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 좌담회(2013.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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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다고 봐요. 올 들어 불공정 거래나 골목 상 권 침해가 이슈화되고 있어요. 소비자를 상 대하는 유통 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이 앞으로 1~2년은 어려움을 겪을 것 같아요. ‘여론 의 쏠림 현상’이라고나 할까, ‘정보의 폭포 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요.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 때 과연 기업이 어떻게 대 처해야 할지 이제는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 된 것 같아요. 더 이상 미룰 수 없 게 됐어요. 박재훈 박재훈 PR 컨설팅 대표 현장에서 보면 ‘위기’를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그 회사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결정합니다. 이건희 삼 성전자 회장이 늘 위기를 강조하지요. 하지 만 그 위기는 여기서 말하는 위기와 달라요. 전문가 좌담 SNS發 이슈 빅뱅위기관리 대수술 필요 정리=장승규 기자 [email protected]·김은진 인턴기자 [email protected] 국 기업들이 ‘위기관리’에 관심을 갖 기 시작한 것은 대략 1997년 외환위 기 이후부터다. 2000년대 중반 위기관리 매뉴얼 만들기가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위기 대응력은 여전히 초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반면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 크 서비스(SNS)의 확산으로 기업들이 대처 해야 하는 위기의 빈도와 파괴력은 기하급 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터진 포스코 에너지와 남양유업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 다. 국내 위기관리 전문가 4인에게 최근 ‘위 기’의 특징과 기업들의 대응 방안을 들었다. 사회 기업들이 여론의 집중적인 질타를 받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위기관리 전문가로서 최근 사건들을 어떻게 보십니까.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포스코에너지와 남양 유업 사건은 성격이 약간 달라요. 포스코에 너지는 개인 차원의 잘못이 원인이었어요. 문제가 된 임원만 처벌하면 끝나는 사건이 죠. 남양유업도 발단은 개인 문제였지만 사 실은 구조적인 관행에까지 연결돼요. 해당 영업 사원을 해고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 는 거죠. 하지만 두 사건은 소셜 미디어로 확산됐다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어요. 기업 들이 과거에 비해 지금 더 많은 잘못을 하고 있을까요. 그건 아니거든요. 과거에는 묻혔 을 일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드러나고 확 산되는 거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경제 민주화’ 가 사회적 화두로 등장한 것도 영향을 미쳤 좌담 참석자(왼쪽부터) 김영욱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박재훈 박재훈PR컨설팅 대표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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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9일자 한경비즈니스 커버스토리는 위기관리인데요. 이화여대 김영욱 교수, 박재훈 PR 컨설팅 대표,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와 함께 좌담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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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한경비즈니스 좌담회(2013. 5. 29)

30

다고 봐요. 올 들어 불공정 거래나 골목 상

권 침해가 이슈화되고 있어요. 소비자를 상

대하는 유통 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이 앞으로

1~2년은 어려움을 겪을 것 같아요.

‘여론

의 쏠림 현상’이라고나 할까, ‘정보의 폭포

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요.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 때 과연 기업이 어떻게 대

처해야 할지 이제는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 된 것 같아요. 더 이상 미룰 수 없

게 됐어요.

박재훈 박재훈PR컨설팅 대표 현장에서 보면

‘위기’를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그 회사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결정합니다. 이건희 삼

성전자 회장이 늘 위기를 강조하지요. 하지

만 그 위기는 여기서 말하는 위기와 달라요.

전문가 좌담

“SNS發이슈 빅뱅…위기관리 대수술 필요”정리=장승규 기자 [email protected]·김은진 인턴기자 [email protected]

한국 기업들이 ‘위기관리’에 관심을 갖

기 시작한 것은 대략 1997년 외환위

기 이후부터다. 2000년대 중반 위기관리

매뉴얼 만들기가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위기 대응력은 여전히 초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반면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

크 서비스(SNS)의 확산으로 기업들이 대처

해야 하는 위기의 빈도와 파괴력은 기하급

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터진 포스코

에너지와 남양유업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

다. 국내 위기관리 전문가 4인에게 최근 ‘위

기’의 특징과 기업들의 대응 방안을 들었다.

사회 기업들이 여론의 집중적인 질타를 받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위기관리

전문가로서 최근 사건들을 어떻게 보십니까.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포스코에너지와 남양

유업 사건은 성격이 약간 달라요. 포스코에

너지는 개인 차원의 잘못이 원인이었어요.

문제가 된 임원만 처벌하면 끝나는 사건이

죠. 남양유업도 발단은 개인 문제였지만 사

실은 구조적인 관행에까지 연결돼요. 해당

영업 사원을 해고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

는 거죠. 하지만 두 사건은 소셜 미디어로

확산됐다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어요. 기업

들이 과거에 비해 지금 더 많은 잘못을 하고

있을까요. 그건 아니거든요. 과거에는 묻혔

을 일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드러나고 확

산되는 거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경제 민주화’

가 사회적 화두로 등장한 것도 영향을 미쳤

좌담 참석자(왼쪽부터)

김영욱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박재훈 박재훈PR컨설팅 대표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Page 2: 한경비즈니스 좌담회(2013. 5. 29)

이 회장이 강조하는 위기는 주로 시장 경쟁

속에서의 위기, 재무나 경영과 관련된 위기

죠. 하지만 지금 문제되는 것은 사회와 관

련된 위기예요. 갈수록 재무나 시장보다 사

회와 관련된 위기가 더 많아질 겁니다. 기업

에도 훨씬 치명적이고요. 위기나 위기관리

에 대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거죠.

사회 소셜 미디어의 영향을 공통적으로 지적해

주셨는데, 소셜 미디어는 어떤 특성을 갖고

있습니까.정 대표 요즘 발생하는 기업 위기는 항상 소

셜 미디어를 끼고 발생하죠. 처음에 공분을

일으킬만한, 그리고 누구나 흥분하고 화를

낼만한 ‘씨앗’이 등장합니다. 그게 매력을

갖게 되면 소셜 미디어에서 빠른 속도로 확

산되죠. 그러다 오프라인 매체에서 보도하

기 시작하면 그때서야 기업들이 위기라고

판단하고 움직이기 시작해요. 타이밍이 한

박자 늦는 거죠. 외국 기업들은 오프라인 매

체에 실리기 전에 상황 파악을 끝내고 미리

준비를 다 해둡니다. 2009년 도미노피자

사건은 최초 동영상을 올린 후 45분 만에

포착해 바로 상황 파악을 끝내고 경찰 고

발, 해당 직원 해임까지 48시간 내에 처리

했거든요. 한국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죠.

SNS의 등장은 양 측면이 있어요. 사

회적 약자에게는 조직화하고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생긴 겁니다. 힘의

불균형을 보완할 수 있게 된 거죠. 기업들은

이 점을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해요. 그동안

방치했거나 무시했던 사람들을 다시 돌아보

고 보듬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죠.

박 대표 SNS는 부정적인 뉴스의 전파 속도

가 더 빨라요. 사건이 터지고 나서 이슈화되

는 데까지 보통 48시간 이상 걸린다고 봤어

No.912 2013 05 29 31

“과거에는 묻혔을 일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드러나고

확산됩니다.

”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1968년생. 1991년 한국외국어대 불어과 졸업. 1997년 미 마켓대 PR 전공 석사. 2001년 한국MSD커뮤니케이션팀장. 2004년 에델만코리아 사장.

2007년 더랩에이치 대표(현).

과하려면 먼저 피해자를 찾아가 사과하고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알릴 방법을 선택해

야죠. 과거 태안 기름 유출 사건 때도 해당

기업이 일간지에만 사과 광고를 실었어요.

신문을 보지 않는 사람을 무시한 거죠. 이제

그런 방식은 통하지 않아요.

사과의 자격, 사과의 대상, 사과의

내용 모두 중요하죠. 사과를 누가 하나, 사

장이 해야 하나, 회장이 해야 하나부터 문제

예요. 여론은 ‘오너’인 회장이 나서길 바라

거든요. 사과 대상도 분명해야죠. 최근 윤

창중 사건에서도 청와대 수석이 피해자를

제쳐 놓고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과해 문제

아닙니까.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과의

타이밍입니다. 왜 기업들이 아직도 ‘간보기’

로 사과하고 문제가 커지면 다시 사과하는

실수를 반복하는지 이상해요. 다른 기업을

봐도 처음부터 제때 확실하게 하는 게 더 낫

다는 걸 잘 알 텐데 말이죠.

박 대표 사건이 터지면 위기관리 전문가를

찾아요. 그래서 가면 오너가 아니라 담당 임

원이 나와요. 전문가들은 하루빨리 사과문

을 내고 회장이 직접 나서라고 하지만 임원

이 회장한테 사과하라는 말을 할 수가 없어

요. 그게 가장 큰 문제죠.

정 대표 한국적 현실에서는 최고 의사결정

요. 지금은 ‘이슈 빅뱅’이에요. 사건이 터지

고 3~5시간이면 마치 빅뱅처럼 순식간에

클릭 수가 수백만 건 치솟죠. 한 번 이슈화

되면 소멸하기도 훨씬 어려워졌어요. 예전에

는 한정된 오프라인 매체만 관리하면 됐지

만 네티즌은 관리 자체가 불가능하죠. 그만

큼 위기관리가 더 힘들고 더 중요해졌어요.

사회 구체적인 사례를 분석해 보도록 하죠.

남양유업 영업 사원 막말 사건에서 회사 측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 대표 첫 보도가 나가자마자 곧바로 사과

문을 낸 것은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죠. 하지

만 ‘사과’를 ‘사과문’이라고 착각한 것 같

아요. 사과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잘못의 인

정이에요. 잘못을 인정하고 그걸 어떻게 극

복할지 밝혀야 해요. 그게 진정성을 가지려

면 사과 전후의 행동이 매우 중요합니다. 첫

번째 사과(5월 4일)와 두 번째 사과(5월 9

일) 사이에 남양유업이 보인 모습은 실망스

러웠어요. 대주주가 주식을 내다 팔고 대리

점피해자협회를 고소했거든요. 진정성을 얻

기 힘든 거죠. 두 번째는 피해자 관리예요.

사과는 피해자에게 하는 것인데 피해자는

전혀 안 보고 여론에만 사과했어요. 첫 번째

사과와 두 번째 사과 이후 남양유업 제품의

주 소비자인 주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 봤습니다. 두 번째 사과 때 사과문을 받

아들이겠다는 응답이 5% 포인트 올랐지만

‘남양유업 제품을 사지 않겠다’, ‘다른 사람

에게 불매를 권유하겠다’는 응답에는 변화

가 없었어요.

박 대표 사과 방법도 문제가 있었어요. 첫 번

째 사과는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띄우는 것

으로 끝났거든요. 홈페이지를 방문하지 않

는 사람은 알 수가 없어요. 진정성 있게 사

Page 3: 한경비즈니스 좌담회(2013. 5. 29)

32

다’는 사과문을 낸 기업이 있었어요. 법무팀

에서 쓴 거죠. 사람을 때려 놓고 ‘법대로 하

자’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요. 사람과 사회

를 중심에 놓고 메시지를 만들어야 해요. 남

양유업도 사과문에서 회사의 잘못을 말하

지 않고 개인의 문제로 몰아갔어요. 그걸 사

람들이 다 알아채거든요.

사회 포스코에너지 임원 기내 폭행 사건은

어떻게 보십니까. 대한항공에 미친 영향도

궁금한데요.정 대표 다른 대기업 사람들을 만나면 대한

항공에 대해 석연치 않은 느낌을 이야기해

요. 승무원 보고서에 담긴 매우 민감한 내용

이 유출됐거든요. 해당 임원에 대해 ‘법적

조치를 고려하겠다’는 공격적인 코멘트가

나간 것도 그렇고요. 법인영업 쪽이 직접적

인 영향을 받을 겁니다. 포스코도 초기 대응

에 실패했어요. 폭행 사건(4월 15일)이 벌

어지고 첫 언론 보도(4월 19일)가 나갈 때

까지 상당한 시간이 있었거든요. 해당 임원

이 출장 중간에 계약을 못하고 돌아왔기 때

문에 감사팀이나 법무팀에서는 사건을 미리

알고 있었을 겁니다. 최고 의사결정자까지

보고가 올라가는 게 지체됐던 거죠.

김 대표 첫 보도가 나갔을 때 홍보팀에서 해

당 임원을 감싸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도 문

제였어요. 해당 임원이 거짓말한 것은 그렇

다 치더라도 홍보팀에서 그걸 그대로 받아

들였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어요.

정 대표 몇 년 전 리서치인모션(RIM) 사건

을 봐도 다른 나라에서는 직원의 일탈 행위

나 범법 행위에 대해 감싸는 경우가 없어요.

‘원칙을 지킨다’고 단호하게 밝히면 해프닝

으로 끝날 문제죠. 한국 기업들은 조직과 임

원, 최고경영자(CEO)를 분리하지 못해요.

자, 즉 오너의 의지만 있으면 많은 문제가

일사불란하게 해결돼요. 상당수가 하루 만

에 다 풀릴 수 있죠. 남양유업도 2009년부

터 밀어내기 문제가 계속 나왔거든요. 올 들

어 피해 대리점 점주들이 100일 넘게 본사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해 왔어요. 홍보

팀에서 모니터링과 보고를 하지 않았든지

아니면 했더라도 오너의 문제 해결 의지가

없었다고 봐야겠죠. 그러다 문제가 커진 거

예요.

김 대표 예방 조치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

면서도 안 되는 데는 미묘한 사내 정치 역학

도 작용합니다. 최고경영자들이 예방 조치

를 건의하는 임원들을 별로 신뢰하지 않거

든요. 차라리 문제가 터진 다음 수습에 뛰어

들어 활약하는 게 승진에 훨씬 유리하죠. 일

종의 딜레마예요.

박 대표 사과문을 누가 쓰느냐도 중요해요.

홍보팀이 맡느냐 법무팀이 맡느냐에 따라

메시지가 확 달라지거든요. 법무 쪽은 모든

메시지를 조직을 보호하는 데 맞춥니다. 하

지만 홍보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은 사회

와 여론을 어떻게 설득하고 공감대를 형성

할 것인지 더 고민하죠. 사망자가 발생한 사

고인데 ‘피해자에 대해 법적 책임을 다하겠

“왜 기업들이 아직도 ‘간보기’로 사과하고 문제가 커지면

다시 사과하는 실수를 반복하는지이상해요.

” 김영욱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1966년생. 1990년 고려대 사학과 졸업. 1999년 미 플로리다대 신문방송학 박사. 일리노이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 조교수.

2000년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현).

“홍보팀이 맡느냐 법무팀이 맡느냐에 따라

메시지가 확 달라지죠.

” 박재훈 박재훈PR컨설팅 대표

1963년생. 1988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2013년 동국대 홍보학 박사. 1996년 SK그룹 홍보실

기업문화팀장. 2003년 코콤포터노벨리 대표. 2007년 박재훈PR컨설팅 대표(현).

그러다 보니 공범처럼 돼 버리고 문제가 점

점 복잡해져요.

주말이 끼어 있어 대응이 지연됐던

측면도 있어요. 주말이든 주중이든 위기 상

황이 발생하면 조직 내에 위기관리위원회가

즉각 소집돼 가동돼야 해요. 또 위기관리위

원장이 힘을 받고 일할 수 있어야 하고요.

정 대표 회사 내에서 보고는 굉장히 정치적

인 행위가 됩니다. 기업들이 갖고 있는 위기

대응 매뉴얼에도 상황이 발생하면 1차적으

로 즉각 통보해야 할 사람의 이름이 다 나와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 ‘누구까지 통보하느

냐’에서 주춤하게 되죠. 나중에 뒷감당이 안

될 수도 있거든요. 일간지에 기사가 나거나

해야 비로소 부담 없이 위로 보고되죠. 또 남

양유업처럼 오너가 따로 있다면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집단 의사결정을 하는 게 아

무 의미가 없어요. 전문 경영인들이 아무리

토론하고 결정해도 회장님 한마디면 다 바

뀌거든요. 위기관리 매뉴얼이 아무리 잘 돼

Page 4: 한경비즈니스 좌담회(2013. 5. 29)

도미노피자 사건

2009년 4월 미국 도미노피자 한 매장에서 직원

2명이 피자 재료를 콧구멍에 넣는 등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 찍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그대로

올렸다. 동영상은 하루 만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도미노피자는 신속하게 대응했다. 사건

발생 후 48시간도 안 돼 CEO가 직접 공식

사과하는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다. 그

결과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 위협이 될 수 있었던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No.912 2013 05 29 33

있어도 단지 ‘매뉴얼 상’ 그런 거죠.

사회 어쨌든 포스코에너지 사건은 잘 마무리가

된 것 같은데요.

개인 차원의 문제라 비교적 쉽게 끝

날 수 있었어요. 하지만 ‘후광효과’를 무시

할 수 없어요. 한 번 사건이 났던 기업은 사

람들의 계속 주시하게 됩니다. 조금이라도

잘못하는 일이 생기면 훨씬 가혹한 비판이

쏟아지죠. 사람들의 잣대가 엄격해졌기 때

문에 그만큼 변화가 필요하죠.

정 대표 어떤 기업에 사건이 나면 반응은 두

가지죠. ‘그럴 줄 았았다’와 ‘그럴 리가 없

다’예요. 포스코는 스스로 반성했듯이 군대

문화와 갑 문화를 깨야 해요. 작년에 나이

많은 부장이 젊은 사원들이 셔플 댄스를 추

는 걸 보고 사무실에서 따라하는 포스코 광

고가 큰 인기를 끌었어요. 그런데 결과적으

로 보면 권위주의 타파가 광고로만 끝났던

셈이죠.

사회 위기관리에 성공한 사례는 어떤 게

있습니까.김 대표 캐주얼 브랜드인 팀버랜드를 배울

필요가 있어요. 그린피스 회원들이 팀버랜드

CEO에게 수만 통의 항의 메일을 보냈어

요. 브라질산 소가죽이 비윤리적인 방식으

로 생산되는데 알고 있느냐는 내용이었죠.

대책 회의에서 임원들이 비중도 얼마 안 되

니까 브라질과 거래를 끊자고 제안했어요.

하지만 CEO는 이걸 받아들이지 않고 그린

피스에 역제안했어요. 그동안 잘못을 인정

한다, 그걸 바로잡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당신들이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요. 2개

월 만에 그린피스에서 해결책을 내놓았죠.

남양유업도 반대자들을 배제하려고만 할

게 아니라 대담해질 필요가 있어요.

정 대표 몇 년 전 크리스마스 때 쥐 식빵 사

건이 터졌어요. 새벽 1시에 동영상이 올아왔

어요. 나중에 경쟁 제과점의 자작극으로 밝

혀졌죠. SPC가 동영상이 올라온 새벽에 그

걸 잡아냈어요. 신속하게 분석을 마치고 다

음날 오후 2시에 기자회견을 열었어요. 직

접 빵 만드는 과정을 시연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설명했죠. 소비자를 상대하는

식품 업체들은 대부분 위기관리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요. 남양유업에서 대응이 늦

은 것은 제품 이상은 실무진 선에서 처리할

수 있지만 밀어내기는 회장의 의지가 필요

한 문제였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회 기업들의 위기관리에 대해 한마디씩

조언해 주시죠.박 대표 결국 위기관리는 최고경영자가 해

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밑에서 아무리 해

도 제대로 효과를 보기 어려워요. 이제는 기

업도 사회와 함께 갈 수밖에 없어요. 제품만

보는 게 아니라 기업을 보고 구매하는 시대

거든요.

평소에 좋은 평판을 쌓아 놓는 것도

중요해요. 미국에서 한 제약사가 유해 물질

을 누출시켰는데 해당 지역 주민들을 인터

뷰하니까 ‘그 기업이 그렇게 했을 리 없다’,

‘평소 지역사회에 많이 기여한다’는 반응이

나왔어요. 그래서 크게 이슈화하려고 해도

할 수 없었다고 해요. 한국 기업들이 가장

약한 부분이죠.

정 대표 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은 사람으로

치면 뇌졸중에 걸린 것과 같아요. 며칠 동안

혼수상태였다가 깨어난 것이거든요. 이 상

황에서 두 가지 유형의 기업이 나와요. 첫째

유형은 전문가를 불러 위기관리에 대한 강

의를 들어요. 그것으로 끝이죠. 두 번째 유

형은 ‘수술’을 합니다. 뇌를 열어 혈전을 근

본적으로 제거하는 거죠. 컨설턴트와 외부

전문가를 동원해 조직 전반을 점검하는 거

죠. 한국 기업 99.9%가 강의를 선택합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는 거죠.

김 대표 위기관리의 90%는 예방이라고 봐

요. 경제 민주화가 시대적 화두로 등장했기

때문에 그동안 해 온 관행 중에 문제가 될

수 있는 게 어떤 게 있는지 살펴봐야죠. 글

로벌 기업들은 ‘테러리스트 게임’을 합니다.

종업원이나 고객 입장이 돼서 회사를 공격

해 보는 거죠. 그걸 CEO가 직접 이끌어요.

이들은 그동안 아무 위기가 없었는데도 끊

임없이 예방에 투자하죠. 1년에 3%의 예산

만 위기관리에 써도 크게 달라질 겁니다.

“제품 이상은 실무진 선에서 처리할 수 있지만 밀어내기는

회장의 의지가 필요한 문제라 대응이늦었어요.

”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1970년 서울 출생. 1993년 한국외국어대 포르투갈어과 졸업. 1999년 미 페어리디킨슨대 기업커뮤니케이션 석사.

2003년 오비맥주 홍보팀장. 2007년 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부사장. 2009년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현).

리서치인모션(RIM) 사건

2011년 12월 스마트폰 블랙베리를 생산하는

리서치인모션(RIM)의 임원 2명이 중국 출장길에

에어캐나다 항공기 안에서 만취해 난동을 부렸다.

비행기는 캐나다로 회항했고 이들은 체포돼

벌금형에 처해졌다. 회사 측은 이들을 즉각

해고하고 짤막한 성명을 발표했다. “언제나 진실과

존엄을 생각하는 우리 ‘RIM’사는 법규와 사규에

어긋나는 행동을 용납지 않습니다. 비행기에서

취해 난동을 부린 두 임원을 해고했음을 알립니다.

… 실망을 안겨 드려 고객들에게 죄송합니다.”