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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인간과 기술의 미래에 대한 세 가지 질문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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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ee Questions for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인간과 기술의 미래에 대한 세 가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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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3: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연구진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이동만 교수 | 이원재 교수 | 도영임 교수

참여연구원

KAIST 문화기술대학원

나정환 연구원 | 임지민 연구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이슬 연구원

편집

오세범 연구원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사진

나정환 연구원 KAIST 문화기술대학원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인간과 기술의 미래에 대한 세 가지 질문

Page 4: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이 글로벌 세계에 확산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 인류는 기회

와 위험을 동시에 안고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등 미래 기술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새로운 미래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지만 기술 혁신을 둘러싼 사회, 윤

리적 문제에 대한 논의나 합의는 아직까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

황이다. 기술 발전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데, 이에 대비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은

이를 여전히 더디게 쫓아가고 있다.

미래 기술의 발전과 우리 삶의 변화에 대해 사회학, 심리학, 정보통신기술,

로봇공학, 정책 각 분야 전문가들은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

까. 연구진은 약 4개월에 걸쳐 미래 기술이 바꿔놓을 우리 삶의 영역들과 기술

의 긍정적, 부정적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4회의 포럼과 대담을 통해 기술공학

자, 인문학자, 정책입안자, 언론인, 소설가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과

함께 미래 기술 문제에 관해 토론하였다.

본 보고서에서는 기술과 사회에 대한 다각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 기술

로 인해 예상되는 삶의 변화와 새로운 기회,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 균형잡힌 시

각을 제시함으로서, 인간을 더욱 인간답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기술의

발전 방향에 대해 탐구하고자 한다.

요약문 Summary

Page 5: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미래 기술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인공지능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미래 기술에 대해 우려와 두려움이 나타나

고 있다. 우리가 미래에 대해 가지는 두려움은 타당한 것일까?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우리 사회는 커다란 변화와 혼란을 겪어 왔다.

그럼 왜 지금 시점에 미래 기술에 대한 더 깊은 고민과 예측, 대비가 필요할까?

그것은 보다 세계화되고 복잡해지며, 보이지 않는 형태로 빠르게 발전하는 기

술의 불확실성 Uncertainty 때문이다. 첫째, 기술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

고,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올 기술들이 더 빠른 속도로 우리 삶에 들어오게 될 것

이다. 둘째, 기술은 세대를 거듭하며 점점 복잡하게 진화하고 있다. 미래 기술

은 더 새로운 기능, 더 복잡한 회로와 알고리즘을 갖추고 우리 삶에 들어올 것이

다. 셋째, 기술 혁신은 지역과 분야를 초월해 이루어지며, 하나의 기술에도 다양

한 이해관계자가 관여하고 있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기존의 접근만으로는 이

를 통제하고 이끌어나가기 어려워질 것이다. 넷째, 미래 기술의 가장 중요한 특

징은 우리 일상에 스며들며 융합하는 형태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

래 기술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이 더욱 힘들고, 사람들은 기술의 편리성에 익

숙해져서 그 위험을 인지하기 어렵다. 이러한 예측불가능한 특성 때문에 우리

는 지금, 기술의 발전과 미래 변화에 대해 더욱 고민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예측불가능한’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과 이로 인한

우리 삶의 변화를 두려운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역사적으로 기술의 발전

은 예측하지 못한 다양한 변화들을 수반해 왔다. 과거에도 항상 새로운 기술의

발전은 예측불가능한 결과를 만들어왔고, 인류는 거기에 적응하며 새로운 삶

의 방식을 만들어왔다. 신기술 도입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미래 기술의

영향에 대해 충분히 고찰하고 최대한 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하며, 무지와 불안

에서 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변화에 적응해나가는 것이다. 어떤 기술이든 밝

은 면과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항상 안전한 기술만을 선택했다면 문

명의 발전은 없었을 것이다. 기술의 어떤 면을 발현시키는가는 이를 다루는 방

식에 달려 있다. 언젠가 도입될 수밖에 없는 어떤 기술이 사회에 가져올 부정적

인 효과가 예상된다면, 최악의 상황에 대해 불안해하며 배척하기보다는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기술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지만 사람들이 이에 적응하고 사회 담론과 건강

한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기간은 오히려 짧아지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 주요 이슈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가 필

요하다. 또한 기술 발전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공동의 이해에

바탕을 두고 미래를 함께 창조해나가야 한다. 앞으로 점점 더 빠르게, 더 많은

복잡한 기술들이 밀려올 것이다. 미래 기술로 인한 변화의 물결을 피해갈 수 없

다면, 급한 물살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오히려 그 흐름을 타 멀리 나아갈 수 있

도록 하는 현명한 대처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미래 기술은 어떤 기회와 위험을 가져올까?

예측할 수 없는 변화, 인공지능

현재 인공지능의 핵심을 이루는 딥러닝 Deep Learning 알고리즘의 강력한 점이

자 무서운 점은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조차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

‘은닉층 Hidden Layer ’의 존재이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항상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인공지능을 사람들은 전적으로 신뢰하고, 나아가 신격화하게 될 수 있다.

만약 인공지능이 오류로 인해 잘못된 판단을 내렸을 때에도 사람들이 이를 맹

신하고 따른다면 큰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인공지능에 대한 또 한 가지 예

측할 수 없는 불안은 많은 영화에서 다루어져 온, 인류를 공격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것이다. 자율형 살상 로봇이 자아를 가지게 된다면 인류가 통제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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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상 무기가 될 수 있다. 아직 인간의 자아에 대한 이해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

에서 자아를 가진 인공지능에 대한 논의는 너무 이르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

지만, 실현된다면 분명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다. 한편 인간을 빼닮은 휴머

노이드로 인한 관계성 혼란의 문제도 있을 수 있다. 로봇과 인간의 상호작용은

인간 사이의 것과는 다르겠지만, 로봇과 함께 태어나는 세대는 자신에게 도움

와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로봇과의 상호작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더 선

호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때

문에 여러 관점에서 이 현상을 논의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기술로 예상되는 변화와 위험들

우리가 미래를 전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어떤 변화들은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일어날 것이다. 미래 기술은 우리 삶에 거대한 변화를 만들

며 기회와 위험을 제공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여 더욱 풍

족한 사회를 만들 여유를 제공할 수도 있고, 광범위한 실업을 가져와 경제 체계

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개인화 서비스와 수요중심형 경제는 시간과 자원의 효

율을 높여줄 수 있지만, 정보의 편향과 소득 불균형을 불러올 수도 있다. 사물

인터넷과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스마트홈이나 자율주행자동차는 혁신적인 편

리함을 제공할 것이지만, 프라이버시 침해나 보안 문제, 그리고 윤리적 문제를

동반한다. 기술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미래 사회를 위해서는 이러한 위험

들을 우선 대비해야 한다.

미래 기술로 인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

기술은 어느 때보다 빠른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역과 국가의 경계를 넘

어 언제 어디서나 연결된 세계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정치 형태가 변화하며, 경

제 가치가 실물 자원에서 디지털 자원으로 옮겨가면서 새로운 부와 권력 체계

가 나타날 것이다. 인공지능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보다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기계에 의해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새로운 직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직업의 의미가 변화하여 소득 체계에 혼란이 나타나고, 사람

들의 역할 변화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면서 극단적으로는 안정된 삶이라는 개념

자체가 허구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하고, 새로운 소득

체계를 만들어 사람들이 노동을 하지 않고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면 우리는

먹고 사는 문제에서 시간 개념과 삶의 가치의 재구성 문제로 시야를 넓혀야 할

것이다. 미래 기술 발전 양상은 과거의 산업혁명들과 다르게 나타난다. 변화는

더 빠르고 복합적으로 진행되는데 우리 사회의 합의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

하고 있고, 1차 산업혁명 때처럼 시간이 해결해 주기를 기다릴 수는 없을 것이

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있는 인공지능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전기자동차

와 같은 새로운 단일 기술이 아닌 인간 사회의 본질을 변화시킬 기술이다. 여기

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더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미래 기술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기술 발전이 인류

에게 미칠 영향과 그 대처 방안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어 왔지만, 여전히 풀리

지 않은 문제들과 예상치 못한 위험들이 존재한다. 미래 기술은 강력한 기회만

큼 위험한 문제를 동반하기도 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한 미래가 예상되

는 지금, 예측가능한, 또는 예측 불가능한 문제들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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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체가 함께하는 담론 형성의 필요성

새로운 기술은 보다 연결된 형태로 우리 생활에 침투하고 사회와 경제, 문화

에 걸쳐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법제도적, 인문학적, 윤리적 문제가 복합

적으로 나타날 미래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비롯해

공공과 민간 부문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사회 합의 체계와 균형

잡힌 관점이 필요하다. 다각적인 논의는 사회 전반에 걸쳐 미래 기술에 대한 인

식과 이해를 높이고, 일시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을 넘어서 실질적인 대안을 탐

색함으로서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

미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들

미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상향식 Bottom-up 접근과 하향식 Top-down 접근 각

각에서 다양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상향식 접근으로는 학술 연구 그룹이

많이 형성되었는데, 유럽 연합의 ‘인터넷 과학 네트워크’, 캐나다의 ‘오픈 로봇

윤리 이니셔티브’, 막스 테그마크의 ‘삶의 미래 연구소’, 엘론 머스크와 샘 알트

만의 ‘오픈AI’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기술이 빨라지는만큼 사회 합의 체계 또

한 빨라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 사회에 걸쳐 공동의 이해가 형성되어야

하며, 가능한 선택지에 대해 연구하고 통찰을 제공하는 연구 그룹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싱귤래리티99’, ‘한국포스트휴먼학회’ 등 미래 기술을 연구하고 사

회적 담론을 만들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또

한 이들이 사회와 소통할 채널이 부족하며,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자들에게 영

향력을 미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학계와 시민들이 주축이 되어 시

작하는 변화의 물결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목소리들

이 공명할 수 있는 연결선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상향식 논의가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관점을 통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

하지만, 통찰력 있는 논의와 연구 결과를 실제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제

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상위 기관이 주도하는 하향식 접근 또한 중요

하다. 대표적인 하향식 시도로 UN 국제연합이 주도하는 ’인터넷 거버넌스 워

킹 그룹’이 있고, 국내에서도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의 주도로 민간 기업이 출자

한 ‘지능정보기술연구소’ 가 설립되었다. 한편 기술 관련 정책 제정에 자문을

제공하는 유럽 연합의 ‘유럽의회기술평가위원회’는 전문적 분석과 예측을 정

책에 반영할 수 있는 독립적 자문 체계의 사례이다. 기술이 복잡하고 빨라지는

시대에는 고위 의사결정자들의 기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 미래 기

술 문제는 시스템 자체의 개편을 필요로 하기에 시민 사회 수준에서의 노력만

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으므로 정책과 제도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 기술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각 주체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미래 기술의 혁신 과정에는 정부와 정책의사결정자, 기술 개발자와 기업,

미디어, 학계 전문가, 개별 소비자와 서로 다른 이해를 가진 공동체 구성원 등

의 주체가 관여하게 된다. 빠르고 넓게 변화하는 기술의 문제는 누구 한 사람

의 고민과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수많은 이해당사자들이 협업해

서 풀어야 할 문제다. 국가 차원에서는 경계를 뛰어넘는 세계 문제를 다루기 위

해 글로벌 거버넌스를 형성할 필요가 있고, 정부는 미래 기술을 장기적이고 포

괄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과학, 기술, 공학, 수학 교육에 집중된 지금의

교육 체계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적응력과 인간성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변화

해야 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은 신기술의 사회적 영향력을 인지하고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모든 노력을 전파하고 대중의 통찰을 높여주

는 밈 Meme, 유전적 방법이 아닌 모방을 통해 습득되는 문화 유전자 을 형성하는 것은 미디어의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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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이며, 소비자는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어떤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 스

스로 결정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함께 만드는 건강한 미래 기술 사회

미래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을 가지게 될까? 지금 당장 미래를 모두 예측

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기술 발전을 둘러싸고 우리가 사회와 기술, 정치, 경

제 등에 걸쳐 어떤 선택을 하는가이다. 우리는 변화에 두 가지 방향으로 대처

할 수 있다. 이제까지 가지고 있던 방식을 지속하는 것 as is 과,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를 구현할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나가는 것 to be . 현재에 적응하는 것을 넘

어, 미래 기술을 보다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개인과 사회로 성장하기 위

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우리는 더 빠르고 복잡하게 발전하는 기술로 인해 예측불가능한 변화의 위

기를 마주하고 있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은 사람들이 기술의 유익과 위험에

대해 두루 고민하고 안전한 사회 체계를 만들 시간을 주지 않는다. 가까운 미래

에 우리는 미래 기술을 둘러싸고 많은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주체적 판단 능력

을 가지는 기술의 진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사람들은 정체성과 사회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져야 한다. 또한 인간을 닮은 또는 더 뛰어난 기술이 우리의 자

리를 대신하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윤

리 문제가 나타날 것이다. 기술의 변화는 매우 빠르고, 다양한 분야가 융합되고

있기에 특정 주제나 특정 이해당사자에 집중된 관점으로는 대비하기 어렵다.

빨라지는 기술 발전 속도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

회적 소통 및 다중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합의 체계가 필요하다.

미래는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불가지론에 빠지는 것 또한 위험하다. 처

음부터 모든 것을 준비할 수는 없다. 우리의 손이 닿는 범위부터 하나씩 짚으며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맹신도, 극단적 비관도, 두려움도 무관심도 아닌, 적

극적인 참여와 올바른 인식을 통해 기술의 변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긍정적

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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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1. 서론 20

2. 미래 기술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22

2-1. 지금, 왜 미래 기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까? 22

기술 진화의 가속화

더 복잡해지는 기술

기술의 세계화와 다주체성

일상에 스며드는 보이지 않는 기술

2-2. 미래 기술 변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27

기술은 항상 예측불가능했다

‘완전히 선한’ 기술은 없다

3. 미래 기술은 어떤 기회와 위험을 가져올까? 32

3-1. 예측할 수 없는 변화, 인공지능 32

미지에 대한 두려움과 신격화 - ‘속을 알 수 없는’ 기술

자아를 가진 인공지능은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게 될까?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관계성에 혼란을 가져올 것인가?

3-2. 새로운 기술로 예상되는 변화와 위험들 38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역할을 대체한다

자원 활용도를 높이는 새로운 산업 구조, 공유 경제

내로우 캐스팅, 알고리즘의 렌즈로 세상을 보다

다수의 생존권과 개인정보 보호 사이의 문제

생활을 바꿀 무인항공기와 사물인터넷, 그리고 프라이버시

자율주행자동차와 트롤리 딜레마: 윤리적 가치판단 문제

3-3. 미래 기술로 인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 54

정치 - 직접 민주주의 시대의 시작

- 블록체인을 통한 새로운 정부의 가능성

사회 - 새로운 부와 권력: 빅데이터

- 기술을 통한 부의 축적과 소득불균형, 사회 자원 배분의 문제

- 노동 시장과 직업 체계의 혼란

문화 – 일상 구조의 변화로 인한 시간 개념과 가치의 재구성 문제

3-4. 4차 산업혁명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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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of Contents

4. 새로운 기술 변화가 가져올 문제들에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64

4-1. 다양한 주체가 함께하는 담론 형성의 필요성 64

4-2. 미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들 65

상향식 접근의 미래 문제 논의 - 학술 연구 그룹

하향식 접근의 미래 문제 논의 – 정부와 거버넌스의 제도적 장치

4-3. 미래 기술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각 주체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70

세계 문제를 다루는 글로벌 거버넌스 형성

정부의 장기적 관점 수립 및 의사결정력 향상

교육체계 변화

기술 개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식 제고

미디어의 대중 담론 형성

스스로 결정하는 소비자의 자세

5. 결론 78

포럼 대담록 80

기술과 인간의 관계 1차 포럼 인간에게 필요한 로봇은 무엇인가? 81

기술과 인간의 관계 2차 포럼 소셜 미디어의 열 가지 얼굴 101

: 인간과 기술의 교호성

기술과 인간의 관계 3차 포럼 인공지능 시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가능한가? 127

기술과 인간의 관계 4차 포럼 새로운 방향의 정책 지원 145

: 미래창조과학부 지능정보산업 육성계획

SDF 서울디지털포럼 2016 메인 세션 인간과 기술의 공존 160

:함께 생각해야 할 인간적, 정치적, 윤리적, 기술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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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참여진 및 연구진

SDF 서울 디지털 포럼 2016 메인 세션 토론자

스티븐 핑커 Steven Pinker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심리학자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2007),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2014) 외 저자

케이트 달링 Kate Darling MIT 미디어랩 전문 연구원 | 로봇윤리학자

이동만 Dongman Lee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 | 전산학자

다자간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 KIGA 위원장

이원재 Wonjae Lee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 사회학자

‘기술과 인간의 관계’ 포럼 발제자

곽소나 이화여자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조교수 | 로봇디자인학자

이재현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 커뮤니케이션학자

<SNS의 10가지 얼굴>(2014), <디지털 문화>(2014) 외 저자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 | 뇌과학자

<김대식의 빅퀘스쳔>(2014),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2016) 외 저자

김광수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정책과장 현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 부단장 | 정부정책기획자

‘기술과 인간의 관계’ 포럼 토론자

구본권 한겨레신문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 디지털인문학자

<당신을 공유하시겠습니까?>(2014), <로봇시대, 인간의 일>(2016) 외 저자

원종우 과학과 사람들 대표 | 과학 칼럼니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 시리즈,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2014) 외 저자

배명훈 SF 소설가

<안녕 인공존재>(2010), <신의 궤도>(2011) 외 저자

연구진 및 포럼 운영진

이동만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 | 전산학자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 사회학자

도영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 심리학자

이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나정환 임지민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이정애 SBS 보도본부 미래부 차장 | SDF팀장

유지희 SBS 보도본부 미래부 차장대우 | SDF팀

정주연 SBS 보도본부 미래부 PD | SDF팀

Page 12: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22 23

1. 서론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기술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

nologies; ICT ’이 글로벌 세계에 확산된 지 20년이 지났다. 이제 사람들은 언제 어

디서나 스마트폰을 통해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원하는 정보를 얻는 생활을 당

연하게 받아들인다. 자동차는 센서를 통해 주변 상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스스로 차선을 바꾸거나 주차를 하고, 가스 밸브와 보일러는 인터넷에 연결되

어 외출 시에도 원격으로 조정이 가능하다. 소셜 미디어는 사회 이슈에 대한 새

로운 소통 방식을 제공하여 새로운 의제설정자가 되고,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정보와 빅데이터는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유용한 자원으로 활용된다. 정보

통신기술의 발전은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편리성과 유용성을 제공

하는 동시에 여러 가지 위험과 혼란을 던지기도 한다. 스마트폰 과몰입으로 인

한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원격 조정이 가능한 스마트홈 가전제품들은 해

킹에 취약하며, 소셜 미디어와 빅데이터는 편향되거나 부정적인 여론을 만들

고 확산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기회와 위험성을 동시에 안고, 정보통신기술은 사물인터넷과 인공

지능의 시대로 인류를 안내하고 있다. 개인화된 정보 서비스가 일상이 되고, 인

공지능 비서가 우리의 의사결정 과정을 보좌할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물체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거대한 정보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단편적인 정

보들은 인공지능의 ‘손’을 거쳐 의미있는 새로운 정보로 가공되어 다시 네트워

크를 통해 공유될 것이다. 우리는 인터넷이라는 보이지 않는 망으로 연결된 세

계의 주민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기술이 일상에 스며들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기술은 인류의 삶을 향상시키는 단순한 도구에서 벗어나 우리의 삶을 바

꾸고 사회를 뒤흔들 수 있는 위치에 와 있다. 네트워크는 사람들의 연결성을 향

상시키고, 디지털 세계가 현실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증대한다. 웹과 소셜 미

디어로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디지털 세상에서는 개인의 권한이 더욱 커지는

동시에 위험 또한 높아진다. 빠르게 변화할 새로운 세상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

하지만, 기술 혁신을 둘러싼 사회, 윤리적 문제에 대한 논의나 합의는 아직까

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술 발전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

데, 이에 대비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은 이를 여전히 더디게 쫓아가고 있다. 예

측하기 어려운 속도로 밀려오는 새로운 기술은 사회에 갑작스런 변화와 혼란

을 가져올 것이다.

본 프로젝트는 미래 기술로 인해 예상되는 삶의 변화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미

래 기술의 발전과 우리 삶의 변화에 대해 사회학, 심리학, 정보통신기술, 로봇

공학, 정책 각 분야 전문가들은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본

연구진은 약 4개월에 걸쳐 미래 기술이 바꿔놓을 우리 삶의 영역들과 기술의

긍정적, 부정적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4회의 포럼과 대담을 통해 공학자, 인문

학자, 정책기획자, 언론인, 소설가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과 함께 미

래 기술 문제에 관해 토론하였다.

본 보고서에서는 기술과 사회에 대한 다각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 기술

발전으로 인해 예상되는 삶의 변화와 새로운 기회,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하여 기술이 인간을 더욱 인간답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

는 혜안은 무엇인지 탐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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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5

2. 미래 기술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인간 고유의 게임으로 생각되었던 바둑에서, 인공지능 알파고 AlphaGo 는 ‘어

떻게 둔 지도 알 수 없는’ 수로 인간 최고의 바둑 기사인 이세돌을 꺾었다. 이 사

건으로 미래 기술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우려와 두려움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가 미래에 대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은 과연 타당한 것일까? 본 절에

서는 미래 기술에 대해 우리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 미래 기술

에 대한 예측, 알 수 없는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 등의 질문을 중심으로 포럼과

대담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의 다양한 시각을 아울러 본다.

2-1. 지금, 왜 미래 기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까?

혁신적인 기술 발전이 일어날 때, 우리는 신기술 도입으로 인해 사회적 공

포가 확산되는 현상을 반복적으로 겪어 왔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때 우리 사

회는 커다란 변화와 혼란을 겪지만, 사람들은 저마다의 고민 속에 다양한 방식

으로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여 일상에 기술들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그럼 왜

지금 시점에 미래 기술에 대한 더 깊은 고민과 예측, 대비가 필요할까? 그것은

보다 세계화되고 복잡해지며, 보이지 않는 형태로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의 불

확실성 Uncertainty 때문이다.

기술 진화의 가속화

기술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라디오, TV, PC, 인터넷, 스마트폰

까지 다양한 정보통신기술은 서로를 보완하거나 대체하며 빠르게 진화해왔다.

[그림 2-1]은 지난 100여년 간 전화기, 자동차, 냉장고, TV, 휴대전화,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포함한 주요 기술들이 미국 사회에 도입되는 데 걸린 시간을 그

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그림 2-1] 미국 내 기술 도입 속도 그래프 1

기술의 도입기(약 10% 보급률)에서 포화상태(약90% 보급률)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자동차가 약 75년, TV와 인터넷이 약 20년 걸렸던 것에 비해 최근

스마트폰은 약 7년으로 크게 빨라졌다. 국내 보급의 경우 2009년 아이폰이 도

입된 후 약 3년여 만에 포화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는 학자도 있다. 일상에 커다

란 변화를 가져온 기술인 스마트폰은 폭발적인 속도로 보급되었고, 이에 대한 사

회적 논의와 성숙한 사용 문화를 형성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 이러한 분위

기 속에서 스마트폰을 둘러싼 세대 간 갈등과 오남용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미

래에는 로봇, 인공지능 등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올 기술들이 더 빠른 속도로 우리

1 Asymco,“SeeingWhat’sNext”author-HoraceDediu

http://www.asymco.com/2013/11/18/seeing-whats-next-2

Page 14: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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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기술이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

는지,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건강한 방향인지 인식하기 전에 변화하는 기술에 끌

려갈 위험성이 있다.

더 복잡해지는 기술

자동차, 냉장고, 전화, TV는 모두 우리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 기술들이

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 독립되어 있으며, 생산자-판매자로 이어지는 비교적 단

순한 유통 체인을 통해 사회에 보급되었고,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있어 용도대로

사용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기기와 사람의 관

계가 한 차례 크게 변화하게 되었는데, 커뮤니케이션, 정보습득, 문화향유, 놀이

활동 등 기존에는 서로 다른 채널을 통해 해야 했던 활동들을 하나의 기기로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신문과 방송, 비디오 게임기 등 기존의 미디

어를 대체하는 경향을 보였고, 사람들은 이 하나의 기기에 조금씩 더 의존하게

되었다. 그리고 스마트폰은 컴퓨터의 특성에 이동성과 무선 네트워크 기능을 더

함으로써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생활 모습을 만들었다.

이처럼 시간이 지나며 더 복합적인 기능을 가진 기술들이 우리 삶에 ‘복잡한 편

리성’을 제공해 왔다. 미래 기술은 더 새로운 기능, 더 복잡한 회로와 알고리즘을

갖추고 우리 삶에 들어올 것이다.

기술의 세계화와 다주체성

기술 혁신은 지역과 분야를 초월해 이루어진다. 개인의 일상과 일자리는 이미

세계화의 실질적 영향을 받고 있다.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의 상품이 우리 생활 안

에 들어와 있으며, 사람들은 더 이상 한 지역에서 살지 않고 심지어 다른 국가로

이민해 살아가기도 한다. 음악이나 그림 등의 창작물 외에도 스마트폰이나 애플

리케이션의 특허까지 지식재산권 문제가 정책의 쟁점이 되고 있다. 정보기술의

시대에는 단순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넘어, 기술 연구자 및 개발자, 제품

생산자, 서비스 제공자, 판매업자, 제1소비자, 지역사회와 정부까지 기술의 발전

과 도입에 관여하는 이해당사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이라

는 하나의 제품을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개발자, 제품의 라이선스를 가

진 기업, 세계 각국에서 기기를 판매하는 대리점, 통신 서비스 제공자, 콘텐츠 제

공자들이 모두 수익을 얻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 사용 문화를 형성하는 사용자와

가족, 지역사회 뿐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인한 문제에 대응하는 정부까지 다양한

주체들이 전 세계적으로 얽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에서 주도하는 하향식

의사결정이나 제도적 규제만으로는 새롭게 출현하는 혁신 기술들의 빠른 진화

를 사회적으로나 민주적으로 통제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일상에 스며드는 보이지 않는 기술

미래 기술은 이전 시기에 없던 새로운 플랫폼이나 물건이 출현하기보다는 기

존에 존재하던 익숙한 기술들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등 우리 일상에 ‘스며드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과거의 변화 패턴과 완전히 다른 형태의 기술 사회

로의 진화이므로 예측이 어렵다.

지난 약 150년간의 기술 발전을 살펴보면, 신기술은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났고, 이것이 사회에 전파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

이 걸렸습니다. 기술이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고, 거기에 접근하려면 뭔

가 배워야 하거나, 어느 수준 이상의 경제적 조건이 필요했기 때문에 사

회 전반에 전파되는 데 시간이 걸렸던 것이죠. 그런데 스마트폰은 다릅

니다. 전화기라는 것은 크게 새로운 것도 아니고, 이미 일상 생활의 일

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동만, 전산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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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9

또한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 가전 등이 등장

하면서 모든 사물들이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시대’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로봇윤리학자 케이트 달링은 모든 사물들이 네트워크화될 때

정보나 데이터의 흐름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부주의에 대

해 경고했다.

저는 아주 ‘가시적인’ 기술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제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기존의 흐름을 바꿀만한 중요한 변화는 이러한 ‘가시적인’

기술들이 ‘비가시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

어 기술 사용자들은 자신들의 데이터가 이제는 각자의 기기가 아닌 클

라우드에 저장된다는 것과 무엇이 어디에 설치되고, 누가 데이터에 접

근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게 된 거죠. (케이트 달링, 로봇윤

리학자)

기술이 복잡해지고 눈에 보이지 않게 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사용자들이 기술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 스

마트폰을 ‘끼고 산다’. 그러나 정작 그 안에 어떤 기술과 알고리즘이 들어 있는지,

우리가 화면을 터치해 문장을 적고 ‘전송’을 누를 때 스마트폰이 어떻게 이 메시

지를 친구에게 전달하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또한 어떻게 무선 인터넷에 접속

하는지는 모르지만, Wi-Fi 에 접속 가능한 환경이 자연스럽다고 인식한다. 기술

이 어떻게 우리가 지시한 일을 수행하는지 그 과정은 상관 없이, 결과만 잘 나타

나면 된다고 은연중에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미래 기술은 점점 복잡하고 보이

지 않게 될 텐데, 사람들이 스스로 알지 못하는 사이 기술의 편리함에 익숙해지

게 되면, 기술로 인해 발생할 일생 생활 속에서의 변화와 위험에 대해서 인지하

지 못하게 될 수 있다.

2-2. 미래 기술 변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예측불가능한’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과 이로 인한

우리 삶의 변화를 두려운 마음으로 바라보아야만 할까?

기술은 항상 예측불가능했다

역사적으로 기술의 발전은 예측하지 못한 다양한 변화들을 수반해 왔다. 우

마차를 타던 시기의 사람들이 자동차를 예측할 수 있었을까? 하버드대학교 심리

학 교수 스티븐 핑커는 미래에 대한 인류의 예측이 얼마나 빗나갔었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예를 들어 설명했다.

약 10년 전으로만 돌아가도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세상을 어떻게 바

꾸어 놓을지 예측하는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입니다. 또 저는 1980년대

에 MIT의 한 학자가 인터넷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우

리는 5년이나 10년 뒤는 물론, 심지어 1년 후의 일조차 예측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스티븐 핑커, 심리학자)

과거에도 항상 새로운 기술의 발전은 예측불가능한 결과를 만들어왔고, 인류

는 거기에 적응하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왔다. 자동차의 도입으로 도로 교

통에 혼란이 생기자 교통 법규를 제정하고 사회 규범을 형성하여 대처했고, 자동

화 설비로 단순 노동이 대체되자 지적 노동과 서비스업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

들어냈다. 새로운 기술이 사회에 도입될 때는 예측했던 결과와 예기치 못한 영향

이 함께 나타난다. 이러한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미래 기술의 영향력에 대해

충분히 고찰하고 최대한 많은 경우의 수를 고려하며,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

안에서 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변화에 적응해나가는 것이다.

Page 16: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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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TV 앞에만 앉아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는 가족에 대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책에 코를 박은 채 사회적 관계로부터 멀어

지고 있다는 이유로 책이 아이들에게 나쁘다고 하기도 했죠. 그러나 우

리는 지금 아이들의 독서에 대해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은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하죠. 저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우

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성 세대는 항상 젊은 세대가, 특히

기술로 인해 어떤 일을 겪는지에 대해 걱정하죠. 그러나 우리는 태블릿

이나 스마트폰, 책에 인간 본성과 관련된 것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스티븐 핑커, 심리학자)

‘완전히 선한’ 기술은 없다

기술은 항상 예측불가능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떤 기술이든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SNS; Social Network

Service 는 아랍의 봄(Arab Spring)2 을 꽃피우게 한 동시에 테러 조직이 세력을 확

장하고 활동을 펼치는 채널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가 항상 안전한 기술

만을 선택했다면 문명의 발전은 없었을 것이다. 기술의 어떤 면을 발현시키는가

는 이를 다루는 방식에 달려 있다. 언젠가 도입될 수밖에 없는 어떤 기술이 사회

에 가져올 부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면, 최악의 상황에 대해 불안해하며 배척하

기보다는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인터넷을 포함하여 모든 플랫폼 기술들은 유익한 면과 부정적인 면

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영향이 나타날지는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

2 2010년12월이래중동과북아프리카등지에서일어난반정부시위들을일컫는다.파업,데모,

집회등기존의시위방식과함께페이스북과트위터등SNS를통한저항운동이시민층에널리

전파되었다.튀니지와이집트에서는정권교체가이루어지기도했다.

는 지와 그 사용 맥락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기술

에 어떤 유익함과 부정적인 면들이 있느냐에 답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고 생각합니다. 모든 기술들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죠. (케이트 달링, 로

봇윤리학자)

정보통신기술의 메커니즘과 특성, 그리고 이들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에 대

한 충분한 이해가 이루어진다면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변화들에 대해 예상하고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와 미래 기술에 대한 다각적인 고민

이 필요하고, 기술로 인해 다가올 기회와 위험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이 사회 전

반에 전파되어야 한다.

21세기 신기술들로 인한 변화가 두려운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기술

자체에 대한 이해와 변화 방향의 예측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궁

극적으로 우리가 제기하는 질문은 기술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예측이 얼

마나 진전되고 있는가가 되어야 합니다. (이원재, 사회학자)

기술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지만 사람들이 이에 적응하고 사회 담론과 건강한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기간은 오히려 짧아지고 있다. 신기술 도입 및 활용, 확산

의 속도가 점점 빨라져 기술의 발전을 뒷받침할 사회적 이해나 제도의 발전 속도

가 기술 발전 속도에 뒤처지게 된 것이다. 또한 기술은 점점 일상과 융합하고 있

기에 기술을 논함에 있어 특정 대상만을 다루거나 분야를 나누어 접근하는 수준

을 넘어서야 한다. 정보통신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며 모든 영역이 융합되고, 기술

은 우리 삶의 모든 곳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침투하고 있다. 기술의 소유권이 누

구에게 있는지, 그리고 특정한 의사결정이나 판단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의 문제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그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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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미래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안과 미래

기술을 둘러싼 주요 이슈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바탕에 둔 대책 마련이 필요하

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면,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공동의

이해에 바탕을 두고 미래를 함께 창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앞으로 점점 더 빠르게, 더 많은 복잡한 기술들이 밀려올 것이다. 기술로 인한

미래 사회의 변화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적응하리라는 낙관적

인 전망, 예측할 수 없는 기술로 인해 사회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

망도 있다. 기술을 잘 활용하고 변화로 인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가 맞

닥뜨릴 기술에 대해 이해하고, 변화를 인식하여 적응하며 대처해나가야 한다. 미

래 기술로 인한 변화의 물결을 피해갈 수 없다면, 급한 물살로 인한 피해를 줄이

고 오히려 그 흐름을 타 멀리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현명한 대처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짚어보아야 한다.

다음 장에서는 미래 기술 시대에 우리가 마주하게 될 기회와 위험, 사회적 논란

이 될 수 있는 이슈들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Page 18: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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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래 기술은 어떤 기회와 위험을 가져올까?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 앞에 서 있다. 그동안 상상만 하

던 기술들이 현실로, 그것도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본 장에서는 아직

미지의 영역에 있는 기술에 대한 불안과, 비교적 가까이에 있는 예측 가능한 위

험들, 그리고 미래 기술로 예상되는 사회 변화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3-1. 예측할 수 없는 변화, 인공지능

미지에 대한 두려움과 신격화 - ‘속을 알 수 없는’ 기술

알파고 대전을 프로 기사들이 해설하는데, ‘정석도 모르는데 무슨 묘

수가 있습니까’ 라고 하다가 둘째 날부터 흔들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두

려운 건, 이런 걸 몇 번 경험하고 나면 인공지능이 선택한 모든 것에 대해

서 ‘얘는 99.9%의 확률로 항상 맞는 예언을 하잖아, 우리가 아직 이해하

지 못할 따름이지’ 하면서 인간의 판단 대신 인공지능을 따르는 성향이

강화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구본권, 디지털인문학자)

인공지능은 매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1997년 IBM의 ‘딥블루 Deepblue ’가 체

스 챔피언을 이겼고, 2011년에는 ‘왓슨 Watson ’이 퀴즈 쇼에서 우승했다. 불과 5년

후, 구글이 내놓은 인공지능 ‘알파고’는 가장 복잡한 게임으로 알려진 바둑에서

세계 최강자라 여겨지던 이세돌 9단에게 4 대 1 로 승리를 거두었다. 그런데 알

파고가 바둑의 정석을 벗어나는 독특한 수들로 불계승을 거둔 결과보다 사람들

을 더 놀라게 한 것은 ‘알파고의 수를 자신도 설명할 수 없다’는 프로그래머의 말

이었다. 보통 바둑 경기가 끝나고 난 뒤 양 선수는 경기 중 서로가 둔 수를 복기하

는데, 이세돌은 알파고와 함께 복기를 할 수가 없었다. 알파고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림 3-1] 인공지능 알파고와 대국 중인 이세돌 9단 1

현재 딥러닝으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의 강력한 점이자 무서운 점은 알 수 없

는 영역, ‘은닉층 Hidden Layer ’ 의 존재이다. 빅데이터를 입력하고 알고리즘이 반복

되는 과정에서 알고리즘을 만든 프로그래머조차 알 수 없는 정보처리의 층이 형

성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알파고에게 처음 주어진 명령은 ‘이기는 수를 두어라’

였고, 알파고는 수많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상대의 수를 분석해 나름대로의 기

준으로 필요한 수를 둔 것이다. 어떻게 판단을 내리는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인

공지능이 아주 높은 확률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낸다면 결국 사람들은 인공지

능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하게 되고, 나아가 신격화하는 사람도 나타날 수 있

1 TheNewYorker,“ALPHAGO,LEESEDOL,ANDTHEREASSURINGFUTUREOFHUMANS

ANDMACHINES”,author:PatrickHouse,photo:LeeJin-Man/AP,http://www.newyorker.

com/tech/elements/alphago-lee-sedol-and-the-reassuring-future-of-humans-and-ma-

ch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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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러나 기계와 알고리즘에서는 알 수 없는 오류가 모여 잘못된 결과를 만들

기도 한다. 만약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맹신하는 상태에서 인공지능이 잘

못된 판단을 내리게 되면 큰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기술

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가지고 비판적 태도로 기술을 사용해야 하며, 기술 전문

가들은 인공지능을 설계하는 과정에서부터 안전장치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해

야 할 것이다.

자아를 가진 인공지능은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게 될까?

인공지능에 대한 불안 중 하나는 인류를 멸망시키려 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것

이다. <아이로봇 I. Robot >, <터미네이터 Terminator> 등 많은 로봇 영화가 인공지능

과 로봇에 의한 인간 사회의 파괴를 다루었다. 최근 인공지능 연구가 가속화되면

서 이들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들처럼 인간의 개입 없이 자율적인 판단으로 살상

행위가 가능한 ‘킬러 로봇 Killer Robot ’, 즉 자율형 살상 로봇에 대한 두려움이 이야

기 되고 있다. 자율형 살상 로봇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한 번 로봇에게 스스로

누군가를 해할 수 있는 권한을 주면, 의도치 않더라도 로봇으로 인해 인간이 해

를 입을 위험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자율형 로봇에서 좀 더 나아가면, 자아를 가

진 인공지능의 개념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인간의 뇌를 모방하여 인공지능에게

사고방식을 학습시키다 보면, 어느 순간 인간의 자유 의지 또한 모방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혹자는 자아를 가진 인공지능은 빠른 시일 내에 나타날 것이

며, 인공지능이 한 번 자아를 가지게 되면 인간이 임의적으로 이 로봇의 자유 의

지를 탐지하거나 중단시킬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한다. 아직 자아의 구성 메커니

즘에 대한 이해조차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실제 연구로 이어지기는 어렵겠지만

현재 기술 발전 속도로 미루어볼 때 관련 문제가 등장할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관계성에 혼란을 가져올 것인가?

인간의 사고와 행동, 감정을 완벽히 모방한 휴머노이드를 접하면 우리는 이

로봇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영국 드라마 ‘블랙 미러 Black Mirror ’ 의 한 에피소드에

는 연인을 잃고 슬픔에 빠진 여주인공이 나온다. 그녀는 친구의 소개를 통해 남

자친구가 생전에 인터넷에 올린 글과 영상 등을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과 채팅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채팅을 하고, 그 후에는 전화를 하게

되면서 점점 이 서비스에 의존하게 되고, 결국 그를 본딴 로봇을 구입한다. 여주

인공은 잃어버린 연인을 되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점점 이 상대가 가짜라

는 것을 깨달으며 절망한다.

[그림 3-2] 휴머노이드와 함께 살게 된다면 어떨까? 2

2 Wired,“BetterThanHuman:WhyRobotsWill-AndMust-TakeOurJobs”,author:Kevin

Kelly,photo:PeterYang,http://www.wired.com/2012/12/ff-robots-will-take-our-jo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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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휴머노이드 기술은 인간과 같은 몸체를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하

지만, 혹자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알고리즘과 행동할 수 있는 몸을 가진 ‘강

한 인공지능’의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도 한다. 인간과 비슷하게 사고하고 행동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존재가 될까? 휴머노이

드 로봇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인간관계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로

봇과 인간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관점과 입장이

혼재하고 있다.

포럼 발제자 중 로봇디자인학자 곽소나 교수는 기술이 어디까지 진전되었고,

어느 위치에 한계가 있는지에 대해 전문적인 이해를 가진 로봇 디자이너의 입장

에서 휴머노이드의 실현 가능성에 질문을 던졌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이 사람

들의 상상만큼 급속도로 진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현재는 이런 통합형 로봇에 대한 논의보다는 실용적 로봇의 가치를 중심으로 사

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한편으로 윤리나 사회적 문제 등 기술개발자의 영

역을 넘어서는 사안에 대해서는 인문학 분야 전문가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함

을 시사하기도 했다.

과연 로봇이 감정을 표현하고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을까, 그런 로

봇이 필요할까, 스스로 고민하게 되면서 감성 로봇 분야에서 실용 로봇

으로 옮겨가게 되었어요. 아주 예쁜 여자가 있어 홀딱 반했다가도, 성형

미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환상이 깨지게 되잖아요. 로봇 기술이 발

달해서 사람과 똑같은 로봇이 나오더라도,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그것이

기계임을 아는 순간 감정선이 정리될 거예요.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사람을 대체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환경이 인간에 맞춰 만들어져 있는데, 같은 비용이면 사람이 훨

씬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아요. 현 시점에서는 로봇 기

술을 한데 모은다고 해서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수준은 아니예요. 그래

서 저는 제품으로 분산하자, 필요한 데 쓰자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윤리

나 사회적 문제는 제 선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사안이기 때문에 저는 제

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로봇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곽소나, 로봇

디자인학자)

기술의 현재에 상상력을 더하여 로봇 기술의 더 진전된 미래를 전망하는 과

학칼럼니스트 원종우 ‘과학과 사람들’ 대표는 휴머노이드가 있는 미래를 보다 낭

만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는 현재 로봇과 관련된 문제는 기술 부족으로 병목 현상을 겪고 있

다고 봅니다. 앞으로 얼마나 보완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겠죠. 감

정을 이입할 수 있는 수준의 로봇들이 나타나면 많은 사람들이 상호작용

하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사람은 정도 차이는 있지만 감정적 애착이 필

요해요. 현대에는 감정적으로 애착을 가질 수 있는 대상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데, 로봇이 그런 걸 채워준다면 또 하나의 효용이 될 수 있을 겁

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상형을 가지고 있죠. 제 말을 들어주

고, 공감하고, 조언해 주는데 결코 화를 내지 않는 대상이요. 저를 아낀

다고 해서 잔소리를 하지도 않고, 강요를 하지도 않고. 이런 존재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원종우, 과학칼럼니스트)

한편 <로봇 시대, 인간의 일> 저서를 통해 로봇과 인간의 공존에 대해 고찰하

기도 했던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구본권 소장은 인간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술과 사람의 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에 주목했다.

인간 본질의 핵심은 감정적 존재라는 점입니다. 미래에는 분명 원하

든 원치 않든 로봇과 감정적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게 되겠죠. 그 때 우

리 감정은 로봇이 나에게 어떻게 하느냐보다는 내가 얼만큼 그 대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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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시간과 관심을 쏟느냐, 에너지를 쏟느냐에 따라 달라질 거라고 봅니

다. 그리고 로봇은 지금과 다른 형태의 감정 교류를 이끌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로봇을 만들 때, 나를 슬프게 하거나 우울하게 하거나, 자존감

을 떨어지게 하는 로봇은 안 만들지 않겠어요?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에

서는 분노도 느끼고, 슬픔도 느끼고, 아무리 잘난 사람도 우울해지고 좌

절할 때가 있습니다. 반면 그렇기 때문에 그 반대편의 경험을 할 수 있기

도 하죠. 그런데 우리가 로봇의 감정을 설계할 때, 한쪽 짝을 없애 버리

면 어떻게 될까요. 그런 로봇이 대중화되면 사람에게 감정의 불균형이

생길 수도 있어요. 인간 본성이 인간을 닮은 로봇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지, 공학자나 기술개발자들도 함께 고민하는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구

본권, 디지털인문학자)

미래 기술 중에서도 주목받는 이슈인 로봇에 대해서는 이런 다양한 관점들이

혼재하고 있고, 각자 기본을 두고 있는 분야가 달라 소통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

다. 미래에 실제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두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직 모르지

만, 그렇기 때문에 여러 관점에서 이 현상을 논의하고 가능한 방향을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서로의 언어와 관점을 이

해하고 건설적인 토론을 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할 것이다.

3-2. 새로운 기술로 예상되는 변화와 위험들

우리가 몇십 년 후의 미래를 전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어떤 변화들은 우리

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일어날 것이다. 미래 기술들은 우리 삶에 거대

한 변화를 만들며 기회와 위험을 제공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노동을 대

체하여 더욱 풍족한 사회를 만들 여유를 제공할 수도 있고, 광범위한 실업을 야

기해 경제 체계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개인화 서비스와 공유 경제는 시간과 자

원의 효율을 높여줄 수 있지만, 정보의 편향과 소득 불균형을 불러올 수도 있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스마트홈이나 자율주행자동차는 혁신적인

편리함을 제공할 것이지만, 프라이버시 침해나 보안 문제, 그리고 윤리적 문제

를 일으킬 수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역할을 대체한다

정보통신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점점 많은 인간의 일이 인공지능으로 대

체되고 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과제에서

특히 두각을 드러낸다. IBM이 만든 인공지능 ‘왓슨’은 2011년 미국 퀴즈 쇼 ‘제

퍼디! Jeopardy! ’ 에서 상식 퀴즈의 왕중왕들을 누르고 우승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

을 집중시켰다.

[그림 3-3] 미국 퀴즈 쇼 제퍼디! 에서인간 챔피언들과 대결하고 있는 인공지능 왓슨 3

3 IBMResearch,“WatsonandtheJeopardy!Challenge”,https://youtu.be/P18EdAKuC1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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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왓슨은 의료, 요리, 보안 등 다양한 산업과 손을 잡고 전 세계에 진출하

고 있다. ‘닥터 왓슨 Doctor Watson ’은 헬스케어 분야에서 암과 관련된 수만 건의 임

상 자료를 학습하여 전문의 수준의 정확도로 진단을 내린다. 또한 ‘쉐프 왓슨 Chef

Watson ’은 미국의 요식업체 ‘보나뻬띠 Bon Apetit ’의 1만여 개 레시피를 학습하여 사

용자의 재료와 요구 사항에 맞는 레시피를 추천해 준다.

빅데이터 분석이 필요한 금융 업계에서도 이미 인공지능을 활용한 로보어드

바이저 Roboadvisor 가 전문 애널리스트를 대체해 널리 활용되고 있다. 2016년 3월

영국 최대 국영은행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 RBS ’는 550여 명의 자문 인력을

로보어드바이저로 대체했다. 여기에는 온라인 상담을 선호하는 고객의 증가와

투자자문의 법률적 책임 부담도 관여하고 있지만, 지속인 적자 운영에 대비해 전

문인력 경비를 절감하고자 하는 동기가 작용했다. 미국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 Goldman Sachs 는 같은 달 퇴직연금 운용 전문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인 ‘아니스

트달러 Honest Dollar ’를 인수하여 인공지능 기반 자산운용 시장에 뛰어들었다. 로

보어드바이저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손쉽게, 저렴한 비용으로 금융 및 자

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간의 고유 능력으로 여겨지던 창작의 영역 또한 도전받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만화가 앤디 허드 Andy Herd 는 ‘순환 신경망 RNN; Recurrent Neural Network ’ 알고리

즘을 활용해 인공지능에게 시트콤 ‘프렌즈 Friends ’의 대본을 학습시켜 새로운 에

피소드를 쓰게 하는 실험을 했다. 이 프로그램이 작성한 에피소드는 약간의 수정

을 거치면 실제 방송 시나리오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한편 3월에는 컴퓨

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쓴 단편 SF소설이 일본의 ‘호시 신이치’ 문학상의 1차 심사

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져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미리 지정된 문장

의 법칙에 맞추어 단어를 임의로 조합하는 방식으로 비록 학습을 통해 진화하는

진정한 의미의 인공지능은 아니었지만, 컴퓨터가 신문기사 등의 객관적 문장을

넘어선 문장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진전을 보여주었다. 이와 관련하여 구글은

알파고의 새로운 도전 과제로 로맨스 소설을 택했다. 구글은 5월에 결과물의 일

부를 공개했는데, 아직은 사람이 읽기에 어색한 부분이 많지만 장기적으로는 인

공지능이 문법과 실용 표현을 익혀 완전한 언어 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스탠퍼드 대학교 기계공학 디자인 박사인 앤드류 콘루 Andrew Conru 가

개최한 ‘로봇 미술대회 Robot Art Competition ’에서는 대만 국립대학교 로봇 연구팀의

‘타이다 TAIDA ’가 로봇팔로 물감을 조색하고 캔버스에 유화를 그려냈다. 지난 4월

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 등의 합작품인 인공지능 ‘넥

스트 렘브란트 Next Rembrandt ’가 화제가 되었다. 인공지능은 렘브란트의 작품 346

점을 분석해 그의 화풍을 그대로 재현하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림 3-4] ‘로봇 미술대회’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대만의 타이다 TAIDA 4

4 Thepipetteer,“Intelligentrobotsparticipateintheworld’sfirstRobotArtcompetition”,

author–Jearts,http://www.thepipetteer.com/intelligent-robots-participate-in-the-

worlds-first-robot-art-compet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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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과 단순 작업을 넘어,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여겨졌던 창작에도 인공지능

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창작 활동과 결과물의 수준이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에 대해 일각에서는 결국 모든 인간

의 일이 대체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창작

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데는 비관적인 관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과 기술이 상

호 보완적인 존재로 상생하며 보다 발전된 문화를 형성하리라는 기대감도 있다.

저는 두렵다는 생각보다는 기대가 돼요. 지금 알파고에 대해 사람

들이 이야기하는 수준으로 ‘소설을 쓰는 인공지능’이 발달한다면, 굉장

한 작품을 쓰는 작가가 또 한 명 나오는 거죠. 그리고 내가 읽고 싶은 글

을 맞춤형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어요. 저희 분야는 조

금 다른 게, 바둑처럼 승부가 있는 영역이 아니어서 ‘세계에서 제일 잘

쓰는 사람보다 조금 더 잘 쓸’ 필요가 없죠. 오히려 인공지능이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어떤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 (배

명훈, SF 소설가)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고 인간의 영역을 대체하는 데 대해서는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첫째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여 인간의 설 자리가 사

라지며 경제적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는 시선, 둘째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보완하고 경험 확장과 시간의 여유라는 자원을 제공하여 보다 풍요로운 생활을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는 시선이다. 후자의 결과가 궁극적으로 우리가 바라는 미

래일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전자의 위험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생계를 위한 직

업에서 해방되어 창의적 르네상스의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인간을 대체하

는 인공지능으로 인한 실직 문제에 대처해야만 한다.

자원 활용도를 높이는 새로운 산업 구조, 공유 경제

정보기술의 연결성을 바탕으로 나타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공유 경제

Sharing Economy 시스템이 있다. 에어비앤비 Airbnb 나 우버 Uber 등의 서비스로 대표되

는 공유 경제 산업은 기존 산업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유경제는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자산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여 자원 활

용을 극대화하여 소유자의 자산 효율을 높이고, 구매자는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윈윈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잉여 자산들을 순환시켜 수익을 창출

하는 공유경제 기업들이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우버는 현재 세계

에서 가장 큰 택시 기업이며, 에어비앤비는 가장 큰 숙박 제공 기업이다. 우리나

라에서는 쏘카, 그린카 등의 카셰어링 서비스가 도입 단계에 있고, ‘카카오택시’

는 콜택시 시장을 대체하며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노동과 기업 체계에 새로운

변화를 만들고 있다.

새롭게 나타나는 산업 시스템으로 인해 기존 산업은 위축되거나 파괴될 수 있

다. ‘카카오택시’와 ‘T맵 택시’ 등은 이미 국내에서 콜택시 산업을 대체하고 있다.

모바일 앱을 이용한 택시 호출 서비스는 무료이며 실시간으로 콜 상황을 알 수

있고, GPS를 통해 위치를 전송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전화를 통한 콜택시 서

비스보다 편리하다. 택시 기사 입장에서도 중앙 센터의 전화 교환원을 거치치 않

고 자신이 직접 실시간으로 승차 요청을 받을 수 있어 편하고, 업체별로 나뉘지

않은 통합 플랫폼이므로 콜택시 운영 업체가 놓치는 승객을 잡을 수 있다는 장점

도 있다. 특히 젊은 층에서는 전화를 통한 콜택시 서비스보다 모바일 앱을 통한

콜 서비스가 더 익숙해지고 있다. 반면 지방자치단체들의 콜택시 지원 서비스는

부실한 운영과 비리로 잡음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자치단체들은 해마다 억 단위

의 콜택시 지원 예산을 편성하고, 심지어 특정 지역에서는 콜택시 사업을 유지하

기 위해 택시 기사들의 모바일 호출 서비스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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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업계의 전환은 불가피하게 일어날 것이다. 기존 업체들이 아무리 저

항한다고 해도 소비자는 더 편리하고 저렴한 서비스를 선택할 것이므로 결국 경

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업체들은 사장될 것이다. 카카오택시와 우버, 에어비앤

비와 같은 공유경제 형태의 서비스는 공급자와 수요자를 이어주는 중간자, 즉 콜

택시 회사나 주택 임대 관련 업체를 없애고 있다.

한편, 공유경제 서비스는 풀어야 할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우버는 카카오

택시와 달리 일반 운전자들이 택시 운행 등록을 하고 영업할 수 있도록 하는데,

운전자들에게 고용 혜택을 제공하는 회사는 부재하다. 또한 에어비앤비는 구매

자의 편의를 위해 최소한의 개인 정보만을 제공받기 때문에 집을 빌리는 사람의

신용이나 악의적 이용 목적은 구별해내기 어렵다. 우버의 택시 기사들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스케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이득을 갖지만, 반대로 생계를 위해 24

시간 호출을 대기하게 될 수도 있다. 에어비앤비는 현지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집들을 여행자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지만, 범죄자나 조직이 민간 공급자

의 생활 장소에서 새로운 범죄를 도모하는 채널이 될 수도 있다. 카카오택시나

우버의 모바일 앱 호출이 무차별 범죄의 표적이 된다면, 에어비앤비가 연결해준

장소에서 테러가 일어난다면 이 업체들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사회는

누구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할까? 공유경제의 한 가지 맹점은 철저하게 분산화

된 시스템인 만큼 사회와 윤리적 책임 또한 분산된다는 데 있다.

잉여 자원을 활용하여 새로운 시장과 부를 창출하는 것은 공유경제의 강점이

다. 그러나 문제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몫은 일정한 반면, 구매자와 판

매자 사이를 연결해주는 회사들이 잉여 이익을 창출하여 부가 집중된다는 것이

다. 직접 보상 형태의 공유경제 플랫폼을 개발하고자 하는 이스라엘 스타트업 기

업 ‘백피드 Backfeed ’의 설립자들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들이 기여한 만

큼의 보상을 받지 못해 비효율적인 경제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거대 인터넷 서비

스 기업들이 사용자들에게 너무 작은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다. 카카오택

시는 광고를 통해 수억 원의 보상을 벌어들이지만, 서비스를 사용하는 택시 기사

는 월 약 15,000 원 상당의 추가 수입을 올리는 데 그치고 있다. 또한 특정 플랫

폼을 선점한 기업의 승자독식 체제가 나타나는 것도 경계해야 할 문제다. 모바일

시대에는 특히 플랫폼 효과가 심화되는데, 정보와 서비스가 경계 없이 빠르게 전

파되기 때문에 한 분야에서 안정적인 사용자층을 가진 기업이 나타나면 후발 주

자는 동일 분야에 진입하기가 매우 어렵다. 정보통신기술이 더욱 발달하고 일상

화되는 미래 산업 구조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내로우캐스팅, 알고리즘의 렌즈로 세상을 보다

미래 기술의 한 가지 대표적 특징은 보다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이다. 유튜브 Youtube 나 넷플릭스 Netflix 의 비디오 추천 시스템, 인터넷 쇼핑몰의

추천상품 등, 내가 온라인에서 어떤 정보를 선호했는지를 수집하여 비슷한 정보

를 추천해주는 개인화 서비스가 벌써 우리 생활에 훌쩍 들어와 있다. 내가 관심

있어할 만한 정보를 선별하여 제공해주는 것은 분명 편리한 서비스이지만, 개인

화 서비스에는 몇 가지 맹점도 존재한다.

먼저 협소하고 편향된 정보만을 접하게 될 위험이다. 관심이 없는 정보이더

라도 우연히 접할 수 있는 것과, 관심 없는 정보는 배제되어 전혀 접할 수 없는 경

우 정보 확산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맞춤형 정보 제공이 특정 알고리즘에 따라

결정된다면, 그 특정한 방향의 정보에 길들여지는 개인이 나오게 될 것이다. 둘

째는 서비스 제공자의 논리에 지배당할 수 있는 위험이다. 시스템 알고리즘은 고

유의 논리를 가지고 정보를 선별하고 제한하는데, 맞춤형 서비스 아래에서 우리

의 정보 습득은 이 논리에 지배를 받게 된다.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이나 네이버

뉴스 제공 리스트 등은 각 포털 사이트의 알고리즘을 만든 사람의 세계관을 반영

한 정보를 제공한다. 심지어 우리가 맞춤형이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시스템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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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검색 결과를 임의로 바꾸어 특정 정보를 강조하거나 은닉하는 경우도 있다.

그나마 지금은 사람이 이를 관리하고 있어 정보의 편향 가능성에 대해 우리

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이 알고리즘을 선택하여 제공하게 될

경우, 보이지 않는 형태의 지배 체계 안에 갇힐 위험이 있다. 방송이 주요 미디어

인 시대에는 ‘브로드캐스팅 Broadcasting ’의 아젠다를 설정하는 사람이 권력을 가지

고 있었다. 개인 맞춤형 뉴스와 ‘내로우캐스팅 Narrowcasting ’이 제공된다면 정보 흐

름을 설정하는 권력이 세분화되며, 우리는 관심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

게 될 수도 있다. 그러면 분절화되고 단편화되는 정보 습득자들 사이에 사회 공

감대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

구글은 어떤 기준에 따라 모든 페이지에 점수를 매기고, 우리가 검색

을 하면, 해당되는 페이지들을 점수에 따라 정렬해 보여줍니다. 이것이

중립적이라고 보일 수 있지만, 알고리즘 자체에 구글의 세계관이 반영되

어 있습니다. TV나 영화를 보면서 우리의 이데올로기나 세계관이 바뀔

수 있는 것처럼, 구글의 정보 서비스에 의해 우리의 세계관이 바뀔 수 있

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거죠. (이재현, 커뮤니케이션학자)

다수의 생존권과 개인정보 보호 사이의 문제

지난 해 12월 5일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샌 버나디노에서는 14명이 사망

하는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조사 결과 이슬람 극단주의자 부부의 철저한 계

획 하에 실행되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이 사건은 테러 행위로 규정되었다. FBI

는 테러범이 이용했던 스마트폰의 정보를 조사하기 위해 제조사인 애플에 잠금

해제 및 우회 소프트웨어 개발을 요청하였지만, 애플의 CEO 팀 쿡은 우회 소프

트웨어로 인해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가능성을 들어 이를 거절하였다. 페

이스북, 구글, 트위터 CEO들도 애플의 대응에 전적인 동의를 표하기도 했다.

[그림 3-5] 테러범의 정보를 요구한 FBI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이를 거부한 애플의 힘겨루기 5

국내에서도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감청 문제 등과 관련하여 IT사회에

서의 테러방지법과 개인의 사생활 문제가 화두가 되기도 하였다. 국가 안보와 디

지털 시민권의 경합, 그리고 다수의 생존권과 개인의 사생활 보호 중 누구의 손

을 들어주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 10조에서는 국민의 자유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한

편, 국민의 기본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

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그러나 행복이

나 자유의 개념은 주관적이며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므로 공공복리와 개인

의 행복추구권이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기술의 발전은 국가안전과 공

5 Technewstoday,“IfFBIwins,aneweraofglobalmasssurveillancemaybegin”,author:

AnushaAsif,http://www.technewstoday.com/28776-apple-vs-fbi-national-security-

justice-or-mass-surveill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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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복리,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범위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위협 요소를 만들어내

면서 이를 심화하고 있다.

디지털기술과 관련된 사안을 다루는 데 있어 또 한 가지 문제는 법률 제정이

이미 발생한 문제에 뒤늦게 대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해당 기

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일단 입법한 후 개정해나가는 방식으로 이루

어진다는 것이다. 헌법은 인간 사회의 본질적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미래 기술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과 현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법률

의 세부 내용에 대한 사전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생활을 바꿀 무인항공기와 사물인터넷, 그리고 프라이버시

드론 Drone 은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소형 무선조종 항공기로, 자율운행자

동차와 더불어 무인 운송 시스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기술이다. 이전에

는 헬기를 동원해 촬영해야 했던 공중 영상이나 위험한 지역을 보다 안전하고 저

렴하게 촬영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것을 넘어 이제는 드론을 통해 다양한 물품을

배달하는 운송 서비스가 시험 단계에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피는 2013년 ‘세렝게티 사자’ 다큐멘터리에서 사자의 생태

를 촬영하는 데 드론을 활용했고, AP 통신과 SBS, 연합뉴스도 취재 현장, 특히

재해 등 위험한 장소의 촬영에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아마존은 2013년부터 소

형 택배를 전달하는 드론 ‘아마존 프라임 에어 Amazon Prime Air ’를 테스트하고 있으

며, 독일의 국제 물류업체 DHL 도 드론을 사용한 배송 시스템인 Parcelcopter

3.0을 시험하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항공청이 드론 등록제를 시행했는데, 등록

이 시작된 지 이틀 만에 약 45,000 대의 드론이 등록되면서 드론 시장의 열기

를 보여주었다.

[그림 3-6] 아마존의 택배 운송 드론, 아마존 프라임 에어 6

드론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생활을 변화시킬 것이다. 사람이 직접 접근

하기 어려운 지역을 탐사하기도 하고, 도로와 교통 상황을 실시간으로 수집해 운

행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재해 현장에서 실종자를 수색하거나 범죄를 예방, 해

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프리카 등의 개발도상국에 미칠 이점은 더욱

큰데, 운송 수단이 접근하기 어려운 오지에 의약품이나 구호 물품을 전달할 수도

있고, 무선 인터넷망을 구축해 연결성을 높여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

리 생활에 편리와 이익을 가져다 줄 드론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와 위험 또한 가지고 있다.

드론은 아직 사람이 조종하는 무선 조종 형태이며 작고 가볍기 때문에 조종

사의 실수나 오작동, 외부 요인에 의한 불안정성 등 사고 위험이 있다. 또한 소형

비행체를 위한 새로운 교통 체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드론 시장이 활성화

6 Amazon,https://www.amazon.com/b?node=8037720011&tag=coppcomprepa-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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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속도가 매우 빠른 데 비해 관련 규제와 정책 제정은 난항을 겪고 있다. 덧붙

여 생각해 볼 수 있는 사회적 우려는 드론이 세계 구석구석을 탐사하고 기록하게

되면 강화된 감시와 프라이버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전을 위한 모

니터링과 사생활 침해, 감시는 종잇장과 같이 첨예한 경계에 있다.

사생활 침해 문제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디지털 통신상의 사생활 누

수 문제에서 개인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축적되는 빅데이터의 문제까지 광범

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스마트홈’ 기술, ‘커넥티드 카 Connected

Car ’로도 표현되는 자율주행자동차 등 사물인터넷 네트워크에서 지속적으로 축

적되는 실시간 데이터들의 소유권과 활용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사생활 침해

문제는 개인정보를 포함하는 데이터의 보안 취약성에서 야기된다. 이미 미국에

서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가정에 설치한 베이비 모니터가 해킹되는 사건이 있

었다. 보안성이 취약한 사물인터넷 기술에서의 해킹 문제는 개인정보 침해의 문

제를 떠나 직접적인 신체적 피해와 정신적, 금전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스마트홈 기술은 민감한 개인정보의 유출에서부터 도어록과 CCTV관리 권한을

악용한 도난 범죄의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 역시 해킹의 위험으

로부터 안전할 수 없는 기술 분야이며, 전문가들은 이런 취약성으로 인해 새로운

테러의 형태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국의 국가정보실장 제임스 클래퍼 James Clapper 는 “미래의 지능형 서비스는

사물인터넷을 통해 신원 확인, 감시, 모니터링, 위치 추적, 채용 대상 선정 등의 기

능을 수행하며 사용자의 사회 관계나 증명서 등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

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편의나 금전적 이득을 위해 자신의 개

인정보를 제공하는 데 익숙해지며, 개인정보의 소유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

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 또한 문제의 한 부분을 이룬다. 실제로 개인정보에 관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문에서 99.6%의 응답자가 자신의 개인 정보를 대가로 돈

을 받을 수 있다면 수락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개인의 프라이버시의 문제들에 대비하기 위해

입법 기관은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해당 사항에 대한 철저한 협의를 통하여

입법과 개정을 진행해야 한다. 또한 개인의 사생활을 제한하는 상황에서는 그 이

유가 명확해야 하며, 기본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시민들은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스스로 개인정보

를 보호하기 위한 경계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자율주행자동차와 트롤리 딜레마: 윤리적 가치판단 문제

지난 6월 30일, 미국에서는 밝게 빛나는 하늘과 트레일러의 하얀 측면을 구

분하지 못한 자율주행자동차가 처음으로 사망 사고를 일으켰다.7 색 인식에 관

한 기술적 결함과 관련한 사고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율주행자동차의 위험성

에 대해서 다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기술적인 결함은 기술을

보다 안전하고 정확하게 발전시키면 해결될 수 있다. 자율주행자동차의 실용화

는 분명히 나타날 미래이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문제는 기술력이 아니라 윤리

와 철학에 있다.

미래 기술이 인간의 안전을 해칠 수 있는 시나리오 중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내용이 바로 ‘자율주행자동차와 트롤리 딜레마 Trolley Dilemma ’다. 트롤리 딜레마는

영국의 철학자 필리파 푸트 Philippa Foot 가 제시한 사고실험으로, 옳고 그름에 대한

인간의 도덕적 직관에 질문을 던진다. 전차 기관사인 당신은 브레이크가 고장난

채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 현재 경로를 따라가면 작업자 다섯 명이 죽게 되는

데, 선로를 바꾼다면 작업자 한 명이 희생된다. 당신은 선로를 바꿀 것인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적 관점에서는 선로를 바꿔 한 명을 희생

7 연합뉴스,2016.07.01,“테슬라자율주행차첫사망사고…안전성논란증폭”,http://www.

yonhapnews.co.kr/bulletin/2016/07/01/0200000000AKR201607011348000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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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고 다섯 명을 살리는 게 낫다. 반면 칸트 Immanuel Kant 의 의무론에서는 목적을

위해 누군가를 이용해서는 안 되며, 따라서 아무런 선택을 내리지 않는 것이 옳다

는 결론이 나온다. 과연 어느 것이 윤리적으로 옳은 선택인지 판단할 수 있을까?

MIT의 기술 리뷰 논문 “왜 자율주행자동차는 누군가를 죽이도록 프로그램되

어야 하는가 Why Self-Driving Cars Must be Programmed to Kill ” 는 자율주행자동차에서의 트

롤리 딜레마 문제를 다루고 있다.8

[그림 3-7] 자율주행자동차의 윤리적 딜레마 상황 9

위의 그림은 자율주행자동차가 피할 수 없는 사고의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어

떠한 판단을 내리고 누구를 희생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세 가지 시나리오이다.

8,9MITTechnologyReview:‘WhySelf-DrivingCarsMustbeProgrammedtoKill’

www.technologyreview.com/s/542626/why-self-driving-cars-must-be-programmed-

to-kill

•a: 직진을 할 경우 차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치게 되고, 방향을 꺾으면 인

도에 있는 한 명의 보행자를 치게 되는 상황. 다수의 가치와 개인의 가치

사이의 판단 문제가 발생한다.

•b: 직진을 할 경우 차도에 있는 한 사람을 치게 되고, 방향을 꺾으면 자율주

행자동차에 탑승하고 있는 사람이 위험한 상황. 탑승자와 보행자 중 누

구를 보호해야 할 지 판단해야 하는 문제이다.

•c: 직진을 할 경우 차도에 있는 많은 사람을 치게 되고, 방향을 꺾으면 자율

주행자동차에 탑승하고 있는 사람이 위험한 상황. 다수인가, 개인인가?

탑승자인가, 보행자인가? 두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MIT 연구진은 위와 같은 가치판단 상황에 대해 4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

사를 실시했다. 많은 응답자들은 자율주행자동차를 희생자 수가 적은 방향을 선

택하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동시에 이런 자율자동차를 탈 것이냐는 물

음에 대해서는 탑승자의 생명을 우선시하지 않는 자율주행차는 타지 않을 것이

라는 응답이 대다수로 나타났다.

자율주행자동차의 트롤리 딜레마에서는 운전자를 희생시킬 것인지 혹은 타

인을 희생시킬 것인지를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이 선택하게 된다. 공리주의 방식

에 따라 다수를 보호하는 방향을 선택할지, 아니면 자율주행자동차를 믿고 사용

하는 탑승자를 보호하는 방향을 선택할지가 자율주행자동차와 얽힌 가장 큰 윤

리적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자율주행자동차의 인공지능은 도덕적, 윤리적 판단

을 스스로 하기보다는 미리 프로그래밍된 가치에 따라 판단할 것이다. 이러한 도

덕적 문제에 대한 가치 판단은 어떤 기준으로 인공지능에 탑재되어야 하며, 그

책임은 누가 부담해야 할까? 과연 소수인 탑승자보다 다수의 타인을 보호하도

록 설계된 자율주행자동차가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자율자동차

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이 윤리적 문제에 대해 충분히 합의된 해결책이 제시되

어야 할 것이다.

Page 29: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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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미래 기술로 인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

기술은 어느 때보다 빠른 혁신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역과 국가의 경계를 넘

어 언제 어디서나 연결된 세계적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경제적 가치는 실물 자

원에서 디지털 자원으로 옮겨갈 것이다. 인공지능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의 범

위가 넓어지면서 보다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기계에 의해 노동자들은 일자리

를 잃고 새로운 직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사람들의 역할 변화가 지속적으로 일

어나고, 극단적으로는 안정된 삶이라는 개념 자체가 허구가 될 수 있다. 미래 기

술로 인해 우리 삶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정치, 사회, 문화의 측면에서 예상되

는 변화에 대해 논의해 본다.

정치 - 직접 민주주의 시대의 시작

네트워크 기술로 인해 세계가 점점 더 연결되고, 의사소통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누구나 온라인 상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고,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

과 함께 실제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물결을 만들 수도 있다. 다음 아고라

의 경우가 한 예로, 사람들은 온라인 상에서 특정 사건이나 의제에 대해 알리고

정보를 공유하며 온라인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이처럼 온라인 의사소통이

활발해지고 그 영향력의 범위를 넓혀감에 따라 사회의 의사결정 방식 또한 변

화하게 될 것이다.

많은 미래학자들이 디지털 기술을 통한 직접민주주의가 나타나 거대 정당이

해체되고, 개별 정책을 중심으로 시민 사회와 연대하는 형태의 ‘정책 네트워크’

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행동하고 교류할

수 있게 하는 정보통신기술은 정부의 권한을 약화하고 기존 구조에 끊임없이 도

전을 받게 한다. 과거에 국민 개개인의 의견을 반영하는 일이 어려웠기에 그들

의 대표자를 뽑아 정치를 운영해왔다면, 미래에는 온라인으로 국민의 의견을 실

시간으로 수집하여 반영하는 온라인 정당 체제가 주를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5년 9월부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시민참여 웹사이트 ‘디사이

드 마드리드 Decide Madrid ’가 열려, 16세 이상 시민이면 누구나 정책에 대해 토론하

고 법안이나 정책 제안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사이트에서 국민투표를 거쳐 과

반의 동의를 얻은 제안은 실제 정책과 입법으로 이어지게 된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을 통해 직접민주주의의 실험적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온라인 입당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새로운 정치형

태로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그림 3-8] 스페인의 직접민주주의 실험 ‘디사이드 마드리드’의 웹페이지 10

정치 - 블록체인을 통한 새로운 정부의 가능성

블록체인 Blockchain 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블록

체인이란 디지털 자원을 거래할 때 기존에 중앙집중형 서버에 기록을 보관했던

것과 달리 거래 참가자 모두에게 내용을 공개하는 분산형 디지털 장부이다. 여러

10DecideMadrid,https://decide.madri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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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가 거래 정보를 공동으로 인증하고 보관하므로 훼손과 해킹 위험성이 매

우 낮다. 이런 안정성 때문에 주로 금융기업들이 안전 거래를 위해 블록체인 기

술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 그런데 블록체인은 금융에서뿐만 아니라, 정부의 역할

을 보다 투명한 모습으로 대신할 잠재력이 있다. 출생, 사망을 포함한 각종 증명

서와 학위, 의료기록, 계약, 표결 등 디지털화된 어떤 기록이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채널인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면 정부의 역할을 완전히 대신할

수도 있다. 블록체인을 통해 금융 업무나 법률 및 사회 인프라에 접근이 어려운

계층 사람들도 데이터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따라

서 보다 투명하고 평등한 정보의 공유가 가능해진다.

사회 - 새로운 부와 권력: 빅데이터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 검

색 포털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등을 보유한 구글, 아이폰을 서비스하는 애플 등

거대 IT 기업들의 서버에는 해당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빅데이터

가 수집되고 있다. 빅데이터는 인간 사회와 생활양식에 대해 데이터에 기반한 새

로운 이해를 제공하며 전 세계에 결쳐 영향력을 미친다. 정보와 데이터가 부를

형성하는 새로운 권력 체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알고리즘은 데이터가 축적됨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후발 주자들은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지고, 데이터를 가진 기업의 독점

체제가 형성될 위험성이 크다.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 가전, 나아가 커넥티드카

와 스마트홈 등 사물인터넷이 보편화되는 시기에는 더 많은 영역의 정보가 빅데

이터로서 수집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술을 소유한 강력한 기업은 개별 국

가나 거버넌스를 뛰어넘는 힘을 가질 수도 있다.

[그림 3-9] 디지털 세상에서 새로운 권력은 데이터가 될 것이다 11

사회 - 기술을 통한 부의 축적과 소득불균형, 사회 자원 배분의 문제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체하게 된다면, 인공지능이 생산해낸 결과

물의 소유권은 누구에게 속하게 될까? IT 기업이 축적한 정보의 부가가치는 기

업의 소유가 되는 것일까? 최신 기술이 경제와 생산 체계의 중심이 된다면 부는

자본이 있는 사람에게 더욱 집중될 것이고, 새로운 경제 시스템에 참여할 수 없

는 사람은 점차 도태되어 소득불균형이 전례 없이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도 정보와 데이터를 취급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국가별로 다르게 적용되

는 조세 시스템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한다는 논란이 있다. 이와 관련된 것

이 바로 ‘구글세 Google taxes ’이다. 구글이나 애플 등과 같은 다국적 정보기술 업체

들이 세율이 높은 나라에서 수익을 얻은 뒤, 이를 세율이 낮은 국가에 설립한 자

회사로 넘겨 세금을 줄이는 행위를 막기 위한 세금 제도다. G20 정상회의에서

11https://pixabay.com/photo-141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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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구글세의 징수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기 위하여 국가 간 소득 이전

을 통한 ‘세원 잠식 BEPS; 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 규제안을 최종 승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이 제공하는 무형의 서비스에 대해 세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세금

제도가 없다면 비슷한 문제는 또 일어날 것이다.

또한, 조세법을 이용한 탈세 외에도 정보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의 시장

독점에 대한 문제도 논의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European commission 는 얼

마 전 구글을 상대로 세 번째 반독점법 Antitrust Law 위반에 관한 소송을 제기하였

다. 지난 소송의 내용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구

글 앱을 의무적으로 탑재해야 판매될 수 있으며,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구글검색

을 기본으로 사용해야한다’는 계약 조항을 통해 소위 ‘끼워팔기’ 형태로 시장의

독과점을 하고 있다는 것과 구글 검색에서 나오는 내용들이 구글이 서비스하고

있는 내용을 우선적으로 보여주는 온라인 검색 서비스에 관한 것이었다.

소득불균형으로 인한 사회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회 자원의 적절한 배

분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를 성취할 방법은 아직 미지로 남아있다. 일부

학자들은 인공지능의 생산물에 세금을 매기고 이를 전 사회적으로 환원하는 새

로운 세금 시스템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무형의 재화인 정보와 데이터에 대해 뚜

렷한 조세 가이드라인이나 거버넌스가 없는 상태에서 그 목적지까지 가는 데는

아직 많은 논의와 고민이 필요하다.

사회 - 노동 시장과 직업 체계의 혼란

현재 우리는 직업을 통해 소득을 얻는 사회 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공

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게 되면, 직업과 소득의 연결성이 약화될 것이

다. 정해진 부품을 조립하는 일, 복잡한 창고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정리하고 찾

아내는 일, 주식 트렌드를 분석하는 일을 넘어 학습과 모방을 통한 창작까지 인

공지능은 벌써 훌쩍 다가와 있다. 지금 사람들이 하고 있는 일들을 기계가 더 잘

하게 된다면 고용주는 비싼 임금을 지불해가며 불안정한 성과를 낼 위험이 있는

인간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을 것이다. 직업을 통해 소득을 얻고, 직업을 중심으

로 삶을 꾸려가는 현재의 사회 체계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 현재도 사회에

많은 혼란을 가져오고 있는 소득불균형이 더욱 커질 것이고, 이는 국가와 세계

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현재 사람들은 이러한 대규모 실업 사태에 대비해 어떤 대처법을 생각하고

있을까? 자동화 시대 자원의 분배에 관해서는 ‘기본소득 Basic Income ’ 제도와 ‘역소

득세 Negative Income Tax ’ 가 논의의 큰 축을 이루고 있다. 지난 6월 5일 스위스에서

는 기본소득 보장제도에 대한 국민투표가 이루어졌다. 결국 반대 76.7%로 부결

되기는 했지만, 소득불균형과 기술 혁명에 대비한 사회보장 방안으로서의 기본

소득 제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기본소득 제도는

보유하고 있는 재산이나 직업의 여부에 상관 없이 정부에서 국민 모두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기본소득 제도의 취지는 ‘모든 사회구성원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직업은 생계 유지의 수

단뿐 아니라 자아를 실현하고 일상을 구조화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노동의 동기

가 없어진 사람들은 게으름과 권태로움에 빠져 오히려 생활을 망치게 되거나, 기

본소득과 정부에 의존하여 스스로 삶을 꾸려나갈 의지와 역량이 퇴화될 수 있다.

이를 보완하려는 개념이 역소득세이다. 역소득세 제도는 근로소득이 일정 수

준 이하로 납세가 면제되는 저소득층에 대해 정부가 거둔 세금 중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역소득세는 저소득층에게 소득을 보장하면서도 수급자의 근

로 의욕을 약화시키는 기본 소득제의 문제를 보완하고, 소득을 재분배하여 시장

경제가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장려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근로 가구를 기준으

로 시행중인 미국의 근로소득세액공제제도 EITC 에서는 가족 해체, 가계의 가처

분 소득 증가, 제도 시행을 위한 재정 부담 등의 위험 요소가 나타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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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시장의 혼란에 대비하기 위한 복지 제도가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는 제도에 뒤따를 위험 요소와 악영향에 대한 통찰과 적절한 대비책 마련이 함

께 이루어져야 한다.

기술과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을 대체하게 되면 실업 문제가 더욱 커질 것이

다. 그러나 이를 희망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술들로 우리가 아직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또한 기술의 발

달로 모두의 생계가 보장되는 미래에는 오늘날처럼 생활을 위한 소득 수단으로

서의 직업이 아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직업이 등장할 수도 있다. 경제적 문

제가 해결된다면 소득을 잣대로 직업을 평가하지 않게 될 것이며, ‘좋은 직업’이

나 성공의 기준이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출현으로 직

업과 노동 체계를 재정비해야하는 시기가 오고 있다. 볼테르 Voltaire 는 소설 ‘캉디

드 혹은 낙관주의’ 에서 노동은 권태, 방탕, 궁핍이라는 세 가지 악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하였다. 기본소득제나 역소득세가 ‘궁핍’을 해결할 수는 있겠지만, 일

하지 않아도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인간의 권태와 방탕을 해결하기 위해

서는 한 단계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문화 – 일상 구조의 변화로 인한 시간 개념과 가치의 재구성 문제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시대가 오면 필연적으로 많

은 사람들이 실업난에 빠지게 될 것이다. 직업 상실에 대한 일차적 우려는 기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소득을 얻을 수단이 없어진다는 것이며, 여기에 대해서는

기본소득과 역소득세 등의 정책적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더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는데, 인공지능에게 일을 시키고 남는 많은 여가시간을

우리가 어떻게 가치있게 쓸 것인가에 대한 이슈이다.

산업혁명시대에서 현대사회로 넘어오며 주7일 노동에서 주5일 노동으로 생

활 양식이 변화되었다. ‘주말’이라는 여유 시간이 생겨나면서 사람들의 시간 소

비 패턴이 달라지고, 레저 활동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앞으로 인공지능 시대가

오면 직업을 중심으로 일상을 구조화하는 현재의 시스템이 완전히 해체될 가능

성이 있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여유 시간이 주어지면 사람들은 비구조화된 일상

속에서 불안과 허무를 느끼며 갈피를 잃을 수 있다. 직업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없다면, 내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어떻게 나와 내 삶

의 가치를 유지할까에 대한 질문이 아주 중요해진다. 여유 시간을 엔터테인먼트

와 레저로 채우면 된다는 단순한 해결책이 아닌, 세상에 의미있게 공헌할 수 있

는 지점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직업 체계의 변화에 뒤따르는 일상 구조의 변화로 시간에 대한 개념, 그리고

삶의 가치를 재구성하는 문제가 나타날 것이다. 앞으로 예견되는 실업난에 대한

시급한 해결책으로 직업 재교육이 꼽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이것이 정부의 책임

이다, 또는 개인의 책임이다라는 관점이 양립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직업이 없

어지는 것의 이면에는 더 깊은 문제가 있다. 직업을 통해 가치를 부여하던 일상

의 구조가 바뀌면서, 소득의 문제를 떠나 삶 자체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사

회 구조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지금과 다른 미래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자원, 그리고 에너지는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

으며, 이 일은 언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것일까?

3-4. 4차 산업혁명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

많은 경제학자들이 4차 산업혁명, 즉 로봇혁명 시대에 OECD 국가들의 실업

률이 최소한 50%는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과연 ‘시간이 지나면 시장이 성숙

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더 많이 생겨날 것이다’라고 낙관해도 될까? 그러기엔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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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걸림돌이 있다. 우선 1차 산업혁명과 현재 상황은 조금 다른데, 기계가 육체

노동을 대신하게 되었을 때 사람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지적

노동이라는 상위 영역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도 지적 노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

에 있는 사람들은 육체 노동으로 생활하고 있고, 이마저 자동화 시스템이 보편화

되면서 점차 쉽지 않아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해 인간의 지적 노동 영역

까지 기계가 대체하게 될 때, 과연 그 수많은 사람들을 포용해줄 새로운 노동 영

역이 나타날지는 의문이다. 창작과 감성이 하나의 대안으로 회자되고 있지만 이

영역에 들어갈 수 없는 사람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는 기술 발전과 사회 발전 속도의 차이이다. 1차 산업혁명은 약 2백

년에 걸쳐 진행되면서 실업과 러다이트 폭동 등 많은 문제를 만들었는데, 공교육

과 사회보장제도, 부가가치세라는 혁신이 있었기에 이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었

다. 이런 새로운 사회 체계를 형성하는 데는 꼬박 백여 년이 걸렸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의 경우 많은 전문가들이 약 50년 안에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사회 합의를 이루는 데 이전처럼 100년이 걸려서는 기술로 인해 몰려올

변화와 문제들에 대처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법 하나가 통과되

는 데 수 년이 걸리는데, 완전히 새로운 사회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 몇 년이 걸릴

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변화는 더 빨리 진행되는데 우리 사회의 합의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1차 산업혁명 때처럼 시간이 해결해 주기를 기다릴 수는

없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있는 인공지능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전

기자동차와 같은 새로운 단일 기술이 아닌 인간 사회의 본질을 변화시킬 기술이

다. 여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더 적극적인 논의

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다.

Page 34: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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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새로운 기술 변화가 가져올 문제들을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미래 기술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기술 혁신은 우리가

그 잠재력을 얼마나,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내느냐에 따라 인간 사회를 긍정적 방

향으로도, 부정적 방향으로도 변화시킬 수 있다. 기술 발전이 인류에게 미칠 영

향과 그 대처 방안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어 왔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들

과 예상치 못한 위험들이 존재한다. 개인정보 보호와 공공안전이라는 공존하기

어려운 가치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어야 하는가, 자율주행자동차로 인해 예상되

는 위험의 책임 소재를 누구에게 둘 것인가, 인공지능에게 인류의 의사결정 과정

을 어디까지 내어줄 것인가?

미래 기술은 강력한 기회만큼 위험한 문제를 동반하기도 한다. 이러한 영향

력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한 미래가 예상되

는 지금, 예측가능한, 또는 예측 불가능한 문제들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4-1. 다양한 주체가 함께하는 담론 형성의 필요성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비롯한 새로운 기술은 보다 연결된 형태로 우리 생

활에 침투하고 사회와 경제, 문화에 걸쳐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법제도

적, 인문학적, 윤리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날 미래 문제의 가장 좋은 해결책

을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비롯해 공공과 민간 부문의 다양한 이

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 체계와 균형잡힌 관점이 필요하다. 서로 연

결된 기술을 둘러싸고 다중 이해당사자가 참여하고 있는 기술 혁신 구조에서는

한 사람의 입장에서 편향된 결정을 내릴 경우 다른 참여자들이 불평등한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한 분야의 관점에서는 미처 고려하지 못하는 잠재적 위험을 다

른 분야에서 감지하고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합의 체계는 관료주의와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

어야 하며, 협력적이고 유연한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다각적인 논의는 사회 전

반에 걸쳐 미래 기술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높이고, 일시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을

넘어서 실질적인 대안을 탐색함으로서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미래에 대한 긍정적이고 종합적인 담론을 발전시켜 미래 사회의 구성원들

이 가져야 할 가치와 원칙에 대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거버넌스가 최근 몇 년 간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

넷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봤을 때,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 비즈

니스를 하는 사람, 이것을 쓰는 사람 등 여러 이해당사자가 관여하고 있

죠. 그런데 그들 중 어느 하나가 기술 발전을 주도하게 되면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진전되어서 다른 사람들은 피해를 보거나, 사회적 문제가 생

길 우려가 있습니다. 규칙을 어떻게 형평성 있게 적용할 것인가에는 누

구도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결국 이해

당사자가 여럿이라는 부분을 인정하고, 그들 사이에서 소통을 해야 한다

는 것이죠. (이동만, 전산학자)

4-2. 미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들

기술 혁신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담론을 형성하고,

해결책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사회 곳곳의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자발적인 담론을 형성하는 상향식 Bottom-up 접근과 정부나 의사결정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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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적 해법을 제시하는 하향식 Top-down 접근 각각에서 다양한 움직임이 일어나

고 있는데, 이들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으며 어떤 결과를 내고, 더 보완해야 할 점

은 무엇인지 분석해보았다.

상향식 접근의 미래 문제 논의 - 학술 연구 그룹

미래 기술에 대한 논의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문제에 대한 이슈를 다수 포함

한다. 따라서 현재 상황을 기반으로 미래를 상상하고, 가능한 문제를 탐색하고 철

학적인 토론을 통해 대비책을 만드는 학술 토론이 필요하다.

유럽 연합의 ‘인터넷 과학 네트워크 Network of Excellence in Internet Science ’는 다학제

간 연구 중심의 학술 그룹으로, 인터넷에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통합하여 심화된

이해를 얻는다는 목표의식을 가진다. 이 연구 그룹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지

원을 받아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국제 인터넷 과학 학회 The International Conference

on Internet Science ’ 를 3회 개최했다. 캐나다의 ‘오픈 로봇 윤리 이니셔티브 ORi; Open

Roboethics initiative ’는 로봇 공학 분야의 윤리적, 법적, 사회적 이슈에 대한 학제간 연

구와 토의, 캠페인을 통한 사회적 공론화 활동을 하고 있다. 2015년 국제 인공지

능 학술회의에서는 MIT 물리학 교수인 막스 테그마크 Max Tegmark 와 이론물리학

자 스티븐 호킹 Stephen Hawking 을 비롯한 약 천여 명의 학자와 리더들이 자동화 무

기 개발에 반대하는 공개서한 ‘LAWS 편지’를 발표했다. 막스 테그마크는 인공

지능과 핵무기, 생명과학 등 첨단기술의 혜택과 위험을 예측하고 대비책을 연구

하는 ‘삶의 미래 연구소 FLI; Future of Life Institute ’ 를 이끌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FLI의 우선순위와 목적은 잠재적 위험을 대비하고, 인간에게 유익한 인공지능을

위한 연구를 하는 것이다. 한편 2015년 12월 테슬라와 스페이스X 의 CEO 엘론

머스크 Elon Musk 와 와이콤비네이터의 CEO 샘 알트만 Sam Altman 이 공동 의장을 맡

은 ‘오픈AI Open AI ’ 가 출범했다. 이 그룹은 총 10억 달러를 투입, 범용 인공지능과

인간을 보완하는 이타적 기술을 개발하고, 인공지능으로 야기될 재앙을 막기 위

한 대책을 연구할 예정이다. 또한 모든 활동을 오픈 소스와 공개 논문으로 공유

한다. 2014년 12월 시작된 스탠퍼드 대학의 ‘인공지능 100 AI 100 ’ 프로젝트는 미

국 인공지능 발전협회 회장인 에릭 호르비츠 Eric Horvitz 박사의 지원으로 100년간

인공지능이 인류와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연구한다. 이 프로젝트의 주요 연구

분야는 기술 트렌드, 사생활 침해, 법률, 윤리, 경제, 전쟁과 안보 등 다양하며, 최

종 목표는 인공지능에 대한 완벽한 통제이다.

국내에서도 2014년 12월 아트센터 나비 노소영 관장이 이끄는 학술 그룹 ‘싱

귤래리티 99 Singularity 99 ’가 발족되었다. 인류와 기술의 공존을 모색하여 기술 진

보에서 소외될 수 있는 99%를 위한 기술을 논의한다는 의미로, 기술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과학, 인문학, 예술의 융합적 관점에서 토론하는 ‘Human 3.0’

포럼을 진행하고 웹 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이슈를 공유했다. 또한 2015년 9월

창립된 ‘한국포스트휴먼학회 KAPhS; The Korean Association for Posthuman Society ’는 인간과

기술이 공존하는 포스트휴먼 사회에서 발생할 사회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

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철학적 탐구와 현실적인 법률 체계를 모색하고자 하

는 학술 그룹이다. 2015년 10월부터 매월 콜로키움을 개최하고 있으며, 2016

년 4월에는 한국포스트휴먼회보를 발행하고 있다. 연구 내용은 온라인 홈페이

지에 게시된다.

기술이 빨라지는 만큼 사회 합의 체계 또한 빨라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 사회에 걸쳐 공동의 이해가 형성되어야 하며, 가능한 선택지에 대해 연구하

고 통찰을 제공하는 연구 그룹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도 미래 기술을 연구

하고 사회적 담론을 만들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 소수에 불과

하다. 또한 내부에서 형성한 담론을 사회에 전파할 채널이 부족하고, 서로 간에

교류하고 의견을 통합할 장이 부족하며,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자들에게 영향력

을 미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학계와 시민들이 주축이 되어 시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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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변화의 물결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공

명할 수 있는 연결선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이해관계자나 연

구 단체의 자발적 참여뿐만 아니라 토론과 연구의 장을 지원하는 제도적 고려

또한 필요할 것이다.

하향식 접근의 미래 문제 논의 – 정부와 거버넌스의 제도적 장치

학계와 시민 사회에서 시작하는 상향식 논의는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관점을

통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통찰력 있는 논의와 연구 결과를 실제 현

실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상위 기관이 주도

하는 하향식 접근 또한 중요하다. 특히 미래 기술 문제는 시스템 자체의 개편을

필요로하기에 시민 사회 수준에서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현재 국내외에서는 기술 문제 해결과 미래 사회를 위해 다양한

제도적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UN 국제연합의 주도 하에 결성된 ‘인터넷 거버넌스 워킹 그룹 WGIG; Working

Group on Internet Governance ’은 글로벌 인터넷 시장에서 국가 간 협력을 통해 해결해

야 할 이슈를 도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국제 기구이다. 인

터넷 도메인 운영 체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조직들이 모여 논의하던 인

터넷 특별 위원회에서 민간 영역과 시민사회, 기업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까지 포

괄하는 다주체 체제로 발전하였다. 인터넷은 특정 국가나 기업이 소유하는 것이

아닌, 모두에게 자유롭게 공개되는 미디어이므로 인터넷과 관련된 의사결정은

국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인터넷 거버넌스는 점점 글로벌화되어 가는 미래

기술들에 대응하기 위한 범국가 거버넌스의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

[그림 4-1] 인터넷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1

인공지능과 미래 기술을 위한 국가 차원에서의 핵심기술 양성 기반 마련 또

한 다방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올 초 미래창조과학부에 의해 ‘지능

정보산업 발전전략’이 시작되었다. 지난 4월에는 국가 연구역량과 데이터 통합,

핵심기술 양성을 꾀하는 ‘지능정보기술연구소’가 민간 기업의 주도로 설립되었

다. 지능정보기술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등

의 정보기술이 결합된 개념으로,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 국내 인공지능 관련 기업이 공동 출자하였으며 기술 공학뿐 아니라 인

문학과의 협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

1 Diplofoundation,https://diplo.smugmug.com/ILLUSTRATIONS/Internet-Governance/

Internet-Governance-book-illus/Internet-Governance/i-sPpKMK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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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래 기술과 관련된 정책 제정 과정에는 기술과 과학, 인문 등 관련 분

야 전문가의 자문이 필요하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올바른 방향으로 견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전문 자문 기관이 입법 과정에 적극

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이는 정부 차원에서의 노력이 되어야 한다. 유럽

연합에서는 ‘유럽의회기술평가위원회 EPTA; European Parliamentary Technology Assessment ’

가 통합적인 미래 사회의 의사결정을 위한 18개 유럽 의회의 네트워크 역할을 하

고 있다. 이 위원회는 국회 소속 기관으로서 기술과 관련된 입법 과정에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도 국회의원과 위원들에게 과학 및 기술 관련 이슈에 대

한 객관적이고 권위 있는 분석을 제공하던 국회 기관인 ‘기술평가국 OTA; Office of

Technology Assessment ’이 있었으나 약 20여년 전 예산 부족을 이유로 해체되었다. 우

리나라의 경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존재하지만,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서

국회의 입법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4-3. 미래 기술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각 주체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미래 기술의 혁신 과정에는 정부와 정책의사결정자, 기술 개발자와 기업, 미

디어, 학계 전문가, 개별 소비자와 서로 다른 이해를 가진 공동체 구성원 등의 주

체가 관여한다. 빠르고 넓게 변화하는 기술의 문제는 누구 한 사람의 고민과 노

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수많은 이해당사자들이 협업해서 풀어야 한

다. 이 장에서는 현재까지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각각의 주체들이 미래 기술의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논의해 본다.

세계 문제를 다루는 글로벌 거버넌스 형성

기술은 국가의 경계를 넘어 연결되고 융합된다. 점점 글로벌화되는 세계와

융합되는 기술 혁신의 분위기 속에서 나타날 문제들은 국가나 특정 범위의 권력

자, 전문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미래 문제는 전세계 국가들의 공동의 문제

로 통합되어 다루어져야 하며, 이러한 이슈를 제기하고 관리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세계기후협약이나 상호확증파괴 체제에서는 지구온난화와 핵무기에

대해 다양한 국가들이 모여 협의된 규제안을 설정한다. 그러나 미래에는 글로벌

기업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양한 무기와 파괴적 힘이 국가

와 같이 서로 균형을 이루는 소수의 개체가 아닌 무한의 개인에게까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사안마다 국가의 수장들이 모여 논의하는 체제로는 더 이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국제 테러 위협과 같이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사안을 조정하

고 새로운 규칙을 설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범국가적 거버넌스가 필요해진 것

이다. 그 안에서 관점과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참여자들이 서로 평등하게 의견을

공유하고, 세계적 문제의 부정적 결과를 방지하기 위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 다루어야 할 문제가 국가의 경계를 허문다면, 그에 대처하기 위

한 방법 또한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야 할 것이다.

저는 미래 기술을 다룰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의 부재가 문제라고 생

각합니다. 탄소 배출이 명확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세계 정

부’ 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지구 전체에 적용될 수 있는 법을 통과시킬 수

있는 입법 기관이 없고, 따라서 각 국가들이 서로 자신들이 화석 연료의

이득을 누리기 위해 다른 국가들이 탄소 배출량을 조절하기를 바라는 상

황이 된 것입니다. 부르기 나름이지만, 이런 상황은 ‘공공재 게임’ 이나 ‘

집단 행동의 비극’ 이라고 볼 수 있죠. (스티븐 핑커, 심리학자)

정부의 장기적 관점 수립 및 의사결정력 향상

기술 혁명의 시대에 정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사회 변

화로 인한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기술 혁신이 확산될 수 있는 제도적 지원 체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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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련해야 한다. 기술의 빠른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복합적인 법과

규제의 개편이 필요하다. 정부가 지금까지의 영역 나누기식 법 규제 체제에 머

물러서는 안 된다. 미래에는 기술과 산업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다양한 융합 분

야의 사안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세계가 연결되고 상호의존성이 높아지며, 점

점 많은 사람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되면서 미래의 문제는 더 복잡하고 판단

하기 어려워진다.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더 밝은 미래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관점에서의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 빠르고 복잡한 미래 기

술을 둘러싼 의사결정은 한 가지 관점이나 얕은 지식만으로는 불가능해진다. 의

사결정권자들은 변화될 미래에 필요한 새로운 의사결정 역량을 키우기 위해 다

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정보와 의견을 나누어야 한다. 규

제 당국자들이 기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뒤쳐진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나

아가기 힘들 것이며, 민간 및 비국가 세력이 기술 혁신의 기준 형성을 주도하게

될 수도 있다. 또한 행정 체제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장기적 미래 전략

을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는 독립적 연구 기관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 기술 혁신

시대에는 변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빠르면서도 정확한 의사결정

이 더욱 중요해진다.

교육체계 변화

미래 교육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방

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기술 혁신은 기하급수적으로 세상을 변화시켜나간다. 학

창 시절에 쌓은 지식과 기술로 평생 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

금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많은 아이들은 10여년 후,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새

로운 직업 분야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미래 교육은 평생 학습을 위한 기반을 만

들어주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공교육은 여전히 20세기에 만

들어진 줄기를 중심으로 조금씩 가지를 뻗어가는 수준에서 개정되고 있다. 미래

에는 개개인이 일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포괄적인 관점을 가지고 작업을 구성해

나가는 안목이 필요하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하고, 자신의 일이 사회와

인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줄 알아야 한다. 이제는 전통적인 국영수와 특정 기

술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팀워크와 협업에 필요한 관계맺기 기술, 새로운 변

화에 대한 적응성,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고방

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주변이 바뀌더라도 변치 않고 적용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핵심 역량을 키워주어야 하는 것이다.

기술 개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식 제고

현재까지 기술 개발자와 기업은 더 편리하고 뛰어난 기술을 만들고 상용화하

는 데 집중해왔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모든 기술이 연결되는 시대에는 한 가지

기술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술, 사용자, 인간 사회와의 관

계를 형성하게 되므로 기술 개발은 연결된 사회 체계의 하나의 블록을 만드는 일

과 같아진다. 따라서 기술개발자들 또한 자신이 설계한 기술이 어떤 사회적 파

장을 일으킬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사회구성원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경제를 구축하는 것은 시장 경제의 기술개발

자들에게도 유익한 일이 된다. 이 과정에서 혼자만의 관점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난항에 빠질 수도 있고,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위험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고 보다 나은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문학

이나 윤리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현재 개발중인 기술에 대해 논의하고 의사결정

을 위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스마트폰 과몰입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지만, 기술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쓰게 할 것인가?’에 관심을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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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하고 있습니다. 제가 기술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데

‘전산학과 교수가 왜?’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기술이 사회적 문

제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기술을 개발하는 입장에서도 사회적으로 책임

을 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동만, 전산학자)

미디어의 대중 담론 형성

사회적으로 밈 meme, 모방을 통해 습득되는 문화 유전자 을 형성할 수 있는 대중매체는 정

보 소통의 창구이자 의제 설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현재 우리가 어디

에 서 있는지, 앞으로 다가올 변화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 객관적인 정

보를 바탕으로 다각적으로 조망해주어 대중의 이해와 인식을 높여주어야 한다.

이를 통해 대중에게 장기적 시각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그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미래 드라마를 만들어야 합니다. SF는 우리에게 미

래에 대한 유토피아적 상상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마주하게 될 딜레마

들, 기술과의 문제나 인간 사이의 정치적이고 윤리적인 문제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던져 줍니다. 앞으로 더욱 예측 불가능한 혼란의 시기가 올

텐데, 여기에 대비하기 위한 논점들을 우리가 함께 모여 얘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혼란을 맞이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 또한 중요할

겁니다. 최소한 무엇이 존재하는지는 알고 선택을 할 수 있는 정보와 인

식을 주는 거죠. 그 역할을 대중 매체가 해 주어야 합니다. (원종우, 과

학칼럼니스트)

스스로 결정하는 소비자의 자세

미래 기술로 인한 사회 변화로 가장 큰 혜택을 얻고, 동시에 가장 큰 혼란에

빠지게 되는 이해관계자는 바로 소비자이다. 기술 혁신은 더 저렴하고 풍부한 자

원, 더 많은 경험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 불평등에 대한 비판적 생

각 없이 자본주의의 원리에 따르는 소비를 하게 되면 부의 집중 현상을 만들게

될 수도 있고, 기술을 잘못 사용할 경우 자신과 주변을 힘들게 할 수 있다. 개인

사용자들은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비판적 태도로 기술을 사용하여 자기선

택성을 높여야 한다. 이러한 주체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시민 주체로 이루어지는 미래 사회에 대한 논

의도 의미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

기술이 일상에 스며들고 융합되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기술 발전에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관여하게 된다. 기술이 사회에 긍정적인 방

향으로 발전하고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간의 공감과 합의

가 필요하다. 미래 기술에 대한 의사결정은 어느 한 사람의 관점에 바탕을 두어

서는 안 되며, 이 과정을 견인해가는 새로운 형태의 워킹 그룹이 필요하다. 새로

운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작은 단위의 사용자에서부터 시작하는 상향식 Bottom-up

접근과 제도가 주도하는 하향식 Top-down 접근이 함께 이루어지며 균형을 이루어

야 한다. 소비자 End user 는 성찰 없는 소비와 제도에 의지하는 데서 벗어나 기술

이 자신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고 기술 발전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적극적

으로 참여해야 하며, 학자들은 기술이 초래할 결과와 안전장치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기술을 만드는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있어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하고, 정책 관계자들은 기술 발전을 장려하면서도 예상되는 위험에 대비

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여 탄탄한 뒷받침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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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행동을 통해 창출된 가치가 인간 모두에게 충분히 공유되어야 한다. 이런 체

제 안에서 시민은 스스로 자기의 사회적 세계를 이해하고 새로운 양식의 공동체

를 활성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공동체의 활성화는 곧 진보된 민주주의로 이어지

고, 그 안에서 새로운 기술은 주체적 인간과 민주적 공동체의 기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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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결론

지금부터 10년, 20년 후 우리를 둘러싼 기술 사회는 어떤 모습을 가지게 될

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기술 발전에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주체들이 기술을 어

떻게 인식하고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에 달려 있다. 이 과정에는 다양한 일이

일어날 것이고 우리가 지금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지 하나하나 예측하여 대비책

을 만들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 발전을 둘러싸고 우리가 사회와 기술,

정치, 경제 등에 걸쳐 어떤 선택을 하는가이다. 우리는 변화에 두 가지 방향으로

대처할 수 있다. 이제까지 가지고 있던 방식을 지속하는 것 as is 과, 우리가 지향

하는 미래를 구현할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나가는 것 to be . 현재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 미래 기술을 보다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개인과 사회로 성장하기 위

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본 연구는 미래 기술이 가져올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양

한 관점을 가진 전문가들과 함께 현명한 방향을 찾으려는 시도였다. 우리의 관

심사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첫째, 우리는 기술 발전과 이로 인한 삶

의 변화로 인해 실제로 위기에 처해 있는가? 둘째, 미래 기술은 우리 사회에 어

떤 기회와 위험을 가져올 것인가? 셋째, 이러한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

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이 커다란 세 가지 질문에 대해 우리가 찾은 답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더 빠

르고 복잡하게 발전하는 기술로 인해 예측불가능한 변화의 위기를 마주하고 있

다. 우리의 삶은 지난 10여년 사이에도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길을 걸으면서도

뉴스를 읽거나 영화를 볼 수 있고, 자동차 핸들에 손을 대지 않고도 주차를 할 수

있게 되리라 상상했던 사람은 얼마나 될까?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은 사람들이

기술의 유익과 위험에 대해 두루 고민하고 안전한 사회 체계를 만들 시간을 주

지 못하고 있다. 기술은 경계를 허물고 우리 삶에 스며들어오고 있다. 스마트폰

안에 있는 복잡한 회로와 알고리즘, 나와 친구를 연결해주는 인터넷 네트워크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으니 거기 있다는 게 익숙해지고, 그것들이 어떻

게 움직이고 변화하는지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기술은 항상 양

면성을 가지며, 우리 사회에 예측불가능한 변화를 만들어 왔다. 미래 기술 시대

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려면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미래 기술을 둘러싸고 많은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주

체적 판단 능력을 가지는 기술의 진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사람들은 정체성과 사

회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져야 한다. 또한 인간을 닮은 또는 더 뛰어난 기

술이 우리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섣불리 판단

하기 어려운 윤리 문제가 나타날 것이다. 현재 기술의 변화는 매우 빠르고, 다양

한 분야가 융합되고 있으며, 다중 이해당사자가 관여되어 있다. 따라서 어떤 한

주제에 대한 대비나 특정 이해당사자의 입장에 집중된 대비로는 부족하다. 기술

개발자, 회사, 정부, 시민, 입법자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관련될 수 밖에 없는

복합 문제로서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규칙을 설정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의 구축

이 필요하다. 또한 기술 개발 자체를 진행할 때 예상되는 위험과 안전 장치를 사

전에 논의하고 제도화할 수 있는 기회와 비용도 마련되어야 한다. 빨라지는 기

술 발전 속도에 발맞춰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소통 및 합의 체계

가 필요하다.

본 보고서에서 논의한 내용들 또한 문제제기에 불과하며 앞으로 더 많은 논의

가 필요하다. 미래는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불가지론에 빠지는 것 또한 위

험하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준비할 수는 없다. 우리의 손이 닿는 범위부터 하나

씩 짚으며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맹신도, 극단적 비관도, 두려움도 무관심

도 아닌, 적극적인 참여와 올바른 인식을 통해 기술의 변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

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적응해나가는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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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의 관계 1차 포럼

인간에게 필요한 로봇은 무엇인가?

포럼 진행 일시 2016.02.26

포럼 진행 장소 서울역 명가의 뜰 회의실

포럼 발제자 이화여자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곽소나 교수 (로봇디자인학자)

포럼 토론자 이동만 |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

이원재 , 도영임 |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구본권 |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원종우 | 과학과사람들 대표

이정애 | SBS 보도본부 미래부 차장

유지희 | SBS 보도본부 미래부 차장대우

정주연 | SBS 보도본부 미래부 PD

한승구 | SBS 보도본부 미래부 기자

제 1회 포럼 - 곽소나 교수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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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의 관계 1차 포럼 인간에게 필요한 로봇은 무엇인가?

Q1. 인간과 로봇이 감정을 교류할 수 있을까?

그 과정에서는 무슨 문제가 발생할까?

저는 ‘키폰 Keepon ’1 연구를 끝으로 로봇에서 손을 떼었습니

다. 로봇에 공감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어요. 과연 로봇이

감정을 표현하고,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을까? 그런 로봇이 필요할 것인가,

스스로 고민하게 되었던 거죠. 로봇이 울고 있는 걸 보아도 하나도 안 불쌍한

거예요. 그래서 ‘난 이 길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저는 로봇이 울고

있는데 이를 보고 사람이 함께 울면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인간이

과연 로봇의 감정 표현에 공감할 수 있을까요? 만약 공감하지 않는다면 ‘감성로

봇’ 연구 방향을 다시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반 사람들은 로봇한테 감정적으로 상호작용을 안 한다고 보는데요.

이런 비유를 해요. 예쁜 여자가 있는데 다 성형을 한 거죠. 그 여자한테 홀딱 반

했다가도, 성형 사실을 안 순간 환상이 깨지게 되잖아요. 로봇 기술이 발달해서

사람과 똑같이 행동하는 로봇이 나오더라도, 그것이 기계임을 아는 순간 일반

적인 사람이라면 감정선이 정리될 거예요.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감정 교류

에 있어서는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예로, 아이보 AIBO 2가 1999년도에 나왔을 때 지금의 페퍼 Pepper 3이상

1 일본정보통신연구기구(NICT)의히데키고지마박사가개발한한손크기의노란색로봇.모터

와센서등을사용해사용자의모션이나주위음악에반응하도록디자인되었다.자폐아동의사

회성발달을위해키폰을활용하는연구가이루어지고있다.en.wikipedia.org/wiki/Keepon

2 일본소니(SONY)사에서개발한세계최초의애완용로봇.1999년부터2006년까지판매했으

며,감정,본능,학습,성장기능을갖는자율모드와리모트콘트롤조작이가능한게임모드,뛰

어난동작을표현하는성능모드등세가지모드가있다.terms.naver.com/entry.nhn?docId=

814866&cid=42344&categoryId=42344

3 일본‘소프트뱅크(Softbank)’사에서2013년인수한프랑스휴머노이드개발업체인‘알데바란

으로 센세이셔널했는데 지금은 생산 공장이 모두 문을 닫았어요. 왜 아이보가

안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그냥 개가 나은 거죠. 만약 아이보가 살아있는 개보다

나은 게 있으면 조금 더 돈을 주고서라도 구매할 텐데 말이죠.

감정을 경험하게 해주는 로봇에 애착을 느끼지 않을 거라

는 데 대해서는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우리 감정의

본질이라는 게, 로봇이 나에게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얼마나 그

대상에게 시간과 관심을 쏟느냐, 에너지를 쏟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봅니다. 아

이들이 손때 묻은 다마고치를 좋아하는 것도, 거기에 감정과 시간을 투입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로봇보다 실제 개가 더 낫다고 하셨는데요. 개

를 키우고 싶은데, 개가 죽거나 병드는 게 걱정될 수 있잖아요. 개가 주인과 커

뮤니케이션하는 것을 반려로봇이 해줄 수 있다면 가장 먼저 없어질 게 반려동

물이라는 생각에 저는 공감하는 입장입니다. 개가 반응하는 것보다 내가 거기

에 얼마나 애착을 쏟는가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그게 결핍과 비슷한 맥락으로 생각되는데요. 사람들

이 너무 외로워지고 고독해지면 로봇을 택하는 게 가능할

것 같은데, 그건 건강한 사회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모든 제품에는 ‘제품 애착

Product Attachment ’이 있습니다. 로봇에게 애착을 가지더라도, 그게 꼭 로봇이어서

가 아니라 단순히 제품이어서 그럴 수 있는 거죠.

그게 일부의 반응만은 아닐 거예요. 진화 심리학이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는 게, 사람들은 원시 시대의 습성들을 다

로보틱스(AldebaranRobotics)’에서개발한감정인식로봇.사람의감정을인지하고그에맞

춰말과행동을하며,클라우드방식으로인공지능을구현했다.terms.naver.com/entry.nhn?d

ocId=2175299&cid=43667&categoryId=43667

곽소나

로봇디자인학자

구본권

디지털인문학자

구본권

디지털인문학자

곽소나

로봇디자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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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의 관계 1차 포럼 인간에게 필요한 로봇은 무엇인가?

가지고 있는데, 우리가 과도하게 이성적 과학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거죠. 많은

사람들은 결핍과 결함을 가지고 살고 있어요. 몇몇의 이상한 사람들이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의 대부분은 원시인인 거죠.

결핍이라는 표현에서 저는 인지가 어려운 상황을 의미했

어요. 예를 들어, 아이들은 탁자에 부딪히면 탁자를 때려

야 화가 풀리죠. 아이들은 아직 인지 발달 수준이 미흡해 생물과 무생물을 구

분하는 걸 어려워해요. 그걸 결핍이라 해도 될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모든 사람

들이 기계와 사람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로봇이 아주 잘 팔릴 거라 생각해요. 하

지만 저는 사람들이 아프고 피폐하더라도, 일반적으로는 로봇을 인지하고 구

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계에 사람들이 반응하는 행태가 들어간다고 생각해요.

일라이저 ELIZA 4를 만들었을 때, 박사과정 학생들이 그 기

계를 프로그래밍하는 걸 봤는데도 빠져들었죠. 인간의 사고 인식 구조 자체가

그렇게 작동하게 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감정적인 걸 얼마나 나타내었을 때 사

람들이 더 유용하다고 할 거냐. 멀리 떨어져서 봤을 때는 기계에 감정적 투사

를 하게 되죠.

사람은 소유물에 애정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내가 아주

아끼는 자동차를 이웃이 훼손했다, 이 때 내 차는 기계이

지만 잘 모르는 저 인간보다 나에게 더 소중할 수 있어요. 어떤 사람은 기타에

이름을 붙이기도 하죠. 공감은 내 감정의 투영인데, 맥락에 대한 이해만이 감정

4 1966년미국MIT인공지능연구실(MITArtificialIntelligenceLaboratory)에서개발한대화형

프로그램.사용자의응답에반응하는심리치료사의형태이며챗봇(chatterbots)의가장초기형

태라고할수있다.https://en.wikipedia.org/wiki/ELIZA

적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2014년에 화성에 대한 전시를

하나 했는데, 영상이 굉장히 커서 실제감이 있고 아이들이 터치 스크린을 통해

리모트 시스템 조작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영상 안의 캐릭터에 대

해 “저 애는 나중에 어떻게 돼요? 데리고 와요” 라고 물어보면서 불쌍하다고 울

더라고요. 어린 아이들 같은 경우는 가상의 캐릭터라도 아주 쉽게 공감을 하는

거죠. 또, 곽소나 교수님께서 로봇이 우는데 공감을 못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생각해도 모르는 로봇들이 갑자기 나와서 울면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습

니다. 그런데 보스톤에서 만든 네 발 달린 로봇, 그게 넘어지지 않으려고 아등

바등하는 건 불쌍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맥락이 있다는 거죠. 반대로 어떤 사람

이 길에서 울고 있는 걸 봐도 그냥 슬퍼지지는 않습니다. 똑같은 행동을 해도 그

맥락을 알고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반응이 다른 거죠.

제가 결핍이 있는 사람이라 그런가 생각해봤는데, 요즘 사회엔 어떤 류든 결

핍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셜 미디어 자체가 옛날의 시각에서는 결핍이

있는 이상 행동으로 보이기도 하죠. 나가서 사람을 만나지 왜 화면을 보며 모르

는 사람과 이야기 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들어가 있는 건 사람들의 취약

성이 기술과 결합했기 때문이죠.

현재 로봇 발전은 기술 부족으로 병목 현상을 겪고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얼

마나 보완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지겠죠.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수준의 로

봇들이 나타나면 많은 사람들이 상호작용하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제 의견은,

사람은 정도 차이는 있지만 감정적 애착이 필요해요. 효용이란 걸 어느 정도 수

준까지 볼까, 감정적 애착을 해결해주는 건 효용이 아닌가? 묻고 싶은 거죠. 현

대에는 우리가 감정적으로 애착을 가질 부분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어요. 지금

은 가족도 그런 역할을 많이 못 해주죠. 사람을 가장한 형태의 로봇이 그런 걸

채워주는 역할을 해 준다면 또 하나의 효용이 아닐까요?

곽소나

로봇디자인학자

구본권

디지털인문학자

원종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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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의 관계 1차 포럼 인간에게 필요한 로봇은 무엇인가?

도구적 유용성과 감정적 애착이 서로 배타적인 건 아니니까요.

사회학에서 보면 도구에는 분명 유용성이 있어요. 그런데 사람

들은 도구의 기능 이면에 뭔가를 갖다 붙이죠. 사람들은 어떤 사물을 유용해서

쓴다기보다 ‘남자친구가 사 줘서’ 쓰기도 해요. 그 둘을 동일한 차원에서 비교하

지는 않죠. 도구가 우리 일상에 녹아들어 사람의 삶을 어떤 식으로 규정할 땐,

유용성과 전혀 다른 차원이 작용할 수도 있다는 거죠.

토테미즘이나 애니미즘같이 물건에 무언가를 투사하는것이 인간의 본성이

고 사회의 굉장히 기본적인 모습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

가 대학교 1학년 때 컴퓨터를 처음 쓰게 되었는데, 부팅이 안 되면 그걸 붙잡고

기도하고 했어요. 여기 계신 분들은 로봇의 내적 메커니즘을 이해하기에 기계

로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물건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

다수의 사람들은 불확실한 겉모습만을 보기 때문에 계속 나 자신의 마음을 거

기에 투사하는 게 있는 거죠. 또 관계와 상호작용이라는 게 인간과 비인간으로

딱 떨어지지는 않거든요. 이론적으로도 아직 명확한 게 아니고 불분명한 분포

를 보입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한 사회 체계의 기능적 반응이 종교였다는

게 구조기능주의자들의 설명입니다.

우리가 계속 감정 이야기를 했는데요, 사람 감정은 모니

터링할 수 없었는데 이제 페이스북 같은 게 생기고, 어떤

말을 할 때 심박이나 생체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기기가 나왔잖아요. 앞으로

는 감정이라는게 분석 가능하고 조작 가능한 영역으로 될 세상이 오고, 그게

로봇의 두뇌에 장착되고, 클라우드에 데이터가 올라가고, 이게 먼 일이 아니

라고 생각돼요.

그런 감정 분석이 가능하다고 할 때, 그걸 과연 어느 방향

에 쓰면 유용할까 측면을 저는 고민하는 거예요. 지금 페

퍼 같은 경우도 계속 감정 모니터링을 하고 있죠. 하지만 페퍼는, 제가 봤을 때

로봇을 팔려고 만든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상에 들어가 더 많은 데이터를 얻

을 수 있는 로봇을 통한 접점을 만들기 위한 거죠.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더

많이 노출할 수 있도록. 사람의 감정을 인식해서 이 감정에 대해 제공해야 하는

정보나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예측하기 위한 용도라고 봐요. 똑같이 감정으로

상호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고. 저의 생각은 그래요.

페퍼가 지금은 감정을 전달하는 것보다는, 학습을 통해서

페퍼 주인에게 얼마나 더 만족된 경험을 줄 것인가 정합

성을 높여나가는 과정에 있죠. 지금 의존도가 60%인데, 1년 쓰고 나면 8-90%

구본권

디지털인문학자

곽소나

로봇디자인학자

구본권

디지털인문학자

이원재

사회학자

제 1회 포럼 - 좌로부터 유지희 PD, 구본권 기자, 도영임 교수

Page 46: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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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의 관계 1차 포럼 인간에게 필요한 로봇은 무엇인가?

가 되어서 페퍼 없이는 안 되게 만드는 거죠. 그럼 이런 로봇을 만들 때 뭘 생각

해야 할까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겁니다. 우리가 뭔가를 설계할 때는

행복이나 어떤 긍정적인, 우리가 원하는 보상을 얻고자 할 겁니다. 인간이 감정

적인 존재라는 것은 인간 본질의 핵심이죠. 로봇을 만들 때, 나를 슬프게 하거

나 우울하게 하거나, 자존감을 떨어지게 하는 로봇은 안 만들지 않겠어요? 우

리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분노도 느끼고, 슬픔도 느끼고, 아무리 잘난 사람도

우울해지고 좌절할 때가 있습니다. 반면 그렇기 때문에 그 반대편의 경험을 할

수 있기도 하죠. 그런데 우리가 로봇의 감정을 설계할 때, 한 쪽 짝을 없애 버리

면 어떻게 될까요. 그런 로봇이 대중화되면 사람에게 감정의 불균형이 생길 수

도 있죠. 인간 본성이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로봇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 공학

자나 기술 개발자들도 함께 고민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감정적 존재라고 하니 이런 것도 흥미로울 것 같네요. 한

단편 소설에서 공학자가 딱정벌레같은 로봇을 만들어요.

청소도 못 하고, 그저 방바닥을 기어다니며 귀여운 척하는 것 밖에 기능이 없거

든요? 그냥 삑삑거리면서 빛을 내고 돌아다니죠. 이런 특징을 잘 아는 친구에

게 돈을 줄 테니까 얘를 때려서 부수라고 말해요. 친구는 찝찝하지만 돈을 준

다니까 했죠. 그런데 로봇을 때렸더니, 이게 ‘빽’ 비명을 지르고 도망을 가요. 피

를 흘리듯 기름을 흘리고, 불쌍한 소리를 내는 거죠. 뭔가 생물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기계인 것은 명확한 상태예요. 그런데 이 단편 소설에서는 주인공

의 친구가 이 로봇이 울고, 고통스러워하고, 떨고 그러니 결국은 망치로는 못

때리거든요. ‘이게 아무것도 아니긴 하지만 난 하기 싫어. 내 인간성이 깨지는

느낌이니까.’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거예요. 아무리 기계여도, 내가 어

떤 행동을 할 때 스스로에게 주는 심리적 피드백이 있잖아요. 이런 것도 분명

히 이슈가 될 것 같아요.

저는 곽소나 교수님께 한 가지 더 질문 드리고 싶은데요. 저는 로

봇이 우리 감정을 어떻게 치유하는가만 생각했지, 우리가 로봇

의 감정에 관심이 있는가는 생각을 안 해봤어요. 그게 흥미롭다고 생각했는데,

만약 로봇이 감정 교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 로봇이 우리 생활에 가장 도움

될 수 있는 부분은 어디라고 생각하세요?

일단 제품에 접목하는게 가장 빠르고 유용할 거예요. 유

용하다는 건 사람들에게 필요한가 아닌가죠. 자동문의 경

우 로봇이라 인지되지도 않고 그냥 익숙하게 받아들여져요. 이게 바로 사람들

에게 필요하고 유용한 로봇의 좋은 사례에요. 한글봇의 경우도 로봇으로 불리

기보다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똑똑한 제품으로 인식되겠죠.

두 번째는 치매나 자폐 등 병리적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반적

인 사람에게는 휴머노이드가 잘 안 받아들여지겠지만, 사회적으로 결핍이 있

는 사람은 그게 진짜 사람인지 기계인지 분간이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자

폐아 같은 경우는 생명체보다 사물과 상호작용하는 게 더 편하다고 느껴요. 재

활 치료 목적으로 인간과 사물의 중간인 로봇을 통해 상호작용 연습을 하고, 로

봇이 가진 생명체의 속성들에 익숙해지게 해서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회복하도

록 돕는 거죠. 사회적 상호작용에 결핍이 있는 사람은 어느 정도 로봇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가능할 거라 생각해요.

세 번째는 감정노동 상황에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텔레마케터 같은 직업이요.

반복적 감정노동 상황에서는 로봇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어차피 사람이

해도 진짜 감정을 가지고 응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감정이 노

동으로 사용될 때 또는 부정적 감정이 사용되는 서비스 상황에서 로봇이 효과

적으로 대체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타나카 동경대 교수가 텔레프레즌스 로봇

을 영어 교육에 사용한 연구결과, 로봇을 사용하여 영어 교육을 진행하니 외국

원종우

과학칼럼니스트

이정애

언론인

곽소나

로봇디자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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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의 관계 1차 포럼 인간에게 필요한 로봇은 무엇인가?

인 교사를 통해 영어교육을 받을 때의 두려운 감정이 감소되는 효과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로봇을 통한 감정 상호작용의 미흡한 면을 부정적 상호작용에 적

용하여 부정적인 감정을 감소시킨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치매환자 같은 경

우 반복 행동이 많죠. 그래서 보호자들이 힘들고, 환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경

우도 생기고요. 그런 점에서 지속적, 반복적으로 반응해 주는 상호작용 대상으

로서 로봇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2. 로봇과 인간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제가 가진 질문은 거꾸로, 만약 로봇이 나와 감정을 나누게 된다

면, 그걸 어디까지 해 주면 좋을까? 로봇이 대체 어떤 대상이었

으면 좋겠는가? 이런 부분인데요. 친구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그럴

때, 기계인 로봇을 어떻게 받아들이길래 친구로 느끼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

을까요?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잊어버렸든, 지

웠든 어떤 이상은 갖고 있죠. 제 말을 들어주고, 공감하고,

조언도 해 주는데 결코 화를 내지 않는 대상이요. 저를 아낀다고 해서 잔소리

를 하지도 않고, 강요를 하지도 않고. 제가 그걸 필요로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

요,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게 가능하다면 그것을 구현해내지 않을까. 정말 필요

하니까. 그게 없으니 지금은 그냥 살지만,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게 궁극적 목표라면 거기까지 가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이슈

가 많이 생길 것 같아요. 우리는 뭘 나누고 얘기가 통하는 걸 좋

은 친구라 하죠. 그걸 판단하기 전까지 많이 다투고, 서로 다른 얘기도 하고 그

러면서 대상을 골라나가요. 그런데 어느 한 순간 기계가 나타나 갑자기 좋은 친

구가 될 수 있을까요?

이게 또 네트워크를 끊을 수 없는 이유가 될 겁니다. 로봇이 누군가에게 그런

대상이 되도록 만드려면 굉장히 많은, 어쩌면 일생에 해당하는 데이터가 필요

할 거예요. 패턴이라는 게 항상 일정하지는 않죠. 사람 마음이 계속 변하고, 같

은 것처럼 보이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고, 앞에서는 이렇게 보여도 마음은 다르

고. 그런 걸 충분히 캐치하려면 엄청난 사례 연구가 있어야 할 거예요. 많은 경

험을 통해 좋은 친구를 거르는 것처럼.

사람 간에는 이런 게 별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기계는 인프라에 의지할 수밖

에 없죠.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인간적 부분은 우리가 경험하고 배

웠지만, 기계와의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들.

그걸 어떻게 다루어야 기계와 함께 갈 수 있을까? 그런 부분을 철학 하는 분들

이나 사회과학 하는 분들에게 듣고 싶었습니다.

영국에 ‘블랙 미러’라는 드라마가 딱 저 이슈를 다뤄요. 사

고로 남자 친구를 잃은 여주인공에게 어떤 회사에서 테스

트를 위해 남자 친구와 똑같이 생긴 생체 로봇을 보내죠. 여자가 정말 이 로봇

을 남자 친구같이 여기게 하기 위해서 인터넷에 남긴 많은 흔적들을 보고 로봇

을 남자 친구처럼 행동하게 해요. 처음에는 여자가 넘어가는데, 점점 문제와 한

계에 부딪히고, 결국 십 년쯤 후에 그 로봇은 다락방에 서 있고, 일 년에 한 번

쯤 가서 인사하는 존재가 되죠. 제가 이야기 하고 싶은 건, 실현 가능하던 아니

던 이런 방향은 분명 나타날 거란 거예요.

이동만

전산학자

이동만

전산학자

원종우

과학칼럼니스트

원종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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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의 관계 1차 포럼 인간에게 필요한 로봇은 무엇인가?

로봇이라는 존재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는 정말 사람마다 경

우마다 다를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인간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과, 기술자들이 이런 이슈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겠어요.

로보틱스나 기술 문제가 아닌 로봇 이슈에 대해서요.

Q3. 로봇의 미래, 휴머노이드?

왜 사람들이 로봇 하면 꼭 휴머노이드만 생각할까요? 저

도 궁금한데요. 왜 로봇의 미래에 대해 휴머노이드만 그

릴까요?

로봇 기술이 가장 발달한 모습을 상상하는 게 아닐까요. 그런데

저는 휴머노이드만의 문제는 아니고,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 방

향 자체가 우리의 예측을 벗어나는 것 같아요. 자동차도 로봇화되고, 지금 스마

트폰도 로봇화되어 끊임없이 우리의 정보를 캐고, 어떻게든 소비를 하게 하려

하죠. 저도 그렇지만, 기술 하는 사람들은 기술을 보편 타당하게 만들려고 해요.

그런데 그런 노력 자체가 어느 순간에 원치 않는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있는 거

죠. 사람들이 개인 비서 같은 역할을 할 휴머노이드를 많이 상상하는데, 로봇이

나 기계가 나를 위해 어떤 역할을 수행하려면 판단 기준이 생겨야 하죠. 그러기

위해 이들이 내 개인 공간에 들어오게 돼요. 사람도 내가 시킨 것 이상으로 알

아서 해 주길 바라는 기대를 하게 되고요. 그런 부분에 대한 연구를 어떻게 하

면 좋은지를 저는 고민하게 되는 거죠.

휴머노이드 하시는 분들께 왜 휴머노이드를 연구하는지

여쭤보면, 막상 명확한 답을 해 주시진 않더라고요. 그냥

‘드디어 내가 해 냈다’ 인 거지, 그걸 만들어서 어디에 쓸 지는 명확하게 답변해

주시기 않더라구요.

로봇에 인간적인 속성을 부여한다고 해도 저는 실용성을 더 생각해요. 갑자

기 스피커 소리가 너무 크면 귀를 막죠. 그럼 귀처럼 생긴 스피커를 만드는 게

아니라, 귀를 막는 제스처를 하면 볼륨을 줄이도록 하는 게 직관적인 상호작용

방식이 녹아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 방향은 사람을 위한 것은 맞는데, 접

근 방식이 사람을 똑같이 모방하여 디자인한 것이냐, 아니면 사람이 직관적으

로 사용하도록 디자인하는 것이냐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인간은 생명체를 모

사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 같아요. 유전자 연구도 그렇고, 로봇도 그렇고. 그

런데 그 연구들을 할 때, 어디에 쓸 것인가를 더 고려했으면 좋겠어요.

인간에게 최적화된 환경에서 다양한 일을 수행하게 한다는 방향으로 휴머노

이드 로봇을 개발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완벽하게 모든 인간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개발 가능성과 제품 가격은 어떻게 될까요? 현 시점에

개발된 휴머노이드의 기능과 가격을 생각하면, 저는 그 비용이면 가정부를 고

용하겠습니다. 로봇이 가정부보다 신속하고 안전하고 정밀하게 가사 일을 해

낸다면 증가된 가치 부분에 대해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로봇을 사용하겠지만,

가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 가치에 못 미치면서 비용도 보다 높다면 휴머노이

드 로봇을 사용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현 시점에서 로봇 기술을 한 데 모아 인간 환경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는 대신, 필요한 제품 또는 서비스에 로봇기술을

접목하여 분산된 로봇 제품으로 개발하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휴머노이드 로

봇이 청소기를 끌며 청소하는 것보다 기존 청소기에 로봇 기술이 접목된 청소

기 로봇을 사용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 생각됩니다.

곽소나

로봇디자인학자

곽소나

로봇디자인학자

이동만

전산학자

이동만

전산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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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의 관계 1차 포럼 인간에게 필요한 로봇은 무엇인가?

휴머노이드의 정의에도 ‘소프트웨어적인 휴먼성’이 있을

수 있죠. 저는 사실 걸어다니는 로봇은 크게 관심이 없어

요. 어떤 형태든 상관 없이, 저랑 얘기하고 토론하고 도와줬음 좋겠어요. 그런

로봇이 있으면 친구같이 느낄 것 같아요. 그런 것도 휴머노이드라고 할 수 있

지 않을까요?

제가 알파고 생각을 좀 했는데, 알파고가 온라인에 들어와 익명으로 바둑을

두면서 배워나간 거잖아요. 이 상태에선 사람인지 컴퓨터인지 모르는 상태로

존재해요. 몸이든, 정신이든 사람과 최대한 비슷하게 로봇을 만드려는 욕망이

있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저는 ‘사람’이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뛰어난 모델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요. 바둑이라는 게임은 어떤 의미에선 하찮은 거예요. 건

물을 만들거나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 정신이 해낼 수 있는 어떤 첨예한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어요.

그래서 컴퓨터가 바둑을 한다는 건 제 생각에는 인간을 시뮬레이션하기 위

한 것 같아요. 인간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건 인간과 동일하거나 인간을 넘어서

는 무언가일 거예요. 단순한 토테미즘을 넘어서, 매우 구체적인 목표 의식이 있

어요. 우리가 가진 뭔가를 뛰어넘는 존재를 만들어 보자. 인간을 지구상에서 가

장 뛰어난 존재로 만들고 있는 것, 즉 인간의 지성과 감성. 무의식적으로 그 방

향으로 가고 있지 않나 싶어요.

굉장히 공감해요. 그런데 그렇게 인간을 뛰어넘는 방향을

추구해서, 빅데이터를 써서 인간을 이기는 대단한 인지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그걸 인간을 위해 어디에 쓸까? 아직 그런 고민이 부

족하다는 생각은 들어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휴머노이드가 인간 사회에 혼

란을 가져올 수도 있는 거잖아요. 기술의 발전만을 추구할 게 아니라, 그걸 어

디에 어떻게 유용하게 쓸지를 좀 더 생각해야 할 것 같긴 해요.

Q4. 로봇을 둘러싼 프라이버시 문제

컴퓨터 기술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제 나름대로 기술 발전을 바

라보면, 여러가지 기술들이 제일 처음에는 ‘one for all’로 가다

가 이제는 반대로 가고 있어요. 자동차만 해도 이제는 수십 가지 센서와 옵션을

달죠. 이렇게 통합적인 기술 트렌드가 나타나고, 기술이 개인 공간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자동차도 조금 더 지나면 운전자의 브레이크 밟는 습관같은 걸 분

석해서 경고를 주고, 졸고 있는지 알려주고 할 텐데, 그러려면 개인적인 영역의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해요.

그럼 이런 시점에서, 덜 실수하기 위해서는 기술자들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넓게 보면 ‘좋게’ 라는 표현이 효율성과 감정적 즐거움인데, 기술이 발전하다 보

면 반대 측면도 존재할 거예요. 기술이 개인 영역에 들어오는 데 대해 어디까

지 균형을 맞춰야할 지 고민입니다. 인터넷의 경우 지금 너무 많이 들어와서 조

금 심각한 문제인데요. 디지털 디바이드를 스마트폰이 해결해준 건 좋았는데,

이제 이것 때문에 소셜 디바이드가 더 생기게 되는 거죠. 저소득층일수록 스마

트폰 중독이 더 심해요.

저소득층이 로봇 중독이 될 가능성도 높을 수 있겠네요.

요즘 기술이 다 개인화로 가고 있어요. 마음을 읽는 것, 인공지

능, 요즘 이야기 하는 인지기술도 그렇죠. 그런데 마냥 읽는게 좋

은 건가? 이 질문에 대해 우리나라는 빨리 가자고 부추기고, 유럽은 보수적이

에요. 그런데 한편으로 우리가 실험하며 빨리 밀고 가서 선점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곽소나

로봇디자인학자

이동만

전산학자

이동만

전산학자

이원재

사회학자

원종우

과학칼럼니스트

Page 50: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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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의 관계 1차 포럼 인간에게 필요한 로봇은 무엇인가?

저는 인터넷과 로봇은 좀 다르다고 봐요. 인터넷은 사람

이 많이 개입해 있고, 사람들이 만든 정보의 역할이 커요.

로봇 쪽에서는 로봇 자체를 자율화하는 노력이 보다 큰 것 같아요.

소프트웨어 로봇을 생각하면 좀 다르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미 자동차같은 곳에 소프트웨어 로봇이 들어와 있는데, 여기에

인공지능이 들어가게 되죠. 사람의 컨디션이나 생체 신호를 체크하고, 그 데이

터가 점점 쌓이고, 개인의 습관이 습득되면 그 자동차 자체가 로봇이 되는 거

죠. 문제는 그게 다 연결되어 있다는 거에요. 이미 통신은 모든 곳에 들어와 있

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영향을 주고받고, 그 네트워크가 글로벌화되어 있어

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고민해야 할지 저도 답을 몰라서 이렇게 계

속 질문을 던지고 있고요.

로봇이라고 치면 엄청나게 많은 인프라가 있어야 하는 거죠. 저의 개인 공간

이 개인만의 영역으로 끝나는 게 아니게 되고 있어요. 나는 넷플릭스를 보고 있

지만 그 뒤에서 엄청나게 많은 것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데, 정작 나는 그걸

모르면서 지나가고 있죠. 누군가가 앞으로는 중용이 최고가 될 것이다라고 하

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긴 해요. 우리가 항상 중간을 어떻게 잘 찾는가를 고민

하잖아요. 동양 철학에서는 가운데를 찾는 게 정답인 게 아니고, 이 극단을 피

해서 합리적인 방향으로 가라고 하는 것 같고요. 여러 분야의 분들과 그런 고민

을 한 단계 같이 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

로봇이든 인공지능이든,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개인 정

보를 수집하는게 되는데 사실은 그게 로봇 자체가 아닌

기업의 목적이잖아요. 정보가 곧 돈이더라고요. ICT 기업에서는 로봇을 하면서

도 어떻게 하면 사람의 정보를 더 얻어낼 수 있을까,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어

떻게 하면 더 많은 데이터를 보유할 수 있을까가 목적인 거에요. 거꾸로 말하

면 그 부분에 대한 인지가 된 착한 소프트웨어 디자인이 필요할 것 같아요. 지

금 이 개인정보제공 동의도, 이렇게 길게 써 있는데 누가 법이 익숙해요? 그냥

동의하고 말죠. 그런 부분에 대한 인지가 어느 정도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아예 처음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할 때, ‘너의 정보가 이만큼 나에게 오

고 있어’ 라고 인지할 수 있게 하는, 그리고 진짜 건강하게 사람을 도와줄 수 있

는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거죠.

Q5. 로봇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되어 나가야 할까?

앞에서 말한 어떤 특정 목적의 로봇, 청소기라던지 한글 조립 로

봇 등은 그 목적이 분명하면서 주로 사람들의 명령에 반응적인

reactive 형태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것을 넘어서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지금 청소 로봇에는 시간을 세팅하고 청소하는 걸 기대하는데, 만약 이게 도우

미 분이라면 사람들이 더 많은, 주도적으로 proactive 판단하고 행동하는 걸 기대

할 거라는 거죠. 내가 바쁜데 막 청소한다고 돌아다니면 방해가 되니 나중에 한

다. 이런 로봇이 가능하다면 어떨까요?

관련해서, 로봇의 행동을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

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두 가지 장

난감 정리함 로봇에 대한 실험이 있는데, 하나는 아이들이 장난감을 넣으면 칭

찬하는 반응적인 것, 다른 하나는 로봇이 장난감 옆에서 치워달라고 말하는 주

도적인 것이었죠. 아이들이 더 관심을 보이고 재미있어 한 건 후자였지만, 장

곽소나

로봇디자인학자

곽소나

로봇디자인학자

이동만

전산학자

이동만

전산학자

곽소나

로봇디자인학자

Page 51: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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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의 관계 1차 포럼 인간에게 필요한 로봇은 무엇인가?

난감을 많이 수거한 것은 오히려 반응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었어요. 사물 인터

넷이 발달해서 물건들이 나에게 맞는 것들을 척척 주면 편리하겠지만, 또 한편

으로는 이것 저것 해 달라고 하면 스트레스일 것 같아요. 반응적이든, 주도적

이든 어느 방향이든 관계 없이 사람에게 필요한 상호작용 방식을 찾는 것이 중

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의 시작점이 그런 부분인데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기

술 발전에 어떤 방향이 더 좋은가 라는 건 제가 생각하기에는 서

로 더 조화롭게 가자는 것이겠죠. 예를 들면 저는 인터넷을 30년 넘게 연구했

는데, 인터넷은 처음에는 연구자들의 전유물이라 ‘성능을 좋게, 더 연결되게’ 라

는 방향으로만 나갔었어요. 그런데 90년대 중반 이후 인터넷이 전문가 손을 떠

나 대중에게 간 거죠. 이제는 어린 애들도 쉽게 사용하고요. 이런 인터넷이 굉장

히 좋은 결과를 주기도 하지만, 이것을 이해 못 하는 부모 세대와 자녀 간에 단

절을 일으키기도 해요. 인터넷 거버넌스의 목표는 ‘착한 인터넷’을 만드는 거라

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정보공유에 있어 장벽이 없게 만드는 것. 쓰는 사람

과 공급하는 사람이 어떻게 하면 서로 이야기하며 균형을 맞춰갈 수 있을까요?

다양한 예가 있는데, 지금 로봇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제가 중요하다

생각하는 건 이제 주도적인 로봇이 나올거라는 거죠. 지금까지는 로봇 하면 주

로 하드웨어 로봇만 언급되었어요. 하드웨어 안에 규칙이 들어가, 주어진 조건

에 따라 실행된다는 거죠. 그런데 로봇이 발달하면서 환경 조건이 변화하게 되

고, 그것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쪽으로 발달이 되어야 할 거예요. 어

제 논문을 하나 읽었는데, 이제는 ‘Hard IoT’ 뿐만 아니라 ‘Soft IoT’를 논의할

때가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서부터는 예측이 굉장히 복잡해지고, 어떤 것

을 넣느냐에 따라 파급 효과가 대단할 거에요.

인터넷도 개발할 때는 어떻게 잘 연결할까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안의 정

보가 가늠이 안 되고, 빅데이터도 다 좋다고 했었는데 거꾸로 사람들에게 문제

가 되기도 하죠.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정도로, 정보가 너무 많이 넘어간 상태

에서 돌아오고 있는데. 그럼 인공지능이 ‘잘’ 해주는 게 다 좋은가? 착한 로봇은

무엇인가? 인공지능까지 포함한 소프트 로봇을 다룰 때 착한 인공지능은 도대

체 무엇인가? 그런 부분을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사람도 정신과 몸이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고 하잖아요.

너무 생각에 잠겨서 아프게 되면, 산책을 하면 좀 나아지

잖아요. 저는 로봇 쪽에서 출발해서 소프트웨어 쪽으로 오는 현상도 밸런스가

맞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인공지능 같은 쪽으로만 가고 있는데, 우리

가 물리적으로도 도움을 받을 것들이 굉장히 많이 있거든요. 그런데 무조건 인

터넷을 기반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굳이 빅 데이터가 필요한 경

우는 언제인가, 그리고 그렇지 않을 때에 대해서는 기술을 오버해서 쓰지 말고

딱 필요한 만큼만 제공하도록 디자인하는거죠. 안 그러면 지하철에서 파는 발

명품처럼 돼요. 이것저것 다 있는데 어디다가 써야할 지 모르게 되는 거죠. 저

는 하드웨어 쪽에서 출발하다 보니 그런 인지적 측면보다는 하드웨어 쪽으로

필요한 부분과 연결된 접점에 대해 보다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실질적으로 그런 접점 부분이 있어야할 것 같아요. 현 시점에서 고민하면, 먼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중요한데 거기에만 머무는 것은 또 아닌 것 같아요. 지금

현 기술을 어떻게 실용적으로 분산해서 쓸까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지 않나. 잘

못하다가는 몽상으로 빠질 수도 있는 거고요. 로봇 시장 규모도 이미 예측이 실

패를 했듯이. 미래에 대한 예측과 현 시점에서 적용가능한 부분들을 동시에 고

민해야하지 않나 생각해요.

이동만

전산학자 곽소나

로봇디자인학자

Page 52: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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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의 관계 2차 포럼

소셜 미디어의 열 가지 얼굴

: 인간과 기술의 교호성

포럼 진행 일시 2016.03.11

포럼 진행 장소 목동 SBS

포럼 발제자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이재현 교수 (커뮤니케이션학자)

포럼 토론자 이동만 |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

이원재 , 도영임 |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구본권 |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유지희 | SBS 보도본부 미래부 차장대우

정주연 | SBS 보도본부 미래부 PD

제 2회 포럼 - 이재현 교수 발제

Page 53: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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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의 관계 2차 포럼 소셜 미디어의 열 가지 얼굴: 인간과 기술의 교호성

Q1. 사물인터넷은 인간 생활에 어떤 방식으로 관여해야 할까?

– 우연성의 문제

IoT 를 생각해 보면 사람들의 사용 행태에 따라 사물들에도 정체

성이 형성될 것 같아요. 그럼 이 사물들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사

람 관계처럼 해주는 게 좋은 걸까요? 시스템 만드는 사람들은 스마트한 것, 자

동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줄 알았어요. 그런데 쓰다 보면 사람들이 자동화된

걸 싫어할 수 있는 거죠. 인공지능이 개인 공간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불 켜고

싶지 않았는데 왜 불 켰어?’ 이렇게 생각하게 될 수도 있어요.

지금 문제가, 환경을 통째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 물건들이 다 개별적으로

들어오게 되잖아요. 그럼 그것들을 어떻게 연동하면 좋을까요? 조심해야 되는

것은 뭘까, 인간과의 관계가 어떤 방식으로 발전해야 할까. 우리가 SNS나 기술

들을 통해 관계를 맺는 게 플러스인 부분도 있지만 마이너스인 부분도 있을 텐

데, 그 쪽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요?

저도 공학 하시는 분들과 얘기를 해 보면 저런 것에 대한 문제의

식이 전혀 없거나, 문제가 되는 것들은 더 좋은 알고리즘을 만들

어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불안정한 서비스나 알고리

즘을 발전시키면 사람들이 마치 직접 만나는 것처럼 SNS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와 같은 이야기를 하시는 거죠. 그런데 진짜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개선하려

는 노력과 방임하려는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어떤 희망 내지는 절

망, 전망이 나타날까요?

알고리즘 정보이론 같은 분야에서, 제한된 코드로 무

한한 경우의 수를 다 포괄할 수 없다고 결론이 났어요.

집합론적으로는 유한한 코드체계로 무한한 수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유

한 대 무한의 문제. 그런데 이번에 알파고를 보니 우연성 Contingency 과 비결정성

Indeterminancy 의 영역들이 좁혀져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요. 아마 공학자들이 계속 연구하게 되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꽤 근사한 게 만

들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컴퓨팅 파워가 커지고 학습의 양이 많아지면 빠른 시

간 내에 비슷한 결과를 낼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제가 걱정하고 있는 건, 코드로 설명할 수 없는 두 가지 우발성 요인

들이 생겨나게 되는 겁니다. 하나는 내적인 측면에서 코드 자체의 문제가 예상

치 못한 방향으로 작동하게 되는 경우, 또 하나는 외부 환경이나 데이터를 만났

을 때 문제가 발생하는 가능성입니다. 이런 부분들이 사실은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부분이잖아요. 이동만 교수님 말씀처럼 코드 자체가 ‘사람들 오면 불

켜’라고 아주 단순한 기전만을 다루게 되면 우연적인 부분들을 설명 못 하는 것

이죠. 아무리 맥락적 요소를 집어넣더라도 이런 우연성들을 다 포괄할 수 없고,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번에 알파고가 보여준 건 우연적인 영역이 거의 없어질

거다, 그런 고민을 없애게 될 거다 하는 극단치를 보여준

것 같아요. 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 예를 들어, 차가 공유가 되면 소유 모델이

무너질 것이라고 하는데, 사실 저도 그렇게만 봤었어요. 도로의 효율이 높아지

고, 완전히 공유 모델이 되어 대중교통이 이제 개인용으로 바뀔 거라는 의견이

있었죠. 반면 이제 누구나 다 차를 다 끌고 나올 거다, 그래서 도로의 혼잡을 감

당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 얘기를 하고 얼마 후, 벤츠에서 지난해 내놨던 f015 무인자동차 컨셉트 모

델에서 두 가지 방향이 동시에 나타나는 거에요. 무인자동차가 되면 개인 공간

이 될 것인가, 공유되면서 공공 모델이 될 거냐 하는 것이죠. 그런데 기술이 사

이동만

전산학자

이원재

사회학자

이재현

커뮤니케이션학자

구본권

디지털인문학자

Page 54: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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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의 관계 2차 포럼 소셜 미디어의 열 가지 얼굴: 인간과 기술의 교호성

람에게 받아들여질 때는 개발자가 생각한 것과 완전히 다른 곳에 사용될 수 있

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도봉구의 한 아파트단지에 시에서 전기차를 기부해서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게 했는데, 사람들이 안 탄대요. 왜인가 하니, 누가 탔었

는지도 모르고 관리가 잘 되어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라는 거죠. 알고리즘을

정교화한다고 해서 우연성 영역이 없어질 수 있을 것인가? 예를 들어 사회적

규제를 통해 일부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과연 알고리즘과 기술로써는

어디까지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궁금증이 드네요.

그건 알고리즘을 디자인하는 주체가 지향하는 목표가 무엇인가

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보통 알고리즘을 개발할 때 자본이 투입되기 때문에 이

익에 맞는 방향으로 세계관을 구현하게 되겠죠. 어찌 보

면 의도치 않은 결과들이 나타나더라도, 투자나 개발 주체의 범위 안에 있다는

것이죠. 그 안에서의 자율성을 부여해주는 것이예요. 자율자동차 안에서 어떤

행동을 하든, 페이스북 안에서 뭘 하든 중요한 게 아니에요. 실제로 코드 짜는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질 수 있지만, 하더라도 어차피 그 안에 다

있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기술자본 체제가 너무나 공고하기 때문에 변화를 일

으키는 것 자체가 어렵죠.

저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바둑이나 자율주행자동차에는 상대

적으로 비결정적인 non-deterministic 부분이 적은 것 같아요. 바둑은

이기는 게 목표이고, 주행도 보통 시작과 끝이 있잖아요. 어떻게 가느냐는 다

를 수 있겠지만요. 그 관계에서는 그런데, 감성적인 부분으로 들어오게 되면

‘집에 있을 때 즐겁게, 편하게 있고 싶다’고 했을 때 그 기준이 사람마다 너무나

다를 수 있는 거죠.

IoT 개발자가 저에게도 비슷한 걸 물어보더라고요. 예

를 들어 컵을 디자인할 때, 내가 원하는 음료의 온도를

알고 적당하게 데워주게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것은 컵의 도구적 측면만 생

각하는 것이거든요. 목표지향적인 것. 즉 따뜻하게 커피를 만들어주는 것이죠.

그런데 사실 우리가 도구를 미학적이거나 감성적인 측면으로 받아들이기도 하

잖아요. 알고리즘으로 잘 맞추기가 어렵죠. 백색가전 마켓에서도 LG나 삼성이

기능적 측면에서 개선한 부분도 많이 있지만, 세계를 석권할 수 있었던 것은 컬

러풀한 디자인이 미학적으로 좋았다고도 볼 수 있잖아요.

보일러나 컵에도 엄청나게 많은 퀄리티가 있는데, 우리가 그걸 도구적 측면

으로만 만들어가게 되면 감성적인 측면은 없어지는 것이죠. 넓은 의미에서 디

자인적이거나 감성적 측면에서는 또 다른 것들을 볼 수 있어요. 기능적인 면 말

고 그런 측면들이 우발적인 것이 큰 만큼, 너무나 인간적인 측면이 될 수가 있

는 것이죠.

Q2. SNS나 온라인 활동을 통해 소셜 관계가 확장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등을 통해 인간관계가 망

가지고 무의미해진다고 얘기하는데, 이재현 교수님 연구에서는

반대로 좋은 인간관계가 SNS를 통해서 확대 재생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는 거죠?

네, 그런 가능성이 있고, 데이터상에서 상호작용의 질

이 최소한 300명까지 증가할 수 있는 지표들이 보이

고 있어요.

이동만

전산학자

이동만

전산학자

이재현

커뮤니케이션학자

이재현

커뮤니케이션학자

이동만

전산학자

이재현

커뮤니케이션학자

Page 55: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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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의 관계 2차 포럼 소셜 미디어의 열 가지 얼굴: 인간과 기술의 교호성

제가 관심 있어하고 흥미있게 느끼는 내용은, 이런 온라인 소

셜 네트워크나 기기 때문에 인간적인 면대면 상호작용이 줄어들

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SNS나 온라인 활동을 통해 실제 상호작용을 좀 더 많

이 할 수 있을까 하는 지점을 찾는 것이거든요.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그런 긍

정적 효과가 있다면 도대체 뭐가 그런 종류의 사람들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

을 하는 걸까요?

저는 세 가지 가능성을 가설적으로 설명해보려고 했어

요. 왜 던바 Robin Dunbar 같은 사람이 얘기했던 것보다 네

트워크 규모가 더 커지는 양태들이 벌어질까? 한 가지가 도구적인 관점으로,

사람들이 디지털 더듬이의 역할을 찾는 것 같다는 거에요. 세상의 복잡도가 높

아지고 있어서 내가 혼자 모든 부분을 감시할 수 없잖아요. 예를 들면 공학적인

분야에 대해서 원장님에게 부탁을 하고, 이런 식으로 친구들을 제 디지털 더듬

이로 활용하는 것이다 라는 게 있을 수가 있고요.

또 한 가지는 ‘비가시성의 위협’이라고 어떤 이론가가 이야기한 것인데, 실제

로 활동을 하지 않으면 나는 죽는 것이거든요. 네트워크가 존재할 때만 내가 존

재하는 것이라고 간주한다면, 내가 사라짐에 대한 위협, 내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위협을 사람들이 느끼게 됩니다. 네트워크 존재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

죠. 나의 비가시성을 벗어나 존재론적인 나의 안정성을 찾는다는 것의 측면에

서, 계속 내가 여기서 어떤 행위를 함으로써 나의 존재를 확인시켜주고,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입증하려는 겁니다.

마지막은 약간 좀 삐딱한 것인데, 정신분석학적으로 볼 때 노출욕망, 노출

증과 관음증, 나르시시즘 같은 것이 상업적으로 부추김을 당하죠. 내가 글을

올렸는데 댓글이 30개쯤 달린다면 뿌듯해지는 것. 이런 정신병리학적의 노출

증, 관음증, 나르시시즘 등의 상업주의적인 전유 같은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

이동만

전산학자

죠. 이것들이 개인병리를 넘어 집단병리로 나타나고 있는 것. 그렇게 본다면

우리가 실제로 순수하게 생각하지 않는 다른 것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이 있는 거죠.

저는 아까 발표하신 것이 흥미로운데요. 던바의 수를 넘어

서는 규모의 질적, 양적 동시확대가 가능한 상황으로 간다

는 것이 정교하게 논제들이 만들어진 상태입니까?

아니오. 부분적으로는 이런 논의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이론들이 있을 수 있겠죠. 정신분석학적인 이야기들. 그

런데 이것들이 SNS맥락에서 이야기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아까도 이야기한

비가시성의 위협 이런 것은 있죠. 그런데 디지털 더듬이나 SNS가 정신병리의

상업화다 하는 것은 제가 가설적으로 얘기한 것 뿐입니다.

이재현

커뮤니케이션학자

제 2회 포럼 – 좌로부터 도영임 교수, 유지희 PD, 구본권 기자, 이재현 교수

이재현

커뮤니케이션학자

구본권

디지털인문학자

Page 56: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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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의 관계 2차 포럼 소셜 미디어의 열 가지 얼굴: 인간과 기술의 교호성

그 동안 SNS연구에서는 던바의 수 안까지만 연구한 거에요. 이상 되는 부분

들은 연구를 안 했고, 이것은 부정적인 것이라 어떤 식으로든 극복해야 할 문제

지 이것 자체를 연구대상으로 삼지는 않고 있었죠.

그런데 던바의 수는 거의 유인원과 초기 인간을 대상으로

한 것이죠. 인간에게는 기본적인 소셜 속성이 있는데, 소

셜 도구가 없었을 때의 인류 집단을 놓고 정했던 수를 아직까지 적용할 수는

없지 않나 생각해요. 우리는 소셜 도구가 나왔을 때 항상 그것을 채택하는 성

향을 가져왔지, ‘이거 너무 힘드니깐 버릴 거야’라고 하지는 않았어요. 그럼 던

바의 관찰을 완전히 버리고 새로운 영역으로 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오히려

집단 크기의 질과 양이 동시에 나아갈 수 있는데, 던바의 ‘뇌 용량의 한계’라는

관점이 아닌 ‘관심자원의 유한성’이라는 관점으로서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 있

을 것인지 궁금해요. 내가 더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혹은 달라진 도구를 가지

고 소셜 관계를 늘려갈 수 있는데, 관심자원 이라는 측면에서는 여전히 또 한계

가 있지 않은가 하는 거죠.

그걸 소셜 브레인이라고 해요. 사교할 수 있는 뇌의 용

량이나 능력이 유한하다는 것인데. 보통 우리는 어떤 도

구를 가지고 그 범위를 확장하죠. 마이크를 쓰면 소리를 더 멀리 보낼 수있는 것

처럼, 커뮤니케이션의 범위가 넓어지는 거죠. 보철의 사용이라는 맥락에서 얘

기하게 되면 말씀하신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프로 생각해 보면 사회적 비용이 직선으로 증가하고, 이득

도 직선으로 증가해요. 던바의 주장이 나오기 전에 사회학자들

이 좋아했던 설명인데, 시간의 유한성도 사실 제한요소 중에 하나인 거죠. 천

명을 24시간 안에 만날 수는 없다는 가설이 있는 것이죠. 교수님께서 발견하신

건 저도 결과를 보고싶은데, 굉장히 혁명적인 가설인 거예요. 시간 에너지의 한

계 때문에 사람을 일정 이상 못 사귄다는 것이 일반적인데, 교수님께서는 경험

적으로 그 이상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걸 확인하신 거잖아요.

온라인 소셜 관계에 대한 기존 관점이 부정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저는 가치판단을 떠나서 이런 상황을 정당한

연구대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봅니다. 온라인 사회관계망을 더듬이로 사용

해서 정보를 끌어들이는데, 사실 그 과정에 누군가가 꼭 필요할 것은 없잖아요.

인공지능이나 기계가 그 일을 해 주면, 내가 좋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잘

선택해주면 누구에게도 피해가 없죠. 이게 포스트 소셜 단계로 넘어가는 것 아

닐까요? 그러면 친구는 술 먹을 때만 만나면 되는 것이고, 정보 더듬이 영역에

서는 교류할 일이 전혀 없어지는 것이죠. ‘비인간 주체 Non-human agent ’가 해줄 것

이니까. 그런 단계로 가고 있는 징표들이 보이는 거죠. 예를 들면 제가 네트워

크 효과라고 부르고 있는 제3영역의 등장은 기술의 매개로 가능해진 것처럼 보

이는 것이잖아요. 그건 누가 하든 상관이 없죠.

Q3. 사물 인터넷의 시대, ‘보이지 않는’ 물체들의 네트워크가

형성될 때,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기술로 인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의 문제

엉뚱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 우리가 보통 관계나 커뮤니케이션

을 얘기할 때 전제로 삼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사람

이원재

사회학자

이재현

커뮤니케이션학자

이재현

커뮤니케이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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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의 관계 2차 포럼 소셜 미디어의 열 가지 얼굴: 인간과 기술의 교호성

의 커뮤니케이션, 사람과 오브젝트의 관계를 이야기하는데요. 이제 IoT로 가게

되면 사물들끼리 대화하거나 하는 일이 벌어지는데, 내가 그걸 알고 있는 상황

과 모르고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사람이 기술을 이해하거나

통제하는 것 밖으로 벗어나는 뭔가가 일어나는 것 같은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이것은 베르나르 스티글러 Bernard Stiegler 라는 철학자의

주요 논점 중 하나인데, 우리에게는 세 개의 기억 장치

가 있어요. 유전자와 중추신경, 그리고 제3의 서포트, 즉 기록 매체입니다. 유

전자는 계속 전승되지만 중추신경은 내가 죽으면 없어집니다. 그런데 내가 경

험한 걸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으니까 기록 매체를 쓰게 돼요. 그럼 내 후손이

이걸 보고 시행착오를 덜 겪을 테니까요. 이제까지는 자신이 어디에 무엇을 기

록했는지 잘 알았어요. 그런데 기억 매체와 기술이 고도로 발전되어 가면서 어

디에 썼는지를 잘 모르게 되는 거예요. 매체 자체의 위치도 조직화되어서 그걸

넘어서게 되는 것이죠.

IoT로 치게 되면 사물들만의 어떤 세계가 있는 거죠. 기술 자체가 스스로의

논리로 저장하고 관리하는 그런 시스템 쪽으로 가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알

지 못하는 세계, ‘비욘드 어스 beyound us ’의 세계가 형성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

어 내가 만든 물건이지만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닌 것, 이런 게 생겨나기 시작하

는 거죠. 인터넷은 이미 그렇게 되었고, 컴퓨터에서도 예전 같으면 폴더를 위계

에 따라 찾아 내려갔는데 이제는 스포트라이트 검색으로 다 하죠. 어디에 있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컴퓨터는 벌써 나보다도 훨씬 더 나의 범위를 넘어서기 시

작했고, 컴퓨터의 관점에서 효율적인 방식으로 가고 있어요.

막스 베버 Max Weber 가 <직업으로서의 과학>에서 그런 얘기를 했어요. 과거

의 미스터리에서 벗어난 것은 과학기술의 혁명이 빚어낸 합리화 덕분이며, 우

리는 자동차가 움직이는 원리는 스스로는 모르더라도 물리학자에게 설명을 들

으면 알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각성 Disenchantment ’이라고 이야기를 했죠. 그런데 지금 바로 그 순간에 이

해할 수 없는 영역들이 또 나타나서, 미지의 세계를 훨씬 더 크게 만들고 있는

것이죠. 휴대전화만 하더라도 이 안에 어떤 것이 들어가 있는지 20분의 1도 모

를 거에요. 뭐가 있고 어떤 정보가 저장되어 가고 있는지. 사물들과의 관계에

서도 우리가 이것을 맺으라고 해서 맺었을지는 모르지만, 이제 더 이상 우리의

통제권에 있지 않은 관계들이 되는 것이죠. 이것이 우연성의 또 다른 측면일지

도 모르겠다는 거에요.

‘비욘드 어스’의 어마어마한 일들이 벌어지게 될 겁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

는 내가 어떻게 보일러에 연결하여 조작하는지 알고 있었죠. 그런데 이제는 그

것이 나와 연결되기까지 너무나 많은 과정을 거치게 되었어요. 포스트 교호 post

sociality 에서, 기술은 에이전트 agent 를 가지고 있죠. 알파고에서도 사람들이 에

이전트에 대해 인류학적인 메타포를 자꾸 부여하려고 하는데, 알파고는 기억

하는 능력, 계산하는 능력, 추론하는 능력 등 인간으로부터 많은 것을 물려받

은 대규모 네트워크로 존재해요. 알파고에 대해 변호사들이 소송을 제기하라

고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일 대 일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거든요. 훈수를 두지 않

는 것이 바둑의 기본적인 규칙이니 독립된 형태의 기기로써 게임을 했어야 하

는데, 훈수를 천이백 대한테 받았다는 거죠. 그런데 이제 그것이 보편적인 현

상이 되어갈 거에요.

이제 기술이 하나의 실체로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 거죠. 우리는 그것에 익숙

하지 않으니까 ‘섬뜩 weird ’하다고 느끼게 돼요. 불편을 넘어서. 그런 상태들이

이재현

커뮤니케이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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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의 관계 2차 포럼 소셜 미디어의 열 가지 얼굴: 인간과 기술의 교호성

올 것이라는 거죠. 나에게 다가오는 실체만 끊어내면 될 것 같은데, 수많은 기

술이 집합체로 연결되어 절대 끊어내지지 않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것

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죠. 과거에 생각했던 엔진이나 자동차 같이 하나의 개체

적 독립성을 최소한 외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들만 생각하려 하거든요. 기

술과 우리들도 엮여 있고, 그것들과의 관계 문제도 생길 텐데 말이죠. 알파고는

‘인간의 모습을 띠지 않은 지능형 에이전트’라는 걸 일반인이 처음 접한 것이거

든요. 그래서 섬뜩하다고 느낀 사람들이 많죠.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 중에 자율주행 자동차로 바꿔 보면 이런

경우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율주행자동차가 프로그램적

으로 완벽하고 실수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어찌 됐든 사고는 날 거예요. 그

런데 예전에는 사고가 나면 내가 잘못했거나 상대편이 잘못했거나, 신호가 잘

못했거나 책임 소재가 가려지는데 알고리즘이 판단한 상황에서 이게 서로 부딪

히게 되면 이것을 누가 책임지는가? 그렇게 되면 나는 내가 짓지 않은 죄 때문

에 내가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것도 통제가 안 되는 거죠.

또, ‘울트라 사회학자적’ 입장에서는 저희가 지금 글로벌 세계에 살고 있잖

아요. 인터넷이 없을 때도 사람들이 다 연결되어 있었고, 내가 잘못한 것도 아

닌데 전쟁도 나고 핍박도 생기고, 공해도 생겨서 내가 피해를 입는 일이 생기

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집합체 자체는 항상 위험성을 항상 가지고 있는 게 아닌

가? 그러면 꼭 기술의 집합성 때문에 생기는 위험이 특별하다고 봐야 할 이유

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보태서 조금만 이야기할게요. 과연 기술이 더 위험한 것

이냐? 어차피 집합체는 모두 위험한데. 저는 거기에서 알

고리즘간의 충돌도 그렇고, 어디까지 우리가 알고 있느냐, 설명 가능한가도 중

요하다고 봐요. 어떤 할머니가 TV 조작법을 잊어버렸더라도 수리 기사가 와서

다시 설명해줄 수 있으면 괜찮은 것인데, 지금 알파고의 수는 하사비스도 복기

를 못 해 주죠. 아무리 복잡한 기술이라도,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설계자가 ‘

그건 이렇게 설계한 거야, 저 부분만 들어내고, 저 부분만 업그레이드 하면 돼’

라고 설명해줄 수 있다면 역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앞으

로는 ‘우리가 이제까지 50년간 알파고를 써 오면서 틀린 판단은 한 번도 안 하

지 않았느냐, 그런데 우리가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버릴 수는 없지’ 라는 상황

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항

상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기술. 이 영역을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도 궁금하네요.

아까 이재현 교수님께서 언급하신 책에, 비행기를 타는 행동

이 비합리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와요. 지구상에 비행기 전체를

이해하는 기술자가 한 명도 없다, 즉 통제할 수가 없다는 거예요. 부분적으로

아는 사람은 있겠지만 그게 어떤 식으로 통합되어 비행을 하는지는 보장 못 하

는 거죠. 사실 비행기가 고장나면 누구 책임이라고 할 수도 없어요. 특정 결함

에 대한 책임자는 찾을 수 있지만, 전체를 관장하고 통합하는 책임자는 없는

셈이거든요.

이론적으로 설명 가능한 것은 것은 항상 인정할 수 있

죠. 하지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건 우리에게서 물러나 있

는 것이지요. 우리는 기술이 여기쯤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영원히 얘는 한

발 물러나 있어서 이것에 접근할 수 없는 거죠.

이원재

사회학자

이원재

사회학자

이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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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권

디지털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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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의 관계 2차 포럼 소셜 미디어의 열 가지 얼굴: 인간과 기술의 교호성

어떤 분들은 ‘이론의 종말 End of theory ’ 이라고 하더라고요. 빅데이

터 하시는 분들이 이제 이론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데 저는 반대

했었어요. 그런데 ‘말콥 체인 Markov chain ’이라는 것 자체가 현 상황만을 기준으로

확률을 추론하는 것이잖아요. 앞으로 둘 수를 판단하는 데 이전의 모든 이론과

경로에 대한 정보는 전혀 필요가 없는 거죠. 그런데 이게 5000년의 기억을 종

합한 바둑 이론보다 우수하다는 결과가 나온 거예요.

딥러닝의 재밌는 점은 ‘은닉층 hidden layer ’ 이죠. 시작과 끝은 정해

져 있지만, 가운데 층은 굉장히 많은 데이터를 분석해서 상황마

다 가장 최적의 값을 찾아내는데 이 경우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어떤 선택이

일어나는지 모두 들여다볼 수가 없어요. 시작과 끝은 사람이 정해주지만, 그 과

정은 스스로 변경하면서 만들어가는 거죠.

인터넷 망도 ‘최적 경로’를 찾아가는데, 문제 삼는 것은 뭐냐 하면, 인터넷의

기본컨셉은 최소한의 노력이거든요. 최대한 전달을 잘하자. 그러다 보니 시간

을 최소화하는 것만을 하는 거에요. 근데 사람들이 원하는 건 빨리만 전달하는

게 아니고 안정적인 것을 원하는 사람이 있고, 안전한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

고, 여러 요소가 있잖아요. 그런걸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엄격하게 발전

해왔기 때문에도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어요.

Q4. 기술 네트워크를 이해하기 위해 인간은 기술과의 관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면 좋을까?

이제 사물들끼리 교신하는 일종의 언어가 나타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건 상상이지만, 그럼 인간의 역할은 이러한 언어를

거꾸로 해석해야 하는 건가 하는 질문도 들었어요. 전제나 근거가 있는 것이 아

니라, 제가 게임 연구하면서 느낀 한계이기도 한 부분인데요. 현상은 이미 벌

어졌고 그게 뭔지를 이해하기 위해 따라가는 입장으로 연구를 해야 하는 게 이

주제와 이슈들에 굉장히 많더라고요. 그랬을 때 우리가 끊임없이 끝을 알 수 없

는 ‘해석자’로 존재하면서 일반 사람들에게 이해를 교신하고 전달해주는 역할

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물들 간의 연결이나 관계, 커뮤니케이션을 인간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

해할 것인가? 사물끼리 교신하는 세계에서 우리의 일상에 기술이 어떻게 영향

을 미칠지 지금은 전혀 알 수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이에 대한 이해나 시야를

넓혀갈 것인가? 이런 부분들은 전혀 문제 제기가 되지 않은 것으로 느껴져요.

그런 범위까지 우리의 이해를 확장하려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기술적으로 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는 모르지만,

관점에 대한 이론적인 논의들은 있는 것 같아요. 그걸

제가 폭넓게 사물철학이라 불렀던 것이고, 이제까지 인간중심적이란 것이 인간

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고 해석하려 했던 건데, 여기에서 벗어나는 유형들에 대

한 이론들이 많이 있잖아요? 대표적으로 ‘행위자-연결망 이론 actor-network theory ’

같은 것도 있고요. 그 중의 하나가 예를 들면, 사람의 관점이 아닌 사물들의

관점에서 사물의 행태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에서 나온 speculative

이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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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의 관계 2차 포럼 소셜 미디어의 열 가지 얼굴: 인간과 기술의 교호성

realism, 즉 사변적 실재론이라고 하는 것인데, 여기서 ‘speculative’란 사물이

추측하는 것이거든요.

이런 학자들은 내가 보는 세계와 사물이 보는 게 다르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예를 들면 자율주행자동차가 보는 세계는 레이더가 주변 세계를 삼차원으로

인식해서 초당 30만개에서 70만개의 측정치를 만들기 때문에 사람이 보는 것

이랑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걸 뭐라고 이해할 수 있을까’라고

했을 때 이론가 중에 한 명이 메타포라고 얘기했어요. 빛이 약해졌을 때, 시각

세포가 색상을 구별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회색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카메라도

그렇게 대상을 본대요. 그럼 메타포적으로, 그 모델의 카메라는 박명시처럼 세

상을 본다고 설명할 수 있는 것이거든요.

그런 논의들을 하는 거죠. 그럼 사물과 사물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고 이것

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기술자들은 실제 네트워크로 연결했을 때만 연

결되었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러나 이 두 가지 사이에 무엇인가 끼어있어서 연

결된 것일 수도 있고, 하나의 테이블에 있기 때문에 연결되었다고 볼 수도 있

고 등등의 사물과 사물 사이의 다양한 관계들이 있어요. 이것을 어떻게 볼 것

이냐 하는 것이죠.

그 사람들은 기술적인 측면들을 예를 들어서 설명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뭐

라고 설명하냐 했더니 ‘얼루어 allure ’ 래요. 이게 매력, 유인력, 마력 같은 것이잖

아요. 하이데거의 학생인 하먼 Graham Harman 이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그럼 얼루

어라는 것은 뭐냐고 하면, 여기에 많은 특성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의 특성이

다른 것을 만났을 때 분리되기 시작해서 뭔가가 생겨요. 얼루어를 통해서 하나

의 객체가 생겨나게 된다는 것이죠. 이걸 IoT에 적용해 보면, 보일러가 방에 연

결되어 있긴 하지만, 드러난 것 또는 얼루어를 통해서 분리되기 시작하는 속성

은 우리가 느끼는 온도와 측정 데이터인 가스 소모량 정도가 나올 수 있죠. 이

방이 갖고 있는 엄청나게 많은 속성들 중에서 인간이 얼루어 하는 두 가지 속

성이죠. 무언가 장치를 하기 위해서, 환풍기를 달거나 온도계를 달아 온도를 조

절하기 위해서. 그러면 여기에 나와있는 데이터가 새로운 하나의 객체로서 등

장하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사물들간의 네트워크라는 건 사실은 사물들간의 정보의 네트워크

일 뿐이죠. 온도나 풍량처럼, 측정치라는 새로운 객체가 하나 생기죠. 이것이

어디에서 나온 부산물이 아니라 독립적인 개체가 되고, 이것이 네트워크를 타

고 돌아다니고, 핸드폰을 통해서 디스플레이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아마도 이

런 과정들이 아마 사물들에 대한 이해, 기술과 사물들이 연결되고 했을 때 사물

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지도 모르죠. 철학으로부터 구체적인 사

물들 같은 것에 대한 설명으로 말이죠.

우리가, 공학자들이 생각하는 범위 안에서 사물 간의 교호의 확

대를 생각할 때도 그런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스마트 커뮤니케

이션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의 정보가 나오니까 그 자체가 하나의

인포메이션의 커뮤니티가 아니냐? 그걸 좀 더 큰 단위로 예를 들면 사람들의

행동 패턴들이 그런 IoT를 통해서 많이 나오니까, 거기서부터 어떤 특성을 뽑

아내고, 거기에 뭔가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저는 어떤 부분을 생

각하느냐면, 예를 들어, 한국이 유럽과 미국과는 달리 공동 공간에서 많이 생활

하는데, 사람들은 실질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접촉하는 것은 굉장히 싫어해요.

저도 새벽 1시쯤에 담배 피우러 나가는데 그때 꼭 뵙는

분이 있는데, 저와 생리적인 욕망의 주기가 같나 봐요.

되게 불편하거든요. 사실은 가장 동질성이 높은 사람인데 인사를 안 나눠요.

이동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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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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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의 관계 2차 포럼 소셜 미디어의 열 가지 얼굴: 인간과 기술의 교호성

저는 사회적 움직임이 좀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지

금 이재현 교수님은 교수님대로 미디어나 철학적인 것을 합해

서 인간 입장에서 기술 문제를 고민하시는데, 선뜻 공학자를 찾아가서 ‘너 이

렇게만 보면 안 된다’ 하고 전달하기는 어렵잖아요. 교수님 같은 분들이 서울

대 전산과에 가서 이런 거 생각해 본 적 있냐 하고 제안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

각하거든요.

정부 핵심 의결 단체 같은 경우에도 공학자는 없어요. 보통 다 비슷한 사람

들만 있는데, 일종의 언어 장벽이 있기 때문에요. 모르는 사람을 만나서 이야

기할 때, 50분 정도는 언어 장벽을 넘기 위해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그걸 넘어

서 대화를 계속 해야 그 다음 단계, 서로 간 생각을 나눌 수 있는데, 언어의 차

이 얘기 하다가 이것이 뭐 말 안 통하네 하고 돌아가버리거든요. 똑같은 건 아

니지만, 제가 인터넷 거버넌스를 하며 얻은 경험은 결국 이익을 보든 뭘 하든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같이 모여 교류를 한 상태에서 바텀 업으로 결론이 올라

가야 한다는 것이죠.

이렇게 한번 초청해서 얘기 듣고 논의하고 그리고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는 식이죠 보통. 키 멤버로, 이사라든지

조직을 운영하는 핵으로 해야 하는데 ‘우리 식으로 이해했음’ 하고 돌아갑니다.

미국 같은 경우 인문학적인, 인간학적인 통찰 같은 것

이 다양한 방향으로 모색되면서 기술의 공학적인 결정

물로 나오기도 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엔 그런 과정이 없는 게 문제인데요.

예를 들면 구글글라스 같은 경우에도 ‘프로젝트 X’에서 갑자기 개발해낸 것이

그런 부분들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기술을 하고 싶어요. 직

접적인 연결을 맺진 않더라도, 비슷한 형태의 가족구성원 또는

비슷한 평수, 비슷한 사용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런 커뮤니티를 찾

아 주려는 연구를 하려고 해요. 그런데 가장 걸리는 부분은, 이런 것은 프라이

버시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까 말씀하신 것 중에 어느 정도 사람들의 소셜

네트워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하면, 어떤 패턴들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어떤 패턴의 사람들에게는 반대가 되는 것인지. 이런 부분들에 대

한 얘기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

요. 제가 옳은 방향이라 생각하는 게 정말 그런 것인지는 아직 몰라요. 사람들

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냥 하는 것이죠. 저는 기술이 뭔가 좀 더 따뜻

한 방향으로 작용하도록 할 수 있는 요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셜리티

연구하시는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그런 연구까지는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반복되지만 던바 넘버 안쪽으로만 보려 하고 확장된 부

분은 안 보려고 해서, 제가 알기로는 이쪽 부분에 대해서 연구한 것을 찾질 못

했거든요. 만약 이게 사이즈별로 어떤 그래프가 그려질 것인가에 대해 전체 그

림을 보여주는 것은 있지만, 이것이 구체적으로 뭐냐, 이것이 과잉이냐 아니냐

의 문제에 대해서는 연구한 게 없는 것으로 알거든요. 그 구체적인 양상들은 아

직 연구가 필요하죠.

Q5. 기술 발전을 긍정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이동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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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커뮤니케이션학자

이재현

커뮤니케이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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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만

전산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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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의 관계 2차 포럼 소셜 미디어의 열 가지 얼굴: 인간과 기술의 교호성

아니라, 그 이전부터 글라스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 얘기는 계속되어 왔었잖아

요. 그런데 그 기기를 통해서 뭘 추구하려고 하는 거냐, 인식적 측면에서, 상호

작용 측면에서 뭘 얘기하는 것이냐, 프리즘이 너무 돌출되어 있어 사람에게 위

협적이지 않느냐, 그러면 그걸 감출 수 있는 기술은 뭘까, 가운데다가 놓게 되

면 일반 안경처럼 보일 것 아니냐 하는 이런 저런 방향의 사회적 담론들이 엮어

지는 과정에서 모색된 거죠. PC도 그런 과정 속에서 출현한 것이고, 그래서 컴

퓨팅 자원들을 독점하면 안 된다, 개인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있었던 거죠. 그것이 지역사회 공동체 운동 등으로 나타나게 되었고요. 그런 식

으로 앞으로의 방향은 개인들에게도 컴퓨팅 리소스를 도와주는 식으로 가야겠

다는 식으로 전환되었죠.

우리나라는 그런 게 없이 이익 구조에 매몰되어 있는 게 큰 문제가 아닌가 합

니다. 말씀하신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는데, 제가 너무 비관적인지 모르지만 우

리 사회가 너무 탈구 dislocation 되어 있고, 얄팍하고 자원도 적다는 한계에 대해

그런 얘기들은 한가한 것이라고 생각을 하죠.

SDF에서 디지털 디바이드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한 분이 이 현

상을 여전히 소유의 문제로만 바라보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지

금은 기기가 몇백 불 하지만 50불 수준으로 금새 떨어질 거다. 옛날에는 인터

넷 연결하려면 선을 깔아야 했지만 이제는 모바일로 접속할 수 있다. 그럼 이

스마트폰을 한 사람이 가지면 옆 사람도 같이 볼 수 있고, 확산 효과는 훨씬 커

진다. 오히려 그것보다는 소셜 디바이드가 더 중요한 거 아니냐, 아이들이 계

속 이것만 쳐다보고 있는데, 뭘 보느냐를 알고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한 것 아니

겠느냐’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 우리가 보는 내용을 어떻게 잘 줄까를 고민해야

지, 단순히 연결하는 것만 고민하다 보면 그 연결 안에서 무엇이 이루어지는지

는 알 수 없죠. 그런데 아무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요. 중독

에서 떼어놓으려고만 할 뿐이지.

다른 얘기지만 오늘 다른 회의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제 스티븐

핑커의 책을 읽으려고 전자책으로 찾아보니까 한글 번역본이 없더라고요. 그

래서 문화부에 문화 도서로 지정한 것들은 무조건 전자책으로 만드는 것이 좋

겠다고 제안을 했어요. 스마트폰을 뺏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면, 여기에

책이라도 있으면 애들이 만화 보다가도 읽을 수도 있을 것 아니에요. 고교권장

도서는 숙제니까 어차피 읽어야 하잖아요. 이 안에서 부정적인 부분에 빠질게

아니라. 그런 형태의 노력 같은 게 이루어지려면 우리가 사회적 담론을 만들어

냈으면 좋겠는데, 저 같은 공학자보다는 인문 사회학자라든지 인간에 대해 고

민하는 분들이 참여했으면 좋겠고요.

사회과학자 분들 입장에서는 저희 같은 공학자들에게 어떤 메시지가 갔으면

좋겠습니까? 내가 분석한 여러 가지 결과들이 만약 공학자에게 주어진다면, 어

떻게 풀어서 전달해주면 좋을까? 제가 사실 던지고 싶은 질문은 그것이거든요.

어려운 질문인데요, 실제 공학자들과 일을 해보았을 때

가장 답답한 것이 언어가 안 통한다는 것이었어요. 보

통은 이렇게 만났다가 안 통하면 그냥 헤어지면 그만이잖아요, 일회적인 자리

니까. 그런데 일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프로젝트에서 보고서를 만들어야 하고,

알고리즘을 만들어야 하죠. 그런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엄청나게 많은 시간

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 측면에서 공학도들은, 물론 우리도 아집에 많이 빠

져있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남의 언어를 배우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

이 많이 들었어요. 예를 들면, 각자 연구실에서 약자 같은 것을 만들어서 많이

쓰잖아요. 그것을 가지고 이야기하자 하는데, 그걸 물어보기가 좀 어려울 때가

있어요. 그 집단 내에서 저건 당연히 아는 건데 나만 모르는 것인가 해서요. 당

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억압적이죠. 그런 것이 단순히 코드만의 문제

이동만

전산학자

이재현

커뮤니케이션학자

Page 63: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124 125

기술과 인간의 관계 2차 포럼 소셜 미디어의 열 가지 얼굴: 인간과 기술의 교호성

가 아니라 세계관의 문제일 수 있어요. 사실 공학자들한테 시야를 넓히고 남의

언어를 배우라는 것이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는데, 배우려 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인간적이고 나은 기술을 개발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하나의 가정이긴 하죠.

이동만 교수님께서 원래 가지고 계신 문제의식 중에 많은 부분

은, 이재현 교수님의 이론이기도 한 탈구가 상당히 많이 대답을

해 주고 있어요. 제가 느끼기에 이 탈구라는 게 두 가지 차원이 있는데 하나는

오프라인, 온라인이 탈구되는 부분이고 두 번째는 같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인데 진보와 보수같이 성향이 탈구되는 부분이죠.

이재현 교수님이 언어 장벽을 걱정하셨는데, 사회학자들은 ‘비슷한 사람들

끼리 뭉치는 게 당연하지’ 라는 말을 많이 해요. 미국의 한 사회학자가 ‘자기가

봤을 때 동종선호 homophily 는 미국에도 많은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자

기가 진짜 걱정하는 것은 극단주의자들이 나타날 정도로 이것이 쪼개졌을 때

라는 거죠. 그리고 실제로 정치권에서 나타나고 있고요, 미국도 저렇게 됐는데

우리의 정치 권력이 극단주의자들이 나타날 가능성에 아무런 대비를 안 해놓

고 있는 것이 저는 걱정인거죠. 다시 이것을 인문사회, 공학자의 영역으로 가보

면 사실은 극단주의자가 문제인 거죠. 대화를 안 하려고 하는. 주어진 제도적

환경 내에서 이렇게 대화를 하시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이 의외로 많이 있죠.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

는 안 그런 것 같아요 요새는 융합의 시대라고 말은 하

지만 실제로는 융합적이지 않아요. ‘이 정도면 내가 법과 사회를 위해서 열심히

하는 것이지. 여기서 내가 뭐를 더 해야 돼’ 라고 생각을 하죠. 융합이라는 게 유

용성보다 비용이 높은 영역에 있기 때문이죠.

그런 부분들에서 문제가 생기는 여러 케이스들을 좀 더 많이 알

려 주시면 특히 저 같은 기술자들한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우리

나라는 말씀하신 대로 제조업으로 성장해 왔어요. 대량생산 시스템으로, 아무

생각 없이 빨리, 많이 찍어내고, 퀄리티를 유지하면 그만인 것이죠. 생각하지

않고 수입하는 오퍼상 문화가 아직도 청산이 잘 안되고 있어요. 문제 중심으로

보지 않고, 토픽 중심으로 보고. ‘이 토픽에 있어서는 내가 최고의 오퍼상이다.

나는 하나도 안 져’하는 생각으로 모두 자기한테만 오게 하고, 자세한 것은 공

개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세상이 변해가고 있는데, 그런 변화를 따라가려면

우리가 얘기한 이런 부분들의 공유라든지, 기술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

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수용성이 점점 더 없어지는 것 같아요. 기업들이

예전엔 구색 맞추기라도 인문학 쪽 고려를 했었는데 점

점 그런 부분에 대한 여지는 더 없어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삼성에서 뭘 만

들 때, 그것의 인문사회적 함의가 뭐가 있냐는 것에는 더 이상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오로지 관심은 상업화, 제품화, 프로토타이핑을 위한 그런 소재적 정도

의 의미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우리가 조사하게 되면, 우리나라 사람들 컴퓨터 많이 한다고 하지만, 컴

퓨터보다 더 많이 만지는 게 많죠. 그 사물들 사이의 거리나 네트워크 친밀도가

나오잖아요. 이런 것의 토폴로지를 만들 수 있다면 세상에 대한 이해가 되는 거

고, 이를 바탕으로 이른 바 IoT의 로드맵을 그릴 수 있는 기본자료가 되는 것이

고. 사물이 가진 도구적 측면과 미학적 측면 등 다양한 측면들이 있잖아요. 다

양한 토폴로지가 만들어질 수 있죠. 사물은 단순한 것이 아니니까. 그런데 우리

는 사물에 대해서 다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아주 특정한 부분에만 선입견을 가

지고 있으면서 특정한 퀄리티만 뽑아 연결시켜서 데이터를 빼 와야겠다는 생

이원재

사회학자

이동만

전산학자

이재현

커뮤니케이션학자

이재현

커뮤니케이션학자

Page 64: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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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의 관계 2차 포럼 소셜 미디어의 열 가지 얼굴: 인간과 기술의 교호성

각만 하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그것 말고도 다양한 측면들이 있을 수 있고, 사

실 이것을 뽑아오는 것뿐이야 라고 하더라도 그 과정이 축적이 됐을 때, 부산물

로서 다른 것이 나올 수 있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지금 사회에서 그것은 한가한 일인 거에요. 지금 당장 백색가전 다 도

태되고 갈아엎게 생겼는데, 그거 조사할 여유가 지금 어디 있어, 냉장고에 센서

뭐 달지나 고민하자 라고 생각하는 거죠. LG전자가 스마트폰에서 밀렸을 때도

바로 그것을 경험했거든요.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나가는 국면에서, 여러

가지 전화기의 기능들을 다 넣어서 m-네트워크, 기능들의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면 새로운 전화기의 서비스가 될 거라고 했는데,

당장 아이폰이 들어왔고, 빨리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삼성은 성공했고 LG 는

못 해서 실패한 거죠. 그런 여지가 없어요. ‘느슨한 경영’이라고 얘기하는 것, 그

런 게 없어지면서 기술 적용의 우연성을 고려할 수 있는 여지가 싹 없어진 거죠.

공학자 가운데서도 그런 부분들이 나타나고 있어요. 제가 작년

에 삼성과 과제를 하면서 그런 부분들을 고민하자고 했어요. 사

물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마크 와이저 Mark Weiser 가 유비쿼터스 컴퓨팅

이야기를 할 때도 컴퓨팅이 세상에 들어올 때 비가시적 invisible 일 것이라고 했잖

아요. 비가시성을 어떻게 해석하냐, 기계중심이 아니라 사람중심으로 바꿔서

생각해야 된다는 거예요. 사람이 방에 와서 뭘 하는지를 살펴보고 거기에 기계

가 맞춰주는 것이 맞는 거죠. 그래서 ‘사람의 행동을 분석하면서 개인화하려면

뭘 해야 하는가?’ 라는 제안을 했는데, 올해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과제

지원을 중단하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이 안타까워요.

이동만

전산학자

Page 65: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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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의 관계 3차 포럼

인공지능 시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가능한가?

포럼 진행 일시 2016.03.25

포럼 진행 장소 서울역 지하 2층 프리미엄 라운지 회의실

포럼 발제자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김대식 교수 (뇌과학자)

포럼 토론자 이동만 |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

이원재 , 도영임 |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구본권 |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원종우 | 과학과사람들 대표

배명훈 | SF작가

이정애 | SBS 보도본부 미래부 차장

유지희 | SBS 보도본부 미래부 차장대우

정주연 | SBS 보도본부 미래부 PD

제 3회 포럼 – 김대식 교수(좌로부터 두 번째)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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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의 관계 3차 포럼 인공지능 시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가능한가?

Q1. 인공지능이 장기간에 걸친 합리성을 가질 수 있을까?

과연 인공지능이 ‘장기간에 걸친 합리성 long-term rationality ’을 갖춰

갈 수 있을까요? 작은 데이터에는 겹쳐 보이는데, 데이터가 많아

지면 분산이 좁아지기 때문에 구분이 되죠. 이런 게 지금 알고리즘 면에서도,

데이터 면에서도 해소가 되었다는 건데, 혹시 이런 식의 관점을 가지고 long-

term rationality가 설명이 될까요?

인공지능 연구에서 지난 오십 년 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가장 큰

부분이 세상을 기호로 설명하려 했었던 것입니다. 1957년에 제

일 먼저 나온 인공지능 시스템이 GPS, 즉 일반문제해결법 general problem solver 이

었어요. 지구에 있는 모든 문제를 풀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죠. 그런데 고양

이와 강아지를 구분하는 아주 쉬운 문제조차 풀 수가 없었고, 인공지능 연구가

암흑기를 맞았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결국 목표는 GPS 에요.

이제 인공지능은 빅 데이터를 통해 경험 정보의 분산을 좁힐 수 있게 되었

습니다. 지금 알파고는 바둑에 특화된 스페셜리스트 specialist 인데, 바둑 데이터

를 넣으면 바둑 전문가가 되고, 비디오 게임 데이터를 넣으면 게임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 generalist 를 만드는 게 인공지능 연구의 최종 목표에요. 이

런 인공지능이 지구 최고의 과학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지구 전체

의 모든 IoT에서 나오는 정보를 집어넣으면,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학습하고 새

로운 사실을 추론하면서 우리가 아직 발굴하지 못한 자연 법칙을 발굴할 수도

있을 거라는 거죠.

컴퓨터 기술의 발전과 빅 데이터, 그리고 기호 표현 알고리즘을 대체하는 딥

러닝의 등장은 인공지능이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는 문을 하나 만들었어요. 다

음 단계에서 또 다른 장애물에 부딪히면,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또다른 방법이

나오게 되겠죠. 결국 언젠가 범용인공지능 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t 이 나올 거

라 생각합니다.

Q2. 자유 의지를 가진 강한 인공지능이 인류를 위협하게 될까?

인공지능 연구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한 가지 이슈는

강한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입니다. 사실 아직은 강한 인공지능

을 만들 수 없습니다. 약한 인공지능의 핵심인 딥러닝 방법은 인간 뇌의 시각

시스템을 모방한 것인데, 강한 인공지능의 핵심인 자아와 자유의지를 구현하

기 위해서는 무엇을 모방해야할 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방

법을 모른다고 해서 이것이 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만약

범용인공지능이 개발되면 이것이 스스로 강한 인공지능으로 진화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되는 거죠.

인공지능은 정보 처리 속도와 처리 가능한 정보의 양, 사고의 차원이라는 세

가지 점에서 인간보다 뛰어날 겁니다. 기계는 인간보다 더 많은 정보를 수천만

배는 빠르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위험을 감지하고 아무리 빠르게 대책

을 세우더라도, 그 모든 경우의 수를 기계는 수백만 번 시뮬레이션해서 대응할

수 있으니 우리가 이길 수가 없는 거죠. 가장 큰 문제는 인간보다 훨씬 높은 계

층적 사고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뇌는 약 10~15계층을 가지고 있고,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딥러닝 계층구조도 약 10층 내외입니다. 그런데 기계에

서 이 계층은 무한히 높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계층이 높아질수록 시공간적 시

야가 넓어져 세상에 대한 더 거시적인 시야를 가지고, 거시적인 추론이 가능해

집니다. 즉, 미래에는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는 사고를 하는 인

이원재

사회학자

김대식

뇌과학자

김대식

뇌과학자

Page 67: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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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의 관계 3차 포럼 인공지능 시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가능한가?

공지능이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자유 의지를 가진 인공지능의 출현을 어떻게 막을까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

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가 가장 오래된 아이디어인데, 인공지능에게 법칙을 주

자는 거예요. 로봇 삼원칙 같은 것이죠. 문제는, 자유 의지의 핵심이 독립적인

판단이라면, 인간의 명령을 기계가 그냥 거부하면 그만이라는 겁니다. 기계가

우리를 신으로 섬기게 하자고 하거나, 반도체 레벨로 유교 사상을 가르쳐서 우

리를 부모님처럼 존경하게 하자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이런 방법은 실현하

는 것 자체에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결론은, 지금으로서는 우리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독립성 있는 인공지능을 완전히, 안전하게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없

다고 볼 수 있겠죠.

강한 인공지능의 대책에 대해서 얘기를 했는데요. 우리가

어떤 안전장치를 내부적으로 넣더라도 주체적이고 독립

적인, 진짜 자아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자아를 가진 지성체가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할 수 있는 존재라고 한다면, 스스로 그 장치를 해제하고

작동을 중단시키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상상해본 것 중에, 인간을 숭배하게 한다던가 신으로 섬기게 한다는 이

야기와 연관되는 게 있습니다. 개와 인간의 관계에서 연결지은 것인데, 개는 인

간을 사랑하도록 진화를 했어요. 개가 사람을 바라볼 때 분비되는 옥시토신의

양이 부모가 자식을 바라볼 때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즉, 개는 태어나서부터 사

람을 사랑하도록 일종의 프로그래밍이 되어 있는 거죠. 비록 나중에 깨질 수 있

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사랑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인공지능에 집어넣을 수 있

다면 강한 인공지능에 의한 인류 멸망과 같은 우려에 한 가지 해결책이 되지 않

을까 상상해본 겁니다.

저는 우리가 로봇이나 인공지능과 사람의 대립에 대해 얘

기하기 전에 직면해야 할 문제는 인간 대 인간의 문제라

고 생각합니다. 일부 전문가가 충분히 발달한 의식 없는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나머지 사람들이나 다른 AI 시스템을 통제하는 것이죠. 이것이 강한 인공지능

의 출현 전에 우리가 직면할 수 밖에 없는 문제일 겁니다. 지금은 보편적인 강

한 인공지능 대 나머지 인류의 대결을 생각하는데, 그 전에 반드시 인공지능을

악용하려는 일부 사람들과 부딪힐 수 밖에 없을 거예요.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서는 우리가 인공지능의 은닉층 구조를 최대한 파악하고, 김대식 교수님 같은

분이 리더를 맡아서 기술을 알리고 유익한 방향으로 쓸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종우

과학칼럼니스트

구본권

디지털인문학자

제 3회 포럼 – 발의 중인 원종우 대표

Page 68: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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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의 관계 3차 포럼 인공지능 시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가능한가?

Q3. 인공지능이 인간의 이해를 벗어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인공지능

종교가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고 봅니다. 최근 어린이들에게 ‘무

선 인터넷이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 메커니즘을 모르는

걸 넘어서 아예 관심 자체가 없습니다. 어떤 기술을 처음 경험한 사람은 이걸

신기해하고 이해하려 하지만, 그걸 잘 알게 되면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

다음 세대는 질문조차 할 수 없게 되는 거죠. 그런 식으로 당연해지기 시작하면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있을 겁니다.

인간은 대형 사고가 난 후에야 해결책을 찾느라 고생하는데, 인공지능은 십

년 후에 날 사고를 계속 시뮬레이션할 수 있으니 훨씬 더 준비도 잘하고 결과

가 좋을 거예요. 사람이 하는 말보다 기계가 하는 말을 더 믿게 될 수도 있겠

죠. 지금도 이미 로보어드바이저가 애널리스트들을 대체하고 있는데, 성과도

좋고 소비자들도 그걸 더 원한대요. 인간 애널리스트에게는 도덕적 문제가 있

을 수도 있는데, 기계는 ‘진짜 객관적으로, 나를 위해서 투자를 해 주네’ 라고 생

각한다는 거예요. 기계를 믿고 신뢰하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종교가 될 가능성

은 충분히 있겠죠.

우리가 인공지능이나 미래 기술에 대해 보통 유토피아냐 디스토피아냐를 걱

정하잖아요. 그런데 그 중간이 어쩌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기계가 왠만한 걸 다 해 주기 때문에 인간은 편하고 여유로운 생활

을 하고, 그런데 좀 깊게 생각하면 결국은 뒤에서 기계를 숭배하고 있다던가,

그런 세상이 좀 더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전 항상 극단적

인 것만 생각했는데, 그 가운데도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걸 느꼈습니다. 알파고 게임에서 프로 바둑

기사들이 해설하면서 ‘정석도 모르는데 무슨 알파고의 묘

수가 있겠습니까?’ 이런 말들을 하다가 둘째 날부터 흔들리기 시작하는 거예

요. 이런 걸 몇 번 경험하면, ‘알파고가 둔 건 정확해, 우리가 지금은 이해하지

못할 따름이야’ 라고 하면서 인간보다 인공지능을 신뢰하는 성향이 강화될 수

있을 겁니다. 비합리적인 인간 의사결정자들을 보다 합리적인 존재로 대체하

자는 여론도 생겨나겠죠.

이렇게 가면 결국 종교가 되는 거예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데 가장 강력

한 결과를 만드니까 신비가 되고, 숭배의 대상이 되는 거죠. 종교와 신앙은 언

제 깨지냐 하면, 그 비밀을 우리가 밝혀낼 때일 겁니다. 그럼 이에 대한 해결책

은 인공지능의 은닉층을 좀 더 연구해서, ‘우리가 그래도 어느 정도 안에서 인

공지능의 정보 처리 범위를 정하고, 문제가 생기면 리버스 엔지니어링 reverse

engineering, 역설계 을 통해서 밝혀낼 수 있다’ 라는 구조까지만 간다고 하면 사실상

어느 정도 통제를 하면서 갈 수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4.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게 될까?

그러면 사회는 어떻게 변화할까?

아놀드 하우저 Arnold hauser 가 쓴 책의 그리스 미술에 관한 부분이,

완벽한 노예제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하고 창의적인가에 대

한 겁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여 수많은 사람이 실직하게 되고, 부의 집

중으로 사회 체계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와 반대로 이렇게 극단적으로 희망

찬 미래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인공지능의 발달과 미래 사회에 대해 크

김대식

뇌과학자

구본권

디지털인문학자

이원재

사회학자

Page 69: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136 137

기술과 인간의 관계 3차 포럼 인공지능 시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가능한가?

게 두 가지 생각을 해 보면, 하나의 문제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것인가

라는 질문이 생기고, 두번째는 인공지능이 주어진다면 사람의 삶이 어떻게 바

뀔 것인가. 두 가지가 조금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인공지능이 점점 인간의 창작 영역에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는

데, 저는 소설가 입장에서 기대되기도 하고, 우려도 됩니다. 인

공지능이 쓴 소설이 일본 호시 신이치 문학상의 일차 심사를 통과했다고 하는

데 제 경험으로는 이게 절대 낮은 수준이 아니거든요. 게다가 그 발전 속도가

사실 얼마나 더 빨라질지 모르는 거죠. 그런데 저는 알파고 대결을 보면서, 저

게 만약 내 영역이면, 인공지능의 작업을 내가 감상을 할 수 있으면 어떨까 생

각을 했어요. 저는 일단 두렵다는 생각보다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굉장한

작품이 나오게 되는 거잖아요. 저희는 승부를 내는 영역이 아니어서 ‘세계에서

제일 잘 쓰는 사람보다 조금 더 잘 쓸 필요’가 없죠. 그냥 좋은 작품을 내면 되

는데, 그게 승부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고, 서로의 작품을 두고 감상할 수 있는

거죠. 그럼 되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어떤 돌파

구가 되지 않을까?

반면 이게 창작자들의 경제적 측면과 바로 연결되겠다는 걱정도 들어요. 소

설 쓰는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한국인 전체가 읽을 만한 수준의 소설을 충분히

생산할 것 같거든요. 지금 국내 소설 시장이 이만 부도 많이 나갔다고 하는 정

도의 규모인데, 쉽게 그걸 다 장악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럼 작가는 뭘 해야

되냐는 문제가 금방 나오게 되겠죠. 일단은 해설자나 평론가의 역할로 옮겨갈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인공지능이 계속 발전되면 평론가도 금방 대체되어 위기

가 오게 될 것 같아요.

또 하나는 독자 측면일 텐데, 내가 이런 글을 읽고 싶다면 딱 맞춰 생산해줄

수 있다는 점은 좋을 것 같아요. 그런 한편 우리가 어떤 소설을 읽을 때 ‘나의 선

택’ 이라는 게 금방 사라지게 될 것 같아요. 동영상 추천 서비스들을 보면 ‘너는

이걸 좋아할거야’ 라는 선택지를 나 대신 만들어주는 거잖아요. 소비자들은 ‘내

가 골라서 내 취향으로 보고 있고, 나는 즐거워’ 라고 생각을 하는데, 사실 그게

아닌 것 같기도 해요. 이미 벌써. 기술적으로 내 취향에 도움을 받는 게 심화되

면 ‘내가 이걸 봐야 하는 건가? 내가 이걸 즐거워서 즐기는 건가?’ 라는 걸 고민

해야 하는 단계가 될 것 같아요.

로마 제국에서 기본소득을 주는 게 오히려 부정적 결과를 가져왔다고 하는

데, 적어도 문화 영역에서는 그렇게 될 것 같기도 해요. 요즘 우리가 접할 수 있

는 무료 콘텐츠가 되게 많은데, 이게 어떻게 보면 로마 제국에서 공짜로 나눠주

는 빵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직업이 없고 자아성취를 못 하고 있는 사람도 충

분히 즐길 수 있거든요. 아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무료 콘텐츠가 충분히 있는

거죠. 아마 이 분야가 시장성이 높지 않아서 인공지능의 유망 분야로 제일 먼저

배명훈

SF 소설가

제 3회 포럼 – 발의 중인 배명훈 소설가

Page 70: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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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의 관계 3차 포럼 인공지능 시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가능한가?

주목받지는 않을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다른 분야에서

도 어떻게 돌아가게 될 지 유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의 결합이라는 가능성을 중요

하게 봐야 된다고 생각해 왔어요. 이 두 가지가 엄청난 자

본과 인력의 투입 속에서 어떻게 발전하고 결합되느냐에 따라서 지금 우리 사

회 시스템과 완전히 다른 것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나쁘게 말하면 사

회 전체가 여기에 잠식당하게 되는 거죠. 예를 들어, 가상현실이 현실과 똑같이

훌륭하고, 인공지능이 이걸 제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누가 밖에 나와서 뭘 하려

고 하겠습니까? 더 멀리 보자면, ‘가상현실이 우리에게 모든 걸 제공해줄 수 있

다면 부는 왜 필요한가?’ 라는 문제까지 나올 수 있죠. 큰 집을 짓고, 좋은 음식

을 먹고, 마음대로 여행을 다니고. 이걸 가상현실 내에서 할 수 있다면 부를 추

구하는 것이 더 이상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겁니다. 기술의 발전과 융합 속

에서, 직업이나 독점 문제, 사회 문제가 어떤 식으로 변하게 될 지, 그런 것들이

저는 굉장히 예상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강한 인공지능과 약한 인공지능은 사실 완전히 다릅니다. 약한

인공지능은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경험할 일이고, 그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그건 사실 우리가 풀 수 있는 문제일 거예요. 쉬운 문

제는 아니지만, 거기에 대해 나름대로 대비할 아이디어가 있는 거죠.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노동을 대체해주고 사람들이 여유를 가지게 되면 사

람들은 모두 실직자가 될 수밖에 없나?’ 거기에 대해서는 직업과 소득의 개념

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돈을 벌 수 있는 건 기계가

더 잘 하고, 내 능력을 사겠단 사람이 없는 거예요. 경제 체계에 완전히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게 되죠. 유럽 같은 경우 기본소득 basic income 을 주장해요. 하지

만 거기에도 문제는 있죠. 직업의 역할에는 자아실현도 있는데, 그냥 돈만 주

게 되면 로마처럼 되어버릴 수 있다는 거죠. 결국 직업을 통해 소득을 얻는다

는 개념은 분리시키긴 해야 하는데, 그럼 생활에 필요한 소득을 어떻게 보장해

줄까의 문제가 남아요.

미국에서는 두 가지로 생각을 합니다. 하나는 역소득세 negative tax 라 해서, 세

금을 반대로 주는 것, 하나는 현재 미국에서 모기지를 지원해주듯이, 투자 모

기지를 주자는 주장이 있어요. 국민들이 성인이 되면 정부에서 투자 모기지를

주고, 그 돈을 기술이나, 나라에서 정해주는 펀드에 넣어서 투자로 소득을 얻

게 하자는 거죠. 그 대신 사회에 기여하는 어떤 활동을 해야만 나라에서 모기

지를 주는 겁니다. 소득은 사회에서 받고, 직업은 무엇이라도 좋으니 각자가 원

하는 것을 하라는 거죠. 각각의 시스템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는 아직 모르

지만, 핵심은 이제는 직업과 소득을 분리시키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 필요하

다는 겁니다.

과거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죠. 산업구조가 개편되면서 주 5일

제 근무를 하게 되니 노동자들의 주말 시간이 갑자기 남아돌게

된 거예요. 이 문제에 대해 영국 정부에서는 레저나 엔터테인먼트를 공공 서비

스로 제공해 주고, 시민들이 시간과 삶의 가치를 재구성하고, 삶과 놀이의 균형

을 맞출 수 있도록 돕는 정책들을 만들기 시작했죠. 인공지능과 관련된 미래 사

회 문제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벌어진다고 하면, 시간을 어떻게 조직화할 것인

가, 활동의 가치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사람과 기계 시스템들과의 관

계를 어떻게 설정해서 균형점을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들이 다 연결될 것이라

는 생각이 들어요. 기술이 굉장히 미세한 개인의 일상에서부터 넓은 범위의 공

동체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초기에 이런 문제의 프레임들을 설정

하고, 논의의 차원들을 정리해서 공론화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원종우

과학칼럼니스트

김대식

뇌과학자

도영임

심리학자

Page 71: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140 141

기술과 인간의 관계 3차 포럼 인공지능 시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가능한가?

저는 미래 사회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강요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단, 적어도 미래 사람들이 자신들

인생에 대해서 진정하게 무엇을 원하는지 질문할 수 있는 정도의 자유 의지와

사회 규칙을 보장하면 좋겠어요. 그 질문 자체를 하기가 어렵다면, 답이 어떻든

그 사람의 답이 아니거든요. 인공지능 사회에서, 사람들이 스스로 원해서 하루

종일 소비적인 행동만 하며 보낸다면 그건 우리가 어쩔 수 없어요. 그런데 본인

이 선택하지 않고, 어쩌다 거기에 적응하게 된 상태에서 그게 자기가 원했던 거

라고 착각하는 건 막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살라고 정해줄 수는 없지만, 본

인이 원하는 것을 정할 수 있는 시스템과 교육이 있어야 하는 거죠. 어떻게 살

아야 하는지 얘기해주는 게 아니고, 내 삶에 대해 스스로 질문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 그런 교육과 제도가 필요할 겁니다.

Q5. 기술 혁신으로 인한 사회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미래 기술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이 빨라진 것만큼 사

회 합의 프로세스를 더 가속화해야 할겁니다. 그런 움직임 중 하

나가, 스탠포드 대학에서 최근 만들어진 “인공지능 AI 100” 이라는 단체입니다.

인공지능은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고 풀면 너무 늦다, 그러니 문제가 생기기 전

에 미리 파악하고, 그 해결책에 대한 논의도 더 빠르게 해 보자는 시도인 거죠.

우리도 그런 문제 의식과 논의의 기회가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교수님 말씀에 공감하는 게, 인공지능이나 미래 기술에 대한 담

론들의 프레임을 어떻게 설정할지, 그리고 그 주체가 누구일지

를 다시 생각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인공지능

이 진화해서 자의식이 생기는 단계로 갈 수도 있고, 거꾸로 인공지능을 관찰하

면서 인간의 자의식 진화 과정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는 거죠. 미래 기술을

보면서 거울처럼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우리는 무엇을 지향해야 할까? 우리

가 가치있다고 믿는 것은 무엇일까?’ 라고 물을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면 좋

을 것 같아요. 어떤 가치 지향점을 가져야 미래의 혼란을 예방하고 질서를 유지

하고, 균형을 잡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과도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이 드네요.

연관해서 지금 국내에 ‘한국포스트휴먼학회’라는 게 있는

데요. 저도 작년부터 쭉 참여하고 있는데, 인문학자 중심

이고 변호사들이 많이 들어와 있어요. 목적이 매우 구체적인데, 미래 기술을 위

한 새로운 법을 만든다는 거죠. 요새 계속 하고 있는 건, 한국에서 자율자동차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자율자동차를 위한 입법 연구를 하고 있어요. 보험

사나 자동차 기업, 법 관련 학자들이 참여하고 있죠. 이 단체의 경우 목적이 확

실하니까 참여자들의 관심사나 방향도 굉장히 구체적이에요. 앞으로 어떤 사

회적 협의체나 모임들이 만들어질 때도 뭔가 구체적인 목표가 있으면 논의가

잘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까 김대식 교수님께서 ‘AI 100’ 단체에 대한 얘기도 해 주셨

는데, 여기서 논의하는 것처럼 인공지능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혼란이 생긴다고 하면, 그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걸 먼저 해야 할

까요?

도영임

심리학자

김대식

뇌과학자

김대식

뇌과학자

구본권

디지털인문학자

이정애

언론인

Page 72: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142 143

기술과 인간의 관계 3차 포럼 인공지능 시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가능한가?

핵심적으로 우리가 바꾸어야 할 것이 몇 가지는 있어요. 먼저 교

육입니다. 지금 청소년들은 지적 능력을 갖춘 기계와 경쟁해야

하는데, 여전히 산업 사회에서 형성했던 기초 과목들을 학교에서 배우고 있죠.

현재의 교육 콘텐츠는 공장이나 회사에서 일을 잘 수행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

로 짜여 있어요. 그런데 이제는 목표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 거죠. 기계보다 내

가 더 잘 할 수 있는 것, 아니면 기계와 협력해서 잘 할 수 있는 것. 그걸 발굴해

서 커리큘럼을 만드는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사회보장제도를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 사회보장제도가 만

들어졌던 비스마르크 시대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노동을 했고, 사람들이 65

살에 죽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미래에는 고용률이 50% 이하로 떨어지고,

사람들이100세까지 살게 되는 시대가 올 거예요. 이런 변화에 맞추어 사회 체

계도 바꾸어야 합니다.

세 번째로, 강한 인공지능으로 인한 혼란은 아직 벌어진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학술적, 철학적 토론이 필요합니다. 벌어지지 않은 문제에 대해 상상을 해야 하

는 거죠. 강한 인공지능은 영원히 불가능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확률이 0

이 아니고, 이 작은 확률을 무시하게 되면 예상되는 결과가 너무 크거든요. 관

련 분야에 대해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여 계속 이야기하고, 미래 시나리오를 만

들고, 대중에게 알리는 거죠.

우리가 여러 극단적 시나리오를 이야기했지만, 결국 중요한 건

이런 변화와 혼란에 대해 예측하고, 사람들에게 평이한 언어로

전파하고 사회 전반에 걸쳐 이해를 넓히는 것, 그리고 그것이 새로운 교육 커리

큘럼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것. 그 정도만 해도 저희가 지금보다 좀 덜

두려워해도 되지 않나 싶네요.

또 하나는, 미래 기술로 인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를 방송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서도 미래 드라마, SF 드라마를 해야 합니다. SF

는 미래에 가능한 여러 모습들을 통해서 인간이 계속 빠질 수밖에 없는 딜레마

들, 기술과의 문제이든 인간 간의 정치적, 윤리적 문제든 편견이든 이런 걸 계

속 두드리기도 하거든요. 앞으로 상당히 예측 불가능한 혼돈의 시기가 올 것입

니다.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렇게 전문가들이 모여서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데, 그 변화를 맞이할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적어도 알긴 알아야겠죠. 가장 접근하기 쉬운 방법이 미래 드라마라고 생각합

니다. 우리가 정말 인간도 비인간도 아닌 존재로 살아가더라도, 미래 기술에 그

냥 끌려가지는 않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할 겁니다.

대중에게 어떤 사안을 알리는 데 언론이 상당히 중요한데요, 인

간 뇌의 3분의 1이 지각이에요. 그러다 보니 백 번 얘기하는 것보

다 한 번 보여주는 게 훨씬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죠. 더구나 인간은 공감과 연민

을 할 수 있는 동물이기 때문에, 어떤 시나리오에 대해 공감과 감정 이입을 하

게 돼요. 그래서 그냥 다큐멘터리보다도 드라마가 더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람이 눈으로 보면서 ‘내가 저 사람이라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할 수 있는, 뉴

런을 활성화하는 그런 자극이 큰 효과가 있어요. 방송에서 지속적으로 이번 알

파고 대전과 같이 인공지능에 대해 인식하고 고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면 미래 논의가 더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 있는 기술 중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게 인터넷인 것 같아요.

저는 약 20년간 인터넷 거버넌스에 참여하고 있는데, 궁극적으

로 얻은 교훈은 두 가지예요. 상향식 접근, 그리고 다중이해관계자 관점에서 접

김대식

뇌과학자

이원재

사회학자

원종우

과학칼럼니스트

김대식

뇌과학자

이동만

전산학자

Page 73: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144 145

기술과 인간의 관계 3차 포럼 인공지능 시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가능한가?

근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시간은 오래 걸릴지 몰라도, 여러 이해관계자가 기술

도입의 초기 단계부터 함께 모여서 논의를 하는 게 보다 나은 결과가 나오지 않

을까 하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정부의 역할이나 개입 범위가 너무

넓어요. 예를 들어 제가 요즘 걱정되는 게, 국가가 주도해서 인공지능 연구소를

만든다고 하면 과연 얼마나 갈까 하는 거예요. 우리는 거버넌스 구조가 일방향

이다 보니, 어떤 좋은 정책이 생겨도 지시하는 사람이 없어지면 사라져 버립니

다. 이걸 독립된 시스템으로 만들지 않으니까, 책임자가 바뀌면 흐지부지 되어

버리는 거죠. 그래서 다주체가 참여하는 독립적 협의체가 필요할 겁니다. 앞으

로 인터넷처럼 누구에게나 다 쓰이고, 일상 어디에나 스며드는 기술이 많이 생

길텐데, 지금부터라도 그런 체계가 만들어져서 빨리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관

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Page 74: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146 147

기술과 인간의 관계 4차 포럼

새로운 방향의 정책 지원

: 미래창조과학부 지능정보산업 육성계획

포럼 진행 일시 2016.04.08

포럼 진행 장소 목동 SBS

포럼 발제자 미래창조과학부 김광수 정보통신정책과장

포럼 토론자 이동만 |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

이원재 , 도영임 |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구본권 |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이정애 | SBS 보도본부 미래부 차장

유지희 | SBS 보도본부 미래부 차장대우

정주연 | SBS 보도본부 미래부 PD

제 4회 포럼 – 좌로부터 구본권 소장, 김광수 과장

Page 75: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148 149

기술과 인간의 관계 4차 포럼 새로운 방향의 정책 지원: 미래창조과학부 지능정보산업 육성계획

Q1. 미래기술 연구 센터로서 지능정보기술 연구소의 가능성은?

현재 ICT 산업에서는 ICBM Iot-Cloud-Bigdata-Mobile 기술이 가

장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인공지능기술이 결합하

게 되면, 이건 단순히 새로운 기술이라기보다 경제와 사회를 바꿀 큰 변화를 만

드는 기술이 됩니다. 그래서 정부 쪽에서도 대비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논의를

시작했고, IBM,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기업을 방문을 했는데 깜짝 놀라게 된 거

죠. 기계가 사람을 대신해서 행동하고 판단할 날이 멀지 않았구나, 미리 준비를

하지 않으면 큰 혼란이 있겠다. 그런 분위기에서 ‘지능정보산업 발전전략’이 나

오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런 기술을 다루는 데 ICT 전문가보다 더 필요한 분들

은 인문사회쪽 분들입니다. 제가 이 사업을 리드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 작업에

는 주로 사회과학이나 법학쪽 분들이 많이 참여를 할 것이고요. 지금 이 분야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신 분들이 많지 않다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여기서 저희가 새로운 용어를 만든 게, 지능정보기술입니다. 인공지능이라

고만 하면 너무 범위가 좁고 작은 개념이 되는데, 지능과 정보, 빅 데이터나 IoT,

클라우드까지 포함하는 개념을 만들고자 했어요. 이제 새로운 산업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대규모 정보가 결합하면 새로운 산업혁명이 끌어내질 거다. 이런

논의 하에 시작을 하게 되었죠. 지금 7개 기업과 연계를 해서 민간 출자 기반 지

능정보기술 연구소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부 연구소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인데요. 공공 모델에서는 불가능한 부분들이 있고, 이를 회피

할 방법은 민간기업형 연구소 형태라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 연구소는 기

업들이 출자를 해서 설립한 것이고, 정부는 지분을 전혀 갖지 않고 있습니다. 다

만 이 기업들이 모일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는 역할인 것이죠.

가지고 계신 프레임이 저희와 다르지 않네요. 새로운 기술들이

나오는데, 산업적인 대응이 있고 사회적인 대응이 있죠. 말씀해

주신 내용으로 보면 일단 산업적 대응을 기준으로 하시겠다고 하셨고, 저희는

사회적 대응에 대해 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서로 강조하는 지점은 다르지만,

두 가지 지점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인문사회쪽 분들을 모

셔 사회적 부분을 논의하고 있다는 부분까지 저희가 인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인공지능 연구소라는 이름이 걱정이 됩니다. 오

히려 스마트라는 표현 같은 게 더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IoT, 네

트워킹, 빅데이터 등이 없다면 인공지능 개별 분야만으로는 부족하니까요. 그

걸 통합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IBM도 구글도 자기 분야가 있죠. 그 많은 돈

과 인력을 가진 그들도 수직적으로 하고 있는데, 우리는 평행적으로로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페이스북의 인공지능이 이제 사진을 넣으면 그 안의 인물의 감

성을 뽑아내는 수준까지 왔죠. 그래서 전 아직 우리가 가능성이 좀 있다고 봅

니다. 한류나 동남아시아 쪽에서, 최소한 문화나 언어적 부분에서 특성이 나타

나는 인공지능 버티컬 마켓이 형성되고, 그렇게 되서 뭔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

어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선 저희가 완전히 인공지능을 표방하고 있는 건 아니

고, 지능정보기술연구소라고 표현을 새로 다시 썼습니다.

기술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좀 더 포괄적인 용어를 사용하려고 한 것이고요.

지능과 정보의 결합이라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동만 교수님 말씀대로 그

런 게 다 함께 이루어져야 정보가 만들어지고 모이는 것이기 때문에요.

김광수

정부정책기획자

이원재

사회학자

이동만

전산학자

김광수

정부정책기획자

Page 76: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150 151

기술과 인간의 관계 4차 포럼 새로운 방향의 정책 지원: 미래창조과학부 지능정보산업 육성계획

한 가지, 시스템이라는 표현이 추가되었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제가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게, 과연 우리가 갑자기 소프트웨어

만 발달시킨다고 해서 선도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사실 우리나라가

가장 잘 하는 건 시스템이죠. 자동차나 냉장고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좀 잘 하

는 부분들을 나누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하드웨어를 잘 만

들기 때문에 여전히, 처음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같이 만드는 게 아닌,

소프트웨어는 ‘얹는 것’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이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일차적으로 함께 고려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IT 기술력이 세계적 수준

을 갖추고 있지만, 이대로는 중국이나 후발 주자들에게 추월당하게 될 겁니다.

수직적으로 어떤 분야를 타겟팅해서 할 건가 말씀해 주셨

는데요. 저도 R&D 프로젝트를 여러 번 하면서 우리가 집

중해야 할 분야에 대한 타겟팅 작업도 많이 했었습니다. 전문가를 많이 모아두

고, 우리가 앞으로 R&D를 어떤 분야에 주력해서 해야할까라는 부분이죠. 그런

데 나중에 보면 전부 다 중요하다고 하고, 결국 나눠먹기 식이 됩니다. 정부출

연연구소들을 보면 거의 ICT의 전 분야를 하고 있죠. 아주 공통되는 걸 하는 게

아니라, 분야를 조금씩 나눠서 각자 영역을 가지고 하고 있어요. 저희가 이걸 바

꿔 보려고 해도 쉽지 않은데, 각각 이해 관계가 다르고 분야가 달라서 결국 똑

같이 나뉘게 돼요. 제가 사실 지금 이 지능정보산업연구소 모델에 꽤 기대를 하

고 있습니다. 뭘로 승부를 걸어볼까를 가장 잘 아는 곳은 기업이에요. 크게 장

기적인 차원이 아니라면, 인공지능을 어디에 접목하는 게 가장 가능성이 큰지

는 기업이 그나마 정확하게 알 수 있죠. 이 연구소에서 연구 자체는 기업 쪽에

서 전부 제시를 할 겁니다. 정부가 조율은 하겠지만. 여기가 모든 분야를 다 하

는 연구소가 되지는 않을 거라고 말하고 싶고요.

여러 기업들이 출자해서 하는 연구소가 기존에 있었던 적

이 있나요?

20년 전에 있었죠. CDMA 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코드분할다중접속 1 연

구개발하는 과제가 굉장히 수직적 형태였는데, 여러 기업이 참

여했었죠.

1 2세대디지털이동통신기술로무선주파수채널의혼선을없애이동통신의대중화를이끌었음.

한국에서는1991년국책연구과제로지정,1995년연구개발에성공하여1996년세계최초로

상용화서비스가시작됨

이동만

전산학자

김광수

정부정책기획자

제 4회 포럼 – 좌로부터 이원재 교수, 이동만 교수

이동만

전산학자

구본권

디지털인문학자

Page 77: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152 153

기술과 인간의 관계 4차 포럼 새로운 방향의 정책 지원: 미래창조과학부 지능정보산업 육성계획

그건 수요가 확정이 되어 있었던 것 아니었나요?

이동통신에서 CDMA 방식을 사용한다는 건 확정되어 있던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베팅을 잘 한 경우인 거죠. 제가 말하고 싶

은 건, 우리나라 사람들이 굉장히 목적지향적이고 감성적이에요. 금 모으기처

럼. 인공지능에 감성이 끓어오를 때, 감성적으로 접근해서 풀어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올 위험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사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해서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높다고 봅니다.

이제 고령화, 저출산 문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고령화가 되면 사람들이

경제 활동도 오래 해야 하고, 생산량 자체도 늘어나야 할 겁니다. 그런데 나이

드신 분들이 생산 활동을 하는 데는 체력 문제나 안전 같은 여러 문제가 있죠.

이런 부분을 기술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할 걸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의료

분야 등에서는 굉장히 획기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신약을 만들고

테스트하거나, 질병을 진단하는 것, 처방을 내리는 것 같은 부분은 인공지능이

뛰어나게 잘할 수 있는 것이죠. 저희가 각 분야 전문가 분들을 모시고 있는 이

유는 앞으로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 지 알아야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지 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어떻게 되리라는 연구가 사실 지금 별로 없어요. 어

느 정도 공감을 가질 수 있는 모델이 있어야 사람들이 이걸 보고 방향을 정할

수 있겠죠. 우리가 어떤 위험에 대비를 해야 하고, 또 기술로 어떤 혜택을 볼 수

있는지. 사회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기술 분야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일인 거죠.

지금 말씀이 중요한 것 같아요. 논의를 듣다 보면 사실 지금 기술

이나 시스템은 굉장히 선진적이고, 다양성을 고려해야 하고 확

산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저 논리는 어떤 의미에서는 산업화 시대 논리에

맞춰서 줄세우기나 특화 논리 안에 애매하게 걸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어요. 예를 들어 공공성을 고려하는 일곱 개 민간 기업들이 공유된 결합을 만

들어서 새로운 기술을 발굴한다. 그럼 이 때 확산 논리를 만들고, 표준화 틀에

놓을까 다원화 틀에 놓을까, 모두 패러다임에 대한 다른 기준이거든요. 이런 틀

들이 논의에서 섞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죠. 방향성이 어떻게 정렬될

지, 결국 가치기준인데 이게 어떻게 정렬되는지에 따라 이것이 성공할지가 달

려있는 것 같아요. 과연 과거의 모델에 새 기술만 얹히면 되는 건가, 가치판단

이 달라져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논의는 사회대응의 차원에서 조금 이루

어지고 있는가가 궁금하네요.

이동만

전산학자

김광수

정부정책기획자

구본권

디지털인문학자

제 4회 포럼 – 좌로부터 도영임 교수, 이정애 차장

도영임

심리학자

Page 78: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154 155

기술과 인간의 관계 4차 포럼 새로운 방향의 정책 지원: 미래창조과학부 지능정보산업 육성계획

글쎄요, 산업 정책이란 측면에서만 보면, 과거의 모델이

라는 부분은 저는 생각이 달라요. 과거 모델은, 사실 우리

나라는 ICT분야에서 굉장히 후발 주자인데 단기간에 쫓아간 거예요. 그 방법이

초기에는 정부가 리드하는 경향이 있었고,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갖춘 후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거죠. 아직도 정부는 과거 모델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게 맞긴

맞아요. 정부가 먼저 투자해서 시장도 만들어 주고, 견인해야 한다는 생각 많이

합니다. 그런데 이 연구소 모델은 그 방법을 탈피하려고 많이 노력한 부분이 있

어요. 물론 여기에서 정부의 역할이 완전히 없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그 역할

이 서포트를 하는 것이고, 과거에서처럼 기획을 견인하는 역할이 아니에요. 민

간에서 필요에 의해 연구소를 만든다, 그러면 그 때 필요한 데이터와 R&D 자금

을 지원하겠다, 그건 이제 기업의 몫이겠죠.

정부가 주도하는 계획은 사실 굉장히 내실있어 보여요. 계획을 굉장히 세밀

하게 세울 수가 있죠. 그런데 그건 사실 나중에 보면 그저 계획으로 끝나는 경

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솔직히 지금 ICT분야의 경우 너무 빨리 발전하고 있어

서 미래 방향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 있습니다. 그럼

이걸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짜게 되면 굉장히 허술해 보일 수 있겠죠. 저

희도 이제는 이런 모델을 벗어나야 할 때라는 생각을 하고 있고, 그걸 한 차례

시도해 보는 게 이 연구소라고 봐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2. 오픈 데이터의 필요성과 프라이버시 문제

인터넷에 모인 광대한 데이터의 주인이 누구냐는 건 지금 전 세

계에서 풀리지 않고 있는 문제죠. 미래 기술에 적응하기 위해서

는 이것도 꼭 풀고 가야 할 문제 중 하나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데이터의 편향에 따른 완

전한 부의 집중이라는 부분입니다. 우리나라가 IT 분야에

서 굉장히 앞서 있고 좋은 서비스도 많은데,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

느냐 하면 그건 상당히 어렵습니다.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게 스스로 막고 있죠.

국회에서 법을 자꾸 강화만 하다 보니, 우리나라에 많은 데이터들이 있고 세계

에서도 앞서갈 수 있는데 실질적으로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인 거죠. 잘못 하다

간 데이터의 집중 뿐 아니라, 지금 앞서가는 기업들을 나중에 따라가기가 어려

워질 겁니다. 현재 지식이 축적되는 게, 지식이 지식을 발전시키는 형태라서.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보여지고, 지금 상황에 획기적 전환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는 말 그대로 프라이버시와 밀접한 부분인데, 그래

서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정책 셜정에도 조심스럽게 되는 게 있죠.

저는 오히려 공공재 개념을 도입해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저희

쪽에서도 가장 신경쓰고 있는 게 데이터 부분이고요.

우리 정부의 정책이 자유주의의 신념을 따른다면 좋은 데이터를

모아 어떤 기업에 주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접속

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게 어떻게 보면 중장기적 효율성에서

더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부가 예산을 들여 구축한 데이터는 소수의 기업이 독점

하면 안 되는게 맞습니다. 다 공개하게 될 거고요. 그리고

데이터뿐 아니라, R&D에서 확보된 기술이 그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들에만

공유되어서도 안 되겠죠. 그들이 투자를 하니 우선권은 있겠지만 결국 모두에

게 공개되어야 더 가치있어질 겁니다.

김광수

정부정책기획자

이원재

사회학자

김광수

정부정책기획자

김광수

정부정책기획자

이원재

사회학자

Page 79: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156 157

기술과 인간의 관계 4차 포럼 새로운 방향의 정책 지원: 미래창조과학부 지능정보산업 육성계획

이 연구소에서 괜찮은 공공데이터를 만들어서 확 풀어주면 굉장

히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오픈 API Application program interface;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간의 통신 형식 보다 오픈 데이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네요.

데이터 공유 하니까 이런 일도 있었어요. 제가 얼마 전 통계청에

서 데이터를 분석해달라고 해서 ‘알겠다, 그럼 보내달라’고 했거

든요. 근데 한 일주일 후에 답장이 왔는데, 안 된답니다. ‘저희 건물에 오셔서

분석하시고, 나가실 때 포맷하셔야 합니다.’ 라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구글처럼

획기적인 분석을 하나 해 보려고 해도, 이런 행정적 비합리성 때문에 못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연구를 하든 혁신을 하든 데이터가 굉장히 중요한데, 데이

터가 공개적으로 제공되려면 사회신뢰성이 높아져야 할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통계청에서도 정부 정책에 어긋나는 데이터가 나오면

데이터를 ‘마사지’를 해서 집어넣기도 하죠. 원본 데이터 자체 차원에서 마사지

를 해요. 반면 별 쓸 데가 없는 데이터들은 개방을 하죠. 데이터를 오픈하는 사

회적 수용성이 얻어지려면 이 데이터가 제대로 쓰일 것이다, 그리고 데이터의

권한 가진 사람들부터 모든 데이터를 다 공개한다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그

게 안 되니 사회신뢰성이 높아지기가 힘들죠.

공공데이터가 잘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는, 개인정보가 들

어있다는 건데요. 어찌 보면 핑계일 수 있는데, 그 안에 개

인정보들이 들어있어서 그런 것이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가 발생하

거나 하면 공공 기관이 책임을 져야 하니 줄 수가 없는 거죠.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공공 부문에서 활용할 때도 별도의 심의를 받아야 합니다. 데이터가 굉

장히 광범위해서 함부로 주지 못하는 거죠.

예를 들어 뉴스토마토라는 증권정보제공앱이 있었어요. 무료 앱이었는데,

다음번에 사용자가 관심있는 종목을 띄워주기 위해 사용 정보를 수집한 거예

요. 뭘 이용했냐 하면, 스마트폰 고유 ID를 가져다 쓴 거죠. 그런데 그걸 누군가

가 고발한 거예요. 개인 정보를 이용했는데 동의를 안 받았다고 해서 검찰 수

사를 받고, 법원에서 벌금형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사실 IMEI 국제모바일기기 식별코드,

International Mobile Equipment Identity 번호 가지고는 아무 것도 알 수 없거든요. 그냥 숫

자일 뿐인 거죠. 그런데 왜 벌금형을 받았나 보니까, 우리나라에서 현재 개인정

보의 정의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뿐 아니라 ‘다른 정보와 용이하게 결

합하여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도 가능한 거예요. 뉴스토마토가 가진 번호

로는 사실상 아무 것도 모르지만, 통신사가 가진 정보와 결합하면 개인을 알 수

있으니 이건 개인정보다라는 거죠. 당연히 통신사에서 그걸 줄 리가 없는데, 법

원에서는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본 거거든요.

그런 논리라면 마이크로소프트도 고발해야죠. 빙 Bing;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인터넷 검색 포털 서비스 쓰게 되면, 그것도 지금 쿠키를 모으거든요.

사실 저렇게 보면 쓸 수 있는 데이터가 없죠. 공공 부문이

답답하게 생각되시겠지만, 정보 공유에 소극적인 이유는

개인정보 문제가 큽니다.

그런데 저렇게 해서 내 개인정보가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면 되는데, 그렇지도 않으면서 데이터를 가져다 쓸 수도 없으니

답답한 거죠.

이동만

전산학자

김광수

정부정책기획자

이원재

사회학자

구본권

디지털인문학자

이동만

전산학자

김광수

정부정책기획자

이원재

사회학자

Page 80: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158 159

기술과 인간의 관계 4차 포럼 새로운 방향의 정책 지원: 미래창조과학부 지능정보산업 육성계획

데이터 관리 주체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우리나라가 굉장

히 낮은 수준입니다. 대통령, 공무원, 정치인, 기업인... 이

런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낮아요. 그걸 건드리지 않은 상태에서 데이터

공개로 가는 건 어려운 주제이긴 할 것 같네요.

Q3. 미래 기술 사회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무엇을 해야 할까?

사회적 대응에서 가장 무섭게 생각하는 건, 신기술이 이제는 대

량생산이나 일자리, 이런 문제가 아니라 아예 인간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겁니다. 너무나 흥미롭게도 자율주행자동차가 교통 법

규 시스템과 연관이 되어 있어요. 우리가 이런 알고리즘을 자동차에 넣어서 대

체하려는 게 교통 법규고, 나아가 정부와 공무원들인 거죠. 그럼 인공지능이 공

무원을 대체하는 걸 속 시원해 할 거냐, 아니면 좀 더 무서워할 거냐는 질문이

생깁니다. 사람은 자기 운명을 자기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하고, 잘못된 것은 누

구에게 책임을 묻고 싶어하는데, 이 판단과 결정들을 이제 인공지능이 해 버리

게 되면 사람의 통제를 벗어날 거라는 겁니다. 각자가 가진 힘과 권력에 따라

소외되는 정도가 다를 것이고, 제일 먼저 기존의 약자들이 소외되고 도태되겠

죠. 저는 한국이 어떤 면에서 앞서 있거나 동일 선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제는 쫓아가기 바쁘다는 추격 전략을 벗어나서, 우리 경험에 입각한 주도적 전

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실제로 IT에 대해서는 외국에서 우리나라 사례

를 자꾸 물어보고 있어요.

그렇죠. 미래에는 점점 변화를 쫓아갈 시간적 여유가 없어질 겁

니다. 스마트폰 이후 디지털 디바이드 digital devide; 경제적, 사회적 여건 차

에 의해 발생하는 정보격차 가 줄어들고 있는데, 대신 정보 불평등이 결손가정과 저소득

층에서 심해졌어요. 소셜 디바디드를 만들고 있는 거죠. 할머니 할아버지와 부

모들이 스마트폰의 폐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자녀가 스마트폰을 잘못 쓰

더라도 이걸 올바르게 지도해줄 수가 없는 겁니다. 이런 예기치 못했던 문제들

이 나오게 될 텐데요. 이런 문제들을 함께 다루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굉

장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기업들과 국가들에서 지금 이 분야를 선도하기 위

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자기 플랫폼으로

자리잡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IBM 같은 경우 왓슨 서비스를 런칭했어요. 지

금은 이 왓슨 헬스케어가 의사를 돕는 것이라고 인식이 되는데, 조금 지나면 정

확도는 왓슨이 훨씬 정확해질 거예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얻게 되는 정보로

도 학습을 할 수 있으니 정확도는 더 높아질 것이고요. 이 때문에 늦게 시작하

는 주자들은 따라갈 수가 없죠. 누구나 이런 서비스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먼

저 서비스를 시작한 기업들은 그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더 빨리 발달

하기 때문이죠. 이런 인공지능은 또 공공 부문이나 범죄 수사에도 활용이 될 수

있을텐데, 어떻게 보면 무섭기도 하고, 그런 한편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

대도 되고 있습니다.

지금 대기업들이 인공지능 분야 인력들을 많이 데려가고 있습니다. 사실 이

분야에서는 많은 인력이 아닌 아주 우수한 소수 전문가가 필요한 부분이라 우

수 인재 확보가 중요한 거죠. 우리나라도 지금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 시스템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ICT를 많이 가르치고 있고,

이전에 그런 한 분야만 했던 것과 달리 요즘은 다른 분야와 결합해서 진행하고

구본권

디지털인문학자

이원재

사회학자

이동만

전산학자

김광수

정부정책기획자

Page 81: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160 161

기술과 인간의 관계 4차 포럼 새로운 방향의 정책 지원: 미래창조과학부 지능정보산업 육성계획

있기 때문에 희망이 없다고 보진 않습니다.

왜 CDMA 때는 성공을 했을까? 어디에 사람들이 뭔가 달려드는

게 있을까? 예전 제 지도교수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한

국인들의 장점은, 자기네는 한 달 걸려 열심히 준비해서 해야 할 일인 것 같은

데, 갑자기 일주일 만에 엄청난 걸 던진다’는 거에요. 제가 미래 기술 혁신 과정

에서 정부의 역할이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냐 하면, 빅 브라더 big brother; 정보의 독점

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현상 의 위험 같은 부분이 아니라,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상

황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중간자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우

리나라 공무원들이 사회에 뭔가 기여하려는 정의감이 높잖아요. 이것도 어찌

보면 또 하나의 기회가 아닌가 싶어요.

정부가 중간자 역할을 잘 해야 한다는 필요를 저도 느끼

고 있습니다. 지능정보기술연구소도 그 하나의 시도이고

요. 부족한 게 있더라도, 이번을 발판 삼아 앞으로 더 좋은 모델들을 만들어가

야겠죠. 그런데 이 연구소 만들 때 기업들 분위기가 조금 아쉬웠던 게, 저희가

하나하나 다 찾아다녔거든요. 가서 저희 계획 설명하고, 이런 것 같이 해보면

어떻겠냐. 아마 한 기업 당 두세 번씩은 간 것 같아요. 옛날 CDMA 할 때만 해도

기업들이 후발주자였어요. 그런데 요즘은 특히, 다 같은 맥락인데, M&A Mergers

& Acquisition; 기업의 인수와 합병 가 굉장히 안 되지 않나 싶어요. 모든 걸 그 한 기업 내

부에서 다 완성하려 하니 오픈 이노베이션이 어려워요. 다른 기업과의 협업이

라는 부분이, 정부를 끼고 있더라도, 그런 게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는 생각 듭

니다. 서로 데이터며 기술이며 필요하긴 한데, 그런데도 같이 한다는 데 대해

굉장히 어색해하고, 같이 하게 되었을 때 예상되는 문제들을 더 많이 이야기하

더라고요. 그런 점이 좀 우리나라 기업 분위기의 한계가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저희가 이 새로운 모델에 대해 기대가 굉장히 큽니다. 어쨌든 저희가 설득하긴

했는데, 쟁쟁한 기업들이 7개나 공동 투자를 해서 참여하고 있고, 정부는 의사

결정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게 어찌 보면 도전이죠.이동만

전산학자

김광수

정부정책기획자

Page 82: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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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 서울디지털포럼 2016 메인 세션

인간과 기술의 공존

: 함께 생각해야 할 인간적, 정치적, 윤리적, 기술적 문제

메인 세션 일시 2016.05.19. 15:30

메인 세션 장소 서울 동대문디지털플라자 DDP

세션 참여자 이동만 |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

스티븐 핑커 |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케이트 달링 | MIT 미디어랩 전문연구원, 로봇윤리학자

이원재 |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SDF 2016 메인 세션 대담 - 좌로부터 이원재, 이동만, 케이트 달링, 스티븐 핑커

Page 83: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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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 서울디지털포럼 2016 메인 세션 인간과 기술의 공존: 함께 생각해야 할 인간적, 정치적, 윤리적, 기술적 문제

Q1. 기술 혁신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21세기는 정보기술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보기술의 발

전은 이전의 기술에 비해서 굉장히 빠르고, 넓은 범위로 전파되

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기술을 쓰는 소비자는 기술이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복잡한지에 대해 점점 모르게 되고, 심지어는 무관심하게도 되었죠. 우리가 최

신 스마트폰을 사기는 하지만, 그 안에 어떤 기술과 논리가 숨어있는지 이해하

기는 어려운 것이죠. 이 때문에, 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우리 사회

에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기술은 점점 ‘보이지 않게’ 되고 있습니다. 기술이 스마트폰

이나 자동차에 들어오지만, 우리는 이미 이것들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기술의 영역이 확장되는 것에 대해 인식하지 못할 수 있죠. 저는

아주 ‘가시적인’ 기술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제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기

존의 흐름을 바꿀만한 중요한 변화는 이러한 ‘가시적인’ 기술들이 ‘비가시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된다는 것 입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들은 자신들의 데이

터가 이제는 각자의 기기가 아닌 클라우드에 저장된다는 것과, 무엇이 어디에

설치되고, 누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게 된 있죠.

왜 하필 지금, 기술에 대해 우리가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까요?

지난 150년간 기술 발전을 살펴보면, 기술이 나타날 때는 기존

에 없었던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났고, 신기술이 사회에 전파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예를 들면 자동차는 70년, 전화나 TV는 2,30 년이 걸렸고,

인터넷도 10년 이상 걸렸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의 도입은 길게는 7년, 짧게

는 3년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 보면, 이전에

는 기술이 새로운 형태로 나타났기 때문에 거기에 접근하려면 뭔가를 배워야

하거나 어느 수준 이상의 경제적 조건이 필요했고, 사회 전반에 전파되는 데 시

간이 걸렸던 것이죠. 그런데 스마트폰은 다릅니다. 휴대전화는 크게 새로운 것

도 아니고, 이미 일상 생활의 일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초기에는 스마트

폰이 디지털 디바이드 digital divide; 경제적, 사회적 여건 차에 의해 발생하는 정보격차 를 해소할 것

이라는 좋은 점만 얘기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이 만드는 새로운 사회 문제들

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케이트가 ‘네트워크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스마트폰이 도입된

후, 인터넷에 연결한다는 것 자체가 아주 쉽고 일상적이게 되었습니다. ‘검색’과

‘구글링’이 동의어가 된 것처럼, 요즘 한국에서는 스마트폰을 쓴다는 게 곧 ‘인

터넷을 한다’ 가 되어 버렸어요. 많은 사람들이 지금 기술이 자기 생활 속에 스

며드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 거의 인지를 못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것이 더 심화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기술

하는 사람들이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 고민하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우리가 기술의 미래를 예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

인지를 강조하는 데서 시작하려 합니다. 과거에 있었던 미래

예측들을 돌아보면 알 수 있죠. 하나의 예로,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 이라

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2001년까지 우리는 달에 향하는 정규 여행 코스, 목성

을 탐사하는 우주 탐사 로켓, 사람과 같은 인공지능 등을 누리게 될 것으로 그

려졌죠. 그러나 2001년에서 15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아직 이 중 어떤 것도

이루어내지 못했습니다. 반면 영화에서 사람들은 필기하는 데 클립보드를 사

용했습니다. 워드 프로세서나 태블릿, 휴대용 컴퓨터 같은 것은 예상하지 못 했

던 거죠. 게다가 영화 속 모든 여성들은 비서나 간호사, 또는 조수였습니다. 여

케이트 달링

로봇윤리학자

스티븐 핑커

심리학자

이동만

전산학자

이원재

사회학자

Page 84: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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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 서울디지털포럼 2016 메인 세션 인간과 기술의 공존: 함께 생각해야 할 인간적, 정치적, 윤리적, 기술적 문제

성들이 사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리라는 것 또한 미래 예측에서 나타나지 않

았던 것입니다. 소셜 미디어처럼 우리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꿔 놓을 것들에 대

해서 예측하는 데에도 실패했죠. 약 10년 전으로만 돌아가도, 페이스북과 트위

터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예측하는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입니다. 또,

저는 1980년대에 MIT의 한 학자가 인터넷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것을 기억

합니다. “누가 인터넷을 필요로 할 것인가? 왜 당신은 누군가가 컴퓨터 앞에 앉

아 날씨를 찾아볼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라디오를 켜는 것만으로도 이를 닦으

면서 날씨를 알 수 있는데도.” 이게 MIT의 전문가가 했던 말입니다.

이런 예시들이 말하는 것은, 우리가 기술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 지

예측하는 데 매우 서투르다는 것입니다. 최선의 예측은 이미 우리에게 와 있

거나 또는 바로 내일 다가올 것에 대한 것이지, 5년이나 10년 뒤는 물론, 심지

어 1년 후의 일만 되어도 예측이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인간적 요소 human factor ’ 인데, 사람들이 어떨 때는 기술에 자연스

럽게 끌리고, 예를 들어 소셜 미디어가 그렇겠죠, 어떤 때는 기술을 거부한다

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빗나갔던 예측 중 하나로 인터랙티브 TV interaction TV; 양방향 TV

가 있죠. 1990년대에 인터랙티브 TV는 대변혁을 일으킬 미디어로 생각되었습

니다. 시청자들이 영화나 이야기들의 엔딩을 고르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죠. 사람들이 긴장감을 좋아하고 이야기의 등장인물

들을 현실에 투영하기를 좋아하며, 이런 것은 ‘하나의 이야기’가 있을 때만 가능

하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예측한 것입니다. 사회적 요인들은 때때로 사람들

이 비용의 이익만을 고려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예측하지 못하죠. 초음속 비행

기의 예를 들면, 우리가 초음속 비행기를 상용화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머리 위에 소닉 붐이 일어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초음속 비행 여행에 대한 모든 펀딩들이 취소된 것입니다.

이 모든 요소들은 우리의 예측이 매우 흐릿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10년 후

의 기술에 대한 그 어떤 결정이나 예측도 아주 높은 확률로 엇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다고 해서 절망적인 것은 아닙니다. 변화를 감지하고, 조

치를 취하고 적절하게 반응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새로운 기술과 변화를 받아

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Q2. 미래 기술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기술의 한 가지 특징은 기술이 긍정적, 부정적 면모를 모두 보

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의 기본적인 철학은

‘모두에게 공평한 정보 접근의 기회 제공’입니다. 아주 단순한 통신 규약만 따

르면 세계 어느 곳에서나 언제든지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오

늘날 우리 생활 속에 굉장히 많이 들어오게 되었고요. 인터넷이 사람들 사이에

정보의 공유나 교환의 장벽을 낮췄다는 데는 굉장히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이 점점 확산되면서 여러가지 문제도 나타나게 되었죠. 인터

넷 사용이 민주적인 분위기에서 잘 관리되는 나라에서는 유익한 방향으로 나아

가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정보 접근에 있어서 편향성이 굉장히 심해질 수

있고, 정보 접근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나쁜 방향으로 쓰이게 되면 범죄와 관

련되기도 하고, 인터넷 도박 등이 문제가 되기도 하죠. 저 같은, 기술 하는 사람

들은 ‘어떻게 더 좋은 기술을 만들까?’ 하는 낙관적인 생각만 하는데, 막상 새로

운 기술이 사회에 도입되면 예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 같

아요. 특히 이제는 기술 자체가 우리 생활 속에, 저는 ‘스며든다’는 표현을 쓰는

이동만

전산학자

Page 85: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168 169

SDF 서울디지털포럼 2016 메인 세션 인간과 기술의 공존: 함께 생각해야 할 인간적, 정치적, 윤리적, 기술적 문제

데요, 거의 ‘보이지 않게’ 들어오고 있죠. 그런 때가 되면 더욱 예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인간-컴퓨터 상호작용이란 게 지난

3,40년 사이에는 네모난 스크린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 만을 이야기했는데, 이

제는 컴퓨터가 세상 속으로 나오고 있기에 예상하지 못했던, 상호작용에서의

문제가 야기된다는 것을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을 포함하여 모든 플랫폼 기술들은 유익한 면과 부정

적인 면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면들이 나타날지는 기

술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와 그 사용 맥락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유익함과 부정적인 면들이 있느냐에 답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생

각합니다. 모든 기술들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죠.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하나의 원칙은, 모든 기술 발전은 몇

몇 해로운 부작용들을 가져오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것입니

다. 우리가 만약 악영향이 전혀 없을 것으로 예측되는 기술들만 받아들였다면

어떤 기술적 진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떤 기술을 ‘완전히 선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마취 기술이 없던 시절에 수술을 받았던 사람들의

고통을 생각해본다면 마취 기술은 순수하게 선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지금처럼 진보된 마취 기술이 없었다면 사람들은 불필요한 수술

은 하지 않았을 것이고, 아마 건강관리에 드는 비용 또한 지금처럼 과도한 수준

이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부작용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우

리가 마취 기술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죠.

Q3. 기술의 긍정적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기술은 긍정적, 부정적 면을 모두 가지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는 우리가 어떻게 기술을 사용하느냐에 달렸다, 또 기술은 역사

적인 맥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미래 기술이 어떤 결과를 가지

고 올 것이냐에 대한 낙관도 비관도 아직 이른 것이다’ 라는 메시지를 전해 주셨

는데요. 그렇다면 여기서 기술 사용의 주체 얘기가 나올 수 있겠습니다. 사람에

도 사용자, 생산자, 학자, 정부까지 여러 종류가 있는데요. 사실 이 주제가 저희

가 생각했던 세 번째 문제로 이어집니다.

혁신적 기술 기업에 대한 많은 기대와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사회에 정착되는 과정에서 규제와 방향성을 제시하는 정부에 대한 여

러가지 관점이 있죠. 기술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다른 결과를 가

져올 텐데, 기술을 사용하는 중요한 주체들은 누구이며, 그들이 어떤 식으로 합

의점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기술마다 관련 이해당사자가 다르고, 합의 과정도 특정 사례

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우선 저는 이런 일들을 다룰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의 부재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탄소 배출이 명확한 사례

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세계 정부’ 라는 게 없으니 지구 전체에 적용될 수 있

는 법을 통과시킬 수 있는 입법 기관이 없고, 각 국가들이 서로 화석 연료의 이

득을 누리기 위해 다른 국가들에게 탄소 배출량을 조절하기를 바라게 되었습니

다. 부르기 나름이지만, 이런 상황은 ‘공공재 게임’ 이나 ‘집단 행동의 비극’ 이라

고 볼 수 있죠. 하나의 해결책으로 파리 기후 협약이 있었는데요. ‘세계 정부’ 대

신, 각 국가가 자발적인 약속을 만든 것이죠. 비록 이것이 기후 변화 문제에 대응

할 수 있는 해결책은 아니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커다란 한 걸음일 겁니다.

케이트 달링

로봇윤리학자

스티븐 핑커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

심리학자

이원재

사회학자

Page 86: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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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 서울디지털포럼 2016 메인 세션 인간과 기술의 공존: 함께 생각해야 할 인간적, 정치적, 윤리적, 기술적 문제

그리고 제3의 메커니즘은, 실제로 국제적인 메커니즘에 가까운데요, 사람들

사이의 규범 진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행동인지, 무

엇이 무례한 일인지 정하는 것 같은 거죠. 자동차도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자

동차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아무런 법률이 없었기에 교통사고와 사망자가 매

우 많았습니다. 사회는 이런 일들에 부분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는데, 기술적

으로, 법률적으로, 그리고 사회 규범적으로 각각 대처가 나타났습니다. 세계의

많은 곳에서, 경찰이나 감시 카메라가 없더라도 ‘정지’ 표시가 있으면 차들은 정

지합니다. 교통 법규를 무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가 보고

있지 않더라도 법규를 준수합니다. 기술의 발전에 대응하여 이러한 법률과 사

회적 규범의 조합이 발달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미래에 이런 대

응들이 어떻게 나타날지는 예측이 어렵죠.

시장이나 기술 자체가 올바른 발전에 대한 대응을 만들기

도 하지만, 저는 오늘날에는 또 다른 도전 과제가 있다고 생

각합니다.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죠. 저는 혁신가

innovator 들이 우선 멋진 것들을 만들어내고, 정책이나 법이 규제 방법을 만드는

것은 나중 일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기술 개발에서의 수많은 의사결

정들, 혁신의 과정들이 미래의 기준을 설정하게 됩니다. 즉, 이것을 나중에 대

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거죠. 오늘날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입법

자와 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술자들이 많은데, 이 문제에 대해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지원은 매우 부족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현재

처해 있는 가장 주요한 도전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이슈가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많은 사람들이 스

마트폰을 쓰기 시작하면서 어떻게 하면 정보접근을 빠르게 할

것인가, 다른 사람들과 잘 공유할 것인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한편으

로는 과몰입이라는 문제도 나타납니다. 우리나라 지하철에서는 사람들이 앞을

보지 않고 스마트폰만 보는 모습이 흔합니다. 실제로 스마트폰을 보다가 안전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도 많죠. 스마트폰 과몰입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함에

도 불구하고 기술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쓰게 할 것인가?’

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어요.

아마 ‘전산학과 교수가 왜 사회 문제에?’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요. 저도 스마트폰을 어떻게 더 똑똑하게 할 것인지 연구합니다. 그런데 스마트

폰이 만드는 사회적 문제를 실감하게 되면서, 기술 개발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

해서도 고민하게 되었어요. 저희 가족이 모였을 때 서로 이야기하기보다는 스

마트폰을 쳐다보고, 레스토랑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이 음식이 어떤지 찾아보는

모습을 보게 된 거죠.

유럽에서는 4~5년 전에 인터넷 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나타났습니다. 기

술이 사회에 전반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다 보니, 제도적 부분, 윤리적 부분, 그

리고 사람의 삶을 바꾸는 사회적 부분 등을 함께 고려하는 새로운 학문 분야가

필요하다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게 유럽을 넘어 우리나라나 미국에

도 확산되면 좋겠고, 저도 저와 같이 인터넷 연구하는 사람들과 함께 그런 부분

들에 대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기술 중심으로 자꾸 나

가다보니까 그런 부분에 대한 관심 사항들이 서로 연결이 잘 안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 자리처럼 저 같이 기술하는 사람과, 두 분처럼 ‘어떻게 사람

들의 마음을 읽고 표현할 것인가’, 아니면 그 중간에 로봇을 두고 ‘사람과 기계

사이에 어떤 관계를 만들 것인가’ 하는 인간적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야

기한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면, 기술 개발자, 사업가, 사용자 등 여러 이해당사자가 관여하는데, 그

케이트 달링

로봇윤리학자

이동만

전산학자

Page 87: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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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 서울디지털포럼 2016 메인 세션 인간과 기술의 공존: 함께 생각해야 할 인간적, 정치적, 윤리적, 기술적 문제

들 중 어느 하나가 기술 발전을 주도하게 되면 우리가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진

전되어 다른 사람들은 피해를 보거나,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것을 어떻게 형평성 있게 적용할 것인지는 누구도 답을 가지고 있지 않은 거죠.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결국 이해당사자가 여럿이라는 부분을 인정하고, 그들 사

이에서 소통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회사들이 추구하는 유인 incentive 이 소비자의 이익과 맞

지 않는다는 데 완전히 동의해요. 그들은 비즈니스를 해야

하고, 사람들이 기술에 중독되기를 원하죠. 사람들 사이에 이해 관계가 서로 다

른 부분이 있기 때문에 기술을 둘러싼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이고, 이걸 서

로 맞추기 위해 함께 이야기하고 합의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Q4. 정보기술의 시대, 데이터의 소유권과 활용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저희의 마지막 주제는 공공재에 관한 것입니다. IT를 쓰면 쓸수

록 우리의 데이터가 회사들의 서버에 점점 쌓이고 있지요. 이 데

이터의 주인이 누구인가, 그리고 데이터가 나를 위해 쓰일 것인가 아니면 나의

이익에 반해서 쓰일 것인가 등의 질문이 나오게 됩니다. 데이터가 새로운 권력

이 되는 시대에 발생할 문제들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결국 첫 번째는 사회 전반적으로 충분히 균형잡힌 이해를 만드

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데이터를 수집하고 저장하는 곳의 역할

을 설정하고, 그것이 어떻게 배분되는지 이해하는 것이죠. 서로 균형을 잘 맞출

수 있는, 즉 서로 간에 이해를 공유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면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전산학 쪽에서 많이 나오고 있는 얘기인데, 예전에는 기

술을 개발할 때 폐쇄적 시스템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오픈 소스 open

source; 무상으로 공개된 소스코드 또는 소프트웨어 ’를 많이 주창합니다. 자기가 갖고 있는 기술

을 가두는 것이 아니라 더 넓게 퍼지게 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

고, 더 새로운 기술이 빨리 개발되고, 더 많이 누리게 될 것이라는 방향으로 가

고 있어요. 기술을 쓰는 사람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 모든 플레이어들

이 함께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이 들어가 있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 오픈 소스가 아직 잘 되고 있지는 않아요. 많은

사람들이 오픈 소스로 인해 나의 지적 재산권이 침해당하지 않을까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부가 개입해서 ‘권리를 우리가 충분히 보장해줄 테니 오픈

하라’고 할 수도 있는데, 또 정부가 너무 많이 개입을 하게 되면 자유경쟁에 의

한 구조가 깨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케이트 달링

로봇윤리학자

이동만

전산학자

이원재

사회학자

SDF 2016 메인 세션 대담 - 좌로부터 이원재, 이동만, 케이트 달링, 스티븐 핑커

Page 88: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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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 서울디지털포럼 2016 메인 세션 인간과 기술의 공존: 함께 생각해야 할 인간적, 정치적, 윤리적, 기술적 문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가는 끊임없이 고민을 해야 하

지만,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서로의 존재에 대해 인지하고 협력하는 것은 절

대적으로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이를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 하는 부분

은 나라마다, 문화마다, 기술마다 다르겠지만, 그것에 대한 고민 자체가 시작점

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IT는 수천 년 간 사회에 혜택을 주었습니다. 물론 예전에는 IT

라고 부르진 않았겠죠. 18세기에 팜플렛이나 책, 신문이 나오

고 문해력이 증가하여 사람들이 이것들을 소비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계몽

으로 이어졌고, 사람들이 서로의 생각을 교환할 수 있게 되면서 노예제나 고문

폐지, 아이들이나 동물들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었죠. 1950, 1960년대에는 ‘전

자지구촌’이 나타났습니다. 인터넷 전에는 위성과 TV가 있어서 다른 나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베트남 전쟁에 그렇게 많은

반대가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들이 거실에서 베트남 전쟁을 접하면서 주

민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았는지, 네이팜탄과 폭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런 지식을 가지고 전쟁 반대 시위

를 시작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거나 들으면 그 사람에

대한 공감이 확장됩니다. 어떤 경우에는 과잉 공감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는

데요. 공감 능력은 확장할 수 있으며, 세계가 보다 연결되고 공유되는 것은 그러

한 확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매년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되

면서 우리가 다루어야 할 도전 과제들을 던져주기는 하겠지요.

제가 조금 전에 이야기했던 인터넷 과학처럼, 기술 그 자체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부분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떠오

르고 있는 인공지능은 더더욱 우리 생활에 깊이 들어오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

어, 우리 식탁에 들어와서 ‘너 오늘 많이 먹었으니까 그만 먹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많이 먹는 것을 조절해서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 건 좋지

만, 만약 어떤 기업이 내가 매일 먹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게 어떤 결과로 돌아

올까요? 이렇게 수집되는 정보들이나 인공지능에 어떤 알고리즘을 썼는가와

같은 정보가 모두에게 공유될 수 있을까요? 어떻게 정보를 공유하면서 공평하

게 갈 것인가 등의 문제들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입니다.스티븐 핑커

심리학자

이동만

전산학자

Page 89: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Three Question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Technology

인간과 기술의 미래에 대한 세 가지 질문

'기술과 인간의 관계' 포럼 기획 및 진행 | 2016.02 - 2016.05

SDF 2016 메인 세션 진행 | 2016. 05.19

보고서 편집 | 2016. 07

보고서 인쇄 | 2016. 08

이 보고서는 SBS문화재단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한 것입니다.

보고서의 내용은 SBS문화재단의 공식 견해가 아닌 연구자들의 연구결과임을 밝힙니다.

SBS문화재단. 20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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