유행가가사처럼

카툰 I 오금택

나누면행복합니다- 조혈모세포 기증

조혈모세포란?정상인의골수혈액에는모든혈액세포를만들어낼수있는능력을지닌세포가약 1% 존재

하는데이를조혈모세포라고합니다. 조혈모세포란피를만드는어머니세포라는뜻으로온

몸에서 발견되어지는데 특히 골수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며, 혈액을 구성하는 적혈구·백혈

구·혈소판을분화합니다.

조혈모세포기증은조혈모세포이식이필요한환자와가족들에게

새생명의기회를주는아름다운나눔입니다.

따스한마음으로실천하는당신의약속이세상의변화시킵니다.

조혈모세포기증과정1) 조혈모세포기증희망자등록신청서작성및조직적합성항원형검사를위해3~5㎖정도

의혈액을채취

2) 국립장기이식센터에조혈모세포기증희망자로등록됨

3) 조직적합성항원형이일치하는환자가나타나면상담을거쳐최종기증의사를확인

4) 기증전기증자의건강상태를확인하기위한건강검진을시행

5) 조혈모세포기증

6) 퇴원후일상생활이가능하며조혈모세포는 2~3주이내에회복됨

①골수기증

-자가수혈을위한혈액채취

-전신마취후골반(엉덩이)뼈에서채취

-입원기간 : 3~4일

-소요시간 : 3~4시간

②말초혈조혈모세포기증

-기증전3~4일간과립구집락촉진인자피하주사

-성분헌혈과같은방식으로채취

-입원기간 : 3~4일

-소요시간 : 3~4시간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Tel. 02-2260-7016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 Tel. 02-532-6517

대한적십자사 Tel. 080-722-7575

(사)생명나눔실천본부 Tel. 02-734-8050

(재)천주교한마음한몸운동본부 Tel. 02-727-2268

(사)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Tel. 02-737-5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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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방문하는외국인도많지만우리나라에와서일하는외국

인근로자도많아졌습니다. 경기도화성에있는㈜제이텍도한국인과

외국인이어울려일하는곳입니다. 제이텍은정밀금형과전자부품, 성

형사출을하는회사인데본사는경기도군포에있고, 공장은경기도화

성과태국에있습니다.

이곳은한국인다섯분, 몽골인세분, 태국인네분까지모두열두분

이일하는데, 월간《여성시대》를이곳으로초대한분은한국인제임스

입니다. 제임스는군대간아들을둔남성시대가족인데, 주말에는집

으로돌아가고주중에는외국인근로자들과같이생활합니다.

<여성시대>에서이더운여름, 일터에서힘내시라고돼지고기를드

리는특집을마련하자, 신청하셨어요. 넓고쾌적한공장에들어서서제

일먼저만난분은몽골에서온마야씨였습니다. 이분은얼굴에웃음을

띤채익숙하게사출기에서휴대폰케이스를꺼내고있었는데, 서른아홉

살로몽골에서간호사로일했던분입니다. 본명은마직수렌인데, 부르

기쉽게마야라고합니다. 마야씨는지난 3월부터일해왔는데, 한국

글 I 박금선(여성시대작가) 사진 I 함수현

여성시대가족을찾아서

-경기도화성㈜제이텍의외국인근로자들과함께

말을잘하지는못하지만우리와같은얼굴과풍부한표정덕에이야기

는다전달되었습니다.

“일, 재미나요. 3년일해요(일할거예요). 돈벌고싶어요.”

제기마(41세) 씨와초카(52세) 씨까지몽골여성이세분입니다. 초

카씨는우리나라에서일한지5년, 우리말도잘하십니다. 처음올때는

몽골에두자녀와남편을두고왔는데, 똑똑한두자녀가지금은몽골국

비장학생으로우리나라에유학와서주말이면자녀들을만나십니다.

“저는몽골에서는요리사였어요. 한국요리중에는몽골요리와비슷

한게많은데, 순대·설렁탕·수제비·국수·만둣국이특히비슷합니

다. 쉬는날이면몽골식만두를만들어서양고기국에끓여내면한국인

들도다맛있어합니다. 김치·김치찌개·육개장등한국음식은다매

이분들이

건강하길바라고,

한국에대한

좋은이미지와

좋은추억을

만들어주고싶습니다.

서로기대고있는

외국인근로자와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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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데, 지금은저도잘먹어요.”

초카씨는한국에와서마음상한일은별로없었다고합니다. 그러나

다른몽골인근로자들이야기를들으면, 월급을제대로받지못하거나

욕설을들어서인격적인모욕을당하는일그리고성희롱등을애로사

항으로이야기하더랍니다. 하지만직장내성교육이이루어지고, 외국

인근로자에대한인식도달라져서점점나아지고있다고들한답니다.

“이제고향으로돌아갈때가얼마남지않았습니다. 남편이기다리고

있어요. 남편을사랑합니다. 얼른만나고싶어요.”

초카씨는한국에오고나서얼마지나지않았을때, 몽골에계신어

머니가돌아가셨다는연락을받았습니다. 당장달려가고싶었지만그럴

수없어눈물만짓자한국인동료들이위로해주고얼른고향에전화할

수있게배려해주고, 위로금을모아주기도해서그정에감격했다고합

니다.

태국인근로자는네분이있는데, 퐁택(41세) 씨, 폰하이(31세) 씨,

소폰(31세) 씨그리고위다유(27세) 씨입니다. 위다유씨만미혼인데,

한눈에도밝고일에만족한다는걸알수있었습니다.

“연장할수있는때까지연장해서일하고싶습니다. 돈벌어서태국

에가서가게를내고싶어요. 저는배드민턴과축구를특히잘해서쉬는

시간에는한국·몽골·태국이나뉘어배드민턴3국대결을합니다. 이

번에도제가이겨서제임스가아이스크림을한턱냈습니다.”

위다유씨는배드민턴을하면서점수가날때마다“숫수!”(파이팅!)

하고외쳤습니다. 위다유씨는축구공으로묘기도보여주었는데, 공을

땅에떨어뜨리지않고발끝과무릎위에서재빠르게놀리는폼이예사롭

지않다했더니, 이미조기축구회에서링커로활약하고있다고합니다.

일찍이낯선미국에서오래일해서외국인근로자의심정을누구보다

잘아는제임스씨가외국인근로자들의일상은전해줍니다.

“누구나세끼먹고일하고, 퇴근하면가족과지내는데여기외국친

구들은그러지못합니다. 대화를해보면배움도많고가정도평안한데,

단지돈벌겠다는일념으로가족과떨어져우리와함께생활하고있습

니다. 퇴근후에는노트북으로가족들과화상통화하면서그리움을달래

죠. 화상통화로부부싸움을하고다음날시무룩해있기도합니다. 어쩌

다외출해서고향사람을만나회포를푸시고요. 이분들이건강하길바

라고, 한국에대한좋은이미지와좋은추억을만들어주고싶습니다.”

제임스의조언을들으니, 전에는한국에오랫동안체류하기위하여

불법과탈법도많았는데, 이제는3년일하고2년을더연장하는과정이

간편해졌다고합니다.

“덕분에고용주나근로자나안정감이생겼지요. 사람은누구나자신

을지원해주고잘해준다고느끼면주인의식을가지게됩니다. 그러면

불량품도없고생산성이높아지죠. 3D 업종에는인력이부족한만큼

외국인근로자와우리가서로윈-윈할수있는방법을찾아야하고, 그

렇게되고있다고봅니다. 건강진단·보너스·퇴직금다보장하는것

도그연장선이죠. 저개인적으로는제가할만큼하면오는것도있을

연장할수있을때까지

연장해서

일하고싶습니다.

돈벌어서

태국에가서

가게를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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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라고생각합니다.”

김용헌공장장님도회사방침을전해주셨습니다.

“무얼원하는지귀기울이고있습니다. 일터에서는물론이고기숙사

에도바퀴벌레나개미, 벌레가있다고하면처리해주고, 덥다고하면

에어컨도설치해주고, 같이이야기하면서어울리죠. 우리공장식구들

은시민공원에단합대회도자주갑니다. 저기화단에자라는풀좀보세

요. 어딘지낯설지요? 태국친구들이고향에서보내온씨앗을심어즐겨

먹는채소를키웠는데, 맵고도강한향이나요. 사람과사람이만나서

하는일인데, 벽을만들지않으려고노력하면외국인근로자들도마음

을알아줄겁니다.”

여기서 생산하는 제품은 휴대폰·텔레비전·냉장고·세탁기 등의

플라스틱케이스인데, 직원들은주야로나눠일합니다. 제이텍에서근

무한지16년이나되었다는복진한씨는회사에대한자부심이대단하

셨습니다.

“저희회사는분위기가좋아요. 절대 사람에게무리한일을시키지

않습니다. 사실이업종은중국을비롯해서인건비가싼나라로넘어가

고있는데, 우리사장님은안타까워하세요. 금형과사출은마르지않는

샘과도같은업종인데, 없어져서는안된다고요. 언젠가는다시우리나

라로돌아올게확실하므로그때까지우리가잘버텨주어야한다는거

죠. 일본도같은과정을거쳤거든요. 가정이화목해야회사일도잘한다

는게사장님철학이라부부동반모임도있습니다.”

이곳직원들이이용하는식당에서는지난초복에일부러삼계탕을준

비해서 가져오셨습니다. 외국인 근로자들 드시라고요. 제이텍의 한국

인근로자들이특별히부탁한거겠죠? 식당아주머니도특별한애정을

표하셨습니다.

“객지에나와서일하자면마음이어떻겠어요? 말을안해도다알지.

그래서 새로 온 외국인 근로자가 있으면 뭘

잘먹나눈여겨봐요. 잘 못 먹으면계란프라

이라도해서어떻게든밥을먹게해주려고합

니다. 고기를많이먹는나라사람들은제육

볶음이나고기반찬한날은많이드시니까저

희도기분좋아요. 아들같고동생같잖아요.”

이날 최수연 리포터도 동행해서 외국인 근

로자들의목소리를담아7월19일화요일<파

란만장나의성공기> 시간에‘좌충우돌한국

정착기’로소개했습니다.

사람인(人)이라는 한자는 두 사람이 서로

기댄모양이라던가요. 각기다른나라에서왔

지만, 서로기대고살아가는생산현장의모습

속에서 사람인 자를 봅니다. 일손을 기대고

마음도기대면서우리는외국

인 근로자 100만 명 시대를

더불어살아가고있습니다.*

객지에나와서일하자면

마음이어떻겠어요?

말을안해도다알지.

그래서새로온

외국인근로자가있으면

뭘잘먹나눈여겨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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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원기연의 남다른 경쟁력은 월등한 제품력과 기술력에 기반을 두고 있

다. 이 회사의공기조화기는고효율에너지기자재채용으로운전비용절감효

과가 우수하며, 초경량화 콤팩트화로 설치면적을 최소화하는 장점이 있다. 이

를통해연간에너지비용을 20% 이상절감할수있다. 또한불쾌지수가높은

소음을최소화하여쾌적한환경을실현하며, 무진동운전으로별도의방진설비

경비를절감할수있다. 제품의수명이반영

구적인데다 소모품이 없어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무용접 완전조립형 구조

로 위험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는 것

도장점으로꼽힌다.

행복을찾는사람들

도심의한복판에는고층의대형건물

들이 즐비하다. 이러한 대형 건물에

없어서는안될기기중하나가실내공기를쾌적한상태로만들어주는‘공기조

화기’다. 건물을쾌적하게적합한온도와습도, 기류, 청결등을동시에조절할

수있는고성능제품이바로공기조화기다. 대부분의대형건물에설치되어있

는 이 제품은 공기가 더울 때는 시원하게, 추울 때는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기

본적인기능은물론건조할때는습기를공급해주고, 습기가많을때는제습기

의 역할까지 담당한다. 게다가 공기중에 부유하는 먼지를 걸러주고 가스를 정

화시키는등다양한성능으로각광받고있다.

공기조화기·항온항습기·송풍기·냉동기 등을 생산하고 있는 (주)세원기연

은 탁월한 역량으로 국내 냉동공조 분야를 이끌어가는 리딩 컴퍼니다. 정부청

사와 법원 등을 비롯해 무역전시장·기업 사옥·백화점·병원·지하철 등 전

국의손꼽히는대형건물에이회사의제품이설치되어있다.

IBK기업은행구로중앙지점고객 (주)세원기연김용석회장

독보적인기술력자랑하는

냉동공조전문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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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독보적인 제품의 우수성은

정부와 각종 인증기관으로부터 받은

인증서를통해서도쉽게확인할수있

다. (주)세원기연은 국산신기술(KT)

인증,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 우수

성능K마크인증, ISO 9001:2008,

ISO 14001:2004 인증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인증서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부단한 연

구개발노력의결과물이라고할수있

는 특허와 실용신안 등의 지적재산권

이57건에달한다.

이러한 성과는 지난 1972년 회사

설립후 40여년간끊임없이변화를

거듭해 온 결과이기도 하다. (주)세원

기연의 김용석 회장은“R&D는 미래

의패러다임에맞춰우리가먼저변신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회사 설립

당시부터 경쟁회사

에 없는 제품, 남들

이만들지못하는제

품을개발하는데주

력했다”고 전한다. (주)세원기연이 수

십년째꾸준히업계선두자리를유지

하고있는비결은이처럼끊임없는노

력과 남다른 의지로 앞선 기술, 미래

기술을 확보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회장은 늘 시장을 먼저 읽고 이에

맞는 제품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데

온 역량을 집중했다. 기업은 시장의

패러다임과 변화에 맞춰 항상 새로운

시장을찾아변신해야생존할수있다

고 강조하는 그는“준비된 사람에게

위기는없다”고자신있게말한다. 준

비된 자만이 승리한다는 말처럼 실제

로 (주)세원기연은모두가허리띠를졸

라매고힘든시기를보내야했던오일

쇼크와 IMF외환위기도 큰 어려움 없

이이겨낼수있었다.

IBK기업은행 구로중앙지점 이상진

지점장은“회장님은 매우 열정적이고

에너지가 대단하신 분”이라고 소개하

며, “상대방을 기분 좋게 배려해주시

고, 만나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

서배울점이무척많다”고덧붙인다.

“한 기업의 경영자로서, 또 한 집

안의가장으로서본받을점이무척많

습니다. 직원들을한명한명가족같

이 세심하게 챙기고 자율적으로 조직

을 관리하시기 때문에 직원들의 이직

률이 낮고, 장기 근속하는 분들이 많

습니다. 또부부애가상당히각별하셔

서항상사모님을존중하시고먼저챙

기는데 그 모습이 참 보기가 좋습니

다. 서로존대를하는모습도무척다

정해보이고요.”

이 지점장의 말에 김 회장은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지으며“부부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이‘내가 당신을 위해

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

아니겠느냐”고되묻는다.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생활하면

각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혀 싸울

일이 없지요. 상대방의 마음에 내가

먼저 가 있는데 싸울 일이 뭐가 있겠

습니까? 그러면상대방은자연스럽게

제가 혹시 기분 상하지 않을까, 밖에

서일하면서불편한게없을까생각하

게 되고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먼저

갖게됩니다.”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 아내의 힘이

김용석회장의

성공 노하우

남보다앞서야한다 가장중요

한 것은 남보다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고, 이를실행에옮기는것이다.

올바른 생활방식을 추구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

과욕을 버리는 마음, 자연식을 하되 과

식과흡연은자제하는식생활등철저한

자기관리로건강을유지한다.

직원들이건강해야회사가건강하다 공장에는 녹지가 많고,

구내식당 음식은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

고 가능한 자연식으로 맛을 낸다. 직원

들의건강을챙기고일하기좋은업무환

경을만들기위해노력한다.

TIP

12

3

(주)세원기연 김용석 회장을찾은 IBK기업은행 구로중앙지점이상진지점장(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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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성. 시. 대. 62

컸음은 물론이다. 김 회장은“아내의

내조는 아주 절대적인 힘”이라며 그

간의고마움을전했다. 실제로평범한

가정주부인 그의 아내는 다수의 표창

장을받기도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김용석

회장은 50년 후, 100년 후 회사의

미래에욕심을내기보다는지금할수

있는것에최선을다하는자세가중요

하다고 말한다. ‘과욕을 버리고 가능

한 것부터 시작하자’는 것은 그의 오

랜삶의방식중하나다. 분수를아는

것, 즉 자신의그릇을알고거기에맞

게행동하는것이중요하다는뜻이다.

“내가 얼마만큼 담을 수 있는 그릇

인지, 내관리능력이얼마나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그릇보다

큰 그릇을 준비해놓고 담으려고 하면

그릇이 채워지지 않고 허술해집니다.

그렇게 되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불안

해져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게 되

는데 이때 많은 문제가 생깁니다. 그

것이자기를불행하게만드는가장큰

요인이되지요. 자신의그릇과관리능

력을알고그만큼만담아서채워야합

니다. 그릇을가득채우고넘칠때비

로소같이나누고자하는마음이생기

는데, 그것이바로나눔의정이에요.”

김용석 회장은 자신의 그릇을 알고

분수에맞게행동하는것이이사회를

보다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드는 지름

길임을강조한다. 그래서그는무리한

희망이나계획을세우지않는다. 그저

현실에 맞춰 차분하게 뚜벅뚜벅 자신

의 길을 걸어갈 뿐이다. 지금까지 그

가걸어온길이그랬던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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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속편지

열심히살아온우리들의성공이야기

<파란만장나의성공기>

남성들의 땀과 인내 우정을 이야기하는

<장용의단필충>

누군가를만나사랑하고결혼하는이야기

<연애에서결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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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성. 시. 대. 66 67 2 0 1 1 . . + A U G U S

전북전주에살고있고, 스물한살김진주입니다. 저는야간에일을

하고있기때문에집으로돌아가는버스안에서 <여성시대>를듣습니

다. 오늘은용기를내글을써봅니다.

저희 집은요. 아빠, 엄마 그리고 저 이렇게 세 가족입니다. 엄마는

제가아주어렸을때교통사고를당해거의식물인간상태로몇년을

누워지내셨습니다. 그러다제가중학교 3학년때쯤기적적으로일어

나셨습니다. 하지만그후유증으로수술을많이받으셨고, 잔병치레도

많습니다.

엄마가아프셨기때문에저는어렸을때부터할머니와함께살았습

니다. 아빠·엄마와떨어져지내는게힘들었고또외로웠습니다. 하

지만고등학교때부턴기숙사생활을했던터라친구들과함께걱정을

나눌수있어서마음만은힘들지않게지낼수있었어요.

그러다대입시험을보게되었습니다. 어렸을때부터병원이친숙했

던저는망설임없이간호학과에지원했습니다. 결과는합격. 하지만

너무높은등록금때문에아빠가걱정하시는모습을보고어쩔수없이

대학진학을포기할수밖에없었죠.

그무렵, 저희아빠는건축회사에다니셨는데, 현장에나갔다가고층

에서떨어지는바람에허리와다리를많이다치셨거든요. 그래서저는

대학을포기하고아빠가계시는전주로와서아빠와엄마의병간호를

할수밖에없었습니다.

전주에오긴했지만, 원래살던곳이아니다보니친구도없을뿐더러

고민을털어놓을사람이한명도없었어요. 그래서일까요. 그땐정말

두려웠고, 세상이온통회색빛이었습니다.

그러다가아빠가조금씩거동을하시게된후부턴본격적으로일자

리를찾아나섰습니다. 간호조무사자격증을따두었던터라병원에이

력서를내기로한것이죠.

하지만나이도어리고, 경력도없고, 고졸인저를받아주는곳은없

었습니다. 스무살, 세상이참어렵고무서운걸알게됐고, 자신감도

없어졌죠.

일할병원을찾아돌아다니다가집에오는길에‘과연내가할수있

는일은뭔가, 왜 세상은나에게이리도혹독한건가’싶어발걸음이

무거워지곤했습니다.

그러던어느날, 한편의점에아르바이트생을구한다는종이가붙어

있더라고요. 돈을벌기위해뭐라도해야겠다싶어서아르바이트를시

작했습니다. 시급은적었지만, 그래도제게주어진일인만큼열심히

했어요.

그러면서 점차 일하는 시간을 늘려 나중에는 하루 3시간씩 쪽잠을

자면서세곳의편의점을옮겨다니며아르바이트를하게되었습니다.

잠을자지못하다보니까이동하는시간엔내내졸기일쑤였습니다.

01파란만장나의성공기

편의점점장이

되기까지

김진주

전북

전주시

완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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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몸을혹사시킨결과몸무게가 15킬로그램이나빠졌지요. 하

지만‘평소에 통통한 편이었는데 이렇게 다이어트도 하고 얼마나 좋

아?’라고생각하며절대피곤한내색을하지않았습니다. ‘내가3시간

밖에자지못하는생활을한다해도그것때문에남에게피해가가는

일은없게하자’고마음먹은거죠.

그후저는편의점용빵을팔때도적극적으로참여했고, 선반에있

는물건을다내려일일이닦기시작했습니다.

또OO데이같은행사때면사람들앞에나가판촉을하기도했고요.

‘여름엔냉동고에물을따로얼려얼음물을팔면어떨까’하는생각에

편의점사장님께아이디어를내기도했습니다.

그리고 다달이 오는 행사기간이면 물건을 재배치시켜 손님들이 더

수월하게원하는물건을사갈수있도록했어요. 그러다보니어느덧

편의점에서제역할이커지더군요.

그렇게1년이흐른후, 저에게놀라운일이일어났습니다. 전주편의

점사장님들사이에서제가일잘하는아이, 믿고일을맡길수있는아

이로소문이난모양이에요.

때마침제가일하던편의점의사장님이지인을소개시켜주셨고, 저

는더이상시급을받는아르바이트가아닌점장이라는직함을달고월

급을받으며일하는직원이되었습니다. 사실월급을받는다고해도아

버지가귀농을하시고, 일이잘안풀려여기저기빚이있는상태라상

황이전과많이달라지진않았습니다.

내년부터학교에다니려하지만그것도쉽지않은상황이고요. 하지

만이젠무슨일이든열심히하다보면, 좋은결과가온다는걸몸과마

음으로느꼈으니, 오늘도힘을내보려고합니다.

편의점에서일한다고하면우습게생각하는분들도있고, 저녁 9시

부터아침9시까지일하다보면힘들때도있지만저는사람들을만나

면서즐겁게일할수있는이일이참좋습니다.

저처럼취업이안돼힘들어하고있을어린청춘들에게도꼭힘내라

고이야기하고싶습니다.

마지막으로정말사랑하는우리엄마! 조금만더힘내주세요. 사랑하

는우리아빠! 아픈몸으로나보다더바쁘게일하느라얼굴본지도오

래됐는데, 아프지말고, 힘내세요!*

‘내가 3시간밖에자지못하는생활을한다해도

그것때문에남에게피해가가는일은없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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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대한민국의자랑스러운청년이었습니다. 키도평균이상, 몸무

게도적당, 모든체력도완벽했기때문에신체검사에서현역으로판정

받아군입대를앞두고있었습니다. 친구들과만나면친구들중제일

먼저제가군대를가는것이기때문에친구녀석들이“홍병장, 홍 병

장”하며저에게자신감을심어주었고, 저도그런별명이싫지만은않

았습니다.

하지만논산훈련소입소한달을앞두고청천병력같은소식을듣게

되었습니다. 여느날처럼집으로돌아왔는데엄마가버선발로뛰어나

오며저에게소리치셨습니다.

“아들아! 너방위편입통지서나왔다.”

저는머리가띵해지며갑자기현기증이났습니다.

“엄마, 무슨소리야? 나다음달에논산입대인데.”

엄마는저에게엽서한장을쥐어주셨습니다. 방위로편입되었다는

문구가선명히들어간국방부에서보낸엽서였습니다.

‘아! 내가그렇게오매불망그리던현역으로못가고방위로가야되

는것인가?’

참으로 한탄스러웠습니다. 바로 국방부에 전화해서 사실을 확인해

보았는데, 그엽서는국방부에서보낸게확실했고, 방위로편입된것

역시사실이었습니다. 현역자원이많아방위로편입되는사병들이있

었는데, 운이나쁜건지좋은건지제가방위로빠지게된것입니다.

친구녀석들과선후배들등모든사람들이다현역으로가는것으로

알고있는데, 갑자기방위로변경되었다고차마얘기하지못했습니다.

그렇게하루하루흘러가는데, 정말곤욕이었습니다.

다행히집에서는방위로간다며너무들기뻐하셨지만, 솔직히저는

정말방위로가는게싫었습니다. 제가그렇게놀리던방위였는데, 진

짜저만은방위로갈지몰랐습니다. “내가방위갈바엔차라리해병대

를가겠다”고친구들에게떠들었는데이제와서제가방위가는지알면

친구들이얼마나놀려댈지눈에선했습니다. 차라리해병대를지원할

까? 정말고민에휩싸였습니다. 하지만대한민국군대는제가선택할

02 장용의단필충

내겐병장은

없었다

홍성률

경기도

광주시

실촌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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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2 0 1 1 . . + A U G U S여. 성. 시. 대. 72

수없었습니다.

그렇게시간이흘러논산입대하루전날이되었습니다. 이미방위로

편입이되어한달후로입대가연기됐는데, 친구녀석들은군입대하

루전날이라며꼭술을사줘야한다고하더군요. 저는어쩔수없이친

구들을만났습니다.

“내가군대가더라도다들나를잊지말거라. 다들발뻗고잘지내

라. 나라는내가지키마.”

저는자신있게외쳤습니다. 다들술이거하게취했을때친구한명

이말했습니다.

“야! 우리우정이이렇게끝을낼순없지. 다들내일논산으로가자.

지금강의가문제냐? 우리우정이지금몇년짼데? 이렇게친구를외

롭게보낼순없잖냐! 내일무조건다논산으로직행.”

‘허걱!’

술은취했어도전내일논산에갈수없는몸, 바로친구들을진정시

키기시작했습니다.

“나, 너희들정말중요해. 하지만우리가족도생각해줘야지, 안그

래? 우리엄마가울면서나지금기다리고있어. 제발이해해줘.”

결국이렇게친구들을말리는척하며저는한달간두문분출하며집

에서숨어지냈고, 결국한달후에아무도마중나오지않은채방위훈

련소에입소하게되었습니다. 왜냐하면가족들모두“6주후면돌아올

건데, 뭐하러따라가니? 그냥혼자댕겨와”하며웃으면서저를보냈

고, 저또한같이가달라고할수가없었습니다.

그리고입소날, 훈련소에들어가는관문이다리였는데, 다리를건너

자마자제생각은180도바뀌게되었습니다. 다리를건너기전에는빨

간모자를쓴조교들이존댓말을쓰며“빨리들어가십시오. 지금시간

이 다 됐습니다. 가족들은 이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하고 상냥하게

존댓말로이야기했는데, 다리를건너자마자갑자기처음들어보는살

벌한말을하면서“엎드려뻗쳐! 너희들은이제민간인이아니다!”했

습니다.

그 한마디에 말로만 듣던 군대의 무서운 이면을 몸소 겪게 되면서

‘아! 정말방위오길잘했구나. 방위안왔으면큰일날뻔했다. 난 6

주만참으면돼’라고위안을삼으며그모진훈련소일정을참아냈습

니다.

그리고 6주후퇴소해서집으로돌아왔고, 그때부터출퇴근이시작

되었습니다. 다른기간병들은퇴근하는저를보며부러움의눈물을흘

렸지만전퇴근하면서기쁨의눈물을흘렸습니다. 또운좋게제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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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생활을 안내해주었고, 심지어 출근길에 만나면 앉아있던‘육방’

고참은나에게자리까지양보해주며, “야! 앞으로18개월동안고생할

텐데앉아라. 난이제한달남았는데뭐”하면서정말오지랖넓게저

를위해주었습니다.

이렇게저의군생활은기막힌행운으로평탄하게시작됐고그행운

은제대할때까지이어졌습니다. 장교식당취사병으로자대배치를받

은저는음식도일반사병음식이아닌사단장님이드시는최고급식단

을 1년넘게독식했습니다. 사단장님의음식을만들었기때문입니다.

가끔점심배식이끝난후, 남은음식을일반사병들에게먹였는데“세

상에이렇게맛있는음식을만날먹는단말이야?”하면서저를부러워

했습니다. 그도그럴것이고기는기본이요, 후식으로그때당시바깥

에서도잘먹지못하던고급디저트가매일나왔으니까요.

이렇듯저의군생활은너무나순탄하고편하게보냈지만저는친구

들에게진실을밝히지못한채상병으로제대하고말았습니다. 왜냐하

면방위는절대로병장이될수없으니까요.

제대후, 친구녀석들이저에게“홍병장! 홍병장!”이라고할때마다

저는찔렸지만자존심때문에절대진실을말하지못했습니다. 저에게

병장은없었으니까요.

아직까지도친구들은저의이런사실을알지못합니다. 친구들이내

무반얘기할때마다제말수가줄어든다는건친구들이아직까지눈치

채지못한것같습니다.

그래도저이나라를지킨군인입니다. 방위라고해서놀리면절대

안됩니다. 그들도똑같은군인입니다. 열심히군생활할수있도록주

위사람들도많이도와주어야합니다. 그래야저처럼훌륭히군생활

마치고제대해서행복한가정도이룰수있을테니까요.*

75 2 0 1 1 . . + A U G U S

위고참이그유명한소위‘육방’이었습니다. 6개월방위, 그것도딱

한달남은말년‘육방’이었습니다. 보통은바로위고참한테모진시

련을겪게마련인데, 딱한달남은말년‘육방’을고참으로만난저는

위 고참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첫날부터 부담스러울 만큼 친절하게

여. 성. 시. 대. 74

방위라고해서놀리면절대안됩니다. 그들도똑같은군인입니다. 열심히군생활할수있도록주위사람들도많이도와주어야합니다. 그래야저처럼훌륭히군생활마치고제대해서행복한가정도이룰수있을테니까요.

Page 39: *표1234(8월호) - iMBC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4/wom1108.pdf매월10일 기업은행에서무료로배포하며, 이웃과함께보면감동이2배로늘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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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좋아해. 무지무지 좋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하고 싶어.

언제내가전화하면받아줄거지?’

그런데그애는저를무시해버리더군요. 그래도저는무려3년동안

그애한테편지를썼습니다.

그후, 저는고등학교를졸업하고사회에나왔고, 그애는대학교에

가서충실히공부한다는소문이들려왔습니다. 그렇게서서히잊히던

순간, 그애가아르바이트를하는책방에서다시그를보게됐습니다.

순간심장이멈추더군요. 더멋지게변해버렸더라고요. 그동안잠자고

있던저의과감한성격에다시발동이걸렸습니다. 그애도저를궁금

해했다고하더군요. 서서히우리는연인으로발전하게됐습니다.

그런데그애는저의애간장을녹이는나쁜남자였습니다. 제가매번

그애집앞에서기다려야했기때문이죠.

언젠가는대판싸운후, 며칠동안연락이안되는거예요. 저는너무

궁금해서집앞까지찾아갔습니다. 하지만그애가할머니와함께살고

있었던지라전화를할수도없었고, 쳐들어갈수도없어서한숨만쉬

고있는데2층그애방창문에불이켜져있더군요.

저는돌멩이를던진후, “호두야! 호두야!”하고불렀습니다. 대답이

없더군요. 안되겠다싶어저는벽을타기로했습니다. 시골집이라벽

돌에홈이있어서벽을타기가쉬워보였거든요. 벽돌의홈에발을끼워

올라간후, 그애방창문을두드렸지요. 그애는저를보고화들짝놀

라더군요.

“야! 너, 거기서뭐해?”

“너! 어쩜그럴수있어? 내가궁금하지도않았어? 보고싶지도않았

어?”

저는벽에매달려울부짖었습니다. 놀란그애는밖으로나와벽에

“고등학교때일입니다. 무척좋아하는남자가있었습니다. 얼굴은

네모에 눈꼬리는 반쯤 쳐졌고, 피부는 누런. 그래서 우리는 그 애를

“호두야! 호두야”하는애칭으로불렀습니다.

그애는인기가엄청났습니다. <별은내가슴에>라는드라마의주인

공인안재욱의헤어스타일이한창유행할때쯤, 그 애도넓고네모난

얼굴에그헤어스타일을하고다녔는데, 제눈에는왜그리근사해보

이던지요. 흠뻑빠지게되었죠. 그애를독차지하기위해많은여자애

들이 울부짖었습니다. 책상서랍에는 편지들과 초콜릿이 한 가득이었

죠.

그에비해저는보잘것없는아이였습니다. 학교에서있는둥없는둥

아주내성적인아이였어요. 그랬던제가그남자애를보고나서는변해

버렸습니다. 어떤여자애가내남자한테눈길만줬다고하면보이지않

게그여자애를골탕먹였지요. 책가방속도시락뚜껑이열리게해서

책을온통엉망으로만들고, 체육시간에바지를숨겨선생님께혼나게

하고, 나중에는더과감해져그애한테편지까지쓰게됐습니다.

정연순

경남

김해시

한림면

03연애에서결혼까지

우리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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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2 0 1 1 . . + A U G U S여. 성. 시. 대. 78

“장독대밟고들어왔다왜? 이상황에넌잠이오니? 나를잊을수

있을것같아?”

“그래도그렇지. 어떻게장독대를….”

“오죽네가보고싶었으면그랬겠냐!”

“그만울어. 나도너랑헤어지고후회많이했어. 미안해.”

그일이있고난후, 우리는자주남자친구방에서만남을가졌습니

다. 저는매일그애를만나기위해장독대를밟고창문을넘었지요. 그

러다할머니가들어오시면방문뒤에숨어서없는척했고, 또어떤날

엔할머니도아시는것같은데모르는척“일찍자! 이상한애못들어

오게창문잘잠그고”하고는방문을닫고나가셨습니다.

남자친구의생일날, 저는케이크를들고또장독대를밟았습니다.

“자기야! 나왔어! 케이크먼저잡아!”

“아이고우리이쁜이케이크사와쪄?”

매달려울고있는저를내려주더군요. 우리는다시뜨거운연인이됐습

니다.

하지만이남자, 여전히문제가많았습니다. 외동아들이라그런지애

처럼삐지고, 토라지고, 그래서저는매번벽돌을타고올라가남자친

구의창문을두드려야했죠.

그러다보니동네에소문이나기시작했습니다. 밤마다호두네집벽

을타고우는여자애가있다고말이죠. 안되겠다싶어서그뒤로는벽

은타지않았습니다.

그런데3년쯤사귀었을때, 남자친구가이러는겁니다.

“우리헤어지자!”

“왜?”

“각자의시간을갖는게좋을것같아. 우리사이엔이제설레는게

없어진것같아. 미안.”

바로이별통보였습니다. 하지만헤어졌는데도그애가자꾸보고싶

고, 만나고싶어안되겠다싶어서그애집을찾았습니다. 그런데그

집벽돌에못이박혀있더군요. 저때문에그집에도둑이들었는지. 아

무튼담을타서들어가기는힘들것같았습니다. 그때담벼락밑에장

독대가보였습니다. 장독대를밟고올라서면될것같았어요. 그래서

장독대를밟고올라가창문을두드렸지요. 답이없더군요. 창문을열고

들어갔습니다. 아주곤히잠을자고있더군요. 이상황에잠을자고있

는남자친구가너무미웠습니다. 그래서저는귓속말로남자친구를깨

웠습니다.

“호두야! 나왔어. 나왔어, 호두야!”

호두는화들짝놀라저를바라보더군요.

“어떻게들어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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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와야했습니다. 엄마는그런저에게어디서똥밟았냐고꾸중하셨지

요. 정말제인생최고로부끄러웠던날이었죠.

그래서그다음날부터는나무판을차에싣고다니면서그걸장독대

위에놓고창문을열고들어가데이트를했습니다.

하지만얼마후, 할머니에게들키고말았습니다. 장독대를밟고올라

가는걸동네아줌마들이할머니께말한거죠. 할머니는안되겠다싶

으셨는지저에게선포를하시더군요.

“혹시간장독맛가게한게너냐?”

“네? 저아닌데요? 저는나무판들고다녔어요. 절대아니예요.”

“너맞지? 너말고그간장엉망으로만들사람없어! 그건그렇고너

우리손자좋아하냐?”

“네? 네. 많이많이좋아합니다!”

“그럼결혼해! 뭐한다고매일담을넘고있어, 다큰처자가. 이동네

에서소문다났어. 시골바닥이얼마나좁은지알아? 내일당장상견례

하자고해라. 우리도준비하마.”

그렇게해서후다닥상견례하고보름만에결혼했네요. 평소얌전했

던제가남자때문에담을타고, 장독대에빠지고.

지금은젊은두아들과늙은아들을키우면서목소리는하이톤이되

고, 성격이 급해 손바닥이 먼저 나가는 그런 여자가 되어버렸습니다.

가끔아끼던편지들을꺼내면서저한테협박하는남편.

“그땐이렇게나를사랑한다고못살게굴더니지금은뭐냐?”

그렇게앙탈을부리네요.

지금그때일을떠올리면, 간장독은정말최악이었습니다. 그래도그

렇게좋아죽고못살았으니지금은다추억이네요. 지금담을넘어가

라고하면못할것같아요.*

81 2 0 1 1 . . + A U G U S여. 성. 시. 대. 80

그런데케이크를건네고올라서려는바로그때! 뿌지직풍덩제가장

독대에빠지고말았습니다. 장독대뚜껑을밟고급하게올라서느라몰

랐는데장독대엔뚜껑이없고비닐이씌워져있었던겁니다. 그장독대

는간장독이었습니다. 제가간장독에빠지고만거죠. 제몸만큼큰장

독대에빠져있는데남자친구는한가하게창문에서이러더군요.

“아차! 오늘장독대뚜껑깨져서할머니가비닐로씌워놨는데….”

결국남자친구가밖으로나와저를꺼내주었고, 방안에는온통간장

냄새가진동을했습니다. 결국분위기다운분위기도못내고집으로돌

제몸만큼큰장독대에빠져있는데남자친구는한가하게창문에서이러더군요.“아차! 오늘장독대뚜껑깨져서할머니가비닐로씌워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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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2 0 1 1 . . + A U G U S여. 성. 시. 대. 82

올해45세, 장미자씨는어느날갑자기행복한고민에빠졌다. 미자

씨의일과는간단했다. 평일에는살림을하면서낮에서너시간남편이

하는전자제품대리점일돕기, 일요일에는성당가기, 일주일에세번

성당에딸린복지관에자원봉사나가기, 별무리없이살고있었다. 그

런데갑자기복지시설에서직원으로일을해달라는제의를받은것이다.

‘아침9시부터6시까지일하면살림에지장이있지않을까?’

‘남편대리점일손은어떻게하지?’

남편은대리점일은걱정말라고했다. 나아가아이들의아침밥은자신

이챙겨줄수있다고했다. 어차피대리점은10시나되어야열기때문에

아침시간에여유가있다는것은알지만과연그게가능할까걱정이되었

다. 그러나진짜고민은다른데있었다.

“내가과연잘할수있을까? 막상시켜보니별로라고실망한다면그

냥자원봉사자로있을때만못한결과가되는건아닐까?”

자신감의부재로고민하고있을때, 중학교 2학년인막내딸이다가

왔다.

“엄마, 내년이되면엄마는또후회할거야. ‘내가작년에시작했어야

했어’라고.”

미자씨는세딸앞에서자식들때문에자신이하고싶은일을못한다

고푸념하곤했다. 마흔이넘으면서는나이먹는것을한탄하는일이더

늘어났다. 미자씨는어린딸의말에한편으로는부끄러움을느끼면서

다른한편으로는용기가났다. 행복한고민은해피엔딩으로마무리되

었다.

‘오케이, 해보는거야!’

막상9시까지출근은전업주부로만살아온미자씨에게쉬운일이아

니었다. 러시아워를뚫고사무실에도착하면우선커피한잔을마셔야

정신이났다. 총무부서의일은서류정리나사무가많지만복지관행사의

진행을돕는일도주업무였다. 소형차도갖고있고운전을잘하는미자

씨는복지관에오는강사를픽업하는담당이되었다.

내가미자씨를만나게된것도그래서였다. 내가그복지관강연을맡

은날은비가억수같이내렸다. 강연시간은오전10시였지만길이막힐

것을예상하여지하철역에서9시에만나기로되어있었다. 방글방글웃

는동그란얼굴의미자씨는빗길의짜증을덜어주었다.

“비가와서오시기힘드셨죠. 차가작아서불편하시겠지만멀지않으

니조금만참아주세요.”

“무슨말씀을요, 운전하는분이힘들지….”

오는도중에‘문짜왔숑문짜왔숑’미자씨의휴대폰이말했다.

“<시크릿가든> 팬이신가봐요”했더니방글방글웃는얼굴이발갛게

물든다.

“아녜요. 애들이저를신세대로만들어준다면서….”

부부클리닉

부부살이

잔뿌리를늘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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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성. 시. 대. 84

는다못한다고했대요.”

남편이사업에실패해서몇년간정말눈물나게고생했는데, 그고생

때문에남편이철이든거같다고했다.

“그래도본바탕이좋은사람이니고생한아내에게배려하지, 대한민

국남편들이다그런건아니죠.”

남편자랑같아머쓱해하는그에게남편역성을들었더니, 바로며칠

전에받은문자에는정말감동했다고했다.

“제가일복을타고났는지출근을한다음주가복지관창립기념일이

었어요. 초대장보내고일일이참석확인하는일도보통이아닌데, 내빈

들이름표부터후식까지장만하자니일이끝이없더라고요. 시간가는

줄도모르고며칠을일했어요. 매일늦으니까가족들에게도미안하고남

편삐질까봐눈치가보이더라고요. 그날은빨리끝내고집에갈욕심에

저녁도못먹고일하는데문자가왔어요. 뭐라고왔을까요?”

미자씨는어느새나와아주친한친구가되어버렸다. 나로서는답을

맞출재주도없지만미자씨가기다려주지도않았다.

“맛난거해줄게. 지금장보고있어.”

“어머세상에….”

내콧등이시큰한데미자씨를보니눈물이그렁그렁했다. 그날받은

감동의물결이여전했다.

오래사는나무를보면잔뿌리가많다고한다. 부부살이에도잔뿌리가

많아야한다. 평소에나누는문자한줄이잔뿌리로부부라는나무를살

아있게한다. 잔뿌리가길어올리는믿음과의지라는영양소가나무를

살아있게한다. 잔뿌리를늘려가는부부가건강하게오래산다.*

85 2 0 1 1 . . + A U G U S

주차장에 도착하

자마자 문자를 확

인한 미자 씨가 얼

른 답장을 하는가

싶더니 깔깔깔깔

웃음을터뜨렸다.

“누구예요?”

나도 모르게 물

었다.

“남편이요.”

그날 아침, 남편

이 늦잠을 자서 아

침밥을 하지 못했

다. 아이들과 미자

씨가밥을먹지못하고나왔다.

“제남편은아침밥을엄청중요하게여기는사람이에요. ‘오늘아침

우리예쁜공주들밥을못먹여보내마음에걸리네’라고문자가왔기에

‘나도공주야?’하고문자를보냈더니답이오길‘넷중에제일예쁜공

주’라네요, 하하하하.”

강의를마치고지하철역까지데려다주는것도미자씨일이었다.

“남편이참좋은사람인가봐요.”

“네.”

0.1초망설임도없이답이나왔다.

“남편이애들모아놓고말했대요. 지금껏너희엄마는가족들을위해

살았으니, 이제는우리가엄마하고싶은일할수있게해줘야한다. 아

빠가열심히하겠지만너희들도설거지와청소도와야한다. 아빠혼자 글 I 오숙희(여성학자, 상담소‘해심터’운영) 일러스트레이터 I 조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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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2 0 1 1 . . + A U G U S여. 성. 시. 대. 86

이렇게운좋은경우의반대편에는괴로운부모들도있습니다. 어쩔

수없이일을해야만하는처지인데, 아이는스스로자기관리를못하

는경우입니다. 미리미리자기가할공부를해놓으면좋으련만엄마

가와서옆에붙어있기전에는할생각을않는아이들. 이에대해전화

를걸어잔소리를하면그때뿐또다시실컷놀다가엄마를맞이하지

요. 해놓았다고하는것도마음에안들기는마찬가지여서이런날직

직장을 다니면서도 똑소리 나게 자기 일을 잘 챙기는 자녀를 둔 엄마라면

모든 엄마들의 부러움을 사게 마련입니다. 부러움을 넘어 어떤 경우에는‘공

공의적’취급을받을때도있지요. 물론 모든것이저절로된것만은아니고

나름의노력이있었을것입니다. 하지만아무래도아이가가진타고난특성이

가장중요한것은사실입니다.

아이와함께자라는부모

아이와긍정적인관계를만들자

장에서기분나쁜일도있는경우면아이에게한마디말이안나갈수

가없습니다. 하지만아이에게상처주는말을하고서또후회를하지

요. 아이가기억하는엄마는자신을감시, 감독하고혼만내는엄마겠

구나, 이런사실을잘알지만뾰족한수가없다고힘들어합니다. 그렇

다고그냥놔둘수는없지않느냐는것이엄마들의이야기입니다.

풀리지 않는 문제 앞에 서 있는 부모들에게 권하고 싶

은 방법은 기본부터 돌아보는 것입니다. 아이가 자기 관리

능력을 갖지 못했을 때 필요한 것은 아이에게 야단치는 것

이아니라자기관리능력을갖도록가르치는것입니다. 자기관리능력이발

달하는 데는 사람마다 때가 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좀 빠르고, 어떤 아이들

은느리지요. 때가 되지않은아이를밀어붙이고혼을낸다고해서때가앞당

겨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부모에 대한 반감과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

생기기 쉽습니다. 자기 관리를 위한 기본적인 전제는 잘 해보려는 마음인데,

스스로를부정적으로보고부모에게화가난아이들이잘해보려는마음을가

질수는없는것입니다.

안되는것은안되는것이라고빨리인정해야합니다. 아직스스로

를챙기는것이힘든아이들은외부의힘이필요합니다. 그러나엄마는

이를 위한 시간이 부족할 수 있지요. 그렇다고 아이가 부모의 생각을

이해해주지는않습니다. 부모는여러가지좋은말을하면서열심히공

부도하고숙제도알아서챙기도록설득하지만아이들에겐지금더중

요하고하고싶은여러가지일들이있습니다.

사실저학년아이들이부모의말을듣는것은부모가생각하듯장래

에대한염려때문은아닙니다. 자기가좋아하는엄마가하라고하고,

엄마에게인정받고싶어서하기싫은일도참고하는것이지요. 따라서

자기관리

능력을

갖도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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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2 0 1 1 . . + A U G U S여. 성. 시. 대. 88

아이가싫어하는것을시키려면우선아이가엄마를좋아해야합니다.

충분한시간을두고아이와좋은시간을보낼수있다면아이에게하기

싫은것을시키는것이그렇게어렵지않습니다. 그러나직장을다니는

엄마에게이것은불가능한일인것이문제이지요. 절대적인시간이없

다보니일단효율성을따져서우선챙길것만챙기게되고그러다보니

문제가생깁니다.

이럴 때는 과감하게 아이와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시간이 적을수록 아이에게 뭔가 시키려는 노력을

포기해야 합니다. 물론 아이가 부모 말을 잘 듣는 운 좋은

경우라면고민할필요가없겠지요. 그러나그렇지않은아이라면아이가해야

할일을어떻게하게할것인가에초점을맞추기보다는엄마가아이에게해줄

것을어떻게할것인가에초점을맞추어야합니다. 일단관계가긍정적이어야

앞으로한발자국을내딛을수있는기반을만들수있습니다.

집에 들어오면 씻고 밥을 챙기느라 서두르지 말고 다만 20분이라도 그냥

아이와의 만남을 반가워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보십시오. 아이가 원하

는놀이를같이해주는것도좋은방법입니다. 편안한놀이를통해서로의만

남을반가워하면서하루를정리한다음에저녁에해야할일로넘어가는편이

좋습니다.

물론아이역시엄마가들어왔을때특별히반가운표시도하지않을

수 있습니다. 대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엄마 행동에 적응한 결과입니

다. 어차피엄마도자기할일을하느라바쁘니기대할것이없다고생

각하는것이죠. 그러나아이가그런다고하더라도엄마가애정을표시

하며“낮에너생각이많이났어. 두번은정말보고싶었는데, 그첫번

째는…”하며이야기를하면좋아하지않을아이는없습니다. 그럼해

야할일은어떻게하냐고요? 물론방법을찾아야합니다. 가장현실적

인것은아이의숙제와약간의학습을봐줄만한공부방을보내는것입

니다. 엄마가해줄숙제나학습을대신할수있는사람을찾아서그부

분은과감하게맡기고가장중요한부분인관계에엄마는집중해야합

니다. 공부방에서하기어려운만들기숙제는엄마와같이즐기면서할

수있을것입니다. 대개이런숙제는한참전에언제까지하라고주어

지니미리주말에해두면불필요한긴장을막을수가있겠지요.

직장을 다니는 엄마는 미리 챙기고, 다른 쪽의 힘을 빌려서 좀 더 여유를

갖고아이에게다가가야합니다. 서두름과강압적자세는아이의반항심을키

우는 원천입니다. 시간이 없다면 가장 필요한 것부터 챙기도록 하십시오. 아

이와의긍정적인관계를만드는것, 이것이가장우선입니다.

아이와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글 I 서천석(소아정신과전문의, 트위터아이디@suhcs)

일러스트레이터 I 조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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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2 0 1 1 . . + A U G U S여. 성. 시. 대. 90

서울영등포의어느여자고등학교교무실. 한소녀가고개를

푹숙인채선생님앞에서있습니다. 며칠동안연락도없이결

석을하는바람에이렇게교무실까지불려온거예요. 그런데왜

결석을 했냐는 선생님의 물음에 소녀는 좀처럼 말문을 열지 않

습니다. 고집스럽게입을다물고눈물만뚝뚝흘릴뿐이죠. “그

럼, 반성문을써오너라. 네맘속에있는말을다적어서내일모

레까지가져와.”보다못한선생님이이렇게말씀하시지만, 소녀

는이말에도그저조용히고개만끄덕일뿐대꾸가없습니다.

집으로돌아오는길, 소녀는학교앞문방구에서대학노트한

권을 샀습니다. 그리곤 오빠들과 함께 생활하는 좁은 단칸방으

로 돌아와 노트를 펼치고 꾸역꾸역 반성문이라는 걸 쓰기 시작

하죠. 그런데이상한일입니다. 처음엔그저학교에나가기싫은

이유나몇가지끄적일생각이었는데, 어느순간마음에맺혔던

말들이 줄줄 흘러나오기 시작한 거예요. 중학교만 가까스로 졸

업하고부모님의품을떠날때의쓸쓸함, 열다섯어린나이에시

작한고된서울생활, 공장에서합성수지판에나사박는일을하

며사는지겹도록힘겨운하루하루….

소녀는그모든얘기를반성문속에털어놓았습니다. 여고산

업체특별학급에서고등학교과정을공부하고있지만내가생각

했던학교생활은이런게아니었다고, 나는주산을놓는것도싫

고, 부기를배우는것에도관심이없다고. 아무것도숨기지않고

써내려갔죠. 노트는이미수십페이지를넘어가고있었습니다.

신-

경-

상처와아픔을

보듬어

문학으로

완성한

작가

그런데며칠후, 반성문을읽어보신선생님이소녀를다시부

릅니다. 그리곤이런말씀을하시네요. “너, 소설을써보는게어

떻겠니?”소녀는어리둥절할수밖에없었습니다. 그건꿈에서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이니까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순간 소

설은이미소녀의마음속에어떤구원처럼자리잡았습니다.

글 I 이정아(방송작가) 일러스트레이터 I 박근용

그사람의도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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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2 0 1 1 . . + A U G U S여. 성. 시. 대. 92

전라도정읍의가난한시골마을에서태어난소녀는책벌레였

습니다. 소녀가초등학교6학년이되던해에처음전기가들어왔

을만큼외진마을이라주변에읽을거리가많지않았지만, 소녀

는유별나다싶을정도로글에집착했어요. 버스표지판이나간

판, 과수원에서배를싸는신문지까지글자라고생긴것은뭐든

닥치는 대로 읽어댔고, 친구들과 놀다가도 갑자기 다락방에 올

라가《새농민》의 연재소설을 펼쳐들 정도였습니다. ‘매일 매일

책만읽으면서살았으면좋겠다.’그시절엔습관처럼이렇게중

얼거리기도했죠.

하지만 소녀는 마음껏 문학만 꿈꿀 수는 있는 처지는 아니었

습니다. 가난 때문에 중학교만 졸업하고 서울 구로공단에서 일

해야 했거든요. 그 즈음 몇몇 상업고등학교에서 여공들을 대상

으로 야간 특별 학급을 운영한 덕분에 어찌어찌 야간 고등학교

에 다닐 수 있었지만, 그녀는 그것조차 반갑지 않았습니다. 주

산·부기 무엇 하나 재미있는 것이 없었고 고향의 엄마만 그리

웠어요. 그러다보니 걸핏하면 학교를 빠지고, 수업시간에도 멍

하니넋을놓고있기일쑤였죠.

그런데 그때, 그런 그녀에게 선생님이 소설을 써보라고 권하

신겁니다. 글솜씨가놀랍다고칭찬하며《난장이가쏘아올린작

은공》이라는소설책도선물해주셨죠. 비로소잊고있던꿈을떠

올리게 된 그녀는 그때부터 혼자만의 소설 공부를 시작합니다.

사실공부라고해도, 공장컨베이어벨트밑에소설책을펼쳐놓

고몰래읽거나, 좋아하는작품들을첫장부터마지막장까지모

조리베껴쓰는게고작이지만, 그러는동안에도그녀의문학적

감성은날로날로깊어졌습니다.

그렇게낮엔공장에서일하고밤이면산업체학교야간부에서

공부하며작가의꿈을키운그녀는몇년후대학문예창작과에

입학할수있었습니다.

눈물겨운독학의결과였는지, 다행히스물두살때는한문예

지의 신인 작가 공모에 당선돼 등단도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것이 곧 소설가로의 성공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등단

만하면세상이온통내것일거라고생각했는데, 현실은그렇지

않았어요. 원고를써달라는사람도없고, 그녀의작품은조용히

잊혀갔습니다.

그녀는출판사직원으로방송작가로생활에안주하며소설에

서조금비껴난시간을보낼수밖에없었습니다. 그런데그렇게

5년쯤 시간이 흘렀을 때, 그녀는 문득 허전함을 느낍니다. ‘곧

서른살이되는데, 계속이렇게살아도되는걸까’하는생각에

불안하고두려워진거예요.

그때그녀는다시한번골방으로숨어들기로합니다. 그리곤

오로지글쓰는일에만빠져살았어요. 다행히1년후, 다시골방

밖으로나왔을땐그녀의손에《풍금이있던자리》·《멀리, 끝없

는길위에》등대여섯편의소설이들려있었죠. 그리고이작품

들이마침내소설집으로엮어져나오면서그녀는비로소소설가

로서인정을받을수있었습니다.

첫 장편소설《깊은 슬픔》,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낸《외딴방》

등이독자들의주목을끄는동안이상문학상·현대문학상등굵

직한 문학상도 휩쓸었죠. 그리고 이젠《엄마를 부탁해》라는 작

품을통해이제국내는물론세계독자들의찬사까지받고있습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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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2 0 1 1 . . + A U G U S여. 성. 시. 대. 94

양희은의스튜디오에서

붙이는풀)로 눈물이줄줄흐를줄알았는데, 적당히흐르다만다. 사나흘지나

니제법적응이되었다.

분장후에배우한사람한사람씩마이크체크를한다. 노래와대사가같이

가니까 노래도 하고, 대사도 해야 음향체크가 끝난다. 그 다음 우리 연주팀과

전날실수했던노래가있으면그노래를복습한다. 그리고의상을갈아입고, 화

장실을들락거린다음무대에오른다. 내콘서트때는경험못했던부산함이지

만, 나름색다른도전을즐기고있다.

이제 끝나고 나면 휴가를 가야지…. 휴가에 마음을 걸고 간다. 내가 나에게

해주는보상. 겨울부터한여름까지정말땀많이흘리고, 잠을줄여가면서일해

왔다.

짧은휴가를마친뒤, 새로운음반작업에들어간다. 거기까지끝내야 40주년

작업에마침표가찍힌다. 사람마다보고나서한두마디씩힘을실어준다. 수년

째 내 얼굴을 맡기고 있는 메이크업 담당 주영 씨의 공연 관람기를 여기 소개

한다.

‘공연짱인거같아요. 저는 선생님을알아서그공연한장면한장면이슬

펐던것같아요. 공연끝나고선생님꼬옥안아드리고싶었어요. 선생님오래오

래건강히힘내서하셔야해요. 파이팅요! 제가 늘생각했던건데요, 건방진생

각이지만…잘못되심제어깨에지고갈거예요. 진짜 예전부터생각하고있던

거라, 오늘은말씀드리고싶네요. 엄마처럼제가진짜잘할게요.’

전화기 속 문자를 안 지우고, 오래 간직하려 한다. 얼굴을 맞대고 작업하는

사이라아주친밀한사이가주영씨와나의사이다. 가까운이의격려와응원이

힘을실어준다.

어떤 가수나자기또래집단의성원을힘입어그토양위에자랄수있는법

이다. 나의 40년은여러분이보내주신격려와응원의 40년이었다. 모든보람을

고스란히여러분께돌려드리고싶다.*

양희은 I여성시대진행자

어디만큼

왔니?

일단시작하고보니시간이가긴가더라. 이제 <어디만큼왔니> 데뷔 40주년

기념뮤지컬공연끝이며칠밖에안남았다.

돌아보면 지난 겨울부터 일투성이였다. 다락방에 매일 처박혀 DVD 재생을

몇십 개나 돌려보면서 이왕 써놓은 메모에다 보태 완성한 시골밥상→팬 사인

회→뮤지컬연습→여성시대출근은새벽 6시반, 여성시대방송끝내면뮤지

컬연습장으로직행→밤 10시나되어서야연습이끝났다.

잠이 모자랐다. 아침 5시 반 기상, 밤 11시 취침. 잠이 모자라니까몸의생체

리듬이가라앉고저조했다. 목도잠기고, 깜빡졸기도하고…. 막상공연시작되

니그스케줄이차라리연습때보다나았다.

<여성시대> 생방송하고, 녹음도 하면서 침 맞고(이동거리가 장난이 아니다),

공연 3시간 전에아르코예술극장에도착해분장하고, 머리를 한다. 분장시간은

1시간 15분가량걸린다. 그 다음무선마이크와무선헤드폰세트를굵은허리

벨트랑 같이 차는데, 벨트 폭이 12센티미터가량 된다. 찍찍이가 붙어 있지만,

무선기계가두개씩붙은, 두꺼운허리띠라니! 정말대단한‘배둘레햄’이다. 넉

넉한 품의 셔츠가 필요하다. 땀이 비 오듯 한다. 그 와중에 옷을 세 번이나 갈

아입으니, 입고 벗는 것이 즐거움이 아니라 끈끈하게 달라붙는 불쾌한 경험이

다. 세상 태어나서 처음으로 붙인 속눈썹도 어색하다. 그래도 알레르기(속눈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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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에 앉아 기다리면서 혹시 시간에 늦으면 그냥 떠나버릴 생각을 하면서 오래

전어머니모습을떠올려본다.

“딩동!”

인터폰을보니공사하는분들이도착을했다. 지난달장마때, 옥상으로올라

가는좁은계단위에물이새서방수공사를해야한다. 그간 물이뚝뚝떨어지

는데도 계속 비가 내리니, 장마 그치기를 기다릴밖에. 아마 이번 장마에 물이

스민집들은장마가끝나길얼마나기다렸을까? 쾌쾌한냄새와더불어.

사람들은지나친걱정을한다. 옛날사람들도그랬을것같다.

나름 뉴스나 풍문에 한 200년쯤 후에는 한양을 벗어나 부산까지 왕래하며

장사를해야한단다하면‘그럼어떻게그먼곳을다니지?’하면서큰시름에

빠져혹중병에걸린사람도있지않았을까? 지금처럼비행기와고속철이생긴

다는건, 상상도못했을테니까.

지금 우리가 걱정하는 미래의 일도 해결방법이 있으나, 지금 우리의 상식으

로는 읽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여태 우리의 지구인이 그래왔듯이 지구는,

인류는자생력이분명히있다고믿어본다.

10시 35분인데, 애들은조용하다. 15분안에출발할수있을까? 자꾸걱정이

앞선다.

“딩동!”

문을여니공사하는분이물을좀달란다.

밖을 보니비가내린다. 큰 맘 먹고 하는공사인데, 그냥 밀어붙이기로결정

한다. 식료품 뉴스도 나를 불안하게 하고, 비가 조금 내리는 것도 마음 한구석

걱정이고, 오늘아침별일도아닌것에걱정을하고있다.

‘걱정인형’에게 맡기면 될 것을…. 우리의 걱정은 인형도 해결하는 작은 것

인가보다.*

강석우 I여성시대진행자

강석우의스튜디오에서

걱정인형이

필요해

일요일아침, 차한잔을놓고텔레비전앞에앉았다.

2050년에는 세상이 많이 달라진다는 뉴스다. 인구가 엄청 준다는 얘기다.

요즘의 결혼과 출산을 봐서는 당연한 결과일 게다. 인구가 1억 명쯤은 되어야

경제도자급자족이되고, 죽기살기로마련한아파트한채도값이올라서투기

(?)의완결을볼텐데하는사람들도있을것이다.

그러다가‘가만, 2050년이면 내 나이가 몇이지? 내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인데, 왜내가염려하고있지’하며혼자헛헛하게웃는다.

이어서우리가먹는음식재료에대한얘기가들려온다. 음식재료, 즉 우리가

먹는 채소를 비롯해서 생선류 등 어떤 품목은 우리가 소비하는 것 중 97%가

수입이라고하고, 평균적으로수입에의존하는퍼센트가 60~90%는되리라는

짐작이다. 한국산이귀하다는얘기다.

그뉴스도우리를불안하게한다.

문득 어릴 적 생각이 떠오른다. 어머니는 시간이 되면 뒤도 안 돌아보시고

휑하니 교회로 가셨다. 그러면 늦잠을 자느라 늦은 어린 시절의 나는 쫓아가

길포기하고,‘이따오후예배나가야지’하고는준비하려다말고다시누워버

리곤했다.

일요일아침, “10시 50분에교회로출발하자.”아들딸에게얘기를하고는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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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에서 일을 하다 보면 참 다

양한 사람들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방송잘듣고있노라며격려해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사실 그보다 더 많은

경우는 제작진에게 뭔가를 항의하거

나, 프로그램에서 실수한 부분을‘제

보’하는 내용이고, 이따금‘고해성사’

나‘인생상담’도있습니다.

작년 가을쯤에는 본인이 누군가로

부터도청을당한다며하루에도몇번

씩 전화를 하는 여성이 MBC라디오

시사PD들사이에서화제였습니다.

또 한동안은“내가 진행자 OOO을

만나꼭가르쳐야하는게있다”는어

르신이 자주 전화를 하셨고요, 얼마

전에는 이런 전화도 받았습니다.

“그…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하

는 광고 있잖아요? 그게 좀 잘못됐어

요!”“네? 무슨 말씀이신지….”“아,

뜯고 나서 씹는 거지 어떻게 씹고 뜯

습니까? 꼭시정해주세요!”

물론 저를 포함한 많은 제작진들은

청취자의 전화에 친절하고 성실하게

응대하려고 노력합니다. 공영방송

MBC에서받는월급의대가에는그런

일도 포함돼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

니다. 그런데 유난히 청취자들의 전화

가 잦았던 요 며칠, 본인의 생각에 강

한 확신을 갖고 있는 분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

게 됐습니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내

말이 전해지지 않는 느낌, 수화기 너

머에있는존재가나와대화를주고받

는‘인격체’가아니라거대한확신덩

어리, 신념 덩어리인 것 같다는 생각,

그것은좌절혹은허무함과비슷한감

정이었습니다.

자신에게는 신념이지만 타인에게는

폭력적인편견일수있는상황을여러

번목격합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나와 다른 목소

리를 내는 사람의 입을 아예 막아버

리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저는 요즘 대쪽 같은 심

지를 가진 사람, 굳은 확신과 흔들림

없는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미덥

지 않습니다. 쉽게 확언을 내뱉는 사

람보다“그럴 수도 있지”가 말버릇인

선배가 멋져 보입니다. 언젠가“그건

~ 니 생각이고~”하는 유행어가 있

었죠? 지금 생각하니 참 교훈적인 유

행어였던 것 같습니다. 이건 내 생각

장PD의사소한이야기

일뿐이고, 내생각이절대적으로옳은

건아니죠.

양희은 선생님의 공연 <어디만큼

왔니>를 보며, 음악인생 40년을 돌아

보는 뮤지컬이 마치 한 편의 일기 같

다고 생각했습니다. 양희은 선생님이

언뜻 단호한 이미지로만 비춰지지만

찬찬히방송을듣다보면굉장히유연

하고열린마음의소유자라는걸알게

되는데요, 그렇게 잠시 멈춰‘어디만

큼 왔나’돌아보는 삶을 살아오신 덕

분 아닐까 싶습니다. ‘어디만큼 왔니,

어디만큼 왔니 / 어디쯤에 와 있니 /

빨리 가면 안 돼, 빨리 가면 안 돼 /

생각하며가야지’하는가사는그대로

한 줄의 아포리즘입니다. 생각, 한자

말이 아니지만 굳이 한자를 달아보면

살면서(生) 깨닫다(覺)라는 뜻일 수도

있을 텐데요, 빨리빨리 가다 보면 각

(覺)은 없어지고생(生)만 남게되지요.

고집쟁이가 되지 않으려면 내 확신을

잠시 멈추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겁니다. 사는 일(生)과 깨닫는 일

(覺)을 같이 하는 인생이어야 멋진 어

른이 될 수 있다는 걸 곱씹는 요즘이

었습니다.*

장수연 I여성시대PD

빨리가면안돼

생각하며가야지

양희은데뷔 40주년기념뮤지컬 <어디만큼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