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15

광주에 무등산이 있다면 광주 광산구에는 수완지구를 가

로지르는 풍영정천이 흐르고 있습니다.

2010년 광주 광산구에 있는 문화유적을 매월 탐방하다 무

더운 8월에 풍영정천을 탐방하게 되었습니다. 논과 밭으로

둘러싸인 수완지구를 가로 질러 흐르는 풍영정천은 어느새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새롭게 바뀌면서 풍영정천에 대한 관

심 또한 높아졌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요?

아무것도 몰랐던 제가 풍영정천에 관심을 갖게 되고, 환경

단체를 도움으로 하천지킴이 양성교육을 진행하면서 풍영정

천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도심 속에 흐르는 풍영정천

영산강의 지류인 풍영정천은 전라남도 장성군 진원면 산정

리에서 발원해 광주광역시 하남산업단지와 수완지구, 운남

지구 등을 거쳐 영산강으로 합류하는 하천입니다. 지방 하천

으로서 총 길이는 16.1㎞이며 광주광역시 구간은 7㎞입니다.

수완지구택지개발사업이 시작되면서 수완지구 랜드마크

로 불리는 풍영정천은 엄청나게 밀려드는 사람들에 비해 풍

풍영정천과 친구하기

임 미 숙 | 풍영정천사랑모임 사무국장(oxytank@hanmail.net)

수완지구택지개발 전 수완지구택지개발 후

하천과 문화 Vol. 9 No.4 ● 가을14 15

영정천의 물줄기는 너무나도 약했습니다. 그래서 한국토지

주택공사는 수완지구에서 3㎞ 가량 떨어진 장성군 남면 백

운저수지에서 1일 2만5천톤의 하천유지용수를 공급받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장성호 도수관로 노후에 따른 보수공사가

장기화됨에 따라 취수원을 영산강 하천수로 변경했습니다.

현재 풍영정천에 하천 유지수로 공급되는 물은 영산강 하천

수로 1일 2만톤이 취수되어 월산양수장을 통해 공급되고 있

습니다.

풍영정천 이름의 유래

풍영정천의 이름은 풍영정(風詠亭)에서 유래되었습니다.

風(바람풍) 詠(읊을영)이라는 이름은 자연을 즐기며 시가

를 읊조린다는 뜻으로 논어에서 따온 말입니다.

풍영정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신창동(新昌洞) 선창산(仙

滄山)과 극락강(極樂江)이 마주치는 강변에 위치하고 있는

데, 풍영정은 1560년(명종 15년) 승문원(承文院) 판교(判校)

를 끝으로 관직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온 칠계(漆溪) 김언거(

金彦据) 선생님이 지은 정자(亭子)입니다.

여기서 그는 72세로 죽을 때까지 10여 년간을 김인후(金麟

厚), 이황(李滉), 기대승(奇大升) 등 많은 문인(文人)들과 교

우하며 지냈습니다.

풍영정(風詠亭)에 남아

있는 이들의 제영현판(題

詠懸板)은 이때의 흔적이

며, 여기에는 명필(名筆)

한석봉(韓石奉)이 쓴〈제

일호산(第一湖山)〉이라

는 편액(扁額)도 걸려 있

습니다.

풍영정

한석봉이 쓴 제일호산

풍영정천 생태지도

16 17

풍영정에 얽힌 슬픈 이야기

옛날, 조선말기 쯤 광주를 가로 지르는 극락강을 오르내리

며 소금을 팔던 강원도 총각이 있었습니다. 어느 해 마을에

사는 장처녀와 눈이 맞아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 둘은 견우와 직녀처럼 일 년에 단 한번 남의 눈을 피해서

짧게 만날 수밖에 없었지만 죽어도 서로 헤어지지 않기로 맹

세할 만큼 절절한 사이였습니다. 그러던 중 무슨 연고인지 3

년 동안 소금장수 총각의 발길이 뚝 끊어졌습니다. 장처녀는

부모님의 명을 어기지 못하고 시집을 가고 말았고, 그 사실을

알지 못한 강원도 소금장수 총각이 4년 만에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그토록 오매불망하던 사람이 남의 아내가 되어 있었

으니 총각은 한 서린 울음만 터트리다가 돌아갔습니다. 이를

알게 된 장여인은 밤마다 언덕 위의 정각에 올라 총각이 배

를 저어 지나간 극락강을 바라보며 한숨과 눈물로 나날을 보

내다가 이내 이승을 뜨고 말았습니다. 이후 그녀가 서 있던

그 자리에 한그루 괴목이 북쪽(강원도쪽)을 향해 자라 강물

을 덮었다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장처녀가 죽어 괴목이 되었

다는 곳이 지금의 풍영정입니다. 풍영정은 이러한 애절한 전

설을 안은 채 극락강 옆 언덕에 서 있습니다.

풍영정천사랑모임(풍사모)의 활동

풍영정천사랑모임은 풍영정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2009년에 활동을 시작한 네 살배기이며, 아름다운공동체 광

주시민센터 광산지부에서 운영하는 생태모임입니다.

도심 속을 흐르는 소중한 풍영정천을 아름다운 생태하천

으로 가꾸고자 하천에 대해 정기모니터링, 생태세밀화 그리

기, 지역사회와 연계강사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

니다.

1. 2010년 하천지킴이 양성교육을 시작으로 하천에 대해 공

부하고, 매월 정기모니터링을 진행합니다.

정기모니터링 진행 과정에서 풍영전천 생태지도를 만들기

위해 풍영정천에 살고 있는 동식물에 대해 조사하고, 발원지

인 온곡제를 들어가기 위해 군부대에 들어갈 수 있도록 요청

을 했으나 허가가 나지 않아 마을주민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

습니다. 외부의 도움 없이 지도를 만들다 보니 많이 부족하지

만 생태지도를 완성했습니다.

2. 공동체학교 ‘산들바람’으로 하천에 살고 있는 생태세밀

화그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낯설었지만 회원들과 꾸준히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이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웠습니다. 달개비를 그

리기 위해 찬찬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경이롭고 아

름다운 색을 표현할 수 없어 한탄스러웠습니다. 파란색, 남

색, 보라색 그 어떤 색으로 달개비의 꽃색을 표현할 수 있으

랴? 자연의 색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습

니다. 그저 바쁘다는 핑계로 눈에 들어오지 않던 하천에 숨

쉬고 있는 동식물들이 이젠 아름답고 신기할 따름입니다. 처

음에 세밀화를 섬세하게 그리려고 하니 속이 울렁거릴 정도

였습니다. 세밀화의 기본은 관찰입니다. 잘 관찰하여야 표현

할 수 있습니다. 하천 또한 마찬가지로 표면으로 드러나는 모

습만이 아니라 잘 관찰하여야 건강한 하천이 될 수 있으리

라 생각합니다.

3. 풍영정천으로 떠나요! 신나는 가을소풍

2010년 가을, 우리동네문화소풍을 진행했습니다. 수완호풍영정에서 내려다 본 극락강

하천과 문화 Vol. 9 No.4 ● 가을16 17

수공원에서 주민들 참여의 문화공연과 풍영정천 세밀화그

림 전시 및 다양한 체험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행사 준비하느

라 힘이 들기는 하지만 풍영정천사랑모임뿐만이 아니라 수

완 주민들과 풍영정천에 대해 이야기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뜻 깊은 자리입니다.

4. 2011년부터 풍영정천 부근에 있는 수완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로 생태수업을 3년째 진행

하고 있습니다.

매월 1회 운영하며 발원지에서부터 영산강합류지점까지

를 탐방하면서 풍영정천에 대해 알아보고 생태환경적인 부

분을 지식으로만이 아닌 다양한 체험을 통하여 경험하게 하

는 프로젝트 수업입니다. 아이들 반응도 너무 좋고, 우리 모

임도 지역과 연계한 활동 등을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수완

중학교뿐만이 아니라 올해에는 월곡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토요일에 풍영정천 생태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미

래세대 아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자라고 배우는 모습이 더욱

많이 늘어나길 바래봅니다.

5. 무지 무더운 올 여름 초등학교 학생들과 풍영정천 디지

털식물도감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찍어 동영

상으로 식물도감을 만드는 작업인데 아이들이 더위도 잊은

채 즐거워했습니다.

6. 2010년 광주NGO재단에 풀뿌리사업 공모에 풍영정천

활동이 대상으로 선정되어 상금도 받고, 더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자극이 되었습니다.

올 상반기에 풍영정천사랑모임에 함께 할 수 있는 분들과

만나고 싶어 풍영정천학교를 4회 진행했는데 아쉽게도 많은

분들과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10명 정도 풍영정천사랑모임

회원들이 계시지만 다른 일을 하면서 시간을 내어 활동하시

는 분들이 많아 새로운 식구들이 많이 늘어나면 좋겠다 싶

었는데....... 더 많은 분들과 풍영정천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세밀화그림-소리쟁이

생태탐방

풍영정천으로 떠나는 우리동네문화소풍

하천지킴이 양성교육

18 19

앞으로 풍영정천의 모습

현재 풍영정천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2010년 12월 국토해양부로부터 ‘고향의 강’ 사업에 선정되

어 총 68억 원(국비 60%, 시비 40%)의 예산으로 공사 중입니

다. 2014년 말 준공할 예정입니다.

하남대교에서 골옷교까지 2.9㎞의 고수부지와 제방 등에

산책로와 여울보, 징검다리, 전통정자 등을 만들고 갯버들,

물억새, 꽃창포 등을 식재해 수질자정 능력을 높일 계획이

랍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 대부분이 홍수때 물이 넘쳐흐르는 곳

을 정비하는 것인데다 필요성이나 효용성 논란이 일만한 시

설 등이 계획되어 있는 등 투입하는 예산에 비해 실효성이 떨

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사구간인 장자교~성덕교 사이에는 100m 이내에 징검다

리를 4개나 놓는 황당한 공사가 벌이지고 있습니다. 이는 풍

영정천의 생태환경을 파괴하는 과도한 공사가 아닐 수 없습

니다. 과도한 징검다리 공사는 어류는 물론 하천 인근에 서

식하는 동식물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며 예산 낭

비입니다.

이 구간에는 오소리 가족을 목격했다는 대방아파트 주민

의 제보도 있었고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경우도 있어서 주

변 생태환경을 고려한 세심한 접근이 요구됩니다.

상반기에 강살리기네트워크에서 실시하는 풍영정천 자연

도 조사와 오염도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하남대교 부근은 생

풍영정천 정기모니터링

수완중 생태체험프로젝트 디지털식물도감

풍영정천 징검다리 모식도

징검다리1

징검다리2

징검다리3

징검다리4

23m 30m 47m

하천과 문화 Vol. 9 No.4 ● 가을18 19

활하수가 유입되는 곳이 여러 곳 조사되었고, 하남공단에서

유입되는 공장폐수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거품과 스티로

폼 등이 물 위에 떠있었습니다.

보이는 곳만이 아닌 진정으로 수질개선에 앞장서야 합니다.

현재 풍영정천 문제점은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째, 자치구 인력 부족 및 유지관리 예산이 턱없이 부족

한 형편입니다.

둘째, 하천 관리 이원화로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광

주시는 생태하천수질과 하천정비계획 수립, 정비예산 확보,

재해예방, 친수공간 조성, 유지용수 확보, 수질오염 예방에

관한 사항을 관리하고 있으며, 광산구청에서는 하천의 일상

적 관리 및 재해예방, 홍수관리, 고수부지 및 친수시설 등을

관리하다 보니 하천 관리가 이원화 되어 있어 전체적인 관리

가 제대로 안 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셋째, 수질오염 신속 대처 능력이 부족합니다.

넷째, 하천관리가 하천정비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입

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주민, 전문가,

NGO 등 협의체 중심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구체적 방법으로는 인간과 야생, 동식물이 함께 하는 하천

으로 깃대종 등 생물성 복원 하천 정비를 진행하고, 콘크리

트 블록 등 획일적인 저수호안정비로 생태환경기능이 상실

되어 있으므로 수생식물(꽃창포, 갯버들)을 식재하여 하천

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자연석(발파석) 저수호안 제거와 저수로 확대, 하상사력층

의 복원을 통해 다양한 서식처 제공으로 생태계의 복원과 친

수기능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이러한 강을 만들기 위해서는 풍영정천이 스스로 정화될

수 있도록 수질개선 방법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논의해야 합

니다.

풍영정천이 자연형 하천으로 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

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늦춰지면 늦춰질수록 환

경이 복원되기는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생각하고 풍영정천

을 더 아끼고 사랑하면 좋겠습니다.

자연에게도 사람에게도 편안한 휴식처가 되는 풍영정천

이 되면 좋겠습니다.

100m 내에 4개 징검다리 공사 중 무너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