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서에 나타난 양법(禳法)의 유형herba.kr/khmi/j/04(1)/khmi-04(1)-01.pdf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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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藥情報硏究會誌(Korean Herb. Med. Inf.) 2016;4(1):1-12. pISSN 2288-5161 / eISSN 2288-5293 1 Abstract Yang-beop(禳法, Defeating the disease) is the practice to defeat the disease by incantation, amulet and incense. Medical practice can be classified as Shamanism and medical techniques. Yang-beop stands between Shamanism and medical techniques. The purpose of this paper is to classify the types of Yang-beop and verify the position in the traditional society. Yang-beop(禳法) can be divided into senses of hearing, vision, touch, smell and taste which patients feel. Sense of hearing is the incarnation or mantra. The sense of visual is the amulet consists of picture or sentence. The sense of touch is the method to have objects to defeat the evil. The sense of smell is the method to smell incense or smoke. The sense of taste is to take things to defeat the evil. Yang-beop(禳法) was used for the disease with low rate of treatment, non-tangible disease, and for the circumstance such as birth, where person is hard to be involved to rent a power commissioned by God, to pray the luck for patients or defeat the evil. Yang-beop in the traditional society was medical practice included in the medical treatment rather than Shamanism. In order to understand the medical practice in the traditional society, it shall be researched with Taekilbeop (Date selection method). 서론 의료행위에 대한 개념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사기(史記)-창공열전(倉公列傳)에 ‘信巫不信醫’ 1) 고 나오듯이 크게는 무속(巫俗)과 의술(醫術)로 나눌 수 있다. 무속은 종교에 가까우며 실재하지 않고, 의술은 과학에 가까우며 실재한다. 그리고 무속과 의술 사이에는 ‘양법(禳法)’이라는 애매한 지점이 * Correspondence: 이정현(Lee Jeong-hyeon. Tel: +82-42-868-9572 E-mail: [email protected]) · Received 2015-11-30, revised 2015-12-09, accepted 2015-12-09, online-published 2015-12-10. 한국 의서에 나타난 양법(禳法)의 유형 김선진, 이정현 * 한국한의학연구원 Types of method of Yang-beop(禳法, defeating the disease) appeared in Korean medical publications Kim Seon-jin, Lee Jeong-hyeon * Korea Institute of Oriental Medicine Keywords: Yang-beop(禳法), Shamanism, medical techniques, mantra, amul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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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한국 의서에 나타난 양법(禳法)의 유형herba.kr/khmi/j/04(1)/KHMI-04(1)-01.pdf · 2015. 12. 11. · Types of method of Yang-beop(禳法, defeating the disease) appeared

韓藥情報硏究會誌(Korean Herb. Med. Inf.) 2016;4(1):1-12. pISSN 2288-5161 / eISSN 2288-5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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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Yang-beop(禳法, Defeating the disease) is the practice to defeat the disease by incantation, amulet and incense. Medical practice can be classified as Shamanism and medical techniques. Yang-beop stands between Shamanism and medical techniques. The purpose of this paper is to classify the types of Yang-beop and verify the position in the traditional society. Yang-beop(禳法) can be divided into senses of hearing, vision, touch, smell and taste which patients feel. Sense of hearing is the incarnation or mantra. The sense of visual is the amulet consists of picture or sentence. The sense of touch is the method to have objects to defeat the evil. The sense of smell is the method to smell incense or smoke. The sense of taste is to take things to defeat the evil. Yang-beop(禳法) was used for the disease with low rate of treatment, non-tangible disease, and for the circumstance such as birth, where person is hard to be involved to rent a power commissioned by God, to pray the luck for patients or defeat the evil. Yang-beop in the traditional society was medical practice included in the medical treatment rather than Shamanism. In order to understand the medical practice in the traditional society, it shall be researched with Taekilbeop (Date selection method).

서론

의료행위에 대한 개념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사기(史記)-창공열전(倉公列傳)』에 ‘信巫不信醫’1)라고 나오듯이 크게는 무속(巫俗)과 의술(醫術)로 나눌 수 있다. 무속은 종교에 가까우며 실재하지 않고, 의술은 과학에 가까우며 실재한다. 그리고 무속과 의술 사이에는 ‘양법(禳法)’이라는 애매한 지점이 * Correspondence: 이정현(Lee Jeong-hyeon. Tel: +82-42-868-9572 E-mail: [email protected])· Received 2015-11-30, revised 2015-12-09, accepted 2015-12-09, online-published 2015-12-10.

한국 의서에 나타난 양법(禳法)의 유형

김선진, 이정현*

한국한의학연구원

Types of method of Yang-beop(禳法, defeating the disease) appeared in Korean medical publications

Kim Seon-jin, Lee Jeong-hyeon*

Korea Institute of Oriental Medicine

Keywords: Yang-beop(禳法), Shamanism, medical techniques, mantra, amul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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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진 외. 한국 의서에 나타난 양법(禳法)의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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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한다. 양법(禳法)은 주문(呪文)이나 부적(符籍)같은 행위에서부터 향훈(香薰) 등 일체의 벽사(辟邪) 행위까지 포함할 수 있다. 전통의서에서 굿이나 치성은 의서에 기록되지 않았으며 치료 목적이 구체적이지 않았으므로 무속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주문이나 향훈 등 양법은 의서에 기록되어 있으며 치료 목적이 구체적이며 뚜렷하므로 의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전통적으로는 양법을 의술의 범주로 여겼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세조가 「의약론(醫藥論)」에서 의원의 8등급을 심의(心醫)-식의(食醫)-약의(藥醫) 순으로 꼽은 것을 보아도 당시 의술의 범위가 침구나 약에 한정되지 않고 정신과 생활습관까지 아우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2)

양법은 익히 알려진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같은 의서에서 부터 『의휘』, 『양무신편』, 『명의경험록』 등 수많은 경험방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으며, 의술과 무속의 사이에서 의료혜택이 받기 어려웠던 계층이나 침구나 약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병증에 활용되어 왔다. 전통적인 인식과는 다르게 현대에는 양법을 대부분 무속의 범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하는 분야로 전락했는데, 그 밑바탕에는 근대편향적인 시각이 자리하고 있다.3)

전통사회의 의술에 대한 총체적인 모습을 관망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의학 분야의 연구 경향도 근대편향적인 시각에서 크게 자유롭지 못하며, 역사, 문화 방면까지 함께 연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고는 전통사회의 의술을 총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한 첫걸음이다. 양법의 과학적인 설명이나 효능을 입증하려는 것이 아니다. 한국 의서에 나타난 양법의 유형을 나누어 특징을 추출함으로써 전통적인 시각에서 양법을 재조명하여 무속과 의술 중 어느 쪽에 포함해야 하는지 규명하려는 것이다.

본론

1. 한국의서에 나타난 양법의 유형

양법은 다양한 용어로 표기된다. 가장 많이 쓰이는 용어는 양법(禳法, ‘穰’으로 표기하기도 한다)이며 ‘禳’의 사전적인 의미는 ‘재앙을 물리치는 제사 또는 행위 / 액막이 / 기도’이다. 세부적인 행위 중에서 대표적인 것으로는 주문(呪文), 진언(眞言, ‘嗔’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부적(符籍) 등이 있으며 보통 ‘禳法’이나 ‘○○符’ 등의 형태로 고문헌에 등장한다. 또한 특정 물건을 소지하거나 특정 색상과 방위를 이용하는 양법도 다수 있으며 복용하거나 후각적인 요소도 나타난다. 양법의 유형을 나누는 기준은 질병의 종류나 질병의 원인, 시행 주체 등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겠지만 본고에서는 양법이 행해지는 모습을 살펴보기 위하여 환자가 느끼는 오감을 기준으로 나누어 살펴보겠다.

1) 청각주문이 양법 중에서 청각에 해당한다. 주문은 부적과 더불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양법이며 동시에

행하는 사례도 있다. 주문은 유불선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불가의 진언(眞言)과 도가의 ‘급급여율령(急急如律令)’의 형식과 유가의 4언/6언/7언 등의 운문(韻文)이 그것이다.불가의 진언 형식을 띈 주문은 주문 마지막에 주로 ‘사바하(婆娑呵)’와 같은 형식이 일반적이다. 진언

이란 산스크리트언어를 음차하여 한자로 표현하는 형식이며 주로 풀어서 설명하기 힘든 내용을 음차하여 독송한다. 많이 사용되는 단어로는 ‘옴(唵)’이나 ‘훔(吽)’, ‘사바하(娑婆呵)’ 등이 있다. 다음은 『본초강목』의 내용을 『양무신편』 「기이문」에서 인용한 문구와 『명의경험록』에서 미목(眯目)의 치료법 중 한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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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藥情報硏究會誌(Korean Herb. Med. Inf.) 2016;4(1):1-12. pISSN 2288-5161 / eISSN 2288-5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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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외운 후 손으로 어루만져 독을 치료하는 방법은 5월 5일전에 재계(齋戒)한 뒤 (뽕나무 아래에 자라는) 토규(兔葵)를 봐 두었다가 5월 5일 날 정오께에 뽕나무 아래에서 “계려호구당 사바하(繫藜乎俱當 蘇婆訶)”라는 주문을 외운다.(『양무신편』 권下 「奇異門」 “呪手治毒, 五月五日前, 齋戒, 看兔葵者, 至五日午時, 至桑下呪曰, 繫藜乎俱當蘇婆訶.”)4)

또 다른 방법. ‘아무개[남자는 왼쪽, 여자는 왼쪽눈을 가리키며] 눈이 잘 보이지 않으니 즉시 잘 보이게 되라. 옴 명륜니니충충 옴 사바하’라고 되뇐다.(『명의경험록』 「경험방」 “又方云, '某生[男左女右, 隨稱人之]目中閉目, 卽時開明, 唵明倫泥泥沖沖, 唵婆娑呵'.”)5)

『양무신편』의 「기이문」은 주로 본초강목 중에서 특이한 치료법들을 모아놓았는데, 독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진언을 제시하고 있다. 조금 짧긴 하지만 ‘사바하’라는 투식을 붙여 진언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명의경험록』에서는 미목(眯目)의 치료법 중 한가지로 진언을 제시하고 있는데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앞부분에서 원하는 바를 말한 후에 불가의 진언을 붙인 형태를 띄고 있다. 다른 주문과는 달리 횟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도가의 형식을 띈 주문은 마지막에 주로 ‘급급여율령(急急如律令)’과 같은 문구 혹은 줄여서 ‘율령(律

令)’과 같은 문구가 붙는다. ‘급급여율령’은 ‘율령처럼 매우 빠르게’라는 뜻으로 한나라에서 급한 공문서에서 사용하던 문구를 도가 계열에서 빌려와 주로 주문에 사용한다. 다음은 『동의보감』에서 생선뼈가 걸리는 경우와 아이를 낳는 경우에 되뇌는 주문이다.

여러 가지 생선뼈가 내려가지 않는 것을 치료한다. 깨끗한 그릇에 새로 길어온 물 1잔을 채워서 받들고 동쪽으로 향하여 묵념하며, “삼가 태상(太上)에게 청하노니 동쪽으로 흐르는 순한 물을 남방 화제(火帝)의 율령처럼 급하게 하소서”라고 하되, 단숨에 7번 외우고 곧 숨을 물속으로 불어넣는다. 이와 같이 7번을 하고 그 물을 환자에게 마시게 하면 곧 나온다. 어떤 사람은, “이 주문을 걸은 물을 먹으면 침이나 대나무 가시를 먹을 수 있다”고 하였다. 《의감》(『동의보감』 외형편 권2 「咽喉」 “治諸鯁不下, 以淨器盛新汲水一盞, 捧之面東, 黙念云, 謹請太上東流順水, 急急如南方火帝律令勑**. 一氣念七遍, 卽吹一口氣入水中. 如此七次, 以水與患人飮, 立下. 或云, 用此呪水, 可以食鍼幷竹刺. 《醫鑑》”)6)

주문을 외우기를, “동쪽으로 열 보를 빌리고 서쪽으로 열 보를 빌린다. 남쪽으로 열 보를 빌리고 북쪽으로 열 보를 빌린다. 위로 열 보를 빌리고 아래로 열 보를 빌린다. 방의 가운데에서 사방 사십여 보를 안산을 위해 땅을 빌리니, 더러움이 있을세라, 동해신왕도 계시고 서해신왕도 계시며, 남해신왕도 계시고 일유장군도 계시다. 백호부인은 멀리로 열 길을 가고, 헌원과 초요는 위로 열 길을 가며, 천부와 지축은 땅속으로 열 길을 가서 이 땅을 비워주소서. 산부 모씨가 편안히 거처하여 장애가 없게 하시고 기휘가 없게 하소서. 제신이 보호하사 온갖 악귀 물리침을 율령같이 급히 여기소서”라고 삼가 3번 읽는다. 《득효》(『동의보감』 잡병편 권10 「婦人」 “呪曰, 東借十步, 西借十步, 南借十步, 北借十步, 上借十步, 下借十步, 壁房之中, 四十餘步, 安産借地, 恐有穢汚, 或有東海神

** 고금의감 등에 모두 ‘謹請太上東流順水, 急急如南方火帝律令勑.’라고 나오지만 착간으로 보인다. ‘謹請太上, 東流順水, 南方火帝, 急急如律令勑.’라고 해야 문체상 타당하다. ‘東流順水’와 ‘南方火帝’가 대우로 구성된 것이며 ‘급급여율령칙’은 투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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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진 외. 한국 의서에 나타난 양법(禳法)의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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王, 或有西海神王, 或有南海神王, 或有北海神王, 或有日遊將軍, 白虎夫人, 遠去十丈. 軒轅招搖, 擧高十丈. 天符地軸, 入地十丈. 令此地空閑. 産婦某氏, 安居無所妨碍, 無所畏忌, 諸神擁護, 百邪逐去, 急急如律令勑, 讀三遍. 《得效》”)6)

도가의 형식을 띤 주문은 한나라 황실에서 사용하던 문체를 그대로 사용하여 4자나 6자로 구성된 변려문(騈麗文)***의 형태를 띄는 것이 일반적인데 2가지 예시 모두 전형적인 변려문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원하는 내용 뒤에 ‘급급여율령(칙)’이라는 투식을 붙이고 있다. 내용도 다분히 도가적인 용어가 많이 나타나며 횟수가 붙는 것이 특징이다.유가의 영향을 받은 주문은 주로 4언, 6언, 7언 등의 운문(韻文)으로 표현된다. 내용에 있어서도 원하

는 바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문학적인 내용이 약간 가미된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동의보감』과 『의방합부』에서 나오는 주문이다.

밤에 악몽을 꾼 것을 말해서는 안 된다. 동쪽을 바라보며 칼을 차고 물을 입 속에 머금었다가 내뿜으면서 “악몽은 초목에 붙고 좋은 꿈은 보석이 되거라.”하고 주문을 외우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또, 꿈의 좋고 나쁜 것은 결코 말하지 말아야 좋다. 《득효》(『동의보감』 내경편 권2 「夢」 “夜夢惡不須說. 且以水, 面東持刀噀之, 呪曰, 惡夢着草木, 好夢成珠玉, 卽無咎矣. 又夢之善惡, 幷勿說爲吉. 《得效》”)6)

무릇 처음에 등화(燈火)를 올릴 때에, 먼저 등초(燈草, 등의 심지)를 잡고 주문을 외워 말하기를 ‘파리슬타호생초, 구호중생리번뇌’라 한다. 한 호흡에 9번 주문을 반복한 후에 등초를 등잔 위에 놓고 불을 켜면 여러 벌레가 들어오지 않는다.(『의방합부』 권3 「雜方」 “凡初上燈火時, 先執燈草呪曰, 波利瑟吒護生草, 救護衆生離煩惱. 一氣呪九遍然後, 將草置燈盞上, 點之, 諸蟲不入.”)7)

첫번째 예시에 있는 ‘악몽은 초목에 붙고 좋은 꿈은 보석이 되거라(惡夢着草木 好夢成珠玉)’는 주문은 악몽을 물리치기 위해 5언시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두 구절의 글자와 내용도 서로 대우를 이루고 있다. 내용도 단순히 ‘악몽아 물러가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악몽은 초목이 가져가고 길몽은 주옥같은 결과를 가져오라고 문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두번째 예시에 있는 ‘파리슬타여 새 심지를 지켜주소서. 중생을 보호하시어 번뇌를 떠나가게 하소서(波利瑟吒護生草 救護衆生離煩惱)’라는 주문은 촛불에 벌레가 꼬이지 않게 하기 위해 외우는 주문이며 7언시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도 파리슬타에게 새 심지를 지켜주고 중생들을 구제하고 보호하여 번뇌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며 문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주문을 외우는 횟수는 붙기도 하고 붙지 않기도 한다.

2) 시각

양법에서 시각적인 요소는 주로 부적이나 특정 부위에 직접 쓰는 글 또는 색상으로 나타난다. 유형을 나누어보면 부적이나 龜/龍/天 등의 글자를 이용한 일종의 그림글자와 같이 그림 형태에 가까운 것이 있으며, 단순한 구절이나 문학적 특성을 가지는 운문 형태의 것도 있다. 쓰는 방법에 있어서는 주사나 붉은 흙 등 붉은 색 계열로 쓰는 경우가 많으며 특정 부위나 장소에 직접 쓰거나 혹은 종이에 써서

***변려문은 사륙문(四六文)이라고도 하는데 주로 4자, 6자로 대구를 만들고 글을 꾸미는 방법이며 문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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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하는 경우도 있다.시각적인 양법 중에서 부적이나 그림글자에 해당하는 유형은 보통 붉은 색깔로 쓴다. 현대에 사용하

는 부적과 유사한 형태이다. 다음은 『동의보감』, 『향약집성방』, 『의방합부』, 『이석간경험방』에 나오는 예시이다.

산도(産圖)·최생부(催生符)·차지법(借地法)은 모두 주묵(朱墨)으로 쓴다. 임신부가 있는 방의 북쪽 벽에 먼저 산도를 붙이고 최생부를 붙인 다음 차지법을 붙인 후, 차지법의 주문을 3번 왼 후 끝낸다.(『동의보감』 잡병편 권10 「婦人」 “産圖, 及催生符·借地法, 幷以朱書, 於産母房內北壁上, 先貼産圖, 次貼催生符, 次貼借地法, 讀呪借地法三遍而止.”)6)

발작하지 않았을 때에는 머리를 남쪽으로 하게 누워 5심(명치와 손발바닥)과 이마와 혀의 7군데를 막아 기를 통하지 않게 한다. ‘귀’자를 써넣어 학질을 치료한다.(『향약집성방』 권10 「瘧病門」“又法 未發時, 頭向南臥, 五心及額舌七處, 閉氣. 書鬼字治瘧.”)8)

이 부적(12간지 부적)을 빛깔이 붉은 흙으로 써 둔다. 학질이 발작하는 날이 되었을 때 새벽부터 저물 때까지 1개는 머리에, 1개는 가슴에, 1개는 등에 붙여 두면 효험이 있다. 내의원에서도 목판에 새겨서 열에 여덟아홉을 치료하였는데, 약을 쓰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었다. 놀라운 일이다.(『의방합부』 권2 「瘧疾部」 “右符以朱土書之, 臨發, 自晨至暮, 一件貼于頭, 一件貼于胸, 一件貼于背, 卽驗. 內醫院刻板, 十治八九, 而無藥可以救人, 可嘆.”)7)

또한 이마에 ‘天 天 天’ 이렇게 3개의 ‘천(天)’자를 쓰고, 오른쪽 뺨에 일곱 개의 ‘천(天)’자를 쓰고, 왼쪽 뺨에 일곱 개의 ‘천(天)’자를 쓰고, 양쪽 무릎에 각각 ‘귀천(龜天)’이란 두 자를 쓰는데, 통증이 발생하는 새벽에 이렇게 하면 곧 효과를 본다.(『이석간경험방』 부록 「瘧疾方」 “又額上, 天 天 天 , 右腮七天字, 左腮七天字, 兩膝上 龜天, 當痛曉書此, 立效.”)9)

『동의보감』에 나오는 최생부(催生符)는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 실제로 『산실청총규』에서 나타나듯 조선 왕실에서 목판에 새겨 사용하던 방법이었다.10) 주묵으로 鬼/出/氣 등의 문자를 그림으로 형상화 한 것인데 산도와 차지법과 함께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양법의 기록 중에서 실제로 시행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특별하다. 『향약집성방』에 나오는 양법은 학질의 치료법인데, 양손바닥과 양발바닥과 명치와 이마와 혀에 ‘鬼’자를 써서 치료한다고 나와 있으며 색깔이 언급되어 있지는 않다. 『의방합부』에 나오는 양법은 12간지 부적으로 학질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환자의 띠에 맞는 부적을 붉은 색으로 쓰고 머리와 가슴과 등에 붙여서 치료했다고 하며 『의방합부』 기록에 의하면 민간은 물론 내의원에서도 목판에 새겨 사용할 정도로 자주 사용했던 치료법이었다. 『이석간경험방』에 나오는 양법은 ‘天’자와 ‘龜’자를 이마와 양쪽 뺨과 양쪽 무릎에 쓰는 방법이다. 통증이 있는 경우에 사용하면 효과가 빨랐다고 한다. 이와 같은 예시들은 몇 개의 글자를 그대로 쓰거나 혹은 형상화하여 부적의 형태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몇 글자로 이루어진 부적 외에 문장형태로 썼던 양법도 있다. 문장형태의 양법은 다시 문학적 표현의

유무에 따라 구분이 가능하다. 문학적 표현 없이 단순한 글귀는 주로 용어의 나열로 이루어져 있다. 다음은 단순한 글귀로 이루어져 있는 『의휘』, 『이석간경험방』의 일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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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진 외. 한국 의서에 나타난 양법(禳法)의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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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질을 앓는 환자의 가슴의 오른쪽에는 청룡귀식아(靑龍鬼食呵), 왼쪽에는 황룡귀식아(黃龍鬼食呵)라고 쓴다. 등의 오른쪽에는 백룡식귀아(白龍食鬼呵), 왼쪽에는 흑룡식귀아(黑龍食鬼呵)라고 쓴다.(『의휘』 권1 「瘧疾」 “瘧病人胸, 右邊書靑龍鬼食呵, 左邊書黃龍鬼食呵. 背, 右邊書白龍食鬼呵, 左邊書黑龍食鬼呵.”)11)

유종이 처음 발생하였을 때는 “陰符三魚一目知知有德甘泉黃千年故骨萬年沙圖”의 21자를 유방 위쪽 좌우에 쓴다.(『의휘』 권2 「婦人」 “乳腫初發時, 陰符三魚一目知知有德甘泉黃千年故骨萬年沙圖. 右二十一字, 書于乳上左右.”)11)

“우수삼불입좌수사불출해불왕세(右手三不入左手四不出海不王世)” 통증이 발생하는 새벽에 이 14자(字)를 왼손과 오른손에 쓰면 곧바로 효과가 나타난다.(『이석간경험방』 부록 「瘧疾方」 “右手三不入, 左手四不出, 海不王世. 當痛之曉, 書此方于左右手, 立效.”)9)

“학귀차사조왕신(瘧鬼差使竈王神)”의 7자를 주사로 써서 통증이 발생하는 날 새벽에 부뚜막에 붙이면 즉시 낫는다.(『이석간경험방』 부록 「瘧疾方」 “瘧鬼差使竈王神, 朱砂書于紙, 當痛曉, 付竈上卽差.”)9)

위와 같은 단순한 글귀로 이루어진 양법은 부적의 형태나 사용법과 동일하며 문학적인 표현은 전혀 없다. 또한 '龍'자 등의 용어를 특정 부위에 쓰거나 부적으로 붙이며 붉은 색으로 쓰기도 한다.문장형태의 양법 중에서는 문학적으로 표현한 형태도 존재하며 주로 운문의 형태로 나타난다. 『의방

합부』에서 이러한 예시를 찾을 수 있다.

‘土伯盤囷九約身, 峨二雙角拄穹旻. 龍脂亂沸千尋鑊, 虎戟交摐萬甲神. 哆喙吸來塵㴾海, 張拳打破粉崑崙. 可憐水帝孱兒孫, 星騖風馳地外淪.’ 위 4구절을 주사로 써서 환자의 머리나 등에 붙인다.(『의방합부』 권2 「瘧疾部」 “土伯盤囷九約身, 峨二雙角拄穹旻. 龍脂亂沸千尋鑊, 虎戟交摐萬甲神. 哆喙吸來塵㴾海, 張拳打破粉崑崙. 可憐水帝孱兒孫, 星騖風馳地外淪. 此四句以朱砂書, 付病人頭上或背上.”)7)

“크게 입 벌리면 발해의 물을 마시고 길게 주먹 지르면 곤륜의 산을 부수네 하느님께서 내게 용천의 검을 내리시며 오늘 아침 학질 귀신 참하라 분부하시네(哆口呑呑渤海水, 張拳破破磨崑崙, 天皇勑賜龍泉劍, 分付今朝斬瘧神.)”이 부적을 주사로 써서 환자의 옷깃 속에 감춘다. 환자가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의방합부』 권2 「瘧疾部」 “哆口呑呑渤海水, 張拳破破磨崑崙, 天皇勑賜龍泉劍, 分付今朝斬瘧神.”此符以朱砂筆書之, 藏於病人衣領中, 而不可使病人知之.”)7)

첫번째 예시는 7언시의 형태를 띈 양법이다. 단순히 치료의 목적이나 원하는 바를 적지 않고 『초사(楚辭)‧초혼(招魂)』에 나오는 ‘土伯九約’과 같은 전고를 인용하며 학질을 치료하는 부적을 붉은 색깔로 써서 붙인다고 했다. 두번째 예시는 7언시의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학질을 치료하기 위하여 ‘곤륜(崑崙)’이나 ‘용천검(龍泉劍)’같이 전고가 있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문학적인 내용과 형식으로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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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촉각

양법 중에서 촉각에 관계있는 유형은 크게 2가지이다. 하나는 귀신을 쫒는 힘이 있다고 믿는 물건을 소지하거나 접촉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원인이 되는 물건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벽사(辟邪)의 의미를 가지는 존재는 호랑이뼈, 장닭, 웅황 등이 있으며 동쪽이나 붉은 색깔도 비슷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여겨졌다. 『동의보감』, 『향약집성방』, 『수세비결』에는 다음과 같은 양법이 나온다.

호랑이 머리뼈로 베개를 만들어서 베면 악몽이 사라지고 가위눌리지 않는다. 《본초》(『동의보감』 내경편 권1 「辟惡夢」 “虎頭, 爲枕枕之, 辟惡夢除魘寐. 《本草》”)6)

아이를 낳을 때 붉은 말의 껍질을 깔고 임신부를 그 위에 앉히면 출산을 촉진하여 쉽게 낳는다.(『동의보감』 잡병편 권10 「婦人」 “臨産, 取赤馬皮鋪之, 令産母坐其上, 則催生易産.”)6)

또, 누서[곧 날다람쥐이다]의 가죽과 털을 임신부에게 쥐고 있게 하면 곧 아이를 낳는다. 또, 해마나 석연(石燕)을 양 손에 하나씩 쥐고 있으면 곧 효험이 있다. 《본초》(『동의보감』 잡병편 권10 「婦人」 “又法, 取鼺鼠皮毛[卽飛生也], 産母手持之, 卽産, 又海馬或石燕子, 兩手各把一枚, 卽驗. 《本草》”)6)

장닭을 발작할 때에 잠시 안고 있다가 장닭이 크게 소리치게 하면 낫지 않는 것이 없다.(『향약집성방』 권10 「瘧病門」 “雄鷄, 臨發日, 抱一時, 令作大聲, 無不差.”)8)

가위에 눌린 것을 치료하려면 웅황을 머리 위에 두르고 혹은 대추알만큼 왼쪽 겨드랑이 아래에 매어 두면 죽을 때까지 가위눌리지 않는다. 집에 사악한 기운이 있으면 진웅황(眞雄黃) 3돈을 물 1주발에 넣고 동남쪽을 보고 복숭아나무 가지로 주문을 외고 온 벽에 뿌리면 귀신의 자취를 끊을 수 있다. 부인에게는 보지 않게 한다. 또는 흰 닭과 흰 개를 기르면 물리칠 수 있다.(『수세비결』 권1 「邪祟」 “辟禳魘魔, 以雄黃帶頭上, 或以棗許繫左腋下, 終身不魘. 家有邪氣用眞雄黃三錢, 水一盌, 以東南桃枝呪灑滿壁, 則絶迹. 勿令婦人見知. 又方, 白鷄白犬養之, 可辟.”)12)

『동의보감』 「辟惡夢」에서는 악몽을 물리치기 위하여 호랑이 머리뼈를 베고 자는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다. 악몽을 하나의 사수로 보아 액막이를 위하여 호랑이 뼈를 이용하고 꿈은 머리와 관계있다는 생각에서 머리뼈를 사용했던 것 같다. 「婦人」에서는 출산을 촉진하기 위하여 붉은 말의 가죽을 깔기도 하고 날다람쥐의 가죽을 손에 쥐고 있게도 했는데 붉은 색은 벽사의 의미를 날다람쥐는 빠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의 최생부와 마찬가지로 『산실청총규』의 기록에도 나타나고 있으므로 실제로 행했던 양법이다.10) 『향약집성방』에는 수탉을 끌어안은 채 크게 울게 하면 학질이 낫는다는 양법이 수록되어 있다. 수탉도 전통적으로 벽사의 의미를 지녔기 때문에 수탉의 울음소리로 학질귀신을 쫒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수세비결』에는 웅황을 사용하는 양법이 나오는데 웅황을 머리에 두르거나 왼쪽 겨드랑이에 묶으면 평생 가위눌리지 않는다고 적혀있다. 웅황은 학질이나 사수에 대한 효능이 있는데 벽사의 효과가 있는 본초를 몸에 대고 있는 방법을 통해 특수한 외치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벽사의 의미를 가지는 물건을 사용하는 양법 외에, 원인이 되는 물건을 사용하는 양법의 유형도 간혹

보인다. 다음은 『동의보감』에 나오는 예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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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가 내려가지 않을 때는 따로 생선뼈 1개를 환자의 머리카락 안에 꽂아두되, 환자에게 이 사실을 꼭 말할 필요는 없다. 이렇게 하면 잠시 후 내려간다. 《종행》(『동의보감』 외형편 권2 「咽喉」 “治鯁不下, 另取魚骨一根, 揷於患人頭髮內. 不必言. 須臾卽下. 《種杏》”)6)

분만하려 할 때 먼저 임신부가 늘 입던 옷을 벗겨 부뚜막과 아궁이를 덮어 씌우면 쉽게 아이를 낳는다. 임신부가 알지 못하게 해야 한다. 《득효》(『동의보감』 잡병편 권10 「婦人」 “臨産之初, 先脫産婦尋常所穿衣, 以籠竈頭及竈口, 則易産. 勿令産母知. 《得效》”)6)

『동의보감』 인후(咽喉)문에서는 목에 생선가시가 걸린 경우에 다른 생선가시 1개를 환자의 머리카락 안에 꽂아두고 환자에게 말하지 않으면 얼마 후에 내려간다는 양법이 등장한다. 원인이 되는 생선가시를 환자의 특정 부분에 접촉하여 치료하는 유형이다. 부인(婦人)문에서는 분만을 촉진시키기 위하여 산모 모르게 산모가 평소 입던 옷으로 아궁이를 막으면 쉽게 아이를 낳는다고 했다. 산모의 옷을 뚫고 아궁이의 연기가 흘러나오는 현상처럼 아이가 쉽게 나온다고 이해했던 것 같다. 생선가시나 산모의 옷에 치료 목적을 의탁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4) 후각

양법 중에서 후각과 관련 있는 유형은 많이 보이지는 않는다. 향을 사용하는 방법이나 태우거나 훈증하는 방법이 가끔씩 등장한다. 다음은 『동의보감』에 나오는 양법이다.

두창을 앓는 아이의 주위에 늘 고수[胡荽] 냄새가 나게 하면 더러운 기운을 물리칠 수 있다. 《강목》(『동의보감』 잡병편 권11 「小兒」 “痘兒左右, 常令有胡荽氣, 能辟去穢惡之氣. 《綱目》”)6)

늘 창출·돼지발굽·유향을 태워 나쁜 기운을 쫓는다.(『동의보감』 잡병편 권11 「小兒」 “常燒蒼朮·猪蹄甲·乳香, 以辟惡氣.”)6)

어떤 여자가 사기(邪氣)를 받아 귀신과 통하였다. 이 때 웅황 가루 1냥, 송진 2냥을 녹이고 범의 발톱으로 저어서 탄자대로 환을 만든다. 시루에 넣고 태웠다. 그 위에 여자를 앉게 하고 머리와 귀만 빼고 이불을 덮었는데, 3알이 다 타기도 전에 사기(邪氣)가 저절로 없어졌다. 《수역》(『동의보감』 잡병편 권7 「邪祟」 “一女人感邪交通. 取雄黃末一兩, 松脂二兩熔化, 以虎爪攪爲丸彈子大, 焚之, 用焙籠令女坐於其上, 以被盖之, 只留頭耳, 不過三丸, 其邪自斷. 《壽域》”)6)

이자건살귀원 : 모든 귀신과 도깨비·사수·시주·귀주를 물리친다. 1알씩 침상 머리에서 태운다. [처방은 온역문에 나온다](『동의보감』 잡병편 권7 「邪祟」 “李子建殺鬼元 : 辟一切鬼魅魍魎, 及邪祟, 尸疰, 鬼疰. 每取一丸, 安床頭燒之. [方見瘟疫]”)6)

소아문에서는 두창의 좋지 않은 기운을 물리치기 위하여 아이 곁에 고수(호유)를 놓아 늘 고수냄새가 나도록 하는 방법이 나온다. 강한 고수의 향이 두창귀신을 물리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특정 질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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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없이 모든 나쁜 기운을 쫒는 법도 나오는데 창출, 돼지발굽, 유향을 태우는 방법이다. 사수문에서는 귀신과 통한 경우에 웅황과 송진으로 만든 환을 태워서 사기를 물리치는 방법이 나온다. 웅황과 송진 역시 향이 강한 약재이며 또한 이것을 태운 연기를 온 몸에 쐬어서 사수를 물리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환을 만드는 과정에서 호랑이의 발톱으로 젓는 것 또한 벽사의 의미가 더해진 것이다. 사수문 다른 곳에서는 귀신이나 도깨비 등을 물리치는 처방으로 이자건살귀원(李子建殺鬼元)을 제시하고 있다. 이자건살귀원은 여로, 호두, 웅황, 귀구, 천웅, 조협, 무이를 꿀로 반죽하여 환을 빚고 1알을 태워 머리맡에 놓는 처방이다.

5) 미각

양법 중에서 미각과 관련된 유형은 직접 복용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처방에 들어가는 약재, 즉 효능을 기대할 수 있는 약재도 사용하지만 기대하는 성질이나 의미를 가진 약재에 의탁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다음은 『동의보감』, 『사의경험방』, 『의휘』, 『양무신편』에 나오는 예시이다.

서각은 가위눌리지 않게 한다. 복용하거나 허리에 찬다. 《본초》(『동의보감』 내경편 권2 「夢」 “犀角, 除魘寐, 或服或帶之. 《本草》”)6)

또는 산모가 모르게 갓 태어난 아기를 씻은 물 1잔을 먹이면 곧 나온다. 《사요》(『동의보감』 잡병편 권10 「婦人」 “又法, 取初洗兒湯一盞, 服之, 勿令産母知, 立下. 《四要》”)6)

구모채(嫗母菜)를 말려 가루내고 개오동나무뿌리 삶은 물에 타서 1잔씩 복용한다. 고양이고기를 삶아먹는다. 「박」(『사의경험방』 「雜病」 “嫗母菜乾末, 和楸根煎水, 每一盞服. 猫肉烹食. 「朴」”)13)

저주를 받았을 때는 날마다 종지에 간장을 담아 상에 놓고 천초 3개를 띄워 먹는다. ○고양이뼈를 가루내고 물에 타서 복용하는데, 3일간 아침마다 복용한다.(『의휘』 권2 「邪祟」 “咀呪, 每日食床醬鍾子, 浮置川椒三介, 而食之. ○猫骨作末, 水調服, 三日朝.”)11)

『동의보감』 몽(夢)문에서는 가위 눌릴 때 서각을 복용하거나 허리에 차라고 했다. 서각의 효능 중에는 벽사(辟邪)가 있긴 하지만 양법에서는 호랑이뼈처럼 귀신을 쫒는 의미로도 이해할 수 있다. 허리에 찬다는 대목이 그 방증이다. 시간의 순서로 생각해보면 서각에 벽사의 효능이 있었다기보다는 벽사에 서각을 사용하다가 효능 중의 하나로 인식된 것이며 초기에는 무소의 강인한 형상 때문에 서각을 사용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또한 부인문에서는 출산을 촉진시키는 방법으로 갓 태어난 아기 씻은 물 1잔을 먹이는 방법을 제시한다. 갓 태어난 아기를 씻은 물에 직접적인 효능보다는 이미 무사히 출산한 아이의 기운을 가진 물이라고 하여 기원하는 바를 의탁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복용하는 양법 중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 중의 하나로 고양이를 들 수 있다. 『사의경험방』에서는 박렴

(朴濂)의 경험방으로 저주(咀呪)에 고양이를 삶아 먹는 것이 나오고, 『의휘』에서는 저주 받은 경우에 고양이뼈를 가루 내어 물에 타 먹는 것이 나온다. 고양이는 밤에도 잘 볼 수 있기 때문에 귀신을 쫒는다고 여겨졌으며 70세를 뜻하는 ‘모(耄)’자와 발음이 같아 장수를 기원한다고도 했는데,15) 그 의미를 취하여 고기나 뼈를 복용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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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진 외. 한국 의서에 나타난 양법(禳法)의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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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양법을 오감과 관련하여 유형을 나누고 실제 예시들을 살펴보았다. 수많은 양법 중에는 오감과 직접적으로 관계는 없지만 자주 등장하는 몇 가지 조건들도 있다. 방위로는 동쪽이나 동남쪽이 많이 보이고, ‘인묘진(寅卯辰)이 들어간 해는 손방(巽方)’11)과 같이 그 해의 간지에 적합한 방위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남자는 왼쪽 팔에, 여자는 오른쪽 팔에’6)와 같이 남좌여우(男左女右)의 의미를 취하는 사례도 많이 보이며, 환자가 모르게 하라는 단서 조항도 자주 등장한다.

2. 양법의 의미와 역할

지금까지 양법의 유형을 오감을 기준으로 분류해보았다. 청각적인 양법으로는 주문이 있었다. 주문은 유불선 삼교의 영향을 받아서 불가의 진언(眞言), 도가의 ‘급급여율령(急急如律令)’으로 마치는 주문, 유가의 운문(韻文)의 형태로 분류할 수 있었다. 시각적인 양법에는 그림이나 글 붉은색 등의 색깔이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림이나 짧은 구절은 부적의 형태로 많이 나타났고, 문학적인 형태를 가진 7언시의 형태도 많이 보였다. 촉각에 해당하는 양법은 약재나 물건을 소지하거나 특정한 부위나 장소에 위치시키는 형태였다. 이 때 사용되는 약재나 물건은 벽사(辟邪)의 의미를 가지고 있거나 원인이 되는 물건이 많았다. 후각적인 양법은 주로 향이나 연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강한 향을 가진 약재를 곁에 두거나 환으로 빚은 후 태워 연기로 훈증하는 형태였다. 미각에 해당하는 양법으로는 복용이 대부분이었다. 벽사의 의미를 가진 약재나 대상을 복용하거나 치료하고자 하는 바를 의탁하여 복용하는 방법이었다. 또한 오감과는 별개로 동쪽이나 손방(巽方)같은 방위나 ‘남좌여우(男左女右)’나 ‘환자 모르게’라는 단서조항도 많이 나타났다. 이상을 간단히 도표화하면 다음과 같다.

표 1. 양법의 유형별 형태와 특징유형 형태 특징청각 주문, 진언, 운문 급급여율령, 옴-사바하, 운문(4,5,7언)시각 부적, 색깔 그림, 글자, 문장촉각 물품소지 호랑이뼈, 웅황, 장닭 등후각 향, 연기 고수(호유), 유향, 환 등미각 복용 서각, 고양이 등기타 방위(동쪽, 남좌여우), 환자 모르게

양법의 목적을 살펴보면 몇 가지 특징적인 점이 발견된다.우선, 학질이나 온병같이 그 당시에 약으로 치료하기 어렵던 경우이다. 학질에 붉은색 12간지 부적을

사용하고 “학귀차사조왕신(瘧鬼差使竈王神)”의 7자를 주사로 써서 부뚜막에 붙이는 예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학질은 구한말 금계랍(키니네)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치료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질병이었다.14) 당시 약이나 침구 등의 치료방법으로는 학질이나 온병을 치료하기 쉽지 않았으므로 자연스레 난치병 분야에서 양법이 등장했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두번째로는, 악몽이나 사수같이 실체를 알기 어려운 경우이다. 악몽과 가위를 없애기 위하여 호랑이

머리뼈로 베개를 만들어서 베기도 하고 사수를 없애기 위하여 웅황과 송진 등으로 만든 환을 태워 훈증하기도 하는 예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현대 의학에는 이들을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지만 전통의학에서는 『동의보감』의 「몽(夢)」, 「사수(邪祟)」처럼 하나의 문(門)으로 존재할 만큼 질병으로 뚜렷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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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실체를 알기는 어렵지만 질병으로 인식했다는 사실은 치료방법이 존재했다는 증거이며 그 치료방법 중의 일부가 바로 양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당시 사람들에게 양법은 오늘날의 미신과 같은 영역이 아니라 실제의 치료방법으로 인식되고 있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마지막으로는, 출산이나 갓난아이의 질병처럼 사람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는 경우이다. 출산을 촉

진하기 위하여 산모 모르게 갓난아이 씻은 물을 먹이거나 산모가 평상시에 입던 옷을 부뚜막과 아궁이를 덮는다거나 날다람쥐 가죽을 쥐고 있게 하는 양법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물론 최산에 사용하는 처방들이 많이 있지만 언제나 똑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는 없다. 『산실청총규』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런 양법은 실제로 사용되었다.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는 말처럼 출산과 죽음이나 갓난아이에 한정해서는 현대의학도 전통의학도 분명히 큰 한계가 존재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늘 나오는 치료방법이 이와 같은 양법이었다.양법은 이와 같은 3가지 목적을 가진 것이 대부분인데 전통사회에서는 의술의 하나로 인식되어 있었

다. 가난하여 의원에게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시행했던 것이 양법이었고, 잘 낫지 않는 질병에 대처하는 방법이 양법이었으며, 병의 근원인 사수를 물리치는 것이 양법이었고, 사람이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양법이었다. 즉 양법은 신(神) 같은 형이상학적인 존재에게 의탁하여 힘을 빌리거나, 갓난 아이 씻은 물같이 비슷한 기운으로 환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하거나, 호랑이 머리뼈를 베는 것같이 사악한 기운을 쫒는 벽사의 방법으로 행해진 의술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결론

지금까지 양법을 인간의 오감에 따라 청각, 시각, 촉각, 후각, 미각의 5가지로 유형을 분류하고 각각의 실례를 살펴보았다. 또한 양법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으로 양법의 위상과 역할을 추론해보았다.양법 중에서 청각에 해당하는 유형으로는 주문이나 진언 등이 있었다. 시각적인 양법으로는 그림이나

글자 혹은 문장을 부적 등에 쓰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촉각과 관계된 양법으로는 벽사의 의미를 가지고 있거나 치료의 목적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물건을 소지하거나 특정지점에 위치시키는 방법이었다. 양법 중에서 후각과 관련된 유형은 강한 향이나 연기에 노출시켜 벽사하는 의미가 강했다. 미각에 해당하는 양법으로는 벽사의 의미를 가지거나 치료의 목적과 같은 성격을 가진 것을 복용하는 예가 있었다. 이와 별도로 동쪽이나 '남좌여우'같은 방위도 등장했고, '환자 모르게'라는 단서조항도 있었다.이와 같은 5가지 유형의 양법에서 치료대상을 살펴본 결과 학질같이 난치로 여겨지는 질병이나 사수

같이 실체를 알기 어려운 질병이나 출산같이 사람이 개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양법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사용된 다분히 공식적인 치료방법이었으며 특히 잘 낫지 않는 병증에 빈번히 등장하였다. 양법은 형이상학적인 존재에게 의탁하여 힘을 빌리거나, 비슷한 기운으로 환자에게 영향을 받게 하거나, 사악한 기운을 쫒는 벽사의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전통의학에서 양법은 내의원에서 사용할 만큼 보편적인 치료방법이며 정식 치료방법이었다. 근대편

향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 무속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전통적인 시각에서는 침구나 약과 마찬가지로 의술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양법의 특징이 세시풍속이나 택일법과 상통하는 면이 있으므로 비교하여 살펴본다면 전통사회 의술에 대한 총체적인 모습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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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진 외. 한국 의서에 나타난 양법(禳法)의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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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글

본 연구는 한국한의학연구원 주요사업 “신동의보감 편찬 사업 -역사문헌 증보와 현대한의지식 통합(K15500)”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습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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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세조실록 권31, 9년 12월 27일 신해. “…何謂八種之醫? 一者心醫, 二者食醫, 三者藥醫, 四者昏醫, 五者狂醫, 六者妄醫, 七者詐醫, 八者殺醫。 心醫者, 敎人常使心安, 病者勿動其心, 殆時苟無大害, 必曲從其願。 心安則氣安故也。 有與病者對酒不醒者, 此非心醫也。 食醫者, 以爲口所甘食也。 口甘而氣安, 口苦而已苦, 食有寒熱, 可以對治, 何籍苦辛、枯草、腐根? 有不禁過食者, 此非食醫也。 藥醫者, 只知按方, 循文用藥, 雖至危困, 勸藥不撤者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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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6.8. 유효통 외. 향약집성방. 한국학중앙연구원 소장본(귀 C7 79 5).9. 안상우, 박상영, 윤석희, 황재운, 노성완. (국역)이석간경험방. 한국한의학연구원. 2010:133. 10. 미상. 산실청총규.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古7657-1).

「催生符」 “右符以朱砂書之, 貼於方內北壁上, 遇坐草之時, 箚於針上, 就燈燒之, 不得飛揚, 溫水調服. ○紙用草注紙, 長九寸, 廣三寸, 以朱砂印出. ○板在本院. ○産圖催生符並印出.”「排設時 笏記」 “…次舖白馬皮 而頭向某方(安産室吉方) 尾向某方(藏胎衣吉方) 白馬皮頭左右 舖鼺鼠皮 頭下散舖生苧 次舖剪邊空石(從白馬皮頭尾) 護産首醫於房外…”

11. 안상우, 박상영, 차웅석, 윤석희, 황재운, 노성완. (국역)의휘. 한국한의학연구원. 2009:1권 179, 2권 303,39.

12. 안상우, 이정화, 김봉남, 양원석, 안세현. (국역)수세비결. 한국한의학연구원. 2007:86.13. 안상우, 박상영, 차웅석, 윤석희, 노성완. (국역)사의경험방. 한국한의학연구원. 2007:86.14. 여인석. 학질에서 말라리아로. 의사학. 2011;20(1):54-7.15. 한국콘텐츠진흥원. 고양이 부적. 문화콘텐츠닷컴. <http://www.culturecontent.com/content/con

tentView.do?search_div_id=CP_THE002&cp_code=cp0320&index_id=cp03201203&content_id=cp032012030001&search_left_menu=3>(2015.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