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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영화 2017년 4월 7일 금요일 8 50년간 정신병원에 갇힌 여인의 삶의 비밀을 그린 로즈 . 댄서 . 지난 50년간 정신병원에 갇혀 지낸 그녀, 세상이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을 택한 로즈 의 비밀이야기가 서서히 밝혀진다. 그리고 19살 천재 발레리노의 춤사위를 통해 심리적 갈등을 표출하는 댄서 당신은 삶의 정의와 어떻게 타협하는가, 만약 당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다면 앞으로 살아가면서 무엇을 성취하겠는가 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로즈=영화 로즈 는 아카데미 6회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짐 쉐 리단 감독과 영화 캐롤 로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루 니 마라가 비밀로 간직했던 사랑을 그려낸 작품이다. 자신의 아이를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50년간 정신병원에 갇혀 지낸 로즈 . 그녀를 담당한 정신과 의사 그린 박사는 로즈 의 책 속에서 수십 년간 써 내려 간 글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서서히 로즈 의 비밀스러운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다. 1943년의 아일랜드. 억압적인 시대 분위기 속에서도 자유롭게 살아가는 로즈 는 남자들의 로망이다. 아름다 운 미모와 당당함에 매혹된 남자들은 눈을 떼지 못한다. 그러던 어 느 날, 영국인 마이클 과 첫눈에 반해 서로에게 빠져들지만 2차 세 계대전으로 이별하고 로즈 는 홀로 남겨진다. 자신의 모든 것을 버 리고 사랑을 지키고 싶었던 로즈 . 아무도 몰랐던 그녀의 러브 스 토리가 50년이 지나 서서히 밝혀진다. 108분. 15세 관람가. ▶댄서=신의 날개를 빌린 발레리노, 세르게이 풀루닌의 모든 것을 담은 댄서 . 19살 영국 로열발레단 최연소 수석 무용수에 발탁된 천재 발레리노인 그는 온몸을 신으로 휘두른 채 연일 신문 1면을 장식하는 이슈 메이커 다. 발레계의 배드 보이 발레계의 제임스 딘 등 수많은 수식어와 함께 강렬하고 아름다운 몸짓으로 세계를 매료시킨 것도 잠시, 발레리노라면 누구나 꿈꾸는 최고의 자리를 스스로 박차고 나오는 파격적인 행보로 다시 한번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다. 댄서 는 재능과 매력을 겸비한, 그리고 한 편으로는 연약한, 지금 이 순간 삶의 기로에 서 있는 발레 스타 를 친숙하게 그려낸다. 특히 가난했던 어린 시절, 자신을 위해 희생 했던 가족과 그때의 기억들을 따라가는 댄서 는 현재 무너지기 직 전인 한 청년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궁극적으로 이 작품은 온몸 에 문신을 새긴, 삶이 복잡한 한 청년의 몸, 슬픈 과거 그리고 아름 다운 예술적 재능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마주한 세 르게이는 계속해서 춤을 출까, 아니면 정상에서 은퇴할까? 다큐멘터 리. 85분. 15세 관람가. 탁기자 [email protected] 으로 여는 세상 주말영화세상 ▶후쿠시마의 눈물(김정희 글, 오승민 그림)=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 난 지 6년이 지났지만 방사능에 오염된 물이 태평양으로 흘러들고 파손된 원자 로 안에서 검출된 방사능 수치는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현재진행형이다. 봄이면 벚 나무 동산으로 소풍 가고 주말이면 산 아래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던 요시코네 가족이 원전 사고 후 바뀐 일상을 통해 원 자력의 위험성과 환경 문제를 자연스럽게 들려준다. 사계절. 1만3000원. ▶놀이터를 돌려줘(원유순 글, 조윤주 그림)=놀기 대장 장대한은 오늘도 학교 운동장과 동네 놀이터를 오가며 바쁘게 논다. 어느 날, 놀이터 자리에 주차장을 만든다는 이야길 전해 들은 대한이는 친 구들과 함께 놀이터를 되찾기 위해 힘을 모으기 시작한다. 어른들의 이해관계나 편견 때문에 방치되거나 폐쇄되는 놀이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마음껏 놀 권리가 있는 아이들에게 놀이터가 왜 필요한지 들여다봤다. 라임. 9500원. ▶문(이지현 지음)=한 아이가 오래된 열쇠 하나를 발견한다. 아이는 열쇠 위에 앉아있던 낯선 벌레 한 마리를 쫓다 거리 한 모퉁이에 거미줄을 뒤집어쓴 문과 마 주한다. 머뭇거리다 자물쇠로 문을 열게 되는 아이. 문 저편 세계로 발을 디딘 아 이에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처음 본 사람도 소풍에 반갑게 초대해주는 곳, 어디서든 노래하고 춤 추고 운동하며 지낼 수 있는 곳, 우리도 그 문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이야기꽃. 1만6000원. ▶더 나은 세상(가브리엘 파체코 외 그림, 남진희 옮김)=어디선가 전쟁이 일 어나 여린 생명을 위협하고 5초마다 한 명의 어린이가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죽 어가고 있다. 피부색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영문도 모른 채 학대받는 어린이들이 있다. UN이 채 택한 아동권리선언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간추렸 고 이에 공감한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남아메리카 화가 들이 정감 있고 개성 넘친 그림을 더해 한 권의 책으로 묶었 다. 산하. 1만2000원. ▶쓰르라미 별이 뜨는 밤(김수빈 지음)= 17세 소녀 단결. 유명 드라마 작가인 엄마,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누워서 생활 하는 한 살 위 언니 단비, 언니의 친아버지 이지만 이미 다른 가정이 있고 자신과는 피가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저씨 곁에 살 아가고 있다. 사생아로 자란 결이는 몸이 불편한 언니를 대신하기 위해 자신이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단 비의 존재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어디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 하는 결의 앞에 어느 날 지구를 벗어나 매미 행성으로 떠나자 는 중학생 소년이 나타난다. 바람의아이들. 9500원. ▶도련님(나쓰메 소키 지음, 양억관 옮김)=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문학 작 품 중 하나로 청소년을 위한 맞춤형 클 래식 으로 발간됐다. 일본이 근대화를 내 세웠던 메이지 시대의 다양한 인간 군상 을 그려냈다.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를 배 경으로 거짓에 당당하게 맞서는 신출내기 교사의 모험담이 펼쳐진다. 푸른숲주니어. 9500원. 진선희기자 생태도시 프라이부르크 22만 인구 160개 놀이터 어린이들도 당당한 시민 눈높이 맞춘 정에 감동 아이를 위해 뛰는 심장을 가진 도 시. 그 도시의 안내서에는 이런 문 구가 적혀있다. 아이들과 함께 그 도 시를 발로 누볐던 이는 그것이 그저 빈말이 아니었다고 했다. 아이들 역 시 시민으로 보고 도시의 행정과 정 책을 소개하는 곳, 바로 생태도시 프 라이부르크다. 프라이부르크는 독일 남서쪽 바덴 뷔르템베르크 주에 속한 도시다. 112 0년 자유무역도시로 건설됐고 인구 는 약 22만명에 이른다. 라인 강가의 평원과 검은 숲, 풍부한 일조량 등 자연이 주는 혜택이 풍족하다. 이소영씨가 글을 쓰고 이유진씨가 사진을 찍어 묶어낸 엄마도 행복한 놀이터 는 프라이부르크를 배경으로 쓰여졌다. 지난여름 생태도시로 났던 두 가족의 특별한 여행기다. 프라이부르크는 도시 전체가 거대 놀이터다. 아우구스티너 박물관 앞 놀이터, 중앙역 근처 헤르츠예수 교회 앞 놀이터, 전망대 끝 놀이터 등 160개의 놀이터가 아이들을 기다 리고 있다. 도심의 표정을 만드는 천 년된 물길, 오리와 사람이 함께 헤엄 치는 호수, 아기자기한 숲길도 자연 그대로 아이들을 품는다. 그곳에는 남다른 놀이터 원칙이 있다. 주민과 아이들이 직접 참여해 놀이터를 조성하고 자연물을 이용한 다는 점이다. 안전을 위해 설치하는 인공 울타리가 없는 놀이터는 어떻 게 놀아야 다치지 않는지 아이 스스 로 생각하게 하고, 때로는 직접 위험 을 겪으면서 다음부턴 이러진 말아 야지란 교훈을 얻도록 이끈다. 프라이부르크시는 어린이를 위한 홈페이지를 따로 두고 시에서 하는 일과 정책을 알린다. 어린이 역시 당 당한 시민이다. 검은 숲엔 어린이용 트래킹 코스가 30개나 있고 그걸 자 세히 소개하는 책을 서점에서 판다. 시에서는 직접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 한 180쪽 분량의 두툼한 스포츠 문화 시설 안내서를 발행하고 해마다 새로 운 내용과 형식을 보완해 찍어낸다. 도시 곳곳을 누비는 트램 역시 어 린이와 눈높이를 맞춘다. 자연체험, 도서관, 스포츠 등 어린이를 위한 목 적지를 세세하게 분류해 어느 정거 장에서 내리면 되는지, 배차 간격은 어떻게 되는지 알려준다. 어린이집 앞에선 종종 손을 잡고 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진 삼 각대를 보게 된다. 우리나라처럼 공 사 중이거나 사고가 났을 때 도로 위 에 놓아두는 삼각대라고 여기면 오 산이다. 아이가 놀고 있으니 차들은 살금살금 지나가 달라는 표식으로 세워둔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했던 두 가족의 생태도시에 얽힌 추억은 우리가 사는 동네, 우리가 사는 도시 를 더 많이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오마이북. 1만6000원. 진선희기자 [email protected] 서술형 평가를 망쳤다. 사공이 많 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의 뜻을 서 술하는 문제였는데/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면 불가능한 일도 이룰 수 있다 고 썼는데/ 부분 점수도 인정 해주지 않았다./ 이의 제기를 했다./ 틀린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찾아갔 는데/ 공부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래도 틀린 건 아니잖아요. 배운 것 에 갇혀 있는 것보다 낫잖아요?/ 공 부한 것에 너무 갇히지 말라고 하셨 잖아요./ 이미 알려져 있는 생각의 틀, 상상의 틀을 뛰어넘으라면서요. 백지장이 뭐지 시의 일부다. 누가 쓴 시일까. 입시라는 높은 산을 넘어야 하는 어느 아이가 시험을 망 치고 쓴 시일까. 매일매일 학교와 집 을 오가야 하는 10대 청소년이 쓴 시 같다. 아이가 쓴 시가 아니다. 교직에 몸 담았던 제주 양영길 시인이 썼다. 창 비 청소년 시선으로 묶인 양영길 시 궁금 바이러스 엔 열여섯 살 아 이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듯 청소년 이 주체가 되는 시편이 하나둘 펼쳐 진다. 교과서 시를 비트는 시를 써온 시 인은 이번에 별생각 없어 보이는 아 이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그 아이들은 훈계나 조언을 늘어놓으려 는 어른들에게 바보 같은 질문짓 을 멈추지 않는다. 어른들 눈엔 쓸데 없이 궁금한 것이 많은 놈이지만 그 아이들은 세상 모든 사물에 말을 걸 준비가 되어있는 멋진 놈이다. 수록된 작품은 60편이 넘는다. 아 이들이 쏟아내는 말을 따옴표로 인용 해 옮겨놓은 것처럼 보이는 시편엔 아이들의 언어가 그대로 살아난다.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른다 가맞 지. 그치?/ 그런데 올챙이도 개구리 를 알 리가 없잖아./ 올챙이 개구리 모른다 맞잖아. 그치?//사실 엄마 심정, 나 잘 이해 안 돼./ 말을 하지 않고 참았다가는 그냥 폭발할 것 같아서/ 그래서 어쩌라고? 마디 했더니/ 엄마 속을 긁는다고 버럭 했잖아./ 나 급실망해서 아무 대답도 못 했어.// 엄마가 이야기하 는 거/다 억지 같고 강요 같았어.// 엄마, 나 아직은 올챙인가 봐. ( 래서 어쩌라고 중) 시인은 천천히 한두 편 읽다가 문 득 자기만의 생각에 빠지게 하는 시, 읽다가 자기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기억을 더듬어보게 하는 시로 읽혔으 면 하는 바람으로 엮었다 고 했다. 창 비교육. 85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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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으로여는세상 주말영화세상pdf.ihalla.com/sectionpdf/20170407-70674.pdf · 있을까.이야기꽃.1만6000원. 더나은세상(가브리엘파체코외 그림,남진희옮김)=어디선가

책세상 영화2017년 4월 7일 금요일8

50년간 정신병원에 갇힌 여인의 삶의 비밀을 그린 로즈 .

댄서 .

지난 50년간 정신병원에 갇혀 지낸 그녀, 세상이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을 택한 로즈 의 비밀이야기가 서서히 밝혀진다. 그리고 19살

천재 발레리노의 춤사위를 통해 심리적 갈등을 표출하는 댄서 는

당신은 삶의 정의와 어떻게 타협하는가, 만약 당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다면 앞으로 살아가면서 무엇을 성취하겠는가 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로즈=영화 로즈 는 아카데미 6회 노미네이트에 빛나는 짐 쉐

리단 감독과 영화 캐롤 로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루

니 마라가 비밀로 간직했던 사랑을 그려낸 작품이다. 자신의 아이를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50년간 정신병원에 갇혀 지낸 로즈 . 그녀를

담당한 정신과 의사 그린 박사는 로즈 의 책 속에서 수십 년간

써 내려 간 글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서서히 로즈 의 비밀스러운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다. 1943년의 아일랜드. 억압적인 시대 분위기

속에서도 자유롭게 살아가는 로즈 는 남자들의 로망이다. 아름다

운 미모와 당당함에 매혹된 남자들은 눈을 떼지 못한다. 그러던 어

느 날, 영국인 마이클 과 첫눈에 반해 서로에게 빠져들지만 2차 세

계대전으로 이별하고 로즈 는 홀로 남겨진다. 자신의 모든 것을 버

리고 사랑을 지키고 싶었던 로즈 . 아무도 몰랐던 그녀의 러브 스

토리가 50년이 지나 서서히 밝혀진다. 108분. 15세 관람가.

▶댄서=신의 날개를 빌린

발레리노, 세르게이 풀루닌의

모든 것을 담은 댄서 . 19살

에 영국 로열발레단 최연소

수석 무용수에 발탁된 천재

발레리노인 그는 온몸을 문

신으로 휘두른 채 연일 신문

1면을 장식하는 이슈 메이커

다. 발레계의 배드 보이

발레계의 제임스 딘 등 수많은 수식어와 함께 강렬하고 아름다운

몸짓으로 세계를 매료시킨 것도 잠시, 발레리노라면 누구나 꿈꾸는

최고의 자리를 스스로 박차고 나오는 파격적인 행보로 다시 한번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다. 댄서 는 재능과 매력을 겸비한, 그리고

한 편으로는 연약한, 지금 이 순간 삶의 기로에 서 있는 발레 스타

를 친숙하게 그려낸다. 특히 가난했던 어린 시절, 자신을 위해 희생

했던 가족과 그때의 기억들을 따라가는 댄서 는 현재 무너지기 직

전인 한 청년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궁극적으로 이 작품은 온몸

에 문신을 새긴, 삶이 복잡한 한 청년의 몸, 슬픈 과거 그리고 아름

다운 예술적 재능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마주한 세

르게이는 계속해서 춤을 출까, 아니면 정상에서 은퇴할까? 다큐멘터

리. 85분. 15세 관람가.

백금탁기자 [email protected]

책으로 여는 세상 주말영화세상

▶후쿠시마의 눈물(김정희 글, 오승민

그림)=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

난 지 6년이 지났지만 방사능에 오염된

물이 태평양으로 흘러들고 파손된 원자

로 안에서 검출된 방사능 수치는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현재진행형이다. 봄이면 벚

나무 동산으로 소풍 가고 주말이면 산 아래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던 요시코네 가족이 원전 사고 후 바뀐 일상을 통해 원

자력의 위험성과 환경 문제를 자연스럽게 들려준다. 사계절.

1만3000원.

▶놀이터를 돌려줘(원유순 글, 조윤주

그림)=놀기 대장 장대한은 오늘도 학교

운동장과 동네 놀이터를 오가며 바쁘게

논다. 어느 날, 놀이터 자리에 주차장을

만든다는 이야길 전해 들은 대한이는 친

구들과 함께 놀이터를 되찾기 위해 힘을

모으기 시작한다. 어른들의 이해관계나

편견 때문에 방치되거나 폐쇄되는 놀이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마음껏 놀 권리가 있는 아이들에게 놀이터가

왜 필요한지 들여다봤다. 라임. 9500원.

▶문(이지현 지음)=한 아이가 오래된

열쇠 하나를 발견한다. 아이는 열쇠 위에

앉아있던 낯선 벌레 한 마리를 쫓다 거리

한 모퉁이에 거미줄을 뒤집어쓴 문과 마

주한다. 머뭇거리다 자물쇠로 문을 열게

되는 아이. 문 저편 세계로 발을 디딘 아

이에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처음 본

사람도 소풍에 반갑게 초대해주는 곳, 어디서든 노래하고 춤

추고 운동하며 지낼 수 있는 곳, 우리도 그 문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이야기꽃. 1만6000원.

▶더 나은 세상(가브리엘 파체코 외

그림, 남진희 옮김)=어디선가 전쟁이 일

어나 여린 생명을 위협하고 5초마다 한

명의 어린이가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죽

어가고 있다. 피부색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영문도 모른

채 학대받는 어린이들이 있다. UN이 채

택한 아동권리선언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간추렸

고 이에 공감한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남아메리카 화가

들이 정감 있고 개성 넘친 그림을 더해 한 권의 책으로 묶었

다. 산하. 1만2000원.

▶쓰르라미 별이 뜨는 밤(김수빈 지음)=

17세 소녀 단결. 유명 드라마 작가인 엄마,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누워서 생활

하는 한 살 위 언니 단비, 언니의 친아버지

이지만 이미 다른 가정이 있고 자신과는

피가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저씨 곁에 살

아가고 있다. 사생아로 자란 결이는 몸이

불편한 언니를 대신하기 위해 자신이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단

비의 존재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어디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

하는 결의 앞에 어느 날 지구를 벗어나 매미 행성으로 떠나자

는 중학생 소년이 나타난다. 바람의아이들. 9500원.

▶도련님(나쓰메 소세키 지음, 양억관

옮김)=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문학 작

품 중 하나로 청소년을 위한 맞춤형 클

래식 으로 발간됐다. 일본이 근대화를 내

세웠던 메이지 시대의 다양한 인간 군상

을 그려냈다.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를 배

경으로 거짓에 당당하게 맞서는 신출내기

교사의 모험담이 펼쳐진다. 푸른숲주니어. 9500원. 진선희기자

생태도시 프라이부르크

22만 인구 160개 놀이터

어린이들도 당당한 시민

눈높이 맞춘 정책에 감동

아이를 위해 뛰는 심장을 가진 도

시. 그 도시의 안내서에는 이런 문

구가 적혀있다. 아이들과 함께 그 도

시를 발로 누볐던 이는 그것이 그저

빈말이 아니었다고 했다. 아이들 역

시 시민으로 보고 도시의 행정과 정

책을 소개하는 곳, 바로 생태도시 프

라이부르크다.

프라이부르크는 독일 남서쪽 바덴

뷔르템베르크 주에 속한 도시다. 112

0년 자유무역도시로 건설됐고 인구

는 약 22만명에 이른다. 라인 강가의

평원과 검은 숲, 풍부한 일조량 등

자연이 주는 혜택이 풍족하다.

이소영씨가 글을 쓰고 이유진씨가

사진을 찍어 묶어낸 엄마도 행복한

놀이터 는 프라이부르크를 배경으로

쓰여졌다. 지난여름 생태도시로 떠

났던 두 가족의 특별한 여행기다.

프라이부르크는 도시 전체가 거대

한 놀이터다. 아우구스티너 박물관

앞 놀이터, 중앙역 근처 헤르츠예수

교회 앞 놀이터, 전망대 끝 놀이터

등 160개의 놀이터가 아이들을 기다

리고 있다. 도심의 표정을 만드는 천

년된 물길, 오리와 사람이 함께 헤엄

치는 호수, 아기자기한 숲길도 자연

그대로 아이들을 품는다.

그곳에는 남다른 놀이터 원칙이

있다. 주민과 아이들이 직접 참여해

놀이터를 조성하고 자연물을 이용한

다는 점이다. 안전을 위해 설치하는

인공 울타리가 없는 놀이터는 어떻

게 놀아야 다치지 않는지 아이 스스

로 생각하게 하고, 때로는 직접 위험

을 겪으면서 다음부턴 이러진 말아

야지란 교훈을 얻도록 이끈다.

프라이부르크시는 어린이를 위한

홈페이지를 따로 두고 시에서 하는

일과 정책을 알린다. 어린이 역시 당

당한 시민이다. 검은 숲엔 어린이용

트래킹 코스가 30개나 있고 그걸 자

세히 소개하는 책을 서점에서 판다.

시에서는 직접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

한 180쪽 분량의 두툼한 스포츠 문화

시설 안내서를 발행하고 해마다 새로

운 내용과 형식을 보완해 찍어낸다.

도시 곳곳을 누비는 트램 역시 어

린이와 눈높이를 맞춘다. 자연체험,

도서관, 스포츠 등 어린이를 위한 목

적지를 세세하게 분류해 어느 정거

장에서 내리면 되는지, 배차 간격은

어떻게 되는지 알려준다.

어린이집 앞에선 종종 손을 잡고

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진 삼

각대를 보게 된다. 우리나라처럼 공

사 중이거나 사고가 났을 때 도로 위

에 놓아두는 삼각대라고 여기면 오

산이다. 아이가 놀고 있으니 차들은

살금살금 지나가 달라는 표식으로

세워둔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했던

두 가족의 생태도시에 얽힌 추억은

우리가 사는 동네, 우리가 사는 도시

를 더 많이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오마이북. 1만6000원.

진선희기자 [email protected]

서술형 평가를 망쳤다. 사공이 많

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의 뜻을 서

술하는 문제였는데/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면 불가능한 일도 이룰 수

있다 고 썼는데/ 부분 점수도 인정

해주지 않았다./ 이의 제기를 했다./

틀린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찾아갔

는데/ 공부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래도 틀린 건 아니잖아요. 배운 것

에 갇혀 있는 것보다 낫잖아요?/ 공

부한 것에 너무 갇히지 말라고 하셨

잖아요./ 이미 알려져 있는 생각의

틀, 상상의 틀을 뛰어넘으라면서요.

백지장이 뭐지 란 시의 일부다.

누가 쓴 시일까. 입시라는 높은 산을

넘어야 하는 어느 아이가 시험을 망

치고 쓴 시일까. 매일매일 학교와 집

을 오가야 하는 10대 청소년이 쓴 시

같다.

아이가 쓴 시가 아니다. 교직에 몸

담았던 제주 양영길 시인이 썼다. 창

비 청소년 시선으로 묶인 양영길 시

집 궁금 바이러스 엔 열여섯 살 아

이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듯 청소년

이 주체가 되는 시편이 하나둘 펼쳐

진다.

교과서 시를 비트는 시를 써온 시

인은 이번에 별생각 없어 보이는 아

이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그

아이들은 훈계나 조언을 늘어놓으려

는 어른들에게 바보 같은 질문짓

을 멈추지 않는다. 어른들 눈엔 쓸데

없이 궁금한 것이 많은 놈이지만 그

아이들은 세상 모든 사물에 말을 걸

준비가 되어있는 멋진 놈이다.

수록된 작품은 60편이 넘는다. 아

이들이 쏟아내는 말을 따옴표로 인용

해 옮겨놓은 것처럼 보이는 시편엔

아이들의 언어가 그대로 살아난다.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른다 가 맞

지. 그치?/ 그런데 올챙이도 개구리

를 알 리가 없잖아./ 올챙이 개구리

적 모른다 도 맞잖아. 그치?//사실

엄마 심정, 나 잘 이해 안 돼./ 말을

하지 않고 참았다가는 그냥 폭발할

것 같아서/ 그래서 어쩌라고? 한

마디 했더니/ 엄마 속을 긁는다고

버럭 했잖아./ 나 급실망해서 아무

대답도 못 했어.// 엄마가 이야기하

는 거/다 억지 같고 강요 같았어.//

엄마, 나 아직은 올챙인가 봐. ( 그

래서 어쩌라고 중)

시인은 천천히 한두 편 읽다가 문

득 자기만의 생각에 빠지게 하는 시,

읽다가 자기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기억을 더듬어보게 하는 시로 읽혔으

면 하는 바람으로 엮었다 고 했다. 창

비교육. 8500원. 진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