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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UMMARY 글로벌 금융위기로 초유의 대대적 개입 사태를 겪은 이후 선진시장의 금융당국은 구제금융(Bail-out)에 선 행하여 투자자의 고통분담(Bail-in)을 강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 추세 에 발맞춰 시스템 정비를 진행하고 있지만, 더욱 필요한 것은 우리 시스템의 취약성을 파악하고 개선해가 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유동성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감독당국의 공시를 통한 비교분석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 리나라 금융회사에 대한 공시는 공개율이 낮고 필수적인 정보들이 다수 빠져 있다. 또한 많은 금융회사들 의 과도한 단기자금 의존은 유동성 위기의 직접적인 단초가 될 우려가 있다. 유사시 제 역할을 못하는 유동 성 비율에 기대기 보다는, 자산 및 차입금의 구성과 기간구조에 대한 보다 충실한 정보공시를 검토할 필요 가 있다. 우리 기업들의 단기성차입금 비중도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 때마다 당국 의 개입이 필요하고 또 그 때문에 단기자금 과잉 의존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에서는 유동 성 리스크 관리의 적정성을 신용평가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재무정책 평가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취급 하고 있다. 서울신용평가는 금융시장 선진화로 유동성 리스크의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 을 감안하여 이를 평가방법론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기업이 유동성 리스크를 낮추려면 장기 회사채 비중을 높여야 하고, 장기 회사채가 원만히 소화되기 위해 서는 회사채 유통시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회사채 유통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회사채펀드의 역할 이 중요하다. 회사채펀드는 적극적인 트레이딩과 포트폴리오 전략을 통해 회사채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등급이 낮은 채권의 거래도 활성화시킨다. 회사채펀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각종 규제체계의 합리화, 펀드신용평가의 도입과 같은 제도 정비도 필요하지만, 시장의 신용분석 역량 강화와 정보흐름 활성 화와 같은 정보기반 확충도 병행되어야 한다. 최근 부분적으로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 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최근의 미국 회사채시장 활성화는 증권사(투자은행)들의 사업모델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증권사가 자기 자본투자(PI)를 줄이고 고객자산관리(WM)로 사업의 중심을 옮기면서 증권사의 레버리지는 낮아지고 관리 금융자산(AUS)은 확대되었다. 확대된 고객 관리자산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회사채펀 드다. 증권사들이 환경과 위상 변화에 따라 파생상품 취급을 줄이고 회사채펀드 판매를 확대한 것이 회사 채시장 활성화의 기폭제가 되었던 것이다. 앞으로 우리 증권사들의 사업구조가 어떻게 발전하고 또 그것이 회사채시장 활성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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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SCR BailISSUE REPORT -in 시대의유동성리스크관리 …SCR BailISSUE REPORT -in 시대의유동성리스크관리 2016.7.27 3 의 ‘선진국 병’이다. 시장이 선진화되어

SCR ISSUE REPORT Bail-in 시대의 유동성 리스크 관리 2016.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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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SUMMARY

글로벌 금융위기로 초유의 대대적 개입 사태를 겪은 이후 선진시장의 금융당국은 구제금융(Bail-out)에 선

행하여 투자자의 고통분담(Bail-in)을 강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 추세

에 발맞춰 시스템 정비를 진행하고 있지만, 더욱 필요한 것은 우리 시스템의 취약성을 파악하고 개선해가

는 것이다.

금융회사의 유동성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는 감독당국의 공시를 통한 비교분석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

리나라 금융회사에 대한 공시는 공개율이 낮고 필수적인 정보들이 다수 빠져 있다. 또한 많은 금융회사들

의 과도한 단기자금 의존은 유동성 위기의 직접적인 단초가 될 우려가 있다. 유사시 제 역할을 못하는 유동

성 비율에 기대기 보다는, 자산 및 차입금의 구성과 기간구조에 대한 보다 충실한 정보공시를 검토할 필요

가 있다.

우리 기업들의 단기성차입금 비중도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기 때마다 당국

의 개입이 필요하고 또 그 때문에 단기자금 과잉 의존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에서는 유동

성 리스크 관리의 적정성을 신용평가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재무정책 평가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취급

하고 있다. 서울신용평가는 금융시장 선진화로 유동성 리스크의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

을 감안하여 이를 평가방법론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기업이 유동성 리스크를 낮추려면 장기 회사채 비중을 높여야 하고, 장기 회사채가 원만히 소화되기 위해

서는 회사채 유통시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회사채 유통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회사채펀드의 역할

이 중요하다. 회사채펀드는 적극적인 트레이딩과 포트폴리오 전략을 통해 회사채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등급이 낮은 채권의 거래도 활성화시킨다. 회사채펀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각종 규제체계의

합리화, 펀드신용평가의 도입과 같은 제도 정비도 필요하지만, 시장의 신용분석 역량 강화와 정보흐름 활성

화와 같은 정보기반 확충도 병행되어야 한다. 최근 부분적으로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

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최근의 미국 회사채시장 활성화는 증권사(투자은행)들의 사업모델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증권사가 자기

자본투자(PI)를 줄이고 고객자산관리(WM)로 사업의 중심을 옮기면서 증권사의 레버리지는 낮아지고 관리

금융자산(AUS)은 확대되었다. 확대된 고객 관리자산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회사채펀

드다. 증권사들이 환경과 위상 변화에 따라 파생상품 취급을 줄이고 회사채펀드 판매를 확대한 것이 회사

채시장 활성화의 기폭제가 되었던 것이다. 앞으로 우리 증권사들의 사업구조가 어떻게 발전하고 또 그것이

회사채시장 활성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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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와 개입 그리고 교훈

유동성 리스크의 사전적 정의는 “일시적인 자금부족으로 인해 정해진 시점에서 결제의

무를 이행하지 못함으로써 거래 상대방의 자금조달계획 등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위

험”이다. 유동성 위기는 일시적인 자금부족이라는 측면에서 구조적인 자금부족인 신용

위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그런 구분은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다. 일단 유동성 위

기에 몰리면 금융거래는 물론 영업활동도 큰 타격을 받는다.

현대 신용평가의 뚜렷한 특징 가운데 하나가 유동성 리스크 분석 비중의 확대다. 글로

벌 신용평가에서 유동성 리스크가 핵심이슈로 부상한 것은 2001년 IT버블붕괴(엔론

위기) 이후다.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그 비중과 판단기준이 부쩍

강화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시장과 신용평가에서는 유동성 리스크 분석의 중요성이 아직은 그리 크

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우리 시장도 최근 몇 차례 유동성 위기를 겪기는 했지만 매번

당국의 적극적 개입(때로는 선제적 대응)이 주효하여 선진시장과는 달리 붕괴의 공포를

피할 수 있었다.

최근 우리 시장이 겪었던 유동성 위기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2003년의 신용카드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은행의 외화유동성 위기와 증권의 콜 자금 부

족 상황 등이 있다. 모두 부주의한 성장과 과도한 단기자금의존 그리고 정보투명

성 결여 등으로 형성된 거품이 단기금융 경색(또는 환매)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양

상으로 전개되었으나,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기 전에 당국이 적극 개입하여 사태의

확산을 막고 수습의 길을 열었다.

신용평가 이슈는 신용위기의 역사를 통해 진화하는 법이다. 따라서 신용평가 이슈

에 대한 인식과 대응방식은 나라마다 차이를 보인다.

당국의 개입은 유동성 위기와 관련한 최대의 변수다. 매번 당국의 개입으로 순조롭게

해결될 수 있다면, 더욱이 그에 따른 후유증이 크지 않다면 굳이 유동성 리스크를 우려

할 이유가 없다. 불필요한 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그저 경쟁력 약화만 초래하는 ‘기우

(杞憂)’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당국이 무조건 구제

할 것이라는 기대는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여 갈수록 더 크고 심각한 거품을 만들고 종

국에는 초대형 위기를 부르게 된다.

위기국면에서 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문제의 확산을 막고 조기 수습하는 것은 분

명히 다행스럽고 잘한 일이지만, 그로 인해 시장이 교훈을 얻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더

큰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은 큰 부담으로 남는다. 그래서 ‘작은 위기를 허용하여 큰

위기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위기관리 방식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위

기라도 그대로 허용(사실상 방관)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작은 불이 자칫 큰 불이 될

수도 있고, 설령 큰 불로 번지지 않을지라도 정치적 부담은 그와 별개의 이슈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점차 개입의 비용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동성 리스크는 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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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선진국 병’이다. 시장이 선진화되어 정보와 자금의 흐름이 빨라지면 시장의 효율성

이 높아지지만 그만큼 사고의 충격도 커진다. 교통수단도 이동속도가 빨라질수록 효율

성은 높아지지만 일단 사고가 나면 피해가 크고, 그만큼 각종 안전장치와 보험비용도

높아진다. 유동성 리스크와 관련한 비용도 마찬가지다.

시장의 효율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당국이 어중간하게 개입하면 기대했던 성과는 얻지

못하고 영악한 투자자들의 탈출만 도와주는 결과가 된다. 신용공급자만 민간에서 공공

으로 대체되고, 이렇게 탈출한 자금은 아무런 교훈이 없이 또 다른 불장난으로 이동할

뿐이다. 결국 당국의 개입은 선제적(Preemptive)이고 확실하며(Decisive), 충분한

(Sufficient) 수준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

일단 급한 불을 끄고 나면 투자자에게 확실한 교훈을 주어 기회주의적인 쏠림의 재발

을 막고 시스템의 모순을 찾아 개선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초유의 대대적 개입

사태를 겪은 이후 선진시장의 금융당국은 구제금융(Bail-out)에 선행하여 투자자의 고

통분담(Bail-in)을 강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가고 있다. 대형 금융기관(SIFI)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전유언장(정리의향서; Living will)’과 ‘코코본드(강제전환사

채; Contingent Convertible Bond)’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도 세계적 추세에 맞춰 시스템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코코본드가 상당규

모 발행되었고 고통분담과 관련한 제도변화가 예고되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제도 도

입이 전부는 아니다. 더욱 필요한 것은 우리 시스템의 취약성을 파악하고 개선해가는

것이다.

유동성 리스크의 핵심 이슈

유동성 리스크의 핵심 이슈는 ‘거품의 형성’, ‘유동성 리스크의 측정’, ‘정책적 대응 및

규제’ 등의 3개 부문으로 구분할 수 있다. 물론 이 3개 부문은 상호 독립적인 것이 아

니라 매우 긴밀한 의존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1) 거품의 형성: 금융혁신 상품

유동성 위기의 예비단계라고 할 수 있는 거품의 형성은 대부분 금융혁신과 연관되어

있다. 엔론 위기 때는 Rating trigger가 Credit cliff(신용절벽; 신용도가 갑자기 크게 하

락하는 현상)로 이어졌고, 글로벌 금융위기는 Mortgage와 구조화금융이 주역이었다.

우리의 카드위기는 MMF의 과도한 카드채권 편입이 도화선이 되었다. 모두 금융혁신

상품의 경쟁력을 토대로 단기간에 대규모로 자금이 유입되었다가, 외부환경의 변화로

해당 금융혁신 상품의 취약점이 작동하면서 대대적인 자금유출로 전환되는 전개였다.

그런데 왜 금융혁신 상품에는 이런 급성장과 급추락의 격한 흐름이 나타나는 것일까?

그것은 금융혁신 상품 대부분이 펀더멘털의 차별성 보다는 시장의 틈새를 절묘하게 활

용하는 전략(규제 회피, 규제 차익 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적으로는

훌륭한 전략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모순이 되는 구성의 오류(Fallacy 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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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osition)가 작동한다.

대표적인 사례였던 Rating trigger의 경우를 보자. Rating trigger는 신용등급이 일정

등급(Trigger) 이하로 하락하면 먼저 회사채를 상환 받는 약정이다. 이 약정을 맺으면

해당 투자자는 분명히 보다 안전해질 수 있다. 하지만 만일 대부분의 투자자가 그런 약

정을 맺는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오히려 Trigger 등급까지 등급이 하락하는 순간

이 회사는 대부분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대개의 기업

은 이런 상황을 버티지 못하고 Credit cliff로 이어진다.

Rating trigger는 2002년 Credit cliff에 놀란 글로벌 평가사들이 “신용평가의 모든

것을 바꿀 각오(Moody’s 2002)”로 매달렸던 이슈다. 이후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분석은 재무분석의 말석에서 제 1선으로 위상이 급부상했다(LRA; Liquidity risk

assessment).

기업 실패와 기업 위기는 다르다. 매출 부진, 수익성과 재무구조 악화, 주가 하락,

시장점유율 하락, 시장 인지도 추락 등은 모두 기업 실패다. 반면 기업 위기는 단

한 가지, 자금이 부족한 것이다. Rating trigger가 작동하면 기업 실패가 그렇게까

지 심각한 수준이 아니었더라도, 기업 위기(자금부족 상황)를 피하기 어렵다. 더욱

이 일단 위기에 빠지면 기한이익상실로 다른 채무의 상환부담까지 한꺼번에 밀려

들고, 신용도는 절벽처럼 떨어진다.

금융혁신 상품을 매개로 이어지는 급성장에 대한 경계는 이제 신용평가의 피할 수 없

는 과제가 되었지만 해법이 그리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작용을

이유로 금융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한 금융혁신 상품에 대한 경계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약하다. 결국 금융혁신에 따른 ‘부주의한 성장(Reckless

growth)’을 제어할 규제와 공시체계 마련은 몇 박자 더디게 진행되기 마련이다.

“시장규모가 작았을 때의 규제체계를 시장규모가 커지면 그에 맞춰 개선했어야 했

다.” 이런 유형의 위기 때마다 매번 반복되는 지적이지만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기

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 당국은 ABCP 및 파생결합증권(ELS 등)과 관련하여 강도 높은 규제체계 개

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 상품들은 불과 몇 년 사이에 100조원이 넘는 큰 규모로

성장했다. 새로운 규제체계가 이 상품들의 위험요소 해소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시 자료가 없으면 평가사도 논리를 세우기 어렵다. 높은 성장률에 따른 리스크 확대

를 의심할 수는 있지만, 신용등급 조정을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 판단근거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공시 자료가 나올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고, 또 당국이 금융회사는 어쨌

든 보호할 것이라고 믿어주는 시대도 아니다. 금융혁신상품을 둘러싼 신용평가의 고민

은 점차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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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두 가지의 대응방법이 있다. 하나는 해당 금융회사에서 관련 자료를 직접 구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또 하나는 신용평가의 관점을

보다 구조적인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다. 개별 사안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구조적 변화

를 중심으로 평가논리를 전개하는 것이다. 선진시장 금융회사들의 변화를 살펴서 환경

변화에 따른 사업구조의 진화방향을 이해하고 핵심지표들을 정립하여 적합한 분석의

틀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정답도 없고 지름길도 없다. 그저 금융회사에 대한 평가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고 더욱 노력할 뿐이다.

2) 유동성 리스크의 측정

유동성 리스크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방식은 일정기간의 유동성 자산과 부채를 비교하

는 것이다. 합리적인 방법으로 보이고 금융회사의 경우에는 유동성비율이 중요한 규제

비율로 쓰이고 있지만 지표의 실제 효과는 매우 회의적이다. 유동성 자산의 과대 평가,

유동성 부채의 과소 평가 가능성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유동성 자산의 과대 평가는 이해와 파악이 비교적 쉽다. 유사시 적기 회수가 어려운 자

산을 골라내면 된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팩토링 채권처럼 회전 사용이 일반화된 상

품(Revolving asset)이 그런 경우다. 이론적으로는 재사용 또는 연장을 거부하면 되지

만 그럴 경우 연체율 급등이 불가피해진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은행들

의 외화유동성 부족을 야기했던 Usance도 같은 맥락이다. 원유 수입 중단과 사회적 혼

란 가능성을 무릅쓰고 은행이 달러 신용을 즉각 회수할 수 있겠는가? 바젤은행감독위

원회(BCBS)가 금융회사 트레이딩 계정의 유동성 인정기준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를 진

행한 바도 있었다. 이런 성격의 유동성 자산을 미리 리스트에서 배제하거나 인정비율을

조정하면 된다. 논리적으로는 단순하지만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합리적 조정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유동성 부채의 과소 평가는 더욱 복잡하다. 앞서 살펴본 Rating trigger의 경우도 있고,

각종 우발채무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에 대한 이슈도 생긴다. 또한 위기 상황에서는

숨겨진 부실 등으로 뜻밖의 대규모 자금유출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유사시에는 자금

유출이 장부상 유동성 부채를 크게 능가하는 것이 오히려 일반적이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면 유동성 자산과 부채를 비교하는 방식은 그리 권장하기 어렵다.

규제비율인 만큼 약간의 조정을 거쳐 평가지표로 쓰고는 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다. 이처럼 성격이 복잡한 리스크를 간단한 특정 지표(유동성 자산/유동성 부채)로 가

늠하려는 시도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다.

특정 지표에 의존하기 보다는 전반적인 영업활동과 재무활동이 안정적이고 합리적으로

유지되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비금융기업의 경우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의

흐름에 특히 유의하고 차입금의 절대규모와 기간구조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금융회사

의 경우 업태마다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보자면 자금 운용의 장기화와 자금 조달의 단

기화에 특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선진국의 사례를 감안하여 업태별 사업구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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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방향을 모색해보고 자금 운용 및 조달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해보는 것도 좋은 방

법이다.

3) 정책적 대응 및 규제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우리 정책당국은 매번 매우 우수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왔다.

위기 이후의 제도 개선도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의 현안이 아니라 근본

적이고 구조적인 장기과제에 이르러서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통상 위기가 발생하면 속죄양을 찾아 단죄하지만, 그 어떤 거품이나 위기도 몇몇 악동

들 때문에 발생하지는 않는다. 2001년과 2008년 위기의 악동, 엔론과 리먼 브라더스가

위기의 불과 얼마 전까지 시장의 영웅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악동보다 더 위

험한 것은 그들이 영웅으로 추앙받을 수 있었던 시스템의 허점이다. 속죄양만 단죄하고

구조개선을 간과하면 금새 또 다른 악동들을 만나게 된다. 시장과 제도를 포함한 큰 틀

에서의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다.

선진금융시장이 부러운 점이 이 대목이다. 위기를 수습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

인 문제점에 대한 폭넓은 토론이 진행되고 이렇게 형성된 담론을 바탕으로 이런저런

정치과정을 통해 구조개선이 이뤄진다. 반면 우리는 구조적 모순이나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토론과 담론 형성의 과정이 불비하다. 선진시장에서 합의된 새로운 규제체계는 대

부분 수용하고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우리 시장의 오랜 고유 모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구조변화에 역행하고 있

는 부분에 대한 점검은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우리 시장 특유의 구조적 이슈

유동성 리스크와 관련한 우리 시장 특유의 구조적 이슈 3가지를 문제 제기 수준에서

간단히 짚어보려 한다. ‘금융회사의 유동성 리스크와 공시’, ‘기업 차입금의 기간구조와

무역금융’, ‘회사채시장의 금리구조와 회사채의 유동성’ 등이다.

1) 금융회사의 유동성 리스크와 공시

사실 우리나라의 금융회사에 대한 신용평가는 다소 싱거운 점이 있다. 펀더멘털보다는

정책요인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평가사도 우리나라 은행을 평가

할 때는 정책요인을 감안한 가점(Notching up)을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

로 더 크게 반영한다. 외환위기와 정권교체의 민감한 상황에서도 당국이 은행에 대한

지원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역사적 경험을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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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 ISSUE REPORT Bail-in 시대의 유동성 리스크 관리 2016.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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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Global Comparison of Systemic Support

자료: Moody’s

국내 신용평가는 글로벌 신용평가보다 그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 당사의 지난 5월

Rating issue, “글로벌-국내 신용등급 차이에 대하여”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국내 신용

평가에서 정책요인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시장에서도 AAA 은행 선순위채권의

가격을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후순위, 하이브리드 채권으로 넘어가면 신용등

급은 같아도 시장 가격은 조금씩 차이가 나타난다. 정책요인이 엷어지면서 점차 펀더멘

털의 차별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은행 계열 증권사나 캐피털사의 신용등급은 모기업 또는 계열의 지원가능성을 반영하

여 상대적으로 높은 등급을 부여 받는다. 비록 지원가능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모기

업(은행) 신용등급 체계와의 혼선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일부 은행계 금융회사

의 신용등급은 은행의 하이브리드나 코코본드보다 높은 신용등급이 부여되고 있다. 뒤

늦게 하이브리드와 코코본드가 도입되면서 논리체계가 복잡해진 측면도 있지만, 근본

적으로는 은행의 산하 계열사에 대한 지원가능성을 산출할 때의 기준점에 대한 재검토

가 필요할 것 같다. 정부의 지원가능성을 반영한 최종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했을 때와

자체신용도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사뭇 다른 양상이 된다.

은행계 캐피탈과 비은행계 캐피탈의 경영성과 차이는 대부분 신용등급 차이에 따른 금

리격차에 기인한다. 계열의 시너지나 사업효율성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펀더멘

털보다 유사시 지원가능성이라는 간접 요소가 차별성을 전적으로 좌지우지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 의문이다.

최근 평가사들은 자체신용도를 포함한 신용평가의 단계적 접근으로 이행하고 있다. 하

지만 계열 금융회사에 대한 유사시 지원가능성만큼은 앞으로도 상당기간의 진통이 예

상된다. 이는 평가사만의 이슈가 아니다. 은행만큼은 아니어도 비은행 금융회사도 정부

의 지원가능성이 반영된다. 역사적 경험과 정책방향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조율의 과정

이 필요할 것이다.

유동성 리스크로 시각을 좁혀보아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역시 정책요인이 가장

큰 변수다. 금융회사의 경우 감독당국의 공시를 통한 비교분석이 매우 중요하다.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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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금융은 규제와 감독에 의해 게임의 법칙이 정해지는 산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감독당국의 공시는 충분한 수준과 거리가 있다. 우선 업무보고서 기재

정보의 공개율이 여전히 낮아 필수적인 정보들이 다수 빠져 있다. 금융회사의 변동성

판단에 가장 기본적인 정보로 쓰이는 업종별 여신 포트폴리오조차 공시되지 않고 있다.

또한 업무보고서 정보의 구성도 업무인가 요건이 중심이어서 시장의 리스크 관리 수요

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할부금융의 경우 자산의 질을 파악하

려면 평균 LTV와 만기, 취급금리, 단위규모(Amount) 등의 정보가 필요하다. 선진국

사례를 참조하여 정보공시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의 단기자금 의존도는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은행계

금융회사의 단기자금 의존도는 더 높다. 결국 정책적 요인이 반영된 것이다. 금융회사

의 과도한 단기자금 의존은 유동성 위기의 직접적인 단초로 작용한다. 물론 유동성 비

율은 공시되지만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유사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자산과 차입

금의 구성과 기간구조에 대한 보다 충실한 정보공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금융회사의 유동성 리스크 관리에는 유동성보강 약정(Liquidity backup facility)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증권사의 경우 정책금융기관의 대규모 신용한도 약

정이 상당부분 이를 대신한다. 약정의 구속성도 없고 해당 기관의 공시도 없지만 과거

위기 당시의 역할을 감안하면 마냥 부정하기도 어렵다. 역시 공시정보의 관리 차원에서

정리되어야 할 이슈다.

서울신용평가는 5월과 6월 공개한 캐피탈과 증권의 평가방법론에서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평가비중을 높이고 관련 지표들의 현실적 조정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자본시장에

서의 자금조달 비중이 큰 두 산업의 특성을 감안한 것이며, 선진국 사례와의 비교 연구

등을 통해 더욱 발전시켜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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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업 차입금의 기간구조와 무역금융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크게 낮아졌지만 총차입금 중 단기성 차입금

비중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대기업이든 신용등급이 높든 비슷한 상황이

다.

[그림2] 한미일 제조업의 단기성 차입금 비중 (단위: %)

자료: 한국은행, 미 상무성, 일 재무성

이는 두 가지 요인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하나는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개념 자체가 취

약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무역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낮은 인식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정책요인이 상당부분 작용하

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신용평가에서의 비중이 낮은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 제조업의 평균 단기성 차입금 비중은 20%를 하회하는 수준이지만 우량 기업

들의 단기성 차입금 비중은 5% 미만이 일반적이다. 차입금의 대부분을 10년 만기

이상의 장기회사채로 조달하고 만기 1~2년의 회사채는 buy-back하는 것이 관행

이다. 단기성 차입금 비중을 이렇게 낮추면 1년 이상 금융위기가 지속되어 차입금

조달이 불가능한 상황이 오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몇 차례 금융위기를 겪으면

서 형성된 재무관행이다. 실제로 2015년 미국 일반회사채의 70%가 Callable로 발

행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갑절로 높아진 수치다.

반면 우리나라는 단기성 차입금 비중이 50%를 상회하는 상황이므로 금융위기는

곧바로 신용경색으로 이어진다. 당국이 개입하지 않으면 기업들의 연쇄도산이 불

가피해진다. 또한 당국의 개입이 확실한 만큼 애써 단기성 차입금 비중을 낮출 필

요가 없는 집단적 도덕적 해이 상황이 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에서는 재무정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재무정책의 평가비

중은 10% 수준이지만 최종 등급과의 연관성은 절대적이다. 재무정책에 대한 평가요소

가운데 유동성 리스크 관리, 즉 단기성 차입금에 대한 의존도는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신용평가에서는 단기성 차입금 비중을 그다지 중요한 요소로

취급하지 않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이를 중시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책적 개입

이 상수로 작용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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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98 01 04 07 10 13

한국 미국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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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용평가는 지난 5월 초 발표한 새로운 평가방법론에서 글로벌 평가사와 같은 맥

락으로 이를 재무정책의 중요한 한 요소로 반영하였다. 우리나라도 경제규모가 커지고

금융시장의 선진화로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유동성 리스크의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결정이다.

무역금융 가운데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원자재 수입자금과 관련한 Banker’s

Usance(내국수입유산스)다. Banker’s Usance는 은행들이 해외차입으로 조달한 외환을

국내 기업들의 원자재 수입자금으로 대출해주는 시스템이다. 과거 우리 기업들의 역량

이 일천하여 원자재 수입에 필요한 외환을 직접 조달하기 어렵던 시절에 큰 역할을 하

였다. 이제는 우리 대기업 다수가 직접 해외채권 발행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상대적으로

거래조건이 양호한 Banker’s Usance에 대한 의존도를 좀처럼 낮추지 않고 있다.

여전히 중소기업의 경우 Banker’s Usance는 매우 유용한 금융지원 정책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경우에는 자칫 은행과 기업 스스로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03년

SK의 원유 도입자금 조달 애로, 2008년 은행들의 외환부족 상황이 모두 Banker’s

Usance에 대한 높은 의존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최근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한 철

강회사의 Banker’s Usance 잔액 추이를 살펴보면 본래 용도 외의 활용 가능성도 엿보

인다. 이래저래 부담이 큰 금융제도이고 2008년의 교훈도 있었지만 제도개선은 요원한

상태다.

종종 Banker’s Usance를 매입채무와 비슷한 수준의 안정적 자금으로 간주하는 평가의

견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서울신용평가는 이런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평상시에는

그런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Black swan의 상황에서는 거래 은행과 해당 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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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회사채시장의 금리구조와 회사채의 유동성

유동성 리스크는 2가지의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기업의 유동성 리스크이고,

다른 하나는 채권의 유동성 리스크다. 기업이 유동성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가장 좋

은 방법은 장기 회사채 비중을 높이는 것이지만,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장기 회사채 투

자는 곧 유동성 리스크 상승을 의미한다. 결국 기업들의 유동성 리스크 관리가 원활해

지려면 회사채 유통시장 활성화로 회사채의 유동성이 높아져야 한다.

아래 그림은 한국과 미국의 등급별 회사채 금리를 보여준다. 미국의 등급별 회사채 금

리는 등급이 낮아지면서 단계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한국의 등급별 회

사채 금리는 A등급을 지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급등하여 사실상 시장 형성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른다.

[그림3] 한국과 미국의 회사채 등급별 금리 구조 (단위: %)

주: 2016.6월말 기준

자료: KIS채권평가, Moody’s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단 하나, 회사채 유통시장이 취약한 것이다. 회사채 신용

등급별 금리는 본래 무위험 채권의 금리에 등급별 손실률(회수율을 감안한 부도율)을

반영한 것이지만, 유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그에 따른 디스카운트도 더해져야 한다. 우

리나라 회사채시장의 BBB급 이하의 기준금리는 이러한 유동성 디스카운트가 손실률을

상회하는 기형적 상황이다.

회사채 유통시장 활성화 또는 회사채의 유동성 제고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회사채펀드

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연금이나 보험과 달리 펀드는 트레이딩에 적극적이고,

수익률 제고를 위한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인해 등급이 낮은 채권에 대한 관심이 상대

적으로 높다.

회사채펀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각종 규제체계의 합리화, 펀드신용평가의 도입과 같은

제도 정비도 필요하고, 시장의 신용분석 역량 강화와 정보흐름 활성화와 같은 시장의

정보기반도 확충되어야 한다. 최근 부분적으로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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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A AA+ AA0 AA- A+ A0 A- BBB+ BBB0 BBB- BB+ BB0 BB-

회사채 3y Moody's(6y~8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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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회사채시장 활성화의 배경을 살펴보면 한가지를 더해야 할 것 같다. 바로 글

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용등급이 하락한 증권사(투자은행)들의 사업모델 변화다. 증권사

가 자기자본투자(PI)를 줄이고 고객자산관리(WM)로 사업의 중심을 옮기면서 증권사의

레버리지는 낮아지고 관리금융자산(AUS)은 확대되었다. 증권사의 고객 관리자산 가운

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회사채펀드다. 증권사들이 환경과 위상 변화에

따라 파생상품 취급을 줄이고 회사채펀드 판매를 확대한 것이 회사채시장 활성화의 기

폭제가 되었던 것이다.

신용평가의 역할도 중요하다. 신용등급의 국민경제적 의의는 신용자원의 적정한 배분

이다. 신용위험을 제대로 평가하여 회사채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

은 기본이다. 하지만 신용등급 운용이 평가사 역할의 전부는 아니다. 등급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시장을 움직이는 논리 변화에 대한 탐구다.

신용평가는 회사채시장의 씽크탱크가 되어야 한다. 신용평가의 존재 이유는 회사채시

장이다. 지금처럼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구조로는 회사채시장의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

다. 서울신용평가가 회사채시장 활성화를 위한 지혜를 찾는 작업을 멈출 수 없는 이유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