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59
2020 1 양희은 · 서경석입니다 행복을 찾는 사람들 1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플러스㈜ 오교선 대표 행복을 찾는 사람들 2 IBK기업은행 영주지점 거래고객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 김명윤 회장

Upload: others

Post on 28-Jun-2020

1 views

Category:

Documents


0 download

TRANSCRIPT

Page 1: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2020

1

양희은·서경석입니다행복을 찾는 사람들 1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플러스㈜ 오교선 대표

행복을 찾는 사람들 2

IBK기업은행 영주지점 거래고객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 김명윤 회장

Page 2: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04 여성시대가족을찾아서1

나무공방삼구이야기

12 이달의 편지

‘아버지와단팥빵’외

72 행복을 찾는 사람들 1

샤워플러스㈜오교선대표

76 행복을 찾는 사람들 2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김명윤회장

80 여성시대가족을찾아서2

도전,늦은때는없다

86 코너 속 편지

‘훈련소에서싹튼우정’외

110 양희은의 스튜디오에서

휴가보고서

112 서경석의 스튜디오에서

35년만에꿈을이루다

2020년 1월호contents

72

04

76

80

IBK기업은행 협찬의 월간 여성시대는 작지만 큰 감동을 전하고자 합니다. 매월 10일 IBK기업은행에서 무료로 배포하며, 이웃과 함께 보면 감동이 2배로 늘어납니다.

전국 주파수 안내(표준FM) ※ 전국 각 지역은 아래 주파수대에서 MBC 라디오 청취가 가능합니다.

서울 95.9 부산 95.9 / 106.5 대구 96.5 광주 93.9 대전 92.5 / 91.3 전주 101.7 / 94.3 창원 98.9

춘천 92.3 / 88.9 청주 107.1 제주 97.9(견월악) / 97.1(삼매봉) 울산 97.5 강릉 96.3 진주 91.1 / 93.5 목포 89.1

여수 100.3 안동 100.1 원주 102.5 / 92.7 충주 96.1 삼척 101.5 / 93.1 포항 100.7 울진 102.7 울릉도 98.5

발행일 2020년 1월 10일 발행인 ㈜문화방송 대표이사 최승호

등록번호 라 - 5413 진행 양희은, 서경석 프로듀서 하정민, 유기림

방송 MBC라디오 매일 아침 9:05~11:00 인터넷 주소 www.imbc.com

방송중 열린전화 02-368-1500 문의 02-789-3401 주소 (03925)서울시 마포구 성암로 267 MBC 라디오 여성시대

편집·제작 하나로애드컴(02-3443-8005) 표지 작가 이미경 월간지(비매품)

※ 본지는 한국도서윤리위원회 규정을 준수합니다.

Page 3: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나무가가진성질은곧고온화하고따뜻하다.여성시대가족박

재철씨는나무의그러한마음본바탕에매료되어공방까지내게됐

다.

서울정릉2동골목안쪽에자리잡은공방에서는뚝딱뚝딱망치질

과드르륵드릴소리가문밖으로새어나와찬공기를녹이고있다.

박재철씨가공방을만든지는이제한달남짓,초보공방주인장은

한겨울추위에도땀을흘리며가구를만들고있다.나무를자르고

결을살리고거기에고운색을입히는전과정이즐겁기만하다.

다만들어진책상을,서랍을손으로쓰다듬다보면마음저밑바

닥에서부터따뜻한온기가올라온다.마흔살중반에이르러서하고

싶은일을찾았다는안도감과자신을믿고지지해주는가족들이새

삼고맙기만하다.

<나무공방삼구>.삼구는아들의이름이기도하다.결혼하고아들

을낳았는데장모님이‘삼구’란이름을지어오셨다.그이름의기원

은장모님최순옥씨의꿈과관련이있었다.

어느날밤장모님의꿈에아주푸르고잘자란소나무세그루가

글 | 성기애 (여성시대 작가)사진 | 송인혁

서울성북구정릉로

박재철씨를찾아서

나무공방삼구 이야기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1 04 | 05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Page 4: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삼구’는‘박민준’이됐다.그사연을장모님이여성시대에보내방송

에소개도됐다.

장모님은그후로도손자를‘삼구’라불렀고,운동좋아하는아이의

야구.축구등번호는늘‘39’였다.아이는자라이제10살이됐다.

아들이10살이되는그시간속에아빠박재철씨는많은경험을

했다.여동생의친구인아내를만나결혼해아내와함께시장에서

햄버거가게도했고,캠핑테이블제작회사에다니며한눈팔지않

고살았지만손안에쥐어지는돈은별로없었다.설상가상으로캠핑

테이블제작을하다가허리를다쳐1년여병원생활을하기도했다.

돈벌이가시원찮아지며처가와살림을합치기에이르렀다.

호구지책으로행정사사무실에다니며취미생활로찾은것이목공

이었다.퇴근하고공방을찾아나무를자르고이어붙이며시간가

는줄몰랐다.자신의숨어있던재능을발견한귀한시간이었다.결심어진동산을지나산위로올라가니,푸르른하늘아래큰바위세

개가나란히우뚝서있고,오색술이달린화살세개가각각의바

위에명중되어있었다.꿈이심상치않았다.

장모님은당시평생교육원에서강좌를듣고계셨는데거기에강사

로나온교수님께아이이름을지어달라부탁을드렸고,삼구라는

이름이탄생했다.석‘삼’에거북‘구’.귀하디귀한손자이름으로딱

마음에들었다.요즘유행하는이름과는거리가멀었지만장모님의

정성스러운마음을받아들여‘박삼구’로아들출생신고를했다.

그런데여기저기말이많았다.

“학교에가면애들이‘삼삼은구,삼구이십칠’하면서놀리지않을

까?”

“아기이름이너무올드하다.”

그리고일년후아내는아이를생각해서이름을바꾸자했고,‘박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1 06 | 07

Page 5: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은구,삼구이십칠.그러니까최소9배최고27배의매출을예감할

수있다는거죠.지난10년간경제적으로힘들었던우리사위가이

공방으로어깨좀펴고살았으면좋겠어요.”

소녀의마음을지닌장모님과눈웃음가득장난기가득한사위는

서로농담도주고받으며격의없이지낸다.

장모님이“나어릴적꿈은흐르는강물처럼살아가는거였다”는

말이끝나자마자사위는“네?장모님도그러셨어요.저10대때‘흐

르는강물처럼’이라는영화보면서앞으로그렇게살아야지결심했

잖아요.역시장모님과저정말잘통해요.”

주고받는말에정이가득하다.

사위가만들어준책상에서문학소녀의꿈을다시꾸게됐다는장

모님.장모님이지어주는밥을먹고힘찬걸음으로공방에나온다는

사위,이들에게장서갈등은남의나라이야기다.

이집사위와장모의모습은잘만들어진가구처럼튼튼하고아름

답다.

혼전총각시절자동차튜닝을했던눈의경험과캠핑테이블제작

을했던손의경험이합쳐지니목공실력이나날이눈에띄게발전했

다.그렇게가장의체면도살리고숨겨진재능도살려보자작심하며

공방을내기에이르렀다.

공방을내면서공방이름을결정하기에1초의시간도들지않았

다.아들의어릴적이름이며장모님의기원이듬뿍담긴‘삼구’를당

당히공방앞에달았다.

박재철씨는회원제,주문제작,원데이클래스를진행하며날마

다경험치를쌓고있다.문을연지얼마되지않아회원도손가락에

꼽을정도고,주문제작도밀려들지않지만날마다설레고행복하

다.

“좋은원목에합리적인가격이면좀더많은분이찾아주지않을까

요.초심잃지않고잘해볼생각입니다.”

사위를응원하기위해여성시대에편지를보낸장모님최순옥씨

의응원도뜨겁다.

“제가삼구아빠가만들어준책상에서편지를써서여성시대에보

냈는데그게방송이된걸보니좋은징조라고여겨져요.최소삼삼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1 08 | 09

Page 6: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12 아버지와단팥빵

15남편의애인때문에

19두친구의온도차

24 아버지가남겨놓으신편지

27이또한지나가리라

30불편한행복도괜찮다

33층간소음대처법

37할머니의부의록

40배움의즐거움

43스마트폰이반찬이냐?

4788년생김순영의시간

52엄마의변덕스러운마음

54천천히느리게아프기를

58 호두과자와손전등

60 혼주석옆자리걱정

편지이달의

[8489] 16개월 된 우리 아기는 여성시대에서 틀어주는 노래에 아침마다

몸을 흔들면서 춤을 춰요. 근데 금방 끝나는 게 아쉬운지 자꾸 저를 라디오

쪽으로 이끄네요. 오늘도 힘이 넘치는 아기와 이렇게 시작하네요.

[1736] 저는 감기가 왔는데도 왜 이리 입맛이 좋은지 모르겠어요. 남들은

감기 오면 입이 까슬까슬해서 입맛이 없다는데 저는 밥이든 과일이든 뭐든

맛있어요. 오늘도 밥 한 그릇 든든히 먹고 나왔더니 추운 줄도 모르겠네요.

다들 아침밥 잘 챙겨 먹읍시다!

[4313] 엄마를 대신해 저를 키워주신 할머니의 생신이어서, 제가 고구마

피자랑 홍합미역국을 처음으로 만들어서 드렸는데 할머니가 우셨어요.

출근길이라 눈물 닦아 드리지도 못하고 나왔더니 계속 할머니 생각이

나네요. 오늘도 분명히 여성시대 듣고 계실 테니 전해주세요. “할머니~

내가 앞으로 많이, 더 잘해드릴게요. 오늘 안마도 해드릴게요~. 사랑해요.”

[8459] 파마하기로 한 날. 51세가 되는 세 남매의 엄마인데, 제 머리가

어떻게 변할까 기대도 되지만 파마 값으로 십여만 원을 쓰려니 왜 이렇게

미안하고 아까운지요. 그래도 일 년에 한 번 할까 말까 하는 파마니까 한

살이라도 어려 보이는 내 모습을 기대하면서 미용실로 고고! 해볼게요.

[7809] 오늘 남편은 휴가인데 일찍 일어나서 마늘님 힘들다고 차로

출근시켜줬어요. 결혼 23년 만에 처음으로 뒷자리에 앉아 회사에 오니

사모님 된 것 같아 기분 업 되었네요. 남편님, 차로 출근시켜줘서 고마워요.

[정승원] 이번에 회사 납품 트럭을 4대 새로 구입했는데 제가 4대 모두

라디오 주파수 1번에서 6번까지 엠비씨 표준 에프엠으로 맞춰놨어요. 어느

번호를 누르든 지금 이 시간엔 여성시대가 나옵니다. 저 잘했죠?

[9780] 패턴봉제센터 수료식입니다. 4개월 동안 일주일에 삼일

만나 옷 만드는 작업을 배우며 너무도 정겨운 시간을 보냈는데 정다운

사람들과 헤어지려니 아쉬워요. 너무도 적극적으로 배우는 젊은 엄마들,

취업준비생들이 대단해 보였고, 그 틈에서 저도 자극받으며 감사하게

공부했네요. 배움에 지원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여성시대생방송중에도착한문자,미니모음입니다.)

일러스트 | 이경선 [email protected]

이달의 편지 10 | 11

Page 7: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이이상하다며확인을부탁하더군요.현장에가보니간단하게해결

되었고,사무실로올라가려고하니반장님께서빵먹고가라며당신

것을주셨습니다.

사무실을나오니문앞에서영상통화를하는베트남외국인근로

자친구가있더군요.알아듣지는못했지만집에있는아내와아들과

통화를하더군요.그친구손에는빵이들려져있었습니다.통화가

저는부산의조그만회사에서관리직으로근무하는40대직장

인입니다.외근시여성시대를챙겨듣는열혈청취자입니

다.

이렇게사연을보내게된이유는책상위에놓인단팥빵과흰우유

하나가10여년전하늘로가신아버지를떠올리게해서입니다.

얼마전부터오후5시쯤되면책상에흰우유와빵한개가놓여

있었습니다.출처를몰라여직원에게물어보니현장근무자분들잔

업시지급되는간식인데,며칠전부터사무실직원들에게도지급

된다고하더군요.별생각없이출출한시간에먹으니꽤쏠쏠했습니

다.

며칠전빵을먹으려는데현장반장님께서전화하셨습니다.도면

애청자

아버지와 단팥빵

Letter 1이달의 편지 12 | 13이달의 편지 12 |

Page 8: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김장을하려고정성으로키운빛깔좋은배추를따서수레에

한가득여러번을땀흘리며실어나르는데도야속한우리

집양반은애인하고싸우느라도와주지도않고어찌나얄밉게구는

지모릅니다.우리남편,요즘사랑에빠졌거든요.

며칠전남편이갑자기저를다급하게부릅니다.

“여보,내전화기가갑자기왜이래?당신돈안냈어?”

“그게무슨소리예요?왜,전화가안돼?”

“갑자기개통이안됐다고나오네.”

그시간,시집간딸내미한테전화가왔어요.

“엄마,아빠전화안될거야.내가끊었거든.좀있다가서설명할

게.잠시만있어보셔요.”

김옥열

강원 춘천시 신동면

남편의 애인 때문에

Letter 2끝나고저는“왜빵안먹고있어요?먹어야잔업때배안고프지

요”라고물으니수줍게또박또박“아들이빵좋아해요.그래서가져

가요.줄거예요!”라며웃으면서돌아서더군요.

그때아버지생각이났습니다.제가유치원다닐무렵이니한30

년더된거같습니다.어느날퇴근하는아버지손에단팥빵과흰

우유가있었습니다.동생과저는아버지께매일먹고싶다고졸랐습

니다.아버지는싸우지말라며반을뚝잘라나누어주셨고,그이후

항상아버지를기다렸습니다.아니빵을더기다린거같습니다.

하루는크림빵을가지고오셨습니다.단팥빵에질린동생과저는

서로먹겠다며다툼을벌였습니다.아버지는크게화를내시며세상

에둘밖에없는형제가욕심때문에싸우느냐고,앞으로의지하고

살아야한다고,그때는이해하지못할말씀을하셨죠.

자연스럽게시간이흐르면서저와동생은더이상빵을기다리지

않았습니다.빵보다맛있는간식들이많아졌으니까요.아버지는그

래도빵을가져다주셨습니다.먹지않아상해버릴때도있었습니

다.

힘들게현장에서가족을위해늦은시간까지일하셨던아버지.허

기진배를채우기보다자식들이기뻐할모습에참고,쓰디쓴담배

한개비로허기를대신했을내아버지.책상에놓인빵을보니눈물

이납니다.

내아버지처럼저도오늘빵을들고집으로가려고합니다.먹거리

가풍부한요즘단팥빵을좋아할지모르겠지만요.내아버지가그리

고지금내가그랬던것처럼내아들도우리의마음을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그리고내아들역시내손자가될녀석에게이런따뜻

한마음을전해줄거로생각합니다.

이달의 편지 14 | 15이달의 편지 14 |

Page 9: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이렇게,여길누르면바로된다고요.”

“천천히다시해봐.당신이누르면내가어떻게배워.”

“배우긴뭘배워?그냥통화버튼누르면될걸.요기요모양.나

이제김장도해야하고바쁘니까부르지좀마.도와주지도않으면

서….”

다른때같으면이런제구박에화도낼만한데남편은여전히전

화기만바라보며건성으로“알았어알았어”대답만합니다.그리곤

구박받은지삼십분도안돼서또불러대요.

“여보~~여보~~”

“아,왜요?”

“미안한데이것좀봐봐.사진좀찍으려는데이게왜자꾸내얼

굴만나와.”

“아,그럼당신얼굴만찍어요.”

“이사람이.빨리좀해봐.배추다뽑기전에좀찍게.”

“이럴땐봐봐요.요기화살표가요렇게돌려져있는거.이걸요

렇게눌러야지.”

“아,뭐별것도아니네.알았어.배추좀천천히뽑아봐.”

“저리안가요?내얼굴나오게찍기만해.그러면오늘당신하고

당신애인,여기배추밭에확묻고갈거야.”

낼모레면칠십인우리남편이요즘초등학생이되어가고있습니

다.온종일전화기를손에서내려놓지도않고이것저것만지다

‘여보~’찾고.전화가안된다고해서가보면비행기모드로해놓고

바탕화면에깔아준톡이랑문자모양은어디로보내버렸는지이틀에

한번씩은찾아다녀야합니다.또사진찍은게어디로갔냐고찾고,

어느날저녁인가에는어디서톡이들어오니까,“나도까꿍이다.까

그리고두시간쯤지났을까,손녀딸을데리고딸내미가왔습니다.

“아빠,이것좀봐봐.내가아빠한테주는선물!”

딸내미가건넨건아주큼지막한스마트폰.

“딸,너어쩌려고아빠한테그런걸?”

“엄마,아빠도이제좀바뀌셔야지않겠수?조선시대에서좀벗어

나셔야지.”

그날부터입니다.딸내미가다녀간후로남편은틈만나면,

“여보~~여보~~”

“아,왜요?”

“손녀딸하고영상통화좀하려는데어떤걸누르라고?”

이달의 편지 16 | 17

Page 10: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이달의 편지 18 | 19

저는지금남편일때문에외국에잠깐거주중이에요.이곳은

한국인들이여행을많이오는곳이라친구들이나예전직장

동료들에게서자주연락이옵니다.여행정보도구하고,도움도구

하곤하죠.그중에서제친구두명이여름휴가를여기로오겠다고

하더라고요.

한친구는초등학교때부터친한친구이고다른친구는고등학교

친구인데서로모르는사이라서같이오라고할수가없었어요.그

래서2주간격으로두친구부부가따로따로오기로했습니다.

저는여기에서프리랜서로일하는데친구가오는날짜에맞춰서

일을다빼놓고만반의준비를했죠.두친구다일주일정도머물

예정이라서비슷한스케줄로3일은우리집에서묵으면서시내관

애청자

두 친구의 온도 차

Letter 3꿍까꿍~.”톡오는소리를까꿍으로듣고,요즘전화기는까꿍도한

다면서톡이올때마다“인석아나도까꿍이다”하는데어찌나우습

던지요.

“여보,이건전화기가당신하고놀자고까꿍하는게아니고당신

친구들이스마트폰개통환영한다고톡보내는거야.”

“그래?내친구들이내가전화기바꾼걸어떻게알고?”

그날밤,남편은잠도안자고톡방메시지를들여다봤습니다.또,

남편동창들이밴드를만들어서초대한다는문자를보고는밴드가

뭐냐고해서가르쳐줬더니이번에는밴드에글쓰고사진올리느라

난리.마누라가배추를200포기나소금에절이는데도와주지는않

고사진을찍어서밴드에올려야한다고온종일배추뽑는거찍고,

절이는거찍고하더니사진은어떻게올리는거냐쫓아다니면서사

람을귀찮게해요.

며칠전엔어디서유튜브를들었는지가르쳐달라고해서바탕화

면에깔아줬더니,종일귀에이어폰꽂고갑자기껄껄껄웃기도하

고,노래도따라부르고,고구마는어떻게해서먹으면더맛있다,

저를방에엎드려놓고등이삐뚤어졌고다리가어떻고그러니아침

마다이런체조를하라는둥,김장할때는이렇게해야배추가잘죽

네사네,하도시끄럽게떠들어서아주정신이하나도없습니다.

철부지남편과결혼한지38년.결혼기념일에마누라는김장하느

라땀흘리고있는데도남편은오늘이무슨날인지도모르고요즘새

로만난애인품에안겨서제정신까지쏙빼놓네요.

손녀딸을둔할아버지가이래도되나요?요즘생기가넘쳐다니는

걸보면치매예방도될것같고좋기는한데,꿈에서도나타나서‘여

보’를찾아대니이럴땐울어야할까요?웃어야할까요?

이달의 편지 18 |

Page 11: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저녁엔친구부부가회비외로본인들이꼭대접하고싶다며랍스

터를사주어서우린마트에서열대과일을종류대로사다가실컷먹

게했습니다.친구는한국에서는비싼과일을여기서실컷먹는다며

너무행복해했어요.

친구부부가돌아가던날공항으로배웅하고돌아오니식탁엔흰

봉투가놓여있었습니다.자기부부를위해이렇게시간을내줘서

너무고맙고미안하다는편지와함께제가돌려준남은회비에달러

를더보태서놓고갔더라고요.정말끝까지아낌없이주는나무같

았지요.꼭돈때문이아니라친구의마음씀씀이와배려에다시한

번감동했고,내친구의진가를다시한번확인했습니다.

그렇게2주가지나고,이번엔고등학교때친구부부가왔는데,

이친구는본인의비행기일정을보내오면서당연히공항으로픽업

광을하고3일은여기에서몇시간떨어진바닷가휴양지에서보내

기로했어요.

먼저온팀은제초등학교친구인데제가공항으로마중을하러가

겠다고했더니번거롭게무슨마중이냐면서극구사양을하더라고

요.겨우설득해서나갔습니다.같이택시를타고집으로왔는데친

구는현지돈으로환전한게없다면서제가데리러나갔던택시비까

지왕복으로달러를주더군요.친구끼리무슨차비냐며이번엔제가

극구사양했습니다.

그렇게집으로들어와짐을푸는데짐이왜이리많은가했더니친

구의커다란가방안에서나온건,여기서는구하기힘든비싼한국

식품들,말린채소,말린건어물,제가좋아하는젓갈에영양크림,

마스크팩,커피믹스등온통우리가족을위한선물이끝도없이나

왔습니다.너무감동이었죠.이래서친구가좋은거구나싶었어요.

시내투어를할때도친구는본인들을위해시간을내준것도미안

하고우리집에머물면서숙박비도절약했으니,모든비용을본인들

이내겠다고했습니다.현지를잘아는훌륭한가이드가안내도해

주니얼마나고맙냐면서요.근데제맘은또그게아니잖아요.친구

가이것저것바리바리싸다주기도했고,친구니까잘대접하고싶

은맘도있고.그래서제가고집을부려모든비용은회비로해결하

자했습니다.

시내투어를마치고리조트에갈때는저도남편과함께갔는데,

친구부부는아무것도안하고리조트에서푹쉬기만할거라면서식

사할때만나자고하더라고요.각자편하게자기스타일대로쉬자는

친구뜻에따라우리부부도오랜만에신혼여행간것처럼잘쉬었습

니다.

이달의 편지 20 | 21

Page 12: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오랜만에친구와도란도란얘기하며힐링할줄알았는데친구의

목표는그저맛집투어,사진찍기,SNS올리기가전부였습니다.

제가어떻게사는지,하는일은잘되는지관심이없었죠.저는정말

그냥가이드가된기분이었어요.차라리진짜가이드라면그렇게까

지스트레스받진않았을텐데뭔가제가너무소모되고이용되는느

낌을받았습니다.

힘든여정을마치고드디어친구가돌아가는날!도저히친구를공

항까지배웅해줄에너지도감정도남아있지않아서택시만태워서

공항으로보냈습니다.일주일동안친구에게고맙단소리한번못

듣고스트레스를받았더니완전히번아웃되었고,그친구가아니었

다면쓰지않았을리조트비,택시비,평소였다면먹지않았을음식

값이아까웠어요.

특히그친구를위해사용한내일주일이라는시간!친구가온다고

손꼽아기다린제감정과정성이억울했습니다.앞서온친구와너

무비교돼서뒤에온친구를평가절하하는건아닐까?내가친구한

테뭘바란건가?뭔가를바랐다면내가나쁜거아닐까?조심스럽

게고민해봤는데아무리고민해도이건너무아니다싶은거예요.

두친구의온도차가이렇게클수가있을까요?이번여행을통해

두친구의본성을제대로알았습니다.그리고많은것을배우고깨

달았어요.배려란무엇인지,역지사지란무엇인지,자신만생각하

는이기적인행동이얼마나다른사람을아프게할수있는지를요.

또불필요하게내감정을소모하는사람이라면더이상친구가아니

라는생각까지들더라고요.이제진짜친구를알아냈으니제진짜

친구에게더많은정과사랑을나누는사람이돼야겠습니다.

하러와줄것을기대했어요.낯선곳이니당연히그렇겠죠.저를믿

고온거니까요.1시간반거리공항으로택시타고마중을나갔고

친구부부를태우고우리집으로왔는데,친구는택시비에전혀관

심도없이그냥자연스럽게내리더군요.그때까지만해도이제막

도착해서환전도안했으니까그럴수있지,그리고친군데공항택

시비정도는내가낼수도있지생각했습니다.

집에들어와서짐을푸는데,옷걸이몇개를달라고한친구는자

신의원피스와모자들을줄줄이가방에서꺼내서거는데흡사무슨

패션쇼에온것같았어요.크게기대하진않았지만,저에게줄그흔

한마스크팩한장을가져오지않았더군요.앞에왔던친구와비교

가돼서저도모르게실망을좀했지만,사람은다다른거니까친구

끼리뭘기대하지말자했습니다.

근데이친구는꼭현지식으로밥을먹겠다고해서근처식당에데

리고갔더니이것저것엄청많이주문하고는“이음식은향채가너

무많아서못먹겠다.그리고이건왜이렇게노린내가나냐.어휴

이건조미료범벅이다”음식마다타박하더니,결국많이남겼어요.

그리고계산할땐전혀돈을낼의지가없어보였습니다.

마트에서맥주랑안주,과일등을살때도전혀미동이없었지요.

여기저기구경만하고있더라고요.그래서제가회비를걷자고했더

니떨떠름하게동의하면서돈을주더군요.제가괜히민망했습니다.

그후로도본인이TV에서보거나인터넷에서본맛집이랑숍들을

이름도주소도정확하게모르고,그냥뭐파는곳,이러이러한음식

이나온곳,이렇게설명하면서데리고가달라했어요.그리곤가지

고온여러옷과가방,액세서리들을바꿔가며사진을찍어서SNS

에올리기바빴죠.

이달의 편지 22 | 23

Page 13: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이달의 편지 24 |

며칠전집을고치기전에쓸모없는것들을치우려고부모님이쓰

시던큰방에들어가선반위의상자를열어보고는깜짝놀랐습니

다.먼지가자욱이내려앉은뚜껑을열어보니제가외지에나가공

부할때아버님께쓴편지들이수북이있었습니다.

<아버님전상서>로시작해서객지에나와있지만학교에잘다니

고있으니걱정하지마시라는내용과함께책사는데돈이필요하니

얼마정도돈을보내달라는내용이었습니다.

제편지뿐아니라작은아버지가서울에서공부하시며형님인아버

님께쓴편지들도누렇게빛이바랜채그대로있었습니다.

부모님을일찍여의고열네살에가장이되신아버님은농사지으

며열살아래인동생을대학까지졸업시키셨거든요.그편지들을

읽는순간눈물이앞을가리더군요.

이렇듯제아버님은참대단하신분이었습니다.깡촌에서변변치

않은살림살이임에도불구하고작은아버지뿐아니라저를중학교때

부터서울로유학을보내셨고5남매를다가르치셨습니다.당시시

골에서상상하기힘든일이었습니다.

당신은일제시대에가난하여소학교조차중퇴했지만자식들을가

르쳐야산다는각오가남달랐던것같습니다.

그냥자식들을학교에보낸게아니고그학교에수시로다니며적

극적으로관심을가지셨습니다.

학교에다닐때는너무자주아버지께서학교에오셔서창피하기

도했지만,학교에괘종시계며장구등도사서기증했습니다.학교

뿐아니라지서,면사무소,터미널등공공기관에당시에는귀한괘

종시계를사서걸어놓기도했습니다.집이가난하여초등학교조차

갈수없는아이들에게는월사금을주면서학교에보내기도했답니

시골우리집은무척낡았습니다.100년정도된종갓집인데

지난1987년당시최신식으로리모델링한이후고치지않아

귀신이나올정도로낡은집이되어버렸습니다.

제가10여년전퇴직하고노부모님을모시기위해시골로내려오

면서아버님께집을고치겠다고하자‘살림늘린복받은집인데왜

고치냐.너는못하나박지말라’고엄명을내리셔서손을대지못했

습니다.

아버님이4년전타계하시고어머님도그이후세상을떠나셨지만

저는아버님말씀이귓전에맴돌아지금까지그대로보존해왔습니

다.하지만잘못하면태풍에쓰러질우려도있을것같아서최소한

으로집을고칠까생각하고있습니다.

강현택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미금로

아버지가 남겨 놓으신 편지

Letter 4이달의 편지 24 | 25

Page 14: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이달의 편지 26 | 27

올해결혼11년차인저는3명의아이를키우는평범한직장인

입니다.첫째는초등2학년딸,둘째는5살아들,셋째는4

살아들.눈에넣어도안아플정말귀엽고사랑스러운아들딸들입

니다.결혼하고아기가늦게들어서서마음고생은했지만지금은애

들을보면든든하고마음만은부자입니다.

그런데재작년이맘때쯤청천벽력같은소리를들었습니다.집사

람이평소에자주배가조금씩아프다고했지만,애들키운다고시

간이없어서병원에못갔습니다.그래서벼르다가이번에동네병

원에갔는데검사하고일주일뒤조직검사에서큰병으로판명이났

습니다.일하는도중에전화를받았는데정말하늘이무너지고눈앞

이캄캄했습니다.눈물이쏟아졌지만참고또참으면서마음을가라

홍충식

경북 안동시 와룡면 지내리

이 또한 지나가리라

Letter 5다.당시논30여마지기지으며넉넉하지도않았을텐데어떻게그

런일을하셨을까놀라울뿐입니다.

단점이라면낄때안낄때가리지않고모든일에관여하며바른

말씀을하셔서자주말다툼하셨다는겁니다.

워낙아버지께서적극적이어서인지는몰라도저희5남매는저러

면안되겠다고생각을하며자라서아버지와는반대로전부내성적

인성격이되고말았답니다.

초등학교4년중퇴지만독학으로한문도배우셔서평소붓글씨를

많이쓰셨습니다.뉴스를보다가무슨생각이나시면청와대나관계

기관에편지를써서보내기도하고재난이발생했다는보도가나오

면제일먼저의연금을보내기도했습니다.

이렇게적극적으로봉사활동을하시다보니지역신문에도몇차

례기사가실리기도했답니다.

90세가넘으며고관절로거동을못하셔서제아내가6년간대소

변받아가며모셨는데4년전96세를일기로집에서조용히눈을

감으셨습니다.

작은체구지만저에게는큰바위같은아버지가돌아가시자얼마

나울었는지모릅니다.그간의일들이주마등처럼스쳐지나가영안

실에서밤새도록울었답니다.

저죽기전에아버지의손때가묻어있는시골집터에작은공적비

라도하나만들어놓을까생각하고있답니다.그래야죽어서아버님

을뵙게되면인사를제대로드릴수가있을것같습니다.

찬바람이불어오니아버님이사무치게그리워집니다.부디저세

상에서어머님과행복하게사셨으면하는바람뿐입니다.

이달의 편지 26 |

Page 15: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되었습니다.한번도하기어려운수술을두번씩이나해야한다니

또한번마음이내려앉았습니다.다행히이번에도수술은잘되었

습니다

그리고오늘,또3번째수술을기다리고있습니다.6월까지항암

치료끝나고,넉달지나서CT찍은결과가안좋게나왔기때문입

니다.폐에전이가되어서또수술로제거해야한다는겁니다.평소

통증도없고컨디션도그런대로괜찮아서이제는괜찮겠지,하고생

각했는데혼자만의착각이었을까요?

우리는목사님소개로연을맺게되었습니다.저는이런생각을해

봅니다.기도가부족해서그런가?내가잘못한게있어서벌을받는

게아닌가?나의과한욕심에애를많이낳아서집사람이고통받고

있는게아닌가?이런저런생각들이머리를스쳐지나갔습니다.

셋다아직은엄마의손길이많이필요한데병원에누워있는아내

를보면아픈사람도아픈사람이지만,애들생각에가슴이찢어지

고눈물이한없이흐릅니다.다행스러운것은엄마를그렇게많이

찾지않고,모친과셋이잘지내는걸보면참으로대견스럽습니다.

오늘하는3번째수술이잘되어서이것이정말마지막수술이되

었으면좋겠고,육신의고통에서영원히해방되었으면좋겠습니다.

집사람도평소여행하는거좋아하고막내주완이도비행기타고

싶다고해서수술잘끝나고어느정도회복되면가족여행을하면서

지금까지마음과육신으로고생했던것을완전히씻고싶습니다.비

가오면땅이굳듯이,이런아픔도이제는완전히지나가기를희망

합니다.

“주희야,지완아,주완아,여보야,아주아주많이사랑해.♡”

-당신이잠든사이에보조침대에서,충식이가.

앉히고다음날서울큰병원에입원했습니다.

검사를받았지만역시동네병원에서진단받은그대로였습니다.

수술날짜를잡아서수술했는데생각보다는심하지않다는의사선

생님말에안도했으나감추려던눈물은참을수가없었습니다.

2주있다가퇴원하고,일주일도되지않아서그무시무시한항암

치료를시작했습니다.처음두번째까지는항암주사맞고집에오면

헛구역질하고,음식냄새에민감하여3일고생하고,4일째부터천

천히괜찮아졌습니다.고생고생하면서항암치료를6개월간하면서

이겨냈습니다.

8월에는수술부작용으로장폐색이찾아와서2번째수술을하게

이달의 편지 28 | 29

Page 16: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이달의 편지 30 |

평온해졌는데그평온이깨질것같았다.

담당간호사가와서간편치매검사를했는데다행히인지능력에

는이상이없다고말하며나이가많으면기억력이감퇴한다고하였

다.치매는인지능력으로평가한다고했다.천만다행이었다.

그이후로수시로있었던일들을물어보고세밀하게관찰하고있

는데엄마는기력이없어서인지밖에나가지를않고온종일누워계

시거나TV만보셨다.

나는그동안엄마가하던일을하기시작했다.제일큰일이시장

보기다.엄마가뭘사오라고지정해주면좋은데그냥반찬거리사

오라고하면난뭘사와야할지몰라이것저것사들고오고엄마한

테는잘못사왔다고꾸중듣고,나이육십에내가이러고산다.

엄마는당신이없으면나혼자서못살까봐이런저런집안일을시

키신다.가만생각해보면나는그동안참편안하게살았다.몸이불

편하다는이유로.

교회갔다오면서과일을샀다.감이7개오천원짜리도있고12

개오천원짜리도있다.좀작더라도12개오천원짜리를사고,전

동휠체어에싣고집으로오는길에감봉지를열어보니감이7개있

었다.순간아저씨가나를속였구나싶어다시과일팔고있는데로

갔다.그곳까지는멀다.그래도가야한다.1개정도덜들었으면

그냥넘어가겠는데5개라니.가면서흥분하지말아야지언성을높

이지말아야지다짐을하면서.사실난흥분하면말이엉키고두서

가없어진다.

아저씨를찾았다.감이왜7개뿐이냐고물었더니오천원에7개짜

리를샀다고했다.나는아니라고했더니자기는점심을먹고이제

왔다면서누구한테샀냐고묻는다.아차,아까아저씨얼굴을자세

엄마가기력이없어서누워있는시간이많아졌다.그동안내

가몸이불편하다는이유로60여년을엄마밥을먹고살았

다.질기게우려먹었다엄마를.평생그렇게엄마치마꼬리붙잡고

살줄알았는데재작년부터엄마의기억력이감퇴하더니오전에있

었던일을오후에기억하지못하셨다.설마우리엄마가치매?심장

이떨렸다.

당장보건소담당간호사한테전화를걸어치매검사를받고싶다

고했다.그사이온갖불길한생각들이머릿속을헤집고다녔다.아

니겠지그러면서도치매면어떡하나.평생이런고생저런고생만

하시다가내가건강을잃어엄마고생은극에치달았는데.이제그

나마어느정도안정되고,우리두모녀의일상이잔잔한물결같이

김주혜

부산광역시 수영구 민락동

불편한 행복도 괜찮다

Letter 6이달의 편지 30 | 31

Page 17: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이달의 편지 32 | 33

저는부산에사는초등학교4학년김효준이라고합니다.

“효준아,이김치누가주셨어?”

“위층할머니가주셨어요.”

“어머,맛있겠다.저녁에잡채하려고했는데위층할머니께드려

야겠네.”

엄마는김치를맛보며웃으셨다.나는다알고있다.위층할머니

께서왜김치를주시고지난번에호박죽을주셨는지.

“쿵쿵쿵!”

바로이소리때문이다.위층할머니의손자들이지금도뛰어다니

고있다.

엘리베이터안에서할머니의손자들을만났다.

김효준

부산광역시 북구 화명동

층간 소음 대처법

Letter 7히안봤는데누구한테서샀더라.내가물었다.“그럼아저씨점심

먹으러갔을때누가과일을파셨어요?”그랬더니저쪽에서다른아

저씨가왔다.이래저래해서다시왔다고했더니그아저씨도내가7

개짜리를샀단다.나는아니라고하고,그아저씨들은맞다고하고.

그래서감크기를보자고했다.내가산감을7개짜리하고맞춰보

는데좀작다.그런데도계속우긴다.아저씨들이말이엉키려고한

다.“그러면7개반납하고12개짜리주세요”라고말했더니말로는

계속내가잘못했다고우기면서순순히바꿔준다.

이렇게생각하고싶다.원주인이점심먹으러간사이에옆에다

른분이착각해서그렇게팔았을거라고.그아저씨가하는말이개

수를속이지는않는단다.그래,장사오래하려면소소한거속이다

가는큰일날거라생각하며다시집으로왔다.이젠물건사면꼭확

인해야겠다.

오래살림했던친구들은이제살림에도사가됐을텐데나는이제

시작하니앞으로얼마나많은시행착오를겪어야도사가될꼬.아

니,난도사필요없다.그냥입에풀칠만하고살자고다짐하는데

엄마가걸린다.맛있는것해드리고싶은데무얼어찌해야할지.

신문을봤다.당대유명했던한여배우가알츠하이머라고가족을

못알아본다고.충격이었다.새삼감사하다.엄마는기력이없지만

맑은정신이고,전동휠체어타고다니며시장보고,감하나에핏대

세우고사는내가.

다만,엄마가맑은정신으로건강하게사셨으면한다.내건강이

더이상악화하지않았으면좋겠다.이렇게불편한행복도살아보면

괜찮다.

이달의 편지 32 |

Page 18: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무무서웠다.한달동안팔에깁스를하고갑옷을입은것처럼답답

하게지냈다.

“어쩌다가이렇게다쳤어요?”

엘리베이터에서22층아저씨아주머니를만났다.

“지붕카에위험하게올라갔다가뛰어내려서팔이부러졌어요.”

“큰일날뻔했네요.사실은손님들이랑거실에서식사를하는데

쿵하는소리에모두깜짝놀랐어요.조명이흔들렸다니까요.”

“정말죄송합니다.못하게하는데도애들이말을안듣네요.정말

죄송합니다.”

22층아주머니말씀에엄마는계속“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사

과를하셨다.동생과나는어른들눈치를보며엄마뒤로숨었다.

“놔두세요,애들이뛰는게당연한거죠.뛰지말라고한다고안

“아이구,죄송해요.뛰지말라고하는데이녀석들이말을안들어

요.”

할머니는미안하신지계속사과를하셨다.

“괜찮아요,이제세살,네살인데뛰는게당연하죠.저희아이들

어릴때도엄청뛰었어요.”

“그렇게말해줘서고마워요.”

아이들의손을잡고할머니는먼저내리셨다.아이들은할머니의

마음을알지도못하고로비로뛰어갔다.

우리가족은1학년여름방학때지금의1층으로이사했다.

“효준아,보경아,이제살살걷지않아도돼.”

“진짜요?엄마.”

“그럼.1층으로이사했으니까이제뛰지말라는말안할게.”

동생과나는처음으로집에서줄넘기도하고숨바꼭질도했다.1

층우리집이학교운동장처럼느껴졌다.

이사오기전우리집은23층꼭대기였다.나와동생이태어나서

8살,6살까지살았다.엄마는바닥에두꺼운매트를깔았다.하지

만우리들은소파등받이에서날다람쥐처럼뛰어내렸다.

“안돼!뛰지마!살살걸어!”

엄마는우리를따라다니며못하게말렸다.

크리스마스날동생과나는엄마몰래지붕카위를스파이더맨처

럼올라탔다.

“슈퍼맨~.”

나는매트가깔려있지않은맨바닥에떨어졌다.

“아야,엄마!”

성장판에금이가서수술을해야한다는의사선생님의말씀이너

이달의 편지 34 | 35

Page 19: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이달의 편지 36 | 37

아버지께서돌아가신뒤집안을정리하다가한권의공책을발

견했습니다.공책의재질은부들부들한닥종이였으며,보관

상태는시커멓고너덜너덜했습니다.종이를돌돌말아끈을만들어

서꿰매듯묶여있었습니다.

겉표지에는애감록(哀感錄)이라쓰여있습니다.조심스레넘겨가

며내용을살펴보니할머니께서돌아가셔서상을치를때의부의록

(賻儀錄)이었습니다.

할머니는단기4221년4월30일생이셨으며,단기4291년7월

14일에세상을뜨셨습니다.환산하니,할머니는서기1888년생으

로70년을생존해계시다가1958년에세상을뜨신겁니다.

할머니는61년전제가태어나기도전에돌아가셨고,그때작성된

노한형

전북 전주시 완산구 용머리로

할머니의 부의록

Letter 8뛰겠어요?”

아저씨의말씀이고맙고안심이되었다.

그다음부터엄마는엄마가제일잘하시는잡채를만드는날이면

꼭22층에가져다드렸다.

우리가이사오는날아빠와함께수박을들고22층에찾아갔다.

“그동안고마웠습니다.”

“아닙니다.섭섭하네요.오래오래같이살면좋을텐데….”

아빠와나는공손하게마지막인사를하고내려왔다.‘아저씨,아

줌마,그동안고맙고죄송했어요.이제편안하고행복하게사세요.’

마음속으로감사인사를했다.

그때우리는아래층을힘들게하는위층이었다.지금은위층때문

에힘든아래층이되었다.그래서위층에사는가족의마음도잘알

고아래층가족의마음도잘안다.엄마는위층가족을만나면예전

에22층아저씨처럼말씀하신다.

“괜찮아요.어릴때는다뛰는거예요.저희아이들도엄청뛰었어

요.”

김치를담아온접시에잡채를가득담아서엄마는위층으로올라

가셨다.위층할머니와엄마가어떻게말씀하셨을지나는알것같

다.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누구나입장이바뀌면그사람을이해하고위로해줄수있다고생

각한다.아래층아저씨아주머니도위층할머니도우리와같은마음

이라고생각한다.조금만양보하고,배려하고,조심하면싸움도없

고이웃도가족처럼사이좋게살수있지않을까!

이달의 편지 36 |

Page 20: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우연이:양말

-농암리노옥동:버선

-이곤이:저고리한감

-태선이:치마한감,건시한접

소주와쌀을가져오시고,건시(곶감)를가져오셨습니다.버선과

양말,또치마와저고리감을부의품으로내놓으신겁니다.당시에

는성의를표할게별로없어서그러기도했겠지만,이보다더진정

어린부의품이어디있겠습니까.

부모잃은슬픔을함께나누며,서로를위로하고의지하며,이웃

간에상부상조하는미덕이있는공동체가살아숨쉬는우리전통의

미풍양속이보입니다.농경사회에서볼수있었던정말아름다운모

습입니다.이런미풍양속을간직하고계승할수있다면얼마나좋을

까요.

오늘날에는시대가변하여휴대폰문자로부고(訃告)를하지요.

부고말미에는‘마음전할곳’이라며은행계좌번호가적히기도합니

다.모두바쁘게살아가는세상이라그렇다지만,삭막하고씁쓸한

기분이들때도있습니다.

시대흐름따라장례문화도,혼례문화도바뀌었으니옛날처럼하

기는불가하겠지만,그옛날의미풍양속은기억하고마음으로라도

간직하면좋겠다는생각을하며오래전에돌아가신부모님모습을

떠올려봅니다.

할머니태어나신1888년은조선시대고종25년(대한제국이성립

하기도전.대한제국은1897년~1910년).할머니는조선시대도,대

한제국선포도,일제강점기도,해방과미군정기,대한민국정부수

립,6.25도겪으셨네요.

부의록이라상태는좋지않았지만,효심깊은아버지께서고이보관

한자료였고,저역시귀하게여겨져먼지를털어내고앨범에꽂아

두었는데,당시장례문화의일면을엿볼수있어여성시대가족들

께소개합니다.

부의록내용을찬찬히살펴봅니다.

-노흥기씨:2백원

-노옥동씨:5백원

-외평댁:천원

-조동열씨:닭1수(首)

-이정운씨:백지1속(束)

-전복만씨:탁주1되

등등이상세히기록되어있습니다.

2백원,5백원,천원이당시기준으로는상당히큰금액이었으

리라짐작됩니다.그것보다도‘닭한수,백지한속,탁주한되’등

부의물품이더눈에띕니다.현금을융통하기어려워집에서기르는

닭을가져오시고,상을치르는데꼭필요한백지와탁주를가져오

시는등깊은정성이담겨있습니다.

그옛날에는3년상(三年喪)을꼬박치렀다고합니다.죽은지1

년만에는소상(小祥)을지내고,대상(大祥)은죽은지두돌만에

지내는제사를말한답니다.대상시에도초상을치를때와마찬가지

로지인들이슬픈마음을함께나누었다고합니다.

할머니대상때의부의록도있습니다.

-소산댁:효주(소주)1병

-다락댁:백미1되

-오인댁:백미반되

이달의 편지 38 | 39

Page 21: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이달의 편지 40 |

하긴나도젊을때(오십대때)신랑에게공부하고싶다이야기해

본적이있었는데,그때신랑이“우리도공부못했는데애들은공부

시켜야지.짝도맞춰줘야하고.그러니까그때까지만당신이좀참

아”했다.그말을들었을때썩기분이나쁘지는않았다.이젠내게

도후원자가생겼구나싶어서.어릴때는무조건반대만했는데지

금은그래도내말에귀기울이는사람이생겼으니까했다.

해서신랑이시키는대로열심히장사해서애들우리가원하는만

큼은공부시키고장가보내고,이사회한구성원이되어제자리잘

지키고,가정잘챙기는데,내인생만쪼그라졌다.세월가니몸은

여기저기고장나고신랑은영감으로변하고,세상은이것도내게서

시샘했는지영감님을뺏어갔다.

그래서결국은나혼자남아힘들어하다가만히생각하니나도내

삶의마무리를내가알아서해야겠다싶어서학교에가겠다고아들

며느리에게이야기했다.걱정말고하고싶은대로하라고“엄마가

칠십중반을넘어서그렇게배우고싶던학교란곳에이제야

갈수있겠구나생각하니괜히맘이붕붕하늘을나는느낌

이다.영감님이떠나고혼자집오리가되어꼼짝않고있는나에게

이런행운이찾아오다니.

아들며느리가‘집에만계시지말고무엇이든찾아서즐겁게사세

요’하는말을귓전으로들었는데,우연찮게이웃에사는동네아우

님이“언니,나올해대학가요.여기는요검정고시안쳐도되요”

활짝웃으면서설명해줬다.이동생은낮에는식당에서일하고밤이

면학교에간다고,언니도나이많다고걱정하지말고,건강과열정

만따라준다면얼마든지도전할수있으니한번해보라는말에솔깃

했다.

박말수

부산광역시 금정구 온천천로

배움의 즐거움

Letter 9이달의 편지 40 | 41

Page 22: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이달의 편지 42 | 43

목련이하얀꽃을피웠던게엊그제같은데,오늘아침곱게

물든감나무잎사귀가다떨어진게시간의흐름을알려준

다.언제시간이이렇게나흘렀을까.시간만흐른게아니고세상도

많이바뀌었고,나는누가봐도할머니가되었다.

‘꼰대’라는소리는안듣고살아보려고,잔소리는안하려고노력하

는편인데,오늘아침기어이한소리하고말았다.

“니들은휴대폰이반찬이냐?”

20여년전,처음하숙을시작했을때는학생들에게휴대폰이없

었다.

저녁을먹고나서골목길을지나학교앞공중전화를이용했다.추

운겨울날,밤늦게전화하러나가는아이들이안쓰러워그냥집전

이승일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3동

스마트폰이반찬이냐?

Letter 10우리키운다고수고하셨잖아요”하면서아들이싱긋이웃었다.아들

도아들이지만며느리가고마웠다.

내가가는학교의좋은점은모두누가시켜서하는것이아니고

스스로하고싶은일을해서인지하나같이얼굴에환한미소를머금

고평온해보인다.

선생님께서도너무인자하고따뜻했다.말씀한마디한마디에사

랑이넘쳤다.학생들은모두늙은고목인데다루기는새순과새싹같

이.제일먼저인사하는법부터.여기는학교니까서로만나면“학

우님”하고부르면서인사하자고했다.개중에는자기맘에안든다

고,이아지매,저아지매하면서눈을위로떴다가아래로떴다가

상대방맘상하게하는사람이있는데,우린절대로그렇게하지맙

시다했다.

또,수학선생님께서는바로한시간전에고등학교남자3학년교

실에서수업을마치고와서어머님들을어떻게대해야할지감이안

잡힌다고양해를구하기도했다.자기는어머님들의수업방법을배

우지못해서서툴다고,이해해주세요라고당부까지했다.이렇게좋

은곳이어디있을까?

또에이,비,씨를모르다가발음을배우니따라하지는못해도글

자체를쓸수있는것만으로도‘와,나도할수있구나!’스스로가장

한느낌이들어서자신감이가슴저깊은곳에서솟아올랐다.

지금까지는유치원다니는손자녀석에게영어를물어봤는데내가

이렇게배우면손자녀석과함께할수가있겠다싶어더욱내삶에

힘이생긴다.내생애의최고의기쁨이다.이제나도학생이되어열

심히이것저것배우면서누가말하면알아들을수있는그런사람으

로살고싶다.

이달의 편지 42 |

Page 23: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다.

그아이들은결혼해서아기도낳았다.결혼식에도가고,아이기

저귀가방도퀼트로만들어주었다.

시간이지나자원룸이생기면서하숙생이많이줄었다.내나이에

감당할만큼만오는것같아감사하게생각한다.

우리집에서아직하숙하는이유는부모님이원룸을불안해해서

하숙을선택한경우이거나매일사먹는밥은질린다는이유였다.

어쨌건한끼를먹더라도집밥을먹는안도감이라고나할까?

요즘,우리집하숙생들은매식을많이한다.새벽3시에햄버거

가배달되어오기도한다.치킨이주로이고,매운닭발,족발,냉면

까지도배달된다.“얘,그렇게사먹을거면원룸으로가지하숙을

왜하니?”물으니“집에서도사먹는데요,뭐”한다.

우리나라는음식배달천국인것같다.먹방도한몫거드는것같

다.

요즘아이들은치킨을시켜도혼자자기방에서먹는다.나눠준다

는생각이없는것같다.먹다남으면그냥버린다.꽤큰조각으로

서너조각을버리는걸보고,“얘,다못먹을것같으면나눠먹으면

좋잖니.아니면나중에데워먹으면되고”했지만,꼰대짓한것같

다.

스마트폰이생기고난후식탁풍경은또바뀌었다.각각다른프

로그램을보는건기본이고,한손으로휴대폰잡고밥은건성으로

먹는다.

어느날아침,반찬뚜껑을하나도안열고밥을먹고있었다.밥

한그릇만먹어도될정도로영양균형에신경을써만들어주지만,

그래도김치통뚜껑은열어서먹어야할거아닌가?그래서내가한

화를쓰라고했더니전화요금이어마무시하게나왔다.뿐만아니라

새벽부터일어나는나는저녁엔졸려서TV드라마도못보는데,전

화통붙잡고조잘거리는통에잠자기도힘들었다.

거금을들여노란색공중전화를들여놓았다.안방앞,내가사무

실겸놀이터로쓰는방에전화통을놓아두었다.

그후우리집에서비밀은없었다.안방불이꺼지면소곤소곤거

리는이야기는안방까지들렸고,심지어내딸을흉보는얘기에킥

킥웃었던기억도있다.

그때는하숙생들이많았다.쌀을한달에한가마를먹고도간식으

로하루에식빵큰거2줄씩,라면도한달에서너상자씩먹어댔다.

딸기를큰함지로사서실컷먹고남는건딸기잼을만들었다.

식사시간이되면부르지않아도옆방아이들과함께내려왔다.식

탁에는웃음소리가끊이지않았다.함께먹는밥이정들게했다.학

교에서만나면형제자매같다고했다.고등학생이던한아이는언니

오빠들이많아참좋다고했다.

그때는치킨이나피자가지금처럼흔하지않았다.좋은일이있거

나용돈이오는날엔치킨을쏘기도했다.아니면1/n으로나누어

함께먹었다.이따금맥주라도곁들여서먹다가안주가모자라면만

두라도튀겨주었다.텔레비전이주방에있어서축구시합이나드라

마를함께보았고,두런두런이야기를나누기도했다.

공중전화를설치하고나서얼마지나지않아아이들은휴대폰을

하나씩가지게되었다.그때는전화기능만있어서전화기를식탁에

두어도얼굴마주보고밥을먹으며웃기도하고,마지막남은고기

한점을선점하려는젓가락전쟁은식탁을웃음바다로만들었다.전

화벨소리가달라벨소리를듣고누구전화인지맞히는재미도있었

이달의 편지 44 | 45

Page 24: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이달의 편지 46 | 47

영화<82년김지영>을보고나서나도무언가하고싶어졌다.

글을쓰고싶기도했고일을시작해보고도싶었다.

인터넷사이트에들어가내가알바할수있는곳이있을까찾아보

았다.집에서세정거장떨어진식당,12시부터2시까지근무.마음

에들었다.아침에예은이를어린이집에보내고청소하고저녁준비

좀한다음출발하면바로도착할수있는거리에시간.

난바로사이트에적힌전화번호로문자를보냈다.

‘알바가능할까요?32살김순영.주부입니다.’

3시간쯤뒤답장이왔다.

‘내일면접가능할까요?’

난바로답장을했고약속시간을잡았다.

김순영

경기도 시흥시 정왕대로

88년생 김순영의 시간

Letter 11말.

“니들은휴대폰이반찬이냐?그럼이제반찬따로안한다.”

요즘손녀를데리고스포츠센터에간다.그전에는엄마들이모이

면정보교환이며이야기꽃이폈는데,요즘은스마트폰만들여다보

고있다.‘말걸지마세요’하는뜻인것같다.

나도그시간에글도쓰고,인터넷서핑을하기도한다.‘말걸지

마세요’뿐아니라인사도안한다.

나는말은걸지않지만,웃으며눈인사정도는한다.‘꼰대노릇을

제대로한번해봐?’하는생각도든다.다음부터는소리내서인사

를해볼참이다.

이십년동안세상은겁나게바뀌었다.사람끼리부비며살아야하

는데스마트폰만들여다보니우울증도생기고공황장애도생기는게

아닌가싶어진다.

손녀도학교에서돌아오면살며시앞치마속으로손이들어온다.

내휴대폰을가져가기위해서다.손녀는스마트폰의다양한기능을

잘알아낸다.나는그아이가살아갈세상을알지못한다.

나는새벽에밥을먹는남편과어지간하면밥을같이먹어준다.손

녀를학교에보내고난후딸과이런저런이야기하며밥을또먹는

다.스마트폰과함께먹는밥보다사람과같이먹는밥이낫지않을

까하는마음에서다.

손녀는스마트폰과함께밥을먹는다.말을시키면밥을가지고

방으로들어가버린다.참고약하다.하숙생들의모습도그러하니,

손녀에게뭐라할수도없다.손녀가살아갈세상은어떤모습일

까?

하숙을그만둬버릴까,요즘심각하게고민중이다.

이달의 편지 46 |

Page 25: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을못해안달이야.좀만참아.”

엄마의으름장에나는기가죽어“알겠어.안할게”하고퉁명스럽

게전화를끊었다.면접에가야하나말아야하나수십번수백번

생각하다가어느순간10시가되었다.

‘그래,그냥도서관이나가자.’

노트북과점심으로먹을도시락을싸서집을나왔다.때마침면접

보기로한식당도도서관쪽에있어서일단그쪽방향버스를탔는

데,발길이나도모르게자꾸만면접보기로한식당으로향했다.

“어서오세요.한분이세요?”

약속시각보다30분일찍도착한식당,대학생으로보이는여학생

이물었다.‘그래,그냥사장님이어떤분인지만보자.좋은경험한

다치고면접만보는거야’생각한나는“면접보러왔습니다”대답했

다.

그리고잠시후,젊은사장님이나오셨다.사장님은자상한말투

로나에게이런저런질문을했다.

“식당일은해보셨나요?처음이면생각만큼쉽지는않으실거예

요.힘이많이들어가거든요.그렇다고못하실건아닙니다.여학

생들도잘하니까요.근데아이가몇살이죠?”

“3살이에요.”

“그러면아이는어린이집에맡기고일하시려는건가요?”

“네.”

“아,그러면혹시라도아기가아프면맡길데는있으시고요?설거

지하는분이갑자기빠지면,우리식당은마비가되거든요.그래서

절대로빠지시면안되는데….”

그순간머리가띵했다.‘아,내가너무쉽게생각했구나.’나는아

그리고퇴근한남편과저녁식사를하면서조심스레말을꺼냈다.

“여보,나내일면접보러가려고….”

“무슨면접인데?”

“저기마트쪽식당인데시간도12시부터2시고일주일에월화

수세번만가면된대.”

남편은조심스레물었다

“그래?한번해봐.그대신힘들것같으면바로오는거다.”

남편은내가걱정도되지만,뭐라도하려는게기특해보이는듯했

다.

그리고난밤새뒤척거리면서생각했다.

‘내가잘할수있을까.10년넘게병원일만해봤는데.’

고등학교때갈빗집알바를하루한적이있는데,온종일설거지하

고밤에근육통으로잠한숨못잔적이있었다.불현듯그날의악몽

이되살아나면서걱정이앞서기시작했다.

그리고아침이밝았다.딸아이아침밥을차려주고옷을입히고어

린이집에보내고친정엄마에게전화를걸었다.

“엄마,나오늘면접보러간다.”

“무슨면접?”

“식당에서설거지하는알반데,점심시간두시간만하는거고,일

주일에세번만가면돼.”

엄마는그소리를듣자마자소리를꽥지르신다.

“내가그런거하지말라고했지!네가뭔놈의설거지를해.엄마

가옛날에식당일해서몸다망가졌는데.됐어하지마!그거몇푼

벌어서뭐하려고?병원비가더들어간다.하지마!그냥아기나잘

봐.그리고아기좀크면그때다시일하면되지.너는왜그렇게일

이달의 편지 48 | 49

Page 26: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이가아플걸예상은했지만,대책이없었다.아이를맡길때도없

고,2시간알바를위해남편에게일터에서나와아기를봐달라고도

할수없는상황.순간많은생각이스쳤다.

“사장님죄송해요.제가거기까지는깊게생각을못했네요.알바

라고너무섣불리도전하려했던것같습니다.죄송합니다.”

“아닙니다.저도8살아들키우는아빠여서그런상황을많이겪

어봐서그래서드린말씀이에요.”

나는감사인사와함께,아기를좀더키우고일을하는게나을것

같다는말을남긴채후다닥식당을빠져나왔다.

그리고남편에게전화를걸어면접결과를이야기했더니,남편은

안도하면서한편으로는아쉬운말투로“맞아.아이가아프면대책

없지.곧겨울방학도시작되고예은이맡길곳도없는데.잘됐어.

그리고식당일하면엄청힘들어.당신몸살나.그러니까나중에우

리아기좀더크면그때좋은데알아보자”하면서나를위로했다.

‘오늘은무슨책을읽을까?’

도서관에서책을차근차근살펴봤다.읽고싶은책도,흥미가생

기는책도없었다.창밖을바라보며많은생각이들었다.일주일에

세번,하루2시간.꾸준히내시간을갖는다는게이렇게힘들어졌

구나.언제쯤나는내맘대로,내뜻대로,내시간을쓸수있을까?

친정엄마는“좀만참으면금방온다.아이도금방커.다한때야”이

야기하시는데,나는나에게주어진지금의이시간을어떻게풀어가

야할지,어떻게지내야할지고민이다.‘엄마’의삶과‘88년생김순

영’의삶사이에서어떻게하면나의시간을후회없이보낼수있을

까.수많은고민을담아라디오에사연을보낸다.

이달의 편지 50 | 51

Page 27: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이달의 편지 52 |

결국몇번을지겹게가서바꾸든지환불해오든지하시더라고요.

바꿔오면또맘에안든다고하고,대체무엇이엄마마음에드는

건지,왜한번에맘에들어하는옷을골라오지못하시는지그심리

가도저히이해가안됐어요.

그러고얼마전엄마가친정아빠와다투고홧김에백화점에가서

외투를사오셨어요.평소엄마스타일도아니고색상도정말안어

울렸어요.정말홧김에샀구나하는느낌이었어요.

“엄마,그거진짜이뻐서산거야?”라고물으니“그땐그냥괜찮아

보였는데지금은별로네.”그러시더니며칠지나결국환불해오셨

어요.

선물뿐만이아니라어쩌다산옷도결국환불해오니엄마대체왜

그러느냐고물으니엄마하시는말씀.

“어쩌다가한번오는기회인데정말고민이되지.가장괜찮은걸

찾으려니이게좋은가저게좋은가싶고.이가격에잘산건가고민

이되지.옷도입어본사람이입는다고엄마도그냥이모처럼여유

가있으면맘에안들면주변사람주면그만인데엄만그옷한벌도

아쉽잖니.그러니난맘에안들면바꿔입어야지어쩌겠어.정바꿔

입을것도없으면환불해야지.다음기회에좋은거사려고!”

그말을듣는순간마음이너무울컥해지더라고요.왜그동안그

마음한번을몰라줬을까,저자신이너무했다는생각이들었습니

다.

저도얼마전친구를만나오늘만큼은우리예쁜옷도사보자하고

쇼핑이란걸아주오랜만에했는데결국발품팔아제손에쥐고돌

아온건아이들옷뿐이었습니다.엄마도이런마음이아니었을까싶

네요.

예전부터엄마생신때선물을해드리면꼭두번이상은맘에

안든다며매장에가서물건을바꾸는게일이었어요.옷고

르는센스가있는오빠가사와도늘상황은같았죠.

그러길몇년지나니정말선물해드리기가짜증이나더라고요.사

오는사람성의를무시하는것같았거든요.매번‘색이맘에안들

어,디자인이별로야,예쁜데평소엔잘안할거같아’이유도참다

양했어요.

그뒤론무조건현금으로드렸더니그현금도본인을위해쓰지를

못하세요.그러고늘옷장은왜이리단출한지계절이바뀔때마다

“어휴,입을게없네”혼잣말을하십니다.

옷사입으라고돈을드려도못사입으니또다시물건을사드리면

변영미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읍 장안길

엄마의 변덕스러운 마음

Letter 12이달의 편지 52 | 53

Page 28: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이달의 편지 54 |

그보물같은내자식들이큰딸은벌써결혼한지3년이됐고둘째

는고3졸업반이되어있네요.준비되지않은이별탓에황망했지만

먹고살아야하니그냥이것저것돈벌러뛰어다닌기억밖에없습니

다.

옛적부터저는돈에는복이없는건지무책임한건지남들하고똑

같이받아도저는항상얼마안가서모두를잃고꼭거지같은생활

만하게되더군요.복이없다기보다는제가관리도못하고,책임감

부족으로현실성을잃은채로살아왔다고생각합니다.

무책임한엄마를둔덕에내보물같은자식들은일찍이철이들어

서제가슴을후벼팝니다.우리딸결혼식때하나도보태주지도못

한엄마인데도사위랑제딸은제곁에서껌딱지처럼관리합니다.

고3아들은엄마힘들다고군대에가겠답니다.대학은시간낭비라

며어쭙잖은핑계로이못난엄마를위로해줍니다.

그런데세사람을하늘로보낸후얼마지나지않은나이오십에

제몸이많이망가져있는걸알았네요.아무생각도,내몸에대한

애착도없이그냥그냥숨쉬고살았는데이젠자식들에게병든몸으

로또힘들게하고있습니다.참어이없는엄마인거죠.

협심증,뇌경색,동맥경화,수없이하는수술들.제가가진병명

만10개가넘네요.다행히미리준비해둔보험들이있어서내새끼

들에게손벌리지않아서다행입니다.

물론3개월마다정기검진을한턱에무슨병이든지일찍일찍찾

아내는효과를보네요.웃기죠?췌장암역시가족력이있어서혹시

나했는데역시유전을벗어나진못했어요.수술해야할정도는아

니지만췌장에도혹을보유한채로늘어나는병명들과함께이렇게

하루하루를보내고있습니다.그래도일상생활이가능하도록좋은

속시원히한번도울어보지도웃어보지도못한채46세에사

별하고12년이흘렀습니다.애들아빠를느닷없이보내놓

고,연이어서투병중이던친정아빠를6개월후에보내드렸고,또

다시추스를새도없이3년이지나기도전에친정엄마마저제곁을

떠나셨습니다.

5년간세사람을보내놓고나니정말로제머리가백발이되어있

더군요.그때알았죠.스트레스와마음을다치는게얼마나큰충격

인가를요.원래큰일에는무식할정도로쿨한성격탓에나름독하

다고생각하며남아있는내새끼둘을키웠습니다.지나고나니제

대로보살피지도,그렇다고부모덕볼수있게넉넉하게도못챙겨

주고키웠더군요.

천천히 느리게 아프기를

김선영

대구광역시 동구 해동로

Letter 13이달의 편지 54 | 55

Page 29: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두분,저아직육십도안된58세입니다.물론나이에비해너무

많은병을지녔지만‘치매’는아니잖아요,그죠?다시원점으로되돌

릴수는없지만제발천천히느리게아파져가기를,이게제소원이

랍니다.함께빌어주세요.제가좋은기운을받을수있도록요.제

가천천히아파가기를꼭소원합니다.

그리고내소중한제딸과우리사위,우리아들에게너무너무고

맙고,너무너무미안하고,엄마는너희들덕에너무너무행복하다

고,너무너무사랑한다고말해주고싶습니다.

기운과건강한마음으로잘지내고있습니다.

저는그렇습니다.제소원은요.모든병이내몸을갉아먹는다고

해도딱하나는피해가는거였어요.진심으로피하고싶은치매.잦

은두통과기억력때문에정기검진하다보니이젠제게‘치매’라는병

까지와버렸네요.정말이것만큼은피하고싶었는데.이병든몸,

때가되면조용히갈수있었으면하는바람이있었는데,다행히천

천히진행되는치매라는데,불행인지다행인지모른채7개월이지

났습니다.

그사이조금씩기억을잃어가는이엄마를위해딸과사위가저를

데리고한달에한번씩힐링여행을다닙니다.이번달에는강원도

로힐링을떠난다네요.제가그만가자고거절을해도엄마가더아

파서기억을잃기전에추억을많이쌓아놓고후회없이하고싶답니

다.세상에이렇게도고맙고대견하고미안한딸과사위가또있을

까요?

두분,제가편지로제마음을보내는이유는요.이번에떠나는여

행길에서사연이소개되면혹시라도좋은기운을듬뿍받을까싶어

서요.아주천천히조금씩만아파갔으면싶습니다.

제가너무많이아파져서내새끼들에게큰상처를주는일만큼은

없기를바랍니다.해준것도없고,넉넉히보태준기억도없는이못

난엄마가또이런병으로이제는자식들을못알아보는그런상황만

큼은정말피하고싶습니다.

내자식들이저로인해속상하고아프지않는다면저는아무소원

이없을겁니다.저야뭐잊어가면서편하게혼자즐기다가면되겠

지만요.바라보는아이들은얼마나가슴이아플까요?상상만해도

너무싫습니다.

이달의 편지 56 | 57

Page 30: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이달의 편지 58 |

추운겨울에공터에서아버지를기다리는일은즐겁지만은않았

다.아버지가도착하기전에나가야만했는데재미있는TV프로그

램을보다가도,단잠을자다가도옷을챙겨입고손전등을들어야만

했다.집에서그만한일을할사람은막내인나밖에없었다.

어른이되어운전을시작하고나서야나는어두운고속도로를몇

시간씩달리는일이얼마나힘든일인지알게되었다.그리고아버

지가사다주시던호두과자에는달콤한단팥만들어있던것이아니

라는걸알았다.아버지의호두과자에는가장의무거운책임감,이

제곧집에도착한다는안도감,추운곳에서기다리고있는막내아

들에대한사랑,아버지의외로운눈물이들어있었을지도모른다.

아버지가먼길을가신지20년이다되어간다.그런데아직휴게

소에도착하지않으셨나보다.아니면그곳에는휴게소가없는걸

까.아버지에게서전화가오지않는다.한번만더전화가온다면,

나는그추운공터에서손전등을비추며환한얼굴로아버지를기다

릴것이다.그리고한손엔호두과자를들고,한손은아버지의손을

잡고촐랑촐랑집으로걸어오고싶다.

대구를지날때쯤현풍휴게소가보인다.그휴게소를보면아

버지가생각난다.트럭운전을하셨던아버지는먼길을다

녀올때늘현풍휴게소에서집으로전화를하셨다.현풍휴게소공중

전화에서아버지는좀있으면도착한다는전화를하고,호두과자를

사셨다.

아버지의전화를받으면나는도착시간에맞추어어두컴컴한공

터로손전등을들고나가야했다.짐을가득실은트럭은주차공간

을많이차지하기때문에미리공터에나가서아버지의트럭이주차

할자리를선점해야했다.멀리서우리트럭이보이면나는손전등

을비추었고아버지는불빛을비추는나를발견하고내가있던자리

에주차하셨다.

백재성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호두과자와 손전등

Letter 14이달의 편지 58 | 59

Page 31: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이달의 편지 60 |

누가내옆자리를채울까?나혼자서앉아있는모습이처량하고슬

퍼보일까?

이생각저생각하고있는데친구가식사하러가자며이끈다.식

당에는이미친구아내들이자기남편좋아하는음식을접시에담아

한상차린다.

그틈에내가낀다.술잔이오가고얘기가오가며즐겁게식사한

다.오늘따라부부동반이다.보기가좋다.가슴한쪽이허전하다.

그때친구가한마디한다.

“어이,친구이제재혼해야지.언제까지혼자살거야?제수씨떠

난지10년도넘었잖아.그정도면제수씨도이해할거야.더나이

들기전에얼른짝을구해야지.우리나이벌써육십이야.적은나이

가아니야.”

재혼이란말과나이육십이란말이생소하다.재혼은생각도하지

않았고,벌써육십이라니.나는그동안나이를잊고살았다.

아내가떠난지14년.초등학교,중학교다니던두아들생각에재

혼은꿈도안꾸고오로지두아들을위해앞만보고열심히살았는

데벌써육십이라니믿기지않는다.그러나분명히60년생쥐띠다.

폐백이끝났는지친구부부가테이블로왔다.와줘서고맙다고,

끝나고좋은데가서한잔하라며봉투를건넨다.

나는자리에서일어나약속이있다고,또좋은일있으면만나자

약속하고악수를하고집으로향했다.‘아,내가왜그랬을까.있지

도않은약속이있다고나왔을까.’잠시후회도해본다.아마잠시

소외감과쓸쓸함그리고떠나버린아내생각에울적해서그랬던것

같다.

집으로향하던발길을돌려근처공원으로갔다.벤치에앉아고

지난일요일동창인친구가며느리를본다고청첩장이와서결

혼식장에갔다.홀아비냄새날까봐때빼고광내고나름멋

을내고갔다.이미친구들이많이와있었다.

“친구,축하하네,축하해.”

“이렇게와줘서고맙네.”

“고맙긴.당연히와야지.제수씨축하합니다.며느리봐서좋으시

겠습니다.”

“네,좋아요.”

인사를나누고식장에들어가앉았다.결혼식이시작되었다.그러

다문득혼주석에앉아있는친구부부를봤다.좋아보였다.

잠시생각에잠긴다.만약내아들이장가를간다면저혼주석에

조항용

서울시 마포구 만리재로

혼주석 옆자리 걱정

Letter 15이달의 편지 60 | 61

Page 32: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이달의 손편지

친구에게 간을 준 청년을 보며

개를젖혀하늘을본다.맑고파란하늘이참예쁘다.햇볕이따스하

다.공원의나뭇잎은거의떨어졌다.새싹이나온지엊그제같은데

벌써낙엽이라니더우울해진다.에이고,사는게뭔지.뭐하나해

놓은게없는데이렇게나이만먹어가고있다.

저쪽으로노부부가두손을꼭잡은채걸어와옆벤치에앉는다.

힘이드신지잠시숨을고르신다.할머니가가방에서음료수를꺼

내빨대를꽂아할아버지께건넨다.이번엔할아버지가음료수를꺼

내할머니께건넨다.그리고말없이음료수를드신다.할아버지가

음료수를흘리셨는지할머니가가제수건으로할아버지의입가를닦

아주신다.그모습이참아름답다.두분은미소를지으며말씀을나

누신다.

시골에혼자계시는어머니생각에가슴한켠이아려온다.어머니

에게다정다감하고자식인우리7남매보다어머니를끔찍이도아끼

셨던아버지.아버지는젊은나이인쉰한살에세상을떠나셨다.아

마도아버지가살아계셨다면저노부부처럼오순도순살았을것이

다.어머니생각에콧등이시큰거린다.

저멀리빌딩속으로태양이사라진다.노을이진다.붉게물든노

을이노부부를비춘다.노부부가집으로향한다.오실때처럼가실

때도손을꼭잡고석양을등지고걸어가신다.길게드리워진두분

의그림자가행복해보인다.

나도이제불꺼진집을향해걸어간다.오늘밤은외롭고쓸쓸하

고적막한밤을맞을것같다.떠나간아내를생각하며긴밤을보낼

것같다.

63 62 |

Page 33: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65이달의 손편지 64 |

Page 34: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6703] 시루떡에 김이 폴폴, 팥 냄새 가득한 상

쾌한 아침입니다.

[3066] 횡계에 있는 목장입니다. 눈 세상입니다.

[0224] 농촌이 풍요로워지는 시기입니다.

[8379] 한계령 아랫마을입니다. 겨울 내내 사

용할 나무를 자르고 있어요.

[7949] 안경 제조 공장인데요, 여성시대와 같이

합니다,

[7540] 환경미화원들의 결실입니다.

[5988] 군에 있는 아들 면회 갔다가 본 광경입

니다. 날씨 추워지니 아들이 더 보고 싶습니다.

여성시대 사진방 66 |

여성시대 사진방

67

Page 35: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6969만화로 보는 여성시대 만화로 보는 여성시대 68 |

Page 36: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7171만화로 보는 여성시대 70 |

Page 37: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품을 개발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샤워플러스 오교선 대표는 2004

년 회사를 설립하고 2006년 특허를

출원하면서 투명 샤워기 제품을 사업

화했다. 예나 지금이나 먹는 물에 대

한 관심은 상당히 높은데 씻는 물은

그렇지 않은 것을 보고 정수 필터 시

스템을 씻는 물로 전환시켜보자는 생

각을 한 것이다.

이미 유럽이나 미국에는 필터를

사용하는 제품이 시중에 나와 있지

만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성 상품이

기 때문에 샤워기 헤드를 한 번 설치

하면 필터만 리필해서 영구적으로 사

용할 수 있는 사워플러스 제품과는

차이가 있다.

더불어 가격적 메리트를 위해 자

가 관리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는 것

이 샤워플러스 제품의 가장 큰 장점

이다.

개인회사에서 법인으로 전환한지

는 불과 4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샤

워플러스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법인

전환 초기 매출이 10억 원이 채 되지

않았는데 2018년도 43억 원, 2019년

은 100억 원 매출을 예상한다. 10월

깨끗한 수돗물을

제공한다는 자부심으로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플러스㈜ 오교선 대표

글 | 조병례(자유기고가) 사진 | 이동진

샤워플러스는 가정에서 맑고 깨끗한 수돗물을 쓸 수 있도록

세계 최초로 샤워정수필터장치를 개발했다.

씻는 물에 정수필터시스템을 접목한 업계의 선구자로서,

직원들 모두는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

지난 2019년 5월, 인천 붉은 수돗

물 사태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인천광역시를 비롯한 수도권 곳곳에

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붉은 수돗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과연 가정에서 사용

하고 있는 수돗물을 믿고 쓸 수 있느

냐는 불안감이 확산된 것이다. 이 사

건을 계기로 더욱 주목받게 된 기업

이 있다. 바로 샤워기를 비롯해 세면

대, 세탁기 등 가정에서 물이 나오는

모든 곳에 필터를 내장한 제품을 개

발해 판매하고 있는 ‘샤워플러스’다.

“저희 샤워플러스는 눈으로 식별

가능한 정수필터 시스템을 연구 개발

해 세계 최초로 샤워정수필터장치(특

허 제10-0788052호)를 특허 등록했

습니다. 샤워플러스에서 샤워기 헤드

를 투명하게 만들고 안에 필터를 내

장해 물의 오염 정도에 따라 필터의

색이 변하는 것을 소비자들이 시각

적으로 볼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한

것이죠. 주방, 세면대, 세탁기 등 주거

공간 내에 수돗물이 나오는 곳은 모

두 저희 특허 아이디어를 접목해 상

73행복을 찾는 사람들

행복을 찾는 사람들 72 |

Page 38: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샤워플러스㈜ 오교선 대표의 운영 노하우 3가지

1. 신의를 지키는 것이 기본이다.

2. 직원들의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

3. 소비자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최상진 지점장(왼쪽)과 샤워플러스㈜ 오교선 대표(오른쪽)

샤워플러스㈜

대 표 오교선

전 화 031-529-3073

주 소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양진로

926번길 58-21

홈페이지 http://showerplus.co.kr/

지난해에는 IBK기업은행이 샤워

플러스 초창기부터 함께 근무한 직

원들을 위해,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사원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회사 운영의 가장 큰 덕목은

신의라고 생각합니다. 거짓말하지

않고 정직하게 기업을 이끌자는 것

이 제 경영철학입니다.” 오교선 대표

는 인터넷에서 유사 제품의 과장 광

고를 많이 보는데, 당장의 매출을 올

릴 지는 모르지만 결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게 될 수밖에 없다고 확신

한다. 때문에 그는 자신의 신념과 철

학에 따라 거짓말 없이 진실하고 정

직하게 제품을 판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물뿐 아니라, 공기, 탈취에

이르기까지 환경을 위한 다양한 제

품을 개발하고 싶다는 샤워플러스.

‘동반자 금융’을 모토로 삼아 온 IBK

기업은행과의 상생을 통해 무한한 발

전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까지 8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으

니 인터뷰 당시인 12월까지 100억 원

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 무리는

아니다. 수돗물 사태에 따른 사회적

이슈와 더불어 스타트업 회사들과의

협업으로 홍보가 잘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2020년에는 15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20명 남짓한

직원으로 10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으니 작지만 내실 있고 알

찬 강소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2015년 법인 전환을 서두르면서

컨설팅을 받는 등 IBK기업은행과 처

음 인연을 맺은 오교선 대표는 IBK기

업은행 진접지점 최상진 지점장과 상

의해 최근 신축공장 부지 매입을 결

정했다. IBK기업은행의 금융지원을

통해 신축공장이 내년 3월 준공될

예정으로, 이후 차근차근 준비해 해

외시장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직접 샤워플러스의 제품을 사용하

며 제품의 우수성을 확인했다는 최상

진 지점장은 샤워플러스에 대한 신뢰

가 대단했다. “샤워플러스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변곡점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IBK기업은행과의

상생으로 탄탄한 중견 업체로 발전할

거라 기대합니다.”

행복을 찾는 사람들 74 | 75

Page 39: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아오는 영주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거

듭나고 있다. 자연과의 조화를 염두에

두어 설계된 리조트, 호텔 동은 빌라

형태의 객실을 갖췄으며 모두 온천수

를 사용한다. 온천동 내부는 실내온

천, 노천탕, 독일식 수치료 시스템을

도입한 바데풀이 있으며 외부에는 수

영장, 어린이 아쿠아플레이, 워터슬라

이드, 이벤트탕이 있다. 노년층부터 어

린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중

심의 리조트다운 구성이다.

김 회장은 지역 발전에도 큰 관심

을 갖고 있다. “영주는 강원도, 경상

북도, 충청도 삼도의 접경지역입니다.

그만큼 즐길거리, 볼거리가 많은 지역

이에요. 부석사, 소수서원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관광도시이기

도 합니다.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 영주가 관광도시로 더욱 성장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는 한 명의 리더가 많은 것을 변

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지역사

회에 아이디어를 건의하고 더불어 사

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

는 중이다. 특히 경상북도와의 협약을

통해 경상북도 내 임산부들에게 온

장엄하고 수려한 소백산 자락이 도

시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고, 향긋한

인삼과 탐스러운 사과가 풍성하게 재

배되는 아름다운 도시 경상북도 영주

에 지난 2011년 겨울, 소백산풍기온천

리조트가 들어섰다. 과거 시에서 운영

하던 온천을 김명윤 회장이 공개입찰

을 통해 낙찰받아 낡은 시설을 허물

고 신축해 오픈한 것이다.

건설업, 주유소, 휴게소, 가스충전

소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승승장구

해왔던 김명윤 회장이 온천리조트 사

업을 시작한 것은, 가족 중심의 휴식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독

일과 일본 등지를 여행하며 힐링 공

간 역할을 하는 온천을 경험한 것도

계기가 됐다.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는 해발

400m의 소백산 자락에 자리 잡아 풍

경이 빼어나다. 리조트 앞쪽으로는 소

백산 힐링숲 공원이 위치해 휴식과

삼림욕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아울

러 온천수에는 유황과 불소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실크를 만지듯 매끄러

운 촉감을 느낄 수 있고 각종 피부질

환에도 좋아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찾

관광과 힐링의 도시가 될

영주의 랜드마크 IBK기업은행 영주지점 거래고객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 김명윤 회장

글 | 조병례(자유기고가) 사진 | 이동진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는 경상북도 영주가 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주요 거점으로, 즐거움과 휴식을 위한 공간이자

힐링까지 경험할 수 있는 가족 중심의 온천리조트다.

77행복을 찾는 사람들

행복을 찾는 사람들 76 |

Page 40: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 김명윤 회장의 운영 노하우 3가지

1. 지역사회와 더불어 발전할 수 있도록 사회공헌을 실천한다.

2. 정직하고 투명하게 사업장을 이끈다.

3.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는다.

IBK기업은행 영주지점 조정희 지점장(왼쪽)과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 김명윤 회장(오른쪽)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

대 표 김명윤 회장

전 화 054-917-1710

주 소 경북 영주시 풍기읍 죽령로 1400

홈페이지 http://taliaresort.co.kr/

거래를 안 할 이유가 없다”며 웃음 지

었다. IBK기업은행 영주지점 조정희

지점장은 “김명윤 회장과 IBK기업은

행은 끈끈한 파트너로 동반성장하고

있습니다.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가

지역 발전에도 크게 힘쓰고 있는 것

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지지

하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를 중심으로

영주가 관광도시로 거듭나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주시면 영주시와 IBK기

업은행 영주지점의 발전에 많은 도움

이 되리라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는 지역주

민들의 고향 온천에 대한 자부심과

홍보에 힘입어 꾸준히 성장하고 있

다. 오는 2월 중에는 베이커리 명장

과 손잡고 소백산제빵소앤카페를 리

조트 내에 오픈할 예정이다. 다채로

운 매력을 가진 리조트와 함께 영주

는 명실상부한 힐링도시로 거듭날 것

이다.

천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시행

한 것은 ‘사회는 더불어 사는 것’이라

는 그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 한 예다.

저출생 국가가 된 우리나라의 상황을

안타깝게 여긴 그가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을 고민한 끝에 사회공헌 활동

의 일환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소백산풍기온천리조트 직원들은

건강이 허락하면 65세가 넘어도 일을

할 수 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일

을 할 수 있음에도 일자리가 없는 노

인들을 안타깝게 생각해 정한 철칙

중 하나다. “제가 사업을 하면서 사회

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것은 정직하고

투명하게 사업장을 이끄는 것입니다.

함께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합당한 대

우를 해주고 더불어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지요.”

리조트를 오픈할 때부터 IBK기업

은행 영주지점과 인연을 맺은 김명윤

회장은 타 은행과 일절 거래하지 않

을 정도로 IBK기업은행에 대한 애정

과 믿음이 대단하다. “돈을 예치할 때

는 가장 높은 금리를 주고, 빌릴 때는

가장 싼 이자로 빌릴 수 있으니 사업

을 하는 사람이라면 IBK기업은행과

행복을 찾는 사람들 78 | 79

Page 41: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파워포인트국가공인자격증

글 | 성기애 (여성시대 작가)사진 | 송인혁

대전광역시기성복지관

염진희선생님을찾아서

도전, 늦은 때는 없다

“여기,여기다마우스놓고클릭한번하시고,네잘하셨어요.그

리고그밑에내려가서다시한번선택.되셨어요?잘안되시는분

말씀하세요.”

“선생님,나는못찾았는데….”

“네~아버지,괜찮아요.여기를이렇게누르면돼요.이제됐지

요?”

대전광역시서구기성복지관컴퓨터강의실은후끈한열기로가득

하다.염진희선생님의열띤강의에머리희끗희끗한수강생들도덩

달아손놀림이바빠진다.

기성복지관이위치한곳은대전의외곽지역으로,이곳을이용하시

는분들은대부분이농사를짓는분들이다.컴퓨터반수강생들은70

세,80세를훌쩍넘긴분들이다보니반복에반복을거듭해야만수

업이진행된다.염진희선생님은앞에서열심히설명하다가도“잘

안돼요.”“모르겠어요.”얼굴가득물음표를담고있는어르신들이

계시면금세곁으로다가가궁금증이풀릴때까지몇번이고설명하

고실습을하게한다.그러다보면어느새어르신들얼굴에는잔잔

81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2 80 |

Page 42: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한미소가번진다.하나하나알아가는재미에자신감이올라가고목

소리마저밝아지신다.

하나를알려드리면뒤돌아서서또다시묻고꺄우뚱거리는이어르

신들을모시고염진희선생님은얼마전큰일을해냈다.

컴퓨터자격증반을만들어‘파워포인트국가공인자격증(e-Test)’

시험에도전해,응시한8명전원자격증을취득했다.시험감독관으

로오신분들도‘이렇게연세가많은분이시험을보는건저희도처

음보는광경입니다’놀라워했다.거기다전원취득이라는쾌거를이

뤄냈다.

어르신들도처음에는얼떨떨했다.‘내가정말컴퓨터자격증을취

득했다고!’스스로놀라고,함께공부한동료들에게감사하고,열심

히지도해주신선생님께고마웠다.

컴퓨터켜고끄고마우스잡기부터알려주는기초반을수료하고

자격증반에오기까지2년에서6년의세월이걸렸다.컴퓨터라는무

시무시한괴물앞에서잔뜩주눅들었던어르신들은어깨도펴고마

음도펴며한발한발정보의세계에발담그고있다.

자격증반은지난10개월간자격증을따자는목표아래수업시간

에눈에불을켜는건물론이고집에서도숙제하여선생님께인터넷

으로검사를받기도했다.

이번에자격증을취득한김영애씨는올해76세.자격증취득을

앞두고남편의열렬한응원을받았다.

“여보,자격증시험공부만해요.밥은내가할테니,당신은공부만

해요.알았죠?”남편은밥은물론이고집안일도적극도왔다.남편은

그어렵다는컴퓨터공부를하는아내가대견하고존경스럽다했다.

컴퓨터공부를하면서남편의사랑까지확인한귀한시간이었다.

83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2 82 |

Page 43: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있고세상돌아가는소식도듣고얼마나좋은지몰라요.뭘배우는

것도중요하지만여기온다는그자체가행복입니다.”

수강생들의기쁨이이러할진데가르치는선생님의보람은또얼마

나클까.

“제가앞에서강의하고있지만어르신들께배우는게더많아요.

연세에상관없이얼마나열심히하시는지몰라요.그러니더많이

더쉽게알려드리려저도분발하게되고요.여기어르신들이제다

른자격증에도전해보자자발적으로말씀하고계세요.어르신들의

도전은앞으로도쭉이어질것같습니다.”

30년가까이컴퓨터교육만해온염진희선생님이보았을때,가

장열심히하는학생들이어르신들인것같단다.

“제가이곳말고도다른복지관,평생교육원에서강의하는데활발

히나오시던어르신들이안나오시면그게제일걱정이되더라고요.

몸이아파못나오시는분도있지만연세가많은분들이니세상을떠

나는분들도계시더라고요.강의하면서가장마음아플때가그런

경우입니다.”

배움을주고받으며그속에정도꾹꾹눌러담아가는컴퓨터교

실,도전하는마음에는나이따위는아무상관없음이증명되는곳

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2 84 |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2 84 |

같은반김종안씨는올해74세.몇년전까지컴퓨터를모르고사

니답답하기이를데없었다.학원에라도다녀볼까찾아갔더니젊은

사람들틈에서진도를따라갈수없을것같아포기하던차에기성복

지관을알게되며마음속으로환호성을질렀다.무료인데다가가르

치는선생님의열정과배려가눈물나도록고마웠다.

“컴맹에서벗어나니매사에의욕이생기더라고요.파워포인트배

우면서새로운세계가열리는것같았어요.자식들앞에서도손주들

앞에서도공연히당당해지더라고요.”

이번시험에응시한최고령자인80세유병권씨는가장활발히컴

퓨터를이용하고계신다.

“제가산악회를다니는데얼마전부터산지도를파워포인트로만

들어회원들에게나눠주니그렇게좋아할수가없어요.산악회월

말.연말결산보고도제가맡아서해요.월별회비.지출내역을도

표를만들어한눈에보기좋게보여주니다들부러워하는눈치예요.

저요즘말로‘인싸’가됐어요.”

자격증하나를딴것이아니라세상으로통하는문을활짝연것

같은환한모습들이다.

컴퓨터를배우면서수강생들모두실제배운바를활용하고계시

다.기차표예매,영화예매,지도보기,버스노선보기는물론이고

가계부와농사를지으며발생하는손익을도표와그래프로작성하고

계시다.

이러니자녀들이엄마아빠를바라보는눈도달라졌단다.

73세조옥자씨는아들이“엄마,이제컴퓨터저보다잘하시는것

같아요”라는말에기분이하늘을뚫을것같았단다.“집에만우두커

니앉아있으면우울한생각만들어요.그런데여기오면친구들도

85

Page 44: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40여년전,벌써강산이네번이나변했지만그날은왜이리도선

명하게생각나는지.날씨는춥고눈보라는몰아치고흰눈이펑펑

쏟아지던날,장발로유명하던시절그토록길렀던머리를시골이

발소에서눈물을머금고빡빡머리를하고논산훈련소로이동하던

날.

“야,너어디절에들어가니?왜갑자기삭발하러왔니?”

“남자답게,남자로태어나국방의의무를다하기위하여군에입

대하려고합니다.”

“그래.벌써그렇게세월이흘렀구나.”

이발소아저씨의그말에나도이제남자라는말만되풀이했고,다

음날아침친구들몇이가족들의도움없이무작정버스를타고겨

우훈련장에도착했는데,가족들과같이온사람도있고,애인과서

로껴안고헤어지기싫어서눈물을흘리는사람등별별사람들이다

장용의 단·필·충

오동현 | 세종특별자치시 다정동

훈련소에서 싹튼 우정

87 장용의 단필충 훈련소에서 싹튼 우정

91 계급장 떼고 붙어 볼래

94 어청 파라다이스

98 일요일엔 편지를 남수단에서 온 생일 축하

102 2년간의 기다림

105 고마운 형수님께

일러스트 | 조신애

코너 속 편지코너 속 편지 86 | 87

Page 45: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날씨탓에제대로나오지않았고,정신을차리지못하는훈련병들에

게교관들이얼차려를시키고호통치던시절이었습니다.

저도처음시작할땐‘이제는죽었다’생각하면서도‘남들도하는데

나라고못할건가?’혼자속으로중얼거렸습니다.그러나아무소

용이없고누가알아주지않는것이바로군대라는사실을몰랐습니

다.

훈련소에서는눈이와도비가와도바람이불어도태풍이와도쉬

는날없이훈련은계속되었고,땀에젖은군복,양말과군화의케케

묵은냄새는코를진동했고,그와중에도다음날이면어김없이다시

훈련이시작되었습니다.

그래도그곳에서만난경상도출신박진호친구가있어훈련소생

활이즐거웠습니다.훈련끝나면대화도나누고사회에서있었던일

도나누고,가족이야기그리고학교다니던추억을나눴거든요.자

대배치받을때도꼭같은곳에서근무하기를바랄정도로먹을것

있으면콩하나도반으로나누어먹을만큼의우정이생긴친구였습

니다.

드디어4주간의훈련을마치고둘이서같은자대배치받기를기대

했지만결국4주가그만우리사이의끝이었습니다.

차를타고어디로가는지알지도못하고,떠난다는말도못하고

그친구는강원도철원으로,저는화천으로갈림길에서헤어진것이

전부였습니다.언젠가만날거라는희망은저버리지않았지만요.

저는화천의어느부대에서화려한내무반신고식을시작으로내

무반청소부터모두다하는막내이병으로하루하루를보내기시작

했고,하루가왜그리길고힘든지말도못하고훈련소에서어려움

을나누던그친구만생각이났지만,일과가지나면금방잊어버리

모였습니다.

모이라는안내와함께같이간친구들과도헤어졌고,모두속옷까

지군에서나누어준옷으로싹갈아입고드디어4주간의훈련이시

작했습니다.

아무것도모르고부모님께서해주는밥먹고자라공부만하다군

대에오니뭐하나알수가있어야지요.동작도행동도구호도추운

코너 속 편지 88 | 89

Page 46: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신호근 | 강원도 원주시 반곡길

계급장 떼고 붙어 볼래

20여년이지났는데도기억이선명한일이있었습니다.당시우리

부대의부소대장님은덩치도크고굉장히군인다우셨습니다.언제

나자신감이넘쳤고,병사들에게도매우엄격하셨습니다.늘교육이

나작업훈련후에는저희에게이렇게물으셨습니다.

“잘할수있지?부소대장이이렇게작업지시했는데불만있는병

사있나?생활하다언제든불만있으면이야기해.계급장떼고남자

대남자로뭐든붙어보자.”

그러면대부분의병사는자신보다덩치도크고,태권도선수였다

는부소대장님의후광때문에계급장떼자는이야기를쉽게하지도

못할뿐더러소대장님이내리는명령에따를수밖에없었습니다.

누가살짝고개만치켜들어도부소대장님은“계급장떼고와라.

뭐든붙어보자”라고하셨고,훈련중에잔머리굴리는병사를보아

도“그럴거면계급장떼라지금.정정당당히붙어보자”아주입버

장용의 단·필·충곤하였습니다.

군에서의에피소드는엄청많지만누구하나알아주지않고,3년

간누구도면회한번오지않았던군생활은다람쥐쳇바퀴구르듯

계속흘렀습니다.그러던휴일어느날,갑자기면회가왔다는연락

을받고‘올사람이없는데,혹시부모님인가?’생각했지만나가보니

훈련소에서만난그친구였습니다.첫휴가를저한테와준거였습니

다.

한동안꿈인지생시인지말도못하고바라보다가부둥켜안고눈

물콧물이되도록기쁨의시간을가졌습니다.“어떻게알고왔냐?”

물었더니내무반행정병을통해서알게되었다고,선임들한테화천

에어떻게가야하는지물어미리메모지에기록해놓고휴가내려가

기전먼저저한테들린거라고하더군요.난하나도대접할것이없

었는데,친구는우유두개와빵두개를가져왔고,그게우리사이

의전부였습니다.면회시간이끝나고서로주소만남겨둔채다시

만나자는말만하고뒤돌아서야했습니다.

그리고3년군생활을마치고전역할때까지나가면그친구먼저

찾고말겠다고기다렸는데,친구의집은이사를하고없었습니다.

가족은서울로모두상경하고친구는유학을떠났다는소식이전부

였습니다.난아직도그친구를잊을수가없습니다.육십을바라보

는나이에그친구가왜보고싶을까요?

결혼후아이셋을키우며지금도아내에게그이야기를할때마다

언젠가만나리라는기대감과우리우정은변치않았을거라는사실

을믿습니다.

“친구야보고싶다.경상도사나이박진호!너내마음알고있니?

듣고있으면연락좀줘.보고싶다,우정의친구야!”

코너 속 편지 90 | 91코너 속 편지 90 |

Page 47: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모든소대원은부소대장님과이병의승패에내기를걸기까지했습

니다.이병에게는부소대장님이‘계급장떼고덤벼!’라고하면,바로

‘예.덤벼보겠습니다’라고하라고이야기했고,녀석은자신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우리가그토록원하고원하던계급장떼고전투는끝내이

루어지지않았습니다.녀석이온후로부소대장님은한번도계급장

떼고붙자는말씀을하지않으셨거든요.

녀석이온후,부소대장님하신가장많은말씀은이거였습니다.

“군대는계급사회다.계급의원칙에따라행동해라!”

그말인즉슨,‘계급장떼고덤벼도결국군대안에선내가이긴다’

가아니었나싶습니다.모든병사와계급장을내려놓고공명정대하

게겨뤄보겠다는부소대장님의멋진모습은어쩌면만만한친구들

앞에서만소리치던그옛날골목대장의모습은아니었나하는생각

이들었습니다.

그래도참한결같은분인건맞습니다.자신이가장잘하는태권도

를할때는“태권도로덤빌생각있는사람있으면다나와!”라는허

세까지잃지는않으셨거든요.

암튼그주먹깨나쓰던이병이전입해온후로부소대장님의명대

사‘계급장떼고다덤벼’는‘태권도로덤비고싶으면덤벼봐’로바뀌

었습니다.

그리고다행히끝까지국가대표병사는소대로전입해오지않아,

‘태권도로덤비고싶으면덤벼봐’가사라지는일은없었네요.

그래도저희를생각해주시고,정말로덤빌일없도록솔선수범했

던부소대장님!잊지못할겁니다.

릇처럼소신을얘기하고다니셨습니다.

저는부소대장님이굉장히멋지다고생각했습니다.상관이자신의

지위를버리고동등한조건으로겨루어보겠다는자신감을표현한

거잖아요.나는이만큼힘도있고자신도있다,말하는것같아서멋

져보였습니다.

그렇게부소대장님은소대의전설로언제든당당하게계급장을떼

고일대일로붙는것을허용하는공명정대한간부의표상이되어있

었습니다.

하지만그평온한시간에도검은구름이끼었으니,당시소대에인

천에서주먹꽤나쓴다던병사가전입을왔습니다.소문에의하면

그병사는인천에서매우잘나가는주먹계출신이라나뭐라나.게다

가실전경험도많고,다른무술들도매우잘한다는전설같은소문

이있었습니다.

그이병이전입해온날,저희는그소문이실제일수도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몸에는흉기때문에생긴것같은여러개의좌상이

있었고,키는또왜그렇게큰지190cm에주먹은다른사람들얼굴

만했습니다.그손으로는40kg되는모래주머니를한손에하나씩

들더라고요.아주강했습니다.

제가가서물어보니정말로싸움을참많이해보았고,다양한싸움

의기술을알아서무기를들든들지않든누구랑붙어도일대일은절

대안질자신이있다고하더라고요.

저는기대감이생겼습니다.이제부소대장님이주기적으로날리는

그대사‘누구불만있어?불만있으면계급장떼고붙어!’라는말에

‘저랑한판붙어주시지말입니다!’하고대답할만한이병이왔으니

저는가만앉아서세기의대결을보기만하면되는거였죠.

코너 속 편지 92 | 93

Page 48: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리는자연이주는휴식이있었습니다.겨울엔바다날씨가험해서

매일은아니지만한번씩기상불량으로야간경비를나가지못하는

날이생깁니다.그런날에는평범하게오전부터오후까지과업을하

고퇴근을하죠.

서론이길었는데요.본론으로들어가자면제가하려는얘기는험

난한바다위,이겨울방학때생긴일입니다.

그날도파도가높아야간경비가취소되어저녁에퇴근했습니다.

갑판장님과함께근처식당에서밥을먹고관사로가던중고양이가

생선냄새를맡고그냥지나치지않듯이저희도어딘가로홀린듯향

하게되었습니다.그건바로노래방!오랜만에쉬는날,그것도섬

에서유일하게노래방이있는슈퍼앞을지나가자니그냥지나칠수

없었습니다.이노래방으로말할것같으면건물전면은시골슈퍼

인데요.그슈퍼안쪽으로들어가면노래방이있는그런구조였습니

다.

노래를좋아했던갑판장님과저는딱한시간만놀기로하고노래

방에입성했습니다.간단히맥주한잔을곁들이며신나게노래를부

르다잠깐화장실을가기위해나왔는데노래방옆방에는섬으로피

항온어선아저씨들이가득계셨습니다.그모습을보니,순간바다

에서오징어를잡으시는아버지가떠올라무슨용기였는지군복차

림으로그방의문을열고들어갔습니다.

“필승!안녕하십니까?불쑥죄송합니다.저희아버지도오징어

잡이배타시는데아저씨들보니까아버지생각이나서들어왔습니

다.”

“아진짜가?앉아라.앉아.”

아저씨들은반갑게저를맞아주셨습니다.뭔가바다사나이들끼리

정찬기 | 경북 포항시 북구

어청 파라다이스

저는서해의작은섬에서갑판사라는직책으로고속정에1년6개

월간승선했습니다.정말힘들었습니다.

일과를말씀드리자면이러합니다.우선출근시간이조금다릅니

다.밤낮이바뀌었다고할까요.점심먹고출근과동시에오후과업

이시작됩니다.그리고저녁을먹고출항합니다.바다에나가밤새

야간경비임무를수행합니다.해뜰무렵입항합니다.입항후관사

로퇴근하여몇시간잠을자고다시점심을먹고출근합니다.이패

턴을365일쉬지않고반복합니다.

한번씩공군전투기사격훈련이있을때면낮에도바다에나가야

했습니다.훈련구역에서조업하는어선들의안전지도까지해야해

서,정말쉴틈이없었죠.

휴가는6개월마다한번씩함정수리를하는데수리기간에잠깐

집에다녀오는게전부였습니다.그래도우리에겐겨울방학이라불

장용의 단·필·충

코너 속 편지 94 | 95코너 속 편지 94 |

Page 49: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럼,여기니가계산해라이”라며방을나가시더라고요.휴,이정도

로끝난게다행이었습니다.저는슈퍼로나가서계산을했고,그당

시슈퍼에있던외상값까지다처리했습니다.

“아따!가만있어봐.오늘이며칠이여?갑판사월급날도아닌디,

외상값을다갚아불고마?”

“아줌마,사실은그게말이죠.”

저는또재방송을해야했습니다.아주머니께도저러저러해서이

렇게됐다고상황을설명해드리자아주머니도시원하게웃으시더라

고요.한바탕같이웃고,저는관사로돌아왔습니다.

단두번의재방송을했을뿐인데이일은입에서입을타고섬전

역에퍼지게되었고저를아는주민들마다노래한곡해보라고하시

는통에한동안아주혼이났습니다.길한복판에서각잡고노래부

르기아주힘들거든요.

지금생각해보면,바다에서고생하시는아버지를보고싶었던어

린마음에처음본분들께말도걸고노래도할수있는용기가났던

것같습니다.지금은하늘나라로가신아버지.이젠집에가도뵐수

가없네요.

“아버지!바다사나이였던아버지를따라저도바다사나이가됐

습니다.해군전역하고항해사가되어열심히하다보니얼마전에

선장으로진급도했습니다.하늘에서잘계시죠?아들이타는배항

상안전하게항해할수있게하늘에서잘지켜봐주세요.”

양자강,아름식당,한아름슈퍼사장님들포함어청도주민분들다

들잘계시죠?언젠가는섬에한번놀러가겠습니다.그때까지건

강하게계세요.필승!

의통함이있었던것같습니다.어쩌다보니결국저는그자리에합

석하게되었고아저씨들을곁에서보니아버지생각이더나더라고

요.점점취기도오르겠다,저도모르게말이튀어나왔습니다.

“아부지들!이아들이노래한곡하겠습니다!”

하고는능숙하게번호를입력후바다사나이인아버지의애창곡

인나훈아의‘머나먼고향’을불렀습니다.그러자상석에계시던나

이지긋하고깔끔하게입으신아저씨한분이저에게말을건네셨습

니다.

“허허허,고놈참.나는선단을지휘하는선단장이다.우리는부

산에서올라왔데이.나도니같은아들이있다아이가.니노래잘하

네.자마이크받아라.고마한곡더해라!”라고하시며지갑에서오

만원두장을주시는게아니겠습니까?손이자동으로공손하게나

가더군요.십만원을받아들고는겸허하게마이크를받들었습니다.

그리고아버지의또다른애창곡,배호의‘마지막잎새’를부르고깔

끔하게퇴장했습니다.

처음본아저씨들과얘기하고노래하다보니시간이꽤많이흘렀

고문득‘내가여기왜있지?’라는근본적인생각부터들더라고요.

겨울,바다,날씨,퇴근,슈퍼,노래방,갑판장님?아뿔싸.저는갑

판장님을방에홀로남겨둔채나왔던거였습니다.

헐레벌떡우리방으로돌아가보니갑판장님이혼자우두커니앉

아계셨습니다.

“니,어디갔다가지금오노?30분넘게찾아다녔다아이가.”

“갑판장님죄송합니다.사실은그게….”

저러저러해서이렇게됐라고설명을드리니“뭐어?니제정신이

가?내가니같은놈은처음봤데이.아부지한테용돈받은기제그

코너 속 편지 96 | 97

Page 50: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아들의편지와선물도감동이지만함께찍은사진에서보니잘생

긴동료들이많더라고요.한빛부대에아들보내주셔서감사하다는

박재선대위님,같은생활관에서지내는김대원병장님,한대희병

장님까지제생일축하편지를같이써주셔서더욱감동받았어요.

2019년7월,비가매일내리는우기에남수단으로떠났는데벌써

겨울이네요.서울은영하의날씨인데남수단은35도에서40도를

넘나드는날씨라고하더라고요.

군생활하면서그곳사람들에게한국어와태권도도가르쳐준다고

하니대한민국육군,너무멋있습니다.더운날씨에도씩씩하게8개

월간의남수단파병생활잘하고올3월건강하게귀국하길여성시

대에서도같이기도해주세요.

아들이쓴제생일축하편지같이보냅니다.꼭읽어주세요.

일요일엔 편지를

조미연 |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

남수단에서 온생일 축하

남수단에파병간아들이손으로꾹꾹눌러쓴쓴편지를이메일로

보내주어너무너무행복한생일입니다.한국에있다면면회라도갈

텐데남수단은갈수없는곳이니SNS로문자는주고받습니다.인

터넷전화도사실잘연결이안되거나자주끊기거든요.그래서보

고싶은마음만굴뚝같았는데이메일로라도아들사진,아들편지를

받게되니기쁩니다.

아들이파병군인들은자기비용으로항공권을끊어휴가를갈수

있다고하면서내년2월에서울에서에티오피아의수도아디스아바

바까지가는왕복항공권을보내주었어요.

군생활하면서힘들게번돈인데그비싼항공권을보내주면서“그

동안키워주셔서감사합니다.어머니생일선물이에요.에티오피아

로오셔서저와함께휴가보내셨으면좋겠네요”하는데눈물이핑

돌더라고요.

코너 속 편지 98 | 99코너 속 편지 98 |

Page 51: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어머니가 되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엄마, 저는 엄마랑 2월에 휴가 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지난번에 엄마랑 보이스톡이 잘 연결돼서 오래

통화했을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휴가 때 많은 돈

을 쓰더라도 그 20일은 제게 돈의 가치를 넘어서 제 인

생에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될 것 같아요.

엄마는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회사가 너

무 힘드시지는 않는지 스트레스받으시지는 않는지 걱정

되네요. 엄마가 지금껏 제 고민 들어주시고 해결해주셨

던 것처럼 저도 엄마에게 힘이 되는 아들이 되고 싶어요.

인터넷은 잘 안 되지만 엄마도 고민 생기시면 카톡 해주

세요! 정답은 아닐지 몰라도 제가 느낀바 고민해서 말씀

드릴 수 있으니까요.

저는 건강히 잘 지내고 있어요. 사랑니도 잘 뽑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여기 온 뒤로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잘 버티

고 있답니다. (대부분 한 번씩 심하게 걸려요.) 이제 130

일 했고 130일이 남았네요. 반이 이렇게 금방 지나간 걸

보면 나머지 시간은 더 빨리 지나갈 것 같아요. 얼른 70

어머니 생신 축하드립니다

사랑하는 엄마! 자랑스러운 아들 경헌이에요. 한국에 있

을 때는 엄마 생신 때 언제든지 축하해드릴 수 있을 정도

로 가까이 있었는데 제가 남수단에 온 뒤부터는 카톡으

로밖에 축하드릴 방법이 없으니 더 멀게 느껴지네요. 여

기서 드릴 수 있는 건 제 손으로 쓰고 폰으로 찍어서 보내

는 편지랑 항공권밖에 없지만 기쁘게 받아주세요.

엄마가 안 힘드냐고 물어보실 때마다 괜찮다고 했지만

여기 와서 힘든 순간들은 많았어요. 타지에서 낯선 생활

속에서 적응하면서 다양한 일을 한다는 게 쉽지 않더라

고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느낀 게 뭔 줄 아세요?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거예요. 엄마가 자주 아침으로 준비

해주셨던 연어도, 가끔 못 이기는 척 사주셨던 옷도, 주말

에 보러 갔던 영화도, 명절 때 가족들과 함께 ‘평평한 도

로’를 달렸던 드라이브도 어느 하나도 감사하지 않은 게

없네요. 제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제가 가장 사랑하고 가장 든든하게 생각하는

From. 아프리카 남수단

코너 속 편지 100 | 101

Page 52: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박은경 | 경북 구미시

일요일엔 편지를

2년간의기다림

적금통장에게.

처음너를받아들었을때의기대와설렘은잊을수가없단다.2년

후를약속하고기쁜마음으로은행문을열고나선지가엊그제같은

데벌써23개월이나지났다니.다음달이면우리가다시만나기로

약속한그날이야.

힘든고비를몇번이나넘기며무사히너를지켜냈다는사실에감

동이밀려오고나자신에게폭풍칭찬을해주었단다.난너를받아

들고바로또다른너를약속하려해.적금,네가주는기쁨을나는

맛보았거든.내가배고플수록너는배부르고네가커질수록내맘은

점점더든든했지.그게하루하루빠듯하게살면서도너를지켜낼

수있었던이유야.

사실그동안수도없이너의친구들과잘사귀어보려고노력했지

만힘들다는이유로중간에포기한적이더많았었어.근데있지,그

일 뒤에 엄마랑 재밌게 놀고 귀국해서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엄마 사랑하는 우리 가족 보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

고 싶습니다.

여기는 항상 더우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요. 군대라

서 어쩔 수 없이 답답하고 화나고 짜증 날 때도 있지만 반

대로 자부심 느끼고 뿌듯하고 행복할 때도 많아요. 두 번

째 장에 편지 써준 대원이랑 대희 형이 저 많이 챙겨줘요.

힘들 때도 많지만 힘주는 사람도 그만큼 많아서 버틸 수

있는 군 생활인 것 같아요. 어느새 상병인데 얼른 병장이

되고 전역하는 그날까지 ‘완벽하지 않게’, ‘적당히’ 잘 놀면

서 돈 많이 벌겠습니다.

엄마, 정말 사랑하고 너무 보고 싶어요. 이 인터넷이 잘

안 되는 곳에서 벗어나서 엄마랑 행복하게 사는 그날까

지! 엄마의 행복한 일상을 기도합니다. 엄마 생신 축하드

려요! 사랑합니다!

- 자랑스러운 아들 경헌 올림

코너 속 편지 102 | 103코너 속 편지 102 |

Page 53: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형수님께!

어느덧우리나이가황혼길에접어들었네요.형수님이우리집에

오신지가벌써50년이훌쩍지났다니정말격세지감을느끼게하는

군요.형수님!먹고살기바쁘고보잘것없는우리집에오셔서정말

고생많이하셨습니다.형님이돈을많이벌어오는것도아니고거

기다가툭하면형님에게손벌리는못난동생들때문에형수님께서

얼마나많은마음고생을하셨습니까?말을안해도우리들은잘알

고있습니다.

거기다가우리들의인연을짝지어준것도정말고맙게생각합니

다.덕분에좋은아내를얻어행복하게사는것도모두형님과형수

님의따뜻한사랑과배려가없었다면이게가당키나했겠습니까?

다시한번형님과형수님께머리숙여고마움을전합니다.

우리집은딸도하나없는남자형제만사는집이다보니까엄마

문병구 | 경남 창원시 성산구 반림동

일요일엔 편지를

고마운 형수님께

런과정이반복되면서나는알게되었단다.너를포기하면한달이

편하지만너를지키면미래가든든하다는것을.

그래서결심했지.너를포기해도남는건없으니이러나저러나힘

들거라면너라도지키자고.그리고난해냈단다.

적금통장아,고된내삶에든든한백이생긴것같아너무좋구나.

우리남편에게도너의존재를알리고이기쁨을함께할거야.비밀

로할까생각도했지만부부는뭐든함께이뤄가는것이니기쁨도함

께나눠야겠지.너로인해우리부부는더사랑하게될거야.2년동

안보채지않고기다려줘서고맙고앞으로도잘부탁해♡.

코너 속 편지 104 | 105코너 속 편지 104 |

Page 54: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니다.

여태까지형님에게얻어만먹었지해드린게하나도없네요.너무

나죄송하고형수님께도죄송하고또너무너무고맙습니다.여기형

수님께드리는적은돈이나마시동생의성의라생각하고받아주세

요.그래야제마음이편해질것같습니다.물론형수님이베풀어주

신사랑의십분의일도안되겠지만요.이돈은형님께드리는게

아니고형수님께드리는겁니다.형수님이갖고계시다가근사한장

소에가서멋진저녁한끼라도둘이서오붓하게잡수세요.

비록많은돈은아니지만돈을받는게아니고마음을받는다고생

각해주시면더없이고맙겠습니다.그래야저의마음이한결가벼워

질것같습니다.다시한번형수님께고마움을전합니다.형수님사

랑합니다.

가고생을많이하셨어요.아버지는몸이좋지않아일하지못했으

니엄마가동분서주바쁘셨습니다.우리어릴때의엄마를생각하면

지금도눈물이난답니다.당신은뼈빠지게고생하면서도오직자식

생각만하신분입니다.

엄마는우리에게항상이렇게말씀하셨어요.‘장자는부모와도같

은존재이니잘섬기라고’요.설날에는문밖에서세배하도록가르쳤

어요.그때의영향으로우리는큰형님의말이라면무조건따랐습니

다.물론작은형님의말씀도거역할수가없었지요.위계질서하나

는확실했으니까요.

그래서그런지성씨도각기다르고낯선곳으로시집온네동서가

친자매같이우애있게지내는걸보면정말눈물나도록고마워요.

온동네아줌마들이부러워하며“선동댁며느리들은다어디서데리

고왔을꼬.우짜면저렇게잘지낼꼬”입에침이마르도록칭찬하셨

죠.정말고맙습니다.이게다우리집에들어온여자들이서로서로

이해하고배려하며온집안을화목하게만든덕입니다.

이제우리들도서산에해가기울어지는나이가되었습니다.그동

안미움과반목이있었다면서로화해하고용서했으면합니다.서로

연락도자주하고안부도자주물읍시다.이제는모든걸내려놓고

자식걱정하지말도록합시다.얼마남지않은우리인생,내일이라

도당장오라하면가야겠지요.여생을한치의미련과후회없도록

부부끼리손잡고맛있는맛집찾아행복을찾읍시다.

노후의행복은우리스스로만들어야지자식들이대신해줄수는

없습니다.자식은1촌이고부부는무촌이라했습니다.뭐니뭐니해

도자식보단부부가좋고부부밖에없습니다.모든걸내려놓고좋

은곳에놀러도다니고맛있는것도사먹으면서즐겁게지냈으면합

코너 속 편지 106 | 107

Page 55: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목 : 남성시대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남성들!

멀리 해외에 있는 모든 남성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시간! 남자라서

느꼈던 애환들, 남자라서 차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보내주세요.

목: 장용의 단필충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군대 시절!

코미디 영화보다 더 웃기고 액션 영화보다 짜릿하고

웬만한 드라마보다 더 눈물나게 만드는 군대 시절의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개그맨 장용 씨와 함께 나누겠습니다.

금 : 옆집 변호사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인 우리, 그러나 세상은 복잡다단하고

법의 보호가 필요합니다. 신민영 변호사를 이웃으로 모시고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어려움을 법의 울타리 안에서 헤쳐나가 보아요.

토 : 전화하기 좋은 날

토요일은 전화하기 좋은 날이죠? 나의 ‘목소리’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음성파일로 녹음해 남겨주세요. (* 90MB 이하 파일 업로드 가능)

사랑 고백도 좋고, 미안하다는 사과, 고맙다는 인사, 귀여운 투정도

좋습니다. 신청곡도 함께 남겨주시면 정성껏 선곡해 틀어드릴게요!

(02-789-1004 전화로도 참여가 가능합니다)

일 : 겨울의 맛 with 하미현 입말음식가

일요일 아침, 제철 맞은 식재료를 타고 전국을 여행합니다!

매주 공개되는 식재료를 보고 우리 지역, 우리 집에서 만들어먹는 요리법,

그 음식에 담긴 추억을 보내주세요.

주소 : (03925) 서울시 마포구 성암로 267 MBC 라디오 여성시대

여성시대에

사연을 보내주세요

매일: 일반사연

살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 속 시원히 털어놓아야 할 말들,

간단한 사연 신청곡, 축하해주고 싶은 일들, 칭찬하고 싶은 사람

부담 없이 편하게 보내주세요.

월: 우리아이 문제 없어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일상생활에서 생기는 소소한 육아 고민과 청소년 자녀와의 갈등…

<우리아이, 문제없어요> 방에 올려주시면 소아청소년정신과 의사

서천석 선생님과 지혜로운 해결책을 찾아보겠습니다.

화 : 엄마아빠 탐구생활

나에게 잔소리하던 엄마아빠는 학창시절 어떤 학생이었을까?

마지막으로 눈물을 흘리신 건 언제? 왜였을까? 쑥스러워서 차마 묻지 못한

엄마아빠의 은밀한 속마음, 궁금한 과거,

여성시대가 대신 물어봐드립니다. 간단한 가족 소개와 함께

엄마아빠에게 묻고 싶은 질문을 사연으로 적어주세요.

부모님을 직접 인터뷰한 뒤, 음성 파일을 올리셔도 됩니다.

(* 90MB 이하 파일 업로드 가능, 최대 10분 내외)

참여해주신 분들껜 푸짐한 선물과 부모님과의 찐한 추억 안겨드릴게요.

수 : 열린 수요일

매주 수요일은 여성시대 문을 활짝 열어놓기로 했습니다.

이름 하여, ‘열린 수요일’. 살면서 궁금하고 알고 싶은 거, 알아야 할 거,

두루 알아보는 시간으로 수요일 3~4부를 꾸미겠습니다.

109 108 |

Page 56: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가옆에있어서로낄낄대며즐겁게해치웠다.그러나무호흡증으로

뇌로가는산소부족때문에내게는양압기를차야한다는진단이내

려졌다.

1주일후,다시입원해양압기압력조절때문에하룻밤잤다.이

런저런선을몸에붙이고불편하게잤다.어차피잠을못이룰것같

아수면제반알을먹고잤다.지금내머리맡에는그양압기가있

고,익숙해지기까지시간이걸리겠다.누구도피할수없는나이듦

에대해여러생각을해본휴가였다.

꼭필요한검사를하니개운하기도했다.마음은안그런데어느새

아흔살엄마뒤를따르는구나하는생각.무릎이아프니까행동이

굼뜨고기억력도흐려져속으로여러번챙길것을복창한다.그래

도정작중요한안경,휴대폰,신용카드중한가지는빠뜨린다.한

번에깔끔하게집을나서는법이없다.문닫고나왔다가다시들어

가기를두어번한다.새해난69세.점점더디고굼뜸을실감하지

만순리대로시드는거니어쩌겠는가?

다행인것은치매예방에좋은몇가지를내가직업으로한다는점

이다.

-큰소리로책읽기(여성시대편지배달)

-사람들과이야기나누기

-좋아하는일을즐겁게하기

-노래하기(가수로서의활동)

지난12월2일,5주만의출근길은세상이다훤해보일정도였

다.쉬었다돌아가도내의자가마이크앞에있다는것.돌아올일

터가있다는게새삼고마웠다.우리가건강한건‘여성시대’출근에

맞춰아침시간이늘변함없기때문이라고남편은말했다.자기에게

구원은일이라고하던,선배의말을새삼깨닫게되는날이었다.

양희은 | 여성시대 진행자

휴가 보고서

길고길었던5주간의휴가이야기를보고드린다.남편과의포르

투갈여행도좋았지만무엇보다아침마다‘여성시대’듣는즐거움을

알게되었다.여행길에서는밤12시5분이면미니를켜고들었고,

집에서는도시락을들고남편이출근한후빨래를돌리거나반찬을

만들면서들었다.라디오소리가안들리면불안하기까지했다.

집안일여러가지를하다보면오전시간이너무도빨리부서져나

갔다.금세점심시간이다.내가집에있으니엄마는왠지편안하고

안심되는듯보였다.그렇게점심먹고치운후,오후로넘어가면서

는조금씩가라앉아늘어지고꼼짝도하기싫은시간이많았다.그

러면서드는생각.

‘내가휴가를너무길게잡았나?아니야.늘종종걸음치며살았으

니빈둥거려도돼!다시돌아갈일터가없다면엄청나게가라앉아

구제불능이될지도몰라.’

책을잡으면안오던잠이쏟아지고밤이면말똥말똥,새벽1시건

2시건시간표상관없이스르륵잠들었다가아침이면묵직한두통으

로개운치않게하루를시작한다.

3년전부터가까운친구랑깜빡잊는증세가심해졌다고건망증

자랑을하다가벼르고별렀던치매검사를같이받았다.그리고수

면검사때문에하루입원해서1박을했다.낯설고이상했지만친구

111양희은의 스튜디오에서 110 | 양희은의 스튜디오에서

Page 57: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디자인없이딱딱하게꾸며져있었고,커다란네모수조안에그리

따뜻하지않은물이심지어깊게채워져있었다.레인을나누기위

해띄어져있는긴부표는답답한칸막이같았고,강사선생님의호

루라기소리는마치군대훈련장조교의그것처럼느껴졌다.무서웠

다.물공포가생겨버렸다.자연스럽게흥미를잃게되었고수강료

가아까워두세번더출석한후포기하게되었다.

시간이흘러다시한번도전해볼용기가생겼지만,그때는아버지

의사업실패로집안사정이좋지않게바뀌어버렸다.

그렇게나는수영을제대로할줄모르는상태로성인이되었고,

물은싫어했지만운동신경은있어서머리를물밖으로내놓은채대

충팔저으며앞으로나아가는‘개헤엄’식의원시적수영을스스로터

득하여워터파크같은곳에가서물을마다하진않을정도로지내왔

다.

여성시대를진행하면서거의매일아침상암MBC에출근하게되

었다.몇개의일정을빼면전과는달리규칙적인생활이이어지면

서이참에수영을배워봐야겠다는생각이스멀스멀가슴속에서피어

올랐다.‘개헤엄’말고‘음~파~’호흡을정식으로하며힘빠지기전

까지는멈추지않는제대로된수영.하지만강습이있는수영장중

에내상황과맞는곳을찾기가쉽지않았다.시간상으로강습받기

가장좋은이른오전은여성시대생방송때문에불가능했고,장소적

으로도마포,상암지역에는수영장이그리많지않았다.

나는참운동을좋아한다.공으로하는웬만한종목은다조금씩

해봤고,축구는지금도매주한다.그런데참오랜시간동안마음은

먹고있었지만해내지못한종목이있다.바로수영!

사실어렸을적,수영을제대로배울기회가있었다.초등학교5

학년무렵으로기억된다.당시엔지금처럼수영장이많지않았기때

문에수영을잘하는건고사하고접하는것자체가힘들었다.하지

만나는운이좋았다.대전공설운동장과체육관근처에살았기때

문에시에서운영하는저렴하고꽤규모있는수영장을이용할수있

었다.

축구,야구,배구등공으로하는운동에만빠져있었던나는부곡

하와이(물놀이테마파크)로가족여행을다녀온후,수영을제대로

배워보고싶은마음이생겼다.두분다아마추어운동선수출신이

시기에먹는것과운동관련해서는모든걸들어주셨던부모님.나

는바로어린이기초단체반에등록을했다.

그런데부곡하와이와시립체육관수영장은완전히다른곳이었다.

알록달록형형색색화려하고귀여운실내장식들,많은사람이웃고

떠들며물놀이를즐기는부곡하와이와는달리시립수영장은별다른

서경석 | 여성시대 진행자

35년 만에 꿈을 이루다

113서경석의 스튜디오에서

서경석의 스튜디오에서 112 |

Page 58: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

중소기업 명품전 IBK기업은행 서광주지점 거래고객

마음은굴뚝같은데좀처럼기회를찾지못하던어느날,가을개편

으로새롭게인연을맺게된상암동에사는여성시대PD가꿀같은

정보를제공해주었다.오후1시부터5시사이에강습을받을수있

는수영장이있고,장소도‘상암동’이라는것이다.

평소무언가를시작할때항상있게마련인‘머뭇거림’이없었다.

35년간미뤄왔던꿈,초등학교5학년때잠깐시도했다가멈췄던

‘제대로수영하기’프로젝트가다시시작된것이다.

내열정은하늘을찌를듯했고,선생님도불규칙한나의일정을고

려해서합리적으로강습시간을정해주었다.고정시간을두지않고

수업이끝날때다음수업시간을정하는방식으로하니,많이할땐

일주일에세번수업을한적이있을정도로활발하게진행되었다.

그리하여열세번째강습을받던날,꿈이현실이되었다.보조기

구없이25m를한번도쉬지않고,음~파호흡을하며자유형으로

완주한것이다.물안경안으로뜨거운무언가가두세방울흘러내리

는느낌이었다.

“제가강습했던학생중에서가장빠른기간내에해내신분중의

한분이세요.게다가자세와리듬도아주좋았어요!”

반백살늦깎이학생기분좋으라고한말이겠지만,선생님의좋은

평까지들으니물안에있는데하늘을나는기분이었다.여기서끝

이아니다.그야말로물속에서나비처럼날아가는그날까지계속할

것이다.최종목표는‘접영’.

Page 59: 양희은·서경석입니다 IBK기업은행 진접지점 거래고객 샤워 ...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2001.pdf · 2019-12-30 · 여수 100.3 안동 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