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거리예술축제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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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8 The Korean Theatre Review 2016. 9 일시 9월 28일�10월 2일 장소 서울광장, 청계광장, 광화문광장, 서울시립미술관, 세종대로, 덕수궁길 주최 서울시, 서울문화재단 주관 서울문화재단 문의 02-3290-7090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일상 공간의 일탈 서울거리예술축제2016 거리예술축제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다 서울시를대표하는공연예술축제‘하이서울페스티벌’이‘서울거리예술축제’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찾아왔다. 2003년부터 시작된‘하이서울페스티벌’은2002년 월드컵 응원 열기를 계기로‘서울 시민의 날’을 축제화한 행사였다. 초기에는 양한 대중문화예술이 공연됐지만, 점차‘거리예술축제’로 변화했다. ‘하이서울페 스티벌’이‘서울거리예술축제’로 명칭을 바꾼 이유 역시 그러한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하고자 위함이다. ‘서울거리예술축제2016’의김종석예술감독은지난3년간‘하이서울페스티벌’을 이끌며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그 변화의 바탕에는 시민이 거리예술, 즉 다양한 문화예술 경험을 통해 삶을 재발견할 있기를 바라는 목적이 있었다. 물론, 그 목적은 변함이 없다. 그는‘서울거리예술축제’가 단순한 공연관람 형태에서 벗어 나 시민의 자발적 문화예술 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축제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 그는 축제의 의의를 시민이 예술로 소통과 공감을 나누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축제의 본질은 변함없지만, 내부적으로 보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 있는 조직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했다. 또한 김종석 예술감독은 향후 서울 문화재단의 여러 문화예술지원 사업과 결합할 수 있는 통로를 발전시켜갈 계획 이라고 밝혔다. 도심 곳곳에서 경험하는 색다른 예술 체험 대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서울거리예술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공간’이다. 때문에 관람객의 성향 역시 국내 여타 거리예술축제들과 차이를 보인다. 대다 수 거리예술축제의 관객층이‘지역성’을 기반으로 하는 것에 비해‘서울거리예술 축제’는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며, 작품의 특성에 따라 관객층이 형성된다. 그 러다보니 다양한 계층과 특성을 가진 이들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 을 구성해야 한다. “거리예술작품은 하나의 생물입니다. 환경에 따라 또 관객에 따라 달라지는 매 프리뷰 “‘서울거리예술축제’는 서울거리와 일상에서 시민이 함께 아파하고 꿈꿔왔던 우리의 기억과 마음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마음껏 상상하고 직접 체험해보자는 것이죠. 거리예술의 특징도 이렇습니다. 특별한 곳에서 특 별한 사람들끼리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구별하지 않는 자유로운 공간에서 형식적 굴레 없이 우 리가 꿈꿔왔던 세계를 함께 예술적으로 펼쳐 보이는 것입니다. 어울림이 있고, 공감이 있으며 또 울림이 있 습니다. 이것은 예술적 소통으로 발전합니다. 거리예술의 이러한 예술적 소통은 관객들과 함께 만들어 내는 문화적 실천으로 이루어집니다. 축제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입니다. 저희가 여러분들의 공간으로 가겠습니 다. 그곳으로 나오셔서 함께 즐겁게 그리고 멋있게 놀아 봅시다.” - 김종석 예술감독 <길&passage> <니 딥> Sean Young, SYC Stud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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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The Korean Theatre Review 2016. 9

일시 9월 28일�10월 2일

장소 서울광장, 청계광장, 광화문광장, 서울시립미술관, 세종 로, 덕수궁길 등

주최 서울시, 서울문화재단

주관 서울문화재단

문의 02-3290-7090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일상 공간의 일탈

서울거리예술축제2016

거리예술축제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다

서울시를 표하는 공연예술축제‘하이서울페스티벌’이‘서울거리예술축제’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찾아왔다. 2003년부터 시작된‘하이서울페스티벌’은 2002년

월드컵 응원 열기를 계기로‘서울 시민의 날’을 축제화한 행사 다. 초기에는 다

양한 중문화예술이 공연됐지만, 점차‘거리예술축제’로 변화했다. ‘하이서울페

스티벌’이‘서울거리예술축제’로 명칭을 바꾼 이유 역시 그러한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하고자 위함이다.

‘서울거리예술축제2016’의 김종석 예술감독은 지난 3년간‘하이서울페스티벌’을

이끌며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그 변화의 바탕에는 시민이 거리예술, 즉 다양한

문화예술 경험을 통해 삶을 재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목적이 있었다. 물론, 그

목적은 변함이 없다. 그는‘서울거리예술축제’가 단순한 공연관람 형태에서 벗어

나 시민의 자발적 문화예술 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축제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

그는 축제의 의의를 시민이 예술로 소통과 공감을 나누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축제의 본질은 변함없지만, 내부적으로 보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

할 수 있는 조직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했다. 또한 김종석 예술감독은 향후 서울

문화재단의 여러 문화예술지원 사업과 결합할 수 있는 통로를 발전시켜갈 계획

이라고 밝혔다.

도심 곳곳에서 경험하는 색다른 예술 체험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서울거리예술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공간’이다.

그 때문에 관람객의 성향 역시 국내 여타 거리예술축제들과 차이를 보인다. 다

수 거리예술축제의 관객층이‘지역성’을 기반으로 하는 것에 비해‘서울거리예술

축제’는 불특정다수를 상으로 하며, 작품의 특성에 따라 관객층이 형성된다. 그

러다보니 다양한 계층과 특성을 가진 이들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

을 구성해야 한다.

“거리예술작품은 하나의 생물입니다. 환경에 따라 또 관객에 따라 달라지는 매

프리뷰 �

“‘서울거리예술축제’는 서울거리와 일상에서 시민이 함께 아파하고 꿈꿔왔던 우리의 기억과 마음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마음껏 상상하고 직접 체험해보자는 것이죠. 거리예술의 특징도 이렇습니다. 특별한 곳에서 특

별한 사람들끼리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구별하지 않는 자유로운 공간에서 형식적 굴레 없이 우

리가 꿈꿔왔던 세계를 함께 예술적으로 펼쳐 보이는 것입니다. 어울림이 있고, 공감이 있으며 또 울림이 있

습니다. 이것은 예술적 소통으로 발전합니다. 거리예술의 이러한 예술적 소통은 관객들과 함께 만들어 내는

문화적 실천으로 이루어집니다. 축제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입니다. 저희가 여러분들의 공간으로 가겠습니

다. 그곳으로 나오셔서 함께 즐겁게 그리고 멋있게 놀아 봅시다.”

- 김종석 예술감독

<길&passage>

<니 딥> ⓒ Sean Young, SYC Stud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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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유기적인 생물이죠. 우리 축제 공간이 가지고 있는 특징, 우리 축

제를 찾는 관객들의 성향과 유기적으로 잘 결합할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합니다. 그래서 해외초청작의 경우 가급적 제가 직접 본 작품을

중심으로 선정합니다. 상으로 접하는 공연과 실제로 접하는 공연

사이에는 반드시 차이가 존재합니다.”

김종석 예술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은‘각 축제공간에서

작품이 관객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가’이다. 이를 위해 작품 선정

시 몇 가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먼저, ‘서울시민이 함께 공유하고 있

는 집단적 관심을 다루고 있는가’이다. 그는 언론에서 언급되지 않지

만, 우리가 늘 고민하고 다루는 문제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면 세 간 갈등, 노인 문제, 차별과 편견에 관한 문제 등이 그것이

다. 두 번째는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작품의 형식적 미학이 얼마만큼

거리예술과 들어맞는가이다. 물론 예술적 완성도는 기본이다. 마지막

으로 작품들이 축제 공간-서울광장, 청계천변, 광화문 광장 등-의 특

성과 잘 부합되어 관객에게 새로운 예술적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가

를 고민한다.

시적 상상력으로 다시 기억될 도시, ‘서울’

‘서울’은 한양도성으로서 역사도시, 근 화 도시성장의 신화도시, 국

제도시 등 여러 가지 모습을 지니고 있다. ‘서울거리예술축제’는 이러

한 다양성을 반 하기 위해 공연을 각각의 장소가 지닌 역사적, 물리

적 특징에 맞게 배치한다.

“축제의 메인공간인 서울광장은 매우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1987년

이한열 민주열사 장례식장에 모인 100만 인파! 2002년 월드컵의 붉

은 악마의 수백만 인파, 촛불 집회 등 수많은 역사적 기억이 담겨 있

는 공간입니다. 이러한 특성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배치합니다. 또

한, 공간이 지닌 한계를 전복하고 일상과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중

요합니다. 서울광장은 공연하기에 그다지 좋은 조건이 아닙니다. 거

한 공간, 사방으로 둘러싼 빌딩, 전광판에서 반사되는 강한 불빛,

수많은 차량 등 집중하기가 힘들죠. 이 공간을 물리적으로 극복하려

들면 충돌만 일어납니다. 도시의 소음과 불빛을 있는 그 로 받아들

일 수 있는 공연, 작품의 한 장면으로 녹아낼 수 공연을 하는 게 우

리 축제의 콘셉트입니다.”

청계광장과 청계천에서 공연되는‘까라보스’(프랑스)의 <흐르는 불, 일

이는 밤>은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준다. 청계천변은 수많은 도깨비

설화의 표적인 발원지이다. 청계천변이 개발되기 전 음습한 이곳을

중심으로‘도깨비불’과 같은 이야기들이 탄생했다. 이러한 장소적 특

징과 기억을 기반으로 청계천을 따라 수많은 불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폴란드

극단‘KTO’의 <눈먼 사람들> 역시 서울도심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광화문 광장

에서 현 인들의 탐욕으로 무너져가는 도시를 시적으로 구현한다.

이 외에도 인간의 신체로‘기예’가 아닌‘예술’을 표현하는 현 서커스 작품들

이 거 준비돼있다. ‘써크 후아쥬’(프랑스)의 <소다드, 그리움>, ‘카서스 써커

스’(호주)의 <니 딥>, ‘꼴렉티브 드 라 바스 꿀’(프랑스)의 <그럴 가능성은 희박

하다(하지만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하다)> 등은 일상공간을 시적 상상력으로

가득 채울 것이다.

‘예술불꽃 화(花, 火)랑’(한국)과‘까르나비흐’(프랑스)의 <길&Passage>는 독특

한 양식과 규모로 축제의 미를 장식한다. 관객이 직접 20 의 휠체어를 나눠

타고 서울도시를 활보하게 되는 이탈리아 극단‘토니 클리프톤 서커스’의 <미

션 루즈벨트> 역시 신선한 체험을 안겨줄 것이다. 이 작품은 장애인들이 도

시 서울에서 경험하고 있는 차별과 편견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모순점과 문제점을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보는 축제’를 넘어‘시민 참여형 축제’로 나아가다

‘서울거리예술축제2016’은 시민이 수동적으로 관람만 하는 축제에서 벗어나

직접 공연의 배우가 되고, 예술작품을 만드는‘참여형 축제’로서의 면모를 강

화했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마을로 가는 축제’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도심재생지(플랫폼 창동61), 시장(망원시장), 동네(길음동 일 )에서 진행된다.

마을에서 활동 중인 시민 커뮤니티, 마을예술창작소와 연계한 참여형 프로그램

으로 이틀간 진행된다. 이외에도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장려하는 기획프로그

램‘시작(시민들이 만드는 작은 축제)’, ‘시민퍼레이드’, ‘거리예술비평’등이

준비되어 있다. 특히‘거리예술비평’과‘마을로 가는 축제’는 올해 신설된 기

획으로, ‘서울거리예술축제’만의 고유성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프로그

램이다.

앞서 소개한 <미션 루즈벨트> 역시 참여형 거리극이다. 관객은 휠체어에 의지

하여 물건을 사거나 장애물을 넘어가는 등 다양한 미션을 수행한다. ‘운동화’

라는 일상적인 소재가 관객의 상상력과 전문 무용수들을 만나며 연극적인 요

소로 거듭나는‘온앤오프무용단’(한국)의 <파란운동화>도 시민 참여형 무용극

이다. 단순히 보는 공연이 아닌 경험이자 도전이 될 이 작품들은 익숙한 공간

과 물건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할 것이다. <파란운동화>는‘시민예술

공작단’을 통해 선정된 30명의 시민이 진행하며, <미션 루즈벨트는>는 추후 축

제 홈페이지에서 참가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 기사 속 인터뷰는 김종석 예술감독과 진행되었습니다.

_김미지 기자 & 사진_서울거리예술축제2016 추진단 제공

1110 The Korean Theatre Review 2016. 9

‘서울거리예술축제2016’주요프로그램

공연프로그램

공식초청작

자유참가작

폐막프로그램 <끝.장. .로>

공연프로그램 <그 로>

예술놀이터 <노는 로>

시민퍼레이드 <움직이는 로>

기획프로그램

시민이 만드는 작은 축제 <시작>

플리마켓 <파란만장>

자원활동가 프로그램 <길동이랑 놀자>

시민예술공작단

협력프로그램

거리예술비평 활성화 포럼

페스티벌라운지 & 네트워킹 파티

※모든 공연은 무료로 진행되며, 축제에 한 자세한 정보는

공식홈페이지(www.festivalseoul.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흐르는 불, 일 이는 밤> ⓒ vincent_muteau

<파란운동화>

<미션 루즈벨트> ⓒ Fanny Broy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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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

서울시극단<함익>2016년 서울, 여자 햄릿이 나타났다

일시: 9월 30일~10월 16일 평일 7시반, 토 2∙6시반,

일 2시, 화 공연 없음, 10월 3일 3시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작: 김은성

연출: 김광보

출연: 강신구, 최나라, 이지연, 이희순, 황성 , 박기덕,

구도균, 이원희, 김두봉, 김수아, 나석민, 조아라, 송철호,

전운종, 이정주, 정보연, 이세 , 박진호, 호효훈, 장석환,

정유진, 유원준, 한정훈, 박현, 최동혁

문의: 02-399-1794

예술감독∙무 미술 박동우 / 조명 김정태 / 분장 이동민

소품 정윤정 / 안무 금배섭 / 음악 장한솔 / 무 감독 장연희

음향감독 남윤수 / 조연출 이은 , 윤 은 / 기획∙제작 최상윤

행정∙홍보 김수진 / 홍보지원 제나 , 임주희, 우리리

희곡을 읽지 않은 사람도 강의 줄거리를 알고 있으면서, ‘명 사’라는 말에 저절로 한 문장을 머

릿속에 떠올릴 수 있는 연극이 몇 편이나 될까?

<햄릿>은 다양한 매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차용되어 왔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연극무 에 오르고 있

는 작품이다. 특히 셰익스피어의 서거 400주년인 올해는 더욱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런 <햄

릿>이 이번에는 조금 새롭게 관객을 찾아온다. 비운의 덴마크 왕자에서 재벌가의 딸‘함익’으로.

재벌 2세‘함익’은 국에서 비극을 전공하고 돌아온다. 마하그룹의

외동딸로서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그녀의 일상은 화려하다. 상류층 인

사들과의 사교모임, 남자친구‘필형’과의 근사한 데이트, 누가 봐도

완벽한 삶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내면은 고독한 복수심으

로 병들어 있다. 자살한 엄마가 아버지와 새엄마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의심을 20년 가까이 버리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아버지의 폭력적인 권

위에 맞서 말 한마디 제 로 못한 채 가면을 쓴 인형으로 살아왔던

것이다. 복수와 일탈을 꿈꾸면서도 숨 막히는 온실 속에서 생기 없는

꽃으로 살아가던 그녀는 그룹 산하의 학교 연극학과 교수로 부임하

게 되고, <햄릿> 공연의 지도를 맡게 된 그녀 앞에 복학생‘연우’가 나

타난다. 파수꾼‘버나도’역을 맡은 연극청년‘연우’와의 만남은 외형

만 화려했던‘함익’의 고독한 내면을 조금씩 흔들기 시작한다.

원작을 각색하고 재해석하는 경우는 많았다. 하지만 서울시극단의 <함

익>은 다시 읽는 행위를 넘어서는, 파헤쳐 보고 새로운 시선으로 보는

일에 가깝다. ‘햄릿’의 진짜 심정은 어땠을까, 지문과 사 사이에는

어떤 심리가 숨겨져 있을까, 복수극의 이면에 또 무언가가 있지는 않

을까? ‘햄릿’을 제 로 파헤치고 그에게서‘함익’을 이끌어내려면 무

엇보다‘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주안점이 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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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4 The Korean Theatre Review 2016. 9

그래서‘함익’은 여성 캐릭터로 완성됐다. 보통의 해석에서 드러나는 우유부단하고 망

설이는‘햄릿’의 모습이나 복수를 지연시키는‘햄릿’의 모습은 치 하고, 치열하고,

섬세한 인간의 내면을 숨기고 있다. 그 틈새에서 나타난 여성성이‘함익’을 만들었다.

‘함익’은 재벌 2세인데다 미모와 능력까지 겸비하고 있는 화려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녀는 모든 것을 다 가지고 태어나 완벽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같은 캐릭터 설정은 왕자인‘햄릿’의 삶과 겹쳐 보인다. 성별은 눈에 띄는 차이점이

지만 기본적인 구도는 공통적이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왕자로 태어난‘햄릿’은 철저

히 혼자 다. 마음 속은 복수에 한 갈망으로 불타올랐다. ‘함익’또한 겉으로 보이

는 것과 달리 심리적으로는 매우 고독하다. 그리고 복수와 일탈을 꿈꾸며 살아간다.

결국 그녀의 정서적인 결핍은 또 다른 자아인‘분신’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엄마의 자

살이 안겨준 충격과 고통으로 본드를 불었던 중학교 시절에 보게 된 환 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날 이후로‘분신’은‘함익’이 진실하게 화를 나누고 자신의 속내를 드러

낼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함익’앞에 나타난 연극청년‘연우’. 흥미롭게도 <함익>에서는 한

학교 연극학과 학생들이 <햄릿>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이 등장한다. ‘연우’는‘햄릿’을

연기하고 싶어 하지만 휴학 생이라 주인공이 아닌‘버나도’역할을 맡고 있다.

‘함익’은 엄마의 죽음에 해 알려진 바가 석연치 않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자살이

아닌 살해, 그것도 아버지와 새엄마에 의한 살해라는 생각이다. 학창시절부터 속으로

만 간직해온 의심과 증오는 그녀가 사람과 사귀는 법을 잊어버리게 만들었다. ‘연우’

는 그런 그녀를 혼란스럽게 뒤흔들어 놓으면서, 진심과는 다르게 날선 말

을 내뱉는‘함익’의 서툰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서울시극단의 이번 시즌 창작극 정기공연은‘한국연극의 새로운 활력’을

찾겠다는 목적으로 기획됐다. 지금 이 시 를 사는 시민들의 문제점, 현

사회에 잠재되어 있는 문제점과 같은 동시 의 삶을 현 적인 미학으로 다

루고자 한다.

‘욕망’과‘소통’이라는 키워드는 이 지점에서 주효하다. 김광보 연출은“다

양한 <햄릿>이 있었지만‘과도한 욕망이 부르는 문제들’은 항상 주요 메시

지로 담겨 있었다”며“욕망의 구조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말한다.

욕망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면적이며 타인과는 소통할 수 없는 무언가다.

그리고 모든 문제의 주원인은 욕망의 구조가 필연적으로 낳게 되는 결과처

럼,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거나 소통이 없었던 데에 있다.

<함익>은“고전이 아닌 현 연극”이다. 자신의 트라우마와 결핍을 논의할

상이 없는 상태의‘함익’에게서는 소통하지 못하는 현 인의 모습이 엿

보인다. 그녀의 고독은 우리들의 일상적인 고독이고, 형식적인 모임을 오가

며 진실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모습은 무미건조한 도시의 삶을 사는 우리

들의 모습이다.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차원에서의 모든 문제들은 여기에서

멀지 않다. ‘함익’, ‘햄릿’과 다르지 않고 그들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_박혜인 기자 & 사진_박창현 포토그래퍼

김광보 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