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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혁명 Free Rider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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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x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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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Tax revolution

세금혁명F r e e R i d e r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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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 Tax revolution

선대인 지음

세금혁명

F r e e R i d e r 2

새로운세상을만드는최선의돈

Page 4: Tax revolution

프리라이더2

세금혁명새로운세상을만드는최선의돈

초판 1쇄인쇄 2011년 3월 21일

초판 1쇄발행 2011년 3월 28일

지은이선대인 | 펴낸이김광수 | 펴낸곳더팩트

출판등록 2000년 6월 14일제396-20000-000133

주소 410-837 경기도고양시일산동구장항동 864-1 로얄프라자 504호

전화 031-908-3069 | 팩스 031-908-3068 | 이메일[email protected]

값 15,000원 | ISBN 978-89-94586-04-5 13320

이책의내용을재사용하려면

반드시저작권자와더팩트양측의서면에의한동의를받아야합니다.

잘못만들어진책은바꾸어드립니다.

Page 5: Tax revolution

|프롤로그 |

제가〈나무를심은사람〉을처음접한것은대학시절입니다. 군복무

를마치고대학에갓복학한무렵이었던것으로기억됩니다. 사회개

혁에대한열망은강했으나여느대학생들처럼요지부동인현실때문

에무기력감을많이느끼고있던때였습니다. 아침에일어날때마다

‘나는왜살아있는가’, ‘나는무엇을할수있는가’라는물음을속으

로되뇌어보지않은날이없을정도였습니다. 지금의젊은후배들만

큼은아니겠지만취직걱정등으로미래에대한불안감도상당히컸

던시기였습니다. 학교기숙사뒤에있던무악산에올라남몰래눈물

을훔친적도있습니다.

그무렵우연히애니메이션〈나무를심은사람〉을접했습니다. 잘

알려져있듯이프랑스문호장지오노의동명소설을아름다운파스

텔톤으로그려낸애니메이션입니다. 처음이애니메이션을보고난

뒤느꼈던감동을잊지못합니다. ‘나무를심은사람’엘지아르부피

에의삶이당시제가슴을뒤흔들었기때문입니다.

프롤로그 5

Page 6: Tax revolution

엘지아르 부피에는 프랑스의 프로방스 산촌 여행길에서 소설 속

화자가만난노인입니다. 그는날선칼바람이휘몰아치는황무지에서

매일도토리를파종하고있습니다. 당시 55세였던엘지아르부피에

는아내와아들을여의고황무지에들어와양을치면서도토리를심

고있었던것입니다. 그황무지의계곡에사는주민들은환경의영향

때문에심성이사나웠으며서로으르렁댔습니다. 부피에는아무희망

도찾을수없을것같은황무지에서아무도알아주지도, 시키지도않

는일을묵묵히계속했습니다. 처음에는그가하는일이아무런변화

도만들어내지못하는것처럼보였습니다. 하지만마치구도자같은

그의성실한노동은계속됐습니다. 1, 2차세계대전조차도그의수고

로운노력을멈추지못했습니다. 10년, 20년이지나면서그의노력은

조금씩기적을만들어내기시작했습니다. 그가뿌린씨앗들은울창

한숲을이루었습니다. 메말랐던계곡에다시물이흘렀고새들이깃

들었습니다. 모진칼바람이멈추고부드러운산들바람이불었습니다.

사람들이떠나던마을이사람들이찾아오는마을로변했습니다. 아귀

다툼소리가그치지않던곳에서아이들의웃음소리가끊이지않았습

니다. 황무지였던그곳이울창한숲으로변하는과정이사람들에게는

저절로그렇게된것처럼보였습니다. 하지만그모든변화가보잘것

없는한촌로의한없이조용하면서도부지런한손길에서비롯됐음은

분명한사실입니다.

많은이들이지금대한민국의현실을삭막한황무지처럼느낄지도

모릅니다. 소리쳐도메아리없는황무지말입니다. 그래서많은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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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력감을느낍니다. ‘세상은바뀌지않아. 나서봐야나만손해야’

라는생각에세상을향해난마음의문을꼭꼭걸어잠급니다. 가끔은

용기를내보지만, 변화를낙관하지못하는듯합니다.

하지만분명지금대한민국은여러가지모순과질곡에도불구하고

부피에가마주한황무지보다는훨씬더좋은여건을갖고있습니다.

당장은상식이하의불량정부때문에고통받고있지만, 그같은현실

때문에다른세상을꿈꾸는기운과에너지또한커지고있습니다.

부피에가 마주했을 황무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더구나 부피에는

아내와 아들을 저세상으로 먼저 떠나보낸 사람입니다. 황무지에도,

그의마음속에서도늘스산한바람이멈추지않았을겁니다. 그런데

도그는절망하지않았습니다. 만약부피에가다른모든이들처럼황

무지의현실을주어진것으로생각했다면수십년후울창한숲속에

서살아가는사람들의행복한삶이가능했을까요. 지금대한민국에서

특권층프리라이더들이활개치며국가의자원을농단하는현실은많

은이들에게암담하게느껴질것입니다. 하지만암담한현실을주어

진것으로만받아들인다면우리의삶도, 후대의삶도달라질가능성

은전혀없습니다.

지금이나라가우리아이들을마음껏키우고싶은나라가돼가고

있습니까? 저는그렇게느끼지않습니다. 우리부모님들이피땀흘려

일군이나라가점점우리아이들을키우고싶지않은나라가돼갈

때우리는한없는서글픔과무기력감을느낍니다. 하지만동시에이

나라를우리아이들이마음껏자신의재능을키우고역량을발휘할

프롤로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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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있는나라로만들고싶다는열망은여느부모처럼저도가지고있

습니다. 지금우리가심는한그루의나무가당장은우리가바라는수

준의결실을안겨주지않을지도모릅니다.

그럴가능성은낮다고보지만우리당대에는결실을아예맛볼수

없다고합시다. 그러면어떻습니까. 우리가심은나무들이우리아이

들에게풍성한결실을안겨줄수있다면그것으로족하지않습니까.

그런미래를볼수있다면부피에가눈을감을때그랬던것처럼우리

도충분히행복할수있지않을까요. 그래서저는호소합니다. 지금부

터라도조세정의를바로세우고재정구조개혁을위한한그루나무

를각자의생활영역속에서심어가자고. 저는지금우리의결의와

행동이우리아이들의미래를바꿀수있다고믿습니다. 그것이〈나

무를심은사람〉이제게주는교훈입니다.

장지오노의소설을애니메이션으로옮긴캐나다의애니메이션작

가프레데릭백은또한사람의부피에입니다. 드라마〈시크릿가든〉

의표현을패러디하자면, 그는 5년반에걸쳐‘이탈리아장인처럼직

접’한장한장그림을그려이아름다운작품을완성했습니다. 작업

과정에서그는한쪽눈이실명될정도로이작품에혼신의힘을기울

였습니다. 이애니메이션의제작과상영이후캐나다에서는대대적인

나무심기운동이벌어져 2억 5000만그루의나무를심었다고합니

다. 프레데릭백은애니메이션을완성한뒤“자신이무엇을해야할

지모르는사람들이나절망에빠져있는사람들에게이작품이큰격

려가되기를바란다”고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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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뜻대로〈나무를심은사람〉은대학시절의저에게큰위안과

격려가됐습니다. 그리고이렇게《세금혁명》을출간하면서저도다른

분들께, 특히이땅의젊은후배님들께손을내밀고싶습니다. 지금

당장은상황이암울해보이지만함께묵묵히노력하면얼마든지세상

은바꿀수있다고말하고싶습니다. 세상을바꾸기위해서는현실을

올바로인식하고, 잘못된현실을바꾸려는지속적인노력을경주해야

합니다. 그같은노력가운데가장중요한것하나가저는진정한세

금혁명이라고믿습니다. 이나라납세자들의공동자금인세금을어

떻게쓰느냐에따라우리의미래는크게달라질것입니다. 지금처럼

반칙의제왕들인특권층프리라이더들이자신들의배를불리는데

세금을쓰도록놔둘것이냐, 아니면우리와우리아이들의희망찬미

래를만드는데쓸것이냐결정할기로에서있습니다. 저는물론세

금이‘새로운세상을만드는최선의돈’이될수있기를기원합니다.

그리고이책이진정한세금혁명으로가는조그만주춧돌이될수있

기를간절히염원합니다.

이책을쓰는동안제대학시절‘사상적은사’로여겼던리영희선

생님께서돌아가셨습니다. 그분이있었기에대한민국의대기를감싼

잿빛황사가많이옅어졌다고믿습니다. 평생을참언론인, 참지식인

으로사셨던리영희선생님은한국현대사에진실의나무를심은사

람입니다. 새벽까지원고와씨름하는날들이거듭될때도그분이남

기신말씀이큰힘이됐습니다. 이책을삼가리영희선생님영전에

바칩니다.

프롤로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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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쓰는나의유일한목적은진실을추구하는오직그것에서시작하

고그것에서그친다. 우리에게는현실의가려진허위를벗기는이성의

빛과공기가필요하다. 진실은한사람의소유물일수가없고이웃과나

누어야하는생명인까닭에, 그것을알리기위해서는글을써야했다.

쓴다는것은우상에도전하는이성의행위다. 그것은언제나어디서나

고통을무릅써야했다. 과거에도그랬고지금도그렇고앞으로도영원

히그러하리라고생각한다. 그렇지만그괴로움없이는인간의해방과

행복, 사회의진보와영광은있을수없다.

—《우상과이성》중에서

2011년 3월

선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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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5

1_ 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01 브라질의빈곤을퇴치한마법, 보우사파밀리아 20

02 세계경쟁력1위, 핀란드의세금쓰는법 28

03 우리가세금의혜택을누릴수없는이유 36

∷국제행사유치, 지역경제살리고국격올릴까?

04 서울시, 돈없어서의무급식못하나 57

05 관료와재벌이주무르는국민의돈 69

∷거리의예술가를내쫓는거꾸로가는창조경제

06 당신의선택이아이들의미래를바꾼다 82

07 잘바꾼문화정책, 문화로숨쉬는서울을만든다 87

Page 12: Tax revolution

2_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01 다단계돈지르기, 사교육경쟁부추기는승자독식교육 102

02 사립학교활개치며입시경쟁부추기는나라 111

03 초스피드로오른한국의대학등록금 122

04 미·일대학과비교해본한국대학등록금의허와실 128

05 한국의대학등록금이세계에서가장비싼이유 136

사립대, 등록금장사해번돈으로뭘하나

06 교육혁명이룰1석3조의세금쓰는법 147

∷산학연클러스터, 어떻게새로운미래를만드는가?

∷취업후상환제의한심한기만술

3_ 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01 폭증하는공공부채, 대한민국빚더미에앉다 172

∷‘공공부채공화국’의주역, ‘MB맨’들

02 부동산부양하려다채무급증한일본따라가나 183

∷저축은행발폭탄, ‘부동산거품붕괴’

03 정부의분식회계수법1, 공기업에빚떠넘기기 192

∷공기업부채증가는공공요금인상으로이어진다

04 정부의분식회계수법2, 민자사업으로돌려막기 201

∷BTL사업이라는고금리할부구매에빼앗긴아이들의미래

05 정부의분식회계수법3, 국가재산팔아먹기 213

06 정부가빚어낸LH공사부실사태의본질 220

∷가진자에게퍼주는‘망국적복지3단콤보’저금리·고물가·고환율

07 흔들리는지방재정, 우리의삶도흔들린다 231

∷예언녀카산드라에게귀를기울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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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_ 미래세대에게희망을

01 희망조차앗아간20대의사회경제적조건 252

∷20대의두얼굴, 6무세대와C~G세대

02 인구감소가불러올삼중충격,

생산경제위축, 복지지출증가, 자산시장충격 268

03 미·일의사례로본고령화충격과복지지출 279

04 복지논쟁과무상의료정책의문제점 285

∷과잉복지때문에재정위기가왔다고?

05 예고된재난, 고령화충격, 그래도해법은있다 301

∷우리는왜제때대응하지못하는가?

∷올바른선택이올바른미래를만든다

5_ 대한민국가계부의재구성

01 50/50전략실현을위한솔루션20 332

∷현실인식의장애를불러오는왜곡된‘인지모형’

∷사회적불공평, 판을걷어차라

| 즐거운상상놀이| 2025년‘또다른세상’의대한민국 385

| 에필로그| 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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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미래를준비하는

최선의돈01브라질의빈곤을퇴치한마법, 보우사파밀리아

02세계경쟁력1위, 핀란드의세금쓰는법| 03우리가세금의혜택을누릴수없는이유

04서울시, 돈없어서의무급식못하나| 05관료와재벌이주무르는국민의돈

06당신의선택이아이들의미래를바꾼다| 07잘바꾼문화정책, 문화로숨쉬는서울을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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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유학시절주말이면아이와함께보스턴시에

있는호난-알스턴도서관에자주갔었습니다. 이곳은보스턴시에있

는 26개지역도서관가운데하나입니다. 당시보스턴시인구가 58만

명정도였으니인구 2만 2300명당하나꼴로시립도서관이있었던셈

입니다. 당시에는아이가글을읽을줄몰라서주로비디오테이프나

DVD를빌리러갔습니다. 저도학업에관련된책들은학교도서관에

서빌렸지만, 여행안내서나가벼운읽을거리는주로이도서관에서

빌려봤습니다.

도서관뿐만아닙니다. 여름에는집에서 1km 정도떨어진공영수

영장에서아이와자주물놀이를했습니다. 찰스강변바로옆에있는

수영장에서는무료로수영을즐길수있었습니다. 어린이 박물관은

저렴한비용으로아이들이즐기며배울수있는공간이었습니다. 매

Page 17: Tax revolution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17

주특정요일에는무료로이용할수도있었습니다. 과학박물관도꽤

저렴하게이용했던것으로기억합니다. 도서관에서는이들박물관에

입장할수있는무료입장권을나눠주기도했습니다. 또아이들놀이

터는얼마나많은지요. 제가살던대학아파트단지안과옆에네개

의놀이터가있었고, 인근에두개의놀이터가더있었습니다. 농구장

이나테니스장도곳곳에있었습니다.

보스턴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도시들은 대부분 이런 시설을 기본

인프라로갖추고있습니다. 중요한것은시설을만들어놓는데그치

는것이아니라주민들이접근하고이용하기편하게운영한다는사실

입니다.

흔히 미국을‘복지후진국’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미국보다 복지

수준이전반적으로높은유럽국가들의관점에서그런것이지, 한국

은그런말을하기어렵습니다. 물론취약한의료보험제도등미국의

경제력대비복지시스템에상당히큰문제가있는것은사실입니다.

하지만전반적인삶의질과복지수준은그래도한국보다훨씬높아

보입니다.

귀국해서서울시에재직할때서울시의도서관실태를살펴본적

이있습니다. 한마디로비참한수준이었습니다. 인구 1000만명의도

시에공공도서관이 72개에불과했습니다. 그 가운데절반가량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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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전에지어져시설이낙후됐고, 도서관이라기보다는독서실에

가까웠습니다. 제대로된도서관은모두합쳐 35곳정도에불과했습

니다. 인구 13만 8000명당한개, 좁게잡으면인구 28만 6000명당

한개꼴로도서관이있었습니다. 그나마도대부분땅값이비싸다는

이유로접근성이떨어지는산기슭이나언덕배기에자리잡고있었습

니다. 도서관을건립하는데는 100억원이넘는돈을쉽게쏟아부으

면서도사후관리는형편없어서도서관사서들은턱없이부족하고,

장서구입비도없어허덕입니다.

제가이문제를살펴볼당시서울시도서관정책을담당하는직원

은단한명에불과했습니다. 장서구입비도 1억원안팎에불과해연

말이되기도전에소진돼신규도서를구입하지못하는경우도많았

습니다. 도서관을운영하는주체는대부분서울시시설관리공단이었

습니다. 문화시설인도서관을문화보다는시설에방점을두고관리

했던것입니다.

이런판에오세훈서울시장은‘문화시정’, ‘디자인서울’을부르짖

고있습니다. 한강에예술섬이들어서고, 동대문에디자인파크가들

어선다고해서서울시민들의삶의질이얼마나고양될까요? 눈에도

드라지는사업말고눈에잘띄지않지만시민들의기본적인문화적

욕구를충족시키는사업부터할수는없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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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19

중학교 2학년여름방학내내저는아침부터저녁까지부모님의농

사일을도왔던기억이있습니다. 그때그힘든시간을이겨낼수있

게 해 준 것은 작은 글씨가 세로로 빽빽하게 인쇄된 삼중당문고본

《테스》였습니다. 낮잠시간을줄여가며읽은‘테스’의인생굴곡이

제게는동병상련을느끼게했고, 큰위로가되었습니다. 비슷한시기

에읽은《죄와벌》, 《레미제라블》, 《부활》, 《마지막잎새》등을통해

서민들의희로애락을알게되었습니다. 감히 말하건대그때읽었던

책들이제인생의큰밑천이되었다고믿습니다.

문화는바로우리아이들의손에책을쥐어주는것에서시작됩니

다. 복지는단돈몇만원이아쉬운우리이웃들의주린배를채워주는

것에서시작됩니다. 그런기초가제대로갖춰지지않았는데호화찬란

하고거대한시설물들이곳곳에들어선다고우리시민들의삶이개선

될수있을까요? 이장에서는지방자치단체들이막대한예산을전시

시설이며종합운동장이며스포츠센터등에쏟아붓는데도시민들의

삶이개선되지않는이유를설명하겠습니다. 그리고이런현실을개

선하기위한방법에어떤것이있는지소개하겠습니다.

Page 20: Tax revolution

● 〈데이브〉라는영화가있다. 영화의주인공인데이브

코빅. 상냥하고쾌활한사람으로직업소개소를운영하면서가난한이

웃들에게일자리찾아주는것을큰낙으로삼고있다. 어느날그에

게예기치못한일이생긴다. 미국대통령이그의고향을방문한것이

다. 대통령과판박이처럼똑같이생긴그는대통령비서실장의제의

로잠시대통령대역을맡는다. 대통령이그의여비서와‘은밀한성

생활’을즐기는동안말이다. 그런데대통령이정사도중혼수상태에

빠지는중대사건(?)이발생한다. 데이브는대통령참모진의요구로

계속대통령행세를하게된다. 여기에는그를꼭두각시로내세워국

정을좌우하려는비서실장등의음모가숨어있다.

이영화의묘미중하나는‘가짜대통령’인그가사람들이바라는

20

미 래 를 준 비 하 는 최 선 의 돈 · 0 1

브라질의빈곤을퇴치한마법, 보우사파밀리아

Page 21: Tax revolution

‘진짜대통령’의모습을보여준다는점이다. 그는영부인엘렌이강

한애착을갖고있는어린이노숙자보호시설을방문하게된다. 엘렌

과사이가극도로나쁜진짜대통령은이보호시설에대한지원을정

치공학적이유로전액삭감되도록유도(?)해놓은상황. 하지만데이

브는이시설을방문해아이들과스스럼없이어울린다. 특히그가시

설안에서혼자외롭게놀고있는한흑인어린이에게다가가마술을

보여주며대화하는모습은동행한취재진을놀라게한다.

백악관으로돌아온데이브는어린이노숙자보호시설지원예산이

전액삭감된사실을알게된다. 고심하던데이브는고향회계사친구

의도움을얻어어린이노숙자보호시설지원예산 6500만달러를충

당할낭비성예산을찾아낸다. 다음날백악관회의를소집한데이브.

그는낭비성국방비일부와자동차대기업들의판촉지원예산등을

삭감하고대신어린이노숙자보호시설예산을정부예산안에편성토

록하는데성공한다. 꼭두각시노릇을원했던비서실장등의허를찌

르는통쾌한순간이다.

‘형님예산’과‘안주인예산’은완력까지동원해챙기면서방학중

결식아동과영유아예방접종지원예산을전액삭감한예산날치기를

보며〈데이브〉의이장면을떠올린것은우연이아니다. 데이브의인

간미는공장노동자와어린이노숙자들, 그리고애완견과스스럼없이

어울리는모습으로가감없이전달된다. 그에게‘정치 9단’이나‘권모

술수’같은정치권력자의이미지는전혀없다. 단지사람을중심에

놓고생각하는따스한인간애를가진상식인일뿐이다. 그런평범한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21

Page 22: Tax revolution

상식을가진사람이‘공공의돈’인예산을훨씬더잘쓸수있음을

이영화는보여준다.

하지만영화는영화일뿐일까. 많은이가왜현실에선데이브가없

지, 라는생각을한다. 하지만영화가아닌현실에서도세금을잘쓰

면세상이얼마나달라질수있는지보여주는사례는많다. 브라질뿐

만아니라전세계를통틀어역대최고지지율로퇴임한루이스이나

시우룰라다시우바브라질전대통령의최대치적으로평가받는보

우사파밀리아(Bolsa Familia)가 대표적사례다. ‘집단지성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의설명을토대로이사업의내용과효과를살펴보자.

보우사파밀리아는 2000년대이후세금을가장잘쓴사례로전세계적

으로 주목받고 있는 사업이다. 보우사 파밀리아는‘가족 수당’이라는

뜻으로, 브라질정부가야심차게추진한기아제로정책의주요축을이

루고있다. 이정책은브라질빈곤층에게자녀들을학교에보내고백신

접종을맞히는조건으로수당을지급하는것을내용으로한다. 빈곤문

제가극심한브라질에서빈곤층을줄이고기아퇴치와교육지원을통

해가난이대물림되는악순환을차단하는것을목표로하는사업이다.

잘알려져있듯이이정책은브라질노동자당출신인룰라대통령

이전면적으로실시해각광을받았다. 정책의연원은좀더이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1990년대크리스토밤부아르케주지사가아이들의

학교출석을조건으로수당을지급한보우사에스콜라(Bolsa Escola)가

22

Page 23: Tax revolution

시초다. 이정책은이후유권자들에게큰인기를끌며다른주와지자

체에전파되었다. 이후룰라대통령의전임인페르난두엔리케카르

도조 대통령이 이 프로그램을 연방 차원에서 실시하기 시작했다.

2003년대통령에취임한룰라는이프로그램과더불어생계수당인

‘보우사알리망타사우(Bolsa Alimentaçäo)’와가스지원정책인‘옥실리

오가스(Auxilio Gas)’등다양한사회복지프로그램을엮어보우사파

밀리아로통합했다. 이사업에는 2006년기준브라질정부전체재정

지출의 2.5%가투입됐고수혜대상자는 4400만명에이르렀다. 대규

모재정사업이다보니룰라대통령은이사업을전담할사회개발부

를신설하기도했다. 사업내용은 1인당소득이한달 140레알(브라질

평균국민소득의절반)이하인빈곤층가정에취학아동한명당 22레알

(1만 5000원)을 지원하고, 1인당소득이한달 70레알이하인극빈층

가정에는추가로한달에 68레알을지급하는것. 이돈들은‘시민카

드(citizen cards)’라는일종의데빗카드로지급된다.

이사업은브라질의빈곤퇴치에크게기여한것으로평가받고있

다. 유엔개발계획(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 UNDP)의 연

구에따르면, 보우사파밀리아사업은 2001년이후브라질의불평등

도를완화하는데 20%가량기여한것으로추정됐다. 브라질정부의

공식통계에따르면 7년만에 1억 9000만명의브라질국민가운데

2000만명이빈곤선에서벗어났다. 세계은행의연구결과에따르면

보우사파밀리아수혜계층아이들의아동노동착취가현저히줄어

든것으로나타났다. 또한브라질대학의설문조사결과에따르면보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23

Page 24: Tax revolution

우사 파밀리아 수혜자들의 82.4%가 예전보다 더 잘 먹게 됐으며,

25% 정도소득증가효과가있는것으로나타났다.

물론 보우사 파밀리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반대도 만만치 않았

다. 이사업이빈곤층의구직의욕을떨어뜨리고게으름을장려한다

는주장, 또이들이받은돈을술이나낭비적인소비품을사는데써

버릴것이라는주장도나왔다. 야당은빈곤층사람들의표를사는행

위라고비난하기도했다. 앨버트O. 허시먼이《보수는어떻게지배하

는가(The Rhetoric of Reaction)》에서지적한것처럼개혁의반동가들이

개혁을비판하기위해사용하는주요논리가운데하나인‘역효과명

제(perversity thesis, 어떤개혁을추진할경우개혁목표의역효과가일어날것이

라며개혁에반대하는반동세력의논리. 허시먼은이외에도개혁을해봐야아무

것도달라지는게없다는무용명제, 개혁을하면오히려사회가더위험한상태로

치닫게 된다는 위험명제를 반동의 대표적인 레토릭으로 설명했다.)’가 동원된

것이다.

하지만그같은비판은터무니없는것임이입증됐다. 세계은행의

연구결과성인들의근로활동은영향받지않았고, 어떤경우에는오

히려더열심히일하게하는효과를나타냈다. 한브라질대학의연구

에따르면지급된돈의 87%는음식을사는데사용됐고, 그밖에학용

품이나의류, 신발등을사는데도쓰인것으로조사됐다.

브라질의억만장자상속녀인레나타드카마르고나시멘토는이렇

게평가했다. “보우사파밀리아는큰변화를만들었고궁핍한사람들

에게큰힘이됐다. 더중요한것은그것이선순환을촉진한다는것이

24

Page 25: Tax revolution

다. (가난한계층에서)더많은돈이유통되면지역시장이살아나고구

매력이늘어나며그효과는전체경제로확산된다.”물론기아퇴치

효과나서민경제재생효과가모두보우사파밀리아정책때문이라

고할수는없다. 이기간브라질경제가비교적양호한성장을보인

영향도크다. 하지만 나시멘토의주장처럼보우사파밀리아정책이

빈곤퇴치와서민경제활성화에미친긍정적영향을무시하긴어렵

다. 빈곤층의소득증가라는복지정책에그치지않고, 소득증가를

바탕으로한내수활성화와인적자본증가라는선순환의고리를만들

어낸것이다.

이때문에 2005년폴울포위츠당시세계은행총재는“보우사파

밀리아는효과적인사회정책으로높이평가받는모델이다. 전세계의

나라들은브라질의경험에서교훈을끌어내자국국민을위해같은

결과를만들기위해노력해야한다”고칭찬했다.

이처럼보우사파밀리아정책은세금을제대로사용했을때얼마

나많은사람의삶을고양시키고희망을심어줄수있는지여실히보

여준다.

그리고그희망을만드는과정에‘데이브’가있었다. 바로룰라대

통령이다. 그는재임기간높은인기를누린것은물론이고 80%대의

상상하기힘든지지율을기록하며퇴임했다. 여기에는다양한요인이

있지만보우사파밀리아정책의성공이밑거름이됐음은부인할수

없다. 국제사회의찬사와평가도이어졌다. 2009년런던G20 정상회

의때버락오바마미국대통령이룰라대통령을두고“세계에서가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25

Page 26: Tax revolution

장인기있는정치인”이라고경의를표해화제가됐다. 2010년 5월유

엔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me, WFP)은룰라대통령을‘기아

퇴치세계챔피언’으로선정했다.

이처럼국내외에서높은찬사를받은룰라대통령. 그의끝은이처

럼창대하지만그시작은미약하기짝이없다. 1945년 8명의아이들

가운데일곱째로태어난룰라. 그는어려운집안형편때문에열살이

돼서야학교에갈수있었다. 하지만초등학교 4학년때학업을그만

둬야했다. 그것이그의최종학력이다. 그는브라질상파울루거리에

서구두닦이를하며돈을벌다가금속공장에서일하며선반공자격

을취득했다. 그의첫월급은최저임금수준에지나지않았다. 그의

나이열여덟살때는작업도중왼쪽새끼손가락을잃는사고를당하

기도했다. 그일을계기로그는산업재해문제를중심으로점점노동

운동에관심을갖게됐다. 그의불행은계속됐다. 1968년같은공장

에서근무하던부인이간염에걸려배속의아기와함께숨졌다. 아내

의병은열악한작업환경에서악화됐고, 제대로된치료를받지못한

탓에사망에이르게됐다고그는믿었다. 악몽같은현실을겪으면서

그는열악한노동조건을극복하기위해노동운동에투신했고, 브라

질노동자당의결성을주도했다. 마침내 2003년대통령권좌에올랐

다. 그리고보우사파밀리아를전면적으로시행해빈곤퇴치에나선

것이다.

룰라대통령은그의자서전《다른세상은가능하다》에서자신의어

린시절을회상하면서이렇게말했다. “나는 일자리를찾아헤매다

26

Page 27: Tax revolution

가끔길가에주저앉아흐느껴울었다. 더 이상 희망이보이지않았

다.”하지만그는좌절하지않았다. 그는“브라질엘리트들이이루지

못한것을선반노동자가이룰수있다는것을보여주겠다”고했다.

그는브라질엘리트들이가진돈도, 학력도, 가문의배경도없었지만

한없이낮은곳에사는사람들에대한연민과그들의아픔을자신의

아픔으로받아들일수있는경험을갖고있었다. 그리고그런사람들

을위해세금을어떻게값지게쓸수있는지에관한‘상식’을갖고있

었다. 그래서어린시절자신처럼희망이보이지않던브라질빈곤층

4400만명에게희망을찾아줄수있었던것이다. 물론그의표현처

럼 그의 노력이“브라질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만성질병같은문제들에서큰진전을만들었다”는점은분명하다. 분

명다른세상은가능하다.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27

Page 28: Tax revolution

● 이번에는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

의경쟁력평가에서단골 1위국이자대표적복지국가인핀란드의경

우를살펴보자. 우선아래기사를참고로복지강국핀란드의복지실

태를느껴보자.

핀란드의복지는KELA(켈라)로통한다. 한국성인들의지갑에주민등록

증과신용카드가있다면핀란드인들의지갑에는켈라카드가있다. 켈

라카드의존재유무에따라핀란드에서누리는삶의질이달라진다.

사회보험기관인켈라는기초연금과장애인연금, 저소득층의주택보

조금지급, 보육비지원, 아동수당과가족수당, 학생수당, 건강보험등

핀란드사회보장전반을책임지는기구다. 〈오마이뉴스〉취재팀을현지

28

미 래 를 준 비 하 는 최 선 의 돈 · 0 2

세계경쟁력1위, 핀란드의세금쓰는법

Page 29: Tax revolution

에서도와주고있는곽수현씨(34)의지갑에는모두세 장의켈라카드

가들어있다.

핀란드인과결혼해 9년째이곳에거주하고있는곽씨는 6살, 3살아이

의엄마이기도하다. 그래서그의지갑에는딸두명의켈라카드와자

신의켈라카드가들어있다. 지역보건센터가아닌병원에가면이카

드를제시해야하고, 약을 처방받을때도필요하다. 카드 앞에는거주

지역과한국의주민번호처럼고유번호가부여돼있다.

켈라카드는핀란드인뿐아니라 EU 회원국노동자가핀란드에일하러

올경우에도제공된다. EU 회원국이아닌경우, 핀란드에서세금을내

는 직장인이나자영업자는켈라카드를제공받는다. 2009년기준으로

500만장의켈라카드가발급됐다.

곽씨는매달통장으로두딸의아동수당 210.5유로(31만 5000원)를켈

라에서지급받는다. 아동수당은핀란드에태어난아이에게만 17세까지

지급된다. 아이가하나인집에는 100유로, 두번째아이에게는 110.5유

로, 세번째아이에게는 141유로, 네번째아이에게는 161.5유로를제공

한다. 한부모가정일경우에는아동수당이추가된다. 다섯번째아이

를출산했다면 182유로가지급된다. 다섯번째아이이후부터는무조건

182유로가추가된다. 출산율을높이기위한하나의유인책으로도해석

해볼수있는부분이다. 물론아동수당은세금이면제다. 2009년기준

으로 101만 6865명의아동이혜택을받고있다. 곽씨는“매달통장으로

들어오는아동수당 210.5유로를아이들의미래를위해저금하고있다”

면서“아이들의옷을사주는등생활비로사용하는경우도많다”고설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29

Page 30: Tax revolution

명했다.

펀드매니저로근무하고있는피르요투오멜라(45, 헬싱키시동쪽라아야

살로지역거주)는얼마전에이혼을했다. 그는수입의 48~50%를세금

으로내는고액연봉자(월 7000만~8000만원내외의수입)다. 이혼한남편

은파일럿이다. 고액연봉자라고해도 14살(종합학교 8학년), 12살(종합학

교 7학년)두딸이함께살고있어아동수당 210.5유로에이혼한한부모

가정이기때문에10유로정도를추가해220유로정도를받고있다.

이집은아동수당을아이들에게전적으로투자한다. 투오멜라는“이돈

을모았다가아이들이방학때프랑스에가서프랑스어를배우거나세

계각국을여행하는데보탠다”고말했다. 문화생활을위해쓰고있는

셈이다.

고액연봉자이지만두명의딸에게매달버스를무료로이용할수있는

버스카드(오전 6시부터오후 6시까지만이용가능)가지급된다. 학교에다

니는모든아이에게무료버스카드가지급되는것은아니다. 걸어서

갈수있는거리를벗어난학교에다니고있을경우에만해당되는이야

기다. 두딸은 4km 떨어진종합학교에다니고있다. 2009년기준으로

3만 1835명의학생들이교통보조금을지급받고있다.

(중략)

고등학교때독립하면학생생활보조금으로 246유로(37만원)와 학생

주택보조금으로 150~200유로(22만 5000~31만 5000원)가지급된다. 대

30

Page 31: Tax revolution

학생은생활보조금이 298유로(44만 7000원) 정도로약간많다. 핀란드

인들은보통고등학교를졸업하는 18세정도에독립을하는데, 학생생

활보조금과주택보조금을합쳐 400~450유로(60만~67만 5000원)의학

생수당을지급받는다. 대학등록금을내지않기때문에이들은학생수

당으로집세를내고, 나머지생활비용은아르바이트등으로충당한다.

헬싱키공대생인오스카리(25, 남)는대학생이된 18세때부터경제적으

로독립을했다. 켈라에서지급하는 450유로덕택에대학생이된후독

립할수있었다. 오스카리가 22세때부터독일인여자친구소피와핀란

드에서동거할수있었던것도바로켈라덕분이다.

투르크법대생인이리스(19, 여)역시학생수당으로매달 450유로를받

고있다. 이리스는부모님의품에서벗어나다른도시에서대학생활을

경험해보기위해헬싱키가아닌투르크대학법대를지원한경우다. 그

녀역시켈라에서주는보조금으로 240유로의월세를내고, 나머지비용

과아르바이트로벌어놓은돈을가지고식비와교통비, 용돈으로쓰고

있다. 그녀는“만족스러운수준이기는하지만더주면좋겠다”면서“내

경우는조금모자라는돈을부모님께받은용돈과방학때하는아르바

이트로해결하고있지만, 그렇지않은친구들은아르바이트를더적극

적으로해야하니까공부할시간이줄어들지않겠느냐”고말했다.

켈라에 33년동안근무해온리서치센터수석연구원우르요마틸라

(64)는아동수당과학생수당을지급하는이유가“빈부격차없이아동

이교육받을수있는권리를제공하려는취지”라고강조했다. 참고로켈

라에서 1년간 지급하는 수당은 핀란드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31

Page 32: Tax revolution

Product,GDP)의 6.9% 수준이다. 물론이런것이높은세금부담률과투

명한세제관리때문에가능하다는것은주지의사실이다. 핀란드의조

세부담률은 GDP 대비 44.5%이지만우리는 19.3%(2010년기준)에불

과하다. 마틸라는또한“국민들이내는세금이복지를제공하는데밑바

탕이되지만국가에서세금을투명하게관리하는것도큰힘이된다”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 2010년 12월 13일자, 〈유러피언드림, 교육강국핀란드

의힘 4: 카드때문에 20대초반동거도가능했다〉중에서

기사내용을보면핀란드의삶의질이한국과는확연히다름을알

수있다. 물론이같은높은복지수준을떠받치고있는것은세금이

다. 기사에도언급됐지만핀란드의조세부담률은매우높다. 하지만

세금을재산의과다정도에따라철저히누진적으로걷고있다. 언론

에도소개됐지만, 교통범칙금조차차등적으로내게하고있다. 예를

들어핀란드의한재벌아들의경우교통범칙금을우리돈으로 2억

6000만원, 노키아부사장의경우 1억 8000만원가량냈다고한다.

핀란드에선웬만한소득자들이소득의절반가량을세금으로내는것

을당연시한다. 그렇지만세금을공평하게걷고제대로써서한국에

서는상상하기힘든삶의질을누리기에불만이거의없다. 물론핀란

드가지금처럼복지대국이된것은여야정파를초월한초당적협력

및노사정 3자합의라는사회정치적기반과첨단정보통신기술과인

적자원등에대한투자를바탕으로한경제적활력이결합된결과라

32

Page 33: Tax revolution

할수있다.

어쨌거나이처럼핀란드인의삶의질이높은것은소득과조세부

담률이한국보다크게높기때문이다. 우리보다국민소득이훨씬높

은상태에서세금을많이거둬서많이쓰고있으니복지수준도높은

것이다. 하지만차이는거기에서그치지않는다. 세금의사용처가한

국과는확연히다르다.

〈도표 1-1〉을보면, 전체교육기관에대한지출가운데공공지출

의비중을보면핀란드의경우 100%에육박하는데비해한국은겨

우 20%를넘는수준이다. 또공공의료지출규모는핀란드의경우

GDP 대비 6%를넘지만한국은 3.5% 수준이다. 공공사회복지지출

은핀란드의경우 25%를넘지만한국의경우 2005년기준 6.9% 수

준으로차이가더크게벌어진다. 그런데정부재정지출가운데총고

정자본형성(기업이나정부등이지속적인생산능력유지및확대를위해노후

설비를교체하거나설비를신설, 증설하는등의방식으로자본재를구입하거나생

산하는것을일컫는다. 기업의설비투자나건설투자와비슷한개념인데개발도상

국들의 경우 그 비중이 대체로 높은 편이다.)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GDP 대비 4.8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국가들가운데가장높다. 2.52%

인핀란드에비해서는두배가까이높은것이다. 한국은복지, 공공

의료, 교육등에지출하는비용이핀란드뿐만아니라OECD 평균수

준에비해형편없이낮은반면기업설비나건설투자등에개발도상

국같은수준의과도한예산을쏟아붓고있다. 주로대기업에혜택이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33

Page 34: Tax revolution

34

도표1-1] 핀란드와한국의재정지출비교

교육기관에대한공공지출비중

핀란드 한국 OECD 평균

●OECD 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120

100

80

60

40

20

0

(GDP 대비, 단위:%)

공공의료지출비중비교

핀란드 한국 OECD 평균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7

6

5

4

3

2

1

0

(GDP 대비, 단위:%)

공공사회복지지출비중비교

핀란드 한국 OECD 평균40

35

30

25

20

15

10

5

0

(GDP 대비, 단위:%)

1980

1981

1982

1983

1984

1985

1986

1987

1988

1989

1990

1991

1992

1993

1994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Page 35: Tax revolution

돌아가는사업에예산을과도하게책정하는반면삶의질을끌어올리

고인적자본과사회적자본에투자하는데는매우소홀한것이다. 사

실한국은핀란드뿐만아니라OECD 국가들대부분과도동떨어진개

발도상국형재정배분을지속하고있다. 이런식이다보니경제가성

장하더라도그과실이소수대기업과부유층에집중되는반면서민들

은제대로된삶의질도누리지못한채높은교육비와보육비등에

등골이휘고노후에대한불안에떨고있다. 같은세금이라도어디에

어떻게쓰느냐에따라그나라사람들의삶은확연히달라진다.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35

Page 36: Tax revolution

● 국내에서영화〈데이브〉에필적할만한장면이나오

는드라마로〈시티홀〉이있다. 드라마를잘보지않는내가끝까지본

드라마가운데하나가김은숙작가의〈시티홀〉이다. (내가김은숙작가

의〈시티홀〉이라고표현한것은남녀주인공등출연진의명연기도일품이었지만,

그만큼〈시티홀〉의명대사들이내마음깊숙이와닿았기때문이다. 잘알려져있다

시피김작가는최근크게인기몰이를한〈시크릿가든〉을쓴작가이기도하다.)

2009년방영된드라마〈시티홀〉의주인공은가상도시인인주시 10급

공무원인신미래. 고졸학력인그는졸업후비경제활동인구와실업

자사이를오가며친구들과‘치맥파티’를즐기던노처녀로정치에는

전혀관심이없었다.

그런데그가시장비서실에서커피타는비서로일하다인주시의

36

미 래 를 준 비 하 는 최 선 의 돈 · 0 3

우리가세금의혜택을누릴수없는이유

Page 37: Tax revolution

전시장이‘밴댕이아가씨선발대회’를이용해공금을유용한혐의

로물러나자분기탱천, 인주시장보궐선거에나선다. 보궐선거유세

과정에서그는도로와다리건설, 각종시설유치등을공약으로내세

우라는그의연인이자선거참모인조국의강권을받는다. 하지만몸

에맞지않는옷을입은듯‘공갈빵공약’을못견뎌하는신미래. 그

는대신‘안하겠다시리즈’를공약한다.

“여러분혹시커피와정치의공통점이뭔지아십니까? 한번중독

되면끊기어렵다. 빠지면빠질수록돈도축나고몸도축난다. 내용

물보다 잔의 화려함에 끌리기도한다. 거품이 많을수록양은 적다.

다수가좋아하는것이꼭좋은것은아니다. 제원래공약은명품커

피잔처럼화려하고달콤합니다. 하지만전그공약들을지킬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지킬수있는공약만말씀드릴까합니다. 제가만

약시장이되면해마다보도블록교체안하겠습니다. 쓸데없는다리

안 놓겠습니다. 정치 비자금 안 만들겠습니다. 여러분이 내신 세금

저위해한푼도안쓰겠습니다. 인사청탁안받겠습니다. 이권이개

입된그어떤시정도안펼치겠습니다. 안하겠다고한건반드시안

하겠습니다.”

그의진심을이해한유권자들의지지로그는시장에당선된다. 하

지만지역토호당인승리당이장악한시의회와역시지역토호세력

과유착된시고위공무원들이그의앞을가로막는다. 시장이된뒤

그는막대한혈세를낭비하게될인주시청청사이전백지화를추진

한다. 신미래시장의비서실장이정도가청사이전백지화에반대하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37

Page 38: Tax revolution

는시청국장들에게“청사이전은인주시민상위 10%를위한정책이

지않느냐”고신미래시장의입장을대변한다. 이때지역토호세력과

유착된국장들이대든다. “그 10%가인주의어제이며오늘이고내일

이다. 웬만하면그사람들비위건들지말자.”이장면은바로이나라

중앙정부와지방정부의예산이어떤식으로쓰이고있는지적나라하

게꼬집은장면이아닐수없다.

하지만우리의신미래가어떤사람인가. 그는물러서지않고시청

사 이전 사업을 백지화하고“정치란 정성껏 국민의 삶을 치유하는

것”이라는원칙을바탕으로각종민생정책을추진한다. 앙심을품은

승리당시의원들은신미래시장이추진하던농번기급식도우미지원

사업과농기계무료임대지원사업등민생사업예산을모두삭감한

다. 다수결이라는이름아래말이다. 각종전시성사업에는헛돈을왕

창쓰면서서민들이정말필요로하는일에는정작돈이가지않는현

실을〈시티홀〉은고스란히고발한다.

이제드라마가아닌현실로돌아와보자. 1권에서설명했지만국내

복지제도는아직매우빈약하고허술하다. 그나마외환위기이후국

민기초생활보호제도나기초노령연금등복지제도가도입되거나

확충된것이이정도다. 현행복지제도는어떻게보면지원대상을

최소화하기위해마련된듯한느낌마저줄정도로복지사각지대에

놓여있는빈곤층이적지않다. 사정이이렇다보니많은복지지원

대상자들이사회복지기관이나종교기관, 자선단체등민간부문의

후원에크게의존하고있는실정이다. 날치기예산통과과정에서겨

38

Page 39: Tax revolution

울방학결식아동지원예산이누락된탓에아름다운재단이결식아동

지원을위한성금을모집해전달한게대표적사례다.

민간부문의도움조차제대로받지못하는경우도허다하다. 민간

부문복지지원사업을주도하는사회복지기관의사정또한열악하

기짝이없다. 예를들어현재내가다니는연구소가자리잡은경기

도고양시관내에는시에서운영예산을지원받는사회복지기관이

다섯군데있지만, 실제관내복지수요를감당하기에는턱없이부족

한상태다. 다섯개사회복지관가운데한사회복지관이담당하는기

초생활보호대상자나독거노인, 장애인등은모두 180여건에이른

다. 그런데이를담당하는인력은거점센터직원까지포함해모두다

섯명에불과하다. 이렇게인력이부족하다보니복지지원이필요한

가정을추가로찾아내지원하기가어렵다.

실제로이복지관이 2008년개설한거점센터가사업을시작하면

서해당동사무소등으로부터잠재적지원대상자명단으로건네받은

것은모두 250여건에이른다. 하지만거점센터직원두명이 40여

건을상담해지원하고나니지원대상자를추가로확대하는것은엄

두를내기힘들었다. 거점 센터의한직원은“200여건의사례들은

아예상담도진행해보지못해얼마나많은이에게추가지원이필요

한지파악도못했다”며“고양시전체로볼때도다섯개사회복지기

관이담당하지못한빈곤층대상자가매우많을것”이라고말했다.

이런열악하기짝이없는수준의복지재정조차도깎으려는사람

들이있다. 이거점센터예산은직원세명의월급을포함해 1억원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39

Page 40: Tax revolution

이었으나 2009년 7000만원으로줄어들었다. 금융위기와중에중앙

정부의경기부양편성방향에발맞춰한나라당주도의고양시와시

의회가가시적인성과가없다는이유로 3000만원을삭감한것이다.

2000만 원 전후 수준인 담당 직원 세 명의 연봉을 제외하면 달랑

1000만원이남을뿐이다. 결국거점센터는민간의독지가나관련

자선단체의후원을요청해필요한복지지원대상자와연결해주는

일밖에할수없는상황이다.

반면이런상황에서도경제적효과가의문시되는거액의건설토

목사업들에는엄청난돈이낭비되고있다. 그예로고양시의대표적

인 시설물 중 하나인 국제종합전시장(Korea International Exhibition

Center, KINTEX, 킨텍스)건립사업을들수있다.

2005년고양시일산서구대화동에들어선킨텍스건립에는총사업

비 2315억원이투입됐다. 고양시에따르면 2008년킨텍스의평균가

동률은약 53%를기록했다. 이는전시회시설설치및해체기간까지

모두포함한것으로, 실제가동률은이보다훨씬낮다. 특히이가운

데전시장의총면적 5만 3541m2 중 2만m2 이상을사용한대규모행

사는모두다섯건으로, 이들행사가열린기간은총 24일에불과하

다. 나머지대부분의전시는세미나나심포지엄, 워크숍, 입학설명

회, 기업의주주총회, 대학이나기업의내부행사등굳이대규모컨

벤션센터를이용하지않아도되는경우였다. 이렇게공간을놀리다

보니킨텍스는몇년째여름에는간이수영장, 겨울에는인공눈썰매

장을운영할정도다.

40

Page 41: Tax revolution

이처럼킨텍스제1전시장조차제대로가동하지못하고있는상황

에서고양시는제1전시장바로건너편에같은면적의제2전시장을건

립하고있다. 세계수준의국제컨벤션행사를유치하기위해서는최

소 10만m2 이상의전시면적을확보해야한다는이유에서다. 제2전시

장이완공되면킨텍스전체전시면적이 10만 8000m2로늘어나그동

안전시공간이좁아유치하기어려웠던국제통신박람회(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ITU), 국제섬유기계전(International Exhibition

of Textile Machinery, ITMA)등유명국제전시회의국내개최가가능해

진다는것이다.

제2전시장 건립 공사는 국비에서 30%, 경기도와 고양시가 각각

35%를담당해모두 3591억원이투입되는대규모공사다. 이는건립

공사가시작된 2009년고양시전체예산의 31%에해당하는규모고,

그해고양시전체복지예산 2224억원의 1.6배에이르는막대한규

모다. 이정도예산이면고양시의복지인프라를거의완벽하게구축

하고도남을정도다. 예산낭비는여기서끝이아니다. 제2전시장건

립사업은삼성과현대컨소시엄만참여한가운데 1권에서설명했듯

이 업체들 간 담합이 기정사실화된 턴키(일괄입찰) 방식으로 발주됐

다. 턴키방식이아닌자유경쟁입찰이었다면총사업비의 30% 정도

인 1077억원을아낄수있었을것이다. 이한사업을통해서만고양

시전체사회복지예산의절반가량을건설업체에불필요하게안겨준

것이다.

건설사업에막대한예산을들이더라도투입비용을상회하는효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41

Page 42: Tax revolution

과를산출할수있다면다행이다. 하지만제1전시장가동현황에서

추정할 수 있듯이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국개발연구원(Korea

Development Institute, KDI)이킨텍스제2전시장건립사업의예비타당

성을조사한결과비용편익비율이 0.92로, 예상되는경제적효과가

투입비용에못미치는것으로분석됐다. 더구나같은보고서에서지

역경제활성화효과지수는 0.1177%로, 같은시기에진행된 33개예

비타당성조사사업의평균치 0.3912%에도크게못미치는것으로

조사됐다. 건설토목사업등의경제적효과에비교적후한평가를내

린다는 KDI조차이런조사결과를내놓은것이다. 이런데도고양시

는한술더떠고급호텔등대규모숙박시설까지건립해야한다고

주장하고있다.

사실대형컨벤션시설을조성하거나확충하려는움직임이고양시

에만국한된것은아니다. 비슷한시설을수도권지자체가경쟁적으

로짓거나확장하고있다. 경기도차원의사업인킨텍스외에인천시

는 2017년까지영종도인천공항인근에전시시설면적만 20만m2가

넘는‘영종전시복합단지’를건립할계획이다. 이미인천시는 2008년

10월 송도국제업무지구 10만 2000여m2 부지에 전시 면적 5만

4053m2 규모의‘송도컨벤시아’를개관했는데이는‘유령전시시설’

로전락한상태다. 서울시도서울을세계 5대컨벤션도시로육성한

다는 거창한 목표 아래 잠실종합운동장~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

(Seoul Trade Exhibition & Convention, SETEC)~코엑스(Convention and

Exhibition, COEX)를잇는컨벤션벨트화사업을추진중이다. 전시면

42

Page 43: Tax revolution

적 3만 6027m2의코엑스를포함해잠실종합운동장주경기장부근의

부지면적 12만 5767m2와 SETEC 부지면적 3만 9086m2를합쳐역

시전시장연면적 10만m2 이상의대규모컨벤션단지를건립하겠다

는것이다. 수도권의 3개광역시도가대규모컨벤션센터짓기경쟁

에돌입했으나이를채울국내외수요는턱없이모자라다. 지역국회

의원과자치단체장들의정치적욕심과이를부추겨한몫챙기려는건

설업체들의이해관계가맞아떨어져낭비되는예산사업일뿐, 시민들

의삶의질을높이고성장잠재력을확충하는사업이라고는보기힘

들다. 예산만탕진하는거대한애물단지가될가능성이크다.

엄청난 세금을 빨아들이면서도 시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지

못하는것은킨텍스같은시설뿐만아니다. 킨텍스와대각선방향으

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져 있는 고양시종합운동장도 마찬가지다.

2003년완공된고양시종합운동장에는 1200억원의공사비가투입됐

고, 연간운영예산은공무원 15명의인건비를포함해 22억원에이

른다. 하지만이경기장은실업축구팀인고양국민은행의홈경기가

연간 10여차례열리고아주가끔피스컵국제경기대회등의일부

예선전이연간두세차례열리는것외에는거의사용되지않고있

다. 잔디밭을보호한다는명분때문에평소에시민들이축구경기장

안에들어가축구등스포츠경기를즐길수도없다.

종합운동장에 투입된 예산은 너무나 과도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

다. 한마디로 1200억원의예산을탕진했지만고양국민은행축구팀

서포터즈를제외한대다수고양시민들에게주는효용은전무하다고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43

Page 44: Tax revolution

해도과언이아니다. 물론축구경기를무료로관람토록개방하는등

고양국민은행축구팀선수들이시민과함께하려는마음과그들의노

력과열정은충분히이해하고존중한다. 그러나아무리훌륭한체육

시설이라할지라도시민들에게주는실질적인효용이없다면정치인

들과지자체장들이사리사욕을채우고건설업체들의배만불릴뿐무

슨소용이있겠는가? 사실상한마디로 1200억원의예산을탕진하고

매년 22억원의운영예산을써가며공무원들의불필요한일자리를

만든꼴이라고할수있다. 이처럼기존종합운동장도제대로활용하

지못하고있는판에고양시는 916억여원을들여종합운동장바로

옆에실내체육관을또짓고있다.

고양시종합운동장의비용투입대비편익이얼마나낮은지는불과

500m 정도떨어져있는대화레포츠공원과비교해보면쉽게알수

있다. 야외에인조잔디로조성된축구장과농구장, 인라인스케이트

연습장, 배드민턴장으로구성된이공원은건립비가불과 10억여원

에불과하지만매일운동을하러나온인근아파트단지주민들로붐

비고주말이면지역동호회회원들의축구경기가활발하게펼쳐진다.

주민들이정말원하는시설이종합운동장과레포츠공원중어떤것이

겠는가?

고양시의사례를통해한국의복지현실이얼마나열악한지, 그리

고소중한시민들의혈세가얼마나터무니없이각종낭비성하드웨어

형사업에탕진되고있는지살펴보았다. 이같은예산낭비는고양시

에만국한된것이아니라대부분의지자체에공통된현상이다. 그것

44

Page 45: Tax revolution

도매년반복되고있다. 이같은관성이빚어낸웃지못할코미디가

있다. 인구 20만명도안되는울산시울주군에축구장만 8개가들어

서게된사연을보면막대한돈을탕진하면서도국민의삶의질이향

상되지못하는이유를알수있다. 다음기사를참고해보자.

울산시울주군은‘축구장공화국’이라고불릴만하다. 12개읍·면중 5곳

에국제규격축구장 8개가지어져있고 4곳에추가로 4개가건설될예

정이다. 전체인구가 19만 8000여명에불과한지역에축구장이이렇게

많은곳은전국에서울주군이유일무이하다. 인구 20만명당 1개꼴인서

울보다울주군이 10배이상많은셈이다.

울주군에왜이렇게축구장이많은걸까. 건설비는다어디서났을까.

울산시울주군서생면간절곶스포츠파크에는천연잔디구장 1개와인

조잔디구장 2개등총 3개의축구장이있다. 국제축구대회를열어도

손색이없을정도다. 축구장한쪽옆에는육상트랙과풋살경기장도들

어서있다. 사업비만 212억원이투입됐다. 평일인지난달 30일오후출

입이가능한지확인하기위해입구를찾았지만문이굳게닫혀있었다.

울주군관계자는“주말과평일야간을제외하면이용객이거의없다”고

말했다. 여기서 3km 떨어진서생면신암리서생종합복지센터. 이곳

에도국제규격의인조잔디구장이있다. 서생면외에두서면온양읍

온산읍범서읍등 4곳에도 4개가있다. 축구장이이렇게많은데도울주

군은인구 2000명도안되는삼동면등 4곳에 4개를더지을계획이다.

울주군은두동면만빼고 11개읍·면에 1개이상의축구장을보유한다는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45

Page 46: Tax revolution

야심찬(?) 계획을갖고있다. 가히‘축구장군(郡)’이라고할만하다.

축구장건설비용은대부분원자력발전소건립지원금에서나왔다. 울

주군은 1999년신고리원자력발전소 3, 4호를유치하면서정부로부터

일시금으로 1100억원을받았다. 그러나울주군은지원금의절반이상인

500여억원을축구장건설등스포츠센터건립비로썼다. 물론축구장

건설등에만지원금을쓴것은아니다. 지난 3월서생면진하리와온산읍

강양리를잇는지역최장인도교인명선교에도원전지원금 87억원이

투입돼완공됐다. 또지난해 2월서생면신암리에지상 3층규모의서생

면사무소건설에도 27억원의원전지원금이들어갔다. 인구 7600여명

에불과한서생면의면사무소가인구 6만 2000여명의범서읍사무소보

다넓다. 결국 1100억원이란큰돈이대부분축구장등체육시설과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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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1-2] 울주군체육시설현황(단위:억원)

구분

운영중인

시설

시설

서생복지센터

운동장

범서

생활체육공원

간절곳

스포츠파크

온양체육공원

개장시기

2004년 12월

2006년 8월

2007년 4월

2009년 9월

사업비

105

65

212

51

주요시설

축구장(인조잔디 1개),

생활체육시설 4종

축구장(인조잔디 1개),

생활체육시설 4종

축구장(천연잔디 1개),

인조잔디 2개, 육상트랙

축구장, 주차장

건설

추진

중인

시설

울주종합운동장

청량체육공원

삼동운동장

웅촌운동장

2014년 12월

2011년 7월

2011년 1월

2010년 10월

700

38

76

33

주경기장, 실내체육관

축구장

축구장, 실내체육관

축구장, 육상 트랙

●《한국경제신문》기사본문에서옮김.

Page 47: Tax revolution

무소짓기, 다리건설등선심성시설물에과다하게쓰인셈이다. 이런

지원집행때문에원전특별지원금은지난해완전히바닥을드러냈다.

(이하생략)

—《한국경제신문》, 2010년 10월 4일자, 〈원전지원금‘펑펑’…울주군에

국제축구장만 8개〉중에서

한번생각해보자. 원자력발전소건립지원금 1100억원은모두

국민의세금이다. 기피시설인원자력발전소를울주군에짓는대신

전국민이세금을걷어울주군민들에게보상하는돈이다. 그렇다면

그돈은최대한울주군민들에게도움되는방향으로쓰여야한다. 하

지만그돈은군민들이제대로이용하지않아서운영적자를내는종

합운동장건립에쓰였다. 그같은예산집행으로건설업체들의배만

불렸지정작시민들의생활은달라진게없다. 그돈을제대로썼다면

울주군의복지와문화인프라를완전히바꾸고지역경제를활성화할

수있었을것이다. 대신상식적으로생각해도이용객이충분하지않

은운동장을곳곳에짓다보니《한국경제신문》의보도에따르면한

해울주군체육시설의운영수익은 1억 5000만원인데, 시설관리비

와공무원인건비가 5억원에이르는상황이돼버렸다. 2008년설립

된울주군시설관리공단은매년 100억원이상적자를보고있다. 불

필요한낭비성시설을건립하느라예산을탕진하고, 그렇게만든시

설을운영한다고또예산을소진하고있는것이다.

지금까지본것처럼현실에서는〈시티홀〉에나온것이상으로더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47

Page 48: Tax revolution

한심한상황이펼쳐지고있다. 막대한예산이너무나황당하고허무

하게낭비되고있는것이다. 정치인들에게우리가내는세금은완전

히눈먼돈이다. 현정부가일인당국민소득 4만달러와‘공정사회’

를운운하지만그이면에는단돈몇만원의지원이아쉬운빈곤층과

소외계층이즐비하다. 그런데도경제성이거의없는대규모건설토

건사업에막대한예산을탕진하고있다. 그러다보니우리가내는세

금이늘어나도지역경제가살아나지도, 서민들의삶의질이높아지지

도못하고있는것이다.

48

Page 49: Tax revolution

국제행사유치,

지역경제살리고국격올릴까?

2010년 F1 그랑프리대회, 2011년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4년인천아시안게

임. 개최가확정된국제스포츠행사들이다. 유치에는실패했지만동계올림픽과월드

컵단독개최도계속시도되고있다. 국제스포츠행사는아니지만지난해열린G20

정상회담은마치대한민국의‘국격’이달라질만큼막대한경제효과와위상제고효

과를낳을것처럼정부와상당수언론이홍보하기도했다.

그런데이같은각종국제스포츠행사나국제회의가정부나지자체가주장한경

제적효과를낳았던적은거의단한차례도없다. 오히려대규모재정부담을안기고

행사준비를위해건설된대형시설들이만성적인운영적자에시달리며애물단지로

전락한경우가대부분이다. 그런데도여전히정부와지자체들은이같은국제행사들

을유치하는데혈안이돼있다. 왜 그럴까. 이 같은국제행사들을유치하는과정에

서경제적효과가어떻게부풀려지고재정낭비로귀결된걸까.

국제행사는임기안에눈에띄는과시형실적을만들어내고싶은정권이나지자

체장에게는더없이좋은소재다. 대형행사를유치해국가경제나지역경제가금방

이라도활성화될것처럼선전할수있는한편이들행사의준비과정및행사기간내

내언론의대대적인조명을받을수있기때문이다. 또한이들행사를준비하기위해

서는국제규격의경기장등대규모시설들을지어야하므로건설업계와지역의토착

이해세력도행사유치를선호하게마련이다. 관련 스포츠단체나스포츠업계도행사

유치에열을올리게됨은물론이다. 행사관련시설이들어서는주변지역은개발자

Page 50: Tax revolution

금이쏟아져들어오는데다행사등을소재로집값이올라반길수밖에없다. 특히언

론들이정부나지자체의보도자료를별다른검증없이홍보성기사로소개해지역주

민들은지역경제활성화의특효약인것처럼인식하는경우가많다. 노무현정부때

검토됐고 현 정부의 대선 공약 사업이기도 한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 선정을 앞두고

경상남도와경남밀양이북의경상북도주민들간유치전으로해당지역이엄청난홍

역을치르고있는것을‘개발한방신화’라고한다면국제행사유치는이른바‘행사

한방신화’라고부를수있다.

이같은전시성행사로서국제행사유치를대외적으로합리화하기위해정부나지

자체등은경제효과분석에관한용역을발주하는데, 대부분정부나지자체출연연

구기관이나관련민간연구기관에의뢰하다보니발주자의입맛에맞춰지는경우가

대부분이어서이를신뢰하기는어렵다.

F1 그랑프리대회의경우는어떨까. 전라남도의의뢰로 F1 그랑프리대회의경제

적파급효과를분석한체육과학연구원의보고서에따르면, 이 대회의 7년간개최권

한을갖는데따른경제적파급효과는생산유발효과 2조 7049억원, 소득유발효

과 2조 4514억원, 고용유발효과 2만 7722명에이른다. 하지만실제발생한경제적

효과는이보다터무니없이작다.

당초전라남도는첫해대회에서70억원가량흑자를낼것으로예측했지만, 실제로

는400억원에가까운적자가났다. 《조선일보》의보도에따르면F1을운영하는스포

츠 마케팅 기업 FOM에 지급한 개최권료 330억 원과 중계권료 110억 원 등 모두

440억원, 각종운영비150억여원등600억원가량을지출한데반해수입은180억

원선에머물렀다. 대회전주최측은564억원의입장료수입을기대했지만실제로는

4분의1에도못미쳤다. 연인원16만명의입장객가운데외국인입장객은5000여명

Page 51: Tax revolution

에그쳤다. 당초예상한외국인입장객수는3만5000명수준이었다.

3400억 원 정도로 책정됐던 사업비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4000억 원가량으로

늘어났는데, 이는경기장건설에따른생산유발효과로추정된3985억여원이넘는

수준이다. 당초 예측한생산유발효과가생겨났는지도의문이지만, 설사 경기장건

설과정에서그같은생산유발효과가발생했더라도‘밑지는장사’를한셈이다. 경

기장 건설사업에국비 528억 원과 도비 1232억 원이 투입됐다. 모자라는 돈은 F1

대회운영법인인카보(Korea Auto Valley Operation, KAVO)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

방식으로 1980억원을조달했는데, 당초계약에따라 KAVO의대주주인 SK건설의

모든지분과채무 1000억원가량을전라남도가모두떠맡아야한다. 이뿐만아니라

행사유치를위해전라남도가발행한지방채와은행빚의이자비용만 1년에 150억

원이상발생한다. 무리하게빚을내대규모국제행사를연뒤빚더미에나앉게된

셈이다.

아직개최되지않았지만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도비슷한궤적을걸을가능성이

높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연구용역결과건설투자와관광객소비활동, 대회운영

비등지출, 광고및TV 방송등에따른경제효과를포함해전국적으로12조9328억

여원의생산유발효과와5조 5575억원의부가가치유발효과, 26만 8900명의고

용유발효과를낳을것으로추산됐다. 이를근거로인천시는인천아시안게임이인천

의경제도약을단기간에이끌어낼행사인것처럼선전했다.

과연이런경제적효과가발생할지도의문이지만, 문제는그효과가대부분건설사

업비등대규모재정투자를통해발생한다는점이다. 인천아시안게임의경우직간접

건설비 3조 6000억원을포함해모두 4조 9491억원의사업비가투입될것으로추

정됐다. 사업비의대부분은국비지원과인천시비및인천도시개발공사등에의해조

Page 52: Tax revolution

달될수밖에없다.

직간접건설비투입만으로전체의70%에이르는8조7477억여원의생산유발효

과와3조6661억원의부가가치유발효과가발생할것이라고선전하는데, 이정도의

경제파급효과는투입예산이창출하는효과에불과하다. 인천아시안게임이아니더

라도같은예산규모의건설사업을벌이면비슷한수준의경제파급효과는얼마든

지생겨날수있다. 따라서아시안게임건설사업의타당성을입증하기위해서는같은

투자예산이다른곳에쓰일때에비해더큰경제적효과를유발하는지따져야한다.

즉 아시안게임사업의기회비용관점에서타당성을평가해야한다. 그런데 인천시는

대규모재정투입에따라당연히발생할수밖에없는경제효과만을강조하면서타당

성을합리화하고있다. 관련시설건설사업을진행하는과정에서일시적으로경제적

효과를창출할수는있지만이것이지속적으로인천지역경제를견인할성장동력이

되기는 어렵다. 아시안게임을 통해 지속적으로 활발한 문화관광 수입이 발생하거나

연관분야의활발한창업이일어나리라고기대하기힘들다는것이다. 그렇다고인천

시의대외적홍보효과가투입재정을정당화할만큼큰것도아니다.

각종 국제 행사를 유치해 단기간에 벌어지는 대규모 시설 건립사업은 건설업계의

매출을올려주고단기적인일자리창출등경제효과를낼수는있지만그지역의경

제를 지속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자력 성장의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 내는 것과는

거리가멀다. 국제 스포츠행사유치가지속적인경제발전에거의기여하지못하고

있음은몇가지지표만살펴봐도금방알수있다.

일례로국제스포츠행사를유치할경우관광객유입등으로관광수입이크게늘

어날것이라고행사주최측은주장한다. 하지만현실은전혀그렇지않다. 〈도표 1-3〉

에서보는것처럼국내여행수입은국내최대관광수요국인일본의엔화및기축통

Page 53: Tax revolution

화인달러환율에거의연동되고있다.

또한대규모국제행사이후외국인직접투자등이늘어날것처럼주장하나실제로

는명확하지않다. 〈도표 1-4〉에서올림픽이열린 1988년과 1989년에는외국인직접

투자가다소증가하는모습을보였으나이때는시장개방과이른바3저호황으로국내

경제가 10%가넘는고성장을구가했던영향이훨씬컸다고할수있다. 실제로올림

픽에버금가는국제스포츠행사인월드컵과부산아시안게임이함께열린 2002년을

전후한3년(2001~2003년) 동안외국인직접투자는오히려상대적으로더줄어들었다.

또한 2002년아시안게임을유치한부산의지역내총생산(GRDP)과국내GDP 추

이를비교해보면국제스포츠행사의경제적효과를짐작해볼수있다. 1986년이

후부산의GRDP 성장률은전국성장률보다대체로낮았다. 다만부산아시안게임과

한·일월드컵개최 1년전인 2001년두대회를위해경기장등대규모시설개발사

업을벌인결과전국대비3%포인트높은성장률을기록하기는했다. 하지만정작아

도표1-3] 환율과여행수입의상관관계추이

● 한국은행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여행수입및원/달러환율추이 여행수입및원/엔환율추이

■여행수입 원/엔■여행수입 원/달러

4035302520151050

1800

1600

1400

1200

1000

800

600

1981

1983

1985

1987

1989

1991

1993

1995

1997

2001

2003

2005

2007

2009

4035302520151050

1600140012001000800600400200

1981

1983

1985

1987

1989

1991

1993

1995

1997

2001

2003

2005

2007

2009(여행수입, 단위:억달러)

(원/달러)

(여행수입, 단위:억달러)

(원/100엔)

Page 54: Tax revolution

시안게임이열린2002년에는전국평균보다 1.8%포인트낮은성장률을보였고이후

로도비슷한추세가지속되고있다.

이로써국제스포츠행사유치가재정투입을통한대규모시설건립사업을진행

할때반짝경기를불러일으킬뿐지속적인지역경제활성화효과는거의없음을알

도표1-4] 직접투자수지및부산지역내총생산성장률추이

직접투자수지추이

국내GDP 및부산GRDP 성장률비교

■투자수지 해외직접투자 외국인직접투자

전국 부산

●한국은행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150

100

50

0

-50

-100

-150

-200

-250

15

10

5

0

-5

-10

-15

(단위:억달러)

(단위:%)

1980

1981

1982

1983

1984

1985

1986

1987

1988

1989

1990

1991

1992

1993

1994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1986

1987

1988

1989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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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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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Page 55: Tax revolution

수있다. 더구나행사가끝난뒤에는이를위해지어졌던대규모시설들이제대로활

용되지못하고매년수십억원에서수백억원의운영적자를내는게현실이다. 부산

의경우아시안게임을치른뒤시설유지비를벌기위해시작한경륜사업에서도매

년60억~140억원에이르는적자를내고있다. 지역경제활성화효과는‘장밋빛환

상’에불과하고막대한세금낭비및지자체재정적자증가로이어지고있는것이다.

그나마인천아시안게임등대규모건설사업에예산이투입되는경우는단기적인

효과라도생겨난다. 지난해열린G20 정상회의의경제적효과에대한일부연구기

관의발표나언론의보도는황당하기짝이없다. 삼성경제연구소는〈서울 G20 정상

회의와기대효과〉라는보고서에서개최의직접효과 1023억 원, 간접 효과가 21조

4553억~24조 5373억원에이른다고주장했다. 또한행사개최의직접효과로산업

연관분석을통해외국인참가자소비지출490억원과부가가치533억원이발생한

다고추정했는데G20 정상회의수준의소규모행사에산업연관분석까지들먹이며

효과를분석하는것자체가난센스다.

G20 정상회의개최에대한해외언론의보도등을통해 2002년 월드컵수준을

상회하는 기업 홍보 효과와 이를 능가하는 수출 증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

역시황당하기짝이없다. G20 회원국끼리순차적으로돌아가면서주재하는회의를

한국의국격을끌어올리는계기가될것이라며너스레를떤현정부의행태도코미디

에가깝지만, 이런회의의대외홍보효과가월드컵수준을상회할것으로분석한삼

성경제연구소의수준도황당하기짝이없다.

이에 더해 삼성경제연구소는 G20 정상 회의 개최로 대외 신인도가 높아져 해외

자금조달비용이절감되는효과가1조4228억원에이른다고추정했다. 한국의대외

신인도에영향을미치는것이기본적으로한국경제의펀더멘털과대북긴장의관리

Page 56: Tax revolution

수준이라는 점은 웬만한 경제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단순히

G20 회의를개최했다는이유로대외신인도에영향을미칠것이라는내용의분석은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납득하기 어렵다. G20 정상 회의가 개최되어 반짝 효과가

나타났더라도직후발생한북한의도발에대한정부의강경대응으로발생한지정학

적리스크로인해한국증시나대외신인도는원상복구되었다. 추가하락이나타나지

않는것도G20 정상회의의영향이라기보다는한국경제의탄탄한펀터멘털에대한

국내외투자자의믿음이작용한결과다. 또 2002년월드컵을성공적으로개최했다는

이유로대외신인도에서눈에띄는변화가나타나지도않았다. 단순히G20를개최했

다는이유로대외신인도의변화를기대한다는것자체가엉터리주장에가깝다.

삼성경제연구소는한술더떠국민의자긍심고취, 미래성장동력확충, 한국경

제의구조적불안요인완화등무형의가치를합치면경제적효과는훨씬더커진다

고주장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주장대로G20 정상회의개최로 21조~24조여원의

경제적파급효과가발생한다면이는경제성장률을2%포인트가량끌어올리는것이나

다름없다. 정말그런효과가있다면다른경제정책을마련하기위해고심할필요없

이이런행사만유치하면된다. 매년두세건만유치하면경제가 4%포인트, 6%포인

트추가성장할테니모든경제부처를폐지하고‘국제회의유치부’만두면될것이다.

하지만 한국보다 앞서 G20 정상 회의를 연 미국 피츠버그나 캐나다의 지역 경제가

좋아졌다는증거는나타나지않았다. 이런식의엉터리보고서를자칭대한민국최대

재벌연구소라는곳에서버젓이내놓고상당수언론이이를무비판적으로보도하면서

정부와지자체의예산이탕진되고있는것이다.

Page 57: Tax revolution

2010년말미국과한국에서는거의정반대의정치

적풍경이연출됐다. 오세훈서울시장은서울시교육청과야권의‘의

무급식’예산 695억원을편성하는문제를두고‘망국적복지포퓰리

즘’이라며이념논쟁으로몰아갔다. 이명박대통령과한나라당이오

시장을두둔하고나섰음은물론이다. 심지어서울시는오시장의지

시에따라헐벗은아이의합성사진을이용한광고를 3억원이넘는

돈을들여주요일간지에게재하는등물의를빚기도했다.

같은시기미국의회에서는정반대모습이펼쳐졌다. 심각한경제난

과재정난속에서도여야합의로 45억달러(5조 5000억원규모)에이르

는점심급식확대예산안을통과시킨것이다. 이법안은굶주리는아

이들을줄이기위해급식을확대하면서도비만아동을줄이기위해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57

미 래 를 준 비 하 는 최 선 의 돈 · 0 4

서울시, 돈없어서의무급식못하나

Page 58: Tax revolution

더많은야채와과일을제공하는것을목표로한다. 서울시의친환경

의무급식조례안과비슷한법안이라고할수있다. 이법안은영부인

미셸오바마여사가로비한법안인데여야모두로부터초당적지지를

끌어냈다. 사상최악의경제위기속에서도미국정치권이오시장이

말하는‘복지포퓰리즘’때문에급식확대예산안을통과시키지는않

았을것이다.

그러면거꾸로서울시가의무급식을편성하기어려울정도로재정

상황이어렵거나그보다더긴요한사업들이많은것일까. 결코그렇

지않다. 미리말하자면의무급식예산편성은재정적난제라기보다

는데이브나신미래같은, 또는룰라대통령이나미셸오바마여사같

은정치적의지를갖고있느냐, 없느냐의문제일뿐이다.

서울시의재정사정을논하기에앞서국내지자체의전반적인재정

지출상황을먼저살펴보자. 〈도표 1-5〉에서전국지자체의 2009년도

총세출을사업분야별로살펴보자. 겉보기에는수송교통과국토·지

역개발예산등하드웨어예산이큰비중을차지하고있지만사회복

지예산과교육, 문화관광, 보건등소프트웨어관련예산과대체로

균형을이루고있는것처럼보인다.

하지만이를경제성질별예산으로나눠따져보면상당히다른모

습을발견할수있다. 2010년지자체세출예산규모는순계기준으

로 144조 5000억원규모다. 이가운데지자체인건비나행정사무에

필요한물품구입에쓰는물건비, 지자체내부거래, 지자체차입금이

나여유자금예치액을의미하는보전재원, 융자및출자등은모두경

58

Page 59: Tax revolution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59

도표1-5] 전국지자체의세출예산현황

지자체총세출의사업별구성비(2009)

지자체세출예산의경제성질별비중(2010)

●행정안전부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사회복지17.6%

수송교통13.4%

보건1.4%

과학기술0.5%

자본지출39.7%

융자및출자1.0%

보전재원2.0%

내부거래7.2%

예비비및기타6.2%

인건비10.5%

물건비6.3%

경상이전27.2%

예비비1.7%

기타15.7%

일반공공행정7.5%

교육5.7%

문화관광5.2%

환경보호10.5%

산업중소기업2.1%

국토·지역개발10.6%

농림해양수산6.7%

공공질서1.4%

Page 60: Tax revolution

직성경비에가깝다. 나머지비경직성경비가운데자치단체가직접

투자 사업을 하거나 자산을 취득하는 일 등에 쓰인 자본 지출이

39.7%로가장많다. 이같은자본지출의 90% 이상이건설토목사

업등하드웨어예산이다. 반면각종사회복지예산을포함해지자체

가민간이나공공기관, 단체등에지출하는경상이전예산은 27.2%

다. 예측하기어려운예산소요에대비하기위해세출용도를특정하

지않은예비비도상당부분하드웨어예산에쓰이는경우가많다. 예

비비의절반가량이하드웨어예산에들어간다고할경우전체비경직

성예산의 53.1%, 전체지자체예산의 39%가량이사실상건설토목

등하드웨어예산에쓰인다고볼수있다. 교육청이나지자체자원예

산이나기초생활수급자등에대한생계급여지원등사회복지예산

은대부분법정의무사항이어서지자체의의도에따라운영된다고

볼수없다. 중앙정부의위임에따라의무적으로이행되는예산이라

고보면된다. 더구나경상이전예산가운데도속을뜯어보면하드웨

어형예산이적지않아실제지자체의직접사업예산가운데건설토

목사업예산의비중은이보다더높다고할수있다.

서울시예산으로이런실태를좀더구체적으로살펴보자. 〈도표

1-6〉에서 2010년서울시예산의사업별구성비를보면역시겉보기

에는사회복지비지출이가장큰비중을차지하는등하드웨어와소

프트웨어예산이균형을이룬것처럼보인다. 하지만사업영역별로

구체적인예산내용을뜯어보면사정은확연히다르다. 사회복지예

산가운데원지동추모공원사업(335억원)이 포함돼있고, 환경보전

60

Page 61: Tax revolution

예산가운데는동네뒷산공원화사업(576억원)과강북지역생태문

화공원조성(137억원), 남산공원재정비사업(316억원) 등사실상하

드웨어형사업이포함돼있다. 또문화관광분야에도한강예술섬조

성사업(243억원)과서남권문화체육컴플렉스건립예산(206억원)등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61

도표1-6] 서울시의재정현황

서울시일반회계사업별구성비(2010)

●서울시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예비비 1.1%

사회복지24.8%

환경보전13.0%

도로교통 11.1%주택도시관리5.8%

산업경제 3.2%

문화관광 3.0%

도시안전 3.0%

교육지원14.8%

자치구지원17.7%

일반행정 2.7%

연도별서울시재정규모추이(2001~2010)

■특별 ■일반

30

25

20

15

10

5

0

(단위:조원)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Page 62: Tax revolution

이, 산업경제분야에도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건립(701억원),

글로벌클러스터빌딩건립(106억원)등하드웨어형사업이다수포함

돼있다.

물론이들사업이타당성없다거나예산배정의우선순위에서꼭

뒷전에밀려야할사업이라고할수는없다. 다만소프트웨어예산으

로느껴지는예산항목의상당수가구체적으로뜯어보면이처럼각종

시설건립및조성등하드웨어형사업이라는것이문제다.

일반회계뿐만아니라특별회계까지포함하면이런현상은더욱두

드러진다. 서울시의경우특별회계는도시철도, 교통사업, 광역교통

시설, 주택사업, 도시개발, 재정비촉진, 하수도사업, 한강수질개

선사업등모두 12가지로 2010년기준으로 5조 8353억원규모다.

그나마 2009년서울시가경제위기에대응한다는명분으로크게늘려

편성한 7조 1086억원가량보다는 17.9% 정도줄어든액수다.

이들각특별회계사업의구체적내용을보면각종지하철신설및

연장선, 경전철건설사업, 교통체계구축및개선사업, 버스운영

체계개선및관리사업, 주차장건설, 동부간선도로건설및강변북

로확장등서울시내도로건설및확포장사업, 광역전철건설및광

역도로건설사업, 이대동대문병원공원화사업및서울의료원이전

사업, 물재생센터고도처리및현대화사업, 하수처리장및하수관

거정비사업, 각종뉴타운부대시설및정비사업등온갖토건형개

발사업과시설사업들로넘쳐나고있다. 한마디로특별회계의거의

대부분은사회간접자본(Social Overhand Capital, SOC)및개발사업이라

62

Page 63: Tax revolution

고해도과언이아니다.

계산의편의상특별회계전체와일반회계가운데도로교통예산,

주택도시관리예산, 그리고환경보전, 산업경제, 문화관광분야예

산의절반가량을포함할경우전체서울시총예산 21조 2573억원

가운데 48.2%인 10조 2373억원을하드웨어형예산으로분류할수

있다. 이밖에자치구지원예산 2조 9401억원및교육청지원예산

2조 4548억원등서울시가다른행정기관에이전해야하는예산과

일반행정예산 4402억원및예비비 1888억원등을제외하면서울

시예산가운데실질적으로소프트웨어형예산이라고할수있는예

산은 4조 9961억원정도에불과하다. 이는 2010년서울시전체예

산의 23.5%에불과하다.

나머지예산의대부분을차지하는사회복지예산 4조 834억여원

중에서도기초생활수급자등생계급여지원, 의료급여지원, 95개

종합사회복지관운영및기능보강지원, 재개발·재건축임대주택

매입,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시행분담금, 기초노령연금지급,

보육료지원등대부분이의무적인법정지원예산이어서서울시가

자체적으로편성해운용하는소프트웨어형예산은전체예산의 10%

정도에불과하다.

이런식이다보니저출산고령화추세에대비해적극적으로복지

서비스를늘린다든지지식정보화시대, 창의경제시대라는세계적

흐름에발맞춘문화및교육투자등을통해사회자본및인적자본을

구축하는데는매우취약할수밖에없다. 그가운데가장큰타격을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63

Page 64: Tax revolution

받는것이사회복지예산이다.

구체적예를들어보자. 우선서울시의경우기초생활수급자등생

계 급여 지원 대상자가 2009년 21만 720명에서 22만 1852명으로

5.3%가량늘어났는데도해당예산은오히려 2009년 5292억원에서

2010년 4759억여원으로 533억여원줄어들었다. 기초생활 수급자

및특례수급자진료비지원도대상자가 2009년 22만 330명에서올

해 22만 9916명으로 4.4% 늘어났는데도해당예산은오히려 6439억

여원에서 6085억원으로 354억여원줄어들었다. 또 2009년 414억

여원을투입해실시된한시생계보호사업을종료한영향등으로긴

급복지지원예산은지난해 1076억여원에서 264억원으로 812억원

가량줄었다. 노인생활시설운영및지원비 99억원, 저소득노인급

식지원비 32억원, 노인일자리 사업지원비 249억원, 노인종합복

지관운영지원비 23억원, 장애인취업통합서비스지원비 34억원,

아동복지시설운영비 182억원, 소년소녀가장및저소득층아동지

원비 25억원, 부랑인·노숙인보호및자활지원비 83억여원, 지역

치매센터운영비 130억원, 저소득층희귀난치성유전질환자지원

비 20억원, 저소득층가사·간병서비스바우처지원비 36억 6000만

원, 식품의약품안전성검사예산 114억 8000만원등이줄어들었다.

저소득층과취약층을위한복지서비스가대폭위축된것이다. 이

들사업은수천억원단위의토건사업에비해상대적으로매우작은

규모지만조금만예산이줄어들어도한푼의지원이아쉬운저소득층

및취약계층에게는큰타격을줄수밖에없다. 오시장은의무급식을

64

Page 65: Tax revolution

‘부자급식’이라고비판하면서자신은선별적복지, 맞춤형복지를알

차게추진하고있다고했다. 하지만그의주장대로선별적복지와맞

춤형복지조차제대로추진한증거는거의없다.

하드웨어형사업의비대화로인한상대적위축은다른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교육지원사업이대표적사례다. 서울시의 2010년교

육지원사업예산 2조 4548억원가운데거의대부분인 2조 4288억

원이교육청전출금으로사용된반면서울시가독자적으로교육예

산에책정한것은불과 260억원이다. 그나마도 2009년대비 28억

5000만원줄어든액수다. 물론현행지방자치제도에따라교육자

치가별도로이뤄지고있다고하더라도서울시가진정으로교육문

제에관심을갖고있다면자체교육예산은얼마든지추가로더확보

할수있는일이다. 그런데도전체서울시예산의겨우 800분의 1에

불과한예산을자체교육사업에배정했을뿐이다. 이 같은사정은

서울시가자치구도서관 78곳과문고 620곳에지원하는올해운영

지원비가 82억원에불과한점에서도드러난다.

물론 2010년지방선거과정에서서울시의빈약한교육, 복지재정

등에대한비판이쏟아지자오시장이그에대한대응으로 3무학교

사업예산등을내놓으며 2011년의관련예산규모가크게늘어난것

은다행이다. 그렇게늘어난예산이 1445억원으로서울시전체예산

의 0.7% 정도에불과하지만말이다. 교육예산이늘어난것은사실이

지만그동안하드웨어위주의각종토건형개발사업에너무과도한

예산이배정된반면복지나문화, 교육예산등이상대적으로등한시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65

Page 66: Tax revolution

된것은너무나명백하다.

이처럼저소득층이나취약계층을위한것이나일반시민들의수요

가매우큰예산은과감히(?) 줄이면서도한강예술섬조성사업처럼

사업추진당시부터논란을빚었거나서남권문화체육컴플렉스사업

등지방선거를앞두고특정지역유권자들의환심을살수있는사업

들은거액의예산이배정돼그대로추진되고있다. 또한서울시는시

정홍보에 491억 2000만원을썼다. 물론이같은홍보예산에는해

외마케팅관련예산이 64%가량포함돼있지만이를제외해도 166억

원에이르는큰금액이다. 특히이는 2007년해당예산이 94억원가

량이었던것에비하면매우큰폭의증가라고할수있다. 지하철역

사와화장실, 그리고가로판매대와버스및각언론사의전광판, 공

사장펜스에이르기까지곳곳에서서울시치적홍보용광고를접할

수있는것도무리가아니다.

이처럼대형토건사업과지자체장의치적홍보용예산편성이관

행화돼있는것에더해이들사업이집행되는과정에서막대한예산

이낭비되고있는점은큰문제다. 대표적인것이 1권에서설명한턴

키사업이다.

서울시의경우2008년턴키입찰방식으로발주한사업은지하철9호

선 2단계세개공구와서남권문화체육콤플렉스건립공사, IT 콤플

렉스, 중랑및탄천, 서남물재생센터고도처리시설등모두 13건

이다. 이들턴키사업의추정사업비는 1조 6739억원. 이가운데지

하철 9호선 2단계사업의경우필자가당시서울시에재직하면서입

66

Page 67: Tax revolution

찰업체들의담합을분쇄해가격경쟁이이뤄져낙찰률이떨어졌으나

대부분의사업들은경쟁입찰에비해 25~30%포인트 이상높은낙

찰률을기록했다. 만약지하철 9호선 2단계사업도평소‘관행’대로

95% 또는 98%의낙찰률을기록했다면이들사업에서만연간최소

4184억원의예산이대형건설업체들의배를불리는데탕진됐을것

이다. 오 시장은한해 700억원의의무급식예산을배정하는것이

아까워‘망국적복지포퓰리즘’이라고했다. 그러면서자신은한해

수천억원의예산이엉뚱하게재벌건설업체들의배를불리는데탕

진되는상황을방치한셈이다. 그의계산법에따르면이미서울시는

‘망국적인토건포퓰리즘’때문에이미사라지고자신은시장자리

에서쫓겨났어야할상황이다.

이런식으로건설토목사업에예산을탕진하는것은사실서울시

에서도상당히긴역사를가지고있다. 예를들어오시장의전임자인

이명박대통령은서울시장재임시절대규모턴키사업을남발했다.

청계천사업, 동남권유통단지(가든파이브), 지하철 9호선, 지하철 7호

선과지하철 3호선연장구간등을모두턴키로발주했다. 심지어일

반주택단지를만드는은평뉴타운사업조차턴키로발주했다. 그결

과부작용도심각했다. 7000억원에할수있었던가든파이브에 1조

원이상이들어가고분양가때문에상가입점이지금도극히부진해

‘유령상가’로전락해언론의조롱감이되었다. 은평뉴타운은과다한

토지보상금과더불어턴키입찰을통한사업비과용으로후임자인오

시장의재임초기고분양가논란을불러일으켰다. 이렇게진행된지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67

Page 68: Tax revolution

하철 9호선, 지하철 7호선연장구간등에서는업체들간담합이드러

났고, 청계천사업과가든파이브사업에서는각종비리사건이불거

지기도했다.

이런과정에서낭비된예산만줄잡아 1조원가량은될것이다. 이

명박대통령은대선에나서면서서울시장시절서울시예산을절감했

다고했는데, 이는매우기만적인주장인셈이다. 그리고이제 4대강

사업과경인운하, 새만금사업, 심지어보금자리주택까지턴키방식

으로발주해지자체시절의예산낭비를전국단위에서되풀이하고

있다.

68

Page 69: Tax revolution

전국지자체의재정상태가빠르게악화되고복지와

문화, 교육분야의사회적투자요구가커지고있는데도여전히지자

체들이각종개발사업에무분별하게나서며예산을탕진하고있는

이유는뭘까.

한마디로말하자면지자체의정책틀이과거 30~40년전의개발

연대에비해근본적으로변하지않고있기때문이다. 알다시피개발

연대에는도로, 항만, 공항, 철도등각종기반시설등 SOC가턱없이

부족했다. 따라서 SOC를확충하는것이경제발전을위해서도절대

적으로필요한시기였다. SOC 확충등을전제로한대규모토건사업

들이전후방연계효과를통해그자체로경제성장에크게기여해왔

음은물론이다. 대규모토건사업들은즉각적인경기부양효과를가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69

미 래 를 준 비 하 는 최 선 의 돈 · 0 5

관료와재벌이주무르는국민의돈

Page 70: Tax revolution

져왔고, 여러문제점에도불구하고일반인들이가시적으로체감할수

있는생활상의변화를가져오기도했다. 또한교통편의확대등삶의

질을단기간에끌어올리기도했다. 이때문에지금도개발연대의급

속한경제성장을경험한세대에게는‘개발사업=경제발전=삶의

질향상’이라는등식이뿌리깊이자리잡고있다.

하지만각종 SOC가확충돼공항과도로, 항만등대부분의시설이

이미충분히갖춰졌거나과포화상태에이르면서개발사업이경제

발전에기여하는효과는크게줄어들었다. 국내뿐만아니라전세계

적으로중후장대형시설투자를중심으로하는자본집약적산업구조

에서첨단기술과고부가가치지식서비스위주의산업구조로빠르게

전환하면서개발연대식토건사업의경제적효과는크게떨어지고있

다. 그런데도 한국은‘토건 국가’라 불리던 일본을 훨씬 능가해

OECD 국가들가운데가장높은건설업비중을유지하고있다.

이런상황에서도중앙정부는말할것도없고지자체역시개발연

대시절의토건사업위주의정책에막대한재정을쏟아붓고있다.

토건사업위주의개발사업에지나치게많은재정이투입되면서지

식정보화와첨단기술개발, 교육및사회복지등소프트부문의투자

여력이소진돼한국의성장잠재력이크게약화되고있는것이다.

이를간단히설명하기위해토건사업과지식서비스업(교육이나복

지를대입해읽어도마찬가지다)두가지산업에만자원을배분할수있는

경제에서경제구조가변화함에따라자원배분이어떻게달라져야

하는지생각해보자. 두산업에배분할수있는자원을 100이라고가

70

Page 71: Tax revolution

정하자. 토건사업에 75, 지식서비스업에 25를쓸때경제발전에가

장효과적이면서도국민경제전체의효용, 즉후생수준을극대화할

수있는경우가개발연대시절의자원배분모델이다. 반면토건사업

에 25, 지식서비스업에 75를쓸때경제발전에가장효과적이면서

국민들의후생수준을극대화할수있는경우가첨단지식정보화시

대의자원배분모델이다.

지금의한국경제는후자같이자원배분을해야하는상황인데도

개발연대시절의관성이강하게남아여전히각종토건사업에 60, 지

식서비스업에 40 정도의자원이배분되고있다. 개발연대시절에비

해서는 25에서 40으로지식서비스업에자원이좀더배분되고있으

나자원의최적배분면에서볼때여전히토건사업에는과도하게,

지식서비스업에는과소하게자원이배분되고있는것이다. 이런식

의자원배분은국민경제의잠재력을극대화하지못하고비효율적으

로자원을탕진하는한편결과적으로국민경제전체의후생수준을

시간이갈수록떨어뜨린다.

개발연대시절의자원배분방식이강력히남아있는것은개발연

대시절의정부주도정책및제도등의틀이바뀌지않았기때문이

다. 시대가변하고경제상황이변했는데도정책및제도의틀이바뀌

지않았다는것은사람이변하지않았다는것을의미한다. 관료적틀

역시개발연대시절의구태를벗어나지못하고있다. 한국의경우개

발연대초기에정부산하공기업들과재벌기업들을중심으로차관

등제한된자본을배정해특정산업을집중육성하고개발사업들을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71

Page 72: Tax revolution

추진해왔다. 이과정에서정부관료들과산하공기업은한덩어리로

움직였고, 재벌기업등업계와의강력한유착아래정책과제도가결

정돼추진됐다.

더욱이외환위기이후무분별하게이른바‘민간방식’을효율성이

라는명분아래공적부문에무리하게도입하다보니정부와민간의

역할이명확히정립되기는커녕오히려뒤죽박죽이돼버렸다. 심지어

민간이주요정책결정을좌지우지하는상황이발생하고있다. 규제

완화를추진하는정부의각종태스크포스조직을보면사실상민간기

업직원들이정부조직에파견돼규제완화의구체적내용을입안하고

결정한다. 또한민간기업의기법을파악한다는취지로아예정부관

료들이민간기업에 2~3년간파견돼해당기업직원으로고액의연봉

을받고형식적으로일하는제도를버젓이운영하고있다. 이런제도

는관료적행정을바꾸는데기여하기보다는사실상정부와민간이유

착하거나민간이대정부로비창구를제도화한것에불과하다.

공공과민간의역할이제대로정립되지않고민간과의유착이당

연시되다보니정치적으로민주화가진전됐다고는하지만실제로정

책결정과정에서일반소비자내지는국민들의의사보다는이해관계

를가진업계의‘업자’들이훨씬더큰영향력을발휘하고있다. 물론

‘업자’들이강력한영향력을발휘하는것은중앙정부는물론각지자

체관료들의전문성과도덕성이턱없이부족하기때문이기도하다.

해당분야의전문성을가진인재들을폭넓게공직에채용하는선진

각국과달리시대착오적인고시제도나획일적인공무원임용시험의

72

Page 73: Tax revolution

틀속에서채용된공무원들이해당분야민간기업의전문성을쫓아

갈수없는것은당연한결과다. 그러다보니주요사업을추진하는

데있어서민간기업에구체적인방안을의존하는경우가일상화되어

왔다. 특히지자체의특성상각종도시계획과관련된사업들이많은

데, 지자체들은각종도시계획상세부개발계획을짜거나세부정책

을결정하는데있어서도이해관계를가진업체들에용역을주거나

아예실시방안까지짜오도록해서정책을추진하고있다.

서울시가역점을두고추진하는디자인서울사업의일환으로추

진되는‘남산르네상스’사업의경우도특정건축사무소가마련한

마스터플랜을기본컨셉트로추진하고있다. 수많은서울시민들이이

용하는공간을근본적으로바꾸는사업을추진하면서시민들의여론

이나각계전문가들의의견을심층적으로반영해사업을추진하는경

우는거의없다. 설사공청회등을열더라도이미마련한정책안을추

진하기위한요식절차에불과한경우가대부분이다. 이런것들을서

울시장은‘남산르네상스’니‘한강르네상스’니하는식으로포장해

서어느날갑자기대외적으로발표한다.

일반적으로제대로된정책결과를얻기위해서는정책기획(plan)

—집행(do)—평가(see) 과정을거쳐체계적으로진행돼야하며, 하나

의사업이끝나면피드백을거쳐차후정책의품질을높일수있도록

진행돼야한다. 구체적으로는정책기획단계에서정책목표를명확

하면서도구체적으로수립하고이목표를달성할수있는정책수단

들을강구해야한다. 정책집행단계에서는필요한정책수단들과자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73

Page 74: Tax revolution

원을투입(input)하고이를구체적으로실행하는과정(process)을거쳐

정책목표에걸맞은바람직한결과(outcome)를얻도록해야한다. 물

론‘시민들의문화향유기회확대’같은결과는상당히추상적이기

때문에이를구체적으로측정할수있는지표인산출물(output), 예를

들면시민들의공연관람횟수의증가나공공도서관대출횟수증가

등을내세우기도한다. 집행과정이끝나면최종산출물이나정책결

과를당초의정책목표와비교해엄밀하게사후평가하는과정을거

쳐야 한다. 이미 상당수의 국가에서 이처럼 결과 지향적인(outcome-

oriented)행정체계를통해정부시스템개혁을이루었다.

하지만한국의경우중앙정부뿐만아니라대부분의지자체들이정

책목표에상응하는바람직한산출물이나오는지와는관계없이과거

개발연대방식의콘크리트토건사업및시설확충에만치중하고있

다. 앞에서거론한바있는‘한강예술섬’같은사업은일견문화사

업을한다는모양새를낼수있고대중이나언론의주목을받기도쉽

기때문에해당관료는일잘한다는평가를받기쉽다. 그래서전시행

정의콘크리트토건사업들이남발되는것이다.

하지만정작‘한강예술섬’이건립된뒤공연문화를활성화하고일

반인들의문화예술적수준을끌어올리고풍부하게하는일에는예산

이충분히배정되지않고뒷전으로밀리는경우가허다하다. 정책의

사후평가기능이거의없기때문에‘한강예술섬’이운영면에서만

성적자에빠지거나당초정책목표를달성하는것과는거리가한참

멀어도문제가되지않는다. 사업을벌인선임자는그자리를떠나버

74

Page 75: Tax revolution

리면그만이며, 후임자가뒤치다꺼리를하는경우가많다. 결국‘한

강예술섬’같은사업은당초설정한목표를달성하는것과는관계없

이토건사업으로끝나버리거나애물단지로전락하는경우가허다하

다. 같은예산을들여공연예술가들의예술창작활동을지원하고시

민들이좀더저렴한가격에이들의공연을즐기도록하는것이훨씬

직접적으로정책목표를달성할수있는데도시설건립사업으로끝

나버릴가능성이상당한것이다. 마찬가지로‘디자인서울’사업처

럼취지가좋고필요한사업조차도도시의품격을높이고시민들의

삶의질을끌어올리기보다는그저‘업자’를위한토건사업으로바뀌

어버리는경우가비일비재하다.

이같은예산낭비는개발연대식사고에서벗어나지못한관료시

스템때문이기도하지만지자체장의정치적욕구와맞아떨어지기때

문이기도하다. 지자체장이자신의임기내에주민들의눈에띄는가

시적사업을추진해재선등에활용하려는정치적욕구가작용하는

것이다. 지자체관료들역시실적을눈으로보여줄수있는시설물

건립사업을선호한다. 각종개발사업에강한이해관계를가진지역

토호들이지자체장이되거나지방의회등을장악하면서이권을추구

하고음성적으로뇌물을수수하는통로로이들토건사업을활용하기

도한다. 각지자체가앞다투어호화청사를짓거나비슷비슷한온갖

첨단사업명칭을내건산업단지조성계획을내걸고각종스포츠대

회및경주대회를개최한다면서대형운동장이나컨벤션센터등을

만들지만대부분의경우정작시민들의삶과는무관한것도이런이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75

Page 76: Tax revolution

유때문이다.

지자체장의정치적이해와관료들의개발연대식사업방식이일치

해벌어진대표적사업으로영어마을사업을들수있다. 경기도에서

시작된이사업은초기에언론의주목을받으며서울시를비롯한각

광역지자체들에퍼져나갔다. 영어마을사업은국내에외국과비슷

한환경을조성해초중학생들이영어를배울수있도록해조기유학

에따른외화낭비를막는다는것이사업목표였다. 이를위해대규모

영어마을을건설하느라 1곳당수백억원의예산을투입하고전국적

으로수천억원의예산을쓴것으로추정된다. 하지만적지않은수업

료부담과실력있는강사를확보하는데실패해당초목표한학생들

의영어수준향상에는큰도움이되지못했을뿐만아니라적자투성

이애물단지로전락해버렸다.

김광수경제연구소가자리잡은일산에서자동차로 20분가량가면

있는경기도파주에도영어마을이있고, 필자가지금살고있는경기

도양평에도거대한영어마을이있다. 하지만각각수백억원이투입

됐고매년수십억원의운영비가들어가는영어마을이당초정책목

표를달성했는지는의문이다. 필자가서울시에재직할때둘러보았던

영어마을의경우경기도보다는사정이나았지만역시운영난을겪고

있었고활용률또한상당히저조했다.

차라리같은정책목표를달성하기위해서라면각지자체학교의원

어민강사를두배로늘리거나상대적으로영어를습득할기회가적은

저소득층학생들을중심으로수업료를경감해주는쿠폰으로지급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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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7: Tax revolution

다면더적은예산으로더좋은성과를올릴수있었을지도모른다.

이것은그나마나은경우다. 지식서비스산업의특성을제대로이

해하지못하고개발연대방식으로추진된사업들은당초정책목표에

역행하는결과를낳기도한다. 대표적인예가서울시가지난해처음

정책방향을발표한데이어올초마포구서교동과동교동등홍익대

일대를 포함한 74만m2를‘개발진흥지구(산업뉴타운)’으로 지정한 것

이다. 서울시는이들지역에각지역의산업특성에맞는업종을집중

육성하고입주업체에는각종인센티브를제공한다고밝혔다. 마포구

는이에발맞춰올해 735억원의예산을투입해마포DCF(Design Core

Facilities)를건립하는한편 1000억원의사업비를들여상업시설, 지

원시설등이들어서는기반시설과주변지상가로를정비한다고발

표했다. 예산사업의대부분이예술창작활동에의직접적인지원보

다는개발계획발표와시설물조성에초점을맞춘것이다.

서울시와 마포구의 이 같은 정책은 오히려 홍대 앞에 활성화된

‘문화예술생태계’를파괴하는결과를낳았다. ‘디자인거리’등홍

대일대를개발하는각종정책을내놓자이곳에서일하는디자인및

예술분야종사자들이임대료가급등해현장을떠나는경우가늘어

나고있는것이다. 가뜩이나홍대앞예술거리가시간이갈수록대규

모상권으로변모하면서값비싼임대료를부담하지못한디자인및

예술 분야 종사자들이 인근의 망원동과 합정동 일대로 빠져나가고

있는상황에서이들지역이개발계획에포함되자또다시더먼곳

으로떠나고있다. 예술가들이모여연조그만갤러리나공방들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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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78: Tax revolution

식점이나주점으로대체되는것도전혀무리가아니다. 이들지역의

문화예술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 일대에 살고 있는‘배고픈

아티스트’들이안정적으로예술활동을펼칠수있도록창작활동을

직접지원하는일이가장시급한데도서울시와마포구는건물을짓

고용적률과건폐율, 높이제한등개발규제를완화해임대료만높이

고있는것이다. 이때문에홍대앞예술가들은서울시의정책에반

대하는반면건물주들과부동산업계는이를반기고있다.

이처럼개발주의적관성에따라세금을헛되이낭비하거나비효율

적으로쓰는것을막고진정삶의질을끌어올리기위해서는어떻게

해야할까. 우선이같은구조개혁은행정시스템의변화와병행되지

않으면안된다. 지금처럼‘업자’들을끼고정책을결정하는구조가

아니라보다폭넓게시민들의여론과사심없는전문가들의의견이

정책에반영되는구조가형성돼야한다.

특히각정부부처나지자체가요식행위처럼펼치는공청회는지

양해야한다. 주요정책에대해서는전문가그룹과시민이함께참여

하는‘그랜드타운미팅(Grand Town Meeting)’을열어폭넓은여론이

반영되도록해야한다. 타운미팅은미국뉴잉글랜드지역의초기정

착민들이주요한정책및사업을주민전체회의를통해결정한데서

비롯됐다. 뉴욕 시의 경우 9·11테러사태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World Trade Center) 부지에재건축사업을벌일때수만명이참여하

는대규모시민토론회를몇차례나열어재건축사업의방향을정했

다. 공공부문뿐만아니다. 제너럴일렉트릭(GE) 같은세계적대기업

78

Page 79: Tax revolution

도이기법을활용해사내평직원들의뛰어난아이디어와의견들을

반영해고속성장에박차를가할수있었다.

또한예산편성과정에서부터시민들의정책수요를반영하는구

조를만들어야한다. 그리고시민들이예산의상당부분을직접요구

하고편성할수있는‘참여예산제’를대폭확대할필요가있다. 적절

한결과를만들어내지못한공무원들을평가할수있도록주요정책

에‘정책실명제’를도입해정착시키는것도필요하다.

하지만무엇보다경제구조와시대상황에걸맞게공무원채용방

식과성과평가방식이바뀌어야한다. 고시나공무원시험등을통해

전문성없이일률적인사고방식을가진사람들을채용하기보다는서

구의공무원채용방식처럼각분야에서전문성과경력을쌓은사람

들이폭넓게채용되는구조를만들어야한다. 또한결과지향적인방

식으로철저히사후평가를하고이를인사고과에반영하도록조직과

인사체계를바꿔야한다.

관료시스템의변화못지않게부패하고무능한정치구조를바꾸

는것도중요하다. 또한일반시민들은단순한개발욕구에서벗어나

자신들의문제를정치적으로제기하고해결을요구할수있는자세를

가져야한다. 그렇지않고서는시민들의삶의질을끌어올리지못한

채소중한재원들만낭비되는악순환이반복될뿐이다.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79

Page 80: Tax revolution

거리의예술가를내쫓는

거꾸로가는창조경제

오세훈서울시장이‘문화시정’과‘창조경제’를내세우지만그가문화와창조성의진

정한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창조적 계급의 부상(The Rise of Creative

Class)》으로 경제지리학분야에서크게주목을받는리처드플로리다토론토대경영

대학교수는경제발전의 3T, 다시 말해 기술(technology), 재능을 가진 인재(talent),

관용(tolenrence)을강조했다. 그는“지역의경제적발전은다양하고관대하고새로운

아이디어에개방적인지역을선호하는창조적인사람들에의해촉진된다”며“사람들

의지역진입장벽을낮추는것이중요하다”고주장했다.

그는이같은창조경제의진면목을제대로이해하지못한채마련된도시개발정

책이오히려중장기적으로도시의발전을저해한사례로미국피츠버그시를들었다.

피츠버그 시는 카네기멜론대에서 배출된 뛰어난 인재들을 바탕으로 1980년대 이전

철강산업, 알루미늄산업, 전기산업이매우활발했던도시다. 특히워싱턴하우스, 유

에스스틸, 알코아 등 대기업들의 R&D센터가 자리 잡아 한때 세계적인 산업 혁신의

중심지로꼽히기도했다. 하지만 1990년대이후철강산업등의쇠퇴와함께빠르게

몰락했다. 플로리다교수는피츠버그시의쇠퇴원인가운데하나로‘과도한재개발’

을꼽았다. 시당국이공동체문화가살아있던지역을낙후지역으로지정하고대규

모재개발을실시해“도로가밀집된교통순환선으로둘러싸인밋밋한쇼핑몰유형의

단지로대체”했고, 결국“그지역의거대한창조적공동체는정체성이모호한소규모

집단주거지로쪼개지고분열되었다”고설명했다. 피츠버그시는 1990년대말두개

Page 81: Tax revolution

의 새로운 스포츠 경기장과 컨벤션 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10억 달러를 지출했는데

그는이를두고“지역의진정한건축물을교외쇼핑몰에서흔히찾아볼수있는일

반상표로대체함으로써파괴하고태우는재개발전략을계속장려”한것이라고비

판했다.

홍대 앞의 문화생태계에대해서도서울시는사실상이와똑같은역할을하고있

다. 창조성의인적·문화적토대를활성화하기보다는물리적인프라구축에열을올리

며자연스럽게형성된문화공동체마저파괴하며흩뜨리고있는것이다.

Page 82: Tax revolution

● 답답한현실에서드라마〈시티홀〉로다시이야기의

무대를옮겨보자. 유력한정치인의숨겨진아들로‘타고난정치꾼’

인신미래의연인조국. “내가제일경멸하는인간이정치는마음으

로해야한다는인간이야. 마음그까짓게뭘하는데? 정치는힘과머

리와돈으로하는거야”라고외치던그였다. 하지만그는신미래의진

심과 순수한 열정에 빠져들어‘진정한 정치인’으로 거듭난다. 그가

인주시국회의원선거유세에서쏟아낸연설은우리가낸세금이얼

마나귀중한것인지다시한번깨닫게한다.

조국이연설첫머리에“1억원을버는게빠를까요, 세는게빠를

까요?”라는질문을던지자유권자들은세는게빠르다고답한다. 그

러자조국은이렇게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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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래 를 준 비 하 는 최 선 의 돈 · 0 6

당신의선택이아이들의미래를바꾼다

Page 83: Tax revolution

“1초에한장씩하루24시간꼬박돈을세면3년2개월이걸리고2초

씩잡으면7년이넘고, 3초씩잡으면10년이넘습니다. 그렇습니다. 1억

원을버는게훨씬빠를수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지금 1억원있

으십니까? 10년을개미처럼일만해도, 20년을알뜰살뜰저축해도,

30년을안쓰고안입고아등바등모아도, 여러분지금 1억원벌어

놓으셨습니까? 도대체왜세는것보다버는게빠른그같잖은 1억

원이여러분에겐없는겁니까? 과연그많은돈들은다어디에있단

말입니까? 그렇기때문에여러분들은반성하셔야합니다. 당신의삶

에서당신이원하는걸발견하지못했다면그건당신의선택이잘못

됐기때문입니다. 여러분이지금직장을잃어도집을잃어도그흔한

문화시설하나없어도다내팔자인것입니다. 과연여러분은그런

팔자를원하셨던겁니까? 천만의말씀입니다. 여러분의선택이인주

를바꾸고, 인주가바뀌어야당신의삶이바뀌고, 당신의삶이바뀌

어야당신아이들의삶이바뀝니다. 아픈 아이가병원비없어발을

동동구르지않게, 아이의교육을위해이삿짐을싸지않게.”

조국은또다른선거연설에서이렇게말한다.

“정치인에게가장무서운것은국민들의시선입니다. 여러분의한

표한표가국회의원가슴에금배지를달아주는것입니다. 이는국민

을대신해국민의일을하라는것이지, 국민위에군림하라는것이절

대아닙니다. 그런데왜여러분이낸세금이여러분의삶을더궁핍하

게하는데쓰이느냔말입니다.”

〈시티홀〉의이런명품대사들은보는이들의가슴을뛰게했다. 현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83

Page 84: Tax revolution

실의국회의원과시장에게는기대하기어려운모습이기때문이었다.

또우리의세금을어떻게써야하는지보여주는명쾌한모범답안이

기때문이었다. 역시드라마에서나볼수있는모습아니겠느냐는아

쉬움이짙게스민다. 물론 맞다. 〈시티홀〉은〈데이브〉와마찬가지로

정치판타지다. 그것도달콤한로맨스를곁들인. 하지만많은이들의

노력이결합되면꿈은현실이될수있다. 우리는이미그같은꿈이

현실이되는과정을목도했다.

〈시티홀〉이한창방영되던무렵이던 2009년 6월, 한나라당이장악

하고있던경기도의회는김상곤교육감이야심차게추진하던초등학

교무상급식확대추가경정예산 171억원가운데절반을삭감했다.

〈시티홀〉의승리당시의회의원들이보인행태를당시경기도의회가

똑같이보여준것이다. 당시이소식에많은이가분노를삼켰다.

하지만그사건으로촉발된시민들의분노는큰변화를일으켰다.

무상급식(의무급식)은 1년후열린지방선거에서야권의대표공약이

됐고, 이후오시장이결사항전(?)한서울시등일부지역을제외하

고는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2011년 의무급식 예산이 편성되기에

이르렀다. 시민의각성과이에기초한정치적행동이우리의삶을바

꾼것이다.

그리고그같은변화는또다른변화를일궈냈다. 2010년말서울

시의회에서는과거와는분명히다른‘조용한예산혁명’이일어났다.

이과정을직접지켜본김명신서울시교육위원의《한겨레신문》기고

문을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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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85: Tax revolution

2010년말, 서울시의회에서는조용한예산혁명이일어났다. 이른바눈

먼돈인개인증액이사라진것이다. (중략)개인증액이란서울시교육위

와예결위의원들이일정한도내에서특정학교에임의로예산을늘려

주는관행이다. (중략)물론시의원은시민들을대표하니절실한지역의

교육시설사업을제안할위치에있기는하나지역현안사업보다는개

인의낯을세우는경우가많았다. (중략)서울시교육위원과일부시의원

이 그동안 자신의 지역구 등 특정 학교에 연간 평균 900억 원, 4년간

3500억원의교육예산을선심성으로써왔다고한다. 정글세계처럼힘

센학교에힘센의원들이열악한학교에지원될예산을중간에가로채

지역간양극화도심화됐다고한다.

(중략) 그러나대다수의교육위원들은서울시교육계의인사, 시설, 수

학여행비리등각종비리앞에서개인증액이라는욕심을버렸다. 교육

위원들은예산심의중불필요한사업이라고판단한예산을삭감한뒤

200억원이넘는돈을예비비에넣었다. 추경때집행부가적절하게사

용할수있도록배려한것이다. 이를두고전무후무한일이라고서울시

교육청에서는놀라워했다.

한편연말국회예산심의과정에서여당과정부의일방적인날치기예

산, 형님 예산은대다수시의원들의정신을번쩍들게했다. 저마다의

욕심을죽비로내려치는계기가된것이다. 나만지역유권자에게잘보

이고자제2의형님을주장할이는아무도없었다. 서울시의원들은개인

증액을포기하는대신여당과정부가삭감한복지예산—노인정난방

비, 유아예방접종비, 중증장애인관련예산, 무상(의무)급식예산을우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85

Page 86: Tax revolution

리모두를위해공동증액했다. 아쉬운점은이런예산혁명에오세훈

시장이동의하지않은것이다. (중략) 아쉽고죄송한가운데도서울시의

원들은유권자들의기대에조금이라도부응하기위해조용한예산혁명

을치렀다는말씀을전한다. 그렇게역사는조용히발전하고있다는것

을꼭기억해주시기바란다.

—《한겨레신문》, 2월 2일자, 〈눈먼돈개인증액을없앤서울시의회〉중

에서

김의원의글은시민들의선택이분명히변화를만들어낼수있음

을보여준다. 물론당장은‘데이브’와‘신미래’로중앙과지방정치무

대모두를채우는것은쉽지않다. 더구나현실의재정배분문제는

드라마에서보는것과는달리간단치않은문제들이얽혀있을수있

다. 하지만선거만끝나면자신들이머리숙였던시민들을차버리고

비호세력의품에안기는정치모리배만가려내도우리의삶은확연

히달라질것이다. 자신들의정치적입지나비호세력의이해관계를

멀리하고민생을최우선화두로삼는‘데이브’와‘신미래’를우리가

뽑고그들이민의를반영해세금을제대로써나간다면우리의미래

는얼마든지달라질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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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87: Tax revolution

● 오세훈서울시장의중요한모토가운데하나가‘문

화시정’이다. 그런데실제로진행되는사업들을보면동대문디자인

파크&플라자나한강예술섬, 디자인거리사업, 홍대앞개발, 창작

스튜디오건설등대부분하드웨어건립사업에치중돼있다. 이들

사업하나하나에는모두수백억원에서수천억원의예산이들어간

다. 그는취임초“전임시장이하드웨어를어느정도채웠으니나는

소프트웨어를채우겠다”고했으나실제사업이집행되는방향은정

반대에가깝다. 더구나그의‘문화시정’에는정작일반시민들이피

부로느낄수있는기초문화인프라에대한지원과문화인력및문

화향수기회에대한투자가매우축소돼있다. 만약“정치란정성껏

국민의삶을치유하는것”이라는원칙을가진신미래라면문화정책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87

미 래 를 준 비 하 는 최 선 의 돈 · 0 7

잘바꾼문화정책, 문화로숨쉬는서울을만든다

Page 88: Tax revolution

을어떻게추진할까. 오시장이각종하드웨어건립사업에쓴수백

억원, 수천억원의세금을어떻게쓸까. 오시장대신서울시장이된

신미래시장이어떤식으로정책을펼칠것인지한번가볍게상상해

보자.

우선신미래시장은기존서울시문화정책의문제점과개선방향

을점검해본다. 그리고관료조직에는문화시설을완공하면사업을

끝냈다고생각하는경향이강하게남아있음을알게된다. 건물만짓

고보자는식이다보니정작그런시설이생겨도소프트웨어가채워

지지않는다. 그래서신미래시장은사업구상단계부터프로그램과

운영계획, 기획자등을고려해추진하기로한다. 하드웨어확충에만

치중하지않고시민들의피부에와닿을수있도록예술인력을지원

하고시민들의향수기회를확대하는데더많이투자하기로한다. 또

한인문및문화교육을통해예술가와식자층만이아닌문화향수층

의저변을확대하는방향으로노력하기로한다. 이렇게대중의지성

화를유도하면지식정보화산업과창의산업을위한인적자본을육

성할수있다고본것이다. 그리고빈부격차에따른지식정보와문

화소양의격차가점차커지고있는현실을개선하고평생학습체계

를갖추기로한다.

이런 정책방향을어떤식으로구현할수있을까. 신미래시장은

크게세가지문화정책영역을생각한다. 첫째로신미래시장은책

읽는문화를만들고생활속인문학운동을펼치기로한다. 이를위해

서울시전가구의영유아및어린이에게예산으로책꾸러미를지원

88

Page 89: Tax revolution

하는북스타트(Book Start) 사업을실시하기로한다. 예를들면출생

시(0세)와 6세, 9세, 12세무렵에각계전문가가참여해고른책들을

꾸러미로만들어각가정에지원하는것이다. 실제로영국에서는북

스타트사업으로책에친숙함을느끼게된아이들의집중력과학업

성취도가상대적으로뛰어난것으로조사됐다는사실에신미래시장

은고무된다.

신미래시장은‘하나의책, 천개의시각(One Book, Thousand Views)’

같은행사를주최해보기로한다. 서울시가매년하나의책을골라시

민들이읽게한뒤독서만민공동회를개최하는것이다. 예를들어

《88만원세대》를읽은뒤 20대의사회경제적조건개선에관한시민

들의토론을유도하고여기에서나온아이디어들을다시서울시사업

에반영하는식이다. 또사양길에접어든서점들이‘책가게’가아닌

‘문화공간’으로서기능할수있도록프로그램을심사해지원하기로

한다. 부산의인디고서원같은곳은청소년들이각종강좌와국제결

연행사를열고유명한국내외작가등을초청해토론회를여는등지

역청소년들의문화기지가됐다. 서점들을지원해인디고서원처럼

지역의문화기지로활용하는것이다. 또한독서토론클럽이나책읽

는주민모임에심사를통해도서구입비등을지원해주는사업은어

떨까. ‘100권독서가족클럽’사업을벌여공립도서관에서연간책

100권을빌려읽는가족들에게일정액의도서상품권등을지급하는

사업도펼쳐보기로한다. 선진국처럼도서관을방문하는자녀와부

모들에게는시립문화시설입장권또는할인권을제공하는사업도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89

Page 90: Tax revolution

펼치기로한다.

두번째문화정책으로신미래시장은예술문화교육의형평성을

제고하는사업도활발히펼치기로한다. 그는예술이단순히전문가

들을위한‘예술을위한예술(art for art)’로그쳐서는안된다고생각

해온터였다. 예술이예술그자체를넘어교육과복지차원의예술

(art for education, art for welfare)로기능하도록하고싶었다. 그렇게하

면빈부격차에따른예술문화교육격차를크게완화할수있다고

봤기때문이다. 이를위해그는입시용예술학교가아니라문화예술

분야대안학교를설립하고운영을지원하기로했다. 유럽선진국뿐만

아니라중국에서이같은문화예술학교를통해학생들의문화적소

양을키우고이것이지역문화활성화와창의산업의인적자원배출

로이어지고있다는얘기를들은바있었기때문이다. 특히빈부격차

가심한콜롬비아에 1997년설립된‘몸의학교(El colegio del curepo)’

가차별, 폭력, 가난에찌들어있던아이들에게예술을통한교육을

실시해예술인력을양성해내각광받고있는사례를참고로삼았다.

그는또한시립교향악단과합창단원등시산하예술단체들이저소득

층어린이들을위한방문예술교육을할수있도록한다.

그는또저소득계층에게문화바우처를제공해연극이나음악회

관람, 도서구입등에사용하도록한다. 그리고‘희망의문화봉사단’

을운영해서울시내대학들의음대, 미대등예술관련학과재학생과

졸업생들이저소득계층아이들에게예술을가르칠수있도록지원하

기로한다. 이들사업을통해저소득계층의문화소외를줄이고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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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91: Tax revolution

가없어사장될수있었던저소득층아이들의예술적재능도발굴할

수있기를기대한다. 또한이를통해문화예술행사와인력의시장수

요를키우는한편예술가들의사회적일자리도만들수있으리라는

계산이었다. 이렇게하면장기적으로저소득층아이들의건전한정서

적성장을도모해사회갈등비용을줄이고계층및세대간통합도

증진시킬수있을것으로보았다. 그는전문예술인이나단체만이용

할수있는공연시설등을다른선진국들처럼적극적으로시민들에

게개방하기로한다. 특히청소년이나시민들, 또지역의소규모예술

가단체들이기획하는음악회나미술전시회, 시낭송회등의후원을

폭넓게확대하기로한다. 또한저소득계층이요일별또는시간대별

로무료로입장할수있는문화시설을지정해저소득층의문화향수

기회를넓혀주기로한다.

끝으로신미래시장은기초문화시설을대폭확충하고이들시설

의활성화를도모하는일도소홀히하지않는다. 민자사업등수익성

위주사업으로공연장등은크게늘어났으나도서관등기초문화시

설은선진국에비해태부족인상태였기때문이다. 이미지어진시설

도상당수가주민친화적이지않았다. 상당수의도서관이독서실로

운영되고있으며, 박물관은문서및예술품창고로, 문예회관은관변

행사가열리는강당이나민방위훈련장으로사용되고있는현실이안

타까웠다. 신미래시장은이들기초문화시설이정보와문화예술의

결절점으로서원활히작동할수있기를바랐다. 예를들면선진국에

비해인구대비 10분의 1 수준도안되는공공도서관의숫자를임기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91

Page 92: Tax revolution

중에두세배이상늘리기로한다. 이때도서관숫자를늘리는데연

연하기보다는‘도서관도시’인순천시의기적의도서관이나서울시

동대문정보화도서관처럼독서토론이활발히열리고시민들이유용

한정보를얻고문화활동을펼칠수있는도서관으로만들기로한다.

또한도서관운영예산과장서예산을몇배로늘려도서관이단순한

시설로전락하는것을막기로한다.

이밖에신미래시장은관주도의전시성축제사업에치중하는것

은돈만낭비할뿐진정한축제가되지못한다고보았다. 그래서그는

관주도형축제보다는주민과예술인이직접기획하고참여하는축제

로거듭날수있도록방향을전환하기로한다. 이와더불어신미래시

장은대학등과연계해프로그램코디네이터나지역문화기획가를

육성하기로한다. 문화기획인력이턱없이부족한상태였기때문이

다. 그는부산국제영화제가김동호위원장이라는사람이없었더라면

지금처럼국제적인성공을거둘수없었으리라는점을잘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이모든문화정책을추진하는데있어서신미래시장은서

울시의조직과예산으로직접움직이는것을가급적자제하기로한

다. 대신대학, 기업, 문화예술단체및관련사회단체등을네트워크

로연결해민간의창의적움직임을수용하고지원하는조력자역할에

머물기로한다. 그렇게하면매우활발하면서지속가능한문화예술

생태계가형성돼자연스럽게시민들의문화향수기회확대와문화계

및관련문화산업의발전으로이어질수있을것으로보았다. 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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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93: Tax revolution

우기존의하드웨어형문화사업이나관주도사업보다예산은적게

들면서도문화정책의효과는훨씬더크게끌어올릴수있을것이라

고그는확신했다.

1장미래를준비하는최선의돈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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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95: Tax revolution

2새로운미래를만드는

교육혁명01다단계돈지르기, 사교육경쟁부추기는승자독식교육

02사립학교활개치며입시경쟁부추기는나라| 03초스피드로오른한국의대학등록금

04미·일대학과비교해본한국대학등록금의허와실

05한국의대학등록금이세계에서가장비싼이유| 06교육혁명이룰1석3조의세금쓰는법

Page 96: Tax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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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장은 제 얘기보다는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교

육문제’토론방에필명‘별떵이’님이소개한스위스교육제도의설

명으로시작합니다. 참고로‘별떵이’님은현재스위스에살고있으

며, 글을쓸당시고등학교 3학년딸의엄마이자교사로학교장까지

지낸분입니다.

저희가족은스위스에삽니다. 딸아이는한국식으론고 3, 이곳유럽식

으로는 12학년대학(김나지움)입학마투라반입니다. 우선학교수업은

8시 45분에서 12시까지오전수업을합니다. 수요일과금요일에는이렇

게오전수업만있습니다. 점심휴식시간이 12시부터 2시까지두시간

이니도시락을들고호숫가에다녀올만큼넉넉한시간입니다. 고급식

당이아닌, 직접가져다먹는식당을이용해느긋한점심시간을즐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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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97

도있습니다. 화요일과목요일은특별활동시간이있어오후 5시 30분

까지학교에있고월요일에는오후 4시 30분이면수업이종료됩니다. 과

외도없고학원도없습니다. 학교에서는수업후에한시간정도학교에

남아서공부해도좋다고조언하지만, 우리아이는쪼르르집으로돌아

옵니다. 다른아이들도마찬가지입니다. 숙제는당연히있어서개인능

력에따라쉽게해치울수도있고오래걸릴수도있습니다. 학생들은

이것도많다고난리입니다. 스트레스받는다면서요.

그렇다면이곳유럽학생들은공부를밤 12시, 새벽 1시까지하는한국

학생들의지적수준을따라갈수없다고생각하시나요? 과목을보면국

어인독일어, 독일문학, 제2 국어로(스위스는 4개국어를씁니다.)불어나

이탈리아어, 외국어로는영어, 영문학, 문과지망생들의필수과목라틴

어, 수학, 과학·화학(둘중하나를고를수있습니다.), 지리, 역사·세계사,

생물등이제딸이공부하고있는과목들입니다.

딸아이는예술지망생이아니므로체육, 음악, 미술등은 12학년엔다빠

져있는과목들입니다. 경제, 정치, 종교, 철학등등많은과목들은이미

11학년전에이수했다고봐야죠. 참고로김나지움학생들은대부분 3개

국어로책을읽고글을쓰고대화를나눌수있을정도로외국어를능숙

하게구사하고, 악기를배우거나체육, 미술, 연극등학과목외에취미

와적성에따라개인적으로공부를하고있습니다. 그렇지만이런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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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를이곳학생들이다하지는않습니다. 능력에맞게, 취미에맞게선택합

니다.

김나지움에입학하는학생은전체의 15~20%밖에되지않습니다. 이것

도높아진겁니다. 옛날엔 10% 미만이었다고합니다. 그이유는대학이

전부가아니기때문입니다. 대학은직업학교가아니고학문을연구하는

곳입니다. 대학은학문을연구할사람들만가고, 대부분의직업인들은

직업학교에갑니다. 은행원, 기자, 사진사, 컴퓨터관련기사, 기계공등

등이루셀수없이많은직업에종사하는사람들이대학에서배우지않

고전문대학, 전문직업학교에서배웁니다. 그렇다고나중에대학나온

사람들과비교해서차별대우를받거나하진않습니다. 왜많은한국사

람들이아이들을외국으로유학보내려는지정말다시한번생각해볼

문제라고생각합니다. 정말돈을발라서공부를시켜야성공(?)한다는

사회풍조는다시한번생각해봐야합니다.

누구나자기가하고싶은일, 적성에맞는일, 사회에덕이되는일들을

하면서살아갈수있다면얼마나좋겠습니까? 한국은왜누구나한가지

길, 좋은대학입니까? 요즘엔그것도모자라좋은초중고등학교가목표

가돼야합니까? 어떻게해야자라나는우리청소년들이입시지옥에서

벗어나청소년시절도행복하게뜻있게보낼수있을까요?(이하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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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99

참부럽지않습니까? 아이들이행복하게학창시절을보내면서도

자신의적성과관심사에따라공부할수있고, 제몫을하는사회구

성원들을길러내는스위스의교육시스템말입니다.

그런데한국의교육현실은어떤가요? 이제저희가족얘기를좀

해보겠습니다. 저희가족은 2010년봄경기도고양시일산에서경기

도양평군으로이사를왔습니다. 본디경상도시골태생인저로선전

원생활을누리고싶은욕심도있었지만더큰이유는아이교육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이사할당시초등학교 3학년이던큰아이가마음에

걸렸습니다. 미국에서유치원에다녔던아이는유치원에서는말할것

도없고유치원이끝난다음에도말도잘통하지않는아이들과아주

즐겁게뛰어놀았습니다. 참행복해보였습니다.

그런아이가귀국후초등학교에들어간뒤에는표정이어두워졌

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이런저런이유로반친구들이각종

학원에다녀함께놀친구가없었습니다. 학교에서돌아오면틈날때

마다게임하게해달라, TV 보게해달라졸라댔습니다. 어린시절

동네친구들이나학교친구들과사시사철온갖놀이를하며즐겁게

보냈던기억이가득한저로서는마음이아팠습니다. 아이들이유년

시절을빼앗기고있었던것입니다.

이런상황에마음아파하기는아이엄마도마찬가지였습니다.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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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토박이어서도시를벗어나본적이없는아이엄마가수소문한끝

에양평의한작은시골학교로이사왔습니다. 폐교직전의시골학

교를뜻있는교사와마을주민들이되살린학교입니다. 아이의얼굴

이다시밝아졌습니다. 학교수업이끝난뒤에도친구들과학교운동

장이나학교옆개울가에서오후늦게까지놀거나반친구들집에우

르르몰려가함께놀고오기도합니다. 말수도매우많아졌습니다. 스

스로“행복하다”고말하기도합니다.

그런아이를보면서이사오길잘했다고느낍니다. 하지만여전히

걱정입니다. 초등학교는 이렇게‘탈출’했지만,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아이를이렇게이땅에서행복하게키울수있을지자신

이없습니다. 한국인들이외국으로이민가려는가장큰이유가바로

자녀교육문제때문이라고합니다. 그가운데상당수는한국의‘미

친교육’에서탈출하고싶어서일것입니다. 아이들이행복하게교육

받지못하는나라에서는어른들도행복할수없기때문일것입니다.

한국교육을이른바‘모든것을쏟고도아무것도건지지못하는교

육’이라고합니다. 초중고시절입시지옥에갇혀인성과사회성, 창

의력을제대로키우지도못하고정작사회에필요한전문역량을배

양하고학문의깊이를더해야할대학에서는진이빠진채또다시스

펙경쟁에내몰리는게현실입니다. 사회전체적으로막대한비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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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101

교육에투입하는데그교육은우리가원하는교육도아니고정작국

가경쟁력을강화하는데기여하지도못합니다. 이처럼된데는정부

가정작돈을써야할공교육에는제대로돈을쓰지않고다단계사교

육돈지르기경쟁을조장하는잘못된교육정책을운영하는탓이큽

니다. 이번장에서는이같은다단계돈지르기입시경쟁구조를진

단하고적절한정책조합과함께세금을제대로쓸때한국교육의근

본틀을어떻게바꿀수있는지제언해보려고합니다.

Page 102: Tax revolution

● 이명박대통령은정부출범초국무회의에서“학원

비가크게올라서민가계에큰부담이되고있다는얘기를들었다”면

서실태를조사하고종합대책을마련하라고지시했다. 이에따라교

육과학기술부는합동점검단을꾸려학원의탈세및담합을단속하는

등으름장을놓기도했다. 물론학원업계가학부모들의불안심리를

부추긴탓에각가계의사교육비지출이늘어난것도사실이고, 학원

업계의탈세와담합행위를찾아내필요한법적조치를취해야하는

것도맞다. 하지만정권이출범하자마자학교자율화방침을천명하

고국제중신설, 기숙형공립고및자사고 100개설립, 고교선택권제

도입등한결같이학교교육의사교육화와사교육비를부추기는정책

을계속추진해온것은바로이명박정부자신이다.

102

새 로 운 미 래 를 만 드 는 교 육 혁 명 · 0 1

다단계돈지르기, 사교육경쟁부추기는승자독식교육

Page 103: Tax revolution

그런사람들이사교육비가너무오른다며학원비를단속하겠다고

설레발을치다가사교육비가증가한것으로밝혀지자‘공교육활성

화’선언이라는이벤트를펼치기도했다. 그연장선상에서현정부는

전국에‘사교육없는학교’300곳을지정해한학교당평균 2억원,

모두 600억원을지원하기로했다. 자신들이사교육을부추겨가계의

사교육비지출을늘려놓고다시가계의세금으로조성된예산으로

사교육을줄이겠다는꼴이다.

이처럼잘못된정책으로문제를만들고다시세금을들여그문제

를줄이는식으로는세금만낭비할뿐결코문제를근본적으로해결

할수없다. 그같은허망한악순환을되풀이하지않으려면지금까지

한국정부의각종교육정책들이어떻게학생과학부모의사교육의

존을강화했는지알아야한다. 그것은한국학교교육의왜곡된경쟁

구조에대한이해에서출발한다.

과거고교평준화의틀이유지된외환위기이전한국사회의성공

경로는크게세칭일류대→변호사·의사등전문직과삼성전자등일

류직장두가지였다. 하지만이태백, 사오정, 오륙도, 88만원세대같

은신조어들이상징하듯이외환위기이후양질의직장은부족해지고

일자리는불안정해졌으며실업률은높아졌다. 또계층간소득및자

산양극화가심해져빈익빈부익부현상이더욱심화됐다. 이른바소

수는훨씬많은것을차지하는반면그렇지못한다수는과거보다훨

씬열악한상황에놓이는‘승자독식구조’가형성된것이다.

이런상황에서는성공경로에서조금이라도앞선사람들이상대적

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103

Page 104: Tax revolution

으로훨씬더큰몫을차지하게마련이다. 따라서각각의개인이나가

계는성공경로에서조금이라도앞설수있다면부담스러운수준의

투자도마다하지않게된다. 부모들은사교육에조금이라도더투자

해자녀가좋은대학, 좋은직장이라는‘성공코스’에진입할수있다

면투자수익률관점에서수지맞는장사라고생각한다.

실제로한국사회는외환위기이후이런방향으로치열한경쟁을

가속화해왔다. 이런‘승자독식구조’에서이득을보는일부소수기

득권계층과이들을기반으로삼는정치권이자신들의투자대비수

익을극대화하기위해각종정책및제도를빈익빈부익부구조로바

꾸도록애써온측면도작용했다. 외환위기이후외국어고와과학기

술고등특수목적고나자율형사립고등이확대돼온반면학교교육

은계속위기를겪고있는것도이런측면에서이해할수있다.

이과정에서외환위기이후성공경로는특목고·자사고→명문대

→전문직·대기업직장구조로한단계가더추가됐다. 성공경로가

한단계덧붙여졌다는것은개인과가계의경쟁이한단계더빨리시

작되었음을의미한다. 승자 독식구조에서는초기의조그만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극단적인 차이로 이어지는 경로 의존(Path

Dependency)현상이매우뚜렷하게나타난다.

1점차이로 A라는학생은외국어고에진학하고 B라는학생은외

국어고에진학하는데실패했다고하자. 이같은초기의차이는별것

아닐수도있지만, 최종결과를놓고보면그차이가결코작지않다.

가령A라는학생은외국어고→명문대→전문직·고소득연봉자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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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05: Tax revolution

로를밟는반면, B라는학생은일반고→비명문대→저소득직장으로

이어지는경로를밟을개연성이커진다. 물론한번의차이를만회할

기회가도중에전혀없는것은아니지만갈수록진정한의미의‘두

번째기회’는줄어든다. 이런상황이심화될수록학부모로선좀더많

은사교육비를들여서라도자녀를특목고에진학시키려는유인이한

층커질수밖에없다. 최근몇년동안특목고진학을노리는중학생

들을대상으로한사교육시장이급팽창한것도이때문이다.

이같은상황을전개형(extensive) 게임이론모형으로살펴볼수도

있다. 전개형게임이란사람들이순서대로선택을하는포커게임이

라고생각하면된다.

포커게임을시작하기전에판돈을 1만원씩거는것과마찬가지로

게임을시작하기전의초기상태에학부모A와학부모B가각각사교

육에전혀의존하지않고반에서평균 10등을다투는자녀를두고있

다. 즉두학부모자녀의성적은각각 10등으로같다. 설명의편의를

위해학부모 A는고소득층이며학부모 B는중하위소득계층이라고

가정하자. 선행학습효과든예상시험문제풀기연습이든사교육효

과가있는것으로가정하며, 학부모의선택은정부의교육정책에영

향을받는다고하자.

이제고소득자인학부모 A는정부가학교자율화정책을추진하

겠다는정보를접한후자녀에게사교육을시킬지여부를결정한다.

판돈을얼마걸지결정하는것이다. 월 50만원짜리사교육을선택

하면자신의자녀는 5등으로올라서는반면상대방의자녀는 15등

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105

Page 106: Tax revolution

으로내려가고(5등, 15등), 공교육을선택하면자신의자녀와상대방

의자녀모두 10등으로같다(10등, 10등). 경제적으로여유가있는학

부모 A는당연히월 50만원의판돈을걸고사교육을시켜자신의

자녀가성적이오르는쪽(5등, 15등)을선택할것이다.

중하위소득계층인학부모 B는학교자율화확대정책이시행되

고고소득자인학부모 A가사교육에 50만원을걸었다는것을알고

있다. 학부모 B는경제적으로부담이크지만무리를해서라도어쩔

수없이 50만원으로‘콜’을하며사교육을선택한다. 결국두학부

모자녀의성적은초기상태(10등, 10등)로환원된다. 두학부모는자

녀의성적을올리기위해서사교육을선택하지만결과는게임의판

돈만 50만원으로올라갈뿐성적을올리기힘들다는것이다. 왜냐하

면등수는상대평가이기때문이다.

사교육 게임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고소득자인 학부모 A는

판돈올리기를주장한다. 학부모 B의밑천이얼마되지않는다는것

을알기때문에돈으로밀어붙이려는유인이생기는것이다. 여기에

이명박정부가자사고 100개설립을추진하겠다고발표한다. 말하자

면판돈을월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올리는것을부추기는정책

을발표하는셈이다. 결국학부모 A는판돈을올리고자녀를자사고

에입학시키기위해사교육을선택하는새로운게임을시작한다. 학

부모 B는갈등에빠진다. 밑천이모자라기때문이다. 그러나자식의

장래를위해무리를해서라도먹는것, 입는것을줄여가며사교육을

선택해게임을계속하기로한다. 그결과두학부모자녀의성적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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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같아진다(10등, 10등).

여기에이명박정부가다시국제중설립이라는정책으로포커판

의판돈을월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일거에끌어올린다. 학부

모A는이를환영하지만학부모 B는저축통장을해약하고집을팔지

않으면포기해야하는상태에이르고만다. 학부모 B는죽기아니면

살기라는식으로 200만원으로올라간판돈을감수하며게임에참가

하거나아니면게임을포기한다.

이론상으로이런게임은무한대로계속될수있다. 말하자면사교

육시장이무한대로계속확대될수있다는뜻이다. 물론이과정에

서학교교육은모조리붕괴되고, 이른바시장논리를내세우는일부

사립학교들만판을치게될것이다. 그리고이들사립학교는성적프

리미엄을내세워매우비싼등록금을요구할것이다. 중하위소득의

일반서민계층은계속높아지는판돈을더이상감당하지못해결국

포기할수밖에없게된다. 결국최종적으로고소득계층만감당할수

있는비싼등록금의사립학교와사교육시장이판을치게될것이다.

이런과정을거쳐초중고교육과정의경쟁이불필요하게과열되

면교육본연의목적은사라지고엉뚱한목표가이를대체하게된다.

원래초중고학교교육과정은미성년자인어린학생들이민주주의

시민사회의구성원으로서필요한인성과사회성을함양하는한편자

신의삶을풍요롭게하기위해필요한지식과판단력을습득해가는

과정이다. 공교육정책은이러한기본목적에서벗어나서는안된다.

하지만정부는이러한기본목적을완전히무시하고사교육을조장하

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107

Page 108: Tax revolution

는소모적인‘다단계돈지르기’교육정책을남발하고있다. 사회전

체적으로볼때사교육을하든하지않든, 돈을많이들이든들이지

않든일정수의누군가는이른바명문대에가게되어있다. 즉사회

전체적으로 20조원을투자하든 100조원을투자하든또는공교육이

무너지든사교육이횡행하든결국일정수의학생이명문대에진학하

는결과는달라지지않는다.

사회 전체적으로 누군가는 결과적으로 명문대에 가니 가능한 한

돈을들이지않고적성별·능력별로학생들을잘가르치고선발할수

있는교육정책을만들어낼수도있다. 특목고니영재고니국제중이

니하는소모적인돈지르기게임을중간에다단계식으로개입시킬

이유가없는것이다. 그것도정부가교육정책이라는이름으로말이

다. 특목고니영재고니국제중이니하는다단계돈지르기소모전은

단지명문대에진학할학생을선발하는과정을돈있는학부모와그

들의자녀에게유리하게해주는장치에불과하다. 어차피공부를잘

할수있는아이들은다단계돈지르기소모전을하지않더라도공부

를잘하며, 어떤방식에의해선발하더라도명문대에갈확률이높다.

1번부터 100번까지 번호가 매겨진 100명의 아이가 있다고 하자.

이아이들이평준화와특목고방식의두가지중간단계를거쳐명문

대에입학하는경우를생각해보자. 평준화방식으로명문대에가는

아이들과특목고방식으로명문대에가는아이들사이에얼마나큰

차이가있을까? 아마도거의차이가없을것이다. 적어도수십조원

의사교육비를들여가며모든학부모들이‘만인대만인의투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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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09: Tax revolution

아귀다툼을해야할정도로큰차이는보이지않을것이다. 돈있는

학부모와자녀들에게유리한입시제도를만들기위해사회전체적으

로망국적인소모적입시제도를유지하는것이얼마나어리석은짓

인가?

그렇다고 국제중이나 특목고 같은 소모적인 다단계 돈 지르기를

거쳐명문대에입학하는아이들이대학에가자마자노벨상이라도받

을정도로뛰어난논문을쓰기라도하는가? 천만의말씀이다. 기껏해

야수학문제하나더풀수있고영어단어몇개더외우는정도에

불과하다. 만일국제중이나특목고같은초중고교육과정에서세계

적인논문을써낼정도의학생을가르칠수있다면대한민국대학을

모조리없애버려야한다. 초중고등학교수준도못따라가는대학을

놔둬서무엇하겠는가?

사회전체적으로볼때현정부가남발하고있는국제중이나특목

고, 자사고확대같은교육정책이얼마나엉터리인가? 이명박정부

의엉터리교육정책은단지교육문제만으로끝나지않는다. 엉터리

교육정책을남발함으로써한국경제전체적으로매우큰비효율과

낭비를낳고있기때문이다. 각가정은지출여력을넘어서는과중한

사교육비부담으로가계소비가크게위축되고있다. 경제가발전하

려면한정된자원을가장효율적인곳에최적배분해야한다. 그런데

한국은다른생산적인영역으로가야할돈들이정부의잘못된교육

정책으로사교육시장에몰리고있다. 그것도외환위기이후일반가

계의민생경제가지속적으로악화되고있는바로이시기에말이다.

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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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학생과학부모간의백해무익한무한경쟁을부추기면서마치

자신들은아무런책임이없는양‘공교육활성화선언’같은이벤트

에또다시예산을쓰는식으로는절대로문제를해결할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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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11: Tax revolution

● 다단계사교육돈지르기경쟁은앞에서살펴본것

처럼돈있는학부모와그들의자녀에게일방적으로유리한교육제

도다. 반면사회전체적으로는막대한사교육비부담에일반가계들

의등골이휘도록하는제도이기도하다. 이처럼다단계돈지르기경

쟁이난무하고사교육이공교육을압도하는데는그럴만한배경이

있다.

왜그런지국제적인비교를통해살펴보자. 우선학업성취도측면

에서한국초중고학생들이상위권을기록하고있다는사실은언론의

보도로익히알려져있다. 그런데한국초중고학생들의상대적으로

높은학업성취도는사교육에의존하는문제풀이위주의주입식교

육에따른것이라는사실을부인하는사람은거의없을것이다. 문제

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111

새 로 운 미 래 를 만 드 는 교 육 혁 명 · 0 2

사립학교활개치며입시경쟁부추기는나라

Page 112: Tax revolution

는이것이사고력과창의적발상을키우는교육이아닌소모적이고

아이들을지치게만드는고비용저효율교육이라는점이다. 가장확

실한증거로한국의대학경쟁력이선진국에비해크게떨어진다는

점을꼽을수있다. 뿐만아니라초중고교육에서함양해야할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인성과사회성을갖추는데실패했다는점에서한국

의초중등교육은사실실패작이라고할수있다. 한국의초중등교육

과대학교육은모두 21세기에걸맞은공동체구성원과인재를길러

내는데실패했다고할수있다.

한국교육의문제점은교육비지출과관련한 OECD 통계로도알

아볼수있다. 〈도표 2-1〉에서OECD 국가별로GDP 대비교육비지

출비중을살펴보면, 한국은공공(정부) 및민간교육비합계가GDP

대비 7.2%로 OECD 30개국중 3위로나타나상대적으로많은교육

비를지출하는것처럼보인다. 하지만자세히살펴보면공공교육비

지출은 4.3%로OECD 평균 4.6%보다낮으며, 민간의교육비지출은

2.9%로 OECD 평균의두배에이르는기형적구조를보이고있다.

사실이나마도사교육비의상당부분이지하경제에속해있어과소평

가된것이다.

한편 구매력을 기준으로 본 학생 1인당 지출 면에서는 한국은

OECD 평균을밑돈다. 우선초중등과정의경우 2005년기준으로학

생 1인당한국은 5638달러로나타난반면, OECD 평균은 7065달러

로한국보다훨씬높게나타났다. 고등교육과정에서는더큰격차를

보인다. 고등교육과정학생 1인당한국은 7606달러를지출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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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13: Tax revolution

비해 OECD 평균은 1만 1512달러로 50% 이상높다. 말하자면명목

화폐로나타낸교육비지출은한국이상대적으로높은편에속하지만

높은물가등으로인해실질구매력기준으로본교육비지출은한국

이오히려매우낮다.

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113

도표2-1] OECD국가의교육비지출및학생1인당교육비지출

GDP대비교육비지출비중

■공공 ■민간 ●합계

●OECD 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OECD는전체또는평균을나타냄.

그리스

슬로바키아

아일랜드

스페인체코

이탈리아일본

네덜란드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포르투갈미국호주

폴란드

핀란드

프랑스

벨기에

OECD

캐나다터키

스웨덴

멕시코

뉴질랜드영국한국

덴마크

아이슬란드

876543210

12

10

8

6

4

2

0

9876543210

(공공·민간, 단위:%)

(합계, 단위:%)

초중등교육학생1인당교육비지출(2005)

■ 1인당지출 ●증가율

180160140120100806040200 (증

가율, 2000년=100)

(1인당지출, 단위:천달러)

멕시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헝가리체코

그리스한국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

핀란드영국독일

네덜란드

OECD

호주

벨기에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캐나다

스웨덴

아이슬란드

덴마크

오스트리아미국

노르웨이

스위스

Page 114: Tax revolution

2000년을 100으로해 2005년의명목교육비지출의상대적증가를

살펴보면, 초중등교육의경우 152로OECD 평균인 119를훨씬상회

해OECD 국가가운데두번째로높은증가세를나타냈다. 고등교육

과정의경우에도 122로 OECD 평균인 111을넘어상위권에속했다.

이처럼명목교육비증가가높게나타난것은앞서설명한바와같이

초중등교육의경우사교육부담이급증한때문이다. 고등교육의경

우에도사립대학들이등록금을대폭인상했기때문으로보인다.

이어초중고과정의공립학교비중을살펴보자. 한국에서사교육

입시경쟁이만연한근본이유는사립학교들이지나치게늘어난가운

데이들사립학교가입시학원처럼변질돼입시경쟁을주도하고있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매우취약한공교육인프라를확충하고공교

육재정투입을늘리기보다는이같은잘못된입시경쟁을조장하는

정책을펼치고있다.

구체적내용을살펴보기위해미국과일본, 그리고한국의초중고

과정의공립및사립학교현황을살펴보자. 〈도표 2-2〉에서초중등

학교의사립학교비중을보면, 일본은 2.8%, 한국은 8.6%인데비해

미국은 21.4%로 가장 높다. 고등학교의 사립학교 비중은, 미국은

11.3%, 일본은 24.9%인데비해, 한국은무려 44.8%에이른다. 한

국 고등학교의 사립학교 비중이 지나치게 높음을 알 수 있다. 또

한·미·일 3국의초중등과정사립학교학생수비중을보면, 미국

9.8%, 일본 3%, 한국 7.1%로나타나학교수와큰차이가없다. 하지

만 고등학교 과정에서 사립학교 학생 수 비중은 미국 8.2%, 일본

114

Page 115: Tax revolution

29.7%에비해한국은 49.3%로거의절반가량을차지한다. 한국이미

국이나일본에비해얼마나지나치게비정상적으로사립학교에의존

하고있는지알수있다.

일반적인오해와달리미국은사립학교비중이매우낮으며공립학

교중심의학교교육체계를가지고있다. 특히미국고등학교는초중

등학교에비해사립학교의비중이크게낮다. 더구나사립학교의유

형을살펴보면, 대부분종교계사립학교로나타난다. 2003~2004년

기준으로미국의사립학교분포를살펴보면, 로마가톨릭계가 46.2%,

기타종교계가 35.8%로종교계사립학교(mission school)가 82%에이

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115

도표2-2] 한·미·일초중고사립학교및학생현황

8.6

44.8

11.3

24.9

49.3

8.2

29.7

21.4

2.8

7.19.8

3

●각종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한·미·일초중고사립학교비중

■초중등학교 ■고등학교

한·미·일초중고사립학교학생비중

■초중등학교 ■고등학교

50

45

40

35

30

25

20

15

10

5

0

(단위:%)

50

45

40

35

30

25

20

15

10

5

0

(단위:%)

한국

미국

일본

한국

미국

일본

Page 116: Tax revolution

르며비종교계사립학교는 18%에불과하다. 종교계사립학교는한국

처럼유명대학입시에매달리기보다는초중등학교학생들을대상으

로종교교육에전념하는경우가대부분이다.

이에비해한국의경우는한마디로엉망진창이다. 과학고, 영재고,

외국어고, 자사고, 대학위탁영재교육등온통‘천재교육’투성이

다. 이런마당에현정부들어서는자율형사립고까지지정하고있다.

미국이나일본에비해절대적으로사립학교의비중이높은마당에이

를해소하기위해노력하기는커녕공립학교를약화시키고사립학교

를더욱늘리는방향으로역행하고있는것이다.

한국에서사학비리가끊이지않는근본적인이유는이들사학이

막강한정치적영향력과기득권을형성하고있기때문이다. 미국이나

일본과달리한국은초중고사립학교교원의급여를국가가지급하고

있다. 한국의사학은땅사서학교건물만지어놓으면운영비는거의

대부분정부가대주는구조라고할수있다. 그런구조가악용된결과

한국고등학교의사립학교비중이 50%에이르게된것이다. 정부가

사학교원들의급여를지급해주지않는다면그돈으로거의모든사

학을사들일수있을것이다. 사학에과잉지원한결과사학이공립학

교를압도하는상황에놓이게됐다.

사학의난립에더해자사고나특목고등을중심으로사학의입시

학원화가가속화되고있어더욱문제다. 이런상황에서공립교육은

갈수록위축되고황폐해지고있다. 사학들은정상적인교육논리가

아닌입시경쟁논리를앞세워돈벌이에나서고있다. 입시경쟁을통

116

Page 117: Tax revolution

한돈벌이를추구하는사학들이난립하는상황에서는학교교육이정

상화되기어렵다. 그런데정부는사학들을제어하기는커녕사학에대

한과도한보호와지원으로사학증설과난립을유도하고있다. 공립

학교에돌아가야할지원을사학에돌림으로써공립학교교육의질을

더욱떨어뜨리고있는것이다.

학교교육을정상화하기위해서는대부분의정상적인국가들처럼

공립학교의역할을대폭강화하는데서부터시작하지않으면안된

다. 그러기위해서는무엇보다도학교당학생수및교원 1인당학생

수를줄이는것부터시도되어야한다. 〈도표 2-3〉에서보듯한국의

학교는학생들로포화상태다. 한·미·일 3국초등학교의학교당평

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117

도표2-3] 한·미·일초중고학생수및교원1인당학생수현황

학교당학생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원1인당학생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한국

미국

일본

한국

OECD

900

800

700

600

500

400

300

200

100

0

30

25

20

15

10

5

0

(단위:명)

(단위:명)

743

684

838

485

485

717

314

329

639

26.7

20.8

15.9 16.2

13.312.6

●각종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Page 118: Tax revolution

균학생수는미국 485명, 일본 314명인데비해한국은무려 743명

에이른다. 중학교역시미국과일본의경우 485명과 329명인데비해

한국은 684명으로훨씬많다. 고등학교도미국 717명, 일본 639명인

데비해한국은 838명에이른다. 교원 1인당학생수를보면초등학교

26.7명, 중학교 20.8명으로OECD 평균인 16.2명, 13.3명보다현저히

높은상태다. 고등학교의경우 15.9명으로OECD 평균인 12.6명에접

근하고있으나여전히높은수준이다.

한국의경우급속한수도권집중화와농촌지역학생들의도시전

학등으로폐교위기에처한시골학교가늘어나는등의이유로국제

기준과큰차이가없는것처럼착시현상을일으키고있는것이다. 실

제로인구가집중돼있는수도권과대도시지역의초중고학교당평

균학생수와교원 1인당학생수는훨씬더많다. 따라서학교교육

을정상화하기위해서는공립학교수를크게늘려학급수를줄이고

과밀학급을해소하는데예산을적극적으로투입해야한다.

현정부는저출산에따른학령기어린이와청소년의감소세에따

라자연스레과밀학교와과밀학급문제가해소될것이라는식의안

일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2020년경까지 초중고교 학생 수는

20~30%가량줄어들것으로추정된다. 그렇더라도국내대도시지역

의과밀학교와과밀학급현실을고려하고여전히공립학교수가태

부족하다는점을고려할때단순히손놓고있을일은아니다. 더구나

교사들의경우급증하고있는장애인및성격장애, 공격성향학생들

을위한상담·특수교사의증원이절실하게필요한상태다.

118

Page 119: Tax revolution

따라서정부는공립학교의인프라확충과교육수준향상에투입

하는재정을현행보다크게늘려야한다. 반면각종명목으로사립학

교의입시경쟁을부추기는정책들은중단하거나철회해야한다. 예

를들어외국어고등은아예철폐하거나외국어전문인력을키우는

방향으로적극적으로전환해야한다. 또사립학교지원을점진적으로

줄여사립학교들이막대한재정을지원받으면서도재단의사유물이

라는엉터리주장을내세워입시경쟁을주도하는현실을제어해야

한다. 물론이것만으로한국교육의모든문제점을해결할수는없다.

하지만공교육에대한재정확충이한국의교육문제를해결하기위

한필수적인선결과제임은분명하다.

이장의도입부에서소개한‘별떵이’님의또다른글을통해공립

학교의인프라확충과공교육수준향상이왜그토록중요한지살펴

보자. ‘별떵이’님이소개한스위스의사례는정부의적극적인재정

투자로공립학교가사립학교를압도하는지극히정상적인교육시스

템을갖출경우의효과를짐작하게해준다.

유럽여러나라와마찬가지로(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등등)스위스는취

학전놀이방과유치원부터대학에이르기까지학비가없습니다. 이말

은 공립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의 교육은 나라의 몫이라는 뜻입니다.

사립학교가없는것은아닙니다. 돈을많이지불해야하는사립학교부

터시작하여엘리트귀족학교, 국제학교, 직업학교, 예술학교등사립

학교가많이있지만, 돈한푼안드는공립학교의수준이높고대학에

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119

Page 120: Tax revolution

입학하기가사립학교보다훨씬수월한데사립학교에가야할이유가

어디있을까요?

사립학교에다니는것이분명히공립학교를다닐수없는사정(별로좋지

않은?)때문인가보다하고알아차리셨죠? 고 3인딸아이의시간표를알

려드렸는데그렇게공부하는시간이적고과외도학원도없는데어떻

게세계경쟁에서이기겠는가하고반문하시는분도계실것같군요.

그러나어떤사람이매일 7~8시간정도정신통일하고일에, 혹은공부

에전념할수있습니까? 어떤때는공부가되고어떤때는안됩니다. 그

런데한국에서는어른도아니고자라나는어린이와청소년들의어깨에

공부라는짐을하루에 12시간이상지워놓고그것도 12년간강요하고

있습니다. 한국분들은숫자를좋아하시니말씀드리자면, 스위스는아

주조그만나라지만노벨상을받은사람이 30명이나됩니다. 또정신세

계의중심인물인인본주의자에라스무스(Erasmus), 자연과학자및철학

자 파라셀서스(Paracelsus), 신학자 바르트(Barth), 정신분석학자 칼 융

(Jung), 어린이 심리학자 피아제(Piaget)가 있습니다. 그 밖에 루소

(Rousseau), 페스탈로치(pestalozzi), 지라드(Girad), 펠렌버그(Fellenberg)

등은교육계에커다란영향을끼친세계적으로명성있는스위스의교

육자들입니다.

참고로스위스에는 10개의주립대학과 2개의연방공과대학이있으며,

연방정부에서인정하는 854개의직업을능력과적성에맞게선택할수

있는단과대학, 전문학교혹은직업학교가있습니다. 스위스에서자식

키우는사람들처럼한국의부모들도사랑하는자식들을적성과능력에

120

Page 121: Tax revolution

맞게, 그리고평등하게, 사교육에허리가휘지않게교육시킬수있는

정책이마련되기를바랍니다.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교육문제〉토론방, 〈스위스부모들은사교육

때문에허리가휘지않는다〉중에서

스위스는충실한공교육시스템을기반으로학생들의인성과사회

성함양, 지적능력향상이라는교육본연의목적을매우효과적으로

달성하고있음을알수있다. 정부의든든한재정지원아래형성된

확고한공교육중심체계가사교육을줄이고, 교육본연의목적을실

현하는토대가되고있는것이다. 반면앞에서본것처럼한국은중고

등학교의사립학교비중이지나치게높다. 스위스를그대로모방해야

한다는것은아니다. 하지만적어도한국의공교육이정상화되기위

해서는공립학교비중을획기적으로늘리는적극적인재정투자가이

뤄져야함은이론의여지가없다.

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121

Page 122: Tax revolution

● 이제대학교육의현실을대학등록금수준과교육

재정측면에서살펴보자. 모두알다시피한국의대학등록금은매우

높은 수준이다. 2011년 서울의 한 사립대 인문계열 학과에 진학한

조카딸의연간등록금은입학금을포함해거의 1000만원에육박했

다. 이정도면가뜩이나실질소득이정체되어어려움을겪고있는서

민가계로선큰부담이아닐수없다. 그런데이기수고려대학교총

장은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으로선출되면서한국의대학등록금

이교육의질에비해매우싸다는취지의발언을했다. 이는교육수

요자인대다수국민들의체감과는동떨어진것으로, 특혜를누리는

대표적사립대학의‘오만과편견’을보여주는발언이라고하지않

을수없다.

122

새 로 운 미 래 를 만 드 는 교 육 혁 명 · 0 3

초스피드로오른한국의대학등록금

Page 123: Tax revolution

그러면실제로한국의대학등록금이어느정도높은수준인지, 얼

마나빠른속도로인상되고있는지확인해보자. 먼저〈도표 2-4〉를

참고로사립대와국공립대의등록금(납입금)이 물가지수에반영되기

시작한 1975년부터 2009년까지소비자물가지수및대학유형별등록

금추이를살펴보자. 사립대, 국공립대, 전문대등록금을가릴것없

이소비자물가지수보다훨씬더가파르게상승했음을알수있다.

등록금상승률추이를보면 1970년대후반부터 1980년대전반까

지사립대등록금이매년 10~30%가량가파르게상승했고, 국공립

대도 10~20%대의높은상승률을보였다. 이는 1970년대중반부터

시행된고교평준화의여파로대학진학자가늘어나대학들의시설

확장이필요했던영향이적지않다. 하지만그보다는 1970년대말의

2차오일쇼크와전두환등신군부세력의군사쿠데타를계기로물가

급등과외환부족등의경제위기가발생하면서대학등록금이가파르

게상승했다. 이후 1980년대중후반에물가가진정됨에따라대학등

록금은한자릿수상승률을보였다. 그러나 1990~1996년민주화정

부출범을전후로대학자율화가시행되고대학설립이난무하면서

다시급등하는모습을보였다. 이렇게치솟던대학등록금은 1990년

대후반의 IMF 외환위기를계기로상승세가주춤하다가 2000년부터

6~8% 수준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후 2008년 이후 경기 침체로

1~3%대의상승률에그쳤다. 2000년대에는사립대와국공립대의등

록금상승률이거의비슷한양상을보였다.

(사립)대학등록금이가계의가처분소득에비해상대적으로얼마나

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123

Page 124: Tax revolution

124

도표2-4] 대학별등록금추이

●한국은행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1976

1977

1978

1979

1980

1981

1982

1983

1984

1985

1986

1987

1988

1989

1990

1991

1992

1993

1994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대학별등록금및소비자물가상승률추이

사립대 국공립대 전문대 소비자물가

50

40

30

20

10

0

(전년대비, 단위:%) 대학 등록금상승률이물가상승률을지속적으로상회하고있음.

1976

1977

1978

1979

1980

1981

1982

1983

1984

1985

1986

1987

1988

1989

1990

1991

1992

1993

1994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대학별등록금및소비자물가지수추이

사립대 국공립대 전문대 소비자물가

1000

800

600

400

200

0

(1987=100)

1976

1977

1978

1979

1980

1981

1982

1983

1984

1985

1986

1987

1988

1989

1990

1991

1992

1993

1994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가처분소득대비대학등록금상승률추이

20

15

10

5

0

-5

-10

(가처분소득증가율-

대학등록금상승률, 단위:%P)

1990년대부터대학등록금인상을가계소득증가로

감당하기힘든상황이지속되고있음.

Page 125: Tax revolution

더상승해왔는지살펴보기위해가처분소득증가율에서사립대학등

록금상승률을차감한추이를보자. 1990년대초까지는한국경제가

고도성장을구가하면서개인가처분소득이빠르게증가해대학등

록금이가파르게올랐는데도가계가등록금부담을어느정도흡수할

수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초반이후부터는개인가처분소득증가

율이크게둔화되는반면대학등록금은상대적으로높은상승률을

유지해가계들이대학등록금을점차감당하기힘들어지고있다.

참고로미국의경우와비교해보면한국의대학등록금이얼마나

가파르게증가했는지알수있다. 미국의대표사학인하버드대학부

등록금상승률을살펴보자. 하버드대는학비가비싸기로소문난이른

바‘아이비리그’대학가운데하나로하버드대의등록금상승률은미

국대부분의사립대와비슷한수준이다.

〈도표 2-5〉에서 1987년의소비자물가지수와대학등록금을 100으

로하여이후 20여 년동안의소비자물가지수와대학등록금추이를

살펴보면미국의소비자물가지수는이기간 173.0으로상승한반면

하버드대학부등록금은 264.5로상승해물가보다 1.53배가량더높

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같은 기간에 소비자 물가지수는

273로상승한반면, 국공립대등록금은 517로물가보다 1.89배더상

승했다. 이정도는약과다. 사립대등록금은 607로물가보다 2.23배,

전문대등록금은 857로물가보다 3.14배더급등했다. 한국대학들의

등록금상승률이매우과도함을알수있다. 이를좀더분명히살펴

보기위해같은기간한국의사립대등록금과미국하버드대학부의

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125

Page 126: Tax revolution

등록금상승률에서물가상승률을뺀수치를비교해보면거의대부

분의기간한국이미국보다훨씬더높음을알수있다.

이처럼지난수십년간한국의대학등록금상승률은국내물가나

가처분소득상승률보다훨씬더빠르게올랐다. 미국사립대등록금

126

도표2-5] 하버드대학등록금및한·미물가대비대학등록금상승률비교

하버드대등록금및물가지수

하버드대등록금 소비자물가지수

●각종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1989

1990

1991

1992

1993

1994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1990

1991

1992

1993

1994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300

250

200

150

100

50

0

15

10

5

0

-5

-10

(1989=100)

(물가-등록금상승률, 단위:%)

264.5

173.0

한·미양국의물가대비대학등록금상승률비교

미국 한국

Page 127: Tax revolution

상승률과비교해봐도너무지나칠정도로급격히상승했다. 이때문

에많은가계가자녀들의대학등록금을마련하기위해부업을하거

나빚을내야할정도로큰경제적부담을안고있음은부인할수없

는현실이다.

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127

Page 128: Tax revolution

● 이제 이기수 고려대 총장의 주장처럼 정말로 한국

대학의등록금이교육의질을고려할때는비싸지않은지살펴보기로

하자. 이를위해미국의대표적사립대인하버드대와일본의대표적

사립대인게이오대를한국의대표적사립대인연세대및고려대와비

교해보겠다.

〈도표 2-6〉에서미국하버드대의학부및대학원별등록금실태를

살펴보자. 하버드대의경우한국과는달리대학원중심, 연구중심대

학체제여서이른바‘칼리지(college)’라고불리는학부와대학원별등

록금추이를함께살펴봐야실상을좀더정확히알수있다. 하버드

대는 이른바 전문대학원(professional school)으로 불리는 경영대학원

(Business school), 법학대학원(Law school), 의학대학원(Medical school)

128

새 로 운 미 래 를 만 드 는 교 육 혁 명 · 0 4

미·일대학과비교해본한국대학등록금의허와실

Page 129: Tax revolution

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129

도표2-6] 하버드대및게이오대의등록금현황

하버드대학부및대학원별등록금추이(1989~2009)

●하버드대및게이오대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하버드대등록금(2008)

■등록금 ■장학금차감

학부

학부

3.26 3.26

4.38

3.46

2.21

3.293.62

4.15 3.993.54

인문사회

인문사회

경영

경영

디자인

디자인

신학

신학

교육대학원

교육대학원

공공정책

공공정책

법학

법학

의학

의학

공중보건

공중보건

4.54.03.53.02.52.01.51.00.50

5

4

3

2

1

0

(단위:만달러)

(단위:만달러) 3.1 3.1

4.2

3.3

2.2

3.23.5

3.9 3.93.4

1.4

0.2

2.9

2.2

0.1

1.71.3

3.0

1.8 1.8

게이오대등록금(2009)

■등록금 ■장학금차감

철학,인간관계학

도서관정보학

사학 문학 경제 법학 상학 의학 이공학 종합정책학부

환경정보학부

간호의료학부

약학,의료약학

약과학

400350300250200150100500

(단위:만엔)

83.9

345.6

285.7

120.9

197.6

61.0

137.7

24.0

Page 130: Tax revolution

등의등록금이가장가파르게상승해등록금이가장비싼것으로나

타났다. 하지만이들대학원은졸업후거의대부분고소득전문직종

으로의진출이보장돼교육의질과전문성측면에서매우수준이높

다고자타가공인하고있다. 따라서이런점을감안하면상대적으로

결코등록금이비싸다고할수없다. 교육투자라는관점에서보면높

은등록금이미래의고소득으로충분히합리화되기때문이다. 비교의

초점인학부등록금을살펴보면 2009년현재 3만 2600달러수준이

다. 이렇게보면하버드대의학부및대학원의등록금이명목상으로

는상당히비싼것처럼보인다.

하지만장학금등을감안한실질적인등록금수준을따져보면사

정이달라진다. 하버드대의경우등록금이비싼대신각종명목으로

상당히거액의장학금을지급하고있다. 2008년기준으로각대학학

부및대학원별장학금지급액을재학생수로나눈 1인당평균장학

금을등록금에서차감하면실질등록금은크게줄어든다. 예를들어

학부의경우명목등록금은 2008년 3만 1460달러이지만 1인당평균

장학금을빼면 1만 3680달러로크게줄어든다. 1인당평균장학금은

전문대학원이아닌일반대학원일수록더많아서인문사회대학원이

나신학대학원의경우사실상등록금부담이거의없는것이나마찬

가지일정도다.

이번에는일본게이오대의등록금현황을살펴보자. 게이오대의경

우인문사회계열의등록금은 2009년 83만 8000엔전후수준이고, 정

책및환경정보학부는 120만 8000엔수준, 그리고약학계열은 173만

130

Page 131: Tax revolution

5000~197만 5000엔수준이다. 의대의경우에는 345만 5000엔수준

으로인문사회계열의 4배, 약학계열의 1.7배정도로나타났다. 미국

과달리전공별로등록금편차가상당히크게벌어지는것이다.

하지만일본의경우도각종장학금혜택등을고려하면이같은명

목등록금이실제로는크게낮아진다. 게이오대의 2008년기준교육

연구경비는 505억 8800만엔인데, 한국과마찬가지로이가운데절

반정도가장학금이나학비감면등에지급된다고간주하면약 252억

9400만엔이학비보조금으로지원되는셈이다. 학부및석박사과정,

방송통신대학원재학생을모두합치면게이오대의학생수는모두4만

2357명이므로 1인당평균학비지원금은 59만 9000엔정도가된다. 이

를전공별등록금에서차감하면인문사회계열은 24만엔정도, 정책

및환경정보학부는 61만엔, 약학계열은 114만~138만엔수준으로

확줄어들고, 의대의경우에도286만엔수준으로떨어진다.

이번에는 한국의대표적사립대인고려대와연세대의등록금수

준을〈도표 2-7〉을참고로살펴보자. 우선고려대의 2009년기준등

록금(학생회비및앨범비등제외)은 713만(인문사회)~1244만원(의예과)

에 이른다. 여기에 고려대가 밝힌 2009년 학생 1인당 장학금 액수

208만 1900원을차감한실질등록금은 505만(인문사회)~1035만원

(의예과) 수준으로나타난다. 연세대의경우 2009년등록금은 714만

(인문사회)~1420만 원(의치의예)에 이른다. 마찬가지로 연세대가 밝

힌학생 1인당장학금액수 202만 9000원을차감한실질등록금은

511만(인문사회)~1218만 원(국제학부) 수준이다. 전공별로 고려대와

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131

Page 132: Tax revolution

연세대의실질등록금수준은거의비슷하지만연세대의경우의치

의예과등록금이상당폭낮은반면외국학생및외국생활유경험자

를유치하기위해설립한국제학부의등록금이상당히높은것으로

나타난다.

연세대와고려대의등록금수준이미국하버드대나일본게이오대

와비교하면어느정도높을까? 〈도표 2-8〉을참고해보자. 이를알아

132

도표2-7] 고려대와연세대의등록금현황

●고려대와연세대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고려대등록금(2009)

■등록금 ■장학금차감

15

10

5

0

(단위:백만원)

인문사회 이학체육 간호 공학 예능 의예과 보건행정

5.16.3 6.5

7.6 7.7

10.4

5.7

연세대등록금(2009)

■등록금 ■장학금차감

15

10

5

0

(단위:백만원)

인문

사회

심리

문헌

상경 생활

체육

이학 공학 음악 의치대 국제

학부

생명

5.1 5.4 5.26.3 6.3

7.48.5 7.9

12.2

6.8

Page 133: Tax revolution

보기위해연세대와고려대및하버드대와게이오대의장학금차감

후실질등록금을 1인당국민총생산(Gross National Product, GNP)으로

나눈비중을비교해보았다. 고려대의경우 2009년단과대학별평균

등록금은 913만원으로 1인당GNP 대비 43%, 장학금을차감한실질

등록금은 703만원으로 1인당GNP 대비 34.9%로나타났다. 같은방

식으로연세대의경우이비율은각각 43.1%, 35.2% 수준으로나타

났다.

이에비해일본의게이오대는학부별평균등록금이 130만엔으로

1인당GNP 대비 31.8%로나타났다. 장학금을차감한실질등록금은

평균 70만 5000엔으로 1인당 GNP 대비 17.2%에불과했다. 하버드

대학의경우학부등록금은 1인당GNP 대비 66%로높게나타났지만

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133

도표2-8] 한·미·일3국의대학등록금비교

한·미·일3국대학등록금의GNP대비비중(2009)

■등록금 ■장학금차감

70

60

50

40

30

20

10

0

(단위:%)

고려대 연세대 게이오대 하버드대

43

34.9

43.1

35.231.8

17.2

66

29

●각대학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Page 134: Tax revolution

장학금을차감한실질등록금은 29%로나타났다. 각국의 1인당GNP

기준으로장학금을차감한실질등록금의비중을비교해본결과일

본게이오대와미국하버드대가한국의고려대나연세대에비해더

낮은것으로나타난다. 즉한국의고려대와연세대등록금이미국과

일본의대표적사립대들보다훨씬비싼것이다.

지금까지는등록금이라는비용(cost) 측면에서만따져보았지만대

학교육서비스를통해학생들이얻는편익(benefit)을따져보면더큰

차이가난다. 단적으로교수들의수준이나교수대학생수만비교해

봐도큰차이가난다.

우선교수대학생비율을비교해보면하버드대의경우 2009년기

준으로학생수(학부생및석박사과정생)는 2만 222명인데비해강의교

수는 3125명(전임교수 1546명+시간강사 1579명)과의대협력교수 7897명

등총 1만 1022명에이른다. 반면연세대는학부생 2만 6530명과대

학원석박사과정생 1만 1437명을합쳐학생수가 3만 7967명인반면

전임교원 1814명과비전임교원 974명, 시간강사 1390명등교원은

4178명에불과하다. 학생수는연세대가 1.8배이상많은반면교원

수는연세대가하버드대의 40% 수준에불과한것이다. 더구나하버

드대는이미각분야에서노벨상을수상했거나노벨상수상후보로

거론되는교수들이수두룩할정도로연세대교수들의평균수준보다

훨씬높다는것은자타가공인하는사실이다.

이같은대학의질적수준은각종국제적대학순위평가에서도이

미여러차례드러난바있다. 물론평가기관의평가기준은여러가

134

Page 135: Tax revolution

지문제점을지적할수있지만, 어떤 평가기관에서조사하든한국

대학들의수준이국제적으로높이평가받지못하는것은분명한사

실이다.

예를들어국제대학순위평가에서가장많이인용되는영국 QS

더타임스의2009년세계대학순위평가에서한국의경우서울대(47위),

카이스트(69위), 포스텍(134위), 연세대(151위), 고려대(211위) 등으로

높은순위를차지하지못했다. 반면미국은하버드대(1위), 예일대(3위),

시카고대(7위), 프린스턴대(8위), MIT(9위), Caltech(10위) 등 10위권

에만 6개대학, 20위권안에만 13개대학이포진하고있다. 일본의경

우 도쿄대(22위), 교토대(25위), 오사카대(43위), 도쿄공과대(55위), 도

호쿠대(97위)등으로한국대학들보다훨씬더상위에위치하고있다.

이처럼단순액면비교에서든질적비교에서든한국대학의등록금은

상대적으로매우비싼수준이다.

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135

Page 136: Tax revolution

● 사실지금까지는비교의편의상우리에게익숙한미

국과일본의사립대등록금과비교했으나, 좀더범위를넓혀OECD

국가들전체와비교해보면한국의대학등록금이얼마나비싼수준

인지더욱명확히알수있다.

〈도표 2-9〉에서 2006~2007학년도기준 OECD 국가별국공립대

등록금수준을살펴보자. 도표에서알수있듯이구매력평가기준

달러환산한국의국공립대등록금은 4717달러로 5666달러인미국

을제외한모든OECD 국가보다높다. 한국은사립대뿐만아니라국

공립대의등록금이대부분의나라와비교하기힘들정도로높다. 반

면스웨덴, 노르웨이,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핀란드, 덴마크, 체코는

국공립대의등록금이전혀없으며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트

136

새 로 운 미 래 를 만 드 는 교 육 혁 명 · 0 5

한국의대학등록금이세계에서가장비싼이유

Page 137: Tax revolution

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137

도표2-9] OECD국가별국공립대등록금및공사립대학비율

OECD 국가별국공립대등록금(2006~2007)

●OECD의〈Education at a Glance 2009〉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아래도표에서연한색은순수사립대를나타내며나머지는정부의존형사립대임.

체코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네덜란드

뉴질랜드

캐나다

호주

일본

한국

미국

핀란드

스웨덴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아이슬란드

포르투갈

노르웨이

일본

호주

한국

미국

6

5

4

3

2

1

0

25

20

15

10

5

0

(단위:천달러)

(단위:천달러)

0.7

0.0 0.0 0.0 0.0 0.0 0.0 0.0

0.0 0.0 0.0

0.8 0.8 1.11.21.7

2.8

3.7 4.04.3

4.7

5.7

OECD 국가별사립대(정부의존형포함) 등록금(2006~2007)

0.83.9 4.3 4.8 5.1

6.7 7.98.5

20.5

한국

일본

벨기에

멕시코

미국

포르투갈

아이슬란드

프랑스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스페인

헝가리

핀란드

이탈리아

스웨덴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덴마크

그리스

네덜란드

영국

100

80

60

40

20

0

(단위:%)

OECD 국가별공사립대학비율

■사립대 ■정부의존형사립대 ■국공립대

Page 138: Tax revolution

리아는거의미미한수준의등록금을내고있다.

한국의사립대등록금또한미국 2만 517달러에이어 8519달러로

두번째로높은것으로나타난다. 이또한핀란드, 스웨덴, 아일랜드

에서는사립대등록금이한푼도들지않는것과는극명한대조를보

인다. 특히한국의경우다른나라에비해국공립대학이전체대학에

서차지하는비중이 22.0%로OECD 국가가운데가장낮은반면사

립대비중은가장높다.

사립대의 등록금이국공립대보다상대적으로훨씬비싼점을감

안하면실제로일반가계가부담하는한국의대학등록금은 OECD

국가가운데가장높다고봐야한다. 한국 언론들이세계에서가장

비싼미국사립대등록금과비교해보도하는경우가많다보니일반

인들이이를잘모르는경우가많을뿐이다. 명목등록금만하더라도

한국의대학등록금은사실미국보다더높다고봐야한다. 한국대

학생의 78%가사립대등록금(8500달러)을 내는반면미국대학생의

67%가량은 국공립대 등록금(5700달러)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

나사립대의명목등록금이가장높은미국이나한국처럼사립대의

비중이높으면서사립대의명목등록금도높은일본의대학등록금

도장학금차감액이나소득수준, 대학교육의질을감안하면한국보

다상당히낮음은이미설명했다.

이처럼높은대학등록금부담도공공과민간등이적절하게분담

하는식이라면일반가계들의부담이가벼워질수있다. 하지만실상

은그렇지않다. 〈도표 2-10〉을통해고등교육재정지출비중을살펴

138

Page 139: Tax revolution

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139

도표2-10] 고등교육재정지출및고등교육비부담주체현황

●OECD의〈Education at a Glance 2009〉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이탈리아일본

헝가리

포르투갈

폴란드한국

프랑스체코영국독일

스페인

벨기에

EU19개국

오스트리아

OECD평균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아일랜드호주

스위스

스웨덴

멕시코미국

핀란드

캐나다

덴마크

슬로바키아

뉴질랜드

노르웨이

6

5

4

3

2

1

0

(단위:%)

고등교육재정지출비중(2006)

■재정지출대비 ■GDP 대비

한국

일본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포르투갈

멕시코

폴란드

OECD평균

이탈리아

네덜란드

헝가리

스페인

EU19개국

체코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독일

아일랜드

스웨덴

아이슬란드

벨기에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100

80

60

40

20

0

(단위:%)

고등교육비부담주체비중(2006)

■민간재원 ■공공재원

한국

일본

뉴질랜드

미국

호주

멕시코

폴란드

포르투갈

영국

캐나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아일랜드

프랑스

슬로바키아

아이슬란드

체코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100

80

60

40

20

0

(단위:%)

고등교육비민간부담분주체별비중(2006)

■기타민간부담 ■가구지출

Page 140: Tax revolution

보면한국의경우전체재정지출대비 2.2%로매우낮은수준에속

하고, GDP 대비로는 0.7%로 0.6% 수준인일본에이어두번째로낮

은나라로나타난다. OECD 평균이각각 3.1%, 1.3% 수준인것에비

하면매우낮은것이다. 이처럼한국정부의고등교육에대한재정지

출비중은다른OECD 국가들에비해현격히낮다.

이는고등교육비부담주체가운데공공재원의비중이가장낮은

현실로이어진다. 고등교육비부담주체를보면한국의경우공공재

원부담률이 23.1%로가장낮은반면민간부담률은 76.9%로가장

높다. 한·미·일 3국을제외한대부분의 OECD 국가들에서는공공

재원부담률이절반을넘는다. 특히대부분의유럽국가들은고등교

육비를대부분공공재원으로부담하고있다. 한국의경우공공재원

부담률이각각 72.6%, 81.1%인 OECD 평균이나 EU 19개국평균과

는정반대현상을보이고있는것이다.

또한 고등교육비를 민간 재원으로 충당하는 비중에서 민간 부담

주체를다시일반가계와기타민간부담으로나눠볼경우에도한국

의일반가계부담률은 52.8%로OECD 국가들가운데가장높게나

타난다.

지금까지본것처럼한국의대학등록금은 OECD 국가들가운데

가장높은수준이다. 공사립대등록금이높다는미국이나일본과비

교해봐도장학금을차감한실질등록금이나국민소득, 교육의질등

을고려한측면에서가장높은수준이다. 이처럼비싼대학등록금을

대부분민간에서, 그것도일반가계가부담하고있다. 정부는자신들

140

Page 141: Tax revolution

이마땅히갖춰야할국공립대학인프라나투자해야할고등교육재

정에제대로투자하지않고있다. 또한이를빌미로사립대학들이앞

다투어대학등록금을올리는가운데일반가계들은세계에서가장

높은대학등록금을부담하느라등골이휘고있는것이다.

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141

Page 142: Tax revolution

사립대, 등록금장사해

번돈으로뭘하나

정부의책임못지않게사실상‘경쟁의무풍지대’에놓인사립대들의무사안일주의와

횡포에도큰문제다. 〈도표2-11〉에서보는것처럼미국하버드대의경우등록금수입

이전체수입의 20%에불과한반면하버드대재단의기금운용수입금은34%를차

지하고있다. 또한정부지원(15%)과 기부금(7%) 비중도크다. 일본게이오대의경우

도총수입가운데학생납부금(등록금)이차지하는비율은 18.2%에불과한반면의료

수입(17.0%)과자산매각수입(15.9%), 자산운용수입(9.5%), 기부금수입(5%), 보조금

도표2-11] 하버드대와게이오대의총수입내역

●하버드대및게이오대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미국하버드대총수입내역(2008) 일본게이오대총수입내역(2008)

기부금7%

등록금20%

납부금18%

수수료1%

기부금7%

보조금6%

자산운용수입1%

자산매각수입16%

사업수입3%

의료수입17%

잡수입1%

차입금수입8%

전수금수입5%

기타수입8%

전년도이월9%

기금운용수익금34%

정부지원15%

비정부수입4%

기타수입20%

Page 143: Tax revolution

수입(6%) 등다양한수입원을갖추고있다.

한국의 경우는 이와 정반대 양상을 보인다. 〈도표 2-12〉에서 보는 것처럼 사립대

전체 교비 회계의 총수입 가운데 68%가량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전입금이

6%, 기부금수입이3% 정도에불과한매우기형적인구조를보이고있다. 대학재정

의3분의2가량을등록금수입에의존하고있는것이다. 추세를보더라도총수입에서

등록금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는 반면 재단 전입금 수입 비중은

갈수록낮아지고있다.

또한사립대학들은2004년이후매년전체운영지출예산의 10%가넘는기금을

적립하고있다. 사립대들은교육부령에따라예산혹은추경예산에없는적립금은쌓

을수없도록돼있는데도한언론의추적조사에따르면거의대부분의사립대가교

육부령을무시하고적립금을쌓아온것으로드러났다. 등록금을마구잡이로걷어들

인뒤남는돈을학생들의학비감면혜택등으로돌리지않고각종명목으로적립금

으로쌓아온것이다. 그러면서도매년물가상승이나재정부족등을이유로등록금

을가파르게인상하고있다.

사립대학들의적립금비율을구체적으로살펴보면2004년운영지출대비 10.0%

에서 2008년 13.4%까지늘었다. 금액으로는 8216억원에서 1조 7458억원으로급

증했다. 이같은액수는전체사립대의장학금및학비감면을위한지출의75~80%

에 이르는 수준이다. 사립대들이 적립금을 학생 지원에 사용했다면, 장학금 및 학비

감면에모두썼다면학생들의혜택을두배가까이늘릴수있었다는얘기다. 물론사

립대학들도조금씩이나마운영지출에서장학금및학비감면비중을높이고는있으

나이들대학이등록금을인상하는비율과비교하면그상승폭은매우미미하다.

사립대들이 이들 여윳돈을 적립하지 않고 등록금을 인하하는 데 썼다면 2004년

Page 144: Tax revolution

도표2-12] 국내사립대학수입및지출현황

●사립대학회계정보시스템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국내전체사립대학총수입내역(2008)

등록금및전입금수입비중추이

등록금68%

전입금 6%

기부금 3%

국고보조금 2%

교육부대수입 3%

교육외수입 5%

자산및부채수입 5%

정기이월자금 8%

69

68

67

66

65

64

63

62

61

60

2004 2005 2006 2007 2008

등록금수입

전입금수입

10

9

8

7

6

5

(단위:%)

(운영·수입대비단위:%)

적립금비중추이

100

90

80

70

60

50

40

30

20

10

0

2004 2005 2006 2007 2008

학생지원대비

운영지출대비

(단위:%)

적립금내역별추이(2004~2008)

2.0

1.6

1.2

0.8

0.4

0.0전체 연구

기금건축기금

장학기금

퇴직기금

기타기금

(단위:조원)

학생경비및장학금비율추이

18

17

16

15

14

13

12

11

102004 2005 2006 2007 2008

등록금대비

운영지출대비

(운영지출대비, 단위:%)

Page 145: Tax revolution

이후매년6~7% 이상올려온대학등록금을전혀인상할이유가없었던셈이다. 이

런 식으로 이들 사립대가 필요한 예산을 훨씬 넘어서 과도하게 등록금을 걷어 각종

명목으로적립하고있으니‘등록금장사’라는비판도전혀무리가아니다.

더구나 이들 대학이 적립한 내역을 살펴보면 건축기금 적립액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성격이 불분명한 기타 기금 적립액이 두 번째로 많은 가운데 연구기금이

나장학기금, 퇴직기금적립액은거의미미한것으로나타나고있다. 특히건축기금

적립은 수도권의 대부분 사립대들이 교내 건물을 신축하거나 부동산 개발 붐에 편

승해중앙정부와각지자체들로부터각종세금감면혜택등을끌어내제2, 제3 캠

퍼스등을이전하는과정에서필요한건축물건립자금등을명목으로쌓아놓고있

다. 등록금수입으로마련한적립금을학생지원이나연구기금으로쓰기는커녕직간

접적으로 부동산 투기에 가담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사립대들이 이처럼 막대한

적립금을 쌓아 놓고 무분별하게 쓰고 있는데도 사실상 이를 방조하고 있다. 정부는

사립대들이 무분별하게 적립금을 쌓는 관행부터 없애야 하며 현재 쌓아 놓은 적립

금을 등록금 인상률 억제와 연동하거나 학생 지원 등에 최우선적으로 사용토록 강

제할필요가있다.

한편사립대들은재단전입금수입을늘리고다른선진국들처럼사학재단을적극

적으로사회에개방해외부기부금비중을높이는노력을기울여야한다. 일부사립대

들은사립대를‘사유재산’이라는식으로강변하고, 실제로상당수의사립대재단이족

벌형태로운영되고있다. 이렇게족벌식으로재단을운영하고이들재단을사유물이

라고주장하면서정부의지원확대나기업과지역사회, 또는뜻있는유지들의기부를

호소하는것은이율배반적인행태다.

김광수경제연구소가이미몇년전부터지적한바있듯이미국의하버드대나일본

Page 146: Tax revolution

의게이오대등은실제로학생, 학부모및지역사회를대표하는인사들을재단이사로

영입해단순히한집안의사유물이아닌국가와지역사회에기여하는인재를길러내

는공적기관으로자임하고있다. 한국의사립대들이‘사유재산’운운하면서학벌서

열구조에안주하면서등록금장사에매달리는현실을고치지않고서는이미세계최

고인한국의등록금수준을낮출길은요원하다.

Page 147: Tax revolution

● 이제세금을어떻게쓰면대학등록금부담을대폭

줄이면서도국내교육의틀을근본적으로바꿀수있을지생각해보

자. 역대 정부는대학교육의근본적개혁은제쳐두고시시때때로

대학입시제도를개편하는데만치중해왔다. 하지만국내교육개

혁의출발점이자핵심은바로대학교육개혁이다. 국내교육의핵심

문제는국내대학들이학벌서열구조속에서‘경쟁의무풍지대’에

안주하면서도학생들을입시점수위주의줄세우기경쟁으로내몰

고있다는점이다. 물론최근일부대학들이경쟁력을향상시키기위

해노력하고있는것은사실이다. 하지만전반적으로는여전히학벌

서열구조에안주하고있어국내대학의국제경쟁력은상당히뒤처

져있다.

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147

새 로 운 미 래 를 만 드 는 교 육 혁 명 · 0 6

교육혁명이룰1석3조의세금쓰는법

Page 148: Tax revolution

이런상태에서학생들의적성이나관심과는상관없이이른바명문

대학이나한의치대같은일부인기학과에진학하는것이한국교육

의최대목적이되고있다. 그결과앞서설명했듯이명문대입시진

학게임에참여한학부모들의소모적인돈지르기경쟁이만연하게

된것이다. 한창자라나는아이들의창의성을억압하고인성과사회

성함양은뒷전으로밀려났으며, 정작전문역량을배양하고학문적

성취를이뤄야할대학의전반적수준은뒤떨어진상태다. 한마디로

다른선진국들과비교할때극도의고비용저효율교육시스템이라고

할수있다.

또이같은학벌구조는수도권과지방간양극화와불균형발전을

더욱가중시키고있다. 매년수도권에유입되는인구의 60% 이상을

대학진학과취업을앞둔 20대가차지하고있다. 이른바명문대들이

서울등수도권에집중돼있다보니빚어지는현상이다. 대학에진학

할때서울로유학온뒤졸업후에는수도권에일자리를잡아눌러앉

는패턴이수십년간지속되고있다. 이에따라지방에서는젊은이들

이씨가마르고수도권은점점과밀해지고있다. 이때문에수도권의

경우만성적인주거난과집값상승, 교통혼잡, 환경오염등으로매년

막대한사회적비용을치르고있다. 반면지방의경우젊은인재가부

족하고인구도줄어이른바규모의경제효과를실현하기어려운상

황에내몰리고있다.

이런상황에서이명박정부는오히려각종수도권개발규제를푸

는등수도권집중을부추기는정책들을남발하고있으니아예논평

148

Page 149: Tax revolution

할가치조차없다. 노무현정부는이같은문제를바로잡기위해국토

균형발전대책을추진했으나기업도시나혁신도시이전, 각종경제

자유구역지정, 행정복합도시및공기업이전등토건개발형지역

균형발전에치우친감이없지않다. 이는지식정보화시대의지역간

균형발전이어떤식으로이뤄져야하는가에대한체계적인비전과

전략이부족했던탓이크다. 좋은취지로추진한정책들이겉으로내

세운목표조차달성하지못하고각종명목의아파트단지개발사업

수준으로전락하고말았다. 그결과노무현정부의국토균형발전정

책은가뜩이나문제시되던부동산거품을더욱부풀리고전국각지에

대규모미분양아파트단지들을양산하고말았다. 그과정에서막대

한재정이소진됐음은물론이다.

이런문제의연쇄구조속에서세계최고의대학등록금을획기적

으로낮추는한편학벌구조를타파하고대학교육의질적향상을도

모하는동시에지역간균형발전을꾀할수있는방안이있다. 일석

삼조의효과를이룰수있는것이다.

앞에서본것처럼한국의왜곡된고등교육시스템을바로잡기위

해서는상대적으로위축된국공립대학인프라를대폭확충해야한

다. 사립대비율이지나치게높고국공립대학의재정지원은열악하

다보니‘등록금장사’로배를불리는사립대와경쟁하기위해국공

립대학들도등록금인상에나서고있다. 사정이이렇다보니연고대

를비롯한주요사립대들은‘학벌신화’를확대재생산하며사실상

서열담합구조속에서등록금장사를벌이고있다.

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149

Page 150: Tax revolution

따라서사립대를중심으로매년치솟는대학등록금을잡기위해

서도고등교육에대한재정지원을국공립대학을중심으로현재의

GDP 대비 0.7% 수준에서OECD 평균인 1.3% 수준으로획기적으로

끌어올릴필요가있다. 사실갈수록고착화되는학벌구조및수도권

의경제력집중현상과맞물려지방의대표적국공립대학들에진학

하는학생들의평균점수는갈수록낮아지고있다. 물론이것만으로

지방국립대의경쟁력이처진다고단언할수는없으나적어도지방

국공립대에대한학생들의선호도가수도권사립대에비해떨어진다

는사실은분명하다.

따라서정부의고등교육지원을획기적으로늘리되그재원의대

부분을지방국공립대에집중해야한다. 정부의재정지원을확대해

지방국공립대의등록금을수도권사립대의 3분의 1 수준이하로떨

어뜨리는한편양질의교원을확충하는등교육서비스의질을점차

높여간다고가정해보자. 비용(등록금) 대비편익(교육서비스의질) 측

면에서국공립대의상황이지금보다좋아진다면학생들이자연스럽

게국공립대로몰릴수밖에없고사립대의위상은점차약해질것이

다. 당장 1~2년안에는어렵겠지만 5~10년가량이런식으로지속하

다보면대학서열구조와경쟁풍토에획기적인변화가일어날것이

다. 이렇게되면사립대또한국공립대와경쟁하기위해마구잡이로

등록금을올리는일이점차어려워질수밖에없다. 즉국공립대학의

인프라확충및질적개선이라는정부의역할을제대로하면국공립

대가일정하게‘가격(등록금) 안정화장치(price stabilizer)’로서기능하

150

Page 151: Tax revolution

게되는것이다. 이렇게된다면정부가사립대등록금상한제를실시

함으로써일부사립대에서제기하는위헌소송운운하는논란에휩

싸일필요도없다.

더구나지방국공립대의수준이높아지면수도권으로몰리던지방

의젊은이들이자연스럽게지방에남게돼지역의상대적발전에도

크게도움이된다. 지방의대도시들은지금도필요한최소한의인재

가부족해지역경제를활성화하는데큰어려움을겪고있다. 특히

지식정보화시대, 창의경제시대에는지역발전과정에서우수한인

재에대한의존도가갈수록높아질수밖에없다. 지금수도권으로몰

리는지방의젊은이들이대학을졸업한후해당지역에남아산학연

협력을토대로한지식벤처를활발히창업할수있다. 국내젊은이들

의뛰어난두뇌와역량을생각할때여건만갖춰진다면미국의실리

콘밸리같은첨단산업클러스터가만들어지지말라는법이없다. 물

론정부가이같은지식산업생태계를훼손하지않으면서도활발한

벤처창업활동을지원하는구조를갖추고지원한다면금상첨화일것

이다.

이렇게되면수도권에서는대학을졸업한젊은인재들을받아줄

충분한일자리가부족하고, 지방은두뇌유출과인구감소로산업기

반이무너지는일자리미스매치현상을극복하는데도큰도움이될

것이다. 특히 지방에서우수한인재들이배출돼정착하기시작하면

이들을유치하고활용하기위해상당수의기업들이자연스럽게해당

지역으로이동하게된다. 다른지역에비해집값과물가가비싼보스

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151

Page 152: Tax revolution

턴으로미국유수의첨단기업들이모여드는가장큰이유는바로우

수한인재때문이다. 노무현정부처럼각종개발사업마다예산을포

함해수천억원, 수조원의공공재원을쓰지않고도활발한지식산

업생태계를조성해얼마든지지역경제활성화와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할수있는것이다.

이뿐만아니다. 한국사회의고질적병폐로자리잡은학벌의벽을

무너뜨릴단초를마련할수도있다. 예를들어‘학벌구조’의정점인

서울대라는이름대신‘한국1대학’, ‘한국2대학’, ‘한국3대학’하는

식으로국공립대의명칭과학제를전반적으로통합하고다양한인센

티브를통해교수들의순환근무등을활성화한다면학벌구조의폐

해를희석하는한편지방국공립대학의사회적선호도를크게끌어

올릴수있을것이다.

그같은효과가어떻게나타날지는일본의경우만살펴봐도쉽게

알수있다. 국공립대학비율이압도적으로높은다른나라와달리

사립대의비중이그나마한국과유사한일본은한국과비교할수없

을정도로튼튼한국공립대학인프라를가지고있다. 우리에게잘알

려져있는도쿄대뿐만아니라교토대, 오사카대, 나고야대, 히토쓰바

시대, 도쿄공대, 도호쿠대, 규슈대등이모두국공립대학으로일본의

대표적사립대인와세다대나게이오대보다높거나엇비슷한수준을

자랑하고있다. 특히이들대학가운데교토대, 오사카대, 나고야대,

도호쿠대, 규슈대, 홋카이도대는모두일본의대표적지역대학으로,

지역발전에필요한우수한젊은인재들을길러내고있다.

152

Page 153: Tax revolution

산학연클러스터,

어떻게새로운미래를만드는가?

지역에서 배출되는 인재가 어떻게 지역의 경제 지도를 바꿔 놓을 수 있을지 상상해

보기위해필자가진아건축부상훈대표와진행한대담가운데한토막을소개한다.

참고로진아건축은2030년베트남수도하노이의법적·제도적마스터플랜을수립하

는프로젝트를수행한‘지식기반디자인기업’이다. 1988년에설립된진아건축은건

축사5명을포함해전체임직원이 120여명인중견업체로, ‘지식이수반된디자인으

로세상을바꾼다’는모토아래중앙아시아와베트남, 중국, 인도차이나등지의대형

도시디자인프로젝트를잇따라수주해건설업계에서높은평가를받고있다.

질문: 21세기첨단기술정보화시대에산업클러스터단위의글로벌경쟁이치열해

지고있다. 그런측면에서국내에서도산업클러스터를조성한다고떠들어대고있지

만, 결과적으로는개발연대식산업단지조성수준에그치고있다. 심지어부동산개발

사업으로전락해부동산투기만조장하는경우도있는데, 세계수십개국을방문해보

고도시디자인작업을수행한전문가로서지식산업클러스터에어떻게접근해야한

다고보는가?

답변: 한국정부는말로만지식기반을떠들뿐이다. 인적자본이다뭐다많이떠들

지만실제로각종사업은하드웨어가중심이돼있다. 심지어정부용역을줄때도머

리를얼마나쓰느냐가아니라양이많아야감사에안걸린다는식이다. 클러스터와관

Page 154: Tax revolution

련해서는그런의식이고쳐지지않는것같다.

내가경험한일화를소개해보겠다. 어느광역지자체가유럽같은푸드밸리를조성

하겠다고발표하자기초자치단체들이서로유치전을벌여땅값이들썩들썩했다. 푸드

밸리조성사업에참고로삼기위해해당지자체부지사와함께푸드밸리의원조인네

덜란드를방문한적이있다. 인터넷상에서푸드밸리웹사이트를들어가보면네슬레와

다농등세계적식품업체들이다가입해있다. 그런세계적기업들을유치한푸드밸리

가어떻게만들어졌는지를알아보기위해부지사등도관계자들이기자20여명을대

동하고 푸드 밸리 클러스터를 찾아갔는데, 가 보니 인구 20만 명 정도 되는 시골의

소도시였다. 푸드밸리사무실을찾아가보니직원이다섯명정도됐는데한사람을

빼고는 모두 파트타임 직원이었다. 그리고 대기업 소속도 아니고 비영리기구(Non-

Profit Organization, NPO)였다.

푸드밸리책임자는이렇게설명했다. “식품업체들이서로소통하고정보를공유하

면서 시장에 진출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다. NPO는 영리를 추구하지 않으므로

유럽의모든업체들에연락해서누구든지만날수있었으며네트워크를만들수있었

다.”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푸드 밸리였다. 따라서 거의 아무런 물리적 실체가

없었던것이다. 방문한동안식사자리에서부지사에게한국의푸드밸리가성공하려

면선결해야할과제가있다고했더니, 그게뭐냐고물었다. 동행한사람가운데지자

체의개발연구원박사들이테이블끝에앉아있었는데, 지식인들이중심이돼야클러

스터가제대로움직이는데박사들을테이블끝에앉히면서무슨클러스터를하느냐고

말했다. 농담이기는하지만한국관료들이말로는지식기반산업운운하는일면을잘

보여준말이라고할수있다.

우리는푸드밸리, 실리콘밸리라고하면거대한산업단지가조성돼있고푸드나

Page 155: Tax revolution

IT만을연구하는사람들이모여있을것으로착각한다. 물론그런경우도있다. 하지

만연구소사람들이나과학자들이자기들만모여서단지를이뤄살고싶어할까. 클러

스터라는것은과학자들, 지식인들끼리얼마나긴밀하게연결되느냐가중요하지어디

에사느냐는중요하지않다.

유명한클러스터중에오레선드지역(Oresund Region)이라는곳이있다. 덴마크의

수도코펜하겐과스웨덴의도시말베사이에오레선드해협이놓여있다. 이 해협은

길이가 16km 정도에불과하다. 코펜하겐인구가 150만명, 주변도시인구가 150만

명정도되고, 말베역시 150만명정도된다. 당시두국가모두높은실업률로골치

를앓고있었는데, 20여년전대학교들끼리클러스터를하나만들자는제안이나왔

다고한다. 그렇다고대단한것을시작한게아니고양쪽지역대학의도서관카드를

동일한것을쓰도록하고, 학교간학점을공동으로인정하도록했을뿐이다. 그렇게

해서 양쪽 지역의 13개 대학들이 뭉쳐 오레선드 지역 종합대학(Oresund Region

University)이형성됐다.

그렇게교류가시작돼왕래가잦아지다보니두지역을잇기위해해협중간에인

공섬이만들어졌다. 16km 해협을다리 8km, 인공섬 4km, 해저터널 4km짜리로

연결한것이다. 이사업을위해두정부가협의를거쳐 EU에서국가간교류에관한

투자지원을받아민간투자사업으로진행했다. 민자로추진했는데다리와터널의통

행료수입으로이미돈을다갚았다고한다.

서로떨어져규모의경제를실현하기어렵던두지역이이렇게이어져450만명의

동일경제권역이됐다. 양쪽 대학간의교육적교류와정보공유를바탕으로양안을

잇는인프라구축으로이어졌고, 결국 450만명의활발한경제권역이형성된것이다.

그결과덴마크에는해운업체인마어스크(Maersk) 외에큰기업이없었는데, 많은다

Page 156: Tax revolution

국적 대기업들이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없던 규모의 경제 효과가 생긴 것이다.

결국클러스터도인적자원과이같은인적자원을배출할수있는대학과연구기관이

핵심이다.

Page 157: Tax revolution

미국 또한‘아이비리그’로 알려진 명문 사립대학들이 매우 높은

학문적성과를자랑하고있지만, 전체대학의 67%가량이주립대학

등국공립형태로운영되며대학등록금도사립대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주별로편차는있지만각주의대표적주립대학들의학문

및교육서비스수준은매우높아지역의우수인재들을유치하고있

다. 예를들어 UC버클리나 UCLA 등으로대표되는캘리포니아주립

대학이나 텍사스주립대학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아이비리그’에

진학할실력을갖춘상당수젊은이들이각주의대표적인주립대에

진학해졸업후이들지역의기업들이나정부기관등에취직하고있

다. 물론 시간이갈수록미국에서도아이비리그로학생들이몰리는

현상이나타나고있지만, 적어도한국의수도권이젊은인재들을싹

쓸이하는수준과는거리가멀다.

물론이렇게국공립대학의등록금을낮추고교육서비스의수준

을끌어올리려면사전에또는병행해서실행해야할일들이있다. 그

가운데가장중요한것은고교졸업자에대한다양한진로기회제공

및대학의구조조정이다. 교육과학기술부자료에따르면국내고등학

생의대학진학률은 1980년 22.6%에서 2008년에는 83.8%로, 전체

학령인구 가운데 대학 재학 비율을 나타내는 취학률은 같은 기간

11.2%에서 70.5%로급상승했다. 재적생기준으로전문대학생수는

같은 기간 16만 5000명에서 77만 2000명으로, 대학생 수는 41만

2000명에서 212만 9000명으로급증했다. 대학진학률의가파른상승

세및학생수의급증현상과함께정부의대학설립자율화바람에

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157

Page 158: Tax revolution

편승해대학수도같은기간 96개교에서 197개교로두배이상늘어

났다. 전문대수도같은기간 128개교에서 147개교로늘어났다.

이처럼대학진학률이가파르게상승해세계최고수준에이른것

은한국의높은교육열이작용한측면도있다. 하지만대학에진학하

지않을경우취업과소득면에서받는불이익이큰데다독일이나핀

란드, 스위스등처럼산업과연계된고교수준의직업교육이활성화

돼있지않은탓도크다. 따라서고교수준의전문직업교육을활성화

해대학에진학하지않고도괜찮은일자리를가질수있는기회를확

대하는것은중요한과제다. 이문제는교육정책상의개선방안도필

요하지만기업들이채용기준을현실화하는것이절대적으로중요하

다. 기업들이무턱대고업무성격이나난이도에관계없이대졸자만

채용할것이아니라학력에상관없이업무에필요한능력을갖춘인

력을채용하는식으로변화하지않으면해결하기어렵다.

한편 1999년이후국내대학의재학률(재학생수를전체재적학생수로

나눈비율)은점진적으로떨어지고있다. 전문대의경우에도 2000년대

초 재학률이 가파르게 떨어졌다가 회복되는 듯했으나 2007년 이후

다시떨어지고있다. 대학재학률을공장의가동률에비견할수있다

고볼때대학의구조조정압력이계속거세지고있는것이다. 특히

대학진학자수가더이상늘지않고있을뿐만아니라인구구조가

변화함에따라가파르게줄어들게돼있다. 부실한상당수의사립대

가전국곳곳에난립해있어대학의구조조정압력은갈수록거세질

것으로봐야한다. 실제로이같은구조조정압력에따라대학수는

158

Page 159: Tax revolution

2005년을정점으로줄어들고있다. 이런점에서도국공립대의경우

통폐합을추진하고, 학사운영이부실하거나비리가만연한사학들의

경우구조조정작업을서둘러야한다.

이렇게고교졸업자들이대학에진학하지않고도취업할수있는

기회를확대해사회적수요이상으로대학에진학하는학생수를줄

이는한편사립대를중심으로과감하게구조조정을실시할필요가있

다. 구조조정을거친뒤국공립대학들을중심으로재정지원을대폭

확대하면고등교육재원의효율성또한크게높일수있을것이다.

이같은방향으로대학등록금을국가재정에서지원하는데얼마

나필요할까? 계산의편의상국공립대재학생 1명당 1년에 600만원

정도든다고가정하자. 대학별로, 단과대별로등록금수준에차이가

있지만현행국립대등록금평균수준을적용한금액이다. 교육과학

기술부자료에따르면 2009년현재 26개국공립대학에재학중인

대학생수는 26만명이다. 만약이들모두의등록금을무상으로해

준다면 1년에필요한예산은 1조 5600억원정도다. 크다면매우큰

규모이지만조세및재정구조개혁으로확보할수있는예산규모를

생각해보면이정도는한국사회가충분히감당할수있다. 현정부

가대다수의국민이동의하지않는 4대강사업에만국공립대등록

금을 14년간무상으로해줄수있는약 22조원의예산을쓰고있다

는점을감안하면이같은선택을하지못할이유가없다.

고등학교 등록금을 무상으로 한다면 얼마나 많은 재원이 필요할

까? 공립 고등학교의 경우 학교별로 편차가 있지만 등록금이 연간

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159

Page 160: Tax revolution

150만원전후다. 교육청지침에따라걷는학교운영지원비는 20만

~30만 원 수준이다. 여기에 교재비 7만~10만 원을 합하면 연간

177만~190만원수준인데, 계산의편의상 190만원이라고가정해

보자. 2010년현재공립고학생수가 100만명정도이므로고등학교

등록금을무상으로하는데는 1조 9000억원이들것으로추정된다.

2002년부터중학교까지의무교육은이미실시되고있기때문에현

상태에서대학교까지등록금을무상으로하더라도매년 3조 4600억

원정도면가능하다. 물론의무교육을실시하더라도초중학교의경우

학교운영지원비나추가교재비등은대부분학부모가부담한다. 이

들비용까지모두정부재정에서지원하더라도 5조원정도면현행

국공립인프라수준에서는대학교까지전면의무교육을실시할수있

다는계산이나온다.

당장은아니더라도장기적으로국내국공립대재학생의비율을현

재보다두배가량으로늘리고고교의공립학교비율도현행 54% 수

준에서 80% 수준까지늘린다고생각해보자. 또한각급학교의보조

교사및각종상담교사, 특수교사들을증원하고교육프로그램의수

준을꾸준히높여가는등교육투자를적극적으로늘리더라도 10조

원정도면전면무상의무교육이가능하다. 즉매년 10조원정도면

선진국에버금가는공교육인프라를갖추고도전면무상의무교육을

실시할수있다. 물론무상의무교육의범위를유치원과정부터대학

원과정까지확대할경우에는더많은재원이필요하다.

하지만정말제대로된조세재정구조개혁을통해세입과세출

160

Page 161: Tax revolution

양쪽에서 50조원씩 100조원의추가재원을확보한다면이정도투

자를굳이못할이유가없다. 특히앞서설명한대로공립학교지원

을확대해사립학교의난립과등록금장사, 그리고사교육비대화를

제어하고지식정보화시대에걸맞은우수한인재들을길러낼수만

있다면사회전체적으로충분히남는장사가될것이다. 단적으로사

교육비로연간 30조원에육박하는비용을가계가지출하고있는데

공교육재원으로 10조원가량을써서공교육내실화를통해사교육

비부담을 10조원이상줄일수있다면충분하지않겠는가. 이처럼

전면의무교육을통해이나라와우리아이들의미래를바꾸는일은

공상이아니라얼마든지현실이될수있다. 그꿈을현실로만들기

위한사회적선택만이남아있을뿐이다.

2장새로운미래를만드는교육혁명 161

Page 162: Tax revolution

취업후상환제의

한심한기만술

이명박대통령은‘반값대학등록금’을공약으로내걸고집권하는데성공했다. 그리고

실제로반값이아니라전면무상등록금도가능함을설명했다. 그런데현정부가하고

있는것은취업후상환제도입이나 1970년대 관치방식으로대학등록금을억누르

도표2-13] OECD회원국대학등록금대출제도현황(2004~2005)

국가명이용학생비율

연간활용한도

재학중이율 재학중이율

호주

벨기에

캐나다

덴마크

핀란드

헝가리

아이슬란드

일본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폴란드

스웨덴

영국

미국

80%

28%

68%

28%

30%

66%

65%

76%

55%

3450달러

3970달러

2500달러

최대 2710달러

1717달러

6950달러

5950달러

5730달러

4320달러

최대 8960달러

최대 3260달러

4940달러

5480달러

6430달러

이자 없음

2%

이자없음

4.0%

1.0%

11.95%

이자 없음

이자없음

국채이자율(3.05%)

이자 없음

이자 없음

이자없음

28.0%

26.0%

5%, 저소득층

국가 보조

소비자물가지수연동

2%

6.70%

시중금리(저소득층에는저금리적용)

11.95%

1.0%

최대 3%, 나머지는 정부 부담

국채이자율(3.05%)

국채 이자율(7%가 상한)

국채 이자율+1%

국채 이자율(2.85~4.25%)

28.0%

26.0%

5%, 저소득층 국가 보조

●OECD의〈Education at a Glance 2009〉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Page 163: Tax revolution

는등땜질식처방뿐이다. 특히 현정부들어도입된취업후상환제는한마디로현

정부와정치권의파렴치한생색내기라고할수밖에없다. 이제도의가장큰문제점은

바로 높은 이자율(5.8%)과 복리 방식인데, 이는 근로자 학자금 및 훈련비 대부

(1~1.5%), 공무원 학자금대부(무이자), 군인 학자금대부(무이자), 교직원 학자금대여

(무이자) 등과비교하면터무니없이높은수준이다. 이는〈도표2-13〉에서보는것처럼

OECD 국가대부분이시행하고있는학자금대출제도와는동떨어진것으로, 가뜩이

나취업난에시달리는대학생들을빚부담에허덕이게하는제도로전락할가능성이

높다.

이처럼정부와정치권, 사학재단들은잘못된고등교육구조를통해일반가계에

세계최고수준의대학등록금부담을지우면서도근본적인개혁방안을내놓기는커

녕생색내기용으로내놓은취업후상환제조차학생들을상대로한돈놀이대상으로

전락시키고있다.

Page 164: Tax revolution
Page 165: Tax revolution

3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01폭증하는공공부채, 대한민국빚더미에앉다| 02 부동산부양하려다채무급증한일본따라가나

03정부의분식회계수법1, 공기업에빚떠넘기기| 04정부의분식회계수법2, 민자사업으로돌려막기

05정부의분식회계수법3, 국가재산팔아먹기| 06정부가빚어낸LH공사부실사태의본질

07흔들리는지방재정, 우리의삶도흔들린다

Page 166: Tax revolution

166

● 달도차면기울듯인류역사는각나라의운명또한

차고기운다는사실을잘보여줍니다. ‘현대판제국’미국도예외일

수는없는모양입니다. 지난수십년동안전세계를호령하던미국의

위상이 2008년미국발경제위기를계기로상당히빠르게쇠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사실여러해전부터미국지식인들사이에서는미

국쇠퇴에대한위기의식이상당히팽배해있었습니다.

가장대표적으로는세계적인베스트셀러《좋은기업에서위대한기

업으로(Good to Great)》의저자이자저명한경영학자인짐콜린스의경

고를들수있습니다. 그는2005년하버드대케네디스쿨강연에서“오

늘날우리가국내에서마주하는가장핵심적인질문은‘미국이지금

위대한상태에서괜찮은상태(Great to Good)’로미끄러지는언저리에

있는게아니냐’는것이다”라고말했습니다. 그는“단순히현정부의

Page 167: Tax revolution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167

집권기간을넘어최근몇십년동안우리는공민(公民)으로서의리더

십과 팔로어십(followership)의 부족을 경험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숭고한지위를위협하는요인이아닌지걱정된다”라고말했습니다.

그는구체적근거를밝히진않았지만, 유추할만한힌트를이미강

연에서얘기했습니다. 그는“위대한기업이나조직이그렇게된이유

와관련해우리는리더의중요성만을강조했다. 그러나산에오를때

는함께하는동료가있기에오를수있다”면서팀으로서‘단계 5의

리더십’을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콜린스는“강한권한을가진잘

못된리더는한기업을망칠수있다. 이는정부나공공조직에서도마

찬가지다”라고말했습니다. 참고로콜린스는그의책에서“위대한기

업에는중대한전환기에단계 5의리더십을지닌경영자가있었다”고

썼습니다. 이러한경영자들의특징은언뜻상반돼보이는덕목인개

인적겸양과강렬한직업적의지를겸비하고있으며, 지속적인성과

를일궈낸다는점입니다.

콜린스의말이인상깊었는지그를초청한당시케네디스쿨공공리

더십센터소장데이비드거겐교수는한미국언론에〈위대한상태에

서괜찮은상태로(Great to Good)?〉라는기고문을썼습니다. 그는이글

에서“지금정치권의눈은부시대통령의부침에붙박여있지만, 엄혹

한현실은이나라의정치권이우리를짓누르는중요한문제들을다

Page 168: Tax revolution

168

루는데거의기능장애수준이라는점”이라고지적했습니다. 그는또

“에너지정책부터교육, 지구온난화, 건강보험, 재정적자와무역적

자에이르기까지대부분의분야에서위험할정도로진전이느리다”면

서“시간은결코우리편이아니다”라고걱정했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저명한 노동경제학자 리처드 프리먼 교수도 거겐

교수와같은맥락의진단을한바있습니다. 프리먼교수는“중국과

인도, 러시아등브릭스(BRICs) 국가들이향후가져올충격을미국은

직시하지않고있다”며이들나라의부상이미국에미칠영향을지적

한바있습니다. 프리먼교수에따르면이들국가의세계시장편입과

성장으로인해세계는역사상전례없는두가지전환을겪고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20세기말세계시장에서경쟁하던노동인구가 15억

명이었다면, 21세기는그두배인 30억명에서출발한다는것입니다.

둘째는이들세나라가과거일본과한국이그랬던것처럼과학, 공학

에엄청난투자를하고있다는점입니다. 그는“미국의박사배출인

력이 1970년에는전세계의 50% 수준이었지만 2010년경에는 15%로

떨어질것”이라며“중국, 인도, 러시아가교육에투자하지않는다면

미국이쉽게우위를지킬수있겠지만현실은그렇지않다”고우려했

습니다.

《뉴욕타임스》의칼럼니스트토머스프리드먼이쓴베스트셀러《세

Page 169: Tax revolution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169

계는평평하다(The World is Flat)》도사실이같은위기의식의산물입

니다. 그는이책에서“낮아진무역장벽과디지털기술혁명의영향

으로수십억명의인구가지구건너편사람들과동시에접속할수있

게되면서세계곳곳의경쟁조건이매우빠른속도로동일해지고있

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따라서 미국이 교육과 과학기술 투자를

혁신하지않는다면, 몇십년전굶주림을걱정했던다른나라젊은이

들이‘우리’아이들의빵을빼앗을지도모른다”고경고했습니다.

우리는어떨까요? 일제식민지로 20세기를시작해세계 11위권수

준의교역국이되고, 시민의힘으로민주화를성취했다는점에서우

리의 도약은 눈부십니다. 하지만‘위대한 국가’는 고사하고 심지어

‘좋은국가’에이르기도전에지속적인도약에실패한듯합니다. 특

히외환위기이후한국은개발연대의낡은패러다임을극복하고건전

하고지속가능한사회경제구조를만드는데실패했습니다. 오히려

삼성을비롯한재벌기업들이사회를지배하고정부관료와법조, 언

론들은재벌들에게영혼을팔았으며과도한부동산거품으로소수

부동산부자들이일반가계와청년세대의부를앗아갔습니다. 땀흘

려일하는사람들의절반을비정규직이라는이름의‘내부식민지’로

만들어착취하고있습니다. 공정한경쟁게임을확립하기는커녕특권

과반칙이횡행하고있습니다.

Page 170: Tax revolution

170

노무현정부가근본적인사회경제적개혁에실패한데대한반동

으로들어선이명박정부는퇴행의극치를보여주고있습니다. 민주

주의와인권은퇴보일로를걷고있으며, 개발연대의토건패러다임

을하루빨리극복해야할시기에오히려역대어떤정부보다강한

‘토건족정부’성향을보이고있습니다. 저출산고령화의거대한쓰

나미가눈앞에닥쳐오고있는데도이에대한체계적준비없이오히

려천문학적인공공부채를일으켜한국을불과 3년만에빚더미에

올려놓았습니다. 오세훈시장이‘망국적복지포퓰리즘’운운하지만,

한국은이명박정부치하에서이미‘망국적부채공화국’반열에올

랐습니다.

그렇다고지금의야권이주택, 교육, 육아, 일자리, 사회복지등한

국사회에산적한민생문제들을해결할만한충분한정책비전과문

제해결역량을갖추고있는지저는의문입니다. 물론‘복지논쟁’등

을통해상당한노력을보이고는있으나중차대한한국사회의과제

들을해결할만한문제의식과역량, 의지를갖추고있다고하기는어

렵습니다. 2012년대선에서좌우이동을넘어문제해결능력을갖추

는역량수준의차원이동까지이뤄낼수있을지걱정입니다. 이에

더해정부관료들은체질화된관료주의를털어버리지못하고민주화

이후사상최악의불량권력에굴종하고있습니다.

Page 171: Tax revolution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171

결국희망을걸어야하는것은리더들과적극적으로상호작용해야

할팔로어(follower)로서의국민입니다. 물론상당수의국민이기득권

정치세력과언론의이간질때문에실체적진실을제대로보지못하

고분열된상태입니다. 하지만 4·19혁명과 1987년민주화운동등에

서볼수있듯이역사의고비고비마다대한민국의진전을이끌어온

것은바로각성된국민의힘과행동이었습니다.

이번장에서설명할내용은아마도 1, 2권을통틀어가장우울한(?)

내용일지도모르겠습니다. 하지만이미많이후퇴한이나라를위대

한국가로가는궤도에다시올려놓기위해서는괴롭더라도현실을

제대로인식하는데서부터시작해야합니다. 영화〈매트릭스〉에서네

오는빨간약을먹고진정한현실을인식할것인지, 아니면파란약을

먹고그대로매트릭스에갇혀살지선택해야했습니다. 그는빨간약

을먹었고, 괴롭지만사람들이처한남루한현실과자신의소명을깨

닫습니다. 그것이〈매트릭스〉의 3부‘혁명(Revolution)’으로나아가는

첫걸음이었습니다. 저는괴롭더라도실체적진실에다가가려는각성

된시민이많아질수록이나라의미래가밝아지리라고믿습니다.

Page 172: Tax revolution

● 수억원의빚을진한가계가있다. 이가계는2000년

대내내빚을끌어다흥청망청써왔다. 그런데2008년말가계살림이

어려워지면서허리띠를졸라매야할상황이됐다. 더 이상흥청망청

빚으로가계살림을꾸려나갈수는없었다. 비슷한방식으로 2000년

대를보내온다른가계들은이미긴축에들어가고있었다. 하지만이

가계는그동안흥청망청살아왔던생활을청산하지않았다. 수억원의

빚을추가로낸것이다. 그리고또다시돈을물쓰듯써대기시작했

다. 빚은감당하기어려울정도로쌓이고있지만, 당장은좋았다.

자, 이런상태에있는가계를여러분은살림살이를잘하는가계라

고생각할것인가. 아마그렇지않을것이다. 하지만이런상황에서도

살림살이를잘한다고, 다른가계들이어려움을겪을때우리는아무

172

재 정 분 식 회 계 와 공 공 부 채 쓰 나 미 · 0 1

폭증하는공공부채, 대한민국빚더미에앉다

Page 173: Tax revolution

런어려움도겪지않고있다고너스레를떠는가계가있다. 그것을지

켜보는이들은기가찰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정확하게 이런 식으로 지금 국민경제를 운용하고

있다. 2000년대내내주택담보대출급증을배경으로부동산거품을

키워온상태에서 2008년말경제위기를계기로한국경제는과도한

부동산거품을단계적으로빼면서부채다이어트를시작했어야했다.

하지만이명박정부는오히려과도한집값거품을떠받치는길을택

했다. 과도한집값거품을떠받치기위해각종재건축규제완화와수

도권분양권전매제한완화등제도적부양책과함께저금리와주택

대출만기연장등의대책을총동원한것이다.

또이과정에서정부와공공기관을포함한공공부문전체에서막

대한부채를동원해경기를부양했다. 관련통계가있다면같은시기

세계최대규모의부채증가를기록했을것이다. 이렇게빚으로처바

른결과 2010년한국경제의GDP 성장률은겉으로는 6.1%를달성했

다. 이같은실적(?)을바탕으로이명박정부는마치‘경제대통령’인

것처럼떠벌리고있다. 하지만실제로는공공부문부채의막대한증

가로 만들어 낸 눈속임일 뿐이다. ‘빚쟁이 대통령’으로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당장은빚잔치를벌여풍족하게쓰고있으니별문제없는것처럼

느껴질지도모른다. 하지만결코부정할수없는사실은이처럼막대

하게늘어난공공부문의부채를결국국민경제전체가언젠가는갚

아야한다는사실이다. 세상에공짜점심은없다. 암울하지만우리모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173

Page 174: Tax revolution

두가결국직시해야만하는현실이다.

1권에서도설명한바있듯이정부가발표하는국가채무가현정부

들어급증했음은명확하다. 통합재정수지에서국민연금등사회보

장관련기금수지를빼고공적자금상환액을더한관리대상수지라

는게있다. 정부의기초적인재정관리통계인셈인데, 이관리대상

수지는 2008년이명박정부가출범한이후 2010년까지 90조원의적

자를기록했다. 이는 1998년과 1999년외환위기사태때보다두배가

량많은규모다. 외환위기때는상당한정도로구조조정을실시했지

만, 이명박정부는부동산거품과가계부채를조정하기는커녕건설

업과저축은행등의구조조정도제대로추진하지못하고있는상황이

다. 당장의위기를모면하기위해정부재정을총동원했을뿐, 위기의

근원을전혀제거하지못했다. 오히려위기를은폐하는데급급해저

축은행등의부실을키우는등사실상위기의화력을더더욱키운셈

이다.

그런데문제는지금정부가발표하는공식국가채무가국민들의

심각한착시현상을초래하고있다는점이다. 그동안정부는국가채

무를 1986년GFS(Government Finance Statistics, 국가간비교를위한정부부

문회계작성시준수하도록국제통화기금이 1986년에마련한지침. 현금주의원칙

에따라확정채무가아닌미지급금이나선수금, 예수금, 임대형(Build-Transfer-

Lease, BTL) 민자 사업지급금등이제외되고, 정부의범위를중앙정부와지방정

부및비영리공공기관만으로매우협소하게정의하고있다.)기준으로매우좁

게정의내리고, 이에맞춰발표해왔다. 이는사실상일반정부부문

174

Page 175: Tax revolution

의채무통계에불과하다. 이것을국가채무라고발표하고고령화에

따른복지인프라가이미구축된선진국에비해국가채무가건전하

다는식으로사실상국민들을속여왔다.

물론이같은문제점에대한지적이잇따르자정부는 2011년 1월

정부회계작성기준을 2001년GFS로바꿨다. 이를통해그동안제외

해왔던미지급금이나선수금, 예수금, BTL 사업지급금등을국가

채무에포함시키는한편정부의포괄범위도그동안제외해왔던상

당수의기금과공공기관부채를포함시키도록변경했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의통계기준이확대되고진일보했으나중앙은행이나대규

모공기업들이벌이는사실상재정행위에준하는활동들은여전히

제외되고있다.

중앙은행이나 규모가 큰 개발 공기업들의 활동이 사실상 정부의

재정활동을대신하거나보조적으로집행되고있는현실을무시한것

이다. 이는현정부의막대한빚잔치놀음을매우과소평가하게만들

어착시현상을불러일으킬가능성이높다. 특히나 김중수한국은행

총재가취임한이후한국은행이‘기획재정부남대문출장소’로전락

했다는비판마저나올정도로한국은행의독립성에의문이제기되고

있는상황이다. LH공사나수자원공사등이보금자리주택사업이나

4대강사업등에동원돼정부의수족처럼움직이는현실을감안하면

더더욱그렇다.

따라서정부부문뿐만아니라공기업과공공기관등공공부문전

체에서부채가늘어난추이를자세히정리해볼필요가있다. 그런데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175

Page 176: Tax revolution

이를정리하는작업은간단하지않다. 왜냐하면한국의경우지방정

부나공기업등의채무에대한통계가제대로정비돼있지않거나발

표기관에따라천차만별이기때문이다. 통계의신뢰성이떨어질수

밖에없다. 예를들어한국은행이발표하는자금순환표에서는공기

업의 채권 발행(회사채+공채+기업어음+해외채권) 잔액이 2010년 6월

말현재 166조 5000억원으로나타났으나한국증권거래소에상장된

미상환공기업채발행잔액은같은시기에 291조원으로큰차이를

보였다. 그런가하면공기업의금융기관차입금은자금순환표에서는

48조 원으로 나타났으나 공공기관 경영 정보 시스템에서는 이보다

훨씬많은 295조원으로집계됐다. 이는통계를작성하는기관마다

공공기관의분류기준이다르기때문으로추정되지만차이가나도너

무심하다.

이에따라김광수경제연구소는각종자료를바탕으로일일이상호

대조를해가며공공부문전체의채무를집계했다. 집계결과 2010년

9월기준으로공공부문의확정채무는 1171조원에이르는것으로나

타났다. 2011년예산안309조원의3.8배에이르는규모다. 한해예산

안의세배에이르는확정채무가공공부문에쌓여있다는얘기다.

공적영역의잠재채무까지포함하면그규모는훨씬더커진다.

잠재채무의규모는향후경제전망및추정할인율(돈의가치는시간이

지남에따라인플레이션등에따라영향을받는다. 할인율은미래의가치를현재

돈의가치로환산하기위해사용하는장치로현실적으로는추정채권수익률등을

할인율로사용한다.) 등에따라큰편차를보이게마련이다. 김광수경제

176

Page 177: Tax revolution

연구소가 추정한 바로는 국민연금 1460조 원, 국민건강보험 252조

원으로두곳에서만 1712조원의잠재채무가발생한것으로추산됐

다. 공공부문의확정채무와잠재채무를합하면모두 2900조원에

이른다. 가히천문학적규모의부채가이미누적돼있는셈이다. 물론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국민연금이나 국민건강보험 등에서 발생하는

잠재채무는향후제도개혁등에따라그규모를크게줄일여지가

있다는게그나마다행이라면다행이다.

어쨌든규모가너무커서감이오지않을것이다. 김광수경제연구

소직원들도집계결과가너무놀라워서한동안결과를믿기어려울

정도였으니말이다. 더구나관련통계가제대로정비돼있지않고여

기저기흩어져있다보니정부나다른연구기관이이같은실태를제

대로파악하지못하고있을가능성이높다.

이번에는주체별로확정채무현황을조금더구체적으로살펴보

자. 먼저중앙정부및지방정부의채무는국채및지방채가 381조원

에이르며, 통화안정채권 163조원, 차입금 24조원(지방정부제외)으로

나타났다. 또공기업채무는 603조원으로, 이중공기업채발행잔액

은 308조원이며금융기관차입금은 295조원으로나타났다.

문제는이같은채무증가가 2008년말글로벌금융위기이후급증

했다는점이다. 국채의경우 2008년말 280조원가량에서 2010년 9월

현재 365조원으로 85조원가량급증했으며, 공기업채는같은기간

198조원에서 308조원으로 110조원가량늘어났다. 특히 LH공사, 한

국전력같은비금융공기업들이발행한공기업채가같은기간 116조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177

Page 178: Tax revolution

원에서 229조원으로 113조원가량이나급증했다. 채권평균수익률

을 5%로가정하면공기업전체로연간이자부담만 11조 5000억원

가량발생하고있는것이다. 이정도면이미빚이빚을낳는악순환

구조에들어가있다고봐야한다. 사실국공채뿐만아니라공기업부

문의금융권차입등을통한부채증가액까지포함하면그규모는훨

씬더커진다.

〈도표 3-1〉에서볼수있는것처럼 2008년 965조원이던공적부문

부채는 2010년 9월말현재 1376조원으로 2년도안되는기간에무려

411조원이나급증했다. 2008년이후공적부문의부채증가속도가

상상을초월하고있는것이다. 물론그이전에도공공부문의부채가

178

도표3-1] 공적부문(정부+공기업) 부채추이

●각종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2010년은9월말현채수치임.

1400

1300

1200

1100

1000

900

800

700

600

250

200

150

100

50

0

■증감 부채

(부채, 단위:조원)

(증감, 단위:조원)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965

1376

Page 179: Tax revolution

상당히빠른속도로증가했지만현정부가출범한이후부채증가속

도는이전보다두배이상빨라졌다. 한마디로부채증가의기울기가

다르다. 공공부문전체가이미빚더미에올라앉았다고해도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오세훈서울시장은 695억원정도인의무급식예산

편성을거부하면서야권의복지정책을나라경제를재정파탄으로몰

고가는‘망국적복지포퓰리즘’이라고불렀다. 그러면서도이미현정

부가이나라를‘망국적공공부채공화국’으로만들어놓은것에대해

서는일언반구도없다. 심각한이율배반이자최소한의균형감각마저

상실한것이라고말하지않을수없다.

그러면왜이처럼공공부문부채가단기간에폭증한것일까. 시기

적으로 2008년말경제위기이후폭증한것을보면공공부문의부채

를대규모로동원해가라앉는경기를억지로떠받쳤다고추정할수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LH공사와 수자원공사, 한국전력, 철도공사,

도로공사등대규모개발형공기업들의부채가폭증했다는점에서늘

어난공공부채의상당부분이각종토건및부동산부양책에동원된

것으로추정된다. 특히 2008년까지는민간부문의부채가급증했으

나이후부동산시장이침체를보이면서부채증가세가정체를보이

고있는반면공공부문부채는계속해서늘어나고있다. 공공부문이

막대한부채를동원해부동산거품붕괴를필사적으로막고있는모

양새다. 물론이처럼막대한대규모부채를동원해소진하는과정에

서각공기업에포진한현정부낙하산인사들의각종도덕적해이와

부정의소지도매우커졌다.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179

Page 180: Tax revolution

‘공공부채공화국’의주역,

‘MB맨’들

현정부는김대중·노무현정부를싸잡아‘잃어버린 10년’, ‘비대한정부’라고비난하

면서출범초부터‘작은정부’를지향한다고명시적으로밝혀왔다. 사실노무현정부

시절에정부공공부문의부채가늘어난것이사실이고, 특히공공기관의방만한경영

과부정비리사건들이국민들의염증을키운측면이없지않다. ‘작은정부’라고하면

여러측면에서평가할수있으나, 기본적으로는재정규모가작은정부를말한다. 그

런데현정부는정부재정을포함한공공부문부채를대한민국역사상최단기간에

가장 많이 폭증시킨 정부다. 국제적으로도 각각 세계 3위 수준의 감세 정책과 재정

지출을동시에병행한정부다. ‘친 서민’, ‘공정사회’, ‘경제대통령’, ‘4대 강살리

기’등현실을정반대로묘사하는현란한사기화술을선보인이명박정부지만, ‘작은

정부’라는말만큼극단적으로기만적인표현은많지않다.

그런데 이 같은‘공공 부채 공화국’의 주역들은 누구일까?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캠프등에서일했던이른바‘MB맨’들이다. MBC 〈피디수첩팀〉이분석한자료

를《한겨레신문》이 정리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2007년 이명박 후보 대선 캠프에

참여한인사와한나라당출신인사, 청와대근무자들 280명가량이 160여개공공기

관의임원자리를꿰찼다고한다.

《한겨레신문》(2011년 2월 22일자)에 실린〈이명박정부공공기관낙하산인사〉도표

에서현정부들어부채가급증한공공기관들을중심으로낙하산인사실태를일별해

보자.

Page 181: Tax revolution

우선LH공사의경우, 이명박대통령이서울시장시절이던당시서울시건설안전본

부장을 지낸 이종상 씨,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2분과 위원을 지낸 최재덕 씨에 이어

현대건설에근무하던당시이대통령부하직원으로일했던이지송씨가차례로사장

을역임했다. 이에더해이명박후보대선캠프의언론특보였던김용한씨(감사), 방

판칠선진국민연대상임고문(감사), 18대총선에서한나라당공천을신청한송수일씨

(이사)도낙하산으로입성했다.

한국철도공사의경우를보자. 이 대통령의서울시장시절서울메트로사장을지낸

강경호씨에이어 18대총선에서한나라당공천을신청한허준영씨가사장을역임했

다. 또한나라당중앙선대위상황분석실팀장이었던김해진씨(감사), 한나라당정책위

원회정책국장을지낸박원관씨(감사위원), 대통령직인수위건설교통분과자문위원이

었던이동성씨(이사) 등도한국철도공사의요직을꿰찼다.

한국수자원공사의경우, 대통령직인수위국방소위팀장이었던김연철씨(이사), 16대

한나라당의원이었던송병대씨(이사), 17대대선당시한나라당밀양선대위원장이었

던안병구씨(감사), 한나라당전략기획국장이었던조정현씨(감사위원) 등이낙하산으

로내려갔다.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대통령직 인수위 상임 자문위원이었던 강승철 씨(감사위원),

불교 뉴라이트연합 사무처장이었던 이기표 씨(이사), 대통령직 인수위 한반도대운하

TF팀장이었던장석효씨(이사), 한나라당경제살리기특위위원이었던정동락씨(이사)

등이요직을차지했다.

이처럼4대공기업만살펴봐도‘MB맨’의낙하산인사는매우심각한상황이다. 물

론정부가바뀔때공을세운사람들이정부공공기관의요직을차지하는것자체를

문제시할필요는없다. 하지만그자리에필요한전문성을갖췄는지가전제조건이돼

Page 182: Tax revolution

야한다. 왜냐하면공공기관의한자리한자리는국민들의생활에직결되는매우중

요한자리이기때문이다. 전문성과상관없이‘보은인사’차원에서수억원대의연봉

과관용차및비서, 넓은사무실공간을제공할만큼한가한자리가결코아니다. 그

런데한번훑어보기만해도적임인지고개가갸우뚱해지는인사가한둘이아니다.

더구나이정부는어떤정부보다‘작은정부’를내세우며공공기관의방만경영을

시정하겠다고했지만, 정부가출범한지 3년도지나기전에공공부채를산더미처럼

늘려 놨다. 막대한 공공 부채를 끌어다 제대로 쓸 만한 곳에 썼다고 보기도 어렵다.

현 정부의임기가끝난다음폭증한공공부채로공공기관들의경영전반에큰문제

가발생할때요직에앉아있었던‘MB맨’들은반드시책임을져야한다. 지금은사장

이니감사니이사니거들먹거리며떵떵거리고있지만, 그때가 되면그들은자신들의

이름을지우고싶어야단일지도모르겠다. 국민은그들의이름을똑똑히기억하고있

어야한다. 공공재원을그렇게흥청망청탕진한주역들에게아무런책임도묻지않고

지나간다면나라꼴이말이아니게되기때문이다.

Page 183: Tax revolution

● 2008년말금융위기처럼경기가급락할때재정지

출을통한경기부양책을쓰는데무작정반대할이는많지않을것이

다. 문제는구체적인방법론과규모다. 한국의경우막대한공공부채

를동원한토건및부동산부양책과외환위기에준하는고환율정책

으로부동산거품을일으킨건설업계와수출대기업위주로경기부

양책을실시했다. 또한대규모감세와재정적자부양책을동원하는

것도모자라모두 410조원이넘는공공부채를투입했다. 이렇게해

서급격한경기하강을막고수출대기업위주로경기반등에성공하

기는했다. 하지만한국경제는미국등다른나라들과달리아직부

동산거품이본격적으로꺼지지않은상태다. 부동산거품이본격적

으로꺼지기시작하면또다시경제위기를맞으며혼란을겪을가능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183

재 정 분 식 회 계 와 공 공 부 채 쓰 나 미 · 0 2

부동산부양하려다채무급증한일본따라가나

Page 184: Tax revolution

성이상존하는것이다.

현정부가계속성장잠재력을향상시키는데기여하지못하는무

리한토건부양책을실시하면실시할수록밑빠진독에돈붓기식으

로재정만낭비될뿐이다. 제대로된일자리창출이나성장동력을만

들지못한채마약에중독된환자처럼더큰재정을동원한부양책에

계속매달리는악순환에빠지게된다. 문제는이미너무많은공공부

채를끌어와소진한결과더이상빚을내기도힘든상황에이르렀다

는점이다.

이같은상황은안타깝게도일본의재정적자가급증하는과정과

기본적으로궤를같이한다. 〈도표 3-2〉를통해일본의재정적자추

이를보면, 일본의경우거품이붕괴된직후인 1992년에는GDP 대비

184

도표3-2] 일본재정적자및국가부채추이

●OECD 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4

2

0

-2

-4

-6

-8

-10

-12

200

150

100

50

0

■재정적자비율 국가채무비율

(재정적자비율, 단위:%)

(국가채무비율, 단위:%)

1990

1991

1992

1993

1994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175.3

Page 185: Tax revolution

0.8%의 재정 흑자를 보였지만, 무리한 경기 부양책의 남발로

1993~1995년에재정적자폭이크게확대됐다. 또한각종불요불급한

토건사업의남발로건설업계와금융기관의구조조정이지연되고수면

아래에서증가한부실채권이1997년이후다시터지면서1998년재정

적자는GDP 대비-11.2%를기록하기도했다. 이과정에서막대한국

가 채무가 누적돼 1990년 GDP 대비 64.7%이던 국가 채무 비율이

2005년에는 175.3%에 이르렀고 도표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2011년

초에는200%를넘어섰다.

그런데민주당이무상복지시리즈공약을내놓자일부기득권언

론에서는일본의국가채무가급증한것이무리한복지지출때문이

라고주장하고있다. 뒤에서다시설명하겠지만급격한고령화에따

라일본의사회보장및복지관련지출이급증하는한편인구감소등

에따라경기가위축된것이일본정부의재정이악화된한요인이기

는하다. 하지만일본의국가채무가세계최고수준으로치솟은것은

막대한토건및부동산부양책에무분별하게재정을쏟아부은탓이

훨씬더크다.

이에관해전작인《위험한경제학》에서자세하게다룬바있지만

다시한번간추려소개해보겠다. 〈도표 3-3〉에나타난바와같이일

본정부는부동산거품붕괴를막기위해 1992~1995년무려 66조

9000억엔에달하는각종경기부양대책을쏟아냈다. 경기부양대

책외에 2조엔씩세차례보완대책이나왔다는점을감안하면총재

정투입은 73조엔에이른다. 이는 1994년일본정부의한해일반예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185

Page 186: Tax revolution

산규모전체와맞먹는액수다. 또한토건및부동산부양책위주로건

설업및금융업계에대한구조조정과부실채권정리를지연시킨탓

에 1998년이후 2차경제위기가발생함에따라추가로 65조 5000억

엔의각종경기부양책을실시했다. 그결과모두 132조 4000억엔에

이르는막대한경기부양책을동원했다. 이처럼막대한재정을경기

부양대책으로투입했지만결국거품붕괴를막지못했고필요한구

조개혁을지연시키는부작용을낳았다.

이처럼막대한재정을쏟아붓고도경기부양효과가없었던이유

는여러가지가있는데, 그중하나로당시일본집권당인자민당의건

설족(토건족)의원들의요구에의해불요불급한각종건설토건사업들

186

도표3-3] 1990년대거품붕괴시기의일본의경기부양대책

●일본내각부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부양책 시기 사업규모(단위:조 엔)

제1차 종합경제대책

제2차종합경제대책

긴급경제대책

신종합경제대책

긴급엔고경제대책

경제대책

1997년도추경예산

종합경제대책

긴급경제대책

경제신생대책

일본신생을위한신발전정책

누계

1992년 8월

1993년 4월

1993년 9월

1994년 2월

1995년 4월

1995년 9월

1998년 2월

1998년 4월

1998년 11월

1999년 11월

2000년 10월

10.7

13.2

6.2

15.3

7.3

14.2

4.5

16

17

17

11

132.4

Page 187: Tax revolution

로경기부양책이채워졌다는점을들수있다. 말하자면부동산거품

붕괴를막는다는명목으로또다른거품을만들어냈던것이다. 뚜렷

한계획도없이건설한육지와무인도를연결하는대교, 아무런목적

도없이산을마구훼손해가며건설했으나산토끼와노루만다니는

도로, 조그만시골길과연결되는거대한고가도로들이이시기에집

중적으로지어지기시작했다. 그런가하면부동산거품붕괴가시작

된상황에과도한건설경기부양책을실시해사실상시장에서퇴출

돼야할부실건설업체들의상당수가연명할수있었다.

그결과거품붕괴초기의줄도산에도불구하고 1990년대중반까

지일본건설업체수는오히려늘어났다. 일본의경제전문가인사이

토세이치로에따르면건설토목산업종사자수는 1991년 604만명

에서 1996년 676만명으로오히려 72만명이늘어났다. 반면이기간

에제조업종사자수는 1563만명에서 1450만명으로 113만명이나

줄어들었다. 같은기간건설토목관련업체수를보면 60만 2000개사

에서 64만 7000개사로 4만 5000개사나늘어났다. 부동산거품붕괴와

함께건설업체수가줄어들기는커녕경기를부양하기위해일본정부

가실시한공공사업확대에힘입어더늘어난것이다. 이들이대부분

정부예산이라는호흡기로연명하는부실건설업체임은쉽게짐작할

수있다.

이때문에“1990년대일본의경기부양책은건설업의보호와지원

에도움이되었을뿐, 경기의자율적인힘을회복시키는케인스이론

과는거리가멀다”고사이토는평가했다. 그는또한 1990년대의대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187

Page 188: Tax revolution

대적건설경기부양대책은일시적인효과에그칠뿐, 결과적으로

적자재정체질화와국채잔액누적을초래했다고주장했다. 또한일

본경제의진정한원인치료를미룸으로써도태되었어야할기업까

지목숨을연명해일본경제의증상을더욱악화시켰고, 초저금리정

책과재정지출확대로격렬한통증을숨긴결과일본경제의병인

(病因)이모호해져병의원인진단에오류가발생했다고지적했다. 이

같은건설업계보호위주의건설경기부양대책으로건설사의부실

은수면아래에서지속적으로증가했고, 결국 1998년금융권의부실

증가로이어져일본의장기침체를가져오는주요원인으로작용했

다고주장했다.

한국의경우도일본과크게다르지않다. 외환위기이후 2000년대

부동산거품기를거치면서세배가량늘어난건설업체수가거의줄

어들지않은반면민간건설물량이대폭감소하자이를 4대강사업

등공공건설물량으로떠받쳐주고있다. 공공부문의건설사업발

주물량은 2006년 20조원에서 2009년 51조원으로급증했다. 이밖

에앞에서본것처럼 LH공사와수자원공사등개발공기업들이토지

보상채권등을발행해부동산거품을떠받치는과정에서공공부채

가막대하게늘어났다. 문제는앞으로부동산거품이본격적으로꺼

지면공공부채의상환여력이줄어드는가운데추가로막대한부채

를동원하게될가능성이상당히높다는점이다. 일본의전철을피하

겠다고했지만정확히일본이걸어간길을고스란히답습하고있는

것이다.

188

Page 189: Tax revolution

저축은행발폭탄,

‘부동산거품붕괴’

2011년 들어삼화저축은행에이어부산, 대전저축은행의영업정지로시작된저축은

행부실사태는억지로떠받쳐온부동산거품이한국경제에언제든큰충격을줄수

있음을보여주는대표적사례다.

국내부동산시장은 2007년부터이미거래량이급감하면서부동산거품이붕괴될

조짐을보였다. 부동산거품을키우느라국내은행들이끌어다쓴단기외채때문에

환율이 폭등하는 등 2008년 말 한국 경제는 큰 충격을 겪었다. 결국 2009년 초

600억달러에이르는시중은행들의단기외채를정부가대신상환해줘겨우위기를

모면할수있었다. 하지만막대한부동산부양책을통해지연시킨부동산거품붕괴의

충격이저축은행의총체적부실로드러나고있다.

여기에서자세히밝힐수는없으나, 김광수경제연구소가기업회원들에게발송하는

〈경제보고서〉에서저축은행의부동산PF 부실실태를자세히분석한결과, 저축은행

의부실정도가매우심각한것으로나타났다. 사실상총체적부실상태에빠져있다

고해도과언이아니다.

이와관련해금융위원회에서는몇개저축은행외에는추가로영업정지가없을것

이라고발표했지만, 국내저축은행가운데상당수가추가파산위험을안고있다. 평

가결과자산규모 1조원이상의 24개 대형저축은행만따져봐도 10개가파산위

험이높은것으로나타났으며, 요주의는6개, 주의는5개로무려21개가어떤형태로

든 부실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에서 부산, 대전저축은행의

Page 190: Tax revolution

영업정지를발표하기전작성한보고서에서이들두군데저축은행을파산위험성이

높은대형저축은행 10개 중에포함시키고있었을정도로이추정의신뢰도는상당

히높다.

이런실상을잘알고있는외국계투자은행들은저축은행을인수대상으로도고려

조차하지않고있을정도다. 한외국계투자은행대표는 2010년중반에“외국자본

들이국내저축은행들의재무상태를실사했다가PF 대출과주택담보대출부실이워

낙심각해거들떠도보지않았다”며“마치쓰레기통뚜껑을열었다가하도악취가진

동해살펴보지도않고도로뚜껑을닫은꼴이다”라고말했다.

현재저축은행의 PF 대출부실은금감원에서발표하는것보다훨씬더심각한상

태로, 일반인들은거래시매우신중할필요가있다. 저축은행과거래할때는절대예

금자보호한도를넘기지말아야하며, 급한돈이묶이지않도록해야한다. 고금리를

제시하더라도저축은행에돈을맡기는것은상당히위험할수있다는점을알아야한

다. 그만큼해당저축은행의사정이다급하다는것을방증하는것이기때문이다. 특히

저축은행들이조직적으로분식회계를자행하고있다는간접증거들이곳곳에서나타

나고있어저축은행의재무제표를그대로믿기도어려운실정이다. 물론사전에리스

크관리를잘해건전성을유지하고있는저축은행도수십곳에이른다. 하지만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금방 끝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필자를포함해김광수경제연구소는그동안끊임없이이문제를경고하며부실

이커지기전에부동산거품을빼고하루빨리부실저축은행을시장에서퇴출시키는

등근본적수술을실행할것을촉구했다. 하지만이명박정부는기만과책임회피로

일관했다.

그로인해시간이갈수록물밑에서부실규모는커지고시장의혼란은더욱가중되

Page 191: Tax revolution

고있다. 문제는이같은정책실패의충격이본격적으로시작되지않았다는점이다.

문제해결을미룸으로써사태를키우면국민의고통과혈세부담만덩달아커진다. 외

환위기이후 2010년 11월까지저축은행에투입된공적자금은 17조 2807억원에이

른다. 특히 2010년한해에만 61개저축은행이보유한부실 PF 채권을사들이는데

2조 5000억 원을투입했다. 자산관리공사등을통한매입이라고는하지만, 결국직

간접적으로국민들의혈세부담으로돌아올가능성이크다. 도대체도덕적해이에빠

진건설업계와저축은행들을먹여살리기위해얼마나많은세금을퍼부어주어야한

단말인가.

Page 192: Tax revolution

● 이제정부가공공부문부채를막대하게늘리면서도

정부의공식국가채무로잡히지않도록하는분식회계수법을알아

보자.

분식회계수법은크게세가지로나뉜다. 먼저정부의재정사업으

로해야할것을수자원공사나주택공사등공기업에떠넘겨진행하

거나민자사업으로돌려사실상할부구매를하는편법을사용하는

것이다. 또인천공항공사매각추진에서볼수있는것처럼우량공기

업등을매각해세외수입을늘리는식으로겉으로드러나는재정적

자폭을줄이기도한다.

이런방식으로진행된사실상의정부재정사업은공식적인국가

채무로잡히지않는다. 하지만어떤형태로든사업성이희박한대형

192

재 정 분 식 회 계 와 공 공 부 채 쓰 나 미 · 0 3

정부의분식회계수법1, 공기업에빚떠넘기기

Page 193: Tax revolution

공공사업을떠맡은공기업들의채무급증은결국국민전체의부담으

로돌아오게된다. 이때문에한나라당의기획재정통인이한구의원

조차이런광의의국가채무규모가이명박정부에서가장빠르게증

가해 1400조원이넘는다고주장한것이다.

세 가지방법가운데먼저현정부가정부재정사업으로진행할

경우발생할부담을어떻게공기업에전가했는지살펴보자. 현정부

는 2012년까지공식적으로모두 22조원이투입되는 4대강정비사

업을추진하면서이가운데 8조원을수자원공사가부담토록했다.

정부재정으로추진해야할사업이지만수자원공사를이사업에참여

시킴으로써형식상정부의재정지출을그만큼줄이는편법을쓴것

이다. 수자원공사는 2009년초착공한경인운하사업에도참여했는

데, 이과정에서 2조 1000억원을부담했다. 수자원공사가여윳돈이

있거나자체적인경영판단에따라자발적으로이같은대형국책사

업에참여했다고볼수는없다. 막대한사업비를마련하기위해수자

원공사는수조원대의공사채를발행해야했기때문에사업추진과

정에서재무구조가급격히악화됐을가능성이매우높다.

실제로〈도표 3-4〉에서수자원공사의장단기차입금현황을보면

2007년까지 1조원으로줄었던차입금이 2008년부터급증하기시작

해 2009년 2조 3500억원에이르렀다. 4대강사업이본격적으로시

작되기도전에이미차입금이두배이상으로늘어났으니, 4대강사

업이본격화된 2010년이후로는차입금이더욱가파르게늘어날것

이다. 하지만수자원공사의영업실적추이에서볼수있듯이 2007년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193

Page 194: Tax revolution

부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급감하기 시작해 2009년에는 각각

1295억원, 817억원으로떨어졌다. 경인운하및 4대강사업참여로

인한부담이가시화되기전에도이렇게재무상황및수익성이악화

됐는데, 공채발행등으로이같은부담이가시화되면더욱심각해질

것으로추정된다.

실제로 2008년기준으로 1조 9600억원수준인수자원공사의채

무는 4대강사업참여등에따라 2012년까지 14조 7000억원으로

늘어나고, 같은기간부채비율도 16%에서 135%까지급증할것으로

수자원공사는자체전망하고있다. 4대강사업관련채권이자비용

7100억원을정부가공언한대로모두정부가지원하는것으로가정

해도이정도다.

194

도표3-4] 수자원공사의재무구조

●공공기관경영정보시스템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장단기차입금추이

■단기 ■장기

영업실적추이

■총수익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25

20

15

10

5

0

0.4

0.3

0.2

0.1

0.0

2.5

2.0

1.5

1.0

0.5

0.0

10

23.5

2005

2006

2007

2008

2009

2005

2006

2007

2008

2009

(영업이익·당기순이익, 단위:조원)

(총수익, 단위:조원)

(단위:천억원)

Page 195: Tax revolution

사실다소개할수는없지만수자원공사뿐만아니라전체공기업

의부채도급증하고있다. 물론겉으로는부채가늘어나는만큼자산

도따라늘어나고있다. 이때문에정부는공기업의자산이부채보다

더많아대부분의공공기관이부채를감당할수있다고변명하고있

다. 하지만이들의자산이급격히증가한것은국내부동산거품이

매우부풀어오른시기였다. 수자원공사의자산부채현황에서도볼

수있는것처럼국내공기업의자산은대부분토지등을포함한비유

동자산이다. 따라서현재시가로평가된이들기관의자산총액은매

우커보이지만앞으로부동산거품이본격적으로꺼진다면실제자

산가치는매우빠른속도로줄어들것이다.

특히공기업들이자산을늘린것은현정부의무리한부동산및토

건부양책의결과인경우가적지않다. 예를들어현정부들어자산이

가장많이늘어난공기업은 LH공사로 2007년에서 2009년까지 2년만

에 46조원가량늘어났는데, 정부의부동산및토건부양책에따라미

분양주택을매입하고자금난에시달리는건설업체들의토지를재매

입하거나또는보금자리주택사업등을크게늘리면서증가한것으

로추정된다. 이과정에서 LH공사의부채또한 2년만에 42조원가량

폭증했다. 민간 건설업체들의부실자산을정부가토건공기업들의

팔을비틀어빚을내대신떠맡게한것이다.

하지만민간의부실자산이공공부문으로옮겨진다고해서건전

자산이되는것은아니다. 부동산시장의거품붕괴가현정부의부동

산부양책으로지연되고있지만부동산가격이지속적으로하락하면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195

Page 196: Tax revolution

민간부문의부실자산을떠안은공공기관의부실화도빠른속도로

진행될수밖에없다. 이는 LH공사가부채부담을더이상이기지못하

고각종개발사업을축소하는사태로이어진것만봐도알수있다.

정부는공기업에이처럼엄청난부담을떠넘긴상황에서또다시

경인운하와 4대강사업(수자원공사), 보금자리주택및신도시, 행복

도시, 혁신도시건설사업(LH공사)등을대대적으로추진하면서정부

빚을추가로공기업부담으로떠넘기고있다. 실제로국회기획재정

위소속한나라당김성식의원이주공및토공, 수공등 10대사업성

공기업으로부터 2012년까지부채전망치를제출받아집계한자료에

따르면 2008년 157조 3000억 원이던 부채 총액이 2012년 301조

6000억원으로두배가량늘어날것으로나타났다. 이같은부채급증

으로 2012년한해에 10대공기업이지급해야하는이자부담만 45조

2000억원에이를것으로전망됐다.

더욱이문제는정부가민간부문의부실과정부의빚을떠넘긴상

태에서정작막대한예산을쓸데없이민간재벌기업들에퍼주고있

다는사실이다. 그같은사정을가장적나라하게보여주는사례가바

로 4대강사업이다. 4대강사업은거의대부분의국민들이왜하는

지납득하지못하는대표적인예산낭비형토건사업이다. 설사 4대

강 사업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이를 턴키방식으로

발주해 재벌 건설업체들에 예산을 퍼주는 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결코바람직한행태가아니다. 4대강턴키 1차사업의발주규

모는 4조원에이르는데, 이가운데 30%인 1조 2000억원가량이재

196

Page 197: Tax revolution

벌건설업체들의배를불리는데낭비된것이다. 아이들의의무급식

비지원예산수십억원, 수백억원이아까워서난리치는당국자들이

재벌건설업체들에는아낌없이퍼준것이다. 공기업에는막대한빚을

떠안기고재벌건설업체들에는막대한이득을안기고있는것이다.

그런데이두행위는결국같은결과로이어진다. 개발공기업들이빚

을지고낭비성토건사업을벌여건설업계의사업물량을늘려주고,

다른한편으로는국민의세금을정부가직접재벌건설업체들에퍼주

고있다. 이런사정으로공기업의부채가급증하고있으니납득하기

어려운것이다.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197

Page 198: Tax revolution

공기업부채증가는

공공요금인상으로이어진다

2010년하반기이후신선식품위주로소비자물가가뜀박질하는현상이지속되고있

다. 이같은물가불안은원자재값상승과경기회복세지속으로인한수요증가의영

향이적지않다. 하지만고물가구조가지속되는근본적인원인은계속되는저금리와

수출대기업을지원하기위한인위적인고환율정책, 부동산가격거품떠받치기, 치

킨에서부터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재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독과점과 담합 때문이

다. 이런상황에서도이명박대통령은 2010년 6.1% 성장에이어 2011년에도 5% 성

장을달성하겠다고천명했다. 그러면서도물가상승률을 3% 수준에서억제하겠다는

목표도동시에내놓았다. 한국경제전반의상황을감안하면물가상승압력이누적되

고 있어 물가 상승 압력을 일으키는 환율, 금리, 부동산 가격 등의 조정을 유도해야

하지만이같은조치들은도외시한채행정력을동원한‘찍어누르기’식시대착오적

물가억제대책을쓰고있는것이다.

이처럼정부의물가억제대책가운데공공요금인상억제는매우큰부분을차지

하고있다. 공공요금은정부산하관련공기업들을통해정부가가장손쉽게찍어누

를수있기때문이다. 하지만공공요금인상을단기적으로는억제할수있더라도장기

간통제하는것은불가능하다. 그렇게하려면온갖무리수를동원할수밖에없다.

앞서본것처럼현정부들어공기업들의부채가급증하고있어, 공공요금인상유

인은 거세기만 하다. 전력공사의자산부채현황을살펴보면, 현정부가출범하기전

인2007년 21조 6000억원이던부채가2009년 28조 9000억원으로 7조 3000억

Page 199: Tax revolution

원가량늘어났다. 이에비례해회계상으로자산도늘어났으나영업이익과당기순이익

은 2008년 각각 -3조 7000억 원, -2조 9000억 원을기록할정도로사업수익이

악화됐다. 2009년 상황이개선되기는했으나영업이익과당기순이익은여전히마이

너스상태를벗어나지못하고있다. 부채급증에따라 1조원(금리 3.5% 기준)에 이를

것으로추정되는이자비용을감당할수없는상태여서결국정부의재정지원에의

존하거나그렇지않다면결국하루라도빨리공공요금을올려수입을늘려야하는상

황이다.

가스공사도비슷한상황이다. 2007년까지 8조 7000억 원 수준으로안정됐던부

채총액이 2008년, 2009년에는 17조 9000억 원, 17조 7000억 원으로 두 배가량

급증했다. 물론가스공사의경우2009년가스요금인상등을통해영업이익은늘어

났지만, 금융비용부담등으로당기순이익은2007년이후하향세를보이고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역시 가스공사 또한 정부의 재정 지원에 의존하거나 추가

요금인상에나설수밖에없다.

수자원공사의경우 2005년이후부채가줄어 2007년 15조 8000억원을기록했

다가현정부가출범한이후부채가급증하기시작해 2008년 19조 6000억원에이

어 2009년 30조원까지두배가량급증했다. 이같은부채증가는경인운하사업과

4대강사업등현정부가각종토건형국책사업을재정으로하지않고수자원공사

에떠넘겨진행하고있는탓이크다. 이런가운데영업이익과당기순이익이가파르게

줄어들고있어수도요금인상압력이이미한계에이른것으로판단된다.

철도공사의경우에도 2007년 5조 9000억 원 수준이던부채가사실상국토해양

부의 강요에 따라 인천공항철도 인수에 나서는 등의 이유로 2009년 8조 8000억

원으로크게증가했다. 이기간에철도공사의영업이익은계속적자를면치못했으나

Page 200: Tax revolution

용산국제업무지구개발사업의부지매각수입등으로당기순이익은늘어나는추

세를 보였다. 하지만 언론에 익히 보도된 것처럼 용산 국제 업무 지구 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태여서 당기순이익이 흑자를 보이는 상황이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본것처럼공공요금을주요수입원으로하는공기업들이현정부가출범

한이후급증한부채로허덕이는가운데영업이익과당기순이익등이대체로악화되

는모습을보이고있다. 따라서정부가재정을지원하거나공공요금을상당폭인상할

수밖에없는상황에내몰리고있다. 이런상황에서정부가물가인상압력을저금리

와고환율, 높은 부동산가격등을조정해정공법으로풀지않고‘고성장생색내기’

욕심에 빠져 찍어 누르기식 단기 공공요금 억제책 등으로 대응한다고 해 봐야 오래

지탱할수없다. 물가안정을핑계로공기업들의요금인상요구를거부하면결국정

부의재정으로지원할수밖에없다. 그런데정부의재정은결국국민의세금이원천이

라는점에서결국어떤식으로든국민의부담을늘리는것으로귀결될수밖에없다.

이처럼속이뻔히보이는상황인데도현정부는근원적대책을쓰기보다는단기미봉

책으로국민의눈을속이려하고있다.

Page 201: Tax revolution

● 정부가늘어나는재정부담을줄이는또다른방법

은정부재정사업으로시행해야할사업의상당부분을민자사업으

로돌리는것이다. 이미설명했듯이국내민자사업은재무적투자자

가중심이돼투자기대수익에상응하는위험을감수하고사업을진

행하는선진국의민자사업추진방식과는거리가멀다.

2000년대이후정부는재정사업의상당부분을민자사업형태로

추진하고있다. 각종 SOC가대부분포화상태에가까울정도로충분

히갖춰진상태이기때문에과거처럼재정에서 SOC 예산을대폭늘

릴명분을찾기가쉽지않은상황이다. 더구나저출산고령화의급속

한진전등으로교육, 문화및복지부문등에투입되는재정을늘려야

하기때문에천하의‘토건족정부’라고해도 SOC 사업예산을드러내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201

재 정 분 식 회 계 와 공 공 부 채 쓰 나 미 · 0 4

정부의분식회계수법2, 민자사업으로돌려막기

Page 202: Tax revolution

놓고늘리기는어렵다. 그래서정부는겉으로드러나는재정부담을

늘리지않으면서실질적으로는 SOC 사업을계속늘리는방법을개발

해냈다. 바로 SOC 사업을재정사업이아닌각종민자사업으로돌

리는것이다. 이는공공사업발주물량이줄어드는가운데고수익사

업기회를늘리려는국내건설업체들의이해와도맞아떨어졌다.

민자사업확대는국가채무급증을의식한노무현정부때부터적

극적으로추진됐다. 이에따라 1998년 3000억원에불과했던민간투

자액은 2008년 3조 5500억원으로늘어났으며같은시기재정투자

액대비민간투자액비중은 3.9%에서 2008년 18.1%로급상승했다.

이같은민간투자액비중은세계에서유례를찾기힘들정도로높은

수준이다.

이처럼정부가예산상의이유로재정사업들을민자사업으로돌

리다보니불요불급한 SOC 사업들이더욱남발되는경향을보이고

있다. 뿐만아니라최소한의운영수입보장등의조항을만들어정부

가대부분의민자사업을‘저위험고수익’구조로만들어주다보니

건설업체들도엄밀한사업성검토없이각종민자사업제안과참여

를경쟁적으로늘렸다. 이런민자사업의문제는정부재정의한계로

끌어들인민간자본이결국에는다시정부의재정부담으로환원된다

는것이다. 국내민자사업은다른선진국의민자사업과달리정부의

재정지원비중이매우큰것이특징이다. 철도, 도로, 지하철등상당

수의민자사업에 30% 전후의재정지원이이뤄지는경우가대부분

이다. 또한엉터리수요예측과정부의과도한운영수입보장에따른

202

Page 203: Tax revolution

운영 보조금 지급도 계속되고 있다. 예를 들어 국토해양부는

2001~2008년민자고속도로운영수입보전비용으로인천공항고속

도로 6973억원, 천안~논산간고속도로 2446억원등다수의민자

도로운영회사에 1조 661억원을지원했다. 지금도전국각지에서

비슷한방식으로민자고속도로사업이계속추진되고있어이들의

운영수입을보전하기위한재정지출은계속늘어날수밖에없다.

민자고속도로뿐만아니라민자항만이나철도및지하철등의운

영수입보조금과서울, 부산, 대구등각지방자치단체가추진했거나

앞으로추진할민자사업들에대한지자체의재정투입을생각하면

2020년대까지최소수십조원이상의감춰진재정지출이발생할것

은불보듯뻔하다.

이를단적으로보여주는것이바로정부가철도공사에인천공항철

도를인수하도록한사례다. 2009년철도공사는인천공항철도를건설

한현대건설컨소시엄과함께인천공항철도를 1조 2045억원에인수

했다. 인천공항철도 1단계구간의수송량이교통수요예측의 6~7%

수준에불과해정부는개통첫해인 2007년 1040억원을보전해준데

이어 2008년 1666억원을운임수입보조금으로지급했다. 당초시설

운영자의 운영 수입이 교통 수요 예측치를 기준으로 한 수입액의

90%에미치지못할경우그차액을정부가개통후 30년간보장해주

기로약속했기때문이다.

이에따라정부는인천공항철도한사업에만 30년간 13조 8000억

원을재정으로지원해야할것으로추산했다. 이런이유에서인천공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203

Page 204: Tax revolution

항철도사업이‘혈세먹는하마’로불리며언론의따가운비판을받자

철도공사에인천공항철도를인수하도록한것이다. 이렇게해서정부

는재정지원부담을6조7000억원으로낮추게됐다고주장했다.

국토해양부자료에따르면인천공항철도의총사업비는 3조 1375억

원이다. 이가운데는 7631억원의국고지원이포함돼있어서실제로

민자투자자들은 2조 3744억원의돈을대야만했다. 따라서공사에

대한 국고 지원비를 포함하면 정부의 주장을 따르더라도 모두 7조

4631억원의재정을지출하게되는셈이다. 반면참여건설업체들은

민자사업의경우공사비를훨씬더부풀려시공비를책정해전체사

업비의 40% 이상을수익으로가져가는것이보통이다. 따라서건설

업체들은전체사업비의 40%에이르는 1조 2000억원의수익을시공

과정에서올렸고, 정부보조금과철도공사매각대금 1조 4750억여

원까지포함하면무려 2조 6750억여원의이득을본셈이다. 정부는

공항철도사업을민자사업으로추진해마치재정부담이거의없는

것처럼선전했지만실제로는애초에경제성이없는사업을경제성이

있는것처럼부풀리고엉터리로추진한탓에오히려재정은재정대로

낭비하고건설업체들의배만불려준꼴이됐다.

게다가정부는자신들의정책실패를감추고재정부담을눈속임

하기위해철도공사에떠넘기는편법을또다시동원했다. 〈도표 3-5〉

를보면철도공사는 2005년이후지속적으로영업손실을보고있다.

그런데도용산국제업무지구개발사업의부지매각수입등으로당

기순이익은늘어나는추세를보였다. 하지만언론에익히보도된것

204

Page 205: Tax revolution

처럼용산국제업무지구개발사업이지지부진한상태여서당기순

이익이흑자를내는상황도지속되기어려울것으로보인다. 이런가

운데 2008년부터장단기차입금이급증해 2009년에는 7조 4000억원

에이르렀다. 이런상황에서인천공항철도를인수하기위해서는차입

금의존도를키울수밖에없다. 실제로철도공사는인천공항철도인

수금등을포함해 2012년까지차입금이 9조 4000억원으로증가할

것으로자체추산하고있다.

민자사업의재정지출문제는또있다. 노무현정부때인 2005년

부터 도입된 BTL 민자 사업은 기존 수익형 민자사업(Build-Transfer-

Operate, BTO) 방식의민자사업들과는다른방식으로정부의재정지

출을초래한다. BTL 사업은시설이준공되면소유권이정부나지방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205

도표3-5] 철도공사의재무구조

●공공기관경영공시시스템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장단기차입금추이

■단기 ■장기

영업실적추이

■총수익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80

70

60

50

40

30

20

10

0

0.8

0.6

0.4

0.2

0.0

-0.2

-0.4

-0.6

-0.8

-1.0

7

6

5

4

3

2

1

0

2005

2006

2007

2008

2009

2005

2006

2007

2008

2009

(단위:천억원)

(영업이익·당기순이익, 단위:조원)

(총수익, 단위:조원)

Page 206: Tax revolution

자치단체에귀속되지만일정기간사업시행자의시설관리운영권을

인정해정부나지자체가협약기간임차료를지급해야한다. BTL 사

업은BTO 방식으로추진된도로, 철도, 항만등과달리학교, 하수관

거, 군숙소, 수련원, 복지시설등운영수입이없는사업에도민자

사업을도입하는길을열었다. 사실BTL 사업은정부가직접해야할

재정사업을민자사업자들에게떠넘긴뒤장기간에걸쳐임차료형

식으로대가를지불한다는점에서정부차원의‘장기할부구매’라고

할수있다.

따라서BTL 방식으로각종시설을건립하면당장초기에들어가는

재정부담은적다. 하지만엄밀한사업타당성을거치지않은BTL 사

업이남발되면중장기적으로매년분할상환을하기위해거액의정

부재정이빠져나가게된다. 〈도표 3-6〉에서보는것처럼BTL 사업의

민자집행액은급속도로늘어나고있다. BTL 사업이도입된지 3년째

인 2007년부터지급되기시작한정부지급금은빠른속도로증가해

2009년 5072억원에이르렀다. BTL 사업초기단계인데도이정도

거액의지급금을지출해야하는데, 대부분의시설이건립돼정부가

본격적으로할부금을지불하는 3~4년후부터는정부지급금이매년

수조원규모에이를가능성이높다. 물론이후매년추가로늘어날

BTL 사업지급금까지감안하면더증가할것이다.

이런상황에서도정부는여전히무분별하게민자사업을남발하고

있다. 여전히경기회복이불투명하다고주장하면서부자감세정책

과 4대강사업등막대한토건부양책남발을지속하면서한편에서

206

Page 207: Tax revolution

는경기부양을위한재원이부족하니민자사업을더욱늘리겠다는

식이다.

특히이같은민자사업활성화대상에는 4대강자전거도로사업

같이당연히정부차원에서추진해야할‘녹색기반시설’도포함돼

있어사업이제대로진행될지의심스럽기만하다.

더구나중소기업대출비율(중기대출/총대출)산정시에민자사업대

출을 총대출에서 제외하고 금융기관 경영평가 때도 민자 사업 등

SOC 투자기여도를포함시키기로하는등금융기관들의민자사업

대출또는투자를강요하고있다.

비판적인여론을의식한듯정부고시사업의최소운영수입보장

제도를폐지하기로했지만, 여전히 해당사업을재정으로추진했을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207

도표3-6] BTL 민자사업규모추이

●기획재정부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고시액 ■민간투자집행액 정부지급금

8

7

6

5

4

3

2

1

0

6

5

4

3

2

1

0

2005

2006

2007

2008

2009

(고시액·집행액, 단위:조원)

(정부지급금, 단위:천억원)

0.55

2.71

5.07

Page 208: Tax revolution

때발생할원가한도에서수입부족분을지원하기로했다. 일반적으

로정부의 SOC 사업예산추정의기초가되는예정가격이실제공사

비보다 30~40% 이상 부풀려 책정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부가

재정으로추진했을때발생할원가또한매우부풀려졌을가능성이

높다.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라는표현만없앴을뿐실제로는여전

히민자사업수익을재정으로보장해주고있는것이다.

이렇게볼때현정부가잘못된방식의민자사업들을늘리면늘릴

수록결국정부의재정부담은지속적으로증가하게된다. 그나마정

부가새로마련한국가채무산정기준에따라BTL 사업지급금은일

반정부부채에포함되지만BTO 사업의최소운영수입보장지원금

은우발성채무라는이유로포함되지않고있다. 향후정부의재정부

담을지속적으로늘리게될것이명약관화한데도말이다.

208

Page 209: Tax revolution

BTL 사업이라는고금리할부구매에빼앗긴

아이들의미래

BTL 사업이고금리카드할부구매와비슷하다고말했다. 실제로 BTL 사업은사업

을시작할때는돈이빠져나가지않는다. 이런 이유에서 당장치적을내세우고싶은

무책임한기관장들은 BTL 사업 남발의유혹에빠지기싶다. 카드 할부구매에맛들

인 무책임한 가장처럼 말이다. 일반 가계의 가장은 결국 할부금을 자신이 지불한다.

하지만기관장들의경우생색은자신이실컷내지만지불고지서는대부분자신의임

기가 끝나야 날아든다는 점에서 BTL 사업의 유혹은 너무나 달콤하다. 이런 식으로

BTL 사업은재정으로사업을집행할때에비해훨씬더많이남발될가능성이높다.

하지만할부금을갚아야할시기가되면그만큼큰재정부담에시달리게된다.

이같은양상을잘보여주는것이서울시교육청의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의예산

규모는7조원정도인데, 자체세원이미미해2010년기준으로중앙정부및지방정부

(서울시)로부터이전받는수입이시교육청세입의 86.6%를 차지한다. 이 밖에교육특

별회계와전년도이월금등자체수입이일부있으나이것만으로는살림살이가어려운

상황이다. 이런가운데경기침체가시작된2008년부터2010년까지지방채발행액이

706억원→2717억원→3538억원으로빠르게증가하고있다. 세수감소로인해교

육 재원이 모자라는데도 각종 시설 사업을 남발해 지방채 발행을 늘린 것이다. 세출

측면에서는인건비와학교운영비등경상적경비가전체세출의 75~80%가량을차

지하고 있어 세출 구조조정이 상당히 어렵다. 그 밖에 대부분은 시설 사업비인데

2007년 7178억원이던것이공정택전교육감이재선한해인2008년 1조 1778억원

Page 210: Tax revolution

으로한해만에64.2%나급증한뒤로2010년까지매년1조원이상을유지해왔다.

이처럼서울시교육청의살림살이는무척빠듯한상황이다. 이런상황에서서울시교

육청의살림살이를더욱옥죄는것이바로공정택전교육감시절마구잡이로벌여놓

은각종BTL 사업에대한지급부담이다. 서울시교육청이BTL 사업초기인2005년

부터 2009년까지추진한각종BTL 사업규모는9384억원에이른다. 이에따른향

후 20년간 지급금 규모는 임대료 1조 8497억 원, 운영비 5970억 원으로 모두 2조

4467억원이나된다. 순현재가치로환산하더라도대략2조원에이르는금액이다. 현

금으로지불할경우에비해두배이상비싸게할부로시설사업을벌인셈이다. 터무

니없는고금리할부구매가아닐수없다. 자기돈이라면도저히그런식으로사업을

벌이지는못했을것이다. 더구나민자사업은건설업체들이제시한사업비가거의그

대로인정되기때문에경쟁입찰에비해사업비가부풀려지는경우가허다하다. 따라

서예산사업으로했을경우에비해낭비되는돈이사실훨씬더많다고봐야한다.

생색은 퇴임한 공정택 전 교육감이 다 내고, 부담은 후임 교육감들이 뒤집어쓰게

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가뜩이나 빠듯한 살림살이에서 매년 1223억 원을 20년

동안 BTL 사업 지급금으로 지출해야 한다. BTL 사업의 임대료와 운영비 지급금은

2010년이후본격적으로지불시기가도래한다. 또한기존에발행한지방채상환만

기도 2012년 이후 본격적으로 돌아온다. 가뜩이나 돈 나오는 곳은 없고 돈 쓸 곳은

많은가운데, 이미무리하게써버린부채를수천억원단위로상환해야하는처지다.

〈도표 3-7〉에서 보는 것처럼 2010년 서울시교육청이 지방채 상환과 BTL 사업

지급금으로지불해야하는예산만 1677억원인데, 2012년이후부터는 3000억원을

넘어서이같은구조가만성화될것으로보인다. 물론BTL 사업지급금가운데일부

는국고보조를받지만전체 BTL 사업지급금의 3분의 2가량은서울시교육청이지

Page 211: Tax revolution

급해야한다. 따라서국고보조를감안하더라도2012년이후서울시교육청이지방채

상환과BTL 사업지급금으로지불해야하는금액은최소한2500억원이다.

곽노현현서울시교육감앞에놓여있는재정상황은매우심각하다. 물론전혀방

법이없는것은아니다. 서울시교육청은자체세원이없어세원을넓히거나세수를늘

리기도어려우므로과감한세출구조조정에나서는수밖에없다. 특히 손을대야할

핵심영역은시설사업비다. 서울시교육청의중기재정계획에따르면시설사업비는

매년 1조 원이 넘는 투자가 2013년까지 계획돼 있다. 물론 공립학교 신설이나 낡은

시설의증개축은필요에따라꾸준히이뤄져야한다. 개별사업에대한판단은달라질

수있지만, 공교육의양적·질적개선에필요한시설사업은계속진행돼야한다.

같은 규모의 시설 사업을 진행하더라도터무니없는 낭비만 없애면 상당액의 예산

을절감할수있다. 서울시교육청이 2008년 이후발주해온시설공사의평균낙찰

도표3-7] 서울시교육청의BTL 지급금상환추정액

●서울시교육청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지방채상환및BTL지급금

■BTL 지급 ■지방채상환

35

30

25

20

15

10

5

0

14

12

10

8

6

4

2

0

2009

2010

2011

2012

2013

2009

2010

2011

2012

2013

(단위:백억원)

(단위:백억원)

주체별BTL지급금상환액

■자체 ■국고

Page 212: Tax revolution

률은97%에이른다. 사실상담합을통해사업이낙찰되는턴키사업의평균낙찰률보

다더높다. 제대로된경쟁입찰을할경우에비해막대한예산낭비가발생했음을강

력히시사한다.

만약 서울시교육청에서 발주하는 모든 공사를 가격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하면

평균낙찰률을최소 75% 수준으로낮출수있을것이다. 이 경우 2013년까지매년

계획하고있는시설사업비 1조여원가운데매년2200억원정도는절감할수있다

는계산이나온다. 또서울시교육청은대부분비슷한성격의자잘한시설사업들을개

별적으로발주하고있는데, 비슷한성격의사업들을묶어일괄발주하면예산을절감

할여지는더커진다.

다른광역시도교육청도정도의차이는있지만비슷하거나오히려더열악한상황

에놓여있을가능성이크다. 따라서각지방교육청들이낭비성시설사업등을중심

으로효과적인세출구조조정에나서야한다. 그렇지않을경우중앙정부의지원이없

는상황에서는‘의무급식’등의욕적으로내놓은새로운공약사업을추진하기가버

거울지도모른다.

Page 213: Tax revolution

● 현정부는‘공공기관선진화’라는명분아래하나의

방편으로공공기관민영화를매우적극적으로추진하고있다. 공공기

관을민영화할것인지결정하는문제는일률적으로판단할것이아니

라개별공공기관의성격및역할, 존속필요성등에따라달리판단

하고접근해야한다. 또한공공기관을민영화하더라도그시기와구

체적방법론은면밀히따져보아야한다. 공공기관민영화는간단히

다룰문제가아니므로자세한설명은줄이고여기에서는현정부가

공공기관민영화를통해정부의재정부담을줄이는방식만간략하게

살펴보자.

우선〈도표 3-8〉에서보는것처럼김대중정부시절인 1998년부

터 2002년까지공공기관민영화가잇따라추진됐다. 논란의여지가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213

재 정 분 식 회 계 와 공 공 부 채 쓰 나 미 · 0 5

정부의분식회계수법3,국가재산팔아먹기

Page 214: Tax revolution

214

도표3-8] 김대중 정부 이후 공공기관 민영화 추진 현황

●기획재정부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1997년 이후민영화완료기관(7개)

국정교과서

종합기술금융

대한송유관

포항제철

한국중공업

한국통신

담배인삼공사

경쟁입찰로‘대한교과서’에매각

경쟁입찰로‘미래와사람’에매각

SK, LG, 현대정유, 인천정유등에매각

DR 발행을통해민영화

제한경쟁입찰로두산에경영권매각

국내공모로민영화

해외DR 발행, 국내공모로민영화

1998. 11

1999. 01

2000. 04

2000. 10

2000. 12

2002. 05

2002. 10

이명박정부민영화추진현황(주요 24개)

2009년

매각예정

기관

(9개)

(주)한국토지신탁

(주)농지개량

한국문화진훙(주)

그랜드코리아레저

한국지역난방공사

안산도시개발(주)

한국전력기술(주)

한국자산신탁

88관광개발(주)

토지공사

농어촌공사

문화예술위

관광공사

지경부

지역난방

한전

캠코

보훈처

국토부

농림부

문화부

지경부

금융위

보훈처

2010년이후

매각예정

기관

(8개)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대한주택보(주)

한국건설관리공사

경북관광개발공사

한전KPS(주)

인천종합에너지(주)

한국기업데이터(주)

국토부

국토부

국토부

도공

관광공사

한전

지역난방

신보등

국토부

문화부

지경부

금융위

산은, 기은및

5개자회사

(7개)

한국산업은행

산은자산운용(주)

산은캐피탈

중소기업은행

(주)기은캐피탈

아이비케이시스템

기은신용정보(주)

금융위

금융위

금융위

금융위

금융위

금융위

금융위

금융위

부처 공공기관명 매각주체

Page 215: Tax revolution

있지만당시에는외환위기직후부족한외화를확보하고적자공기

업과시대적소명을다한공기업들을위주로민영화를추진했다. 특

히포항제철이나한국중공업처럼더이상공기업형태를유지할필

요성이없는공공기관들이민영화됐다. 반면노무현정부들어서는

공기업민영화가단한건도없는가운데공공기관장의연봉이치솟

고조직과직원이팽창하는등공기업이지나치게방만해졌다.

이후현정부들어공공기관민영화는급속도로추진되고있다. 3차

에걸쳐발표된‘공공기관선진화’추진방안에따르면모두 38개공

공기관의민영화가추진되고있다. 하지만현정부가추진하고있는

공공기관민영화는여러면에서우려되는부분이적지않다. 조금만

생각해봐도민영화라는방법론을선택한것이근본적으로잘못됐거

나또는왜굳이현시점에서민영화를추진하는지, 설사하더라도그

방법론에의구심을갖게하는사례가적지않기때문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민영화 추진이다.

1990년이래공항, 도로, 철도, 대교등에모두 17조 7000억원가량

이투입돼완공된인천공항은 2007년기준으로국제여객운송세계

11위, 국제 화물운송세계 2위를기록할정도로급성장했다. 또한

〈도표 3-9〉에서보는것처럼인천공항공사의 2009년말기준자산

가치는 8조 406억원에이른다. 자본이꾸준히확충되는가운데부

채는 2008년보다줄어들어 3조 6917억원수준을유지하고있다. 또

한 2007년이후총수익이크게늘어난가운데 2009년 2678억원에

이르는당기순이익을기록했다. 일반적으로해를거듭할수록차입금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215

Page 216: Tax revolution

이불어나는다른공기업들과달리인천공항공사의장단기차입금은

2004년 3조 3000억원수준에서 2009년 2조 7000억원수준으로꾸

준히줄어들었다. 3~4년전부터경영이본궤도에오르면서상당히

우수한경영실적을보이기시작한것이다. 따라서굳이경영개선이

나자금확보등의명분으로인천공항공사를매각할이유가없다.

현정부는 2008년 6월공기업선진화방안의하나로인천공항공사

216

도표3-9] 인천국제공항공사의재무현황

대차대조표추이(2004~2009)

●공공기관경영공시시스템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자산총계 부채총계 자본소계

9876543210

(단위:조원)

8.04

3.69 4.35

수익·비용추이

■당기순이익 총수익 총비용

장단기차입금추이

■장기 ■단기

1.5

1.0

0.5

0.0

35

30

25

20

15

10

5

0

300

250

200

150

100

50

0(수익·비용, 단위:조원)

(단위:천억원)

(당기순이익, 단위:십억원)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150 124145

207

158

267

Page 217: Tax revolution

의지분 49%를매각하기로확정해 2010년에지분 15%를 1차로증시

에상장하고나머지 34%는 2011년이후전략적제휴를하거나추가

상장하기로계획했다. 하지만성급한민영화계획에대한비판여론이

비등해 2010년말까지지분매각이무산됐다. 사실공항제3단계확장

을위해인천국제공항공사지분의 49%를외국인투자자등민간사업

자에게매각하는것은설득력이크게떨어질수밖에없다.

인천공항이최상급국가기간시설물로, 안보측면뿐만아니라신

종플루등각종국제전염병을차단하기위한검역시스템측면에서

도공공성이매우강한시설이라는것은이론의여지가없다. 이런공

공성을따지지않더라도비교적양호한재무구조와경영실적을올

리고있는인천공항공사를외국계컨설팅회사에컨설팅을의뢰해서

둘러 49%에이르는지분을매각하려하는것은아무리생각해도납

득하기어렵다. 인천공항공사를이명박대통령의조카이자한나라당

이상득의원의아들이대표로있는외국계자산운용회사에헐값에

매각하려는것아니냐는의혹이나오는것도무리가아니다.

한편인천공항공사의지분을매각하면정부는수조원대의세외수

입을올리게된다. 2010년예산안의국토해양부소관교통시설특별

회계가운데공항계정에는유가증권매각대금으로 5909억원이계

상돼있었다. 이는정부가계획한인천공항공사지분 10%의추정매

각대금인것으로보인다. 정부가모두 49%의지분을비슷한가격에

판다면 1조 9303억원의세외수입을얻게될것이다. 현재인천공항

공사의자산가치나영업실적등을고려할때이정도가격은헐값이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217

Page 218: Tax revolution

라고할수밖에없다. 인천공항공사노조와시민단체및상당수의언

론에서헐값매각의혹을제기하는것도절대무리가아니다. 정확한

지분매각액이얼마가될지몰라도정부가최소한수조원대의세외

수입을챙기게되는것은명약관화하다. 세외수입의증가로당장재

정적자를줄일수는있다. 하지만그것은건실한국가재산을팔아서

당장눈에보이는재정적자를줄이는요식행위일뿐이다.

인천공항공사의사례에서볼수있는것처럼정부는민영화의필

요성이절박하지않은공기업의민영화를‘공공기관선진화’라는미

명아래막무가내로추진하고있다. 이런행동은심지어사업성이좋

은알짜배기사업을민간사업자에게팔아넘기려는심산으로보이기

도한다. 이런식으로는군사정권시절처럼특정민간사업자들에게

어떤식으로든특혜를주는방식이될가능성이높다. 정부는또한그

과정에서국가재산을매각해세외수입을얻으려하고있다. 국회기

획재정위소속한나라당배영식의원에따르면정부는〈도표 3-8〉에

서정리된 24개주요매각추진공공기관의매각예상액을 2008년말

기준으로 18조 8401억원으로계상했다. 이는실제가치보다훨씬축

소된금액일가능성이높다. 배의원측에따르면정부의매각예상액

은 2008년말순자산가치에매각지분비율을곱해서계산한것으로,

민영화할경우일반적으로해당기업의주가는주당순자산가치보다

높게나오는것이보통이기때문이다. 따라서현정부임기내에만수

십조원가량의공공기관지분과자산을매각할것으로봐도무방하

다. 더구나면밀한검토없이민간사업자들에게알짜배기사업을넘

218

Page 219: Tax revolution

겨주는식의민영화를무리하게추진하면자연스럽게헐값에사업을

넘기게될가능성이적지않다. 인천공항공사의사례가그가능성을

충분히보여준다.

물론이처럼공기업들을대규모로매각해도모두정부의세외수입

으로잡히지는않는다. 상당수의매각대상이공기업의자회사들이므

로매각자금의상당부분이국고세외수입이아닌공기업수입으로

귀속되기때문이다. 이미본것처럼정부가 4대강사업이나보금자

리주택사업등으로인한재정부담을공기업에떠넘겨이들의부채

가급증했다. 공기업자회사를민영화라는명분을내세워매각해그

수입으로공기업의부채를메우려는계산도작용하고있다. 그런점

에서공기업의민영화는정부의재정부담을줄이기위한또하나의

편법이라고할수있다. 실제로는국가의알짜배기재산이줄어드는

데도말이다.

지금까지본것처럼현정부는여러방식으로사실상의재정분식

회계를대규모로감행하고있다. 그러면서수년안에균형재정을달

성하고국가채무를 30% 선에서안정시키겠다고공언하고있다. 이

같은공언은허언에가깝다. 설사수년안에균형재정을달성하더라

도그것은재정분식을통한눈속임일가능성이높다. 정부가공식적

으로제시하는국가채무만양호할뿐실제로는각종분식행위를통

해광의의국가채무라고할수있는공공부문부채는급증하고있

다. 이렇게늘어난막대한공공부채는결국누가갚게될것인가.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219

Page 220: Tax revolution

● 공공부채가어떻게늘어났는지, 그리고이같은공

공부채급증이정부의채무증가와한국사회경제에앞으로어떤영

향을줄것인지 LH공사의사례를살펴보자. 신도시개발및보금자리

주택사업등각종토지및주택공급사업을추진해온 LH공사가빚

더미에올라있음은주지의사실이다.

우선 LH공사의재무현황을〈도표 3-10〉을참고로살펴보자. 먼저

자산부채현황을보면, LH공사의자산은 2004년 40조 3000억원에

서 2009년 130조 1000억원까지급증했다. 이가운데만기 1년미만

의유동자산은 2004년 26조 1000억원에서 2009년 82조 3000억원

으로비유동자산에비해증가폭이훨씬컸다. 또 이 기간에부채는

28조 1000억원에서 109조 2000억원으로급증했다. 불과 5년만에

220

재 정 분 식 회 계 와 공 공 부 채 쓰 나 미 · 0 6

정부가빚어낸LH공사부실사태의본질

Page 221: Tax revolution

81조 1000억 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부채는

2010년 6월기준으로 2009년말의 109조 2000억원에서 9조원가량

늘어난 118조원으로급증한것으로알려졌다. 같은기간자산이 89조

8000억원늘어났음을고려할때자산의거의대부분이부채증가에

의한것임을알수있다. 각종개발사업을추진하기위해부채를마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221

도표3-10] LH공사의재무현황

자산·부채현황(2004~2009)

●공공기관경영정보시스템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140

120

100

80

60

40

20

0

(단위:조원)

매출·이익추이

■당기순이익 매출 총비용

장단기차입금현황

■장기 ■단기

12

10

8

6

4

2

0

80

70

60

50

40

30

20

10

0

1.4

1.2

1.0

0.8

0.6

0.4

0.2

0.0(매출·비용, 단위:조원)

(단위:조원)

(당기순이익, 단위:십억원)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비유동부채

부채

자본금 기타

자본

계 유동부채

1.2

0.5

유동자산

비유동자산

자산

계 계

Page 222: Tax revolution

구잡이로 끌어다가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부채와 자산이 동시에

급증한것이다.

이과정에서채권발행및금융기관차입을포함한장단기차입금

도급증했는데 2004년 17조 1000억원에서 2009년 75조 1000억원

까지늘어났다. 특히 2007년 1조 6900억원수준이던단기차입금이

2009년에는 6조 7100억원까지급증하는등차입금구조도악화되고

있다. 이중장기채권만기가 1년이내로도래한액수만 5조 9000억

원을넘는다.

부채가급증하더라도 LH공사가추진하는각종개발사업이성공

리에진행돼분양수입이나임대수익등이꾸준히발생한다면상대

적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사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

2008년까지매출이빠르게늘어나면서당기순이익도 1조 1669억원

까지늘어났으나 2009년미분양아파트매입과환매조건부토지재

매입등현정부의부동산거품떠받치기와보금자리주택사업등에

동원되면서 매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당기순이익은 4973억 원까지

급감했다. 자산 130조원의거대기업이올린당기순이익이라고하

기에는너무나초라한실적이다. LH공사의하루이자는 84억원정

도로알려져있는데, 이같은당기순이익은 60일치이자도채안되

는것이다.

부채를 돌려 막기 위해 채권 발행액도 급증하고 있다. LH공사의

2010년7월말현재연도별채권발행잔액을보면2007년5조1000억

원이던것이 2009년 17조 3000억원까지늘어났다. 2010년에는연환

222

Page 223: Tax revolution

산 13조 6000억원으로다소줄어들었으나여전히채권발행액이매

우많은상태임을알수있다. 2008년말이후국공채발행액이급증

한상태에서기준금리인상에따라국공채금리가올라갈경우이자

부담또한매우커질수밖에없다.

LH공사가이처럼거대한빚더미에앉게된것은이미설명한바

있듯이정부와 LH공사가한데얽혀무분별하게각종개발사업을추

진한것이일차적이유다. LH공사의사업구성을보면주택및대지

분양이사업의거의 100%에이른다. 더구나사업비규모가부동산

시장이침체돼민간건설업체들의미분양및토지재매입등에치중

했던지난해를제외하고는매우가파르게늘어났다. 명백한투기적

현상을무시한채‘공급부족때문에집값이오른다’는건설업계의

논리에놀아나면서택지및주택공급에박차를가한정부의정책에

도문제가있지만, LH공사스스로부동산거품에편승해거액의빚

을내무분별하게토지및주택개발사업을펼쳐왔음을짐작할수

있다.

이같은사실은 2000년대택지지정현황을살펴보면알수있다.

2000년대초반부동산 1차폭등기때는정부의택지지정이상대적

으로적었으나주택공급부족론이기승을부린 2004년이후에는택

지 지정이 급증했다. 특히 택지 지정 면적 기준으로 보면

2004~2007년택지지정이연간 4000만~6000만m2에이를정도로

과도한택지공급이이뤄졌다. 이후주택시장의침체양상이심각했

던 2008년에는택지공급이급감했다가 2009년현정부의보금자리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223

Page 224: Tax revolution

주택사업이본격적으로추진됨에따라 2009년말기준으로 33개지

구, 4659만m2가보금자리사업지구로지정되는등다시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2010년이후지정된 2차, 3차보금자리주택사업지역

을제외한것으로, 2009년말기준으로이미택지공급과잉기때 1년

치택지가공급됐음을알수있다. 지방뿐만아니라수도권곳곳에서

도미분양과미입주물량이넘쳐나는가운데이른바‘이명박표주택

정책’인보금자리주택사업을위해 LH공사는또다시막대한택지

개발사업을펼치고있는것이다.

그동안정부는“공기업은정부의영향을받지않고독립적인경

영활동을하는주체로, 이들공기업에서발생한부채는국가채무

로볼수없다”며“공기업부채와함께자산도증가하고있으며당기

순이익으로충분히부채를메울수있다”고주장해왔다. 하지만이

같은주장은무리한감세정책과각종무분별한토건및부동산부

양책을시행하는과정에서급증하는재정적자를감추기위한수치

놀음과분식회계에가깝다.

특히 거대개발공기업들이정부의수족처럼각종공공사업들을

진행하는특성을고려하면공기업부채가급증할경우결국정부의

채무부담으로귀착될가능성이상당히높다. LH공사사태는공기

업 부채가 심각해질 경우 이것이 어떤 식으로든 국가 채무 증가로

이어질가능성이높음을보여준다. 2010년말여당이예산안을통

과시키면서 LH공사의부채이자부담을보전해주기로한것이이

를단적으로증명한다.부동산거품기에편승해공공부문에서무리

224

Page 225: Tax revolution

하게부채레버리지를기반으로펼쳐온각종개발사업역시부동산

거품이꺼지면충분한수익을올리지못하고애물단지로전락할수

있다. 정부의호언장담이불과 1년도못넘겨거짓으로드러나고있

는것이다.

한편 LH공사의부실화가부동산시장에미칠영향또한분명하다.

그동안정부와 LH공사는‘주택공급부족론’을바탕으로각종택지

개발및재개발사업, 혁신도시사업과경제자유구역개발사업,

뉴타운사업등에뛰어들어사실상투기를조장해왔다. 이렇게무분

별하게지정된각종택지개발사업이나주거환경개선사업등을

소재로대상지역들에투기세력이몰려들어미래기대차익을선반

영한다는식의선동이난무하면서집값을끌어올렸다. 하지만이들

지역의사업들가운데상당수가 LH공사의부채구조조정과정에서

백지화될것으로보인다. 지식경제부는경제자유구역지정해제대

상 35개지구가운데일부를실사단검토를거쳐지정해제했다. 이

경우당연히개발사업을전제로생겨난주택가격거품은가라앉을

수밖에없다.

LH공사뿐만아니다. 부채가 17조원에육박하는서울도시공사(SH

공사)나인천도시개발공사, 경기도시공사등수도권광역지자체의개

발공기업들도각종개발사업때문에막대한빚더미에올라있다. 이

들지방공기업도앞으로부채구조조정을통해각종개발사업을줄

여갈수밖에없는상황이다. 특히이들수도권도시개발공사는뉴타

운이나재개발사업등에치중하고있는데이들사업의상당부분이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225

Page 226: Tax revolution

무산되거나지연되는과정에서관련지역에형성됐던투기거품이꺼

질가능성이크다.

요약하자면 LH공사의부채급증과사업부실화는공기업을통한

국가채무분식회계가이미한계에이르렀고, 이들개발공기업을통

한부동산경기부양도한계에이르렀음을명확히보여주는징표라

고할수있다. 문제는각종엉터리정책으로공기업들의부채를늘리

고부동산거품을키워온역대정부와정치권가운데정책실패에아

무도책임지는사람들이없다는점이다. 현정부는뒤늦게부랴부랴

LH공사의부채를줄이라고윽박지르는시늉을하고있다. 자신들이

LH공사의부채급증을초래한장본인들이면서말이다.

어쨌거나당장 LH공사의부채감축이중요하더라도그것으로모

든것이끝날일은아니다. LH공사가새로운시대에걸맞은방향으로

전환하는것이중요하다. 민간과똑같이각종분양용, 매매용아파트

를지어대기보다는공공임대주택사업에치중해야한다. 또한이

과정에서김광수경제연구소가이미제안했듯이국민연금등공공투

자자들의자금을활용해주택사업과정에서생겨나는막대한개발

이익을공공임대주택의임대료를낮추는방식으로흡수하면매우

저렴한가격에안정적으로공공임대주택을공급할수있다. (이에관

한자세한내용은《위험한경제학》2권을참고하길바란다.) 부채를늘리지않

고도얼마든지안정적인사업을전개할수있는것이다. 하지만부동

산부양과생색내기식주택정책에눈이먼현정부에는‘소귀에경

읽기’일지도모르겠다.

226

Page 227: Tax revolution

가진자에게퍼주는‘망국적복지3단콤보’,

저금리·고물가·고환율

‘기획재정부남대문출장소’로전락한한국은행이 2010년하반기이후물가상승압

력이 거센데도 기준 금리 인상을 꺼리는 것은 GDP 성장률로 드러나는 외형적 경제

성장률에대한집착과부동산거품붕괴에대한우려때문으로보인다. 여기에는급격

히증가한정부채무에대한이자부담도적잖이작용했다. 현정부가출범한2008년

이후공식채무만 100조원이상증가했고, 공적부문전체로는 450조원가량증가

했다. 기준금리인상은당연히국가채무와공기업들의각종이자부담증가로반영된

다. 기준금리인상으로국공채금리가 1%포인트상승할경우국공채이자와금융부

채이자부담이 2008년이전에비해 1년에 4조 5000억원이나증가하는꼴이기때

문이다. 당장은아니지만일본처럼매년일반회계예산의4분의 1가량을국채이자로

지출하게되는상황을먼나라얘기로만생각할수없다.

따라서정부로서는최대한기준금리를낮춰국공채금리를낮게유지해이자부담

을줄이려는유인을가질수밖에없다. 실제로일본정부가거품붕괴후 10여 년간

사실상제로금리상태를유지하는이유가운데하나는바로국채이자부담때문이

다. 더구나글로벌금융위기이후남유럽의재정위기가계속진행되고있는점도정부

로서는의식하지않을수없을것이다. 따라서이런점을감안해저금리기조를계속

유지하려는것일수도있다.

실제로2010년하반기이후고물가추세가이어지는가운데도현정부는5% 성장

목표를고수하겠다는의사를거듭밝히고있다. ‘3% 물가’를립서비스처럼달고있

Page 228: Tax revolution

지만, 저금리-고물가-고환율기조를가능한한유지하겠다는속내가뻔히보인다.

그런데이같은‘3단콤보’기조는매우심각한경제형평성문제를안고있다. 우

선 현실의시장리스크수준을반영하지않는인위적인저금리기조를생각해보자.

저금리의장기화는성실한예금생활자에게세금을물려빚을지우고투기에가담한

가계나민간기업, 그리고 2009년이후 410조원의부채를끌어쓴정부공공부문

에는보조금을주는셈이다. 따라서이를일반가계로선‘저금리세금’이라고부를수

있다.

고물가상황은어떤가. 여러이유가있지만경기부양명목의유동성증가와저금

리지속등으로물가상승세가지속되고있다. 그런데현정부는물가상승을방조하

려는유혹에강하게노출돼있다. 물가가상승하면상대적으로화폐가치가떨어지는

데, 이는 정부의 공공 부문 부채가 실질적으로 줄어드는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반면일반가계로선실질소득이줄어드는정반대효과가발생한다. 물가가오르는만

큼일반가계의소득에세금을부과하는효과를내는셈인데, 이를인플레이션조세라

고한다. ‘고물가세금’이라고바꿔부를수있다.

이른바환율효과또한대다수의국민에게는세금을부과하는효과를낸다. 2009년

경제위기이후경제성장은상당부분급격한수출성장에의존하고있다. 수출이급

성장한결정적요인중하나는원/달러환율이급등한덕이크다. 실제로 2010년수

출대기업들이올린사상최대실적의상당부분은환율효과에따른것으로추정된

다. 반면 수입업자나외국원자재를쓰는중소납품업체는경제위기전보다훨씬더

비싼원화가격으로원자재를수입해야한다. 이것이수입인플레이션형태로소비자

물가에도전가되므로소비자들도상대적으로더높은물가부담을지게된다. 이 경

우 국민들의대외구매력도크게떨어질수밖에없다. 이렇게보면인위적인고환율

Page 229: Tax revolution

유도정책은일반가계와수입업자등에게세금을부과하고수출대기업에막대한수

출보조금을지급해주는꼴이다. 이를‘고환율세금’이라고할수있다.

그런데현정부는저금리-고물가-고환율조합을상당히의도적으로오래유지하

고있다. 이같은기조는고물가와양극화를초래하는등경제의질적측면을희생해

경제의외형만키우는꼴이다. 또 부동산거품을부양하며일반가계와성실한근로

소득자에게불이익을주는반면재벌대기업과부동산투기가계에는보상하는구조

라는공통점을갖고있다. 단순화하자면없는사람들에게뜯어서있는사람들에게막

대한규모의소득을재분배해주고있는셈이다.

사실이같은‘세금아닌세금’들은국민의동의없이막대한소득을없는자들로

부터가진자들에게이전한다는점에서악성세금이라고할수있다. 이런이유들때

문에지난해경제성장률이 6.1%에 이르는데도일반가계의체감경기는거의개선

되지않고있다. 현 정부는이런기조가경기회복을지속시키기위해불가피하다는

핑계를대고있다. 하지만경기회복속도나유동성증가추세에비해기준금리가지

나치게낮다는점, 부동산거품을거의해소하지못한가운데다른국가들에비해물

가상승률이상당히높다는점, 경제위기이후대달러환율이강세를띤대부분의국

가들에비해한국원화만유독달러대비약세를보였다는점등을고려하면납득하

기어렵다.

더구나한국경제는긴박한경제위기국면을벗어난지오래다. 이런상황에서언

제까지 일반 가계의 부를 가진 자들에게 퍼줄 것인가. 한국에 정말‘망국적 복지’가

있다면이처럼각종정책적·제도적지원을통한가진자들에대한퍼주기복지일것

이다.

우회적인세금을통한소득재분배효과가얼마나큰지저금리정책의효과를예로

Page 230: Tax revolution

들어살펴보자. 주지하는바와같이2008년후반에미국발글로벌금융위기가발생

하면서한국은행은 5.5%이던 기준금리를 2.0%로 인하해경기를부양해왔다. 이어

2010년하반기이후세차례기준금리를인상해2011년 2월현재2.75%까지상승했

으나여전히역대사상최저수준의기준금리인것은물론이다.

2008년말이후저금리정책이일반가계들에는어떤영향을미쳤을까? 언론에서

는주택담보대출자등주로부채를진가계의이자부담에초점을맞추고있지만,

실제로는은행에여유자금을저축하고있는가계들도많다. 물론현실에서는양쪽의

비중이다를뿐금융자산과부채를함께가진가계들이많다는점을감안해야한다.

하지만설명의편의상부채가계와예금가계를이분법적으로구분해서2%의기준금

리를유지할때그효과를따져보았다.

우선은행에빚을진가계는연환산12조2000억원가량의금리인하(보조금) 혜택

을받은것으로추산됐다. 마찬가지로2008년말가계의저축성예금을기준으로저

금리정책의기회손실을계산해보면, 은행에예금을한가계는저금리정책으로연

환산 10조 5000억원가량의이자손실을본셈이다. 이러한기회이득또는기회손

실은저금리정책이길어질수록확대된다.

결국정부의정책실패나금융기관의무모한경영으로인한잘못을저금리정책이

라는이름으로포장해예금자인가계에떠넘기고있는것이다. 또한성실하게일해번

소득을저축해온가계를희생양으로삼아빚을내부동산투기에가담한가계에막

대한보조금을주고있다. 경제적형평성측면에서심각한문제가있는이같은퍼주

기를언제까지더지속할것인가.

Page 231: Tax revolution

● 앞서 정부를 포함한 공공 부문의 부채가 급증하고

있음을설명했지만지방자치단체의재정사정또한매우빠른속도

로악화되고있다. 〈도표 3-11〉을참고로국내지자체들의전반적인

세입 구조부터 살펴보자. 전국 지자체의 총세입은 순계 기준으로

2000년 65조 1000억원이던것이갈수록급증해 2008년에는 144조

5000억원에이르렀으나 2009년에는 137조 5000억원으로상승세

가꺾였다. 전반적인경기침체여파로세외수입이줄어드는한편

감세정책등의영향으로지방교부세가줄어들고국고보조금증가

가주춤해진데따른것이다.

전국지자체총세입을항목별로살펴보면이같은사실을알수있

다. 2000년이후지방세수입이꾸준히늘어나고있는가운데세외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231

재 정 분 식 회 계 와 공 공 부 채 쓰 나 미 · 0 7

흔들리는지방재정, 우리의삶도흔들린다

Page 232: Tax revolution

수입은 2007년과 2009년에는각각전년대비감소한것으로나타났

다. 지방양여금은 2004년까지지급되다가 2005년부터지방교부세로

통합돼지급되고있다. 지방교부세는지방교부세법에따라내국세의

19.24%를배정받은것과종합부동산세세수전액인부동산교부금

을포함한액수다. 지방교부세는 2005년부터꾸준히늘어나다가부

232

도표3-11] 지자체총세입및지방세수입현황

전국지자체총세입및지방세수입비중추이

총세입 지방세수입비중

●행정안전부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0

150

100

50

0

50

40

30

20

10

0

35

34

33

32

31

30

29 (지방세수입비중, 단위:%)

전국지자체총세입의항목별추이(2000~2009)

(단위:조원)

지방세수입 세외수입 지방양여금 지방교부세 보조금 지방채및예치금회수

65.1

144.5

34.2

137.5

31.230.9

(총세입, 단위:조원)

Page 233: Tax revolution

동산교부금등의증가로 2008년에는전년대비 9조 2000억원가량

급증한 30조 7000억원까지늘어났다. 하지만 2009년에는이명박정

부의감세정책에따른내국세세수감소와종합부동산세무력화에

따른부동산교부금감소로 26조 5000억원까지급감했다. 또한계속

늘어나던보조금도 2009년에는미미한증가에그쳤는데, 이또한감

세정책과중앙정부의지출급증에따른대규모적자재정의영향으

로보인다.

이에따라전국지자체총세입에서지방세수입이차지하는비중

은 2000년 30.9%에서상승세를보이다가 2008년 31.2%로떨어졌으

나 2009년에는 34.2%로급증했다. 지자체의세외수입과지방교부세

및보조금등중앙정부의지원이줄면서지자체의재정규모도줄어

들고있는것이다. 이처럼현정부의무리한감세정책은지방재정에

상당한영향을미치고있다.

지자체총세입가운데지방세비중이커지고있으나이는앞으로

줄어들가능성이높다. 지자체세수의 30% 이상을차지하는취득세

와등록세수입이부동산거래의장기위축으로감소할가능성이상

당히높기때문이다. 실제로취득세와등록세수입은부동산거래가

급증했던 2006년이후계속줄어들고있다.

〈도표 3-12〉를통해각지자체가자체재원으로지자체재정소요

를충당하는비율을나타내는재정자립도현황을살펴보자. 참고로

재정자립도는지방세와세외수입을합한금액을지자체예산규모

로나눈비율을나타낸다. 사실지자체의재정자립도는국세와지방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233

Page 234: Tax revolution

234

도표3-12] 각급지자체의재정자립도현황

●행정안전부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100

80

60

40

20

0

광역시도의재정자립도추이(2001~2009)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경기 강원 충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전북인천

9080706050403020100

서울시구별재정자립도(2009)

(단위:%)

지자체재정자립도추이

전국 광역시 군

재정자립도별기초지자체수

100

80

60

40

20

0

100

80

60

40

20

0

(단위:%)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노원구

중랑구

강서구

관악구

강북구

은평구

도봉구

금천구

구로구

성북구

서대문구

동작구

동대문구

광진구

마포구

강동구

구평균

양천구

성동구

용산구

영등포구

송파구

서초구

강남구

종로구

중구

10% 미만

10~20%

20~30%

30~40%

40~50%

50~60%

60% 이상

84.872.7

59.453.6

22.017.8 13

86

53

3325

1814

29.2

50.8

85.7

서울

광역시 광역도

충남

(단위:%)

Page 235: Tax revolution

세세목을어떻게정하느냐에따라어느정도달라질수있으므로큰

의미가없다는주장도일부에서는제기되고있다. 하지만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재원배분을둘러싼권력관계측면에서이같은세수구

조가쉽게달라지기어렵고, 특히정부채무가급증하는상황에서국

세를대폭지방세로돌리는결정을내리기도쉽지않다. 이렇게볼때

현상황에서재정자립도는지자체의재정건전성을보여주는주요

지표임을부인할수없다.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 자립도는 2000년 59.4%에서 2009년

53.6%로떨어졌다. 상황이상대적으로양호한광역시의재정자립도

는같은기간더가파르게떨어져 2000년 84.8%에서 72.7%에이르

렀다. 재정자립도가가장낮은편에속하는군단위지역의재정자

립도는같은기간 22.0%에서 17.8%로하락했다. 광역도단위나시

또는자치구의평균재정자립도역시정도의차이는있지만대체로

하락세를나타내고있다.

이처럼전반적으로재정자립도가떨어지는가운데지자체간재

정양극화또한심각한상황이다. 광역시도의재정자립도추이를보

면서울의재정자립도는점점떨어지고있는추세이지만 2009년현

재 90%가넘고, 인천도 74.2%를기록하고있다. 하지만부산, 대구,

광주등울산을제외한지방광역시의재정자립도는 40~60% 수준

으로, 수도권광역시에비해현저히낮다. 광역도의경우에는경기도

만 75.9%를 기록하고 있을 뿐, 대부분 광역도의 재정 자립도가

20~30%에불과하다. 이런 재정자립도조차최근으로올수록상당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235

Page 236: Tax revolution

히가파르게떨어지고있다.

시·군·구기초지자체의재정자립도는상황이더욱심각하다. 제

주도를제외한전국 242개기초지자체의 2008년재정자립도를분석

한결과, 기초지자체가운데재정자립도가 50%를넘는곳은 32곳에

불과할정도로매우열악했다. 더구나재정양극화도매우심각한것

으로 나타났다. 재정 자립도가 10% 미만인 기초지자체는 13개,

10~20%인기초지자체는 86개나됐다. 전체기초지자체의 41% 정도

가 20%에도못미치는재정자립도를기록하고있는것이다. 이들기

초지자체는전남, 전북, 경북, 충북의군단위지역들이대부분을차

지하지만광주남구, 대구남구, 대구동구, 대전동구, 광주광산구처

럼대도시의구단위지역들도상당수포함돼있다. 반면재정자립도

가 60% 이상인기초지자체 14곳은서울중구(86.0%), 서초구(77.1%),

강남구(75.5%)와경기성남시(74.0%), 용인시(67.2%), 안양시(64.6%) 등

모두수도권지자체다. 같은수도권기초지자체도상당히편차가심

한것으로나타났다. 2009년서울시의구별재정자립도현황을보면

노원구 29.2% 등재정자립도가 40%에미치지못하는구가 8개인데

반해 70%를상회하는구는강남 3구를비롯해다섯곳이다.

이처럼지금도지자체의재정자립도가열악한상황에서세수부

족등으로곤란을겪는지자체들이갈수록급증할것으로판단된다.

중앙정부가대규모감세정책과 4대강사업등각종낭비성토건사

업을벌여정부채무가급증한상태여서중앙정부의지원여력이점

점줄고있다. 이런가운데주요지방세목인취등록세가부동산경기

236

Page 237: Tax revolution

위축으로줄어들가능성이높고저출산고령화와지방인구의유출

등으로지방세원은갈수록악화될것으로보인다.

언론에는이미재정난에허덕이는지자체의사례들이잇따라보도

되고있다. 부산남구, 광주광산구, 대전동구와중구등재정난으로

직원들의월급조차확보하지못하는상황이빚어지고있는것이다.

이들기초지자체는부산, 광주, 대전등최근으로올수록세수부족

등으로재정자립도가급격히떨어지는광역지자체에속해있고, 모

두자체재정자립도가 20% 안팎으로상당히낮다. 이미자체재원이

부족한가운데상급지자체의재원마저급격히줄어들어지원을받기

힘든상황인데다중앙정부의지방교부세와국고보조금등이깎이면

서재정난에시달리게된것이다. 물론세수는과거처럼늘지않는데

이에맞춰제대로씀씀이를줄이지못한탓이라고볼수도있다. 이

같은추세가지속될경우만성적인재정난에시달리게될지자체는

적지않을것이다.

국내복지수준이열악한가운데재정난에처할경우지자체의복

지수준및삶의질이곤두박질칠것임은불문가지다. 앞서언급한부

산남구의경우기초노령연금 20억원과저소득층보육료 9억원등

을 2010년예산에반영하지못하는사태를빚었다. 가장부유한지자

체라고할수있는서울강남구조차도주민들을대상으로실시하던

각종문화강좌등을취소하는등허리띠졸라매기에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도상당수의자치단체장들이호화청사를지어올

리는등무분별한과시형개발사업을벌이고있다. 저출산고령화의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237

Page 238: Tax revolution

여파로경제활력이떨어지고지방세수가계속줄어들가능성에대

비해지역주민들의삶의질을끌어올리는데적극투자해야하는데

도말이다. 주민들의문화, 교육및복지인프라에대한수요가급증

하고 있는데도 당장‘뒷돈’을 마련하고 건설업계와 유착하는 데만

골몰하고있는것이다. 많은 전국지자체장들이각종뇌물수수등

비리에연루돼검찰수사를받거나유죄판결을받은것이이를단적

으로보여준다.

이런가운데지자체들은무분별한개발사업으로인한채무급증

을분식하기위해중앙정부와마찬가지로지방공기업을통한채권

발행을크게늘리고있다. 안상수전시장시절인천시의사례가대표

적이다. 안상수전시장은각종개발사업을예산으로추진하는데한

계를느끼자 2003년지방공기업인인천도시개발공사를설립해무분

별한개발사업을벌이기시작했다. 인천도시개발공사를앞세워서구

검단신도시, 영종하늘도시, 아시안게임경기장, 151층짜리쌍둥이빌

딩, 도시철도 2호선건설등대규모개발사업을진행한것이다. 그런

데부동산거품이꺼지기시작하면서이들개발사업이지지부진해지

거나분양에실패하기시작하자빚더미에안게됐다. 그결과〈도표

3-13〉에나타난것처럼인천도시개발공사의 2010년 6월말현재부

채는 6조 6400억 원까지폭증해인천시까지재정위기에몰리고있

다. 반면부동산거품이꺼지면서인천도시개발공사의영업이익이급

감하고있어개발사업에서발생하는수익으로부채를갚는일은요

원하기만하다.

238

Page 239: Tax revolution

사실인천시뿐만아니라상당수지자체의개발공기업들이빚을끌

어와부동산거품에편승해각종주택건설및지역개발사업에무분

별하게투자했다. 이는각지자체산하지방공기업의급격한부채증

가로이어졌다. 특히서울시산하 SH공사의경우부채가 2005년 3조

3600억원에서 2009년 16조 3500억원으로급증했다. 물론이는각종

개발사업이늘어나면서자산도함께증가하면서생겨난것으로상당

부분은향후주택분양이나개발사업완료로상환할수도있다. 하지

만주택경기침체등으로차질이빚어지면만성적인부채로이어질

가능성도없지않다. 실제로 2007년이후주택시장의침체가시작되

면서이들공기업의경영수익은급격히악화되고있다. SH공사의경

우에도영업이익과당기순이익이각각 2008년 3712억 9000만원과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239

도표3-13] 인천도시개발공사의재무현황

●지방공기업경영정보시스템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부채는2010년6월말기준.

자산·부채추이

자산 부채 자본

7

6

5

4

3

2

1

0

(단위:조원)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경영실적추이

영업이익 경상이익 당기순이익

14

12

10

8

6

4

2

0

2005

2006

2007

2008

2009

(단위:천억원)

Page 240: Tax revolution

3569억 2000만원에서 2009년 2993억 9000만원과 2451억 7000만

원으로줄었다.

이런가운데최근들어광역지자체뿐만아니라기초지자체산하

개발공기업들이우후죽순처럼생겨나고있다. 2000년대중반이후

경기도 김포시, 화성시, 평택시, 하남시, 남양주시, 안산시, 양평군,

용인시등 10개지자체에개발공기업이설립됐고, 고양시, 구리시,

과천시, 파주시, 부천시등도산하개발공기업설립을추진하고있

다. 기초지자체들이각종개발사업을벌이고개발과정에서벌어들

인수익을다시지역개발에투자한다는취지로설립한것이다. 이들

공기업은 2000년대의부동산붐에편승해대부분지역주택사업을

주요사업으로삼고있다. 하지만현재와같은부동산시장의침체가

장기화될경우이들공기업의경영상황이악화돼자금난을겪거나

결국지자체에재정부담을안기는경우가적지않을것으로판단된

다. 이미김포도시개발공사 5800억원을비롯해화성도시공사, 평택

도시공사등이부족한사업재원을마련하기상당액의채권을발행하

고있다.

이를명확히보여주는것이태백관광개발공사의사례다. 태백시

출자금 510억원등자본금 1000억원으로 2001년설립된태백관광

개발공사는골프장과스키장등을갖춘리조트시설인‘오투리조트’

개발사업을벌이며운영에나섰다. ‘오투리조트’사업은노무현정

부때재정경제부가경기활성화명목으로골프장무더기건설등을

추진하는정책에편승해추진됐다. 하지만당초기대했던수익이발

240

Page 241: Tax revolution

생하지않자빚을끌어다운영해야하는상황에빠졌다. 그결과부채

는 2005년 0원에서 2008년 2474억 3000만원으로늘어났고, 같은기

간영업손실은-5억 9500만원에서-115억 1000만원으로늘어났다.

언론의보도에따르면 2009년에는-250억원가량의영업손실을기록

했다고한다. 지역경제활성화를위해설립한공기업이오히려지방

의소중한재정만낭비한채지자체재정부담을가중시키는애물단

지로전락한것이다.

이처럼지자체들은터무니없는장밋빛계획에따라개발공기업들

을설립하는한편이들공기업을통해대규모채권을발행하며빚을

늘렸다. 이들개발사업은지자체장들이선거를앞두고펼친선심성

사업이거나이미지나간부동산붐에편승해개발이익을노린경우가

적지않다. 만약이들공기업이사업추진과정에서당초기대했던경

영성과를올리지못한다면남은빚은고스란히지방정부의채무로

돌아올가능성이높다. 각지자체의공기업을통한무분별한개발사

업을제어하지못하면가까운장래에사실상파산에직면하는지자체

가나오는상황도배제할수없을것이다.

3장재정분식회계와공공부채쓰나미 241

Page 242: Tax revolution

예언녀카산드라에게

귀를기울여라

호메로스의《일리아드》에는트로이전쟁당시트로이의왕프리아모스의딸인카산드

라가나온다. 빼어난미인인카산드라를흠모한태양의신아폴로는그녀에게앞날을

내다볼수있는신통력을선물로주었다. 그런데마지막순간그녀는아폴로를피해

도망쳤고, 화가난아폴로는그녀에게준예지력이라는선물에저주를걸었다. 카산드

라가앞날에벌어질진실을얘기해도아무도그녀의말을믿지않도록한것이다. 그

녀는 조국트로이가그리스에침공당할운명에처할것이라고경고하지만, 저주대로

아무도믿어주지않았다. 심지어부친인프리아모스왕은그녀를감금해트로이병사

들이그말을들을수없도록했다. 그리고트로이가그리스에함락된뒤그녀는한

그리스병사에게강간당하고, 그리스의영웅아가멤논의정부로서그리스로끌려갔다.

그녀는결국아가멤논의아내에게원한을사결국죽임을당했다. 그녀는대중에게광

녀로인식됐지만실은사회의통념을따르지않고진실을말하는사람이었다. 이때문

에현대에도‘카산드라’는진실을말하지만다른사람들이귀기울이지않는존재를

일컫는대명사가됐다.

미국유력지《워싱턴포스트》는 2009년 5월 26일자에〈신용위기를경고한카산드

라(Credit Crisis Cassandra)〉라는기사에서1996년부터 1999년까지미국상품선물거

래위원회(Commodity Futures Trading Commission, CFTC) 의장을지낸브룩슬리본

을현대판카산드라로소개했다. 그녀는 CFTC 의장을 지내면서금융위기를초래한

파생상품시장이거의아무런규제를받지않고있으며, CFTC가충분한정보를가질

Page 243: Tax revolution

수없음을알게됐다. 그녀는파생상품시장의투명성을높이는법안을제정하려고했

으나,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장이던앨런그린스펀과당시재무부장관이던로

버트루빈, 로렌스서머스등의반대에직면했다. 월가의로비를받은미국정치권의

압력에도시달렸다. 본은결국 1999년사직했지만, 그녀의경고가얼마나중요한지는

2008년말부터시작된미국발금융위기를통해드러났다.

사실부동산거품문제와현정부들어폭증한공공부채문제는한국사회가피해

갈수없는진실이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꾸준히이문제들의실태를분석한바탕위

에서꾸준히그위험성을경고해왔고, 이책에서도그같은경고를되풀이하고있다.

브룩슬리본의존재를필자에게알려준경원대홍종학교수도부동산거품의위험성

을오래전부터목소리높여경고해왔다. 하지만노무현정부는이같은경고에충분

히주의를기울이지않았고, 경고에대한반응속도도매우느렸다. 더구나이명박정

부는이같은경고에귀를기울이기는커녕오히려깔아뭉개고부동산거품을틀어막

기위해막대한공공부채를쌓아올렸다. 한정권이자신들의임기동안생색내고자

신과기득권세력의탐욕을채우기위해막대한국부를탕진한것은한국역사에씻

을수없는오점으로기록될것이다. 앞서소개한《워싱턴포스트》기사의부제는‘주

목받지 않은 브룩슬리 본의 경고는 10년이 지나서야 후회스러운 메아리가 되었다

(Brooksley Born’s Unheeded Warning Is a Rueful Echo 10 Years On)’이다. 이미많

이늦었지만지금이라도한국사회가진지한경고음에귀를기울이기바랄뿐이다.

Page 244: Tax revolution
Page 245: Tax revolution

4미래세대에게

희망을01희망조차앗아간20대의사회경제적조건

02인구감소가불러올삼중충격, 생산경제위축, 복지지출증가, 자산시장충격

03미·일의사례로본고령화충격과복지지출| 04복지논쟁과무상의료정책의문제점

05예고된재난, 고령화충격, 그래도해법은있다

Page 246: Tax revolution

246

● 저는 절친했던 제 친구를 떠올리지 않고서는 대학

시절을회상할수없습니다. 그는약간은침울한표정을지닌, 감수성

이매우발달한친구였습니다. 친구의손에이끌려대학교지를만드

는동아리활동도함께했습니다. 필력이대단했던친구입니다. 대학

시절제친구의필력을능가하는사람을보지못했습니다. 천재적인

필력을가진사람이라고하면제친구같은사람을일컫는거구나싶

을정도였습니다.

그 친구의꿈은‘《동아일보》기자’였습니다. 그냥기자도, 신문기

자도아닌꼭집어서‘《동아일보》기자’말입니다. 누군가“네성향으

로보면《한겨레신문》기자가더맞지않니?”라고물어보면그는천연

덕스럽게웃으며“《동아일보》가월급을더많이주잖아”라고했습니

다. 하지만그건솔직한답변이아니었습니다. “《한겨레신문》으로는

Page 247: Tax revolution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247

세상을못바꾼다. 주류신문에들어가서주류신문을바꿔야세상이

바뀐다. 주류 신문 중에 그나마 제일 가능성이 있는 게《동아일보》

다.”그게그친구생각이었습니다. 상당히호기롭고어찌들으면상

당히순진한답변이지만, 대학시절제게는마음깊이와닿았습니다.

그친구와어울리다보니대학교 1학년이끝나갈무렵에는제장래

희망도외교관에서기자로바뀌었습니다. 기자중에서도《동아일보》

기자가되는게꿈이돼버렸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시간이갈수록

《동아일보》의논조가이상해지는것을느끼면서도졸업할때까지《동

아일보》는제가가고싶은제1 순위신문사였습니다. 그리고운이좋

았던것인지졸업과동시에《동아일보》에입사했습니다.

그런데그친구는신문사에입사하지못했습니다. 집안이너무가

난해늘학비마련에어려움을겪던그친구는졸업을앞두고우울증

증세를보이는것같더니, 나중에는정신병을앓았습니다. 이후고향

으로내려가정신병원에입원했다퇴원하기를여러번되풀이했습니

다. 그래도몇년전까지는연락하고지냈는데이제는그친구와연락

마저끊어졌습니다. 제가유학갔다온뒤친구의연락처가모두바뀌

어버렸기때문입니다.

그친구와제가대학시절내내다짐했던것이있습니다. ‘언론을

바꿔서세상을바꿔보자’. 《동아일보》에입사해서도저는친구몫까

Page 248: Tax revolution

248

지다해보겠다고나름대로열심히노력했습니다. 하지만좌절과고

난의연속이었습니다. 내가《동아일보》를바꾸고언론을바꾸고세상

을바꾸는것이아니라, 《동아일보》의매트릭스속에서나의꿈과뇌

수가녹아내렸습니다. 도저히이대로는안되겠다는생각에《동아일

보》를뛰쳐나온것이 2002년 5월입니다.

지금생각해보면, 저와친구는매우순진했습니다. 왜한국의많

은언론들이제역할을못하고있는지그이유를몰랐습니다. 왜우

리보다앞서입사한혈기방장한선배들이자신들이몸담은언론을바

꾸기보다는자신들을바꾸는길을택했는지몰랐습니다. 현실의힘은

그만큼강고했고, 우리에게는순수한혈기밖에없었던것입니다.

이장의집필을앞두고저의 20대를돌이켜보다제친구생각이

났습니다. 젊은후배님들은제친구와같은상황에놓이지않았으면

합니다. 각자의재능과열정을자신을둘러싼열악한사회경제적조

건때문에꽃피우지못하는일이없기를간절히바랍니다. 그런데현

실은그러지못한것같아너무안타깝습니다. 점차기성세대에편입

되고있는한사람으로서한없이죄송한마음입니다.

그리고지금의현실도충분히우울한데, 이대로가다간미래가더

암울할수있다고말하려니원고를쓰는제손에서도힘이빠지는기

분입니다. 하지만잿빛미래를장밋빛미래로바꿀수있는주역은역

Page 249: Tax revolution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249

시이땅의청춘들입니다. 미래를바꾸려면현실을알아야합니다. 현

실을올바로아는것이설사고통스럽더라도말입니다. 그런마음으

로이장을더욱정성들여썼습니다.

젊은후배님들, 우리좌절하지맙시다. 저도아직좌절하지않겠습

니다. 제친구와함께꾸었던꿈을신문사안에서이루진못했지만신

문사밖에서는꼭이루고말겁니다. 꿈에이르는경로는조금달라졌

지만저와제친구가함께꾸었던꿈은바뀌지않았습니다. 좌절하기

엔우린아직너무젊습니다. 그런뜻에서새뮤얼울먼의시〈청춘〉을

여러분께바칩니다. 여러분들이영원히청춘으로남기를기원합니다.

저도영원히청춘으로남으려노력하겠습니다.

청춘이란

인생의어느기간이아니라마음가짐을말한다.

장밋빛볼, 붉은입술, 나긋나긋한무릎이아니라

씩씩한의지, 풍부한상상력,

불타오르는정열을가리킨다.

인생이란깊은샘의신선함을이르는말이다.

Page 250: Tax revolution

250

청춘이란

두려움을물리치는용기.

안이함을선호하는마음을

뿌리치는모험심을의미한다.

때로는 20세청년보다

60세인간에게청춘이있다.

이상을버릴때비로소늙는다.

세월은피부에주름살을늘리지만

열정을잃으면영혼이주름진다.

고뇌, 공포, 실망에의해서기력은땅을기고

정신은먼지가되어버린다.

60세든 16세든

인간의가슴속에는경이에이끌리는마음,

어린아이와같은미래에대한탐구심,

인생에대한흥미와환희가있다.

우리모두의가슴에있는‘무선우체국’을통해

사람들과하느님으로부터

아름다움, 희망, 격려, 용기,

Page 251: Tax revolution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251

힘의영감을받는한그대는젊다.

영감이끊기고,

영혼이비난의눈으로덮이며

비탄의얼음에갇힐때

20대라도인간은늙지만

머리를높이치켜들고

희망의물결을붙잡는한

80세라도인간은청춘으로남는다.

Page 252: Tax revolution

2010년 8월 MBC의〈MBC 스페셜〉에서는‘미니멈

청춘’이라는제목으로두차례에걸쳐 10~30대전반의세대별노조

를지향하는‘청년유니온’이같은해 3월출범한이후겪고있는국내

청년세대의사회경제적현실을다큐멘터리형식으로다루었다. 프로

그램에서“커피값이부담돼연애도마음편하게하기어렵다”, “달팽

이도집이있는데왜우리는집이없느냐”는젊은이들의울분과푸념

이쏟아져기성세대시청자들의마음을무겁게했다. 우석훈박사의

‘88만원세대’이후 10~20대젊은이들이직면한우울한사회경제적

현실에대한언론의주목도가상당히증가하고있다. 하지만이들젊

은세대의사회경제적현실은그다지개선되지않고있다.

우선청년들의가장큰고민거리인실업난이심각하다. 〈도표 4-1〉

252

미 래 세 대 에 게 희 망 을 · 0 1

희망조차앗아간20대의사회경제적조건

Page 253: Tax revolution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253

도표4-1] 청년층의고용현황

실업률추이

전체 20대

●통계청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12

10

8

6

4

2

0

(단위:%)

고용률추이

전체 20~24세 25~29세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80

70

60

50

40

30

(단위:%)

연령별‘쉬었음’응답인구추이

20세미만 20대 30대 40대 50대 60세이상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10

8

6

4

2

0

(단위:십만명)

Page 254: Tax revolution

을보면외환위기의충격을어느정도극복하고난 2000년이후전체

실업률은 3~4%대수준을보이고있지만, 20대실업률은 2000년대

초반에는빠른속도로떨어져 2002년한때 5%대를기록했으나이후

에는 7~10%대수준을오르내리고있다. 《위험한경제학》에서자세

히설명한바있듯이한국의실업률통계는엉터리에가깝다. 실업난

이매우심각한상황에도국내실업률이 3%대의완전고용에가까운

실업률을보이는것이단적인예다. 사실상실업자를각종비경제활

동인구로 분류하거나 18시간 미만 취업자 등이 급증해 일반적으로

체감하는실업률은훨씬더높다. 실제로체감실업률을집계한결과

2000년대내내공식실업률이 3%대를유지하는동안체감실업률은

지속적으로높아져 8~9%대에서 2009년이후 12~14%대까지높아

졌다. 이런사정을감안하면 20대의체감실업률은공식실업률 8.5%

보다몇배나더높을가능성이크다.

이를방증하는것이연령별고용률추이나‘쉬었음’응답자추이

다. 전체 인구 대비 고용자 비율을 나타내는 고용률 추이를 보면,

2000년대초중반내내 51~53% 수준을유지하던 20~24세연령대

고용률이 2005년하반기이후가파르게하락해 2009년이후 45%전

후수준의낮은고용률이계속유지되고있다. 비경제활동인구증가

등각종명목으로실업통계에는포함되지않지만, 실제로고용되는

20대전반인구는계속줄어들고있다. 실업률조사에서‘쉬었음’이

라고응답해비경제활동인구로분류되는‘쉬었음’응답자추이를보

면다른연령대에비해유독 20대에서응답자수가많아지고있음을

254

Page 255: Tax revolution

알수있다. 1999년에는 33만명에불과하던응답자수가 70만명수

준까지급증한것이다. 취업난때문에대학에적을둔채졸업을미루

거나휴학하거나졸업후에도취업준비에나서는등의이유로많은

젊은이들이사실상제대로된일자리를찾지못해애를먹고있다. 설

사취직이되더라도상당수가이른바‘알바’일자리들로, 불완전취

업자의상당부분을차지하고있다. 그만큼젊은이들은실제로극심

한취업난을겪고있다. 사상최대의공공부채를바탕으로한부양책

에도청년층실업난은거의개선되지않고있다.

이처럼 변변한 일자리를 얻지 못해서 청년층의 소득이 즐어드는

가운데주택가격은급등해젊은이들이집을사서결혼하는것이매

우큰부담이되고있다. 〈도표 4-2〉에서아파트가격추이를살펴보

면, 2000년 1월을 100으로잡을경우 2009년말기준으로서울의아

파트가격은 260.2, 전국아파트가격은 197.5로부풀어올랐지만도

시근로자가구평균소득은 2000년 1분기 100에서 2009년 4분기현

재 169.4로증가하는데그쳤다. 청년층의평균소득이 40~50대기

성세대의소득까지포함한도시근로자가구평균소득에한참못미

친다는점을고려할때청년층에게는현재의주택가격이더욱멀게

만느껴질것이다.

2000년초와 2009년말서울아파트가격지수를도시근로자평균

소득지수로나누어보면 1에서 1.54로벌어졌다. 이는 2000년에도

시 근로자의 평균 소득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7년이 걸렸다면

2009년에는 10.8년으로길어졌다는것을뜻한다. 청년층의경우이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255

Page 256: Tax revolution

보다 훨씬 격차가 벌어진다. 청년층의 평균 소득이 도시 근로자의

60%정도라고가정할경우사회에첫발을내디딘지얼마안되는청

년층은적어도자신이받는평균연봉을 18년분가량을모아야서울

의웬만한아파트를살수있다. 30세전후에취업했다면하나도안

쓰고거의 50세까지모아야겨우아파트한채살수있는정도라는

256

도표4-2] 청년층의소득수준및주거부담

전국및서울아파트가격추이

전국 서울

●각종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300

250

200

150

100

50

0

(2000년1월=100)

(2000년1분기=100)

260.2

197.5

도시근로자가구평균소득추이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0

150

100

50

0

169.4

Page 257: Tax revolution

뜻이다.

이처럼변변한소득이없어웬만한전셋집조차구하기벅찬청년

층의상당수는대학가하숙촌이나반지하월세, 고시촌, 심지어쪽방

촌등에서주거를해결하고있다. 그나마사정이괜찮은사무직또는

전문직 미혼 청년층 정도가 오피스텔 등에 거주하고 있다. 실제로

2005년인구총조사기준으로전국 317만명의 1인가구가운데약

34%인 108만 7000명이 30대전반이전의청년층인데, 〈도표 4-3〉에

서보는것처럼 1인가구의 66%인 101만가구가 19평이하주택에

거주하고있다.

이처럼젊은이들이결혼하고싶어도주택문제때문에결혼하기어

려운상황이지속되면서〈도표 4-4〉에서보듯이초혼연령은계속높

아지고있다. 남성의초혼연령은 1990년 27.79세(전국)/28.26세(서울)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257

도표4-3] 전국1인거주주택의평형분포(2005)

●각종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7평미만

7~9평

9~14평

1̀4~19평

19~29평

29~39평

39~49평

49~69평

69~99평

99평이상

60

50

40

30

20

10

02

10

38

5141

82 1 0 0(단

위:만가구)

Page 258: Tax revolution

258

도표4-4] 초혼연령및혼인율추이

전국및서울남녀초혼연령추이

전국(남) 서울(남) 전국(여) 서울(여)

●통계청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1990

1991

1992

1993

1994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34

32

30

28

26

24

22

20

(단위:세)

연령대별혼인율(2002~2009/남성)

일반혼인율

15~19세

20~24세

25~29세

30~34세

35~39세

40~44세

45~49세

50~54세

55~59세

60~64세

65~69세

70~74세

75세이상

70

60

50

40

30

20

10

0(천명당혼인자수, 단위:명)

연령대별혼인율(2002~2009/여성)

일반혼인율

15~19세

20~24세

25~29세

30~34세

35~39세

40~44세

45~49세

50~54세

55~59세

60~64세

65~69세

70~74세

75세이상

100

80

60

40

20

0(천명당혼인자수, 단위:명)

Page 259: Tax revolution

에서 2009년에는 31.61세(전국)/31.95세(서울)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여성의초혼연령도 1990년 24.78세(전국)/25.54세(서울)에서 2009년

28.71세(전국)/29.60세(서울)로 올라갔다. 여기에는 여성들의 적극적

사회진출등사회변화도영향을미쳤겠지만, 갈수록결혼하기어려

운여건이심화되고있음을시사한다. 전쟁이터지지않은나라가운

데불과 19년만에젊은이들의초혼연령이거의평균 4세가량상승

한나라는찾아보기어렵다. 그만큼대한민국젊은이들이제대로연

애도, 결혼도하기어려운‘미친사회’가돼가고있음을뜻한다.

더구나이같은초혼연령은결혼을하지않고혼자사는 30~40대

미혼자그룹은아예계산에도넣지않은것이다. 2005년기준으로최

소한 70만명이넘는이들미혼자그룹을계산에넣지않았는데도초

혼연령은세계에서유례없을정도로단기간에높아졌다.

연령대별로인구 1000명당혼인자수를나타내는혼인율을봐도

이같은추이를확인할수있다. 남성의경우 20대후반의혼인율은

급감하는데반해 30대전반과후반의혼인율은급증하고있다. 마찬

가지로여성의경우 20대전반의혼인율은급감했으나 20대후반의

혼인율은급증하다가 2007년이후이마저도줄면서 30대초반의혼

인율이가파르게상승하고있다. 이처럼국내젊은이들이결혼도제

때하지못할정도로젊은이들이처한사회경제적조건은급속히악

화되고있다.

문제는국내젊은이들이처한사회경제적조건이더욱악화될가

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도표 4-5〉의통계청 인구 추계자료에서 볼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259

Page 260: Tax revolution

수있듯이 2000년이후 65세이상노인인구비중이가파르게늘어나

고있는데, 이런추세는 2010년대이후더욱거세질것으로보인다.

특히시간이갈수록노인인구가운데상대적고령층이가파르게증

가하고있다. 이는 사회전체적으로경제적부가가치를창출하기는

어렵고의료지출등을포함한노후복지비용이증가하는연령대인

260

도표4-5] 노인인구증가및각종부양비추이

연령대별노인증가추이

65~69세 70~74세 75~79세 80세이상

●통계청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1960

1966

1972

1978

1984

1990

1996

2002

2008

2014

2020

2026

2032

2038

2044

6

5

4

3

2

1

0

(단위:백만명)

각종부양비추이

부양비 포괄적부양비 노인/청년부양비

1960

1966

1972

1978

1984

1990

1996

2002

2008

2014

2020

2026

2032

2038

2044

300

250

200

150

100

50

0

(단위:%)

Page 261: Tax revolution

구가급속히늘어나는것을의미한다.

사회전체적으로발생하는복지부담이얼마나급속히늘어날지살

펴보자. 15~64세경제활동가능인구대비 65세이상노인및 15세

미만인구를합산한인구의비율을포괄적부양비라고할경우1970년

대이후이비율이감소해경제성장에기여했으나 2016년이후로는

빠르게증가할것으로예상된다. 또경제활동가능인구대비 65세이

상노인인구비율을나타내는부양비는지속적으로늘어나고있으

며, 특히 2010년대부터가파르게증가할것으로보인다. 그러나이것

은 20~34세연령대젊은층인구대비 65세이상노인인구의비율

을나타내는청년층대비부양비추이에비하면약과다. 청년층부양

비는 2010년 50.2%에서 10년 후인 2020년 80.6%, 2030년에는

155.5%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다시 말해 2010년에는 2명의

청년이 1명의노인을부양하면되지만지금의청년들이 40~54세가

되는 2030년에는 2명의청년이 3명의노인을책임져야한다는뜻이

다. 안정적인직장조차갖지못한현재젊은이들의미래는기성세대

들이경험하지도상상하지도못한것일가능성이높다.

지금까지본것처럼‘88만원세대’로상징되는국내청년층의사회

경제적처지는매우열악하다못해참담한지경이다. 앞에서설명했

지만가계경제력및교육서비스의질대비세계최고의대학등록금

때문에청년들과이들을자녀로둔부모들의경제적부담이치솟는

등청년층이받는사회경제적고통과부담이매우크다. 여기에그치

지않고급속한고령화추세에따라청년층이짊어져야할경제적부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261

Page 262: Tax revolution

담은기하급수적으로늘어날수밖에없다. 이같은고통과부담때문

에젊은이들이시집장가를못가고아이를낳지않는지경에이르고

있다.

그런데도정부는대학등록금을획기적으로낮추고양질의일자리

를늘리기위해노력해자식세대의부담을줄이려는노력을하기는

커녕부동산거품이꺼지지않도록부양하기위해막대한공공부채

를늘려가며대대적인‘부자감세’를펴고 4대강사업등토건부양

책에예산을탕진하고있다. 부동산거품붕괴에따른현세대의고통

을줄인다는명분아래부동산거품붕괴의에너지를더욱키우는방

향으로돈을쏟아붓고있는것이다. 이는젊은이들과미래세대들이

써야할자원들을마구낭비하면서온갖부채부담을그들에게떠넘

기는것이나다름없다. 아버지가자식들에게재산을물려주지는못할

망정흥청망청재산을탕진하고빚더미만남겨주는꼴이다.

이런마당에이명박대통령과이재오특임장관등현정부의실세

들은젊은이들에게‘눈높이를낮추라’는등파렴치하기짝이없는발

언을서슴지않고있다. 이들은첨단지식정보화시대에걸맞게우리

청년들이안정적으로일할수있는양질의일자리를만들지못한데

대한반성과미안함을먼저표현해야한다. 그런데도이들은어떤자

성도없이막대한재정을쏟아부어가며‘알바’일자리들을늘려실

업률수치놀음을하면서일말의책임감도느끼지않고있다. 하긴

1970년대‘삽질패러다임’에젖어있는사람들에게우리젊은이들이

원하는사회경제패러다임을요구하는것이무리인지도모른다. 태생

262

Page 263: Tax revolution

적인‘디지털세대’로인터넷과소셜네트워크, 모바일기기등을공

기처럼느끼는젊은이들의감수성과잠재력을콘크리트삽질로성장

해온현정부의구닥다리위정자들이이해할수있을까. 집집마다많

은비용을들여지식과능력을키워온젊은이들을위해마련한일자

리라는게겨우 4대강가에서삽질하는일자리라는말인가.

낡은기성세대, 특히이명박정부의 60~70대위정자들은절대우

리젊은이들의욕구와감수성을이해할수없다. 이미막대한공공부

채를늘린것에서도알수있듯이그들이미래세대의부담을줄이기

위해희생의미덕을발휘할것이라고기대해서는안된다. 우리의부

모들은자식들의미래를위해어떤헌신과희생도할각오가돼있지

만, 이명박정부의다수위정자들은자신들의사리사욕챙기기에급

급한이가대부분이다. 결국목마른자가우물을팔수밖에없다. 젊

은세대가전면에나서한국사회를근본적으로개혁하지않으면안

된다. 한국사회의전면적인세대교체가필요한까닭이다.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263

Page 264: Tax revolution

20대의두얼굴,

6무세대와C~G세대

20대청년세대의사회경제적조건은매우열악하다. 나는이들을6무세대라고부른

다. 왜 6무세대인가? 원래나는이들을 5무세대라고불렀다. 2000년대내내부동

산거품이부풀어오르다보니생산경제에돈이돌지않고, 그러다보니일자리가생

겨나지않고내수는계속위축됐다. 이런상황에서 20대청년세대는안정적인일자

리를가질수없고변변한소득을올릴수없었다. 그런가운데집값은하늘높은줄

모르고치솟아자기집은커녕좋은방한칸가지는것이어려운지경에이르렀다. 일

자리와소득, 집이 없다보니자연스레연애도, 결혼도마음대로할수없는처지다.

그러니아기를가지는것은당연히너무도버거운일이다. 부동산거품때문에우리

젊은이들은자연스러운사랑욕구, 번식욕구조차제대로충족할수없게되었다. 세

계 188개국가운데출산율이 186위인기괴한현실에직면하게된것이다. 이처럼일

자리, 소득, 집, 사랑과결혼, 아기등다섯가지를가질수없는세대라는뜻으로처

음에는5무세대라고불렀다.

이내용을트위터에올렸더니한젊은친구가이런답글을보냈다. “우리는6무세

대입니다. 희망조차가질수없는세대이니까요.”그댓글을보는순간수천개의표

창이한꺼번에날아와가슴에박힌듯마음이아팠다. 희망조차가질수없다니…….

하지만정말그렇다. 우리의부모세대나외환위기이전사회에진출한 1990년대학

번이전세대가자라온물질적환경이평균적으로지금의 20대나그이후세대보다

더좋았다고할수는없다. 그러나우리의부모세대는한국전쟁의폐허속에서도고

Page 265: Tax revolution

성장의 발판을 만들었고, 386세대는 엄혹한 군부 독재 치하에서도 민주화의 기틀을

닦았다. 그들은오늘은힘들어도더밝은내일을꿈꿀수있었고, 당장자신은힘들어

도자신들의자식들은더좋은나라에서살수있으리라는희망을꿈꿀수있었다.

그런데지금의20대이하세대는그런희망이없다. 양극화의편차가매우극심하지

만적어도평균적으로는물질적풍요함이극에이른시대에이들세대가집단적좌절감

을느낀다는것은심각한문제가아닐수없다. 일부에서는이들세대에게“왜너희들

은짱돌을들지못하느냐”또는“왜486세대처럼정치적행동에나서지못하느냐”라고

질타하거나, 심지어“너희들이투표안한탓이다”는식의힐난을퍼붓기도한다.

나는이들세대를그런식으로윽박지르거나비난하는태도는옳지않다고생각한

다. 지금우리의젊은세대가처해있는사회경제적조건을생각한다면이들에게과거

와같은전투적정치행동을요구하는것은‘꼰대스러운’기성세대의표현일뿐이다.

이는우리젊은이들에게힘차게약진할수있는사회경제적조건을만들어주지못한

데대한일말의반성이나부끄러움도없이청년세대에게“눈높이를낮추라”는말을

서슴없이내뱉는이명박대통령이나이재오특임장관, 그리고 다수의당국자들이가

진태도와거의다름없다. 홍익대청소용역노동자문제와관련해홍익대학생들이

학습권을내세우며이들의파업을비판한것을나는정말안타까운마음으로볼수밖

에없었다. 홍대 학생들의대응이결코옳다고생각하지는않지만, 4년 동안 열심히

데모하고도졸업할때다양한취직기회를가졌던 486세대대학생들이가졌던사회

연대의식을이들에게요구하기는쉽지않다. 이들을질타하기전에이들이얼마나각

박한사회경제적상황에처해있는가를함께읽으려는노력이필요하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엄기호 지음)에서 지적하듯이 고려대 학생 김예슬 씨가‘대학

없는 대학’을 자퇴한다고 선언했지만, 그런 선언조차 할 여유가 없는‘보통대’또는

Page 266: Tax revolution

‘지잡대’학생들이대부분인현실도이해해야한다고본다.

그렇다고 20대의 잠재적 역량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만은 아니다. ‘6무 세대’라는

표현은지금의젊은세대가처한사회경제적조건, 즉외적조건에대한설명이다. 또

한 이런부정적현실에압도당한 20대의 한계와무기력감을표현한것이라고할수

있다. 하지만현재젊은세대의주체적역량을살펴보면매우밝은부분도존재한다.

나는이런측면에서이들젊은세대를‘C~G(creative, digital, educated, fashionable

& fun, global)세대’라고 규정한다.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창의적이며(creative), 디지털과인터넷환경이공기처럼편안한디지털(digital)

세대며, 그것이상당히획일적인입시위주의교육이라고할지라도역대어떤세대보

다평균적인교육수준이높은교육받은(educated) 세대다. 이들은또한시대적유행

에 민감하고 이를 즐거운 놀이로 승화할 수 있는(fashionable&fun) 세대이기도 하다.

그리고이들은무엇보다지금의어떤세대들보다글로벌(global) 시대의감수성과경

험을가진세대며글로벌무대에서도통할수있는역량을가진세대다.

3장에서소개한부상훈진아건축대표도이들세대의잠재력을매우높이평가했

다. “젊은친구들을가르쳐보면정말대단하다. 그렇게획일적인교육을받아왔는데

도조금만자극과영감을던져주면정말놀라운결과물들을내놓곤한다. 이들은잠

재력을꽃피울수있는환경만만들어주면한국을몰라보게바꿀수있는세대다.”

조국서울대법대교수가“단군이래최고의스펙을가진세대”라고표현한것도비

슷한맥락으로읽을수있다. 한 중진정치인도“젊은이들의역량을보면국제무대

어디에내놓아도통할만한잠재력을가진친구들이많다”며“이들이정말제대로실

력을발휘할수있는환경을만들어주면한국이란나라가너무잘될까봐걱정”이라

고꽤진지한농담(?)을내게던진적이있다.

Page 267: Tax revolution

이같은걱정아닌걱정이정말터무니없지않음을보여주는예로2010년빌보드

차트 1위를차지한‘파이스트무브먼트(Far East Movement)’그룹의한국계멤버 J

스플리프(정재원)과프로그레스(노지환)가있다. 이들은잘알려져있듯이2010년중국

계와일본계멤버와팀을이뤄〈Like a G6〉라는곡으로빌보드싱글차트 1위에올

랐다. 이들의표현을빌리자면, “주 8일, 하루 25시간을자유로이즐기며”“한식, 한

국술등우리모두가이야기하고즐기는것들을그냥음악으로표현”한것이미국대

중음악계를놀라게한것이다. 물론이들은각각생후8개월과 7살때미국에건너가

미국에서성장한사람들이기는하다. 하지만교육열이높은한국부모밑에서자란한

국계음악인들이라는점또한분명하다. 나는우리젊은이들이자신들의재능을마음

껏발휘하고, 기를펼수있는기회를제공한다면무한한잠재력을바탕으로놀랄만

한성과를이뤄낼것임을믿어의심치않는다.

물론 이런 소수의 사례를 일반화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열악한현실때문에우리젊은세대의잠재력이폄하되고있을뿐, 이들의잠재

력은일반적으로생각하는것보다훨씬뛰어나다는점만큼은분명히강조하고싶다.

지금 한국이 해야 할 선택은 시대착오적인 토건 개발 경제를 끝내고 이들이 마음껏

역량을발휘할수있는지식정보화시대, 창의경제시대에걸맞은환경을조성하는

것이다. 4대강사업같은콘크리트에투자하는것이아니라이들의말랑말랑한두뇌

에투자하는것이다. 2장에서소개한것과같이고교및대학의무교육확대가대표

적인방법이다. 따라서지금필요한것은‘C~G세대’의잠재력을억압하고‘6무세

대’에머물러있게하는기득권구조를바꾸는작업이다. 그것이이들의부모이자선

배로서기성세대가해야할일이다.

Page 268: Tax revolution

● 영화〈해운대〉에서한지질학자가부산앞바다에거

대한쓰나미가발생할가능성이높다고끊임없이경고한다. 하지만

그경고는관련당국으로부터무시당하고오히려비웃음을산다. 트

로이의멸망을예견한카산드라같은존재가된것이다. 하지만그지

질학자의경고를귀담아듣지않은결과수많은무고한인명이거대한

쓰나미에휩쓸려희생된다. 물론이것은영화얘기고, 관련분야의전

문성이없는필자가영화속주장이얼마나신빙성있는지는평가할

수없다.

하지만필자는한국경제에저출산고령화와인구감소라는거대

한쓰나미가밀려오고있다는점은분명히경고할수있다. 이미현재

의청년세대와미래세대가처한현실이엄혹한상황에서 2010년대

268

미 래 세 대 에 게 희 망 을 · 0 2

인구감소가불러올삼중충격,생산경제위축, 복지지출증가, 자산시장충격

Page 269: Tax revolution

한국은저출산고령화와인구감소충격이본격화하는초입에들어서

고있다. 저출산고령화충격, 그리고인구감소문제가한국경제및

재정구조에는어떤영향을미칠까. 결론부터말하면크게생산경제

위축, 세수감소와복지지출증가, 자산시장충격이발생할소지가

매우크다.

통계청의장래인구추계결과에따르면국내인구는현재추세대

로라면 2019년을기점으로감소하기시작할것이다. 특히 2025년까

지 4900만명선을유지하다가급감하기시작해 2040년에는 4630만

명, 2050년에는 4230만명선으로줄어들것으로추계된다. 물론이

처럼인구가감소하는것은출생아수는줄어드는데반해고령화에

따라사망자수가급격히늘어날것으로전망되기때문이다. 이같은

인구감소추세는세계에서유례가없을정도로매우급속한것이다.

저출산고령화또한세계에서가장빠른속도로진행되고있다. 더군

다나통계청의장래인구추계결과는상당히낙관적인전망에따른

것이다.

이같은인구구조변화는한국사회에상당한충격을불러올수밖

에 없다. 우선 인구 감소는 생산 경제의 위축을 불러온다. 보통

15~64세인구를‘경제활동인구’로분류하는데 15~19세인구의경

제활동참가율이 5%, 60~64세인구의경제활동참가율이 37% 수

준에 불과한 현실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경제활동인구는 20~59세

인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여기에서 경제활동인구는

20~59세인구를가리키는것임을전제한다.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269

Page 270: Tax revolution

경제활동인구는 2014년부터감소세로돌아선이후급감할것으로

보인다. 2005년을 100으로가정할경우 2014년까지평행선을그리던

경제활동인구는2020년98.1, 2025년92.4에이어2030년86.3을기록

한뒤2050년에는69.6으로급감할것으로예상된다. 이를좀더자세히

살펴보면경제활동인구는 2014년 3035만명에서 2020년 2935만명,

2025년 2750만명, 2030년 2538만명으로줄어들것으로보인다. 이에

따라전체인구대비경제활동인구비중은 2014년 61.7%에서 2020년

59.5%, 2025년56%, 2030년52.2%로급감할것으로전망된다.

경제활동인구의감소는생산경제위축으로이어진다. 일반적으로

양적인경제성장은‘(경제활동인구수)×(1인당생산성)’으로계산

된다. 연령대별경제활동참가율은수십년동안거의변하지않고있

어앞으로한국의경제성장은이들경제활동인구가얼마나늘어나고

줄어드느냐에달려있다고할수있다.

1인당생산성은 1인당실질GDP 증가율을이용해추계할수있다.

1970~2009년의 상대적 고속 성장이 유지되는 경우 (A)와 1990~

2009년의상대적으로낮은성장이유지되는경우(B)를가정해보자.

이를바탕으로 2010년이후추정치를구해보면, 2010년이후 1인당

실질GDP 성장률은매년-0.107%(A), -0.196%(B) 감소할것으로추

계된다. 이를바탕으로2020년까지경제활동인구를감안한실질GDP

성장률을추계해보면 (A)의경우 2020년에 1.2%까지하락하고 (B)

의경우-0.7%까지떨어질것으로나타난다. 어느경우든경제활동인

구감소와 1인당생산성증가둔화로인해경제성장률이 2015년중반

270

Page 271: Tax revolution

에는 2~3%대, 2020년에는 1~-1%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1990년대 8%전후, 2000년대 4%전후의성장률을달성한한

국경제가급격히둔화될것으로예상되는것이다. 특히 2020년경에

는 1990년대거품붕괴이후일본의장기침체국면과비슷한성장률

을나타낼가능성이높다. 획기적인성장잠재력확충전략이뒤따르

지않는한말이다. ‘고성장’에목을매달아온한국으로서는적응하

기쉽지않은상황이다.

둘째, 저출산고령화와인구감소는복지지출을크게늘린다. 앞

서 20대의사회경제적조건을설명하면서 15~64세인구의어린이

나노인세대부양비가 2010년대이후급증할것임을설명했다. 특

히 2020년대이후부양인구가급격히늘어나는것은 65세이상노

령인구가급증하기때문이다. 그런데노령인구가급증하면각종의

료지출과연금지출등과관련한재정지출또한대폭늘어나게마

련이다. 같은부양인구더라도 65세이상노인에게들어가는부양비

용은 15세미만어린이에게들어가는비용보다훨씬많다. 미국의인

구재정학자로널드리에따르면캘리포니아주의경우 65세이상노

인한명당비용이어린이의약세배에이른다고한다. 그만큼고령

화에따른복지재정지출부담이커질것이라는뜻이다.

한국의경우고령화속도가세계에서가장빠른점또한문제다.

초고령화사회로진입하는데미국은 94년, 독일은 77년걸렸고, 고

령화속도가가장빠른축에속한다는일본도 36년이걸렸는데한국

은불과 26년만에초고령화사회에들어설것으로전망된다. 실로무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271

Page 272: Tax revolution

시무시한속도라할수있다. 그만큼다른어떤나라도겪어보지못

한속도로고령화충격이한국사회에밀어닥칠것이다. 엄청난고령

화충격을흡수할사회안전망과복지인프라가부실한한국의경우

더큰충격을겪을가능성이높다.

272

도표4-6] 20~59세인구감소추계및실질GDP성장률추계

20~59세인구감소추계

●통계청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2000

2005

2010

2015

2020

2025

2030

2035

2040

2045

2050

110

100

90

80

70

60

50

실질GDP성장률추계

13

11

9

7

5

3

1

-1

-3

-5

-7

(A)보다는 (B)가 실현가능성이높음.

(A) 1.2

-0.7(B)

(전년대비, 단위:%)

1990

1992

1994

1996

1998

2000

2002

2004

2006

2008

2010

2012

2014

2016

2018

2020

(2005년=100)

Page 273: Tax revolution

많은노인들이수입이없는극빈층으로전락하거나배우자와사별

하고홀로사는경우가급증하면서노인부양문제가큰사회문제로

대두될것이다. 그과정에서경제적곤궁과사회적소외감으로인해

노인들이자살을선택하는경우가급증할수도있다. 이미그같은징

후는뚜렷하게나타나고있다. 자살자수는 1990년대후반외환위기

를전후로급증하기시작해 2009년전년대비 2600여명가량증가한

1만 5413명에이르렀다. 60대이상의경우 1980년대인구 10만명당

15명수준이던자살자수는 2009년 80명까지늘어났다. 80대이상의

자살자수는 120명을넘어선다. 가슴아픈현실이아닐수없다. 하지

만한국사회는이문제에여전히무방비상태에가깝다.

또한인구구조변화는주택시장의일본식장기침체를예고한다.

특히당장몇년안에가시적인영향력이나타날경제활동인구감소

와주택수요연령대(35~54세)인구감소, 그리고급격한고령화등이

상당히큰영향을미칠것으로보인다.

부동산업계는“인구는줄어도주택의수요단위인가구수는늘어

나므로집값이떨어질리없다”고주장하지만이는황당한궤변에불

과하다. 앞으로늘어날가구수의대부분이 1~2인가구로, 상대적으

로소득여력이적은집단이어서현재수도권의 4억~5억원이상가

는중대형아파트를받쳐줄유효수요자가아니기때문이다. 〈도표

4-7〉을통해연령대별가구수추이를보면, 20~50대신규주택수

요세대는 2009년을정점으로줄고있다. 사실 20대는주택구매력이

미약하므로이들가구수를제외하면 2011년정점을찍고줄어들것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273

Page 274: Tax revolution

으로나타난다. 반면 60대이상주택보유세대수는가파르게늘어날

것으로보인다. 즉늘어나는가구수의거의모두가고령세대인것이

다. 이처럼고령세대의가구수가빠르게늘어나는것은주택가격

상승요인이라기보다는오히려하락요인으로봐야한다. 기존에보

유한주택을처분하려는수요가늘어날것이라는뜻이기때문이다.

274

도표4-7] 가구수추계현황

●통계청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전국주택수요연령대별가구수(2000~2030)

신규수요세대 20대제외 60대이상주택보유세대

2000

2002

2004

2006

2008

2010

2012

2014

2016

2018

2020

2022

2024

2026

2028

2030

13

8

3

2009

2011

(단위:백만가구)

전국연령대별가구수추이(2000~2030)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이상

54.543.532.521.51

0.50

(단위:백만명)

Page 275: Tax revolution

〈도표 4-8〉에서국내가계의부동산자산추이를보면 20대부터자

산축적이시작돼 50대후반에정점을찍고, 60대부터는부동산자산

규모가줄어드는모습을보인다. 특히부동산자산이왕성하게늘어

나는연령대는경제활동이왕성한 30대후반과 40대전반이다. 이는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275

도표4-8] 연령대별부동산보유액및구매력지수추계

●통계청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연령대별보유부동산평가액(2006) 전국부동산구매력지수추이(2000~2030)

■증감률 지수

3.5

3.0

2.5

2.0

1.5

1.0

0.5

0.0

평균

25세미만

25-29

30-34

35-39

40-44

45-49

50-54

55-59

60-64

65세이상

1980

1985

1990

1995

2000

2005

2010

2015

2020

2025

2030

(단위:억원)

0

-2

-4

-6

-8

-10

-12

-14

120

100

80

60

40

20

0(2000=100)

(증감률, 단위:%)

91.5

67.2

24.4

연령대별보유부동산평가액증감(2006) 수도권부동산구매력지수추이(2000~2030)

■증감률 지수

1086420-2-4-6-8

25세미만

25~29

30~34

35~39

40~44

45~49

50~54

55~59

60~64

65세이상

1980

1985

1990

1995

2000

2005

2010

2015

2020

2025

2030

(단위:천만원)

2

0

-2

-4

-6

-8

-10

120

100

80

60

40

20

0

(2000=100)

(증감률, 단위:%)

102.785.9

40.7

Page 276: Tax revolution

우리가알고있는상식과일치한다. 50대전반까지는신규주택수요

라고할수있지만, 60대부터는기존주택을그대로보유하거나오히

려처분하는세대라는것이다. 그렇다면중대형아파트등을구입할

수있는안정적인소득을가지고있는 30~50대유효수효자가줄어

들고 60대이후세대들이늘어난다면어떻게될까?

추계를하기위해연령대별부동산자산증가에연령대별가구수

증감분을곱해지수화해보자. 이지수는총량으로본국내‘부동산

구매력’지수라고할수있다. 〈도표 4-8〉에는 2030년까지의이지수

가 추계되어 있다. 부동산 구매력 지수는 2000년부터 줄기 시작해

2010년대에는가파른비탈길을내려가듯떨어진다. 2000년을 100으

로잡았을때부동산구매력지수는 2010년 91.5에서 2020년 67.2,

2030년 24.4로급감하는것이다. 이처럼나타나는것은주택신규수

요자인 20대와 30대는가구수가급감하는반면 40대는정체에서감

소로돌아서고, 베이비붐세대인 50대는증가하며, 주택처분세대인

60대이상가구수가가파르게증가하기때문이다.

2000년대에는부동산구매력지수감소폭이크지않은데다투기

거품때문에 5년치이상의수요를미리당겨소진했기때문에부동

산가격이부풀어올랐다. 이렇게미래수요를앞당겨써버렸기때문

에대부분의잠재수요가바닥난상태에이른것이다. 이런상황에서

2~3년후부동산구매력이가파르게하락하기시작하면주택시장

에어떤충격이발생할지는굳이설명하지않아도알것이다. 일본의

주택시장이장기침체에빠진것은구조개혁이지연된탓도크지만,

276

Page 277: Tax revolution

시간이흐르면서나타난인구구조변화로부동산구매력이감소한

탓이크다고봐야한다. 한국도일본처럼주택시장의장기침체로치

닫는길이훤히열려있는것이다.

이처럼저출산고령화와인구감소충격은생산경제위축과노인

의료비용등을중심으로한복지지출급증, 부동산시장등자산시

장위축이라는세가지충격을동시에가져온다. 이같은 3중충격은

서로얽혀악순환구조를형성할가능성이높다. 경제활동인구의감

소는생산경제를위축시키는데서끝나는것이아니라세수감소로

이어진다. 세수감소로사전에일정한수준의예방적복지체계를마

련하지못하면노인들의건강악화등으로복지지출비중이더욱급

증하게마련이다. 부동산시장의위축은생산경제침체를가중시킨

다. 이같은연쇄효과는결국세수감소와재정지출수요급증으로

나타나가뜩이나취약해진정부의재정상황을옥죄게될것이다.

국내인구문제는 20~30년전의정책적대응실패로이미‘발생

해버린미래’여서지금대책을강구하더라도향후 30~40년동안의

인구감소나경제활동인구감소문제를해결하기는어렵다. 이명박

정부는뒤늦게향후 5년간에걸쳐저출산대책을위해 75조 8000억

원을투입하겠다고했으나저출산을강요하는잘못된사회경제구조

가유지되는상태에서는큰효과를내기어렵다. 한국의저출산문제

는출산장려금이나육아보조금과같은지원이없었기때문이라기보

다는교육비폭증, 극심한취업난, 주택가격폭등, 남녀성비불균형

등사회경제적틀이근본적으로잘못된탓이크기때문이다. 따라서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277

Page 278: Tax revolution

저출산고령화로인한인구문제를근본적으로해결하기위해서는각

가계가자발적으로아이를낳고기를수있도록사회경제구조를바

꿔야한다.

물론앞으로한국사회가어떻게대응하느냐에따라다가올저출

산고령화의충격을상당폭줄일여지는있다. 예를들어부동산시

장의거품을지금부터라도단계적으로빼나가고공공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늘려나가는정책을추진한다고해보자. 노후세대의돈

이부동산에묶이거나이들세대가과도한부채를지는것을방지해

이들의상대적소득여력을늘리고, 그로인해심신건강에더많은

돈을쓸수있게될것이다. 또한이들의소비가늘어나내수위축효

과를줄일수있고건강악화에따른복지지출부담도줄일수있을

것이다. 이에대해서는뒤에서조금더구체적으로살펴보겠다.

278

Page 279: Tax revolution

● 저출산고령화에따른복지지출부담의규모를가

늠해보기위해미국과일본의사례를살펴보자.

먼저〈도표 4-9〉에서미국정부의경상수입, 경상지출및사회보장

수입및지출추이를살펴보자. 1980~2009년미국세입항목가운데

개인소득세와물품·수입세등과함께사회보장세가증가세를보이고

있다. 같은기간미국정부의세출가운데정부의소비지출뿐만아니

라사회보장지출도가파르게늘어나고있다. 미국경상지출합계에

서 사회보장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1980년 31.2%에서

2009년에는 41.0%까지크게늘어났다. 미국정부의사회보장지출이

빠르게늘어남에따라미국정부의사회보장수지역시적자가급증

해 2009년에는-9652억달러의적자를기록했다.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279

미 래 세 대 에 게 희 망 을 · 0 3

미·일의사례로본고령화충격과복지지출

Page 280: Tax revolution

280

도표4-9] 미국정부경상수입및지출추이

●미상무부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경상조세수입 개인소득세 물품·수입세 법인세 사회보장세

3.5

3.0

2.5

2.0

1.5

1.0

0.5

0.0

(단위:조달러)

정부 소비 경상이전지출 사회보장지출 이자지출 보조금

3.0

2.5

2.0

1.5

1.0

0.5

0.0

(단위:조달러)

경상지출대비사회보장지출비중추이

1980

1981

1982

1983

1984

1985

1986

1987

1988

1989

1990

1991

1992

1993

1994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45

40

35

30

25

20

(경상지출대비, 단위:%)

31.2

41.0

1980

1981

1982

1983

1984

1985

1986

1987

1988

1989

1990

1991

1992

1993

1994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5

2.0

1.5

1.0

0.5

0.0

0

-2

-4

-6

-8

-10

-12

(수입·지출, 단위:조달러)

(수지, 단위:천억달러)1.96

0.99

-9.7

경상수입(NIPA기준) 추이(1980~2009)

경상지출(NIPA기준) 추이(1980~2009)

사회보장수입및지출추이

■차이 사회보장수입 사회보장지출

Page 281: Tax revolution

일본정부의세입, 세출추이를봐도마찬가지다. 〈도표 4-10〉을참

고로일본정부의세입을보면조세및인지세수입은 1990년이후절

대금액으로도줄어든반면공공채발행액은급격히늘어났다. 이에

따라전체세입에서조세및인지세수입이차지하는비중이 1990년

거품호황기때 83.8%였던것이이후거품이붕괴하고장기침체가

이어지면서 2003년기준으로 50.5%까지줄어들었다. 반면공공채권

발행으로 세수를 충당하는 비중은 1990년 10.2%에서 2003년에는

41.3%까지늘어났다.

세출의경우크게사회보장비지출과국채상환금, 지방교부금, 공

공사업이재정지출의 75%가량을차지한다. 이들항목이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부동산 거품이 붕괴된

이후 1992년부터공공사업비중이크게늘어나한때 18%선에육박

했다. 이후재정이고갈되고공공사업의효과에대한의문이제기되

면서 1990년대후반부터줄어들어 2003년에는 11.4%까지떨어졌다.

국채상환금비중역시 1990년대초경기부양을위한적자국채발행

이급증하며 1990년대후반부터늘어났다가 2001년고이즈미정부의

재정개혁노력으로다시 20% 밑으로떨어졌다. 이에비해사회보장

비 지출 비중은 고령화의 진전 등으로 1990년 16.6%에서 2003년

23.9%까지지속적으로상승했다.

미·일양국의사례를보면한국도급격한고령화의진전으로사회

보장비지출이빠른속도로늘어날것은불을보듯뻔하다. 특히한국

은급속한고령화사회의대명사로불리는일본보다더빠른고령화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281

Page 282: Tax revolution

282

도표4-10] 일본의일반회계세입·세출의항목별추이

●일본총무청통계국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조세및인지세 조세 인지세수입 잡수입

국채상환 연금등 지방정부지원

국방 공공사업 기타

총세입대비국공채및조세·인지세비중추이

국공채 조세·인지세

세입추이(1985~2003)

세계잉여국공채

70

60

50

40

30

20

10

0

(단위:조엔)

1985

1986

1987

1988

1989

1990

1991

1992

1993

1994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100

80

60

40

20

0

83.8

10.241.3

50.5

(총수입대비, 단위:%)

사회보장 문화교육과학

세출추이(1985~2003)3.0

2.5

2.0

1.5

1.0

0.5

0.0

(단위:조엔)

30

25

20

15

10

5

0

1985

1986

1987

1988

1989

1990

1991

1992

1993

1994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총지출대비, 단위:%)

총세출대비세출항목별비중추이(1985~2003)

사회보장비 국채상환 공공사업

Page 283: Tax revolution

속도를보이고있어고령화에따른사회보장및복지지출이급증할

것으로예상된다.

이같은복지지출급증이언제쯤시작될것인지일본의경우를통

해살펴보자. 〈도표 4-11〉을보면 2008년기준한국의 65세이상노

령인구비중은 10.3%정도다. 일본이비슷한수준의노령인구비중

을기록한것은 1985년으로, 2008년에는 22.1%에이르렀다. 일본의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283

도표4-11] 일본의노령인구비중및사회보장비추이

25

20

15

10

5

0

(단위:%)

65세이상노령인구비중추이(1950~2008)

일본 한국

1950

1952

1954

1956

1958

1960

1962

1964

1966

1968

1970

1972

1974

1976

1978

1980

1982

1984

1986

1988

1990

1992

1994

1996

1998

2000

2002

2004

2006

2008

10.3

22.1

10.3

25

20

15

10

5

0

30

25

20

15

10

5

0

(단위:%)

(총지출대비, 단위:%)

일본사회보장비지출추이

■비중 금액

●일본총무청통계국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1958

1960

1962

1964

1966

1968

1970

1972

1974

1976

1978

1980

1982

1984

1986

1988

1990

1992

1994

1996

1998

2000

2002

Page 284: Tax revolution

284

사회보장비지출은 1970년대전반과 1990년대후반두차례에걸쳐

크게증가했다. 1970년대전반에는다나카가쿠에이총리가일본의

고도경제성장을배경으로선심성선거공약을내세우면서국민연금

수혜혜택을대폭확대했기때문이다. 이후사회보장비비중은 20%

전후에서거품호황의정점인 1990년까지완만하게하락했다. 하지

만 1990년이후일본의베이비붐세대로불리는‘단카이[團塊]세대’

가은퇴하기시작하면서사회보장비지출이비교적빠른속도로증

가하기시작했다. 일본의이같은추세를감안하면한국의경우에도

2010년대전반부터사회보장및복지지출수요가크게증가할것으

로보인다. 실제로한국베이비붐세대의선두그룹인이른바‘58년

개띠’들이 2010년대초반부터대거은퇴하기시작한다는점에서이

같은가능성은매우높다.

Page 285: Tax revolution

2010년말부터정치권에서‘복지논쟁’이뜨겁게

달아오르고있다. 이른바일부진보세력이일찌감치‘보편적복지론’

을주장해온가운데유력한대선주자인박근혜한나라당의원이지

난해말사회보장기본법개정안공청회를열면서‘박근혜발복지논

쟁’을불러왔다. 의무급식지원문제에오세훈서울시장이‘망국적

복지포퓰리즘’이라고부르짖은것이나여당의내년예산안날치기

통과과정에서각종서민예산이누락된것도정치권과일반인들의

복지문제에관한관심을높였다. 이런가운데민주당이무상급식에

이어무상의료, 무상보육까지당론으로채택하고‘대학반값등록금’

정책을내놓았다. 이른바‘3무1반’정책이다.

이처럼정치권에서‘복지’담론이쏟아지고과감한복지정책구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285

미 래 세 대 에 게 희 망 을 · 0 4

복지논쟁과무상의료정책의문제점

Page 286: Tax revolution

상들이나오는것은그동안국내정치권이여야가리지않고‘개발’

만을떠들어온데비하면상당한시대변화를반영한것이다. 어떻게

보면국내정치권에서벌어진진정한의미의첫번째정책논쟁이라

고볼수도있다. 국내의사회복지지출비중이OECD 국가들가운데

가장낮고저출산고령화충격이눈앞에닥친상태에도제대로된전

략적대비가돼있지않다는점에서복지인프라확충은미룰수없는

과제다. 그렇다고민주당의‘무상시리즈’를마냥환영할수는없다.

구체적재원마련에대한구체적인방안없이돈을어디에쓰겠다는

정책만내놓고있기때문이다. 이런식으로는이명박대통령과오세

훈서울시장등을비롯한여권의‘복지포퓰리즘’공세를피할길이

없다.

알다시피외환위기이후부동산가격폭등과사교육비급증, 만성

적인취업난과고용불안, 내수침체, 상위 10%만잘사는승자독식

구조등으로일반가계가느끼는민생고는극심하다. 이런상황에서

가계가느끼는불안과불만을달래기위해‘개발’대신‘복지’담론

과구상이등장한것으로보인다. 하지만현재의민생고문제는단순

히복지를강화한다고해서모두해결될문제는아니다. 집값을낮추

고사교육비를줄이고일자리를늘리며공정한경쟁규칙아래독과

점폐해없이일반서민들이잘살수있는건전한사회경제구조를만

드는게더중요하고근본적해법이다.

물론건전하고지속가능한사회경제구조를만드는과정에서다

른OECD 국가들에비해열악하기짝이없는사회안전망과복지인

286

Page 287: Tax revolution

프라를확충하는작업또한필수적인과제라고할수있다. 예방적복

지인프라를선제적으로구축하지않으면앞으로복지지출비용은

훨씬더커질것이다. 특히저출산고령화충격이본격화되기전에전

략적으로복지인프라를구축하는작업을서둘러야한다. 2010년말

발표된통계청인구주택총조사잠정결과를보면인구증가율이통

계청추계치보다더빨리줄고있는등인구충격이현실에서는더욱

가속화되고있는것으로나타났다. 남아있는시간적여유가많지않

은것이다.

복지확충과정에서고려해야할중요한것이재원문제와복지인

프라확충의방법론이다. 그런데정치권에서는복지재원확충문제

는구체적으로거론하지않거나(한나라당박근혜대표측), 증세없는복

지론(민주당당론)과증세를통한보편복지론(진보신당과민주노동당, 민주

당정동영의원등)이맞서고있는형국이다.

이가운데민주당이‘무상시리즈’를내놓으면서제시한재원대책

을 살펴보자.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정책위는 무상의료(8조

1000억원), 무상보육(4조1000억원), 무상급식(1조원), 반값등록금(3조

2000억원)정책등에모두 16조 4000억원이들것으로추산했다. 그

리고이같은재정수요를소득세및법인세감세철회(4조 2000억원),

재정지출 우선순위 재조정(7조~8조 원), 비과세 감면 제도 축소(2조

5000억원), 건강보험개혁(4조 2000억원) 등으로충당할수있다고주

장했다. 하지만이같은재정확보방안으로충분한지는상당한의문

이다.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287

Page 288: Tax revolution

어떤식이든복지재원문제에대한구체적인계획이없는한그것

은공허한외침에불과하거나재정악화등심각한문제를낳을수밖

에없다. 더구나안타깝게도현정부는집권이후생색내는데이미

520조원의공공부채를끌어써버려앞으로재정이급속히악화될

가능성이매우크다. 따라서가급적재정적자증가와생산경제위축

을최소화하면서도복지인프라를선제적으로구축하기위한세입세

출의구조개혁이필요하다.

그런데도민주당의무상의료와무상보육등당론채택과정은수

권정당을자임하는제1 야당으로서부족한부분이많다. 왜그런지

무상의료공약을중심으로살펴보자. 우선〈도표 4-12〉를통해한국

의건강비용지출과건강보험실태를국제적으로비교해보자. 도표

에서볼수있는것처럼한국의 1인당건강비용지출액은OECD 국

가들가운데상당히낮은편이며GDP 대비건강지출비중도하위권

에속한다. 1인당건강지출대비공공부문지출비중을살펴보면약

54.9%로, OECD 평균인 73.0%에크게못미친다. 반면민간보험및

가계현금지출을통한민간부문지출비중은 39.8%로OECD 평균

23.9%를크게웃돈다. 이를보면한국은건강비용지출의절대적수

준이낮은가운데공공부문의건강지출비중이상당히낮은나라임

을알수있다. 따라서건강보험료와국고보조등을통한공공부문

의건강비용지출이확대될필요가있음이분명하다. 사실급속한고

령화추세에따라현재수준의건강보험보장성을유지하더라도자연

스레공공부문지출이늘어날수밖에없기는하다.

288

Page 289: Tax revolution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289

도표4-12] OECD 국가의건강비용지출현황

●OECD 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GDP대비건강지출비중(2007) ■민간 ■공공

터키(05)

멕시코

폴란드체코한국

룩셈부르크

헝가리

아일랜드

슬로바키아

일본(06)

핀란드영국

스페인호주

이탈리아

OECD

노르웨이

스웨덴

뉴질랜드

아이슬란드

그리스

덴마크

네덜란드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캐나다

벨기에독일

스위스

프랑스미국

20

15

10

5

0

(단위:%)

룩셈부르크체코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스웨덴영국

일본(06)

아일랜드

뉴질랜드

프랑스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핀란드

OECD

벨기에

스페인

포르투갈

터키(05)

폴란드

헝가리

캐나다호주

슬로바키아

그리스

스위스한국미국

멕시코

100

80

60

40

20

0

(단위:%)

미국

노르웨이

스위스

룩셈부르크

캐나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프랑스

벨기에독일

덴마크

아일랜드

스웨덴

아이슬랜드호주영국

OECD

핀란드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06)

포르투갈(06)

한국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폴란드

멕시코

터키(05)

8000

6000

4000

2000

0

1인당건강지출액(2007) ■민간 ■공공

1인당건강지출대비공공지출비중(2007) ■정부 ■사회보험

(구매력평가기준, 단위:달러)

Page 290: Tax revolution

290

●OECD 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1인당건강지출액증가율(1997~2007)10

8

6

4

2

0

(연평균, 단위:%)

호주 독일 체코 헝가리 한국 네덜란드 스웨덴

4.0

3.5

3.0

2.5

2.0

1.5

1.0

0.5

0.0

(전체인구대비, 단위:%)

연령대별입원환자비중(2009) ■0~14세 ■ 15~64세 ■ 65세이상

1인당건강지출대비민간지출비중(2007) ■민간보험 ■가계현금지출100

80

60

40

20

0

(단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영국체코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웨덴

일본(06)

아일랜드

뉴질랜(06)

터키(05)

오스트리아

프랑스

핀란드

이탈리아독일

벨기에

OECD

폴란드호주

헝가리

슬로바키아

스페인

포르투갈(06)

캐나다

그리스

스위스한국미국

멕시코

한국

아일랜드

그리스

슬로바키아

폴란드

룩셈부르크

영국·뉴질랜드

아일랜드

멕시코

OECD

핀란드

캐나다

헝가리

스웨덴

벨기에

네덜란드

오스트리아미국체코

덴마크

포르투갈

스페인

오스트리아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노르웨이

스위스독일

Page 291: Tax revolution

그렇다고 무턱대고 공공 지출을 확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1997~2007년건강지출액증가율을보면한국이 OECD 국가들가

운데가장높다. 연령대별병원입원환자가전체인구에서차지하는

비율도한국의 65세노령인구의입원률이상당히높음을알수있다.

한국의경우경제발전과급속한고령화에따라건강지출증가율이

빠른속도로증가할가능성이높은상태로, 늘어나는건강지출부담

을모두재정과건강보험료로부담하기는상당히어렵다.

이어〈도표 4-13〉을통해국민건강보험재정현황과향후추이를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291

도표4-13] 국민건강보험재정수지추이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국민건강보험수지추이

■국고보조 보험료 보험급여비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35302520151050

1.6 2.6 3.03.4 3.5 3.7 3.8 3.7

4.0 4.8

26.4

30.1 6

5

4

3

2

1

0

(보험료·급여비단위:조원)

(국고보조단위:조원)

국민건강보험국고보조추세전망

20

15

10

5

0

(단위:조원)

2011

2014

2017

2020

2023

2023

2026

2029

2032

2035

2038

2041

2044

2047

2050

15.2

Page 292: Tax revolution

검토해보자. 국민건강보험의보험료수입은 2000년 7조 2000억원

에서 2009년 26조 4000억원으로빠르게증가했으며, 급여비지출역

시 2000년 9조 3000억원에서 2009년 30조 1000억원으로가파르게

늘어났다. 매년급여비지출이보험료수입을상회해만성적인적자

구조를나타내고있는것이다. 이를담뱃세와재정지원등국고보조

를 통해 메우고 있는데, 국고 보조금은 2000년 1조 6000억 원에서

2009년 4조 8000억원으로급증했다. 지난 10년동안국고보조금이

매년2658억원정도증가해온셈인데, 이런속도로매년국고보조금

이증가한다면 2050년에는 15조 2000억원에이를전망이다. 할인율

4%를적용하면2010년기준으로잠재채무는252조원에이른다.

이같은추산은상당히보수적으로잡은것이다. 급격한고령화추

세에따라이대로가면건강보험부담이훨씬더빠른속도로급증할

가능성이높기때문이다. 물론국내건강보험의보장성수준이 60%

전후수준으로유럽국가들의 90%대에비해현저히낮은현실을개

선해야한다는민주당의문제의식에는어느정도공감한다. 하지만

이같은인식에서고령화충격으로사회전체적으로건강보험지출이

급증할경우에대한재정부담을충분히고려한흔적은보이지않는

다. 민주당은재정지출을 8조 1000억원늘리면무상의료가가능한

것처럼주장했는데, 현재보장성수준을유지하더라도 2030년경이면

건강보험재정적자가 10조원을넘어설것으로추산되기때문에그

타당성을의심할수밖에없다. 현재의 보장성수준을유지하더라도

이정도인데, 보장성수준을 90% 이상으로끌어올릴경우건강보험

292

Page 293: Tax revolution

지급액이보장성수준에비례해늘어난다고가정하면건강보험재정

적자폭은 2030년경에는 15조원까지늘어날수있다. 이런식이라면

재정지출을계속늘려가야해현행조세및재정지출구조아래서

는심각한재정적자에봉착하게된다. 이경우고령화에따른건강보

험료와국고지원규모가급증해결국현세대의부담을미래세대에

게떠넘기는결과가발생한다. 이처럼건강보험을통해막대한잠재

채무가누적되고있는점을감안하면건강보험제도를현행보험금

적립방식에서대부분의OECD 국가들처럼조세제도방식으로전환

하는작업이필요해보인다.

더구나 무상의료는 단순히 건강보험의 재정 지원 규모를 늘리는

수준의문제에그치지않고의료시스템전반의개편이불가피한방

안이다. 현재공공의료기관의비중이OECD 국가들가운데가장낮

은 10%수준인데공공의료기관의인프라확대와상당한의료인력

의공무원화없이는실현이불가능하다. 이같은작업에막대한재정

지출이필요함은두말할나위도없다. 이와함께건강보험제도의여

러문제점도개선해야한다. 예를들어현재의료수가가의사들의전

문성과노력등을보상하기에턱없이모자라는현실을그대로두고

계속갈수있을지는의문이다.

이처럼무상의료정책은재정부담측면뿐만아니라의료시스템

개혁등의측면에서볼때도고려할문제가한두가지가아니다. 그런

데하나하나가매우심각한문제들을제대로공론화하지도않은상태

에서일부시민단체의주장을받아들인무상의료공약이얼마나국민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293

Page 294: Tax revolution

들의신뢰를받을수있고, 얼마나실행가능성이높겠는가. 과거노

무현정부의주택후분양제나이명박정부의반값등록금공약같은

겉으로만좋은취지의공약들이구체적재원확보방안이나탄탄한

실행가능성검토, 이에대한국민의폭넓은지지가결여돼결국관료

들에게휘둘리면서후퇴를거듭해결실없는말잔치로끝난것을생

각해봐야한다.

물론 1권에서설명한바와같이개발연대때구축된시대착오적인

조세구조의개혁을통해추가로 50조원의세수를중장기적으로확

보할수있고, 낭비성토건사업등을중심으로한재정지출구조개

혁을통해역시수십조원의추가재원을확보할수는있다. 하지만

민주당은이같은재원확보방안에대한치밀하고구체적인전략이

없는상태로보인다. 재원확보방안이뚜렷하지않은민주당‘무상

시리즈’공약은무책임하다는비판에직면할수있다. 설사김광수경

제연구소가 제시하는 방안처럼 재원을 확보하더라도 국내의 경제

적·재정적상황을고려치않고일률적으로무상복지를확대하는것

은상당한문제가아닐수없다.

여기에서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몇

가지문제를제외하면의료소비자에게크게나쁜시스템은아니다.

현실적으로는암, 심장질환, 관절질환, 치매등발병할경우가계경

제에큰부담을주는중병에대한보장성을확대하고, 건강보험지원

대상저소득층의범위를늘리고이들에대한건강보험지원혜택을

확대하는것이급선무다. 또한제약사들의폭리를불필요하게보장해

294

Page 295: Tax revolution

주는약값거품을빼는것이의료재정낭비를줄이면서도전반적인

공공의료서비스의질을높이는방향이다. 구호성으로일률적인보

장성확대를내세우는것보다국내의료시스템의문제점을구체적으

로해결하려는노력이더욱절실하다.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295

Page 296: Tax revolution

과잉복지때문에재정위기가왔다고?

-PIIGS와정반대행보를보이는유럽복지형국가의재정건전성

복지주의는 왕년의 선진국들이 키운 이념이지만 오늘날 복지국가들은 그 피치 못

할 운명을 목도할 뿐이다. 그리스, 스페인 등 이른바 남유럽 5개국(PIIGS)은 재정

파탄, 국가파산의위기와끝없는구제금융의수모에서벗어나지못하고있다.

—《한국경제신문》, 2월 18일자, 〈다산칼럼—복지사회열풍, 한국의신(新) 사대주

의〉중에서

‘남유럽의 신(新) 복지 천국’으로 불렸던 그리스의 민생은 더 어려워지고 있었다.

지난해 재정 파산 위기에 몰려 유럽연합(EU) 등의 구제금융에 기대고 있지만‘퍼

주기복지’에길들여진국민의잘못된습관때문에사회혼란이끊이지않는다.

—《동아일보》, 2011년 2월 17일자 사설, 〈과잉 복지 국가는 결국 버티지 못했다〉

중에서

민주당등야권의‘무상복지’시리즈정책발표에상당수의기득권신문이재정위

기에시달리는남유럽의사례를들며‘복지포퓰리즘’때문에재정위기에시달리고

있는 것처럼 묘사했다. 이들 신문의 주장대로 국가 재정 여력을 과도하게 뛰어넘는

‘복지퍼주기’를지속하는나라라면재정건전성이온전할리없다. 사실민주당의구

체성이결여된‘3무1반’정책이그같은비판의빌미를주는측면도없지않다.

하지만큰틀에서보면기득권언론들의이같은비판은사실관계를왜곡하며대

Page 297: Tax revolution

중적인‘복지공포증’을유발하는데초점을맞추고있다. GDP 대비공공사회복지

지출이OECD 국가평균의 3분의 1 수준을조금넘는상황에서이들언론의비판은

너무섣부른것이기때문이다. 사실국내에서가장심각한포퓰리즘은여러차례지적

한것처럼개발포퓰리즘이다. 이는지금까지여와야, 중앙과지방을가리지않고수

십년동안지속돼온흐름이기도하다. 하지만건설업계의부동산광고로상당한매

출을올리는이들언론이개발포퓰리즘때문에각종공공사업예산이낭비되는것

을제대로된비판을하는경우는드물다.

더구나이들언론은야권의복지공약이당장이라도‘복지망국병’으로가는판도

라의상자를열것처럼걱정이이만저만아니다. 그런데정작현정부의무리한부자

감세(2012년까지87조원의감세효과)와세계최대규모의공공부채(2009년이후410조

원)를동원한부양책으로당장국가재정기반이무너지는것에대해서는단편적보도

에그치거나침묵하고있다. 현정부의부동산경기부양이나 4대강사업같은낭비

성토건사업때문에당장눈앞에서일어나는‘망국적빚잔치’에대해서는침묵하고

있는것이다. 심각한이율배반이아닐수없다.

이들언론이‘복지공포증’조장을위해단골메뉴로삼는레퍼토리가바로남유럽

국가들의재정위기다. 지나친복지과잉때문에재정위기가왔다는것이다. 물론경제

여력을뛰어넘는과도한복지나경직적인연금제도아래고령화에따른지출이늘어

나재정상황을악화시킨부분도없지않다. 하지만‘복지강화=재정파탄’을공식처

럼들먹이는것은악의적인왜곡이라고하지않을수없다. 이는특권층프리라이더들

에게일방적으로유리한조세및재정배분구조를지키기위해기득권언론들이‘복

지를 강화하면 재정위기 온다’는 식의‘위험 명제(jeopardy thesis) 프레임을 작동시

키고있는것이라고볼수있다. 이는남유럽국가들보다복지수준이높은이른바진

Page 298: Tax revolution

짜 복지 국가들의 재정이 매우 탄탄한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심각한 왜곡인지 금방

알수있다. 또한일반적으로유럽국가들보다훨씬더복지수준이뒤떨어진미국이

나일본의재정이부동산거품붕괴와고령화과정에서급속히악화되었다는점을봐

도‘복지강화=재정파탄’이라는등식은성립하지않는다.

구체적으로보자. 〈도표4-14〉에서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5개 국가를이르는말) 국가들의재정수지추이를보면 심각한재정적자를

겪고있으나북유럽복지국가들은대부분재정흑자를기록하고있다. 특히노르웨이

의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매우 큰 재정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PIIGS 국가들의

국가채무는지속적으로늘어나는가운데2008년금융위기로국가채무가큰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북유럽 복지 국가들의 국가 채무는 40~50%대로 상당히 안정적이

며, 스웨덴과 핀란드는 국가 채무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PIIGS 국가들은GDP 대비막대한순채무를기록하고있는반면, 북유럽복지국가들

은순채권국이며특히핀란드와노르웨이는막대한순채권을보유하고있다.

따라서대표적인복지국가인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등은재정건전성측면에

서세계에서가장건전한상태를유지하고있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 이는이들국

가가철저한조세투명성과형평성을바탕으로충분한세수를확보하고정치권과노

사정간의폭넓은사회정치적공감대를바탕으로재정을지출하는등재정건전성확

보를전제조건으로한사회복지정책을확대해왔기때문이라고할수있다. 반면남

유럽국가들은부패가만연하고지하경제규모가커세수구조가취약한가운데부동

산거품붕괴로인한금융위기과정에서큰타격을입은것이재정이악회된근본적

원인이다. 따라서중요한것은어떤경우든그사회가재정건전성을확보한가운데

복지를비롯한각종정책을시행해야그정책들이지속가능하다는점이다.

Page 299: Tax revolution

도표4-14] PIIGS 국가와북유럽복지국가들의재정현황비교

●유럽위원회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PIIGS 국가의재정수지추이

(1999~2009년)

10

5

0

-5

-10

-15

PIIGS는채무를상환할국가보유자산이빈약한상태에서재정적자가급증하고있음.

-6.9-4.1

-10.1 -10.6-8.7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GDP 대비, 단위:%)

PIIGS 국가의국가채무추이

(1999~2009년)

140

120

100

80

60

40

20

0

84

123

62

117

54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GDP 대비, 단위:%)

PIIGS 국가의순채권추이

(1999~2009년)

20

0

-20

-40

-60

-80

-100

-120

-54

-95

-19

-87

-28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GDP 대비, 단위:%)

PIIGS는채무를상환할국가보유자산이빈약한상태임.

북유럽복지국가의재정수지추이

(1999~2009년)

20

15

10

5

0

-5

노르웨이의경우재정수지가GDP 대비18%에달할정도로큰폭의흑자를유지하고있음.

1.10.3 1.4

18.0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GDP 대비, 단위:%)

북유럽복지국가의국가채무추이

(1999~2009년)

140

120

100

80

60

40

20

0

큰폭의재정수지흑자를기록한노르웨이의국가채무는증가하는모습을보이고있음.

44 46 42

56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GDP 대비, 단위:%)

북유럽복지국가의순채권추이

(1999~2009년)

200

150

100

50

0

-50

노르웨이는국가자산에서채무를차감한순채권이빠른속도로증가하고있어부유한나라라고할수있음.

722

55

24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GDP 대비, 단위:%)

Page 300: Tax revolution

이를볼때이명박대통령과오세훈시장등정치권과기득권언론들의‘복지망국

론’은과장된선동이라고할수있다. 민주당의경우처럼근본적인조세재정구조개

혁을단행하지않고만연한부패와거대한지하경제를그대로유지한채무리하게복

지체계를구축하다가는의도하지않은부정적결과를낳을수도있다. 북유럽복지국

가들을이상적모습으로추구했지만, 결과적으로는닮고싶지않은 PIIGS 국가의모

습으로귀결될수도있다는것이다. 기득권언론의왜곡선동보도에동조할이유야

전혀없지만, 재정건정성확보에대한충분한고려없이는어떤정책도지속될수없

다는역사의교훈까지배척할필요는없을것이다.

Page 301: Tax revolution

● 맥스베이저먼과마이클와킨스교수가쓴《predictable

surprise》라는책이있다. 우리말로는‘예고된재난’쯤으로해석할수

있다. 이책의저자들은모든재난이이미오래전부터예고돼있기에

잘만대응했다면피할수있었거나피할수없더라도피해를최소화

할수있었다고주장한다. 예고된재난의예는수없이많다. 미국의

9·11테러사태나엔론 스캔들, 그리고 서브프라임론 사태에서 촉발

된세계경제위기도마찬가지다. 한국의부동산거품과이와연관된

가계부채위기, 건설업계및저축은행의연쇄도산위기도이미예

고되었던것이다. 그리고점점가시화되고있는저출산고령화의충

격도이미수십년전부터출산율이급격히추락하면서예고되었다.

하지만이런상황으로치달을때까지한국사회는별다른대책을내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301

미 래 세 대 에 게 희 망 을 · 0 5

예고된재난, 고령화충격,그래도해법은있다

Page 302: Tax revolution

놓지못했다. 많은정부및지자체당국자와정치인들이영화〈해운

대〉에서처럼눈앞에쓰나미가밀려오는것을봐야만본격적인대처

에나설지도모르겠다.

물론노무현정부때부터저출산고령화문제에대한개선노력이

시작되고이명박정부도겉으로는각종대책을내놓고는있다. 하지

만저출산고령화문제의심각성과충격의크기에비하면그노력은

여전히매우불충분하고한가로워보인다. 이에제대로대비하지못

하면앞서본것처럼지금막대한공공부채를쌓아놓은것도모자라

젊은세대와이후세대에게막대한빚더미를상속할가능성이높다.

그러면저출산고령화충격을극복하면서도청년세대와이땅에

태어날미래세대의재정적부담을최소화할수있는방안이무엇일

까. 이장을마무리하면서국가적차원에서실행해야할다섯가지와

청년세대에게바라는한가지제언을해보기로하자. 이른바‘5+1

제언’이다.

1, 하루라도빨리, 전방위적으로대처하라.

무엇보다이문제는보건복지부라는일개부처중심이아니라전정

부부처가전방위적으로결합해대처해야한다. 또한단지몇년앞이

아니라최소한향후 30~50년정도의시간적시야를확보하고대처

해야한다. 방법론상으로단순히보육예산을늘리는등저출산고령

화충격에대비한재정을좀더배분한다는식이아니라향후사회정

책과제도전반을저출산고령화의충격을흡수하고대비하는방향으

302

Page 303: Tax revolution

로디자인하고개편해나가야한다.

그리고하루라도빨리본격적인대응에나서야한다. 빨리대응하

면할수록그충격을줄일수있다. ‘예고된위기’에대처하는데있

어서위기가예고될때예방하는것이최상책, 예고된위기의초기에

재빨리개선하는게중책, 위기가터지고나서야온갖난리법석을떨

면서막는게하책, 위기가터지고나도손쓰지못하고파국으로치닫

도록방치하는게최하책이다. 국내의부동산거품위기와정부와지

자체의재정위기, 지자체의재정난위기등에모두대입해보라. 사

실현재의위기또는미래에급속히밀어닥칠이모든위기들은결국

과거에잉태돼지속적으로경고음을울리고있었다.

저출산고령화의충격이나재정위기충격은최상책을쓸시기는지

나갔고, 상책을쓸시기도빠른속도로소진되고있다. 조금후하게생

각해저출산고령화의쓰나미가본격적으로밀려오는시기를 2020년

전후로잡는다고할때우리에게남은시간은많지않다. 후대에어떤

고통과충격이뒤따르더라도단순히자기임기동안생색내는일에

몰두하는이명박정부의성격상 2012년까지는허송세월할것이라고

봐야한다. 그러면한국이저출산고령화충격에대응태세를갖출수

있는시기는 2012년에들어서는정부와그다음정부의전반기 7년정

도라고할수있다. 한국사회가충격에대비할시간이많이남지않

았음을알수있다. 따라서지금여야정치권과대선주자들은이문제

에대한정책과전략을마련하고가다듬는데최선의노력을경주해

야한다.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303

Page 304: Tax revolution

2, 구조적인틀을바꿔라.

저출산고령화충격을최소화하기위해서는단순히관련재정지출을

늘리는식으로대응하기보다는그같은충격을최소화할수있는사

회경제적구조를지속적으로만들어가야한다. 앞서설명한것처럼

현재한국의저출산문제는높은주택가격, 높은보육비및교육비,

양질의일자리부족및직업안정성저하, 세계최장의근로시간등

과로체제, 취약하기짝이없는사회복지인프라, 남성우월주의적사

회문화등매우복합적인요인들이총체적으로작용해발생한문제

다. 따라서높은주택가격을하향안정화하고교육비부담을획기적

으로줄이며과로체제를해소하는등구조적문제를해결하지않으

면안된다. 이런문제들을그대로두고서단순히보육비보조금을늘

린다든지실업수당을늘린다든지하는식으로재정지출을확대하는

식으로는효과도크지않을뿐더러그과정에서재정상황만악화시

킬가능성이높다. 한쪽에서는계속상황을악화시키는구조를그대

로두면서다른한쪽에서는이런구조로인해발생한문제를해결하

겠다며막대한혈세를퍼붓는꼴이아닐수없다.

이와관련, 현정부의행태를살펴보자. 현정부는초기에산모신

생아도우미사업등상당부분의예산사업을줄였다가저출산고령

화사업을대대적으로확대하겠다며소득하위 70%에해당하는가정

까지복지혜택을확대하겠다고발표했다. 한나라당은여기에서더

나아가 75조 8000억원의예산을편성하겠다는계획도밝혔다. 하지

만 정작 날치기로 통과된 2011년 예산안에는 한나라당의 계획안을

304

Page 305: Tax revolution

거의반영하지못하는코미디를연출했다. 현정부여당이이문제에

말만앞세울뿐최소한의정책실행의지도없다는것을보여주는대

목이라고할수있다. 낭비성건설토목사업에예산을탕진해버려

교육이나육아, 보육등에돈쓰는것은필요한수준에비해매우인

색할수밖에없다.

그렇다고저출산문제를해결하기위해꼭막대한재원을들여야

한다는것은아니다. 각종사회경제적제도와시스템을잘디자인하

면큰재원을들이지않고도얼마든지저출산문제를해결할수있다.

《위험한경제학》에서도소개한바있지만, 예를들어공공주택단

지의공동체기능을강화하는공간구조를만들면저출산문제를해

결하는데큰도움을줄수있다. 각아파트단지의 1층을공공용도

에사용하게해보라. 1층에전라남도순천시에서하는것과같은‘작

은도서관’, 지자체의재정지원을통해대학생들이초중등학생을지

도할수있는공부방, 그리고공공이지원하는‘공공보육센터’, 어

린이들이마음껏놀수있는‘플레이룸’, 생일잔치등각종행사를하

거나부모들간다과회를할수있는공동공간(common room) 등만

만들어도각종보육및사교육비부담을크게줄일수있다. 이렇게

하면아이들이멀리가지않아도작은도서관에서책을접할수있고,

쇼핑센터에가야만날수있는플레이룸에서유아들이마음껏놀수

있다. 혼자집안에갇혀있던산모와유아들이다른부모와아이들

과교유할수있게된다. 자연스럽게산모우울증에서벗어나고아이

들도사회성있는어린이로자랄수있다. 생일잔치등행사비용도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305

Page 306: Tax revolution

줄일수있고, 아이들의보육비용과사교육비도줄일수있다. 1층에

공동공간이들어서는만큼용적률을올려주면건축비가크게늘어

나지도않는다. 이에더해공공이각종토목사업에들어가는재정의

일부만지원해줘도아파트단지공간에서다양한사회적교류가일

어나는한편각종보육및교육비용도줄어든다. 공동주택단지에이

처럼과거전통사회의마을과같은공동체기능을만들고적극활용

하면보육및교육에따르는각종경제적·사회적부담을덜수있어

자연스럽게저출산문제를해결하는데기여할수있다.

김광수경제연구소가지속적으로주장해왔지만, 현재 4% 정도수

준에불과한공공임대주택재고를 OECD 국가들수준인 10~35%

까지획기적으로늘리는것도저출산고령화문제의해법이다. 노후

세대가빚을진채 5억원이상의아파트에돈을묶어놓지말고저렴

하면서도쾌적한공공임대주택, 전세주택에살수있다고생각해

보자. 노후세대는여윳돈으로충분히소비생활을할수있고, 취미

활동등을즐기며심신의건강유지를도모할수있다. 국민경제전체

적으로저출산고령화에따른내수위축효과와복지재정지출부담

을동시에줄일수있는것이다. 더구나현재공공택지에서각종개

발이익이투기세력을포함한민간에빠져나가도록방치하는구조를

개선해개발이익을전면공공이흡수하는공영개발방식으로양질

의공공임대주택을짓는다면큰재정지출없이얼마든지공급할수

있다.

개발연대식과로경제체제도지식경제화시대, 첨단정보기술시

306

Page 307: Tax revolution

대에걸맞은방식으로하루빨리개선해야한다. 한국의노동자들은

OECD 국가들평균노동시간보다무려 550시간이나더많은, 연간

2300시간가량일하고있다. 이는되도록고용을줄이면서개발연대

처럼초과근무로생산력을증대시키려는잘못된고용정책이지속되

고있기때문이다. 문국현전유한킴벌리대표가“한국은세사람이

할일을두사람이과로해가며하고있는꼴이어서일을가진사람은

과로로인해불행하고, 일을가지지못한나머지사람들은일자리가

없어불행하다”고지적한바를명심해야한다.

문제는이같은방식이저출산고령화에따라경제활동인구가갈

수록줄어드는문제를더욱악화시킨다는점이다. 현재 20대전반과

60대이상의노인고용률은매우낮다. 실제로이들중상당수가일자

리가없어서사실상실업상태에놓여있다. 따라서장시간과로노동

체제를해소해과소고용되고있는 20대전반과 60대이상노인들이

경제활동에참여해소득을얻고세금을낼능력을갖추도록해야한

다. 지금처럼사람을가능한한적게고용해장시간쥐어짜는식으로

과다한일을시키는고용구조에서는근로자들이현장지식이나전문

적지식을축적하고자기계발을할수없다. 배우지못하고자기계발

을할수없으니당연히창의성도기대하기어렵다. 노동력의최소고

용과과로노동으로양적성장을하는개발연대의성장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한다. 그리고미국등선진경제처럼노동의질을향상시킴

으로써고용을늘리고노동시간을줄이는동시에경제성장을하는

고부가지식노동집약형의첨단경제구조로전환해가야한다. 그것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307

Page 308: Tax revolution

이청년층과늘어나는노년층의일자리를만들어내면서도저출산고

령화의충격을흡수하는방안이다.

3, 국민연금개혁, 무엇보다시급한과제다.

저출산고령화충격에따라재정지출수요가가장급증하는부분이

건강의료지출과연금급여지출이다. 그리스등이잘못된연금제도

를고수해재정난을악화시킨점에서도이는잘드러난다. 그런데국

내의연금제도도설계가잘못되어서급격한고령화과정에서잠재

채무가급증할가능성이매우높다. 이같은잠재채무는결국미래

세대의부담으로귀결될가능성이높아제도개혁을서둘러야한다.

현세대가자식세대에게부담을전가하는현행방식으로는국민연금

제도의잠재채무만을키울뿐이어서현세대의문제를현세대가책

임지는방식의제도개혁이반드시필요하다.

우선현행연금제도를그대로지속할수없는이유를살펴보기위

해현행연금제도를지속할경우얼마나적자가발생하는지추산해

보자. 통계청추계에따르면 2050년인구수는현재인구보다 13%가

량줄어든 4176만명정도가될것으로보인다. 고령화에따라이들

인구가운데 65세이상노인인구비중은 35% 정도로 1461만명전

후가될것으로예상된다. 현재추세로볼때한국사회의인구감소

와고령화속도는통계청추계보다더빨라질가능성이상당하지만,

최대한낙관적으로잡아 1200만명정도가연금을받게된다고가정

해보자. 이들 1200만명의연금수급자가 2050년에월 234만원씩

308

Page 309: Tax revolution

(2010년평균연금지급액 73만 9000원에매년평균물가상승률을 3%로가정해

가중계산한것임) 받는다고가정해보자. 이경우연간 2809만원의연

금을받게되는데, 그렇다면 2050년한해에만모두 337조원에이르

는연금을지불해야한다는계산이나온다. 이같은액수를지급하기

위해서는할인율(대체로평균시중금리로가정)을 3%로가정할경우 1경

1234조원의연금기금이적립되어야한다. 이를역산해 2010년시점

에서할인된현가(할인율을 3%로가정)를계산해보면 3444조원이적

립돼있어야만한다. 물론할인율을 4%로가정하면 2010년의할인현

가는 1755조원, 할인율을 5%로가정할경우에는 957조원이된다.

그런데 2010년말현재실제로적립된연금기금은 320조여원에불

과하다. 할인율이 3%인경우에는 3149조원이나부족한상태며, 할인

율 4%인경우에는 1460조원, 5%인경우에는 662조원이부족한상

태다. 이잠재적적자를 2050년까지나눠서충당한다고가정하면연

평균 86조 1000억원(할인율 3%), 43조 9000억원(4%), 23조 9000억원

(5%)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하루 평균 각각 2359억 원,

1202억원, 656억원의잠재채무가발생하고있는셈이라고할수

있다. 향후고령화와저출산, 잠재성장률둔화, 저금리기조정착가

능성등을감안할경우할인율은최대 4%를넘기힘들것이다. 따라

서할인율을 4%로잡더라도하루 1202억원, 연평균 43조 9000억원

의잠재채무가발생하는것이다. 이는노무현정부당시인 2006년

말기준으로국민연금의경우현행제도대로라면하루 800억원씩,

연간 29조 2000억원가까운적자가쌓이고있다고한것보다더악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309

Page 310: Tax revolution

화된것이다. 이는연간GDP의약 2.7%이며경제활동인구를 2200만

명으로간주하면GDP의 5.8%에해당한다. 또한직장가입자와기업

이 반반씩 부담해 소득의 9%를 국민연금으로 내고 있는 데 더해

5.8%포인트를늘려최소 14.8%를부담해야한다는것을의미한다.

지역가입자의불투명한소득파악이나양극화심화로인해연금납

부면제자수가계속늘어날것이라는점을감안하면직장인과기업

의부담률은이보다훨씬더늘어난다. 한마디로현행국민연금제도

는도저히유지할수없다.

지금까지학계나정치권에서는‘더내고적게받는’방식으로국

민연금수급구조를바꾸려는시도가계속돼왔다. 하지만그것은땜

질식처방일뿐근본적인해법이아니다. 그런식으로는연금재정적

자문제가심해질때마다주기적으로계속조정을할수밖에없다. 하

지만고령인구비중이급속히늘어나는상황에서는조정이매우어

렵다. 그렇게해서는연금재정파탄을지연시킬뿐해소할수없다.

설사그처럼조정하더라도지속적인조정으로연금수령액이대폭줄

어든다면국민연금제도의실효성자체가의문시될수밖에없다.

다행스럽게도국민연금과건강보험등에서발생하는잠재채무는

제대로된제도개혁을통해상당부분줄일수있다. 저소득계층이

나취약계층의노후생활은조세방식에의해국가가필요한최소한

도책임을지되, 나머지소득계층은각자자율적선택에따라개인연

금(Pension Fund) 제도를활용하는구조로바꿔야한다. 스스로노후

생활을해결할수있는소득계층에까지국가가일일이나서서강제

310

Page 311: Tax revolution

적으로강요하는것은결코합리적이지않다. 미국이나유럽, 일본등

우리보다먼저고령화를경험한나라들의사례에서볼수있는것처

럼정부가연금제도를아무리강화한들노령층의사회복지문제를

해결할수없을뿐더러이는재정위기를초래하는근본원인이될수

밖에없다. 현행방식을계속유지한다면경제활동인구의부담을늘

리는등고령화의충격만더욱키울뿐이다.

4, 재정지출, 세대간형평성을고려하라.

저출산고령화같은장기적문제의재정적영향을분석, 평가해이를

조세및재정지출계획에반영해야한다. 그렇지않을경우현세대

의욕구를충족시키기위해젊은세대와미래세대가쓸재원을탕진

하는결과만초래될것이다. 현정부가공공부채를잔뜩늘려놓은

것이라든지, 민주당이미래세대의부담을생각지않고단기적시각

에서무상의료정책을내놓은것은바로장기적인재정영향을고려

하지않은결과이기도하다. 여기에서자세히설명하기는어렵지만

고령화문제를중심으로장기적인재정영향을분석하는모델로는세

대간회계기법이나확률적예측모델, 중복세대다국가일반균형

모델등이개발돼있다. 각각의분석모델은장단점이있지만이들모

델을사용해상당히정확히현재의조세및재정구조가미래에미칠

재정적영향을추정할수있다.

한국의 경우 2006년국가재정법을제정하면서 5년단위의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을발표하고있으나이는매년제출하는예산안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311

Page 312: Tax revolution

의‘참고자료’수준에불과하다. 문제는이같은 5년단위계획으로

는저출산고령화충격을비롯해세대간에걸쳐서장기에나타나는

재정효과는거의다룰수없다는것이다. 현재의청년세대와미래

세대가쓸재원이바닥난채부채지불고지서만남기지않으려면장

기재정분석과이를반영하는예산편성구조가필수적이다.

IMF가 발간한《Who Will Pay?》(피터 헬러 지음)의 설명에 따르면

호주와뉴질랜드, 그리고영국에서는장기적요소를공식적으로고려

하고있다. 영국의경우재정안정화법령에따라정부가최소 10여

년에이르는장기예측자료를출간할것을의무화하고있으며, 이에

더해 30년예측자료를발간하고있다. 특히영국재무부는 2002년부

터‘장기적경제학적·인구통계학적변화와그에따른공공재정영

향에대한종합적분석’을담은장기재정보고서를매년발간하고있

다. 뉴질랜드는재정의무법안에따라매년재정전략보고서에서장

기적요소를고려하고있다. 이같은노력에따라뉴질랜드는노령퇴

직연금기금을설립해미래공공연기금의수요에따라적립금기여

율을탄력적으로조정한다. 또호주의〈예산진실헌장〉은장기적세

대간보고서를제출해향후 40년간정부정책의지속가능성을분석

하고있다. 분석의초점은세금부담의지속성과예측가능성, 그리고

부채증가가능성등이다. 헌장의목표중하나는현재의정책결정이

미래세대에미치는영향을분석하고“정부가현시점에서제공하는

서비스비용때문에미래세대가주체할수없는수준의채무를지는

것을방지하기위한것”이라고명시되어있다.

312

Page 313: Tax revolution

저출산고령화충격으로인한미래세대의부담이급증할가능성

이높은한국으로서는하루빨리이같은장기재정분석에따른재정

지출이이뤄지도록해야한다. 청년세대와미래세대의부담을최소

화하기위해서말이다.

5, 나무를심는마음으로청년세대와미래세대에투자하라.

현정치권은우리젊은이들에대한투자가인색하기짝이없다. 교육

재정이얼마나빈약한지만봐도알수있다. 대신정치권은미래세대

의자원을마구당겨와현세대의욕구를충족하는데여념이없다.

현정부여당의경우에는그나마이같은현세대의계층간소득분

배조차더욱양극화시키며기득권세력에게퍼부어주는복지를추구

하고있다. 그나마민주당등야권에서는현세대내계층간격차해

소를위한복지공약들을내놓고있다. 이같은복지일변도정책이

가진한계는앞에서지적했지만, 설사그같은정책이효과적이더라

도큰맹점이있다. 이미막대한공공부채를만들어미래세대를빚

더미에올려놓은상태에서세계에서가장고령화속도가빨라지는환

경에서이같은복지정책이젊은세대의부담을얼마나늘리게될지

에대한고민이없다는점이다.

저출산고령화충격에따라의료지출은매년급증할가능성이높

다. 그런데도민주당이내놓은무상의료방안은이같은의료지출증

가에따른재정부담을어떻게해소할것인지에대해구체적인답변

을내놓지못하고있다. 의료지출과더불어가장큰충격을주는것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313

Page 314: Tax revolution

이연금문제인데, 국민연금개혁방안에대해서는현정부도, 지금의

야권도전혀대책을내놓지않고있다. 급증하는노령세대의눈치를

보느라근본적인개혁방안을내놓지못하고있는것이다. 이대로방

치하면막대한세금고지서가지금의청년세대와미래세대에게날

아들수밖에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와 미래 세대에게 크나큰

죄를지을수밖에없다. 지금부터라도국민연금구조개혁에나서는

등이들의부담을줄이는개혁에적극나서야한다. 또한부모세대에

대한복지인프라구축뿐만아니라젊은세대와미래세대에대한재

정투자를적극적으로해나가야한다.

가장기본적으로는교육에대한투자를획기적으로늘려야한다.

이는단순히젊은세대에대한투자일뿐만아니라지식기반경제로

변해가는시대에미래에투자하는길이기도하다. 사우디아라비아

는‘킹압둘라과학기술대학교(KAUST)’에 310억달러(36조원)에 이

르는거액을투자할계획임을밝혔다. 이렇게해서하버드대나예일

대와맞먹는세계 10대대학으로육성하겠다는계획이다. 물론국내

재정여건상한대학에이처럼막대한돈을쏟아부을수는없다. 하

지만근본적인조세재정구조개혁을통해고교와대학까지의무교

육을확대하는것은절대불가능하지않으며, 그사회경제적효과는

매우클것임을앞에서설명했다. 이 같은투자를크게늘려나가야

한다. 시오노나나미가쓴《바다의도시이야기[海の都の物語]》를 보

면베네치아공화국에서는 15세기에이미대학수업료를무료로운영

314

Page 315: Tax revolution

했다. ‘교육입국’을내걸고있는나라가 21세기에세계최고의대학

등록금을내느라젊은세대의부담을키우는것은너무가혹한처사

다. 등록금부담을하루빨리낮추지못하면이로인해과도한빚을

진채사회에첫발을내딛게돼미래를개척할기회를놓치게된다.

학기초가되면대학생들이등록금부담을이기지못하고자살행렬

에동참하고있다는뉴스가사라지게만들어야한다. 노후세대에갖

는관심의절반정도만기울이더라도이들의여건은얼마든지개선

할수있다.

또한여성과미래세대에대한투자를늘려야한다. 충분한자녀

양육을위한휴가제도를도입하고OECD 국가들가운데남녀간임

금불균형이가장심각한수준인현실을개선해나가지않으면안된

다. 또한의무교육연장과발맞춰의무보육기간과대상을확대하는

것도절실히필요하다. 그런점에서민주당의무상보육방안은큰틀

에서상당히바람직하다. 한편아직태어나지않은미래세대에투자

하는가장첫걸음은출산을장려하는사회경제적유인구조를만드

는것이다. 이와관련해크게잘못된정책가운데하나가다둥이출산

장려금정책이다. 이는명분은그럴듯하지만사실상거의효과가없

으면서도소득역진적성격이강한재정지원책이다. 대부분의지자

체에서출산장려지원금은세자녀이상부터지급되는데, 세자녀이

상낳을여력이되는계층은상대적으로경제적여력이있는계층이

다. 이들은그같은보조금이없어도경제적이유때문에출산을기피

하지는않는다. 반면중저소득층가계는몇십만원, 몇백만원을받기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315

Page 316: Tax revolution

위해막대한육아부담을지고셋째를출산하지는않는다. 결국어차

피세자녀를가질여력있는가정에쓸데없이재정을탕진하는효

과가발생하는것이다. 출산율을높이기위해서는만혼화되고있는

젊은층의결혼시기를앞당기거나 1자녀가구가자녀를더출산하도

록유도하는것이낫다. 예를들어일정소득수준이하의젊은층이

30대이전에결혼할경우결혼축하금을지급하는정책이있을수있

다. 물론이같은재정지출에앞서근본적인사회경제구조를개선하

는것이훨씬더근본적이고우선적과제임은말할나위도없다.

5+1, 젊은이들이여정치적목소리를높여라.

지금까지는정부나정치권을중심으로전체로서한국사회가대응해

야할과제를설명했다. 하지만목마른자가우물을파고, 우는아이

에게젖준다. 이같은개혁과제들을기존정치권에맡겨둘경우개

혁이지지부진할가능성이높다. 따라서저출산고령화문제의최대

당사자이면서도정치적으로소외돼있는현재의청년세대가미래세

대를대표해적극적으로목소리를내지않으면안된다.

앞에서본것처럼낡은경제패러다임과불공정한게임규칙때문

에상대적으로더욱고통받는세대는젊은세대다. 수많은젊은이들

이대학을졸업해도일자리를구하기어려워‘88만원세대’, ‘6무세

대’로전락하고있다. 더구나이들젊은세대는향후급속한고령화에

따라노후세대를부양할부담은갈수록커지는세대다.

그런데도현정부는미래의재원까지당겨와강바닥을파헤치는

316

Page 317: Tax revolution

등대규모토건사업에쏟아붓고있다. 시대착오적인토건사업을마

구잡이로벌인결과 2009년이후 410조원의공공부채가증가했다.

지난 10년간늘어난공공부채보다많은액수로, 이나라를빚더미에

올려놓은것이다. 이런상황에서도이명박대통령은자신을‘빚쟁이

대통령’으로 부끄러워하기보다는‘경제 대통령’이라고 온갖 너스레

를다떨고있다. 막대하게늘어난천문학적인공공부채는결국미래

세대를위해소중하게쓰일재원을현재기득권들의탐욕을충족하기

위해당겨쓴것이라고할수있다. 이처럼낡은기득권세력에의해

가장많은피해를보는젊은세대가왜판판이당하고있어야하는가.

자신들에게돌아오는것은없이막대한희생만강요하는정책결정을

왜소수기성세대가하도록빤히보고있어야하는가.

청년세대의입장에서보면여든야든자신들의문제를본격적으

로제기하고해결해주는정치세력은아직등장하지않았다.그같은

정치세력이없으니청년세대는세가지정치적행동을동시에진행

해야한다. 첫째, 현실적으로는각종선거에서청년세대의이익을잘

대변할정치세력을선택해야한다. 최선의 대안이없다면‘차선의

선택’, 경우에따라서는‘차악의선택’이라도할수밖에없다. 둘째,

자신들의이해와요구에대한목소리를높여기존정치권이이를반

영토록하는한편자신들의이해를대변하는정치세력을만들어가

야한다. 예를들어국공립대학전면의무교육과국민연금개혁등을

강력히요구해야한다. 이런측면에서정치세력은아니지만 10대에

서 30대전반젊은층의세대별노조를지향하는‘청년유니온’의태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317

Page 318: Tax revolution

동은상당히중요한의미를갖는다. 각분야에서청년층의욕구와의

사를집약해표출하는조직이나오면이들의요구를대변하기위한

정치적흐름이만들어질수도있기때문이다. 셋째, 청년층이적극적

으로정치에참여할수있는구조를만들어가야한다. 선거연령을

현재의 19세이상에서 18세이상으로낮추고각정당의비례대표상

위권에 20대의석배분을요구하거나각정당청년조직의정책제안

이중앙당의정책결정에상당부분반영되도록해야한다. 이같은

세가지정치적행동은상호강화작용을하며청년세대가느끼는정

치적효능을증대시키게될것이다.

더구나청년층이제대로결집하면정치적위력은가히파괴적일것

이다. 이를잘보여주는것이 2010년지방선거결과다. 〈도표 4-15〉

를보라. 지방선거에서당시연령대별서울시장후보의지지율을살

펴보면 40대이하젊은층의민주당지지와 50대이상의한나라당지

지가 확연히 드러난다. 특히 20대의 56.7%, 30대의 64.2%, 40대의

54.2%가민주당한명숙후보를지지했다. 20~40대인구는 2010년현

재 2331만명으로 50대이상인구 1426만명보다훨씬많다. 물론향

후급속한저출산고령화추세로 40대이전인구는줄고 50대이상

인구는급증하고있지만 2020년정도까지는여전히 40대이전인구

가더많은수를차지할것이다.

젊은층이좀더적극적으로나설경우얼마나큰차이를만들어

낼수있는지생각해보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따르면 2010년지

방선거 연령대별 투표율이 19세는 47.4%, 20대는 41.1%, 30대는

318

Page 319: Tax revolution

46.2%로나타났다. 물론결코높은수준이라고할수없다. 40대이

상의투표율과비교하면더더욱그렇다. 같은선거에서 40대의투표

율은 55.0%, 50대는 64.1%, 60세이상은 69.3%로집계됐다. 하지만,

2006년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젊은 층의 투표율은 연령대별로

5~10%포인트가량높아졌다. 이정도높아진것만으로도각급지자

체의정치지형을현격히바꾸어놓았던것이다. 오세훈서울시장이

4장미래세대에게희망을 319

도표4-15] 연령대별서울시장후보지지율및인구추이

연령대별서울시장후보지지율

■한명숙 ■오세훈

●각종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30

25

20

15

10

5

0

연령대별인구추이

20~40대 50대이상

(단위:백만명)

1970

1972

1974

1976

1978

1980

1982

1984

1986

1988

1990

1992

1994

1996

1998

2000

2002

2004

2006

2008

2010

2012

2014

2016

2018

2020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이상

120

100

80

60

40

20

0

(단위:%)

34.0 27.839.8

57.671.8

56.764.2

54.2

38.8

28.0

23.31

14.26

Page 320: Tax revolution

재선에 성공하면서 민주당 한명숙 후보를 불과 0.6%포인트 득표율

차로제쳤다는점을감안하면 20~30대의투표율이 2%포인트정도

만올라갔어도결과는아마바뀌었을것이다. 이처럼젊은층의목소

리가제대로결집된다면매우큰정치적힘을행사할수있다. 조국

교수가표현한대로“88만원세대가 88%투표하면세상은 88%개선

된다”라는말이결코과장이아니다.

기존정치권이유권자들의앞서가는변화, 특히젊은층의이해와

욕구를제대로수용하지못하고있는것은분명하다. 어쩌면아직은

그러한목소리를수용할능력이없는것인지도모른다. 이런점에서

20~30대젊은세대는길게보면자신들의삶의질을향상시킬수있

는정책을개발하고비전을제시하는정치세력을스스로만들어갈

필요가있다. 최악과 차악이난무하는정치판에서어이없는선택을

강요당하는것보다청년세대스스로가자신들의삶과운명을개척하

는최선의선택을할수있는정치세력을만들어갈필요가있다.

320

Page 321: Tax revolution

우리는왜제때

대응하지못하는가?

영어에‘elephant in the room’이라는표현이있다. 직역하면‘방안의코끼리’라는

뜻이다. 관용적으로 매우 중요한 이슈나 명백한 사실이지만 사회적으로 무시되거나

적절한주목을받지못하는, 아니면언급이터부시되는사안을일컫는다. 한국사회에

서저출산고령화의충격은무시되고있는것은아니지만, 문제의심각성에비해충분

한주목을받지못하고있는것은분명하다. 이처럼방안의코끼리신세가돼버린

저출산고령화문제를하루빨리우리사회의최대의제중하나로올려야한다. 그렇

지 못하면‘제때 대응하기(acting in time)’에 실패하게 된다. 사실 한국 사회는 이미

많은시간을허비했다.

그러면 왜 한국사회는이처럼닥쳐오는저출산고령화위기에대응하지못하고

있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predictabe surprise》의 두

저자는예고된재난이발생하는이유들을크게조직구조상의요인, 정치적요인, 인

지심리적요인등으로나눠설명했다.

조직 구조상의요인으로는서로다른정부부처간에필요한정보와대응조치의

공유를회피하는‘조직칸막이’현상이나개인적유인으로인해전체의이익을희생

하는‘대리인문제’등을거론했다. 또정치적부패와기득권세력의강력한압력, 정

치인과언론의희생양찾기등을통한땜질식처방같은정치적요인들을들수있다.

이명박정부의경우특히정치적요인측면에서매우큰문제를노출하고있다. 정부

의성격자체가정치적부패와기득권옹호로집약될정도인데다가실제로체계적인

Page 322: Tax revolution

문제대응보다는구호와쇼를통한포장술에치중하고있기때문이다. 정책기조는전

반적으로‘반서민’인데도‘오뎅쇼’, ‘눈물쇼’를펼치며‘친서민정부’라고떠벌리는

것이대표적인사례라할수있다.

인지심리적요인으로는낙관적환상(positive illusions), 아전인수식해석(egocentric

manner), 미래가치절하(discounting the future), 현상유지심리(maintaining the status

quo) 등을들수있다. 낙관적환상은어떤문제가충분한대응을필요로할만큼심

각한사안이아니라고부인하는경향이다. 또는문제가있어도시간이지나면좋아지

겠지하는막연한기대감을갖는경향이다. 국내의부동산거품과이에따른가계부

채문제가심각한데도‘긍정의힘’을강조하며“집값은항상오른다”고주장하는부동

산투기선동가들의성향이이런사례라고할수있다. 아전인수식해석은말그대로

어떤사안을자신에게유리하게해석하고대응하는태도를말한다. 저출산고령화문

제를한쪽에서는경제침체와세수감소를부를수있으니복지확대는안된다는주

장의논거로삼거나저출산고령화가전적으로복지확대만으로해결될수있다는주

장이그런경우에속한다. 문제의일면만자신의태도를합리화하는데활용하는것이

다. 현상유지심리는개혁을통한이익이확실해지기전까지는현상에안주하려는심

리적태도를말한다.

저출산고령화문제와관련해한국사회에가장만연하면서도적절한대응에실패

하게만드는인지심리적구조로미래에대한가치평가절하를거론할수있다. 이는

우리가 현재의 1000만 원을 5년 후의 1200만 원보다 선호하는 경향이라고 설명할

수있다. 우리는미래에닥칠문제의위험성을가급적과소평가하려는경향을지니고

있다. 이런심리는미래에닥칠문제보다는당장눈앞의문제에만관심을기울이는근

시안적태도와직결된다. 문제에근시안적으로접근하다보면저출산고령화문제에

Page 323: Tax revolution

체계적으로근본적으로대응하기보다는충격의여파가직접발생할때마다세금을써

서대응하는식으로넘어가기십상이다. 무책임한정부당국자와정치인들이가장선

호하는방식이지만, 그부담은대부분미래세대에게빚부담으로전가되고만다.

Page 324: Tax revolution

올바른선택이

올바른미래를만든다

올바른청년들과여성세대의올바른정치적선택이상황변화를이끌어낼수있음

을보여주는사례로미국미시간주의제니퍼그랜홈주지사의사례를생각해볼수

있다. 그랜홈주지사는 2002년 여성으로선처음으로미시간주주지사에취임해취

임당시40억달러에이르던재정적자를2년만에말끔히해소했다. 거기에서그치지

않고낭비성예산을아껴건강보험혜택을받지못하던주유권자 35만명에게보험

혜택이돌아가도록했다. 이같은노력덕분에미시간주는‘2005년주정부업적평

가’에서51개주가운데3위에오르는영예를안기도했다.

미국 유학 시절 그의 강연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의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상당히매력적으로느껴졌다. 그는교육과인적자원육성에대한의지가상당히강했

다. 그는“경쟁력을키우는데가장중요한것은교육받은인력”이라며“이를위해역

대최고수준의공립학교지원예산을편성했으며, 전국최초로미시간주에진학하는

모든대학생들에게첫2년간4000달러의장학금을지급하고있다”고소개했다.

그는또환경보호와주민삶의질향상을상당히강조했다. 그랜홈주지사는“도로

와다리등 SOC를현대화하는것못지않게오염된지역을정화해쾌적하게만드는

것이외국기업의투자를유치하는데주효하다”며“이를위해미시간주의호수들을

청정하게유지하기위한특별법을제정, 규제를더욱강화했다”고말했다.

그는젊은이들의참신한아이디어를행정에반영하는데도적극적이었다. 그는미

시간 주의 18~35세 젊은이들이 직접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쿨 시티 플래닝(Cool

Page 325: Tax revolution

City Planning)’을 진행했다. 그 같은 작업을 통해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새로운 예술

지원금을마련하는등많은변화를만들어냈다. 그는강연말미에서“미시간주는더

많은젊은아이디어를기다리고있다. 미시간주로오라”고강조했다. 국내정부와지

자체들도젊은이에게더많이지원하고젊은이들의아이디어를더많이수용하는구

조로하루빨리변모해야하지않을까.

Page 326: Tax revolution
Page 327: Tax revolution

5대한민국가계부의

재구성0150/50 전략실현을위한솔루션20

Page 328: Tax revolution

328

● 제가떠올릴수있는인생의첫기억은어머니등에

업혀있던두세살무렵입니다. 저는포대기에둘러싸여어머니등에

서잠이들었다가깼던것같습니다. 푹잤던모양인데그때포대기

를통해따스한햇살이스며들었습니다. 약간벌어진강보사이로부

드러운산들바람이느껴졌습니다. 3월이나 4월쯤이아니었을까합니

다. 어머니의등은포근했습니다. 동네어귀에서어머니와아주머니

여러분이서서이야기를나누고계셨습니다. 어머니가두런두런말

을내뱉을때마다가벼운진동이등을타고흘렀습니다. 아마어머니

의자궁속에있을때가그런느낌일까요? 제인생의첫기억은이처

럼상상할수있는최고의평온함그자체입니다. 티끌만큼의위협

도, 적의도, 긴장도느낄수없는평온함말입니다.

누구에게나그렇지만제게어머니는그런분입니다. 제가지금까

Page 329: Tax revolution

5장대한민국가계부의재구성 329

지자라는동안어머니라는존재는늘최선의위안이자격려이자응

원이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이신 정혜신 박사님의 표현을 빌리면

“내존재자체를그대로받아들여주고공감해주는세상을살아가는

모든힘의원천”입니다. 다른이들에게도마찬가지겠지만그런점에

서자식들을키우느라 70 평생농사일로고생해오신저희어머니는

제게그어떤분보다위대한존재입니다.

러시아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콥스키가 만든〈노스탤지아〉라는

영화가있습니다. 정지된프레임속에서오랫동안촬영하는롱테이

크기법이영화전반에걸쳐사용돼한없이졸리지만, 영상으로만든

시처럼아름다운영화입니다. 〈노스탤지아〉는러시아태생의작가안

드레이고르차코프가 18세기에이탈리아토스카지방에유학온러

시아작곡가파벨소스노프스키의인생궤적을뒤쫓으며시작됩니다.

노예출신인소스노프스키는고향에대한향수를견디지못하고고국

으로돌아가노예생활을하다자살한인물로묘사됩니다. 그의흔적

을쫓던고르차코프도고국러시아와그곳에남겨진가족에대한향

수에시달리게됩니다.

그러던어느날온천이있는한마을에서도메니코라는노인을만

납니다. 그는세상을구원하는방법은동시에두곳에서촛불을밝히

는것이라믿으며촛불을들고온천장양쪽끝을오가며불을붙이는

Page 330: Tax revolution

330

의식을벌여미친사람으로취급받는인물입니다. 고르차코프는자기

대신그의식을치러달라는도메니코의부탁을받습니다. 하지만고

르차코프는그부탁을잊어버리고이탈리아를떠날준비를합니다.

그런데짐을꾸리고있을무렵도메니코가로마에서사흘동안세

상사람들의회개를호소한뒤분신자살하려고한다는소식을전해

듣습니다. 도메니코의부탁을떠올린고르차코프는촛불을켜들고

말라버린온천장을가로지르기시작합니다. 하지만 온천장의다른

쪽끝에불을옮겨붙이지못하고거푸실패하고맙니다. 실패를거듭

한끝에그는가까스로다른쪽끝에불을밝힙니다. 그가촛불을밝

히는그순간로마에서도메니코는자신의몸을불사릅니다. 두개의

불이동시에타오르면서고르차코프는자신이그토록그리워하던마

음속고향으로돌아갑니다. 이탈리아의성당안에러시아의고향집이

자리잡고가족들이서있는광경이펼쳐집니다. 그광경속에서고르

차코프가애견을데리고평온하게풀밭에앉아있는모습으로영화는

끝납니다.

이영화에서‘노스탤지아’는단순히고향에대한그리움이아닙니

다. 그것은고향에대한추억인동시에우리모두가돌아가고싶은이

상향을의미합니다.

저도그런향수를많이느낍니다. 단순히고향에대한그리움이아

Page 331: Tax revolution

5장대한민국가계부의재구성 331

니라, 제시골고향마을이표상하는따스한공동체에대한갈망같은

것말입니다. 제인생의첫기억이주는완전한평온함과충만함에대

한희구일수도있겠습니다. 제가태어난나라가부동산거품과왜곡

된입시교육, 약자에게만한없이가혹한경쟁구조등으로점점제

아이를키우고싶지않은나라가돼간다고느낄때는차라리이역만

리에서잃어버린조국을그리워하는작가의운명이부러워집니다. 이

땅에살면서도지금이땅에존재하지않는것을그리워해야하니말

입니다. 하지만 이상향으로서의고향또는어머니의따스한품으로

돌아가려는노력은결코포기할수없습니다. 우리모두가어머니의

자궁속으로되돌아갈수없는이상, 이상향을꿈꾸는노력은결국이

사회를우리와우리아이들이좀더살기좋은곳으로바꾸기위해촛

불을드는마음일것입니다. 그런이유로영화속고르차코프가간절

한마음으로들었던그촛불을제마음속에서도밝힙니다. 프리라이

더 1, 2권을마무리하는마지막장은그런마음으로썼습니다.

Page 332: Tax revolution

● 지금까지개발연대때구축된시대착오적인조세구

조와재정지출구조를개혁한다면양쪽에서 50조원씩, 100조원의

추가재정여력을중장기적으로확보할수있다고주장했다. 이른바

50/50 전략이다. 부동산등자산경제에제대로세금을부과하고탈

루소득을잡아내면근로직장인들의세금을더늘리지않고도 50조

원의세수를추가로확보할수있다. 무분별한토목사업등세출구

조조정을제대로단행하고시대적소명을다한정부부처와공공기

관들의사업을정리하는등의방법으로매년 50조원정도의낭비성

지출을줄일수있다. 엉뚱하게소수건설업체와재벌기업들을배불

리며시대적소명을다한정책사업들을지탱하고관료들의밥그릇을

키웠던지출을줄이는것이다. 그리고그돈들을건전한경제구조를

332

대 한 민 국 가 계 부 의 재 구 성

50/50전략실현을위한솔루션20

Page 333: Tax revolution

만드는한편삶의질을끌어올리는데제대로쓰는것이다. 그돈으로

우리아이들이행복하게양질의교육을받고, 인생의황혼기에접어

든우리부모님을편히모실수있는사회구조를만드는것이다. 특

권층프리라이더들을배불리는데썼던돈들을일반납세자들의삶의

질을끌어올리는데쓰는것이다.

이제조세정의를바로세우고재정지출구조개혁을구체적으로

실행할수있는방법론을알아보자. 조세구조개혁으로 50조원의추

가세수를어떻게확보할수있을지는 1권에서소개했으므로여기에

서는재정구조개혁을통해누수되는예산 50조원을아끼는방법을

중심으로살펴보자.

보도블럭교체에가려진예산낭비의블랙홀

연말이면떠오르는불필요한삽질이환기시키는일상의풍경, ‘보도

블록교체’다. 연말이면멀쩡한보도블록을뜯어낸다. 이것은예산낭

비다. 연말시즌의이런의식은어느누구에게도의심의여지가없다.

“(보도블록교체는) 남은예산이불용액으로처리되면서다음해예산이

삭감되는상황을막기위해연말이면어김없이벌어지는일이다.”(《조선

일보》, 2008년 12월 6일자, 〈마음속의‘보도블록교체’가더문제다〉중에서)

“(국회의)정책개발비몰아쓰기가‘보도블록뒤집기’와어떤차이가있

는지국회는설명해야한다.”(《조선일보》, 2008년 12월 17일자, 〈‘보도블록

5장대한민국가계부의재구성 333

Page 334: Tax revolution

갈아엎기’는국회에도있다〉중에서)

하지만 보도블록은 억울하다. 보도블록은 무죄다. ‘연말 보도블록 교

체’는‘보도블록교체’가아니다. 땅을파다보니지하에있는전력선,

가스관, 전화선, 상하수도관등을정비하려다보니어쩔수없이파헤쳐

지는것이다. 보도블록은억울하다.

통계로확인하자. 2005년서울, 부산등대도시 24개구청의보도블록

및도로공사는총 3만 8000여건이었으며이중 94%인 3만 6000여건이

지하매설물공사였다(2006년도기획예산처자료). 순수한의미의보도블

록교체는고작 6%에불과한것이다. 그래서보도블록은억울하다.

물론끊임없이계속되는지하매설물공사는예산낭비다. 오늘은한전

이 파헤친다. 내일은 KT가 파헤친다. 모레는 한국가스공사다. 글피는

상하수도정비를위한지자체의몫이다. 서로상의해서파헤치면좋으

련만서로간에협의도부족하고협조할의무도없고땅속이이를기다

려주지않는다. 대여섯개의공사주체가시시때때로파헤치다보니국

민들마음에선보도블록에미움의화살이쏟아진다. 땅을파헤쳐공사

를하다보면보도블록이망가질수밖에없다. 일부교체가뒤따를것이

다. 그순간지하매설물공사는‘보도블록교체’공사가되고만다.

통신과전기, 상하수도등필수시설물이도로나보도의지하에별개시

설로매설돼있기때문에개별시설의교체나보수를위한‘땅파기’가

빈번해질수밖에없다. 부수적으로는도로가파손되고교통이정체되며

도시의미관이훼손되는피해도막대하다.

334

Page 335: Tax revolution

이런상황을해결할가장좋은방법으로제시되는것이‘공동구’설치

다. 공동구란상수도, 전력, 통신, 냉난방시설을하나의지하매설물에

통합수용하는것을말한다. 현재 서울시내의공동구정비율은 3%에

불과하다. 일본의도쿄는공동구정비율이 70%다. 특히일본의경우는

지진발생에따른방재및안전상의이유로 1963년부터별도의법률을

제정해공동구를설치하고있다.

물론공동구설치가더딘이유는초기투자비용때문이다. 직접매설에

는 1km당 34억원이드는반면공동구에는 1km당 81억원이든다. 하

지만설치이후의관리비용과간접비용을따지면장기적으로공동구설

치가예산절감의첩경임은분명하다.

—블로그〈최재천의시사큐비즘〉, 2008년 12월 30일, 〈보도블럭은억울

하다〉중에서

필자의트위터친구인최재천변호사(전민주당국회의원)의글이다.

이글에서보는것처럼보도블럭교체의진실은흔히예산낭비의대

명사로우리가인식하는것과상당히다른경우가많다. 사실은보도

블럭공사가아닌데겉으로보도블럭공사로보이는공사들때문에

애꿎게덤터기를쓰고있는셈이다.

그런데최변호사의글도보도블럭의억울함을충분히풀어주지

못했다. 보도블럭공사로인해한해낭비되는예산이라고해봐야사

실이땅의특권층‘프리라이더’들의배를채우기위해낭비되는예

산에비해서는조족지혈이기때문이다.(물론불필요한보도블럭공사예산

5장대한민국가계부의재구성 335

Page 336: Tax revolution

이아깝지않다는뜻은아니다.) 이런보도블럭공사가진짜특권층프리

라이더들의탈세와특혜성예산퍼주기같은진짜심각한문제에초

점을맞추지못하게만들고있다. 마치김황식국무총리가지적한지

하철무임승차자문제가이사회의진짜악질적인무임승차자문제

를가리는것처럼말이다.

왜 이처럼잘못된현실인식이만연해있는것일까. 이는 언론이

이해관계때문이든, 아니면노력의부족때문이든피상적인보도를

되풀이한탓이크다. 한편으로는사람들이당장눈에띄고, 쉽게이해

할수있는부분에초점을맞추기때문이라고할수도있다. 그러다

보니우리는대부분사업이진행된뒤에야세금낭비임을알아채게

되는경우가많다. 대부분유령공항으로전락한지방공항이나통행

량이턱없이부족한도로등이들어서고난다음에야세금낭비라고

느끼게되는것이다. 사실사업초기에인근주민들은공항이들어서

면지역경제가살고도로가뚫리면집값이오를것이라는환상때문

에오히려그같은사업들을반긴경우가많았다.

하지만지방공항이나도로가건설되기이전에이미이들사업가

운데상당수는이미예산낭비로이어질개연성을가지고있었다. 따

라서이같은구조를바꾸지못하면다수국민의바람과의도와는달

리여전히예산낭비는계속될가능성이높다. 사실일부언론의예산

낭비문제와관련된기획보도들을보면이처럼겉으로드러난예산

낭비에초점을맞추는경우가적지않다.

336

Page 337: Tax revolution

현실인식의장애를불러오는

왜곡된‘인지모형’

인지심리학이나시스템역학등에서쓰이는용어가운데‘인지모형(mental model)’

이라는것이있다. 인지 모형은실제현실에서벌어지는일들에대해갖는사람들의

인식을말한다. 인지모형은어떤문제에대한접근방법을규정하고이를풀기위한

과제수행방식에도영향을미친다. 즉인지모형에따라문제인식과해법이달라지

는것이다.

존 D 스털먼교수가쓴《Business Dynamics》에소개된사례로인지모형이어

떤 것인지 알아보자. 한 회사가 자신들의 제품 공급 과정에 드는 주기(cycle time)를

182일에서절반수준으로줄이기위해 MIT대학 연구팀에컨설팅을의뢰했다. 이 회

사는이문제에대응하기위한팀을꾸렸는데, 첫회의에서그팀은〈도표 5-1〉과같

은배경정보를제공했다. 도표는현재의주기시간을크게세부분으로나눠각기들

도표5-1] 인지모형상의주기시간개념도

●《Business Dynamics》자료로부터김광수경제연구소작성.

제조 주문대응 고객수령

75일 22일 85일

182일

Page 338: Tax revolution

어가는시간을표시한것이다. 이에따르면제품을제조하는데 75일, 주문에대응하

는데22일, 고객이수령하는데85일이걸린다. 제품제조와고객수령에걸리는기

간이주문대응에걸리는시간보다훨씬길지만, 그림에서제품제조는전체길이의

4분의 1, 고객수령은전체길이의 8분의 1에 불과하게표시됐다. 반면 22일을차지

하는주문대응은8분의5에해당하는길이를차지했다.

이들팀의인지모형에서는주문대응이매우큰비중을차지한반면제품제조와

고객수령과정의비중은매우낮았던것이다. 팀참가자들모두가고객대응에관한

일만하고있었기에어찌보면크게놀라운사실도아니다. 어쨌거나컨설팅팀이참

가자들의인지모형이왜곡됐음을지적할때까지그들은그사실을전혀인식하지못

했다고한다.

컨설팅을받기전회사직원들이이처럼왜곡된인지모형을갖고있다보니주기

를줄이려는그회사의노력은큰성과를내지못했다. 주문대응에드는 22일을아

무리줄여봐야전체주기를절반으로줄이려는목표에는크게못미칠수밖에없었

던탓이다.

이처럼현실을제대로반영하지못한왜곡된‘인지모형’은문제를해결하는데큰

장애를가져온다. 국내예산문제에대해 대다수의일반인들뿐만아니라예산심의를

하는국회의원들조차심각하게왜곡된‘인지모형’을가지고있다. 일반인들이보도블

록예산낭비에는쉽게분노하지만턴키입찰담합을통한수천, 수조 원의낭비에는

침묵하는경우가많다. 마찬가지로만 65세 이상전직국회의원에게‘품위유지’명

목으로월 130만 원의 지원금을지급하기로헌정회육성법이개정된사실이알려진

뒤에는여론이들끓었다. 하지만 4대강사업에서수조원의예산이낭비되고있다는

경실련의주장은그정도관심을끌지못했다.

Page 339: Tax revolution

이처럼 대다수의 일반인이나 국회의원들조차 눈에 띄고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는

예산낭비는매우크게느끼지만구조적차원의예산낭비는덜심각하게받아들인다.

예산낭비에관해많은사람들의인지모형이심각하게왜곡된상태라고할수있다.

이렇게인지모형이왜곡된상태에서는제대로된재정개혁의해법을찾기어렵다.

하지만인지모형은고정불변한것이아니다. 사람들이현실을더정확히설명하는

새로운정보를받아들이면인지모형도바뀐다. 인지모형이바뀌면사람들은새로운

전략을짜서기존시스템의구조를바꾸려한다. 따라서세금낭비문제에접근할때

먼저해야할일은바로예산낭비에대한각자의인지모형을바꾸는일이다. 그런

점에서이책은조세재정문제에대해일반인들이가진왜곡된인지모형을바꾸려

는의도로쓰였다.

Page 340: Tax revolution

따라서조세재정구조개혁을제대로하기위해서는단순히겉으

로드러난사업의결과물에만집착해서는안된다. 효과적인조세재

정구조개혁을위해서는사업및예산주기의전과정에걸쳐포괄적

인시스템개선이필요하다.

재정사업의진행과정은크게 1)사업의제도및환경, 2)사업의기

획및입안, 3)예산편성, 4)시의회의예산심의, 5)예산집행, 6)실적

평가및결산등으로이뤄진다. 사실모든예산편성및집행과정은

재정사업의진행과정과동전의앞뒷면처럼연계돼있다. 따라서재

정사업진행(예산주기) 전과정에서노출된구조적문제점을고쳐야

제대로된재정개혁을할수있다. 물론그모든방안을여기에서세

세하게다다룰수는없다. 큰틀에서주요한개혁의핵심포인트만을

짚어보자. 사실이들과제만제대로해결하더라도엄청난변화를이

룰수있을것이다.

1, 망국적인토건개발포퓰리즘을끝내자.

1만 5430명. 우리나라에서한해동안스스로목숨끊는사람이이렇게

나많습니다. 34분당한명이자살하는셈인데, 그비율이 OECD 국가

가운데 1위입니다. 왜그렇게많은사람들이‘막다른선택’을하는걸까

요? (중략) 노인자살이급격히늘고있기때문인데요, 60대이상이전

체자살의 3분의 1을차지하고있습니다. 사회적안전망이없는상태에

서소득은없고, 병들고, 외로움에시달리는노인들이극단적인선택을

하는겁니다. 젊은층도예외는아닙니다. 지난해스스로목숨을끊은

340

Page 341: Tax revolution

초중고생이 146명으로, 8년째세자릿수를기록했습니다. 자살은 10대,

20대, 30대사망원인 1위를차지하며, 40대와 50대에선암에이어두

번째사망원인입니다. 한해교통사고로숨지는사람은 5800여명인데

요. 정부는교통사고사망자를줄이기위해 1조 9000억원의예산을투

여할예정입니다. 하지만, 자살예방에투입되는예산은한해 10억원

에불과합니다.

—KBS뉴스〈이슈&뉴스〉, 2011년 2월 11일, 〈하루 42명자살…예방대

책은?〉보도중에서

소개한뉴스에서볼수있는것처럼외환위기이후사회경제구조

개혁실패와고령화충격의영향으로자살률이급증하고있다. 그런

데도한해동안자살예방에투입되는예산은 10억원에불과하다.

한해자살자수가교통사고사망자수보다 2.7배가량많은데도관련

예산은쥐꼬리만하다. 물론교통사고사망자수를줄이기위한예산

도많다고보기는어렵다. 일본이나미국등의교통안전예산비중이

우리보다높다는점에서도이를알수있다.

어쨌든분명한것은한국의자살문제가매우심각한데도이를해

소하기위한예산이전무하다는점이다. 이처럼상식적으로납득하기

힘든예산이배정되는이유는무엇일까? 물론자살률급증현상이상

대적으로최근의문제여서정부정치권의관심이충분하지못했던점

을들수있다. 하지만이는변명에지나지않는다. 자살률급증현상

이나타난것은이미 10여년이넘었는데, 이처럼형편없는예산배분

5장대한민국가계부의재구성 341

Page 342: Tax revolution

이이뤄진다는것은한국사회전반의노력과관심이미흡하다는증

거일뿐이다.

반면토건예산은너무나도후하게편성되고있다. 토건예산이도

저히상식적으로납득하기힘든수준으로과도하게배정된것이한두

번아니다. 우리는이를 2011년예산안날치기통과과정에서도똑똑

히목격했다. 이른바‘MB 예산’이라고할수있는 4대강사업예산

은말할것도없고, 형님예산과국회의장인박희태의원이챙긴예산

288억여 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이 챙긴

1742억여원도거의대부분토건개발사업예산이다.

사실이같은개발포퓰리즘을여야모두수십년동안계속적으로

정치적으로이용해왔다. 특히한나라당은 2008년총선에서‘뉴타운

헛공약’을내세워수도권에서대거당선됐다. 당시오세훈시장은뉴

타운을추가지정할의사가없으면서도선거기간내내침묵을지켰

다. 또한오시장은수천억원의예산이투입되는서남권개발프로젝

트 계획을 보고받는 자리에서“(서남권 지역 주민들에게) 큰 선물인데,

뉴타운사업과달라주민들이잘모를수있으니홍보잘하라”고지시

하기도했다. 이런선심성정책이야말로개발포퓰리즘의전형이아

닐수없다.

따라서 일부정치인들의‘망국적복지포퓰리즘’운운과는상관

없이정말문제는‘망국적인토건개발포퓰리즘’이다. 이런각종불

요불급한개발사업들에매년막대한예산이탕진되다보니정작시

민들의삶은개선되지못하고있다. 방학중결식아동지원비와영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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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43: Tax revolution

아예방접종지원비까지빼앗아MB 예산(4대강사업예산)과형님예

산을챙기고있는것이다. 소중한혈세를외환위기이후세배이상

비대해진건설업계의배를불리는데는마구퍼주면서도우리아이

들을밥도제대로못먹이는참담하고도기괴한현실이벌어지는이

유이기도하다.

정부와지자체의빚부담을늘리면서무리하게펼쳐온토건사업

은대폭줄여야한다. 또이를정치적으로이용해온토건포퓰리즘도

종식시켜야한다. 대신시대변화에걸맞게문화, 교육, 복지등소프

트웨어형예산을대폭늘려야한다.

2011년기준으로중앙정부예산 310조원에정부의지방교부금과

국고보조금등을제외한지자체예산 90조원을합하면 400조원규

모다. 이가운데직접적인 SOC 예산뿐만아니라전부처와지자체에

퍼져있는하드웨어형토건사업예산은 25%에이르는 100조원가량

으로추정된다. 이같은하드웨어형토건사업예산 100조원가운데

30%가량은줄이는것을목표로해야한다. 사실이책에서설명한것

처럼중앙정부와지자체의수족처럼움직이면서사실상재정사업을

수행하는개발공기업들까지포함하면관련예산의규모는훨씬더

커진다.

2, 국토해양부를해체하고LH공사의역할을조정해야한다.

그런점에서예산문제차원뿐만아니라정부시스템개혁차원에서

도국토해양부를해체하거나대규모축소하고산하개발공기업들구

5장대한민국가계부의재구성 343

Page 344: Tax revolution

조개혁해야한다. 건설족공무원들의밥그릇과정치인들‘검은돈’

의원천인각종낭비성토건사업을남발하고대한민국부패의온상

이되고있기때문이다. 또한일반가계보다는건설업계를대변하는

정책일변도로부동산거품을키우고국민에게고분양가거품을안긴

것도국토해양부다. 따라서‘건설족’의총본산으로국토해양부를잘

게쪼개정부부처에서차지하는위상을대폭축소해야한다. 특히주

택정책은보건복지부산하에공공주택청을설치해주거복지차원에

서적극적으로공공임대주택, 전세주택을건설해나가야한다. 지

금처럼건설업계의배를불려주는분양용, 매매용주택사업은중단

하고민간에넘겨야한다.

이와관련해 LH공사등의역할전환은필수적이다. 앞에서도잠깐

언급했지만 LH공사는각지자체산하개발공기업들과중복되는기

능과역할을줄이고국토의전반적인종합개발과향후주택정책방

향에맞는사업에집중해야한다. 민간의공급이크게부족한공공임

대주택, 전세주택의공급을획기적으로늘려주택가격을안정시키

고서민주거안정을도모하는당초의설립취지에부응하는방향으

로나아가야한다. 특히 1~2인가구가급증하는현실에서는더더욱

공공임대주택, 전세주택공급에치중해야한다. 일본주택공단이

거품붕괴후이전에공급하던분양주택은전혀공급하지않고공공

임대주택공급으로전면전환한점을참고해야한다.

사실김광수경제연구소가그동안제시해온공공임대주택, 전세

주택을공급하는방식이라면지금같은방대한구조의공기업은필요

344

Page 345: Tax revolution

하지않다. 정부는주택공급계획을세우고이를국민연금같은공익

사업자와직접계약을하거나, 아니면미국같이건설사업관리(CM,

construction management)회사를선정해정부계약을대행하고계약이

행여부를점검하면되기때문이다. 이경우 LH공사는대폭축소하거

나새로운역할을맡는조직으로바꿔야한다. 예를들어장기임대

주택이늘어날경우임대주택관리업무를맡는공기업으로서역할

을전환하면된다.

3, 교통시설특별회계를폐지해야한다.

국내토건예산이비대하고잘줄어들지않는이유가운데하나는교

통시설특별회계(교특회계)다. 2010년일반회계와특별회계를합한본

예산 255조 3000억원가운데특별회계예산은 54조원정도. 이가

운데계정규모가가장큰것이교특회계다.

교특회계는 1994년교통환경에너지세(교통세)라는 목적세를재원

으로설치됐으며교통세의 80%(2005년이전에는약 85%)가 매년교특

회계에 편입돼 왔다. 때문에 재정 안정성이 매우 탄탄하다. 실제로

2010년 14조 7000억원의교특회계중 11조 6950억원을교통세로

충당했다.

교특회계예산은어디에쓰이는것일까. 국토해양부자료에따르면

2008년교특회계 13조 2386억원가운데도로 6조 9756억원(52.7%),

철도 2조 2536억원(17.0%), 항만 1조 7336억원(13.1%), 도시철도 1조

3675억원(10.3%), 광역교통 6865억원(5.2%) 등의순으로쓰였다. 도

5장대한민국가계부의재구성 345

Page 346: Tax revolution

로건설예산은전국곳곳에예측통행량에못미치는도로가넘쳐나

는데서알수있듯이과잉투자가이뤄지고있다. 이같은움직임은

현정부가앞으로도로건설을자제하겠다고발표한것과도맞지않

다. 그런데도건설업계가낮은실행원가를통해폭리를취하기쉽고

정치인과 지자체가 생색내기 좋아 과도하게 편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교특회계는불요불급한토건예산이남발되는제도적장치로

전락하고말았다.

따라서교통세는일반세로전환하고교특회계또한전면폐지하는

것이맞다. 실제로 2005년노무현정부는당시정부혁신지방분권위

원회의결정에따라교특회계를폐지하고일반회계에편입해운영하

기로결정했다. 그러나 2006년말정부와여야가초당적으로합의해

2009년말까지일몰시효가연장됐다. 이어 2009년말에도일몰시한

이 2012년까지연장됐다. 건설업계와건설업계의부설연구소인대

한건설산업연구원, 그리고건설업계의광고에목을맨언론이펌프질

하고국토해양부를중심으로한정부와여야정치권의저항으로번번

이좌절된것이다.

국토해양부는이도모자라벌써부터교특회계를 2020년까지연장

해야 한다고 부르짖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2019년까지 410조 원에

이르는천문학적투자가예상되는국가기간도로망구축을완성하기

위해교특회계가반드시필요하다고주장하고있다. 황당하기짝이

없는행태다.

특별회계는특정한재정사업에쓸사업예산을따로관리하는예

346

Page 347: Tax revolution

산계정인데, 이렇게될경우예산확보의안정성이높아진다고강변

하지만이는거꾸로얘기하면예산사용의경직성이매우높아지는

것에불과하다. 그런점에서교특회계는전반적인시대상황을고려

할때과잉상태인토건사업을지속시키는정부의금고라고할수있

다. 따라서교특회계를폐지해일반회계에통합한뒤일반회계의예

산배분우선순위에따라적절한 SOC 예산을편성해쓰는방향으로

가야한다.

4, 에너지환경세살리고교통세없애라.

교특회계의자금줄인교통세도마찬가지로폐지하고일반세로통합

하는게바람직하다. 다만여전히취약한에너지절감과환경개선부

문에 대한 안정적인 재정 지출을 지속하기 위해서 현재 규모의

20~30% 수준으로축소해한시적으로운용할수는있다. 교통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라는정식명칭에걸맞지않게그동안대부분교

특회계에넣어토건사업에배정해온게사실이다. 따라서토건사업

부문에충당하는세금을줄이되에너지환경세라는이름으로한시적

으로유지해저소득층의난방비지원이나기후변화및온실가스대

책등에투입할필요가있다. 어떤식이든지금처럼대규모불요불급

한토건예산을지탱하기위해서 2010년기준 13조원이넘는세금을

걷는것은문제다.

2010년말이후급등하는기름값때문에많은서민들의부담이커

지고있는이유도상당부분이교통세때문이다. 자동차10년타기운동

5장대한민국가계부의재구성 347

Page 348: Tax revolution

시민연합에따르면휘발유1L 가격을1800원으로잡을때YF소나타를

30~65세까지운전하는사람이쓰는휘발유값은모두 1억 4052만여

원이라고한다. 또한이운전자가이기간휘발유를사용해내는세금

은 7393만원에이르는것으로추정된다.

어떻게이런계산이나왔을까? 기름값에붙는세금은교통세와교

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등이다. 휘발유 1L의소비자가격을 1800원

으로잡으면교통세 529원, 교육세 79.35원, 주행세 137.54원, 부가

세 163.64원등모두 909.53원이붙는다. 사실기름값에는원유수입

단계에서수입부과금과 3%에해당하는관세가붙고, 세금은아니지

만수수료도붙는다. 자동차10년타기운동시민연합에따르면이렇게

휘발유 1L에붙는세금은 947원이다. 기름값의 52.6%가직간접세금

이라는뜻이다.

이가운데교통세가차지하는비중은 55.9%다. 교통세세수가운데

에너지환경부문에배정할 30% 정도만남기고폐지할경우 370.3원

의세금이인하된다. 또한교통세의 15%에해당하는교육세는세율

을 조정해 그대로 두더라도 부가가치세가 인하된 기름값에 비례해

33.7원가량줄어든다. 이에따라전체기름값은 404원정도인하되는

효과가생긴다. 이렇게기름값을내리더라도정유사들의담합구조를

깨지못하면세금인하효과가모두소비자들에게돌아오리라는보장

은없다. 따라서정부의유류세인하는정유업계의담합분쇄와병행

해서이뤄져야한다.

사실원유수입국인한국의에너지다소비행태를고려하면에너

348

Page 349: Tax revolution

지소비를억제하는차원에서도유류세를완전히없앨수는없다. 정

부도기름값에붙는세금비중이 OECD 국가들평균인 56%에비해

높지않다고주장하고있다. 하지만한국의조세현실을한단계더

깊이생각해볼필요가있다.

지금국내현실은간접세비중이지나치게높지만그렇게걷은세

금으로조성된재정혜택을 OECD 국가들처럼폭넓게누리고있지

못하다. 더불어자산경제부문에대한취약한과세와저소득층을포

함한대다수가계들이자동차를운행하고있다는점을고려해야한

다. 따라서비싼기름값형태로일반납세자들이내는세금부담은다

른OECD 국가들에비해매우과중하다고봐야한다. 또한교통세로

조성된세금이대부분교특회계로흘러들어가도로예산중심의토건

사업예산에쓰인다는점도감안해야한다. 이런점들을고려하면교

통세를폐지해서민들의기름값부담을낮춰주되일부만에너지환경

세로남기는것이합리적인조정방안이다.

5, 토건형특별회계와국민주택기금을손질하라.

사실교특회계뿐만아니라 16개에이르는특별회계규모도크게줄

일필요가있다. 공공기금도대대적인정비가필요하다. 현재특별회

계는모두 16개, 기금은 63개에이른다. 노무현정부당시특별회계

를 6개줄였지만, 기금은오히려 3개나늘어났다. 노무현정부는당초

79개에이르던특별회계와기금을 47개로통폐합하는방안을제시했

다. 특히당시 22개였던특별회계를 6개만남기고 10개는폐지하고

5장대한민국가계부의재구성 349

Page 350: Tax revolution

나머지는다른특별회계나기금과통합하는과감한개혁방안을제시

하기도했다. 하지만그같은개혁은실현되지못했다.

이는사실상정부부처들의사보타주(?)와연관돼있다. 각각의특

별회계가부처별밥그릇과연계된사업을지탱하는예산들인데다가

정치권의감시와통제가느슨해정부부처가훨씬더쉽게쓸수있기

때문이다. 또한이들특별회계와기금을관리하고집행하는정부조

직들이남아있다보니이들조직을중심으로한저항이만만치않았

다. 교특회계사례에서본것처럼건설업계등관련이해세력의강력

한정치적압력과로비도맞물려있다.

그런데특별회계의대부분은각종토건개발사업과관계돼있다.

서울시의사례로본것과마찬가지로중앙정부특별회계의대부분이

토건개발사업에쓰이고있다. 특별회계는기타특별회계와기업특

별회계로나뉘는데, 2010년기타특별회계예산 46조 1000억원가운

데가장규모가큰교특회계는거의전액,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광

특회계)도대부분토건개발사업에충당되고있다. 세번째로규모가

큰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농특회계)도다목적농촌용수개발, 수리

시설개발, 재해예방, 어항기반시설조성등의명목으로절반가량은

사실상 토건 사업에 쓰였다. 따라서 교특회계 전액과 광특회계의

80%, 농특회계의 50%를토건개발사업예산으로어림잡을수있다.

27조 3000억원의특별회계예산이토건사업에들어가는셈이다. 또

한혁신도시건설, 주한미군기지이전, 행정복합도시건설, 국방

군사시설이전,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특별회계등도모두넓은

350

Page 351: Tax revolution

의미의토건개발사업형특별회계라고할수있다. 이들토건개발

사업형특별회계총액은 30조 1000억원으로기타특별회계예산총

액의 65.3%에이른다. 주한미군기지이전이나행복도시건설, 국방

군사시설이전특별회계같이필요성이상당부분인정되는사업을제

외해도 28조 5000억원에이른다. 이들토건개발형특별회계가대부

분정부와정치권의선심성지역개발사업이나토건사업의자금줄

이되고있는것이다. 따라서이들특별회계를폐지하거나축소통폐

합할필요가있다. 이들특별회계를통해쓰인예산가운데절반가량

인 15조원은줄일수있고, 줄여야한다. 물론비슷한성격으로이뤄

지는지자체의특별회계사업도비슷한방식으로폐지하거나줄여야

함은물론이다.

기금도이미목적을달성했거나복권기금처럼서민들로부터사실

상세금을걷는기금들이있어통폐합이나폐지를고려해야하는경

우가꽤있다. 여기에서는이들기금가운데가장규모가큰국민주택

기금문제를짚고가자. 국민주택기금은 1권에서설명했듯이 2011년

지출액 17조 8000억원가운데 65%가량이주택건설사업에들어간

다. 특히 2011년의경우기금지출액의 53%가넘는돈이보금자리주

택사업에지원된다. 그런데보금자리주택사업의 3분의 2가량은공

공분양물량으로공공부문의역할과동떨어진사업에들어간다. 따

라서국민주택기금지출액의상당부분은공공임대주택건설사업

에쓰이도록해야하며, 세입자의입주지원금이나주거보조금지급

사업으로전환되도록해야한다. 이렇게해서국민주택기금이당초의

5장대한민국가계부의재구성 351

Page 352: Tax revolution

공적역할을달성하지못하면서건설업계에주택건설사업물량을

제공하는데쓰이는것은막아야한다.

6, 예산거품뺄비책, 실적공사비적산제도도입하라.

1권 6장에서공공공사발주때원가산정기준이되는사실표준품셈

이엄청나게부풀려져있음을설명한바있다. 비유하자면자동차한

대의단가를산출하는데자동차부품과이를만드는인력의품삯을

일일이계산해입력하는방식과유사하다고했다. 표준품셈을조사하

는인력과예산이턱없이적은데다건설업계등의이해관계가반영

돼있어시장가격보다 30~40%이상부풀려져있다. 예정가격이부

풀려지다보니 600억~700억원에할수있는공사를턴키입찰의경

우 950억원에, 대안입찰의경우 850억원에하는식으로예산이낭

비되고있음을설명했다.

표준품셈제도는종주국인일본조차도토건거품을빼기위해사

실상폐기한방식인데우리만아직도이제도를버리지못하고있다.

따라서시장가격을조사해원가산정기준으로삼는실적공사비적

산제도를도입해야한다. 일본의경우이방식을도입한 1993년이

후건설단가가 30% 이상떨어졌다. 물론형식적으로는한국정부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의문제제기로실적공사비를도입

한다고했지만, 이는생색내기에불과하다.

왜그런지구체적으로보자. 필자가서울시에재직중이던 2007년

실적공사비적용공종은약 1857개로명목상으론전체공종의 55%

352

Page 353: Tax revolution

까지실적공사비가적용됐다. 하지만국토해양부가건설기술연구원

에의뢰해작성하는실적공사비는표준품셈공사비에비해 10% 정

도밖에낮지않았다. 거품이거의빠지지않은가격인셈이다. 더구나

성토, 토사운반, 터파키등가장기본적이면서도단가비중이큰공

종은모두제외됐다. 특히서울등대도시지역에서자주시행하는공

사에적용되는공종은많지않았다.

결국서울시발주공사가운데실적공사비가적용되는공종의비

율은금액기준으로 10.1% 정도밖에되지않았다. 따라서정부의실

적공사비를대폭확대시행하고있다는너스레에도불구하고예정

가격인하효과는서울시의경우 1%(=표준품셈대비실적공사비인하폭

1/10×실제실적공사비적용공종의금액비중 1/10)에지나지않았다.

실적공사비적산제도는법적, 제도적제약때문에지자체차원에

서도입하기어렵다. 따라서중앙정부는허울뿐인제도가아닌제대

로된실적공사비적산제도를도입해야한다. 세계다른모든나라

들이그렇게하고있고, 기술적으로도크게어렵지않은일이다. 문제

는건설족관료들과정치인에게휘둘리지않고건설업계등의로비를

극복할수있는강력한개혁의지와역량을갖춘정치세력이출현하

느냐여부다.

실적공사비적산제도를도입해예산거품을완전히빼낸다면중

앙 및 지방정부 및 산하 사업소 및 공공 기관의 발주 공사 예산을

30%가량절감할수있다. 서울시재직당시이던 2007년필자가계산

해본바로는시스템이완전히정착할경우서울시(본청+사업소+투자

5장대한민국가계부의재구성 353

Page 354: Tax revolution

출연기관) 발주공사예산 4조 62000억원가운데 30%인 1조 4000억

원은절감할수있을것으로판단됐다. 중앙과지자체의공공발주

공사물량을전체예산의 25%인 100조원이라고할때, 이중 30%인

30조원정도는아낄수있다는것이다. 기존의공공발주사업을그

대로시행하더라도예정가격거품만제대로빼면중앙정부및지자

체예산가운데이정도는절감할수있다. 공기업발주공사예산까

지포함하면물량이더늘어나니절감할수있는금액도더많아질것

이다. 실적공사비적산제도를구축하는데는넉넉잡아 200~300명

정도의인력과적산시스템을구축하는비용등연간수백억원정도

만 있으면 된다. 이마저도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 같은 기관에

인력과시설을추가배정하는정도면얼마든지소화할수있다. 수백

억원을투입해연간 30조원을아낄수있다면이정도수지맞는장

사가어디에있다는말인가. 그런데도정부와정치권의무능과이해

관계, 토건족의강력한압력등으로이런근본적개혁을못하고있으

니안타까운일이다.

앞서본바와같이불필요한토건사업발주물량을 30%줄여 30조

원정도절감할수있고, 70조원의발주물량에서다시예정가격거

품빼기로추가로 21조원(70조원×30%)가량아낄수있다. 필자가정

부재정지출에서만 50조원정도는아낄수있다고한것도바로이

런계산때문이다. 물론하드웨어형예산사업에서만이정도예산을

아끼는것이말처럼쉽지않을수는있다. 하지만정부정책을효율화

하고불필요한중복사업을철회하는등의방법으로추가로재정낭

354

Page 355: Tax revolution

비를줄일수있는방법은많다. 그런부분들까지모두포함해중앙과

지방정부의예산 400조원가운데 50조원정도를절감하는것은결

코불가능한일이아니다.

7, 턴키, 대안, 민자사업남발막고경쟁입찰제확대하라.

실적공사비적산제도와함께입찰제도를근본적으로개혁해야한

다. 사실 턴키나대안입찰방식으로사업을진행했을때큰이점이

없지만건설업체들이담합하기위해이들입찰방식의공사를선호

해왔다. 따라서턴키나대안입찰방식공공공사발주를최대한자

제해야하며, 꼭필요한경우에는철저한가격담합분쇄를통해실

질적인가격경쟁이이뤄지도록해야한다. 또한 SOC 예산사업물

량이줄어든다는핑계로추진하고있는민자사업남발도줄여야한

다. 실시하더라도건설업체들에불로소득을안겨주는방식이아니

라민자사업컨소시엄간에실질적경쟁이이뤄지고민자사업자가

충분히리스크를지는구조를만들어야한다. 민자사업에추가로재

정을지원하는것역시최대한자제해 100% 민자사업으로가야한

다. 운영수입보전조건은절대시행하지말아야하며, 기존의운영

수입보전조건도정부와지자체의부담을줄이는방향으로개선해

재협상을시도해야한다. 한편공공부문의‘장기할부구매’수단으

로전락한 BTL형민자사업은사실상폐지해꼭필요한경우예산

사업으로추진해야한다.

시행이계속유보되고있는최저가경쟁입찰제확대를지속적으로

5장대한민국가계부의재구성 355

Page 356: Tax revolution

추진해모든공공공사발주가법에명시한표현그대로최저가경쟁

입찰제가기본발주방식이되도록해야한다. 한편전기공사및전기

통신공사등소규모로분할발주되는공사들을묶어한꺼번에발주해

공사단가를낮춰야한다.

8, 공공임대주택사업, 절반에할수있다.

현행주택공급과정에서는엄청난개발이익이생겨나는데, 이개발

이익은 땅주인, 거주자, 개발 대행기관(토공, 주공, 각 지방도시개발공사

등), 시행사, 설계사, 시공사, 투기세력등에게배분되고있다. 주택

공급과정에서생겨나는막대한개발이익이라는갈비를여러세력들

이돌아가며뜯어먹어결국수혜자가돼야할서민들은앙상한뼈다

귀만핥게되는꼴이다. 이런개발이익을공공이최대한흡수해그것

을재원으로삼아저렴한장기임대주택, 전세주택을지어공급해야

한다.

개발이익을어떻게흡수할수있을까? 현재분양가가운데택지비

가 30~50%가량, 직간접공사비가 40~50% 정도로두가지가거의

90%를차지한다. 우선택지비를보자. 현재는개발계획을발표하고

투기세력이뛰어들어땅값을띄워놓은다음감정평가를통해토지

보상을하므로개발이익이땅주인과거주자, 투기꾼들에게돌아간

다. 그렇게하지않고정부가사전에개발계획을세우고사전매입한

후개발에들어가면보상비를얼마든지아낄수있다. 물론도심지역

에서는쉽지않겠지만판교나용인, 동탄같은공공택지조성지역에

356

Page 357: Tax revolution

서는얼마든지가능하다.

부지확보까지만정부가하고이후주택공급과정은이를통합해

서관리할CM 회사나컨소시엄등이경쟁입찰을통해사업을진행하

면된다. 택지조성도 LH공사가하지않고 CM 회사가가격경쟁을

통해선정한민간토목업체가하면된다. CM 회사가경쟁입찰을붙

여시공사를선정하면실제건축비도절반이하로낮아질수있다. 공

기도현재 26~30개월정도인데 20개월에서심지어절반정도로단

축할수있는공법이이미개발된상태다. 이렇게하면지금의분양가

보다절반아래로훨씬빨리공급할수있다. 부실시공은정부가책

임을묻고통제하면방지할수있다. 공공임대주택사업에들어가는

예산을절반으로줄이고도과거와같은물량을획기적인속도로공급

할수있는것이다.

이를요약하면국민주택기금등예산을동원해사업할경우예산

을절반으로줄일수있다는내용인데, 국민연금의적립금을활용한

다면큰예산을쓰지않고도사업을진행할수있다. 현재공공택지에

서발생하는개발이익을모두환수하면국민연금의투자수익률 5%

를상회하는임대수익을안겨주면서사업을지속할수있다. 따라서

초기종잣돈만있으면임대료수입을통해얼마든지후속사업을진

행할수있는구조가된다. 이같은사업은국민연금의목적인은퇴

세대의노후생활안정을도모하면서도국민연금의수익률을끌어올

려잠재채무를소폭이나마줄일수있는방안이기도하다.

5장대한민국가계부의재구성 357

Page 358: Tax revolution

9, 건설산업전반의구조개혁이필요하다.

앞에서공공임대주택사업을예로들었지만, 이같은방식은상당수

다른공공발주공사에도확대적용할수있다. 이를실현하기위해서

는 CM 회사가 건설 공사 전반을 관리하되 공사 전반을 책임지는

‘CM at full risk 제도’를도입해야한다. 또토지보상, 감정평가, 감

리제도, 금융기관공사보증제도, 하도급구조, 건설업역제도등건

설산업제도의전반적인개혁이필요하다. 물론쉬운일은아니다.

하지만차기집권세력이강력한의지와역량을갖고있다면충분히

해낼수있는일이다. 꼭재정을절감하려는목적이아니더라도부패

가만연하고플랜트시공부문등을제외하고설계등고부가가치영

역에서경쟁력이부족한건설산업은근본적으로개혁하지않으면안

된다. 사실이명박정부가모든권력기관과관련정부부처를동원해

‘방송장악’에기울이는정도의노력만한다면결코불가능하지않은

일이다.

10, 제2의국세청, 소득조사청을만들자.

현재의국세청은징세업무에치중하고있으며, 소득파악및세원의

투명성확보, 구조적탈세조사및추적등의기능은상대적으로매우

취약한상태다. 정기또는비정기적으로세무조사를실시하고있지

만, 대부분의사람들이그같은세무조사가상당히자의적이며추징

세금도‘협상’가능한것으로인식하고있다. 정부의세수목표에따

라국세청이세수를일정한범위안에서늘리고줄이는것도사실이

358

Page 359: Tax revolution

다. 이런상황에서세무공무원들의자의적판단이상당히작용해비

리와뇌물수수의여지를키우고있다. 역대국세청장이줄줄이비리

에연루되는것도이같은현실과무관하지않다. 이런가운데한국의

지하경제는경제수준에비해매우발달한상태로, 재벌기업과고소

득자영자들을중심으로탈세가만연하고있다.

따라서기존징세업무에더해소득파악및세원투명성확보, 탈

세추적에지금보다훨씬많은인력과조직, 예산을투입해야한다.

필요하다면국세청과긴밀한업무관계를갖되가칭‘소득조사청’같

은사실상제2의국세청을만드는것도고려해볼필요가있다. 물론

이같은조직을신설하고유지하는데는상당한비용이든다. 하지만

이를통해한국의부패수준과지하경제규모를대폭줄이고투명한

소득파악을통해세수를획기적으로늘릴수있다는점을고려하면

적극적으로소득조사청신설에나서야한다.

실제로미국이나핀란드, 스웨덴, 독일등선진국에서는납세자의

재산과소득에대한모든정보를국세청이취합관리해모든국민의

소득을유리알처럼들여다보고있다. 특히스웨덴국세청은모든기

업체와금융기관이납세자의소득및금융거래관련정보를제공받

아세금을부과하고있다. 한국도기술적으로는얼마든지같은시스

템을구축할수있다. 다만필요한것은이를현실화하는사회적압력

과정치적의지다.

5장대한민국가계부의재구성 359

Page 360: Tax revolution

11, 비과세및감면혜택일괄정리하라.

현정부가감세정책을추진한뒤부족해진세수를마련하기위해틈

만나면거론하는것이비과세·감면혜택의축소다. 비과세·감면제

도는개인또는기업의소득에대해특례에따라세금을부과하지않

거나감면해주는것을말한다. 세금을원천적으로줄이는방식으로

납세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세 지출(tax

expenditures)이라고부르기도한다. 이같은조세지출은장애인이나

고령자등취약계층지원이나특정분야에대한자원배분을유도한

다는명목으로시행되고있다.

그런데이같은조세지출규모가빠른속도로급증하고있다. 국

세기준으로 1998년 7조 7305억원에서 2010년에는 30조 1396억원

까지늘어난것으로기획재정부는추정했다. 이는 국세총수입액의

14.7%에이르는막대한규모다. 국회예산정책처에따르면조세지

출의 연평균 증감률은 1999~2008년 10년간 12.2%로 국세 총수입

연평균증가율 9.2%를크게웃돈다.

2009년감면금액기준으로주요조세감면항목을보면근로자에

대한소득공제(5조 8714억원), 농어업석유류및기자재감면(3조 1167억

원), 임시투자세액공제(1조 9802억원), R&D비용및설비투자세액공

제(1조 4059억원)등이다.

지나친조세지출은상당히큰문제점을안고있다. 우선과세기

반이줄기때문에세수가감소할수밖에없다. 이렇게줄어든세수를

상쇄하기위해전반적인세율이올라간다. 또한조세지출은재정지

360

Page 361: Tax revolution

출과달리사전심의나사후검증을받을기회가거의없고, 그효과

를파악하기도무척어렵다.

무엇보다큰문제점은조세지출의혜택이상대적으로고소득층이

나흑자규모가큰기업등에집중돼역진적효과가매우크다는점이

다. 이는조세지출이이익이나소득발생에비례해그혜택이돌아가

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체 대상 기업의 0.0013%에 불과한 상위

169개대기업이누리는법인세감면혜택이전체의54%에이른다. 반

면전체대상기업의 98.4%를차지하는 50억원이하소기업이받는

감면혜택의비중은 23.2%에불과한것으로나타난다. 또한종합소득

세신고대상자 356만명의 0.006%에불과한 3억원이상고소득자에

게혜택의 46.5%가귀속되는것으로추정된다. 한마디로정부가소득

이전을통해‘부익부빈익빈’을강화하고있는꼴이라고할수있다.

따라서현행조세지출은가급적일괄폐지하고그렇게확보한세

수를정상적인예산심의절차를거쳐필요한사업부문과계층에배

정하는게옳다. 물론각각의조세지출혜택은강력한이익집단에대

한혜택과맞물려있기때문에일괄적인폐지가쉽지않을것이다. 때

문에일정한조세지출의효과와타당성이검증된경우에는이를재

정사업으로전환할것을전제로실행에옮겨야한다. 이렇게재정지

출로전환된조세지출을 15조원정도라고하면 15조원가량의추가

세수를확보하게되는셈이다. 이들예산을문화, 교육, 복지인프라

구축에쓴다면전반적인삶의질을끌어올리면서도‘부익부빈익빈’

현상을줄이는데크게기여할수있을것이다.

5장대한민국가계부의재구성 361

Page 362: Tax revolution

사회적불공평,

판을걷어차라

2011년 초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 폐지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유리알 지

갑’인생들의분노가뜨거웠다. 조세지출정리작업이매우어려울것임을짐작하게

해준다. 그런점에서왜조세지출을일괄적으로정리해야하는지보여주는사례라

고할수도있다.

아이러니하게 필자도 현 상황에서는 한시적으로 이 혜택을 연장하는 것에 동의한

다. 우선국내조세구조의근원적불공평함때문이다. 재벌과고소득자영업자등가

진자들의탈세와부동산등자산경제에대한과세부실등근원적인조세정의가무

너져버렸음을많은직장인들이실감하고있다. 신용카드소득공제일몰시한이다가

오는데, 이는현정부의부자감세와4대강사업등으로인한세수부족을메우기위

한성격이다분하다. 정부가각종탈세를방치하고직접세인소득세와법인세를깎고

부가가치세비중을늘리면서신용카드소득공제를폐지하려하니직장인으로선‘봉’

이되는기분이들수밖에없다.

한편다른비과세·감면혜택과의형평성도문제다. 예를 들면임시투자세액공제

로인한기업의투자증가효과는거의없는것으로나타났다. 그런데이는폐지하지

않으면서직장인들의감면혜택에만손을대려고하니당연히반발할수밖에없는것

이다. 이런식으로기존의비과세·감면혜택에각개격파식으로손을대서는관련이

해집단의강한반발을살뿐진정한조세개혁에성공하기어렵다. 과감한개혁의지

를가진정치세력이일괄적인조세지출정리를추진해야한다는주장이나오는것

Page 363: Tax revolution

도이때문이다.

한편신용카드소득공제폐지논란에대한직장인들의분노는사회적불공평에시

민들이얼마나민감하게반응하는지잘보여주는사례다. 이를잘설명하는행태경제

학의연구결과가있다. ‘최후통첩게임’이바로그것이다.

마음씨좋은부자가 A에게 1000만원을주면서 B와나눠가지라고한다. 돈의배

분권을 가진 A는 어떤 금액을 제시해도 좋지만, A와 B 모두 금액 배분에 합의해야

한다는조건이붙는다. 이경우A가B에게제시하는금액은‘최후통첩’이며B는A가

제시하는금액을받아들일것인가말것인가만결정할수있다. B가받아들이면A가

제시한방식대로1000만원을나눠갖고, B가수용하지않으면A, B 두사람모두합

의에이루지못했으므로그돈을가질수없다.

만약A가자신이950만원을갖고B에게50만원을줄경우B는이제안을받아

들일것인가? 전통적인경제학에서설명하는‘합리적인간’이라면B는생각해볼필

요도없이이제안을받아들여야한다. 아무런기회비용이나리스크도없이 50만원

의이득이발생하는데합리적인간이라면거부할리없다는것이다.

하지만실제로는어떨까? 수십개나라에서수천번에걸쳐진행된실험의결과에

따르면B가A의제안을거부할가능성이높다. 실험에참여한사람들은자기에게이

득이생기더라도공평하지않다고판단되는제안을적극적으로거부했다. 이것은문

화권이서로다른국가들에서도거의비슷한결과를보였다. 물론문화권별로B가수

용할수있는금액의배분비율은편차가있지만대체로 30% 이상은돼야공평하게

여기는것으로나타났다.

이처럼 사람들이 공평함을 추구하려는 욕구는 당장 눈앞의 물질적 이득을 거부할

만큼강하다. 불공평에대한인간의분노는그만큼강하다. 불공평하다고판단될경우

Page 364: Tax revolution

자신에게설사이득이생기더라도과감하게판을걷어차버린다. 이것이이명박정부

의‘부자감세’에대한부정적여론이강한이유다. 《프리라이더》1권을읽고많은이

들이화난다, 열받는다는반응을보인이유도바로국내과세의불공평성과재정지출

의기득권편중현상을적나라하게보여주었기때문으로보인다.

조세정의가제대로확립되지않은상태에서‘증세론’을거론하면많은납세자들의

분노를살수도있다. 그결과장기적으로증세를통한복지강화를주장하는세력이

진정으로도달하려는목표에큰장애물이될수있다는점을명심해야한다.

Page 365: Tax revolution

12, 예결위를상임위로전환하고예산정책처의위상높여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예결위)가 특별위원회인데다매년새로구

성되는것도예산심의의전문성과책임성을떨어뜨리는이유로지적

된다. 이같은문제점을보완하기위해예결위는 2000년부터상설화

되었으나실제활동은예전과큰차이가없는것으로평가되고있다.

이에따라예결위를다른상임위와겸직할수없게만들고위원임기

도다른상임위와마찬가지로최소한 2년으로할것을주장한다. 이

렇게하면예산결정의사전조정과정까지예결위가보고받고심의

할수있어예산안의실질심사기간이크게늘어난다. 또예결위원들

이심의의전문성을확보하는한편관련부처를의식한심의태도등

다른상임위와겸직함으로써생기는부작용도줄일수있다. 현재운

영위소관인기획예산처와법사위소관인감사원을예결위로가져와

정부의예산편성및집행결과에대한국회통제를강화해야한다.

이경우상임위예비심사와중복될수있다는문제가제기된다. 이는

예결위기능을거시적총량관리와제도적, 구조적기반확충등에치

중하는식으로역할을조정하면해결할수있다.

예산심의지원기관역시활성화해야한다. 현재예산심의를보

좌하는기관은국회예결위전문위원실과예산정책처다. 하지만이들

기관의위상이낮아지원이충분하지못하다는지적이많다. 예결위

원들은전문성이충분하지못한보좌진몇명이검토한자료를토대

로예산심의에나서는경우가허다하다. 특히예결위전문위원실이

정부부처의‘로비창구’로변질된사례도빈번하다. 사정이이렇다

5장대한민국가계부의재구성 365

Page 366: Tax revolution

보니전문성이부족한예결위원들을따돌리고정부부처관계자의요

구를수용하는검토보고서를내는경우가많다. 예결위검토보고서

초안을아예정부부처가만들어올정도다. 따라서예결위전문위원

실을정부부처의입김이작용하지않는전문인력들로채우고확대

할필요가있다.

과거보다위상이많이높아지기는했으나예산정책처도제기능을

하기에는아직체제와진용이충분히갖춰지지않았다. 예산정책처가

출범할 당시 모델로 삼은 것은 바로 미국 의회예산처(Congressional

Budget Office, CBO)다. CBO는독자적으로예산안을분석하고검토해

의회예산위원회를지원하도록 1974년설립된기관이다. CBO는정

부의사업계획을분석하고법안에드는비용을추계한다. 또경제의

움직임을전망하고향후 5년간세입과세출및재정수지규모의변

화를예측한다. 행정부가집행하는모든세입과세출을기록, 연간예

산한도를초과하지않도록관리하는일도맡는다. 미국에서 CBO는

예산관련정보와재정정책대안및예산정책을분석해의회에제공

하는중립적인기관으로자리매김했다.

이와 상반되게 예산정책처의 위상과 영향력은 상당히 낮은 편이

다. 우선시의성, 현장성이떨어지는자료들이많다. 필자가판단하기

에도예산정책처의자료들은국내이슈들에대한정밀하게가공된분

석이상당히부족하다. 더구나‘정치적판단’을요구하는문화가조

직내부에팽배해연구원들의자율성이크게훼손돼많은인력이예

산정책처를떠나고있는상태다. 또한인력부족으로꾸준하고지속

366

Page 367: Tax revolution

적인연구를수행하지못해연구원들의분야별전문성도심화되지않

고있다. 따라서인력을확충하고예산정책처가정치적판단에서자

유로울수있는제도적장치들을마련해야한다.

13, 감사원을국회로이관하라.

미국의예산심사지원기관으로CBO보다더중요한역할을하는것

이회계감사원(General Accounting Office, GAO)이다. GAO는우리나라

의감사원에해당하는역할을하지만행정부가아닌입법부소속으

로, 정부의예산집행및결산을통제또는견제하는주요제도적장치

로활용되고있다. CBO가의회의예산심의과정을지원하고경제및

정책 분석 자료를 의원들에게제공하는 기관이라면 GAO는 정부의

활동을독립적으로심사, 평가하고회계를감사하는기관이다. GAO

는 1921년창설된이래 1970년의회조직개혁법으로그기능이더욱

강화되어 CIA와연방준비은행관련사항을제외한정부의모든기록

과문서를검토할수있으며, 강력한회계감사기능과사업평가기능

을갖고있다. 실제로회계및정책에관한GAO의권고는상당부분

받아들여져연방정부의각부처가이를바탕으로정책을시정하고

있다. 감사원이솜방망이처분을내리고이를정부부처들이제대로

이행하지않는경우가비일비재한우리의현실과는확연히다르다.

더구나겉보기엔감사원과비슷한역할을하지만GAO는의회소

속이기때문에 85~90%의조사가의회각위원회및의회지도자, 의

원개개인의요청으로이뤄진다. 의회가정부의예산집행과결산의

5장대한민국가계부의재구성 367

Page 368: Tax revolution

전과정을감시하고통제하는시스템이되는셈이다. 미국뿐만아니

라영국캐나다등대부분선진국에서도감사원은의회소속이다.

따라서우리도정부부처의예산오남용을방지하기위해서는중

장기적으로헌법을개정해감사원을국회소속으로이관해야한다.

한국처럼감사원이대통령직속기구로있는것은행정부감시, 견제

라는본연의역할과도맞지않는다. 국회소속으로이관한뒤지금과

같은직무감찰이나법령준수여부등을따지는데치중하는관행을

넘어서정책및성과평가에중점을둬야한다. 직무감찰이나법령준

수여부에대한감사는각정부부처내감사실을강화하되국무총리

실에서정부내감사업무를총괄조정하면된다.

감사원이국회로이관되지않더라도직무감찰이나불법성여부를

따지는감사를넘어성과감사조직으로변모해야한다는점에서는

전문가들사이에거의이견이없다. 그런데도이명박대통령은청와

대민정수석을거친정동기씨를감사원장후보로지명하는등감사

원을임기후반정부부처를장악하는도구로삼으려는퇴행적인행보

를보이고있다.

14, 청와대에한국판OMB를신설하라.

청와대조직안에미국연방및지방정부의백악관관리예산처(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 OMB) 같은 조직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OMB는미대통령집무실(Executive Office) 내 최대조직으로, 500명

의 전문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전문 인력의 대다수는 사업조사관

368

Page 369: Tax revolution

(Program Examiner)으로, 구체적인데이터에근거해연방정부예산안

과규제정책을검토하며사업별실적평가및부처별성과평가를실

시해대통령의의사결정을전문적으로보좌한다. 미국의상당수주

및시정부에도규모는작지만주지사나시장직속으로OMB와비슷

한조직을두고있다.

국내에는사실상이같은조직이없다. 기획재정부에서정부부처

의예산을종합하는역할을하나사실상예산편성업무에그친다. 물

론국가재정전략회의를통해예산을전반적으로통합, 조정하는역할

을하나구체적인정보가부족해관료들에게휘둘리기일쑤다. 청와

대에 OMB 같은조직을만들어예산편성이아닌재정기획과예산

조정을대통령이주도해야한다. 물론지금처럼엉터리대통령이라면

이런조직을제대로활용하지못할수있으나정부관료들에게휘둘

리지않는예산의정치적책임성을확보하기위해서는반드시필요한

조치다. 감사원을국회로이관할경우정부부처업무를통할하기위

해서도필요하다.

이는지자체에서도실행할만하다. 필자가재직당시살펴보니서

울시의경우경영기획실에예산과가있었으나이곳은각실국이올린

예산요구안을 대패질하는 수준이며 공무원들이 순환보직으로 맡다

보니전문적역량이부족했다. 다른실국동료나상급자의민원이나

압력에서도자유롭지못했다. 서울시예산규모가크고행정이포괄

적이어서시장의의사결정을전문적으로보좌할조직이있어야하는

데거의없었다. 20명가까운직간접적보좌인력이있으나대부분정

5장대한민국가계부의재구성 369

Page 370: Tax revolution

무적판단을하거나민정업무를담당하는수준에그쳐정책적보좌

조직은 2~3명에불과했다.

이런 상태에서는 여야를 떠나 어떤 사람이 서울시장이 되더라도

정책과재정측면에서관료조직을통할하는것은불가능하다. 물론

자신은통할한다고생각할지모르나구체적인정책집행수준에서는

관료들에게휘둘릴수밖에없다. 최소한광역지자체수준에서는반

드시전문적인정책및재정분석능력을가진보좌조직을구축해야

한다. 지자체장들도정치적보좌조직과별도로정책보좌조직의필

요성에대한인식을새롭게가져야한다.

15, 중복사업피하고정부시스템부터개혁하라.

노무현정부당시광역시도별로 2022개에이르는각종명목의균형

발전정책사업을추진했다. 정부부처별로추진하고있는균형발전

의세부사업내용들을광역시도별로모아놓으면사업수가너무많

아기절할정도다.

문제는단순히사업수가많다는게아니다. 시도별사업들이대부

분중앙정부부처들이‘밥그릇’챙기기차원에서경쟁적으로실시한

중복사업이라는점이진짜문제다. 예컨대당시산자부(현재지식경제

부의전신)는전국 53개지역에혁신장비센터구축사업을전개하고

있었으며, 전국 55개대학에혁신연구개발센터를설치하고있었다.

또전국 15개지역에테크노파크를구축하고, 각지에기술원과연구

소등을건립하고있었다. 정보통신부는전국광역시도마다정보통신

370

Page 371: Tax revolution

연구진흥원설립과 IT클러스터등을구축하고있었으며, 중소기업청

은전국각지에벤처창업보육센터를설립하고있었다. 교육부는전국

대학에누리사업이라는명목으로 100개가넘는전문인력양성사업

을전개하고있었다.

이처럼 부처별로 유사한 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시설

및장비중복등으로수십조원단위의예산이낭비되고, 각지자체는

이를소화하지못해쩔쩔매는실정이었다. 그것도 하드웨어위주로

중복투자가이뤄지다보니이들장비의평균가동률은 30%에도미

치지못했다. 이과정에서생겨난각종조직들을먹여살리기위한예

산또한계속팽창될수밖에없었다.

재정 사업을 수행하는 정부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않고서는

어떤사업을벌이든, 아무리많은예산을쏟아붓든제대로효과를발

휘하기어렵다. 지역균형발전사업의경우부처중심이아니라사업

중심으로통합적으로예산을편성한다음혁신사업추진기관을관

련부처가공동구축해해당사업을추진한다면시설과장비, 인력의

중복을막고사업효과를크게높일수있을것이다.

16, 시대착오적인공개업개혁, 책상을치워라(Clear the Desk).

어떤사람이아파트로이사하면서예전에살던한옥집의가구를모두

들고갔다. 그결과새아파트에어울리지않는가구들이공간만잔뜩

차지하게됐다. 그렇다고가족들이낡은가구를잘사용하는것도아

니다. 이이야기의낡은가구처럼정부산하공기업들가운데는이미

5장대한민국가계부의재구성 371

Page 372: Tax revolution

시대적소명을다했거나당초설정한공익적목적을달성하지못하고

있는경우가적지않다. 방만한공기업들이계속불필요한사업을벌

이며재정을직간접적으로소진하고있는것이다. 수자원공사도사실

이미시대적소명을다했는데, 시대착오적인정부와발맞춰 4대강사

업을벌이면서예산을소진하고있다. LH공사나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농업기반공사, 농협, 산업단지공단등도모두비슷한경

우다.

지자체사업과충돌하며재정효율을떨어뜨리는경우도적지않

다. 개발연대에만들어진국가산업단지는지자체가실시된 1990년대

중반이후부터지방산단이생겨나면서업무가중복되고있다. 따라서

국가산단을지방산단으로전환해지자체가스스로관리하도록해야

하는데, 지식경제부는여전히자신들의밥그릇으로꽉움켜쥐고예산

을쓰고있다. 이때문에각지자체가지역혁신클러스터조성사업

을벌이려고해도지역내총생산의 60% 이상을생산하는국가산단

을관리할수없어예산만소진할뿐별다른성과를내지못하고있는

것이다. 산업단지공단을폐지하고각지역이통합관리해야한다. 이

처럼시대적소명을다한공기업들은과감히해체하거나앞서설명한

LH공사처럼시대에걸맞은역할로전환해가지않으면안된다. 이들

공기업을정리하지않으면관료들이자신들의퇴직후일자리를유지

하기위해계속이들공기업을먹여살리기위한불필요한사업을전

개할수밖에없다.

372

Page 373: Tax revolution

17, 공무원월급현실화해야‘철밥통’이깨진다.

공무원들이자신들의‘미래직장’을염두에두고비리를저지르거나

방만한공기업구조를유지하면서불필요한예산을배정하는행태를

차단하기위해고위공무원을중심으로봉급을대기업임원수준정

도로현실화할필요가있다. 이는‘철밥통’이라는공무원에대한일

반인의인식과정서에반하는제안일수도있다. 공무원의고용안정

성이나각종부수적인혜택등을감안하면공무원의생애연봉은민

간에비해적지않다는주장도있다.

하지만공무원들, 특히고위공무원들이자신들의역할과권한, 사

회적지위에걸맞은대우를받지못하다보니이른바민간의‘스폰

서’를 당연시하는 것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유착과 부정비리, 정책

및제도왜곡등을통한넓은의미의예산낭비와가계부담증가는

매년수십조원규모에이를것으로추정된다. 수조원의예산을더

들여고위공무원들을중심으로보상을높여이런폐해를막을수만

있다면사실수지맞는장사다.

대신중장기적으로고시등을통한직급별공무원충원방식을없

애고모든공무원이성과에따라고위직으로승진할수있는구조를

만들어야한다. 또한민간전문가의공무원임용기회를대폭늘려야

한다. 공무원의봉급을올리되부정비리를저지르면싱가포르처럼엄

벌에처해야한다.

반면재직시부족한봉급을비교적후한공무원연금형태로채워

주는관행도고령화추세를감안할때바꿔야한다. 공무원연금적자

5장대한민국가계부의재구성 373

Page 374: Tax revolution

에대한정부보전액은 2010년경우 1조 6872억원수준으로추정되

고 2020년에는 7조원에육박할것으로보인다. 이런식으로는정부

재정으로언제까지감당하기어렵다. 더구나국민연금과의형평성문

제등을고려하더라도이렇게국민의세금으로공무원연금을지급해

주는구조로가서는곤란하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공무원연금을

더내고덜받는구조로계속조정해가되중장기적으로는조세방식

으로전환하는국민연금에통합해운용해야한다.

18, 지자체에더많은과세권및예산을배분하라.

지자체간재정격차를해소하기위해중앙정부가국세로거둔세금

중 일부를 지자체에 나눠 주는 제도를‘지방재정조정’이라고 한다.

지자체에배분되는지방교부세와국고보조금과지역교육청에배분

되는지방재정교육교부금이바로그런것이다. 보통지방교부세의

경우가난한자치구에상대적으로더많은금액을내려보내재정격

차를해소하고있다. 그런데앞에서설명한것처럼전반적으로지자

체의재정상황이급속히악화되는가운데재정의양극화도심각해지

고있다.

따라서지자체세수를확보하기위해서라도부동산보유세강화를

서둘러야한다. 미국의경우주정부와지방정부의세수대부분을재

산세수입으로충당하고있다. 우리나라역시지자체의재정상황이

악화되는것을막기위해새로운세수를확보해야하는데, 그것은부

동산보유세밖에없다. 그렇다고지자체들이계속중앙정부에손벌

374

Page 375: Tax revolution

리게할수도없다. 저출산고령화충격이본격화되면서경기가침체

되면중앙정부의세수또한충분히걷히지않고, 부족한세수로급증

하는복지지출을충당하는데급급할수밖에없다. 그런점에서도부

동산보유세를강화해이를중앙정부와지자체의세수로배분해쓰는

방법을궁리해야한다. 그렇지않고현행대로간다면사실상파산하

는지자체가속출하는가운데중앙정부의재정상황도악화될수밖에

없다.

한편재산세강화등을통해지자체가지방교부금등에의존하기

보다는자체세수를거둘수있어야지자체의독립성이제고될것이

다. 지금처럼계속중앙정부의지원에의존한다면진정한지방자치제

가실현되기어렵고, 중앙정부에종속되어사업을추진할수밖에없

다. 지자체재정지출의책임성이떨어지는것은물론이다. 지자체가

직접걷는세금이많아지고이렇게거둔세금을지역사업에쓰는등

연계성이강화되면세금문제에대한시민들의관심과견제도확대될

것이다.

19, 미국수준으로예산정보를공개하고주민참여를유도하라.

무엇보다납세자에게세금및재정정보를충분히공개하고시민들의

참여를유도하고보장해야한다. 이를위해정부와지자체수준에서

참여예산제를법적·제도적으로더욱확대해야한다. 그렇지않으면

앞에서설명했듯이공무원들이‘업자’를끼고재정사업을결정하는

구조를없앨수없다. 이런점에서요식행위에그치는공청회가아니

5장대한민국가계부의재구성 375

Page 376: Tax revolution

라미국이나유럽선진국들처럼주민들이정책이나예산배분에직접

참여하는실질적인주민공청회를제도화해야한다. 또한 일본처럼

의회예산심의때유권자들이직접참관하는제도의도입을검토해

야한다.

한편정부는각종예산및재정지출과관련한정보를전면적으로

상시공개하는웹사이트를만들어야한다. 참고할만한예로미국정

부 예산 지출을 항목별 연도별로 공개하고 있는 사이트인‘www.

usaspending.gov’를들수있다. 이사이트는 2006년미의회가제정

한연방재원책임성및투명성법안(Federal Funding and Accountability

and Transparency Act)에 따라구축, 운영되고있다. 참고로이법안은

당시양당의대표적대선주자였던버락오바마대통령과존매케인

상원의원등이주도해초당적으로통과시켰다. 유권자들에게제대로

된정보를공개하는데있어서는초당적으로합의하는미국정치권의

수준을읽을수있는대목이다. 이사이트에선각종형태의정부재정

지출세부항목들의연도별추세를볼수있고, 구체적인데이터를다

운받을수도있다. 정부와계약한기업들의정보도상세하게공개한

다. 예를들면 2011년예산의최대수혜자가군수업체인록히드마틴

이며계약액이 87억 2000만달러(10조원)에이른다는사실을쉽게찾

아볼수있다. 이외에도레이시온, 노스롭-그루먼-보잉등군수산업

체들이상위계약자임도알수있다. 정보를공개하는수준이매우구

체적이지만, 납세자들이관련정보를쉽게알수있게이용자친화적

으로구성해놓은것도장점이다.

376

Page 377: Tax revolution

국내에서도기획재정부가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을구축해웹사

이트(www.digitalbrain.go.kr)를 통해공개하고있다. 하지만정부예산

자료를항목별로볼수있도록해놓았을뿐자세한설명이없어웬만

한전문가들도이해하기어렵다. 더구나미국사이트와달리정부재

정사업의민간주계약자같은정보는전혀찾아볼수없다. 일반유

권자들이이해하기어렵게, 공개하는정보를최소한으로제한한다는

인상을받을수밖에없다. 한마디로정말‘공무원스러운’웹사이트로

구축한것이다. 기획재정부는이웹사이트를통해세계최고수준의

재정정보를공개하겠다고공언했지만, 구현된현실은전혀그렇지

않다. 백문이 불여일견! 궁금한 사람들은 직접 두 사이트를 방문해

한번비교해보기바란다. 납세자로서국민을대하는두정부의태도

가얼마나다른지느껴질것이다.

미국지방정부도예산정보를최대한이해하기쉽게공개하고예

산의쓰임새를공개하는데적극적이다. 대다수의지방정부가각기

홈페이지에서관련정보를비교적상세히공개한다. 새로운회계연도

가시작되는매년 9월에는다음해예산안을상세히설명하는뉴스

레터를각가정에발송한다.

필자가미국유학시절살았던매사추세츠주캠브리지시는한해

예산내용을도표와함께자세히설명하는 A4 6쪽분량의뉴스레터

를보내왔다. 이뉴스레터를보면캠브리지시의세수가어디에서

걷혀서어디에쓰이는지큰그림을알수있다. 이와관련한추가정

보를알고싶을때연락할부서와연락처가적혀있다.

5장대한민국가계부의재구성 377

Page 378: Tax revolution

그런데이같은일이한번에그치지않는다. 다음해세법개정내

용과캠브리지세수의약 60%를차지하는재산세변동내용에관한

뉴스메일이각각별도로발송된다. 세금감면과세금납부연기요청

에관한뉴스레터도발송된다. 이에그치지않고매년 10월에는여러

차례에걸쳐세금과예산문제에관해시당국에시민들이직접질의

할수있는‘Q&A 미팅’이시곳곳에서개최된다.

미국지방정부가세금문제를납세자에게얼마나적극적으로설명

하고납세자의권리를존중하는지알수있다. 세금을걷고나면알아

서쓸테니신경쓰지말라는식의태도로일관하는한국정부나지자

체와는태도가근본적으로다르다. 하지만이같은미국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결국미국납세자들의적극적인관심과요구때문에가능

했다는점을잊지말아야한다.

20, 납세자소송법도입하라.

국내에서번번이입법에실패한제도가운데하나로납세자소송법이

있다. 납세자소송법은중앙정부나지자체의예산오남용과불법적인

예산사용에국민이직접소송을내해당예산사업을중단시키거나

낭비된예산을환수하도록하는법이다. 이렇게절약된예산의일부

는소송을낸납세자에게돌려준다.

정부나 일부 지자체가 예산 낭비를 신고한 국민들에게 포상하는

제도를두고있지만구조적, 제도적차원의예산낭비에는눈을감고

있어유명무실한상태다. 국내에서는박원순변호사가처음이제도

378

Page 379: Tax revolution

를소개한뒤 2001년처음국회에관련법안이제출됐지만통과되지

않았다. 노무현정부때도당시일부여당의원들이국회에제출했지

만정부와다수의원들의외면으로회기를넘겨자동폐기되는수모

를겪었다. 2008년에는자유선진당소속이상민의원이납세자소송

법을발의했지만역시통과되지않았다. 정치권이단순히책임방기

를넘어이해관계때문에이법의통과를저지했다고생각할수밖에

없다.

납세자소송법은정부내감시통제가‘제식구감싸기’식솜방망

이처벌등으로끝나는상황에서효과적인외부감시장치가될수있

는데도정치권이이를줄기차게외면해온것이다. 숱한예산오남용

을벌여온정부부처도이를거리끼기는마찬가지다. 만약납세자소

송법이정비됐다면경인운하나새만금사업, 4대강사업같은사업

들이막대한혈세를낭비하면서막무가내로진행되는일은없었을것

이다.

이법이얼마나효과가있는지는미국의사례를보면알수있다.

미국의납세자소송법이라고할수있는허위주장법(False Claims Act)

에따라이뤄진납세자소송을통해 1986년이후 2010년까지환수된

액수는무려 220억달러, 한화로 25조원에이른다. 소송을통해실제

로환수한금액만이정도지이법의존재로인해미연에방지할수

있었던예산낭비사업까지감안하면그효과는훨씬더클것으로짐

작된다. 조세재정구조개혁을위해서든, 납세자의권리향상을위해

서든납세자소송법제정은결코미룰수없는과제다. 이밖에공익

5장대한민국가계부의재구성 379

Page 380: Tax revolution

제보자의법적보호장치를강화하고, 정보공개제도와기록물관리

제도의개선을통해정책결정의투명성과책임성을강화하는것도

납세자와시민의권리를확보하기위한주요한과제다.

납세자행동수칙10

근본적인조세재정구조개혁을정부와정치권에만맡겨놓을수는

없다. 조세재정구조개혁을위해일반인들이개인적차원에서할수

있는일들에는어떤게있을까. 우리가직접할수있는일 10가지를

정리해보았다. 물론한사람의개인이이렇게한다고해서얼마나바

뀔수있을까하는회의가들지도모른다. 하지만모든위대한변화는

결국먼저각성한시민한사람, 한사람의변화로부터시작되었다는

점을잊지말자. 각자자신의생활영역에서‘변화의나무’를심는다

면또다른세상은얼마든지가능하다.

1. 시민단체를후원하라.

일상적직업을가진개인들이바쁜시간을쪼개세금문제를고민

하고예산의쓰임새를감시하는것은쉽지않다. 그런데이를직업적

으로하는시민단체들이있다. 경실련은공공토건사업의예산낭비

구조를폭로하고제도적개선책을꾸준히제시하고있는단체다. 참

여연대는조세개혁센터를두고조세정의문제를지속적으로제기

하고있다. 좋은예산센터와함께하는시민행동은중앙과지방의불합

리한예산낭비사례와정책들을모니터하고있다. 2011년초‘신용

380

Page 381: Tax revolution

카드소득공제폐지반대운동’을펼쳐주목받은한국납세자연맹은구

조적조세재정문제보다는미시적인대응에머무른다는한계가있지

만, 그래도살펴볼만하다. 직접조세재정문제에관심을기울이기

어렵다면이들단체를후원하는것도방법이다. 지역에서유사한활

동을하는단체들을찾아보라.

2. 토건족정치인들에게‘노(No)’라고말하라.

한국사회에서토건패러다임에관한한단한번도정권교체가

일어나지않았다. 하지만이제는토건패러다임에서벗어나야할때

다. 유권자로서현명한선택을통해이를앞당겨야한다. 민생중심

예산을 편성하는 드라마〈시티홀〉의 신미래 같은 사람에게‘예스

(Yes)’를, 각종번지르르한개발공약을내세우는토건족정치인들에

게‘노(No)’를분명히투표로말하라.

3. 지자체예산들여다보고문제를제기하라.

대다수지자체가여전히관주도로예산을짜고있다. 그러다보니

지자체장이나시군구의회의원, 관련공무원이나주변토호세력의

입김이반영된문제예산들이넘쳐난다. 자신이사는지역의예산내

역을시나시의회등에서구해살펴보고낭비성예산들에는문제를

제기해야한다. 담당공무원에게직접항의할수도있고, 지자체홈페

이지에민원을제기하거나지역정치인에게문제해결을촉구할수도

있다. 지역시민단체나언론에제보할수도있다. 관련정부부처에

5장대한민국가계부의재구성 381

Page 382: Tax revolution

민원을제기할수도있다. 얼마나적극적으로대응할지는의문이지만

말이다.

4. 필요하다면모임을조직하라.

지역별로상황이다르지만문제를제기하는시민단체나언론이없

거나취약한경우도있다. 그럴경우직접나서서조그만모임이라도

시작해보자. 아무래도여럿이함께목소리를내는것이혼자하는것

보다훨씬더효과적이다.

5. 지자체장과정치인들에게항의메일을보내라.

우리가낸세금이제대로쓰이지않는다고느낄경우지자체장이

나정치인들에게항의하거나시정을요청하는메일을보내보자. 개

인보다는모임을만들어단체명의로보내면더욱효과적이다. 지자

체장이나정치인들이뚜렷한이해관계를가진이익집단에휘둘리는

것은바로다수의표를의식하기때문이다.

6. 전시성행사의유치또는추진을반대하라.

각종전시성행사나개발사업들을유치또는추진하는것에반대

하라. 물론지역에꼭필요한경우라면이야기가다르지만정부나지

자체가추진하는사업들가운데는예산을낭비하는소모적행사들이

적지않다. 그런행사들에는서명활동등을통해적극적으로반대의

사를표시해야한다. 또한지역살림살이에비해도가넘는호화청사

382

Page 383: Tax revolution

나종합운동장을짓는대신도서관이나소규모공원, 공공놀이터확

충과각종시민들을위한문화, 교육프로그램들을강력히요구해야

한다.

7. 인터넷에관련글과정보올려라

정부의각종언론통제에도이제는인터넷을통해누구나자신의

의견을표출할수있다. 특히최근에는트위터등소셜미디어의활성

화로한개인일지라도다른이들의공감을얻을수있는메시지를얼

마든지전파할수있다. 세금납부의형평성이나주변에서일어나는

예산낭비실태를중심으로관련정보를소개하거나의사를개진해

보자. 트위터에서는‘#freerider’라는해시태그를사용해조세재정

문제에대해의견과정보를교환하고있다.

8. 최대한현금사용을피하라.

미국에서는현금으로지불하면깎아준다고해도가능하면신용카

드를사용하는사람이많다. 하지만한국에서는물건값을깎아준다

면현금을꺼내드는사람이대부분이다. 어떤사람들은영세자영업

자들을도와준다며일부러현금으로계산하는경우도있다. 하지만

그것은간접적으로탈세행위를돕는것이다. 영세자영업자들을돕

는방식은다른정당한방식이어야지떳떳하지못한방법으로할필

요는없다.

5장대한민국가계부의재구성 383

Page 384: Tax revolution

9. 관행으로포장된탈세를피하라.

주택거래를할때다운계약서나업계약서를쓰는관행을버려야

한다. ‘관행’이라고표현했지만이는명백한탈세행위다. 이같은행

위를범죄로인식하고강력히처벌하는제도와분위기가정착되지않

다보니그냥관행이라는이름으로넘어갈뿐이다. 특히 1가구 1주택

자의경우어차피양도소득세를물지않는데도거래상대방등의요

구로이에응하는경우들이적지않다. 쉽지않겠지만관행이라는이

름의유혹에서벗어나자.

10. 《프리라이더》를읽고토론하라.

실천하려면먼저문제점이무엇인지명확히알아야한다. 이같은

문제점을잘알려주는정보를접하고주위사람들과토론하는것도

작은실천이될수있다. 그런점에서이책은좋은자료가될것이다.

정확히그런목적으로쓴책이기때문이다. 필자의책과더불어권하

고싶은책으로《또파? 눈먼 돈, 대한민국예산》(정광모지음, 시대의

창)이있다. 국회보좌관출신의저자가여러자료를통해예산낭비

실태와메커니즘을잘정리한책으로일독을권한다.

384

Page 385: Tax revolution

즐거운상상놀이

2025년‘또다른세상’의대한민국

본문을마무리하는시점에서즐거운상상놀이를한번해보자. 2025년

경조세재정구조개혁과그와연관된사회경제적개혁이이뤄진‘또

다른세상’대한민국에살아가는우리들의모습말이다. 30대중반의

평범한가상직장인인 A씨와주변인물들을중심으로상상의나래를

펼쳐보자.

A씨는아내와의사이에아들과딸을두고서울에서살고있다. 그

는보증금 1억원에국민연금적립금으로지은 30평형대공공장기

전세주택에서살고있다. 서울시주택의평균매매가격이 2억원까

지떨어져크게부담스럽지않지만굳이집을살필요를느끼지못하

고있다. 2010년대전반에높은주택가격이큰폭으로떨어진뒤고

령화와인구감소등의여파로 2020년이후로도주택가격은계속안

정된상태다. 집을사봐야매년크게강화된재산세를내야하고시

간이지날수록노후화되는데다자산가치가올라갈가능성이없어

주택구매는크게매력이없다.

즐거운상상놀이 385

Page 386: Tax revolution

더구나이제는공공임대나공공전세주택에사는가구가적지않

아이를부정적으로보는시선도거의사라졌다. 2012년이후들어

선정부가공공임대·전세주택공급을획기적으로늘리면서수도권

의경우전체인구의 20%가량이공공임대·전세주택에살게됐다.

노후세대등의증가로 1~2인가구가늘면서이들을위한주택도많

이지어졌는데, A씨의부모님도은퇴하신뒤공공임대주택에서월

20만원정도의임대료를내고기거하고있다.

사실A씨부모는 2018년단행된국민연금개혁으로이전에은퇴한

노후세대만큼국민연금을받지는못한다. 과거의기금적립식방식

에서조세방식으로전환돼현세대가낸수준만큼연금을수령하는

방식으로바뀌었기때문이다. 하지만크게서운하지는않다. 저렴한

장기전세주택에살다보니주거비부담이과거보다크게줄어들었

고, 3억원정도의현금을저축해둔덕분에생활에크게아쉬운것은

없다. 모아놓은돈으로여행도다니고공연도관람하는등여가생활

을즐길수있다. 게다가국민연금수령액은줄었지만건강보험의중

병질환과노인성질환에대한보장성강화로의료비용이크게줄었

다. A씨의어머니는 2년전유방암판정을받았지만중병질환보험료

상한선인 400만원까지만내고도큰부담없이치료를받을수있었

다. A씨의부모님뿐만아니라평균소득이하저소득노인들을위해서

는의료비지원이크게확대돼기본적으로무상의료가실현되고있다.

이처럼의료비용부담등이크게준상태에서주거비와소비자물가

등이안정돼있어서국민연금이줄어도노후생활에큰지장이없다.

386

Page 387: Tax revolution

A씨의 큰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과거에는 의무교육이라고 해도

학습준비물등을따로준비해야했지만지금은전혀그런부담이없

다. 또한학교에서의무적으로모든아이들에게친환경식단으로점

심급식을제공하니도시락준비나급식비걱정을하지않아도된다.

그뿐만아니라피아노와미술, 음악, 로봇교실, 태권도, 수영, 인라인,

축구, 야구등과같은방과후프로그램도무상으로제공한다. 수영장

과체육실등이런활동을할수있는공간들이학교안에만들어져

있다. 이런시설을갖추기힘든학교들은인근의관련업체와계약을

맺어이들프로그램을제공한다. 영어와수학의경우학교교사들이

방과후에학습진도가뒤떨어진아이들을위해보충수업을진행하고

있다. 원어민교사들을중심으로영어회화프로그램도진행하고있

어따로학원에다니는아이들이드문편이다. 또학교에는심리상담

교사와공격행동을보이는학생들을가르치는특수교사등이배치돼

있다. 언어장애등을겪는아이들은학교에신청하면정부지원을받

아별도의민간프로그램을활용할수있다. 둘째아이는여섯살인데

역시정부지원으로돈한푼들이지않고공립유치원에다니고있

다. 유치원까지무상보육이실시되고있기때문이다.

A씨부부는셋째를가질까고민하고있다. 보육비와교육비가크

게부담되지않는데다가아이들에게아동수당까지나오므로첫째아

이를가질때에느꼈던부담감이크게줄었다. 더구나법적으로출산

휴가뿐만아니라 2년범위이내에서육아휴직이가능해져 A씨아내

가직장을그만두지않고도아이를키울수있게된것도셋째고민을

즐거운상상놀이 387

Page 388: Tax revolution

하게된이유다.

A씨의처제는대학졸업반이다. 그는대전에있는국립대학인‘한

국3대학’을등록금한푼안내고다니고있다. 등록금부담때문에

학생들이막다른선택을하거나학업을중도에포기하는사태는옛날

얘기가돼버렸다. 당연히등록금부담때문에졸업과동시에신용불

량자로전락하는학생들도사라졌다. 대신학생들은과거에비해훨

씬더학업에전념할수있게됐다.

A씨의처제는대학을졸업하면대학동문들이지역에설립한바

이오벤처회사에취직할예정이다. 대학동문들이 5년전설립한그

회사는그동안기술의상용화에성공해빠른속도로성장하고있다.

정부의지원으로산학연혁신클러스터가활발히추진돼한국3대학

을중심으로많은지역벤처기업들이생겨났다. 이벤처기업들의정

보와자원, 인력들이연계되면서생명공학및환경공학분야의첨단

산업클러스터가빠른속도로형성되고있는중이다. 여기에는정부

가과거재벌대기업과산업입지개발중심의기업지원정책에서

대학의무교육과연계해산학연지식산업클러스터지원으로선회한

것이크게작용했다. 10년전쯤부터정부의정책전환과이와연계된

재정지원이대규모로이뤄진결과청년층의창업활동과기성기업

들의투자가연계되면서일자리가지속적으로창출되고있다. 이때

문에 A씨의처제를비롯해많은대학생들이졸업과동시에어렵지

않게주변지역에서일자리를구할수있게됐다. 아직이클러스터

가시작된지 8년정도밖에되지않았지만, 이미 지역내총생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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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를차지할정도로경제적비중이커졌다. 대전시는향후 15년안

에이클러스터에서만전체지역내총생산의약 40%를창출할것으

로기대하고있다.

사실 대전시뿐만 아니라 지역별 국공립대학 주변에는 해당 대학

졸업자들을중심으로한활발한창업활동으로이같은산업클러스

터들이빠른속도로성장하고있다. 이때문에 2010년대전반부동산

거품 붕괴와 고령화 가속화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 1~2%

대의낮은성장률에머물렀던한국경제가 2020년이후점차회복되

기시작했다. 이런추세에따라 2024년에는 3.8% 수준의경제성장률

을보였다. 2000년대의 4~5% 전후수준의경제성장률에비하면낮

은것이지만인구감소와고령화추세를감안하면결코낮다고는할

수없다. 더구나양적인경제성장에비해실질적인삶의질은훨씬

높아졌다. 주택가격은안정돼있고, 물가는 2% 초반의완만한상승

세를보이는가운데일반가계의소득수준은꾸준히상승하고있다.

정부의공식실업률과달리매우높은상태를유지하던실질실업률

역시크게떨어졌다. 비정규직차별철폐법제정비와함께양질의일

자리들이지속적으로만들어지면서비정규직비중도전체고용인력

의 20% 정도로크게줄었다. 또한비정규직의처우가정규직에비해

크게개선돼비정규직일자리를자발적으로택하는경우도상당히늘

었다.

지금까지 2025년대한민국에펼쳐질장밋빛(?) 미래를간단히상

상해보았다. 판타지같은가. 물론현시점에서보면판타지처럼느껴

즐거운상상놀이 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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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지도모른다. 하지만조세정의를바로세우고재정지출구조개혁

을단행해확보한 100조원의돈을꾸준히제대로써간다면얼마든

지만들수있는현실이다. 우리모두가이같은꿈을현실로바꾸기

위해각자의영역에서한그루‘변화의나무’를심어간다면분명히

가능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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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91: Tax revolution

|에필로그 |

프리라이더 1권을읽은독자들가운데두분이트위터로이런글을

제게보내주셨습니다.

“아는것이많이없는탓에이해하기어려워세번을읽었습니다. 이제

조금 이해가 되고 생각이 많아지네요. 아버지께서 건설회사에서 30년

넘게근무하셨습니다. 국가로부터유치하는큰공사위주로참여하셨고

요. 어린시절부터아버지와어머니의어깨너머로들어온이야기를이렇

게책에서읽게되니기분이이상합니다. 책내용중건설공사에서세금

이줄줄새고있다는대목. 하지만, 전화낼수만은없었습니다. 세금으

로책정된공사비중판공비란명목으로아버지께내려온그돈으로우

리가족은여유로운생활을하고전미국유학까지다녀왔습니다. 머리

가복잡해지네요. 전이제 26세입니다. 2010년 7월에귀국해대체군복

무를하고있습니다. 전영화감독이꿈입니다. 한국에돌아와지난 6개월

동안얼른군복무를마치고미국으로돌아가려는생각뿐이었습니다. 저

에필로그 391

Page 392: Tax revolution

자신이부끄럽고한편으로는가슴이뜁니다. 어떻게보면떳떳하지못한

돈으로공부했습니다. 약속드리겠습니다. 항상좋은사회를위한영화라

는말을머릿속에새기며시나리오를쓰고영화를만들겠습니다. 감사합

니다.”

“대학졸업후직장생활 9년차. 조직과사회속에서앞만보고달리던

중딸을낳은후불현듯느낀생각‘내딸도나와같은사회속에서살게

할것인가?’딸이나에게준또다른선물. 프리라이더 2권기다리고있

습니다.”

두분의글을읽으며제가슴이뭉클해졌습니다. 저의졸저가어떤

분들께는이런영향을줄수있다는사실이감사했습니다. 보람을느

꼈고힘을얻었습니다. 책임감도많이느꼈습니다. 두분의글을곱씹

으며게을러지고느슨해지는저를채찍질했습니다. 이분들을포함해

많은분들이격려와응원을보내주셨습니다. 프리라이더 1, 2권을모

두마무리지으면서많은분들의기대와성원에부응하기위해제몸

안의모든진액을짜냈다고감히말씀드리고싶습니다.

1, 2권을합쳐 700쪽이넘는지면을채우고도아직빠트린부분이

많습니다. 사실비과세및감면등조세지출문제나공무원연금문

제, 약가거품으로인한예산낭비, 경제와재정지출패러다임의전

환, 그리고향후개혁방안등에관해서는원고를써놓거나자료를

조사해놓고도결국담지못하거나대폭축약할수밖에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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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93: Tax revolution

이많은지면을낭비하고도제뜻을충분히다담지못한것은전적으

로필자의우둔함탓이겠지만아쉬움이남습니다. 하지만이책에담

지못한부분은차후다른계기를통해소개하겠습니다.

알다시피지금한국사회는근본적인사고의전환을요구하고있

습니다. 주택, 교육, 조세, 재정등한국사회의많은문제들이장기간

에걸쳐누적돼온탓에기존의제도적틀안에서미세조정, 또는땜

질처방으로는해결할수없는상황에이르렀습니다. 따라서기존의

틀을벗어나상자밖에서생각해야(think out of the box)할때입니다.

하지만사고의전환만으로는부족합니다. 현실에서적극적으로근

본적인개혁을추진할의사와역량을가진정치세력또한필요합니

다. 현재한국사회는이중의과제를안고있습니다. 좌우를떠나민

주화이후‘사상최악의불량정부’인이명박정부에서급속히후퇴

한민주주의와인권, 대북정책을정상궤도로되돌리는과제가하나

입니다. 또김대중, 노무현정부당시의미흡한대처와정책실패로

심각해진주거, 교육, 보육, 일자리, 노후등에관한민생경제문제를

해결하고건전하고지속가능한경제구조를만드는게둘째과제입

니다. 첫번째과제는현재의야권이집권할경우원상회복을넘어더

심화된수준까지발전시킬수있을것입니다. 하지만두번째과제에

대해서는현재의여권은말할것도없고야권도여전히충분한비전

과전략, 문제해결역량을보여주지못하고있습니다. 그런점에서

2012년한국은단순히여야이동을넘어정책역량의차원이동이절

실히필요한때입니다.

에필로그 393

Page 394: Tax revolution

이책은기본적으로일반납세자들에게직접호소하기위해쓴책

이지만동시에정책역량의차원이동을자극하기위해쓴책이기도

합니다. 지금한국사회는비정규직비율세계최고수준, 극심한청

년실업, 자살률급증과출산율급감, 세계최고속도의고령화, 교통

사고사망률세계최고수준, OECD 국가최고의산업재해율과최장

노동시간, 소득대비세계최고수준의주택가격, 경제력대비지나

치게 높은 생활물가, 공적 사회복지 지출 비용 OECD 국가 최저,

GDP 대비교육재정투자세계경제포럼조사대상국 127개국가운

데 71위등각종악성지표들이생생히보여주듯이일반생활인들이

마음놓고숨쉬기조차어려운나라가돼가고있습니다. 이런가운데

저출산고령화충격등미래의위기요인들이쓰나미처럼밀려오고

있습니다. 그만큼정책당국자와정치권이여야와보수진보의구분을

넘어당면한한국사회의과제들을해결하기위해역량을총동원해야

할때입니다. 이책이그같은노력을불러일으키는데조그만도움이

라도되기를간절히바랍니다.

마지막으로이책을끝까지읽어주신독자들께고개숙여깊이감

사드립니다. 이책을읽은많은독자들께서한국사회의어두운치부

를생생히확인하게돼분노하고우울했을지도모르겠습니다. 분노와

우울함, 무기력감을넘어개혁과변화, 희망을향한조그만단초라도

제공하려애썼지만그노력이얼마나성공했는지는의문입니다. 그런

점에서많은심적에너지를들여이책을끝까지읽어주신분들에게

감사드리지않을수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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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이책이희망을충분히보여주지는못했을지라도많은독

자들에게최소한‘분노할이유’라도발견하게했다면저자로서는더

없는영광이겠습니다. 2010년 10월초판이출간된이후 80만부이상

팔리며 프랑스에서‘분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는《분노하라

(Indignez vous!)》의구절일부를소개하며위안을삼고싶습니다. 알다

시피이책의저자는제2차세계대전때레지스탕스대원으로독일

나치에맞섰던 93세의프랑스노인스테판에셀입니다.

분노할이유를발견하는것은귀중한선물이며분노할것에분노할때

당신은거대한역사의흐름의일부가된다. 그 흐름이우리를더많은

정의와자유로인도한다. 그자유는여우가닭장속에서나맘껏누리는

자유가아니다.

—《한겨레신문》, 2011년 1월 4일자, 〈‘분노하라!’프랑스뒤흔든‘30쪽

의외침’〉중에서

오늘날분개해야할이유가덜분명해졌고이세상이더욱복잡해진것

은사실이다. 누가명령을내리고누가결정을하는가? 우리의삶을결

정하는모든종류의흐름을구별한다는게항상쉬운일은아니다. (중

략)그러나이세상에는참을수없는것들이있다. 그것을보기위해선

잘바라보고찾아야한다. 난젊은이들에게말한다. “찾아보시오, 분명

히찾을것이오.”가장나쁜태도는무관심이다. “무슨방법이없잖아.

나혼자알아서처리해야지뭐.”당신들은이런식으로행동하면서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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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구성하는가장중요한요소의하나를잃고있는데, 그것은분개하는

능력과그결과로이어지는앙가주망(참여)이다.

—《오마이뉴스》, 2011년 1월 6일자, 〈93세노인의분노, 프랑스를사로

잡다〉중에서

더불어이모진세상에서힘겨워하는젊은후배님들께제가자주

읊조리는경구하나를소개하면서이책을마치겠습니다. 아직‘내가

무엇을할수있을까’자신의능력을의심하고방황하는많은젊은

후배님들께조그만길잡이가되기를바랍니다. 저도다음책을통해

제소명을찾는작업을이어가겠습니다.

삶에서당신의소명을찾는것은당신마음이깊은희열을느끼는것과

세상이깊은허기를느끼는것사이의교차점을찾는일이다.

—프레드릭비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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