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24λl 배문성-시인, 출판평론가...지금은 자전거 타기 안성맞춤이죠....

21

Upload: others

Post on 26-Feb-2020

0 views

Category:

Documents


0 download

TRANSCRIPT

Page 1: 파주 24λl 배문성-시인, 출판평론가...지금은 자전거 타기 안성맞춤이죠. 거기 다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요 차도 많이 다니지 않고 공 릉천을

파주24λl 배문성-시인, 출판평론가

Page 2: 파주 24λl 배문성-시인, 출판평론가...지금은 자전거 타기 안성맞춤이죠. 거기 다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요 차도 많이 다니지 않고 공 릉천을

심학산

AM 7 : 08

해발 200m 남짓의 심학~~교히읍 동매리) 정상은 어둡고 공기는 차갑다. 아직 동이

트지 않았지만 북한산 쪽에는 붉은 기운이 번지고 있다. 산 아래 공릉천 위로 조금씩 이

지러지기 시ξ야하는 달이 떠 있는데 보름이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 기운 모습

이 완언하다. 달이 매달린 산 아래 자리 잡은 파주 출판도시Paju Book City는 깨어나

232 파주이。1기

Page 3: 파주 24λl 배문성-시인, 출판평론가...지금은 자전거 타기 안성맞춤이죠. 거기 다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요 차도 많이 다니지 않고 공 릉천을

지 않았고 노란 가로등 불빛만 늘어서 있다.

해가 떠오르는 건 순식간이다 저 너머 서울 쪽 지평선이 붉은 빛으로 물들기 시ξ팅t

더니 붉은 기운이 산등성이를 넘어서는 순간 곧바로 해가 떠오른다 파주의 하루가 시작

된것이다.

2008년 12월 13일, 파주 심학산의 하루를 연 사람은 금촌읍 금촌2동에 사는 이순성

씨(46)이다 7시 18분 심학산 정상. 팔각정 아래로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이 씨가 도

착한다. 그는 금촌에서 가장 펀하게 찾아올 수 있는 심학산 등산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근처에서 유일한 산이기도 하지만, 산세가 유순하고 그다지 높지 않아 짧은 시간에 오를

수 있기 때문에 매일 찾는다고 한다.

“큰 애가 올해 대학에 들어갑니다. 문산 제일고에 다니는데, 0엠마다 아이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고 말할 수가 없잖아요 자칫 부담감을 줄 수 있고 잔소리처럼 들릴 것 같아

서, 올해부터 등산을 하기로 했지요. 매일 아침 산에 오르면서 아이가 열심히 하기를 바

라는 거지요 덤으로 건강도 얻고… ”

그는 매일 아침 6시에 집을 나선다. 금촌에서 심학산 아래 있는 심학초등학교를 지나

약천사까지 차를 타고 온다. 약천사에서 쉬엄쉬엄 등산을 시ξ하면 약 40분 만에 심학

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정상에서 심호를도 하고 체조도 하고, 큰 아이 좋은 대학 들어

가라고 기도를 올리기도 한다. 가끔 아내가 함께 산에 오르는 것도 이 씨에게는 큰 즐거

움이다. 큰 아이 때문에 시작했지만 가능하면 계속할 작정이다.

하·~해 집으로 돌아가면 8시. 출근 준비를 하고 금촌 시내에 있는 직장으로 가먼 시간

이딱맞다.

잠시 정상에 머물던 이 씨가 내려가고 나자 이내 중년 사내들이 정상에 도착한다 동

때리에서 왔다는 이성남 씨(42)는 매일 아침 약천사에 물을 뜨러 온단다. 오늘은 일출도

볼 겸 심학산 정상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매일 아침 약천사에서 물을 받아 갑니다. 하루 두 통이면 거또하죠. 운동도 하고 물

도 가져가고…. 집사람이 좋아하지요.”

이 씨를 따라 산을 내려간다. 약천사까지 내려가는 길은 20분 남짓인데 천천히 걸어

도 30분이먼 된다. 7시 40분, 파주의 하루가 완전히 밝았다.

파주24시 233

Page 4: 파주 24λl 배문성-시인, 출판평론가...지금은 자전거 타기 안성맞춤이죠. 거기 다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요 차도 많이 다니지 않고 공 릉천을

정혜해장국

AM 。 ;00

약천시를 지나 문발리 쪽으로 가먼 이 시간에 문을 여는 해장국집이 있다. 새벽 6시에

문을 연다 문발리 아랫말, 구도로에 자리 잡고 있는데 옆으로 4차선 새 길이 나서 이제

는 붐비지 않는다. 장시를 시작한 지 13년이 되었다는 정혜해장국집 주로 가까이 있는

문발공단 사람들이 절야 근무를 마치고 온다.

해장국을 주문했다. 옆자리에 앉은 중년 사내 다섯 명은 철야를 한 모양인지 해장을

하고 있다. 미국발 금융 위기가 여기에도 미쳤는지 이들의 대호뻐|도 ‘불황’ 이란 말이 섞

여 있다 금융 위기가 참 멀리도 왔다, 금융 위기는 거의 빛의 속도로 미국 뉴욕에서 태

평~을 돌아 이곳 파주 심학산 아래 문발리에 도착한 것이다.

밥상머리에 커둔 π/는 미국 자동차회사 구제금융법안이 상원에서 부결되었다는 소식

을 긴장감 넘치는 말투로 쏟이놀고 있다. 다섯 명의 중년은 아무 말 없이 해장국에 가득

담긴 선지와 함께 ‘불황’ 이란 말을 입에 떠 넣는다 밥상에 쏟아지는 불황을 함께 먹는

것 같다 불황을 자근자근 씹어서 위 속에 집어넣고, 그 불황을 말끔히 소호빼서 에너지

를 만들면 우리 가족과 형제를 보호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듯- .

불황은 엄연한 현실이지만, 또 이렇게 하루가 지나먼 지금까지의 하루와 별반 다를 것

없다는 뜻 같71도 하다. 사실 빛의 속도로 다가온 ‘불황’ 이란 단어가 문발리 해장국집

앞에서 무슨 의미를 가질 것인가. 이콧에는 지난 밤 야근의 고단함과 그 고단함을 잠시

라도 잠재워줄 해장국 한 그릇이 있는데…. 그리고 하루가 지나도 여전히 일해야 할 하

루가 기다리고 있을 터인데 말이다.

아침 8시. 문발리 해장국집에는 벌써 한 차례 아침이 지나가고 있다.

234 파주이야기

Page 5: 파주 24λl 배문성-시인, 출판평론가...지금은 자전거 타기 안성맞춤이죠. 거기 다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요 차도 많이 다니지 않고 공 릉천을

문발리 파주 출판도시 이채쇼핑몰

AM e: ι

문발리 옆으로 출판도시 들어가는 길이 시작된다. 출판도시는 어디서 하루가 시작될

까 출판도시 한가운데 자리 잡은 이채쇼핑몰 앞 정거장.

정확하게 8시 20분이먼 서울에서 오는 2200번, 200먼 버스가 이채쇼핑몰 앞 정거장

에 도착한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사람들로 갑자기 도시가 부t때진다. 출판도시에 산재

해 있는 200여 개의 출판사와 인쇄소, 제본소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여기서 가장 많

이 내린다. 사람들은 마치 정해놀은 길을 따라가야 한다는 듯 일제히 내려서 일제히 흩

어진다. 이 시간이 되면 갑자기 정거장 주변 상가 사람들도 부~해진다. 토스트나 샌드

위치를 파는 가게는 아침을 못먹고 출근한 직장인들이 가장 먼저 찾는 콧이다. 간단한

샌드위치와 우유 한 잔으로 아침을 때운다. 01채 CGV영호댄f 안에 있는 커피숍도 갑자

파주24시 235

Page 6: 파주 24λl 배문성-시인, 출판평론가...지금은 자전거 타기 안성맞춤이죠. 거기 다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요 차도 많이 다니지 않고 공 릉천을

기 바빠지는데, 그들은 제각기 커피를 손에 들고 주변 건물로 사라진다.

정거장 앞 사거리에서 1년 전부터 매밀리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채동아 씨(50, 교하읍

동매래는 쏟아져 들어오는 손님들이 산 물건 값을 계산하느라 정신이 없다. 24시간 영

업을 하기 때문에 그는 매일 철야를 한다. 낮 근무는 부인이 하고 채 씨는 밤 11시부터

다음 날 10시까지 근무한다. 그는 출판도시의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이채쇼핑몰의 하

루를 가장 잘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다

“8시 30분은 이곳 사람들이 교차하는 시간입니다 한쪽에서는 출근한다고 바쁘지만,

한쪽에서는 야근한 사람들이 낮 근무조와 교대하고 퇴근하는 시간이거든요.”

때밀리마트 두|쪽으로는 인쇄소가 밀집해 있다 인쇄소에서 야곤한 사람들이 이 시간이

되면 하나둘 퇴근한다. 토|근하기 전에 출출한 배도 달렐 겸 패밀리마트에 들러 간단히

요기한다. 한 차례 출근족들이 지나간 9시, 멀리 몽골에서 온 A씨가 토|근하는 시간이다.

그는 퇴근길에 돼밀리마트에 들러 라면, 소시지 등 먹을거리를 산다. 부근에 시장도 없

을뿐더러, 멀리 갈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이곳에서 사는 것이다.

l‘칠야를 하는 것이 힘들지만 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어서 좋아요. 요즘은 일감이 많

이 줄어서 일주일에 이틀 절야하기도 힘들어요,” 서툰 한국말로 떠듬떠듬 말을 꺼내놀는

이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철야를 하지 않는 것이 더 불안한 일이다. 채 씨는 이곳 외국인

노동자들이 ξ면}고 순수한 사람들이라고 덧붙인다

“처음에는 밤에 혼자 근무하는데 외국인이 틀어오먼 경계심이 생기기도 했어요. 그렇

지만 좀 지나고 보니 이 사람들이야말로 참 착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지요, 서로 말

은 잘 안 통하지만 조금씩 얼굴을 익히다 보니 모두 다 착실한 생활인이더군요. 요즘은

추워서 밤에 잘 오지 않는데, 여름에는 밤중에 일하다 우유 한 팩, 빵 한 봉지 사러 오

기도 하고 어떤 때는 맥주를 한잔씩 하기도 해요.” 채 씨는 밤에 찾아오는 손님이 확연

하게 줄어들었다며 이콧어|도 불황이 찾아왔음을 알린다.

“야근이 확 줄어든 것이 느껴져요. 야근이 줄면서 밤에 야식 사러 오는 사람이 줄어든

것이보이니까요”

10시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각, 01채쇼핑몰 내 오렌지카운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또

한 차례 흙고 지나가먼 잠시 이 거리도 조용해진다.

236 파주이야기

Page 7: 파주 24λl 배문성-시인, 출판평론가...지금은 자전거 타기 안성맞춤이죠. 거기 다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요 차도 많이 다니지 않고 공 릉천을

공릉천 가는자전거길 AM -I u: uu

U〔}얹노뾰빼

빠밍비

myJm

표〉-삐}〉〉-

이채쇼핑몰 뒤편 한강 쪽으로 나 있는 소로는 군사도

로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자전거족 전용도로가 되었

다 자유로 휴거|소에서 시작해 북쪽 통일동산까지 가는

길인데, 이 일대 자전거족 사이에는 이미 빌리 알려진

아름다운 자전거길이다.

약 20km 남짓한 길은 자동차가 많지 않은 한적한 소

로인데다가 제법 잘 포장되어 있어서 파주, 일산 일대

자전거족들의 메카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무엇보다

공릉천의 풍광이 아름다워 자전거 동호회, 연인, 가족

단위로많이 찾아온다,

10시 10분 공릉천으로 가는 자전거길에는 갈대가 하

얄게 피어 있다 그 길에서 검은 스포츠 고글을 쓰고 자

전거를 타는 박시화 씨(46)를 만났다 한 달에 한 번은

이 길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그는 자전거 애호가이다. 그

는 서울에서 한강변을 따라 문산 임진각까지 가는 자전

거길을 소개한 글과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인기를 꿀기

도했다.

“무엇보다 한적해서 좋아요. 요즘은 차가 제법 다녀서

그게 불만이지만 서울 인근에 이 길만큼 좋은 데도 없

어요 잘 조성하면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자전거길이

될 텐데… 아직은 거기까지 관심을 갖지는 않나 봐요.”

박 씨에 따르면 이 길이 자전거족들의 천국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우선 이미 길이 잘 조성되어 있잖아요. 군사용 도로

였지만 어쨌든 지금은 자전거 타기 안성맞춤이죠. 거기

다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요 차도 많이 다니지 않고 공

릉천을 지나면서 강변도 보이지요. 또 길 중간에 파주

출판단지라는 문화 도시가 있잖아요, 자전거 타다가 출

판도시 들어와서 현대적인 건축물을 감εh하고 출판사가

파주24시 237

Page 8: 파주 24λl 배문성-시인, 출판평론가...지금은 자전거 타기 안성맞춤이죠. 거기 다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요 차도 많이 다니지 않고 공 릉천을

만들어 놀은 박물관 칫집에 들러 쉬다가 다시 자전거를 타고 한 20km를 달리면 통일동

산과 헤이리 예술인마을이 나오잖아요. 그곳에서 또 쉽니다. 다시 거기서 임진각까지 가

면 즐거운 자전거 여행으로 하루를 마칠 수 있죠. 아쉬운 것은 통일동산에서 임진각까지

는 제대로 된 자전거길이 연결되지 않은 짐이에요.”

10시가 지났지만 아직 길가에는 서리가 하얄게 내려g댔다. 오금리 들녘에는 추수가

끝난 벗단이 둥글게 쌓여 있다.

공릉전은 양주에서 시ξ「해 파주시 교하 쪽 한강으로 흘러가는 셋강이다. 자전거길을

달리다 보면 높은 방죽처럼 서 있는 자유로 때문에 한강을 조망할 수 없다. 공릉천을 만

나는 곳에 이르러서야 한강은 그 모습을 보여준다. 서쪽으로는 넓은 한강이, 동쪽으로는

아름답게 구부러져 있는 공릉천이 펼쳐진다.

공릉천과 한강이 만나는 곳엔 작은 갯벌이 있다 겨울 아침, 그 갯벌 위로 겨울 철새

가 날고 자전거족들은 한가하게 페달을 밟으며 북쪽으로 달린다.

238 피주이야기

Page 9: 파주 24λl 배문성-시인, 출판평론가...지금은 자전거 타기 안성맞춤이죠. 거기 다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요 차도 많이 다니지 않고 공 릉천을

임진강역

AM ¥ 햄 Z l

기차가 도착했다 7명이 내린다. 지금은 도라산역이 종점이지만 한때 신의주까지 가는

기차였다. 한적한 시골 역에 내린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임진강역에 내려 10여

분을 걸어가면 임진각과 평화누리 공원이 보인다.

평화누리 공원, 평화의 언덕. 구릉이 완만하다. 6 . 25전쟁의 격전지였던 이곳에 평화

가 오기를 기원하는 미음이 저렇게 펀안한 구릉을 만들게 했을 것이다. 어머니의 품처럼

푸근한 구릉에 앉으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평호}를 간절하게 원하는지 알 것 같다.

또한 그동안 세상과 싸우느라 각이 지고 모가 난 마음이 부드럽게 풀어지는 듯한 느낌

을받는다

평화부리에 사진 동호회 사람들이 도착했다. 광탄에서 왔다는 김선애 씨(3끼는 사진

동호회 ‘야외 촬영 번개’ 가 떠서 참가했단다.

“평화누리에는 올해만 세 번째 출사예요. 계절마다 바뀐 표정을 담기 위해서 한 계절

에 한 번은 온 것 같아요. 평화누리의 사계를 모두 담아볼 작정이거든요. 겨울에 온 것

은 오늘이 처음이에요. 평화누리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아무래도 북색 잔디가 가득한 여

파주24시 239

Page 10: 파주 24λl 배문성-시인, 출판평론가...지금은 자전거 타기 안성맞춤이죠. 거기 다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요 차도 많이 다니지 않고 공 릉천을

름이죠. 진북색 잔디 위에 푸른 여름 하늘

이 펼쳐져 있는데, 하늘만 찍어도 평화 자

체를 표현할 수 있어요. 겨울은… 뭐랄까

황량하죠. 바람이 획획 지나가는 모습이

보이는 듯해요.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곳

만큼 사위가 룩 트인 데는 드물기 때문에

겨울에도 특유의 Ob름다움이 느껴져요.”

김 씨가 참여하고 있는 사진 동호회는

’η

뼈삐}K개m-뻐때옥노 〉}매빼 켈μμ셀마 〉}션 뻐삐삐-엔뾰빼

임진각에서 평화누리의 사계를 담은 전시

은 몸을 녹이러 평화누리 한쪽에 자리 잡

가득하다.

240 파주이야기

는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아마추어 사

회를 열 계획을 가지고 있다 추운 날씨

에도사진을찍고있던김씨와그일행

은 카페 ‘안녕’ 으로 향한다. 그러나 카페

진가들은 문 닫은 카페 앞에서 다시 사진

담는다. 아직 찬 겨울이지만 이곳 평화누

리에는 나틀이 나온 가족의 웃음과 그 웃

음을 담는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미소가

언덕과 걸어가는 가족들의 모습을 사진에

을 찍는다. 겨울바람이 가득한 평화누리

Page 11: 파주 24λl 배문성-시인, 출판평론가...지금은 자전거 타기 안성맞춤이죠. 거기 다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요 차도 많이 다니지 않고 공 릉천을

맨션퍼 맨도Z띠빼

임진각

AM 10:29

평화누리와 임진각은 붙어 있다. 임진각에는 때 이른 음악 소리가 그득하다 임진강랜

드에서 틀어놀은 노래가 이곳이 ‘관광지’ 라는 사실을 전해준다. 정신없이 시끄러운 노래

는 임진각이 가진 묘한 ‘두|섞인 정체성’ 을 상징하는 듯하다. 평화누리라는 대단히 세련

되고 현대적인 지역, 조금은 촌스러운 느낌의 놀이동산, 이산의 아픔과 반공 의식으로

가득한 임진각 --- 어울리지 않는 여러 개의 문화가 이곳 임진각 일대에서 마구 뒤섞이고

있다

임진각에는 외국인이 많다. 찬송가를 부르며 기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그 모습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는 중국 사람들. 서쪽 칠조망 가까이에서는 독일에서 온 관광객들이

임진강에 찾아온 겨울 절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01곳에 온 사람들은 서로 다

른 관심과 시선을 가지고 서로를 구경하는 게 아닐까

10시 40분, 임진각에 갑자기 대형버스 세 대가 들어온다. 차창에 ‘Adventure

Korea, DMZ Toα’ 라고 쓴 뱃말이 붙어 있다. 곧 미국인 관광객 수십 명이 버스에서

파주24시 241

Page 12: 파주 24λl 배문성-시인, 출판평론가...지금은 자전거 타기 안성맞춤이죠. 거기 다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요 차도 많이 다니지 않고 공 릉천을

내렸다.

한국 땅에서 모험이라고 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 것인가 모든 것이 일정대로만 움

직이는 숨 막히는 곳에서 더 이상 모힘을 걸 만한 것이 있을까. 그런 점에서 DMZ야말

로 얼마나 ‘모험이 가득한’ 콧인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돌아보면 가슴 아푼 콧이지

만, 그 속을 알지 못히는 외국인들에게 DMZ라니 반세기 동안 유지된 비무장지대라

는 곳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미국인 관광객들은 착하게 미소 지으며 임진각 일대를 둘러보기 시작한다. 그들의 해

맑은 미소와 웃음소리, 호기심이 가득 묻어나는 천진난만한 눈빛과 사진을 찍느라 부산

해진 움직임들이 임진각을 호r.A. r하게 만들었다. 갑자기 임짚각 일대에 ‘평화 가 쏟아져

내린듯하다.

Page 13: 파주 24λl 배문성-시인, 출판평론가...지금은 자전거 타기 안성맞춤이죠. 거기 다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요 차도 많이 다니지 않고 공 릉천을

LCD 산업단지 AM l I ~ i []

자유로를 따라 내려오다가 닥하 IC에서 월롱먼 쪽으로 들어가면 거대한 건물이 보인

다. 2006년 처음 가동된 LG 디스플레이 건물이다. 총 51만 평에 이르는 넓은 땅에

LCD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2005년 7400명 남짓 하던 월롱면 인구가 2008년에는 1

만 명이 되었다. LCD 산업단지에서 근무하는 사람만 해도 8000명쯤 된단다.

점심시간에 맞춰 LG 디스플레이에서 근무하는 박상주 씨(38)를 만났다. 경북 구미공

피주24시 243

Page 14: 파주 24λl 배문성-시인, 출판평론가...지금은 자전거 타기 안성맞춤이죠. 거기 다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요 차도 많이 다니지 않고 공 릉천을

장에서 일하다가 2006년 6월에 파주로 발령받아 일하고 있다 가족은 아직 구미에 있

고 흔자 올라와서 기숙사에 살고 있다.

“태어나고 자란 경상도 땀을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는 남쪽 사람이 먼 북쪽까지 와서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어요 군대 생활도 고향 가까이에서 했기 때문에 이렇게 멀리 와

본 적이 없었지요. 무엇보다 생활문화 전체가 달라서 적응이 힘들었어요. 날씨도 훨씬

줍고, 밥 먹을 데도 마땅찮고, 거기다 음식 맛도 전혀 다르고…. 시장도 멀리 있어서 한

번 장보러 가면 일주일 치를 한꺼번에 사오}야 합니다 고항에서 일할 때는 무엇이든지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먹으면 곧바로 할 수 있었지요. 목욕탕도, 술집도 모두 가까

이에 있었는데 이곳에 오니 무엇 하나를 하려 해도 손쉽게 할 수 없더군요 목욕탕이든

술집이든 차 몰고 문산이나 금촌까지 나가야 하니까요. 그러니 무엇을 하려면 계획을 세

우고 작전을 짜야 한다는 게 처음에는 적응하기 쉽지 않았어요.”

박 씨가 생활하는 LG 디스플레이 기숙사에는 4000명 정도가 생활하고 있다. 2008

년 현재 월롱먼 인구으| 40%가 기숙사에 있는 셈이다.

PM 파주

2 --고서으도차 <> 를를도투〈〉 <>

L

파주 공설운동장 스탠드 아래에는 다양한 운동 동호회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인라인 스

커|이트, 축구, 권투, 탁구 등의 동호회원들이 이곳에 나와 운동을 한다.

파주 공설운동장 탁구동호회는 오후 2시쯤 문을 연다. 누구든 일찍 나옴 사람이 정소

를 하고 운동을 시작한다. 오후 2시쯤이면 동호회원들이 하나둘씩 나와 탁구를 친다. 파

주 공설운동장 탁구동호회에는 모두 4개의 탁구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레슨 전용이

다 닥구동호회 고문인 김원석 씨(7〔〕)는 금촌읍 금촌1동에 산다. 동호회에서 가장 고령

자이지만 부지런해서 매일 일찍 나와 정소를 한다.

“보통 9시 30분에 탁구장에 나와요. 전에는 마라톤을 했는데, 날씨가 추워지면서 탁

구만 쳐요 나와서 탁구잠 정소하고 물 끓이고 여러 가지 준비를 마치면 동호회원들이

하나둘 나오죠. 닥구장에서 오후 4시까지 탁구를 칩니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탁구

장에서 보낸다고 보면 돼요. 어떨 때는 손자와 함께 나와서 같이 치기도 하지요.”

파주 공설운동장 탁구동호회는 회원 수만도 2008년 12월 현재 134명에 이른다. 숫자

로만 보면 파주 최대 규모 운동 동호회 중 하나이다. 김 씨는 탁구장 바닥이 시멘트여서

244 파주이야기

Page 15: 파주 24λl 배문성-시인, 출판평론가...지금은 자전거 타기 안성맞춤이죠. 거기 다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요 차도 많이 다니지 않고 공 릉천을

힘들었는데 1년 전에 파주시에서 마룻바닥으로 교체해 줘서 운동하기가 훨씬 펀해졌다

고한다.

“탁구는 관절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나무로 된 마룻바닥에서 운동을 해야 돼요. 1년

전에 마루 설치공사를 하고부터 회원 수가 급증했어요.”

김 씨의 요즘 가장 큰 고민은 포핸드 스트로크를 일정하게 하는 것이란다.

“코치 선생님으로부터 매일 포핸드 스트로크 할 때 허리를 돌리지 않는다고 지적을

받아요. 팔로만 친다는 거지요. 허리를 같이 돌려줘야 공에 힘이 붙을 텐데 나이 먹어서

쉽지 않아요.”

이때 회장 이승수 씨(54)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닥구장 문을 열고 등장했다.

“파주 공설운동장 닥구동호회는 월 회비로 상징적인 금액인 1만 원만 받아요. 시민들

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한 거죠. 그 대신 실력을 높01고 싶어서 레슨을 받는 사람

은 별도로 레슨비를 내야 돼요. 회원 수만 해도 130여 명에 이를 정도로 큰 동호회가

되었으니, 크기에 걸맞게 회원 건강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하려고 합니다.”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한가하던 탁구장이 가득 쳤다. 벌써 오후 3시가 넘었다

모범택시 운전을 한다는 정형수 씨(46)는 잠시 한가한 틈을 타서 탁구장으로 달려왔다.

“손님도 없는데 빈 택시 세워두느니 여기 와서 한두 시간 운동하고 가요. 탁구를 치

지 않을 때는 생활이 두서가 없었죠. 시간 나면 매일 ‘오락 생활’을 즐겼는데 이젠 그

생활도 끊고 운동을 하니 집사람도 너무 좋아해요. 돈도 들지 않고 건강도 챙기니 일석

이조죠.”

Page 16: 파주 24λl 배문성-시인, 출판평론가...지금은 자전거 타기 안성맞춤이죠. 거기 다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요 차도 많이 다니지 않고 공 릉천을

등기소 앞금촌시장

PM 4 : I I

금촌읍 금촌 등기소 앞으로 약 100m어| 걸쳐서 매월 1일과 6일에 열리는 금촌장에서

는 파주 일대 소농들이 생산한 농산물이 판매된다. 금촌시장이 있는 곳에 조}판이 벌어지

지만 시장을 상가 형식으로 새로 짓는 바람에 예전과 같은 맛은 없다. 그냥 시장에 좌판

이펼쳐진형식이다.

문산에 살고 있는 이정호 씨(63)는 금촌장에서 22년째 장시를 하고 있다 일산장에서

도 장사를 하고 있는데, 작은 조|판에 목욕용품에서부터 신발까지 “없는 것은 없고 있을

것은 다 있다”는 만물상이다.

“예전에는 생활용품을 사러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호기심에 찾는 사람이 더 많

아요. 그러니 벌이가 될 리 없지 옛날에는 돈 벌러 나왔지만, 지금은 소일거리로 나와

요. 그래도 나오}야 손주 용돈이라도 벌어가니--.”

오후 4시 장터는 한가하다. 여느 시장과 다름없이 사람들이 오간다. 겨울 장터는 때론

조용하기까지하다.

246 피주이야기

Page 17: 파주 24λl 배문성-시인, 출판평론가...지금은 자전거 타기 안성맞춤이죠. 거기 다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요 차도 많이 다니지 않고 공 릉천을

헤이리 통일동산 우드스탁 클럽 φM 4: 휴g

벌써 저녁 빛이 도는 오후 4시 45분. 통일동산 상가촌 한쪽에 자리 잡은 ‘우

드스탁 클럽’ . 그 입구에 들어서자 낯익은 기타 소리가 문밖으로 들려온다. ‘원

더풀 투나잇Wonderful tonight' , 에릭 클랩튼의 곡이리라

몇몇 연주자들이 무대에 올라 한잠 연습 중이다. 오늘은 파주 일산 지역 직

장인밴드 정기 연주회가 있는 날이다. 파주 일산 지역에서 활동 중인 직장인밴

드 여섯 팀이 모여 그동안 자신들이 갈고 닦은 연주 실력을 뽑낸다.

약 200평 남짓한 공연장에는 연주자들과 직장 동료 등 100여 명이 모여 있

다. 머리가 벗겨진 중년에서부터 유치원생 자녀를 데리고 온 가족까지 다y한

사람들이 모여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이곳 우드스닥 클럽은 파주 일산 일대에

서 가장 크고 시절이 좋은 밴드 공연장으로 이름이 높다.

직장인밴드는 전부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만 참가한다. 학생은 참여하지

못한다. 이 모임을 주관하고 있는 파주 일산 직장인밴드 동호회 회장 백관현

씨(43)는 문산중학교 미술 선생님이다. 그는 ‘미스터밴드’ 의 리더로 흘κ각 중인

데 낡은 정바지에 모자를 눌러 쓴 모습에서 제법 록밴드의 기타리스트다운 풍

모가 느껴진다. 그러나 말을 시ξ팅f자 착실한 미술 선생님의 모습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파주와 일산 지역에서 활동하는 밴드들이 석 달에 한 번 이곳에 모여서 연

주 실력을 겨뤄요. 모두 십시일반으로 돈을 내서 공연장 사용료를 냄니다. 먹

고 마시는 것도 물론 개인 부담이지요. 공연할 때는 직장 동료, 가족, 친구들까

지 모두 와서 즐겁게 연주에 참여해요.”

그는 1999년부터 직장인밴드 활동을 했다 벌써 10년에 이르는 베테랑이다.

미스터밴드는 애시드 펑키 음악을 주로 한다.

“각 팀별로 일주일에 한 번 일산 백석에 있는 합주실에 모여 연습을 하고 각

개인별로는 찜찜이 시간을 내서 언습을 하지요.”

미스터밴드는 지느f해 ‘전국 직ε벤밴드 공연대회’ 에서 우승을 했을 만큼 실

력 있는 팀이라고 자랑이 대단하다.

“직E벤밴드 공연의 좋은 점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모두 들을 수 있다는

것이죠. 아마추어 밴드의 장점은 저 하고 싶은 음악 하는 거잖아요? 그런 다양

파주24시 247

Page 18: 파주 24λl 배문성-시인, 출판평론가...지금은 자전거 타기 안성맞춤이죠. 거기 다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요 차도 많이 다니지 않고 공 릉천을

한 팀이 모여서 공연을 하면 메탈, 가요, 팝, 펑키, 블루스, 재즈 등 온갖 종류의 음악을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죠.”

오늘도 동료 선생님들이 모두 와서 자신의 언주를 들을 거라는 백 씨는 취미 활동이

지만 개인적인 인기도 굉~하다고 말한다.

“직장인들이 취미 활동으로 모여서 한다고 실력을 우습게 생각하먼 안 돼요. 인기도

대단하죠 동료들의 호응도 굉장히 좋아요. 직장 생활로 바쁜 가운데에서도틈틈이 연습

해서 무대에 오르는 것만 해도 대단한 열정이죠.”

백 씨와 이야기하는 동안 공연이 시작되었다. 막을 여는 무대로 재즈 동호회 회원들이

나와서 화끈한 재즈댄스로 막을 연다. 세 명의 여성이 나와 춤을 추기 시ξ팅}자 공연장

은 환호와 박수로 달아오른다. 이어서 백 씨가 리더로 있는 미스터밴드의 공연이 시작되

었다. 아는 노래라고는 신중현과 엽전들이 불렀던 ‘미인’ 이 전부지만, 연주 실력만큼은

여느 프로밴드 못지않다 ‘행복한밴드’ 가 무대에 오르자 음악이 편하고 쉬워진다 ‘연극

이 끝나고 난 두|’ , ‘애인 있어요’ 등 귀에 익은 노래가 들려오니 마음도 즐거워진다.

일곱 번째로 무대에 오른 ‘로카밴드’는 록과 팝을 주무기로 한단다. ‘세퍼레이트 웨이

Separate Way' , ‘원더풀 투나잇’ , ‘술탄 오브 스윌Sultans of Swing’ 등 귀에 익은

80년대 인기 외국콕이 연주된다. 문산읍 문산4리에 살고 있는 ‘로카밴드 으| 리더, 나기

청 씨(51)는 서울 신촌에 있는 학원으로 출근한다 밴드에서 세컨드 기타를 치는 나 씨

는 “직장 생활하랴 밴드 언습하랴 무척 바쁘지만, 음악 속에 있을 때 모든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고 말한다,

“문삼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URB’ 라는 밴드도 파주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이런 동호

인밴드가 모여서 콘서트를 열면 모두 행복해해요. 서로 즐거워서 만났고 서로 즐겁기 위

해 하는 일이기 때문에 특별히 갈등이 일어날 일이 없죠.”

어느덧 창밖에는 해가 졌다. 밤이 시작된 헤이리 우드스탁 클럽에는 직장인밴드들의

연주가 절정에 이르고 있다. 때때로 환호와 박수, 무심한 담배 연기가 피어오르고 한편

으로는 자신들의 연주에 대한 평가가 난무한다. 좌석에서 한 드럼 언주자가 무대에서 연

주 중인 다른 밴드의 드럼 소리를 따라 무언극을 하듯이 허공에 대고 열심히 연주하고

있다. 귀를 찢는 듯한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의 음악이 연주된다. 게스트로 참여

한 프로페셔딜 밴드가 연주를 시작했다. 밴드의 리더는 마음껏 자신의 연주 실력을 뽕내

며 초고음의 멜로디를 퍼부어댄다. 한 콕이 끝나자 리더는 다음과 같은 멘트를 날린다.

“심장이 약한 분이나 노약자들은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강렬한 음악은 정말 심장을 자극하는 듯하다. 그러나 저 젊은 밴드 리더는 여기 모인

직장인 중년들이 머리가 벗겨지고 배가 나오고 목소리는 굵어졌어도 10대 시절에는 이

보다 더한 초고음의 록음악을 듣고 자랐다는 시실을, 01보다 더하게 때려 부수는 듯한

248 피주이야기

Page 19: 파주 24λl 배문성-시인, 출판평론가...지금은 자전거 타기 안성맞춤이죠. 거기 다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요 차도 많이 다니지 않고 공 릉천을

하드록으로 10대를 불사르기도 했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실제로 밴드 리더의

‘경고’ 어|도 불구하고 모두 “그 정도 음악이야 우리도 들을 만큼 들었어” 하는 표정

이다. 파주의 즐거운 하룻밤이 저물기 시작한다

파주24시 249

Page 20: 파주 24λl 배문성-시인, 출판평론가...지금은 자전거 타기 안성맞춤이죠. 거기 다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요 차도 많이 다니지 않고 공 릉천을

금촌

PM 형제갈비

월 $ 잃업

금촌동 금능동 형제갈비. 30평 남짓한 공간에 드럼통으로 만든 퉁근 탁자가 10여 개

놀여 있다 가운데 연탄불이 파렇게 타오르는 이 소춧집에서 금촌 직장인들의 하루가 마

감되고있었다.

금촌의 한 은행에서 근무하는 정동호 씨(39}는 동료들과 가볍게 회식을 하러 왔다

“불황이다 불황이다 하니 괜히 마음이 무거워져요. 구조조정 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아무래도 가볍게 마시려고 하죠. 그러니까 이런 연탄갈비집 같은 곳이 부담

없고좋아요.”

이곳은 생갈비 1인분에 6000원이다. 서넷이 와서 2, 3만 원이면 소주 서

너 병 마시기에 부담 없다. 그러나 이곳도 예전만 못하단다.

이병곤 씨(47)는 금촌3동에서 부모님과 농사를 지으며 ‘형제갈비’를 5년

째 운영하고 있다 “오전 11시에 나와서 연탄불 피우고, 점심 손님 치르고 나

먼 저녁 술 손님들이 와요. 하루에 연탄 10장 붙이면 보통이고 12장 붙이면

좀장사가잘된거죠.”

연탄 1장으로 드럼통 식탁 1개를 채우는데 12장을 붙였다먼 한 바퀴 돌고

더 돌았단 이야기다. 연탄 12장 피운 날은 소주도 한 30병 넘게 나간 날이

라고한다.

그는 보통 오전 9시 반에 일어나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11시에 출근해 밤

12시 정도까지 소주를 판다.

“불황도 불황이지만 금촌 상권이 많이 가라앞아서 더 불황처럼 느껴져요.

상권이 로데오거리와 로터리 쪽으로 옮겨가고 금촌 시내에 있던 중소기업이

많이 없어져서 타격이 크지요. 특히 예전에는 주말 손님이 꽤 있었는데, 주

5일 근무를 하면서부터 주말에는 모두 놀러 가는지 주말 손님이 별로 없어

요”

250 피주이야기

Page 21: 파주 24λl 배문성-시인, 출판평론가...지금은 자전거 타기 안성맞춤이죠. 거기 다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요 차도 많이 다니지 않고 공 릉천을

주인장과 이야기하는 동안 은행원 정 씨 일행이 일어선다-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니,

“오늘은 2차로 술도 갤 겸 노래방으로 간다”고 한다.

밤 10시를 넘은 시각, 이미 밤은 갚었다. 일찌감치 집으로 갈 거라던 정 씨 일행은 일

어설 줄 모른다. 노랫소리는 이제 고함에 가깝다. 그들의 노래는 노래가 아니다. 자신들

도 알지 못하는 어떤 대상을 향해 외치는 고함이 되었다.

들어라 세상아, 내일은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내일이 지나면 또 내일이 있

다. 우리는 이렇게 무사히 하루를 보냈다.

고함 소리는 점차 잦아들고 힘을 다 쏟은 정 씨 일행은 직장 일과로 지친 것인지. 하

루 내내 들었던 ‘불황’ 이라는 말 때문에 힘이 빠진 것인지 아니면 딱 1차로만 끝내자던

술자리가 늘어져서 맥이 빠짙 것인지 11시에 이르러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금 조용해진 노래방과 함께 파주의 하루도 저물었다.

피주24시 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