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59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 2019 6 양희은 · 서경석입니다 행복을 찾는 사람들 1 IBK기업은행 전주지점 거래고객 대자인병원 이병관 원장 행복을 찾는 사람들 2 IBK기업은행 남동공단지점 거래고객 ㈜알리 김기진 대표

Upload: others

Post on 20-Jul-2020

7 views

Category:

Documents


0 download

TRANSCRIPT

Page 1: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MBC 라디오 매일 아침 09:05~11:00

여성시대2019

6

양희은·서경석입니다행복을 찾는 사람들 1

IBK기업은행 전주지점 거래고객

대자인병원 이병관 원장

행복을 찾는 사람들 2

IBK기업은행 남동공단지점 거래고객

㈜알리 김기진 대표

Page 2: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04 여성시대가족을찾아서1

소뿔에피어난아름다움

12 이달의 편지

‘좋은기억을만들어주신아주머니’외

72 행복을 찾는 사람들 1

대자인병원이병관원장

76 행복을 찾는 사람들 2

㈜알리김기진대표

80 여성시대가족을찾아서2

스마트한인생내손안에있다

86 코너 속 편지

‘막걸리먹다걸린날’외

110 양희은의 스튜디오에서

스무해,동행감사합니다

112 서경석의 스튜디오에서

최애드라마에결국출연하다

2019년 6월호contents

72

04

76

80

IBK기업은행 협찬의 월간 여성시대는 작지만 큰 감동을 전하고자 합니다. 매월 10일 IBK기업은행에서 무료로 배포하며, 이웃과 함께 보면 감동이 2배로 늘어납니다.

전국 주파수 안내(표준FM) ※ 전국 각 지역은 아래 주파수대에서 MBC 라디오 청취가 가능합니다.

서울 95.9 부산 95.9 / 106.5 대구 96.5 광주 93.9 대전 92.5 / 91.3 전주 101.7 / 94.3 창원 98.9

춘천 92.3 / 88.9 청주 107.1 제주 97.9(견월악) / 97.1(삼매봉) 울산 97.5 강릉 96.3 진주 91.1 / 93.5 목포 89.1

여수 100.3 안동 100.1 원주 102.5 / 92.7 충주 96.1 삼척 101.5 / 93.1 포항 100.7 울진 102.7 울릉도 98.5

발행일 2019년 6월 10일 발행인 ㈜문화방송 대표이사 최승호

등록번호 라 - 5413 진행 양희은, 서경석 프로듀서 강희구, 장승민

방송 MBC라디오 매일 아침 9:05~11:00 인터넷 주소 www.imbc.com

방송중 열린전화 02-368-1500 문의 02-789-3401 주소 (03925)서울시 마포구 성암로 267 MBC 라디오 여성시대

편집·제작 하나로애드컴(02-3443-8005) 표지 작가 이미경 월간지(비매품)

※ 본지는 한국도서윤리위원회 규정을 준수합니다.

Page 3: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소걸음으로천리를간다,쇠뿔도단김에빼라,쇠귀에경읽기,

소잃고외양간고친다,바늘도둑이소도둑이된다.’

우리가일상적으로쓰는말속에소에관한속담들이꽤많다.

농경사회였던우리민족에게소는아주가까운동물이었다.이제

는소를이용해농사를짓는모습은보기드물어졌어도소에관한속

담은우리들일상에선명히남아있다.

여기에하나더,소뿔을이용한전통공예도있다.화각공예(華角

工藝).3~4년생황소뿔을종이처럼얇게하여그표면에그림을그

려넣은목공예술이다.조선시대에는궁중과사대부집안을화려하

게꾸며주는데한몫했다.근대에들어서며일반가정의삼층장,이

층장,아기장,실패,자,바늘집,반짇고리의모양을내주었다.나

전칠기와더불어화사한가구의양대산맥을유지하던화각공예는

공장에서뚝딱뚝딱만들어지는가구들에자리를내어주며서서히사

라져가고있다.

전통이사라지고,우리공예품의명맥이끊어짐을안타까워하며

글 | 성기애 (여성시대 작가)사진 | 송인혁

쇠뿔화각공방

한기호씨를찾아서

소뿔에 피어난 아름다움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1 04 | 05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Page 4: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화각공예를되살려보겠다나선

젊은장인이있다.

여성시대가족한기호씨는

경기도이천에위치한‘쇠뿔화

각공방’을열어전통을바탕으

로새로움을만들어내기위해

온힘을쏟아붓고있다.

“제가화각공예에본격적으

로발을디딘지는10년쯤되

었습니다.5년전돌아가신경

기도무형문화재제29호화각

장한춘섭씨가저의스승님이

며아버지십니다.어렸을적에

아버지가화각작업하시는것

을늘보고자랐는데그때는제

가화각공예를할거라고생각

도못했습니다.”

한기호씨는대학에서지적

학을공부하고지적관련일을했다.출장과야근이잦은직장에서

어느날문득‘내가이렇게밤낮으로열심히직장일을하는데이열

정을화각공예에쏟는다면새로운장을열수있지않을까?’싶었

다.

결심후부모님께상의했을때,아버지는반기는분위기였지만어

머니는극구말리셨다.평생화각공예를하며힘들게작품활동을

하는남편을바라봤던어머니는자식만은그길을가지않길바라셨

다.

어렵게어머니를설득하고아버지돌아가시기5년전쯤아버지밑

에들어가실제적인제자의길을걸었다.아버지가전통적인방식으

로작품을만드셨다면아들인기호씨는전통을새롭게해석하여구

체화시키는작업에힘썼다.

화각공예는과정이까다롭다.황소뿔을구해반나절을삶아뿔안

쪽에붙은두꺼운연골을저며낸뒤,탕개톱으로꼭지를잘라내고

다시줄을이용해가운데를자르고황새집게를이용해불에달궈가

며편다.곧게편소뿔을단단히눌러두었다가아주얇게사포질을

하면투명하게광이난다.그투명판을필요한크기로마름질한다

음아교풀에갠채색안료로그림을그린다.그린그림을뒤쪽으로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1 06 | 07

Page 5: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목공품에붙이면은은하면서도화려한화각작품이완성된다.

“화각작품이완성되려면총다섯명의장인이있어야합니다.소

뿔을얇게만드는각질장,나무를짜는소목장,내구성과방충을위

해옻칠을하는옻칠장,화각을그리는화각장,그리고가구에들어

가는장식을하는두석장이요.그런데이제시대가바뀌며이모든

일을화각장혼자하게되었어요.그러니작품하나만들려면많은

시간과정성이들어갈수밖에요.”

나전칠기에서는느낄수없는오묘한아름다움이화각의매력이라

고한다.

화각은전세계에서유일하게우리나라에만있다.풀과여물을먹

고자란소,그중에서도뿔이곧은수소의뿔만사용할수있다.외

국의젖소나버펄로는뿔의투명도가탁해화각으로적합하지않다.

“화각이가진아름다움과희소성이제가이일을하는이유이기도

합니다.아버지의뜻을이어전통방식을이어가는것도중요하지만,

이시대에필요한새로운기술과형식을접목시키는게저의역할이

라고봅니다.화각을많은분에게알리기위해작품활동은물론이

고소와관련이깊은지자체와함께화각알리기프로그램을구상중

입니다.”

작업실한쪽벽면은각종공예대전에나가받은상장들로가득하

다.화각을알리기위한젊은장인의예술혼은보석함,명함꽂이등

에서다시생생하게피어나고있는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1 08 | 09

Page 6: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일러스트 | 이경선 [email protected]

편지이달의

12 좋은기억을만들어주신

아주머니

16 우리아들은농부

19 돈떼먹은사람은잘사는데

22 내마음의호롱불

25 내나이55살,서울구경

28 택시기사님,감사합니다!

30 꽃사슴과태몽

33 4시의신데렐라들

35 9명을살리고천사가된처제

38 독박캠핑

41 집주인,너무합니다

44 요양원근무

46 팟캐스트정복

50 엄마따라간냉장고

52 천년의숲비자림에홀리다

55 아내의초상화

57 두아들과의일본여행

61 내가을이었지!

올해39살두딸을키우고있습니다.

어렸을때부터여성시대애청자입니다.

제가어쩌다가애청자가되었냐면요,저희아버지때문입니다.

저희아버지는젊은나이에사고를당해병원에오래계시게

되었어요.사고후병원에서듣기시작했다는여성시대.

잃어버린두다리,눈앞이깜깜한암흑같던좌절속에서들었던

여성시대가족들의이야기에위로를받고힘을냈다고하시더라고요.

(경기도 의정부시 이혜진 님)

여성시대가‘여성살롱’이었을때부터항상함께했습니다.

때로는웃고,울며희로애락을함께했고어느새

저도60의나이가훨씬넘어버렸습니다.하루하루가행복할수있었던

이유도여성시대로아침을시작했기때문이아닐까생각합니다.

앞으로도제인생과함께해주시길바랍니다.

(경기도 파주시 최금선 님)

저희는2016년에결혼해서두살된아들과함께살고있습니다.

결혼후어느날남편이“라디오같이들을래?”하며

여성시대를켜는겁니다.같이눈물을훔치며사연을몇개들었고

그후로남편이자연스레설거지할때나샤워할때빨래갤때

계속여성시대를들으며집안일을합니다.

하루는제가“오빠는언제부터여성시대들었어?”라고물어보니

“나,아주오래됐어.우리엄마가나초등학교때부터들었거든,

그때부터들었을걸!”

지금도남편과함께저희세식구는여성시대를함께듣고있습니다.

(서울시 용산구 이복희 님)

군인가족으로전국을길면2년,짧으면1년.

강원도원통에서도전라도광주까지끝에서끝을이삿짐트럭과함께,

이삿짐을싸는외로움속에서도아침을여성시대와함께할수있어

때로는위로를또한동질감을느꼈습니다.

양희은씨20주년마음깊이축하드립니다.

(송보영 님)

이달의 편지 10 | 11

Page 7: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저는초등학교3학년,6학년두아들의엄마입니다.

며칠전,6학년큰아들이경주로수학여행을떠나게되었습

니다.어찌나설레하던지전날밤잠도잘자지못하더군요.저역시

덩달아마음이조급해져빠진준비물은없는지다싸놓은가방을몇

번이나열었다닫기를반복했습니다.

수학여행당일아침비가내렸습니다.날이좋아야여행길이편

할텐데눈치도없이내리는비가원망스럽더군요.같이우산을쓰

고아이를학교까지배웅하며차조심,길조심,사람조심,친구와

싸우지말기,자기물건잘챙기기,단체에서이탈하지말기등많은

이야기를했지만이미아들의영혼은경주에도착했는지듣는둥마

는둥휑하니가버리더군요.

김윤정

부산광역시 강서구 명지동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신 아주머니

Letter 1그렇게2박3일수학여행이끝나고,아들은건강히집으로돌

아왔습니다.돌아온아들을꼭껴안으며“잘다녀왔어?별일없었

지?”하는제물음에아들은갑자기울먹이며긴이야기를털어놓았

습니다.

수학여행둘째날,그날의코스는경주월드라는놀이동산이었습

니다.경주월드에서자유롭게친구들과노는일정이라아이들이제

일기대했던날이기도했지요.아들은친한친구들과즐겁게놀이기

구를타다가배가고파푸드코트에서라면을사먹었답니다.꼼꼼하

지못한덜렁이아들이라제가여행전날목걸이형지갑을사서용돈

을몇만원넣어목에걸어서보냈는데,앉아서라면을먹는데목에

건지갑이테이블에자꾸닿아불편하더랍니다.그래서빼서호주머

니에넣고라면을다먹고친구들과앉아서잠시쉬다가일어났는데

지갑이없더랍니다.당황한아들은울면서푸드코트안을다찾아보

고,거기직원분께도물어보고,분실물센터에도갔지만지갑은어

디에서도찾을수없었습니다.잃어버린곳이푸드코트라아들은몇

번이나다시그곳에가서찾아보았답니다.

그러던중,아들이여러번지갑의행방을물어보았던푸드코트직

원아주머니께서“아이고,아직도지갑찾고있구나.너이러다가

수학여행와서지갑만찾다가돌아가겠다.아줌마가만원줄테니

용돈적게받은셈치고이걸로맛있는거사먹고재미있게놀다가

렴”말씀하시며만원을주시더랍니다.처음보는아주머니의호의

에깜짝놀란아들은한사코안받는다고했지만손에꼭쥐여주며

재미있게놀아라하셨다네요.

부모없이처음떠난여행에속상한일을당해슬프고어쩔줄몰

라하던아들은아주머니의따뜻한말씀과주신용돈을가지고남은

이달의 편지 12 | 13이달의 편지 12 |

Page 8: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시간을친구들과재미나게놀수있었다고합니다.

고마운마음이컸는지아들은돌아갈시간이다되어,가기직전

에다시그푸드코트에들러“저이제가야해서인사드리러왔어요.

오늘감사합니다”인사를했답니다.그러자아주머니께서“그래잘

가.지갑잃어버린기억은잊고남은여행잘보내고조심히집으로

가”하며아이스크림까지하나주시더랍니다.

울먹이며이이야기를시작했던제아이가이야기를끝낼땐웃고

있었습니다.지갑을잃어버린그때도제아이는그랬겠지요.어쩔

줄몰라하며울다가처음보는아주머니의따뜻함에다시웃게되었

을것입니다.

그날그분이그렇게해주시지않았다면제아들은계속지갑을찾

으러돌아다니느라놀지도못했을것이며평생한번밖에없는초등

학교수학여행을지갑을잃어버려속상했던여행으로평생기억했을

것입니다.그러나지금제아이는지갑을잃어버려속상하긴하지

만,아주머니덕분에따뜻하고즐거웠다고,그래서재미난수학여행

이었다고말하고있습니다.

저는그분께진심을다해감사하다는말씀전하고싶습니다.4월

25일낮두세시경,경주월드의어느푸드코트에서제아이에게평

생잊지못할수학여행을선물해주신그여직원분에게정말감사드

립니다.

남을위한말한마디,행동하나가얼마나어려운것인지저도잘

알고있습니다.저의조그마한도움만있어도남에게큰힘이될것

같은경우에도선뜻용기내지못하고지나칠때가많았는데그런제

모습이참부끄러워지는오늘입니다.

저에게몇번이나참고마운아주머니라고말하는아들도아마앞

으로살면서곤경에처한사람을보면제일먼저손내밀수있는용

기와마음을배웠을거라생각됩니다.

우리가족모두감사인사드리며다음에기회가된다면꼭찾아가

인사드리고싶습니다.앞으로좋은일만가득하시길빌며,저도아

들이좋은어른으로성장할수있도록잘키우겠습니다.

아!그리고아들녀석은맛있는거사먹고즐겁게놀라고주신만

원으로간식사먹고남겨서동생에게줄작은기념품까지하나사

왔답니다.지갑잃어버려돈도없었다면서자기선물을잊지않은

형에게동생도꽤감동한눈치였습니다.그러고보니그분은저희

두아들모두에게행복을주신분이네요.

이달의 편지 14 | 15

Page 9: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저는50대중반주부입니다.결혼하고아이낳은게엊그제같

은데아이들이훌쩍커서이제는사회의일원으로지내고있

으니저만나이를먹는것은아니네요.아이들이졸업하고시작된

직장생활이야기,또다른식구를맞이하기위한준비들.제또래친

구들을만나면다들같은이야기입니다.졸업한아들이모대기업에

들어가서받는연봉,갓결혼한딸이차려준생일상을떡하니대문

사진으로바꾸어놓고자랑하는사람들.꼭자랑하는것은아니라지

만어째저한테는모두부러운이야기랍니다.

저는아들만둘두었습니다.누구처럼취업청탁능력도없고,사

업밑천같은큰도움을주지못하는부모여서인지두아들은4년제

국립대학을자신들이학비를마련해졸업했습니다.

큰아들은어렵다는취업문턱을계약직이라는아픔을겪으면서도

자신의능력을알아주는중소기업에열심히다니고있습니다.듬직

한큰아들입니다.

문제는둘째아들입니다.이녀석은대학교다닐때부터무슨생각

인지‘나는회사생활이안맞아.회사생활은안할거야’라고했습니

다.저는그냥말이겠거니‘제가무슨능력이있어서’라고생각했죠.

대학생때는여자친구도열심히만나고,우리에게소개도하고,그

친구역시상냥하고꽤우리아들을좋아하는눈치였습니다.

그러던아들이군대다녀와서3학년복학후2학기를다니던9월

무렵,남편이아는분을통해밤나무농장을운영해줄사람을찾아

달라는부탁을받았답니다.마침남편은하던일을잠시쉬고있을

때였고,전원생활에대해동경이남달라서제게의논을하더라고요.

“쉬는동안한철수확해보고그때가서결정하겠다”며혼자는힘들

고작은아들하고같이가보겠다고했습니다.아들이그때는반려동

물을키우며꽤넓은공간이필요하던때였거든요.남편이답사겸

아들과같이다녀오더니다음날짐을챙겨공주로내려갔습니다.

그첫해가을,남편은자연속의삶이너무좋다고행복해하고,처

음시골생활을하는둘째아들은물도없어야외에서씻고,텐트에

서밥해먹고,1시간거리를통학하는생활에꽤만족해하더군요.

문제는다음해였습니다.역시시골생활은많은것을필요로했

고,가장의책임감으로다시돌아가야겠다는남편의의사와는달리,

4학년이던아들은이왕시작한것이곳에서무엇인가를해보겠다고

의지를밝혔습니다.원래그런녀석이었으니고생스러우면포기할

거라고생각했습니다.혼자기거하며준비하더니만잘만나던여자

친구와헤어졌다는이야기를했습니다.자기여자친구는그런고생,

김정례

인천광역시 남구 주안동

우리 아들은 농부

Letter 2

이달의 편지 16 | 17이달의 편지 16 |

Page 10: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이달의 편지 18 | 19

시골에서의생활에적응하지못할거라며헤어졌다고하더라고요.

아무튼그렇게시작된아들의시골살이는4학년졸업반으로학교

에서진행하는취업준비코스가아닌창업농에관련된과정도듣

고,임업후계자준비도하더니만떡하니공주시임업후계자자격을

부여받았습니다.그러더니만주소도옮기고귀농인준비를하더라

고요.창업도하고임업후계자로서지역사회나이많으신어르신들

모임도찾아다니며자기가할일도찾으며2019년대학을졸업했습

니다.

그렇게3년째접어든아들은임업인에게지원되는지원금으로2

만평의임야를매입하였고,귀농청년에게지원하는정책지원금대

상도되었다는소식도전해주었습니다.

밤수확으로바쁜9월과10월이외의계절수입을위해노력하고

있습니다.회사에다니는것이상으로더나은수입을위해많은공

부와노력을하고있지만아직은서툰농부우리작은아들.저는걱

정입니다.결혼이나할까?어느아가씨가힘든일을함께한다고할

까?또한기대와는달리자신의의지를펼치지못하면어쩔까하고

말입니다.

요즘우리아들산에는머위와우산나물,고비,취나물이한창입

니다.어디가서우리아들은산에취업해서산나물,밤생산하고있

다고차마안쓰러워이야기도못하고있습니다.친구들이자랑하는

잘난자식자랑대열에끼지못하는저의사연이랍니다.

우리아들은공주에서‘원가네햇촌농원’을꾸리고있는농장주입

니다.밤을수확하고있습니다.스물일곱에키183센티,멀쩡하게

생겼습니다.같은의지가있는아가씨가있다면많은관심부탁드립

니다.원가네햇촌농원농장주원종현엄마김정례였습니다.

전50대중반으로21살딸아이하나를둔그저평범한아빠이

며남편입니다.

전토목기술자로10여년을해외건설현장에서근무하다2015년

3월에귀국하여1년의직장생활후개인사업을하고있습니다.

아이가다섯살에해외생활을하여아이의성장과정조차도옆에

서지켜주지못하다가아이와아내와같이살아가는1년이너무행

복했습니다.현재아이는대학교2학년에재학중이며아내는마사

지숍에서야간카운터일을하고주간에는화장품외판원을하고있

습니다.

이내용을들으면무능한남편을만나아내가고생이많겠다하겠

지요.그렇습니다.제가무능해서그렇습니다.

이기욱

충남 아산시 배방읍

돈 떼먹은 사람은잘사는데

Letter 3

이달의 편지 18 |

Page 11: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2017년1월17일에개인사업을시작하며넉넉하지는않았지만딸

의학비와생활비는제가조달할수있었습니다.2018년3월에제

가부도를맞기전까지는요.

토목기술자였던저는2015년귀국하여소속되었던회사에서공사

를받아참열심히뛰어다니며살았습니다.하지만공사막바지에

공사대금이지급되는데소속된회사의사장은공사대금이지급된즈

음에9억여원의돈을들고잠적하였습니다.진짜하늘이무너지는

줄알았습니다.밤에는제가그사장의집에서사장이들어오기를

기다렸고낮에는아내가기다리기를몇날며칠을해서결국은찾았

지만벌써대금을사용한후였습니다.

그래도믿었습니다.법이있으니까요.리비아,중국,필리핀외국

생활중태극기만바라보아도그리좋고,우리민요인아리랑이라도

듣는날에는눈물을흘리기도했던우리나라의법.허나법은냉정

했습니다.사업상다른부채를위해사용했다는그사장의편을들

어무혐의처분이내려졌고그사장은현재똑같은사업체를별탈

없이운영하고있습니다.

그사장에게도우리딸만한아이가있는것으로알고있습니다.대

학도다니고무척행복해보였습니다.또한그아이의이름으로억

대의체인주점도개업하여보란듯이SNS에홍보도하며살고있

더군요.그공사에관련되어있던몇몇업체들의사정은이루말할

수없이비루해졌는데말입니다.

아이의대학학비가없어찾아가아이의학비라도줄수없냐며사

정도해봤지만소용없었습니다.다행이랄까학자금대출이되어아

이는학업을이어갈수는있었지만살던집마저도정리해야했던저

는가슴이찢어지는고통속에서살아가고있습니다.

제마음을아는아내는일을찾아다니며지금하고있는일조차숨

기기까지하였습니다.그래도살아야한다는생각에가장으로서열

심히살아가고있습니다.하지만이것도어찌될지알수가없습니

다.잃어버린대금에세금까지도포함되어세금이미납되고폐업의

위기에놓이게되었습니다.극단적인생각까지도해보았습니다.하

지만아빠이면서가장이기에더욱더힘을내어볼까합니다.

이달의 편지 20 | 21

Page 12: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이달의 편지 22 |

내가중국에서여덟살되던해였다.조선족인우리집은아버

지의성분문제로산골마을로이사를가게되었다.마을에

는그때만해도먼지가펄펄날리는흙길에전기공급마저되지않았

다.저녁이면집마다어둠을밝히는호롱불한두개를사용했다.

개학날이되었다.아버지는조롱조롱한우리삼남매를집에서가

까운중국학교에입학시켰다.조선족학교는집에서십여리나떨

어져있어다닐수없었다.조선족마을에서나서자란나에게중국

말은외국어나마찬가지였다.그때학교가는것은지옥가는길처

럼싫었고,수업시간은고역이었다.

그로부터2년이지난어느날이었다.할아버지,할머니께서장남

인아버지를찾아이사를오셨다.우리남매들은할아버지앞에서

김재연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내 마음의 호롱불

Letter 4평소처럼스스럼없이중국말로대화를했다.할아버지께서는허연

채수염을후들후들떠시며집에서‘중국말금지령’을내리셨다.눈에

흙이들어가기전에는후손들을중국사람으로만들수없다고하시

는것이었다.아버지더러거리가멀더라도하루속히조선족학교로

전학시키라며추상같이호령하셨다.우리는어쩔수없이조선족학

교로다시전학하게되었다.

나는중국학교에다니느라한글기초가전혀없었다.한국어문은

도무지따라갈수가없었다.전학가서첫중간시험에서한국어를

10점밖에받지못했다.시험지를말없이훑어보시던할아버지께서

는“얘야,안되겠다.너오늘부터호롱불켜고나랑한글공부를좀

해야겠다”고하셨다.그로부터호롱불과나는질긴인연을맺었다.

나는등교하면종일애들과뛰어놀다가저녁에는덕지덕지붙은

졸음을떼어가며할아버지와한글공부를했다.가끔끄덕끄덕졸다

가호롱불에머리카락을태우기도했다.할아버지께서는처음에는

자음과모음을,얼마후에는받침까지하나하나세심하게가르치셨

다.때때로호롱불이가물거리면바늘로심지를섬세하게뽑아내주

기도하고,연필도깎아주셨다.필체도배울때부터습관을잘들여

야한다면서차근차근알려주셨다.

어느덧기말고사가닥쳐왔다.뜻밖에나는한국어시험에서최우

수점수를받게되었다.시험지를들고엎어질듯뛰어가서할아버

지께보여드렸다.그렇게환한할아버지얼굴은처음보았다.시험

지를쥔할아버지께서는연신고개를끄덕이셨다.

한글공부에재미가든나는저녁이면집에있는책을닥치는대로

읽었다.초저녁이면온집안식구들이호롱불앞에모여앉아도란

도란담소를나누었다.할머니와어머니는가족들의떨어진옷이며

이달의 편지 22 | 23

Page 13: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이달의 편지 24 | 25

양말을기우셨다.두여인은그때아마가난을기웠고,가슴에난상

처자국을기웠을것이다.가족들이잠든틈을타서나는늦은시간

까지호롱불과친구삼아독서를했다.

할아버지의꿋꿋한모국어사랑덕분에나는할아버지께서그토록

그리던한국으로왔고,십여년이지났다.지금은국민의한사람으

로당당하게사회에서자리매김하고있다.직장에서승진할때도,

작품공모전에서상을받을때도,할아버지에대한감사함과그리움

이가슴에서벅차오른다.내꿈을대한민국에서마음껏펼칠수있

게해주신할아버지의은혜를잊을수없다.어둠속에서광명을얻

게하는호롱불처럼,할아버지는인생의방향을제시해주시는내

마음의호롱불이다.

내가어느새55살이되었다.그동안뭐하고살았을까생각해

보면아득하다.

아들대학졸업식에참석하느라전주에서고속버스를타고서울

터미널에내렸더니아들이마중나와있었다.설명해주면내가물

어물어서하숙집으로찾아갈수있는데,아들말로는‘가르쳐주어

도모르니’마중나온거란다.‘아직은가르쳐주면아는나이인데…’

싶어서아들말이서운했지만,서울지리에서툰나는아들뒤만따

라갈수밖에없었다.

지하철안에들어가니아들이빈자리를가리키며앉으라했다.나

는아들이가리킨자리에앉지않고텅비어있는줄에앉았다.“엄

마!거기는노약자가앉는자리예요.엄마는거기앉으면안돼요.”

신꽃순

전북 전주시 덕진구 가리내

내 나이 55살, 서울 구경

Letter 5

이달의 편지 24 |

Page 14: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아들이나더러일어나저쪽으로가라고했다.“아들,나도이제늙

었어.나이먹었다고”하며자리를고수하자,아들이옆으로왔다.

“엄마가늙었다고하면안돼요.한창나이에뭐가늙어요.사람들이

외국인이라고할거예요.저기그림을봐요.이자리는저런사람을

위한자리라고요.”아들이가리킨곳에는몸이불편한사람,임신한

사람,나이든사람이그려져있었다.그래도나는고집했다.“자리

가텅비었으니앉아가도되는데왜자꾸일어나라는거야?”아들

은자리가비어있어도젊은사람은앉으면안되는자리란다.

잠깐생각에빠졌다.서울에처음올라온내가서울문화를이해

못하는점도있지만,아들말대로라면나는아직늙지않은나이인

가?그럼아직청춘이란말인가?그건아닌데….

한편으로는아직산에도잘오르고,걷기좋아하고,운동도잘하

니누가나더러늙었다고하면기분이나쁘려나싶었다.하긴나는

아직‘할머니’소리는들어보지않았다.

하숙집으로가려면전철을갈아타야한다고하더니만,아들이중

간에버스를타자고한다.아들뒤를따라계단을올라가니공원같

은곳이눈에띄었다.아들이손으로가리키며‘독립문’이라고했다.

“뭐?독립문?말로만듣던독립문을여기서보네.아들,사진찍

자!”아들을졸라아들이랑같이사진을찍고는“이런곳에와보다

니진짜좋다,진짜좋다!”하니“그렇게좋아할람시롱!엄마한테보

여주려고여기서내리자했어요”한다.“아들,고마워.진즉에올라

올걸.이런것도구경하고!”아들이“엄마,누가엄마보고노인이라

고하겠어요?소녀같이좋아함시롱.앞으로는노약자석에앉지마

세요”하는데웃음이났다.

내나이55살.많이먹었다고생각했는데아닌가보다.서른중후

반쯤텔레비전을보다가출연자밑에이름과나이가적혀있는데내

나이와같아서얼마나충격을먹었는지모른다.‘저얼굴이내얼굴

이었나?’싶어서거울을들여다보고내얼굴과출연자얼굴을비교

하면서손가락으로나이를짚어보니,마흔이코앞에와있었다.그

렇게먹고싶지않은나이,마흔이바로앞에있다니….그며칠밥

도못먹고시름시름앓았다.그때는마흔이면엄청많이먹었다고

생각했다.그런데서른아홉을아무일없이통과하고,마흔아홉도

아픔없이잘넘어,무덤덤한지천명을이렇게보내고있다.

예전에는그렇게기다린봄이,그렇게설레던봄이,이제는‘봄이

왔는가보다’하는정도인걸보니,내가편안해졌나보다.가끔은

물어본것을또물어보고,아까말한것을또말하고,잘보관한다고

했는데생각이안나서허둥대기도하지만,아이들아프지않고잘

자라준덕에이만큼살아온것아닌가싶다.

졸업식이끝나고,아들이터미널까지바래다준다고해서“아들,

혼자갈수있어.어제내린독립문에내려서터미널가는것타면

되잖아”하며,공부할시간낭비하지말라고혼자갈수있다고했

다.“엄마,어제는독립문에서내려버스를탔잖아요.오늘은지하

철을타고바로터미널까지같이갈게요”하는아들.

지하철안에노약자석은비어있었다.아들이나를쳐다보았다.

아들이했던말을무시하고앉으려다가말았다.이제아들눈치를

보는걸보면내가나이를먹었는데,그런데도아직은노약자가아

니란다.그런가보다.

모처럼서울나들이에즐거웠고,서울문화를배울수있어서좋았

다.내나이55살.즐겁게,더즐겁게살아야겠다.아들말로는노

약자석에앉을나이가아닌,‘한창나이’라니말이다.

이달의 편지 26 | 27

Page 15: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이달의 편지 28 |

매일아침7시에집을나서서만원버스를타고김포에서가장

가까운지하철역인9호선개화역으로가지하철을타고종

로5가까지출근하는직장인입니다.

직장인들이제일힘들어한다는월요일.여느아침처럼출근하기

위해버스정류장을향해가던중반가운동네동생광호군을만났

습니다.광호군은용산근처유명한교복회사에취직해오늘이첫

출근이라고합니다.함께만원버스를타고개화역으로가는데,맙

소사!지하철역미처못가서저희가탄버스가옆차선승용차와사

고가나버렸습니다.개화역에서출발하는7시57분열차를타야우

리둘다무사히출근할수있는데,사고가난시각은7시49분.사

고수습을위해버스가갓길에서자말자저는광호군에게외쳤습니

우영수

경기도 김포시 유현로

택시기사님, 감사합니다!

Letter 6다.“광호야뛰자!”지하철역까지뛰어가도10여분,저는지각이겠

지만광호군은다음기차인8시7분열차를타면가까스로첫출근

지각은면하겠다는생각이었습니다.

지하철역으로가는큰길옆샛길로뛰기시작한지얼마지나지않

아뒤에서“빵빵”하는자동차경적이들립니다.뒤를돌아보니흰색

택시한대가다가오고있었습니다.비켜달라는소리라여기고옆

으로비켜선순간택시기사님께서창문을내리고“빨리타세요!”하

십니다.더생각할겨를도없이택시에올랐습니다.

“감사합니다.저희가은인을만난것같습니다.오늘동생광호가

첫출근인데,기사님덕분에무사히출근할수있을듯합니다”라며

거듭감사인사를했습니다.택시기사님은“그런줄알고타라고했

습니다.뒤에서보니버스가사고가났는데,두사람이내려서뛰어

가는걸봤어요.”

감사한마음도잠시.택시를탄시각이7시53분.2분안에지하

철역에도착해야가까스로57분차를타겠다고생각하며맘졸이고

있는데택시기사님이“금방도착할테니걱정하지마세요.그리고

돈안받습니다.그것도걱정마세요”라고안심을시켜주십니다.

은인을만난것같아너무감사한하루의시작이었습니다.54분에

지하철역앞에도착,택시에서내리자마자우리두사람은또뛰기

시작했습니다.가까스로57분지하철에탑승!감사한기사님덕분

에한청년의첫출근도,한직장인의평범한월요일출근도무사히

지나갔습니다만,아뿔싸!기사님의연락처를여쭤보지못했습니다.

한청년의새로운시작을잘해낼수있게해주셔서진심으로고마

웠습니다.그리고기회가된다면맛있는커피라도,시간이허락되신

다면맛있는식사라도대접해드리고싶습니다.

이달의 편지 28 | 29

Page 16: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이달의 편지 30 |

누구는내아내가꽃사슴을닮았다고했다.나는속모르는소

리말라며일축했지만아내는그애칭을좋아했다.아내는

결코꽃사슴처럼눈매가초롱초롱하거나선한얼굴이아니었지만,

아내가그렇게되기를바라는마음을담아나도가끔은아내를꽃사

슴이라불러줬다.

하지만나의의도와는달리,아내는나날이꽃사슴의‘입’과‘뿔’만

닮아갔다.무수히많은요구사항과잔소리를늘어놓고,이젠툭하면

나를들이받는다.그리고서운한일이생기면반추동물답게소화가

다될때까지무한되새김질을한다.오늘아침에도그랬다.

“자기야,일어나봐.우리얘기좀해.”

“무슨얘기?좀있다하면안될까?”

김송범

전남 영암군 군서면

꽃사슴과 태몽

Letter 7“안돼!지금해야돼!”

아내의음성은조용했지만왠지격앙되었고,교묘하게감춰둔뿔

이머리칼사이를비집고나오는듯했다.이정도면심각한일이다.

나를부르는목소리에서도,나를흔들어깨우는손끝에도날이서

있었다.이럴땐무조건미안하다는버튼을누를‘준비’를하고있어

야한다.무턱대고미안하다는말을했다간더큰봉변을당할수있

으니,일단탐색전부터벌여야한다.

나는눈을비비고하품을하는척하며느릿느릿하게상체를일으

켜세웠다.그리고동시에모든촉각에비상전원을켜고기억저장

장치를점검해나갔다.간밤엔친구들과늦게까지술한잔마시고,

아내를불러차를타고집에왔다.술을마신날아내를불러집에

오는건택시비가아깝다며아내가권장한사항이다.대체뭘까?아

무리필름을돌려봐도어젯밤나의실수를찾을길이없었다.이럴

땐퉁명스럽게한번찔러보는것도괜찮다.

“뭔일인데아침부터이리호들갑이야?”

아내는내바지주머니에서휴대폰을꺼내더니자기것인냥비밀

번호를척척누르고나서통화기록을가리켰다.

“어제자기랑집에오는길에자기가차에서하도그여자동기자

랑을해대서,내가자기휴대폰좀봤다.그래도생각안나?”

가만…어제밤,호프집앞에서아내를기다리는동안회사여직원

에게문자를보내긴했다.나와같은날,같은사무실로전입해와서

편하게전입동기라부르는후배였다.

기억을더듬었다.아,그래!낮에동기가어렵사리늦둥이를가졌

다며좋아하던게생각나서내가꿈에백두산호랑이가세상을향해

포효하는태몽을꿨으니,아마백두산정기를받은아들일거라는

이달의 편지 30 | 31

Page 17: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이달의 편지 32 | 33

이런밑도끝도없는문자를보냈는데,아내가그걸보고따지는모

양이었다.

“그거별거아니야.동기가늦둥이가졌다고좋아하기에내가태

몽꾼거같다고축하메시지하나보냈어.”

“애들때도안꾼태몽을꿨다고,당신이그여자남편이라도돼?”

나는봤다.드디어아내의꽃사슴같은눈망울에이슬이맺혔고,

머리에선뿔이돋아났다.무서웠다.분위기가아주험악해져갔다.

그리고하필이면그때그후배에게서전화가왔다.아내가호흡을

겨우가라앉히며휴대폰을건네주었다.

“주임님!이게뭐예요.보내려면똑바로보내야지.나는딸인데,

주임님태몽은아들이잖아요.”

“아,아들아니었어?나는동기가아무거나잘먹기에아들인줄

알았지.”

“그래도그렇지.아참!미경씨가아들이라는말이있던데,미경

씨태몽인가?”

“그런가?그럼미경이한테다시보내야겠다.”

옆에서내내통화내용을듣고있던꽃사슴은어느새백두산호랑

이가되어포효하고있었다.

“뭐?미경이?미경이는또누구냐고?나가,당장나가!”

이럴땐그어떤변명보다삼십육계줄행랑이최고다.훗날,꽃사

슴인아내는반추동물답게소화가다될때까지이일을무한되새김

질하겠지만,나는하늘을우러러한점부끄럼이없다.

나의꽃사슴박정미씨,지금까지나와살아봐서알겠지만,나에

겐언제나오로지당신뿐이라오.그러니괜한의심말고,앞으로도

영원히나의꽃사슴으로내곁에있어줘요.사랑합니다.영원히!

지방에살았던저는2016년결혼해서남편이있는경기도로

오게되었어요.아는사람하나없는용인에서애를낳아키

우면서늘집에만있었습니다.

남편은아기엄마들을사귀어보라했지만그땐엄마들끼리몰려

다니는것도안좋은시선으로봤고,혼자있는게편했던제성격상

아파트단지안에아기엄마들은많지만친구를만들기는힘들었어

요.

아기가돌이되어어린이집에보내게되었는데거기에서같은반

아기엄마다섯명과친해지게되었어요.휴대폰단체방을만들어서

육아퇴근을하면밤늦게까지수다를떨다자고낮에는일주일에한

두번같이점심도먹고커피도마시며가까워지게되었어요.아기

소지혜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연원로

4시의 신데렐라들

Letter 8

이달의 편지 32 |

Page 18: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이달의 편지 34 | 35

엄마들과일년이란시간을함께하며서로의일상속에녹아들어이

제는척하면척하는사이가되었답니다.

아이키우다보면부부싸움정말많이하죠.저도두돌아기,5개

월아기,연년생을키우다보니남편과심하게다툴때가있는데싸

움후울고자서퉁퉁부은눈으로아이등원시키다엄마들하고마주

치면후다닥피하곤하는데,엄마들은제게‘밥은먹었냐’며밥사와

서먹이고,아기봐줄테니‘샤워하세요’하면서둘째아기봐주는데

얼마나고마운지모릅니다.

육아도힘들고부부싸움으로지치다가도낮에잠깐씩만나커피

한잔하면서수다를떨고나면활력소가생긴답니다.하원시간전에

만나커피한잔마시다가네시가되면어린이집으로달려가는우리

는네시의신데렐라들이에요.네시의신데렐라들고마워요.

저는38세의나이에4월17일세상을떠난우리처제에게편

지를쓰려고합니다.처제는뇌출혈로쓰러져1주일투병하

고,뇌사판정이후장기기증으로9명에게새생명을주고하늘나

라로떠났습니다.우리동서와초등학교5학년과6살의조카를남

겨두고요.

사랑하는우리처제현정아!

하늘나라에서이방송을듣고있을까?

대학동기였던네언니를내가대학교1학년때만났으니,중학생

이던그시절부터너를안지도23년이되었구나.

2주전갑작스럽게쓰러져서일어나지못하고,저번주끝내천국

송일석

인천광역시 부평구 안남로

9명을 살리고 천사가 된 처제

Letter 9

이달의 편지 34 |

Page 19: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으로가버린예쁘고,세상에하나뿐인처제였던너.

이제누가나에게형부라고불러줄수있을까?

너의38번째생일인4월7일일요일,삼남매가족과부모님을비

롯해14명이만나함께식사하면서너의생일을축하해주었지.조

카가독감에걸려결석으로인해다음날휴가를보내던네가월요일

밤10시에뇌출혈로쓰러졌다는말을믿을수가없었다.

“어제까지함께밥먹었는데,말이되니?젊으니까내일일어나겠

지.”언니에게말했어.

다음날오후병문안을하러가서의사에게물어봤지.

“언제깨어나요?언제일어날수있어요?”

의사선생님의“지금은깨어나는게문제가아니라사느냐,죽느

냐의문제입니다”라는말에충격을받았다.

1주간매일같이병원응급실에가족들이찾아가면서하루에면회

가2번밖에되지않지만,실오라기를잡는심정으로,신이우리의

기도를들어주리라생각하면서병원에서무작정기다렸지.

너를가장사랑한안서방은응급실대기실의자에서혹시나하는

마음으로웅크리며1주일을보냈다.그러면서장인어른과장모님께

“더잘해줄것을…제가잘못했습니다”라고몇번을이야기하며울

었다.

저주파치료를해도뇌부종이가라앉지않아결국은뇌사판정을

받은너에게우리는무엇을해줄수있을까고민을했어.예전부터

장기기증을미리신청한언니의조언으로가족들을설득하고,너의

남편을설득하여장기기증을결심하였지.

무엇보다아이들에게엄마가세상을떠나면서많은사람을살렸다

는것을알려주고싶었고,너의인생이헛되지않았다는것,너의일

부가아직살아있다는것은우리에게도위로가되었어.

일요일네가잠든곳을보고온후한국장기기증원에서연락이왔

구나.너의자랑스러운이름이2019년장기기증자144명중에있었

고,하늘에도편지를보낼수있더구나.네빛나는이름이전부공개

되지않아,연락해서조카들이알아볼수있도록모든정보를공개

해달라고요청했어.그리고언니,나,네남편이하늘나라로편지를

보냈고….

조금만더함께있었으면너무나고마웠을네가너무밉고그립구

나.네가병원에입원한주말,모든가족이함께가기로했던인천의

캠핑장은계속머리에남는다.‘함께가야했는데’라며.네가떠났지

만그래도우리가족간의약속이어서다시예약하려해.

비록너는우리곁에없지만,우리가더욱행복하게지내려고노력

하고,너의남편과조카들잘보살펴줄게.마음기댈곳을잃은부

모님과언니꿈속에나타나마지막인사를해주었으면좋겠어.

사랑한다,우리현정이.

하늘나라까지는우리를힘들게한만큼힘들게가고,하늘나라에

서는행복하게천국에서지내길기도할게.

정말사랑한다.우리이현정!

2019년현재장기기증이144명이라고합니다.아직우리나라곳

곳의병원에서투병하고있을어린아이,학생,청년에게큰힘이되

는장기기증이많았으면좋겠습니다.

저도이번주에장기기증신청을하려고합니다.그리고하루하루

를소중하게사랑하며살아가려고합니다.처제의몫까지더욱열심

히살겠습니다.

이달의 편지 36 | 37

Page 20: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이달의 편지 38 |

아들친구들과작년부터약속한캠핑을파주로다녀왔습니다.

저를포함남자5,여자0.떠나기전마음속으로다짐했죠.

‘나는절대손하나까딱안하고애들많이시켜먹어야지.좋은

경험일거야.’

그리고지난주말파주오토캠핑장에서캠핑을시작했습니다.이

자식들이도착하자마자덥다고반팔옷으로막갈아입네요.

아들친구녀석들목록을소개하자면,이놈들은1학년때부터지

금까지동네와학교를주름잡고다니는허클베리핀같은놈들이죠.

용돈떨어졌다고설날에우르르몰려와세배하고제지갑을강탈해

간날강도들이기도합니다.

1번김민재허당입니다.자꾸넘어지고흘리고떨어뜨립니다.2

강전웅

인천광역시 계양구

독박 캠핑

Letter 10번최현호삐질이입니다.캠핑유경험자로다른놈들에비해써먹을

구석이많지만단점이잘삐집니다.3번박시우날고기입니다.진

짜날고기를좋아하는뭔가4차원끼가다분한녀석이죠.마지막으

로4번강현수아!제아들강현수.집에서는착하고말잘듣고예

의바르고집안에자랑이던아들이,친구들하고만있으면1번2번3

번을골고루섞어서행동합니다.

처음엔짐내리기도잘도와줬습니다.잠자리도정리하고,녀석들

제법쓸만합니다.특히3번,4번이잘합니다.다음은텐트팩박

기.1번,2번이좀아쉽지만그럭저럭잘했습니다.

대충짐정리를마치고“라면끓여줄게”했는데4명다안보입니

다.‘그래놀아라.휴대폰보다낫지뭐’했습니다.요놈들소리가산

에서들리다가계곡쪽에서들리고동서남북다쑤시고돌아다닙니

다.불러다라면먹이고설거지시켰더니1번허당김민재안옵니

다.2번삐질이는3번날고기가때렸다고삐져서차에들어가안나

옵니다.4번은뭐가그리좋은지흥얼흥얼거리며뭔가를막주워서

옵니다.죽은붕어.나뭇가지등등이네요.

억지로설거지보낸1번허당이오다넘어져다시갑니다.그릇이

사방팔방돌아다니네요.총체적난국으로멘붕이옵니다.불피워

서고기라도구워줘야지했는데,장작이젖었는지불이잘안붙고,

고기도안익습니다.배고프다며3번날고기는닭꼬치를안익은채

로먹으면서웃습니다.“아저씨,저이런거도잘먹어요.헤헤.”그

러면서이번엔안익은삼겹살도먹으려고합니다.“시우야,안돼!”

급한맘에꼬챙이던지려다겨우참았습니다.

이쯤되니머리가하얗고아무생각이안듭니다.2번삐질이는아

직도차안에서안나오고나머지는계속먹습니다.삼겹살3근,불

이달의 편지 38 | 39

Page 21: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이달의 편지 40 | 41

저는소중한아내와4살딸그리고곧세상밖으로나올엄마

배속에있는아기의아빠입니다.우리가족은넉넉하지는

않지만열심히살려고노력하고있습니다.저는새벽6시에일어나

출근하고오후6시에퇴근,다시저녁7시아르바이트를하고밤12

시에집으로들어와하루를정리합니다.

힘들지만가족을위해열심히노력하며살고있고몸은조금피곤

해도행복하게살고있습니다.열심히살다보니이번에LH행복주

택에당첨되어방1개거실1개구조인집에들어가게되었습니다.

비록작지만저렴하고깨끗한집으로이사를하게되었습니다.

마침이사날짜와살던집계약날짜도크게차이가나지않아아

내도저도좋아했지요.LH주택계약금과보증금은대출을통해진

애청자

집주인,너무합니다

Letter 11

고기2근,닭꼬치2봉,라면5개.상차리다지쳐다포기.‘에라모

르겠다.’“얘들아,아저씨먼저잔다.”9시쯤먼저취침.애들은안

잡니다.뭐가좋아웃고난리들이네요.

어찌어찌밤이지나고다음날아침,또라면먹고혼자낑낑대며

짐챙겨오려는데저기계곡아래에서4번내아들이3번날고기를

부축하며옵니다.넘어져서무릎이까졌다고밴드달라네요.확마!

이것들을!

집에도착해애들집에내려주는데1번2번3번4번다함께“아

저씨언제또가요”하기에,“응,가야지.너희부모님들이랑.”썩은

미소를지으며즐거운독박캠핑을하고왔습니다.몸은힘든데그

래도괜히기분은좋아지려고하네요.사랑한다,얘들아!

이달의 편지 40 |

Page 22: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행하였고살던집보증금500만원을받게되면대출금일부를상환

하자는계획을세웠습니다.이사비가아까워회사에있는트럭을빌

려혼자짐도다옮겼습니다.

그러고나서이사할집계약날짜가다되어집주인에게보증금이

야기를했습니다.물론계약날짜두달전에전화도드렸고요.그런

데계약날짜가되자집주인은청소가안되어있어서보증금을줄

수없다고하더군요.그래서저는만삭인아내에게청소를부탁할

수없어아르바이트하는곳사장님에게양해를구해하루쉬고저녁

시간에청소를하기로했습니다.나름약품도사다가스레인지도닦

고화장실,세탁실,바닥걸레질까지하고집주인에게청소했다고

연락했습니다.

이틀후연락한집주인은또다시청소가안되어있어서보증금을

못주겠다고합니다.너무어이가없어서“청소를나름했는데입주

청소하는분이라도불러서청소해드려야하는거냐”묻자“그건그

쪽이부르든지말든지깨끗하게해놓으라”는겁니다.어떻게청소해

도이집주인은맘에들어할거같지않아“그럼보증금에서청소비

빼고보내달라”고했더니,30만원을뺀470만원을돌려받았습니

다.집은18평정도되는데살면서입주청소같은걸해본적이없

어서그금액이맞는지모르겠지만더이상이야기하기싫어집주인

에게따지지않았습니다.

그러고나서저희는열두달동안관리비에포함된장기수선충당

금을집주인대신내었는데그12만원을돌려달라고했더니집콘

센트옆이망가졌다고공사하고돈이남으면돌려주겠다고하는겁

니다.그파손된부분은저희가들어올때콘센트옆석고보드가아

주조금들어가있었는데1년살다보니석고보드에붙어있던도배

지가더찢어진거로알고있었습니다.이사올때찍어둔사진이있

었는데휴대폰사진이지워져따질수가없었습니다.

제가월세10년살면서이런집주인은처음입니다.아내도억울했

는지서럽게울더군요.“42만원이면잠못자고10일아르바이트

해야나오는돈인데…”라고이야기하면서요.그래도저는LH주택

이돼서앞으로월세엄청나게아낄수있다고위안삼고잊어버리자

달래주었지요.

집주인은4일째연락이없네요.참고로계약서에는계약종료시

‘커튼빨아놓을것’이라고쓰여있고,입주청소해놓을것이런내

용은없네요.집주인은30만원주고청소를했을까요?12만원주

고망가진데고쳤을까요?궁금합니다.

못난남편만나고생하는아내,정말미안하고사랑합니다.

이달의 편지 42 | 43

Page 23: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이달의 편지 44 |

저는춘천의한요양원에서복무하고있는사회복무요원입니

다.

처음요양원에왔을때는치매어르신들과아픈분들을제가어떻

게감당해야하나걱정이앞섰습니다.그래서요양원으로배정받은

것에대해불만이많았습니다.요양원에서일하는것이다른친구들

에비해정신적육체적고생이많다고느껴무기력하고힘들었습니

다.

처음복무를시작할때저는요양원내부의주방에서일했습니다.

많은어르신과선생님들이드실식사준비보조를하고,설거지등

여러일을했습니다.처음일하는곳이고,일에적응하느라다른사

람들에대해신경쓰고배려할생각을못했습니다.

어형규

강원도 춘천시 칠전서길

요양원 근무

Letter 12일이적응되어어느정도여유가있을때쯤저는식당에서식사하

시는어르신들이어떻게생활하고식사하는지궁금해서그날부터어

르신들식사하실때먼저인사를하기시작했습니다.어르신들은항

상밝고반갑게인사해주셨고,그이후로대화를하면서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르신들의특성과질병그리고못드시는음식등을하나하나알

아가기시작했습니다.

어떤어르신은목소리가크고욕을잘하시며,어떤어르신은온화

하며조용하시고,어떤어르신은활동하는것을싫어하시는등다양

한어르신들이계셨습니다.

못드시는반찬들만나올경우예전에외할머니에게배웠던간단

한요리를해드리기도했고,치매어르신들께는제이름을매일매일

알려드리기도했습니다.

사소한것하나하나에어르신들은고맙다는말을아끼지않으셨

고,몇몇치매어르신들은제이름을외워제이름을불러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런부분에서저도모르게뿌듯함을느꼈고,이뿌듯함이없었으

면제가지금까지이렇게즐기며일을다닐수있었을까생각하고있

습니다.

이제복무가4개월남은지금,많은생각이들며여러감정을느

끼고있습니다.제게있어사회복무요원기간은저의인식들을바꿔

주고,제성격을바꿔주며,다양한경험을안겨준후회없는24개월

이될겁니다.

남은기간어르신들과함께즐겁게보내고싶고,제가나간이후에

도어르신들께서오래오래건강하게사셨으면좋겠습니다.

이달의 편지 44 | 45

Page 24: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이달의 편지 46 |

양희은서경석님,팟캐스트를아시지요?여성시대도팟캐스

트에서당당히한자리를차지하고있으니당연히아시겠지

만,사실저는복지관교양대학프로그램으로처음팟캐스트를접했

을때‘이게도대체뭐야?’하며고개를갸우뚱했었답니다.그렇게

무지했던제가강의를들으며비로소팟캐스트의세계로들어서게

되었지요.

인터넷1인방송.매번라디오를통해듣기만했던방송을제목소

리로만들어서듣는건너무나도신기한경험이었지요.기획,대본,

음악선정,디제이까지나만의콘텐츠를만들어누군가에게들려주

는건너무도큰행복이에요.

어떤분이청취자가되어줄지,또그분이애청자로계속나의방송

정혜선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숲속마을

팟캐스트 정복

Letter 13

을사랑해줄지는알수없지만,마음을다해정성껏방송을준비하

는과정에서오랜만에가슴두근거림을느끼며마냥설레기만했습

니다.

‘고양라디오’라는타이틀로2년에걸쳐총10명의팟캐스터를배

출해낸탄현장애인복지관의작은방송실에서는장애를가진디제이

분들과그렇지않은디제이분들이섞여각자의개성에맞는멋진활

약을하고있답니다.

우선,자전거여행중사고로장애를갖게되었다는우리의맏언니

장순분디제이님은칠순이넘으신연세에도불구하고맑고고운목

소리로한때성우가되고싶었던꿈을팟캐스터로새롭게재탄생시

킨인간승리의표본이세요.

이달의 편지 46 | 47

Page 25: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이현수님은음악방송을하시는데요.매회7080의멋진가수분들

을한분씩선정해그분들의인생얘기와노래로우리들의감성을촉

촉이적셔준답니다.

또,척추장애를갖고계시지만우리들의작은거인,늘커다랗고

걸걸한목소리로구수한방송을하고계신멋진디제이홍정숙님의

방송은한편의수필을읽는듯늘정겹고따뜻하지요.

그리고고양라디오의막내디제이신광숙님은복지관의이런저

런소식과함께초대석도진행하면서장애인의알권리를충족시켜

주는멋진주부디제이랍니다.

이렇게1기선배들이잘이끌어주셔서우리2기팟캐스터들도디

제이대열에동참할수있었어요.

먼저신현선디제이는희귀질환인근이완증으로목조차가누지못

하는힘든몸이지만,누구보다도열정적인팟캐스터입니다.

매회감동의언어로인생고백을하여우리를눈물짓게하는예쁜

현선씨는언제나완벽한방송을위해노력하는멋진디제이죠.제

가원고쓰기힘들다고,엄살아닌엄살을부릴때마다부끄러운투

정으로만들어버리는정말존경스러운사람이에요.

또우리장애인들의동반자이자활동가겸선생님인디제이최선

자님은매번“난너무못하는거같아”하면서도늘예쁜추억노래

와이야기로즐거운방송을합니다.

또한분의음악디제이오세미님은신청곡으로청취자들과소통

하는카랑카랑한목소리가매력이에요.

반짝반짝루비책방의권수연디제이는매회재미있는동화와의

미있는이야기로아이들의꿈을지지해주는멋진방송을하는데루

게릭병이라는힘든병마와싸우면서도고향의이런저런소식을전하

는인터넷기자일도병행하는따뜻한디제이랍니다.

이경숙디제이는‘이가네동행’이라는제목에서도느껴지듯가족들

간의사랑과우애가너무도돈독하여지금은편찮으신부모님간호

를위해좋아하는방송을잠시쉬고있는효녀디제이십니다.

마지막으로저,정혜선디제이는처음엔‘울엄마는요~’로시작했

다가소재의고갈로‘여러분의이웃,막내딸내미,정혜선입니다’라

는이름으로다시찾아온지체1급의장애인이랍니다.장애인으로

살며누군가의딸로,또엄마로,또여러분의이웃으로,함께살아

가는이야기를하고있어요.

이밖에도방송에꽃을피워주시는피디,우리주성돈복지사님.

그리고영상으로우리팟캐스터들의모습을의미있게남겨주시는

재주꾼이순흥님.마지막으로팟캐스트가뭔지도몰랐던우리10명

의평범한사람들을팟캐스트의길로이끌어주신김지혜선생님까

지.모두가고마운분들이랍니다.

아참!빼놓으면서운한우리담당복지사이은영선생님은교육에

서부터송출까지보이지않는곳에서애써주시는분이고요.넓지않

은복지관한편에방송실까지꾸며주신우리탄현복지관관장님께도

감사드려요.

앞으로도언제까지가될지는모르겠으나작은열정이큰힘으로

이어져장애인과비장애인의소통수단이되어열심히살아가는이

야기를해보려합니다.

벌써많게는16회까지꾸준히방송하고있는우리,조금은어수룩

한열명의팟캐스터들에게베테랑중베테랑이신우리양희은,서

경석디제이두분이응원해주신다면얼마나큰힘이될까요?응원

해주세요.열심히달려가보겠습니다.

이달의 편지 48 | 49

Page 26: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이달의 편지 50 |

아버지집에15년된냉장고가말썽이다.하긴결혼한지13년

된우리집냉장고도말썽이니바꿀때가되긴되었지.그러

나냉장고를바꾸기싫었다.이냉장고는내가첫월급탄기념으로

엄마에게사드렸던냉장고다.엄마가결혼할때샀다는2칸짜리금

성냉장고를밀어내고그당시800리터가넘는최신형냉장고를부

엌에들여놓고새냉장고를닦고또닦던엄마의모습이선해서다.

버리기싫었지만15년된냉장고가엄마돌아가신지석달만에

시름시름앓더니운명을다했나보다.‘덜덜’거리던소리도나지않

고,아내에게부탁하여마련해온밑반찬도다쉬었다.물론아버지

는냉장고를잘열어보지도않으시지만냉장고는알고있었나보다.

엄마와운명을같이할것을.

한광희

경남 진주시 사들로

엄마 따라 간 냉장고

Letter 14

냉장고속검은봉지에넣어둔각종양념,유통기한이훌쩍지나버

린고기며생선,반찬들,자식들올때만꺼내주던귀한음식들이이

제는냄새나는골칫덩어리로바뀌었고,냉장고청소란걸생전처음

해보면서참으려했으나결국울음이멈추지않고계속흘렀다.냉

장고를배송해주는아저씨들이이상하게쳐다본다.

이번에새로산냉장고는문두칸짜리작은냉장고.새냉장고의

비닐을뜯으니특유의플라스틱냄새가났다.냉장고만바뀌었는데

도이집에서엄마의흔적이또하나사라진듯하다.

앞마당에주차하는소리에현관문을열고반겨주시던엄마의목소

리도이제는들리지않고,마당뒤안의감나무의감도작년에는열

리지않았다.들깨며고추,콩,된장도이제는마트에서사야한다

는사실이실감이나지않으니,엄마의죽음보다현실의된장이,고

춧가루가더새삼스러우니멈추지않았던울음이멈춘다.

이달의 편지 50 | 51

Page 27: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이달의 편지 52 |

내나이32살,처음으로제주에서차를빌렸다.‘비자림’이라는

관광지가표시된지도한장이전부였다.마땅한정보도없

었고,가는길은첩첩산중,비자림으로가는길에울창한삼나무숲

을만났다.

을씨년스러운아침공기를뚫고차는달렸다.삼나무가로수는허

공에자를그어놓은듯가지런했다.삼나무가로수는낮에도햇빛을

차단했고,숲에걸친하늘은한평도되지않았다.어디선가악령이

막튀어나올것만같았다.숲은음산한데아름다웠고,아름다운데

음산했다.사람들이이숲을‘사려니숲’이라부른다는사실을수년이

지난후에알았다.

어느해인가.내가잠시제주에머물때여름이깊어가는어느날

천년의 숲 비자림에 홀리다

김덕길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마북로

Letter 15

밤사려니숲의유명세를확인코자다시그숲을달렸다.사려니숲

입구는그전처럼두려움과형언할수없는아름다움이공존했다.

그날따라안개가자욱했다.한참을달리는데무엇인가휙하고차

앞을가로질러지나갔다.

“끼이이익!”

순간브레이크를밟았다.노루다.노루는찰나에시야에서사라졌

다.박차오르는뒷다리의탄성이허공을딛는순간,풀숲이흔들렸

다.그게끝이었다.소리의끝은멀어지다멎었다.나는겨우안도

의숨을내쉬었다.

어느해인가.드디어사려니숲을걸었다.사려니숲안쪽의길바닥

은붉은화산석인송이석이다.송이석붉은자갈이깔려걸을때마

이달의 편지 52 | 53

Page 28: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이달의 편지 54 | 55

다발밑에서사각사각소리가났다.여름더위에땀이식지않았고,

길은단조롭고넓었다.결국한시간여를걷고지루해서돌아왔다.

이것이내가경험한사려니숲의전부다.

32살때내가본비자림은나무가울창했고,사람한명없었고,

적막했다.정보를알지못하고갔기에알지못한그만큼만보였다.

그래서다시비자림을찾았다.

비자림은삼림욕장으로불린최초의장소다.비자림단일수종

으로도세계최대규모다.수령이500~800년인오래된비자나무

2,800여그루가하늘을가리고있는매우독특한숲이다.비자림의

이파리는낙엽을쓸어내는비를닮았다.

숲은울창했으나거만하지않았다.수백년된비자림을타고다른

나무가기생해도비자림은묵묵히그들을받아들인다.곶자왈의태

곳적신비와우람한나무들의버팀이웅장하다못해장엄하다.

길은구불구불걷기좋게이어진다.넓지않아길이숲을방해하지

않는다.비자림사이로들어오는햇살은신비롭다.하염없이걸어도

다시걷고싶게만드는묘한매력이있다.이렇게아름다운길을그

동안은왜모르고지냈을까.나보다아내가이곳을더좋아하는걸

보니오길잘했다는생각이든다.

우리는느리게걷는다.숲에몸을맡긴채걷는다.터벅터벅걷는

다.사부작사부작걷는다.세월아네월아걷는다.탱자탱자걷는다.

느리게걷는걸음하나에표현할이많은단어가있음이고맙다.피

부세포하나하나에신선한공기가살포시들어와스민다.

너무좋아서피식피식웃음이나온다.‘홀린다’는표현을쓸일이

없었는데,오늘은꼭쓰고싶다.나는여기비자림에홀린다.홀려

서나를잊고걷는다.

짧은6년이내학창시절의전부였다.보릿고개가난으로진학

을못했다.나는달리기나체육과는거리가멀었지만,그림

은항상최우수성적으로그린것마다게시판에전시되었다.도대

회까지진출하여상을받았다.졸업후에호랑이와장끼를그려사

랑방에붙여놨는데마치살아서나타날것같다는칭찬도받았다.

어깨가넓어지는스무살에무작정상경하여취직한곳이아내의

큰오라버니의공장이었다.나는낮에는열심히일하고,밤에는책

을읽고그림을그리며꿈을키워나갔다.

우연히사장님의가족사진에서샛별같이빛나는처녀를발견했다.

산초열매처럼반짝이는눈동자,앵두같은입술,삼단같이검은머

리는선녀나다름없어보였다.흡사이슬머금은작약꽃같았다.나

홍원주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아내의 초상화

Letter 16

이달의 편지 54 |

Page 29: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이달의 편지 56 | 57

는그녀를마음에찜하였으나현실의벽은높았다.그녀는부농의

막내딸이며사장님의여동생이요,나는가난한소작농의학벌없는

총각이었으니말이다.

그렇지만단념하지않고주소를알아내어3일에한통씩연애편지

를보냈다.나의소개로시작하여앞으로의꿈과목표를분명히알

려주었다.답장은오지않았으나입대시까지편지를보냈다.입대

를앞두고만원권돈뭉치와원앙한쌍을그려보냈다.드디어답장

이왔다.제대할때까지시집가지않고기다리겠다는말이었다.나

의끈기와집념에마음을열었다고했다.

34개월군복무를마치고,그녀의집으로달려가결혼승낙을받

았다.중장비면허증을보이고목표를말하니승낙하신것이다.처

가의넓은마당에서전통혼례를치르니마을총각들이허탈해했단

다.

나는결혼하고취직하여공사현장으로떠나고,아내는남편이없

는독수공방에서문풍지와함께고독을달래며살아야했다.나는

이재에둔감하고고집이세어아내의속을무던히썩였다.아내가

집을사자고하면소를많이사서‘소파동’을겪었다.다시돈이모

이면증권을사서상투를잡았다.아이들이태어나고,잦은이사로

아내의모습은점점젊음을잃어갔다.

다시그림이그리고싶어초상화를그리기시작했다.아내의초상

화를그리려고사진을확대하였다.아내의주름살은이미골이깊어

져있었다.주름살하나를그릴때마다회한이몰려왔다.아내의주

름살을이렇게패이게만든것은바로‘나’라는생각이들었다.뜨거

운눈물이도화지위에뚝뚝떨어진다.아무래도아내의초상화는

미완성으로남을것같다.

저는태안에서텃밭농사를지으며소박하게살아가는남성입

니다.45년전지금의아내에게연애편지를써본후처음으

로쓰는편지인것같습니다.

며칠전여성시대왕애청자인아내가글을한번써보라고권했습

니다.“내가무슨글이야?”하고말았는데“결혼기념일에다큰아들

들과여행가는집도흔치않을거야”며아내가자꾸독촉하는바람

에용기내어이렇게적어봅니다.

우선제소개부터하지요.저는올해67세,아내는66세.41살,

39살인두아들이있으며지난해결혼40주년을맞았습니다.물론

큰아들은10년전에결혼했고예쁜며느리와귀엽고영특한손자2

명이있지요.작은아들은아직미혼으로직장에다니고있습니다.

이한규

충남 태안군 소원면 법산길

두 아들과의 일본 여행

Letter 17

이달의 편지 56 |

Page 30: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자,그럼제가두아들과여행을어떻게다녀왔는지들려드릴게

요.작년6월,89세의아버님이입원5일만에운명하셨습니다.그

당시제남동생가족,여동생가족9명이유럽여행중이었습니다.

물론우리에게도함께갈것을제안했지만외국여행에큰관심이없

었고공연한외화낭비라생각했던저는여행을가지않았습니다.

아버님은자식들의귀국이틀을남겨놓고운명하셨습니다.다행히

도남동생은급히항공권을구할수있었고아버님의임종을지켜드

렸습니다.제아내도아버님돌아가시기전날친구들과베트남여행

을계획하고가방까지챙겼지만갈수가없었습니다.

이렇게지난해아버님의사망과여행은집안에큰화두가되었고

여행을취소했던아내도“여행을가지않은게다행이었다”고말했

습니다.

이런상황을아는두아들이지난추석에이렇게말을하더라고요.

“엄마아빠결혼40주년이니외국여행을다녀오시지요.”

사실우리가족중에외국여행을한번도안한사람은저혼자였

습니다.그럼외국여행이아니어도좋으니우리가족7명이함께

가족여행을하자고했습니다.2박3일이라도요.직장생활을하는

며느리가시간내기가어렵다며두분이다녀오시라고하더군요.아

니면본인만빼고6명이다녀오시라고요.

이를듣던아내가“그럼당신이두아들과함께여행을다녀오면

어때요?”하는겁니다.“무슨소리야?당신도함께가야지”말했습

니다.엄마와딸이여행간다는소리는아내한테도주변에서도많이

들어봤지만남자셋이서여행이라니뭔가이상하고허전한느낌이

들것같았습니다.

하지만진심어린아내의배려로두아들과여행을가기로했지요.

미혼이어서시간적여유가있는작은아들이“형과의논해가며경비

와일정을잡을테니아빠는여권만준비하고건강만챙기시라”하

더군요.듣고있던아내는며칠동안밥안하고자유를얻었다며내

심좋아하는눈치더군요.

그리고각자의생활로돌아갔고여행을준비하며수시로통화해서

일정과시간을맞추며항공권예약과숙박,맛집,쇼핑,관광명소,

온천욕을할수있는곳등을알아보더군요.특히아빠인저를배려

해무리하지않으면서도알찬여행을준비하느라애쓰더군요.

이달의 편지 58 | 59

Page 31: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이달의 편지 60 | 61

막내딸이28살.내년이면시집을간단다.20년전,막내가초

등학교에입학할때쯤신랑과같이장사하다가문을닫았

다.애들은셋이나되고,하루하루를버티기가힘들어직장생활을

시작했다.그후로한달만한달만하며버티다보니어느새큰딸은

시집을갔고,둘째도짝이생겼다.

결혼생활37년.작년부터는나를위한조금의사치도하고싶었

다.딸과비행기를처음타고제주도로여행도가고,유명가수들의

콘서트도가봤다.이런사치는최저임금이오르면서연장근무를해

서받은돈으로누린행복이었다.근데항상불안했다.내가정당하

게일해서받은월급외수당인데도괜히그랬다.

나는산후조리원에서세탁일을하는데산모님들이너무많아서

빨리여권부터만들라는아내의성화에이발하고목욕도하고여

권사진도찍었습니다.저는그때까지여권이없었답니다.

드디어계획했던일본온천여행의3박4일이다가오자또하나의

문제가생겼습니다.각자사는곳이다르다보니새벽7시비행기

탑승은불가능했습니다.저는충남태안,큰아들은경기의왕시,작

은아들은대전에살고있으니까요.일찍출발하는비행기시간에맞

추기위해큰아들집에서자고함께떠나기로했지요.

세심하고마음따뜻한작은아들은혹여아버지의첫해외여행이

힘들지나않을까염려하며관광,먹거리,볼거리,쇼핑까지찬찬하

게살펴가며온천좋아하는아빠의마음에흡족하도록3일간빠짐

없이온천을할수있게일정을짰습니다.특히저녁마다함께했던

다양한안주가곁들인술자리에선평소에하지못했던많은이야기

를나누며모처럼부자간의대화가이어졌습니다.여행중틈틈이

친구들에게전체문자로두아들과의여행을전했더니‘대단하다,멋

지다,아내는어디가고?’라는다양한답장이오더라고요.

여행중아내와며느리,손자들에게줄선물도사고,도착해서는

큰아들집에내려주고작은아들은태안까지저를데려다주고대전

으로갔지요.

난생처음해외여행을했고특히나장성한두아들과술잔을기울

이며편안한마음으로행복하게즐길수있었던결혼40주년여행은

제평생잊히지않을멋진추억이될것입니다.

두아들을잘성장시켜준아내에게감사함을전하며올겨울엔온

가족이함께할수있는여행을추진해볼까합니다.아들들,며느리

모두고맙다는말전하고싶습니다.아들들아,다음엔이아빠가여

행경비전부책임질게.고맙고,사랑한다.

이순희

인천광역시 계양구 장제로

내가 을이었지!

Letter 18

이달의 편지 60 |

Page 32: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혼자서주40시간내에는해낼수없는양을처리한다.게다가침구

세트를포함대부분의세탁물이흰색이기때문에새것처럼세탁하려

면아주힘들다.

그런데드디어일이터졌다.최저임금이자꾸오르다보니장기근

무자들이한둘씩자리를잃어버리고,이젠내차례인가싶었는데회

사에서는차마이일을나만큼문제없이잘해낼사람은없다싶은지

권고사직은시키지않고무리한요구를해왔다.주55시간동안하

던일을주44시간만에끝내란다.

그저묵묵히열심히한자리에서20년을내일처럼해왔는데,애들

아빠도집돌이된지오래됐고,이젠나혼자벌어조금씩노후를대

비해볼까생각했는데….오늘원장은나한테입장을바꿔서한번생

각해보라며사연에차마옮겨적지도못할심한말로직원들앞에

서상처를많이주었다.남들처럼권고사직이라도시켜주면처음으

로휴식을취해도보련만….마음같아선당장사표를던지고싶지만

그러지도못하는나자신한테화가났다.

퇴근길,무거운발걸음으로소주두병을사들고집에와신랑과

마시면서화를뿜어냈다.“무능한당신만나서내가이나이에이런

대접을받아야하냐고”펑펑울었다.신랑이내가좋아하는트로트

재방송을슬며시틀어주며말한다.“저기좀봐.당신이좋아하는

홍자노래하는거.당신은노래라면다치유되잖아.”우린그노래

를들으며함께울었다.울면서그간의설움을쏟아냈다.‘에구구그

래.난갑이아니라을이었지.그게내팔자였지.’그러고나니그나

나조금은힘이난다.아니힘을내야한다.

내일아침이면언제그랬냐는듯다시활짝웃으며출근해야지.신

생아들의기를받으러일터로나가야지.

이달의 손편지

함박꽃 피면

63이달의 편지 62 |

Page 33: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이달의 손편지 64 | 65

Page 34: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5865] 파프리카 농장입니다. 매일 아침 하우스

문 열면 여성시대와 함께하니 힘이 납니다.

[3535] 날씨가 참 좋은 월요일 아침입니다. 오

늘은 밭으로 필드 나갔습니다! 일 하기 딱 좋은

날씨네요.

[6903] 오늘도 새벽 2시부터 딸기 따고 있는데

너무 힘드네요. 오늘도 어제처럼 늘 행복하세요.

[8450] 뜨개질로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만들었

네요. 좋아하시겠죠.

[9072] 여성시대,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여성시대 사진방 66 |

여성시대 사진방

67

Page 35: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69만화로 보는 여성시대 만화로 보는 여성시대 68 | 69

Page 36: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71만화로 보는 여성시대 70 | 71

Page 37: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미래통합의학으로

환자를 치유하다

IBK기업은행 전주지점 거래고객

대자인병원 이병관 원장

글 | 노혜진(자유기고가) 사진 | 이동진

대자인병원은 종합병원으로서는 드물게 양방과 한방, 인도의

아유르베다 요법까지 접목한 통합의학으로 환자를 치료한다. 첨단

의술뿐 아니라 감동의 의료서비스를 통해 환자들에게 신뢰를

쌓아온 대자인병원이 신체적, 정신적, 영적 치유를 이끄는 세계

최고의 명품병원을 꿈꾸고 있다.

대자인병원은 양방과 한방, 인도

의 아유르베다 의학을 결합한 미래통

합의학을 지향하고 있는 세계 최초의

종합병원이다. 대자인병원 이병관 원

장은 원래 양의사 출신이다. 하지만

한의학에 관심이 많아 43세에 한의대

에 다시 입학해 수학 후 중국 남경 중

의대에서 중의학 박사 과정 및 인도

에서 아유르베다 의학까지 공부했다.

“양방과 한방을 통해 보완 치료를

하고, 심신의 안정과 조화를 중요시

하는 인도 아유르베다 요법을 접목하

여 신체의 치유뿐 아니라 정신까지도

치유하는 것이 저희 대자인병원의 궁

극적인 목적입니다.”

현재 총 37개의 진료과가 개설되

어 있는 대자인병원에서는 양방을 통

한 정확한 진단과 검사로 전문적인

치료를 하고 이후에는 후속치료로 한

방과 아유르베다 요법을 활용해 몸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치료적인 면에서는 양방이 우수

하지만 병을 미리 예방하고 기의 순

환을 원활하게 하는 것은 한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병관 원장은 ‘환자를 치료하는

것만이 아니라 환자의 마음을 얻는

것’을 사명으로 정하고, 언제나 ‘환자

가 최우선’임을 강조한다. 병원의 수

익보다 환자의 치료와 편의를 더 우

선으로 생각하겠다는 다짐이다. 단적

인 예로, 그는 ‘365일 휴진 없는 외래’

를 운영하며 자신의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주요 내외과에 한해 365일 하루

도 빠짐없이 외래를 정상적으로 열고

있습니다. 사실 병원에서는 출혈이

많아요. 하지만 평일에 시간을 낼 수

없는 환자들이 불편하게 응급실에 가

지 않고 외래에서 쉽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3년 째 휴일 없이 진료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다. 어린이에게 특화된

시설과 전문 인력으로 전라북도 내

에서 유일하게 ‘달빛어린이 병원 및

365·24시간 아동진료센터’를 운영하

는 것도 환자를 위하는 이병관 원장

의 철학 덕분이다. 소아·아동 환자가

별도의 공간에서 양질의 진료를 받

을 수 있도록 소아의 특성을 고려한

‘365일·24시간 아동진료센터’를 응

급센터 내 성인 응급환자와 별도의

행복을 찾는 사람들

행복을 찾는 사람들 72 | 73

Page 38: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대자인병원 이병관 원장의 경영노하우 3가지

1. 항상 친절하라.

2. 환자가 최우선이다.

3. 직원이 행복해야 환자가 행복하다.

대자인병원 이병관 원장(왼쪽)과 IBK기업은행 전주지점 이길효 지점장(오른쪽)

대자인병원

원 장 이병관

주 소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견훤로 390

홈페이지 www.designhosp.com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대자인병원과

IBK기업은행은 동반자 관계라고 할

수 있죠. 앞으로도 IBK기업은행이 서

로 상생하며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병원의 시설투자뿐 아니라, 경영 및

인사 컨설팅, 임직원 및 임직원 가족

의료비 지원 등 비가격 서비스도 지

원할 계획입니다.”

이병관 원장은 중증환자의 치료뿐

아니라 가까운 이웃이 편하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병원을 꿈꾸고 있다. 나아가 더

많은 환자들이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첨단 의료장비와 시

설을 바탕으로 실력 있는 전문의들과

함께 미래 통합의학을 이끌어 가는

명품 종합병원으로 성장해 나갈 것

을 약속했다. 무엇보다 환자를 최우

선으로 생각하는 대자인병원이 앞으

로 더욱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공간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상주해 치

료받을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이

런 노력 덕분일까. 대자인병원은 개원

한지 7년 만에 전라북도에서 손꼽히

는 병원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가파르게 성장한 탓에 크

고 작은 성장통을 겪기도 했다. 환자

가 늘어날수록 병실이나 장비 등 시

설투자를 적절히 해나가야 하는데 너

무 빠른 성장 속도 때문에 시기적절

한 투자를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이때 대자인병원을 믿고 손을

내민 것이 바로 IBK기업은행이다. 대

자인병원은 IBK기업은행과 국민건강

보험공단 전용 상품 지원을 통해 의

료기기 구입과 고용증대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대자인병원은 짧은 기간에도 불

구하고 훌륭한 의료진과 친절한 직원

들 덕분에 빠르게 성장해온 건실한

병원입니다. 부족한 병실이나 주차시

설을 조금만 보완하면 더 많은 환자

가 좋은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지 않

을까 하는 마음에 대자인병원과 손

을 잡게 되었습니다.”

대자인병원에 굳건한 믿음을 갖고

있다는 IBK기업은행 전주지점 이길효

지점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상생관

계를 유지하기 위해 대자인병원과의

협력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1,000여 명 가까이 되는 대자인

병원 전 직원이 IBK기업은행과 전속

행복을 찾는 사람들 74 | 75

Page 39: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자동차 조명부품 시장을 선도하다

IBK기업은행 남동공단지점 거래고객

㈜알리 ALI 김기진 대표

글 | 노혜진(자유기고가) 사진 | 이동진

㈜알리는 자동차의 안개등, 실내등, 번호판등, 후부반사기 등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설계부터 금형, 사출, 표면처리,

조립, 시험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생산

경쟁력에서 월등히 앞서고 있으며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여

기술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창립 이후 매년 2배가 넘는

가파른 성장을 이어오고 있는 ㈜알리의 김기진 대표를 만났다.

알리의 시작은 2008년으로 거슬

러 올라간다. 당시 자동차 부품회사

의 연구원이었던 김기진 대표는 지

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알리를

설립했다. 알리라는 독특한 이름은

Automobile Light & Illumination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다.

“처음에는 이름 가지고 놀림도 많

이 받았어요. 세상에 회사의 이름을

알리고 싶냐라는 얘기도 들었죠. 지

금은 귀에 쏙쏙 박히는 독특한 이름

같아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창업할 당시 3명으로 시작한 알리

는 조그마한 임대공장에서 출발했다.

창업 후 2년 정도는 금형 개발에 몰

두했다. 자신만의 제품이 있어야 한

다는 생각에서였다. 2010년 GM과 인

연이 되면서 2015년까지 매년 2배씩

성장을 이어올 수 있었다.

“2015년 갑자기 매출에 제동이 걸

렸지요. 이에 한 업체에 의존하는 것

이 아니라 거래선을 다변화하기로 했

습니다. 다행히 다른 거래선을 찾을

수 있었고 매출이 다시 오르기 시작

했지요.”

알리의 이러한 성장은 끊임없는 기

술개발이 뒷받침되었다. 알리는 2011

년 설립한 기업부설연구소를 통해 자

신들만의 기술을 개발하고자 지속적

인 노력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알리

는 차랑용 LED벌브, 이륜차용 LED헤

드램프, 차량용 안개등 모듈 등 다양

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비전기

업 인증서, 메인비즈, 이노비즈, 수출

유망 중소기업 등의 인증도 받았다.

“설립 1년이 지났던 2009년에 저

희 매출은 8억 원이었습니다. 작년에

는 244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요. 직

원 수도 3명에서 현재 92명까지 늘어

났습니다. 이 같은 성장에는 IBK기업

은행이 함께해 왔다는 것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유망중소기업, 패밀리

기업으로 선정한 후 전폭적인 지원을

해 주셨거든요.”

김기진 대표는 처음 창업을 결심

하고 난 이후 IBK기업은행의 문을 두

드렸다고 한다. 이는 IBK기업은행이

중소기업을 생각하는 은행이라는 인

식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IBK기

업은행과의 인연은 2017년 신공장

확장 통합 이전에도 도움을 받았다.

IBK기업은행 남동공단지점 이태준

지점장은 이와 같은 알리와 IBK기업

은행의 인연에 대해 ‘같이 성장해 나

77행복을 찾는 사람들

행복을 찾는 사람들 76 |

Page 40: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가고 싶은 기업’이라고 말을 한다.

“저희 IBK기업은행 남동공단지점

과 거래하는 많은 기업들 중에도 알

리는 특별히 자랑하고 싶은 기업입니

다. 매년 2배 이상의 성장을 지속하

는 놀라운 성장세는 물론 대표가 직

원을 아끼고 소통하면서 같이 하려는

분위기가 매우 좋다는 점도 그렇습니

다.”

이태준 지점장의 말처럼 알리의 김

기진 대표는 직원들을 위한 생각도

남다르다. 직원들이 적어도 알리를

다닌다는 자부심은 가질 수 있도록

직원들의 근무환경에도 많이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2011년부터 직원들이 많이 늘기

시작했어요. 적은 인원일 때는 제가

한 명 한 명 신경 쓸 수 있었지만 인

원이 많아지면서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다시 고민해야 했지요.

저희는 제조업이다 보니 주부 사원

들이 많은데요, 주부 사원들의 고민

을 함께 생각하고 들어보기로 했습니

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80석에 ㈜알리 김기진 대표의 경영 노하우

1. 넓게 보고 멀리 보아야 한다.

2. 사업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고민해 보고 가치관을 확실히 해라.

3.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알리 김기진 대표(왼쪽)와 IBK기업은행 남동공단지점 이태준 지점장(오른쪽)

㈜알리

대 표 김기진

주 소 인천광역시 남동구 남도서로 330번길 43

홈페이지 www.alilumen.com

이르는 구내식당과 안마의자 3개를

갖춘 휴게공간이다. 현재까지도 주기

적인 간담회를 통해 사원들의 이야기

를 듣고 문제가 있으면 함께 고민한

다.

“저희는 매년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기에 직원 수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불편함 없이 일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배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알리는 순조롭게 성장을 지

속하고 있다. 현재는 OEM으로 진행

하는 제품이 많지만 향후에는 다른

분야로도 진출하여 자신들의 제품을

널리 알리는 것이 목표이다. 끊임없이

노력하며 앞으로 나가는 알리의 미래

가 기대된다.

행복을 찾는 사람들 78 | 79

Page 41: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글 | 성기애 (여성시대 작가)사진 | 송인혁

대한민국제1호스마트프로듀서

박철우씨를찾아서

스마트한 인생내 손안에 있다

세상은바야흐로영상시대다.시도때도없이울리는카톡소리에

스마트폰을열어보면친구나지인이보낸사진이며동영상이그득하

다.중장년층이책을통해정보를얻는‘문자세대’라면텔레비전,휴

대폰을태어날때부터접한젊은층은‘영상세대’라할수있다.뭔가

알고싶은게있을때,문자세대는휴대폰의검색창을여는반면영

상세대는유튜브부터찾는다.

스마트폰의등장은우리들일상을급격히바꾸어놓았다.10명중

9명이가지고있다는스마트폰으로길위에서혹은버스안에서궁

금증을해소하고,은행업무를보고,누군가에게선물도보낸다.

알라딘의요술램프에나오는소원을이루어주는요정‘지니’가필

요없다.손안에든스마트폰하나면원하는모든걸할수도있는

세상이다.

여성시대애청자인박철우씨는스마트폰으로꿈을이루고있다.

국내1호스마트프로듀서박철우씨.새로운직종을만들어냈다.

81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2 80 |

Page 42: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스마트폰을통해영상을만들고그영상을다른이들과공유하며,

한발더나가어떻게영상을만드는지강의를하고있다.쉽고,빠

르고,편안하게영상을만드는방법을전파하고있다.

“20대까지는꿈이없었어요.고등학교졸업하고대학에가야한다

니성적에맞춰서대학에가서졸업하고직장에취직했어요.대기업

에입사해휴대폰개발팀에서일했는데,그다지행복하다는생각이

안드는겁니다.5년정도근무하고회사를그만뒀어요.내가진짜

하고싶은일이뭔지알고싶었거든요.”

회사를그만두기전가장마음에걸리는건부모님이었다.직접뵙

고말씀드리기가힘들어어머니,아버지께각각10장의장문의편지

를써머리맡에두고출근을했다.

부모님의속마음은어떠셨을지모르지만세상에태어나처음으로

자기뜻대로해보겠다는아들의편을들어주셨다.부모님의격려를

지지대삼아여행도다니고알바도해가며우물안개구리같았던자

신의시야를넓혀갔다.

해외여행을다녀와찍어둔사진을정리해사진전을열기도하고,

여행지역의멋진풍광을동영상에담아지인들에게보내며영상의

재미에폭빠졌다.

“오~멋진데….”“영상이정말좋더라.”

지인들의한마디에작은성취감이차곡차곡쌓였다.

고용노동부내일배움카드로영상전문학원에등록해영상기술을

본격적으로습득했다.학원에다닌지1년쯤되었을때,‘아~나는

이일을정말로재미있게잘할수있을것같아’확신이생겼다.

가족모임이나친구들과만남후면그순간을영상으로만들어전

송해주면다들반겼다.기억하고싶은순간들이아름답게이어진영

83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2 82 |

Page 43: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2 84 |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2 84 |

상은다른이들의마음에그대로꽂혔다.

주변에서영상만드는방법을알려달라,가르쳐달라는요청이잦

아졌다.사람들을모아놓고교육을하는데‘어,이거할만한데…’심

증이굳혀졌다.대학시절사람들앞에나가발표라도할라치면손

발이덜덜떨리고말도더듬던예전의그가아니었다.진짜좋아하

는일을함께나눈다는즐거움에어느새강의하는시간이제일신나

는순간이됐다.

그리고2015년사업자등록증을내고국내제1호스마트프로듀서

가됐다.

“스마트프로듀서는전문장비없이스마트기기를활용하여누구

나,언제어디서나,쉽게영상촬영,영상편집,사진촬영,사진보

정이가능하도록교육을하는겁니다.간단히영상을만들수있는

앱몇가지만스마트폰에깔아두시면금세자동편집이되고자막이

깔리고,멋진배경음악까지넣을수있어요.‘멸치’ ‘Quik’ ‘키네마스

터’세가지앱만습득하시면영상편집어렵지않아요.”

한달평균30회정도의강의를하니몸이열개라도모자랄지경

이다.기업,기관,학교,평생학습관등에서교육요청이점점늘고

있다.

20대청년들은취업을위한자기소개서로영상을활용하고있고,

중장년층은새로운취미생활과가족화합용으로활용하고있다.딸

이미국에있는어르신의경우,날마다영상을만들어보내며영상

으로가족사랑을확인하고있다.

요즘영상세대를따라잡으려는중장년층의걸음이빨라지고있다.

영상제작을익혀각종영상공모전에참여하고유튜브와1인방송에

진출한분들이다수다.

새로운문화를습득해다방면으로활용하시는어르신들을뵐때

다시한번보람을느끼곤한다.기록,홍보,자기표현의수단으로

가장효율성이높은게영상제작이라고그는힘주어말한다.

“영상작업은요리와같아요.같은재료를가지고사람마다요리

방법이다르고결과도다르잖아요.요리처럼영상도조금만관심을

갖게된다면누구나보기좋고멋진나만의영상을만들수있답니

다.”

그는1인미디어와스마트폰영상제작을위한책작업도준비중

이다.

“영상제작물이조회수를올리기위해선정적,자극적으로흘러가

는건안타까운일입니다.영상은전달력이높고파급효과도큽니

다.건전하고건강한영상들이많이나왔으면좋겠습니다.”

그는스마트폰으로이루어지는스마트한세상을꿈꾸며실현하고

있는중이다.

85

Page 44: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87 장용의 단필충 막걸리 먹다 걸린 날

94 귀신은 속여도 선임은 못 속인다!

100 일요일엔 편지를 딸과 사위에게

103 보고 싶은 강선자 선생님께

106 우린 전생에 자매였나 봐

일러스트 | 조신애

코너 속 편지장용의 단·필·충

이연섭 | 광주광역시 서구

막걸리 먹다걸린 날

1992년가을,전남목포의후방부대육군제31사단96연대1대대

(일명대박산부대)에서단기사병(방위병)으로군생활하다가전역

을2개월남겨둔상황이었습니다.오해가있을까봐말씀덧붙입니

다.저는91년5월7일에입대해서92년11월6일에전역,18개월

길게복무했습니다.

매일아침5시30분에기상하여어머니의새벽밥을먹고첫차를

타서아침7시까지출근했고,졸병때는왕선임들보다더빨리6시

40분까지출근해야했습니다.20분차이로버스의첫차와두번째

차의기로에서게되었고,이는곧부대근처여고생들의등교시간

과맞물려뭐랄까두배는더고된일이었습니다.아침첫차에올라

타면일찍등교하는여고생사이를비집고뒷좌석으로가는동안함

께출근한선임들을향해여기저기서“단결!”“단결!”하는졸병들의

힘찬거수경례소리가들려옵니다.동승한여고생들은방위들을바

코너 속 편지 86 | 87

Page 45: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라보며가소롭다는듯이입을막고키득키득웃어대곤했지만,이제

막신병훈련을마친우리들은아랑곳하지않고경례를해야했습니

다.

다행히저희때부터는나라살림이좀나아졌는지부대에서점심

(짬밥)을제공해줘서도시락을들고가는불편은없었습니다.

이당시단기사병은출퇴근만할뿐정말현역과똑같은조건으로

일과를보냈습니다.대대내에서현역들과함께근무하며오전7시

아침점호를하고,상의탈의를하고,부대앞의가까운마을앞까지

비오는날을제외하고매일8km군가를부르며뜀걸음으로하루를

시작했거든요.방위도할건다했습니다.구보가끝나면매일부대

앞산대박산960고지로전술훈련을나갔고,때론현역들과마찬가

지로RCT(연대훈련),ATT(대대훈련),혹한기훈련,또한지금은없

어졌지만충정훈련(소요진압훈련)을하는등후방에서놀고먹지는

않았습니다.

병사들월급은버스비도안되는고작5천원이었고,담배는지금

은사라진‘솔’이라는군용담배가매달20갑씩주어졌습니다.

그때우리부대의선임분포가보통이아니었는데요.왕선임-전

역을3개월앞둔분대장선임8명,중간선임-전역을4개월앞둔분

대장선임4명,위의12명이모두3개소대분대장이었고,또우리

기수보다한달빨리들어온선임이10명이있었습니다.그래서우

리바로위기수가이등병때분대장견장을차야한다는웃지못할

상황과이후17개월동안우리를괴롭힐것을생각하니앞으로의군

생활이갑갑할따름이었습니다.더군다나우리기수는함께입대한

동기들이유독많아서24명이나되었고,동기생한명의잘못으로

연대책임을묻게되니,우리들은하루에도몇번씩얼차려를받아야

했습니다.즉,우리기수는전역하는한달전까지선임들의횡포에

시달려야만했던겁니다.

자대배치3개월후왕고참8명이전역했고,바로위기수였던5

개월짬밥이등병선임8명이분대장견장을차게되었습니다.이들

이이등병계급장을차고간부교육을받기위해사단간부교육대에

가던날대대장님은다른대대병력과마찰을우려하여가불된일병

계급장으로한계급임시승급을해주기도했습니다.이당시엔입영

제도를컴퓨터로관리하지않고수기로작성해관리하다보니,후방

에서는종종이런상황이발생했답니다.그보다더고역인것은우

리기수였습니다.겨우1개월차이로우리기수는전역하기전까지

중간선임에머물러야했으며,고작한달선임들의눈치를봐야만

했습니다.이런상황속에서도저의군생활은시작되었습니다.

저는글씨를잘쓰고그림을잘그려서군생활내내중대나대대

의행정업무를보는파견업무를많이나갔습니다.대대내의모든

글씨와그림을새롭게작업하는임무를맡게되었고,주특기는아니

지만제가미술을했던터라재능이있었기에그실력을인정받아연

대의현황판작업까지도맡아꿀보직으로군생활을아주편하게보

내고있었습니다.18개월동안글씨를잘썼다는공로로연대장,대

대장,중대장포상휴가를많이다녀왔으며,이렇게군생활이잘마

무리되나싶었습니다.하지만전역을2개월여앞두고저에게도반

전의사건이발생하게되었죠.

제가행정업무를잘처리해서대대장님으로부터포상도많이받

았지만저로인하여중대장님께서도윗분들에게칭찬을많이받으셨

습니다.하필중대장님께서악필이셨던탓에중대장님께서대대장

님께보고하는일일보고서를제가정성스럽게매일적어드렸거든

코너 속 편지 88 | 89

Page 46: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요.시력이약한대대장님께서보시기매우흡족해하며칭찬을많이

하셨다고했습니다.그래서인지제가웬만한실수를해도중대장님

은눈을감아주셨답니다.무한신뢰를받고있던거였죠.

그리고분대장이라는직책은없었지만나름대로선임서열이되자

부대밖행사에도참여하게되었습니다.부대밖행사란단기사병들

이가장기다리는시간이었는데요.이게있으면바로토요일오전

근무만하고퇴근할수있었거든요.보통매월마지막주토요일에

부대밖대청소를했습니다.그럼단기사병들은간편한복장으로출

근해서청소만하고퇴근하면됐거든요.

퇴근후선후임이암암리에부대앞막걸릿집에모여막걸리한잔

씩나누며그간의서운함을떨쳐버리는자리를갖곤했습니다.지역

사회이다보니학교선배가군대후임으로오는경우도종종발생하

기에복무중에별의별웃지못할일들이많이발생하던터라이를

‘깨끗이잊고새출발하자’라는의미였죠.일종의분대단합대회였

던겁니다.

일은그때일어났습니다.분대장님은자기는말년이라군화물광

내고퇴근준비하고있을테니대신저를중심으로청소잘마무리

지으라고하더군요.말년분대장의이빨빠진호랑이같은모습을

뒤로한채,분대원몇명과함께부대앞청소를했습니다.

퇴근할생각만앞서서인지예정보다청소가일찍끝났고시간이

조금남았습니다.시간을때울필요없이어차피퇴근후에모일것

이니저의주도아래분대원들은늘그래왔던것처럼퇴근후와야

할막걸릿집에본의아니게퇴근전에모이게되었습니다.다같이

모인우리는주전자속시원한막걸리를한잔씩따랐습니다.제가

“위하여!”를하자메아리처럼퍼져나갔고,여기저기졸들의목구멍

으로막걸리가꼴깍꼴깍넘어가는소리가들렸습니다.‘자식들,술

이많이고팠나보구나’하며다시건배제의를하고또한잔하려던

찰나였는데!그때제뒤통수에서구수한귀에익은목소리가들려

왔습니다.

“그래라!맛있게한잔씩들묵고,연병장으로집합해부러라잉!”

군대에서많이들었던구수한전라도사투리가귓가를울렸습니

다.졸병들의얼굴은갑자기얼음처럼굳어졌고,고개를돌려뒤를

보니시커먼선글라스를낀190cm98kg의거구인중대장님께서우

리를째려보면서가소롭다는듯이말씀하신거였습니다.중대장님

은청소확인차지나는길이었는데,우리가막걸릿집에들어가는

코너 속 편지 90 | 91

Page 47: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것을보고그곳에들어오셨던겁니다.

청천벽력이었습니다.순간숨이멎는느낌이었습니다.뭔지모를

불안이엄습해왔습니다.그때우리는군인신분이었고,그것도근

무시간이었기때문입니다.이대로라면군기교육대까지갈것이뻔

했습니다.

잠시후연대책임을물어가담하지도않고군화물광만내며퇴근

준비하던이빨빠진호랑이선임분대장과함께우리분대원모두는

연병장에팬티바람으로집합해서불안에떨고있었습니다.

잠시후중대장님께서나오더니하시는말씀.

“우리중대의위대한영웅들아!느그들은오늘퇴근이없어부러!

오늘부터전역하는그날까지쭈~우~욱영내대기를해부러야쓰

겄다.오늘은첫날잉께사격장앞으로가봐.지름50cm에길이

8m되는목봉이있당께.지금부터느그들이그목봉의주인이여!

빨리가서들고와부러라잉!”

우리는소대장님지시아래팬티바람으로목봉을들고대대앞관

사를지나다녀야했고,창피도이런창피가없었습니다.우리는오

후6시까지퇴근도못한채“술을먹지말자!”“술을먹지말자!”

“술을먹지말자!”를외치며목봉으로체력단련을해야했고,그런

우리를뒤로한채다른단기사병들은퇴근하면서낄낄거렸습니다.

그날우리는“술을먹지말자”라는구호를외치며목봉체조를했고,

황금같은토요일오후가다가도록목포시내의새로운세상을뒤로

한채생고생을해야만했습니다.그날늦가을의땡볕은때론따갑

고때론서늘했습니다.

나중에소대장님으로부터듣게된얘기인데그날중대장님께서는

대대장님께엄청나게많은꾸중을들으셨다고합니다.그러면서도

앞으로다시는이런일이없도록하겠다는약속을해주셔서우리가

군기교육대에가지않고무한목봉체조벌을받는거로끝낼수있게

애써주셨다고했습니다.또중대장님께서제가그동안열심히한

공로를인정해서분대원들전체를영내대기는시키지않고늦게라

도퇴근시켜주셨다고합니다.

저는상황을다알면서도,아니다아니까,퇴근길에다시말했습

니다.“우리이러지말고막걸리한잔하며잊어버리자!”역시우리

분대원들쿨하게잊고늦도록막걸릿잔을기울이긴했지만,그후에

저의군생활은꽃보직을마감해야했고,훈련에복귀해서전역하는

날까지유격훈련을포함,남은모든훈련을다받았으며말년의행

복은누리지못했습니다.

그리고중대장님께서는이렇게말씀하셨습니다.

“느그들내말잘들어라잉!이시간이후로퇴근하다가부대앞에

서막걸리묵다가나한테걸리면해안대대로전출시켜분다.명심해

라잉!”

해안대대는거의출퇴근이없을정도로힘들고,실탄들고밤근무

를많이하므로모두기피하는보직이었고,그말이효과가있었는

지그뒤로는조용조용더조심했습니다.

얼마전고향에가는길에대박산앞을지나다보니,지금은부대

도사라지고부대앞에마을의흔적만조금남아있더군요.

막걸릿집사장님,그때곤란하게해드려죄송합니다.우리분대원

들,모두지금은어디에서무슨일을하고있는지많이궁금하고보

고싶습니다.건강하게잘지내기를소원합니다.선배님들,빤스만

입게해서죄송해요.후임들아,모두잘살고있는지궁금하다.언제

우리한번만나서그때를추억하며다털어내고막걸리한잔하자!

코너 속 편지 92 | 93

Page 48: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꿩쪽으로휙던졌다.잡으려한짓은아니건만옥수수대공이재수

가있음인지없음인지가만히앉아있던꿩의숨통을한방에짓눌렀

다.두어번날개를퍼덕이던꿩은가엾게도목을팩떨어뜨리며꼬

꾸라졌다.꿩한테는지독히도재수없는날이었다.가엾다는생각은

들었지만어쨌거나횡재했다.난꿩의모가지를움켜쥐고털레털레

길을갔다.

지나가던농부가흘깃흘깃돌아보더니나를불렀다.“군인양반,

보아하니졸병인데가져가면선임좋은일만시키지.라면두개줄

테니바꿉시다.”생각해보니그랬다.꿩은요리해서먹어야하는데,

그럼내차례가절대로올수없다.라면은끓이지못하면생으로라

도부셔서먹을수있으니몰래먹기좋았다.선뜻농부의라면과내

꿩을바꾸었다.

라면두봉지를흔들며길을가는데,또다른할아버지농부를만

났다.할아버지는내손에든라면과철모에붙은계급장을번갈아

보더니씩웃으며지나치고있는내어깨를툭쳤다.“이보시게,졸

병양반,졸병이어디서라면을끓여드시려나?내담배한갑줄테

니맞바꿈세.”이번에도일리가있는말씀이라두말하지않고라면

을주고담배를받았다.

포대(중대)정문에들어와귀대신고를하는데,정문근무병시선

이담배가든윗주머니에꽂혔다.그때만해도군복은입는순서는

물론이고주머니마다들어갈품목이칸칸이정해져있었다.왼쪽윗

주머니엔담배를넣게되어있었다.보통선임은안지키지만졸병

은이런잡다한규칙을잘지켰다.“야,애기야!담배한개비만주

고가라.”말년병장의레이더를비켜갈수는없었다.볼록한내윗

주머니에든담배를그는눈치챘다.할수없이담배를개봉하여한

정이식 | 경남 진주시

장용의 단·필·충

귀신은 속여도 선임은 못 속인다!

우리주위에그다지멀지않은곳에군부대가꼭있다.이름하여

향토사단.도시가골격을갖추기전부터있어서울창한숲으로위장

되어있고,부대간판이없으면있는지도모르는곳이대부분이다.

얼마전,그부대에일거리가생겨서기술자와들어가려니1시간을

넘게대기시킨다.그러다짜증이폭발할때쯤에야문을열어준다.

작업을마치고나올때는대기시켰던게미안했는지,부대위병이

부동자세로경례를한다.“충성!”생각도안하다가깜짝놀랐다.엉

겁결에손을올리며“충성”하고답례를했다.위병이씩하얀이를

드러내며웃었고,그모습에서대한남아의씩씩함이돋보였다.나

도저만할때부대위병을섰었지.

1975년봄,이등병때외곽의대공초소를다녀오는길에길가에

앉아있는꿩을보았다.아무생각없이,정말이지아무생각없이

발뿌리에차이는옥수수대공을주워들었다.그리고겨냥도않고

코너 속 편지 94 | 95코너 속 편지 94 |

Page 49: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울,막바지추위가몰아치던2월의어느날이었다.

위병근무의하이라이트는역시대대장님출근이다.관사를출발

한1호차를기다리며병4명과위병조장인하사1명은정문앞에

도열했다.예정된장소에1호차가보이고조장은숫자를세었다.하

나둘셋.셋과동시에우리는몸을45도각도로틀면서총의개머

리판을힘껏내밀며구호를외쳤다.“초전박살!”1호차는코앞에들

이닥치고,우리는다시원위치로몸을돌리며나머지구호를외쳤

다.“근무주우우우우우웅!”근무중.특히‘중’소리는숨이다할때

까지상향선을그리며대대전체에퍼지도록크고우렁차게내질러

야했다.숨이꽉차오를때면1호차는보이지않을정도로멀리사

라졌고,나머지구호는낮게사그라진다.“이상무!”

사건은그때발생했다.긴장을풀고위병소에들어간조장이걸려

온전화를받더니황급히위병소를나왔다.대대장실로당장뛰어오

라는전화였다.조장의얼굴에핏기가싹가셨다.문제가생기면행

정반에서전화가오는데,대대장집무실에서직접호출이왔다면문

제중에도아주큰문제임은분명했다.혹시우리가모르는어떤지

적사항을발견하신건아닐까?재빨리곁을훑어보았다.

“전혀걸릴게없는데요?”

“아니야.사소한것이면행정반에서전화가올텐데.이건말이야

뭔가많이잘못되었어.도대체뭐지?”

“조장님,청소,복장상태다양호합니다.우선은빨리대대장실

로가십시오.”

조장은몸을돌려대대장실로뜀박질하였다.알수없는불안에우

리는몸을떨었다.추위는한창이고바람까지몰려왔다.멀리대대

장실을바라보던내눈에국기게양대가들어왔다.펄럭이는국기를

개비를주었다.“어쭈구리?응애응애주제에웬사제담배?이리

와!너,실토해라.민가도없는데담배어디서났어?”하늘같은선

임에게이실직고했다.팔매질로잡은꿩을라면두개와바꾸고,다

시담배한갑과바꾼사연을.

“허참,그걸믿으라고?네가아무리햇병아리라지만몰라도너무

모르는구나.그말엔어디에도선임을위하는마음이없다.선임알

기를물로보는거냐?박아!”

명령에이의는없다.철모를벗어땅에놓고원산폭격을실시했

다.“원위치!”번개같이일어나선임앞에부동자세를취했다.“위치

로!”다시원산폭격을취했다.“원위치!”“동작봐라!위치로!”다시

철모위에머리를심고두손은뒤로돌려깍지를끼고다리는어깨

너비로벌렸다.피가머리끝에쏠리며눈이튀어나오려했다.

“복창한다.귀신은속여도선임은못속인다.10회실시.”

“귀신은속여도선임은못속인다!”

복창소리도우렁차게10회실시를마치자그제야일어서라명하였

다.눈물이팽돌았다.

“애기니깐봐준다.그래도갈참인나를만나서다행인거야.대신

사제담배는압수다.이상!”

“초전박살!”그래도원기왕성하게구호를외쳤다.괜한꿩을잡아

담배도빼앗기고얼차려만실컷받았다.위병소는그때부터내겐공

포의대상이었다.

국방부시계는돌고돌아서1977년새해가밝았다.그때뜻하지

않게공포의대상이던대대정문근무명령이떨어졌다.대대의얼

굴은위병소라며근무자의군기를강조하는대대장님의열정적인감

독아래에서도짬이좀차서요령을터득하여편한말년을보내던겨

코너 속 편지 96 | 97

Page 50: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그때야국기게양이잘못되었다는감지가왔다고한다.이전위병

근무자는실수로반기를달았다가군기교육대에보내진적도있었

다.유달리태극기에신경을많이쓰는대대장님이셨다.하지만이

미손을써둔뒤니.그제야조장이게양대주위를돌고또돌며보아

도이상이발견되지는않았을거다.그래도찜찜함은여전하여가다

돌아보고또보며조장은위병소로돌아왔다.

“대대장님이게양대를보고가라는데,오다보니까아무이상이

없구먼.도대체뭔일이래?”

나는좀전에있었던일을소상히전달했다.국기가거꾸로달렸고

내가다시돌려놓았다고.조장의얼굴이완전흙빛이되었다.반기

를달아한번군기교육대로보내졌으니,이번엔틀림없이영창감이

기때문이다.

“야,신병,너말이야.우리골탕먹이려일부러그랬냐?”

“그게…그게요.전그저하늘색이라,당연히하늘쪽으로올리는

줄알았습니다.”

“어휴!너는군인으로서도글렀지만,우리나라국민으로서도빵

점이다.모르면물어보던가.그냥스리슬쩍넘어갈수있을줄알았

어?선임알기를물로보는거냐?박아!”

조장은애먼신병만때려잡았다.명령에이의는없었다.

“너!네가아직햇병아리라이말을못들어봤겠구나.복창한다.

귀신은속여도선임은못속인다.10회실시.”

“귀신은속여도선임은못속인다!귀신은속여도선임은못속인

다!”

포병70대대김문걸대대장님,위병조장김태영하사님,그때의

위병근무동기들여정복,정유영,이건영.모두보고싶습니다.

바라보다가‘아차’소리를지르며,나는게양대를향하여전속력으로

달렸다.위병근무자는기상과동시에위병소로나온다.국기게양

은그때하는데,말단인졸병의몫이다.그날은결원이생겨서갓전

입해온이등병이국기게양을맡았다.

눈이뒤집힐노릇이었다.국기가거꾸로달려있었다.청색의태

극이위에있었다.대대장님은틀림없이잘못달린국기를보았음이

다.조장은날벼락을안고올것이다.게양대국기를내려서다시올

리는손끝이덜덜심하게떨렸다.다행히내모습을보는그누구도

없었다.그시간에조장은영문도모르고대대장실로들어섰다.

“하사김태영,대대장님부름을받고왔습니다.”

대대장님은그런조장의머리끝에서발끝까지죽훑어보더니작지

만단호하게말했다고한다.

“자네가조장인가?”

“넷,하사김태영.위병조장임무를충실히이행하고있습니다.”

“그래?위병조장임무를충실히이행하고있다고?”

대대장님은잠시뜸을들이더니예상하지못한명령을내렸단다.

“그만가보게.”

“넷.하사김태영.네?”

조장은자신도모르게반문을했다.급하게달려왔는데그냥가보

라니.하지만명령에토를달수는없었다.

“하사김태영,임무마치고돌아갑니다.”

차갑게쏘아보는대대장님의눈총을의식하면서조장은돌아섰고,

문을나서는등뒤로대대장님의간결하면서도차가운음성이들려

왔다.

“가면서국기게양대한번쳐다보게.이상.”

코너 속 편지 98 | 99

Page 51: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박경영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삼어로

딸과 사위에게

딸아,네가결혼한지도벌써한달이넘었구나.그날결혼식장에

서너와박서방에게주는‘축시’를아비인내가짓고읽었지.‘울지

말아야지,울지말아야지’마음먹고너희둘앞에섰는데몇구절을

읽다가기어이눈물을보이고목소리가흔들리고떨려제대로들렸

는지나모르겠구나.하여너희결혼식한달이넘은지금그날의‘축

시’를이렇게다시꺼내본다.

딸과사위에게주는글

-2019년3월31일결혼식을맞아

연분홍벚꽃화르르날리는봄의궁궐

영롱한주렴속천사의화관,어여쁜나의딸아

오늘은아름다운사랑이행복하게빛나는너의결혼식

일요일엔 편지를

꽉찬서른,하나둘넘어가는너에게

“시집가야지,시집좀가라”구박주어

소원대로너는

무채색산과들에무지갯빛동화나라를세우는

3월,이빛나는31일오늘!

방방곡곡의의리와정과사랑의큰박수속에

웨딩하우스꽃길로들어서는

울산의새아씨가되는구나.

오늘이른새벽,텅빈네방문을열고

코너 속 편지 100 | 101코너 속 편지 100 |

Page 52: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눈물훔치는네엄마의뒷모습에

뭐라말을하려는데

내목에도무엇이걸려말문이막히더라.

딸아,사위야

결혼식날,‘울지말자,울지말아야지’하던네엄마의

지금들킨사랑의눈물을

너는잊지말거레이,잊지말거레이.

사랑하는딸아,사위야

넓고깊은은혜와사랑위에이어지는

너희둘부부의연은

아무리거친세상풍파에도

끊어지지않는동아줄이되리니

세상속부부로살아가는날

무슨일,어떤상황의결과에도

“아그랬구나!그랬었구나”끝까지들어주고,이해해주고

먼저상대를배려하고

“새로하면되지,다시하면되지.돈도더벌면되지.

괜찮다오빠야,괜찮다상아야,괜찮소여보,괜찮소당신”

늘서로를믿고격려하며존중할때

너희둘사랑의가정은

아름답고건강한부자의꽃길

행복하고넉넉한꽃대궐이되리라.

-너희둘의결혼식에아버지가

임채란 |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일요일엔 편지를

보고 싶은 강선자 선생님께

당신이보고싶습니다.잊혀지지않습니다.작년5월11일우리의

곁을떠나버린그날.

저와는초등학교3학년때학원선생님으로처음인연을맺었죠.

그이후로40년이란긴세월을인생의상담소가되어주셨습니다.

장애를가진선생님의첫인상과목소리가사실어린나이에저는

너무무서웠습니다.하지만당당하고멋진선생님의말씀이언젠가

부터제삶에곧법으로다가왔습니다.

나중에알게된사연이지만선생님이아기였을때,선생님댁에서

일하던언니가선생님을업고있다가떨어뜨렸는데,어머니에게말

하지않아서병원에제대로못가봤고,그이후에장애를갖게됐다

고하셨죠.

그런선생님의학생이었던저는사실공부를조금못했지만선생

님의가르침으로오기가생겼고,더열심히할수있었습니다.

코너 속 편지 102 | 103코너 속 편지 102 |

Page 53: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하지만아이들에게공부보다더재밌는게많았죠.그래서저와

학원친구들은학교수업을마치고학원시작시간보다먼저와서우

리의취미생활인운동,손으로하는야구,그때저희끼리그놀이를

‘하루’라고불렀는데지치지도않고공놀이를했지요.그런데학원이

주택가에있다보니공이담장을넘어가기도하고,집유리창을깨

뜨리기일쑤였죠.그런데도크게한번도혼나지않은이유를저희

는나중에야알았습니다.선생님께서명절이되면학원주변집들에

사과랑배상자를선물하기도했다는걸요.

대신선생님은학원에서일어나는일들은부모님께모두다알려

주셨죠.그때는원망스럽게생각했지만지금은고마울따름입니다.

초등학생때헤어진그때학원친구들은고3때다시뭉쳤습니다.

그리고그곁에는선생님도계셨지요.우리들은고3스트레스를선

생님께하소연하며풀고힘든일도털어놓았습니다.그래서선생님

은저희스트레스를해소해준다며하루코스로여행을계획하기도

하셨죠.정말재미있고즐거웠습니다.

그리고대학진학후에는‘징검다리’라는모임을결성하여,한달

에한번씩선생님과모임을했지요.여름에는꼭여행도갔고요.당

신의주선으로첫미팅도했고,술도배웠는데,또첫사랑의시련과

아픔을겪을때도저는선생님의집에찾아가서대성통곡을했지요.

생각해보면살면서필요한많은것들을당신을통해배운듯합니

다.군대가는남자친구들의마지막날도우리는당신과함께보냈

고그친구들면회를하러갈때도선생님과함께가기도했죠.

더많은이야기가있는데,도대체무슨이야기를해야좋을지잘

모르겠습니다.늘나의질문에해답을척척내어주시던당신.

선생님은늘당당하게삶을살아가셨죠.회갑때는그동안수려한

글솜씨로모아둔수필을책으로엮어수필집출판기념과회갑연을

같이하기도하셨고요.나이와상관없이도전하는선생님을보면서

아주부러웠습니다.나도그렇게살아야하겠다늘가르침을얻기도

했고요.

그런데지난2017년.갑자기쓰러지셔서호흡기를착용해야만외

출할수있다는소식을듣고는많이힘들었습니다.좋아질거로생

각했는데점점악화되어가는선생님을보면서제자인저희는마음

이너무아팠습니다.그렇게당신을보낸지1년이지났네요.

지난3월에열렸던징검다리모임에서우리친구들은당신1주기

가이렇게빨리다가오다니새삼마음이다시무거워져술을좀마시

기도했습니다.선생님이아시면혼내시려나요!

천상병의‘귀천’이란시를좋아했던선생님.

나하늘로돌아가리라.

새벽빛와닿으면스러지는

이슬더불어손에손잡고,

나하늘로돌아가리라.

노을빛함께단둘이서

기슭에서놀다가구름손짓하면은,

나하늘로돌아가리라.

아름다운이세상소풍끝내는날,

가서,아름다웠다고말하리라.

선생님덕분에지금저도‘귀천’이란시를외고있습니다.고맙습

니다.보고싶은강선자선생님.

코너 속 편지 104 | 105

Page 54: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정복숙 | 대구광역시 달서구 도원동

우린 전생에자매였나 봐

며칠전부터저는하나밖에없는동서랑같이근무해요.정확히는

동서가사장님이고,제가고용인이죠.두동서가같이일하게된것

도신기하지만밥과죽도구분못하고,양조간장으로김치를담그

던동서의신혼때를생각하면반전도이런반전이있나싶어요.요

리무식자인동서가반찬가게를한다는게기적으로보여서요.

요리고수와오래동업하면서노하우를익혔다지만가끔은어설픈

맛이날때가있답니다.국산좋은재료로,좋은참기름으로,정성

을두배들여싸게파니까손님들이믿고사가시네요.

“형님!쉬어가면서해요.형님이일조금하고,행복하게일했으면

하는게제목표예요”하고동서가위로도해주니,힘들어도힘들지

않아요.“형님,아들반찬사먹이던제가반찬가게를한다고하니

아주버님께서뭐라하세요?깜짝놀라시겠다”하며남자처럼호탕

하게웃기도하지만,2년전까지만해도생사를오가며혈액투석을

일요일엔 편지를하다가신장을이식한동서의긍정적인마인드는꼭닮고싶어요.

아픔이많지만늘괜찮다며저와제남편을먼저걱정해주는착한

동서와같이일하는이곳은직장이라기보다사이다같은수다방이자

힐링장소예요.우린서로먹을것을권하고,수입을양보하느라매

일싸워요.일하다가마주보면웃음이나고“하늘에서시어머님이

보면좋아하실것같아요”하며가슴뭉클해하기도해요.

남편과시동생이흙수저에베짱이들이라우리둘다맘고생몸고

생엄청나게했거든요.지금까지도하고있고요.동네사람들이“저

집시어머님은며느리복은있다.학벌도미모도두루갖춘사람들

이결혼은하향지원했네”하고수군거리더라고요.이럴때우린이

렇게위로하죠.“우리가사랑에눈멀어,이런남편을사랑한거죠.”

동서는부모님께서반대하는결혼을하는바람에면사포한번못

써보고조카를먼저낳았어요.그러다조카가두돌도되기전에시

동생은아들과동서에게한을남기고하늘로가버렸죠.어린나이에

어린아들을안고절망하던모습이아직도저로하여금가슴앓이를

하게해요.우리남편이조카를책임지겠다고새출발하라고했지

만“아주버님,그말씀만은말아주세요”하고는혼자가시밭길을걸

어왔죠.

이제조카가대학을졸업하고,제엄마의지원군이되어주고있어

얼마나든든한지몰라요.아슬아슬한길을걸으며세상독박혼자

다쓴거같은동서에게도기승전결이있고,끝이있네요.아직도일

하느라힘들지만,지금은행복한고생이라고생각합니다.

“동서,아직우리이야기할게너무많지?직장생활은하루중가

장신나는시간이고,나는동서에게,동서는나에게,서로위로가

되어주면서이대로욕심없이살아가자.고마워,동서동지!♡”

코너 속 편지 106 | 107코너 속 편지 106 |

Page 55: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여 성 시 대 에

사 연 을 보 내 주 세 요

매일: 일반사연

살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 속 시원히 털어놓아야 할 말들,

간단한 사연 신청곡, 축하해 주고 싶은 일들을 보내주세요.

월: 일터의 재발견

때로는 놀이터처럼 즐겁고, 때로는 배움터처럼 뜻 깊고,

때로는 전쟁터처럼 치열한 생업의 현장!

여러분의 일터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자영업 사장님들은 물론 사장님 같은 실장님,

주인보다 더 주인의식 투철한 매니저님, 이제 막 업계에

진입하신 신입사원, 산전수전 다 겪어낸 베테랑 일꾼 분들까지

일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게시판에 전화 인터뷰를 신청해주세요.

남겨주신 연락처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수 : 열린 수요일

매주 수요일은 여성시대 문을 활짝 열어놓기로 했습니다.

이름 하여, ‘열린 수요일’ .

살면서 궁금하고 알고 싶은 거, 알아야 할 거,

두루 알아보는 시간으로 수요일 3~4부를 꾸미겠습니다.

목 : 남성시대

우주의 중심! 한 주일의 중심! 남성시대!

목 : 장용의 단필충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군대 시절!

코미디 영화보다 더 웃기고 액션 영화보다 짜릿한!

군대 시절의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개그맨 장용 씨와 함께 나누겠습니다.

금 : 우리 아이 문제없어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일상생활에서 생기는 소소한 육아 고민과 청소년 자녀와의 갈등.

<우리 아이, 문제없어요> 방에 올려주시면 소아청소년정신과 의사

서천석 선생님과 지혜로운 해결책을 찾아보겠습니다.

토 : 마음과 음악 사이

평일과 주말 사이, 일과 휴식 사이에 자리 잡은 토요일 아침.

왠지 평소와는 다른 아침시간을 보내고 싶으시다면

여성시대 <마음과 음악 사이>와 함께하십시오.

마음 읽어주는 남자, 정신과 의사 윤대현 교수와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 사람들에게 받은 크고 작은 상처를

함께 들여다보고 더불어 치유하는 시간입니다.

‘내 마음이 이런 일로 힘들고 아프다’ 하시는 분들

지체 없이 사연 보내주십시오.

여기에 음악 좀 아는 남자인 윤대현 교수가

직접 선곡한 음악 선물까지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일: 영화와 음악 사이

일요일 아침은 ‘영화와 음악 사이’로 산책을 떠납니다.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는 김세윤 작가와 함께

이야기 나누고픈 영화, 그리고 영화 속 음악을 남겨주세요.

주소 : (03925) 서울시 마포구 성암로 267 MBC 라디오 여성시대

109 108 |

Page 56: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아직도기억이생생한1999년6월6일일요일.반찬을해서시댁

으로가던길에당시여성시대정찬형PD(현YTN사장)의전화를

받았다.

“아줌마,뭐해?”

“저지금시댁가는데요.”

“내일부터여기와서여성시대방송할수있어요?”

여성시대진행자손숙씨가환경부장관으로발령나는바람에99

년6월7일,내가김승현씨옆에앉게되었다.아침시간대가낯설

지는않았지만사연의무게가만만찮아힘들었다.비교적둔한편

인내가힘들었다고하면보통사람들기준으로는꽤힘든얘기다.

게다가김승현과의인연도희한하다.송창식선배추천으로잠시

같이일한적이있는데,어느날내게결혼식축가를부탁했다.난

스스럼없이약속했고,그의꿈을물어봤다.공영방송에자기모습

과목소리가나오는것이란대답에너를응원한다,그렇게될거라

고말했었다.

두MC의진행은스케이트,탁구,테니스,배드민턴복식조와같

다.서로의호흡을안읽는듯읽고,먹이고받고,던지고풀며,상

양희은의 스튜디오에서

양희은 | 여성시대 진행자

스무 해, 동행 감사합니다

대를믿지않으면못한다.차라리부부라면이혼이라도하지….일

에대한충정을상대방탓으로돌리며그만접고싶을때는지옥이

따로없다.

초등학교성적표에주의산만하며인내력부족이라적혀있어서,

어린날남산만한국어대사전을들춰서‘인내’라는단어를찾은기억

이있다.평소끈기와참을성이없는줄알았던내가20년세월동

안‘여성시대’를진행하고있다.근기,끈기,인내도자랐을까?정

작내가놀라고있다.

김승현-전유성-김승현-송승환-강석우-서경석.남자

MC도6번바뀌었다.남편말이요새내얼굴이제일편해보인단

다.서경석덕이크다.

가수49년차지만여성시대20년하면서받은인사는그전에깔

린29년가수세월이무색하게눈맞춤과자세가달랐다.시작할

때는가슴으로쓰는편지라내용이아프고찐해서사연의무게에힘

들었다.

난왜여기앉아이가슴아픈사연들을읽고있을까?라디오로

사연한번나가는게그이인생에어떤보탬이될까?현실적으로

무엇이달라질까?착잡했던많은시간이지나갔다.

그런가운데오히려내가조금씩자라났다.내가위로받고배우며

세상보기가달라졌다.‘여성시대’라는대학에적을두고20년이흘

렀다.가슴으로어렵게쓴편지를보내주신모든분께고마움을전

한다.이세상어떤학사,박사논문보다도더우리를키워주셨다.

진심으로고개숙여그분들이겪은일들에,그세월에고마움을느

낀다.

111양희은의 스튜디오에서 110 |

Page 57: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여성시대방송과책자의글을통해여러번언급했듯,나는드라

마마니아다.

최근좋은드라마들이많이나오면서나의드라마사랑은더욱심

해졌다.마음에드는드라마가생기면,일단본방사수를원칙으로

한다.혹본방을놓치게되면수일내로다시보기를꼭한다.

이렇게쌓여진나의드라마지식들은여성시대사연을읽을때에

도유용하다.사연에대한감상을얘기할때,종종드라마상황과

비유한다.다만여성시대가MBC프로그램이기에같은방송사의

드라마를비유하는게좋은데,최근까지MBC드라마상황이그리

좋지않았다.그러던어느날,드디어여성시대에서당당히얘기할

수있는드라마한편이세상에나왔다.

월화미니시리즈<특별근로감독관조장풍>.불의를참지못하는

전직체육교사인조장풍(조진갑의별명)이고용노동부공무원으

로발령받고갑질악덕사업주응징에나서는풍자코미디드라마이

다.

그런데조장풍의겉모습만보면,요즘뜨는드라마와거리가좀

있었다.개인적으로는전작을통해연기력에감동받고푹빠져버린

서경석의 스튜디오에서

서경석 | 여성시대 진행자

최애 드라마에 결국 출연하다

김동욱(조장풍역),류덕환(우도하역)의출연만으로도시청이유

가충분했지만,객관적으로볼때출연진이아주화려한편은아니

었다.게다가제목에서알수있듯이왠지내용이좀진지하고따분

할것같은느낌.

하지만첫회가끝나고시청자들의우려는깨끗이사라졌다.주.조

연연기자는물론,아주짧게출연하는연기자들까지하나같이탄탄

한연기를보여줬고,내용또한의미전달못지않게재미도상당부분

추구하고있어서지루할틈이없었다.결정적으로드라마가다루고

있는내용들이악덕사업주의갑질,학교폭력,을의애환등시청자

들이직.간접적으로느끼고있는부분들이어서공감과감동을불러

일으키기에충분했다.

아니나다를까4%초반의시청률로출발했던드라마는회를거듭

할수록입소문이나기시작했고,시청률이상승하며화제의중심에

서게되었다.

거의매주본방을사수하던어느날,<조장풍>제작진에게서한

통의전화가걸려왔다.카메오출연이가능한지.와우!지금도생

생히기억난다.얼마나기뻤던지.어린아이처럼설 다.무슨역이

든,어느정도분량이든무조건출연해야겠다는생각이들었다.

내게주어진역할은생방송정책토론회진행자.대사는딱세마

디.만약편집과정에서생략되면그냥얼굴만살짝나오고말수도

있었지만,난흔쾌히받아들였다.요즘가장애정하는드라마의연

출자와연기자를만나고,촬영장분위기를느껴보는것만으로도만

족할수있었기에.

결과는대만족!작은역할이었지만현장에서연출자와상의하여

113서경석의 스튜디오에서 112 |

Page 58: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

애드리브상황도추가했고,무엇보다<조장풍>제작진,연기자들

과함께할수있어서너무좋았다.연출자는예상대로젊고유쾌한

사람이었고,출연자들또한모두가열정그자체였다.아쉽게도조

장풍역의김동욱배우는내가출연하는신에는등장하지않아볼

수없었지만유도하역의류덕환,양의원역의전국환,백부장역의

유수빈그리고남비서,상대당의원들역의연기자들까지만날수

있었다.

그리고또한가지새삼스레떠오르는생각.한두신을찍기위해

아침여덟시부터100명넘는사람들이모여네시간넘게촬영하는

것을보며,애청자분들의좋은사연들과스태프의노력덕에매일

두시간의방송을훌륭히만들어나가는여성시대의환경에감사했

다.

이번촬영이좋았던점그마지막은,박원국PD와유수빈배우

가고맙게도몇분의시간을내주어,짧은인터뷰를할수있었다는

것.그내용은촬영스케치와함께<서경석TV>에업로드되어있

다.

이글이실릴때쯤엔MBC월화드라마<특별근로감독관조장풍>

은종영했을것이다.하지만<조장풍>이내게준재미와감동의여

운은앞으로도쉽게사라지지않을것같다.방송출연은매일해도

매번설렘이있다.하지만이번<조장풍>출연의설렘은좀다른

것이었다.26년전,좋아하던콩트프로그램에포졸1로출연이결

정되어설레던때와비슷한.

초심을느끼게해주고,편안하게방송하고있음에감사하게해주

었던<조장풍>제작진과출연자들의건승을기원한다.조만간또

좋은작품으로시청자여러분을울고웃겨주세요!

호림박물관 신림본관

관람료 | 일반 4,000원 단체 3,000원

청소년 2,000원 단체 1,000원

장애인 무료

* 단체는 20인 이상, 홈페이지·전화로 문의 및 예약

관람시간 | 10:00 - 17:00

휴관일 |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

법정공휴일, 노동자의 날 (5월1일)

전시설명 | 전화 문의 및 예약

주차안내 | 무료주차

08772 서울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152길 53

Tel. (02) 858-2500, 3874

Fax. (02) 858-3875

06021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317

Tel. (02) 541-3523, ~25

Fax. (02) 541-3526

관람료 | 일반 8,000원 단체 5,000원

청소년 5,000원 단체 3,000원

장애인·경로우대 5,000원

* 단체는 20인 이상, 홈페이지·전화로 문의 및 예약

관람시간 | 10:30 - 18:00

휴관일 | 일요일, 1월1일, 설연휴, 추석연휴

전시설명 | 오전 11시, 오후 3시

(오디오가이드 대여료 2,000원)

주차안내 | 1시간 무료, 이후 1시간 2,000원

이후 10분당 1,000원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www.horimmuseum.org [email protected]

horimmuseum horimmuseum

국보 제222호 백자청화매죽문호 (조선15세기)

중소기업 명품전 IBK기업은행 신림역지점 거래고객

쿠폰 지

참시 2019년

12월 31일

까지

신사분관 무

료입장 제

전시는 홈

페이지 참

Page 59: 양희은·서경석입니다swf.imbc.com/broad/radio/fm/womenera/images5/wom1906.pdf · 에서 다시 생생하게 피어나고 있는 중이다. 여성시대 가족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