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sia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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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섹션은 <로시스카야 가제타(Rossiyskaya Gazeta), 러시아>와 중앙일보가 협력해 제작발간합니다. 2014년 3월 28일 금요일 1983년 휴즈 할레트와 안드리스 브란드스마 는 ‘대소련 제재조치가 얼마나 유효할까’라는 논문에서 “전면적 무역 제한 조치는 소련 경 제에 대한 유럽의 영향력이 낮아지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썼다. 8년 뒤 소련이 붕괴되 자 ‘경제제재가 악화일로인 소비에트 경제에 큰 효과가 없다’는 그들의 예상은 맞지 않았음 이 드러났다. 그러나 허프바우어·쇼트·엘리엇 은 저서 다시 생각해 본 경제 제재에서 소련 붕괴의 원인이 경제 제재보다는 소련 내부의 비효율성 때문이란 결론을 내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금 상황이 당 시와 비슷하다고 본다. 그는 3월 18일 양원 의 회 연설에서 “일부 서방 정치인은 제재조치로 심각해질 것이라고 겁주고 있습니다. 러시 아 내 사회·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국민이 불만을 터뜨리게 되리라고 생각하는 걸까 요?”라고 물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가 이미 강력한 경제제재를 여러 번 겪었 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냉전 시기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는 기술과 장비의 러시아 수 출을 금지했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런 제재 가 공식적으로는 중단됐지만 상당수는 여전 히 효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 의장은 “러시아와 서방은 상호의존적이어서 서방 경제가 타격 받지 않으면서 러시아만 어렵게 하는 건 불가 능하다”고 주장했다. 유럽통계청 자료에 따르 면 유럽은 러시아의 최대 교역 파트너로 2012 년 무역 규모가 2675억 유로(약 398조원)이었 다. 미국은 5위인데 그에 앞선 중국과 벨로루 시, 우크라이나와의 격차가 크다. 양국 간 무 역 규모도 189억 유로(약 28조원)다. 지난 3월 18일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 며 거대한 게임을 시작했지만 이 게임엔 판돈 과 위험이 크게 걸려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세르게이 벨리아코프 러시아 경제부 차관은 “현 상황은 명백히 위기 신호를 띠고 있다”고 말한다. 제재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이 효과가 있을까. 국제 비즈니스 업계는 러시아 관련 사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본다. 무디스(Moody’s)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 국제신용평가 기관들은 이미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 정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2014년 초 현재 대외부채가 러시아 은행들은 2150억 달러, 기 업들은 4380억 달러다. 2년 안에 러시아 은행 들은 880억 달러를, 기업들은 1820억 달러 이 상을 상환해야 한다. 러시아 기업들의 국제 금융시장 진출도 막 힐 수 있다. 지난 수년간 러시아 기업들은 영 국의 런던증권거래소(LSE), 미국의 뉴욕증권 거래소(NYSE)와 나스닥(NASDAQ)에 주식 을 상장해 왔다. LSE에선 자본금 5000억 달러 규모 이상인 53개 러시아 기업 주식이 거래된 다. 주식 상장 취소나 연기도 가능하다. 분기 당 최대 500억 달러의 자본 유출도 가능하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올 1분기에만 자금 이탈 규모가 700억 달러(약 75조원)에 이를 것이라 고 보도했다. 한 전문가는 “시장 반응이 중요하다. 세계 시장과 투자 자들은 규제가 별것 아니라도 불리하다고 해 석하면 러시아 자산이 빠져나가기 시작할 수도 있다”고 논평했다. R4에 계속 새 로고 도입합니다 로시스카야 가제타의 국제 프 로젝트인 ‘Russia Beyond the Headlines(이하 RBTH)’는 2014 년 3월부터 다언어, 다국적 뉴스 조직의 통합 브랜드 출범 전략의 일부로 새 로고 을 도입합니다. 새 로고는 이달부터 RBTH의 모 든 출판물에 사용됩니다. RBTH 는 창립 7년 만에 3개 영어 증보판 에서 16개 언어 18개 웹사이트와 23개국 26개 증보판으로 발전했습 니다. 이제는 단일 브랜드 아래 우 리 힘을 모을 것입니다. RBTH 아 트디렉터가 디자인한 은 모든 인쇄물과 웹사이트의 로고로 사 용됩니다. RBTH는 아울러 새로운 편집 개념도 도입합니다. 이를 통해 러 시아 정치·사회·문화·경제·생활에 대한 심층 분석과 다양한 견해를 통해 고정관념에 가린 러시아의 본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여러분 의 의견을 환영합니다. ●연락처:e메일 editor@russiafo cus.co.kr, 페이스북 Facebook. com/RussiaFocus, 트위터 Twit ter.com/RussiaFocus 러시아 인사이드 알립니다 러시아어 존칭의 세계 사랑의 집배원 첸초바 러시아에서도 어르신들은 대화에 주 려 있다. 말하고 싶어도 할 사람이 없 어 서럽다. 그 서러움을 풀어주는 사람 이 있다. 419 우체국 소속 우체부 알라 첸초바. 말동무도 해주고, 관리비도 내 주고 때론 간호사·의사 역도 한다. 그 래서 사랑 실은 우체부다. 그렇게 따스 함을 전해온 지 벌써 20년째다. R2 드미트리 리톱킨, 알렉산드르 가부예프 러시아어도 한국어만큼 존칭에 민감 하다. 함부로 말하다가는 호되게 당 한다. 어떻게 말할까. 그런데 그게 어 렵다. 동사는 제대로 돼 있지만 상대 를 부르는 말이 영 까다롭다. 제정 러 시아 때는 ‘나리’, 사회주의 시절엔 ‘동지(타바리시)’면 됐는데 소련 붕괴 뒤 호칭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러시아 경어법을 한번 둘 러보자. R7 2년 내 2700억 달러 상환 불가피 분기당 500억 달러 유출 가능성도 푸틴 이미 경험해 본 제재 각오 전문가 러 잡으려다 세계가 피해 크림을 지켜보는 눈눈눈 지난 3월 2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시 독립광장에서 개최된 반 러시아 집회에서 시민들이 연사의 연설에 집중하고 있다. [AFP/Eastnews] 크림 사태 이후, 서방의 러시아 제재 효과는 마트비옌코 러서방 상호의존 제재는 모두 손해 다음 호는 4월 25일 발행됩니다 <러시아 상원의장>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21일 러시아의 크림 합병 문서에 서명한 뒤 연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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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사태 이후, 서방의 러시아 제재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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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Russia 포커스

이 섹션은 <로시스카야 가제타(Rossiyskaya Gazeta), 러시아>와 중앙일보가 협력해 제작발간합니다.

2014년 3월 28일 금요일

1983년 휴즈 할레트와 안드리스 브란드스마

는 ‘대소련 제재조치가 얼마나 유효할까’라는

논문에서 “전면적 무역 제한 조치는 소련 경

제에 대한 유럽의 영향력이 낮아지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썼다. 8년 뒤 소련이 붕괴되

자 ‘경제제재가 악화일로인 소비에트 경제에

큰 효과가 없다’는 그들의 예상은 맞지 않았음

이 드러났다. 그러나 허프바우어·쇼트·엘리엇

은 저서 다시 생각해 본 경제 제재에서 소련

붕괴의 원인이 경제 제재보다는 소련 내부의

비효율성 때문이란 결론을 내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금 상황이 당

시와 비슷하다고 본다. 그는 3월 18일 양원 의

회 연설에서 “일부 서방 정치인은 제재조치로

심각해질 것이라고 겁주고 있습니다. 러시

아 내 사회·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국민이

불만을 터뜨리게 되리라고 생각하는 걸까

요?”라고 물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가 이미 강력한 경제제재를 여러 번 겪었

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냉전 시기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는 기술과 장비의 러시아 수

출을 금지했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런 제재

가 공식적으로는 중단됐지만 상당수는 여전

히 효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 의장은 “러시아와

서방은 상호의존적이어서 서방 경제가 타격

받지 않으면서 러시아만 어렵게 하는 건 불가

능하다”고 주장했다. 유럽통계청 자료에 따르

면 유럽은 러시아의 최대 교역 파트너로 2012

년 무역 규모가 2675억 유로(약 398조원)이었

다. 미국은 5위인데 그에 앞선 중국과 벨로루

시, 우크라이나와의 격차가 크다. 양국 간 무

역 규모도 189억 유로(약 28조원)다.

지난 3월 18일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

며 거대한 게임을 시작했지만 이 게임엔 판돈

과 위험이 크게 걸려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세르게이 벨리아코프 러시아 경제부 차관은

“현 상황은 명백히 위기 신호를 띠고 있다”고

말한다. 제재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이 효과가

있을까.

국제 비즈니스 업계는 러시아 관련 사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본다. 무디스(Moody’s)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 국제신용평가

기관들은 이미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

정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2014년 초 현재

대외부채가 러시아 은행들은 2150억 달러, 기

업들은 4380억 달러다. 2년 안에 러시아 은행

들은 880억 달러를, 기업들은 1820억 달러 이

상을 상환해야 한다.

러시아 기업들의 국제 금융시장 진출도 막

힐 수 있다. 지난 수년간 러시아 기업들은 영

국의 런던증권거래소(LSE), 미국의 뉴욕증권

거래소(NYSE)와 나스닥(NASDAQ)에 주식

을 상장해 왔다. LSE에선 자본금 5000억 달러

규모 이상인 53개 러시아 기업 주식이 거래된

다. 주식 상장 취소나 연기도 가능하다. 분기

당 최대 500억 달러의 자본 유출도 가능하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올 1분기에만 자금 이탈

규모가 700억 달러(약 75조원)에 이를 것이라

고 보도했다.

한 전문가는 “시장

반응이 중요하다.

세계 시장과 투자

자들은 규제가

별것 아니라도

불리하다고 해

석하면 러시아 자산이

빠져나가기 시작할 수도 있다”고

논평했다. ▶R4에 계속

새 로고 도입합니다

로시스카야 가제타의 국제 프

로젝트인 ‘Russia Beyond the

Headlines(이하 RBTH)’는 2014

년 3월부터 다언어, 다국적 뉴스

조직의 통합 브랜드 출범 전략의

일부로 새 로고 을 도입합니다.

새 로고는 이달부터 RBTH의 모

든 출판물에 사용됩니다. RBTH

는 창립 7년 만에 3개 영어 증보판

에서 16개 언어 18개 웹사이트와

23개국 26개 증보판으로 발전했습

니다. 이제는 단일 브랜드 아래 우

리 힘을 모을 것입니다. RBTH 아

트디렉터가 디자인한 은 모든

인쇄물과 웹사이트의 로고로 사

용됩니다.

RBTH는 아울러 새로운 편집

개념도 도입합니다. 이를 통해 러

시아 정치·사회·문화·경제·생활에

대한 심층 분석과 다양한 견해를

통해 고정관념에 가린 러시아의

본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여러분

의 의견을 환영합니다.

●연락처:e메일 editor@russiafo

cus.co.kr, 페이스북 Facebook.

com/RussiaFocus, 트위터 Twit

ter.com/RussiaFocus

러시아 인사이드

알립니다

러시아어 존칭의 세계

사랑의 집배원 첸초바

러시아에서도 어르신들은 대화에 주

려 있다. 말하고 싶어도 할 사람이 없

어 서럽다. 그 서러움을 풀어주는 사람

이 있다. 419 우체국 소속 우체부 알라

첸초바. 말동무도 해주고, 관리비도 내

주고 때론 간호사·의사 역도 한다. 그

래서 사랑 실은 우체부다. 그렇게 따스

함을 전해온 지 벌써 20년째다. ▶R2

드미트리 리톱킨, 알렉산드르 가부예프

러시아어도 한국어만큼 존칭에 민감

하다. 함부로 말하다가는 호되게 당

한다. 어떻게 말할까. 그런데 그게 어

렵다. 동사는 제대로 돼 있지만 상대

를 부르는 말이 영 까다롭다. 제정 러

시아 때는 ‘나리’, 사회주의 시절엔

‘동지(타바리시)’면 됐는데 소련 붕괴

뒤 호칭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러시아 경어법을 한번 둘

러보자. ▶R7

2년 내 2700억 달러 상환 불가피

분기당 500억 달러 유출 가능성도

푸틴 이미 경험해 본 제재 각오

전문가 러 잡으려다 세계가 피해

크림을 지켜보는 눈눈눈 지난 3월 2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시 독립광장에서 개최된 반 러시아 집회에서 시민들이 연사의 연설에 집중하고 있다. [AFP/Eastnews]

크림 사태 이후, 서방의 러시아 제재 효과는

마트비옌코 러서방 상호의존 제재는 모두 손해

다음 호는

4월 25일

발행됩니다

<러시아 상원의장>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21일 러시아의 크림

합병 문서에 서명한 뒤 연설하고 있다.

Page 2: Russia 포커스

2 ┃ 사회 2014년 3월 28일 금요일section sponsored by Rossiyskaya Gazeta, Russia

편안한 방, 현대식 부엌, 최신 집기들과 가득

찬 장난감, 공부용 책상. 방마다 몇 개씩 있

는 화장실과 샤워실. 이런 아파트를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게 좋아 보인다. 바로

고아원을 대체하고 있는 모스크바의 ‘가정

교육지원센터’다. 2013년 모스크바에 총 5개

가 등장했고 앞으로 12개가 더 오픈한다. 아

이들은 보통 가정 분위기에서 생활하며 ‘엄

마’도 있다. 친엄마가 아닌 ‘임시 엄마’지만

아무튼 아이들과 일주일에 5일을 같이 지내

면서 진짜 엄마가 돼 간다.

예를 들자면, ‘엄마’ 나탈리야 치가노바

(40)는 9명의 아이를 돌본다. 아이들은 부모

들이 친권을 포기해 여기 왔거나 아니면 고

아원에서 이리로 왔다. 여기서 형제자매들

은 같은 방을 쓴다. 입양 부모를 찾을 때까지

보통 가정의 모습을 배우고 그런 분위기에

적응한다.

치가노바의 경험에 따르면 어떤 아이들은

힘들게 적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을

열고 적응한다. 뭔가 말을 시작하면 내면도

나누게 된다. 치가노바는 “아이를 돌보는 건

큰 책임감을 요구하기 때문에 임시 엄마는

엄격한 심사를 거친다”고 말했다.

최근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이

이 가정교육지원센터를 방문했다. 시장은

“시는 고아를 위한 시설을 만들고 전문적인

직업교육을 위해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했

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8억 루블(약 237억

원) 이상의 돈이 투입됐다. 15개 고아원을 리

모델링했다. 그중 5개를 보육 및 위탁가정 선

발 교육을 위한 가정교육지원센터로 바꾸었

다. 위탁부모를 위해서는 10억 루블(약 296억

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모스크바시의 목표

는 모스크바에서 고아원을 없애는 것이다.

2013년 가정에 위탁된 아동 수는 2012년

보다 418명 늘어났다. 고아원 아동은 538명

줄었다. 소뱌닌 시장에 따르면 입양이 어려

운 장애아동들은 기관에 남는다.

‘가정교육지원센터 №1’의 발렌테나 스피

바코바 센터장에 따르면 지원센터는 건강상

의 문제가 있는 아이들도 적극적으로 받는

다. 센터는 №57 고아원을 기반으로 만들었

는데, 후에 ‘장애아동 치료를 위한 고아원

№1’이 통합됐다. 센터는 ‘장애’ 표기를 없

앴다. 그러자 아이를 위탁받으려는 사람들

이 오기 시작했다. 사실 모든 아이들에게 질

병이 있는 건 아니다. 센터에선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지낸다. 그렇게 하는 게

장애아동에게 좋고 입양될 가정에서 생활하

기 위한 준비에도 도움이 된다.

모스크바시는 위탁가정 주택환경 개선을

위한 시범사업도 벌인다. 장애아동과 청소

년을 위탁받는 가정엔 주택이 제공된다. 지

금까지 20채가 제공됐다. 모스크바시 블라

디미르 페트로샨 사회보호국장은 “올해 말

로 100채까지 늘 수 있다”며 “현재 40개 가

정이 참여의사를 밝혔으며 담당 전문가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를 모색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런데 사실 문제가 그리 간단치가 않다.

잦지는 않지만 아이들이 고아원으로 돌아가

기도 한다. 지난해만 148명이다. 이는 현재

모스크바에 위탁부모를 위한 학교가 51개

있지만 모두가 남의 아이의 부모가 될 준비

가 돼 있진 않음을 보여준다.

모스크바시는 또 친권을 포기하는 부모

를 줄이려 노력하며 지역별로 결손가정 지

원센터를 설치하고 있다. 그럼에도 친권을

포기하는 부모의 수는 연 1500명에 가깝다.

게다가 가정교육지원센터 №1에는 나쁜

부모에게서 ‘구해 온’ 아이들도 있다. 이곳

엔 그런 아이들이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잘

돼 있다. 여기서 학교를 다니며 체육 활동도

한다. 또 스스로 음식을 만들고, 빨래도 하

고 센터 밖에서 친구들도 만날 수 있다. 보

통 고아원이라면 그럴 수 없다.

그런데 지원센터 아이들과 자기 자식이

함께 놀 때 부모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발

렌테나 스피바코바 센터장은 “특별한 것은

없다. 많은 부모들이 도와주려 하고 선물도

준비한다. 그러나 드물지만 불평하는 부모

들도 있다”고 말했다. 불만은 센터 아이들

과 놀더니 자기 자식이 나쁜 말을 사용하는

등 악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스피바코바

센터장은 이 부분에 대해 할 말이 많은 것

같다.

그는 “센터 아이들은 평범한 아이들과

는 다르다. 가정에서 받은 상처가 있고 부모

를 잃었다. 애들에겐 아무 죄가 없다. 나는

내 자식 편들 듯이 아픔이 있는 아이들의 편

을 들어주고 선생들에게도 그렇게 요구한

다. 보통 아이 부모에게도 ‘부모가 지켜보면

쉽게 나쁜 길로 빠지지 않는다’고 말해준다.

중요한 것은 학교생활에서 내 아이 남의 아

이를 구분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태도가 아

이들에게 민감한 순간을 빠르게 없애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회 일각에선 여전히 위탁가정

을 의심스럽게 보는 시각이 있다. 엘레나

알샨스카야 국민의회 전문가이자 ‘고아지

원 자원봉사자’ 재단 회장은 아직 성과를

말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그는 “고아

원이 없어지길 바라지만 최근 진행되는 일

은 시작에 불과하다. 러시아에는 끝까지 일

을 추진하는 인내심이 부족하다. 1980년

대에 지어진 가족 고아원, 1990년대의 입

양가정 조치 모두 다 실행되지 못했다”며

“가정교육지원센터가 우선 노력을 기울여

야 할 부분은 친가족에게 돌려보낼 수 있

게 하거나 입양가정이나 후견자를 찾아주

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그는 “아이들이 임시 엄마에 적응하

고 친엄마처럼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또 헤

어지게 된다면 아이들에겐 큰 상처가 된다”

며 “모든 것을 정직하게 말해야 한다. 선생

님은 선생님일 뿐 아이가 가정의 품에 안기

기 전까지는 부모인 척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모스크바 우체국 소속 419호 우체부 알라

첸초바(54)는 새벽 6시 출근한다. 신선한 뉴

스를 담은 신문을 배달하기 위해서다. 벌써

20년째다. 출근길은 멀지 않다. 우체국이 자

신이 사는 아파트 1층에 있기 때문이다. 그

녀가 우체부를 좋아서 시작한 건 아니다. 다

그렇듯 먹고살기 위해서다. 아이들은 어렸

고, 연금으로 근근이 먹고살던 당시 마침 우

체국에 자리가 났다.

첸초바가 사는 샤블로브카에는 11개의

아파트와 은행 그리고 공장지대가 있다. 이

공장 지역에는 45개 이상의 건물이 있고 그

곳엔 회사들이 많다. 예전에는 어깨가방으

로 배달했지만 지금은 청색 큰 자루가 달린

수레를 사용한다. 첸초바의 수레에는 신문

이 많이 실린다. 그녀는 “사람들이 인터넷

을 보지만 모스크바 사람들은 여전히 신문

을 많이 보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매일

나오지 않는 신문들도 있고 어떤 건 주에 한

번 발행되고, 때로는 잡지도 있어 어떤 날은

20개, 어떤 날은 30개의 출판물을 배달한다.

가장 많은 날은 금요일이다.

아침 우편물은 주로 신문인데 아침 7시에

모아서 한 시간 내에 배달한다(러시아에선

우체부가 신문을 배달한다). 특히 조간신문

은 오전 8시까지 우편함에 넣어야 한다. 겨

울이면 캄캄해 무서울 것도 같은데 그녀는

“동네 모든 사람과 집들을 훤히 알고 누가

몇 시에 출근하는지 혹은 몇 시에 학교에 가

는지도 아는데…”라고 말했다.

오전 10시쯤 사무실로 돌아와 점심을 먹

고, 다시 나서는데 이때는 편지, 고지서, 통

지서 등 개인 우편물을 배달한다. 바로 이

일이 그녀에겐 가장 중요하다. 그녀를 ‘애타

게’기다리는 어르신들 때문이다. 대개 연금

생활자인 이들 가운데 어떤 이는 우체국으

로 전화해 “첸초바는 언제 오느냐”고 성화

를 부리기도 한다. 그녀를 위해 특별한 준비

를 하고 맞이하고 배웅도 한다. ‘대화’ 때문

이다. 그녀는 “업무일정에 대화 시간이 잡혀

있진 않지만 대화상대가 필요한 어르신들과

많은 얘기를 나눈다”고 한다. 걱정거리에 대

해 듣고 충고도 한다.

새 잡지를 신청하기도 하고, 자기가 앓는

병을 말하면서 의사에게 가야 할지, 약국에

먼저 가야 할지 묻는다. 가족 일도 시시콜콜

얘기한다. 힘이 없어 나갈 수 없다며 아파트

관리비를 대신 내달라거나 수퍼에 들러달

라는 부탁도 있다. 첸초바는 “우체부 업무가

아니어서 부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지

만 소용도 없고…기꺼이 해준다”며 “노인들

이 홀로 지내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고 혀

를 찬다.

그렇다고 그런 게 싫다는 건 아니다. 첸초

바는 “만나 얘기하는 게 즐겁다”고 한다. 동

네 한 할머니 덕에 아마존산 커다란 녹색 앵

무새가 그녀의 식구가 됐다. 앵무새를 돌볼

힘이 없고, 자식들도 싫어한다며 그녀에게

준 것이다. 첸초바는 그 할머니에게 갈 때마

다 앵무새가 어떻게 자라고 놀고 있는지 말

해준다. 할머니 가족은 앵무새가 그렇게 오

래 사는 것에 놀랐다. 첸초바는 “새끼 족제

비를 가져가라고 다른 어르신이 권했지만

처음엔 거절했다”며 “족제비가 앵무새를 잡

아먹을 수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

국 너무 귀여워서 데리고 왔다. 첸초바는 겸

손하고 인내심도 커 보인다. 우체부라는 직

업에 맞는 성격이다. 사회복지사이자 심리

상담사, 심지어 간호사, 의사(?) 일까지 척척

해내는 첸초바, 그녀는 사랑 실은 우체부다.

내 집 같은 보육시설 만들기 바람

엄마가 있는 가정교육센터로 러시아 고아원은 변신 중

타티야나 수다코바

아나스타시야 베르세네바

사랑을 실천하는 집배원 알라 첸초바

아침엔 신문, 오전엔 편지 배달 20년째 이웃의 만능 해결사

가정교육지원센터 №1에 들어온 아이들이 자기들이 머물 새 집을 돌아보고 있다. [사진 모스크바시]

아파트에서 소규모로 고아 돌봐

임시 엄마와 주 5일 집처럼 생활

입양 부모 찾을 때까지 가정 배워

모스크바시, 연간 237억원 투입

장애비장애 아동 차별없이 교육

대화 목마른 연금생활 노인들

우체국 전화해 언제 오나 성화

아파트 관리비 대신 내주고

불편한 사람 위해 시장도 봐줘

모스크바 419 우체국의 알라 첸초바가 오전 우편

물을 분류하고 있다. [본인 제공]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이 가정교육지원센

터 №1을 찾아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Page 3: Russia 포커스

┃ 국방과학 32014년 3월 28일 금요일 section sponsored by Rossiyskaya Gazeta, Russia

“엄청난 양의 얼음, 눈, 절벽, 눈부신 태양,

멈추지 않는 바람이 굉장히 상쾌하고 확 트

인 느낌을 줍니다.” 세르게이 돈스코이 천연

자원환경장관은 남극에 온 것이 처음이 아

니다. 그는 남극에서의 생활이 다른 곳과 어

떻게 다른지 이야기했다. “습기가 거의 없

고, 대기 중에 산소가 희박하다. 극지 연구

기지가 대부분 해발 2000m 넘는 곳에 있기

때문이다. 햇빛이 강해 꼭 선글라스를 써야

하며 안 그러면 시력에 이상이 올 수 있다.”

2010년 러시아연방은 2020년과 그 이후를

내다보는 남극 활동 발전전략을 채택했다.

여기엔 탐사용 선박과 항공기, 내륙 탐사용

이동수단을 늘리고, 남극연구기지의 주요

건축물(신축되거나 대대적인 보수가 이루어

진 건축물) 수를 늘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

다. 러시아 천연자연환경부는 2014년 남극

프로그램에 13억 루블(약 390억6500만원)

의 예산이 책정될 것이라 밝혔다.

예산 중 일부는 연중 운영되는 남극기지

5곳인 미르니, 보스토크, 프로그레스, 노보

라자렙스카야, 벨린스가우젠과 계절적으로

운영되는 야외 기지 5곳 드루즈나야-4, 소

유즈, 몰로됴즈나야, 레닌그라츠카야, 루스

카야를 관리하고 쇄빙선 두 척을 운용하며

항공기를 임대하는 데 쓰이게 된다.

1997년부터 러시아는 남극 탐사에 두 척

의 선박을 사용하고 있다. 탐사선 ‘아카데믹

표도로프’와 연구선 ‘아카데믹 알렉산드르

카르핀스키’다. 다른 남극 기지와는 달리 러

시아 남극기지 ‘보스토크’에선 눈에서 물을

얻는다. 미국 기지 ‘유니언’에서도 “샤워가

하고 싶으면 러시아 기지로 가라”고 말할 정

도다.

러시아와 한국의 남극 전문가들의 협

력은 1988년 한국의 첫 남극 과학기지인

세종과학기지가 문을 열면서 시작됐다.

Russia Focus는 러시아국립과학센터 ‘남

북극 연구소’ 발레리 루킨 부소장과 이야

기를 나눴다. 그는 “1980년대 후반 남극과

북극 연구에 종사하는 인천 극지연구소와

우호 관계를 맺었다. 동하계 탐사에도 러

시아 연구원이 동참했다. 2010년까지 한국

연구원들은 러시아 쇄빙선 ‘아카데믹 표

도로프’호를 사용했다. 우리 연구소는 얼

음바다 항해를 위한 얼음 전문가 교육 과

정을 개설하자고 여러 차례 제안하기도 했

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 측은 현

재 미국의 남극 프로그램(United States

Antarctic Program·USAP)과 더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러시아와 한국은 상당히 험난한 조건에

서도 항해할 수 있는 한국 쇄빙선 ‘아라온

호’를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얼음바다

항해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협력이 필요함

을 인정했다. 두 나라는 아라온호가 남극해

를 항해할 때 러시아 전문가단을 동행시키

고 빙해 항해 전문가 육성 과정에서 협력하

기로 합의했다. 또 양국은 정보 교류와 북극

해 저온 환경에서 서식하는 생물에 관한 공

동 연구에 있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루킨 부소장은 “이러한 합의가 있긴 해도

한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한

적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2007년 7월 미국

포틀랜드에서 열린 제32회 남극과학연구위

원회 회의에서 러시아와 한국의 연구소가

남극 연구 협력에 관한 양측의 기본 입장을

명시한 협정을 체결했다. 루킨 부소장은 이

런 협정이 정부 차원에서 체결된다면 6대륙

공동연구의 수준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가 새로운 군 수송기 PAK TA 개발

계획을 처음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결함 없

이 완벽한 군 수송기를 한 번에 개발할 수

는 없을 것이고, 항공기 전자 장치와 엔진

개발에 특별히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지

적했다.

러시아가 미래 세대 군 수송기 개발에 착

수했다.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PAK FA’

와 ‘PAK DA’와 유사하게 이 프로젝트는

‘PAK TA’라고 불린다. 10년 예정의 개발

프로젝트는 러시아 국방부가 담당한다.

빅토르 리바노프 수석개발기업인 일(IL)

사의 빅토르 리바노프 사장은 “이 프로젝트

는 아직 정확한 명칭이 없고, 지금은 PAK

TA, 즉 유망수송항공산업을 줄여 일시적으

로 부르고 있다”며 “PAK TA의 성능 기준

은 잠재적 발주자들과 협의한 뒤 공개할 것”

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필요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

재 운용 중인 IL-76 항공기의 업그레이드 버

전도 노후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러시아 영웅이자 러시아 시험비행센터 부

소장, 군 수송기 조종사인 이고르 말리코프

대령은 “IL-76이 업그레이드됐어도 소음이

심하고 설비가 노후했다. 다른 측면에서도

여러모로 뒤진다. 따라서 새로운 군 수송기

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말리코프 대령은 또

군 수송기 An-12 시리즈도 수명을 다했다

고 여긴다. 그는 “An-12 시리즈는 크기가 너

무 작아 수송 비용만 늘어나는 점도 새로운

군 수송기 개발이 꼭 필요한 이유”라고 덧붙

였다.

그는 최신 컴퓨터 모델링 기술을 고려했

을 때 리바노프 사장이 밝힌 정도면 수송기

개발을 위한 시간으론 충분하다고 보지만

전자장치 개발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

로 보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

려면 수송기 자체보다 제작 기간이 몇 배 더

걸린다.

PAK TA에 요구되는 주요 기능으로 경제

성과 적은 소음이 꼽힌다. PAK TA가 내수

뿐 아니라 해외 판매도 겨냥하기 때문이다.

말리코프 대령은 “수송 화물량을 얼마로 할

지도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했다. 국방부가

PAK TA로 다양한 종류의 탱크를 수송하

려면 그에 맞춰 기체 크기도 변화해야 한다.

그는 “PAK TA가 한 번 급유로 적어도 러시

아 영토의 절반은 비행할 수 있어야 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시험비행 조종사이자 러시아 명예 조종사

인 미하일 마르코프는 PAK TA가 따를 기

준은 과학연구소가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

한다.

러시아연방 운송감독청 공공위원회 민항

위원장이자 소련 명예 조종사인 올레크 스

미르노프는 PAK TA 개발에 앞서 무엇보

다도 수요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

다. 그는 IL사가 잠재 발주자들의 요구 사항

을 아직 연구하지 않았다고 여긴다. 더욱이

스미르노프 위원장은 PAK TA에 대한 정보

공개가 첫 번째 수주 규모가 확실해진 이후

이루어졌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최근

20년간 이와 같은 프로젝트는 수십 건 있었

지만 모든 프로젝트는 국내 항공기 제작 산

업의 붕괴로 이어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나탈리야 스테파노바, 아나스타시야 베르세네바

2013년 11월 16일 두바이의 에어쇼에 등장한 러시

아 군용수송기 IL-76.

러시아한국 남극협력, 아직은 걸음마 단계

루킨 정부 차원 협력으로 남극 공동연구 수준 높여야

러시아의 남극 기지 벨린스가우젠(킹 조지 섬)에 있는 ‘최남단’의 정교회 위로 오로라가 떠 있다. [사진 루슬란 엘리세예브]

안드레이 레즈치코프, 브즈글랴드

러, 차세대 군 수송기 개발 PAK TA 프로젝트 시동

10년 예정으로 국방부가 주도

1회 추가 급유로 러 횡단 목표

수송능력 극대화 수출도 노려

러시아 남극연구소의 발레리 루킨 부소장.

[이타르 타스]

<남북극 연구소 부소장>

현재는 연구소 차원 협정 머물러

러 전문가, 아라온호 운용 도울 것

한국, 아직은 미국과 더 긴밀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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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우크라이나 사태 2014년 3월 28일 금요일 ┃ 우크라이나 사태 5section sponsored by Rossiyskaya Gazeta, Russia

우크라이나 위기는 러시아 정치사

에 한 획을 그었다. 러시아는 1980

년대 말부터 거의 4반세기 동안 지

켜온 행동양식을 사실상 벗어났다.

국경 없는 세계와 유럽을 꿈꾸던

시기부터 서방과 좋은 관계를 유지

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유럽과 미국의 바람과 반대되는 행

보를 취했을 때도 러시아는 서방과

의 관계에 미칠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지를 남겨 뒀다. 서방과의

관계는 러시아의 안보, 발전 및 복

지를 위한 담보로 여겨져 왔다.

2014년 러시아는 이전과 다르게

행동했다. 서방 국가들의 요청, 촉

구, 경고와 위협을 모두 무시하고

크림반도와 세바스토폴을 러시아

에 편입시켰다. 러시아가 자기 생각

대로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끝까

지 가는 일은 없다는 것에 모두 익

숙해져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자 미국과 유럽은 러

시아의 행동에 얼마나 근거가 있으

며 입장이 얼마나 합리적인지와 관

계없이 러시아를 처단하자는 데 뜻

을 모으게 됐다.

러시아가 얻은 주된 교훈은 세계

는 서방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나아가 세계는 실로 비

균질적이고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

어 권력 집중과 일방적 지배는 절대

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개별적 접

근이 필요한 새로운 강자들이 많이

등장해 서방과의 관계를 절대적 우

선순위에 두고 세계 질서에 접근하

는 것은 합당치 않다. 러시아에 이

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수 세기 동

안 러시아는 서방 중심적 시각을 견

지해 왔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아시아로 방향을 전환

하는 것에 대해 예전에도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

통령은 얼마 전 이러한 전환을 21

세기 러시아의 우선순

위로 꼽았다. 서방

이 러시아에 정치·

경제적 압력을

행사하기 시

작하고, 냉전

적 사고에 입각해

제한을 가하려고 한다면(예를 들

어 투자·기술·금융·자금 접근을

제한하고 교류 축소, 시장 폐쇄,

결제시스템 정지 등) 러시아에

‘서방 없는 세계’는 냉혹한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시아로의

방향전환은 비서방으로의 전환, 즉

더욱 광범위한 프로세스가 될 것

이다. 금융 및 기술 면에서도 서방

은 더 이상 독점자가 아니고 ‘제3세

계’ 시장은 무한히 넓다.

서방이 아닌 다른 경제 중심지로

의 방향전환은 꽤나 큰 충격이다.

첫째, 러시아는 비교적 최근까지 세

계 정치의 변방, 주체라기보다 객체

로 여겨져 왔던 국가들과 동등하고

완전한 협력을 추구하는 데 익숙하

지 않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해

야 한다. 소련 시대에 우리는 수호

자를 자처하고 아시아·아프리카·중

남미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두고 미

국과 싸웠다. 소련 붕괴 이후 처음

에는 이들 나라를 사실상 무시했

고, 그 후 잃었던 관계를 암중모색

하며 회복시키려 노력해 왔다.

둘째, 개발도상국들에서 미국의

위치는 매우 확고하다. 그러므로 러

시아와 거래하지 말라고 적극적으

로 ‘권고’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

지가 없다. 25~30년 전에 비하면 상

황이 많이 달라져 지금은 러시아와

의 거래를 금지시키기는 어렵다. 그

러나 서방의 압력수단을 과소평가

해서는 안 된다.

셋째, 현 상황에서 중국이 자연

스러운 대안이 되고 있는데 그 이

면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러시아는

경제 면에서 중국에 한참 못 미치지

만 정치적으론 긴밀히 연관돼 있다.

중국은 기꺼이 러시아를 지지하고

(비공식적이긴 해도) 금융·경제적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지만 그 대

가로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가 급속

히 높아지게 될 것이다. 게다가 양

국의 이해관계가 모든 면에서 일치

하는 것은 아니며 러시아는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중국을 더욱 고

려해야 할 것이다.

특히 러시아에 중요한 것은 새로

운 입장들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전

통적인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 외에

다양한 국가와의 관계를 활성화하

는 것이다. 세계는 서방 지배를 대

체할 대안이 없다는 사실에 피로를

느끼고 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에

서 행한 일들에 대한 공식 승인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경 문제는 많

은 이에게 너무나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를 봉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는 확실히 기

대를 걸어도 좋다. 개발도상국들은

단체로 행동하는 것을 거부하고 각

기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강대국들

의 다툼을 이용하려 한다.

서방이 여전히 가장 강하고 영향

력 있는 국제사회의 플레이어이며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잠재력을 보

유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무

엇보다 과학·기술·교육 분야에서 그

러하다. 또 러시아 및 전 세계를 사

로잡는 유럽 문화의 매력은 어떤가.

러시아는 서방과 충돌하거나 서방

으로부터 고립되고자 하는 것은 아

니다. 다만 아무 조건에서나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협력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21세기에 비서방 국가들과 견고

한 관계를 구축하지 않고 성공을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

러므로 제재를 가한다면 감사해야

한다. 제재들은 오래전에 무르익

은 방향의 재설정을 도울 것이다.

범세계적 측면에서 보면 러시아가

서방 중심의 좁은 시야를 버린다

면 이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을 완

전한 다극체제의 부상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인양에는 시간이 들고 돈이 드

는데 돈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양국

합의에 따라 돌려보내면 우크라이나

해군이, 러시아 소유가 되면 러시아

흑해함대 부담이다. 어떤 함정은 너

무 낡아 대대적인 수리와 보수가 필

요한데 그 문제도 처분 방향이 결정

된 후에 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함

정을 어디에서 보수할지는 문제가 되

지 않는다. 크림에 오랫동안 방치되

긴 했지만 상당히 좋은 선박 수리업

체와 조선업체가 몇 군데 있기 때문

이다. 세바스토폴의 13번 선박 수리

공장, 케르치의 ‘잘리브’ 공장, 페오

도시야의 ‘모레’ 공장 등이다.

물론 일부 공장은 형편없어졌다.

세바스토폴 공장엔 1만2000명이 근

무했지만 지금은 200명만 있다. 세바

스토폴 공장은 최근 흑해함대의 함정

을 수리한 경험이 없어 러시아 해군

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

국인 불가리아에서 함정을 수리해야

했다.

다음으론 크림의 ‘자생력’ 문제다.

우크라이나는 크림으로 들어가는 물

과 전기를 차단하겠다고 위협한다.

하지만 러시아 전문가들은 크림이 적

당한 시기에 수도와 전력을 자체 조

달할 수 있다고 본다. 블라디미르 콘

스탄티노프 크림의회 의장은 “우리

는 대체 에너지원을 마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비싼 값으로라도 물

을 사들일 용의가 있다.”고 인테르팍

스통신에 말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가 물과 전기를

차단하면 크림 당국은 수자원과 에

너지원 확보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크림엔 호수도 큰 강도 없어 북

크림 운하를 통해 물을 끌어와야 한

다. 우크라이나 정치권은 크림의 상

수 공급을 차단하는 게 식은 죽 먹기

다. 수문을 닫기만 하면 된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그래도 물 부

족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물 문제

연구소’ 실험실장인 블라디미르 데

볼스키 교수는 “케르치해협 바닥에

송수관을 건설하여 러시아에서 물을

끌어오는 것만이 유일한 방안”이라

고 비즈니스 온라인 신문에 밝혔다.

그에 따르면 송수관은 6개월이면 건

설하고 비용도 20억~30억 루블(600

억~900억원)이면 된다.

데볼스키 교수는 “물은 아조프해

로 유입되는 쿠반강에서 끌어올 수

있다. 크라스노다르에서 북쪽으로 조

금 떨어진 쿠반에는 크라스노다르 저

수지도 있는데 충분한 양 이상의 물

이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문제의 경우 크림에선 수

요 전력의 20%만 생산되는데 알렉산

드르 파세치니크 국립에너지안보재

단 연구실장은 “러시아가 케르치해

협 바닥에 케이블을 설치해 전력 공

급이 가능하다”고 비즈니스 온라인

신문에 밝혔다. 그는 “가스 발전소를

건설해 대체 전략원을 확보할 수 있

지만 건설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크림 당국은 이 옵션을 고

려 중이다.

현지 화력 발전소들은 수요 전력

가운데 10분의 1만 생산하는데 연간

최소 3억㎥의 가스를 소모한다. 크림

의 전체 전력 수요를 충당하려면 10배

더 많은 화력 발전소가 필요한데 2013

년 크림에서 생산된 가스는 16억5000

㎥로 현재 수요와 비슷한 수준이다.

체르노모르네프테가스사는 근해

가스전 세 곳에서 가스를 채굴하고

있다. 콘스탄틴 시모노프 국립에너지

안보재단 대표이사는 “체르노모르

네프테가스사가 가스 생산량을 16억

5000㎥에서 25억~30억㎥까지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석유제품 부족도 문제다. 철도가

끊겼기 때문이다. 정세 불안으로 석

유 업자들이 크림의 페오도시야와

케르치항에서 하역 선박을 전세 내

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크림 당국은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체르노모르네프테가

스사 등 우크라이나 국영 자산의 소

유권과 철도 몰수다. 블라디미르 콘

스탄티노프 크림의회 의장의 말에 따

르면 유전과 가스전은 이미 몰수됐

다. 국영 포도주 양조장도 몰수된다.

크림에는 해결해야 할 군사 문제가

있다. 우선 2만 명 정도인 우크라이나

장교와 하사관, 해군 준사관의 운명

이다. 해결책으로는 우크라이나군을

떠나 크림 자경단에 합류한 뒤 러시

아군에 들어가는 것이 거론된다. 예

전 직급을 유지하면서도 우크라이나

군에 있을 때보다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 크림이나 러시아를 위해 복

무하고 싶지 않으면 우크라이나로 떠

날 수 있다. 크림정부는 이들에게 3개

월치 월급과 목적지행 기차표를 제공

할 계획이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되

는 데는 장애물이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명령 없이 우크라이나 군이

부대를 떠나면 탈영으로 간주돼 나

중에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크림정부가 이들을 영내

불법 체소하는 타국 군인으로 간주

하고 추방증을 발급하는 것이다. 추

방증은 우크라이나의 검찰 조사 시

면죄부가 돼줄 수 있다. 다 귀찮다면

전역하면 된다. 크림에 집이 있고 연

금 수령 최소 복무 기간을 채운 사람

일 경우 러시아 법률에 따라 연금이

보장된다.

우크라이나군 장비 문제도 있다.

여러 평가에 따르면 크림엔 군함과

보조함정 30척, 장갑차 150대, 탱크

50대, MiG-29 전투기와 L-39 훈련기

60대, 헬기 20대, 장거리 지대공 미사

일 C-300 60대, 중거리 지대공 미사

일 Buk-M1(SA-11)과 단거리 미사일

Tor 40대, 해안 방어 시스템이 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군 장비는 20년

넘도록 개선된 적이 없는 낡은 무기

들이다. 우크라이나 조종사들도 “심

페로폴 남쪽 벨벡 공군기지에 있는

40대의 MiG-29 가운데 뜰 수 있는

것은 5대뿐”이라 말한다. 장갑차·탱

크가 이동하고 포를 쏠 수는 있지만,

포격의 정확성이나 차체 상태는 의심

스럽다.

우크라이나 해군의 군함과 보조함

정의 상태도 문제다. 대부분 세바스

토폴만에 발이 묶여 있다. 스트렐레

츠카야만 입구는 대형 제방과 차단

막에 가로막혀 있다. 그곳엔 초계함

‘테르네폴’과 ‘루츠크’, 지휘함 ‘슬

라부티치’와 우크라이나의 유일한 잠

수함 ‘자포로지예’가 있다. 예브파토

리야 인근 도누즐라프 호수에 있는

남부 해군기지 부두에는 대형 상륙

정 ‘콘스탄틴 올샨스키’와 중형 상륙

정 ‘키로보그라드’, 초계함 ‘빈니차’,

수송정 ‘고를로프카’, 소해정 ‘체르

니고프’와 ‘체르카시’, 레이더 소해정

‘게니체스크’ 외 수십 척 함정이 정

박해 있다. 외해로 나오는 길은 해협

에서 침몰해 인양될 예정인 대형 대

잠함정 ‘오차코프’와 인양선 ‘샤흐툐

르’로 막혀 있다.

빅토르 리톱킨, 타티야나 리시나

크림반도의 두 현안, 군대와 물전력 문제

2만 넘는 우크라이나 병력과 군함.전투기 등 무기 처리 어찌되나 관심

우크라이나 사태 전문가 기고

서방 중요해도 큰 대가 치르며 협력할 필요 없어

러와 군사협력 끊으면 EU 손해 프랑스는 막대한 위약금 물어야

귀국하거나 러시아군 합류

군인들에겐 선택 여지 있어

무기 대부분 낡아 수리 필요

우크라이나서 물전기 끊으면

러시아서 들여올 수밖에 없어

지난 3월 21일 크림 페레발른의 우크라이

나 기지 앞에서 우크라이나 장교가 여자친

구와 포옹하는 모습을 러시아 병사가 지켜

보고 있다. [사진 AP]

크림 독립 투표가 있던 2014년 3월 16일 크림의 세바스토폴 흑해함대의 함정을 배경으로 한 남성이 러시아 기를 흔들고 있다. [DPA/Vostock-Photo]

▶R1에서 계속

러시아 투자은행인 VTB 캐피털 그룹

전문가는 베도모스티지와의 인터뷰

에서 “2014년 러시아 국내 투자·소비

가 성장을 멈출 수 있다. 민간산업 투

자는 2013년에 2% 늘었지만 2014년

엔 3%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고용과

임금에도 영향을 미쳐 국민은 허리띠

를 졸라매야 할 것이다. VTB 캐피털

도 2014년 러시아 국내총생산(GDP)

성장 전망을 1.3%에서 0%로 하향 조

정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에 대한 제재

는 복잡하다. 지난해 ‘가스프롬’은 유

럽 천연가스 소비량의 30%를 공급했

고, 러시아 기업들은 석유 소비의 27%

를 공급했다. 그래서 지난 3월 20일 유

럽연합 정상회의에서는 “러시아에 더

강경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럼에도 높은 의존도를 단번에 줄일

수는 없다. 그러나 목표를 진지하게 설

정한다면 3~5년 사이 유럽 시장에서

러시아 에너지 기업의 입지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 미국이 자국산 LNG

수출을 자유화하고 셰일오일 수출을

늘리면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유탄은 엉뚱하게 우크라이나가 가

장 많이 맞는다. 가정·산업용 가스만

문제가 아니다. 유럽행 러시아 가스관

이 지나는 우크라이나는 통관료로 연

40억 루블(약 1193억원)을 버는데 그

게 없어질 수 있다. 러시아 가스프롬

의 알렉세이 밀러 회장은 “우크라이

나는 러시아에 가스 빚 20억 달러(약

2조1000억원)가 있다”며 “우크라이

나가 미국과 유럽연합, 국제통화기금

(IMF)에서 지원금을 빌리면 그 돈으

로 러시아에 빚을 갚아야 할 판”이라

고 말했다. 또 콘스탄틴 자툴린 CIS국

가연구소 소장은 “우크라이나의 산업

중심지인 동남부는 다양한 분야에서

러시아와 긴밀하게 경제협력을 했는

데 관계가 끊어지면 우크라이나 경제

붕괴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자툴린 소장은 나아가 “서방의 경

제제재가 ‘오프쇼어 엘리트(역외지

역으로 탈세하는 엘리트)’라 불리는

러시아 정·재계 인사 개개인에게만

타격을 주는 데 그칠 것”이라고 예상

했다. 그는 “제재의 목적은 ‘제5열’

사람들이 러시아 정부를 압박해 서

방 요구를 수용하도록 하는 것”이라

고 했다.

어쨌든 러시아는 장·단기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러시아 정부는

전략 기업들의 대외부채 상환에 대비

해 예비 자금을 준비 중이다. 아시아

와의 경제통상 확대도 모색한다. 홍

콩 소재 투자 부티크 ‘유라시아 캐피

털 파트너스’의 경영 파트너 세르게

이 명은 “아시아는 러시아에 유럽 시

장을 충분히 대신할 만한 시장이 될

수도 있다”며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석유·가스, 금속, 화학제품,

식료품 등 러시아 주력 수출상품 소

비 시장으로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

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은 2009년부터 러시아 최대

교역국이 됐다. 2013년 현재 교역 규

모 890억 달러다. 중국은 또 러시아

를 도울 용의가 있다. 크림 사태에 대

한 중국의 반응은 신중했지만 경제

차원에선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제재

를 러시아가 견뎌낼 수 있게 적극 도

와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 등 대안 협력국들과

의 협력 강화도 있다. 특히 일본은 중

국의 부상을 극도로 경계한다. 일본

정부에 자문하는 한 전문가는 “아베

총리의 일본은 대러 협력에 큰 기대

를 건다. 러시아 극동에서 일본 기업

들의 사업을 발전시키는 것만이 아니

라 러시아가 중국의 원료 기지가 되

지 않게 돕는 것도 목표”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러시아, 특히 푸틴 대통

령과의 개인적 관계를 구축할 목적으

로 주요 8개국(G8) 정상 가운데 유일

하게 소치올림픽에 참석했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은 심각한 지

정학적 선택을 앞두고 있다. 러시아의

고립을 심화시키기 위해 일본과 한국

에 계속 압력을 넣어야 할지, 러시아

가 중국 품에 안기지 않도록 아시아

우방이 상징적 제재만 하도록 허용할

지 선택해야만 한다.

잭 매틀록 전 주소련 미국 대사는

3월 15일자 워싱턴포스트에 쓴 기고

문에서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를 화

나게 해 이란 핵 문제나 북한, 시리아

내전 같은 국제적·지역적 사안을 어

렵게 만들 수도 있다. 러시아를 더욱

고립시키는 것은 누구의 이익에도 부

합하지 않는다”고 썼다.

군사제재의 효과=크림 사태 이후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영국·독일

은 대러 군사 협력 중지를 발표했다.

그러나 EU의 군사 협력 제재는 약하

다. 러시아의 무기 중개업체인 ‘로스

오보론엑스포르트’의 수출입 계약

중 유럽 무기 비중이 1%도 안 된다.

영국은 주로 군복 재료를 수출하는

데 제재로 약 1억3300만 달러를 손해

본다. 독일은 저격 무기 수출, 니제고

로드 주 물리노의 군사훈련 디지털센

터 건설을 맡는데 금액은 1억 달러다.

가장 큰 군사협력국인 프랑스는

관망 중이다. ‘미스트랄’급 대형 헬

리콥터모함 두 척을 인도하는 계

약 한 건만 해도 프랑스의 DCNS와

STX에 12억 유로(약 1조7880억원)

를 안겨준다. 러시아는 50%를 이미

지급했다. 프랑스는 또 헬리콥터모함

두 척을 추가로 건조해 러시아에 판

매할 계획이다. 프랑스는 인도에 장

갑차와 전투기 SU-30MKI, MiG-

29K를 공급하는 러시아의 대형 사업

에도 참여하고 있었다.러시아는 프

랑스의 군사 제재를 환영한다. 위약

금 때문이다. 그 돈으로 러시아는 ‘미

스트랄’급 항모를 최소 5대는 건조할

수 있다.

군사제재와 관련해 미국은 조용하

다.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보다 잃을 게 많다. 베르흐냐

야살다에 있는 ‘BSMPO-AVISMA’

는 미국 Boeing 787 ‘드림라이너’에

들어가는 티타늄 부품의 40%를 공

급한다. 울리야놉스크엔 나토의 아

프가니스탄 주둔 연합군에 공급되는

물자의 60%가 거쳐 가는 환적 기지

가 있다.

드미트리 리톱킨, 알렉산드르 가부예프

당장 현실은 냉혹하겠지만

비서방 국가로 눈 돌릴 기회

아시아중국과 새 관계 기대

서방의 러시아 제재 효과는

영독 2억3000만 달러 피해

프랑스, 12억 유로 수출 위기

미국은 항공부품 공급 타격

아프간 주둔 나토 보급도 문제

러시아 제재를 발표하는 오바마 미 대통령.

표도르 루키야노프

정치학자외교국방

정책회의 의장

Page 5: Russia 포커스

4 ┃ 우크라이나 사태 2014년 3월 28일 금요일 ┃ 우크라이나 사태 5section sponsored by Rossiyskaya Gazeta, Russia

우크라이나 위기는 러시아 정치사

에 한 획을 그었다. 러시아는 1980

년대 말부터 거의 4반세기 동안 지

켜온 행동양식을 사실상 벗어났다.

국경 없는 세계와 유럽을 꿈꾸던

시기부터 서방과 좋은 관계를 유지

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유럽과 미국의 바람과 반대되는 행

보를 취했을 때도 러시아는 서방과

의 관계에 미칠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지를 남겨 뒀다. 서방과의

관계는 러시아의 안보, 발전 및 복

지를 위한 담보로 여겨져 왔다.

2014년 러시아는 이전과 다르게

행동했다. 서방 국가들의 요청, 촉

구, 경고와 위협을 모두 무시하고

크림반도와 세바스토폴을 러시아

에 편입시켰다. 러시아가 자기 생각

대로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끝까

지 가는 일은 없다는 것에 모두 익

숙해져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자 미국과 유럽은 러

시아의 행동에 얼마나 근거가 있으

며 입장이 얼마나 합리적인지와 관

계없이 러시아를 처단하자는 데 뜻

을 모으게 됐다.

러시아가 얻은 주된 교훈은 세계

는 서방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나아가 세계는 실로 비

균질적이고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

어 권력 집중과 일방적 지배는 절대

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개별적 접

근이 필요한 새로운 강자들이 많이

등장해 서방과의 관계를 절대적 우

선순위에 두고 세계 질서에 접근하

는 것은 합당치 않다. 러시아에 이

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수 세기 동

안 러시아는 서방 중심적 시각을 견

지해 왔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아시아로 방향을 전환

하는 것에 대해 예전에도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

통령은 얼마 전 이러한 전환을 21

세기 러시아의 우선순

위로 꼽았다. 서방

이 러시아에 정치·

경제적 압력을

행사하기 시

작하고, 냉전

적 사고에 입각해

제한을 가하려고 한다면(예를 들

어 투자·기술·금융·자금 접근을

제한하고 교류 축소, 시장 폐쇄,

결제시스템 정지 등) 러시아에

‘서방 없는 세계’는 냉혹한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시아로의

방향전환은 비서방으로의 전환, 즉

더욱 광범위한 프로세스가 될 것

이다. 금융 및 기술 면에서도 서방

은 더 이상 독점자가 아니고 ‘제3세

계’ 시장은 무한히 넓다.

서방이 아닌 다른 경제 중심지로

의 방향전환은 꽤나 큰 충격이다.

첫째, 러시아는 비교적 최근까지 세

계 정치의 변방, 주체라기보다 객체

로 여겨져 왔던 국가들과 동등하고

완전한 협력을 추구하는 데 익숙하

지 않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해

야 한다. 소련 시대에 우리는 수호

자를 자처하고 아시아·아프리카·중

남미 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두고 미

국과 싸웠다. 소련 붕괴 이후 처음

에는 이들 나라를 사실상 무시했

고, 그 후 잃었던 관계를 암중모색

하며 회복시키려 노력해 왔다.

둘째, 개발도상국들에서 미국의

위치는 매우 확고하다. 그러므로 러

시아와 거래하지 말라고 적극적으

로 ‘권고’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

지가 없다. 25~30년 전에 비하면 상

황이 많이 달라져 지금은 러시아와

의 거래를 금지시키기는 어렵다. 그

러나 서방의 압력수단을 과소평가

해서는 안 된다.

셋째, 현 상황에서 중국이 자연

스러운 대안이 되고 있는데 그 이

면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러시아는

경제 면에서 중국에 한참 못 미치지

만 정치적으론 긴밀히 연관돼 있다.

중국은 기꺼이 러시아를 지지하고

(비공식적이긴 해도) 금융·경제적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지만 그 대

가로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가 급속

히 높아지게 될 것이다. 게다가 양

국의 이해관계가 모든 면에서 일치

하는 것은 아니며 러시아는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중국을 더욱 고

려해야 할 것이다.

특히 러시아에 중요한 것은 새로

운 입장들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전

통적인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 외에

다양한 국가와의 관계를 활성화하

는 것이다. 세계는 서방 지배를 대

체할 대안이 없다는 사실에 피로를

느끼고 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에

서 행한 일들에 대한 공식 승인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경 문제는 많

은 이에게 너무나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를 봉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는 확실히 기

대를 걸어도 좋다. 개발도상국들은

단체로 행동하는 것을 거부하고 각

기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강대국들

의 다툼을 이용하려 한다.

서방이 여전히 가장 강하고 영향

력 있는 국제사회의 플레이어이며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잠재력을 보

유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무

엇보다 과학·기술·교육 분야에서 그

러하다. 또 러시아 및 전 세계를 사

로잡는 유럽 문화의 매력은 어떤가.

러시아는 서방과 충돌하거나 서방

으로부터 고립되고자 하는 것은 아

니다. 다만 아무 조건에서나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협력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21세기에 비서방 국가들과 견고

한 관계를 구축하지 않고 성공을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

러므로 제재를 가한다면 감사해야

한다. 제재들은 오래전에 무르익

은 방향의 재설정을 도울 것이다.

범세계적 측면에서 보면 러시아가

서방 중심의 좁은 시야를 버린다

면 이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을 완

전한 다극체제의 부상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인양에는 시간이 들고 돈이 드

는데 돈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양국

합의에 따라 돌려보내면 우크라이나

해군이, 러시아 소유가 되면 러시아

흑해함대 부담이다. 어떤 함정은 너

무 낡아 대대적인 수리와 보수가 필

요한데 그 문제도 처분 방향이 결정

된 후에 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함

정을 어디에서 보수할지는 문제가 되

지 않는다. 크림에 오랫동안 방치되

긴 했지만 상당히 좋은 선박 수리업

체와 조선업체가 몇 군데 있기 때문

이다. 세바스토폴의 13번 선박 수리

공장, 케르치의 ‘잘리브’ 공장, 페오

도시야의 ‘모레’ 공장 등이다.

물론 일부 공장은 형편없어졌다.

세바스토폴 공장엔 1만2000명이 근

무했지만 지금은 200명만 있다. 세바

스토폴 공장은 최근 흑해함대의 함정

을 수리한 경험이 없어 러시아 해군

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

국인 불가리아에서 함정을 수리해야

했다.

다음으론 크림의 ‘자생력’ 문제다.

우크라이나는 크림으로 들어가는 물

과 전기를 차단하겠다고 위협한다.

하지만 러시아 전문가들은 크림이 적

당한 시기에 수도와 전력을 자체 조

달할 수 있다고 본다. 블라디미르 콘

스탄티노프 크림의회 의장은 “우리

는 대체 에너지원을 마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비싼 값으로라도 물

을 사들일 용의가 있다.”고 인테르팍

스통신에 말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가 물과 전기를

차단하면 크림 당국은 수자원과 에

너지원 확보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크림엔 호수도 큰 강도 없어 북

크림 운하를 통해 물을 끌어와야 한

다. 우크라이나 정치권은 크림의 상

수 공급을 차단하는 게 식은 죽 먹기

다. 수문을 닫기만 하면 된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그래도 물 부

족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물 문제

연구소’ 실험실장인 블라디미르 데

볼스키 교수는 “케르치해협 바닥에

송수관을 건설하여 러시아에서 물을

끌어오는 것만이 유일한 방안”이라

고 비즈니스 온라인 신문에 밝혔다.

그에 따르면 송수관은 6개월이면 건

설하고 비용도 20억~30억 루블(600

억~900억원)이면 된다.

데볼스키 교수는 “물은 아조프해

로 유입되는 쿠반강에서 끌어올 수

있다. 크라스노다르에서 북쪽으로 조

금 떨어진 쿠반에는 크라스노다르 저

수지도 있는데 충분한 양 이상의 물

이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문제의 경우 크림에선 수

요 전력의 20%만 생산되는데 알렉산

드르 파세치니크 국립에너지안보재

단 연구실장은 “러시아가 케르치해

협 바닥에 케이블을 설치해 전력 공

급이 가능하다”고 비즈니스 온라인

신문에 밝혔다. 그는 “가스 발전소를

건설해 대체 전략원을 확보할 수 있

지만 건설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크림 당국은 이 옵션을 고

려 중이다.

현지 화력 발전소들은 수요 전력

가운데 10분의 1만 생산하는데 연간

최소 3억㎥의 가스를 소모한다. 크림

의 전체 전력 수요를 충당하려면 10배

더 많은 화력 발전소가 필요한데 2013

년 크림에서 생산된 가스는 16억5000

㎥로 현재 수요와 비슷한 수준이다.

체르노모르네프테가스사는 근해

가스전 세 곳에서 가스를 채굴하고

있다. 콘스탄틴 시모노프 국립에너지

안보재단 대표이사는 “체르노모르

네프테가스사가 가스 생산량을 16억

5000㎥에서 25억~30억㎥까지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석유제품 부족도 문제다. 철도가

끊겼기 때문이다. 정세 불안으로 석

유 업자들이 크림의 페오도시야와

케르치항에서 하역 선박을 전세 내

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크림 당국은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체르노모르네프테가

스사 등 우크라이나 국영 자산의 소

유권과 철도 몰수다. 블라디미르 콘

스탄티노프 크림의회 의장의 말에 따

르면 유전과 가스전은 이미 몰수됐

다. 국영 포도주 양조장도 몰수된다.

크림에는 해결해야 할 군사 문제가

있다. 우선 2만 명 정도인 우크라이나

장교와 하사관, 해군 준사관의 운명

이다. 해결책으로는 우크라이나군을

떠나 크림 자경단에 합류한 뒤 러시

아군에 들어가는 것이 거론된다. 예

전 직급을 유지하면서도 우크라이나

군에 있을 때보다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 크림이나 러시아를 위해 복

무하고 싶지 않으면 우크라이나로 떠

날 수 있다. 크림정부는 이들에게 3개

월치 월급과 목적지행 기차표를 제공

할 계획이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되

는 데는 장애물이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명령 없이 우크라이나 군이

부대를 떠나면 탈영으로 간주돼 나

중에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크림정부가 이들을 영내

불법 체소하는 타국 군인으로 간주

하고 추방증을 발급하는 것이다. 추

방증은 우크라이나의 검찰 조사 시

면죄부가 돼줄 수 있다. 다 귀찮다면

전역하면 된다. 크림에 집이 있고 연

금 수령 최소 복무 기간을 채운 사람

일 경우 러시아 법률에 따라 연금이

보장된다.

우크라이나군 장비 문제도 있다.

여러 평가에 따르면 크림엔 군함과

보조함정 30척, 장갑차 150대, 탱크

50대, MiG-29 전투기와 L-39 훈련기

60대, 헬기 20대, 장거리 지대공 미사

일 C-300 60대, 중거리 지대공 미사

일 Buk-M1(SA-11)과 단거리 미사일

Tor 40대, 해안 방어 시스템이 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군 장비는 20년

넘도록 개선된 적이 없는 낡은 무기

들이다. 우크라이나 조종사들도 “심

페로폴 남쪽 벨벡 공군기지에 있는

40대의 MiG-29 가운데 뜰 수 있는

것은 5대뿐”이라 말한다. 장갑차·탱

크가 이동하고 포를 쏠 수는 있지만,

포격의 정확성이나 차체 상태는 의심

스럽다.

우크라이나 해군의 군함과 보조함

정의 상태도 문제다. 대부분 세바스

토폴만에 발이 묶여 있다. 스트렐레

츠카야만 입구는 대형 제방과 차단

막에 가로막혀 있다. 그곳엔 초계함

‘테르네폴’과 ‘루츠크’, 지휘함 ‘슬

라부티치’와 우크라이나의 유일한 잠

수함 ‘자포로지예’가 있다. 예브파토

리야 인근 도누즐라프 호수에 있는

남부 해군기지 부두에는 대형 상륙

정 ‘콘스탄틴 올샨스키’와 중형 상륙

정 ‘키로보그라드’, 초계함 ‘빈니차’,

수송정 ‘고를로프카’, 소해정 ‘체르

니고프’와 ‘체르카시’, 레이더 소해정

‘게니체스크’ 외 수십 척 함정이 정

박해 있다. 외해로 나오는 길은 해협

에서 침몰해 인양될 예정인 대형 대

잠함정 ‘오차코프’와 인양선 ‘샤흐툐

르’로 막혀 있다.

빅토르 리톱킨, 타티야나 리시나

크림반도의 두 현안, 군대와 물전력 문제

2만 넘는 우크라이나 병력과 군함.전투기 등 무기 처리 어찌되나 관심

우크라이나 사태 전문가 기고

서방 중요해도 큰 대가 치르며 협력할 필요 없어

러와 군사협력 끊으면 EU 손해 프랑스는 막대한 위약금 물어야

귀국하거나 러시아군 합류

군인들에겐 선택 여지 있어

무기 대부분 낡아 수리 필요

우크라이나서 물전기 끊으면

러시아서 들여올 수밖에 없어

지난 3월 21일 크림 페레발른의 우크라이

나 기지 앞에서 우크라이나 장교가 여자친

구와 포옹하는 모습을 러시아 병사가 지켜

보고 있다. [사진 AP]

크림 독립 투표가 있던 2014년 3월 16일 크림의 세바스토폴 흑해함대의 함정을 배경으로 한 남성이 러시아 기를 흔들고 있다. [DPA/Vostock-Photo]

▶R1에서 계속

러시아 투자은행인 VTB 캐피털 그룹

전문가는 베도모스티지와의 인터뷰

에서 “2014년 러시아 국내 투자·소비

가 성장을 멈출 수 있다. 민간산업 투

자는 2013년에 2% 늘었지만 2014년

엔 3%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고용과

임금에도 영향을 미쳐 국민은 허리띠

를 졸라매야 할 것이다. VTB 캐피털

도 2014년 러시아 국내총생산(GDP)

성장 전망을 1.3%에서 0%로 하향 조

정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에 대한 제재

는 복잡하다. 지난해 ‘가스프롬’은 유

럽 천연가스 소비량의 30%를 공급했

고, 러시아 기업들은 석유 소비의 27%

를 공급했다. 그래서 지난 3월 20일 유

럽연합 정상회의에서는 “러시아에 더

강경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럼에도 높은 의존도를 단번에 줄일

수는 없다. 그러나 목표를 진지하게 설

정한다면 3~5년 사이 유럽 시장에서

러시아 에너지 기업의 입지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 미국이 자국산 LNG

수출을 자유화하고 셰일오일 수출을

늘리면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유탄은 엉뚱하게 우크라이나가 가

장 많이 맞는다. 가정·산업용 가스만

문제가 아니다. 유럽행 러시아 가스관

이 지나는 우크라이나는 통관료로 연

40억 루블(약 1193억원)을 버는데 그

게 없어질 수 있다. 러시아 가스프롬

의 알렉세이 밀러 회장은 “우크라이

나는 러시아에 가스 빚 20억 달러(약

2조1000억원)가 있다”며 “우크라이

나가 미국과 유럽연합, 국제통화기금

(IMF)에서 지원금을 빌리면 그 돈으

로 러시아에 빚을 갚아야 할 판”이라

고 말했다. 또 콘스탄틴 자툴린 CIS국

가연구소 소장은 “우크라이나의 산업

중심지인 동남부는 다양한 분야에서

러시아와 긴밀하게 경제협력을 했는

데 관계가 끊어지면 우크라이나 경제

붕괴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자툴린 소장은 나아가 “서방의 경

제제재가 ‘오프쇼어 엘리트(역외지

역으로 탈세하는 엘리트)’라 불리는

러시아 정·재계 인사 개개인에게만

타격을 주는 데 그칠 것”이라고 예상

했다. 그는 “제재의 목적은 ‘제5열’

사람들이 러시아 정부를 압박해 서

방 요구를 수용하도록 하는 것”이라

고 했다.

어쨌든 러시아는 장·단기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러시아 정부는

전략 기업들의 대외부채 상환에 대비

해 예비 자금을 준비 중이다. 아시아

와의 경제통상 확대도 모색한다. 홍

콩 소재 투자 부티크 ‘유라시아 캐피

털 파트너스’의 경영 파트너 세르게

이 명은 “아시아는 러시아에 유럽 시

장을 충분히 대신할 만한 시장이 될

수도 있다”며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석유·가스, 금속, 화학제품,

식료품 등 러시아 주력 수출상품 소

비 시장으로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

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은 2009년부터 러시아 최대

교역국이 됐다. 2013년 현재 교역 규

모 890억 달러다. 중국은 또 러시아

를 도울 용의가 있다. 크림 사태에 대

한 중국의 반응은 신중했지만 경제

차원에선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제재

를 러시아가 견뎌낼 수 있게 적극 도

와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 등 대안 협력국들과

의 협력 강화도 있다. 특히 일본은 중

국의 부상을 극도로 경계한다. 일본

정부에 자문하는 한 전문가는 “아베

총리의 일본은 대러 협력에 큰 기대

를 건다. 러시아 극동에서 일본 기업

들의 사업을 발전시키는 것만이 아니

라 러시아가 중국의 원료 기지가 되

지 않게 돕는 것도 목표”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러시아, 특히 푸틴 대통

령과의 개인적 관계를 구축할 목적으

로 주요 8개국(G8) 정상 가운데 유일

하게 소치올림픽에 참석했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은 심각한 지

정학적 선택을 앞두고 있다. 러시아의

고립을 심화시키기 위해 일본과 한국

에 계속 압력을 넣어야 할지, 러시아

가 중국 품에 안기지 않도록 아시아

우방이 상징적 제재만 하도록 허용할

지 선택해야만 한다.

잭 매틀록 전 주소련 미국 대사는

3월 15일자 워싱턴포스트에 쓴 기고

문에서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를 화

나게 해 이란 핵 문제나 북한, 시리아

내전 같은 국제적·지역적 사안을 어

렵게 만들 수도 있다. 러시아를 더욱

고립시키는 것은 누구의 이익에도 부

합하지 않는다”고 썼다.

군사제재의 효과=크림 사태 이후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영국·독일

은 대러 군사 협력 중지를 발표했다.

그러나 EU의 군사 협력 제재는 약하

다. 러시아의 무기 중개업체인 ‘로스

오보론엑스포르트’의 수출입 계약

중 유럽 무기 비중이 1%도 안 된다.

영국은 주로 군복 재료를 수출하는

데 제재로 약 1억3300만 달러를 손해

본다. 독일은 저격 무기 수출, 니제고

로드 주 물리노의 군사훈련 디지털센

터 건설을 맡는데 금액은 1억 달러다.

가장 큰 군사협력국인 프랑스는

관망 중이다. ‘미스트랄’급 대형 헬

리콥터모함 두 척을 인도하는 계

약 한 건만 해도 프랑스의 DCNS와

STX에 12억 유로(약 1조7880억원)

를 안겨준다. 러시아는 50%를 이미

지급했다. 프랑스는 또 헬리콥터모함

두 척을 추가로 건조해 러시아에 판

매할 계획이다. 프랑스는 인도에 장

갑차와 전투기 SU-30MKI, MiG-

29K를 공급하는 러시아의 대형 사업

에도 참여하고 있었다.러시아는 프

랑스의 군사 제재를 환영한다. 위약

금 때문이다. 그 돈으로 러시아는 ‘미

스트랄’급 항모를 최소 5대는 건조할

수 있다.

군사제재와 관련해 미국은 조용하

다.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보다 잃을 게 많다. 베르흐냐

야살다에 있는 ‘BSMPO-AVISMA’

는 미국 Boeing 787 ‘드림라이너’에

들어가는 티타늄 부품의 40%를 공

급한다. 울리야놉스크엔 나토의 아

프가니스탄 주둔 연합군에 공급되는

물자의 60%가 거쳐 가는 환적 기지

가 있다.

드미트리 리톱킨, 알렉산드르 가부예프

당장 현실은 냉혹하겠지만

비서방 국가로 눈 돌릴 기회

아시아중국과 새 관계 기대

서방의 러시아 제재 효과는

영독 2억3000만 달러 피해

프랑스, 12억 유로 수출 위기

미국은 항공부품 공급 타격

아프간 주둔 나토 보급도 문제

러시아 제재를 발표하는 오바마 미 대통령.

표도르 루키야노프

정치학자외교국방

정책회의 의장

Page 6: Russia 포커스

6 ┃ 역사문화 2014년 3월 28일 금요일section sponsored by Rossiyskaya Gazeta, Russia

한인의 러시아 역사는 1864년 시작됐다. 한

국 농민 가족들이 처음으로 국경을 넘어 러

시아 극동지역 땅에 정착한 해다. 이후 150

년간 한인들은 극동 거주, 제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한인들이 일본에 협조할 것을 우려해

시행된 1937년의 중앙아시아 이주, 완전한 정

치적 복권이란 네 개의 시기를 거쳤다.

사할린 주민 정모(60)씨는 “저는 사할린

섬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사할린 한인들

에게는 당국의 공식 허가 없이 ‘본토’로 나가

는 것이 금지되었지요. 군에서도 받아주지 않

았고, 이주할 자유도 없었고, 소련 국적도 없

었지요. 그래서 섬 밖으로 유학하러 가는 것

이 모든 젊은이의 꿈이었죠. 저는 아카뎀고

로도크에 대한 이야기를 줄곧 들어서 1976년

에 노보시비르스크로 왔습니다”고 말했다.

스탈린의 억압을 받았던 한인들은 1950

년대에 부분적으로 복권됐고, 러시아 내에

서 자유롭게 이주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이는 러시아 한인 사회 최초의 전환점이었

다. 한인들은 농업에 종사했던 문맹 이민자

들에서 교육받은 도시민층으로 탈바꿈했

다. 한인들은 자신들을 둘러싼 소련의 현실

에 발맞추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그러나 역사적인 조국 한국은 연결되지

않았고, 1990년대 초까지 고려인들에게 한반

도는 닫힌 땅이었다. 그러니 한국어와 한국

생활풍습은 빠르게 잊히거나 변화했다. 예

를 들어 고려인 음식으로 잘 알려진 ‘모르콥

차’(당근으로 만든 고려인식 김치)는 김치의

필수 재료들이 없어 한인들이 가장 좋아하

는 음식의 대체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게 고려인의 현실이었다. 한국 문화가 원형

은 변하지만 현실에 적응하듯 고려인들도 그

런 방식으로 러시아 사회에 녹아들었다.

1980년대 말 고려인 역사에 두 번째 전환점

이 찾아왔다. 소련 붕괴 이후 새롭게 탄생한

러시아의 시민들에게 국가정체성 위기가 일

어났다. 더 이상 소련 사람은 아니었지만, 여전

히 스스로를 러시아인이라 느끼지 못했다. 러

시아 내 민족의 정체성 문제가 총체적 위기에

빠진 때였다. 동시에 러시아와 대한민국의 외

교관계 문제가 대두됐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에 이르는

시기가 바로 새 고려인 역사의 출발점이었

다. 이때부터 고려인들은 러시아 사회와의

협력뿐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와의 협력을

위한 전략을 수립해 오고 있다. 이는 고려인

디아스포라(이주)의 가장 중요한 진전과 변

화를 가져왔다. 고려인들이 역사적 조국 한

국과의 연결을 되찾게 된 때부터 20년간, 정

확히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주요 사회적 제한은 1950년대에 철폐됐지

만 소련 시대에 억압당한 고려인들의 최종적

인 공식 복권은 1993년에야 시행됐다. 1990

년대 중반부터 고려인들은 러시아 정부기관,

사업, 학문, 교육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

했다. 시베리아 인터넷 매체의 자료에 따르면

벌써 몇 년 전부터 노보시비르스크시 최고

갑부를 기업가이자 은행가인 이고리 김이 차

지하고 있다. 고려인 출신으로 성공한 또 한

명의 사업가 보리스 김은 러시아 및 CIS(독

립국가연합) 지역 최대 결제 시스템 중 하나

인 ‘키위(Qiwi)’ 은행의 공동 소유주이자 이

사회 회장이다. 러시아 사회에서 입지를 강

화한 고려인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더욱 활발하게 도모하고 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저와 친구들은 초기

자금 2000달러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지금

은 고려인식 조미료를 생산하고 있고, 우리

제품은 러시아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 기업들과의 공동생산을

진지하게 계획하고 있어요.”(임모씨, 45세)

경제적 지위와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고려인들은 러시아 정치에도 더욱 적극적으

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현재 노보시비르스

크 주를 보면 주의회에 고려인 의원 두 명이

있고 고려인 부시장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들만 해도 이렇습니다.”(황모씨, 83세)

고려인의 일상생활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일상생활의 대표적인 상징 중 하나로 예전

부터 쭉 자리매김해 온 것은 고려인 음식이

다. 고려인 음식은 한인 사회가 이민족 환경

에 적응한 예를 무엇보다도 잘 보여준다. 한

국 전통음식은 새로운 거주지의 자연환경과

기후 특성의 영향을 받아 변모했다.

“가게에서 된장을 구할 수가 없어서 할머

니가 직접 콩으로 된장을 담그시던 것을 기

억해요. 집에서 나는 불쾌한 냄새 때문에 부

끄럽기까지 했지요.”(최모씨, 61세)

소련의 고려인들이 민족성을 발현한 또

하나의 예는 가족적 질서였다. 고려인이 된

다는 것은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부모님께

환갑 잔치를 해드리고, 어른을 공경하고, 뿌

리에 속해 있다는 징표로 시집을 가도 성을

바꾸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민족성은 개

인과 가정을 넘지 못했다.

1990년대가 지나자 고려인들 사이에서 전

통문화 복원·보존 요구가 일었다. 고려인들

의 민족성이 공공영역으로 나왔다. 한국 음

식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이 되고 있다.

대도시나 중소 도시에서도 지금은 한국 식

당과 간이 음식점을 볼 수 있다. 고려인 단체

들은 설날추석을 맞아 원하는 누구나 참여

할 수 있는 한국 전통명절 행사를 연다. 고

려인들은 다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크라스노야르스크에 사는 김모(49)씨는

“저는 벨로레츠크에서 살았는데 우리 아버

지 말고는 고려인이 아무도 없었어요. 집에

서는 러시아어만 썼고요. 아버지의 형제가

가끔 우리 집에 오면 낯선 말을 쓰시는 걸

들었죠. 지금 여기 크라스노야르스크에는

한국어 교육과정이 있고, 학생들이 60여 명

다니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과 가까워지고 부분적으로나

마 ‘한국성’을 살리고 싶어함에도 고려인은

여전히 한국인이 아니라 러시아인이다.

임모(67)씨는 “한국인이 되려면 어렸을

때부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려인들

은 전혀 다른 교육을 받고 자라서 한국에 가

면 힘들 거예요. 자신을 바꾸고 적응해야만

하죠. 그래서 저는 무엇을 준다 해도 노보시

비르스크를 세상 어느 도시와도 바꾸지 않

을 거예요”라고 말한다.

이주 150주년 맞은 러시아의 한인들

극동 정착→강제 이주→복권→자유 무에서 유 창조한 그들

러시아 극동 연해주의 오사 시에서 에르네스트 김이 옛 러시아 전통에 따른 빵과 소금으로 환영받고 있다. 러시아에선 귀한 손님을 ‘빵과 소금’으로 맞는 전통이 있다. [사진 러시아 한인협회]

사할린 한인, 국적이주 자유 없어

농업 종사하던 문맹 이민자에서

50년대 후 교육받은 도시인으로

이고리 김은 은행업 분야에서 가장 성공한 러시아 비즈니스맨 중 한 명이다. 그의 뿌리는 고려인이다. 러시아판 ‘포브스(Forbes)’지 순위에서 그의 자산은 5억 달러(2011년)로 러시아 갑부 순위

200위 안에 든다. 지난 20년간 그는 30여 개 은행을 인수했다. 이고리는 ‘마음에 들어서’ 부실 자산들을 매입하는 것으로 빅비즈니스에 발을 디뎠다. 금세 은행업에 매료돼 평생의 업으로 삼았

다고 한다. 이고리 김의 눈부신 경력이 시작된 곳은 노보시비르스크 아카뎀고로도크. 이곳은 그의 운명과 뗄레야 뗄 수 없다. 최초의 파트너들은 그의 대학 친구들이었으며, 그를 ‘시브아카뎀

방크’로 초빙한 이는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시베리아 지부 원장 발렌틴 콥튜크였다. 이고리 김은 지난 20년간 러시아 사회에서 유명하고 비중 있는 인사가 된 수많은 고려인 중 하나의 예에 불과

하다. 고려인들이 하루아침에 러시아에서 ‘자기 자신으로’ 살 권리를 획득한 것은 아니다.

한인 이주 150년을 맞아 열린 사진 전시회 ‘리키

러시아’의 사진. [사진 러시아한인협회]

① 모스크바 한·러 문화, 비즈니스 센터 개장 행사(3월, 모스크바)

② 다큐멘터리 ‘러시아의 한인: 150년’ 제작

③ 고려인 디아스포라의 역사, 문화, 전통과 풍습, 유명 인물에 관한 선집 출판

④ 한인의 러시아 이주 및 거주 역사에 관한 이동 사진 전시회

⑤ 시베리아 및 극동 국제청년포럼(5~6월, 톰스크)

⑥ 러시아 교육기관의 한국 학생을 대상으로 한 러시아어 백일장 ‘왜 나의 미

래는 러시아와 연관되어 있나’(톰스크, 6월 6일 푸시킨의 날)

⑦ 고려인 밀집 거주 지역 자동차 여행: 시작일 6월 12일 러시아의 날, 종료일 8월 15일 광복절. 최종 목적

지는 비무장지대(DMZ)

⑧ 국제회의 ‘고려인과 러시아 정교’(5월 26~27일, 모스크바)

⑨ 폐막 행사: 크렘린 성벽 옆 ‘무명용사의 묘’ 헌화, 고려인 포럼 ‘러시아-나의 조국’, 예술 거장 갈라콘

서트(10월 3~5일, 모스크바)

2014년 한인 이주 150주년 주요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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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72014년 3월 28일 금요일 section sponsored by Rossiyskaya Gazeta, Russia

러시아어 호칭은 부드러운 호칭, 정중한 호

칭, 무례한 호칭, 공식적 호칭 등 과장하면

수백 가지나 될 정도로 다양하다. 상대에 대

한 호칭으로 미루어 사회적 지위도 서로 가

늠할 수 있다. 난처한 상황에 처하지 않으려

면 어떤 호칭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한

국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에서도 호칭에 대한

특별 원칙과 대화 예절이 있다.

제정러시아 시대에는 수십 가지의 다양한

호칭이 있었으며, 그중 일부는 법으로 정해

지기도 했다. 이른바 ‘관등표’라 불리는 14

등급의 계급제도에 따라 각 관등에 대한 호

칭도 달리 정해졌다. ‘나리’라는 뜻의 일상

적인 경칭으로는 ‘바샤 체스티’ ‘바샤 밀로

스티’ ‘밀로스티비 고수다리’가 있는데, 나

리나 마님이란 뜻이다. 이 중 ‘밀로스티비

고수다리’의 약칭인 ‘수다리(남성형)’나 ‘수

다리냐(여성형)’가 관등에 관계없이 가장 널

리 쓰이는 호칭이었다.

1917년 혁명으로 그런 계급이 없어지자

이런 경칭도 구식이 됐다. 두 경칭만 살아남

았다. 일반적으로 친근하게 사용되는 형태

인 ‘토바리시(동무)’와 공식 상황에서 사용

되는 ‘그라즈다닌(시민)’이다.

소련이 붕괴되자 그것도 구식이 됐다. 그

런 단어를 사용하면 종종 말하는 사람이 공

산당원이라는 점이 부각됐고, 그렇지 않으

면 지나간 소련 시절을 상기시켰다. 그 뒤 20

년이 지났지만 일상 언어에 생긴 빈틈과 공

백은 채워지지 않고 있다. 공식 용어로 ‘고

스포딘(Mr라는 뜻)’이 자리를 잡았지만 일

상 생활엔 아직 그런 경칭이 없다. ‘수다리’

를 부활하려는 시도는 실패로 끝났으며, 오

늘날 제일 많이 사용하는 경칭은 남성에겐

‘몰로도이 첼로벡(젊은이)’, 여성에겐 ‘데

부시카(아가씨)다. 그러나 나이 든 사람에게

이런 경칭은 우습게 들린다. 자주 사용되는

‘무시나(남자) 또는 ‘젠시나(여자)라는 경

칭은 저속하게 들린다.

낯선 이에게 물어볼 때, 말하는 사람은 보

통 ‘실례지만(이즈비니쩨)’이라며 시작한다.

그러나 ‘실례지만…’이라는 말에는 중요한

경칭이 담겨 있다. 즉 정중하고 공식적인 존

댓말이란 점인데 ‘당신( )’이란 말이 생략

된 것이다. 이때 ‘당신’은 손윗사람이나 손

님을 대할 때 표현되는 정중함을 담고 있다.

‘너(띄)’를 사용하는 것은 친숙한 관계를

의미한다. 주로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 통용

된다. 재미있게도 러시아에선 부모-자식, 조

부모-손자도 서로 ‘너(띄)’라고 부른다. ‘웃

어른에게 너라니!’라고 할 법도 하다. 우리

말론 ‘너’로 밖에 번역되지 않아 무례하게

비치지만 실제론 ‘가까운 사이’란 의미를

담은 아주 다정한 단어다.

‘띄’는 상호 합의에 따라 사용되기도 한

다. ‘나 띄(우리 너로 부르자)’라는 식의 합

의다. 그런데 멋대로 ‘띄’라고 부르면 무례

한 것으로 간주된다. 싸울 때나 막 나갈 때

위 아래 없이‘띄’라고 소리지른다. 예의를

그리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 소탈한 남성들

사이에도 이 원칙이 반드시 통하진 않고 ‘형

씨(무직)’나 ‘자네(브라탄)’와 같이 약간 거

칠고 친근한 호칭이 애용된다.

마지막으로, ‘이름과 부칭’의 특별한 의

미다. 아래 사람이 윗사람을 부를 때나 부하

직원이 상관을 부를 때, 그리고 상대방에 대

한 정중한 태도가 필요한 상황에서 상대방

의 이름에 상대방 아버지의 이름(특별한 형

태)을 덧붙인다.

예를 들어, ‘이반 페트로비치’ 또는 ‘마

리아 알렉산드로브나’ 등이다. ‘페트로비치

의 아들 이반씨’나 ‘알렉산드로브나의 딸

마리아씨’라고 하는 식이다. 가족적이고 친

근한 호칭에는 부칭만 사용되기도 한다 ‘이

반 페트로비치’가 아니라 ‘페트로비치’라고

부르는 식이다.

소련 시절 각급 공산당 기관에는 서로 이

름과 부칭을 부르면서도 ‘너’라고 칭하는

다소 이상한 예절이 있었다. 이는 공식적인

정중함의 표현이 이데올로기적인 ‘형제애’

와 ‘평등’에 대한 강조와 결합된 형태라 할

수 있다.

러시아 사람들이 코엔 형제의 수작 ‘위대한

레보스키(The Big Lebowski)’를 볼 때 무

엇에 가장 꽂히는지 아는가? 바로 ‘방에 정

말 잘 어울렸던’ 깔개다. 비록 주인공 듀드

(Dude)가 올바른 사용법을 따라 깔개를 바

닥에 깔긴 했지만, 무늬는 바부시카(할머니)

아파트의 벽에 걸려있는 오래된 카펫의 그

것과 꼭 닮았다. 그러나 다시 의문이 떠오른

다. 도대체 왜 벽에 거는 걸까?

카펫이 러시아 아파트에 침투한 건 1960

년대인데, 이유가 각양각색이었다. 그러니

하나씩 정리해 보기로 하자. 대대적인 도

시화 시기에 수백만 명이 시골집과 기숙사,

심지어 병영을 떠나 저가형 콘크리트 패널

로 된 새로 지은 도시 아파트로 이사했다.

이 아파트는 ‘흐루숍카(хрущёвка)’라

는 변형된 이름으로 알려지게 됐는데, 니키

타 흐루쇼프가 소련의 지도자일 때 지어졌

기 때문이다. 겨울이면 아파트가 너무 추워

서(콘크리트니까!) 사람들은 보온 수단으로

양모 카펫을 쓰기 시작했는데 특히 북부와

극동지역에서 그런 경향이 뚜렷했다. “그게

어떻게 보일지는 상관없었어요”라고 시베

리아 출신 블로거 세르게이는 말한다. “바

깥 기온이 섭씨 영하 40도로 떨어지면 벽을

타고 하강하는 찬 공기 때문에 성냥을 켜면

‘아래쪽으로’ 타 들어가요. 그러니 잠자는

동안 감기에 걸리는 것보다 카펫을 쓰는 게

낫죠.”

흐루숍카의 벽은 차가울 뿐만 아니라 얇

았다. 너무 얇아 옆집에서 부부가 싸우는 소

리와 아이들이 우는 소리는 말할 것도 없고

누군가 주방에서 TV만 보고 있어도 잠들기

힘들 정도였다. 그래서 카펫은 방음재 역할

도 했다. 그리고 순서는 마지막이지만 중요

성으로는 절대 마지막이 아닌 이유는 카펫

이 나름대로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특히 타

지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등

소련 남부의 공화국에서 생산된 카펫이 그

랬다.

원래 중세 유럽에 카펫을 장식으로 소개

한 건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이었다. 페르시

아(고대 이란)에서 벽에 거는 카펫은 진정한

보물로 여겨졌다. 생산공정이 복잡했기 때

문이다. 그래서 16세기 유럽에서는, 선물로

카펫을 주고받았으며 동양산 카펫이 높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지표가 됐다. 차르

가 종종 동양의 사절들에게서 값비싼 카펫

을 받곤 했던 제정 러시아에도 해당되는 얘

기다. 17세기 차르 알렉시스의 침실 벽과 바

닥, 천장은 멋진 카펫과 태피스트리(여러 무

늬를 짜 넣은 직물)로 장식됐다. 이런 경향

은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하게 되었고 표트

르 대제가 고블랭 직물(여러 색깔의 실로 무

늬를 짜 넣어 만든 장식용 벽걸이 천)을 제

작하는 왕궁 태피스트리 제작소를 설립했

던 다음 세기까지 이어졌다. 19세기가 되자

카펫은 자신들도 귀족만큼 부유하다는 것

을 보여주고자 했던 부농과 도시주민의 가

정에서도 보이기 시작했다.

소련 시대에도 카펫은 부유한 가정의 상

징이었다. 아주 비싼 카펫도 있었기 때문이

다. 당시 평균 임금이 120~150루블이었는데

카펫은 125루블(1961년)에서 300~500루블

(1970년대)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이는 소련

산 카펫의 가격이고, 중국과 베트남산 카펫

은 1500루블에 달할 만큼 정말 지나치게 비

쌌다.

그런데 그냥 가게에 가서 카펫을 사면 되

는 것도 아니었다. 당시 소련 사람들은 비싸

고 아름다운 가구와 실내 장식품의 거의 대

부분을 ‘힘들게 구해야(достать)’ 했

다.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의 이름은 특별 명

부에 시간순으로 정리되었고, 그토록 바라

던 카펫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길면 1년까지

기다려야 했다. 의복세탁기와 고기 다지는

기계, 찬장과 그 안에 들어갈 크리스털 식기

세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 모

든 것들을 한데 모으고 여기에 빠뜨릴 수 없

는 7개의 대리석 코끼리 조각상까지 얹으면

성공한 기술자나 공무원의 도시 아파트라

는 견고한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이었다. 그

들 중 가장 부유한 이들은 역시 차갑기 그지

없는 바닥에 깔 카펫까지 구입했다.

소련에서 카펫은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아이템이 됐다. “카펫을 벽에 못으로 박으

면 안 된다. 가정의 불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는 미신이 이를 증명한다. 이 미

신은 소금에 관한 고대 러시아의 ‘소금을

쏟으면 그것을 본 사람과 다투게 된다’는 믿

음과 비슷하다. 두 미신의 핵심은 같다. 소

금과 카펫 모두 매우 비쌌으므로 쏟거나 망

가뜨리게 되면 싸움이 일어나는 것도 당연

하다. 카펫은 보통 작은 스티치 실을 사용

해 벽에 걸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꼭 해 두고 싶은 말이

있다. 요즘 젊은 러시아 디자이너와 예술가,

괴짜들은 벽걸이 카펫을 새로 유행시켜 ‘그

왕족적인 양모스러움(Woolness)’이라는 익

살스러운 이름까지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그러니 아파트에 하나 걸어두는 것도 어쨌

든 그다지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다.

러시아인들과 카펫 문화

흐루쇼프 시절 아파트, 춥고 시끄러워 벽에 카펫 걸었죠

게오르기 마나예프

공동주택 ‘미티노’에 있는 연금 생활자의 집. 벽에 걸린 카펫은 후기 소비에트 아파트의 전형적 모습이다. [PhotoXress]

장식용 아닌 생존위한 아이디어

카펫 값, 소련 때 한달 월급 넘어

지금은 부의 상징으로 격 높아져

못 박아 걸면 가정 불화 미신도

알렉세이 미헤예프

러시아 호칭 문화의 올바른 이해

상황따라 호칭 수백 가지 소련 붕괴 뒤 제대로 된 용어 못 찾아

제정 땐 일부 용어 법으로 정해

수다리수다리냐가 가장 널리 쓰여

혁명 후엔 동무 뜻하는 토바리시

고스포딘은 요즘 쓰는 공식 용어

러시아인들은 벽 위에서 걸어 다니는 걸

까? 그렇지 않다면 벽마다 카펫이 걸려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는 여

러 가지 대답이 있고 다들 부분적으로는

옳다. Russia포커스가 가장 흥미로운

소련의 전통 중 하나인 카펫을 심층 분

석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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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스포츠 2014년 3월 28일 금요일section sponsored by Rossiyskaya Gazeta, Russia

요즘 소치에서는 아이들도 휠체어 탄 사람

도 여느 보통 사람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자

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저 불쌍하다고만

보는 게 아니라 보통 사람이나 다름없이 편

리하고 안락하고 안전한 삶을 위한 여건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 그

렇게 소치는 ‘장애 없는 환경’ 프로젝트를

실현한 러시아 최초의 도시가 되었다. ‘건강

기회 제약자’들은 이 프로그램 덕분에 1500

개 이상의 시설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2007년부터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

통령의 지시에 따라 패럴림픽 선수들에게도

올림픽 선수들과 똑같이 금전적 보상을 하

는 제도가 마련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러시아에서 처음 열린 패럴

림픽인 소치 패럴림픽이 대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러시아는 메달 80개를 획득하고 입

장권도 32만5000장을 판매하며 겨울 패럴

림픽 신기록을 세웠다. 그런 따스함이 모여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을 만들었다.

30세의 이레크 자리포프도 그중 하나다.

자리포프는 밴쿠버 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

와 바이애슬론 4관왕 출신. 소치에선 바이

애슬론으론 메달권에 못 들었다. 그러나 크

로스컨트리 15㎞ 레이스에서는 은메달을 거

머쥐었다. 자리포프는 소치 패럴림픽을 끝

으로 은퇴할 계획인데 “기분 좋게 은퇴하길

바라며 앞으로 정치활동에 전념할 생각”이

라고 말한다. 러시아 패럴림픽 대표팀 주축

이기도 한 그는 바시코르토스탄 공화국 의

회 의원이기도 하다.

자신감 넘치고 성공가도를 달리며 정열적

인 자리포프. 그는 열일곱 살 때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다리를 절단하고, 이어지는

수술들. 병원을 전전하는 생활. 2년간 불면

으로 밤을 새웠고 절망에 몸부림쳤다. 자리

포프는 “먹고 마시고 자기만 하며 식물인간

처럼 살았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몸무게가

65㎏이지만 침대에 누워 있기만 하던 때는

100㎏에 육박했다. 부모님이 그를 수렁에서

꺼내줬다. 기운을 내고 정신을 차리게 했다.

육상과 수영, 스키로 운동을 하기 시작했고

롤러스키를 타는 바이애슬론 선수들과 함

께 휠체어를 타고 수 ㎞씩 달리곤 했다. “운

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게 내가 할 일이라

는 걸 깨달았다. 삶이 단조롭지 않게 되었고

운동에서 최고 자리까지 오르고야 말겠다는

목표도 생겼다.” 목표를 달성했다. 운동에서

만이 아니었다.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부모님이 계시고 아내와 아이들도 있고 좋아

하는 일도 있다. 또 뭐가 필요하겠는가?” 그

는 말한다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선천성 장애인 안나 밀레니나도 행복한

사람이다. 태어날 때부터 신경압박으로 팔

이 부분적으로 마비돼 있어 의사들은 절대

로 운동을 하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부모님

은 체육인들이었다. 어머니는 크로스컨트

리, 아버지는 스키 선수다. 부모님이 처음 만

난 곳도 스키 트랙이었다. 이모는 코치다. 이

모는 의사의 의견을 듣지 않고 밀레니나의

훈련을 책임졌다.

여섯 살 때부터 운동이 시작됐다. 대표팀

엔 열네 살 때 들어갔고 곧바로 국제무대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밴쿠버 패럴림픽에서는

더 책임감 있고 의식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곧 성적이 나왔다. 금메달 두 개와 은메달과

동메달 하나씩 목에 걸었다. 귀국길에는 또

하나의 깜짝 선물이 밀레니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훤칠한 젊은 남성이 청혼한 것이다.

베이징 패럴림픽 배구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선수다. 두 사람은 결혼해 1년 뒤 아들을

낳았다. 밀레니나는 “엄마가 되면서 중요한

게 뭔지 알게 됐다”고 말한다. “삶은 대를 잇

는 거다. 그래서 나는 훌륭한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멋진 엄마와 아내도 되고 싶다. 아이

들이 항상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안나 밀레

니나는 소치 패럴림픽에서도 다시 금·은·동

메달 세트를 목에 걸었다. 스프린트 자유형

입식에서 금메달, 바이애슬론에서 은메달,

크로스컨트리 15㎞ 레이스 동메달이었다.

영웅이 ‘하늘에서 떨어지듯’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선수가 되려면 경쟁해야 한다.

소치 패럴림픽에서는 64명의 대표선수 자

리를 놓고 110명이 경쟁했다. 아마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다. 장애아동 운동선수가 최

근 3년간 세 배 늘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큰 영웅이라면 소치 시민은 적어

도 작은 영웅이다. 그들도 나름대로 어려움

을 극복하고 패럴림픽 영웅의 탄생에 기여

했다. 시민들은 새로 도입된 제도를 모두가

곧바로 ‘기쁘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모든 건물 1층에 있는 상점, 이발소, 카페 또

는 작업장 소유주들은 몇 년 전 예외 없이

1m 내에 직원 호출용 특별 버튼을 설치해야

했다. 당연히 “이런 게 왜 필요하냐”는 반감

이 일어났다. 이후엔 아이들의 장난이 이어

졌다. 5분마다 눌러댔고 버튼이 아예 사라

지기도 했다. 업주들은 버튼을 꺼 놓거나 일

주일마다 새로 달아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해하고 익숙해졌다. 장애인을

위한 직원 호출용 버튼은 이제 소치에서 자

연스러운 장치다.

소치는 장애인 스포츠 분야에서도 크게

도약했다. 휴양지 거리에 있는 거의 모든 운

동장이 장애인의 필요에 맞게 개조되었다.

셔플보드, 컬링, 체스, 알파인스키, 기타 장

애인용 운동경기를 할 수 있는 구역이 개설

됐다. 바딤 스베틀라코프 소치 ‘건강 기회

제약자 피트니스센터’ 전 대표는 “센터 개

관 당시 처음에는 장애인 18명만이 공식 등

록했지만, 현재는 벌써 150명쯤 된다”고 말

했다. 패럴림픽은 소치만 바꿔놓는 데 그치

지 않고 지역주민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쳤

다. 시민들은 이제 휠체어 탄 사람들에게 동

정인 아닌 존경을 표시하고 있다. 이들은 신

체 결함에도 불구하고 삶을 기뻐할 줄 아는

영웅들로 흔히 인식되고 있다.

제작 담당

러시아: 엘레나 김 에디터

한국: 안성규 게스트서브 에디터

russiafocus.co.kr [email protected]

러시아의 장애 편견 극복 출발점 소치 패럴림픽

휠체어 타도 편한 도시 소치 그곳선 장애인도 보통사람

러시아에서 처음 열린 소치 패럴림픽은 러시아인의 장애인 편견을 크게 없앴다는 평을 받는다. 왼팔이 없는 일본 여성 스키 선수가 2014 소치 패럴림픽 본격 경기를 앞두고 연습을 하고 있다. [리아 노보스티]

엘레나 김, 데니스 포호모프, 안나 코지나 러시아 첫 장애 없는 환경 도시

1500개 이상 시설물 불편 없이 이용

용어도 건강 기회 제약자로 바꿔

푸틴, 패럴림픽 선수 보상도 확대

소치 패럴림픽은 러시아에 특별한 행사다. 장애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 사람들의 귀에 익숙했던 ‘장애인’이라는 말은 적어도 소치에선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그 대신 ‘건강 기회 제약자’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처음에 생소해 안 썼지만 2014년 패럴림픽 준비를 하면서 이 말에 익숙해졌다.

어떤 이는 “장애인은 안타깝긴 해도 그런 용어는 흑인이란 말처럼 차별적이었고 때로는 모욕적이기도 했지요”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런 인식에 뭔가 변화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자리포프(왼쪽)와 밀레니나 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