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易地思之),관점에대한작은생각pdf.ihalla.com/sectionpdf/20180208-74200.pdf201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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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 부동산 가격 급등이 기초연 금으로 근근이 살아가야 하는 노인들 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도내 기초연금 수급자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주택 과 토지 재산액 비중이 매우 높다. 그 런데 기초연금 제도는 소득이 별로 늘 지 않아도 주택이나, 땅 값이 오르면 연금 수급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구조다. 소득이 없이 집 한 채만 가진 노인들을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는 수치 로도 확인된다. 지난 해 도내에서 노인 기초연금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비율은 전국 평균 에 비해 1.5배나 높았다. 모두 6833명 이 신청했으나 절반에 가까운 3073명 (44.97%)이 무더기로 탈락했다. 전국 평균 탈락비율이 29.38%인 점을 감안 하면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앞으 로도 걱정이다. 도내 부동산 가격은 다소 주춤하긴 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여전히 뜨겁다. 그럴수록 기초 연금 급여를 덜 받게 되는 대상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집 한 채 가진 서민들은 세금부담에다, 기초연금마 저 받지 못하는 이중의 어려움을 겪 고 있다.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고 획 일적인 공제기준도 바꿔야 한다는 지 적이 줄곧 제기되는 이유다. 현행 기초연금 수급자 선정은 대도시 (특별시와 광역시), 중소도시(특별자치 도와 도에 속한 시), 농어촌(도에 속한 군) 등 3단계로 구분 이뤄진다. 대도시 거주자는 집값에서 1억3500만원, 중소도 시 8500만원, 농어촌 거주자 7250만원을 각각 공제한 후 소득 규모를 측정하고 있다. 대도시 거주자가 상대적으로 선정 될 확률이 높다. 제주지역의 경우 특별 자치도라는 점만으로 상대적으로 불이 익을 받고 있는 셈이다. 제주도는 이와 관련 지난 달 기초연금 수급자 선정기 준 개선 건의안을 정부에 제출한 상태 다. 보건복지부는 기본재산 공제액 상향 조정안의 타당성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연금제도 취지는 소득이 없는 노인들에게 최소한의 안정적 노후보 장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도내 노인 들은 최소한의 노후보장 마저 보장받 지 못할 처지에 몰렸다. 부동산 가격 이 급등한 지역적 특성을 감안 집값 공제액에 대한 합리적 조정을 서둘러 야 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안 마 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오는 6월13일 치러지는 제주도교육감 선거가 사실상 양자 대결로 압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도교육감 후보로 거론되던 4명의 인사가 지난 6일 '반 이석문 연대'를 기치로 김광수 제주 도의회 교육의원을 단일 후보로 합의 추대했다. 이번 결정은 현직인 이석 교육감에 맞서기 위해서는 단일 후보로 선거에 임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는 지난 교육감 선거의 학습효과다. 이들은 지난 선 거에서 보수 진영의 후보자 난립으로 이 교육감에 어부지리를 안겨줬다는 인식이 강하다. 사실상 '반 이석문 연 대'를 통해 승리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후보 추대 이후 새로 운 도전자가 등록할 경우에 단일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도 이를 뒷받 침한다. 단일화를 매개로 세불리기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이번 단일화로 교육감 선거는 일찌 감치 진보와 보수 후보 구도로 짜여졌 다고 볼 수 있다. 선거를 앞두고 후보 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단일화는 새삼 스런 일이 아니다. 이들 4명도 선거가 4 개월 이상 남은 시점에 단일화 추진을 선언했다. 단일 후보로 추대된 김광수 의원은 선거에 임박해서 할 경우엔 유 권자의 관심을 모을 수는 있겠지만 소 모가 너무 크겠다는 판단이 서둘러 결 정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선거를 며칠 앞두고 하는 정치공학적인 이합집산이 아님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럼에도 곱씹어봐야 할 점이 있다. 이들은 단일화 추진 발표 이후 10여 차 례 만나 여론조사의 허와 실, 각 후보 의 정책, 선거에 임하는 자세 등을 격 의없이 토론해 단일후보를 선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 도민들은 그들 만의 단일화로 인식하고 있다. 게다가 반 이석문 연대 만을 내세웠을뿐 아직 까지 이들의 지향점이 뚜렷하지 않다. 단지 전교조 출신인 이 교육감의 정책 이 더 나아가서는 안되겠다는 생각 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러한 시각이 오 히려 교육현장을 정치적으로 몰고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아직 후보 등록이나 공식 선거전이 시작되 지 않은 만큼 공약이나 정책 방향 등은 서서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진보 보수 후보 모두 진영대결에 매몰되기 보다는 아이들과 교육현장을 위한 진정성 있는 공약과 정책이 우선 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집값 등이 기초연금 탈락 불이익 없어야 교육감 선거, 진영리 보단 정책에 우선을 한라시론 문은 문이고 곰은 곰이다 나는 문이라 쓰지만 마주보는 너는 곰이라 말한다 한쪽은 미음부터, 다른 쪽은 기역부터 출발 다르고 과정 다르고 끝도 다르다 기억부터 다르고 마음까지 다르다 미음도 미움도 모두 내려놓고 보라 문이라 쓸지라도 틀리다 소리 지르기 전에 눈길을 들어 살며시 맞은편에 놓으라 같은 곳을 같이 바라본다면 딱딱한 문을 열고 바라본다면 문은 문이어도 곰곰이 보면 곰이다 가만있는 문이 숨을 쉬는 곰이다 김용성 아전인수(我田引水)라는 말이 있다. 에만 물대기, 즉 나만 잘되면 그만 이라는 그릇된 사고를 말한다. 4차 산업 혁명을 하는 시대인 지금도 아전인 는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쓰이는 표 현 중 하나다. 배울 만큼 배우고 알 만 큼 아는 사람도 의식하고 노력하지 않 는다면 쉽게 놓쳐버리기 쉬운 게 바로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는 역지사지(易 地思之) 태도가 아닐까 한다. 역지사지는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중요한 몇 가지만 같이 생각해보자. 우선, 자기 (관점, 시각)을 잠시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어 떤 글자를 보고 누군가는 자기 지식이 나 경험으로 이라 말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누군가는 다르게 이라 말 한다. 이라 읽은 사람은 으로 출발하여, 라는 과정을 걸쳐, 으로 주장을 마무리한다. 똑같은 글 자지만, 다른 시각이나 각도로 이라 읽은 사람은 자기 눈에 보이는 대로 이 아닌 으로 분명히 시작한다 며 서로 상대방에게 틀렸다 말한다. 상 대가 바라보는 관점을 존중하는 일은 이처럼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 번째, 역지사지는 자기 마음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쟁이나 말 다툼에서 자기리에 지나치게 빠져들 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편향된 마음 이 앞서서 합리적인 쟁을 그르치는 경우가 있다. 말이 안 통한다 생각되면 상대가 괜히 미워지고 약점 잡아내 흠 집 내고 싶은 그러한 마음에 휘둘리는 경우가 그 예다. 세 번째, 역지사지는 다름 을 받아들 이고 상대가 보는 시각에서 같이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보는 글자는 분 이어서 으로 시작하는데 상 대는 이것도 모르고 자꾸 으로 시작 한다고 우긴다. 결국 같은 글자이고 보 는 시각에 따라 단지 다르게 읽힐 뿐인 데도 말이다. 나와 다르다 해도, 상대 틀리다 단정 짓기 전에 눈길을 들 어 무엇보다 상대 입장에서 같이 바라 보고자 하는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 요컨대 우리는 같은 현상을 두고도 얼마든지 다르게 볼 수 있고 다르게 말 할 수 있다. 처럼 같은 현상 이지만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하나는 딱딱한 사물 이고 또 하나는 살아 숨 쉬는 동물 이다. 관점에 따라 이처럼 큰 차이를 가져온다. 배운 만큼 겪은 만 큼 더욱 정교해지는 자기리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 다. 하지만 자기관점이라는 딱딱한 문 에 갇혀있기보다, 때로는 그 문을 열고 나와 다르게 바라보고, 상대와 같이 바 라보는 여유가 그래서 필요하지 않을까 ?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면 자기시선 에 가려졌던 게 보인다. 상대가 그제야 보인다. 바로 역지사지다. 오피니언 면의 외부필자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용성 번역가 교사 역지사지(易地思之), 관점에 대한 작은 생각 오피니언 2018년 2월 8목요15 그래픽 뉴스 주춤하던 국내 항생제 소비량이 다큰 폭으로 늘고 있다. 2015년 소폭 감소했던 항생제 소비량은 201610% 넘게 증했다.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두권 이다. 연합뉴스 그럴 수밖에 없는지 편집국 25시 얼마 전 한파 속에서 20대 여대생이 아파트 복도에 버려진 신생아를 발견 해 구조한 일이 보도되면서 화제가 됐 다. 이 감동적인 이야기는 몇 시간 후 아기를 유기한 엄마가 아기를 구조 한 여대생으로 밝혀지면서 충격 사건 으로 반전됐다. 자작극이던 이 반전 스토리는 홀로 아이를 키울 수 없여대생의 두려움에서 시작됐다. 자작극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 다. 거짓말은 용서할 수 없지만 언론들 은 여대생의 거짓말보다 그럴 수 밖에 없는지 에 초점을 맞췄고, 미 혼모를 향한 사회적 편견이 존재하는 한국사회의 민낯이 재조명됐다. 그리 입양특례법 개정으로 영아 유기 가 증가하고 있다며 출생 신고 부담을 줄이는 비밀출산에 관한 특별법 의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미혼모들의 현실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같은 사건은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 4년 전 위기의 아이들 취재를 하며 미혼모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색안경 을 끼고 혼외 출산과 양육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도 대부분의 미혼모들은 직 접 양육을 선택하고 있지만 갖춰진 제도적 지원책은 형식적이고 홀로 양 육과 자립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4년 전과 지금의 현실이 크게 달라 지지 않았음은 이번 사건이 방증한다. 지금 이런 일들이요. 우리가 굉장 히 놀라운 일이지만 실제로 수십 년간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 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번 건은 어쨌 든 그래도 아이라도 살리기 위해서 이 렇게 자작극 꾸며서 보내는 거잖아요. 안전하게… 이 하나의 행위를 비난하 기 이전에 우리 아이들을 수십 년간 버리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어떤 풍토 와 문화, 제도를 바꾸는 것이 정말 필 요하다고 생각합니다. (MBC 김동환 의 세계는 우리는 과의 인터뷰에서 박 영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 발 언). 더 말해 뭐할까. 오은지 편집뉴미디어차장 ejoh@ihalla.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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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역지사지(易地思之),관점에대한작은생각pdf.ihalla.com/sectionpdf/20180208-74200.pdf2018/02/08  · 제주지역 부동산 가격 급등이 기초연 금으로 근근이

제주지역 부동산 가격 급등이 기초연

금으로 근근이 살아가야 하는 노인들

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 도내 기초연금

수급자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주택

과 토지 재산액 비중이 매우 높다. 그

런데 기초연금 제도는 소득이 별로 늘

지 않아도 주택이나, 땅 값이 오르면

연금 수급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구조다. 소득이 없이 집 한 채만 가진

노인들을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는 수치

로도 확인된다.

지난 해 도내에서 노인 기초연금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비율은 전국 평균

에 비해 1.5배나 높았다. 모두 6833명

이 신청했으나 절반에 가까운 3073명

(44.97%)이 무더기로 탈락했다. 전국

평균 탈락비율이 29.38%인 점을 감안

하면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앞으

로도 걱정이다. 도내 부동산 가격은

다소 주춤하긴 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여전히 뜨겁다. 그럴수록 기초

연금 급여를 덜 받게 되는 대상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집 한 채 가진

서민들은 세금부담에다, 기초연금마

저 받지 못하는 이중의 어려움을 겪

고 있다.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고 획

일적인 공제기준도 바꿔야 한다는 지

적이 줄곧 제기되는 이유다.

현행 기초연금 수급자 선정은 대도시

(특별시와 광역시), 중소도시(특별자치

도와 도에 속한 시), 농어촌(도에 속한

군) 등 3단계로 구분 이뤄진다. 대도시

거주자는 집값에서 1억3500만원, 중소도

시 8500만원, 농어촌 거주자 7250만원을

각각 공제한 후 소득 규모를 측정하고

있다. 대도시 거주자가 상대적으로 선정

될 확률이 높다. 제주지역의 경우 특별

자치도라는 점만으로 상대적으로 불이

익을 받고 있는 셈이다. 제주도는 이와

관련 지난 달 기초연금 수급자 선정기

준 개선 건의안을 정부에 제출한 상태

다. 보건복지부는 기본재산 공제액 상향

조정안의 타당성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연금제도 취지는 소득이 없는

노인들에게 최소한의 안정적 노후보

장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도내 노인

들은 최소한의 노후보장 마저 보장받

지 못할 처지에 몰렸다. 부동산 가격

이 급등한 지역적 특성을 감안 집값

공제액에 대한 합리적 조정을 서둘러

야 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안 마

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오는 6월13일 치러지는 제주도교육감

선거가 사실상 양자 대결로 압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도교육감 후보로

거론되던 4명의 인사가 지난 6일 '반

이석문 연대'를 기치로 김광수 제주

도의회 교육의원을 단일 후보로 합의

추대했다. 이번 결정은 현직인 이석

문 교육감에 맞서기 위해서는 단일

후보로 선거에 임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는 지난 교육감

선거의 학습효과다. 이들은 지난 선

거에서 보수 진영의 후보자 난립으로

이 교육감에 어부지리를 안겨줬다는

인식이 강하다. 사실상 '반 이석문 연

대'를 통해 승리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후보 추대 이후 새로

운 도전자가 등록할 경우에 단일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도 이를 뒷받

침한다. 단일화를 매개로 세불리기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이번 단일화로 교육감 선거는 일찌

감치 진보와 보수 후보 구도로 짜여졌

다고 볼 수 있다. 선거를 앞두고 후보

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단일화는 새삼

스런 일이 아니다. 이들 4명도 선거가 4

개월 이상 남은 시점에 단일화 추진을

선언했다. 단일 후보로 추대된 김광수

의원은 선거에 임박해서 할 경우엔 유

권자의 관심을 모을 수는 있겠지만 소

모가 너무 크겠다는 판단이 서둘러 결

정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선거를 며칠

앞두고 하는 정치공학적인 이합집산이

아님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럼에도 곱씹어봐야 할 점이 있다.

이들은 단일화 추진 발표 이후 10여 차

례 만나 여론조사의 허와 실, 각 후보

의 정책, 선거에 임하는 자세 등을 격

의없이 토론해 단일후보를 선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 도민들은 그들

만의 단일화로 인식하고 있다. 게다가

반 이석문 연대 만을 내세웠을뿐 아직

까지 이들의 지향점이 뚜렷하지 않다.

단지 전교조 출신인 이 교육감의 정책

이 더 나아가서는 안되겠다는 생각 만

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러한 시각이 오

히려 교육현장을 정치적으로 몰고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아직

후보 등록이나 공식 선거전이 시작되

지 않은 만큼 공약이나 정책 방향 등은

서서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진보 보수 후보 모두 진영대결에

매몰되기 보다는 아이들과 교육현장을

위한 진정성 있는 공약과 정책이 우선

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집 값 폭등이 기초연금 탈락 불이익 없어야

교육감 선거, 진영논리 보단 정책에 우선을

한라시론

문은 문이고

곰은 곰이다

나는 문이라 쓰지만

마주보는 너는 곰이라 말한다

한쪽은 미음부터, 다른 쪽은 기역부터

출발 다르고 과정 다르고 끝도 다르다

기억부터 다르고 마음까지 다르다

미음도 미움도 모두 내려놓고 보라

문이라 쓸지라도

틀리다 소리 지르기 전에

눈길을 들어 살며시 맞은편에 놓으라

같은 곳을 같이 바라본다면

딱딱한 문을 열고 바라본다면

문은 문이어도

곰곰이 보면 곰이다

가만있는 문이 숨을 쉬는 곰이다

김용성

아전인수(我田引水)라는 말이 있다.

내 논에만 물대기, 즉 나만 잘되면 그만

이라는 그릇된 사고를 말한다. 4차 산업

혁명을 논하는 시대인 지금도 아전인

수 는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쓰이는 표

현 중 하나다. 배울 만큼 배우고 알 만

큼 아는 사람도 의식하고 노력하지 않

는다면 쉽게 놓쳐버리기 쉬운 게 바로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는 역지사지(易

地思之) 태도가 아닐까 한다.

역지사지는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중요한 몇 가지만 같이 생각해보자.

우선, 자기 눈 (관점, 시각)을 잠시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어

떤 글자를 보고 누군가는 자기 지식이

나 경험으로 문 이라 말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누군가는 다르게 곰 이라 말

한다. 문 이라 읽은 사람은 ㅁ 으로

출발하여, ㅜ 라는 과정을 걸쳐,

ㄴ 으로 주장을 마무리한다. 똑같은 글

자지만, 다른 시각이나 각도로 곰 이라

읽은 사람은 자기 눈에 보이는 대로

ㅁ 이 아닌 ㄱ 으로 분명히 시작한다

며 서로 상대방에게 틀렸다 말한다. 상

대가 바라보는 관점을 존중하는 일은

이처럼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 번째, 역지사지는 자기 마음 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논쟁이나 말

다툼에서 자기논리에 지나치게 빠져들

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편향된 마음

이 앞서서 합리적인 논쟁을 그르치는

경우가 있다. 말이 안 통한다 생각되면

상대가 괜히 미워지고 약점 잡아내 흠

집 내고 싶은 그러한 마음에 휘둘리는

경우가 그 예다.

세 번째, 역지사지는 다름 을 받아들

이고 상대가 보는 시각에서 같이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보는 글자는 분

명 문 이어서 ㅁ 으로 시작하는데 상

대는 이것도 모르고 자꾸 ㄱ 으로 시작

한다고 우긴다. 결국 같은 글자이고 보

는 시각에 따라 단지 다르게 읽힐 뿐인

데도 말이다. 나와 다르다 해도, 상대

를 틀리다 단정 짓기 전에 눈길을 들

어 무엇보다 상대 입장에서 같이 바라

보고자 하는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

요컨대 우리는 같은 현상을 두고도

얼마든지 다르게 볼 수 있고 다르게 말

할 수 있다. 문 과 곰 처럼 같은 현상

이지만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하나는

딱딱한 사물 이고 또 하나는 살아 숨

쉬는 동물 이다. 관점에 따라 이처럼

큰 차이를 가져온다. 배운 만큼 겪은 만

큼 더욱 정교해지는 자기논리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

다. 하지만 자기관점이라는 딱딱한 문

에 갇혀있기보다, 때로는 그 문을 열고

나와 다르게 바라보고, 상대와 같이 바

라보는 여유가 그래서 필요하지 않을까

?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면 자기시선

에 가려졌던 게 보인다. 상대가 그제야

보인다. 바로 역지사지다.

※ 오피니언 면의외부필자기고는본지의편집방향과일치하지않을수도있습니다.

김 용 성

시인 번역가 교사

역지사지(易地思之), 관점에 대한 작은 생각

오피니언 2018년 2월 8일 목요일15

그래픽 뉴스

잠시 주춤하던 국내 항생제 소비량이 다시 큰 폭으로 늘고 있다. 2015년 소폭 감소했던

항생제 소비량은 2016년에 10% 넘게 증가했다.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두권

이다. 연합뉴스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편집국 25시

얼마 전 한파 속에서 20대 여대생이

아파트 복도에 버려진 신생아를 발견

해 구조한 일이 보도되면서 화제가 됐

었다. 이 감동적인 이야기는 몇 시간

후 아기를 유기한 엄마가 아기를 구조

한 여대생으로 밝혀지면서 충격 사건

으로 반전됐다. 자작극이었던 이 반전

스토리는 홀로 아이를 키울 수 없었던

여대생의 두려움에서 시작됐다.

자작극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

다. 거짓말은 용서할 수 없지만 언론들

은 여대생의 거짓말보다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 에 초점을 맞췄고, 미

혼모를 향한 사회적 편견이 존재하는

한국사회의 민낯이 재조명됐다. 그리

고 입양특례법 개정으로 영아 유기

가 증가하고 있다며 출생 신고 부담을

줄이는 비밀출산에 관한 특별법 발

의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미혼모들의 현실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같은 사건은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

4년 전 위기의 아이들 취재를 하며

미혼모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색안경

을 끼고 혼외 출산과 양육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도 대부분의 미혼모들은 직

접 양육을 선택하고 있었지만 갖춰진

제도적 지원책은 형식적이었고 홀로 양

육과 자립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4년 전과 지금의 현실이 크게 달라

지지 않았음은 이번 사건이 방증한다.

지금 이런 일들이요. 우리가 굉장

히 놀라운 일이지만 실제로 수십 년간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

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번 건은 어쨌

든 그래도 아이라도 살리기 위해서 이

렇게 자작극 꾸며서 보내는 거잖아요.

안전하게… 이 하나의 행위를 비난하

기 이전에 우리 아이들을 수십 년간

버리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어떤 풍토

와 문화, 제도를 바꾸는 것이 정말 필

요하다고 생각합니다. (MBC 김동환

의 세계는 우리는 과의 인터뷰에서 박

영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 발

언). 더 말해 뭐할까.

오 은 지편집뉴미디어부 차장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