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ravel b ook f rom 2 0 0 9 until p resent

4
Feature 여행 기술(記述) 이렇게 변했다 Travel Book From 2009 until Present 책은 사회를 담는 그릇이다. 신간과 판매 순위를 보면 세간의 관심사가 한눈에 파악된다. 여행 서적 또한 매한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싶어 하는 곳, 마음속으로 그리는 장소를 다루거나 여로에서 얻게 될 경험과 감정을 서술한 책이 발행된다. 그래서 5년간 출간된 여행 서를 들여다봤다. 그동안 어떤 책이 만들어졌고, 인기를 끌었는지 분석했다. 박상현 기자

Upload: truongdieu

Post on 14-Feb-2017

219 views

Category:

Documents


2 download

TRANSCRIPT

Page 1: T ravel B ook F rom 2 0 0 9 until P resent

Feature

여행 기술(記述) 이렇게 변했다T r a v e l B o o kF r o m 2 0 0 9 u n t i l P r e s e n t

책은 사회를 담는 그릇이다. 신간과 판매 순위를 보면 세간의 관심사가 한눈에 파악된다.

여행 서적 또한 매한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싶어 하는 곳, 마음속으로 그리는 장소를

다루거나 여로에서 얻게 될 경험과 감정을 서술한 책이 발행된다. 그래서 5년간 출간된 여행

서를 들여다봤다. 그동안 어떤 책이 만들어졌고, 인기를 끌었는지 분석했다. 글 박상현 기자

Page 2: T ravel B ook F rom 2 0 0 9 until P resent

98 201403 201403 99

본 방문 한국인은 2009년 159만 명에서 2010년 244만 명으로 급증했고, 가이드북을 비

롯해 식당 소개서와 여행 산문집이 고루 간행됐다.

‘대한민국’과 ‘서울’에 관한 여행서는 2011년에도 꾸준하게 나왔다. 제목에 ‘대한민국’이 들

어간 책은 종류가 다양했다. 여행지를 두루 다룬 정보 서적 외에도 맛집, 펜션, 음식, 캠핑

등 주제를 특정화한 도서가 발행됐다. 서울은 도보 여행 코스를 소개한 책이 유독 많았다.

2011년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경향은 유럽 관련 서적의 증가다. 제목에 유럽, 프로방스, 파

리, 이탈리아를 단 도서가 시장에 많이 나왔다.

2012년은 여행서의 변곡점이 된 해였다. 국내의 비중이 급격히 줄고 ‘유럽’이 대세로 떠올

랐다. ‘유럽의 변방을 걷다’, ‘유모차 밀고 유럽 여행’, ‘유럽, 작은 마을 여행기’ 같은 산문집

과 다양한 가이드북이 독자를 만났다. 또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대한 관심도 컸다. 동남아

시아의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의 가이드북이 많이 출판된 점도 특이했다.

지난해는 특징을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다채로운 여행 서적이 선보였다. ‘걷다’, ‘나’, ‘떠나

다’, ‘유럽’ 등의 단어가 제목에 많이 사용됐다. 2012년에 이어 국내보다는 해외를 배경으

로 한 책이 훨씬 많았다. 다만 하나의 국가나 도시에 무게중심이 쏠리지 않았을 뿐이었다.

국내 여행서가 줄어드는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에 방대한 양의 여행 정보가

퍼진 데다 간단한 궁금증은 스마트폰으로 검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철상 상상출판 대

표는 “국내 여행에 대한 테마 발굴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며 “온라인에 최신 정보가 바

로바로 공개되는 것도 국내 여행 서적 감소의 원인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제주도 책

이 꾸준히 나오는데, 고만고만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여행서 베스트셀러 분석, 소수의 책만 팔렸다

2000년대 중반부터 여행서 시장은 ‘끌림’에 끌렸다. 여행 산문집이 많이 출간됐다는 의미

다. 이는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선 해외여행을 가는 인구가 늘

고, 여행기와 사진을 웹사이트나 블로그에 올리는 사람이 증가했다. 어느 정도 완성된 콘

텐츠를 보유한 그들은 아마추어 작가나 마찬가지였다. 또 작은 출판사들이 많이 생겨나면

서 책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보다 풍부해졌다. 신생 출판사 가운데 상당수는 기획을 하지

않고도 쉽게 제작이 가능한 여행 산문집으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교보문고의 여행서 베스트셀러를 20

위까지 보면 여행 산문집은 비중이 낮았다. 이병률의 ‘끌림’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김

동영의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와 ‘나만 위로할 것’,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 교보문고 웹사이트에서 검색된 책을 바탕으로 작성함. 제목의 ‘여행’은 제외한 결과임.

2010년 여행서 제목

빈도 분석 결과

2009년 여행서 제목

빈도 분석 결과

2011년 여행서 제목

빈도 분석 결과

2012년 여행서 제목

빈도 분석 결과

2013년 여행서 제목

빈도 분석 결과

2009-2013 여행서 베스트셀러 순위

2009년

제목 지은이

1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김동영

2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3 끌림 이병률

4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배용준

5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1 한비야

6 제주올레여행 서명숙

7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8 제주도 비밀코스 여행 최상희

9 대한민국 웬만한 곳 다 있다 윤현경 외

10 도쿄 100배 즐기기 기경석 외

11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여행 :

서울 수도권박미경

12 클로즈업 홍콩 유재우 외

13 두나’S 서울놀이 배두나

14 클로즈업 도쿄 유재우

15 아지트 인 서울 이근희 외

16 호주에서 홀로서기 한용석

17 자신만만 세계여행 미국 고연경

18 그녀를 감동시킬 여행지 50 홍민기 외

19 러브 앤 프리다카하시

아유무

20 카페 도쿄 임윤정

2010년

1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2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3 끌림 이병률

4 인도기행 법정

5 도쿄 100배 즐기기알에이치

코리아

6 클로즈업 홍콩 유재우 외

7저스트코 오사카 고베

나라 교토시공사

8 대한민국 웬만한 곳 다 있다 윤현경 외

9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1한비야

10 저스트고 도쿄 시공사

11 ENJOY 도쿄 최영민

12 대한민국 걷기 좋은 길 111한국여행

작가협회

13 ENJOY 오사카 최영민

14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김동영

15 제주도 비밀코스 여행 최상희

16 끌림(개정판) 이병률

17 뉴욕 100배 즐기기 홍수연 외

18 클로즈업 도쿄 유재우

19 제주 100배 즐기기 홍수연 외

20 세계일주 바이블 최대윤 외

※ 자료 : 교보문고 제공

신간 주제의 다변화, 대한민국 서울에서 세계로

대부분의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는 ‘여행’ 분야가 따로 분류돼 있다. 여행서에 대한 사

전적 정의는 없다. 통상적으로 여행 정보를 제공하거나 작가가 여행을 다녀온 뒤 쓴 책이

여행서로 일컬어진다. 전자는 ‘가이드북’, 후자는 ‘여행 산문집’으로 볼 수 있다.

여행서가 본격적으로 출간된 시기는 1990년대다. 1989년 해외여행이 완전 자유화되면서

일본 책을 번역한 가이드북이 나오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가이드북 중 십중

팔구는 역서(譯書)였다. 여행서 시장의 규모가 워낙 작아서 양질의 가이드북을 제작하기

가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베스트셀러 여행 산문집도 1990년대부터 등장했다. 한비야의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인문서 성격을 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많은 주목

을 받았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여행 서적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가이드북과 여행 산문집이 모두

늘어났다. 특히 가이드북은 ‘100배 즐기기’, ‘자신만만 세계여행’, ‘저스트고(Just Go)’, ‘인

조이(Enjoy)’ 시리즈 등이 춘추전국시대를 열었다. 산문집 또한 김훈의 ‘자전거 여행’, 이병

률의 ‘끌림’ 등 화제를 끈 책이 출판됐다. 그리고 2000년대 후반부터 여행서가 우후죽순

쏟아졌다.

지난 5년 동안 여행 도서의 주제는 조금씩 바뀌었다. 텍스트 데이터를 시각화하기 위해 여

행 서적의 제목을 토대로 단어 구름을 만들어 보았다. 단어 구름에서는 제목에 많이 들어

간 단어일수록 글자가 크다. 제작 결과, ‘여행’을 제외하고 5년간 제목에 가장 많이 들어간

말은 ‘걷다’였다. ‘걷다’는 여행 산문집과 가이드북에 흔하게 쓰이는 단어로, 2011년을 제

외하면 언제나 빈도가 높았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9년에는 ‘서울’과 ‘대한민국’이 많았다. ‘여행지’, ‘카페’, ‘떠나다’, ‘캠

핑’ 같은 단어도 눈에 띄었다. 이러한 단어를 조합하면 ‘서울 카페’, ‘대한민국 여행지’ 같은

책이 된다. 실제로 ‘카페 서울’, ‘아지트 인 서울’, ‘아이와 함께하는 서울 나들이’, ‘대한민국

여행 사전’, ‘대한민국 가족 여행지 다 모였다’, ‘대한민국 걷기 좋은 길 111’ 등이 발행됐다.

또 캠핑에 대한 책도 여러 권 나왔다.

2010년에는 ‘제주’, ‘올레길’, ‘도쿄’, ‘일본’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2007년부터 조성된 제주

올레는 국내에 도보 여행의 붐을 일으켰다. ‘제주 올레를 걷다’라는 문장이 여행 방법이자

트렌드가 될 정도였다. 올레는 2009년 들어 대부분의 코스가 정비됐고, 이러한 시류에 맞

춰 관련 서적이 약간의 간격을 두고 대거 만들어졌다. 일본과 도쿄의 인기도 대단했다. 일

Page 3: T ravel B ook F rom 2 0 0 9 until P resent

100 201403 201403 101

2011년

제목 지은이

1 끌림 이병률

2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3 클로즈업 홍콩 유재우 외

4 핵심 유럽 100배 즐기기 홍수연 외

5 내일로 기차로 권다현

6 클로즈업 오사카 유재우 외

7 나만 위로할 것 김동영

8 싱가포르 100배 즐기기 허유리

9좀 더 가까이 : 북숍

북카페 서재김태경

10 이지 유럽 최윤준

11 금토일 해외여행 윤영주 외

12 저스트고 미국 동부 윤영주 외

13대한민국 웬만한 곳

다 있다윤현경 외

14 지금이 안 되면 안 될 것 같아서 홍인혜

15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이장희

16 저스트고 홍콩 시공사

17 ENJOY 홍콩 최은주

18 자신만만 세계여행 유럽 이미지 외

19 대한민국 절대 가이드 최미선 외

20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김동영

2012년

1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이병률

2 끌림 이병률

3 클로즈업 홍콩 유재우 외

4유럽에서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00정보상

5 클로즈업 오사카 유재우 외

6 주말여행 컨설팅북 이민학 외

7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8 여행의 기술(개정판)알랭 드

보통

9대한민국의

숨겨진 여행지 100이종원

10 싱가포르 100배 즐기기 허유리

11 유럽여행 바이블 박현숙 외

12 저스트고 하와이 시공사

13 내일로 기차로 권다현

14 방콕 100배 즐기기 성희수

15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홍인혜

16 저스트고 미국 서부 시공사

17내일로 기차로

(개정판)권다현

18 프렌즈 방콕 안진헌

19 저스트고 오사카 시공사

20 저스트고 미국 동부 윤영주 외

하라’,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외에는 큰 인기를 끈 책이 없었다. 그나마 어머니와 300일간

배낭여행을 했던 태원준의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만 호응이 좋았다. 강현정 예스24 MD는 “여

행 에세이 중 꾸준히 판매되는 저자는 이병률, 무라카미 하루키, 최갑수 정도”라고 말했다. 황다

현 교보문고 MD도 “여행 산문집은 작가의 지명도에 따라 흐름을 많이 타는 편이다”고 밝혔다.

물론 베스트셀러 순위에도 변화는 있었다. 2009년에는 김동영, 한비야, 이병률, 알랭 드 보통의

저서를 제외하면 연예인이 쓴 산문집이 많이 팔렸다. 배용준의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

행’, 배두나의 ‘두나’s 서울놀이’가 4위와 13위를 차지했다. 이외에는 제주 올레를 기획한 서명

숙의 ‘제주올레여행’과 다카하시 아유무의 ‘러브 앤 프리’가 눈에 띄었다. 나머지는 가이드북이

나 정보를 모은 책이었다.

2010년에는 연예인이 작성한 여행서가 빠졌다는 점을 빼면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이 1위에 오르고, 그해 입적한 법정 스님의 ‘인도기행’이 4위에 진입한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일본과 홍콩 지역 가이드북의 판매량이 유난히 많았고, 세계일주 방법을

제시한 ‘세계일주 바이블’이 20위에 턱걸이했다.

이병률의 ‘끌림’과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2011년에도 판매 호조를 보였다. 김동영

의 신간도 많이 팔렸다. 가이드북 중에는 ‘내일로 기차로’와 ‘금토일 해외여행’이 4위와 11위를

차지했다. ‘내일로’는 코레일이 2007년 첫선을 보인 만 25세 이하 대상 할인 승차권이다. 일주일

동안 새마을호, 무궁화호, 누리로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서 대학생이 전국을 돌아볼 때

유용하다. ‘금토일 해외여행’은 직장인을 타깃으로 제작됐다. 짧은 휴가를 활용해 떠날 수 있는

여행지를 월별로 정리했다. 책방과 북카페 등을 소개한 ‘좀 더 가까이’도 9위에 올랐다.

2012년 여행서 시장에서는 단연 이병률이 돋보였다. 그의 신간인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와

2013년

제목 지은이

1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이병률

2 끌림 이병률

3 클로즈업 오사카 유재우 외

4 클로즈업 홍콩 유재우 외

5 프렌즈 타이완 조현숙

6 여행의 기술알랭 드

보통

7 디스 이즈 하와이 양인선

8 유럽에서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00 정보상

9 시크릿 파리 정기범

10 주말여행 컨설팅북 이민학 외

11프렌즈

스페인 포르투갈박현숙

12대한민국 숨겨진

여행지 100이종원

13후쿠오카 가자

벳푸 유후인배인숙

14 제주도 절대 가이드 김정철

15 도쿄 100배 즐기기알에이치

코리아

16 프렌즈 방콕 안진헌

17핵심 유럽 100배

즐기기홍수연 외

18 이탈리아 데이 윤도영

19 저스트고 미국 서부 시공사

20 뉴욕 100배 즐기기 홍수연 외

‘끌림’이 순위표의 맨 꼭대기와 그다음에 이름을 올렸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도 다시

10위 안에 들었고, ‘내일로 기차로’는 여전한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새로 발행된 산문집 중에

는 20위 안에 든 책이 없을 만큼 가이드북이 강세를 띠었다. 그리고 지난해도 이병률의 선두

수성과 가이드북의 우세가 특징이었다. 가이드북 중에는 파리,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후쿠오

카 등 그동안 순위에 오르지 못했던 지역의 책이 많이 판매됐다.

하지만 여행서 시장에서는 책의 ‘품질’뿐만 아니라 ‘가격’이 판매량을 좌우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행서는 실용서로 분류돼 가격 할인에 제한이 있는 도서 정가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따라

서 18개월 이내에 발행된 신간이라 하더라도 출판사가 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책을 제공하면,

서점은 할인율을 높여 싸게 팔 수 있다. 강현정 MD는 “인기 있는 가이드북이 이미 특가를 진행

하고 있기 때문에 신간을 낸 출판사도 대부분 바로 할인을 실시한다”며 “가이드북은 특정 지역

을 골라 구매하는 경향이 있어서 가격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여행서가 많이 판매될까. 전문가들은 여행 서적의 한 축인 산문집의

시대는 저물었다고 진단한다. 윤동희 북노마드 대표는 “그동안 여행 산문집은 편집과 디자인

에 과도하게 신경을 써 왔다”면서 “너무 많은 산문집이 나오면서 콘텐츠의 하향평준화가 이뤄

졌고 독자들 사이에 불신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최근에는 잡지와 단행본을 결합한 ‘무크지’, 여행과 소설을 접목시킨 ‘여행 소설집’ 등

새로운 시도가 펼쳐지고 있다. 시인, 작가, 음악가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 답한 ‘어떤 날’,

소설가들이 여러 도시를 배경으로 쓴 단편을 모은 ‘도시와 나’ 같은 책이 일례다. 윤동희 대표

는 “산문집은 단순한 기록보다는 담백하고 좋은 글이 있어야 한다”며 “산문집을 대신해 다음 5

년을 지배할 트렌드가 나오지 않는다면 가이드북 외에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행 서적을 구입하는 목적은 두 가지다. 필요와 힐링이다. 가이드북은 여행을 떠날 지역의 정보를 얻기 위해, 여행 산문집은 독서를 통한 대리만족을 위해 산다. 최근에는 산문집보다 가이드북이 많이 팔리고 있다.

※ 자료 : 교보문고 제공

Page 4: T ravel B ook F rom 2 0 0 9 until P resent

102 201403 201403 103

가이드북 판매량을 보면 인기 여행지가 잡힌다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보듯, 여행 분야에서 주로 팔리는 책은 가이드북이다. 가이드북은 에세이나

소설, 교양서와는 달리 ‘여행’이라는 뚜렷한 목적이 없으면 거의 구매하지 않는다. 미래의 여행을

꿈꾸며 정보를 얻기 위해 사는 사람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여행이 확정된 단계에서 구입을 결정한

다. 따라서 가이드북의 판매량으로 그 해에 관심을 받았던 여행지를 살필 수 있다.

여행서 판매량 20위 안에 든 책을 기준으로 인기 여행지를 분석하면 여행서의 주제가 다변화한 것

처럼 5년 동안 대상지의 폭이 넓어졌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2009년에는 서울, 수도권과 제주 지역

의 가이드북이 많았다. 또 해외에서는 도쿄가 3권이었고, 홍콩과 호주, 미국이 각각 1권이었다. 이

때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촉발된 금융 위기가 확산되고 신종플루가 유행해 해

외여행객이 줄었던 시점이다. 외국으로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당일치기나 1박 2일로 짧게

갈 수 있는 수도권 지역 여행서가 많이 출간됐다.

도쿄 가이드북은 2010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도쿄 100배 즐기기’, ‘저스트고 도쿄’, ‘인조이

도쿄’, ‘클로즈업 도쿄’ 등 4권이 20위 안에 들었다. 오사카 가이드북도 2권이 포함됐다. 일본을 제

외하면 해외여행 가이드북 중에는 홍콩과 미국 뉴욕을 다룬 책만 많이 팔렸다. 해외여행객이 증가

하기는 했지만, 주로 가까운 도시만 방문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상황은 단숨에 바뀌었다. 2011년에는 홍콩과 유럽 가이드북이 확연히 늘었다. 한국, 홍콩,

유럽 가이드북이 3권씩 포진했다. 반면 전년도에 전성기를 맞았던 도쿄 가이드북은 모두 20위 밖

으로 밀려났다. 3월 11일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일본 여행자가 급감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 가이드북 가운데는 ‘클로즈업 오사카’만이 6위를 기록했다.

2012년은 전국 대상 가이드북의 부활에 주목할 만했다. ‘내일로 기차로’와 개정판, ‘대한민국의 숨겨진 여행지 100’, ‘주말여행 컨설팅북’ 등 4권이

베스트셀러로 집계됐다. 다음으로는 오사카, 방콕, 유럽, 미국 가이드북이 20위 안에 2권씩 들었다. 그중 한 번도 포함되지 않았던 방콕 가이드북

의 약진이 돋보였다. 2011년 발생했던 홍수 피해가 복구되면서 사람들이 다시 관심을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는 군웅할거의 시대라 불릴 만했다. 특정 장소의 강세를 말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지역의 가이드북이 고루 팔렸다. 한국, 유럽 가이드북이

2권씩 있었고, 파리, 이탈리아, 스페인, 대만, 하와이 가이드북도 20위 내에 등장했다.

이 같은 결과는 방송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파리, 대만은 케이블 TV의 예능 프로그램에 노출됐던 곳이기 때문이다. 강현정 MD는 “꽃보다 시리즈로

인해 대만, 터키, 크로아티아 서적의 판매가 급증했다”며 “꽃보다 할배 3탄이 촬영된 스페인도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

는 ‘내가 사랑한 유럽 톱10’ 또한 대한항공의 TV CF와 맞물리면서 상승효과를 누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철상 대표는 “여행서 시장에서는 방송

의 힘이 매우 강하다”면서 “판매와 직결되는 매체는 방송과 인터넷뿐”이라고 강조했다. Y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청미래, 2004년 초판 · 2011년 개정판 발행.

알랭 드 보통은 통찰력이 뛰어난 작가다. 그는 혜안으로 사랑, 철학, 불안을

논했다. 이 책에서는 출발, 동기, 풍경, 예술, 귀환 등 5가지 주제로 여행을 풀

이했다. 성격은 끌림과 정반대다. 가슴이 아니라 머리를 때린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다. 자신의 생각을 끼적이기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문인의 글과 사

고를 인용한다. 이를 통해 그는 여행을 가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설명한다.

>>끌림

이병률 지음, 달, 2005년 초판 · 2010년 개정판 발행.

제목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자석같이 끌어당겼다. 사실 대단한 내용은 없다.

저자가 50여 개국을 여행하며 겪었던 일들이 담담하게 기록됐다. 다만 특별한

점이 있다면 ‘감성’이다. 여행길에서 봤던 풍경, 먹었던 음식, 잤던 숙소보다는

느낌과 감상을 담았다. 시인 특유의 감수성이 글과 사진에 묻어난다. 다가올

여행에 두근거리게 하고, 지나간 여행에 미소 짓게 하는 힘을 가진 책이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푸른숲, 2005년 발행.

오지 탐험가에서 긴급구호 요원으로 변신한 한비야의 저서다. 5년 동안 아프

가니스탄, 말라위, 시에라리온 등에서 흘렸던 땀과 눈물이 담겼다. 즐겁고 행

복해지는 여행서라기보다는 다른 세상의 안타까운 현실을 알리는 보고서 같

다. 하지만 발간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려놓는 저자답게 글에 전달

력과 재미가 있다. 어린이를 위해 별도로 편집되기도 했다.

>>대한민국 웬만한 곳 다 있다

윤현경 · 박융 지음, 삼성출판사, 2009년 초판 · 2012년 · 2013년 개정판 발행.

백과사전식 국내 여행 가이드북의 효시라 할 만하다. 전국의 명소 360곳을 한

페이지씩 소개했다. 간단한 설명과 찾아가는 법, 볼거리와 체험거리, 숙소, 먹

을거리 등이 빼곡하게 정리됐다. 글과 사진이 빼어나지 않지만, 정확한 정보를

무기로 시장을 파고들었다. 1~2년에 한 번 개정판을 내놓는 점이 돋보인다.

다만 구성이 비슷한 책들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판매량이 줄었다.

>>클로즈업 홍콩

유재우 · 손미경 · 김형일 지음, 에디터, 2007년 초판 · 2008년 · 2014년 개정판 발행.

5년간 여행 서적 베스트셀러 20위 안에서 한 차례도 빠지지 않은 유일한 가이

드북이다. 클로즈업 시리즈는 홍콩, 도쿄, 오사카, 일본 편이 있는데, 그중 홍

콩이 가장 인기 있다. 저자들은 약 10년 동안 홍콩과 일본 지역에만 집중해 왔

다.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눈과 입으로 직접 확인한 정보만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소 긴 개정판 발행 주기가 단점으로 꼽힌다.

베스트셀러 여행서 가운데 5년 동안 꾸준히 팔려 나간

책들이 궁금했다. 정보가 충실하거나 예비 여행자의

기대를 만족시켰을 듯싶다. 줄거리와 사람들의 평가

를 중심으로 인기의 비결을 살펴봤다.

▶2009-2013 여행 서적 스테디셀러 5

가이드북 판매량은 지역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비례

한다. 유양현 테라출판사 기획이사는 “가이드북은 여

행 시장 동향과 경기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한국

한국

한국

한국

한국

서울

, 수도

권제

제주

제주

도쿄

오사

도쿄

오사

카후

쿠오

카홍

타이

완방

유럽

이탈

리아

스페

인파

미국

하와

이뉴

도쿄

오사

오사

오사

홍콩

홍콩

홍콩

싱가

포르

싱가

포르

방콕

유럽

미국

하와

유럽

미국

뉴욕

호주

미국

0.5

1

1.5

2

2.5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2013년

3

3.5

4

0

여행서 판매량 20위 내에 든 가이드북의 대상 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