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52
(債) 債債 김김김 김김김 사사사 사사사 (사사) 사사사사 사사 사사사사사 사사 사사사사 사사 사사사사사사. -사사사, http://new.joins.com/politics/ 200504/15/200504151043566472200020202011.html 김김김. 김김 김김김김. 김김김김 김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김김 김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 김김 김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 김김 김김. 김김 김김김김. 김김김 김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김 김 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김 김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김 김김김 김 김김 김김 김김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김 김김 김김김 김 김김. 김 김김김김 김김김김 김김김김김김 김김김김 김 김김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 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김김 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 김김 김김김김김 김김김김김김김 김김 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김 김김 김 김김김김 김 김김김 김김김김. 김김김김, 김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 김김 김김 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김 김김김김김김 김김김 김김김김김 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김 김김김 김 김김. 김김 김김김김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김 김김 김김 김김 김김김김 김김김김 김김김김 김김김김 김김김 김김김김 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 김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김 김김 김 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김김 김김김 김김 김김김김김김 김김김 김김김김 김김. 김김 김김김 김 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김. 김김김 김김김김 김김김김 김김김김김. 김 김 김 김김 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 김김 김김 김김 김김 김 김김 김김김김김김 김김, 김김, 김김김 김 김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김 김김김 김김김김 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김 김김김김. 김김 김김 김김김김김 김김김김김김 김김김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김김 김김 김김김김 김김김 김김김김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김김김 김김 김김 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김 김 김김 김김김. 김김 김김 “김 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 김김 김 김김김, 김김 김김 김김김김 김김 김김 김 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김김 김김 김김김김김김 김김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 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김 김김김김김 김김 김김김김 김김김김김 김김. 김김 김김 김김 김김김 김 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김. 김김 김김 김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 김김 김김김김. 김 김김 김김김김김 김김김김김 김김김 김김김 김 김김 김 김김김김김김 ‘김김김’김 김김김김 김김김. ‘김김김’김김. 김김 김김김김김 김 김김 김김김 김 김김. 김김김 김김김 1

Upload: others

Post on 21-Jan-2020

6 views

Category:

Documents


0 download

TRANSCRIPT

Page 1: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저는 혜택받은

삶을 살아왔습니다.

-홍석현,

http://new.joins.com/politics/

200504/15/200504151043566472200020202011.html

그렇다. 맞는 말씀이다. 사람마다 출발점이 다르다. 귀족의 자식이라야 벼슬을 하고 노비의

후손은 대를 이어 노비를 하게 하는 신분제의 질곡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여전히 대물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재산이다. 상속이 허용되고 그렇지 않아도 부자는 생전에 좋은 기회를

자식에게 줄 수 있으니, 재산은 과거에 신분이 하던 역할을 대신하는 경향이 있다. 부자의

후손은 좋은 교육을 받아 인적 자본을 형성할 기회를 누린다. 사업을 하더라도 비용이 덜 드니

쉽게 실패하지 않고 재산이 있으니 한 때의 실수를 반성하고 쉽게 재기할 수 있다. 이 불평등을

과격하게 시정하겠다는 체제들은 잘 운영되고 있지 못하니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듯하다. 따라서 부자를 존경하지는 못할 지언정 적어도 가진 것을 잘못이라고 손가락질해서는

안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축적하지 않고 써 버리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혜택 받았던 점을 들어 오랜 기간 미국 생활을 하는 동안 별장을 마련하며

위장전입으로 농지를 취득하였던 점도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냥

부친으로부터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재물의 근원을 캐면 협박과 속임수, 뇌물로 재산을 불린 조상을 만난다고 해서 역사 바로 세우기를 시행하기 시작하면 이로부터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혼돈을 만나게 될 것이기에 조상의 사소한 잘못은 결코 부자들

본인들의 흠이 될 수 없겠다.

재산을 많이 가진 자들이 고관과 정치인에게 뇌물을 주어 타락시킨다는 비난도 정당하지 않다. 비난 받아야 할 것은 돈을 걷어간 자이지 준 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가지만 생각하면

명확해진다. 별 볼 일 없이 놀러 와서 인사를 하고 작게 나마 궂은 일도 해 주는 젊은이들에게

용돈, 월급, 청소비 등 명목의 돈을 제공한 유흥업소 주인은 보호비를 갈취 당한 선량한

피해자로 인식된다. 결코 그는 젊은이들을 타락시켰다고 손가락질을 받지 않는다. 순탄한

기업활동을 방해 받을까봐 두려워 나으리들에게 분에 넘치는 명절 떡값을 제공하였다는 점도

혜택 받은 삶을 살았던 것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이다.

1

Page 2: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이와 같이 “돈 좀 있는 죄”라고 치부하고 명백한 잘못을 용서 받을 수 있다면, 없는 것에 대하여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가난도 대물림하고 빚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가진 것이

없는 가난한 부모에게 태어나기도 하고 심지어는 버려지기도 한다. 가진 것이 있는 사람은 한 때

방탕한 생활을 해도 파탄에 이르지 않으며, 사업을 하다가 방만한 운영으로 궁지에 몰려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남아 있는 재산으로 채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때의 방탕함이나

철없음으로 돌리고 재기할 수 있는 이 사람들에게는 ‘과소비’가 존재하지 않는다. ‘정소비’이다. 없는 사람에게는 이 말이 적용될 수 없다. 이들은 약간의 실수만으로도 빚을 지고 허덕이게 된다.

전통적으로 빚을 갚지 않는 것을 도덕상의 결함으로 규탄해 왔다. 사람마다 출발점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고, 그저 사람은 빚을 갚아야 하는데 이것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나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가난이 죄라고 비난하는 것이다. 가난이 죄라고 할 수 있다면, 가진 것도

장물이라고 하지 못할 바 아니다. 부모에게서, 조상에게서 물려 받은 가난을 탓해야 한다면, 그

가난의 원인을 찾아서 역사 속으로 들어가고 날아다니면서 결국은 남의 것을 빼앗아 자기

것으로 만든 가증스러운 자가 부자들의 조상이라는 점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 투기의혹이 있는

고관이지만 ‘누구나 출발점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니 그냥 넘어가는 것으로 하자고 할 수

있다면, ‘주제 넘은 소비를 한 자로서 비난 받아야 하지만, 원래 가난하였으니 용서해 주자”라고

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1997년에 동아시아를 휩쓴 속칭 IMF 사태 이후 많은 사람이 가난해졌다. 세계경제에의 통합은

불가피한 구조조정으로 실업자를 양산하였다. 금융시스템을 공적으로 떠받침과 아울러

개인들에게 헬리콥터에서 돈 뿌리듯이 신용카드를 나누어 주는 것을 방임했던 정책상의 변화

이후 400만 가까운 사람이 빚을 못 갚게 되었다. 가난을 구제 받지 못한 사람들은 도피하여 21세기 대한민국 번영의 상징인 인천국제공항으로 돌아올 복편 티켓 없이 하염 없이 외국을

떠돌기도 하였고, 어떤 이는 다른 세상으로 영원히 피했다. 또 어떤 사람은 쉽게 돈을 벌어

보려고 자기 주인을 납치하기도 하고 몸을 팔기도 했다. 있는 사람들의 눈이 그들만의 호화

주상복합아파트로 모여드는 동안 없는 자들은 정체를 위장하고 우리들 속에 섞이게 되었다. 탄압이 계속되면 이들은 일어설 수 밖에 없다.

경제활동을 하였기에 빚을 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이들은 결코 소수가 아니다. 400만이 되는

사람이 법과 도덕을 어겼다고 평가될 수 있다면 우리는 이것을 재검토해야 할 단계에 있다. 다수가 지키지 않는 법이라면 법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물론 개미와 배짱이

이야기가 암시하는 바와 같은 가난한 자에 대한 도덕주의자의 멸시를 근절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진 자 특히 대금업자에 대한 파퓰리스트적인 증오를 확산하는 것도 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재산이나 채무를 그저 기술적인 수단으로 보는 냉정함이 필요한 때인

것이다.

2

Page 3: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가난한 것은 나쁘고 있는 것도 죄라는 식의 분열증적인 사고로부터 벗어나게 되면, 가진

재산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채무에 대하여도 파산채권과 파산재단의 상계라는 도식으로

설명되는 바와 같이 질서 있는 청산과 재건을 추구한다. 이것은 도덕이나 윤리와는 상당히 먼

거리가 있는 기술(technique)이다. 마치 우리가 더위로부터의 해방을 위하여 미국사람들이

사용하여 온 냉장고나 에어컨 같은 기술을 우리가 모방 도입하여 사용하듯이, 그들이 기업과

개인의 구조조정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파산이라는 기술을 우리도 따라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내용을 보면 개인파산의 이해라고 붙였어야 마땅할 이 책의 제목으로 채(債)테크를 택하는 것이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 더 하면 남이 된다는 유행가 가사 처럼, 가진

것을 뜻하는 재라는 글자에 점 하나 더 하면 가지지 않은 것을 뜻하는 채가 되니 적절한

우연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재산은 그 억압을 받는 반대편에서는 채무이기 때문이다. 즉

입체적으로 보면 재=채 같다. 파산은 가지지 않은 자를 위한 재테크인 것이다. 그래도 수백만의

가난한 자가 남의 돈을 떼먹는 부도덕한 죄인이라는 분위기가 근절되지 않으면 저자는 그

죄인들과 함께 하고자 한다.

2006년 1월 1일

다시 봄을 기다리며

김관기

출발점의 차이

(19) 우리가 어찌 우리의 전지와 함게 주의 목전에 죽으리이까

우리 몸과 우리 토지를 식물로 사소서 우리가 토지와 함께 바로의 종이 되리니

우리에게 종자를 주시면 우리가 살고 죽지 아니하고

전지도 황폐치 아니하리이다

(20) 그러므로 요셉이 애굽 전지를 다 사서 바로에게 드리니

애굽 사람이 기근에 몰려서 각기 전지를 팖이라

땅이 바로의 소유가 되니라

(21) 요셉이 애굽 이 끝에서 저 끝까지의 백성을 성읍들에 옮겼으나

(22) 제사장의 전지는 사지 아니하였으니

제사장은 바로에게서 녹을 받음이라 바로의 주는 녹을 먹으므로

그 전지를 팔지 않음이었더라

- 창세기 47장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므로 꽃 좋고 열매 많으나니

샘이 깊은 물은 가움에 아니 끊어지므로 내 되어 바다로 가나니

-용비어천가 중에서

3

Page 4: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그 악당들이 소위 ‘공정한 분배’를 한답시고 곡물을 거둬들이는 동안,

자기 것을 조금도 숨겨 놓지 못한 이들은 특히 심했지.

그 놈들의 공정한 분배란 자기들은 가지고 우린 가져선 안된다는 뜻이었던게야.

J.R.R.Tolkien, 김번 외 2 옮김, 반지의제왕 6, 187면

긴 가뭄에 실개천부터 마른다

직관적으로 가지지 않은 자는 불행이 닥쳤을 때 망하기 쉽다. 그런데 그 ‘가진 것’을 기준으로

보면, 이상을 추구하는 혁명 구호에 나오는 바와 같은 사람은 모두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현실적으로 사람은 같지 않다. 어떤 아이는 부잣집에 태어나지만, 많은 아이는 그저

그런 고만고만한 집 아이로 태어난다. 또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태어나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질병과 영양부족으로 인간이 되어 보지도 못하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가난한 집 아이는

질병에도 취약하기 때문이다.

타고난 능력도 다르다. 지적, 육체적 발달은 후천적으로 습득되기도 할 것이니 부잣집 자식들이

훨씬 유능해질 가능성이 크다. 공적으로 제공되는 교육이 부실하면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는

노동계급의 자제는 능력 면에서 뒤지게 된다. 남녀간, 인종간의 신체적 차이도 후천적, 문화적으로 취득된 것이라는 주장은 극단적인 희망사항으로 평가될 뿐이며, 훌륭한 부모에게서

유전적으로 물려 받는 경향도 존재한다. 어떤 사람은 유능하고 또 다른 사람은 무능한 것이다.

그런데 미래는 불확실하다

확실성은 흘러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논리적 범주와 모순된다. 인간은 나름대로 인과의

경로를 예상하여 미래의 환경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즉 불편함을 해소하는 쪽으로 변화시키기

위하여 행동을 하는데, 올바른 선택으로부터는 이득을 얻을 것이고 잘못된 행동으로부터는

손해를 볼 것이다. 문제는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자는 기본적으로 낙관적이기에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IT기업을 설립하거나 그에 투자를 하는 사람, 영화제작이나 출판에 투자하는 사람, 대단위

상가와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사람은 대박을 꿈꾼다. 기업이 없었다면 실업을 할 젊은

엔지니어나 영화 엑스트라에게 인건비를 주기 위하여 또는 인쇄업자와 건설노동자에게 벌이를

주기 위하여 사업을 한다기보다는 자신의 재정적 성공을 추구한다. 증권, 선물, 옵션과 같은

변동성이 거래에 몰입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며, 심지어는 다단계영업, 카지노, 경마, 로또복권을 하면서도 같은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4

Page 5: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낙관적인 장미빛 전망이 매체를 지배하는 호황기에 낙천적인 사람은 무엇이든 불확실한 위험을

수반하는 투자를 하게 마련이다. 성공스토리는 언론을 장식한다. 일수 돈을 빌려 시작한

세탁소에서 시작하여 굴지의 건설회사 회장이 되기도 하고 현금서비스를 빌려 마련한 창고에서

벤쳐기업을 시작하여 기술개발과 자본유치로 자가용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큰 꿈을 준다. 대학 앞에서 1,000원짜리 핫도그를 팔아 전국에 체인을 형성한 젊은이나 남편의 직장 월급

만으로는 은퇴자금 마련이 어렵다고 느껴 닭튀김 집을 개업한 주부의 성공 이야기는 소박한

사람도 현혹한다. 이들에게 실패의 가능성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종종 어떤 사람들은 잃을

것도 별로 없다. 남의 돈을 빌려 와서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소수만이 성공하고 부자가 된다

남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도 하면 된다”는 확신을 가지는 사람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첫째는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이상한 사태라는 점이다. 마치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은 일상적이기에

보도되지 않지만(수백마리의 개떼가 작당하여 거리를 휩쓸며 온갖 사람을 무는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면 문제가 다를 것이다), 사람이 개를 무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기에 언론에 나온다. 혜택 받지 못한 사람이 근근이 자본을 모아 전재산을 들여 중국에서 김치 공장을 하다가 기생충

알을 둘러싼 설전에 모든 것을 잃은 예는 주목을 끌지 못한다. 원래 없던 자가 망하는 것은

어두운 주제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것은 일상적이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이 자수성가를 하여 부자가 되는 것은 이례적이기에 초겨울에 피어나는

분홍색 장미나 혹한 속의 개나리처럼 언론의 주목을 끈다.

둘째로, 엄밀하게 말하면 동어반복이겠지만, 실패는 성공보다 많다. 내각 중 하나의 크기가 90도인 삼각형이라는 것으로부터 그것을 마주한 빗변의 제곱 값이 다른 두 변의 각 제곱의 합과

같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바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그저 직삼각형의

동어반복이고 논리필연적 귀결이다. 마찬가지로, 부자 즉 남보다 많이 가진 자는 필연적으로

다수의 가지지 못한 가난한 자와 대비되어야 한다. 따라서 부자는 오로지 소수일 수 밖에 없다. 부자라는 말은 그들이 소수라는 점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었다면 나는

해병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처럼, 가진 자로서는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었더라면 나는 결코

재정적 성공을 추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그런데도 이런 예외적인 성공

사례가 하면 된다는 신념과 함께 선전될 때 청운의 꿈을 꾸는 대다수 젊은이는 냉혹한 시장의

게임에 뛰어들어 종국에는 소수의 성공하는 이를 위하여 행동하게 된다. 실패하는 기업은

소비자에게, 종업원에게, 납품업자에게 또 국가에게 분에 넘치는 이익을 주고 정작 본인은

망해버린다.

실패한 자도 다른 사람에게는 좋은 일을 한다

5

Page 6: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어떤 이는 든든한 자본이 없이, 능력이 없이, 또는 자본도 없고 능력도 없이 사업을

시작하였다가 도산하여 피해를 준 사람을 규탄한다. 또 주제 넘은 소비를 하여 자신을 망친

철딱서니 없는 소비자를 비난한다. 모범적이라고 가정되는 주로 부유하고 살만한 사람들로부터

나오는 이러한 주장은 자세히 관찰해 보면 허접한 편가르기임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마치 백인이

흑인을 멸시하고 유럽인이 아시아인을 멸시하였듯이, 부자는 가난한 자의 도덕적 결함을

찾으려고 한다.

가진 사람만이 사업을 할 수 있다면 독점적 지위가 형성된다. 한계기업이 높은 비용 지출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뛰어 들어 생산활동을 함으로써 소비자는 싼 가격에 물품을 사는 혜택을 본다. 없는 자로부터 오는 극단적인 경쟁의 위협은 기존의 대기업이 부당하게 소비자를 착취하는 것을

주저하게 한다. 소득이 부족함에도 분에 넘치는 소비를 하는 사람은 대기업을 살찌운다. 현대

사회에서 대기업이 도덕적으로 정당화되는 근거 중의 중요한 하나는, 대량생산을 하는 대기업은

결과적으로 대중에게 봉사한다는 점이다. 기업을 받치는 소비대중은 어리석은 소비를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목적을 이루도록 했다. 그럼에도 이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왜 밟혀?’라고 말하는 것 만큼이나 부당하다.

재산의 부작용과 기능

사유재산제도와 각자의 능력 차이, 그리고 여기에 원래 인생이라는 것이 불확실하다는 피할 수

없는 진리가 결합되면 다수는 가난하고 소수는 부자이고 유복하다. 흉년에 굶어 죽지 않기

위하여 흰죽 몇 사발에 논을 팔고 자식을 팔고 자신을 팔아 노비가 되어 버렸다는 이야기에서

보듯이 그 차이는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적절한 규제가 되면 방지될 수 있겠지만

역사적으로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억압을 피하려고 백성이 유민이 되고, 유민은 지배층에

도전하여 도적이 되어 난세를 횡행하였다. 왕조의 창업과 교체가 이루어지며 도적이 지배층이

되기도 하였고 사실 도적이 많아진다는 것은 지배층도 원래 실질적으로 도적이라는 이야기도

되었다.

인간에 관하여 나름대로 정치한 이론을 구성하여 아예 불평등의 원인을 깡그리 없애 버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사유재산의 부인과 교육의 평준화로 사람의

출발점을 인위적으로 같게 하려고 하고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하여 시장에 의한 거래 대신에

중앙집권적인 의사결정을 추구하는 사회주의는 현실적이지 못하다. 실패하였다고 흔히

평가된다. 인간의 욕망을 수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유재산은 신성불가침의 것이라는 고풍스러운 선언도 부자들이 자신들의 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하여 만들어낸 역겨운 도그마라고 배척할 수 있고, 또 사유재산은 역사적으로

형성되어 현존하는 제도이기에 그대로 유지 보장되어야 한다는 헌법이론도 그저 기득권자를

6

Page 7: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옹호하는 파시스트적인 절충이라고 비판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어느것이나 그것이 조상의

또는 본인의 장물이 아니라고 정당화할 수 있는 이성적인 근거는 되지 못한다. 사유재산의

정당화는 그것이 개인의 행복을 위하여 유용한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하나의 기술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테크라는 말은 사유재산에 관한 진실성을

함축한다고도 할 수 있다.

재산권 규제의 사회적 기술

본질적으로 재산권은 다른 사람의 접근, 이용을 배척할 수 있는 것이니 그것은 결국 타인에 대한

권력으로 나타난다. 타인을 배제함으로써 인간이 자연을 소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는 것일

뿐 엄밀히는 사유재산이라는 것은 환상이다. 생명이 유한한 인간이 어떻게 토지 즉 자연을

지배하는가. 흙으로 돌아갈 인간을 토지가 지배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이 권력이 한 사람 또는 소수인에게 귀속되지 않고 널리 개인들 사이에 재산권이 퍼져 있고

여기에 자유로운 거래가 합해지면 경제적 의사결정을 분산시키고 이것은 효율적인 자원배분과

다수의 복지를 결과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믿는다.

그런데, 이와 같은 기술은 쓰이는 자에 따라서 유용하기도 하고 남용되어 해를 주기도 한다. 출발점을 달리하는 사유재산의 소유자와 그렇지 않은 대중 사이에 아무런 계약상의 규제 없이

방치 되면, 불황기에 가난한 자는 몰락하고 노예로 떨어지며 이러한 상황은 대물림한다. 궁한

자는 토지를 팔고 집을 팔고 자동차를 팔고 자식을 팔고 자신을 팔게 마련이다. 결국 소유의

집중과 대중의 가난으로 귀결되며 이것은 사유재산제도가 정당화되는 근거를 말살하게 된다. 자본주의의 자살이다. 그러나 농약이 저세상으로 가는 수단으로 남용된다고 그 생산을 금지할

수 없듯이, 가끔 남용되는 사례가 있다고 해서 기술을 폐지할 수 없다. 사유재산제도가 유용한

하나의 사회적 기술이라면,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부가하면서 이것을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노예상태를 방지하는 사회적 기술

흔히 제기되는 부자에게 걷어서 공정한 분배를 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일을 하자는 발상도

비슷하게 보인다. 그러나, 그 유효성에 관하여는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또 이와

같은 어떠한 조치도 적어도 누구든지 노예상태에 지속적으로 매여있지 아니한다는 기본적인

보장이 없으면 공허하다. 노예에게는 결코 공정한 분배가 돌아갈 리 없기 때문이다. 만일

사람들이 자신이 사회의 어느 지위에 속하게 될 지 모르는 상태에서 바람직한 사회형태를

선택하는 사회계약을 실시한다고 할 때, 자신도 그 사회에서 가장 실패한 사람이 될 가능성도

크다는 점을 아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누구든지 노예가 되지는 않는 사회를 선호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7

Page 8: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그런데 다음 절에서 보듯이 채무는 본질적으로 노예상태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회계약을

구현하기 위하여는 노예상태를 벗어나는 기술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평상시의 그것은

파산제도이다. 이것은 우리가 받아들여 사용하고 있는 사유재산이라는 기술의 부작용을

견제한다. 즉 파산제도는 사유재산제도를 보충하는 기술인 것이다. 물론 평소에 이와 같은

보충과 견제가 없으면 과격한 혁명으로 시정하게 될 것이다. 가난은 혁명을 낳고 혁명은 다시

가난을 낳는다고 그 누구가 말했는가. 신자유주의의 본고장인 미국 사람들이 채무자에게

우호적인 파산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보수적인 철학에 의하여 뒷받침 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빚을 지면 죽는다

누가 “노예제가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한마디로 “살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면 다른 질문: “재산이 무엇이냐?”에 대하여는

“장물”이라고 하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프루동

채무노예(debt bondage), 즉, 채무자가 자신의 인적 서비스 또는 그 영향 아래 있는 사람의

인적 서비스를 채무의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지위 또는 조건 중 합리적으로

평가된 이런 인적 서비스의 가치가 채무의 청산에 적용되지 않거나, 이러한 인적 서비스의

기간과 성질이 각각 제한되고 명백히 정의되지 아니한 경우

- 국제연합경제사회이사회 1956 채택, 노예제, 노예무역 및 노예제와 유사한 관행의

철폐에 관한 보충협약, 제1조

재산이라고는 자식 밖에 없다는 의미에서 ‘프롤레타리’라고 부르고,

그 때문에 직접적인 군역을 면제 받은 무산자 계급을 제외한 로마시민은 모두 병사였다.

-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이야기 1, 180면

노예제도의 금지

빚을 지면 죽는다. 물론 빚을 안 져도, 부자도 언젠가는 죽는다. 인생의 유한성이라는 범주는

누구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죽는다는 말은 심장 박동이 멈추고 호흡이

중단되는 물리적인 죽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죽음으로서의 노예제를 뜻하는 것이다. 빚은 노예적인 속박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8

Page 9: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본래 노예제도는 사람에 대하여 소유권이 행사되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 일부 문화권에서는

아직도 뻔뻔스러운 형태로 행하여지지만, 현대 문명 사회에서는 엄격히 금지된다. 헌법의

기본적 인권에 관한 규정은 사람을 객체로 보는 것을 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그 중에서

사회적 특수 계급의 제도를 부인하는 규정(제11조 제2항)이나 강제노역의 금지 규정(제12조 제

1항)은 사람의 차별과 의사에 반하는 노동이라는 노예제의 요소를 구체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쾌하지 못한 노역에 대하여는 다른 부문에 비하여 많은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동원하는 것이 문명사회적인 방식이다. 그러나 비자발적인 노예노동으로 충당하는

것도 역사적 경험이지만, 지금은 사람을 소유권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반문명적인 행위로 평가

받고 금지되는 것이다. 일부 못된 자들이 고리로 금전을 대여함에 있어 그가 지정하는 바대로

예를 들어 남자에 대하여는 열악한 어선 작업, 광부 취업, 여자에 대하여는 매춘을 통하여

채무를 갚겠다고 서약을 받아 이행하였다가 처벌 받았다는 보도가 종종 있는 점은 이와 같은

노예계약이 반문명적인 야만인에 의하여 실행되고 있음을 뜻한다.

실질주의

물론 형식적으로 채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인 노역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에는 노예제도에

해당할 수 있다. 채무를 갚을 것인가 말 것인가는 채무자의 선택인 것이니 우리 사회에 절대로

노예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채무자의 선택권을 배제하게 되면 채무는 사실상 노예제도의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채무의 속박은 노예라고 할 수 없을 지 몰라도 노예제도와 유사한 제도와 관행에

해당한다. 감당할 수 없는 채무를 지게 되는 자는 있게 마련이다. 지급해야 할 이자 이상을 벌지

못하는 사람은 평생 채무를 면할 수 없다. 물론 채무자는 갚지 않기를 선택할 수 있고

채무자에게 강제노역을 시킬 수는 없으니 자유인이고 노예는 아니다.

그러나 호박에 줄 친다고 수박이 되지 않는다. 법적으로 금지되지 아니한 다른 방법으로

채무자가 일을 해서 갚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면, 형식 여하에 불구하고 채무자는 속박 상태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즉 금전의 지급을 매개로 해서 간접적인 형식으로 채무자를

노예상태로 두는 것이다. 국가체제라는 억압이 가난한 채무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채무자가

이 시스템을 피할 방법을 찾기 힘들어질 때 채무자는 금전채무의 형식을 띤 속박에 인생을

맡긴다.

그 첫째는 형사처벌의 위협이다. 전통적으로 빚을 못 갚은 자에 대하여는 채무가 생긴

원인행위를 함에 있어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없이” 돈을 빌려 달라고 거짓말을 하였다는 의제가

9

Page 10: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차용금사기의 공리 처럼 행세하여 왔다. 심지어는 채무자가 어떠한 말을 할 필요도 없는

신용카드 발급 신청서 작성행위나 그 후의 카드사용에 대하여도 너무나 안이하게 사기죄를

인정하여 왔다.

둘째는 전문적인 추심업자이다. 이것은 형사처벌과 결합하게 되면 빚을 갚지 않고 숨어서

생존하고 있는 채무자를 찾아내어 제재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추심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예전에는 ‘해결사’라고 하여 폭력배로 간주되어 엄한 처벌을 받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개혁조치의

일환으로 허용되었다. 채무자는 쉬지 못한다. 이들은 거듭되는 전화로 또는 직접 방문하여

독촉을 하고 쓰레기 우편물을 보낸다. 사랑한다는 말도 자꾸 들으면 스토킹이 되는데, 빚

갚으라는 이야기는 당연히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한다.

셋째, 국가의 조직화와 사회보장제도이다. 이것은 국민의 등록을 요구한다. 주민등록제도가

그것이다. 이것이 정보화와 결합하면 채권자를 피하여 채무자가 살기 힘들게 된다. 전 국민에게

강제되는 주민등록제도는 사람을 국가 체제의 종속물로 만들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의료보험, 국민연금, 실업보험, 산재보험 등 강제적인 보험제도는 근로자에 대한 사항이 정부에 보고 되게

만든다. 이론적으로 이런 정보는 보호되게 되어 있지만, 법이 모두 지켜지는가?

넷째, 여기에 월급의 압류, 가압류라는 장치가 있다. 채무자는 직장에 다니는 사실이 노출되기를

꺼린다. 채권자는 직장에 다니는 채무자의 월급을 압류하려고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압류

금액이 제한되는 보호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충분한 보호가 될 수 없고, 또 압류는 채무자의

신용을 사용자에게 노출시키는 외에 행정상의 부담을 준다.

이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 감당하기 어려운 채무자는 생물학적으로 살아 있지만 자신을

위하여 일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종속적 생활을 하게 된다. 전적으로 근로소득에 의존하여

살게 되지만 벌어들이는 것에 대한 제1의 권리자는 정부이다. 소득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노동력의 재생산을 위하여 먹어야 하니 식비를 지출해야 하고 잠을 자야 하니 집세를

내야 한다. 그리고 도심의 직장 가까운 곳에 집을 얻을 수 없으니 멀리 살며 지하철 차비를

지출해야 한다. 그리고 남는 돈은 당연히 채권자에게 갚아야 한다. 이것은 많은 경우 이자를

갚기에도 부족하니 이 사람이 죽을 때까지 이 굴레에서 빠져 나올 길을 없다. 노예이다. 노예가

되는 것이 사회적 죽음이라면, 빚을 지면 죽는 것이다.

에퀴티=자기자본과 레버리지

물론 단순히 채무가 있다는 법률적 상태가 당연히 노예상태를 결과하는 것은 아니다. 부채에

대응하는 자산이 있으면 채무는 없다. 가진 자산이 부채를 갚기에 부족할 때 즉 법적 술어로 ‘

책임재산’이 부족할 때 채무불이행의 위험은 채권자에게 귀속되고, 인적 자본으로 이것을

10

Page 11: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보충하려고 할 때 노예상태가 발생한다.

자기자본과 레버리지의 두가지 경우

단순한 비유를 들어보자. 갑돌이가 1억원짜리 빌라를 샀다고 하자. 그가 자기 돈 3천만원을투입하고 나머지 7천만원을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얻었다면 자산은 여전히 3천만원이다. 흔히 이 경우 시가 1억원의 자산이 있고 7천만원의 부채가 있으니 자산이 1억이고

다만 부채를 7천만원 지고 있다고 보지만, 이것은 담보권의 실질을 간과한 것이다. 갑돌이는

담보권을 무시하고 빌라를 처분할 수 없으니 담보가 설정된 한도 내에서는 명목 여하에

불구하고 이 자산은 7,000만원 어치가 은행의 것이고 그것을 초과하는 부분만이 소유명의자인

갑돌이의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즉, 나중에 은행에 7천만원을 다 갚고 나면 1억원짜리 집을

취득할 수 있는 옵션을 ‘소유자’인 갑돌이가 3천만원에 산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70 30담보권자 소유자

,담보권자7,000, 70%

, 3,000,소유자30%

3,000만원을 내고 소유자 명의를 취득한 갑돌이는 1억원짜리 이 물건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대외적으로 소유자로 행사하며 임대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3,000만원을 투입하였고, 7,000만원에 대하여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니 경제적, 실질적으로 보면 3,000만원의

임대차보증금을 걸고 임차한 것과 같다. 즉 1억원짜리 집이 있다고 하여도 그 집 자체를 소유한

것이 아니고 담보권을 제외한 3,000만원이 ‘소유자’인 갑돌이의 몫(equity)으로 남는다.

그런데 갑순이는 갑돌이보다 더 가난하여 1,000만원 밖에 저금한 것이 없었다고 보자. 이

경우에는 2,000만원을 더 빌려와야 한다. 다른 은행으로부터 신용대출로 2,000만원을

조달하였다고 치자. 이 경우 집의 가치 3,000만원에서 다시 2,000만원을 뺀 1,000만원이

갑순이의 몫이다 역시 대외적으로는 1억원 짜리 자산의 소유자이지만 담보권자의 몫을

제외하고 남은 자산에서 먼저 갚아야 할 채무를 제외하면 1천만원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갑순이는 9,000만원을 갚고 빌라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옵션을 1천만원에 취득한

11

Page 12: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것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물론 9,000만원에 대하여 발생하는 이자는 계속 지급하였을 것을

전제로 한다.

신용대출이있는경우

, 7,000담보권자

, 2,000채권자

, 1,000소유자

명목적인 자산 규모에 비하여 자기자본이 작은 사람은 레버리지(leverage)가 크다고 표현한다. 위 사례에서 갑돌이는 빚을 지지 않은 사람보다 레버리지가 크고, 빚이 2천만원 더 많은

갑순이는 갑돌이보다 그만큼 레버리지가 크다. 장래의 불확실성이 현실화하면 레버리지의

효과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작용한다. 좋은 쪽으로 작용하면 속칭 ‘대박’이요, 나쁜

쪽으로 작용하면 ‘쪽박’이다. 레버리지는 좋은 쪽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나쁜 쪽으로 작용할 때

치명적이다. 그 원인은 (1)채권자는 고정된 금액(원금과 이자)의 청구권을 가지고 있고 (2) 장래는 불확실한데 (3)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변제를 한 나머지 재산을 가진다는 점에 있다. 다시

사례를 보자.

이익이 발생할 때 레버리지의 긍정적 효과

보통 부동산 값은 오른다고 인식된다. 갑돌이나 갑순이가 취득한 빌라 옆에 지하철이 생기고

재건축조합이 결성되어 1억원에 취득한 빌라가 몇 달 뒤에 30% 올라서 1억 3천만원이

되었다고 가정하자. 갑돌이는 값이 올라도 빌라 담보권자에게 7천만원을 상환하고 1억3천만원에 팔던가 저당권을 끼고 6천만원에 팔아도 되니, 3천만원을 투자한 갑돌이의 몫은 6천만원이 된다. 3천만원을 투자하여 3천만원의 이익을 보았으니 100%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빌라 값이 30% 올랐는데 갑돌이는 100%의 이익을 보았으니 남의 돈으로 집을 산 효과는

확실히 좋다.

12

Page 13: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 3,000갑돌이

, 7,000담보권자

, 6,000갑돌이

, 7,000담보권자

01,0002,0003,0004,0005,0006,0007,000

갑돌이 3,000 6,000담보권자 7,000 7,000

before after

갑순이의 이익은 더 드라마틱하다. 갑순이의 몫은 1천만원이었지만 3천만원이 오른 이익을모두

누린다. 절대적으로 얻는 수익은 갑돌이와 같이 3,000만원이지만, 수익률은 무려 300%이다. 같은 돈을 가지고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타인 자금을 그만큼 많이 끌어들이면 그만큼 수익률을

높여 돈벼락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담보권자

채권자갑순이

담보권자

채권자

갑순이

0

5,000

10,000

15,000

갑순이 1,000 4,000채권자 2,000 2,000담보권자 7,000 7,000

before after

레버리지의 손실 증폭

그런데 부동산이라고 항상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중소 도시나 대도시 외곽 지역의 빌라

같은 것은 값이 분양가의 반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노후화의 진행을 극복하고도 남을만한

인구유입과 상권 확대가 이루어지지 않는 지역에서는 그 현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출산, 결혼의

기피로 새로운 가정의 형성이 부진하면 그 추세는 명백하다. 3,000만원 정도 떨어졌다고

가정하여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이 경우 갑돌이는 자기 몫의 3,000만원 순자산을 모두 잃는다.

13

Page 14: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 before갑돌이

, before담보권자

, after갑돌이

, after담보권자

02,0004,0006,0008,000

10,000

30% 하락갑돌이

담보권자 7,000 7,000갑돌이 3,000 0

before after

손실도 갑순이에게는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갑순이는 자기 몫의 순자산 1,000만원을 당연히

잃고 나아가 2,000만원의 빚을 지게 된다. 이 경우 위험은 갑순이에게 2,000만원을 빌려 준

은행에 전가된다. 오로지 담보권자만이 안전하지만, 값이 더 떨어지는 경우에는 결코

근저당권자라고 해서 안전할 수 없다. 환가를 해도 7,000만원이 회수되지 않을 때에는

담보채권자도 재산을 잃는다.

담보권자

채권자갑순이

담보권자

채권자갑순이

02,0004,0006,0008,000

10,000

갑순이 1,000 0채권자 2,000 0담보권자 7,000 7,000

before after

부자, 중산층, 거지, 노예

환가를 해서 5,000만원이 회수되었다고 하면, 갑순이나 채권자가 회수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저당권자도 2,000만원을 회수하지 못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 경우 갑순이는 일반

채권자에게 2,000만원 본래의 담보권자에게 2,000만원 합계 4,000만원을 갚아야 하는데, 이것은 다른 자산이 없는 상태에서는 부(-)의 자산으로 작용한다. 즉, 소득을 창출하는 자산의

14

Page 15: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반대편에서 갚아야 할 의무를 계속 발생시키는 부채가 되어 버린다.

재산은 소득 창출의 근원이다. 부채는 이자를 발생시키므로 소득을 상쇄하는 항목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이 어떤 사람의 소득을 규정한다고 할 수

있다. 실증적으로 근거 없는 무리한 가정이겠지만, 대략 예를 들어 부채에 대하여는 5%의

이자가 발생하는 반면에 순자산에 대하여는 5%의 소득이 발생한다고 하면, 순자산(부채)와

소득(이자지급액)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자산이 충분한 자는, 즉 우상향하는 소득(이자)선의 오른쪽에 치우쳐져 있는 사람은 충분한

소득을 누린다. 이들은 부자 또는 중산층으로 분류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저

적은 자산을 자기고 적은 소득을 누리며 주로 노동으로 살아간다. 사례에서 갑순이 처럼 비록

빚을 지고 있어도 자기 명의로 빌라를 취득하고 그것이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대출금을

상환하면서 살아간다. 어떤 사람은 원점의 왼쪽 아래로 떨어져 있다. 이들은 일을 해서 부채를

갚아야 한다는 면에서 인적 자본을 타인을 위해서 활용하고 있다.

소득(이자)

-6,000

-4,000

-2,000

-

2,000

4,000

6,000

-150,000 -100,000 -50,000 - 50,000 100,000 150,000

소득(이자)

15

Page 16: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이들 중 많은 경우에는 몸을 움직여 벌어들이는 소득이 계속 발생하는 이자에 미치지 못한다. 이

경우 이자는 원금에 가산되고 빚이 늘어간다. 평생 빚으로부터 벗어날 가능성은 없다. 이러한

인적 서비스의 기간과 성질이 각각 제한되고 명백히 정의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런

경우를 실질적으로 채무 노예상태라고 하는 것이다. 남들처럼 옷을 입고 차를 타고 직장에

다니지만, 실제로는 타인을 위한 인생을 살고 있다.

이 ‘노예’들은 일상 생활에서도 가혹한 처우를 받는다. 집이 없거나 충분한 전세자금이 없으니

비싼 월세를 내야 한다. 심지어는 일수로 방을 내거나 여관, 고시원 생활을 해야 한다. 자동차가

없으니 멀리까지 나가서 할인점에서 값싼 식품을 마련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미 채무불이행에

빠진 경우에는 가차없이 연체금리를 적용 받고, 또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재산이 없으니

소액을 급히 빌리더라도 높은 이자를 내야 한다. 도저히 헤어날 길이 있을 수 없다.

채무자 탄압의 역사

고대 로마의 12표법에서는 채무자에게 판결 이후 30일 간의 유예기간을 주고 그 후에 채무자를

구속하였다가 다시 60일의 화해기간이 지난 후 3영업일 뒤에 채무자를 죽여 채권자가 시체를

나누어 가지던가 노예로 팔아서 그 대가를 나눌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로마인에게 식인풍습이

있었다는 증거는 없고 또 고대의 의학수준이 장기이식을 가능하게 할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니, 채무자를 죽일 수 있다 것은 채권자의 복수심을 만족시키고 채무자와 그 가족에게 공포를 주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고, 보통 냉철한 채권자는 채무자를 티베레 강 건너 이방으로 노예로 팔아

넘기는 것으로 실리를 챙겼을 것이다.

로마는 노예제가 유지된 채로 멸망하였고 중세에 들어와 대금업에 종사하였던 유태인이

기독교인을 노예화한 경우에는 유태인을 처벌한다는 칙령이 공포되기도 하였다는 것이고, 중세를 배경으로 한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서 유태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안토니오의 심장을 추구한 것으로 묘사된 것은 12표법이 인정한 채무자에 대한 린치가

채무자의 사전동의를 전제로 합법적인 것으로 인식되었음을 뜻한다.

빚을 지면서 제공한 인신 담보를 집행하는 것이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관행이 세속법으로 유효하게 남아 있는 동안, 중세 카톨릭 교회는 이자를 받는 금융행위를

죄악시하였다. 상업에 있어서 이자를 모든 연불거래는 시간선호라는 요소를 포함하므로 이것을

금지하는 것은 원초적으로 불가능한 것이고 땅을 가지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던 유태인들이

대금업에 종사하였다. 왕족과 귀족은 필요할 때 돈을 빌려 쓰다가 이들에게 갚을 돈이 많아지면

채권자를 추방하기도 하고 때로는 민중을 선동하여 집단학살도 자행하였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채무노예를 허용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채권자를 탄압하는 말하자면 분열증적(schizophrenic)인 행태였다고 할 수 있다.

16

Page 17: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이자를 죄악시하는 전통이 완화됨과 아울러 서유럽에서는 채무자를 매각할 수 있는 노예제도도

채무자를 채무를 이행할 때까지 그저 가두어 두는 채무자 감옥(debtor’s prison)으로 차츰

대치되어갔고, 그러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서 굶어 말라죽는 것보다는 아메리카 식민지로

가는 배에 오르는 것을 선택하여 운임을 내지 않는 대신에 일정 기간 종속생활을 하기로

약정하는 계약노예(indentured servant)가 되었다.

채무자를 직접 물건의 수준으로 격하하여 매각하는 것은 금지되었지만, 형사처벌로 채무자를

감옥에 보낼 수 있다는 위협과 민사적인 강제집행의 실효적 강제가 결합하면 간접적으로나마

채무자는 실질적인 노예상태에 처하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이것은 호박에 줄치고서 수박이라고

말하여도 역시 본질은 여전히 호박이고 결코 수박이 될 수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이다.

우리는 1894년의 갑오경장이 있기까지 신분제의 질곡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였다. 현명한임금

정조가 폐지를 주장했다고 하지만 실현하지 못했고 뒤를 이은 순조가 원년(1801)에 관노를

해방하였을 뿐 가뭄에 논을 팔고 식솔을 거느리고 유력자의 노비가 되었다던가 이들에 기원하여

세습된 사노비는 여전히 존재하여 공식적인 폐지 이후까지도 사람들의 낡은 의식 속에 남아

있었다. 고리대금의 폐단 또한 전통적이고 지금까지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최근까지도 마찬가지이다. 금융채무를 갚지 못한 때에는 그 금융채무를 일으킬 당시

채무자의 객관적인 재산상태가 좋지 않았음을 간접 증거로 삼는 버릇이 있다. 그러한 상황을

채권자가 알았다고 하더라도 그저 채무자가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없이” 채권자를 속였다는

의제를 적용하였다. 금융채무자는 자동적으로 사기범이 되었고 금액이 돈 천만원 정도 되면

구속까지 하였다. 모 신용카드 회사의 캠페인에 의하여 전국의 경찰서가 북새통이 되었고 검사, 판사도 신용카드회사의 대리인이 되었다. 수백만을 형사범으로 가둘 상황이 될 것임을 인지한

수사당국의 억압으로 약간 지체되었지만, 다수를 사기범으로 모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겁 없는

판결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채무자에 대한 경제외적인 억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파산법의 형성과 노예의 해방

노예제도가 근절되어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인다면, 실질적으로 그 한 형태인 금융채무에

대하여도 같은 조치가 취해지지 못할 이유가 없다. 채무자들이 대다수 국민을 형성하였던

미합중국은 헌법에서 통일된 파산법의 근거규정을 두었고, 중세 상인의 빚잔치 관습에서 유래된

파산제도를 몇번의 입법시도를 거쳐 1898년에 항구적인 파산법을 제정하였다. 1978년

전면개편된 파산법은 채무자가 파산을 신청하든 채권자가 신청하든 파산절차에 의하여 특히

중요한 일부 채무를 제외하고는 채무자가 특별한 잘못이 없는 한 전부 면책되도록 하였다. 이것은 채무자가 장래에 버는 소득을 채권자에게 지급할 의무를 취소함으로써 채무자의 인적

17

Page 18: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자본을 해방하는 것, 즉 채무노예상태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에도 일제시대에 조선민사령에 의하여 일본 파산법이 의용되었고 1962년에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제정한 파산법이 있었다. 그러나, 개인들에 대한 고리채의 부담은

파산법에 의하여 정리되기보다는 사채업자의 채권행사를 사실상 금지한 8.3조치와 같은

비상조치에 의하여 운용되어 왔다. 1997년 이후의 대량 채무자 발생 사태 앞에서 무엇인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파산제도도 활성화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정책 당국은

인생 레버리지가 큰 가난한 사람들에게까지 신용을 확대하였고 그것은 문제를 더 확대하였다.

대략 21세기가 시작됨과 더불어, 일부 유능한 판사들은 개인의 구제에 기존의 파산법에 의한

실무로나마 파산제도를 적용하기 시작하였고, Solon처럼 과격한 개혁조치를 취할 만한 강한

권위가 없는 상태에서 나름대로 채무노예를 해방하기 시작하였다. 최근에는 매년 3배 이상

개인파산 사건이 증가하고 있으며, 2004년에는 개인회생제도가 도입되고, 2005년에는 파산

관계법이 통합되어 2006년 4월부터 시행되게 되었다. 미국에 비하면 아직도 미흡한 점이

있지만, 옛것이라도 창조적으로 변용해 온 마당에 반길 수 밖에 없는 개혁이다.

파탄에 이르는 원인

캘리포니아 주의 샌 펠리페에 사는 66세의 홀아비 제럴드 리 멈포드는

나쁜 계획, 잘못된 결정, 나쁜 운수, 나쁜 건강

(Bad planning, bad decisions, bad luck, bad health) 때문이라고

파산으로 몰아가는 상호 연관되어(interrelated)요인을

간결하고 완벽하게 요약하였다

-Sullivan, Warren and Westbrook,

The Fragile Middle Class: Americans in Debt(2000), p142

레버리지의 역작용을 순자산이 막을 수 없을 때

3천만원을 투자해서 7천만원 융자를 끼고 산 주택이 있을 때, 3천만원 정도의 손해는 견딜 수

있다. 전부 내 돈으로 산 것이라면 1억원의 손해를 견딜 수 있다. 이래서 자기자본은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 충격을 흡수하는 쿠션 역할을 한다는 면에서 자기자본은 실제로 쿠션

(equity cushion)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위의 1천만원만 자기자본인 갑순이의 예에서

보듯이 어떤 사람은 이 쿠션이 매우 얇다. 약간의 충격은 노예제도라는 사회적 죽음으로

이끌어가는 것이다.

특히 질병에 취약한 체질이 있고, 또 정신적 긴장상태가 남보다 못하여 사고를 당하고 저지르기

18

Page 19: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쉬운 사람이 있다. 따라서 죽지 않는 방법을 아무리 배우고 익혀도 사고는 일어나게 마련이며

피할 수 없는 전염병이 있듯이, 아무리 합리적인 경제생활을 하더라도 쿠션이 약한 사람들은

재정적 파탄을 피하지 못할 수 있다. 자연적인 죽음에 이르는 원인이 여러가지인 것처럼

사회적인 죽음인 채무에 빠지는 원인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구체적인 사례를 검토해 보면

하나의 원인에 의하여 갑자기 모든 자기자본을 잃고 빚에 빠지는 파탄에 빠지기보다는 어떤

사태에 의하여 발생한 재정적인 긴장이 지속되는 동안 다른 불행이 겹쳐서 일어나면서 에퀴티

쿠션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타고난 자기자산이 많은 사람은 여간해서는 이

불행에 빠지지 않는다. “부자 망해도 3년 간다”는 말이 바로 이것을 뜻하는 것이리라.

물려받는 부채

어떤 사람은 부모로부터 부채를 물려 받는다. 사람이 죽은 후에 유산으로 재단을 형성하여 죽은

사람의 채무가 청산된 뒤에 유족에게 남은 재산을 인도하는 법제에서는 비자발적으로 채무를

물려 받는 사례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법제는 사람이 죽는 바로 그 순간 상속이

발생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 즉 죽은 사람이 살아 생전에 가지고 있던 재산과 부채가 사망의

순간에 모두 상속인들에게 승계되는 것이다. 이를 포괄승계라고 하는데, 배우자와 자녀, 손자녀들, 배우자와 부모들, 조부모들, 형제들, 삼촌들, 사촌들의 순위로 상속인이 되고

상속인이 여럿이면 공동으로 상속하되 배우자의 지분은 50% 더 많다.

상속의 포기와 한정승인

물론 부채가 자산이 많은 경우에도 자손에게 일괄적으로 물려진다면 신분제를 인정하는 결과가

되기에 이를 시정하는 방법이 있어야 하는 바, 현행 민법 하에서는 상속 포기와 한정승인 제도를

두고 있다. 첫째, 상속인은 상속개시를 안 때로부터 90일 이내에 상속을 포기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그 사람은 상속인이 아닌었던 것처럼 간주된다. 상속인이 서류를 갖추어 법원에

상속포기신고를 하기만 하면 가정법원이 이를 확인하는 심판을 하여 주니 간편하다.

다만 이 상속포기를 하게 되면 해당 상속포기를 한 사람이 없었던 것처럼 간주되니 다른

공동상속인이 부담을 더 지게 되거나 그보다 후순위의 상속인에게 상속채무가 넘어가게 된다. 이 점은 한정승인의 신청을 함으로써 피할 수 있다. 상속인이 상속을 승인하여 재산과 채무를

인수하되 채무는 상속재산의 범위 내에서 인수하는 것이다. 알고 있는 재산의 부채의 목록을

특정하여야 하고 약간의 공고비용을 들여야 하지만, 후순위의 상속인에게 예상하지 못하였던

채무가 넘어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안전장치를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의 기회를

놓치고 채무를 상속한다. 법률에 대한 무지 때문이기도 하고 또는 설마 부모에게 빚이 있었을까

19

Page 20: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하는 안이한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사례 1: 8살짜리 채무자

A는 사업을 하며 제법 부자로 살았는데, 본처와 세 아이들을 둔 상태에서 이중생활을 하여 다른

여자 B에게 가서 살며 혼인외의 자 C를 낳았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듯이 A의 사업은 IMF 사태

이후 기울었고, B는 풍족한 생활비를 주지 않는 A를 떠났다. 그 후 A는 본처에게로 돌아가 살던

중 5억원의 빚을 남긴 채 병사하였다. B는 A의 사망사실을 알고 장례에도 참석하였지만 빚이

많은 줄은 몰랐고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는데, 본처와 세 아이들은 상속 포기를 하면서 C를 빼 놓았다. 그래서 현재 8세의 어린아이인 C가 A의 채무를 단독상속하여 5억원의 채무자가

되었다.

우연과 사고 그리고 보험

비행기도 추락하며 도시가스관도 터진다. 지하철에 불이 나기도 하고 백화점이 무너지기도

한다. 따뜻한 남쪽 나라로 휴양을 갔다가 해일에 휩쓸리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 사고가 나에게는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이다. 항구에 돌아오지 않는 범선의

이야기는 문학작품의 소재이기도 하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에 나오는 선주 모렐 씨는 약속한

채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되자 명예를 지키고 가족을 지키기 위하여 자살을 결심하며,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안토니오는 빚을 못 갚으면 심장 부근의 살 1파운드를 베어 가게 하겠다는 약속

때문에 샤일록에게 죽음을 당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해결방법: 대지급과 규제

하여튼 어느 쪽이든 동정을 받아야 마땅한 사태이다. 소설 속에서 모렐 씨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빚을 대신 갚아 구해준다. 마치 부실한 은행과 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공적 자금으로

대지급하여 외국 채권자를 횡재하게 하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채무자를 ‘구제’한 해결방식이

바로 이것이다. 사실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처럼 무가치한 채권을 가진 외국의 금융기관들이

구제되었다.

안토니오는 법학자로 가장한 허황한 친구의 약혼녀가 판사의 대직을 가장하여 살을 베어내되

피는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강제하여 채무를 취소한다. 현대적인 논리로는

사람의 생명을 노리는 공서양속에 반하는 내용의 계약임을 들어 채무를 취소하는 것이다. 사실

그 채무라는 것도 약혼녀를 유혹하는데 필요한 사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이었고 채권자도

알고 있었기에 이것을 들어 채무자의 생명을 노리는 것은 범죄라는 것이기에 정당화된다.

20

Page 21: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보험과 유한책임

그런데 인천 앞바다에 들어오기로 되어 있는 배가 들어오지 않는 것과 같은 상업상의 위험은

굳이 공적인 조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왜냐 하면, 이와 같은 종류의 위험은 보험제도로

충분히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에 직면하는 자는 보험에 가입함으로써 장래 실현될

불행한 결과로부터 생기는 파탄을 쉽게 피할 수 있고 자신의 몫을 지킬 수 있다.

어떤 위험은 그 사업을 법인화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특정 사업을 위하여 인적, 물적 자원을

조직화하게 되면 기업이 성립하는데 이 기업을 회사라는 관념상의 존재에 귀속 시키는 기술을

통하여 그 사업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채무로부터 기업의 소유자는 위험을 피할 수 있다. 회사의

채권자는 그 주인인 주주에게는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선박 1대에 대하여 주식회사 하나를

설립할 수 있고 심지어는 택시 2대 당 회사 하나꼴로 설립하여 운행을 하는 것도 허용된다.

그런데, 많은 경우 사람들은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예상하지 못한다. 보통 사람들은 낙관적이다.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추락사고 사지절단사고는 나에게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간주된다. 교통사고도 그러하다. 따라서 막상 사고가 발생하여 배상책임이 발생하였을 때에는 가해자 또는

그 사용자의 재산이 없어 피해자의 보호가 막연해 지는 수가 있다. 또 가해자 본인으로서도

노예상태에 빠질 위험이 생긴다. 산업재해보상보험, 자동차운행에 대한 책임보험을 강제로

가입하게 하는 것은, 이 점에서 개인의 낙관주의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자신도 몰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현대 국가의 간섭으로 정당화된다. 물론 어떠한 가입강제도 완벽하게 사고로 인한

손실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이 경우 최후의 안전망인 파산이라는 보험이 전면에 나서게 된다.

사례 2: 산업재해

D는 갑 회사에 고용되어 지게차를 운전하였다. D는 작업 도중 과실로 지나가던 을 회사의 직원

E를 보지 못하고 타고 넘어가 E를 다치게 하였다. D는 잘못을 피해자에게 빌고 3,000만원을

합의금으로 배상하고 사건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E는 을 회사가 가입한 산재보험에 의하여

치료를 받고 요양급여, 휴업급여를 받았는데, E는 F정형외과, G병원, H대학부속병원에 무려 3년 이상 입원, 통원을 반복하며 치료를 받았고, 특히 대학부속병원은 마음껏 검사와 진료, 입원치료를 시행하였다. 결국 치료비가 3억원이 넘게 청구되었는데, 근로복지공단의 관계자는

심사를 게을리하여 제한도 하지 않고 모두 지급하였다. 그 후 근로복지공단은 D가 사고를

저지른 자로서, 갑 회사가 그 사용자로서 이를 전부 상환할 책임이 있다고 4억원의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은 50%의 과실을 인정하여 2억원의 배상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갑 회사는 사실상 실체가 없고 업주는 행방불명이 되어 D가 꼼짝없이

구상채무를 이행하여야 할 처지이나, D에게는 이렇다 할만한 돈이 없다. 우연히 저지른 사고로

예상하지 못했던 상환책임을 지게 된 D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

21

Page 22: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사례 3: 인적 자본의 손상

그런데, 피해자 E로서도 별로 잘된 것이 없다. 사고 전에 기술자로 월 200만원 의 공식적 수입을

올렸지만, 비번날과 휴일에 철공과 도장공으로 부업을 해서 100만원을 더 벌었다. 가난한 집에

태어나 학자금융자를 받아 학교를 다녔고 부모님의 병원비를 낸 것 때문에 3,000만원 정도 빚이

누적되어 있었다. 역시 가난한 집 처녀를 만나 결혼해서 아이를 둘 낳고 6식구가 보증금 1,000만원, 월세 30만원의 셋방에 살다가 이사 다니기에 지쳐 건설업자의 월세 사는 기분으로 사면

된다는 말에 9천만원 분양가 집을 8천만원의 융자를 끼고 샀다. 물론 은행에는 분양가 1억 2천만원짜리 계약서가 제출되었는데, 은행도 주택금융공사의 지급보증이 있기 때문에 심사도

제대로 안한 눈치이다. 그런데, 부상으로 인하여 작업 능률이 떨어지니까 회사를 더 다닐 수

없게 되었고, 부업도 손을 놓았다. 산재급여는 생활비와 이자로 다 썼고, 일부 쥔 목돈은 이런

저런 명목으로 다 나가 버렸다. 이제 일할 수 없게 된 마당에 빌라는 은행 융자금 8천만원보다

훨씬 아래로 내려가버렸고, 신용대출 채무 3,000만원도 그대로 남아 있다. 이제 아파트

경비원으로 취직해서 월 90만원 정도 받지만 솔직히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고 채무를 누적하고

있다.

시장 여건의 급진적 또는 점차적 변화

사유재산제도를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 또는 시장경제에서 어떤 물건을 사고 안 사고는 개인의

선택에 맡겨진다. 기업 또 개인은 시장의 수요로 나타나는 사회적 선호를 만족시키는데 대한

보상을 얻는다. 그런데 9.11테러나 조류독감의 유행과 같은 사고로 인하여 시장의 수요는

급격하게 줄 수 있고, 또 출산율의 감소나 컴퓨터의 보급 같이 점진적으로 일어나는 변천은

천천히 수요를 감소시킨다. 물론 어느 경우나 생산비가 커서 가격 인하를 감당해 낼 수 없는

한계기업이 먼저 도태된다. 보다 싼 가격으로 생산하는 기업은 생존하여 계속 소비자에게

봉사한다.

사례 4 IMF 사태

지진이나 해일, 태풍과 같이 물리적인 변동 없이 우리가 겪은 가장 급격한 충격은 아마도 1997년의 동아시아경제위기일 것이다. 2001년의 9.11테러도 국제적인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손상하면서 많은 기업에 영향을 주었다. 최성현 씨(49세)는 1995년에 대기업 부장으로 퇴직, 퇴직금과 저축 2억원으로 제조회사를 차렸다. 10억원으로 설비를 마련하며 집을 담보로 돈도

빌렸다. 처음에는 이익을 조금씩 내더니 1997년의 동아시아경제위기를 맞아 환율이 폭등하고

은행 금리도 20%를 넘어 위기를 맞았다. 모기업의 파산으로 납품대금까지 떼였고 빌린 돈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빚이 늘어나 이자부담은 더해 갔다. 부동산 값이 반 이하로 떨어지자

22

Page 23: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담보대출도 연장이 어려워졌고, 사채도 돌려가면서 이자를 상환하며 얼마간 버텼지만 2001년의 9.11 테러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쫄딱 망했다. 집은 헐값에 경매로 넘어갔고 그래도 10억원 정도가 빚으로 남았다.

사례 5 날씨와 광우병

광우병은 급작스러운 수요감소와 가격상승이라는 이중의 충격을 주었다. 장경애 씨(45,여)는

2002년 집을 처분하고 창업자금을 대출 받아 골프장 옆에 갈비집을 열었다. 2003년 4월까지는

주말과 여름에 그런대로 장사가 잘 되었다. 하지만 2003년 여름 내내 주말마다 비가 와서

손실을 보아, 그 전에 저축한 자금을 모두 축냈다. 2004년 1월에는 광우병 파동이 있어 갈비집

전체가 힘들었고 이자 부담이 있었던 장경애 씨는 빚을 누적하였다. 그런데 질 좋은 미국산

고기가 수입 되지 않으니 고기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 원가부담이 커졌고 그나마 소비자들도

불황에 돈을 쓰지 않았기에 값을 올려 받을 수도 없었다. 견디다 못해 2004년 11월에 폐업하고

나니 밀린 임대료, 임금, 물건 값을 갚고 나니 보증금 300만원 월세 20만원의 집으로 옮겨 갈 수

있었고 그래도 7,000만원이 빚으로 남았다.

학교앞 분식집을 성업하고 있다가 매점이 잘 안되는 것을 걱정한 교장선생님이 교문을 닫아거는

바람에 한 순간에 망했다는 사람의 이야기도 비슷하다.

사례 6 유아용품점과 산부인과 병원, 그리고 할인점

사회의 인구학적 특성은 당연히 수요에 영향을 준다. 이나영 씨(45세)는 88년도에 강원도의 한

소도시에서 유아용품점을 개업하였다. 속칭 386세대라고 불리는 베이비붐 세대의 끝자락에

걸친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곧이어 커플당 2,3명의 자녀를 생산하던 시기였다. 자신도 아이를

낳아 키웠고 이나영 씨 세대가 6남매였기에 사람들은 둘만 낳기라는 정부 홍보대로만 하여도

수요는 꾸준하리라 기대하였다. 대단히 영업이 잘되었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10년 정도

운영하여 아이들을 키웠다.

그런데, 외환위기 무렵을 전후하여 매출이 서서히 줄어들었는데, 이나영 씨는 이것이 전국 어느

국민이나 겪는 불경기인 줄 알았다. 그 와중에도 지방 소도시의 인구는 줄어들었고, 또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줄어들었다. 그동안에 건물주의 도산으로 인하여 가게 보증금을 새로

마련하여 이사하느라 거액의 손실을 보았고 친정어머니의 입원, 남편과의 사별로 인하여 부채가

늘어났는데 줄어든 매출로는 빚을 감당하기가 어려워졌다. 적금과 보험을 해지하고 영업이 좋을

때 사 두었던 주식도 처분하여 채무를 갚았지만 그래도 빚이 남았다. 최근 가임여성 1인당 1.16명을 낳는다는 보도와 출산율 저하를 이유로 분유회사의 주식을 외국인투자자들이 모두

처분해서 반토막이 났던 적이 있다는 말을 듣고서야 이나영 씨는 이제 신생아를 상대로 하는

23

Page 24: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자신의 사업을 접을 때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이제 단일민족으로서의 이 나라의 미래가 없는

것이다.

한재영 씨 (50세)는 고학으로 의과대학을 졸업하여 산부인과 전문의가 되었다. 대학에 남으라는

권유를 뿌리치고 3억원을 빌려 중소도시에 개업하였다. 명성을 빌려 빚을 갚고 안정을 찾을

무렵 산모가 사망한 사고가 생겼는데 불가항력이라는 항변은 안 통하고 마녀사냥 하듯이 의사의

책임이 없음을 증명하라는 둥 강제적인 분위기에서 조정이 이루어져 대출을 받아 1억 5천만원을 배상했는데도 죽은 환자 남편이 병원에서 계속 행패를 하여 문을 닫고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였다. 그 와중에 증권투자, 약간의 외도로 약간의 빚을 졌는데 그럭저럭 감당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인근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 되어 환자가 줄어 결손을 보기 시작하였지만, 다시

입주되면 회복되리라 생각하고 채무를 늘려가면서 버텼는데 출산을 잘 하지 않는 쪽으로 풍조가

변해 하루 10만원도 수입을 올리지 못한 지 10개월 만에 5억원 넘는 빚을 남기고 손을 들었다.

사례 7 식자공과 정육점

한수동 씨(58세)는 활자를 뽑아 판 위에 배열하는 식자공으로 10년 동안 신문사에서 일하다

외동딸을 대학에 진학시킬 때 퇴직하였다. 퇴직금 5,000만원으로 아파트 단지내 정육점을

인수하면서 급한 마음에 권리금을 사채로 충당했다. 월세와 이자로 매월 100만원이 나갔지만, 살만했으나 주변에 대형할인점이 들어서면서 손님이 줄었다. 여기에 광우병, 구제역 파동이

겹치며 매출이 줄어 전세집을 빼서 월세로 옮기며 빚을 갚았으나 그래도 매출이 개선되지 않아

이제나 저제나 하는 마음에 신용카드를 발급 받아 속칭 돌려막기로 버텼지만 빚이 늘어나 7000만원이 되었다.

사례 8 레버리지 투자

앞 장에서 갑순이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논의의 단순화를 위하여 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구별하지 않을 때 갑순이는 자기 돈 1,000만원을 들여 9,000만원을 차입하여 액면가 1억원의

집을 산다. 이 경우 자기자본의 수익률은 10배로 부풀려진다. 부동산 시세가 10% 상승하면

갑순이는 1억1천만원에 팔아 9000만원을 갚고 2000만원을 챙기니 100%의 수익을 본다. 반대로 10% 떨어지면 9,000만원이 되어 팔아서 빚 갚으면 그만이니 100%의 손실을 본다. 그러나 빌라 갚이 떨어진 와중에 근근이 이자를 갚아 나가다가 예를 들어 실직으로 자금경색을

겪다가 경매로 넘어가게 되면 분양가의 50%에 실현될 수 있다. 이 경우 5,000만원을 채권자는

회수하지만, 나머지 4,000만원은 갑순이의 빚으로 남는다. 어떤 사람은 예를 들어 1억원 정도를

들여 10억원 정도의 부동산에 투자한다. 이 경우 손실도 10배가 된다. 흔히 있는 일이다.

24

Page 25: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시장의 승자와 패자: 통합이냐 배제냐

시장경제는 미래의 불확실성과 분권화된 의사결정으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실패자를

대량생산한다. 이것은 시장경제의 단점이지만 장점이기도 하다. 자기자본이 든든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희망을 주어 사업과 경제활동으로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유리한 퇴출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물론 실패자를 배제하는 체제도 충분히 가능하고

역사적으로 있었다. 그 결과는 분열과 갈등이다. 예를 들어 고대 로마의 검투사들은 노예였다. 이들은 관중의 기쁨을 위하여 시키는 대로 싸웠고, 진 자는 죽음을 당했다. 이들은 죽기 위하여

싸웠던 것이다. 가끔 스파르타커스 처럼 이들은 반역을 하였고 그럴수록 탄압을 당했다. 경우에

따라 이들의 반란은 성공한다. 중국의 명나라를 창업한 주원장도 본래는 도적떼의 우두머리라고

하지 않았던가.

반대의 대안은 경쟁에서 뒤진 자를 부축하여 같이 가는 것이다. 다친 동료 병사를 두고 가지

않는 최소한의 사회연대를 추구하는 체제이다. 어느 쪽을 택할 것인 지는 직관적으로 명백하니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현대의 학교에서는 공부를 일시적으로 못했다고 학생을 쫓아내지

않는 것처럼 선택은 분명하다.

현명하지 못한 선택

가진 것이 충분하지 못한 사람이 인적 자본을 구속하는 선택을 하는 것은 어리석다. 어떤 사람은

돈을 빌려서 투자라고 하는데, 그 투자라는 것이 어리석은 것이고 지나고 나면 속았음을

발견하게 된다. 투자에 대하여 약속된 수익율은 허황될 정도로 크다는 것이 바로 사기였음을

시사한다. 군인, 공무원, 교사의 퇴직금은 먼저 본 자이 임자라는 말이 있듯이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사기꾼이 학교 동문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친족관계, 친분관계를 믿고 아니면 결혼 약속을 믿고 그저 아낌 없이 준다. 팔아 넘겨지는 여자의 이야기는

흔하다. 기본적으로 돈을 빌려 가지고 있다가 도둑질 당한 것과 같은 구조이다. 형제라도, 부모자식간이라도 명의를 빌려 주는 것은 내 인생을 형제 부모자식에게 송두리째 맡기는

것이다. 남자친구에게 카드를 맡기는 것 이것은 일종의 인신매매이다. 이것은 범죄이다.

사례 9 다단계판매

이유나 씨(28세)는 여상을 졸업하고 비교적 조신하게 관변 단체에 다녔다. 사무실에서는 전화를

받고 복사를 하고 은행 심부름을 슬슬 다녔을 뿐 편하게 지냈지만, 봉급이 적고 따분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 동창이 찾아 와서는 다짜고짜 데리고 간 곳이 한수키토랜드라는 다단계

회사 교육장이었다. 처음에는 뿌리치고 집으로 왔지만, “제발 내 얼굴 보고 자리만 한번

채워달라”는 간청에 주저 앉았다. 그런데 성공한 사람이 강사로 나와 네트워크 마케팅이라면서

25

Page 26: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선진기술이라고 주장하며 당신도 이렇게 성공할 수 있다고 외친다. 처음에는 반강제적으로 남자

친구에게 끌려다니다 싶이 했는데,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선남선녀들이 많이 있었다. 설마 이

사람들 전부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는 힘들었고, 영업과 강의 해외 세미나 등으로

천천히 인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되며 이유나씨는 이 사업은 아주 중요하며 자신도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다만 판로와 사람 영입이 문제였지만, 실적을 올리고

장래에 판매할 재고도 확보하는 차원에서 물건을 스스로 샀다. 회사에서도 은근히 부추기는

경향이 있어 결국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입하고 그 대금을 결제하느라 다시 현금서비스를 받아

돌려막기를 시작하였고, 몇 달만에 그 와중에 친 언니와 이모까지 다단계에 끌어들이고 서로의

카드로 자금을 융통하였다. 카드 대금 결제를 못하자 젊은 여자를 상대로 한 대금업자에게서

대출도 받았고, 카드로 물건을 구입하고 즉시 현금으로 되파는 카드깡도 했으나 결국 거액의

빚만 졌다.

사례 10 명의 빌려주기: 속칭 ‘바지’

사업을 하던 이영준 씨는 비교적 유복하게 생활하는 것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비쳐졌다. 안정되지 못하고 이 직장 저 직장을 떠돌던 후배 김한수 씨(43세)는 이영준 씨에게 몇번 용돈을

받아 써서 늘 고맙게 생각하던 처지였는데, 어느 날 이영준 씨가 자신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바깥에 나서지 못할 사정이 있다면서 용산 전자상가에서 도매업을 하는데 명의만 빌려달라고

부탁하였다. 김한수 씨는 선배에게 신세진 것도 있었고 앞으로도 용돈은 타 쓸 수 있겠다 싶어서

승낙하였고 김한수 씨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전자제품 도매업체를 설립하여 이영준 씨의

동생이 경영하였다. 몇 달간 영업도 되는 듯했고, 김한수 씨도 고맙게 용돈을 받아 썼다. 어느 날

채권자들이 찾아와서는 5억원대의 물품대금을 내라고 하였고 김한수 씨는 일단 거절해서 돌려

보냈지만 결국 채권자들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패소하였다. 김한수 씨는 명의만 빌려 주었을

뿐이라는 항변을 소송에서 제출하였지만, 판결 이유에 의하면, 명의만 빌려 주었더라도

사업주로 등록되어 있으면 제3자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고 다만 그 책임을 이행하면 명의를

빌려간 이영준 씨에게 상환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한수 씨는 이영준 씨가 자기 명의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하고는 자신이 속칭 바지로 이용당하였음을 깨달았다. 세무서에서도 억대의 세금이 연체되어 있다고 납부하라고 한다.

사례 11 연인

미술대학을 다니던 이은주 씨(24세)는 인터넷 채팅으로 지방의 P의과대학에 다니다가

가정형편으로 일시 휴학을 하고 학비를 버는 중이라는 주한식(27세)을 만나 사귀게 되었다. 두

사람은 곧 가까워졌고 이은주 씨는 주한식의 집에 동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드나들었다. 주한식은 의과대학을 마치고 난 후의 장래를 위하여 어려운 현실을 이기고 말겠다는 결의를

수시로 말하였고 이은주 씨는 장차 주한식의 반려가 될 희망을 갖게 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26

Page 27: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어려운 시절이라서 학자금 대출이 정책적으로 쉽게 실행되었고, 또 학생이라도 신용카드를

만들기에 어려움이 없었는데, 주한식의 은근한 요구로 이은주 씨는 학자금대출을 받아 주었고

또 신용카드를 만들어 주기도 하였는데, 주한식은 이은주 씨 앞으로 차를 뽑아 몰고 다니고

단란주점에 가는 사치를 부렸다. 몇 달 뒤 주한식은 이은주 씨와의 만남을 피했고 카드회사의 빚

독촉에 의심이 들어 알아보니 주한식은 의과대학생도 아니었고 여자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상습적으로 벌인 파렴치범이었고 이은주 씨 앞으로 이미 7천만원이 넘는 빚이 발생하여 있었다. 어떤 추심원이 전화를 하여 빚독촉을 하기에 사정을 설명하였더니 긴 말 하지 말고 손 쉽게

몸이라도 팔아서 돈을 갚으라고 전화를 한다. 그렇게 하면 소설에 나오는대로 애인이 사창가에

팔아넘겨진 꼴이 되니 이은주 씨는 기가 막혔다.

보증

보증에 관한 오해

보증도 앞 절의 명의 빌려주기와 유사하니 현명하지 못한 선택의 한 예이다. 보증인은

주채무자가 이행하지 않는 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고 장래의 채무에 대하여도 할 수 있으니

엄밀하게는 또 하나의 채무자이다. 물론 민법이나 어떤 종류의 계약서나, 보증인에 대하여 “

채무자”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그리하여 어떤 사람들은 보증이라는 것은 주채무자의

성실함을 증명하는 것에 불과하거나, “주채무자가 안 갚으면 채무가 보증인에게 넘어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기만적이다. 보증인은 주채무자와 별도로 독립적인 채무를 진다. 즉 채무자가

여럿 있는 경우에 불과하다. 다만, 서로 영향을 줄 뿐이다. 주채무자가 갚으면 보증인의 채무도

그 한도내에서 소멸하고, 반대로 보증인이 갚으면 주채무자의 채무도 같은 금액이 소멸하되

원칙적으로 보증인은 자신이 갚은 금액에 대하여 주채무자에게 구상채권을 가집니다. 채권자로서는 누가 주채무자이고 누가 보증인인 지에 관하여 큰 관심이 없고, 실제로 대출 받은

금액을 보증인이 사용하는 예가 자주 있다. 주채무자와 보증인의 관계는 그들 사이에 정하기

나름인 것이다.

따라서 보증인과 주채무자 사이의 관계는 그들 사이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일 뿐이고, 대외적인 채권자는 보증인이든 주채무자이든 아무나 골라서 청구할 수 있다. 물론 민법에는 “

보증인에게 먼저 청구, 추심해 보라” 또 “보증인의 재산을 뒤져 보고 거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해 보고 주효하지 않으면 오라”는 이른바 최고, 검색의 항변권이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주채무자에게 자력이 있을 경우에는 채권자가 굳이 보증인을 추구할 이유가 없고 주채무자에게

재산이 없을 경우에 보증채무의 이행을 구할 것이니 이와 같은 보증인 보호장치가 효과를

발휘하는 상황은 생기기 힘들다. 그나마 보증 문언에 “연대”라는 단어 하나만 넣으면 한편,

27

Page 28: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주채무자에 대하여 먼저 청구를 할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 실무상

연대보증이 오히려 보증의 일반적인 형태이다. 따라서 어설프게 법률을 아는 사람들이 말하는

주채무자가 안 갚으면 보증인에게 넘어간다는 식의 말은 기만적이다. “보증 서는 자식은 낳지도

말라.”는 말이 생겨난 것은 이것으로 패가망신한 사람이 제법 많다는 것을 뜻한다.

사례 12 법인대표이사의 사업상 보증

ROTC 장교로 임관하였다가 지휘관의 자질이 있으니 남으라는 선배의 권유를 받아 20년 이상

복무한 이종복 씨(45세)는, 전역전 적응기간을 받아 쉴 때 친구의 소개로 해외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회사에 입사하였다. 처음 할 일은 많지 않았지만, 조직생활 경험과 지휘관

경력을 살려 경영진에 합류하라는 사람들의 부추김에 대표이사에 취임하였는데, 사업을

추진하면서 회사는 운영자금과 개발프로젝트를 위한 투자금의 충당을 위하여 은행의 대출을

받는데 이종복 씨가 대표이사로서 보증을 하였고 나아가 아파트에 근저당을 설정하여 주었다. 1년 정도 후에 회사는 수십억대의 채무를 남긴 채 부도가 났고, 은행은 경매를 실행하여 이종복

씨는 집을 날렸다. 회사를 실제로 운영하였던 자들은 다 빼 먹고 달아나고 이종복 씨는 거액의

보증빚 더미 위에 올라앉았다. 군인 퇴직금은 먼저 본 자가 임자라는 말을 하며 아내가

사생결단을 하며 만류하였기에 퇴직금을 일시에 받지 않고 연금을 선택한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지금 이종복 씨는 생각한다.

사례 13 의사의 보증

외과 전문의 이성구 씨(40세)는 군의관 시절 의과대학 선배 신우현이 전역하여 병원을 차리면서

나중에 부원장으로 오라고 제의하면서 당장 쓸 기계를 리스해 오는데 당신도 투자를 하라면서

보증을 해 달라고 하는 말에, 기계 자체가 담보로 남아 있는 것이니 피해는 없을 것 같고 또 좋은

취업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신우현에게 인감증명서와 인감, 신분증, 통장 등을 건네 주었다. 이것으로 신우현은 리스회사 직원, 의료기계판매업자와 결탁하여 기계를 구입하여 인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리스회사 직원이 확인한 것으로 꾸며 속칭 ‘공리스’의 방법으로

여러군데에서 거액의 리스대출을 일으키면서 이성구 씨를 연대보증인으로 올렸고, 어떤

경우에는 이성구 씨가 주채무자가 되어 받은 대출을 신우현이 사용하여 병원을 차려 1년 정도

운영하다가 잠적하여 이성구 씨는 20억원의 채무를 지게 되었다.

이성구 씨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고, 전역 후에 지방에 있는 병원에 외과의사로 취업하

지냈으나, 이성구 씨에게는 아예 서양캐피탈 주식회사의 전담 추심직원이 있어서 월급을

압류하여 가지고 가면 몇 달 뒤 다른 병원으로 옮겨다니는 식으로 5년 동안 9개의 병원을 옮겨

다니면서 지냈는데, 추심직원은 이성구 씨에게 압박을 하는 방법으로 “채권자로서 당신을

상대로 파산신청을 해서 의사노릇을 못하게 하겠다”고 가끔 말했다. 이성구 씨는 그 말을 들은

28

Page 29: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날 밤에는 "파산자가 되어 끌려가는 꿈"을 수시로 꾸었고, 그런 꿈을 꾼 다음날에는 혹시나 사고

생길까 봐서 잡혀 있던 수술스케쥴을 모두 취소하였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다는 말이 있듯이

서양캐피탈주식회사는 이성구 씨를 압박하기 위하여 진짜로 파산신청을 했는데, 이성구 씨도

채무자의 자격에서 스스로 파산신청을 했다.

사례 14 대환대출 보증

S시에서 월급 130만원을 간신히 받는 직장인인 한가은(24세) 씨는 열심히 살며 절약하여

결혼자금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한가은 씨의 언니 한영은 씨(28세)는 다단계에 빠지고 남자를

알게 되면서부터 10여장의 카드를 발급 받아 돌려막기를 시행하다가 결국 모두 연체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오성카드 회사의 직원은 한영은 씨에게 기존의 연체된 빚을 새로 대출을 받아

갚는 것으로 정리하자고 권유하였다. 즉 한영은 씨에게 오성카드가 1500만원의 대출을 연리

20%에 실행하는데, 이 대출금은 한영은 씨에게 가는 것이 아니고 기존의 오성카드 채권 1500만원의 상환에 쓰인다는 것이다. 대환이라고 불리는 이 대출 실행에 있어서 오성카드는 한영은

씨의 신용이 좋지 않아 이자율이 높은데, 이러한 불리한 점에도 불구하고 대출을 실행하는

것이니 보증인을 세우라고 집요하게 요구한다. 한영은 씨는 친 동생인 한가은 씨에게 벌어서

언니가 반드시 갚아 주마며 대환대출의 보증인이 되기를 요청한다. 한가은 씨는 오성카드

회사에 나가 대출약정서에 연대보증인으로 서명을 하였고, 이 절차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한영은 씨는 알지카드에도 똑같이 700만원 정도의 대환대출보증인으로 한가은 씨를

보증인으로 세웠고, 한가은 씨는 만져 보지도 못한 돈으로 인하여 보증채무로만 2200만원을

부담하게 되었다. 한가은 씨는 대가 없이 변제를 받은 대기업의 가증스러운 행위의 희생이 된

것이다.

보증의 구조: 대위변제

형식적으로 보증은 장래 주채무자의 불이행시에 이행하겠다고 하는 약속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보증인이 즉시 주채무자의 채무를 변제하고 그 변제 금액에 상당하는 대출을 채권자로부터 받되

주채무자가 보증인의 채권자에게 진 채무를 이행하는 것으로 분석될 수 있다. 그림을 보면 다음

여섯 단계의 거래가 단 한번의 보증행위에 함축되어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29

Page 30: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1) 채권자의 주채무자에 대한 대출 실행

보증인이 없는 상태에서 주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에 신용거래가 성립한다.(2) 보증인의 상환

보증인은 주채무자의 채무를 상환한다. (3) 보증인에 대한 대출실행

막상 보증인은 당장의 변제 자력이 없거나 재산을 처분하기에 불편하다. 따라서 보증인이 (2)와

같이 상환한 것을 채권자가 보증인에게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치기로 채권자와 보증인 사이에

정한다.(4) 주채무자의 구상채무

보증인이 주채무자의 채무를 대신 갚았으므로 주채무자는 보증인에게 구상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5) 보증인의 채무 변제

보증인은 주채무자에게서 받는 돈을 가지고 이것을 채권자에게 지급하여 자신의 책임을 면한다.(6) 보증인의 직접 지급

그런데, (4), (5)의 거래는 하나로 축약될 수 있다. 주채무자가 보증인에게 구상채무를 이행하고, 보증인이 자신의 채무를 채권자에게 갚는 거래는 번잡하다. 그래서 주채무자가 보증인에게

30

Page 31: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이행하여야 할 구상채무 상당 금액을 직접 채권자에게 보내는 것으로 하면 거래단계가 하나

줄어든다.

주채무자가 이자, 원금을 밀리지 않는 한 채권자는 보증인에게 돈달라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증인은 주채무자를 통하여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바로

추심행위를 하게 되는 관행이 있다면 아무도 보증을 서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보증인을

세워라”는 말은 “당장 갚아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자신의 카드빚 독촉이 무섭다고 아들과 딸을

보증 세운 사람은, 채무가 가지는 노예적 종속성을 고려한다면 현대판 심청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자들은 이러한 보증의 의미를 잘 안다. 엘지카드 사태에서 오너 일가가

채무를 보증하라는 요구를 시장경제적인 해법이 아니라며 강하게 뿌리치는 것을 보면 명백하다. 그런데 바로 그 회사에 공적 자금이 투입될 때 그들은 시장경제를 주장하지 않았다.

보증의 문제점: 무상행위

보증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 채권자와 보증인 사이에 대가가 있을 필요는 없다. 보통은

보증인이 채권자로부터 받는 것이 없다. 주채무자의 불이행 사태를 담보해 줄 것을 전제로

채권자가 보증인에게 보증료를 지급한다면 그것은 일종의 보험이 될 것이다. 전 그 대가관계는

주채무자와 보증인 사이에서 따져야 할 것이다. 사례 12의 경우는 이종복 씨는 대표이사로서

회사의 경영을 책임 지는 상황이고 회사의 번영으로 이익을 얻을 지위에 있기에 특별히 보증이

남용되었다고 판단할 만한 요소를 찾기 어렵다. 사례 13의 경우도 주채무자가 보증인에 대하여

부여한 부원장 자리에의 기대와 같은 동기 내지는 대가가 있어 보증인의 경솔함에 불구하고

단정적으로 보증이 무효로 판정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아직 주채무자의 지체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인 경우에는 채권자로서도 자신의 위험을

회피할 권리가 있지만, 연체가 발생한 상황에서 친족관계에 의하여 완전히 무상으로 보증을 선

사례는 제도의 남용이다. 사례 14에서 주채무자 한영은 씨는 이미 연체가 되어 오성카드 회사가

한영은 씨에게 가진 채권의 가치는 의심스럽고 사실상 폴란드망명정부의 지폐 같다. 이

상황에서 한가은 씨가 한영은 씨의 보증을 서는 즉 한영은 씨의 빚을 대신 갚아 주는 행위는

전적으로 오성카드회사에 이익이 미친다. 오성카드회사는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기적을

이루었고 한가은 씨는 노예가 되는 손해를 입었다. 물론 한영은 씨는 오성카드에 대한 채무노예

상태에서 한가은 씨에 대한 채무노예가 되었으니 보증 전후의 처지에 차이가 전혀 없다. 즉

한가은 씨가 오성카드 회사에 일방적으로 돈을 건네 준 거래가 (보증)계약의 명목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것은 실질적으로 착취이다.

사유재산제도의 필연적 귀결인 계약자유의 원칙은 계약 당사자 쌍방이 대등한 판단력을 가지고

공정하게 거래될 것을 요구한다. 현저히 대가의 불균형이 있는데 그것이 일방 당사자의

31

Page 32: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면 그 효력이 부인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항상

강자는 약자를 착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보증이 남용되고 있으니 보증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떤 젊은이들이 접착제에 들어 있는

화학물질을 남용한다고 해서 그것의 유통을 금지하자는 견해 만큼이나 원시적이다. 유용하게

활용될 기회마저 봉쇄하기 때문이다. 따라 특정의 보증을 무효로 하는 것이 유효적절한

대안인데,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으나, 일반 민법에도 근거규정이 있다.

제104조(불공정한 법률행위)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법률가도 혼란스러워 하는 보증의 목적과 효과를 24세의 처녀인 한가은 씨가 제대로 알지

못하였다고 볼 수 있고, 한가은 씨가 보증의 대가(代價)로 받은 것이 없으며, 주채무자인 한영은

씨나 채권자인 카드회사나 보증의 효과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던 상황이라면 보증인 한가은

씨는 궁박, 경솔, 무경험의 상태 어느 것이든 해당된다고 할 수 있으며, 한가은 씨로서는 하나도

얻은 것이 없고, 주로 카드회사만이 이익을 얻었다고 할 수 있는 반면에 이미 연체에 빠진

채무자로서는 얻은 것이 전혀 없는 거래가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공정하지 않은 거래는 없을 것이다. 이 민법 제104조의 활용은 제법 많은 보증인을

절망으로부터 구제하는 한편, 금융기관에게도 공정하고 타당한 대출관행을 확립할 유인을

제공할 것이다.

소비자금융

현재와 미래의 선택

처음에 가지지 않고 시작한 사람은 오로지 저축으로 재산을 늘릴 수 있다. 즉 버는 것에서쓰는

것을 제외하고 남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산을 상속 받거나 부자와 결혼하여

아니면 기타의 방법으로 증여를 받거나 복권에 당첨되거나 도박을 통하여 또는 절도, 강도, 뇌물수수 같은 범죄를 통하여 돈을 얻는 것 밖에 없다. 모두 예측불가능이거나 가능성이

희박하고 의식적으로 계획하여 실행한다고 해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은 모범적으로 소득보다 적은 소비를 함으로써 저축을 하여 자산을 형성하거나 채무를

줄인다. 현재를 희생하고 장래를 기약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장래에 벌어들여 갚을

생각으로 현재의 소비를 늘린다. 즉 장래를 희생하고 현재를 즐기는 것이다. 소비를 많이 하는

사람은 금융을 통하여 결국 저축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봉사한다. 소비를 많이할 수 있게 하는

재원은 일단 주로 할부금융 또는 신용카드의 형태를 띤 소비자금융으로 조달되는데, 금융기관의

자금원천은 저축하는 사람들로부터 나온다. 그러다가 만성적으로 소득을 초과하는 소비를 하는

32

Page 33: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사람은 빚이 누적되어 필연적으로 경상소득으로 상환이 어려워지게 되고, 한 채권자에게서 빌려

다른 채권자에게 원금을 나중에는 이자를 갚는 돌려막기를 실행하고, 그리고 심한 경우에는

갚을 능력이 없는 채무자에게 고리로 돈을 주고 기생하는 사채업자(loan shark)의 먹이가 된다.

어떤 사람은 근검절약을 미덕으로 여기는 청교도적인 관점에서 이들을 경멸한다. 잘못을 졌으면

그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도덕이 고매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이해할만한 태도이다. 그렇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이들은 자신들의 현명하지 못한 선택의 결과 다른 사람에게

기여한다. 능력을 넘치는 소비를 함으로써 물건을 파는 대기업과 주유소, 식당, 건물임대업자의

수익에 기여한다. 또 소비자금융의 구조에 빠짐으로써 현대의 금융기관의 수익에 기여한다.

한국적인 상황: 관치에서 자율로

본래 우리는 금융이 강하게 규제 받았다. 이것은 한마디로 ‘관치금융’이라는 말로 대표되었는데, 금융은 산업화를 위한 투자재원의 마련을 위한 것으로 인식되었고 은행원은 준공무원이었다. 그리고 소비를 위한 대출은 원천적으로 규제되었다. 이자율이 이자제한법과 행정부의 인허가로

규제되었기에 담보와 신용이 적어 높은 연체율이 예상되는 가난한 자에 대한 대출은 기본적으로

수익성이 없었기에 금융기관이 취급할 유인도 없었다. 면허 없이 금융을 행하는 것 즉

고리사채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었다. 국민 대중이 거액의 채무를 지는 상황은 잘 발생하지

않았다.

급격한 은행의 민영화, 자율화 이후 기업이 과도한 차입 의존한 대량 투자를 시행한 상황에서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금융기관 자체가 부실화하여 퇴출되는 경험을 한 이후 금융기관들은

소비자신용에 눈을 돌렸고 때마침 이자제한법이 폐지되고 채권추심업도 허용되는 것을

비롯하여 내수진작책으로 방만한 소비자금융이 장려되었다. 그리고, 사채업도 허용되었다. 그

결과는 대량채무자의 발생이었다.

신용카드

최근 소비자금융의 중핵에는 신용카드가 있다. 사실 신용카드 회사는 신용카드를 성실하게

사용하는 사람들로부터는 별 이익을 얻지 못한다. 신용카드의 본래 용도인 물품과 용역의

거래가 발생하면 신용카드회사는 이를 신용카드 가맹점에게 먼저 결제해 주고 수수료 수입을

얻지만, 그것은 결제시스템을 유지하는 비용과 결제일까지 일시적인 자금조달비용을 고려하면

그다지 남는 장사가 아니다. 신용카드회사는 단기적 대출이 필요한 사람에게 긴급한 현금조달

서비스라면서 현금 서비스(cash advance) 방식의 소액 대출을 운영하는데, 여기에 적용되는

금리는 적어도 17%가량이다. 더욱이 약정된 지급기일을 지키지 못했을 때 부과되는

연체이율은 신용카드회사에는 아주 좋은 수익원이다.

33

Page 34: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신용카드 회사는 회원이 신용카드를 어떠한 용도에 사용하는 지 묻지 않는다. 카드로 책을

사든지 유럽과 남태평양 여행을 떠나든지 병원비를 내는 지, 벤쳐기업 운영자금으로 사용하든지

상관하지 않는다. 그리고 신용카드 회사는 낭비를 조장한다. 중요한 사람으로 대우 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 소비를 하게 한다. 석양이 비치는 바다를 항해하는 최고급 유람선 위에 잘 생긴

남자와 어여쁜 여자가 등장하고 조금 후에 카운터에서 남자가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는 상황을

내 보내며 “당신의 능력을 보여 주세요”라고 하는 멘트는 젊은이가 쉽게 견디기 힘든 유혹이다. 신용카드 회사 측에서는 신용카드의 사용은 개인의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장래 돈 있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현재를 즐기라는 유혹을 하는 광고 폭격이 효과가 없었다면, 그런 광고를

낸 신용카드 회사의 경영진은 배임죄로 처벌 받아야 한다. 기업의 수익을 내지 않는 활동을

하였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매월의 신용카드 채무액이 통제가능한 범위를 넘어선다. 다수가 일정한 안정적

직업이 있고 전체적으로 상환실적이 좋지만 신용카드 빚을 갚기 위하여 꾸준히 돌려막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재정적 안정성을 회복할 수 없게 된다.

사례 15 조금씩 빚에 빠져드는 경우(sliders)

정비선 씨(42세)는 꾸준히 빚을 늘려왔다. 개인 변호사 사무소의 직원으로 성실하게 다녔지만

부침이 심한 업종의 특성상 3, 4년 만에 한번씩 직장을 옮겨 다니느라 기복이 있었고 부수입을

챙기는 요령도 없어 월 수입은 지금도 150만원 정도이고 이 돈으로는 전업 주부인 아내와

중학교, 초등학교에 다니는 세 아이의 생활비, 교육비 대기 빠듯하다. 직장생활 시작할 무렵부터

신용카드가 있었고 둘째 아이가 유치원 다닐 무렵부터 생활비에 초과지출이 있어 현금서비스를

받은 이래 월급을 받으면 카드 대금을 메우며 살았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급여 만으로

청구서를 감당하기 힘들었고, 다른 카드를 발급 받아 현금서비스를 빼서 결제하기 시작했다. ‘돌려막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곧 결제하지 못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느낌은

가졌지만, 한두달만 더 쓰고 만다는 생각으로 지출을 줄이지 못했고 돌려막기로도 감당하기

힘들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어느날 현금서비스 한도는 ‘0’으로 조정되었다는 신용카드회사의

통지를 받았고, 정비선 씨는 모든 채무를 연체하였다.

힘들기는 하지만 밀리지 않고 갚아가던 사람들이 돌발적인 사태가 갑자기 발생하여 정기적인

채무를 못갚게 되는 상황이다. 그 전형은 가장의 실직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도 함정이

있다. 둘 중 하나가 실직하면 가장의 실직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지출이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업주부가 평소 가정을 지키고 비상시에 배우자를 대신하여 취업에 나서는 가정보다 더

취약하다. 아이를 맡겨야 하기에 어린 아이를 유치원에 맡겨야 하는데, 종종 외국어를

34

Page 35: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가르친다면서 100만원까지 한다. 조기교육이 중요하다기에 아끼지 않는다. 어릴 때는 장난감, 의복 등 지출이, 중고교를 보낼 때에는 공교육이 변변치 못하니 학원과 과외로 사교육비를

지출한다. 좋은 학군을 찾아 전세금, 월세가 장난이 아닌데, 나중에 갚을 생각으로 빚을 얻어

이사를 한다. 심지어는 유학도 보낸다. 실제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에는 별 희망도 없이 외국

학교에 다니는 한국 학생들로 넘쳐난다. 그러다가 갑자기 실직하면 대책이 없다.

사례 16 근근이 버티다가 파국을 맞는 경우(crashers)

명문 대학을 나온 IT업종에 발을 들여 놓은 조현호 씨(39세)는 6년간의 직장생활 동안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을 정도로 치열하게 살았다. 물론

동료들과의 관계에서도 리더십을 인정 받았다. 물려받은 것이 없는 처지에 자기 계발에

투자하느라 월세보증금 3천만원 밖에 재산을 모은 것이 없었던 조현호 씨는 한국에

신규진출하는 외국계 IT 기업에서 원래의 직장에서 주던 것보다 2배가 넘는 연봉 1억 5천만원을

제시하며 당기자 미련 없이 이직하였고, 행복하기 짝이 없었다. 조현호 씨는 인적 자본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기에 잘 버는 돈으로 아이들에게도 과외비 지출을 아끼지 않았고 그동안의

대기업 경력으로 쌓인 신용으로 2억원의 대출을 조달하여 2억 5천만원을 들여 아파트를 샀다. 자동차도 품위에 맞는 것으로 구입하였고 그 중 3천만원을 할부로 조달하였다. 안정적인 수입을

예상하면 두 아이를 2달간 외국에 연수 보내는 것도 큰 부담이 아니었는데, 외국의 본사에서

한국 관련 사업을 3개월 만에 포기하는 바람에 조현호 씨는 실직하였다. 곧 취업의 기회가 다시

오리라는 기대에 생활수준을 줄이지 않고 1년 정도 지내는 사이에 업계 불황이 닥쳐 조현호씨는

수입을 얻지 못했고, 자동차를 처분하여 할부금은 정산했고 신용카드로 돌려막기도 했지만

주택관련 대출금을 막지 못했고 아파트는 빚보다 적은 1억 7천만원에 경매되고 1억원 정도를

연체하게 되었다.

사례 17 개인사업자

맨주먹으로 일어나 사업을 이룩했다가 외환위기로 모든 것을 잃었다가 각고의 노력으로 재기한

성공신화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무렵, 정부는 서민들의 창업을 장려했다. 고민근 씨 (35세)도 신용보증기관의 보증서를 받아 가계은행으로부터 창업자금 대출 3천만원을 받고 모아 놓은

돈 1천만원을 보태 인터넷쇼핑몰을 시작하였다. 이 돈은 모두 사무실을 빌리고 전산시스템을

갖추는 투자비용으로 들어갔는데, 막상 여유자금이 없었지만 고민근 씨는 일단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 급한 운영자금으로 쓰고 매출이 일어나는 대로 갚을 수 있었다. 몇 달 동안은

일시적으로 여유자금도 생겨 고민근 씨는 아는 후배를 종업원으로 고용하여 일상적인 업무를

보게 하고 자신은 평소 관심 있던 연예 사업에 기웃거리며 기회를 찾았다. 그러는 사이, 매출이

줄었다. 가격경쟁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자금이 풍부한 경쟁자들이 도매상으로부터 현금구매로

조달가를 낮추어 박리다매 식으로 싸게 팔았고 어떤 업자는 아예 조달가 이하로 팔았다. 어떤

35

Page 36: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업체는 물품을 구입하여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염가로 다른 업체에 덤핑을 쳤고 그 다른 업체는

도매상으로부터 산 경우보다도 더 싸게 시장에 내 놓았다. 제조업자가 처음에 생각한

유통경로대로 해 온 고민근 씨의 경우에는 도저히 경쟁력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고민근 씨도

어떤 경우에는 도매상으로부터 받은 물품을 다시 ‘깡’으로 처분하여 현금을 만들어 다시 다른

급한 물품을 조달하는 곡예도 부려 보았으나, 이것은 빚을 늘릴 뿐이었다. 곧 경쟁이 줄고

좋아지겠지 하는 생각에 여러 개의 신용카드를 동원해가면서까지 물품을 구입해서 이것을

끝까지 투쟁하다가 결국 고민근 씨는 종업원 임금 300만원을 2달 밀렸고 또 비정상적인

매출이었더라도 세금계산서는 어디론가 가야 했으므로 부가가치세도 1천만원 정도를 체납한 채

쇼핑몰 간판을 내렸다.

사례 18 제3자 사용

민선하 씨는 젊은 나이에 은행 지점장 까지 하던 남편을 잃고 혼자 되었지만 남편과 친정

어머니가 남긴 약간의 유산을 마치 곶감 빼먹듯이 처분해 가면서 아들인 고민근 씨와 딸인

고현주 씨를 유학도 보내고 음대를 마치게 하는 등 비교적 순탄하게 키워 왔지만 마지막 남은

은행 담보대출이 꽉 찬 5층 빌딩에서 나오는 월세로 은행이자를 갚고 생활비를 뜯어쓴다. 그런데 아들 고민근 씨가 사업을 한번 들어먹고 다시 시작하고 몇 달 뒤에 급한 자금이 필요해서

그러니 신용카드를 빌려 달라고 해서 1년 전에 은행이자를 낼 때 창구직원의 권유로 만든

신용카드를 아직도 귀여운 아들에게 건네주었다. 나중에 여러군데 신용카드회사에서 연체가

되었다고 해서 알아보니 아들은 어머니 민선하 씨가 건네 준 카드 뿐만 아니라 민선하 씨의

서랍에 있던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다른 카드를 여러 개 발급 받아 사용하여 무려 5천만원의

빚을 지게 하였다. 불경기라 임차인이 나가겠다고 하여 급전을 조달하여 보증금 2천만원을 내

준 상황이었는데 한 카드 회사가 건물을 압류하니 새로운 임차인이 들어오지 않고 이렇게

압류에 공실이 생긴 상황이 되자 다른 임차인들이 월세를 내지 않아 은행대출도 상환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아직 시집도 안 간 고현주 씨도 오빠인 고민근 씨에게 카드를 주어 3천만원의 빚을

지게 되었다.

의료비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삶을 누리는 것 이상의 가치가 어디에 있으랴. 게다가 의학의

발달은 자연적 죽음을 오랜 기간 동안 이연한다. 상당히 오래 전부터 당뇨나 고혈압은 의학적인

지혜에 따르는 한 더 이상 심각한 질병이 아니게 되었고 암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질병에 대하여

치료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인간 활동이 그러하듯이 의술의 시행에도 많은 비용이 든다. 가난한 사람이 이러한 치료를 선택하기 위하여는 빚을 져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사회적

죽음의 원인이 된다. 과도한 의료비가 본인 또는 가족 또는 둘 다를 재정적 파탄으로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36

Page 37: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물론 과소비의 한 예이겠지만, 자신을, 자식을, 배우자를, 부모를 살리기 위하여 자신을 파는

행위에 대하여 사회적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상주의자들은 모든 의료를

무상으로 하자고 또는 모두 공적인 보험으로 보장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무상의료를 채택한

체제에서 ‘무상’은 전면적으로 또는 대부분 시행되지만 막상 제대로 된 ‘의료’가 부족하거나 제때

공급되지 않거나 아예 존재하지 아니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것도 발본적인 해법은 아닐 것

같고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파탄에 이르는 사례는 지속될 것 같다.

보험

생명보험회사는 이와 같은 상황으로 인한 위험을 부각하고 때로는 과장한다. 진료비가 비싸지

않도록 국가 통제가 실시되며 보장의 범위도 넓은 국민건강보험이 실시되는 상황에서도

유효적절한 치료비가 보장되지 않는 희귀 질병에 걸릴 위험, 또 이런 병의 발생으로 치료를

받느라 소득을 잃을 위험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하여 월 몇만원 단위에서부터 몇십만원

단위까지 다양한 플랜의 보험이 판매되며, 주로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을 파고 든다. 있는 사람은

굳이 보장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첫째 문제는 막상 이와 같은 보험은 보장하는 범위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대의학을 활용하면 증상의 개선과 생존의 연장이 가능하지만 그 비용이 3천만원인데 막상 보험약관은 1천만원의 치료비를 정하고 있는 경우이다. 치료비를 담보하는데

부족하지만 1천만원이라는 보조금은 이러한 보험이 없었더라면 치료를 포기하였을 가족으로

하여금 2천만원의 빚을 내서 약간의 가망 밖에 없는 치료에 나서게 한다. 재정적 파탄이 사적인

보험으로 오히려 조장되는 예이다.

두번째는, 이와 같은 보험료의 납부가 다른 곳에서 자금을 조달하여 특히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신용카드로부터 돈을 납부하여 보험료를 낼 때 신용카드회사도

보험회사도 수입을 얻는 반면에 가난한 자는 더 가난에, 채무에 빠지게 된다. 보험회사가

고용하는 보험설계사들은 친족, 친지를 주된 판매대상으로 삼으며, 형편이 어려워 해지하려는

사람들을 체면상 해지하지 못하도록 회유도 하고 협박도 한다. 그러는 와중에 보험설계사도

마치 팔리지 않는 상품을 스스로 사는 다단계판매자처럼 빚을 누적시켜가기도 한다. 어느쪽이든

보험회사는 번영한다.

조상 공경과 허식

“가난한 집 제사 돌아오듯 한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귀찮은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을 비유하는

것이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옛날에 가난한 사람이 제사를 지낸다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37

Page 38: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이것은 한마디로 과소비이다. 지금 같이 식자재가 풍부하지 않던 시절 제사는 가난한 자에게

엄청난 부담이었다. 저세상으로 간 조상을 모시기 위하여 제사를 지내도록 사회규범을

설정하였던 것에는, 가난한 자가 잉여의 저축으로 재산을 모아 성장하지 않도록 하려는

지배층의 생각이 반영되어 있었을 지도 모른다. 마치 중국이 주변부인 조선이 성장하지

못하도록 계속 조공을 강요하여 잉여의 축적을 계속 방해하여 왔었던 것처럼.

어떤 양민이 타향에서 객사한 부모의 시신을 찾아오는 비용을 자신이 앞으로 노비가 되고

자손만대 이에 따르기로 하고 부자에게 돈을 꾸어 마련해서 결국 효도를 하고 종이 되었다는

조선시대 후기의 기록이나, 공양미 삼백석에 자기 몸을 팔아 부모를 봉양하였다는 효녀 심청의

이야기, 그리고 조선 말기에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을 정도로 이웃에 빚을 지고 있었다고 캐나다

선교사가 기록하였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혼사와 장례에 많은 지출을 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던 것 같다.

없는 처지에 이와 같은 의식은 가난한 자에게 큰 부담이 되며, 신혼살림 마련을 위하여 빚을

지는 경우도 제법 있다. 한편, 친족, 친지 사이에 축의금, 부의금을 내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사회적 분위기 하에서 체면을 찾기 위하여는 이들 지출도 확실히 가계의 수지를 압박하는

요소로 확실히 작용한다.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의식의 간소화와 실리의 추구로 전환하지 않는

쉽게 바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부양

미성년인 자식을 부모가 양육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은 가족제도를 부인하지 않는 한

당연한 의무이다. 가지지 않은 자에게는 이것도 부담이고 사람에 따라 빚을 늘려가는 요인이

된다. 세계 최저라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줄어드는 것은 생활고 이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아이를 낳아서 버리면 사회가 키워야 하니까 버리지 않고 키워주는 이상 엄마가

원하면 양육을 지원해 주는 시스템이나 3명 이상 아이를 낳은 여자에게는 보험료 불입없이도

노령연금을 주는 안전망을 마련하는데까지 우리는 이르지 못하였다.

그런데 우리 민법은 윗쪽으로도 부양의무를 지운다. 언젠가는 시대의 변천에 따라 자식이

부모를 모시는 것 조차도 사라지겠지만 현재로서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물려받은 것이 없는

노동계급의 자녀에게는 이것이 큰 부담이 된다. 물려준 것이 없어 자식이 가난한데, 여기에

가난한 부모가 얹혀 사는 꼴이 되면 대물림을 넘어서 가난의 악화가 일어난다. 여기에 효심 깊은

(그러기에 현명하지 못한) 자제가 노인의 치매 등 만성 질환에 대하여 전통적인 가정에서의

노후봉양에 집착하게 되면 노동시장에 나갈 수 있는 성인 한명이 묶이게 되고 소득을 감소시켜

사태는 더욱더 악화된다.

38

Page 39: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고리대금(LOAN SHARK)

갚을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에게는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것이 도리에 합당하다. 그렇지만 이런

사람도 월 5부, 심지어는 월 1할의 이자를 주고 돈을 빌린다. 이 정도 되면, 이 사람들이 갚을

능력을 믿고 돈을 빌려주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사람은 자신에게 부담이 가는 채무부터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어 이런 고리의 대출을 준 채권자는 정상적인 대출을 준 채권자의

희생하에 단기간에 이익을 회수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약탈적 대출(predatory loan)은

소규모 사채사무실 또는 일수업자를 연상하게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금융기관으로 조직화된

형태를 띠기도 한다.

사례 19

한때의 실수로 카드 빚 500만원의 빚을 지게 된 이미정 씨(27세)는 월수입 100만원에 감당하기

힘들어 다른 카드를 발급 받아 돌려막기를 하였다. 그러면서도 약간 씩 필요한 물건을 카드로

구입하며 2년을 버티는 동안 채무는 그럭저럭 2,500만원이 되었다. 결제자금을 구하지 못하게

된 어느날 즉석에서 대출 상담하여 실행해 준다는 레이디캐피탈의 지하철 광고에 따라 사무실로

가서 급전 300만원을 대출 받아 해결하였다. 이자는 연 66%로 부담가는 액수였다. 부지런히

갚았는데도 다른 카드 채무도 결제일이 돌아왔고 결제를 하루라도 넘기면 채권자의 전화 벨

소리에 일을 하지 못할 지경이 되자 “싼%”라고 쓴 생활정보지 광고를 보고 찾아 간

사채사무실에서 시키는 대로 카드를 가지고 백화점에 가서 상품권을 사서 맡기고 액면의 60%정도를 받아 그것으로 카드대금을 입금한다. 다음에 찾아갔을 때 사채사무실 직원은 아예

신용카드를 맡기면 일단 결제자금을 다 해 넣고 그것을 이미정 씨가 갚으라고 한다. 시간도 없어

그렇게 하였는데 며칠 뒤 결국 막지 못했고 나중에 집계 해 보니 1억5천만원의 카드빚이 발생해

있었다. 카드를 가지고 있음을 기화로 이들이 이미정 씨를 팔아넘긴 것이다.

향락과 그리고 도박

채무자가 낭비하는 경우이다. 이와 같은 행위를 하면 채무에 급속히 빠지게 된다. 낭비하였기에

채무자가 된다면서 도덕 문제를 따지며 비난할 때 상정되는 전형적인 예이다. 지금까지의

경우보다는 약간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도 있다. 뒤에서 보듯이 파산법에서도 제재를

받아서 면책이 부인되는 수가 있다. 물론 부인되지 않을 수도 있다.

사례 20 충동적 소비

강연희 씨(35세)는 영문과를 졸업하고 특허사무소에서 번역 일을 했다. 결혼하고 아이를 가질

때까지 계속 다녔고, 그만둘 무렵에는 연봉이 3000만원 정도 됐다. 일과 직장의 인간관계로

39

Page 40: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인한 스트레스를 못이겨 쇼핑중독이라고 할 만큼 백화점에서 마구 옷을 샀는데, 따져보니 3년

동안 1억원을 넘게 썼다. 전세금을 빼고 남편 수입까지 빚갚는 데 썼지만, 4000만원 정도가

아직 남았고, 남편과의 사이도 멀어졌습니다. 강연희 씨는 쇼핑중독을 한 증상으로 한 우울증의

진단을 받아 약을 복용하고 있는 상태이다.

사례 21 증권과 선물

교정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지난 1999년 근로자주식저축에 세액공제의 혜택이 있었다. 최교위 씨(48)는 당시 주식 투자가 많을 때라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쌈짓돈 2000만원으로

직접 주식거래에 나섰다. 코스닥 주식 거래로 처음에는 조금 벌었지만 벤처 열풍이 꺼진 2001년

봄 투자한 주식이 휴지가 되어 버렸다. 손실을 만회하려고 은행 대출을 받고 주위에서도 빌려

다시 주식을 시작해 하루에도 몇번씩 주식을 사고 팔았다. 9·11 사태로 주식이 폭락해 결국 1억원의 빚으로 남았다. 2002년 퇴직하고 채무를 정리한 뒤 남은 5000만원을 가지고 전업으로

주식 및 선물 거래에 나섰지만 이 역시 6개월 만에 다 털렸다. 2002년 10월 이후에는 생활비와

주식거래 자금 마련을 위해 신용카드를 썼다. 2003년 7월 마지막 남은 아파트를 처분하여 빚은

갚았지만 아직도 1억 5000만원의 채무가 남았다.

사례 22 경마와 카지노

강원일 씨 (29세)는 전기기사로 월 150만원 정도 받으며 그럭저럭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7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는 보다 윤택한 생활이 좋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변심하여

다른 남자와 결혼하였다. 이 사건은 강원일 씨에게 마음의 상처를 크게 남겼고 강원일 씨는 그

이후 술과 담배를 배워 탐닉하였고, 주말에는 경마장에 다녔다. 돈을 따겠다는 의욕은 있었지만

보통 사람에게는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물론 월급으로 생활비 하고 부족하였고 그 차이는 카드

물품구입과 현금서비스로 충당하며 천천히 빚을 누적하여 왔다. 정선 카지노가 개장되고 난 후

처음 간 자리에서 강원일 씨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빚을 낸 현금을 모두 털렸고 이제

8000만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다.

불법행위

우리 사회는 물건을 팔거나, 빌려 주거나 일을 해 주고 대가를 취득하는 방법으로 소득을 얻기를

기대한다. 불법행위는 대가를 지급함이 없이 다른 사람의 물건과 신체를 침해하는 것이다. 즉

불법행위에 대하여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과실책임의 원칙은 계약자유의 한 표현으로서, 피해자의 의사에 의하지 않고 일어난 가치의 이전에 대하여 법은 배상을 명하는데 그 금액은

시가이다. 즉 계약에 의하여 이전되었더라면 수수되었을 가치이다. 이것은 면책되지 않는다. 따라서 파산 제도로 면책될 수도 있는 금융채무에 시달리다 불법행위를 저질러 얻은 것으로

40

Page 41: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갚고 면책되지 않는 손해배상채무를 지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이들의 운명은 오로지

채권자에게 맡겨져 있으니 협상 외에는 길이 없다.

사례 23 횡령과 절도

빚에 쫄리던 상황에서 절망적인 행동을 개시하여 은행원 펠릭스는 슬그머니 금고로 들어가

서류가방을 100달러 지폐로 가득 채우고 집으로 달아났다. 갑자기 제 정신이 들어 자신의

행동이 심각함을 깨달았다

그는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저 지금 다니는 은행에서 50,000달러를 훔쳤어요. 어떤 일이

내게 닥칠까요.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50,000달러를 더 훔쳐서 나에게 가지고 오시오,” 변호사가 차분하게 지시하였다

이 말들 듣고 펠릭스는 깜짝 놀랐으나 시키는대로 다시 한번 금고에 들어가 50,000달러를

가지고 가서 변호사에게 100,000달러를 주었다. 변호사는 이 돈을 모두 받은 다음에 아래와

같은 공문을 은행에 보내 주었고, 이 공문은 곤경에 빠진 펠릭스를 구해 주었다.“은행장 귀하: 귀 은행의 창구직원인 펠릭스 핑거스 씨가 100,000달러를 횡령하여

달아났습니다. 매우 가난한 펠릭스의 가족들은 이 돈을 노력하기 위하여 초인적인 노력을 다

했지만, 50,000달러 밖에는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만일 귀 은행이 펠릭스를 민사적, 형사적으로

고소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펠릭스의 가족은 이 돈 50,000달러를 반환하고자 합니다…”

The Lawyer Joke Book, Barnes & Noble 1991, 75,76에서

증권투자로 돈을 날린 은행원, 증권회사 직원이 자기 회사와 고객의 돈을 들고

인천국제공항으로 튀는 이야기는 거액의 사고가 아닌 한 잘 알려지지 않으며, 예전에 자신이

운전기사로 일하며 모셨던 기업주를 납치하는 사례, 군부대에서 총기를 반출해서 은행 창구로

간 군인, 문방구에서 산 장난감 총을 들고 마을금고 점포로 들어간 주부의 예와 같은 것은 작은

가십거리이다.

사례 24 인신상해

김한영 씨(33세)는 회식 자리에서 술을 몇 잔 마시고 “괜찮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차를

몰고 귀가하다가 교통사고를 냈다. 보험에 들었기 때문에 다친 사람에게 보상으로 보험회사가 1억원 정도를 지급했다. 보험사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니까 구상권을 행사한다면서

김한영씨에게 상환을 청구하고 있는데, 카드빚도 3000만원 정도 있어 어차피 파산을 고려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41

Page 42: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대안과 선택그리스와 로마의 차이는 노예에 대한 처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리스의 노예는 극히 드문

예외를 제외하고는 노예인 채 평생을 마칠 운명이었다. 반대로 로마의 노예에게는 해방노예라는

제도가 있었다. 저축한 돈으로 자유를 사거나 오랬동안 노예로 일한 뒤 퇴직금처럼 자유를 얻는

제도이다. 해방되어 자유를 얻은 노예는 해방노예라고 불렸지만, 그 자식대에 이르면 로마의

자유민가 똑 같은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 시오노 나나미, 김석희 옮김 로마인이야기(1995) 128면

노예 해방

물론 사회에서 어떤 자는 노예의 제재를 받아야 마땅하다. 잘못된 행동에 대한 제재는 그 자체가

응보적인 조치로서 정의감에 맞는 것이고 또한 잘하지 않으면 이렇게 된다고 보임으로써 다른

사람에 대한 예방적 교육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빚을 졌으면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견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노예 상태에 놓이게 된 것이 이들만의 책임이라면 그렇게 볼

수도 있다. 물론 타인을 노예 상태에 빠지게 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자가 있다면 이들도 책임을

분담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처지에 남겨질 사람은 다수가 유효 적절하게 제어, 탄압할 수 있는 소수여야

한다. 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다수인이 노예상태에 놓여 있다면 그것은 체제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다수가 도둑, 사기꾼이 되는 길을 택하였다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언젠가는 그쪽으로 넘어갈 수 있고, 반대편의 사람도 사실은 도둑임을 뜻한다. 400만이

도둑이라면 필자는 도둑의 편에 서겠다.

난세에는 도적이 횡행한다. 명나라를 창업한 태조 주원장도 도적 떼의 우두머리에서

시작하였듯이 이들은 저항할 수 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가난은 혁명을 낳고 혁명은 다시

가난을 부른다. 19세기에 흑인에 대하여는 연방헌법의 인권조항이 미치지 않는다고 선언한

판결은 남북전쟁을 피할 기회를 말살하였다.

다행히 압축성장을 통하여 현대에 이른 우리는 다른 나라의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여 선진사회를

추구할 수 있음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그냥 따라하면 된다. 사회적인 병리현상을 고치는

기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이를 예방하는 것이 물론 더 중요하지만, 이미 발생한

병리현상은 치료를 할 수 밖에 없다.

혹자는 말한다. 자신들의 선택의 결과 노예 상태에 이르렀는데 왜 치유해 주는가라고. 그러나 병

걸리는데 비윤리적인 또는 비이성적인 선택이 게재되었다고 해서 우리가 치료를 거부할 수

42

Page 43: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있는가? 외도를 한 사람, 농약을 마신 사람을 자신들의 선택의 결과 그렇게 되었다고 의료인이

치료를 거부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명하지 못해서 빚을 써서 노예가 된 사람들을

해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농약을 마신 사람이 신음하면 고칠 일이다. 물론 농약을 마시지

않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말도 맞다. 신용이 망가진 사람은 고쳐 줄 일이다. 물론 신용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말도 맞다.

도덕적인 가난한 사람은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될 수 있다. 먹고 입음의 누추함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할 뿐만 아니라 가난은 질병의 온상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길 수

있다. 그러나 약간 비도덕적일 지 모르나 물질적으로 풍족한 사람들은 이러한 폐를 끼치지

않는다.

솔론(Solon)을 기다리며

국민들 대다수가 채무노예의 상황에 빠진 경우에 대한 과거의 해법은 그냥 대량으로 채무를

취소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평화로운 위로부터의 개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혁명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에서 가혹한 법치주의를 시행하여 인심을 잃은 드라콘이 쫓겨 난 뒤

계급 타협을 통하여 지도자로 선출된 솔론(Solon)은 인신을 담보로 한 채무를 취소하고, 채무로

외국으로 팔려간 시민을 귀국시키는 과격한 조치를 취했다. 부자들로부터는 가진 것을

빼앗는다는 비난을 듣고, 빈자로부터는 부자의 것을 빼앗아 나누어 주지 않는다는 비난을

들었지만, 그의 개혁의 결과 아테네가 경제적으로 번영하였다 점은 역사기록과 고고학적 발굴의

성과로 입증된다.

우리도 과격한 개혁의 실례를 경험한 바 있다. 30여전 전의 8.3조치는 사채에 몰리던 기업을

살려 경제개발에 이바지 하였다고 주장되기도 한다. 지금도 가능하다. 헌법에 규정된

긴급재정명령은 다수결 원칙에 의한 정책결단의 지연을 피할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때는

가진 자를 위한 채무취소였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물론 부작용은 고대의 솔론 시절에도 있었다. 그의 친구들이 채무 취소개혁안을 먼저 눈치채고 돈을 빌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상되는

부작용을 겁내면 어떠한 조치도 하지 못한다. 이제 법도 좋지만 밥이 더 중요하다는 발상을

이해할 때가 되었다. 우리의 법조인들이 도덕적인 쟁점에 사로잡혀 참여를 주저하는 사이에

현실상황이 이미 평상시의 안전밸브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른 듯하다.

한편 대량의 채무노예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안전망으로서 우리의 입법자들은 파산법이라는

형식을 가진 경제규제권의 행사를 공정할 것이라고 기대되는 법원에 맡겼다. 파산법원은 앞에서

본 여러가지 경로로 노예가 된 채무자를 즉시 또는 일정기간 일을 더 하게 한 후 해방하는 역할을

한다. 채무자의 입장에서는 채(債) 테크의 기회가 열린 것이다. 주어진 기회를 활용하여

절망적인 상태에서 벗어나는 현명함이 필요한 때이다.

43

Page 44: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파산이란 무엇인가bankrupt (형용사) 1. 금전의 부족으로 인하여 특정인이 채무를 다 갚을 수 없으므로, 그의

남은 재산이 채권자들에 의하여 관리되거나 채권자들 사이에 분배될 것으로 법적으로 선언된 2.

전혀 돈이 없는, 재정적으로 파탄된. 3. 가치 있는 속성이 원래 없거나 고갈된: a book that is

bankrupt of original ideas. (명사) 파산 상태에 있는 사람. (타동사) 파산에 이르도록 하다. [

현대 영어에서는 1533년에 처음 쓰였는데 bank roupte 라고 적었다. 이것은 bankruptcy에

해당하는 이탈리아어의 bancarotta에서 유래된 말이다: 여기서 banca는 대금업자

(moneychanger)의 테이블을, rotta는 부수어진(broken)을 뜻한다]

The American Heritage STUDENT DICTIONARY 1994, p.79

단어 ‘파산(破産)’의 의미

어원

서양의 법을 도입하면서 'bankruptcy'라는 단어의 어원을 분석하여 무엇을 부수는 것을 뜻하는

깨트릴 파(破) 자와 재산을 뜻하는 낳을 산(産) 자를 조합하여 파산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쓰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 말이 유체동산인 벤치를 두들겨 부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본래

파산이라는 것이 이탈리아의 중세 도시에서 상인들 사이의 관습법으로 발달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 사업에 실패한 상인이 채무를 갚지 못할 처지에 처하면 스스로 나서서

자기가 않아 있던 테이블을 두들겨 부수고 "나는 망했다"라고 선언하는 세리머니였다고 하기도

하고, 또는 책에 따라서는 누가 망했다는 소문이 돌면 채권자들이 몰려 가서 채무자의

가재도구를 마구 때려 부수는 것에서 빚잔치 절차가 개시되었다고 하기도 한다. 하여튼 중세

이탈리아의 상인들은 채권단을 결성하여 (때로는 영주의 감독 하에) 빚잔치를 하는 관습을

만들어낸 것으로 지목된다.

채무자의 면책은 파산절차의 본래의 목적은 아니었다고 한다. 다만 역시 중세 이탈리아에서는

채무자가 드넓은 광장에 뛰어 나가 아랫도리를 벗고 맨 엉덩이를 기둥에 비비면서 "나는

망했다"라고 큰 소리를 내서 세번 외치면, 그 채무자에 대하여는 더 이상 변제하라고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개인의 불명예를 씌우는 대신에, 면책이라는 과거로부터의

해방을 부여한 것이라고 하겠다.

언어 순화

현대에는 실패한 사람이라고 해도 동산을 두들겨 부수거나 알몸으로 광장을 뛰어 다니게 하지

44

Page 45: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않는다. 다만, 1962년에 제정된 우리 파산법이 특정인을 "파산자"로 규정하게 하고 "복권"이

되면 더 이상 파산자가 아니게 하여 파산을 채무자에 대한 일종의 명예상 제재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인식의 유산이라고 생각된다. 1978년 이후의 미국 파산법은 법전에서

파산자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쓰지 않아 왔고, 우리나라도 2006년 4월부터는 더 이상

파산자라는 말을 채무자로 대치하였다. 연혁적인 이유로 일상 회화에서 남아 있을 이

파산자라는 말은 시대적 여건이 변한 지금에 와서는 파산제도의 본질을 왜곡하는 표현이다. 현대에는 파산이라는 것은 채권의 공동 행사, 기업의 질서 있는 청산 또는 재조직, 이에

부수하여 개인 채무자의 면책을 통한 재기를 위한 법적 기술일 뿐이다. 마치 에어컨이나

냉장고가 더위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상태와 절차

그리고 파산이라는 말은 파산법에 의한 법적 절차를 뜻할 수도 있고, 지금 돈이 전혀 없는

사실을 뜻할 수 있다. "나 파산했다"는 말은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는 말로 들을 수도 있고, 지금 돈이 전혀 없다는 의미로도 들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언어를 의도적으로 남용한다. 많은 사람들은 단어가 쓰이는 배경에 따라 정확한 의미를 모르고 속아 넘어간다. "파산은 인생의

끝이다"라고 말할 때의 파산은 뒤의 의미이다. 돈이 없으면 인생은 끝이니까 그렇다.. 현대

사회에서 돈 없이 살 수 없다. 없으면 인생의 끝이다.

그래서 "파산하면 자식들도 지장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왜냐 하면 돈이 없으면 자식들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한다. 물려주지도 못한다. 앞에서 보았듯이 "사람마다 출발점이 다르다"는

이야기가 적절히 시사하듯이 부모가 돈이 없으면 자식에게 확실히 지장이 많다. 어떤 사람은

별장을 물려주지만, 어떤 사람은 가난을 물려주니까. 이런 의미에서 파산하면 자식들도 지장을

많이 받는다.

이에 반하여 앞의 의미, 법적 절차에 의한 파산은 과거 인생과의 단절을 뜻한다. 법적 절차를

거쳐 재정적으로 새로 태어난 인생은 힘들기는 해도 돈을 조금이나마 모을 수 있고, 자식에게

빚을 물려주지 않을 수 있다. 채무자를 구제하는 파산제도로 인하여 피해를 입는 측에서는

파산하면 인생은 끝장나는 것이라는 진술을 하면서 여기의 파산이라는 단어에 파산절차라는

의미를 대입시킨다. 이것은 언어의 용법에 따른 사용이 아니다. 독재를 민주적 집중제 또는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하고 집단학살을 인종청소라고 하는 뻔뻔스러운 남용을 사람들은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남용되는 단어 자체가 남용임을 알 수 있는 수식어를 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가지의 다른 의미를 가진 단어를 부적절한 문맥에서 사용하는 것은 알아채기 힘들다. 이와 같은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하여 많은 채무자가 재정적 파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즉

자신이 이미 죽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번) “죽기 싫어서” 파산절차를 선택하지 않는다. 슬픈

일이다.

45

Page 46: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재판절차로서의 파산에 대하여 사형선고라는 말을 하는 자도 있다. 그렇지 않다. 적절하게는

사망진단서에 비유하여야 할 것이다. 파산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고, 이미 죽어 있는

사람에게 당신은 죽었다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파산이라는 말은 어두운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두운 주제가 아니다. 파산으로

이끌어가는 경제적 병리현상은 절망을 주지만, 파산 그 자체는 치유와 회복의 과정이다. 자유시장경제는 개인과 기업이 실패하는 것을 허용한다. 그러므로 파산제도는 시장경제의

본질적 구성요소이다. 조류독감은 치명적이고 어둡다. 그러나 이를 치료하는 의술은 희망이다.

파산의 원리

파산법의 세가지 목적

파산법은 첫째 지급불능인 채무자의 재산을 채권자 사이에 공평하게 나누어주는 것 즉 빚잔치를

근본 목적으로 하며, 둘째 지급불능인 채무자가 채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것을 방지한다. 즉

파산법은 다른 채권자들로부터 또 채무자로부터 채권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셋째 면책제도를

통하여 정직한 채무자를 채권자로부터 보호한다.

공평배당

채권자들은 다른 채권자가 달려들기 전에 먼저 채무자의 재산을 확보하려고 각자 독립된

강제집행절차를 취할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특정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을 집행해 보았자

다른 채권자가 달려들어 배당을 요구하면 이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집행에 나서기를

주저한다. 이와 같은 상황은 원칙적으로 채무자의 모든 재산에 대하여 모든 채권자가 참여하여

배당을 받으면 피할 수 있고 채권자 공동의 이익을 증진하게 된다. 즉 상호 신뢰의 결여로

인하여 생기는 죄수의 갈등상황(prisoner’s dilemma)와 비용수익부담의 불일치로 인하여

생기는 무임승차자의 문제(free rider problem)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한다.

책임재산 보전

지급불능상태를 예견하는 채무자로서는 채권자들을 위한 빚잔치에 제공되어야 할 재산을

감추고 싶은 유혹을 느끼게 된다. 채무는 이에 상응하는 재산에 의하여 가치가 보장되는 것이니

재산은 사실상 채권자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절망적인 상태에서 재산을 팔아서 현금을

감추거나 친인척, 친지의 명의로 빼돌려 놓는 행위는 사실상 절도, 횡령이다. 물론 누구든지

훔치고 싶은 유혹은 있게 마련이다.

46

Page 47: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일반 민사법상으로도 재산을 감추거나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는 행위는 강제집행면탈죄로

형사처벌을 받고 또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지만 파산법에 의하여도 사기파산죄로

형사처벌을 행하며 처분행위의 효력은 부인되어 다시 회복된다. 아울러 이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는 면책의 은전을 거부함으로써 채무자의 책임재산 보전을 간접적으로 강제한다. 즉

채찍과 당근인 것이다.

채무자의 면책

위 두가지 목적에 협조하는 정직한 채무자는 나머지 채무의 이행의무를 면제 받는다. 즉

빚잔치로 과거는 종결되고 채무자는 재정적인 측면에서 인생을 새로이 출발(fresh start)하는

것이다. 이것은 본래 파산법의 근본적인 목적이라기보다는 불운한 상인에게 면책이라는 당근을

부여함으로써 채권자들에게 협조할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었겠지만, 현대의 상인은 대부분

유한책임을 지는 법인이라는 형태와 상업적 보험이라는 형태로 위험을 피하기에 별 의미가 없고

오히려 소비자금융이 활성화된 20세기 이후 대기업의 소비 조장에 노출된 개인에 대하여

의미가 증대되고 있다.

파산법의 기능 발견

외환위기 이전에는 파산법은 사실상 잊혀진 분야였다. 강제집행 단계에 있어서 채권자는

평등하게 취급되기에 이 절차와 별도로 파산절차가 필요 없었다. 먼저 집행에 착수하는

채권자가 후에 달려든 채권자에 비하여 전혀 이익을 얻을 수 없게 되므로 어느 채권자의

입장에서도 평등한 변제를 받기 위한 방편으로 채무자의 파산을 신청할 이유가 없었다. 한편, 채권추심이라는 직업은 일반인에게는 금지되었고 채권양수를 업으로 하는 것도 엄격히

금지되었다. 채권자의 입장에서 자력이 없는 채무자에게 추심을 하기 위하여 소송비용과 비싼

변호사 비용을 투입할 이익이 없었다. 그리하여 장부상에만 존재하는 부실채권은 썩어 버렸다. 자연스럽게 소멸시효가 지남으로써 사실상 면책이라는 파산법의 반사적인 목적이 달성되었다. 심지어는 일반적인 강제집행절차에 의하기에는 쉽지 않은 대형은행과 대기업의 경우도, 행정부의 관여 하에 타인의 인수와 정부의 재정자금 지원으로 정리되었다. 기업은 통상

파산절차를 통해 정리되지 않았으며, 대부분 특혜 논란과 스캔달을 남겼고, 파산법은 경제 및

법률 실무가들과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

이제 상황이 변했다. 더 이상 특권 부여하에 정부가 공적 자금을 투입하여 금융기관을 ‘정상화’

시키는 것은 후손을 팔아 채권자의 배를 불리는 것이라는 점을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함에

따라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마당에 부실기업 특히 금융기관의 정리는 파산법에 의하여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개인의 경우에도, 여건이 변했다. 금융규제와 이자제한의 폐지는

47

Page 48: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대량으로 채무자를 발생시켰다. 늘어나는 사회보장제도는 개인이 등록될 것을 요구하고

전산통신기술의 발전과 데이터의 축적은 개인이 숨을 여지를 줄였다. 전문적인 채권추심업과

부실채권을 사고 파는 행위는 이전에는 도피함으로써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노예를 찾아 낼 수

있게 하였다. 해방될 기회를 기다리는 자가 많아진 것이다. 대략 21세기의 시작과 때를 같이

하여 우리나라는 파산제도를 ‘발견’하였다.

파산재단(estate)과 파산채권(claim)

이것은 파산제도에서 중핵적인 개념이다. 파산은 채무자가 선택하는 특정 시점에 채무자에게

있는 재산을 가지고 그 당시까지의 채권자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표현하여 파산

선고 당시의 채무자 재산이 채무자로부터 독립하여 파산재단을 구성하고, 그때까지 발생한

채권을 파산채권으로 묶어 이 파산재단과 파산채권을 상계하여 버리는 것이 파산절차이다. 즉

한마디로 설명하면, 파산재단과 파산채권을 상계하여 버리는 것이 파산절차이다.즉 아래 그림과 같이 파산채권과 파산재단을 한꺼번에 소멸시키고, 파산절차 이후에는 빈손으로

새로이 출발하는 것이다.

파산채권 파산재단

고전역학에서 마찰이 없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파산비용이 전혀 없는

세계를 가정하자. 파산선고 당시 채무자가 가진 것은 100만원, 그때까지의 파산채권이 채권자

갑, 을, 병 각기 400, 700, 900만원 합계 2000만원이라면 파산채권자들은 파산절차에서

채권에 비례하여 배당을 받고 배당률은 100만원/2000만원=5%이다. 각 파산채권자는

파산절차에서 자기가 가지는 채권금액의 크기에 따라 배당을 받는다.

48

Page 49: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20%

35%

45% 갑을병

여기서 파산절차의 비용이 없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치워버리면, 재산을 긁어 모아 파산재단을

구성한다고 하여도 그것이 파산절차의 비용을 마련하기에도 부족할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채무자는 절망적인 상태에 이르기까지 채무 이행에 노력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파산재단을 구성하지 않고 바로 파산절차를 폐지한다. 면책 여부에 관한 결정이 남을

뿐이다.

파산제도의 귀결: 면책과 새로운 출발(fresh start)

이와 같은 절차가 적절히 취해진 이후에는 재산도 채권도 남지 않는다. 파산절차 이후 취득한

재산은 당연히 파산재단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파산채권자에게 배당되지 않는다. 그것은

열심히 일을 해서 저축을 했건, 보험금을 탔건, 유산을 상속 받았건, 부자와 결혼하여 증여를

받았건, 복권에 당첨되었건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재산을 취득할 수 있는 희망이 있는

채무자에게는 파산이 이를 지킬 수 있게 해 주는 현명한 선택이다.

파산절차를 거쳐 면책이 부여된 채무는 취소된다. 개념법학적인 ‘이론’으로는 채무 그 자체는

소멸하는 것이 아니고 국가의 법질서에 호소하여 강제집행할 권능이 배제된 것일 뿐 채무는

그대로 남는다고 한다. 이것을 자연채무라고 한다. 면책이 된 채무에 대하여 채무자가 돈 벌어서

갚더라도 부당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채무가 소멸한다고 해도 그것을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라고 구성해도 그만이다.

면책 이후에도 고의로 추심행위를 하면 이것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민사상 손해를 배상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형사상으로 강요죄를 구성한다.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려고 한 것이기

때문이다.

49

Page 50: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새로운 출발은 채권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작용한다. 채무자가 파산 선고 이후에 발생하는 채권도

파산채권에 가산되지 않는다. 즉 파산재단에 의하여 상계가 되지 않고 채무자가 새로 시작한

인생에 의존할 수 있다. 새로운 채권자는 새로운 인생을 사는 채무자에게 추심을 행할 수 있고

채무자가 임의 이행을 하지 않으면 채무자가 취득한 재산에 대하여 일반적인 방법으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잠재적인 채권자로서도 파산절차로 기존의 채무를 정리해 버린

채무자의 자력을 높이 평가하여 새로운 신용을 부여할 수 있다.

현명해야 산다: 재테크와 채테크

물론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있다. 어떤 재산은 파산재단에 가산되지 않고 채무자에게 남겨지며

어떤 채권은 파산채권에 포함되지 않거나 다른 채권에 우선한다. 또 파산절차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은 경우에는 새출발이 부정되기도 한다. 어떤 재산을 면제할 것인가, 어떤 채권을

특히 중요한 것으로 다루어 우선권을 부여하고 채무자가 파산으로도 피할 수 없게 할 것인가는

그럴듯한 정당화가 있을 뿐 국가의 정책 나름이다. 즉 마치 ISO나 KS와 같은 산업상의 규격과

표준을 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기술이다.

파산에 의하지 아니한 채무의 해결은 변제로 이룰 수 밖에 없다. 변제를 위하여는 저축이

필요하다. 따라서 채무의 해결은 저축과 같은 의미를 가지기에 일종의 재테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파산제도는 저축이 불가능한 사람을 위하여 채무를 해결해 주는 것이기에 압축된

테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파산, 개인회생 제도를 채테크 또는 빚테크라고

명명하는 것이다.

현명해야 산다. 파산절차의 예외나 파산절차에 의한 면책의 부정 같은 것은 반드시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고 파산절차의 원활한 진행이라는 기술적인 목적에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소한 실수라고 하더라도 중대한 장애를 구성하는 수가 있다.

예외

원칙 없는 예외는 없다. 예외라는 것이 없으면 세상에 판사, 검사, 변호사와 같은 법률가들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재단에서 제외하는 것은 채무자에게 유리하다. 채권에서 제외하는 것은

채권자에게 유리하다.파산재단의 예외는 면제재산

파산채권의 예외는 비면책채권/공익채권

50

Page 51: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면책장애사유

재단을 손상한 경우

게임의 법칙을 어긴 경우

면책을 받지 못한 파산의 효과

고스톱 판에 안 끼면 된다.다른 방법으로 채무 해결(ADR)

비유: 게임의 마지막 판

가진금액

(현재산)4,000

잃은금액

(파산채권)30,000

지하철차비

(면제재산)1,000

채권자몫

(청산가치)3,000

파산의 근거는?

그런데 왜 파산 면책을 해 주는가?

다른 방법의 채무 해결 ADR alternative debt resolution

벌어서 갚기

도피하기

파산신청

51

Page 52: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워크아웃: 나중에 쇼부치기

개인워크아웃, 배드뱅크는 벌어서 갚기의 한 아류

짝퉁 신용회복 1: 신용회복위원회

브로커: 특정 변호사와 결탁하는 행위

제한점: 채무를 포괄하지 못한다

연합체의 성겨이 되어서

신용불량자가 되고 나서야 신청할 수 있다

워크아웃이 아니다.이미 파산상태에 빠져서 망가질 대로 말가진 다음에 들어오라

워크아웃의 사전적 의미

양의 탈을 쓴 늑대

개인워크아웃은 개인회생과 혼동된다.신용회복위원회라고 국가기관으로 혼동할 수 있는 명칭을 쓰고 있다.기만적이다.

짝퉁 신용회복 2: 배드뱅크

한마음금융, 희망모아, 솔로몬

짝퉁 신용회복 3: 상환유예

군복무자, 기초생활수급자

짝퉁 신용회복 4: 신용카드 문제 해결

대납

한꺼번에 해결

고리에 간다.

52

Page 53: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해외여행의 제한

차별

공무원

의사

파산의 절차

파산법원

관할

채무자와 파산변호사

채권자

채무자

절차의 흐름

파산신청의 제출

송달과 공고

심리

결정

채권 조사 및 환가절차 및 폐지

53

Page 54: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동시폐지

면책절차

심문과 이의절차

면책결정

불복

면책장애사유

A돈을 빌려줄 때 채권자는 채무자가 이를 장래의 소득창출과 관련있는 활동에 쓸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마찬가지로 채무자는 받은 돈을 부채 상환능력을 높이는 데 써야 합니다. 그런데

채무자가 들어온 돈을 이런 용도에 쓰지 않고, 현재 쾌락을 위해 사용한다면 채권자의 기대를

배반하는 것이 됩니다. 그래서 부채상환을 위한 저축 여력을 해치는 행위에 대한 일종의 제재로, 파산법은 지나친 낭비에 대해 면책을 불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월 수입의 50% 이상을 유흥과 여가활동 등 소비적 활동에 지출했을 때를 낭비로

봅니다. 강연희씨의 경우에는 3년치 연봉을 넘는 돈을 옷 사는 데 썼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낭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파산을 신청해도 면책을 받지 못하는 사유가 됩니다.

하지만 법은 면책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할 뿐, 허가하지 말라고 규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재판부에 따라서는 기준을 충족했는지와 관계없이 면책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지난 9월1일

대법원이 ‘개인파산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했습니다. 예규에서는 낭비 등 면책 불허 사유가

있는 채무자도 채권자가 반대하지 않는다면 면책받는 데 제한을 받지 않도록 했습니다.

낭비를 이유로 신용카드 사용대금의 면책을 불허한다면 원인을 조장한 카드사에 이익을 주는

것이 되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면책장애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면책

불허로 판단받는 경우가 흔히 있지만, 반대로 쉽게 면책을 받는 예도 많이 있습니다.

장래는 불확실합니다. 이것은 재판 결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파산절차에서 면책을 시도해본 뒤 실패하면, 개인회생이라는 대안도 있습니다. 개인회생에서는

채무 발생 원인이 낭비 때문이었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습니다.

54

Page 55: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서류의 작성방법

준비할 서류의 목록

진술서의 작성은 진실하게

진실하게

본인에 관한 사항

파산에 이르게 된 과거의 사정

채권

채권자목록

보증인

공동보증인

연대채무자

재산목록

담보대출

적금

현재의 생활상황과 가계수지표

비용과 법률구조

국고체당의 폐지

대신에 소송구조

법률구조공단

기간

55

Page 56: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기다림

개인회생: 파산의 변태파산을 뒤집은 형태

중산층을 위한 대안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위한 대안

과거를 묻지 않는다

도덕주의자를 위한 대안

아무리 양심이 좋다지만, 극빈층이 개인회생을 택하는 것은 사회적 자원의 낭비이다.

극빈층의 개인회생

작은 도덕심의 만족

재단과 채권

비면책채권의 범위가 개인파산의 경우보다 더 넓은 문제

개인회생의 절차

서식

사정의 변경

변제계획의 변경

특별면책과 파산으로의 전환

파산, 개인회생 이후이제는 돈을 벌어야 한다

취업과 차별

저축

충동소비 자제

새로운 신용카드가 온다

파산과 개인회생 자금 대출

웰컴투동막골

추심하는 사람들이 이제는 파산시장에 진출, 변호사와도 제휴

56

Page 57: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권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그럴 정도면 법률구조로 가는 것이 낫다.다시 가난해졌을 때 7년마다

어차피 가난한 사람들은 다시 오게 되어 있다. 다만 7년동안은 노예생활을 하라는 것이다.관련 문제밀린 세금의 처리

재정시효

세무서는 봐주지 않는다.한번만 주면 안 잡아먹지

의료보험(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못 찾아 쓴다.잘 내도 못 찾아 쓴다.

면책을 못 받았을 때

일부면책을 받았을 때

채권의 매입

채무의 부담을 각 채무자가 채권증서를 발행하는 행위 이 채권증서를 양도하는 행위

돈 벌면 다 해결된다.

갑과 을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가

추심행위는 물건을 세일즈하는 행위

보험회사 직원이 찾아와서 계속 전화하는 행위 stalking이 된다.

불법행위가 된다.

57

Page 58: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죽음을 맞이하며인지부조화

5단계

현실의 인정

과학은 과거에 이랬으면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논한다. 어떤 때 파산을 고려해야 하는가

어떻게 곱게 갈 것인가

임금과 조세를 밀리지 말 것이다.

믿을 수 있는 조언을 받으라

부동산은 처분하지 말고 상담을 받으라

추심(collection)에 대한 대처

의연하라. 채권자가 당신을 죽이지 않는다.

재산 돌려 놓기는 하지 말라

웬만하면 대물변제도 하지 말라

양도소득세

경매로 넘어가도 나오는 현상

파산으로 가면

세금의 비청산

경매로 가면 기존의 미납세액은 정리가 된다.

가족, 친지에게 손 벌리지 말라

친구 빚만 먼저 갚지 마라

채권자의 권리행사 소송, 압류, 가압류

58

Page 59: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형사고소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하는가

FAQ과 낙서살려고 하면 반드시 죽을 것이요,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니라

- 이순신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 김광균

대포차

보험

나이가 젊은데 파산을 해도 되나요

취업을 해도 되나요

주소를 옮겨도 되나요

해외여행을 해도 되나요

노예근성

그래도 빚은 갚아야 한다.그래도 주인을 섬겨야 한다.노예는 행복하다.이런 사람들은 그냥 그렇게 살면된다.도덕

[내일신문] 부자의 도덕심은 타락시키면서 왜 가난한 자한테만 도덕거리는가?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부담해 주는 사람이 따로 있을 때 자기 것을 잘 지키지 않는

심리적 용태를 도덕적 해이라고 한다. 종합보험에 들어 있는 승용차의 시동을 켜 놓은 채 방치하거나, 화재보험에 든 사람이 집에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는 것이 그것이다. 극단적인 경우 위험이 현실화될 것을 가장 잘 아는 자가 가장 먼저 보험제도로 들어오려 할

것이다. 자기 집에 일부러 불을 지르려는 자가 보험에 가입할 것이고, 난폭운전을 하는 경향이

있는 자도 마찬가지이다.

59

Page 60: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개인파산제도 및 이의 변형적인 형태로 9월 23일부터 시행되는 개인회생제도에 대해 주로

금융채권자 측에서 채무자를 구제해 주면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최저생활을 보장해 주는 사회에서 실패해도 사회보장을 해 줄 테니 개인은 재정적 실패의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무책임한 행동을 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고의로 거액의 채무를

부담하고 파산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것이 주장의 근거다. 그러나 화재보험이나 자동차보험이 상업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도덕적 해이를

걱정하는 주장이 기우임을 증명한다. 보험 사고 발생시 피보험자에게 약간의 부담을 하게 하는

방법으로 도덕적 해이를 피할 수 있고, 위험을 숨기고 보험에 든 자에게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며, 일부러 사고를 낸 자는 사기죄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 파산제도의 형식을 띤 강제보험도 마찬가지이다. 채무 상환이 지체될 때 채권자가 할 수 있는 ‘

신용불량’의 낙인은 최소한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수단이며 사회적 비난

외에도 채무자 본인의 마음에 남는 상처가 된다. 채무자에 우호적인 파산제도를 운영하는 미국과 일본이 경제적으로 번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도덕적 해이 주장을 실증적으로 배척한다.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이 카드를 발급해 주던 회사가 있었다. 부실이 우려되었을 때 이

회사가 발행한 채권은 상당히 높은 수익을 제시했다. 인수하는 투자자는 당연히 부도의 위험을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부도가 나자 공적 자금이 투입돼 사실상 투자자는 투자금을 상환 받았다. 당연히

이유 없이 횡재를 하게 된 사람의 도덕은 타락했다. 수천억을 주고 은행을 샀다가 부실자산을

되팔아 수조원을 챙긴 외국사람들의 도덕도 마찬가지로 타락했다. 공적자금투입의 혜택은 부자가 받았다. 부자의 도덕은 타락시킨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과

비슷한 시기에 도입된 채권추심원이라는 사람들의 무자비한 독촉에 쫓기는 가난한 채무자의

도덕은 왜 걱정하는가. 2004-09-10 12:45 [내일신문] 김관기 파산전문 변호사

약은 여우가 얕은 여울을 건너지 못한다

파산이 살 길이라면 가야 합니다.시기상 불리할 것 같으면 좀 미루는 것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추심에 조바심 치면서도

오직 하나 살 방법이 파산 뿐임을 알면서도

선뜻 발을 내딛지 못하는 분들의 심리상태를 한마디로 표현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이었습니다.며칠 전에 박찬희 변호사와 대화를 하면서 답을 찾았습니다.약은 여우가 얕은 여울을 건너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네요.(김관기 변호사는 몰랐음)"면책이 안되면 어쩔까?" "이렇게 하면 어쩌나"라고 근심하는 상황은

접싯물에 빠져 죽을까봐 걱정되어 강을 건너지 못하는 여우가 처한 딜레마였습니다.

60

Page 61: pds1.egloos.compds1.egloos.com/pds/1/200602/12/69/kimsdebttech.doc · Web view債(채) 테크 김관기 머리말 사람은 누구나 (다른) 출발점을 갖고 시작하는데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내가 솔직하게 채무가증대된경위/지급이불가능하게된경위 쓰면 면책

장애가 있을 지 몰라"라고 생각하고 불리한 부분을 감추는 경향이 있습니다.사람이 진실이 아닌 것을 기억하는데는 한계가 있기에, 저희는 권하지 않습니다. 한두마디

물음으로 뽀록날 뻔한 진술을 해 보았자 도움이 안됩니다. 혹시 통과되었더라도 "속아 넘어가

주는 것"일 뿐입니다. 우직한 마음을 가지고 물을 건너는 용기를 가진 자가 살아 남는다고 믿고 싶습니다. 전통적으로

저희 사무실에서는 채무가증대된경위/지급이불가능하게된경위에 관하여 실체적인 내용을

건드리지 않아왔습니다. 윤색하기보다는, "솔직히 불리한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재량면책을 받는

쪽을 택하는 것이 맞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